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15 9·13 부동산대책 “다주택 투기세력에 강력 과세”
9.8 내읽-9.9 주간경향 이판사판
부동산 투기 부추기는 사회 “대출 두려워 말고 과감히 질러라” 9.9 경향
고용쇼크’ 논란의 천박함 9.7 경향
1일 조회수 550만회… 부동산 카페서 본 요지경 대한민국 9.9 주간조선
일베가 말한다…“혐오가 아니라 놀이일 뿐” 9.9 동아
모두 최저임금 탓? 주간경향 9.10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진다면 9.9 한겨레
간장게장 골목 ‘썰렁’ 기사에 사람들은 왜 분노할까 9.9 미디어오늘
‘토종의 반격’…사라지는 황소개구리
태평양 ‘쓰레기섬’ 치운다…’해양 청소기’ 결실 기대
태평양 플라스틱 쓰레기 “최다 배출국은 일본”
플라스틱, 인류에 선물인가 재앙인가 9.10 머니투데이
우리가 알아야 할 국민연금의 진실 09월 09일 일요일 제573호 시사인
모두가 아는 고용쇼크의 비밀 910 프레시안
'미친 집값', 필요한 건 종합대책 아닌 단일대책! 911 프레시안
아파트 가격 담합과 '중산층 행동주의'
일본 극우단체 지원받는 대한민국 성우회 -뉴스타파
국민연금 기사에 달린 댓글, 오해와 진실시사인 9.10
세계 6위 ‘성매매 공화국’ 된 한국 911 아시아경제
2006년, 그때도 그랬다···미친 집값 만든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911 경향
박보영 시골판사에게 쌍용차 해고자만 억울했을까 911 미디오오늘
박보영 판사가 시위대에 밀렸다? 또 소설 쓴 동아일보
실업자 실업율 추이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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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산다는 70대 노부부
집값 폭등, 청년과 촛불시민은 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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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선언 이행 2,986억 원 예상…상세 내역 살펴 보니
김상조에 대한 기대’ 시민사회는 접었다 09.17ㅣ주간경향 12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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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극단적인 폭염에서 유일하게 시원했던 곳은 '산림'뿐
한국당 장제원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에 힘 실어야 할 때”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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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투기꾼이냐” 보수언론 또 세금폭탄론, 사실은
존재한 적 없는 ‘6등급’ 태풍이 온다 916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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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 부추기는 사회 “대출 두려워 말고 과감히 질러라” 9.9 경향
서울 용산구의 한 사무실에서 부동산 강연회가 진행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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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의지를 뛰어넘는 구매 열기… 불패 신화 부추기는 강연회 성황
지난 1년간 서울의 집값이 5.26%가량 올랐다. 부동산 공급물량이 적어져서 가격이 오른다고 분석하는 이도 있고, 과도한 투기 열기로 수요가 많아져서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이도 있다. 확실한 것은 부동산을 사겠다는 의지가 정부의 규제 의지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9월 5일 서울 용산구의 한 오피스텔 건물 사무실을 찾았다. 여기서 ㅍ부동산업체 대표 ㄱ씨가 진행하는 부동산 강연회가 열렸다. 책상 20개에 40명이 앉아 ㄱ씨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50∼60대 여성들이 많았다. 캐주얼한 복장의 남성들도 10명 정도 눈에 띄었다. 강연회는 3시간가량 이어졌지만 한 명의 이탈자 없이 모두 좌석을 지켰다.
ㄱ씨는 강연 중간중간 “정부와 서울시가 여러분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여러분에게 투자할 지역을 이렇게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는 말을 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강하게 비판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말이 나온 것이다.
우선 ㄱ씨는 서울시의 2030서울도시기본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2030서울도시기본계획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3년부터 준비한 종합개발계획이다. 올 6월 지방선거에서도 박 시장은 균형발전 전략 공약으로 2030서울도시기본계획을 내놓았다.
“정부가 투자처를 알려주고 있다”
ㄱ씨가 화면을 누르자 서울시 전체 지도가 나타났다. 지도 곳곳에 주황색, 하늘색, 연두색 원으로 2030서울도시기본계획에 나온 3도심, 7광역중심, 12지역중심이 표시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53개 생활권 지구가 들어서자 서울 전역이 동그라미로 꽉 찼다. ㄱ씨는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도를 보세요. 이명박 전 시장 때 서울 온동네에 뉴타운 개발을 해서 집값이 많이 올랐죠. 이 지도도 그때와 비슷하지 않습니까. 박원순 시장이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할지 이렇게 친절하게 알려주고 계시는 겁니다. 어차피 부동산값은 한 번 오르면 잘 안 내려가요. 정부가 양도세 규제를 강화해서 거래를 줄이고 있는데 언젠가 부동산 거래는 다시 풀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화면에는 ‘서울 개발호재 정리’라는 제목으로 서울시 개발계획에 언급된 지역을 정리한 표가 나왔다. 뒤쪽에 앉은 사람들이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았는지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한두 명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화면을 찍기 시작하자 다른 이들도 덩달아 휴대전화를 꺼냈다. 셔터 소리가 한동안 이어지고 나자 ㄱ씨는 “이따 충분히 찍을 시간 드리겠습니다”라며 강연을 이어갔다.
ㄱ씨는 진보·보수 어떤 정권이 들어서고 어떤 성향의 서울시장이 와도 부동산의 우상향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박 시장의 2030개발계획은 박 시장만의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했다. 이명박·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수립됐던 개발계획을 박원순 식으로 수정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새로 개발계획에 포함되거나 제외된 지역이 있고, ‘도시재생’이라는 표현이 들어갔을 뿐 2006년 수립된 2020서울도시기본계획과 큰 틀에서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ㄱ씨는 현 정부가 투기지역을 선정해 강하게 대출규제를 하는 것도 나쁘게 볼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오히려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여러분에게 좋은 투자처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새로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는 곳이 있다면 거기가 바로 가장 핫한 지역입니다. 투기지역의 부동산을 사면 값이 많이 오를 겁니다라고 정부가 알려주고 있는 거죠. 투기지역으로 지정이 되면 오히려 그 동네 사람들은 좋아합니다. 투기지역 부동산을 사기 어렵다 싶으시면 투기과열지역, 그것도 어려우면 조정대상지역으로 선정된 곳을 보세요.”
본격적으로 부동산 공부에 빠진 이들
ㄱ씨는 부동산을 사기 위해 대출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부동산 강의를 수만 번 듣는 것보다 내 마음에 드는 곳을 직접 투자해보면서 공부를 해야 됩니다. 은행이 왜 있나요? 은행은 돈 맡기라고 있는 데가 아니라 돈 빌리라고 있는 곳입니다.”
강연을 마치고 나서 ㄱ씨는 서울시 개발계획표 화면을 다시 띄웠다. 중간에 미처 사진을 찍지 못한 이들은 연신 셔터를 눌렀다. 부동산 강연회에 등장한 서울시 지도를 자기 방에 붙여놓고 사는 사람도 있다. 강남역 인근의 직장에 다니는 이신영씨(가명·33)다. 올해 초만 해도 이씨는 성남시 분당구의 전세아파트에서 강남역으로 출퇴근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들썩인다는 기사를 몇 번 봤지만 자신과는 다른 세계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7월, 이씨는 우연히 직장 선배가 부동산 투자로 큰 돈을 벌게 된 사실을 알게 됐다. 자기보다 회사를 몇 년 더 다녔을 뿐 비슷한 생활수준으로 산다고 생각했던 선배의 투자를 알게 된 이씨는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씨는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다. 이씨는 또래들 중에서는 투자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주식투자는 물론이고 지난해에는 한 달 월급을 가상화폐에 투자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돈을 벌자는 생각보다는 투자에 대한 지식을 쌓는다는 정도의 생각만 갖고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에서는 “반드시 돈을 벌겠다”는 게 이씨의 생각이다.
일단 그는 지금의 부동산 광풍을 이해하고 싶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이 연이어 발표되는 이유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계속 오르고, 가까운 이들 중에도 부동산으로 돈을 번 사람이 나오는 사실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는 유명 인터넷 카페와 네이버 밴드를 돌아다녔다. 구독자가 10만명이 넘는 유명 부동산 유튜버의 영상도 퇴근시간마다 반복해서 시청했다. 서울특별시 행정전도를 사서 방에 붙여놓고 출근할 때 한 번, 퇴근하고 잠 들기 전에 한 번씩 보고 잠들기도 했다. 참가비를 내는 유료 강연회도 다녔다.
“정부가 투기꾼을 단속한다고 하고, 집을 여러 채 가진 이들에게 강한 세금을 매긴다고 하는데도 자꾸 집값이 올라간다. 내 일만 하기 바빴을 때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유튜브를 보거나 부동산 강연회를 가면 거기서 ‘왜 집값이 이렇게 오르는지’ 그들의 논리로 설명을 해준다. 물론 부동산 상승론자들의 말을 맹신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들만큼 속시원하게 설명해주는 사람도 또 찾기가 어렵다.”
이씨가 실제로 부동산 계약을 하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유료 부동산 강연회였다. 8월 초, 이씨는 평소 다니던 부동산 카페에서 400명 정원의 유료 세미나 정보를 봤다. 공지가 올라온 지 2시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남은 자리는 고작 5자리였다. 서둘러 이씨는 자신과 부인의 자리를 예약하고 그 주 일요일에 서울 동작구의 강연회장을 찾았다. 15분 정도 먼저 도착했지만 이미 맨 뒤의 2줄을 제외한 모든 자리에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사실 강연 내용 자체는 평범했다. 다만 앞으로 부동산이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400명이 다같이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니 뭔가 설레는 게 있었다. 집에 돌아가자마자 방에 있는 서울전도를 뚫어져라 살펴봤다. 서울 경계 안쪽에는 들어가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그래도 경계선과 멀지 않은 곳에는 내가 살 집이 있었다. 최종적으로 경기도 과천시에 집을 계약했는데, 2주 만에 호가가 몇천만 원이 올랐다. 30년간 갚아야 할 대출금은 좀 골치가 아프지만 ‘미래의 나’가 잘 해줄 거라 믿는다.”
서울 전역의 부동산 인상으로 전월세를 사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서울을 떠나기도 한다. 여의도에 직장이 있는 전문직 김진호씨(가명·31)는 최근 경기도 용인시 죽전역 인근의 아파트를 구입했다. 그는 지난 4년간의 전세생활을 “남 좋은 일만 했던 4년”이라고 말했다.
4년 전 그는 전세금 1억5000만원에 실평수 12평짜리 빌라에서 살기 시작했다. 2년의 계약기간이 끝날 때쯤에야 달라진 집값이 눈에 들어왔다. 비슷한 크기의 인근 빌라 전세금은 2억원 근처로 올라 있었다. 올라간 전세금을 맞출 상황이 되지 않았던 김씨는 비슷한 전세가의 영등포역 인근 빌라로 이사했다
“대출을 두려워 말라. 과감하게 질러라”고 권하는 한 부동산 강연회의 모습. /경향신문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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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금 돌려주고 해지하기도
이번엔 전세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인 올해 초부터 미리 주변 시세를 살폈다. 처음 입주했을 때에 비해 주변 아파트 가격이 1억원 이상 올라 있었다. 집주인이 김씨에게 전세금에 대해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그는 분명히 전세금이 오를 것이라며 불안해했다.
이사를 결심한 김씨 부부는 아예 집을 사기로 했다. 김씨는 “전세자금대출 등으로 이자를 매달 50만원씩 내는 데다가 전세금이 갑자기 오를지도 몰라서 매달 80만원씩 적금을 하고 있었다. 허리띠 졸라매고 살고 저축을 열심히 해도 결국 남 좋은 일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지금이라도 집을 사면 부동산 상승장의 막차라도 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집값이 하도 오르다 보니 계약이 파기되기도 한다. 올해 7월 김씨는 성남시 분당구 정자역 인근의 20년 된 아파트를 5억원에 계약했다. 계약금 10%를 내고 잔금일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집주인이 도저히 팔 상황이 되지 않으니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유라도 알려달라고 했지만 집주인의 개인사정이라 알려드릴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결국 계약금에 약간의 보상금을 받고 그는 용인시에 있는 다른 아파트를 계약했다.
김씨는 계약 파기 며칠 뒤에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고 했다. 매매가를 2000만원만 올려주면 다시 계약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김씨가 부동산 쪽에 화를 내며 왜 그러냐고 묻자 부동산은 중간에 다른 계약자가 매매가를 2000만원 올려 계약을 하려다가 잘 안된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금 와서 보니까 6억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더라. 2000만원을 더 주고서라도 그때 계약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도 살짝 든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기가 그나마 전문직이라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마이너스 통장으로 전세금의 상당 부분을 충당해 왔고, 현재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2억원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내가 전문직이라 대출이 많이 된 것 같고, 일반 사무직 친구들은 대출을 많이 못 받는 경우도 많더라. 전문직도 서울에서 밀려날 정도면 젊은 사람들이 서울에서 ‘내집 마련’하는 건 이미 불가능한 시점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1000만원 이하로 투자가 가능하다?
부동산에 투자할 자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들에게도 부동산 투자 혹은 투기라는 유혹의 손길은 멈추지 않는다. 이씨가 소개했던 부동산 카페, 밴드 등에 가입해 봤다. 하루에도 수십 건씩 다양한 부동산 광고가 올라온다. 그 중 실투자금 1000만원 이하로 부동산 투자가 가능하다는 한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광고에 나온 주소를 찾아가봤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 홍보관이었다. 여기서 ㄱ부동산업체가 내년 완공될 용인시 기흥구 지식산업센터 분양을 하고 있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상담실로 자리를 옮겼다. 상담실에서 만난 이는 ‘본부장’이라는 직함이 담긴 명함을 건네줬다. 본부장은 “지금 정부가 주택거래를 다각도로 옥죄고 있다. 주택에 투자하려면 대출을 받기도 어려운데, 정부의 규제를 피하면서도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곳이 이곳이다”라고 설명했다.
지식산업센터는 과거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린 곳이다. IT, 바이오 등 신기술기업들이 주로 입주한다. 본부장은 “지식산업센터는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유망한 곳으로,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1000만원 이하 투자금으로 부동산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일까. 본부장의 설명은 이렇다. 분양가가 4억원인 사무실 하나를 매입하려 할 경우 주택과 달리 대출규제가 없다. 그래서 최대 9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식산업센터는 정부의 중소기업 세제지원 대상이기 때문에 공급가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를 사후에 환급받을 수 있다. 초기 투자금에 부가가치세 환급금을 제하면 실제 투자액은 1000만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출이자의 경우에도 지식산업센터 입주기업의 월세로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게 본부장의 설명이다.
본부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투자를 안 하는 게 이상한 곳이다. “조건이 지나치게 좋아서 의심이 든다”고 하자 본부장은 말을 이어갔다. “이미 조성된 지식산업센터를 보면 분양한 이후 못해도 평당 500만원 이상씩 가격이 올랐습니다. 정부 시책과도 딱 맞는 산업단지라 완공하고 2~3개월 이내에 입주가 다 될 걸로 예상됩니다. 일단 사장님이 입주업체로 사업자 등록을 하신 다음에 나중에 임대업을 추가하시면 매매하는 데에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ㄱ부동산 직원들은 자신들이 소위 말하는 ‘떴다방’과도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 직원은 “사실 분양현장에 가보면 조금 무서운 곳에 있다 오신 분들도 많이 보이고, 떴다방은 실체가 없다. 저희 명함에 적힌 주소에 회사가 있으니까 직접 오셔서 저희가 떴다방인지 정직하게 거래하는 곳인지 직접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취재 목적으로 부동산 투자 상담을 받았지만 ‘어느 정도 투자할 만하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정부가 규제하는 건 투기꾼이고 저희는 투자자입니다. 투자자와 투기꾼은 뭐가 다를까요. 내가 하면 투자자고 남이 하면 투기꾼입니다”라는 용산 오피스텔 부동산 컨설턴트 ㄱ씨의 말도 떠올랐다. 투자할 생각이 아예 없었던 이조차 마음이 흔들릴 정도로 부동산 투자 혹은 투기의 유혹은 강렬했다.
부동산 중개사들은 정부의 ‘극약처방’이 있어야만 지금의 부동산 광풍을 잠재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8년째 부동산 매매업을 해온 양희영 공인중개사(가명)는 “지금 시장엔 유동자금이 넘치기 때문에 강남, 여의도 집값을 잡으려 해도 다른 곳에 자금이 몰려가 집값을 올린다. 돈 있는 사람들이 집을 사기 시작하면 집 없는 사람들도 돈 빌려서 집을 산 게 수십 년간 반복된 모습”이라며 “집값 인상보다 비싼 집을 여러 채 가질 때 발생하는 손해가 더 크다는 인식을 심어줄 정도로 강한 처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쇼크’ 논란의 천박함 9.7 경향
뜨거운 여름 기온이 한풀 꺾인 뒤, 통계청 통계가 사회를 달구었다. 2017년 7월의 취업자 증가폭 31만4000명에 비해 2018년 7월의 증가폭이 5000명에 그쳤다. 게다가 하위 20%의 근로소득은 감소한 반면 상위 20%는 증가해, ‘5분위 배율’이 5.23배였다. 통계 논란에도 불구, 현실은 현실이다.
이에 보수 야당·언론은 “문 정부의 실패”라며 ‘고용쇼크’ 내지 ‘고용참사’란 말까지 창조했다. 또 근로소득 격차를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라며, 기존 이윤주도성장이 대안이란다. 청년실업이나 민생 전반의 개선을 위한 고뇌는 없고, 이미 낡은 재벌주도, 수출지향, 성장중심으로 회귀하라며 맹목적 공세 일변도다. 왜 맹목인가?
우선, 노동시장 상황을 살필 때, 월별 취업자 증가율이 결정적인 건 아니다. 굳이 보자면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즉 고용률이 중요하다. 이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60% 내외다. 오히려 약간 늘었다. ‘고용쇼크’란 말로 상황을 호도하는 꼴이 쇼크다. 또 근로소득 격차는, 오래 누적된 차별 구조와 비정규직 확대의 결과다. 더 중요한 건, 전 사회적으로 10%의 특권층이 90%의 자원(돈, 땅, 집, 힘)을 독점한 현실이다. 90%의 민초는 나머지 10%의 자원을 두고 다툰다. 90%는 ‘시급 1만원’에 생사를 걸지만, 10%의 특권층은 “한진 조양호 회장, 시급 607만원”이나 “삼성 이재용 부회장, 1160억원 배당금”이 상징하듯, 돈 잔치다. 진짜 분노할 대상은 ‘10 대 90 사회’와 그 내부자들이다. 위 소득격차는 그로 인한 90% 내부 경쟁일 뿐.
이 ‘고용쇼크’ 논란에 8월27일 JTBC는 여야 의원의 ‘긴급대토론’을 열어 출구를 모색했으나 ‘역시나’였다.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가 “국가적으로 가장 시급”하다며 17개 시·도지사를 청와대로 초청, ‘일자리 간담회’도 열었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 주도의 일자리 창출로 ‘패러다임 전환’을 합의했다.
추운 겨울, 무수한 시민들과 거듭 촛불집회에 참여한 나 역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빈다. 그러나 소망한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기에, 사태의 본질을 봐야 한다. 더구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선 논의를 몇 걸음 심화해야 한다.
먼저, 고용·소득·성장 등의 문제는 결코 1~2년의 단기 처방으로 되는 게 아니다. 예컨대, 한국 경제의 최고조기(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전반)를 보자. 당시는 임금, 고용, 성장, 수출 등 모두 좋았다. 하지만 당시는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 군사정부 내지 문민독재였다. 무지·무능한 정부라는 국내 요인에도 불구, 지표가 좋았던 건 ‘3저 호황’(저유가, 저달러, 저금리), 즉 세계 요인 덕이 컸다. 더 중요한 면은, 국내건 해외건 당시엔 ‘아직’ 경제 팽창의 여지가 있었다는 것. 국내에선 노동효율 향상과 내수시장 확대, 해외에선 세계경영 구축과 신흥시장 개척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젠 포화·수축기다. 고성장 잔치는 끝났다! 세계적 경향이다. 이미 20년 전 <세계화의 덫>에서도 ‘고용 없는 성장’을 경고했다.
둘째, 세계적 저성장이라는 ‘현실’의 의미는? 결론부터 말하면, 이제 그만 성장해도 좋을 정도로, 아니 그만해야 할 정도로 그간 충분히 생산했다. 그리고 (너무) 충분히 파괴했다. 그동안 ‘무한대’ 패러다임을 따랐다면 이제 ‘충분함’의 패러다임을 실천할 때다.
셋째, (민주당식) 소득주도성장이건 (기존의) 이윤주도성장이건, 나아가 (황당한) ‘출산주도성장’이건 모두 성장 중독증이다. 이의 위험성은, 한편으로 지구 자체가 한계에 왔다는 데에, 다른 편으로 우리가 경제성장 외 다른 대안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마비된 데에 있다. 그간 성장 시대를 뒷받침했던 ‘낡은 사고와 제도’는 이제 효과 없다. 이를 직시 않고 계속 외면하면 결국 ‘집단 자멸’이다(김종철, <발언 I>, 241쪽).
진정한 패러다임 전환은 결코 단기 처방으론 안 된다. 전환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세우고 1차부터 10차까지 실시해도 될까 말까다. 공멸은 마치 최근 폭우나 싱크홀 사태처럼 ‘입이 딱 벌어지게’ 닥친다.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침몰한다. 덴마크처럼 ‘시민합의회의’를 활성화, 정권에 관계없이 꾸준히 가야 희망이 생긴다. ‘국정철학위원회’ 신설도 제안한다.
‘고용(성장) 아니면 죽음’인 성장중독, 일중독 사회를 넘어 참된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90%의 민초는 물론) 대통령과 청와대, 의원과 장관도 앞 <발언 I·II>를 읽고, 또 매월 ‘녹색평론’ 모임에서 ‘열린 대화’에 참여하는 상상을 해본다. 과연 될까?/ 강수돌 | 고려대 교수·경영학
그림같은 집? 거지같은 집이라도···부동산 광풍, 좌절과 분노 사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인근 부동산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권도현 기자
·부동산 폭등에 전세가격까지 꿈틀… 오피스텔 등 소형주택 전·월세에도 불똥
7년차 직장인 김모씨(33)는 결혼식을 또 한 번 미뤄야 하나 고민 중이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덩달아 전세가격까지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 준비과정에서 가장 큰 돈이 들어가는 신혼집 마련이 예상보다 어려워지면서 김씨는 올가을로 계획했던 결혼을 차라리 내년으로 미루는 건 어떨까 하고 예비신부와 상의하고 있다. 김씨의 어머니가 올봄 갑작스런 병환으로 입원하면서 이미 한 차례 결혼을 미뤘기 때문에 더는 미루고 싶지 않기는 하지만 앞날이 보이지 않는 부동산시장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매물 품귀로 실구매자도 발 동동
“부동산 중개소에 들를 때마다 차라리 돈 좀 더 보태서 이참에 집을 사라는 얘기는 수도 없이 듣는다. 그런데 모아둔 돈도 적고 대출받을 수 있는 돈도 2억원밖에 안 되니까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일 뿐이다.” 김씨는 지난 9월 5일 회사에 하루 연차를 내고 하루 종일 부동산 중개소를 돌아다니며 신혼 전셋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그나마 조건에 맞는 집을 방문하면 사진을 찍어서 직장에서 근무 중인 여자친구에게 보냈다. 어떻게든 동원할 수 있는 자금 액수에 맞춰 전세를 얻는 것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올해 5월에 집을 알아보러 다닐 때보다 대체로 교통이나 면적 등 모든 조건이 못미치는 집들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처럼 제2금융권에까지 대출을 최대한 끌어다 전세를 끼고 집 한 채 사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에 전세로 신혼집을 구해도 2년 뒤면 다시 또 전세금이 올라 번거롭게 이사해야 할 일이 벌써부터 걱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모자라는 돈을 끌어올 방법이 없다. 이렇게 호가가 오르는 국면에서도 매매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고 생각하다 보면 그러지 못하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김씨는 “여자친구가 우리 조건에 맞춰 살면 되니까 부담 갖지 말자고 해도 더 비싸고 좋아 보이는 집에 마음이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도 “여기저기 직접 둘러보고 나니 매매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레 전세가도 오를 테니까 일단은 만족스럽지 않아도 집을 얻고 결혼을 더 미루지 말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김씨의 경우는 신혼부부 둘만 살면 되는 집이고 전세였기 때문에 아예 집을 구하지도 못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서울의 주택, 특히 아파트를 사려고 하면 매물이 나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서울 동대문구에 살고 있는 박준모씨(44)는 오는 10월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에 바쁘게 매물들을 찾고 있지만 아예 집이 없어 마음만 급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강북에선 교육환경이 좋다는 노원구를 중심으로 알아봤지만 이미 중개업소에서 매물마다 대기자 명단이 십수 명에 이른다는 얘기를 듣고는 포기했다. 지금 살고 있는 동대문구나 인근의 강북구 등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매물이 나오면 신규분양도 아닌데 계약금에 중도금까지 내고 계약부터 하고 본다는 소리를 들으니 덩달아 나도 빨리 집을 사야겠다는 조바심만 늘었다.” 박씨는 몇 년 동안 계획했던 첫 번째 내집 장만이 이번에 미뤄지면 다음에는 더욱 기회가 없을까봐 고민이라고 말했다.
너도나도 아파트를 사려고 몰리는 반면 매물은 추가적인 집값 상승을 기대해 잘 나오지 않는 지금의 서울 아파트 시장 모습은 ‘매수우위지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의 매수우위지수는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6년 11월 첫째 주 기록한 157.4 이후 12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KB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동향 조사결과를 보면 8월 20일 기준 이 수치는 152.3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100보다 높을수록 부동산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아 매도자가 우위에 있고, 반대로 100보다 낮으면 팔려는 사람이 많아 사려는 사람이 우위에 있다는 점을 뜻한다.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시기로 기록된 2006년에 버금갈 정도로 최근 서울에서는 매도우위 양상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급작스럽고 가파른 광풍
그런데 근래의 부동산 광풍은 더욱 급작스럽고 가파른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특색이다.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올해 1분기 동안 100 이상을 유지하며 파는 사람 우위의 모습을 보였지만 4월 들어 정부의 양도세 중과 시행이 있으면서 70을 겨우 웃도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때만 해도 정부의 정책과 부동산시장 과열 방지 메시지가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 수치는 7월 초순까지 꾸준히 70대를 유지해 아파트 수요 증가가 그리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7월 말 100을 넘어 다시 파는 사람 우위의 시장으로 전환된 뒤 한 달 사이에 투기수요 급증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수준으로 올라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7월에 있었던 기획재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발표가 부동산을 통한 초과이익 기대심리를 잠재우지 못할 정도로 미온적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게다가 7월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 발언까지 맞물리면서 투기수요에 불이 붙은 것이다. 추석을 앞두고 정부는 부랴부랴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부동산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미 불붙은 부동산 투기심리의 불똥은 다른 곳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크다.
대표적인 것이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집값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정부의 집값 안정대책 발표에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의 종합부동산세율을 높이고,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도 강화되는 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이면서 이러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주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도시형 생활주택은 주택에 해당되기는 하지만 새롭게 강화될 대책에서 보유주택 수에는 포함되지 않을 공산이 크고, 반면 오피스텔은 업무용 시설이라 애초에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직 확실한 정부 대책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규제를 피할 수 있고 아파트보다는 상대적으로 투자액수가 적어 진입 문턱이 낮기 때문에 유휴자금이 몰려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시장의 심리를 반영한 듯 오피스텔 등의 전·월세가격도 요동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런 소형 주거시설은 아파트 매입은 물론 전세조차 꿈도 못꾸는 청년층의 주거현실과 맞닿아 있어 문제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고향인 부산에서 직장 때문에 서울로 온 직장인 강성환씨(31)도 지금 살고 있는 오피스텔 월세가 더 오를까봐 걱정이다. 강씨는 성동구에 있는 오피스텔에 보증금 2000만원, 월세 60만원을 내며 살고 있다. 월세 60만원은 강씨 월급의 5분의 1이 넘는 큰 액수지만 평범한 원룸은 물론 개인 화장실이 딸린 고시원 방도 40만원이 넘어가는 현실 때문에 오히려 액수가 크다는 감각조차 흐릿해졌다. 강씨는 “오피스텔이건 원룸이건 전세로 구하려면 보증금이 아무리 싸도 1억원은 기본으로 넘고 2억짜리도 흔하기 때문에 보증금 낼 목돈이 없으면 울며 겨자먹기로 월세살이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씨가 사는 오피스텔은 직장과의 거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상경 초기에 급하게 골랐기 때문에 주거환경이 좋은 편도 아니다. 비싼 월세에 더해 혼자 살면서 드는 생활비도 만만찮아 부산에 살고 있는 부모님과 상의해 부산의 본가를 팔고 서울로 부모님이 오는 방법까지도 생각해 봤다. 그러나 2010년 무렵 상대적으로 안정됐던 서울 집값에 비해 지방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할 때도 강씨의 본가는 집값 상승으로 인한 이득을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무리라는 결론이 나왔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은 크게 올랐지만 부산의 부모님에게는 남의 얘기이기 때문이다. 강씨는 “월세 때문에 서울 말고 경기도 인근 도시로 이사할 생각을 하고 있다”며 “그런데 막상 경기도라도 교통이 편한 지역은 월세 차이가 얼마 나지 않고 거리가 멀어지면 그만큼 허비되는 시간이 많아 쉴 시간마저 줄어들까봐 고민”이라고 말했다.
돈 없어 변두리로 밀려나는 사람들
국토연구원이 8월 발표한 ‘국토정책브리프’를 보면 가구주 연령 20~34세인 청년층 가구 가운데 주택 임대료가 소득의 절반을 차지하는 가구 규모는 26.3%에 달했다. 4명 중 1명 이상이 벌어들이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기본적인 주거비로만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들 임대료 부담 과다가구의 69%는 월세 거주자이다. 향후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기는커녕 다달이 나가는 월세 부담만으로도 이미 허리가 휠 지경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값 상승으로 일부 부동산 투기세력이 막대한 액수의 초과소득을 거둬들이는 현상은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미래를 위한 준비가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하게끔 만든다는 것이 청년들의 목소리다.
“정부가 청년들을 위해서 임대주택 짓는다고 하면 인근 자가 소유자들이 집값 떨어진다며 들고 일어나는 나라인데, 여기에다 물려받을 부모님 집 한 채도 없는 청년들은 혼자 살 수밖에 없고, 설사 운이 좋아 결혼하게 되더라도 오르는 전세금에 밀려 계속 변두리로 밀려나는 거죠.” 경기 성남시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만난 40대 자영업자는 돈이 없어 도시 외곽 주거지역으로 밀려나는 문제는 자신의 부모님 세대에 이어 지금도 바뀌지 않은 고질병이라고 말했다. 과거 산업화 시기 서울시 개발과정에서 밀려나 성남 등 인근 지역으로 이사했던 부모세대의 주거문제가 주택보급률이 100%에 육박하는 지금도 재현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결국 집 여러 채 가진 사람들이 남는 돈으로 돈놀이해서 더 많은 집을 갖게 되는 나라에선 집이 없는 사람들은 중년이든 청년이든 꿈을 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직 주택거래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전이거나 이제 막 진입하는 시기인 청년층으로만 한정해도 이러한 양극화는 심각하다. 임대료 부담 과다가구의 31.1%가 월세 보조금 지원, 27.8%가 전세자금 대출 지원을 당장 필요한 정부의 대책으로 꼽았지만 실제 주거지원 프로그램 이용률은 6.5%에 불과했다. 반면 국세청 사업자 현황 통계를 보면 올해 6월 기준 30세 미만 부동산 임대업자로 등록한 인원은 1년 전보다 25.1%나 늘었다. 이들 연령대 임대업자의 전체 규모는 50∼60대의 5% 수준에 불과하지만 증가율은 30대(17.8%), 40대(12.8%)보다도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재산을 모은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을 수밖에 없는 연령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속·증여 자산을 바탕으로 부동산 임대사업에 뛰어든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을 가진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의 상대적 격차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최근 정부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이 과도하다고 보고 신규등록 임대주택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는 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지만 시작부터 차이가 난 부동산 자산과 임대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집을 가진 가구의 자산은 다음 세대로 물려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가구는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모두 부동산 가격 상승의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호림 강남대 교수(세무학)는 “청년 임대사업자가 빠르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현상은 지난 정부 시절 상속과 증여가 늘고 여기에 저금리 기조에 따른 갭 투자가 확산된 것이 원인이라 볼 수 있다”며 “최근의 임대사업 등록 유도 정책도 다주택자들이 세금을 회피하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1일 조회수 550만회… 부동산 카페서 본 요지경 대한민국 9.9 주간조선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퇴근시간 서울 지하철을 타본 적이 있을까. 며칠 전 든 생각이다. 저녁 6시 반, 지하철 9호선 안이었다. 인파에 쓰러질까 온몸에 힘을 주며 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하는 직장인들, 1시간 혹은 2시간 걸리는 출퇴근길에서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김 장관은 한 번쯤 상상이라도 해봤을까. 직주근접, 자녀 교육, 강남 접근성, 향후 상승가능성, 역세권 넘어 ‘공세권’까지 다양한 변수를 저울질하며 이들이 하는 치열한 고민을 말이다. ‘부동산’, 정확히 는 ‘아파트’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COEX)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쇼’에 입장하려는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번 트렌드쇼를 관람하기 위해 1만명이 인터넷으로 사전 참가 신청을 했고, 이틀 동안 2만2000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김연정 객원기자
‘아파트 공화국’, 2007년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가 낸 책이다. 프랑스에선 빈민들의 주거 형태인 아파트 가 한국에선 어떻게 부의 상징이 됐을까란 의문에서 시작한 책이다. 그는 ‘새 것을 숭배하는 한국인의 특성과 아파트가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은 점’을 이유로 분석했다. 그때로부터 10년 후인 2018년 아파트 집중도는 더 높아졌다. 통계청은 지난 8월 2017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주택 유형 중 아파트의 비중은 47.8%(2000년)에 서 60.6%(2017년)로 늘어났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과 경기에서 각각 58.1%, 67.8%다. 가격별로 ‘줄 세우기’가 쉽다는 점도 발레리의 분석에 더할 수 있을 터다. 엘리베이터를 갖춘 150가구 이상의 아파트 단지를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으로 분류한다. 이런 단지가 전국에 1만5875곳이 있다. 수도권엔 7241곳이다. 서울·인천·경기를 수도권으로 통칭한다. 실거래가 조회만 하면 전국의 아파트 단지를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울 수 있다. 3.3㎡(평)당 가격 기준이다. 심지어 같은 단지 안에서도 동별·층별로 줄 세울 수 있다.
최근들어 아파트는 한국인들의 주된 화두가 됐다. ‘청약을 고려해 임신 후로 혼인신고를 미루라’는 재테크 조언도 등장했다. 아파트 양도세 때문에 위장이혼을 한 사례도 적발됐다. 무주택 다자녀 가정의 청약통장을 빌려 대리 청약한 분양범죄단도 적발됐다. 구고부는 한달이 멀다고 일명 ‘부동산 대책’을 쏟아낸다. 문재인 정권 2년 차의 풍경이다.
인터넷 세계에선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가 북적댄다. 몇 군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있다. 네이버의 ‘부동산 스터디’ 카페, ‘아름다운 내집갖기’ 카페, 디씨인사이드의 부동산 갤러리가 대표적이다. 다음(Daum)엔 ‘북극성 부동산 재테크 카페’가 있다.재테크가 주제인 ‘텐인텐’ ‘짠돌이’ 등에서도 부동산 얘기가 오간다. 상가 전문으로는 ‘상가 사는 살모사’ 카페가 있다. 이외에도 지역별로 카페가 운영된다.
이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곳은 ‘부동산 스터디’(이하 붇카페) 카페다. 회원 수는 54만명이다. 회원 숫자로는 ‘아름다운 내집갖기’(이하 아름집)가 61만명으로 가장 많지만, 아름집에선 주로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부동산 얘기가 오간다. 붇카페는 서울 부동산 위주다. 2007년부터 운영됐다. 원래 이름은 ‘붇옹산의 부동산스터디’ 카페였다. ‘붇옹산’은 운영자인 강영훈 대표의 닉네임이다. 부동산 재개발 관련 법령과 현황을 소개하는 재개발 전문가다. 그는 10년간 유지하던 카페명을 지난 4월 바꿨다. 운영자 닉네임을 뺐다. 강 대표의 설명이다. "카페 개설 초기부터 정치 글 및 종교분쟁 글을 금지했다. 부동산 상승기와 맞물려 외형적으로 카페가 엄청나게 커졌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현재의 카페 모습이 만족스럽진 않지만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 이념 논쟁의 장이 된 부동산 카페
상황은 이랬다. 이른바 ‘8·2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했다. 모든 지역이 오른 건 아니다. 강남권과 ‘마용성’등 일부 지역이 상승을 견인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면, 잠시 주춤했다 악재가 해소되며 다시 급상승 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매물은 잠기고 강남·서초·송파는 체감상 자고 일어나면 몇천만원씩 올랐다. 결국 서울과 지방은 물론 서울 안에서도 아파트 가격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 아파트 시장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정부 정책은 어떻게 바뀔지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부동산 매수, 매도 대기자들이 매달린게 붇카페다. 이 기간 회원수와 게시글이 급격히 증가했다. 올 4월에는 회원수 40만명 돌파를 기념해 카페 차원에서 티셔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티셔츠 등 판에 쓰인 문구는 ‘호재네요’. 붇카페 유행어다. 카페에 아파트 가격 상승론자 가 많다 보니 진짜 호재는 물론 별일 아닌 소식에도 호재라는 평가가 자주 붙는 데서 유래했다. ‘붇카페는 전쟁이 나도 호재라 한다.’ 회원들 스스로 자조적인 쓴소리를 섞어 하는 유머다.
네이버의 부동산스터디 카페
정부를 비난하는 게시글은 시간이 갈 수록 급격히 늘었다. ‘청와대 고위공무원 15명 중 8명이 다주택자’ ‘1가구 2주택 벗어났다는 김현미 장관 알고 보니 친동생에게 주택 매도’ 등의 기사가 나올 때 마다 비난이 거세졌다. ‘어느날 아침 일어나 보니 적폐가 됐다’는 다주택자들의 분노, 여기에 8·2 대책 이후 서울 집을 매도한 경우, 매수 타이밍을 놓친 경우 처럼 다양한 유형의 분노가 섞여 카페엔 분노가 넘쳐났다. 결국 운영자는 정치글을 관리하는 스태프진을 임명했다. 이번엔 스태프들의 정치 성향이 문제였다. ‘정부 두둔하는 글엔 관대하다’ ‘정부를 이유 없이 비난하는데 왜 안 지우나’…. 아우성이 이어졌다. 부동산 정책이 정치와 어떻게 분리될 수 있는지 항의도 이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를테면 김현미 장관에 대한 평가는 정치 게시글로 읽히기도 하고, 관점에 따라 부동산 게시글로 보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군의 회원들이 따로 독립해 카페를 차리기도 했다. ‘직관주의자의 자유부동산’ 카페다. 기본적으로 우파적 관점에서 부동산 시장을 바라본다. 회원수는 약 2만 7000명이다. 자유부동산 카페에서 다시 우파 성향의 ‘맘카페’가 파생하기도 했다. ‘행복맘의 자유’란 카페다.
