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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은행나무-동방의 성자 이야기를 품다

by 이성근 2014. 9. 21.

 

은행나무 동방의 성자 이야기를 품다 키워드 한국문화 8 강판권지음 |문학동네|20110331일 출간

 

 

은행나무에 대한 전설은 문헌상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전설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마의태자와 의상대사의 전설이 얽혀 있는 용문사 은행나무, 보조국사 지눌의 지팡이에서 자라났다는 전설이 전하는 청도 적천사의 은행나무, 홍수가 났을 때 이색을 구해주고 그의 무죄를 밝혀준 청주 중앙공원의 은행나무 등 굵직한 인물과의 사연 등 다양한 역사와 이야기를 가진 은행나무를 소개하였다.

 

출판사 서평

우리의 전통과 역사를 증언하는 문화의 나이테, 은행나무!

천년의 세월의 무게를 이기고 한국인의 정신적 지주로 우뚝 서다

용문사, 영국사, 적천사, 소수서원, 도동서원, 성균관, 공자묘. 사찰과 서원, 학교, 묘 등 그 의미와 성격이 제각각인 이들 장소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한 그루의 은행나무다. 은행나무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여름내 짙은 푸르름을 드리우다가 가을이면 노란 옷으로 갈아입고 우리 앞에 당당히 그 자태를 뽐낸다.

짧게는 수백 년에서 길게는 천년에 이르는 긴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우리 땅에서 우리 민족의 질곡의 역사를 바라본 은행나무. 그동안 소나무나 사군자를 하나의 문화코드로 소개한 책은 많았지만 정작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은행나무에 대해서는 식물학적 특징이나 그 아름다움을 곁가지로 소개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에 나무열전』 『역사와 문화로 읽는 나무사전』 『중국을 낳은 뽕나무등의 저서로 나무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해온 대표적인 나무 학자계명대학교 강판권 교수는 이 책, 은행나무를 통해 한 그루의 은행나무를 문화·역사학적으로 고찰해 옛사람들의 정신과 철학을 되새기는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한국인의 어머니, 은행나무!

서울 시내 가로수 중 40퍼센트를, 우리나라 식물 천연기념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나무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은행나무가 의미 있는 것은 단지 임진왜란 등 한반도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전란을 이겨내고 오랜 세월 동안 이 땅을 지켜왔기 때문만이 아니다. 긴 세월 동안 은행나무는 때로는 어머니 같은 보살핌으로, 때로는 모두의 소망을 들어주는 너그러움으로, 때로는 아픈 마음을 위로해주는 따스함으로 한국인의 정신적 지주로 굳건히 자리해왔다. 그렇게 한국인의 삶 속에 녹아 우리의 희로애락을 변치 않는 모습으로 함께해왔기에 은행나무는 우리 마음속에 굳건하게 뿌리내릴 수 있었다.

그렇게 자리 잡은 은행나무는 한국인의 문화 속에서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며 새롭게 태어났다. 의령 유곡 은행나무나 성균관 은행나무처럼 석회동굴의 종유석과 같이 생긴 유주(乳柱)를 가진 은행나무가 있다. 이는 일종의 발육장애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지만, 다른 어떤 도구보다 인간의 몸 자체가 주된 생산수단이었던 시절에 사람들은 은행나무의 유주를 만지며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아이를 낳은 뒤에는 젖이 많이 나오게 해달라고 빌었다. 선인들이 은행나무의 신령스러운 힘에 기댄 것은 다산 풍속에만 그치지 않았다. 아버지의 치병을 위해 백일 동안 그 앞에서 치성을 드렸다는 복지겸의 딸의 이야기처럼 사람들은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마다 은행나무를 찾았다. 은행나무는 자신의 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통해 농민들이 풍년과 흉년을 가늠하게 했고, 전쟁과 같은 큰일이 터질 때면 큰 울음소리를 내어 사람들을 지켜주기도 했다. 이처럼 은행나무는 개인과 마을, 나아가 국가의 안위를 지켜준 우리의 수호신이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는 인간의 지친 몸을 달래주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은행나무는 수백 년 동안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였다. 마을 사람들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면 항상 은행나무를 찾았다. 어머니들은 은행나무 앞에서 자식을 낳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아이를 낳은 뒤엔 아이가 병 없이 자라게 해달라고 빌었다. 아버지들은 은행나무 앞에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올려놓고 홍수와 가뭄을 없애달라고 빌었다. 마을 아이들은 은행나무 앞에서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다. 이처럼 은행나무는 한 마을의 수호신이었다. _본문에서(45~46)

