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9.13~19 내세울것 없다 보니 추해지는 추미애 정국

이성근 2020. 9. 13. 20:18

대기업 절반 사무직 재택근무 업무생산성, 정상근무 대비 90% 이상

추미애 장관 입장문, 아들 의혹 국민께 송구”···“절차 어길 이유 없어, 검찰 수사로 진실 밝혀져야

세계최고 수준한국 가계빚, 한계점 다다랐다

초이노믹스 이후 6년간 가계대출 고공행진위기 뇌관 될라

한국, 재정 건전성 선진국 가운데 최고

이재용 공소장에 적힌 우호적 보도들과 광고비 36억원

트럼프, 재선을 위해서라면인종차별

여론조사 회사가 반성문을 쓴 이유는

한국, 전 세계 163개국 중살기 좋은 나라’ 171위는?

왜 지역은 촌스러움’ ‘먹거리등으로 소비돼야 하는가[지역방송 위기] (09)

가장 만연한 성범죄 지인 능욕

"충남교육청부터 도 넘은 외래어 사용 자제"

코로나 영향 얇아진 추석 상여금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팬데믹 시대 교육 불평등

이해찬-나는 왜 20년 집권을 말했나

친박, 친노 같은 부활을 꿈꾸지만...

'돈 없인 정치 못한다'는 공식을 깨는 방법

언론4단체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 소송 중단하라

규제가 만든 부의 대물림...2030 증여 부동산 한해 3조 넘어

9.4조 전재산 기부한 억만장자버핏 "기부활동에 큰 영감 준 사람"

'코로나 조작설'옌리멍 3가지 근거와 3가지 반박

스웨덴, 9월 첫주 유럽국 중 일일 확진자수 최하위

'추미애 아들 의혹', 결국 이럴 줄 알았다

조선인 대학살 협력 단체 소요카제

추락하는 독일 좌파, 비상하는 극우

방역 잘한 나라, 성장률 급락도 막았다

 

대기업 절반 사무직 재택근무 업무생산성, 정상근무 대비 90% 이상

경총 매출 100대 기업 재택근무 현황 조사

 

2020225일 코로나19 사태로 외국계 기업들이 일제히 재택근무에 들어간 당시 서울 종로구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사옥이 한산하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100대 기업 사무직의 80% 이상이 현재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의 업무 생산성도 높게 평가돼,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이 해소된 이후에도 재택근무가 보다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13일 공개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매출 100대 기업 재택근무 현황 조사를 보면, 응답 기업의 88.4%가 재택근무(사무직)를 시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현장에서 근무하는 생산직의 경우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회사는 한 곳도 없었다. 이번 조사는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기간인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이틀에 걸쳐 진행됐으며 2019년 기준 매출액 100대 기업 가운데 공기업을 제외한 민간기업 91개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재택근무 시행 방식으로는 구성원을 2개조 또는 3개조로 나눠 재택근무를 하는 교대조 편성 등 순환 방식을 택한다는 응답이 44.4%로 가장 많이 나왔다. 이어 건강·임신·돌봄 등의 사유에 해당하는 재택근무 필요인력을 선별하거나 개인 신청을 받는 방식이 27%, 필수 인력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재택근무를 시행한다는 응답은 15.9%로 나타났다.

출처: 한국경영자총협회

 

재택근무의 업무 생산성에 대해서는 비교적 높은 평가가 나왔다. 응답 기업의 절반에 가까운 46.8%정상근무 대비 90% 이상이라고 대답했다. 정상근무 대비 80~89%라는 응답은 25.5%, 70~79% 응답은 17%였으며 ‘70% 미만으로 평가한 비중은 10.6%에 불과했다. 경총은 재택근무 생산성이 정상근무 대비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재택근무에 대한 수용성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다만, 이는 조사대상이 규모가 매우 큰 대기업으로 아이티(IT) 프로그램 활용, 업무성과관리 시스템 등을 통해 재택근무 생산성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제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직원들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보완책을 시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 도입 기업의 77.6%가 직원간 소통을 위한 협업툴이나 메신저 등 아이티(IT) 프로그램 활용을 확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비대면 상황에서도 업무의 성과 관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성과관리 시스템을 더욱 강화한 기업도 56.9%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해소된 이후의 재택근무 활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53.2%의 기업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재택근무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답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추미애 장관 입장문, 아들 의혹 국민께 송구”···“절차 어길 이유 없어, 검찰 수사로 진실 밝혀져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특혜 휴가의혹을 두고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는 말씀 올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들이 무릎 수술을 위해 병가를 내는 과정에서 특혜 등 문제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추 장관은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라며 사퇴할 뜻이 없다는 점도 내비쳤다.

 

추미애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19 위기로 온 국민께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계신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제 아들의 군 복무 시절 문제로 걱정을 끼쳐 드리고 있다.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다만 아들의 특혜 휴가 의혹은 부인했다. 추 장관은 아들이 입대 전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며 군 생활 중 오른쪽 무릎도 또 한 번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왼쪽 무릎을 수술했던 병원에서 오른쪽 무릎을 수술 받기 위해 병가를 냈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에서 수술 후 3개월 이상 안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지만 아들은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부대로 들어갔다라며 이것이 전부이다라고 했다. “군은 아픈 병사를 잘 보살필 준비가 돼 있었고 규정에도 최대한 치료를 권하고 있다라며 그렇기에 딱히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도 밝혔다.

 

추 장관은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며 검찰은 누구도 의식하지 말고, 오로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의 명령에만 복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아들도 검찰 수사에 최선을 다해 응하고 있다고 했다. 추 장관은 그간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이유를 두고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줘서는 안된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은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며 검찰은 누구도 의식하지 말고, 오로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의 명령에만 복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아들도 검찰 수사에 최선을 다해 응하고 있다고 했다. 추 장관은 그간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이유를 두고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줘서는 안된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은 자신의 가족사도 소개하며 감정에 호소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추 장관은 남편이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라는 점도 언급하며 아들마저 두 다리를 수술 받았다. 완치가 안된 상태에서 부대로 복귀했다. 어미로서 아들이 평생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지는 않을까 왜 걱정이 들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추 장관은 그러나 대한민국 군을 믿고, 군에 모든 것을 맡겼다라며 아들은 부대 생활에 정상 복귀해 건강하고 성실하게 군 복무를 잘 마쳤다. 그 때나, 지금이나 군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아들의 입대 및 전역 때 함께하지 못한 점 등을 거론하며 아들에게 혼자 헤쳐나가도록 키워왔지만 늘 이해만 바라는 미안한 어미라고 말했다.

 

추 장관은 이제 진실의 시간이라며 거짓과 왜곡은 한 순간이 진실을 가릴 수 있겠지만 영원히 가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저는 그 어떤 역경 앞에서도 원칙을 지켜왔다. 이 원칙은 지금도, 앞으로도 목숨처럼 지켜갈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저도 스스로를 되돌아 보겠다. 저의 태도를 더욱 겸허히 살피고 더 깊이 헤아리겠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마지막으로 검찰개혁 과제에 흔들림 없이 책임을 다 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고 저의 운명적인 책무라 생각한다라며 기필코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다만 카투사로 복무한 아들의 부대 배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청탁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세계최고 수준한국 가계빚, 한계점 다다랐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분석

한국이 97.9%44개국 중 5

북유럽 3국 등 우리보다 높지만

막대한 연금 등 직접비교 어려워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가 최근 5년 사이 미국·영국 등 주요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감내 가능한 한계점에 거의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금융협회(IIF)4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통계를 분석해본 결과, 우리나라는 올해 1분기 기준 97.9%로 조사 대상국 중 5위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보다 높은 국가는 독특한 주택금융 구조와 막대한 연금으로 직접 비교가 어려운 북유럽 3개국 외에 캐나다와 스위스뿐이었다. 주요국 중에서는 미국이 75.6%였으며, 영국(84.4%), 일본(57.2%), 중국(58.8%) 등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았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수준은 2015~16년 박근혜 정부의 주택 대출규제 완화를 계기로 급증하면서 미국·영국을 추월한 뒤 현 정부 들어서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2007~2008년 주택가격 거품 붕괴로 금융위기를 겪은 뒤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에 나선 반면에, 우리나라는 오히려 주택 대출규제를 풀어준 것이 화근이 됐다. 특히, 올해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큰 반면 가계대출은 급증하고 있어 이 비율이 1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결제은행 연구진은 한 국가의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가계부채 수준을 대략 국내총생산 대비 85% 안팎으로 보고 있다. 이는 1980년부터 2010년까지 선진 18개국의 경제 상황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한 수치다. 가계부채가 단기적으로는 소비를 늘려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 이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문제 전문가인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수준이 거의 한계점에 도달했다부담이 가중될수록 나중에 그 후유증은 더 커진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일부가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들면서 자산가격 급등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소상공인 등을 위해 규제를 일부 풀어줬는데 은행들이 대출한도 여유분을 다른 곳에 대출하는 데 사용한다면, 선택적으로 조절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초이노믹스 이후 6년간 가계대출 고공행진위기 뇌관 될라

박근혜 정부 LTV·DTI 완화 영향

2016년 가계부채 비율 85% 넘어

 

현 정부 들어서도 증가세 이어져

올해 집값 급등·코로나19까지 겹쳐

연내 가계부채 비율 100% 넘을 듯

 

가계부실 심화 땐 금융·경제 타격

전문가 대출 절차 까다롭게 해야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에 견준 가계부채 규모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건 약 4~5년 전부터다. 2014년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돌파해 미국(79.7%)을 앞질렀으며, 2016년 중반에는 영국마저 따돌렸다.

 

박근혜 정부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도해 주택 관련 대출규제를 대폭 풀어준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최 전 부총리는 2014716일 취임사에서 한겨울에 한여름의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은 부동산시장의 낡은 규제들을 조속히 혁파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일주일 뒤 이른바 ‘7·24 대책을 발표했다. 은행의 주택 담보인정비율(LTV)50%에서 70%20%포인트, 총부채상환비율(DTI)50%에서 60%10%포인트 완화하는 게 핵심이었다. 이른바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이 본격 시동을 건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수준이 임계점에 근접한 것도 이 시점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연구진은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대략 85%를 넘어서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20163분기에 처음 85%를 넘었다. 참여정부 시기에 집값이 급등하면서 가계부채가 큰 문제였다는 인식이 퍼져 있지만, 참여정부 시기 이 비율은 60%대 후반이었다. 이어 20082분기에 처음 70%를 넘어섰고, 6년 만인 20144분기에 80%를 돌파했다

문제는 현 정부 들어서도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부 들어서만 이 비중이 약 1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20172분기 88.3%에서 출발해, 2018년 주택가격 상승으로 대출이 늘면서 90%선을 넘었고, 올해 1분기에 97.9%에 이르렀다. 올해 2분기 이후에는 주택가격 급등과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가계대출 수요가 늘었다. 올해 경제성장률마저 마이너스가 예상되는 탓에, 이 비율은 연내에 100%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경상 경제성장률보다 낮게 관리함으로써 가계부채 부담을 연착륙시킨다는 목표를 추진해왔다. 단기간에 가계대출을 줄이게 되면 부작용이 클 수 있어서다. 실제로 2015~16년 두자릿수(11%) 증가율을 보였던 가계대출은 20185.6%, 20194%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이미 올해 8월까지 증가율이 6.2%를 기록 중이다. 가계부채 관리에 다시 비상이 걸린 이유다.

 

과다한 가계부채는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 가계들이 한계상황에 직면하면 부실이 심화돼 금융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예기치 않은 대내외적 충격이 발생할 경우 위기의 촉발제가 될 수도 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다수 세계적인 금융위기는 가계신용 확대로 주택가격 버블이 커지고 버블 붕괴를 계기로 가계부실이 확대된 데 기인했다고 말했다.

 

2007~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발 금융위기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지디피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485%를 넘어선 뒤 계속 높아져 위기의 정점이었던 200898%까지 치솟았다. 결국 금융위기를 맞고 나서야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 비율은 201180%대로 낮아졌고, 201470%대로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채무자들이 집을 압류당해 길거리로 쫓겨나는 등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나라는 고소득·고신용 계층 중심으로 부채가 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워낙 높아진 탓에 고소득·고신용 계층도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다. 예기치 않은 대내외적 충격에 집값이 급락하고, 금리가 오를 경우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부터라도 5년간의 소득증빙 서류를 내고 대면 신청을 하도록 하는 등 대출 절차를 까다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집을 사려면 무조건 15년 이상 원리금 분할상환 조건으로 해야 시간이 지날수록 빚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한국, 재정 건전성 선진국 가운데 최고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세계 1

북미와 유럽, 아시아 선진국가들 가운데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가장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기관인 국제금융협회(IIF)가 최근 공개한 20201분기 글로벌 부채 모니터보고서를 보면,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의 비율이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나라가 한국이다. 20201분기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41.4%, 다른 선진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전년 대비 오름폭도 2%포인트로 크지 않다. 정부부채가 GDP2.3배에 이르는 일본이나 100%를 웃도는 미국, 유로존 나라들에 견줘 재정지출을 늘릴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반면에, 한국은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가계부채 규모가 GDP97.9%에 이르러 압도적 1위에 올랐다. 영국이 84.4%, 홍콩이 82.5%로 그 뒤를 이었다. 가계부채 규모가 GDP와 맞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부실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20191분기보다 5.8%포인트 늘었다. 홍콩(9.0%포인트)과 중국(6.4%포인트) 다음으로 오름폭이 컸다.

 

가계·정부·기업·금융을 모두 합친 한국의 국가부채는 GDP3배 수준이다. 부채 비율이 336.4%, 미국(341.6%), 중국(317.9%)과 함께 주요국 가운데 중간 정도다. 국가부채가 GDP5배를 넘는 일본(562.1%)과 홍콩(534.0%), 싱가포르(490.5%)보다 양호하다. 그러나 개도국 부채가 GDP2배를 밑도는 데 비춰보면, 선진국의 부채 규모나 증가 속도는 우려할 만하다.

분기 단위로 글로벌 부채 보고서를 내는 국제금융협회는 이번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광범위한 경기후퇴로 20201분기 세계 전체의 GDP(258조달러) 대비 부채 비율이 역대 최고인 331%까지 치솟았다고 밝혔다. 20194분기보다 11%포인트 높은 수치다. 각국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이 본격화한 2분기에는 12.5조달러(15천조원)라는 눈알이 튀어나올만한 규모의 국채가 발행돼 글로벌 부채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박중언 기자 parkje@hani.co.kr

 

이재용 공소장에 적힌 우호적 보도들과 광고비 36억원

이재용 공소장에 적힌 길들여진 언론, 물산 주총 직전 4일 광고비만 36억원삼성 경영권 옹호 여론 형성

자본시장 교란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공소장엔 언론과 삼성그룹 사이 물밑 유착 관계도 적혔다. 삼성 측이 인맥, 광고비 등을 활용해 보도를 부탁하면 언론인들은 삼성 입장을 받아 썼다. 검찰은 이 부회장 승계작업의 핵심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직전 집행된 광고비만 36억원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20157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 합병 승인을 앞둔 이 부회장이 여론과 투자자 의사결정을 왜곡하기 위해 그해 6~7월 우호적 언론을 동원했다고 공소장에 썼다. 그룹 대관 담당자를 통해 언론인들을 접촉하거나 경제계 저명인사들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인터뷰 기사를 내는 식이다.

검찰은 20157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 합병 승인을 앞둔 이 부회장이 여론과 투자자 의사결정을 왜곡하기 위해 그해 6~7월 우호적 언론을 동원했다고 공소장에 썼다.

 

핵심 인물은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이다. 검찰은 장 전 차장이 “20156월경부터 미래전략실 및 물산 홍보팀을 지휘해 평소 선물, 접대, 인맥 등을 통해 교분을 형성한 언론사 임직원과 기자에게 과거 엘리엇 투자 사례에 관한 보도 참고자료 등을 제공하며 기사 작성을 수시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주총(717) 4일 전인 2015713일부터 16일까지 집행된 언론 광고비만 약 36억원에 달했다. 검찰은 삼성물산의 최치훈 전 사장, 김신 전 사장, 이영호 당시 최고재무책임자가 “4일간 약 36억 원 상당의 의결권 위임 관련 광고를 발주했다고 적었다.

 

당시 이 부회장에 우호적 여론이 필요했던 이유는 합병 무산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합병 비율(회사 가치 산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삼성물산이 총자산, 매출액, 영업이익 모두 제일모직의 3~5배에 달했음에도, 회사 가치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10.35’로 정반대로 산정됐다. 같은 시기인 2015624일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가 SKSK C&C간 합병에 반대 결정을 내려 위기감이 고조된 터였다.

 

특히 삼성물산 주식 4.9%가량을 보유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저먼트는 이 합병이 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며 반대했다. 삼성물산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11.21%)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다. 그런데 삼성물산 주총 2주 전인 73일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국민연금에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

 

검찰은 이에 삼성 측이 합병 관련 허위 또는 왜곡된 정보의 유포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해 엘리엇을 해외 투기자본’, ‘기업사냥꾼’, ‘먹튀’, ‘벌처펀드등 시세차익만을 노리는 투기 세력으로 규정해 엘리엇에 대한 반감을 적극 유발하고 합병 구도를 삼성과 엘리엇의 선악 대결 또는 경영권 분쟁인 것처럼 왜곡해 합병의 문제점을 은폐하기 위해언론 대응 계획을 수립했다고 적었다.

 

공소장에 인용된 우호적 보도는 대부분 동아일보, 조선비즈, 매일경제 등 보수언론 기사다. “투기자본의 기업경영 교란 막아야”(713일 동아일보), “헤지펀드 먹잇감된 한국기업 일단 공격당하면 경영 올스톱’”(79일 조선비즈), “대기업 특혜 논란에포이즌필-차등 의결권 번번이 무산”(79일 동아), “‘헤지펀드 방어책 미흡’ 80%, 가장 시급한건 차등의결권”(713일 동아), “삼성물산 소액주주들 엘리엇 먹튀 우려위임장 전달 늘어”(713일 동아), “국민연금 의결권, 외부에 맡기지 말고 스스로 결정해야”(79일 동아), “국가 경제냐, 株主 이익이냐국민연금의 선택은”(79일 조선비즈), “국민연금, 삼성물산 합병 백기사로 나서라”(79일 중앙일보), “‘엘리엇은 투기성 먹튀 펀드’ 75%, ‘국민연금이 백기사해야’ 54%”(79일 조선비즈), “국민연금의 선택을 주목한다”(79일 동아), “국민연금 삼성물산 합병 찬성, 당연한 선택이다”(713일 매일경제 사설) 등이다.

 

검찰은 비판 보도를 쓴 언론사에 광고비를 줄인다는 압박 행위도 있었다고 적었다. 메트로신문 201568일자 최지성, 제 꾀에 제 발목제목의 보도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이 삼성총수 일가가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최대한 유리하고 삼성물산에 지나치게 불리한 합병을 추진해 엘리엇을 포함한 해외 투자자들에게 공격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담겼다.

