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한겨레 중앙
찬반 빌미로 성소수자 혐오표현 공중파로 내보낸 KBS 심야토론 1028 한겨레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논평 -존재를 부정하는 혐오가 공중파에 전시된 것에 대해 KBS의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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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빌미로 성소수자 혐오표현 공중파로 내보낸 KBS 심야토론 1028 한겨레
27일 밤 <엄경철의 심야토론>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편 방송
이언주 의원·조영길 변호사 발언 두고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혐오가 공중파에 전시돼” 비판
지난 27일 한국방송(KBS) <엄경철의 심야토론> 방송 화면 갈무리. 조영길 변호사(왼쪽), 이언주 의원
한국방송(KBS)이 방송한 성소수자 관련 찬반 토론에서 ‘차별과 혐오’ 발언이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공중파 전파를 타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존재를 부정하는 혐오가 공중파에 전시된 것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는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110개 시민사회·인권단체로 구성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8일 논평을 내고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어떤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할지 고민하자는 취지로 이루어진 해당 토론에서 존재를 부정하는 혐오가 전시됐다”며 전날 밤 방송된 KBS <엄경철의 심야토론>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 편을 비판했다. 이어 “존재의 찬반을 논하는 것이 토론이 될 수 있는가? KBS는 공영방송사로서 성소수자의 존엄함을 부정하는 혐오가 공중파에서 노골적으로 전시된 것에 어떠한 책임을 느끼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27일 밤 KBS <엄경철의 심야토론>은 19회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 편에서 ‘성소수자 정체성은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성소수자에 대한 찬반 입장 표명을 어떻게 봐야 할지’, ‘현재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어느 정도고 차별금지법이 필요한지’에 관해 1시간10분에 걸쳐 논의했다. 이날 토론에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진중권 동양대 교수,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조영길 변호사(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 전문위원)가 차별금지법 제정 찬반 패널로 참여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주장한 이언주 의원과 조영길 변호사는 그동안 “노골적으로 성소수자 혐오를 선동하거나 난민 혐오를 이용해 지지세력을 모아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인물들이었다. 이들은 이날 토론 내내 다음과 같은 발언을 이어갔다.
27일 방송 내용 중 일부
#1. 이언주 “퀴어 축제 같은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축제 즐기고 싶으면 좀 공중의 장소 말고, 그분들끼리의 장소에서 자기들끼리 즐기면 되지 않는가?”
- 진중권 “퀴어축제 출발점이 무엇이냐면, 그렇게 갇혀 있었어요. 카페에서만 즐겼는데 경찰 급습해서 단속을 한 거죠. 이걸 참다 못해서 어느날 나와버린 것. 그걸 축하하려고 만든 축제가 퀴어 축제인데 다시 골방에 들어가라? 있을 수 없는 일”
#2. 조영길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반대할 권리를 뺏겠다는 취지다. 내가 지금 위협감을 느낀다. 차별로 몰리고, 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하고, 반이성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압박감을 느낀다. 우리가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해서 자유롭게 찬성과 반대할 자유를 가져야 한다. 안 그러면 동성애 지지자들의 전체주의 독재가 된다. 이런 암울한 사회가 오게 하면 안 된다.”
“수많은, 동성애 했다가 중단하고 이성애로 바꾼 사람들이 탈동성애 사역을 수없이 많이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되면 나도 동성애를 반대하는데, 혐오자로 몰아서 처벌하겠다는 거 아닌가. 무시무시해서 하겠나. 그래서 동성애 독재라고 보는 것”
“동성애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 동성애는 선천적, 유전적이지 않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다. 개인적 보건적 위해성, 재정적 위해성 등을 감안해서 자유롭게 선택이 가능하다. 동성애를 선택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를 조롱하듯 반대하는데, 이 견해도 존중받아야 한다. 선택할 수 있다는 견해는 왜 조롱받아야 하나?”
- 금태섭 “탈동성애 사례가 많다고 말했는데 그런 말씀 티브이에서 하시면 안 되죠. 치료 가능하다는 건데 그거야말로 성소수자 억압하는 것”
이에 대해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쪽은 “이날 토론은 기획단계부터 혐오가 깔려 있어 방송 토론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진 혐오의 전시는 예견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KBS는 해당 토론의 기획단계에서 국민 패널을 모집하면서 가제를 ‘동성애, 어떻게 볼 것인가’로 잡고 ‘대한민국의 풀리지 않는 논란, 동성애’와 같은 문구를 통해 동성애가 마치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묘사했다”며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밝힌 시민 참여자를 포함 다수의 시청자가 지켜보고 있음에도 조영길, 이언주 두 패널은 끊임없이 동성애는 비정상, 부도덕한 것이라는 혐오표현을 쏟아냈고, 이미 언론을 통해 검증이 완료된 가짜뉴스를 들어 사실을 왜곡시켰다. 하지만 사회자는 이에 대한 제지 없이 오히려 성소수자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짐으로써 혐오를 방치하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KBS는 정말로 성소수자 인권과 차별금지법에 대해 상호존중의 토론장을 열 의지가 있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인권을 신장하며 민주주의 기본질서의 정착에 앞장선다’는 KBS 방송편성규약,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인 집단의 이익을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는 방송법의 정신이 완전히 실종된 이 날의 방송 앞에서, 제작진을 비롯한 방송책임자들은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도 해당 방송을 “또 하나의 혐오를 조장하는 방송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사무처장은 “토론을 하다 보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카더라’성 가짜뉴스가 나올 수밖에 없고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과 같은 주제는 이같은 차별조장 혐오선동 발언이 토론 과정에서 나올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 가능한 주제였다. 하지만 사회자가 수시로 팩트체크를 해서 가짜뉴스의 확산을 제지하는 등의 장치가 없어 ‘공영방송의 토론방송’을 빙자해 혐오표현을 전파하는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패널 선정도 ‘차별금지법이 없어도 차별과 혐오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식으로 합리적인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을 섭외했어야 한다”며 “‘계속해서 혐오하겠다’는 입장인 패널과는 합리적인 토론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이하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논평 전문
존재를 부정하는 혐오가 공중파에 전시된 것에 대해 KBS의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
더 이상 소수자의 존재가 지워지지 않는 사회를 위해 차별금지법이 절실하다!
- KBS 토론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에 부쳐
지난 27일 KBS는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이라는 주제로 심야토론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어떤 해법을 찾아나가야 할지 고민하자는 취지로 이루어진 해당 토론을 보면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존재의 찬/반을 논하는 것이 토론이 될 수 있는가? KBS는 공영방송사로서 성소수자의 존엄함을 부정하는 혐오가 공중파에서 노골적으로 전시된 것에 어떠한 책임을 느끼는가?
해당 토론은 기획 단계부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당초 토론을 위한 국민패널을 모집하면서 KBS는 가제를 ‘동성애, 어떻게 볼 것인가’로 잡고 ‘대한민국의 풀리지 않는 논란, 동성애’와 같은 문구를 통해 동성애가 마치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묘사하였다. 이후 주제가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으로 바뀌고 문제되는 문구가 삭제되었지만 그로 인해 토론이 다루고자 하는 쟁점 자체가 모호해지는 결과만 낳았을 뿐이다.
패널 구성 역시 문제였다. 반대의견의 패널로 출연한 조영길 변호사는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 전문위원으로 ‘동성애 독재’, ‘동성애 성행위는 객관적으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행위’ 등 노골적으로 혐오를 선동해 온 인물이다. 마찬가지로 패널로 출연한 이언주 의원은 최근 난민반대집회에 참석하여 난민혐오를 선동하는 등, 혐오를 이용해 자신의 지지 세력을 모아온 인물이다. 공공연히 혐오를 선동하고 차별을 조장해 온 두 인물을 패널로 출연시킨 KBS는 정말로 성소수자 인권과 차별금지법에 대해 상호존중의 토론장을 열 의지가 있었는가.
이처럼 기획, 패널, 쟁점부터가 혐오가 깔려 있던 만큼 이 날의 방송에서 토론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진 혐오의 전시는 예견된 것이었다.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밝힌 시민 참여자를 포함 다수의 시청자가 지켜보고 있음에도 조영길, 이언주 두 패널은 끊임없이 동성애는 비정상, 부도덕한 것이라는 혐오표현을 쏟아냈고, 이미 언론을 통해 검증이 완료된 가짜뉴스를 들어 사실을 왜곡시켰다. 그럼에도 사회자는 이에 대한 제지 없이 오히려 성소수자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짐으로써 혐오를 방치하였다.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인권을 신장하며 민주주의 기본질서의 정착에 앞장선다”는 KBS 방송편성규약,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인 집단의 이익을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는 방송법의 정신이 완전히 실종된 이 날의 방송 앞에서, 제작진을 비롯한 방송책임자들은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방송 말미 사회자는 ‘앞으로 10년 뒤, 20년 뒤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어떤 입장으로 토론이 진행될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현재 이루어지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시간이 이를 해결해줄 리가 없다. KBS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기에 앞서 방송에서 어떠한 차별과 혐오도 없이 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차별금지 가이드라인 제정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으로 이 날의 토론은 역설적으로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공중파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논하는데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공공연하게 존엄성을 침해하는 폭력 앞에 고스란히 노출되어야 했던 것은,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이 사회에서 소수자들이 겪는 현실이기도 하다. 존재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의견이라는 미명 아래 당당히 이루어지고 그 앞에서 소수자들은 토론의 소재로만 활용되는 장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평등하고 개인의 존엄을 침해하는 구조 속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차별과 혐오의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모두가 평등하게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그러한 사회의 기초이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갓 나온 종이신문, 곧장 계란판 되다 1024 미디어오늘
SNS에서 화제된 ‘계란판 된 신문지’…하루 120여톤 규모 신문지가 계란판 행
윤전기에서 갓 나온 따끈한 종이신문이 밀봉된 채 어딘가로 향한다. 새 소식을 전하기 위해 태어났건만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정보가 주로 담겼다. 종이신문은 효용을 잃어가는 시대에도 날마다 운반되고 소비된다.
신문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는 조선·중앙·동아일보 발행부수는 되레 늘었다. 지난해 11월 한국ABC협회가 발표한 발행부수를 보면 전국 종합 일간지 11개사 총 발행부수는 476만7648부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발행부수는 343만8636부(72%)를 차지하는데 이 수치는 전년도 발표에 비해 1만4436부 늘었다. 그러나 종이신문 모두가 독자를 만나는 건 아니다. 무시할 수 없는 비율이 재활용 신세다. 대표적인 게 종이 계란판이다. ‘종이난좌’라고도 한다. 그날 나온 신문이 종이 계란판의 주 원료가 된다. 다만 독자를 거친 폐신문지는 취급하지 않는다. 오로지 ‘신(新)문’만. 독자 근처도 가보지 못한 운명이다.
▲ 최근 한 누리꾼이 SNS에 게시한 사진이 화제였다. 처량하게 쌓인 신문 더미와 함께 계란판 공정 사진을 올렸다. 사진=익명의 페이스북 유저
최근 한 누리꾼이 SNS에 게시한 사진이 화제였다. 이 누리꾼은 처량하게 쌓인 신문 더미와 함께 계란판 공정 사진을 올렸다. 이 게시물은 페이스북에서 570여회 공유됐다. 그는 “비닐도 벗기지 못하고 폐지로 들어오는 신문이 있다. 매일 트럭으로 수만 부가 들어오는 것 같다”는 관련업계 관계자의 전언도 소개했다.
트럭에 실린 신문은 곧장 계란판이 되는 걸까. 확인 결과 사실이었다. 계란판 생산업계 관계자 말도 들어봤다. 그는 “계란판은 100% 새 신문”으로 만든다고 했다. 계란판 공정은 이렇다. 물 먹인 신문을 기계 원심력으로 분해한다. 신문을 온전히 물에 불리는 건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신문이 물에 닿자마자 회전을 시켜 풀어버린다. 폐신문지의 경우 이물질이 껴있을 수 있다. 이러면 업체들이 갖고 있는 기계로 신문을 분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광고지가 끼어 있어서도 안 된다. 제품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다 빼내야 한다. 오롯이 깨끗한 “새 신문”을 선호하는 이유다.
하루에 매입하는 신문지는 업체 생산력에 따라 차이가 있다. 대략 추산해보면 업계 전체로 120여톤(ton) 규모다. 신문 1부 무게를 평균 300g으로 잡으면 1만부가 3톤 무게다. 하루 40만부가 계란판 생산에 소비된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업체들은 ‘중간 수집상’을 통해 신문을 매입한다. 중간 수집상은 지국에서 신문을 거둬온다. 요즘은 신문을 동남아에 수출하는 게 인기라 무역상들도 지국을 돌며 신문을 찾는다고 한다.
▲ 계란난좌. ⓒ gettyimagesbank
폐지 값은 떨어지는데 중간 수집상을 통한 신문 매입비용은 1kg당 220~230원에서 270~280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중간 수집상들 담합도 가격 인상 요인이다. 국내 계란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중국에서 수입하기도 한다. 종이신문은 온라인쇼핑몰에서도 거래된다. 10~13kg 무게의 신문더미가 6300원에 팔린다. 판매업체가 설명한 종이신문 용도는 단열, 포장, 청소, 습기제거, 과수원, 과일보관 등이다.
신문사가 신문 판매 및 배달을 담당하는 신문지국에 무리한 부수를 밀어 넣어 ‘강매’하면 지국에 남는 신문은 이처럼 파지 신세를 면치 못한다. 계란판이든 청소용이든 습기제거용이든 그게 무엇이든 그래도 신문은 소비되고 있단 사실에 안도해야 할까.
점심 한끼 8천원 너무 비싸다…백종원 '일침'에 열광한 이유 1025 아시아경제
“우리나라는 천편일률적으로 점심 한끼 값이 8000~9000원입니다. 너무 비싸죠. 모든 한끼값이 8000원에 달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일본에서 진짜 맛있는 덮밥도 400엔이면 충분합니다.”
이는 기자와 최근에 만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가 한 말입니다. 우리나라 외식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자 성공한 외식사업가로 꼽히는 그이기에, 그가 던지는 한마디는 큰 울림을 줍니다. 외식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등에 대해 소신 있는 발언을 쏟아내고, 외식 자영업자에게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 백 대표는 이번에도 과감하게 쓴 소리를 하고 나선 것이죠.
그리고 그의 이 한마디에 사람들은 열광하기도,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일부에서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그를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불러 외식업의 위기 해법과 골목상권을 살릴 방안을 조언해달라고 한 것을 감안하면 그가 한 말에 제대로 된 ‘의미’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한끼 값, 왜 비싸다고 한 것일까요? 최근 서민들의 곡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먹는 것도, 해 먹는 것도 너무 비싸 가계 부담이 심하다고 아우성입니다. 실제 식당에 가면 6000원짜리 식사는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7000원짜리도 쉽게 볼 수 없습니다. 직장인들이 점심에 가장 많이 찾는 음식으로 육개장, 김치찌개, 부대찌개, 순두부찌개, 갈비탕, 해장국, 돈가스 등이 꼽힙니다. 그런데, 대부분 1만원에 달합니다. 천편일률적 가격이라는 백 대표의 말에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입니다.
때문에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요즘, 사람들은 외식비 지출에 많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동네 가게가 판매하는 김치찌개도, A 프랜차이즈가 판매하는 김치찌개도, 한정식집에서 판매하는 김치찌개도 가격은 모두 1인분에 8000원입니다. 그런데 맛은 어떨까요? 맛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각 개인의 입맛에 따라 다르겠죠. 하지만 가격이 왜 모두 같을까요?
백 대표는 가격이 세분화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똑같은 메뉴라도 가격이 단계별로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편의점 도시락이 가장 싸고, 그 다음 프랜차이즈 도시락, 그리고 개인자영업자가 하는 가게 도시락 순으로 가격이 책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대를 이어 맛의 비법을 가진 전통성을 가진 가게에서 파는 도시락이 가장 비싸야 하죠.”
백 대표는 음식별 가격 세분화가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외식 메뉴 선택권이 없다고 강조합니다. 음식별 가격 세분화가 이뤄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이는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된다는 것이죠.
이웃나라 일본을 살펴볼까요. 백 대표는 일본에서 진짜 맛있는 덮밥이 400엔이면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물론 일본에서 비싼 음식들도 많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저렴하고, 더 저렴하고 더욱 더 저렴한 음식들이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본인의 상황에 따라 소비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늘은 지출이 많아 400엔짜리 덮밥을 먹고, 다음날은 여유가 돼 800엔짜리 덮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가계 상황이 힘들다고 외식비를 줄이지 않아도 됩니다. 내 상황에 따라 저렴한 메뉴를 먹거나, 비싼 메뉴를 먹거나 할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백 대표가 강조하는 음식 소비입니다. 개인의 상황에 따른 음식 소비가 이뤄지지, 계층에 따른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식당은 죄다 가격이 비슷합니다. 문제는 악순환입니다. 과포화 위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가격을 우후죽순 올리고 있습니다. 이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임대료도 오르고 인건비도 오르고 원재료도 오르는데, 메뉴 가격을 올리지 않고 어떻게 버티냐는 것이죠. 이들의 비명은 절규에 가깝고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이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외식업 폐업률은 전체 산업 폐업률보다 평균 1.5배가 높고, 폐업률 수치도 매년 20%를 웃돕니다.
구로동의 한 백반집.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하지만 자영업자들이 귀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은 ‘가격 인상’이 해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해법으로 백 대표는 “밖에서 사먹는 음식이 집에서 해먹는 것보다 맛있고 저렴하게 팔면 된다”고 딱 잘라 말합니다. 사먹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죠. 즉 시장(파이)를 키워야 하는데, 파이를 키우려면 가격이 단계별로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외식 자영업자들은 가격을 책정할 때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여론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끼 8000원 너무 비싸다’는 백 대표의 말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공감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국수 한그릇에 8000원인데, 돈을 벌자는 것인지 문을 닫겠다는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백 대표의 말이 맞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 역시 “요새 새롭게 창업한 음식점들의 문제는 집에서 레시피 보고 한 요리보다 맛도 없는데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이라며 “밖에서 외식했을 때 집에서 해 먹는게 더 맛있겠다는 후회를 비싼 돈 주며 하게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점심값이 너무 비싸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한국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도 한국처럼 식비가 비싸지는 않고 4인가구가 식사를 한 번 하면 6만원이 쉽게 지출되는데 이게 바로 외식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밖에서 먹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는 말에 동감한다”, “홍콩이나 대만 등 외식이 발달한 나라들을 보면 사 먹는 게 훨씬 싸고 편한데 우리나라는 비싸고 맛 없는 곳도 많다”, “일본에 가면 깜짝 놀랄 정도로 300~400엔이면 진짜 괜찮은 음식 메뉴 선택지가 많다” 등의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은 사실. 외식업을 6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최저임금이 문제”라면서 “(최저임금에 대해) 현재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뭔가요”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외식업계 전문가 대다수가 중장기적으로 외식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격 세분화를 통해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물가를 억누르는 외식 프랜차이즈 메뉴가 많아지는 것도 비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물가를 누르는 힘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가성비’를 자랑하기 때문이죠. “커피값이 천정부지로 올랐을 때 빽다방이 나와 커피값을 낮췄다”라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귀에 와 닿습니다.
그렇다면 ‘프랜차이즈 갑질’이 없어져야 합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도 자영업자입니다. 임대료와 인건비에 허덕일 수 밖에 없죠.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해도 점주가 가져가는 수익이 많고 본사가 갑질을 안한다면, 점주들이 가격을 올려 달라고 외치지 않을 것입니다. 점주들이 살면, 외식 시장도 커지고 자연스럽게 소비가 이뤄져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갑질을 하지 않습니다. 특히 인테리어 갑질 안합니다. 평당 인테리어 비용이 빽다방이 비싸다고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기준에 의한 계산입니다. 본사가 덤터기를 씌우는 인테리어 갑질 논란에서 우리는 자유롭습니다. 갑질을 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외식 프랜차이즈가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승자가 독식해온 선거제도 바꿀 기회가 열렸다 1028 경향
10월 24일 국회 정치개혁특위 첫 전체회의에서 심상정 위원장과 여야 3당 간사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간사, 심상정 위원장, 정유섭 자유한국당 간사, 김성식 바른미래당 간사/권호욱 선임기자
한국은 불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를 가진 나라다. 거대 정당은 득표율보다 많은 의석을 가져가고, 소수 정당은 득표율에 미치지 못하는 의석을 가져간다. 10월 22일 첫 회의를 시작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이런 최악의 선거제도를 고칠 무대다. 이미 여러 의원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불비례성을 해소하는 다양한 방안을 내놨다. 국회에서도 올해 5월까지 진행된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개헌이 좌초되면서 선거제도 개혁 논의도 자연스레 소멸했다.
애초 선거제도는 개헌과 별개로 추진할 수 있다. 선거제도는 공직선거법에서 규정된다. 국회도 그동안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비례대표 제도를 도입했고, 국회의원 정수를 변경시켰다.
발의 법안 세부적 내용은 각양각색
일단 여당에서 의지를 보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개헌과 선거제도는 따로 분리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정개특위 위원장도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오랫동안 주장해온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맡았다. 심 의원은 2020년 총선 선거구 획정 시안을 고려해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위원회의 선거법 개정안이 의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 의원이 밝힌 위원회 개정안 마련 시한은 올해 12월 말이다.
정치학자들은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은 정해져 있다고 말한다. 각 정당이 득표한 만큼만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거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제도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지역구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각 정당의 전체 의석은 정당득표를 기준으로 나눠주는 제도다. 최태욱 한림국제대 교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해도 독일식, 핀란드식, 오스트리아식 등 여러 가지 방안이 있다. 구체적으로 따져가면 학자들마다 의견은 조금씩 다르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어야 한다는 큰 틀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의 말처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여러 선거법 개정안은 세부적인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라는 점에서는 모두가 똑같다.
심 의원은 지난해 12월 12일 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에서 자신이 생각한 선거제도 개혁안을 밝혔다. 이 개정안이 정의당의 당론이기도 하다. 일명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불려온 제도다. 심 의원의 개정안은 지역구 의석을 240석으로, 비례 의석을 120석으로 한다. 다만 정당득표율에 따라 추가의석이 발생하면 의원 정수가 360명에서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많이 발의하고 있다. 지난해 2월 15일 박주민 의원이 낸 법안은 전국을 6개 권역(서울, 인천·경기·강원, PK, TK, 호남·제주, 충청권)으로 나누는 안이다. 의원 정수는 선거일 15개월 전의 인구에서 14만명당 1명을 기준으로 정한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예상 인구수 5163만5256명을 14만명으로 나누면 의원 정수는 368명이 나온다.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은 2대 1이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현재 정개특위 위원으로 들어가 있다. 김 의원의 선거법 개정안은 박 의원의 개정안과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 차이가 있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의원 정수를 전체 인구의 15만명당 1명을 기준으로 한다. 현재 인구 기준으로 의원 정수는 344명이 된다. 또한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이 3대 1로 비례대표의 숫자가 조금 적다. 이렇게 되면 지역구 의원 정수는 258명으로 현행 253명보다 오히려 조금 늘어난다.
김 의원의 안에는 농촌의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는 방안도 고려돼 있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을 제외한 지역은 비례대표 의석을 산출할 때 인구수를 10% 더해서 계산하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선거제도 개혁안 중 가장 먼저 발의된 소병훈 의원의 개정안(2016년 7월 27일 발의)은 중앙선관위의 선거법 개정안과 가장 가깝다. 소 의원의 안은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는 대신,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의석수는 2대 1로 하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안이다.
선관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더해 동시입후보제를 도입했다. 지역구 후보 중 일부는 비례대표에도 같이 입후보할 수 있는 안이다. 지역구 낙선자 중에서 득표율이 높은 후보자는 비례대표 의석으로 구제해주는 방안이다. 따라서 동시입후보제를 일명 석패율제로 부르기도 한다.
승자가 독식해온 선거제도 바꿀 기회가 열렸다.
선관위 개혁안은 동시입후보제 도입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선관위의 안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봤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오랫동안 지역구민을 대표해왔던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봤다. 선관위가 주장하는 지역구·비례대표 동시입후보제가 도입되면 비례대표 의원에 대해서도 지역구민에 대한 대표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 위원장은 “다만 의원 정수가 300명으로 유지되면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의원 정수는 360석 정도로 늘리고 비례대표도 100석 이상 확보되면 표의 등가성 확보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정의당 외에 박주현 바른미래당 의원(실질적으로 민주평화당 활동)이 2016년 10월 24일 선거법 개정안을 낸 바 있다. 박주현 의원의 개정안은 지역구 의원을 253명으로 유지한 상태에서 비례대표 의원 숫자를 63명으로 늘리는 안이다. 다만 박주현 의원의 개정안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에서 전면적 선거제도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없다. 다만 김관영 원내대표가 올해 초 헌법개정특위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이다. 자유한국당은 헌법개정특위에서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은 같이 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소수 정당의 숫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행의 대통령제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자유한국당에서 선거제도 관련해서 아무런 입장이 없는 건 아니다. 그나마 선거제도 관련해서 발언한 이는 김성태 원내대표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3월 원내대책회의에서 표의 등가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표의 등가성 확보와 비례성을 확보하기 위해 농어촌 선거구를 달리하고 비례대표제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가 말한 “농어촌 선거구를 달리하고”라는 부분은 도농복합 중대선거구다. 당시 김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일부 언론은 김 원내대표가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결합하는 방식을 말한다고 해석했다.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는 농촌지역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농촌지역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도시지역은 중대선거구제를 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도시의 3개 선거구를 합쳐 2명을 선출하고, 1명의 의석수는 비례대표로 돌리는 방안이 가능하다. 최태욱 교수는 “농촌 사정이 도시와 다르기 때문에 도농복합 선거구제를 주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가 같이 도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대선거구제만으로는 표의 등가성이 확보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이 있기 얼마 전인 지난 2월 8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도농복합 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결합한 모델로 2016년 총선 결과를 시뮬레이션한 보고서를 냈다. 당시 입법조사처는 서울과 6개 광역시는 중선거구제로, 세종시와 9개 도에서는 소선거구제를 실시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2016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은 122석을 확보해 제2당이 됐다. 하지만 도농복합 중선거구제 모델에서는 한국당이 105석을 차지해 제1당으로 올라온다. 민주당의 의석수는 86석으로 크게 줄어든 반면,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의석수는 대폭 늘어난다.
