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집값의 경제학>, 조시 라이언-콜린스, 토비 로이드, 로리 맥팔렌 지음 ⓒ
원제 Rethinking the economics of land and housing
저자 조시 라이언-콜린스JOSH RYAN-COLLINS 2006년부터 영국의 싱크탱크이자 사람 중심의 새로운 경제건설을 추구하는 NEW ECONOMICS FOUNDATION, 즉 신경제재단에 몸담고 있는 수석경제학자로 그곳에서 화폐 및 금융개혁, 땅값과 집값의 경제학을 주로 다루는 연구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고 이런 영역들에 대한 광범위한 출판물들을 발표해왔다. 현대 화폐제도의 작용에 대한 종합적 안내서이자 미국과 영국의 여러 대학에서 금융 및 회계과목 교재로 쓰이는 『돈은 어디서 오는가?WHERE DOES MONEY COME FROM?』의 대표저자이기도 하다. 사우샘프턴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동대학의 경영대학원과 런던에 있는 시티대학교 정치경제연구센터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 토비 로이드TOBY LLOYD는 영국 최대의 주택문제 자선단체인 셸터SHELTER의 정책소장을 거쳐 현재 대표를 맡고 있다. 12년 이상 공공 및 민간부문에 걸친 주택문제를 다뤄왔으며 각종 정부 정책과 지역공동체 등을 위한 자문을 맡아왔다. 새로운 전원도시를 위한 기획으로 2014년 울프슨 경제학상WOLFSON ECONOMICS PRIZE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자 로리 맥팔렌LAURIE MACFARLANE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신경제재단 소속 경제학자로 토지 및 금융개혁 문제를 다루고 있다. 스코틀랜드 수자원위원회 경제분석 책임자로 일했으며 스코틀랜드의 지식인 싱크탱크인 커먼윌COMMON WEAL에서 활동하며 땅과 주택개혁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목차
1장: 땅은 집값 상승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땅은 어떤 경제적 기능을 수행하는가
왜 사람들은 돈을 땅으로 바꾸고 싶어 할까
집값이 5배 오르는 동안 땅값은 15배 상승했다
파이의 전체 크기를 키우기보다 더 큰 파이를 차지하려는 땅주인들의 지대추구 행위
이 책의 구성
2장: 땅은 어떻게 개인의 재산이 되었는가
땅이라는 사유재산의 기원에 대하여
땅과 주택의 사적소유권, 1970년대까지 경제성장과 평등에 기여하다
땅을 가진 경제권력의 정치권력화, 경제성장이 저해되고 불평등이 확대되다
토지소유권의 두 가지 측면, 토지의 사적 소유는 자유이자 도둑질이다
토지경제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할 수 있는 방법
결론
3장: 어느 날 눈 떠보니 갑부가 될 수도 있는 땅과 지대의 힘
땅값이 올라가면 땅주인들이 성장의 결실을 독점한다
도시의 지대는 〈위치의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지대문제의 해결책은, 세금이다
땅과 자본의 엄청난 차이, 그럼에도 그 둘을 합쳐버리다
높아진 땅값과 지대는 절대 생산적 투자에 기여하지 않는다
경제학 이론에서 땅이 사라진 정치적 이유
땅과 사회주의, 헨리 조지와 사회주의자들과의 갈등
땅의 부작용, 금융자산이 되어 투기의 대상이 되다
결론
4장: 주거 자본주의 시대, 땅과 집값의 새로운 정치경제학이 등장하다
19세기 산업혁명과 도시의 성장, 땅의 주요 역할이 바뀌다
주거시설에 대한 높아진 수요, 도시생활과 함께 등장한 여러 주택 경향
1900-1910년대: 윈스턴 처칠, 토지세를 제안하다
1919-1939년: 땅의 경제적 역할이 또다시 변하기 시작하다
1940-1969년: 자본주의의 황금기 시대, 지대문제 해결을 시도하다
1970년대 이후: 집값의 폭등과 폭락이 처음으로 등장하다
20세기 말, 〈주거 자본주의 시대〉로 들어서다
높아진 주택구매의 담장, 그리고 집세의 올가미
결론
5장: 땅과 집은 어떻게 금융화가 되었는가
집값이 소득보다 빨리 오르는데도 사람들이 집을 살 수 있는 이유
은행, 부동산 담보대출 기관으로 탈바꿈하다
집이 투기대상이 되는 데 은행은 어떤 역할을 했는가
집값 형성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역할
땅이라는 담보와 그것의 역할
영국의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 금융의 역사
주택 및 부동산 담보대출은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집값 거품은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발생되는가
대출의 증가는 다가올 금융위기를 감추는 것뿐이다
금융제도의 차이가 집값을 가른다
결론
6장: 땅과 집은 어떻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가
경제적 불평등이 야기하는 숨어 있는 수많은 불평등의 사례들
땅과 집의 영향을 제외한 채 불평등의 이유를 설명하는 기존 이론들
땅과 집은 우리 삶의 불평등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가
불평등의 시작은 주택의 소유 여부다
주택자산 분포에서 나타나는 불평등
소득에서 주거비용이 차지하는 격차
집의 상속이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지역에 따른 집값의 양극화
레버리지가 부의 불평등에 기여하는 역할
불평등은 왜 문제인가
소수의 참여자에게만 부가 돌아가는 게임
결론
7장: 땅과 집이 야기하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들
땅과 부동산, 그 소유의 형태를 다양하게 한다
조세제도를 개혁한다
대출과 관련된 금융 시스템을 개혁한다
다양한 주택 보유형태를 만든다
개발계획 시스템을 개혁한다
경제이론과 국민계정의 변화를 시도한다
결론
출판사 서평
“주거 자본주의 시대, 부러진 주택 사다리!
이제 우리 삶을 가르는 경계선은 소득이 아니라 〈부동산 소유 여부〉다”
어느 날 눈 떠보니 〈갑부〉가 될 수도 있는 땅과 지대의 힘!
땅과 집은 어떻게 〈부를 축적하는 원천〉이 되었는가?
〈집값 거품〉은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발생하는가?
부동산 시장은 어쩌다 〈소수〉에게만 부가 돌아가는 게임이 되었는가?
이제 이 게임의 진행 과정과 그 실체의 이면을 파헤쳐본다.
▣ 단언컨대, 전 세계적으로 〈집〉은 부를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원천〉이 되었다!