 

이에 장충기 전 차장과 미전실 홍보팀이 메트로신문 대표에게 소속 편집국장을 해고하지 않으면 광고 및 협찬을 줄이거나 지원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압박해 이 기사가 보도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장 전 차장과 미전실 홍보팀이 합병 관련 지면 기사를 매일 취합해 점검하면서 합병 성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기사의 경우 해당 언론사에 연락해 본판에서 제목과 내용을 삭제하거나 수정한 다음 보도하게 했다고도 밝혔다.

2015623헤지펀드, 대기업 순환출자 해소때 경영권 빈틈 노려동아일보 기사.

 

동아일보 전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 뒤 '삼성 미전실-위원장 교감'

검찰은 2015623일 동아일보가 보도한 헤지펀드, 대기업 순환출자 해소때 경영권 빈틈 노려기사를 삼성 발주 기사라고 봤다.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은 이보다 6일 전(617)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엘리엇을 경영권 위협 투기 세력으로 상정한 비판글을 써주고 대신 기고를 부탁했다. 노 전 위원장은 같은 논지대로 621일 동아일보와 인터뷰했다.

 

황영기 전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은 삼성의 입역할을 했다. 연합뉴스는 614일 황 전 협회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황영기 삼성물산 합병 무산시 세계 벌처펀드 공격 유발’” 제목 기사로 보도했고, 다수 언론이 이 기사를 인용했다. 황 전 협회장은 78일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자본시장 신뢰 제고를 위한 금융투자업계 자율결의 대회에 참석해 물산 주가가 낮은 것을 방치했다는 섭섭함 때문에 합병을 무산시키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고 발언했고, 다수 언론이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검찰은 이에 장충기 전 차장이 삼성 출신으로 황 전 협회장으로 하여금 엘리엇에 대해 국익을 해치는 헤지펀드로 비난하고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적극 옹호하는 취지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도록 요청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검찰은 삼성과 언론 관계와 관련해 매출액 일부를 대기업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신문 산업의 재무구조, 그 광고 수입에 삼성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다른 기업들이 광고비를 책정할 때 삼성그룹 광고비를 기준 삼는 현실, 기사 내용이 삼성에 우호적인지 아닌지에 따라 광고비 책정 여부 및 규모를 달리하며 신문사 소속 임직원의 인사도 좌우할 수 있는 삼성그룹의 영향력 등이 있다고 언급했다.

 

언론을 통한 여론 왜곡 계획을 수립하고 모의한 이들로 검찰은 이 부회장,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이 아무개 전 미전실 전무를 지목했다. 삼성물산의 최치훈 전 사장, 김 전 사장, 이영호 전 재무책임자도 포함됐다. 이들은 지난 1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내달 22일 첫 공판이 열린다. /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재선을 위해서라면

트럼프의 노골적인 인종차별갈등 부추기기전략으로 갈라지는 미국

군복을 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가 97(현지시각) 미국 오리건주 세일럼의 주의회 앞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Black Lives Matter)를 공격해 시위자를 넘어뜨렸다. 방탄조끼를 입고 미국 국기를 앞세운 백인우월주의단체와 트럼프 지지자들은 100일 넘게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이어진 포틀랜드에서 맞불 집회를 열어 무력시위에 나섰다.

 

이주민의 나라미국이 차별로 갈라지고 있다. 차별로 빚어진 갈등은 균열을 넘어 충돌을 낳고 있다. 525일 미네소타주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846초 동안 짓눌려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뒤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란 구호가 미국 전역을 휩쓸었다. ‘BLM’으로 상징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미국을 넘어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바탕으로 세계경제를 주무르는 미국 안팎에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다양한 인종, 민족, 문화의 사람들에게 나도 겪고 있거나 겪을 수 있는이슈인 탓이다.

 

백인 노동자의 차별적 이기심을 자극해 2016년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차별과 갈등을 부추긴다. 그는 백인 경찰이 비무장 흑인을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총 7발을 쏴 불구로 만든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방문해,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국내 테러라고 비난했다. 또 커노샤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에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한 백인 소년 카일 리튼하우스에 대해 자기방어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감쌌다. 이에 더해 연방 산하 기구들이 진행하는 인종차별 금지 훈련 프로그램을 반미국적인 정치적 선동이라며 예산 투입 중단을 지시했다.

 

최고권력자의 노골적인 부추김에 힘을 얻은 백인우월주의자와 극우단체 회원들은 거리와 광장으로 나섰다. 방탄조끼와 헬멧·자동소총으로 무장하고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100일 넘게 이어진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무력시위를 벌였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를 공격해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갈등 부추기기전략은 나름 성과를 내고 있다. 정치 전문매체 <더 힐>의 분석에 따르면, 미시간과 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플로리다·애리조나 등 대선 승패를 가를 6개 경합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를 극적으로 좁혀가고 있다.

제이컵 블레이크의 피격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825일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을 피해 장애물 뒤로 몸을 숨기고 있다.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는 823일 비무장인 채 세 아들 앞에서 백인 경찰에게 7발의 총격을 받아 하반신이 마비됐다.

17살 백인 소년 카일 리튼하우스(앞줄 왼쪽)825일 밤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채 커노샤의 셰리던 거리를 걷고 있다. 그가 이날 밤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2명이 숨졌다.

우익단체 패트리엇 프레이어소속 에런 대니얼슨(39)829일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를 쫓다 총에 맞아 쓰러져 있다. 그에게 총을 쏜 혐의로 수배된 마이클 라이놀(48)도 워싱턴주 올림피아에서 검거에 나선 경찰기동대의 총에 맞아 숨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이컵 블레이크가 경찰의 총격을 받은 뒤 격렬한 시위가 계속된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91일 방문해 불에 탄 상점 앞에서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돌아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레이크와 그의 가족은 만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97일 오리건시에서 자동소총을 든 트럼프 대통령이 그려진 깃발을 매단 차량 수십 대를 동원해 행진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AP·AFP, 글 이정우 선임기자 한겨레21

 

여론조사 회사가 반성문을 쓴 이유는

4개 여론조사 회사 뭉쳐 만든 전국지표조사’(NBS) 갤럽·리얼미터에 도전장,

여론조사 신뢰 회복하는데 촉매 될 수 있을까

*조사방법 한국갤럽: ·무선 임의번호걸기(RDD) 전화면접조사 100% 리얼미터: ·무선 임의번호걸기(RDD) 자동응답시스템(ARS) 90%, 전화면접조사 10% 전국지표조사(NBS): 휴대전화안심번호 전화면접조사 100% *표본수, 조사일시, 표본오차 등은 여론조사 기관별로 각각 다름. 자세한 내용은 각 여론조사기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713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 회사가 전국지표조사(NBS·National Barometer Survey)라는 새로운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4개 회사는 외부 기관의 의뢰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비용을 부담해 2022년 대선까지 격주로 대통령·정당 지지율과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시행·발표할 계획이다. 기존 여론조사와 다른 조사 방법을 적용한다고 공언한다. 리얼미터(20057월부터 시행)와 한국갤럽(20121월부터 시행)이 주도해온 주간 여론조사에 3의 여론조사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출범 두 달이 된 NBS가 정치 여론조사의 신뢰를 회복하는 촉매가 될 수 있을까. 97~84개 회사 담당자와 하동균 케이스탯리서치 이사에게 서면과 전화로 질문을 던졌다.

 

하동균 이사는 특정 조사가 문제라고 접근했다기보다 많은 여론조사 속에 중심을 잡고 기준점이 되는 조사가 있어야 한다는 데 4개 회사가 공감해 2020년 초부터 NBS 출범을 논의했다고 말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수없이 쏟아지는 여론조사 홍수 속에 여론조사의 편향·왜곡 논란이 계속 불거지는 현실을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기계 소리 대신 사람 목소리로

NBS는 조사 방식의 차이를 강조하며 기존 여론조사와의 차별성을 부각한다. NBS의 조사 방식은 자동응답시스템(ARS) 대신 전화면접조사 임의번호걸기(RDD) 대신 안심번호 활용 ·무선 전화 혼합 조사 대신 100% 무선전화 적용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무선 RDD 전화면접조사(유선 15%)를 시행하는 갤럽과 유·무선 RDD ARS(ARS 90%·전화면접 10%)를 시행하는 리얼미터와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①②③은 그동안 여론조사 업계와 학계에서 여론조사 신뢰 회복을 두고 오랫동안 논쟁을 벌였던 쟁점이다. NBS의 시도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은 국내 여론조사 업계에서 오랫동안 찬반이 대립하는 쟁점이다. NBS 4개 회사가 속한 한국조사협회(KORA) 회원사들은 “ARS 조사는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2014년부터 ARS 조사를 하지 않고, 리얼미터가 속한 한국정치조사협회(KOPRA) 회원사들은 ARS 조사를 시행한다. ARS 비판론자들은 기계음으로 진행되는 ARS 조사는 응답률이 떨어지고(조사 진행 중 끊는 일이 자주 발생), 응답자의 성·연령 등 개인정보의 신뢰성을 검증할 수 없어 과학적 조사 방법이 아니라고 한다. 끝까지 설문에 응답하는 사람은 대부분 정치 고관심층일 확률이 커 중간 여론대신 양극단의 여론이 과대 대표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반면 ARS 옹호론자들은 대통령 국정 운영과 정당에 대한 실제 지지와 투표로 이어지는 여론을 파악하는 데는 정치 고관심층 응답 비율이 높은 ARS가 효과적이라고 반박한다. 또 사람(상담원)과 통화하는 것보다 기계음에 응답하는 게 응답자들이 자신의 정치 성향을 솔직히 답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전화면접조사를 하는 갤럽·NBSARS 조사를 하는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청와대 비서진의 다주택 보유 논란 등 부동산 민심악화가 절정에 이르렀던 8월 첫째 주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지지율은 34.6%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35.1%)에 육박했지만, 갤럽과 NBS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25.0%, 27.0%로 민주당 지지율 37.0%, 34.0%와 큰 차이를 보였다. ARS 조사에서 중도층·부동층보다 야당을 지지하는 정치 고관심층의 솔직한 응답이 더 반영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하동균 이사는 “(양극단보다) 중도층 여론을 잡는 것이 평소 현실 여론에 가깝다고 전화면접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전화 받지 않으면 다시 전화해

의 경우 NBS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안심번호는 여론조사 회사가 조사에 필요한 성별, 연령별, 지역별 휴대전화 번호를 이동통신사에 요청해 받는 가상의 일회용 전화번호(개인정보 숨김). 지역··연령 분포에 따른 조사를 위해 무작위로 추출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응답자가 해당 조건에 맞는지 확인하며 조사를 진행하는 기존 RDD 방식보다 진화한 방식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20172월부터 선거 여론조사에서 안심번호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NBS“3대 통신사의 가입자 정보를 토대로 조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이 모두 포함됐다고 할 정도로 모집단 포함률이 높다고 설명한다. 하동균 이사는 “3일 이상 조사 기간을 확보해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 최대 다섯 번 다시 전화해 응답률을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론조사 업계와 학계에서는 이를 재접촉(Call-back)이라고 하는데 무작위로 새로운 응답자를 찾는 것보다 전화를 다시 걸어 응답률을 높이는 게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주장과, 신뢰도 향상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충돌한다.(‘·무선 전화 비율 등 바람직한 여론조사 방법에 관한 연구’, 2017)

 

의 경우 집전화를 걸어야 휴대전화를 받지 않는 고령층의 여론이 파악된다는 주장과 집전화 비율을 높이면 고령층 여론이 과대 대표된다는 주장이 그동안 대립해왔다. 최근 대부분 여론조사는 유선 10~20%, 무선 80~90%를 혼합해서 시행하는데 황금비율에 대해선 여론조사 업계와 학계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NBS·무선 조사는 가중치 부여(과소·과대 대표된 계층 비율을 보정)에서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집전화·휴대전화 둘 다 있는 사람이 조사에 뽑힐 확률도 높아진다며 무선 조사 100%로 조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일하게 설계된 조사 결과로 추세 분석해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21대 국회의원선거 선거여론조사 백서를 보면 등록된 여론조사 방식만 20여 가지나 있다.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다. 여심위 의뢰로 한국통계학회가 2019930~102일 두 곳의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다섯 가지 방식으로 여론조사(각각 500명씩 응답)를 진행하니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의 경우 조사 방식에 따라 출렁였다.(‘선거여론조사의 객관성·신뢰성 제고를 위한 조사방법론 개선방안 연구’, 201910) 조사 방식에 따라 부정평가가 최대 17.8%포인트(ARS·유선 64.0%-유선·안심번호 전화면접 46.2%) 차이 났다.

 

이러한 차이는 여론조사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NBS의 시도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하지만 여론조사가 늘어날수록 시민의 혼란이 커진다. NBS 담당자들은 서로 다른 여론조사 회사의 조사 결과로 추세를 분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동일한 설계, 동일한 방법으로 진행된 조사 결과를 보면서 지난 조사와 이번 조사가 차이가 날 경우 다른 회사의 여론조사도 변화가 동일한 방향으로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한다. 실제로 7월 둘째 주부터 9월 첫째 주까지 갤럽·리얼미터·NBS의 조사 결과를 보면 특정 시점의 수치는 각각 다르지만 대통령·정당 지지율의 등락 추이는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한국, 전 세계 163개국 중살기 좋은 나라’ 171위는?

한국이 전 세계 163개 국가 중에서 '살기 좋은 나라' 17위를 기록했다.

 

한국 딜로이트그룹은 15일 미국 비영리단체인 사회발전조사기구가 발표한 2020 사회발전지수(SPI: Social Progress Index)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사회발전조사기구에 따르면 163개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한국은 기본욕구부문(영양과 의료지원, 물과 위생시설, 주거환경, 개인의 안전)에서 96.92점을 기록해 동 부문에서 지난해와 같은 7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웰빙부문(기초지식과 정보·통신에 대한 접근성, 건강과 복지, 환경의 질)에서는 90.12점으로 17위를 차지하며 86.08점으로 25위를 기록한 지난해에 비해 8단계 상승했다. 또한 기회부문(개인의 권리, 개인의 자유와 선택,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포용성,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성)에서는 80.13점으로 22위에 올라, 73.90점으로 26위를 차지했던 지난해에 비해 4단계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웰빙부문에서 환경의 질 점수가 지난해 61.02(92)에서 올해 79.78(80)으로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회부문에서는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지난해 62.48(15)에서 올해 86.41(3)로 무려 23.93점이 상승했다.

 

또 사회·환경 등 사회발전 측면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는 올해까지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노르웨이다. 노르웨이는 영양과 의료지원, 물과 위생시설, 주거환경, 개인안전을 포함하는 기본욕구부문에서 8(96.85), 기초지식과 정보·통신에 대한 접근성, 건강과 복지, 환경의 질을 포함하는 웰빙부문에서는 1(93.39), 그리고 개인의 권리, 개인의 자유와 선택, 포용성,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포함하는 기회부문에서는 3(87.95)를 차지해 세계 최고의 복지 강국이라는 명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노르웨이 뒤를 덴마크(2), 핀란드(3), 뉴질랜드(4), 스웨덴(5), 스위스(6), 캐나다(7), 호주(8), 아이슬란드(9), 그리고 네덜란드(10)가 이으면서 서구권 국가들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10(TOP 10)을 석권했다.

 

반면, 미국은 올해 28위를 차지하며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825위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20위권 대로 하락한 미국은 지난해 26, 그리고 올해 28위를 기록하며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은 특히 환경의 질(2019592020119)과 건강과 복지(201934202042)에서 크게 하락했고 웰빙부문이 지난해에 비해 5단계 하락한 37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주요 3국은 일본(13), 한국(17), 중국(100) 순으로, 중국(201989)과 일본의 순위(201910)는 지난해에 비해 하락한 반면 한국은 지난해 23위에서 6단계 상승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왜 지역은 촌스러움’ ‘먹거리등으로 소비돼야 하는가[지역방송 위기] (09)

오늘도 텔레비전을 켜면 어김없이 거의 모든 채널에서 리포터들이 전국을 돌며 각 지역의 먹거리와 즐길 거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이 쏟아진다. TV 앞 시청자들은 그저 다음에 ○○○ 한번 먹으러 저 지역에 한번 가봐야겠군’ ‘은퇴하면 저런데 가서 고기나 잡고 살고 싶네하며 지역이라는 공간을 가볍게 소비한다. 지역과 관련된 방송 콘텐츠는 분명 늘어난 것 같은데, 그 속에 지역은 존재하는가?

 

소위 서울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한국에서 서울과 지역의 양극화는 점차 심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지역에도 서울 못지않은 명문고·명문대가 존재했고, 지역민들 나름대로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국민 대다수가 인서울(In-Seoul)’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인서울 직장을 목표로 취업준비를 하며, 영혼까지 끌어모아 인서울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인터넷 시대에 물리적 공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말이 식상할 정도로 보편화되었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의 공간이란 서울과의 거리에 의해 가치가 부여된다. 따라서 따라서 한국사회에서 지역이란 서울이 아닌 나머지를 의미하며, 2등 시민들이 사는 곳으로 간주되곤 한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서울과 지역이라는 이분법적 담론이 만들어지고 재생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압축적 근대화 과정을 경험한 한국 사회에서 지역은 곧 고향과 동일시되었으며 도시 생활로 인해 잊고 있었던 순수성(노스텔지어)을 재발견하는 곳으로 정형화되었다. 또한 지역성이라는 유사 정체성(Pseudo Identity)’은 근대 민족국가의 핵심동력인 민족주의작동 시스템에서 과거에 대한 집합기억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은 항상 거기에 원형 그대로 머물러야 하는 고향으로 재현되며, 이러한 사회적 담론의 재생산 메커니즘 속에서 미디어를 통해 재현된 지역 역시도 과거에 대한 집합기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과거 향수적 공간으로 멈춰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역은 도시인들이 일상에 지쳐서 심적인 위안을 받고자 할 때 언제든 반겨줄 것 같은 상상적 공간으로서의 고향과 동일시된다. 문제는 이러한 상상적 공간으로서의 지역성을 확대재생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방송이라는 사실이다. 텔레비전은 한국사회가 압축적 근대화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도시인들에게 지역에 대한 소식과 이미지를 전달하는 매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수용자들은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통해 지역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지역성 담론을 자연스럽게 구축하게 되었다.

 

2018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성인 중 서울 출생자는 절반에 가까운 47.8%로 수도권 출생자까지 포함하면 대략 70%에 육박한다. 이러한 상황에도 여전히 지상파 방송에서 제작되는 지역 관련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지역을 돌아가야 할 고향으로 정형화하는데, 이러한 시선은 지속적으로 서울과 지역 간의 양극화를 가속화시키고 내부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으로 지역을 바라보게끔 하는 결정적 메커니즘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지역에 대한 정형화된 시선을 확대재생산하는데 동원되는 곳이 서울 중심의 방송 시스템에서 일종의 하청업체 취급을 당하는 지역 방송사들이라는 사실이다.

 

방송사들이 정형화하는 지역의 모습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전통음식과 고향의 맛이 여전히 존재하는 곳으로서의 지역이다. 이것은 전국이 반나절 문화권으로 좁혀진지 오래지만 여전히 지역의 특산물을 현지에서 먹어야 한다는 강박과 고향음식은 건강식이라는 착각이 빚어낸 담론이며, 고향의 맛으로서 지역의 향토음식을 소비하는 설정은 지역민들에 의해서가 아닌 도시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졌음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방송사들은 지역을 과거에 머무는 곳으로 재현하는 경향도 강한데, 이것을 가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지역을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진 곳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 관련 프로그램에 전성기가 지난 연예인들과 리포터들을 출연시키고 수 십 년이 지난 웃음코드나 과장된 리액션 등을 통해 여전히 지역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곳이라는 담론을 재생산하는 것이 그것이다.

