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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생명의 벗, 약초 이야기로 배우는 우리 본초학

by 이성근 2022. 10. 10.

생명의 벗, 약초 이야기로 배우는 우리 본초학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몸에서 자연으로, 마음에서 우주로  with 동의보감 & 숫타니파타

동의보감-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생명의 벗, 약초 이야기로 배우는 우리 본초학 저자 장영덕 그림 손채수 출판 목수책방 2022.10.

 

장영덕-‘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는 현직 한의사다. 서울대학교에서 우리나라 역사를 전공했다. 졸업 후 인문·사회과학 분야 책 번역과 출판기획 등의 일을 했고, 인천지역 노동운동에 참여하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아내의 암 투병이 계기가 되어 뒤늦게 한의대에 입학해 의료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 주요 관심 분야는 항암본초학과 한국의사학, 사회의료 등이며, 여러 의료인과 함께하는 임상통합의학암학회CSIO’와 한의사들의 공부 모임인 항암본초연구회등에 참여하고 있다.

 

목차

머리말

대지의 여신이 내린 선물 약초를 다시 생각한다 (장영덕)

약초,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귀한 존재 (손채수)

 

들어가는 글

왜 다시 약초인가?

 

1장 노화를 막고 면역력을 올리는 약초

··인삼 / 인삼(人蔘) - 홍익인간을 구현하는 약초의 왕

단너삼 / 황기(黃耆) - 약초의 어르신

새박뿌리·은조롱 / 하수오(何首烏) - 노화를 막아 주는 명약

더덕 / 양유(羊乳산해라(山海螺) - 산에서 나는 쇠고기

둥굴레 / 옥죽(玉竹황정(黃精) - 차로 마시는 보약

산수유 / 산수유(山茱萸) - 새는 것을 막는 보약

/ 산약(山藥서예(?) - 산에서 나는 약밥

지황 / 지황(地黃) - 땅 기운의 정수

 

2장 호흡기에 좋은 약초

도라지 / 길경(桔梗) - 약을 실어 나르는 나룻배

/ 갈근(葛根) - 땅에서 길어 올린 수액

잔대 / 사삼(沙蔘) - 호흡기질환의 예방과 치료

겨우살이풀 / 맥문동(麥門冬) - 메마른 폐를 적셔 주다

차조기 / 자소엽(紫蘇葉) - 가볍게 땀을 내게 하는 감기 예방약

 

3장 소화기에 좋은 약초

삽주 / 백출(白朮창출(蒼朮) - 비위를 튼실하게 하는 이란성 쌍둥이 약초

끼무릇 / 반하(半夏) - 명약이 된 독초

감초 / 감초(甘草) - 여러 약을 조화시키는 약방의 감초

배초향 / 곽향(藿香광곽향(廣藿香) - 호흡기와 소화기를 동시에 보살핀다

 

4장 근골격계에 좋은 약초

함박꽃 / 작약(芍藥) - 화타의 분신

쇠무릎 / 우슬(牛膝) - 관절을 닮은 관절약

잇꽃 / 홍화(紅花) - 어혈을 다스리는 붉은 꽃

 

5장 부인과질환에 좋은 약초

승검초 / 당귀(當歸) - 부인과의 성약(聖藥)

천궁 / 천궁(川芎) - 당귀와 천궁, 환상의 콜라보

익모초 / 익모초(益母草) - 엄마에게 좋은 약초

/ 애엽(艾葉) - 한겨레의 동반자, 힐링 약초

능소화 / 능소화(?) - 귀족의 품격

 

6장 심신 건강과 뇌 건강에 좋은 약초

연꽃·연밥·연뿌리 / 연근(蓮根연자육(蓮子肉연화(蓮花) - 보는 것만으로도 약이 되는 꽃

오미자 / 오미자(五味子) - 두뇌를 좋게 하는 천연 비타민

천마 / 수자해좃·적전(赤箭천마(天麻) - 하늘이 내린 삼()

 

7장 수분대사에 좋은 약초

율무 / 의이인(薏苡仁) - 몸을 새털처럼 가볍게, 피부를 진주처럼 곱게

질경이 / 차전초(車前草) - 생존법에는 정답이 없다

사철쑥 / 인진호(茵蔯蒿) - 병든 간을 치료하는 쑥

 

8장 청열 해독 천연 항생제

민들레 / 포공영(蒲公英) - 나도 남도 이롭게 하는 천연 항생제

쇠비름 / 마치현(馬齒?) - 길가에서 구하는 천연 지사제

약모밀 / 어성초(魚腥草) - 뒤늦게 온 전성시대

과남풀 / 용담초(龍膽草) - 용담 칵테일 한잔, 어떠세요?

범부채 / 사간(射干) - 인후염·편도선염 치료제

개나리 / 어어리나모여름·연교(連翹) - 금은화의 짝궁

인동덩굴 / 금은화(金銀花) - 천연 항생제이자 해열제

할미꽃 / 백두옹(白頭翁) - 항암, 아메바성 이질에 좋은 천연 항생제

꿀풀 / 하고초(夏枯草) - 갑상선질환, 고혈압, 종양에도 씁니다

 

9장 그 밖의 약초들

양귀비 / 앵속각(罌粟殼) - 그 앞에만 서면 절제력을 잃는다

두여미조자기 / 천남성(天南星) - 잘 쓰면 명약, 잘못 쓰면 독약

엉겅퀴 / 대계(?) - 피가 나거나 엉길 때, 엉겅퀴

알로에 / 노회(?) - 피부와 항암에도 도움이 되는 다육식물

달맞이꽃 / 월견초(月見草) - 씨기름으로 유명해지다

계지·계피·육계 / 계지(桂枝계피(桂皮육계(肉桂) - 따뜻하게 덥혀 주는 고마운 약재

 

출판사 서평

왜 다시 약초인가?

옛날에는 식물이 병마로부터 고통받는 민초들의 구원자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통 의학은 식물을 치료에 이용했다. 곡식과 가축, 그리고 병 치료에 사용된 식물은 사실상 인류 문명을 지탱해 준 밑바탕이라 할 수 있다. 감기약부터 항암제까지 모두 거대 제약회사의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요즘도 식물은 여전히 인간의 고마운 치료자다. 천연 물질에서 개발 아이디어를 얻은 아스피린이나 타미플루 등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식물이 지닌 치유 능력은 계속해서 현대의약학의 주요 연구 주제다.

과학과 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항생제, 백신, 항암제, 영양제 등 질병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각종 놀라운 신무기들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이런 눈부신 성과들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전통 사회가 축적해 온 경험과 지혜가 그 안에 녹아 있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부터 잊고 살고 있다. 오랜 시간 인류의 생명을 지켜 준, 자연이 값없이 내어 준 다양한 약초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우리 주변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것도 방관하고 있다.

 

눈부시게 발전한 현대의학도 아직 확실한 독감 치료제를 갖지 못했고, 악성 종양 앞에서는 여전히 무력하다. 항생제가 5세대까지 개발되었다지만, 여전히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은 인간을 두려움에 떨게 한다. 게다가 각종 바이러스나 세균이 일으키는 새로운 전염병이 언제든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팬데믹 시대를 경험하며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옛사람들이 기대어 살았던 자연의 힘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화학 약물에 의존해 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다른 생명들처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 면역력을 기르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천연물 약재(본초, 本草)의 힘에 기대려 한다. 제도권 의학이 수행하는 연구과 신약 개발도 쉼 없이 계속되어야 하겠지만, 천연물 약재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다양한 대안의학의 움직임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46종의 약초는 약용식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삼은 물론, 민들레· 질경이·쇠비름처럼 잡초로 불리는 풀에서부터 작약이나 능소화처럼 관상용으로도 많이 심는 식물까지 모두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식물들이다. 본초에 관심을 가지고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만나고 있는 저자는 우리에게 친숙한 여러 약초에 얽힌 다채로운 의미를 역사ㆍ인문학적으로 그리고 전통 한의학적으로, 때로는 현대의학의 프리즘으로 풀어낸다. 약초에 관한 흥미로운 옛이야기는 물론 천연물 생약에 관한 최신 의약학 정보까지, 흥미로운 약초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 곁의 약초를 더 잘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고, 건강한 삶을 향한 올바른 양생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인가?

