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양심'도 나섰다... 도로 위에 쓰러진 3만 '기후시민’
오염수 하루 90t씩 생성, 방류는 '밑 빠진 독 물 붓기'“
2년간 오염수에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삼중수소’ 5살 몸에서 어른보다 더 나와…원전 ‘암 소송’ 9년
독침 쏘고 전기선 씹는 ‘열대불개미’…생태계교란 생물지정
산불, 세계 탄소 저장고를 앗아가고 있다
'K-택소노미 시대' 은행권, 녹색금융 참여 활기
자연과 사람 담으려 18개 국립공원 누빈 기자의 다큐멘터리
잼버리 그리고 버닝맨… 기후위기 벗어날 수 없는 시대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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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하수인으로 전락한 국가물관리위, 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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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소책자 –일본 환경성
일본의 '양심'도 나섰다... 도로 위에 쓰러진 3만 '기후시민'
923기후정의행진에 3만 인파 운집해 서울 시내 행진 벌여

23일 오후 4시경 서울 경복궁 옆 대로에서 갑자기 싸이렌 소리가 울리자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진다. 앞에서부터 쓰러지기 시작한 행렬은 길게 이어져 수백미터에 이르는 인간띠를 이루었다. 일명 '다이-인(die-in)' 퍼포먼스가 벌어진 것.
이것은 기후위기가 모든 인류와 생명을 위협한다는 것을 경고하는 의미를 담은 퍼포먼스로, 기후위기가 심화되면 결국 전 인류와 모든 생명들이 멸종에 이를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 이들은 "위기를 넘는 우리의 힘!"이란 슬로건을 모토로 전국에서 올라온, 기후위기를 심각히 걱정하는 이른바 '기후 시민'들이다. 이들이 서울 시내 일대에서 기후정의를 위한 행진을 벌였고 그 행진 도중 일제히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고, 지금 이 자리가 보루다"
반핵아시아포럼 차 한국을 찾은 일본인 사토 다이스케씨는 "일본은 오염수 해양투기를 막지 못했습니다. 일본은 아시아 나라들을 침략하고 식민 지배했지만 이번에는 방사능 가해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드립니다"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지금 전세계에서 기후의 정의와 탈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핵발전소는) 기후위기 대안이 아닙니다. 사고 위험과 핵폐기물 문제를 갖고 있는 핵발전소는 차별과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오히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막습니다. 기후위기를 빌미로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과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아시아 각국의 탈핵 운동에 함께 연대해 주십시오. 우리는 핵발전에 맞서 계속 싸울 것이고 결국 승리할 것입니다"라며 핵발전에 반대하는 탈핵운동이야말로 기후위기 운동이란 점을 강조했다.
녹색연합 정규석 사무처장은 기후위기를 무시하고 있는 이 무도한 정권에 맞서 우리가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열변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우리를 둘러싼 자연 생태계를 되살리는 일입니다. 당장의 요구와 결의가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더 큰 대화로 어긋난 정부 정책에 맞서야 합니다.
물론 탄압하겠지요. 위협할 겁니다. 연행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그래서 재판장이 우리를 불러낼 수도 있습니다. 기득권을 쥐고 생태계를 파괴하며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사익을 취하는 부정한 정부와 자본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쫄 일 아닙니다. 주눅 들 일 아닙니다. 훈장으로 생각합시다. 비극을 막기 위해 행동하고 있는 우리를 증명해내는 일이라고 여깁시다.
우리는 잘 압니다. 우리 말고 우리 뒤는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고, 지금 이 자리가 보루입니다. 우리가 돌려세우지 않으면, 우리가 변화시키지 않으면 파국의 들머리에서 역전의 가능성은 영영 없습니다. 우리가 변화 저항의 최전선을 마지막까지 지킵시다."

▲ 방사능에 오염된 물고기 세트를 들고 무언의 시위를 하고 있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들을 당일 현장에서 낭독한 선언문을 통해서 시대를 거꾸로 가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는 끊임없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기후위기는 안중에도 없다. 복지예산 축소와 공공요금 인상으로 시민들의 삶은 고달프지만, 부자 감세와 규제 완화로 대기업과 고소득층만 살뜰히 챙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철 지난 낡은 이념으로 노동자, 언론, 시민사회를 억압하고, '빨간' 딱지를 붙인다. 돌아가신 독립운동가마저 낙인을 찍고 역사를 왜곡한다. 어렵게 쌓아온 민주주의가 무너져 간다"고 개탄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에 대해 "위험한 핵기술이 기후위기 해법이라는 착각에 빠져, '핵폭주'를 계속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이 되어 핵오염수 투기를 옹호한다. 석탄발전소는 여전히 건설 중이고, 화석연료 기업은 폭리를 취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 노동자와 농민은 외면당한다. 신공항건설, 국립공원 개발, 하천정책의 후퇴로, 생태계는 무너질 위기에 있다. 에너지, 교통, 의료, 주거의 공공성은 위태롭다"라고 개탄했다.

이들은 "더 많은 성장과 이윤을 위해, 사람과 자연을 희생시키고 쥐어짜는 잘못된 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 돈보다 생명, 자본보다 노동, 개발보다 생태, 경쟁보다 공존, 성장보다 번영이 우선해야 한다. 그것이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정의로 가는 길"이라고 강변했다.
이렇게 본 집회를 마치고 이들은 두 행렬로 나눠 행진했다. 한 행렬은 용산 대통령집무실 쪽으로. 다른 행렬은 일본대사관이 포함돼 있는 정부 광화문청사 쪽으로 길을 잡아 행진했다. 많은 서울시민들이 호응하면서 사진을 찍고 박수를 치면서 지시의사를 보였다.
한편, 이번 923 기후정의행진은, 노동, 농민, 여성, 장애인, 동물권, 환경, 종교 등 각계의 500여 개 단체로 구성된 '923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와, 행진의 취지에 공감하는 1400여 명(9.18 기준)의 추진위원이 함께 자발적으로 준비한 행사다.
정수근(grreview30)
오염수 하루 90t씩 생성, 방류는 '밑 빠진 독 물 붓기'"
무소속 박완주 의원, IAEA 등 자료 분석
"오염수 방출 기간, 30년→40년 늘 수도"
7개월간 실질적 방출량 1만t 수준 그칠 듯
일본 정부가 내년 3월까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3만t 이상 방류하기로 계획을 세웠지만, 지금도 하루에 약 90t씩 새 오염수가 발생해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무소속)은 24일 일본 도쿄전력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자료 등을 근거로 이같이 밝힌 뒤 “‘향후 30년’으로 계획한 오염수 방류 기간이 40년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내년 3월까지 7개월간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3만1200t을 바다에 방류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첫 방류는 지난달 24일 이뤄졌다.
하지만 도쿄전력이 방류하기로 계획한 오염수 외에 약 2만t 규모 오염수가 이 기간 새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박 의원은 “하루 기준으로 보면 90t에 달하는 양”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부터 내년 3월까지 실질적인 오염수 총 감소량은 애초 계획보다 2만t 적은 약 1만t이 될 것이라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아울러 박 의원은 전체 오염수 방류 기간이 일본 정부가 제시한 ‘30년’이 아닌 ‘40년 이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애초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완료 시기를 ‘핵연료 잔해가 모두 제거되는 때’로 설정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핵연료 잔해 제거 작업이 2021년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장치 개발 지연 등 이유로 2회 연기됐다”며 “올해 하반기 시작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목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오염수 방출 완료 시기가 사실상 불투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핵연료 잔해를 처리하지 못해 오염수가 계속 늘어나면 방류 기간이 40년 넘게 걸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 의원은 “설령 지금은 안전하더라도 30, 40년 후까지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다”며 “정부는 국민 안전을 위해 지금이라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거부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
2년간 오염수에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8월24일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이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AP Photo
‘방사능 논란에도… 日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는 2021년 4월13일 공식 결정됐다. 이튿 날 〈조선일보〉는 위와 같은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여러 논란이 있음에도 일본이 방류를 결정했다는 뉘앙스의 제목이다. 그러면서 일본은 왜 오염수 방류를 밀어붙이는지, 오염수는 안전한지,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기사에 담았다. 특히 오염수의 안전성에 대해 〈조선일보〉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기준치 이하의 삼중수소는 당장 피해를 주지 않는다” “다만 이 정도 규모로 오염수가 방류된 적이 없어 해양 생태계나 주변국에 대한 장기적인 영향은 불확실하다”라고 전했다. 즉, 안전성을 확언하지 않았다.
8월24일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이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다음날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에서 도쿄전력이 오염수 방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결과 오염수가 얼마나 규제 기준보다도 낮은지에 대해 썼다. 이어지는 3면 기사에서는 “오염수 안전성 어떻게 담보하나”라며 도쿄전력이 방사능 오염수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이날 사설에서는 “과학자들은 후쿠시마 방류로 우리 국민들이 섭취하는 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된다는 주장은 과장 정도가 아니라 날조와 다름없다고 설명한다”라고 썼다. ‘과학자들’ 입을 빌려 안전을 단언했다. 그러면서 바다와 수산물에 대한 우려를 “괴담”이라 지목했다.이러한 〈조선일보〉의 ‘안전 확신’은 흔히 보수언론으로 묶이는 ‘조중동’ 중 ‘중앙·동아일보’의 태도와도 다르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대다수의 과학자는 일본이 방류 계획을 제대로 지키면 해양 생태계에 주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과학적 설명만으로 현실적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긴 힘들다”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안전성을 보증했다지만 원전 사고로 생긴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아무리 공신력 있는 과학적 평가일지라도 그 불확실성에 기인한 불안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했다. 과학의 한계를 인정하는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 누가 더 신뢰할 만한가?

2021년 4월14일자 〈조선일보〉 기사. 당시에는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확언하지 않았다.ⓒ〈조선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무엇이 달라져서 〈조선일보〉 논조가 바뀌었을까
2021년 〈조선일보〉가 취재한, ‘이 정도 규모로 오염수가 방류된 적이 없어 생태계나 주변국에 대한 영향은 불확실하다’고 한 전문가들은 어디 갔을까? 2년 전과 현재, 무엇이 달라졌기에 이렇게 논조가 달라졌을까. 일본의 계획이 본질적으로 달라졌을까? 국제사회나 과학자들의 우려가 사라졌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일본의 방류 계획에 중요한 부분은 ‘다핵종 제거 설비’, 이른바 알프스(ALPS)라는 장치다. 알프스는 방사성 물질 중 일부를 제거할 수 없다는 문제를 갖고 있고, 2018년까지 매우 불안정했으며, 아직도 해마다 고장이 난다. 일본의 이 같은 방류 계획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과학자들(태평양도서국포럼 전문가 패널)도 있다. 오염수에 무엇이 들었는지, 방류가 언제 끝날지 여전히 아무도 모른다.
‘〈조선일보〉 윤리규범 가이드라인’ 제8장 사실과 의견의 구분 제2조 논설 조항에선 ‘정확하고 엄격한 사실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의견이 대립되는 쟁점에 대해서는 공중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은 100%를 장담하는 과학은 없다는 점이며, 오염수, 하물며 ‘처리수’라고 하더라도 시민들의 불안과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를 동력 삼아 전례 없는 일을 실행한 일본 정부에 과정의 투명성이라도 제대로 요구할 수 있고,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을 위해 국제 연대라도 강화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언론이 정권에 따라 논조를 바꾸고, 그에 대한 별다른 설명도 없이 ‘과학’의 이름으로 안전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길을 택하자고 한다. 이것이 ‘사실을 바탕에 두고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하는’ 언론이 할 일일까.
조선희 (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감시팀 활동가 시사인
‘삼중수소’ 5살 몸에서 어른보다 더 나와…원전 ‘암 소송’ 9년
18명 암 걸린 핵발전소 인접 마을 주민 소송
인과성 입증 책임 주민에게만…한수원은 뒷짐

2023년 9월7일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 농성천막에서 만난 오순자(74)씨가 목 전체를 둘러 그어진 칼자국을 보여줬다. 박기용 기자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 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2023년 8월30일 오후 부산 거제동 부산고등법원 457호 법정. 판사(민사5부 김주호 부장판사)의 말은 짧고 여운은 길었다. 작은 재판정 곳곳에서 순간 탄식이 흘러나왔다. 판사는 바로 다음 사건의 판정 결과를 읽어나갔고, 방청객 10여 명이 우르르 법정을 빠져나왔다. 법정 밖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이 이들을 따라 움직였다.
곧바로 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 부회장 황분희(76)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우린 가까이 살수록, 오래 살수록 더 많이 방사능에 피폭돼 있습니다. 몸에 방사능이 들어 있어요. 근데 우리의 안전이 아닌 기준치를 따지는 건 양심 없는 짓 아닙니까. 9년이나 재판을 끌어오면서 이번엔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않겠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정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빠집니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강언주 탈핵부산시민연대 집행위원이 이어서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들의 몸에선 삼중수소가 검출되고 있고 염색체에 이상이 있습니다. 수많은 증거를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인과관계가 없다는, 증거가 될 만한 걸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은 제출한 적이 없습니다. 소송인단에 입증책임을 지우는 겁니다.”
이날 선고는 2015년 2월 시작된 ‘갑상샘암 공동소송’의 2심이었다. 1년6개월 전 1심에 이어 이날 2심에서도 이들은 패소했다. 원고는 국내 핵발전소(원전)의 방사능 피폭으로 갑상샘암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618명과 그 가족 2882명이다. 이들은, 다시 항소할 생각이다.
■ “가해자가 무해함 증명하지 못하면 책임 면할 수 없다”
시작은 ‘균도네 소송’이었다. 한집에 사는 네 명의 성인 중 세 명이 암환자이고, 또 거기서 태어난 아이 균도는 발달장애가 있는. 이들은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에 걸친 고리핵발전소 인근에서 20년을 살았다. 2012년 7월 균도씨의 어머니 박금선씨는 핵발전소가 배출하는 방사선으로 인해 갑상샘암이 발병했다고 주장하며 한수원을 상대로 2억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박씨는 2014년 10월 1심에서 1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이 판결문에서 판사는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공해소송에서 피해자에게 사실적인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하여 과학적으로 엄밀한 증명을 요구한다는 것은, 공해로 인한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가해 기업이 어떠한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하고 그것이 피해자에게 도달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자 측에서 그것이 무해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사회형평의 관념에 적합하다.”
갑상샘암 공동소송은 이 판결문에서 시작했다. 박금선씨의 1심 판결 이후 두 달 뒤인 그해 12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동일한 주장을 기초로 한 소송 4건이 제기됐다. 원고는 신한울핵발전소(경북 울진군 147명)와 월성핵발전소(경북 경주 양남면 94명), 고리핵발전소(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 251명), 한빛핵발전소(전남 영광군 126명)에서 직선거리 15㎞ 이내인 최인접 지역 주민이면서 갑상샘암에 걸린 당사자와 그 가족이다. 이들은 핵발전소와 평균 7.4㎞ 거리에서 19.4년을 살았다.
9월7일 월성핵발전소 홍보관 앞 이주대책위의 농성천막에서 만난 주민 오순자(74)씨는 목 전체를 둘러 그어진 칼자국을 보여줬다. 2014년 진단받은 갑상샘암 수술 자국이다. 오씨가 암을 발견했을 땐 림프샘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목의 3분의 2를 절개해 수술했다. 오씨는 1998년부터 핵발전소에서 5㎞ 떨어진 상라리에 사는데 2008년에 딸이, 2012년에는 막내아들이 감상샘암 진단을 받았다. 오씨의 목소리엔 쇳소리가 섞여 있었다.
“병원에서도 가족력 때문이 아니라고 하는데 그럼 뭐 때문이겠어요. 수술하고부터는 정신도 없고 몸이 항상 힘들어요. 말도 잘 안 나와서 상대가 못 알아들어. 전화받다가 목소리가 안 나와서 전화기 집어던지고 혼자 울기도 해요. 우리 아들은 오후 3시쯤 되면 누가 목을 조르는 것 같대.”

