본문 바로가기
길에서/오래된 미래

천연기념물 600년 구포 팽나무 ‘수난’

by 이성근 2021. 7. 12.

 

천연기념물 600년 구포 팽나무 수난늦장마 습기에 부러져

600년 이상 수령을 자랑하는 천연기념물 구포 팽나무가 장마철 습기에 부러졌다.

부산 북구 구포동 당숲 내 팽나무가 부러져 천막으로 해당 부분을 가려둔 모습. 배지열 기자

 

부산 북구는 구포동 당숲 내 팽나무가 지난 5일 부러졌다는 신고를 접수했다고 11일 밝혔다. 당시 인근 주민이 팽나무가 굉음을 내면서 부러졌다는 신고를 해 현장에서 확인해보니 2017년 고사한 팽나무의 남은 줄기 절반가량인 약 2.5부분이 떨어져 나왔다. 구는 늦장마로 인한 집중호우로 고사목의 부패도니 부분이 습기를 과다하게 머금어 약해지면서 쓰러진 것으로 추정한다.

 

구포 팽나무는 2017년 고사 판정을 받아 안전을 위해 가지와 몸통 일부를 절단했다. 구는 이후 보호 사업 및 모니터링·영양 공급 등 상시 보존 관리에 매년 1000만 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부산시로부터 38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해 고사목을 약 2만 남기고 절단하고 지지대 교체 정비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이번 사고로 백지화했다. 고사한 팽나무 대신 8그루의 후계목이 당숲 내에서 자라면서 명맥을 잇는다.

 

구포동 팽나무는 1592년 임진왜란 전에 이곳에 뿌리 내려 마을에서 신목으로 대접받았다. 한때 높이 18.2, 둘레 5.8의 웅장한 크기를 기록했고, 수령도 약 600년 이상 된 노거수다. 구포 주민은 매년 정월 보름날 포구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당산제도 열어왔다. 국립부산국악원에서는 구포당숲설화를 바탕으로 한 소리 연희극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팽나무는 1982년 천연기념물로 첫 지정 됐고, 2008년에는 당숲 전체 1286부지를 천연기념물로 확대 지정했다. 현재 당숲은 팽나무(고사목)와 약 100년 된 소나무 3그루, 당집 2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인근 주민은 구포 팽나무는 예로부터 마을을 지켜주는 영적인 존재로 불려왔다. 그런데 몇 년 전에 고사하고 이번 장마로 부러지기까지 해 의미를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구는 일단 부러진 부분에 천막을 덮어 추가적인 비 피해를 막아둔 상황이다. 구 관계자는 문화재청 및 부산시 관련 부서에 해당 사항을 보고했고 일단 보존 조처를 해둔 상황이다. 전문가 조언을 받아 나무를 건조하고 어떻게 처리할지 방법을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