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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엄경근 추모 달빛 여정 展 및 두꺼비 김상화 출판기념회

by 이성근 2025. 1. 20.

엄경근 ‘달동네 아버지의 퇴근길’. 

'열밤

사생연(師生緣)‘

지난해 11월 신작 전시 개막을 하루 앞두고 안타까운 소식을 전한 고 엄경근 작가의 유작전이 열리고 있다. 부산가톨릭방송 공개홀에선 23일까지 ‘별이 된 달빛 여정’ 전이 열린다. 지난해 예정돼 있었던 신작 작품들과 엄경근 작가의 대표 작품인 달동네 풍경까지 더해졌다.

이 전시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엄 작가를 그리워하는 지인들이 준비했다. 지인들은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작품 선정과 작품 설치까지 직접 진행했다. 이번 전시의 준비위원장을 맡은 진주 엄살롱의 김동희 씨는 “고뇌에 싸인 그 마음을 미리 알기 전에 별이 되어버린 님을 생각하고 바라보는 많은 분의 따뜻함으로 그곳이 마냥 춥지만은 않을 것으로 믿는다. 떠난 자리는 그리움으로 채워지지만, 보낼 수가 없어 마음 안에 잡아둔다”라고 전했다.

엄 작가가 떠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전시 준비위원들뿐만 아니라 그의 학교 제자, 엄살롱을 이용했던 시민도 여전히 그의 부재가 믿기지 않는다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선 11일과 18일 오후 1시에 ‘엄경근을 보내며’라는 추모 행사도 마련해, 함께 엄 작가를 회고하고 잘 이별하는 기회도 갖는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부산의 달동네를 따뜻한 화풍으로 그려 ‘달동네 작가’로 불린 엄 작가는 지난해 11월 7일 향년 4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엄 작가는 학창 시절 동네 파출소는 죄다 가봤을 정도로 알아주는 문제아였으나, 고2 때 만난 미술 선생님의 권유로 미술을 시작했고 미술 교사 겸 화가가 되었다. 작가의 특이한 사연은 부산일보의 기획 인터뷰 시리즈 ‘인+간’(2011년 7월16일자)에서 ‘미술선생님 된 사고뭉치 꼴통’이라는 기사로 세상에 알려졌고, 전국구 유명세를 얻었다.

엄 작가가 소재로 삼고 있는 달동네의 모습은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다는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아늑함이 느껴져 미술 팬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교육 활동과 미술 작업 외에도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대안 화실 ‘엄살롱’을 운영하기도 했다. 24시간 운영되는 이 공간은 누구나 와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엄 작가에게 그림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남해와 진주에 1, 2호 엄살롱이 운영되며, 다양한 연령대 일반인들이 엄살롱을 거쳐 전시를 열기도 했다.

(부산일보 2025.1.8)

두꺼비 김상화
한때 그림도 그렸고 애니메이션도 다큐멘터리도 만들었지만, 재주가 없어 슬퍼했다. 어쩌다 대학에서 선생 노릇을 하며,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문화예술 기획과 영화제도 한참 했다.
만드는 재주가 없고 잘 만든 작품에 입대는 재주도 별로이나, 잘 만든 영화를 같이 보며 떠드는 일은 잘하는 것 같다.
그렇게 노는 사람으로 한가롭고 여유로운 삶을 살자고 주절대고 산다.

출판사 서평

김상화 선생을 처음 만난 때는 2013년 12월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최고지도자과정에 강사로 초청한 때다. 이후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에는 매해 초청받기도 했다. 그리고 〈쌈수다〉에서 진행된 토크 프로그램에서 부산의 젊은 예술가들도 가끔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낸 적이 있는 김상화 선생이 새해에 새로운 책을 선보였다. 글과 사진을 모은 『머문 두꺼비 눈길』이 그것이다. 2014년부터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들에 그때, 그때마다 자신의 사색과 상념을 담은 것이다. 나는 이런 작업을 정말 좋아한다. 사진작가들은 자신의 사진으로만 말한다고들 하지만 이왕이면 자신의 생각도 함께 펼쳐주면 더 좋은 작품들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이다.