옛날 사람들은 의원을 만나기도, 제대로 된 약을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몸이 아픈데 당장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약초 이야기는 아쉬운 대로 도움이 되었다. 약초 전설이나 민담이 다소 과장되어 있기도 하고, 약초의 효능에 관한 쓸모 있는 정보가 담겨 있지 않기도 하지만, 이렇게 돌고 도는 약초 이야기 안에는 꽤 쓸모 있는 지식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그 안에는 약으로 쓰인 식물을 둘러싼 온갖 인간관계와 그 시대 사람들의 욕망이 얽혀 있다. 질병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에게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고, 그 질병은 구체적인 맥락을 통해서만 원인과 결과는 물론, 숨은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이야기 행위를 의료의 본질적인 특성으로 보는 서사(중심)의학(Narration-(Based)Medicine)’의 원초적인 모습을 약초에 관한 우리의 옛이야기에서 찾는다.

 

현대의학 만능주의와 팬데믹 시대를 경험하며 우리는 질병과 건강의 근본적인 의미를 다시 묻고 있다. 이 책은 이에 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저 옛날 산과 들로 약초를 찾아 헤맨 조상들을 찾아간다. 옛 조상들의 이야기에는 소중한 가족과 이웃을 살리고 싶은 그들의 소망과 비원, 소박한 현실 인식, 이웃과 생명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소환해 사라져 가는 약초들을 오늘날의 실정에 맞게 되살리려 한다. 들판의 이름 모를 풀들이 인간의 삶과 어떻게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수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퇴색되고 주변에서 사라져 가는 많은 풀을 황토염색 광목 위에 살려낸 손채수 작가의 생명력 넘치는 약초 그림은 약초를 새로운 시선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대지의 여신 지모(地母)가 우리에게 내려 준 선물 보따리를 하나하나 풀어 보는 기분으로 46종의 약초 이야기와 선사시대 암벽화와 암각화의 색채와 형상을 닮은 그림을 만나다 보면 식물을 생명을 살리는 또 다른 생명으로 바라보는 눈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2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선정작이다.

 

책 속으로

우리는 저 옛날 산과 들로 약초를 찾아 헤맨 조상들을 찾아갑니다. 그들의 소망과 비원, 소박한 현실 인식, 이웃과 생명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들을 소환해 사라져 가는 약초들을 오늘날 실정에 맞게 되살리려고 합니다. 들판의 이름 모를 풀들이 우리의 건강한 삶에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눈치챌 수 있다면 더욱 기쁜 일이 되겠지요.

 

제가 약초 이야기를 서사의학이라는 거대담론과 연결하려는 이유는 거기에 서사의학의 원초적 모습이 잘 드러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간은 세포의 화학작용으로 환원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가진 소우주이기 때문이며, 미국 시인 미카엘 루카이저의 표현을 빌리면, 이 우주는 원자가 아닌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약초와 그 이야기들을 우리 시대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잘 이용해야 하고 동시에 인류가 분투하며 쌓아 온 인문학적 소양과 의약학적 지식을 후대에 잘 전달할 의무가 있습니다.

 

맥문동은 특히 폐에 좋은 약재입니다. 폐는 우리 몸의 건강을 지키는 최전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기도 폐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코, 인후부, 기관지 윗부분, 즉 상기도에 급성염증이 생기는 것이지요. 폐에 좋은 약은 우리 몸을 지키는 성벽 역할을 합니다. 나라로 보면 국방을 튼튼하게 하는 일과 같습니다. 신라와 백제, 왜국 등 주변 강국의 틈바귀에서 분투하던 김수로왕, 자나 깨나 왜구의 침략을 막아 국토를 지키려 했던 문무왕의 설화가 얽혀 있는 범어사의 여기저기서 만개한 맥문동, ‘한국을 지키려는 것인가, 미국을 지키려는 것인가하는 논란이 거센 사드 포대가 있는 경북 성주의 맥문동 공원은 시각의 차이를 떠나 맥문동의 지킴이 구실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깻잎은 식물학적으로는 들깨의 푸른 이파리로, 주로 식자재로 쓰입니다. 보랏빛 색조를 띤 자소엽은 주로 약재로 쓰인다는 점에서 조금 다릅니다. 역시 약으로 쓰이는 식물은 음식으로 쓰이는 식물에 비해 좀 튀는 느낌입니다. 이 튄다는 것이 편성(偏性), 바로 한쪽으로 치우친 성질을 의미하는데요. 약초가 약초인 이유는 바로 이 편성 때문입니다. 들깨에 비해 자소는 편성이 강합니다. 흔히 아이들에게 편식(偏食)을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 골고루 먹어야 충분한 양분을 섭취한다는 논리이지요.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먹는 아이들은 뭔가 영양 불균형이 초래되어 성장 지체나 잦은 병치레를 하게 됩니다. 이 경우에 편성을 가진 약초들이 도움이 됩니다. 한쪽으로 휜 잣대를 바로 하려면, 반대쪽으로 크게 휘어야 하는 것처럼.

 

고대 경전인 대학에 격물치지(格物致知)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물의 이치를 궁리하여 완전한 지식에 도달한다는 뜻입니다. 동양에서는 학문하는 자세를 말할 때 늘 등장하는 성어입니다. 여기서 화타는 수달의 모습을 유심히 살피면서(格物) 차조기의 약성을 유추해 냅니다(致知).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질병의 치료라는 실천에 옮겨 그 지식의 진리성을 검증해 냅니다. 후세인들에게 학문을 하는 태도, 의업(醫業)을 하는 이가 지녀야 할 태도의 모범을 보였지요.

 

약리실험으로 밝혀진 당귀의 효능은 매우 다양합니다. 마땅히 되돌릴 곳으로 보낸다는 말 자체의 뜻에 걸맞게 병적 상태에 빠진 몸을 건강한 시절로 되돌리려고 하는, 말 그대로 비정상의 정상화입니다. 비정상 상태에 빠진 몸은 여러 병리현상을 보여 주는데, 우리 몸의 보배라 할 수 있는 혈액()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앞서 말한 각종 혈증이 그것이지요. 이때 당귀가 하는 역할은 현대 연구에서 상당 부분 입증되었습니다. 혈액 생성을 촉진하고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며 항혈전?혈중지질 강하작용 외에도, 진통?진정?혈압강하?억균작용 등이 있습니다. 당귀에 들어 있는 비타민B12와 엽산 등은 적혈구가 골수에서 만들어지고 성숙할 때 꼭 필요한 물질입니다.

 

공자는 제자인 자로가 정치를 한다면 무엇부터 시작하겠습니까하고 물었을 때 이름을 바로 하는 것(正名)”이라는 유명한 답변을 합니다. 이어서 다음과 같은 구절이 늘 등장하지요.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비는 아비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 정치나 윤리의 영역을 떠나 학문이나 사회생활에서도 개념을 올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표현이라고 봅니다. 약재도 마찬가지죠. 잔대와 더덕, 백복령과 적복령, 백하수오와 적하수오, 갈근과 야갈(野葛) 등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으면 때로는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육계나무의 껍질이나 가지를 약재로 만들 경우에도 이런 개념의 명확한 정립이 필요합니다.

