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8.7~8.12 북한과 미국 하는 짓들이

이성근 2017. 8. 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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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산층의 연대의식을 이끌어내야 성공한다 8.8 프레시안

[민미연 포럼] 철밥통? 귀족?...'중산층 혐오'를 넘어서야 한다

9년 만에 이뤄진 정권교체 이후 수개월, 숨 가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다. 누군가에겐 반가운 지각변동이요 상전벽해일 것이고, 누군가에겐 그럭저럭 환영할 만하나 아직도 갈 길이 먼 고육지책의 연속일 테다. 혹자들은 이미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고 개탄하기도 한다. 천성이 회색으로 변해버린 나는 미봉책의 향연이 크게 아쉽지만, 그래도 새 정부의 결연한 움직임 덕분에 재도약을 향한 숨통이 트였음을 높이 사며 지지적 비판을 보낸다.

 

중산층을 대하는 절망적인 고정관념

산적한 과제들 가운데, 이 글에선 중산층의 복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우리는 흔히 IMF 사태를 계기로 붕괴된 중산층을 거론하며 금전적 측면에서 어떻게 하면 중산층을 다시 두껍게 할지를 논점으로 삼는다. 이에 동의하는 바이지만, 바로 세워야 할 중산층의 면모는 단지 소득 증가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사회의 허리이자 여론 주도층으로서 중산층의 역할은 무엇인지 환기하는 작업이 더욱 중요하다. 그 성찰이 무르익을 때,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비로소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격론을 불러왔던 최저임금 인상 결정부터 얘기해보자. 최저임금의 인상 폭과 속도에 관한 논쟁의 밑바탕에는 한국 중산층에 대한 '매우 절망적인' 일반의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 요컨대, 준수한 최저임금의 성공과 지속 여부의 필수 요건 중에는 중산층의 사회적 연대 의지를 빼놓을 수 없다.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 상승에 따른 물가 인상을 중산층 다수가 기꺼이 분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찬반 논쟁의 소용돌이에서 물가 인상을 수용하려는 연대적 시민은 온데간데없이 종적을 감췄다.(오피니언 리더 중에는 <시사인> 이종태 기자, 전병유 한신대 교수 등 극소수만이 최저임금과 소비자 물가, 사회적 연대를 연관 지으며 더불어 살고자 하는 시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중산층을 몰 연대적 군상으로 깔고 들어가는 논리 전개는 오래된 관행이다. 예를 들어, 경비원의 급여가 올라가면 (한 푼도 아까운 주민들은 이를 못마땅히 여겨) 아예 해고시켜 버리니, 저임금 경비원의 처우 개선은 일자리를 없애는 바보 같은 짓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 같은 '이기적 중산층 상'을 묵시적 전제로 최저임금과 관련된 논쟁이 있었고, 정권교체 이후 OECD 최고 수준의 최저임금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변화는 없다.

 

중산층의 '나만 아니면 돼' 세태가 구제불능이라고 가정하며,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에는 종종 순진한(?) 이중성도 숨어 있다. 이를테면 정부는 소수 부유층의 세금만 올릴 게 아니라, 이하 나머지의 증세도 단행하라는 것이다.

 

잠깐 통계를 보면, GDP 대비 기준 한국의 소득세는 32개국 중 30, 소득세와 직원 부담 사회보험료를 같이 보면 31개국 중 29, 소비세(간접세)34개국 중 30, 상기 세 가지의 세목을 총합해서 보면 31개국 중 31위에 자리한다(OECD 2015, Revenue Statistics). 이렇게 한국 국민이 내는 세금의 양은 OECD 저 밑바닥에 있고, 여기에는 평균 언저리 이상 소득층의 세금이 매우 적다는 요인이 상당하기에 보편증세 주장은 타당하다.

 

그런데 평소 중산층을, 아니 아예 인간을,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경제학적 동물'로 격하시키는 데 열을 올리고, 또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안착을 위해 중산층의 연대와 협조를 북돋을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 여권을 향해 중산층의 협조가 긴요한 보편증세를 밀어붙이라고 주문하는 행태는 쉬 이해하기 어렵다. 누군가의 농담 섞인 지적처럼 비() 부유층의 증세가 진행 될라치면 일거에 정권을 함몰시킬 요량으로, 정부여당에 보편증세에 나서라는 덫을 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생길 정도다.

 

최저임금 반대자 중 이런 교활함을 품고 있는 이는 실제로는 없거나, 있어도 한 줌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반대의 여론에는 순진한 악의와 순수한 선의가 뒤섞여 있다. 최저임금에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있든, 앞으로는 중산층의 연대심을 고양시키는 데 가일층 애써 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건강한 중산층이 두껍게 형성될 수 있고, 그에 힘입어 보편증세와 복지 강화 그리고 최저임금의 정상화가 원활해질 뿐 아니라, 격차는 줄어들고 일자리는 늘어나며, 최저임금 찬반 양측이 한목소리로 걱정하는 영세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들의 여건도 성공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정부여당의 일신도 당부하고 싶다. 중산층이 사회적 연대와 멀어진 위중한 현실은 여권의 미욱함에도 매우 크게 기인한다. 단적인 예로, 과거 박근혜 정권이 공제방식 변경을 통해 평균 이상 소득층의 소득세를 극미하게 늘리려 하자,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세금폭탄'론을 들고나오며 거리투쟁에 나선 바 있다. 정권교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증세의 대상은 임기 내내 오직 소수 부유층에 한정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행여 다수 국민의 증세를 공론화했다가 여론 악화와 선거 패배의 부메랑이 돌아올 것을 우려하는 심정은 참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권의 증세 정치는 각자도생 사회구조에 짓눌린 국민의 고난을 가차 없이 무시하는 행태이자,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의 실효성을 심히 저하시키는 자책골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 이하 정부여당은 그들이 미처 국민의 굳건한 신뢰를 얻지 못해 '증세와 연대의 시대'를 국민 여러분께 호소할 수 없음에 깊은 송구함과 경각심이 있어야 한다. 차마 공개적으로는 반성할 용기를 내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속마음에는 부끄러움을 가져야 한다. 치열한 성찰로 거듭난 정부여당이, 진솔하게 국민의 세금 인상을 요청하며, 당당하게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는 다수 집권여당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21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갖고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중산층의 이타성을 끌어내는 방법론, 상향 평준화

1야당과 중산층의 역학 관계로 시선을 돌려보면, 전통적으로 보수진영은 특히 '조직된 정규직 중산층'과 대척점에 서 왔다. (더 정확히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시민(조직)이라면 틈나는 대로 체계적인 탄압을 가해왔고, 여론조작 용도의 대중집단을 기르고자 추악한 불법도 서슴지 않아 왔다.) 보수 적통을 자임하는 제1야당은 강성귀족노조, 철밥통 공무원 및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방만한 공기업 및 공공부문과 같은 표현법을 즐겨 사용하며, 이들 중산층을 콕 집어 특권계층이자 나라 망치는 원흉이요, 적폐라고 몰아세운다.

 

<시사인> 천관율 기자는 박근혜 정권이 '도발형 통치술''반대파 동원의 전략'을 구사했다고 분석한 적이 있다. 풀이하면, 박근혜 정권은 전투력과 결집력은 높지만 단독으로는 다수파가 될 수 없는 좁은 지지 기반의 집단을 표적으로 삼아, 이들을 자극해 강성대응을 유발했으며, 이를 빌미로 외부의 중산층이나 온건파가 그들에 동조하지 않거나 반대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갈라치기 통치기법은 스스로 허약한 정부임을 드러내는 방증이었다는 것이 천 기자의 해석이다. 기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을 이루는 정치세력들은 특정 집단을 고립시켜 찍어 누르는 방식으로 그들의 취약한 정통성을 가려왔다는 이력이 있다.

 

물론, 상기에서 언급된 중산층 집단의 내부와 그 주변 구조에 심각한 하자들이 누적돼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스스로의 문제 극복 노력이 미약한 건 그렇다 쳐도, 터무니없는 언행들로 비난을 자초하는 일마저 빈번했다. 그뿐만 아니라 현 집권여당이 소수 상류층과 나머지 격차 못지않게 위태로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격차를 완화하는 데 있어 근본 대책이 미비한 것 역시 호된 비판을 받아야 할 지점이다. 그러나 동시에 자유한국당 방식의 특정 중산층 때리기는 한국의 지향점이 될 수 없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그 전신 새누리당 시절부터 일부 정규직 중산층의 양보 혹은 보상 축소를 주장해왔다. 일례로 과거 새누리당의 정원식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중향 평준화'를 노동시장 격차 해소의 해법으로 제기한 바 있다. 고임금 정규직의 급여를 깎아 저임금 노동자에게 이전함으로써 현재 임금 분포의 중간 수준에서 평준화를 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중향 평준화 논리는 진보노동진영에서 고수해온, 기업 압박을 통한 고임금 정규직 수준으로의 상향 평준화에 비해 진일보한 발상이다. 그러나 중향 평준화는 좁은 시야와 인간에 대한 존중이 부실한 가치관, 그리고 통계적 무지가 어우러져 빚어지는 촌극과도 같다.

 

맨 위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가장 성공적으로 격차를 줄이고, 고르게 높은 삶의 질을 성취한 나라들은 상향 평준화의 보상체계와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보다 앞선 고소득 국가들의 노동자 대부분은, 노동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급여의 단순 총액 기준에서 볼 때, 놀랍게도(?) 한국의 상층 노동자들보다 그 액수가 한참 적다. 하지만 기업의 공공복지기여(사회보험료)와 같은 급여 외 복리후생비를 급여에 더하고 '시간당 기준'에서 본다면, 기업이 직원들을 위해 쓰는 돈이 동급 최고 수준이다. 이 노동에 대한 시간당 보상의 상향 평준화는 저녁이 있는 삶을 보편화하는 금전적, 시간적 토대이기도 하다. 이에 병행하여 폭넓은 소득계층으로부터 충분히 걷힌 세금을 기반으로 복지를 발전시키고 맞벌이를 용이하게 함으로써, 가구 단위의 소득을, 한국 상층 노동자들 수준으로, 골고루 증대시키는 것이 현존하는 최상급의 복지선진국들이다.

 

이 같은 '삶의 질 선진국형 상향 평준화'는 고수익 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축소와 임금 양보를 기반으로 구현되고 있고, 한국의 진보노동진영이 강변하듯 노동자 간 양보와 연대를 배제한 채, 단지 기업이나 정부의 책임 아래 저임금 노동자들의 처우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허황된 상향 평준화와는 그 본질이 전혀 다르다.

 

진보노동 진영의 지리멸렬과 민주화 진영의 (중산층을 건드리지 않는) 보신 정치는 자유한국당을 위시한 보수파로 하여금 특정 상층 노동자 집단의 허물을 비판하며, 이들의 수입 축소 및 중향 평준화를 주장토록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의 격차 축소 방안에는 '일부 상층 노동자'의 수입이 줄어들 때 그 반대급부로 이들이 어떠한 이득을 얻을 수 있으며, '기업과 나머지 국민'은 복지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무런 계획도 가치관도 담겨 있지 않다.

 

예컨대, 상층 노동자의 시장 소득을 줄이는 데 성공한 나라들은 시간당 보상의 증대, 가구 단위의 소득 증대, 복지 발전, 여성의 경제활동과 자아실현 증진, 저녁이 있는 삶의 보편화, 여유와 존중이 있는 일터의 확립 등 고임금 중산층 노동자가 눈앞의 수입 타격을 감수할 만한 반대급부가 전방위로 존재했기에 오늘날에 이를 수 있었다. 이것은 한국 보수진영이 특정 중산층 노동자를 대상으로 "당신들의 이기적 행태 때문에 피해가 막심하니 일방적으로 수입을 줄여야 하고, 그 대가로 딱히 받을 것도 없다"며 무작정 윽박지르는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내용이다.

 

결국, 진보노동진영이 막무가내 상향 평준화를 부르짖으며 중산층의 역할을 방기해 왔다면, 이들을 비판하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은 막무가내 중향 평준화를 내세우며 특정 중산층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기는 데 열중해왔고,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민주화 진영은 정권 창출이라는 명분 아래 다수 중산층과의 대립과 대화를 회피하며 한국의 비상을 위한 도전을 주저해왔다. 이 과정에서 소수 부유층은 각자도생 사회구조의 최대 수혜자로, 중산층은 수혜자이자 피해자로, 저소득층은 막막한 피해자로 분절되며 헬조선 식 신분사회가 이룩되었다.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한국의 격차와 그에 따른 신분질서가 봉건사회를 방불케 할 만큼 악화되고 또 공고화되었다는 탄식이 물밑에 쌓여가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핵심 방안은 세금과 복지라는 이름의 사회적 연대이고, 이 연대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폭넓은 소득계층의 세금 기여가 꼭 있어야 하며, 그 중심에는 사회의 중추를 담당하고 여론을 주도하는 중산층의 역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우리가 중산층을 다시금 두껍게 할 수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의 중산층이 사회의 주류로서 등장할 때일 것이다./ 장제우 균형사회연구센터 연구위원

 

문재인 정부, 숨어서 20분 만에 탈원전 결정? 87 오마이뉴스

[핵노답] 바른정당 주장... 독일처럼 한국도 30년 전부터 '탈원전' 운동

'발언'은 논쟁 중   


바른정당 정책위원회는 721일 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 총평을 내놓으면서 "독일은 25, 문재인 정부는 20분 만에 결정한 탈원전"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같은 날 김세연 정책위의장도 "숨어서 20분 만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님을 직시하고, 지금이라도 법령에 의해 다시 정확한 절차를 밟기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62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신고리 5,6호기 중단에 대해 20여분 토론한 것을 두고 한 지적이다.

 

팩트체크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20분 만에 결정됐다는 바른정당의 발언은 탈원전 정책의 졸속 추진을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2012년 대선 때부터 탈원전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같은 탈원전 정책은 198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탈원전 논쟁에 따른 결과물이다. 결국 탈원전 정책이 20분만에 결정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억지다.

 

독일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탈원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 우리도 비슷하다. 전남 영광 한빛원전에서 나온 온배수(원전 터빈을 돌리는 증기가 식은 뒤 바다에 방류되는 7~9의 물)가 주변 생태계를 파괴하자 1987년 인근 어민들은 피해를 호소하며 한전 본사 앞과 해상에서 수십 차례의 집회를 벌이고 농성을 했다. 우리나라 탈원전 운동의 시초다.