영국의 경제재단인 〈New Economics Foundation〉 소속 경제학자 3명이 땅과 집값 그리고 부동산의 소유 여부가 우리 삶의 불평등과 경제 전반에 미친 영향과 그 해결책을 다양한 자료를 동원하여 다각도로 분석, 제시한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그동안 주류 경제학에서 무시해온 〈주택지로서 땅이 경제에서 해온 역할〉에 주목하면서 20세기 이후 선진국에서 〈집값 상승의 81퍼센트는 주거용지의 가치상승〉에 있으며, 〈소득 대비 부의 비율〉이 증가한 것도 개인의 능력이나 생산성 혹은 저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집값 상승〉에 있음을 여러 데이터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이 책은 결국 우리 삶을 가르는 경계선, 우리 삶의 모든 불평등의 출발점은 개인의 소득이 아니라 〈부동산의 소유 여부〉, 그로 인한 〈주택자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전 세계적으로 주택자산은 〈금융자산, 국민소득보다도 더 빨리 증가〉하고 있으며, 이제 우리는 주택이 가장 큰 자본이득을 일으키는 〈주거 자본주의 시대residential capitalism〉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1990년대 중반에는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이 5였지만 2007년에는 집값이 3배로 올랐고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은 10을 넘었다. 한마디로, 전 세계적으로 집은 〈부를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원천〉이자 〈가장 매력적인 자산〉이 되었으며, 이미 가지고 있는 자산을 불리는 최고의 열쇠가 되었다. 이제 주택은 그 사용가치가 아니라 〈금융자산〉으로서의 가치 때문에 수많은 가계들의 목표가 되었다. 주택자산은 그야말로 〈완벽한 투기용 자산〉이 되었다.
▣ 집값의 변화는 〈부의 총량〉이 아니라 〈부의 분배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는 최근 수십 년 동안에 나타나는 불평등 심화 현상은 자본수익률(r)이 경제성장률(g)보다 빠르게 높아지는(r〉g) 경향이 있어서 이미 부유한 사람이 더 많은 부를 갖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 여기서 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주택〉이다. 영국의 경우 1970년대 이래 주택은 소득 대비 부의 비율이 증가하는 원인 중 〈87%를 차지〉했고, 상위 10퍼센트에 해당하는 가구들의 부동산 자산은 하위 50퍼센트의 자산을 모두 더한 것보다도 5배 가까이 많고, 하위 10퍼센트의 자산 총량보다 875배가 많다. 또한 현재 영국과 프랑스는 주거용 부동산 자산의 가치가 GDP의 300%를 넘었고 미국은 20세기 이후 3배로 들었다. 요약하자면, 195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소득 대비 부의 비율이 증가한 원인은 대부분 〈주택〉 때문이다. 이는 결국 〈주택자산 분포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데 이로 인해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주택 구입능력의 위기, 과도한 가계부채, 금융의 불안정성, 소득과 집값의 간극, 주택소유자와 무주택자 간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 부러진 주택 사다리, 높아진 주택구매의 담장, 그리고 〈집세의 올가미rent trap〉
저자들은 〈주택소유의 확산〉은 1960년대까지는 경제권력이 민주화되고 경제발전이 가능해지며 생산성도 높아지고 부의 불평등도 줄어드는 등 경제성장과 회복, 평등에 기여하는 등 대체로 유익한 결과를 낳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1970년대에 땅과 주택이 대출을 위한 담보물로 자유롭게 이용되면서 〈땅과 집의 금융화financialisation〉가 이루어졌다. 이에 은행들이 〈부동산 담보대출 기관〉으로 탈바꿈해 주택담보대출을 늘리자 집값이 폭등하기 시작하면서 주택소유자들은 엄청난 자본이득을 올릴 수 있었고, 반면 무주택자들은 높아진 주택구매의 담장, 그리고 집세의 올가미에 갇히게 되면서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고 이는 결국 경제성장을 위축시켰다. 〈다수의〉 사람들이 〈소수의〉 부유한 주택소유자들에게 집을 빌리게 되면서 경제성장에서 발생하는 과실을 땅주인들이나 주택소유주들이 독점한 것이다. 이제 〈주택 사다리housing ladder〉를 올라가는 것은 훨씬 더 힘들어지고 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벌여지고 있는 현상이다.
▣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
저자들은 이 책 전반부에서 땅이 어떻게 개인의 재산이 될 수 있었는지를 토지소유권의 등장과 사유재산제의 개념과 결부시켜 간단히 설명한 후 〈땅의 경제적 용도〉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살펴본다. 대부분의 경제사를 통틀어 땅의 주된 기능은 농작물 생산이었다. 근대 자본주의의 탄생과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산업생산의 현장으로 쓰였지만 오늘날 땅의 경제적 기능이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영역은 〈주택시장〉이 되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주택지로서의 땅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면서 20세기 이후 땅이 집값 상승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아무런 노력과 투자도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눈 떠보니 갑부가 될 수도 있는 〈지대의 힘〉은 얼마나 강력한지 등을 살펴본다.
4, 5, 6장에서는 땅이 〈20세기의 소비재〉, 즉 주택을 짓기 위한 부지로 변해가는 과정과 함께 본격적으로 주거 자본주의 시대로 접어드는 20세기와 현재를 다루면서 영국, 미국, 독일, 한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들의 집값 변동을 추적하면서 그것이 우리 삶의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각각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개인이 소유한 〈주택이라는 이 새로운 자산〉이 1970년대 이후 자유화된 금융 시스템의 중심이 된 과정도 설명한다. 마지막 7장에서는 땅과 주택의 소유 여부로 인해 나타나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여러 제안을 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 왜 사람들은 돈을 땅으로 바꾸고 싶어 할까
? 집값이 5배 오르는 동안 땅값은 15배 상승했다
? 지난 45년간 선진국들에서 집값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소득 대비 부의 비율 증가는 개인의 생산성이 아니라 집값 상승에 있다
? 집과 땅의 〈금융화〉는 국가에서 개인에게로 위험부담이 넘어가는 것이다
?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는 다가올 경제위기를 감추는 것뿐이다
? 집값은 경제성장과 소득과는 별개의 문제다
? 토지소유권의 두 가지 측면, 토지의 사적 소유는 자유이자 도둑질이다
? 땅과 집은 어떻게 〈투기적 금융자산〉이 되었는가
? 경제성장의 과실을 땅과 부동산 소유자들이 〈독점〉하고 있다
? 소수에게 유리한 세금정책 역시 불평등이 심화되는 원인 중 하나다
? 사회가 집과 땅의 소유를 부자가 되는 최고의 방법으로 여기고 갈망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 〈다수〉의 납세자에게서 〈소수〉의 지주에게로 부가 이전되는 것이 적정한가
? 집값이 올라 소비가 증가하는 효과는 이내 사라진다.
?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땅의 소유권은 왜 그렇게 일부에게 집중되어 있는가?