한동안 붇카페엔 회원들간 다툼과 정부 비난글에 묻혀 부동산 게시글은 잘 보이지 않았다. 결국 운영자는 정치글 관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카페 이름까지 바꿨다. 국토부의 반복되는 부동산 정책 수정,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 제안, 국토부의 저지 등 촌극이 이어지며 붇카페는 더욱 붐비고 있다. 8월 27일 카페 활성도가 전고점을 돌파했다. 강 대표가 게시하는 ‘어제의 부동산스터디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8월 27일 하루 동안 550만명 넘게 카페를 찾았고 게시글은 550만회 이상 조회됐다. 회원수를 감안해 따져보면 회원 한 명이 하루 종일 평균 10번 이상 들락거렸단 얘기다. 단일 주제의 카페로는 대단한 숫자다. 강 대표는 ‘부동산스터디 통계는 동행지수’라고 설명했다. 붇카페가 붐비면 그만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단 얘기고, 트래픽이 감소 추세면 부동산 시장도 일단은 소강하는 방 향으로 가고 있단 얘기다.
◇ 부동산 공부하는 3040
붇카페 회원은 어떤 사람들일까. 3040 비중이 높다. 구체적으론 35~44 세다. 이들이 전체 회원의 약 44%다. 남녀 비율은 비슷하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공인중개사들도 많이 들어와 있다. 대부분 신분을 밝히지 않지만, 부동산 중개수수료 인하 요구 글에 반대 댓글을 달아 존재가 감지되기도 한다. 3040은 세대 특성상 많은 분야의 실소비자다. 주택, 이직, 자동차, 교육, 전자 제품, 해외여행 등. 부동산 정보에 관심을 갖는 데서 알 수 있듯 이들은 기본적으로 실물경제와 자산증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관심사와 인생주기가 비슷한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으니 게시글의 밀도가 높다. ‘강북 쪽 사립 초등학교 중 최고는 어디일까요’ ‘이런 조건이라면 어떤 자동차를 권하시겠어요’ 같이 부동산 이외의 다양한 질문이 올라온다. 실시간으로 댓글이 달린다. ‘친구한테 들었는데 이렇다더라’는 카더라가 아니라 ‘내가 작년에 해봤는데 이랬다’는 식의 생생한 댓글이 많다. 시부모나 장인, 장모와의 갈등을 호소하는 글도 자주 올라온다. 남녀 비율이 비슷하다 보니 일방적으로 한쪽을 편들기보단 다양한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많다.
왜 마용성이 떴는지도 이들의 삶을 관찰하면 알 수 있다. ‘아내는 직장이 여의도고 나는 광화문인데 우리가 왜 강남에 살아야 하나.’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다 보니 교육환경을 아예 바꿔버린다. 마포가 전형적인 예다. 강북의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마래푸) 부근에 포장마차거리가 있었다. 구청을 압박해 초등학교 담벼락 앞에서 25년 넘게 영업해온 포장마차를 걷어내게 한 건 마래푸의 젊은 학부형들이었다. 포차를 지키겠다며 시민단체가 나섰지만 이들을 이길 순 없었다. 수도권에 사는 3040의 삶을 일별하려면 붇 카페에 들어가 봐도 좋은 이유다. 물론 단면일 뿐이지만 말이다.
국토부와 서울시 등 부동산 관계 부처에서도 카페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당장 김현미 장관부터 부동산 카페를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8월 31일 인터뷰에서 그는 "부동산 카페에 가면 ‘혜택이 많으니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사자’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 (임대사업자가) 집을 많이 살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처음 정책을 설계했을 때의 의도와 다르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보도되자 붇카페엔 ‘김 장관 읽어보세요’ 식의 글이 넘쳐났다. 물론 욕설도 올라 왔다.
최근 붇카페를 지배하는 담론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탄식이랄까 피해의식 이다. 상승랠리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다. ‘4년 전에 강남 그 집을 샀어야…’ 무주택자는 서울에 집 한 채라도 사놓은 사람을 부러워하고, 비강남권 주택 소유자는 강남권 상승폭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집값이 완만하게 올랐다면 좀처럼 안 일어날 일이다. 며칠 전엔 게시판에 죽고 싶다는 글이 올라왔다. 4년 전 아파트를 팔고 그 돈으로 자영업에 뛰어 든 가장이었다. 4억원에 판 아파트는 8억원이 되어 있고, 가게는 권리금도 못 받고 문 닫게 됐단 사연이었다. 카페 회원들이 ‘현 상황 가장 안 된 사람들’로 꼽는 ‘서울에서 1주택자로 살다 팔고 그 돈으로 자영업 시작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9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둘째, 불안감이다. 유주택자라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집값이 급격히 상승한 탓이다. 넓은 집으로 가거나 주거 지역을 옮기려는 실수요자도 불안하다. ‘내가 지금 상투를 잡는 게 아닐까’ ‘이러 다 영영 접근도 못할 가격이 되는 건 아닐까’ 사이에서 고민한다. 서울 부동산은 이미 올해 초부터 전문가들의 예측 범위를 떠났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말이다. "이렇게까지 오를 줄 부동산 전문가들도 예측 못 했다. 거의 다 올해는 보합일 거라 예측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끼어들며 시장 사이클을 왜곡시켜놨다."
그 결과가 셋째,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뀐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평생 모아온 돈을 내고 집을 산다. 한 달도 아닌 몇 주, 며칠 간격으로 당국의 말이 바뀐다. 부부 합산 연 7000만원 이상 전세자금대출 제한은 일단 주머니 속에 다시 넣었고, 임대사업자 세제혜택은 김 장관 스스로 8개월 만에 말을 뒤집었다. 이젠 국토부 장관이 무슨 말을 해도 개그 소재나 조롱거리쯤으로 여겨진다. ‘반응 보고 내일모레쯤 슬그머니 바뀌겠지.’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보는 프레임이다. 기본적인 얘기지만 수요·공급 법칙은 특정 정권이 신념으로 깰 수 있는 게 아니다. 다주택자는 투기꾼이 아닌 민간 임대주택 공급자다. 집은 물건처럼 창고에 사재기해놓을 수 없다. 전세든 월세든 어떤 식으로든 소비된다. 전국에 원룸과 오피스텔 수십 채를 소유한 임대사업자를 지켜본 적이 있다. 주부인 그는 웬만한 직장인 보다 더 바빴다. 매일같이 구청과 중개 업소, 세무서, 오피스텔을 돌아다녔다. 용건 없이 친구를 만나 차를 마신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도 했다. 이 런 사람을 투기꾼으로 볼 수 있을까. 범죄자급으로 취급하는 ‘갭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네 번째 투자처를 찾는 갭 투자자를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직장인인 그는 퇴근 후엔 부동산 세제 세미나를 들으러 다니고 주말이면 서울 전역 을 돌아다녔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참모진과 장관급 인사들은 여전히 다주택자다. 올해 3월 기준 70명 중 25명이 여전히 다주택을 유지하고 있다. 35%다. 지난해 내내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부동산 투기 수요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규제에 나서는데도 안 팔았단 얘기다. 이런 정부가 다주택자를 적폐로, 강남집 소유자를 잠재적 적폐로 몰고 부동산 시장에 들어선 순간 정책의 실효성, 정당성 모두 없어졌다. 당국이 붇카페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면 이들을 어떻게 규제할지가 아니라 주거정책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편이 좋겠다.
◇ 부동산 카페 용어정리
부동산 카페에는 듣도 보도 못한 신조어들이 넘쳐난다. 부동산 투자, 부동산 시세 동향을 반영 한 세태어들이다.
임장: 부동산을 직접 찾아가 주거환경과 특성을 눈으로 확인하는 걸 뜻한다.
몸테크: 낡거나 낙후된 환경의 주택에 살며 종 잣돈을 마련하는 걸 뜻한다. 주로 전세가가 저 렴한 재건축·재개발 예정 주택에 들어가 살며 자산 증식을 도모하는 경우에 쓰인다.
퐁락이·폭등이: 줄기차게 폭락 혹은 폭등을 주 장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
줍줍: 급매물이나 아직 저평가된 매물을 구입한 다는 뜻.
10억클럽: 전용면적 84㎡ 기준 실거래가 10억 원이 넘는 강북의 신축 아파트들을 뜻한다. 지 난해 이후 동대문·성북·영등포 등 웬만한 서 울의 역세권 신축들이 대부분 10억원을 넘기거 나 근접하며 10억클럽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일베가 말한다…“혐오가 아니라 놀이일 뿐” 9.9 동아
깨끗한 흰색 긴팔 셔츠에 넥타이, 짙은 회색 정장바지와 검정 구두, 갈색 뿔테 안경에 잘 정돈된 헤어스타일. 박정훈(32·가명)씨는 평범했다. 오히려 일반 회사원 남성 중에서도 더 깔끔한 외모에 속했다. 정중하게 인사하고, 차분히 말을 이어가는 그를 보면 최소한 겉모습만으로는 이른바 ‘일베충(일베+벌레 충의 합성어)’이라고 짐작하기는 어려웠다. 박씨는 서울에 있는 중소 제조업체에서 영업직을 맡고 있는 3년차 사원으로, 부모님·남동생과 함께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로 사는 평범한 30대 초반 남성이다.
먼저 박씨에게 ‘일베를 왜 하느냐’고 물었다. 간단한 답변이 돌아왔다. “재밌어서요.” 박씨는 “요즘 재미가 좀 떨어지긴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진짜 빵빵 터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좀 착각을 하는 것 같아요. 무슨 극우주의다, 여성혐오다, 그러는데 웃기고 재밌어서 하는 거라니까요. 일베를 무슨 목적이나 목표를 가지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이번 인터뷰 대상을 정한 기준은 이렇다.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에 매일 수차례 접속해 일주일 7건 이상의 ‘짤방(사진이나 그림을 일컫는 인터넷 용어)’이나 글을 올리고, 다른 게시물에 10차례 이상 댓글을 다는 회원. 이 정도 활동량이면 충분히 일베의 ‘혐오 생산’에 기여한다고 판단했다. 박씨가 딱 그런 회원이었다.
“일단 출퇴근하면서 봐요. 댓글도 달고요. 일이 널널한 날에는 업무시간에도 자주 보고요. 글은 보통 집에 가서 올리죠.”
그가 일베를 드나들기 시작한 시기는 약 5년 전 취업 준비를 시작했던 시기다. 대학 생활이 마무리 되고 본격적으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자 삶은 예상보다 더 팍팍했다. 뭐라도 준비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평소보다 배로 늘어나던 때였는데, 그때 일베를 알게 됐다.
“인터넷 서핑하다가 저 스스로 찾아들어간 거죠. 첨엔 이게 뭔가 싶었는데,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쾌감이 있었달까요. 전 노무현을, 전라도 사람을, 여자도 싫어한 적이 없어요. 그런 것보다는 일베에서는 그냥 싸잡아 욕하고 저격하고 그러잖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뭔가 속 시원했던 것 같아요. 공감 가는 글도 꽤 있었고요.”
박씨는 5년 전 무렵부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일베에 접속한다. 외국에 휴가를 가서도 일베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박씨는 취업 준비 시기를 ‘최악의 흑역사’라고 표현했다. 그는 소위 ‘인(in) 서울’ 4년제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지만 취업에 애를 먹었다. 입사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들을 그도 나름 성실히 해나갔지만, 목표했던 대기업에는 다 떨어졌다. 결국 서른을 목전에 두고서야 계획에 없었고 원한 적도 없던 중소기업에 들어갔다. 취업 문제로 아버지와 수차례 다퉜고, 관계도 소원해졌다.
‘여자친구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이래저래 만나는 여자는 있지만, 여자친구는 없다”고 했다. “최근에 소개팅을 자주 하고 있다”며 “여자친구를 사귀지 않은 지 3년이 조금 넘었다”고 덧붙였다.
“저도 그런 면이 있겠지만, 대체로 요즘 여자분들이 이것저것 많이 따지잖아요. 물론 안 그런 분도 있겠지만…아무튼 그래서 요새 연애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박씨는 여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한 이유를 자신이 취업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현 직장에 대한 불만과 헤어진 여자친구를 향한 원망을 직간접적으로 수차례 언급했다. 또 우리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러한 종류의 열패감이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각종 혐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각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스템이 가진 문제 혹은 개인의 욕망 실현 실패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남 탓으로 돌리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베는 이러한 혐오 행위의 중심지로 인식된다. 그러나 박씨는 이런 견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실패가 일베 로그인으로 이어진 게 아니라 실패를 경험했던 시기에 일베에 접속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뭔가 짜증 나는 일이 있을 때 일베에서 더 오래 논다”며 “더 센 글 올리고 반응 보고, 저도 같이 댓글 달고 욕하면 순간적으로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했다. 그러나 박씨는 또 한 번 “난 누구도 혐오하지 않는다”고 했다.
“요즘엔 다들 자주 가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하나씩은 있어요. 일베는 그 중 하나일 뿐이죠. 콘셉트가 더 명확하고, 표현이 솔직할 뿐이죠. 사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도 다 똑같아요. 일베나 워마드의 혐오가 어쩌고 하는 기사를 보면 전 솔직히 우스워요. 우리나라 모든 분야가 다 그렇잖아요. 정치권은 안 그런가요? 문슬람(문재인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를 비하하는 용어)과 일베가 뭐가 다른데요? 우리는 패배자이고, 그들은 정권 교체의 주역인가요? 워마드도 그렇죠. 그들은 페미니즘이고, 일베는 쓰레기인가요? 걔네도 우리랑 똑같다고요. 그냥 욕하고 노는 게 좋은 거예요. 게다가 일베를 오래 보고 있으면 일리가 있는 내용을 담은 글들이 꽤 있어요. 사람들은 그런 건 보려고 하지 않아요.”
박씨는 ‘일베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묻자 “왜 하면 안 되느냐”고 되물었다. “이건 그저 커뮤니티에 불과하다”며 “다만 조금 거친 표현을 사용하는 곳일 뿐”이라고 일베를 옹호했다. 이어 “누구나 불만을 말할 수 있고, 일베를 문닫게 하거나 일베 회원 모두가 잠재적인 범죄자라면 인터넷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도 했다. 단식 중인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치킨을 먹는 행위도 단순히 ‘놀이’로 이해해야 하는지를 묻자 “걔네는 진짜 쓰레기이고, X신”이라고 일갈했다.
관심종자, 박씨는 일베 회원을 이렇게 표현했다. 혐오라고 표현하는 행위들은 관심을 먹고 자란다는 게 그 나름의 분석이었다. 특정 정치적인 성향을 가졌거나 특정 지역과 인물에 대한 비하를 목적으로 하고, 여성에 대한 악감정을 실제로 가진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그로(억지 주장 등으로 관심을 끄는 행위)’를 끌어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란다. “걔네는 진짜 한심해요”라고 박씨가 말하며 비웃었다. 그가 일베에서 하는 일이 어그로와 어떻게 다른지, 왜 혐오라고 할 수 없는지에 관해서는 답변을 회피했다.
“재밌어서 일베를 하고 , 내가 하는 건 놀이일 뿐”이라고 했던 박씨는 사진 촬영은 극구 거부했다. 실명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혹시나 자신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 또한 빼달라고 요구했다.
모두 최저임금 탓? 주간경향 9.10
올해 2월 이후 일자리 증가폭이 10만개로 줄어들더니 7월에는 5000개로 다시 감소했다. 지난 몇 해의 20만~30만개에 비하면 크게 줄어들어 심각한 상황이다. 올 1월부터 최저임금도 16.4%가 증가했으니 이 영향 때문이라고 의심할 만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의심을 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그렇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일자리 숫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선 인구증가율의 둔화나 고령화 같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추세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기침체나 구조조정 같은 경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최저임금과 같은 정책의 영향이다. 이런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영향만을 구분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경제학에 계량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까다로운 과목이다. 이 학문의 목표 중 하나가 정책의 효과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다. 지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요인들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해, 통계학적 기법과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각 요인의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분석해 보면 직관과 다른 결과들이 수도 없이 발견된다. 그래서 이런 분석을 많이 하는 경제학자들은 섣불리 판단하려고 하지 않는다. 분석방법이나 변수를 바꾸면 결과가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분석의 엄밀성을 높이려는 연구도 계속 이어진다. 급기야는 정책효과 검증을 위해 자연과학에서 쓰이는 실험의 방법까지 사용한다. 사람들을 무작위로 선별하여 한 집단에만 정책을 실시하고 다른 집단에는 실시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중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비교한다.
최근 일부 언론과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일자리 증가 둔화가 최저임금 탓이라고 용감하게 단정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봐도 최저임금의 영향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여러 증거들이 있다. 예를 들어 15~29세의 취업자가 5만명가량 줄어든 것을 두고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최저임금 탓이라기보다 이 연령대 인구가 14만명이나 감소한 탓이 더 크다. 그 결과 고용률은 오히려 0.2%포인트 상승했다. 즉 장기 추세의 영향이다. 또 자영업자의 감소도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하는데, 종업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오히려 7만명 늘어나고 종업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10만명 이상 줄었다. 건설업의 부진으로 포클레인 기사 같은 사람이 일자리를 못 찾은 것이다. 이는 경기둔화의 영향이다. 제조업에서 취업자가 약 13만명 줄었는데, 이것도 조선업 구조조정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2016년 하반기에도 유사한 구조조정이 있었고 그때도 제조업에서 비슷한 규모의 감소가 있었다.
언론에 학문 수준의 엄밀성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이런 통계는 모두 보도자료에 나오는 것이다. 객관적 분석 대신 내가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우연의 일치를 인과관계라고 확신하는 것은 17세기 뉴턴 시대 이후 인간이 발전시킨 과학적 사고의 성과를 뒤집고 미몽의 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것과 같은 것이다.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진다면 9.9 한겨레
타이의 관광지 피피섬 바다의 플라스틱 오염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요즈음 시내의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원칙적으로 일회용 용기가 아닌 컵에 담아 주고 주문한 음료를 카페 외부로 가져가겠다고 할 경우에만 일회용 용기를 제공합니다. 그러다 보니 카페 내에서 동료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커피를 가져가려면 소비자 입장에서 번거롭고 매장의 직원들과 시비가 벌어지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또 올해 초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국내 재활용품 수거업체들이 비닐 등의 수거를 중단하여 ‘쓰레기 대란’이라고 불리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중국에 쓰레기를 대량으로 수출하던 미국, 영국 등도 큰 홍역을 치렀습니다. 오늘은 쓰레기 중에서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플라스틱(비닐 포함) 쓰레기에 대해서 같이 살펴보려고 합니다.
효과 없는 재활용 정책
플라스틱은 다양한 크기와 모양으로 제작하기 쉽고, 내구성이 강하고, 가볍고, 제작 비용이 적기 때문에 매우 장점이 많은 소재입니다. 한때 ‘기적의 소재’라는 말까지 들었죠.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200만톤에서 2015년 3억2200만톤으로 무려 160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특히 플라스틱 중 포장재와 일회용기로 쓰이는 것의 비중이 급증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량으로 생산된 플라스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어 지금은 지구촌의 고민거리가 되었습니다. 전세계 해안가에 버려진 쓰레기의 61%가 플라스틱이라고 합니다.
조지아대학의 공학자 제나 잼벡 팀의 계산에 의하면, 2010년 해안을 끼고 있는 국가 192개국에서 버려진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은 2억7500만톤이었고 그중 약 480만톤에서 1270만톤이 바다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 폐기물’, <사이언스>, 2015) [그림1]에서 보시면 상위 5개국은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스리랑카였고, 20개 국가 중 선진국은 미국 한 나라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인구 규모의 영향을 받겠지만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중국을 위시한 저개발국에 집중된 것은 선진국들이 쓰레기를 저개발국에 대규모로 수출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의 쓰레기 수입 금지가 전세계적 파장을 일으키는 것이구요.
오랫동안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결과는 신통치 않은 것 같습니다.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학의 환경학자 롤런드 가이어 팀의 연구에 의하면 [그림2]에서 보듯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의 단 9%만이 재활용되는 데 그쳤습니다.(‘플라스틱의 생산, 사용 및 처리’,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016) 1950년에서 2015년 사이에 신규로 생산된 플라스틱 총량 83억톤 중에서 25억톤은 현재 사용 중이고, 58억톤은 일회 사용이 끝난 뒤 버려진 것이 46억톤, 소각된 것이 7억톤이었고 재활용된 것은 고작 5억톤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재활용된 5억톤도 현재 사용되고 있는 것은 1억톤이고, 나머지 4억톤은 최종적으로 버려지거나 소각되었습니다.
현재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모아서 70미터 높이로 쌓으면 그 면적은 맨해튼 섬과 비슷하다고 할 정도입니다. 2015년 텍사스 에이앤엠(A&M)대학에서 해양 동물학을 전공하던 크리스틴 피게너는 코스타리카 연해를 답사하던 중 코에 빨대가 박혀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을 구해서 빨대를 제거해 주었습니다. 이들은 이 과정을 촬영하여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이 거북이가 코에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순식간에 전세계를 강타하였고, 스타벅스, 아메리칸 에어라인, 하이엇호텔 등 여러 기업이 빨대 사용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량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필연적으로 생태계에 손상을 가져오고, 최종적으로는 인류에게도 큰 해를 끼칠 것이 분명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조각으로 나뉜 플라스틱을 물고기들이 먹게 되고, 그 물고기를 또 우리가 섭취하게 되어 우리 몸에는 차곡차곡 플라스틱 입자가 쌓여가고 있습니다.
작년 푸트라말레이시아대학의 보건학자 알리 카라미 팀은 8개국 17개 소금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플라스틱 조각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브랜드는 단 하나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소금 1㎏당 플라스틱 조각이 1~10개 정도 들어 있었습니다.(‘각국에서 시판되는 소금에서 발견되는 미세 플라스틱’, <사이언틱 리포트>, 2017)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강과 호수의 플라스틱 때문에 수돗물에도 플라스틱 조각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플라스틱 입자가 포함된 수돗물은 미국, 유럽의 선진국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저개발국 모두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심지어 세계경제포럼의 추계에 의하면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획기적인 대책이 없을 경우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지게 된다고 합니다.
행동경제학적 시도
물론 인류가 늘어나는 플라스틱 쓰레기 앞에서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중 몇가지 흥미로운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영국 카페에서 커피를 시킬 때 일회용 컵이 아닌 일반 컵으로 받을 경우 0.25파운드(약 350원) 정도 할인을 해주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아, 종이컵 역시 플라스틱 폐기물의 일종입니다. 순수히 종이로만 제작된 컵이 액체를 제대로 담을 수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종이컵이라고 부르는 것은 내부에 플라스틱이 코팅된 플라스틱-종이 합성컵입니다. 그래서 사실 재활용하기도 극히 어려운 물품입니다. 그런데 영국 정부의 조사에 의하면 일반 컵 사용 할인을 통해 일회용 컵 사용이 줄어든 효과는 고작 1~2%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영국 하원에 제출된 법안은, 일회용 컵을 사용할 경우 같은 금액인 0.25파운드를 ‘라떼세’라는 명목으로 추가로 내게 하는 것입니다.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해당 법안을 제출한 의원들은 라떼세가 훨씬 더 큰 효과를 내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에 의하면 사람들은 같은 금액일 경우 ‘할인이 주는 기쁨’보다 ‘추가 납부가 주는 고통’을 훨씬 더 크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행동경제학적 측면에서 보스턴대학의 마케팅학자 레미 트뤼델 팀은 또 다른 흥미로운 일련의 연구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우선 소비자들의 정체성이 재활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였습니다.(‘자기 자신의 재활용’, <저널 오브 컨슈머 리서치>, 2016) 미국의 많은 카페에서 컵에 주문자의 이름을 쓰고, 통상적으로 본인의 이름은 정체성 연계도가 굉장히 강한 것에 착안하여, 이들은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을 첫번째는 컵에 본인의 이름이 정확하게 씌어진 그룹, 두번째는 이름의 철자가 틀리게 적힌 그룹, 그리고 끝으로 이름이 아예 적히지 않은 그룹의 세 집단으로 나누어 이들의 행동을 관찰하였습니다. 이름이 정확하게 적힌 컵의 재활용률은 48%로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컵의 재활용률 26%에 비해 뚜렷이 높았습니다. 또 흥미롭게도 이름의 철자가 틀린 컵의 재활용률은 24%로 이름이 없는 컵과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은 정확한 이름이 적힌 컵에 일체성을 더 느끼고, 이 컵을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기보다는 재활용 수거함에 넣는 성향이 커진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정체성과 관련된 두번째 실험으로 애교심을 분석하였습니다. 학생들에게 학교의 로고가 적힌 종이컵을 제공하였는데, 첫번째 그룹의 학생들은 애교심을 높이는 기사(졸업생의 출세기)를 접하게 했고, 두번째 그룹의 학생들은 애교심을 낮추는 기사(졸업생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기사)를 접하게 했습니다. 세번째 그룹은 아무런 기사도 읽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가 [그림3(A)]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버린 비율은 첫번째 그룹이 가장 낮았고, 두번째 그룹이 가장 높았습니다. 첫번째 그룹은 재활용 비율도 높았고, 심지어 보관하기 위해 집에 가져가는 비율조차도 높았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서도 정체성이 재활용에 미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트뤼델 팀의 두번째 연구는 대상물의 상태가 재활용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가라는 것이었습니다.(‘제품의 크기와 손상 정도가 재활용에 미치는 영향’, <저널 오브 컨슈머 리서치>, 2013) 이번 실험품은 플라스틱은 아니고 금속 캔이었는데 함의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학생들을 네 집단으로 나누어 미니 사이즈의 캔과 정규 사이즈의 캔을 각각 찌그러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하여 제공하였습니다. 그 결과가 [그림3(B)]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캔이 찌그러져 있지 않고 사이즈가 큰 경우에 가장 재활용률이 높았습니다. 사실 캔이 찌그러졌다는 것 여부는 재활용과 무관한 것이지만, 학생들은 찌그러진 캔을 보다 더 ‘쓰레기스럽다’고 생각한 것이고 크기가 클수록 보다 완전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다양한 제안들
이 외에도 각국에서는 분해도를 높이는 새로운 플라스틱의 개발, 재활용의 공정을 단순하게 하기 위한 용기의 부착물과 색 규제 및 직접적이고 전면적인 플라스틱 금지 방안까지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영국 의회의 경우 ‘라떼세’에도 불구하고 재활용률이 급격히 높아지지 않으면 일회용 컵의 사용을 금지할 수도 있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고, 인도의 모디 총리는 2022년까지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금지하겠다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책을 최근 밝힌 바 있습니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일으키는 생태계 위협의 정도를 고려해볼 때 어떤 하나의 정책을 고집할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도 다양하고 과감한 정책 수단을 동원해서 우리가 사는 세계가 ‘플라스틱 플래닛’이 되는 것을 막는 국제적 노력에 함께하기를 부탁드리면서 마치겠습니다.
간장게장 골목 ‘썰렁’ 기사에 사람들은 왜 분노할까 9.9 미디어오늘
신사동 일대 간장게장집 현장 취재, 불경기 52시간 시행 탓 주장 기사에 문제 많다 지적 쏟아져
지난 5일자 중앙일보의 <넥타이부대 넘치던 강남 간장게장골목 밤 11시 되자 썰렁>이라는 기사가 논점을 흐트린 전형적인 카더라식 보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4일 오후 11시쯤 직장인들이 늦은 밤까지 술잔을 기울이는 곳으로 유명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간장게장 골목”을 찾아갔지만 썰렁했다면서 한 상가건물 관리인이 “주 52시간제 시행 탓인지 직장님 손님이 뚝 끊기면서 요즘은 밤 11시가 되기 전에도 썰렁해진다”고 한 말을 전했다.
주52시간 시행으로 직장인들이 일찍 퇴근해 자영업자들로서는 수입원이 없어져 어려움에 처했다는 내용이다. 중앙일보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두 달이 넘어가면서 퇴근 이후 여가를 즐기는 직장인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면이 많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며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주점업의 생산지수(불변지수 기준)는 99.3으로 2분기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 영향을 제외하고 평가한 유흥주점ㆍ생맥주 전문점ㆍ소주방 등의 매출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역삼동에서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는 권아무개씨의 말도 전했다. 중앙일보는 “워라밸(일과 여가 균형) 바람까지 불면서 연휴가 낀 주는 한 주 전체 매출이 엉망이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외식비 등을 아껴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는 말을 인용한 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8월 말까지 인천공항 이용객은 4561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105만명)에 비해 11.1% 증가했다. 이는 전년 대비 지난해의 증가율(7.5%)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나아가 주52시간제로 인해 근로소득자도 소득이 줄었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직장인들 입장에선 급여가 줄었으니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 건설회사 현장에서 근무하는 김모(48) 씨는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휴일 수당 등이 줄면서 30%가량 월급이 깎였다. 아직 아내에게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투잡을 위해 최근 카카오 대리기사로 등록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4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단축 이후 삶의 질과 관련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응답이 57.2%, ‘이전보다 나빠졌다’는 답변이 8.9%였다”라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수입이 줄고, 근로소득자의 월급이 깎이고, 삶의 질이 나빠졌다는 결론이다. 주52시간제 시행을 경기 악화의 주범으로 보는 시각으로 여러 사람을 인터뷰해 현실을 반영하는 보도 내용으로 보인다.
▲ 중앙일보 5일자 보도.
하지만 관련 기사를 두고 여러 지적이 나온다. 새벽까지 술을 마신 사람들이 사라져 이른 시각 식당 문을 닫는 현상이 사회적 부작용으로 볼 수 있느냐는 반론부터 나온다. 인용한 통계의 근거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기사에선 올해 2분기 주점업의 생산지수가 99.5으로 떨어진다고 해놓고 같은 기간 커피전문점 같은 ‘비알코올음료점업’의 경우 87.8에서 149.6으로 올랐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기사는 52시간 시행으로 인해 자영업이 어렵다는 얘기를 꺼내고 있는데 비알코올음료점업의 수치가 늘어난 것은 52시간 시행으로 인한 게 아니라 관련 시장이 커진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중앙일보는 “밤을 새워 일하는 직원들이 밝힌 불이 심야에 불을 밝히고 조업하는 오징어 배와 비슷해 오징어 배라는 별명이 붙은 판교 테크노밸리 일대는 밤 10시가 넘자 불이 꺼지기 시작했고 자정 무렵이 되자 깜깜해졌다”며 주52시간 시행으로 인해 강제로 불경기가 심화됐다는 뜻도 은연 중에 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변상욱 CBS 대기자는 트윗을 통해 중앙일보 기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강남 신사동과 영동 술집 및 고깃집의 매출이 떨어졌다고 하면 근처 일대 근로소득자의 수당을 취재해 분석하는 것이 적절한데 건설현장근무자의 수당 얘기를 하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중앙일보가 신사동과 논현동 골목에 인적이 뜸하다며 제시한 사진에 대해서도 제목에선 밤 11시면 썰렁하다고 해놓고 새벽 3시경 찍은 사진을 제시한 것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석달 전 같은 장소의 새벽 3시경 사진을 비교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남겼다. 특히 중앙일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에서 삶의 질이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응답이 57.2%, 이전보다 나빠졌다는 응답이 8.9%라고 했지만, 같은 조사에서 64.2%가 노동시간 단축 정책 도입을 ‘잘된 일’이라고 평가하고. 노동시간 단축이 앞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63%에 달한 내용은 쏙 빼놨다. 이밖에 노동시간 단축을 현행계획대로 도입하거나 계획보다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은 65%로 나왔다. 또한 노동시간 단축이 경제 미칠 영향에 대해 53%가 긍정적으로 답했고, 48.7%가 일자리가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 기자는 “주52시간 단축에 국민 63%가 찬성하는 내용을 중앙일보가 의도적으로 보도치 않고 반대할 억지 근거를 조합한 황당 허위뉴스”라고 꼬집었다. 관련 기사에 대한 반응은 반박이 주를 이룬다. “주 100시간 일하면 새벽 3시에 사람이 넘치겠네”라고 꼬집는 것부터 기자가 청담동 같은 곳엘 갔다면 이런 기사를 쓸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자영업 불경기의 한 단면을 가지고 주52시간 시행 탓이라고 한 것은 무리한 억지 주장이라는 것이다.
기사를 쓴 함종선 기자는 통화에서 “‘간장게장골목 밤 11시 되자 썰렁’이라는 제목은 편집기자가 쓴 것이고 심야상권의 불경기를 충분히 설명해주는 보도가 있기 때문에 사진 설명에 새벽 3시경이라는 말을 안 써도 되지만 자세하게 설명하기 위해 쓴 것이지 상황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함 기자는 “해당 장소 일대는 밤 11시면 시작되는 심야 상권이다. 새벽 3시에 간장게장집을 가는 게 제정신이냐는 반론이 있는데 제 취지는 그곳 장소가 전통적으로 새벽에 붐비는 곳이라는 점”이라며 “밤 11시에 찍은 사진도 있는데 간판 몇 개 더 켜진 것 말고는 변동이 없다. 회사에서도 댓글을 보고 제목의 시간을 수정하거나 밤11시 사진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 말이 나왔지만 전체적인 맥락상 사실 취지가 맞고 대응할 필요가 없다라고 위에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함 기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통계 자료의 다른 응답 내용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조작하거나 의도한 게 아니라 어차피 주52시간 시행으로 긍정적인 것은 많이 있기 때문에 부작용 취지의 기사에서 쓴 것이다. 댓글을 보고 안타깝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함 기자는 “해당 장소는 심야상권으로 유명해 주변 회식하러 온 분들 뿐 아니라 광역에서 몰려드는 곳이다. 자영업의 불경기에 대해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심야상권의 경우 회식이 줄어든 결과로 봤고 자영업자 입장에서 심야상권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게 기사의 취지”라며 “서대문 영천시장 앞 식당 같은 경우 농협 본사가 있어 가게를 두배로 늘렸는데 주52시간 시행으로 단체 손님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함 기자는 부정적인 댓글이 많이 달린 것에 대해 “보도 첫날 포털엔 52시간제 시행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다가 두 번째 날 갑자기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어 알아봤더니 친여 사이트 커뮤니티에 기사가 올라온 뒤 댓글 내용이 치우친 것”이라고 말했다.
‘토종의 반격’…사라지는 황소개구리
[앵커]토종 생태계를 위협하던 황소개구리가 요즘 자취를 싹 감췄습니다. 국내에 들어온 지 수십년이 지나면서, 황소개구리에게 익숙해진 토종 물고기들의 반격에 처지가 뒤바꼈기 때문이라는데요.
[리포트]날렵하게 뱀을 덮치더니 통째로 집어삼킵니다. 먹이가 부족하면 동족도 잡아먹는 무서운 식성으로 토종생태계를 점령했던 황소개구리. 어찌 된 일인지 몇 년 전부터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황소개구리 천지였던 이 작은 저수지에서도 요즘 통발에 잡히는 건 올챙이 몇 마리뿐입니다.
[조영관/주민 : "황소개구리 (우는) 소리 때문에 창문을 열고 잠을 못 잘 정도였는데, 요즘은 아주 조용해져서 살맛 납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국립생태원 조사 결과, 청주 무심천에서는 2012년 이후 황소개구리가 사라졌고 전남 신안 하의도에서는 개체수가 10년 만에 1/50, 무안 평척저수지에서는 1/7로 줄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황소개구리가 줄어든 이유로 토종 생태계의 반격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습니다. 토종 육식어류인 가물치와 메기가 황소개구리 올챙이를 잡아먹는 사실이 대학 연구팀에 의해 확인됐습니다. 토종 생태계가 국내에 유입된 지 수십 년이 지나면서 처음엔 생소해 멀리했던 황소개구리를 먹잇감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분석입니다.
[유영한/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 : "단백질이 많고요 행동이 느리기 때문에 포식자로서 먹이로 사용하기에 최고로 좋습니다. 다시 말하면 먹이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에서는 먹이그물이 형성된 거죠."]
생태계의 무법자 황소개구리도 토종 생태계의 반격에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정환입니다.
태평양 ‘쓰레기섬’ 치운다…’해양 청소기’ 결실 기대
태평양에 떠 있는 수많은 쓰레기를 치우기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가 시작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한 비영리단체가 만든 프로젝트인데요.자세한 내용을 김민혜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태평양을 떠 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들. 특히 미국 하와이와 캘리포니아주 사이의 태평양 해상에는 ‘쓰레기 섬’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쓰레기가 모여 있습니다. 무려 1조 8천억 조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네덜란드의 한 비영리단체가 심각한 골칫거리로 떠오른 이 쓰레기 섬 규모를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했습니다.
자체 개발한 이른바 ‘해양 청소기’를 만들어 쓰레기 섬에 띄우는 것으로, 방식은 간단합니다. 알파벳 ‘U’자 모양을 띈 600m 길이의 쓰레기 수거장치입니다. 수면 아래에 3m 길이의 막을 달았고, 수거장치가 움직이는 대로 이 막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끌어 모읍니다. 그물 대신 막을 단 것은 물고기 등 해양 생물이 그물에 걸려 죽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프로젝트를 응원하며 보낸 금액은 3천 500만 달러, 약 393억 원에 달합니다.
<보얀 슬라트 / '오션 클린업' 설립자> “저희는 이렇게 수거한 쓰레기를 해안가로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검증된 기술이고, 저희가 첫 시도로 이루고자 하는 것입니다.”
수거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육상에서 재활용하는 한편, 2020년까지 쓰레기 수거장치 60개를 태평양 해상에 띄운다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향후 20년간 해양쓰레기의 90%를 수거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김민혜입니다.
태평양 플라스틱 쓰레기 “최다 배출국은 일본”
[앵커]환경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태평양에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인 거대한 ‘벨트’가 형성돼 있습니다. 이곳에 모여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는 일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는데요.김민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바다 여기 저기에 널려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들. 이 가운데 미국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앞바다 사이에는 이른바 ‘태평양 쓰레기 벨트’라고 불리는 거대한 쓰레기 섬이 있습니다. 벨트에 모여 있는 쓰레기 무게는 약 7만 9천 톤, 면적은 무려 160만㎢에 달합니다. 대한민국 면적의 약 16배 크기입니다.
이 쓰레기 벨트에 모인 쓰레기의 30% 가량은 일본에서 배출된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네덜란드 비영리 연구기관인 ‘오션 클린업 기금’ 등이 연구한 결과인데, 쓰레기 조각의 원산지가 파악된 쓰레기 386개 가운데 30%가 일본 것이었습니다. 중국은 그 다음으로 많았습니다.
쓰레기 대부분은 포장용 용기와 어망이었으며, 특히 미세플라스틱은 태평양 쓰레기 벨트에 1조 8천억개가 떠다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바다에 떠다니는 동안 부서져 생기는 직경 5mm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은 물고기 체내에 축적돼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번에 산출된 쓰레기 중량은 4년 전 측정량에 비해 16배 많아졌다며 해양 오염이 더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플라스틱, 인류에 선물인가 재앙인가 9.10 머니투데이
안녕! 플라스틱, 431兆 시장의 앞날은
중국이 당긴 퇴출 방아쇠…산업 생태계 변형, 대체소재 필요에 직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류를 대신해 ‘플라스틱’에 작별을 고했다. 지난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더미로 인해 우리 바다가 더 이상 더럽혀져선 안된다”고 선언한 것이다. 20세기 초 플라스틱이 인류의 삶 속에 들어온 이후 올해만큼 이 소재가 성토된 적은 없다.