 

1988년 부산 기장 고리 원전에서 10년 동안 일한 박신우 한전기술안전 총괄부장이 임파선암으로 사망한 사건을 시작으로 경북 경주 월성 원전의 중수 누출, 경남 양산 핵폐기물 불법매립 사건이 이어지면서 탈원전을 둘러싼 논의가 확산됐다. 특히, 그해 서울에서 개최된 '반핵평화시민대회'를 분기점으로 우리 사회에서 탈원전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탈원전 공론화는 1989년 경북 영덕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의 핵폐기장 건설 저지 운동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독일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 정책을 전환했듯, 우리 탈핵 논의도 대전환을 맞았다. 시민사회 중심이던 탈원전 논의가 국회로 확산된 것이다.

 

2012년 탈원전을 대표 공약으로 하는 녹색당이 창당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18대 대선 때부터 탈원전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대선 과정에서 원전 추가 건설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독일만큼 우리도 꽤 긴 시간 동안 탈원전을 둘러싼 논의를 해온 것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 기간을 두고 갑론을박을 하고 있다. 3개월의 활동 기간으로 여론을 수렴하기에는 짧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일도 각계 인사 17명으로 이뤄진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가 출범해 약 8주 동안 공론화 작업을 벌였다.

 

문 대통령이 탈원전 위해 기업 공장 가동 중단 지시?

문재인 정부의 '급전지시', 2011'블랙아웃' 보완책... 일부 언론서 왜곡 보도

 

TV조선은 문재인 정부가 급전지시를 내려 강제로 공장을 멈추고, 전력 사용을 감축했다는 논조로 보도했다. TV조선 캡처

 

 

지난 7<TV조선>은 문재인 정부가 전력 사용량 감축을 위해 지난달 기업의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는 '급전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한국경제>(이하 <한경>)<정부, 전력예비율 맞추려 기업에 전기감축 요구"공장 멈추란 말인가>라는 제목으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논리를 꿰어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공장을 멈췄다고 보도했습니다.

 

<TV조선><한경>의 기사를 보면 마치 문재인 정부가 전력수급량이 모자라 강제로 공장을 멈추게 해 전력 수요를 충당하려고 했던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TV조선><한경>을 비롯한 일부 언론사들은 '급전지시'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진실을 왜곡 보도했습니다.

 

강제적으로 공장 멈춰? 사전에 신청한 기업 대상

한국은 2011'정전 대란' 이후 순간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전력 피크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급전지시'는 전력 피크 때 전기 소비를 의무적으로 감축하는 지시로 정확하게는 '수요자원거래시장'을 의미합니다.



수요자원 거래 시장은 전기사용자가 일상 속에서 전기를 아낀 만큼 전력시장에 판매하고 금전으로 보상받는 제도를 의미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수요자원거래시장'은 기업이 전기 사용량을 줄이기로 약속하고 급전지시에 따라 감축하면, 그 대가로 적절한 보상을 하는 제도입니다.

 

지난달에 시행된 급전지시도 정부가 막무가내로 공장을 멈추라고 지시한 것이 아닙니다. 사전에 자율적으로 참여한 기업체가 대상이고 현재 3000여 기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기 소비를 감축하겠다고 사전에 신청하고 보상을 받는 기업에 '급전 지시'가 내려졌지만, 언론은 마치 문재인 정부가 반강제적으로 모든 공장 가동을 멈췄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입니다.

 

박근혜정부, 급전지시 안 해... 기업들 1574억 이익

언론은 급전지시 때문에 기업들이 손해 본 것처럼 보도했지만, 사실 기업들은 전력 소비 감축에 따라 보상을 받습니다.

 

201411월부터 20166월까지 박근혜정부가 급전지시를 제대로 내리지 않고도 기업에게 지불한 전력소비감축 보상금만 무려 1574억 원이었다. 임병도

 

2016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력거래소'에서 제출받은 '수요자원 피크감축 거래현황'을 보면 201411월부터 20166월까지 기업들이 받은 보상금은 1574억 원입니다. 문제는 실제로 전력을 감축하고 받은 것이 아니란 점입니다. 원래 연간 60시간의 급전지시를 내릴 수 있음에도 2~10시간에 그쳤습니다. 기업들은 전기를 감축하지 않고도 기본정산금 1574억 원을 받았습니다. 기본정산금은 급전지시에 따라 의무적으로 전기소비를 줄이기로 하는 대신 기본으로 받는 금액입니다. 만약 초과해서 감축하면 별도로 보상을 받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급전 지시를 통해 전력 수요와 거래 시장을 안정시켜야 했지만, 오히려 전기를 사용한 기업에 보상금을 주는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운영했습니다.

 

탈원전 정책 발표 이후 쏟아진 비난 보도, ?

문재인 정부는 기존 정책에 따라 자발적으로 신청한 기업에 '급전 지시'를 내렸습니다. 기업들은 보상금을 받기 때문에 강제적이거나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언론은 '모든 게 탈원전 정책 때문이다'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한수원이 올해 상반기 지출한 언론매체(인쇄광고) 광고비는 79555만 원이다. 이중에서 조선일보가 1, 한국경제가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조선일보과 한국경제는 끊임없이 문재인 정부의 탈 원전 정책을 비난하는 논조로 관련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임병도

 

<조선일보>619일 문재인 대통령의 탈 원전 정책 발표 이후 718일까지 80건의 관련 기사·칼럼·사설을 보도했는데, 이 중 71건이 비판하는 논조였습니다.

 

대통령의 엉터리 원전 연설, 나라가 답답하다 - 629<조선일보>

옆집 교통사고 났다고 없앨 건가원전 포기는 비현실적 - 711<조선일보>

600原電시장 스스로 걷어차는 한국 - 715<조선일보>

 

'급전지시 때문에 공장이 멈췄다'라고 보도한 <한경>도 수십 건의 기사를 통해 탈원전 정책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땐 12.6조 피해 - 77<한국경제>

탈원전·탈석탄 위법 논란"정부 강행 땐 법정다툼 - 710<한국경제>

후쿠시마 절망도 버텼는데이젠 진짜 도산" 원전 기업인들의 눈물 - <한국경제>

 

<조선일보><한경>2017년 상반기에 한수원이 언론사에 지출한 광고비(지면광고) 1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관련기사: '탈원전 비판' 조중동에 한수원 광고 몰렸다).

 

한수원의 광고비를 가장 많이 받는 언론사들은 경쟁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기업을 죽이고 있다'라고 왜곡 보도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했던 비정상적인 기업 우대 정책이 오히려 정상이라는 해괴한 논리입니다.

 

원자, 세계에 대한 경고로서 이 기사를 쓴다" 프레시안

[전쟁국가 미국] 히로시마를 둘러싼 기억투쟁 (2)

히로시마를 찾은 최초의 서방기자, 버체트

윌프레드 버체트(1911~1983)는 원폭 투하 후 히로시마에 들어간 최초의 서방 기자다. 194593일 새벽 2, 도쿄로부터 20시간의 열차 여행 끝에 히로시마에 닿은 그는 체신병원에 수용돼 있던 70여 명의 피폭 생존자들을 둘러본 뒤 폭격의 잔해 위에서 다음과 같은 기사를 썼다.

 

기사의 제목은 '원자병(Atomic Plague)', 부제는 '세계에 대한 경고로서 이 기사를 쓴다.'

 

"히로시마에서는 최초의 원자폭탄이 도시를 파괴하고 세상을 뒤흔든 지 30일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이 불가사의하게 그리고 끔찍하게 죽어가고 있다. 하늘과 땅을 온통 뒤흔들어놓은 그 대폭발에서도 상처를 입지 않았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알 수 없는 그 무엇을 기자는 원자병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중략)

기자는 이러한 사실들이 세계에 하나의 경고가 될 것을 희망하면서 가능한 한 냉정하게 이 기사를 쓰고 있다.(중략)

 

나는 병원에서 폭탄이 떨어졌을 때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으나, 나중에 괴상한 후유증으로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무슨 뚜렷한 이유도 없이 그들의 건강은 악화됐다 식욕이 없어지고 머리카락이 빠져나가고 몸에는 푸른 반점이 생겼다. 그 다음에는 귀와 코와 입에서 출혈이 시작됐다. 처음에 의사들은 일반적인 쇠약 증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환자들에게 비타민 A 주사를 놓아주었는데 결과는 끔찍했다. 주삿바늘이 꽂힌 곳부터 살이 썩어 나가더니 그런 다음에는 예외 없이 죽는 것이었다.

 

이것은 인간이 투하한 최초의 원자폭탄이 가져온(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하나의 후유증이다.(중략)

 

이러한 파멸이 히로시마를 덮치던 그 순간부터 그 재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백인을 증오했다. 그것은 강도가 거의 원자폭탄만큼 무시무시한 증오다."

 

세계 최초의 원자탄 피해 상황에 대한 외부인의 첫 번째 현장 르포인 이 기사는 버체트가 소속돼 있던 <런던 데일리 익스프레스> 95일 자에 1면 머리기사로 실려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신문은 당시 서방에서 최대 부수(380만 부)를 자랑하는 신문이었다. 이후 그는 호주로 돌아가 몇 달간 반핵 활동을 벌인 뒤 독일의 냉전 상황과 한국전쟁, 인도차이나전쟁 등을 취재하며 호주가 낳은 최고의 종군기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런던 데일리 익스프레스>의 지난 194595일 자 신문. 버체트의 히로시마 르포 기사가 헤드라인에 배치돼있다. 데일리 익스프레스

 

원자탄 실상에 대한 조직적 은폐

원폭 투하 후 히로시마의 실상을 세계 최초로 특종 보도한 그가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펴낸 것은 그로부터 38년이 지난 1983년이다. 그의 마지막 저서가 된 <히로시마의 그늘(Shadows of Hiroshima)> 서문에서 그는 이토록 뒤늦게 책을 써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책은 1985년 창작과비평사에서 <히로시마>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판됐으며 1995년 리영희 선생의 해제를 붙여 <히로시마의 그늘>로 재출간됐다.)

 

"나는 아주 어리석게도 194586일 히로시마에서 일어났던 일과 그 여파가 문서로서 아주 잘 정리되고 보도도 되었기 때문에 그 문제에는 덧붙여야 할 아무런 새로운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일어났던 일의 실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음으로써 생겨난, 그런 대학살의 결과에 대한 일종의 방심상태를 틈타 끔찍한 핵전쟁의 위협이 다시 대두됐을 때야 비로소 이제는 내 자신의 경험을 자세하게 기록해야 할 시기라고 느꼈다.

 

1971년 이후 여러 차례 히로시마를 방문하여 생존자들의 비극적 운명을 조사하고, 또 그 문제에 관하여 내가 찾아낼 수 있는 모든 관련사항들을 검토한 결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벌어진 범죄의 실상을 이전에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특히 원자탄을 투하한 이유와 생존자들에의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공식적 은폐가 얼마나 집요하고 광범위한가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나는 히로시마에서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이해하는 것은 실로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라고 할 만큼 오늘날 모든 사람들에게 절박하게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원자병'에 대한 자신의 고발 기사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대한 원자탄의 끔찍한 해악과 미국이 원자탄을 투하한 이유가 일반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 이는 우연이 아니라 의도적 은폐 때문이라는 것, 그 결과로 인류는 여전히 핵전쟁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었다. 이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서방세계의 지도자들은 핵 우위가 그들로 하여금 역사의 진로를 지배하고 사회변혁의 조류를 막을 수 있게 해주리라는 환상에 빠져, 2차 대전 말기에 그들이 잠시 보유했던, 절대적 핵 우위를 되찾겠다는 망상을 좇는다. 더욱이 핵 시대 처음 40년의 선례를 살펴보면 그들은 대대적이고 조직적으로 우리를 기만하고 있음이 명확해진다.

 

1945년 당시 나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일어났던 사건의 극악무도함에 압도된 나머지, 냉혹한 고의성과 사전 계획에 따라 은폐극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기자들과 일본의 생존자들이 겪은 일들을 알게 되면서 나는 핵전쟁의 끔찍한 결과에 대한 사실 보도를 막는 공식적인 정책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원자탄은 1차 대전 때 악명을 떨쳤던 화학무기(독가스)보다 훨씬 치명적이고 위험한 무기다. 특히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후유증이 다음 세대까지 미친다는 점에서 양심을 가진 인간이라면 사용할 수 없는 무기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두 발의 원자탄으로 5년 내에 34만 명이 사망하고 1980년대 초 현재 37만 명이 그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더구나 1950년대 초 원자탄보다 천 배나 강력한 수소탄이 개발된 이후 핵전쟁은 곧 인류의 절멸을 가져올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원자탄 사용에 반대했던 윌리엄 리 제독은 1950년 펴낸 자서전에서 "이 신형무기를 '폭탄'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틀린 말이다. 이것은 폭탄도, 폭발물도 아니다. 치명적 방사능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독극물이다"라고 일갈한 바 있다.



히로시마 평화 기념관. 미국이 19458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을 때 유일하게 남겨진 건물이다. 위키피디아

 

미국 정부 프로파갠다의 승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상당수 사람들에게 핵무기가 정당한 전쟁 무기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미국 정부가 오랜 동안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시행해온 정보 통제 및 여론 조작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진보적 정치학자 마이클 패런티는 "미국 시민들이 자신들의 지도자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지배자들이 실제로 하고 있고 있는 것 사이의 격차는 현대사 최대의 프로파갠다 업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는 어떻게 해서 인류의 양심과 양립할 수 없는 절대 악인 핵무기를 정당한 전쟁 무기로 둔갑시킬 수 있었던 것일까? 그것은 첫째 미국 정부의 원자탄 관련 정보 독점과 통제, 둘째 방사능 피해에 대한 은폐와 부정에 의해서였다.

 

원자탄 개발은 부통령인 트루먼조차 모르고 있을 정도로 극비사항이었다. 미국인을 비롯한 세계 시민이 원자탄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94586일 히로시마 이후였다. 중요한 것은 모든 원자탄 관련 정부 발표가 단 한 사람의 기자에 의해 쓰였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의 과학 담당 기자인 윌리엄 레오나르도 로렌스(1888~1977), 미 원자탄 개발의 공식 대변인인 그는 열렬한 핵무기 예찬론자였다.