 

지역 사투리를 과장해서 사용하는 것도 지역을 정형화하는 요소다. 지역민들의 사투리 사용은 자연스러운 것이나 이것이 방송에서 가치중립적으로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교양없음’, ‘촌스러움’, ‘우스꽝스러움등을 나타내는 언어적 장치로 사용되는 것은 분명 지역성을 왜곡된 방향으로 정형화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으로, 지역을 특수하고 신비한 곳으로 막연히 미화하는 관점도 문제다. 지역민들이 늘 유기농 먹거리에 자연을 벗 삼아 여유롭게 살아가는 듯한 모습을 반복적으로 재현하는 것은 오히려 지역의 이국성과 타자성을 강화하는 메커니즘이다.

 

종합해보면 방송에 등장하는 지역은 민족의 고향’, ‘힐링’, ‘관광지’, ‘일상으로부터의 도피처’, ‘잠시 머무르다 오는 곳등으로 정형화되어 항상 거기에 변함없이 머물러 있어야 하는 곳정도로 소비되는 것 같다. 이러한 담론 구조는 서울(중앙) 중심의 패권적이고 내부 오리엔탈리즘적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부여된 것으로, 이 과정에서 지역이 누군가에게는 과거가 아닌 현재의 정주 공간(定住空間)이자 일생을 통해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현재의 터전이라는 사실은 축소되고 은폐된다.

 

지역을 바라보는 이러한 서울(중앙)중심적 관점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지역방송에 대한 정책이 개선될 리 만무하다. 지역방송에 대한 정책적 논의 이전에 방송사가 생산하는 지역담론에 대한 고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지역이 현재의 공간이자 서울 사람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동일한 삶의 무게를 감당하며 살아가는 곳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지역인들에게는 특별한 시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동등한 시선이 필요하다. 지역에도 사람이 산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주재원 한동대 커뮤니케이션학부 부교수 /미디어오늘

 

가장 만연한 성범죄 지인 능욕

아는 사람의 사진·영상을 성적으로 편집해 게시하는 지인 능욕

피해규모가 n번방·박사방을 훌쩍 뛰어넘는 가장 문턱이 낮은 성범죄

디지털성착취를 강력하게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집회가 지난 7월 광화문에서 열렸다. 한겨레 김혜윤 기자

 

20197월 디지털성범죄 취재를 시작한 대학생 두 명이 닿은 곳은 와치맨(구속)이 운영하는 ‘AV스눕이라는 블로그였다. 이곳엔 텔레그램 고담방으로 들어가는 링크가 있었다. ‘고담방은 텔레그램 ‘n번방으로 들어가는 통로였다. 텔레그램 ‘n번방에선 성인, 아동 할 것 없이 여성은 성적으로 조롱당하고 착취당했다. 누군가는 알고도 모른 척, 누군가는 별일 아닌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 대학생 두 명은 목격한 뒤 신고하고, 기록하고, 결국엔 법을 바꿔냈다. 추적단 불꽃이다. 디지털성착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느슨한 지금, 추적단 불꽃이 디지털 내에서 여전히 버젓이 일어나는 성착취를 모니터링한다. 이를 기록해 <한겨레21>에 격주로 싣는다. 디지털성착취가 끝장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의미다._편집자주

 

20203월 이래 박사 조주빈, 갓갓 문형욱이 차례로 잡히면서 공개적인 곳에서 동의 없이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하는 디지털성착취를 감행하는 가해자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반면 지인 능욕범죄는 텔레그램을 비롯한 트위터, 디스코드 등에서 끊이지 않는다. 지인 능욕은 친구나 회사 동료 등 지인의 사진이나 영상을 성적인 사진으로 편집해 게시하는 것을 말하는데 단순히 명예훼손이나 성희롱으로 볼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수치스러워하거나 무서워하기를 바라며 너를 찾아가겠다’ ‘강간하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뱉는다. 지인 능욕 피해자 규모는 n번방, 박사방을 훌쩍 뛰어넘는다.

 

희롱당하면 내가 예쁜가보다할 것이지 ××

9월에 접속한 텔레그램 지인 능욕 범죄 관련 대화방 중 A방 가해자는 600명에 달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 반응을 종종 퍼날랐다. 피해자에게 성범죄 행위를 전달하는 것도 이들에게는 성적 판타지를 실현하는 과정 중 하나다. 이들은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기를 바라며 성희롱을 이어갔다. 한 가해자는 본인이 자위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사랑해, 언젠가는 너를 ××해줄게라는 메시지를 피해자에게 전송했다고 한다. ‘이제 이딴 거 봐도 타격 없다 ××피해자는 주저 않고 성적 불쾌감을 드러냈다. 가해자는 본인의 행동을 자랑이라도 하듯, 피해자와의 대화 내용을 지인 능욕 대화방에 올렸다. 참가자들은 “(본인의 피해 사진을) 얼마나 봤으면 아무렇지도 않아하냐ㅋㅋㅋ” “인생 제대로 망가졌네ㅋㅋㅋㅋ등의 말을 주고받으며 피해자를 비웃기 바빴다.

 

이들은 예뻐서 성희롱하는 건데 왜 기분 나빠하느냐는 식이다. 지인 능욕 가해자들은 자기 기준에 예쁘게 생겼기 때문에 성희롱하는 것이니, 피해자가 성희롱과 협박을 감수해야 한다는 폭력적인 발언을 내뱉는다. 731일 개설된 지인 능욕 대화방 A. 이곳은 이미 5천여 장의 합성사진, 100여 개의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영상 제작 기술로 합성인지 실제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불법촬영영상물이 공유되고 있다. 닉네임 ‘Realmaker’ ‘own front’라는 합성 장인으로 불리는 가해자들이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 사진을 합성하고 있었다. 이 방의 피해 여성만 60명 정도 됐다.

 

가해자들은 합성 장인에게 의뢰해 피해자 얼굴을 합성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합성 종류로는 나체, 기괴한 표정 등이 있다. 피해자 얼굴을 성관계 영상과 합성해 공유하기도 한다.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가해자들은 합성해준 합성 장인을 칭찬하고, 그들과 친분을 쌓으려고 노력한다. 때로 미숙한 솜씨로 합성한 지인 능욕 사진을 올린 가해자에게는 핀잔을 주며 자신의 합성 노하우를 전수해주기도 한다.

 

근친 합성 능욕해드립니다 관심 있으면 갠텔(개인 텔레그램)”

지인 제보자 신원보호 철저

교사 능욕 원하는 사람 초대해준다. 개인 텔레 주세요

교사 지인 능욕방, 연예인 능욕방, 관심있으면 갠텔(개인 텔레그램)

 

텔레그램에서 성폭력적인 대화가 오가는 방은 수없이 많다. 그중 지인 능욕은 참가자들에게 가장 문턱이 낮은 성범죄다. 전에는 참여자가 수천 명 되는 지인능욕방이 많았지만 n번방 사건이 공론화한 뒤에는 수십에서 수백 명 수준으로 지인능욕방을 운영한다. 트위터 등에서 지인 능욕 대화방 링크를 공유하는 것으로 보아, 대화방 참여자가 언제 수천 명으로 불어날지 모른다. 지인 능욕이 벌어지는 플랫폼은 텔레그램뿐만이 아니다. 트위터, 텀블러,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 가해자들은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지인 능욕을 자행한다. 텔레그램보다 접근성이 더 낮은 트위터 역시 지인 능욕 범죄가 심각하다.

 

불법촬영 원본 여러 방식으로 재가공

나체 합성사진 전문 의뢰시 *******아이디로 문의 주세요.

양식: 대상자(피해자) 사진 2

이름: ×××

나이: ××

추가 양식은 메시지로 말씀드립니다.”

 

이와 같은 지인 능욕 의뢰 글을 트위터 검색 몇 번 만에 10개가량 찾아볼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과 핀터레스트도 지인 능욕, 불법촬영 피해 규모가 심각했다. 피해자 사진이 모자이크 처리도 되지 않은 상태로 이름, 나이와 함께 올라와 있기도 했다.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자위한 분비물을 피해자 사진에 뿌리는 모습을 촬영하는 등 가해자들은 지인 능욕을 성범죄가 아닌 성문화로 인식하는 듯했다. 또한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지인 능욕 범죄 사실을 알려 피해자의 공포를 유발하는 스릴을 즐겼다.

 

8월 중순, 제보를 받아 핀터레스트에 올라온 중학교 3학년 한수연(가명)’의 불법촬영 사진과 지인 능욕 글을 추적단 불꽃이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 결과, 중학교에 한수연은 존재하지 않았다. 불특정 여성을 불법촬영한 사진에 허위 정보를 기재해 유포한 것이었다. 우리가 신고했던 지인 능욕 사례는 보통 실제 피해자의 지인이 가해자였던지라 이런 경우는 예상 밖이었다. ‘지인 능욕글에 쓰인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맞지 않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 사진 속 여성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누구에 의해 본인의 불법촬영물이 유포됐는지 모르지만, 피해자를 불법촬영한 사진은 온라인상에 만연해 있다. 여성의 신체를 찍은 불법촬영 원본만 있다면 가해자들은 그 원본을 어떤 방식으로든 재가공해 성희롱을 멈추지 않는다.

 

20205월 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 처벌법) 142항에 따라 지인 능욕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겨났다. 그러나 이 법에 해당하는 지인 능욕 사례는 합성, 딥페이크 등뿐이다. 지인 능욕 사례에는 이미지를 조작하지 않은 피해자 사진과 함께 폭력적인 성희롱 발언이나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게시하는 유형도 있다. 하지만 이런 피해를 입더라도 성범죄 피해로 분류되지 않아, 가해자를 성범죄로 처벌하는 것이 어렵다.

이 때문에 프로필 사진과 성희롱 글이 텔레그램과 텀블러에 게시되는 피해를 입은 김아무개씨는, 가해자들을 성폭력 처벌법 위반이 아닌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신고해야 했다. 김씨는 피해자가 성적으로 음란한 사람이라는 가해자들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자료를 피해자가 직접 제출해야 한다제출하지 못하면 모욕죄로 신고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는 처벌 수위가 명예훼손보다 훨씬 낮다고 꼬집었다.

 

김씨와 유사한 피해를 입어 텔레그램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무료 법률 지원을 받으려던 박아무개씨는 성범죄 피해자 무료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변호사의 말을 들었다. 박씨를 상담한 변호사는 박씨에게 성범죄로 보기 애매하다명예훼손으로 신고해야 하는데, (성범죄 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변호사 선임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추적단 불꽃이 9월에 모니터링한 텔레그램에서 지인 능욕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2차 가해를 우려해 이미지는 채증자료에서 피해자 사진을 제외해 다시 만들었다.

 

국가가 없는 연쇄 인권침해현장

민간에서는 자칭 디지털교도소자경단이 등장했다. 국제적인 수준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는 성폭력 처벌 수위가 낮다보니 개인이 나서서 공익을 표방한 복수가 시작된 것이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 명백한 디지털교도소는 이미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나, 국민 입장은 불법이라도 필요하다똑같은 범죄자다로 확연히 갈려 있다. 그러다 최근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에 개인정보가 노출된 20대 대학생이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이트 존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국가도 가만히 있는데, 왜 무고한 사람을 죽여?’라는 식의 분노 어린 반응이 대다수다. 동시에 지인 능욕이 어떤 범죄인지 주목하는 눈길이 뜨겁다. 지인 능욕 피해자 목소리가 거셌던 몇 개월 전 반응과 사뭇 온도차가 있다. 어떤 이는 지인 능욕이 뭐가 그리 심각한 성범죄길래 사람을 죽이느냐는 어이없는 인식을 내뱉는다. 지금은 국가가 부재한 상황에서 발생한 연쇄 인권침해현장을 보는 듯하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향은 한 가지뿐이다.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디지털교도소의 등장과 활동을 국민 다수가 왜 지지하는지 헤아리는 것이 절실하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의 억울함이 없게끔 가해자를 수사하고 판결해 엄벌해야 한다. 지인 능욕 범죄를 성범죄로 바라보고 가해자를 민간이 아닌, 국가가 적극적으로 추적해야 한다.

여성의 일상을 위협하는 성범죄 유형인 지인 능욕 가해자가 우리 주위에 살고 있다. 여성들의 공포와 무력함을 국가가 파악하려 나서지 않는 한 제2, 3의 디지털교도소 등장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추적단 불꽃 / 한겨레21

 

"충남교육청부터 도 넘은 외래어 사용 자제"

언택트 온택트 웨비나 등 코로나 이후 신조어 속출

국어책임관제 적극 활용

김지철 "중앙정부 문제"

"부끄러워합시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14일 열린 충남교육청 주간 업무보고에서 작심하고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을 비판하고 나섰다. 간부들의 업무보고는 물론 주요 사업계획서에 정체불명의 외래어가 난무하는 등 지나친 외국어 사용이 도를 넘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새로운 단어가 수 없이 만들어졌는데 대부분 미국인도 모르는 영어 신조어라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이날 업무보고 과정이나 사업 보고서에서도 코로나19와 관련해선 '언택트(비대면)' '온택트(온라인 대면)' '웨비나(웹과 세미나 합성어)' 등의 단어가 쉴새없이 나왔고 교육과 관련해서도 '그린 스마트 스쿨' '블렌디드 수업(온오프라인 통합교육)' 등 언뜻 듣기에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외국어도 속출했다. 보고서 한면에 10개 이상 외국어가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

 

업무보고 가운데 한 행사 제목은 '언택트 시대의 비대면 교육 웨비나 실시'로 되어 있고 장소는 '온라인(meet, 유튜브)'로 되어 있었다. 2014년 취임 이후 공문서 등에 우리말 사용을 강조해온 김 교육감은 참담했다.

 

김 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얼치기 영어단어나 외국어가 너무 많이 눈에 띈다""곧 한글날이다. 앞으로 업무보고나 주요 사업계획서에 지나친 외국어 사용을 자제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공주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영어교사를 했다.

 

업무보고 이후 김 교육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어 사대주의, 부끄러워해야 한다""특히 아이들에게 국어교육을 지원하는 교육청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른 교육청, 정부부처, 지자체와 상관없이 우리 교육청은 외래어, 외국어 남용을 막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쓰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국어기본법 10조를 들어 국어책임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다짐했다.

 

국어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어책임관은 기관의 정책을 효과적으로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알기 쉬운 용어의 개발과 보급, 정확한 문장의 사용을 장려하고 정책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국어사용 환경개선 시책을 수립·추진하며 기관 직원의 국어능력 향상을 위한 시책을 수립·추진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튀어나온 잘못된 외래어나 지나친 외국어 사용을 거르는 담당자가 바로 국어책임관이다.

 

문제는 이 같은 국어책임관제가 대부분 국가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유명무실하다는 점이다.

 

국어기본법에 따르면 국가기관과 지자체 단체장은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한 업무를 총괄하는 국어책임관을 소속 공무원 중에서 지정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기관이나 지자체에선 홍보책임자나 다른 업무를 하는 공무원이 겸직하고 있어 자신이 국어책임관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거나 업무를 행사 위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무보고나 사업계획서, 보도자료 등에 잘못된 외래어 사용이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지철 교육감은 15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은 중앙정부부터 문제"라며 "오래된 외래어 사용은 어쩔 수 없더라도 최근 새롭게 쏟아지고 있는 외래어나 외국어는 국어책임관 등을 통해 순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충남교육청은 다문화가정 어린이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글교육을 정부 기준 62시간보다 18시간 많은 연간 80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는 자체적으로 한글날 행사를 열고 있고 최근에는 교육현장에 여전히 남아있는 일본식 표현을 바로잡는 일도 진행하고 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코로나 영향 얇아진 추석 상여금

 

설문조사 기업 51%지급할 것

평균 58만원 그쳐10년 새 최저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올해 추석 상여금이 최근 10년 사이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은 최근 1140개 기업을 대상으로 올 추석 상여금 지급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기업의 51.3%가 평균 586000원을 지급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조사결과 이들 기업이 지급하는 상여금은 평균 586000원으로 지난해(647000)보다 61000원 줄었다. 사람인이 2012년 같은 조사를 시작한 이후 평균 추석 상여금이 60만원을 밑돈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기업 규모별 평균 상여금 지급액은 대기업 92만원, 중견기업 68만원, 중소기업 51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상여금을 지급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려운 시기에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44.3%(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기 상여금으로 규정돼 있어서’(35.2%), ‘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이기 위해서’(24.4%) 등의 순이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

[좋은나라이슈페이퍼] 주식양도차익과세 관련 논점

 

지난 7월 말 2020년 세법개정안이 확정 발표되면서 초안 발표 이후 한달 남짓 기간 동안 뜨겁게 달아올랐던 주식양도차익과세 관련 논란이 일단 일단락되었다. 2023년부터 주식을 포함하여 채권·집합투자기구(펀드파생상품 등 모든 금융투자상품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양도 차익을 통산하여 금융투자소득을 산출하고 5000만 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 20%, 2억 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 25%의 세율을 적용하여 금융투자소득세가 부과된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도입에 따라 주식의 거래 시 마다 매매금액을 과세표준(tax base)으로 부과되는 증권거래세는 현행 0.25%에서 20210.23%, 20230.15%로 점진적으로 하향 조정될 예정이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우리나라 조세제도에서 새로운 영역은 아니다. 비상장법인의 개인 주주나 유가증권 상장법인의 지분 1%(코스닥시장은 2%)이상 또는 해당 기업에 대한 총보유주식의 시가총액이 10억 원 이상인 개인 대주주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이미 상황에 따라 20%~35%의 세율로 소득세가 부과되고 있다. 또한 법인이 보유한 주식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양도차익은 규모나 종류에 관계없이 법인의 수입으로 간주되어 법인세가 부과되고 있다.

 

다만 개인 소액주주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그간 공백지대로 존재하였는데 이번의 세법개정으로 이를 메울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 비하여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시한 원안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거치면서 과세 공백을 메우고 조세의 형평성을 확보한다는 원래 취지가 상당 부분 훼손되었을 정도로 과세 요건이 대폭 완화된 최종안이 확정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유감스러운 것은 주식양도차익 과세에 대한 논의가 조세의 일반원칙과 과학적 증거에 의거하여 논리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 세제 개편으로 인하여 불리한 지위에 처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개인투자자들의 조세저항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는 수준의 주장에 좌우되어 합리적인 결론 도출에 실패하였다는 점이다.