SK케미칼이 개발한 '바이오 플라스틱' 에코젠을 활용해 만든 페트병./사진=SK케미칼
유럽연합(EU)은 플라스틱 빨대와 면봉, 일회용 나이프와 포크 사용을 2021년까지 완전 금지하도록 뜻을 모았다. 미국은 시애틀과 말리부 등 도시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퇴출했다. 한국은 비닐봉지 사용량을 2022년까지 35% 감량할 목표를 세웠다. 또 1회용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2027년까지 점진적으로 금지시키기로 했다.
국내 대표기업 삼성전자는 지난 5월부터 구내식당에서 에코백 사용을 권장해 하루 4만여장 쓰이던 1회용 비닐봉지가 약 2만8000장 수준으로 줄였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들도 플라스틱 빨대 퇴출에 나선 상황이다.
사실 플라스틱의 환경오염 위험성 지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1997년 북태평양에서 ‘플라스틱 섬’(Plastic Island)이 발견된 지 20년이 넘었다. 헌데 왜 올해 유난히 퇴출 움직임이 거세어졌을까.
◇중국이 당긴 방아쇠=전세계적인 플라스틱에 대한 반감은 더 이상 폐기물을 받아줄 곳이 없어진 현실에서 출발한다. 폐플라스틱 산출량의 절반을 받아들여 흡수해온 중국이 올해 1월부터 이 수입을 돌연 금지한 것이다. 30여년간 경제력을 키워온 중국은 올해 초 조치로 더 이상 자신들이 쓰레기 수입국이 아니라고 천명했다.
미국 조지아대 연구진(사이언스어드밴스 게재)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수입금지 조치로 인해 각국은 2030년까지 약 1억1100만톤에 이르는 폐플라스틱을 자체적으로 처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으로는 900만톤이 넘는 양이다. 매년 바다로 유입된 폐플라스틱이 800만톤 규모인데 앞으로 문제 총량이 두 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1억톤이 넘는 폐플라스틱은 500년간 분해되지 않고 쌓인다. 자연 생태계 먹이사슬에 악영향을 주고 인류의 건강과 식량 문제에도 문제를 미친다. 전세계가 플라스틱 퇴출에 공감하기 시작한 까닭은 이 소재를 줄이는 것이 우리 인류 스스로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바다로 유입된 폐플라스틱은 해마다 100만 마리의 바닷새와 10만 마리의 바다 거북이를 해치고 병들게 한다. 해양 동물들이 이를 먹이로 착각해 먹고 죽거나 병을 앓게 되는 것이다.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수돗물에선 분해되지 않은 5mm 이하 초소형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이 미국과 영국, 인도, 쿠바, 이탈리아 등 14개국 수돗물 샘플 159개를 분석한 결과 128개 샘플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인간의 건강에도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플라스틱이라도 단기간에 퇴출하기는 힘들다. 퇴출을 말하기에 앞서 두 가지 딜레마가 있다. 산업적 경제적 문제다.
플라스틱, 인류에 선물인가 재앙인가
◇흔들리는 431兆 시장 =씨티리서치(Citi research)는 현재 전세계 플라스틱 시장 규모를 약 1조 달러(1111조원)로 평가했다. 이 가운데 포장재가 절반 가량인 45%를 차지한다. 재활용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재활용되지 않는 약 3870억달러(약 431조원) 시장이 빨대와 비닐봉지 등 일회용 제품이다.
국내에서 쓰이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시장규모는 정확한 집계가 어렵다. 영세한 중소업체가 대형 화학사 원료를 받아 생산하는 구조다. 하지만 세계 12위 경제국인 동시에 1인당 연간 최대 플라스틱 소비국이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시장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kg으로 미국(97.7kg)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다.
대기업 계열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 SK종합화학, GS칼텍스 등 국내 대형 화학업체들은 식물 소재를 적용하거나 화학합성물질 사용을 줄인 친환경 플라스틱을 개발 중이다. 일부에선 성과도 나타났다. 친환경 플라스틱이 일회용을 대체하면 또 다른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다. 폐플라스틱 문제는 당장 경제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 터라 국가 차원의 규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 업계는 기존 플라스틱 생산을 늘리는 투자에 비해 친환경 소재 개발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오히려 범용 플라스틱의 기초 소재인 에틸렌 투자는 폭발적이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 LG화학, 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은 올해만 모두 10조원 이상을 에틸렌 설비 투자에 쏟아붓기로 했다. 2023년이면 에틸렌 생산 규모는 현재 900만톤 수준에서 1300만톤 이상으로 불어난다. 미국에서는 올해만 700만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 설비가 추가된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투자계획에는 중국 변수에 따른 플라스틱 수요 감소 가능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세계적으로 일회용플라스틱 규제가 갑작스럽게 속도를 내면 원료를 생산하는 대기업부터 제품을 만드는 영세업체까지 플라스틱 밸류체인이 무너지고 이는 경제·사회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新소재 혁명 속도전= 또 다른 난제는 친환경 플라스틱이 가진 이중성이다. 현재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친환경 플라스틱에는 화학합성소재가 줄고 자연상태에서의 빠른 분해를 돕는 소재가 쓰이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니다. 친환경 부작용이 지적된다. 예컨대 목재는 대표적인 친환경 소재이지만 플라스틱을 대체하기 위해 목재를 대체재로 대량 사용할 경우 산림 훼손은 불가피하다. 플라스틱을 줄이려다 초가삼간을 태우고 숲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의 패러독스는 전기차의 환경적 역설과 비슷하다. 전기차가 환경에 낫다지만 이 전기를 얻기 위해 또 다른 화석연료를 태우거나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신재생 발전을 시작해야 하는 문제다.
이런 딜레마는 플라스틱에 대한 안녕을 머뭇거리게 한다. 플라스틱은 석기와 청동기, 철기를 이어 인류 문명 발달의 새 시대를 연 소재다. 이 어마어마한 역할을 확실히 대신할 신소재를 개발하기 전까지는 큰 산통이 있을 거란 지적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생분해성 수지로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건 단기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생태계 전반을 고려하면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우선 일회용 제품의 낭비부터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2030년 플라스틱 폐기물 절반으로"…정부 '플라스틱과의 전쟁' 돌입
일회용 플라스틱 컵·빨대 단계적 사용금지…생산단계부터 재활용 고려한 '자원순환'구조 구축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포토DB
정부도 '플라스틱과의 전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4월 '재활용 폐기물 수거대란'이 일어나면서 더 이상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지금의 절반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로 지난달부터 카페 매장내 일회용컵 사용금지 규제한데 이어 최근 세계적으로 '해양 쓰레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일회용 빨대 등도 단계적으로 금지해 나가기로 했다.
5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부처합동으로 국무회의에 보고한 '자원순환기본계획'과 지난 5월 발표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 등을 통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키로 했다. 자원순환 전 단계에 걸쳐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제조 단계부터 재활용이 쉽게 생산하고 재활용 어려운 제품에 대해선 단계적 퇴출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빨대 등의 단계적 사용 금지, 유색 페트병 퇴출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일회용 플라스틱컵의 경우 지난달부터 커피전문점 등 매장 내 사용 금지 규제가 시행된 상황이다. 테이크아웃 목적 외에 매장 안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한 것이 적발되면 매장 면적과 이용 인원, 적발 횟수에 따라 5만~200만원의 과태료가 사업자에게 부과된다.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1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환경부는 이디야커피 등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커피전문점을 대상으로 식기세척기 74대와 머그컵 2만여 개를 지원키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원활한 회수와 재활용을 위해 컵보증금 도입, 판매자 재활용 비용부담 등 관련 법령을 연내 개정하고, 전용수거함 등 공공 회수체계 정비, 컵 재질 단일화도 추진한다.
재활용이 어려워 태우거나 파쇄하는 방식으로만 전량 폐기되는 플라스틱 빨대도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사용을 줄여나갈 방침이다. 관련업계와 함께 시장조사를 벌여 플라스틱 빨대 규제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비닐봉투 사용 감축을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대형마트·대형슈퍼의 경우 1회용 비닐봉투 대신 종이박스, 재사용 종량제봉투 등만 사용토록 하고, 매장 내 속비닐 사용량도 50% 줄일 계획이다.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원천적으로 중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재활용율을 높이는 대책도 추진 중이다. 우선 2020년까지 모든 생수·음료수용 유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전환한다. PVC 등 환경에 유해하면서 재활용도 어려운 재질의 사용도 금지할 예정이다. 아울러 재활용 의무가 없던 비닐·플라스틱 제품 등을 의무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편입한다.
재활용 수익성이 낮은 비닐류는 우선 재활용 의무율을 현행 66.6%에서 2022년까지 90%로 상향 조정하고, 출고량 전체에 대해 재활용 비용을 부과해 재활용 업계 지원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좁은 국토와 자원이 부족한 국내 사정을 감안하면 1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을 늘려 지속가능한 자원순환형 사회로 전환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민동훈 기자
국내외서 쏟아지는 '플라스틱 제로' 법안들
국회, 일회용품 무상제공 금지·보증금 지급법 발의…미국·EU·영국, 플라스틱 퇴출 '줄줄이'
전세계에서 쏟아내는 플라스틱 쓰레기만 연간 3억톤(t). 이중 바다로 흘러가는 쓰레기는 1300만톤에 달한다. 이로인해 해양생물들은 매해 10만마리씩 목숨을 잃고 있다. 콧구멍에 빨대가 꽂힌 채 고통스러워 하는 거북이의 모습은 전세계를 '플라스틱 제로' 규제에 나서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세계 30개국 이상이 플라스틱 제품 금지 방안을 추진 중이거나 시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환경부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절약법) 시행령을 강화하고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억제하는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국회·정부, 일회용품 무상제공 금지 추진
환경부는 지난달 2일부터 카페 매장에서 플라스틱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했다. 테이크아웃 목적 외에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사용한 것이 적발되면 5만~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환경부는 지난 자원순환기본계획과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등을 단계적으로 사용 금지하기로 했다.
국회도 플라스틱 퇴출에 나섰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식품접객업소 외의 장소에서 사용하는 경우에도 일회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도록 한 자원절약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환경부가 개정한 시행령보다 한 단계 강화된 조치다.
문진국·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은 일회용컵을 반환하면 일정액의 금액을 지급하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자원절약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일회용컵의 무료제공을 막고 반환을 유도해 재활용율을 올리자는 방안이다. 심재권 민주당 의원은 일회용품 사용자제 안내문 부착의무를 식품접객업과 식품제조업, 가공업, 대규모점포 등 전체사업장으로 확대하자는 개정안을 냈다.
◇해외 선진국들, 앞다퉈 플라스틱 제로 법안 도입
하루 5억개의 빨대를 소비하고 1인당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에서는 도시나 주별로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미국 시애틀시는 미 도시 최초로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금지했다. 올초 법안을 통과시켜 지난 7월부터 모든 식당에서 빨대, 포크, 접시 등을 포함한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막았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주 가운데는 처음으로 식당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지난달 24일 통과시켰다. 캘리포니아주는 앞서 2014년에는 식품 및 주류 매장, 약국에서 일회용 비닐 봉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고, 2015년에는 플라스틱 성분이 포함된 화장품 판매를 2020년부터 금지하는 법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밖에 플로리다, 뉴저지, 뉴욕 주를 비롯해, 뉴욕, 샌프란시스코, 마이애미, 포틀랜드 등의 도시들도 일회용 플라스틱 봉지나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거나 통과시킨 상태다.
EU(유럽연합)는 지난 5월 2021년까지 플라스틱 빨대나 그릇 등 일회용 제품을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지난 4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면봉을 이르면 내년부터 금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기업들이 '플라스틱 제로' 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프랑스도 2020년부터 플라스틱 컵과 접시 사용을 금지할 계획이다.
이밖에 뉴질랜드는 지난달 10일 내년부터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고, 인도도 2022년까지 모두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아프리카 케냐는 전세계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가 가장 엄격하다. 비닐봉지를 사용하다 적발시엔 최대 3만9000달러의 벌금이나 4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 안재용, 강기준 기자
플라스틱 규제…'옥수수 전분 등 썩는 플라스틱' 전쟁
인체 무해한 소재로 대체재 만들어-無 환경호르몬 용기·유아용 식기소재 등 다양
플라스틱 폐기물에 의한 환경 파괴 우려가 커지면서 ‘바이오 플라스틱’이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화학업계는 편리한 플라스틱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친환경적인 소비에 맞는 이 소재 개발에 적극 나섰다.
한국바이오소재패키징협회와 시장조사업체 프로그레시브 마켓 리서치(Progressive Markets Research)에 따르면 지난해 205만 톤 규모였던 세계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은 2022년엔 244만 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성장 요인으로는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 개선 △산업계에서 생분해성에 대한 관심 △포장 분야에서 신소재 적용 등이 꼽힌다. 주요 생산업체로는 선두주자인 미국 네이처웍스와 독일 바스프 등이 있다. 국내에선 SK케미칼과 휴비스 등이 개발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 재생 가능한 원료로부터 만든 플라스틱이다. 원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고 이들이 친환경 식물이라는 게 특징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크게 두 가지다. 생분해 플라스틱과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옥수수 등으로 만든 것이 전자라면, 후자인 바이오 베이스는 바이오매스(화학적 에너지로 사용 가능한 식물, 동물, 미생물 등의 생물체)를 20~25% 이상 함유한 소재다.
제품 유통기한이 1년 이상인 식품포장재와 산업용품, 농원예용 분야에 주로 사용된다. 바이오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바이오 PP(폴리프로필렌), 바이오 PE(폴리에틸렌)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이 개발돼 산업화 현장에 속속 투입되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옥수수 등 식물로부터 유래하는 소위 바이오매스를 50~70% 이상 함유한 소재다. 업계는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폴리유산(PLA)에 주목한다.
'썩는 플라스틱'으로 알려진 PLA는 폐기되면 물과 탄산가스로 완전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다. 환경 부담이 큰 식품 포장용기나 쓰레기봉투 등 생활용품과 산업용 내외장재로 광범위하게 쓰인다.
SK케미칼 (32,600원 상승350 1.1%)은 지난해 3D 프린터용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를 내놓았다. 3D 프린터의 필라멘트로 사용하면 수축이 쉽지 않아 안정적 출력이 가능하지만 55도 이상의 고온에선 사용이 쉽지 않은 게 단점이다. 롯데케미칼 (302,500원 상승5000 1.7%)도 3D 프린터·유아용 식기 소재로 사용되는 PLA 컴파운드 양산에 성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친환경적 특성이 있는데 유해물질 안전평가인 로하스(RoHS) 인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2012년엔 국내 최초로 식물(사탕수수 등)로부터 추출한 바이오 에틸렌클리콜을 원료로 바이오 PET 생산에 성공했다. 바이오 PET는 기존 페트 소재보다 생산공정 간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20% 적고 투명성 성형성이 우수하다.
휴비스 (9,470원 상승100 -1.0%)의 친환경 발포 PET 소재인 에코펫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무독성 인증을 받았다. 에코펫으로 만든 용기는 전자레인지 사용에도 재질의 변화가 없고 환경호르몬이 발생되지 않으며 보온성이 높아 오랫동안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바이오소재패키징협회 측은 "바이오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의 대체재로 주목을 받지만 가격 경쟁력과 가공기술 개발, 표준화 등의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며 "생산기술 및 생산능력 확대에 따라 그 적용분야는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성훈 기자
종이빨대·머그컵, 플라스틱 사라지는 커피 매장
굿바이, 플라스틱..친황경 바람부는 식음료업계
지난달 1일부터 커피전문점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제한하는 규제가 시행된 이후 매장 내 플라스틱 이용량이 크게 줄었다. '재활용 쓰레기 대란' 이후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종이 빨대, 카토캔, 블루라벨 등 식음료 패키지도 친환경 소재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글로벌로도 플라스틱 OUT 바람이 활발하다. 스타벅스가 전세계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미국 대형 슈퍼마켓 크로거도 일회용 비닐봉지를 퇴출할 방침이다.
◇종이빨대, 카토캔, 블루라벨…친환경 바람부는 식음료업계=스타벅스코리아는 10일부터 100개 매장에서 종이빨대를 시범 도입한다. 매장 내 상시 비치돼 있던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고 음료당 1개의 빨대를 직접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 방식도 바뀐다. 뜨거운 커피를 마실 때 이용되는 플라스틱 스틱 대신엔 우드스틱이 제공된다. 스타벅스는 2달간 시범 운영을 통해 고객 반응과 보완할 점 등을 반영해 11월 전 매장으로 종이빨대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엔젤리너스와 던킨도너츠는 빨대가 필요없는 컵 뚜껑(드링킹 리드)와 덤블러를 각각 도입키로 했다. 투썸플레이스는 따뜻한 음료를 마실때 제공되는 종이컵을 유색에서 무색으로 바꾸기로 했다. 재활용에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회용 플라스틱컵 규제와 별도로 커피 전문점들이 자발적으로 친환경 용기를 개발, 도입하고 있는 것. 한 커피업계 관계자는 "규제와 별도로 고객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같은 트렌드에 맞춰 재활용이 용이한 패키지나 다회용 컵, 용기를 이용하도록 운영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이후 매장 내 플라스틱 이용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한달간 매장 내에서 배출된 플라스틱 폐기물은 평균 70~80% 감소했다. 반면 매장 내에 비치하는 머그컵, 유리컵 발주량은 2배 가량 늘었다.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은 최근 신제품을 출시하며 친환경 패키지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친환경 SIG 콤비블록 무균팩을 이용한 '꿀이 든 미숫가루우유', 카토캔에 담은 '속풀어유' 등이 대표적이다. 친환경 SIG콤피블록 무균팩은 최대 75%가 목재에서 얻은 펄프 섬유로 구성돼 탄소 배출량이 낮은 포장재다. 카토캔은 친환경 종이소재로 만든 카토캔으로 기존 알루미늄 캔보다 가볍고 휴대성이 좋을 뿐 아니라 환경호르몬 노출위험도 낮다.
재활용하기 쉬운 패키지 도입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동아오츠카는 포카리스웨트에 라벨 분리가 쉽도록 '불루라벨'을 적용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칠성사이다의 시그니처 컬러인 '초록색 병'을 없애고 무색 페트병으로 변경한다.
◇美 대형슈퍼마켓 크로거, 비닐 없애다=해외에서도 플라스틱 퇴출 운동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3일 미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크로거는 2025년까지 전 매장에서 일회용 비닐봉지를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크로거는 내년부터 전국 63개 점포를 시작으로 일회용 비닐봉지 대신 종이봉투 또는 재활용 가능한 쇼핑백을 도입할 예정이다. 아울러 단계적으로 미 전역 총 2800개 점포로 이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크로거가 사용하는 일회용 비닐봉지는 연간 60억장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는 2025년까지 100% 재활용되거나 생분해되는 재질의 봉지를 이용하겠다고 밝혔고, 프랑스 최대 유통업체 까르푸도 상품 포장재가 100% 재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타벅스가 2020년까지 전세계 2만8000여개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앤다는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맥도날드도 이달부터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영국과 아일랜드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대체키로 했다. 아울러 궁극적으로는 전세계 1만4000여개 매장으로 이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월트디즈니사도 지난 7월 26일 자사가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모든 지점에서 내년 중순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음료를 휘젓는 도구 '스터러(stirrer)'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를통해 연간 1억7500만개의 빨대와 1100만개 이상의 스터러 사용을 줄일 예정이다.
김은령, 강기준 기자
찬사에서 비난으로 플라스틱 영욕의 100년
코끼리 상아 대신한 '당구공'에서 시작…제조성이 뛰어나지만 썩지 않아 인류위협
플라스틱은 100년이 이상 인류의 사랑을 받았지만 최근엔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500년이 지나도 썩지 않아 생태계 파괴와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서다. 시작은 '당구공'이었다. 1860년대 미국 상류사회에선 테이블 스포츠인 당구가 사교계에서 유행했다. 당구공의 원재료는 당시 코끼리 상아였는데 코끼리 개체 수가 한정돼 있어 수급이 불안했다. 이에 미국의 제조업자들이 1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대체품을 찾았고 존 웨슬리 하얏트가 1868년 플라스틱 당구공을 개발했다.
하얏트는 셀룰로이드라는 물질을 만들었다. 천연 섬유소(셀룰로이스)를 질산과 화합한 질산 섬유소에 장뇌(녹나무를 증류 냉각시킨 결정체)를 넣고 알코올을 섞어서 만들었다. 석유와 석탄을 이용해 만든 요즘 것과는 다른 천연 플라스틱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최초의 플라스틱인 셀룰로이드는 이따금 폭발했다. 원료인 질산 섬유소가 건조한 상태에서 폭발하기 쉬운 특성이 있어서다. 화약으로 쓸 물질이었다. 대체품이 필요하자 미국인 발명가 베이클랜드는 페놀과 포름알데히드를 원료로 '페놀수지(베이클라이트)'를 만들었다. 최초의 합성수지 플라스틱이다. 이후 또 다른 열경화성 소재가 발명됐다. 1937년 미국 듀폰사에서 석탄으로 나일론을 만들면서 본격적인 플라스틱 시대가 개막했다.
우리가 아는 석유화학 산업은 1918년 미국의 스탠다드오일이 시작했다. 열분해 가솔린을 생산할 때 부산물로 나오는 프로필렌(탄화수소의 일종)을 활용했다. 이를 황산 수화법으로 반응시켜 이소 프로필 알콜을 합성한 게 시초다.
1949년엔 납사(나프타)에 백금과 알루미늄계 촉매를 사용해 석유화학의 원료인 방향족 탄화수소를 생산했다. 이른바 플랫 포밍(Platforming)법이 발명되면서 각종 합성원료 및 접착제, 안료 원료 등을 생산하게 됐다.
다양한 플라스틱이 생산되면서 쓰임새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기업에는 어떤 물건이든 제조성이 뛰어난 플라스틱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문구류와 쓰레기봉투, 가전제품, 자동차, 반도체 패키징 등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에 플라스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폴리에틸렌(PE)과 페트(PET) 등으로 만든 플라스틱 일회용품의 사용은 걷잡을 수 없이 늘었다. 1970년대부터 백화점에서 비닐 백을 활발하게 사용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최근엔 1분당 1000만장의 비닐봉지가 사용된다.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패스트푸드점이 늘면서 일회용 컵과 빨대의 소비도 늘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일회용 컵 사용량은 약 260억개나 된다. 1인당 평균 600개 이상 사용하는 셈이다. 플라스틱의 쓰임새는 늘었지만 예상치 못한 단점이 발견됐다. 거의 영원히 썩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란스 팀머만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올해 초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은 생산하는 데 5초, 쓰는 데 5분, 분해되는데 500년이 걸린다"며 "인류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50년 후 바다에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플라스틱의 운명은 100여 년 만에 퇴출의 기로에 섰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에서 골칫덩이로 변한 것이다.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은 잘게 쪼개져 살아있는 생물들에게 해를 준다. 5mm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은 미세 부유물로 이뤄져 해양 동식물은 물론 나아가 육상 동물과 인류에게도 해를 준다.
생태계의 포식자인 인간은 환경오염으로 고통받은 생물을 먹고 미세 플라스틱을 몸속에 축적해가고 있다. 쌓이고 쌓이면 먼저 장을 막아 폐색을 일으키고 그 후에는 생명을 위협한다. 마음껏 쓸 때는 좋았지만 그 뒷감당의 무서움을 인류가 알게 된 이상 퇴출은 불가피하다. 바다 생물과 생태계, 나아가 인간을 어쩌면 멸망하게 할 잠재 원인을 좌시할 수 없는 것이다.
한민선 기자
미중전쟁이 우리 화학사엔 반사이익
중국이 플라스틱 재활용 안하면 우리 기업 원료생산 수출이 단기적으로 확대
세계적인 플라스틱 감산 이슈는 중장기적인 도전 과제이지만 당장은 우리 화학 업계에 반사이익 기대를 준다. 중국이 화학소재 생산을 줄이면 그만큼 우리 기업들이 수출량을 늘 수 있다는 전망이다.
중국은 매년 730만톤 안팎의 폐플라스틱을 전세계에서 수입해왔다. 월평균 61만톤 가량으로 전세계 폐플라스틱의 절반을 중국이 빨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올해 1월 수입량은 1만톤에 못 미치는 5437톤에 그쳤다. 이것도 지난해 말 수입된 물량이 통관 문제로 지연돼 1월 수입분으로 집계된 것이다. 올해 누적 수입량은 실제로는 제로에 가까울 거라는 추정이다.
중국 당국은 1월부터 폐플라스틱, 분류하지 않은 폐지, 폐금속 등 고체 폐기물 24종의 수입을 중단했다. 폐플라스틱을 세척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질·대기 오염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그동안 폐플라스틱은 중국에 재활용을 목적으로 팔렸다. 하지만 페트병과 비닐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수거대란 사태를 일으키는 최종 쓰레기 신세가 됐다.
중국은 그동안 수입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소각·매립하는 방법으로 처분했다. 대표적인 재활용 방식은 열분해다. 이를 통해 폐플라스틱에서 플라스틱의 소재인 PE(폴리에틸렌)나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스티렌(PS) 등을 뽑아내 다시 활용했다.
하지만 중국이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더 이상 하지 않으면 해당 소재는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로 인해 이 소재를 만드는 롯데케미칼 (302,500원 상승5000 1.7%)과 LG화학 (352,000원 상승1000 0.3%), 한화케미칼 (19,850원 상승150 0.8%) 등 우리나라 석유화학사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중국이 재활용을 통해 값싼 화학소재 생산을 하지 못하면 대신 한국이 그 원료를 보충할 여지가 큰 것이다.
PE와 PP, PET 등의 기초 소재인 에틸렌과 파라자일렌(PX)의 중국발 수요도 덩달아 늘 것으로 예상된다. 에틸렌과 PX는 SK이노베이션 (192,500원 상승1500 0.8%)과 GS칼텍스, 에쓰오일 (119,000원 상승1500 -1.2%) 등 정유업에 기반을 둔 화학사들도 생산한다.
특히 PX의 올해 3분기 평균가격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톤당 1000달러를 돌파했다. 이 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하는 한국 업체의 마진도 확대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이런 한국 기업에 반사이익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산 저밀도폴리에틸렌(LDPE)과 PVC 등에 25%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이 때문에 폐플라스틱 수입 중단으로 늘어난 수요 중 미국의 몫으로 돌아갈 물량이 한국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 수요증가에 따라 화학소재 제품 가격이 강세였는데 중국의 재활용 감소에 따른 추가 수요 발생이 예상된다"며 "특히 PE 수요는 연간 10% 수준으로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국민연금의 진실 09월 09일 일요일 제573호 시사인
8월17일 국민연금 자문위원회가 제4차 국민연금 장기재정 추계를 발표했다. 국민연금 적립금 논란이 일고 있다.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제도와 구조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에서 적립금이란 ‘돼지 저금통’과 비슷하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매달 돈을 넣고(보험료 수입) 뺀다(연금 지출). 국민연금의 수입이 많고 지출이 적으면 저금통 안에 돈이 쌓인다. 반대의 경우가 지속되면, 돈이 줄어들다가 결국 고갈된다.
2018년 현재 한국의 국민연금 제도는 이 돼지 저금통(적립금)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가입자들은 자신의 소득 중 9% (보험료율)를 저금통에 넣는다. 은퇴 이후에는 가입 기간의 평균소득 가운데 45% (2018년 현재, 소득대체율)를 연금으로 받는다. 소득대체율은 해마다 0.5%포인트씩 내려(2019년 44.5%, 2020년 44%…) 2028년부터 40%로 고정된다. 가입자들이 자기 소득 중 9%를 넣고 노후에는 40~45%를 빼가니, 연금의 액수는 대체로 은퇴 이전의 소득에 비례한다. 부자일수록 연금도 많다.
ⓒ연합뉴스 8월2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위)에서 문재인 대통령이‘국가가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빈부와 상관없이 국민연금은 가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금융상품이다. 가입자 전체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평균적으로는 은퇴 이전에 납부한 금액의 2배 정도를 연금으로 받게 된다. 수십 년에 걸쳐 1억원을 보험료로 내면 은퇴 이후 사망할 때까지 연금 2억원을 수령하게 된다는 의미다. 수익비(납입 보험료 대비 연금 수급액의 비율)가 2배다. 다만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기능이 작동하기 때문에 수익비로 보면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이익이다. 20년 가입자 기준으로, 최저 소득층은 보험료의 7~8배, 최고 소득층은 1.4배 정도를 노후에 받는다. 가입자의 높은 수익비는, 국민연금의 사업 목표가 이윤이 아니라 복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민간 개인연금 상품의 수익비는 1배를 넘기 어렵다.
‘가입자에게 유리한 상품’이라서 생기는 문제
문제는 국민연금이 가입자에게 유리한 상품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가입자의 소득 가운데 9%를 받지만 40~45%를 돌려줘야 한다. 9만원을 아무리 잘 운용해도 40만~45만원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 결국 저금통(적립금)에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적립금은 언젠가 반드시 바닥나게 되어 있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1988년에 출범했다. 이제 30세인 ‘젊은 연금’이다. 국민연금의 어린 시절엔 젊은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가 적립금으로 차곡차곡 쌓일 뿐이다. 세월이 흘러 젊은 노동자들이 늙으면서 적립금에서 나가는 돈이 많아지다가 결국 고갈된다. 이때부터는 ‘저금통 없는 국민연금’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해당 시기의 젊은이들이 보험료를 내서 노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부과 방식’. 실제로 한국보다 100년 정도 일찍 국민연금을 출범시킨 독일(1889년), 영국(1908년)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적립금이 고갈되어 부과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8월17일 ‘국민연금 공청회’에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국민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국민연금 적립금의 고갈 자체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인간이 언젠가 사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적립금도 반드시 고갈된다. 인간은 자신이 필연적으로 죽는다는 것을 알지만 젊은 시절부터 사망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그 계획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조금씩 바뀌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건강한 삶에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은 틀림없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고갈 시점을 예측하고 가급적 이를 늦추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한국의 경우, 국민연금 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원회)라는 조직이 5년마다 구성되어 연금 재정이 향후 70년 동안 어떻게 될 것인지 전망한다(장기재정 추계). 그런 추정의 바탕 위에서 ‘적어도 70년 내에는 적립금 고갈을 막을 수 있는 방법(제도 개선 방향)’을 도출해서 정부와 국민에게 ‘제안(결정이 아니라)’한다. 무려 70년 뒤를 내다봐야 하는 이유는, 대략 20세에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젊은이가 보험료를 내고 연금을 받다가 사망하기까지 70년 걸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70년 뒤인 2088년의 기대수명은 남성 90.8세, 여성 93.4세다.
자문위원회는 2003년을 시작으로 5년마다 국민연금 장기재정을 추계하면서 제도 개선 방향을 제안해왔다. 지난 8월17일 공청회에서 발표된 장기재정 추계는 2003년 이후 네 번째(제4차)로, 지금부터 2088년까지 70년 동안 국민연금 재정의 흐름을 추정해 발표했다.
국민연금의 장기재정 추계는, 우선 지금의 보험료율(9%)과 소득대체율(45→ 40%), ‘연금수령 개시 연령’ 등이 2088년까지 지속된다는 전제하에서 들어올 돈과 나갈 돈을 추정한다. 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하는 나이는 현재 62세인데, 앞으로 5년마다 1세씩 끌어올려 2033년부터 65세로 고정된다.
국민연금으로 들어올 돈과 나갈 돈을 계산하려면, 먼저 향후 70년 동안의 출산율·경제성장률·임금상승률·기대수명 등을 예측해야 한다. 들어올 돈이 증가하려면,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가 늘어나야 한다(출산율). 그들의 소득이 높아야 보험료도 많이 낼 것이다(경제성장률과 임금상승률). 반대로 노인이 많아지고 기대수명이 늘어날수록 나갈 돈이 커진다. 자문위원회는 통계청, 한국개발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의 전망을 기초로 출산율 등 변수를 추정하고,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수입·지출을 예측해서 비교한다. 어느 시기까지 어느 정도 적립금이 쌓였다가 줄어들거나 바닥나는지 윤곽이 드러난다.
자문위원회는 왜 두 개의 안을 만들었나
8월17일 공청회에서 발표된 장기재정 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올해 671조원으로부터 계속 늘어나면서 23년 뒤인 2041년에 1778조원으로 천장을 친다. 이때까지는 국민연금으로 들어오는 돈이 나가는 돈보다 많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2042년부터 지출이 수입을 넘어서기 시작한다. 적립금이 점차 줄어들다가 2057년에 고갈된다. 5년 전의 제3차 재정추계(2013년) 당시에는 적립금 고갈 시점이 2060년이었다. 3년 당겨졌다. 이는 출산율·경제성장률 등이 제3차 추계 당시보다 더욱 비관적으로 전망되었기 때문이다.
실질경제성장률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3% 선을 기록한 뒤 계속 내려가 2030년대에는 1%대, 그 이후에는 0.5~0.8%일 것으로 예측되었다. 합계출산율(가임 기간 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의 수) 역시 2020년 1.24명을 기록한 뒤 2030년 이후에도 1.32~1.38명에 머물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 수는 2035년의 1894만여 명을 정점으로 줄어들지만, 국민연금 수급자 수는 2018년 366만9000명에서 2035년 894만8000명, 2065년 1554만8000명으로 급격히 늘어난다.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13.5%이지만 2020년 15.7%, 2040년 32.8%, 2060년 41.0%로 증가해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더욱이 2020년대 이후에는 ‘제대로 된 연금’을 받는 가입자들이 크게 증가한다. 지난 5월 기준으로 국민연금 수급자들이 받는 연금은 월평균 39만원 정도다. 그래서 용돈 연금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그러나 이들은 평균 납부 기간이 12.6년, 월평균 납부액도 9만8000원에 불과하다. 납부 기간이 짧고 납부액이 적기 때문에 연금 역시 용돈 수준인 것이다. 그럼에도 낸 보험료의 4배에 가까운 돈을 받는다. 앞으로 납부 기한인 40년을 꽉 채운 가입자들이 제대로 된 연금을 받게 되면 국민연금의 지출은 크게 늘 수밖에 없다.
적립금이 고갈되면, 부과 방식으로 가야 한다. 연금 전액을 고갈 시점(2057년) 이후 가입자들의 보험료로 충당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고갈 이후 시점에는 보험료 납부자보다 연금 수급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2018년 현재 가입자 2181만8000명에 수급자 366만9000명인데, 2060년에는 가입자 1328만5000명에 수급자는 1706만9000명이다. 부과 방식으로 간다면 2060년의 가입자는 소득의 26.8%(2070년 29.7%, 2088년 28.8%)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미래의 젊은 가입자들이 감당하기 힘든 일일 터이다.
이제 남은 것은 지금까지의 재정 전망을 바탕으로 ‘70년 내에 적립금이 고갈되지 않는 방법’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4차 자문위원회는 좀 더 구체적으로 연금 개혁 목표를 정했다. 70년 전망 기간 마지막 해인 2088년의 적립금 규모를 같은 해 연금 지출과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른바 ‘적립배율(적립금을 지출액으로 나누는 수치) 1배’다.
물론 경제성장률·임금상승률·출산율 같은 경제·인구 지표를 개선할 수 있다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그러나 경제·인구 지표를 움직이는 것은 매우 어렵기도 하거니와 오랜 시간이 걸린다. 현 시점에서 당장 통제 가능한 것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정도다. 가입자들이 더 내고(보험료 인상) 덜 받으면(소득대체율 인하) 된다. 자문위원회는 ‘2088년의 적립배율 1배’를 달성할 수 있는 보험료율을 산정해봤는데 무려 16.02%(2020년 시행하는 경우)였다. 보험료율을 단번에 지금(9%)보다 7.02%포인트 올리면 가입자들은 패닉에 빠질 것이다. 보험료율을 감당할 정도로 높이면서 목표를 달성할 방법은 없을까? 자문위원회에서는 두 가지 대립적인 방안이 제출되었다. ‘가안’과 ‘나안’이다.
‘가안’의 가장 큰 특징은, 소득대체율을 2018년의 45%로 유지하는 것이다.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로 내리게 되어 있다. 사실상의 소득대체율 인상이다.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당연히 보험료도 더 받아야 한다. 그래서 내년(2019년)에 2%를 더 올리자고 제안한다(보험료율 11%). 15년 뒤인 2034년에 다시 1.31%포인트 붙여 보험료율을 12.31%로 인상한다.
장기재정 추계에 따르면, 보험료율을 단번에 7.02%포인트 높여야 2088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15년의 간극을 두고 각각 2%포인트와 1.31%포인트 올리는 정도로는 이루기 힘들다. ‘가안’의 이런 제안에는 나름의 철학과 방법론이 깔려 있다. 우선 ‘가안’ 제안자들은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 형성”을 중시한다. 재정추계가 나오는 5년마다 보험료 인상 논란이 터지고 먼 장래의 기금 고갈로 여론이 들끓는 상황이라면, 시민들이 국민연금을 신뢰하고 보험료를 지속적으로 납부할 수 있을까? 차라리 보험료율 2% 인상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후한 소득대체율을 통해 국민연금에 대한 믿음과 호감을 고조시키는 것이 나은 대안일 수 있다. 더욱이 70년이라는 엄청나게 긴 시간을 대상으로 출산율, 경제성장률 따위를 추정하는 것은 너무 불확실성이 크다. 70년은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모르는 시간대다. 비관적 시나리오에 기대어 현재를 희생하는 것(보험료 인상)보다 차라리 출산율과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옳은 태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안’의 제안자들은 미래 추정의 시간대를 30년으로 조정하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70년이 아니라 30년째 연도의 적립금이 그해 연금 지출보다 많으면 굳이 보험료율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또한 일정 시기 이후에는 보험료 외에 정부 재정을 국민연금에 투입할 수도 있다.
정부안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해 논의
‘나안’은 ‘가안’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한다. 터무니없이 낙관적인 데다 먼 장래를 애써 눈감으며 당장 달콤한 방안만 제출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번 제4차 재정추계를 30년 기한으로 시행했다면, 보험료율을 조정할 필요도 없다. 2040년의 경우, 적립금이 1776조원으로 같은 해 지출(163조원)보다 훨씬 많게 추정되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재정이 장기적으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파탄날 수 있다.
‘나안’은 제4차 재정추계의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또한 출산율·경제성장률 등이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고 본다. 더욱 엄격한 국민연금 재정 관리를 제안하는 이유다. ‘나안’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은 현행(45→40%)대로 유지해야 한다. 보험료율은 2019년부터 2029년까지 10년의 이행 기간에 단계적으로 13.5%까지 4.5%포인트 인상한다.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이 65세로 오르게 되어 있는 2033년 이후부터 다시 5년마다 1세씩 올린다. 25년 뒤인 2043년부터 수령 개시 연령이 67세로 고정되는데, 이로써 보험료율을 3.7%포인트 추가 인상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입자들이 이렇게 더 내고 덜 받게 되면, 국민연금이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기능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나안’은 국민연금 이외의 노후소득 보장 수단으로 이미 시행 중인 기초연금(65세 이상의 소득 기준 하위 70% 노인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과 퇴직연금의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다층체계를 통한 노후소득 보장’이다. ‘나안’ 제안자들은, 국민연금에 정부 재정을 투입할 수 있다는 ‘가안’의 주장에도 격하게 반발한다. 만약 반드시 재정이 필요하다면 국민연금이 아니라 기초연금에 투입하는 것이 사회적 형평성에 맞는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에서는 소득에 따라 연금액이 정해지지만, 기초연금은 거의 모든 노인들에게 비슷한 금액을 지급한다.