--- 본문 중에서

 

 

병마로부터 인류를 구원한 잡초들의 이야기

인류 의학의 뿌리는 약초일 것이다. 과거 사람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병마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약초를 용도에 맞춰 사용했다.

 

지금도 식물이 없다면 인류는 치료약을 얻을 수 없다. 버드나무 껍질로부터 살리실산이 나오고, 살리실산으로부터 아세틸살리실산, 곧 아스피린이 나온다.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던 초기 대체 치료제로 활약한 타미플루는 한방 재료인 팔각으로부터 추출된 시킴산을 원료로 해 제조된 약이다.

 

다만 보통의 우리는 이 같은 치료 경로를 쉽게 알기 어렵다. 오늘날 제약은 공장의 대규모 생산시설에서 제조되고, 촘촘한 국제 운송망을 거쳐 우리에게로 온다. 약초의 가치를 현대인은 과거 선조들만큼 알지 못한다. 말하자면, 약초의 효력이 더 광범위하게 퍼져나갈수록, 현대인은 약초의 효험을 잊고 살게 된 셈이다.

 

<생명의 벗, 약초>(장영덕 글, 손채수 그림, 목수책방)는 인류를 병마로부터 구원한 46종의 약초를 소개하는 책이다. 한반도 약초의 왕이라 할 만한 삼(인삼)으로부터 황기(黃耆), 하수오(何首烏), 더덕, 도라지, 둥굴레, 칡 등 익숙한 약초는 물론, 승검초, 천궁, 능소화, 과남풀 등 식물에 관심을 갖지 않은 이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 풍부한 이야기와 어우러져 독자를 찾는다. 고급 식재료에서부터 우리가 잡초로 통칭해 경멸한 약초에 이르기까지, 책에 소개되는 식물들은 각자가 가진 역사적, 인문학적 정보를 갖고 전통 한의학적으로, 또는 현대의학적인 프리즘을 통해 그 효험을 드러낸다.

 

책이 풍부한 이야기를 곁들여 독자에게 약초의 위력을 소개한 배경이 있다. 옛 사람들은 약초의 효험을 민담이나 전설을 곁들여 구전했다. 약의 효능이 곧 이야기와 함께 전수된 셈이다. 저자는 오늘날에도 "이야기 행위를 의료의 본질적인 특성으로 보는 '서사(중심)의학(Narration-(Based)Medicine)'의 원초적인 모습"을 약초에 관한 우리의 옛이야기로부터 찾아야 할 가치로 소개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우리는 새삼 건강의 소중함을, 아울러 질병의 위력을 실감했다. 한편으로 인류는 과학소설이 그려내는 근 미래를 향해 힘차게 뻗어나가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태초로부터 이어져 온 병마와, 그 병마에 대항하는 식물이라는 근원적 음양의 어우러짐이 여전히 세상의 작동원리로 자리하고 있다.

 

수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어느새 의의가 잊혀져 가는 우리 주변의 약초를, 이 책은 생명력 넘치는 그림과 함께 독자에게 소개한다.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22.10.8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 생화학무기부터 마약, PTSD까지, 전쟁이 만든 약과 약이 만든 전쟁들 백승만 (지은이)동아시아2022-09-

백승만 (지은이) 서울대학교 제약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곳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댈러스에 위치한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현재는 경상국립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천연물과 의약품의 효율적인 합성이며, 이러한 유기화학 및 의약화학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의약품의 신규 개발 못지않게 기존 의약품의 역사에도 관심이 많아,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대학생이 수강할 수 있는 교양 강의 전쟁과 질병, 긴 악연의 역사를 운영하고 있다

 

 

목차

들어가며

 

1부 전쟁에 사용하다: 선을 넘은 자들

 

1장 생물학무기: 페스트와 천연두

조용한 비행 | 악마의 부대 | 흑사병과 팬데믹 | 생물학 병기 | 페스트를 막아라 | 첫사랑이 준 선물 | 퍼뜨리는 자들 | 페스트와 천연두 | 천연두는 사라졌을까? | 40년간 환자 하나 없이 개발된 신약

더 들어가기: 남아메리카인은 유럽인과 무엇으로 싸웠나?

 

2장 마약, 전쟁을 지배하다

삼림지대와 전격전 | 메스암페타민 | 베른의 기적 | 일상으로 파고든 향정신성의약품 | 아편과 모르핀 | 헤로인 | 합성 마약류의 등장 | 모스크바 극장 테러 사건

더 들어가기: 메스암페타민은 어떻게 사람을 중독시킬까?

 

3장 화학무기와 해독제

사막의 폭풍 | 화학무기 | 자율신경계 | 걸프전 증후군 | 죽음의 고속도로 | 테러와 암살에 사용한 화학무기 | 알렉세이 나발니 중독 사건 | 계속되는 전쟁 | 백신 작전

더 들어가기: 아프가니스탄, 세계 최대 아편 생산지

 

2부 전쟁을 끝내다: 답을 찾는 자들

 

4장 비타민 전쟁

203고지를 점령하라 | 러일전쟁의 분수령 | 향료는 왜 비쌌을까 | 향료 전쟁 | 향료 무역과 괴혈병 | 괴혈병을 이겨라 | 각기병을 이겨라 | 카레라이스의 활약 | 지나친 자신감의 끝 | 여순항 전투 | 러일전쟁 이후

더 들어가기: 비타민C는 어떻게 괴혈병을 예방할까?

 

5장 전쟁의 골칫거리, 말라리아

코코다 트랙의 전투 | 천적 | 말라리아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 | 신코나 가루 | 퀴닌 | 값싸고 효능 좋은 퀴닌 유도체 | 군의관들의 활약 | 인류가 잠깐이나마 말라리아를 압도하던 시기 | 베트남전쟁 | 온고지신 | 아르테미시닌 | 끝없는 전쟁

더 들어가기: 아프리카인은 어떻게 말라리아를 견뎌냈을까?

 

6장 스페인 독감, 그 시작과 끝

최초의 환자 | 늘어지는 전황과 미국의 참전 | 억울한 독감균’ | 패닉 | 돌연변이를 막아라 | 독감 바이러스의 규명과 백신 생산 | 스페인 독감과 생물학무기 | 요한 훌틴 | 괄목상대 |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 열정 | 검증과 확인

더 들어가기: 바이러스 치료제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3부 전쟁이 남기다: 선물과 청구서

 

7장 대륙봉쇄령과 아스피린 그리고 타이레놀

전투의 순간: 트라팔가르해전 | 대륙봉쇄령과 해열제 품귀 | 살리실산 | 아세틸 살리실산 | 전쟁과 아스피린 공급 위기 | 아스피린의 한계와 대체재의 등장 | 타이레놀의 운명 | 타이레놀 적정량

더 들어가기: 아스피린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8장 마법의 탄환

대륙을 넘어선 공조 | 100년의 시간 | 비소, 구원의 약이 되다 | 기적의 빨간 약 | 40 나누기 9 | 휴가 중에 터진 대박 | 초특급 대우 | 뚜렷한 한계 | 신대륙으로 | 세계로 | 앞으로

더 들어가기: 페니실린 생산을 위해 화학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9장 공포의 전쟁, 전쟁의 공포

덩케르크 탈출 작전 | 인공동면 요법 | 고참 병장 증후군 | 군대 가기 싫었던 청년 이야기 | 외상후스트레스장애 | PTSD 치료법 | 미군의 비밀 무기 | 슈퍼히어로의 PTSD

 

마치며

전쟁이 없으면 약을 못 만들까? | 전쟁과 질병에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

참고 문헌

 

 

