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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위험한 제약회사 外

by 이성근 2017. 12. 4.



<위험한 제약회사>(피터 괴체 지음, 윤소하 옮김, 공존 펴냄), 공존

 

저자 피터 괴체는 1949년 덴마크 네스트베드에서 태어났다. 코펜하겐 대학교, 웁살라 대학교, 룬드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공부했고, 1974년 코펜하겐 대학교에서 생물학과 화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4년 코펜하겐 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고 1995년 내과 전문의가 됐다. 1975년부터 1983년까지 제약회사 아스트라(ASTRA)에서 의약품 영업과 제품 관리, 의학부 책임자로 활동했다. 1984년부터 1993년까지 왕립병원(RIGSHOSPITALET), 덴마크 최대 병원 헤를레브(HERLEV HOSPITAL)를 비롯한 여러 대형 병원에서 오랜 수련의 과정을 거쳤다. 아울러 1988년부터 코펜하겐 대학교에서 의학 강사로 활동해 오다가 2010임상시험 설계 및 분석담당 교수로 임용됐다. 1997년부터 왕립병원 수석 내과의사로도 계속 일해 왔다. 1993년 이언 차머스(IAIN CHALMERS) 등과 함께 세계적인 근거중심의학 연구 기관인 코크란연합(COCHRANE COLLABORATION)을 공동 창립하고, 같은 해에 북유럽코크란센터(NORDIC COCHRANE CENTRE)를 설립해 지금까지 운영해 왔다. 이른바 ‘5대 의학지영국의학저널(BMJ),랜싯(LANCET),미국의학협회저널(JAMA),내과학연보(ANN. INTERN. MED.),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7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30,000회가 넘게 인용됐다. 저서로 DEADLY PSYCHIATRY AND ORGANISED DENIAL (2015), MAMMOGRAPHY SCREENING (2012), RATIONAL DIAGNOSIS AND TREATMENT (2007)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1

머리말2

1. 약 유행병이 창궐하고 있다

2. 나는 고백한다, 제약회사의 비밀을!

3. 조직범죄는 제약회사의 비즈니스 모델

4. 약으로 득을 보는 환자는 극소수다

5. 사회적 계약을 저버린 임상시험

6. 이익상충을 먹고사는 의학지

7. 쉬운 돈벌이의 유혹과 의산복합체

8. 제약회사에 고용된 그 많은 의사들은 무엇

을 하는가

9. 교활하고 사악하고 탐욕적인 약장수

10. 부패하고 무책임한 규제당국

11. 모든 의약품 연구 자료를 공개하라

12. 오만 가지 병을 고치는 신기한 약

13. 머크는 환자의 죽음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14. 임상시험 조작과 신약 마케팅

15. 가난한 환자에게 싼 약 대신 비싼 약 먹이

16. 약효가 좋다는데 환자들은 사망한다

17. 정신의학, 제약회사들의 지상낙원

18. 해피필 먹고 자살하는 아이들

19. 매출을 수호하기 위한 조직 폭력

20. 제약회사가 꾸며낸 그릇된 믿음의 진실

21. 보건의료 시스템의 적폐를 청산하라

22. 환자를 위한 제약회사는 없다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미국과유럽에서 약은 심장 질환과 암에 이어 주요사망원인 3위이다.”

약을 끊어야만 비로소 알게 된다!

 

2017831일 출판사 공존과의 이메일 교신에서, “이 책을 펴내고 나서 제약업계와 사회에 생긴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이렇게 답했다.

 

보건의료처럼 복잡한 시스템에서 생기는 모든 변화는 한 사람이 이루어냈다고 말할 수 없다. 나 말고도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다른 사람들이 늘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 변화가 일어난다면 누구를 칭찬해야 하겠는가?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오랫동안 복용해 온 여러 가지 약 가운데 일부를 내 책을 읽고 나서부터 끊은 환자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그 약들을 끊고 나서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나에게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로감, 성욕 결핍, 근육통, 기억력 감퇴 같은 문제가 자신이 복용하는 약들의 부작용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약을 끊어야만 비로소 알게 된다!”

