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숨어 있는 절, 마하사(摩訶寺)를 찾아서
마하사는 가기 전과 후의 느낌이 확연히 다른 절이었다. 위성 지도로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도심 속에 있는 여느 절 이상의 기대를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막상 당도하고 사찰의 이력과 주위를 살펴 본 결과 치고는 의외의 성과였다, 그랬다. 도심의 숨어 있는 절로서 마하사는 한번 쯤 다녀오길 권하는 절로 바뀌었다
마하사는 황령산의 서북쪽 여러 산봉 중 금학이 알을 품고 있는 금학포란(金鶴包卵)의 형국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근래들의 중수가 이루어져 고색창연한 맛을 없을지라도 천년고찰의 내공을 뿜고 있는 절이다. 현재 마하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4교구 본사인 범어사의 말사(末寺)이다. '마하'라는 명칭은 산스크리트를 한자로 음사(音寫)한 것으로서 '훌륭한'이라는 뜻이다. 마하사가 보통 절이 아니란 것은 1965년 시작된 보수공사 때 대웅전과 나한전에서 발견된 상량문(上樑文)에 근거한다. 상량문에 따르면 5세기에 아도화상(阿道和尙)이 창건하였다고 한다. 천년을 훌쩍 뛰어 넘는다. 지역에 천년고찰은 손꼽을 정도인데 무려 천오백년 역사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마하사는 범어사, 운수사, 선암사와 더불어 부산의 4대 사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건물이 전소된 뒤 1717년(숙종 43) 대웅전과 응진전(나한전)을 초암(草庵) 형태로 건립되었고, 이후 1729년(영조 5)과 1773년(영조 49) 응진전이, 1791년(정조 15) 대웅전이 중건되었다. 1965~1970년 대규모 보수공사가 이루어져 대웅전·응진전·대방(大房)·요사(寮舍)·식당 등이 중건되었고, 1995~1996년 대웅전과 삼성각(三聖閣)이 중건되어 오늘에 이른다.
연제구 주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지도가 높고 이동 방법도 쉽게 그려지겠지만 초행자로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목적지 까지 이동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도시철도 2호선 시청역에서 내려 연제구 2번 마을버스로 환승하기 까지 조금의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같은 2번 버스라 하더라도 잘 골라 타야 한다. 반드시 마하사라는 안내표지판이 내걸린 버스를 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목적지를 한참 벗어나 중간에서 다른 교통편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탄 마을버스가 신리삼거리를 앞두고 황령산 북사면 골짝으로 접어 들었다, 연산3구역 재개발에 따른 철거 현장의 어수선한 마을 현장을 거쳐 마하사 코 앞 종점에서 마지막 승객을 내려 놓았다. 계곡 양안의 비탈진 숲은 하마 6월의 신록이 점령하여 청량함을 더했다.
마을버스 종점에는 세 줄기를 한 몸으로 서 있는 느티나무가 돌탑 1기와 더불어 반긴다. 절 입구는 마을버스 주차장에서 130여m 거리를 두고 있지만 실제는 마곡천이 열리는 지점이 마하사의 입구라 불러도 무방할 둣하다.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길은 급히 꺽이면서 계단을 따라 오르면 천왕문이 서 있다.
마하사는 일주문(一柱門)과 불이문(不二門)이 없으며, 상.하층을 이루는 범종각과 천왕문이 일주문을 대신한다. 대지면적이 협소한 탓이다. 하층 천왕문 전면부 벽화는 좌우 금강역사가, 안쪽에는 사천왕이 금박으로 그려져 있다. 상층은 겹처마 8작지붕이고 계자난간을 둘렀다. 내걸린 주렴은 알듯말듯 다소 난해하다. 한자로 쓰인 주렴이 운치를 더해줄 법도 하지만 한글로 플어 주면 어떨까 싶다.
