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1~
조선일보 “X한민국, 도끼 들자” 보도에 “부끄러운 혐오” 비판
재난지원금 배제에 혐오게시글 인용보도 ‘맥락·취재윤리 버려둔 혐오 멈추라’
인권위 차별개선 권고·다수 국가 지원금 지급현황 등 맥락 언급 없어
정부가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이주민을 배제해 차별 논란이 이는 가운데, 조선일보가 이와 관련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화면을 인용해 “조선족 반응”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주인권단체들은 공동성명을 내 “기사가 아닌 내놓기 부끄러운 혐오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3일 “‘X한민국, 도끼 들자’…재난지원금 못 받은 조선족 반응”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보도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재난지원금 못 받은 중국 동포의 커뮤니티 근황’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며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다고 밝힌 중국 동포의 불만을 담은 캡쳐화면을 인용했다.
기사는 말미에 “네티즌들은 ‘욕하면서 받을 건 받아먹으려는 심보’ ‘경제활동을 하면 세금을 내는 건 당연한 거고,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재난지원금을 주지 않는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후 SBS와 파이낸셜뉴스가 같은 내용을 기사화했다.
▲지난 13일 조선일보 보도 갈무리
이에 공익법센터 어필·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39개 이주인권단체가 지난 18일 공동성명을 내고 “부끄러운 혐오표현을 멈추라”고 밝혔다. 해당 보도가 재난지원금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나 국제 흐름, 국내 중국동포의 일상은 언급하지 않은 채 차별을 확대재생산한다는 지적이다.
단체들은 성명에서 “기자는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표출한 ‘거친 욕설과 불만’이 사회적으로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기본 사실 확인이나 취재윤리는 버려둔 채 서둘러 단신 보도했다”며 “언급된 표현의 수준만 보면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 한국 사람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표출한 분노에 비하면 점잖은 수준이며 댓글에 남겨진 수많은 혐오표현과는 견주기가 민망하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기사는) 지원금을 받지 못한 이주민의 불만은 여과 없이 전하면서 그 원인인 재난지원금 차별지급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침묵한다”고 했다. 미국과 일본, 독일, 캐나다 등 정부는 장기거주 외국인에 정부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도 지난해 6월 서울시와 경기도가 외국인 주민에 재난지원금을 배제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자 평등권 침해라며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민주노총, 한국이주인권센터 등 110여개 단체가 지난 7월6일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민에게도 차별없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사진=노동과세계 제공
단체는 “경기 부양을 위해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국적을 떠나 지급하는 것이 재난지원금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다는 전문가들 의견보다 누군지 알 수도 없는 혐오 댓글이 보도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조선족이 감히 정부 정책에 대해 불만을 가진다는 차별·혐오의 감정만 그대로 전하고 있을 뿐”이라며 “혹시 이것이 기사의 의도라면 그건 결코 기사라 부를 수 없다. 밖으로 꺼내놓기 부끄러운 혐오표현”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기자협회를 포함한 9개 미디어종사자 단체의 ‘혐오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을 언급한 뒤 “사회적 연대가 어려운 재난의 시기에 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혐오는 늘 사용되어온 쉬운 출구전략”이라며 “모든 언론인에게 이주민에 대한 부끄러운 혐오표현, 증오와 폭력의 선동을 멈추고 평화와 공존을 위한 성찰에 동참하여 줄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발표된 혐오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은 “혐오표현의 개념과 맥락, 해악을 충분히 인식하고, 다양한 사회현상과 발언 등에 혐오표현이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전달하겠다”며 “특히 경제적 불황, 재난 상황에 혐오표현이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인권의 측면에서 더욱 면밀하게 살피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이명박 대통령 신뢰도 상승, 20대 남자가 주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조사 때부터 두각을 보였다. 그의 ‘선전’ 배경에는 19~29세 남성 응답층의 변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일 세대 내에서도 성별에 따라 호감도가 달라진다.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낯선 손님들이 방문하기 시작했다. 6월25일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월3일에는 야권 대선주자 중 한 명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이곳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했다. 중요한 정치적 국면마다 봉하마을을 찾는 것이 여야 모두에게 ‘표준’이 되었다. 외연 넓히기를 시도하는 야권 정치인조차 발걸음하게 만들 만큼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한국 정치에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시사IN〉 신뢰도 조사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36.0%가 노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으로 꼽았다(〈그림 1〉 참조). 오차범위 이내 접전까지 포함하면, 벌써 8년 연속 1위다. 2위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26.3%, 3위인 김대중 대통령은 16.1%를 기록했다. 노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격차는 2016년부터 오차범위 이상 벌어졌다.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신뢰는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강고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세부 수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거와 다른 경향성도 발견된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비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신뢰 응답층이 다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20년 신뢰도 조사 당시 노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41.9%에 달했지만, 1년 새 그 비율은 5.9%포인트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지난해에 비해 9.4%포인트 하락했다. 두 사람에 대한 유권자의 신뢰도는 함께 움직이는 경향을 보였다. 올해 노 전 대통령이 기록한 36.0%라는 수치는 최근 7년(2015년 이후) 사이 가장 저조한 기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는 가운데 2위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는 응답은 지난해(22.2%)보다 4%포인트 정도 높은 26.3%로 나타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역대 신뢰도 조사에서 15% 내외를 유지했는데, 올해도 16.1%로 나타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던 2018년(42.0%)과 비교해보면 세대별 ‘신뢰 응답’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가장 단단한 지지층으로 꼽히던 20~40대 응답자들이 흔들렸다. 특히 30대 응답층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2018년에는 30대 응답자 중 61.0%가 역대 대통령 중 노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고 답했지만, 이 비율은 올해 48.5%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에 19~29세(44.1%→37.4%) 연령층과, 40대(60.5%→54.8%) 연령층에서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신뢰 응답이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줄어든 신뢰 응답층을 ‘보수’를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대로 흡수하지는 못했다. 19~29세(5.2%), 30대(9.3%)는 여전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응답률이 낮았다. 통상 박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고 답하는 세대·지역·직업군은 60세 이상(54.1%), 대구·경북(44.0%), 전업주부(43.8%)인데, 이들 층위에서 신뢰 응답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결국 이 ‘신뢰의 공백’이 만들어낸 수혜는 의외의 인물이 가져갔다.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횡령 및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20년 11월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 하고 있다.ⓒ연합뉴스
수감 중인 전직 대통령의 신뢰 상승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조사 때부터 두각을 보였다. 2018년 1.3%, 2019년 2.9%에 불과하던 ‘신뢰 응답’ 비율이 지난해 4.8%까지 상승했고, 올해 5%로 그 기류가 이어졌다. 지난해 갑작스러운 상승세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노무현·박정희·김대중에 이어 4위에 해당한다. 부정부패로 인해 수감 중인 전직 대통령의 신뢰가 지난 2년 사이에 오히려 증가하는 아이러니한 결과다.
보수 응답자 사이에서 존재감이 커졌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라고 응답한 이들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고 답한 이들은 11.1%에 달한다. 박정희(37.1%), 노무현(20.6%)의 뒤를 착실하게 따르고 있다. 김영삼(4.9%), 박근혜(2.6%), 이승만(2.3%) 등 다른 보수 정치인과도 격차를 보인다. 보수층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거나, 보수층의 구성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는 응답층을 연령·지역·직업·성별 기준으로 살펴보았다. 19~29세(17.8%)와 학생층(22.2%)에서 이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특히 이들 젊은 연령대에서 성별에 따라 응답이 판이하게 엇갈렸다.
〈그림 2〉는 19~29세, 30대 응답층을 남녀로 구분해 비교한 결과다. 19~29세 남성 응답자 가운데 27.7%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고 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30.4%)에 대한 응답 비율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반면 19~29세 여성은 노무현(45.7%), 김대중(22.3%) 두 전직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고 꼽았다. 30대 응답자 사이에서도 성별 격차가 나타났지만, 남녀 모두 이 전 대통령의 응답 비율이 10%를 넘기지는 않았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의 ‘선전’ 배경에는 19~29세 남성 응답층의 변화가 존재한다.
이 같은 경향은 지난 8월, 〈시사IN〉이 한국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웹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호감 여부’를 질문했는데, 20대 남성 응답자 가운데 38.2%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호감이 있다고 답했다(전 연령·성별 평균 18.3%). 반면 20대 여성 가운데 이 전 대통령에게 호감을 갖는다는 비율은 9%에 불과했다. 동일 세대 내에서 성별에 따라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신뢰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약진이 한국 정치 지형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여전히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한국 사회에서 ‘신뢰’받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있고, 박정희·김대중의 흔적 역시 진하게 이어지고 있다. 다만 미래 세대인 20대 일부가 이명박이라는 이름을 ‘신뢰’와 등치시키고 있다는 점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이 변화가 전 세대로 확대될지, 아니면 특정 응답층 내의 ‘소란’에 불과한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시사인 김동인 기자
380조 저출산 예산, '밑 빠진 독 물 붓기'라고요?[초저출생: 미래가 없다]
저출생의 현주소, 이렇습니다
'다자녀 엄마' 기자가 본 '다자녀 혜택'…이것이 실상
"책임 못질 아이를 왜 낳아요?"…절망 빠진 청년들
"집도 돈도 없는데 애를?"…저출생에 2060 답하다
"다닐 애들이 없어요"…점점 사라지는 학교
점점 작아지는 군대…나라 지킬 '군인'이 없다
'저출산 예산'은 느는데 출산율은 오히려 감소
스마트이미지 제공
지난 15년 동안 한국 정부가 380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은 사업을 알고 계십니까? 심지어 이 사업은 그동안 처절할 정도로 실패에 가까운 결과를 거뒀고, 앞으로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앞으로 더 많은 투자가 불가피한 사업, 바로 '저출산 대책'입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저출산 예산'을 처음 편성했던 때는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15년 동안 저출산 예산으로 분류된 사업의 총예산액을 모두 합하면 결산 기준(2019~2020년 계획 기준) 380조 2천억 원에 달합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태어난 출생아 수를 모두 합치면 626만 1467명이니까 단순히 나눠서 계산하면 아이 한 명을 낳을 때마다 6070여만 원씩 예산이 투입된 셈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출생률은 해마다 가파르게 추락했습니다. 2006년 출생아 수는 약 45만 2천명,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1.132명이었는데요. 지난해 출생아 수는 그 절반 수준인 27만 2천여 명으로, 합계출산율은 0.837명으로 떨어졌습니다.
매년 정부가 예산안을 발표할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지만, 그때마다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는 '저출산 예산'.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인문학 강화'가 저출산 대책?…'깜깜이 예산'
지난달 감사원과 국회 예산정책처는 잇따라 정부의 저출산 예산·사업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보고서 모두 저출산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되는 '깜깜이 예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우선 저출산 대책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들이 저출산 대책으로 포함된 사례도 발견됐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를 낳을 청년과 무관하게 단순히 창업을 지원하거나, 프로스포츠팀을 지원하거나, 대학 인문학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 저출산 예산에 포함되는 식입니다.
한편 정부가 2013년부터 실시한 무상보육·교육(누리과정)은 유치원의 방과후과정비 등이 물가상승률보다 크게 증가해 학부모 지출비용만 늘린 점도 지적됐습니다. 또 신혼부부·청년 주거를 지원하는 사업이나 전세자금 대출도 관련 수요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효과가 낮은 사업들을 추진했다는 말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최성은 선임연구위원은 우선 '저출산 예산'이라는 개념 자체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사용된다고 지적합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애초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적만을 위한 정책, 사업은 없다"며 "각자 고유의 목표가 따로 있는 사업들을 놓고 출산 효과를 가져올 부분이 있으면 일단 모아서 저출산 예산이라고 통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초저출생이 심각한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저출산 예산 사업도 급격히 확장됐습니다. 2006~2010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계획했던 예산은 40조 3천억 원이었는데, 지난해까지 실행됐던 제3차 기본계획 예산은 197조 5천억 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압력이 강해지자 각 부처가 이를 명분으로 과도하게 관련 사업 예산을 확대하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며 "당연히 세밀하게 설계하고 효과를 따져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저출산 해결을 이유로 필요 이상으로 예산이 확대돼 예산 대비 효과는 떨어지게 된다"고 진단했습니다.
'직접 지원 사업'이 현금 살포?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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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특히 주목받는 지점이 직접 지원 사업의 비중입니다. 보통 출산·보육·난임 가정에게 각종 수당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직접 지원 사업, 고용이나 주거, 교육 등 아이를 낳고 기를 여건을 마련하는 사업을 간접 지원 사업이라고 합니다.
일부 정치인이나 언론은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핑계로 현금을 '살포'하고 있다며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직접 지원 사업 예산 비율은 1.43%로, 2~3% 수준인 해외 선진국보다 훨씬 낮습니다.
육아정책연구소 김근진 부연구위원은 "현재 전체 저출산 정책 예산 중 간접 지원 예산 비중이 60%를 넘었다"며 "전체 저출산 예산 총액이 확대되면서 충분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는 '착시 효과' 때문에 정작 출산과 육아에 직결되는 직접 지원 예산은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접근에 주의할 지점도 있습니다. 우선 저출산 문제에 직접 지원 사업이 간접 지원 사업보다 반드시 더 효과적이라고 단정 지을 수만은 없습니다. 초저출생 배경에는 다양한 사회구조적 문제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어떤 사업이 얼마나 저출산 극복에 도움이 될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한국은 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급격하게 저출생 문제를 겪고 있어 다른 나라와의 비교가 쉽지 않습니다.
출산 문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중장기 과제입니다. 지금 당장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하려면 수년이 걸립니다. 더구나 이미 저출산 문제가 장기간 지속돼 아이를 낳을 연령층 자체가 크게 줄어든 현재의 인구구조로는 극적인 출생률 반등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국 저출산 대책의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정처는 "(정부 대책에 따른 결혼·출산 여건) 변화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을 확신하고 생애에 대한 전망을 바꾸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며 "단기적인 차원에서 출산율을 제고하는 정책대응보다는 사회·경제적 인프라를 조성하는 정책을 펼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컨트롤타워 기능 못하는 저출산위…"정부·국회도 반성하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그렇다고 정부가 손 놓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부는 현재 5년마다 저출산 대책의 목표와 정책 틀의 기반이 되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우는 등 다양한 정책을 집행하고 있습니다. 각 부처와의 사업을 조정하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죠. 문제는 이 저출산위가 충분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감사원은 저출산위가 내부 업무 분배에도 실패했고, 저출산 대책 사업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관련 기사 "저출산 컨트롤타워가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최 선임연구위원은 "저출산 사업을 새롭게 벌이고 예산을 확대하면 가시적으로 성과가 보이지만, 부처들이 내놓은 사업을 조정하는 일은 하기 어려우면서도 눈에 띄지 않아 저출산위가 소홀했던 경향이 있다"며 "단순히 저출산 대책의 덩치를 키우는 일보다 사업을 검토하고 재정비하는 작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저출산위의 역할과 기능을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관련 예산을 저출산위가 키를 잡도록 한곳에 모으고, 컨트롤타워의 위상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출산 대책 실패의 책임이 무조건 저출산위에 있다고만은 볼 수 없습니다.