 

이글에서는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둘러싸고 최근 전개된 일련의 논란을 조세의 형평성 관점에서 평가하고 향후 바람직한 주식양도차익과세 체계의 수립을 위하여 필요한 과제에 대하여 간략하게 논의하고자 한다. (필자)

 

주식양도차익과세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평가

먼저 금융투자소득의 기본공제 금액을 5000만 원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는 6월말에 발표된 원안인 2000만 원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쉽게 말해 1년 동안 주식거래를 통하여 거둬들인 이익이 5000만 원 이하인 경우 세금을 한 푼도 낼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개인투자자의 주식 투자의욕을 꺾어서는 안 된다는 측면에서 세금이 전혀 부과되지 않는 면세점을 상당히 높은 수준에 설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조세의 형평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조치이다. 조세의 형평성에는 수직적 형평성(vertical equity)과 수평적 형평성(horizontal equity)이라는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수직적 형평성은 부담능력에 따라 조세를 부과하는 원칙을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더 무거운 세부담을 지우는 누진세와 같은 방식으로 구체화된다.

 

수평적 형평성은 소득이나 기타 경제적 지위가 동등한 사람에게는 동등한 세금을 부과하여야 한다는 과세원칙인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공정(fairness)이라고 부르는 덕목이다. 금융투자소득의 기본공제를 5000만 원으로 높게 설정한 것은 수평적 형평성과 크게 배치되는 정책적 선택이었다. 금융투자소득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는 이자소득의 경우 비과세 또는 분리과세가 허용되는 일부 이자소득을 제외하고 별도의 기본공제 금액을 인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5000만 원을 넘는 거래 차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비로소 과세 대상이 되는 금융투자소득에 비하여 훨씬 무거운 세 부담을 지우고 있다. 수평적 형평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더하여 이자소득의 경우 2000만 원까지 20%의 세율을 적용하여 별도 과세하지만 이를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등과 통합하여 종합소득세의 부과 대상이 되는데 종합소득세의 경우 과세표준이 15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적용되는 세율이 38% 이상으로 금융투자소득의 25%에 비하여 매우 높다. 수평적 형평성이라는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이 또한 이해하기 힘든 조치이다.

 

다음으로 주식양도차액과세와 증권거래세의 이중과세 관련 논란이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에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증권거래세가 폐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양도차익과세를 도입하는 것은 동일한 과세대상에 대하여 중복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이중과세라는 주장을 펼쳤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기는 하지만 증권거래세와 주식양도차익과세의 과세대상은 서로 다른 사실이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이중과세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의 거래행위 자체를 세원으로 포섭하고 이에 대하여 과세하는 것이며 주식양도차익과세는 주식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이 과세대상이므로 양자의 과세대상은 동일한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증권거래세가 주식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세율만큼 원천적으로 줄이는 역할을 하므로 경제적 실질이라는 측면에서 증권거래세와 주식양도차익과세를 동시에 부과하는 것이 이중과세에 해당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중과세는 조세 행정상의 이유나 제도적인 이유로 인하여 여러 영역에서 종종 발생하는 문제이다. 이중과세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장치를 통하여 과다하게 부과된 세금이 환급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법인의 소득에 대하여 법인세가 부과된 이후 법인 소득이 주주에게 배당되면 종합금융소득세 대상이 되어 이중과세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배당소득에 대한 종합금융소득을 계산할 때 법인세 납부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소득공제를 허용함으로써 이중과세를 방지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주식양도차익과세에서도 5000만 원의 기본공제를 허용함으로써 이중과세 방지를 위한 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증권거래세 납부액을 주식양도수입에서 비용으로 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보다 정확한 이중과세 방지 장치가 될 것이지만 상당한 규모의 납세순응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모든 납세자에 대하여 5000만 원의 기본공제를 허용하는 것에 대하여 비록 정확하지는 않으나 증권거래세 납부액을 비용으로 인정하여 이중과세를 피하면서 과다한 납세순응비용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절충책을 취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이중과세 논란은 안정적인 세수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과세당국의 욕심에 기인한 바가 크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시작과 함께 증권거래세 폐지를 발표하였다면 이중과세 논란은 원천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세당국은 증권거래세의 세율을 점차 낮추되 폐지하지 않고 증권거래세 납부액에 대한 비용공제 명목으로 기본소득공제를 허용하는 복잡한 방식을 선택하였다.

 

과세당국의 입장에서 가장 안정적인 세수를 보장하는 세목을 완전히 포기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과세당국은 증권거래세가 전면적으로 폐지되는 경우 고빈도 매매를 억제하는 중요한 장치가 사라져 시장 불안정성이 확대될 수 있고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매에 대한 과세 수단이 완전하게 사라진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증권거래세가 존치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거래세가 거래량을 감소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다수의 연구결과가 존재함을 감안하더라도 과세당국의 논점을 전적으로 수용하기는 어렵다. 고빈도 거래가 특정한 시점, 예를 들어 가격변동이 특히 심할 때 시장의 불안정성을 확대할 수도 있으나 항상 그런 것이 아니며 가격발견을 촉진하는 순기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고빈도 거래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의 경우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편 고빈도 거래를 억제함으로써 시장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증권거래세의 진정한 목표라면 고빈도 거래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증권거래세를 인하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상하여야 할 것이다. 사실 정부 발표대로 2023년까지 세율이 0.15%로 인하되는 경우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증권거래세가 사실상 폐지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2023년 이후에도 잔존하는 유가증권시장에 대한 증권거래세율 0.15%는 농어촌특별세법에 의하여 부과되는 것이며 증권거래세법에 따른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2023년부터는 유가증권시장에 부과되는 증권거래세의 목적은 고빈도 거래 억제를 통한 시장 안정 확보가 아니라 농어업의 경쟁력 강화와 농어촌 기반시설 확충 및 농어촌지역 개발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증권거래세를 존치해야할 이유가 재정수입 확보 뿐만은 아니라는 정책 당국자의 설명을 전적으로 수용하기 힘든 이유이다.

 

주식거래와 농어촌 발전 간에 무슨 연관관계가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농어촌 개발을 위한 재원을 주식거래에 기대는 것은 논리적으로 선 듯 납득이 가지 않는 것만은 명확하다. 지나치게 빈번한 거래로 인하여 시장 안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만은 없는 코스닥시장은 차치하더라도 그러한 우려가 크지 않은 유가증권시장에 대해서는 주식거래차익과세를 도임함과 동시에 증권거래세를 완전하게 폐지하였더라면 이중과세와 관련된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고 주식거래차익과세가 원래의 취지와 동떨어진 모습으로 도입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바람직한 주식양도차익과세 체제를 위하여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세금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무서운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으나 조세의 수평적 형평성을 간결하게 요약하는 명제이다. 조세의 관점에서 모든 소득은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원칙 하나만을 가지고도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의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재정학 교과서에 의하면 형평성이 보장되고 담세자의 행위를 왜곡하여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으며 간명하여 누구든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좋은 조세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원칙적으로 주식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근로소득이나 이자소득에 비하여 우대하여 형평성을 훼손하고 자원배분의 왜곡을 야기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주식양도차익을 이자소득 및 배당소득과 합산하여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으로 포섭하거나 적어도 주식양도차익을 포함하는 금융투자소득을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물론 제도 도입 초기에는 일정 금액 이하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저율로 분리과세 하는 안전장치를 도입함으로써 조세부담이 지나치게 증가함으로써 조세 저항이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식양도차익을 다른 모든 종류의 소득과 통합하여 과세한다는 원칙하에 특별한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하여 세 부담을 경감해 주는 장치를 허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서민의 재산 형성 지원과 장기 저축 확대를 통한 은퇴 후 소득 확보를 지원하기 위하여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한 주식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의 일정 부분에 대하여 세액공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프레시안

 

적나라하게 드러난 팬데믹 시대 교육 불평등

팬데믹 시대 교육 현장에서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시사IN은 경기도교육연구원이 경기도 내 초중고 800개 학교 학생·학부모·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소개한다.

 

시사IN 조남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등교수업이 전면 중단된 가운데 91일 인천의 한 가정집에서 초등학생이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1학기가 지나갔다. 초중고교 개학이 4차례 연기됐고 온라인으로 겨우 학사 일정을 맞춰가다가 6월이 되어서야 제한된 횟수로나마 오프라인 등교가 시작되었다. 어찌어찌 수업시수를 채우고 여름방학도 보냈다. 이제 또 사상 초유의 2학기가 시작되었다. 8월 중순 수도권에서 시작된 코로나19 2차 대유행 탓에 고3을 제외한 초중고 학생 대부분이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태블릿 PC 화면을 바라보며 새 학기 수업에 들어갔다. 곧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고 겨울방학도 찾아와서 2학기가 끝날 게 분명하다. 이렇게 1년을 채우면 초1은 초2, 6은 중1, 3은 고1, 3은 대학생으로 진학할 것이다. 굴러가야만 하는 우리나라 공교육 학사 일정은 인류사 최초의 전 세계적 팬데믹 혼란의 예외를 인정해주지 않아서, 2020년에 아무리 허망하게 1학기와 2학기를 흘려보냈더라도 그 공백의 시간을 되돌릴 기회는 오지 않는다.

 

일시 멈춤이 안 되는 학사 일정에 허덕여 쫓아가면서도 놓치면 안 되는 일이 있다. 사상 초유의 시간들을 평가하는 일이다. 온라인 학교라는 것이 얼마나 학교다웠는지,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이 과연 학습의 매개체 구실을 제대로 해냈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갑자기 집에 온종일 머물면서 학생들은 어떤 일상을 보냈는지, 그를 돌보는 보호자들은 또 그것이 어떤 시간이었을지, 학생을 만나지 않는 교사들은 무엇을 했고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이러한 교육 부문의 변화들이 각각에게 미친 영향은 어땠는지, 누군가에게는 특히 더 가혹한 위기가 아니었는지 물어야 하고, 달라진 학교와 사회를 바라보는 교육 주체들의 생각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래야 금방 끝나지 않을 사상 초유의 시간속에서도 대한민국 공교육이 무너지지 않는다.

 

이제까지 ‘~일 것이다라는 가설 속에서 그 평가들이 추측돼왔다면,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수행한 조사연구 코로나19와 교육:학교 구성원의 생활과 인식을 중심으로는 실증적인 통계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이후 한국 공교육 현장의 변화를 증명한다. 연구팀은 지난 715일부터 27일까지 경기도 내 초중고 800개 학교의 학생·학부모·교사에게 온라인 설문지를 돌렸다. 학생에게는 수면·식사에서부터 온라인 학습, 사교육, 교우 생활, 정서 부분까지 코로나19 이후 겪은 변화를 90개 문항으로 물었다. 학부모에게는 온라인 학습 지원과 자녀 돌봄 등에 관한 문항 40, 교사에게는 온·오프라인 수업 운영, 학생 생활 지도 등에 관한 문항 77개를 제시했다. 초중고 학생 21064, 학부모 31042, 교사 3860, 55966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전국을 아우르지 못하는 한계는 분명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교육 현장의 변화를 살피는 이 같은 대규모 실증연구는 앞서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었다. 다른 지자체나 전국 단위에서도 이런 조사가 시급하다.

 

시사IN은 이번 경기도교육연구원의 조사 결과들 중 일부를 발췌해 제678호와 제679호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먼저 코로나19로 달라진 학생들의 삶이다. 그간 예상했던 모든 암울한 전망들이 다 들어맞았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의 전반적 삶의 질이 떨어졌다. 학업 부담은 줄지 않고 학생들의 사회성 발달 기회가 차단됐다. 취약계층일수록 그 정도가 심했다. 누누이 우려해왔던 바대로, 재난 속에서 실제로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절망적인 신호만 있지는 않다. 커다란 변화를 겪으면서 학생들은 자신을 둘러싼 학교와 사회를 다시 돌아봤다. 학교와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그 누구보다 더 절실하게 예상하며, 또 요구한다. 여기 그 절망과 희망의 증거들이 있다.

 

친구 못 만나고, 경험 제한되고, 영상매체 보며 공부만 더 해요

12쪽 〈그림 1〉은 코로나19 이후 초중고 학생들 삶의 변화를 시각화한 그래프다. 회색은 큰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 비율이고, 빨간색과 파란색은 변화를 겪었다는 응답 비율이다. 회색 부분도 어느 정도 차지하니 코로나19가 학생들에게 별 영향을 주지 않은 건 아닐까? 연구책임자인 이정연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교육통계센터장)은 이 통계를 읽는 방법을 알려줬다. “‘변화했다’는 비율이 10%가 아니라 거의 50~60%, 혹은 그 이상이라는 점에 분명 의미가 있다. 학생들 절반 이상이 코로나19로 일상이 흔들렸다는 것이다.” 회색의 비율을 통해 변화의 정도를 측정했다면, 이번에는 변화의 방향을 보아야 한다. 빨간색 비율이 높을수록 해당 부문의 경험과 시간이 늘고, 파란색 비율이 높을수록 그 경험과 시간이 줄었다는 뜻이다.

ⓒ시사IN 최예린

그 독해법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삶은 여러 부문에서 꽤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다. 학생들은 공부를 위해서든 놀기 위해서든 미디어 사용 시간이 늘었다. 사교육 시간, 학교 과제 시간도 늘었다. 동시에 아무 하는 일 없이 그냥 있는 시간도 늘었다. 반면 운동·산책 시간, 밖에서 친구 만나는 시간, 문화놀이공간 방문 시간은 확 줄었다. 거칠게 요약하면 2020년 1학기, 학생들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집에서 혼자 공부를 하거나 미디어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혹은 무료하게 시간을 때웠다.

증가한 시간부터 자세히 살펴보자. 가장 두드러지게 늘어난 시간은 TV,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 미디어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이다. 전체 초중고 학생의 68.8%, 46.7%가 ‘학습 목적’과 ‘학습 외 목적’으로 미디어 이용 시간이 증가했다. ‘감소’라고 답한 비율은 4.6%와 9.5%밖에 안 된다. 온라인으로 학교 수업을 하니 당연한 결과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미디어 이용 시간이 ‘학습 목적’이든 ‘학습 외 목적’이든 하루 평균 4시간 이상인 비율이 각각 22.2%, 23%이다. 학생 4분의 1 정도는 하루 8시간 이상 미디어 기기 화면을 들여다보고 살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의 미디어 노출 증가가 심각하다. ‘학습 목적’으로 74.8%, ‘학습 외 목적’으로 61.6%의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오랫동안 미디어 기기를 사용했다’고 답했다. 그 증가 폭이 전 학년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시사IN 최예린

ⓒ시사IN 최예린

ⓒ시사IN 최예린

ⓒ시사IN 최예린

미디어 노출 시간과 더불어 늘어난 것은 학생들의 학업 부담이다. 학교는 문을 닫았는데 사교육 시간은 도리어 늘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한 학원 및 과외 수강 시간을 물었을 때 29.6%가 ‘늘었다’고 답했다(‘줄었다’ 14.9%, ‘이전과 비슷하다’ 55.5%). 집에서 숙제, 수행평가, 지필평가 준비 등을 하는 공부 시간도 53.1%가 ‘늘었다’(‘줄었다’ 9.3%, ‘이전과 비슷하다’ 37.5%)고 답했다. 동시에 ‘아무 하는 일 없이 그냥 있는 시간’도 증가했다. 전체 학년의 31.2%가 ‘늘었다’(‘줄었다’ 18.7%)고 답했다. 이번에도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그 비율이 가장 높았다(39.3%). 학생들은 양극단의 한 학기를 보냈다. 늘어난 과제와 사교육 부담에 허덕이거나, 공백의 시간 속에서 방치되거나.

학습 시간, 미디어 이용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늘었다면 분명 줄어든 시간도 있을 터다. 무엇일까? 조사 결과 학생들 삶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감소한 시간은 운동·산책 시간, 문화놀이공간을 방문하는 시간, 그리고 밖에서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 등이다. 전체 학생의 18.9%가 하루에 운동·산책을 하는 시간이 전혀 없었고, 42.8%는 1시간 미만 동안만 몸을 움직였다. 35.2%가 하루에 한 번도 친구들을 만나지 않았고, 23.3%가 1시간 미만 동안만 친구들을 만났다. 이런 신체 활동과 사회생활 시간 감소는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또 가장 심각하게 나타났다. 운동·산책 시간, 친구와 만나는 시간, 친한 사람과 대화하는 시간, 문화놀이공간 방문 시간 모두 전 학년층 가운데 ‘줄었다’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저학년 39.1%는 코로나19 이후 하루 평균 한 번도 친구들과 만나지 못했다(1시간 미만 29.5%, 1~2시간 18%, 2~3시간 8.3%, 3~4시간 3%, 4시간 이상 2.1%). 하루 중 친한 사람과 대화하는 시간도 아예 없거나(14.2%), 1시간 미만(52.1%)이 대부분이었다.

김선숙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정책평가센터장은 이 같은 감염병 시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관계 단절이 초등 저학년과 같은 유년기 아동들에게 특히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어릴수록 사회관계라는 것은 양과 관련돼 있다. 성인기에는 한 명이라도 친한 사람이 있으면 되고 관계의 질이 중요하지만, 아동기는 충분한 양 속에서 경험하고 선택해가면서 관계의 질을 구축해나가는 아주 중요한 시기다. 그나마 고학년 청소년은 나름대로 관계를 맺어온 경험들이 어느 정도는 축적돼 있지만 지금 초등 저학년은 양적으로 부대끼는 과정을 놓치는 바람에 관계 속에서 인지와 사회성 등 발달 과업을 이뤄낼 기회를 아예 빼앗겨버렸다.”

아이들 스스로도 그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학교생활 중 가장 힘든 부분을 물었을 때 초등학교 저학년은 1순위로 ‘친구 관계’를 꼽았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평가 및 과제하기’ ‘학교 일정 따라잡기’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았다(〈그림 6〉 참조). ‘감염병 예방수칙 준수’도 주요 고충으로 새로 등장했다. 중·고등학생들이 높게 꼽은 ‘평가 및 과제’나 ‘학교 일정 따라잡기’ 고충의 비율은 교육이 어떠한 측면에서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여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있던 문제들은 사라지거나 약해지지 않고 새로운 문제만 추가됐다. 이정연 연구위원은 “코로나 전이든 후든, 온라인이든 대면이든 기존 교육이 갖고 있던 입시와 평가의 문제들이 깨지거나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다. 거기에 친구 관계라든지 방역의 문제들이 더해졌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최예린

■ 학생들 격차를 보정해주던 학교의 기능이 사라졌다

‘재난은 약한 곳부터 부서트린다.’ 이 명제가 교육 부문에서도 증명됐다. 모두가 교육의 변화를 겪었지만 그것들로부터 받은 영향과 후유증의 정도는 결코 동일하지 않았다. 취약계층 학생일수록 더 깊고 길게 겪었다. 집이 가난할수록 온라인 수업에 더 못 따라가고, 시간을 허비하고,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었다.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생활과 인식의 변화 응답을 가정형편 상·중·하 계층별로 나눠 교차 분석해보았을 때 확인되는 내용들이다.