? 집값이 소득보다 빨리 오르는데도 사람들이 집을 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 도시의 지대는 〈위치의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 〈소수의 참여자〉에게만 칩이 집중되는 〈포커 게임〉 같은 시장
지금의 상황과 20세기 초 대공황의 공통 원인으로 〈불평등의 심화〉를 들 수 있는데, 두 경우 모두 집과 같은 기본자산이 있는 사람은 소득 대비 부의 비율이 상당히 높아지는 한편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오히려 부채 비율이 높아졌다. 이런 현상에 대해 1934년에서 1948년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었던 매리너 에클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는데, 이는 현재에도 충분히 통용되는 말이다.
“1929년에서 1930년에는 거대한 흡입 펌프가 당시 생산되던 부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을 빨아들여 〈소수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것은 그들의 자본축적을 도와주었다. 하지만 이들은 일반 대중 소비자들에게서 구매력을 빼앗음으로써 자신들이 축적한 자본을 다시 새로운 생산설비에 투자하는 근거가 되어줄 상품들에 대한 유효수요를 스스로 없애버렸다. 그 결과 〈소수의 참여자〉에게만 칩이 집중되는 포커 게임 같은 상황이 되어버려서 나머지 사람들은 돈을 빌려야만 게임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의 신용이 바닥나자 게임은 중단되었다.”
▣ 집값 상승의 1차적 원인은 〈땅의 가치상승〉 때문, 2차적 원인은 〈금융제도〉 때문이다
집값 상승의 1차적 원인은 〈땅의 가치상승〉 때문이다. 땅(위치)의 가치는 집값 폭등에 앞서 급격히 오르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주거용 부동산에서 토지의 가치는 물리적 건물의 가치보다 훨씬 빨리 오른다. 집값 상승의 2차적 원인은 〈금융제도〉다. 2차 세계대전 이후 20-30년 동안에는 과도한 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부동산 담보대출이 규제되었다. 하지만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신용대출 시장이 자유화되자 은행들은 자신들의 주된 역할을 〈부동산 담보대출 업체〉로 급격히 바꾸었다. 이제 은행은 담보대출을 늘리면서 집이 〈금융 투기자산〉이 되는 데 적극 가담한다. 금융제도가 자유화될수록 집값은 폭등하며 집값과 소비, 경제 전반의 관계가 더 밀접하게 나타난다
책속으로
땅을 사세요. 땅은 더 이상 새로 만들어지지 않으니까- 마크 트웨인
판매자 여러분, 주목하세요. 위치, 위치, 위치가 생명입니다. 로저스 공원 근처예요.
- 1926년 부동산 광고 11쪽
*선진경제 시스템에서 소득증가와 경제성장 속도보다 집값이 더 빠르게 오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저 집을 더 많이 짓거나 인구가 적어지면 해결되는 문제인가? 왜 정치인들이나 정책결정권자들은 집값이 내려가길 원하지 않는가?
*땅의 소유권은 왜 그렇게 일부에게 집중되어 있고 부의 불평등은 왜 그렇게 빨리 심화되는가?
*사회가 집과 땅을 소유하는 것을 부자가 되는 최고의 방법으로 여기고 갈망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금융과 땅은 어떤 관계인가? 은행이 사업체의 생산적인 투자활동 대신 기존의 부동산과 땅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돈을 빌려주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역사적으로 가계부채가 이토록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45년간 영국과 다른 선진국들에서 집값이 심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땅의 가치는 생산기술, 부의 분배, 경제적 불평등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12-13쪽
1899년 미국의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언급했듯, 땅(위치)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데 사용하는 지위재(positional goods)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계산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위치보다 〈탐나는 위치〉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준비를 할 것이다. 경제가 발달하여 더욱 정보화되고 자동차, 컴퓨터, 휴대전화 등 많은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내려가면 〈좋은 위치〉에 있는 땅과 부동산이 사람들의 소득에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23쪽
“첫 이주민의 땅이 그 집단의 중심이 되자 가게, 대장간, 수레바퀴 제조장 등이 다 그곳이나 그 끄트머리에 자리 잡으면서 곧 마을이 생기고 그 마을은 금세 소도시만큼 커져서 그 일대 거래의 중심지가 된다. 처음보다 농업 생산성이 높아지지는 않았지만 이 땅은 이제 더 높은 수준의 생산성을 발전시키기 시작한다. 옥수수나 밀, 감자를 재배하는 데 들어간 노력을 기준으로 보면 이 땅에서 처음보다 더 많은 생산물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른 생산자들과 가까워야 하는 세분화된 생산부문, 특히 유통을 특징으로 하는 마지막 생산단계에 노동을 투입하면 훨씬 더 큰 수익을 낼 것이다……. 이제 이 땅에 밀집한 사람들의 생산력은 원래 이 땅의 수백, 수천 배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 추가적인 생산성과 가장 생산성이 낮은 땅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대는 그에 따라 증가했다. 첫 이주민 혹은 땅에 관한 그의 권리를 이어받은 사람은 이제 갑부다. 눈 떠보니 부자가 되었다는 사람처럼 그도 누워 자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는 지금 부자다. 자기가 해낸 일 때문이 아니라 인구가 늘어난 덕분이다.”-74쪽
“도로를 만들고, 거리를 만들고, 서비스를 개선하고, 전깃불이 밤을 낮으로 바꾸고, 산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오는 동안에도 땅주인은 가만히 앉아만 있습니다. 이렇게 발전된 것들은 모두 납세자들과 다른 사람들이 비용과 노동을 제공한 결과입니다. 토지독점자는 이런 발전과정에 전혀 손을 보태지 않지만 개선된 환경들은 모두 그가 소유한 땅의 가치를 끌어올려 줍니다. 토지독점자는 공동체에 아무런 용역을 제공하지 않고, 공공복지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고,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주는 그 어떤 과정에도 기여를 하지 않습니다.”