저출산 대책은 저출산위의 5개년 기본계획에 일단 담기지만, 다른 정부 사업과 마찬가지로 매년 국무조정실의 정부부처 업무평가로 검증받습니다. 또 예산을 편성할 때는 기획재정부가 심사해 정부 예산안에 반영하고, 국회가 이를 심의해 확정합니다. 즉 저출산위뿐 아니라 정부와 국회도 저출산 대책 사업을 꼼꼼하게 점검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종서 인구정책연구실장은 "저출산위는 정권이 바뀌는 등 시기에 따라 수시로 조직과 소속이 너무 자주 바뀌었다"며 "아직도 매우 제한된 권한만 갖고 있는데, 저출산 정책의 문제점을 모두 저출산위가 해결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연구실장은 "정부의 재원을 배분하고 사업을 편성하는 권한은 정부 각 부처가 갖고 있고, 부처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입장이 다른 경우도 많다"며 "비단 저출산위에 저출산 문제 해법을 맡겨두지 말고 정부 부처 전반에 걸쳐 저출산 문제의 시급성을 공유해 공감대를 갖고, 저출산 문제 해결을 우선순위에 두도록 공통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NAVER문죄양척결2021-09-21 13:51:08신고추천1비추천1
ㄱ소리를 길게 한다고 ㄱ소리가 아닌지 아냐? 저돈 파보면 ㅁ쩝쩝이들이 해체먹은게 얼마일지 궁금하다. 360조면 불임치료 와 애낳는 집에 애 한명당 대학교까지 교육비 지원해줘도 100조도 안드는 엄청난 금액이다.
NAVER나라를위하여2021-09-21 13:41:04신고추천4비추천0
저출산 예산으로 공무원들 배나 불리지 말고... 그냥 한 명 놓으면 바로 6천만원씩 주는게 훨씬 낫다...
NAVER프롤로2021-09-21 13:35:13신고추천1비추천0
출산지원 방향이 잘못되었으니까 돈만쓰고 효과가 없는것..
방금 계산해보니 5억짜리 집은 76만채 지을 수 있는 돈이네..
그냥 집을 지어서 결혼한 청년한테 주면 152만명의 청년에게 집이 돌아가고 그럼 바로 결혼해서 애 낫는다.. 집없다고 결혼 안된다는데 집에는 거의 돈을 안써~
NAVER보스박2021-09-21 13:26:58신고추천0비추천0
재앙이다. 재앙. 그 어마어마한 돈을 차라리 출산할 때 3천만원씩 지원해 주는 정책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돈살포 해야 애라도 낳지. 밑빠진독을 새독으로 바꾸는게 돈이 덜 들어 간다.
정부는 헛짓거리 그만해라. 세금 낭비하는 죄도 엄하게 다스려야 함부로 세금을 안 쓸것.
NAVERironmask2021-09-21 12:29:47신고추천2비추천1
저출산 타령만 하지 말고 한국은 고아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도 당분간 해외입양을 막고 부모가 버린 아이들을 국립보육원에서 양육 해야하고 해외입양아들을 잠시 보육하는 국내 입양기관들의 해외입양이 돈벌이 수단이 안되도록 해야한다
NAVER자유를위하여2021-09-21 11:15:25신고추천6비추천2
매년 수십조원 들이지 말고 사교육금지시키고 대학졸업때까지 무상교육 바로 도입하라.
그리고 초등학교 졸업때까지는 연중 24시간 운영하는 영유아원, 유치원, 어린이집 도입하여 부모가 원할때만 집에 데려가서 돌볼 수 있게 하라.
그러면 출산율 서서히 증가할 것이다.
이와 관련된 취업률도 당연히 증가하여 국가 전체적으로 실업률도 내려갈 것이고....
그런데 이 좋은 정책들을 과감하게 선언할 대선주자가 있을 것인가가 문제다.
NAVER이강선2021-09-21 11:13:14신고추천2비추천0
정부가 그토록 신경쓰고 노력해 온 결과 젊은이들의 정상적인 생활을 피폐하게 만들고 급기야 자손을 낳기를 거부하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도 그 정부는 변함없이 늘 함께 할거라고 하니 자녀 세대와 그 자손들의 미래가 그려지네요
NAVER카페라떼2021-09-21 10:37:37신고추천2비추천2
^^우리니라 여자들 남자와 고생하면서 살기를 거부하니
외국에서 오는 여자들에게 희망을 걸어보는 수 밖에...
슬프지만 현실이다...
남자들고 돌아서기 시작했다...
나라에서는 외국인과의 결혼서류라도 간소화 시켜서 지원해 줘야한다...
대기업 취직한 '고졸' 응원하던 이들은 다 어디로 갔나
[일상의 혐오-학력] 일자리 선택의 차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바라며
인터넷 구직 사이트 A에 접속하면, 현재 등록된 전체 채용공고는 자그마치 16만 건으로 표시된다.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기에 너무 많은 숫자다. 지원 자격에 '지원자격 - 대졸 이상'으로 표시된 게 워낙 많아서, 고졸이 최종 학력인 나는 '상세검색' 메뉴에서 '학력 - 고등학교 졸업'을 선택해 다시 검색해야 한다.
검색 결과는 3만 3154건으로 줄어들고, 남은 채용공고의 대부분은 기계 정비, 건설 노동, 생산직 등으로 분야도 좁혀진다.
다른 구직 사이트 B에 접속해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일 할 사람을 구한다는 내용의 채용 정보 게시물이 무려 21만 5617개나 올라와 있지만, 학력을 '고졸'로 설정하고 다시 검색하면 게시물 숫자는 2만 0577건으로 대폭 줄어든다. 지원 가능한 일자리는 대체로 물류센터 택배 상하차, 공장 노동, 콜센터 등이다.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일자리들 중에도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을 원한다고 조건을 걸어놓은 회사가 꽤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졸자가 지원할 수 있는 곳은 더욱 줄어든다. 남은 목록에서 일자리를 찾다 보면, 근로계약서 조항이 터무니없거나 몇 달을 근무해도 일요일 외 휴무일이 전혀 없는 일터를 종종 만나기도 한다.
▲ 웹 드라마 "좋좋소" 중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장면. 중소기업 근무 환경 등을 현실적이고 적나라하면서도 코믹하게 다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유튜브 "이과장" 채널
20대 초반,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았기에 다니던 전문대를 졸업하지 못하고 자퇴해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던 시기는 점점 길어졌고, 3년간 20여 종류가 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때그때를 '버티듯이' 지냈다. 최저임금 정도의 빠듯한 생활비로 '하루 라면 하나'로 끼니를 때우던 시기를 거쳤고, 한때 몸무게가 지금보다 10kg 이상 적은 50kg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대학을 안 나오셨는데... 나이가 꽤 있네요?"
'창고 관리직인데 대졸자를 구한다고?'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지내는 동안 1년 가까이 여성 의류업체 창고에서 근무한 적이 있던 나는 귀국 후 구직 사이트에서 '창고 관리자 - 경력자 우대'라는 공고를 발견하고 곧장 지원했다. 지원자격 설명에서 '대졸자'를 구한다는 내용을 보았지만, 실무 경력이 있으니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는 '서류 전형 탈락'이었다. "저희가 대졸인 분을 찾고 있어서, 아쉽게도 다른 분을 채용하게 됐습니다"라고 탈락의 이유를 설명해준 곳은 그나마 친절했다고 할까. 창고-매점 관리를 맡는 일자리에 더 지원해봤지만 거의 서류 탈락이거나, 면접에서 떨어지기 일쑤였다.
면접에서 "혹시 대학교를 안 나온 이유가 있나요?" 하고 굳이 묻는 말에 어색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 적도 있다. 고졸 신분으로 일하자니 아르바이트를 2~3년간 더 해야 했고, 그러는 동안 면접 도중 듣는 말이 몇 가지 늘었다.
"대학을 안 나오셨는데... 나이가 꽤 있네요?"
"알바만 계속했다고요? 차라리 일하면서 전문대를 야간으로라도 다니지 그래요?"
▲ MBC <무한도전> 프로그램 중 무한상사 면접 장면.ⓒ MBC
결국 마음을 바꿔 고졸을 채용하는 일자리를 찾아 지원했다. 주로 마트·병원·은행에서 보안요원으로 근무했고, 그 전에는 통영에 위치한 조선소와 구미 공단 지역의 휴대전화 부품 공장 등 일을 찾아 지역으로 향한 적도 있다.
김용균과 구의역 김군의 일자리
공장에서 일하다가 손가락이 으스러져서 퇴사하고, 조선소에서 근무하던 중 동료의 사망 소식을 듣고 떠나기로 마음먹었던 날을 기억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구의역 김군과 김용균씨 사망 사건을 뉴스 기사로 보며 생각했다. 내가 직접 산업재해 사망 당사자가 되지 않았던 건 그저 운이 덜 나빴던 것일 뿐이고, 언제든지 나의 일이 될 수도 있었다고 말이다.
물론 표면적으로 산재 사고의 원인은 '위험한 일터'에 있다. 누군가는 '학력 차별'과 산재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정규직으로 육체노동 현장에 들어가 몇 년간 일하며 쌓은 기억들을 떠올려보면, 전혀 동떨어진 사안이 아니라고 말하게 된다.
산재의 뿌리엔 분명 '위험의 외주화'라는 요소가 있지만, 사방으로 뻗은 다른 뿌리를 끄집어내면 비정규직 처우 문제가 같이 엮여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비정규직을 두고 흔히 '임금을 덜 받고도 더 위험한 일을 해도 마땅하다'고 보는 인식은 곧 '그런 직종엔 못 배운 사람들이 가는 것'이라는 편견과 일정 부분 맞닿아있다. 학력이 낮거나, 학벌이 좋지 못하거나, 지방 전문대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기피 직종'인 것이 어떤 사람들에겐 '감당해야 할 현실'로 뒤바뀌곤 한다.
만약 산재를 겪거나 겪을 가능성에 놓인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다른 직종의 일자리를 선택할 자유'가 보장된다면 어떨까? 학력이 높지 못하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폭넓은 일자리를 선택할 기회조차 출발선에 서기 전에 잃는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같은 댓글이 산재 관련 기사에서 흔히 보이는 오늘날, '열악한 일자리'와 '위험한 일자리' 같은 선택지만 주어진 상황은 단지 '그럴싸하게 재포장한 차별'에 지나지 않는다.
학력 차별 정당화하는 '능력주의'의 시대,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 드라마 <미생> 예고편 중. 장그래는 고졸 출신으로 인턴기간을 거쳐 신입사원이 되는 인물이다.ⓒ CJ E&M
2014년 웹툰 원작의 드라마 <미생>이 인기리에 방영되던 시절, 사람들은 임시완이 연기하던 주인공 '장그래'를 응원하곤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둑에 매달리다가 무역회사에 인턴으로 취직해 힘겹게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짠하면서도 한국의 비정규직 현실을 잘 담아냈다. 장그래를 향한 응원은 가히 전국민적인 열풍에 가까웠고, <미생>은 당시 방영 드라마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2014년 12월 기준).
하지만 몇 년이 흐른 2021년 한국에서는 장그래를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꽤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 씁쓸해진다. 지난 2020년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을 두고 비난이 쏟아졌던 일을 돌아보면 그렇다. 당시 이준석은 "공부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아도 가재·게로 살아도 된다는 민주당의 가짜 평등과 맞서겠다"라고 발언했고, 최근 능력주의에 대한 확신을 펼친 끝에 당대표가 되었다(관련 기사 : '능력주의' 앞세운 이준석... 법원 판결은 달랐다 http://omn.kr/1ub5l).
2012년부터 2019년까지의 국가 장학금 신청 현황에 의하면 고려대·서울대·연세대 학생의 40%, 국내 의과 대학 재학생의 48%가 고소득층이란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일신 전속적 능력'이란 것이 일신을 넘어선 일가족의 능력에 가깝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한편에서는 가족의 모든 자본을 총동원해 전투적 태세로 치열한 교육 경쟁을 벌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온갖 난관에 시달리며 배움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교육 양극화 현상 속에서, 능력에 따른 교육이란 능력을 이유로 사회 불평등을 온존시키는 장치가 되기 십상이다. - <능력주의와 불평등> 51쪽 중에서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대학 학위가 품격 있는 직업과 사회적 명망의 조건이라는 생각을 근거로 정치를 하니 민주주의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라며 진보-보수 구분 없이 능력주의를 이상화하는 미국 정치계를 꼬집기도 한다. 또한 마이클 샌델은 불평등이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겨질수록 연대 의식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이클 샌델의 비판은 '차별을 없애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라는 착각이 퍼지는 한국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듯하다. 각박한 현실을 핑계 삼아 사회를 갈라놓는 차별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이뤄지길 바란다. 학력이나 성별·인종·장애 유무로 고용과 교육 등의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한다면, 자신의 업무 능력을 증명한 장그래가 고졸 신분 주제에 정규직 자리를 노린다며 '공정의 매'를 맞을 일도 없을 테니까.
오마이뉴스 김준수(deckey)
"고인은 하루 200kg 짐을 짊어지고 5만 보를 걸었다"
[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 8회 경제지엔 없는 '죽음의 길을 걷는 사람들’
추석 연휴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해 많은 사람들이 거리두기는 지키되 가족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안전한 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 8회는 지난번에 이어 고향에 가지 못하는 우리를 대신해 선물을 전해줄 택배 노동자가 처한 노동환경 현실과 이를 다루는 경제지 보도를 살펴봅니다.
7회 "한달 3명 노동자 사망한 쿠팡, 노동환경 '천국'이라는 한국경제"에서 민언련은 쿠팡 물류·택배노동을 두고 "다른 물류센터와 비교하면 천국"이라며 치켜세우고, "쿠팡 노동환경 정도면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은 된다"며 열악한 노동환경을 가리거나 절반의 사실을 전한 경제지 보도를 전해드렸습니다.
올해 3월은 이런 보도 행태가 두드러졌습니다. 대부분 언론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 소식은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한 달 새 숨진 노동자 세 명의 죽음은 단건 보도 혹은 무보도로 일관했기 때문입니다.
택배노동자 21명 사망, 경제지 3명만 단건 보도
쿠팡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6월 3일까지 사망한 택배노동자는 21명입니다. 사람이 사망하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어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1년 반 만에 비슷한 노동을 하던 노동자들이 수십 명 사망하고 과도한 업무량에 힘듦을 호소했습니다. 언론은 마땅히 택배노동자의 업무환경을 살피고 구조 문제를 따져보는 보도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경제지는 무관심했습니다. 2020년 1월 13일, 33살이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우체국 택배노동자부터, 2021년 3월 24일 택배차량 근처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한 쿠팡 택배노동자까지. 민언련은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 3개 경제일간지의 택배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지면기사 보도량과 보도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택배노동자 사망 다음날을 기준으로 3일간 21번의 사망사건 언론 보도를 살펴본 결과, 21명 노동자 중 3명의 사망 소식만 경제지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마저도 단순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치거나 물류센터 집단감염 소식을 전하며 추가된 정보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 2020년 1월 1부터 2021년 3월까지 택배노동자 21명이 숨졌지만, 3개 경제지 지면에 린 사망사건은 3건에 불과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자료ⓒ 민주언론시민연합
지난해 10월 20일, 택배 간선차량을 몰던 CJ대한통운 노동자가 A씨가 일터에서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진 사건이 있습니다. 숨지기 직전 30시간 넘는 장시간 노동을 하다 사망한 A씨의 죽음은 <매일경제> "고개숙인 CJ대한통운 택배분류 4천명 확충"(2020년 10월 22일)에선 'CJ대한통운 대표 대국민 사과'를 전하며 추가로 한 줄 실린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사망사건 소식이 매일경제에 실렸으나 박근희 대표 기자회견에 덧붙여 보도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경제지가 택배 노동을 대하는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 또 있습니다. 지난해 8월 16일, 경북 예천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택배노동자 B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습니다. 사망 원인을 단정할 순 없지만, 택배노조에 따르면 B씨는 평소 한 달에 1만 개를 배달했고 매일 밤 10~11시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B씨가 사망한 날은 정부와 택배업계가 지정한 '택배 없는 날'이었습니다. 택배 없는 날 택배노동자가 사망한 것입니다. 하지만 경제지는 단 한 건도, 그의 죽음을 전하지 않았습니다.