 

버체트 기자가 히로시마를 방문한 것은 피폭 후 4주일이 지난 93일이다. 그는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86, 오키나와의 미군 간이식당에서 햄버거를 먹다가 일본에 막강한 위력의 신형 폭탄이 떨어졌다는 라디오 뉴스를 얼핏 들었다. 그날 저녁 장교식당에서 '히로시마라는' 곳에 투하된 것이 원자탄이란 걸 알았고 '일본에 들어가면 그걸 취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말하자면 버체트는 원자탄에 대해 일자무식인 상태에서 오로지 기자의 직감으로 히로시마에 잠입해 그가 직접 보고 듣고 겪은 것에 대해 쓴 것이었다. 그가 히로시마를 향해 떠난 92일은 미 군함 미주리호 함상에서 일본의 항복 조인식이 있던 날로 당시 일본에 와있던 6백여 명의 서방 기자들이 이 역사적인 행사에 참석했다. 오직 버체트만이 히로시마 피폭 현장을 찾은 것이다.

 

(96일에는 미 <시카고 헤럴드 트리뷴>의 조지 웰러 기자가 나가사키에 잠입해 버체트의 것과 비슷한 장문의 현장 르포 기사를 작성했으나 이 기사는 맥아더 사령부에 압수돼 영영 빛을 보지 못했다. 버체트의 기사가 히로시마에서 도쿄를 거쳐 영국 런던에까지 전송될 수 있었던 것도 사실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미국 원자탄의 공식 대변인 윌리엄 로렌스

버체트는 원자탄의 참혹한 피해를 사상 처음으로 세계에 알렸다. 그러나 그것은 단 한 번의 기사에 불과할 뿐이었다. 반면 윌리엄 로렌스는 86일 이후 모든 미국 언론들이 원자탄에 관해 쓴 모든 기사들의 원 자료를 제공했다. 히로시마 피폭 16시간 후 발표된 트루먼 대통령의 성명 초안을 비롯해 스팀슨 전쟁부 장관의 성명, 그리고 14개의 관련 보도 자료 가 모두 로렌스가 쓴 것이었다.

 

미국의 신문과 방송은 이 보도자료를 그대로 전재하거나 일부 손을 보아 보도했다. 한마디로 미국 사람들은 로렌스 기자의 눈을 통해 원자탄을 바라보게 된 셈이며, 원자탄에 관한 담론을 로렌스가 주도하게 된 것이다.

 

원자탄 개발과 원자탄 관련 정보 공개의 책임자인 그로브스는 "거의 모든 신문이 우리 보도 자료를 통째로 보도했다. 정부 보도 자료가 이토록 광범위하게 보도된 적은 거의 없다"며 희희낙락했다.

 

로렌스는 레슬리 그로브스가 직접 발탁한 인물이다. 원자탄 정보 공개와 관련해 그로브스의 목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원자탄의 막강한 위력을 알리는 것, 다른 하나는 원자탄이 정당한 전쟁 무기임을 인식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야 원자탄이 전후 국제정치에서 미국의 핵심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원자탄이 사용된 후 이 무기가 비인도적이다, 또는 전쟁 무기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등의 비판이 제기되는 것을 그로브스는 가장 경계했다.

 

그로브스는 19453월부터 은밀히 적임자를 물색하던 중 19454월 퓰리처상 수상 기자인 윌리엄 로렌스를 만나 그를 미군 공보장교 겸 원자탄 보도책임자로 발탁했다. 조건은 두 가지였다.

 

첫째 모든 기사는 그로브스와 스팀슨 장관의 승인을 받을 것, 둘째 작성 기사는 극비로 분류돼 보관되며 전쟁이 끝난 후, 또는 원자탄이 사용된 후 발표된다.

 

이후 두 달여간 로렌스는 원자탄 제조의 주요 현장을(최초의 핵연쇄 반응을 성공시킨 시카고대학 금속연구소, 오크리지 우라늄농축 공장, 핸포드 플루토늄 생산 공장, 원자탄을 제작한 로스알라모스 연구소 등) 모두 방문했다. 또한 민간인으로는 유일하게 트리니티 핵실험을 참관했으며, 나가사키 폭격에도 동승했다. (히로시마 폭격에도 동승할 예정이었으나 티니안섬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실패했다)

한마디로 로렌스는 미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원자탄에 관해 가장 많은 것을 아는 민간인이 됐다. 게다가 그는 미국의 원자탄 개발을 강력히 주장해온 원자력 예찬론자였다. 원자력시대(Atomic Age)란 말도 그가 고안해낸 것이었다.

 

일찍부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매료됐던 그는 이미 1929년에 원자력에 관한 기사를 작성했다. 1939년 미국 물리학회에서 '혁명적 발견-우라늄 분열'이라는 회의를 참관한 뒤 엔리코 페르미와 닐스 보어에게 "결국 이게 원자탄이 되는 게 아닙니까?"라고 질문해 두 과학자를 "경악"하게 했다. 당시는 원자탄의 가능성이 이제 막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논의되던 때였기 때문이다.

 

페르미가 "이론적으로" 가능하고 "언젠가는" 되겠지만 2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대답하자 로렌스는 "히틀러가 훨씬 더 짧은 시간 내에 해낼 수도 있겠네요"라고 응수했다.

 

이후 원자탄 개발 경쟁에서 뒤질 것을 크게 우려한 로렌스는 단독으로 원자탄 개발 캠페인을 벌였다. 19405월 원자탄 제조 가능성에 대한 시리즈 기사를 <뉴욕타임스>에 연재했다. 별다른 반응이 없자 9월에는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히틀러의 직접 명령에 따라 (중략) 독일의 1급 과학자 200명이 (원자탄 제조에) 힘을 모으고 있다"는 기사를 냈다(1940. 9. 7). 이는 매우 과장된 기사였으나 그의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 당시 그는 몰랐지만, 루스벨트가 이미 원자탄 개발에 관한 기초적 연구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 '리틀 보이'를 투하한 미국 에놀라 게이기 위키피디아

 

로렌스의 핵숭배

그의 원자탄 사랑은 최초의 핵실험인 트리니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원자탄을 너무도 아낀 나머지 "원자탄을 미국 땅에서 낭비하려 하는가? 원자탄이 있다면 곧바로 일본에 떨어뜨려 전쟁을 끝내야 하는 게 아닌가? 그 좋은 폭탄을 낭비하다니..."라고 비판했다.

 

트리니티에 대해서도 원자탄 개발에 참여한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세상의 종말을 예감한 반면 로렌스는 새로운 세계의 탄생, 즉 창세기를 연상했다.

 

로렌스는 과학자 조지 키치아코프스키의 풀죽은 모습을 보며 "첫 원자탄의 폭발은 키치아코프스키 박사에게 '종말의 날에 가장 근접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똑같은 사건이 내게는 새로운 세계의 탄생을 의미하는 장관이었다"고 찬탄했다.

 

그는 원폭 투하를 직접 참관하기 위해 티니안섬으로 가면서 이는 "언론인으로선 누구도 누릴 수 없는 최고의 영예"라고 자부했다. 또한 나가사키 폭격을 앞두고는 "곧 죽을 운명에 놓인 저 불쌍한 악마들에게 일말의 동정심이나 가련함을 느낄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며 저들은 자신의 죽을 운명을 모르는 반면 자신은 알고 있다는 점에서 마치 자신이 신이 된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절대적 파괴무기인 원자탄에서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예감한 그의 심리 상태는 다음 구절에 잘 나타나 있다. 히로시마 직후 발표된 대통령 성명은 그로부터 두 달 전 로렌스에 의해 작성됐는데, 그중 한 부분이 "너무 자세하고 지나치게 과장돼 있으며 심지어 허풍처럼 들린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그 부분은 다음과 같다.

 

"원자력을 확보한, 이 위대하고 경이로운 새로운 대륙(미국)은 모든 인류에게 부와 건강과 행복의 새로운 약속의 땅을...이제껏 세계가 보지 못했던 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제공할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정신분석의로 히로시마가 미국인의 심리에 미친 영향을 수 십 년간 연구해온 로버트 리프턴 박사는 그의 저서 <미국의 히로시마(Hiroshima in America)>에서 이러한 심리 상태를 '핵 숭배'(nuclearism)라고 지칭했다. 핵무기가 가져올 인류의 위기를 우려하기보다는 핵무기의 혁명적 파괴력에 도취되고 이를 경배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해 8월 갤럽 여론조사에서 원자탄 사용에 대한 찬성은 85%, 반대는 10%였다. 한편 로퍼 여론조사에서는 50%"트루먼의 원자탄 사용에 찬성", 23%"일본 항복 전에 더 많은 원자탄을 투하해야 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반응은 우선 일본에 대한 적개심, 이른 종전에 대한 안도감, 그리고 대부분의 미국인이 원자탄 피해의 실상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로렌스가 주도한 원자력 예찬도 분명히 한몫을 했을 것이다. 이제 원자탄이 전후 외교의 주요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원자력 피해의 실상을 최대한 은폐해야 했다. 그것이 미국 정부의 과제였고 최소 30년간 이는 성공하는 듯 보였다.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

 

CBS 간부, 삼성에 제 아들 삼성전자 발표가 임박했습니다 8 8 미디어오늘

[장충기 문자로 드러난 삼성-언론 검은 유착 ] 아들 삼성취업 부탁한 전 CBS 간부, 사외이사자리 부탁한 전 서울경제 간부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탄핵을 거치며, 사적인연이 얼마만큼 불공정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확인했다. 삼성의 정유라 승마지원, 정유라의 고교출석 특혜와 이화여대 입학 등은 국정농단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자식사랑은 수많은 반칙에 대한 변명이었다.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이 받은 문자를 보면 언론인들이 장 사장에게 자식의 일자리나 자신의 일자리를 부탁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오늘은 문자 중 CBS 전 간부가 장 사장에게 자신의 아들 삼성취업을 청탁한 문자와 서울경제 전 간부가 장 사장에게 자신의 사외이사 자리를 부탁한 문자를 공개한다.

존경하옵는 장충기 사장님!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몇 번을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서 문자를 드립니다. 제 아들 아이 이○○이 삼성전자 ○○부문에 지원을 했는데 결과발표가 임박한 것 같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떨어졌는데 이번에 또 떨어지면 하반기에 다시 도전을 하겠다고 합니다만 올 하반기부터는 시험 과정과 방법도 바뀐다고 해서 이번에도 실패를 할까봐 온 집안이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이○○ 수험번호는 1○○○○○○○번이고 ○○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이같은 부탁이 무례한줄 알면서도 부족한 자식을 둔 부모의 애끓는 마음을 가눌 길 없어 사장님의 하해와 같은 배려와 은혜를 간절히 앙망하오며 송구스러움을 무릅쓰고 감히 문자를 드립니다. 사장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리면서까지 폐를 끼쳐드린데 대해 용서를 빕니다. 모쪼록 더욱 건강하시고 섬기시는 일들마다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축복이 충만하시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CBS 대전방송본부장 이희상 올림

 

한편 장충기 사장에게 직접적으로 자신의 일자리를 청탁한 언론사 간부도 있었다. 다음은 해당 문자 전문이다.

 

별고없으신지요? 염치불구 사외이사 한자리 부탁드립니다. 부족합니다만 기회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작년에 서울경제 부사장 그만두고 서강대 초빙교수로 소일하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박시룡 드림

박시룡 전 서울경제 부사장은 사회보장정보원 비상임이사(20163~20183)로 재직 중이며, 과거 하이닉스 반도체, 한솔인티큐브, 한화손해보험, 재일화재해상보험 등에서 사외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 등을 맡은 바 있다

 

반성 안하는 전두환 측 "<택시운전사> 날조, 광주는 폭동이 분명" 프레시안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 "법적 대응 검토"

개봉한 지 6일 만에 관객 동원 500만 명을 기록한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를 두고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이 악의적 왜곡이 있다면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17년 동안 보좌한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7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택시운전사 장면 중 계엄군이 시위를 벌이는 광주 시민을 겨냥해 사격하는 장면은 날조됐다""계엄군이 먼저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자위권 차원에서 발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 전 비서관은 "검찰 수사나 법원 재판에서 집단 발포 또는 발포 명령이 없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민 전 비서관은 5.18 민주화 운동을 두고 "5·18 당시 벌어졌던 그 상황과 사건 자체는 폭동인 것이 분명하다"면서 "보는 사람 입장에 따라 여러 가지 성격 규정을 하고 평가를 하겠지만 그에 앞서서 폭동인 것은 분명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아무런 법적 정당성이 없는 시민이 무장하고 무기고를 습격하고 간첩들이 수용돼 있는 교도소를 습격하고 군수 공장을 습격했다""장갑차나 사병 총을 빼앗아 그것으로 무기고를 습격한 것이 폭동이 아니면 뭐라고 하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해 미리 서둘러서 법적 대응 이런 얘기를 언급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면서 "그런 (표적·겨냥 사격)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왜곡) 정도가 지나치다면 법적 대응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 <택시운전사>19805,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태풍 노루’ 24시간 더 버티면 최장수 기록 88 국민

노루는 올 들어 가장 오랫동안 생존한 태풍이다. 8일 오후 4시를 기해 187시간 동안 몰아쳤다. 앞으로 24시간 안에 소멸되지 않으면 세계 기상 관측 사상 최장수 태풍이 된다.

 

노루는 현재 일본 한복판을 강타하고 있다. 열도를 따라 북동진 중이다. 오전 9시 도쿄 북서쪽 약 130지점에 도달했다. 같은 시간 중심 기압은 990헥토파스칼(hPa), 이동 속도는 시속 31.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은 시속 68를 기록했다. 초당 20m를 날아가는 속도다.

 

노루는 일본에 강풍을 몰아치며 폭우를 뿌리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9일 오전 6시까지 24시간 동안 호쿠리쿠에서 250, 간토고신에서 200, 도호쿠에서 180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7개 현에는 산사태, 토사 유출, 하천 범람 등의 우려로 재해경보가 발령됐다. 이시카와현과 후쿠이현에서는 피난권고령이 내려졌다.