책속에서

P. 17~18

그러던 19401027일 황혼이 질 무렵, 크라우치는 약간 생소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일본군 소속으로 보이는 비행기가 상공을 돌고 있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사람들을 폭격하려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실제 일본군은 으레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폭격기 전... 더보기

P. 25~6

가끔 페스트가 어떻게 사라졌나?”라는 질문을 받는데, 항상 같은 답변을 한다. 페스트는 사라지지 않았다. 1800년대를 지나면서 결핵이나 소아마비, 폐렴, 매독, 말라리아 같은 다른 감염성 질환이 더 심하게 창궐하며 페스트의 권위를 떨어뜨리기는 했지만 페스트가 사라진 적은 없다. 지금도 페스트는 꾸준히 발병하고 있다. 우리가 강... 더보기

P. 50

참고로 튜보큐라린은 셜록 홈스(Sherlock Holmes)시리즈에도 나온다. 셜록 홈스의 작가인 아서 코넌 도일(Arthur Conan Doyle)은 런던에서 개업한 의사였는데 환자가 많지 않아 다양한 시도를 했다. 기초 연구도 진행해서 비소에 관한 논문도 발표했지만 이후 소설에 흥미를 붙여 1887년 셜록 홈스라는 캐릭터... 더보기

P. 59~60

베른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결승전인데, 서독은 최초로 참가한 그해 월드컵에서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런데 2010, 서독이 스위스 월드컵 당시 퍼비틴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스위스 월드컵뿐만 아니라 다른 국제 대회에서도 국가가 주도적으로 약물을 권장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3년에는 독일 ... 더보기

P. 61

각성제 사랑은 유럽이나 미국 군인들만의 특징이 아니다. IS 대원들도 각성제를 복용하고 전쟁을 수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그간의 행적을 감안하면 그다지 놀라운 소식은 아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그 성분이다. 본인들은 성스러운 약을 뜻하는 지하드 필(Jihad pill)’이라고 부르지만 주성분은 페네틸린(fenethylline)이라는 물질이다. 페네틸린은 그 구조가 밝혀졌는데 암페타민과 테오필린이 연결되어 있다. 암페타민이야 그렇다 치고 테오필린은 어떤 약인가? 카페인과 유사하게 작용한다고 보면 된다. , IS 대원들은 작전에 임하기 전 무시무시한 각성제를 두 가지나 먹고 시작했다는 것인데, 암페타민을 진한 커피에 타 먹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몸에서 자연으로, 마음에서 우주로  with 동의보감 & 숫타니파타  고미숙 저 | 북튜브 | 202208

 

목차

책머리에

 

첫번째 강의 _ 몸에서 자연으로, 마음에서 우주로

 

1. 우리는 무엇을 모르는가?

2. 동의보감과 숫타니파타: 존재와 우주에 대한 탐구

 

두번째 강의 _ 청년의 파토스, 노년의 로고스

 

1. 동의보감, 노년의 로고스 60

2. 청년의 파토스, 숫타니파타

 

세번째 강의 _ 정기신과 탐진치(1) : 생명과 존재의 근원

 

1. 존재는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가?

2. 정기신과 탐진치

 

네번째 강의 _ 정기신과 탐진치(2) : 업장과 윤회의 원천

 

1. 욕망을 다스리고 정을 보존하라

2. , 운동과 순환의 에너지

3. , 삶의 지도를 그리는 정신활동

 

다섯번째 강의 _ 칠정을 조율하라, 감관을 수호하라

 

1. 칠정의 조율과 양생

2. 감관의 수호와 청정함

 

여섯번째 강의 _ -타자들의 공동체 vs 나는 가 아니다!

 

1. 사대오온이 다 공하다?

2. , 타자들의 공동체

3. 나는 가 아니다!

 

일곱번째 강의 _ 음양오행론과 연기법

 

1. 동의보감의 원리, 음양오행론

2. 연기법, 마음과 우주의 상호작용

 

여덟번째 강의 _ 수승화강과 니르바나

 

1. 음허화동에서 수승화강으로

2. 번뇌의 독화살을 뽑아라

 

아홉번째 강의 _ 사주팔자와 까르마

 

1. 사주팔자, 운명의 지도-그리기

2. 까르마와 업의 지도

 

열번째 강의 _ 통즉불통과 고집멸도

 

1. 고집멸도-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

2. 스승과 친구와 길

 

이 책의 서막은 2020년 코로나가 막 도래했던 그즈음이었다. 코비드19라는 낯선 미생물의 습격하에 전지구가 요동치던 그 시절,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어디로 나아가야 하지?’라는 질문과 함께 그동안 막연하게 품어 왔던 두 개의 고전에 대한 서사를 강의로 펼치게 되었다. 동의보감vs 숫타니파타. 두 개의 고전을 교차하면서 삶과 문명의 지도를 다시 그려 보고 싶었다. 전자가 몸에서 자연으로 이어지는 경로라면, 후자는 마음에서 우주로 연결되는 행로다. 전자가 동아시아 문명의 역사와 전통이 무르익은 노년의 로고스라면, 후자는 브라만교라는 오래된 전통을 깨고 인류 지성사에 막 등장한 풋풋한 청년의 파토스다. 노년의 로고스와 청년의 파토스가 교차하는 지적 모험을 시도해 보고 싶었다. 물론 몸에서 자연으로 가는 여행, 마음에서 우주로 가는 여행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정화 스님의 말씀대로, “우리는 온전히 물질이고, 온전히 영혼이기 때문이다. - ‘책머리에중에서

 

 

책 속으로

그러면 무엇을 보고 사는 거죠? 바깥을 보고 살아갑니다. 외부에 설정된 기준에다 그냥 나를 맞추는 거예요. 물론 이것도 쉽지 않습니다. 외부의 기준과 내 생명의 척도가 잘 맞을 리 없잖아요? 그러니 근근이 맞추면서 살기 때문에 모든 게 소외로 드러나게 됩니다. 열심히 뭘 하긴 하는데, 가슴 한구석엔 늘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 거죠. 학교에 다니는 것도 소외, 공부도 소외, 직장도 소외. 성공을 해도 소외, 성공하지 못해도 소외. 결국 인생 자체가 소외로 점철되는 거죠. ‘소외멀다, 낯설다, 어긋나다’, 이런 뜻입니다. 이 소외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자신에 대해 알려고 하면 됩니다. 우리는 알지 못하면 살 수가 없죠. 매일매일 무언가를 배워야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 아는 만큼의 힘으로 사는 거예요.--- p.19

 

이런 식으로 원리와 이치, 그리고 역사적 변화를 찾아가다 보면 몸에서 자연으로, 마음에서 우주로 가는 길이 열리게 되죠. 일단 그렇게 되면 부질없는 인정욕망, 그리고 그 위에서 구축된 자의식이 떨어져 나가면서 몸이 한결 가벼워져요. 그 가벼워짐 자체가 면역력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이건 다 아시잖아요. 그런데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인정욕망과 관련이 있어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면 스트레스 지수는 훨씬 줄어듭니다. 인정욕망을 벗어나면 그때부터 자기에 대한 탐구를 해나갈 수 있거든요. 물론 자기에 대한 탐구를 통해 인정욕망을 벗어나기도 하구요. 그런 식의 상호작용을 수행이라고 합니다.--- p.27

