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애 소설 읽는 노인 저자 루이스 세풀베다 번역 정창 열린책들 2009.11
저 : 루이스 세풀베다 (Luis Sepulveda)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행동하는 지성이었던 세풀베다는 소설을 비롯한 여러 장르의 작품들을 발표하며 폭넓은 작품 세계를 펼쳐 왔다. 특히 환경과 소수 민족 등 모두의 각성을 촉구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 많다. 1949년 칠레에서 태어났다. 학생 운동에 참여했던 그는, 당시 많은 칠레 지식인들이 그러했듯 오로지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 피노체트의 독재를 피해 망명했다. 그 후 수년 동안 라틴아메리카 전역을 여행하며 다양한 일을 하다가 1980년 독일로 이주, 1997년 이후에는 스페인으로 이주하여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2005년에는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방한하기도 했다.
1989년 살해당한 환경 운동가 치코 멘데스를 기리는 장편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발표하여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은 첫 소설이지만 단번에 세계적 베스트셀러 순위를 차지했던 책으로 아마존 부근 일 이딜리오에 살고 있는 연애 소설을 읽기 좋아하던 한 노인이 침략자들에 의해 깨어진 자연의 균형을 바로하고자 직접 총을 들고 숲으로 떠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추리소설적 기법을 사용하여 정글의 매력을 한껏 살려내었으며 환경 문제·생태학에서부터 사회 비평까지 아주 다양한 주제를 다룬 바 있다.
이후 『소외』라는 작품을 통해서 아마존의 환경 파괴, 유대인 수용소, 세르비아 민족주의, 소시민의 일상 등과 같이 잊히고 소외된 것들에 대한 매력을 불러일으키는 서른다섯 편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여러 가지 사회 불의에 맞선 인간의 삶과 그 존재의 존엄성에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또한 희곡 「살찐자와 마른자의 삶, 정열 그리고 죽음」으로 카라카스에서 열린 세계 연극페스티발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독일 북부 방송국인 NDR에서 주는 최우수 외국인 작가상을 받았다. 1989년 발표한 『세상 끝으로의 항해』로 스페인 「후안 차바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작가는 1997년 스페인에 정착한 뒤에 해마다 「이베로 아메리카 도서 살롱」이라는 독자적인 문화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정치적 탄압으로 사라진 실종자들과 가족들의 아픔을 다룬 영화 「어디에도 없다」를 기획하여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하기도 했다. 그의 다른 작품으로는 전 세계에서 여러 도서 상을 수상한 『연애 소설 읽는 노인』, 누아르 형식의 『귀향』, 고래를 보호하는 환경 운동가들의 이야기 『지구 끝의 사람들』, 라틴아메리카의 자연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파타고니아 특급 열차』, 감정의 나약함에 대한 풍자 『감상적 킬러의 고백』, 소설집 『외면』, 동화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 2002년에 발표한 『핫 라인』, 우루과이 작가 마리오 델가도 아파라인과 함께 쓴 『그림 형제 최악의 스토리』(2004) 등이 있다
책소개
『연애 소설 읽는 노인』(1989)은 행동하는 지성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가 긴 여정 같은 자신의 생활을 통해 보고 들은 한 인간의 삶을 예민하고 감수성 넘치는 언어로 형상화한 소설이자, 개발이라는 미명을 내세운 인간들에 의해 그 처녀성을 유린당하고 있는 아마존을 위한 서사시이다.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은 여러 에피소드들이 단편처럼 흩어져 암시처럼 전개되다 어느 순간에 한 사건으로 집중되고, 그 순간부터 인간과 동물의 싸움으로 압축되면서 극적인 긴장감과 함께 대절정에 이르는 작품이다. 긴 밀림의 우기, 하늘이 보이지 않는 원시림, 동물들의 울음 소리, 사람들의 움직임, 강물 흐르는 소리, 그 사이로 파고드는 문명의 소리가 화음과 불협화음을 이루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이 작품에서 우리는 노인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의 모습을 상상하는 동안, 얼핏 우리의 노인과 비슷한 인물, 즉 바다로 나가 기나긴 기다림 끝에 거대한 <말린>과 사투를 벌이고 마침내 뼈만 앙상한 노획물과 함께 돌아오는 노인 산티아고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헤밍웨이의 노인이 치렀던 싸움이 결국은 물고기와의 싸움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을 벌임으로써 도전하는 자만이 해낼 수 있다는 <위대한 인간의 승리>를 확인했다면,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가 치러야 했던 암살쾡이와의 싸움은 늙음 앞에서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하는 몸부림이 아니라 본질적인 삶의 근원 ― 밀림 세계에서의 삶과 죽음이란 그 자체일 뿐이라는 원주민인 수아르 족의 말처럼 ― 을 찾아 나선 행위이며, 그 행위를 통해 오로지 승리만을 좇는 오늘날의 우리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위선에 찬 존재인가를 깨닫게 만든다.
루이스 세풀베다는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이자 아마존의 수호자인 치코 멘데스에게 바쳐진 이 작품에서 치과 의사의 걸죽한 입담을 빌려 라틴 아메리카의 현실을 질타하는가 하면, 아마존의 주인인 수아르 족의 삶의 지혜를 들려줌으로써 인간이 자연을 외면하는 한 결국은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준엄한 경고를 놓치지 않는다. 1989년 <티그레 상>을 수상한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은 1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나 되는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장 자크 아노의 손을 거쳐 영화화되었다
책 속으로
「의사 선생님, 좋은 술을 마시면서 얼굴은 왜 찡그립니까? 그래도 이 술이 창자 속에 든 기생충을 죽인다는거 아닙니까.」노인은 술병을 받아들면서 우거지상을 짓고 있는 치과 의사에게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선착장 끝에 앉은 그들의 시야에 카누 두 척이 다가오고있었던 것이다. 카누에는 축 늘어진 채 꿈쩍도 하지 않는 사람의 금발이 얼핏 드러나 보였다. p23
그 순간 노인의 눈이 빛났다.
「연애 소설인가요?」치과 의사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 아픈 얘긴가요?」노인이 다시 물었다.
「영감은 목 놓아 울고 말걸.」
치과 의사가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했다.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오나요?」
이 세상에서 어떤 연인들도 그들만큼은 사랑하지 못했을 거요.」「서로가 슬픈 일을 겪는가 보군요.」「
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서 차마 견딜 수가 없었소.」
치과 의사는 노인의 질문에 꼬박꼬박 대답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책장조차 넘기지 않았다. p39
수아르 족은 아니었지만 그들과 생활했기에 수아르 족이나 다름없던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는 그렇게 해서 마침내 그곳을 떠나게 되었다. 그들은 만일 그가 백인인 노다지꾼에게 용감하게 싸울 수 있는 기회를 준 다음 독화살로 끝장냈더라면 죽은 백인의 얼굴에 그 용기가 남아 누시뇨가 평온하게 눈을 감을 수 있었지만 총을 맞았기에 백인의 얼굴이 놀라움과 고통에 일그러져 저 세상으로 떠날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로 인해 누시뇨의 영혼의 눈이 먼 앵무새로 날아다니다 나뭇가지에 부딪치거나 잠이 든 보아뱀의 꿈자리를 사납게 만들어서 그들의 사냥을 방해할 것으로 믿고 있었다. 결국 그는 자신과 수아르 족의 명예를 더럽혔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친구 누시뇨에게 영원한 불행을 가져다 주고 말았던 것이다. --- p.69
노인의 귀에 어떤 다급한 외침이 들려온 것은 손가락을 물고 늘어지는 새우들을 한 움큼 붙잡아서 물가로 빠져나오던 순간이었다.
"카누다! 카누가 떠내려 오고 있어!"
노인은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외침은 마을 쪽에서 들려오고 있었지만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에 시야가 트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자식이지? 미친놈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세찬 비가 몰아치는 날에 카누를 띄울 사람은 없어.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마을 쪽을 향해 시신경을 집중했다.
계속해서 다급한 외침이 이어지는 가운데 선착장을 향해 뛰어가는 사람들의 형체가 어렴풋이나마 들어오고 있었다. 순간 옷을 챙겨 입은 그는 오두막으로 되돌아갔고, 깡통을 내려놓자마자 비닐 우의를 쓰고 사람들이 몰려간 곳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p.92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소설 읽는 노인’
자연 파괴하는 오만한 현실에 아름다운 사랑의 자리는 없다
달달한 연애소설을 읽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몹시 피곤한 날,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 금요일 늦은 오후. 세상이 나를 향해 퍼부었던 의무와 책임의 무게에서 나를 슬그머니 놓아주고 싶은 시간. 이때는 낯선 남녀의 사랑이 달달하게 녹아 있는 연애소설 한 권을 들고 침대로 가는 게 제일입니다. 연애소설 몇 페이지 넘기기도 전에 나는 곯아떨어지기 일쑤이지만, 주인공들은 독자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들의 사랑을 아름답게 완성하겠지요.
정부의 이주 정책만 믿고
아마존 밀림으로 향한 부부
개간 실패하고 아내도 잃어
홀로 남은 노인 보살펴 준
수아르 원주민과 교류하며
자연과 상생·자유 깨달아
백인 유입으로 밀림 파괴
보금자리에서 밀려난 채
‘문명세계’ 돌아온 노인에게
남은 것은 ‘연애 소설’ 뿐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
아마존 강 유역에 사는 볼리바르 노인도 연애소설 읽는 게 삶의 유일한 취미요 낙입니다. 그렇지만 아무 연애소설이나 읽는 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그 사랑은 고통스러워야 합니다. “뼈에 사무치는 고통과 절망적인 사랑,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는 소설책”을 좋아합니다.
‘그는 음식 맛을 보듯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중얼 음절을 한 자 한 자 더듬어 가며 느릿느릿 읽다가 단어의 뜻이 이해가 되면 한 번에 되풀이하곤 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완전한 문장에 대해서도 똑같은 식으로 했고, 이렇게 해서 그 책에 담겨 있는 감정과 생각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어떤 구절이 특히 마음에 들 경우 그는 인간의 언어가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는지를 이 정도면 깨달았다고 스스로 느껴질 때까지 그 구절을 되풀이해서 외곤 하였다.’
강이 마주 보이는 자기 오두막집의 고독 속에서 노인은 자기 삶에서 두 번째로 소중한 보물인 돋보기를 꺼내들고 한 권의 연애소설을 펼친 뒤 이렇게 한 글자 한 글자를 읽어가고 중얼중얼 느릿느릿 읽어갑니다. 낮은 목소리, 중얼중얼, 한 자 한 자, 느릿느릿….
이 단어들은 어쩌면 한 권의 책에 바칠 수 있는 가장 숭고하고 겸허한 독자의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글을 읽을 줄은 알지만 쓸 줄은 모르는 노인은 서서 책을 읽습니다. 어느 날 허리가 아파서 더 이상 오래 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자신의 키에 맞춘 다리 긴 책상을 만든 뒤 늘 서서 책을 읽고 서서 밥을 먹습니다. 홀로 살아가는 노인의 허름한 오두막 앞에는 아마존의 야생을 고스란히 담은 난가리트사 강이 천천히 변함없이 흐르고, 노인은 강을 바라보며 선 채로 연애소설을 천천히 천천히 읽어갑니다.
자, 이제 노인이 언제부터 이렇게 고독한 생활을 하게 되었는지를 말할 차례입니다. 노인이 연애소설 읽듯 천천히 귀 기울여 주십시오.
그에게는 아내가 있었습니다. 돌로레스 엔카르나시온 델 산티시모 사크라멘토 에스투피냔 오타발로. 사랑하는 아내의 이름입니다. 그의 일생에서 여자는 돌로레스 한 명 뿐입니다. 어린 나이에 결혼했고, 자식이 생기지 않자 사람들이 수군거렸습니다. 결국 사람들로부터 도망쳐서 부부는 아마존 강 유역 밀림 속으로 들어갑니다. 아마존 강 유역에 정착하는 이주민에게 무상으로 2헥타의 숲을 제공하겠다는 정부 시책을 그들 부부는 받아들였던 것이지요. 하지만 정부의 약속은 처음부터 지켜지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우거진 아마존 강 유역의 2헥타 숲.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한 큰 칼 두 개와 삽으로는 그 숲을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죽도록 일해서 나무 한 그루와 칡뿌리 몇 개를 뽑아내고 나면 다음날 아침에 보란 듯이 무서운 속도로 다시 자라나 있었습니다. 어찌어찌해서 죽을힘을 다해 을 개간하여 씨를 뿌렸지만 첫 소나기가 내리면서 그 땅과 씨앗을 모조리 쓸어가 버렸습니다.
그 이듬해 사랑하는 아내 돌로렌스는 고열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상의 유일한 사랑인 아내를 빼앗아간 아마존을 그 시절 노인은 저주했습니다. 엄청난 산불이 일어나 아마존 강 유역을 송두리째 태워버렸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마존을 저주하면서 천천히 깨달아갔습니다. 자신은 이 밀림을 증오할 수 있을 만큼 그곳을 훤히 알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한 남자의 서글픈 사랑과 절망을 곁에서 지켜본 이들은 아마존 원주민인 수아르족입니다. 그들은 혼자 된 남자를 지켜주고 자신들과 함께 지내도록 허락하고, 그리고 아마존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수아르족과 사귀면서 반쯤 벌거벗은 채 밀림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면서 그는 ‘가톨릭을 믿는 농부의 수치심’을 버리게 되었습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억압과 제한을 벗어버리고, 죄와 참회의 덮개를 치워버리자 그는 처음부터 숲에서 태어난 듯 자유로워졌습니다. 그리고 수아르족이 인정할 만큼 아마존의 용사가 되어갔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마존에는 백인들이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고, 숲이 무너지고, 동물들이 죽어나갔습니다. 백인들에게 무너진 것은 숲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수아르족과의 동거도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는 결국 밀림을 떠나 문명세계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문명세계라고 해봤자 원시성을 눈꼽만큼 벗은 엘 이딜리오라는 작은 읍내에 불과했지만 말이지요.
노인이 살아온 삶은 대충 이렇습니다. 그는 아마존이라는 밀림이 인간의 욕심으로 무너지는 과정을 똑똑히 보았고, 총으로 무장한 백인들이 수도 없이 동물을 잡아 죽여 그 털가죽을 벗겨내는 과정을 보았고, 그 결과 숲과 야생동물의 보복으로 비명에 죽어가는 인간들의 최후도 보았습니다.
예전처럼 아마존 밀림 속을 훨훨 날아다닐 수도 없고, 화살을 쏘아 사냥감을 멋지게 명중시킬 능력도 떨어진 노인은 이제 강가 오두막에서 고독하게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 늘 강을 바라보며 선 채로 슬픈 연애소설을 읽으면서 인생을 즐기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평화가 깨지고 맙니다. 처참하게 살해당한 백인 시신이 발견된 것이지요. 시신의 훼손 상태를 흘깃 살펴본 뚱보 읍장은 대번에 범인을 지목합니다.
“밀림 속에 있는 수아르 족들, 저들 미개인들 짓이다.”
하지만 시신의 상처를 차분하게 살펴보던 노인은 말합니다.
“살쾡이 짓이오. 그것도 암컷 살쾡이.”
살쾡이가죽이 돈벌이가 되자 백인사냥꾼들이 숲으로 밀려들어갔고, 닥치는 대로 살쾡이를 죽이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불운의 백인 남자는 새끼 살쾡이를 총으로 쏴 죽이고 수놈까지 치명적인 부상을 입혔는데 뒤늦게 사냥에서 돌아온 암놈 살쾡이가 이 사실을 알고 그에게 복수한 것이지요. 사랑하는 새끼의 죽음, 그리고 수컷 살쾡이의 부상은 암컷 살쾡이를 살인귀로 만들었습니다. 슬픔과 분노에 사로잡힌 녀석은 이후 살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속속 희생자가 나오자 읍내에서는 수색대가 꾸려집니다. 조용히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슬픈 연애소설을 읽던 노인은 그 누구보다 밀림의 사정을 훤히 아는 터라 어쩔 수 없이 총을 들고 수색대에 끼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노인은 가족을 잃고 광기어린 슬픔에 잠긴 야생살쾡이와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녀석은 노인에게 미묘한 동작을 지어 보입니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숫살쾡이를 어떻게 좀 해달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노인은 숫살쾡이를 편안하게 보내주었습니다.
하지만 소설은 다시 엄청난 반전을 보입니다. 슬픔에 미쳐버린 암살쾡이가 돌연 노인을 공격하고, 노인이 힘겹게 녀석을 상대하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인간의 살육으로 가족을 잃은 야생 살쾡이는 죽기 살기로 덤벼듭니다. 야생 살쾡이와 노인의 사투장면은 너무나도 긴장감 넘칩니다. 마치 84일 만에 바다에 나간 늙은 어부 산티아고가 청새치와 길고긴 사투를 벌이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수군거림과 정부의 무자비한 이주민 정책은 자신과 아내를 숲으로 내몰았고, 아내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그의 사랑은 해피엔딩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노인은 암컷 살쾡이의 심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향해 발톱과 이빨을 세우며 날아드는 녀석의 가슴에 총을 쏜 뒤 그는 자신의 비열하고 천박함에 눈물을 흘립니다.
‘그는 화가 나서 총을 집어던져 버렸고, 살쾡이가 강물 속으로 가라앉는 걸 바라보았다. 모든 인간들로부터 치욕을 당한 금빛 짐승. 모든 비극의 책임자인 양키들과 읍장, 노다지꾼 등 그가 사랑하는 아마존 강의 처녀성을 유린한 모든 자들을 끊임없이 저주하며(…) 엘 이딜리오와 그의 오두막집, 때때로 인간들의 야만성을 잊게 해 줄 정도의 아름다운 말로 사랑을 얘기하는 그의 연애소설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세상은 잔인해서 현실에서는 연애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사랑 이야기를 책으로 쓰나 봅니다. 아마존 밀림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는 틀니를 아끼고 돋보기를 소중하게 여기는 한 노인이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읽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 이 현실. 소설 속에서나마 그 사랑의 행복한 결말을 꿈꾸고픈 바람인가 봅니다. 법보신문 /이미령 2014.05.27.
연애 소설 읽는 노인
엊그제 뉴스에 2100년도쯤에는 남극의 황제펭귄이 멸종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란다. 미국의 우즈 홀 해양 연구소팀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남극 주변의 해빙량이 감소하면서 황제펭귄의 개체 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비단 황제펭귄에게만 위협적인 문제는 아니다. 문명의 이기로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으며 수많은 동식물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인간이 있다.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는 교만과 어리석음의 극치다.
칠레를 대표하는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 그는 이러한 인간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그의 첫 소설 <연애소설 읽는 노인>은 제목만큼 로맨틱 하지 않다. 연애소설을 좋아하는 노인의 한가롭고 여유로운 이야기가 아닌 자연에 대한 경외심, 그리고 파괴적인 인간들에 대한 경고장이기도 하다.
아마존 부근 엘 이딜리오에 살고 있는 노인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의 꿈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애 소설을 읽으며 여생을 평화롭게 보내고 싶은 것. 하지만 노다지를 찾아 모여든 ‘양키’들은 정글을 들쑤시고 다니면서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까지도 빼앗는다.
마을에서 가장 정글을 잘 아는 노인이 원하는 것은 오직 오두막에서 조용히 머나먼 곳에서 일어나는 달콤한 연애담을 탐독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소망은 정글의 맹수를 화나게 한 ‘바깥인간들’에 의해 방해를 받고 이를 보다 못한 노인은 자연을 위협하는 자들에 대한 응징과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홀로 총을 메고 정글로 들어간다.
단순히 ‘자연보호’를 강조하는 계몽적인 내용이 아닌 정글이라는 오묘한 매력의 자연을 배경삼아 추리적 기법을 통해 긴장감이 보태지면서 이야기는 점점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원주민의 초상화를 기념품삼아 가져가려는 인간들, 새끼 살쾡이를 죽여 아무렇지도 않게 껍질을 벗기고 태연스럽게 자연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인간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자연에 순응하며 삶의 터전을 바꿔가면서까지 자연이 회복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수아르족의 모습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사실 루이스 세풀베다는 이 책을 쓰기 전 아마존에서 원주민과 함께 생활했던 경험이 있었으나 10년 동안 그 시기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글로 인해 아마존에 대한 환상을 불러 일으켜 그곳이 훼손될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환경운동가 치코 멘데스가 살해당한 후 그는 이 소설의 집필을 시작했고, 그의 영전에 이 책을 바친다.
이 작품은 1989년 티그레 후안상 수상과 함께 이후로도 꾸준히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스테디셀러의 대열에 올랐으며 2001년에는 영화화 되었다. 한국판 제목이 <아마존 대탐험> 이라니 이처럼 원작의 명성과 감동을 깎아내리는 어처구니없는 제목이 있을까 싶어 실소를 자아내지만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 옛날 사계절이 아름다웠던 대한민국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다. 봄과 가을의 수명은 짧아져 가고, 여름답지 않은 여름, 겨울답지 않은 겨울은 우리의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자연과 기후의 변화는 이미 우리에게 수차례 위험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인간들은 꿈쩍하지 않는 당돌함으로 여전히 오만하다.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무참히 쓰러져 가고 있는 자연을 훼손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있지 않다. 그러한 이기심은 부메랑이 되어 오롯이 다시 돌아올 것임은 자명하다. 한가롭게 연애소설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자연이 보내는 경고를 결코 가볍게 흘려 보내서는 안될 것이다.
김효정<북칼럼니스트> 전북도민일보 2014.06.30
Chico Mendes Award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키고 브라질 소작농과 토착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활동하다가 암살당한 브라질의 환경운동가 치코 멘데스를 기념하기 위해 1989년 제정되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세계적으로 뛰어난 용기와 리더십을 발휘한 개인과 비영리 조직을 선정하여 이를 수여한다.
첫 수상자는 브라질 싱구 강 유역의 토착민인 카야포족 연구를 통해 토착민 문화의 존엄성을 세계적으로 알린 미국의 인류학자 데럴 포세이 박사다. 이후 말레이시아 사라왁 열대림의 불법 벌목을 반대했던 사라왁 페낭족 연대, ‘침팬지의 친구’로 잘 알려진 제인 구달 등이 이 상을 받았다. 2013년에는 최열 전 환경재단 대표가 한국의 환경보호를 위한 헌신과 한국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저지하는 운동으로 고통받은 것을 인정받아 한국인 최초로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Chico Mendes (1944.12.15.~1988.12.22.)