 

노루는 올해 발생한 5번째 태풍이다. 지난달 21일 오전 9시 도쿄 동남동쪽 1950지점에서 출현했다. 앞선 태풍들과 다르게 급변곡선을 그리며 이동하고 있다. 태평양 한복판에서 한 바퀴를 돌아 동아시아로 향했고, 당초 한반도 상륙이 예상됐지만 지난 4일 돌연 일본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동안 무려 네 차례나 급선회했다.

 

노루의 생존력은 다른 태풍들을 압도한다. 이미 세계 기상 관측 사상 4번째로 장수한 태풍으로 기록됐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가 설립된 1951년 이후 태풍의 최장수 기록은 1986년 제14웨인196시간이다. 노루는 이 기록까지 하루도 채 남기지 않고 있다.

 

노루는 9일 오후 4시까지 소멸되지 않으면 태풍의 최장수 기록을 197시간으로 경신한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노루가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루는 같은 날 밤 도호쿠 동해상에서 온대성 저기압으로 세력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점 왕국' 한국, 인구당 점포 수는 일본의 1.5배 수준

 

보수언론의 부동산 공화국 지키기대작전 8 7 시사인

문재인 정부의 6·19 대책에도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자, 거대 보수 언론과 건설족들의 공급확대론이 다시 활개를 편다. 이들의 주장은 몇 가지 통계만 보더라도 허점이 드러난다.

참여정부 시기 거대 보수 언론 및 건설족들은 강남 중·대형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자는 주장을 자주 폈다. 이들의 주장을 거칠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 강남벨트(강남·서초·송파구)에 중·대형 아파트 수요가 차고 넘친다. 공급은 너무 모자란다. 한때는 이런 수요-공급의 불균형을 판교 신도시의 중·대형 아파트 공급 증가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판교의 공급 물량이 당초 계획보다 크게 줄어들면서, 강남·서초·송파구 소재 아파트 가격이 중·대형 위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승세가 분당과 용인, 평촌 등으로 확산되고 있기까지 하다. 정부는 이제라도 세금을 통해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생각을 접고 강남, 판교 등에 중·대형 평형 아파트를 공급해야 한다.”

 

연합뉴스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왼쪽)619일 주택시장 안정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 강남 지역의 중·대형 아파트 부족 때문에 강남벨트등에서 국지적 집값 상승이 초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안은 물론 규제 완화로 아파트 공급을 크게 늘리는 것밖에 없다. 이른바 공급확대론이다.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은 투기적 가수요 때문

공급확대론은 참여정부 때 거대 보수 언론과 건설족 등 주택 건설 규제 완화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집단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발명한 것이다. 당시에도 수도권 집값이 급등했다. 다만 주택보급률을 감안하면, ‘서울 등 수도권 전체의 아파트 총량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건설족들은 어떻게든 주택을 추가로 지을 명분을 얻어야 했다. 건설족들이 집을 지어야 엄청난 광고비를 얻을 수 있는 거대 언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당시에도 ‘(수도권 전체는 아니지만) 강남의 중·대형 아파트 부족으로 나타난 집값 급등이 강남을 넘어 확산되고 있다라는 주장이 퍼졌다. 전형적인 곡학아세였다. 참여정부 당시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실탄으로 삼아 벌어진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후 분명해졌다.

 

놀랍게도 거대 보수 언론과 건설족은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버젓이 공급부족론을 천명하고 있다. <조선일보>710일자에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인 ‘6·19 대책을 비판하는 기사(‘보름 만에부동산 6·19 이전으로’)를 썼다. 정부가 투기꾼 발호를 막기 위해 서울 전 지역에서 택지 아파트의 분양권 매매를 금지하는 6·19 대책을 발표했지만, 아파트 시장이 2주일 정도 잠잠하다가 다시 오르고 있으니 인위적인 특정 지역 압박보다 차라리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늘리자는 내용이다. 거대 보수 언론과 건설족의 이런 주장은 몇 가지 통계만 확인해봐도 쉽게 허점이 드러난다.

 

첫째, 서울시 전체뿐 아니라 이른바 강남벨트에 주택 실수요를 촉발할 만한 두드러진 인구 증가가 눈에 띄지 않는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인구는 200310174086명에서 2016993616명으로 오히려 243470명이나 줄었다. , 가구 수는 20033714697가구에서 2016년엔 4189839가구로 475142가구 늘었다. 인구가 줄어든 데 비해 가구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1인 세대의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1인 가구 중 절대다수는 주택을 구매할 능력이 없다.

 

강남벨트의 경우 인구가 늘어나긴 했다. 서울시 통계를 보면 2003528977명이던 강남구 인구가 2016567115명으로 38138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초구와 송파구의 인구도 각각 52000여 명, 38000여 명 늘어났다. 가구 수로 따져도 각각 강남구는 37000여 가구(현재 234080가구), 서초구 29000여 가구(현재 173970가구), 송파구 38000여 가구(현재 258382가구) 증가했다. 그러나 이런 수치만으로 공급확대론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서울에서 강남 지역은 고시촌이라 불리는 관악구 신림동과 함께 1인 가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공급확대론자들은 강남의 실수요를 좀 더 확실한 근거 자료를 통해 입증할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 분양권 전매 제한이 시행되지 않는 부산 지역의 견본주택에는 여전히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위는 616일 부산시 수영구 ‘e편한세상 오션테라스견본주택 행사장을 방문한 시민들 모습.

 

둘째, 주택보급률(일반가구 수 대비 주택 수의 비율) 및 자가소유율(일반가구 수 대비 자가 소유 주택의 비율) 통계를 봐도 유의미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의 주택보급률은 200593.7%에서 201497.9%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강남구의 주택보급률은 93.7%에서 97.4%, 서초구는 94.9%에서 100.1%로 각각 늘었다. 송파구만 같은 기간 0.4%포인트 줄었다. 반면 서울의 자가 소유율은 200644.6%, 200844.9%, 201041.2%, 201240.4%, 201440.2% 등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서울의 경우, 주택은 늘어났는데 소유자는 줄어든 것이다. 다주택 소유자들이 주택 소유를 더욱 늘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경우를 투기라고 부른다.

 

셋째, 가계신용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의 비중과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은 20083111584억원에서 20165458396억원으로 폭증했다. 부동산담보대출은, 경제정책이라곤 부동산 경기 활성화뿐이던 이명박 시대에 93조원 정도 증가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4년 동안엔 무려 141조원 이상 폭증했다. 박근혜 정부 때 빚내서 집 사라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초이노믹스가 빚은 결과였다.

 

물론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이 전부 투기를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는 저금리를 이용해 투기에 골몰했던 것으로 보인다. 굳이 주택을 소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시장 참여자 중 상당수도 전세를 구하지 못해 혹은 집값이 더 오를까 봐 쫓기듯 주택을 구입했을 것이다.

 

더 정밀한 데이터와 정교한 분석이 나와야겠지만, 몇 가지 통계만 살펴보더라도 근래의 주택 가격 상승은 투기적 가수요와 저금리의 결합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자칫 문재인 정부가 공급확대론에 현혹되어, 보유세 등으로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는 대신 공급확대론으로 부동산 정책 방향을 정하거나 어설픈 절충에 나설까 우려된다.

 

문재인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부동산 공화국과 맞서 싸워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개인과 법인이 소유한 각종 부동산 소유 현황을 최대한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파악하고 이에 따라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연설 하나로 일본 내각을 사퇴시킨 독립운동가 726시사인

몽양 여운형은 20세기 최고 연설가로 꼽힌다. 하지만 지주와 자본가를 아우르고 농민과 노동자를 포용하려 했던 그의 삶은 좌익으로 몰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명연설가로 유명했다. 1992년 그가 세 번째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을 때 유세를 구경한 적이 있어. 예의 그 명연설이 끝난 후 한 호호백발 할아버지가 열렬하게 박수를 치면서 이렇게 부르짖더구나. “몽양 이후 최고다.”

 

몽양(夢陽)’이란 지금부터 꼭 70년 전인 1947719일 혜화동로터리에서 차를 타고 가다가 괴한의 총에 맞아 숨진, 한 걸출한 독립운동가이자 노련한 정치인이었던 여운형 선생의 아호야. 또 대중 연설에 관한 한 20세기를 통틀어 으뜸으로 꼽히는 분이었다. 그 파란만장한 행적에 비해서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구나.

 

이 뛰어난 대중연설가 여운형의 삶을 결정한 것 또한 누군가의 피 끓는 연설이었어. 도산 안창호가 그 주인공이었지. 1907년 안창호는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애국 연설회를 가졌는데 호응이 대단했다고 해. 여운형과 그의 동생 여운홍도 안창호의 연설을 들으며 다짐한 사람들 중 하나였어.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건국준비위원회 시절 몽양 여운형 선생이 연설하는 장면.

 

여운형 역시 안창호를 본받아 길거리에서 구국의 뜻을 담은 열정적인 연설을 하게 된다. 연설 도중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면 보는 사람들도 엉엉 울어버렸을 만큼 연설을 잘했다고 해. 한번은 고향 양평에서 연설을 했는데 말 타고 지나던 양평군수가 그것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그대 말을 듣고 보니 느낀 바가 크다. 오늘로 일진회(친일 단체)를 그만두겠다라고 다짐하게 만들었다는 일화는 유명하지.

 

연설이란 말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설득력과 통찰력, 그리고 풍부한 교양까지 갖춰야 하는 일종의 종합예술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연단 아래에서 그 달변을 뒷받침할 만한 삶을 살고 있는가일 거야. 자기의 말만큼이나 행동할 수 있는가 여부지. 여운형은 그 능력과 용기를 두루 갖춘 사람이었어.

 

전자책 <여운형 수필집>(알바룩스 출판사, 2017)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보자. 외국 방문을 위해 항해에 나선 여운형의 일행인 중국인 청년이 영국인과 시비가 붙어. 여운형은 불량배와 싸우지 말라(영어로) 외쳤고 이에 발끈한 영국인에게 결투를 제의하지. “칼 가지고 싸우든 총 가지고 싸우든 주먹으로 싸우든 네 마음대로 하자.” 그러고는 짧은 바지에 소매 짧은 와이셔츠를 입고 싸움에 경쾌하도록옷을 입고 갑판으로 나와. 영국인이 그 기세에 눌려서 꽁무니를 빼려 했어. 그때 여운형은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지. “동양인은 거짓말을 아니 한다. 영국놈같이 비신사적이 아니다!”

 

때는 명백한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제국주의 시대. 서양인들은 아시아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판을 치고 있었고 대놓고 아시아인들을 무시했지. 아마 그 배에도 수많은 인도인·중국인·필리핀인이 타고 있었을 거야. 그들이 저 여운형의 한마디에 열광했을 것임은 아빠가 보지 않아도 안다. 머리 하나는 더 컸을 백인을 때려주겠다고 반팔에 반바지 입고 나타난 동양인. “우리는 거짓말 안 해!”라는 일갈과 더불어 신사의 나라라는 다소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자부심에 그득했던 영국인을 향한 화살 같은 한마디, “영국인들처럼 비겁하지 않아”. 아마 그들은 길거리에서 여운형의 연설을 들었던 조선인들처럼 각자의 말로 부르짖었을 거다. “옳소!” 바로 그게 여운형의 힘이었지.

 

해외로 망명해 임시정부의 일원으로서 독립운동에 분주하던 1919년 여운형은 아주 특별한 초대장을 받아. ‘원수로부터의 초대라고나 할까. 바로 일본 정부가 보낸 것이었지. 임시정부 외무차장을 지낸 그를 초대한 것은 임시정부 내부의 분열을 꾀하려는 술책이었어. 조선인 교화를 목적으로 상대적으로 온건한 독립운동가였던 여운형을 꼬드기려고 했던 거지. 우여곡절 끝에 191911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요인 서른네 살 여운형은 국빈자격으로 일본 제국호텔의 붉은 카펫 깔린 연단에 서게 돼. 여운형은 여기서 다시 한번 그 특유의 명연설을 펼쳤지.

 

주린 자는 먹을 것을 찾고 목마른 자는 마실 것을 찾는 것이 자기의 생존권을 위한 인간 자연의 원리입니다. 이것을 막을 자가 있겠습니까! 일본인이 생존권이 있는데 우리 한민족만이 홀로 생존권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일본인이 생존권이 있다는 것을 한국인이 긍정하는 바이요, 한국인이 민족적 자각으로 자유와 평등을 요구하는 것은 신이 허락하는 바입니다. 일본 정부에게 이를 방해할 무슨 권리가 있겠습니까.” 3·1항쟁의 생생한 기억과 독립의 신념에 그득한 여운형의 사자후는 한국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인들의 마음도 헤집어놓았어. 임시정부 내에 혼란을 일으키려던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헛갈려버리고 말아. “어떻게 저런 불령선인을 초대해서 저런 명연설로 우리 일본에 먹칠을 할 수 있스므니까!” 항의가 속출하면서 일본의 하라 내각이 총사퇴하는 계기가 되니까.

 

열 번 테러를 겪고 결국 괴한의 총에 맞아

 

시사IN 조남진 2016719일 서울 우이동 묘소에서 열린 몽양 여운형 69주기 추도식.

 

백년같이 길었던 일제강점기 35년이 갔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른 뒤에는 국내에서 활동하며 해방 직전 건국준비위원회를 비밀리에 꾸려온 여운형은 해방 다음 날인 1945816, 휘문중학교 운동장에 운집한 군중들에게 감격적인 연설을 해. “우리 민족 해방의 제일보를 내딛게 되었으니 우리가 지난날의 아프고 쓰리던 것을 이 자리에서 다 잊어버리고 이 땅에다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낙원을 건설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그의 합리이상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미움을 샀어. 이유는 역시 그의 연설을 더 들어보아야 할 것 같구나.

 

 

해방된 오늘, 지주와 자본가만으로 나라를 세우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 손을 들어보시오. 농민, 노동자들만으로 나라를 세우겠다고 우기는 사람 있으면 어디 한번 손을 들어보시오. 일제 통치 기간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반역적 죄악을 저지른 극소수 친일파들을 제외하고 우리는 다 같이 손을 잡고 건국사업에 매진해야 됩니다.”