택배비 인상, 배송지연 집중... 열악한 노동환경엔 침묵
경제지는 외면하고 있지만, 변화를 촉구하는 움직임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28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출범했고, 택배 노사·정부·더불어민주당·시민단체가 모여 사회적 합의 기구를 마련해 올해 1월과 6월, 두 차례 사회적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경제지는 이런 변화조차 제대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대신 관심을 가진 것은 택배비 인상과 배송지연 혹은 을과 을 사이 갈등입니다. 더 나아가 택배노조가 파업하면 '생떼를 부린다'는 프레임에 그치기도 했습니다. 택배노조가 왜 파업에 나서는지, 근본 해결책은 무엇인지 원인을 짚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보도는 찾기 힘듭니다.
▲ 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 8회 영상 갈무리ⓒ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래서 경제지를 보는 많은 이들은 택배노동자들의 과도한 노동, 심야노동 문제를 알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2020년 안전보건공단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건강장해 및 과로사 예방 방안'을 살펴보죠. 연구팀이 참여관찰을 통해 택배기사 업무활동 소요시간을 측정한 결과, 택배사별 차이는 있으나 일일 업무시간은 평균 11시간 54분, 업무시간에 포함하지 않은 점심시간을 포함한 휴게시간은 평균 35분이라고 말합니다.
택배기사는 업무 중 음료를 거의 섭취하지 않고, 화장실은 1회 정도 이용하는 정도였습니다. 즉, 택배기사 노동시간은 1일 약 12시간 30분, 주당 71.3시간으로 대한민국 주당 평균 노동시간 40.7시간의 두 배에 달했습니다
야간노동의 심각성도 경제지를 읽어선 알 수 없습니다. 2007년 국제암연구소(IARC)는 야간·교대근무를 발암물질 등급 중 두 번째로 높은 '2A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바 있습니다. 관련 연구에서는 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근무군은 낮 근무군보다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1.4배 높고, 근무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위험도 2.8배까지 증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택배노동자 과로사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2020년부터 현재까지, 해당 내용을 실은 경제지 보도는 한 건도 없습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에 참여해 택배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해온 이조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는 "사회적 합의엔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노동자 노동시간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분명 들어가 있다"면서도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원인으로 많이 지목되는 야간노동 규제까지 충분하게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조은 간사는 "야간노동이 2급 발암물질로 분류되긴 하나, 우리나라는 유럽 나라들과 달리 야간노동에 대한 가산임금 정도만 마련돼 있을 뿐 실질적 규제방안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가산임금이 오히려 야간노동을 부추기는 부작용도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조은 간사의 지적처럼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 제56조 연장·야간 및 휴일근로 3항에서 야간근로에 대해 통상임금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 근로자에게 지급하라는 내용 정도만 명시돼 있습니다.
반면 영국은 야간 노동자 통상 근로시간이 24시간 단위로 평균 8시간을 넘지 않을 것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야간노동자 배치 전과 근무 중 고용주가 무료 건강진단을 제공해야 하기도 합니다. 벨기에는 원칙적으로 야간노동을 금지하며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핀란드나 스페인은 야간노동을 시키려면 인가를 얻어야 합니다.
진보한 시민의식, 언론도 변화에 함께 나서야
그럼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시민들이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시민들에게 택배노동자 근로환경 개선에 관해 물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국민정책참여 플랫폼 '국민생각함'에서 2020년 10월 29일부터 11월 5일까지 8일간 진행된 '택배종사자의 근로환경 개선에 대한 국민의견 조사'를 살펴보죠.
'택배노동자의 과도한 근로시간을 줄여야 하는가' 질문에 95.6%가 동의했고, 이런 변화가 일어나 '배송 일정이 늦어질 수도 있는데 괜찮은가'란 질문에는 87.2%가 동의했습니다. 택배비 일부 인상이 이뤄져도 인상액이 택배 종사자 처우개선에 사용된다면 동의한다는 답변도 73.9%였습니다.
▲ ‘택배 종사자 근로환경 개선’ 국민의견 조사 결과 갈무리ⓒ 민주언론시민연합
시민 의식이 진보한 만큼, 사회 의제를 환기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 또한 변화의 물결에 동참해야 합니다. 이조은 참여연대 간사는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택배 분류작업을 담당한 20대 노동자 장덕준씨 과로사를 사례로 들었습니다.
"고인은 하루 200kg 짐을 짊어지고 5만 보를 걸었다"며 "우리는 건강을 위해 하루 1만 보를 걸어도 많이 걸었다고 말하는데, 택배노동자에게 5만 보는 죽음을 향하는 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를 끊고 멈추기 위해선 택배노동자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동참해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를 감시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ccdm1984)/오마이뉴스
조선일보는 절대 보도하지 않는 K방역의 실체
한국의 방역, 세계적으로 봤을 때 과연 어느 수준일까
추석을 앞둔 9월 16일 <조선일보>에 <"우리나라 확진자·치명률, OECD 최저 수준" 文 발언, 진짜일까>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지금 OECD 최저 수준의 신규 확진자 수와 치명률에 높은 접종률까지 더해지면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한 발언에 의문을 나타낸 겁니다. <조선일보>가 내놓은 답은 이렇습니다. "과장됐다.", "낮은 편이긴 하지만, '최저 수준'이라 하긴 어렵다"
▲ 확진자와 치명률이 OECD 최저 수준이라는 청와대의 발언에 의문을 제기하는 조선일보 보도 ⓒ 조선일보 보도 화면
어느 쪽 말이 맞는 지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하기 위해 '아워월드인데이터' 자료를 인용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 자료를 그대로 사용해서 우리나라의 신규 확진자 수와 치명률을 뽑아 보고 그 결과가 OECD 국가 중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지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신규확진자 수 비교
<조선일보>는 "13일 기준 한국의 7일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1495명이었다"라고 했습니다. 여기부터 틀렸습니다. 13일 기준 한국의 7일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1495명이 아닌 1791명입니다. 특정한 날 하루만 선택해서 뽑은 수치는 데이터의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통 직전 7일의 평균치를 계산해서 집계하는데 <조선일보>는 7일코로나 확진자 수라고 해 놓고 13일 당일의 확진자 수를 가져 왔습니다.통계를 가지고 팩트체크를 하겠다면서 기본적인 숫자부터 틀리면 곤란합니다.
하지만 이건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신규 확진자 수를 비교하는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나라별로 인구가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34만 명의 인구를 가진 아이슬란드와 3억이 넘는 인구의 미국 확진자 수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규 확진자를 비교하려면 인구 100만 명당 몇 명인지를 계산해서 비교해야 합니다. <조선일보>는 13일 당일의 자료를 바탕으로 신규확진자가 29.1명으로 9위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13일은 스웨덴과 코스타리카의 확진자 및 사망자 숫자가 등록되지 않아 0명으로 기록된 날입니다. 그런 오류를 덜기 위해서 13일을 기준으로 7일 평균값을 뽑아 보면 한국은 34.9명이 되고 순위는 7위가 됩니다.
<조선일보>는 집계에 오류가 있는 도표를 선택했고 거기에 나온 신규 확진자 9위를 두고 "낮은 편이긴 하지만, '최저 수준'이라 하긴 어렵다"고 했습니다. 두 개의 도표 모두 보여드리겠습니다. 어떤 도표이건 간에 우리나라의 신규 확진자 숫자가 "최저 수준"이라고 해도 되는지 그냥 "낮은 편"인지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 인구 백만명당 신규 확진자 수 - 9월 13일 ⓒ 이봉렬
▲ 백만명 당 신규 확진자 수 - 9월 13일 기준 7일 평균 ⓒ 이봉렬
치명률 비교
이번에는 치명률을 보겠습니다. <조선일보>는 "치명률 계산 방법은 다양하다"고 말합니다. 그 중에 아워월드인데이터의 계산 방법에 따르면 "한국의 코로나 치명률은 0.31%로 OECD 국가 중 9위"라며 문 대통령이 "'상위 23%'(37개국 중 9위)를 '최고(최저) 수준'이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썼습니다.
이걸로는 부족했는지 "삼성의료원 CEO(최고경영자)를 지낸 윤순봉 전 삼성경제연구소 고문"이 계산한 한국의 치명률 순위를 가져옵니다. <조선일보>는 윤 전 고문이 다양한 방법을 다 동원해 봐도 치명률은 7~18위 수준으로 계산된다면서 "OECD 최저 수준의 신규 확진자 수와 치명률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그의 주장으로 기사를 마무리합니다.
치명률도 실제로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지난 9월 13일 한국의 코로나 사망자는 7명이었습니다. 이를 당일 확진자 수 1495명으로 나누면 치명률은 0.47%가 나옵니다. 그런데 하루 전인 9월 12일 사망자를 기준으로 하면 치명률은 0.07%가 나옵니다. 0.07%면 13일 기준 세계에서 4번째로 낮은 게 됩니다.
이렇게 특정한 하루를 선택하면 통계의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7일 평균을 이용하는 겁니다. 그럼 13일 기준 7일 평균 치명률은 얼마일까요? 0.30%로 OECD 국가 중 10위입니다. 10위라면 "최저 수준"은 아니지 않냐고 할 수 있습니다. 10위라는 숫자 대신 아래 도표에서 한국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도 역시 "OECD 최저 수준의 치명률"이라는 표현을 써도 되는지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 9월 13일 기준 일주일 평균 치명률 ⓒ 이봉렬
사실 코로나 방역 관련해서 중요한 지표는 인구 대비 전체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비교일 것입니다.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코로나 발생 이후 한국의 인구 백만명 당 확진자 수는 5378명으로 3위, 우리 나라보다 상황이 나은 나라는 뉴질랜드와 호주뿐입니다. 인구 백만명당 사망자 수 역시 46명으로 순위는 같습니다. 최근의 신규 확진자 수, 치명률은 OECD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전체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는 OECD 국가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낮습니다. 대통령이 OECD 최저 수준이라고 해도 크게 흠잡을 일은 아닙니다.
▲ 백만명 당 전체 확진자 수 ⓒ 이봉렬
▲ 백만명 당 전체 사망자 수 ⓒ 이봉렬
K방역에 대한 외국의 평가
싱가포르는 코로나 방역 상황에 따라 세계 모든 나라를 4단계로 분류해서 입국 절차를 다르게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청정국가로 분류되는 1단계는 싱가포르 입국시 별도의 격리가 필요 없습니다. 중국, 대만, 홍콩, 마카오, 이 네 나라만 여기에 속해 있습니다. 코로나 방역 조치가 우수한 2단계는 입국시 격리를 일주일만 하면 되고, 대부분의 나라가 포함되어 있는 3단계는 격리 2주, 코로나 위험 국가로 여겨지는 4단계는 정해진 곳에서만 격리를 해야 하는 등 차이가 많습니다.
▲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는 창이공항의 모습. 싱가포르에서 한국이 2단계 국가로 격상되면서 여행의 문이 조금 더 열렸습니다. ⓒ 이봉렬
지난 9월 5일, 싱가포르 정부는 한국만 콕 집어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존에는 호주, 뉴질랜드, 브루나이, 캐나다, 독일 등 다섯 개 나라만 2단계였는데 한국이 여기에 포함된 겁니다. 한국의 코로나 방역 상황이 싱가포르의 기준에서 봤을 땐 전 세계 모든 나라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좋다는 걸 의미합니다. 얼마 전 싱가포르 보건부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신규 확진자 발생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일상에 가까운 나라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외국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한국의 방역에는 늘 높은 평가만 듣고 있는데, 정작 한국의 보수언론들은 한국의 방역이 실패한 것처럼 이야기를 합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데이터를 비틀어서라도 안 좋은 걸 부각시키고, 도저히 비틀 수 없는 데이터는 아예 숨기고 보도하지 않습니다.
좋은 건 좋다고 하고, 나쁜 건 나쁘다고 하는 게 언론이 할 일입니다.
[이봉렬 in 싱가포르]
한국 글로벌 혁신지수 132국 중 5위…아시아선 1위
WIPO 발표 '글로벌 혁신지수'서 전년 대비 5계단 상승
지방공무원 1명당 주민 144명 담당…동(洞) 8.3배 많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1명당 평균 144명의 주민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공무원 수는 113만1796명이다.
선출직과 국가정보원·군인·군무원을 제외한 국가공무원이 73만5909명(65.0%)이다. 선출직을 제외한 지방공무원은 37만643명(32.7%)이다.
지방공무원 중에서는 광역단체 5만7259명(15.4%), 기초단체 24만2014명(65.3%), 지방교육행정기관 7만1370명(19.3%)이다. 지방공무원 1명당 주민 수는 평균 144명이었다.
행정의 최일선 현장인 동(洞) 소속 공무원 1명이 담당하는 주민이 120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읍(邑) 소속 공무원 1명당 주민 수는 776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면(面)의 경우 상대적으로 인구 수가 적어 담당 주민이 247명이었다.
특별시(517명)와 도(道·500명) 소속 공무원 1명당 담당 주민도 500명을 웃돌았다. 뒤이어 구(區) 394명, 광역시 391명, 시(市) 286명, 특별자치시 191명 순으로 많았다.
반면 특별자치도(132명)와 군(郡·102명)은 전국 평균보다 적었다.
주민 1명당 면적은 전국 평균 1937.38㎡였다
17개 시·도별로는 서울 주민 1명당 면적이 62.60㎡로 가장 적었다. 주민 1명당 면적이 적을수록 해당 지역의 인구 밀집도가 높다는 의미다.
서울 다음으로는 부산(227.03㎡), 광주(345.59㎡), 인천(361.97㎡), 대구(365.33㎡), 대전(368.65㎡), 경기(759.31㎡), 울산(934.92㎡), 세종(1306.55㎡), 제주(2742.53㎡), 경남(3155.65㎡), 충남(3887.82㎡), 전북(4473.05㎡), 충북(4626.92㎡), 전남(6669.06㎡), 경북(7211.43㎡) 순이었다.
반대로 강원 주민 1명당 면적이 1만908.25㎡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1만㎡를 넘었다.
가족 화합 장, 명절이 불화 발원지 전락
세대 갈등, 상속 문제, 성별 차별이 원인 … 깊어진 감정골에 가정폭력·이혼 증가
가족 간 화합의 장이어야 할 명절에 가정폭력 신고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복해 있던 해묵은 갈등이 명절기간 가사 노동 분배, 성 차별 등으로 수면위로 부상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명절 기간 중 발생한 감정의 골이 깊어져 이혼에 이르는 사례도 많아 화목해야 할 명절이 오히려 가정불화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 사흘(9월 30일~10월 2일)간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2729건을 기록했다. 일평균 910건이 신고된 셈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하루 평균 가정폭력 신고 건수인 617건보다 47.5% 많은 수치다. 문제는 이런 양상이 해마다 반복된다는 점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명절 연휴에 발생한 가정폭력은 하루 평균 1024건이다. 이는 같은 기간 하루 평균 가정폭력 발생건수인 708건보다 44.9% 높은 수치다.
경북 안동시 퇴계 이 황 종가의 지난 설 차례상.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한 일반 가정의 설 차례상.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전문가들은 명절에 가정폭력이 증가하는 이유로 평소 쌓였던 부모와 갈등, 세대 갈등, 상속 문제 등을 꼽는다.
◆부부갈등 명절 이후까지 지속 =
명절기간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갈등은 역시 부부 갈등이다. 최근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지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명절에는 유독 여성이 음식을 만들고 남성은 차례를 지내는 등 전통적 성역할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사실 부부뿐만 아니라 시부모와 며느리 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도 연출된다. 최근에는 부부를 중심으로 시댁·처가 방문을 두고 벌어진 다툼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부부의 명절 갈등은 연휴 이후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명절 때면 장시간 귀향 과정, 가사노동 등의 신체적 피로와 성 차별적 대우, 시댁과 친정의 차별 등으로 인한 정신적 피로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런 스트레스는 정신적 또는 육체적 증상을 겪는 이른바 명절 증후군으로 나타나 연휴 이후 함께 생활하는 부부 사이에 갈등 요인으로 상당기간 작용한다.
