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9.6~9.12 추미애 아들과 코르나 2.5 정국

이성근 2020. 9. 6. 18:06

성묘·차례는 온라인으로?한달 남은 추석 이모저모

103핸드폰 off’ 광화문 집회 포스터의 정체는

확진자 1명에 평균 4781만원 소요광주시 분석

조국흑서 vs 조국백서, 비교해보니

품격 높이고 차이 줄이자 <1-1> 마음의 틈새- 빈부에 겹쳐진 외부시선

동네별 격차 컸다

부모 소득 낮을수록 교사·공무원 희망

추미애 아들 의혹 "별 일도 아닌데 조국 때처럼" vs "영창 갔을 것"

추미애 장관 아들 휴가 둘러싼 의혹 점검] 휴가 연장에 부당한 압력 여부가 쟁점

이래서 투기를 잡아도 내 집은 없다

의료 현실의 맨얼굴의사 파업이 남긴 다섯 가지

K방역의 이면, 인권침해 좌시해서는 안된다"

Aquarius / Let rhe Sunshine In The Fifth Dimension

성묘·차례는 온라인으로?한달 남은 추석 이모저모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방역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한 823일 서울역이 한산하다. 연합뉴스

 

정오부터 시민들이 몰려 자정에는 600여명이 용산역광장을 채웠다. 돗자리와 신문지를 깔고 앉은 채 요깃거리를 들며 밤을 새웠다. 이튿날 오전 9시 시작하는 호남선 추석 열차표를 사기 위해서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40대 김씨는 어제 오전 7시에 나와 맨 앞줄을 차지했다고 했다. 추석 3개월 전 귀성표를 팔던 19945, 한 통신사가 전한 풍경이다. 인터넷 예매가 가능해진 2000년대에도 귀성표 예매 행렬은 변하지 않았다. 시기와 정도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지난해에는 온라인에 배정된 표가 80%로 많았지만 많은 시민이 부지런히 역으로 나왔다.

 

매년 되풀이되던 광경이 올해는 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한국철도는 올해 온라인·전화를 통해 100% 비대면 예매를 진행한다. 입석표만 없앨 계획이었지만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높아지면서 창가 좌석만 발매하기로 했다. 추석이 한달 앞인데도 들뜬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곳곳에선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시대, 추석 준비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명절 만남도 비대면으로

이번 명절은 직계가족끼리 보내겠다.”

온라인 쇼핑몰 티몬이 지난 827~30일 이용자 1500명을 조사해보니 47%가 이같이 응답했다. 18%는 직계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만남을 줄이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가 확산해 조심할 필요가 있어서’(79%)였다. 예년과 똑같이 진행하겠다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인천에 사는 강모씨(54)차례를 지내는 대신 추석 전날 식구들끼리 외식을 하곤 했는데 (코로나19 확산세가) 이대로 라면 만나지 못할 것이라며 모두 가까이 사는데도 인원이 10명 넘다 보니 올해는 모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핵가족화 등 세태가 달라지면서 벌초대행 서비스가 매년 늘어왔지만, 올해는 특히 문의가 많다고 한다. 명절 연휴 기간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추모원도 늘고 있다. 제례실을 폐쇄하고 셔틀버스도 운영하지 않는다. 경기도 고양의 한 추모공원은 다가오는 명절, 고인을 추모하려는 마음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또다시 지역감염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어 예방을 위해 시설 방문 자제를 강력히 요청드린다고 공지했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921일부터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정, 차례상, 사진첩으로 온라인 추모관을 꾸미고 추모글을 남겨 SNS로 공유할 수 있다. 현재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전국 장사시설을 대상으로 이용신청을 받고 있다. 인천시는 인천가족공원에 안치된 고인 유족들이 성묘와 차례를 온라인으로 지낼 수 있도록 자체 서비스에 나섰다. 이 공원의 하루평균 이용객은 3000여명에 이른다.

 

제주도는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91일 자신의 SNS제주의 청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벌초 시기와 추석 명절에 수도권에서의 왕래를 최대한 자제해달라한순간의 방심이 지역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지난 8월 최대 명절인 오봉 연휴를 앞두고 도쿄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지자체장들이 고향에 가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행 장려 캠페인을 지속하는 등 엇박자를 보였다. 지난 4월 중국 청명절 연휴 때는 각 지방정부가 성묘 금지, 온라인 제사 권장과 같은 조치를 내놨다.

 

올해 1126일인 미국의 추수감사절도 변화를 맞고 있다. AP통신은 전문가들이 줌(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한 추수감사절 계획을 짜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파가 몰리는 블랙 프라이데이풍경은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시애틀에 사는 캐시 도킹(44)은 암 생존자인 부모에게 추수감사절은 페이스타임(아이폰 이용자들끼리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영상통화)에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건강과 위생은 올 추석 선물 트렌드로 떠올랐다. 홍삼이나 유산균 같은 건강기능식품이 불티나게 팔리는가 하면 마스크와 손소독제로 구성된 위생 선물세트까지 등장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으로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도 급증했다. 오프라인 중심인 편의점·백화점 업계도 비대면·배송 서비스에 힘을 주고 있다.

821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위생 선물세트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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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또 다른 불씨되지 않도록

극장가는 깜깜하기만 하다. 송중기·김태리 주연에 제작비 240억원을 들인 영화 <승리호>는 추석 대목을 노리고 923일 개봉하려 했다. 코로나19 상황이 나빠지면서 기약 없는 연기에 들어갔다. 또 다른 추석 기대작이었던 차승원·김성균 주연의 <싱크홀>도 겨울 개봉으로 방향을 틀었다. 세 차례 연기 끝에 826일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 <테넷>이 침체된 극장가를 끌어올려 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강화된 거리 두기로 고전하고 있다. 개봉 첫날 13만 관객을 동원한 뒤 일일 관객수가 3만명대까지 떨어졌다.

 

아육대로 불리는 MBC 명절 특집 예능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는 체육관에서 진행하던 경기종목을 전면 취소했다. 야외에서 최소한의 인력으로 가능한 e스포츠와 어질리티(반려견과 함께 뛰면서 각종 장애물을 통과하는 놀이) 종목만 진행하기로 했다. KBS 2TV ‘2020 한가위 대축제 대한민국 어게인에선 가수 나훈아가 15년 만에 방송 출연에 나선다. 코로나19로 공연을 열 수 없게 되면서 비대면 방식의 방송 무대를 택한 것이다. 객석을 메우던 관중들은 랜선 방청객이 된다.

 

추석이 코로나19 재확산의 또 다른 불씨가 될까 불안감이 높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추석 연휴 동안 타지역으로 이동을 제한해달라는 청원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 한 청원자는 코로나로 인해 명절 활동을 자제하고 싶어도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집이라면 제사를 지내기 위해 명절 모임 참석을 강요하는 예도 많다정부에서 확실한 지침을 내려야 하며 일부의 비난이 있더라도 공익 차원에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 증가추세를 안정시키는 데 주력하고 향후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92일 브리핑에서 추석 연휴 이동제한 검토 여부와 관련해 향후 감염병 확산 추세 등을 감안해 필요한 조치들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 내지는 조정 등이 논의될 것이라며 추석이 또 다른 감염병의 확산 시기가 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최대한 국민 여러분의 일상을 보장해드리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검토하겠다고 했다./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103핸드폰 off’ 광화문 집회 포스터의 정체는

92일 오후 2시를 전후로 카톡방과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진 출처불명의 온라인 포스터. /클리앙

 

[언더그라운드.] “우리는 독자적으로 움직입니다. 적어도 우리 쪽에서는 103일 집회에 대해 논의된 것은 없습니다.”이성우 우리공화당 최고위원의 말이다.

 

92일 오후, 한 온라인 집회 포스터가 논란이 됐다.

‘Again 10·3 14:00 자유우파 집결이라는 제목을 배경으로 지난해 103일 광화문 문재인 대통령 퇴진 집회 사진이 있다. 올해 103일도 대규모 궐기를 하자는 뜻이리라.

 

논란이 인 것은 이 포스터 하단에 언급한 행동강령쯤의 지침이다.

연단 없는 여행용 캐리어앰프, 팀별로 연사 준비그리고 핸드폰 off.”