 

지주와 자본가들이 좋아할 나라를 꿈꾸는 사람들이나 노동자·농민의 나라를 지향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미움을 살 연설이었지. “저 빨갱이!”라는 저주와 저 반동분자!”라는 욕설을 동시에 들었던 여운형은 해방 이후 무려 10번이나 테러를 당하고 집까지 폭파되는 참극을 겪었어. 좌익과 우익의 극단적인 충돌 와중에 그 양쪽을 아우르려 했던 여운형은 양쪽의 적이 됐던 거야. 구사일생 극적으로 목숨을 보전했지만 끝내 암살범의 총알을 맞고 말았어.

 

그의 죽음 이후 지속된 동족 간 충돌과 전쟁, 냉전의 세월에서 여운형의 삶은 시나브로 지워져갔어. 분단된 남쪽 조국에서 그의 삶은 좌익으로 몰렸지. 오히려 가장 진솔한 평가는 외국인에게서 나왔어. “여운형이 공산주의자라는 생각은 틀린 생각이다. 그는 공산주의 이론을 신봉하지 않았고, 소련 편이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한국 편이었다(미국 군정청 장교 리처드 로빈슨).”

 

총을 맞은 뒤 여운형이 마지막으로 흘린 말은 조국그리고 조선이었다고 해. 네가 알다시피 조국조선은 지금도 갈라져 있구나. 남이건 북이건 자신에게 반하는 세력은 불구대천의 원수같이 몰아붙이는 극단의 세월 속에 여태껏 살고 있구나. 그래서 아빠는 더욱 여운형의 사자후가 그립다. 이렇게 싸우지 말고, 당신들만 옳다고 생각하지 말고 상대방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자고 부르짖던 목소리가 아쉽다.

 

김재규의 변호인안동일 변호사의 작심 토로 8.3 시사인

197910·26 사건 당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국선 변호인이었던 안동일 변호사는 당시 재판이 합수부의 강압에 의해 진행되었다며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었다라고 말했다.

76일 서울 프레스센터 20. 안동일 변호사(77)가 쓴 <나는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다>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날 보기 드물게 보수와 진보 진영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회창 전 국무총리,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등이, 진보 쪽에서는 함세웅 신부와 박석무 전 의원 등이 연단에 번갈아 올랐다.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통하는 안 변호사는 197910·26 사건 당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중정 부장)과 두 부하의 국선 변호인이었다. 당시 공판조서, 변호인 접견 기록, 수사 기록 등 170일간 재판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책을 썼다. ‘김재규의 국선 변호인안동일 변호사를 만났다.



시사IN 조남진

안동일 변호사는 10·26 사건 당시 공판조서, 변호인 접견 기록, 수사 기록 등 170일간의 재판 관련 자료를 토대로 <나는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다>를 집필했다.

 

책을 펴낸 동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이제는 시대 교체다라고 했는데 공감이 갔다. 그 시대 교체를 사실은 10·26 때 했어야 한다. 10·26 당시 김재규 중정 부장의 거사 명분이 민주 회복과 적폐 청산이었다. 내가 겪은 170일간의 재판 기록을 책으로 펴내 10·26의 진실을 밝히는 디딤돌로 삼고 싶었다.

 

김 부장의 거사 명분을 적폐 청산이라고 보는 까닭은?

-김 부장은 10·26 거사 명분을 자유민주주의 회복’ ‘공화당 18년 정권에서 누적된 쓰레기를 치우는 설거지라고 했다. 요즘 말로 하면 적폐 청산이라 할 수 있다.

 

보수 진영에서 이 책을 불편해하지 않나?

-“국선 변호인으로서 김재규를 변론한 것은 이해하겠는데, 책을 내고 추모까지 해야겠느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중에 있고 재판받는 이때 하필 이런 책을 내느냐” “너 좌빨 아니냐라 힐난하고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사실 기록자다. 팩트 체크에는 보수·진보가 따로 없다.

 

김재규 부장의 국선 변론을 맡게 된 계기는?

-군법무관시험 1기 출신으로 당시 군법무관 동기회 회장을 맡고 있었다. 그래서 지명된 것 같다. 처음 김재규 부장과 부하 세 사람(박흥주·이기주·유성옥)의 국선 변호를 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법정에 가보니까 김 부장에게는 30여 명의 사선 변호인단이 붙었고, 박흥주 대령에게도 변호사가 따로 있어서 처음에는 나머지 부하 두 사람만 변론하며 법정을 지켰다. 1심 재판 중간에 김 부장이 사선 변호를 거부하는 바람에 내가 현장에서 다시 선임됐다.

 

김재규 부장에 대한 첫인상은?

-처음엔 나도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의 발표대로 패륜아’ ‘정권욕에 눈이 멀어 주군을 살해한 파렴치범이 아닌가 생각했다. 접견을 하다 보니 진정성이 느껴졌다. 민주 회복을 위해 오랫동안 온건한 방법으로 박 전 대통령을 변화시키려 노력하다가 한계에 부딪혔고, 더 큰 유혈 사태를 피하기 위해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는 그의 주장에 믿음이 갔다. 그때부터 이 사람을 적극 대변해줘야겠다고 결심하고 열심히 변론했다.

 

10·26이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고 보는 이유는?

-김재규 부장은 3군단장 때 유신헌법을 보고는 이건 박정희 영구 집권을 위한 헌법이지 민주주의 헌법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그때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 제거를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고 하더라. 3군단장 사령관실 울타리가 밖에서 안으로 못 들어오게 쳐져 있었는데, 거꾸로 안에서 바깥으로 못 나가게 바꿨다고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부대 시찰 올 때 연금을 시키겠다는 구상이었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고 했다. 이후 건설부 장관으로 부임하면서 바지 오른쪽 호주머니에 권총 담을 주머니를 따로 만들어 유사시에 거사를 하려고 준비했다고 한다. 실제 임명장 받을 때 찍힌 사진에 권총으로 불룩한 바지 주머니가 보여서 이것도 법정에 증거로 냈다.

 

나중에 만들어낸 거짓 주장일 수도 있는데 뒷받침할 증거라도 있었나?

-민주주의 회복을 열망했다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직접 쓴 휘호다. 19793월부터 10·26 거사 전까지 붓글씨로 써서 집에 보관해온 휘호 6개를 증거로 냈다. ‘자유민주주의’ ‘민주 민권 자유 평등’ ‘위대의(爲大義)’ ‘비리법권천(非理法權天)’ 10·26 전 자기 심경을 담은 붓글씨들이었다. 또 육사를 졸업한 막내 동생이 소대장으로 임관할 때 편지를 보냈는데 거기에도 불의에 맞서는 내용이 들어 있다.

 

유신체제의 첨병인 중앙정보부장 직책과 자유민주주의 회복 주장은 모순되지 않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야당을 상대로 정치공작을 했다는 점을 김 부장도 시인했다. 중앙정보부(중정)에서 우수한 인재를 많이 거느리고 국내 정보뿐 아니라 국제 정보를 다루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박 전 대통령에게 유신체제에 비판적인 보고를 올렸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에게 온건론을 건의하면 중정이 그렇게 약해빠져서 어떡하느냐고 야단맞고, “야당 국회의원들 딱딱 입건해서 잡아넣어야지, (비위) 정보만 쥐고 있으면 뭐하냐고 혼나고. 그 이유로 차지철 경호실장이 옆에서 박 전 대통령을 부추기는 점도 작용했다고 하더라.

 

시사IN포토 김재규 장군 명예회복추진위원회에서 10·26 사건에 대해 재심을 검토 중이다.

 

1026일에 거사한 이유는?

-결정적인 건, 부마사태가 일어나자 캄보디아 킬링필드에 빗대 ‘300만명 죽어도 까딱없는데 그거 하나 진압 못하느냐고 차지철과 박 전 대통령이 강경책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부장은 그 지시대로 강경 진압책을 쓰면 부마사태가 전국 대도시를 비롯해 서울까지 확산된다고 보았다. 수많은 국민이 희생될 게 불 보듯 뻔한데, 그 희생을 막을 방법은 박 전 대통령을 제거하는 길밖에 없다고 결론 내렸다는 것이다.

 

함께 사형당한 부하 다섯 명에 대한 인상은?

-김재규 부장이 얼마나 훌륭한 삶을 살았는지 부하들을 보고 알았다. 부하들은 보안 때문에 사전에 10·26 거사 언질을 받지 못했다. 어찌 보면 영문도 모른 채 사건에 휘말려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런 부하들인데, 모두 다시 그런 상황이 와도 똑같이 부장님 지시에 따르겠다고 하더라. 또 사형을 앞두고 평소에 부장님을 더 충실히 모시지 못하고 이렇게 떠나 죄송하다라고까지 말하는 것을 보며, 김재규 부장이 얼마나 신망이 높았는지 알 수 있었다.

 

당시 김 부장의 법정 기록(항소 이유서)에 박근혜(영애)와 최태민 목사의 관계가 언급되었는데?

-김재규 부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녀 등 가족 관계와 여자관계에 대해서는 될 수 있으면 얘기하지 않으려고 했다. 다만 당시 박근혜와 최태민 목사 얘기는 항소 이유서를 쓰면서 ‘10·26 혁명의 간접적인 동기로 집어넣었다. 당시 강신옥 변호사가 박선호 의전과장을 변호하면서 채홍사 얘길 들었다. 강 변호사가 나에게 대신 확인해달라 부탁했다. 내가 김 부장에게 이른바 박정희 여자관계를 물었더니 안 변호사, 남자의 허리띠 아래는 말 안 하는 겁니다. 그만 물으세요라고 하더라.

 

왜 그랬다고 보는가?

-자유민주주의 회복이라는 대의를 위해 유신의 심장을 쏘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인간적으로 마지막 의리랄까 충정이랄까 그런 마음은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것 같다. 본인 얘기대로, 유신을 종식시키는 방법은 한 사람만 제거하면 끝나는 것이지 다른 감정은 없다는 의미 같았다.

 

전두환 신군부는 10·26내란 목적 살인이라고 몰아갔는데?

-집권 목적, 즉 내란 목적 살인이었다는 것을 뒷받침할 어떤 증거도 없었다. 법률적으로 내란 자체가 성립되지 않은 사건이다. 내란은 폭동이 있어야 한다. 부하들과 모의해 언제,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맡으라는 그런 모의도 없었는데, 부하들에게까지 내란목적 살인죄를 적용했다.

 

10·26 재판을 어떻게 평가하나?

-그때 재판은 합수부가 강압에 의해 자기들의 집권 시나리오 일부로 여기고 간섭했다.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었다.

 

구체적으로 신군부가 어떻게 압박했나?

-대법정 옆방에 있는 법무감실에서 나를 불러들였다. 당시 합수부에는 검사, 판사들이 다 파견 나와 있었다. 들어가 보니까 한 10명이 쭉 앉아 있었고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하루 종일 재판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곳이었다. 보안사 장군이 딱 버티고 앉아서 내게 훈계하더라. “국선 변호사가 눈치 없이 재판을 뭘 그리 열심히 하느냐. 너 손 좀 봐줘야겠다라고 위압적으로 말했다. 그 방에선 재판부와 검찰관에게 일일이 쪽지를 넣어 재판을 보안사 입맛대로 끌어나가고 있었다. 보안사에서 나를 연행하려 했는데 합수부에 파견된 판사가 막아줬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 판사가 보안사 장군에게 안동일 변호사한테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 한다. 재판정에 외신 기자들도 많이 와 있는데, 안 변호사가 변론을 열심히 해야 공정한 재판이라고 외부에 알려지지 않겠는가라고 만류해서 내가 화를 면했다고 귀띔해줬다.

 

그 정도라면 10·26 판결에 대해 재심이 필요하지 않나?

-지금 김재규 장군 명예회복추진위원회에서 재심을 검토 중이다. 법리적으로는 어려운 부분도 있다. 기존 재심 사건들과 달리 이 사건은 일단 사람들이 죽었다. 살인은 틀림없지만 내란 목적이 아니라는 것과 저항권 여부가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 당시 유신의 압제를 탈피하려고 국민을 대신해 저항했다는 측면에서 저항권 이론이 어느 정도 성립될 수 있을지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재심을 추진하는 이들을 최대한 법리적으로 도우려 한다.

 

신군부가 10·26의 진실을 덮기도 했지만, 김영삼·김대중 등 당시 유력 정치인도 김재규 부장에 대한 평가에 인색했는데?

-그 당시 YS(김영삼)DJ(김대중)1980년 서울의 봄을 맞아 저마다 자기가 대통령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10·26 평가는 고사하고 김재규 부장 구명에 관해서도 외면했다. 물론 그 후 둘 다 신군부에게 고초를 겪었다. 구명운동은 윤보선 전 대통령이나 천주교에서 주도했다.

 

출판기념회 때 이회창 전 국무총리가 참석해 축사를 했다.

-사실 나오기 굉장히 꺼려했을 자리인데 이회창 선배를 어떻게 끌어냈느냐고 다들 묻더라(웃음). 이 전 총리도 10·26 사건 대법원 판결 당시 내란이 아니라는 소수 의견을 낸 대법관 여섯 명이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강제로 사직당한 것을 보고 사법부 역사의 오욕이라고 여겼다 하더라. 그때 가장 혹독하게 고초를 겪은 분이 양병호 대법관이었다. 이회창 전 총리만이 아니라 법조인이라면 10·26 사건은 사법 사상 가장 큰 오점을 남긴 재판이라는 것을 누구나 인정한다(당시 양병호·민문기·임항준·서윤홍·김윤행·정태원 등 대법원 판사 6명은 김재규 부장을 내란죄로 처벌할 수 없으며, 자연인 박정희를 살해한 행위가 국헌 문란 목적의 살인행위는 아니라는 소수 의견을 냈다).

 

끝으로 10·26 사건을 재조명해야 할 이유는?

-10·26 사건이 일어난 지 38년이 지났어도 은폐되고 왜곡된 진실이 너무 많다. 흔히 일제 35년 잔재가 청산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박정희 정권 18년과 전두환·노태우 정권 12년 등 30년 군사정권 유산도 청산하지 못했다. YS도 유신 세력과 함께한 3당 합당, DJ도 유신 세력 JP와의 연합정권이라서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다. 그 뒤 노무현 정부에서도 군사정권의 적폐 청산은 이뤄내지 못했다. 그 숙제가 이제 문재인 정부로 넘어왔다. 그 과정에서 10·26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재평가하는 일은 결코 빠뜨릴 수 없다.