명절 직후 이혼율이 높아지는 현상은 이런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설날과 추석 이후의 달인 3월과 10·11월 이혼 건수는 직전의 달보다 증가하곤 한다. 실제로 2018년 2월 7700여건이었던 이혼 건수가 3월 9100여건으로 늘었다. 또 9월 7800여건에서 10월 1만500여건, 11월 1만1100여건으로 증가했다. 2019년에도 2월 8200여건에서 3월 9100여건으로 늘었고, 9월 9000여건에서 10월 9900건으로 증가했다. 최근 5년 간을 기준으로 하면 명절 다음 달 이혼율이 평균 11.5%씩 증가했다.
다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는 설과 추석 연휴 직후 이혼 건수가 오히려 소폭 줄었다. 설 연휴 직후인 지난해 2월 이혼 건수는 8232건으로, 전월 대비 600건 줄었다. 추석 연휴가 지난 지난해 10월에는 9349건으로, 전월 대비 200여건이 줄었다. 이는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법원 휴정을 비롯해 전체 이혼 건수 자체가 전년도 대비 줄어든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이혼 건수는 10만6500건으로 월 평균 8741건이었다. 2019년(11만831건) 대비 4300여건이 줄었다.
◆'상다리 휘어지는 차례상'은 출처불명 문화 =
전문가들은 명절증후군의 주요 이유로 이른바 '상다리 휘어지는 차례상'을 꼽는다.
한국국학진흥원은 2017년부터 제례문화의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서와 종가, 일반 가정의 차례상에 차리는 음식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예서와 종가에 비해 일반 가정의 차례 음식이 평균 5~6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제적 부담도 만만찮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1~3일 추석 제수용품 27개 품목에 대한 가격 비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데 드는 비용은 4인 기준 전통시장이 평균 26만7762원, 대형마트는 35만3685원으로 나타났다.
유교 제례문화의 지침서인 '주자가례'에 따르면 명절 차례란 추석에는 한해 농사를 무사히 지었음을, 설에는 새로운 해가 밝았음을 알리는 일종의 의식이다. 그래서 설날과 추석에는 '제사를 지낸다'고 하지 않고 '예를 올린다'고 표현한다.
이런 기준에서 명절이면 따지는 어동육서(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두동미서(생선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 좌포우혜(육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 조율이시(왼쪽부터 대추·밤·배·감) 홍동백서(붉은 것은 동쪽 흰 것은 서쪽) 등 이른바 '차례상 차리기'도 전통적 유교 예법과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분수에 맞게 합당한 선에서 조상에게 감사한 예를 표하는 것이 추석 차례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전통적인 예법을 지키고 있는 대표적인 종갓집에서도 추석 차례상에는 제철 과일, 송편, 차, 대구포나 명태포, 술만 올릴 뿐 전도 굽지 않는 경우가 많다. 평균 25~30가지의 음식이 올라가는 일반 가정 차례상과 확실히 다르다.
특히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일기나 사료에는 역병 창궐로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는 기록까지 있다. 전문가들은 근대화 이후 가정마다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조상을 잘 모셔야 복을 받는다'는 조상숭배 의미가 더해지면서 차례상 가짓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원래 간소하게 장만했던 차례 음식이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유통구조가 발달함에 따라 점차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도한 차례상 차림으로 인해 가족 간 갈등을 일으키면서 여러 사회문제를 초래한다면 과감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대선후보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농촌에 살게 하겠다는건가
[우리동네 저널리즘] 이번 대선에서 지역언론이 꼭 집요하게 던져야 할 질문
며칠전 일이다. 아침에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일하는 층에서 확진자가 나왔으니 오늘은 나오지말고 코로나19 검사부터 받으라고. 큰 일 났구나 싶어 바로 가까운 보건소로 향했다. 검사받는 일이 한 두번이 아니기에 나는 수원시내 여러 보건소 중 가장 인적이 뜸한 보건소로 차를 몰고 갔는데, 세상에, 오전 9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이미 인산인해였다. 검사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져서 건물을 빙빙 돌고 있었고, 주차를 하려고 늘어선 차량조차 줄을 섰다. 서울 양재에서의 경험이 떠올랐다. 무심코 줄을 섰는데 자그마치 1시간 반을 기다렸다. 여기선 안되겠구나, 하는 직감이 왔기에 나는 3시간 뒤로 예정된 지역출장지로 가서 그곳에서 코로나 검사부터 받기로 했다.
출장지는 여주였다. 쌀의 고장인 여주는 경기도, 즉 수도권에 속해있고 지하철도 연결돼 있다. 지하철을 타고 두시간 뒤 여주에 도착했는데, 이 곳에서 또 한번 ‘세상에~’를 외칠 수 밖에 없었다. 여주의 코로나 검사장은 완전히 딴 세상이었다. 기다리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곧바로 검사를 받을 수 있었고 검사도 원칙대로 구강검사 한번, 코 검사 한번 두 번을 받았다. 검사결과는 만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나왔다. 불과 두 시간 사이에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한 것이다. 인구가 폭발해 뭘해도 줄서서 기다려야하는 ‘대도시’라는 세상과 인구가 소멸해 뭘해도 텅빈 의자만 덩그러니 있는 ‘농촌’이라는 세상…
두려웠다. 지금도 떠오른다. 사람 한 명 없이 빈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농촌 검사소의 풍경… 만일 내가 간 곳이 여주같은 경기도 농촌이 아니라 비수도권 농촌이었다면 어땠을까?
▲ 2021년 9월6일 낮 12시30분 경기도 여주시 선별검사소. 사진=노광준
며칠 뒤 난 다시 한번 ‘세상에~’를 외쳤다. 여주에서 영감을 얻어 ‘대선주자들의 농촌공약, 지역소멸 대안’에 관한 비교기사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집권여당 예비후보들의 블로그와 관련 보도를 취합해봤는데, 딱 한 후보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공약조차 없었다. 이재명 지사의 농업농촌기본소득은 재원조달이나 실효성 논란과는 별개로 일단 지역소멸을 심각하게 보고 관련 대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평가할만 하다.
다른 후보들은 아쉽게도 이렇다할 공약이 보이지 않았다. 다들 나도 시골출신, 농촌 출신, 나아가 농민의 자식이라고 말은 하지만 투표전략지역에 이런 도로 저런 철도망 깔고 이러저러한 산업단지를 유치하겠다는 ‘회색 인프라’ 개발 공약을 제외하고는 도대체 어떻게 농촌에 사람이 살게 하겠다는건지 지역의 인구소멸에 관한 진지한 대안이 보이지 않았다. 비교 자체가 힘들었다. 야당은 어떨까?
지역은 이제 위기를 넘어서 ‘소멸’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지역언론이 질문 해야한다. 집요하게 해야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나선 여야의 모든 후보들에게 우리 지역에 뭘 지어줄거요, 가 아니라 어떻게 사람이 살게할건지 지역소멸에 대한 당신의 공약은 무언지 묻고 또 물어야한다.
당장 표를 모아야하는 정치인들에게 농촌이나 지역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도로나 건물같은 회색인프라도 아닌 먼 미래에 빛을 보게될 농촌이나 어촌, 산림, 공원과 습지라는 ‘녹색 인프라’ 정책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릴 것이다.
160여년전 미국도 그랬다. 격자형으로 설계한 뉴욕이라는 신도시 한가운데에 무려 백만평 규모의 공원을 만들겠다는 안이 나왔을 때 격렬한 찬반논의가 붙었다. 시장 선거의 첨예한 화두가 될 정도였다. 그 때 옴스테드라는 조경전문가가 나서 정치권과 시민들을 설득하며 ‘센트럴 파크(Central Park)’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지금 센트럴파크는 뉴욕의 상징이자 시민들의 휴식처로 연간 5억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 옴스테드같은 천재들이 없을까? 더 많을 지도 모른다. 물꼬만 터져준다면. 그래서 지역언론의 질문이 중요하다. 백년 후 이 나라의 녹색미래를 설계한다는 사명감으로 지역소멸에 대한 강도높은 대안을 요구하자. 지금밖에는 시간이 없다.
▲ 센트럴 파크 (Central Park). 사진=위키백과
노광준 전 경기방송 PD mediatoday
서울에서 사라지는 박원순의 '2014년 유산’
오세훈 서울시장이 박원순 전 시장의 10년 시정을 정리하고, 정책 방향 전반을 바꾸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5일 발표한 향후 10년 마스터플랜인 ‘서울비전 2030’이 서울의 미래 설정이라면, 이에 앞서 박 전 시장 재임시절 시행한 사업 실태를 줄줄이 파헤친 것은 과거 청산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협동조합·시민단체를 표적 삼아 감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비위 혐의만 지나치게 부각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단체장이 바뀐 뒤 시정 전환은 자연스러운 절차다. 비리를 찾는 데 집중한 ‘오세훈식 적폐청산’이 유난히 시끌벅적할 뿐, 지난 5개월 동안 시정 변화는 꾸준히 계속됐다. 특히 주택과 도시 부문에서 기조 변화가 뚜렷하다. 오 시장 1호 공약이기도 한 ‘스피드 주택공급’이 지상과제가 되면서 걸림돌이 될만한 제도는 빠짐없이 재검토되는 상황이다. 이 중엔 2014년을 전후해 시작한 것들이 많다. 박 전 시장이 재선에 성공해 시정 운영에 탄력을 받았던 해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철거 전 전경. 서울경관아카이브
■2014년 ‘근현대 흔적남기기’
일단 ‘재생’과 ‘공유’로 대표됐던 ‘박원순 유산’ 청산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조만간 나올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 흔적남기기’ 취소가 우선적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2013~2014년 ‘정비사업 흔적남기기’ 사업을 추진했다. 흔적남기기는 고가 같은 기반시설이나 공공건물, 아파트 등의 일부 구조를 보존하자는 취지로 시행했다. 박 전 시장 취임 전 뉴타운 등 정비사업 바람이 거세 그 가치를 평가받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근현대 유산이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다만 개포주공1·4단지 재건축 부지에서는 새 고층 아파트를 배경으로 옛 5층 아파트 1~2개 동을 덩그러니 남기는 방식이 돼 논란이 컸다.
서울시는 이미 재건축 흔적남기기를 재검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개포주공 등 여러 재건축조합에서 서울시에 관련 청원을 제출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원을 처리하는 절차를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공아파트가 ‘진짜 안녕’을 고하는 모습은 ‘박원순표 도시정책’의 퇴장을 상징하는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2030 서울플랜’
폐지를 공식화한 것 중엔 이른바 ‘35층 룰’도 있다. 오 시장은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폐지 방침을 밝혔다. 올해 말 발표할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35층 룰은 서울시가 2014년 발간한 ‘2030 서울플랜’에서 순수 주거용 건물 높이(층수) 상한선을 35층으로 규정한 것을 말한다. 상업·주거 등 복합 건물은 50층까지도 건축이 가능하다.
이 기준은 본래 가이드라인 성격을 띠기 때문에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지만, 박 전 시장 시절엔 도시경관적 측면 등을 고려해 35층을 획일적으로 적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분양가 산정 시 ‘고층 프리미엄’이 줄어들기 때문에 재건축조합들이 완화를 요구했다. 오 시장 취임 전에도 서울시는 이미 기준 변경을 ‘비공식적 방침’으로 세웠다고 전해진다. 2030 서울플랜에서는 높이 기준을 용도지역별로 나눴는데, 2040 서울플랜에서는 높이 기준을 용적률별로 나누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른바 ‘15층 룰’을 완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망을 고려해 한강변에 면한 아파트 단지 첫 줄 높이를 15층 이하로 제한했는데, 이를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고 개별 단지마다 여건에 맞춰 다르게 적용한다는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이 같은 높이 제약을 일제히 벗어나면 시민 공동의 도시경관을 해칠 것이란 우려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서울 성곽길에서 바라본 한 구릉지 저층주거지. 우철훈 선임기자
■2014년 ‘뉴타운 출구전략’
오 시장이 지난 5월26일 발표한 ‘6대 재개발 규제완화 방안’은 이미 후속 절차까지 대부분 마무리지었다.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한 게 대표적인데, 이 역시 2014년 박 전 시장 시절 ‘뉴타운 출구전략’ 중 하나로 강구한 제도다. 재개발 희망지역에서 주택 동수가 아닌 면적 비율로 노후도를 따지도록 기준을 더 까다롭게 만들었다.
서울시는 지난 15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주거정비지수제 폐지와 구역 지정·정비계획 수립 등 재개발 초기 절차·기간 단축을 위한 조치를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통과시켰다. 남은 관건은 2종 일반주거지역 중 7층 높이제한 규제를 푸는 방안이다. 서울시는 연구용역을 거쳐 이달 말 완료를 목표로 잡고 있다. ‘2종 7층’ 지역은 서울 전체 주거지역 325㎢ 중 85㎢에 달하고, 주로 구릉지에 자리한 오래된 주거지가 많기 때문에 이 지역 높이 규제를 풀 경우 파급 효과는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과거 ‘뉴타운 바람’에 휩싸인 서울 곳곳에서 주민 찬반 갈등, 원주민 내몰림, 개발지 주변 전세 급등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은 여전히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재개발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문제들이다. 서울시는 “정비의 시급성, 구역 안배 등 속도조절을 해가며 낙후된 노후지역을 신규구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향 허남설 기자
경북 안동지역 한 아파트 단지 인근 놀이터
영업점 밤 10시 문닫자 갈곳잃은 20~30대 청년 한꺼번에 몰려
주민들의 신고로 시청직원-경찰관까지 출동했지만 아랑곳안해
지난 21일 오후 10시30분쯤 경북 안동지역 한 아파트 단지 인근 놀이터가 20~30대 청년 수백 명이 뒤엉켜 커다란 야외 술판으로 변해 있다.
너나없이 주더니" 재난지원금 5조 뿌린 지자체…재정자립도 50% 무너졌다
자립도 24% 포천, 금액은 1위
◆ 지방재정 빨간불 ◆
코로나19가 발생한 작년 초부터 올해 6월까지 위기 극복을 명목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민들에게 지급한 보편적 재난지원금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지급이 개시된 정부의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소요 예산 11조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특히 재정 상황이 좋지 못한 지자체들도 너도나도 보편 지원에 뛰어들면서 사상 처음으로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 50%가 붕괴되는 등 지방 재정에 경고등이 켜졌다.
22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2020~2021년 광역·기초 지자체 재난지원금 지급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지자체들이 지급한 자체 보편지원금은 총 5조4486억원에 달한다.
행안부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줄곧 50%대를 유지하던 전국 재정자립도는 올해 48.66%로 주저앉았다. 문제는 재정자립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지자체들도 보편재난 지원에 열을 올렸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시민 1인당 80만원을 지급해 가장 큰 규모의 보편지원금을 지출한 경기 포천시의 경우 올해 재정자립도는 24.19%에 불과했다.
재정자립도 7% 화천군도 지원금…선거 앞둔 지자체들 현금 살포
재정자립도 낮은 시·군도 앞다퉈 보편지원금 가세
재정자립도 24% 포천시
914억 들여 무차별 보편지원
재정 비교적 탄탄한 하남시
소상공인 선별지원 대조적
1인당 보편지원 최대55만원차
"지방곳간 텅텅 비어가는데
자치단체 도덕적 해이 심각"
경기도 포천시는 지난해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3개월 만인 작년 4월 591억원을 들여 주민 1인당 40만원을 재난기본소득 명목으로 지급했다. 포천시가 지급한 액수는 작년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지방자치단체를 통들어 가장 컸다.