-120쪽, 윈스턴 처칠 영국 하원 연설
땅값과 집값은 소득보다 빠르게 오른 지가 아주 오래되었고 사람들은 점점 집을 삶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금융투자 상품〉으로 보게 되었다. 즉 집이 노후와 자녀를 위한 자산이자 담보가 되는 자산으로, 단순히 〈투기적 금융자산〉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업체와 국내외 투자자들도 땅을 매력적인 자산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특히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오늘날 거시경제를 형성하는 것은 땅과 부동산, 금융 시스템 간의 상호작용이다. 땅은 금융화되었고, 투기적 대출과 투자의 대상이 되었다. 그 결과 땅값과 집값은 경제 전반의 성장과 소득과는 별개의 문제가 되었다. -170-171쪽
주택자산과 집값 상승의 원인은 비교적 변동이 없던 건축비용이 올라서가 아니라 〈땅값이 올랐기 때문〉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1950년에서 2012년 사이에 14개 선진국에서 집값이 오른 원인 중8 1퍼센트가 땅값 상승에 있었고 나머지는 건축비용의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그 비율은 74퍼센트였다. 특히 1990년대 초반 이후 땅값이 집값보다 훨씬 변동이 심했고 집값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는 것을 보여주었다.-175쪽
가계나 기업들이 땅과 주택을 생활공간이나 업무공간이 아니라 자본이득을 만들어내려는 목적을 최우선으로 삼아 보유하고 거래하는 경우 땅과 주택이 금융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금융화는 국가에서 개인에게로 위험부담이 넘어가는 것이라는 논의가 있어 왔다. 이를테면 땅과 집이 금융화되는 경우 각 가정이 집을 이용하여 금융자산을 늘림으로써 스스로 복지를 꾀해야 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개인이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커지는 셈이다.-185쪽
최근 수십 년 동안 불평등을 떠받쳐온 소득 대비 자산 비율이 높아지는 원인이 생산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거용지의 가치상승〉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레버리지 투자와 상속으로 더욱 강화되는 이런 역학관계가 부의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것 말고도 생활수준과 지역 불균형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도 알아볼 것이다. 그러면 결국 오늘날 많은 선진국에 존재하는 중요한 경계선이 소득이 아니라 〈부동산의 소유 여부〉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집값의 변화는 가계부문이 보유한 부의 총량이 아니라 〈부의 분배방식〉에 영향을 미친다.-242쪽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1990년대 초반에 이와 비슷한 부동산 관련거품을 경험했다. 이 경우에도 부동산 가격이 오르자 주가가 오르고 나아가 신용이 확대되며 그에 따라 다시 땅값이 오르는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오늘날 많은 경제학자들은 금융위기 이전 은행이 과도한 부동산 담보대출을 해준 결과 전 세계적으로 부채 수준이 높아져서 소비수요가 억제되고 있고 그 때문에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성장률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도한 토지 관련 부채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를 괴롭혀온 〈장기적 침체의 핵심원인〉으로 보인다.-227쪽
우선 이 분석의 첫 번째 의미는 불평등 심화의 근거, 즉 피케티의 자료에 등장하는 소득 대비 부의 비율 증가 원인이 생산적 활동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집값 상승으로 나타나는 주거용지의 가치상승에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렇게 증가하는 부는 경제발전, 인구증가, 금융규제 완화로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희귀한 천연자원(땅)을 독점적으로 소유한 결과 발생하는 〈횡재〉가 그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전경제학자들은 이것을 노동 없이 얻은 불로소득인 〈지대의 축적〉이라고 보았을 것이다. 즉, 고전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부가 사회 전체에서 땅과 부동산 소유자들에게 〈이전되는〉 것이다.-257-258쪽
“1929년에서 1930년에는 거대한 흡입 펌프가 당시 생산되던 부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을 빨아들여 〈소수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것은 그들의 자본축적을 도와주었다. 하지만 이들은 일반 대중 소비자들에게서 구매력을 빼앗음으로써 자신들이 축적한 자본을 다시 새로운 생산설비에
투자하는 근거가 되어줄 상품들에 대한 유효수요를 스스로 없애버렸다. 그 결과 〈소수의 참여자〉에게만 칩이 집중되는 포커 게임 같은 상황이 되어버려서 나머지 사람들은 돈을 빌려야만 게임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의 신용이 바닥나자 게임은 중단되었다”
-276쪽 ---본문 중에서
부동산 자본주의의 결말은? 파멸이다
태초에 땅이 있었다
"땅을 사세요. 땅은 더 이상 새로 만들어지지 않으니까."(마크 트웨인)
"어떤 나라의 땅이 모두 사유재산이 되어버리면 그 즉시 지주들은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결코 씨를 뿌린 적 없는 곳에서 수확하기를 좋아하고 자연이 만든 생산물에서도 지대를 요구한다."(<국부론>,1776년, 애덤 스미스)
"토지독점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독점은 아니지만 독점 중에서 단연코 가장 중요한 독점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토지독점은 영원한 독점이고 모든 독점의 어머니다."(윈스턴 처칠)
"지난 세기에 걸쳐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다른 대출에 비해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1928년과 1970년에 은행에서 1순위로 여긴 업무는 사업체에게 무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2007년, 거의 모든 나라의 은행들은 주로 부동산 담보대출 업체로 변했다."(오스카 조르다 외, 2016년)
"미국과 영국 경제에서 (…) 주민들은 엄청난 빚을 안은 채, 투기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개인의 이동성을 저해하는 고정자산에 투기하는 사람들이 되었다."(마틴 울프, 2008년)
"심화되는 불평등과 소득 대비 자산 비율의 증가는 토지가치 및 지대의 증가와 연관되어 있다."(조지프 스티글리츠)
부동산이 불평등과 주기적 불황의 원흉이다
사람 중심의 새로운 경제건설을 추구하는 3인(조시 라이언-콜린스, 토비로이드, 로리 맥팔렌)의 영국 경제학자들이 함께 쓴 <땅과 집값의 경제학>(원제 Rethinking the Economics of Land and Housing, 2017)의 각 장의 서두에 올려놓은 위의 인용문들은 이 책의 문제의식과 핵심내용을 정확히 집약하고 있다.
위의 인용문들을 받아 <땅과 집값의 경제학>을 간략히 요약하면, '대체불가능하고 가치는 증가하는 땅이라는 재화가 사유화되고, 토지사유제 하에서 발생하는 지대를 지주가 독점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는데, 20세기말 경제사회적 활로를 찾지 못한 정부와 시민들이 부동산(땅과 주택) 가격의 상승에서 경제사회적 출구를 찾았고, 그런 집단적 움직임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및 이에 기반한 금융증권화와 맞물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했다. 그리고 이젠 주요 선진국에서 어디에, 어떤 유형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지가 부의 결정적인 척도가 되었고 불평등의 가장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 정도가 될 것이다.
저자들도 책 말미에 책의 내용을 아래와 같이 요약하였다.
■ 15세기가 시작되면서 땅이 거래가 가능한 사유재산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이전에 공유지였던 땅이 사유지로 바뀌었다.
■ 20세기 초반에 신고전 경제학이 대두하고 모든 생산요소에 소득이 어떻게 분배되는지 규정하는 보편적 과학원리가 발달했으며 주요 산업이 농업에서 공업생산과 서비스쪽으로 이동함으로써 생산과정에서의 땅의 역할이 모호해졌기 때문에 경제이론에서 지대와 땅이 소외되었다.
