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
여는말 산천제(山川祭)
도움말 가덕숲과 동백군락지의 존재와 의미 _ 홍석환(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노래 먼산 外 _석갑주 가수
시 가덕 동백숲에게_천유근 시인/ 동백계절_원종태 시인
대금연주 우소락청 김현일 대표
시 가덕을 위한 弔畵_서정호 시인 /봉기, 가덕동백_이성근 시인
: 낭송 전연숙(시낭송가)
소리 꽃등들어 님오시면_천기호(문화예술 기획자)
명상 동백나무와 하나되기_정명숙(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명상지도사)
입장문 가덕 동백의 이름으로 고(告) 한다
-7천년 역사문화• 생태경관의 보고, 가덕을 자유롭게하라
12:20 점심
동백나무 수호 참가자 이름표 달기
14:00 외양포 전망대 도착 해산
동백 계절 –원종태
겨울과 봄은 서로 교집합이지요
꽃과 무덤이 너무 가까이 있네요
뿌려진 모가지들 앞에서 당신은
루즈 바른 첫 입술로 말했지요
이 길을 어찌 건너갈까요?
우물쭈물하다 전화통이 더욱 붉어졌을 때
수화기는 털커덕, 떨어졌지요 미안해요
그 사이 몇 천 년 흐른 것 같은데
지고 나서야 당신, 비로소 피어나네요
그 길을 어찌 건너왔을까요?
겨울과 봄 사이 붉은 계절이 있어서
동백이라 부르고 이별이라고 쓰지요
가덕도 동백숲 -천유근
오늘 이 시간
우리들 발밑에 붉은 융단으로
떨어져 밟히는, 밟혀서 울음 가득한
가덕 동백꽃들
그대들의 생을 되짚어 봅니다
세상을 살다가
막다른 골목길
절망 끝이 와도
그대의 춘삼월
붉은 핏빛을 안고
노래 할 수 있다면
오늘을 기쁨으로 맞이하겠습니다
허나 그대들 황망히 이 땅에서 버림받고 사라진다면
동박새들만이 피울음 토해내 서럽게 울고 가는 계절을 맞이하겠지
사람들아 머리 검은
사람들아 우리들의 함성과 툭툭 떨어지며 땅울음 울어대는
가덕도 동백숲의
애절한 울음소리
듣고 있는가
인고의 세월
한무리로 살다 애절하게 꺽이고 말 그대들의 아픈 외침들 뼈아프게 가슴으로 와서
탁본 됩니다
해마다 붉은 꽃
피워올리던 저 꽃들의 함성 다시는 듣지 못하는지요
오늘은 그렇게도 은빛 가득 빛나던 윤슬도 보이지 않습니다
멀리 동박새 울음만 철석철석
아픔으로 옵니다.
가덕을 위한 弔書 -서정호
가덕의 바다는 비행장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가덕의 나무는 비행장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가덕의 꽃들은 비행장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바다도 지천이라고
나무도 지천이라고
꽃들도 지천이라고
발전한다는데
좋아진다는데
편해진다는데
파괴가 자본주의의 본성입니다
개발이 자본주의의 민낯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논리와 예산과 여론
모두 당신들의 편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이겼습니다
우리들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이 바다를 마음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이 나무를 가슴 가득 안아보겠습니다
이 꽃들을 눈에 가득 담아보겠습니다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기다리는
예수의 마음은 성경책 속에서만 있습니다
목사님의 설교 속에서만 있습니다
여기 가덕에는 없습니다
대자대비, 자비로우신 부처님의 마음은
여기 가덕에는 없습니다
목탁소리, 죽비소리는 절 안에서만 있습니다
깨달음은 자기만족에 갇혔습니다
아무도 촛불을 들지 않고
아무도 기도하지 않아도
가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비행장이 태풍에 쓸려 파괴되고
다시 지금의 모습으로 돌아올 그날까지
가덕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봉기, 가덕도 동백군락 –이성근
바다 건너 산 너머 골짜기 아래
있는 듯 없는 듯 무리지어 살던 동백나무 있었습니다
가끔씩 초병들이 오가는 길을 따라
뭍으로부터 건너온 흉흉한 소식 들리고
바람부는 날이면 수런수런 걱정이 깊었습니다
뿌리 내린 벼랑끝, 불면의 밤,
동백나무는 저마다 붉은 등 달았습니다
애간장 속이 타는 것입니다
대관절 무엇인가
영문도 모른 채 이대로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목숨
그렇습니다. 오래전 참화의 그림자 일렁이고
총. 칼 보다 더 무서운
포크레인과 불도저 떼, 덤프트럭 몰려 온답니다.