휴대폰을 끄자고? 현재의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보수교회와 단체들의 8·15 집회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휴대폰을 끄자는 것은 집회참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역당국의 위치추적을 막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애초 보수성향 카톡단톡방이 출처로 알려진 이 포스터는 삽시간에 이날 오후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졌다. “또다시 세균테러를 기획하는 그들” (인벤), “광화문 바이오하자드 또 시도하는 멍청이들”(이토렌트) 등 제목만 봐도 비판적이다.

 

그런데 이 포스터에는 주최 단체에 대한 언급이 없다. 우리공화당과 함께 지난해 행사를 주도한 중심단체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였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총괄대표다. 그렇다면 이날 퇴원한 전 목사 측이 만든 포스터? 전 목사 측 강연재 변호사는 이날 오후 늦게 목사님과는 전혀 관련 없다고 짤막한 입장을 보내왔다.

 

단서는 포스터가 퍼진 시점이다. 옥외 집회신고는 통상 720시간, 그러니까 30일 전부터 가능하다. 03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집회를 한다면 이날이 집회신고 D데이다. 그러니까 이날 103일 집회를 열겠다는 신고를 한 누군가가 만든 포스터일 가능성이 높다.

 

종로서 관계자에 따르면 930시를 기준으로 103일 집회신고를 한 단체는 6~7.

이중 광화문 일대에서 장기집회를 벌이는 단체들을 제외하면 남는 단체는 둘이다. ‘박근혜 대통령 무죄석방 1천만 국민운동본부와 자유연대다.

‘1천만 본부는 앞서 아직 계획이 없다고 밝힌 우리공화당이 주도하는 단체다. 결국 남은 것은 하나다.

누군가 감정표현을 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희범 자유연대 공동대표의 말이다.

 

8·15 문재인 하야 광화문 집회에 대한 탄압과 도덕적 비난에 대한 반감으로 누군가 개인적으로 만든 포스터가 아닌가라는 추정이다. 그는 좌파 쪽의 분열공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103일 광화문 집회신고는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확진자 1명에 평균 4781만원 소요광주시 분석

코로나19 확진자 1명이 발생하면 평균 4781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환자 1명의 역학조사와 검사 등을 위해서 투입되는 인력도 연인원으로 475명에 달했다. 방역비와 생활치료센터 유지비 등 간접비용과 인력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광주시는 6그동안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확진자 1명 당 발생하는 직접비용이 평균 4781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역학조사와 접촉자 검체 채취 등에 투입되는 연력도 연인원으로 475명에 달했다.

 

확진자 1명이 발생할 경우 평균 접촉자는 262명 이었다. 이들 모두에 대해 검체를 채취하고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는 데에는 14명의 인력이 투입된다. 검사비는 1건당 최소 7만원으로 1834만원이 소요된다.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14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확진자 1명 당 평균 25명에 이른다.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14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자가 격리자에게 지급되는 생활지원비는 1인당 774000원으로 1935만원이 필요하다. 자가 격리 해제 전 진단검사비로 또다시 175만원이 필요하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시설의 경우 코로나19 검사비용으로만 수억원이 소요되기도 했다. 광주의 한 대형 교회는 관련 검사자가 5856명에 이르면서 검사비용으로만 4992만원이 소요됐다.

 

최근 서울도심집회에 다녀온 교인에 의해 집단감염이 발생한 교회도 검사비용으로 억2880만원이 투입됐다. 서울도심집회 참석 사실을 숨긴 일가족과 관련해서도 1342명이 검사를 받아 검사비용이 1억원에 육박했다.

 

확진자 1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의료인력 40명이 투입되고 평균 치료비는 837만원에 달했다. 최고 치료비는 1351만원, 최저는 322만원이었다. 지역감염자 369명이 발생한 광주에서 그동안 소요된 비용만 176억원에 이른다. 광주시는 직접비용과 투입인력만 감안한 것이며 방역비와 생활치료센터 유지비 등 간접비용과 인력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섭 시장은 강력한 사회적 강화조치로 시민들이 일상에서 겪는 고통은 형언할 수 없다면서 한 사람의 부주의와 무책임, 이기주의가 공동체와 시민들의 안전을 심대하게 위협할 수 있음을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조국흑서 vs 조국백서, 비교해보니

조국사태를 바라보는 극명하게 엇갈리는 두 가지 시선

 

이른바 조국사태가 촉발된 지 1년여가 지났다. 검찰은 지난 2019827, 각종 의혹이 제기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와 연관된 3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검찰수사가 속도를 냈다. 검찰은 지난 20191231일 조 전 장관을 입시 비리,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알라딘 제공

 

검찰수사의 정당성을 두고 입장이 극명하게 나뉘었다. 한쪽은 검찰의 과잉 수사를 지적했고, 다른 한쪽은 조 전 장관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8월 출간된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조국사태로 본 정치검찰과 언론>(이하 검찰개혁)<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이하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각각의 입장을 대변한다. <검찰개혁>이 조국백서를 자처하자, 대척점에 있는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조국흑서(黑書)로 불리기 시작했다. 두 책 모두 조국사태를 거치며 드러난 한국사회의 징후를 각각의 관점에서 보여준다. <검찰개혁>에는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역사학자 전우용씨 등이 필자로 참여했다.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서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강양구 미디어 재단 TBS 과학전문기자 등이 이야기를 나눴다.

 

독자들의 관심도 컸다. 지난 85일 먼저 나온 <검찰개혁>은 교보문고에서 819~825일 기준으로 종합베스트셀러 11위에 올랐다. 지난 825일 판매를 시작한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지난 2일 기준으로 10쇄를 찍었다. 판매량만 3만부가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알라딘에서는 8월 다섯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3만부 넘어

주요 쟁점마다 저자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검찰개혁>은 조국사태의 근본 원인을 과잉된 검찰 권력으로 꼽는다. <검찰개혁>검찰은 검찰개혁의 정당성과 당위성을 스스로 선명하게 입증했다”(53)고 썼다. 기성 언론을 향해 절대다수 언론매체가 검찰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상황”(50)이라고 지적한다.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저자들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됐다고 가정했을 때) 만약 검찰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 조 전 장관의 검찰수사에 분노하는 이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77)라며 검찰수사의 정당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저자들은 MBC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편파적으로 조 전 장관을 옹호했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알릴레오>처럼 규제받지 않지만, 언론 역할을 하는 유튜브 기반 미디어도 현상을 왜곡하는 매체라고 본다.

 

조 전 장관이 속한 586 엘리트의 욕망을 바라보는 시각도 대비된다. <검찰개혁>조국 후보자 딸의 입시 문제와 관련해 언론매체들은 불공평과 불공정 모두를 문제 삼았다. 하지만 불공평한 상황은 조국 후보자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계층구조와 입시제도가 만든 것이라며 조 전 장관을 옹호한다.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조 전 장관이 속한 586 엘리트 그룹을 사익추구집단으로 규정한다. 저자들은 저서에서 “586 정치 엘리트는 철학도 능력도 비전도 없는 사익추구집단이 본질”, “586 정치 엘리트가 새로운 보수세력이 된 것”, “조국의 반칙이 그들에게는 반칙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이죠. 그렇게 살아왔으니까라고 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품격 높이고 차이 줄이자 <1-1> 마음의 틈새- 빈부에 겹쳐진 외부시선

부모소득 200만 원 많아도사하구가 해운대보다 자부심

- 소득 500만 원 넘는 사하구 가정

- 자부심 느끼는 10, 2034.1%

- 300만 원 미만 해운대구는 48%

 

- 청년이 평가한 사회·경제 계층

- 월 가구소득 500만 원 이상 중

- ·상층 이상 포함된다는 대답

- 해운대 ‘52.5%’ 사하 ‘33.3%’

- 벌이 많아질수록 간격 더 커져

 

- 이웃 동네와 비교한 심리적 요인

- 물려받은 자산보다 격차에 영향

 

이른바 수저계급론2015년부터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부모의 지위·소득·자산이 자녀의 인생 성패를 결정한다는, 참 서글픈 이론이다. 청소년과 청년 사이엔 대학입시와 취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성골·진골·6두품 계급이 존재한다는 말도 떠돈다.