 

출판사 서평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제공은 규제가 느슨한 탓에 말 그대로 관행이 되어 있다. 로비를 통해 규제를 느슨하게 만들거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리베이트 제공으로 얻는 이득이 벌금이나 과징금에 비해 월등히 크고, 책임자 처벌도 솜방망이이기 때문이다. 2017년 최근에는 동아제약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의 강정석 회장이 회사돈 700억 원을 빼돌려 그중 55억 원을 의약품 리베이트로 제공하고 세금 포탈까지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리고 동아쏘시오홀딩스 자회사로부터 8년 동안 약품 구매 대가로 65천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대구 파티마병원 약제부장인 수녀에게 징역 16월이 구형됐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이 가장 중요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리베이트를 받은 대가로 병원이 사들이거나 의사가 처방한 약이 무엇인지, 그 약의 효능과 부작용은 무엇인지, 그 약을누구에게 얼마나 처방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알 수가 없다. 리베이트 제공이 나쁜가장 큰 이유는 불필요하거나 필요 이상이거나 해로운 약을 결국 환자가 처방받아 건강이나빠지거나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간 위험한 제약회사(Deadly Medicines and Organised Crime)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약은 심장 질환과 암에 이어 주요 사망 원인 3위이다.”(근거는 439~441). 이것은 약물 오남용 때문이 아니라, 제약회사들이 의약품의 심각한 부작용을 은폐하거나 조작한 결과이다. 대부분의 일반 환자는 약에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한다. 약은 당연히 제대로만들어졌을 것이며, 그렇지 않은 약이라면 의사가 처방해 줄 리 없다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낱낱이 전하는 진실은 실로 충격적이다. 근거중심의학의 세계적 권위자인코펜하겐 의과대학 피터 괴체(Peter C. Gøtzsche) 교수는 거대 제약회사에서 오랫동안 영업사원으로 일한 경험, 생물학과 화학과 의학을 전공한 학자로서의 전문성과 엄밀성, 내과 전문의로서 현장에서 파악한 보건의료계의 실질적 문제점, 임상시험을 비롯한 의학 연구를 검증하는 전문가로서 밝혀낸 제약회사의 연구부정행위와 과학 사기 등을 바탕으로, 제약회사가 어떻게 의사와 환자를 속여 유해하거나 쓸모없는 약을 팔아 돈을 버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모든 약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학저널() 편집장 리처드 스미스의 머리말에 따르면,괴체는 일부 의약품이 커다란 혜택을 가져다준 것을 인정한다. 단 한 문장으로 그렇게 했다. “이 책은 감염질환, 심장병, 일부 암, I형 당뇨병 같은 호르몬 결핍증의 치료 성과처럼 약의 잘 알려진 유익함에 대한 책이 아니다.” 일부 독자는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괴체는 이 책이 약의 개발, 제조, 마케팅, 규제를 비롯한 시스템 전체의 부실에 관한 책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약의 혜택에 대한 책이 아닌 것이다.

 

이 책은 900여 건의 검증된 문헌과 자료에 기초하여 실명(實名)’팩트(fact)’로 무장한 제약회사 조직범죄 탐사 리포트이다 저자는 제약회사의 . 사업 방식이 갱단의 조직범죄와 다름없다고 말한다. 거대 제약회사들의 사악한 행위가 미국 법률에서 규정하는 조직범죄의 구성 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다(85). 저자는 제약업계, 의학계, 보건의료계, 정치계와 행정계의 많은 문제점을 파헤쳐서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현 가능한 합리적 해결책까지 함께 제시하고 있다(21). 아울러 저자는 제약회사가 꾸며내서 우리가 맹신하고 있는 그릇된믿음을 타파하려고 한다. 20장에 대표적인 그릇된 믿음’ 10가지가 나와 있다. 또 일반 독자들이 환자 입장에서 의사에게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응책까지 소개하고 있다(481).