온라인 개학을 시작하며 우리 사회가 가장 걱정한 부분은 ‘디지털 기기 소유 여부’에 따른 격차였다. PC나 스마트폰, 태블릿이 있어야 수업 참여가 가능한데 기기가 없는 학생들은 학습권 자체가 가로막히지 않겠느냐는 우려였다. 교육부가 급히 예산을 배정해 각 학교에 내려보내고 학교들은 수요 조사를 벌여 기기들을 구입해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그 덕분인지 전체 82%의 학생들이 ‘학교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 정도면 충분할까? 이정연 연구위원은 ‘갖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18%도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지금 온라인 수업을 위한 디지털 기기가 없다는 것은 교실에 나온 학생들에게 책상과 의자가 없다는 말과 같다. 82%가 언뜻 생각하면 높은 수치 같지만, 한 반 학생이 20명이라고 할 때 3~4명은 아예 수업에 참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나마 기기 소유 여부는 계층별 격차가 크지 않다. 가정형편 상층 81.6%, 하층 79.7%로 차이가 미미하다. 격차는 기기 소유 여부보다 수업 ‘환경’에서 더 벌어졌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집이 가난하든 부유하든 적어도 공교육 수업만은 같은 교실 안에서, 비교적 동일한 환경 속에서 받을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후로는 각자의 ‘가정 배경’이 곧 ‘수업 환경’이 되었다. 가난한 집 학생일수록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학습하거나, 기기가 낡거나, 인터넷 속도가 느려 학습에 방해를 받은 경우가 많았다는 비율이 높았다(〈그림 7·8〉 참조). 조용하고 쾌적한 개인 공부방을 가진 학생과, 에어컨 없는 좁은 집에서 형제자매와 부대끼며 교과서 진도를 나가야 하는 학생의 출발선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시사IN 최예린

ⓒ시사IN 최예린

‘온라인 수업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고 불편하다’는 비율도 저소득층 학생이 높다(〈그림 9〉 참조). 하층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듣다가 어렵거나 궁금한 점이 생겨도 선생님이나 보호자에게 도움을 받기보다 혼자 해결하거나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고(〈그림 10〉 참조), 집에서 숙제·수행평가·지필평가 준비 등을 하는 시간은 중층·상층 학생에 비해 지나치게 많거나 적었다. 그만큼 학습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시사IN 최예린

ⓒ시사IN 최예린

코로나19 이전에는 학교 선생님이 매일 알림장 내용을 불러주고 준비물과 숙제를 까먹으면 잔소리도 해줬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가정 내 보호자 말고는 아무도 학생을 챙겨줄 사람이 없다. 그래서 보호자가 자녀의 학습과 과제에 신경 쓰고 말고의 차이(〈그림 11〉 참조)는 예전보다 훨씬 더 큰 교육격차를 만든다. ‘나의 보호자는 학교 일정과 공지사항을 확인하고 챙겨준다’는 비율조차 계층 간 차이가 벌어진다. 경기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형편이 어렵고 부모가 여유가 없는 가정의 경우 시시때때로 바뀌는 등교 일정을 숙지하지 못해 자녀를 미등교일에 등교시키거나, 등교일에 등교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최예린

코로나19 상황에서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한 여러 복지사업이 시행되곤 있지만 대면 기회가 줄어든 요즘 시기, 그런 혜택의 ‘공지’는 진짜 필요한 이들에게 좀처럼 잘 가닿지 않는다.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취약계층 학생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지역사회교육전문가(교육복지사)’로 일하는 한정희씨는 최근 교내 교육복지 대상 학생들에게 1인당 3만원어치 방역물품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꾸려 ‘e알리미(학교 알림장 앱)’를 통해 신청을 받았다. 대상 학생 학부모 다수가 공지를 확인하지 않아 “e알리미 공지를 확인해주세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그마저 회신이 없는 가정에는 일일이 전화를 돌렸다. 한씨는 “모바일 데이터가 들어 공지를 확인하지 않거나, 아예 앱 활용법 자체를 모르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교육복지사가 재직하는 소수의 학교는 이렇게라도 신경을 써주지만, 대다수는 ‘공지’ 이상을 해주기도 어렵다.

ⓒ시사IN 최예린

ⓒ시사IN 최예린

■ 더 엉망으로 먹고 자고, 더 우울하고 더 외롭다

코로나19가 벌인 격차는 학습 외 부분에서도 확인된다. 학습뿐 아니라 수면, 식사, 사회관계, 정서적 측면 모두에서 학생들 사이 계층별 불평등이 심화됐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잠자는 시간의 변화’를 물었을 때 하층이 ‘이전과 비슷하다’는 응답은 상중하 가운데 가장 적고, ‘줄었다’거나 ‘늘었다’는 비중은 가장 많았다(〈그림 14〉 참조). 더 많이 자거나 더 적게 자거나, 가난한 집 학생일수록 수면 습관의 변화를 더 많이 겪은 것이다.

ⓒ시사IN 최예린

ⓒ시사IN 최예린

식습관의 격차는 더 심각하다.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평일 점심을 먹는지를 물었을 때 ‘항상 먹는다’는 비율이 상층은 65.4%인 반면 하층은 41.1%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이전이라면 가정환경이 어떻든 학교에서 동일하게 급식을 먹었기 때문에 발생하지 않던 격차다. ‘코로나19 이후 편의점 음식, 패스트푸드를 더 먹는다’는 비율도 하층 학생일수록 높았다. 반면 상층 학생은 코로나19 이후 편의점 음식, 패스트푸드 비중은 줄고 집밥(한식) 비중은 느는 경향을 보였다. 학습뿐 아니라 생활습관과 식습관의 격차도 보정해주던 학교의 기능이 사라진 탓에 나타난 현상들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일수록 코로나19 이후 미디어 노출 시간이나 ‘아무 하는 일 없이 보내는 시간’도 늘어났다. 그 시간들이 하루 4시간 이상이라는 학생 비율도 계층별 차이가 뚜렷하다(〈그림 16·17〉 참조). 밖에서 친구를 만나거나 운동·산책을 하는 시간은 반대로 가난한 학생일수록 코로나19 이전보다 감소했다(〈그림 18〉 참조). 이렇게 코로나19는 학교 시간표에 맞춰 동일하게 흘러가던 학생들의 학기 중 평일 시간을 갑작스레 각자의 재량에 맡겼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활용하는 역량은 계층별로 갈렸고, 시간 배분의 결과는 또 한번 계층의 격차를 벌렸다.

ⓒ시사IN 최예린

ⓒ시사IN 최예린

ⓒ시사IN 최예린

‘누구와 시간을 보내는가’가 이 격차에 관여한다. 평일 등교수업이 없는 날 어디에서 낮 시간을 보내는지 물었을 때, 계층에 상관없이 85% 이상이 ‘집’이라고 답했다. 차이는 그 시간 ‘함께 있는 사람’에서 벌어진다. 상층 학생은 부모님과 함께 있는 경우가 반 이상(52%)이고 혼자 있는 경우는 15%에 불과하지만, 하층 학생은 부모님과 함께 있는 비율(35%)이 상층에 비해 훨씬 적고 혼자 있는 비율(28.6%)이 훨씬 높다. 이 격차는 ‘정서의 격차’를 만든다. 최정원 국립정신건강센터 소아정신과 과장은 최근 진료실에서 그 격차를 목격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부모가 재택근무를 할 수 있거나 안정적인 수입이 유지되는 가정은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고 대화가 많아지면서 심리 상태가 오히려 호전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반면 생계 문제 때문에 긴급돌봄에 보내야 하거나 부모가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적어지는 가정은 반대로 아이의 심리 상태가 더 불안해졌다. 이렇게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실제 학생들에게 지난 7월 ‘요즘 행복하냐’고 물어봤을 때, 계층에 따라 응답이 크게 달랐다. 상층 학생은 72.5%가 행복하다고 했는데 하층 학생은 거의 반토막이다. 39%만 행복하다고 했다(〈그림 19〉 참조). 짜증이 나거나, 코로나19 이후 미래가 불안하거나, 학교에 가지 않는 날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부정적 감정도 하층 학생이 훨씬 강했다. 당연한 걸까? 김선숙 아동정책평가센터장은 이 같은 결과들이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성인과 달리 아이들은 어느 정도 물질적 결핍만 없어도 행복하다고 답하는 경향이 있어서, 계층 간 행복도 차이의 변별력이 대개 이렇게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상층에 비해 하층 학생들의 부정적 정서가 2배 가까이 높이 나온 걸 보면, 놀 거리도 없고 돌봐주는 사람도 없고 대화 나눌 사람도 없이 미디어에만 계속 노출되는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아동, 특히 취약계층 아동에게 심각하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가 깊이 인식하고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사IN 최예린

ⓒ시사IN 최예린

ⓒ시사IN 최예린

ⓒ시사IN 최예린

인천 만석동에서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공부방 ‘기찻길옆작은학교’를 운영하는 김중미 아동문학 작가는 학교든 지역아동센터든 방역을 위해 문을 닫는 일이 속출하는 요즘, 가장 걱정되는 것이 취약계층 학생들의 ‘마음 건강’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아이들로부터 “너무 무기력하고 우울해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숨이 안 쉬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같은 말을 최근 자주 듣는다고 했다. 얼마 전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다는 소식을 전하자 공부방의 초등 저학년 학생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여기저기 다 문을 닫아 갈 곳이 없어질까 봐 두려운 마음에서였다. “고립에 대한 불안, 충격이 아이들 사이 너무 커요. 이런 아이들의 심리 상태에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해요”라고 김 작가는 말했다.

■ 교육의 ‘뉴노멀’ 요구하는 코로나 세대

기존의 것들이 사라진 자리에서 학생들은 절망의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낼 수 있는 희망의 싹도 틔우고 있다. 학생들은 나름대로 교육의 ‘뉴노멀’을 정립하는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교사·학부모에 비해 훨씬 더 교육의 변화에 유연하고, 교육복지에 대한 요구가 강하며, 코로나19 이후 사회 전반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사실이 통계로 확인된다.

먼저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이 유지될 것이다’에 응답한 비율을 보자(〈그림 23〉 참조). 이에 긍정한 학생 비율은 44.4%로 교사(31.9%)에 비해 훨씬 높다. ‘온라인 수업을 하더라도 선생님과 만나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즉 대면 수업의 필수성에 동의하는 비율(74.7%)도 교사(96.5%)에 비해 확연히 떨어진다(〈그림 24〉 참조). 또 학생 86.8%는 말했다. “감염병에 대비해 학교와 교육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앞으로 교육의 모습이 코로나19 이전과 결코 같을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사IN 최예린

ⓒ시사IN 최예린

교육복지에 대한 요구도 기성세대에 비해 강하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에 대비해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재난 상황에서는 등교와 상관없이 학생들에게 마스크 무상제공, 식재료 제공 등 필수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는 정보통신 기기가 제공되어야 한다’ 등에 학생 80% 이상이 동의했다(〈그림 27~29〉 참조). 교사나 학부모보다 일관되게 높은 비율로 교육복지 강화 쪽에 손을 들었다.

ⓒ시사IN 최예린

ⓒ시사IN 최예린

ⓒ시사IN 최예린

사회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각은 어떨까? 7월 중순 이후,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다소 느슨해진 시기에 벌인 설문조사임에도 불구하고 학생 84%가 ‘다중이용시설 자제나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은 지금보다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답했다(〈그림 26〉 참조). 학생들은 코로나19 이후 감염병, 기후변화, 자연생태계, 병원 및 의료, 건강문제,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많아졌다(〈그림 25〉 참조). 학생 20.5%는 코로나19로 인해 진로나 장래희망 직업이 변했다고 답했다. 예전과 다른,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이른바 ‘코로나 세대’의 출현이다.

ⓒ시사IN 최예린

교육에 관한 새로운 세대의 생각과 요구를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응답해야 할까. 이수광 경기도교육연구원장은 “학생들의 이런 유연한 교육에 대한 관념, 인식 체계를 제도가 끌어안음과 동시에 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공적으로 해결할 건가에 어른들이 고민을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이수광 원장은 학생들의 높은 교육복지 감수성을 보며 ‘시민교육의 창이 열렸다’고 느낀다. “국가나 사회가 계약관계에 있는 시민을 위해 좀 더 적극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감각이 어른들보다 훨씬 높은 것 같다. 새로운 시민교육의 창이 활짝 열린 상황에서 정부·사회·학교가 어떻게 할 것인가 과제가 던져졌다.”

시시인 글 변진경 기자·그래픽 최예린 기자

 

 

나는 왜 20년 집권을 말했나

이해찬을 만났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대표 임기를 8월에 마치고 은퇴했다. 4월 총선에서 180(비례위성정당 성적 포함)을 가져오면서, 직업정치가 인생 마지막 선거를 역사적인 압승으로 마무리했다. 828일 퇴임 기자간담회 말고는 일절 언론에 나서지 않던 그를, 99일 여의도 개인 사무실에서 독점으로 만났다. 2시간을 예정한 인터뷰는 20분 더 길어져 140분 만에 끝났다.

 

버럭 해찬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맡은 과업을 잘 끝내 홀가분한, 유쾌하고 배려 많은 정치가가 있었다. 그는 줄담배로 유명하다. 이날도 담배를 연이어 다섯 대 피웠다가, 취재진이 창문을 여는 걸 보고는 딱 멈췄다. 무심코 담뱃갑을 잡다 멈칫하고 내려놓는 동작을 인터뷰 내내 반복하면서도 끝내 다음 담배를 물지 않았다. 농담도 자주 했고 자학 개그도 했다. 초선 의원 시절이던 1991년 탈당했다 돌아온 일을 회고하다 한 짓 봐서는 날아갔어야 마땅한데라고 말해 기자를 웃겼다.

 

딱 하나만 물어보겠다고 해서 성사된 인터뷰였다. 20년 집권론. 이해찬은 당 대표가 된 20188월 전당대회 때도 20년 집권론을 내걸었고, 올해 828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도 20년 집권을 당부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 문재인 정부에서 집권당 대표를 지냈다. 각 대통령과 관계가 그보다 긴밀했던 사람은 있었을지라도, 세 정부 모두에서 이 정도로 핵심이었던 사람은 그밖에 없다. 그에 동의하든 반대하든, 지금 집권세력의 세계관과 사고구조를 그보다 잘 보여줄 적임자는 없다. ‘20년 집권론이라는 슬로건은 그 세계관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20년 집권인가. 뭘 하려고 20년 집권이 필요한가. 민주당은 무엇을 해야 20년 집권을 해낼 수 있나. 당 대표 2년 동안 어떤 준비를 했나. 2022년 대선이 요구할 리더십은 무엇인가. 이 모든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화두다. 그래서 딱 하나를 물어보는 인터뷰가 140분 걸렸다.

 

2018년 전당대회 때 ‘20년 집권론을 들고나왔습니다.

사실은 전당대회 이전에, 2017년 대선 유세 때 처음 그 얘기를 했어요. 이번 대선 승리를 넘어서 앞으로 계속 집권을 해야 한다고. 얼마나 해야 한다는 거냐고 묻는 사람도 있고 하다 보니 그게 20년 집권론으로 발전을 했지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역사의 지형을 보면 정조 대왕이 1800년에 돌아가십니다. 그 이후로 220년 동안 개혁 세력이 집권한 적이 없어요. 조선 말기는 수구 쇄국 세력이 집권했고, 일제강점기 거쳤지, 분단됐지, 4·19는 바로 뒤집어졌지, 군사독재 했지, 김대중 노무현 10년 빼면 210년을 전부 수구보수 세력이 집권한 역사입니다. 그 결과로 우리 경제나 사회가 굉장히 불균형 성장을 해요. 우리 사회를 크게 규정하는 몇 가지 영역들이 있습니다. 분단 구조, 계층 간·지역 간 균형발전 문제, 부동산 문제, 또 요즘 이슈인 검찰개혁 문제 등이 그렇죠. 이런 영역들이 다 규모는 커졌는데 구조는 굉장히 편향된 사회로 흘러온 겁니다.

 

편향을 복원하려면 20년은 집권해야 한다는 뜻이군요.

복원도 아니고, 복원을 시도해볼 틈새. 그 틈새 정도만 만들려고 해도 20년은 노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분단구조에 틈새를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그게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5·24 조치(천안함 침몰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내놓은 대북 교류 단절 및 봉쇄 조치) 하고 개성공단 폐쇄하고 하면서 다 무너지지 않습니까. 부동산도 그래요. 노무현 정부 시절 제가 총리를 할 때 국민소득이 2만 달러고 가계부채가 600조원이었습니다. 그때도 유동성 때문에 부동산 투기가 심하다고 그랬는데, 지금은 국민소득 3만 달러에 가계부채가 1500조원이 넘어요. 소득은 50% 올랐는데 가계부채는 150% 늘어난 겁니다. 노무현 정부 때 LTVDTI를 처음 만들어서 부채를 컨트롤하니까 2008년 금융위기 때 같이 쓸려가지 않고 살아남았잖아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부터 초과이익환수제 풀고 다주택 보유 풀고 하면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버렸어요. 이런 게 균형이 깨진다는 겁니다.

 

20년을 연속 집권하면 다릅니까?

개혁 정책이 뿌리내리려면 그 정도는 걸립니다. 미국의 사회제도는 참고할 만한 게 별로 없어요. 독일이나 영국이나 또는 북유럽 국가들에서 자리 잡은 개혁정책을 보면 사민당이나 노동당이 20~30년씩 집권하면서 만들어낸 겁니다.

 

보수가 너무 약해 보여서 승리를 과신하는 건 아닌가요?

보수가 너무 세기 때문에 20년 집권이 필요합니다. 제도정치권 딱 한 군데만 보수가 약해요. 220년 중에 210년을 집권한 세력이 보수입니다. 경제, 금융, 언론, 이데올로기, 검찰사회 거의 모든 영역을 보수가 쥐고 있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이렇게 균형이 무너진 나라가 없어요.

 

어째서 제도정치는 예외인가요?

한국의 큰 역설입니다. 보수에 하도 시달리다 보니 역설적으로 국민의 정치의식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1980년 광주에서는 군이 나왔는데 1987년엔 못 나왔어요. 전국이 다 들끓으면서 군이 나왔을 때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이길 수 있다는 경험, 폭력 없이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경험을 하니 정치적 효능감이 올라갔습니다. 결국 대통령 탄핵까지 시켰잖아요. 19876월항쟁부터 2016년 촛불까지가 하나의 흐름인 겁니다. 국민들 정치의식이 굉장히 높아졌기 때문에 다른 분야가 다 보수인 와중에도 제도정치만 섬처럼 예외가 되었습니다. 그것마저 없었으면 일본처럼 되었겠죠.

 

민주당이 이제는 집권세력인데도 아직 민주화 투쟁 중이라고 착각한다는 냉소도 있습니다.

그렇지가 않아요. 경제, 사법, 언론 이런 곳이 민주화가 안 돼 있잖아요. 사회 제반 영역이 다 민주화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이 강하고, 시민사회가 강하고, 언론이 강해져야 해요. 사회의 나머지 영역이 민주화되어 있으면 우리가 선거 한두 번 국민 선택을 못 받아도 사회는 회복이 가능해요. 지금은 제도정치 한 곳에서 정당만 섬처럼 있으니까, 노조·시민사회·언론이 다 취약하니까, 정당이 밀려나면 다 밀려나는 겁니다.

 

민주화의 의미를 일반적 용법보다 훨씬 넓게 쓰는 것 같습니다.