■ 경제이론이 위와 같이 변화한 결과 정부들이 땅과 부동산에 부과하는 세금을 폐지하는 대신 소득과 지출의 흐름에 세금을 부과하려는 경향이 강해졌고, 유럽 사회민주주의 모형에서는 이런 경향이 확고히 굳어졌다.
■ 20세기 후반 들어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해지고 주택소유의 관문이 넓어지면서 주거 자본주의가 등장했다. 이와 함께 영국 정부는 주택공급을 중단하는 대신 개인이 지대를 지불하거나 시장에서 집을 살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바꾸었고 주택소유가 다른 보유형태에 비해 정치적으로 우선시되었다.
■ 금융부문에서 규제가 더욱 완화되고 금융혁신이 일어나 은행들이 생산활동에 투자하는 것에 비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해 주는 업무를 선호하게 되었다.
■ 결과적으로 주택시장과 토지경제 전반이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땅과 집값의 경제학>에서 인용한 아래 그래프들을 보면 20세기 후반 이후 선진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얼마나 폭발적으로 상승했는지와 부동산 자산의 소유편중도(불평등도)가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이제 은행은 더 이상 가계로부터 예금을 받아 기업들에게 대출해 주는 것이 본업이 아니다. 은행은 부동산담보대출 기관으로 완벽히 변모했다. 영국의 경우 땅과 관련된 대출(건설자금 제외)이 1986년에 국내총생산(GDP)의 30%였으나 최근엔 70~80%에 이른다.
부동산의 금융화와 대출기관들의 경쟁적인 주택담보대출, 셀프오너십 소사이어티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선진국 정부의 정책, 부동산을 가장 강력한 부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시민들의 집단의식 등이 어우러지면서 이른바 주거 자본주의가 완성됐다. 그리고 주거 자본주의의 결과는 파멸적이다. OECD회원국 평균 상위 10%의 자산이 하위 50% 자산 총량의 5배, 하위 10% 자산 총량의 875배에 달할 정도로 말이다.
끝으로 저자들은 땅과 집이 야기하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들을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땅과 부동산의 소유 형태를 다양하게 하는 방법(토지의 공적소유, 토지의 강제수용, 사유지 투자와 핸드 풀링, 지역공동체의 토지소유와 비시장 모형들), 조세제도 개혁(토지세와 재산세 증세), 대출과 관련된 금융시스템 개혁(금융 규제와 신용규제 제도 시행, 은행부문의 구조 개혁 시도, 정부주택과 주택투자은행 증가, 은행부채 금융의 대체수단 마련), 다양한 주택 보유형태의 구축(차별화된 보유형태의 시행, 판매가치률 제한, 저비용 임대주택 보급), 개발계획 시스템의 개혁, 경제이론과 국민계정의 변화 시도(경제이론에 땅의 역할을 포함, 국민계정에 땅을 포함, 공공부문 부채의 측정)등이 그것이다.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을 탈피할 수 있는가?
<땅과 집값의 경제학>의 저자들은 선진국 그 중에서도 영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땅이 어떻게 사유화되었는지, 지대의 실체가 무엇인지, 부동산이 어떻게 금융화되었는지, 주거 자본주의시대의 불평등의 심화 정도는 어떠한지, 부동산이 야기하는 불평등을 완화시킬 정책수단들은 무엇인지 등을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GDP대비 부동산 가격이 가장 높을 정도로 부동산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남기업 외 3인이 쓴 '부동산과 불평등 그리고 국토보유세'라는 논문을 보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부동산 소득(실현 자본 이득+임대소득)을 추산하고 있는데 2007년 같은 경우 부동산 소득이 443.4조 원(실현 자본 이득 275.5조 원+임대소득 167.9조 원)으로 무려 GDP의 42.5%에 달했다. 최근인 2015년은 부동산 소득이 482.1조 원(실현 자본 이득 227.0조 원+임대소득 255.1조 원)으로 GDP의 30.8%에 달했다. 사정이 한결 나쁜 건 이처럼 천문학적인 부동산 소득이 극소수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액 기준으로 2013년 현재 개인 토지 소유자 상위 1%가 전체 개인 소유지의 26%(상위 10%는 65%)를, 법인 토지 소유자 상위 1%는 전체 법인 소유지의 75%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토지 소유 불평등도는 극심하다.
'부동산 공화국' 혹은 '투기 공화국'이라고 불러도 좋을 대한민국의 현실을 발전적으로 지양하는데 <땅과 집값의 경제학>은 많은 영감을 줄 것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전 세계적 현상이었다는 점, 지금은 부동산과 금융과 부동산 소유자들의 정치적 선호와 지지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점, 부동산 시장 안정과 지대의 공적 환수는 공급·세제(보유세, 양도세, 각종 개발이익환수장치)·대출·공적임대 등의 정책패키지가 정교하게 설계되고 집행되어야 가능한 정책목표라는 점, 부동산에 인질이 된 중산층과 메가 딜이 가능한 정책수단의 마련이 간절하다는 점 등을 꼭 집고 싶다.
다행히도 대한민국에는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이라 할 지대를 경제에 충격을 덜 주는 방식으로 공적으로 환수하는 방법에 대한 정책대안들이 이미 제출된 상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가 제안한 지대이자차액세(지가의 이자 중 지대를 초과하는 부분만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안)과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등이 제안한 국토보유세 3종 세트(종부세를 폐지하고 국토보유세라는 세목을 신설하는 것으로, 국토보유세는 토지에만 보유세를 누진적으로 부과하며, 징수된 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토지배당 형식으로 지급한다. 지급의 형식은 현금이 아니라 지역상품권이나 지역화폐다)방안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당국자들이 지대이자차액세 및 국토보유세 3종 세트를 정책에 반영한다면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과 작별하는 첫 걸음을 힘차게 내딛게 될 것이다. 1123 프레시안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토지정의센터장
▲ <한국 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안치용 지음, 내일을여는책 펴냄). ⓒ내일을여는책
정권은 재벌을 만들고 재벌은 권력을 지배한다
저자 안치용은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겸 한국CSR연구소 소장이다.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집행위원장,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이사장, (사)지속가능대한민국 이사장 역할을 함께 수행한다. 시민사회를 무대로 크게 두 방향의 일을 한다. 언론·연구 운동을 통해 지속가능 및 사회책임 의제를 확산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힘을 보태는 한편 지속가능바람청년학교, 대한민국지속가능청소년단(SARKA) 등을 운영하면서 대학생·청소년들과 지속가능성을 비롯한 미래 의제를 토론하고 공유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가천대 저널리즘 MBA 주임교수,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대우교수, 한국외대와 경희대의 겸임교수를 지냈고, 대학과 산업계, 시민사회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경향신문에서 22년을 경제부·산업부·문화부·국제부 기자로 활동했다, 2007년부터 2013년 퇴사까지는 사회책임 전문기자를 지냈다. 연세대학교 문과대학을 1991년에 졸업하고, 서강대에서 경제학 석사(2009), 경희대에서 경영학 박사(2013) 학위를 받았다.
