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공원 피크닉데이 이번 주제는 '공원일몰제'
'공원지키기 부산 선언' 계획
'공원 일몰제 난타의 날' 행사가 오는 21일 부산 해운대구 APEC 나루공원에서 열린다.
㈔부산그린트러스트는 나루공원 활성화를 위한 '피크닉데이' 두 번째 행사의 주제로 공원 일몰제를 잡았다. 최근 땅 주인이 나서 2020년 일몰제 시행 이후에도 공원 부지를 지켜내겠다는 약속을 해 화제가 된 해운대구 장지공원(본보 지난 17일 자 1면 보도) 사례와 부산시의 주요 부지 매입 약속을 이끌어낸 남구 이기대공원 사례 등을 주민, 관계자들이 발표한다.
부산시와 부산작가회의, 부산녹색구매지원센터, 100만평문화공원 조성범시민협의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날 행사에는 시 낭송과 음악 공연도 마련돼 있다. 녹색구매지원센터가 준비한 만들기 체험에도 참여할 수 있다. 피크닉데이 참가를 원하는 시민들은 음료를 준비해 이날 오후 2시 30분 APEC 나루공원 그린큐브 앞으로 가면 된다. 행사는 3시간가량 진행된다.
피크닉데이는 도로로 단절된 나루공원의 이용 활성화와 함께 공원이라는 장소를 통해 지역 사회 이슈를 공론화 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은 "공원이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한 실천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기 바란다"며 "이날 행사 말미에 일몰제에 대한 대응으로 '도시공원 지키기 부산 시민 선언'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
봄으로 가는 공원
정안나
운동화를 신어 땅과 가까워
연속사방무늬 모자를 쓰며
하늘과 가까워지고 싶어
하늘은 맑았다 흐려
돌아서왔다고 저기서 돌아왔다고
땀 흘리는 이웃이 있어
아직 떠나지 않은 땀방울
뚱뚱해진 머리를
쓰다듬네
쥐가 없는 고양이를 키우고
숲으로 돌아가는 길에
강을 건너는 바다를 키워
노란 새가 운동화 옆에 집을 지어
밖으로 나갈까
노란 새가 모자 옆에 집을 지어
이웃에게 가볼까
도시의 이웃사촌으로
아이에서 어른으로
도시와 걸어가는 공원
이제 지쳤다면서 걸어가다 보면 봄이네
수영강나루
고명자
강물을 따라 흘러가자
종이배 갈잎배로 끄덕끄덕 흘러가자
한끼 배고픔쯤 잊어버리고
살진 숭어처럼 강가를 첨벙거리자
우리 한때 날개를 달았던 족속
가문 강바닥 돌멩이로 구르던 시절 지나
지금은 나루공원에 앉아 햇볕을 쬔다
오늘, 강은 위로 흐르고 바람은 아래로 쓸려간다
눈부신 반란이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거스름이다
나 다시 날으려는지 두시 방향으로 머리카락 휘날린다
갈대와 잡풀 뒤섞인 옛 강은 없다
수영성 지키던 눈빛 매운 수군들
바다를 끌고 오느라 찢어진 만선의 깃발
목청 굵은 아버지의 멸치 후리는 소리
목숨 지닌 것답게 우렁차게 흘러갔다
입에서 입으로 건너와 전설이 된 나루에서
어떤 간곡한 기다림이 있기나 한 듯
수영교 아래로 사라지는 강을 본다
걷던 길을 깔고 앉아 나만 오래 깜깜해진다
먼 먼 그리움의 징표인양
아파트 창문마다 물빛 한 장씩 오려 붙였다
커다란 비누거품처럼 엉겨붙어 흐르는 집에
피라미같은 왜가리같은
아이들 젖내 맡으러 강물을 들락거린다
수목원에서
서정호
내가 갈 곳
결국 한 그루 나무 아래구나
흙속에 묻히다
납골당에 갇히다
결국은 나무 밑 둥
새벽 눈처럼 살포시 쌓이는구나
비석대신
우뚝 서 있는 떡갈나무
또는 밤나무
그것이 나의 마지막 상징
비와 함께
뿌리에 스며들어
하늘을 지향하는 줄기
그 꼿꼿한 정신
꿈은 죽지 않고
또다시 새벽을 깨우니
잎과 잎 사이
어스름 속 먼 마을을 굽어보니
놀라워라
죽어서 내가 나무가 된다니
죽어서 내가 나무로 산다니
죽어서 내가 나무처럼 늙을 수 있다니
내가 갈 곳은
결국 나무 한 그루
그 수액의 혈액
잎의 손
줄기의 몸으로 곧게 서서
바람에 흔들리고 달빛 마주하며
바람에 흔들리고 달빛 마주하며
결국은
나무의 마음으로
다시 살아가는 것이구나
피라미같은 왜가리같은
아이들 젖내 맡으러 강물을 들락거린다
토요일 오후, 그 숲에서
김점미
토요일 오후,
숲을 그린다
투명한 초록사이로
사람들이 보인다
나도 보인다
사람들의 속삭임 사이로 안개가
하얗게 번져간다
숲이 사라진다
사람들도 사라진다
나도 사라진다
사라지는 것들 속으로
오후의 적요(寂寥)가 내려앉는다
그러다 문득,
안개가 걷히고
모든 나무들이 다시 살아난다면
다시 내가 초록의 숲을 그린다면
숲속의 바람으로
새의 꽁지를 흔든다면
그 사소한 떨림으로
숲에서 떨어져 내린다면
나는
사소함 때문에 죽게 될 것이다
그것을 아는
토요일 오후,
조용히 방에 앉아
숲과 숲의 초록을 그린다, 단 한그루
나무도 보이지 않는 숲
안개가 내려 투명한
숲, 그 속을 통과하여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는 세월을
그린다
도시공원 일몰제 반대 부산시민선언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을 이행하고, 중앙정부는 대책을 마련하라
2017년 현재 대한민국 국민의 90%가 도시에 살고 있다. 도시는 날로 비대해져 왔고, 우후죽순 끝간데 없이 들어서는 아파트들은 도심의 산림과 숲을 지워 왔다. 이제 남아 있는 도시공원 조차 난데없는 공원일몰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실은 이미 17년 전 예고된 바 였다.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로 인해 2020년 7월부로 전국 1만9천 곳의 도시공원이 사라지게 된다. 실로 감당하기 힘든 전대미문의 개발광풍 아래 전국 곳곳이 들끓어 오르고 있다. 우리들 삶의 터전, 부산만 해도 영도구 크기 세 개 면적의 도시공원 녹지와 유원지가 일몰제 대상지역이다. 주지하다시피 이 공원녹지들은 수려한 해안경관을 자랑하는 이기대, 청사포를 비롯하여 백양산, 황령산 등 자연생태가 뛰어난 90곳으로 시민이 즐겨 찾는 곳이다.