본명은 프란시스코 아우베스 멘데스 피유(Francisco Alves Mendes Filho).[1] 브라질의 환경운동가이며, 아마조니아 보전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
브라질 아크리 주 샤푸리 시 외곽의 산타페 마을에서 프란시스코 멘데스와 이라체 멘데스 사이의 17형제 중 하나로 태어났다.치코는 브라질에서 '세렝구에이우'라고 불리는 고무농장 채취 노동자 집안의 2세로 그 또한 9세부터 고무 채취 일을 하기 시작했다.치코는 학교를 전혀 다니지 않았으며 18세 때까지 글을 읽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 플랜테이션 농장주들은 노동자들이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어 그들이 당하고 있는 비합법적인 노동과 학대의 실상을 알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노동자들의 자식들이 학교를 다니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1960년대 국제 고무 가격이 폭락하고 전통적인 고무 플랜테이션 농장이 전혀 이익이 되지 않자, 아마존의 고무 플랜테이션 자본들은 대거 축산업으로 전향했고, 농장을 만들기 위해 고무나무들과 밀림의 나무들이 벌목되기 시작해 아마존의 밀림은 심각하게 훼손되기 시작하였다.치코의 고향이자 주요 고무 생산지역이었던 사푸리에서도 18만 그루의 고무나무들이 벌목되었고 밀림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또 고무나무들이 벌목되자 고무 채취 노동을 해서 생계를 이어가던 세렝게이우들은 생존권에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었다.

출처 : bit.ly/35pykLh
이러한 배경 속에서 세렝게이우들은 생존 투쟁을 시작했고 치코는 그 투쟁의 중심에 서게 된다.
고무 노동자 생존권 투쟁과 아마존 보존 운동
1970년 '사푸리시 고무채취 노동자 연합'이 결성되었고, 치코는 이 연합의 회장으로 선출되었다.또 노동자당 소속으로 아크리 주 의회에도 진출하였다.치코는 사푸리시 연합의 회장으로써 고무채취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벌임과 동시에, 브라질 전역의 고무나무 채취 노동자들의 연합을 결성하기 위해 노력했고, 마침내 1985년 '전국 고무채취 노동자 평의회'가 창립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1985년에 브라질리아에서 이 연합의 첫 총회가 개최되었다. 브라질 전역에서 고무나무 채취 노동자들이 모여든 이 총회의 의제는 고무 채취 노동자들의 생계 문제 뿐 아니라 축산업과 아마존 개발로 인한 밀림 파괴 문제로 확산되었다.이 총회에서 연합은 국제적 환경운동들과의 폭넓은 연합을 결정했다.또한 이 총회에서는 'Extractive Reserves'[2]라는 개념을 정립하였다.1987년 치코는 미국의 비정부기구 미국 야생동물 연맹과 환경 보존 기금의 초청을 받아 미국 의회와 미 대륙간 개발 은행, 세계은행이 'Extractive Reserves' 설치 운동에 대한 후원을 해 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워싱턴 D.C.를 방문하였다. 또 국제연합 환경 계획에서 시상하는 '세계 500인' 상을 수상하였다.
1988년 치코는 축산업자 달리 아우베스 다 실바가 보존하기로 계획된 밀림을 개발하는것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전개하였다.또 달리 아우베스가 다른 주에서 개발 과정에서 저지른 살인 혐의로 그를 고소하기 위해 연방 경찰에 고소장을 전달하였으나 묵살되었다.

2021 COP26 시위 중 치코 멘데스의 주장을 담은 피켓을 든 사람(출처-트윗트 –naver 블로거 Plant Times) “계급이 없는 환경운동은 그저 정원 가꾸기에 불과하다”
암살
1988년 12월 22일 치코는 그가 고소하려고 했던 축산업자 달리 아우베스와 그의 아들, 직원에 의해 그의 집에서 살해당하였다.

아마존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열대우림의 자연을 지키기 위해 거대 자본과 그것을 옹호하는 공권력에 정면으로 맞섰던 치코의 생애는 여론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지역 정부와 연방 경찰이 묵인했던 치코의 암살사건에 대한 재판을 위한 여론이 급격하게 형성되었다.결국 치코의 암살범 달리 아우베스와 그의 아들 달리 아우베스 주니어,그리고 암살에 참여했던 아우베스 회사의 직원 제르데이르 페레이라에게 징역 19년형이 선고되었다.치코의 암살사건은 전 세계로 보도되었고 치코의 생애와 죽음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가 아마존의 열대우림 보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 전 세계적으로 아마존 열대우림 보존을 위한 여론이 일어남에 따라 치코가 주장하던 'Extractive Reserves'의 설치가 브라질에서 실현되었다.
폴 매카트니는 치코의 삶을 기리는 'How many people'이라는 곡을 발표했으며, 소설가 루이스 세풀베다는 치코에게 헌정하는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이라는 소설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존 버닝햄의 책인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는 그에게 헌정되었다. 출처: 나무워키

그레그 캠벨 <다이아몬드 잔혹사> (김승욱 옮김, 작가정신, 2004)
프리랜스 저널리스트이자 『코소보로 가는 길: 발칸의 일기』(웨스트뷰 출판사, 2000)의 저자다. 『다이아몬드 잔혹사』의 집필을 위해 유엔의 허가를 받고 사진기자 크리스 혼드로스와 함께 직접 시에라리온 내전의 현장에 들어가 취재했다. 2002년 ‘콜로라도 도서상’(논픽션 부문)을 수상했으며, 《크리스천 사이언스모니터》《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의 잡지와 론리 플래닛의 여행안내서 『서아프리카』에 기고했다. 현재 콜로라도 주 롱몬트에서 살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 : 충격! 다이아몬드에 치르는 대가 - 달라미의 손목 절단에서 '국경없는 의사회' 캠프까지
1. 다이아몬드 약탈사 - 드비어스 카르텔과 RUF 반군
시에라리온 케네마
2. 더티 다이아몬드 - 다국적 '밀수꾼들'과 '회사들
시에라리온 프리타운
3. 다이아몬드 커넥션 - 무기 밀수와 용병
라이베리아 몬로비아
4. 다이아몬드의 저주 - 생물절멸 작전과 글로벌 위트니스 보고서
시에라리온 프리타운
5. 다이아몬드 신디케이트 - 현실의 악취를 가진 광고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영국 런던
6. 다이아몬드 분쟁지역의 평화협정 - 다이아몬드 전쟁의 희생자들
시에라리온 마케니
7. 우리는 그곳에 다시 가지 않았다 - 세이브더칠드런도 유니세프 사람들도 가지 않았다
시에라리온 카일라훈
8. 오사마 빈 라덴과 다이아몬드 - 현금을 다이아몬드로 세탁하다
라이베리아 몬로비아
9. 피의 다이아몬드에서 평화의 다이아몬드로 - 평화에 대한 착각과 환상
시에라리온 프리타운
에필로그 : 진실과 화해 - 다이아몬드 전쟁의 상흔에서 회복하기
시에라리온, 벨기에
책을 끝내며 : 희생자들의 증언에 감사한다
출판사 서평
■ 다이아몬드의 발견에서부터 9.11 테러에 이르기까지
한 기업과 무수한 인간의 탐욕이 빚은 약탈사

『다이아몬드 잔혹사』는 다이아몬드의 발견에서부터, 이 작고 빛나는 보석을 두고 벌어진 분쟁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사랑과 헌신의 상징 ‘다이아몬드’가 20세기 말에 일어난 가장 잔혹한 전쟁에 어떻게 자금을 댔는지를 추적하면서, 다이아몬드제국을 이루려던 한 기업과 부패한 정부들, 반군과 용병 그리고 그들의 손발이 되어 이 지역을 악몽 같은 전장으로 몰아넣은 개인들에게 밀착한다.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분쟁의 밑바닥에는 민족, 정치, 이데올로기와는 하등의 관계도 없는, 탐욕스럽기 그지없는 인간의 본능만이 꿈틀대고 있었다.
1999년, 영원하며 희귀하고 대개 값을 따질 수 없을 만큼 비싸다는 다이아몬드가 그 명성만큼 순수하지 않다는 이야기들이 처음 인구에 회자되었다. 다이아몬드에 무고한 사람들의 피가 묻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며, 백여 년 전부터 실시된 한 기업의 거의 완전한 독점정책 때문에 잔인한 살인자 무리가 개간되지 않은 정글에서 다이아몬드를 약탈해 런던, 앤트워프, 봄베이 등 명망 있는 다이아몬드 중심지와 연결된 사람들에게 팔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기업과 정부가 비윤리적인 용병회사로부터 마구잡이로 용병을 고용하여 서로 죽고 죽이는 살인극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 역시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에 유엔의 허락을 받아 시에라리온과 그 국경지대의 분쟁지역을 찾은 프리랜스 기자 그레그 캠벨과 사진기자 크리스 혼드로스는 다이아몬드 분쟁의 중심지와 그 분쟁의 시발점이 되었던 한 기업의 내막을 파헤치기 위해 10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치밀한 흔적 수집에 나섰다. 그리하여 저자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를 싹슬이하듯 거둬들여 전 세계 공급량을 강력하게 통제해온 드비어스의 단순하고 무자비한 정책을 고발한다. 또한 수십 명의 관련 인물들을 인터뷰하여 풍부한 증언과 함께 살벌했던 현장을 오싹하리만치 그대로 옮겨놓고 있다. 특히 저자가 취재를 위해 드비어스기업의 홍보담당자를 만나던 2001년 9월 11일, 뉴욕에서는 다이아몬드로 돈세탁을 하여 자금원을 확보해두고 치밀하게 테러를 준비해왔던 알카에다가 드디어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계무역센터를 폭파시키는 일이 일어났다.
이 책은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서아프리카 다이아몬드 분쟁사인 동시에 한 다이아몬드 기업의 치밀한 전략사이기도 하다. 저자는 다이아몬드가 채굴되고 팔리는, 그 거미줄 같은 밀수 경로에 얽힌 네트워크를 광범위하게 취재 고발하는 동시에 시에라리온 국민 대다수가 겪은 열악하기 그지없는 생활여건과 밀림의 진흙땅에서 캐낸 사람을 현혹시키는 다이아몬드의 매력, 이 두 가지가 가져오는 충격적인 대비를 마치 눈앞에서 보듯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
■ ‘blood diamond’의 역사와 다이아몬드 신디케이트
※‘blood diamond’는 내전 지역에서 발굴돼 불법 거래되는 다이아몬드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다이아몬드는 기원전 7~8세기 경, 인도 드라비다족의 장신구로 처음 사용되었다. 이후 로마 시대에 유럽으로 수입된 이 광물은 왕족들만이 지닐 수 있는 보석이 되었고, 중세에는 주로 호신부護身符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 무렵까지 다이아몬드는 원석으로 사용되고 보석으로는 루비나 에메랄드 등의 색석色石이 더 높이 평가되었다. 다이아몬드가 보석으로서 처음 평가받게 된 것은 17세기 말 베네치아의 페르지에 의해 브릴리언트 컷 연마법이 개발된 후의 일이다. 18세기 초에 브라질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기까지는 인도가 유일한 다이아몬드 산출국이었다. 186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대규모의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고 근대적 채굴법이 채택되고 나서야 다이아몬드는 대중화되었다. 그리고 피의 다이아몬드Blood Diamonds의 역사도 시작되었다.
질 좋은 다이아몬드가 풍부한 나라 시에라리온은 아프리카의 사우디아라비아가 되었어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전 세계의 쇼핑센터에서 판매되는 다이아몬드의 지배권 때문에 수천 명의 아프리카인들이 죽어가고 있을 때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위증 혐의로 고발당했고, NATO는 유고슬라비아에 폭격을 시작했으며, 그 밖의 사람들은 모두 Y2K라는 컴퓨터 재앙에 대비하고 있었다.
시에라리온의 반군단체 혁명연합전선RUF은 다이아몬드 광산 지역을 점거하기 위해 수만 명의 시민들에게 살인과 강간, 방화, 납치, 손목이나 발목 등의 신체절단 등 극악무도한 만행을 저질렀다. 또한 전 세계에서 사랑과 명예와 믿음의 상인으로 존경받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오로지 다이아몬드의 값을 비싸게 유지하기 위해 사정을 다 알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타락한 전쟁 중 일부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댔다. 각자가 서로 치밀한 관계로 맺어져 폐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다이아몬드업계 사람들은 자기들이 비판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이들의 방관과 욕심이 시에라리온 인구 3분의 1인 200만 명을 난민으로 만들었으며, 25만 여성을 유린당하게 하고, 7천 명의 어린이 병사들의 손을 피로 물들이고, 무고한 시민 4천 명의 팔다리를 잘리게 했다.
이 모든 것들이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세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피의 다이아몬드 근절을 위해 유엔이 이 나라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했고, 영국에서는 국제인권단체 글로벌위트니스GW가 조직되어 불법 다이아몬드 거래를 감시하기 시작했고, 미 의회에서는 ‘청정 다이아몬드법’이 통과되었으며, 업계 자체 감시기구인 세계다이아몬드고위협의회가 조직되고, 모든 다이아몬드에 ‘미분쟁conflict-free 원산지 증명’을 부착하는 킴벌리회합의 협의가 이루어졌다. 또, 세계적인 인권단체 엠네스티도 광고를 통해 ‘분쟁 다이아몬드’에 대한 규제를 호소했다. 그러나 그 효과는 미미했다. 다행히 2002년 1월, 유엔의 개입 하에 시에라리온의 병사들이 모두 무기를 내려놓았고 공식적으로 내전이 종료되었긴 하나, 밀수되기에 너무나 좋은 조건을 갖춘 다이아몬드가 가져다주는 금전적인 마력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잘못만도 아니다. 수요는 변함없이 늘고 있고, 우리는 피의 다이아몬드에 너무나 무관심하다.
드비어스가 없었다면 다이아몬드가 오늘날과 같은 지위를 차지할 수 없었을 것이고, 다이아몬드가 없었다면 드비어스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드비어스의 주문에 걸려든 충혈된 눈을 한 무수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다. 그것이 비록 우리와는 아주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었기는 해도, 상업활동이 국제적으로 이루어지고 테러리스트들의 영역이 국가를 가리지 않고 넓어지고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일도 우리의 삶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책의 말미에 2001년 11월 이후의 다이아몬드 분쟁지역에 관한 참고기사를 발췌하여 정리하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기사는, 다이아몬드재벌 드비어스가 합법적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다이아몬드 신디케이트, 드비어스의 야심은 아직 깨지지 않았고, 다이아몬드 분쟁 역시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르는 불씨를 감추고 있다