그런데 이런 가르침을 일상적으로 닦기 위해서는 공동체 혹은 네트워크가 꼭 필요합니다. 수행은 일상과 분리될 수 없어요. 아무리 대단한 지식이 있고, 또 깊은 삼매체험을 한다 해도 일상 속에서 그 상태를 구현할 수 없다면 그냥 공염불입니다. 우리의 몸이 갖고 있는 습관과 업장이 어마어마한 힘을 갖고 있거든요.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듣고 깨달은 것 같아도 탐진치가 바로 잠식해 들어옵니다. 그런데다가 자본주의의 위력이 또 얼마나 셉니까. 화폐와 상품과 쾌락의 유혹, 이건 정말 허리케인의 위력을 능가합니다. 혼자서는 이겨 낼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부처님이 승가공동체를 꾸리신 거죠. 절대 혼자 공부해서는 안 돼요. ‘혼밥도 위험하지만 혼공은 정말 위험합니다. 욕망의 구조, 성격의 틀이 바뀌기는커녕 더 악화됩니다.--- p.101

 

마음의 행로 또한 마찬가지겠죠. 탐진치도 일종의 태과불급 상태라 할 수 있죠. 사람이든 물건이든 돈이든 명예든 우리가 대상에 집착하는 건 탐욕과 분노에 물든 판타지라 할 수 있습니다. 뭔가에 탐착하게 되면 그 허상에 빠져서 마구 치달리다가 뜻대로 안 되면 분노가 폭발하는 식이죠. 그러면 다시 원한과 자책의 프레임 안에서 세계 전체에 대한 허상을 만들어 내죠.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그 대상들이 꿈 같고 아지랑이 같고 먼지 같은 것임을 눈치조차 채지 못하는 것, 그것이 치심입니다. 그런 점에서 치심은 탐욕과 분노의 베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치심을 타파해야 탐착과 분노에서 벗어날 길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계속 의심하고 탐구하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 삼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거고요.--- p.138

 

우리가 탐진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알고 보면 이 삼독에 묻어 있는 달콤함 때문이죠. 이렇듯 붓다의 가르침은 그냥 추상적인 계시가 아니라 아주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냥 막연하게 착하게 살라’, ‘붓다를 섬기라’, ‘열반을 믿어라라고 하지 않아요. 실험과 관찰을 통해 존재와 세계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라고 합니다. 선택은? 당연히 본인의 몫이죠. 붓다는 괴로움을 대신 씻어 줄 수도, 번뇌의 늪에서 건져 줄 수도 없어요. 다만 길을 안내해 줄 뿐입니다.--- p.141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거예요. 피곤에 쩔거나 아니면 불안에 휘둘리거나 하면서 근근이 살고 있습니다. 이건 자기를 존중하지 않는 거죠. ‘나는 이것보다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라, ‘행복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이런 말들이 있어요. 이건 그저 단순히 힐링과 위안의 말이 아니었어요. 연기법을 깨달은 붓다의 환희심을 보면서 그걸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도 그 기쁨에 가까이 다가갈 권리와 소명이 있는 겁니다.--- p.304~305

 

동의보감-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저자 고미숙 출판 북드라망 2012.10

 

고미숙 (Ko Mi Sook,高美淑)-고전평론가. 강원도 정선군 함백 출생. 가난한 광산촌에서 자랐지만, 공부를 지상 최고의 가치로 여기신 부모님 덕분에 박사학위까지 무사히 마쳤다. 대학원에서 훌륭한 스승과 선배들을 만나 공부의 기본기를 익혔고, 지난 10여 년간 지식인공동체 <수유+너머>에서 좋은 벗들을 통해 삶의 기예를 배웠다. 201110월부터 <수유+너머>를 떠나 <감이당>(gamidang.com)<남산강학원>(kungfus.net)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낸 책으로는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 사주명리학과 안티 오이디푸스,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 동의보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라니까” : 몸과 우주의 정치경제학,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 계몽의 시대 : 근대적 시공간과 민족의 탄생, 연애의 시대 : 근대적 여성성과 사랑의 탄생, 위생의 시대 : 병리학과 근대적 신체의 탄생, 윤선도 평전,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 : 다산과 연암 라이벌 평전 1, 청년백수를 위한 길 위의 인문학 : 임꺽정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고미숙의 로드 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고전과 인생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고미숙의 글쓰기 특강: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등이 있고, 함께 옮긴 책으로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2)이 있다.

 

 

목차

개정판을 내며초판 책머리에 병, ,

 

인트로 하나의 그림과 두 개의 주석

 

1장 허준, 거인의 무등을 탄 자연철학자

허준이 허준이 된 까닭은? |『동의보감의 탄생: 전란에서 유배까지세 개의 키워드 : 분류, 양생, 용법거인들의 향연’ 1: 삼교회통거인들의 향연’ 2 : 황제내경에서 금원사대가까지동의보감에 담긴 뜻은?

화보 _ 동양의학의 선구자들

 

2장 의학, 글쓰기를 만나다 : 이야기와 리듬

의학과 민담 사이의술은 리듬을 타고의사는 연출가, 임상은 리얼예능덧달기 : 민옹전과 치유의 서사

화보 _ 서양의학의 선구자들

 

3장 정()ㆍ기()ㆍ신() : 내 안의 자연 혹은 아바타

몸과 우주, 화려한 대칭의 향연태초에 가 있었다!정ㆍ기ㆍ신 - 존재의 매트릭스나는 아바타아파야 산다

화보 _ 근대 이전 서양의 몸과 우주에 대한 생각

4통하였느냐?’ : 양생술과 쾌락의 활용

양생의 척도 - ‘태과/불급을 넘어라()을 보호해야 한다 - ‘에로스와 도()덧달기 : 황진이의 파격적 러브라인()를 조절하라 - ‘자기배려와 소통의 윤리(), 마음을 비워라 - 존재의 절대적 탈영토화통즉불통’ - 주체는 없다!

화보 _ 동양의 몸에 대한 생각

 

5장 몸, 타자들의 공동체 : 꿈에서 똥까지

내 몸은 나의 것이 아니다꿈은 사라져야 한다호모 로켄스(), 내 안의 이주민들똥오줌,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덧달기: 청결의 이율배반

화보 _ 서양의 해부도

 

6장 오장육부, 그 마법의 사중주

내 몸속의 사계상생과 상극, 그 어울림과 맞섬수승화강’ vs ‘음허화동칠정’(七情)의 파노라마음양과 기억 : 지나간 것은 지나가게 하라얼굴, 우주로 통하는 일곱 개의

화보 _ 칠정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

 

7장 병과 약 : 모든 경계에는 이 핀다

감기는 나의 운명보면 안다 - 지인지감, ‘들의 화려한 축제암과 앎 -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천지만물이 다 약이다!군신좌사 - 처방은 서사명현반응 - 아파야 낫는다

화보 _ 동서양의 약초학

 

8장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임신과 탄생은 병이 아니다자궁의 정치경제학폐경, 인생의 금화교역여성의 양생술 - 공감하라!양자의학과 출생대기만성의 원리칭찬은 고래도 !’들게 한다!리더십과 경청 - “귀를 보호해야 한다!”여성의 몸과 앙띠-오이디푸스

화보 _ 사랑, 결혼, 가족

 

에필로그 글쓰기와 호모 큐라스

편작과 그의 형들호모 큐라스’, 자기 몸의 연구자내 안의 치유본능글쓰기와 자기수련

 

부록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읽을거리_선현들의 격언찾아보기

 

책 속으로

태과는 불급만 못하다. 태과는 덜어내야 하고 불급은 채워야 하는데, 덜어내는 것이 채우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시대를 지배하는 미덕인 다다익선은 최악이다. 돈에 대한 욕망은 물론이려니와 몸에 좋은 것은 다 섭취하겠다는 발상도 양생에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앞에서 다루었듯이, 존재는 이미 질병을 안고 태어난다. 후천의 삶이란 이 어긋남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만약 태과와 불급으로 그 어긋남을 심화시킨다면? 당연히 질병의 양상이 더 심화될 것이고 결국 요절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더 중요하게는 삶 전체가 심하게 어그러져 버릴 것이다. 몸이 어긋나는데 어찌 사회적 관계나 일의 성취가 가능할 것인가? 마찬가지로 관계와 활동이 어그러졌는데 어찌 또 몸이 건강할 수 있으랴. 또 그런 상태로 생사의 마디를 제대로 넘기란 불가능하다.”