2023년 8월30일 부산고등법원 앞에서 갑상샘암 공동소송의 원고들이 연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이주대책위 부회장 황분희씨도 2012년 갑상샘암 진단을 받았다. 황씨는 월성 4호기의 돔에서 1.2㎞ 떨어진 집에서 1986년부터 살았다. 집을 나서면 바로 원전이 눈에 들어온다. “(원자로에서부터 914m인 ‘원전 제한구역’) 경계선 안쪽에 초등학교도, 마을도 있었어요. 1호기 짓고 이주시키고, 2호기 짓고 또 이주시키고. 그렇게 우리 집 바로 앞까지 다 장악해갔어요.”
■ 서울 아이들 몸엔 없는 삼중수소가 여기선 전원 검출
황씨와 이주대책위 주민들은 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아무것도 몰랐다. 정부가 하는 일을 믿었고, 그저 ‘깨끗한 에너지’ ‘굴뚝 없는 전기공장’으로만 알았다. 후쿠시마 사고가 있은 뒤에야 사고가 나지 않아도 핵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그전에는 궁금해하지도, 누가 알려주지도 않던 얘기였다.
안 그래도 마을에선 아이가 백혈병에 걸리고 노인이 암으로 죽는 일이 잦았다. 2014년 8월 이주대책위를 꾸리고 2015년 전문가 도움을 받아 주민들을 상대로 삼중수소 내부피폭 검사를 했다. 그 결과 검사한 40명 전원에게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그중엔 5~19살 어린이와 청소년 9명이 포함됐는데, 몸무게 16㎏인 5살 아이의 몸에서 성인보다 많은 리터(ℓ)당 17.3베크렐(Bq)의 삼중수소가 나왔다. 황씨의 손자다.
“교육방송(EBS)에서 다큐를 찍겠다며 찾아온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부탁했지. 여기 아이들이랑 원전과 관계없는 아이들 소변을 검사해서 비교해달라고. 그래서 마을 아이 5명이랑 서울 불광동 한 어린이집 아이 5명의 소변을 받아 검사했는데, 우리 아이들만 다 삼중수소가 나왔어요. 이런 결과가 있다고 한수원에 얘기해도 기준치 이하라며 문제없다 하고.”
기준치를 밑도는 저선량이라도, 주민들처럼 장기간 지속해서 피폭되는 경우 건강 영향이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주대책위는 원전 제한구역에서 추가로 1㎞를 ‘완충구역’으로 설정해 원하는 이에 한해 자산 처분을 해달라 요구하고 있다. 거의 10년간 부동산이 매매되지 않아 이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이주대책위에 참여한 김진선(76)씨는 이곳 양남면 나아리에서 태어나 평생 경주에서 살았다. 나아리에는 1990년대 중반 다시 돌아와 지금까지 산다. 제한구역에서 50m 떨어진 곳에 집이 있다. 그는 2016년 9월 경주 지진 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평생 처음 당해보는 일이었어요. 그날 방에 누워 있는데 순식간에 옆으로 1m 이상을 두 번이나 왔다 갔다 했어. 그때 바로 드는 생각이 ‘원자로가 과연 안전할까, 절단 난 거 아닐까’였지.”
김씨는 태어나고 자란 경주를 아예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주대책위에 참여한다. ‘이주한다면 어디로 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김씨는 “방사능이나 원자력과 관계없는 곳. (경남) 양산이나 (경북) 영천같이 경주와 멀리 떨어진 곳”이라고 답했다.
“우리는 365일 여기 있으니까 방사능도 누적된 거다. 바나나에서도 방사능 나온다는 얘기 하는데, 바나나를 억지로 먹는 거랑 먹고 싶어서 먹는 거랑 같나. 또 핵발전소가 1개 있을 때랑 4개 있을 때랑 제한구역 크기가 같은 게 말이 되나. 고작 1㎞ 추가해서 이주하게 해달라는 건데, 법이 없단 소리만 한다.”
한겨레21
2010년 나아리로 온 주민 김명리(50·가명)씨도 아이 몸에서 삼중수소가 나오는 일을 겪었다. 부동산에 집을 내놔도 소식이 없어 다른 지역 부동산까지 알아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울산에서 온 중개사는 집을 보고는 ‘원전 돔이 보여서 안 되겠다’고 했다.
“한수원은 저희더러 ‘니들이 떠들어서 더 알린다’고 하는데 처음엔 부당한 소리라고 생각하다가 요즘엔 걔네 말이 맞는 건가 싶어요. 저도 처음엔 방사능 때문에 병에 걸린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검사할수록 나아리는 그렇더라고요. 가까이, 오래 살수록 그래요. 핵발전소 가까이는 살지 않는 게 절대로 맞는 거 같아요.”
2015년 8월 유럽방사선리스크위원회(ECRR) 크리스토퍼 버스비 대표가 이주대책위 농성장을 찾은 일이 있었다. 갑상샘암 공동소송의 증인으로 법정에 서기 위해서였다. 김명리씨는 “그때 내가 물었다. 다른 나라에는 갑상샘암 환자 통계가 없냐고. 근데 그 답이 ‘다른 나라는 이렇게 (원전) 가까이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 그런 통계 자체가 필요 없다’는 거였다”고 했다.
김씨는 경주 지진 때 아이를 데리고 집에서 나와 토함산 터널까지 내처 차를 몰았다. 동네 터널이 1차로여서 사람이 몰리면 그대로 이곳에 갇히리라는 걱정에서였다. 황분희, 오순자, 김진선, 김명리씨 모두 2016년 지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이 같다. ‘원전은 안전한가.’
■ ‘안전하다’ 아니라 ‘알 수 없다’가 정확한 표현
국내 원자력안전법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제한구역을 원자로의 반경 560m나 700m(경수로), 914m(중수로)로 설정해놨다. 이곳에선 거주가 금지되고 원자로 운영이나 교육·훈련 목적의 일시적 체류만 가능하다. 핵발전소 최인접 주민들은 이 경계선 바로 밖에서 365일 24시간 머물며 산다.
핵발전을 하는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일본 같은 나라들은 제한구역 외에 추가 완충구역을 두거나 주거지에서 아예 멀리 떨어진 곳에 핵발전소를 짓는다. 그래서 핵발전소 주변 갑상샘암 환자가 얼마나 있는지를 조사한 사례도 없다. 미국과 벨기에에서 한 차례씩 연구했지만, 연구기간도 짧고 추적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주변 주민이 거의 없기에 우리 같은 갑상샘암 재판도 없다.
후쿠시마도 제1원전 수소폭발 때 반경 30㎞를 소개했는데, 당시 거주자가 17만 명에 불과했다. 부산과 울산에 걸쳐 있는 고리핵발전소 반경 30㎞엔 무려 340만 명이 산다. 전세계에서 6기 이상 원전이 몰린 단지 중 주변에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이다.
하지만 한수원은 핵발전소와 가까운 곳에 주민들이 살아도 피폭량이 기준치를 넘지 않아 안전하다(암 발병과의 인과관계 알 수 없음)는 말만 되풀이한다. ‘균도네 1심’을 제외한 나머지 재판 결과도 모두 한수원의 이 주장을 인용했다. 과연 그러한가. 아무리 장기간 피폭이 지속돼도 기준치를 넘지만 않으면 안전할까.
통상 100mSv(밀리시버트) 이상을 ‘고선량’이라고 한다. 고선량 방사선은 암과의 연관성이 확연하다. 하지만 100mSv 미만 저선량은 논란이 있다. 이때 ‘선형무역치 모델’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이는 아무리 적은 선량의 방사선이라도 피폭될 경우 피폭선량에 비례해 암 발생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래프로 표현하면 우상향의 ‘선형’으로 나타나며, 계단처럼 꺾이는 구간이 없다(‘무역치’). 100mSv 미만 구간에서 위험도가 갑자기 ‘0’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0으로 수렴한다는 말이다. 곧, 아무리 작은 선량의 방사선이라도 피폭된다면 이에 비례해 암 발생 위험도가 증가한다고 본다.

갑상샘암 공동소송 과정에서 원고 쪽이 신청한 감정에 대해 2016년 2월 대한직업환경의학회가 회신한 ‘저선량 방사선 노출과 갑상선암’ 문서의 내용도 같은 맥락이다.
결론 부분을 보면 “100mSv 이상의 고선량 방사선 피폭에 의한 확정적 영향과 발암 유발에 대하여는 잘 알려져 있으나 100mSv 이하 저선량 방사선의 경우 그렇지 않다. 염색체 손상은 증명됐지만 손상의 회복 및 발병에 이르기까지 증명되지 못한 부분이 다수다. 20~100mSv 수준에선 비교적 직선적인 용량-반응 관계를 보이지만 20mSv 이하는 불확실하다”고 돼 있다.
그러면서 “다만 최근 동물실험연구에선 저선량 방사선 생체영향이 확인된 연구가 우세하다. 선형무역치 모델보다 더 높은 위험도를 가지는 ‘초선형모델’(supra-linear model)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했다.
말하자면, ‘안전하다’가 아니라 ‘알 수 없다’이며, 더불어 최근엔 동물연구 등에서 저선량 방사선의 생체영향 인과관계가 확인된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대한직업환경의학회는 2017년 12월 원고의 사실조회신청에 대한 회신에서도 “20~100mGy(밀리그레이, 그레이는 시버트와 유사한 단위) 구간은 비교적 직선적인 용량반응 관계를 보이지만 20mGy 이하는 불명확하다”고 답했다.

경북 경주 양남면 나아리 월성원자력홍보관 앞에 있는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의 농성천막. 김진수 선임기자
■ 핵산업계 이해 대변하는 ‘사실상 속임수’
이런 의견을 재판부와 한수원은 외면한다. ‘불명확’을 ‘안전’으로 해석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환경부는 2023년 5월31일 월성핵발전소 주변 주민에 대한 건강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암 발생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발표했다. 같은 결과를 두고 탈핵단체들은 환경부가 결과를 축소·왜곡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환경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는 월성핵발전소의 반경 20㎞ 내(경주시 양남면·문무대왕면·감포읍) 주민을 대상으로 했다. 서울대 의과대학이 2021년 12월부터 1년간 조사했는데, 그 결과 이 지역의 암 발생은 전국과 비교해 남성은 88%, 여성은 82% 수준으로 나왔다. 전국보다 낮은 것이다. 갑상샘암은 핵발전소 주변 여성 발생비가 전국보다 16% 낮았고, 남성은 핵발전소 주변이 3% 높았는데 환경부는 그나마 높은 값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했다. 주민 874명의 소변검사 결과에서도 삼중수소로 인한 방사선 노출량이 연간 0.00008mSv여서 법적 기준(1mSv)의 1만분의 1에 불과하다고 했다.
하지만 탈핵단체들은 20㎞가 아닌, 10㎞ 내에 거주하는 주민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주민의 암 발병률은 전국보다 31%나 높으며, 체내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고 염색체가 손상된 이도 다수라고 했다. 갑상샘암 공동소송 시민지원단은 8월24일 부산시의회에서 환경부 발표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내용을 보면, 반경 10㎞ 이내는 반경 10~20㎞ 구역과 비교해 암 발병률이 44%나 높았다. 특히 핵발전소 반경 5㎞ 이내 주민 960명의 경우 소변검사에서 77.1%인 740명에게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이들의 평균 검출량은 리터당 10.3베크렐인데, 특히 핵발전소와 최인접한 나아리 주민들은 이보다 높은 15.3베크렐로 나타났다. 황분희씨의 5살 손자에게서 나온 검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이 지역 주민 34명의 염색체 표본조사에서 절반에 가까운(47.1%) 16명이 염색체가 심각하게 손상돼 있었다. 환경부는 반경 10㎞ 이내 데이터를 발표하지 않은 이유로 ‘표본이 너무 적어 통계적 유의성이 없었다’고 했지만, ‘정부가 나서 핵산업계를 대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방사선 노출 기준 등을 정하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도 설립 초기 유전학자를 배제하는 등 핵산업계 관점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있다. ICRP는 1955년 유엔 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 출범 때 ‘방사선 인체 영향의 문턱선량’(일정값 이상이어야 유의미하다는)을 제시한 방사선방호학자들만 참여시켰다. 유전학은 아무리 적은 방사선량이라도 유전자변이를 일으킨다고 봤기 때문이다.
일본의 과학기술사가인 나카가와 야스오가 쓴 <방사선 피폭의 역사>(2020)를 보면, ‘방사선 보건물리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칼 모건의 유사한 증언이 나온다. 모건은 한때 핵이 가져올 밝은 미래를 확신했던 학자로 ICRP 설립 초기 방사선의 내부피폭을 다룬 제2소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다.
그는 1959년 ICRP가 내부피폭을 소홀히 다루기로 방침을 정하자 위원회에서 물러났는데, 그는 자서전 <성난 램프의 요정>(1999)에서 방사능 핵종이 체내 조직에 침착하는 경우 인체에 파괴적 영향을 준다면서 “ICRP는 핵산업계의 지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카가와도 책에서 “ICRP가 피폭의 인체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수행하는 복잡한 계산은 내부피폭과 저선량 피폭의 위험성을 축소하는 ‘사실상 속임수’”라고 했다.
■ “태풍 오고 지진 날 때마다 온갖 신에게 빌어요”
황분희씨에게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물었다.
“나도 전문가한테 물어본 적이 있어요.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랑 월성핵발전소의 삼중수소가 다르냐고. 아니래요. 일본 삼중수소는 그렇게 난리인데 우리 삼중수소는 왜 얘기가 없냐고요. 석탄발전소는 사고 나면 그 공장만 뜯어버리면 되지만, 핵발전소는 폐로가 안 되잖아요. 일본 같은 사고가 나면 우린 어떻게 해요? 말 그대로 재앙이에요. 태풍 올 때마다, 지진 날 때마다 온갖 신에게 빌고 사는 이런 생활을 제발 그만하고 싶어요.”
부산·경주=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독침 쏘고 전기선 씹는 ‘열대불개미’…생태계교란 생물 지정
환경부, 생태계교란 생물 37종
유입주의 생물 706종 지정·관리

게티이미지뱅크
독침이 있어 작물 등에 피해를 주는 ‘열대불개미’가 생태계교란 생물로 신규 지정·관리된다. 환경부는 25일부터 ‘생태계교란 생물’에 열대불개미 1종을 추가해 37종을 관리한다고 24일 밝혔다. 또한 ‘유입주의 생물’에 히말라야산양 등 150종을 추가하고, 기존 열대불개미 1종을 제외해 총 706종을 지정한다고 덧붙였다.
열대 불개미는 몸길이 2∼5㎜짜리 작은 곤충으로 몸색은 적갈색, 머리는 갈색이며 복부 끝에 독침을 가지고 있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이지만, 아시아와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국내외 확산 사례가 많아 생태계교란 생물로 신규 지정됐다.
열매 불개미는 작물의 씨앗을 가져가기도 하고, 농작물, 과일을 깨물어 작물에 상처를 내는 등 경제적 피해를 일으킨다. 뉴질랜드에서는 독침으로 인해 사람과 가축이 부상을 입거나, 일부 사람들에게서 과민성 쇼크가 발생하는 일도 있었다. 도시지역에서는 관개수로의 구멍을 뚫거나, 전기선을 씹어 전기사고가 나기도 한다. 또한 토착 개미군집, 주변 생물과 경쟁을 통해 생태계 교란을 야기한다.
생태계교란 생물이란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큰 것으로 판단돼 개체 수 조절 및 제거, 관리가 필요한 생물을 의미한다.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되면 수입·반입·사육·양도·양수·보관·운반·방사 등이 금지되며,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정부는 ‘생태계교란 생물 모니터링’을 실시해 보다 면밀하게 생태계교란 생물 서식현황을 파악한다.