올해도 포천시는 1인당 20만원의 보편지원금을 지급했다. 경기도가 광역 차원에서 지난해와 올해 2회에 걸쳐 1인당 10만원씩 지급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까지 더하면 포천시민은 2년간 총 80만원의 자체 지원금을 받은 셈이다. 포천시가 지난해와 올해 자체적인 보편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쓴 예산만 914억원에 달한다.
반면 서울, 인천, 충남, 대전, 세종, 광주 등 6개 시도의 주민들은 광역과 기초를 통틀어 지자체가 지급하는 보편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들 6개 광역지자체와 광역 내 위치한 기초지자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휴·폐업한 소상공인이나 일정 중위소득 이하에 해당하는 가계 사정이 어려운 주민에게만 '선별 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 지급된 지자체들의 자체 보편지원금이 광역시도뿐 아니라 기초지자체 단위에서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같은 타 지자체보다 떨어지는 경우에도 보편지원금을 남발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지자체는 자체적인 보편지원에 또 나서고 있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재정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매일경제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보편지원금 지급에서 가장 큰 격차는 경기도에서 나타났다. 같은 도내에 살아도 주민이 받은 지자체 보편지원금은 최대 55만원까지 차이를 보였다.
포천시민의 경우 2년간 자체 보편지원금과 경기도 재난기본소득까지 합쳐 총 80만원을 받은 반면, 하남시민의 경우 지난해 1인당 5만원과 2년간 경기도 보편지원금에 해당하는 20만원 등 총 25만원밖에 받지 못했다. 이 같은 격차를 보인 이유는 하남시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취약계층에 '선별 지원'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내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에게 1인당 5만원의 선별지원을 한 하남시는 올해엔 36억원을 들여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로 피해를 본 집합금지·집합제한 업종 소상공인에게 각각 100만원과 50만원을 지급했다.
지자체 간 격차가 두 번째로 큰 시도는 강원도였다. 강원 홍천군·화천군은 지난해 보편지원금으로 각각 1인당 30만원을 지급해 도내 1위를 차지했다. 반면 강원 원주시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통틀어 지급한 보편지원금은 8만원에 불과했다. 문제는 지자체들이 지급한 보편지원금이 재정 상황과 상관없이 집행됐다는 점이다. 가령 경기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원금을 지급한 포천시의 경우 올해 재정자립도 24.19%로 30%를 밑돈 반면, 취약계층 선별지원에 집중한 하남시는 올해 재정자립도가 47.3%로 도내 시·군 가운데 4위로 준수한 편이었다. 또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보편지원금을 지급한 강원 홍천군과 화천군은 올해 재정자립도가 각각 11.89%, 6.96%로 취약한 반면, 원주시는 18.8%로 도내 시·군 가운데 3위로 최상위권이었다.
코로나19로 지자체들이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뿐 아니라 자체 보편지원금 지급에도 열을 올리면서 지방재정에는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지난해 50.39%였던 전국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올해 48.66%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50%대가 무너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체 보편지원금 지급에 나서는 지자체는 계속 나오고 있다. 이달부터 경북 경주시는 모든 시민에게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포천시 역시 10월 중 시민 1인당 10만원, 총 149억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추가로 지급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기초단체까지 보편지원에 나서는 것은 '매표 행위'라며 지원에 앞서 재정력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보지 않은 급여 생활자까지 보편지원을 하는 것은 재원 낭비"라며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매표 행위"고 꼬집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도 "내년 선거를 겨냥해 보편지원에 나설 유인이 많이 있다"면서도 "자치단체들의 재정이 악화된 것을 보면, 보편지원을 남발한 지자체의 행위는 일종의 '눈속임'이자 도덕적 해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현재 기자][ⓒ 매일경제
혼밥·혼술에 ‘혼공’까지…코로나19가 부추긴 ‘나홀로 관객’
코로나 2차 대유행 시기, 전체 관객 10명 중 7명이 혼공족
사회 전반에 ‘나홀로’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혼밥’ ‘혼술’ 등 ‘나홀로’가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일상을 넘어 문화를 즐기는 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과거에는 연인과의 데이트, 가족 혹은 친구와의 여가생활 등의 비율이 높았다면 최근 공연장엔 ‘나홀로 관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고교학점제가 불댕긴 교직개방 논쟁…‘선생님’의 자격은?
7월 22일 전국교직원 노동조합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전교조 제공
현 정부가 핵심 교육 혁신사업으로 추진중인 ‘고교학점제’를 둘러싸고 파열음이 잇따르고 있다. 고교 학사개편 작업의 최대 주체인 고등학교 교사들이 고교학점제 도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보이면서다. 특히 고교학점제에 필수적인 교원 충원 방식에서 정부와 교원단체가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면서 현장에서는 ‘실패가 예견된 사업’ ‘대통령 공약 실행을 위한 사업’이라는 날선 비판까지 쏟아지고 있다. ‘무자격 기간제교사 충원 불가’를 못박은 교원단체와 정부가 성과없이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시행이 2년 앞으로 다가온 고교학점제의 성공 여부도 흐릿하기만 하다.
■“정규직 교원 충원 우선”vs“외부 전문가 투입 불가피”
현재 중학교 2학년인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2023년부터 고교학점제 수업을 듣게 된다. 고교학점제의 경우 대학의 전공과목처럼 공통과목을 듣고, 학생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별해 듣는 제도인만큼 대학입시 제도와의 일치성, 새로운 교과 개설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선제적으로 풀어야할 숙제들이 적지 않다. 예컨데 현재 고교 교육과정에서 소화하기 힘든 인공지능(AI) 과목을 개설해 진행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수업 공간과 기구, 교재, 강사진이 확보돼야 한다. 다만 교실과 교재 등을 마련하는 인프라 구축이 일회성 비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위한 재정 지원을 확보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학생들을 가르칠 역량을 가진 양질의 교사들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느냐다. 앞서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교원대 연구진은 고교학점제를 정상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8만8106명의 교사가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현재의 고교 교사 인력만으로는 고교학점제가 불가능하다는 분석으로, 8만8000여명 모두를 정규직 교원으로 충원할 경우 이들의 정년까지 지속적인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 학령인구 감소로 정부가 신규 교원 임용에 소극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기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는 필요시 외부 전문가가 고등학교 교단에 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박사 학위 이상의 자격을 획득한 전문가에게 현재 고등학교에 개설되지 않은 과목에 한해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돼있다. 하지만 교원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부도, 여당도 강하게 입법 지원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대 교원 직능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총은 “고교 교원의 72%가 고교학점제 2025년 도입에 반대하고, 그 이유로 교사 부족 등 여건 미비를 꼽았는데도 여당에서 전문가라는 미명 하에 교사 자격 없는 자를 기간제교사로 채용하는 법까지 추진하고 있다”면서 “대통령 공약 실현을 위한 정부·여당의 일방 행정, 입법 독주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교조에서는 고교학점제가 현 정부의 성과 달성을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전교조 관계자는 “정부가 고교학점제를 과대 선전했다. 모든 학생이 배우고 싶은 과목을 다 배울 수 있는 것처럼 선전했는데 사실 불가능하다”면서 “교사는 어떤 존재이고 학교라는 공간이 무엇인가에 대한 입장이 다른 만큼 교직개방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토론이 이뤄졌으면 좋을텐데 지금은 포퓰리즘적인 분위기만 있다”고
■교원양성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고민 필요
정부는 해법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교원단체들의 반발이 공식화되면서 의견수렴을 위한 교원단체 회의체까지 구성됐지만, 벌써부터 “실질적인 기능 없이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회의”(회의 참석자)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교원단체 반발이 학생보다 교사라는 직업의 득실에 지나치게 몰입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사불신’ 저자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은 “교원단체가 인성 교육을 이야기하면서 교직 개방에 반대하고 있지만 대학에서 (교직 관련) 150학점을 이수했다는 것을 제외하고 어떤 뚜렷한 인성 학습을 했다는 것인지 (일반인들은)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박사 학위를 소지한 대학 강사들도 매 학기 강의평가로 검증을 받는데, ‘인성이 검증 안됐다’는 식의 주장은 (교사들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논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직 개방에 대한 교사들의 반발이 심할수록 오히려 개방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불을 댕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계 관계자는 “교원단체들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강해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성향이 있어 왔다”면서 “대학도 수요에 따라서 강사들이 바뀌는 것처럼 고교학점제에서 노동의 유연화는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교원양성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는 이들도 있다. 지금은 교대나 사범대를 졸업하고 교직이수를 한 사람에게만 학교 교단에 설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국가 고시 형태다. 교육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한국의 교사 양성 구조는 군관, 교사(사범대) 육성을 위한 일제 시대의 엘리트 양성 시스템으로 이제 일본에서도 쓰지 않는다”며 “교직 이수자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화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가가 고교 교단에서 화학을 가르칠 수 있는 게 보다 상식적이고, 기초 학문 육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고교학점제가 도입될 경우 다양한 과목에 대한 교사가 필요하고, 이들 모두를 교원양성 시스템으로 양성해 낼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 현재 직업계 고등학교에 적용중인 ‘산학겸임교사제’를 손질해 일반고에 도입하거나 기존 교원 재교육 등을 통한 교수 충원 방법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수요에 맞춘다’는 고교학점제의 본래 취지를 고려하면 다양성과 전문성에서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는 “교육 예산의 70%가 인건비인 상황에서 정규 교원으로 충원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교원양성기관이 해줄 수도 없는 일”이라면서 “전문교과란 본래 강사제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교직개방이 아니라 시간강사제 도입으로 교원들과 대화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이 6개월 정도 교직을 이수하면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에서 시간 강사를 할 사람에 대한 자격기준을 내놓고, 거기에 따른 프로그램을 내놔야 모든 것을 제대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 이호준·이하늬 기자
여성 성기 모양 쿠키’가 ‘음란한 물건’?…“퀴어문화축제 트집 잡는 차별적 행정”
지난달 25일 서울시는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의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 신청에 대해 불허가 처분을 통보했다. 세 가지 사유를 들었다.
2015년 6월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판매된 ‘보지쿠키’. 쥬나 리(활동명) 제공.
첫째, 퍼레이드 등 퀴어축제 행사의 경우 일부 참여자의 과도한 노출로 경범죄처벌법 등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둘째, 퍼레이드 행사 중 운영부스에서 성기를 묘사한 제품을 판매하는 등 실정법 위반소지가 있는 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셋째, 매 행사시 반대단체 집회가 개최되는 등 사회적 갈등이 불거지고, 이에 따른 물리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대규모 행정력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 가운데 서울시가 제시한 두 번째 불허 사유를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가 말한 ‘성기를 묘사한 제품’은 2015년 6월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 부스에서 판매된 ‘보지쿠키’와 ‘보지풀빵’ 등이다. 서울시는 이 제품들이 형법 243조의 ‘음화반포’와 244조의 ‘음화제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형법은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을 ‘음화’로 규정하면서 이를 반포·판매 혹은 전시·상영한 자와 제조·소지·수입·수출한 자를 처벌한다고 돼 있다.
보지쿠키와 보지풀빵이 ‘음화’에 해당할까. 김범한 법무법인YK 변호사는 22일 “흔히 ‘야동’으로 불리는 포르노 영상 등 작품성, 예술성이 없는 것들이 음화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예술작품이나 구조물 등과 달리 해당 제품은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물품이기 때문에 조문을 덜 엄격하게 해석해 음화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직위는 대법원의 판례를 들어 이 제품들이 음화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은 2014년 여성의 엉덩이를 본떠 만든 남성용 자위기구에 대해 ‘음란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음란’이란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뜻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어떠한 물건을 음란하다고 평가하려면 그 물건을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볼 때 단순히 저속하다는 느낌을 주는 정도를 넘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특정 성적 부위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SNS에서는 ‘벌떡주’ 등 성기모양을 한 제품들이 버젓이 팔리는데 보키쿠키와 보지풀빵만 문제삼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이승한씨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해당 제품이 실정법 위반이라면, 전국의 휴게소와 관광명소마다 가판에 즐비하게 늘어놓고 파는 ‘벌떡주’도 금지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여성 성기에 대해 터놓고 일상적으로 이야기 못하게 막고 그 명칭을 언급하거나 모양을 묘사하는 행위는 불경하고 음란한 것으로 터부시하면서 하늘을 향해 치켜세워진 남근은 상품의 디자인으로 차용해도 ‘해학’으로 용납된다”고 게시글을 남겼다.
서울시는 지난달 25일 위 세 가지 사유를 이유로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의 ‘비영리 법인 신청’을 불허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제공.
보지쿠키를 만든 여성주의 시각예술공동체 언니모자에서 활동한 쥬나리(활동명)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작품은 여성 성기가 포르노에서 소비되는 것처럼 음란한 것이 아니라 신체의 자연스러운 일부이자 사람마다 다른,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부위라는 것을 표현하는 작업이었다”며 “당시 축제에서 작품을 본 이들도 유쾌하고 즐겁게 소비했다. 여성 성기를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것을 비판하려고 만든 작품을 음란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블랙 코미디’”라고 했다. 언니모자는 여성성기와 관련한 색칠놀이책, 드로잉 등 작품활동도 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서울시가 종합적으로 판단한 근거라고 나열한 사유들은 사실관계 확인조차 되지 않은 성소수자 혐오세력의 논리를 그대로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며 “성소수자와 조직위에 대한 명백한 차별적 행정”이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경향 오경민 기자
대장동 4000억엔 분노하면서, 나라 전체 불로소득 2350조엔 침묵?
기본소득 국토보유세의 의의
대장동 불로소득은 지가 상승으로 비롯된 것
"화천대유, 누구 겁니까?"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화천대유가 자본금 5천만원을 가지고 577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엄청난 비리가 개입되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장동 개발 사업은 민간사업자가 개발이익을 백퍼센트 독차지할 뻔했던 것을 막고 개발이익 중 5503억 원을 공공이 환수한 모범적인 행정사례라고 주장하면서, 공개적으로 수사를 의뢰하였다. 더불어서 단 1원이라도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면 후보직과 공직을 모두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약 대장동 개발사업에 비리가 있었다면, 누가 관련되었든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이다.
민간에 사업을 맡기지 않고 완전 공영개발로 하였다면 민간이 불로소득을 얻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성남시는 지방채 발행 제한 등의 법률적, 행정적 제약으로 인해서 완전 공영개발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리고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이 시의회를 장악한 상태여서 정치적 제약까지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전임 시장의 완전 민간개발 방침을 민간참여 공영개발로 바꾸고 예상이익의 70% 수준인 4583억 원을 미리 공공의 몫으로 확정하고, 이후 920억 원을 추가로 확보한 것은 칭찬 받을 일이지 결코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매년 수백, 수천 건의 택지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개발 이익의 절반 이상을 공공이 환수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장동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지가가 급등하여 민간 투자자의 이익이 약 4000억 원으로 증가하였다. 투자금이 1조5000억 원이었다고 하므로 27%의 투자 수익률이다. 지가가 상승하지 않았더라면 민간 투자자의 몫은 예상 이익 1800억 원 정도에 머물렀을 것이다. 결국 대장동 투자 이익 증가의 근본 원인은 2015년 이후 부동산 투기로 인한 지가 상승이라고 할 수 있다.
나라 전체의 토지 불로소득
지가 상승으로 대장동에서 4000억 원의 불로소득이 발생하는 동안, 나라 전체로서는 얼마만큼의 불로소득이 발생했을까?
ⓒ강남훈·유종성
<표 1>은 2015년부터 2020년 사이의 민간 보유 토지가치의 증가액을 보여준다. 민간보유 토지 가치는 2015년 5015조 원에서 2020년 7364조 원으로, 5년 사이 2350조 원 상승하였다. 특히 2020년에는 한 해 동안에 772조 원이나 상승하였는데, 이것은 GDP의 40%, 피용자보수의 85%나 되는 규모였다.
