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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공원녹지

재선충으로 위기에 처한 태종대 2020년 2월

by 이성근 2020. 2. 5.












































푸른 태종대 덮친 소나무 에이즈

 

지난해 10월 푸르렀던 부산 영도구 태종대 북동쪽 해안절벽 소나무 수림(왼쪽)이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으로 최근 적갈색으로 변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이상배 기자

 

대한민국 1호 유원지이자 명승 17호인 부산 영도 태종대의 소나무가 집단 고사 위기에 처했다.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이 높아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재선충병이 태종대 북동쪽 수림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오후 2시께 부산 영도구 태종대 등대 인근 자갈마당. 이곳에서 바라본 태종대 북동쪽 해안 절벽에는 소나무가 빼곡했지만 대부분 솔잎이 적갈색으로 변해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솔잎 대부분이 말라 떨어져,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도 수두룩했다. 적갈색 솔잎은 사람 손길에 쉽게 바스러졌다.

 

최근 몇 달 새 재선충병 확산

북동쪽 수림 집단고사 위기

 

이곳을 동행한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솔잎이 푸르렀지만 이후 재선충병이 번져 적갈색으로 변했다면서 태종대 유원지 내에서 이만큼 짧은 시간 동안 광범위하게 재선충병이 창궐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소나무 재선충병이란 소나무 재선충을 가진 솔수염하늘소가 소나무에 옮기는 병이다. 재선충은 나무 내부에서 빠르게 증식해 뿌리에서 영양분이 올라오는 통로를 막는다. 이 병에 걸린 소나무는 잎이 아래로 처지면서 빠르면 1개월 만에 솔잎 전체가 적갈색으로 변해 말라 죽게 된다.

 

문제는 이 병의 전염성이 매우 높아 태종대 소나무 전체로 병이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부산대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는 소나무 1쌍이 재선충병에 걸리면 불과 며칠 만에 인근 소나무 20만 그루에 병이 옮을 정도로 전염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해안에 위치해 생육 환경이 좋지 않은 나무는 전염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태종대 유원지를 관리하는 부산시설공단은 이를 막기 위해 매년 2회 방제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공단은 올해 16000만 원을 투입해 올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 1회씩 방제 작업을 할 예정이다. 공단 관계자는 올 상반기 방제 작업은 2~3월 중 진행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선충병의 높은 전염성을 고려할 때 방제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겨울철 평균 기온이 점차 올라가면서 날씨가 따뜻해져 생물 이동이 빨라지고 있다. 소나무 간 재선충병이 더 빠르게 번질 수 있다는 뜻이라면서 통상 2~3월에 방제 작업을 해왔지만 이보다 더 시기를 앞당기고, 고사목은 훈증처리(벌목 후 농약을 넣어 비닐로 밀봉)해 재선충병 확산을 서둘러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긴급성명

소나무 재선충 위기에 처한 국가명승 태종대를 구하라

-부산시는 기후재앙시대 생태자산을 지키는 관관거점도시를 지향하라-

 

전례없는 재선충의 창궐로 태종대가 위기에 처했다. 지금 이대로 라면 태종대 식생의 90%를 점하는 곰솔림의 전멸까지 예측된다. 실제 제주와 다도해국립공원에 몰아친 재선충의 창궐과 감염목 벌채 상황을 고려한다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관계 기관은 태종대 만큼은 재선충 발생을 차단시켜 왔고 발생된 감염목은 신속하게 솎아 내왔다. 그러나 20202월 초순의 상황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현재 감염된 소나무들이 있는 곳은 영도등대 옆 동남북 해안으로 태종산 해발 130m에서 등대자갈마당을 비롯한 해안 가장자리 0.8km 85,400 면적이다.

 

현재 해당 숲은 푸른빛 대신 적갈색으로 흉측한 몰골로 방치되어 있다. 문제는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태종대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음이고, 최악의 경우 국가명승 17호의 지위 조차 사라질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명승 태종대는 지명유래가 말해주듯 예로부터 그 뛰어난 경관이 나라 안에 손꼽을 정도였고 그 경관의 구성요소의 절반이 소나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종대 경관 구성의 핵심 요소인 송림의 집단적 고사는 태종대를 태종대이게 하는 경관 자원의 왜곡과 이질화를 강제한다.