 

거대 제약회사들의 살인적인 조직범죄

<위험한 제약회사>(윤소하 옮김, 공존 펴냄)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피터 괴체(Peter Christian Gøtzsche)라는 인물의 이력을 알아보자. 그는 덴마크 태생으로, 학부에서 동물생태학과 화학을 전공하고 제약회사 Astra에 입사해서 영업사원과 제품관리자로 근무했다. 근무와 병행하면서 코펜하겐 의과대학을 졸업하여 의사가 되었고, 그로부터 11년 후 내과 전문의가 되었다. 현재는 북유럽 코크란 센터(Nordic Cochrane Centre1))의 대표, Rigshospitalet 병원의 내과 과장, 코펜하겐 대학에서 임상연구 기획 및 분석을 강의하고 있다. 의약품을 판촉하는 입장과 내과 의사로 약에 관한 정보를 얻고 처방하는 입장을 모두 경험한 사람답게 양측의 입장을 책에 생생하게 설명했고, 제약산업 전반에 걸친 연구 부정을 폭로하는 데에는 특유의 끈기와 강인함이 느껴졌다. 이과적인 사고로 건조하게 판단하는 뇌를 가진, 그리고 타협을 하지 않는 튼튼한 심장을 가진 적은 수의 학자들이 구조적으로 정화 기능을 잃어버린 제약 산업과 의학연구 부문에 소금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책은 제약회사들이 의약품을 개발, 실험, 인가, 판촉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집대성한, 마치 백과사전과 같은 책이다. 내가 읽어본 의약품 문제를 다룬 단행본 중 가장 많은 종류의 치료제와 임상실험 사례들을 빼곡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관련 직군도 제약회사의 경영자, 의사들, 임상실험 참가 환자, 환자이익단체, 식품의약품국의 고위 관리자 및 연구원들, 정치인, 의학 전문지의 편집자 등 다양하다. 책에서 사례로 든 질병과 그 치료제로는 기관지확장제, NSAIDs, 항우울제, 고지혈증치료제, 고혈압 치료제, 골다공증, 기침약, 식욕억제제 등 흔한 질병과 그 치료를 위해 처방되는 약들이 망라되어 있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제약회사들의 사업 패턴은 마치 조직범죄자들의 수법(갈취, 사기, 뇌물수수, 착복, 사법 방해, 증언 방해, 정치인 매수 등)과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히는 그런 책은 아니다. 사실은 상당히 읽기 불편한 책이다.

 

일반인들은 자신이 복용하는 약에 관한 부분을 잘 살펴 두면 앞으로 질병의 치료와 약 복용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 책은 행간에 통계학적, 의학적 의미가 많이 생략되어 녹아 있으므로 이 책만을 읽고 부작용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는 말았으면 좋겠고, 주치의를 너무 불신하지는 않게 되기를 바란다.

 

의사들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반응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돈키호테의 헛소리 혹은 음모론으로 치부할 의사도 있을 것이고, 의학 지식을 익히고 환자 보기에도 시간이 빠듯한 젊은 의사들은 지금껏 배워온 것이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한두 문장마다 저자가 그런 결론을 내린 근거가 무엇인지 참고문헌을 자꾸 들춰보게 되었고, 원문들을 찾아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야 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읽으면서 표시해 둔 미주의 참고자료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에 머리가 무겁다. 실제로 처방되는 약들의 경우에는 저자가 지적하는 처방 이유 외에 저자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다른 이유가 분명 있을 텐데 약 처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당장 오늘부터 진료를 할 때 머리가 복잡하다.2)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이 책에서 워낙 여러 가지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어서 저자가 주장하는, 의약품 평가의 과학적 기반이 무너져 있다는 비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개별 의약품의 인허가나 임상시험 등 개별 사안을 중심으로 이를 이슈화하는 캠페인이나 책들은 많이 보아 왔지만 그런 문제가 개별적인 일탈 행위가 아니라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는 것,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사실을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는 21장에서 수많은 문제들을 극복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그 소제목만 적어보겠다.

 

영리추구가 아니라 필요 중심의 신약 개발

임상시험은 독립적인 공공사업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의약품 규제 혁신

이익상충이 있는 의사는 의약품 선정심의위원회나 치료지침위원회에서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제약회사의 불법 마케팅과 그 밖의 범죄 행위를 단죄해야 한다.

의사와 의사 단체는 범죄 행위에 가담하지 말아야 한다.

환자 단체는 제약회사를 멀리하고 환자 편에 서야 한다.

