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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by 이성근 2021. 1. 1.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마르타 자라스카 지음, 김영선 옮김/어크로스

원제 : Growing young

 

 

저자 : 마르타 자라스카 (Marta Zaraska) 건강, 심리, 환경 등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과학적 해답을 탐사하는 전방위적인 과학 저널리스트이다. <워싱턴포스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뉴사이언티스트>, <디스커버> 등 유수의 언론에 기고한다. 마르타 자라스카의 과학 기사는 미국, 스페인, 러시아, 독일, 폴란드 등 많은 국가에서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제작 방영되었다. 북아메리카와 유럽의 여러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하고 TEDx 강연 연사로도 초청받는 등 과학 대중화를 위해 활발히 활동한다. 다수의 과학 다큐멘터리 영화에 전문가로 참여했다.

 

2016년 출간한 첫 저서 고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MEATHOOKED은 그해 <네이처> ‘최고의 과학책으로 선정되었고,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마이클 셔머, 피터 싱어 등 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들과 육식을 줄이는 해법The Reducetarian Solution을 공동 집필했다.

 

 

목차

들어가며

 

1부 언제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1. 장수 유전자 미스터리

122세 할머니의 장수 비결 / 텔로미어를 둘러싼 소동 / 남녀의 수명이 차이 나는 이유 / 유전자를 젊게 되돌릴 수 있을까

 

2. 아픈 사람은 몸만 아픈 게 아니다

우리가 두려움을 느낄 때 / 왜 우울한 사람이 더 아플까 / 죽음을 부르는 신경 / 걱정과 불안이 장에 미치는 영향 / 가짜약의 효능 / 스트레스가 오작동하면 내 몸에 생기는 일

 

3. 오래 사는 사람들의 호르몬

길들인 몸과 사회화한 마음 / 옥시토신 회로가 연결되는 방식 / 사랑할수록 건강해진다 / 좋은 호르몬을 많이 갖고 싶다면 / 흰자위와 분홍색 입술

 

2부 외롭지 않고 아프지 않게

 

4. 몸에 좋은 것들의 배신

영양제와 슈퍼푸드의 오류 / 유기농 식품은 얼마나 몸에 좋을까 / 로제토 마을에서 생긴 일 / 진짜 신경 써야 할 것은 따로 있다

 

5. 외로우면 아프다

잠 못 드는 고독한 사람들 / 소외된 사람들의 유전자 / 따뜻한 차 한 잔의 중요성 / 외로움이 보내는 신호 / 주관적 고립, 객관적 고립

 

6. 단짝 효과

결혼반지가 심장마비를 막는다 / 부부싸움과 허리둘레 / 우정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 / 오래 살게 해줄 친구를 만나는 법 / 운동과 우정 사이

 

7. 공감의 마법

테스토스테른이 공감 능력을 위협한다 / 감정 문해력을 기르는 일 / 동시성의 과학 / 사회적으로 통합된 삶

 

8. 이타적 행동이 유전자를 바꾼다

양육과 흡연의 공통점 / 나눔과 스트레스에 관한 실험 / 건강을 가져다주는 공동체의 조건 / 헬스장보다 자원봉사

 

9. 성격이 우리를 죽인다

감정이 뇌를 바꾼다 / 수명을 갉아먹는 위험한 성격 / 경계해야 할 것

 

10. 노화의 속도를 조절하는 법

명상가들의 DNA / 마음챙김과 치유에 관한 연구 / 텔로미어를 변화시키는 심신 훈련 / 명상의 가장 큰 효능

 

11. 대체할 수 없는 장수의 조건

채소가 답이 아니다 / 일본 노인들의 남다른 생활방식 /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 /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일

 

맺음말

감사의 말

 

 