 

수저계급론은 통계로도 어느 정도 입증된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통계청 사회조사를 토대로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30세 미만 청년층 가운데 계층 이동(상승) 가능성이 작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346.8%에서 201761.6%로 급증했다. 수저계급론 등장 전후를 비교한 결과다. 일생 노력해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청년이 매우 늘었다는 의미다. 청춘의 열패감이 묻어난다.

 

수저계급론이 갈수록 뚜렷해졌다는 근거는 보고서 안에 또 있다. 청년층의 계층 이동 가능성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던 가구(부모) 소득이 수저계급론이 나온 이후 중요 변수가 됐다. 월평균 가구 소득 500~700만 원 미만인 청년은 100만 원 미만인 청년에 견줘 계층이 한 단계 상승할 가능성이 20131.06배에 그쳤지만, 20173.15배로 급상승했다. 많은 청년이 부모의 재력과 함께 계층이 세습된다고 여긴다.

메이드 인 ○○수저

그러나 한편으로 계급·계층은 상대적 개념이다. 특히 10, 20대 청년층에게 그렇다. 이웃 동네와 비교한 주관적·심리적 요인이 부모의 소득·지위라는 물려받은 자산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현상은 격차가 심각한 사회에서 더 두드러진다.

 

부산에서 이런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국제신문이 2015, 2017, 2019년 부산시 사회조사 마이크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마음의 틈새지표(국제신문 지난 1일 자 3면 보도)에서 확인된다. 자부심(부산시민으로서 자랑스러움)과 정체성(거주하는 구·, ··동에 대한 소속감)에 가중치를 둔 연령별 연령별 지표에서 16개 구·군 중 10대와 20대 모두 1위는 해운대구, 최하위는 사하구였다.

 

월평균 가구 소득을 표본 분포에 맞춰 ‘300만 원 미만’ ‘300~500만 원 미만’ ‘500만 원 이상세 구간으로 나눠서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해운대구와 사하구 가릴 것 없이 청년의 자부심, 정체성, 계층 의식, 정주 의사(10년 후에도 부산에서 살고 싶음) 모두 소득이 높을수록 상승했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부모가 같은 수준의 돈을 벌어도 이들이 느끼는 자부심은 사는 곳에 따라 다르다. 월평균 가구 소득 500만 원 이상인 사하구 청년 중 자부심과 소속감을 느끼는 비율은 각각 34.1%, 39.7%였다. 49.2%가 계속 부산에 살고 싶다고 했다. 이는 가구 소득 300만 원 미만인 해운대구 청년이 느끼는 자부심(47.9%), 소속감(51.6%), 정주 의사(60.8%)보다 오히려 훨씬 낮다.

 

청년이 스스로 평가하는 사회·경제적 계층 역시 같은 소득 구간에 있어도 격차가 컸다. ·상 상·하 중·상 중·하 하·상 하·6개 계층 가운데 자신이 중·상 이상에 포함된다고 답한 비율을 보자. ‘해운대구 - 사하구청년층의 월평균 가구 소득별로 300만 원 미만은 ‘13.8% - 11.5%’, 300~500만 원 미만은 ‘29.9% - 19.8%’, 500만 원 이상은 ‘52.5% - 33.3%’로 집계된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두 지역 간 계층 의식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수저의 색깔이 같아도 어디에서 생산됐느냐, 메이드 인 ○○에 따라 주관적 계층이 나뉘는 셈이다.

 

부산 살아요? 해운대 살아요?”

중학교 1학년 때 사하구 신평동으로 이사해 13년째 사는 이도은(·26) 씨는 어렸을 때부터 해운대는 좋은 동네, 사하는 딱히 좋을 게 없는 동네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그런 선입견이 부모 세대부터 계속 이어진다고 쓴웃음 지었다. SNS에서도 양쪽 간 삶의 질이 비교당한다고 했다. 그는 사하구의 다대포 을숙도생태공원 부산현대미술관 홍티예술촌 부네치아(장림포구) 같은 곳이 해운대구의 센텀시티 마린시티처럼 외부에 지역의 상징으로 비치지 않고, 주민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지 않는 것도 격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에서 사회과학계열을 전공한 이 씨는 좋은 (사무직) 일자리도 다 해운대구에 있다. 사하구와 해운대구를 잇는 1001번 버스에서 동네 친구들을 다 만난다. 출근 시간엔 해운대 방면, 퇴근 시간엔 사하구 방면 버스가 꽉 찬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운대구 10대의 자부심은 때로 부모 세대를 뛰어넘는다. 해운대구에 사는 고등학생 김종진(17·가명) 군은 부산시민이라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고’, 해운대구민으로서 소속감을 매우 강하게 느낀다고 했다. ‘그저 그런 정도또는 약간의 자부심·소속감을 느끼는 부모보다 만족도가 훨씬 높다. 김 군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00~600만 원 미만. 김 군은 자신의 사회·경제적 계층을 중·하로 비교적 낮게 평가하면서도, 삶에 대한 만족도와 행복감(10점 만점)에 모두 9점의 높은 점수를 매겼다.

 

마음의 틈새지표로 살펴본 청년층 자부심·소속감(2.5점 만점)은 해운대구 101.44·1.64, 201.29·1.45, 사하구 100.72·0.92, 200.79·0.84점으로 큰 차이를 나타낸다.

 

부산연구원 오재환 부산학연구센터장은 타지 사람이 어디에 사느냐고 물으면, 상당수 해운대구 주민은 부산에 산다대신 해운대에 산다고 답한다. 해운대가 부촌이라는 점 외에도 부산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두루 갖춘 것이라며 “10, 20대는 고정관념처럼 굳어진 외부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심리적 격차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혁범 신심범 기자 pearl@kookje.co.kr

 

품격 높이고 차이 줄이자 <2> 프롤로그- 동네별 격차 컸다

마음의 틈새지표로 봤더니사하구 30대 소속감 최하

#‘마음의 틈새

- 부산시민으로서 가지는 자부심과

- 거주하는 구·군에서 느끼는 소속감

- 지역·연령에 따라 수치화한 지표

- 벌이 비슷해도 거주지·환경 따라 격차

 

# 격차가 만든 틈새

- 해운대구 10우리동네 자랑스러워

- 마음의 틈새 가장 덜 느끼는 상위 1

- 높은 정주의사 보인 영도구 602

- 사하구 20·30, 동구 40대 하위권

눈에 보이는, 직접 경험하는 격차는 마음의 병을 낳는다. 내 삶이 이웃사촌, 옆 동네 친구, 다른 도시민이 누리는 삶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상상하는 데서 격차는 확장한다. 이런 마음의 틈새는 내가 사는 도시와 마을을 향한 자부심’ ‘정체성으로 표출된다. 소득의 차이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벌이가 비슷해도 어디에서,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에 따라 부산시민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울 수도, 부끄러울 수도 있다.

 

마음의 틈새는 동서 격차로 상징돼온 전통적 개념에만 묶이지 않는다. 큰 틀에서 동부산이라 불리는 해수동(해운대·수영·동래구)과 부산진구를 엮어 나머지 지역과 나누기도 하고, 극단적으로는 해운대구와 다른 15개 구·군을 ‘1 15’로 찢어놓는다. 서부산과 원도심 내에서도 시민의 느낌은 저마다 다르다. 그리고 이 같은 마음의 틈새는 지난 26, 27일 국제신문과 부산시의회 격차 낮추는 모임이 함께 시행한 격은 높이고 차는 낮추는 방안에 관한 시민 의견 조사결과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인프라·기질이 갈랐다

이번 여론 조사에서, 16개 구·군 가운데 평소 격차를 경험하는 응답자 비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부산진구와 해운대구였다. 교육·사회복지·문화·교통·산업경제·생활환경 6개 분야를 전혀 심각하지 않음’(1)부터 매우 심각함’(5)까지의 5점 척도로 점수를 매겨 종합한 순위다. 주민이 체감하는 격차는 점수가 높을수록 크고, 낮을수록 작다.

 

부산진구는 교통, 해운대구는 문화 분야에서 저점을 기록했다. 이 분야에서 지역 주민이 느끼는 격차가 작다는 얘기다.