민주화는 투표나 직선제 같은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와 주체의 문제입니다. 투명성이 높아야 하고, 참여의 공간이 있어야 하고, 균형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게 총체적으로 달성되는 게 민주화인데, 지금은 사회 각 영역이 불투명하고 참여가 제약되어 있고, 그 결과로 균형이 무너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 경제가 재벌 위주 아닙니까. 재벌이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리는 것처럼 아우성을 치는데, 실제 현실이 그런 면도 있어요. 워낙 독점이 돼 있으니까. 이런 곳들이 속속들이 민주화되어야 정권을 놓쳐도 사회가 후진하지 않고 균형을 잡을 수 있지요.

 

재벌이 민주화된다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기업 이사회에 주주 말고 다른 이해관계자가 들어가야죠. 그런 참여가 의사결정구조를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해주거든요. 그 결과로 균형 잡힌 결정이 나오는 것입니다. 개혁 세력이 장기 집권한 나라에서는 이사회에 노조가 참여하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제가 교육부 장관을 할 때 사학재단을 보면, 교육법인이라 증여세나 상속세를 면제받아요. 공익 기관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그런데 재단 이사회는 공익성이 없어요. 이건 이상하다 해서 개방형 이사제 도입해서 재단 운영을 투명화시켰습니다. 사기업도 마찬가지죠. 기업 활동에 이해관계가 있는 주체는 자본과 노동과 소비 아닙니까. 주주도 노동도 이사로 들어가는 게 맞습니다. 소비 쪽에서도 공익이사 같은 식으로 들어갈 수 있지요. 이러면 기업의 의사결정구조가 투명해집니다. 지금은 투명하지 않으니까 사업 방향이나 투자 결정이 개방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은 것이죠.

 

기업은 주주의 것인데 주주의 소유권을 침해한다는 반론이 많겠는데요?

재산권만 중시하니까 그런 사고가 나오는 겁니다. 어느 나라든 이해관계자들이 두루 참여하는 의사결정구조를 만듭니다. 어느 정도로 들어오느냐 차이지.

 

비슷한 맥락에서,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이 집주인의 소유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곤 합니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토지공개념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국민적 동의가 있어요. 토지는 확장할 수 없는데 땅은 좁고 인구는 많으니 토지공개념 없이는 유지가 안 되는 나라입니다. 이게 공식화된 게 노태우 정부 때입니다. 그때부터 토지공개념을 잘 발전시켜왔으면 지금 이런 꼴이 안 되죠. 반포에 재개발을 하겠다고 조감도 만들어놓은 걸 보니까 호화판도 이런 호화판이 없습니다. 5층짜리를 35층으로 올리는데 그중에 일부라도 공공주택으로 하자니까, 그냥 안 하겠다 해버리잖아요. 은마아파트도 지금 그런 거잖습니까. 정부가 용적률을 준다는 건 공적 자원을 준다는 뜻이거든요. 하늘은 개인 소유가 아니잖아요. 공적 자원을 줘서 고층으로 올릴 수 있게 해주되, 거기서 나오는 초과이익은 공공의 것이니까 환수하라는 것이지요.

연합뉴스 19876월 연세대 학생들이 호헌 철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해찬에게 민주화란 군사독재를 종식하고 주기적으로 선거를 치르고 대통령을 직접 뽑는 것, 그 이상이다. 그에게 민주화란 의사결정구조가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이해관계자 모두의 참여가 보장되는 것이다. 그 결과로 균형이 복원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규모만 커진 불균형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민주화는 투명성·개방성·참여를 무기로 이 불균형 구조를 치유하는 것이다. 이러면 소유권이라는 개념도 재구성되기에 이르는데, 기업 이사회에 노동과 소비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것은 주주의 소유권을 신성불가침에서 끌어내려 상대화한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통과시킨 임대차 3법은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하여 집주인의 소유권을 상대화한다. 이렇게 개념을 확장하면 경제계, 시민사회, 학계, 언론계, 법조계 등 사회 전 영역이 민주화라는 과제를 안게 된다.

 

이러면 보수의 의미도 확장된다. 이해찬에게 보수란 특정한 세력을 뜻하기도 하지만, 민주화된 의사결정구조의 반대말이기도 하다. 효율, 선택과 집중, 상명하복, 권위주의로 작동하는 의사결정구조 그 자체다. 그러므로 정치세력으로서의 보수가 쪼그라든 후에도 보수적 의사결정구조는 사회 제 영역에서 여전히 표준으로 통한다. 정치적 보수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그 표준을 내면화한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서 의사결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수가 너무 세기 때문에 20년 집권이 필요한 겁니다라는, 얼핏 현실과 반대로 보이는 진단은 그래서 나왔다.

시사인 천관율 기자

 

 

친박, 친노 같은 부활을 꿈꾸지만...

황교안 대표를 탄생시킨 자유한국당 친박계는 폐족이던 친노무현계가 당과 정권을 장악한 선례에 주목한다. ‘친노 부활 시나리오의 친박계 버전은 실현 가능할까?

 

한편으로 황교안 체제등장은 당연해 보인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자유한국당 다수파인 친박계가 2020년 총선 공천 경쟁을 염두에 두고 옹립한 대안이었다. 황 전 총리가 115일 입당한 직후, 한 친박계 의원은 “50%는 확보했고, 나머지 후보들이 남은 50%를 놓고 싸우는 구도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2·27 전당대회 결과와 같았다. 황교안 후보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55.3%를 얻어 당심(黨心)의 절반을 가져가면서 당 대표로 뽑혔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황교안 당 대표 시대는 역사의 농담처럼 들린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은 한국 정치의 보수 우위 시대를 끝장낸 대사건이었다. 역대 보수 정당 사상 최대의 분당 사태도 겪었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정권의 마지막 국무총리를 당의 얼굴로 골랐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30% 반영하는데, 이 여론조사에서 황 후보는 37.7%를 얻었다. 탄핵 찬성파를 대표해 전당대회에 나선 오세훈 후보가 50.2%, 국민 여론에서는 훌쩍 앞서 나갔다.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의 괴리가 선명하게 확인됐다

 

친박계는 믿는 구석이 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친노의 전례가 있다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노무현 정부가 끝난 후 폐족이라고까지 불렸던 친노무현계가 결국 부활하여 처음에는 당을, 결국에는 정권을 장악한 선례가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친노의 정치 궤적은 겉보기에 친박계와 유사한 듯하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말 극심한 민심 이반에 시달리면서 정권을 놓쳤다. 이 과정에서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집단 탈당 사태를 겪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민주당계 정당이 얼추 복원된 뒤에도, 친노는 한동안 2선 후퇴를 강제당했다.

 

이후 친노의 부활은 극적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빠르게 민심을 잃었다. 집권 한나라당은 중간평가 격이었던 2010년 지방선거에서 패했다. 위태위태하던 민주당은 이 승리로 당을 추스르는 데 성공한다. 이 지방선거 때 친노 핵심인 안희정·이광재·김두관 세 후보가 충남·강원·경남 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한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당 밖 친노 그룹은 혁신과 통합을 만들어 민주당과 통합을 이뤄낸다. 이를 통해 친노가 다시 민주당 주류로 떠오르고,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정치 신인 문재인 변호사가 대선 주자로 부상한다.

 

친노가 폐족을 자처하던 2007~2008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 다음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벌어졌다. 지금 친박계는 이 길을 따라가고 있는 것일까. 탄핵과 분당 사태로 2선 후퇴를 강제당했던 친박계는 이제 당권을 접수하는 단계까지는 왔다. 이 친노 부활 시나리오의 친박계 버전이 가능할까. 간단치 않다. 첫눈에 보이는 공통점 뒤로는 결정적 차이들이 있다.

 

첫째, 민심 이반의 성격이 다르다. 노무현 정부가 겪은 민심 이반은 무능에 대한 실망에 가까웠다. 반면 박근혜 정부가 겪은 민심 이반은 헌정체제를 운영할 자격이 없다는 선고였다. 헌법에 따라 권력을 운영하지 않은 세력에 두 번째 기회가 가기는 어렵다. 친박계는 이 결정적 차이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황교안 대표는 219일 당 대표 후보 텔레비전 토론에서 탄핵이 타당한지 동의할 수 없다라고 말했고, “탄핵이 어쩔 수 없었는가?”라는 사회자 질문에 엑스(X)’ 팻말을 들었다. 탄핵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강성 지지층 성향에 맞춘 답변을 내놓았다.

KBS 화면 갈무리 자유한국당 당 대표 후보 TV 토론에서 탄핵이 어쩔 수 없었는가?’라는 질문에 김진태·황교안 후보는 ‘X’, 오세훈 후보는 ‘O’ 팻말을 들었다(왼쪽부터).

 

탄핵은 헌정체제를 운영할 자격에 대한 유권자의 밀도 높은 판단이었다. 여느 정치 이벤트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탄핵 효과가 희석되리라는 친박계의 기대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얻은 정당 득표는 700만 표(27.8%)였다. 탄핵 직후 치른 2017년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가 얻은 785만 표(24%)와 큰 차이가 없다. “탄핵 부정이라며 여론이 들끓자 다음 날 토론에서 황 후보는 “O·X 답변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세모()로 답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 이도 저도 아닌 세모()는 자유한국당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증언한다. 당 대표가 되려면 탄핵 반대 강경파를 잡아야 하지만, 그렇게 탄생한 당 대표는 700만 표를 뛰어넘기 어렵다.

 

황교안 체제의 운명을 결정할 변수는?

둘째, 부활의 경로가 다르다. 친노는 민심에서 먼저 복권을 받은 뒤에 당을 장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이후 빠르게 민심 이반을 겪었다. 거기다 20095,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음을 택하면서 한국 사회에 충격을 던진다. 이 흐름 위에서, 2010년 지방선거 때 안희정·이광재·김두관 친노 트로이카가 승리를 거둔다. 민주당의 전통적 약세 지역인 충남·강원·경남이었다. 유권자들이 이 세력에 다시 기회를 줄 의사를 보였다. 친노의 당권 장악은 그 이후의 일이다. 그것은 2012혁신과 통합기획과, 2015년 문재인 당 대표 선출로 완성된다.

 

친박계는 정반대 경로를 밟고 있다. 친박계의 복권은 민심을 얻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민심이 자유한국당을 떠났기 때문에 가능했다. 중도 보수 유권자층이 대부분 이탈하면서, 자유한국당 당권 경쟁은 강성 우파 여론이 과잉 대표되는 구도로 흘러갔다. 당내 선거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계 후보가 민심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적은 없다. 이 경로 차이는 정치세력의 궤적을 다르게 그린다. 민심을 먼저 얻고 당심을 잡으러 가는 정치세력은 둘을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거기에 자신들의 승리가 걸려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친박계처럼 강성 당심을 먼저 얻은 정치세력은 당심과 민심이 상충하는 딜레마를 다루기가 무척 어렵다.

 

셋째,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친노 역시 부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명박 정부 시절 친노가 부활했다는 평가에는 착시가 섞여 있는데,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무능에 대한 실망정서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은 문재인 후보 지지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고 제3의 대안을 찾아 헤맸다. 그 에너지가 제3 후보를 만나 폭발한 것이 안철수 현상이었다.

 

이 교훈은 현재 친박계에도 적용된다. 문재인 정부가 민심 이반에 시달린다고 해도, 그렇게 떨어져 나온 유권자층이 자유한국당으로 곧장 돌아서리라는 가정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 에너지는 2012년처럼 제3 후보를 찾아 폭발할 수도 있고, 대안 부재에 분노하며 아예 선거에서 퇴장할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 후보가 대안이 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핵심으로 제기될 것인데, 이 문제에 어떤 답을 내놓느냐가 황교안 체제의 운명을 결정할 전망이다. ‘이도 저도 아닌 세모()’를 극복할 수 있을지부터가 당장 과제다.

시사인 천관율 기자

 

'돈 없인 정치 못한다'는 공식을 깨는 방법

[더민주5.0 알을깨다 - 한여름밤의 질문 ] 정당의 룰(Rule)과 롤(Role)을 바꿔 개혁하자

최악의 순간에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공간은 바로 정치 공간이다. 이 세상에 존 롤즈가 말한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은 존재하지 않지만, 적어도 국민의 대리인인 정치인은 베일을 벗고 난 뒤 자신이 어떤 상태와 위치에 있을지 모른다는 가정을 항상 상정해두고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 혹자는 정치를 두고 소생이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포기할 수 없다. 일상을 바꾸는 힘은 정치에 있지만, 정치를 바꾸는 힘은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는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삶의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 속에서 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에게 '삶의 격, 존엄성을 지키는 정치'는 매우 절실하고 절박하다. 우리들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정치인들에게 위임한 권력이 잘 행사되도록 하는 것은 권리의 주체인 우리가 끝까지 놓아서는 안 될 최후의 보루이다.

 

지난 11일 더민주5.0, '알을 깨다' 세미나에서 조성복 중앙대학교 교수는 '독일 정당정치와 한국의 정치개혁 방향'이라는 주제로 발제하면서, "천국도 아닌 독일을 우리보다도 더 괜찮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공정하면서 동시에 항상 최소한의 삶이 보장되게끔 정치라는 수단을 통해 사회시스템을 운용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코로나19를 비롯하여, 각종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들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언제든 우리는 스스로의 존엄성을 포기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특정 누군가를 위()하거나, 혹은 특정 누군가를 위해(危害)하는 정치가 아닌, '삶을 위()한 정치'가 그 어느 때보다 우리들에게 절실하다.

 

당 내 반가운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완벽하게 옳지 않은 방향으로 가는 것보다 조금 더디더라도, 완벽하지 않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것이 더 낫다. 무엇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다양한 개별주체가 목소리를 낼 때 가능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촛불 이후 당에 가입한 청년 당원들은 소규모 커뮤니티로 흩어져 있지만 어떤 문제가 터졌을 때, 언제든 발화자로 등장할 수 있는 N개의 목소리와 정치참여 경험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변화의 잠재력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하겠다. 다만,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발화자가 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공론장 형성이 필요해보인다.

 

연일 불거지는 문제에 대해,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게 하는 목소리들이 당내 존재한다. 마치 '뾰족한 사람들의 연대체'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것처럼. 문제는 그들의 목소리에 사회적 마이크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되지 않으면 주목하지 않거나 쉽게 묻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당에서 꾸준히 올곧은 목소리를 내온 박성민 청년대변인을 최연소 최고위원으로 내정한 것은 청년과 여성을 당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도록 제도화하겠다는 이낙연 당대표의 의지이자 유의미한 변화의 시작이다.

 

지난해 <2030 컨퍼런스>도 주목할 변화의 지점이었다. 청년 당원들이 선거 시즌 때, 반짝 정책을 제안하고 끝나는 것을 넘어, 채택되지 않은 정책이라 할지라도 국회의원과 보좌관, 전문위원 그리고 청년 당원들이 재검토하고 함께 학습하며 발전시켜나가는 모습에서 '청년을 소비하지 않고 정책 공동생산자로 함께 하기'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정책제안대회 이후 후속 활동에 대한 사전 설계와 청년당원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영입인재 논란으로 온통 사회적 마이크가 집중되어 있던 시기에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묵묵하게 비례와 지역구로 출마한 전국대학생위원회 전용기 위원장과 전국청년위원회 장경태 위원장이 국회의원으로 배지를 달게 됐다. 정당 내에서 성장한 청년들이 국회의원이 되는 선례를 만듦에 따라 전국대학생위원회와 전국청년위원회의 위상도 달라지게 됐다. 물론, 여전히 한계는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것은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경상보조금액의 3%를 청년정치발전 예산으로 배정하고, 지역구 지방의회선거 시 청년후보 1인을 의무공천하도록 하는 등 청년당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눈에 띄지 않게 더디지만, 유쾌하고 반가운 변화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개정한 '당규 제6' 지방조직규정 제66(교육연수) 항으로 '교육연수는 연 2회 이상 실시하고 교육연수계획 및 결과는 해당 시·도당에 보고하여야한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이 조항에 따라 연 2회 이상 의무적으로 교육연수를 지역위원회에서 시행해야한다. 지역위원회 내의 대학생, 청년 조직이 중앙에서 이뤄지는 교육 외에도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을 슬리퍼 신고 갈 수 있는 '우리 동네'에서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당의 대변화, 지금이 적기다

정치라는 공간은 다양한 시민성이 등장하는 무대이자 가장 치열하게 토론하며 숙의의 과정을 거치는 공론장이다. 그리고 공론장의 참여의 주체는 나와 너와 우리 모두여야 한다. 문제는 아무리 정당 내에서 다양한 공론장이 펼쳐진다고 하더라도 현세대이자 미래세대인 청년들이 권리를 위해 생계를 포기하며 정치 활동을 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데 있다. 여기서 독일의 정당정치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조성복 교수에 따르면, 우선 독일은 청년 조직화의 접근이 다르다. "청년들이 모이니까 청년 조직이 되는 것이지, 조직을 만들고 청년을 끌어모으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일 청년들이라고 해서 생계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인데 어떻게 정당 활동을 지속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한국에서는 4300명 정도가 선출직인 반면, 독일은 337500명 정도이며, 관련 일자리가 많다"고 전했다. "정치에 관심 있고, 정치를 통해 뭔가 사회변화를 이루고자 한다면 당연하게 정당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독일은 기초의원 등이 명예직이지만, 활동비, 회의수당, 교통비가 주어지고, 별도로 직업을 가지거나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 상황과 매우 대조적이다.

더민주5.0 <알을 깨다> 세미나, 조성복 교수 발제자료 조은주

 

우리의 경우, 여러모로 정치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있어 정당활동을 한다고 하면 색안경을 쓰고 보거나,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일을 맡기기 어렵다고 하는 곳이 많다. 정당활동과 동시에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결벽으로 인해 오히려 고립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 생계를 책임지며 정당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발딛음 조차 허락되지 않는 땅에 혈혈단신 외발을 짚고 서 있는 것'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돈 없이는 정치할 수 없다'는 공식을 깨야한다. 누구든 정치를 통해 사회를 바꾸고자 한다면, 정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기득권화 된 정치를 개혁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또한 당원들이 주요한 당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지역에서부터 정치를 배우고, 시민성을 키워갈 수 있는 공간이 열려야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언제든 당과 쉽게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설령 서로 양끝단에 있는 주장을 할지라도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며, 숙의의 과정을 통해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정치를 배우는 공간이 지역 내 정당이어야 한다. 당과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고, 당원의 권리를 강화하며, 정당 구조를 보다 민주적으로 개혁해나가야할 것이다.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는 뜻의 "제구포신(除舊布新)"의 자세로 줄 세우는 정치와 작별을 고하고, 성장 사다리를 놓는 정치와 마주하기 위해 지금 우리는 묵혀둔 과제를 꺼내고, 기득권화 된 정치에 균열을 내야 한다. 정당 내 유쾌하고 반가운 변화의 지점들을 이어 선을 만들고, 빈틈을 채워 면을 만들 수 있는 지금이 정치개혁의 적기다.

 

혁명의 씨앗은 이렇게 우리 안에서부터 조용히 움트고 있다.

조은주(pigunjoo/ 오마이뉴스

 

언론4단체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 소송 중단하라

언론노조현업단체, MBC 스트레이트팀 피소에 공동성명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 현업 3단체가 16일 공동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이 MBC 제작진 소송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는 성명에서 국민의 알 권리에 부합하는 정확한 사실 보도에 대해 정당이 회사가 아닌 기자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언론노동자의 입에 직접 재갈을 물리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제작진 4명을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단체들은 국민의힘은 스트레이트가 의도적으로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다뤘다고 주장한다“(보도 내용은) 정당한 취재과정을 통한 사실 확인과 합리적 근거에 기반한 문제제기였다고 했다. 스트레이트는 지난 726일과 822014년 당시 부동산 규제완화 3법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의 강남 재건축 아파트 소유 여부를 분석하는 등 이해충돌 문제를 지적했다.