▲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2007)는 시에라리온의 '분쟁 다이아몬드'의 밀거래와 함께 소년병의 참상을 고발한다.ⓒ 워너브라더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결혼을 앞둔 여성이 친구들과 만나면 예물 이야기는 거의 빠짐없이 나오는 메뉴다. "내가 아는 누구는 어느 정도 받았다더라" "보통 이 정도는 받는다" "이왕 받을 거면 이런 저런 걸 받는게 좋다" 등 각종 정보들이 오간다. 예물을 많이 받게 되는 여자는 부러움의 눈길을 받고, 적게 받는 여자는 친구들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한다.
신성한 결혼에 있어서 사랑이 우선이지 예물이 무엇이 중요하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막상 그게 자신의 현실적인 문제가 되면 욕심을 부리는 게 인지상정이다. 게다가 적잖은 비교 대상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 앞에서 성인군자인 척 하는 것보다는 솔직한 태도가 더 건강하게 보이기도 한다.
예물 중에 여성의 심장을 특히 두근거리게 하는 게 뭘까. 뭐니뭐니 해도 다이아몬드. 사랑과 헌신을 상징한다지만 실상은 재력을 상징해주는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 1캐럿이면 사랑도 살 수 있다는 말, 거짓 같은가? 솔직히 한번이라도 다이아몬드를 코 앞에서 본 사람이라면 그 정교한 미적 구조에 감탄사를 연발할 것이다. 은빛 광채 속에 다시 작은 각양지색의 광채가 빛나는 아름다운 보석. 이걸 받고 눈이 휘둥그레지지 않으면 욕심이 끝도 없는 사람이거나 삶을 달관한 처사일 것이다.
하지만 성결한 신부(新婦)의 손에 끼워지는 이 다이아몬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를 알게 된다면, 과연 그때도 이 보석을 아름답고 매혹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그레그 캠벨이 시에라리온 등 내전 현장에 들어가 수년간 취재한 기록을 바탕으로 쓴 <다이아몬드 잔혹사>(작가정신)는 1880년대 남아프리카에서 처음 다이아몬드가 발견된 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아름다운 보석에 얼마나 많은 피가 뿌려졌는지를 추적·고발하고, 인간들의 추악한 이전투구의 역사와 아름다움 속에 내재할 수밖에 없는 우리 인간들의 슬픈 자화상을 되새겨 준다.
켐벨은 다이아몬드를 차지하려는 혹은 이권에 눈이 먼 인간들이 얼마나 추악하고 잔인한 비극을 빚어냈는지, 그 속에서 일어난 참혹한 인권 유린이 어느 정도였는지, 그리고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회사인 드비어스 그룹이 형성한 카르텔이 이 길고도 끔찍한 피의 역사를 어떻게 형성했는지를 말한다.
숫자상으로만 봐도 다이아몬드로 인해 아프리카에서 370여만 명이 살육 당했고 600여만 명이 난민이 되었다. 현대에 와서는 국제테러단체인 알카에다가 다이아몬드를 돈 세탁에 이용했고, 이것이 가공할 만한 위력으로 되돌아 온 것이 바로 9·11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였다.
시에라리온이 내전으로 얼룩진 까닭은
다이아몬드 쟁탈전이 가장 참혹한 양상으로 벌어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그곳에선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전 세계 언론이 방관했던 그 잔혹한 현장으로 들어가보자.
혁명연합전선(RUF)에게는 공포라는 아군이 있었다. 글도 모르고 약에 취한 십대들이 거의 전부인 이 반군단체는 전쟁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집단강간, 고문, 아무런 원칙 없는 처형, 약탈, 식인 등이 그들의 전략 중 일부였다. 그러나 그들의 대표적인 전쟁범죄는 바로 신체의 일부를 절단하는 것이었다.
... 달라미는 이미 RUF 병사들에게 점거된 마을 경찰서로 끌려가 총구 앞에서 겁에 질려 정신을 차라지 못하는 민간인들과 함께 구금되었다. 바깥의 총소리가 점차 잦아들 무렵, 병사들이 도끼를 든 남자 앞에 줄을 서라고 했다. 달라미의 기억에 의하면, 힘이 아주 세 보이는 그 반군은 셔츠를 입지 않고 검은색 바지만 입고 있었으며, 머리카락을 모두 밀어버린 머리에 검은 스카프를 두르고 거울처럼 사물이 비치는 플라스틱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그가 손바닥 안에서 도끼를 빙빙 돌렸다. 병사들은 첫 번째 희생자를 앞으로 끌고 나가 그루터기 앞에 억지로 무릎 꿇게 했고, 남자가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도끼를 든 지휘관이 그의 손목을 차례로 잘랐다.
… 달라미는 병사들에게 밀려 붉은 흙바닥 위로 무릎을 꿇었다. 어린 반군 병사 하나가 좀전에 자른 손목을 울창한 잡목숲으로 던졌고(그가 손목을 돌리는 바람에 단단한 벽처럼 늘어선 초록색 나뭇잎들 쪽으로 피가 흩어졌다. 손목은 마치 거대한 짐승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먹이처럼 숲 속으로 사라졌다). 그 바람에 달라미의 왼쪽 손목은 한참 동안 불을 붙여놓은 초에서 흘러내리는 촛농처럼 피가 진득한 그루터기 위해 놓여 있어야 했다.
손을 자르는 경우가 가장 흔했지만 입술, 귀, 다리, 가슴, 혀를 자르는 경우도 있었다. 베이비 킬러 장군, 손목 자르기 여왕, 싹쓸이 작전, 생물절멸 작전 등 RUF 반군들이 쓰는 부대명이나 작전명은 아주 형편없고 유치하기까지 하다. 가히 엽기 수준의 단어들…. 웃긴가?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를 표현한 말들이다. 절대 웃긴 말들이 아니다.
나이 어린 RUF 반군들이 왜 이토록 소름끼치는 만행을 저질렀을까? 총을 살 돈과 은퇴 후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광산에서 잠자고 있는 보물을 독차지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RUF 반군들이 시에라리온에서 벌인 모든 비극의 단초는 백인들이 제공했다.
16세기부터 일부 지역에서는 힘과 용기의 부적으로 간주했고 주술적인 상징으로만 받아들였지만 원주민들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돌멩이를 찾겠다고 백인들이 정신 없이 땅을 파헤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그 돌맹이가 값진 물건이라는 것을 알게 된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 백인들이 눈에 불을 켜고 그 돌을 찾기 시작한 뒤, 나라 안팎의 사람들이 모두 그 일에 뛰어들고,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살육전이 벌어진 것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피와 눈물, 다이아몬드
당연히 그들이 찾아내서 파는 다이아몬드는 불법 유통 경로를 거친다. 여기에 불법 다이아몬드 밀수와 드비어스 그룹이 연관되면서 합법적인 채굴과 유통이 사라지고 말 그대로 시에라리온은 인간들의 탐욕과 잔인함이 얽히고 설킨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것이다.
1950년대 중반에는 나라가 위기에 닥치기도 했다. 농부들조차 밭을 버리고 야심한 밤에 불법으로 자갈을 씻는 데(다이아몬드를 찾기 위해) 매달렸기 때문에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시에라리온은 원래 쌀을 수출하던 국가였는데 쌀을 사상 최초로 수입하는 사태에 직면했다.
만약 시에라리온이 정상적인 발전 과정을 거쳐온 국가였다면,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질서가 존재하는 국가였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제3세계 국가치고 그런 국가가 과연 몇이나 있는가. 시에라리온은 다이아몬드가 발견되기 50년 전부터 영국 식민지였고, 북아메리카에서 노예로 살다가 미국 독립전쟁에서 영국 편으로 싸웠던 공으로 해방된 사람들이 세운 나라다.
노예 생활, 해방('버림'이나 '방치'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다이아몬드 수탈, 불법 유통 경로의 조장과 확대… 이 모든 비극의 잉태와 출산, 확대의 책임을 누구에게 있는지는 명확하다. "뺏기고" "얻어터지고", 다시 "얻어터지고" "뺏기는" 기승전결 과정이 선연한 제3세계 국가들이 걸어온 길을 누가 만들었는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값비싼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는 나라,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추악하고 잔혹한 비극이 일어난 나라, 시에라리온. 여기서 채굴된 다이아몬드는 국제 시장에서 매년 60억 달러씩 팔린다. 그리고 그 중 80퍼센트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아마도 불법 채굴되어 다른 원산지 딱지가 붙여진 것까지 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드비어스 그룹이 거의 100년 동안 써온 광고 카피다. 이 광고 전략으로 드비어스 그룹은 영원한 사랑과 헌신이라는 상징을 다이아몬드에 부여했고, 수많은 사람들은 다이아몬드에 대한 판타지와 가치에 매료됐다. 하지만 영원한 사랑과 헌신? 타인의 아름답지 못한 희생을 바탕으로 한 사랑과 헌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프랑스 저명한 작가 미셸 투르니에는 "사랑의 격정은 사랑하는 대상의 어리석음, 비겁함, 천박함 따위에 관심이 없다. 관심이 없다고? 때로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의 탐욕, 욕심 등의 가장 나쁜 단점들 때문에 더욱 격렬해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추잡한 것을 먹고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다이아몬드에 얽힌 이면을 접하면서, 왜 미셸 투르니에의 저 문구가 생각났을까?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이 있다. 다이아몬드가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그 그림자 뒤에는 그만큼 더 짙고 어둡고 차가운 탐욕과 광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마이뉴스 권춘오 기자] 2004.08.11.
이틀에 한 명…살해당한 환경운동가 1700명 넘어
국제시민단체 보고서 "2021년 전세계 환경운동가 200명 피살"
67세의 조안나 스투치버리(Joannah Stutchbury)는 2021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4발의 총을 맞고 사망했다. 그녀는 케냐 나이로비에서 활동하는 환경운동가였다.
조안나는 나이로비 인근 키암부숲(Kiambu Forest)에서 진행되는 무분별한 벌채를 비판하고 국립공원 내 습지를 파괴하는 공사를 막기 위해 비폭력 운동을 진행해왔다. 조안나는 사망하기 전에도 몇 번의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전해졌다. 조안나뿐만이 아니다. 2021년 한해에만 전세계 환경운동가 200명이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주일에 4명꼴이다.
29일(현지 시각) 국제시민단체 글로벌위트니스(Global witness)는 환경운동가의 죽음을 기록한 저항의 10년(Decade of defiance)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죽음의 숫자를 공개했다. 단체는 자원 착취나 환경 범죄에 대해 평화적인 방식으로 저항하고 있었던 이들의 실종,살해 사례를 각국 시민단체와 협업해 조사하면서 보고서를 작성했다.
글로벌위트니스에 따르면 환경운동가 살해는 지난 10년간 반복됐다. 2012년부터 지난 10년 동안 개발업자 혹은 정부로부터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환경운동가만 1733명에 달한다. 이틀에 한 명꼴이다. 이들은 대부분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인권과 숲과 땅 등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던 환경운동가였다.
단체는 정보가 제한된 지역의 살해는 보고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살해당한 환경운동가의 수가 과소평과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환경운동가에 대한 강간 등 성폭력과 납치, 살해 협박의 경우는 보고서에 집계되지 않았다.

▲ 조안나 스투치버리(Joannah Stutchbury) 는 나이로비 인근 키암부숲(Kiambu Forest)에서 진행되는 무분별한 벌채에 대해 비판하고 국립공원 내 습지를 파괴하는 공사를 막기 위해 비폭력 운동을 진행해왔다. 그녀는 2021년 총격으로 인해 사망했다. ⓒGlobal witness
환경운동가부터 토착민까지...개발에 저항하면 살해당하는 이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에서만 54명의 환경운동가가 살해당했다. 콜롬비아(33명), 브라질(26명)이 뒤를 이었다. 아마존 등 울창한 산림이 있고, 다국적 기업이 무분별한 개발을 추진하는 남미에서의 환경운동가 살해가 전체의 78%를 차지했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에서 19명, 인도에서 14명의 활동가가 살해당했다.
보고서는 정부나 기업이 진행하는 개발사업을 비판하는 운동가 살해는 지위, 소속, 장소와 무관하며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역 자연을 보호하려는 토착민의 죽음이 다수 확인됐다. 멕시코에서 벌어진 살인의 40%는 지역의 숲을 보호하려는 토착민을 상대로 일어났다. 남미의 니카라과에서는 범죄단체까지 동원되어 15명의 토착민을 한꺼번에 대량 학살하는 사례도 있었다. 살해당한 토착민 중 3분의 2는 여성으로, 젠더 폭력의 현상도 목격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환경운동가를 죽음으로 이끄는 사회구조적 원인은 다양했다. 보고서는 토지 소유와 관련된 불평등과 환경 파괴, 사회적 불평등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되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특히 콜롬비아와 같이 사회 내 갈등이 많은 지역이나 니카라과처럼 민주주의가 억압받는 공간일수록 환경운동가가 살해당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됐다.

▲ 지역 자연을 보호하려는 토착민의 죽음이 다수 확인됐다. 멕시코에서 벌어진 살인의 40%는 지역의 숲을 보호하려는 토착민이 대상이었다. 남미의 니카라과에서는 범죄단체까지 동원되어 15명의 토착민을 한꺼번에 대량 학살하는 사례도 있었다. 살해당한 토착민 중 3분의 2는 여성으로, 젠더 폭력의 현상도 목격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Global witness
반복되는 환경운동가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는 국제사회 요구에 남미와 카리브 제도 내 국가들은 '에스카수 협정(Escazú Agreement)'을 체결했고 작년부터 시행되었다. 에스카수는 주민·활동가들이 지역 내 개발이 환경에 미치는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나 환경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는 협약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협약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살인율이 가장 높은 브라질, 콜롬비아 등에서 아직 협정이 비준되지 않았고, 멕시코에서는 협정이 이행될 수 있는 수단이 전무하다는 이유다.
단체는 각국 정부가 환경운동가가 활동할 수 있는 안전한 시민 공간을 만들고, 기업이 자행하는 폭력에 대해 무관용으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철학자이자 운동가인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 교수는 보고서 서문을 통해 "우리는 모두 대멸종의 위기에 처해있고, 살해당하는 환경운동가들은 대멸종의 길을 막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며 "생태계와 인류 대재앙을 막기 위해서라도 환경운동가의 죽음을 막아달라고 요구하는 일은 중요하다"라고 보고서의 의의를 밝혔다.
프레시안 이상현 기자 22.9.30
10년 간의 전 세계 토지 및 환경 활동 보고

서문 -

영향력 있는 과학자이자 활동가이자 작가인 DR VANDANA SHIVA는 수십 년 동안 생물학적 및 문화적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투쟁해 왔습니다. EVERETT COLLECTION INC/ALAMY 스톡 사진
저는 전 세계적으로 매주 3명의 사람들이 채굴 세력으로부터 땅과 환경을 보호하려고 노력하다가 살해당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이것이 수십 년 동안 계속되어 왔으며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2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보고서에서 알 수 있듯이 작년에만 200명의 (환경운동가 =수비수)가 추가로 살해당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숫자는 사망한 사람들의 이름을 들을 때까지 실제가 아닙니다.
마르셀로 차베스 페레이라. 시디니 플로리아노 다 실바. 호세 산토스 로페즈. 그들 각자는 가족, 지역 사회에서 사랑받는 사람입니다. 자이르 아단 롤단 모랄레스. 에프렌 에스파냐. 에릭 키반자 바셰케레. 그들 각각은 이익을 위해 소모품으로 간주되었습니다. Regilson Choc Cac. 우르사 비마. 엔젤 리바스. 각자는 자신의 소중한 장소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지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전사했습니다.
이 희생자들을 실제 사람들로 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에게는 더 쉽습니다. 나는 평생 동안 토지와 환경 옹호자들에게 둘러싸여 왔으며 실제로 나도 그들 중 하나입니다. 아버지는 산림 관리인이었고 어머니는 농부였던 인도의 가르왈 히말라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산업 벌목은 우리 인간이 얽힌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히말라야 숲의 가치가 목재 가격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비범하고 풍부한 다양성이 모든 형태의 생명, 특히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친밀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상업적인 삼림 벌채를 방해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정복하고 정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전체적인 관점에 직면했습니다. 이것은 19세기 서구 산업혁명에 뿌리를 둔 관점이며, 더 나아가 이른바 '계몽주의'라고 불리는 서구의 과학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 관점이 서구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 보고서에서 알 수 있듯이 살해된 환경 및 토지 수호자 거의 모두가 남반구 출신이지만, 이 모든 폭력에 대해 가정된 경제적 '보상'을 받는 사람은 남반구 출신이 아닙니다.

기후 활동가들이 2021년 11월 6일 필리핀 케손 시에서 기후 정의 시위에 참여하면서 살해된 필리핀 환경 운동가의 초상화 옆에 표지판을 들고 있습니다. 에즈라 아카얀 / 게티 이미지
마지막으로 가장 슬픈 진실은 이러한 관점이 우리를 붕괴 직전까지 몰고 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단지 기후 비상 사태에 처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산기슭에 있으며, 이 방어자들은 그 길을 막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일부입니다. 그들은 기본적인 도덕적 이유로 보호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우리 종의 미래와 지구의 미래가 그것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Global Witness의 이 보고서에서 이 생태적, 인도적 재앙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는 요청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들은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인류의 운명이 그들이 지키고 있는 자연의 운명과 어떻게 얽혀 있는지 이해하는 사람들입니다. 이것이 그들이 이 장소를 방어하기 위해 모든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된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이 누구보다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이유입니다.
이는 국가 및 초국가적 정부가 이러한 살인을 보고하고 조사하며 궁극적으로 범인에 대한 정의를 실현할 것임을 의미합니다. 이는 정부가 정의에 접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살인 사건을 보고하고 조사하는 것을 포함하여 변호인을 보호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업의 운영이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하는 회사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물론 그것은 우리 모두가 이 이야기에 계속 빛을 비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넘어진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이 죽은 이유를 세상에 정확히 알려 그들의 긴급한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서입니다.
2021년에는 200명이 집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사망했습니다. 나는 당신이 그들의 이름을 모두 읽을 것을 촉구합니다. 당신의 관심으로 죽은 자를 기리기 위해. 그들을 대신하여 화를 내고 행동하십시오.

CEO Mike Davis의 메시지
거의 정확히 10년 전, 나는 런던에 있는 우리 사무실에서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동료가 와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나는 걱정되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캄보디아에 있던 전 동료 중 한 명(내가 몇 년 전에 그곳에 속했던 팀의 일원)이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전 동료는 Chut Wutty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와 내가 캄보디아에서 함께 일할 때 그는 불법 벌목을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사무실을 닫았을 때 – 산림 보호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과 관련하여 우리 지역 직원들에 대한 위협 때문에 – Wutty는 계속해서 자신의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또한 예기치 않게도 그들의 집이자 생계인 숲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역 사회 활동가들의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이제 Wutty는 불법 벌목 및 토지 압류로 조사하던 회사에서 고용한 경비원 및 경비원과 대치하는 동안 발사된 총알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정부는 신속하게 은폐에 착수했다.
CHUT WUTTY는 코콩 지방을 걷고 있습니다. 2012년 4월 25일 남서부 외딴 지방에서 비밀리에 국영 공원 매각을 폭로한 캄보디아의 저명한 벌목 금지 운동가 WUTTY가 총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REUTERS/ALAMY 스톡 사진
Global Witness에서 우리는 파트너가 그들의 땅과 환경을 방어할 때 표적이 되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만, 우리의 전 동료인 Wutty의 살해 사건으로 인해 우리는 다양한 질문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글로벌 상황은 어떠했으며 그러한 공격의 의미는 무엇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전 세계적으로 원주민과 환경 옹호자들은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손실에 맞서 싸우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활동가와 지역 사회는 생태 붕괴에 대한 첫 번째 방어선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이를 방지하기 위한 캠페인의 선두 주자입니다. 이 보고서는 Wutty가 사망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질문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방어자에 대한 공격을 보호하고 줄이기 위한 전 세계의 노력에 긴급하게 호소합니다.




알리 하인스 2022.9.30.
콩고분지 개발, 탄소 흔들어 깨우는 것… 기후재앙 불보듯
콩고 환경운동가 레미 자히가 인터뷰
석유·가스 매장지 30곳 경매 내놔
오일머니 사실상 정치권만 배불려
분지 아래 290억t 규모 탄소 저장
파헤치면 대기중으로 퍼질 가능성
개발 자원 대부분은 선진국이 수입
기후변화 막자더니 ‘내로남불’ 처사
국제환경회의, 비용없어 꿈도 못꿔
한국도 위기 빠진 콩고분지 관심을
콩고 분지를 아십니까? 아프리카의 중앙에 펼쳐진 336만7000㎢의, 인도보다 넓은 우림이 있는 곳입니다. 아마존 다음으로 크죠.
아마존에 견줄 만한 것은 면적만이 아닙니다. 우림 사이로 흐르는 콩고강은 아마존강 다음으로 넓고 유량이 풍부합니다. 브라질이 아마존의 60%를 차지하듯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이 콩고 분지의 60%를 점유하는 것마저 닮은 꼴이죠. 그런데 콩고 분지가 아마존 ‘파괴의 역사’마저 닮아가려 합니다.

콩고 분지 전경. AP연합뉴스
‘우리의 우선순위는 지구를 구하는 게 아니다.’
얼마 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민주콩고의 선임 기후변화 전문가인 토시 음파누 음파누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죠. 민주콩고는 우림 내 석유·가스 매장지 30곳을 경매에 내놨습니다. 지난달 28일부터 경매가 시작됐죠. 아마존의 전철을 밟겠다는 콩고 분지를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까요?
민주콩고에도 환경운동가들이 있습니다. 레미 자히가(25)는 콩고에서 나고 자란 젊은 활동가입니다. 현지 대학에서 광물 탐사와 지질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콩고 분지 보호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오전(한국시간) 화상회의 플랫폼 줌으로 그를 만났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이 너무해!
외신에서는 8월 이후 경매 기사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에게 최근 소식부터 물었습니다.
“경매는 이제 막 열렸고, 입찰할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가스 블록은 10월까지, 석유 블록은 내년 2월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입찰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기업은 없지만 아프리카에는 셸이나 토탈처럼 영향력을 행사하는 오일 메이저가 있으니까 어떻게 될지 지켜 봐야죠.”
펠릭스 치세케디 민주콩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산림 파괴를 중단하고 토양 회복에 힘쓰겠다는 ‘산림·토지 이용 선언’에 동참했습니다. 국제사회로부터 5억달러(약 6547억원) 투자까지 약속 받았죠. 그런데 반년 만에 말을 뒤집었습니다.
“진짜 이유는 알 수 없죠. 국제사회 지원금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다가올 선거 때문일 수도 있어요.”
민주콩고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데 치세케디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급전’이 필요했던 게 아니겠냐는 겁니다.