 

부산의 지리적 중심에 자리한 부산진구에는 도시철도·시내버스·열차 등 모든 교통수단이 집결하고, 해운대구에는 영화관 박물관 미술관 같은 문화·예술시설이 밀집했다는 점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인프라 차이에서 비롯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지역민의 기질도 영향을 줬다. 주민이 격차를 가장 많이 체감하는 지역은 동구와 사하구로 조사됐다. 동구민은 세부 항목 중 영화·공연 관람을 포함한 문화 분야에서 큰 격차를 경험했다. 하지만 같은 원도심 주민이라도 격차를 보는 시각은 달랐다. ··영도구 주민은 문화 분야 격차를 크게 느끼지 않았다.

 

특히 영도구민은 다른 원도심 주민과 눈에 띄게 다른 성향을 보였다. ‘이라는 특수성과 거주 기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영도구민은 여론 조사에서 주거 등 생활환경 분야 격차를 느끼는 정도가 16개 구·군 중 두 번째로 낮았다. 같은 분야의 격차를 크게 체감하는 순으로 서구가 2, 동구가 8위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김태만 교수는 영도구는 초고령화(지난 7월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27.0%로 부산 16개 구·군 중 가장 높음) 지역이다. 떠날 사람은 이미 다 떠났다. 현재 주거환경이 익숙해지고, 체화돼 불편을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는 사람 위주로 남았다따라서 오래 산 동네에 대한 자부심이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이가 낳은 마음의 틈새

국제신문은 여론 조사와 별개로 전문가 자문을 거쳐 마음의 틈새지표를 개발했다. 2015, 2017, 2019년 부산시 사회조사 마이크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5년간 누적된 시민 103854명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지표를 만들었다.

 

부산시민으로서의 자랑스러움(자부심)’거주하는 구·, ··동에서 느끼는 소속감(정체성)’에 가중치(2.5)를 두고 지역과 연령에 따른 마음의 틈새를 수치화했다. 이에 더해 정주 의사(10년 후에도 부산에서 살고 싶음) 주거·보행·여가 만족도 삶과 일에 대한 만족도 행복감 근심·걱정 우울감 등 정서적 경험에 1점씩을 부여해 14점 만점의 지표를 구했다. 또 이 지표를 16개 구·군별, 연령(10~60대 이상 6개 구간)별로 1~96위까지 순위를 정했다.

 

마음의 틈새가 가장 큰 최하위 96위는 사하구 30대다. 사하구 30대의 자부심과 정체성 역시 순위표 맨 아래에 자리했다. 그다음은 사하구 20(95)와 동구 40(94) 순이었다. 사하구 20대와 동구 40대 역시 매우 낮은 자부심과 정체성을 보였다. 여론 조사에서 동·사하구 주민이 체감하는 격차가 가장 큰 것과 결과가 같다.

 

반대로 마음의 틈새를 가장 덜 느끼는 상위 1위는 해운대구 10대였다. 해운대구 10대는 부산시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했다. 2위는 영도구 60대인데, 전체 구·군의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은 정주 의사를 드러냈다. 이런 경향 역시 여론 조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해운대구 10대의 사례에서 보듯, 부산에서 오래 살았다고 해서 반드시 자부심이 높은 건 아니다. 또 소득만으로 격차를 증명할 수도 없다. 2019년 사회조사 기준 월 소득 100만 원 미만 해운대구민의 자부심은 47.8%, 한 달 500만 원 이상 버는 사하구민(29.0%)보다 훨씬 높다. 2001년 사회조사에서 처음으로 자부심에 관해 물었을 때, 16개 구·군 중 중간(8) 수준이었던 해운대구민의 자부심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졌다. 반면 사하구민의 자부심은 조사 이래 계속 최하위권에 머문다.

 

부모 소득 낮을수록 교사·공무원 희망

부산시 복지 실태 조사 분석

- 서부산 청소년 안정적 직업 선호

- 동부산 법률가 등 전문직 포함

청소년의 도 사는 곳과 부모 재력에 따라 달랐다.

국제신문이 2018부산시 복지 실태 조사를 분석한 결과 서부산(·사상·강서·사하구) 청소년은 안정적 직업을 바라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부산지역 2060가구를 표본으로 한 이 조사에서 서부산 부모는 자녀가 장래 희망으로 교사(26.4%)와 공무원(13.7%)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중부산 가운데 교사·공무원 선택 비율이 가장 높다. 조사의 대상이 청소년 자녀가 아니라 부모라는 점에서, 장래 희망에 부모의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동부산(수영·해운대구, 기장군) 부모가 인지하는 청소년 자녀의 장래 희망에는 공무원(16.4%) 교사(10.0%) 외에 법률 전문가(8.5%) 같은 전문직이 포함됐다. 중부산(···영도··부산진·동래·금정·연제구) 부모가 답한 자녀의 장래 희망은 정보통신 전문가(13.1%)가 많았다.

 

부모 소득별로도 자녀의 장래 희망은 차이 났다. 부모의 월 소득이 200~500만 원 미만인 자녀는 주로 교사·공무원을 꿈꿨다. 특히 월 소득 200~300만 원 구간에서 두 직업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45.0%에 달했다. 이와 달리 부모의 월 소득이 600~700만 원 미만 수준인 자녀는 법률 전문가(29.1%)1순위로 꼽았다. 한 달에 700만 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집의 청소년은 교사(23.7%)와 법률 전문가(13%) 외에 대학교수(9.9%)가 되기를 바랐다. 신심범 기자

 

추미애 아들 의혹 "별 일도 아닌데 조국 때처럼" vs "영창 갔을 것"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27)씨와 관련한 의혹이 연달아 나오면서 9일 온라인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성향에 따라 여론이 나뉘는 모양새다.

 

진보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서씨의 휴가 미복귀 의혹과 관련해 "문제될 게 없지 않냐"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아프면 치료를 받게 해주는 게 맞는데 아파서 치료 받았다고 뭐라 하는 상황이다"(****), "나도 일단 병가로 나가서 진단 받은 후에 전화로 (휴가) 연장한 적 있다"(****), "수술을 받으면서까지 군대에 간 건 칭찬해줘야 할 일이고, 미담이지 않느냐"(si****) 등의 의견을 냈다.

 

일부 이용자들은 1년 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과 관련해 의혹 제기가 이어지던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 때처럼 아무 증거도 없이 논란만 반복 재생산하고 있다"(li****), "조국 장관 때와 같다. 추 장관이 특혜를 누리려 했다면 현역으로 보내는 게 가당키나 하냐"(****), "별 것도 아닌데 조국 전 장관 때와 맞먹을 만큼 심해지고 있다"(****) 등이다.

 

반면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보통은 정시에 복귀해서 연가를 내서 허가를 받든가 해야 한다"(****), "일반 사병이 저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일반인이라면 저렇게 처리가 안 되니까 난리가 나는 거다"(****), "일반인이라면 영창에 갔을 거다"(****) 등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카투사 관련 익명 커뮤니티에서도 논란이 뜨겁긴 마찬가지다. 카투사 출신이라고 밝힌 누리꾼들은 "사전에 말도 없이 복귀 시간 지나서 갑자기 쓰는 휴가가 어딨냐", "(휴가를) 붙여서 쓰더라도 복귀하고 다음날 아침에 나가는 게 당연하다", "병가로 나오는 거 자체가 어려운데 서류를 늦게 냈는데도 받아주는 건 말도 안 된다" 등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섰다.

 

서씨 측 변호인에 따르면 서씨는 카투사에서 복무하던 201765일부터 14일까지 1차 병가를 내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이후 같은 달 23일까지 9일간 2차 병가를 냈으나 충분히 회복되지 않아 간부에게 병가 연장을 문의했고, 나흘간 개인 휴가(3차 휴가)를 쓴 후 27일 복귀했다.