의학지는 의약품 광고와 이익상충에서 탈피해야 한다.

언론은 제약회사의 조직범죄에 주목해야 한다.

 

현대의학의 탄생

20세기 초에 미국의 의학은 의학 교육에 있어서 비과학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과학에 근거한 ,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추론과 재현 가능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충돌이 없는 다수의 연구자들의 치열한 논의를 거쳐 진실에 다가가는 방법을 통한 - 지식을 중심으로 개편되었다. 이는 연이은 혁명적인 치료기법의 발견과 상승효과를 일으켜서 미국과 유럽의 의학은 그동안의 치료 패러다임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인정받아 세계적으로 통용이 되는 '현대의학'이 되었다.

 

그런데 현대의학이 누리는 이런 지위의 근간이 되는 과학적 방법에 따른 진실 추구가 구조적으로, 그리고 고의적으로 방해받고 있는 오늘날 현대의학은 어렵게 쌓아 온 정당성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책을 읽고 전문의약품에 대한 불신이 커져서 자연요법이나 건강식품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부문이라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의약품이라고 해서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닌 것처럼. 그나마 관리 감독이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의약품의 관리가 이런데, 다른 부문은 어떻겠는지를 생각해보자.

 

국내에서 시행한 복제약의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 결과는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유해하지 않다는 것만 증명하면 시판할 수 있는 생약이나 건강식품은 얼마나 건강에 도움이 될까? 우리가 매일 먹는 식품들은 안전한가? 농약, 살충제, 화학물질로 오염되어 가는 생태계는? 이 부문의 생산자나 관련 연구자들, 감독기관은 이해관계에 흔들리지 않고 과학적 합리성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는가? 우리 사회에도 눈앞의 작은 부정에 물들지 않기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가?

 

지난 30년간 신자유주의 시류 속에서 중요한 문제의 해결을 시장에 맡겨버린 결과, 엄정해야 할 과학적 논의 과정마저 여러 이해집단에 의해 흔들리고 있고, 이는 당장 우리의 안전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시 야만의 시대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내가 선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되는 밤이다. 이게 다 괴물 같은 괴체 때문이다.

 

각주

1) 영국에서 시작되어 130개국의 연구자, 의료인, 환자, 보호자 등의 참여로 운영되는 민간단체. 근거에 기반을 둔 의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한편, 기존의 연구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하여 그 결과를 Cochrane Library에 공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사이트를 참조할 것. (http://www.cochrane.org/contact/centres)

2) 구체적인 사례에 있어서는 '저자가 주장한 것 이외에 다른 현실적인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고혈압 치료에 있어서 이뇨제가 가장 싸고 효과가 좋은데도 처방을 잘 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관해서는, 고령의 남자 환자의 경우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해 배뇨가 불편한 현실을 감안하고, 하루 두 번 복용해야 하는 약보다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약이 편리하다는 점 때문에 의사들이 이뇨제를 덜 처방한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겠다. 허가된 용도 외의 사용 문제와 관련해서, 예를 들면 감기 환자에게 1세대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인 졸음을 피하기 위해 부작용이 적은 2세대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하는 것은 허가용도 외의 처방이다. 이론적으로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항콜린 작용이 없어 감기에 효과가 없다고 하는데 현실에서는 효과가 있다.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감기에 걸리면 그냥 콧물 흘리게 두거나 1세대 항히스타민제를 먹고 자도록 둘 만큼 우리 사회가 서정적인가?

 

신약에 의한 부작용을 피하고 잠시 유행하는 근거가 의심스러운 치료를 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이전부터 개인적으로 두 가지 원칙을 세웠는데 다음과 같다. 기존에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치료제가 있는 경우에는 신약이 나오더라도 3년간은 신약을 쓰지 않는다(저자는 7년 동안 쓰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유행하는 치료가 아무리 수익성이 높아도 그것이 종합병원급에서 수련의들과 학생들에게 교육되지 않는 치료라면 하지 않는다. / 12.4 프레시안 김주연 건강과대안 운영위원

 

위대하고 위험한 약이야기 저자 정진호|푸른숲 |2017.08

질병과 맞서 싸워온 인류의 열망과 과학

 

저자 정진호는 독성학자.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에서 제약학을 전공했고, 생명약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독성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국립보건원(NIH) 방문연구원을 지냈다. 지난 30여 년간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로 학생을 가르치며 약, 식품, 대기, 물에 포함된 화학물질의 인체 독성과 유해화학물질의 안전성을 연구했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장, 서울대학교 환경안전원장, 한국독성학회 회장,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회장, 아시아 독성학회 부회장을 지냈으며, 국무총리실 식품안전정책위원회 심의위원, 국회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의약학부 학부장을 맡고 있다.