출판사 리뷰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지금, 우리의 관심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으로 쏠리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의 건강한 노년을 보장해줄까? 2016[사이언스] ‘올해의 과학책에 선정된 고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의 저자이자 과학 저널리스트인 마르타 자라스카는, 우리가 불문율처럼 여겼던 운동과 식습관은 장수의 핵심 비결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은 지금껏 믿어왔던 장수에 대한 신화를 깨고, 진정으로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새로운 관점에서 탐사하는 책이다. 마르타 자라스카는 우리가 간과했던 장수의 비밀을 찾아 영국 옥스퍼드 대학 실험실에서 세포 노화를 관찰하고, 지중해의 최고급 리조트에서 주최하는 장수 캠프에 참가했으며, 일본 나가노현 장수 마을 노인들의 생활습관을 체험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노화와 건강, 수명에 얽힌 다양한 실험과 조사를 수행했다. 또한 분자생물학, 전염병학, 신경과학, 동물학, 인류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논문 600여 건을 분석하고 로빈 던바 등 50여 명의 과학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자라스카는 그동안 건강을 위해 기울인 노력들이 무의미할 수 있으며, ‘건강한 나이 듦이란 무엇인가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2500억 달러 규모 노화방지 시장의 두 얼굴

: 우리가 믿었던 건강 습관은 어떻게 우리를 배신하는가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면역력을 높이고 암을 예방하며 장수하게 해준다는 온갖 건강보조제와 슈퍼푸드의 유행을 따라가느라 바쁠 것이다. 과연 이런 것들은 우리가 건강하게 나이 드는 데 도움을 줄까?

 

세계 노화 방지 시장의 규모는 2500억 달러를 웃돈다. 미국인과 캐나다인의 절반가량이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영양제를 섭취하고 있으며, 미국 시장에만 이런 건강보조제의 수가 55000개 이상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다수 제품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건강보조제 섭취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은 갈수록 늘어, 미국에서만도 매년 5만 건씩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이다. 무조건 건강에 좋을 것이라 여겨지는 각종 보조제들은 우리 몸에 정확히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거나, 예기치 못한 부작용 등으로 되려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자연식품인 슈퍼푸드는 어떨까? 지금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슈퍼푸드인 모링가 잎은 단백질과 철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심혈관계를 보호하며 염증을 줄인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모링가 잎이 건강에 유익하다고 밝힌 어떤 신뢰할 만한 연구도 찾을 수가 없다. 또한 히말라야의 장수 열매로 알려진 구기자(고지베리)는 당뇨병을 치료하고 암을 예방하며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그 근거가 되는 실험은 구기자 주스를 생산하는 기업에서 의뢰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처럼 마르타 자라스카는 기적의 만병통치약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건강보조제와 슈퍼푸드, 유기농 식품에 대한 맹신과 집착은 우리가 진정 건강한 삶을 위해 신경 써야 할 것들을 놓치게 만들고,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로제토 마을에는 왜 심장마비 환자가 없었을까: 로제토 효과

 

1960년 펜실베이니아 중부에 있는 마을 로제토는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65세 미만의 로제토 주민 가운데 심장병을 앓는 사람이 없었다. 연구자들이 수돗물과 의료 시설까지 공유하는 주변 지역사회와 로제토를 비교해보니, 로제토 주민의 사망률이 다른 지역보다 35퍼센트 낮았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그 원인은 유전자 때문도, 식단 때문도 아닌 남다른 사회성 덕분이었다. 19세기 말 이탈리아의 로제토 발포르토레 출신 이민자들이 정착한 로제토 마을의 주민들은 이탈리아 전통에 따라 서로 보살피며 여러 세대가 함께 살고, 함께 마을을 돌보고 가꾸는 일에 참여했으며, 이웃과 사이좋게 어울렸다. 이러한 현상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로제토 효과로 불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1963년 로제토 효과를 광범위하게 연구한 스튜어트 울프라는 의사는 로제토 주민들이 이러한 가치관과 사회성을 포기하게 되면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것이라 예측했다. 실제로 로제토 마을이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개방되면서 점차 공동체 정신이 사라졌고, 호화로운 생활을 꿈꾸면서 서로가 이웃을 앞지르려 애쓰기 시작했다. 197155세 미만의 로제토 주민 중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사람이 처음 발생했다. 고혈압 환자가 크게 늘고 사망률도 높아지면서 1970년대 말 로제토는 미국 다른 지역과 비슷해졌다.

 

로제토 마을의 사례는 건강과 장수를 위해 우리 삶에서 딱 한 가지만 변화시키고 싶다면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게 최우선이 아님을 보여준다. 20세기와 21세기에 전 세계에 걸쳐 진행된 많은 연구들은 마음가짐과 사회성이 수명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한다. 마르타 자라스카는 이 책에서 다양한 심리적·생리적 연구를 인용해, 사회성과 마음가짐이 실제로 우리의 건강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낱낱이 보여준다. 혼자 있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왜 남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은지, 행복한 결혼 관계는 어떻게 사망 위험도를 49퍼센트나 낮출 수 있는지, 애착 관계가 불안정한 사람의 면역 체계는 어떠한지, 자원봉사와 친절이 우리의 스트레스 호르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수 있다.