풀 한 포기 남아나지 않습니다
제주 전토에 휘발유를 뿌려 몰살시키려 했던
그런 참극의 땅, 더는 없어야 합니다
그 마음 애절하고 간절하여
가덕도 국수봉과 남산봉 사이
골짜기 흘러 내리는 계곡물에
도룡뇽이며 삵, 그리고 몽돌해변에 놀던 수달과
그 앞바다 상괭이 가족들
모두 한 뿌리 한 몸인 듯 동백나무 하얀 줄기로 서서
내게 가지 뻗어 살려 달라 연대의 손을 내미네요
그리하여 동무들아
가덕의 팔만사천 풀과 나무
주먹 움켜쥐고 일어서 외치는 함성 들리는가
너울치는 봉기의 푸른 깃발들 보이는가
같이 살자 더불어 같이 실자며 전하는 메시지
귀담아 입에서 입으로 옮기고
이제 너와 나 여기 동백나무 꽃 진 자리
더불어 한그루 동백나무 될 일입니다.
가덕 섬이 될 일입니다.
가덕 동백나무의 이름으로 告(고)한다
-7천년 역사문화• 생태경관의 보고, 가덕을 자유롭게하라-
2022년 3월 대선이 끝나고 인수위가 가동되면서 이곳 가덕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공항건설일정도 보다 명확해지고 있다. 관련하여 기재부는 TF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예타 면제 절차는 사실상 끝났다’라고 보고한 바 있다.
수십조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국책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의 생략이 의미하는 바는 앞뒤 없이 그냥 밀어 붙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그 가능성을 특별법은 열어두고 있었고 통상의 절차와 과정을 무력화시킨 바 있다. 그 모든 것은 부산시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2030 ‘유치해’ 월드엑스포 개최에 앞서 2029년 가덕신공항을 조기에 개장하는 것으로 맞추어 져 있다.
향후 7년 그야말로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 공항이 급조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항포, 외항포구를 비롯하여 국수봉과 연대봉 남쪽 자락은 처참한 몰골로 파헤쳐 지다 못해 수장되어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동서로 3.5km 활주로가 바다를 매립하면서 들어서게 된다. 나아가 공항청사, 격납고며 여객‧화물터미널, 주차장 등의 부대시설이 입지하고 눌차만 에어시티 등 기반 배후시설도 따라 붙음으로 가덕의 아래 위 서쪽 해안이 만신창이가 된다. 결과적으로 가덕은 이름만 남고 전혀 낯선 곳이 된다.
이런 일련의 시나리오는 진작부터 엎치락 뒤치락 도모되었지만 2018년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가 박근혜 정권의 김해신공항 확장안에 대해 적폐라고 규정하면서 가덕신공항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다시 발화되었다. 추진세력(민‧관‧정‧산‧학‧언)의 노골적이고도 전방위적 김해신공항 확장 거부 저항 난동은 급기야 2020년 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가 내린 ‘근본적 재검토 필요’ 결정을 확보했다. 여기에 집권여당이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특별법을 발의하고 국회통과와 공포하기까지 불과 4개월 남짓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7천 년 아득한 가덕의 존재가 법적 종지부를 찍는 시간이었다
짚어보면 가덕신공항은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과 마찬가지로 구구절절 모순의 현장이자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현장이다. 오죽하면 특별법 발의 초기에 주무부처인 국토부를 비롯해 기재부와 법무부까지 기술과 법적.절차적 근거로 반대를 했겠나만 관료주의 한계로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유감스럽게도 가덕신공항이 특별법의 지위를 가지던 그 시기는 지구촌을 강타한 코로나로 인해 전지구가 몸살을 앓을 때였다. 야생의 경계를 허문 인간의 이기와 욕망으로 끝긴데 없이 집어 삼키는 반생태적 지구살이가 코로나 발생의 원인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임계점에 도달한 지구의 자정력에 누수가 생기고 그로 인한 기후재앙이 동시다발로 발생한 것도 즈음이었다.