의약품, 비타민, 중금속, 은 나노물질 등의 인체 효능과 안전성에 관한 연구로 약리학 및 실험치료학 저널JPET, 톡시콜로지컬 사이언스Toxicological Sciences와 같은 독성학 분야 메이저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2008년에는 중금속 비소에 관한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국내 학자로 유일하게 케미컬 리서치 인 톡시콜로지The Chemical Research in Toxicology가 꼽은 지난 20년간 독성학 연구에 주요 공헌을 한 300에 선정, 특집호 표지를 장식했다. 2013년 세계독성학(ICT) 학술대회에서 다이크만 상(Deichmann Lecture Award)을 받아 수상 기조강연을 했다. 2017년에는 일본독성학회(JSOT) 학술행사에 초청받아 개막식 기조강연을 했다. 이 강연에서 지난 15년간 비소의 인체 유해성 연구를 주제로 국내 먹는 물의 비소 노출 현황과 비소가 심혈관 질환과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비소의 독성과 그 심각성을 알렸다.

 

목차

 

 

 

 

서문: 삶에 대한 열망과 호기심이 빚어낸 과학

 

1부 약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플라시보 효과, 믿음은 이렇게 약이 된다

비타민, 노벨상이 가장 사랑한 주제

우울증 약은 위험하지 않을까

설사를 낫게 하는 가장 과학적인 민간요법

술 깨는 약, 과학이 풀지 못한 숙제

 

2부 약은 어떻게 독이 되는가

약과 독의 두 얼굴

탈리도마이드가 죽인 아이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이렇게 끝내면 안 되는 이유

아편, 고마운 진통제이자 마약

디톡스 제품보다 우리 몸의 방어 엔진

 

3부 인류를 살린 위대한 약의 탄생

외과 수술의 혁신적 진보를 가져온 마취제

백신, 시대의 용기가 빚어낸 결실

간단한 방법으로 수많은 생명을 구한 소독제

질병의 원인을 밝힌 세균론과 항생제 발견

아스피린, 흥망성쇠의 역사

말라리아와의 끝없는 전쟁

비아그라, 남성만을 위한 해피 드러그

 

4부 무병장수를 향한 끝없는 욕망

만병통치약, 영원한 거짓말은 없다

슈퍼푸드, 건강기능식품 그리고 약

인간의 평균수명은 몇 살까지 늘어날까

인공지능이 의사와 약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약의 역사가 곧 인류의 역사다

질병과 맞서 싸워온 인류의 열망과 과학

 

고대부터 현재까지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변함이 없다. 마크 트웨인도 사람이 여든 살에 태어나서 점차 열여덟 살로 젊어진다면 인생은 대단히 행복해질 것이다고 늙음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했다.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인류가 보편적으로, 가장 오래 공유한 행복의 기준인 셈이다.

하지만 행복을 찾기 위한 인류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과학적 검증에 대한 인식과 방법이 발달한 만큼만 무엇이 몸에 좋고, 무엇이 몸에 나쁜지를 알 수 있었다. 고대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자연에서 채취한 식물의 효험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네로의 군의관인 디오스코리데스는 약물지600종의 약초를 감별하는 법과 치료 효과를 남겼고, 서양에서는 약 1500년 동안 이 책을 바탕으로 약을 써왔다. 18세기 이후 과학이 발달하면서 질병의 원인을 찾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약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약의 발견 뒤에 항상 핑크빛 미래가 따랐던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기득권의 비난과 음모론에 시달려야 했고, 그 사이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다. 18세기 중반 유럽 도시에서는 의사들이 시체를 만진 손을 씻지 않고 분만실에 들어가는 바람에 수많은 산모가 산욕열로 사망했다. 하지만 간단한 소독만으로도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이론이 받아들여지기 전까지는 100년이 더 걸렸다.