 

그에 비하면 현대인은 자의식 덩어리다. 자의식이란 자신에 대한 의식이다. 다른 말로 내면이라고도 한다. 근대 이후 이 내면이라는 공간이 특화되면서 사람들은 거기에다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두기 시작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기운을 쓸 일이 없으니 점점 더 이 내면의 공간이 깊어만 갔다. 그 결과, 사람들은 이제 아주 사소한 사건이라도 몇날 며칠, 아니 몇년씩을 가슴에 담아 둔다. 어깨통증과 소화불량, 두통, 어지럼증 등을 기꺼이 감내하면서 말이다. 이런 토양 속에서 상처라는 특수한 기억의 형태가 자라난다.”

 

태어난 이상 누구든 아프다. 아프니까 태어난다. 태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곧 아픔이다. 또 살아가면서 온갖 병을 앓는다. 산다는 것 자체가 아픔의 마디를 넘어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결국 죽는다. 모두가 죽는다. 죽음은 삶의 또 다른 얼굴이다. 생명의 절정이자 질병의 최고경지이기도 하다. 결국 탄생과 성장과 질병과 죽음, 산다는 건 이 코스를 밟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질병과 죽음을 외면하고 나면 삶은 너무 왜소해진다. 아니, 그걸 빼고 삶이라고 할 게 별반 없다. 역설적으로 병과 죽음을 끌어안아야 삶이 풍요로워진다. 잘 산다는 건 아플 때 제대로 아프고 죽어야 할 때 제대로 죽는 것, 그 과정들의 무수한 변주에 불과하다.”

---본문 중에서

 

질병을 통하여 생명과 우주를 이야기하다

보약 한 재 지어 먹어본 적 없는 사람도 <동의보감>이라는 책 제목은 알고 있다. 소설이나 드라마를 통해 허준의 이름도 익히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 책을 펼쳐본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가 고전을 대하는 태도는 언제나 십대 초반에 머물러 있기 일쑤여서, 저자와 제목을 열심히 외우지만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마치 <춘향전>을 읽어본 적 없는 사람이 그 작품을 읽어본 적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고전은 단순 지식수준에서 우리에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니 고전이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소박한 명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그런 맥락에서 <동의보감> 역시 읽히지 않는 고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한의학 분야에서야 언제나 책상머리에 놓아두고 참고하겠지만, 그 바닥에서 한걸음이라도 떨어져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접해볼 일이 없다.

 

인간은 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존재다. 몸은 영원불변한 것이 아니어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부단한 운행을 한다. 그 사이에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는데, 가장 쉽게 우리 삶에서 포착되는 변화는 질병이 아닐까 싶다. 콧물 훌쩍이게 하는 미약한 감기부터 듣도 보도 못한 기괴한 이름의 난치병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평생 병과 함께 산다. 어쩌면 병과 병 사이에 잠깐 건강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우리 몸은 병과 떨어질 날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으며열심히 인생을 살아간다. 세속에서의 바쁜 나날은 몸을 돌아볼 기회를 빼앗는데도, 그 사이클 속에서 숨가쁘게 돌아가는 중생들은 그게 건강하고 보람찬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거기서 시작된다.

 

이미 전작에서 증명했듯이 고미숙(51)의 글은 동아시아의 고전부터 서양근대 철학을 넘나들면서 그 자신의 리듬을 가진다. 전혀 주목하지 않았던 구절을 드러내 거기에 생각의 두께를 덧입히고 인생사의 복잡한 사연을 담는다. <동의보감>에서도 정밀한 판단과 처방을 발견하는가 하면, 흥미진진한 서사와 즐거운 민담의 세계를 드러낸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생경하고 엄숙한 의학을 벗어나 인생의 희로애락을 유영하고 있는 의학을 발견한다. 일상이 우리를 병들게 하지만 동시에 일상이 우리의 병을 낫게 한다는 것을 알고 무릎을 친다.

 

우리 삶에서 소외됨으로써 의사들의 전문분야가 된 의학은, 근대 이전의 지식인들에게는 일상의 여러 교양 중의 하나였다. 선비들의 집에 의서 몇 권 없는 집이 없었고, 간단한 약방문 작성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성리학이 이 땅을 지배하던 시절에도 몸은 마음과 함께 언제나 공부의 중요한 두 축 중의 하나였다. 몸과 마음은 둘이면서 하나였으므로 마음을 수양하는 바탕에는 몸에 대한 관심과 단련이 전제되기 마련이었다. 누가 아프다고 하면 그 증상을 살펴서 처방을 할 수 있는 기초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행위는 불법이 됐다. 이런 사정을 근대 이전에는 병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간단히 치부할 수 있을까. 오히려 병원이라는 제도가 생기면서부터 자신의 몸과 질병을 다른 사람의 손에 온전히 맡기게 된 것은 아닐까. 내 몸을 내가 가장 잘 알아야 마땅한데 이제는 내 몸을 다른 사람이 가장 잘 아는 세상이 된 것이다.

 

허준은 17세기 초반까지 축적돼온 의학적 성과를 온전히 받아들여 시대를 대표하는 의서를 편찬했다. 그 안에는 질병이나 약초, 처방에 관한 단편적 지식만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도는 물론 민간에 떠도는 이야기까지 모두 수습해서 차곡차곡 수록했다. 그리하여 허준은 우주로부터 인간으로, 다시 인간의 세부적인 경락이나 장부로 이어지는 거대한 체계를 만들고, 그것에 맞추어 명료하면서도 자세한 분류를 감행한다. 근대의 분류법에 익숙해진 시선으로는 허준의 분류가 낯설고 불편하지만, 그 이치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환자들에게 편리한 방식으로 구성했음을 알 수 있다. 고미숙은 허준이 보여주는 차별성혹은 특이성을 흥미롭게 드러내면서, 그것이 의학사뿐 아니라 당대 사상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설명하고 있다. 그의 글을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허준과 마주해 질병과 사람의 몸, 생명과 우주를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한의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불편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부적인 약방문을 이야기할 때나 구체적인 병에 대해 처방을 제시하는 것은 비록 단편적인 언술이지만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차원의 문제제기를 하는 순간, 우리는 고미숙이 펼쳐내려는 중요한 지점들을 놓치게 된다. 단편적 지식을 넘어서 우주, 생명, 인간, 자연 등이 어우러지는 큰 그림을 전제로 해 허준이 <동의보감>을 통해 구성하고 있는 세계관을 파악하자고 제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파악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그것을 구체적인 삶 속에서 우리의 몸으로 실천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바로 인간의 마음이다. 고미숙은 마음을 살피고 바로잡는 일이야말로 만병통치약이라는 사실을 믿고 실천하는 것이 <동의보감>을 읽는 보람이라고 했다. “의서를 넘어 자연철학서로서의 <동의보감>”을 읽어야 비로소 이 책은 고전으로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된다고 했다.

 

행간에서 고미숙이 여러 병으로 꽤 고생을 했다는 것, 자기 몸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을 해봤으리라는 것을 유추해낼 수 있다. 그것은 허준의 <동의보감>이 고미숙의 <동의보감>으로 이동하는 하나의 과정이었으리라.

 

몸속 깊은 곳에 기억돼 마침내 생생한 체험과 함께 실천되는 공부를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면, 이 책은 분명 과거의 <동의보감>을 지금 이 시대에 불러내 인생길의 도반으로 삼도록 권하고 있다.