 

[취임 100일 성적표]쌓여가는 난제 속에 취임 100일 맞는

지지율 70%대 유지하며 순항소통, 대북문제에 한계 드러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라는 기나긴 터널을 지난 끝에 5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돈도 실력이란 스무 살 철부지의 발언으로 요약되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기에 절망한 국민들에게 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임기를 시작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59일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세종로 소공원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시사저널 고성준

 

이 한마디에 담겨 있는 깊은 울림이 여전히 국민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가운데 어느덧 817일이면 문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이하게 된다. 5년 대통령 단임제에서 정권의 성패(成敗)1, 길어야 2년 내에 결정된다. 그리고 1~2년 정책 추진의 동력은 취임 100일 내의 행보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100일간의 공과를 꼼꼼하게 짚어보고 이후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정권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전직 대통령들도 100일간의 행보가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이 되기 전에 노동계와의 마찰, 여기서 비롯된 진보진영과의 갈등으로 국정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광우병 파동으로 인해 취임 100일도 되기 전에 지지율이 20%대로 폭락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파문 등 인사파동에 휘말리며 국정 주도권을 상실했다.

 

전직 대통령들이 인수위를 통해 어느 정도 준비기간을 거친 후 취임했음에도 시행착오를 겪은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은 별도의 인수위를 꾸릴 기간이 없었음에도 비교적 무난한 100일을 보냈다는 평가가 많다. 취임 100일 가까이 되도록 70%대를 유지하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그 방증이다. 문재인 정부의 연착륙은 문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일종의 투트랙으로 유연하게 운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캠프 내에 별도의 팀을 가동해 선거 운동에 관여하지 않고, 취임 후 100일 로드맵을 짜는 일을 맡겼다. 이 로드맵에는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공언한 일,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미세먼지 대책을 제시한 일 등이 다 담겨 있었다. 여야 인사들을 청와대로 불러 영수회담을 하며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 점, 재계 관계자들과의 호프 타임’, 검찰 개혁 등은 여론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민주주의 사회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정치에는 항상 상대가 있기 마련. 문대통령은 정부 조각(組閣) 과정에서 야당의 거센 반대에 부딪치며 첫 고비를 맞았다.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 및 장관급 후보자들과 관련한 각종 의혹들이 청문회를 통해 쏟아져 나왔다. 5대 비리(부동산투기, 논문표절, 위장전입, 병역면탈, 세금탈루)에 연관된 인사들을 고위공직에서 배제하겠다던 대통령의 공약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야당은 대통령의 공약 파기라며 이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통 문제를 꼬집는 목소리도 늘어났다. 최저임금 인상, 탈핵정책, 부자증세, 부동산 규제 강화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군불을 때기 시작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이단아로 평가받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것도 문 대통령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느 때보다도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 커지는 입장에서 미국은 겉으로는 문 대통령을 치켜세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국의 이익만을 강조했다. 사드 배치 문제, 위안부 합의 등으로 각각 얼어붙은 이웃 나라 중국, 일본과의 관계도 개선하려 노력했으나 여전히 긴장관계 가운데 있다.

 

북한은 우리 계획대로 통제할 수 있는 집단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불과 100일이 걸리지 않았다. 북한은 역대 대통령 취임 100일 기준으로 가장 많은 미사일 도발을 문 대통령 취임 후 시도했다. 심지어 미국 본토를 사정권 안에 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능력을 과시하면서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 ·미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 및 북핵 문제 해결의 주도권이 우리에게 있음을 확인한 문 대통령의 노력도 이런 북한 김정은 정권의 무모함으로 인해 어느덧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

 

유례없는 안팎의 어려움 가운데 닻을 올린 문재인 정부. 앞서 열거한 정치·사회·경제 분야의 이런 난제들을 풀어낼 묘수는 과연 무엇일까.​​ 시사저널은 문재인 정부 100일을 앞두고 정치·경제·사회·여론 분야에 걸친 현주소를 짚어본다.

 

[취임 100일 성적표·경제] ‘부자증세로만 재원 마련 가능할지 의문 88 시사저널

‘J노믹스의 핵심인 소득주도 성장’, 결국은 재원 마련이 관건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부자증세 등의 이슈를 동시다발적으로 공론화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불공정한 각종 제도를 개선하는 데 주력했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 임금격차를 줄이려는 시도도 있었다. 최근에는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높였고, 11조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 정부 출범 초 탄탄한 국민 지지율에 힘입어 대선공약 실천을 위한 개혁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소득주도 성장으로 압축된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높여 소비가 늘어나면 내수시장이 살아나고, 기업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앞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수출 대기업 성장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를 통한 낙수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새 정부는 이제 서민들의 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을 이끌어나가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성장의 동력을 아래에 둔 분수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그 첫걸음은 일자리 창출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업무지시도 일자리위원회설립이었다. 정부는 우선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임기 중 창출하기로 한 공공부문 일자리는 81만 개다. 세부적으로 보면 정부가 직접 월급을 주는 소방관·경찰·교사·군인 등 공무원 일자리 174000국공립병원·어린이집 등 공립시설 일자리 34만 개 공공기관의 계약직 근로자 직접 고용 및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30만 개 등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만 공무원 12000명을 새로 채용할 계획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산자원부 장관, 김 부총리,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산자원부 장관, 김 부총리,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일자리 늘리기 실효성 측면에 의문 제기

이처럼 고용의 양을 늘리는 한편,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추진 중이다. 현재 대상에 오른 것은 중앙정부·자치단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국공립교육기관 등 852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31만여 명이다. 이들 가운데 향후 2, 연중 9개월 이상 근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력을 올해 안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기존에는 과거 2년 이상, 향후 2년 이상, 연중 10~11개월 이상상시·지속적 업무를 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이를 통해 올해 정규직으로 전환될 비정규직 노동자는 10만 명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민간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과 정규직 전환에 동참할 수 있는 지원책도 내놨다. 대표적인 것이 3대 일자리 지원세제다. 정부는 먼저 기업이 고용을 늘릴수록 이에 비례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를 신설할 예정이다. 또 중소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도 현행보다 대폭 늘리기로 했다. 여기에 기업이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주면 그 증가분의 일정 비율을 세금에서 제외해주는 근로소득 증대세제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런 정책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자리 창출에 21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실제 일자리 창출 효과는 크지 않으리란 것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가운데 64만 개는 기존에 민간에서 진행하던 일자리의 이동일 뿐이고, 순수한 증가는 124000개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현재 실업자가 300만 명을 웃도는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공공부문에서 인위적으로 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면 민간부문 일자리 1.5개가 희생된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 결과도 있다. 이번 공공부문 일자리 확보 작업이 자칫 민간 일자리 창출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최저임금 인상, 정부 지원 지속 가능할까

최저임금 인상도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이다. 이를 두고 상당한 찬반 논란이 있었지만 정부는 임기 내 1만원으로 인상을 단행키로 했다. 일단 2018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6470)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했다. 역대 정부와 비교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상승폭이다. 당장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갑작스러운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이 어려워져 인력을 대폭 감축하거나, 연쇄 도산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정부는 즉시 대책을 제시했다. 인건비 상승분의 일부를 정부에서 분담하고, 경영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먼저 인건비 지원에 4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분 분담에 3조원, 경영비용 부담 완화에 1조원이 각각 책정됐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분의 7.4%(479)는 사업주가 부담하고, 나머지 9%가량(581)의 인상분을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다. 또 경영비용 부담 완화책으로는 고령자 고용지원금을 현행 1인당 월 18만원에서 2020년까지 30만원으로 인상 소규모 사업장 사회보험료 지원 기준 상향 신용카드 수수료 완화 부가가치세 등 세금 부담 완화 소상공인 진흥기금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중소기업계의 반발은 여전한 상황이다. 지원금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는 내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15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정부가 인건비 상승분 분담을 계속해서 지원할 재정 여력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정부가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대로 올리겠다고 한 점을 감안하면, 임금 인상률은 매년 15.3% 안팎으로 예상된다. 해마다 정부의 임금 인상분 부담 규모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소기업연구원은 2020년 직·간접 지원액이 16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보편적 증세 불가피할 것이란 견해도

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과 관련, 증세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최저임금과 공공 일자리 창출 및 정규직 전환에는 막대한 세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각종 복지혜택도 제공키로 했다. 생계비를 낮춰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리기 위해서다. 세부적인 정책은 17만 호 공적임대주택 공급을 통한 주거비 축소 15세 이하 아동의 입원진료비 본인부담률 5%로 하향 조정 단계적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시 일정 금액만 내면 버스나 지하철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광역알뜰교통카드등이 있다. 여기에도 상당 규모의 세수가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그동안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증세는 없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대선 기간 최종공약을 발표하면서도 자금조달계획을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증세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최근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증세로 재원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초고소득자 대상 소득세(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 세율 40%42%), 대기업을 겨냥한 법인세(과세표준 2000억원 이상 세율 25% 신설) 부자증세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향후 보편적 증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부자증세의 영향을 받는 이들이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세수는 연간 3630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투자세액공제 축소를 비롯한 비과세 감면 등을 통한 세금을 더해도 한 해 추가로 확보 가능한 세수는 55000억원 남짓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확정한 문 대통령의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재원(5년간 178조원)에 크게 못 미치는 액수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또 다른 축은 재벌개혁이다. 큰 갈래는 재벌 총수 일가 전횡 방지 재벌 지배구조 개선 재벌 불공정 행위 감시 등 세 가지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개혁의 선봉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내세웠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재벌개혁 공약의 초안을 작성한 인물이다. 장 실장도 김 위원장과 참여연대 등에서 재벌개혁 운동을 함께하며 재벌 저격수로 이름을 알려왔다. 이들의 전진배치는 정부가 재벌개혁의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에 주력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재벌개혁은 소득주도 경제성장과 맥이 닿아 있어서다. 그동안 국내 중소기업 매출의 70% 이상은 재벌기업과의 거래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는 갑을관계가 존재했다. 이런 구조에 따라 그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는 불공정한 거래가 관행처럼 이뤄져왔다. 역대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런 구조를 정상화할 경우 중소기업이 살고, 그 결과 중소기업의 비정규직도 줄고 임금이 늘어 소득주도 성장으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역대 정부가 그래왔듯 이번에도 재벌 죽이기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 경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무차별적인 재벌 때리기는 국가 경제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지적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재벌을 망가뜨리거나 해체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재벌을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재벌개혁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장 실장 역시 모든 기업은 우리 모두의 일자리로서 매우 소중하다두들겨 패는 재벌개혁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반기지만시민단체 "눈앞이 캄캄" 8 9 노컷

[빈 주머니, 길 잃은 시민 담론 ] 활동가 64% "현재 임금으로 생계유지 어려워"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민단체들의 주머니 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러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위기감을 느끼는 선에서 멈춰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사명감'으로 버티는 그들이지만, 이제는 재정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CBS노컷뉴스는 3회에 걸쳐 시민단체의 열악한 현재를 조명하는 한편 이들이 준비하는 미래를 들여다보는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최저임금 인상 반기지만시민단체 "어쩔 수 없이 눈앞이 캄캄"

문제는 시민단체 '재정 그 자체'담론 재생성도 어려워질까

재정 활로 모색하는 시민단체 "'순수' 패러다임 바꿔야"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앓는 소리'조차 낼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시민단체다. 공익을 추구하는 이들 단체는 종종 경제적 논리 그 이상의 가치를 논하지만, 동시에 그 논리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월급 100만 원에도 '열일'최저임금 인상에 '웃픈' 시민단체

국제인권단체 아디의 이동화 활동가는 6살 난 예쁜 딸과 역시 시민단체 활동가로 일하는 아내와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걱정도 커져가고 있다.

 

이 활동가는 주당 35시간 정도를 일하며 100만 원 가량의 임금을 받고 있다. 결국 아이가 커갈수록 늘어가는 비용 때문에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게 됐다. 그는 "강연도 나가고, 단체 회의에도 참석하고, 국제기구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번역도 한다""아디 활동에 문제가 되지 않는 한에서 주어진 일들을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5일 최저임금위원회가 2018년도 최저임금을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했다. 그에게는 '단비'이자 '걱정거리'. 이 활동가는 "아디는 활동가들이 만든 단체다보니 활동뿐만 아니라 (운영자로서) 그에 따른 비용도 생각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당위적으론 적극 동의하지만 많이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른 시민단체들의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환경운동연합의 염형철 사무총장은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우리사회가 나아갈 방향"이라면서도 조심스레 "비교적 체계를 갖춘 우리 단체에게도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의 이헌석 대표 역시 이 같은 고민을 털어놓았다. 시민단체의 특성상 다 '사람'이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보니 대부분 단체들의 예산에서 인건비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공통적인 지적을 덧붙였다. 이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은 당연한 일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생기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의 김순복 대표는 "활동비가 최저임금 수준에 간신히 맞춰서 지급돼 일반적인 중소기업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라며 "사회에 뭔가를 보태고 기여한다는 사명감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너무 낮은 임금 수준이 오랫동안 지속돼온 건 큰 문제"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주머니가 비어있다'는 현실에 대해선 냉철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활동하길 원할까" 재정난이 그리는 미래

최저임금 인상 16.4%는 시작에 불과하다.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열겠다고 선포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이승훈 사무처장은 "단체들마다 사정은 달라도, 올해 인상분은 현실적으로 감당이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된다면 제대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런 변화에 대한 우리 시민사회의 준비는 상당히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종합된 통계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시민단체 사회들의 '재정난'은 고스란히 활동가들에게 전가된다. 공익활동가 협동조합 동행이 지난 2013300여 명의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응답한 활동가들의 평균월급은 1336,200원이었다. 해당 소득으로 생활이 가능한 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41.8%그렇지 않다’ 22.4%매우 그렇지 않다고 답해 총 64.2%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동행의 서민자 사무처장은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시민단체 활동가가 되고 싶어 할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서 사무처장은 학자금 대출 상환 문제로 고민을 하던 한 청년활동가가 결국 좀 더 영리성이 가미된 재단법인 쪽으로 진로를 정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활동가들의 경제적 빈곤은 장래에도 이 활동을 지속할 것인가 하는 결정에 중요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결국 단체의 존립과 시민운동의 재생산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동행이 해당 조사를 실시했던 이유인 '시민단체 공제회 설립법'은 국회에서 긴 잠을 자고 있다. 이 때문에 활동가들을 보다 폭넓게 재정적으로 지원할 공제회는 물론 활동가의 개념에 대한 법적 정의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오랜 재정난을 겪는 시민단체의 미래에 대해 활동가들이 선뜻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다.