 

신간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푸른숲 )는 약이 없어 고통 받던 시절부터 평균수명이 80세를 바라보는 현재까지, 죽음과 질병에 맞서 싸워온 인류의 열망이 으로 꽃피운 이야기를 과학자의 시각으로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을 쓴 정진호 교수는 세계가 인정한 독성학자다. 지난 30여 년간 약, 식품, 대기, 물에 포함된 화학물질의 인체 독성과 유해화학물질의 안전성을 연구해온 정진호 교수는 중금속 비소가 심혈관 질환과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국내 학자로는 유일하게 독성학 분야의 최고 권위지 케미컬 리서치 인 톡시콜로지The Chemical Research in Toxicology가 꼽은 지난 20년간 독성학 연구에 주요 공헌을 한 300에 선정, 특집호 표지를 장식했다.

 

이 책은 마취제, 백신, 항생제, 소독제, 항말라리아제 등 영국의학저널BMJ가 뽑은 인류를 구한 위대한 약뿐 아니라 아편, 탈리도마이드, 가습기 살균제와 같이 생명을 위협한 약까지 건강과 죽음, 고통과 행복을 가른 들이 어떻게 약이 되고 어떻게 독이 되었는지 촘촘히 살핀다. 또한 플라시보, 비타민, 우울증 치료제, 술 깨는 약, 디톡스와 같이 건강에 관해 우리가 가장 오해하고 있는 주제와 논란의 중심에 선 아스피린, 삶의 질을 향상시킨 해피 드러그비아그라,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의 헬스케어 이슈까지 최신 생명과학과 의학 지식을 총망라했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한다, 어떤 약이 효과가 있다 등 편의성과 단편적 효능을 강조한 건강서와 달리 이 책은 인류에게 약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현대인이 약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최신 과학으로 분석, 통찰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건강과 행복을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내 몸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에 관한 과학적 혜안을 얻을 수 있다.

 

 

약과 독의 두 얼굴,

약은 우리 몸에서 어떻게 독이 되나

 

독성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약과 독을 정확하게 정의하고 약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독이 될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약과 독이 가진 양면성을 극단으로 보여주는 아편은 기원전부터 강력한 통증 치료제로 쓰였다. 아편 추출물로 만든 헤로인 역시 진통 효과가 뛰어났지만, 많은 사람의 정신과 육체를 망가드릴 정도로 중독성이 강했다. 인간이 마약을 끊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원래부터 뇌 속에 마약 수용체 엔도르핀을 갖고 태어난 인간은 쾌감의 유혹에 너무 약한 존재다.

디톡스 제품이 몸 안에 독소를 빼준다고 하지만 우리 몸에 디톡스 제품으로 제거할 수 있는 독은 없다. 게다가 디톡스 제품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과학이 정의하는 해독이란 농약, 화학무기, 중금속과 같이 강한 독성을 가진 물질이 몸속에 들어왔을 때 특정 독에 맞는 치료법을 뜻한다.

 

시간이 지나자 헤로인을 투여받은 환자들에게서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중독 현상이 나타났다. 의사들은 증상이 악화되자 더 많은 헤로인 주사를 놓았고, 그 결과 더욱 심하게 중독되는 환자들이 생겨났다. -107

 

우리 몸은 강한 회복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극한 독에 노출되는 경우 해독제를 써야 하지만, 정상인에게 디톡스 제품은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디톡스 제품을 먹으면 인체에 불필요한 부담이 많아진다. -115

 