만약 전면적으로 중대선거구제를 한다면 민주당 의석수는 더욱 줄어 61석이 된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101석을 유지해 압도적인 제1당이 된다. 한국당이 생각하는 도농복합 선거구제의 구체적인 모습은 나오지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자유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당내 이견이 많아 구체적인 선거제도 안을 내놓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지금의 소선거구제를 원하는 TK지역 의원들과 비례대표제가 확대되어야 차기 당선이 가능한 수도권 지역 의원들 사이에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당내 TK와 수도권 의원들 사이의 생각이 첨예하게 다르다. TK 쪽에서는 아무래도 이대로가 좋다고 보는 상황이고 수도권 의원들 측에서는 중대선거구가 된다면 2·3등으로라도 당선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도시와 농촌의 선거구를 다르게 하자고 아이디어 차원으로 말한 게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이었던 지난 6월13일 서울 홍제초등학교에 마련된 홍은1동 제3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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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복합형제도 의외의 접점될 수도
한편, 도농복합형 선거제도가 의외로 민주당과 한국당의 접점이 될 수도 있다. 정개특위 위원인 원혜영 의원은 2014년 11월 헌법재판소에서 선거구 간 인구 편차가 최대 2대 1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결정한 이후 도농선거구제를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원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헌재 결정대로 인구편차를 적용하면 농촌 의석수가 줄어들고 도시 의석수가 늘어난다”며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를 주장했다. 지난해에도 원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농촌과 중소도시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도시에서 3인 이상의 중대선거구제를 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원혜영 의원실 측은 “정개특위에서는 모든 안을 다 놓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도농복합 선거구제가 된다 안 된다라고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개인 의견과 당의 의견이 다르면 당이 마련한 틀을 따라가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우리 당의 대선공약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대선거구제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의석을 인구비례로 나누지 않고 농촌에 더 많은 의석수를 준다면 그건 그것대로 표의 등가성을 해친다는 논리다. 강 교수는 “이미 중대선거구제는 일본에서 실패한 제도로 확정되어 있다. 옛날엔 몰라도 지금 학계에서는 논의조차 안 되는 사항”이라며 “농촌지역의 대표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표의 등가성을 해치는 방향의 제도가 아니라 차후에 다시 개헌이 논의될 때 양원제 도입 등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상대적으로 여론의 반대가 큰 의원 정수 확대 문제에 대해서도 국회 정개특위가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공감은 있는데, 표의 등가성을 확보하려면 비례 의석 수가 지역구 의석의 절반 정도로 늘어나야 한다. 의원 정수(300명)를 유지시킨 상태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선관위 안처럼 지역구 의석이 253석에서 200석으로 줄어야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국회의원들의 특권 폐지를 통해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새로운 여론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 위원장은 “의원 정수가 늘어나면 의원 1명이 가지는 특권은 그만큼 줄어든다. 의원들이 가진 여러 특권을 폐지한다면 국민들도 의원 정수 확대에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 팔아 10억 이상 번 서울시민 중 절반 이상은 ‘강남3구’ 거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업체에 아파트 시세표가 붙어 있다. |김영민 기자
집을 팔아 10억원 이상 양도차익을 본 서울시민 중 절반 이상이 강남·송파·서초 등 강남3구 거주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서울시 주택거래 건수 및 양도차익 금액 현황’을 보면, 2016년 기준 서울시민의 주택거래 6만3468건 가운데 양도차익이 10억원 이상 오른 주택거래는 1871건으로 2.9%를 차지했다. 이렇게 해서 얻은 양도차익은 총 2조8060억원에 달했다.
서울시 전체 10억원 이상 양도차익 거래 중 54%인 1011건은 강남3구 거주자가 매도한 주택이었다. 이들이 벌어들인 양도차익은 총 1조4778억원이었다. 그러나 강남3구를 제외한 나머지 22개 서울 자치구 거주자의 10억원 이상 양도차익 거래 건수는 860건으로 전체의 46%였다. 이들의 양도차익은 1조3282억원이었다. 강남3구 거주자의 10억원 이상 양도차익 발생 주택 거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3년에는 272건이었으나 2014년 540건, 2015년 776건, 2016년 1011건으로 계속 늘었다. 3년 새 3.7배로 증가한 것이다.
김두관 의원은 “근로소득자 중위소득 연봉은 2500만원으로, 한 푼도 안 쓰고 40년을 모아야 10억원이 된다”며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종합부동산세는 물론 양도소득세 강화를 통해 부동산이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 안해도 주는 돈 5조 시대…고용 참사 '최악의 시나리오'1028 중앙
6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못 구한 ‘장기 실업자’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취업을 포기한 ‘구직단념자’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 한파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구직→취업 실패→장기 실업→구직 단념’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 실업자, 구직단념자 통계 집계후 최대
‘구직→취업실패→장기실업→구직단념’
정부, 일자리 예사 50조에도 악화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실업자 수는 111만7000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만1000명 늘었다. 비교 가능한 통계가 제공되는 최근 19년 새 가장 많은 수치로, 월평균 실업자 수가 110만명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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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구하기가 힘들어지면서 1∼9월 기준 장기 실업자 수는 평균 15만2000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명 늘었다. 외환위기의 충격이 남아 있던 2000년 1∼9월 장기 실업자(14만2000명)보다도 많다. 이처럼 일자리 상황이 나빠지자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한 사람들도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통계를 집계한 2014년 이후 가장 많았다. 구직단념자는 51만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만1000명 증가했다. 구직단념자는 취업을 원하고 취업 가능성이 있지만 노동시장과 관련된 이유로 최근 4주 동안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적당한 일거리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취업하려고 해도 일거리를 찾을 수 없어서 구직을 포기한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취업난은 실업급여 지급 급증으로 이어졌다. 한국고용정보통계원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실업급여 지급액은 약 5조37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지급한 실업급여(약 4조929억원)보다 약 9448억원(23.1%) 많았다.
이는 조선ㆍ자동차 등 제조업 구조조정, 건설 경기 부진 등의 여파로 고용 한파가 장기간 지속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여주는 취업자 증가 숫자는 지난 2월(전년 대비 10만4000명) 이후 10만명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증가 수치가 31만6000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용 참사’ 수준이다.
여기에 각종 거시 지표마저 덩달아 나빠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분기 연속 0%대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투자에 몸을 사리면서 고용창출력이 큰 건설ㆍ설비투자 지표도 계속 악화하고 있다. 경제 전반의 추가 채용 여력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앞으로다. 취업 실패가 반복되면 구직자는 장기 실업자가 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체념하고 일자리 구하기를 포기하면 구직단념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물론 정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지난해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를 늘리겠다면 쏟아부은 일자리 예산만 50조원이 넘는다. 그러나 통계가 말해주듯 고용여건은 개선되기는커녕 악화일로다.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에 진입하고 있는 미국ㆍ일본ㆍ유럽 등 주요국과 달리 유독 한국만 바닥을 기고 있다.
정부는 결국 고용 대란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 인턴 등을 활용해 농촌 생활환경 정비, 라돈 측정 등 5만9000개의 맞춤형 일자리를 연내에 직접 만들기로 했다. 재정을 풀어서라도 취약 계층 일자리 확충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지속 가능성 없는 2~3개월짜리 단기 일자리가 근본적인 고용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에 기댄 일자리는 오래 지속하지도 못할뿐더러, 일자리 통계 수치를 좋게 만들기 위해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난을 받기 쉽다”라며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없는 한, 내년 최저임금이 또 오르는 상황에서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이 추가 채용에 나설지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택시 기본요금, 정말 저렴한 편인가요? 1027 시사저널
비싼 편 아니지만 가격보다 불친절‧승차거부 문제 개선안 돼 불만 커…택시회사 사납금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카카오 카풀 서비스 진출에 반대하는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24시간 파업을 마치고 정상영업에 들어간 19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택시들이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요즘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 인상입니다. 여러 안들이 고려됐지만 결국 기본요금은 3800원, 심야 할증 기본요금은 5400원으로 인상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시민들은 벌써부터 분노하고 있는데요. 대한민국 택시 기본요금은 정말 저렴한 편일까요?
택시 요금이 저렴한지 아닌지는 상대적인 것이라 딱 뭐라고 규정하기엔 어렵습니다. 각 국의 경제수준, 물가 대비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하기 때문이죠. 일단 단순히 액수로만 보면 크게 비싼 편은 아닙니다. 우선 가까운 나라 일본(도쿄기준)의 경우 한때 700엔이 넘었으나 410엔(약 4100원)으로 내렸고, 홍콩은 택시 색깔에 따라 19~24 홍콩달러(2750~3500원)를 받습니다.
캐나다(밴쿠버기준)는 3.2캐나다달러(2785원) 싱가포르는 3.9싱가포르달러(3217원) 정도입니다. 물론 시간대별로 다르고 추가요금 체계도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일단 최근 이슈가 되는 기본요금 자체만 놓고 보면 평범한 수준입니다. 허나 향후 요금이 오르게 되면 이제 저렴하다는 이야기는 듣기 어렵겠죠?
그렇다면 왜 이렇게 기본요금 인상이 논란이 되는 것일까요? 승객들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민들의 불만은 서비스와 연관됩니다. 그동안 택시비가 꾸준히 올라왔는데 승객들이 체감하는 서비스는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죠.
승객들이 불만을 갖는 요소는 불친절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큰 부분이 승차거부 문제였죠. 승차거부는 엄연히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밤에 택시를 잡으려하면 승객들은 매번 전쟁을 벌입니다. 일단 택시에 타기도 전에 창문 사이로 목적지를 먼저 말해야 하고 택시가 목적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못타는 경우가 허다하죠.
물론 택시기사들도 불만이 있습니다. 목적지가 가깝거나 목적지에 갔다가 빈차로 돌아와야 하면 수지가 안 맞는다는 것이죠. 허나 그런 문제들을 고려해 여태껏 매번 택시비를 올려왔는데 같은 문제가 십 수년째 반복되니 승객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모든 직업군이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면 사회가 어떻게 될까요. 식당 주인이 1인분 주문한다고 거부하거나 박대하면 안 되듯 수지에 따라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허나 이와 관련 일각에선 택시 문제를 단순히 기사와 승객의 대결구도로 볼 것이 아니라 택시회사와 기사의 관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기사들이 회사에 내는 사납금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기본급에서 차감하는 상황에서 기사들로선 필사적으로 돈 되는 승객만 받으려 할 유인이 있다는 것이죠. 승차거부에 대해 면제부를 줘야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택시요금 인상 논란과 관련해선 승객과 기사가 아닌 택시회사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평범한 이들의 투기 욕망 1028 한겨레
내가 사는 지역에 ‘게이티드 커뮤니티’ 분양 광고가 떴다. ‘대문을 잠근 동네’라는 뜻일 텐데, 첨단 경비시스템을 통해서 주민을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주거형태라고 한다. ‘그들만의 리그’로 살고 싶다는 욕망을 반영한 셈일 텐데, 이곳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상류층도 아니고 중산층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극심한 주거 불평등, 자산 양극화가 이제는 중산층을 향해서 공간 분리라는 방식으로 더 노골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인다.
자산이 불평등을 확대하는 주된 요인이라는 점은 국가통계와 국민의 인식 등 여러 측면에서 확인된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엠브레인의 10월6~7일 조사(800명)에 의하면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분야로 응답자의 약 절반(48.9%)이 부동산 등 자산 격차에 따른 불평등을 꼽았다. 24.4%는 ‘부모의 재력에 따른 불평등’을 꼽았다. 자산 불평등과 부의 대물림이 이 시대 불평등의 진원지임을 확인해주는 결과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국세청 과세자료를 근거로 분석한 자료도 동일한 결론에 이른다. 근로소득을 따로 추린 지니계수는 0.471이었으나 여기에 자산 보유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합칠 경우엔 지니계수가 0.520으로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 자본주의는 이제 중세 세습사회의 문턱까지 역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기조 발제를 맡은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의 진단이 대표적이다. 그는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상층 자산계급이 자산의 대부분을 독점하고 상속·증여를 통해 불평등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자산은 정치·사회적인 의식, 태도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앞의 조사에서 67%는 ‘복지가 확대되면 내 삶이 좋아질 것’이라 답했지만 집이 많을수록 이런 기대는 뚝뚝 떨어졌다. 무주택자의 복지 기대감은 72.2%였지만, 1주택자 65.5%, 2주택자 58.3%, 3주택 이상 다주택자 55% 순으로 기대감이 하락했다. 흥미로운 것은 미래 집값에 대한 기대감에 따라 복지 기대감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집값이 낮아지는 게 좋다’는 응답층에서는 복지 기대감이 70%에 이른 반면, ‘오르는 게 좋다’는 응답층에서는 43.3%에 그쳤다.
예상한 대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는 다주택자로 갈수록 높았다. 무주택자는 19.8%만 ‘현재 수준 또는 상승’을 선호하고 80.2%는 ‘낮아지는 게 좋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1주택자는 37.4%, 2주택자 51.4%, 3채 이상 다주택자 75%가 ‘현재 수준 또는 상승’을 기대했다.
집이 생겨 사적 자산 축적의 길에 접어들면 집값 상승에 대한 욕망도 높아지는 반면, 공적 복지에 대한 기대감은 반비례해 낮아진다. 왜 ‘사적 자산 기반 복지’에 대한 기대감이 공적 복지보다 훨씬 강한 것일까? 두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첫째, 한국의 공적 복지 수준 자체가 낮은데다 그 수준이 높아지리라는 기대, 신뢰가 낮기 때문이다. 둘째,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사적 자산 축적을 조장하는 정권들을 겪어온 역사적 체험 때문이다. 물론 둘은 연관되어 있다.
사적 자산 기반 복지로 성장해온 사회에서 “내 집 값만은 오르면 좋겠다”는 욕망은 평범하다. 그리고 몹시 파괴적이다. 평범한 생활인을 파괴적 투기꾼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공적 복지를 약속하던 정치세력에 대한 낮은 신뢰 때문이다. 부동산대책만으로는 부동산을 못 잡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시총 260조 날아간 한달…10년만에 최대 낙폭
코스피 2000선 붕괴 초읽기
대내외 악재 첩첩, 출구 안보여
한국 증시가 ‘검은 10월’의 충격파로 휘청이고 있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가 폭락을 재현하듯, 이달 코스피는 10년 만에 월간 기준 최대 낙폭을 보였다. 향후 전망도 매우 어둡다.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금리인상 같은 대외 위험 요인에다 국내 경기침체, 외국인 자금 이탈, 공포심리 확산 등 주가를 끌어내릴 악재만 첩첩이 쌓여 있다. 증권가에선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져온 코스피 2000선 붕괴도 머지않았다는 분위기다.
28일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26일 코스피는 2027.15로 마감해 10월 들어서만 13.48%(315.92) 급락했다. -23.1%에 이르던 2008년 10월(1448.06→1113.06)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코스닥은 상황이 더 나쁘다. 이달 들어 19.36%(159.2)나 폭락해 663.07로 주저앉았다. 이 기간에 코스피와 코스닥의 시가총액은 260조원 줄어들었고, 외국인 투자자금은 4조원 넘게 빠져나갔다.
이런 급락장의 주된 요인은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성장·교역 둔화 우려, 미국의 금리인상 등 복합적이다. 문제는 대외 악재에 한국 증시가 다른 주요국 증시에 비해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들어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은 8%,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7.9% 하락했을 뿐이다. 일본 닛케이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도 각각 12.17%, 11.05% 떨어져, 코스피보다는 낙폭이 적었다.
이처럼 한국 증시가 주요 선진·신흥시장과 비교해 하락률이 가파른 배경으로는 우선 한국 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가 꼽힌다. 수출 비중이 높다 보니 무역전쟁에 따른 수출 감소로 경기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또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세를 보이는 데 따른 수급불균형과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자본유출입 등도 한국 증시가 유독 하락폭이 컸던 이유로 지목된다.
26일 미국(다우지수 -1.19%)과 유럽(스톡스600지수 -0.77%) 증시가 다시 하락세를 보인 만큼, 한국 증시는 29일에도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 증시 하락폭을 고려할 때, 26일 장중 한때 2008.87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2000선 붕괴도 염두에 둬야 할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1900대 초중반을 새로운 지지선으로 본다는 의견들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현재의 증시 불안을 부른 미국 기업의 실적 악화가 역설적으로 증시 반등의 환경을 조성한다는 분석도 있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미-중 무역전쟁)과, 연방준비제도(금리인상) 정책이 미국 기업 실적에 악재로 명확하게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증시 충격은 시차를 두고 실물경기에도 하강 압력으로 작용하고, 결국 미 증시를 살리기 위해 연준과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정책경로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럴 경우 한국 증시 유동성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단기적인 약세는 불가피하다. 이은택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의미있는 수준의 반등 랠리를 위해서는 무역갈등 완화나 긴축기조 완화가 있어야 하는데 둘 다 시간이 필요하다”며 “미-중 무역갈등이 설사 극적으로 완화된다고 해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이 만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까지는 한달여가 남았고, 연준도 주가가 급락했다고 갑자기 기조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 <월스트리트 저널>도 26일 “3분기 미 경제성장률이 양호한 것으로 확인돼 연준은 최근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기존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최근 이탈리아의 재정 문제,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언론인 살해 사건 등이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업황 둔화 전망과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등 국내 경기 흐름도 좋지 않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악재가 쌓이고 있는 만큼 증시는 한동안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보유주택 많을수록 “복지가 내 삶 개선” 답변 낮았다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⑤ 복지국가, 넘어야 할 산
“복지 확대되면 내 삶 좋아질 것”
무주택자 72%, 3주택 이상 55%
자산이 복지태도의 핵심 변수로
한국 19살 이상 성인의 67%는 ‘복지가 확대되면 내 삶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집을 많이 가질수록 이런 기대는 점차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 즉 자산이 복지에 관한 태도를 가르는 핵심적인 변수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는 결과다.
18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에 맡겨 전국 성인 800명을 상대로 6~7일 실시한 복지 의식 관련 전화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무주택자는 72.2%가 복지 확대로 내 삶이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응답은 1주택자에선 65.5%, 2주택자에선 58.3%로 떨어졌다. 3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에선 그 수치가 55%로 더 낮아졌다. 주택이 많을수록 복지 선호도가 낮아진 것이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 집값이 오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복지가 확대되면 내 삶이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집값이 낮아지는 게 좋다’는 사람의 70%였지만, ‘유지하는 게 좋다’는 사람에게선 63.1%, ‘오르는 게 좋다’는 사람에게선 43.3%로 떨어졌다.
‘경제적 불평등에 국가 책임이 있느냐’를 두고는 주택이 많을수록 국가에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줄었다. 무주택자는 93.8%, 1주택자는 90%가 국가에 책임이 있다고 봤고, 2주택자는 79.2%, 3주택 이상 보유자는 80%가 국가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와 유사하게, ‘집값이 낮아지는 게 좋다’는 이는 94.2%가 국가의 책임을 물었지만, ‘유지하는 게 좋다’는 이는 83.1%, ‘오르는 게 좋다’는 이는 73.3%로 줄었다.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대책을 두고도 주택 보유량과 바라는 집값에 따라 의견이 뚜렷이 갈렸다. 무주택자는 83%, 1주택자는 80%가 ‘국민 모두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는 복지정책’(보편복지)을 선호한다고 답했지만, 2주택자(76.4%)와 3주택 이상(55%)에게선 이 응답은 뚝 떨어졌다. ‘집값이 오르는 게 좋겠다’는 사람의 보편복지 선호(63.3%)도 ‘집값이 낮아지는 게 좋겠다’(80.7%)는 사람과 ‘유지하는 게 좋겠다’(80.9%)보다 크게 낮았다.
이번 결과는 공적 복지제도가 허약하고 수준도 낮아 각 개인이 자산 축적을 통해 노후 등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적 자산기반 복지’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작동해온 탓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갈수록 커지는 자산 불평등 문제를 하루빨리 풀지 않으면 복지국가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한국은 계급정치의 역사적 배경이 없고 공공복지의 지지기반이 약한 탓에, 중·저소득층이라 해도 자기 집 하나만 있으면 복지 저항 집단이 되기 쉽다”며 “사적 자산기반 복지로 노후, 건강, 자녀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택 보유자, 특히 다주택 보유자로선 공공복지에 적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전화 80%, 유선전화 20%의 비율로 실시됐으며, 신뢰 수준 95%에서 표본오차 ±3.46%포인트다./ 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수석연구
‘불평등 고통’ 겪는 계층이 되레 “불평등 심하지 않다”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⑤ 복지국가의 열쇠
여론조사서 드러난 복지의식의 균열
저학력·보수일수록 불평등 인식 낮지만
생활에선 힘든 일 더 많이 겪는 ‘역설’
좋은 사회에 대한 학습 적은 탓인 듯
“가난·해고 등을 빨갱이 때문이라 여길 수도”
학력·소득·계급 따른 차이 일관성 없어
조직화 방법 등에 따라 복지정치 변화 가능성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삶’을 국가가 보장하는 복지국가는, 인류가 빈곤이나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줄이려고 이용하는 해법 가운데 최상으로 꼽힌다. 이런 복지국가로 나아갈 것이냐 말 것이냐는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과 정치적 결정에 달려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일반적으로 복지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학력, 소득, 계급 등에 따른 차이가 일관되지 않은 것으로 오랫동안 분석돼왔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에 맡겨 전국 성인 800명을 상대로 6~7일 실시한 복지 의식 관련 전화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무선전화 80%, 유선전화 20%. 신뢰 수준 95%에서 표본오차 ±3.46%포인트).
그렇다면 “객관적 삶의 상태와 사회정치적 의식이 ‘계급정치’로 선명히 연결되지 않고, 복잡한 관계”(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에 놓여 있는 한국엔 복지국가로 변모할 가능성이 없는 것일까? 이번 조사 결과를 신진욱 교수와 함께 분석했다.
■ ‘불평등도가 높다’와 ‘불평등 때문에 힘들다’의 차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한국의 불평등도가 높다’고 여기는 사람과 ‘불평등한 구조 때문에 힘들다’고 여기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체적인 불평등 정도는 0점(전혀 불평등하지 않다)에서 10점(매우 불평등하다)으로 볼 때 6.34점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중간 수준보다 더 불평등하다(6점 이상)고 답한 사람이 10명 가운데 6명 가까운 58.9%나 돼, 불평등도가 높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많았다. 불평등도가 높다는 인식은 학력이 높을수록 더 높아져, 고졸 이하는 48.1%였지만 2년제 대학 졸업 이하는 62.4%, 4년제 대학 졸업 이하는 63%였고, 대학원 재학 이상은 72%에 이르렀다. 정치의식으로 보면, 자신이 보수(54%)나 중도(57%)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진보(64.7%)라는 사람 중에 불평등이 심하다는 답이 많았다.
그런데 ‘불평등한 구조 때문에 힘들다고 느끼냐’는 질문에선 이런 경향이 뒤집혔다. 고졸 이하(82.6%)에서 ‘힘들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2년제 대학 졸업 이하(72.9%), 4년제 대학 졸업 이하(64.1%), 대학원 재학 이상(61.3%)으로 갈수록 힘들다는 이가 적었다. 또 진보(65.5%)보다는 보수(73.3%)와 중도(73.5)에서 ‘힘들다’는 이가 많았다. ‘한국의 복지 수준이 어떻다고 보느냐’는 질문에서도 ‘낮다’는 의견이 고졸 이하는 45.8%, 대학원 재학 이상은 34.7%였다.
상대적으로 불평등이 심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이, 그로 인한 고통을 오히려 더 많이 느끼는 것은 역설적이다. 이는 객관적으로 한국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판단하는 것과 삶에서 주관적으로 체험하는 불평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학력이 낮고 보수적인 사람일수록 ‘좋은 사회는 이래야 한다’는 학습을 적게 했을 가능성이 커, 사회가 불평등하다는 인식이 낮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 집단은 학력이 높고 진보적인 사람보다 저소득·저자산층이 많아 실제 생활은 힘들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신진욱 교수는 “하층계급이 직접 경험하는 현실은 가난, 해고, 질병, 불안, 모욕감 같은 것이지 ‘불평등’이 아니다. 그런 현실은 ‘빨갱이’ 때문이라거나 대통령 때문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며 이들이 개인 삶에서 경험하는 고통이 곧 불평등이라고 여기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비일관성과 균열…열린 가능성 ‘불평등 때문에 힘들다’는 사람과 ‘힘들지 않다’는 사람 중엔 ‘한국의 복지 수준이 높다’는 응답이 각각 51.7%와 56.2%로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복지 수준이 높다’는 사람과 ‘낮다’는 사람 사이에도 ‘불평등 때문에 힘들다’는 답변 비율(각각 69.1%, 72.9%)에 차이가 없었다. 심지어는 ‘복지 확대를 위한 세금 인상이 불필요하다’는 사람의 72.9%, ‘복지 확대를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없다’는 사람의 77.6%도 불평등 때문에 힘들다고 답했다.