 

서씨 측은 전날 낸 입장문에서 "1차 병가는 삼성서울병원 소견서와 이를 근거로 한 국군양주병원 진료 결과를 근거로 한 것이라 아무런 문제가 없고, 2차 병가는 1차 병가가 끝날 무렵에 먼저 구두로 승인을 받고 서류는 나중에 제출해도 된다고 해 2017621일 이메일로 제출했다"고 밝혔다./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추미애 장관 아들 휴가 둘러싼 의혹 점검] 휴가 연장에 부당한 압력 여부가 쟁점

당직사병과 통화사실 엇갈려 '훈계 사실' 놓고 추 장관측, 폭로자·언론 고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휴가 문제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추 장관의 아들 서 모(27)씨 측 변호인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야당의 의혹제기가 지속되고 있고, 잘못된 주장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 수사가 활기를 띄고 있는 가운데 의혹에 대해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추미애 아들 측, 고발장 제출 기자회견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 씨의 법률 대리인인 현근택 변호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서 씨의 부대 배치 관련 청탁이 있었다고 언급한 당시 주한미군 한국군지원단장과 해당 발언의 녹취 내용을 보도한 방송사 SBS에 대한 고발장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위법·부당한 압력 행사 여부 = 이번 논란의 핵심 쟁점은 서씨가 휴가를 연장하는 과정에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있는지와 만약 그 과정에서 당시 여당 대표인 추 장관의 부당한 압력 행사가 있었는지 여부다. 1차 청원휴가(병가) 이후 2·3차 휴가 연장 과정에서 규정(미군·국군 규정 논란)에 따랐는지와 그 과정에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추 장관의 부당한 압력(보좌관 및 추 장관 부부의 전화통화 여부)이 작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어서 사실 확인은 검찰의 몫이 됐다.

 

1야당인 국민의힘이 지속적으로 서씨 부대의 당직사병과 부대간부의 진술 등을 근거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추 장관은 국회 상임위와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서, 서씨 변호인은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휴가 연장 과정에 부당한 압력이나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적극 해명하고 있다.

 

검찰 수사 속도 = 이와 관련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추 장관 아들 서씨의 군 복무 시절 '특혜 휴가'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관련자들을 다시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1(김덕곤 부장검사)는 이날 서씨의 부대 간부인 A대위와 당직사병으로 근무했다는 B씨 등을 다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씨가 근무했던 부대의 지원 장교였던 A대위는 지난 6월 참고인 조사 당시 휴가 처리 과정에서 "자신을 추 의원의 보좌관이라고 소개한 사람으로부터 휴가 연장 관련 문의 전화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이후 검찰 참고인 조서에서 해당 진술이 누락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B씨는 인터뷰 등에서 "2017625일 저녁 근무를 서며 서씨의 미복귀를 확인했고, 이후 상급부대 대위로부터 '미복귀라 하지 말고 휴가자로 올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B씨 역시 지난 6월 검찰에서 첫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측 변호인은 당직사병 B씨와 서씨가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 장관도 검찰 수사를 보고받지 않겠다며 검찰에서 조속히 수사를 마무리해달라는 입장이다. 통화사실 여부에 따라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관련자 소환 및 압수수색에 대한 질의에 "수사 관련 사항은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부적절한 처신, 도덕적 비난 가능성 = 검찰 수사와 별개로 도덕적 비난 가능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규정이나 법률 위반이 없더라도 부모가 아닌 여당 대표라는 신분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 보좌관이 부대간부와 통화한 사실 만으로도 이는 추론 가능한 부분이다.

 

또 추 장관 아들의 휴가 연장 문제로 직접 부대 간부에게 민원을 제기했다는 국방부 내부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1차 휴가 마지막날 서씨 부모(추 장관 부부)'병가가 종료됐지만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아서 좀 더 연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문의를 했다'고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추 대표 보좌관도 A대위에게 '집에서 요양하면서 병가를 사용할 수 있느냐'는 문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은 "그동안 그런 사실이 없다"며 보좌관의 전화 여부는 물론 자신의 민원 가능성을 부인해왔다.

 

추 장관 아들측 부대장·방송사 고발 = 야당의 정치적 공세와 더불어 사실과 어긋나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서씨 측의 고발도 잇따르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추 장관의 아들 서씨 측이 부대 배치에 관한 압력이 있었다고 말한 당시 주한미군 한국군지원단장과 그 발언을 보도한 SBS 등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9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서씨의 변호인단은 "수료식날 (참석한 서씨의 가족이) 부대 관계자와 개인적으로 만난 사실이 없고, 부대 배치와 관련한 청탁을 하지 않았다""강당에서 수료식에 참석한 부모님들 전부가 모인 상태에서 자대 배치 등에 대해 안내를 받은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컴퓨터에 의해 부대배치가 이뤄졌기 때문에 부대 배치와 관련한 청탁은 있을 수 없다"고 거듭 주장하며 "특히 90세가 넘은 할머니가 청탁을 해, 이를 말리기 위해 40분간 교육을 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에 따르면 서씨가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에 근무할 때 단장(대령)이던 C씨는 의원실과의 전화 통화에서 "추미애 아들이 카투사 왔을 때 최초 그 분류부터, 동계올림픽 할 때 막 압력이 들어왔던 것들을 내가 다 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C씨는 신 의원이 육군 3사단장이던 2011년 사단 참모장을 지냈다.

신 의원이 공개한 통화 녹음에는 C씨가 "제가 직접 추미애 남편 서 교수와 추미애 시어머니를 앉혀놓고서 청탁을 하지 말라고 교육을 40분을 했다"는 발언도 담겼다. 나중에 C씨는 자신과 추 장관의 남편 및 시어머니가 만난 시점과 장소를 '신병훈련 수료식 후 식당'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서씨 측이 고발한 사건의 수사를 맡는다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

이래서 투기를 잡아도 내 집은 없다

[부동산은 있고 주거는 없다 ] 새로운 주거체제의 모색

'종합계획' 성격의 발표를 제외하면, 이번 정부 들어서 총 21번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간간이 공급 대책과 수요지원 정책이 있었지만 주로 규제 대책이었다. 이전 정부들처럼 시장이 과열되면 억제책을 구사하다가 경기 활성화를 해야 하면 규제 완화로 냉·온탕을 오가던 모습까지는 아니었지만, 숫자가 많았다는 것은 그리 성공적이진 못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8·4 공급대책에 이르러는 용적률을 파격적으로 올려주고 수도권의 가용지는 다 택지로 전환할 태세다. 그런데 수요억제책으로 대출은 여전히 틀어막은 상황이다. 가계부채 규모가 심각하니 함부로 대출한도를 올려줄 수도 없다. 서울시는 집값을 차츰 치를 수 있는 '지분적립형 주택'도 도입한다고는 했지만 충분한 물량은 아니다.

 

그러니 (약간만 대출을 받으면 집을 살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저축과 신용을 제공해줄 안정된 직장을 가진 일부를 제외한) 우리는, 조금 싸게 매물로 나온다 한들 그 집을 살 수가 없다. 게다가 노동유연화 시대에 대출을 통한 자가 마련이 가능한 계층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러다가 또 어디선가 미분양이 문제가 되면, 다시금 규제 완화를 대안으로 들고나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든다. 이런 쳇바퀴를 벗어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목돈이 없는 우리는, 그 집에 살지 않는 사람, 즉 다주택자가 미리 마련해준 집에 세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한편 다주택자는 전세보증금 덕분에 집을 늘려갔다.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 이자율을 생각하면 더 이익이지만, 이후 집값이 오르면 얻는 시세차익이 훨씬 큰 상황에서 임대인은 전세보증금을 받아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 게 유리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목돈을 굴릴 투자처가 마땅치 않으면, 임대인 입장에서는 월세를 선호하게 된다. 그동안 월세보다 불리한 전세를 택한 이유는 세입자의 주거사다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투자 자금이 필요해서였는데, 이제 투자를 못 하게 되면 임대 그 자체로 수익을 내야 한다. 지난 몇 년 사이 전세의 월세화가 꾸준히 진행되고 '수익형 부동산'이 뜨게 된 배경이다.

 

그러니 직시해야 할 것은 주택임대차보호법 때문이 아니더라도, 투기가 근절되고 집값이 잡힌다면 차츰 소멸할 전세와, 그렇게 되면 오히려 지금보다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는 우리의 운명이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인상 규제의 도입이 반가운 이유다.