이와 같이 막대한 불로소득은 아파트 가격의 상승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표 2>는 국토부가 제공하는 전국의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를 내려받아 2016년 상반기 평균 거래가격과 2021년 상반기 평균 거래가격의 차이를 구한 뒤, 상승액이 가장 큰 10개의 아파트를 나타낸 것이다.
ⓒ강남훈·유종성
서울 강남구 H7 아파트의 2016년 상반기 평균거래가격은 40억 원이었는데, 2021년은 80억 원이 되어서 40억 원 증가하였다. 40억 원은 어느 정도의 소득일까?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2019년 3천여만명 소득자들의 중위소득은 2100만 원대였다. 아파트 1채를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5년만에 중위 소득자의 200년치에 가까운 불로소득을 얻은 것이다.
보편적인 보유세가 빠진 부동산 정책의 실패
정부도 부동산 투기를 막아야 한다는 목표 하에 모두 25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폭등과 투기의 전국적 확산을 막지 못했다. 핀셋규제는 규제 대상 지역 밖으로 투기를 확산시키는 풍선효과를 낳았다. 저렴한 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려서 임대가격을 안정화시키려던 임대주택 활성화 정책은 정반대의 효과를 낳았다. 임대사업자에게 취득세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임대소득세, 양도소득세 및 건강보험료 감면 등의 막대한 혜택을 제공한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임대사업에 뛰어들어 대규모로 주택을 구입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고, 높은 주택가격은 다시 임대료를 상승시켰다.
정부는 보유세 강화를 추진하긴 했지만, 중산층과 외국인까지 투기에 뛰어든 상태에서 최상위층 부동산 부자에게만 부과하는 종부세 세율 인상은 가격 안정 효과를 가져올 수 없었다. 다주택자의 경우 징벌적 수준으로 최고 6%까지 한계세율을 올렸지만, 부동산 부자들은 상속과 증여 등의 방법으로 종부세를 회피하거나 정권이나 정책이 바뀌기를 기대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양도소득세의 강화는 팔지 않고 버티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므로 불로소득 환수효과도 거두지 못하면서 거래 잠김 현상으로 공급 부족을 초래하여 부동산 가격 상승을 더 악화시켰다.
정부는 23번째 대책으로도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되지 않자, 2020년 11월 공시지가와 공시가격 현실화율의 단계적 인상을 통한 재산세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인상폭과 속도가 낮았을 뿐 아니라 1가구 1주택에 대하여 재산세를 삭감해 주었고, 상속, 증여, 가구 분리 등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주어 투기 억제 효과가 크지 않았다.
보편적 보유세의 효율성과 정치적 저항의 극복
25번의 부동산 정책이 다 실패한 지금 남은 정책은 하나, 보편적인 보유세의 강화뿐이다. 그리고 보유세를 강화할 바에야 건물과 토지를 구분해서 토지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토지는 인간의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자연으로부터 물려받은 공유부에 속하지만, 건물은 인간의 자본과 노동이 투입된 것이다. 건물에 대한 과세는 건축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토지는 공급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토지에 대한 과세는 토지의 공급을 줄이지 않고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촉진한다.
최근 보수 언론에 이재명, 추미애 후보 등의 토지보유세 정책이 19세기 헨리 조지의 철지난 이론에 입각한 것이라는 비판이 실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오늘날에도 경제석학들이 토지보유세를 가장 효율적인 조세라고 평가하는 것을 모르는 무지의 소치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신자유주의의 거두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토지세를 최선의 조세라고 불렀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비크리(William Vickrey)는 재산세(property tax)에는 가장 좋은 조세인 토지보유세와 가장 나쁜 조세인 건물세가 혼합되어 있다(Vickrey, 2001)고 말한 바 있다. 또 다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멀리스(James Mirrlees)는 영국 의회의 요청에 따라 영국의 조세제도를 검토하고 개혁안을 제시한 보고서(Mirrlees et al, 2011)에서 토지보유세와 재산세에 대해 한 장을 할애하면서 토지보유세에 대한 헨리 조지와 윌리엄 비크리의 견해에 동의하였다. 다만, 그는 비크리와 달리 주택에 대해서도 일정한 보유과세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정부는 왜 이처럼 권위있는 경제학자들이 가장 효율적인 세금으로 추천하는 토지보유세를 도입하지 않았을까?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세금이 정치적으로 인기있는 세금은 아닐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는 조세저항이 상위층에 한정되었다면, 보편적 토지보유세는 토지나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저항을 야기할 것이다. 보편적 보유세가 부동산 투기를 막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보편적 저항이 두려워 선택하지 못한 것이다.
보편적 보유세에 대한 정치적 저항 문제는 토지 보유세와 기본소득을 결합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토지 보유세 수입 전체를 전 국민에게 토지 기본소득(토지 배당)으로 지급하면 80%~90%의 가구를 토지 보유세 내는 돈보다 토지 기본소득 받는 돈이 많은 순수혜 가구로 만들 수 있다(전강수, 남기업, 강남훈, 이진수, 2018; 남기업, 2021). 대부분의 순수혜 가구는 저항할 이유가 없어진다. 더구나 부동산 투기를 막고 지대 추구 경제를 개혁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일부 순부담 가구로부터도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일찌기 이재명 지사는 2016년부터 기본소득 국토보유세라는 이름으로 보편적 토지 보유세를 공약으로 제시해 오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모습. ⓒ연합뉴스
기본소득 국토보유세는 얼마를 나누어주는 정책일까?
토지에 대하여 30조 원의 국토보유세를 추가로 부과하면 1인당 연간 60만 원의 토지배당(토지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 이것을 두고 일부 반대자들은 한 달에 5만 원의 용돈 기본소득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기본소득 국토보유세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서 주거비를 절약시켜 주는 효과를 간과하고 있다.
국토보유세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에는 몇 가지 경로가 있는데, 여기서는 두가지 경로를 생각해 보자.
첫째로 자산가격 형성 모형에 따르면 은행이자율이 5%일 때 매년 30만 원의 배당을 가져다 주는 자산의 가치는 600만 원이 된다 (600만 원에 이자율 5%를 곱하면 30만 원이 된다). 마찬가지로 매년 30만 원의 이자를 납부해야 하는 부채의 가치는 600만 원이다. 어떤 자산에 600만 원의 은행 부채가 설정되어 있으면 거래 가격은 600만 원만큼 떨어지게 된다.
매년 부과되는 보유세도 자산가격 형성 모형에 따르면 부채로 환원되어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게 된다. 투기가 극심한 현실 경제에서 경제 이론이 순수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토지 보유세가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부동산 투기 수익은 보유세만큼 확실히 줄어들 것이므로 그만큼 투기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둘째로, 국토 보유세 신설은 주택임대사업자에게 특혜를 준 정책 실패를 교정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임대사업자들에게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특혜를 축소하려고 하자, 주택임대사업자들은 위헌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공언하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토보유세 신설은 주택임대사업자들에 대한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 국토보유세는 신설되는 세금이다. 정부가 미래에 신설될 세금까지 감면해 주겠다고 약속한 것은 아니다. 국토보유세가 신설되면 주택임대사업자들은 주택을 처분하지 않을 수 없다. 주택임대사업자들이 소유한 160만 채가 매물로 나오면 주택가격은 빠르게 하향 안정화될 것이다.
국토보유세가 향후 몇 년 동안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5%만 막는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나라 전체로 대략 600조 원의 주택 구입 보조금을 나누어주는 효과가 생긴다. 한 푼의 예산도 들이지 않고 나라 예산에 버금가는 주택 보조금을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국토보유세의 장점이다.
무주택자 중에서 주택 구입을 포기한 경우라도 전세와 월세가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전세가 주택가격의 60%라면 360조 원의 전세 보조금을 나누어주는 효과가 생긴다.
보유세로 인한 가격 하락이 무주택자에게는 혜택이 되지만, 1가구 1주택자의 경우에는 손해가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전반적이고 비례적인 주택 가격 하락은 주택 가격 격차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그 집에 계속 살 의향을 가지고 있는 1가구 1주택자는 가격이 비례적으로 하락할 경우 수혜도 손해도 못 느낄 것이다. 더 비싼 주택으로 이사할 의향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1주택 소유자자들은 목표 주택과의 가격 차가 줄어들기 때문에 수혜가 발생한다. 더 싼 집으로 이사할 의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만 손해가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아서 1주택 소유자 중 서민주택 소유자는 주택 가격 인하로 혜택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기본소득 국토보유세는 수백조 원의 주택구입보조금 또는 전세보조금을 나누어주는 효과를 갖는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수백조 원의 전세보증금을 올려주느라 흘린 무주택자들의 피눈물을 닦아드리는 정책이다. 당신의 눈에는 이런 정책이 용돈을 나누어 주는 것으로 보이는가?
대장동의 분노를 대안 요구로 승화시키자
그동안 우리 나라 정치인들 사이에는 증세를 내세우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라는 인식이 널리 공유되어 있었다. 그래서 역대 유력한 대선 후보 중에서 증세를 공약한 후보가 없었다. 인간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 존재라고 가정해 보자. 보편적 보유세를 부과하지 못하면 나라 경제가 부동산 투기로 망하고 부과하면 자신의 정치 경력이 끝난다고 할 때, 정치인들이 나라 경제가 부동산 투기로 망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합리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지금까지와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일찍부터 국토보유세를 주장했던 이재명 후보와 추미애 후보가 용감하게 토지보유세를 공약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동연 후보도 자신의 저서에서 토지보유세를 주장하였고, 김종인 전 대표도 이것을 높게 평가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대 개혁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기본소득과 국토 보유세를 결합하면 국민 전부를 설득할 수는 없어도 국민 대다수를 설득할 수 있다. 이재명 후보가 기본소득 국토보유세를 공약하고, 추미애 후보가 지대개혁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역대 정부가 회피해온 정공법을 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부동산 투기는 소수의 부동산 부자 이외에 전체 국민을 피해자로 만든다. 다른 투기는 투기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과의 격차는 키울지언정 직접 소득을 빼앗아 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는 투기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으로부터도 소득을 빼앗아 간다. 이런 점에서 부동산 투기는 모든 투기 중 가장 나쁜 투기이다.
기업들이 혁신적 활동보다 부동산 투기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기술 개발보다는 부동산 구입에 치중하게 된다. 결국 기업의 혁신 능력이 줄어들고, 국제 경쟁력도 떨어지게 된다. 개인들도 가만히 있으면 점점 더 손해를 보기 때문에 자기 계발을 하는 것보다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게 된다. 결국 개인의 학습 능력과 창의성이 떨어지게 된다. 해적질이 가장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나라에서는 가장 뛰어난 인재가 해적이 된다.
이렇게 해서 지대 추구는 경제를 쇠퇴시킨다. 지대 추구를 막지 못한 나라는 예외 없이 쇠퇴하게 되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아테네가 망한 것도, 로마가 망한 것도, 고려가 망한 것도, 조선이 망한 것도 지대 추구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한국전쟁의 폐허와 빈곤으로부터 오늘날의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해방후 농지개혁이 그 기초를 쌓았다고 본다. 이승만 정권이 친일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농지개혁의 성과는 봉건적 지주계급의 해체와 함께 비교적 평등한 농지소유와 소득분배, 그리고 이를 토대로 초등교육으로부터 중등교육 및 장차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급격한 팽창이 가능하게 되어 산업화와 수출을 통한 경제발전의 밑바탕이 되었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역동적인 기회의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은 '평등한 성장'의 신화를 뒤로 하고 '저성장 속의 양극화'에 처해 젊은이들이 삼포세대라고 자조하는 사회가 되었다. 대학을 나와도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고 내 집 마련은 아득하게만 느껴지니 결혼과 출산은 물론 연애마저 포기하는 것이다.
양극화와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고 전환적 공정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부동산 불로소득의 억제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 요구된다. 오늘날 과거 농지개혁처럼 대토지 소유자로부터 토지를 싼 값으로 수용하여 재분배를 할 수는 없다. 시장친화적인 토지공개념 정책으로 폭넓은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정책은 보편적인 국토보유세이다.
우리가 할 일이 있다. 대장동의 분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분노를 지대 추구 경제 자체를 극복할 수 있는 비판과 대안 요구로 승화시켜야 한다. 정치인들에게 대안을 요구해야 한다. 대장동 불로소득 4000억 원에 분노하면서 나라 전체 토지 불로소득 2350조 원에 침묵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극도로 수탈적인 부동산 불로소득 체제를 용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비록 무주택자와 서민주택 소유자들이 수천조 원의 소득을 부동산 불로소득자들에게 빼앗겨야 하는 나라에 살아 왔지만, 우리 자식들에게까지 그런 나라를 물려줄 수는 없다.
*유종성 교수와 강남훈 교수는 이재명 대선 후보 정책 캠프인 세상을 바꾸는 정책포럼 2022에서 기본소득 특별연구단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참고문헌
남기업 (2021), <불로소득 환수형 부동산체제론>. 개마고원.
전강수 · 남기업 · 강남훈 · 이진수 (2018), "국토보유세, 부동산 불평등 해결의 열쇠", 김윤상 외, <헨리조지와 지대개혁>, 경북대학교 출판부.
Mirrlees, James et al. (2011), Tax by Design: Mirrlees Review, Oxford University Press.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옮김(2015), <조세 설계>, 시그마 프레스.
Vickrey, William (2001), “Site Value Taxes and the Optimal Pricing of Public Services,” in Giacalone, J. A. et al. eds., The Path to Justice: Following in the Footsteps of Henry George, Malden: Blackwell Publishing.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유종성 가천대 정책학 교수/ 프레시안
경기도의회 의원들 "'대장동 사업'은 '개발이익 시민환수' 최고 모범사례"
"이재명 성남시장 덕에 MB 정부 당시 여당 의원의 비리 드러나"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성남시 대장동 공영개발은 개발이익 시민환수를 실현한 대한민국 최고의 모범사례"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정책인 "공영개발이익 도민환수제"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의원 67명은 23일 기자회견문을 내고 "이재명 시장 시절 성남시라는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여 개발이익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소위 '개발이익 시민환수'를 실현한 가장 모범적인 공영개발 사례"라며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공영개발이익 도민환수제"를 제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이 후보 정책에 대해 적극 지지를 선언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당시 성남시는 예산이 없어 25억 원을 투자했고, 사업을 추진하려면 사유지를 매입할 땅값과 공사비 등 1조 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여, 민간과 컨소시엄을 이루어 결국은 5503억 원을 성남시 세수로 확보한 대한민국 최고의 모범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와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대장동 공영개발 사업을 민영개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대장동 로비사건'을 언급했다.
이들은 "대장동은 LH가 공영개발을 하기로 되어 있던 것을 국민의힘(당시 한나라당) 신영수 국회의원이 LH를 압박하여 결국 민영개발로 바뀌었"으며 "당시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이었으며, 2009년 10월 9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민간회사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을 한 시점으로 다음날 이지송 당시 LH사장이 '민간과 경쟁하는 부분은 폐지하겠다'는 기자회견을 가졌고 같은 달 20일 신영수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이 LH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을 포기하라고 압박해 이듬해 LH가 대장동 공영개발사업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당시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에 당선되면서 이 수상한 사업의 변경을 지적했고,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과 관련된 비리가 드러났다"면서 "LH를 압박한 신영수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동생이 수억대 뇌물을 받는 등 부동산업자의 '대장동 로비사건'이 있었고, LH 간부 등이 이에 연루되어 6명이 구속되고 9명이 기소됐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대장동 로비사건'을 밝혀낸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민간사업자가 개발이익을 100% 독식할 뻔한 것을 막고 성남시민에게 5503억 원 상당의 이익이 환수되도록 했다"면서 "(이 후보가) 특혜를 준 것이 아니라 특혜를 성남시민에게 환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LH가 포기한 대장동 개발을 성남시가 공영개발을 하려면 직접해야 하는데 성남시에 그만한 돈이 없으니 결국 지방채를 발행해야" 했지만, "지방채 발행은 행자부 장관 승인이 필요하며 당시 공영개발을 반대한 한나라당 정권에서 지방채 발행 승인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면서 "결국 성남시나 신설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법률상 제한 등으로 사업자금을 직접 조달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민간자금을 동원"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들은 "순수한 공영개발은 자금력이 풍부한 LH만이 할 수 있다"면서 "성남시가 주도로 공영개발을 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3대 원칙에 기초한 민간자금 조달을 추진했다"고 전했다.