콩고 분지를 덮은 울창한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합니다. 그런데 나무가 빨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탄소가 콩고 분지 땅 밑에 저장돼 있습니다. 식물이 죽어서 분해되면 품고 있던 탄소가 다시 외부로 배출됩니다. 그런데 축축한 환경에서는 식물이 완전히 썩을 때까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기 때문에 땅에 차곡차곡 탄소가 쌓이게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토양을 ‘이탄지’라고 합니다. 이탄지는 전 지구 토양의 3%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숲이 흡수하는 탄소보다 이탄지에 들어있는 탄소가 두 배나 많습니다.
콩고 분지에는 290억t의 탄소가 들어있는데요,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의 20년치 탄소 배출량에 맞먹습니다. 석유나 가스를 뽑기 위해 분지를 파헤치는 건 땅에 잠든 탄소를 흔들어 깨우는 일이죠. 자히가는 대화 내내 “콩고 분지 개발은 기후 재앙을 부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궁금했습니다. 절대 빈곤에 시달리는 민주콩고 국민들에게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분지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가당키나 할까 하고 말이죠. 자히가도 인정합니다.
“많은 사람이 기후위기를 이미 겪고 있어요. 홍수가 나는 바람에 집을 잃고 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된다든가 가뭄 때문에 농사를 망쳐 당장 생계를 위협받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이걸 기후위기로 연결 짓지는 못해요. 당장 어디서든 돈이 나왔으면 좋겠고, ‘전쟁이나 일어나지 말아라’ 라는 게 보통의 생각이죠.”
민주콩고의 산유량을 최대한 늘리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 늘어난다는데 그럼 가난 구제부터 하는 게 순서 아닐까요?
“오일머니가 국민을 배불리지 않을 거라는 게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다이아몬드도 있고, 구리, 코발트, 리튬도 많아요. 이걸 채굴해서 팔았지만 가난은 조금도 해소되지 않았어요. 자원을 판 돈은 지도자의 주머니만 불릴 뿐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에 있는 지도자의 가족들에게 흘러가요. 우리는 정치가 불안하기 때문에 지도자들은 힘을 잃으면 언제든 도망칠 준비를 해요. 그래서 가족을 안전한 나라로 보내놓고 이쪽으로 돈을 부치죠. 이런 사람들이 국민을 생각할까요? 인프라 같은 걸 고민할까요? 콩고 분지를 희생한 대가로 국민에게 돌아오는 건 아무 것도 없을 겁니다.”
지난 4월 공개된 민주콩고 정부의 자체 감사 결과도 자히가의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정부는 20년 전 콩고 분지를 상업적 벌목에 추가로 양허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역대 장관 6명이 줄줄이 18건을 불법으로 허가해줬다는 내용입니다.
◆선진국도 너무해!
해도 너무하단 생각이 듭니다. 민주콩고에 비난을 쏟아붓기 전에 이 나라를 조금만 더 알아봅시다.
민주콩고는 내전의 블랙홀 같은 곳입니다. 1960년 벨기에에서 독립한 이후 수십년 동안 내전의 늪에 빠졌습니다. 2018년에야 처음으로 민주적인 대통령 선거를 치렀습니다.
내전의 중심엔 자원이 있습니다. 자히가의 말대로 어마어마한 양의 다이아몬드, 구리, 아연, 콜탄, 리튬의 채굴권을 뺏기고 빼앗는 싸움이 끊임없이 벌어졌습니다. 그럼 광물의 수요자는 누굴까요? 미국과 유럽, 한국, 중국, 일본 같은 나라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휴대전화에 없어서는 안 될 광물입니다. 콩고 분지에서 퍼올릴 석유와 가스를 사가는 것도 결국은 선진국입니다.
그러다 한번씩 ‘지속가능한 발전을 돕겠다’며 지원금을 내놓겠다 약속하지만, 그대로 지키는 경우는 드뭅니다. 1일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선진국이 2021∼2025년 콩고 분지 보호 기금으로 약속한 15억달러 가운데 실제로 들어온 건 아직 한 푼도 없습니다. 노르웨이가 1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이 가운데 70%가 각종 행정 비용으로 날아갔다고 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로는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한다며 아프리카에 손을 내밀기도 합니다. 이탈리아는 지난 4월 콩고민주공화국과 천연가스 수입 계약을 맺었고, 독일과 스페인 등도 잇따라 아프리카와 가스 신규 계약을 맺었습니다. 모두 기후변화를 막자고 목청 높이는 나라들입니다. 아프리카 국가 입장에서 보면 ‘내로남불’로 보일 법한 상황이죠.
“오염을 일으킨 사람이 비용을 지불하는 건 당연한 원칙입니다. 우리는 숲을 보호해야 해요. 수백만의 콩고인이 콩고 분지의 물과 나무에 기대 살아가요. 선진국은 필요할 때마다 우리한테 손을 벌립니다. 아프리카 환경을 망가뜨린 건 그들이예요. 그러면서 왜 제대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죠? 왜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지 않나요?”
풍부한 자원을 갖고도 민주콩고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가난합니다. 국민 10명 중 7명은 하루에 1.9달러 미만으로 사는 극빈층이고, 절반이 불완전 고용입니다. 제대로 월급이 나오는 일자리는 20% 정도로 추정됩니다.

콩고민주공화국 환경운동가 레미 자히가가 ‘지구를 구하라, 미래를 구하라’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콩고 분지 보호 구호를 외치고 있다. 본인 제공
자히가와의 인터뷰도 전력 사정이 나빠 몇 차례 미뤄진 끝에 성사됐습니다.
“저는 2019년 이후 제대로 고용돼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 제가 하는 활동도 어디서 지원을 받거나 하는 게 아니예요. 저를 부양하는 건 가족들입니다. 정부 연줄 없이 취업을 하는 건, 특히나 저처럼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에겐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민주콩고에서 환경운동을 한다는 건 목숨을 걸 만큼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인권 단체 ‘글로벌 위트니스’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에서 목숨을 잃은 환경운동가는 227명입니다. 이 중 15명이 민주콩고 운동가입니다. 자히가도 때때로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지구 반대편 한국 기자의 인터뷰에 응해준 이유가 뭘까요?
“우리 목소리를 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이야기가 확성기처럼 크게 들렸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선진국의 환경 단체처럼) COP같은 글로벌 회의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고 싶어요. 하지만 외국에 나갈 비용도 없고, 비자를 받기도 어렵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에서 콩고 분지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콩고 분지가 파괴된다면 그 끔찍한 결과에서 한국도 자유롭지 않을테니까요.”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2022-08-04
'댐 건설 반대' 온두라스 환경운동가 살해한 기업인 22년형

숨진 카세레스를 위해 정의 실현 요구하는 온두라스 시위대/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016년 온두라스에서 댐 건설에 반대하던 저명 환경운동가를 살해한 기업인에게 징역 22년 6개월형이 선고됐다. 온두라스 법원은 20일(현지시간) 원주민 환경운동가 베르타 카세레스 살해에 가담한 수력에너지기업 DESA의 전 대표 로베르토 다비드 카스티요에게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44세로 숨진 카세레스는 렝카족 원주민 교사이자 환경운동가였다. 2015년 환경 분야 노벨상으로도 불리는 골드만 환경상을 받기도 했다.
카스티요의 기업은 당시 온두라스 괄카르케강에 수력발전 댐을 건설 중이었는데, 카세레스는 인근 렝카족 주민의 동의 없이 강행된 댐 건설이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며 반대 운동을 벌였다. 이 과정에 댐 건설에 찬성하는 이들로부터 살해 위협에 시달리기도 하다가 2016년 3월 집에 침입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졌다. 현장에 함께 있던 멕시코 환경운동가도 총에 맞았으나 목숨을 건졌다.
카세레스 피살에 전 세계 환경운동가 등이 공분했으며, 애도 물결도 이어졌다. 온두라스 당국은 사건 이후 댐 건설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살해 용의자들을 체포해 지난 2019년 7명에 대해 살인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30∼50년형을 선고했다.
카스티요는 2018년 뒤늦게 체포돼 기소됐는데, 살인 청부업자를 고용하는 등 살해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카세레스의 유족은 카스티요에게 최고 형량이 선고되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2022-06-22

지난 6월 2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내 시민들이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살해당한 영국 기자 돔 필립스(왼쪽)와 브라질 원주민 전문가 브루누 페레이라의 얼굴을 그린 포스터를 들고 있다. 이들은 아마존 보호 필요성을 주제로 한 책 집필을 위해 열대우림 탐사에 나섰다가 실종됐고, 이후 시체로 발견됐다. 리우데자네이루=AFP 연합뉴스
‘환경 보호’ 외쳤다가 피살 당한 14세 소녀…콜롬비아에선 무슨 일이
서부 카우카 지역서 괴한 습격으로 2명 숨져
콜롬비아, 환경·인권 운동가 피살 문제 끊이지 않아

콜롬비아에서 14일(현지 시각) 괴한의 총에 맞아 숨진 14세 환경운동가의 추모식이 치러지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인권운동가 등에 대한 공격이 끊이지 않는 콜롬비아에서 14세 소년 환경운동가가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18일(현지 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부 카우카 지역에서 원주민 마을을 지키던 환경 운동가 2명이 괴한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희생자 중에는 올해 14살이 된 소년 환경운동가 브레이네르 다비드 쿠쿠냐메도 있었다. 현지 원주민 단체인 북부 카우카 원주민협의회(ACIN)는 괴한들이 옛 최대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의 잔당이라고 주장했다. ACIN 측은 숨진쿠쿠냐메를 “지구의 수호자”라고 표현하며 “그의 죽음은 수 년간 벌어져 온 현상의 결과”라고 말했다.
콜롬비아는 전 세계에서 환경·인권운동가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로 꼽힌다. 삶의 터전과 원주민 인권 등을 지키려던 이들이 마약 원료 재배나 불법 채굴로 돈벌이를 하려는 범죄조직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유엔 최고인권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해 콜롬비아에서 환경·인권운동가, 지역사회 활동가 등 피살 추정 사례 202건을 보고받았으며, 지금까지 이 중 78건을 사실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인권 옴부즈맨은 2021년에 살해된 활동가 등이 145명에 달한다고 집계하기도 했다. 숫자만 보면 2~3일에 한 명꼴로 환경·인권운동가가 살해당한 것이다.
국제위기그룹의 수석 분석가인 엘리자베스 디킨슨은 “이들은 공포에 질린 사회 속에서 저항의 목소리를 내는 소수이기 때문에 쉽게 공격의 대상이 된다”면서 “콜롬비아 정부는 이미 이러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은 트위터에 “카우카 환경 보호의 기수였던 쿠쿠냐메의 죽음을 애도하며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사저널 이은진 디지털팀 기자 2022.01.19.
코로나19로 전세계 환경운동가, 더 위험해졌다는데...
212명.-비정부기구(NGO) '글로벌 위트니스'
지난해 전세계에서 환경운동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이들의 숫자입니다. 파리기후협약이 맺어진 2015년 12월 이후 일주일마다 평균 네 명의 환경운동가가 숨졌다고 하는데요.
특히 전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각국에서 이동제한(록다운)이 이뤄지면서 환경운동가들의 목숨이 더 위태롭게 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최근 보도했습니다. 할리우드 배우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관련 기사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면서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고 있는데요.
환경운동가들이 가장 위험한 국가는?

할리우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전 세계 환경운동가들이 피살되고 있다는 기사를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페이스북 캡처
지난해 환경운동가가 목숨을 잃은 사건의 절반은 콜롬비아와 필리핀에서 발생했습니다. 콜롬비아는 64명, 필리핀은 43명이었죠. 이어 브라질(24명), 멕시코(18명), 온두라스(14명) 순이었는데요. 살해된 환경운동가의 약 3분의 2가 중남미 국가에서 유명을 달리한 겁니다.
하지만 집계되지 않은 사람들도 많아 실제 목숨을 잃은 이는 훨씬 많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피살된 환경운동가 수는 2018년(164명)보다 30% 가까이 급증했고, 2017년보다 11명이나 늘어났습니다. 이는 환경운동가를 살해한 대부분의 사건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고 범인은 처벌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단체의 주장입니다.
환경운동가들은 광산업계, 농업, 벌목 관련 반대 운동을 하다가 피살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레이첼 콕스 글로벌 위트니스 캠페이너는 “주로 기업식 농업, 오일, 가스, 광산 분야에서 토지와 환경을 지키려는 운동가들이 범죄자들의 공격 대상이 된다”고 말합니다.
환경운동가의 희생이 가장 많은 콜롬비아의 경우 2016년 정부와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 평화 협정을 맺은 뒤에도 또 다른 폭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역 범죄 조직이 FARC 자리를 대신한 건데요. 콜롬비아에서만 지난해 마약 대신 코코아 재배 등으로 전업을 돕는 활동가 14명이 피살됐다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2016년 3월 온두라스의 환경운동가 베르타 카세레스가 괴한에 의해 살해되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은 2017년 주멕시코 온두라스 대사관 앞에 카세레스의 사진과 함께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촛불과 꽃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모습. 멕시코시티=AP 연합뉴스
필리핀의 경우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토지를 플랜테이션(대규모 상업 농장)으로 바꾸는 것에 반대했던 한 원주민 리더가 만다나오섬 북부에서 공중 공격을 받고 숨진 사건을 포함해 환경운동가들이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남미에선 아마존 지역에서만 33건의 환경운동가가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는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온두라스의 경우 2018년 4건에서 지난해 14건으로 사망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2016년 3월 수력발전용 댐 건설 중단을 촉구한 온두라스의 대표적 환경운동가 베르타 카세레스가 자택에 침입한 무장 괴한들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는데요. 희생된 이들은 거주지를 지키고자 벌목이나 광산채굴 등을 막으려 한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 위험에 놓인 개발반대 원주민, 정부는 방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코끼리 보호활동가 웨인 로터는 아프리카 동부 밀렵 전쟁의 전략가 겸 야전지휘관이었다. 그는 밀렵꾼과 밀수업자, 또 그들을 부리고 비호하는 여러 나라의 부패ㆍ비리 권력자들과 대응하다 2017년 괴한의 습격으로 숨졌다. AMS Foundation.
한편 코로나19로 환경운동가들이 공격을 받을 위험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자택 격리 도중 살해 당하거나, 코로나19에 노출된 원주민들을 상대로 정부가 적극적 대처를 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지난 3월에는 콜롬비아 원주민 지도자 오마르 등 2명이 코로나19로 자택 격리 중 목숨을 잃었는데요, 피해자의 친척 2명도 공격을 받아 심하게 다친 상황입니다.
브라질에서도 지역 원주민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입고 있는데요, 군 장교출신인 극우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개발 정책에 반대하는 원주민 커뮤니티를 없애기 위해 코로나19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위트니스는 "코로나19에 취약한 커뮤니티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늦은 대처를 함으로써 감염률을 높이고 있다"며 "개발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을 겨냥해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공격을 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2020.08.08
가디언 “최근 몇년새 사건 빈도 늘어”

2019년 4월 26일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아마존 개발 정책에 반대하는 원주민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자료사진]
최근 15년간 세계 곳곳에서 환경보호 운동을 하다 피살된 사람의 수가 1500명을 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구온난화 등의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이를 경고하는 환경운동가들의 삶도 더욱 위험에 빠지고 있는 셈이다.
영국 가디언 등은 호주 퀸즐랜드대와 영국 서식스대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2002~2017년 세계 50개국에서 환경보호 운동을 하다가 살해된 사람의 수가 최소 1558명으로 집계됐다고 5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2001년 9·11테러 이후 현재까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와의 전쟁’으로 숨진 미군 병사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숫자다. 특히 2000년대 초까지 매주 2명 정도였던 환경운동가 피살 건수는 2010년대 후반 들어 매주 4명으로 늘어나는 등 사건 빈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9월 3일 브라질 론도니아주 포르토벨료 지역 국유림에서 벌채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찍은 항공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는 세계의 오지로 진출한 광업 등 개발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들 지역에서 개발업자와 환경운동가 간 갈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지역들은 상대적으로 사법체계와 공권력이 취약하고 부패한 사회시스템으로 환경운동가들의 활동도 위험할 수밖에 없다. 피살 사건의 피의자들에게 유죄가 선고되는 경우도 10%에 불과했다. 이는 세계 평균치(43%)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치다. 또 공개되지 않은 피살 사건도 적지 않아 이번 통계 결과는 사실상 보수적인 추정치로 봐야 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환경운동가들에게 위험한 국가로 필리핀 등을 꼽았다.
연구를 주도한 퀸즐랜드대 내털리 버트 연구원은 “사망자 숫자는 믿기 어려울 정도”라며 “자원을 둘러싼 갈등도 문제이지만 이들 지역의 부패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버트는 "부유한 북반구 국가 기업과 소비자들은 남반구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 보다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면서 "제품 공급망에서 윤리와 투명성을 보다 중요한 측면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최근 발간된 글로벌 위트니스 연례 보고서에 환경운동가 피살 사건 발생 빈도가 매주 3명 수준으로 다소 감소했다는 내용이 담긴 데 대해서도 일시적인 현상일 뿐 증가 추세가 꺾인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연구에 동참한 비정부기구 낫원모어(Not1More)의 프랜시스 램브릭 공동 창립자는 "(개발에 반대하는) 원주민에 대한 공격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특히 브라질에선 아마존 개발을 공약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러티'(Nature Sustainability) 최신 호에 실렸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19-08-06
2018년, 자신들의 땅과 환경을 지키려다가 살해된 사람들. 나라별 산업별.
(사진 : 글로벌 위트니스의 2019년 보고서. “Enemies of the State”)

아마존에서 환경운동가 또 피살…英남성, 페루서 시신으로 발견

【마라냥 =AP/뉴시스】 2017년 9월 26일 브라질 마라냥 인근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화재가 발생해 한 소방대원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2018.11.29.
페루에서 원주민들을 대표하는 활동을 펼쳐온 영국 출신의 종교 및 환경운동가 폴 매콜리(71)가 2일(현지시간) 자신이 아마존의 열대우림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유스 호스텔에서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매콜리는 오랫동안 석유 및 광물 채굴을 원하는 막강한 이권에 대항해 싸우며 차별받아온 페루의 원주민 사회를 지원하고 강화하기 위한 활동을 펴왔다.
페루 정부는 지난 2010년 광물 채굴을 위해 아마존 밀림 지역을 파괴하는 것에 반대하는 원주민들의 소요 사태를 선동했다는 이유로 매콜리의 거주권을 박탈하려 시도했다가 실패했었다.
페루 당국은 매콜리가 운영해온 유스 호스텔에 거주해온 6명의 청소년들을 조사하고 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지역에서는 환경운동가 살해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89년 브라질에서 환경운동가 치코 멘데스가 살해당한 것을 비롯해 2005년 도로시 스탱 수녀, 2008년 프란시스코 다 시우바가 목숨을 잃었다. '글로벌 위트니스'에 따르면 200명 이상의 환경운동가가 목숨을 잃은 바 있다.
【리마(페루)=AP/뉴시스】 유세진 기자 19.4.3
멕시코 북부에서 원주민 인권운동가 카리요 피살
【AP/뉴시스】 = 멕시코의 토지 보호반대운동가 알레한드로 델가도의 장례행렬. 25일에는 원주민 토지 보호운동을 하던 훌리안 카리요가 피살 되었다. 멕시코에서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개발로부터 토지와 문화유산을 지키려다가 살해당한 활동가들이 2017년에만 207명에 달했다고 국제 인권단체 글로벌 위트니스는 밝혔다.
멕시코 북부의 시에라 마드레 산맥지대에서 24일 오후(현지시간) 원주민 인권운동 활동가 한 명이 피살되었다고 국제 앰네스티가 발표했다 . 이는 이 곳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조상의 땅에 외부인들에 대한 광산면허를 내주었다고 고발하고 나선지 몇 주일만에 일어난 일이다.
살해당한 훌리안 카리요는 치후아후아 주의 타라후마라 원주민 부족의 지도자였으며 그 동안 불법 벌목을 비롯한 현지 불법 사업들과 싸움을 벌여왔다.
국제 앰네스티 발표에 따르면 카리요는 24일 범인들에게 쫒기다가 살해당했다고 한다. 그는 멕시코 정부가 인권운동가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정책에 따라서 2014년부터 정부의 경호를 받아왔지만 , 그 동안에도 끊임없이 무장 단체들의에게 살해 위협을 당했다.
2016년에는 카리요의 집이 불태워졌으며, 지난 3년 동안 가족들 중 4명이 살해당했다.
올 해 멕시코에서 살해된 인권운동가들만 해도 최소 17명이 넘는다.
멕시코시티 = AP/뉴시스】차미례 기자2018.10.26
상아·뿔 밀거래 추적에 일생 바친…'코끼리 수호천사' 케냐서 피살
영국 BBC방송 환경운동가 위협 재조명
지난해 전세계서 환경운동가 197명 숨져

지난달 31일 홍콩에서 열린 상아 거래 금지 지지 시위의 모습/AP Photo=연합뉴스
상아와 코뿔소 뿔의 밀거래 실태를 세상에 고발하는 데 평생을 바친 에즈먼드 브래들리 마틴(75)이 케냐에서 피살됐다고 영국 BBC방송 등 외신이 5일(현지시각) 전했다.