 

단체들은 정당이나 소속 국회의원이 공적 활동에 있어 정당한 감시와 비판 보도에 대해 명예훼손 등을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대법원도 공직자의 도덕성과 청렴성에 대하여 국민에 의한 감시기능이 필요하며 그에 관한 의혹 제기가 쉽게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다. 특히 국회의원은 입법과 국정통제에 광범한 권한과 면책특권을 보장받기에 통상 공직자보다 현격한 발언 등의 자유를 누리는 만큼 직무활동에 대한 비판도 그에 상응해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 ‘집값폭등편 갈무리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다분히 악의적이며, 기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구태의 반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당장 억지소송을 취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규제가 만든 부의 대물림...2030 증여 부동산 한해 3조 넘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

2030세대 증여 건수·금액 모두 근래 최고

건당 증여액도 평균 2억원 넘어

2030 세대가 증여받은 주택과 빌딩 규모가 한 해에만 3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이 최근 크게 늘어나면서 집을 파느니 차라리 자식에게 증여하자는 심리가 확산된 탓이다.

 

17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세대별 부동산 수증 현황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2030 세대가 물려받은 주택과 빌딩 등 건물 건수는 14,602건에 달했다. 증여 규모만 해도 31,596억원에 달한다. 건수와 금액 모두 근래 들어 최고치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증여 건수 및 금액이 급증했다. 2014~20163년간 1,734건 늘어났던 2030의 건물 증여는 2017년 들어 9,856건으로 전년 대비 1,682건 증가했고, 2018년에는 무려 4,746건 늘어 14,062건을 기록했다. 증여 금액도 마찬가지다. 2014~2016년 간 3,267억원 늘어난 데 반해, 2017년에는 전년 대비 6,063억원이 증가한 18,906억원을 기록했다. 그 다음해인 2018년에는 무려 12,690억원이 늘어났다.

 

건당 증여액수도 크게 늘었다. 2016년까지만 해도 15,000만원 대였던 이 액수는 2017년 들어 19,000만원대로 늘었고, 2018년에는 21,638만원으로 평균 2억원대를 넘어섰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증여 건수 및 금액이 급증했다. 2014~20163년간 1,734건 늘어났던 2030의 건물 증여는 2017년 들어 9,856건으로 전년 대비 1,682건 증가했고, 2018년에는 무려 4,746건 늘어 14,062건을 기록했다. 증여 금액도 마찬가지다. 2014~2016년 간 3,267억원 늘어난 데 반해, 2017년에는 전년 대비 6,063억원이 증가한 18,906억원을 기록했다. 그 다음해인 2018년에는 무려 12,690억원이 늘어났다.

 

건당 증여액수도 크게 늘었다. 2016년까지만 해도 15,000만원 대였던 이 액수는 2017년 들어 19,000만원대로 늘었고, 2018년에는 21,638만원으로 평균 2억원대를 넘어섰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거래 규제와 집값 상승 실정이 자녀 세대인 2030의 증여 폭증이라는 풍선효과를 불렀다라며 향후 집을 물려받은 청년과 그렇지 못한 청년 간의 주택 자산 양극화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서울경제

 

9.4조 전재산 기부한 美 억만장자…버핏 "기부활동에 큰 영감 준 사람"

면세점 사업으로 성공한 찰리 척 핀리

자선재단 해체하며 교육·인권·건강 등에 기부

아내와 은퇴 후 생활 위해 24억원 챙겨둬

척 핀리(왼쪽)와 그의 부인 헬가 핀리. 핀리 부부가 자선재단 애틀랜틱 필랜스로피의 해체와 기부 약정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애틀랜틱 필랜스로피 제공.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공항 면세점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찰리 척 핀리(89)14(현지시간) 자신의 자선재단인 '애틀랜틱 필랜스로피(Atlantic Philanthropies)'의 남은 돈을 모두 기부하고 재단을 해체했다고 15일 보도했다.

 

기부금은 핀리가 공부했던 코넬대 10억달러를 포함해 교육 부문에 37억달러, 사형제 폐지(7600만달러)를 포함한 인권과 사회변화 87천만달러, 건강관리 7억달러, 오바마헬스케어 지지 7600만달러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건강관리 부문에는 베트남 건강관리 사업 27천만달러, 캘리포니아대 뇌 건강연구소 지원 17600만달러도 포함됐다. 핀리는 또 코넬대에 35천만달러를 들여 뉴욕시의 낙후지역 루즈벨트섬에 공대캠퍼스 설립을 지원할 방침이다. 핀리는 살아있는 동안 가진 재산을 모두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로써 이날 마지막 기부를 포함한 평생 기부금이 80억달러가 됐다.

 

그는 2012년 아내와 은퇴 후의 생활을 위해 200만달러(24억원)를 따로 챙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기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핀리는 "빈털터리가 됐지만 더는 행복할 수 없다"면서 "생전에 목표를 이루게 돼 매우 만족스럽고 좋다. 이번 여행의 동반자들에게 감사하며 내가 진짜 살아있는 동안 전 재산을 기부할지 궁금해했던 사람들에게는 '해봐라, 정말 좋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러한 그의 평소 신념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투자회사 버크셔헤서웨이를 이끄는 워런 버핏 등에도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버핏은 "척이 기부활동에 큰 영감을 준 기념비적인 인물"이라며 "그는 우리 모두의 표상이며 그가 평생에 이룬 업적은 내가 죽고 나서도 12년의 세월이 더 걸릴 정도로 위대하다"고 했다.

김봉주 인턴기자 patriotbong@asiae.co.kr

 

'코로나 조작설'옌리멍 3가지 근거와 3가지 반박

근거코로나19군사실험실서 발견한 바이러스 매우 유사

근거유전자 조작 때 사용되는 흔적이 코로나19에서 발견

근거동물실험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조작 흔적 발견

반박비교 대상이 적어많은 바이러스도 유사한 부분 많아

반박자연 발생 가능성에 대한 통계가 없어

반박희귀하다고 모두 조작은 아니야

'코로나19(SARS-CoV-2) 게놈의 특징을 근거로 한 비자연선택적 실험실 조작 가능성 제시 및 가능성 높은 합성 루트에 대한 설명'

"Unusual Features of the SARS-CoV-2 Genome Suggesting Sophisticated Laboratory Modification Rather Than Natural Evolution and Delineation of Its Probable Synthetic Route"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논문 한 편이다. 코로나19가 자연 진화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실험 조작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중국에서 그 실험이 진행됐다는 것을 암시한 내용 때문이다.

 

16일 개방형 정보 플랫폼 '제노도'(Zenodo)에 따르면 옌 리멍 박사를 대표 저자로 하는 이 논문이 미국 시간으로 14일 게재돼 이날까지 다운로드 약 30만회, 열람자 4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옌 박사는 홍콩대 공중보건대 연구원 출신으로, 현재 미국으로 망명해 있다.

 

국내외 보도 등을 보면 다른 과학자들의 대체적 반응은 '신중론'이다. 옌 박사의 '문제 의식' 자체에 어느정도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근거는 취약하다는 것이다. 문제 제기 자체가 맞았다, 틀렸다를 판가름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군사실험실 바이러스와 유사성 높아 vs 보고싶은 것만 봐

(사진=린 박사가 발표한 15일 개방형 정보 플랫폼 '제노도'(Zenodo)에 공개한 논문 제공)

옌 박사의 첫 번째 근거는 코로나19 게놈이 2015~2017년 중국 충칭시 3군의학대(Third Military Medical University) 실험실과 난징의학연구기관(Research Institute for Medicine of Nanjing Command)에서 발견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박쥐 코로나) 게놈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이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식 명칭은 ZC45ZXC21. 현재 생물학계에서 인정하는 코로나19의 모태 바이러스 이름은 RaTG13이다.

 

옌 박사는 코로나19 게놈이 RaTG13 게놈보다 ZC45·ZXC21의 게놈과 더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일부 게놈(Orf8과 단백질E)에서는 각각 94.2%, 100% 유사성을 띠고 있다며, 이 부분의 유사성을 띠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전분야 전문 과학자들은 코로나19와 비교 대상이 되는 바이러스가 이 논문에서 고작 4개밖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심지어 코로나19의 모태로 인정받는 RaTG13은 분석에서 빠졌다.

 

의공학(Biomedical Engineering)을 전공한 국내 대학의 A교수는 "이런 비교를 할 때는 20개 이상의 바이러스와 비교하는 게 통상적인 과정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보고 싶은 바이러스만으로 결과가 도출되기 때문에 과학적이지 않다""비교 대상을 소수 바이러스로만 한정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게놈의 유사성이 높은 부분과 관련해서는 다른 바이러스에서도 그정도 유사성을 띨 확률은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실험 결과가 코로나 특성에 그대로 vs 뒷받침 통계 없다

옌 박사의 또 하나 근거는 코로나19RBMZC45·ZXC21RBM이 아니라, 2002년 중국을 강타했던 사스(SARS-CoV)RBM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RBM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 결합부위로, 이 부분이 인체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되면서 인간은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쉽게 말해, RBM의 모양에 따라 감염력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다.

 

코로나19RBM이 사스와 닮았다는 것은 그만큼 감염력이 높다는 것인데, 코로나19 게놈이 ZC45·ZXC21 게놈과 닮았다면 RBMZC45·ZXC21과 유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 대목에서 옌 박사는 중국 생물학자인 스정리(Shi Zhengli) 박사의 2008년 연구를 지목한다. 당시 연구진들이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와 사스의 RBM을 바꾸는(swap) 유전자 조작 실험을 진행했다는 것.

 

특히 이번 코로나19RBM 부분에서 유전자 조작실험 때 흔히 쓰이는 절단 효소 인식 자리가 배치돼 있다는 부분을 옌 박사는 강조하며 "스모킹 건"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다른 과학자들은 코로나19RBM이 사스 RBM과 유사한 일은 반드시 실험 조작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유보적인 입장이다. 낮은 확률이지만 자연적으로도 유사한 변이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옌 박사는 "매우 흔하지 않다"(highly unusual)이라고 했지만, 그게 얼마나 희박한 가능성인지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A교수는 "'단순히 '확률이 낮다', '중국에서 비슷한 실험을 했다'는 사실만을 근거로 한 '코로나19 인위적 조작론'은 현재까지는 음모론에 가깝다""문제의식 자체는 타당할 수 있으나, 논문의 과학적 근거는 석사학위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실험 때 발견되는 희귀한 아미노산 서열 발견 vs 희귀하다고 다 조작인가

옌 박사의 마지막 근거는 퓨린 절단 자리(Furin Cleavage site)가 코로나19에서 발견됐다는 점이다.

 

퓨린 절단은 스파이크 단백질(인체 세포에 달라붙는 부분)이 두 부분으로 잘리면서 스파이크 단백질의 모양이 달라지는 현상으로, 논문은 퓨린 절단 자리가 실험실 세포 배양이나 동물 실험에서 사용한 흔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옌 박사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6개월 정도면 코로나19와 유사한 신종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다른 과학자들은 '희귀한 사건은 모두 조작이냐'는 반론을 제기한다. 퓨린 절단 자리 같은 아미노산 서열이 희귀하다고 해도 자연에서 완전히 발생하지 않는 일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이 대목 역시 자연적으로 발생할 확률에 대한 근거가 논문에 제시되지 못했고, 단순히 "확률이 낮다"는 주장만 있어 신뢰도가 낮다는 얘기다.

 

A교수는 "옌 박사의 논문은 논문이라기보다 에세이 성격이 강하다""메르스, 사스 등은 모두 동물에서 변이된 바이러스로 인정되고 있다. 이 역시 낮은 확률로 변이가 됐던 것들인데, 이런 바이러스도 모두 조작된 것으로 봐야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옌리멍 "또다른 논문 곧 발표"

옌 박사는 이번 논문에서 "근거를 업데이트 한 또다른 논문을 곧 제출할 예정"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옌 박사의 SNS에는 전세계 네티즌들 메시지가 넘쳤다. 특히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정책국장은 옌 박사의 논문 기사를 리트윗하며 해시태그 #CCPLiedPeopleDied를 게재하기도 했다. CCP(Chinese Communist Party)는 중국공산당을 의미한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말 백악관에서 코로나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발원했다는 증거를 봤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는 말을 아꼈다. 반면 프랜시스 콜린스 미국 국립보건원 원장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공적으로 합성됐을 가능성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CBS노컷뉴스 김구연 기자2020-09-17

 

 

스웨덴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집단면역 반전, 하루 확진 최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면역' 시도로 곤욕을 치른 스웨덴이 최근 유럽 국가 중 일일 확진자 수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집단 면역이 뒤늦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과 코로나19 방역 성공 여부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해석이 엇갈린다.

 

스웨덴, 9월 첫주 유럽국 중 일일 확진자수 최하위

공공보건청장 "방역효과 뒤늦게 나타난 것"

FT "코로나 방역 효과 평가, 아직 일러"

지난 63일 안데르스 텡넬 스웨덴 공공보건청장이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질문을 듣고있다. 그는 이날 스웨덴의 방역 지침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AFP=연합뉴스]

 

.16(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스웨덴 일일 확진자 수는 61000명대에서 8200명대로 떨어진 뒤 9월 첫 주 평균 108명으로 계속 하락세다. 지난주 12만 건의 테스트 중 양성률은 1.2%에 불과했다.

 

유럽 국가와 비교하면 스웨덴의 확진자 수 감소는 더 도드라진다. 인구 10만 명당 확진율은 스웨덴 22.2명으로, 스페인 279, 프랑스 158.5, 체코 118명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일일 확진자 수, 유럽 내 최하위로

스웨덴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유럽 각국의 봉쇄 정책과 다르게 느슨한 방역 지침을 강행했다. 식당·카페 영업을 허용했고, 이동 금지령도 내리지 않아 이른바 '집단 면역' 실험을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집단 면역'은 국민의 일정 비율이 전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해 전염병 확산을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6월 중순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공원에서 사람들이 여름 축제를 즐기고 있다. 스웨덴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느슨한 방역 지침을 고수했지만, 확진자 수가 늘자 6월 말부터 대규모 모임을 금지하는 등 방역 대책을 강화했다. [AP=연합뉴스]

.그 결과 스웨덴의 감염률과 사망률은 치솟았다. 지난 7월 초 인구 100만명당 사망자 수는 530명으로, 영국(661)에 이어 유럽 내에서 가장 많았다. 곳곳에서 스웨덴 방역 지침에 비판이 쏟아졌고, 스웨덴 방역 당국은 곤욕을 치렀다. 스웨덴의 방역 정책을 믿지 못한 유럽 각국은 스웨덴과의 국경을 봉쇄했다.

 

그런데 8월 여름 휴가철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유럽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산 2차 파동이 일어난 반면 스웨덴은 반대로 확진자 수가 줄어들면서다.

 

스웨덴 장기전에 대비한 결과

이를 두고 안데르스 텡넬 스웨덴 공공보건청장은 "코로나19 사태에 장기전으로 대비한 지속가능한 방역 전략이 차이를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텡넬은 스웨덴의 코로나19 방역 책임자로, 사실상 집단 면역을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인물이다.

 

그는 11일 프랑스 24와의 인터뷰에서 "스웨덴은 의료체계가 코로나19 사태를 감당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대처해왔다"면서 스웨덴의 느슨한 방역 지침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코로나19 확산 초기 스웨덴 사망률이 높았던 까닭은 높은 고령자 감염 때문이며, 고령자 요양원을 봉쇄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스웨덴은 집단 면역을 시도한 게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스웨덴은 앞으로도 코로나19 방역을 개인의 자율과 책임에 맡길 방침이다.

지난 5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한 식당의 모습. 스웨덴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봉쇄령 대신 식당과 학교를 모두 개방하는 등 느슨한 방역 지침을 고수했다. [AFP=연합뉴스]

.

확진자 감소와 집단면역 상관관계, 증거 없어

반면 스웨덴 확진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6월부터 봉쇄정책을 일부 도입하는 등 뒤늦게라도 방역 대책을 강화한 효과라는 의견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 지난 8월 스웨덴의 방역 규제가 유럽 내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노르웨이보다 더 강하다고 소개했다. 바이러스 학자인 레나 아인혼은 스웨덴의 방역 규제가 강화된 점을 들며 확진자 감소는 집단면역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인혼은 "스웨덴의 항체 검사결과도 집단 면역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스웨덴 방역 지침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몇 달 사이 확진자가 감소했다는 통계만으로 방역 지침이 효과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FT의 볼프강 뮌차우 칼럼니스트는 13일 칼럼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모든 통계가 완벽히 분석되기 전까지는 각국의 방역 지침을 평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뮌차우는 2003년 사스 사태를 사례로 들며 전염병 감염률과 방역 상황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데 최소 수년은 걸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표적인 변수로 통계의 오류와 지역 차이를 제시했다. 스웨덴의 경우 노인 사망률과 전체 사망률의 관계를 따져보고, 피해가 작은 남부 도시 말뫼와 달리 수도 스톡홀름에 확진자가 집중된 원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뮌차우는 이런 이유로 스웨덴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방역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세계 각국의 데이터를 모두 분석한 뒤에야 평가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스웨덴, 집단면역 대가 참혹했다151년만에 사망자 최다

"호텔 수용해 집단감염 시키자" 스웨덴 방역책임자 메일 파문

집단면역 실패, 경제 허우적···국경 여는 유럽서 왕따된 스웨덴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추미애 아들 의혹', 결국 이럴 줄 알았다

국민의힘, 공정성을 무기로 삼지 마라

동양대 장경욱 교수가 12일 동일 대역 IP주소가 지금도 쓰이고 있다며 관련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장경욱 교수 페이스북

 

정경심 교수가 '20136월 방배동 자택에서 표창장을 위조했다'며 검찰이 위조 시기와 장소를 특정할 수 있었던 것은 동양대에서 압수한 컴퓨터에서 나온 IP 주소였다. 고정 IP를 쓰는 동양대에서 나올 수 없는 IP 주소가 컴퓨터에서 발견되었으니 정경심 교수의 자택인 방배동에서 위조가 이루어졌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정 교수의 변호인단은 해당 IP 주소는 사설 공유기를 사용하면 나타나는 만큼 동양대에서 고정 IP가 아닌 공유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동양대 장경욱 교수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검찰이 방배동 자택에서 위조한 증거로 제시한 IP주소가 지금도 동양대 강사 휴게실과 복도에서 쓰이고 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장 교수의 주장이 맞다면 검찰의 기소 내용은 타격을 받게 된다. 정경심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했을 것이라고 믿는 확증 편향의 오류가 없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장면이다.