"첫째, 부정부패 소지 없을 것, 둘째, 사업주체 등 분쟁이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 세째, 성남시가 사업실패 등으로 인한 위험에 노출되지 않을 것 등 3대 원칙을 지키며, 사전에 성남시 귀속이익을 확정하고 그 중 제일 이익을 많이 제시하는 사업자를 선택하여 결국 성남시민들에게 5503억 원을 회수한 대한민국 최고의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공영개발"이라는 것.
따라서 "대장동 개발은 이재명 시장 시절 성남시라는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여 개발이익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소위 '개발이익 시민환수'를 실현한 가장 모범적인 공영개발 사례"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이 후보의 '공영개발이익 도민환수제' 정책을 지지하는 경기도 의회 의원 67명의 명단이다.
경기도의원 (가나다 순)
고은정 국중현 권정선 김경호 김경희 김달수 김동철 김명원 김미리 김미숙 김봉균 김영준 김영해 김우석 김종배 김종찬 김직란 김진일 김철환 김판수 김현삼 남종섭 문경희 박관열 박덕동 박성훈 박옥분 박재만 박태희 백승기 배수문 서현옥 성수석 손희정 송영만 안광률 안기권 양운석 오명근 원미정 원용희 유광국 유광혁 유상호 이기형 이동현 이선구 이종인 이필근 이필근 장대석 정승현 정윤경 정희시 조광주 조광희 조성환 진용복 엄교섭 이명동 최갑철 최만식 최세명 최승원 추민규 황대호 황수영
이명선 기자 프레시안
사실·주장 뒤섞인 '대장동 의혹' "정치권 프레이밍 전쟁
"한국일보 "'카더라'식 정치공세 재연" 중앙일보 "혼돈만 더해"…유인태 "특검은 시간끌기“
대장동 의혹을 두고 정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범죄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명 게이트', '국민의힘 게이트' 등 정치적 프레임 대결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한국일보는 사설 <대장동 의혹 진상 규명하되 과도한 정쟁은 자제해야>에서 "민관 합동의 신도시 조성 사업에서 민간 투자자들이 과도한 이익을 챙긴 것이 논란의 출발점이긴 하지만, 아직은 추측에 기반한 의혹 제기 수준"이라며 "대선 정국에서 실체적 진실 규명과는 상관없이 '아니면 말고'나 '카더라'식 정치 공세만 재연되는 양상"이라고 비판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장동 개발 의혹 긴급 간담회 (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는 "'대장동 게이트' '국민의힘 게이트'식으로 프레임 싸움만 요란한 상황"이라며 "이번 논란은 성남시가 확정이익을 우선 배당받고, 민간 투자자들이 나머지 수익을 거둬가는 수익 배분 방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실체적 진실은 수사 결과로 판가름날 수밖에 없다. 수사 과정에서도 구체적인 비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번 논란은 결국 정책적 판단의 영역으로 남게 된다"면서 "정쟁으로 소모하기보다 부동산 개발의 공공성을 조명하는 계기로 삼는 게 생산적인 논쟁이 될 수 있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사설 <점입가경 대장동 의혹, 신속한 수사가 답이다>에서 "정치권의 프레이밍 전쟁은 혼돈만 더하고 있다. 이른바 '이재명 게이트' 대 '국민의힘 게이트'"라며 "진상 규명보단 진영을 앞세워 정쟁으로 몰아가는 구태"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번 사건은 등장인물이 많지만, 워낙 큰돈이 오고 간 만큼 자금 흐름을 추적하면 된다. 외려 복잡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이 지사 측도 수사 요구에 '100% 동의한다'고 말만 할 게 아니라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2014년 이재명 성남시장이 민관 공동개발 형태로 대장동 개발을 추진하면서 민간영역으로 수익이 지나치게 많이 돌아가도록 사업 구조가 짜였다며 '이재명 게이트' '대장동 게이트' 등을 주장하고 있다.
당시 성남시는 성남도시개발공사를 통해 자본금 50억 원의 '성남의뜰'이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웠다. 화천대유와 SK증권이 성남의뜰 지분 7%를 보유했다. SK증권 신탁 지분은 화천대유 소유주인 김만배 씨(머니투데이 기자)를 포함한 7명의 개인투자자로 구성됐다.
계약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배당금 1822억 원을 비롯한 개발이익 5503억 원을 보장받기로 했다. 화천대유와 SK증권은 추가 이익 전액을 배당받게 돼 있었다. 성남의뜰 지분 7%를 보유한 화천대유와 SK증권은 4040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화천대유와 소수의 개인투자자들이 3억 5천만원을 투자해 4000억원을 벌여들였다. 이익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사업 컨소시엄 선정에 있어 너무 빨리 화천대유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공고일 일주일 전에 설립된 시행사를 컨소시엄 선정 과정에서 하루만에 선정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성남시 대장지구 개발사업' 의혹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아직까지 화천대유와 이 지사 사이 연결고리가 드러난 건 없다. 이 지사는 5000억 원대 확정수익을 보장받고 추진한 모범적 공익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정책 결정을 통해 민간으로 흘러갈 개발이익을 공공이익으로 환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는 부동산 침체기였다며 개발이익이 크게 증가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지사는 22일 "2014년~2015년 당시 정부가 '빛 내서 집 사라'하던 침체기인데, 집값이 두 배로 오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조선일보, 국민의힘, 토건세력에 감사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장동 개발이익의 완전한 공공환수는 국힘의 반대로 막히고, 그렇다고 그들 의도대로 민간개발을 허용할 수는 없어 부득이 민간투자금으로 공공개발하는 방법 고안해 그나마 5503억원 회수했다"면서 "1조 5000억원 투자해 1800억원으로 추산되던 이익이 4000억대로 는 건 이후 예상 못한 부동산 폭등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 지사는 "공공개발 이익 100% 환수 못했다고 비난하니 앞으로 공공개발 원칙에 따라 불로소득 개발이익 전부 공공환수해도 반대 못하겠지 않나"라며 "앞으로 개발이익은 전부 국민께 돌려드리는 '개발이익국민환수제' 도입할 수 있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가 '정책적 결정'을 강조하는 이유는 대장동 개발사업이 겪어온 여러 부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04년 이대엽 성남시장(한나라당 소속) 시절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이 땅에 신도시 개발 계획을 세웠지만 계획이 유출돼 땅 투기를 한 공무원 22명이 입건되면서 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이후 LH가 공영개발을 재추진했으나 사업을 포기하면서 민간사업자들이 들어섰다. 이 때 민간사업자가 2010년 당시 한나라당 소속 신영수 의원의 친동생, 전직 LH본부장 등에 뇌물을 뿌린 '대장동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재차 표류했다.
한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대장동 의혹에 대한 특검과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23일 밝혔다. 이재명 캠프는 관련 수사에 동의하지만 특검과 국정조사에 대해서는 "정치적 소모는 안 된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특검 들어가자는 건 이 사안을 그냥 저렇게 계속 두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야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유 전 총장은 "(특검은)시간끌기라고 본다. 국정조사에서 어떻게 팩트가 밝혀지나"라며 "특수본에서 그냥 빨리 수사해 밝히는 게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미디어스 송창한 기자
엄마찬스' 18억원으로 용산에 집 산 20대..."부의 대물림 가속“
가족·지인에 빌린 돈으로 집 구입 8월 기준 4224건…작년보다 144%↑
#대학생 A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용산구 주성동의 약 20억 원짜리 주택을 구입했다. 20억 원 중 90%에 이르는 17억9,000만 원은 어머니가 '빌려준' 돈이었다. 만약 A씨가 돈을 빌리지 않고 증여를 받았다면 5억1,992만 원의 증여세를 납부해야 했다.
#B씨는 지난해 6월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아파트를 31억7,000만 원에 샀다. 구입 자금 전부를 아버지에게 빌렸다. 해당 금액을 증여 받았다면 10억6,700만 원의 증여세를 내야 했다. A씨와 B씨가 부모에게 꼬박꼬박 이자를 지급하는지, 원금을 갚아나가고 있는지는 확인할 길은 없다.
세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부의 대물림'이 가속화되고 있다.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부모에게 편법으로 돈을 빌려 집을 사거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지도 않은 미성년자가 임대소득을 올리는 사례가 최근 들어 급증했다.
23일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매입자금의 50% 이상을 '그 밖의 차입금'으로 조달한 건수는 3,880건으로, 2019년(1,256건)보다 3배 넘게 증가했다. 올해(1~8월)는 4,224건으로 더 늘어 8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건수를 추월했다.
그 밖의 차입금이란 주택구입 시 작성하는 자금조달계획서에서 자금 출처를 소명하는 항목 중 금융기관이 아닌 제3자에게 대출받은 경우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가족이나 지인에게 빌리는 경우가 많은데,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주 악용된다.
국세청은 그 밖의 차입금을 이용한 '편법 증여' 사례를 다수 적발해왔다. 2018년에는 한 대기업 임원이 동생에게 돈을 전달한 뒤 자신의 두 아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각각 구입하게 도왔다. 지난해 7월에는 한 의사가 아들에게 주택매입자금을 편법 증여한 뒤 병원에 '위장 취업'을 시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게 했다. 소병훈 의원은 "그 밖의 차입금을 이용한 편법 증여가 만연하면 세법의 근간이 무너진다"며 "적정 이자율에 따라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지 주기적으로 확인 및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대소득을 벌어들이는 미성년자의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임대소득을 신고한 미성년자는 2,842명으로, 5년 전인 2015년(1,795명)보다 58.3% 증가했다. 전세보증금은 예외적으로 2주택까지 비과세가 적용되는데, 이로 인해 변칙 상속·증여의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성준 의원은 "부모찬스를 통한 부동산 불로소득자가 가파르게 증가해 출발선의 불공정이 심화되고 있다"며 "자녀 명의의 임대소득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아 미성년자의 세금 탈루 여부를 적극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기획]죽이고, 때리고, 훔쳐도 '솜방망이'…만 14세 미만의 특권
소년범죄 갈수록 '잔혹'…범죄별 유형도 '다양'
연령 낮아 처벌 피해…"엄벌해야" 사회적 공분↑
근 ‘촉법소년’ 범죄가 잇따라 발생면서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하향해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에 대선 예비후보들도 관련법을 개정하겠다는 공약까지 내걸었다. 촉법소년 범죄는 개인의 문제일까. 또 처벌 강화만이 능사일까. 본지는 촉법소년 범죄의 근본적 원인과 해결방안,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① 촉법소년 범죄 ‘횡행’…“처벌해달라” 목소리 증폭
<계속>
최근 촉법소년의 대담하고, 교묘한 범죄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어머니 피 묻은 흉기…차량 훔치고 당당
지난달 24일 안산시 단원구에서 10대 청소년 4명이 길가에 세워져 있던 고급 외제차량을 훔쳐 달아나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중 2명은 정식 입건됐으나 나머지는 보호처분만 받게 됐다.
이들은 범행 당일 체포돼 경찰서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반성의 기미 없이 취재진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하거나 욕설을 내뱉었다.
다음날 인천에서는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인터넷 게임을 통해 알게 된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을 수차례 성추행하고, 이를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달 5일 의정부의 한 주택에서 10대 아들이 자신의 어머니를 향해 흉기를 휘둘러 중태에 빠지게 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피의자가 모두 촉법소년이라는 것이다. 촉법소년이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범법행위를 한 형사미성년자로 형사책임능력이 없어 처벌을 받지 않는다.
▲ (사진=연합뉴스)
◇“처벌해 달라”…울려 퍼지는 국민적 호소
최근 촉법소년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뉴스에 보도된 촉법소년 성추행 피해자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받고 있는 제 딸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하고 싶은 마음에 인터뷰를 했지만, 방송 심의 상 자세한 내막을 알리지 못해 이렇게 청원 글을 올린다”면서 “가해학생들의 엄벌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촉법소년인 가해자를 지목하며 “너무 화가 난다. 피해자는 계속 피해만 입어야 되고 가해자는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이 사건은 성추행이 아닌 유사강간”이라면서 “당시 협박 내용은 입에 담을 수조차 없을 만큼 암담했다. 어떻게 어린아이들이 이런 행동과 말을 할 수 있는지 정말 충격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청원은 1만4204명의 동의를 얻었으며, 이달 26일 마감될 예정이다.
지난해 4월에는 ‘렌트카 교통사고 사망사건’ 관련 범행을 저지른 청소년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청원 동의가 100만 명을 훌쩍 넘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3월쯤 10대 8명이 훔친 차를 운전하다 일으킨 사고로, 대학에 입학한 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은 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가해 청소년 8명은 모두 법원의 소년보호사건 재판부인 소년부로 송치됐다. 그러나 가해 청소년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 가해자 7명 중 2명은 장기소년원 송치, 나머지는 2년의 장기보호관찰 및 6개월 시설 위탁 처분을 받았다. 당시 승용차를 운전한 1명은 추가 범행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시 청원인은 “당시 렌트카 운전자는 만 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로 촉법소년에 해당돼 형사처분 대신 보호처분을 받을 것이라고 경찰이 소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사람을 죽인 끔찍한 청소년들의 범죄다”라며 “피해자와 그의 가족, 또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가해자 청소년들을 꼭 엄중히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촉법소년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건 맞다”면서 “촉법소년이 범죄를 저지르면 정식 입건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촉법소년 범죄는 수사가 아닌 내사를 진행한 뒤 법원 소년부로 사건을 송치한다”며 “법원에서 판사가 직접 보호처분 등의 조처를 취할 수 있는데 이는 전과로 남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
부자들이 끌어올린 저축률…빈부 격차로 확산 우려
작년 가계순저축률 21년만에 최고
안정적으로 소득 유지된 가구
코로나에 여행·외식·쇼핑 줄어
소득 대비 저축 비중 11.9%
대기업과 외국계 금융회사에 다니는 40대 맞벌이 이수진(가명)씨 부부.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지난 1년 반 이들의 가계부를 살펴보면, 재택근무가 많아졌지만 월 소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반면 평소 좋아했던 여행과 외식, 쇼핑 등의 지출은 아무래도 줄었다. 애초 부부는 지출을 못 해 생긴 여윳돈으로 차를 바꿀 생각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들은 분양받은 아파트 대출 상환과 추가 부동산 투자 등을 위해 최대한 돈을 아껴두기로 결정했다. 이씨는 “대출 규제 강화에 자산 시장 불확실성도 커지는 것 같아 투자 자금을 확보해 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씨 사례처럼 코로나19 영향으로 여유 있는 가계의 지출이 줄면서 ‘가계 저축률’이 21년만에 최대치로 올라갔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저축이 자칫 가계 자산격차를 확대하고, 소득→소비→생산으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깨뜨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저축의 상당 부분은 고소득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말 부유층 가계는 소득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었는데, 방역 조치 등으로 지출이 줄면서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만약 이들의 여유 자금이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어도 사회에 유통되지 않고 누적되며, 오히려 자산 투자로만 이어진다면 불평등 강화의 불씨가 된다.