『지식을 거닐며 미래를 통찰하다』, 『대한민국행복지수』, 『트렌치 이코노믹스』, 『한국의 보노보들』, 『블루오션의 거상』, 『10년 후 당신에게』, 『구로공단에서 G밸리로』, 『내 인생을 바꾼 한 번의 만남』, 『청춘은 연대한다』, 『내 아들 내 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회적기업 49』, 『세상에 희망을 일구는 사회적기업 63』, 『착한 경영, 따뜻한 돈』, 『청춘을 반납한다』, 『내 청춘의 힐링캠프』, 『아프니까 어쩌라고』, 『바보야, 문제는 권력집단이야』, 『50대 인문학』, 『선거파업』 등의 책을 썼고, 『한국전쟁과 미국의 세균전』을 번역했으며 CSR 관련 몇 편의 논문을 냈다.
목차
서문 ‘범죄자본주의’ 해체하고 한국 자본주의를 전면 재구성하자 - 004
PART 1 차이 없는 반복
외적 식민지에서 내적 식민지로
1. 백년 호텔을 가진 나라 - 018
2. 한국 자본주의에서 식민지근대화론과 내재적 발전론 - 027
3. 일제에 의한 자본주의 이식 - 032
PART 2 한국형 엔클로우저, 적산
1. 광복과 함께 일어난 최초의 뱅크런 - 040
2. 미군정의 적산 처리 - 044
3. 대한민국 정부의 적산 처리 - 050
4. 화약은 진실하고 정직하다? - 055
PART 3 그라운드 제로 한국전쟁
1. 폭력적 사회 재편과 비자발적인 전면적 리셋 - 068
2. ‘그라운드 제로’의 예외 - 075
3. 노동운동의 불모화 - 090
PART 4 친일에서 친미로
1. 기업가정신 vs. 정경유착 - 106
2. 일본이 남긴 적산과 미국에서 들어오는 원조 - 111
3. ‘만가’(晩可) : 정경유착과 한국 재벌의 기원 - 120
4. 재벌의 본격적 등장과 자본축적 - 130
PART 5 외생축적, 정경유착과 배제의 구조화, 고착화
1. 재벌, 부정축재자에서 ‘개혁적인 민족기업가’로 변신하다 - 146
2. 경제개발의 재원을 찾다 - 154
3. 독재·자본 연합의 탄생 - 161
4. 국민을 팔아서 경제를 일으키고, 그 국부를 재벌에 넘기다 - 168
5. 전두환·노태우 정권 : 외생 축적의 정점 - 178
PART 6 자본과 민족
1. 민족자본주의 - 188
2. 민족경제론 vs. 재건론·자립경제론 - 193
3. 주변부자본주의 vs. 국가독점자본주의 - 197
PART 7 중화학공업 육성으로 재벌은 비대화하고 안정되었다
1. 산업의 구조조정 - 206
2. 경제력 집중 레이스에서 살아남기 - 216
3. 금융 등의 자유화 - 219
PART 8 탈(脫) 한국 자본의 한국 지배
1. 알깨기를 시도하는 한국 자본 - 226
2. 외환위기 - 232
3. 외환위기 이후 : 여전한 재벌 중심의 한국경제 - 237
4. 위기를 극복하고 권력을 접수한 시장 - 242
PART 9 자본 민주주의 국가의 시장과 사회를 지배하는 최고 권력
1. 시장경제에서 시장사회로 - 248
2. 시장경제를 시장사회로 이행시키는 요소 - 255
출판사 서평
권력을 쥔 자본, 자본권력
일찍이 노무현 대통령이 고백했듯이, 대한민국의 실제적인 권력은 이미 재벌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런 점에서 《한국 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는 권력의 하수인 혹은 동반자에서 스스로 권력을 손에 쥔 재벌을 ‘자본권력’이라 규정한다. 마치 쇠에서 나온 녹이 그 쇠를 갉아먹듯이, 권력자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재벌 그룹이 어느덧 권력의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권력이 되어버린 것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형성되기 시작한 재벌은 언제나 든든한 정권의 동반자 혹은 하수인이었다. 정권에서 필요로 하는 정치자금의 마르지 않는 젖줄이었고, 그 대가로 바벨탑과 같은 자본의 성채를 쌓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본은 권력의 통제를 벗어났고, 오히려 정권을 창출하고 조종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바야흐로 자본권력의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깊고 질긴 재벌의 뿌리
CHAEBOL. 속칭 ‘재벌’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기업집단은 이미 옥스퍼드를 비롯한 전 세계 유명 사전에 ‘고유명사’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지 오래다.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아니라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철저히 봉사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의 기본 규칙마저 가뿐히 뛰어넘는 재벌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한국 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는 그 시작은 일제강점기로부터 본다. 오늘날의 ‘삼성그룹’과 비견될 만큼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노구치콘체른’의 정경유착과 차입경영, 무차별적 사업 다각화가 바로 대한민국 재벌의 원형이었던 셈이다.
일제강정기가 끝나자마자 재빨리 ‘친일’에서 ‘친미’로 옷을 갈아입은 식민지 부역자들은 이른바 적산불하 과정을 통해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민족의 비극인 한국전쟁을 오히려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았다. 이어서 5.16 세력과 손을 잡고 ‘반공’의 기치 아래 군사정권의 든든한 뒷배가 됨으로써 드디어 ‘재벌’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권력이 바뀌어 갔지만 재벌은 차근차근 자신들만의 성채를 구축했고 이제는 오히려 정권을 좌지우지할 만한 권력을 손에 넣었다.
‘범죄자본주의’ 해체하고 한국 자본주의를 전면 재구성하자
《한국 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는 이렇듯 불법과 탈법과 정경유착으로 부와 권력을 쌓아올린 자본권력을 마피아보다 더 사악한 ‘범죄집단’으로 규정한다. 그 이유는 “사법적 심판을 벗어나 있고 나아가 사법을 포함한 국가와 사회의 권력을 총체적으로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자본주의’는 한국 자본주의의 본질적 특성이며, 이는 대한민국이란 근대국가 형성과 맞물려 있는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이승만을 중심으로 한 친일세력과 두 개의 외세에 편승한 기득권 세력이 어떻게 민족공동체의 이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국가를 장악하여 대한민국을 그들의 나라로 만들어왔는지는 현대사를 통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대한민국을 기초하고 설계하여 완성한 이승만·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진 정치권력은 태생 자체가 범죄적이다. 이 독재자들은 민족과 공동체의 국가를 찬탈하여 소수 기득권 집단의 국가로 만든 범죄자다.”
