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K 박노자 (지은이)한겨레출판 2022-01
- ‘진짜 선진국’ 대한민국을 위한 박노자의 불편한 제안
박노자 (Vladimir Tikhonov) -소련의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자랐고, 본명은 ‘블라디미르 티호노프’다. 2001년 귀화하여 한국인이 되었다. 레닌그라드대 극동사학과에서 조선사를 전공했고, 모스크바대에서 고대 가야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대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칼럼들을 묶은 《당신들의 대한민국》으로 주목받았으며, 《미아로 산다는 것》 《주식회사 대한민국》 《비굴의 시대》 《전환의 시대》 등은 이 연장선상의 저작이다. 《조선 사회주의자 열전》 《거꾸로 보는 고대사》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우승열패의 신화》 등을 통해 역사 연구자로서의 작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목차
서문-K, 지극히 ‘선진적’인 사막
1장 과거-돌아오는 망령들
다시 돌아온 저주, 가난
1930년대가 돌아온다
이순신을 교과서에서 빼야 하는 이유
지식인은, 이미 죽었다
양심수는 왜 석방되지 않는가
노래를 불렀다가 죄인이 되는 나라
노르웨이의 적색당, K의 이석기
2장 위계-‘높으신 분’ 없는 세상을 위하여
‘높으신 분’ 없는 세상을 위하여
K와 1949년의 마오쩌둥
‘온건’한 밀레니얼과 현대판 ‘평민’
학벌 사회에는 없는 것
K에는 없는 것
병리가 되어버린 K형 팬덤 정치 문화
죽음의 정치학
‘따라잡기’의 종말
3장 혐오-나는 혐오한다, 고로 존재한다
K, 인간이 ‘벌레’가 된 나라
K의 혐오정치: 반여성, 반중국, 반난민
대공황과 ‘외국인 혐오’ 바이러스
‘동포’들을 차별하는 나라
4장 노동-일이라는 식민지
‘삶’이 식민화되는 곳
프레카리아트 혁명의 시대?
당신에게 밟히지 않을 권리
직장 회식, 복종의 의례
“한국에선 가능한 일인가”라는 질문
‘한류’라는 이름의 착취 공장
5장 세계-‘아래로부터’의 세계화를 위하여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를 위하여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그때 그 ‘운동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신민족주의 파도, 세계를 삼키다
‘그들’이 언젠가 ‘우리’처럼 될 거란 착각
일본의 극우를 정말로 이기려면
‘혐중’을 넘어: 균형 잡힌 중국관을 위해서
6장 미래-사라져야 할 것들, 와야 할 것들
코로나가 무너뜨린 신화들
‘취소’된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팽’ 당하는 신자유주의와 K
K, ‘예외적’ 민주화를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로
2020년, 어떤 시대의 종말
‘유사 선진국’에서 ‘진짜 선진국’으로 도약할 K를 위한 조언
K-방역 말고 BTS 말고 ‘진짜’ K를 말하다
넷플릭스 세계 1위를 차지한 〈오징어 게임〉과 〈지옥〉으로 대표되는 K-콘텐츠, BTS와 블랙핑크 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K-팝,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K-방역…. 이렇듯 K는 이미 선진국이 된 한국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경계인의 시선으로 한국의 모순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해부해온 박노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잘 모르거나 알면서도 외면했던 K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한다.
그가 말하는 K의 진짜 모습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국 사회가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기도 하다. 반페미니즘으로 대표되는 혐오의 일상화, 대선 후보의 ‘주 120시간’ 발언이 보여주는 구시대적인 노동관, 중국의 부상 속에서도 여전히 미국에 치우친 외교 정책 등등 그는 한국 사회의 주요 문제를 예리하게 지적하고, 소득만 높은 ‘유사 선진국’에서 개인이 행복한 ‘진짜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선진국’과 중세 사이의 어딘가, 낯설고도 혐오스러운 K
2021년 7월 2일, 유엔무역개발회의는 만장일치로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이 선진국으로 ‘공인’받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한국이 나라는 부강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병들어가는 곳, 황폐해진 마음을 견디다 못해 매일 평균 38명이 자살하는 ‘사막’이라고 비판한다.