자문위원회가 제출한 ‘가안’과 ‘나안’은 제안일 뿐이지 정책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두 방안을 바탕으로 각계 의견과 여론을 수렴해서 9월 말까지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마련한다. 이 계획안은 국민연금심의위원회와 국무회의 등을 거친 뒤 대통령 승인을 통해 최종적 정부안으로 확정된다. 정부안은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되어 논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모두가 아는 고용쇼크의 비밀 910 프레시안
구조조정 후 자영업으로 갈아타지만 폐업 반복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 발표 직후 논란이 시작된 ‘고용 쇼크’ 논쟁, 그런데 벌써 낼모레면 또 ‘8월 고용동향’이 발표된다고 한다. <인사이드 경제>의 애초 계획은 다음 차례로 '최저임금' 쟁점을 다룰 생각이었으나 순서를 바꾸기로 했다. 사실상의 결론에 해당하는 얘기, 즉 현재 한국의 고용 관련 가장 큰 문제가 어디인가를 짚어볼 생각이다.
애초 시간표대로라면 이 주제의 글은 다음 주에 내보낼 생각이었지만, 먼저 얘기한 것처럼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 발표 후가 되어 ‘뒷북’을 치는 꼴이 된다. 이런 이슈일수록 타이밍 상 무조건 먼저 치고 나가는 게 유리하다. 게다가 다음 주면 남북 정상회담이 모든 이슈를 잡아먹을 것 아닌가. 지금이 아니면 때를 놓치고 만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경제 관련 글을 쓰다 보니 아무래도 수많은 통계자료 앞에 서게 된다. 그런데 이놈의 통계 수치와 자료란 것이, 변수 하나만 달라져도 결과가 달라지는 다차원적 데이터이다. 그래서 특별한 의도를 갖고 접근하여 변수 몇 개만 통제하고 비교 대상을 바꿔주면 얼마든지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이른바 ‘데이터 마사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통계청 고용동향 발표 관련한 진실 게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본 데이터 자체부터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동안 꾸준히 진행되던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가 어떤 이유에서건 폐지 대상에 오른 상황이 되었다. 그러다 폐지하지 않고 되살아나는 과정에서 조사 샘플이 큰 폭으로 요동치게 된다.
재작년까지 8500가구를 샘플로 선택하다가 조사의 폐지가 거론되던 작년에는 5500가구의 소규모 샘플로 줄였고, 조사가 되살아난 올해부터는 다시 8000가구로 확장한 것이다. 매년 1/3씩 정기적으로 표본 샘플을 교체해오던 조사였다. 샘플을 교체할 때에도 나름의 원칙과 기준을 갖고 있었다. 시계열변화, 특히 전년 동기와 비교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말이다.
그런데 작년에 8500가구에서 5500가구로 샘플을 줄이던 과정에서 매년 1/3의 샘플을 교체한다는 원칙이 지켜질 순 없었다. 게다가 다시 8000가구로 샘플이 늘어난 올해에는 신규 샘플이 1/3이 아니라 무려 절반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이런 상황이라면 2016~2018년의 경우에는 이 조사의 연도별 비교를 해선 안 된다. 제정신을 가진 정부라면 조사결과 발표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하지만 욕심을 부린 쪽은 문재인 정권이었다. 작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치가 꽤 괜찮은 쪽으로 나오자 이걸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다. 사실 작년 결과치를 재작년 수치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였는데 말이다. 그러다가 올해 1·2분기 결과는 정반대로 나오면서 스텝이 꼬였다. ‘고용 쇼크’ 논란에 스스로 불을 붙인 꼴이 된 것이다.
흔히 말하는 '내로남불'이 여기에 있다. 작년 4분기의 괜찮은 성적은 문재인 정부의 공이고, 올해 1·2분기의 나쁜 성적은 이전 정권 탓이거나 통계청 잘못이란 건가? 아니다. 애초부터 정부는 샘플 변화를 차분히 설명하고, 당분간 이 데이터는 ‘소장용’으로만 갖고 있어달라고 양해를 구했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작년 4분기 ‘자랑질’이 고용 쇼크 논란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매일매일 '고용 쇼크', 원인은 제조업
처음 논쟁을 시작할 때부터 얘기했지만, 이 글의 목적은 현재 상황이 고용 쇼크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다. 통계청이 제시하는 자료와 상반되는 자료도 존재한다는 점, 그렇다면 단순히 통계청 자료만 갖고 상황을 분석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고용 쇼크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냐고? 사실 그것 역시 넌센스다. 그걸 꼭 물어봐야 아는가? 주변을 둘러보시라. 산업 곳곳에서 대량해고가 발생하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실업자인 내가 가고 싶은 일자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재벌들 투자계획은 뻔지르르 하지만 실제 신규 일자리가 늘어나진 않는다.
이런 게 고용 쇼크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거 아주 오래 된 현상 아니냐고? 그렇다. 매일매일이 쇼크인데 이런 매일이 몇 년간 지속되다보니 ‘쇼크’가 아니라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거다. 게다가 중요한 내용은 따로 있다. 분명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한, 매일매일 벌어지는 고용 쇼크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런 고용 문제의 근본 원인과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서는 최근 벌어진 몇 가지 사건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 그거 실제로 벌어진 건 올해 1월부터일 뿐이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영향? 그게 도대체 뭔지도 잘 모르겠지만, 만약에 영향이 있었다고 해도 채 1년이 넘지 않은 것일 뿐이다.
지난 몇 년간 노동자와 가족들을 곤란에 빠지게 한 쇼크 사태의 근본 원인은 따로 있다. 제조업, 그것도 한때 한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야심차게 치고 나갔던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의 고용이 위기에 빠진 탓이다.
우선 <인사이드경제>가 통계청 자료와 반드시 함께 참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고용보험 통계 자료를 살펴보자.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는 2018년 7월이 최신 데이터이니, 2015년부터 매년 7월 현재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를 표로 나타내 보았다. 제조업 전체 데이터와 함께 제조업 내 중분류 업종 중 피보험자 수가 10만 명이 넘는 업종을 따로 뽑은 것이다. (단위 : 천 명)
우선 제조업 전체 수치를 보면 피보험자 수가 매년 늘고 있긴 하나 2016년부터 증가 수치가 3~4천 명 수준으로 엄청나게 둔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둔화를 선도(?)하고 있는 것은 자동차업종과 기타운송장비 항목이다. 바로 기타운송장비 항목에 조선업이 포함되어 있다.
3년간 무려 10만 개 가까운 일자리 줄어
자동차업종은 중분류로 되어 있어 찾기가 쉬운데, 조선업은 ‘선박 및 보트 건조업’이라는 소분류 데이터를 얻어야 한다. 이건 공무원이나 기자도 아니고 이 분야 석·박사 학위도 갖고 있지 않은 필자가 구할 수 있는 데이터가 아니다. 환노위 이용득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의 도움을 얻어 자동차·조선업 고용보험 관련 세부 데이터를 구할 수 있었다.
위 표는 조선업(선박 및 보트 건조업)과 자동차업종(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를 매년 7월 기준으로 담아본 것이다. 조선업에서는 지난 3년 간 무려 8만2000명, 자동차업종에서는 5000명이 줄어서 2개의 업종에서만 3년 동안 8만7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로 엄청난 규모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업 규모는 분명 엄청나지만, 자동차업종 수치는 너무 엄살떠는 게 아니냐고? 문제는 조선업의 경우 최근 감소폭이 줄어들었지만, 자동차업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게 문제다. 3년 동안 줄어든 일자리는 5000개지만, 지난 1년간 사라진 일자리는 무려 1만 개에 달한다. 자동차업종의 경우 좀 더 세분화된 소분류로 구분해 표를 나타내 보았다.
이 자료 역시 작년 대비 올해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양상을 살펴봐야 한다. 우선 ‘자동차용 엔진 및 자동차제조업’이란 흔히 말하는 ‘완성차업체’로 이해하면 되고, ‘자동차 신품 부품 제조업’은 ‘부품사’로 이해하면 쉽다. 완성차의 경우 지난해 대비 3600명이 줄었고, 부품사의 경우 6600명이 줄었다. 합하면 1만 명이 넘게 피보험자 수가 감소한 것이다.
구조조정 문제 해결 없이 고용 쇼크 해결은 불가능
조선업에서 지난 3년 동안 8만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은, 잘 아는 것처럼 구조조정 때문이다. 자동차산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난 1년 사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한국GM에 대한 구조조정이었다. 완성차와 부품사를 나누어 1월부터 7월까지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를 작년과 올해로 구분하여 비교해 보았다. (아래 표)
완성차의 경우 올해 4월과 6월에 피보험자 수가 전년 대비 눈에 띄게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저 시기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5월 말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앞두고 대대적인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이 있었다. 무려 3000명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일부는 4월에 그리고 나머지 일부는 6월에 짐을 싸야 했다. 거짓말처럼 7월이 되면 전년 대비 3600명의 피보험자가 줄어든다.
부품사의 경우 눈에 띄게 숫자가 줄어드는 시기가 보이지 않는다. 즉, 부품사는 매우 지속적으로 인원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이’ 매월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 고용 규모는, 올해 7월이 되면 전년 대비 무려 6600명의 피보험자가 줄어드는 결과로 나타났다. 당연히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와 물량 축소에 따른 구조조정이었다.
하지만 한국GM에 대한 구조조정은 한국 자동차산업 전반에 걸쳐 진행될 구조조정의 서막 내지 신호탄에 불과했다. 자동차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세계적인 통상전쟁으로 인해 그 미래마저 불투명하다. 작년 대비 올해 1만 명의 피보험자가 줄었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다. 이대로 간다면 내년, 내후년에는 더 나쁜 수치가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거의 막을 내린 것처럼 보이지만, 현대중공업은 얼마 전 4차 희망퇴직 시행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동조선은 더 혹독한 구조조정을 강요받고 있고, 극적으로 법정관리를 피한 STX조선은 장기간 무급휴직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이 모든 고통은 자본가들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전담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조선·자동차 등 제조업 상황 더 나빠져
조선·자동차산업의 위기와 구조조정은 물론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위기에 대한 진단도 수많은 토론이 벌어졌다. 그런데 그 많은 토론에도 불구하고 해법은 변하지 않았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즉 당장의 실업에 대한 단기 대책만 있을 뿐이다. 그 해법은 박근혜 정권의 것과 문재인 정권의 것이 전혀 다르지 않다.
박근혜 정권 역시 조선업 위기가 다가오자 2016년 6월 30일에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게 된다. 특정 지역의 고용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테면 평택과 통영 등을 고용재난지역으로 지정하고 지원정책이 펼쳐지곤 했는데, 박근혜 정권은 아예 업종 전체를 지정하고 나선 것이다.
문재인 정권 또한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와 구조조정이 밀려오자, 군산지역을 ‘고용위기지역’ 및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하게 된다. 이 지역 현대중공업 조선소마저 지난해 가동을 중단한 상태라서 2가지 위기지역 지정을 동시에 한 것이다.
그러나 특별지원업종이 되건, 고용위기지역 내지 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되건, 결국 해법과 철학은 똑같다.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니 실업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실업에 대한 대책, 즉 실업급여 기간을 연장한다거나 급여지급 기준을 완화해주는 것, 교육·훈련과 재취업을 위한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지원액을 늘리는 따위이다.
하지만 줄어든 일자리는 끝내 회복되지 않는다. 아니, 이때부터 악순환이 시작된다. 이 지역에서 위로금을 받고 퇴직한 노동자들이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들기 시작한다. 기존 자영업자, 그리고 신규로 들어온 퇴직 자영업자들이 얽히고설킨다. 피 말리는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결국 일부는 '폐업'이란 형태로 퇴출된다. 자영업자들의 문제가 더 악화된다.
위로금조차 받지 못하고 쫓겨난 젊은 비정규직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 그 도시를 아예 떠나간다. 젊은 비정규직들이 많이 이주해와 성행했던 원룸·오피스텔 등 부동산 시세가 떨어진다. 도시 인구도 줄어들고 지자체 세입도 감소하며 따라서 지역민들에게 보장할 수 있는 복지정책도 후퇴한다. 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기간이 지나면 지자체들은 파산 위기에 처하게 된다.
지난 2~3년간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매일매일 고용 쇼크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특히 서비스업과 달리 제조업은 고용 파생효과가 매우 높은 산업이다. 반대로 제조업이 몰락하면 그 역효과 역시 거대하다.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쇼크가 오는 게 당연한 거다. 그런데 이게 죄다 ‘최저임금’ 탓이라고? 미세먼지의 책임을 죄다 삼겹살·고등어 탓으로 돌리는 것만큼이나 비겁한 짓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잘못된 상식부터 깨야 한다. 왜 ‘구조조정 = 실업’이 되어야 하는가? 금호타이어, 한국GM, 현대중공업 등 자본가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데 말이다. 고용위기지역·산업위기지역 지정과 지원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 그 재원만 투입해도 이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지킬 수 있다. 아니, 자본가들에게 분명한 책임을 묻는다면 일자리 유지는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낼모레면 또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이 발표될 거다. 고용 쇼크가 어쩌고, 통계 진실게임이 어쩌고 하는 논란이 사라지기를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노동자들과 일자리에 막대한 피해를 전가한 제조업 구조조정 문제를 바로잡지 않는 한, 그 어떤 해법도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인사이드경제>의 시각이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미친 집값', 필요한 건 종합대책 아닌 단일대책! 911 프레시안
다주택자 담보대출 규제라도 제대로 하라
정부여당이 부동산 가격을 잡을까, 그 반대일까?
정국이 단순 명쾌하게 정리되어 가는 모습이다. 정부여당이 부동산 가격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부동산 가격이 정부여당을 잡을 것인가?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그 동안 여러 차례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는 잠잠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세력을 키워 이제는 정부여당의 운명에 칼을 겨누는 형국에 이르렀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집 없는 서민, 앞으로 결혼하고 집을 마련해야할 젊은 세대, 상가 임대료를 올려줘야 할 소상공인 등이 대거 집권여당에 등을 돌렸고, 대통령의 지지율은 단숨에 30%가 떨어졌다. 참여정부 사례를 볼 때,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 앞으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지방 주민들이 지지대열에서 추가로 이탈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의 부동산 대책은 방향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내놓는 방안들은 좌충우돌이다. 심한 경우는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과 거꾸로 가는 정책을 당이 태연하게 내놓기도 한다. 예컨대, 임대사업자 지원제도와 다주택자 중과세제는 서로 모순되는 정책이다. 다주택 보유를 한쪽은 장려, 확대하자는 정책이고 다른 쪽은 억제하자는 정책이다. 정부여당은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자는 것인가 확대하자는 것인가?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또 다른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어떤 내용이 들어갈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종합대책"이라는 용어 자체에서 이미 짚이는 바가 있기는 하다. 관료 사회에서 종합대책이라는 용어는 보통 알맹이가 없다는 사실의 다른 표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세제, 금융, 청약제도, 주택공급, 불법행위 엄정단속 등을 망라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발표하지 않았던가.
그렇지만 앞으로 발표할 정부 종합대책이 실제로 정말 내용이 없고, 그리하여 또 다시 부동산 상승세가 나타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발표하더라도 국민들이 다시는 믿지 않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다주택자 담보대출 규제가 핵심
현재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은 실물 부문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투기 부문을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는 1117조 원의 화폐형태 자본이다. 이 돈이, 주식시장으로 따지자면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를 만들면서, 부동산 가격을 띄우고 있는 것이다. 최운열 의원이 적절하게 지적했듯이 이 떠돌이 자금을 그대로 두고는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을 수단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부동자금의 위력은 지난 7월 한남동의 한 고급 임대아파트 청약에서 엿볼 수 있었는데, 단 하루에 1800명이 7조2000억 원을 동원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렇게 본다면 결국 집값 상승의 책임은 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으로 돌아간다. 화폐량과 정책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단위가 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이기 때문이다. 화폐량을 시장에 내뱉어 놓은 주체도, 그리고 이를 쓸어 담아야 하는 주체도 금융통화위원회이다. 그런데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의 구성은 금융자본가, 자산가 계급에게 유리한 쪽으로 심각하게 기울어 있다. 현재의 금융통화위원회 구조에서 집값 안정을 바라기는 쉽지 않은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중립성을 정치적으로 요구하는 것과 함께 한국은행법을 개정하여 금융통화위원회의 구성을 중립적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시간이 걸리는 과제이고, 사실은 국회가 한국은행법을 개정할 의지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선으로, 행정수단을 동원하여 이 부동자금이 부동산 부문으로 흐르는 것을 틀어막는 대책을 고려할 수 있다. 다주택자들에 대해 추가 담보대출을 막고 기존의 담보대출은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만기연장을 중단한다면 이들의 담보대출을 줄여나갈 수 있다.
다주택자 담보대출 제한은 현행제도 틀 속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정부가 특정지역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면 그 지역에서는 다주택자의 담보대출이 제한된다. 이를 전면화하고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2주택 이상 담보대출 제한은 이미 2006년에 열린우리당이 정부에 제안한 바 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행정안전부나 국세청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2주택 이상 보유자의 담보대출을 제한하도록 정부에 요청했다. 물론 정부는 그러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2016년 말 가계대출 통계를 보면 전체 주택담보대출 630조 원 가운데 다주택자들의 담보대출은 200조 원이다. 주택담보대출의 3분의 1 가량은 다주택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만 통제해도 단기적으로는 충분히 투기를 잠재울 수 있다. 대책의 종류가 많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책의 실효성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민간 임대사업자 지원제도는 엉터리
현재의 부동산 투기가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면 임대사업자 지원제도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정책이다. 이 임대사업자 지원제도가 현재 투기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흐르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유동성 장세에서 투기를 막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수로를 틀어막는 것인데, 이 임대사업자 지원제도는 거꾸로 수로를 활짝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것이 전월세와 집값의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임대사업자 등록자에 대해서 지방세, 소득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를 감면해주겠다고 했고 건강보험료 부담도 줄여주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 방안은 단순하게 다주택자의 서류상 등록만을 유도한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주택 매수를 부추겼다. 임대사업자 등록은 무엇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제한을 받지 않고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했는데, 투기 국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보다 더 큰 혜택이 어디 있겠는가.
실제로 임대사업자 대출 증가 현상이 두드러졌다.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크게 증가 했고 비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그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증가했다. 정부(주택도시기금)가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해주는 대출도 2016년 4146억 원에서 2017년에는 1조597억 원으로, 그리고 올해에는 상반기만 해도 벌써 1조4439억 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정부도 임대사업자 등록제를 통해 투기자본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임대사업자의 주택 매수 규모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주택 가격에 별로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양팔 저울이 한쪽으로 기울고 있을 때는 기우는 쪽에 약간의 무게만 더해도 급격하게 기운다. 현재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제도가 바로 그 약간의 무게 역할을 하고 있다. 투기 국면에서는 시장에 나와 있는 물량을 조금 가두어 두어도 가격을 급등시킬 수 있다. 이 임대사업자 지원제도는 임대사업자들로 하여금 주택 매물을 거둬들이게 하고 추가 매수를 하도록 이끌고 있다.
문제는 임대사업자 지원 제도가 집값을 상승시키고 나아가 전세, 임대료까지 상승시킬 것이 분명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라면서 추진했다는 점이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분들은 자금 여유가 있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이 임대사업자 제도를 활용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다녔다. 그 분들은 이 제도의 본질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몇 명에게만 물어보아도 알 수 있는 것을 정부만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사모펀드가 임대사업을 지배하는 세상
주택 임대사업자 지원 제도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주택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이와 나란히 박근혜 정부는 2015년에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주택임대사업자나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해 조세혜택, 금융지원, 규제완화 등 각종 혜택을 부여했다. 이 임대사업 지원제도의 본질은 결국 다주택자들의 주택보유를 늘리자는 것이었는데, 어떤 면에서 보면 이는 박근혜 정부의 성격에 들어맞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일찍이 아담 스미드는 지대(임대료), 임금, 이윤은 본원적 소득에 속하고 나머지 다른 모든 소득은 이 본원적 소득에서 파생된 형태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지대(임대료)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는 역사적으로 항상 정치의 중심 문제였고, 그러한 사정은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과거에는 농업 지대가 중심이었다면 오늘날에는 도시 건축지대가 중심이라는 점이다.
과거 유럽의 사민주의 정당들은 집에서 발생하는 임대료를 민간이 차지하는 것을 제한하려고 했다. 민간이 임대료를 차지하는 것이 서민의 삶에 불리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리에서 사민주의 정당들은 공공 임대주택의 확대를 주택정책의 핵심으로 삼았다. 이러한 흐름이 1970년대까지 이어지다가 이른바 신자유주의 시기가 되면 자본이 민간임대주택 시장에 침투하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박근혜 정부의 민간임대주택사업 지원, 기업형 주택 임대사업 육성 정책은 멀리는 이러한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
가장 최근에는 주택 임대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사모펀드가 주택 임대 사업에 진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사모펀드, 곧 사적으로 모집한 펀드란 돈 많은 몇몇이 돈을 모아 금융규제의 제한을 받지 않고 굴리기 위해 만든 펀드를 말한다. 이 사모펀드들이 자회사로 임대주택 관리회사를 만든 다음 대규모로 주택을 사들이고 있다. 이러한 사모펀드들이 미국에서 수천 개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미국의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압류 주택을 시가의 30~40% 가격에 경매로 사들이는 전략을 구사했다. 블랙스톤은 대략 500~1000채를 하나의 자산 패키지 단위로 묶어 관리했는데, 한 지역에서 1만5000채를 사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블랙스톤은 미국의 12개 주요도시에서 3~4만 채의 주택과 아파트를 각각 구입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민간 임대사업자 지원제도와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정책은 이러한 사모펀드 지배 형태로 가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사모펀드가 주택 임대사업을 지배하게 되면 사회의 임대료는 사모펀드에 더욱 집중되고 개인의 삶에 대한 금융자본의 지배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임대사업자 지원제도는 심각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
현 정부는 우리나라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을 일시에 확대하기가 어려우니만큼 기존의 민간 임대주택을 인정하고 활용하자는 논리를 내세워, 그리고 유럽 국가들도 임대사업자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사례를 들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민간임대주택 지원을 확대하고 강화했다. 그렇지만 이는 금융자본의 지배력 성장을 도와주는 매우 잘못된 방향이다. 오히려 현 정부는 개인 임대주택사업과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축소하는 쪽으로 갔어야 했다.
금융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정책 모색하라
부동산 가격은 이론적으로 보면 임대료를 자본화한 것이다. 무슨 애기냐 하면,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매년 백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고 현재 이자율이 5%라면 이 권리는 2000만 원의 가치가 있다. 다시 말하면 2000만 원을 금융기관에 넣어 놓으면 해마다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시장에서 형성되는 금리가 2.5%로 떨어지면 이 권리는 4000만 원으로 평가된다. 금리가 내려가면 그 권리의 가격은 올라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매년 100만원의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부동산이 있고 시장금리가 현재 5%라면 그 부동산 가격은 2000만 원 언저리로 평가된다.
그런데 이 금리는 금융시장에서 형성된다. 이 때문에 부동산 가격은 태생적으로 금융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의존 정도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시기로 접어들면서 훨씬 심해졌다. 그 이유는 금융이 담보대출 형태로 주택과 더 견고하게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주택담보대출이 증권형태로 포장되어 자본시장에서 거래된다면 부동산 가격은 자본시장의 영향도 받게 된다. 더욱이 금융시장은 글로벌 수준에서 서로 연계되어 있다. 이리하여 한 나라의 주택가격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움직임과도 무관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글로벌 시장의 움직임이 국내에 곧장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중앙은행은 글로벌 수준의 영향을 줄일 수도 있고 계층들 사이에 달리 배분할 수도 있다. 특히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은 국내 이해관계 집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중앙은행은 항상 독립성을 주장하지만 그 독립성이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이 부동산 가격 문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주요 나라들에서 부동산 가격 거품이 생길 경우에는 항상 금리를 올릴 것이냐 말 것이냐, 어떤 금융 규제 수단을 선택할 것이냐가 논의의 중심이었다. 예컨대 1980년대 후반 일본의 부동산 거품 때는 재할인율 인상과 부동산담보대출 총량규제가 동원되었고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부동산 거품이 생겼을 때는 연방기금 금리 인상이 동원되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세금이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과장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세금인상이 투기이득을 제한함으로써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동산 가격 수준 자체를 결정할 수는 없다.
오늘날 주택 가격은 세계시장 맥락에서 결정되는 복잡한 자금의 흐름에 크게 의존한다. 따라서 한국적 상황에서만 통하는 투기 특효약 같은 것은 없다. 현 정부가 주택가격 정책을 수립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글로벌 금융시장과 동떨어진 부동산 가격대책이란 있을 수 없다./ 임수강 금융평론가
아파트 가격 담합과 '중산층 행동주의'
대안은 '투명인간'의 세력화
수도권 아파트 값 폭등으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몇 주만에 몇 천만 원은 예사이고 몇 억 원이 오른 곳도 있다 한다. 항상 그랬듯이 이번에도 강남부터 뛰기 시작하더니 서울 전역으로 확산됐고 이제는 경기도 여러 도시까지 대열에 합류했다. 노무현 정권 중반을 떠올리게 만드는 광풍이다.
이 광풍을 이끄는 것은 물론 투기 세력이다. 뭉칫돈을 달리 굴릴 데가 없어 집을 사고 팔며 불로소득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흔히들 투기 세력과 실수요자를 구별해 대응해야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지금 가장 분노한 것은 실제 거주할 목적으로 집을 살 의지와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느닷없는 가격 폭등으로 가슴을 치는 실수요자들이다.
그러나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수도권 아파트 값이 미친 듯 오르는 게 꼭 투기 세력 탓만은 아닌 것 같다. 몇몇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는 아파트 단지마다 다시금 가격 담합 바람이 일고 있다. 자가 소유주들이 실제 거래와 상관없이 수도권 다른 지역 시세에 맞춰 호가를 정한다. 만일 이 호가보다 낮게 매매하는 가구나 부동산 중개소가 있으면, 제재를 당한다. 지금 아파트 주민회, 부녀회, 온라인 모임은 이런 작전 모의로 뜨겁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격 담합에 동참하는 이들 대다수는 좁은 의미의 투기 세력이 아니다. 달랑 실거주용 주택 한 채를 소유한 가구가 대부분이다. 만일 이사라도 가게 된다면, 가격 담합 물결 때문에 지금 사는 집을 매도하며 이득을 보기보다는 이사 갈 집을 매입하며 손해 보기 딱 좋은 가구들이다. 그런데도 투기 세력이 일으킨 불길에 뛰어들어 기꺼이 장작이 되어준다. 그래서 강남의 광풍은 불과 며칠만에 수도권 전역의 대혼돈이 되고 만다.
이것은 하나의 운동이다. 한국 사회의 여론 형성과 정치 판세 결정에서 키를 쥐고 있는 특정 계층의 대중운동이다.
소득, 자산, 교육의 세 사다리와 중산층 행동주의
어떤 계층인가? 중산층이다. 그럼 한국의 중산층은 누구인가?
중산층은 나라마다 그 중핵과 외연이 달리 나타난다. 중산층을 그 위 계층, 아래 계층과 나누는 불평등의 구조나 양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소득 격차만으로 불평등을 다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소득 격차 이상으로 심각한 것이 자산 격차, 그 중에서도 부동산 소유 격차다. 그리고 교육 격차, 즉 학력, 학벌 문제도 중요하다. 한국 사회 불평등은 최소한 이 세 축(소득, 자산, 교육)을 교차시키면서 바라봐야 한다.
한국의 중산층은 각 축의 특정 범위에 혹은 이들이 중첩된 영역에 포진한 계층이다. 우선 소득 측면에서는 임금 소득자 가운데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의 정규직 노동자다. 기업 규모 면에서 대기업이어야 하고, 고용 형태 면에서 정규직이어야 한다. 자영업자 중에서는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 중 상당수(이 직군 안에서 지배 엘리트에 가까운 최상층은 제외)가 이에 해당한다.
자산 측면에서는 상당한 자산 가치를 지닌(이른바 '똘똘한') 주택을 한 채 이상 보유해야 한다. 그런 주택은 대체로 대도시의 단지형 아파트다. 물론 그 안에서도 다시 계층이 나뉜다. 거주용 주택 한 채 말고도 임대 수익을 얻거나 투기용으로 활용할 주택을 한 채 이상 더 가진 계층이 있고, 실거주 주택 한 채만 소유한 계층도 있다. 하지만 일단 자가 소유주가 되고 나면, 세입자보다는 다주택 소유자와 한 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 측면에서는 학령기 자녀의 대학 입시 경쟁에 뛰어든 가정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입학 경쟁에 뛰어든 가정이다. 한국의 중산층은 이 경쟁에서 '승리'해 자녀를 대학 서열 구조의 상층에 밀어 넣는 것을 중산층 지위의 대물림이라 여긴다. 이 치열한 경쟁 때문에 공교육은 바람 잘 날이 없고, 귀족학교와 사교육이 팽창한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이런 한국 중산층의 기반 자체가 조직화와 동원, 여론 형성의 아주 강력한 자원이다. 가령 한국 노동조합의 일반적 형태는 아직도 기업별 노동조합인데, 대기업, 공공부문의 정규직 노동자는 다른 노동자 집단(중소기업, 비정규직 등등)과 달리 기업별 노동조합을 쉽게 결성하고 유지할 수 있다. 이들은 기업별 노동조합을 통해 기업 단위 단체협상을 벌여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효과적으로 뽑아낼 수 있다.
한편 중산층 중 전문직 자영업자 역시 그들만의 조합, 즉 직능단체로 잘 조직돼 있다. 이들 직능단체는 기업별 노동조합과 함께 한국 사회에서 집단 행동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조직이다.
마찬가지 양상이 수도권 아파트 단지의 가격 담합 운동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의 주된 주거 형태가 아파트이고 핵심 투기 대상도 아파트라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단지형' 아파트다. 대규모 단지를 이뤄야만, 시장 가격이 높아진다.
이렇게 단지로 모여 있기에 거주자들의 집단 행동도 쉬워진다. 주민 중 세입자를 제외한 자가 소유자들이 쉽게 정보를 나누고 의견을 모으며 이를 행동으로까지 연결시킬 수 있다. 입주자 투표로 선출된 주민회 같은 나름의 공식 조직은 입주민을 대표한다는 구실로 집단 행동의 사령부가 된다. 심지어는 호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매하려는 가구에 제제를 가하며 높은 수준의 규율을 강요하기도 한다. 꼭 이런 공식 조직이 아니더라도 아파트 단지 인근 교회나 학교 학부모 모임도 비공식적으로 이런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
단지형 아파트 거주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교육 영역에서도 중산층의 집단 역량의 토대가 된다. 아파트 단지 안의 수많은 대면 접촉 모임이나 비공식 조직에서 주로 오가는 이야기는 부동산 시장 정보 아니면 입시 경쟁 정보다. 그래서 입시 경쟁 중심 교육이 이러한 아파트 단지 공론장을 통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된다. 이들 공론장을 거쳐 정리된 교육 관련 여론은 항상 중산층 자녀의 입시 경쟁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생각되는' 방안으로 수렴된다.
이렇게 한국의 중산층은 그들의 지위를 결정하는 세 축(소득, 자산, 교육) 모두에서 중산층 이하 집단은 누리지 못하는 강력한 조직화-여론 형성 자원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소득, 자산, 교육의 세 사다리에서 중산층 밑에 있는 어느 계층보다 더 활발히 집단 행동에 나서고 가시화-세력화할 수 있다. 말하자면 한국 사회 특유의 중산층 행동주의가 작동한다.
수도권 아파트 단지의 가격 담합 운동은 이런 중산층 행동주의의 한 표현이다. 중산층 행동주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학 입시제도 개정 등 개혁이 논의될 때마다 가장 눈에 띄는 변수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제는 아파트 값 폭등으로 그 힘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중산층 행동주의에 균형추 달기
중산층 행동주의가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실은 촛불 항쟁도 중산층 행동주의를 이루는 요소들의 결합이 없었더라면 성공할 수 없었다. 평소 부동산-입시 정보로 넘쳐났던 중산층 공론장은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뒤에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성토와 자연스러운 집단적 지지 철회 그리고 촛불 시위 정보 교환의 통로가 됐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맞서 싸우던 이들뿐만 아니라 이들 중산층과 젊은 세대가 새로 결합하면서 촛불 시민 연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항쟁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찾아온 일상의 시간 속에서 중산층 행동주의는 오히려 사회 개혁의 장벽이 되고 있다. 나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1년 전 이 지면에서 '추격사회'라는 가설을 내놓은 바 있다(☞바로 가기 : "중산층 추격 사회, 진보의 상식을 깨다").
추격사회란 한국 자본주의의 추격 성장 전략이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추격 경쟁으로 내면화된 상태를 뜻한다. 추격사회에서는 계급의식이 발전하는 대신 추격의식이 확산된다. 자기보다 아래에 있는 집단들과 연대해 위와 대립, 협상, 타협하기보다는 자기보다 위에 있는 집단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아래를 차별, 경쟁, 배제의 대상으로 삼는다.
지금 중산층 행동주의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추격사회의 관성에 따라 전개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단지의 가격 담합 운동은 아파트 값 폭등의 광란 속에서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 가치의 상대적 하락을 막으려는 필사적 몸부림이다. 그러나 이 몸부림 때문에 1주택 소유 계층 바로 밑의 계층이 좌절의 수렁에 빠진다. 자가 소유 의지를 지닌 전세 세입자들은 부동산 중개소 앞에 나붙은 매물 시세(?)를 보며 "내 생에 주거 불안에서 벗어날 날은 없겠다"는 절망에 휩싸인다.
지금 이 절망이 분노로 타오르려 한다. 그래서 다들 부랴부랴 부동산 대책을 쏟아낸다. 물론 제대로 된 부동산 처방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추격사회에서 나타나는 중산층 행동주의의 명암에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화-여론 형성 자산을 지닌 계층의 집단 행동이 불평등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 현실을 타파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여러 방안이 있겠지만(중산층의 조직 자산을 좀 더 열악한 집단에게 조직화-여론 형성 기반으로 '선물'하자는 사회연대전략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근본 대안 중 하나는 중산층을 넘어선 행동주의의 확산이다. 즉, 불평등 사다리에서 중산층 아래에 위치한 계층도 집단 행동주의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간 중산층 행동주의에 가려 '투명인간'에 다름없던 이들이 가시화-세력화하고, 이들의 행동주의가 중산층 행동주의의 균형추가 되는 것이다.
그러자면 중산층 이외의 집단들도 나름의 조직화-여론 형성 역량을 갖춰야 한다. 가령 중소기업 혹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산업별 노동조합을 건설해야 한다. 이미 오랫동안 이 방면에서 여러 노력이 있었지만,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집단 행동의 가능성은 늘 이미 중산층인 이들 쪽으로 계속 기울어 있기만 했다.
그러나 촛불 이후 조금씩, 하지만 의미 있게 상황이 바뀌고 있다. 우선 오랫동안 노동조합 바깥에 방치돼 있던 이들이 노동조합운동의 문을 두드리는 일들이 잦아지고 있다 한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투운동이 사회운동의 새 시대가 열렸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투운동 자체의 내용과는 별개로, 이 운동은 새 시대의 조건과 가능성을 앞서서 드러낸다. 과거와는 달리 거대한 수직적 조직이 받쳐주지 않아도 개인들의 수평적 연결만으로 여론전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보화 혁명이 연 네트워크 사회만의 특성이다. 이는 조직 자산의 부족 때문에 행동주의의 주역이 될 수 없었던 이들에게 힘과 영감을 준다. 이런 가능성이 전통적인 조직화 노력과 결합한다면,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투명인간'들의 가시화-세력화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정치 영역에서 '투명인간들'을 더 이상 투명하지 않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선거제도 개혁의 의의를 또 다른 각도에서 확인하게 된다.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정당 지지율만큼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독일식) 비례대표제의 도입이다. 그런데 이는 그간 중산층 행동주의에 가렸던 집단들이 비로소 정치적으로 가시화-세력화하는 데도 유력한 대안이 될 것이다.
현재의 승자독식 선거제도에서는 가장 강력한 조직화-여론 형성 능력을 갖춘 집단에 의해 선거의 승패가 쉽게 좌우된다. 한 표라도 더 많이 받는 후보가 유일한 승자가 되기에 누구든 승리하려면 가장 효과적으로 집단 행동을 펼치는 집단의 의사를 충실히 따라야 한다. 이 집단은 결국 중산층이다. 이제껏 이 논리에 따라 범민주당과 범새누리당은 중산층 끌어안기 경쟁을 벌여왔고, 둘 중 누가 권력의 주인이 되든 중산층 행동주의는 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선거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늘 승자와 패자가 똑같은 이 게임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아파트 값 폭등을 잠재우지 못하더라도 자유한국당이 지금 모습 그대로라면 2020년 총선에서는 여당이 압승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승리의 주역은, 범새누리당이 지배정당 지위를 놓치지 않았던 과거 모든 총선과 마찬가지로, 투기-세습-불로소득 세력과 중산층 행동주의의 불길한 연합이 될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의 또 다른 의의 : 투명인간들을 투명하지 않게 만들기
그러니까 선거제도 개혁이 중요하다. 진보정당들이 여기에 사활을 거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정파적 이해 때문만이 아니다. 이제 이는 이 나라에서 사회 개혁이 진짜 시작될 수 있을지 판가름할 관문과도 같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진보정당의 선거제도 개혁 노력은 정치 개혁 캠페인에 그칠 수 없다. 그쳐서는 안 된다. 고(故) 노회찬 의원이 부르짖은 것처럼, 진보정당은 우선 '투명인간들'의 정당이 제대로 돼야 한다. 재벌 같은 지배집단 아니면 중산층만 눈에 띄는 한국 사회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나머지 모든 이들의 정치적 육신이 돼야 한다. 일단 그러고 나서야 '투명인간들'도 선거제도 개혁에서 그들 자신을 가시화-세력화할 길을 찾고 그 완강한 지지자가 될 것이다.
말하자면 문제는 중산층 행동주의가 아니다. 이 움직임 외에는 그저 암흑지대로 남아 있는 현실이 문제다. 진보정당은 이렇게 오직 '암흑'으로만 표상되는 뭇 삶들이 자신을 대입할 수 있는 'χ'가 되어야 하다. /장석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기획위원
대한민국 성우회가 일본의 극우 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아 수년전부터 한일 군사교류협력 사업을 진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성우회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겠다며 예비역 장군들이 만든 친목단체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일본 사사가와 평화재단 2016년 백서를 보면 재단은 안전보장간화회라는 단체를 통해 대한민국 성우회 초청 비용과 일본-베트남간 영관급 장교 교류행사에 모두 2600만 엔, 한화 2억6000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와있다.
실제로 성우회는 안전보장간화회로부터 초청을 받아 2016년 10월 14일부터 17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일본 도쿄와 오키나와를 방문했다. 뉴스타파는 사사가와 평화재단에 이메일을 보내 성우회 초청 비용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줄 것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국제전략교류협회가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회계자료에서 성우회가 사사가와 평화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재단은 성우회 방문단 7명의 도쿄-오키나와간 편도 항공권 비용을 대납했다. 또 성우회 예비역 장군들을 도쿄 이찌가야 호텔로 불러 재단 이사장 명의의 공식 만찬을 제공했다. 바다위 호텔이라고 부르는 크루즈선에서 진행된 안전보장간화회 이사장 초청 만찬 비용 역시 재단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사사가와 평화재단은 일본의 A급 전범 용의자 출신 사사가와 료이치가 설립한 재단으로 일본의 전쟁범죄를 미화하는 역사왜곡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극우 단체다.