통탄스럽게도 불과 3년 남짓이면 우리는 이들 장소로부터 출입금지를 강요당한 채 각종 개발에 찢겨져 나가는 숲들을 지켜 봐야 한다. 지난 17년 중앙정부와 부산시는 무엇을 했더란 말인가. 공원일몰제 고시 유예기간 20년, 하세월 속에 대다수 국민의 환경권 보다는 개발을 위한 각종 규제완화를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의 천국으로 만들어 버렸다. 2020년 7월은 그 연장선의 확대 재생산이다.
공원은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공재다. 당연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해야 한다. 실재 광역도로와 철도, 하천정비에는 50~70%의 국비지원이 이루어 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부지 지정 후 도시공원 조성사업이 지자체 고유사무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국비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 일몰제를 이유로 완전히 손을 떼 버렸다. 이 얼마나 무책임한 처사인가.
그렇다. 공원일몰제는 예산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다른 개발사업에 의해 공원조성사업이 우선순위에 밀리고 방치됨으로 인해 폭발 직전의 임계점을 넘어 선 시한폭탄이자 쓰나미다.
전국 시민사회단체는 이같은 미래를 부정하고 거부하기 위해 19대 대선 공약채택운동을 전개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토지공개념에 입각하여 긍정적 수용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취임 100일이 지나고 임기 5년간 풀어갈 과제로서 백대공약이 발표되었지만 그 어디에도 공원일몰제를 해소하기 위한 의제는 없었다. 더하여 최근 국토부는 국.공유지 조차 일몰제 대상에 넣겠다고 한다. 과연 대한민국 정부와 관료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문재인 대통령과 국토부를 비롯한 중앙정부는 현장과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도시공원은 국토의 실핏줄이고 도시민은 그 피를 수혈받아 생활하고 있다. 일몰제 내일이면 늦다. 공원일몰제는 재산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공공성의 문제로서 생태환경과 복지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세대간 형평성의 문제이자 환경정의의 문제이다.
현행 공원일몰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은 전무하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또한 도시공원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책임전가 속에 방치된 채 상대적으로 지가상승의 대열에 소외된 개인의 재산권 구제에 힘을 실어 준 편향된 결정이다. 헌재 결정의 결과가 말해주는 결함은 공원일몰제에 대한 사회적 숙성과정과 합의 과정에 대한 절차와 공유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같은 결정의 토대에는 역대 정부의 국토정책과 토지정책이 지속가능성을 견지하지 못한 채 자본과 시장에 놀아났고 고도성장기 환금만능 주의에 중독된 국민의 오도된 가치관이 더해진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환경권과 행복추구권으로 우리의 미래가 개발과 자본에 휘둘리는 것을 거부한다. 도시공원은 도시민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녹색 언덕이다. 진정한 도시의 발전은 자연의 순환과 조화가 보장된 곳에서 가능하다.
이에 우리는 세대간 형평성의 유지와 지탱가능한 도시로의 전진을 위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우리의 주장-
1.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시기 채택한 공원일몰제 공약을 조속히 이행하라
2. 정부는 사유화된 국토의 회복과 보전을 위해 토지정의와 공개념에 입각한 국가정책을 시급히 수립하라
3. 정부는 현행 공원일몰제 해결을 위한 정부 종합 전담부서를 신설하라
4. 정부는 공원일몰제와 관련 재원의 마련과 국공유지를 대상에서 제외하라
5. 정부는 토지소유주들의 재산세 및 보유세 감면을 통해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의 전환을 도모하라
6. 부산시는 공원일몰제 대상 도시공원과 녹지의 보전에 더한층 노력하라.
7. 부산시장과 지역 국회의원과 시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은 공원일몰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라.
2017년 10월 21일
공원일몰제 반대 나루공원 선언 참가자 일동
Antonio's Song - Helen Merr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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