25일부터 생태계교란 생물로 신규 지정되는 열대불개미. 환경부 제공
또 유입주의 생물이란 아직 국내에 유입된 적은 없지만, 국내에 유입될 경우 생태계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있어 사전에 관리가 필요한 외래생물을 의미한다. 유입주의 생물을 수입할 경우 사전에 관할 유역(지방)환경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불법 수입 시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번에 시행되는 ‘생태계교란 생물 및 유입주의 생물 지정 고시’의 자세한 내용은 환경부 누리집(www.me.go.kr) 법령 정보 및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산불, 세계 탄소 저장고를 앗아가고 있다
산불로 인해서 오히려 탄소 공급원이 되고 있는 탄소 저장고
최근 캐나다, 그리스, 호주, 미국 등 전 세계 산림에서 산불이 더 오래 그리고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산불은 생물 다양성의 파괴적인 손실 외에도 지구를 뜨겁게 달구는 강력한 온실가스인 탄소를 방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연속적인 탄소 배출은 지구를 데우는 온실가스의 저장소 역할을 했던 산이 더 이상 저장고가 아닌 오히려 ‘탄소 공급원’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산불이 대부분 인간이 만든 기후 변화로 인해 더위와 가뭄이 심해지면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숲은 나무와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대기 중의 탄소를 잎과 뿌리, 토양으로 끌어들이며 많은 양의 탄소를 저장하거나 격리시킨다. 또 숲이 오래될수록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이러한 숲은 때로는 자연적으로 연소하지만, 극심한 화재가 발생하면 격리된 탄소 등이 대기 중으로 다시 방출되는 양이 훨씬 더 많아진다. 이는 기후 변화가 산불을 일으키고, 산불이 다시 기후 변화를 촉진하는 ‘양성 피드백’ 순환을 만들게 된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해 극심한 화재가 2050년까지 30%, 21세기 말까지 50%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 산림은 배출량의 약 2배에 달하는 탄소를 격리 시켰지만, 산불로 인해 빠르게 줄어드는 탄소 저장 예산(carbon budget)에 큰 위험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 저장 예산은 2015년 파리에서 세계 정상들이 합의한 대로 온난화를 섭씨 1.5도로 제한할 수 있는 50%의 확률로 인류가 태울 수 있는 온실가스의 양을 나타낸다. Carbon Brief는 현재의 배출 속도로는 불과 9년 만에 3,800억 톤의 CO2 예산이 소진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여겨지는 최근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 © The Economic Times
미국의 Union of Concerned Scientists 기후 및 에너지 프로그램 수석 기후 과학자 크리스티나 달(Kristina Dahl)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인간 탄소 배출량의 30%가 대부분 산림인 육상 생태계에 흡수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숲을 복구하면 탄소를 다시 격리할 수 있지만, “심각도가 높은” 화재 이후에는 이러한 탄소 저장고의 완전한 재생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산불 증가로 인한 탄소 저장 예산 압박
2003년부터 산불 배출량을 모니터링해온 유럽의 코페르니쿠스 대기 모니터링 서비스(CAMS: Copernicus Atmosphere Monitoring Service)에 따르면 2023년 캐나다 산불은 이미 이전 기록보다 두 배나 많은 탄소를 배출했다. 한편, 현재 캐나다의 동쪽에서 서쪽 해안과 북쪽 깊숙이까지 뻗어 있는 불에 탄 면적은 1989년에 파악된 이전 기록의 약 두 배에 달한다.
CAMS의 수석 과학자 마크 패링턴(Mark Parrington)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태워진 산림 면적이 실제로 감소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는 아프리카 열대 지역에서 개방형 태우기 농업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한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열대 지방을 벗어나면 ‘극심한 화재’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히며 더 덥고 건조한 환경에서 화재가 더 집중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화재 폭풍과 번개가 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pyroconvention’ 사건의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의 Science Hub for Climate Litigation 연구원 칼리 필립스(Carly Phillips)는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2017년과 2018년에 발생한 극심한 화재로 인해 이 지역에서 에너지를 포함한 다른 모든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 3배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한 연구에 따르면 2020년 캘리포니아 산불은 매우 강렬하여 이산화탄소 환산 배출량이 2003년 이후 캘리포니아의 총 온실가스 감축량의 약 2배에 달했다고 한다. 연구진의 새 연구 분석 결과에 따르면 향후 산림이 다시 자랄 것을 감안하여도 2020년 캘리포니아 산불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캘리포니아주에서 두 번째로 큰 탄소 배출원이었으며 산업 및 전력 발전량으로 인한 탄소 배출 수치를 상회하는 수치임이 드러났다.
오히려 탄소 공급원이 되고 있는 탄소 저장고
북반구 전역에서 발견되는 전 세계 한대림(그 중 약 30%가 캐나다에 존재)은 육상 또는 지상 탄소의 약 11%를 묶어두고 있어 지구상에서 가장 큰 탄소 흡수원이 되고 있다.
크리스티나 달은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산림 생태계가 탄소를 어떻게 더 저장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서 화석 연료 배출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더 많은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며 탄소 격리를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더 건조하고 더운 기후로 인해 잦아진 산불의 강도가 더 증가되면서 이러한 이점을 상쇄하고 있으며 이는 탄소 저장고가 “순 탄소 공급원”으로 바뀔 위험성을 의미하고 있다. 즉, 숲이 대기에서 탄소를 끌어내고 묶어둘 수 있는 능력이 감소 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산불은 숲을 떠나는 탄소의 양을 증가시키고 들어오는 양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칼리 필립스 역시 최근 캐나다 boreal 산불에 대해서 심각한 화재는 숲의 재성장을 억제하고 숲의 종 구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 캐나다 boreal 산불 © Science News
산불로 인한 탄소 배출량 증가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산불과 그로 인한 기후 영향을 줄일 수 있는 궁극적인 해결책은 당장 화석 연료 사용의 줄이는 것이다. 통제된 연소를 통해 연료 부하를 줄여하함은 물론, 산림 지역 상황에 따라 산림의 상태가 불량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솎아베기등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탄소 배출과 추가적인 생물 다양성 손실을 제한시킬 수 있으며 더 나은 산림 관리 상태를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지구상의 대부분 나라들이 여전히 화석 연료의 사용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등이 세계에서 화석 연료를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는 국가들이며, 우리나라도 증가율로만 따지면 세계에서 6위를 차지한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전력을 제공할 수 있는 화석 연료는 비재생 에너지 자원으로 점진적으로 줄여야 할 에너지 자원임에는 분명하다. 이는 탄소가 풍부한 토양층을 태우는 심각한 산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2000년 이후 산림 재생률이 감소하는 등 산불에 대한 산림 회복력이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와 미래의 기후에서 더욱 번성할 수 있는 기후 회복력이 높은 나무나 식물 종을 더 많이 산에 심을 수 있어야 한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K-택소노미 시대' 은행권, 녹색금융 참여 활기
국민·신한·농협은행 '녹색정책금융 활성화 이차보전 협약대출’ 출시
하나은행, 금융권 최초 K택소노미 반영 ‘ESG 금융 심사 시스템’ 구축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시대를 맞아 주요 은행들의 녹색금융 참여가 활기를 띠면서 녹색금융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시대를 맞아 주요 은행들의 녹색금융 참여가 활기를 띠면서 녹색금융 바람이 불고 있다.은행들은 기업이 온실감축에 나설 경우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해 주며 녹색금융 지원에 적극 나선다. 이어 K-택소노미 적합성 등을 고려해 녹색금융 지원을 할 수 있는지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됐다.
◇ K-택소노미 수립 후 은행들 녹색채권 발행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택소노미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순환경제로의 전환 ▲오염방지·관리 ▲생물다양성 보전 등 6대 환경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녹색경제활동'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한다.
지난 2021년 환경부에서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을 수립했으며, 이후 2022년 최종적으로 개정해 발표했다. K-택소노미가 수립되기 전에 금융권 내에서는 녹색금융에 대한 정의와 기준,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혼란을 겪으며 녹색금융 추진에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환경부는 K-택소노미 수립 이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시범사업' 진행에 나섰는데, 금융권 내에서도 참여가 이뤄졌다. 지난해 금융권에선 산업은행 3000억원, 신한은행 1000억원, 중소기업은행 600억원 등의 규모로 녹색채권 발행이 진행됐다. 발행된 녹색채권은 전부 녹색부문 사업에 배당됐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K-택소노미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금융사들과 K-택소노미 적용시스템(K-Taxonomy Supporting System·KTSS)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KTSS는 투자대상 사업이 녹색분류체계에 부합하는지 등을 금융사 실무진들이 적절히 판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번 협약에는 금감원과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키움증권, 이지스자산운용 등 10개 금융사가 참여했다.
이처럼 금융권에서 K-택소노미에 따른 녹색금융 추진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은행권에서는 녹색정책금융 지원에 나서고 있다.
환경부 '녹색정책금융 활성화 사업'은 온실가스 저감설비 도입 등 기업이 탄소중립 이행 관련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신청하면 대출과 동시에 이자도 일부 지원하는 금융지원 사업이다. 이자 지원 관련 비용은 환경부와 은행이 절반씩 부담한다. 주요 수혜 대상은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업체 및 목표관리제 적용업체다.
◇ 국민·신한·농협은행 등 녹색정책금융 활성화 사업 참여먼저 신한은행은 환경부와 ‘녹색정책금융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적 자금을 지원하는 ‘녹색정책금융 활성화 대출’을 지난 8월 말까지 총 1조2210억원을 공급했다. 신한은행 지난해 5월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녹색정책금융 활성화 이차보전대출'을 출시한 바 있다.
국민은행도 최근 ‘녹색정책금융 활성화 이차보전 협약대출’을 출시했다. 국민은행의 녹색정책금융 활성화 이차보전 협약대출은 K-택소노미에 해당되는 사업장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제공되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사업장 공정·산업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낮은 금리로 대출해 준다.
농협은행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녹색정책금융 활성화 이차보전 지원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녹색금융 활성화 특화상품인 'NH탄소감축선도기업론'을 출시했다.
NH탄소감축선도기업론은 온실가스 감축시설에 대한 투자수요가 있는 기업에게 저금리 대출을 지원해 탄소중립과 녹색금융 활성화에 기여하는 정책자금 상품이다. 농협은행은 최근에 전구체 생산기업인 한국전구체와 NH탄소감축선도기업론 1호 약정을 체결했다.
하나은행은 국내 금융권 최초로 K-택소노미를 반영한 ‘ESG 금융 심사 시스템’을 구축했다. 새롭게 구축된 하나은행 ‘ESG 금융 심사 시스템’은 기업금융 또는 직접투자 진행 시 ESG 금융 검토가 필요한 대상을 자동으로 판별하며, 이를 통해 K-택소노미 적합성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모니터링 결과 등이 금융 지원 의사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은행들의 녹색금융 참여에 대해 기대감과 우려감이 공존하고 있다. 은행들의 녹색금융 참여가 향후에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금융시장 침체기에는 은행들의 녹색금융 지원이 부담 요소가 될 수 있어 이에 따른 정부의 여러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의 녹색금융 참여가 앞으로는 필수적일 것으로 전망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이라며 "은행들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금융시장 침체기인 상황에서는 녹색금융 지원에 부담을 느끼는 은행들은 참여 자체가 저조해질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해서도 여러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연과 사람 담으려 18개 국립공원 누빈 기자의 다큐멘터리
진재운 KNN 기자가 감독한 다큐멘터리 영화 ‘무경계’
지정 55주년 맞은 한반도 국립공원의 자연과 사람 담아내
“성찰 없이 맞이한 기후위기” 알리기 위해 ‘환경영화제’도 만들어
“잠깐 멈추고 심호흡을 해봐라. 달려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돌아봐라. 잠깐 쉬는 그 틈 사이에 자연이 훅 다가올 건데, 훅 다가온 자연을 보여주겠다. 한시간 반 동안 잠시 멈추면, 그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진재운 KNN 기자)
진재운 KNN 기자가 직접 감독한 다큐멘터리 영화 <무경계>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무경계>는 올해로 지정 55주년을 맞은 한반도 국립공원의 산과 바다, 그리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 영화다. 국립공원에서 물질을 하며 평생을 살아온 해녀, 산에서 약초를 캐며 사는 사람들, 섬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90대 할머니 등 ‘사람’의 삶을 국립공원 자연의 역사와 엮어냈다.

▲ 영화 '무경계' 시사회 포스터. 사진=진재운 기자 제공.
많지 않은 내레이션 중 대부분은 국립공원에서 사는 사람들이 해준 말들로 채웠다. 진 기자는 지난 20일 미디어오늘에 “자연과 나와의 관념적인 이야기라기보단,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 그 자체를 담았다. 바쁘게 살아갈 필요가 없다는 걸 알려주는 이야기 한마디 한마디를 담았는데, 그 말들이 마치 한 편의 시를 듣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진 기자는 흔하게 본 것 같지만, 절대 볼 수 없던 자연의 장면들을 찍어냈다. 특히, 구름의 움직임을 담기 위해 전국 18개의 국립공원을 찾았고, 설악산 5번, 소백산 4번을 올랐다. “안개 낀 하늘 때문에 촬영을 번번이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도전해보자고 한 날도 안개가 꼈는데, 드론을 날려보니 우리가 서 있는 지점으로 불과 2m 위에 맑은 하늘이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 기다렸더니 하늘이 열렸다. 그때 하늘에서 파도가 치는 장면을 담아냈다.”
<무경계>라는 제목도 그렇게 지어졌다. “보고있으면 단순히 구름, 안개가 아니다. 구름의 움직임, 안개의 움직임을 보면 세상엔 경계가 없는 걸 느낄 수 있다.”
무경계>는 진 기자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촬영하며 자연의 사계절을 모두 담아낸 TV다큐멘터리 3부작 <한반도의 보석 국립공원>을 합쳐 만든 영화다. 한반도의 자연과 가치를 해외에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내린 선택이었다. 올해 7월 영화작업이 끝나자마자 해외 영화제에 출품하기 시작했다.