일본 방문 당시 전략교류협회장을 맡았던 방효복 성우회 사무총장도 사사가와 평화재단이 한일 교류 비용을 지원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방효복 사무총장은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하다못해 소주 한 잔 먹을 때도 일본 안전보장간화회 장군들이 사인하는 게 아니라 자금을 지원하는 사사가와 재단에서 한다”며 “간화회가 한일교류사업을 (명목상) 후원하는 것은 맞지만 재정을 쓰고, 결산하고, 회계하는 것은 사사가와 재단에 있는 사람이 따라 다니며 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성우회는 정부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해 지난 2010년 국제전략교류협회라는 사단법인을 만들고 그 해부터 8년 연속 모두 3억1300만 원의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정부 보조금은 주로 성우회 임원들의 해외 여행경비로 사용됐다.
김진영 전 성우회 회장은 지난 2016년 중국을 방문하면서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 그의 항공원 가격은 105만 원으로 44만 원인 이코노미석 항공권보다 2.5배 높았다. 정부 보조금 규정에는 해외 출장시 2등석 즉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성우회는 군복을 벗은지 20년이 넘은 전직 장군을 예우하기 위해 보조금 규정을 위반했다. 김진영 전 회장은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 멤버로 12.12 군사반란에 적극 가담한 인물이다.
성우회는 또 주중 한국대사관 직원과 조선족 여행 가이드에게 실제보다 많은 통역비를 지급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보조금 약 240만 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연금 기사에 달린 댓글, 오해와 진실시사인 9.10
국민연금 기사에 달린 댓글을 살펴보면 시민들이 국민연금에 분노하는 ‘쟁점’ 다섯 가지를 추출할 수 있다. 연금·경제 전문가에게 ‘댓글 여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국민연금은 의무 가입이다. 지난해 가입자는 2182만4000명, 수급자는 471만6000명에 달한다. 그만큼 ‘내 문제’라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 국민연금은 종종 ‘분노’의 대상이 된다. 5년마다 재정추계 결과가 발표될 때면 더 그렇다. 외국에서도 국민연금은 수백만명을 거리로 나오게 하고, 잘못 건드리면 정권이 날아가는 논쟁적 이슈다.
<시사IN>은 제4차 재정추계 결과가 발표된 8월17일부터 8월26일까지 열흘간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정치·경제·사회 분야 ‘댓글 많은 기사’ 5위 안쪽에 든 국민연금 기사를 추렸다. 댓글이 공감순으로 정렬된 8개 기사 가운데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댓글을 10개씩 살펴봤다. 이 80개 댓글에서 빈번히 발견되는 ‘정서’를 추출했다. 정교하게 표본을 설계한 여론조사와는 다르지만, 국민연금의 어떤 지점이 여론을 건드리는지 ‘날것’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다.
80개 댓글에 나타난 여론을 살펴본 결과, 시민들이 분노하는 지점을 대략 다섯 갈래로 추출할 수 있었다. 첫째, 의무 가입에 대한 반감이다. <TV조선>의 8월18일 기사 ‘내 노후에 간섭 마라… 국민연금 개편안에 뿔난 민심’의 경우, kimh****가 쓴 “국민연금 폐지해주세요~~~!!!”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공감(공감 3만2342명)을 기록했다. “내가 알아서 할게. 힘들게 일해서 번 돈 그만 좀 빼앗아가라”(carm****)도 1만1575명의 공감을 받았다. 다른 기사에서도 “하고 싶은 사람만 가입하게 바꾸고 원금만 줘라. 하루 한 끼 라면만 먹는다ㅜㅜ”(zhan****, 공감 3212명), “강제로 가입시키고 강제로 돈 걷어가고 강제로 더 가져가겠다는데 어떤 사람이 좋아하겠냐? 칼만 안 들었지 강도하고 뭐가 다르냐?” (toto****, 공감 2453명) 같은 댓글이 인기를 끌었다.
ⓒ시사IN 이명익
둘째, 이 같은 폐지론이 나온 배경인 ‘기금 고갈’과 그로 인한 후대의 보험료 ‘폭탄’ 우려다. <뉴시스>의 8월17일 기사 ‘국민연금 2057년 고갈… 보험료율 11∼13.5%로 올려야’ 기사에 이용자 dyda****는 “더 이상 폭탄 돌리기를 두고 볼 수만 없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국민연금을 폐지하고 일시금을 수령하게 해달라는 청와대 청원 링크가 적힌 이 댓글에 9127명이 공감했다. <중앙선데이>의 8월18일 기사 ‘[단독] 국민연금 방치하면 자식 세대 보험료는 소득의 24.6%’에는 “후대에 부담이 크죠. 그러니 폐지하세요. 이건 사기예요. 다단계 피라미드예요. 먼저 가입한 사람만 이익 보는”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3645명이 공감했다.
이 같은 국가의 ‘다단계 사기’를 막기 위해 셋째, 설령 폭탄이 터지더라도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나온다. “국가가 망하더라도 보장한다는 문구 명문화해야 된다”(eiss****, 공감 3492명)라는 댓글이 대표적이다. 이는 다시 넷째,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는 다른 연금과의 형평성으로 이어진다. “공무원만 국민이냐? 국민연금만 개혁? 결사반대한다~”(sein****, 공감 1만8103명). 다섯째로 화살은 국민연금 관리 주체인 국민연금공단을 겨냥한다. “국민연금공단은 매년 운영 적자인데 왜 고연봉에 성과급은 지급되는 건가?” (jiki****, 공감 707명)
국민연금의 기본 성격부터 세대 간 형평성 문제까지 이어지는 이 ‘댓글 여론’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연금·경제 전문가 다섯 명에게 물었다.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사회분과위원장을 맡았던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 이번 국민연금 자문위원회에 참여한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 2013년 제3차 재정추계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IT금융경영학) 등이 답했다.
Q 싫다는데 왜 의무로 가입해야 하나? 자유 가입으로 돌려라. 당장 먹고살기도 힘들다.
A 윤석명 연구위원은 의무 가입의 취지에 대해 “돈이 많은 사람은 전 재산을 탕진하지 않는 이상 노후 준비에 문제가 없다. 반면 생활이 빠듯한 사람은 노후를 준비하기 어렵다. 이들이 노후 빈곤에 빠지면 국가 재정에도 부담이 된다. 의무 가입이 아닌 경우,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사람들은 빠져나가고, 상대적으로 교육받고 소득이 높은 이들만 제도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이러면 근로기간의 소득 양극화가 그대로 노후소득 양극화로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김연명 교수는 “국민연금 같은 제도를 시행하면서 의무 가입이 아닌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가장 시장주의적 연금제도를 가진 나라인 칠레의 경우 민간 회사 7곳이 연금을 운영하는데, 이때도 회사를 선택할 수는 있지만 가입하지 않을 자유는 없다. (노후 대비를) 개인 자율에 맡기는 게 공동체에 도움이 되지 않고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검증되었다”라고 말했다.
자유 가입 시 대안이 될 개인연금보다 국민연금이 유리하다는 점도 국민연금 폐지나 자유 가입 전환의 반대 근거가 된다. 국민연금은 수익비(납입 보험료 대비 연급수급액의 비율)가 개인연금보다 훨씬 높을 뿐 아니라 물가 인상에 맞춰 연금액이 조정된다. 2015년 기준 국민연금의 수익비가 1.9인 반면 퇴직연금은 1.01, 개인연금은 1.08에 불과했다(오건호, <내가 만드는 공적 연금>, 2016). 오건호 위원장은 “개인연금에 가입하면 본인이 보험료를 다 내지만, 국민연금은 직장 가입자의 경우 회사가 절반을 내준다. 지역 가입자도 본인이 낸 것에 비해선 후하게 받는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과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여론이 높다. 위는 2015년 5월28일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집회 모습.
Q 다단계 사기, 폭탄 돌리기다. 먼저 가입한 사람만 이익을 보고, 젊은 세대는 연금을 못 받거나 쥐꼬리만큼 받는 것 아닌가?
A 연금을 못 받는 일은 국가가 존재하는 한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세대 간 부담의 형평성 문제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김연명 교수는 ‘현 세대는 보험료를 적게 내고 연금을 많이 받는데, 후세대는 보험료를 많이 내고 연금을 적게 받을 것이다’는 우려 자체가 ‘프레임’이라고 주장한다. 현 세대는 부모를 사적으로 부양하면서 자신의 보험료도 내는 ‘이중 부담’을 졌다는 것. 또한 현 세대가 낸 보험료로 기금 수익이 만들어져 미래 세대의 부담을 이미 줄인 공헌도 인정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적립기금 고갈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예전에 적립기금이 고갈되었다. 그러나 그해 수급자에게 줄 급여를 그해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로 충당하는 ‘부과 방식’과 함께 재정 투입을 통해 공적연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번 재정추계에 참여한 정세은 교수도 비슷한 시각이다. 정 교수는 “지금처럼 노동소득에만 보험료를 물린다면 (노동자들의) 부담이 현실화하겠지만, 자본소득이나 불로소득으로부터 걷은 세금을 연금에 투입하는 방법도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을 둘러싼 ‘다단계 사기’ ‘폭탄 돌리기’ 우려가 근거 없는 게 아니며, 이를 위해선 보험료를 빨리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건호 위원장은 “너무 자극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단지 괴담일 뿐이라고 할 순 없다. 현재의 국민연금은 세대 간 형평성이 훼손돼 있다”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김연명 교수의 주장에 대해 현 세대의 이중 부담을 고려하더라도 다음 세대가 초고령사회에서 짊어질 부양 부담이 너무 크다고 반박한다. 재정 투입론에 대해서도 오 위원장은 “보험료로 내든 세금으로 내든 후세대 부담이 큰 것은 마찬가지다. 재정을 투입하려면 국민연금이 아니라 재분배 효과가 더 큰 기초연금에 투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윤석명 연구위원 역시 “지금대로라면 그런(다단계 사기) 성격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처음에 제도를 만들 때는 경제성장이 계속됐기에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저부담-고급여 체계가 용인되었다. 지금은 저성장·저출산에 평균수명이 늘어 연금을 받는 기간이 길어졌다. 젊은 세대는 ‘연금이 다단계 사기’라고 외칠 것이 아니라 현 세대에게 추가 부담과 연금 개혁을 요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용하 교수는 ‘다단계 사기’라는 규정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현재의 급여 수준(45→40%)을 보장받으려면 원래 (소득의) 16%를 보험료로 내야 되는데 지금 9%밖에 안 내고 있다. 이 부분만큼 미래에 부담이 전가된다. 지금 보험료를 내는 20~40대 역시 본인 노후에 연금기금이 유지되기를 바란다면 보험료 인상을 감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Q 국가가 지급 보장을 명문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A 문재인 대통령이 8월27일 국가의 지급보장 의무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 역시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다. 김연명 교수는 “당연히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럴 경우 지급해야 할 연금이 국가부채로 잡혀 국가 신용도를 낮출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전 국민 대상 공적연금제도 잠재부채를 회계상 국가부채로 인정하는 나라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오건호 위원장은 “연금 지급은 재정이 안정돼야 보장되지 법제화한다고 보장되는 게 아니다. 워낙 불신이 크다 보니 생긴 허구적 쟁점이다. 다만 연금 불신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 연금개혁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다면 명문화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반면 윤석명 연구위원은 ‘양날의 칼’이라고 표현했다. 윤 연구위원은 “지급 보장 조항이 생기면, 현 세대로서는 (정부가 책임진다고 했으니) 고통을 (후세대와) 분담할 필요가 사라지는 셈이다. 자칫 사회적 대화를 5년, 10년씩 끌면서 적립기금만 소진해 젊은 세대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시사IN 신선영 국민연금은 세대 간 형평성이 훼손돼 있다’는 여론이 높다.서울 탑골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아래).
Q 왜 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먼저 개혁하지 않나?
A 국민연금은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공무원연금은 지금까지 4차례(1995년, 2000년, 2009년, 2015년) 개혁되었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군인연금은 설계도가 같아 매번 같이 개혁되었는데, 가장 최근의 2015년 개혁은 군인연금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았다. 오건호 위원장은 “민간 노동시장과 공무원 노동시장의 격차가 크다 보니 정서는 이해가 되지만, 국민연금을 개혁하면 그에 맞춰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는 게 관례처럼 되어왔다. (공무원·사학· 군인 등) 특수직역연금은 2015년의 개혁을 일단 완성하는 것으로 하고, 이번에는 국민연금을 개혁한 뒤 이를 토대로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는 게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연명 교수는 “공무원연금은 이미 낮출 만큼 낮춰 더 낮추기 힘들다. 공무원들은 퇴직금도 없고, 보험료율이 국민연금보다 2배 높다는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이 안 맞는 이유는 공무원연금이 높아서가 아니라 국민연금이 너무 낮아서다. 상향평준화가 옳은 방향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군인연금에 대해서도 “남북 분단 상황에서 군인으로서 겪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군인의 직업적 특수성을 양해해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 웬만하면 그냥 두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했다.
Q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은 기금 관리도 못하면서 고연봉에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데?
A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 올해 잠정치(6월 말 기준)가 0.90%로 지난해(7.26%)에 비해 크게 떨어지면서 기금 운용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기금운용본부장(CIO) 공석이 1년째 이어지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금 운용 자체에는 큰 잘못이 없다고 말한다. 1988년에서 2018년 현재 국민연금기금의 연평균 누적 수익률은 5.45%다. 윤석명 연구위원은 “태생적으로 공격적 투자를 못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지만, 안정적이란 것이 장점이다.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기금처럼 공격적 투자를 하는 경우 국민연금보다 수익률이 높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등 경제 상황이 안 좋을 때 리스크가 크다. 시장수익률 정도로 평균적으로 운용하면 되지 과도한 수익률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연봉이나 성과급 논란에 대해서도 “거대 기금을 운용하는 사람들이라는 특수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전북 전주 이전으로 인력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오건호 위원장은 “기금 운용에 대한 불신은 경청해야 한다. 삼성물산 합병에서 허수아비 역할을 한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스튜어드십 코드(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의사 결정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지침)를 도입하는 대책이 이에 해당된다”라고 말했다.
세계 6위 ‘성매매 공화국’ 된 한국 911 아시아경제
성매매가 최근 큰 화두로 떠올랐다. 사회에 만연한 성매매의 심각성이 제기되면서 ‘성파라치(성매매와 파파라치의 합성어)’ 제도의 부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성매매 문화는 매우 심각하다. 미국 암시장 전문 조사기관 하보스코프닷컴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성매매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120억달러(13조5500억원)로 세계 6위다. 앞선 순위의 나라들(중국, 스페인, 일본, 독일, 미국)이 모두 한국보다 인구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큰 규모로 해석된다. 게다가 한국 형사정책연구원은 하보스코프닷컴의 추산치의 3배에 달하는 30조원 이상 규모일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성매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여성가족부가 2016년 발간한 실태조사를 보면 한국 남성 10명 중 5명이 성매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5.4%는 성매매 횟수가 2회 이상이라고 답했고, 최근 1년간 평균적으로 8.46번 성을 구매했다.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성매매 탓에 최근에는 배우자, 연인의 유흥·퇴폐업소 출입기록을 찾아주는 ‘유흥탐정’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의뢰인이 1만원을 입금하면 유흥탐정 관리자가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정보를 탐색해 의뢰인에게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는 성매매가 얼마나 사회에 만연한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성매매 공화국’이란 오명을 불식시키기 위해 ‘성파라치’ 제도의 부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성파라치 제도는 지난 2004년 참여정부가 성매매를 근절하겠다며 도입한 제도다. 도입 초기에는 포상 대상의 폭도 넓고, 지급액도 크게 배정됐지만, 전 국민을 감시 대상으로 삼고,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난이 거세지면서 성파라치 보상 지급 예산을 대폭 줄였고, 포상 대상도 크게 제한했다. 2009년까지 보상 실적이 ‘제로(0)’로 나타나 실효성 논란을 겪으며 ‘죽은 제도’로 전락했다.
성파라치 제도의 근황을 보면 지금도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지난 2014년 말 기준 성파라치 제도로 보상금이 지급된 건 단 1건에 불과했다. 여러 전문가들이 제도 활성화 목소리를 냈지만, 성매매의 심각성이 크게 대두되지 않았고, 수사기관이 아닌 일반국민이 범죄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로 전문가들의 일방적인 주장에 그쳤다.
그런데 지금은 국민이 나서고 있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람의 인권을 사고파는 반인륜적 행위인 성매매를 강력 처벌해주세요’란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하늘 아래 만인의 인권은 모두 평등하며, 이를 돈으로 사고 팔 수 있어서는 안된다”며 파파라치 제도 도입과 처벌 강화를 주장했다.
청원자는 “한정된 경찰 인력으로 성매수자를 찾고 처벌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성매수 현장이나 메신저, 문자, 관련 사이트 등 증거를 제보한 사람에게 소정의 상금을 준다면 검거율도 높아지고 경찰 인력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11일 오전 10시 기준 776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또 처벌 강화 목소리도 크다. 우리나라 성매매 특별법에 따르면 성매매를 하다 붙잡히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단속이 어렵다는 이유로 검거율도 낮고 검거했다 하더라도 대부분 기소유예, 집행유예에 그친다는 점도 꼬집었다.
2006년, 그때도 그랬다···미친 집값 만든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911 경향
사설]부동산 대책 비웃는 집값, 미봉책으로 막을 단계 넘어섰다
정부가 지난주 초 투기지역 확대 등이 포함된 ‘8·27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서울과 일부 수도권 지역의 집값은 오히려 더 뛰고 있다. 정부는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집값 급등을 경고하며 추가 대책을 시사하는 와중에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제 더 이상 구두개입이나 미봉책으로는 부동산시장의 광풍을 멈출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의 집계를 보면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에 비해 0.57% 올라 6개월여 만에 또다시 연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8·27 대책’이 나오기 전인 직전 주(0.34%)보다 상승률이 더 높아지며 정부 대책을 비웃는 꼴이 됐다. 정부가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면 거기에 집을 사라는 신호라는 자조적인 얘기들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급하게 또 대책을 언급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어 등록 임대주택에 대한 세제혜택 축소 방안을 시사했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세제·대출 혜택을 받는 점을 악용해 부동산 투기에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정책은 지난해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에 포함됐던 것이다. 정부가 이러한 부작용을 전혀 예상 못했다는 것부터가 큰 문제다. 여당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취임 후 첫 고위 당정협의에서 3주택 이상이나 초고가주택의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또한 지난 7월 나온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이 너무 미약해 집값 급등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일자 나온 언급이다. 두 사례 모두 그동안의 정부 부동산 대책이 얼마나 단견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부동산 투기 세력은 정부 대책의 빈틈을 노려 집요하게 집값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 등의 주민들은 온라인 토론방에서 공공연히 가격 담합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 집값은 최근 한 달여 사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올라 실수요자와 서민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이건 정상적 시장이 아니다. 하지만 시장교란 세력이 당국에 적발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런 시장에 찔끔찔끔 나오는 단편적 정책이 통할 리 없다. 정부는 세제와 재건축 규제 강화, 시장교란 행위 처벌 강화 등 가용 가능한 모든 정책을 책상에 올려놓고 총체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이번에 집값 잡기에 실패한다면 과거 참여정부처럼 문재인 정부도 치명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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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부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강남 지역 아파트값을 잡기 위한 여러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집권 4년차인 2006년 서울 아파트 가격이 24% 넘게 오르는 등 서울과 수도권 지역 집값이 폭등했습니다. 경제호황 분위기에서 땅값과 집값이 오르는 게 불가피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 “차질 없이 시행만 된다면 부동산 시장 안정”
한덕수 당시 경제부총리(오른쪽)가 2005년 8월31일 과천 재정경제부 브리핑룸에서 추병직 건교부 장관, 이주성 국세청장과 함께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있다.|경향신문 자료사진
참여정부는 2005년에 ‘8·31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합니다. 연초 서울 강남과 분당 신도시에서부터 시작한 폭등 조짐이 수도권 전역으로 퍼지자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었습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기반시설부담금제 도입 등을 뼈대로 한 이 대책이 차질 없이 시행만 된다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는 장담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종부세법 개정안도 연말에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과세 기준을 공시가격 기준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추고 과세 방법도 인별 합산에서 세대별 합산으로 변경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강남 재건축 지역 집값은 하락세를 보였고 집값은 이듬해도 많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 연초부터 들썩인 강남...서울시와의 ‘엇박자’
그런데 이명박 서울시장이 내놓은 서울시의 주택정책은 정부 정책과는 반대로 간다는 변수가 있었습니다. 안정세를 보이던 집값은 2006년 초 서울시가 일부 강남 재건축단지 용적률을 완화하기로 방침을 정하자 다시 들썩입니다. 서울시가 1월3일 ‘2010년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계획’을 확정했는데 3종 주거지역 재건축 대상 아파트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포함해 선경·개포우성, 송파구 잠실 우성 등 서울 강남권 10개 중대형 단지 용적률을 210%에서 230%로 높여 준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이들 아파트는 35층 안팎의 초고층으로 재건축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8·31 대책 이후 안정세를 찾던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는 호가가 급등했습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호가가 1억원까지 뛰었다는 보도(1월8일 한국일보)가 나오고, 34평짜리 은마아파트가 처음으로 10억대를 돌파했다는 소식(1월16일 서울신문)도 전해졌습니다.
■ ‘신도시’ 정책 지자체 ‘반발’
2014년 서울 송파구 거여동과 성남시 일대에 조성되는 위례신도시(송파신도시) 건설 현장.|강윤중 기자
정부와 서울시는 신도시 조성과 관련해서도 마찰을 보였습니다. 정부가 8·31 종합대책에서 종부세와 더불어 주택 공급책으로 내놓은 것이 ‘송파 신도시’ 조성이었습니다. 송파에 신도시를 건설해 주택 4만6000세대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는 반대 의사를 뚜렷이 밝혔습니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2006년 1월4일 기자회견을 열어 “송파 신도시가 만들어지면 강북의 중산층마저 강남으로 쏠릴 것”이라며 “송파 신도시는 뉴타운특별법과도 모순되는 정책”이라고 했습니다. 서울시는 “송파 신도시 건설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강북균형개발을 후퇴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뉴타운사업을 밀어붙이던 이명박 시장은 “뉴타운 사업 등 강북지역 활성화가 궤도에 오르는 2012년 이후로 (건설계획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송파신도시 건설에 토지가 편입되는 경기 성남시와 하남시도 건설교통부가 해당 자치단체 권한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비판하며 정부 정책에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성남시는 “송파에 신도시가 들어서면 서울과 성남 사이의 환충지역이 없어져 교통난이 극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고 하남시도 “시 전체 행정면적의 98% 이상이 개발제한구엮으로 묶여 있는데, 송파 신도시가 그대로 추진되면 다른 지역의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더 어려워진다”며 정부에 맞섰습니다.
신도시 개발이 부동산 가격 안정에 기여할지도 불투명했습니다. 앞서 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진 신도시는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김대중 정부에서 “강남을 대체할 제2의 강남권 신도시를 만들어 투기를 막겠다”며 개발한 판교신도시는 오히려 주변 집값을 끌어올렸습니다. 정부가 잇단 땜질식 처방을 내놓았지만 집값은 계속 올랐고, 2006년 시점에는 판교신도시가 언제 터질 지 모르는 부동산 시한폭탄의 ‘뇌관’이 돼 있었습니다.
[부동산 ‘거품’을 빼자] 판교 신도시의 그늘 上
[부동산 ‘거품’을 빼자] 판교 신도시의 그늘 下 2006 10.17
판교신도시 택지개발은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는가. 정부가 거둬들이는 막대한 개발이익이 제대로 쓰이는지 국민들이 감시할 수 있는 방안은 있는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택지개발도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체계적인 감시체계 또한 거의 없다. 좀더 심하게 말하면 택지개발이 ‘땅장사’ 수단이 된 지 오래다. 이 와중에 고통받는건 집 한채 장만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서민들이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분양가와 집값 때문에 내집마련의 꿈이 자꾸만 멀어지고 있다.
◇개발거품 나눠먹기=택지개발은 땅값을 상승시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한다. 정부는 원주민의 땅을 싸게 수용한 다음 공공택지로 만들어 건설업체에 판매한다. 여기서 정부나 토지공사 등 공기업이 1차 개발이익을 차지하는 것이다. 판교신도시의 경우 그 이익금이 최소 4조원이다. 매입 과정에서 투기꾼 세력이 끼어들어 이득을 챙기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차적으로 주변 땅값의 절반 정도에 땅을 받은 건설업체는 높은 분양가(주변시세 120%)로 아파트를 판다. 건설업자도 대규모 개발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이를 상징하는 말이 ‘로또택지’다. 당첨만 되면 수백억원의 불로소득을 얻기 때문이다. 화성 동탄 등 2000년 이후 개발된 택지지구에서 건설업체가 챙긴 분양수익이 7조원을 넘는다는 게 경실련의 분석이다.
건설업체는 로또택지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해 유령 개발회사를 경쟁적으로 만든다. 또 로비나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수의계약으로 택지를 받는다. 시공도 하지 않고 공공택지를 되팔면서 거액의 웃돈을 받거나(경향신문 2004년 10월2일자 11면 보도) 국정감사 때마다 택지개발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실련 김성달 부장은 “택지개발 과정에서 거품만 제거해도 분양가를 지금보다 3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땜질처방=개발거품의 사유화가 문제되자 정부는 택지개발지구에서는 원가연동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땅값을 규제함으로써 분양가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가연동제가 처음 적용된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보듯 그 실효성은 낮다. 판교신도시에서도 원가연동제가 적용되지만 이미 평당 분양가는 1천만원(전용면적 25.7평 이하)을 훨씬 넘어섰다. 원가연동제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정부가 건축비(표준건축비)를 높여놨기 때문이다. 2004년 평당 2백20만원에 불과하던 표준건축비는 지난해말 동탄에서는 4백40만원까지 치솟았다. 1년여 만에 2배가 오른 것이다.
한편 감사원은 2002년 말 건교부에 공공택지 공급방식을 최고가 경쟁입찰 등의 방법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기존 로또식 방식은 ‘부동산 안정 효과가 없는 잘못된 규정’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당시 최재덕 건설교통부 차관 등 관계부처 차관들은 대책회의에서 이를 유보시켰다. 결과적으로 공공택지는 건설업체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남게 된 것이다.
◇검증시스템 없는 사업진행=이렇게 발생한 개발거품의 규모나 사용처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건교부는 개발이익을 기반시설 투자나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용내역이나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판교신도시의 경우처럼 개발이익을 축소하는 데 급급하다. 주택공사 관계자는 “토지공사가 개발이익을 임대주택 지원비로 사용한다고 주장하지만 상당 비용을 자신들의 차후 사업비용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특히 토지공사 등에 토지공급이 독점화되어 있어 공급가격(매출액)은 사업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실제로 토지공사는 구리토평지구에서 임대아파트·공공시설용지 등을 원가보다 비싸게 팔아 부당한 이익을 취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발생한 순이익이 수천억원에 이르자 분식회계를 통해 이익규모를 줄이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객관적인 감시시스템도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이 거의 투입되지 않기 때문에 국회 동의 과정이 필요없다. 이에 따라 사업의 경제성이나 타당성 또한 제대로 검증하는 제도가 없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행정학)는 “정부, 공기업, 지자체, 정치인, 건설업자는 개발사업으로 얻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이를 더욱 확대재생산한다”면서 “그러나 사업규모의 적정성, 이익사용의 타당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검증시스템은 없다”고 지적했다.
◇서민들은 항상 불안=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의 목적은 서민주거 안정이다. 이러한 공공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초헌법적인 사유지의 강제수용이 가능하고 그린벨트 훼손도 감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택지개발에서 그 효과를 본 곳은 없다. 반면 수요자들은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고가에 매입해야 한다. 이마저도 투기꾼의 밥이 되기 일쑤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개인이나 기업이나 1억원짜리 사업을 해도 철저한 시장조사와 사업계획을 세우게 마련이지만 정부의 개발사업은 송파신도시나 판교신도시처럼 필요할 때마다 졸속으로 이뤄진다”면서 “체계적이고 투명한 사업계획, 개발이익의 사회적 공유, 택지공급의 독점화 해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주거안정은 요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공동기획 경실련
■ 청와대는 ‘집값 꼭짓점’ 주장했지만….
2005년 4·30 재·보궐선거에서 열린우리당에 압승한 한나라당의 박근혜 당시 대표(가운데)가 5월2일 국회에서 당선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러다 4·40 재·보궐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0대 23으로 참패했습니다. 정부는 ‘8·31 부동산 대책’을 손질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정부와 여권은 ‘기본적인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지만, ‘미세 조정’만으로도 정부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려 부동산 시장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종부세 예외적용을 확대하고, 양도소득세 중과세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정부가 내놓은 방향이 다시 강남 집값을 폭등하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었습니다. 정부가 흔들림 없이 당초 세운 방침을 밀고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5월15일 청와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강남·서초·송파 등 서울 강남 3개구와 목동·분당·평촌·용인 등 7개 지역을 ‘버블 세븐’으로 지목합니다. 청와대는 이날 특별기획팀 명의로 낸 글에서 ‘부동산 값이 꼭짓점에 이르렀으며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아파트 분양가 파동…폭등세 지속
그러나 집값은 8월 경기 판교신도시에서 ‘고분양가 파동’이 일어난 이래 급등세를 보입니다. 판교신도시와 서울 은평뉴타운 등 새에 새로 만든 아파트가 주변시세 두 배에 가까운 분양가를 책정하자 집값이 움직이기 시작한 겁니다. 신규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수요자들은 주택 구입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에 전세난까지 겹치면서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늘자 강북과 수도권 일대까지 집값이 연쇄 상승했습니다. 10월 말에는 “서울 아파트값 이달 수직상승”이라는 제목의 언론보도(서울신문 10월31일자)도 나왔습니다.
급기야 정부가 부동산 정부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11·3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분양가를 낮출 방안을 마련하고 공급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방점을 찍었지만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 등 시장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집값은 잡히기는 커녕 계속 올랐습니다. 정부 정책을 믿고 자가 마련을 미룬 사람들의 좌절감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역과 평형을 가리지 않고 아파트 값이 전방위적으로 오르자 연립·단독주택도 덩달아 값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10월부터 11월까지 한달 새 서울 강북과 경기 지역에서 아파트 시세가 1억원 이상 오르는 등 오르는 집값은 ‘폭주기관차’에 비유될 정도였습니다.
11월11일 경실련은 ‘부동산 시국선언’을 통해 “참여정부의 엉터리 진단과 처방의 반복으로 집값이 폭등해 부동산 붕괴위기에 놓였다”며 ‘아파트 거품빼기 국민운동’을 벌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나라당은 이때를 틈타 정부가 전해에 내놓은 8·31 대책을 전부 뒤집는 방향의 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습니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은 ‘실패’라는 평가가 본격적으로 나왔습니다.
결국 부동산 정책의 ‘3인방’으로 불린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11월13일 사의를 표명합니다.
■ 부동산…정권에 ‘북핵보다 큰 타격’
정부는 이른바 ‘11·15 대책’으로 불리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합니다. 사실상 공급 확대 쪽으로 정책 기조를 바꾼 것이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강화하고 주택 공급은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2010년까지 수도권에 164만가구 주택을 공급하고 아파트 분양가는 25% 내린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제시하는 ‘중장기 주택 공급 로드맵’은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정부 부동산 대책만 믿고 주택 구입을 미룬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집을 사기는 더 어려워져 무주택 서민들의 심리적 불안감은 오히려 커졌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아파트 분양가를 잡겠다면서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도입’은 대책에 넣지 않은 점도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런 와중에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가 사상 최악인 11%까지 떨어졌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일각에선 부동산 가격 폭등이 북핵 위기보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더 큰 타격을 줬다는 관측까지 나왔습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국민 10명 중 7명은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습니다. 부동산 정책이 참여정부 ‘레임덕’의 시발점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때를 틈타 부동산 개혁 조처를 후퇴시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했습니다
박보영 시골판사에게 쌍용차 해고자만 억울했을까 911 미디오오늘
[아침신문 솎아보기] 박보영 전 대법관 노회찬·장애인에도 유죄, 허원근 일병 의문사도 판결
대법관을 지낸 박보영 판사가 10일 여수시법원에 출근하자 민주노총 쌍용차지부 노조원 30여명이 면담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동아일보는 11일자 12면에 <험난했던 ‘시골 판사’ 첫 출근길… 시위대에 밀려 넘어지기도>라는 제목으로 이 사실을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 기사에서 “노조원들은 법원 민원실에서 난동을 부렸다”고 썼다. 쌍용차 노조원들은 박보영 판사가 대법관 주심을 맡아 판결한 쌍용차 정리해고 합법판결이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대상이었다는 의혹에 답변해 달라며 면담을 요구했으나 박 판사는 면담을 거부했다.
▲ 한겨레신문 11일자 14면
조선일보는 11일 16면에 <‘대법관 시골판사’ 첫 출근길엔 민노총 시위>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실제 쌍용차 재판 결과가 정권에 유리하게 내려졌다는 근거는 현재까지 아무것도 없다. 선후 관계를 따져봐도 근거가 희박하다. 양승태 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은 쌍용차 판결 1년 뒤 작성됐다”며 의혹 자체를 부인하는 입장에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법원 보안 직원과 취재진에게 둘러싸인 채 집무실로 향하다 둘러싼 사람들에게 밀려 안경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했다”고 썼다.
▲ 동아일보 11일자 12면
반면 경향신문은 이날 10면에 “쌍용차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최근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대상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면담을 요구하던 시위대는 “사실을 말해 달라. 우리는 박 판사에게 지난 과오가 있음을 추궁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변화를 만들고 싶어서 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11일자 16면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2014년 대법원이 고법 판결 9개월 만에 선고를 뒤집는 속전속결 재판을 했”다며 박보영 판사의 대법원 판결이 이례적임을 강조했다. 한겨레신문은 14면에 사진기사로만 처리했다. 아래는 주요 일간지 관련기사 제목이다.
조선 16면 <‘대법관 시골판사’ 첫 출근길엔 민노총 시위>
동아 12면 <험난했던 ‘시골 판사’의 첫 출근길… 시위대에 밀려 넘어지기도>
세계 10면 <‘시골판사’ 박보영, 첫 출근길서 시위대에 봉변>
경향 10면 <쌍용차 해고자들 “우리를 기업합니까” / 박보영 ‘시골판사’ 첫 출근길 어수선>
한겨레 14면 사진기사 <박보영 전 대법관, 쌍용차 해고자 항의 뚫고 출근>
박보영 전 대법관이 대법관 퇴임 뒤 시골 판사로 재직한다는 소식을 이미 여러 언론이 미담기사로 쏟아냈다. 그러나 박보영 전 대법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명해 대법관이 됐고,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에 3번이나 등장한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고 노회찬 의원 삼성떡값 뇌물명단 공개도 유죄
박보영 전 대법관은 2013년 ‘삼성 뇌물검사’ 명단을 폭로한 고 노회찬 의원에게 유죄확정 판결을 내려 국회의원직을 박탈한 장본인이다. 당시 노 전 의원은 도둑놈보고 ‘저 놈들이 도둑놈들이야’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자신에게 시련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 역시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처럼 항소심은 노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는데 박보영 대법관이 유죄로 뒤집었다. 노 전 의원 판결은 사법농단 문건엔 등장하지 않는다.
박보영 전 대법관은 2014년 철도노조 파업사건 상고심에서 1,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노조 간부들에게 유죄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이는 양승태 사법농단 문건 중에 ‘VIP 보고’ 문건에서 “국정에 협조한 사례”로 등장했다.
박보영 전 대법관은 2016년 9월 민청학련 사건 피해자와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역시 1,2심 승소를 뒤집고 재심판결이 내려진 뒤 6개월 내 소송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상청구를 기각시켰다.
박보영 판사는 1984년 M-16 소총으로 자신의 가슴과 눈썹에 3발의 총을 쏴 자살했다는 허원근 일병 의문사 사건에서 유족들이 제기한 재심청구를 기각했다.
장애인에도 일반교통방해 유죄…철도노조·민청학련 사건도 맡아
박보영 전 대법관은 2012년 10월 광화문광장에서 개최된 장애인 관련 집회에 참가해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모(46)씨의 상고심에서 무죄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2심은 전 차로를 점거한 시간이 15분 정도에 불과하고 점거 차로 외 다른 차로에서 차량 통행이 가능했던 점을 감안해 무죄로 판단했었다. 하지만 박보영 대법관은 차량 통행이 가능했더라도 이씨가 벌인 행진으로 극심한 차량 정체가 발생했다며 이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당시 법조계 일각에선 집회·시위 과정에서 수반될 일부 도로 점거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헌법재판소가 집회·시위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교통방해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도 박 전 대법관은 일반교통방해 혐의를 엄격히 적용해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켰다.
박 전 대법관이 전관예우를 마다하고 시골판사로 자원하자 한 신문은 사설에서 “대법관 출신이 개업하거나 로펌에 들어가면 가만히 있어도 수억원대의 수임료를 받는 전관예우가 암암리에 통하는 것이 우리 법조계의 현실인 탓이다. 그의 소신 행보는 뜨거운 박수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다”고 상찬했다.
쌍용차지부는 동아일보의 11일자 12면 〈시골판사의 첫 출근길…시위대에 밀려 넘어지기도〉라는 제목의 기사와 관련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쌍용차지부는 박 판사 면담을 요청했던 노조원들은 철문에 갇혀 들어오지도 못했는데 시위대에 밀려 넘어졌다고 보도한 게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박보영 판사가 시위대에 밀렸다? 또 소설 쓴 동아일보
쌍용차지부, 허위 보도 동아일보에 정정보도·손해배상 청구… “사실 왜곡에 해고자들 더 큰 상처”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대법관 퇴임 후 ‘원로법관’으로 첫 출근하는 박보영 판사를 만나러 지난 10일 전남 여수시법원으로 찾아갔지만 결국 면담을 거부당했다.
최근 드러난 양승태 사법부 재판거래 문건과 관련해 박 판사가 주심 대법관 시절 내린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파기환송 판결에 대한 해명과 사과를 듣기 위해서였다.
[ 관련기사 : “박보영 주심 쌍용차 판결 후 피눈물 잊을 수 없다” ]
박 판사는 출근 시간 9시가 훌쩍 지난 9시 반쯤 돼서야 출근했다. 이에 기자들은 출근하는 박 판사에게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작성된 재판 거래 문건대로 ‘정말 국정에 협조했는지’, ‘어떻게 9개월 만에 2심 판결을 뒤집혔는지’ 등을 물었지만, 그는 대답 없이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과 경호 인력이 뒤엉켜 박 판사가 비틀거리기도 했지만 다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11일자 동아일보는 관련 지면 기사 제목을 “험난했던 ‘시골 판사’의 첫 출근길… 시위대에 밀려 넘어지기도”라고 보도했다.
서울·부산 사람들 곗돈 붓듯…광주 아파트도 ‘한 채에 15억’912 한겨레
남구 봉선동, 광산구 수완동 ‘쌍끌이’로 상승 주도
꾸준한 실수요에 외부 투기세력 ‘작전설’까지
청와대에 ‘투기과열지구’ 지정 청원도 빗발쳐
12일 광주 남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진열창에 걸린 아파트 매매가. 10억이 넘는 매물이 수두룩하다.