문명의 전환이 요구되었고, 생태적 가치와 지금과는 다른 삶의 방식이 제기되었다.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탄소배출에 대한 규제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등 세계정상회의를 통해 재확인 되었다. 온난화 저지 1.5도는 기후위기를 막는 마지노선이다. 지난 몇 년 코로나로 인해 국가간 이동이 봉쇄되고 항공산업은 곤두박질 쳤다. 강제된 거리두기를 통해 정상적인 사회 경제활동이 차단당했고 또 그로 인한 다양한 인적 물적 피해는 천문학적이다. 그럼에도 본격화 될 기후위기에 비하면 코로나의 위력은 연습게임에 불과하다.
그럼점에서 본다면 가덕신공항은 먹이를 찾아 게걸스럽게 달려드는 성장 토건 하이에나 족속의 집요한 지구 파괴 공작의 결과물이다. 어처구니없게도 구태의연한 성장과 개발 신화는 유효했고, 풍요의 중독에 현혹된 사람들은 가덕의 존재를 알든 모르든 가덕 죽이기에 일말의 가책도 없이 동승했다. 그렇치 않고서야 이 뛰어난 숲과 바다가 어울려 만들어 내는 천혜의 땅이 아작나 급기야는 그 형체를 잃어버리는 이 참혹한 몰살의 미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왜가 없는 이 순응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한번이라도 이 숲에 와서 아름드리 고로쇠나무며 굴참나무 느티나무와 이야기 해 보았는가 .
한번이라도 이 바다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상괭이들의 미래를 물어 보았는가
한번이라도 이 가덕을 경유하여 대륙을 오가는 숫한 맹금류들의 하늘을 보았는가
분명한 사실은 장차 들어설 가덕신공항은 이들의 뼈와 피, 그리고 여기 조상대대 터 잡고 살던 원주민의 한이 서린 통곡 속에 세워 지는 것이란 사실이다. 여기에 이들을 짓뭉갤 어떤 권리도 정당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 과정을 감내해야 할 우리가 부끄러울 뿐이다.
한가지 기억해야 할 사실은 신공항건설에 대한 지역 언론의 존재다. 가덕 신공항에 대한 지역언론의 태도는 훗날 원하던 미래가 오지 않을 때 그 책임의 한축으로 반드시 기억해야 할 만큼 역겹다. 견지해야 할 소명과 가치 중립의 자세를 저버리고 철저한 신공항 건설 나팔수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지역 언론은 지난 10년 가덕의 생태적 지위와 진실을 보도 한적이 한번도 없다는 것이다. 이는 언론으로서 자기부정이요 수치에 다름아니다.
이렇듯 이곳 가덕에서 외치는 항변과 저항의 목소리는 섬에 갇혀 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마스크를 벗지 못한 채 뒤엉킨 세월을 살고 있다. 부정할 수 없는 답답한 일이지만 이 또한 현실임을 직시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벼랑끝으로 내몰린 동백의 입장이 되어 가덕의 빛과 소리를 나눈다.
그것은 이숲이 발하는 찬연한 봄날의 슬픈 메시지인 바
7천년 역사문화 생태경관의 보고 가덕을 자유롭게 하라.
2022년 4월 9일
동백군락지에서 가덕의 안부를 묻기 위해 모인 부산시민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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