 

주거체제의 유형 : 자유주의, 조합주의, 사민주의 복지모델들

'주거체제론' 또는 '주택레짐론'은 아직까지 한국에서 낯선 개념이다. 체제론적인 접근보다는 주로 '보유세''대출규제', '재개발' 또는 '공급' 같은 용어들이 익숙한 키워드다. '비전'이나 '정책'이 아니라 '대책'으로 점철된 '부동산' 정책사였기 때문일까.

 

어떤 세금이 외국보다 몇 퍼센트 비싼지 여부, 이번에 조정대상지역이 추가된 지역이 어디인지가 관심사였지, '한국형 복지국가를 만들어 갈 때 주거를 어떤 위상에 놓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찾기 힘들다.

 

어떤 상()이 있었다면, 투기를 잡거나 대출을 받게 해주면 모두가 집 한 채씩 가질 수 있겠거니, 하는 막연한 환상이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를 가로막는 원흉을 규탄하는 습관에만 젖어 있던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투기를 잡아도 내 집은 없다.

 

문제는 체제다. 한국의 주거복지는 공공임대주택과 같은 현물보조 정책이든, 주거바우처와 같은 현금 보조 정책이든, 그동안 주로 '잔여 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해 왔다. 여기에 정치인들마다 자신의 브랜드를 추가하다 보니, 십수 가지의 복잡한 유형에 각각의 입주 자격과 지원절차도 알기 어렵거니와, 같은 소득수준에 비슷한 조건의 집에 살아도 운에 따라 임대료는 천차만별이 된 상황이다.

 

하여 '공공임대주택 유형 통합'이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다. 통합된 유형이 차차 물량을 늘려나간다면, '경기도형 기본주택'이 지향하는 '주거에서의 보편복지'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주거체제 유형별 성격비교 (자료 훅스트라 table 2.1 번역) 참여사회

 

해외는 어떤 상황일까? 훅스트라(Hoekstra)는 복지국가에 대한 에스핑 앤더슨(Esping-Anderson)의 유형론을 주택 분야에 적용하여 주거체제 역시 자유주의, 조합주의, 사민주의로 구분하였다.이에 따르면 주택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품이 아니라, 탈상품화의 정도나 시장과 정부의 역할, 배분 방식이나 보조금의 범위와 투입대상에 따라, 국가의 성격을 규정짓는, 복지체제의 주요 구성요소다.

 

임대 부문의 성격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하면, 사회주택시스템 vs 포괄적 주택시스템, 잔여모델 vs 대중모델, 이원모델 vs 단일모델, 표적모델 vs 일반모델 등으로 주거체제의 성격을 구분할 수 있다. 각각 앞의 모델들과 뒤의 모델들은 서로 유사성을 가지는데,대체로 공공 혹은 비영리임대 부문이 잔여화 되는 경향이 전자, 그렇지 않은 것이 후자의 모델이라 볼 수 있다.

 

특기할 점은, 임대 부문에서 보편복지의 경향이 강할수록 자가소유의 압력이 덜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위 복지국가들의 자가소유율은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 즉 자기 집을 가진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라, 세입자도 마음 편히 살아서 복지국가라는 것이다.

 

주거중립성과 주거선택권

한국형 복지국가와 주거체제의 발전 경로가 굳이 위 세 가지 유형 중 어느 하나를 그대로 베끼는 방식일 필요는 없다. 어떤 유형이 되든 주거복지 차원의 목표는, 점유 형태에 따른 불이익이나 차별이 최소화되고, 각자가 생애주기와 형편에 따라 적절한 주택을 쉽게 고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버스, 짐이 많으면 택시를 타고, 장거리는 기차를 타도 이상할 것이 없고 영영 자가용 마련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니듯, 오래 머무르지 않을 것 같으면 임대에서 살고, 자리를 잡을 것 같으면 저축과 대출을 합쳐 구매해서 살거나, 이웃과 좀 더 어울리고 싶으면 협동조합이 만드는 공동체 주택에서 살 수 있는 것이 중립성이 구현되고 선택권이 보장된 주거체제이다.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서구의 경우 대개 진보는 토지의 공개념과 주택의 '탈상품화'를 추구했다면, 보수는 '자가소유'를 통한 책임성과 자산축적의 효과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국의 경우 해법은 소멸해가는 전세를 대체할 수 있는 '환매조건부' 주택이 될 수도 있고, 다주택자의 역사적 공로를 대신하여 공적 유동화 중개기관과 사회주택사업자들이 나서서,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원하는 기간만큼 임대하거나, 대출이자에 허덕이지 않고 장기간 지분적립으로 자가를 마련하는 것을 지원할 수도 있겠다.

 

하이브리드 방식도 있다. 협동조합 공동소유 주택으로 가격하락의 리스크와 가격상승을 노리는 투기의 여지를 줄이고, 자가 소유의 안정을 누리다가 필요하면 분담금 적립을 통해 완전 소유도 가능한 방식이다. 단지 안에는 소유 의사나 여력이 없는 1인 가구도 조합원으로서가 아니라 임차인으로서 공존하게 할 수도 있다.

 

규제와 경기부양의 냉·온탕을 오가며 가격에 목을 매는 사후 대책이 아니라 이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체제에 대한 비전이다.

 

Hoekstra(2003). "Housing and the Welfare State in the Netherlands: an Application of Esping-Andersen's Typology",

Housing, Theory and Society, 20(2)

남원석(2014). "한국 공공임대주택의 미래 : 새로운 제도화의 경로와 과제", 공간과 사회 24:2, 136-177 / 최경호(achampspd) / 오마이뉴스

노르웨이 인근 해저에서 발견된 독일 순양함 '카를스루에'를 소나로 탐지한 모습. 바닷속에서 80년의 세월을 보낸 카를스루에는 여전히 나치 문양을 달고 있었으며, 선체 길이는 약 174였다.

 

의료 현실의 맨얼굴의사 파업이 남긴 다섯 가지

대한의사협회 2차 총파업을 하루 앞뒀던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응급실 입구에 일반 진료는 제한되거나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전공의, 전체 의사의 13% 불과한데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인력까지 자리 비우자 의료공백

공공의료 확충명분만 앞세운 정부, 사회적 공론화 과정 없이 계획 발표해 의료계 반발 자초

제대로 된 의료정책 논의기구 없어 갈등 야기·정협의체에 시민들도 참여 해야목소리

 

의사 가운을 벗고 집단휴진(파업)을 이어온 전공의들이 19일 만에 병원에 돌아오면서 의사파업이 일단락됐다. 대규모 의사파업은 2000년과 2014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이지만, 특히 이번 파업은 파장이 컸다. 대형병원의 핵심 의료인력인 전공의들이 일제히 진료를 거부한 데다, 응급실·중환자실의 일부 필수의료인력까지 업무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남은 것은 상처뿐이나, 한국 의료 현실의 맨얼굴을 적나라하게 확인하면서 얻게 된 교훈도 적지 않다. 우리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 정부의 설익은 정책이 어떤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알게 됐다. 강력한 엘리트 이해집단인 의사들이 단체행동에 나서면 국민의 생명권까지 위협받게 되는 무서운 현실을 목도했다.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파업은 마무리됐지만, 사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이번 의사파업이 우리 사회에 던진 수많은 질문들의 답을 찾기 위해 이야기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전공의만 빠져도 환자 생명이 위험해지는 의료 시스템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지역의료와 공공의료 확충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논의와 결정은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보건의료 전문가와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의사파업 기간 동안 떠오른 의료계 쟁점들을 정리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본관 앞에서 이 병원 전공의 대표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며 의사가운을 벗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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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만 빠져도 환자 생명 위험