‘186㎡(56평) 15억원’
12일 낮 광주시 남구 봉선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진열창엔 ㅎ아파트 17층 매매가가 15억원으로 게시돼 있었다. 3.3㎡당 2946만원꼴이다. 인근 ㅅ아파트 171㎡(52평) 매물도 12억원에 매매가가 형성돼 있었다. ‘광주의 강남’이라는 의미로 ‘봉남’으로 불리는 이 일대의 일부 아파트 매매가가 3.3㎡당 3000만원까지 치솟은 셈이다. 봉선동은 교육여건 등이 좋아 광주의 부유층들 사이의 실수요도 상당하다.
부동산 정보지 ‘사랑방’의 분석 결과를 보면, 남구 봉선동과 광산구 수완동이 ‘쌍끌이’로 광주 아파트 값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이 일대 아파트들은 지난해보다 30~60%가량 값이 올랐다. 전용면적 84㎡의 봉선동 ㅈ아파트는 지난해 1월 3억9000만원(9층)에서 올해 7월 7억5800만원(5층)에 팔리면서 무려 94%가 폭등했다. 수완동 ㄷ아파트(115㎡)도 4억6200만원(2017년 9월·7층)이던 가격이 1년만에 6억4500만원(8층)으로 40% 뛰어올랐다.
광주 일부 지역 아파트값이 치솟으면서 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엔 ‘미친 광주 집값을 잡아달라’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날마다 올라가는 집값에 분통이 터지고 우울증까지 생깁니다. 어찌해서 정부는 이 상황을 보고만 있답니까? 무슨 눈치를 그리 보기에 광주는 서울보다 더 가파른 속도로 오르고 있는데도 방치합니까?” 청원인들은 ‘광주광역시도 조정지역으로 만들어주세요’, ‘광주광역시 집값을 잡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광주에서 철수하세요’라는 글을 올리고 있다.
12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엔 광주의 `미친 집값'을 비판하거나 하루 빨리 광주광역시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달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누리집 갈무리
“올해 3월부터나 될거예요. 서울·부산 사람들이 ‘곗돈 붓듯이’ 광주 아파트 물건을 빨아들이고 있어요.”
20여년 동안 부동산 중개업을 해 온 ㅈ씨는 “마치 계모임 하듯 돈을 모은 외부 세력들이 쓸만한 물건이 나오면 바로 산 뒤 값을 올려 하나씩 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수 년동안 시중에 풀렸던 자금이 투자처를 못 찾고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다른 지역보다 저평가됐던 광주까지 투기의 대상이 된 것이다. 조직적인 ‘작전’ 뿐 아니라 가격 담합 의혹도 일고 있다. 또 다른 부동산 중개인 ㄱ씨는 “매물을 시세보다 싸게 내놓으면 ‘왜, 그렇게 싸게 내놓느냐? 물건 회수하라고 해라’며 은근히 압박한다”고 털어놓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투기세력들에게 부동산 때려 잡겠다고 큰소리 치더니 뒷문은 열어놓는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 큰 실책”이라고 지적한다. 대안으론 보유한 아파트 수에 따라 보유세·종합부동산세를 누진해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와 함께 “공공형 임대 아파트를 많이 공급”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최근 “아파트 급등은 수도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세청 등 수사기관과 합동단속팀을 구성해 부적정한 가격 담합이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강조했다.
강남에 산다는 70대 노부부
2년 전, 내가 사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부산 아지매’들이 나타났다. 현금 수억원을 들고 아파트 원정 매매에 나선 갭투자자들이다. 서울을 한바탕 훑고 나서 외곽 신도시에 입성한 것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입지가 좋은 소형 아파트만 찾았다. 시세 3억원짜리 집을 전세 끼고 3천만원에 사들였다. 한달 동안 10억원으로 수십채를 샀다는 ‘큰손’ 이야기도 들렸다. 여윳돈 수천만원으로 “이 기회에 아파트 두채”에 도전하는 이들도 가세했다. 당시는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아파트 매맷값의 90%를 전세 보증금으로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게 가능했던 때다.
요즘 서울 강남권의 미친 집값은 2년 전과는 차원이 조금 다르다. 시세차익을 노린다는 점에선 마찬가지겠지만, 전세나 대출을 끼지 않고 수십억원짜리 아파트에 뭉칫돈을 쏟아붓는다. 세입자도 모르게 집주인이 바뀌는 게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하니 강남권에서 집주인이 실제 사는 비율은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부동산 부자나 원정 매매 세력의 몫이다. 물론 ‘똘똘한 한채’를 움켜쥔 채 자신은 전·월세를 전전하는 이들도 있을 게다. 이런 시장판에서 수십년 푼푼이 모은 돈에 은행 대출을 얹어 내 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들은 설 땅이 별로 없다.
강남 집값이 들썩일 때마다 농담 같은 상상을 해본다. 지하철 노선을 두어개쯤 걷어내고 공립 고등학교를 다 빼버리면 어떨까? 한 블록만 지나면 사통팔달 지하철이 다니고, 한해 수십명씩 ‘스카이’에 가는 고등학교가 있고, 케이티엑스(KTX) 출발역과 도심공항이 코앞에 있는 곳. 이런 환경에 살면서 자산도 불리는 현실에 대한 무력감의 소산일 게다.
끔찍한 건, 이런 욕망의 전투에 희생될 수밖에 없는 절반의 대한민국이다. 짧은 시간에 집값이 급등해 자연스레 전세율이 떨어졌으니, 얼마 지나지 않으면 전·월세 가격이 ‘키 맞추기’에 나설 것이다. 전·월세 재계약을 앞둔 무주택 세입자들에겐 공포와 다를 바 없다. 10억원짜리 내 집 마련은 꿈도 꾸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일터 근처에 살아야 하는 이들이다. ‘대출을 쉽게 받게 해줄 테니 그 돈으로 보증금을 올려주라’는 정부의 주거안정 정책이 과연 이들에게 위로가 될까.
부동산 대책이 통하지 않는 건, 우리 사회가 ‘정공법’을 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세계가 금융위기 이후 풀린 과잉 유동성을 줄이겠다고 나설 때 우리는 줄곧 뒷짐을 지고 있었다. 잠재성장률은 3%에 머무는데, 가계대출은 연간 8~9%씩 늘었다. 박근혜 정부 때는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에 부응하느라 그랬고, 지금은 새 정부의 부진한 경제 성적표 때문인가? 부동산 과열은 수년간 저금리에 매달린 혹독한 대가인데, 이젠 가계부채와 경기부진의 덫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나마 탄탄한 경상수지 덕분에 외화유출이 없다는 데 안도하는 신세가 됐다.
정공법은 말 그대로 단순하게 접근하는 거다. 좋은 물건은 비싸게 팔듯, 사용가치와 자산가치에 걸맞은 지급 구조를 만들면 된다. 집값은 3억원 올랐는데 세금은 5만원 늘었다는 보유세를 그대로 놔둬선 안 된다. ‘강남 아파트에 사는 70대 노부부는 집 팔아 세금 내란 말이냐’는 사연을 마치 내 일처럼 걱정해야 할까. ‘다주택자가 시세차익을 실현하도록 출구를 내줘야 거래가 뚫린다’는 사실상의 협박은 또 어떤가.
또 하나, 제발 섣부른 공급 대책으로 기름을 붓는 일은 말아야 한다. 그린벨트라도 헐어서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을 덜어줘야 한다는데, 판교, 위례에서의 경험을 벌써 잊었나? 미친 집값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 김회승 경제에디터
집값 폭등, 청년과 촛불시민은 절망한다
주거 문제는 국토부, 경제 관료들만의 전문 영역이 아니다. 그것은 정의와 공정, 불평등 해소, 서민의 기본권 보장 원칙을 총괄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국민적 사안이다. 토지를 상품이라 주장하는 ‘경제’ 전문가에게 굴복하면 서민의 주거권 보장은 공염불이 된다.
대혼란이다. 버스간의 대학생들이 부동산 이야기 한다. 지금 서울 아파트값 폭등은 극도로 심각한 한국의 불평등을 더 확대, 고착화할 것이다. 평범한 중산층도 투기 대결에 기웃거리고 대다수 사람은 피해의식과 박탈감에 땅을 친다. 땀과 노력의 가치가 무의미해졌고, 청년들은 결혼·출산 계획을 완전히 접을지 모른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더 떨어지고, 남북 화해는 물론 장차 모든 경제사회정책의 약발이 안 먹힐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개발독재와 신자유주의의 적폐가 켜켜이 쌓인 조건에서 시작했다. 그것은 취약한 공공영역, 저조세, 저복지로 집약할 수 있다. 성장주의 시장주의가 거의 교조화되어 있고 복지동맹은 매우 취약하다. 국민의 기본권에 속하는 주거와 교육의 시장 의존도가 너무 높아서 사회정책의 선택 폭이 매우 좁다. 이러한 조건에서 집권세력이 ‘표’를 의식하면 조직되지 않은 다수의 서민보다는 경제력을 가진 소수 중상층의 이해에 기울어지기 쉽다.
주거권은 생존권의 일부다.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집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고 투자의 대상이 될 수 없지만, 한국의 도시 재개발 관련 법들이나 역대 정부의 주택정책은 중산층 자산형성의 목표를 내세웠으나 실제는 토건세력의 이익을 보장하였으며, 임대주택 확대 등을 통한 서민의 주거 보장은 언제나 후순위로 밀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서민 주거 안정의 이상은 내세웠으나 결과는 경제 살리기, 조세 저항, 건설경기 활성화 등의 명분에 밀렸다. 그 결과 낮은 재산세, 1가구 3주택 양도세 부과 연기, 분양가 원가 공개 거부로 선회했고, 통계를 보면 두 민주정부하에서 집값은 가장 많이 폭등했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국정 5개년 계획에는 ‘서민이 안심하고 사는 주거 보장’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토지에 대한 투기로 말미암은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하면서 토지 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정책은 다주택자들의 ‘재산권’을 보장해주는 극히 형식적인 ‘보유세 인상’으로 나타났다. 이 신호를 읽은 부자들이 재빨리 움직였다. ‘토지 공개념’과 ‘토지 일개 상품’론을 널뛰기하던 노무현 정부가 결국 판교 개발로 나아가 소수 사람들에게 로또를 선물했던 일이 연상된다.
주거 문제는 국토부, 경제 관료들만의 전문 영역이 아니다. 저출산 문제가 그렇듯이 복지, 교육, 분권, 노동, 조세 등 모든 사회경제적 사안은 서로 얽혀 있다. 그것은 정의와 공정, 불평등 해소, 서민의 기본권 보장 원칙을 총괄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국민적 사안이다. 사회정책을 경제논리와 분리하여 사회 통합, 신뢰 회복이라는 큰 목표 아래서 종합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반드시 시장논리에 밀리게 된다. 토지를 상품이라 주장하는 ‘경제’ 전문가에게 굴복하면 서민의 주거권 보장은 공염불이 된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 혼란은 교육정책의 혼선과 완전히 닮은꼴이다. 부동산정책이 주택정책이 아니고 입시정책이 교육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잊었다. 즉 교육에 대한 명확한 정책 목표가 뭔지 보여주지 않았다. 지난번 기획재정부가 대통령 공약인 공영형 사립대학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기재부의 시장주의, 교육부의 설득력 부족 탓인 것 같지만 문재인 정부가 대학 개혁에 대한 청사진이 없었던 것이 더 중요한 이유였을 것이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사회경제정책은 없다. 충돌하는 여러 세력의 이해를 조정하려면 큰 그림이 있어야 하고 이해 집단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성실하게 일하면서 노후를 대비하려는 사회의 다수자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은 국가의 기본 임무다. 투기는 사실 정부가 조장한 것이다. 강남 지역을 콘크리트로 다 덮어도 투기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한반도 평화의 길이 희망차게 열리는 지금, 정부가 그 동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지만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서민 주거권 보장, 조세 정의, 토지 부당이득 환수, 그리고 청년과 서민이 인생 설계를 할 수 있는 나라 건설이라는 명확한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단계적 구체적 접근법을 제시해야 한다. 촛불시민과 청년들이 폭등하는 집값 때문에 절망하면 그 상처와 배반감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3차 남북 정상회담 kbs 9.12
판문점선언 이행 2,986억 원 예상…상세 내역 살펴 보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판문점선언에 서명하고 포옹을 나눈 지 138일 만이다. 4.27판문점선언이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어제(11일) 제출됐다.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이산가족상봉,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등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돈이 드는 건 당연지사다. 비용추계서에 이목이 쏠렸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 채택 당시부터 국회 비준 동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판문점선언이 국회 동의를 거치면 법적 효력을 갖게 되고 정부가 바뀌어도 효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통일부도 판문점선언 채택 직후 법제처에 국회 동의가 필요한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지난달 답변을 받았다. 법제처는 남북관계발전법 21조 3항인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에 따라 판문점선언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비용추계서를 보면 내년 판문점선언을 이행하는데 들 것으로 예상되는 돈은 2,986억 원.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산림협력, 이산가족상봉,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 사회문화체육교류로 5가지 세부사업별로 예산을 책정했다.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는 관계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산림협력은 산림청, 사회문화체육교류는 문체부 등과 협의해 예산을 논의하고 기재부와 협의했다는 것이 통일부의 설명이다.
■철도·도로 현대화 무상과 융자?
무상 부분은 한마디로 우리 측이 제공하는 설계 감리 부분이다. 남측이 감리 및 평가를 담당하기로 합의한 데 따라 동해선 철도도로 개보수 설계와 감리 부분에 672억 원 책정됐고 경의선 도로 타당성 평가에 95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융자는 북측에 자재 설비를 제공하고 난 뒤 나중에 북측에서 그만큼의 사용료를 받겠다고 계획하고 있는 부분이다. 철도와 도로 개보수 자재장비 제공 비용이 각각 594억 원과 380억 원으로 예상되고, 문산-개성 도로 신설 북측구간 공사에 드는 자재장비가 33억 원으로 잡혔다. 무상 제공이 아닌 차관 형식이라는 점에 대해 북측과 협의를 계속 해 나가고 있고 구체적인 시기, 규모 등도 협의가 좀 더 진행되어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산림협력은 인도적 사안
북한의 산림을 복구하고 산림병해충 방제하고 산림생태계를 보전하는 일은 모두 북한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인도주의적 사안이라는 것이 통일부의 판단이다. 양묘장과 산림병해충방제, 시범조림 등으로 당초 300억 원이었던 규모가 1,137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산가족상봉 확대 예상
남북관계의 훈풍을 타고 통일부에서도 대면상봉은 당초 3회에서 6회, 고향방문을 1회에서 3회로 늘려 예산안을 편성한 바 있다.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출하게 되는 판문점선언 이행 비용은 이렇게 확대된 이산가족상봉행사뿐만 아니라 이산가족상봉면회소 개보수 117억 원, 이산가족교류활성화 기반 구축 6억 원 등 336억 원으로 측정됐다. 당초 120억 원에서 3배 가량 많아진 금액이다.
판문점선언 이행 비용,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은?
야당을 중심으로 비용추계가 부실하고 수십 조로 불어날 비용을 축소 계상한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올 들어 여러 민간기관에서도 철도도로 협력 사업같은 경우 70조 원에서 112조 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판문점선언 이행 사업들이 내년부터 시작되는 장기적인 사업이고 대북 제재 등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정부의 비용 추계가 현실성이 아예 없다고 보긴 힘들다"고 분석했다.
통일부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판문점선언 이행 사안과 관련해서는 북측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금액과 세부 항목을 공개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철도·도로 사업의 경우를 들어 공동조사를 한 뒤 '현대화'를 어느 수준으로 할 건지를 정하는 등 각 사업별로 기준과 범위, 사업기간 등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일 수 있기 때문에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운영 계획만 산정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통일부는 지난 2007년 10.4 선언 당시에도 국회 비준 동의안을 제출하며 1,948억 원을 비용을 추계한 바가 있다며 이번 예산이 결코 축소되거나 구체화되지 않은 건 아니라고 말했다.덧붙여 남북협력기금은 집행할 때마다 남북협력기금관리심의위원회의 심의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심의·의결 등 엄격한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북측과 진행 중인 사안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규모를 밝히지는 못하더라도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 등 남북 간 장기적인 사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라 판문점 선언 이행 비용을 둘러싼 진통은 피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에 대한 기대’ 시민사회는 접었다 09.17ㅣ주간경향 1294호
“김상조 위원장이 변한 지는 오래됐다. 그래도 김상조를 믿었고 일단 지키자는 생각으로 기자회견(지난해 6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관련)에 나섰다. 지금은 그때 한 행동이 잘한 것인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박상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이 전화 통화로 <주간경향>에 밝힌 말이다.
사라진 데드라인
한때 박 위원장을 비롯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김상조 위원장의 옆에 서 있었다. 지난해 6월 박 위원장을 포함한 ‘김상조를 아끼는 사회 각계인사 498명’은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당시 김상조 후보자는 논문 표절 논란으로 보수언론과 자유한국당으로부터 ‘파렴치한 인물’로 찍혀 뭇매를 맞고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한 김상조 위원장 후보자의 스승과 동료들이 직접 ‘김상조 구하기’에 나섰다. 하지만 불과 1년 3개월 만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시선은 완전히 달라졌다. 기대와 달리 재벌개혁 성과가 미흡하다는 게 그 이유다. 시민사회의 쓴소리는 김상조 위원장의 표현처럼 ‘진보진영의 개혁 조급증’이 부른 섣부른 비판일까.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이자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재벌개혁의 총대는 김 위원장이 멨다. 김 위원장은 개혁방식으로 장기전을 택했다.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가진 첫 4대그룹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몰아치듯 기업개혁을 하지 않겠다”며 “자발적인 변화를 기다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간을 줄 때 스스로 변하라는 메시지였다. 종종 김 위원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기업의 개혁 ‘데드라인’이 언제까지인지 언론을 통해 알리는 방식으로 기업을 압박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김 위원장이 정한 기한을 지키지 않았다. 취임 후 김 위원장이 내세운 첫 번째 데드라인은 지난해 12월이었다. 지배구조 개선 등 개혁대상인 대기업집단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데드라인은 ‘가이드라인’에 그쳤지만 김 위원장은 서두르지 않았다. 12월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영국가수 알 스튜어트의 <베르사유 궁전>의 한 구절인 “우리는 아직도 그날이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다(And still we wait to see the day begin)”를 들려주며 개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이 정한 두 번째 데드라인은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열리는 지난 3월까지였다. 이번에는 기업들이 움직였다. 3월 28일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 합병을 골자로 하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고, SK그룹 등 15개 대기업집단도 소유·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두고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기업들이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김 위원장과 시민사회의 평은 엇갈렸다. 김 위원장이 공직에 오르기 전에 몸담았던 ‘친정’과 같은 경제개혁연대는 <그룹별 지배구조 개선안의 내용 및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각 그룹들이 내민 개선안은 최소한의 조치만을 담은 소극적 방안”이라며 “그룹들의 소유·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차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한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10.5점이라는 박한 점수를 매긴 바 있다. 재벌개혁 분야에 대한 평가는 더욱 가혹했다. 경제개혁연대가 평가한 문재인 정부의 첫해 재벌개혁 점수는 0점이었다. 재벌 소유·지배구조 관련 세부과제인 기존 순환출자 해소와 자사주 의결권 부활 방지 등이 하나도 이행되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성과가 없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던 공정위로서는 시민사회의 개편안에 대한 뜨뜻미지근한 평가와 별개로 기업들의 개편 움직임을 반길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위한 주주총회를 일주일가량 앞두고 주총을 돌연 취소했다. 추진 중이던 지배구조 개편안 역시 무산됐다.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등이 분할 및 합병 비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의사를 밝힌 게 이유였다. 개편안을 철회한 현대차는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18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 공유지내 기린캐슬에서 대학 교수들과 시민들이 모여 ‘정부의 담대한 사회경제개혁을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준헌 기자
공정위로서는 곤혹스런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재벌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야 할 대표적인 기업으로 현대차를 언급해 왔다.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백지화로 공정위는 재벌개혁의 첫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사례를 잃게 됐다. 공정위의 기대와 예측이 모두 빗나가면서 체면을 구긴 셈이다. 당초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긍정적인 평을 했던 공정위는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되자 “지배구조 개편방안은 그룹과 시장에서 결정하는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개혁 골든타임 놓쳤나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철회를 기점으로 시민사회는 김 위원장의 미온적인 개혁 행보에 실망감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비판이 거세질 조짐을 보이자 김 위원장은 6월 말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진보진영의 개혁 조급증·경직성 탓에 정부의 개혁이 실패할 수 있다”며 진보진영이 비판에 자중해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 시민사회의 반응은 더 냉랭해졌다.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은 “시민사회에서 생각하는 재벌개혁 목표는 높은데, 공정위는 총수 일가 사익편취 분야만 들여다보고 있다”며 “시민사회와 공정위 중 누가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닌데, ‘내가 시민단체보다 많이 아니까 내가 맞다’는 방식은 현명하지 못한 태도”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대기업의 셀프 개혁을 기다리는 사이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했다. 집권 초기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할 재벌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은 “정부가 출범하고 1년이 지나면 재벌들이 누굴 구워삶아야 할지 다 안다”며 “아주 집요하게 대통령 측근을 대상으로 로비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대통령이 개혁 지시를 하면 측근들이 다 발목이 잡혀 있어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소통 채널을 막고 국내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 뜻을 전하고자 지난해부터 수차례 간담회 요청을 해봤지만 답이 없었다”며 “완전히 무시를 당하다가 지난 6월에 한 차례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는데, 답은 듣지 못하고 핑계만 듣다 왔다”고 말했다.
지난 7월 18일 진보진영 학자 323명이 ‘문재인 정부의 담대한 사회·경제개혁을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을 발표했다. 진보진영 학자들은 ‘개혁’을 원하는 촛불민심을 기저로 수립된 문재인 정부가 초심을 잃고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분야의 개혁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제시한 문제 가운데에는 미진한 재벌개혁도 포함됐다. 현 정부가 지난 1년간 기다리기만 하다 재벌개혁에 손을 대지 못했다는 것이다.
각계 전문가 집단인 학자들은 기자회견을 빌리지 않더라도 청와대나 공정위에 우려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굳이 기자회견 형식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이미 삼성 개혁과 부동산 보유세, 최저임금 관련해서 수차례 뜻을 전달했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며 “문재인 정부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는 사실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김상조 위원장이 지난해 6월 인사청문회에서 낙마 위기에 처했을 때 힘을 실어준 당사자이기도 하다.
지지세력 이탈 가속화
이쯤되자 김 위원장도 느긋하게 재벌의 ‘자발적 개선’을 기다릴 수만은 없는 처지가 됐다. 김 위원장이 빼든 칼은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다. 지난 7월 ‘공정한 사회를 위한 재벌개혁의 법적 과제’ 학술대회에 참석한 김 위원장은 “대기업의 자발적 개선을 촉구한 뒤에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법을 개정해 재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상조식 재벌개혁은 돌고 돌아 ‘법’으로 귀결된 셈이다.
지난달 공정위는 지난 1년 동안 벌인 대기업 내부거래·공익법인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당초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가 예고한 초안에 비해 규제의 강도가 상당히 낮아졌다. 대표적으로 대기업계열 금융계열사의 단독 의결권 행사 한도를 5%로 설정하도록 한 권고안은 개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해당하는 사례가 딱 1개사(삼성)밖에 없다”며 “예외적 사례를 규율하기 위해서 공정거래법에 너무 과도한 어떤 규제를 두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라고 반문했다. 보수진영에서는 다른 시각으로 개정안을 비판하고 있다. 전속고발권 부분 폐지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로 대기업의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개정안은 보수와 진보 어느 진영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24일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내용을 발표한 사전 브리핑에서 “개판안을 두고 ‘너무 기업을 옥죈다’, ‘너무 약하다’와 같은 상반된 비판이 제기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김 위원장의 예측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김상조식 재벌개혁을 놓고 시비가 이어지는 사이 시민사회는 빠르게 등을 돌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불을 지핀 ‘성과 조급증’ 논란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사회·경제 이슈를 접한 분들은 이미 재벌개혁에 대한 기대를 다 접었다”며 “김 위원장이 추구했던 주주자본주의는 어느 순간 신자유주의와 의미가 같아졌기 때문에 지금 행보는 당신(김 위원장)이 추구하는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시중 떠도는 부동자금 7월 1105조원, 집값 급등에 영향 9.13 CBS노컷뉴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시중에 떠도는 부동자금이 1100조원을 웃돌고 있다. 1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시중 부동자금은 7월 1105조1810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자금을 한국은행 등이 따로 공표하진 않는다. 한은이 발표하는 통화지표인 M2(광의통화)에서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MMF),양도성예금증서(CD),종합자산관리계좌(CMA),환매조건부채권( RP)에 6개월 미만 정기예금과 금융투자협회의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을 더한 금액이다.
7월말 잔액기준 현금통화는 99조3337억원, 요구불예금은 219조8394억원, 수시입출금식저축성예금은 517조9911억원, MMF 69조6113억원, CD 27조 4527억원, CMA 44조4936억원, RP11조 5387억원 등이다.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은 87조2425억원, 증권사 예탁금은 27조6780억원 등이다.
이처럼 시중에 넘쳐나는 과잉 유동성은 특히 최근 '미친 집값'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과거에도 부동산가격이 폭등한 해에는 예외없이 유동성이 크게 풀렸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12월말 통화량(M2)은 1149조원으로 유동성 증가율이 전년동기 대비 12.5%에 달했고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전년 대비 24.11%나 급등했다.
앞서 지난 2002년 말에도 통화량은 872조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4% 증가했고 서울 부동산 가격은 30.79%나 올랐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수석연구원은 "최근 집값 급등의 원인이 여러가지 있겠지만 수요공급 측면은 장기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이라 설명하기 어렵고 시중에 풀린 과잉 유동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친 집값'을 떠받쳐주는 시중의 과잉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통화당국이 움직이긴 쉽지 않다.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무차별적이고 막대하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집값 상승을 금리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성장과 물가로 대표되는 총수요를 안정시키는 수단이기 때문에 총공급 측면 또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통화정책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고 보유세 강화 등 당국의 정책적 대응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자금이 집값 급등에 영향을 미치는 건 수요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인데, 집값을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원자폭탄을 투하하는 격"이라며 "보유세 강화등 수요억제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중 부동자금 자체는 일반적인 과잉유동성 지표일 뿐으로 이를 기업 설비투자 등 특정부문으로 흐르도록 하는 것은 과거 여신금지 업종 규제 등에서도 보듯 유효하지도 않고 굉장히 어렵다"며 "유동성 흡수는 최후의 보루"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의 대책이 우선이라는 얘기지만 13일 발표되는 부동산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이 잡히지 않을 경우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무차별 긴축을 요구하는 기준금리 인상론이 힘을 받을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누가 그들을 '은행강도'로 만들었는가 913 세계일보
[스토리세계-한국판 은행강도①] 불황의 그늘서 움트는 '범죄의 유혹'
고깃집 여사장·배관업 30대 가장 등 / 생활고 속 빚 독촉에 지쳐 어설픈 범행 / 올들어 5건…장기 불황의 '슬픈 자화상'
테러로 경찰의 눈을 돌린 다음 연방준비은행의 금고를 터는 은행강도를 막아서는 경찰의 고군분투기를 다룬 영화 ‘다이하드3’부터 ‘폭풍속으로’, ‘롯아웃’, ‘스탠더’….은행 강도는 지금까지 수많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단골소재로 등장했다. 이러한 영화는 대부분 총기소지가 가능한 미국을 배경으로 그려졌다.
반면 한국의 은행강도는 일년에 한번 일어날까말까 하는 드문 사건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 시중 은행이나 금고 등을 중심으로 은행강도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판 은행강도는 왜 일어나고, 이어지고 있을까. 누구나 의심치 않았던 안전한 금고였던 은행이 강도들의 위험에 노출돼있는 실태를 살펴봤다.
지난 10일 발생한 충남 당진시 송악농협 은행강도. 충남지방경찰청 제공
◆‘빚독촉’…고깃집 여사장을 은행강도로 만들다
창구의 문을 막 열던 지난 10일 오전 9시, 충남 당진의 한 농협 지점에 50대 여성 강도가 등장했다. 은행강도라고 하기에는 어설픈 양봉용 그물 모자를 쓰고 나타나 자동 못총을 들고 은행원을 협박한 이 여성은 범행 장소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에서 조그만 고깃집을 운영하는 사장이었다. 계속되는 경기불황으로 가게 운영이 어려워졌고, 쌓여있는 빚 9억원을 갚기 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그녀가 은행원과 고객들을 협박하는 과정에서 못 6개가 발사됐지만 직원과 손님 중 다친 사람은 없었다.
지난 10일 송악농협 강도가 범행에 사용한 자동 못총. 연합뉴스.
그녀가 농협을 털어 가져간 돈은 현금 2750만원. 그녀는 결국 범행 후 3시간만에 인근 야산에서 만취상태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 7일 포항에서는 한 새마을금고에 강도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강도가 털어간 돈은 460만원이었다. 가족의 설득 끝에 범행 당일 밤 늦게 자수한 강도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고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빼앗은 돈은 빚을 갚는데 다 썼다”고 진술했다.
지난 6월 경북 영주의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은행 강도사건도 마찬가지로 생활고에 못이겨 저지른 범행이었다. 식당운영 등을 하다 1억원의 빚을 진 범인은 훔친 돈 4380만원 중 3720만원을 채무 변제에 썼다. 지난 6월 경북 영천의 한 새마을금에서 현금 2000만원 빼앗아 도주했다 6시간 만에 붙잡힌 경우도 빚 독촉 때문이었다.
지난달 7일 강도가 발생한 경북 포항시 한 새마을금고. 연합뉴스
◆배관업 30대 가장도 빚 갚기 위해 은행강도로
“오직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아내와 아기가 보고 싶다. 죄값은 받겠다.”
배관업을 하던 30대 가장 최모씨는 지인의 보증을 섰다가 800만원을 떼였고 결국 빚은 눈덩이처럼 늘어나 4000만원까지 불어났다. 최씨는 빚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결국 최씨는 사업을 정리하고 일용직 노동자의 삶을 살기로 했다.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그에게는 아내와 두 딸이 있었다.
카드 빚에 허덕였고 끝내 그는 아내의 금반지마저도 내다 팔았다. 그렇게 그는 은행강도가 됐다.최씨가 은행강도가 되길 결심하고 처음 한 것은 무기를 고르는 일이었다. 그는 한 대형마트에 들러 장난감 K-2소총을 구입했다. 그리고 2008년 5월 전북은행 신동지점의 뒷문으로 침입해 창구에 있던 현금 400만원을 빼앗아 도망쳤다.
지난 2008년 ‘모형총기’ 은행강도 30대 가장이 가족에게 남긴 편지. 연합뉴스
범행 후 죄책감을 느낀 김씨는 사건 다음날 자신의 집에서 A4용지 3장 분량의 편지를 가족에게 남겼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에게’라는 제목의 편지에는 “오직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아내와 아기가 보고 싶다. 죗값은 받겠다. 사람이 안 다쳐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고 적혀 있었다.
최씨는 은행에서 강탈한 400만원 중 30만원은 유류대금 등으로 사용하고 현금 370만원과 편지는 자신의 집 냉장고에 숨겨놨다가 경찰에 압수됐다.
◆잇따르는 은행강도…암울한 경제 양극화의 단면
“우리 집은 대대로 가난했어요.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저도요. 그 가난이 주위의 있는 모든 이들을 전염시키더군요. 그런데 제 자식은 그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었어요.”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에서 테너 형제는 가난한 삶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은행강도가 된다. 그들은 서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은행에 저당잡힌 어머니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무장을 하고 은행으로 쳐들어간다. 최근 국내에서 잇따르는 은행강도 범죄는 대부분 빚도촉이나 채무변제 등을 이유로 일어난다. 수십억원을 강탈하기 위한 계획범죄가 아닌 대부분 생활고에 못이긴 어설픈 범죄다.
우리나라에서 은행강도는 대부분 빚과 가난, 생활고로 인해 일어난다. 많은 피의자들은 현금 몇백만원을 쥐기 위해 장난감 권총에 식칼, 자동 못총을 들고 어슬픈 계획으로 복면을 쓰고 강도로 돌변한다.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인 셈이다. 특히 최근 어려운 경기로 인해 은행강도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해에만 새마을금고를 타겟으로 한 은행강도건만 울산,아산,영천,영주,포항 총 5곳에서 발생했다.
강남불패, 강남 거주 고위직들 때문일까? 913 CBS노컷뉴스
부동산 정책 결정자 107명 강남거주 여부 전수조사
강남에는 누가 살길래 부동산 대책은 강남을 빗겨날까
"아주 부자들이 사는 고가 아파트, 그건 정부가 관여해야 될 이유가 없다"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이 라디오에서 한 말이다.
장하성 실장은 지난 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최근 부동산 시장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이어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며 "저도 거기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실장의 발언은 고가주택은 정부 부동산 대책의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을 낳았다. 이는 다시 강남 부동산에 대한 정부 정책의 무력함으로 이해됐다. 발언이 알려진 이후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는 정부 관료가 강남에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강남 집값 잡기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일었다. 강남 불패 신화는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고관 대작들이 강남에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 과연 사실일까?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주체로는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국무조정실, 국회 등을 들 수 있다. 청와대에서는 비서관 이상, 행정부에서는 실장급 이상, 국회에서는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들로 압축했더니 모두 107명이 검증 대상에 올랐다. 우선 청와대 비서관들이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로 소유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주택 현황을 살펴봤다. 청와대 비서실에서는 재산을 확인할 수 있는 45명 중 15명이 강남에 집을 가지고 있었다. 비서실의 33.3%가 강남 주택을 보유한 셈이다. 스스로 "강남에 살고 있다"고 밝힌 장하성 실장은 송파구에 아파트 1채를 보유했고 조국 민정수석은 서초구에 아파트 1채를 보유했다. 이외에도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송파구·서초구에 각각 아파트 1채를, 주현 중소기업비서관은 강남구에 아파트 2채와 복합건물(주택과 상가가 함께 들어선 건물) 1채를 두고 있었다.
부동산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토교통부 고위공직자는 어떨까? 국토부의 도로·교통 관련 보직 등을 제외한 토지·주택 관련 업무를 맡은 실장급 이상 고위 공직자를 살펴본 결과 현재 확인 가능한 인원 10명 중 40%인 4명이 강남에 주택을 가지고 있었다.
손병석 국토교통부 제1차관 등 3명은 강남 아파트 1채를 갖고 있었다. 박선호 국토도시실장은 서초구에 복합건물 1채를 보유했고 김재정 기획조정실장도 강남구에 아파트 1채를 가지고 있다. 권용복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도 강남구에 한 채의 아파트를 보유 중이다.
부동산 관련 보유세와 거래세 등 세금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도 살펴봤다. 강남에 주택을 보유한 기재부 고위관료는 44.4%로, 재산공개대상인 9명의 중 4명이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강남구에 아파트 1채를 보유했다. 그 외에 고형권 제1차관, 정무경 기획조정실장, 구윤철 예산실장도 강남구에 아파트 1채씩을 둔 상태였다.
반면 국토교통위원회 국회의원은 지역구가 다수인 만큼 강남 주택 보유 비율이 19.2%로 비교적 낮았다. 현재 부동산 정보를 알 수 있는 국토위 의원 26명 중 5명은 강남에 집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강남구에 복합건물(주택+상가) 2채 등 3채를 보유했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이헌승 의원은 서초구에 아파트 2채를 보유했다. 이외에도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 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이 강남에 주택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국무조정실의 경우 고위공무원 9명 중 5명, 55.6%가 강남에 집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낙연 국무총리, 노형욱 국무2차장, 윤창렬 사회조정실장은 각각 서초구에 아파트 1채씩을 뒀다. 이련주 규제조정실장과 최창원 경제조정실장도 강남구에 주택을 1채씩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비서실·국토부·국토위·기재부·국조실 5곳의 강남 주택 보유자 비율은 약 20%~56%에 이르며 평균 38.5% 수준이다. 지역구 의원들의 영향으로 가장 비율이 낮았던 국토교통위원회(19.2%)를 제외하면 43.3%이다. 검증 대상이 고위공직자임을 생각하면, 이 수치가 특별히 높은 것인지는 판단이 엇갈릴 수 있다. 다만 부동산 정책에 관여하는 이들 중 강남에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부동산 정책방향을 주의해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재산공개시점 이후 처분하거나 사들인 주택은 반영되지 않았다. 또한 고위공직자의 재산을 취합해 공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최근 보직을 맡은 인원의 경우 재산내역을 알기 어렵다. 청와대 비서실은 48명 중 5명, 국토부는 유관업무 담당자 12명 중 2명,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9명 중 3명의 자료가 누락됐다
보수에 욕먹을 각오로 말한다…보수가 전작권 환수 앞장서라 913중앙
전작권 귀환의 득실 해부
한반도 게임은 긴박하다. 상황은 곡절과 파란이다. 김정은의 변덕과 기습은 이어진다. 트럼프의 변칙과 파격은 계속된다. 문재인의 운전대 시야는 확장한다.
변화의 흐름은 거세다. 그 동력은 북한의 핵무장이다. 군사 분야는 격변이다. 한·미 연합훈련은 중단됐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논쟁거리다. 전시(戰時)작전권(전작권) 환수는 가시권에 들어갔다.
전작권은 유사시 작전·지휘 통제권이다. 6·25 한국전쟁 이래 주한미군사령관의 권한이다. 전작권 반환은 노무현 정부에서 본격 추진됐다. 그 계획은 이명박 정권 때 3년 미뤄졌다. 2015년으로 연장됐다. 박근혜 정권에선 사실상 무기 연기됐다. 그 이유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때문이다. 한국군의 대응능력이 갖춰질 때까지 늦춰졌다.
그 전제조건의 충족은 불가능하다. 핵무기의 유일한 맞수는 핵무기여서다. 한국군의 재래식 무기는 북한 핵을 막을 수 없다. 예비역 장군, 보수 정치인 다수는 그런 이유로 환수에 반대한다. 그들의 문법은 고정돼 있다. “아직 환수할 때가 아니다.” 하지만 회수는 문재인 정부 ‘국방개혁 2.0’ 의 핵심 요소다. 반환 시점은 2023년으로 예고됐다(송영무 국방장관).
전작권 환수의 7대 효과
.전작권은 한·미 동맹의 상징이다. 문 대통령의 가치평가는 실감난다. “한·미 동맹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기반이자 한국의 민주화와 경제 성장의 기틀이 돼주었다(6월 29일 주한미군의 평택기지 이전 축사).” 한국은 그렇게 동맹에 기댔고 활용했다.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랬다.
하지만 동맹에의 집착은 과도했다. 한국의 일방적 의존이었다. 그것은 치명적인 독소를 생산했다. 은근하면서 꾸준히 퍼졌다. 그로 인해 우리 사회에 국방의 주인의식이 헝클어졌다. 자주적 안보 투지가 허약해졌다. 송승종(군사학) 대전대 교수는 “오랜 세월 동맹을 고정 조건으로 여기다 보니 스스로 나라를 지킨다는 정신력이 약해졌다”고 했다.
북한의 핵무장은 30년 집념의 산물이다. 그것은 미국의 정책 실패다. 한국의 무기력한 대응 탓이다. 핵무기는 마법을 부른다. 핵은 남북한의 경제 격차를 혼란스럽게 했다. 북한의 젊은 영도자는 으스댄다. 그동안 한국의 리더십은 무엇을 했나. 대다수 한국인은 강 건너 불구경을 했다. “미국이 막아주겠지, 6자회담에서 중국이 나서겠지”라고 했다. 그런 의타심이 번졌다. 핵은 절대무기다. 북핵은 한국의 생존 문제다. 하지만 당사자는 외면하고 기피했다. 유체이탈식 분석·해설은 난무했다. 그것들은 도덕적 집단 타락이다. 그것은 비겁한 자기기만의 장면들이다.