유교의 상징, 은행나무

서원, 고택, 정자, 성균관, 향교 같은 유교 관련 유적지에는 공자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이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은행나무 역시 공자와 무관하지 않다. 유교 관련 유적지에 은행나무를 심은 것은 공자가 제자를 가르쳤다는 행단(杏壇)’에서 유래했다. ‘()’은 본래 살구나무를 의미하지만 행단으로 사용할 때는 오로지 은행나무의 의미만 가진다. 행단을 은행나무로 의도적인 선택을 한 것은 긴 수명과 친인척 하나 없다는 특징이 유교의 유구한 정신과 독자성을 드러내기에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은행나무에 담긴 이런 의미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유교 관련 유적지에 담긴 정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소수서원 은행나무는 그 주변의 소나무와 어우러져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입구에 들어섰을 때 처음 만나게 되는 것도, 조선시대 최고(最古)의 정자인 경렴정을 함께하는 것도, 유생들이 잠시 머리를 식혔던 소혼대나 취한대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도 은행나무다. 이렇게 유생들이 생활하는 곳곳에 은행나무가 위치하는 것은 이 나무의 삶을 통해 경(), 즉 성리학적으로 인간의 내면을 다스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삶 자체가 공부이고 삼라만상이 스승이라는 성리학의 요체는 은행나무로 집결된다. 마치 유생들이 자신처럼 강인한 꿈을 꾸길 바라는 것처럼 은행나무는 늘 그곳에서 유생들의 곁을 지켜준 셈이다.

()’은 퇴계 이황이 평생토록 연구한 철학 개념이다. 퇴계가 에 평생을 바친 이유는 이것이 성리학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경으로 안을 바르게 하다는 구절에서 보듯 인간의 내면을 다스리는 공부법으로 성리학에서 반드시 체득해야 하는 덕목이다. 이른바 공부법은 중국 북송대의 성리학자인 정이가 풀이하고 있는 것처럼 주일무적이다. 주일무적은 마음을 한군데에 집중해 잡념을 없앤다는 뜻으로 마음을 경에 두어야 함을 의미한다. 은 불교의 선과 기독교의 기도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법이다. 주세붕이 자로 귀신을 잡았다는 이야기는 정신일도하사불성처럼 외물에 현혹되지 않고 정신을 집중하면 미혹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소수서원에 은행나무를 심은 것에도 이 나무의 삶을 통해 경을 배우라는 준엄한 뜻이 담겨 있다. 요즘 사람들도 서원에서 은행나무를 만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_본문에서 (119)

은행나무, 그 아름다움을 찾아서

동양 최대, 최고의 은행나무 용문사 은행나무는 궁극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목이 아플 정도로 높이 자란 나무를 우러러 보노라면 자연스레 그에 대한 경외심이 생긴다. 천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후손을 남기기 위해 부지런히 열매를 만들고, 자신의 곁에서 후손을 키우는 모습은 생명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은행나무를 찬미하는 글은 많지만, 은행나무에 대한 전설은 문헌상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비록 기록은 부족해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전설은 은행나무의 삶만큼이나 강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마의태자와 의상대사의 전설이 얽혀 있는 용문사 은행나무, 보조국사 지눌의 지팡이에서 자라났다는 전설이 전하는 청도 적천사의 은행나무, 홍수가 났을 때 이색을 구해주고 그의 무죄를 밝혀준 청주 중앙공원의 은행나무 등 굵직한 인물과의 사연이 얽힌 은행나무에서부터 신통한 뱀이 살고 있어 마을을 지켜준다는 전설이 전하는 은행나무까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은행나무를 강판권 교수는 하나하나 찾아가 안는다. 한 그루의 나무를 사방에서 보다가, 앉아서 보기도 하고 심지어 누워서도 본다. 멀리 떨어져서 보기도 하고 부분을 주의 깊게 보기도 한다. 꿈과 희망을 찾기 위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생명의 터전을 확인하기 위한 강판권 교수의 구도자의 길은 오늘도 계속된다.

나는 그동안 전국 방방곡곡의 은행나무를 만나기 위해 수없이 길을 나섰다. 한 그루의 은행나무를 찾아나서는 것은 곧 나무의 삶을 배우는 구도자의 길이다. 아직 만나지 못한 은행나무도 많고, 더욱이 내가 사는 곳과 다소 먼 곳에 살고 있는 은행나무는 겨우 한 번 정도 만났을 뿐이다. 한 존재에 대한 이해가 그러하듯, 한 그루의 은행나무를 오롯이 이해하려면 수천 번, 아니 수만 번을 만나야 한다. 그러나 억만 번을 만나더라도 절실히 만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 번을 만나더라도 존경과 존중의 마음으로 만난다면 위대한 은행나무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존경과 존중이야말로 성리학자들의 실천덕목이니, 한 그루의 은행나무를 만나는 일은 곧 성리학자의 실천덕목을 배우는 것과 같다. _머리말에서