 

갈수록 인류가 건강한 노년을 맞이하기 어려워지는 이유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고, 생활 환경이 좋아지고, 식생활이 개선되면서 인간의 기대수명은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젊은 세대가 건강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마르카 자라스카는 난색을 표한다. 오히려 오늘날 청장년층의 상황이 베이비붐 세대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각종 연구들은 사고방식과 관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을 계속 강조하지만, 설문과 조사는 어두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다.

 

2017년에 이루어진 연구 결과, 실제의 친구 관계는 건강이 더 좋아지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소셜 미디어의 친구 관계는 그렇지 않았다. 오프라인 친구에 비해 페이스북 친구의 비율이 높은 사람은 사회적 고립감과 고독감의 정도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우정을 깨뜨리고, 고독감이 만연케 하며, 공감 수준을 떨어뜨린다.

 

자라스카는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낳은. 관계에 대한 또 다른 불만인 퍼빙또한 이런 현상을 가속할 것이라 우려한다. ‘무시하기(snubing)’전화기(phone)’의 합성어인 퍼빙은 스마트폰에 빠져 주변 사람을 외면하고 무시하는 현상을 말한다. 공동체로부터 배척된다는 느낌은 심리적으로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고통을 느끼게 한다. 가상의 참가자와 공을 던지고 받는 사이버볼게임에서, 자신이 게임에 끼지 못하고 소외된다고 느끼는 참가자의 뇌에서는 신체적 고통에 반응하는 신경망이 활성화되었다.

 

바쁜 현대인들은 채소와 과일을 몇 그램 먹었는지, 비타민 함유량이 얼마인지, 하루에 몇 킬로미터를 뛰었는지 등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건강법을 선호한다. 하지만 과학적 연구 결과는 덜 걱정하고, 가족 또는 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이웃에게 더 친절하고, 더 많이 웃는 일처럼 측정되지 않는 것들의 효과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자라스카는 식단과 신체 단련에 쏟는 시간만큼 더 나은 애정 관계를 위해, 친구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시간을 쓰라고 단언한다. 결국 건강하게 나이 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책 속으로

전 세계 노화 방지 시장의 규모는 이미 2500억 달러를 웃돈다. 미국인들은 다른 어떤 약보다도 수명 연장을 위한 치료제에 많은 돈을 쓰고 있다. 그 대부분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우리는 약을 좋아한다. 미국인과 캐나다인의 절반가량이 영양제를 적어도 한 가지 섭취하고 있다. 현재 미국 시장에만 이런 제품의 수가 55000개 이상이다. 모링가 잎부터 아슈와간다 가루까지. 그리고 다이어트를 한다. 한 조사에서 여성의 56퍼센트가 오래 살기 위해 체중을 줄이고 싶다고 말했으나 체중 감량이 수명 연장에 효과가 있는지에 관한 연구 결과는 애매하다. 100건 가까운 연구를 검토한 결과, 체질량지수(BMI)30~35(이는 1등급 비만에 해당한다)인 사람들은 마른 사람들보다 사망 위험도가 5퍼센트 낮았다. --- p.10

 

식단에 값비싼 슈퍼푸드를 포함시키는 게 최선의 방법이 아닐 수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수명을 늘리고 싶다면 식단에서 무언가를 빼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미국의 소아지방변증 유병률은 1퍼센트 미만이지만 미국인의 4분의 1이 글루텐 섭취를 피한다고 말한다. 이 가운데 35퍼센트는 글루텐 프리 음식이 더 건강하다는 믿음 외에 별다른 이유 없이그렇게 한다. 그러나 글루텐 프리 음식이 더 건강하지는 않다. 영국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1700개가 넘는 제품에 대한 조사에서, 연구자들은 글루텐을 함유하지 않은 아침 식사용 시리얼, , 파스타 등의 제품이 글루텐을 함유한 보통의 제품보다 지방, 당분, 나트륨 함유량이 더 많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p.143

 