 

의학이라는 전문분야에 유폐돼 20세기를 보낸 이 책이 드넓은 교양의 세계로 진출해 많은 사람들의 벗으로 화려하게 재기하게 된다면, 상당 부분은 아마도 고미숙의 공이 아닐까 싶다.

김풍기 |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 경향 : 2011.10.28.

 

동의보감(허준)-욕망이 병을 부른다고미숙 고전평론가 강연

1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국민들의 몸과 마음은 춥고 지쳤다.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봄, 우리는 어떻게 생명력을 다시 일깨울 수 있을까?

 

400년 전 한국인의 생로병사를 25권의 의서로 남긴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답을 찾아본다. 내 몸의 순환을 깨뜨리는 욕망과 불안을 다스리고 내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법을 배워본다.

 

세계 최초의 공중보건 의서 <동의보감>

사람의 질병은 모두 섭생을 잘 조절하지 못한 데서 생기는 것이니 수양이 최선이고 약물은 그 다음이다.”

동의는 동쪽(조선)의 의학을 의미하며, ‘보감은 병의 길흉·경중을 비추는 보배로운 거울이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는 내의원 수의 허준에게 일러 동의보감 편찬을 하명했다.

 

보기 번잡한 중국 의서들의 요점을 간추려 정리하고, 시골의 백성들도 쉽게 약재를 구할 수 있도록 국산 약은 한글로 표기하며, 무엇보다 병을 고치기 앞서 병에 안 걸리는 방법을 찾으라는 뜻이었다.

 

허준은 14년의 작업 끝에 총 25권의 의서를 집필했다. 질병 중심으로 분류한 기존의 중국 의서와 달리 사람을 중심으로 내경편, 외형편, 잡병편, 탕액편, 침구편의 독창적인 분류체계를 완성했다. 현대에 동의보감은 어떤 의미로 되살아날까?

 

()하였느냐? 통해야 아프지 않다!

천지만물 중 사람이 가장 귀중하다

 

동의보감 본문 첫 장에 그려진 살아있는 인체도 신형장부도(身形臟腑圖)’는 명의 허준이 중시한 생명에 대한 시각을 보여준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우리 몸은 우주를 닮아 자연의 순리대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조절해야 한다. 또한 삶과 병은 분리될 수 없으며 몸의 기운이 원활하게 순환하지 못할 때 병이 찾아온다.

 

이를 관통하는 동의보감의 핵심적인 메시지는 통즉불통(通則不痛 痛則不通)’이다. 통하지 않으면 아프지 않고, 아프면 통하지 않는다. 과연 우리 몸을 통()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기신(精氣神)을 보양하라

정이 소모되면 기가 쇠하며, 기가 쇠하면 병이 오고, 병이 오면 몸이 위태로워진다.”

 

허준은 반드시 통해야 하는 생명의 흐름으로 정기신(精氣神)을 꼽았다. 오장육부 중 신장이 주관하는 정()은 욕망의 고갈을 경고한다. 폐가 주관하는 기()는 호흡의 완만한 조절을 돕는다. 심장이 주관하는 신()은 감정의 평정을 강조한다.

 

물질적 욕망을 좇아 정기신(精氣神)을 소모하는 현대인에게 동의보감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당신의 욕망이 병을 부르고 있다!’

 

겨울은 겨울답게, 봄은 봄답게, 자연처럼 살라

사람이 욕심을 버리면 절로 마음이 고요해지고 마음을 맑게 하면 절로 신()이 깨끗해져서 삼독(三毒)이 소멸된다.”

 

동의보감은 우리 몸속 오장육부를 우주의 음양오행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 기운을 발산하는 봄과 여름, 기운의 방향을 바꾸는 환절기, 기운을 갈무리하는 가을과 기운을 응축하는 겨울은 청년, 중년, 장년, 노년의 생애를 닮아 있다.

 

계절이 순환하는 것처럼 우리 삶도 조화롭게 순환해야 한다.

출처 : 한국강사신문

 

 

고전평론가 고미숙 "내 청춘은 참 한심했다"

정선 함백탄광 광부의 딸, 청년 시절 실패의 연속

상대성원리, 양자역학 등 공부하면서 동서양 접목

고전평론가 고미숙(62)은 치열하게 산다. 동양 고전을 전공으로 했으면서도 아인슈타인을 공부하면서 동서양 학문을 넘나들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하루에 두 번씩 강연할 정도로 자기 생각을 세상에 전하는 데도 열심이다.

 

그런 그도 대학 시절에는 열정이 없는 한심한 세월을 보냈다고 회고했다. 최근에 '청년 붓다'라는 책을 냈는데. 방황하는 젊은이에게는 붓다의 철학이 도움 될 수 있다고 했다.

 

고미숙은 고려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으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 들어가 국문학박사 학위를 받긴 했지만 역시 취업에 실패했다. 그래서 공부 공동체 '수유연구실'을 열어 집단적인 공부를 해왔다. 현재는 공부 공동체인 '감이당'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는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공간',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20여 권의 책을 냈다.

 

그는 최근 서울 중구 필동에 있는 감이당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말했다.

 

--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은 어떠했나.

나는 광부의 딸이다. 그래서 유복하지는 않았다. 저의 집은 강원도 정선군 함백탄광 사택이었는데, 단칸방에 아홉 식구가 살았다. 어머니에게는 너무 쓰라린 시집살이였다. 가난 때문에 괴롭다기보다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관계, 어머니와 아버지의 관계 등 불화가 큰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그때도 막연히 돈이 있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나마 생활은 됐지만 내 친구들은 극빈자들이었다. 도시락을 못 싸 오고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었다. 친구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슬프다.

 

-- 중고교 시절은 어떻게 지냈나.

중학교 때에는 남자중학교와 여자중학교가 분리되면서 3년 내내 삽과 곡괭이, 리어카 등으로 운동장 개간을 해야 했다. 내가 태어나서 한 육체적 노동의 대부분을 그때 했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는 손에 굳은살이 배겨서 손이 두껍게 됐다. 손에 물집이 생겼다가 터지고 또 터지고 해서 생긴 것이었다. 중학교 졸업 후 춘천여고로 진학했다. 고교 시절에는 입시에 몰두했다.

 

- 대학 시절을 기억한다면.

참 한심한 청춘이었다. 춘천여고 졸업 후 고려대 어문계열에 입학해서 독문과를 선택했는데, 막막하게 방황했다. 나는 학생운동도 하지 않았다. 뭔가 능력이 있고 활발한 학생들은 학생운동을 하는데, 나는 그럴만한 토대(자질)가 안됐다. 다만 종교에 관심이 있어서 종교 서적을 많이 봤다. 그것도 체계적으로 한 것이 아니고 명동성당 근처에 있는 조그만 모임에서 했다.

 

학교 수업에 열심히 참여한 것도 아니고 연애를 한 것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었다. 나의 대학 시절은 시드는 청춘이었다. 청춘의 활기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독문과를 선택한 것도 이 학과가 좋아서가 아니었다. 어문계열 중에 선택하고 싶은 학과가 없었다. 당시 나의 관심은 동양학이어서 중어중문학과를 가야 하는데, 중문과 교수님이 안 왔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했다. 그 학과를 나와도 희망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교 시절 제2외국어로 공부했던 독일어 쪽을 선택했다. 독일어가 인생에 한 번도 유용하게 쓰인 적이 없다.

 

-- 대학원은 왜 국문과로 갔나.

대학교 4학년 때 평론가로 이름을 날리던 선생님의 강의가 국문과에 있었다. 선택과목으로 그 강의를 들었다. 그때 고전문학에 매료됐다. 흠뻑 빠진 것이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은 했는데. 취직이 너무 안 됐다. 간신히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에 들어가긴 했다. 그런데 나는 독문과를 나왔다고 해서 온종일 독일어 사전 원고를 봐야 했다. 결국, 8개월 만에 그만뒀다. 그리고 대학원 시험 준비를 했는데. 한 달 동안 거의 수행하듯이 공부했다.