‘복지 확대로 삶이 좋아질 것이냐’에서도 ‘불평등 때문에 힘들다’는 사람(66.8%)과 ‘힘들지 않다’는 사람(67.4%)의 답변이 비슷했다. 이 질문엔 ‘불평등에 국가 책임이 있다’는 이(67.5%)와 ‘없다’는 이(62%), ‘한국의 복지 수준이 높다’는 이(65.6%)와 ‘낮다’는 이(68.6%)의 응답도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서로 충돌하고 일관성 없어 보이는 답변과 관련해 김영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여유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흥미로운 진단을 내린 바 있다. 이들은 ‘한국인의 복지 태도: 비계급성과 비일관성 문제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에서 한국에서 복지는 “선택 가능한 대안, 구체적 정치세력을 통해 실현될 수 있는 구도가 아니라, 막연하고 추상적인 재분배 문제로 원자화된 개개인한테 던져지는 구도”라고 분석했다. 불평등과 복지의 문제를 정치·사회구조의 문제로 연결하지도, 정치를 통해 풀 수 있다고 여기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다시 확인된 이런 비일관성은 복지정치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균열’, 즉 사회 전체의 변화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대립구도가 매우 복잡함을 보여준다. 뒤집어 말하면 정당이나 시민정치세력이 이 대립구도를 어떻게 조직화하느냐에 따라 정치가 변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실제 사례도 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야당은 시민사회의 무상급식 의제를 적극적으로 받아안아 당시 여당과 대립구도를 형성했고, 그 결과 당 지지율에서 크게 앞서던 여당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신진욱 교수는 “한국에서 진보적 복지정치의 균열 구조는 고등교육을 받은 중간계급, 계급의식이 싹트고 있는 하층계급 일부, 계급배반적 고령층, 그리고 계급의식으로 무장한 초고소득·초고자산층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현실 위에서 어떻게 ‘최대다수의 복지동맹’을 만들어 확장할 것이며, 지속가능한 복지동맹으로 공고화할 것인가를 깊이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촛불 2주년, 보수언론 ‘노동 때리기’ 불변 1029 미디어오늘
[아침신문솎아보기] 극명한 사설 대립, 경향 “재벌개혁 정신 실종” vs 중앙 “노조가 촛불정신 훼손”
지난 2016년 10월29일 박근혜 정부 탄핵을 요구하는 최초 촛불집회가 열린 지 2년이 지났다. 탄핵촛불 2주년을 맞아 주요신문 사설은 “사회불평등 해소 촛불정신은 실종됐다”는 비판과 “노조의 주장이 촛불 민의냐”는 지적으로 극명히 엇갈렸다.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신문엔 노동권에 대한 왜곡된 관점의 기사가 실렸다.
▲ 29일 한겨레 6면
경향·한겨레는 정부·국회가 경제민주화 과제를 방관했다고 질타했다. 경향은 “촛불집회 2주년, '촛불 민의'는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가” 사설에서 “서민의 삶은 더욱 고단해졌는데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의 목소리는 사그라들고 있다. 전 세계를 감동시킨 ‘촛불혁명’의 성과로서는 너무나 초라하다”고 했다.
경향은 “촛불정신이 실종된 데는 정치권,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의 책임이 크다”며 각종 민생 개혁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최저임금, 부동산 등 민생 정책에서 혼란스러운 행보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 29일 경향 사설
한겨레는 사설 “‘촛불 2주년’ 의미 훼손하는 세력의 반동을 경계한다”에서 ‘촛불의 가치’를 지우려는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국정농단 주범의 사법적 단죄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들을 복권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행태를 보이는 건 가증스럽다”며 보수 지식인 320인의 문재인 대통령 퇴진 요구 선언, 박근혜석방을 요구하는 태극기 부대 집회,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박정희 정신 찬양’ 발언 등의 흐름이 우려된다고 했다.
연일 공공부문 정규직화 과정의 가족채용 비율 문제를 다루는 중앙은 이날도 ‘무조건 노조탓’ 프레임이었다. 중앙 사설 “노조의 촛불, 진보단체의 촛불이 아니다”는 ”노조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랬더니 공기업에서 고용세습을 하다 들켜 청년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이나 민변 등의 주장을 촛불 민의로 착각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공기업 가족 채용을 고용세습으로, 고용세습 책임을 민주노총으로 돌리는 중앙일보 논리엔 객관적 인과관계가 없다. 중앙은 그럼에도 ‘노조 탓’ 주장을 반복한다. 중앙 29일 6면 보도 “마사회도 고용세습 … 부인·조카를 ‘꿀알바’ 이어 정규직화”는 동일한 오류를 보여줬다.
▲ 29일 중앙일보 사설
한국마사회 비정규직 5518명은 지난 1월 정규직 전환됐다. 이중 99.6%(5496명)가 마권 발매원으로 경마가 열리는 주말에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다. 중앙은 “96명이 재직자 친인척으로 드러났다”며 고용세습 문제 심각성을 강조했다. 96명은 5496명의 1.7% 가량이다. 중앙은 “특혜가 의심된다”는 익명 제보자 주장은 들었지만 정황 근거는 들지 못했다.
계급 세습처럼 지목된 이 일자리는 주 15시간 전후 단시간 근무다. 이중에서도 주 15시간 일한 직원은 최대 80만원을 받는다. 중앙은 이 일자리에 “대학생 등으로부터 ‘꿀알바’로 꼽혔다. 임직원 친인척 상당수가 이런 자리의 정규직 전환 혜택을 봤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ILO(국제노동기구)가 정하고 헌법 상 규정된 노동권을 선택의 문제로 다뤘다. 동아는 ‘노동권이 확대되면 기업이 망한다’는 식의 왜곡된 관점을 재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확대했다.
▲ 29일 동아 6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한국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지난주 경사노위에 공식 제출했다. 한국 정부는 ILO 핵심협약 8개 중 ‘노조활동 보장 협약(87, 98호)’과 ‘강제노동 금지 협약(29, 105호)’을 비준하지 않았다. 비준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는 경사노위에서 이 문제를 논의 중이다.
87·98호 내용은 ‘노동자는 어떤 차별 없이 단체를 설립·가입할 수 있고 노조 가입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사는 해고자·실업자·특수고용노동자 등의 노조 가입 권한을 두고 치열하게 대립 중이다.
동아일보는 “관행적으로 매년 파업이 이뤄질 정도로 남용되는 단체교섭권 등에 대한 조정 없이 노조의 단결권이 확대 강화되면 기업 부담만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노사가 성실 교섭하면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하려 들지 않는다. 노조는 교섭이 결렬돼야 파업권을 딸 수 있다. 동아는 사용자 책임·의무는 거론않고 ‘노조 파업=떼쓰기’로 그렸다.
▲ 29일 조선 2면
조선일보는 회사와 교섭을 시작한 네이버 노조가 124개 요구사항을 내놨다고 문제 삼았다. 보통 단체협약 조항은 70~130개 사이다. “민노총 지휘 받는 네이버 노조, 요구사항만 124가지” 기사는 “사외 이사 추천권을 달라는 요구도 들어 있다. 또한 네이버가 이사회를 개최할 때는 노조에 사전 통보하고, 경영상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사전 설명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네이버 노사 교섭이 결렬된 책임을 민주노총에 돌렸다. 조선은 “화섬식품 노조(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 수뇌부가 협상에 교섭 위원으로 참여해 네이버 노조를 이끌기 때문”이라 했다. 네이버는 지난 18일까지 진행된 11차례 단체 교섭이 모두 결렬됐다.
유튜브, 5·18 ‘북한군 침투’ 영상에 정부광고 달았다 1029 미디어오늘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 5·18 영상 삭제 거부 이유 묻자 “유튜브는 진실규명하는 입장 아냐”
유튜브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북한군 개입을 주장하는 영상에 정부 공익광고를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튜브가 ‘광주 600명 북한 특수군 정체 영상분석 안보강연’, ‘5·18은 폭동이고 1급 전쟁범죄다’, ‘5·18 광주 북괴군 흔적 가두방송서 조선인민군 만세’ 영상에 방송통신위원회, 국군 등 정부의 공익광고를 배치했다고 지적했다.
박광온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유튜브에 광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IS 등의 선동 영상에 미국 기업 광고가 뜨자 기업들이 보이콧을 선언했고 이후 유튜브가 광고정책을 바꾸겠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 존리 구글코리아 사장. ⓒ 연합뉴스
존리 구글코리아 사장은 “문제가 제기된다면 적극 검토하겠다”면서도 “특정 규모 이상의 채널만 광고하는 등의 규정을 갖고 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테러리즘을 표방하는 IS 등 테러단체와 백인우월주의 단체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 미국 기업 광고영상이 노출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는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AT&T와 버라이즌 및 존슨앤드존슨, 펩시, 스타벅스, 로레알 및 맥도날드를 포함한 300개가 넘는 회사의 유튜브 광고 보이콧으로 이어졌다. 이후 유튜브는 알고리즘 개선, 모니터링 강화, 보고서 공개 등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해 한국에서도 CJ의 광고가 일본에서 제작한 혐한 콘텐츠에 배치되면서 CJ가 광고 게재를 거부하기도 했다. 당시 구글코리아는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편 박광온 의원은 유튜브가 5·18 광주 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 등을 주장하는 영상을 삭제하지 않는 데 문제제기했다.
존리 사장은 “광주 민주화운동이 한국 역사에서 비극적인 사건인 건 잘 알지만 어떤 것이 사실이고 아닌지 세부적인 내용은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광온 의원이 대법원에서 5·18이 군부독재에 의한 헌정질서 파괴 행위라고 결정한 사실을 전하자 “대법원 결정을 존중하지만 대부분의 판결이 허위 여부를 결정하는 내용은 아니다. 유튜브 역시 진실을 규명하는 입장에 있지 않다”고 답했다.
가짜뉴스(허위정보)와 관련 유튜브는 미국에서 2500만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문제적 콘텐츠에 사전 내용 등을 첨부하는 맥락제공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 같은 대응을 찾기 힘들다
모두가 잘사는 독일? 과연 그럴까 1030 오마이뉴스
점점 빈곤해지는 독일인들... 더 일하면서 더 불안정하게 산다
흔히 '노동자의 천국'이라고, '모두가 잘사는 나라'라고 알려진 독일에는 오랜 세월 각종 경고 신호가 깜빡이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그 신호는 더욱 빠르게 깜빡이고 있다.
1. 하청 노동자의 증가
첫 번째 신호는 열악한 처우에 놓인 하청 노동자 비율의 증가다. 1997년부터 2015년까지 독일 내 하청 노동자는 5배 증가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하청노동자는 전체 노동자 중 2.8%(총 103만 명)에 달한다. 2014년에는 2.4%였는데, 이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철강·물류·우편 산업 업계의 하청 노동자 비율은 15%에 육박한다.
비율의 증가뿐만 아니라, 개선되지 않는 하청 노동자의 임금 격차 문제도 크다. 일반 정규직 노동자의 세전 소득 중위값은 3209유로(한화 약 417만 원)인데, 풀타임 하청 노동자의 세전소득은 중위값은 1868유로(한화 약 242만 원)으로 극심한 차이 보인다.
이런 차이를 두고 '하청 노동자들의 자격·경력 부족 등이 원인이며, 다수의 하청 노동자가 주요 업무가 아닌 보조 업무를 하기에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하청 노동자가 정규직 임금의 절반 수준을 받는 것은 오랫동안 지적돼온 고질적인 문제다. 이는 차이가 아닌 차별의 문제다.
게다가 2017년 하반기에 하청 노동일을 그만둔 사람의 40%는 90일이 지나도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나머지 60%는 새로 일자리를 구했지만 그중 40%(전체의 24%)는 다시 하청 노동자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청 노동자로 경력을 쌓은 이들의 전망도 그리 좋지 않음을 보여준다.
2. 노동 빈곤층의 증가
두 번째 신호는 노동을 함에도 빈곤 위험에 처해있는 '노동 빈곤층'(Working Poor)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독일 전체 노동자 중 노동 빈곤층의 비율은 9.6%에 달한다. 2004년에 비해 2배가량 증가한 상황이다.
독일 국가 빈곤 컨퍼런스의 대표 중 한 명이었던 에리카 비엔(Erika Biehn)은 고용률을 높여준 것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미니잡을 두고 "이런 상황을 악화시킨 문제이고, 그동안 포장돼왔던 것처럼 좋은 일자리를 위한 징검다리가 아니다"라며 "전망도, 소득도, 노동 환경도, 그 어느 것 하나 좋지 않은 일자리의 뒷골목 같다"라고 비판했다.
미니잡은 월 급여 450유로(한화 약 58만 원) 미만의 저임금 시간제 일자리를 말한다. 미니잡의 경우, 여성이 비율이 높은데 그만큼 여성 노동자의 빈곤을 해결하지 못한 채로 이들을 전망 없는 일자리에 고착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 기준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중위소득 60% 이하 소득 시 빈곤 위험 계층으로 분류되는데 독일의 경우 월 1096유로(약 142만 원)이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기간제 노동자 중 빈곤 위험 계층의 비율은 2007년 12.7%에서 2017년 18.3%로 증가했고, 파트타임 노동자의 빈곤 위험 계층 비율은 2007년 10.1%에서 2017년 14%로 증가했다.
3. 추가 노동의 증가
▲ 독일 노동 직군 중 추가 노동시간이 가장 긴 직종은 운송 차량 노동자로, 주당 추가 노동 시간이 약 7.2시간에 달했다(자료사진). ⓒ pexels
이뿐만 아니다. 노동환경도 계속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해가고 있다. 연방노동보호 및 노동의료연구소(Bundesanstalt für Arbeitsschutz und Arbeitsmedizin)의 연구에 따르면, 독일 내 노동자는 지난해 주당 약 4시간의 추가 노동을 했다고 한다.
이 통계는 정규직·비정규직이 모두 포함된 내용으로, 전체 노동자의 계약서상 평균 노동시간은 약 35.1시간이었지만 실제 조사된 노동시간은 38.7시간이었다. 정규직 노동자만 놓고 봤을 땐 초과 노동시간이 거의 5시간에 달한다. 추가 노동시간이 가장 긴 직종은 운송 차량 노동자로, 주당 추가 노동 시간이 약 7.2시간에 달했다. 추가 노동의 이유는 80%가 사내 기준과 업무 이유 때문이라고 답변했고, 43%의 노동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주말에 근로한다고 조사됐다.
독일 좌파연합의 노동시장 전문가인 자비네 찜머만(Sabine Zimmermann)은 여전히 너무 많은 사람이 일을 함에도 빈곤에 처해있다고 비판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더 높여야 하고, 그에 그치지 않고 이유 없는 임시직(Sachgrundlose Befristung)을 철폐하고, 노동자 모두가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4. 주거난으로 인한 빈곤
노동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다. 최근 독일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주요한 사회 이슈로 자리 잡은 주거난은 점점 열악해지는 독일의 거주민들이 빈곤해지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득보다 임대료가 가파르게 증가하며, 주택이 부족하다 보니 임대료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게 커지면서 빈곤해지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독일 사회연합(Sozialverband Deutschland)이 발주한 연구에 따르면, 독일 대도시 내 100만 가구 이상이 임금 소득에서 월세를 제하고 나면 '하르츠 IV 기본급여'(독일 사회 복지 제도 중 최저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지원비) 수준 이하의 생활비만 남을 정도로 빈곤에 처해있다고 한다. 그리고 전체 가구의 절반가량은 세후 소득의 최소 29%가량을 난방비·관리비 제외한 기본 월세에 지출해야 한다고 한다.
저소득층, 이주 배경을 지닌 사람, 연금생활자, 저학력층, 편부모 가정 등은 좀 더 높은 비율로 임대료로 인한 주거비가 더 부담된다는 건 이미 주거난이 심화된 전 세계 수많은 도시에서 잘 알려진 내용이다. 그중 저소득층의 임대료 부담에 대한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월 1300유로(한화 약 168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는 소득에 절반에 달하는 약 46%를 임대료에 지출해야 하지만, 월 4500유로(한화 약 584만 원) 소득 가구는 약 17%만 임대료에 지출해 상대적으로 임대료 부담이 적다.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더 높은 비중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게 다가 아니다. 이들 중 적지 않은 비율이 상대적으로 임대료 부담이 높음에도, 자신만의 주택에 거주하지 못한다.
이들은 주거 공동체 등에 입주해 세입자의 세입자로(전차인, Untermieter*in) 방 한 칸을 빌려 산다. 노동 환경이 안 좋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주거 환경 또한 안 좋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주거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재 독일 내 도시에 최소 190만 채의 지불가능한 주택이 필요한 상황이다./ 글: 신희완(shinking87)
우리 동네가 스페인 마드리드처럼 될 수 없는 이유
[주장] 관료들의 정보 독점과 결재권 행사는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한다
'세금도둑 잡아라' 라는 시민단체가 있다. 이름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예산 감시 운동이라는 표현보다 정체성이 선명하고 친근하고 매력적이다. 시민정치, 시민정부, 플랫폼 정부의 정체성을 '세금도둑 잡아라'처럼 표현하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봤다. 일단 '시민이 결재하자'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결재는 사전적으로 '결정 권한이 있는 상관이 부하가 제출한 안건을 허가하거나 승인함'이라고 풀이되는데, 누가 상관이고 누가 부하일까? 누가 결재의 권한을 가져야 할까?
단순히 비교하면 관료정부는 관료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시민정부는 시민이 결정권을 가진다. 최종 결재 서명을 관료나 시장이 아니라 시민이 한다. 광화문 1번가, 행복 1번가, 시민총회 할아버지를 거친다 해도 결정을 관료들이 한다면 여전히 우리는 세련된 관료통치 체제에 살게 된다. 시민은 여전히 주권자가 아니라 민원인이다. 시민이 선출하지도, 권한을 위임하지도 않은 관료들이 정보를 독점한 채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를 크게 위배한다.
여러 번의 선거를 거치며 선출된 단체장들은 이제 대부분 시민들과 소통하는 여러 장치를 갖게 되었다. 원탁회의류가 한창 유행했고, 광화문 1번가 류가 또 인기를 타고 있다. 그리고 여러 도시에서 온라인플랫폼 개발이 한창이다. 그러나 아직 스페인 마드리드시의 '디사이드 마드리드'(Decide Madrid)라는 온라인 플랫폼처럼 의제와 예산의 결정권을 시민이 가지고 있는 경우는 없다. 한국에서는 과감하게 자신들의 권력을 내놓는 단체장이 아직은 나타나고 있지 않다.
불가능하다고만 하지 말고
'시민이 결재하자', '시민이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상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왜 그래야 하는지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 만약 설명해야 한다면 왜 그래서는 안 되는지를 말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도시가 너무 커서, 국가가 너무 커서, 시민들이 너무 많아서 자주 모여 토론하고 결정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에 대표들을 뽑아 결정권을 잠시 위임해두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다보니 위임하고 대리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위임받은 이들은 시민들에게 묻지도 않고 자기 맘대로 결정권을 남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대의제의 현실이고 폐해다.
지금이라도 권력을 쪼개서 마을마다 결정할 일을 늘리고, 온라인 투표를 잘 활용하면 위임한 범위를 계속 줄여갈 수 있다. 시민들이 직접 결재하는 일의 범위를 계속 늘려갈 수 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대의해야 할 일들은 정확히 시민들의 뜻을 물어 대신 결정권을 쓸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사례나 모델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얼마든지 새로운 실험이 가능하다.
남은 문제는 누가 이 방향으로 변화를 만들어갈 것인가이다. 단체장이나 의원들 중 얼마나 동의하고 적극적일지는 알 수 없다. 경험상 관료들은 반대하고 방해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결국 시민운동, 시민정치운동의 몫이다. 뜻 있는 시민들과 정치인들이 판을 만들 수밖에 없다.
결정권을 행사하고 그 결과에 책임질 시민들의 역량을 만들고, 시민이 결정권을 갖는 시스템을 연구하고 만들어야 한다. '시민이 결재하자'에 동의하는 정치인들을 설득하고 연대해야 한다. 단체장과 의원들이 더 많이 당선되도록 선거운동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이 일을 하는 조직부터 회원과 시민이 결재하는 방식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그 다음이 가능해진다.
시민이 다 결재하면 시장과 의원들은 뭐해?
지난 번 시민이 결재하자는 글에 반응이 괜찮았다. 많은 분들이 공유하고, 의견을 보내주었다. 시민이 결재하면 시장은 무슨 일을 할까? 좋은 시장, 좋은 의원을 뽑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어지는가? 정당과 정치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댓글과 토론이 이어졌다. 지난 번 글에 이어 이번 글도 상상과 토론을 확장하는 불쏘시개로 써보려 한다.
플랫폼 정부 등으로 논의되는 새로운 정부 형태를 그냥 '시민정부'라고 부르고 싶다. 지금까지는 시민이 선출한 공무원과 채용직 공무원들이 정보와 결정권을 독점하고 있어서 관료 정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정부와 여러 지역 정부에서 온라인 정책 플랫폼을 계획하거나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할 정책 의제를 시민들이 제안하고, 일부지만 시민이 결정하는 영역이 생겼다. 그리고 정부가 독점하던 정보들도 점차 개방되고 있다.
시민정부는 정보 공개, 시민이 결정하는 정책과 예산, 시민들이 함께 해결하는 사회 문제 등이 계속 확장되면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일단 국가 안보와 개인 정보 보호에 문제가 없는 모든 정보를 시민 누구나 볼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전자결재 시스템과 연계해 공무원들이 계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일의 전 과정을 시민 누구나 투명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시민 몰래 이해관계자들과 공무원이 결탁해 진행하는 일이 사라지고,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다.
두 번째는 시민이 결정하는 정책 의제와 예산규모를 키워야 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시민들의 숙의 토론과 의사 결정투표를 쉽게 만들고 있다. 여러 지역 정부가 시민이 정책과 예산을 결정하는 온라인 민주주의 플랫폼을 만들고 있고 대한민국 정부도 이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법적으로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지는 못하다. 몇 개 지역 정부가 조례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세 번째는 시민들이 함께 해결하는 사회문제가 늘어나야 한다. 최근 사회혁신으로 불리는 운동은 시민 주도 사회문제 해결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초연결사회가 되면서 많은 사회문제가 지구화, 지역화되었다고 말한다.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늘어나고, 시민들의 욕구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관료 정부의 방식으로는 이제 대응 자체도 불가능해졌다. 시민 참여, 협치, 협업이라는 말이 급속하게 퍼져가는 이유다. 공동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공공영역이라 부른다면, 이제 공공영역의 조직 구성과 노동방식도 바꿔가야 한다. 정부 조직과 운영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시민사회의 공공성을 넓히고, 시민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시민정부를 운영하게 되면 시장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이 좋을까? 시 의회와 정당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선거 때마다 머슴,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하고, 당선되면 바로 얼굴을 바꾸는 시장을 생각하면 큰 변화겠지만, 진짜 심부름꾼을 생각한다면 딱 맞는 시절이 될 것이다.
선의든 악의든 자기 생각대로 도시를 주물러보고 싶은 정치인은 힘들겠지만, 시민들에게 묻고 늘 의논해서 결정할 정치인들에게는 딱 맞는 정부가 되지 않을까. 도시의 공공영역에 더 많은 일이 진행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하게 될 것인데, 시장과 공무원들의 창의적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또한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고 시민사회의 공공성이 넓어지려면 시민들의 다양한 결사체가 늘어나야 한다. 정당 또한 모양을 바꿔가면서 진화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민철(news
"가짜뉴스 규제는 진보의 자해" 10.29 프레시안
시민사회 "정부 '가짜뉴스' 대책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
시민사회가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 대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 대책 문건이 공개된 가운데 29일 국회 의원회관 제 2소회의실에서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대책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긴급점검토론회가 열렸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관계부처 합동으로 작성된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에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경찰은 허위조작정보 집중단속을 벌여 고소·고발 없이 수사를 착수할 수 있고, 정부여당이 위원 다수를 추천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허위조작정보'를 심의 판단하는 주체로 기능하게 된다. 게다가 가짜뉴스를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나 불법정보로 추가하는 방안 등의 '가짜뉴스 방지 관련 제정 법안' 처리를 국회에서 추진하기로 했다. (☞관련 기사 : "文정부 가짜뉴스 처벌, MB정부와 뭐가 다른가")
ⓒlet's CC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명박 시절 언론노조에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시도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해왔다"며 "지금 정부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허위조작정보 근절 대책'이 혹시 우리가 그토록 이야기 해왔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매우 우려스러워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긴급점검토론회를 열게 된 배경을 밝혔다.