브래들리 마틴 [AP=연합뉴스]
브래들리 마틴은 지난 4일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집에서 흉기에 목을 찔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아내가 발견했다. 미국인인 그는 수십 년 간 중국, 베트남, 라오스 등지의 암시장에 바이어로 가장해 접근, 상아와 코뿔소 뿔의 구체적인 거래가를 파악하고 밀거래 현장을 몰래 촬영해 세상에 알렸다. 그는 지난해 동료와 함께 쓴 보고서에서 라오스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상아 밀거래 국가라고 밝혔다.
브래들리 마틴은 1970년대 케냐로 건너간 뒤 야생동물 범죄 근절을 위한 열정과 끊임없는 노력을 펼쳐 동물보호 분야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BBC방송은 평가했다. 이어 중국이 1990년대 코뿔소 뿔 거래를 금지하고 올해 상아 국내판매를 금지하는 데도 브래들리 마틴의 노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BBC방송은 브래들리 마틴이 최근 조사차 다녀온 미얀마에 대해 기록하다 숨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지 경찰은 강도 미수사건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브래들리 마틴 피살 사건을 계기로 환경운동가들의 목숨을 건 위태로운 삶도 재조명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환경보호 활동가 197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에 본부를 둔 부패 감시 비정부기구(NGO) ‘글로벌위트니스’의 선임 활동가 벤 레더는 “상황은 여전히 심각한 편”이라며 “공동체들이 진정으로 토지와 천연자원 사용에 관한 결정에 참여할 때까지 (반대의 뜻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괴롭힘과 투옥, 살해 위협에 끊임없이 시달릴 것”이라고 가디언에 설명했다.
서울경제/박신영인턴기자 wtigre@sedaily.com 2018-02-06
목숨 걸고 지구를…"전세계 환경운동가 지난해 2백명 피살“
전 세계 곳곳에서 자연환경 등을 보호하려고 애쓰다 피살된 환경운동가들이 지난해 200여 명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매주 거의 4명 꼴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이는 5년 전보다 무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이기도 하다.
영국에 본부를 둔 부패 감시 비정부기구(NGO) ‘글로벌 위트니스(GW)’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토지와 천연자원, 야생동물을 보호하려던 환경운동가를 비롯해 야생동물 보호 관리원, 원주민 지도자 등이 이처럼 무차별적으로 피살됐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5개월 동안 목숨을 잃은 환경운동가는 98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환경운동가 등은 대부분 광산이나 댐, 불법 벌목장, 기업식 농장 등 산간벽지의 삼림과 마을에서 변을 당했다.
지난해 광산 및 유전 개발에 반대하다 숨진 환경운동가는 모두 33명이었다. 벌목에 반대하다 목숨을 잃은 환경운동가는 23명이었다.

▲국가별로는 브라질에서 살해된 환경운동가가 49명으로 가장 많았다. (표=글로벌 위트니스)
국가별로는 브라질에서 살해된 환경운동가가 4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주로 아마존 강 일대에서 활동하다 변을 당했다. 멕시코에서는 지난 1월 원주민 지도자로 벌목에 반대했던 이시드로 발데네그로 로페스가 목숨을 잃었다.
브라질·멕시코를 비롯해 콜롬비아, 온두라스 등 중남미가 전반적으로 환경운동가들에게는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부각됐다. 이들 환경운동가를 죽음으로 몰아간 사람은 주로 기업이나 주 정부에 고용돼 활동했다. 폭력을 휘둘렀지만 체포되거나 신원이 드러난 경우는 거의 없다. 환경운동가들은 해당국 정부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은 해당국 정부가 종종 이런 폭력 사건에 연루돼있다고 이들은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보호를 둘러싸고 개발자와 환경운동가들의 충돌 사례가 증가하고 있고 그 격렬함도 더해가고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5년 동안 전 세계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저항을 연구해 온 영국 카스경영대학원 바비 배너지 연구원은 "공개된 환경운동가들의 피살 사례는 극히 일부"라며 "실제로는 3배쯤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화 탓에 전 세계적으로 개발자와 환경운동가 사이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며 "자본주의는 과격하며 글로벌 기업들은 가난한 나라의 땅과 천연자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인권·환경 특별조사위원 존 녹스는 "환경운동가를 보호하지 않는 국가는 법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전 세계 곳곳에서 환경운동가들이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에너지경제신문 | 2017.07.15.
달콤하고도 슬픈 카카오
피의 초콜릿’ 만드는 아프리카 명암
망간, 칼슘, 칼륨, 인, 비타민E 등이 풍부하고 피로와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인 초콜릿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이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제품이다. 과거 유럽의 왕족과 귀족들의 기호식품이던 이 초콜릿이 유럽으로 유입된 것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덕분이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는 원래 마야인들과 아즈텍인들에 의해 재배됐다. 당시 카카오는 매우 귀한 작물로, 마야에서는 종교 의식에 사용했다. 아즈텍에서는 귀족들만이 맛 볼 수 있는 것으로 지금과는 달리 물과 고추에 섞어 음용했다. 이렇게 귀한 작물인 만큼 카카오는 당시 화폐 대신 사용되기도 했다.
16세기 아메리카 대륙의 카카오 플랜테이션 노예 수는 점차 줄어들었지만, 유럽의 카카오 수요는 증가하고 있었다. 유럽으로의 원활한 카카오 공급을 위해 스페인은 카카오 성장 조건에 알맞은 기후를 가진 서아프리카에서 카카오 플랜테이션을 시작했다. 카카오는 새로운 대륙에서의 적응을 완벽히 하게 되었고, 서아프리카는 지금 세계 최고의 생산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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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에 담긴 남-북 협력
카카오는 아프리카, 주로 서아프리카에서 전 세계 카카오 소비량의 약 70%가 생산된다. 반면, 아프리카 대륙 내 카카오 소비량은 약 3%에 불과한 대표적인 환금작물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된 카카오의 80%는 선진국에서 소비되고 있다. 선진국의 소비를 위해 후진국에서 생산되는 작물로 착취와 불평등 협력 관계의 상징이다.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코트디부아르와 바로 이웃 국가인 가나는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약 38%와 21%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생산국이다. 코트디부아르의 경우, 카카오가 국내총생산(GDP)에 차지하는 비율은 20%이고, 가나 정부에 의하면 가나인의 약 절반 정도가 직·간접적으로 카카오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코트디부아르에서 생산된 카카오의 54%는 유럽연합으로, 33%는 북미대륙으로 수출된다. 반면 가나에서 생산된 카카오의 73%는 유럽, 20% 정도가 북미대륙으로 간다.
서아프리카에서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70%를 생산하고 있지만, 카카오를 재배하고 있는 아프리카 농민들은 여전히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카카오를 재배하는 이들 중 초콜릿을 먹어 본 사람은 거의 없고, 현지의 초콜릿 구입 가격은 일반인들이 구입하기에는 매우 비싸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세계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작물이 아프리카 어린이 노동력 착취의 산물이라는 사실이다.
아동노동 착취
국제노동기구에서는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생산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어린이가 약 26만 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당 국가 정부 및 국제 사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아동 노동 문제가 계속되는 이유는 돈이 필요한 어린이 개인의 사정도 있지만, 고용주 입장에서 볼 때는 싼 노동력을 동원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함이다.
사실 아프리카에서 아동노동은 때로는 한 가족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조건 제재만을 할 수 만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아동 노동 착취로 인한 인권 유린 문제와 빈곤과 기아로 인한 자연적 인권 유린 문제가 상충하기 때문이다. 사실 아프리카에서 아동노동 문제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아동 노예’다. 서아프리카 카카오 농장에만 약 1만5000명의 아동노예가 일하고 있다고 한다. 코트디부아르의 경우, 이웃 국가인 부르키나파소 아이들을 데려와 노예로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내전이 잦은 아프리카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국제노동기구에 의하면 2009년 코트디부아르에서 인터폴에 의해 11명의 인신 매매자를 적발하고 54명의 어린이 노예들을 구출했다.
아동 노예를 비롯한 아동노동착취는 카카오 시장의 특수성에 있다. 카카오 거래는 카카오 생산농가와 브로커 사이에서 이뤄진다. 서방의 대형 카카오 회사를 위해 일하는 브로커들은 카카오 가격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데, 주로 1킬로그램에 1.5 달러 정도로 책정한다. 브로커들에 의해 책정된 비현실적으로 낮은 수매가는 외국 카카오 회사 및 최종 상품을 만드는 네슬레와 같은 다국적기업의 마진과 직결된다. 이러한 카카오 시장 구조의 특수성은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아동 노동력 착취의 악순환 및 카카오 생산량의 70%를 생산하는 서아프리카가 여전히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피의 초콜릿
아프리카의 풍부한 지하자원은 내전에 필요한 무기 등을 조달하는 자금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잦다. 시에라리온의 ‘피의 다이아몬드’처럼 코트디부아르에는 ‘피의 초콜릿’이라는 말이 있다. 달콤한 초콜릿의 주재료인 카카오가 반군들의 무기 구입 자금 등 전쟁 자금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2007년에 발간한 글로벌 위트니스에서 《뜨거운 초콜릿》이라는 제목으로 코트디부아르 내전 관련 보고서를 발간, 2002년부터 발생한 코트디부아르 내전에서 카카오가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기술했다.
코트디부아르는 카카오 농장의 약 10%는 코트디부아르 북쪽 반군에 의해 통제되고, 나머지는 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반군이 통제하는 지역은 약 10%에 불과하지만, 세계 카카오 연간 생산량의 약 3.6%가 된다. 글로벌 위트니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부터 카카오 판매를 통한 반군의 연간 소득은 약 300억 원에 달한다.
게다가 탈세 목적이나, 부패한 정부군의 비자금 마련을 위해 정부 통제 하에 있는 남부 지역의 카카오가 북쪽의 반군들에 의해 수출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를 통해 반군들은 전쟁을 위한 군자금을 더욱 쉽게 마련할 수 있었다.
코트디부아르 내부의 부패뿐 아니라 외부 세력에 의해서도 카카오의 불법 거래는 내전 동안 계속됐다. 공격용 헬리콥터와 카카오를 맞바꾸는 프랑스 무기상도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코트디부아르 북부와 남부의 경계인 비무장 지대에 들어갈 수 있는 특권을 가진 프랑스 군의 군용 트럭을 통해 카카오는 가나 또는 토고로 이동했다. 이 기간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4%를 차지하는 토고의 카카오 수출량은 그 지역 생산량의 4배에 달했다.
카카오 생산과 유통과 관련된 이러한 현실을 들여다 볼 때, 밸런타인데이를 상징하는 달콤함 속에 함께 있는 초콜릿의 쓴 맛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신이 내린 열매’라고 불리는 카카오가 과연 아프리카 대륙의 성장과 발전에 큰 도움을 주는 보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형은 팟캐스트 ‘올어바웃아프리카’ 진행자/ 시사저널 2017.02.17
아프리카 농토 사냥하는 글로벌 자본… 원주민들은 난민 신세
세계적 곡물 가격 급등에 ‘랜드러시’
광대한 땅 장기임대해 기업형 농업
자본과 농업현대화 원하는 현지 정부
때때로 폭력 동원 원주민 강제이주
에티오피아선 수백명 사살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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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가 무르익은 황금빛 들판은 풍요로워 보였다. 끝없이 펼쳐진 1만4,000헥타르의 평원을 누비는 몇 대의 콤바인들은 갖가지 품종의 탈곡된 벼를 토해내기 바쁘다. 농장 관리인 베들루(40)씨는 “땅이 너무 비옥해져서 다시 비가 오기 전에 어서 수확하고 새로운 작물을 심어야만 한다”며 두 손 가득 곡물을 담아 보였다.
농업대국인 미국이나 중국의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만 풍요로운 기업형 농업이 벌어지고 있는 이 현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아프리카다. 그것도 2,000만 명의 국민이 하루 1.25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는 에티오피아. 이례적인 엘니뇨로 대기근을 겪는 에티오피아지만 서부 끝자락에 위치한 감벨라 주만큼은 강수량이 풍부해 기업형 농업을 꿈꾸는 세계자본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세계자본의 대규모 농지 투자, 즉 랜드러시(land-rush) 이면에는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밀려나는 원주민들의 눈물이 서려 있다. 현지 정부는 농업 현대화라는 미명하에 폭력까지 동원해 원주민을 몰아낸 뒤 세계자본을 끌어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21세기형 제국주의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라고 고발했다.
고수익 농지 향해 달리는 세계 자본
축복의 땅 감벨라가 전세계 랜드러시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해외 투자자들이 농지를 향해 몰려가고 있는 현상을 19세기 미국의 골드러시에 비유해 랜드러시라 명명하고 세계 랜드러시 현장을 소개했다.
땅을 찾아나서는 기업은 미국계가 가장 많다. 국제 공공데이터베이스 랜드매트릭스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외국 기업이 전세계에서 200 헥타르 이상의 토지를 사들인 건수는 모두 1,100건, 규모로는 4,000만헥타르에 달했다. 이 가운데 14.6%가 미국계였다. 2007년 곡물가격이 급등한 데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세계 자본이 고수익 투자처로 아프리카, 동남아의 땅을 찾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를 두고 해외 투자자들이 쌀을 수입하는 게 아니라 직접 재배를 통한 수익을 노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에티오피아 감벨라를 손에 넣은 기업은 식품회사인 사우디스타농업개발(사우디스타). 사우디아라비아계 재벌인 모하메드 알 아무디가 소유한 사우디스타는 2009년 에티오피아 정부로부터 감벨라 지역의 대규모 농지를 50년간 사용하는 조건으로 임대 받았다. 축구장 2만여 개 규모의 땅을 벼 재배에 적합한 형태로 다지는 데만 2억 달러를 투자했다. 막대한 초기 투자를 거친 사우디스타 농장에선 인도와 파키스탄으로부터 들여온 쌀 종자를 저렴한 국내용, 고품질 수출용 등으로 변형한 62개 품종의 벼가 자라나고 있다.
에티오피아 이웃 국가인 남수단 역시 랜드러시가 한창이다. 이집트계 투자회사인 시타델 캐피탈은 2009년 남수단 북쪽에 위치한 그윗 및 파리앙 주의 10만5,000헥타르 규모 농지를 임대했다. 유럽투자은행(EIB),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등 다수의 국제금융기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시타델 캐피탈은 임대 이후 농지를 작물 수확 단계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연 1,000만 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퍼붓고 있다.