1장 〈과거-돌아오는 망령들〉은 ‘선진국’ 한국이 이미 극복했다고 믿었던 빈곤 같은 문제가 귀환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굶주림이나 영양 부족 같은 전통적인 빈곤은 크게 개선됐지만, 자기만의 시간을 누릴 수 없는 ‘시간 빈곤’,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없는 ‘관계 빈곤’에 시달리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2020년 기준으로 연간 노동시간이 1,908시간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687시간)보다 221시간이나 더 일하는, 세계 최악의 초장기 근로 사회 중 하나다. 또한 업무 스트레스, 육아 등으로 37.9퍼센트의 성인이 ‘섹스리스’가 됐고, 미혼 남녀는 10명 중 3~4명만 이성교제를 하는 ‘관계 빈곤’ 사회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에 대해 ‘자본이 우리에게 빼앗은 삶의 행복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2장 〈위계-‘높으신 분’ 없는 세상을 위하여〉에서는 중세의 군주나 봉건영주를 연상케 하는 한국 사회의 엄격한 권위주의를 비판한다. 교수가 학생들을 거느리고 시찰할 때, 학생들에게 모든 실무를 맡기고 자신은 명령만 내리는 모습이 마치 “농장주가 농노들을 데리고 다니는 광경”과 닮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학벌 또한 일종의 신분제로 작동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자녀처럼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 학력을 부모의 힘으로 얻는 ‘2세 사회 귀족’들”과 현대판 ‘평민’ 자녀들이 걷는 삶의 궤도가 태생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3장 〈혐오-나는 혐오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정서인 ‘혐오’를 다룬다. ‘빌거(빌라에서 사는 거지)’ ‘이백충(한 달에 200만 원 이하의 소득으로 사는 벌레 같은 사람)’ ‘난민충(벌레 같은 난민)’ ‘맘충(벌레 같은 행동을 하는 아기엄마)’ 같은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에서는 빈민‧여성‧난민 등에 대한 노골적인 멸시와 차별이 일상화됐다. 저자는 이를 두고 한국은 “인간이 벌레가 된 나라”라고 규정한다. 이 같은 혐오는 내부를 넘어 외부의 타자로도 향하는데, ‘착짱죽짱(착한 짱개는 죽은 짱개다)’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맹렬한 중국 혐오가 대표적이다.
삶과 지식의 ‘식민화’를 딛고 ‘진짜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4장 〈노동-일이라는 식민지〉는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식민화하고, 심지어는 삶 자체를 앗아가는 노동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2015년 광주에서 한 학교의 야간 당직 기사가 과로사했는데, 그는 내리 73시간(!)을 일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와 같은 학교 야간 당직 기사들은 1년에 무려 6,000시간 정도를 일하는데, 이는 1960년대 말 평화시장에서 미싱을 돌리던 여공의 평균 노동시간보다 더 긴 시간이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를 누비는 ‘자랑스러운 K-콘텐츠’를 만드는 드라마 촬영팀, 개발자들도 밥 먹듯이 야근을 한다. 이처럼 말 그대로 ‘살인적인’ 노동은 개인이 자신을 돌볼 시간과 여력을 빼앗아간다.
5장 〈세계-‘아래로부터’의 세계화를 위하여〉는 ‘몸은 아시아에 있지만, 머리는 미국과 유럽에 있는’ 한국의 실상을 분석한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알아도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바진(巴金, 1904~2005)은 모르는 한국의 교양인들을 보면 알 수 있듯, 한국의 교육과 미디어가 말하는 세계는 사실상 미국과 유럽이다. 제국주의 열강이었던 미국과 유럽을 ‘보편’으로 여기는 왜곡된 인식 속에서 한국보다 가난한 아시아 나라들은 ‘서구화’된 한국이 ‘개발’해줘야 하거나 경제적으로 이용해도 되는 대상으로 전락한다. 이러한 아류 식민주의 속에서 유럽의 이슬람 혐오가 한국에 ‘직수입’되고, 예멘 난민 등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와 반감을 낳는다.
6장 〈미래-사라져야 할 것들, 와야 할 것들〉은 한국이 ‘진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앞서 다뤘던 여러 문제는 한국 사회가 총체적인 위기를 맞이했고, 새로운 대전환을 준비해야 한다는 증거다.