▲ 영화 '무경계' 스틸컷. 사진=진재운 기자 제공.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무경계>는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9개국 11개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거나 후보가 된 상태다. <무경계>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5회 브란덴버그 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홍콩국제영화제, 두바이국제영화제, 인도 타고르국제영화제 등에서도 다큐멘터리상, 감독상, 촬영상 등을 수상했다. 프랑스몽블랑국제영화제, 미국 세도나 국제영화제 등에서도 경쟁부문 후보에 올랐다. 세계 최대 언론인클럽인 국제방송협회(AIB)가 주관하는 ‘2023 AIBs Natural History’ 부문에선 최종 후보로 올랐다.
“성찰 없이 맞이한 기후위기” 알리기 위해 ‘환경영화제’ 만든 기자
<무경계>는 진재운 기자의 네 번째 영화이자 서른 한 번째 다큐멘터리다. 모두 자연을 주제로 했다. 진 기자는 지난해 기후위기를 정면으로 마주한 환경영화제 ‘하나뿐인 지구영화제’를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올해도 제2회 영화제가 열렸다.
“지금도 가을 장마에, 가을 폭염이다. 사람의 욕심은 탐욕으로 변해서 지구 매커니즘을 완전히 파괴시켰다. 사람들은 당장 사는데 지장이 없으니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구 환경은 심각할 정도로 변하고 있다. 누군간 이 사실을 계속 알려야하는데, 그 역할을 나라도 하자는 생각에서 영상을 만들고 있다. 영화제를 만든 이유도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이야기해보기 위해서다. 우리는 성찰없이 멀리 와버렸다. 이 사실을 살아있는 자연환경을 보여주면서도, 파괴된 환경을 보여주면서도 이야기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소재를 계속 찾아가고 있다.”
▲ 진재운 KNN 기자. 사진=본인 제공.
지난달 31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무경계> 시사회에서 관객들은 “자연과 인간이 서로 공존하고 함께할 때 모두가 아름다운 세상에 살 수 있다는 울림이었다”고 평가했다. “인간이 과학기술로 자연을 함부로 착취해 옴으로써 오늘의 환경위기가 초래된 것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작품”, “자연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자연의 미세한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표현한 한 편의 시적 다큐멘터리”, “긴 시간, 오랜 고생 끝에 얻어진 영상이 스크린에 펼쳐졌던 아름다운 시간”이라는 관람평도 뒤를 이었다. 영화 <무경계>는 오는 11월 중순 전국에 개봉될 예정이다.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잼버리 그리고 버닝맨… 기후위기 벗어날 수 없는 시대 오다
지난 8월, 새만금 일대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이하 잼버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남긴 대규모 야외 행사가 되었다. 다들 알다시피 결코 긍정적인 의미의 충격은 아니었다. 이번 잼버리는 행사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끝을 낼 때까지 좀처럼 성한 부분이 없었다. 행사가 끝난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문제의 책임이 서로에게 있음을 주장하며 진창에 빠지며 어그러진 잼버리를 더욱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잼버리를 말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지점을 고려해야 한다. 행사를 망친 책임이 어떤 정부의 어떤 부처에 있음을 논하는 이상으로, 행사 조직이나 관리가 잘 되었으면 정말 문제가 없이 행사가 잘 열릴 수 있음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잼버리는 미흡한 준비와 근거 없는 낙관, 그리고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책임을 모두 방기하며 실패한 행사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잼버리가 열리기 몇 년 전부터 지역에서 새만금을 반대했던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좀 더 근본적인 차원을 지적하고 있었다. 이번 잼버리가 개최된 새만금이라는 공간이 지니고 있는 환경적인 문제가 2023년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8월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방문해 물을 마시고 있다. ⓒ 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새만금, 피해갈 수 없는 환경 문제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등재될 정도로 무척이나 광활한 새만금 매립지는 그만큼의 갯벌을 모두 땅에 파묻으며 완성될 수 있었다. 1991년에 착공을 시작한 새만금 간척 사업이 2020년이 돼서야 공식적으로 마무리된 것은 간척지의 넓이가 큰 덕분도 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지역 어민을 비롯하여 다양한 시민사회운동이 반대하고 저항한 덕분이기도 했다. 2006년 새만금 간척 사업의 무효를 구하는 대정부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정부가 승소했지만, 대법원 판결만으로는 새만금 간척 사업 그 자체가 지니는 환경정의적인 문제를 완전히 지우고 가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치며 새만금 간척은 겨우 마무리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이렇게 완성된 땅은 어렵게 만든 의미를 여전히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1991년에는 대규모의 농지 확보를 명목으로 추진되었지만, 이미 한국에서 농업은 여러 사정으로 인해 쇠퇴 일로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 농지를 만드는 목표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만금 사업은 2015년부터는 산업단지 조성을, 2019년부터는 새만금국제공항 신설를 추진하며 개발의 싹을 어떻게든 살리려 하고 있다. 2017년 잼버리를 유치한 것도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렇게 장기간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매립지의 활용대책’은 다른 의미로는 새만금 매립지의 활용 방안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공식적으로는 2020년에 새만금 간척 사업이 마무리되었지만, 여전히 새만금 안쪽 지대에 마른 땅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수와는 차단되었지만 농수 보급 등을 이유로 여전히 새만금 안에는 담수호인 새만금호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의 실패한 간척 사업이었던 시화호가 그랬듯이, 새만금호 역시 이미 수질이 심각하게 악화된 상황이다. 2020년부터는 환경부가 수질 개선을 위해 제한적으로 해수 유통을 시작하자 그제야 멸종위기종 생물이 새만금호에 보일 정도로 새만금 간척 사업의 환경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시민사회운동이나 환경운동은 새만금에 대한 대내외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만드려는 잼버리 사업에 반대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었다. 스카우트의 목적 중 하나에 ‘스카우트는 동물의 친구다. 스카우트는 동물을을 고통으로부터 최대한 구해야 한다’며 동물권을 강조한 내용과 일방적인 간척 추진으로 갯벌의 수많은 생물들이 사라진 새만금과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8월에 열리는 행사인 만큼 폭염이 예고된 것은 물론, 더더욱 폭염이 심각한 수준으로 강해지는 상황에서 행사를 무사히 개최할 수 있는 이렇다 할 방안도 없다는 이유까지도 있었다. 결국 후자의 염려는 현실이 되었다.

▲ 시민들이 8월4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공원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을 구경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잼버리가 드러낸 기후 위기의 실태, 미국 버닝맨 페스티벌까지 이어지다
일각에서는 1991년 강원도 고성군에서 열린 잼버리 행사는 이번 잼버리처럼 8월에 개최되었지만, (행사지의 삼림 파괴 문제와 별개로) 숲 속에서 개최하며 온도를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할 수 있었음을 말하며 개최지 선정 자체의 문제를 말하기도 한다. 2015년 일본 야마구치현 키라라하마에서 열린 잼버리 대회도 간척지 지역에서 열렸지만, 온열질환 문제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 없이 잘 마무리되었음을 말하며 다시 행사의 운영 문제로 기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는 생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잼버리가 문제적으로 마무리되고 나서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미국 네바다주 사막에서 열린 ‘버닝맨 페스티벌’(Burning Man Festival)의 사태는 행사의 운영 이상의 기후라는 조건을 결코 도외시할 수 없음을 보인다. 지난 1991년부터 개최되기 시작한 버닝맨 페스티벌은 긍정적인 의미로 보자면 현대의 우드스탁 페스티벌과도 유사한 대규모 야외 문화예술행사이다. 탈상품화(Decommodification)와 “흔적을 남기지 않음”("Leave No Trace")을 기조로 오랜 시간 열린 행사는 유명한 대규모 페스티벌과 대비하여 상업적 접근을 배제하고 행사 참가자의 자립적, 자율적 참여와 운영으로 운영되며 환경을 생각하는 행사라는 찬사를 들어왔었다.
그러나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겉으로는 비상업화와 환경 보호를 강조하지만, 역설적으로 행사가 점차 유명해지며 해가 지날수록 점차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하는 상황에서 “흔적을 남기지 않음”이라는 기조가 점차 지겨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과 물자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탄소 발자국’이 발생하고, 현장에 설치된 일부 예술품은 환경 보호와 상반되게 대규모 연소효과를 설치하며 더욱 비판을 받았다. 이에 행사 사무국은 2007년부터 태양 전지판을 설치하며 이를 상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태양 전지의 설치만으로 이미 환경에 끼친 영향을 해소할 수 있다고는 결코 말하기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해가 지날수록 버닝맨 페스티벌의 입장료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행사 참여자 대다수가 높은 계급에 위치한 백인으로 구성되는 상황에서 “부유한 기생충”(rich parasites)을 위한 행사라는 비판도 있었다.
결국 올해 행사에서는 큰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좀처럼 비가 잘 오지 않아 곳곳에 메마른 사막인 네바다주에서 열리는 행사였지만, 공교롭게도 올해에는 큰 비가 덮치고 만 것이다.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에서 열리는 올해의 버닝맨 페스티벌도 큰 영향을 받고 말았다. 축제의 끝을 앞두고 쏟아진 폭우로 블랙록 사막 곳곳이 거대한 물웅덩이로 변하고 말았고, 이렇다 할 대중교통이 없는 블랙록 사막은 차도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가 되고 말았다. 순식간에 7만 명이 고립되었고, 결국 한 명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 연합뉴스 9월4일, '"이런 재앙 처음"… 기습폭우에 '뻘밭' 된 사막축제, 7만명 고립' 기사 갈무리
문화예술, 결코 기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오랜 시간 비가 세차게 쏟아질 것이라 생각되기 어려운 장소에서 열린 행사에 거센 호우가 찾아오며 끝내 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은 행사 그 자체의 운영도 중요하지만, 야외 행사의 경우에는 그 이상의 요소도 함께 작용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모습이었다. 아무리 무수한 경우의 수에 철저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과 운영 체계가 짜여져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뛰어넘는 기후의 문제가 닥칠 때 어떻게 조직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동시에 이는 달리 말하면, 지금처럼 기후 위기가 계속 되고 더욱 확대된다면 비단 잼버리나 버닝맨 페스티벌이 아니더라도 야외에서의 활동 대다수가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음을 보이는 우울한 증거이다. 몇몇 행사는 어떻게든 실내에서 개최가 가능할 수 있더라도, 야외와 실내 환경은 결코 같지 않다. 대규모 광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전제로 하는 행사는 더욱 열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9월23일에 열린 기후정의행진을 비롯해 2020년대 들어 주기적으로 전개 중인 기후 위기 문제에 맞서는 움직임에 본래 환경운동에 전면적으로 참여하던 사람 이상으로 문화예술 영역에서 참여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은 단순한 우연은 아닐 것이다. 기후 위기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활동에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을 받는 대상에 문화예술 행사는 앞서 살펴봤던 것처럼 결코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잼버리 행사의 책임 소재를 제대로 가리는 이상으로, 앞으로도 잼버리에서 발생한 기후 문제의 영향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광범위한 움직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잼버리와 버닝맨 페스티벌만 적긴 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각지의 무수한 야외 행사들은 모두 크고 작은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버닝맨 페스티벌에 가해진 문제처럼 그저 말로만 환경을 말할 뿐 실질적으로는 이에 반하는 행사가 아니라, 좀 더 근원적으로 기후를 고민하는 움직임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미디어오늘/ 성상민 문화평론가
한국만 홀로'역주행'…"5년짜리 정부가 현재와 미래 너무 많이 훼손
정부가 죽이는 한국 에너지 경제 미래

▲미국 애리조나주에 설치된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태양광 모듈. ⓒ연합뉴스
2023년 상반기 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 금액은 총 3580억 달러, 우리 돈으로 480조3200억 원에 달한다. 2024년 한국 정부 예산(약 657조 원)의 약 73%에 이르는 금액이 올해 상반기에만 재생에너지에 투자됐다. 전체 투자 금액 중 중국이 절반가량을 차지했고 미국이 255억 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2023년 상반기 전 세계 태양광발전 설치량은 중국과 미국 시장의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해 전년 수준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 수요 증가는 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것으로 특히 최대 수요지인 중국 태양광 수요가 급증한 상황이다. 2023년 1~4월까지 중국 태양광발전 설치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0% 증가한 48GW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2023년 전 세계 태양광발전 설치량 전망을 연초 전망치인 320~340GW 대비 20GW 증가한 340~360GW로 상향 조정했다. 전체 태양광발전 설치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 시장의 올해 태양광발전 수요는 165GW(중국 135GW, 미국 30GW)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지역의 태양광발전 설치 수요도 당초 예상된 50GW를 웃돌아 60GW에 육박할 전망이다. 세계 태양광발전 수요는 올해 이후 한층 더 빨라져 2027년 이전에 연간 500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만 태양광발전 설치량 감소…지원 제도·예산 폐기·축소
하지만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2023년 태양광발전 설치량은 전년 대비 15% 감소한 2.7GW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너지공단의 통계를 보면, 2020년 4.7GW를 정점으로 국내 태양광발전 설치량은 감소하고 있고, 정부 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2.5~3GW 내에서 정체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1월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30.2%(185.2TWh)에서 21.6%(134.1TWh)로 대폭 낮췄다. 이에 맞춰 500㎿ 이상 발전 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가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비율도 조정했다. 2026년부터 25%이던 기존 의무 공급 비율 시기를 2030년 이후로 늦췄다. 최근에는 이 제도 자체를 폐지 및 개편하려 하고 있다.
소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자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20년 동안 고정 가격으로 계약을 맺는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제도(한국형 FIT)도 폐지됐다. 지난 5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던 이 제도는 어떠한 공개적인 평가나 연장 논의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난 7월 사라졌다. 이 제도는 태양광 사업자에게 일정 정도 수익이 보장되면서 태양광 산업이 국내에 빠르게 정착하는 데 기여했다.
태양광을 비롯한 정부의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도 크게 줄었다. 2024년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에서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재생에너지지원' 항목 예산은 6054억 원으로 올해(1조490억 원)보다 42.3% 감소했고, 2022년 예산(1조2657억 원)보다는 52.2% 감소했다. 한국형 FIT제도가 폐지되면서 발전차액지원제도 예산이 65.1% 크게 줄었고, 주택이나 건물 등에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를 지원하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원 사업 예산은 35.4% 감소했다.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에 자금을 융자하는 금융지원 사업도 27.5% 삭감됐다.
반면 정부는 "재생에너지 등 부적정하게 집행된 보조금 등은 과감히 구조조정"한다면서 원전 산업 지원을 위한 예산은 대폭 증액했다.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과 원전 수출 보증 예산 사업을 신규 편성하고 원자력 생태계 지원 사업은 전년 대비 26.1%, 소형모듈원자로 연구개발 예산은 760%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한 제10차 전력계획이 수립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제11차 계획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소문을 흘리고 있다.
국내 태양광 산업 침체…정부 정책 탓
이처럼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원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국내 태양광 산업은 빠르게 침체하고 있다. 이미 폴리실리콘부터 잉곳·웨이퍼, 셀·모듈, 인버터로 이어지는 태양광 밸류체인은 전 세계적으로 중국이 대부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폴리실리콘과 잉곳·웨이퍼를 생산하던 국내 기업들은 사업을 철수하거나 파산했다. 그런데 현재 남아 있는 기업들마저 최근 들어 태양광 내수 수요가 줄어들면서 생산량을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인위적으로 정책적 태양광 수요를 줄이더라도 국내 수출 대기업들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대기업들의 RE100 가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이들의 재생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에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현실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에너지 안보와 산업 정책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지원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해 자국 내 태양광 설비 투자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렸고, 유럽연합(EU)도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을 통해 태양광 등 탄소중립 기술 제조역량을 높이는 제도적 틀을 강화했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재생에너지 및 산업 정책과 기업들의 전력공급 방안은 세계적인 흐름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가 총 300조 원을 들여 조성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해 정부는 6기의 LNG발전소를 통해 전력을 공급하고 추후 송전망을 건설해 경북의 원전과 호남의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탄소중립 및 RE100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의 대폭 확대, 지역별 산업단지 및 산업 정책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확보,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 최소한의 글로벌 트렌드라도 따라가기 위한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5년짜리 정부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너무 많이 훼손하고 있다.
권승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 프레시안
온실가스 주범 발전 공기업…신재생에너지 투자, 화석연료 20%뿐
중장기재무관리계획 분석 결과
에너지전환 대신 화석연료 투자에 집중 여전
재생에너지 비중 늘리는 글로벌 추세에 역행