천왕문을 지나면 요사채 건물 중간 쯤에 대웅전으로 향하는 통로가 있는데 머리를 숙여야 한다. 일명 하심문이라 칭하는 이곳의 벽면에도 불화가 그려져 있다. 사자를 탄 문수보살에 코끼리를 탄 보현보살이 좌우 벽면을 채우고 천정에는 비천상이 그려져 있다. 이 장면이 마하사탐방의 재미를 더한다. 뒤돌아 본 황령산 능선이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하심문을 지나면 사찰마당을 중심으로 경내가 한눈에 들어 온다. 꽉찬 느낌이다. 대웅전은 정면 5칸 측면3칸 겹처마에 팔작지붕이고 공포는 다포양식으로 1996년 지었다. 정면 출입문은 18합문(合門)으로 문살무늬가 아름다워 눈길을 끈다. 그런데 통상 대웅전이란 편액이 걸려 있는 건물에는 석가모니를 주존불로 모신다. 반면 마하사는 아미타불을 봉안하고 있었다.
내부를 살피니 정중앙에 금동 아미타삼존불좌상 주존불로 봉안 되어 있고 관음보살과 대제지보살이 좌우협시하고 있다. 삼존상 뒤에는 아미타정토 목각탱이 걸려 있고 좌우벽에는 지장보살탱과 신장탱이 걸려 있다. 특이한 점은 주존불 아래 석조삼존불이 유리상자 안에 모셔져 있는 것이다. 이 불상은 부산시 문화재 자료 18호로 지정되어 있다.
대웅전 우측 자리한 나한전은 조선 1717년 (숙종43) 초암형로 시작하여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쳤다고 하며 현재의 전각은 1984년 중건한 정면3칸 측면1칸의 겹치마에 팔작지붕의 건물이다. 한편 마하사의 나한설화의 대상이 응진전의 16나한상으로 외벽에 벽화로 표현되어 있다.
구전되는 대표적 설화가 ‘불씨를 구해준 나한과 동지 팥죽이야기’로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어느 동짓날 전 후의 일이었다. 어느 스님이 화덕에 불씨가 꺼져 등불을 밝히지 못한 채 밤을 지샜다. 날이 밝아 걱정이 앞선 스님이 부엌에 나가보니 뜻밖에 화덕에 불씨가 살아 있었다. 동짓날이라 팥죽을 쑤어 나한전에 올리려 갔더니 오른쪽 세 번째 나한 입술에 팥죽이 묻어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기던 중 황령산에서 봉홧불을 지피던 봉화꾼이 마하사에 와서 말 하기를 어젯밤 눈보라치던 험악한 산길에 상좌 아이가 불씨를 구하러 왔기에 너무나 애처로워 팥죽을 먹여 보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스님은 그제야 나한전의 나한이 타심통을 발휘하여 시족통으로 멀고 험한 황령산에 가서 불씨를 구해다 놓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참새를 쫒아낸 나한’이며 ‘소리나지 않는 금구(金口)’ 등의 이야기에도 나한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마하사의 나한설화는 여섯 신통(神通)과 여덟 해탈을 모두 갖추어 인간과 천인들의 소원을 성취시켜 주는 복전(福田)으로 숭상받고 있는데 나한 신앙의 도량답다.
대웅전 맞은편 대방(大房)은 일명 마하대복연(摩訶大福緣), 지장전으로도 불리며, 근래에 다시 고쳤다고 한다. 마하사에 가장 높은 위치한 삼성각으로 향한다. 건너다 보이는 황령산 서북 능선과 금련산 줄기가 절묘하게 마하사를 에워싸고 있어 바깥에서 보면 절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산중 절의 존재를 알렸던 것은 수영 팔경(水營八景) 중 하나인 ‘연산 모종(蓮山暮鐘)’이다. 문득 그 소리를 따라 나한들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던 시절을 떠올려 보았다. 때마침 검은등뻐꾸기가 마하사 괜찮제 좋았제 하며 내 마음 받아 화답하고 있었다.
2009.3
20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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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
Cesaria Evora -'Mae Carinh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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