- 저자 서문 중에서
《한국 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는 오늘날 ‘범죄자’의 반열에까지 오른 자본권력의 과거와 현재를 낱낱이 파헤치고 화려한 자본의 그늘 뒤에 숨은 추악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리하여 자본 권력의 약한 고리가 무엇인지 차근차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범죄자본주의’를 해체하고 한국 자본주의를 전면 재구성하자고 제안한다. 더디고 힘든 길이겠지만, 《한국 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는 대한민국이 건강한 자본주의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책속으로
롯데가 재벌로 본격적으로 발돋움한 계기는 1970년 신격호와 박정희의 만남이다. 신격호는 1970년 11월 13일 주일대사 이후락과 함께 도쿄를 떠나 한국에 도착했고, 공항에서 청와대로 직행하여 대통령 박정희를 만났다. 박정희는 신격호에게 반도호텔을 불하해줄 테니 국제적인 호텔을 만들어서 성공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노구치의 반도호텔은 해방과 함께 국가 소유로 넘겨져 당시 관광공사가 운영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이날이 오늘날 롯데그룹의 출발점이었다. 한국 재벌의 거의 대부분이 정경유착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롯데 같은 전격적이고 화끈한 출발의 일화를 찾기는 힘들다.
1974년 6월, 롯데는 반도호텔 매각 입찰에 단독 응찰하여 낙찰을 받았고, 박정희의 지시로 반도호텔 옆의 국립도서관도 손쉽게 사들였다. 중국음식점 아서원을 비롯한 인근 사유지 매입에도 정부의 도움을 받았다.
신격호는 호텔을 짓는 김에 유통업(백화점)에도 진출했다. 호텔 옆에 짓기로 한 9층짜리 부속건물을 당초 신고와 달리 25층으로 높였고, 용도 또한 준공을 앞두고 투숙객을 위한 쇼핑센터(1~2층)에서 ‘백화점(1~7층)과 임대사무실’로 변경했다. 당시는 ‘도심 인구집중 억제 정책’이 시행 중이어서 대규모 백화점이 시내 한복판에 들어설 수 없었지만 ‘백화점’이 아닌 ‘쇼핑센터’로 명칭을 바꾸는 편법이 동원돼 일을 성사시켰다. 박정희는 궁정동 안가에서 숨지기 불과 몇 시간 전인 1979년 10월 26일 오후에 ‘롯데쇼핑센터’ 건을 재가했다. 다음날 박정희의 피격 사망 보도를 접한 신격호가 ‘하마터면’ 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광경은, 직접 보지 않았지만, 능히 짐작할 수 있다.”---「백년 호텔을 가진 나라」중에서
5·16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 군사정부는 애초에는 4·19혁명 직후 시작된 ‘부정축재자 처벌’을 완성지어, 국민적 지지를 얻고자 했다. 절대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던 시절, 국민들이 법 위에 군림하던 자본가들의 탈세와 부정축재에 분노했기 때문이었다.
국가재건최고회의는 1961년 5월 28일 부정축재처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정재호·이정림 등 대자본가 10여 명을 체포·구금했다. 삼성 회장 이병철은 마침 일본에 머물고 있어서 체포를 모면했고 대신 동업자인 부사장 조홍제가 체포되었다. 여러 증언에 의하면 이병철은 쿠데타 주도세력과 사전 협의를 마치고 “전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한 뒤, 6월 26일 귀국했다. 서울에 도착한 이병철을 연행한 지프차는 다른 부정축재자들이 구금돼 있던 서대문형무소·마포형무소가 아니라 서울 명동의 한 호텔로 달려갔다. 이병철은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 날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병철은 부정축재자 전원 석방을 요구한다. 경제개발을 위한 투자 협력이 그 대가였다. 이튿날 구금돼 있던 재벌 경제인 12명은 모두 석방되었다.
석방된 부정축재자 12명은 그해 8월 16일 군사정권과 연결 창구 노릇을 맡을 ‘한국경제인협회’를 꾸린다. 초대 회장은 이병철이었다. 부정축재혐의자 12명이 석방을 대가로 조직한 ‘한국경제인협회’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전신이다. 국가재건최고회의는 10월 부정축재처리법을 개정한다.
추징금의 수위를 낮추고, 대규모 공장 건립을 위해 정부가 금융지원에 나서며, 공장이 설립된 뒤에는 정부에 헌납한 지분을 되사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부정축재자들은 강력한 처벌 대신 정부의 집중적인 금융지원을 받으며 국가기간산업에 뛰어들 수 있는 독점적 기회를 제공받았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밀월관계가 형성된 결정적 순간이다.
---「‘만가’(晩可) : 정경유착과 한국 재벌의 기원」중에서
1955년 자본금을 기준으로 한 당시 국내 최대기업은 1위 삼양사, 2위 대한석탄공사, 3위 한국산업은행, 4위 락희화학공업사, 5위 금성방직 순이었으며, 대체로 섬유업체가 강세였다. 이 무렵부터 일반 국민들 사이에 ‘재벌’이란 말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1950년대 후반에 이르면 삼성, 삼호, 개풍 등이 산하에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며 명실상부한 재벌로 부상한다. 이밖에 럭키, 대한산업, 동양, 현대, 쌍용, 코오롱, 한일합섬, 벽산, 태광, 전방, 한국생사, 방림방적 등이 1950년대를 거치면서 재벌로 비상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마친다.
이 무렵 형성된 재벌들은 초과이윤이 발생하는 부문에 집중적으로 또 무차별적으로 진출하여 한국 특유의 ‘백화점식 경영’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백화점식 경영’ 즉 문어발 경영을 위해서는 단기간에 유망기업을 다수 인수해야 했는데, 당시 상황에서는 정치권과 거래 없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경제적 이권과 정치자금을 맞교환하는 불법적인 거래에 능할수록 빨리 성장하였고, 그에 따라 기업 내부에 추악한 비밀이 쌓였고, 비밀이 외부로 새어나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폐쇄적인 가족경영에 매달리게 되었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는 폭리, 밀수, 탈세, 부동산 투기 등 한탕주의를 기업가정신으로 체화하고 문어발 경영을 경영전략의 특징으로 하는 재벌 말고는 정상적이고 건전한 기업이 자리 잡기가 매우 힘들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또한 재벌화가 동전의 앞면이라면 뒷면은 정치적인 독재체제의 지속일 것이다.