발제자로 나선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보라미 변호사는 미네르바 사건의 헌재 판결문을 소개하며 "허위사실의 표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올바른 정보획득이 침해된다거나 범죄의 선동, 국가 질서의 교란 등이 발생할 구체적 위험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허위사실의 표현으로 인한 논쟁이 발생하는 경우, 문제되는 사안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참여를 촉진할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공익을 해하거나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고, 행위자가 주관적으로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는 경우에도 실제로 표현된 내용이 공익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적인 내용이거나, 내용의 진실성 여부가 대중의 관심사가 나닌 때, 내용의 허위성이 공지의 사실인 경우 등에는 그로 인한 사회적 해악이 발생하기 어렵다" 미네르바 사건(전기통신법 제47조 제1항 헌법소원심판사건) 헌재 판결문 중
토론 패널인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가 근절대책을 발표한 이유를 위축 효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고 해서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 시절처럼 실제로 명예훼손에 대해 고소·고발 없이 수사를 진행해 사람들을 잡아들이고 그렇게까지 할까"라며 "위축 효과를 노리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시민사회에서 가만히 있으면 실제로 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가짜뉴스의 문제는 극우파들이 인터넷을 활용할 줄 알게 된 것이 핵심"이라며 "진보세력이 인터넷을 활용해서 노무현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을 당선시켰는데, (가짜뉴스를 이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당선된 것을 두고 진보세력이 가짜뉴스를 규제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자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는 가짜뉴스의 수혜자가 본인이면서 계속 가짜뉴스를 공격하는 이유는 기존 민주주의 보호장치를 무너뜨릴 단서를 계속 던지기 위해서"라며 "긴급조치 1호의 첫 번째 범죄가 '유언비어 유포죄'였고 그것으로 유신을 반대한 사람들을 다 잡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이 스스로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허위인 사실을 처벌하는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철운 <미디어오늘> 기자는 가짜뉴스 자체가 가짜뉴스 제공자의 수익으로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정 기자는 "가짜뉴스가 주로 유튜브를 통해 퍼지는데, 유튜브의 이슈메이킹은 수익과 관계가 있다"며 "유튜브는 조회 수가 많이 나오면 돈을 버는 수익 구조이기 때문에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을 단 가짜뉴스가 생산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초에 탄핵국면에서 다른 매체와 인터뷰를 하지 않고 극우보수에서 가장 파워가 센 유뷰트 채널 <정규재TV>와 인터뷰를 한 것 자체가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저술가 김민하 씨는 기성 언론이 신뢰를 잃어버린 이유는 잘못된 사실을 보도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실의 맥락을 교묘히 활용해 언론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해온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언론이 신뢰를 잃어버린 이유는 정치권이나 기업, 광고주의 이익에 맞게 팩트를 활용하면서 언론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해왔기 때문"이라며 "언론 자신의 팩트체크와 시민의 리터러시 능력도 중요하지만 언론 상호 간 긍정적 기능인 미디어 비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역 피하려 '미국 국적' 선택한 강남3구 주민들 1030 노컷뉴스
지난해 4천396명 중 1천843명이 서울 출신…강남·서초·송파만 457명
김중로 "지역별 격차 상당…병역 회피 아닌지 감시해야"
지난해 국적을 변경해 병역 의무에서 벗어난 '병적 제적자'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에 유독 많았다는 조사 결과가 30일 공개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이 병무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대한민국에서 다른 나라로 국적을 변경(상실+이탈)해 병적에서 제적된 사람은 총 4천396명으로 집계됐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병적 제적자가 가장 많이 나온 지역은 서울(1천843명)과 경기(1천148명)로, 두 곳이 전체의 68%를 차지했다. 이어 부산(207명), 인천(194명), 경북(124명), 제주(120명), 경남(117명), 전북(110명), 대구(105명), 충남(103명), 대전(94명), 강원(87명), 전남(70명), 충북(66명), 울산(42명), 광주(33명), 세종(11명)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기초자치단체 단위 조사에선 서울 강남구에서만 188명이 나와 전국 1위를 차지했다. 부산이나 인천 전체의 병적 제적자에 육박하는 수치였다. 아울러 서울 서초구(137명), 송파구(132명)를 더한 강남 3구의 병적 제적자는 457명에 달했다. 이는 단 1명의 병적 제적자가 나온 강원 삼척시·양양·영월·인제·평창군, 경북 영양군, 전남 신안군, 전북 완주·진안군, 충남 계룡시·연기군, 충북 보은군 등은 물론, 서울 강북구(35명), 금천구(16명) 등과도 차이가 컸다.
한편 올해 들어 9월까지 국적 변경에 따른 병적 제적자는 총 5천223명에 달했는데, 이 중 3천156명(60%)은 미국으로 국적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955명으로 뒤를 이었고, 캐나다 515명, 호주 227명, 뉴질랜드 148명, 독일 57명, 프랑스 14명, 기타 151명 등이었다.
김 의원은 "국적 변경에 따른 병적 제적 통계를 보니 서울과 지방, 강남과 비(非)강남 등 지역별로 격차가 컸다"며 "관계 당국은 청년들이 병역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국적을 바꾸지 않는지 엄정하게 감시·감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올해 5월부터 시행된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은 병역 의무를 다한 재외동포에게만 재외동포 비자(F-4)를 발급하도록 규정해다. 이에 따라 5월 이후 한국 국적을 변경한 외국 국적 동포는 만 41세가 되는 해 1월 1일까지 F-4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할 수 없다.
현직 판사 “검찰의 사법농단 압수수색 명백하게 위법” 주장 1030 경향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6월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적폐 청산과 사법농단 피해복구 촉구 교사 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수사 및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촉구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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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현직 판사의 e메일을 압수수색한 절차가 “명백하게 위법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검찰이 이미 효력이 없는 압수수색 영장으로 압수수색을 집행하고, 압수수색 대상인 판사 뿐만 아니라 법원 전체의 e메일을 탐색한 뒤 확보해 문제라는 주장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관하여 법원 가족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A4용지 23쪽 분량의 글을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렸다.
김 부장판사는 이 글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관련 법률규정, 판례, 통설을 무시한 것으로서 명백하게 위법하다”면서 “이는 저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법원 가족 전체에 대해 나아가 일반 국민들 모두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득이 장문의 글을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댓글 대선 개입 혐의를 받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장이었다. 지난 5월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 법원행정처가 원 전 원장 사건의 파기환송심 진행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청와대와 원 전 원장 사건을 둘러싸고 재판 거래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김 부장판사도 수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김 부장판사가 문제 삼는 지점은 크게 2가지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으로 지난 11일 한 차례 압수수색을 집행했는데 같은 영장으로 29일 재차 압수수색을 한 게 위법하다는 점과,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에서 법원 전직원의 e메일을 탐색한 뒤 김 부장판사의 e메일을 추출한 방식이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김 부장판사 글에 따르면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2015년 7월20일부터 2016년 2월29일까지 작성된 김 부장판사의 e메일 125건을 지난 11일 압수했다.
그런데 검찰은 11일 이미 집행한 압수수색 영장으로 29일 14건의 e메일을 또 압수했다. 이때는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에서 법원 전직원의 e메일 백업 데이터에서 김 부장판사 자료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 부장판사는 11일자 영장은 이미 실효됐고, 전직원이 아니라 혼자만 참관하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압수수색은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으나 검찰은 계속 압수수색을 집행했다는 게 김 부장판사 설명이다.
김 부장판사는 11일 압수된 14건의 e메일에 대해서도 원 전 원장 사건 심리를 위해 재판부 내부에서 주고받은 내용이라 양 전 대법원장 등 혐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검찰이 위법하게 증거로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별도의 혐의와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 영장으로 입수하는 것은 ‘별건 입수’에 해당해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만일 대법원을 압수수색 장소로 하고 현직 판사의 이메일 자료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조차 참관인의 명시적 이의 제기를 무시한 채 위법성이 명백한 수사를 하는 것이 그대로 방치된다면, 앞으로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 국민들이나 다른 기관에 대한 강제수사과정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로 인한 일반 국민들에 대한 법익 침해의 위험성 등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종북’ 표현 명예훼손 아니다” 변희재·이정희 소송에서 변희재 패소부분 파기환송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고문이 5월29일 오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종북’, ‘주사파’, ‘경기동부연합’ 등 표현은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을 이유로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같이 판결했다. 대법원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책임을 물을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인한 형사처벌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상황에서 나온 입장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와 심재환 변호사 부부가 보수논객 변희재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이 전 대표 승소인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변씨는 2012년 3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 전 대표와 남편 심 변호사에 대해 ‘종북 주사파’, ‘종북파의 성골쯤 되는 인물’, ‘경기동부연합의 브레인이자 이데올로그’ 등 표현이 담긴 글을 올렸다. 뉴데일리·조선닷컴·조선일보가 이 트위터 게시글을 인용해 기사를 썼다. 이 전 대표 부부는 변씨와 언론사들을 상대로 명예훼손을 당했으니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항소심은 모두 이 전 대표 부부 승소 판결을 내려 변씨에게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대법원에서 의견이 갈린 쟁점은 ‘종북’, ‘주사파’, ‘경기동부연합’ 등 표현이 과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위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다수의견(대법관 8명)은 명예훼손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수의견은 “정치적 표현에 의한 명예훼손 등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과도한 책임 추궁이 정치적 의견 표명이나 자유로운 토론을 막는 수단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언론에서 공직자 등에 대해 비판하거나 정치적 반대의견을 표명하면서 사실의 적시가 일부 포함된 경우에도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다수의견은 밝혔다.
다수의견은 “‘종북’, ‘주사파’ 등의 용어가 사용됐지만 사실 적시가 아니라 의견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 변씨 책임이 아니라고 봤다. 다수의견은 “당시 이 전 대표는 국회의원이자 공당의 대표로서 공인이었고, 이 전 대표 남편도 사회활동 경력 등을 보면 공인의 지위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김선수·노정희·민유숙·박정화·이동원 등 5명의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변씨 발언이 불법행위가 맞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종북’, ‘주사파’,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용어는 그러한 입장으로 규정된 사람들을 민주적 토론의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되어 온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변씨가 주사파 등 표현을 사용한 맥락을 보면 이 전 대표 부부가 주사파나 종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경기동부연합에 속해있음으로써 북한 정권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세력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이데올로그인 심 변호사가 이 전 대표를 조종·이용했다는 인상을 주는 것으로 평가한 부분 등을 두고 “여성비하적인 관점을 전제로 원고 이정희가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사고 능력이 없다고 폄훼하는 것으로서 원고 이정희의 인격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정치적·이념적 논쟁이라 하더라도 이 사건 표현행위에 나타난 것과 같은 여성비하적 관점에서 인격을 침해하는 표현은 그 허용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한유총 얼마나 세길래…국회의원 줄줄이 포기한 사연 1030 MBC
사립유치원 비리 보도는 지난 10월 11일 MBC의 감사 적발 유치원 명단 공개로 시작됐습니다. 지난 7월부터 매달린 취재의 시작과 끝을 기록하며 또다른 출발선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 처음은 부족했습니다.
지금은 전 국민적 문제가 됐지만, 시작은 미약했습니다. 교육 당국과 1년여 사투 끝에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대표가 건네준 정보공개청구 결과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습니다. 적발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이름'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각 유치원이 어떤 비리를 저질렀는지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물론 그것도 장 대표가 정보공개 청구에 행정소송까지 불사하며 힘겹게 구한 것이었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기사를 쓸 순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만두기엔 장 대표 소개로 만난 한 감사관이 보여준 감사보고서 내용이 너무 놀라웠습니다. 아니 괘씸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친인척을 동원해 수천만 원의 인건비를 지급하면서 교사 월급은 200만원이 채 안 되는 곳이 많았습니다. 아이들 급식비로 홍어회, 막걸리를 사 먹고 7080 라이브 클럽 같은 주점을 가고, 피부관리실, 미용실, 백화점을 가고, 차를 사고 땅을 사고 심지어 개인 공과금까지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유치원'이라는 세계에서 '비영리 교육기관'은 사라지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만 남아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취재원 보호를 위해 그 감사보고서를 바로 공개할 수는 없었습니다. 좀 더 공식적인 출처로 유치원 감사 문건을 입수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찾았습니다.
# 박용진 의원은 네번째 찾아간 의원
처음 찾아갔던 A의원실에서 몇몇 지역구의 감사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역시나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순조로운 출발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첫 난관이 닥쳤습니다. 의원실로부터 뜻밖의 요구가 전해진 겁니다. 이 문제를 다루면서 A의원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 찾아간 B의원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유총이 무섭다"는 말을 듣고 돌아서 나와야 했습니다. 의원직이 걸린 문제라며 손사래를 치는 이들 앞에서 설득도 무의미했습니다. 씁쓸했지만 돌아섰습니다. 박용진 의원실은 그렇게 찾아간 네 번째 의원실입니다. 가지고 있는 감사보고서를 보여주며 함께 해보자고 말했습니다. 보좌관 입에서 처음으로 "하자"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나중에 전해 들으니 박용진 의원은 "두렵지 않다. 같이 세상을 바꿔보자"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함께 싸울 동지를 얻었습니다.
# 지루한 서류 싸움...교육청들의 비협조
이왕 하는 것 조금 욕심을 내어 전국 17개 시도의 감사보고서 전부를 구해보자고 의원실에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자료를 수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난관은 교육 당국이었던 겁니다. 보좌관은 매일매일 수십 통의 전화를 하며 독촉을 해야 했습니다.
유치원 이름이 개인정보라는 이유를 대며 교육청들이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고, 심지어 '정치하는 엄마들'과 소송 중이라는 이유로 의원실만 볼 것을 명시하고 외부 공개를 거부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긴 설득과 압박 모두 박용진 의원실의 몫이었습니다. 저는 초조하게 감사보고서가 입수되길 기다려야만 했고, 자료가 모두 모이는 데는 결국 두 달이 넘게 걸렸습니다.
# 보도해도 괜찮을까?
감사보고서를 다 확보해도 문제는 남아있었습니다. 교육청이 너무나 소극적이었기에 정말 '감사에 적발된 유치원의 이름을 공개해도 문제없나?'에 대해 판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정치팀 선배 기자들과 머리를 맞댔습니다.
논의 끝에 실명을 공개해야만 비리의 고리가 끊길 거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취재원의 도움으로 반가운 문건도 입수했습니다. 교육부의 내부 회의 자료였습니다. 교육부가 서울고검에 의뢰한 법률 검토에서 "감사에 걸린 유치원의 이름은 행정처분이 완료됐을 때 비공개 정보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통보받았던 겁니다.
이를 토대로 사내 법무팀과 외부 로펌에 차례로 법률검토를 받았습니다. 또 한 번 초조하게 기다리는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전해진 결론은 "감사보고서는 비공개 정보라 볼 수 없고, 이를 공개했을 때 얻을 공공의 이익이 더 크다"였습니다. 결과 보고서를 받고 흐뭇하게 웃었던 데스크와 여당 반장 선배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이제 정말. 제대로. 잘. 보도하는 것만 남게 됐습니다. 선배들이 길을 만들어주셨으니 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가올 앞날은 꿈에도 모른 채 말입니다.
# 난장판 토론회는 의욕에 더욱 불을 지폈습니다.
많은 분이 기억하시는 이 장면. 사실 이때는 이미 방송 날짜가 정해진 뒤였습니다. 비리 내용을 다 알고 있는데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거친 집단 행동을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보도 이후 맞닥뜨길 거센 저항도 그려졌습니다. 그날 만난 한 학부모는 그 모습을 보며 "얼마나 비리가 많길래 이렇게까지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넷에도 비슷한 의견이 줄을 이었습니다. 학부모의 그 말이 첫 기사의 앵커 멘트가 되었습니다.
# 환희유치원 원장은 울었습니다.
시간 제약 때문에 방송에서 감사보고서에 등장하는 모든 유치원을 다 보여줄 수 없는 일입니다. 기사에 쓸 대상을 정해야 했습니다. 비리의 중대성, 처벌의 경중을 고려해 처음 선택한 곳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원장 파면처분을 받은 동탄 환희 유치원이었습니다. 적발된 비리 유형만 13가지. 6억 8천여만 원을 돌려내라는 보전 처분도 받았던 곳입니다. 성인용품을 산 곳으로 유명해졌지만, 더 큰 항목은 원장과 가족들이 가져간 교육비 명목의 인건비들이었습니다.
반론과 해명을 듣기 위해 찾아갔을 때 환희 유치원 원장은 저를 붙잡고 소리 내 울었습니다. 반성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유치원 이름만은 공개하지 말아 달라 말했습니다. "제가 속죄하는 마음으로 다시 잘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지 않겠냐" 말했습니다.
하지만 감사보고서상 드러난 비리는 원장의 부탁을 들어주기엔 너무 컸습니다. 개인적 원한이 있었던 것은 아니기에 그녀의 눈물이 안타까웠지만, 기자로서 판단을 돌릴 이유는 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덮으면 피해를 본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영영 그 사실을 알 수 없을 테니까요.
3개월의 끝...진정한 시작은 이제부터
첫 보도에서 가장 강한 처분을 받았던 곳으로 MBC가 환희유치원의 적발 사항을 소개한 이후 며칠 동안 환희유치원은 계속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라있었습니다. 폭발적 관심 속에 학부모 비상대책위가 만들어졌고, 원장 김 모 씨는 학부모 앞에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사과했습니다.
이어 학부모 요구를 전부 받아들여 에듀파인 즉 국가 회계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교재, 교구는 공개입찰을 통해 구매하며, 식자재도 학부모 검수를 받겠다고 했습니다. 함께 유치원에 근무했던 아들 둘 중의 한 명은 교직원에서 제외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한 언론사는 이를 두고 '환희 유치원의 역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비난의 대상에서 이제 사립유치원들이 나아가야할 본보기로 바뀌었다고 평가한 겁니다.
환희유치원이 공공성을 확대하는 운영방식을 확정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MBC 정치팀은 기사를 쓴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지금의 상황이 매우 두렵습니다. 사회적 관심이 어느 순간 순식간에 사그라지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들이 제도화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될까 봐서 말입니다.
# 사립유치원은 '개인소유' 문제 고쳐지지 않는다면…
현재 사립유치원은 사립 초중고와 달리 사립학교 중 유일하게 개인 소유가 가능합니다. 개인이 땅을 사고 건물을 짓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그동안 '비영리 교육기관'인 사립유치원에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암묵적으로 '학원'처럼 수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내버려뒀습니다. 수십년 간 국가가 맡아야할 역할을 민간에 떠넘기는 대신 이익 추구를 용인해 준 겁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보육기관이 영리를 추구했을 때 벌어지는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난 이상 예전의 방식으로 유치원 운영을 내버려둬서는 안될 것입니다. 지금처럼 소유는 개인, 운영은 공익이라는 이상한 구조를 밀어붙여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감사나 회계 시스템 도입, 처벌 강화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투자로 유치원을 차린 '장사꾼'은 걸러내 과감히 퇴출하고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하는 '교육자'만 남겨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OECD 평균인 67%에 한참 못 미치는 국공립 취원율 확대가 필수입니다. 사립 유치원을 흡수 편입하든가 7~8년에 걸쳐 서서히 보조금을 투입해 사립유치원의 90%를 법인화한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국공립 유치원이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교사들도 확충이 되어야 합니다. 열악한 교사 처우 개선을 동반해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제도변화는 필연적으로 변화에 따른 진통을 만듭니다. 이를 견디고 개혁하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해야하는 일입니다.
# MBC는 끝까지 지켜보고 요구하겠습니다.
취재 중 만난 한 보좌관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유총은 세상에서 로비를 가장 잘하는 집단이다" 이런 말도 했습니다 "찾아오고 또 찾아오고 원하는 것이 이뤄질 때까지 온다". 2012년 누리과정지원금이 지급된 이후 이런저런 비리가 있다는 것을 교육 관계자들은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교육당국,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편에 서길 머뭇거렸던 데는 이런 사립유치원의 로비력도 분명 작용했을 겁니다. MBC는 후속 보도를 통해 유착의 가능성을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한유총은 억울하다고 말합니다. 국감 증인으로 나선 이덕선 비대위원장은 이번 정부대책을 "수용할 수 없다"고 재차 말했습니다. 한유총은 MBC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언론중재위 제소를 예고했습니다.
MBC의 보도로 여론이 들끓자 교육부가 전국 유치원 감사보고서를 각 교육청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했지만, 한유총이 MBC를 상대로 낸 감사보고서 명단 공개 금지 가처분 소송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잘못은 있는데 반성하는 이는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은 겁니다.
3개월 간의 취재 속에 MBC 취재팀은 '정치하는 엄마들', 숱한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꼼꼼한 감사기록을 남겨준 각 시도교육청 감사관, 특히 경기도 교육청 감사팀 등 각 시도교육청의 감사관들, 박용진 의원실 식구들과 만났습니다. 수십 명이 힘을 모아 오늘을 이끌었습니다.
사학 비리 근절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말할때 아니라고 맞서 싸우는 이들이 있었고, '사학비리'라는 산처럼 거대한 적폐를 없애기 위한 삽을 꽂았습니다. 사회의 관심과 지지가 이어지는 한 언젠가는 이 큰 산도 옮길 수 있을 것입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을 곱씹어 봅니다.
사립학교법 개정까지 이뤄져 유아교육이 공공의 영역에 안전하게 안착할 때까지 MBC 취재진은 계속 감시하고 보도하겠습니다. 학부모와 시민들의 눈과 입이 되겠습니다. 공영방송 MBC가 추구해야 하는 뉴스란 그런 것이니까요
부동산 투기 잡기 스타강사 '정조준' 1030 파이낸셜뉴스
정부, 정보수집 등 검증 나서..투기·탈세 혐의 확인땐 국세청 조사2국 등에 배당
정부가 이른바 스타 부동산 전문강사에 대한 정보수집 등 검증에 착수했다. 정부는 실태파악 결과 탈세와 같은 혐의가 확인되면 국세청 조사2국이나 부동산납세과 등으로 배당해 세무조사 여부를 분석할 계획이다.
30일 세무당국과 국회 등에 따르면 스타 부동산 강사에 대한 검증은 지난 25일 국정감사에서 한승희 국세청장의 답변 후속조치다. 한 청장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이 "최근 일부 강사들이 1000만원이 넘는 수강료를 받고 '부동산 투기' 강의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현장 정보를 철저하게 수집해 정밀하게 관리토록 하겠다. 세원관리 할 곳은 하고 필요한 곳은 세무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세무조사는 (세금)탈루 혐의가 있어야 할 수 있으니까, 스타 부동산 강사를 포함해 현재 실태파악을 하고 있다"며 "(국회발언) 취지대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무당국의 스타 부동산 강사에 대한 점검은 국세청 본청과 지방청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청이 가지고 있는 자료와 지방청에서 검찰청·지방자치단체 등 유관기관으로부터 수집한 과세자료와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를 분석하고 탈세제보, 신고내역, 현장정보수집 등을 확인하는 형태다. 세무당국은 검증에서 탈세 정황이 포착되면 국세청 조사2과나 부동산납세과 등에서 세무조사 착수 여부를 분석할 계획이다.
조사2과는 개인납세자와 관련기업에 대한 분석·관리, 물가안정에 관한 지원, 세금계산서 등 수수질서 분석·관리를 하는 곳이다. 부동산납세과는 부동산 관련 정보수집·관리, 부동산투기업무의 기획 및 조사계획 수립, 기획부동산 등 투기조장업체 관리, 투기 관련 탈세제보 접수 관리 등이 주요 업무다.
조사2과일 경우 의사·변호사 등과 같은 고소득 개인의 탈세에 무게를 두는 것이고, 부동산납세과라면 스타 부동산 강사의 행위를 부동산 투기로 보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세무조사는 고액의 수강료를 받으면서도 세무당국에 신고를 제대로 했는지 여부 등이 잣대가 될 전망이다. 예컨대 친인척 등 지인의 명의로 학원을 설립해 소득을 분산하거나 수강료를 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로 수취해 매출을 과소신고하는 경우, 학원업 등록을 하지 않고 고액의 수강료를 받은 뒤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지만 현금거래 등으로 매출 일부를 누락하는 경우 등이면 사실상 세무조사 대상으로 전망된다.
실질적인 세무조사는 지방청에서 이뤄진다. 국세청 본청은 대검찰청과 달리 직접적으로 조사하는 기능이 없다.
지방청 등 여러 경로로 분석한 자료를 분석·기획·관리한다. 만약 세무조사 과정에서 차명계좌를 사용하거나 이중장부를 작성하고 각종 증빙서류를 파기·은닉·조작하는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구체적 정황이 발견되면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도 가능하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스타 부동산 강사를) 스크린하고 있다"며 "다만 그분들이 신고를 (제대로) 했으면 (세무)조사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질의 뉴스는 공공재, 시장에만 맡길 수 없다” 1030미디어오늘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 ‘미디어 구하기’ 저자 줄리아 카제 “온라인 콘텐츠의 33%만 오리지널
줄리아 카제 파리정치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2018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온라인 콘텐츠의 33%만이 오리지널”이라며 독창성 있는 고품질 저널리즘으로 언론이 생존할 수 있기 위해 언론사는 비영리재단 모델로 바꾸고 독자는 언론사에 기부하고 정부는 기부자에게 소득공제나 세금감면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줄리아 카제는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AFP통신 이사다. 한국에선 2015년 출간된 ‘미디어 구하기’의 저자로 유명하다. 이 책은 한국을 비롯한 10개국에서 번역·출간됐다. 카제는 ‘21세기 자본’을 쓴 토마 피케티와 결혼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카제는 30일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컨퍼런스에서 ‘디지털 시대, 고품질 뉴스 펀딩을 위한 제도들’이란 주제의 강연자로 나서 “디지털화와 함께 미디어 경제구조가 달라졌다. 뉴스가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가짜뉴스의 영향력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전하며 “반면 저널리스트 숫자는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 30일 KPF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는 줄리아 카제. 사진=언론재단
카제는 “민주주의를 위해선 고품질 뉴스가 있어야 한다”며 “양질의 뉴스가 공공재이기 때문에 시장에만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펀딩을 강조했다. 그는 “뉴스미디어는 점점 개인 펀딩으로 이뤄지고 있다. 프로퍼블리카는 100% 기부로 운영된다. 언론사는 상업적으로 돈을 벌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수익이 뉴스의 품질로 재투자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정보는 공공재”이며 정보가 민주주의사회에서 필수적인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제대로 정보를 갖춘 사람만 1인1투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잘못된 정보로 무장한 이들이 1인1투표를 행사하면 민주주의의 위기가 찾아온다는 이유에서다.
카제는 “인터넷이 나타나면서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가 우리에게 무작위로 주어지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보급률이 높을수록 정작 정치참여도는 줄어들고 있다. 사방에 뉴스가 있지만 원한다면 뉴스를 무시하고 살 수도 있다”며 저널리즘이 TV와 인터넷과 경쟁하며 양질의 뉴스를 수익으로 연결시키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종이신문은 기사를 내면 적어도 24시간은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동일한 뉴스가 1~3분 안에 등장한다. 장기적으로 평판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고품질 뉴스로 수익 창출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지난해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오직 온라인 콘텐츠의 33%만이 오리지널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분의2는 (오리지널을) 배껴 쓰는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럼에도 페이스북의 공유숫자와 기사의 품질 간에는 상관관계가 있다면서 비영리 뉴스룸 모델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비영리저널리즘이 확산되고 있다. 비영리저널리즘은 수익이 나면 저널리즘에 재투자할 수 있다. 언론을 위해선 공공적인 펀딩을 늘려주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는 펀딩에 참여한 독자들에게 소득 공제나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식으로 간접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품질 뉴스의 판단기준을 묻는 청중질문에 “모든 뉴스가 공공재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답한 뒤 “고품질 뉴스의 가장 큰 기준은 정보의 독창성”이라고 답했다. 기부모델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시민에게 일종의 바우처를 줘서 미디어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액수에 맞춰 똑같이 매칭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가난한 사람들도 언론사에 돈을 낼 수 있다”고 답했다.