지난 23일 서울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9.23기후정의행진’에서 참가자들이 ‘공공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며 남영역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발전 공기업들이 향후 5년간 계획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액이 화석연료 투자액의 5분에 1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주도해야 할 발전 공기업들이 글로벌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4일 한전 산하 발전 공기업 5곳(한국남부·남동·동서·서부·중부)의 ‘2023∼2027 중장기재무관리계획’ 등을 분석한 결과, 이들 5개 회사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국내외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 발전소 건설과 기존설비 보강 등에 24조2566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액은 4조7379억원으로, 화석연료 분야 투자액의 19.53%에 그쳤다. 5개사 중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액이 가장 적은 곳은 남부발전이었다. 남부발전은 향후 5년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4382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화석연료 분야 투자 계획(5조7237억원)의 7.65%에 불과한 금액이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가장 많은 투자계획을 밝힌 곳은 동서발전(1조9628억원, 44.73%)으로, 남부발전과는 1조5246억원 차이가 난다. 그 뒤를 이어 서부발전과 중부발전, 남동발전 순으로 각각 8970억원(18.01%), 7594억원(19.38%), 6805억원(12.96%)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기후환경단체들은 그동안 ‘신에너지’로 분류되는 연료전지와 ‘재생에너지’로 분류되는 바이오매스 등은 온실가스를 다배출 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런 지적을 반영해 연료전지와 바이오매스 등을 제외하고 태양광·풍력에너지에 대한 투자액만 분석하니, 화석연료 투자액의 13.87%(3조3654억원)에 그쳤다.
투자액수는 남부발전이 1778억원으로 가장 적었고, 서부발전(5853억원), 남동발전(5865억원), 중부발전(6534억원), 동서발전(1조3624억원) 순으로 많아졌다. 서부·중부발전은 2027년, 남동발전은 2025년∼2026년, 남부발전은 2026∼2027년에 아예 태양광 투자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석연료 중심의 발전 공기업 5개사는 지난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기업 2∼6위를 기록한 바 있다. 현재 발전공기업 5사의 신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크게 부족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부발전은 신재생 설비가 129.1㎿로 전체 설비 대비 비중이 1%였고, 동서발전(150.6㎿)은 1.6%, 남부발전(374㎿)은 3.2%, 서부발전(587.2㎿)은 5.1%로 나타났다. 남동발전(1247.5㎿)으로 12.4%를 기록했지만, 태양광과 풍력 설비 용량만 계산하면 666.4㎿(6.6%)로 떨어진다.
발전 공기업들은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엘엔지 발전소로 전환하는 정부 계획에 화석연료 분야에 대한 투자액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정부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당진1~4호기(동서발전) 등 노후 석탄발전소 20기(9.5GW)가 폐쇄된 후 엘엔지 발전소로 모두 전환될 예정이다.
발전 공기업 5개사가 이처럼 화석연료 중심 투자계획을 지속하는 건, 재생에너지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3년 글로벌 에너지 부문 투자’를 보면, 재생에너지 투자액은 2021년 5170억달러(약 691억원, 79%), 2022년 5960억달러(79%), 2023년(전망) 6590억달러(80%)로, 연평균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반면 화석연료(석탄·가스)에 대한 투자는 2021년 1080억달러(14%), 2022년 1070억달러(14%), 2023년(전망) 980억달러(12%)로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방안을 찾는 게 글로벌 트렌드인데, 우리는 정부와 공기업이 모두 거꾸로 가고 있다”며 “공기업은 공적 가치의 확보를 위해 앞에서 길을 마련하고, 민간도 이에 동참하도록 이끄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오히려 공기업이 수익을 쫓아 기존 관성대로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용민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화석연료 중심인 발전 공기업의 에너지전환을 강력히 추진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알이100(RE100,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글로벌 캠페인) 이행 등 수출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환경부 하수인으로 전락한 국가물관리위, 참담"
낙동강·금강·영산강 환경단체, 25일 국가물관리위 앞 기자회견... '4대강 연대체' 발족 예고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10년짜리 법정계획이다. 10년짜리 법정계획을 고작 한 달 만에 과학적 검증과 검토 없이 삽시간에 바꿔버렸다. 다른 이유는 없다. 정쟁거리에 머물러 있던 4대강 사업을 현장에서 되살리겠다는 의도다. 홍수가 빈번한 곳에는 홍수대책이 필요하다. 가뭄 피해가 심각한 곳에는 가뭄대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16개 보가 있는 4대강 본류는 홍수나 가뭄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지경에 환경부는 '과학적', '객관적', '합리적' 같은 말들을 입에 담지 말라."
보철거를위한금강·영산강시민행동과 낙동강네트워크·한국환경회의가 25일 세종시 국가물관리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회견문의 일부다. 낙동강 유역에서 윤석열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사업 지우기 정책에 반대해 온 환경단체들이 금강과 영산강 유역 연대체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목소리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이날 4대강 유역 연대체 발족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들은 임도훈 금강영산강시민행동 간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확정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에 대해 성토한 뒤 항의 서한을 국가물관리위에 전달했다.
이에 앞서 국가물관리위가 확정한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은 이 기구의 결정사안이기도 했던 '보 해체·상시 개방 등 4대강 보 처리방안'과 관련 과제들을 삭제해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또 지난 5일 열린 국가물관리위 공청회장에서는 환경단체 활동가 5명이 경찰에 강제 연행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는 "2022년에 만들어진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2년여의 연구와 토론, 여론조사와 치열한 논쟁을 통하여 마련됐고, 금강·영산강 보의 처리 방안도 결정을 했다"면서 "그런데 상식과 원칙을 존중하겠다는 윤석열 정부가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이후 2개월 만에 졸속적으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변경한 것은 국민들을 바보로 여기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성토했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윤석열 대통령은 생활용수로 사용하지 않고, 농업용수로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영산강의 보를 가뭄대책으로 내놨다가, 비가 많이 오니 이번에는 홍수대책으로도 내놨다"면서 "실질적으로 혜택을 보는 국민도 없는데, 4대강 보를 보존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결정은 대체 누구를 위한 행위냐"고 따져 물었다.
강호열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지난 정권에서 4대강재자연화를 위해 노력을 해왔고,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게 국가물관리위인데, 정권이 바뀐 뒤 퇴행적 환경부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것이 너무 참담하다"면서 금강·영산강 유역 환경단체들과 연대할 것을 예고했다.
"(지난 정권에서) 4대강재자연화를 위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발표했다. 이 때 낙동강의 보 처리 방안이 채택되지 않을 것에 대해 참담함을 느꼈다. 그런데 두 강의 보 처리 방안마저 잉크로 마르기 전에 무산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만 없어 이렇게 참여했다.
사실 낙동강의 녹조 문제는 사회적 재난으로 변하고 있다. 녹조에서 나오는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먹는 물뿐만 아니라 농축산물에도 침투하고 있고, 에어로졸 형태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금강과 영산강을 지켜야만 낙동강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왔고, 함께 연대해서 싸우겠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은 "윤석열 정부는 댐과 보를 건설해서 강물을 관리하던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지금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 방안이 뒤집어지고, 낙동강에 녹조가 끼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데, 외국은 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댐을 철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 확정, 내용-정당성 결여"

▲ 보철거를위한금강·영산강시민행동과 낙동강네트워크·한국환경회의는 25일 세종시 국가물관리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병기
이날 기자회견문은 이용기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팀장이 대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가물관리위가 확정한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의 결정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지난 목요일(9월21일)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을 확정했다. 누누이 강조했던 절차적 정당성, 내용의 합당함 모두 결여된 변경안이다. 그 흔한 연구과제 하나 없었고, 왜 변경해야 하는지 단 한 줄의 설명도 없었다. 확정된 안은 처음 제시했던 변경안에서 단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의견수렴을 하겠다며 강행했던 공청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우려했던 것처럼 공청회는 철저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연행을 감수하며 지적했던 문제들은 당국자들의 귓등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들은 이어 "확정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은 하천의 지속가능성을 약화시킬 것이고 전국 곳곳에 민관 갈등을 부추길 것"이라면서 "보 해체 상시 개방 등 4대강 보 처리방안 관련 과제들을 삭제한 것은 4대강 사업의 재앙적인 후과를 끌어안고 가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환경부는 관련 보도자료에서 녹조 원인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서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적시했는데, 녹조의 원인은 하천의 부영양화(오염 부하), 일조량, 유속 등이 대표적"이라면서 "지금 당장 우리가 통제할 수 있고, 효과성이 탁월한 수문 개방을 제외한 채 다른 요인들을 검토하고 그것에 기인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변죽을 울리는 짓"이라고 성토했다.
한편, 이날 사회를 맡은 임도훈 금강영산강시민행동 간사(대전충남녹색연합 팀장)는 "국가물관리위의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에 대한 행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금강 유역의 활동가와 지역주민, 농민 등 300인의 소송인단을 구성했고, 국가물관리위를 상대로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결정 과정에 대한 절차적 문제 등을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김병기(minifat) 오마이뉴스
원산지 거짓 표시' 수산물 3건 중 1건 '일본산’
7월까지 일본산 1만8882톤 수입...가리비조개, 돔, 방어, 명태, 가오리, 갈치, 참치 순

▲ 중국,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중단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한 24일 중국 베이징의 대형마트에서 한 여성이 수산물을 보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이날 일본의 오염수 방류 개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일본이 원산지인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2023.8.28ⓒ 연합뉴스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적발된 수입 수산물 3건 중 1건은 일본산으로 드러났다. 2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나주화순)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8월까지 원산지 미표시·거짓표시 수입 수산물의 35.0%는 '일본산' 수산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표시의 39.3%, 거짓표시의 29.4%가 일본산 수산물로 나타났다.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적발된 수산물 가운데 일본산이 차지한 비중은 지난해 18.7% 수준이었으나, 올 들어 35.0%로 치솟았다.
올들어 7월까지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은 총 1만8882톤으로 집계됐다. 수입액으로는 1억500만 달러 수준이다. 품목별로는 가리비조개 6272톤, 돔 3308톤, 방어 857톤, 명태 829톤, 가오리 640톤, 갈치 404톤, 참치 210톤, 기타어류 1780톤, 어류가공품 574톤이다.
신정훈 의원 "일본 수산물 취급소 원산지 전수조사 강화해야"
신정훈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일본 수산물 취급업체에 대한 원산지 전수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중국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직후부터 일본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 수입 수산물 원산지 표시 위반 적발 현황.ⓒ 신정훈 의원실
l김형호(demian81)
부산형 급행철도(BuTX), 민간투자 4조로 물꼬 튼다
市, 하나금융컨소 제안 추진
- 가덕신공항~오시리아 54㎞
- 지하 대심도로 30분대 주파
- 부전역 추가 총 7개 정거장
- 2025년 착공 2030년 개통
부산시가 가덕신공항의 국제공항철도인 차세대 부산형 급행철도(BuTX)를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한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25일 시청에서 BuTX 민간투자사업 제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박형준 부산시장은 25일 브리핑에서 BuTX 사업을 민간투자사업으로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BuTX는 가덕신공항에서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까지 지하 대심도를 통해 이동하는 급행 철도 시스템이다. 2030부산세계박람회의 핵심 기반시설인 가덕신공항 건설과 더불어 도심과 공항을 잇는 획기적인 교통망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친환경 수소 철도차량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시는 지난 3월 BuTX 도입 계획 발표(국제신문 지난 3월 24일 자 1·3면 보도) 이후 하나금융그룹이 주관사로 참여하는 ‘BuTX 급행열차㈜(가칭)’가 지난 6월 사업 참여의향서를 제출했고, 지난 15일 공식적인 민간투자사업 제안서를 제출함에 따라 검토 끝에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업자가 제안한 사업 방식은 ‘수익형 민간 투자 방식(BTO)’으로, 40년간 운영하는 것을 전제로 사업비 4조7692억 원을 투입한다. 사업자 측은 BuTX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지표인 편익·비용비율(B/C)이 1.14로 산정되어 사업 추진의 타당성이 확보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사업자는 사업성 등을 고려해 시의 애초 계획에서 부전역을 추가해 총 7개의 정거장을 제안했다. 즉 가덕신공항에서 명지~하단~북항~부전~센텀시티~오시리아까지 운행하는 노선으로, 길이는 54.043㎞(접근철도 공용구간 12㎞)이다. 소요시간은 가덕신공항에서 북항까지 18분, 오시리아까지 33분 걸리는 것으로 제안됐다. 애초 시는 6개 정거장(길이 47.9㎞)을 계획하면서 가덕신공항에서 북항까지 15분, 오시리아까지 26분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시는 부전 정거장이 추가되면 도시철도 1·2호선의 많은 유동 인구를 수용할 수 있어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이 올라가고, 부전-마산 복선전철과 동해남부선 환승 수요를 흡수하며 부울경을 잇는 광역 교통망의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사업자의 민간 제안서를 부산연구원의 사전 검토를 거쳐 한국개발연구원에 민자 적격성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내년까지 민자 적격성 조사 및 제3자 제안공고를 마무리하고, 2025년 실시협약 및 사업자 지정 등의 행정 절차를 거친 뒤 착공해 2030년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정거장 추가와 길이 연장 등으로 공사기간이 54개월에서 60개월로 늘어 2030년 개통까지 일정이 빠듯할 것으로 예상됐다.
박형준 시장은 “BuTX의 민자 적격성 검토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부산의 교통 혁명을 획기적으로 이끌 수단이 될 것”이라며 “특히 대심도에 수소철도를 도입하는 첫 시도인 만큼, 미래철도사업을 이끄는 등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남극 겨울 해빙 ‘역대 최소 면적’···남극이 줄줄 녹는다
북극보다 온난화 영향 덜 받는 것으로 알려진
남극에서마저 기후위기 신호 계속해서 감지

로이터연합뉴스
겨울철 남극 해빙(바다 얼음) 면적이 역대 최소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극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난화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알려진 남극에서마저 기후위기 신호가 계속해서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는 올겨울 남극 해빙 면적은 지난 10일 기준 1696만㎢로, 1979년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기존 최저치인 1986년 겨울보다 약 100만㎢나 적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수는 예비치로, 올겨울 기후 상태에 따라 얼음 면적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NSIDC는 올해 얼음 상태의 추정 원인, 특징 등을 포함해 전체 분석을 10월 초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 2월 여름철 남극 해빙 면적도 최저치를 기록해 2022년에 세운 종전 기록을 깨뜨린 바 있다. 일반적으로 남반구 해빙 면적은 겨울이 끝나가는 9월에 최고조에 달하며, 여름이 끝나가는 2∼3월에 가장 낮다.
NSIDC 수석 연구원 월트 마이어는 “올해는 단순히 기록을 경신한 해가 아니라 극도로 기록을 경신한 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남극 해빙 감소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해빙 위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펭귄과 같은 동물들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해빙이 줄면 다시 기후변화를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빙은 태양의 빛 에너지를 대기로 반사하고 인근 물 온도를 식혀주는 등 지구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해빙이 사라지면 바다는 더 많은 빛을 흡수하고 따듯해진 바다는 더 많은 얼음을 녹이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경향
1400년... 백두대간마저 숨죽인 '살아있는 전설' 속으로

정선 두위봉 능선 부근에 뿌리 내린 국내 최장수 주목. 30m 간격으로 자리 잡은 세 그루 중 가장 아래 나무가 가장 곧은 수형을 유지하고 있다.
오래된 나무는 자체로 경이롭다. 제천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태백으로 이어지는 왕복 4차선 국도로 접어들면 마음 바쁜 운전자가 많아 보인다. 상당수 차량의 목적지는 카지노의 도시 정선 사북읍이다. 그러나 여행자에게 이 길은 스쳐 지나기 아깝다. 영월읍을 통과하면서부터 좌우로 솟은 웅장한 산세가 드라이브의 재미를 더한다. 힘들게 찾아가야 볼 풍광을 차 안에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한때 대한민국 산업발전을 이끌었던 탄광지대는 이제 강원도의 대표 휴양지가 됐다. 가을이면 억새가 하얗게 뒤덮이는 민둥산, 고원 휴양지 하이원리조트, 해발 1,330m 만항재에서 이어지는 운탄고도까지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여행지다. 국내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1,400년 된 주목도 이 산중에 숨어 있다. 아직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두위봉(1,466m) 자락이다.

두위봉 주목까지 가는 등산로에는 자작나무를 닮은 사스래나무가 군데군데 자라고 있다. 길 중간 두 곳에 샘터가 있다. 퐁퐁 솟아나는 샘물은 아니지만 차고 달다. 갈증을 해소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주변에 벤치까지 놓였으니 잠시 숨을 고르기에 좋은 쉼터다. 두 번째 샘터를 지나 조금 더 가면 느닷없이 등산로를 자르고 대로가 나타난다. 산림관리를 위한 비포장 임도인데 이렇게 넓을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잘려 나간 산허리가 깊은 흉터자국처럼 이어진다.
임도를 가로질러 이어지는 등산로는 폭이 한결 좁아지고 경사도 심해진다. 그럼에도 울창한 원시림의 면모는 한층 돋보인다. 오솔길처럼 이어진 돌계단 아래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구들장 위를 걷는 듯 보이지 않는 물소리가 그윽하다.

