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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지역과 마을

문현동 절집들이 개발환영이라니

by 이성근 2017. 6. 27.


고향 떠난 사람들이  등 붙일 곳을 찾아 황령산 골짝 골짝 터잡은 곳을  개발이란 것에 현혹되고 포로가 된 사람들 앞세워 협박하고 있다.  문현동 마지막 남은 골짜기를  지주들은 그냥 두지 않으려 한다.  일대의 땅은 동아대학교 연습림 부지가 대부분이다.  70년대  골짜기 집이라고는 몇 채 없었지만 80년대를 전후하여 차즘 사람들이 우후 죽순 집을 짓고 살았다.  백여 호가 무허가에서 일부는 불하를 받고 그럴 여유나 형편이 없었던 사람들은 점용료만 내면서 살았다.   

몇 해전 진남로 232번길이 열리고  그 길의 끝을 가로막고 있던 효성택시 부지를  다시 열어 188번길과 연결하면서 개발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는 호재였던 이런 도로개설이 실은 골짜기 사람들이 쫒겨 나는 길이 된 것이다. 

주민들의 반은은 결사반대파와 추이를 봐 가며 대응하겠다는 눈치파로 나눤다.   그틈을 비집고 들어와 판단을 흐리게 하고 분열을 일어키는 것이 보상비다. 개발 앞잡이들은 어느 집에는 얼마를 어느 집에는 얼마를 차등 제시하며 상호 불신을 조장하게 만들면서 투쟁 동력을 분리시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주거권 싸움이 처음 결기와 다르게 맥빠지는 그리고 지지부진한 싸움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종국에는 그들 뜻대로 만든다.  지역공동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문현동 현대아파트가 들어서는 과정이 그랬다.  몇 사람이 싸움 과정에서 죽어 나갈만큼 치열했지만 그 사연을 기억 하는 사람들은 몇 없다.  실로 골짜기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아연한 사실은 인근 사찰에서 내건 현수막이다.  도로개통 축하 + 지역개발 대환영 이란 문구였다.  한심하고 어처구니 없음을 넘어 중들의 판단치고는 너무도 노골적이고 역겨웠다.  저 중놈들은 인근 주민들이 각 각의 사찰에 출입하는 신도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임에도 저 따위 현수막을 내걸었다.  침을 뱉는다.   썩은 중놈들과 그 절집들,  천벌 받으리라.

일대의 가장 오래된 집 기와지붕 넘어 문현 로터리까지 뻗어 있는 아파트군단이 골짜기를 넘보고 있다.

전형적인 주택가인 문현3동의 그림도 많이 달라졌다.  빌라나 소형아파트들로 몸을 바꾸고 있다.

어는 다세대주택의 도시가스 검침대

2층 양옥집



집집마다 하나 혹은 두세개 가스검침박스가 있는 마을을 그려보지만  나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다.  이 세월과 세상이 무섭다.

A Broken Wing - Martina McBr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