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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스크랩 또는 퍼온글

이제 어묵이 달라 보일걸?

by 이성근 2015. 10. 6.

31일 오전 10.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 있는 대광F&C에서는 어묵을 생산하는 공장 라인이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생산 라인은 튀긴 어묵, 구운 어묵, 찐 어묵, 맛살 등 어묵 종류별로 나뉘어 있었다. 시중에서 흔히 보는 사각어묵이 튀긴 어묵이다. 한국 전체 어묵의 79.3%(2012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압도적이다. 그다음이 맛살로 15.5%이다.

 

어묵 공장에 웬 맛살?’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시장에서는 맛살이라는 이름으로 달리 불리지만 찐 어묵의 일종이다. 연육에 각종 부재료를 넣어서 배합한 다음 각종 모양으로 성형하고 증숙기에 넣어 쪄서 만든다. 그리고 살균 처리하는데, 그 생산 과정이 맛살이나 찐 어묵이나 똑같다. 찐 어묵(4.0%)이나 구운 어묵(1.2%)은 어묵 시장에서 비중이 미미한 편이다. 구운 어묵은 대개 원통 모양으로 성형한 후 구워지는데 볶음이나 조림 등에 사용된다.

 

어묵 공정은 연육에서 시작된다. 식품공전에 따르면, 어묵은 어육가공품 유형의 하나다. 생선의 머리, 내장 등을 제거하고 순살을 발라낸 어육을 갈아서 연육을 만든다. 연육을 만드는 작업은 고기를 잡은 배 위에서 이루어진다. 순살에 첨가물을 넣고 급속 냉동시킨다. 이렇게 배 위에서 가공된 연육을 수입해 어묵을 만든다. 명태 연육은 미국에서, 기타 어류 연육은 베트남과 중국에서 주로 수입한다. 대광F&C는 베트남에서 수입한 실꼬리돔연육을 사용한다. 박기철 대광F&C 대표는 실꼬리돔은 탄력이 좋은 생선이다. 어묵에 쓰는 어종은 어획량에 따라 배합비가 바뀔 수 있다. 바닷속 일은 알 수가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시사IN 신선영

 

예전에는 명태 연육이 많이 쓰였으나

2000년도에는 수입 연육 가운데 명태 연육이 45%를 차지했다. 1960년대 초에서 1980년대 후반까지는 연육에서 명태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았다. 당시만 해도 북태평양 전역에서 명태의 어획량이 많았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 들어 미국·캐나다 등이 자원 관리를 위해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의 명태 조업 쿼터제를 도입하면서 어획량이 줄어들었다. 한국도 수입 연육 가운데 기타 어종 연육 비율이 78.8%에 이르게 되었다(2013년 기준). 북태평양 명태 어획 쿼터 제한으로 명태 연육의 수입단가가 다른 연육보다 대체로 1.5배 이상 되기 때문에 기타 연육 수입이 더 늘어난 측면도 있다.

 

사실 어묵에 대해서는 제조 과정이 비위생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어묵에 뭐가 들어갔는지 알고?’라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박기철 대표는 이를 어묵에 대한 저평가라고 말했다. 제조 과정이 굉장히 향상되었는데, 예전 가난한 시절의 어묵 공장을 지레짐작으로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시사IN 신선영 어묵은 HACCP 의무적용 대상 품목으로 지정돼 생산 위생관리가 강화됐다.

 

실제로 박 대표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어묵은 2012년부터 HACCP의 의무적용 대상 품목으로 지정되었다. HACCP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을 말한다. 식품의 원재료부터 제조-가공-보존-유통-조리 단계를 거쳐 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 요소를 관리해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위생관리 체계다. 일정 매출 이상인 어묵 생산업체는 HACCP 적용이 의무화되었다.

 

소비자들은 식품첨가물에 민감하다. 어묵에도 제조 과정에서 인산염·D-소르비톨·L-글루타민산나트륨 등이 들어간다. 첨가물 없는 어묵은 없을까. 박기철 대표도 오랫동안 첨가물 문제를 고민해왔다. 그가 첨가물을 넣지 않는 어묵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0년대 중반 일본 생협을 방문하면서부터다. “일본 생협 조합원들이 무첨가 어묵을 찾는 것을 보고 한국에서도 소비자 요구가 있겠구나 싶었다. 한국도 어묵 소비 패턴이 일본 생협과 같은 방향으로 가리라 예측했다.”

 

시사IN 신선영 수입 냉동 연육.

 

어묵과 첨가물. 쉽지 않은 문제였다. 연육부터 문제였다. “통상 어류를 잡으면 배 위에서 바로 연육을 만드는데, 급속 냉동을 하면 푸석푸석해지니까 그걸 방지하기 위해 냉동변성방지제로 인산염을 넣는다.

 

그 업체들은 국영 기업체이거나 대기업인 데다 우리가 거래하는 물량은 적은 편이라 우리가 쓸 연육에는 인산염을 빼달라고 요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라는 게 박 대표 얘기다. 결국 그는 한 베트남 업체에 시설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인산염을 뺀 연육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후 D-소르비톨·L-글루타민산나트륨 등 다른 식품첨가물을 빼고도 맛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다시마농축액·멸치액 등 여러 가지로 실험해보고 대체효과를 내도록 했다.

 

박기철 대표는 생산 라인을 이원화했다. 생협에 공급하는 무첨가 어묵과 일반 어묵을 따로 생산한다. 무첨가 어묵을 만드는 시간을 따로 정하고 생산 전에 기계 설비를 깨끗하게 청소해 첨가물이 섞이지 않도록 했다. 그는 어묵 식품표시표를 보여주었다. 연육(베트남산/어육, 설탕) 58.76%, 에스에이엑기스(해물조미액(/국산), 멸치엑기스(국산)), 우리밀가루(/국산), 감자전분(국산), 양파(국산), 당근(국산), 대파(국산), 해바라기유(수입산), 청양고추(국산), 볶은소금(국산). 시중에서 보는 어묵 식품표시와 차이가 확연했다(아래 성분표 참조). 이런 식품표시가 확실히 좀 더 쉽고 분명하게 읽혔다.

 

출처: 시사인 15.10.5  우리 밥상 알고 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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