이번 파업을 주도한 것은 전체 의사 12만여명 중 13%에 불과한 전공의 16000여명이었다. 전공의는 6년간의 의대 예과·본과 과정을 거쳐서 의사면허를 취득한 후 대형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수련생 신분으로 일하는 인턴·레지던트를 말한다. 이들은 수련 중이란 이유로 주 8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봉급을 받으면서 일한다. 이 수련의들이 2주가량 자리를 비우자 전국의 대형병원에서 암 환자 수술 일정이 미뤄지고, 외래진료가 축소되고,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못 받는 등 심각한 의료공백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전공의는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전문의들만으로 병원이 돌아가는 것이 맞다면서 그러려면 당연히 돈을 들여서 전문의를 더 많이 고용해야 하는데, 병원이 시장 논리로 움직이며 수익극대화를 추구하다보니 (저임금으로 장시간 노동을 시킬 수 있는)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공공병원이 앞장서서 적정 인원을 고용하고, 정부가 경영평가에 이 요소를 넣어 의료환경 변화를 유도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전공의들의 이번 파업 목적이 자신들의 불합리한 노동환경이나 처우 개선을 고용주인 병원 측에 요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전공의 파업은 고용주인 병원과 의사들의 철저한 방임 혹은 지지하에 이뤄졌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고용주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이뤄진 파업은 역사가 없다면서 병원과 의사, 전공의는 일반적 노사관계로 바라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의료계 공동의 이익집단 내에서 정부 의료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전공의들이 선봉대로 나서 싸웠다고 보는 것이 더욱 현실에 가깝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 곳곳에서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파업이 이어졌지만, 의사수 증원에 반대해 파업을 일으킨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특히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인력까지 자리를 비운 파업은 유례가 드물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때도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안 비웠는데, 이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필수의료인력까지 빠졌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차제에 의료공백 우려를 해소할 법적 장치를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994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파업 장기화 시 정부가 의사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으나, 사실상 별다른 힘이 없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때도 파업이 종료된 후에야 진료개시를 거부한 대한의사협회(의협) 지도부 위주로만 처벌이 내려졌다. 이번에도 정부는 의료계와의 합의를 위해 고육지책으로 업무개시명령에 불복했던 의사들에 대한 고발조치를 취하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국민들이 파업으로 인해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의 파업 금지, 국공립병원 파업 금지 등을 입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회 유지에 필수적인 직종으로 분류돼 파업권을 제한받는 군대, 공무원 집단처럼 의사들의 파업도 일부 제한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의사들도 얼마든지 단체행동을 할 수 있지만, 최소한의 환자 안전은 지키면서 정해진 범위 내에서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서울대병원 입구에서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의사 집단휴진(파업) 철회를 촉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한쪽에서는 파업 중인 전공의가 정부 의료정책을 비판하는 1인 시위를 했다.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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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공론화 부족한 정책이 초래한 결과

애초 이 모든 참사의 시작점은 사회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던 정부의 허술한 정책이었다. 의료계 파업의 명분은 될 수 없을지언정, ‘빌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723일 더불어민주당과 보건복지부는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날로 높아져 가는 상황에서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정책의 목표와 취지는 좋았지만,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당정에서 추진방안을 내놓기 1~2일 전에 일부 단체와 토론회 한 번 하고서 그냥 발표했다면서 정부가 그런 (허술한) 안을 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현 본부장은 코로나19로 드러난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구조, 제도, 인력 등 여러 요소 중 어떤 것을 먼저 건드려야 하는지 공론화를 통해 우선순위를 정하면서 접근했어야 하는데, 그 과정 없이 의사수 증원부터 튀어나왔다단순히 시민단체 몇몇과 얘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사회적 공론화를 했어야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그 취지에 공감하는 보건의료시민단체가 의사단체보다 먼저 부실한 초안에 대한 혹평을 쏟아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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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정부의 공공의료 확충계획은 말뿐인 잔치에 불과했다는 의구심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1년 복지부 예산안에서 공공병원을 새로 짓기 위한 예산은 하나도 편성되지 않았다. 지역 거점 병원 공공성 강화 예산은 예년에 비해 겨우 73억원 증가해 1337억원으로 책정됐다. 반면 바이오헬스 연구·개발 예산은 2600억원 이상 증가한 7912억원이 책정됐다.

 

김창엽 교수는 공공의료 강화, 지역 간 의료 불균형, 지역 의사 부족 문제 등은 정책적으로 해결하기 상당히 어려운 것들인데, 정부는 그걸 다 모아서 의사를 늘리면 된다는 것으로 끌어안고 가려고 했다이를 두고 의사들은 자신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 없이 추가적인 희생만 요구한다고 해석하면서 현재 상황이 됐다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정책 당사자인 국민들의 생각을 반영해서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의료 문제가 무엇인지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는 게 먼저라며 명확한 진단 없이 의사수가 부족하다, 많다는 이야기만 하면 논쟁만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입구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에 속한 전공의들과 의대 학생들이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4대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단체행동을 하고 있다. 사진·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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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 결정 구조 손봐야

의사수 증원이 의사파업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온 데에는 정부의 미흡한 정책 추진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의료정책과 관련된 각종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모아서 논의하고 합의를 이뤄낼 만한 제대로 된 의료정책 논의기구가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의료정책이 제도화된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충분한 공론화를 거쳐 도출된다면, 이익단체가 단체행동을 통해 뒤집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현재 의료정책과 관련된 사회적 합의기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복지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두고 가입자 대표와 공급자(의약계) 대표, 공익대표가 각각 8명씩 들어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건정심으로는 의료정책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입장이 크게 다른 가입자와 공급자 대표 모두 건정심 결과에 만족하지 않다보니, 결국 정부가 책임 회피용으로 건정심을 활용한다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나왔다. 무엇보다 건정심은 주로 건보료 논의를 위해 구성된 위원회이기 때문에 의사수 증원과 같이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의료정책을 다루기에 적합하지 않다.

 

정부는 파업 사태가 정리되면 의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과 의·정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정협의체에서 필수의료 육성 등 주요 의료현안을 논의하고, 논의 결과를 보건의료발전계획에 반영하겠다고 의협과 합의했다. 하지만 가입자인 시민대표가 배제된 채 의사들만 들어가는 의·정협의체를 사회적 합의기구로 볼 수는 없다.

 

현정희 본부장은 모든 의료기관의 재정에는 공적인 건보 재정이 80%가량 들어가므로, 의료정책에는 당연히 시민 참여가 필요하다·정협의체는 정부가 양보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을 양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은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도 앞으로 인구구조가 어떻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의료정책이 어떻게 가야 하는지는 의사들을 포함해 의료계 전문가들, 환자를 대변할 수 있는 시민들까지 다 모여서 새로운 테이블을 만들고 숙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점으로 돌아온 공공의료 확충

의사수 증원, 공공의대 신설을 정부 원안대로 추진하기는 어렵게 된 상황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4일 민주당·복지부가 의협과 내놓은 합의문에는 의사단체가 줄곧 주장해온 철회’ ‘폐지등의 단어가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복지부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의협과 협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의사단체는 의사수 증원 자체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현 정부 내에서는 아예 추진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건의료계는 이렇게 된 이상 의대정원 증원이 아닌 공공의료 확충으로 판을 키우고, ‘공공의료 생태계를 만드는 방법을 논의해보자고 이야기한다.

 

우선 정부 초안에 빠져있던 권역별 공공병원 설립 계획을 보완하자는 의견이 많다. 우석균 대표는 한국은 지역의사제를 통해 지역 의사가 양성되더라도 그들이 일할 지방의료원 자체가 너무 적고, 의료환경도 꿈을 펼치기에 너무 열악하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경기도만 해도 지방의료원 6개 중에 300병상이 넘는 의료원이 하나도 없다공공병원의 질적·양적 확충 없이는 공공의대 신설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윤 교수는 적정규모의 종합병원이 없는 의료 취약지에 300병상 이상의 공공병원을 설립하거나, 민간병원에 지역의료 제공 등 책임을 더 부여해 공익적 민간병원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사실 정부가 내놓은 지역의료 강화 계획에도 이미 지역병원을 확충하고 지역가산제를 통해 지역 의료기관에 더 높은 보상을 해주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면서 문제는 예산도, 실행 일정도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의사 배출 과정을 일반 의사와 지역공공의사를 투트랙으로 선발해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현 본부장은 지금 당장 한국의 의료 시스템 전반을 뜯어고치기 어렵다면, 일단 지역 공공의대를 만들어서 돈벌이가 아니라 지역공공의료에 매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공공의대는 정원이 고작 49명뿐이라 아무 실효성이 없으므로,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 교수는 할 거면 최소한 한 해 의대 정원의 10분의 1 정도는 공공의대에서 나올 수 있게 규모를 키워야 한다면서 공공의대가 마치 공공의료의 사관학교 같은 역할을 하게끔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써서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와 소통하는 의사는 어떻게 만드나