많은 사람들이 매일 챙겨 먹는 비타민제는 어떤가? 우리 몸에 비타민이 꼭 필요한 것은 맞지만 여러 종류의 음식을 골고루 잘 먹는 사람은 비타민이 결핍될 확률이 매우 적다. 이 책은 최근 종합비타민제가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는지에 의문을 제기한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미국의학협회저널JAMA2011년 비타민 E제를 너무 많이 먹으면 전립샘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2012년에는 항산화 종합비타민제가 만성질환을 예방한다는 증거가 없고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E는 오히려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비타민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과다 복용했을 때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종합비타민제를 먹고 몸이 좋아졌다고 느낀 것은 플라시보 효과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종합비타민제는 균형 잡힌 건강한 식사를 대체할 수 없다. 식품에는 비타민뿐 아니라 건강 유지를 위한 다양한 천연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타민 결핍 위험 계층에 속해 있거나 정상적인 식생활이 어려운 경우,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비타민들이 권장 섭취량 수준으로 들어 있는 종합비타민제를 먹을 수 있다. -37

 

전문가들의 무책임한 태도 때문에 건강과 위생을 지켜준다고 믿었던 약이 독으로 돌아와 수많은 사람의 삶을 망가뜨린 사례도 있다. 50년 시간차를 두고 일어난 탈리도마이드 사건과 가습기 살균제 사건. 1960년 입덧약 탈리도마이드 부작용으로 전 세계 1만 명 넘는 기형아가 태어났고, 탈리도마이드는 세상에 나온 지 5년 만에 판매가 금지되었다. 하지만 탈리도마이드는 한센병과 혈액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새로운 기능이 밝혀져 여전히 약으로 쓰이고 있다.

21세기에 일어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피해자가 처음 나온 1994년부터 특별법이 제정된 2016년까지 약 20년이 걸렸다. 피해자들을 20년간 방치한 셈이다.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저자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왜 신속하게 해결되지 못했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3단계로 나누어 분석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기업, 정부, 전문가 집단,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지만, 저자는 특히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의약품과 화학물질 안전 관리를 위한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이렇게 끝내면 안 되는 이유다.

 

그러나 탈리도마이드는 사라지지 않았다. 1964년 이스라엘의 한 의사는 피부 통증이 심한 나병, 즉 한센병 환자에게 탈리도마이드를 주사하자 통증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뒤 임상 시험을 거쳐 탈리도마이드로 한센병을 치료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87

 

결국 5년이 지나도록 질병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고, 피해자는 계속 늘어만 갔다. 폐질환은 바이러스 같은 세균, 유해화학물질, 생리적·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하지만 국내 질병관리본부에는 유해화학물질에 의한 질환을 다루는 전담 부서가 없다. -101

 

 

우리가 약이라고 믿어온 것은 정말 약일까?

질병을 막으려는 간절한 바람이 미신에서 과학으로 진화한 이야기

 

인류의 역사에서는 늘 과학과 비과학이 공존해왔다. 고대의 민간요법이 현대에 와서 과학으로 밝혀지기도 하고, 과학이라고 믿었던 것이 터무니없는 거짓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19세기 말까지 서양을 지배한 대표적인 치료법은 몸 안에 피를 빼내 병을 치료한다는 방혈 요법이었다. 영국 찰스 2,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모두 방혈 요법으로 치료를 받다가 피가 부족해서 사망했다. 윌리엄 하비가 혈액순환 이론을 제시하고, 그 뒤를 이어 마르첼로 말피기가 현미경으로 모세혈관 그물망을 발견하기까지 약 2000년 동안 서양 의사들이 방혈 요법을 아무 의심 없이 신뢰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말피기가 혈액순환 이론을 검증하고 나서도 200년이 넘도록 많은 의사들이 방혈 요법에 집착했다. 체액의 균형이 맞지 않아 병에 걸린다는 생각이 여전히 지배적이었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다른 특별한 대안도 없었기 때문이다. -219

 

우리가 흔히 심리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플라시보는 최근 신경생리학적으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었다. 환자가 플라시보, 즉 위약을 먹을 때 증상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면, 실제로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통증이 줄어듦을 느낀다는 것이다. 정신신체의 삼각관계에서 플라시보 효과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검증한 연구, 플라시보를 먹으면 인체 면역력에 변화가 생긴다는 연구 등이 플라시보의 과학을 뒷받침한다. 선진국에서는 적절한 치료 방법이 없을 때 의사가 적극적으로 플라시보를 처방하는데, 특히 통증 치료와 류머티즘 치료, 우울증, 불안감, 수면 장애 등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A Hard Rain's Gonna Fall - Bob Dyl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