저자는 특히 신자유주의의 붕괴와 기후 위기에 맞서 ‘한국식 생태형 복지국가’ 건설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비정규직 정규직화‧무상 고등교육‧무상 의료‧공공의료기관 병상 확충부터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도시 농업 장려, 기후난민 폭증에 대비한 이민정책 검토 등 다양하고도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K에 필요한 새로운 ‘상식’
하지만 한국 사회의 여러 모순과 부조리를 타파하는 일은 제도 개혁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오늘날의 한국을 ‘불행한 선진국’으로 만든 것은 사회구조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타자에 대한 관심과 존중, 그리고 나와 남을 이어주는 소속감”의 고갈에 있다. ‘성장’만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각자도생,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나를 지지하고 내 존엄성을 인정해주는 타자, 나에게 존재감을 부여해주는 집단은 사라졌고, 이들의 부재는 개개인이 고통을 버틸 힘을 빼앗아버렸다.
저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사회의 에토스(ethos), 즉 이 사회의 상식과 통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을 ‘능력’ 위주로만 평가하여 그 개인에게 ‘급’을 매기고, ‘경제성장’을 최고의 사회적 가치로 여기는 의식은, 결코 ‘행복’을 가져다줄 수 없다.”
따라서 타인을 잠재적 적이나 내가 살려면 밟아야 할 존재로 여겨온 기존의 ‘상식’에서 벗어나 “‘능력’의 유무나 위치 고하를 떠나 만인이 그 존엄성을 존중받을 권리를 갖는다는 점, 그리고 사회의 목표는 성장이 아닌 인간과 생태계의 총체적 생존이라는 점”이 새로운 ‘상식’으로 자리 잡을 때야 비로소 K가 ‘진짜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이 책은 역설한다.
책속에서
한국이라는 국가는 월북하려는 사람을 사살해 죽일 순 있지만, 영양실조에 걸려 천천히 죽어가는 극빈층은 그다지 잘 살리지 못한다. … 매일 평균 약 38명이 자살하는 것과 더불어 매일 1명씩 영양실조 사망자가 발생하는 곳이 바로 신생 선진국인 대한민국이다.P. 11
‘나라’가 아무리 부강해져도 ‘개인’은 계속 마음이 병들어간다. 자본과 국가의 ‘성장’ 대가를, 부단한 생존 게임 속으로 빨려 들어가 종종 ‘자살’을 생각할 만큼 힘들어 하는, 그러나 그러면서도 서로의 아픔을 잘 어루만지지도 못하는 이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개인들이 치르고 있는 것이다. 시작도 끝도 없는 폐쇄 회로를 달리는 듯한 이 ‘설국열차’를 과연 멈추게 할 수 있는가? P. 11~12
아이들의 생각을 폭력적 남성성 쪽으로 이끄는 학교교육이나 〈진짜 사나이〉 같은 프로그램 및 일부 사극 등 대중문화에서 보이는 군사주의적 선전에 대해 한국 사회가 스스로 성찰했으면 좋겠다.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든 을지문덕, 강감찬, 이순신이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 세대가 정말로 보고 배워야 하는 남성성의 적합한 아이콘인가? 그보다는 ‘아군’이 반세기 전에 베트남에서 저지른 양민 학살과 성범죄에 대해 아이들에게 사실대로 가르치는 편이 비군사적·비폭력적 세계관의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학생들에게 군복을 입히고 각종 병영 체험, 극기 훈련을 시키는 것은 결국 군사적 폭력을 합리화하게 만들 수 있는 야만적 행위가 아닌가? P. 38
그들은 한마디로 남한에서의 삶에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이었다. 고난의 행군이 끝난 뒤인 그 시절에 들어온 대부분의 탈북자들과 달리 그들은 경제적으로 고생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북한 사투리가 들리기만 하면 이상한 시선으로 응시하고,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만 하면 위험하고 이질적인 분자 취급을 하는 배제의 분위기에 깊은 상처를 받은 그들은 더는 남한 생활을 견디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 결국 그들은 머지않아 탈북에 이어 탈남까지 감행해 한 서방국가에 정착하게 됐다. 나중에 전해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혈통이나 민족 차원에서 아무런 인연도 없는 그쪽에서 그들은 오히려 남한에 비해 훨씬 더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P. 87