 

현재 태종대 일원에서 서식하는 소나무는 대부분 곰솔이다. 곰솔은 한 번 사라지면 복원이 쉽지 않다. 바닷가의 척박한 토양에 적응해 버틴 나무들이다 보니 대체가 어려운 것이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태종대의 경우 일반성을 넘어서는 생태경관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현장 관찰과 주요 시점별 현장 사진을 분석한 결과 해당 지역의 소나무들이 고사한 시점은 2019년 하반기부터다. 고사 속도가 급속한 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고사의 원인은 재선충에 의한 감염 의심목으로 추정되며 일부는 잎마름병도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시기 부산과 지구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가. 따뜻한 겨울이 지속되었고 도처에서 때 아닌 꽃들의 개화 소식이 들렸다. 지구 곳곳이 산불과 이상기후를 호소했다. 20201월 한 달 한반도 평균기온은 2.8도로 관측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태종대 재선충의 창궐은 이렇듯 필연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상징이자 경고 메시지로 해석되어야 한다.

 

그렇다. 신종 코르나의 등장에 전세계가 긴장하고 야단법석이지만 실은 재선충 역시 기후재앙의 또 다른 얼굴이다. 그런점에서 본다면 최근 부산시가 국제관광 거점도시에 선정되고 이런 저런 계획을 들먹이지만 정작 이런 지역 고유자산의 손실과 보전에 대해서는 무심하다. 오히려 관광 활성화를 핑계 삼아 더 많은 개발을 획책하지는 않는가 자문할 일이다.

 

관광산업의 부흥은 주목할 일이되 무엇을 보여주고 기억하게 하여 다시오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생태적 토대없이 세우고 짓기만 한다면 태종대의 재선충 창궐은 또 다른 재앙으로 되풀이 될 뿐이다.우리는 그런 비참한 미래를 원치 않는다.

그렇다. 지금 국가명승 태종대의 위기를 부산시는 직시해야 한다. 개발로부터 남아있는 자연자원의 손실을 방치하면서 지구적 삶에 역행하는 개발주의 관광은 폐기되어야 할 구시대적 청산 거리다.

 

부산시는 지금 당장 태종대 현장으로 달려가 현장을 살피고 그 대응을 시민과 공유할 일이다. 만에 하나 현재의 피해를 넘어 태종대 전역으로 재선충이 확산된다면 우리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하는 바이다.

 

202025

 

부산그린트러스트



부산일보 사설] 태종대 소나무 고사 위기, 재선충병 방제 적극 나서라

대한민국 1호 유원지이자 명승 17호인 부산 태종대 소나무가 집단 고사 위기라고 한다. 등대자갈마당을 비롯한 북동쪽 해안 절벽 약 8만 5400㎡ 규모의 소나무 대부분이 적갈색으로 변했고, 〈부산일보〉 취재에 동행한 전문가 소견으로도 소나무 재선충 감염이 확실시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태종대유원지를 관리하는 부산시설관리공단은 “상반기 방제 작업은 2~3월 진행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만 하니 너무나 안이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소나무 재선충은 치료 약이 없어 감염된 나무는 100% 말라 죽는다. 소나무 재선충 1쌍이 불과 며칠 만에 20만 마리로 불어날 정도로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이 높아 ‘소나무 에이즈’로 불릴 정도다. 지난해 10월 하순까지만 해도 푸른색이던 태종대 소나무가 적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한 게 11월 이후라니 두어 달 새 이만큼 확산했다. 특히 태종대 일원에 서식하는 소나무는 대부분 곰솔이어서, 한 번 사라지면 복원이 쉽지 않다. 바닷가의 척박한 토양에 적응해 가면서 버틴 나무라는 점에서 더더욱 대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태종대라는 지역적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태종대는 2005년 대한민국 명승 17호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태종대가 울창한 해송 숲과 함께 기암절벽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강한 파도가 부딪히며 생겨난 해식 동굴, 해식애 등 아름다운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곰솔 군락과 팽나무를 특별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곰솔 군락 피해가 커지면 명승 지위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또한 부산시는 지난해 6월 ‘부산형 국립공원’ 추진안을 밝히면서 금정산뿐 아니라 태종대 등 해안 지질공원도 포함했다.


부산시설관리공단은 하루속히 방제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재선충병의 높은 전염성을 고려할 때 방제 시기를 더는 미뤄서 안 된다. 감염된 소나무는 베어 내는 게 최선일 것이고, 아직 피해를 입지 않은 소나무에는 예방주사 작업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태종대의 명승 지위는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 벌어질 고사목 벌목과 그로 인해 벌어질 ‘민둥 해안 절벽’ 풍경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지금이라도 재선충병 방제에 적극 나서서 피해 확산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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