트럼프의 동맹에 대한 시선은 돈이다. 그는 사드의 성주 배치에 화를 냈다(우드워드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이건 똥덩어리(a piece of shit) 땅이다. ~끔찍한 거래다.” 그의 반응은 비용 때문만은 아니다. 그 바탕에 한국의 안보 자세에 대한 불만이 있다. 국방의 자활과 주도력 결핍은 불신을 산다. 한국군은 오랫동안 전작권 회수에 반대했다. 그 이유로 한·미 동맹과 대북 군사 억제력의 약화를 내세운다. 그 때문에 최고통수권자로부터 수모를 당한 적도 있다. 대통령 시절 노무현의 비판은 군에 각인됐다(2006년 12월 평통 자문회의). “자기 군대 작전통제도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을 달고 거드럭거리고 말았단 말입니까…. 미국 뒤에서 숨어가지고 ‘형님 백만 믿겠다’ 하고.”
노무현의 표현은 거칠었다. 하지만 그 말들은 핵심을 찌르며 달린다. 한국의 국방비는 북한보다 많다. 경제력(국내총생산)은 45배 차이가 난다. 그런데도 군 수뇌부는 홀로서기를 꺼린다. 피터 팬(Peter Pan)증후군에 시달려 왔다. 군은 덩치 큰 어른이다. 하지만 자활의지는 미흡하다. 전작권은 군사주권과 직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지는 아프게 형성된다. 전작권 이양의 거절은 군사주권 포기로 투영된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이명박 정권)은 전작권 환수론자다. 그의 진단은 선명하다. “환수에 따른 문제들이 있다. 하지만 고수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는 심각하다. 스스로 국방에 책임져야지 미군에 미루면서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잃게 했다.” 그는 그 주장을 2013년부터 폈다. 12일 자기 발언의 유효성을 확인했다. 베트남전쟁에서 미군은 패배했다. 미군 무기는 그 시절 최첨단이었다. 하지만 미군은 적군의 조국 수호 투혼에 둔감했다. 그것은 계량화하기 힘든 무형적 요소다. 승리의 영웅은 국방장관 보 구엔 지압(1911~2013년)이다. 나는 100세 때의 그를 서면 인터뷰했다(2011년). 베트남전쟁 승리의 요체는 전쟁 의지였다. 그는 “전쟁 승패는 최신 무기에서 갈리지 않는다. 단결력과 의지를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를 아는 국민은 이긴다”고 했다. 전작권은 ‘무형적인 힘’에 대한 감수성을 준다.
한국의 보수 정치권은 국방의 자활론에 미숙하다. 보수의 가치는 희생과 헌신, 안보 투지다. 지금의 보수정치인 대부분은 전작권 이양을 반대한다. 하지만 그들은 회수의 득실을 제대로 살피지 않는다. 그것은 관행과 웰빙에 젖은 탓이다. 일부에선 친미의 언행을 넘는다. 사대적 근성도 드러난다. 성찰과 용기는 빈약하다. 그런 행태는 젊은 세대의 비웃음을 산다. 진보좌파는 조소로 반응한다.
한국 사회의 위기관리 DNA는 독특하다. 집단 각성은 늦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반전(反轉)은 역동적이다. 신바람 속에서 재기는 화려하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다. 다수 국민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금 모으기 운동이 확산됐다. 국제사회는 경이적 눈으로 바라보았다. 당시 대통령 김대중은 이것을 “위기 극복의 신바람 문화”라고 했다.
안보는 불확실한 환경에 노출됐다. 한·미 연합방위 체제는 재구성의 대상이다. 미군 지휘에 기대는 편한 시절은 사라졌다. 회수의 시기상조론은 미련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은 전작권 귀환의 배수진이다. 그 풍경은 절박감을 생산한다. 그것으로 자력 국방의 신바람이 일어난다. 안보 불감증의 퇴치에 나서게 한다. 신바람은 도전적인 적응력을 넣어준다.
1970년대 대통령 박정희는 결연함을 보였다. 미국과의 갈등 시기다. 그것은 주한미군 철수론 때문이다. 그는 배수진을 쳤다. “나가려면 나가라.” 그는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 박정희는 위기를 기회로 포착했다. 그는 자주국방의 산업 개발로 활용했다. 그것으로 중화학공업 시대가 열렸다. 미국은 그의 결기와 타협했다.
군의 이미지는 장렬해야 한다. 사병과 하사관, 초급장교 세계에 그런 면모가 살아 있다. 하지만 군 수뇌부 속에서 비장함은 찾기 힘들다. 그들은 문민의 파도에 표류하고 있다. 군의 재정비가 시급하다. 출발은 익숙함과의 결별이다. 그것은 한·미 연합방위에 기대는 의타심의 제거다. 그것으로 국민 사이에 제복의 존경심이 살아난다. 그런 자세는 동맹 체제의 건강성을 강화한다. 국제관계는 인간 생활과 같다. 남에게 의존하면 비굴해진다. 그런 우정은 속으로 시든다.
전작권 전환은 새로운 지평이다. 하지만 주한미군 철수와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남은 5년의 정돈 시기도 있다. 과거 천영우의 보완책은 정밀하다. 그는 “한미연합사를 대행하는 지휘 합동체계를 짜놓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지상군 사령관을 한국군이 맡고, 초전에 중요한 공군·해군은 지금처럼 미군이 지휘한다”는 것이다.
18일부터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그와 함께 남북 경협은 속도감을 낼 것이다. 거기에 들어갈 자금은 천문학적 규모로 추정된다. 배수진의 결행은 냉철한 시각을 사회에 주입한다. 그런 상황에선 북한 문제의 접근이 정교해진다. “대북 경협이 밑 빠진 독에 퍼주기인지, 나의 세금은 얼마나 쓰이나”를 따지게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구상은 아직 모호하다. 의지와 실천은 다르다. 배수진에 서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김정은의 언행에 대한 추적이 면밀해진다. 북한 문제가 자신의 생존 문제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방산비리는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다. 주요 원인은 국방의 주인 자세 부족 탓이다. 2017년 나는 베트남의 디엔비엔푸에 갔다. 프랑스를 물리친 승전(1954년) 기념일 무렵이다. 그곳에서 80대 베트남 노병의 회고는 강렬했다. “그 시절 중국과 옛 소련으로부터 무기를 무상 지원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 사정이 달라져 주요 무기 몇 종류는 샀다. 우리는 철저하게 성능 검사를 하고 돈을 아꼈다.” 그것은 나라를 스스로 지킨 사람의 기억이다.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 독점 시대다. 한국은 오래전에 핵무장을 포기했다. 그 대안은 살아 있다.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자위적 핵무장론이다. 그에 대한 논의의 파급력은 크지 않았다. 대부분 ‘온실 속 논의’에 머물렀다. 주한미군의 존재감 때문이다. 하지만 전작권의 반환은 새로운 환경을 만든다. 그런 대체 카드를 치열하게 바라보게 한다.
소설가 이문열은 보수 재건의 요건을 압축했다. “보수의 재건을 위해선 상징적 죽음이 필요하다.” 그것은 오래된 사고방식의 해체다. 한·미 연합방위에 의존하는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첨단장비는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절실한 것은 안보의 주도 자세다. 독자적 국방 투지가 보수의 재활 조건이다. 전작권의 배수진은 공세적 상상력을 준다. 그것은 북한 핵무장에 대한 반격의 묘수다. 보수진영은 전작권 되찾기에 나서야 한다. 선제적 자세가 필수적이다. 보수가 환수에 앞장서야 한다.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부동산 대책 속보 경쟁이 부른 오보참사 913 미디어오늘
“1주택자 종부세 부과기준 공시가격 9억→6억원 이상으로 확대” 속보에 오보, 청와대 긴박하게 정정보도 요구 정부가 13일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과세방안을 담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오보 참사가 터졌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3주택 이상자는 현행보다 0.1~1.2%포인트까지 종합부동산세율을 누진적으로 인상해 최대 3.2%까지 과세하도록 하겠다”면서 “다주택자의 투기수요를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1주택자 기준으로 18억원이 넘는 주택은 현행보다 0.2~0.7%포인트까지 세율을 누진적으로 인상하고 “앞으로 공시지가 9억원을 넘는 고가주택의 경우에는 실거주 목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의 13일 오전 부동산 대책 전망기사.
하지만 발표 직후 이번 대책안에 담겨 있지 않은 내용이 속보로 떴다.
연합뉴스도 이날 오후 2시 26분경 “1주택자 종부세 부과기준 공시가격 9억→6억원 이상으로 확대”라는 한줄짜리 속보를 내보냈다.
YTN 채널24는 현장 영상으로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발언인양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 9억원→6억원”이라는 자막을 넣어 뉴스 속보로 내보냈다.
앞서 연합뉴스는 정부 대책안이 발표되기 전부터 “1주택자 종부세 부과기준 공시가격 9억→6억원 이상으로 확대 ‘저울질’”이라는 내용의 전망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이 같은 내용은 대책안 중 “1주택자 공시가격 9억원(시가 약 13억원) 이하, 다주택자 공시가격 6억원(시가 약 9억원)는 과세 제외”라는 대목을 놓고 착오를 일으켜 속보를 내보낸 것으로 보인다.
▲ YTN 속보 화면.
JTBC와 스포츠경향, 데일리안, 뉴시스, 국민일보 등 다수의 언론이 연합뉴스 자막과 같은 내용의 속보를 내보냈다.
▲ 연합뉴스 전문 취소 내용.
관련 보도가 나오고 청와대 안에서도 한바탕 소동이 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 기사에 “오보라며 1주택자는 9억원 그대로다. 빨리 정정해달라”며 긴박하게 청와대 출입기자 카톡방에 정정을 요구한데 이어 YTN의 뉴스 자막에도 정정을 요구했다.
부동산 대책안은 부동산 시장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주기에 언론 보도의 정확성이 요구된다. 이에 기획재정부 출입기자들은 정부 대책안이 미리 공개됐을 때 시세 차익을 노리는 세력에 악용될 수 있다면서 대책안을 담은 보도자료를 미리받아 엠바고(보도유예)를 설정하는 것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도 부동산 시장의 영향을 고려해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고 이날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매체의 속보경쟁이 오보 참사로 이어졌다.
YTN 관계자는 “연합뉴스 속보가 나오고 연합뉴스TV가 해당 문구를 자막처리한 이후 YTN이 자막으로 속보를 내보낸 것”이라며 “자막이 나간 후 중간에 앵커가 사과를 하고 바로잡았고, 발표가 끝난 이후에도 다시 한번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오후 3시 1분경 “13일 오후 2시 26분에 송고한 1주택자 종부세 부과기준 공시가격 9억→6억원 이상으로 확대 속보는 잘못된 내용이므로 전문 취소한다”고 밝혔다.
'세금인상-공급확대' 노무현의 실패, 문재인은 극복할까? 913 오마이뉴스
[전망] 13년 전 8. 31대책과 닮은 9.13대책, 부동산 안정화할까
13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폭등하는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부동산 전문가들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를 막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5년 8월에도 세금 인상과 공급 확대 등 비슷한 대책이 나왔지만, 이듬해 집값이 폭등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날 공개한 대책은 종합부동산세율을 최대 3.2%까지 올리고, 수도권 도심과 그린벨트 내 아파트 공급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도 사실상 원천 차단했다. 세금 인상과 주택 공급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 전략은 이미 13년 전에 나왔다.
9.13 대책과 놀랍도록 닯았던 8.31 부동산 대책, 집값은 더 올라
2005년 8월 31일 발표된 8.31 부동산 대책도 '투기 억제'가 목적이었다. 종부세 부담을 늘리고, 수도권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내용이다. 세부적인 대책을 보면 세금 인상부터 도심지역 규제 완화까지 이번 9.13 부동산 대책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당시 종부세의 경우 다주택자(1가구 2주택 이상)의 종부세 과세 방법을 인별(1인당) 합산에서 가구별 합산으로 바꿨다. 다주택자 양도세 세율도 9∼36%에서 50%의 단일세율로 바꿔 세 부담을 늘렸다.
동시에 정부는 연 300만 평의 택지확보 등 수도권 지역 대규모 아파트 공급 계획도 발표했다. 현재 위례신도시도 이때 밑그림이 그려졌다. 뉴타운 등 구도심권의 광역개발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용적률도 상향 조정해,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했다. 그럼에도 8.31 부동산 대책은 집값을 잡지 못했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이듬해인 2006년 전국 주택 가격은 무려 11.6% 급등했다. 또 서울의 매매가 상승률은 18.9%로 2005년 상승률(6.3%)보다 정확히 3배 확대됐다. 종부세 과세 대상자가 집중 분포했던 강남은 무려 22.7%나 폭등했다. 집값을 잡겠다는 대책이 오히려 투기를 자극한 꼴이 된 것이다.
보수 언론으로부터 '세금 폭탄'이라고 융단 폭격을 맞았던 종부세지만, 실제 아파트 매매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당시 계획에 따라 위례 등에 공급됐던 아파트들도 집값을 잡지 못했다. 오히려 위례신도시는 최근 집값 상승의 주요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 공급은 집값을 낮춘 게 아니라, 비싼 집만 더 늘리는 꼴이 됐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팀장은 "대규모 공급책이 실패한 사례가 있는데, 집값을 잡기 위해, 단순 공급 확대만을 내놓는다면, 또 비싼 주택만 늘리는 꼴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과거 사례 분석 없이 내놓은 공급책으로는 또 다시 실패를 반복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급해서 집값 잡기 실패했는데 또 다시 반복"
▲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한승희 국세청장,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이 참석했다. ⓒ 공동취재사진
부동산세의 경우, 또 다른 실패 사례가 있다. 세금 부담이 줄었는데, 집값은 하락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는 종합부동산세의 가구별 합산 과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종부세는 인별(1인당) 과세로 바뀐다.
종부세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시킨 판결이다. 예를 들어 남편이 공시지가 4억, 부인이 3억 원짜리 주택을 갖고 있고 가정해 보자. 가구별 합산은 남편과 부인이 가진 주택을 합친 금액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이 경우 부부가 합친 주택가격은 7억 원으로 종부세 과세 대상이다.
하지만 인별합산으로 하면 종부세 과세 대상은 남편과 부인이 가진 주택을 따로따로 본다. 즉 남편은 4억 원, 부인은 3억 원짜리 주택을 가진 것으로 보고, 부부 모두 종부세 과세를 피할 수 있게 된다. 다주택자들이 가족 증여 등을 통해 종부세 부담을 회피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 셈이다.
또 세금이 주택 매매가를 결정하는 상수였다면, 집값은 올랐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집값은 하락했다. 이듬해 2009년 수도권 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1.2% 상승에 그쳤다. 서울도 2.7%였고, 강남도 3.4% 상승에 그쳤다. 2010년에는 오히려 집값이 하락한다. 서울 주택 매매가는 1.2% 하락했고, 서울 강남은 -1.4%로 하락폭이 더 컸다.
"종부세 올렸지만, 비정상적 시장 흐름에 얼마나 영향 미칠지 몰라"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고 하지만, 적어도 '세금'이 집값의 절대변수가 될 수 없다는 점은 과거 사례들이 보여준다. 게다가 이번 9.13 대책은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종부세 수준에는 다소 못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이태경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은 "정부에서 나름 애를 쓴 개편안이긴 하지만, 종부세 개편의 경우 노무현 정부 수준에 비하면 다소 못 미친다"며 "정상적인 시장 흐름이 아닌 부동산 시장에 이 정도의 세금 대책이 얼마나 시장에 영향 줄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본부장은 "2005년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들고 나와서는 똑같이 실패를 반복할 것"이라며 "먼저 현재 부동산 폭등을 방치, 조장해 왔던 국토부 관료들부터 대폭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005년 당시 상황과는 다른 점이 있다며, 나름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대책의 내용에 있어서는 (2005년 8.31 대책과) 조금 유사한 면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갭투자 등 투기수요가 많아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볼 때는 나름대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은 악마의 속삭임이다
[주장] 9·13 부동산 대책, 시장 안정의 발판 되길
내 주변 사람들의 부동산 이야기이다. 편의상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한다. 이들은 주로 30대에서 50대이며,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은 편이며, 촛불집회에 참가한 경험이 있기도 하고, 굳이 따지자면 진보 성향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민성씨는 분당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었는데 3년 전 전세 만기 즈음, 집주인으로부터 집을 매도하려고 하니 지금 전세금에 2억 더 보태 매수할 것을 권유하였단다. 민성씨는 전세금도 일부 대출을 끼고 있어 추가 대출 받는 것이 부담스러워 고민 끝에 매수를 포기하였는데, 지금 이 집의 시세는 3억 이상 상승하였다. 영미씨는 2008년 부동산가격 급등기에 이러다가 영영 집을 살수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많은 대출을 받아 서울 송파에 아파트를 마련하였는데, 매수 직후인 2009년 금융위기로 30% 이상 폭락하였다. 이자비용 등 많은 비용을 힘들게 감당해오다가 2년 전부터 매수비용을 회복하고 이자와 거래비용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고 판단하여 약간의 양도차익을 남기고 매도하였는데 현재 이 아파트의 시세는 5억 이상 상승하였다.
현석씨는 광명시에 자기자본 1억과 대출 2억을 받아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8년이 지나도록 대출금은 2천만 원밖에 상환하지 못했고 원금 분할상환기한이 돌아오자 부담되어 분양가보다 약간 높은 금액인 3억5천에 매도하였는데 매도 후 1억5천 이상 상승하였다. 선영씨는 2년 전 결혼한 지 18년 만에 첫 주택을 장만했는데 목동 대단지 아파트와 인접 지역의 소규모단지 아파트 중 고민하다가 조금 더 신축이며 넓은 아파트가 더 살기 편할 것 같아 소규모단지 아파트를 선택하였는데 자기가 산 아파트는 2억, 매수를 포기한 아파트는 4억이 올랐다. 한남씨는 3년 전부터 내 집 마련하려고 알아보던 중 급격히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을 지켜보다가 1년 전에 매수를 결정하였다. 3년 전 10억에 살 수 있었는데 1년전 13억5천에 구입했고, 지금은 17억에도 매물이 없다고 한다. 3년 전에 사지 못한 것 때문에 잠을 못 이루며 후회하고 있다. 약간의 여유자금에 대출을 보태서 빨리 한 채를 더 사야 하나 고민하며 알아보고 있다.
전 국민의 성토장 되어버린 부동산 시장
내 주변에서 부동산 때문에 화병이 났다거나 억울함을 호소하며 분노에 차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쓰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이 더 쓰겠기에 이만 멈추려고 한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에서 억울하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집을 구입하고 가격이 상승한 사람들도 더 오른 지역과 비교해 엄청난 손해를 봤단 지경이니 말이다.
연일 언론에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한 기사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보수와 진보 양측 진영에서 쏟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이란 그 실체가 과연 있기는 한 것인지는 둘째로 치더라도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프레임이다.
우선 진보와 보수의 색깔이 없이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기 좋다. 실제로 양쪽 모두에서 다른 관점의 맹공을 받고 있다. 또한 국민들의 투기심리, 불안심리를 자극하여 하반기에 쌓여있는 분양 물량을 해소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사람들은 집이 필요해서 사기보다는 가격이 더 오를 거 같아서 사기 때문이다. 이미 분양받으면 로또라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차분히 생각해보면 수억을 날렸다며 억울함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상황에서 나름 최선의 선택 결과였으며 그들이 선택하지 않았던 선택지는 비현실적이거나 매우 위험한 선택이었다.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지 않았거나, 가격에 큰 변동이 없었거나 또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더라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볼 수 있었다.
전 국민의 성토장이 되어버린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주거 안정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주는 것이다. 요즘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버린 임대주택 등록제도는 사실 좋은 제도다. 다주택자 임대인의 세원을 노출시켜 과세 근거가 되고, 임대료를 급격히 올리지 못하게 하는 제한을 두기 때문에 임대차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입안하는 사람 손에서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나도록 비틀어지고 만다. 주거 안정을 위해 마련된 임대주택 등록제도는 다주택자의 세금 감면수단이 되고, 더 많은 대출을 받아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편으로 다주택자의 투기 수단으로 변질되어 버린 것이 문제다.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 혜택을 축소하거나 조정하면 된다. 어떤 정책이나 제도이든 이를 마련하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임하느냐에 따라 디테일에서 큰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최근 서울 강남·강북을 가리지 않고 집값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지난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전면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무주택자 입장에서 집을 사려는 이유는 전세금의 변동에 대한 불안 없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주거하기 위한 목적이다. 집값이 크게 상승하지 않는 상태임을 전제로 안정적으로 주거가 가능하다면 굳이 집을 사지 않아도 관계없다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실체 없는 상대적 박탈감, 불안감에 잠 못 이루는 국민들을 위로하고 조금 더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사실 본인이 엄청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고 부부싸움을 하거나 잠 못 자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는 추상적 사실 외에 삶에 어떠한 변화나 어려움이 발생한 것이 없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전과 똑같이 하루하루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부동산 가격 급상승으로 인하여 큰 이익을 봤다고 보이는 사람들은 극소수의 서울, 강남권 다주택자다. 이들은 각종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했을 것인데,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8년간 매도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이것은 아직 실체가 없는 미실현 이익이다. 8년 후 부동산 시장을 누가 알겠는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버블세븐이라 불리던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곳도 많았다. 부동산 가격이 이상 급등하기 시작한 건 5년도 채 안 된다.
소수의 이익 집단이 장난치지 못하도록 부동산 정보를 최대한 공개하고 검증, 관리해야 한다. 분양원가 공개제도를 비롯해 실거래가 적정성 검증제도, 임대료 등록제도 등 정보가 공유되고 상호 검증되면 상당 부분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도 많다. 또한 공시가격 현실화, 보유세, 종부세를 통하여 부동산 소유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부동산 가격상승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에 기댄 허황된 욕망을 자극하여 전 국민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불행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 악마의 속삭임이다. 정부가 오늘 발표한다는 9.13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 시장 안정의 발판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집값 불로소득 막을 근본대책 ‘이재명발 국토보유세’ 주목 913 한겨레
서울 집값의 폭등 속에서 부동산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국토보유세’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국토보유세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강조한 ‘토지공개념’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정책으로 손꼽힌다.
이재명 지사의 ‘국토보유세’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17년 3월 대통령 선거 과정이었다. 당시 그는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거둔 15조5천억원의 세금으로 기본소득(배당)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당시엔 기본소득 지급이 큰 주목을 받았고, 그 수단으로서의 국토보유세는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다. 그러고 나서 잊힌 이 정책은 지난 6월 지방선거 직후 다시 이재명 지사의 인터뷰에서 거론됐다.
국토보유세가 다시 등장한 것은 지난 11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 자리였다. 여기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토지공개념을 도입한 것이 1990년대 초반인데 개념으로는 도입해놓고 20년 가까이 공개념의 실체를 만들지 않았다. 토지가 (적절히) 공급이 안 돼 집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것을 극복하려는 종합 대책을 중앙정부가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재명 지사는 이를 받아서 “현실은 토지공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대한민국 국민의 공통, 유일 자산인 토지가 특정 소수의 투기 수단으로 전락하고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기본소득용 국토보유세’와 ‘장기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공공택지의 분양수익 환수’라는 새로운 대안이 집값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지사는 12일 <한겨레> 기자와의 통화에서 “집값 폭등과 사회 양극화의 핵심은 경제 흐름이 부동산 불로소득 때문에 왜곡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건물 임대 사업자가 되려 하고, 주택이 생활의 터전이라기보다 소수 기득권자의 투기 수단이 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지사는 “국토보유세 시행을 시뮬레이션해보니 국민의 95%는 세금을 안 내거나 내는 것보다 더 많이 돌려받고 최상위 부유층 5%만 내는 것이 돌려받는 것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놓고 이 지사는 “전국 단위로 일괄 시행할 경우 많은 부담이 있기 때문에 광역 시·도가 선택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조례에 위임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즉 국토보유세를 국세가 아닌 지방세로 하고, 법률에서는 최대 세율 정도만 정해달라는 것이다. 광역지방정부가 구체적인 내용을 정해 부과하고 이를 해당 지역 주민의 기본소득으로 환원하자는 것이다.
집값 폭등과 관련해 이 지사는 “분양가 문제의 핵심은 실제 공급에 필요한 가격과 시중 가격이 일치하지 않는 데서 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것이 투기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공공택지 개발에서 나오는 이익을 상당 부분 환수해서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투자하자고 제안했다. 이 지사는 “현재 공공택지에서 주택 분양의 초과 이익이 많이 생기는데, 그 이유는 그린벨트처럼 땅값이 싼 곳에 짓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오는 이익을 민간 건설업자가 가져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공공택지에서의 불로소득 환수는 별도의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고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하다고 이 지사는 말했다. 공공택지를 개발하는 경우 택지 공급은 정부, 건설은 민간, 분양은 다시 정부가 하면 된다는 것이다. 민간업체엔 건설에 드는 비용만 지급하고 나머지 이익은 모두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부동산은 3년 묵히면 인삼되고 5년 묵히면 산삼된다? 913 동아
하룻밤 사이 서울 집값이 수천만 원 올랐습니다. 누군가는 집을 사지 못해서 또 누군가는 집을 너무 빨리 팔았다고 한탄합니다. 집값 때문에 가정불화도 생겼습니다.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청년도 많습니다. 집값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난 게 ‘스펙’
“요즘 ‘10억’은 옆집 애 이름이에요. 예비 부부 둘이 합쳐 3억 원이 넘는 돈이 있어도 서울에 집을 구하기 어렵답니다. 이번에 결혼하는 친구가 무척 애를 먹고 있더라고요. 직장이 강남과 여의도라 지하철 9호선이 지나는 동네를 둘러보는데 가양역 근처에 깨끗한 빌라의 전세가 4억 원이었어요. 대출 받아도 아파트는 언감생심이래요. 충정로역 근처는 8억~9억 원입니다.” -김주성 씨(32·유통업)
“요즘은 결혼상대로 ‘모태 서울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최근 소개 받은 남자가 성북구에서 나고 자랐대요. 제가 지방 출신이라고 하니 지방 부동산 경기를 걱정해줬어요. 그 남자는 1년 동안 집값이 1억1000만 원 올랐다고 은근히 자랑했어요. 결국 연락이 흐지부지 끊겼습니다. 서울 집값이 하도 높으니 ‘서울에서 태어난 게’ 스펙이 되는 세상이네요.” -김예슬 씨(25·회사원)
“저는 아직 취업준비생이고 아버지는 정년퇴직하셔서 돈 버는 사람이 없어요. 하지만 부모님께서 서울 구로구에 아파트를 한 채 갖고 계세요. 취직한 친구들과 함께 술 한 잔 하는데 오히려 ‘넌 서울에 집이 있잖아’라며 부러워하더군요. 평소엔 자존감이 바닥이었는데 묘하게 안도감이 느껴졌습니다.” -이모 씨(29·취업준비생)
“전세 보증금이 부족해 월세방을 구했어요. 그나마 친구와 함께 살아서 각각 30만 원씩 냅니다. 없는 돈 쪼개가며 적금을 붓느라 월말이면 즉석밥에다 김자반을 비벼 먹어요. 100만 원씩 적금을 들어도 1년에 겨우 1000만 원 정도 모으는데, 서울 집값은 하루에 2000만 원씩 오른대요. 제 삶을 아이한테 물려주고 싶지 않아 결혼은 포기했습니다.” -김모 씨(26·회사원)
●꼭 집을 사야 하나
“도발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꼭 집을 사야 하나’라는 질문에 의문이 듭니다. 앞으로 부동산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기대 안 합니다. 냉정하게 생각해야 해요. 직장인 월급으로 서울에 집 못 삽니다. 대출 받으면 원금에 이자를 더해 갚아야 하고 각종 세금을 내야 하죠. 전세로 살면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집주인이 처리해요. 전세금도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죠. 매번 이사하기 번거롭지만 큰 돈 벌 생각 않고 속 편히 살고 싶어 계속 전세로 살 생각입니다.” -이상재 씨(30·교육업)
지난해 4월 서대문구 독립문역 부근 아파트를 사려고 했어요. 전용면적 84㎡짜리가 3억 원 정도 했죠. 하지만 서민에겐 큰돈이에요. 결국 대출을 받아 종로구의 2억 원짜리 빌라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사려던 아파트가 지난달 7억 5000만 원까지 올랐어요. 이젠 현금 5억 원은 있어야 구입할 수 있습니다. 후회스러워 매일 시세를 봅니다. 남편과 아들이 ‘지나간 일이니까 신경 쓰지 말자’고 말릴 정도입니다. 이젠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서울에 내 집을 살 수 없다’는 현실을.”―김도연 씨(56·자영업)
“비혼주의 고교생입니다. 나중에 원룸에서 혼자 살 거예요. 결혼하려면 집이 필요하고 자유는 포기해야 하잖아요. 아파트는 비싸서 못 산다는 얘기를 하도 들어서 저렴한 원룸에서 자유롭게 살기로 마음먹었어요.” -김모 군(16·청량고 1학년)
●‘강남’이 무조건 잘못은 아니잖아요
“부자들은 ‘부동산은 3년 묵히면 인삼되고 5년 묵히면 산삼된다’는 속설을 실천하고 있죠. 정부 고위관료와 국회의원도 강남에 많이 살지 않나요. 자신들은 강남에 살면서 우리는 강남에 살고 싶어하면 안 되나요. 과거에도 돈 없는 사람들은 강남 살기 힘들었지만 이젠 아예 불가능한 상태가 됐습니다.” -조기호 씨(30·회사원)
“앞으로도 강남구나 서초구에 계속 살고 싶어요. 모든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어느 지역으로 가더라도 교통이 편해요. 학군, 치안도 괜찮으니 사람들이 모여드는 게 아닐까요.” -이현진 씨(21·강남구 대치동 거주)
“빌라와 원룸은 잘 안 찾지만 아파트는 매물이 적은 데도 찾는 손님이 많습니다. 강남은 계속 오른다니 비싸도 계속 문의가 와요. 지방에서도 전화가 잦아요. 강남 시세를 미리 알아본 뒤 서울로 직접 찾아오는 것이죠. 강남 3구뿐만 아니라 성동구까지 원래 6억~7억 원이었던 집값이 12억~15억 원으로 거의 2배나 올랐어요. 5개월 만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죠.” -김모 씨(32·강남 소재 공인중개사)
●혼란스러운 지방 집값
“울산 동구 자체가 중공업 중심으로 생계를 꾸리는데 경기가 침체돼 집값도 내려갔어요. 1년 사이 저희 집은 2000만 원 떨어졌고 친구 집은 조금 오래된 아파트라 4000만 원이나 하락했죠. 서울 집값은 오른다고 하는데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예요. 중요한 건 지역경제입니다. 일자리가 없는데 누가 들어오고 싶겠어요. 지역경제가 호황이면 인구 유입이 늘어 부동산 경기도 살아나죠. 지역 경제에도 신경써주세요.” -이모 씨(44·울산 동구 거주)
“수도권에서 집 사기 어려울 것 같아 강원도에 자리 잡았습니다.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알아봤는데, 전용면적 84㎡짜리 속초의 새 아파트 가격이 3억 원이나 하더군요. 그런데 일부에선 미분양이 됐다는 소문이 들려 너무 혼란스러워요. 신규 물량이 너무 쏟아져 집값이 떨어질까 봐서 걱정됩니다. 전셋집을 마련하기로 했어요.” -박모 씨(31·강원도 거주)
“광주 남구 봉선동과 광산구 수완동은 집값이 많이 올랐어요. 원래 비싼 지역이었는데 한두 달 새에 더 올랐습니다. 이유를 모르겠어요. 구입 희망자는 많은데 매물은 적은 상황입니다. 4월부터 시작된 양도세 중과 정책으로 더욱 집을 내놓지 않고 있죠. 광주에서도 양극화가 심합니다. 북구는 가격이 떨어졌어요. 사람들이 새 아파트로 이사하니 오래된 아파트가 많은 북구의 집값은 급락하는 상황이죠.” -김모 씨(53·광주 소재 공인중개사)
●공급량 늘리는 대책 마련을
“지역별 맞춤 정책이 필요합니다. 서울 집값을 잡으려다 지방 경제까지 망가뜨려선 안 됩니다. 지방은 미분양 가구가 6만 호를 넘었습니다. 지방 경제가 어려워 경제력을 가진 유효 수요자가 줄어들고 있어요. 강원도는 올림픽 특수가 사라져 부동산 경기가 다소 주춤하는 상황입니다. 호남지역은 주택공급률이 111%를 넘었지만 신규 공급이 없어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 386만 9000여 가구가 사는데 주택 공급량은 280만 가구가 안 됩니다.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선 안 되죠. (산림은 훼손하지 말고) 그린벨트 내에서 잡종지나 전답을 중심으로 개발을 추진해 주택 공급을 늘리면 시장이 다소 안정될 것입니다. 강남에도 이런 땅이 많아요.”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다주택자 규제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수요 억제는 단기적인 효과밖에 줄 수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재건축 규제도 강화돼 공급이 중단기적으로 더욱 줄어들게 된 상황이에요. 지방은 더 사정이 좋지 않아 서울까지 원정 투자를 오니 수요는 또 늘어나죠. 대출 규제로 수중에 현금 수억 원이 있는 사람들만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입니다.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려면 당장 집값을 잡기 위한 정책보다 공급량을 늘리면서 중장기적인 대책을 추진해야합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대전일보 사설)종부세’만으로 뛰는 집값 잡을 수 있을까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고강도 과세와 대출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집값이 급등한 서울·세종 등 조정대상지역 2주택이상 보유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최고 3.2%로 중과하고 세 부담 상한도 150%에서 300%로 올리기로 했다. 또한 종부세율 인상 과세기준도 6억 원 이하로 확대하고 대출규제도 강화키로 했다. 과세와 대출 죄기로 다주택자, 고가주택자에 대한 부담을 높이는데 초점을 뒀다. 투기지역 확대를 골자로 한 지난달 8·27 대책이 소용없자 다른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시장이 과열될 때마다 각종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대책을 내놓은 게 이번이 여덟 번째다. 지난해에도 규제 종합세트로 불린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했지만 약효가 오래 가지 못했다. 한동안 숨죽였던 서울 집값이 다시 폭등했고 없어서 못 파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정부가 이번에 꺼내든 종부세 카드는 일종의 극양처방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이 같은 대책이 시장에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과거에도 규제위주, 세금위주의 부동산 대책을 펼쳤지만 별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강남 부자를 겨냥한 종부세 카드를 꺼냈지만 치솟는 집값을 잡지 못했다. 세금이 무서워 집을 못사는 것은 서민들이다. 규제가 심할수록 투기꾼들의 '한탕' 수요만 늘어날 뿐이다.
집값은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공급이 뒤따라주지 못하는 한 세금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기엔 분명 한계가 있다. 9·13 대책도 그동안 내놓았던 정책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단지 그 강도가 세졌다는 것뿐이다. 이번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선 공급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예고됐던 정부의 수도권 신규택지 조성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은 이날 빠졌다. 지방자치단체와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규제도 공급정책과 함께할 때 효과가 배가되기 마련인데 아쉽다.
“시사만화가 감옥 간 사례 없다”는 윤서인의 발언은 사실일까
만화가 윤서인, 고 백남기씨 유족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1년 구형
“만평으로 만화가가 감옥에 간 사례는 과거 군사정권에도 없었다” 주장
고 백남기씨 유족의 명예를 훼손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만화가 윤서인씨와 김세의 전 문화방송(MBC) 기자가 지난 11일 각각 징역 1년을 구형받았습니다. 이들은 2016년 10월 백남기씨가 위독한 상황에 백씨의 딸이 국외 휴양지에서 휴가를 즐겼다는 허위 사실을 담은 만평과 글을 인터넷 사이트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7항 ‘불법 정보의 유통 금지 등’을 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를 불법 정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형 사실이 보도된 이후 윤씨가 직접 밝힌 입장도 화제입니다. 윤씨는 구형 직후인 11일 자신의 SNS에 “언론사에 그린 만평으로 만화가가 감옥에 간 사례는 과거 군사정권에도 없었다”며 “미안하지만 난 선고에서 무죄가 될 것을 확신한다. 아무리 미친 세상이라도 이걸로 만화가를 감옥에 보내지는 못할 거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 한 번 “아직도 제가 왜 감옥에 가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이슈를 따라가야 하는 직업 시사만화가로서 세태를 풍자한 것”이라며 “명백한 허위사실을 만화로 그린 시사만화가라도 지금까지 감옥에 간 경우는 없다. 도의적으로는 미안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이라면 감옥에 가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윤씨가 “언론사에 그린 만평으로 만화가가 감옥에 간 사례는 과거 군사정권에도 없었다”고 쓴 부분이 틀렸다고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신문에 실린 글이나 만평 때문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거나 신문이 폐간되는 등 처벌을 받는 일은 여러 번 있었기 때문입니다. 독재정권은 반공법 위반 등의 혐의를 붙였지만, 대부분 국가원수의 심기를 거스르거나 모욕했다는 이유였죠. 대표적인 사건을 소개합니다.
1956년 81살 생일날 선물로 받은 서예 작품을 이승만 대통령(가운데)과 부인 프란체스카(왼쪽 둘째)씨가 살펴보고 있다. e영상역사관
■ ‘견통령’, ‘괴뢰 이승만’ 사건 한자 활자를 직접 활판에 꽂아 신문을 만들던 시절에는 비슷한 모양의 한자를 헷갈려 찍는 바람에 신문사 사장이 구속되거나 신문이 무기정간 처분을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하필이면 이승만 대통령의 ‘큰 대’자를 찍을 때 ‘개 견’자 활판과 헷갈린 겁니다.
‘대구매일신문’은 1950년 8월29일 1면 머리기사의 본문에 ‘이 대통령’을 ‘이 견통령’으로 오식(활판에 활자를 잘못 꽂음)해 무기정간 조치를 당하고 사장 이상조가 2개월간 구속되었다. 이 사건으로 이상조는 신문에서 손을 떼게 되었고 10월1일자로 천주교 대교구장 최덕홍 주교에게 인계되었다. 주간은 사임하였다. 또 1953년에는 전북 이리에서 발행되던 ‘삼남일보’ 7월11일자 기사 제목과 충북 청주에서 발행되던 ‘국민일보’ 7월23일자 기사에서 ‘대통령’을 ‘견통령’으로 오식하여 두 신문은 8월 12일 무기 정간 처분을 받았으며 담당자들이 구속돼 구류 처분을 받은 일이 있었다.
-강준만 <한국대중매체사>
이승만 대통령 이름 앞에 ‘괴뢰’라는 단어가 붙는 실수가 벌어져 국가보안법 및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된 사건도 있습니다.
1955년 3월 14일에 일어난 ’동아일보’ 오식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졸렬했다. 동아일보는 기사 제목에서 이승만의 이름 앞에 괴뢰라는 단어가 첨가된 실수를 윤전기가 돌아가기 시작한 지 10분 뒤에서야 발견하였다. 발견 즉시 윤전기를 세웠지만 이미 인쇄된 신문은 가판대에 나간 상태였다. ‘동아일보’는 신문 회수 소동을 벌였지만 300부 가까이 회수하지 못했다.