사진과 글을 읽고 보다 보면 무언가가 그려진다. 그려진다는 것은 그리움이라 생각한다. 이때의 그리움은 단순한 낭만이 아니라 필자의 서정과 서사가 함께 떠오른다는 의미다. 그리운 것들을 잡아다가 새겨둔 것이 조각이나 사진, 그리고 글이다. 『머문 두꺼비 눈길』에 담긴 것들이다. 예컨대 나는 책 표지의 동백 사진을 보며 다음과 같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지난해 여름 김상화선생 등과 함께 제주도 4ꞏ3기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표선 바닷가의 기념품 가게에서 일행 중 한 분이 동백꽃 열쇠고리를 선물로 주셨다. 지금도 가방에 달고 다닌다. 나는 동백꽃을 보면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생각나고 이제하 시인이 쓰고 작곡한 〈모란 동백〉이 생각난다. 그리고 안도현 시인의 〈동백꽃 지는 날〉도 선운사와 함께 떠오른다. 동백은 두 번 핀다는 말도 믿는다. 필 때와 질 때...

이처럼 사진이나 글에 일상-사건-사태-국면-역사가 알차게 담겨 있는 것이 좋다. 눈 밝은 독자들은 김상화 선생의 새 책, 『두꺼비 머문 눈길』에서 이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 이성철 창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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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낮에 뜬 달을 본 적이 있습니다. 뉘엿뉘엿 해가 지는 하늘에 떠 있는 달은 낮과 밤의 경계를 넘어선 존재처럼 보였습니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 발견된 낯선 존재, 낮과 밤이라는 대조 속에 공존하는 달의 모습은 저를 경이로운 감각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때부터 낮에 뜬 달은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 세상의 다름과 다양성을 깨닫게 해주는 상징처럼 다가옵니다.

이 책 낮에 뜬 달은 바로 그런 감각을 선사하는 글과 사진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때때로 비슷해 보이지만, 결국 저마다 고유한 차이를 품고 있습니다. 섬세한 문장과 깊은 통찰을 통해 사소한 것에서부터 삶의 근본적인 질문에 이르기까지 결국엔 모두의 다른 가치들에 이야기하고 있는 듯합니다.

낮에 뜬 달을 보며, 저는 오늘도 저와 당신, 그리고 세상의 다양성에 대해 생각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가진 다름의 무게를 가벼운 신비로움으로 바꿔줍니다. 당신도 낮에 뜬 달을 보며 이 책의 여정을 함께 걸어보시길 권합니다.

나의 아버지에게
우리는 참 비슷하면서도 다르지요. 당신의 눈빛과 웃음에서 제가 느끼는 따스함은 언제나 같지만, 당신이 세상을 보는 시선과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다를 때가 많아요.
그 다름이 때로는 저를 놀라게 하고, 때로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줍니다.
당신과 제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또 사랑하는 관계라는 사실이 저는 참 기쁩니다. 당신은 낮에 뜬 달처럼, 제게 언제나 특별한 존재입니다.
- 딸 김규리 씨 서평

 

그는 나의 오랜 벗이기도 하다. 그의 살아온 내력도 좀 아는 편이다.   앞에 엄경근  추모전도 그들 통해서 만났다. 물론 엄 작가 역시 평소 눈여겨 보던 작가 였고 술잔을 몇 번 나누었든가. 아무튼 요즘들의 두꺼비나 나는 팍팍하게 산다. 그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를 희망하지만 , 세상은 그런 그에게 기회를 잘 주지 않는다.   

책의 내용은 벗의 담담한 시선을 담은 글이 주류다.   조만간 그와 일을 도모할 예정이다. 

책은 하마트면 독립출판 협동조합에서 냈고 앞서 엄작가의 책도 내기도 헸다.  출판사 대표는 내게도 책을 내기를 제안했다. 가덕도에 대해 ...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기록으로 남겨야 할 필요는 있을 법하다. 그민해 볼일이지만 급한 일은 아니기에 미룬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뒷풀이에 합류했다. 한 시간이 막차를 타고 가게 만든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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