 

-- 박사 학위를 받고서도 교수가 되지 않았는데.

동료들 모두가 교수가 됐는데 나는 안됐다. 3년 정도 지나서 포기선언을 했다. 절대로 이력서를 안 내기로 작정했다. 그때가 30대 후반이었다. 당시에는 대학교수가 되려면 심사위원들에게 연구업적 자료를 보내야 했는데, 한 박스가 넘었다. 이력서를 쓰고 시험강의도 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그런데 나중에 보면 교수가 될 사람은 이미 내정돼 있었다. 학문적 능력은 당락에 부차적인 요소였다.

 

-- 그래서 공부 공동체를 만들었나.

갈 곳이 없었다. 이제 대학원에 갈 수도 없고, 집에서 공부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시험공부가 아닌 모든 공부는 토론하면서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지금도 혼자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이는 전 세계 역사에서 보편적인 것이다.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들도 끊임없는 상호토론이 없으면 지식 생산이 불가능하다.

 

나는 박사 학위를 받을 때까지 토론 분위기에 있었고 가치관도 그러했기 때문에 공부 공동체 수유연구실을 열었다. 수유리 근처 강북구청 매점사무실을 임대했다. 당시 논술 지도로 목돈이 조금 있었기에 보증금 지급이 가능했다. 책상은 길거리에서 주웠다. 이후에 사람이 많아져 대학로로 갔다가 해방촌으로 이사했다. 그 당시 함께 공부하는 회원은 6070명이나 됐고 세미나를 하는 사람은 200300명에 이르렀다. 사람이 많다 보니 생각들의 갈래가 생겼고 이는 분할로 이어졌다. 나는 동양 의학·역학 고전을 좀 더 본격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이곳 감이당으로 왔다.

40대 고미숙[본인 제공]

 

-- 취미는 무엇인가.

취미는 따로 없다. 다만 시간이 나면 걷는 것을 좋아한다. 하루에 12시간은 남산에서 산책한다. 북한산. 도봉산 등산도 한다. 걷기는 혼자 하지 않는다. 혼자 하면 심심하다. 내가 외향적 성격은 아닌데, 고독하게 있어 본 적이 없다. 어릴 때부터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걷는 것 외에는 많이 잔다. 오후 10시 전후에 잠들어서 아침 6시쯤에 일어난다. 나는 의식적으로 밤에 일을 안 한다. 그전에는 밤늦게까지 리포트를 쓰곤 했는데. 무리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됐다. 대신, 낮에는 집중한다.

 

건강이 안 좋은 때가 있었다.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돈이 없었고 식비를 아껴야 했다. 그래서 밥을 같이 해 먹게 됐는데, 이런 공동체 생활 때문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썼다. 공동체 생활 리듬을 만드는 것은 세미나를 하는 것보다 100배는 힘들었다. 사람들 각각의 습관이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나는 신경이 곤두섰고 건강이 안 좋아졌다. 그때 동의보감을 만났다. 몸을 순환시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효과를 봤다. 그래서 동의보감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 독서를 한다면 주로 동양 고전을 읽는가.

과학책도 읽는다. 아인슈타인 이론, 양자역학 등을 읽는다. 번역으로 된 책 외에 영어로 된 유튜브 영상으로 공부하기도 한다. 과학 다큐멘터리인데, 정말 최고의 작품들이다. 그것으로 세미나도 하고 강의도 한다.

 

-- 과학이 동양 고전과 무슨 관계인가.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최근의 지성계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불교와 양자역학이 교차하는 것이 인류 지성사의 최첨단이다. 21세기 디지털 문명은 양자역학의 표현이다. 그런데 이는 동양의 주역, 노자, 불교에서 말하는 통찰과 통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철학이라고 하면 독일 철학이었다. 이것이 마르크스, 포이에르바하로 넘어갔고 1960년대 이후에는 사르트르, 푸코, 들뢰즈 등이었다. 그 이후에는 세계 지성을 자극하는 스타 철학자들이 안 나오고 있다. 서양철학은 이제 나갈 만큼 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을 넘어서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 양자역학 등이다. 이것이 동양철학과 교차하는 것이다.

 

-- 최근에 '청년 붓다'라는 책도 내셨는데. 인생 자체가 허망한 것 아닌가.

삶 자체가 허망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인간으로 태어나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끊임없이 살고 죽고를 반복하는 생명체의 맹목성, 그것이 주는 허무에서 벗어나는 길이 동양 현자들이 고민했던 대목이다. 붓다가 그랬고, 공자와 노자도 그랬다.

 

왜 계속 자기 증식을 하지?, 왜 낳고 또 낳아야 하지?, 왜 욕망을 계속 채워야 하지?, 언제 행복하고 언제 안락을 누릴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답이 안 나온다. 은둔해도 나오지 않고 모든 것을 다 가져도 안 된다. 끝이 없다. 동서양의 철학자들이 옛날부터 끊임없이 이 질문을 해왔다.

 

내가 공부한 바로는 맹목과 허무에서 벗어나려면 우리가 집착하고 추구하고 꿈꾸는 게 실체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을 불교에서는 '()'이라고 한다. 그것을 알게 될 때 비로소 허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붓다는 그 문제를 탐구했고 궁극의 깨달음에 도달했다. 그때가 35세였다. 청년의 파토스(감성)는 이토록 대단한 것이다. 붓다는 나머지 45년을 그 진리 전달에 썼다. 요즘 청소년들이 방황하고 허무를 느끼고 삶의 의지도 떨어지곤 하는데, 그때 최고의 멘토는 청년기 붓다라고 생각한다.

 

-- 고전을 공부하는 사람들 가운데 여성의 비중이 높은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감이당 여성들의 공부 밀도나 강도는 대학원생보다 훨씬 강하다. 감이당은 주역 전체를 암기하는 게 기본방침인데, 다들 기꺼이 참여한다. 나는 21세기 문명의 주인공은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산업자본은 남성의 근육을 요구한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에서는 파워보다는 연결이 중요하다. 그래서 여성은 더 자연스럽게 적응한다.

 

남성들도 장점이 있다. 일단 마음을 먹으면 엄청난 추진력이 있다. 그래서 빨리 자기 철학을 하고 책을 낸다.

 

-- 정치인이나 사회지도층이 읽어야 할 고전이 있다면 무엇인가.

나는 정치인에 관심이 많지는 않다. 물론, 정치 현장에 뛰어들어 열심히 하는 분들을 존중한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인데. 진흙탕에서 애쓰는 것이 얼마나 얼마나 큰 스트레스이겠는가. 그런데 디지털시대에는 정치 영역이 많이 축소된다. 시스템 자체가 알아서 돌아가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시스템보다는 좀 더 근원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중국에서도 루쉰은 국민작가이긴 하지만 비정치적이다. 그는 정치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지적해서 국민작가가 됐다. 좀 더 깊은 차원에서 인간의 문제를 보는 것이 내 스타일에 맞는다.

 

-- 본인 삶은 성공적인가.

성공이라는 표현은 너무 빈약하다. 원하던 삶의 형식을 갖췄다는 점에서 나는 충만하다. 내 인생의 궁극적 목적은 나의 정신적 자산이 나를 자유롭게 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 가야 할 길이다. 적어도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복을 주고 싶다. 그리고 나는 지혜롭고 유머가 넘치는 노년을 살다가 죽음을 맞으면 좋겠다.

연합뉴스) 윤근영 선임기자 2022-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