이번 파업은 4개월 넘게 이어진 의약분업 파업보다 기간은 짧았지만, 한국 사회에 진한 상흔을 남겼다. 코로나19 유행 상황 속에서 필수의료분야 인력까지 빼면서 파업하는 의사를 보며 국민들 상당수가 공포를 넘어 분노를 느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공공의대 정책을 비판하면서 전교 1등 의사에게 진료받는 것이 더 좋지 않냐엘리트 의식을 드러낸 것도 강한 정서적 반감을 샀다.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지금도 환자들이 치료받을 때 이거 과잉진료 아니야종종 의심하지 않느냐의사와 환자 간에는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일로 의사단체가 집단이익을 위해서는 환자도 내팽개칠 수 있는 집단으로 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의사들이 거리로 나온 것은 밥그릇때문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자신들의 주장을 사회 구성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은 매우 미숙했다. 김동은 교수는 의사 파업은 국민들에게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의 문제인데, 파업에 참여한 의사들이 국민이 의아해 할 만한 표현들만 쓰니 국민들이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간 의학교육이 임상교육에만 몰두하면서 의료인문학 등 국민들 눈높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걸 배우는 과정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이번 일은 우리 사회에 지금의 경쟁적 교육체제 내에서 성적경쟁만으로 의사 같은 전문가를 키워내는 것이 옳은가, 새로운 세대는 어떻게 키워나가야 하는가라는 큰 고민과 숙제를 던졌다고 말했다.

이혜인·정대연 기자 hyein@kyunghyang.com

 

K방역의 이면, 인권침해 좌시해서는 안된다"

개인정보 수집·활용과 강제조치로 틀어막은 코로나19..."인권과 함께하는 법 고민해야"

'K-방역'이 코로나19 확산을 성공적으로 방지했으나, 방역과정에서 이뤄지는 인권침해 문제에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감염병 시기의 인권' 토론회를 개최하며 코로나19 사태에서의 인권적 문제점을 짚었다. 토론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광범위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 감시기구 필요하다"

참가자들은 코로나19 예방조치가 이뤄지면서 공권력이 남용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전했다.

 

우선 확진자의 동선공개를 위해 취해지는 조치인 개인정보 수집 과정에서 권한 남용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선공개까지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확진자가 발생하면 역학조사 및 접촉자를 추적한다. 조사관이 환자를 면접 조사해 필요한 경우 환자의 과거 2주 동안의 동선을 조사한다.

 

이 과정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이뤄진다. 감염병예방법 제761항은 감염병 환자 및 의심자에 대해 여러 개인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2항은 경찰관서를 통해 위치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대표는 이 과정에서 광범위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률 조항이 명확하지 않아 남용의 소지가 있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수집된 개인정보가 개인을 특정하는 수준으로 공개되는 것 또한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간 동선공개는 K-방역의 핵심으로 꼽혔다. 확진자가 거쳐간 곳을 특정해 해당 장소를 방문한 이들 중 밀접 접촉 우려가 큰 이 역시 공격적인 방역 대상이 됐다. 이는 추가 전파자를 최소화하는 데 일조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으나, 개인의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공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수개월간 제기됐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동선공개의 인권 침해적 요소에 우려를 표하며 확진자 개인별로 공개하기보다는 확진자를 특정하지 않고 방문 장소와 시간별로 공개하는 방안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담당하고 있는 일선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확진자별로 공개하고 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인권 제한은 어쩔 수 없지만...자의적인 해석으로 남발하게 해서는 안 돼"

오 대표는 "감염병 예방 과정에서 인권이 제한되는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면서도 "한국처럼 광범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해 감시기술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짚었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이 정부의 시민 감시 강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배경이다.

 

오 대표는 올초 정부가 보다 효과적인 역학조사를 위해 개발한 코로나19 역학조사 시스템도 문제 삼았다. 코로나19 역학조사 시스템은 방역당국이 이전에 개별 관계 기관에 일일이 공문을 보내 개인정보를 수집하던 방식을 전자 네트워크로 통합해 한 번에 일괄 수집이 가능토록 한 시스템이다. 한 번의 요청으로 시스템에 연계된 모든 기관에 개인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현재 경찰청·여신금융협회·통신사·신용카드사 등 28개 기관이 연계됐으며 해외출입국관리기록·의료기관이용 데이터·QR코드 전자출입명부 등도 연계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방역당국은 확진자의 최근 2주간 신용카드 사용처, 휴대폰을 사용한 위치 등의 위치정보부터 의료기관 이용정보와 해외 출입국 정보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다.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오 대표의 지적이다.

 

오 대표는 개인정보 수집에 있어 조사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따르게 되는데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고 감염병 환자뿐 아니라 의심자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를 요청할 수 있으며 수집된 개인정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메르스 때 수집된 개인정보, 지금도 정부는 보관 중

'의심자'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도 개인정보 요청 대상자의 범위를 무한정 확대할 근거가 돼 인권 침해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이태원 클럽발 감염 사태 당시 정부는 기지국 정보를 이용해 클럽 주변에 있던 만 명이 넘는 사람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는데 이를 모두 의심자로 볼 수 있는지 논란이 제기됐다. 이 같은 문제는 광복절 광화문 집회 당시 인근에 머문 이들을 모두 의심 대상으로 분류하는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수집된 개인정보의 보관도 문제다. 현재 감염병예방법에는 수집된 정보를 언제, 어떻게 파기할 것이냐의 규정이 없다. 오 대표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수집된 확진자 정보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해본 결과 계속 보관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코로나19 역학조사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종료하면 개인정보를 파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극단적으로 보면, 만일 코로나19가 완전 종식되지 않고 수년 간 수 명의 아주 적은 감염자만 이어지더라도, 정부가 이를 근거로 그간 수집한 개인정보를 계속 보관할 근거가 될 수 있다.

 

현재 감염병예방법 제76조의 2에서 위치정보를 수집할 때 경찰을 매개로 하도록 한 규정 역시 "경찰이 개인정보를 방역당국에 전달만 해주는 건지, 수집된 개인정보를 직접 처리할 수 있는지 불분명""경찰에 의한 인권침해를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오 대표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기관이 개인정보를 요청하고 이용하는 데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방조치'도 사실상 공권력 행사...시민의 감시 필요하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감염병 예방조치를 위해 강제조치가 자주 사용된다는 데에 우려를 표했다. 오 교수가 언급한 '강제조치'의 대표적 사례는 사회적 거리두기다. 현재 수도권에 적용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의 경우, 자영업자의 영업을 정부가 강제로 제한하고 있다.

 

오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사실상 강제조치"라면서 "강제조치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보충적인 성격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오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의 대응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강제조치에만 의존하면서 동시에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을 들어 "감염병예방법이 실질적인 강제처분에 있어 인권침해를 조직하고 지정하는 권한을 정부에 지나치게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강제조치가 일률적이고 포괄적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목했다. 그는 "보다 구체적인 개인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사회적 거리두기가 방역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본래 머물던 곳이 안전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제조치에 상응해서 국가가 그에 맞게 무언가를 해야 하는지도 상세하게 규정돼야 한다"고 오 교수는 주장했다. 가령 식수를 사용할 수 없게 제한한다면 별도로 식수를 공급해야 한다는 식이다.

 

오 교수는 "강제조치는 사법적 절차가 아닌, 신속하게 이뤄지는 비사법적 절차"라며 "이런 조치를 시행하기에 앞서 감염병 전문가 당사자는 물론, 시민의 관점에서도 함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한동안 숙의민주주의를 이야기했는데 정작 숙의민주주의가 필요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토론에 참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서채완 변호사는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어디까지 인권을 보장하느냐'가 아니라 '인권을 어떻게 보장하느냐'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인권중심의 접근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감염병 협동대응체계에 국제원칙은 인권중심 및 차별금지 취약계층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보호 시민의 참여 국제연대 4가지를 두고 있다. 특히 '시민의 참여' 여부는 유엔특별보고관이 감독하는 핵심사항 중 하나"라며 "감염병 예방 조치에 활용되는 공권력도 국민주권의 원리에 따른 국민적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은 기자 프레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