키워드 한국문화시리즈 소개

키워드 한국문화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재발견하는 작업이다. 한국문화의 정수를 찾아 그 의미와 가치를 정리하는 일이다. 한 장의 그림 또는 하나의 역사적 장면을 키워드로 삼아, 구체적인 대상을 통해 한국을 찾자는 것이다. 처음 소개되는 것도 있을 것이고, 잘 알려져 있더라도 이제야 그 진면목이 드러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영상과 멀티미디어에 익숙한 현대적 감각에 맞추어 시청각자료를 풍부히 활용하고자 했다. 우리 것이니 당연히 알아야 한다는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같은 땅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주어 자연스레 책을 펼쳐볼 수 있게 했다. 이로써 멀게만 느껴졌던 인문학과 독자 대중의 간극을 좁히고자 했다. 한국문화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나, 어렴풋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선입관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또 좀더 깊이 알고자 하지만 길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키워드 한국문화는 좋은 안내자가 될 것이다.

키워드 한국문화20101월 출간됐다. <세한도>에 담긴 조선시대 학예일치 문인화의 정수를 보여준 세한도(박철상), 2009년 학계를 뜨겁게 달군 정조어찰을 대중적으로 풀어낸 첫 책인 정조의 비밀편지(안대회)1년도 채 되지 않아 1만 부가 넘게 팔리며 인문교양서로는 이례적인 인기를 끌었다. 30여 점 그림으로 구운몽을 읽은 구운몽도(정병설)와 왕세자의 입학례를 통해 조선시대 제왕교육을 살펴본 왕세자의 입학식(김문식), 옛사람들이 꿈꾼 새로운 세계를 소개한 조선인의 유토피아와 마이너리티의 시각에서 귀신담을 풀어낸 처녀귀신, 왕의 이름을 통해 유교의 정신을 구현하는 과정을 그린 왕의 이름, 묘호도 독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 밖에 곧 출간될 책으로 소리꾼(최동현) 노출과 은폐의 문화사(이민주) 산송(김경숙)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 006

 

1_공룡과 함께 살았던 은행나무 011

살아남은 자의 외로움|무지가 낳은 은행나무의 학명|은행나무 이름을 언제부터 불렀을까?|은행나무의 유방|은행나무의 재배

 

2_한국인과 은행나무 041

한반도의 은행나무 천연기념물|천년의 은행나무, 사람 이야기를 품다

 

3_성자의 지혜, 동방의 빛 103

은행나무와 유교 정신|국립대학 성균관의 은행나무|소수서원: 퇴계 이황의 은행나무|임고서원: 포은 정몽주의 은행나무|도동서원: 한훤당 김굉필의 은행나무|섬계서원: 백촌 김문기의 은행나무|녹우당: 고산 윤선도의 은행나무|고불 맹사성의 은행나무

에필로그 173

177

참고문헌 179

 

키워드 속 키워드

1 은행나무의 정자 037|2 은행나무 잎 머리 모양 040 |3 청도 이서면의 은행나무 083

4 함양 운곡리 은행나무 086|5 영국사 은행나무 090|6 괴산군 읍내리 은행나무 096

7 강원도 영월의 은행나무 099

 

음악출처: 다음블로그 음악과 여행 Dalida - Pars

 

Pars
Et sans même un regard
Laisse éteindre ton feu de misère
Et va t'en

Pars
Oublie dans le brouillard
Le silence bleu de ta chaumière
Et va t'en

Pense à la rose qui t'attend
Dans son jardin depuis si longtemps

Pars L'été est quelque part
Derrière les collines de sable
Et de vent

Pars
On a vu quelque part
Une rose au bord d'une rizière Palpitant

Pense à l'été
Qui brûle la mer
Pense à l'espoir au ciel découvert

Pars
Avant qu'il soit trop tard
Prends ta guitare et un peu d'eau claire
Et puis va t'en

떠나라.
눈길마저 두지 말고
괴로운 너의 불꽃이 꺼지게 내버려두고
떠나가라.

떠나라.
안개 속에서 잊어버려라.
네 가난함에 대한 우울한 침묵을
그리고 떠나가라.

정원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너를 기다리는 장미를 생각하라.

떠나라. 어디엔가 여름은 있나니.
모래 언덕 뒤에
그리고 바람 언덕 뒤에도

떠나라.
어디선가 보았다네.
꿈틀거리는 논가에 핀 장미를

여름을 생각하라.
바다를 불태우는 여름을
개인 하늘을 향해 희망을 생각하라.

떠나라.
너무 늦기 전에
너의 기타와 약간의 맑은 물을 가지고
떠나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