이날 카제는 한국의 바람직한 언론사 지배구조 모델로 시민주주의 한겨레, 사원주주의 경향신문을 꼽기도 했다.
조선일보, 노무현 때문에 강제징용 배상 못 받아 1031
[아침신문 솎아보기]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판결, 양승태 사법농단 다시 주목
역사적인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씨 등 4명이 신일철주금(구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이씨 등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소송제기 후 13년8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재판의 쟁점은 두가지다. 첫째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있는가다. 대법원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 청구를 위한 협상이 아니라 양국간 재정적, 민사적 채권 및 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피해자 개개인이 청구권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두번째 쟁점은 손해배상 책임을 외면한 일본 판결이 국내에서도 같은 효력을 갖는지였다. 전원합의체는 일본 판결은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배가 합법임을 전제하고 내려진 판결이라며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일본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 31일 경향신문 1면.
이날 원고 가운데 재판부에 출석한 이는 이춘식씨 1명 뿐이었다. 13년 넘게 재판이 이어지는 사이 다른 원고인 여운택, 신천수, 김규수씨는 세상을 떠났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춘식씨는 판결 직후 “혼자 재판 받은 게 많이 아프고 눈물도 나고 기분이 안 좋습니다. 그 사람들은 복이 없는가. 같이 재판을 못 받은 게 서럽기 짝이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다시 주목받는 양승태 사법농단
이날 전국단위 종합신문들은 1면에 이 소식을 나란히 게재하면서 주목했고, 선고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신문마다 관점은 미묘하게 갈렸다.
이 재판은 13년8개월 만에 결론이 났다. 다수 언론은 재판이 늦어진 배경으로 사법농단 사건의 장본인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지목했다. 경향신문은 “양승태 대법 ‘강제징용 재판’ 전원합의체서 뒤집으려 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한일 외교관계를 우려한 박근혜 전 대통령 뜻에 따라 선고를 미루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이 주도해 앞선 대법원 선고를 뒤집으려 했다는 사실에 다시 주목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 사건이 사법농단의 상징적 사례가 된 만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주도한 재판거래의 전모가 투명하게 밝혀져야 이번 판결의 의미도 퇴색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도 “사법농단 의혹 몸통 수사와 진상규명의 필요성도 그만큼 커졌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청구권 포기와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 때의 재판 고의지연 의혹을 딛고 강제징용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도 언급했다.
양승태 대신 노무현 부각한 조선일보
반면 조선일보 사설에서는 ‘양승태’라는 단어를 없었다. 같은 보수신문인 동아일보가 사설에서 “지체된 정의는 정의일 수 없다. 특히 그 자체에 우리 사법부가 일조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대신 조선일보는 기사와 사설에서 ‘노무현’ ‘문재인’ 두 이름을 부각했다.
조선일보는 “양승태 대법원, 5년 지연시켜... 그 사이 피해자 3명 사망, 노무현 정부 ‘65년 협정으로 보상’... 관련 소송 자취 감춰”기사를 내보냈다. 부제는 “불거지는 역대 정부 책임론” “노(무현) 정부 견해 결정한 위원회엔 당시 문재인 수석도 참여”다. 조선일보는 이렇게 지적했다.
▲ 31일 조선일보 보도.
“문재인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2005년 8월 노무현 정부는 ‘강제징용 보상이 청구권 협정의 무상자금 산정에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로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이 법에 의해 인정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관련 소송이 노무현 정부 발표 이후 2012년 대법원의 원심 파기까지 한 건도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이 이를 반영한다. 그 사이 많은 피해자가 세상을 떠났다.” 역대 정부에 책임이 있다면서도 ‘노무현’ ‘문재인’ 두 대통령을 집중적으로 겨눈 보도다.
한일관계 우려하는 보수신문
또 다른 차이는 ‘경제적 우려’에서 나타났다. 이번 판결로 수 많은 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과거 총리실이 파악한 강제징용 피해자는 15만명에 달한다.
보수신문은 이어지는 소송으로 한일관계가 경색되는 점을 우려했다. “일본 경제계, 한일관계 악화 땐 한국지사 폐쇄도 검토”(조선일보) 기사가 대표적이다. 또한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한일관계가 또 격랑에 휩싸였다”며 “정부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되 한일간 신뢰를 다시 쌓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위안부 피해 합의를 둘러싼 논란으로 이미 (한일이)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기도 하다”며 “두 나라 모두 미래를 봐야 한다. 경제, 국제정치, 안보 면에서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는 이웃 나라”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겨레는 “일각에서 양승태 대법원 재판 지연의 불가피성을 부각하면서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 일본의 강경대응 가능성을 강조하는 견해가 있다”며 “그러나 한국의 동의 없이는 법정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3권 분립의 민주국가에서 사법부의 독립적인 판단이 존중돼야 함은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피케티의 불평등 해법 “고소득층 세금 인상할 정당 필요하다” 1031 한겨레
2018 아시아미래포럼 기조강연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
윌킨슨 영 노팅엄대 명예교수
“한국 최상위 1% 소득 큰 폭 증가
소득·상속세율 올릴 정치세력 필요”
“자산·교육 불평등, 사회관계 붕괴
불로소득 막을 경제민주주의 도입”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열린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 개막식에서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가 ‘불평등, 그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8 아시아미래포럼 첫날인 30일 ‘불평등의 현재와 해법’을 주제로 열린 기조강연 첫 연사로 나선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는 먼저 “왜 민주주의는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했으며, 불평등이 더욱 심화하는데도 정치적 대응은 미온적인가? 왜 불평등 심화가 저소득 집단의 강력한 재분배 요구로 접속·점화되지 못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불평등, 그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피케티는 “(소득·자산·교육) 불평등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은 매우 다차원적이고 다층적이며 또한 복잡하다”며 “불평등 극복을 위해서는 소득세 누진세율을 올리고, 교육에서 더 많은 공공재를 제공하는 평등주의 지향의 강력한 정당 강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1세기 자본>을 들고 처음 한국에 왔던 4년 전 불평등 해법을 글로벌 누진세 강화에 맞췄다면, 이번엔 ‘정치적 대응’을 그 해법으로 명쾌하게 제시한 셈이다. 1시간여 강연 내내 그는 “20세기 중반기에 세계적으로 소득불평등이 줄어든 데는 소득·상속세 변화 등 정치구조적 변화가 그 한복판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최고소득층에 대한 미국 연방소득세율은 1980년대에 82%까지 누진적으로 인상됐다.
그는 이런 정치적 대응에도 미국 자본주의는 붕괴하기는커녕 2차 대전 이후 1980년대까지 매우 높은 생산성 증가율을 기록한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런 경험은 생산성 하락 없이도 불평등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누진적 소득세 인상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불평등을 완화하려면 적극적인 정치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도 소득·상속세율이 불평등과 맞서 싸울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과, ‘불평등과 대결하는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정당 투표 구조도 불평등 구조와 그 종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짚었다.
피케티는 ‘교육 불평등’에도 주목했다. 그는 “부모 소득 수준이 자녀의 대학 진학률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교육 공공재에 접근할 교육 기회가 중요하다”며 “앞으로 한국의 교육불평등 데이터를 모아 한국적 불평등의 특징을 살펴보고 불평등 대응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국제적으로는 신흥국과 선진국 사이에서 국내적으로는 중산층과 하위계층 사이에서 소득격차가 줄어들고 있지만, 동시에 최상위 1% 소득이 전체 소득의 27%(미국)에 이르는 반면 인구의 절대다수(하위 90%)는 1인당 실질소득 증가율이 감소하고 있다”며, ‘약화’와 ‘악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글로벌 불평등의 두 얼굴을 제시했다. 강연을 마치면서 그는 최상위 1%의 소득 증가폭이 놀라울 정도로 가팔라지는 이른바 ‘코끼리 곡선’을 언급하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의 불평등 추세를 손 놓고 내버려둘 것인가”라며 정치적·사회적 대응을 요청했다.
리처드 월킨슨 영국 노팅엄대 사회과학 명예교수가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정책대담을 이어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더 균등한 사회가 생산성도 성장한다는 역동적 경로를 피케티가 주창했다면, 두번째 기조연사로 나선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대 명예교수(사회역학)는 소득·자산·교육 등에서의 다층적 불평등이 각종 ‘사회적 관계’를 붕괴시키고 사회적 활력과 개인적 재능을 억누르는 과정을 다양한 국제 비교로 드러냈다. 특히 가로축에 소득불평등 지수를 놓고 세로축에 질병 유병률, 사회적 이동성, 학교 내 집단괴롭힘, 교도소 수감률, 기대수명, 비만 등 사회적 지표들을 배치한 여러 그래프를 통해, 소득불평등과 사회적 병리현상 간의 일관된 상관관계를 일목요연하게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윌킨슨 교수는 “불평등에 대한 기존 통념과 이해는 잘못돼 있다”고 말을 꺼낸 뒤, 소득·자산·교육 불평등은 단순한 물질적 격차를 넘어 우울감·열등감, 지배·복종, 열위와 우위 등 사회심리적 측면에서 사회적 상호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불평등이 심화하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호 신뢰가 하락하고 사회적 응집력과 소속감을 떨어뜨리며, 이로 인한 좌절과 박탈감, 증오와 수치심 등 민감한 ‘느낌’이 사회 전체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높은 소득과 좋은 일자리를 가진 계층의 삶의 질도 ‘더 평등한 사회’일수록 높아진다”며, 소득을 나누고 공유하는 사회를 위한 기업 내 임금 격차 축소, 자산 불로소득 격차 축소 등 ‘경제 민주주의’를 더 나은 사회를 향한 해법으로 제시했다.
커지는 ‘부의 쏠림’-위협받는 ‘공공건강’ …해법은 평등에 있다
토마 피케티
5년 전 저서 ‘21세기 자본’서 경고음
70여 나라 자산-소득 DB 구축
‘세계불평등보고서 2018’ 내는 데 공헌
더 심해진 상위 1% 자산 집중 밝혀
한국 진보진영 해법 찾기에 도움
리처드 윌킨슨
사회구조-공공건강 관계 30년 연구
부유한 23개 나라 비교분석 결과
소득수준이 같아도 불평등 사회 땐
더 아프고 더 빨리 죽는다는 결론
쌍용차 해고 등 우리 사회에 큰 교훈
2011년 9월 미국 뉴욕의 금융 중심지 월스트리트에서 극단적인 빈부 격차와 금융자본의 탐욕에 항의해 벌어진 ‘오큐파이(점령하라) 운동’에 참가한 한 시민이 ‘우리가 99%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 수출 세계 6위.
한국 경제가 지난해 받아든 성적표는 화려하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도 코 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완전히 딴판이다. 최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국세청 과세자료를 근거로 분석해보니, 일을 해 벌어들인 소득과 자산 보유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합친 ‘통합소득’을 기준으로 삼으면 지니계수가 0.5를 넘어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일반적 기준에 따르더라도 ‘불평등이 매우 심한’ 상태에 해당한다. 자산 상위 10%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0%대에 근접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뿐 아니다. 소득과 자산의 극심한 불평등은 건강과 시간, 주거 등 삶의 여러 영역에서 깊은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자살률 1위와 출산율 꼴찌라는 불명예는 요지부동이다. 불평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면서 모든 영역이 곪아 터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현주소다.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경제적 불평등, 특히 자산 불평등 연구에 매진해온 대표적 학자다. 피케티 교수는 2014년에 출간돼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21세기 자본>을 통해 여러 나라에서 관찰되는 극심한 자산 불평등과 극소수의 부 독점이 세상을 중세 세습사회로 되돌릴 지도 모른다고 엄중하게 경고한 바 있다. 불평등 연구를 경제학의 핵심과제로 자리매김한 <21세기 자본>은 주류 경제학계의 뒤늦은 ‘반성’과 맞물려 커다란 파장을 낳기도 했다.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포용성장’을 강조하고 나선 건, 부자의 주머니부터 채워야 불평등이 사라지고 빈곤층의 주머니가 채워진다는 ‘낙수효과’ 주장이 거짓임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피케티 교수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그 사이 70여개 나라의 소득과 자산 불평등 시계열 자료를 한데 모은 세계 자산·소득 데이터베이스(WID.월드)를 구축해 누구나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도 그의 주된 공로라 할 만하다. 그가 중심이 돼 파리경제대학의 세계불평등연구소에서 지난해 연말 펴낸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18>은 그 결과물이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신흥경제국까지를 포괄하는 이 책은 각국은 물론 전세계 차원의 불평등도 차츰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6년 기준으로 세계 자산 집중도 상위 1%는 전체 자산의 33%를 소유해, 30년 전인 1988년(28%)에 견줘 집중도가 한층 높아졌다.
토마 피케티 교수가 자산 불평등을 근거로 세습사회의 문턱에 선 세상에 경고음을 날렸다면, 불평등과 건강의 상관관계라는 독특한 주제에 오랜 기간 주목해온 대표적 학자로는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대 사회역학 명예교수를 꼽을 수 있다. 영국 정경대학(LSE)에서 경제사와 과학철학을 전공한 윌킨슨 교수가 사회역학 분야를 개척하며 남긴 발자취는 오래도록 빛을 내고 있다. 건강을 불평등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윌킨슨 교수는 영국 정부로 하여금 건강 불평등을 국가적인 연구과제로 삼도록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이 아프다? 부자일수록 더 오래 산다? 얼핏 생각하면 건강과 불평등이란 열쇳말은 쉽게 하나의 연결고리로 맺어질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윌킨슨 교수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지 가난이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수명을 단축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설령 소득 수준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불평등 정도가 더 높은 사회에 사는 구성원일수록 더 많이 아프고 더 빨리 죽는다는 게 그가 내린 결론이다. 예컨대 인구당 의사 수, 병원 수용가능률, 개인의 의료비 지출이 기대수명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면, 답은 결국 ‘불평등’에서 찾아야 한다.
윌킨슨 교수는 부유한 23개 나라를 대상으로 비교분석을 한 결과, 불평등 정도가 심한 나라일수록 정신질환과 질병, 자살, 범죄 빈도가 높고, 사회적 신뢰도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불평등이 사회 구성원의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윌킨슨 교수의 주장은 건강과 불평등을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 문제의 핵심은 가난한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은 왜 더 많이 질병에 걸리느냐에서 찾아야 한다고. 30년 넘게 사회구조와 공공의 건강이 맺는 관계에 매달려온 윌킨슨 교수의 결론은, 단순하지만 외려 명쾌하다. 평등해야 건강하다! 평등이 답이다!
토마 피케티와 리처드 윌킨슨. 불평등을 화두로 삼아 외길을 고집해온 두 세계적 석학은 10월 30~31일 이틀간 열리는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 첫날 오전 나란히 기조 강연자로 나선다. 두 사람의 기조강연이 끝난 뒤엔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의 진행으로 두 사람과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가 함께 참여하는 정책대담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 사회의 최대과제인 불평등과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와 관련해, 정부와 정치권, 재계와 학계, 시민사회에 두 사람이 어떤 목소리를 들려줄 지 사뭇 관심거리다.
<21세기 자본>이 나온 지 4년. 그 사이 세상은 요동쳤다. 인종주의와 국수주의를 내건 포퓰리즘이 세계 곳곳에서 득세했고,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선 제조업이 몰락한 ‘러스트벨트’의 백인 노동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표를 몰아줬다. 피케티 교수는 올해 초 발표한 ‘브라만 좌파 대 상인 우파’라는 화제의 논문에서 1948~2017년간 미국·영국·프랑스의 선거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좌파는 교육 받은 엘리트(브라만 좌파)를, 우파는 수입과 재산이 많은 엘리트(상인 우파)를 대변하는 추세가 더욱 뚜렷해졌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비록 맥락은 크게 다르지만, 한국 사회의 불평등 해법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전통적인 의미의 진보진영이 내건 해법이 ‘지금, 여기’ 불평등 구조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로부터 외려 멀리 떨어져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되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어서다. 4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 피케티를 주목하는 이유다.
‘불평등한 사회는 어떻게 퇴보하는가’를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설 윌킨슨 교수는 지난 봄 게이트 피킷 영국 요크대 공공보건역학 교수와 함께 쓴 <이너 레벨>(The Inner Level) 에서 평등해야 건강하다는 메시지를 한층 구체적인 언어로 담아냈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평등이 답인 이유를 이런 에피소드로 들려준 바 있다. 1980년대 이후 해고가 일상화된 영국에서 해고 광부들 가운데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유독 많았다고. 우리에겐 너무도 낯익은 풍경이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가운데 목숨을 버린 숫자가 이미 30명을 헤아리고, 79%가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40%가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우리는 윌킨슨 교수의 이야기에서 어떤 교훈을 찾아야 할까.
“계층 이동 막힌 한국, 사회적 엘리베이터 고장나 있다”
사와다 ADB 수석이코노미스트
마틴 미 보스턴대 교수
“포용적 성장으로 불평등 완화
재벌 규제·소득세 증세 필요”
“한국 신자유주의 전으로 회귀
사회투자 늘려 평등·성장 함께”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 특별 세션에서 참가자들이 `불평등 해소를 위한 새로운 상상력:지속가능의제’를 주제로 토론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광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강국 일본 리츠메이칸대학부 경제학 교수, 정원오 성동구청장, 사와다 야스유키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 노미스트, 케이트 피킷 영국 요크대 공공보건 역학교수, 캐시 조 마틴 미국 보스턴대학교 정치학 교수.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018 아시아미래포럼’ 첫날인 30일 오후 강연에서 첫 기조연사로 나선 사와다 야스유키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00년대 들어 아시아 전역에서 소득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마다 ‘사회적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있다”고 말했다. 사회경제적 지위·계층 이동의 가능성이 막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시아에선 ‘국가 내’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며 “각국마다 ‘국가 간’ 불평등은 점점 줄어들고, 국민들이 빈곤에서 벗어나고 중산층도 증가하고 있지만 최상위 소득층이 가져가는 몫이 날로 증가하면서 소득 집중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시아개발은행의 추정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전체 1인당 가계소득 지니계수가 1990년대 0.38에서 2010년대 0.45로 급증했다. ‘평등 성장’을 구가한 1960~70년대와 대조적인 양상으로, 최상위층의 지갑이 점점 더 두꺼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불평등 악화의 요인으로는 기술 진보, 세계화, 교육 및 지역별 격차, 고령화 등도 있지만 시장규제 완화도 한몫을 거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제 불평등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가져야 한다”며 불평등이 거시·미시 경제적 측면에서 성장의 낙수효과를 제한하고, 효율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소득 불평등 심화는 인적 자원 배분의 왜곡과 세대 간 불평등을 초래하고, 사회 응집력을 약화해 사회적 긴장과 정치적 대립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은 다시 투자 의욕을 감소시켜 사회경제적 진보를 후퇴시킬 가능성이 높다.” 흥미롭게도 그는 불평등이 심화하면 포퓰리즘 정책을 입안하라는 대중의 압력이 점증하게 될 것이고, 이것이 단기적으로는 빈곤층의 이해를 충족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효율과 성장을 저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강연 내내 ‘포용적 성장’을 여러 차례 언급한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정부의 역할’로 △노동자에게 우호적인 노동규제 △사회적 보호장치 강화 △재벌기업 반독점 규제 및 경쟁적 공정거래 강화 △소득세 증세를 겨냥한 세제 개편 등을 꼽았다.
이어 또 다른 기조강연자로 나선 캐시 조 마틴 미국 보스턴대 교수는 북유럽 국가의 특징인 ‘사회투자 모델’을 중심으로 불평등 극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불평등, 치유 가능하다’는 도발적 제목의 강연에서 그는 먼저 “왜 고용주들이 때때로 불평등에 관심을 갖는가”라고 물었다. 그가 말하는 사회투자 모델은 △개별 노동자들의 역량을 배양하는 민간기업의 투자·교육훈련 프로그램 △복지와 노동의 강력한 연계 △가정과 직장의 양립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진 △맞벌이 가구를 위한 정책 △실업 해소를 위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등을 포함한다. 마틴 교수는 “지금 한국 정부의 ‘포용적 사회’ 지향이 곧 사회투자 모델에 해당한다”며, 유럽 복지국가의 이윤추구 영리기업이 왜 사회투자 모델을 ‘지지’하는지에 주목했다. 그는 “고숙련과 품질경쟁에 기반한 고부가가치 분야를 갖춘 성장체제일수록 사회투자와 평등, 연대감이 높다. 사회투자는 평등과 성장을 함께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정책”이라며 “개인적 이익이 아니라 ‘사회적 이익’의 언어를 중시하고 조직력이 강한 기업일수록 사회투자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공동체 전통을 갖고 있는 한국은 신자유주의 이전의 사회경제로 돌아가 직접적 사회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새로운 성장전략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사정 사이의 공동체 협력과 사회투자 프로그램으로 불평등을 타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살 길 찾아 나선 한국 기업들 “베트남이 베스트” 11.1 경향
연 6.8%’ 높은 경제성장률·노동생산성·지리적 위치 ‘장점’ 꼽혀
ㆍ효성 이어 삼성 이재용 부회장, 베트남 총리 만나 “장기투자 지속”
ㆍ한국 주요 수출국 부상…사회주의 국가로 시장논리와 충돌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지난 30일 베트남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푹 총리를 예방하고 31일부터 이틀간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현지공장 등을 찾는다. 연합뉴스
베트남을 향한 한국 기업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2020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베트남이 중국과 함께 한국의 2대 수출국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높은 경제성장률뿐 아니라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 안정적인 정치 상황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아세안과의 교역 규모를 중국 수준인 2000억달러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히자, 삼성·효성 등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은 신남방정책의 핵심축인 베트남을 방문해 사업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30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만나 “삼성이 많은 나라에 투자했지만, 베트남처럼 기업 제안에 귀 기울이고 해결해주는 나라는 많지 않다”며 “베트남에 대한 장기투자를 계속하고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 북부와 중부, 남부에 고루 걸쳐 섬유·산업자재 사업을 하고 있는 조현준 효성 회장도 지난 2월 응우옌 총리에게 “화학과 중공업 부문에서도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 급증은 일단 현지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기인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6.8%로 전 세계(3.6%), 아세안(5.2%), 한국(3.0%)에 비해 높다. 올해에도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경제를 이끌면서 6.7% 안팎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베트남의 지난해 전체 수출(2137억7000만달러)에서 FDI 기업의 비중은 72.6%에 달한다.
1970~1980년대 한국을 연상시키는 노동생산성과 아시아의 허브라는 지리적 위치도 강점이다. 중국 노동자 임금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임금은 낮지만 숙련된 노동자를 많이 보유한 베트남은 매력적이다. 인도차이나반도의 가장 동쪽에 위치해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남아시아를 잇는 지리적 접근성도 좋다. 2015년 12월 체결된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도 발휘되고 있다. FTA 체결 후 2년간 베트남을 상대로 한 한국의 수출과 수입은 각각 60.5%와 61.1% 증가했다.
지난해 베트남의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휴대폰이 452억7000만달러로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하노이 인근 박닌성 옌퐁공단과 타이응웬성 옌빙공단에 휴대전화 생산시설을 가동 중이다. 지난해 베트남의 컴퓨터·부품 수입은 377억1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5.2% 증가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현지 공장에서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수입이 늘어나서다. 베트남의 수출 2위 품목은 섬유·의류로 현지에서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등을 생산하는 효성 베트남 법인의 매출이 2008년 60억원에서 2014년 1조원 이상으로 급증한 것과 관련 있다.
베트남은 한국 기업의 수출 시장으로도 급부상했다. 베트남은 2014년 한국의 상위 6번째 수출국이었으나 2015년과 2016년 싱가포르와 일본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지난해는 홍콩을 제치고 중국과 미국에 이어 3위로 발돋움했다. 지난 2월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베트남을 방문해 양국의 교역 규모를 1000억달러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한 달 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원은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20년 미국을 추월해 한국의 2대 수출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국민소득이 늘어난 베트남의 소비재 시장이 한국 기업의 주요 목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베트남을 상대로 한 한국의 수출은 중간재와 자본재에 치중돼 있다. 2016년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은 2052억8000만달러로 1985년(140억9000만달러)에 비해 15배 증가했다. 경제 수도인 호찌민의 경우 1인당 GDP가 5000달러 중반으로 태국 수준에 근접했다.
다만 사회주의 국가여서 경제 시스템이 정부 주도로 돌아가다보니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또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함께 중국의 우회수출 통로로 의심받는 베트남 생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수입제한조치가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 정귀일 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위원은 “베트남은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고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라며 “중국이 대미 수출이 막히자 생산거점을 베트남에 두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미국의 제재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하기 좋은 나라’ 190개국 중 5위…일본은 39위 1031경향
ㆍ세계은행 ‘2018년 기업환경평가’
ㆍ법적 분쟁해결 부문 등서 상위권
세계은행의 ‘2018년 기업환경평가’에서 한국이 평가대상 190개국 중 5위를 기록했다고 31일 기획재정부가 밝혔다. 평과 결과를 보면 한국은 뉴질랜드(1위), 싱가포르(2위), 덴마크(3위), 홍콩(4위)에 이어 5위였다. 과거 한국은 2014년 이후 4위(2014·2015·2017년)와 5위(2016·2018년)를 번갈아 가며 기록했다.
세계은행 기업환경평가는 창업부터 퇴출까지 기업의 생애주기에 따라 10개 항목을 바탕으로 작성된다.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상황이나 노동환경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올해 평가에서 미국은 8위, 독일은 20위, 일본은 39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법적 분쟁해결(2위), 전기공급(2위), 건축인허가(10위)에서 상위권을 유지했다. 건축인허가 부문은 지난해 28위에서 10위로 높아졌으며 건축품질관리 항목에서 순위가 상승했다.