두위봉 주목으로 가는 등산로 주변에 맑은 계곡물이 크고 작은 폭포를 이루고 있다.
그렇게 약 500m를 걸으면 드디어 1,400년 주목과 마주한다. 두위봉 능선 동북 경사면에 세 그루가 약 30m 간격으로 뿌리 내렸다. 주목은 워낙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나이에 비해 키나 굵기가 다른 수종보다 작은 편이다
제일 아래와 위쪽 주목은 단단한 원줄기에 원뿔 모양의 늠름한 자태로, 가운데 주목은 아랫부분에서 두세 가지로 갈라져 서로 호위하듯 하늘로 치솟았다. 일부분은 속이 훤히 드러났음에도 서로 의지하며 곧은 수형을 유지하고 있다. 나선형으로 뒤틀리며 자란 나무는 키 17m, 가슴높이 둘레 4.36m, 직경 1.39m로 세 그루 중에서 가장 크다. 볼수록 경이롭고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세 그루 주목은 2002년 ‘정선두위봉주목’이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수령 1,200~1,400년으로 추정되는 노거수로 남한에서 가장 장수하고 있는 주목이다. 1973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백산 정상의 주목 군락이 수령 200∼500년 정도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어른인지 짐작할 수 있다. 흔히 ‘살아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 하는데 두위봉 주목은 살아서만 천 년을 넘겼다.
정선 두위봉 능선 부근에 뿌리 내린 국내 최장수 주목. 30m 간격으로 자리 잡은 세 그루 중 가장 아래 나무가 가장 곧은 수형을 유지하고 있다.

주목은 껍데기가 붉은 빛깔을 띠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신성한 나무로 대접받는다. 두위봉 주목이 지금까지 벌채되지 않고 살아남아 있을 수 있었던 건 이런 이유보다 온전히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높고 깊은 산속에서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가 발견된 것도 1990년이었다. 이만 한 나무에 그럴듯한 전설 하나 전해지지 않는 이유다. 시답잖은 이야기가 필요 없는, 존재 자체가 전설이자 역사다. 곧게 펴진 가지 아래로 멀리 백두대간 산줄기와 산골짜기 마을이 아른거린다. 오른쪽 끝자락으로는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바람개비가 성냥개비처럼 보인다. 노거수의 위용이면 세상이 발아래다.
정선·영월=글·사진 한국 최흥수 기자
“지리산에 반달가슴곰 85마리 살아요…탐방로 지켜야”

지난 4월 14일 지리산에 설치된 한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반달가슴곰 KF-99 가족. 환경부 제공
국립공원공단 지리산국립공원전남사무소는 26일 지리산에 오를 때 반달가슴곰을 마주치지 않도록 안전 물품을 지참하고 탐방 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지리산에는 올해 태어난 새끼 반달가슴곰 7마리를 포함해 85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다. 반달가슴곰은 지난 5월 겨울잠에서 깨 지리산 일대에서 활동하고 있어 탐방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반달가슴곰과 마주치지 않으려면 지정된 탐방로를 이용하고 혼자 산행하기보다 여러 명이 함께 산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반달가슴곰을 가까이서 마주치면 등을 보이거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뒷걸음질치며 거리를 벌려야 한다. 멀리 있는 반달가슴곰을 발견한 경우 호루라기나 종을 이용해 인기척을 내거나 손을 크게 흔들고 곰의 행동을 살피며 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반달가슴곰은 나무를 잘 타기 때문에 반달가슴곰이 공격해 올 경우 절대 나무에 올라가서는 안된다. 나뭇가지와 같은 도구로 저항하되 저항이 어려운 경우 급소를 보호하는 자세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 공단 측은 다만 반달가슴곰이 일반적으로 매우 소심해서 사람을 경계하거나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해 탐방로를 이용할 경우 만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이 반달가슴곰의 위치 정보 약 3만건을 분석한 결과 반달가슴곰이 탐방로 주변 10m 안에서 관찰된 빈도는 0.44%에 불과했다.
반면 탐방로 인근 100m 이내가 2.86%, 1km 이내가 61.43%로 탐방로에서 멀어질수록 반달가슴곰의 관찰 빈도가 높아졌다. 지리산국립공원전남사무소 자원보전과 차수민 과장은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밥 냄새를 기억한 새끼 반달가슴곰이 탐방객을 따라가 가방을 빼앗으려고 한 사례도 있다”면서 “산에 가져간 음식이나 과일은 버리지 말고 그대로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달가슴곰은 소리를 싫어해 기피한다”며 “나무나 돌을 치거나 호루라기로 인기척을 내서 (반달가슴곰이) 경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종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세계 곡물 생산 6.5% 증가에 기여한 생물의 정체
콜로라도주립대 연구…“1억4400만t 증산 효과”
지렁이가 토양 질 개선…남반구에서 특히 큰 역할

지렁이가 땅 위를 기어다니는 모습. 위키피디아 제공
땅 속을 비옥하게 만드는 지렁이의 역할 덕분에 연간 세계 곡물 생산량이 6.5% 더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러시아의 한 해 곡물 생산 능력과 맞먹는 수준이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스티븐 폰테 교수팀은 2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지렁이의 연간 세계 곡물 생산량 기여도가 6.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렁이의 생산 기여도는 쌀, 옥수수, 밀, 보리 등 곡물 작물에서는 세계 생산량의 6.5%(1억2800만t), 대두·완두콩·렌틸콩 등 콩류에서는 2.3%(1600만t)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팀은 세계적으로 연간 1억4400만t의 식량이 지렁이 덕분에 더 생산되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가 매년 생산하는 곡물·콩의 양(약 1억2000만t)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지렁이가 이런 역할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렁이는 땅속을 돌아다니며 토양 구조를 개선하고 물이 잘 저장되게 하며 유익한 유기물이 잘 섞이게 한다. 식물의 양분 흡수와 성장을 돕는 것이다.
연구팀은 지렁이의 영향을 지역별로도 분석했다. 그랬더니 지렁이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곡물 생산량은 10%, 콩류 생산량은 3.2% 늘리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 대부분 남반구 지역들이다.
연구진은 남반구에서 지렁이의 역할이 큰 것은 토양의 수소이온농도(pH)가 낮은데다 점토 함량은 높아 지렁이가 서식하기 좋은 땅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남반구 농민들은 북반구 농민보다 무기질 비료를 적게 쓰는 것도 중요한 이유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이번 연구에서 지렁이가 세계 식량 생산에서 중요한 원동력이라는 점이 확인됐다”며 “토양 생물 다양성을 지원하는 일이 농업 생산성을 늘리는 것과 깊게 연관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향
日 전역 국영공원 17곳…녹지 보존·방재 거점 등으로 특화

지난 23일 일본 사이타마 현의 ‘무사시 구릉 삼림공원’. 일본 1호 국영공원인 이곳은 도쿄에서 약 1시간 거리로 인근 광역도시를 아우르는 ‘녹색 거점’ 역할을 한다. 너른 들판 가운데 맨드라미 꽃이 피어있다. 안세희 기자
# 무사시 구릉 삼림공원
- 도쿄돔 65개 규모로 일본 최대
- 연 100만 명 찾는 ‘도심 속 허파’
- 4년 단위 예산 계획…年 60억 원
# 도쿄임해광역방재공원
- 고베 대지진 계기로 조성 착수
- 비상시 대책본부·병원 들어서
- 방재 훈련 열리고 체험관 운영
정부가 본격 추진 중인 ‘국가도시공원’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소규모 공원보다 예산이 많고 면적도 넓어 생태적 가치를 풍부하게 채울 수 있다. 녹지자원 보존은 물론 한층 쾌적한 여가 공간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영공원’ 개념을 50여 년 전 도입해 전국 17곳을 운영 중인 일본의 현장을 다녀왔다.
■전국 1호 ‘무사시 구릉 삼림공원’
일본 사이타마현에 있는 ‘무사시 구릉 삼림공원(삼림공원)’은 일본 ‘제1호 국영공원’이다. 일본 정부가 1968년 메이지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국영삼림공원 설치를 결정했고, 준비 기간을 거쳐 1974년 개원했다. 국영공원 중에서도 조성과 관리 예산 전액을 부담하는 ‘로호 국영공원’으로 분류(지방에서 일부 분담하는 ‘이호 국영공원’과 구분)되고 내년이면 50주년을 맞는다.
지난 22일 일본 도쿄도 아리아케 ‘도쿄임해광역방재공원’을 방문한 어린이집 아이들과 교사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 뒤로 보이는 건물은 비상시 환자 치료를 위한 아리아케 병원으로 평시에는 암 전문 병원으로 이용된다. 안세희 기자
삼림공원에서 먼저 눈에 띈 것은 무엇보다 광활한 면적이었다. 공원 출입구마다 버스 정류장이 있을 정도인데, 총면적 304만㎡의 광대한 구릉지는 도쿄돔 65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도시공원 면적 조건(300만㎡ 이상)과도 비슷한 규모다. 공원관리재단 소속 세키하라 미즈호 씨가 “단일 공원으로는 일본에서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공원인 만큼 방문객은 인근 여러 도시를 아우른다. 공원은 도쿄 시내에서 70㎞가량 떨어져 차량으로 1시간~1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사이타마 현 주민을 비롯해 도쿄와 인근 도시인 군마현 치바현 등에서 찾는데 매년 적게는 80만 명에서 100만 명까지 꾸준하다. 주말과 휴일이면 도시 사람들의 휴식처로 활용되는 것이다. 잡목림 지형을 살린 모험 코스를 비롯해 아동을 위한 공간, 식물원, 반려동물 공간, 자전거 전용도로 등 편의 시설도 함께 갖췄다.
식물 관리는 기본적으로 기존 수목을 보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세키하라 씨는 “자연을 그대로 남기고, 공원의 특징인 넓은 면적을 살려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쪽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이 지역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자연과 어울려 살아왔다. 그 뜻을 계승하자는 의미도 있다. 기존 자연의 모습에서 꽃밭이나 허브 정원 정비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다양한 기획을 통해 공원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주변 개발 또한 법적으로 제한하진 않았지만, 도로 개설과 같이 대규모 공사가 있을 경우에는 공원이 개입하도록 되어 있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예산 계획과 집행은 4년 단위로 세운다. 삼림공원의 최근 4년 예산은 27억 엔(한화 약 242억 원)으로 대부분 식물 관리와 인건비로 집행되고 있다. 공원 내 민간 위탁 사업자 교체도 4년 주기로 이뤄진다. 세키하라 씨는 “일관된 계획 수립과 집행을 위해 4년 단위로 움직이는데 더욱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며 “삼림공원이 인근 광역도시를 아우르는 거점 공원으로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규모 있는 공원 탐사를 위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답사 오는 이들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방재 거점 ‘도쿄임해광역방재공원’
도쿄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고토구 오다이바 인근 아리아케 지역에는 약 13만2000㎡ 규모의 ‘도쿄임해광역방재공원(방재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전철 역 앞이라 접근성 또한 뛰어난 이곳은 2008년 6월 준공됐고, 방재라는 명확한 주제를 갖고 국영공원으로 문을 열었다.
공원 건립을 결정하게 된 배경은 1995년 1월 발생한 한신·아와지 대지진(고베 대지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 이후 첫 대도시 직하형 지진은 도시 전역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고, 정보망 단절과 행정기능 마비 상황까지 이어졌지만 대응할 거점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2001년 6월 일본 정부는 도시재생프로젝트를 통해 광역방재거점을 정비하기로 결정했고, 이곳 아리아케에 방재 거점 마련이 추진됐다. 공원 안에 있는 아리아케 암 전문 병원은 비상시 환자를 우선 돌보는 조건으로 운영 중이다.
국토교통성 소속의 방재공원 홍보 담당인 히토시 미즈타 씨는 “전국적으로 방재 집약적 시설을 갖춘 곳은 방재공원이 처음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30년 이내 70% 이상의 확률로 수도직하형 지진이 일어날 것이란 예측이 있다.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게 되면 공원 내 설치된 본부가 광역방재거점이 되고 즉시 현지대책본부가 꾸려진다. 공원은 구조활동 거점으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비상시를 대비해 수목이 적은 너른 평지 상태를 유지 중인 공원에서는 각종 방재훈련이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아울러 본부동에 설치된 학습시설에는 학생과 시민 등의 견학이 잇따른다. 공원 측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기준 입장객은 약 29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히토시 씨는 “넓은 공간이 확보돼 평시 방재훈련 외에도 시민의 다양한 활동이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인근 관광을 왔다가 들를 정도로 공원과 체험관은 시민에게 친숙한 시설이다. 친구들과 함께 시즈오카 현에서 왔다는 공대생 이케가미 유우키(21) 씨는 “오다이바에 놀러왔다가 방재공원이 있다는 것을 알고 들렀다. 지진 발생시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로봇을 개발 중인데, 이날 학습한 내용이 도움이 됐다”고 방문 소감을 전했다.
일본 도쿄=국제 안세희 기자
봄 기온 44도, 열돔에 갇힌 남미…“더 더운 날씨 못 피할 것”
엘니뇨에 기후변화 더해져 초유의 9월 열파

24일 39.9도 열파가 덮친 리우데자네이루 서부 마쿰바 해변에서 사람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제 봄철에 접어든 남미에 40도가 넘는 때아닌 폭염이 강타하고 있다.
페루와 볼리비아,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대부분의 남미 지역에서 주민들이 과거 9월에 볼 수 없었던 기록적인 더위에 신음하고 있다고 미국의 시엔엔이 25일 보도했다.
파라과이의 필라델피아는 전날 섭씨 44.4도까지 치솟았고, 아르헨티나의 라스 로미타스는 43.6도, 볼리비아의 트리니다드는 39.5도로 모두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브라질도 11개 주가 이날 40도를 기록하는 등 열파가 광범하게 펴져 있다. 상파울루는 기온이 36.5도에 올라, 1943년 이래 가장 높은 9월 날씨를 보였다.
이번 주는 남반구에서 봄철이 본격화하는 시기여서 통상 온화한 날씨를 보인다. 이번처럼 한여름에도 경험하기 어려운 높은 기온이 남미 지역을 강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남미지역의 이상 열기는 고기압의 골이 이 지역에 형성되어 머물면서 열이 갇히면서 생긴 열돔 현상의 결과로 해석된다. 또 이상 고온을 몰고 오는 엘니뇨 현상이 지속하고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가 더해지면서, 과거 겪어보지 못한 이런 극심한 열파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더위는 남미 지역에서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더위 관련 기록이 새롭게 쓰일 가능성도 있다. 기상학자 막시밀리아노 에레라는 “지금 같은 날씨, 아니면 더 더운 날씨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영국 '로빈 후드 나무' 밤사이 벌목…범인은 16살 소년
영국에서 일명 '로빈 후드 나무'로 알려진 플라타너스가 밤사이 벌목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28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 노섬벌랜드의 하드리아누스 장벽 옆에 서 있던 플라타너스가 밤사이 전기톱에 잘려 나갔습니다. 노섬벌랜드 국립공원 관계자는 누군가가 고의로 벌목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경찰은 해당 혐의로 16살 소년을 체포했습니다. 이 소년이 어떤 이유로 나무를 잘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케빈 워링 지역 경찰서장은 '로빈 후드 나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랜드마크로 이번 사건에 대해 지역 사회와 그 너머에 큰 충격과 슬픔을 일으켰다고 말했습니다.
수명이 200년가량 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1991년 케빈 코스트너가 출연한 영화 '로빈 후드'에 등장해 명성을 얻었습니다. 매년 수만 명의 산책객이 방문하는 지역의 '랜드마크'로, 영국의 대표적 숲 보호 단체인 '우드랜드 트러스트'가 2016년 올해의 나무로 선정하기도 헀습니다. / MBN
영국 여행 85. <잉글랜드 중부> 셔우드 숲..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탄소 흡수효율 가장 높은 지역은…강원도 아닌 ‘이곳’
국내에서 이산화탄소 흡수가 가장 활발한 지역은 산림이 많은 강원과 경북이지만 지역 면적당 흡수량, 즉 흡수효율로는 서울 성북구가 전국 250개 지방자치단체 중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과 부산 자치구들이 그 뒤를 이었다. 산림의 양은 적지만 계획적인 조성과 관리에 유리한 대도시들이 높은 탄소효율을 기록한 것이다.
권순길, 김준범, 전승준 프랑스 트루아공대 환경정보기술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250개 지자체별 산림에 따른 탄소 흡수량과 면적당 흡수량을 비교·분석한 결과를 담은 논문 ‘국내 지자체에서의 산림조성과 탄소흡수발자국 평가에 관한 연구’를 최근 대한환경공학회지에 발표했다.