 

 

아파트 발코니·화장실 흡연 이제는 안됩니다"금연 권고 사적 영역까지 확대8.9 국민일보

아파트 발코니나 화장실 등 세대 안에서 흡연할 수 없도록 아파트 관리자가 입주자에게 권고할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세대 간 간접흡연 피해 방지를 위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9일 공포했다. 이번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기존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아파트 계단, 복도, 승강기 등 공용 공간에서의 흡연은 규제가 가능했다. 이번 개정안으로 아파트 세대 내부의 사적 영역까지 실내 간접흡연을 실효적으로 계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먼저 입주자 등에게 발코니, 화장실 등 세대 내에서 간접흡연 피해방지 노력 의무를 부여했다. 관리사무소 등 관리 주체가 입주자에 대해 간접흡연 중단 또는 금연조치 권고 및 사실관계를 확인·조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관리사무소가 일종의 중재자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또 관리주체가 간접흡연 중단조치 및 권고를 하면 입주자가 협조할 의무를 규정했다. 관리자는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간접흡연 예방 및 분쟁 조정을 위한 교육을 할 수 있게 됐다.

 

국토부는 간접흡연 대책과는 별도로 20159월 이후 사업 계획 승인 신청을 통해 새로 짓는 공동주택에는 세대 간 냄새 차단 설비를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냄새나 연기가 다른 세대로 역류해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세대 내 배기구에 자동 역류방지 댐퍼를 설치하거나, 단위 세대별 전용 배기덕트를 설치하도록 하는 '배기설비 기준'을 시행해 오고 있다.

 

또한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한 모든 의사결정에 전자투표가 가능해진다. 입주자 등이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는 모든 경우에 전자투표를 활용할 수 있다.

 




교도소 담장 위의 CEO"한국선 빌게이츠도 법정 설 수 있다" 8 9 매일경제

 

기업 옥죄는 한국 풍토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하자 재계가 술렁대고 있다. 글로벌 1IT 기업 총수 구속에 이은 중형 구형 자체도 화제이지만, 과연 언제까지 한국 재계는 이런 모습을 되풀이할 것이냐는 푸념도 나온다. 이건희 회장부터 정몽구 회장, 최태원 회장, 김승연 회장 등 재계 순위 상위권 총수들이 예외 없이 법정에 서서 징역형을 선고받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고위 관계자는 "최종 선고 결과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기업인이란 뭔지' '한국에서 기업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건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낳게 한다""마크 저커버그나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에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왜 한국에서는 매번 벌어지는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왜 유독 한국 기업인들은 줄줄이 법정에 서야 하는 것인가, 기업 경영활동 과정에서 한국 기업인들만 법을 우습게 알고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한국 사회의 시스템과 제도, 법 규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각종 형법, 민법, 세법부터 공정거래법에 이르기까지 모호한 규정과 공무원들의 광범위한 재량 범위로 인해 '걸면 걸리는' 상황에서 한국의 기업인들은 언제든지 위법을 저지를 수 있는 지뢰밭에 서 있다는 설명이다.

 

8일 한 대기업의 고위 임원은 "저커버그나 머스크도 한국에서 기업을 했으면 법정에 한 번쯤 섰을 수 있을 것"이라며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이 독대를 통해 재단 설립이나 기금 조성을 요청했는데 과연 거부할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게이츠가 한국에서 사업을 했다면 지금쯤 '재산국외도피죄'로 처벌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게이츠가 세운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은 매년 수백억 원을 해외로 보내 다양한 지원사업을 전개하는데 그 지원 방식이 삼성전자가 정식 계약을 통해 비덱스포츠에 자금을 보낸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게이츠는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순실 같은 국정농단자에게 휩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업인들이 이구동성으로 꼽은 한국사회의 문제는 '기금 조성 요청'이다. 많은 기업인들은 "사회안전망, 공공 재원이 부족한 한국사회의 특성상 권력자는 기업인에게 '금전'을 요구하게 돼 있다""광복 이후부터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는 부끄러운 적폐"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미르·K스포츠재단과 같은 재단 설립부터 청년희망펀드까지 각종 기금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그때는 기업들의 출연을 전혀 문제 삼지 않던 정부 기관들이 이제 와서는 "모금 행위가 불법이었다"며 애꿎은 기업들을 처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기업인은 "대부분 기업인들은 정부에 세금 이외 돈을 더 주지 않아도 된다면 '법인세율'을 올리는 것도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라고도 말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도 지난 3월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최서원(최순실)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기업을 피해자로 판시했을 정도다.

 

문제는 한국 기업인에겐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이 같은 지원 요청을 거부할 경우 즉각 세무조사 등 보복이 들어온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은 지난 2일 열린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과거 이건희 회장이 전경련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 정권 경제정책 성적은 낙제점을 면한 수준'이라고 말했다가 세무조사를 받는 등 낭패를 봤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검찰을 활용한 기업 길들이기 역시 마찬가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번 정권의 첫 번째 기업 수사 타깃은 ○○그룹'이라는 살생부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기업은 정권이 끝나기 전 수사 대상이 된다.

 

'아니면 말고' 식 법률 및 규제 해석 역시 무고한 기업을 범죄자로 만들 소지가 다분하다. 예를 들어 공정위는 2012SK가 계열사에 과다한 인건비·유지보수비를 지급하는 등 공정거래법이 금지한 부당 지원을 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347340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SK C&C가 다른 회사에는 더 낮은 인건비를 적용한 사례가 있지만 이 사건 거래와 같거나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서비스의 수준·범위가 다른 회사에 제공한 것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판시했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법원으로부터 전액 취소된 금액만 최근 5년간 5584억원을 웃돈다. 매년 1000억원 이상에 달하는 과징금을 무리하게 기업에 부과했다는 얘기다. 큰 죄를 저지른 것처럼 낙인찍어놨지만 결국 무죄가 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 과징금이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아도 대중 인식 속에는 '불법' 기업으로 낙인찍힌다"면서 "아니면 말고 식의 과징금 부과를 지양해야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마치 무죄추정의 원칙은 없는 것처럼 일단 구속부터 시켜놓고 유죄라고 낙인찍기 일쑤다. 총수 구속에 따른 기업의 신뢰 하락과 같은 중장기 피해에 대해서는 누구 하나 책임지지를 않는다

 

면세자 줄이는 미국·일본거꾸로 가는 한국 8 9 한국경제

근로자 절반 세금 한 푼 안내

 

연말정산 파동에 공제 또 공제세금 0원 근로자 803만명

한국은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내는 근로자 비중이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는 면세자 비중을 계속 낮추고 있는 데 비해 한국만 이런 흐름에 역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한국경제신문이 8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의뢰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세목별 세율과 세수 비중을 따져본 결과다. 2015년 기준 한국의 근로소득자 면세 비중은 46.5%로 미국(32.5%) 캐나다(17.8%) 일본(15.5%) 영국(2.3%)보다 훨씬 높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와 비교하면 미국(6.6%포인트) 캐나다(5.1%포인트) 일본(2.8%포인트) 영국(0.2%포인트) 등이 모두 면세자 비중을 축소했지만 한국은 면세자 비중이 6.3%포인트나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고소득자에게 적용하는 최고 세율을 올리는 반면 서민·중산층에는 세금 혜택을 주는 부자증세-서민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은 특정 계층의 세율을 올리는 것보다 복지 수요를 고려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세제 개혁을 추진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한국의 근로소득자 면세 비중이 높은 것은 각종 소득공제나 세액공제가 많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원천징수로 낸 세금을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 사례가 많다는 의미다.

 

박근혜 정부 이전에는 한국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근로소득 면세자 비중을 줄이는 추세였다. 200940.2%였던 이 비중을 2013년에는 미국 수준인 32.2%까지 줄였다.

 

하지만 2013년 세법 개정을 거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표방했지만 급격하게 늘어나는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공제를 축소하는 방법으로 중산층의 세 부담을 늘리는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연봉 3450만원 이상 직장인 434만 명으로부터 연간 1~16만원가량의 세금을 더 걷으려 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는 놔둔 채 만만한 월급쟁이만 턴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정부는 연봉 3450~5500만원을 받는 직장인 229만 명을 증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게다가 이듬해 연말정산 때 세금을 더 내는 직장인이 늘면서 연말정산 폭탄이란 말이 나오자 세법을 소급 적용해 직장인의 세금을 더 깎아줬다. 그 결과 근로소득 면세자 숫자는 20132978000명에서 8034000명으로 껑충 뛰었다.

미국 70·영국 60%인데한국은 상위 10%가 소득세수 87% 부담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면세자 비중을 30% 초반대로 낮추는 데 10년가량 걸렸는데 정부가 중산층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세법을 바꾸고 소급적용까지 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도로아미타불이 돼버렸다단계적으로 면세자 비중을 20% 내외로 줄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면세자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지금 상황에선 서민, 중산층 증세를 통한 면세자 축소보다 고소득자 증세가 우선”(김종옥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장)이란 반응을 보였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근로소득처럼 쉽게 노출되고 징수가 편한 세금 위주로 과세하는 건 행정편의주의라며 근로소득 외에 다른 세원을 발굴하고 적절히 과세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당한 삼성 일가의 대저택, 집에 얽힌 추악한 이야기들 8 9민중

전 정권에서 임명되고도 살아남은 이철성 경찰청장이 요즘 열일을 하시는 모양이다. 사람이라는 게 그렇게 간사하다. 촛불집회 당시 광주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고 비아냥댄(이 청장은 이 사실을 부인 중) 그 이철성과, 7일 삼성 일가의 자택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한 그 이철성이 같은 이철성이라는 사실이 의아하기만 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에게도 부역하고, 문재인 정부와도 코드를 맞출 수 있는 게 그의 유일한 장점인가?

 

아무튼 7일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전격적으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삼성그룹 일가를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건희 회장 등 삼성 일가가 주택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 삼성 측이 공사업체에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말라고 요구했고, 차명계좌에서 발행한 수표로 공사비를 지불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 경찰의 발표다.

 

이는 당연히 공금횡령에 해당한다. 그런데 사실 한국의 재벌들에게 이 정도 비리는 비리에 속하지도 않는다. 너무 당연히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도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 때 회사 자금을 유용한 혐의를 잡고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장담하는데 경찰이 마음먹고 털면 이런 일은 수백 건 이상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재벌들은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 회삿돈 쓰는 걸 너무나 당연히 생각하는 종족들이기 때문이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불륜도 회삿돈으로 하는 판이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저서 <삼성을 생각한다>에 이렇게 적었다.

 

이건희 일가는 유럽 귀족 흉내를 몹시도 내고 싶어 했다. 이걸 굳이 규제할 근거는 없다. 다만 조건이 있다. 개인적인 사치는 개인 돈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희의 생일잔치는 공식행사를 빙자하여 공식비용으로 치러진다. 이들은 개인적인 파티에 회사 돈을 쓰는 것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장충동에서 터를 잡은 이병철 일가

공금 유용과는 별개로 이병철로부터 3대째 이어진 이 씨 일가의 대저택에는 여러 일화들이 숨겨져 있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이 터를 잡은 곳은 장충동에 있는 대저택이었다. 이 저택은 아직도 이건희 회장의 소유로 돼 있다. 그리고 이 대저택을 중심으로 장충동에는 이병철의 장손인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자택도 있다. 황당한 것은 이 일대 주택의 상당수가 삼성그룹 소유라는 점이다.

 

이재현 회장 자택 바로 옆 두 채는 호텔신라가 보유 중이고, 이웃한 이병철 회장의 본가 옆에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각각 한 채를 보유하고 있다. “도대체 삼성전자, 삼성생명, 호텔신라가 뭔 볼일이 있어서 장충동에 집을 샀을까?”라는 안이한 궁금증은 접어두자. 이 자들은 원래 회삿돈을 쌈짓돈으로 생각하는 자들이다.

 

저택 주변에 평민(!)들이 알짱거리는 게 싫었을 테니 주변 일대를 다 사들인 것일 테고, 그 돈을 개인 돈으로 내기는 싫었을 테니 회삿돈으로 매입했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것도 공금 유용에 해당한다.

 

그런데 사실 이병철은 박정희 군사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 주택을 다른 일부 재산과 함께 1965년 사회에 기부한 일이 있었다. 박정희가 쿠데타에 성공한 뒤 이병철을 ‘11명의 부정축재자로 몰고 생명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황당한 것은 이병철이 집을 기부한 단체가 바로 삼성문화재단이었다는 점이다. 자기 그룹 소유의 재단에 저택을 기부한 뒤 이병철은 다시 삼성문화재단과 5100만 원에 저택에 대한 전세 계약을 맺고 그곳에 머물렀다.

 

소유주가 삼성문화재단으로 옮겨졌으니 재산세 등 모든 세금은 당연히 재단에서 물었다. 쉽게 말하면 이병철은 자신의 집을 자기가 관리하는 문화재단 앞으로 명의만 옮긴 뒤, 세금도 내지 않고 그 집에서 편하게 살면서 이를 기부로 포장한 것이다.

 

삼성문화재단이 관리했던 이 집은 1977년 이병철의 3남 이건희의 소유로 돌아온다. 거래 가격은 알려진 바가 없고, 왜 이건희가 자기 돈 내고(자기 돈을 냈는지도 확실치 않지만) 집을 되샀는지 이유도 확실치 않다. 다만 이유에 대한 추정은 가능하다. 1977년은 이병철이 이건희를 후계자로 확정한 시기와 일치한다.