2015년 이뤄진 연구들에 대한 후속 분석에 따르면, 객관적인 사회적 고립감은 사망 위험도를 29퍼센트까지, 주관적인 고독감은 26퍼센트까지 높인다. 그리고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모두 고독감을 느낀다면 100세까지 장수할 가능성은 곤두박질친다. 고립감과 고독감의 영향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만약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도와줄 사람들이 있음을 말해주는 여러 가지 긍정적 지표가 늘어나면, 우리의 생존 가능성은 무려 91퍼센트까지 높아진다. 유기농 구기자를 먹고 팔굽혀펴기를 해도 이런 정도의 수명 연장 효과에는 얼씬도 못 한다.

--- p.171

 

페이스북 등의 소셜 미디어가 일부 사람들, 특히 광장공포증 같은 질환이나 신체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고독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전반적 사회 동향은 우리가 온라인 관계에 의지할수록 이후의 행복한 삶에는 도움이 되지 않음을 말해준다. 생각해보라. 미국에서 2000~2015년 사이에 거의 매일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는 10대의 수가 40퍼센트 급락한 반면 자살한 10대의 비율은 치솟았고 이 비율이 2011년 이래 한 해 평균 6퍼센트까지 증가하고 있다. 과도한 소셜 미디어의 이용이 이런 변화의 원인으로 흔히 지탄받는다. 결국 대부분 시간을 스마트폰에 빠져 보내는 젊은 사람들은 자살 충동을 느끼고 우울증과 불행감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 p.213

 

슈퍼푸드보다 강력한 장수의 비법

1960년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로제토는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었다. 특별히 아름답지도 부유하지도 않은 이 마을에서 17년 동안 일한 지역의사 벤저민 팰컨 박사는 65살 미만의 주민 가운데 심장병 환자를 만난 적이 없었다. 매우 특이한 경우였다. 환경조건이 흡사한 주변 지역사회와 비교해보니 로제토 주민 사망률은 다른 지역보다 35%나 낮았다.

 

연구자들이 오랫동안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마을의 건강과 장수비결은 사회성이었다. 비만도 흔하고 흡연과 음주도 많이 하는 서민들이었지만 자신들의 뿌리인 이탈리아 전통에 따라 틈날 때마다 뒷마당에 진수성찬을 차려 가족과 이웃들이 어울렸다. 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각종 클럽과 단체도 유독 많았다. 하지만 이른바 로제토 효과는 이후 젊은 세대가 부를 추구하면서 교외 주택가처럼 집과 집 사이가 멀어지고 자동차가 늘며 이웃간 교류도 줄면서 70년대 말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흔히 이야기하는 장수비결, 즉 건강식을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게 과연 장수의 정답일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연구에 따르면 대표적인 건강식인 지중해식 식단을 실천하면 사망위험도가 21%까지 줄어든다. 운동 역시 20~30%까지 사망률을 낮춘다. 그런데 가족 및 친구와 튼튼한 지원망을 형성하면 사망위험도가 45%까지 낮아진다고 한다. 한마디로 혼자서 샐러드를 먹고 이어폰을 꽂은 채 러닝머신을 한시간씩 뛰는 것보다 친구들과 즐겁게 수다를 떨면서 적당히 기름진 한끼를 먹는 게 장수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친구와 튼튼한 지원망을 형성하면 사망위험도가 45%까지 낮아진다. 사진은 서울의 한 노인정에서 노인들이 즐겁게 춤추는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건강과 장수에 대한 통념을 깨는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스트레스가 암 유발에 치명적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건강집착증, 즉 슈퍼푸드나 운동에 대한 맹신이 건강한 삶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경고다. 이를테면 미국의 소아지방변증 유병률은 1% 미만이지만 이들이 소화시킬 수 없는 글루텐 프리를 고르는 소비자들은 25%에 이른다. 글루텐 없는 빵이나 시리얼에는 당분과 나트륨 등이 더 많음에도 말이다.

 

저자는 본인이 100살까지 살거나 자녀를 건강하게 키운다는 건 무슨 일인가를 더 하기보다 덜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운동기구, 유기농 음식을 줄이고, 물건을 덜 사고, 걱정을 줄이는 것 말이다. 이러한 것들을 덜어낸 공간에는 가족이나 친구들, 웃음과 여유를 채워넣기를 권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