2020년 연간 기준 250개 지자체별 산림에 따른 이산화탄소 흡수량(왼쪽)과 면적당 흡수량 분포. 흡수량은 홍천군, 인제군, 삼척시 등 강원과 경북 지역이 많지만 흡수효율을 가늠하는 면적당 흡수량은 서울 성북구가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사진 제공=대한환경공학회
연구팀은 단순히 산림의 면적뿐 아니라 침엽수·활엽수 같은 나무의 종류(수종), 나무의 연령(영급), 목재의 밀도, 뿌리 함량비 등 다양한 변수가 탄소 흡수량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같은 면적의 산림이라도 침엽수보다는 활엽수가, 늙거나 너무 어린 나무보다는 젊은 나무가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한다. 지자체별로 이런 변수들과 이를 반영한 탄소 흡수량을 파악해야 향후 지역 맞춤 개선 전략을 짤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2020년 기준 지자체별 산림 분포,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나무 종류별 표준 탄소 흡수량 등을 데이터로 활용해 250개 지자체별 연간 탄소 흡수량과 면적당 흡수량을 계산했다. 그 결과 흡수량은 강원 홍천군이 이산화탄소 176만 7470톤(tCO2)으로 전국 1위였다. 강원 인제군(138만 7154톤), 강원 평창군(98만 2602톤), 경북 안동시(84만 8875톤), 강원 삼척시(81만 6727톤)가 나란히 5위권에 들었다.
강원과 경북 지자체들이 전반적으로 산림면적이 넓은 것은 물론 지역면적당 산림면적 비율도 높은 덕이다. 반대로 산림면적이 가장 좁고 지역면적 대비 비율(25.3%)도 전국 최하위인 서울의 자치구들이 흡수량 하위권을 이뤘다. 서울 영등포구(34톤)가 꼴찌였고 그 위로 인천 동구, 부산 중구, 서울 성동구와 마포구가 차지했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면적에 비해 얼마나 탄소 흡수에 기여하는지를 가늠하는 ‘면적당 흡수량’을 계산해보면 1위는 서울 성북구다. 이곳에서는 1헥타르(1만㎡·약 3000평)마다 10.7톤의 이산화탄소가 흡수된다. 광주 동구가 헥타르당 5.89톤으로 2위, 이어 대전 동구(5.54), 인천 옹진구(5.49), 인천 울주군(5.28) 순이었다. 서울 관악구(5.05)도 8위를 기록했다. 반면 강원 홍천군과 인제군은 전국 1, 2위 수준의 흡수량을 가졌지만 면적당 흡수량은 각각 헥타르당 0.1톤과 0.12톤으로 저조했다. 순위로는 247위, 246위다. 최하위인 250위는 사울 영등포구(0.01)가 차지했다.

2020년 연간 기준 250개 지자체별 면적당 이산화탄소 흡수량 순위. 서울 성북구가 1위를 차지했다. 사진 제공=대한환경공학회
전국적으로는 30살이 넘는 나무의 비율이 전체의 81.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으로 치면 청장년층인 20~40년 연령의 나무가 탄소 흡수를 가장 잘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산림 대부분이 10년만 지나면 노화로 인해 흡수효율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지자체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산림을 경영하고 계획하는지에 따라 탄소 흡수량의 변화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앞으로 지자체별 산림 조성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흡수량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전거 도로 정체까지"...자전거 타는 파리지앵들
차들로 북적이던 프랑스 파리의 모습을 자전거가 바꾸고 있습니다. 자전거 도로와 이용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인데요 출퇴근 시간에는 자전거 도로 정체가 생길 정도라고 합니다.

[기자]프랑스 파리의 세바스토폴 거리. 늘어선 자동차 옆으로 자전거가 끊이지 않고 지나갑니다. 차와 함께 다니는 도로뿐 아니라, 전용 도로에도 자전거 행렬은 이어집니다. 출퇴근 시간 번화가 거리엔 자전거가 만드는 새로운 정체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파리에 자전거가 늘기 시작한 건 지난 2019년 파리교통공사 파업 이후.
거의 두 달 동안 대중교통이 모두 끊기면서 걷거나 자전거 타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는데. 그러던 와중에 자전거의 장점을 체험한 겁니다.
[에릭 포파나 : 도서관 사서 : 교외나 어디 있든지 지하철 막차나 기차를 기다릴 필요가 없는 거죠. 집에 어떻게 가야 할지, 직장에 어떻게 가야 할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요.]
코로나 3년의 경험도 붐비는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타게 했습니다.

[미셀 겔렌트 (70세) : 전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주변에 아픈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그게 무서워서 나 자신을 지키려고 다른 사람과 접촉을 줄이려고 했지요.]
자전거 도로도 획기적으로 늘었습니다. 지난 2001년 2백km에 불과했던 파리의 자전거 도로는 현재 다섯 배인 1천 킬로미터가 넘습니다. 2019년에 개통한 세바스토폴의 자전거 도로는 주간 이용자가 12만4천 명으로, 영국 런던을 제치고, 사람보다 자전거가 많다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육박하고 있습니다.

[티볼트 퀘레 / 자전거이용자협회 대변인 : 예전 파리를 생각한다면 이건 혁명입니다. 파리뿐만 아니라, 렌에서도, 낭트에서도, 프랑스 모든 도시에서 일어나는 혁명입니다.]
센강 제방 도로 등 번잡했던 도로의 자동차 통행을 금지한 파리는, 내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자전거 도로를 더 확충한다는 계획이어서 자전거 타는 파리지앵 들은 더 늘 것으로 보입니다.
YTN 기정훈
ESG성패, 데이터에 달렸다] 객관적 데이터없이 `친환경` 위장… 가면 쓴 `그린워싱` 이
스타벅스 오염소재 텀블러 제작
매시즌 불필요한 MD 구매 조장
LH '국민안전강화' 명시해놓고
지하주차장 철근누락으로 논란
공정위, 소비자보호 지침 개정
전문가 "명확한 검증기준 필요"

단순 데이터 넘어 기업가치 제고하는 ESG
"스타벅스에서 이번에는 디즈니와 콜라보 상품을 판매한다고 해서 보러 왔습니다. 매년 나오는 크리스마스 기획 텀블러도 기다려집니다. 예뻐서 사다 보니 세보지는 않았지만, 8~9개 정도의 텀블러가 집에 있어요." 최근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 박모씨(30)는 텀블러, 스노우 글로브 등 스타벅스와 디즈니의 협업 기획상품(MD)을 구매하며 이같이 말했다. 스타벅스는 지난 19일부터 디즈니 캐릭터가 등장하는 상품들을 한정 기간만 판매 중이다.
종이빨대와 나무스틱을 도입하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앞장서고 있는 스타벅스는 매 시즌마다 이처럼 텀블러 기획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쓰지도 않는 텀블러를 모으겠다며 몰려들었고, 진열대 앞에는 보온병, 머그잔 세트, 장갑 세트 등 디즈니 협업 상품을 보기 위한 사람들도 북적였다. 온라인 스토어에는 디즈니 보온병과 텀블러 등 4개 상품을 제외하고 모두 일시 품절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스타벅스의 이 같은 마케팅을 대표적인 '그린워싱'(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표시·광고하는 행위) 사례로 꼽고 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계속 새로운 텀블러를 사도록 조장하는 것 자체가 그린워싱"이라며 "스타벅스 텀블러는 브래드 가치 때문에 인기가 많은데 시즌별로 특별한 텀블러를 만들어내며 필요 없는 상품을 계속 소비하게 하는 마케팅에 대해선 소비자들도 문제의식을 크게 못 느낀다"고 지적했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매장에 내놓는 MD는 연평균 500여종에 달한다. MD 상품 중 대다수 텀블러는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프로필렌로 만드는 만큼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다. 폴리프로필렌이 썩기까지는 통상 최소 450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MD 마케팅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해 환경보호라는 사회적 책임의 진정성까지 의심받는 것이다.
박 팀장은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생산부터 끝단까지의 책임과 순환을 잘 고민하고 있느냐', '그 고민으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선택들을 지속해서 내리고 있느냐'가 그린워싱의 판단 기준점이 될 것 같다"며 "소비자들이 기업 이미지나 환경을 위한 그럴듯한 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정부의 제도적인 안내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스타벅스만의 일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20년 12월 실제 시험결과보다 창호의 에너지 절감률과 절감비용 등을 과장한 KCC에 대해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시정명령·과징금을 부과했고, 2019년에는 김치냉장고의 김치통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직접 인증받지 않았음에도 인증을 받은 것처럼 광고한 LG전자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했다.
2017년 배출가스 기준을 조작해 마치 '유로-5' 기준을 충족하는 친환경 차량인 것처럼 광고한 아우디폭스바겐의 사례 역시 유명하다.공정위는 이처럼 소비자를 기만하는 '그린워싱' 마케팅을 막기 위해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과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을 개정해 이달 1일부터 시행했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에서 상품의 생애주기 전 과정을 고려할 때 환경성 개선 효과가 상쇄되거나 오히려 감소한 경우 '친환경'인 것처럼 표시·광고하지 않도록 원칙을 규정했다. 이어 소비자들의 구매·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누락하거나 은폐하면 안된다는 완전성 원칙도 신설했다. 해당 지침을 위반하는 기업은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시정명령·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는다.
기업들의 이 같은 위장 이미지 마케팅은 '그린워싱' 뿐 아니라 ESG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 아파트 지하 주차장 철근 누락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번 사건으로 LH는 지난해 발간한 ESG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국민안전 강화'를 명시해 놓고도 이를 지키지 않은 사실이 발각된 것이다. 향후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면 공시위반에 따른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 LH의 전관예우 역시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이란 큰 틀의 사회적 가치 추구인 ESG 관점에서 벗어난다.
이용기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영그룹은 '사랑으로'라는 브랜드를 쓰면서도 임대아파트 부실공사와 높은 임대료 부과로 아파트 거주자들의 원성을 샀다"며 "이는 겉으로만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면서 소비자를 오도하는 기만적인 그린워싱 마케팅 속임수로, LH를 포함해 무책임한 건설사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업은 자신의 제품이 친환경이라는 애매모호한 주장을 하지 말고, 제품의 원산지나 제3자 검증 등과 같은 강력한 리뷰를 제시해야 한다"며 "친환경을 주장하기 위해선 객관적인 데이터를 이용한 증거를 사용해야 하고, 달성하지 못할 계획은 발표하거나 약속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그린워싱 과장광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한 것처럼, 위장 ESG를 막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데이터 확보와 명확한 검증 기준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달하고자 하는 친환경 메시지가 데이터 등의 과학적 근거를 갖도록 해야 향후 그린워싱과 법적 소송 등의 부정적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환 한양대 교수는 "ESG가 이제는 단순히 보고서상 데이터가 아니라 기업의 가치와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며 "결국 '데이터가 맞냐, 틀리냐'는 법적인 이슈로 연결돼 정보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거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기업의 가치를 손상해 소송 이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금융위원회와 회계기준원에서 2025년부터 단계적 시행을 목표로 ESG 공시제도 이행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이미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문제로 보고 있어 자칫 외국에서 소송을 당할 경우에 국내 기업들이 흔들릴 수 있는 금액까지 지불해야 해 진정성 있는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탄소 데이터 수집만 수천만원… 기업들 "공시 1년이상 연기" 호소
막대한 데이터 분량·비용까지
국가·기업간 세부기준도 제각각
"2025년 시행 촉박" 의견 많아
시스템 구축 기업 10곳중 1곳뿐
"2027년 이후 도입해야" 목소리
ESG공시 의무화에 기업 '발등의 불'
"사업(분기)보고서 제출 시점이 다가오면 외부인 감사보고 등으로 정신이 없다. 실적 발표 자료를 만들거나 컨퍼런스 콜까지 준비해야 할 경우엔 말 그대로 눈코 뜰 새가 없다. 이런 가운데 ESG 공시까지 의무화되면 해외 법인을 포함해 막대한 분량의 데이터까지 확보하고 정리해한다. 공시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더라도 이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하는데 2025년 도입은 너무 촉박하다." 코스피에 상장된 한 중견기업 IR 담당자는 아직 기준도 모호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를 1년3개월 내에 준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 같이 하소연했다.
기업들은 아직 ESG 데이터 표준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2025년 공시 의무를 강행할 경우, 잦은 공시 오류와 누락으로 제재까지 받을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한 대형 화학업체에 근무하는 ESG 실무자는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원재료 등을 제공하는 협력업체의 탄소 발생 정보가 필요한 데 중소기업의 경우 이런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중소업체의 경우 탄소 측정에 대한 이해가 아예 없거나 관련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비용 부담도 불가피해 도입 자체를 꺼리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직접 측정이 불가능한 경우 해당 사업에 대한 표준화된 탄소배출 계수 데이터를 활용하게 되는데, 검증된 기관에서 판매하는 데이터를 유료로 사야 한다"며 "데이터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수백~수천만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경전과정평가(LCA)를 수행하기 위한 관련 소프트웨어 구입 비용도 수천~수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국가·기업마다 적용하는 LCA 방법론의 세부기준이 다른 것도 애로점으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생산 공정에서 주 제품 외에도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부생물이 나오는데 각 제품의 환경영향을 어떤 기준으로 할당할지 국가·업체별 요구 기준이 다르다"며 "예를 들어 제품 판매가, 매스(질량 또는 부피), 에너지 등의 요구받는 할당 기준이 달라 LCA 수행 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는 기업들은 탄소배출량(스코프1~3) 등 ESG 자율공시를 하고 있다. 이마저도 어느 정도 인력이 갖춰진 대기업 정도에서만 이뤄지는 실정이다. 특히 스코프3의 경우 원자재 공급·운송 등 협력사의 탄소배출까지 측정해야 해 물리적으로 전체적인 도입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자체적으로 ESG 공시 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10곳 중 1곳이 채 안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기업 100개사 ESG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ESG 자율공시를 하고 있는 기업들 중 90.6%는 '외부전문기관을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내부인력만으로 공시'하고 있는 곳은 9.4%에 불과했고, 공시를 위한 자체 ESG 전산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14.0%에 그쳤다.
공시 오류는 사안에 따라 제재의 강도가 다른데, 공시 누락·거짓 공시에 대해서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여기에 단순 오류라도 잦은 정정공시는 기업의 신뢰도를 낮추는 요소라는 점에서 ESG 공시 의무화 추진에 대한 기업 IR 담당자들의 부담은 만만찮다.
재계에서는 2025년으로 예고된 ESG 공시 의무화를 거래소 공시 2027년, 법정 공시 2029년으로 각각 연장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국내 공시표준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이후 1년간의 시뮬레이션을 고려하면 그나마 2027년이 가장 현실적으로 빠른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한 예로 보험업계의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시점도 당초 2021년에서 2022년으로 연장했다가, 다시 올해 1월1일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바뀐 적이 있다. 회계기준이 변경으로 인식되는 부채 규모가 급증할 수 있어 각 보험사들이 자본금을 확충할 시간이 필요했고, 중소형 보험사들은 인력과 자본 부족으로 전산시스템 교체에 어려움을 겪는 등 여러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에서도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최소 1년 이상 연기하고, 일정 기간(2~3년) 책임 면제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응답이 56.0%로 절반을 넘었다.
1년 반 가량 남은 ESG 공시 의무화 일정에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묵묵무답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0일 'ESG 공시 의무화를 최소 3~4년 늦춰야 한다'는 입장을 금융위·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제출했지만, 아직 정부 측의 공식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손석호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팀팀장은 "세부적인 국내 공시 기준을 마련한 후 기업들도 검증을 해볼 시간이 필요하다"며 "무작정 연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거래소 공시를 먼저 2년 연장해 적용하고, 이후 법정 공시를 2년 늦춰 각 2027년, 2029년 도입하는 방안을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밥도둑 젓갈 ‘1군 발암물질’이라는데… 정말?
젓갈은 밥 도둑이다. 김과 밥과 젓갈만 있어도 한 끼를 먹는다. 명절 선물로도 인기가 많지만, 사실 젓갈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음식이다. 짠맛이 강해 많이 먹어서 좋을 게 없는 건 맞지만, 술·담배·석면만큼이나 위험한 걸까?