법적 분쟁해결 부문은 낮은 소송비용과 효율적 소송절차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1위에서 2위로 하락했다. 창업의 경우 온라인 법인설립시스템 등을 통해 절차를 개선·단축한 점이 인정됐지만 상대평가로 인해 순위가 9위에서 11위로 하락했다. 반면 자금조달(60위), 재산권 등록(40위)은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자금조달은 동산담보·채권담보·금융리스 등 다양한 담보제도를 포괄하는 단일한 법령이 없다는 점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재산권 등록에서는 등기·인감 및 토지대장·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의 관할 부처가 각기 다르다는 점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퇴출은 기업 도산 절차의 합리성 지표에서 점수가 하락해 지난해 5위에서 11위로 순위가 내려갔다. 채권자의 채무자 재무정보 접근성 제한 등 채권자 권리 보호에 미흡한 점이 감점 요인이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의 기업환경이 주요 20개국(G20) 중 1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위로 선진국 상위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5공 전사-8화]외신이 전한 ‘12·12’ ‘5·18’ 한국 도서관엔 없다
미국 ‘타임’ 1979~1980 관련 보도
찢기고 검정 칠…2건만 살아남아
외신 확인할 근거 검열로 지워내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보관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에서 1979~1980년 한국 관련 기사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회도서관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도서관인 국립중앙도서관도 마찬가지다. 박정희 유신체제가 무너진 10·26과 신군부 반란인 12·12, 5·18민주화운동 등을 다룬 기사는 수록된 쪽의 전체나 일부가 찢겨나가거나, 문장들이 검게 칠해져 있다(사진). 전두환 신군부, 제5공화국 언론 검열의 생생한 증거가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스란히 남은 것이다.
1970~1980년대 외국 언론은 10·26, 12·12, 5·18, 전두환 대통령 집권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치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기록했다. 연이은 군부 권위주의 정권의 등장에 한국 민주주의가 질식 상태에 놓였던 시기다.
경향신문 <제5공화국 전사(前史)> 특별취재팀이 국회도서관이 소장한 1979~1980년 발간 타임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99권 약 6000쪽에 한국 관련 기사는 18건이다. 이 가운데 신군부의 ‘가위질’을 피한 기사는 단 2건뿐이다. 하나는 1979년 2월 한국을 다녀간 미 상원의원들이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철수 중단’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의 뱀술과 뱀탕을 소개하는 기사다. 신군부에 유리하거나 정치상황에 영향을 주지 않는 기사만 남겼다.
찢기고, 검은 칠이 된 외신은 언론을 통제와 검열의 대상으로 삼았던 전두환 신군부의 행태를 입증하는 증거다. 집권 정당성이 취약했던 신군부는 외신의 통제되지 않은 관점이 국내로 확산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국내 언론은 사전검열을 통해 좌지우지했다. 편집권을 건드리기 어려운 외신은 사후검열로 비판의 흔적을 지운 것이다.
5·18 직후 타임지가 보도한 ‘전두환 : 가려진 독재자(Chun: A Shadowy Strongman)’ 기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인터뷰만 남긴 채 모두 삭제됐다.
<5공 전사>는 검열을 거쳐 ‘입맛에 맞게’ 조정된 외신을 인용하거나, 다시 한번 왜곡했다. <5공 전사>에서 12·12를 기록한 부분에는 ‘정승화 총장은 의혹의 인물’이라며 타임지가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비판한 것처럼 인용돼 있다. 하지만 해당 기사의 원문을 찾아보면 “정승화 총장은 정치에 한 번도 간섭한 적이 없는 청렴한 장교로 명성이 높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신군부 집권 쿠데타라는 외신보도 ‘유언비어’로 규정…기사 지우고 잘라내
미국 ‘타임’ 1979~1980 관련 보도
찢기고 검정 칠…2건만 살아남아
외신 확인할 근거 검열로 지워내
국회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뿐만이 아니다. 국내 다른 주요 도서관이 소장한 1970~1980년대 ‘타임’에도 당시 한국 관련 기사는 모조리 훼손돼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이화여대·충북대·서울시립대 등 1970년대 타임지를 소장하고 있는 주요 대학과 유관기관에 문의했으나 해당 쪽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외신을 대하는 전두환 신군부의 태도는 극히 편의적이었다. <5공 전사>는 10·26을 보도한 외신을 나열하며 “외국인들이 보는 견해는 비교적 정확했다”고 기록했다. 반면 신군부의 12·12 보도엔 태도를 바꾼다. “미국의 주간지 뉴스위크나 타임지 등 외국의 신문과 잡지들은 12·12 사건을 툭하면 ‘12·12 쿠데타’라 부르고 있다. 그것은 확실한 내용을 검토한 끝에 신중하게 성격을 검토해 부여한 명칭이 아니라, 흔히 저널리즘이 그렇듯 단순히 유언비어에 근거해 책임없이 부르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자신들의 집권 정당화에 맞지 않는 외신은 유언비어로 규정한 것이다. <5공 전사> 편찬자들은 “외국의 반응은 하나같이 부정확한 정보 위에서 12·12 사건을 10·26 사건의 수사를 마무리 짓기 위한 당연한 조치로 보기보다는 군부 내 권력투쟁으로 보지 않으면,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하는 것으로 속단했다”라고도 적었다.
대부분의 외신기사는 통째 사라졌지만 몇몇 기사는 일부가 남았다. 타임지는 1979년 11월19일 ‘평소 같은 서울의 정상영업(Normality Business as usual in Seoul)’이란 기사에서 10·26 이후 평온을 되찾은 한국의 풍경을 그렸다. 그러나 기사 속의 “승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최규하 대통령은 권력승계 방식을 찾기 위해 군 지도부, 주요 장관들과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대권의 주요 경쟁자인 김종필 전 총리와 정일권 전 총리는 지지를 모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태껏 나서지 않고 있다”는 부분은 검게 칠해져 있다.
5·18 직후 보도된 ‘전두환 : 가려진 독재자(Chun: A Shadowy Strongman)’ 기사는 당시 서울에서 일어난 학생 시위, 군을 활용한 정권의 보복, 군사행동을 주도한 전두환의 부상 등을 기록했다. 타임지는 “군사행동의 주역은 최규하 대통령의 나약한 내각에 가려진 숨은 군 독재자 전두환”이라며 “전두환은 정치적 야심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혐의자 김재규가 담당했던 중앙정보부장직에 스스로를 임명했다”고 꼬집고 있다. 물론 이 부분은 잘려나가고 “한국 정치가 걱정스러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는 우리 조건에 맞는 정치 체제를 개발해야 한다”는 전 전 대통령 인터뷰만 남았다. 1980년 11월 ‘전두환에 찬성하다(Yes to Chun)’란 기사는 5공화국 헌법개정 국민투표를 소개하며 전두환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점쳤다. 해당 기사에서 잘려나간 단락을 확인한 결과 “(전두환의) 법 개정에는 인신보호제도가 포함됐지만, 불행히도 사형선고에 항소한 김대중 같은 정치적 숙적에게는 너무 늦은 조치였다”는 내용이다.
신군부는 외신을 검열하면서도 자신들의 취약한 정당성 때문에 미국의 지지를 갈망하는 태도를 보였다. <5공 전사>는 전 전 대통령의 방미를 “방미성과는 어떤 의미에서 60년대 이래 최대의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포장했다.
한국 남성들이 역차별당하고 있다고요? 111 한국
한국, 남자’ 써낸 연구자 최태섭
“공공부문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
최근 6년 수혜자 74%가 남성”
요즘 한국 남성들의 가장 큰 특징은 ‘스스로 피해자라고 생각하기’다. 사회문화 연구자 최태섭(35)씨에 따르면 그렇다. 이 억울한 남성들이 대체 어디서 왔는지를 남성인 최씨가 캔 책, ‘한국, 남자’다. 책은 모질고 신랄하다. 연구자료, 통계 수치로 잔뜩 무장했다. 저자가 여성이었다면 남성들이 모여 불태웠을지도 모르겠다.
20대 남성은 현대판 ‘귀남이’들이다. 그들이 태어난 1990년대는 말로만 새 시대였다. 아들을 낳기 위한 성 감별 임신중절이 역사상 제일 많았다. 1990년의 출생 성비는 116.5, 1995년엔 113.2였다. 그들이 만난 세상은, 부모들의 바람과 딴판이었다. 2000년대 들어 ‘남성의 몰락’이 세계적 흐름이 됐다. 학습능력으로 치면 여성이 단연 앞섰다.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몸 쓰는 노동자, 군림하는 관리자는 쓸모가 떨어졌다. 여성들은 제 삶을 살겠다고 선언했다. “남성들이 자기 처지만 비관하는 사이, 잔해를 똑똑한 여성들이 줍는다. 남성들이 남성들 간의 경쟁에서뿐만 아니라 여성들과의 경쟁에서도 패배하기 시작했다.”
혼기가 차면 누구나 가장이 되던 시대가 끝난 거다. 달콤한 가부장 권력은 아버지만 누리고 사라진 듯 보였다. 그래서 남성들은 화가 났다. 남성들이 분노에 휩싸여 ‘내가 왜 불쌍해졌는지’를 냉철하게 따져 보지 않는 것, 최씨가 지적한 요즘 남성들의 문제다. 논점 일탈은 그들의 특기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대다수가 남성인 권력자들과 사회경제 양극화의 수혜자인, 역시 대다수가 남성인 부자들에게 저항하지 않는다. 대신 약자, 특히 여성들에게 분풀이한다.
“여자들 때문에!”는 향정신성의약품 같은 구호다. “군대도 가지 않는 여자들, 의무는 지지 않고 권리만 누리려는 여자들, 사무실 정수기 물통도 못 가는 여자들, 된장녀, 김치녀, XX녀…” 최씨는 1999년 군 가산점 위헌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관들은 놔두고 위헌 소송을 낸 여성들에게 남성들이 린치를 가한 걸 대표 사례로 꼽았다.
정말로 여자들 때문일까. 남성들은 정말로 역차별을 당하고 있을까. 최씨는 각종 사회경제 지표를 들어 논박한다. 2003년 공공부문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가 도입됐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30% 이상씩을 고용해 성별 독점을 막는다는 취지다. 그런데, 2010년부터 6년간 채용 절차에서 이 제도 덕에 추가 합격한 수혜자의 74.4%가 남성이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돕기는커녕, 경쟁에서 도태된 일부 남성을 구제하는 용도가 됐다.”
최씨는 가부장제가 상징하는 남성 지배를 여전히 그리워하는 남성들의 어리석음을 꼬집는다. “남성 지배는 소수의 권력자 남성들을 위해 다수의 별 볼일 없는 남성들이 열과 성을 다해 복무하는 불공정 게임이다. 남성 지배로 얻어 낸 산물은 일부가 독식한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자신들의 발 밑에 자신보다 더 못한 이들이 있다는 것을 보며 얻는 위안과 약간의 반사이익을 위해 가부장제의 수호자 노릇을 하고 있다.”
남성들의 분노는 타오르지만, 그뿐이다. 지난 주말 서울 혜화동에서 열린 ‘곰탕집 성추행 사건 가해자 실형 선고 항의 집회’ 참석자는 100명쯤이었다. 최씨에 따르면, 이는 “의리 없음”이다. “침묵하는 다수는 결핍된 남자들이 벌이는 쇼를 즐기고 그것이 만들어낸 이득은 공유하되 책임은 나누지 않는다. 성전(性戰)에 의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의리 없음이야말로 젠더 권력이 어디로 쏠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남자들은 굳이 나서서 연대할 필요가 없다. 가장 효과적인 대응 전략은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이다.”
전국 개인 토지소유자 1690만명…5년 전 대비 10% 증가 111 코리아헤럴드
[표=소유자의 주소지 기준 토지소유 면적 비율 현황]
전국 개인 토지 소유자는 1690만명으로 5년 전에 비해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거주자가 전국 개인 소유 토지의 35%를 소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작년 12월 말 기준 토지ㆍ임야대장에 등재된 지적전산자료와 주민등록전산자료를 연계해 토지소유현황을 확인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1일 밝혔다.
조사결과 우리나라 전체 5178만명(주민등록인구) 중 32.6%인 1690만명이 토지를 가지고 있다. 이는 지난 2012년 조사한 1532만명에 비해 10.3% 증가한 것이다. 상위 50만명의 소유 비율은 1.3%포인트 감소한 53.9%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 60대 이상이 전국 토지의 70%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60대가 1만2512㎢(26.6%), 50대는 1만1916㎢(25.4%), 70대 8954㎢(19.1%) 순으로 땅을 많이 가지고 있다.
지역별로 수도권 거주자가 토지 보유량이 많다. 전국 개인소유 토지의 35.2%를 수도권 거주자가 소유하고 있다. 수도권 외에 경상권 1만3204㎢(28.1%), 전라권 7671㎢(16.4%), 충청권 6092㎢(13%), 강원권 2682㎢(5.7%), 제주권 725㎢(1.5%) 순으로 땅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
토지의 소재지 기준 관내거주 비율은 전국 평균 56.7%다. 서울 토지의 81.6%가 서울시에 사는 사람이 소유하고 있으며, 부산은 76%, 대구는 72.9%에 달했다. 반면, 세종은 20.0%로 외지인의 토지소유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가구별로 보면 총 2163만가구 중 1317만가구(60.9%)가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아울러 23만4000개의 법인이 6849㎢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약 22만개의 종중, 종교단체, 기타단체가 7802㎢의 토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의 총 면적은 5년 전에 비해 175.7㎢가 증가한 10만364㎢로, 이중 민유지가 5만1517㎢(51.3%)로 가장 많고 국공유지는 3만2243㎢(33.1%), 법인은 6882㎢(6.9%), 비법인 등 기타는 8721㎢(8.7%)다.
용도지역별로는 농림지역이 49.0%인 4만9222㎢로 가장 넓고, 관리지역 2만3688㎢(23.6%), 녹지지역 1만1433㎢(11.4%) 순이며, 주거지역은 2.3%인 2348㎢로 나타났다
韓 자산에 균열, 日의 '잃어버린 20년' 전철?1031 metroseoul.
'대규모 돈 풀기' 정책에 기댄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물음표다. 취업자 수 증가가 대부분 65세 이상 고령층과 여성에 집중됐고 지난해 실질임금은 0.6% 감소했다. 소비자물가는 여전히 1%대에 머물고 있다.
"물가가 4년 이상 플러스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디플레이션 마인드 전환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아베노믹스의 대표 '집행자'라 할 수 있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13일에도 물가 안정 목표를 향한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정책을 조정할 뜻을 내비쳤다. '잃어버린 20년'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의 모습이다.
한국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일본의 장기 침체의 전철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버불(거품) 붕괴 직전의 일본과 닮아있다. 청년들이 서울 강남에서 집 사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무려 15년을 모아야 할 정도로 부동산 가격은 비싸다.
31일 강남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의 호가가 9·13 부동산 대책이 나온 후 17억원까지 하락했다. 9월 초까지만 해도 19억원에 달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84㎡의 호가는 33억원짜리 매물까지 나온 상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38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홍콩발 부동산 거품 붕괴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두 달 사이에 홍콩의 소형 아파트 가격이 최대 20%나 폭락했다. 집을 팔더라도 대출금을 다 갚지 못하는 '깡통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홍콩에서 깡통 아파트가 나타난 것은 지난 2017년 초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침체기에 충격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부동산 침체기였던 2008∼2013년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서울 -10.0%, 경기 -14.0%, 인천 -3.1% 등 평균 11.1% 하락했다.
서울은 세계에서 거품이 가장 많이 낀 도시 중 하나라는데 이견이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펴낸 '글로벌 부동산 버블 위험 진단 및 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11.2이다.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런던의 8.5와 뉴욕의 5.7보다 높았다. 우리보다 1인당 GDP가 높은 일본의 도쿄나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그리고 싱가포르와 비교해도 집값 수준이 월등히 높다. 넘베오의 2018년 10월의 데이터를 보면 서울은 20.77로 런던이나 싱가포르와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보다 1인당 GDP가 월등히 높은 뉴욕이나 도쿄, 파리, 시드니보다 높다.
부동산 버블은 곧 '빚 폭탄'에 휘청이는 한국경제의 자화상과 같다.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국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95.2%에 달했다. 조사 대상 43개국 중 7위다. 2013년 초 1000조원인 한국의 가계부채는 5년 만에 1500조원으로 급팽창했다.
▲ 자료=현대경제연구원
주식시장에서도 숨죽이고 있었던 버블(거품) 경계론이 점점 고개를 들고 있다. 그간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뿌린 돈(양적완화)은 글로벌 경제 회복에 도움을 줬다. 하지만 자산시장의 거품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전 세계 증시가 너무 고평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이스트 웨스트 인베스트의 케빈 뮤어 전략가는 "증시가 닷컴 버블이 터진 2000년경 수준의 어리석음에 가까워졌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증시의 상승세가 꺾이면 '외풍'에 약한 한국 증시도 영향을 받는다. 실적 우려도 계속 나오고 있다. 코스피200내 개별 기업 주가의 고점 대비 저점까지 하락률 분포도 -30~-60% 구간 비중이 75%나 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긴 어렵지만 2011년 선진국 재정위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신증권은 현재 코스피 지수는 향후 순이익 전망치가 52.4% 낮아질 것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버블의 위험성은 무엇보다 버블 붕괴가 특별한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데 있다. 특히 장기간의 경제 침체를 가져오기도 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의 버블 붕괴에서 볼 수 있듯 버블은 '유동성 파티'에 선제 대응하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과도한 부채 팽창도 버블의 원인이 된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은 '글로벌 부동산 버블 위험 진단 및 영향 분석'보고서에서 "부동산 버블 확대는 금융위기 가능성을 증대시키고, 외환위기나 재정위기, 인플레이션 위기보다는 은행위기나 주식시장 붕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과 관련성이 높다"면서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동반위축에 대비해 컨틴전시플랜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팩트체크] 양진호 때문에 재조명된 이 법, 이완영이 막았다? 11.1 오마이뉴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계류는 한국당 때문' 주장 검증해 보니
▲ 지난 10월 30일 탐사보도전문매체 "셜록"과 "뉴스타파"가 공개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전 직원 폭행 영상. ⓒ 셜록/뉴스타파
자유한국당은 지난 9월에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고 지금 법제사법위원회의 이완영 의원께서 잡으셔서 계류돼 있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9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반드시 협조해주시기 바란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말이다. 최근 탐사보도전문매체 <셜록>과 <뉴스타파>에 의해 직원 폭행·갑질 행각이 드러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을 비판하는 와중이었다. 한 의원은 "엽기적인 방식으로 직원을 괴롭힌 양진호 회장은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노동법을 위반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라면서 "노동부는 즉각 양진호 회장과 관련된, 소속돼 있는 회사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완영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 의원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법사위에 계류시켰다는 한정애 의원의 발언은 사실일까?
[관련 사건 정리] 간호사 태움·대한항공 일가 갑질 등으로 필요성 부각
▲ 지난 8월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 직원들과 시민들 참석해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사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처리를 강조한 이는 한정애 의원뿐만이 아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같은 회의에서 양 회장 사건을 '직장 내 갑질 폭력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필요하다, 이미 국회 환경노동위를 통과해서 법사위에 계류 중인 우리 당 강병원·한정애 의원이 제출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직장갑질 119'의 조혜진 변호사도 전날(10월 31일) YTN라디오 <생생경제>와 한 인터뷰에서 "양진호 회장이 강제적으로 직원들에게 뭔가를 시킨다거나 하는 것도 처벌이 가능하냐"라는 질문에 "소위 말하는 갑질,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것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현재는 마련돼 있지 않다"라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등) 입법안들이 빨리 처리돼야만 실질적으로 문제행위가 발생했을 때 법리적으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19대 국회 당시 한정애 의원이 최초 발의한 법이다. 당시 한 의원은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 금지행위와 처벌조항 등을 담아냈다. 그러나 이 법은 기간 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 때도 여러 차례 발의됐다. 특히 민주당 강병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은 각각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및 피해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다행히 20대 국회 땐 관심이 모였다. 같은 해 '태움(직장 내 괴롭힘) 논란'으로 불거진 간호사의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문제나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대한항공 오너일가 갑질 행태 등이 사회적 문제로 크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 법안들은 지난 9월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아래 환노위)에서 논의돼 다른 의원들이 비슷한 취지로 발의했던 12건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과 함께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안'(위원회)으로 조정·통합,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규정을 근로기준법 내 도입하고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업주의 조치의무를 규정함으로써 직장 내 약자들의 협박, 따돌림 등 부당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한 환노위는 민주당 한정애·서형수 의원 등이 발의했던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이때 상임위 대안 형태로 정리해 통과시켰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조치기준 마련 및 지도·지원을 정부의 책무로 규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검증] 9월 20일 국회 회의록에 적힌 이완영의 발언들
▲ 질의하는 이완영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0월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최완주 서울고등법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법사위는 지난 9월 20일 이를 상정해 논의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이때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대해 가장 먼저 이견을 제시한 이는 이완영 의원이 맞다(관련 회의록은 기사 하단에 첨부). 당시 이완영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가 매우 불명확하다. 아무리 법적으로 처벌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사업체 지도하고 시행돼야 되는 점으로 봐서 이것은 다시 한번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의를 바로 잡고 법을 시행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이 법안을 제2법안심사소위원회(아래 2소위)로 회부할 것을 주장했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도 해당 법안 등을 포함한 다수 법안에 대한 2소위 회부를 주장했다.
2소위는 다른 상임위의 법안을 심사하는 곳으로, 법률 체계·자구를 검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즉 해당 법안의 위헌 여부나 관련 법률과의 체계성 등을 다루는 곳이다. 그러나 2소위는 이를 넘어서 법안의 본질적 내용까지 심사하는 등 타 상임위에서 통과한 법안을 뭉개는 경우가 잦아 '법사위=상원의회' 논란을 자초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었다.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은 2소위가 아닌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시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사실상 2소위로 회부했을 때 불거질 법사위의 '월권' 논란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도 "사실 2소위에 가는 위험성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아무 쟁점이 없는 법안도 시간이 오래 경과되니까 그런 것을 피해보자는 취지로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여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같은 당 백혜련 의원도 "차라리 (2소위가 아닌) 다음 전체회의에 계류하자"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장제원 의원은 "입법 취지라든지 사회적 요구를 다 이해하지만,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휩쓸려 가지고 애매한 문구나 애매한 자구 규정을 정확히 안 한다는 것은 법사위가 해야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완영 의원도 재차 같은 주장을 폈다.
"도대체 어떤 괴롭힘이냐? 정서적인 것이냐? 신체적인 것이냐, 정신적인 것이냐? 이거 매우 주관적인 얘기 아니에요? 그러니까 내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하면 다 괴롭힘이에요. 성희롱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불쾌했다면 성희롱으로 인정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게 최초로 이 법에 들어오는데 어떻게 명확하게, 사업장 내에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바른 정의 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좀 더 논의를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걸 안 하겠다는 취지가 아니고."
이에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해당 법에) 처벌규정이 없고, 고용노동위원회도 직장 내 괴롭힘을 어디까지 둘 것이냐를 앞으로 노사 간에 취업규칙을 통해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했다"라며 "해당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가 됐는데 '직장 내 괴롭힘' 정의 규정 때문에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건 법사위가 지나치게 월권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주장은 통하지 않았다. 여 위원장은 이춘석 의원의 발언을 끝으로 "3당 간사들과 협의한 결과, 2소위에 회부해서 심도 있는 논의와 검토를 하는 것이 옳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라며 더 이상의 논의 없이 2소위 회부를 결정했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이러한 회의록 내용을 보면, 이완영 한국당 의원이 지난 9월 환노위에서 통과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법사위에 붙잡아 계류시켰다는 한정애 의원의 발언은 대체로 사실이다.
참고로 한국당 의원들이 문제 삼았던 '직장 내 괴롭힘'은 해당 법안에서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이 와중에 '총파업' 거론한 현대차 노조 11.1 한국경제
한국GM 노조도 "법인 분리하면 총파업 강행"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총파업 카드’로 회사를 협박하고 나섰다. ‘광주 완성차 공장에 투자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회사가 사상 최악의 경영 실적을 낸 상황에서 총파업 가능성을 거론한 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노조는 “회사가 실적 악화와 경영 위기를 강조하면서도 광주형 일자리 협약을 추진한다면 노사관계는 중대한 파국을 맞을 것”이라며 “회사가 광주형 일자리 협약에 동의하면 총파업을 불사하는 총력 투쟁을 벌이겠다”고 31일 밝혔다.
노조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실적 악화는 품질경영 실패에 따른 리콜충당금(판매보증 충당금)이 2014년 이후 매년 1조원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한다면 경영진을 상대로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광주지역본부와 금속노조 등도 광주형 일자리 협상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업계는 노조가 임금 하락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연봉 3000만원대 자동차 공장을 만들겠다는 이 사업은 고임금·저효율 구조에 눌린 한국 자동차산업이 다시 활기를 찾을지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GM, 안전·편의사양 강화한 2019년형 '이쿼녹스' 내놔
업계 관계자는 “연봉 3000만원대 공장이 생기면 연평균 9200만원(지난해 기준)을 받는 현대차 노조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할 명분이 없어진다”며 “자동차산업이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노조가 총파업으로 회사를 협박하는 건 공멸의 지름길”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는 광주시가 제시한 투자협약서 수정본에 대해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정본은 노동계 요구를 반영해 작성됐다.
한국GM 노조도 “연구개발(R&D) 법인 분리와 관련한 단체교섭 요구를 사측이 계속 거부하면 총파업을 포함한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구 앞에 장사 없다…당도 이기는 ‘합종연횡’11.1 한겨레
박지원·정동영에 ‘이정현’ 뭉치게 한 호남KTX
싸우고 갈라진 의원들도 ‘새만금’ 앞에선 대동단결
‘민주당 진출’ PK, 쪼개진 호남…복잡해진 물밑 논의
299명의 국회의원 중 252명은 지역구를 두고 있습니다. 지역구 의원에게 지역 여론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초선 의원의 경우 지역에서 제대로 한 번 기반을 잡으면 재선, 3선 당선이 훨씬 수월해지는데요. 소속 정당, 추구 이념에 따라 때론 잔인하게 ‘물고 뜯는’ 국회의원들이지만 지역구 이슈에선 당과 별개로 하나가 되기도 합니다. 이제 국회는 국정감사를 거쳐 지역 예산 등이 걸린 예산 심사 국면에 돌입했는데요. ‘당도 이기는 하나됨’을 보다 자주 볼 수 있는 시즌이 시작된 것입니다.