1961년의 10대 재벌 목록을 보면, 재벌 형성의 비밀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단 주력사업이 수입무역인 곳이 10곳 중 8곳이다. 앞서 언급한 상인자본적 성격이 극명하다. 귀속자산, 즉 적산을 취득한 곳은 10곳 중 7곳이다. 원조자금을 받은 곳은 10곳 전부이다. 계열사가 많은 상위권 3개 재벌의 주력사업에는 은행이 포함되었다. 이 모두는 정경유착 없이는 불가능했다. ---「재벌의 등장」중에서
10.26 궁정동 총성에 롯데 신격호는 안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9년 궁정동 안가에서 숨진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의외의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다.
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죽기 불과 몇 시간 전 '롯데쇼핑센터' 건을 재가했기 때문이다. '재벌'의 성장사를 중심에 놓고 한국 자본주의 역사를 살펴본 책 <한국 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 (안치용 지음, 내일을 여는책 펴냄)에 등장하는 롯데와 박정희 정권의 유착 관계는 다음과 같다.
"롯데가 재벌로 본격적으로 발돋움한 계기는 1970년 신격호와 박정희의 만남이다. 신격호는 1970년 11월 13일 주일대사 이후락과 함께 도쿄를 떠나 한국에 도착했고, 공항에서 청와대로 직행하여 대통령 박정희를 만났다.
박정희는 신격호에게 반도호텔을 불하해줄테니 국제적인 호텔을 만들어 성공시켜 달라고 요청했다.(일제시대 지어진 반도호텔은 해방과 함께 국가 소유로 넘겨져 당시 관광공사가 운영하고 있었다.)
(...)1974년 6월, 롯데는 반도호텔 매각 입찰에 단독 응찰하여 낙찰을 받았고, 박정희의 지시로 반도호텔 옆의 국립도서관도 손쉽게 사들였다. 중국음식점 아서원을 비롯한 인근 사유지 매입에도 정부의 도움을 받았다.
(...)신격호는 호텔을 짓는 김에 유통업(백화점)에도 진출했다. 호텔 옆에 짓기로 한 9층짜리 부속건물을 당초 신고와 달리 25층으로 높였고, 용도 또한 준공을 앞두고 투숙객을 위한 쇼핑센터(1-2층)에서 백화점(1-7층)과 임대사무실로 변경했다. (당시 규제 정책 중 하나로 대규모 백화점이 시내 한복판에 들어설 수 없었지만 편법이 동원돼 일을 성사시켰다.) 박정희는 궁정동 안가에서 숨지기 불과 몇 시간 전인 1979년 10월 26일 오후에 '롯데쇼핑센터' 건을 재가했다."
신격호는 전두환 정권에서도 정치헌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건넸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정권과 결탁해 123층짜리 제 2롯데월드 건립을 승인받으며 '대한민국 최고층 마천루'의 꿈을 이룬다. 하지만 2017년 현재 롯데는 그룹 후계자 자리를 두고 벌어진 형제의 난과 과거 정부와 유착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의 '재벌'스럽게 성장한 기업 중 하나인 롯데의 오늘이다.
5.16 쿠테타로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 정부는 애초 4.19혁명 직후 시작된 '부정축재자 처벌'을 완성지어 국민적 지지를 얻고자 했다. 하지만 이 방향을 180도 튼 사람이 당시 삼성 이병철 회장이었다고 한다. 이병철 회장은 1961년 6월 27일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을 만나 경제개발을 위한 투자 협력을 대가로 당시 부정축재자로 체포.구금돼 있던 재벌 경제인 12명의 석방을 요구했다. 물론 사전에 쿠테타 세력과 물밑 협상을 끝낸 후 최후 협상이었다. 이후 석방된 '부정축재자(재벌 회장)'들은 군사정권과 연결 창구로 '한국경제인협회'를 꾸렸다. 이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전신이다. 결국 부정축재자들은 강력한 처벌 대신 정부의 집중적인 금융지원을 받으며 국가기간산업에 뛰어들 독점적 기회를 제공받았다. 이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밀월관계가 형성된 결정적 순간이라고 저자는 평한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도 등재된 '재벌(Chaebol)'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현대사의 흐름을 따라 이어온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밀월관계를 통해 형성됐다. 저자는 이 과정을 단순한 '유착'이 아니라 '범죄 자본주의'라고 규정한다. 일제가 남긴 적산, 미국에서 들어오는 원조, 그리고 한국전쟁이라는 복잡다단한 정치·경제적 변수 속에서 친일파는 친미파가 변신했고, 이들은 한국 자본가의 뿌리이기도 하다. 해방과 미국이라는 외세의 개입, 전쟁을 거치면서 행사되지 못한 '정치적 정의'는 이후 자본 축적 과정에서의 '경제적 정의'도 행사되지 못하게 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자 '사사오입 개헌'을 통해서라도 종신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이승만 대통령은 결재서류에 자기 이름의 끝 글자인 '만'에 오케이라는 뜻의 '가'를 붙여 붓글씨로 '만가'라는 한문 사인을 써 결재를 했다고 한다. 원조물자와 자금의 특혜를 누구에게 주느냐를 결정하는 '만가'는 정경유착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단어였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사실상 이승만의 후계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앞서 서술한 이병철 삼성 회장 등 재벌을 협치의 파트너로 받아들였다. 박정희 정권은 이런 정경유착에 반대하는 세력을 '빨갱이'로 모는 반공 이데올로기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정치적 안정을 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비극적인 일은 베트남 파병, 광부.간호사의 서독 파견 등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의 상당 부분도 '차관'의 형태로 재벌들의 주머니를 불리는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저자가 한국의 국가가 주도한 재벌 중심 경제를 '범죄 자본주의'라고 일컫는 이유는 "사법적 심판을 벗어나 있고 나아가 사법을 포함한 국가와 사회의 권력을 총체적으로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기초하고 설계하여 완성한 이승만.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진 정치권력은 태생 자체가 범죄적이다. 이 독재자들은 민족과 공동체의 국가를 찬탈하여 소수 기득권 집단의 국가로 만든 범죄자다."
2017년 현재 저자가 지적한 '범죄 자본주의'의 폐해가 민생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고 있는지 우리 모두가 절감하고 있지만, 이를 벗어날 출구는 '각자도생' 방식인 '탈조선' 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절망이 지배적이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이렇게 권한다.
"느린 걸음이 되겠지만 희망 자체보다는 희망의 근거를 찾는 일에서 우리는 희망 부재의 타파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 일은 절망을 깊숙이 또한 찬찬히 들여다보는 일에서 시작된다. 부끄럽지만 이 책은 일종의 들여다보기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