인간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충분할 때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지금은 담배, 술, 미세먼지, 석면, 자외선, 니코틴처럼 암과의 상관관계가 비교적 명확한 물질들이 1군으로 분류돼 있다. 젓갈이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된 이유 중 하나가 ‘식품첨가제’다. 젓갈이 더 붉어 보이게 하려 첨가하는 아질산나트륨이 젓갈 속 단백질과 만나면,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이 만들어진다. 니트로사민은 위암·식도암 등의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소시지나 햄 같은 가공육에도 들어 있다.
아질산나트륨 자체는 발암물질이 아니지만, 이 역시 몸에 해롭다. 아질산나트륨은 육가공품에 붉은색을 내기 위해 첨가돼 섭취할 수 있는 경로가 많다. 과다 섭취하면 간과 신장이 손상될 수 있고, 체내에 흡수되면 혈액 내 적혈구의 산소 운반능력이 떨어진다. 0.3g 이상 먹으면 중독을 일으키는데, 6g 이상 먹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다행히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조사 결과, 한국인들은 평균적으로 일일섭취허용량 대비 6.8%의 아질산나트륨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어린아이가 젓갈이나 햄 등 육가공식품을 지나치게 먹으면 일일섭취허용량을 초과할 수 있다.
젓갈을 조금 먹는다고 암이 생길 가능성은 낮다. 젓갈은 발효음식이라 숙성 기간에 발생하는 자가분해효소나 미생물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그러나 과도하게 먹어서 좋을 건 없다. 다수의 실험 결과 짠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 발병률이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에 5g 이하의 소금을 먹도록 권장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이보다 2.6배 많은 약 13g 정도를 섭취한다. 젓갈과 같은 염장식품을 자주 먹어서다.
젓갈은 가끔 먹고, 꼭 먹어야 한다면 아질산나트륨 등 첨가물이 적게 든 제품을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 알기 어려운 명칭의 첨가물이 많이 기재된 제품은 피한다. 되도록 원재료의 수가 적고 유통 과정이 비교적 잘 보이는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조선
67년 흘렀지만…끝나지 않는 일본의 미나마타병 피해 배상
지방법원 128명 피해 추가 인정…日정부 항소 여부 '묵묵부답'
1956년 일본 구마모토(熊本)현 미나마타시(市)에서 처음 확인된 공해병인 미나마타병을 둘러싼 배상 책임이 무려 67년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고 일본 정부를 괴롭히고 있다.
마이니치신문과 도쿄신문은 미나마타병 특별 조치법에 의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된 피해자들이 지난 28일 도쿄 니가타초 참의원회관에서 모임을 가졌다고 29일 보도했다.


과거 수은 배출구 시설을 바라보는 미나마타병 환자
이들 모임은 하루 전 오사카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서 내려진 판결에 따른 향후 대응을 논의하고 일본 정부를 상대로 조속한 배상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법원은 일본 정부가 2009년 최종적인 해결안이라며 도입한 '미나마타병피해자 구제법'을 통해서도 구제받지 못한 128명이 정부와 지자체, 문제를 일으킨 치소(옛 신일본질소비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지난 27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일본 정부가 이번 소송 결과를 받아들이면 128명의 원고는 1인당 275만엔(약 2천500만원)의 배상을 받게 된다.
구제법은 당시 구제 대상자로 구마모토현과 가고시마현 일부 지역의 거주 이력, 원인 물질인 메틸수은 배출이 정지된 이듬해 11월까지 출생 등 조건을 규정했고 이에 따라 3만8천여명이 1인당 210만엔(약 1천900만원)의 일시 배상금과 의료비를 당시 지급받았다.
하지만 당시 신청 기간인 2012년 7월까지 신청한 피해자 중 9천600여명은 조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상을 받지 못했다. 이번 소송 원고는 신청하고도 탈락한 39명과 기한 내 신청하지 않은 89명으로 구성됐다.
법원은 "미나마타 만 주변 어장은 연안에 한정되지 않고 잡힌 어패류도 널리 유통됐다"며 구제법이 규정한 지역 이외에서 어패류 섭취로 미나마타병이 발병했다고 주장한 원고들의 피해도 인정했고 연령 요건도 미나마타 만에 칸막이 망이 설치된 1974년 1월까지는 수은 오염이 계속됐다는 판단을 적용했다. 한마디로 구제법이 정한 조건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일본 정부 등 피고측은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하는 당시 민법의 제척기간 20년이 이미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피해자의 미나마타병 검진 시점을 기산점으로 보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나마타(水)병은 지난 1956년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에서 처음 확인된 공해병이다. 공장 배수구를 통해 바다에 배출된 수은이 초래한 재앙이었다. 배출된 수은이 인근 바다의 물고기와 조개를 거쳐 이를 섭취한 지역 주민의 인체에 축적되면서 마비 등 각종 신경계통 증세를 일으킨 병이다.
애초 문제의 기업 칫소는 미나마타병이 지역 사회에서 불거지자 지역 주민들에게 소액의 위로금을 주고 '새로운 보상 요구는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았지만 일본 정부가 1968년 미나마타병을 공해병으로 인정한 뒤 구마모토지방재판소의 판결로 보상을 명령받았다.
하지만 발병을 인정받지 못한 피해자들에 의한 소송이 잇따랐고 결국 일본 정부는 미인정 환자 1만명에게 일시금을 지급했다. 그 뒤에도 소송이 이어지자 일본 정치권은 2019년 피해자 구제법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구제법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고 결국 이번 오사카지방법원에서 그동안 구제받지 못한 피해자 중 일부가 승소했다. 내년 3월에는 다른 원고들이 구마모토지방재판소에 낸 소송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전날 참의원 회관에서 모인 피해자들은 "이번 판결로 정부 구제책은 파탄 났음이 명확하다"며 정부를 상대로 "항소는 절대로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소관 부처 환경성 담당자들은 항소나 제도 개선 여부 등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미나마타병 피해자 수는 아직도 정확하지 않고 피해 구제를 위한 최종적인 해결 역시 언제 끝날지 단정하기 어려운 셈이다.
evan@yna.co.kr(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日 친환경차 판매 비중 49% 달성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에 힘입어 친환경차 판매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30일 코트라 일본 오사카무역관의 '일본, 차세대 자동차 판매 비중 지속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전체 승용차 판매 대수는 약 345만대로,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차(HV)·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전기차(EV)·연료전지차·클린디젤 승용차 등 차세대 자동차가 약 169만대로 전체 판매의 49%를 차지했다.

차세대 자동차 중에서는 하이브리드차가 전체의 86%를 차지하며 가장 비중이 컸다. 하이브리드차 판매 대수는 2008년 11만대에서 2022년 145만대로 13배 증가했다.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 6만대로 전체 차세대 자동차 가운데 3%를 차지했다.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본 정부는 2009년 4월부터 에코카 감세를 시행 중이다. 이는 배기가스 배출량이 적거나 연비 성능이 우수한 자동차를 구입할 때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국토교통성이 정한 환경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을 구입하면 환경 성능의 우수성에 따라 자동차 중량세를 감면해 준다.
일본 정부는 또 클린에너지 자동차 도입 촉진 보조금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기본 보조금 상한액은 EV 65만 엔, PHEV 45만 엔, FCV 230만 엔이다.
차종뿐만 아니라 차량의 전력 공급 기능의 유무와 탑 러너 제도의 2030년도 연비 기준 대상 여부 등의 조건에 따라 보조금 상한액이 달라진다. 탑 러너 제도는 이미 상용화된 자동차 중 연비가 가장 우수한 자동차를 탑 러너로 선정해 이를 기준으로 향후 에너지 절약 목표 기준을 결정하는 제도다.
일본 주요 자동차 브랜드 마쓰다는 2050년까지 공급망 전반에 걸친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며, 자동차 운행 시 발생하는 CO₂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제조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친 CO₂ 배출량 저감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코트라는 "일본은 2035년까지 전동차 판매 100%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이를 위해 정부는 세금 감면, 보조금 제도 등으로 전동차 보급 촉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 정부의 목표에 따라 일본 자동차 업체도 전동화 전환을 위해 기술·제품 개발을 하고 있으므로 향후 이 분야 비즈니스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더그루
온열질환 사망자 올해 32명 발생…폭염 역대 4번쨰
올해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32명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명보다 약 4배 늘어난 수치다. 30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는 2818명으로 전년 동기 1562명보다 1.8배 증가했다.
질병청이 온열질환 응급감시체계 가동을 시작한 2011년 이래 '역대급 폭염'을 기록한 2018년(48명) 다음으로 추정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왔다. 올해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인 폭염 일은 19일로 1973년 이래 2018년(35일), 1994년(29일), 2016년(24일) 다음으로 4번째로 많았다.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날은 지난달 3일이었다. 이날 전국에서 온열질환자 133명이 나왔다. 당시 가장 기온이 높았던 곳은 강원 강릉시로 낮 최고기온이 38.4도까지 치솟았다.
온열질환자는 경기지역에서 683명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어 경북 255명, 경남 226명, 전남 222명, 전북 207명, 충남 205명, 서울 201명, 충북 151명, 인천 113명, 강원 104명 등의 순이었다.
남성 환자는 2192명으로, 여성(626명)의 3.5배였다. 연령대별로는 50대(601명)가 전체의 21.3%로 가장 많았다. 65세 이상 고령자 환자는 830명으로 전체의 29.5%를 차지했다.
온열질환자의 32.4%(913명)는 실외 작업장에서 발생했고, 논밭 14.0%, 길가 10.1% 등 실외에서 전체 환자의 79.6%가 발생했다. 집, 실내 작업장, 건물 등 실내에서 발생한 경우는 전체의 20.4%를 차지했다.
아시아투데이 지환혁 기자
‘부산서 50㎞’ 대마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유치?
부산에서 불과 50㎞ 떨어진 일본 쓰시마섬(대마도)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유치하는 문제를 놓고 ‘반대파’인 시장과 ‘찬성파’인 시의회 사이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 영토인 쓰시마에 이 시설을 유치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에 이어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는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마도 히타카츠 거리. 2019.8.4 연합뉴스
히타카쓰 나오키 쓰시마시장은 27일 원자력 발전 이후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처분시설을 유치하기 위한 첫 단계인 ‘문헌 조사’를 받도록 정부에 신청해달라는 지역 건설업자 등의 청원안에 대해 “아직 시민들 간에 충분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앞서 지역 건설업자들은 지난 6월 이런 내용이 담긴 청원안을 쓰시마 시의회에 제출했고, 시의회는 12일 본회의를 열어 찬성 10표(반대 8표)로 가결했다.
원자력 발전을 한 뒤에 나오는 사용후핵연료에선 사람이 다가가면 즉시 숨질 정도의 강한 방사선이 새어 나오기 때문에 안전한 지하 등에서 10만년 이상을 보관해야 한다. 그 때문에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에선 이 최종 처분시설을 어디에 만들지를 두고 머리를 싸매 왔다. 한국 역시 지난 2015년 경주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가동을 시작했지만, 고준위 처분시설은 부지 선정을 위한 논의의 첫발도 떼지 못한 상태다. 일본에서도 이 문제를 풀기 위해 2000년 ‘문헌 조사’(1단계·소요기간 2년), ‘개요 조사’(2단계·4년), ‘정밀 조사’(3단계·14년) 등 3단계로 이뤄진 선정 절차를 결정했다. 문헌 조사 단계에선 해당 지역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짓기에 적합한지를 현장 조사 없이 이미 존재하는 지질 데이터 등을 통해 검토하게 된다.
시장이 자신들의 뜻을 꺾고 청원안을 거부하자 시의회가 반격에 나섰다. 산케이신문은 30일 시의회 찬성파들이 12월 정례회에서 이 문제를 주민투표로 정하자는 조례를 만들기 위한 검토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찬성파 의원은 “시장이 반대파의 의견만을 받아들였다. (이래서는) 이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 영토인 쓰시마에서 고준위 처분시설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문헌 조사에 응하는 것만으로도 지방자치단체는 일본 정부로부터 최대 20억엔(약 180억원)의 교부금을 얻을 수 있다. 일본 언론들도 “쓰시마는 한국과 가장 가까운 섬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산업이 쇠퇴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배경을 전했다. 쓰시마 인구는 1960년 6만9000명, 2000년까지만 해도 4만명이 넘었지만 2023년 현재 2만6000명에 불과하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쓰시마의 가장 큰 산업인 수산업·관광업 종사자들은 최종 처분시설 유치로 인한 풍평피해(소문 피해)가 우려되고, 지진 등 예상할 수 없는 요인으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히타카쓰 시장도 앞서 “섬의 장래를 생각할 때 정말 안심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지, 지속가능한 섬이 되기 위해 길러온 관광업이나 섬 고유의 제1차 산업(어업 등)을 계속할 수 있는지 우려하고 있다”면서 “돈에 유혹되지 않고 정말 쓰시마 시민들이 바라는 선택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종 처분시설 설치를 놓고 시장과 시의회 간의 갈등이 고조되자 일본 언론들은 이 문제가 2024년 3월 치러지는 시장 선거의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아가 최종 처분시설 설치 문제가 본격 진행되면, 그로 인한 영향을 받게 되는 한국과 마찰이 발생할 수도 있다. 쓰시마 경제는 부산에서 쾌속선을 타고 1시간이면 도착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지금까지 문헌 조사를 신청한 일본의 지자체는 홋카이도의 숫쓰초와 가모에나이무라 두곳 뿐이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12일 “앞서 신청한 홋카이도 숫쓰초, 가모에나이무라와 쓰시마의 움직임을 통해 전국에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깊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쓰시마 시의회는 2007년에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유치를 논의했지만 당시에는 유치 반대를 결의했다. 그러나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급감하는 등 상황이 바뀌면서 유치론이 고개를 들었다.
유치론자들은 일단 문헌조사에 응하면 일본 정부로부터 최대 20억엔(약 183억원)의 교부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정부를 상대로 다른 지역 민원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 주민 다수와 시민단체는 반발하며 유치 반대를 외치고 있다. 관광업에 종사하는 대마도 주민은 요미우리신문을 통해 “풍평(소문) 피해로 대마도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이라며 “풍부한 자연과 식재료를 가진 대마도는 핵폐기물 처리장에 지역 경제를 의지할 필요가 없다”고 호소했다. 우에하라 마사유키 시민단체 ‘핵폐기물과 대마도를 사랑하는 모임’ 대표는 “일시적인 교부금에 혹하지 말아야 한다”며 “한층 더 강한 반대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례상에 오른 동태전, 알고보니 후쿠시마산? '수산가공품 530톤 수입'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 등 인근 8개 현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산가공식품 수입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후쿠시마산 수산가공품 수입’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현재까지 후쿠시마를 포함한 8개 현(아오모리,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이바라키, 도치기, 군마, 지바)에서 생산된 수산가공식품류가 1400건 이상이었다. 전체 659톤에 달하는 양이다. 이중 후쿠시마현 제품이 80% 이상인 530톤이다.
정부가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에 대해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음에도 정작 건어물이나 양념 젓갈 등 수산가공식품은 지속 수입하고 있던 셈이다. 오염수 방류가 개시된 이후에도 8개 현의 수산가공품 수입은 유지됐다. 지난 8월까지 81건의 수산가공품이 수입됐다. 이중 후쿠시마 제품은 43건(53%)에 이른다.
문제는 냉동 명태포나 횟감, 구운 멸치, 냉동 전갱이, 조미 날치알 등 가공됐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수산물로 볼 수 있는 품목들도 수산가공류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약간의 가공만 거친다면 수산가공품으로 둔갑해서 수입이 가능한 것이다. 김 의원은 “수산가공품으로 분류해도 냉동가리비살 등 수산물 원료가 100%로 수산물과 차이가 없는 제품도 있다"며 "식약처는 수산가공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현지실사를 실시하고 후쿠시마산 수산가공품 수입·통관과 관련된 구체적 사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