■ 이정현까지 뭉치게 한 호남 KTX
어제(31일) 국회 식당에선 희한한 조합의 조찬 모임이 진행됐습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박지원·장병완·유성엽·황주홍·최경환·김경진·정인화·이용주 의원과 바른미래당 김관영·주승용·김동철·정운천 의원,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에 무소속 이정현·이용호 의원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인데요. 당이 아닌 지역구를 보면 이해가 되는 조합입니다. 호남 의원들인 이들은 “호남 케이티엑스( KTX)에 단거리 노선을 신설하자”는 목소리를 함께 내기 위해 이번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현재 호남 케이티엑스 노선은 충북 청주 오송역을 우회하고 있어, 호남 지역민들의 입장에서는 접근성과 비용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인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역을 신설하고, 이 역을 지나가는 ‘직선 호남 케이티엑스’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세종역 신설의 경우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목소리를 내며 주목을 받게 됐던 이슈인데요. 잘 아시다시피 이 의원의 지역구가 충남 세종시입니다. 충남 세종의 숙원사업과 호남의 바람이 절묘하게 교차되면서 여러 당을 초월한 협업이 시작된 것인데요. 이름은 ‘세종 경유 호남선 케이티엑스 직선화 추진 의원모임’을 줄여 ‘세호추’로 정했습니다.
여기엔 자유한국당 출신이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 뒤 잠행하고 있는 이정현 의원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 시선을 모았는데요. 이 의원의 지역구는 전남 순천이죠. 이 의원과 함께 보수 정당 출신으로 호남에 입성해 화제가 됐던 정운천 의원(전북 전주을)도 이 모임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 싸우고 갈라진 의원들도 ‘새만금’ 앞에선 대동단결
호남 의원들은 요즘 좀 바빴는데요. 지난 30일에는 전북 군산 새만금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반발하는 성명을 함께 발표했습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조배숙·유성엽·김광수·김종회 의원에 바른미래당 김관영·정운천·박주현 의원이 함께 이름을 올렸는데요.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들 가운데 자유한국당 출신의 정운천 의원을 제외하곤 모두 국민의당 출신입니다. 2016년 4월 총선에서 ‘녹색바람’을 타고 국민의당 출마자들이 호남에서 대거 당선됐는데요. 지난 2월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될 때 일부는 민주평화당으로, 나머지는 바른미래당으로, 그리고 소수는 무소속으로 제 갈 길을 가게 됐습니다. 서로 비판하며 참 많이도 싸웠죠. 통합 막바지엔 양 쪽 관계자들 사이에 몸싸움까지 발생할 정도였는데요. 그런데 전북 최대 개발 현안인 새만금과 관련해선 하나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지역 개발과는 다른 이슈입니다만, 호남 의원들은 지난 31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의 조속한 출범을 위한 기자회견도 국회에서 열었는데요. 여기엔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호남 의원들 다수에, 광주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소속인 송갑석 의원이 동참했습니다. 반면 보수 정당 출신의 호남 의원들은 여기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31일 호남 지역구 의원들이 `세종역 포함 호남 KTX 단거리 노선 신설' 논의를 위해 국회에서 조찬 모임을 갖고 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 페이스북
자, 호남 의원들만 움직일리는 없죠. 케이티엑스 세종역이 신설되고 호남선 단선화가 진행될 경우 충북에는 피해가 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충북 오송역 이용객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30일 충북 의원들이 조찬 회동을 가졌습니다. 민주당의 변재일·오제세·이후삼 의원과, 자유한국당의 정우택·박덕흠·경대수 의원이 머리를 맞댔고요. 지역구 의원은 아니지만 충북을 고향으로 둔 비례대표 김수민(바른미래당), 김종대(정의당) 의원도 모임에 참여했습니다. 비례대표의 경우 ‘재선’ 출마를 출신 지역에서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들은 케이티엑스 세종역 신설 저지와 충북 지역 정부 예산 확보 확대를 위해 초당적 협력을 하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각종 법안에서보단 지역구 이슈에서 ‘초당적’이라는 단어가 더 수월하게 작동하는 모양새입니다.
■ ‘보수텃밭’ 무너진 PK, 쪼개진 호남…복잡해진 방정식
과거 양당제 체제에서는 호남은 민주당 계열, 영남은 한국당 계열로 나뉘어 논의가 진행되곤 했는데요. 그만큼 지역별로 뭉치기도 쉽고 전선도 단순했습니다. 지금은 좀 복잡합니다. 보수 정당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피케이(PK) 지역에 민주당 의원이 여럿 진출해있고요. 민주당 텃밭이던 호남(28석)은 민주평화당 14석, 바른미래당 6석, 민주당 5석, 무소속 3석으로 쪼개져 있지요. 그만큼 지역별 ‘물 밑’ 논의가 전보다 다층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데요. 여기에 정계개편 가능성까지 얽힌다면, 물 밑 논의는 그야말로 ‘고차방정식’이 되겠지요.
이런 측면에서 ‘보수 텃밭’ 대구(12석)도 관심을 받는데요. 한국당이 7석으로 여전히 다수지만, 민주당 2석, 바른미래당 1석, 대한애국당 1석, 무소속 1석 등 예전보다 다양하게 구성돼 있습니다.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예산 국면에서도 ‘티케이(TK) 홀대론’을 내세우려고 벼르고 있는데요. 31일 한국당 티케이 의원들은 모임을 열어 티케이 홀대론 등에 대해 공감대를 확인했습니다. 민주당은 2석에 불과하지만 한 명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라 구심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김 장관은 티케이 홀대론에 맞서 정부 예산안의 적절성을 설파하면서도 대구 지역구민을 살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바른미래당 1석은, 야권 재편의 주요 축으로 평가되는 유승민 의원 몫이죠. 한국당 중심의 ‘티케이 홀대론’ 속에서 유 의원은 어떤 스탠스를 취할까요?
개별 의원들의 고차방정식 속에서 대구를 비롯한 전국의 내년도 예산안이 어떻게 확정될지 궁금해집니다. 아, 그리고 케이티엑스 세종역은 ‘세호추’의 바람대로 언젠가 신설될 수 있을까요?
각자도생 강요하는 사회에서 커머닝하기 프레시안 11.1
사회의 공공성 회복과 공유지 운동
1.사회적 공공성의 약화, 각자도생의 시대, 소위 촛불정권의 위기
지난 9월의 남북 정상회담 이후 다소의 반등이 있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정권 초기에 비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제를 둘러싼 논란, 부동산, 교육 등 민생과 직결된 분야에서의 혼란 등이 지지율 하락의 직접적 원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급격한 지지율 하락이 당장 몇 가지 정책 실패에 의해서만 야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러한 민심이반의 배경에는 국가 제도와 정책들의 공공성이 심하게 훼손되어 우리 사회에서 공동체적 삶의 안정성이 극도로 취약해짐에 따라 국민 개개인이 각자도생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위기적 상황이 자리 잡고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국가와 사회의 공공성 상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구조변화가 이루어지면서 지속적으로 심화되어 온 과정의 결과이니 굳이 문재인 정권이 그 책임을 오롯이 뒤집어 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국정 실패와 그에 저항한 촛불항쟁의 결과로 문재인 정권이 탄생했다는 맥락을 고려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상당수의 국민들은 촛불항쟁의 성과로 등장한 문재인 정권은 그 이전의 보수 정권과 달리 우리 사회의 공공성 파괴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보다 적극적일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 달리 문재인 정권은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두려워하여, 부동산과 교육 등 민생과 직결된 분야에서 과감한 개혁을 통해 국가와 사회의 공적인 책임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시행하기를 주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이에 대한 실망감이 최근 지지율 하락의 주된 요인이다. 최저임금 상승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불만, 부동산 가격의 급등에 따라 발작적으로 폭발하는 도시 중산층의 투기적 욕망과 상대적 박탈감,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논쟁 등은 우리 사회의 공공성 상실로 인해 각자도생의 상태에 빠진 서민들의 절박함이 결합되어 나타난 일들이며, 이러한 혼란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문재인 정권의 무기력함이 현재 지지율 하락의 근본 원인인 것이다.
2. 새로운 공공성 가치의 필요성
다시 정리하면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위기의 근원에는 사회적이고 공적인 것을 개인적 이익를 위해 사사로이 이용하거나 사유화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시스템에 의해 사회의 전반적인 공공성이 약화되고 있음이 자리잡고 있다. 사실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모든 국민들로 부터 나오는 국가의 권력을 몇몇 개인이 사유화함을 통해 발생한 것이었고, 이에 대한 민중의 저항이 촛불항쟁이었다. 촛불항쟁으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가권력의 대부분은 일부 정치인과 법조인, 관료 집단에 의해 독점되어 사유화되고 있다. 최근 국민들의 공분을 싸고 있는 사립 유치원 비리 사건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사립 유치원들이 국민의 혈세에 기반한 공공적 자원을 사유화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유화의 문제는 이러학 작은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권력은 재벌과 그 일가에 의해 사유화되어, 국민경제의 효율적 작동을 방해하고 있다. 사회적 공기로 기능해야 할 대학 또한 부패한 사학권력, 폐쇄적 학문권력에 의해 사유화되어, 대학과 학문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비슷한 사회적 공기라 할 수 있는 언론 또한 족벌 언론재벌에 의해 사유화되어 정보와 여론에 대한 왜곡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그 사회적 공공성이 심하게 훼손되어 있다.
이 처럼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적으로 관리되고, 통제되고, 이용되어야 할 수 많은 사회적 권력과 자원들이 기업, 관료, 정치인, 엘리트 집단 등에 의해 독점되어 사적이익을 위해 전유되는 사유화가 사회 곳곳에서 만연하고 있다. 이러한 사유화 체제에 대한 개혁 없이는 한국 사회의 혁신적 변화는 요원하다. 따라서 공공성에 대한 새로운 담론과 가치 정립이 어느 때 보나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1990년대 말의 외환위기가 기폭제가 되어 한국 사회의 급격한 신자유주의적 전환이 이루어지던 2000년대 초중반에 비판적 학자들을 중심으로 공공성 담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적이 있었다. 이는 외환위기의 상황 속에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사회에 급격히 확산되면서 민영화, 사유화가 본격 추진되어 사회의 기본적 안전망과 공공성이 급속히 축소되던 상황에 위기감을 느낀 진보적 학자들과 지식인들의 반작용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공공성 담론은 국가-시장의 이분법에 바탕을 둔 국가주의적 공공성 담론에 치중되어 한국 사회를 짓누르는 사유화 체제에 대한 근본적 도전과 성찰을 이끌어내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었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새로운 공공성의 담론은 국가-시장의 이분법을 뛰어넘는 보다 사회화된 공공성의 가치를 확립하는데 도움을 주는 담론이라 할 수 있다.
3. 공유의 가치를 통한 사회적 공공성의 회복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공유지(혹은 커먼스 commons) 운동은 이 새로운 공공성 담론의 정립에 많은 도움을 준다. 사회학자 윤여일에 따르면, 고전적 의미의 커먼스는 1) 인간 집단이 생존과 생활을 위해 의지하고 이용해야 했던 땅, 산, 숲, 하천, 바다 등 자연의 자연자원과 2) 그 자원들을 함께 이용, 관리하기 위해 형성된 협력적인 사회적 관계와 제도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정의된다(2017, "공동자원론, 오늘의 한국사회를 묻다"). 물론 이러한 전통적 의미의 커먼스와 그와 연결된 공동체는 근대적인 국가 시스템이 자리잡고 자본주의 경제질서가 일반화되면서 점차 사라져갔다. 특히, 사유재산제가 보편화되면서 공동의 자원을 같이 사용하고 관리하는 것은 낡고 사라져야 할 전근대적인 삶의 양식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커먼스는 공동의 자연자원이나 전통적 공동체의 협동과 집단주의 문화를 뛰어넘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물과 토지 같은 자연자원 뿐만 아니라 문화적 인공물, 지식 생산물 등과 같은 인간이 만든 사회적 산물도 커먼스에 포함시키면서, 이러한 공동자원을 같이 만들어 사용하고, 관리하는 다양한 활동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커먼스의 범위가 확대되고 공유화를 위한 커머닝(commoning) 활동의 방식이 다양해지는 최근의 변화는 신자유주의의 확산에 의해 사유화로 인한 사회적 위기가 더욱 더 심화된 것과 관련된다. 저명한 비판 지리학자이자 사회이론가인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는 자본주의 출발의 기초가 되었던 시원적인 부의 축적이 인클로저의 형성과 같이 이전까지 사회적으로 공유되던 것들을 사유화 시키는 방식을 통해 이루어진 것처럼, 자본주의 체제는 갖가지 정치, 사회적인 강제력을 동원하여 공유되던 자원을 사유화하는 과정을 통해 지탱이 된다고 강조하였다. 이를 '탈취에 의한 축적(accumulation by disposession)'이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경향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더 극대화되어, 물, 자연경관, 에너지, 공적연금, 교육, 의료, 주택, 지적 생산물 등 그 이전까지는 국가 기구나 다양한 공동체에 의해 공동으로 소유되고 이용되던 자원들을 민영화하거나 사유화하여, 상품화하고 이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방식이 보편화된다고 하비는 주장하였다.
이처럼 신자유주의화는 사회적인 것의 사유화 경향을 강화하고 커먼스를 파괴하여, 궁극적으로 공동체의 붕괴, 자원배분 부정의의 심화,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환경적 위험의 증대 등과 같은 사회적 위기를 증폭시켰다. 최근들어 커먼스 운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커먼스의 개념이 확대되어 새롭게 재해석되는 것은 이러한 위기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다. 특히, 자원의 관리나 정치경제적 활동에 대한 조정과 통제의 주체가 국가라는 공적 기구가 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시장이라는 사적 영역에 내버려 두어야 하는지로 나뉘어 경쟁하던 기존의 정치경제적 패러다임과 달리, 최근의 커먼스 패러다임은 국가나 시장에 내버려두지 말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자치적 운영을 바탕으로 사회적 자원을 공유하여 사용하고 공동으로 관리하여 책임지는 커머닝의 실천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즉, 사회의 공공성 향상에 대해 국가-시장의 이분법에 빠진 기존의 관점을 넘어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4. 도시: 공유지 운동과 공공성 회복을 위한 핵심 전쟁터
최근 도시개발의 이익이 사유화되면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된 데서 잘 드러나듯, 한국 사회에서 사유화의 문제가 일상의 차원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곳은 도시공간이다. 도시는 사람들의 일상적 삶이 펼쳐지고 온갖 만남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사회적 공간인 동시에, 그 공간을 이용하고 전유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집합적으로 만들어낸 공동의 생산물이자 작품이다. 하지만, 투기적 욕망에 기댄 도시개발과정은 이윤 추구를 위한 공간의 사유화와 상품화를 초래하여, 도시를 자유로운 소통과 만남의 공간으로 자리 잡는 것을 막고 모두의 작품이어야 할 도시를 소수의 독점물로 만들고 있다. 투기적 개발과 공간의 사유화로 인해 도시공간에는 수많은 인클로저들이 만들어지고, 그 결과로 임대료 상승, 주거비 급등, 내쫓김, 젠트리피케이션 등과 같은 불행과 재난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 사람들은 파괴적인 도시화 과정을 나날의 삶 속에서 겪으면서, 경쟁과 약육강식의 자본주의적 가치를 내면화하고 스스로의 삶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한국의 도시에서는 최근 들어 이러한 사유화의 문제에 저항하는 다양한 유형의 공유지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홍대의 두리반, 인천의 배다리 마을, 성북공유지 원탁회의, 이태원의 테이크아웃드로잉, 경의선공유지 운동 등 지난 10여 년간 다양한 방식의 공유지 운동이 한국 도시의 곳곳에서 등장하였고 나름의 생명력을 가지고 성장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지금 현재 공덕역 옆의 경의선 부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유지 운동이다. 사실 서울에서 경의선은 도시 공간 사유화의 폐해인 젠트리피케이션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2005년 경의선 일부 구간이 지하화되면서 그 지상구간에 대한 공원화와 대규모 상업적 재개발이 실시되었고, 이는 인근 지역에서 극심한 임대료 상승과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를 유발하였다. 다행히도 경의선 부지 중 공덕역 바로 옆 공간은 아직 미개발된 채로 남아있다. 이 공간에 대해 시민주체들은 투기적 개발이익을 추구하는 상업화된 공간개발이 아닌 공유지 원리에 입각한 도시공간의 활용이라는 대안적 이용방식을 제안하였고, ‘늘장협동조합’을 만들어 2013-15년까지 플리마켓 등을 운영하며 지역경제생태계 활성화와 공유지의 공공성을 확보하려 노력하였다. 하지만 이 공간에서 마저도 대기업에 의한 개발이 추진되었다. 사용되지 않는 철도시설과 부지에 대한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철도시설관리공단은 이 공간의 개발권을 이랜드에게 넘겼고, 이랜드는 이랜드공덕이라는 개발회사를 만들어 이 공간에 대한 개발을 추진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늘장협동조합’은 2015년 말에 마포구로부터 퇴거명령을 받았다. 이에 여러 시민주체가 ‘늘장협동조합’과 결합해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을 조직해 활동을 시작했다.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은 시민주체가 직접 계획하고 만들고 활용하는 시민주도의 주체적 공유지 활용을 모색하며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현재 경의선 공유지 운동주체들은 단순한 공간의 점거와 대안적 활용을 추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유화 방식에 기댄 투기적 도시화를 넘어 공유의 원칙을 바탕으로 한 대안적 도시개발의 실천 모델을 만들어 보려는 야심찬 기획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연구자, 예술가, 문화활동가 등과 결합하여 '연구자의 집', '공유도시랩' 등을 이 공간에 설립하여 새로운 도시/사회 혁신의 실험장을 건설하려 노력하고 있다. 경의선 철길 주변에는 서강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 유수의 대학들이 위치해 있고, 그 뿐 아니라 이 곳 경의선공유지가 서울의 그 외 주요 대학으로의 접근성도 매우 좋은 편이다. 이들 대학의 내부와 외부에서 생성된 지식, 문화, 예술의 다양한 가치들이 공덕역 옆 경의선 부지에서 모이고 공유되며, 시민들의 자발적 힘과 결합되어 보다 포용적이고 공동체 지향적인 사회혁신과 도시재생의 새로운 에너지가 창발되기를 이들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에서 잘 보여지듯, 공유지 운동은 권력과 자원을 여러 시민들이 공동으로 생산하고 나누며 새롭게 사회화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각자도생이 강요되는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직면하는 다양한 삶의 위기를 개별화된 개인들이 따로따로 극복하려 노력하기 보다, 서로 연결하고 의지하면서 극복하는 보다 사회화된 시스템이 새롭게 창출되어 그 동안 파괴된 우리 사회의 공공성의 가치가 새롭게 정립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유화한 국가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의 결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은 더 이상 사유화 체제의 기득권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국가와 사회의 공공성 회복에 소극적으로 임하지 말고, 공유지 운동과 같이 사회의 공공성을 되살리려는 시민들의 자발적 노력을 적극 지원하여 우리 국가와 사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길에 적극 나설 것을 간절히 바란다. / 프레시안 18.11.1 박배균 서울대학교 교수
"빨갱이 영화잖아!" 극장 나간 노인들... 그 후 벌어진 일 11.2 오마이뉴스
[리뷰+현장] 다큐멘터리 영화 <하동채복 : 두 사람의 노래>
"저건 빨갱이 영화잖아! 저딴 걸 영화로 만들어 가지고 쯧쯧..."
"그러게, 꼴 보기 싫은데 그냥 나가자구마!"
영화가 중반에 이르렀을 때 쯤 노인 몇 사람이 주춤주춤 자리에서 일어나 어두운 통로로 빠져나갔다. 서울노인영화제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27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제11회 서울노인영화제'에 출품된 영화들은 대다수가 단편독립영화들이지만, 이날 상영된 영화는 특별했다. 국내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로, 남승석 감독이 만든 <하동채복 : 두 사람의 노래>였다. 영화는 부부인 김하동, 김채복씨가 1980년대 과거를 회상하거나 당시 구치소에서 썼던 편지를 읽는 장면으로 채워졌다. 부부는 편지를 읽으며 때로는 울먹이기도 하고 때로는 담담하게 웃기도 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어느덧 노년에 접어든 두 주인공은 현재 귀농하여 경상도 한 농촌 마을에서 포도농사를 짓고 있다. 영화는 밭을 가꾸고 토마토를 수확하는 등 부부의 일상 공간을 조명한다. 카메라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카메라는 조금은 특이한 형태의 그들의 주택을 중심으로 커가는 농작물과 햇살, 주택의 작은 다락방 유리천장을 통해 볼 수 있는 하늘, 창밖으로 바라보이는 계절의 변화들이 부부의 수많은 편지들과 맞물려 돌아간다. 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삶이 자연스럽게 서로 어우러지게 만든 것이다.
30여 년 전 부부가 겪은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
▲<하동채복: 두 사람의 노래> 스틸 컷ⓒ 남승석
영화는 30여 년 전 부부가 겪은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편지)을 통해 이들의 현재를 바라본다. 지금은 담담해 보이는 부부의 삶 이면에는 1980년대 대학시절과 노동운동, 구치소에서 보낸 시간이 자리하고 있다.
하동이 당시 노동자들의 고달픈 삶에 대해 인식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새까만 기름에 찌들고 먼지를 뒤집어쓴 형의 모습을 보게되면서다. 그 전까지 하동의 기억 속에는 말쑥한 차림으로 출퇴근을 하던 형의 모습이 자리 잡고 있었다. 채복 또한 당시 공장지대였던 구로동 성당의 학생회를 통해 어두운 사회상과 열악한 여성노동자들의 슬픈 현실을 알게됐다.
그때부터 두 사람의 청춘은 젊음과 낭만, 좋은 직장에 대한 욕구보다 시대를 향한 고민으로 가득찬다. 두 사람은 인권신장과 노동운동을 하면서 암흑 같은 시대를 함께 고민했다. 또 독재타도와 민주화를 외치고 열망하면서 서로를 향한 애틋함도 커져만 갔다.
보안사요원에게 검거되어 구치소에서 쓴 편지에는 어머니와 가족,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가 담겨 있다. 그 편지에서는 현재를 감각하고 기대하는 모습도 묻어난다. 30년 전 편지를 읽는 부부의 모습에서는 가끔씩 망각과 민망함, 아픔이 묻어나고 어두운 시대적 상황에 당당하게 맞섰던 보람도 엿보인다.
▲광화문광장 촛불집회ⓒ 이승철
그리고 영화는 이들이 바로 광장을 밝힌 촛불의 주인공(들)이 '우리'임을 보여준다. 과거의 편지를 읽거나 그 시절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중간 중간에 잠깐씩 등장하는 영상은 참으로 특별하다. 한 시대의 마감과 새로운 시대를 일궈냈던 바로 그 현장, 광화문 촛불광장의 모습이다. 다양한 요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마치 어느 축제의 현장처럼 보였다.
"저는 당시 대학생이었고 어린 여공들 대부분은 저보다 몇 살씩 어린 동생들이었어요. 저에게 언니라고 부르며 따랐던 그들이었지만 실제로는 제가 그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요. 대학생인 제가 부끄럽기도 했구요."(채복)
"물론 지금도 우리가 바라는 만큼의 만족스러운 세상은 아니지요. 그렇지만 희망은 보이잖아요? 지난 촛불광장을 보면 이제는 어느 누구 몇 사람이 이끄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세상이 된 것 같아요."(하동)
채복과 하동 두 사람은 영화 속에서 담담하게 말했다. 영화 속 부부는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젊은 시절 연애편지(?) 속에 담긴 수많은 사연들은 한국의 어제와 오늘을 이어주는 세월의 물결만큼이나 결이 많았다.
"참 감동적이네, 저런 사람들 덕분에 오늘 우리가 이렇게 누리고 사는 것 같아."
"그러게 말이야, 좋은 대학도 나오고 편히 잘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인데~ 눈물이 자꾸 나와서~우린 저런 사람들에게 빚진 인생이야..."
105분짜리 다큐 영화를 다 보고 일어서던 두 사람이 조그맣게 나누는 대화가 얼핏 귀에 들어왔다.
이어진 감독과의 대화에서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를 물었다. 감독은 "아는 후배에게서 80년대 노동운동을 하며 고초를 겪었던 부부가 당시 주고받았던 편지 한 상자를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수소문 끝에 만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민족이라는 키워드 속에서 개인의 트라우마가 어떻게 형성되고 지속되어왔는지, 고통스러운 과거의 공간이 현재 어떤 의미로 존재할 수 있는지, 이러한 공간에서 개인의 정체성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질문한다. 하동과 채복은 구로공단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그들은 구로공단 노동자들을 해방시키려는 참된 삶을 선택하였다. 그들의 삶, 그들의 청춘, 그들이 품었던 꿈과 희망 그러나 결국 절망적이었던 실재 기억을 영화적으로 구성했다."
남승석 감독은 2008년에 극영화 <키키+고도>(72분)를 비롯하여 2009년에 역시 극영화 <브레인 커뮤니케이션>(24분)과 <니나>(63분), 그리고 2010년에도 역시 극영화 <지혜>(97분)와 <부스>(19분) 등 5편의 영화를 만들어 내놓은 바 있다.
이번 <하동채복 : 두 사람의 노래>는 그의 여섯 번째 작품임과 동시에 첫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다. 그는 이번 다큐멘터리 영화에 자신의 역사의식과 인생관을 고스란히 담아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물했다. 30대 후반의 젊은 영화감독 남승석, 앞으로 그가 꽃피울 영화인생이 기대가 된다.