지난해 12월 에티오피아에서 쫓겨나 몰타 수도 발레타로 이주한 오로모족이 유럽연합(EU)에 자국 정부에 대한 지원 중단을 요구하며 손에 쇠사슬을 묶은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주민 몰아내고 투자자 모시는 정부…폭력 동원 논란
세계자본을 아프리카와 동남아 저개발 국가로 인도하는 첨병은 현지 정부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전국 250만 헥타르의 농지를 전세계 임대 시장에 내놓았다. 외자를 끌어들여 농업 현대화를 이루는 동시에 농작물 수출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1헥타르 당 연 3달러 미만의 저렴한 임대료를 조건에 내걸었다. 인도, 중국 등 50명 이상 거부들이 에티오피아로 몰려들었다. 그 외 다수의 거래가 토지 소유주체와 상관 없이 투자회사와 정부 간 이뤄졌다.
원주민들의 무지를 이용해 토지거래를 진행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미국계 투자회사인 나일 트레이딩 앤 디밸롭먼트(NTD)는 2008년 3월 남수단 레인야 주 인근 60만 헥타르 규모 농지를 49년 간 사용하는 조건으로 무카야지역협동조합과 거래했다. NTD는 "협동조합은 NTD가 남수단의 법에 따르는 한 어떤 용도로 땅을 사용하든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따낸 뒤 무차별 벌채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세계적 기업들의 랜드러시는 현지에서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특히 기업형 농장에 땅을 빼앗긴 채 유랑 보따리를 싸는 원주민들의 꼬리가 길어지면서 아프리카 등에서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들도 각국 정부가 농업 현대화를 명목으로 폭력까지 동원해 임대 지역의 원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강제이주시켜 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감벨라의 경우 본래 에티오피아와 남수단에 걸쳐 살고 있는 소수민족인 아누아크족의 주거지다. 하지만 이곳에선 정부가 기업형 농업을 유치하면서 노동력으로 사용할 ‘하이랜더(고지대에 사는 사람)’들을 이주시킨 이후 아누아크족과 갈등이 시작됐다. 처음 갈등이 불거진 2003년 12월 에티오피아 정규군과 하이랜더들은 아누아크족 마을을 습격해 424명의 부족민을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003년부터 고향을 빠져나온 아누아크족 주민들의 빈자리는 투자회사와 타지역 출신 노동자들이 차지했다. 최근 감벨라에서 도망쳐 케냐 나이로비에서 난민 생활을 하고 있는 아콧 아드홈씨는 현재 누가 땅을 통제하고 있냐는 질문에 단번에 “알 아무디”(사우디스타 소유주)라고 답했다.
대규모 기업-국가 간 토지 거래를 연구하는 로렌조 코툴라 영국 국제환경개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투자가들에게 땅은 부동산일 뿐이지만 지역민들에게 땅은 생존과 직결된다”고 호소했다. 토지 문제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는 영국계 비정부기구 글로벌위트니스(GW) 관계자 역시 "외국 자본이 인권침해 상황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으며 그 힘은 정치권과도 관련 있다"고 말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2016.03.27
댐 반대로 피살된 그들의 죽음을 묻지 않았다
3월은 유엔 지정 인권보호 관련 기념일이 많은 달이다. 3월8일 여성의 날과 3월21일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유엔이 이런 날들을 정한 취지와는 반대로 지구상 많은 곳은 피로 물들고 있다. 그중 스페인어로 ‘깊은 곳’이라는 뜻을 가진 나라 온두라스에서 발생한 폭력과 청부살인의 늪은 전세계 시민들의 안타까움과 분노를 사고 있다.
2015년 골드먼 환경상을 수상한 렝카족 베르타 카세레스가 3월3일 자택에서 총격을 받아 숨진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3월15일 그녀의 동료 넬손 가르시아 역시 자택에서 피격 살해됐다. 온두라스 원주민위원회 창립자인 이들이 살해된 것은 렝카족이 신성시하는 괄카르케강 유역에 건설될 예정인 아과사르카 수력발전댐 건설에 맞섰기 때문이다. 이 댐과 관련해 목숨을 잃은 사람은 이들을 포함해 5명을 넘어섰다. 렝카족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땅을 지키기 위해 사전 동의 없는 정부의 댐 건설 계획에 저항해왔다.
3월15일 넬손이 피살된 뒤 온두라스의 많은 시민은 아과사르카댐 건설 계획을 저지하고, 힘있는 자가 죄를 지어도 처벌되지 않는 사회 풍토를 종식시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이에 호응해 전세계에서는 현재 ‘베르타를 위한 정의’를 외치는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네덜란드개발은행(FMO)과 핀란드개발은행(FINFUND)은 이들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온두라스에서의 모든 활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남미 인권변호사, 아르헨티나 군부독재를 종식시킨 ‘5월광장어머니회’ 창립자 등으로 구성된 12명의 온두라스 국제방문단은 온두라스 현지에서 정확한 진상 규명을 위해 활동 중이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제개발협력기금의 해외 댐 건설 지원 반대 행동도 전개되고 있다. 핀란드에 터 잡고 사는 소수민족인 사미족 의회는 핀란드와 유럽연합의 해외 지원 기금이 인권과 민주주의 실현, 특히 원주민의 권리 보호에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성명서로 동참했고, 한국의 70여개 환경단체도 21일 베르타와 원주민의 권리를 지지하는 연대성명서를 주한 온두라스 대사관에 전달했다.
오는 27일은 베르타와 넬손이 온두라스 원주민위원회를 창립한 날이다. 어이없게 동료들을 보낸 온두라스 원주민위원회 구성원들은 “우리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만 두렵지 않다. 우리는 그녀를 묻은 적이 없다. 여전히 그녀는 에스페란사 그녀의 집에서 우리에게 희망을 보내오고 있다”며 더 큰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은 베르타 카세레스와 넬손 가르시아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강을 원한다. 단지 빨래를 위한 강이 아니라 마실 물이 있는 강을 원한다. 내 땅을 지키고 마실 물을 원하는 내 동료를 죽이는 것이 개발인가?”라고 절규하고 있다. 그들의 외침이 그냥 들리지 않는 건 내가 환경운동가여서만은 아닐 것이다.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운영처장 / 한겨레 2016.3.22
‘카나리아’를 죽이는 세상
다이앤 포시. 르완다에서 산악고릴라의 생태를 연구하며 밀렵 근절운동을 벌인 동물학자. 1985년 크리스마스 다음날 캠프 숙소에서 살해당했다. 손도끼로 얼굴을 난자당한 끔찍한 죽음이었다. 이 사건은 아직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조지 애덤슨. ‘사자들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야생동물 보호운동가이자 작가. 아내 조이와 함께 펴낸 책 <본 프리>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돼 영화 <야성의 엘자>로 만들어졌다. 1989년 8월20일 케냐 코라 국립공원 캠프 인근에서 소말리아 산적들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치코 멘데스. 고무 수액 채취노동자 출신 환경운동가이며 브라질 아마존 보호운동의 상징적인 인물. 1989년 12월22일 그가 고소하려 했던 축산업자에 의해 자택에서 살해당했다. 그해 브라질에서 살해된 운동가 가운데 19번째 희생자였다.
켄 사로위와. 나이지리아 오고니족 출신으로 작가이자 인권·환경운동가. 석유 다국적기업 로열더치셸과 정부에 맞서 토양오염과 수질오염 실태를 폭로했다. 8명의 활동가와 함께 체포됐는데, 변호사도 없이 진행된 특별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1995년 11월10일 교수형당했다.
제인 팁슨. 영국 남서부 데본 출신의 여성 동물복지운동가. 카리브제도 세인트 루시아에 살면서 오랫동안 고래보호운동을 펼쳤다. 관광용 돌고래전시관 건설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다 2003년 9월17일 새벽 살인청부업자들의 총에 맞아 숨졌다.
도로시 스탱 수녀. 브라질에서 아마존 파괴에 항거하는 환경운동과 원주민 자활운동을 펼친 아마존의 성녀. 2005년 2월12일 대농장주와 벌목꾼들이 원주민들을 쫓아내기 위해 숲에 불을 지르자, 이 문제를 해결하러 가는 길에 두 명의 사내에게 살해됐다.
게리 오르테가. 필리핀 팔라완의 수의과 의사이자 라디오 진행자. 팔라완 광산 개발 저지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2011년 1월24일 광산개발금지법 제정 10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하려고 마닐라로 향하다 괴한이 발사한 총탄을 머리에 맞고 숨을 거두었다.
추트 우띠. 보호지역 숲에서 이루어지는 불법벌목과 이를 묵인하는 군부에 맞서 싸운 캄보디아의 환경운동가. 2012년 4월26일 신문기자 2명을 코콩 보호지역 숲으로 안내하는 과정에서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퍼윈 라멘. 파키스탄의 여성 사회운동가. 카라치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권과 안전한 물을 마실 권리 확보를 위해 헌신했다. 2013년 3월13일 무장괴한 네 명에게 살해당했다.
제이로 모라. 코스타리카 동물구조대 단원. 2013년 5월30일 밤 장수거북 알들의 도난을 막기 위해 해변을 순찰하다 복면 괴한들에게 납치·살해됐다.
베르타 카세레스. 온두라스의 환경운동가이자 원주민 인권운동가. 자연과 원주민 공동체를 파괴하는 수력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에 앞장섰다. 2016년 3월3일 라에스페란사에 있는 자택에 침입한 무장 괴한들의 총격으로 살해됐다. 그녀의 죽음은 힐러리 클린턴이 이끄는 미국 국무부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했던 2009년 군부쿠데타의 유산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들은 환경과 인권을 지키다 살해당한 수많은 사람들의 목록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2002년부터 2014년까지 피살된 환경운동가 수는 기록된 것만 991명이라고 한다. 살인자들은 처벌받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모든 생명이 존재할 가치가 있다면 호명되지 않았다 해서 죽음의 무게까지 달라지는 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슬픔과 분노만이 아니다. 우리 시대 환경운동가들의 숙명은 유독가스가 꽉 찼음을 말해주는 광산의 카나리아와 같다. 그들의 죽음은 곧 나의 죽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안병옥 | 기후변화행동연구소·시민환경연구소 소장 경향 2016.03.09.
미얀마 '부패의 온상' 옥 산업…GDP절반인 35조원 규모“
반부패NGO "독재자 아들 등 군·재계·마약조직 뒤얽혀…민주화의 독“
미얀마에서 군부정권의 돈줄이자 부패의 온상으로 지적돼온 옥(玉) 산업이 지난해 310억달러(약 35조 원) 규모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얀마 '부패의 온상' 옥 산업…GDP절반인 35조원 규모"
NYT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반부패 NGO '글로벌 위트니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군·재계·마약조직 등이 뒤얽힌 옥 산업의 '부패의 그물'이 미얀마의 민주화 이행에 '독'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위트니스는 정부 자료 등을 취합한 결과, 지난해 미얀마에서 공식 생산된 옥이 GDP의 절반 수준인 310억 달러 어치에 달했으며 이런 규모는 이전 추산치를 크게 웃도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옥 산업에서 나오는 이러한 이익은 군과 정·재계의 일부 특권층과 마약조직 거물들의 주머니만 채우고 있다고 글로벌 위트니스는 지적했다. 이들 특권층은 유령회사와 채굴권 비밀 거래, 가짜 소유권자 등을 내세워 막대한 이권을 챙겨왔으며 이 가운데에는 20년간 미얀마를 철권통치하다 2011년 은퇴한 독재자 탄 슈웨의 아들 형제도 포함돼 있다.
보고서에 포함된 '옥 채굴권 지도'에 따르면 탄 슈웨의 아들 둘은 북부 카친주(州) 파칸 지역에 옥 광산 6곳의 채굴권을 보유하고 있다. 또 이들과 같은 주소를 쓰는 동업자들도 옥 거래업체를 운영 중이다.
탄 슈웨의 아들들이 관련된 이들 옥 관련 사업체들은 2013∼2014년 모두 2억2천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얀마 군부도 옥 채굴 회사 2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 회사가 지난해 올린 수입은 1억8천만 달러였다.
글로벌 위트니스는 군부가 옥 산업을 이용해 조성한 비자금을 소수민족인 카친족의 독립운동 조직과 싸우는 데에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정치인과 재벌 일족들이 과거 군사정부와 마약조직과 결탁해 있으며 카친주에서 근무한 군 장성 출신인 온 민 미얀마 축산수산농촌개발부 장관도 연루돼 있다고 글로벌 위트니스는 주장했다. 특권층들이 배를 불리는 동안 정작 옥 광산에서 일하는 소수민족 등 서민들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글로벌 위트니스는 특히 주요 옥 산지인 카친주에서는 소수민족 카친족들이 위험한 환경에서 옥을 채굴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 만연한 마약 중독과 성매매, 에이즈바이러스(HIV) 감염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미얀마 군사정권에 대한 미국 등 서방국가의 제재에도 코카콜라나 캐터필러(Caterpillar) 등 기업들이 미얀마의 옥 광산에 투자해왔다고 주장했다.
미얀마는 옥뿐만 아니라 루비, 사파이어 등 보석의 세계적인 산지다. 미얀마의 보석 산업은 2011년까지 50년가량 이어진 군사 정권의 '돈줄'이 돼왔다.

글로벌 위트니스는 보석 산업과 관련한 부패가 2011년 시작된 미얀마의 민주화 개혁과 개방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했다. 이 단체의 아시아 지부장인 마이크 데이비스는 "미얀마의 옥 산업은 현대사에서 자행된 천연자원 '강도 짓' 가운데 가장 대규모일 것"이라며 "군 강경파와 군수기업, 재계 거물, 마약왕들이 수백억 달러를 주무르면서 민주화와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2015-10-23
中, 미얀마 군부 돈줄 ‘피 묻은 玉’ 밀수입
옥 생산량 대부분 중국에 팔아 蓄財… 백신도 국민 압박 무기로 활용
옥(玉)은 고대부터 인류가 애용해온 보석이다. 경도(硬度) 차이에 따라 연옥(軟玉)과 경옥(硬玉)으로 나뉜다. 단단하고 빛깔도 선명한 경옥은 비취(翡翠)로도 불린다. 미얀마는 전 세계 경옥의 70%를 생산한다. 더욱이 미얀마산 경옥은 최상급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얀마의 옥산업 규모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인 300억 달러(약 35조 원)에 달한다. 미얀마산 옥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는 중국으로, 전체 생산량의 90%나 된다.
중국인은 예부터 옥을 가장 선호했다. “금은 값을 매길 수 있지만 옥은 그 값을 매길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옥을 귀하게 여겼다. 중국인들은 “옥이 벽사(辟邪)와 영성(靈性) 및 건강(健康)에 효능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중국 역대 통치자들은 옥을 권력의 상징으로 간주했다. 실제로 기원전 283년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소왕은 조나라 혜문왕이 얻은 ‘화씨벽(和氏璧)’이라는 옥을 갖고 싶어 성(城) 15개와 교환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청나라 말 최고통치자 서태후(1835~1908)는 장신구와 식기, 수저뿐 아니라 병풍까지 옥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부자나 권력자가 아니면 구입할 수 없던 옥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중국 중산층까지 금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최고급 옥을 구입하고 있다.
옥광산 인허가권 취소도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배경 중 하나
옥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 군부의 든든한 ‘돈줄’이 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2월 1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거둔 압승이 부정선거라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해 처음 정권을 잡은 NLD가 또다시 국가를 통치하게 되자 군부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결국 군부는 정예부대를 동원해 수치 고문과 NLD 소속 정치인을 대거 구금하는 등 행정·입법·사법부를 모두 장악했다. 군부는 그동안 쿠데타에 반대하며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을 총칼로 탄압해왔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연합(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지난 6개월간 국민 940명이 군경의 유혈진압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5444명이 투옥돼 있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군부의 탄압을 피해 25만여 명이 난민 신세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과 영국 등 국제사회는 대부분 정권을 찬탈하고 국민을 무자비하게 짓밟아온 미얀마 군부에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는 지금까지 이런 경제제재 조치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다. 쿠데타 이후 옥을 축재 및 국제사회 제재의 회피 수단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것도 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추정까지 나온다. 옥은 그동안 군부의 거대한 이권사업이었다. 군부는 미얀마 국영 보석회사(MGE)를 통해 옥광산 채굴사업 규제와 인허가권을 행사하면서 돈벌이를 해왔다. 그런데 수치 고문의 NLD 정부는 2016년 옥산업 개혁을 주요 국정 과제로 정하고 군부가 보유한 인허가권을 취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고위층을 비롯해 이들과 연관된 미얀마 경제지주사(MEHL) 등 기업들은 정부의 개혁에 맞서 암암리에 영향력을 계속 행사해왔다. 이 때문에 지난 4년간 별다른 효과가 없자 NLD 정부는 지난해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옥산업 개혁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할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자 이를 눈치 챈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 등 군 고위층이 자칫하면 자신들의 돈줄이 끊길 수도 있다는 우려에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쿠데타 이후 옥 채굴 인허가권을 다시 차지한 군부는 대규모 비자금을 마련하는 등 축재에 나서고 있다.
국제 자원개발 감시단체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는 최근 발표한 ‘옥과 분쟁: 미얀마의 잔인한 고리(Jade and Conflict: Myanmar’s Vicious Circle)’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쿠데타는 군 고위층과 그 가족에게 옥을 통해 축재하라는 백지수표를 제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미얀마 군부가 앞으로 정권 유지를 위해서 옥을 통해 통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미국과 영국은 MGE와 MEHL 등을 블랙리스트(제재 대상 목록)에 올려 모든 거래를 차단하고 이들 기업의 자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내렸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총사령관 (앞줄 가운데)이 4월 보석박람회에서 옥 원석을 살펴보고 있다. [GNLM]
中, 유엔 안보리에서 군부 제재 결의안 거부
하지만 정작 미얀마에서 생산되는 옥을 대부분 수입하는 중국은 아무런 조치도 없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미얀마 군부는 물론, 국영기업들을 대상으로 제재 조치를 전혀 내리지 않고 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도 미얀마 군부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미얀마 군부에 대한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 조치가 한 건도 없는 이유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그동안 미얀마 군부를 철저히 비호했으며, 무기까지 지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군부 쿠데타도 미얀마 내정이라 외국이 개입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얀마 옥을 밀수로 사들이는 국가가 중국이라는 것이다. 중국에 옥을 밀수출해 벌어들인 판매 대금은 대부분 흘라잉 총사령관 등 군부 고위층과 그 가족의 손에 들어간다. 중국은 미얀마 군부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선 군부 고위층의 ‘뒷배’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윈 쑨 미국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전략은 항상 ‘우리는 누구든 권력을 잡는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흘라잉 총사령관과 그 가족은 이처럼 옥을 비롯해 각종 이권사업을 통해 축재한 돈으로 호화판 생활을 해왔다. 흘라잉 총사령관은 미얀마에서는 엘리트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골프광이기도 하다. 흘라잉 총사령관의 아들과 딸, 며느리는 리조트와 건설, 통신, 영화산업, 의료 공급 사업, 식당 및 고급 체육관 등 각종 사업체를 소유하고 있다. 다른 군 고위층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2달러짜리 마약 맞으며 玉 캐는 광산 노동자들
지난해 기준 미얀마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527달러(약 179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꼽히는 미얀마에서도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은 옥광산 노동자들이다. 옥광산에는 매년 전국에서 30만 명의 광부가 모여들지만 이들 중 3분의 2는 불법 노동자다. 20, 30대인 이들은 2달러(약 2340원)짜리 마약을 맞으며 위험을 무릅쓰고 옥을 채취해 생계를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 매년 산사태로 광부 100여 명이 사망하지만, 불법채굴 인원이 많아 정확한 기록조차 없다. 지난해 7월 2일에는 카친주 흐파칸트 지역의 옥광산에 폭우로 토사가 흘러내리면서 광부 174명이 사망하는 등 역대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다. 광부들은 코로나19에도 완전히 노출된 상태다. 일본 아사히신문 계열 시사주간지 ‘아에라’는 최신호(8월 31일자)에서 “광부들은 약물에 의존해 일하면서 코로나19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며 “코로나19 감염을 두려워해서는 가족을 부양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흘라잉 총사령관은 스스로 과도정부의 총리 자리에 앉아 장기 집권 야심을 보이고 있다. 8월 1일 국영 TV에서 연설을 통해 “2023년 8월 비상사태를 해제하고 총선을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설은 군부가 1년 내 총선을 치러 민간에 정권을 이양하겠다던 약속을 깨뜨린 것이다. 군부의 비상통치 기간이 쿠데타 직후 발표한 1년에서 최소 2년 6개월로 연장됐다고 볼 수 있다. 미얀마 전문가들은 군부가 2023년 8월 총선을 실시할지도 불확실할 뿐 아니라, 총선을 실시하더라도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브 르메이어 호주 로위연구소 연구원은 “미얀마에서 총선이 향후 2년 이내에 실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미얀마에선 많은 국민이 코로나19로 숨지고 있다.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3000~4000명대를 기록하는 가운데 하루 사망자도 200여 명이나 되고 있다. 국민은 백신 접종은커녕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군부는 저항하는 국민을 굴복시키고자 코로나19를 사실상 ‘무기’로 삼고 있다. 치료용 산소를 독차지해 산소 판매를 제한하고 있으며, 백신도 쿠데타를 지지하는 국민에게만 접종하고 있다. 군부가 이런 만행을 서슴지 않는 것은 옥이라는 든든한 돈줄과 중국의 비호가 있기 때문이다. 키일 디에츠 글로벌 위트니스 미얀마 자문관은 “미얀마에서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면 국제사회 제재를 통해 옥산업 등 군부가 수익을 거두고 있는 분야로 자금이 유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 묻은 옥’이 군부 독재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주간동아 1303호 (p34~36)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2021-08-21
'지구의 허파' 지킴이, 원주민일까 자본일까
열대림 보호 위한 REDD 사업, 원주민 생존권 위협 논란
환경·원주민 단체, "원주민의 산림이용 기본권 보장돼야"

» 리마 총회에서 플랜테이션까지 인정하는 REDD+에 대한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는 개도국 참가자.
지난 4월 <글로벌 위트니스>가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10년 동안 환경운동가 908명이 살해되었다. 대부분 토지 강탈, 광산 채굴, 목재 수출에 반대하거나 야생생물보호 활동을 하다가 사망한 것이다.
환경운동가가 살해된 곳은 브라질 448명, 온두라스 109명, 페루 58명 순으로 나타났다. 모두 광물과 산림자원이 풍부한 중남미 지역이다.
지난 9월 8일에도 비극이 일어났다. 불법 벌목을 막기 위해 싸우던 페루의 환경운동가 에드윈 쵸타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그는 열대림 보호 활동가였다.
에드윈 쵸타가 살해된 페루에서 12월 3일부터 20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가 열렸다. 아마존 열대림으로부터 눈 덮인 산맥까지 있는 페루는 기후변화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는 지역이다.
최근 페루 정부는 페루 고산지대에 널려 있는 빙하가 지난 1970년 이후 40% 이상 줄었고, 이로 인해 호수 1000개가 새로 생겼다고 발표했다. 북쪽 해안지역은 홍수가 잦고, 남쪽 칠레와의 접경 아타카마 사막 지역에서는 물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아마존 산림파괴는 전 세계 교통수단보다 큰 배출원

» 아마존 열대우림. 막대한 양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회의가 남미에서 열리다 보니 지구의 허파, 아마존에 대한 보호 방안이 사이드 이벤트와 민중회의에서 집중해서 열렸다. 남미의 아마존 삼림지역은 750만㎢에 달하며, 이곳에는 지구 생물종의 3분의 1이 산다.
페루 안데스 지역에서 시작해 브라질 대서양 연안까지 이어지는 아마존 삼림지역의 강은 6900㎞에 달한다. 아마존 삼림지역 거주 인구는 4000만 명이며, 이 가운데 원주민 부족은 385개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의 풍부한 산림은 벌목과 개발로 급격히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0%가 산림전용과 황폐화로 발생한다. 전 지구의 교통 운송수단에서 화석연료를 태워서 배출되는 양보다 더 많다. 아마존 열대밀림은 막대한 양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데, 벌목하고 목초지나 주택지로 개발하게 되면 그만큼 대기 중에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많아진다.
그러나 열대밀림 개발을 통해 원목을 수출하는 것이 주요 경제수단인 곳에서는 개발을 멈출 수도 없는 처지이다. 이에 열대밀림이 위치한 국가에서는 밀림을 보호하는 대신 그에 따른 경제적 대가를 지급할 것을 국제사회에 요구해 왔다.
그렇게 마련된 제도가 REDD(개발도상국의 삼림 감소와 파괴 방지를 통한 온실가스의 감축)이다. 개도국이 산림파괴와 산림전용을 막고 숲을 지켜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는 것에 대해 선진국이 그에 합당한 투자와 지원을 보상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산림이 흡수한 이산화탄소 총량을 계산해 흡수한 만큼을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현재 UN-REDD 프로그램은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및 북미권의 46개국이 가입해 활동 중이다. 산림전용 및 황폐화 방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활동, 즉 REDD 활동을 통하여 확보한 탄소 잠재량은 국제 기준에 따라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이를 자발적 탄소시장에 등록하면 공식적인 탄소배출권 확보 사업으로 인정된다.
등록 후, REDD 이행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보고해 탄소 잠재량을 인정받으면 탄소배출권으로 인정되어 온실가스 배출 저감 실적으로 이용한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들의 친환경 이미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제도이다.
REDD를 둘러싼 논쟁들
전통적인 산림을 대상으로 하던 REDD는 논의가 진행되면서 플랜테이션까지 대상으로 하는 REDD+, 산림이 아닌 일반 토지의 조림까지 확대하는 REDD++로 확대되었다.
REDD 제도가 활성화되면 이론적으로는 탄소 배출권 거래시장에 공급을 증가시켜 탄소 가격이 내리고, 그에 따라 의무 감축국인 선진국들의 경제적인 부담이 줄어든다. 또한 중·남미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는 REDD가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정확히 산출할 수 있는지, 숲의 생물다양성이나 문화적 가치를 어떻게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것인지 등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더구나 식물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조성된 대규모 기름야자 플랜테이션을 열대밀림과 같은 숲으로 보기 어렵다. 플랜테이션은 원시림에 비해 탄소저장량이 20%에 불과한데도 식량농업기구(FAO)는 플랜테이션 역시 숲에 포함시키고 있다. 더구나 ‘REDD의 경제적인 효과’는 최근 탄소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영향을 받고 있다.
숲에서 쫓겨나는 원주민

» 열대림에 사는 원주민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 모습.
아마존 밀림과 원주민 보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마존환경연구소(IPAM)는 REDD 시스템이 아마존 원주민들의 생존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숲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숲에 의존하여 살고 있는 토착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심지어는 숲에서 쫓아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가 열릴 때마다 원주민들은 원주민의 권리를 인정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완전히 반영되고 있지 않다. 이번 회의에서도 이 문구는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
우간다에서도 네덜란드의 FACE 재단이 나무심기 프로젝트를 하고, 그 일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숲을 이용하려는 지역주민 50여명을 사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숲을 보호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캠페인의 대가로서는 너무 혹독한 일이었다. 나무 한그루 한그루가 탄소배출권을 갖는 재화로 인정되면서 지역민의 산림 이용권은 배제되었는데, 사실상 주민들은 나무를 활용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REDD+에 대한 반대 목소리 높아
이처럼 숲을 보호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을 명분으로 만들어진 REDD에 대해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아마존 보호단체는 플랜테이션까지 포함한 REDD+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하고 있다.
전 세계 농민들로 이뤄진 단체 비아 캄빠시나는 “북반구 선진국들은 남반구에 진 생태적 부채를 정당하게 갚을 생각은 하지 않고, 시장중심적인 해결책을 꺼내어 놓고 있다. 특히 REDD는 마치 개도국, 특히 브라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같은 나라의 숲을 지킴으로써 기후변화를 막는데 엄청난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선진국들이 짊어지어야 할 이산화탄소 저감 부분을 개도국의 REDD로 통해 상쇄하려는 것 일뿐이다. 이는 돈을 내고 우리에게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다.”며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숲의 파괴를 막기 위해서는 부유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목재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하며, 숲을 보호하는 일은 지역 원주민이 제일 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보호의 명목으로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은 환경오염 기업들이 탄소 배출을 ‘상쇄’하는 것을 도와 지구를 합법적으로 오염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번 페루회의에서는 열대림이 풍부한 곳에서 열리는 만큼 REDD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12월 10일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리마행진에서 다른 어떤 회의 때보다 원주민의 산림이용에 대한 기본권을 주장하는 강력한 요구가 벌어졌다.
안타깝게도 현장의 목소리는 리마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지구의 허파와 그곳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은 또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리마/ 글·사진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 한겨레 2014. 12. 16
피의 다이아몬드
16세기 라틴아메리카에서 시작된 ‘황금의 비극’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다이아몬드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다이아몬드는 우리에게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됐다. 다이아몬드는 시에라리온에 참혹한 내전을 일으켜 나라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그것을 장악하는 사람이 나라를 장악하기 때문이다.” - 소리어스 사무라 (다큐멘터리 <크라이 프리타운> 감독)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 인구 600만 명에 면적 7만㎢. 한국보다 작은 이 나라에서 1990년대에 20만명이 죽었고, 25만의 여성이 유린됐고, 20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굳이 덧붙이자면 7000명의 어린이가 반군이 됐고, 4000명의 팔다리가 절단됐다.