한국에 갈 때마다 새롭게 등장한 신조어들을 듣게 되면 아연실색하여 어찌할 줄 모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휴거(휴먼시아, 즉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은 임대주택에서 사는 거지)’ ‘빌거(빌라에서 사는 거지)’ ‘임거(임대아파트에서 사는 거지)’ ‘월거지(월셋집에서 사는 거지)’ ‘전거지(전셋집에서 사는 거지)’ ‘엘사(LH, 즉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은 주택에서 사는 사람)’ ‘이백충(한 달에 200만 원 이하의 소득으로 사는 벌레 같은 사람)’ 등등. 이와 같은 끔찍한 차별주의적인 표현들이 초·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최근에 몇 번이나 한국에서 체류하면서 직접 보고 들었다. 자가 주택이 없고 소득이 적은 사람을 ‘거지’나 심지어 ‘벌레’에 비유하면서 습관적으로 멸시하는 것을, 아이들이 이제 어린 시절부터 자신도 모르게 배우고 익히며 내면화하는 것이다. P. 112
코로나로 초비상이 걸리고 당국에서 모이지 말 것을 간곡히 권하는 상황인데도 무려 22%가 ‘회식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봐서는, 회식이란 단순히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자리’라기보다는 차라리 ‘회사’라는 유사 ‘왕국’의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의례’에 더 가깝다. … 그렇다면 회식이라는 의례는 과연 어떤 관계들을 재확인하는 것일까? 직장의 관리자들은 회식의 함의에 대해 ‘일체감과 단결력 배양’이라고 말하겠지만, 전형적인 회식을 인류학자의 눈으로 참여·관찰하다 보면 무엇보다 먼저 ‘서열 관계’가 재확인되는 자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회식에 참석한다는 것 자체가 상사의 ‘보이지 않는’ 명령에 복종하는 의미가 짙은데, 회식 자리에서 부하가 상사에게 술을 따라주는 일은 확실히 줄어든 것 같지만 그 자리를 조금만 관찰해도 누가 상사이고 누가 부하인지는 금방 알 수 있다. 회식이라는 (비공식적) ‘행사’의 진행을 총괄하는 상사는 부하들의 고충 사항이나 부탁을 들어주고 부하에게는 (묵시적으로 지속적 복종을 대가로 요구하는) 각종의 약속 등을 해준다. P. 152~153
한국의 보편적이고 대외적인 앎의 지형에는 어떤 커다란 이율배반이 내재되어 있다. 한국은 분명히 지리적으로 아시아에 위치한다. 아시아에 위치할 뿐만 아니라, 한국을 먹여 살린다는 수출의 대부분 역시 중동을 포함한 아시아로 향한다. … 말하자면 인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한국의 ‘몸’은 당연히 아시아에 있다. 현실은 이러한데 ‘머리’는 완전히 따로 논다. 언젠가 하나의 한반도 공동체를 같이 이룰 상대인 북한이나 인구 이동, 교역, 교육 차원에서 대단히 가까운 베트남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한국인들은 구미권에 대한 지식은 교양으로 철저히 배운다. 배우는 정도도 아니고 거의 내면화한다고 봐야 한다. P. 177~178
나는 어렸을 때부터 1월에는 꼭 스키를 탔다. 고향 레닌그라드(오늘날의 상트페테르부르크)도, 현재 거주하는 오슬로도 북위 60도에 위치하고 있어 1월에는 보통 강설량이 풍부했다. 그러나 2020년에 나는 거의 한 번도 스키를 타지 못했다. 난생처음 겪는 일이었다.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스키를 탈 만큼 눈이 쌓인 곳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멀리 산에 가거나, 아예 비행기를 타고 북부 노르웨이로 가지 않는 한 말이다. 겨울이어야 할 1~2월에도 오슬로의 기온은 영상 2~6도 정도로 가을처럼 비가 눈 대신 줄줄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1월 평년 기온은 영하 2~3도인데, 2020년에는 기온이 이 정도로 떨어진 적이 거의 없었다. 주위 사람들은 “겨울이 이번에 취소됐다”라며 쓴웃음 섞인 농담을 주고받곤 했다. 줄줄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전 지구를 덮치려는 커다란 재앙의 도래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지하고 있었다.P. 21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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