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波瀾苦海에서

by 이성근 2017. 4. 24.


주말의 하늘은 참으로 청명했다.  티없는 하늘 어머니 사시는 본가  앞산 숲도 봄물이 올라 연초록 잎을 다투어 펴고 있다. 눈이 부시다.  이  얼마나 밝고 깨끗한가 .  문득 생성과 소멸의 슬픔없이 그냥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 수는 없을까 . 없으면 없는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 

어쨌든 봄은 또 위대하다.  본가로 가기 위해 아프트 계단을 내려오다 복도 창 넘어 눈에 들어 왔던 장면 하나.  지난 겨울 무참히 가지를 잘려버린 목련이다.  소생할 것 같지 않아 보이던 그 나무에 세상에 살아 있음의 꼼지락거림이라 할 수 있는 잎 몇장 나와 있었다.  무지하고 무식한 인간들에게 들려줄 말씀 이었는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저렇게 무지막지하게 대해도 살아 나더라는 인간의 몰씁 경험과  너희들이 아무리 나를 힘들게 해 봐라 그렇지만  나 끝까지  살아 남겠다는 목련의 의지가  만난  장면이기도 하다. 어쩌면 저 몇 잎 안되는 목련의 잎은 굴하지 않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지켜 봐 왔건데 지독히 이기적인 이 동네 사람들의 행태를 보자면 그리고 그렇게 나무에 가해지는 폭력을 보자면 참 싫다.  그래서 때로 진짜 여유만 된다면 집을 옮기고 싶다.    

본가로 가는 통일동산 길은 이제 경동의 아파트 신축공가로 인해 차단되었다.  간간히 언급하긴 하지만 언제고 저들의 천한 짓거리를 되짚어 줄 날이 있으리라  

어린 조카를 데리고 성암사로 가보았다.   초파일 장이 한창이다.  어머니 다니시는 절이다.

참 볼품 없이 작은 절이었는데 시나브로 부산에서는 알아주는 곳으로 발전했다.

본가 방문은 또 언제나처럼 뭔가를 같이 먹자는 전갈 때문이었다.  그것이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비롯되는 호출일 수도 있고 , 형제 간 누구가일 수도 있다.   당신들은 어제 막내딸네와 기장 멸치사러 나선 걸음에 기장 용궁사며 청도 운문사까지 들렸다고 했다.  그래 오는 길에 청도 한재미나리를 사왔고, 점심 참에 미나리에 삼겹살을 구워 먹자고 하신거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조카 나정이의 재롱이 너무 귀엽고  신통하여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그 젖은 눈이 내게는 또 아픔이기도 했다.



고교동창 경수 병문안을 가기 위해 온천장역 집결장소로 갔다, 일행을 기디리다 우연히 푸른 대나무가 보이길래 들어가 본 거기

이런 곳도 있구나 싶었다.

12지신상과 대숲에서 달려 나오는 석마라니

경수는 울산 현대자동차에 다닌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해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여러번 병원을 옮겨다니다 다시 울산 집 근처로 병원을 옮겨 재활에 들었지만 상황은 신통치 않다.

그가 병중에 있다 보니 모임은 자연 이루어 지지 읺았다.   또 입원한지가 오래되기도 하여 이차저차 울산병문안을 가기로 했던 것이다

육고기가 먹고 싶다하여 휄체어에 태워 식당으로 데려 왔다.   소문을 통해 들은 근황은 사실이었다.  정신은 말짱한데 사지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끔찍하다.  살아 있다 말 할 수 있음은 섭취와 배설,  아주 조금의 움직임 외에는  다른 것을 기대할 수 없다.   경험해 봐서 알지만 누군가 아프다는 것은 가족 전체가 아픈 것이다.  제수씨가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긴 하다만  그 마음 고생 어쩌 말로 다할까. 그나마  다행은  병원비가 어딘가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기록할 만한 사실은  그 장치가 노동자가 많은 울산에서만 작동된다는 것이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의 몸을 친구들이 부축하여 음식점을 나서는 장면을 남겼다.  친구들은 십시일반 위로금을 남기고 부산으로 왔지만  인생이 참 더럽게 꼬였다 싶다.  또 어떻게 보면 가진 게 없어 늘 맘 고생이긴 하지만  아프지 않고 병들지 않아  아직은 버티고 있는 현재의 내가 오버랩 되기도하였다.  감사한 일 아닌가  

한밤 중에도 불야성인 골프장 불빛이 가시처럼 파고들었다,  그리고 오염되어 악취 풍기는 동천이 무심히 네온사인 불빛 담아 흐르고 있었다. 참 빌어 먹을 도시아닌가 .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동천의 오염이 문제시 된 세월도 하마 50년이 됐다. 더욱이 도시 한가운데를 관통하여 흐르는 도심하천임에도 지금ㅂ까지도 별 진전이 없다는 것은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지 궁금하다만  굳이 따져 묻자면 정작  비난 받을 사람은 시민 스스로다. 유역 주민들이다.   

그 썩은 내 나는 강변  가로수에 달린 연등 또한 생각할 바 많다

19대 대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출마 후보들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지지하는 후보와 사퇴해야 마땅한 후보가 동시에 걸려있다.    이번 대선이 어떤 과정을 거치며 마련된 것인가.   그럼에도 작금의 대선 정국은 그런 기대를 비켜서 있다

문득 이맘 때면 남방에서 날아 와 울던 호랑지바귀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통일동산으로 발길을 옮겼다

하지만 들리지 않았다.   경동건설이 이파트 신축공사 한다고 숲을 허물어 버린 뒤에 더이상 호랑지바귀는 오지 않는다.

공사장 출입차단  칸막이가 예전 숲으로 가던 길을 벽처럼 막고 서 있었다.  그 넘어 불빛들을 보며 한참이나 서 있었다.  내가 지금 정상적으로 살고 맷에 처신함이  부끄러움이 없는지 ...  


What A Difference A Day Made - Jamie Cullum     


     
                 

'사는 이야기 >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월 연휴 -눈물을 흘리다  (0) 2017.05.07
2017년 4월 마지막 날의 하루   (0) 2017.04.30
시니브로 봄이 왔다  (0) 2017.04.15
비바람 사나운 봄밤  (0) 2017.04.06
아들 첫 휴가와 장인 생신   (0) 2017.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