▲ 다큐멘터리 <크라이 프리타운>의 첫 장면, 인터뷰를 하던 소년은 카메라 앞에서 반군에게 끌려가 총살당한다. http://youtu.be/9yWlRTKMNCM
우리가 1950년 6월 25일을 기억하듯, 시에라리온 사람들은 1999년 1월 6일을 기억한다. 반군 혁명연합전선(RUF, Revolutionary United Front)이 수도 프리타운을 공격한 날이다. ‘생물절멸작전’, 무시무시한 작전 이름처럼 20세기 가장 참혹한 전쟁이었다. 소리어스 사무라는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 날의 참상을 기록했다. “시에라리온 국민의 90%가 본 적도 없는 다이아몬드, 이 때문에 그 날 프리타운이 슬프게 울었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2006)를 통해 이 나라의 비극을 알게 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쟁만 없으면 지상천국이 될 수 있대요.” 꼬마 디아 반디는 학교에서 돌아오며 아버지에게 말한다. 반군이 마을을 습격하여 민간인들을 마구 학살하고, 투표하지 못하도록 손목을 절단한다. 살아남은 가족은 갈가리 찢어진다. 아버지는 광산으로, 어머니와 딸은 난민 수용소로 흩어지고, 아들 반디는 무장반군의 소년병이 된다. 아버지 솔로몬 반디(지몬 훈수)는 가족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건 여행을 떠나는데, 다이어 밀수꾼 대니 아처(레너도 디카프리오)와 기자 매디 바우엔(제니퍼 코넬리)이 동행한다.
시에라리온에서 다이아몬드가 처음 발견된 건 1930년. 영국 식민지답게 찢어지게 가난했던 이 나라에서 다이아몬드는 재앙이었다. 정부와 반군 등 모든 정치세력이 다이아몬드 생산지를 점령하려고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였다. 런던과 앤트워프에 중심을 둔 보석 메이저들은 레바논 상인을 통해 밀반출한 다이아몬드를 인도에서 세탁한 뒤 미국 등지로 팔았다. 전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의 85%를 점유하던 드비어스(De Beers)는 이 나라의 다이아몬드를 헐값에 독점하려 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라는 드비어스의 광고 문구는 소비자들에게 주술과 같았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달콤한 속삭임에 평범한 사람들은 저항할 수 없었다. 반짝이는 돌덩어리는 가장 비싼 보석으로 변했고, 결국 사람의 피가 되어 아프리카 땅을 적셨다.
냉혈한 보석상들에게 피묻은 다이아몬드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가격과 공급량을 통제하려면 내전이 계속되는 게 나았다. 반군들이 파는 다이아가 훨씬 더 쌌으니, 전쟁이 끝나면 손해였다. 서아프리카 평화유지군 등 국제사회는 빈털터리 정부군을 지원했는데, 이는 양쪽 세력의 균형을 잡아줘서 전쟁을 연장하는 꼴이었다. 반군은 다이아를 밀수출한 돈으로 라이베리아를 비롯한 이웃나라를 통해 동유럽의 무기를 사 들였다. 정부군과 반군이 알아서 원수처럼 싸워주니 보석상 입장에서는 손 안 대고 코 풀기였다.

▲ 시에라리온 내전 중 7000명의 소년병이 있었다. 반군들은 어린이들이 싸우기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면 가차없이 처형했다고 한다.
시에라리온 내전에서 드러난 극단적인 잔인성은 세계를 경악케 했다. 일반인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할 반군이 서슴없이 민간인을 학살한 것은 상식 밖이었다. 어린이들을 잡아서 살인기계로 훈련시킨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반인륜 행위였다. 그들은 어린이들이 싸우기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면 가차 없이 처형해 버렸다. 반군에 가담하지 않으면 죽든지 불구가 돼야 했다.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 아니, 어떤 이유로든 해서는 안 될 짓이다! - 손목을 잘라버린 건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다. 영화에 나온 대로 “투표할 수 없게” 하려는 것이었을까?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시에라리온의 미래를 위해 손을 잡자”는 카바 대통령의 선거 구호를 비웃듯, 반군은 사람 손목을 담은 자루들을 대통령궁에 배달하기도 했다. 내전이 끝난 뒤 시에라리온을 취재한 그레그 캠벨은 반군에게 끌려갔던 한 어린이에게 물어보았다.
(기자) “왜 손을 자른 거지?” (어린이) “우린 명령이 있을 때만 손을 잘라요.” (기자) “그런 명령이 왜 내려지는 건데?” (어린이) “사람들한테 겁을 주려고요. 다이아몬드를 우리만 차지하고, 다른 사람들을 광산에서 몰아내려고요.”


▲ 반군은 왜 죄없는 사람들의 손목을 잘랐을까? 반군에게 끌려갔던 한 어린이는 말했다. “사람들한테 겁을 주려고요. 광산에서 몰아내려고요.”
결국 다이아몬드를 독점하겠다는 욕심에서 저지른 일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합리적으로 이해하려고 해도 악마에 가까운 잔인성이다. 반군들이 다이아몬드에 도취한 나머지 혁명의 대의를 팽개친 건 분명해 보인다. “우리 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 세계 최강국 대통령 조지 부시가 한 말이다 - 악에 받친 흑백논리도 작용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공포를 심어주어 승기를 잡으려는 사악한 심리전의 효과도 노렸을 것이다. 정부군과 서아프리카 평화유지군도 잔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혁명연합전선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은 총살하거나 손목을 잘랐다. 증오와 보복의 악순환이었다.
‘피의 다이아몬드’(Blood Diamond) 또는 ‘분쟁 다이아몬드’(Conflict Diamonds)’라는 이름은 영국의 인권단체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의 보고서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여론이 악화되고 불매운동이 일어나자 2000년 남아공의 킴벌리에서 대책회의가 열렸다. 다이아몬드의 원산지와 수출상 이름을 표기하자는 킴벌리 프로세스는 2003년부터 실행됐고 75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전쟁 범죄와 관계없다고 인증된 다이아몬드만 거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시에라리온 내전은 끝났고, 혁명연합전선(RUF) 지도자 포데이 산코에게는 사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그는 얼마 뒤 사면됐고, 항의 시위자들에게 발포하여 20여명을 더 죽인 뒤 2003년 프리타운의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반군을 뒤에서 지원한 라이베리아의 독재자 찰스 테일러도 전범으로 50년 징역형을 받았다. 그는 네덜란드에서 재판을 받았고, 영국의 감옥에 수감됐다. 두 나라는 공교롭게도 다이아몬드 메이저들의 본거지였다. ‘피의 다이아몬드’로 가장 큰 이득을 챙긴 보석상들은 멀쩡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시에라리온의 비극을 세계에 알린 언론인들의 공로는 아무리 찬양해도 지나치치 않을 것이다. 이들의 보도는 ‘피의 다이아몬드’가 시에라리온이란 작은 나라만의 일이 아니라, 전세계가 얽힌 거대한 지하경제의 문제임을 일깨워주었다. 세계 다이아몬드 소비량의 80%를 차지하는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이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역설하여 불매운동의 촉매제가 됐다. 그러나 진실을 밝히려는 그들의 노력은 반쪽의 성공에 그친 게 아닌가 싶다. 가장 악랄한 범죄자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유유자적이다. 다이아몬드의 생산과 유통, 그 과정을 감시하는 건 여전히 곤란한 일이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에서 기자 매디 바우엔 역을 맡았던 제니퍼 코넬리는 영화 홍보 자리에 다이아 귀고리를 하고 나왔다. 귀고리의 출처를 묻자 제니퍼는 “불가리 제품이라서 ‘피의 다이아몬드’와 관계가 없다”고 대답했다. 영화에 출연한 뒤 ‘도덕적인 소비자’가 되기로 한 그의 결심은 아름답다. 그러나 제니퍼는 너무 순진했던 게 아닐까? 그의 귀고리가 ‘피의 다이아몬드’와 관계가 없다는 말이 맞는지 검증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다이아몬드의 빛나는 유혹을 인간이 좀체 뿌리치지 못한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다이아몬드의 찬란한 주술, 살인자들의 우아한 미소…. 내전은 끝났지만 인간의 탐욕은 끝나지 않았다. ‘피의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만의 비극이 아니다. 물신 숭배는 세계 각처에서 더욱 위세를 떨치고 있다. 얼마나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탐욕과 살육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이채훈 한국PD교육원 전문위원(전 MBC PD) PD저널 2014.05.04
영국 여왕이 들고 있는 초대형 다이아몬드가 '피에 젖은 보석'이라 불리는 이유는요
엘리자베스 여왕의 서거로 인해 왕관과 왕홀에 쓰인 다이아몬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 초상화 / Catdumb
영국 여왕 왕홀에 박힌 다이아몬드 '컬리넌'에 대한 관심 높아져
70여 년간 영국을 이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현지 시간으로 지난 8일 향년 96세 나이로 서거했다.
전 세계에서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영국 여왕의 왕관과 왕홀에 쓰인 다이아몬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화려한 다이아몬드들에는 영국 식민지 국가들의 아픈 역사와 눈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영국 왕홀과 컬리넌 / capetowndiamondmuseum
'피에 젖은 보석'이라 불리는 컬리넌
지난 9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캣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다이아몬드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했다. 영국 여왕의 권위를 나타내는 왕홀에 달린 다이아몬드 중 가장 유명한 다이아몬드는 '컬리넌'이다. 하지만 '컬리넌'은 피에 젖은 보석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컬리넌'은 지난 1095년 남아프리카 트란스발 정부로부터 선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컬리넌 원석 / etnet
식민지였던 트란스발 정부로부터 선물 받아
'컬리넌'은 1905년 1월 남아프리카 컬리넌의 프리미어 2번 광산에서 발견됐다. 컬리넌은 원석으로 3천106캐럿, 무게가 621.35g에 달했다. 당시 남아공 트란스발 정부는 이 다이아몬드를 15만 파운드에 구입한 뒤 영국 에드워드 7세에게 생일선물로 헌정했다.