고소득 가구 흑자 역대 최대
23일 한국은행의 ‘2020년 국민계정(잠정)’을 보면, 지난해 가계순저축률(소득 대비 저축 비중)은 11.9%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13.2%)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았다. 국가 통계에서 ‘저축’은 소득에서 세금과 각종 보험금 및 이자 지급, 여기에 물건과 서비스 구입 등의 소비를 한 후 남은 돈을 뜻한다. 가계는 해당 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거나 은행 예금, 대출 상환, 주식 및 부동산 투자 등에 쓸 수 있다. 쉽게 말해 여유 자금이라고 보면 된다.
저축률을 끌어올린 원인은 코로나19다. 작년 한 해 가계는 방역 조처로 지출에 제약이 생기면서 소득에서 재화 및 서비스 소비를 뺀 ‘저축 비중’이 과거보다 커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코로나19에도 소득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고소득층에서 저축이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한은의 가계순저축률은 가계 비중을 공표하지 않는다. 다만 비슷한 개념을 집계하는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흑자율’은 45.7%였다. 이는 비교 가능한 통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최고치다. 흑자액은 소득에서 지출을 제외한 것으로 저축과 유사한 개념이다.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948만원이었다. 세금 및 소비 지출을 다 하고 남은 여윳돈(흑자액)은 346만원에 달했다. 같은 시기 소득 하위 20%(1분위)인 저소득층 월평균 소득이 98만원, 흑자액이 -31만원, 흑자율이 -38.5%인 것과 대조적이다. 코로나19는 다른 경제 위기보다 경제 충격이 훨씬 차별적이다. 충격이 큰 곳(자영업·서비스업 등)과 덜한 곳(일반 업종), 수혜 업종(비대면 사업 등)의 차이가 명확하면서 업종별 월소득 양극화가 극심했다. 지난해 저소득층(1분위)의 근로소득은 전년 대비 11.6%나 줄었지만, 고소득층(5분위)은 1년 전과 차이가 없었다. 이에 따라 소득은 큰 변화가 없는데, 비자발적으로 지출이 감소한 고소득층에서 주로 저축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도 지난 4월 ‘이슈노트’ 보고서에서 “전체 가계 저축이 늘어난 것에는 고소득층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저축 굳어질 경우 불평등 강화
고소득층의 여유 자금(저축)은 방역 조처가 완화될수록 보복소비 등으로 시장에 다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2분기 소득 5분위 가구의 흑자율은 38.6%로 지난해보다 다소 줄었다. 고소득층의 저축이 재화 및 서비스 소비로 시장에 풀릴 경우 ‘돈’이 돌면서 소득 재분배, 경제 선순환 등에 도움을 준다.
문제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늘어난 저축이 굳어지는 경우다. 고소득층이 쌓인 여유 자금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자산 투자에만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논고에서 “국내 가계저축률은 외환위기(1998년), 카드사태(2003년), 금융위기(2008년) 등을 겪으며 일시적으로 크게 상승했다”며 “1990~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저축률이 다시 하락했지만, 금융위기 이후부터는 불확실성 증대에 대응하는 예비적 저축이 늘면서 기조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경제 주체들 사이에 위기 때 경기 불확실성, 자산시장 변동, 부채 증가 등을 경험하면서 여유 자금을 확보하려는 보수적 인식이 서서히 강해진 것이다.
심지어 이번 코로나19는 자산 시장 과열 문제까지 겹쳐 소득을 소비보다 투자에 쓰려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하다. 대출 상환 자금과 투자 재원으로 쓰기 위해 소비를 줄여 여윳돈을 확보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여유 자금이 시장에 돌지 않고 자산 증식의 재원이 되면 자산 불평등이 더욱 심해진다.
저축으로 인한 불평등은 이미 해외도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은 각종 경제 위기를 겪으며 지난 20년간 개인저축률이 꾸준히 올라 7∼8%대를 보였는데, 코로나19로 지난해 33.6%까지 치솟았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달 31일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금리는 낮아진다’는 기사에서 불평등의 원인으로 저축을 꼽는 논문을 소개하면서 “부자들의 현금이 국내외 생산적인 투자로 전환되지 않고 있으며, 미국 부자의 저축은 (경제 선순환을 막아) 정부와 저소득층의 부채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고소득층 저축은 기준금리 수준을 낮추는 ‘저금리 불평등’ 악순환도 불러온다. 저축 증가가 금리의 적정 수준을 결정하는 자연이자율 하락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은은 논고에서 “높아진 가계저축률이 고착화되면 저성장·저물가·저금리가 심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코로나19 이후 대면과 비대면, 소상공인과 중견·대기업 등 업종 간 소득 불평등 격차가 커지고, 저축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연애와 이별에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려면
목숨걸고 연애해야 하는 사회
한국에 사는 여성들에게 폭력이나 살인을 당할 가능성을 가장 높이는 행동은 남성과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하는 것이다. 말장난이거나 과장이 아니다. 통계가 말해주는 실제 상황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냐는 질문에, 그저 ‘나에게 폭력을 쓰지 않을 것 같은 남성’을 찾는다는 답변을 하는 여성들이 많을 정도다. 연애를 할 때 폭력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배제할 수 없고 이별을 할 때도 폭력을 두려워하며 ‘안전이별’에 대한 정보를 찾아봐야만 하는 세상이다. 젠더 불평등이 공고한 사회에서 연애란 자신을 위험에 처하게 할지도 모르는 일이 돼버렸다. 데이트폭력과 가정폭력처럼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이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해결할 의지를 조금도 보여주지 않은 국가가 만들어낸 처참한 결과다. 계속해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이 일어나고 있고 이로 인한 상해, 살인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이 국가는 구조를 변화시킬 생각도 없을뿐더러, 최소한의 모든 젠더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과 성평등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조차 스스로 포기했다.
젠더폭력을 방치하는 입법부
2018년, 포괄적으로 젠더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법이 처음 제정됐다. 그러나 성소수자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극우 정치인들 사이 ‘젠더’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미덕이 된 상황에서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라는 용어를 삭제했다. 젠더권력(남성권력과 시스헤테로권력)이 만들고 유지하고 있는 폭력의 문제들이 개별적인 사례가 아니라, 성별이분법에 의한 지정성별 그리고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에 의한 권력과 그로 인한 차별이 만들어내는 사회구조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개념인 ‘젠더에 기반한 폭력’을 삭제한다는 것은 불평등한 젠더구조를 외면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신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젠더폭력을 협소하게 만드는 용어로 법안은 통과됐다. 이로 인해, 지정성별 여성에 포함되지 않는 다양한 젠더폭력의 피해자들을 포함하지 못하며 피해자를 선별하게 만들었다. 젠더폭력이 구조적인 문제에 기반함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성평등교육의 의무화가 포함돼 있던 원안 역시 삭제됐다. 젠더폭력은 개별의 문제가 아니며, 운이 나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N번방 사건이나, 반복되고 있는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과 살인사건은 차별이 공고한 사회 구조가 만들어내고 방임한 결과 일어나고 있는 구조적 억압이며 폭력이고, 참사다. 이러한 누더기 법은 데이트폭력을 포함한 젠더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구조를 변화시킬 수도,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도 없다.
젠더폭력을 문제로 여기지 않는 사법부
데이트 폭력의 신고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억울한 죽음 앞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성인지감수성은커녕 남성카르텔과 특권의식이 공고한 사법부의 생각은 다른 것처럼 보인다. 가해자가 초범이라는 이유로, 심신미약을 이유로, 반성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심지어 의대생이라는 이유 등 다양한 근거(용서해 주어야 하는 이유)를 통해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사건은 수도 없이 많다. 피해자가 울분을 터뜨리면서 사건을 공론화하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처벌까지 받게 되는, 자신이 경험한 피해 사실조차 호소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 현실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 법은 UN에서도 정치적 시민적 권리를 크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폐지가 권고되고 있으며 존치하는 국가도 매우 드물다. 그러나 한국은, 젠더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를 만들 의지 없는 국가에 의해 젠더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피해를 호소함으로써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하는 ‘가해자’가 돼 법적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는 다르다는 교육부
법을 만들거나 다루는 정부부처만의 문제가 아니다. 데이트폭력을 비롯해 젠더폭력은 교차하는 권력의 불평등과 이로 인한 차별에 의해 발생하기 쉽다. 그렇다면 교육행정을 총괄하는 교육부는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고,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는 차별과 폭력에 저항하고 반대하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성별이분법적이고 성역할고정관념적,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으로 젠더폭력 발생 시 피해자를 비난할 수 있게 하는 성교육을 ‘국가수준의 학교성교육 표준안’이라는 이름으로 제시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 국가의 공교육을 주관하는 기관이 나서서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가 다르며,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조심해야 한다는 방식의 교육(피해자유발론)을 성교육의 원칙으로 제시하면 사회가 변화되기 어렵다. 데이트폭력이 왜 일어나는지 근본적인 문제들을 살피다 보면 성별이분법과, 수동적인 그리고 성적인 대상이 되는 여성 그리고 성적 욕망의 주체로서의 남성이라는 성별고정관념, 이로인한 성차별의 고착화, 이를 자양분으로 삼는 젠더폭력을 내면화하는 사회화 과정이 있다. 여성을 대상화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 그리고 디지털 사회에서 더욱 용이해졌고 이로 인해 여성 대상화의 사회적 용인과 묵인이 반복되는 경험이 이어진다. 젠더폭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부장제/자본주의 사회가 공고히 유지시키고 있는 ‘강간문화’의 토양을 갈아엎어야 한다. 여기에서 교육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교육부는 시대착오적인 성교육표준안을 만들어놓고도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과나 폐기를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사는 우리, 무엇을 해야 할까
한국사회에 사는 여성들이 등하교길/출퇴근길, 공공화장실, 밤 길거리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며 산다는 것, 친밀한 관계에서조차 폭력을 걱정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이러한 사회구조를 공고하게 유지하는 권력들이 여전히 흔들림 없이 견고한 현실 속에서 변화를 기대한다는 것이 마치 요원한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나 더 나은 삶, 정의, 사회의 진보를 갈구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많은 것이 변화했고, 앞으로도 우리는 많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 명 한 명의 힘이 미약해 보일지라도 개개인들의 노력과 연대의 힘으로 우리는 변화를 만들어 왔다. 그래서 우리는 구조의 변화를 요구하는 동시에 자신을 해방시켜 나가야 한다. 젠더불평등을 해체하는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을 국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동시에, 사랑을 충분한 근거로 삼거나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자신을 가장 나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선택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미 성평등한 사회가 온 것처럼 살아야 한다. 사회 구조의 변화 없이 개인이 조심한다고 폭력을 온전히 예방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지만, ‘자신을 가장 나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선택’을 하는데 있어 참고할만한 몇 가지의 가이드를 제안해보고자 한다.
나는 너의 소유가 아니다
“넌 내꺼야”와 같은 말로 다른 사람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생각하고 통제하려고 하는 사고방식이 익숙한 사람들이 있다. 이는 상대방을 나와 같은 주체로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한 ‘것’이자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한 ‘무엇’으로 위치 지운다. 나의 외모, 생각, 관계, 삶을 조정하려 한다면 ‘나는 너의 소유가 아니다’라는 점을 확실하게 인지시키거나, 관계 맺기를 중단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나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인격을 가진 한 명의 사람으로 인정하며 동등한 사람으로 존중하는 태도가 관계 맺기의 기본이다. 성역할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메시지인 ‘순종하는 여성’은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데서 등장하는 표현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존재로 만들고자 하지는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 상대방이 ‘내가 지금 너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하겠어. 너는 거부할 수 없어’와 같은 방식으로 나온다면 빨리 헤어지는 게 좋다. 이별조차 위험할 것 같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상황을 알려두고 도움을 구해놓는다든지 미리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사랑과 폭력은 양립하지 않는다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대부분 사랑을 빙자한다. 가정에서 주양육자가 피양육자를 향해 폭력을 사용하고도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든가,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괴롭히면 ‘널 좋아해서 그래’와 같은 이상한 근거를 제시한다. 사랑과 폭력은 양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친밀한 관계, 특히 신뢰하는 사람으로부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통제를 경험하게 되면 폭력을 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나의 생각과 판단을 의심하고 나를 통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의존하게 되는 ‘가스라이팅’을 쉽게 당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데이트 상대가 사랑을 빙자한 폭력을 사용한다면 그 관계는 중단하는 것이 좋다.
폭력을 당하고 자기반성과 측은지심을 하지 않는다
폭력을 행사한 뒤 자신의 폭력행위에 대해 사과는 하지만,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한 사람과 일상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으면, 폭력을 당하면서도 상대의 맥락과 마음을 살피면서 안쓰러움을 갖게되는 경우가 있다. 명백한 폭력을 사용하더라도 ‘내가 그 사람의 심경을 잘못 건드려서 그래’, ‘내가 약속을 안 지켜서 그래’, ‘나에게도 잘못이 있어’ 등의 생각을 하기도 한다.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특성 때문에, 폭력이라는 행위 앞에서 단호해지지 않으면 그 폭력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데이트폭력의 징후로서 대표적으로 제시되는 통제와 구속을 하는 사람에게도 “저 사람이 질투가 많아서 그래”, “내가 불안하게 해서 집착하는 거야”, “저 사람이 날 많이 아껴서 그래”, “저 사람이 날 가끔 때리긴 하지만 날 정말 많이 사랑해. 평소에는 잘해주잖아”라는 식으로 면죄부를 준다. 이러한 관계에서 자기반성과 측은지심은 결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불평등한 관계가 지속되게 하는데 도움이 될 뿐이다. 이때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관계, 원하는 삶, 원하는 성관계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랑은 일방향이 아닌 서로 돌보고 의지하며 보살피는 관계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삶을 더 행복하게, 상대방이 더 행복하게, 서로의 삶이 더 충만해지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좋다.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폭력에 반대하는 주체로
앞서 반복하여 강조했듯 데이트폭력은 구조의 문제다. 구조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변화하지 않은 개인을 변화시키는 것은 보다 직접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폭력이 없고 서로 존중하는 평등한 관계를 만들고자 한다면, 애인과 함께 성교육/성평등교육을 찾아 들어보는 것도 좋다. 아직 국가가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직접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한국다양성연구소를 비롯해서 온라인으로 어느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성교육/성평등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단체들이 있다. 이를 통해 평등한 관계를 맺는 법을 함께 배우며 친밀한 관계를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통해서 그저 ‘나는 여자를 때리지 않아’ 정도의 수준으로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개인인 것에 만족하는 것을 넘어 폭력에 반대하고 평등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안전한 연애와 이별은 가능할까?
시작할 때의 질문을 다시 던져본다. 안전한 연애와 이별은 가능할까? 모든 사회문제는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야 해결이 가능하다. 하나는 인식의 향상과 또 다른 하나는 사회구조의 변화이다. 성평등한 사회도 사회구조적인 변화와 함께 교육의 변화를 강력하게 추진해 나아간다면 가능하다. 물론 지금의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지기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사회에서 살아야 하고 지금 이대로 계속 살 수 없기 때문에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젠더폭력이 사라지는 사회를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모두를 위한 성교육이다. 제대로 된 성교육/성평등교육 없이는 젠더폭력이 지속되는 문화를 결코 변화시킬 수 없다. 한편에서 공교육의 변화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제대로 된 성교육/성평등교육을 의무화를 법적으로 명시하는 제도의 변화가 동시에 이어져야 한다.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지 않으면서 희망을 말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고문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에게는 언제 어디서든 그리고 어떤 관계 속에서든 안전할 권리,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안전한 연애와 이별이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피해자가 스스로 조심해야 하는 ‘예방’ 따위가 아닌 젠더폭력을 끝장낼 성평등교육과 사회구조의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김지학 소장은? -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 -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운영위원 - 대한성학회 이사 - 사회복지법인 프리웰 사외이사 - 서울예술대학교 외래교수 출처 : 투데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