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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공원녹지

풀에게 말을 걸다 -부산시민공원 볼런티어 활성화

by 이성근 2017. 8. 12.


풀에게 말을 걸다는 2017년 현재 3년째 부산시민공원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볼런티어 활성화 프로그램이다.  우리가 외면하며 하찮게 여겨온 풀들의 생태적 특성과 번식전략, 생태계의 지위와 기여를 새롭게 인식하는 시간이다

풀에게 말을 걸다는 시민공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유입된 원치않은 식물들을 공원관리 차원에서 자원봉사를 통해 제거하는 단순 작업이었다 자봉봉사에 임하는 학생들빈둥거리며 무성의하게 활동하는 것이 내 눈에는 부정적으로 보였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공원 측에 보다 생산적이면서도 교육적 차원을 가미하면서도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으로 사업 제안을 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그 시각이 햇수로 하마 3년이 된 것이다. 


한 여름의 부산시민공원 내려 꽃히는 직사광선으로부터 속수무책 노출된다.  많은 시민들이 그늘을 희망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이식된 큰키 나무들이 활착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또 생육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져 수관폭이 확장되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부산시민공원의 탄생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한 바가 많은 나로서는 이 공원이 사람만을 위한 공원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부산시민공원의 비젼은 공생이며, 도시 생태네트워크의 거점 공간이다.  싶지 않은 일이지만  그 흉내는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 지고 있다.  부산 도심 내 에코브리지가 있는 곳도 시민공원이 유일하다.  공원을 관통? 하는 부전천과 전포천의 복원? 또한 그 일환이다.

특강을 준비하기 위해 이른 아침 사랑채 안용복방으로 향한다.  

곳곳에 돋아난 풀들이 풀에게 말을 걸다를 위해 존재한다.  

올해는 그 시작이 늦었다. 중국단풍나무가 하마 붉은빛을 띄기 시작했다.

2시간 특강은 잡초 제거 이전에 풀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가지면서 인식과 태도 변화를 목적으로 한다. 부제가 잡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다. 강의 시작 전 부산시민공원의 비젼을 나눈다. 백양산과 황령산 사이 징금다리 형태로 자리하고 있는 부산시민공원은 사람과 생물에게 중요한 위치라는 점을 부각하며, 특히 생태네트워크 차원에서 생태거점 공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식물의 역사를 간략히 풀어내며 본격적 잡초 이야기가 이루어진다.

첫째, 이름은 없는 풀은 없다.(地不生無名之草 내가  쓴 시다. 공감이 가는 생활 속의 풀 지불생무명지초는 한마디로  잡초는 없다는 것이다.  둘째, 잡초의 생육 특성과 뛰어난 번식전략 알아보기 셋째, 잡초와 인간의 교류(먹거리, 약리효과 등) 넷째, 잡초의 환경 및 다양한 생태문화기여 등이다. 이쯤되면 고정관념에 변화가 온다. 풀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수업이 이루어지는 날의 날씨에 따라 풀을 주제로 한 시 낭송도 넣는 한편 참가자들이 중.고생일 경우에는 특히 잡초의 도전정신을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비추어 들려줌으로써 인성과 인내, 창의적 사고를 가지게 한다.

 

2시간 수업 중 첫 시간의 내용이다. 둘째 시간은 귀화식믈을 통해 지구 생태계를 이해하는 시간이다. 환경부가 정한 생태교란 왜래식물을 중심으로 유입된 300여 종의 한반도 귀화식물의 역사와 문제를 지역과 지구적 관점에서 풀어 낸다. 몰랐던 사실을 접하는 참가지들은 때로는 놀라움과 때로는 안타까움으로 눈과 귀를 열어 놓는다. 참가자 열에 일곱은 풀에 대한 시각 교정이 이루어 진다.


참가자들은 성인 보다는 대부분 자원봉사 점수가 필요한 중,고생이 대부분이다.  신청자는 많다. 하지만  직접 출석하는 비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런 경우가 발생하면 난감해진다.  강의할 맛도 현저히 떨어진다. 그렇건만  폭염주의보니 뭐니 하면서 이런 저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온놈은 뭐란 말인가 싶어 소수의 인원이 오더라도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강의 후 현장으로 이동하여 풀을 직접 뽑고 제거하는 시간을 가진다.  부산시민공원이라는  공원명을 다시금 언급하며  풀 뽑기가  시민의 직접적 공원  관리 차원으로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성취와 만족의 시간이기도 하다. 참가자들은 비록 땀범벅이 되긴 하지만 시민공원 화단에 우후죽순으로 또는 무리지어 있는 귀화식물이나 제초 대상의 풀을 뽑기 전과 후를 비교하면서 수고를 성취감으로 승화시킨다.  풀에게 말을 걸다는   평소 진짜로 풀에게 말을 걸어 볼 것을 권하면서  제초 작업을 통해 시민참여라는 목적을 달성하게 만든다.

성인이 아닌 학생들의 경우 작업 형태는  엉성하고 또 집중적이지 못하고 산만하다.  또래들과 어울때는 빈둥거리는 모습이 비일비재하다 . 

어떻게 보면 마지못해 몸을 굽히고 쪽그려 앉아 풀을 뽑는 것이다.

제거 대상은 주로 망초류와  가시상추, 까마중, 서양민들레 등 선택적이다. 그런 중에 부산시민공원에서도 도깨비가지가 출몰했다.  전에 보이지 않던 종이다. 아마 새로 나무를 이식하면서 묻어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비상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벌써 열매를 맺었다.

아이들은 수업시간을 통해 들었던 도깨비 가지의 실체를 확인하고 호미로 캐어낸다.

한시간 남짓 꽤를 부리거나 어설렁 거리면서도 작업구간의 제초를 하고 난뒤의 표정은 밝다. 

지난 12일 부로 5차례 이루어졌다. 

1~2회는 참가자수가 적어 현수막을 펼치기 민망하여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  11일은 성인중으로  이루어져 공감이 큰 날이었다.  풀과의 싸움을 유년시절 해 보았거나 시방도 텃밭을 경작하며 씨름 중이기 때문이다.  반면 요즘 초중고 심지어 대학생들은 그런 생활과 절연되어 있을 뿐 아니라 학교에서 조차 그런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간혹 곤충이나 지렁이가 나오면 기겁을 한다.  씁쓸하고 안타까운 노릇이다.   자연으로부터 격리시키고 멀어지게 만들수록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을 같이 고민하고 풀어 내야 한다.   

일정을 마치면 언제나 땀에 절어 등짝이며 가슴팍 할 것 없이 축축하다.  

그래도 작업 전과 후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것을 보는 시선과 공유는 이 프로그램의 생명이다.

하지만 또 한켠으론 잡초라 불리우는 풀들이 맘대로 자라도록 내버려 두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Tennessee Waltz (Deutsch Ver) Sung By  Alma Cog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