1885년 남아공 지도 / Slideplayer
트란스발은 1902년부터 1910년까지 영국의 식민지다. 당시 남아프리카 공화국 내에는 여러 국가들이 존재했는데 모두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게 됐다. 그중 한 나라가 트란스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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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채굴권 얻기 위해 전쟁 벌인 영국
트라스발은 원래 보어인들이 살던 국가였다. 그런데 영국군의 강제 점령으로 인해 1902년부터 식민지가 됐다. 영국이 트란스발은 침략한 이유는 바로 남아공에 풍부한 다이아몬드 및 각종 보석 광물들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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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례의 보어전쟁 중 2차 전쟁은 보석 채굴권 쟁탈전 때문이었다. 영국은 보석 채굴권을 쟁탈하기 위해 45만 명의 군인을 동원해 트란스발 공화국을 초토화 시켜버렸다. 결국 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은 트란스발, 오라녜 자유국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capetowndiamondmuseum
2만 8천명 넘는 보어인 사망...피에 젖은 보석이라 불리는 이유
하지만 영국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영국은 살아남은 보어인 중 12만명을 수용소에 가뒀다. 보어족이 전투능력이 우수해 다시 자신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원인에서였다.
12만 명 중 2만 8쳔 명이 수용소에서 아사하거나 전염병으로 사망했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어린아이들과 여성들이었다. 결국 영국 왕실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는 제국주의 시절 영국이 2만 8천 명을 학살 하고 얻어낸 피의 다이아몬드였던 것이다.
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2022.09.10
환경운동가 10년새 908명 피살
지난 10년간 35개국에서 환경보호운동을 펼치다 목숨을 잃은 이들이 무려 9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 런던의 환경감시단체 ‘글로벌 위트니스’는 지난 10년간 전세계에서 환경보호운동을 벌이다 유명을 달리한 이들이 무려 908명에 이르고 이들 중 유죄를 선고받은 경우는 10건에 고작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위험에 직면한 이들의 많은 수는 토지 강탈과 광산 채굴, 산업용 목재 수출에 반대하는 일반인들”이라면서 수력발전댐과 환경오염, 야생생물 보호를 놓고도 살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4년간에는 주당 2명꼴로 환경운동가들이 피살됐으며 특히 지난 2012년은 147명이 목숨을 잃어 환경운동가들이 가장 많이 수난을 당한 해였다.
이 보고서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들의 상당수가 현장 조사가 어렵거나 불가능하기 때문에 환경운동을 벌이다 숨진 사망자수는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은 지난 2002년부터 2013년까지 환경운동가 448명이 살해돼 환경운동가들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로 나타났으며 온두라스 109명, 페루 58명의 순으로 조사됐다. 아시아지역에서는 필리핀이 67명으로 가장 많았고 태국이 16명으로 나타났다.
브라질의 경우 비정부기구(NG0)들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기업인과 기업형 영농업체들이 원주민들의 고향인 아마존 유역의 숲을 콩, 사탕수수 및 바이오 연료 생산 농장이나 소 방목장으로 개발하려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12년 브라질에서 발생한 환경운동가 피살사건의 절반은 아마존 유역의 마투그로수두술주에서 기업형 영농업체와 원주민들인 과라니족, 쿠란지족들간 충돌 때문에발생한 것으로 인권단체들과 언론보도에 따르면 환경운동가 피살은 영농기업들이 고용한 괴한들에 의해 종종 발생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생생뉴스 2014.04.15
태국서 환경운동가 백주에 피살…청부살인 가능성
태국에서 맹독성 산업쓰레기 무단 폐기에 항의하던 환경운동가가 백주에 피살돼 시민단체들이 철저한 조사와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당국에 촉구했다.
현지 언론들은 27일 동부 차층사오주에서 농내면 무14 마을의 지도자 프라욥 나오와-옵앗(43)씨가 피살된 것은 청부살인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민운동가들의 잇따른 피살을 개탄했다.
프라욥씨는 지난 2009년부터 무14 마을의 산업폐기물 불법 폐기와 방치를 고발해온 환경운동가로 지난 25일 오후 1시께 자동차정비소에서 차 수리가 끝나길 기다리던 중 괴한의 총격을 받아 피살됐다.
괴한은 자동차를 타고 이 정비소에 나타나 주변인들이 보는 앞에서 프라욥씨에게 총을 4발 쏘고 나서 유유히 사라졌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이날 총격은 정비소 인근에 설치된 폐쇄회로TV에 고스란히 찍힌 것으로 드러났다.
영자지 더 네이션은 프라욥씨의 주변 인물들은 물론 경찰들까지 이번 사건은 산업쓰레기 폐기에 얽힌 청부살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차층사오 주에는 허가받은 산업폐기물 처리장이 11개이나 무단폐기장까지 합하면 실제 폐기장은 이보다 훨씬 많으며, 대부분 발암성 독극물을 유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농내면에는 합법 폐기장 3개를 포함해 산업폐기물처리장이 9개에 이르러 프라욥씨 등 환경운동가와 마을 주민들이 처리장 폐쇄와 정화를 요구해왔다.
프라욥씨는 얼마 전부터 자신이 청부살인의 목표가 됐음을 감지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두려움을 호소해왔으나 경찰을 믿을 수 없다며 당국에 보호를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환경 및 인권 단체들은 지역사회 활동가나 시민운동가들이 얼마나 신변 위험에 노출돼 있고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지 이번 사건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났다며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범인 처벌을 촉구했다.
태국에서는 산업폐기물이 연간 320만t 배출되고 있으며, 2001년 이후 인권 및 환경 운동가 30여명이 피살된 것으로 집계됐다.
(방콕=연합뉴스) 현경숙 특파원 2013.02.27.
불법 벌목 탄로한 캄보디아 기자 피살
캄보디아 내 불법 벌목을 폭로해 온 현지 기자가 피살된 채 발견됐다고 캄보디아 경찰이 12일(현지시간) 밝혔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한 지역신문 소속 기자인 항 세레이 우돔(44)의 시신은 11일 북부 라타나키리 캐슈너트 농장의 버려진 차량에서 발견됐다. 이 관계자는 "단순한 강도 사건이 아닌 살인으로 보인다"며 "사망자의 머리에는 도끼 등에 수차례 맞은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우돔이 소속된 신문사의 편집장은 그가 주로 "캄보디아 사업가들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연루된 산림범죄를 고발하는 글을 기고했다"며 "특히 고급목재의 불법 벌목 등을 자주 다뤘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그동안 개발을 구실 삼아 연줄이 있는 기업들에 보호 구역을 포함, 수십만 헥타르 면적의 산림을 벌목하는 것을 허용해 환경단체들로부터 크게 비난을 받아왔다.
유엔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는 불법 벌목으로 인해 1990년 당시 국토의 73%였던 삼림 면적이 2010년 57%로 크게 줄었다.
지난 4월에도 저명한 환경운동가가 남서부 코콩 지역의 숲에서 헌병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2012-09-12
환경운동가 ‘목숨 바치는 환경운동’
2011년 전세계 106명 피살
자원 많은 브라질·페루서 빈번
태국 환경운동가인 탕낙 사웻친다는 수십 년 동안 환경 감시 운동을 벌인 베테랑 활동가다. 그는 지난해 7월 집을 나서다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아홉 발의 총알이 몸 여기저기를 뚫고 지나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 끔찍한 사건의 중심에는 방콕 인근의 화력발전소가 있다. 사웻친다는 이 발전소의 오염물질을 사회에 알렸고 앙심을 품은 ‘누군가’가 청부살인업자에게 1만달러를 건네 사건을 지시했다. ‘누군가’의 정체는 사회 유력인사라는 점 외에 지금까지 알려진 게 없다.
자원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웻친다처럼 목숨을 잃는 환경운동가의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환경감시단체 글로벌 위트니스가 19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피살된 환경운동가는 106명에 달했다. 2004년 37명에서 2008년 64명, 2010년에는 96명으로 계속 늘었다. 글로벌 위트니스 측은 “보고된 사건만 취합한 결과이기 때문에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페루는 환경운동가의 무덤으로 불린다. 살해 사건의 75%가 이곳에서 벌어졌다. 자원이 풍부하고 환경보호나 인권의식은 낮기 때문이다. 특히 예전에는 불법으로 목재나 광물을 내다 파는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가 주된 감시 대상이었지만, 점차 기업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환경운동가는 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슨은 “운동가를 노리는 범죄가 갈수록 교묘하고 조직적으로 변한다”며 “국제사회 공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 2012-06-21
아마존 농장주들 마구잡이 개간에 환경운동가 살해까지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본격적으로 파괴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말부터다. 이전까지는 도로를 비롯한 기반시설이 부족해 열대우림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하지만 브라질 정부가 농업개발을 위해 기반시설 건설과 동시에 주민정착을 장려하면서 아마존 훼손은 시작됐다.
당시 브라질 동부지역에 거주하던 토지가 없던 농민들이 아마존 유역으로 대거 이주했다. 브라질 정부는 72년부터 아마존을 관통하는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했다.
그러나 브라질 정부는 이주정책에만 신경을 쓰면서 아마존 내 토지를 일부 농장주들이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것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다. 90년대 말 브라질 토지개혁연구소의 추산에 따르면 100㏊ 이하 소농이 소유한 토지는 12%가량에 불과했지만 대지주가 소유한 토지는 43.5%에 달했다.
면적 기준으로 아마존 내 벌목의 80%는 불법이다. 80년대부터 아마존 일대로 이주한 농민들의 마구잡이 벌목과 목초지 개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브라질 정부는 90년대 들어서야 이주 장려정책을 포기했다.
환경운동가들은 80년대부터 불법으로 나무를 베는 벌목업자들과 아마존 곳곳에서 충돌했다. 88년 이후 대지주들에게 고용된 괴한들이 환경운동가들과 소농 등 1000명가량을 살해했으나 처벌이 이뤄진 경우는 극히 드물다. 용의자가 법원에 선 것은 100건 정도뿐이고, 괴한들을 고용한 것으로 드러난 대토지 소유자 15명 가운데 1명만이 복역 중이다.
지난 5월24일에는 환경운동가 중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해온 주제 클라우디오 히베이루 다 실바와 그 부인이 살해당한 채 발견됐고, 이후 환경운동가 피살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다. 브라질 정부는 그제야 환경운동가 131명의 신변을 보호하고 나섰다. 지난 13일 캐나다 일간 아고라코스모폴리탄에 따르면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달 올 들어 급증하고 있는 환경운동가 살해에 대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조사를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
경향 김기범기자 : 2011.07.19.
환경운동가들 ‘무덤’이 된 아마존
개발분쟁 격화…한달 42명 피살로 브라질 발칵
정부, 신변보호 난색 표명하다 ‘뒷북 경호’ 나서
“앞으로 한 달 안에 여러분은 내가 실종됐다는 뉴스를 듣게 될 겁니다. 나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숲을 지킬 겁니다. 바로 그 때문에 언제든 내 머리에 총알이 박힐 수 있습니다. 나는 불법 벌목업자들과 목탄 생산자들을 비난합니다. 그 때문에 나는 내 목숨을 지킬 수 없을 겁니다.”
조제 클라우지우 히베이루 시우바는 지난해 11월 브라질 마나우스에서 열린 국제 환경컨퍼런스에서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는 말을 했다. 히베이루와 그의 부인 마리아 두 이스피리투 산투는 세계 최대의 열대우림 지역이자 자원의 보고인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에 앞장서온 환경보호 활동가 부부였다. 브라질 경찰당국은 히베이루의 거듭되는 신변보호 요청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리고 여섯달 뒤인 지난 5월 23일, 이들 부부는 자신들이 그토록 지키려 했던 아마존강 옆 자택 근처에서 끝내 총에 맞아 죽은 채 발견됐다. 살해자들은 경고의 뜻으로 히베이루의 귀를 잘라냈다. 그러나 이건 잇따른 살해극의 예고편일 뿐이었다.
사건 직후, 브라질 환경 활동가들은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207명의 활동가 명단을 정부에 전달하고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그러나 마리아 두 호자리우 인권장관은 “위협을 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경찰의 신변보호를 제공할 순 없다. 우리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모두 보호할 위치에 있다는 건 비현실적인 주장”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는 사이 지난달까지 한 달 만에 명단에 있던 활동가 42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히베리우 부부가 살해된 지 불과 일주일 사이에 무려 38명이 무더기로 피살됐다. 브라질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브라질 정부는 뒤늦게 불법 자원개발업자들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그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아마존 환경보호 활동가들에 대한 신변 보호 대책도 내놨다. 브라질 당국은 5일 최소 131명의 환경운동가와 인권운동가들이 정부 차원의 신변보호를 제공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일 전했다.
호자리우 인권장관은 “위협 세력 중에는 과거에 활동가들을 살해하고도 활보하고 다니는 자들이 포함돼 있다”며 “그들이 누군지 밝혀내 반드시 처벌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브라질 인권단체의 한 활동가는 “정부의 신변 보호는 심각한 위협이라고 판단되는 경우들을 선별해 정기방문에서부터 24시간 무장경호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주 브라질 환경자원부는 중무장한 군·경의 지원을 받아 불법 벌목꾼 12명을 사살했다. 그러나 개발이익을 노리는 세력의 준동은 수그러들지 않을 태세다. 최근엔 브라질 경찰 총수조차 “불법 삼림훼손 단속작전을 시작한 이후 여러 경로로 위협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브라질 인권단체 세페테(CPT)에 따르면, 1985년 이후 올 4월까지 아마존 유역에서 918명의 환경보호 활동가들이 목숨을 잃었으나 살해범에 대한 재판이 진행된 사례는 27건에 그쳤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2011-07-07
브라질서 환경운동가 또 피살
브라질에서 활동하던 미국인 선교사 도로시 스탱 수녀가 살해된 지 열흘 만에 또 다시 환경운동가가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브라질 현지 언론들의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 22일 밤 10시30분께(현지시간) 리우 데 자네이루 주 노바 이과수 시에 위치한 팅과 생물학보존연구소 입구로부터 200여m 떨어진 곳에서 환경운동가 디오니시오 줄리오 히베이로(59)씨가 괴한들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디오니시오씨는 이날 이 지역 주민협의회 대표 자격으로 한 모임에 참석했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디오니시오씨의 시신은 사고 직후 부검을 위해 노바 이과수 시 법의학연구소로 옮겨졌다.
지역 관할 경찰은 "디오니시오씨는 12구경 권총에서 발사된 총알을 머리에 맞고 현장에서 숨졌다"면서 "조사 결과 수개월 전부터 살해 위협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디오니시오씨는 지난 1980년대 팅과 자연보존지역을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후 비정부기구인 '자연보호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주로 야생동물의 불법거래와 야자수 불법벌목을 반대하는 운동을 벌여왔다.
팅과 자연보존지역의 루이스 엔히키 도스 산토스 소장은 "이곳에서 활동하는 환경운동가들은 수시로 살해 위협을 받고 있으며, 디오니시오씨도 언제부턴가 자신이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말을 하곤 했다"면서 "우리의 활동이 특히 야자수 불법벌목업자들에게는 눈엣가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브라질 연방경찰은 현장에 특별수사팀을 파견해 수사를 지휘하도록 하는 한편 현지 경찰 병력을 동원해 다른 환경운동가들의 신변을 철저하게 보호하도록 지시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2005.02.24.
아마존 성녀` 스탕수녀 피살
농장주ㆍ불법벌목업자에 의해
1960년대부터 아마존 정글에 머물며 환경보전과 농민운동을 벌여왔던 미국인 인권운동가 도로시 스탕(74) 수녀가 현지 농장주와 불법 벌목업자들에 의해 살해됐다. 스탕 수녀는 지난 12일 아마존 북부 파라주의 한 농장지대에서 대형 농장주와 불법 벌목업자들이 고용한 살인청부업자에 의해 등에 3발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
땅을 소유하지 못한 빈농을 위한 헌신적인 활동으로 아마존의 성녀로 불리던 스탕 수녀 피살사건은 브라질 정부가 대형 농장주들이 고용한 청부업자들에 의한 폭력이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졌다고 비난한 지 1주일 만에 발생했다.
그녀는 빈농의 편에 서서 `지속 가능한 개발` 및 `빈농 자활 운동`을 펼치며 무분별한 벌목에 반대해 밀림을 개간해 소를 키우기를 희망하는 목장주 및 벌목업자와 대립해왔다.
스탕 수녀는 빈농의 편에 서서 ‘지속 가능한 개발’ 및 ‘빈농 자활 운동’을 펼치며 무분별한 벌목에 반대해 밀림 개간을 통해 소를 키우기를 희망하는 목장주 및 벌목업자와 대립해 왔다. 스탕 수녀는 최근 자신이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며 경찰에 여러 차례 호소했으며 가족들에게 쓴 편지를 통해 ‘늙은 수녀’라는 것이 유일한 ‘보호막’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스탕 수녀는 미국 오하이오 주 소재 노틀담 수녀회 출신이며 아마존 환경보전 및 농민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브라질 국적을 취득했다. 지난해 그녀는 파라주 명예시민이 됐으며 브라질 변호사협회가 수여하는 인권상을 받기도 했다.
헤럴드경제 200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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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스탱수녀
가랑비가 내리던 지난 2월12일. 도로시 스탱 수녀(73)는 브라질 아마존 유역 파라주의 거주지 보아 에스파란차 인근을 걷고 있었다. 약 50㎞ 떨어진 아나푸 마을에서 대농장주와 벌목꾼들이 농민들을 쫓아낼 의도로 농민들의 거주지를 불태우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농민 2명과 함께 나섰다. 두 명의 살인청부업자가 길을 막았다. 스탱 수녀는 침착하게 옷가방에서 성경을 꺼낸 뒤 마태복음 5장 9절을 읽어 내려갔다. 이윽고 6발의 총성이 아마존에 울렸다. 흙탕길에 쓰러진 스탱 수녀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반 평생을 아마존 유역의 가난한 농민들에게 바쳐온 ‘아마존의 천사’ 스탱 수녀는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

그들은 왜 그를 쏘았을까. 의문은 전세계 열대우림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삼림의 보고(寶庫)’인 아마존의 실상에서 찾을 수 있다. 아마존은 지구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세계의 허파라고 불릴 만큼 이곳 삼림의 가치는 매우 높다. 하지만 삼림자원 개발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벌목업자와 대농장주, 정치인의 손아귀에 있다. 그들에게 아마존 삼림은 현대판 ‘엘도라도’일 뿐이다. 스탱 수녀는 바로 이들과 맞서 왔다. 스탱 수녀는 눈 앞의 개발이익을 노려 농민을 죽이고,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그들과 대립했다. ‘지속가능한 삶’의 수호자였다. 환경운동가일 뿐 아니라, 개발을 앞세운 벌목업자와 대농장주, 정치인으로부터 억압받는 농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인권운동가였다. 그가 아마존 농민들로부터 ‘아마존의 천사’ ‘열대우림의 성녀’로 불린 이유다.
하지만 삼림 개발업자들에겐 제거해야 할 ‘테러리스트’였다. 스탱 수녀는 그 명성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그의 일을 막으려는 사람들의 손쉬운 목표물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가 가진 무기는 성경과 가난한 사람, 숲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뿐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아마존에서는 스탱 수녀처럼 많은 운동가들이 삼림개발에 맞서 싸우다 죽어가고 있다.
스탱 수녀의 죽음은 21세기 화두인 ‘개발과 보존’의 조화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생존’의 중요성을 웅변하고 있다. 경향신문이 고인인 스탱 수녀를 ‘올해의 세계 인물’로 선정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1931년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태어난 스탱 수녀는 17살 때 데이턴 줄리앵고교를 3년 중퇴하고 ‘노트르담 드 나무르 수녀회’ 신시내티 지부에 가입하면서 성직자의 길을 걷는다.
노트르담 수녀회는 18세기 말 프랑스에서 해방신학과 사회정의의 옹호자인 성녀 마리 로즈 율리아 빌리아르(1751~1816)에 의해 창설됐다. “가장 버려진 곳에 사는 가난한 사람, 특히 여성과 아이들을 위해 일한다”는 수녀회의 신조는 그가 걸어갈 길을 예견해 주었다. 13년 동안 미션스쿨 초등부 교사를 맡았다. 저녁이나 주말엔 멀리 떨어져 학교에 올 수 없는 인디언 마을이나 이민자 거주지의 아이들을 위해 발품을 아끼지 않았다.
브라질엔 66년에 발을 디뎠다. 동료 수녀 4명과 함께 브라질 마란하오주 코로아타에 수녀회를 설립한 스탱 수녀는 처음엔 성인교육과 교리문답교사 양성에 주력했다. 그러나 농민들이 지주들의 손아귀에서 억압당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농민들에게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70년대 초 브라질 정부가 아마존강 유역 이주자에게 땅을 제공하자 가난한 정착민들을 따라 아마존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언젠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넓은 열대우림의 25%가 파괴됐어. 1년에 9,000평방마일 이상씩 말이야. 우리 프로젝트는 숲을 보호하고 카사바나 채소, 카카오, 후추, 커피 등 농작물을 돌려가며 재배해 농업생산을 증진시키는 거야.”
죽음의 그림자가 스탱 수녀에게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82년 브라질 주교단이 창설한 인권단체인 ‘패스토럴 랜드 커미션(CPT)’에서 활동하면서부터다. CPT는 아마존의 대지주들이 농민과의 토지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총잡이를 고용하면서 폭력이 증가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86년 브라질을 방문해 스탱 수녀를 만났던 마거릿 홈은 직접 살해위협을 목도했다. 한 남자가 그들이 식사를 하는 카페에 들어오더니 스탱 수녀를 알아보고 “그들이 당신을 죽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살해위협은 브라질 정부가 ‘아마존 관통 고속도로(Trans-Amazon Highway)’ 포장계획을 발표한 98년부터 시작됐다. 이 계획은 결코 실행된 적 없지만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오랫동안 들끓고 있던 토지분쟁을 격화시켰다.
[2005 올해의 세계인물] 4. 도로시 스탱수녀
스탱 수녀가 활동해온 파라주는 벌목업자와 농장주의 폭력과 횡포로 악명높은 지역이다. CPT에 따르면 아마존에서 지난 20년간 토지분쟁으로 인한 살인사건이 1,237건이나 발생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파라주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브라질 정부는 무관심했다.
스탱 수녀는 살해되기 9일 전 닐마리오 미란다 브라질 인권장관을 만나 자신과 농민들이 받은 살해위협을 경고했지만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스탱 수녀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기도 했다. 2002년 미국의 환경잡지 ‘아웃사이드’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총탄을 맞는다면, 누구 짓인지 모두가 알 것”이라고 말했다. 수녀회는 그에 대한 살해협박을 우려, 브라질을 떠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그는 “다른 수녀님들은 나의 안전이 걱정된다고 하지만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나의 안전이 아니라 정말로 필요한 사람의 안전”이라고 대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탱 수녀가 살해되자 브라질 정부의 무관심과 아마존 개발정책에 대한 원성이 쏟아졌다. CPT 소속 안토니오 카나토 신부는 “브라질 정부는 스탱 수녀의 죽음을 막기 위한 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히려 대농장주를 보호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아마존 프로젝트 책임자인 파울로 아다리오는 “스탱 수녀는 아마존을 위해 싸우다 숨졌다”면서 “그런데 정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도 살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탱 수녀의 죽음은 아마존 보호와 무법천지에서 자행되는 불법행위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피살 직전 벌목업자들의 항의에 못이겨 벌목 제한 조치를 완화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그가 죽은 지 5일 만에 이를 원상복귀시켰다. 파라주법원은 지난 8~10일 진행된 1심에서 청부살인범 2명에게 17년, 27년형을 선고했다.
살인을 사주하고 돈을 준 3명에 대해서는 내년에 재판할 예정이다. 인권단체들은 무엇보다도 스탱 수녀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려면 살해범과 교사범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십년간 아마존 밀림에서 자행되고 있는 살인극을 막는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탱 수녀는 생전에 포르투갈어로 ‘삼림의 죽음은 곧 삶의 종말’이라고 쓰인 하얀 티셔츠를 즐겨 입었다. 문구에는 아마존과 그 속에서 사람들의 관계가 운명처럼 얽혀져 있다. 그가 진정으로 바란 삶은 무엇일까.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안전하게 땅을 경작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통해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들고, 농민들이 평화롭고 존중받으며 살 수 있는 땅을 가지는 것”이었다.
스탱 수녀의 죽음은 영화 ‘불타는 계절’(존 프란켄하이머 감독·1994년)로 잘 알려진 ‘아마존 열대우림의 영웅’ 치코 멘데스(1944~88)를 떠올리게 한다. 멘데스는 고무나무 수액 채취 노동자 출신이었다.
브라질 정부의 아마존 개발정책으로 삶터를 잃은 주민들의 권리 보호와 소수 지주들에 의해 열대우림이 파괴되는 데 대항하다가 88년 12월22일 집 앞에서 피살됐다.
멘데스처럼 죽음으로 지킨 스탱 수녀의 고귀한 신념은 아마존 주민들과 지구환경을 보호하려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있다.
“나는 도망치고 싶지 않다. 밀림 속에서 아무런 보호없이 살고 있는 농민들을 위한 싸움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들에겐 환경을 존중하면서 명예롭게 일하며 살아가는 터전인 이곳에서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신성불가침한 권리가 있다.”
〈조찬제기자 helpcho65@kyunghyang.com〉: 2005.12.26
2005년 도로시 스탱 수녀 피살
제 발등 찍을 인간의 탐욕
아마존은 ‘지구의 허파’다. 전 세계 열대우림의 40%를 차지하며, 지구 전체 산소 공급량의 20%를 책임지고 있다. 유역 면적 세계 1위(705만㎢)인 아마존강은 세계 담수 30%의 공급원이다. 이 지역은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기도 하다. 인류 공동의 재산으로 보전·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얘기는 그러나 대농장주나 벌목기업에는 한가하게 들릴 뿐이다. 아마존 삼림은 이들의 눈에 탐욕의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하여 아마존에서 환경운동을 한다는 것은 전쟁터에 뛰어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1988년 삼림 개발업자들에게 맞서다 살해된 치코 멘데스의 삶을 다룬 영화 <불타는 계절>은 아마존 환경운동가들의 고난을 웅변한다.
2005년 2월12일 브라질 파라주에서 살인 청부업자의 총탄에 숨진 도로시 스탱 수녀(당시 73세)도 ‘아마존 지킴이’였다. 아마존의 환경을 지키고, 나아가 가난한 농민들의 인권 보호에도 앞장선 스탱 수녀는 ‘아마존의 성녀’로 불렸다. 미국 출신으로 1966년 브라질 마란하오주에 도착한 그는 70년대 초 브라질 정부가 아마존강 유역 이주자들에게 땅을 제공하자 정착민들을 따라 아마존으로 들어갔다. 스탱 수녀는 82년 브라질 주교단이 창설한 인권단체 ‘패스토럴 랜드 커미션’에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불법 벌목업자들의 눈엣가시가 된다. 2002년 한 인터뷰에서는 “만약 내가 총탄을 맞는다면, 누구 짓인지 모두가 알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브라질을 떠나면 어떠냐는 제안에 대해선 “우리가 걱정할 것은 나의 안전이 아니라 정말로 필요한 사람의 안전”이라며 일축했다.
그의 죽음은 충격과 분노를 안겼지만,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지난해 말 브라질 가톨릭 토지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운동가 260명이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 한 가톨릭 사제에게는 현상금이 걸려 있을 정도다.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세계는 결코 정의롭거나 평화롭지 않다. 그러나 언젠가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계-그런 것이 가능하다면-를 이뤄내려면 누군가는 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슬픈 역설은 지금, 여기서도 유효하다.
경향 : 김민아기자 200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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