조선일보,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는 “안보 사치” 112 미디어오늘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120만 북한군이 지척에서 위협” vs “합리적 대체복무제 서둘러야”
병역의무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로 제재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 14년만이다. 지난 2004년 7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뒤집혔다.
대법원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승헌(34)씨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 2일자 서울신문
2일 아침 종합일간지는 일제히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 소식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을 두고 “지금 평화가 온 듯하지만 실은 정규군만 120만명에 달하고 핵과 생화학 무기로 무장한 북한군이 지척에서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나라가 설마 전쟁이 나겠느냐는 심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언론은 대법원의 선고는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고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합리적 대체복무제’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2일자 아침 종합일간지에 실린 관련 기사 제목이다.
조선 : 대법 “종교적 병역거부 무죄”… 14년만에 뒤집다 (1면)
동아 :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자 감옥 안간다 (1면)
중앙 : 종교적 병역거부자 앞으론 감옥 안 간다 (1면)
경향 : 양심적 병역거부 ‘죄’를 벗다 (1면)
한겨레 :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70년 이어온 처벌 멈췄다 (1면)
한국 : 징병제 69년만에... 대법 “양심적 병역거부는 무죄” 첫 판결 (1면)
서울 : 대법원 “종교·양심적 병역 거부 무죄” (1면)
국민 : 거센 형평성 논란에도… 大法, 판례 14년 만에 뒤집었다 (2면)
세계 : “누구는 가고 싶어 가나요?”…‘병역거부 무죄’ 후폭풍 (1면)
조선일보는 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조선은 2일자 10면 머리에 “‘양심적 병역거부자 석방을’ vs ‘누군 양심이 없어 군대갔나’”라는 제목을 달고 찬반 여론이 엇갈렸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현 대법원과 2004년 대법원은 모두 종교적 병역 거부가 ‘소극적 양심 실현의 자유’에 따른 행동으로 봤지만, 과거 대법원은 이 ‘양심 실현의 자유’는 병역의무라는 또 다른 가치에 의해 제한될 수 있는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70년의 징병제의 역사에서 대법원의 판단이 지난 2004년의 대법과 2018년의 대법이 어떤 쟁점을 갖고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를 보도하기보다는 ‘2004년 대법원과 현 대법원 vs 과거 대법원’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을 해석하면서 여론이 엇갈렸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판결 이후 여론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며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진보 성향 단체들은 대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병역거부자 석방하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보도했다. 이어 “김영길 바른군인권연구소 대표와 네티즌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법원 판결은 무효’라는 내용의 청원이 160여 건 올라왔다”고 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2면 기사에 ‘대법원 판단 14년만에 어떻게 달라졌나’라는 제목의 표를 만들어 2004년 전원합의체 판결과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어떤 쟁점을 갖고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했다. 한국일보는 쟁점을 △유·무죄 △ 입영이 불가능한 ‘정당한 사유’란 △양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가 △ 대체복무 도입과의 연관관계 △병역·징역 말고는 대안이 없나 등 크게 5가지로 나눴다.
▲ 2일자 한국일보에 실린 대법원 판단 14년만에 어떻게 달라졌나 그래픽
한편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각각 8면에 “병역거부 수감자 71명…‘사면·복권 이뤄져야’”, 6면에 “유죄 받은 병역거부자들 ‘특별사면 가능성’”이라는 제목을 달고 “병역거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병역거부자들에 대해서는 특별사면 가능성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아침 신문은 일제히 사설도 냈다. 조선일보는 사설 제목을 “우리 사회 안보 사치와 ‘설마’ 병(病) 보여준 ‘병역 거부’ 판결”라고 뽑았다. 조선일보는 “대법원이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14년 만에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라며 “중대한 문제에 대한 법원 판단이 철마다 달라지는 유행 같다”고 주장했다.
▲ 2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지금 평화가 온 듯하지만 실은 정규군만 120만명에 달하고 핵과 생화학 무기로 무장한 북한군이 지척에서 위협하고 있다. 우리처럼 엄중한 안보 상황에 있지 않은 나라라면 ‘소수자에 대한 관용'도 존중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판결을 보면서 나라가 안보 사치에 빠져 국가 생존을 놓고 공론(空論)을 벌이고 있는 것만 같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는 “현역 복무하는 청년들 박탈감은 어떡할 건가”라는 사설 제목을 달고 “무엇보다 현역으로 복무하는 청년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심적 병역거부 인정은 세계적 추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절대다수가 특정 종파 소속 신도라는 게 문제다. 이 종파 소속 신도이기만 하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대체복무제를 허용할 것인지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와 국민일보를 뺀 다른 신문은 사설에서 “국회가 하루빨리 대체복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남북이 대치하는 안보 상황과 병역 특혜에 민감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양심의 자유는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헌법상 기본권이며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남은 과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떳떳하게 국가에 기여하고, 병역특혜 논란이 일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대체복무제를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너희도 커봐라, 그런다고 나라 안 바뀐다…어른들 그런 말 안 했으면”
선거부터 예산심의까지 금천구 청소년의회
유리벽에 목소리 적은 ‘작은 의원’들 지난달 28일 서울시 금천구 청소년의회에서 열심히 활동해 온 김지호양, 이정은양, 신지민군(왼쪽부터)이 평소 회의 공간인 금천구 청춘삘딩에서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유리창에 펜으로 쓴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모두들 말은 씩씩하게 하면서도 쑥스러운 것도 많은 마음 고운 학생들이었다. 자신이 “아이돌 그룹 ‘하이라이트’의 윤두준 팬이라는 걸 써 줄 수 있느냐”고 수줍게 물어보는 정은이, 키 작은 동생들에 맞춰 ‘매너다리’로 키를 줄인 지호의 마음 씀, 시키지 않아도 사진촬영에 필요한 것들을 조용히 챙기는 지민이의 행동거지에 미소가 지어졌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대한민국에서 청소년은 애매한 위치다. 나라의 주역이라면서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이가 없고, ‘알바’를 할 땐 각종 규정을 악용해 최저임금도 주지 않고 만만하게 부리는 대상이다. 툭하면 쓸데없는 생각 말고 공부만 하라는 핀잔이 돌아오고, 뭘 제대로 해 볼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는데 ‘요즘 애들은 할 줄 아는 게 없고 나약하다’며 비판받는다. 각종 ‘위험요소’를 없앤 ‘정치·사회적 진공상태’에서, ‘학생답게’라는 말에 갇혀 금지어만 많은 시기. 어른들 뜻대로, 똑같은 규격대로 살아가는 그야말로 ‘미생’들이다.
11월3일은 각종 학생행사로 기념하는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일(구학생의날)이다. 1929년 10월30일 전남 나주역에서 벌어진 한국인 여학생 희롱에 격분한 광주고보 학생들의 항일시위로 촉발된 89년 전의 이날, 학생들은 사회의 주축이었다. 당당히 목소리를 내며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참여했고, 사회를 이끌었다.
학생들에게 다시 사회적 발언권을 주자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에 청소년의회가 생기고 있다. 서울은 25개 구 중 11곳에서 운영 중이다. 활발한 활동으로 유명한 금천구를 찾았다. 금천구 청소년의회에서 오래, 열심히 활동한 중·고생 3명을 추천받아 다양한 의정활동으로 단단하게 여문 그들의 나이테를 함께 펼쳐 봤다.
■총선, 예산심의, 청소년 참정권 실험장
“난곡중 3학년 이정은이에요. 금천구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을 발표한 ‘인권을찾았당’ 당대표고요. 지난해엔 상임위원회인 참여위원회 위원장을 했어요.” “세일중 3학년 신지민이고요. 저도 정은이와 같은 당이에요. 사회참여에 관심이 많다 보니 학교 학생회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셨는데, 예산심의나 정책 개발, 실현 과정이 너무 좋고 재미있어서 앞으로도 계속하려고요.” “동일여고 3학년 김지호예요. 고 1때 의회에 들어와 작년 2대 의회에서 청소년 참정권 확대를 요구한 ‘할수있당’ 당대표로 활동했어요. 지난 6월13일엔 금천구 청소년 모의투표 선거관리위원장도 했고요.”
1~2년씩 의정활동 경험이 있는 전·현직 청소년 의원들. 인터뷰 내내 밝고 당당했다. 진지하고도 사려 깊었다.
금천구 청소년의회는 꽤 유명하다.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청소년들이 직접 투표권을 행사해 의원들을 뽑는 총선거를 도입했고, 전국에서 최초로 청소년의회에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구청의 청소년 관련 예산도 심의하는 등 실질적인 청소년 자치 활동이 활발하다. 구청은 청소년의회에 많은 것을 믿고 맡겼고, 청소년의회는 적극적인 활동으로 신나게 화답했다.
서울 11곳 중 의정활동 ‘최고’
교복 개선부터 학생인권까지
직접 뽑은 의원이 정책 만들어
교육감 후보, 질의서 묵묵부답
정치인들은 행사 와서 촬영만
“목소리를 내고 함께 참여하니
우리 원하는 대로 바뀌던데요”
인터뷰 마치고 돌아서는데…
“우리 말 들어줘서 감사해요”
우리 당 ‘총선거 공약’ 들어보세요 서울 금천구는 2016년부터 지자체 최초로 관내 청소년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해마다 청소년 총선거를 실시해 청소년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지난 9월8일 제3대 금천구 청소년 총선거가 진행된 구청 대강당 앞에서 각 정당이 마지막 선거유세를 펼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꿈드림당, 우리가당당히지킨당당, 인권을찾았당, 타당타당. 금천구 청소년의회는 4개 정책정당이 정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받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구성된다. 꿈지락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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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교육청과의 협력사업인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참여하면서, 지역 내 청년단체 ‘꿈지락네트워크’의 아이디어로 청소년 민주시민교육인 ‘교복 입은 시민’을 해보자고 한 것이 시작이었다. 각 학교 학생회와 지역 내 청소년 자치활동에 참여하는 학생 120여명을 추천받아 금천구 청소년의회 초대 의회를 구성했다. 초대 의회의 역할은 의회 구성의 틀을 만드는 것. 국가적인 총선이 치러지는 이듬해, 금천구 청소년 의회도 청소년 유권자들이 직접 의원들을 뽑는 총선거를 실시하기로 하고 투표의 룰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의원 몇 명을 어떤 방법으로 선출하면 좋을까” 난상 토론이 벌어졌다. 개개인이 등록하는 개별 출마는 인기투표로 치우치기 쉽다는 위험성이 지적됐다. 참여 학교별로 의원을 뽑자는 안은 학교 인원수 많은 곳이 유리하다는 문제점이, 지역구를 만들어 대표를 뽑자는 안은 유권자 수가 균등하지 않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아 그럼 생각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그룹끼리 정책 대결을 벌이고 그룹에 투표하는 것이 어떨까.” 오랜 논의 끝에 스스로 찾아낸 이 방법이 “가장 공평하고 좋아 보여” 통과됐다. 정당에 투표하고 득표수에 비례해 당별 명부에 있는 의원을 선출하는 방법이다. 같은 생각끼리 모인 곳이 정당이란 것도 논의를 하면서 알게 됐다. 의원 수도 구의원보다 2배 많은 스무명이 좋겠다고 스스로 결정했다.
정치권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연동형 비례제도가 이렇게 금천구 청소년의회에선 처음부터 자리 잡았다. 청소년 의원들은 이곳에서 3년째 좋은 정책들로 서로 경쟁하고 있다. 평소 정책 경쟁을 벌이며 청소년 공간 발굴에 힘써 온 정당이 있었기에 금천구는 25개 자치구마다 청소년들이 원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청소년 아지트 사업에 올해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해관계에 휩싸이는 어른들과는 달리 소수정당도 상임위원장을 맡을 수 있도록 보장하자는 주장에 모두 이견 없이 합의해 실천하고 있다.
■자발적 참여, 몸으로 익히는 민주주의
올해는 지방선거로, 금천구 청소년의회 일정이 2~3달씩 늦어졌다. 3대 의원들은 지난달 13일 당선증을 받고 1년 임기를 시작했다.
이달 중 본회의를 진행하고 공약 중 우선순위를 정해 구청에 제안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금천구청의 주민참여예산 중 청소년 관련 예산 심의, 의결에 참여한다. 1대 땐 1억8000만원, 2대 땐 2억3000만원을 심의했다.
이번 총선거에서 최고 득표율로 제1당이 된 ‘인권을찾았당’은 ‘인권퀴즈대회’와 ‘인권침해 사례 뮤지컬 제작’을, ‘우리가당당히지킨당당’은 ‘블랙교칙마켓’을 열어 나쁜 교칙인 블랙교칙을 개정하는 운동과 실용적이고 성평등한 교복만들기를, ‘꿈드림당’은 ‘현실성 있는 진로직업체험 프로그램 만들기’를, ‘타당타당’은 학생을 통제하기 위한 불합리한 ‘학교의 상벌점제도의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학생들의 삶과 밀접한 의미 있는 공약들이다. 각 당엔 7, 6, 4, 3석이 배분됐다.
의회활동을 하며 뿌듯했던 경험으로 정은양은 “다른 학교 친구들을 만나서 우리 학교는 이게 좋다, 이건 안 좋다고 정보와 의견을 교환한 것”을, 지민군은 “구청 청소년 업무 관련 담당자에서 설명 듣고 질문도 하며 주민참여예산제 심의를 했던 경험”을 꼽았다. 지민군은 심의 과정에서 “우리가 생각보다 힘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다고 했다.
올해 고3인 지호양은 바쁜 가운데 주관했던 6월13일 금천구 청소년 모의투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사실 고3이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작년에 제가 ‘할수있당’ 당대표로 활동하면서 청소년 참정권, 특히 교육감 선거권은 청소년들에게 무조건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했던 터라, 청소년들이 선거에 관심이 많다는 것과 가능성을 보여주자는 생각에 모의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아 진행했어요. 실제 투표도 아니고, 투표 하기 전, 올바른 투표에 대한 교육까지 받아야 하는 귀찮은 과정이었음에도 843명의 청소년들이 와서 진지하게 투표에 임했어요. 청소년들의 성숙한 의식으로 사회적 주목을 받은 것은 제게 점수 몇 점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만약 청소년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자, 기다렸다는 듯 얘기를 쏟아냈다. 한번 터진 봇물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지민=“제일 먼저 교복과 교칙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후드티 교복도 등장했다는데, 학생들 의견을 들어 편한 교복으로 바꾸거나, 체육복 등교를 허용하도록 할 거예요. 상벌점도 좀 객관적인 기준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교사지시 불이행’ 벌점이 가장 큰데 그게 들쭉날쭉이라 반발이 심해요.”
정은=“맞아요 맞아. 학교에서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옷이 최고 아닌가요. 독서실 갈때 체육복, 트레이닝복 입지, 누가 치마를 입고 가나요. 여자 하복은 짧아서 손 올리면 배가 보이고, 고개 숙이면 속옷이 보일 지경이에요. 겨울에는 치마 교복이 너무 춥고요. 복장, 화장 조금만 자유롭게 해 주면 선생님과 부딪치는 일도 줄어들 텐데 무조건 금지하니 반발심에 더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민=“남학생들은 교복 입고 축구하다가 바지 터지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들에게 불편한 규정 때문에 오히려 학생다움을 펼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정은=“전 그냥 노는 시간이 돼 버린 주 2시간의 자유학년제를 좀 더 실질적으로 바꿨으면 좋겠어요.”
지호=“한번에 원하는 대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아요. 그래도 순서가 잘못됐다는 거죠. 청소년에게 물어보지 않고 어른들이 생각하는 청소년으로 바꾸려는 것이오. 청소년이 어떻게 바뀌고 싶은지 한번이라도 들었으면 좋겠어요.”
■ 내 삶 바꾸는 의회 활동 격려해 주세요
1대 때는 의회만 구성했지만, 2대 때는 집행력을 높이자는 아이들의 결의로 당마다 장관을 뽑고 총리를 정해 ‘마을정부’라는 일종의 행정부를 구성했다. 그런데, 취지와는 달리 정부와 의회가 소통이 안 되며 성과가 미흡했다. 아이들은 실패를 ‘쿨’하게 받아들이고 지난해 말 의회체제로 다시 돌아가기로 결정, 기존 정당도 모두 해산했다. 그야말로 사회교과서 속 민주주의의 이론과 실제를 몸으로 체험하는 중이다. 아이들은 본인이 참여하고 결정하는 정치의 매력에 단단히 빠진 듯했다. 3명 모두 “정치란 우리 삶을 바꾸는 것”, “목소리를 내고 참여하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바뀐다는 것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학교 공부와 동아리, 알바로 바쁘지만 시간을 아껴 의회활동에 기꺼이 참여하는 이유다.
지호양은 “학교 사회시간보다 의회에서 훨씬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의회라는 장이 생기니 그동안 듣지 않던 우리들의 이야기에 그래도 관심을 가져 주시더라구요. 청소년의회가 점점 많이 생기고 활성화되고, 네트워크도 많아지면 좋겠어요. 청소년들이 사실 사회에 관심이 많지만 의견을 모으고 직접 목소리를 낼 기회, 배우고 논의할 장이 부족해요. 생각해 보면 4·19, 5·18, 촛불집회 때도 교복 입은 중·고생의 역할이 컸는데 말이죠.”
한편으론 아이들의 활동에 기를 꺾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청소년들의 의회 활동을 진심으로 격려하고 지원해 주는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변 어른들의 시선이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에 따뜻하지 않다는 걸 느껴요. 캠프 간다고 금천구청 앞에 모였는데 ‘학생들이 이런 거 한다고 나라가 바뀔 것 같으냐. 너희도 커 봐라, 뜻대로 되는 거 별로 없다’고 어른들 몇 분이 잔소리하시는 통에 정말 힘들었어요. 우리가 나라의 미래라고 하면서 기회도 안 주고 우릴 믿어 주지도 않으시면 어떻게 하나요.”(정은)
“우리가 유권자가 아니어서 그런지 교육감 후보들조차 청소년보다는 부모님 입장에서 내놓은 공약들이 많더라고요. 저희가 질의서를 보냈는데 답변이 안 와 직접 찾아가서 받아야 했어요. 실망스러웠습니다. 문 대통령님 공약에서도 청소년 공약은 눈에 띄는 게 거의 없었어요. 관심을 가져주세요. 청소년 행사에 와서 카메라만 의식하는 정치인들도 꼴불견입니다. 우리는 다 보고 있습니다.”(정은, 지민, 지호)
박석준 꿈지락네트워크대표(31)는 “아이들이 순수한 열정으로 진지하게 참여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가 그동안 청소년들에게 기회를 참 안 줬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사회 참여 기회가 많아지면 우리 사회의 역량이 커지는 것이다. 시민으로의 성장을 적극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소년의회의 성과로는 “청소년들에게 공론장을 열고, 그들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는 장치를 만든 것”이라 자평했다.
수능과 기말고사 2주~열흘 전, 바쁜 시간을 내 열심히 인터뷰하던 아이들이 헤어지며 하는 말은 “저희 말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였다. 진심으로 아이들의 얘기를 듣는 어른들이 이토록 없었던 걸까. 보호라는 명목으로, 모든 걸 하지 말라며 날개를 꺾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울컥했다
트럼프 한마디에 울고 웃는 코스피···7년만에 최고 상승률
2일 코스피 지수가 2096.00포인트로 상승 마감했다. (사진: 한국거래소 제공)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국내 증시가 널뛰고 있다. 2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71.54포인트(3.53%) 오른 2096.00으로 마감했다. 이는 하루에 83포인트 오른 2011년 9월 27일 이후 7년1개월여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상승률도 2011년 12월 1일(3.72%)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번주 초인 지난달 29일 종가 기준으로 1년 11개월만에 2000선 아래로 무너져 ‘증시 패닉’ 상태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33.19포인트(5.05%) 오른 690.65로 마감했다.
이처럼 한 주만에 국내 증시가 극단을 달린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전날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무역 갈등을 원치 않다는 통화를 한 사실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트럼트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매우 긴, 그러나 생산적인 통화를 했다”면서 “논의가 좋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에 이달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때 중국과 핵심 안건 타결을 위한 초안 작성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타결 기대에 힘입어 (이날 코스피 지수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지난달 중순부터 대폭 코스피 지수가 떨어진 이유도 ‘트럼프 대통령’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에 무역협상 관련해 ‘양보’를 요구하고, G20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 협상을 배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미국 증시를 비롯해 코스피 지수가 급락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해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된 것이다.
결국 미·중 무역분쟁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에 따라 국내 증시의 향후 전망도 가늠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역시 트럼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글로벌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다”며 “무역분쟁이라는 것 자체가 정치적 이벤트인 데다가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의 특성까지 더해져 현 상황에 대해서는 단기 전망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증시 흔들고, 기업 망치고, 생사람 잡는 “지라시 사절 ”
금융위원회가 긴급 회의를 열고 증시안정 대책을 고민하던 지난달 30일 오전. 미국 재무부가 한국의 은행 한 곳에 대해 북한 송금 연루건으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취할 예정이라는 풍문이 돌았다. 코스피가 20% 가까이 폭락했음에도 연기금이 투입되지 않고, 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이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오후에는 구체적 은행 이름이 돌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근무 중 아내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그는 “아내가 은행이 미국 제재를 받는다는 소문이 있던데 예치금을 빼야 하느냐고 지인이 물었다고 했다”면서 “사실 확인을 해달라고 하기에 염려하지 말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그는 “요즘처럼 민감하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는 뜬금없는 지라시(증권가 정보지)가 영업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만약 실제 조치를 받게 되면 은행은 국제금융망에서 퇴출돼 파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당일 코스피는 6거래일 만에 상승 마감했지만 은행주만 일제히 3~5%씩 하락했다.
글로벌 악재로 뒤숭숭한 국내 증시가 이번엔 지라시에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재무부까지 나서서 한국 은행에 대해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풍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야 할 정도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보낸 e메일에서 “민간부문과의 접촉을 향후 (한국에 대한) 제재 조치로 확대해선 안된다”며 “우리는 해외자산통제(OFAC) 규제에 대한 일반적 지침을 제공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민간부문과 정기적인 접촉을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 9월 국내 국책은행 및 시중은행 7곳과 전화회의(콘퍼런스콜)를 열고 북한 관련 사업 등 대북 제재 현황을 논의했으며 당시 상황을 한국의 은행에 대한 제재로 확대 해석하지 말라는 의미다.
풍문이 확산되자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은 지난달 31일 “사실이 아니다”라며 “유포 과정을 조사해 위법행위 적발 시 절차를 거쳐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 2013년 생긴 이후 증권가에 떠도는 ‘풍문’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고 조사에 착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희귀 정보 먼저 알 때 쾌감…유포자 추적은 어려워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은행주 하락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지 무관하게 허위사실이나 풍문을 유포하는 행위는 2015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며 “금융당국 및 경찰과 협조해 유포자부터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포자를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라시가 카카오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사적인 영역을 통해 확대·재생산돼 추적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2012년에도 유사한 소문으로 주식시장이 급락해 해당 소문을 퍼트린 세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해 1월6일 증권가에는 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해 고농도 방사성물질이 누출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 결과 코스피가 장중 2% 이상 급락해 1820선까지 떨어졌고 소문이 가짜로 파악되자 다시 반등해 1843.14에 장을 마쳤다. 이와 관련해 당시 시세차익을 챙긴 일당들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주식시장에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방법으로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며 “공정한 거래가 이뤄져야 하는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끼쳐 죄질이 무겁다”고 밝혔다.
최근 연예인에 대한 지라시는 더욱 악성으로 치닫고 있다. 과거와 달리 ‘실명’과 ‘가족’ 부분까지 등장한다. 지난 3월 일반인 남성과 비공개로 결혼한 한 여배우는 어쩔 수 없이 남편의 신상을 공개해야 했다. 남편에 대한 악성 지라시가 난무하면서 남편 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여배우는 지난 8월 출산 당시 사망설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이처럼 멀쩡한 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만들거나, 기업을 ‘위기’로 모는 증권가 정보지는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모임에서 시작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과거에는 정보수집 역할만 하는 전담맨이 따로 있었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참여한다. 모임은 통상 직급별로 만들어진다. 금융업권과 당국, 대기업 대관 업무 관계자 등이 함께한다. 언론사 동향을 비롯해 청와대 및 관가 소식, 향후 추진될 정책 방향, 인수·합병 등 다양한 정보가 교환된다. 모임의 개수는 현재 추산이 불가능하다. 다만 중요한 정보일수록 소수가 모이며 비대면으로 은밀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모임에서 만들어진 ‘○○동향’이라는 이름의 보고서는 증권가 정보지로 수렴된다. 정보지에 실리지 못하는 자투리 정보는 ‘받은 글’이라는 형식으로 SNS를 통해 퍼진다. 정보지 생산에 참여했던 ㄱ씨는 “팩트 여부와 상관없이 희소성 있는 정보를 남보다 빨리 아는 것에 대한 우월감 혹은 쾌감이 있다”고 전했다. 가장 인기 있는 정보는 관가 및 기업 인사, 정부와 기업의 향후 정책 방향이다.
전·현직 기자와 국회 보좌관, 검경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고급모임은 아무에게나 개방되지 않는다. 이들 모임은 비밀리에 이뤄져 추적 자체가 쉽지 않다. 정보는 텔레그램이나 카톡을 통해 주로 유통되고 있다. 진짜 고급정보는 구두로 해당 조직의 상부에 보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기업이나 사람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 허위 정보나 악의적인 정보를 확산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로 증권가 작전세력들이 이런 방식을 쓴다.
금융계 관계자는 “정치인이나 관료 등이 지라시의 피해자라고 하지만 사실은 지라시에 이름이 오르내리며 회자되는 걸 바라는 이들도 있다”며 “이런 수요가 지속되는 한 지라시는 확대·재생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You And Me (Alice Coo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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