이 실수로 인해 ‘동아일보’의 업무 관련자 3명이 구속되었으며, 이들에게는 국가보안법 및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되었다. 이들은 20여일 만에 풀려났으나 징계 해직 형식으로 신문사를 떠났고, 불구속 기소된 주필 겸 편집국장 고재욱은 사임했다가 7개월 뒤에서야 주필로 복귀할 수 있었다. 신문은 한 달간 정간을 당했는데, 당국이 ‘동아일보’에 보낸 정간명령서는 그 실수를 ‘반민족적인 중대 과오’로 규정했다. 정부는 4월 16일 정간을 해제하며 “이 대통령 각하께서 이것이 직접 자신에 관련된 것임에 관대히 조처하라는 분부가 있었으므로” 봐준다는 식의 담화를 발표하였다. -강준만 <한국대중매체사>
<동아일보>에 실린 고바우영감. 국립중앙도서관
■ 고바우 영감의 ‘경무대 똥통’ 사건
한국 시사만화 가운데 가장 오래 연재된 ‘고바우 영감’의 김성환 화백도 동아일보에 실린 만평 때문에 끌려간 적이 있습니다. 이승만 독재정권 당시 경무대(현 청와대)를 정면으로 풍자하는 내용의 4컷 만화였습니다. 이 사건은 이른바 ‘경무대 똥통’ 사건으로 불립니다.
“앗! 저기 온다.”
“귀하신 몸 행차하시나이까?” “어흠”
“저 어른이 누구신가요?” “쉬”
“경무대서 똥을 치는 분이요.”
1958년 1월23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이 4단 만화 <게재번호 1031>에 담긴 위의 대화는 경무대의 똥지게를 지는 사람도 권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중략) 김성환 화백은 이 만화를 게재한 뒤 사흘간 문초를 당하고 즉결(심판)에 넘어가 벌금 450환을 낸다.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컬렉션 <고바우 현대사 1권>
1975년 민청학련 사건 공판 당시 김지하 시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 ‘오적필화’, ‘노예수첩’ 사건
박정희 정권 시기에도 필화 사건은 계속됐습니다. 1960년대에는 ‘이영희필화사건’, ‘분지필화사건’ 등이 발생했습니다. 1970년대에는 언론과 문인에 대한 통제가 더욱 강화되며 필화 사건도 늘어났습니다. 많은 분들이 김지하 시인의 ‘오적필화사건’을 알고 계실 겁니다. 김지하 시인은 시 ‘오적’을 발표한 뒤 반공법 위반으로 100일간의 옥살이를 했습니다. 이보다 덜 알려졌지만 양성우 시인도 필화사건으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습니다.
‘한일협정반대운동’에 참여했던 김지하는 재벌,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장성, 장차관 등을 ‘오적’이라 지칭하며, 그 치부를 신랄하게 비판한 담시 오적을 1970년 5월에 <사상계>를 통해서 발표했다. 박정희 정부는 '오적'의 유포를 막을 요량으로 <사상계>의 시판을 중단했다. 일단 이 선에서 마무리된 듯했던 '오적'이 다시 문제가 된 것은 야당인 신민당의 기관지 <민주전선> 6월 1일자에 '오적'이 실렸기 때문이다. 6월 2일 새벽 1시50분쯤 중앙정보부와 종로경찰서 요원들에 의해 <민주전선> 10만여 부가 압수되고, 6월 20일 김지하 시인 및 <사상계> 대표 부완혁, 편집장 김승균, <민주전선> 출판국장 김용성 등이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오적필화 사건’
1985년 3월 출간된 시집 <노예수첩>(풀빛출판사), 역시 금서로 묶인 까닭에 초판은 희귀본이 됐다. 한겨레DB
양성우 시인은 1977년 발표한 시 ‘노예수첩’에서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표현했다는 이유로 국가모독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을 받았습니다. 양 시인은 “심문 첫날 정보부 요원들이 군홧발로 다가오더니 ‘다시는 글을 못 쓰게 해주겠다’면서 내 오른손을 짓밟아대는 바람에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부러졌다”고 당시를 회고했습니다.
“일본의 다카사키 소지 교수가 ‘노예수첩’을 일본 시사잡지 <세카이>(세계·이와나미서점 발행)에 갖다 줘 1977년 6월호에 전격적으로 실리게 됩니다. 하지만 나는 ‘세카이’에 시가 실린 사실을 몰랐기에 평상시처럼 출근하다가 1977년 6월13일 오전 9시께 대한성서공회가 있는 종로서적 건물 입구에서 체포됐어요. 남산의 중앙정보부 5국 지하실로 끌려갔죠.
심문 첫날 정보부 요원들이 군홧발로 다가오더니, “다시는 글을 못 쓰게 해주겠다”면서 내 오른손을 짓밟아대는 바람에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부러졌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이 엄지를 제대로 못 씁니다. 정보부 사무실 벽면을 쳐다보니, 커다랗게 ‘양성우 국제간첩단 사건’이란 조직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이미 그들은 나에 대한 기획수사를 오래전부터 해온 것입니다. 대한성서공회에서 내가 만난 일본인 교수와 미국인 여교수, 그리고 감리교 선교사 등 외국인들의 이름과 함께 그들이 나와 식사하는 장면, 다방에서 차 마시는 사진이 조직표 이름 옆에 붙어 있었죠. ”-[길을 찾아서] “다시는 글 못 쓰게 해주겠다며 내 오른손 짓밟아” <한겨레, 2015년 1월 18일치>
1980년대 전두환 정권에서도 안의섭 화백의 시사만화 ‘두꺼비’가 한국전쟁이나 대통령을 소재로 삼았다는 이유로 연재를 중단당했습니다. 비단 언론에 실린 글이나 만평뿐만 아니라 소설, 영화, 노래도 검열의 대상이 됐고 많은 문화예술인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거나 고문하는 사례가 반복됐습니다. (▶관련 기사 : [6월항쟁 특별판] 순자를 순자라 부르지 못하고…이거 실화냐?)
■ 윤서인 만화, 풍자가 될 수 없는 이유
물론 독재 권력을 비판해 구속되거나 고문당했던 위 사건들과 만화가 윤서인씨의 사건은 완전히 다릅니다. 윤씨는 최후 진술에서 “(유족들을) 개인적으로 모르고 비난할 의도가 없었다”며 “시사만화가로서 그 정도의 만평은 할 수 있는 것이 자유 대한민국의 기본적 권리라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만평은 보통 만화를 통해 사회를 풍자하거나 권력을 고발, 비판하는 삽화를 가리킵니다. 풍자는 주로 불합리한 권력이나 부조리한 사회 현상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기 위해 사용되는 수단이고요. 위에 소개한 만평들은 위세를 떨쳤던 독재 권력을 비틀고 풍자하면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윤씨가 풍자했다는 대상은 잘못된 권력도, 불합리한 사회구조도 아닙니다. 오히려 경찰의 과잉진압에 희생된 피해자와 그 가족이었습니다. 윤씨는 만화에서 경찰의 권력남용에 대한 책임은 조금도 묻지 않았습니다.
2016년 10월4일치 자유경제원 한컷만화 갈무리
그렇다면 윤씨의 주장대로 만화의 내용이 100% 진실이었을까요? 당시 백남기씨의 딸 백도라지씨는 동생 민주화씨의 ‘발리 여행’ 논란에 대해 “동생의 시댁 형님은 올해 1월 아들을 출산했고, 친정이 발리인 시댁 형님은 새로 태어난 손자를 친정 부모님에게 보여드리고자 발리에서 아들의 세례식을 하기로 해 가족들 모두가 간 것”이라며 “발리에서 가족들과 머물던 중 25일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셔 27일 남편과 아들은 물론 시부모님까지 함께 한국으로 왔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관련 기사 : 백도라지, 동생 발리 여행 논란에 “가족 모욕 그만 두라”) 외국에 살다 급하게 돌아와 몇달씩 아버지 곁을 지키던 딸이 시가 행사를 참석한 것을 두고 윤씨는 마치 휴양지 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기던 것처럼 만화에 묘사했습니다. 전후 맥락도, 사실관계도 완전히 틀린 셈입니다. 이는 풍자가 아닌 모욕과 비방일 뿐이죠.
재판부는 검찰의 구형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릴까요? 선고 공판은 다음 달 26일입니다.
올해 극단적인 폭염에서 유일하게 시원했던 곳은 '산림'뿐
연구진은 인간이 체감할 수 있는 지상 1.2m 높이에 이동식 복합기상측정기구를 설치하여 기구에 부착된 순복사센서(태양복사 및 지구복사의 장파, 단파 측정), 기온센서, 습도센서, 풍향센서, 풍속센서에서 측정된 자료를 활용해 열스트레스를 계산했다. | 환경부 제공
사상 최악의 폭염이 찾아온 올 여름에 숲을 제외하곤 더위를 피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8월 폭염이 절정일 때 산림을 제외한 도시의 모든 인프라에서 ‘열스트레스’ 지표가 높게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과학원은 제주대와 공동으로 경기 수원시 호매실 택지개발지구 9곳에서 폭염주의보가 발생했던 지난 7월19~20일과 폭염경보가 발생했던 8월2~3일의 낮(12시~16시)과 밤(21시~다음날 1시)의 기상 현상을 측정해 열스트레스 지표를 분석했다.
독일에서 1999년 개발된 열스트레스 지표(PET)는 햇빛의 영향을 받는 야외 공간에서 인체에 흡수되는 에너지양과 주변으로 방출되는 에너지양을 계산해서 인간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를 단계별로 나타낸 것이다. 기온만이 아니라 습도, 풍속, 복사에너지를 모두 적용해 측정한다. 단위는 기온처럼 도(℃)를 사용하며, 23~29도는 ‘약’, 29~35도는 ‘중간’, 35~41도는 ‘강’, 41도 이상은 ‘극한’ 열스트레스로 구분한다. 2010년 ‘환경연구·공중보건 저널’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강한 열스트레스에서 온열질환 사망율이 6.7% 증가하고, 극한 열스트레스에서는 온열질환 사망율이 15.7%나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산림, 논, 수변, 야외주차장, 공원잔디밭, 단독주택, 고층아파트, 상업지구, 나지 등 9곳의 토지 이용 유형에 따라 열스트레스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잔디밭처럼 그린인프라에서 주거지역 등 그레이인프라에 비해 열스트레스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인프라는 공원이나 수역, 산림 등 생태계 기능의 회복을 목표로 만들어진 자연적인 공간이나 자연에 가까운 기반시설을 뜻한다. 반대 개념인 그레이인프라는 도로, 철도, 상업지구 등 콘크리트 구조물 위주의 시설이다.
7월 폭염주의보 당시 그린인프라는 그레이인프라에 비해 열스트레스 지표가 1~2단계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111년 만의 폭염이 찾아온 8월 초 폭염경보 주간에는 그린인프라도 극한의 열스트레스를 보였다. 유일하게 중간 수준의 스트레스를 나타낸 곳이 산림이었다. 산림은 낮 기준으로 7월에는 30.9도, 8월에는 34.5도로 상승폭도 적은 편이었다. 특히 모든 측정지점보다 열스트레스 지표가 2단계 낮았으며, 낮밤의 단계 차이도 가장 적었다.
낮의 열스트레스는 그레이인프라에선 상업지구, 나지, 고층아파트, 단독주택단지, 야외주차장 순으로 높았다. 그린인프라에선 공원잔디밭, 수변, 논, 산림 순이었다.
수목으로 이뤄진 산림은 낮의 태양복사 에너지를 83.0~92.7%까지 차감해 열스트레스 지표를 1.5~2.5단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밤에는 산림에서 열 스트레스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밤에는 지표에서 방출하는 대기복사에너지가 식물의 잎사귀에 막히는데다 식물의 호흡작용으로 습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치가 크게 높지는 않고, 낮에 열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가 훨씬 큰 것으로 분석됐다.
논이나 수변은 물의 기화나 수생식물의 증발산 현상으로 온도를 낮춰서 낮과 밤 모두 열스트레스 지표가 높지 않았다. 잔디밭으로 대표되는 초지는 폭염 때 열스트레스를 크게 낮추지는 못했다.
분석 대상이었던 7월 폭염주의보 기간은 평년의 한여름 날씨와 비슷했다. 지난해로 따지면 더위가 절정이었던 8월3~4일이었다. 하지만 올해 8월 초처럼 극한 폭염이 찾아왔을 때는 숲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그린인프라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기후변화로 이상 기후가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도심 온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자연환경연구과 공학양 연구사는 “공원을 잔디밭으로 구성하기 보다는 수목을 늘려서 도시의 열스트레스를 낮춰야 한다”면서 “앞으로 극단적인 폭염에 대비하려면 단순히 초지를 늘리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성을 고려해 환경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8년 여름철 주간 열스트레스 지표 결과. | 환경부
2018년 여름철 야간 열스트레스 지표 결과. | 환경부
한국당 장제원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에 힘 실어야 할 때”경향신문
dusqud -너희들은 국민편 아니잖아 재벌,기업,투기꾼 갑의 정당이잖아 1%위한정당
한승테크 -한국당에도 이런분이 계신다는게 참 다행스럽습니다
사랑니 -장제원의원의 합리적 지지가 멋있고 고맙다.
봉의 김선달 -장재원 이놈이 미친나 올여름 더위 먹었나
반가운이 -국민 밉상인 장제원이 뭔 마음으로 이런 소리를 씨부렁 댔는지 저의가 궁금하네. 생긴 것부터가 밥맛인 놈이 하는 짓은 또 얼마나 미운지 고성지르는데는 일가견이 있지. 저놈이 아직 총선거가 많이 남았는데 민주당에 입당하려고 저러나?제발 국회에서 고함 좀 지르지마라.
졸린토쌤 -대책도 대책이지만 분명히 경고해야 합니다. 여덟번째가 안되면 아홉 번째...열번째... 이노메 부동산 거품이 빠질때까지 압박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직장인들 유리지갑으로 세금은 꼬박꼬박 떼어가는데 그 유리지갑에 모인 돈으로 내 집하나 마련하기 힘들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땅벌잡기 -허허참 재원이가 왠일이냐 어느날 갑짜기 변하는건 아니겟지간만에 맘에든 소릴했어 칭찬해
숲과 나무-옳은 말입니다. 모두가 힘을 합쳐 미친 집 값을 잡아야 합니다. 미친 집값을 못 잡게 되면 모두가 불행에 빠집니다.
칼마리온 -뭐지? 왜? 음...
gok0928 -장제원씨! 정녕 자고나서 말바꾸는, 폭탄주 먹고하는 소리는 아니겠지?
KUNA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 이런 소신은 칭찬해 줘야 한다.
헤라 -투기하는 인간들은 3대를 멸해야합니다. 사회악입니다
11채 이상 다주택 보유자 8년간 3배 늘었다 914 kbs
현재 우리나라에 공급된 주택 수는 천 987만여 호다. (통계청 주택소유통계. 2016년 기준)
이 가운데 집을 가진 사람은 천 331만여 명, 1채만 가진 사람이 천 133만여 명이다. 한눈으로 계산해 보면 주택을 2채 이상 소유한 사람이 약 198만 명이다. 전체 주택 소유자의 15% 가량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3채 이상 집을 보유한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될까? 더 나아가 10채 이상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될까? 국세청 통계를 통해 살펴봤다.
11채 이상 주택 보유자 수 2만 4천여 명...8년 전보다 3배 가까이 증가
지난해 기준으로 주택을 11채 이상 보유한 사람은 2만4천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8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국세청이 매년 조사해 공개하는 국세통계연보 내 `보유주택 수에 따른 종부세 현황' 자료에 따르면, 11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2009년 9천165명에서 2017년 2만4천873명으로 2.7배 늘었다. 3채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도 증가했다. 3~10채를 보유한 사람은 2009년 5만4천420명에서 지난해 10만9천797명으로 두 배가 늘었다. 2채를 소유한 사람도 등락을 거듭하긴 했지만, 2009년 7만242명이었던 종부세 대상 2주택자가 지난해엔 2만4천여 명이 늘어 9만5천137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주택 1채만 가진 사람은 크게 줄었다. 2009년 18만2천490명에서 지난해 6만8천621명으로 62% 감소했다. 집이 없어져서인지, 2채 이상을 보유하게 되서인지는 더 자세한 분석이 필요하다.
해당 통계는 보유 주택 수는 물론 주택의 지분이나 주택 부속 토지만을 소유한 경우도 합산한 것이다.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 주택과 토지 항목에 대해 세무서에서 수집한 자료를 국세청에서 정리·집계한 것이다.
다주택 보유자가 늘면서 종부세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1채 이상 다주택 보유자가 내는 종부세 비중만 보면, 2009년 16.3%였던 종부세 징수액 비중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36.4%까지 늘어났다.
주택 3채 이상 보유한 사람으로 늘려서 보면 비중은 더 높아진다. 2009년 34.3%였던 종부세 징수액 비중은 지난해 64.8%까지 올라섰다. 우리나라에서 걷히는 종합부동산세의 65%를 주택 3채 이상 보유자가 내는 셈이다.
반면 징수된 세액 총액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종부세로 2009년 8천448억 원을 거둬들였는데,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해에는 3천200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 이는 2009년 집값이 정점을 찍었다가 이후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에 전체 과세 총액이 낮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국세청 측은 그간 지난 9년 간 집값이 하락세를 유지했기 때문에 다주택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동안에도 세금 총액은 줄어들었다며, 올해는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른데다 종부세율도 최고 3.2%로 크게 오른 만큼, 다주택자에 대한 세액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사설] ‘종부세 폭탄론’, 누구를 위한 주장인가 914
‘9·13 집값 안정 대책’이 발표되자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또다시 ‘세금 폭탄 프레임’을 들고나왔다. 자유한국당은 13일 “집값을 세금으로 때려잡겠다는 정책”이라는 논평을 낸 데 이어 14일에도 “징벌적 과세와 세금 폭탄이라는 규제 일변도 정책”이라는 논평을 냈다. 일부 보수언론도 “징벌적 세금 폭탄” “종부세 폭탄” 등 선정적 제목을 달아 9·13 대책을 비난했다. 의도적으로 ‘조세 저항’을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이들이 주장을 보면 다수의 국민이 종부세 인상 부담을 지게 된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9·13 대책으로 내년에 종부세가 오르는 사람은 22만명이다. 이 중에서 100만원 이상 늘어나는 사람은 2만5504명(2017년 과표 기준)에 불과하다. 시가 24억원 이상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다. 거의 대부분의 국민과는 상관 없는 일이다. 오히려 대상이 너무 적어 효과가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집값 불안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최근 집값이 단기 급등한 것은 투기를 빼놓고는 설명이 안 된다. 지난해 ‘8·2 대책’의 영향으로 4월부터 진정세를 보이던 집값이 7월 들어 갑자기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두달여 새 공급이 줄어든 것도, 시중 부동자금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정부의 미흡한 1차 종부세 개편안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통합 개발 발언을 계기로 투기 수요가 시장을 교란한 결과다. 갭투자가 증가했고 전세 대출이나 임대주택사업자 대출이 투기에 악용됐다. 여기에 불안감에 휩싸인 실수요자들이 가세하면서 과열 양상이 증폭됐다. 투기로 인한 이상 과열을 가라앉히는 데 종부세 강화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종부세 인상에 반대하면서 투기판으로 변질된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라고 한다.
종부세 강화는 조세 정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집값이 수억~십수억원 올랐으면 세금도 그에 걸맞게 내는 게 마땅하다. 집값 급등을 보면서 많은 국민이 힘이 빠진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박탈감을 느낀다.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더는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 수 없다는 인식이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거주 목적이 아니라 돈을 벌려고 집을 사재기 하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된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종부세 인상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게 종부세 강화를 반대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정부가 계속 미루고 있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 등 세입자 보호 대책을 서둘러 시행하라고 촉구하는 게 옳은 태도다. 집값 급등을 방치하면 세입자들의 피해가 커진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이 서민을 내세워 종부세 강화를 반대하는 것은 서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일이다. 정부·여당도 종부세 폭탄 프레임에 말려들지 말고 집값 안정 대책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야 한다.
“내가 투기꾼이냐” 보수언론 또 세금폭탄론, 사실은
중앙일보, 1주택자 “투기꾼 아닌데 왜 세금 많이 내야 하나” 보도에
누리꾼들 “세금 얼마나 더 내는지 밝혀봐라. 말도 안 되는 기사” 반발
9.13 부동산대책으로 종부세 더 내야하는 이, 주택소유자 1.6%에 불과
중앙일보 9월14일치 5면
<중앙일보> 기사를 보면, 먼저 다주택자의 불만 사례로 ‘강남구 재건축 단지 2채를 보유한 70살 최씨’가 나옵니다.
서울 강남구에 재건축 단지 2채를 보유한 최성덕(71·가명)씨는 “금융소득 외에 소득이 없는데 세금만 갈수록 느니 미칠 지경”이라며 “집을 팔 수 있는 퇴로를 열어 주고 규제를 해야지 다주택자가 무슨 죄인이냐”고 말했다. 8·2 대책에 따른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로 인해 보유한 주택을 팔고 싶어도 못 판다는 얘기다.
최씨가 소유한 강남구 재건축 단지 2채가 어디인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의 금융소득이 얼마인지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최씨가 내야 할 세금은 얼마일까요? 이런 모든 사실 관계는 생략된 채 ‘집을 팔 수 없는 처지인데 세금만 뜯어간다’고 토로하고 있는 이 사례를 두고 누리꾼들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강남에 재건축아파트 2채 가진 71살 노인이 금융소득 외엔 소득이 없다고… 세금 중과에 볼멘소리???????? 부동산 정책 확실히 밀고 갑시다. 지방에 집 한 채 가진 사람들은 전혀 이 정책으로 손해 안 봅니다.” (아이디 melo)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 시간을 충분히 주었다. 하지만 집값이 오르니 팔지 않은 것이다. 집값이 올랐으면 오른 만큼 세금 내라.” (아이디 바람의 파이터)
“집값 떨어지면 나라에서 세금 깎아줄 겁니다. 아직 재산은 가지고 있으니 그 재산에 대한 세금 내야죠. 세금 내기 싫으면 국가라는 보호 울타리에서 벗어나시면 됩니다. 어디 세금 안 내는 나라 찾아서 이민 가세요. 어디 원시 부족 이뤄 사는 곳은 세금 안 내려나?” (아디이 aldu)
무엇보다 이번 종부세 개편안의 핵심은 다주택자가 내야 할 세금을 크게 올리고,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초고가 1주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 것입니다. ‘똘똘한 한 채’의 기준은 시가 18억원 이상입니다. 시가 18억원 주택(과표 3억원) 1채 소유자의 경우 현재 부과되는 종부세는 연 94만 원, 한 달에 7만8000원 정도입니다. 이번 대책으로 18억원 주택 1채 소유자가 내야 하는 종부세는 1년에 10만원, 즉 한 달에 8300원 늘어나 연 104만원, 한 달에 8만6000원 정도가 됩니다. 지난해 정부가 더 걷기로 한 종부세 5만원보다 5만원 더 늘린 수준입니다.
23억6000만원 주택(과표 6억원) 1채 소유자는 현재 연 187만원, 한 달에 12만6000원 정도 종부세를 내고 있는데 이번 대책으로 연 293만원, 한 달에 24만4000원 정도를 내게 됩니다. 물론 <중앙일보> 기사에도 1주택자가 등장합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불만을 토로합니다.
송파구 잠실동 전용 84㎡ 아파트에 사는 ‘1가구 1주택자’ 이모(40)씨는 “투기꾼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지 납득이 안 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집값이 올랐다고 해도 집을 팔아 차익을 얻은 것도 아니고 10년 전 결혼할 때 대출을 최대한 끌어다 내 집을 마련해 살고 있는데 이젠 빚내서 세금을 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한겨레>가 올해 3분기 송파구 잠실동 실거래가 신고 현황을 조회해봤습니다. 전용면적 84㎡ 이하 주택 가운데 18억원 이상으로 매매 신고된 집은 주공5단지 일부를 제외하고 한 채도 없습니다. 이씨가 주공5단지 소유자 등 종부세 인상 대상이라면 현행 종부세보다 더 내야 할 금액은 1년에 10만원, 즉 한 달에 8300원이고, 대상이 아니라면 종부세는 한 푼도 오르지 않습니다. 게다가 10년 전에 집을 마련했다면 장기보유특별공제로 40%를 감면해줍니다. 종부세 인상액이 1년에 6만원, 한 달에 5천원이라는 얘기입니다.
한 푼도 오르지 않거나 한 달에 5000원 정도 더 내야 하는 세금이 “왜 이렇게 많은 세금”인지 궁금합니다. 잠실동 일대 아파트는 1년 전보다 시세가 많게는 30% 정도 급등했습니다.
심지어 시가 34억원 이상의 1주택 소유자(과표 12억원 구간)라고 하더라도 이번 대책으로 인한 종부세 인상 상한선이 150%로 제한돼 있습니다. 아무리 고가의 대형 주택을 소유했다고 해도, 이번 대책으로 지난해보다 1.5배 이상의 종부세는 내지 않도록 제한을 뒀다는 얘기입니다. 또 1주택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산출세액에서 40% 감면) 말고도 70살 이상 고령자 공제(30% 감면)을 적용합니다.
“잠실 30평대 1주택자 세금 얼마나 더 내는지 밝혀봐라. 말도 안 되는 기사” (아이디 nyjy)”
“10년 전에 융자받아 샀으면, 투기 아닌 투자라는 것은 인정해도, 지금 부동산으로 남들 10년 연봉보다 더 올랐는데, 그 정도 수익에 대한 연간 100만~200만원 세금이 그리 분통 터질 일인가요? (아이디 막강최강) 와 같은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물론 댓글 가운에 ‘이모씨’와 같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도 찾기 어렵진 않습니다. “집은 팔아야 돈인 건데 집 한 채 대출 올인해서 살며 현금도 없이 근근이 사는 사람한테 집값 올랐으니 세금 왕창 올린다면 누가 좋아함. 버는 돈은 똑같고, 이 집은 팔 집도 아니면 세금만 왕창 오른 게 맞음. 다주택자 과세하는 건 그렇다 쳐도, 1주택자 과세는 그냥 나가 죽으라는 말밖에 안 됨” (네이버 댓글)이라는 것이죠.
자유한국당도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과도한 세금 부담”이라며 이런 여론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가만히 집 한 채 가지고 있는 중산층에게까지 세금 폭탄이 현실화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무주택자 등의 처지에서 보면 이런 반응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더 많습니다.
“강남에 시세 18억짜리 집 있는 사람이 보유세 94만원 정도 내다가 110만원 정도(실제는 104만원입니다)로 오른 게 당연하지, 그게 그렇게 억울하면,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 보며 살 엄두도 못 내는 집 없는 서민들은 얼마나 억울하겠나?” (아이디 ing)
이번 대책으로 종부세가 인상되는 사람은 모두 22만명 선이라고 합니다. 이 가운데 이번에 꽤 종부세 부과 금액이 오를 예정인, 지난해 기준으로 종부세 과표가 12억원인 시가 34억원 이상 주택 소유자는 1주택자·다주택자 모두 합쳐 전국에 8895명뿐입니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6년 기준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주택을 소유한 개인은 모두 1331만1000명입니다. 이 가운데 1주택 소유자는 1133만2000명이고, 2주택 이상을 소유한 개인은 모두 198만명입니다. 거칠게 2016년 기준 주택 소유자를 분모로 두고, 이번 대책으로 종부세가 인상되는 주택 소유자를 분자로 두면, 전체 주택 소유자 가운데 이번 대책으로 종부세를 더 내야 하는 사람은 겨우 1.6%에 불과한 겁니다. 이 때문에 최씨나 이씨와 같은 불만 사례를 집중 부각해 ‘세금 폭탄론’을 지피려는 <중앙일보>와 같은 보수언론의 시도에 많은 누리꾼들은 ‘더는 속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산이 많은 사람이 세금 더 많이 내는 건 당연한 건데 또 참여정부 때처럼 언론이 선동하네요ㅎ 집 가진 사람, 아닌 사람 갈라치기해서 세금폭탄이라고 선동하는데 1주택자는 세금 많이 안 오릅니다. 걱정 말고 정부는 다주택자 세금 중과해주세요~” (아이디 sw67)
게다가 주택 실소유자라고 하더라도 주택 보유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는 당위를 좀 더 확산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집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은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하고, 특히 서울 수도권이라는 매력적인 지역을 점유하고 있는 이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며, 이 재원을 바탕으로 집을 소유하지 않은 이들도 매력적인 주거 환경에서 살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세금 폭탄론’은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종부세 개정안 등 9.13 부동산대책도 아직까지는 정부의 방안일 뿐 이를 실현하려면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하고, 실제 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예상됩니다. ‘가만히 집 한 채 가지고 있는 중산층’이 내야 할 세금이 ‘폭탄’ 수준이라는, 정확하지 않은 보도에 더는 가만 있어선 안될 까닭입니다.
존재한 적 없는 ‘6등급’ 태풍이 온다 916 한겨레
현존 최고 5등급보다 높은 열대폭풍 가능성
높아진 해수 온도, 늘어난 수증기 증발량 때문
시속 320㎞ 이상 풍속…토네이도 위력과 같아
이미 6등급 준하는 열대성 저기압 폭풍 관측
2015년 10월 발생한 허리케인 패트리샤를 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한 모습. 패트리샤는 최대 풍속 346㎞를 기록해, 서반구에서 발생한 열대성저기압 폭풍들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기록됐다. 사진 출처: NASA
미국 동부를 마비시킨 플로렌스는 4등급, 필리핀을 쓸어버린 망쿳은 5등급. 몇십년 만에 출현한 이런 초대형 열대성저기압 폭풍보다도 강력한 ‘6등급’ 폭풍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음울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현재 열대성저기압 폭풍의 등급은 카리브해를 덮치는 허리케인 기준으로 5등급이 최고다. 이번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총 1000㎜의 비를 퍼부을 것으로 보이는 플로렌스는 미국 본토에 상륙하기 전까지 4등급이었다. 시속 210~249㎞의 풍속을 지닌 4등급 허리케인이 미국 본토에 접근한 것은 1950년대 이후 처음이다. 이보다 한 등급 높은 5등급 허리케인은 평균 풍속이 250㎞다. 5등급 허리케인은 뉴욕이나 뉴올리언스 등 대도시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기상학자와 과학자들은 이제 5등급보다 센 6등급 폭풍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가디언>이 15일 보도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이 상정할 필요가 없었던 평균 풍속 320㎞(200마일)이 넘는 6등급 폭풍은 그 경로상의 모든 것을 폐허로 만들 수 있는 위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따뜻해지는 바닷물과 더 많은 수증기 증발은 6등급 폭풍 발생 가능성을 만들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서는 한 세대 전보다도 5~8% 많은 수증기가 증발해 대기에 존재하고 있다. 이는 대양의 바닷물을 증발시키는 기온 상승과 맞물려 전례 없는 초대형 열대성저기압 폭풍을 만들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15일 필리핀 루손섬 북부 카가얀주 바가오의 마을을 태풍 망쿳이 덮친 가운데, 한 소년이 도로에서 바람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바가오/EPA 연합뉴스
권위 있는 미국 기상학자인 제프 매스터는 2016년 7월부터 6등급 폭풍 발생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매스터는 1780년 10월 카리브해의 소앤틸리스 제도를 강타한 허리케인 같은 돌발적 초대형 폭풍을 예로 들고 있다. 당시 2만2천명이 사망한 이 허리케인은 나무껍질을 벗겨낼 정도의 위력을 가졌다. 이는 미국 중서부에서 발생하는, 풍속 320㎞가 넘는 ‘EF5’급 토네이도와 같다. 그는 1780년의 대허리케인은 돌연변이성인 ‘블랙 스완’(검은 백조)형 허리케인이었으나, 앞으로는 수시로 출현할 수 있는 ‘그레이 스완’(회색 백조)형 허리케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매스터의 도발적 주장을 지지하는 동료 기상학자들도 늘고 있다. 미국 기상 채널인 <웨더 채널>에서 기상학자 브라이언 도니건은 “2015년에 동태평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패트리샤가 최대 풍속 346㎞(215마일)에 도달했다”며 “이는 서반구에서 기록된 가장 강력한 열대성저기압 폭풍”이라고 지적했다. 동료 기상학자 폴 허트너도 패트리샤는 6등급 허리케인의 발생 가능성을 더 확실히 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기상학자들은 패트리샤가 24시간 만에 열대성 폭풍에서 가장 강력한 등급 5의 허리케인으로 몰아치는 것을 보고는 경악했다”고 말했다.
15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뉴번에서 구조대원들이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뿌린 폭우로 물에 잠긴 차 안에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뉴번/AP 연합뉴스
6등급의 열대성저기압 폭풍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현재로선 상상하기도 힘들다. 미국에서 5등급 허리케인의 경우 약 2천명의 사망자와 2500억달러의 재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매사추세츠공대의 케리 이매뉴얼 교수는 6등급 허리케인은 5m 파고로 연안 지역을 휩쓸어, 플로리다의 탬파 같은 도시를 물에 잠기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교수는 닝 린 교수와 함께 2015년 8월 <네이처 기후변화>에서 6등급 ‘그레이 스완’ 허리케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열대성저기압 폭풍의 무풍지대였던 중동 걸프 지역도 열대성저기압 폭풍이 강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기후변화로 극단적인 ‘그레이 스완’ 허리케인이 탬파, 오스트레일리아의 케언스뿐만 아니라 걸프 지역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과거보다 14배나 크다고 연구에서 밝혔다.
한편 5등급 태풍 망쿳이 지난 15일 강타한 필리핀 북부는 최소 25명이 사망하고 10만5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마닐라 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재난 당국에 따르면, 사망자 대부분은 산사태 피해자이며, 섬과 저지대 주민 10만5천명 이상이 대피했고, 전력 공급선 등이 파손되면서 440만명이 거주하는 8개 주에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올해 발생한 열대성저기압 폭풍 중 가장 강력한 망쿳은 필리핀을 통과한 뒤인 16일 현재 풍속 185㎞의 위력을 유지한 채 홍콩·마카오 등 중국 동남 연안 지대로 향하고 있다. 이 태풍의 진행 경로에 있는 중국 내 원전 2곳에 초비상이 걸렸고, 마카오는 사상 처음으로 카지노를 전면 폐장했다. 미국 동남부에 상륙한 플로렌스는 1등급으로 약화됐으나 기록적 폭우로 피해 지역을 물바다로 만들고 있다. 플로렌스는 16일 오전까지 13명의 사망자를 내며 76만가구에 정전 사태를 몰고 왔다고 <시엔엔>이 보도했다. 플로렌스는 향후 며칠간 최대 1000㎜의 폭우를 뿌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종이 호랑이'를 그린 9.13 부동산 대책 916 프레시안
[기고] 이번에도 '종부세 현실화'는 빠졌다
문재인 정부가 9.13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비이성적 과열과 자기실현적 예언이 지배하는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충격'과 '공포'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충고했건만,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을 보고 정작 '충격'과 '공포'에 빠진 건 나였다.
이번에도 종부세 현실화는 빠져
이번 대책에는 종부세 강화, 대출억제, 양도세 비과세요건 강화,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진 레버리지 축소, 수도권 택지공급 등이 담겼다. 시장참여자들이 단연 촉각을 곤두세운건 종부세의 강화 수준이었다. 한 마디로 말해 이번 대책에 담긴 종부세 강화방안은 과세기준과 세율 모두 터무니없이 약하다. 일각에선 정부의 이번 개편안이 종부세 최고세율을 지금의 2%에서 3.2%로 올렸다고 참여정부 수준을 넘는 세금폭탄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모양인데,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대한민국에서 인별합산 공시가격 94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가진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는가? 예컨대 실거래가 30억 원이 넘는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 84.9㎡의 공시가격이 15억 수준이다. 정부가 만든 최고세율에 해당하려면 자기 명의로 아크로리버파크 84.9㎡ 7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과연 대한민국에 이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번 종부세 개편안의 핵심은 어지간한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의 보유세 실부담을 매년 얼마나 가파르게 늘릴 수 있느냐에 달려있었다. 그리고 아파트 소유자의 보유세 실부담을 가파르게 늘리기 위해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당장 100%로 바꾸고, 아파트의 공시가격 실거래가 반영율을 2022년까지 지금의 60%수준에서 80%수준까지 상향시키며, 과세기준을 공시가격 기준 4억 원 수준(1주택자 포함)으로 내리고, 세율을 대폭 끌어올렸어야 했다.
그렇게 해야 전염병처럼 번진 투기심리와 공포에 질려 추격매수에 나선 시장참여자들의 추격매수심리를 진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집단으로 이성을 잃은 시장참여자들의 정신을 차리게 만들 유일한 방법은 매년 가파르게 올라가는 보유세 납부고지서뿐이다.
하지만 <한겨레>가 보도한 아래의 표가 보여주듯, 정부는 이번에도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실부담을 조금 늘리는 수준의 미봉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 만약 정부가 1주택자의 세부담은 거의 늘지 않고 다주택자들의 세부담도 찔끔 늘리는 수준(정부는 이번 개편안을 통해 2400억 원의 추가 증세가 가능하다고 밝혔다)으로 모든 시민을 좀비로 만든 투기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면 너무 어리석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 ‘똘똘한 한채’ 세부담, 시가 18억집 10만 원↑34억집 357만 원↑)
철학이 없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
문재인 정부는 이번 부동산대책에 참여정부 수준의 종부세를 복원시켰어야 한다. 예컨대 실거래가 30억 원이고 공시가격 21억 원인 아파트의 경우, 참여정부 당시 종부세 과세구간과 세율을 적용하면 1400만 원 가량의 종부세를 납부해야 하고, 거기에다 참여정부가 2017년을 목표로 했던 공시가격의 실거래가반영율 100%를 적용하면 이 아파트 소유자는 3000만 원이 넘는 종부세를 납부해야 한다. 또 무주택자에 대한 레버리지 강화를 반드시 포함시켰어야 했다. 지금은 실수요의 경계가 모호하고, 대부분 추격매수에 해당하므로 무주택자라고 해도 자기 돈이 아닌 빚을 내 주택매수를 하는 걸 최대한 어렵게 만드는 게 맞다.
그래야 기대수익률이 줄어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지 않고, 지금의 시장이 꼭지라고 생각하는 주택소유자들이 매물을 던지며(이런 시장상황이 되면 아파트 단지의 가격담합은 산산조각나고 배신자가 속출한다), 추격매수 심리도 현저히 위축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매도가 크게 늘고 매수가 현저히 줄면 가격은 하락하고 시장은 안정을 찾을 확률이 높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종이호랑이를 그린 후 호랑이라고 우기는 중인데 이게 시장에 먹힐진 의문이다. 오히려 서울에 1주택을 소유하려는 자들의 욕망을 부추겨 종부세 부담이 거의 없는 아파트들의 매매가격만 올리고, 다주택자들은 종부세 중과를 피할 수 있는 조정대상지역 이외 지역의 아파트 매수에 나서며, 주택을 제외한 토지와 빌딩에 매수세가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들여다 볼수록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는 철학이 없고, 상상력이 없고, 전략적 사고가 없고, 용기가 없다. 심지어 염치조차 없다. 나라를 투기판으로 만들고 모든 시민들을 갈가리 찢어놓은 부동산정책을 책임진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시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는 법 없고, 잘못을 시인하지도 않는다. 이렇게 뻔뻔하고 무책임해도 되나?
문재인 정부가 지금과 같은 인적 구성과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한, 이 정부 임기 말에 이 정부의 곁에는 이미 기득권에 편입된 86세대 일부와 강남좌파만 남아 있을 것 같아 두렵다./이태경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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