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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난감한 설날에

by 이성근 2022. 2. 2.

올해도 직계 3대만 차례를 지냈다.  제수 음식 준비는 부모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했다.  며느리는 명절을 포함 그 전날까지 회사(병원) 출근이다 보니 불참이다.  이직자로 인해 일이 배가 된데다 코로나로 인해 여전히 부자연스럽다.  거기다 일이 힘들다 보니 몸이 무겁고 그러다 보니 귀가하면  쉬는 일이 우선이다.  그런 며느리에 대한 어머니의 시선은 곱지 않다.  두 사람의 생각을 모두 읽고 있는 나로서는 참 난감하다.  그나마  손지들이 빈자리를 대신했지만 어머니 섭섭함은 좀체 지워지지 않는다. 이 갈등을 해소시켜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코로나 이후 지금까지 그렇다. 

큰 여동생네가 확진 판결을 받고 둘째는 인천에 있고 세째는 차례가 지나면 온다.  코로나 이전에 잠시 거들기도 했지만 코로나 이후는 그나마도 뜸하다. 물로 설 인사는 오기는 한다.  그동안 며느리가 어머니 더불어 준비해왔다.  그 수고를 조금이라도 들기 위해 숙모를 비롯하여 집안 남정네들은 뭐라도 거들었다.  그렇지만 제사 자체를 대폭 춗하거나 없애자는 말은 먹혀들 여지가 없다.  두분이 한사코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삼촌이 의견을 내 보았으나 소용없었다. 

 

두분의 집착이나 기존의 명절 관점은 큰 변화가 없다. 반면 며느리는 일을 핑게로 불참하지만  시위중이라 할 수 있다.  전화라도 해서 빈말이라도 일 때문에 갈 수 없다고 하면 그나마 괘심한 마음이 줄어들텐데 ... 그럴 용기는 없고 회피하게 됨으로서 불필요한 갈등이 깊어 지고 있다.  

 

장모 돌아가시고 난 이후 친정으로의 발길도 닫혔다.  가지 않고 있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일절 없다.  이미 그때 제사를 모시지 않겠다고 말 한바 있긴 하지만 어디 현실이 그러한가.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한데 ... 난 더러 입장을 전해주길 희망한다.  일데면 제사를  지내지 말자는 것이다. 지내지 않는 집이 많다고 하며  세월이 그렇게 변했다는 것이다. 

 

본가 뒷편 황령산 자락을 찾아 생각하고 묻는다.  어떻게 해야 될지 ... 현재로선 답이 없다. 

차례를 지내기 전에 다시 숲을 찾았다. 

직경 30 정도의 목련을 해안사 뒷편 숲에서 만났다. 일대에서 가장 굵다. 

아카시 나무에 깃든 딱다구리들  한 나무에 3종이 붙어 있었다.  청, 오색, 쇠딱다구리  흔치 않은 만남이었다. 

예전 해안사 용마루 너머는 북항과 주변이 보였지만 시나브로 아파트 산이 첩첩으로 쌓여 버렸다. 

그리고 이 골짝에도 양미역취가 뿌리 내렸다.  몇 개체 안되지만 이 묵정밭에 이미 씨 날리고 더 많은 개체들 솟아 나리라 

어머니 눈물을 흘리시다.  이런 설날이 다 당신의 부족함에서 비롯된 것인양 ...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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