 

지난 7일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휴가 관련 의혹에 대해 "추미애 장관의 '엄마 찬스' 특혜성 황제 군복무 의혹을 지켜보는 국민은 조국 사태 때 교육의 공정성을 무너뜨린 '조국 아빠 찬스'의 데자뷔라고 느낀다"라며 추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아빠 찬스' '엄마 찬스'로 공정성이 훼손되었다는 시각도 있고, 추 장관 논란에 조국 전 장관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추 장관을 둘러싼 야당의 각종 의혹 제기를 보면 오히려 조국 전 장관을 낙마시켜 검찰 개혁에 제동을 걸고자 했던 자유한국당이 데자뷔 된다.

 

추 장관 아들 휴가에 대해 숱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결과적으로 공정성 훼손이나 권력을 이용한 위법 행위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군인인 아들이 수술을 요할 정도의 지병이 있었고, 민간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전화로 휴가를 연장했다는 게 지금까지 나온 사실이다.

 

국민의힘은 추 장관이 여당 대표라는 권력을 이용해 군에 압력을 행사해 정당하지 않은 휴가 연장을 얻어 냈다고 주장한다. 일반인이라면 꿈도 꿀 수 없는 '엄마 찬스'로 공정성을 훼손해 청년들에게 상실감을 안긴 책임을 지고 장관직에서 사퇴하라는 것이 국민의힘의 요구다.

 

하지만 아들의 병가 이후 휴가 연장이 정당한 절차에 의한 것인지, 여당 대표의 권력 남용인지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 없다. 검찰이 통화 기록을 분석 중이니 사실이야 곧 밝혀지겠지만 민원실에 전화를 한 주체가 추 장관이든 남편이든 비서이든 그 자체가 외압의 증거는 될 수 없다. 군인인 아들의 휴가 연장에 관해 군 당국 민원실에 전화를 하는 일은 자식이 군인인 부모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일을 위해 국방부 민원실이 존재하는 것이다.

 

장관 아들 휴가에만 매달리는 야당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남소연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아들 관련 군 병가 특혜 의혹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아들의 군 복무 관련 질문을 하고 있다. 유성호

 

이번 일에서는 국민의힘이 보이는 행태가 더 문제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민 건강과 경제가 백척간두에 선 형국에서 야당이 장관 아들의 휴가 의혹에 모든 걸 걸다시피 하는 것이 맞나. 정기국회 대부분을 추 장관 아들 관련 정쟁의 장으로 만들어 무엇을 얻겠다는 건지 답답하고 한심스럽다.

 

공정이 화두인 것은 맞다. 문재인 정부가 천명한 정책 기조이기도 하거니와 사회적 관심사가 민주와 통일, 노동 등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사회 진보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의 공정 논란이 시대의 요구를 가감없이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공정성이 가장 중요한 잣대로 대두되면서 정권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하지만 그럴 때마다 문제 제기의 의도나 형평성도 도마 위에 오른다.

 

국민의힘은 딸에 대한 성신여대 입시비리 의혹, 아들에 대한 서울대 특혜 의혹,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유화와 세습 의혹 등으로 7번 고발을 당한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해서 엄마 찬스라고 성토한 적이 없다. 홍정욱 전 의원 딸의 마약 밀반입 혐의 집행유예, 장제원 의원 아들의 음주운전 사고 후 운전자 바꿔치기 불구속 기소를 두고 아빠 찬스가 의심된다고 한 적도 없다.

 

자유한국당이나 다를 바 없다

17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추 장관을 향해 변명으로 일관할 게 아니라 신상을 정리하라며 사퇴를 압박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추 장관 세 자녀 모두 특혜 의혹이 있다며 '용이 되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조국 전 장관의 2012년 트위터 내용을 인용해 추미애 세 자녀 모두 특혜 의혹, 가재·붕어·개구리는 기가 막힌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크게 실었다.

 

검찰의 별건 수사도 없어진 마당에 언론의 별건 의혹 제기가 도를 넘고 있다. 조국 사태 때처럼 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가 보자는 식이다. 모든 것을 바꾸겠다더니 국민의힘의 추 장관 사퇴 압박은 20대 국회에서 이은재 전 의원이 보여준 '사퇴하세요'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데자뷔가 맞다. 조국 전 장관 의혹 제기로 검찰 개혁을 발목 잡았던 정치세력들이 추미애 장관을 향해 온갖 의혹을 키워내 또다시 검찰 지키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당랑거철(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다)의 무모함이다. 지난 조국 전 장관 일가 의혹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가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기는 했지만 검찰 개혁의 흐름을 돌려놓지 못했다. 4.15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전신 미래통합당이 궤멸이라고 할 만큼 참패한 것도 공정성으로 정부를 공격하는 와중에 얄팍한 계산이 숨어 있다는 것을 국민이 알았기 때문이다.

 

추 장관 관련 의혹 제기도 같은 수순으로 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공정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지만 국민의힘도 '자유한국당이나 미래통합당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에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있다. 안호덕/ 오마이뉴스

 

 

조선인 대학살 협력 단체 소요카제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 정부가 퍼뜨린 유언비어로 조선인 대학살이 자행되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일본 시민의 추도는 늘고 있지만 우익 정치인은 학살을 부정하며 추도를 외면한다

혼다 마사카즈 제공 91일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린 관동대지진 피학살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서 센북지 주지 스님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있다.

 

일본에서 91일은 방재의 날이다. 830일에는 일본 전역에서 자연재해 및 사회적 재난을 방지하기 위한 훈련이 실시되었다. 91일이 방재의 날이 된 계기는 97년 전에 일어난 관동대지진이다. 192391일 토요일 오전 1158, 규모 7.9의 지진이 일본 관동(간토) 지역을 강타했다. 123분까지 규모 7.2와 규모 7.3의 여진이 잇따르며 5분 만에 도쿄에서만 건물 11만여 채가 무너졌다. 마침 점심때라 풍로를 피워 식사 준비를 하던 가정과 식당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강풍이 불을 키워 도쿄는 불바다가 되었다. 93일 오전까지 이어진 화재로 사망자 105385명 중 90% 이상이 불에 타 죽었고 수도 도쿄의 46%가 재가 되었다. 이런 미증유의 자연재해를 교훈으로 삼기 위해 일본 정부는 1960년에 91일을 방재의 날로 정했다.

 

매년 방재의 날, 91일이 오면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 세워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앞에서 위령제가 열린다. 이 위령제는 관동대지진이라는 자연재해 때 일어난 참혹한 인재(人災), 일본군과 경찰, 일본인으로 구성된 자경단에 의해 학살당한 조선인들을 추모하는 행사다. 당시엔 아직 라디오 방송이 없었고 95일이 되어서야 겨우 석간이 나왔다. 그간 생지옥 도쿄에서 탈출한 자들의 제멋대로인 목격담이 소문이 되어 사회적 혼란을 증폭시켰다. ‘후지산이 대폭발했다’ ‘우에노까지 쓰나미가 덮쳤다라는 유언비어가 다른 지방 신문에 검증도 없이 실릴 정도였다. 91일 오후 7시께 요코하마시 혼모쿠초 근처에서 조선인이 방화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방화는 밤이 깊어지면서 조선인이 강도질을 한다, 부녀자를 폭행한다, 우물에 독을 탄다라고 부풀려지고, 다음 날에는 수백 명에 이르는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켜 폭약을 들고 습격하러 온다로 커졌다. 오후에는 도쿄와 지바까지 이 소문들이 퍼졌다. 이에 공포심이 커진 주민들이 92, 자경단을 조직하고 일본도와 죽창, 곤봉으로 조선인을 살해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19193·1 독립운동 이후 조선인 감시를 강화하고 있던 경찰과 92일 계엄령 선포로 투입된 군대도 학살에 가담했다.

 

더 큰 문제는 당시 일본 정부가 해군의 도쿄 무선전신소인 후나바시 송신소라는 공식 루트를 통해 이 유언비어를 퍼뜨려 공신력을 부여하면서 일본인들에게 학살의 정당성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93일 오전 815분 일본 내무성은 후나바시 송신소를 통해 각 현 지사에게 도쿄 부근 지진 재해를 이용해 조선인이 각지에서 불을 지르고, 불령(不逞)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도쿄 시내에서 폭탄을 소지하고 석유를 뿌려 방화를 하고 있다는 무전을 보냈다.

 

이 학살로 얼마나 많은 조선인이 죽었는지 알 길이 없다. 일부 자료와 연구활동에 따르면 피해자는 대략 6000명으로 추정된다. 당시 일본 정부는 조선인 피학살자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고 학살 실태를 은폐했다. 19231214일 제국 의회에서 한 의원이 학살 실태에 대한 질문을 했지만, 정부의 답변은 현재 조사 중이었다. 20083월 일본 내각부 중앙방재회의 전문조사회가 낸 재해 훈련 계승에 관한 전문조사회 보고서:1923 관동대지진 제2에서 지진 재해로 인한 사망자의 1%에서 수%에 달하는 다수의 조선인, 중국인, 일부 일본인이 살해당했다고 밝히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우익 세력은 일본 정부가 1%~%라고 대충 뭉갠 피학살자 숫자를 핑계로 아예 학살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20173월 도쿄 도의회에서 당시 자민당 소속 한 의원이 조선인 희생자 6000명이라는 숫자에 의문을 제기하며, 요코아미초 공원의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철거와 도지사 명의의 추도문 송부를 재고하라고 요구했다. 이 추도비는 1973년 시민들의 호소에 도쿄 도의회 의원 다수가 찬성하면서 세워졌다. 1974년부터는 조일협회같은 단체들과 시민들이 실행위원회를 꾸려 매년 91일 추도비 앞에서 조선인 피학살자들의 넋을 기리는 행사를 열어왔다.

 

이 자민당 의원의 뒤에 소요카제라는 단체가 있다. 소요카제는 2013년 오사카 쓰루하시에서 조선인 대학살 실행을 주장했던 집회에 협력한 단체다. 이 단체는 2016년부터 도쿄 도의회 의원들을 대상으로 추도비 철거 로비를 시작했고 2017년부터 위령제가 열리는 같은 시각 추도비 바로 옆에서 진실의 위령제라는 이름의 방해 집회를 열고 있다. 이 단체는 조선인 폭동이야말로 틀림없는 사실이며 따라서 조선인을 죽인 행위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 일본의 극우, 역사 부정 단체들은 지방의회에 압력을 가하고 반대 집회를 열어 소란을 일으키는 운동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소요카제의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켜 일본인 가족이 살해당했고, 집이 불탔다라며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를 일삼았고, 지난 7월 도쿄도 인권부로부터 차별적 언동이라는 지적을 받기까지 했다.

연합뉴스 192391일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후 일본 정부가 공식 루트를 통해 유언비어를 퍼뜨리면서 6000명으로 추정되는 재일조선인이 학살당했다.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는 일본 정부

그러나 고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는 이들과 발을 맞추기라도 한 듯 2017년부터 조선인 희생자를 위한 추도문 발표를 외면하고 있다. 답변이랍시고 한다는 말이 민족 차별의 관점보다 다양한 재해 피해로 돌아가신 분들을 위령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모든 희생자의 추모를 명분으로 내세워 중립적이고 공평한 척한다. 고이케 지사는 학살, 살해, 죽임이라는 말 대신 돌아가신이라는 단어를 쓴다. 올해는 추도문을 매년 보내지 않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1974년부터 매년 역대 지사들이 보내온 추도문을 2017년부터 고이케 도지사만이 보내지 않고 있다.

 

이런 역사 부정에 맞서 시민들의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참여가 늘고 있다. 매년 200여 명이 참석했던 행사에 2017년과 2018년에는 500여 명, 지난해에는 700여 명이 모였다. 올해 46회 추도식은 코로나19의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중계를 했다.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민족 차별을 없애라는 문구가 새겨진 추모비 앞에서 주최 측과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가 유언비어의 유포와 학살에 관여한 것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사죄하며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는 피난소에서 외국인이 물자를 훔치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때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가 인터넷에 확산된 일이 있었다. 도지사의 추도문과 정부 차원의 피해 조사, 진상규명이야말로 역사 왜곡과 부정을 용인하지 않는 길이며, ‘재해 후 일어날지 모를 인재를 막는 방재 대책이 될 것이다./ 시사인 도쿄이령경 편집위원

 

 

추락하는 독일 좌파, 비상하는 극우

옛 동독 지역인 작센주와 브란덴부르크주의 지방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2당 자리를 차지했다. 좌파당은 유례없는 패배를 당했다.

EPA 지난 91AfD 지도부가 지방선거 개표 결과를 보고 환호하고 있다.

 

91일 구동독 지역 작센주와 브란덴부르크주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각각 27.5%23.5% 득표율로 제2당 자리를 차지했다. AfD의 득표율은 2014년 지방선거 대비 작센주에서 17.8%포인트, 브란덴부르크주에서 11.3%포인트 더 높았다.

 

기독민주당(기민당)은 작센주에서 32.1%를 얻어 제1당 자리를 지켰다. 사회민주당(사민당)은 브란덴부르크주에서 득표율 26.2%로 제1당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두 정당 모두 지난 선거와 비교하면 득표율이 떨어졌다. 작센주에서 기민당은 2014년 지방선거 대비 7.3%포인트 하락했다. 사민당 역시 브란덴부르크주에서 지난 선거에 비해 5.7%포인트 떨어졌다. AfD가 두 정당의 턱밑까지 추격한 셈이다.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새로운 동쪽 정당으로의 길?’이라는 기사를 통해 AfD가 구동독 지역에서 대변인으로 여겨지는 현상을 분석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AfD에 대한 지지는 현재 정치 상황에 반발하는 의미가 강했다. AfD 공약도 반이민자 정책이 주를 이뤘다. 이번 선거를 통해 AfD가 대안 정당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AfD는 구동독 지역 유권자를 공략해 성공했다. 선거 당일 독일 공영방송 ARD가 여론조사 기관 인프라테스트 디마프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AfD에 투표한 사람 중 77%구동독 지역 주민들이 2등 시민 취급을 받는다고 답했다. 실제로 AfD 지지자 중 대다수는 노동자이고, 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역, 농촌·탄광 지역 등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AfD 지지가 높은 지역의 공통점은 사회간접자본이 미비하고 의사나 경찰 인력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AfD는 이 지역의 사회정의나 미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당으로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기민·사민·녹색 3개 정당 연정할 듯

AfD 약진은 좌파당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좌파당은 2007년 동독 사회주의통일당의 후신인 민주사회당과 사민당을 탈당한 그룹이 만든 노동과 사회정의를 위한 선거 대안이 합쳐지며 탄생했다. 서독에 뿌리를 둔 정당들과 중앙정부에 불만을 품은 구동독 주민들의 민심을 대변하는 지역 정당 구실을 해내며 지지를 받았다. 이번 선거에서 좌파당은 작센주에서 득표율 10.4%, 브란덴부르크주에서 10.7%를 기록했다. 지난 선거에 비해 각각 작센주에서 8.5%포인트, 브란덴부르크주에서는 7.9%포인트 표를 잃었다. 좌파당 연방의회 원내대표인 디트마르 바르치는 선거 당일 밤 트위터를 통해 유례없는 파멸이라며 선거 결과에 대한 참담함을 표현했다.

 

선거 이후 작센주·브란덴부르크주 지방정부 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까지 작센주에서는 기민당과 사민당이, 브란덴부르크주에서는 사민당과 좌파당이 연정을 이뤘다. AfD의 약진으로 두 정당만으로 지방의회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없다. 두 지역에서는 기존 파트너에 녹색당을 포함하는 3개 정당 연정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서 AfD를 제외한 다른 정당 중 유일하게 지난 선거보다 득표율이 올랐다. 녹색당은 작센주에서 8.6%(2014년 지방선거 대비 2.9%포인트 상승), 브란덴부르크주에서 10.8%(2014년 지방선거 대비 4.6%포인트 상승) 득표율을 기록했다./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시사인

 

방역 잘한 나라, 성장률 급락도 막았다

한국, OECD 성장률 1, 100명당 사망자 6.3방역 실패 미·유럽, 성장률 10~2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나라가 경제 타격을 덜 받았다는 통계결과가 나왔다.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 경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적게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선진국이 포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에서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가장 높을 정도였다.

 

국내에서는 야당과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국의 방역을 놓고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한국을 '코로나19 대응 선진국'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우리 정부는 최근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역대 최저금리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할 수 있었다. 또 전례없는 감염병 사태 와중에 국내 증시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증시 활황국'이 됐다.국내외 자본시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돈과 현실만 따질 수밖에 없다. '냉혹한 자본'마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주목하고, 실제 큰 배팅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1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글로벌 통계서비스회사인 아워월드인데이터 분석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분석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적을수록 경제가 덜 악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OECD 내에서 100만명당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영국(622)과 스페인(611)이다. 4월부터 6월까지 이들의 경제 성장률을 분석한 결과 영국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21.7% 떨어졌고 스페인은 22.1% 폭락했다.

 

반면 100만명 당 사망자가 6.3명인 한국의 GDP'겨우(merely)' 2.8% 떨어지는 데 불과했다. 해당 수치는 대만(0.6%)에 이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과 대만은 'K-방역' 등으로 비교적 코로나19에 잘 대처한다는 국제적 평가를 받고 있다. OECD 회원국만으로 따지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단연 1위권이다.

 

한국·대만·리투아니아 모범국 = 앞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도 코로나19에 잘 대처하고 있는 국가로 한국과 대만을 꼽은 바 있다. 이 같은 방역 시스템이 경제 하락 방지에도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이번 연구의 결과다.

 

이 외에도 스칸디나비아 국가 또한 경제 하락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 다만 집단면역 시스템을 선택한 스웨덴은 100만명당 577명의 사망자를 냈다. 스웨덴의 GDP7.7%나 감소해, 핀란드(6.3%), 노르웨이(5.3%)보다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석 결과에 대해 아워월드인데이터는 "각국의 보건 정책이 사망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경제 또한 심하게 붕괴할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풀이했다. 또 한국과 대만, 리투아니아를 모범사례로 거론하면서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은 나라에 비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영향이 미미했던 나라들이, 사망률도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역대 최저금리 외평채 발행 =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해외시장의 평가는 최저금리 외평채 발행으로 이어졌다.

 

기재부는 지난 10일 총 145000만달러 규모의 외평채를 발행했다. 유로화 외평채는 7억유로로서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0.059%)를 기록했다. 달러화 외평채도 1.198%로 사상 최저였다. 가산금리도 50bp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도 낮았다.

 

김성욱 국제금융국장은 이자 비용 감소 효과에 대해 "우리나라의 외화차입을 의미하는 대외채무가 총 5000억달러이고, 이 가운데 일반정부와 중앙은행을 제외한 은행과 기타 기관의 채무가 약 4000억달러 가까이 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산술적으로 외채의 전반적인 금리 수준이 10% 정도 낮아진다고 하면 약 4억달러 정도 매년 해외에 지급하는 이자 비용이 줄어든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 시장도 '코로나 이후' 한국의 경제에 배팅했다. 국내 증시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35개 주요국가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지난 15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코로나19 확산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 성과 비교'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관련 첫 사망자가 보고된 111일 이후 831일까지 주요국 주가지수(각국 대표지수 기준)의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코스피 기준)의 증시 수익률은 5%, 중국·아르헨티나(10%), 미국(7%)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보고서는 그간의 코로나19 방역 대응 성과를 수익률 원인의 하나로 지목하며 철저한 방역을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