 

이 씨 일가의 후계구도는 1976년 이병철이 일본에서 위암 수술을 받았을 때 가족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철은 장남을 내팽개치고 3남을 선택한 일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건희에게 장충동 집을 사도록 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 이병철로서는 자신이 살던 집을 이건희에게 물려줌으로써 그룹의 적통이 이건희에게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어 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정작 장충동 집을 물려받은 이건희가 이 집을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다는 점이다. 아버지는 적통의 상징으로 장충동 집을 넘겼을지 모르지만, 이건희는 그 집 알기를 귀찮은 애물단지 여기듯 했다.

 

장충동 집에는 이병철이 1987년 작고한 뒤에도 이건희의 어머니인 박두을 여사가 2000년까지 거주했다. 이때까지는 장충동 집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박 여사가 작고한 뒤 장충동 집은 폐가처럼 변했다. 아무도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2007년에는 이 집에 쓰레기더미가 쌓이고 악취를 풍기는 바람에 주민들이 격렬히 항의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장충동 본가만 폐가가 된 것이 아니고, 바로 뒷집(호텔신라 소유)도 흉가로 변했다. 장충동 주민들은 그래도 아버님이 사시던 집인데 이따위로 방치해 놓느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일각에서는 사회에 환원이라도 하는 게 어떻냐?”는 의견도 내놓았지만 이건희는 그 집을 팔지도, 기부하지도 않고 흉가로 내버려뒀다.

 

이재현을 감시한 장충동 카메라 사건

 

이병철의 아들들은 알려졌다시피 사이가 전혀 좋지 않았다. 이병철의 장남 이맹희는 가문에서 축출된 이후 평생을 이건희에 대한 한을 품고 살았다. 그 탓에 일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던 장충동 삼성타운에서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이병철 사망 이후 삼성은 1993년 제일제당을 이맹희 일가에게 넘기면서 계열사에서 제외시켰다. 삼성과 CJ(당시 제일제당)가 마침내 서로 다른 그룹으로 갈라선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2년 뒤인 1995년 문제의 그 일이 벌어졌다.

 

이맹희의 장남 이재현(당시 상무)은 이병철의 본가, 즉 문제의 그 장충동 집에서 살고 있었다. 이병철이 이맹희를 싫어했던 것과 별개로 이병철은 맏며느리 손복남을 상당히 아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복남이 맏며느리로서 오래 전부터 이병철 부부를 모시고 살았기 때문이다. 또 이병철은 살아생전 장손인 이재현에게도 살가운 애정을 표현했다.

 

이런 이유로 아버지 이맹희는 축출 당했지만 이재현은 어머니와 함께 할머니를 모시고 장충동 본가에 거주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본가 이웃이 모두 호텔신라, 삼성전자, 삼성생명이 소유한 집들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삼성그룹은 바로 이 이웃집 3층 옥상에 고성능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한 뒤 이재현 집 정문을 감시했다.

 

이재현 측에 따르면 삼성은 사전 통고 없이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고, 감시 사실을 위장하기 위해 렌즈 앞 유리를 검은 색으로 선팅했다. 이재현 측은 여러 차례 카메라 철거를 요구했으나 삼성은 이를 묵살했다. 심지어 몇 달 전부터 삼성 비서실 사람들이 이재현 상무를 몰래 미행하기도 했다겨 격분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이 회장의 노모가 사는 집을 보호하기 위해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 것이라고 둘러댔지만, 사실 설득력은 별로 없었다. 그 집에는 이미 제일제당 측이 배치한 경비원과 CCTV가 설치돼 있었고 경비견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제일제당 그룹이 오너가 사는 집 경비를 소홀히 했을 리도 없었다.

 

삼성은 제일제당이 괜한 자격지심으로 이상한 시비를 건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계열 분리된 동생의 집에 감시카메라를 붙이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삼성은 절대 이재현 상무를 감시하려 한 게 아니다라고 발뺌하면서도 제발이 저렸는지, 사실이 알려지자 황급히 감시카메라를 철거했다.

 

이건희가 연 한남동 시대, 여전했던 추악한 이야기들

장충동에 거처를 잡은 아버지와 달리 이건희는 오래 전부터 한남동에 터를 잡았다. 한남동은 이병철 회장의 집무실이었던 승지원이 있던 곳이었다. 그런데 1970년 이후 삼성은 승지원 주변 땅을 야금야금 사들였다. 그것도 개인 돈이 아니라 삼성그룹 임원들의 명의를 대거 이용해 땅을 사재기했다.

 

삼성이 사재기한 땅은 하얏트호텔 부근의 전망 좋은 노른자 땅들이었다. 그리고 이 땅은 이건희 회장의 자택 주변을 동그랗게 둘러쌌다. 이 역시 이건희의 자택을 성처럼 보호하기 위해 삼성이 매입한 땅이라는 뜻이 된다. 당시 세간의 일반적 평가는 폐쇄적인 이건희 회장이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이건희 개인 왕궁을 짓고 싶어 했다는 것이었다.

 

이 사실을 처음 들춰낸 사람이 이문옥 전 감사관이었다. 이 전 감사관은 1991년 한남동 일대 4500평에 이르는 거대한 부지 소유권이 19명의 삼성그룹 임직원 명의로 분산돼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삼성과 이건희는 이를 통해 막대한 재산세와 초과택지부담금을 피했다.

 

문제가 불거지고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자 삼성은 허겁지겁 그 땅은 문화, 복지타운 조성을 위해 사들인 것이라고 둘러댔다. 그리고 부동산실명제가 실시되면서 실명전환 유예시간이 주어지자, 실명제가 실시되기 한 달 전 재빨리 그 땅의 소유권을 삼성전자 등 계열사로 바꿔버렸다.

 

문화, 복지타운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한 그 땅에는 약속한지 8년 뒤인 삼성미술관 리움이 들어섰다. 물론 미술관은 당연히 문화시설이니 삼성이 한 약속이 지켜진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리움은 삼성이 운영했던 로댕 갤러리와 함께 고가의 미술품을 사고팔며 삼성의 비자금을 키우는 어둠의 거래상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 따르면 이병철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 관장은 삼성 비자금으로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800만 달러에 달하는 프랭크 스텔라의 베들레헴 병원716만 달러인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등을 구입했다.

 

김 변호사는 증거로 미술품 리스트와 대금을 어떻게 외화로 지급을 했는지 정리한 문서를 공개했다. 또 김 변호사는 “2002년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이재용이 직접 봤다는 확인이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사를 맡은 조준웅 특검은 혐의가 없다며 이 사건을 덮었다. 홍라희 씨는 201111월 삼성미술관 리움의 관장으로 컴백해 한남동 본 터를 사수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 이 집이 바로 경찰이 압수수색한 그 집이다. 이건희의 재산이 18조 원, 이재용의 재산이 8조 원을 넘는다. 홍라희의 재산도 27000억 원에 이른다. 이혼 소송 중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재산도 17000억 원대다. 합계 30조 원을 넘는 거대 자산가들이 이곳 한남동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이 거부들은 자기 집 인테리어 할 때에도 회삿돈을 꺼내 쓴다. 집 주변의 땅도 모두 계열사의 돈을 통해 사들였다.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30조 원 대의 자산가들은 자기 돈을 도대체 언제 쓰는 건가? 생일잔치도 회삿돈으로, 집 인테리어도 회삿돈으로, 집 주변 땅 사들이는 것도 회삿돈으로, 이들의 탐욕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자들이 글로벌 기업을 이끌고 있다. 참으로 처참한 한국의 현실이다.


집값을 정말로 안정시키려면 / 8 8 한겨레
8·2 부동산대책은 집값 안정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나는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기에는 이번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책은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 스스로도 자기가 사는 곳이 아닌 집이라면 파시는 게 좋겠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공언했다.

 

2주택 이상 보유자들에게 초점을 맞춘 대목은 여기저기 있다. 가장 강력한 것은 양도세 중과다.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부산 해운대, 세종 등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2주택 소유자가 집을 팔면 양도소득세를 10% 더 내야 한다. 액수에 따라 다르지만 최고 50%가 된다. 3주택 소유자가 이 지역에서 집을 팔면 20%를 더 내야 한다. 최고 60%까지 된다. 이 양도소득세는 20184월부터 내야 한다. 그 전에 집을 팔면 내지 않아도 된다.

 

서울의 주택소유가구 넷 중 하나는 두 채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이 자산을 더 불리기를 포기하고 매물을 내놓기만 해도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이게 단기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시장이 안정되려면 이 정도로는 어렵다. 주택을 소유한 네 가구 가운데 세 가구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들은 소유한 집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 집은 사는 곳이다. 그런데 이들은 또한 집값이 오르기를 기대하며 빚을 내어 샀다. 집값만 오르면 부실한 연금을 걱정하지 않고 노후를 보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이들에게 집은 사는 것이기도 하다. 투기와 주거는 종이 한 장 차이이고, 선악은 그리 흑백으로 갈라지지 않는다.

 

이들은 여력이 크지 않으면서도 빚을 내어 집을 산다. ‘그래도 집 한 채는 사두는 게 좋고, 사두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집은 안 사면 손해고, 집을 사야 성공한 중산층이라는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한 장기적인 집값 안정은 어렵다. 소수 투기꾼이 아니라 모두의 인식이 바뀌어야 시장이 바뀐다. ‘집 사는 것보다 월세 사는 게 이익이라는 생각이 상식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괜찮은 월세가 늘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과 사회임대주택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해지고 많아지고 저렴해지면서, 정상적인 중산층의 일반적 주거형태가 되면 된다. 집은 빌려 쓰는 게 정상이고, 정부나 공동체가 소유한 주택에서 사는 게 흔한 일이 되도록 정책을 짜야 한다.

괜찮은 월세가 일반화되면 모두에게 이익이다. 집 없는 사람은 빚을 낼 필요가 없어진다. 집 가진 사람은 빚을 쉽게 갚으면서도 안정된 주거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공급 부족 논란이 나오는 지금 같은 때에, 앞으로 대대적으로 공공임대 및 사회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과감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보유세 인상과 함께 검토해도 좋을 것이다.

 

이번 8·2 부동산대책에는 서울지역 도시재생사업을 보류하기로 했다는 대목이 있다. 임기 내 50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업이다. 이 사업을 주택 공급, 특히 공적 성격을 띤 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 도움이 될 것이다. 매입 뒤 공공임대, 비영리나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사회임대 등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주거는 가장 중요한 사회안전망이다. 소유에서 공유와 사용의 시대로 넘어가는 기술혁명이 진행 중인 지금 더욱 그렇다. 칼을 꺼내든 지금, 요리를 마무리해야 한다./ 이원재 ()여시재 기획이사, 경제평론가

 

한겨레 사설] 가계빚 1400조원 시대에 앉아서 떼돈 번 은행들

가계부채가 6월 말 기준 140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6년 만에 최대 이익을 냈다. 돈을 많이 번 게 문제될 일은 아니다. 다만 은행들이 앞다퉈 손쉬운 주택담보대출에 치중하면서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시중자금이 생산적 분야가 아닌 부동산으로 흘러 국가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는 게 문제다.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은행들이 공공성은 외면한 채 전당포식 영업을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이 8일 발표한 국내 은행의 2017년 상반기 영업실적을 보면, 신한·케이비국민·케이이비하나·우리 등 6개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46천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4천억원)보다 35% 증가했다. 현대건설 주식 매각이라는 특별이익(31천억원)이 발생한 2011년 상반기의 69천억원 이후 최대다. 대출이자와 예금이자의 차이인 예대마진 확대를 통해 이자이익을 늘린 덕분이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대출이자는 최대한 올리고 예금이자는 낮추는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이자이익으로 10조원을 남겼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들의 영업 관행을 전당포식 영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1990년대만 해도 가계대출을 전담했던 국민은행과 다른 은행의 영업 방식에 차이가 많았으나 지금은 모두 국민은행화했다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영업 행태가 경제적 공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전체 은행 대출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828%에서 지난해 43%로 급증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혁신적 중소기업 등 생산적 분야에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을 정비할 방침이다.

 

정부가 관여해서가 아니라, 은행 스스로 변해야 한다. 케이뱅크에 이어 지난달 27일 출범한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가 8200만번째 계좌를 개설했다. 2주일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전체 은행의 지난해 비대면 계좌 개설 건수 15만건의 13배를 넘는 실적을 올렸다. 금융에 정보기술을 접목해 시중은행보다 대출이자는 낮고 예금이자는 높은 상품을 내놓은 게 주효했다.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이자 장사에 안주해서는 더이상 살아남기 힘들어진 세상이 온 것이다.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 갑질의 뿌리

영어사전의 한국어 계통 외래어 명단에 요즘 하나 더 추가되게 생겼다. 바로 갑질이다. 착취·억압에 극심한 인격 모욕, 아니 하위자의 인격 부정까지 포함하는 현상을 정확히 표현하는 단어는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까 갑질이라는 개념어를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셈이다.

한국 정부는 원조분배권을 독점하여 미국이라는 슈퍼갑그늘 아래에서 자본 위에도 군림하는 이 됐다. 박정희 시절에 원조가 차관 등으로 대체됐지만, 국외자금을 독점적으로 배분하면서 정부의 위상은 그대로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가의 초대형 갑질은 당연지사였다.

 

주체사상의 주체’, ‘김치’, 그리고 한류. 영어사전에 그다지 많지 않았던 한국어 계통의 외래어 명단에 요즘 하나 더 추가되게 생겼다. 바로 갑질이다. 인터넷을 보면 예컨대 한국 대학에서 석·박사 공부하면서 교수님의 아이를 자기 차로 학원에 데려다주는 등 사역에 시달리는 한국인 대학원 동료들의 갑질 피해 사례를 소개하는 외국인의 글들을 볼 수 있다. 영어 아닌 러시아어 인터넷까지 본다면 한국계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면서 맨 먼저 배운 한국어 단어가 바로 개새끼라고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는 사람의 글도 읽을 수 있다. 착취·억압에 극심한 인격 모욕, 아니 하위자의 인격 부정까지 포함하는 이런 현상을 정확히 표현하는 단어는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까 갑질이라는 개념어를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셈이다.

 

갑질이란 대한민국에서 모든 비대칭적 사회관계에서 다 감지된다. 고래로 국가가 지배해온 사회인지라 갑질 문화도 국가가 이끌어왔다. 노동계에 대한 대한민국의 모든 통치권자들의 태도는 한마디로 갑질의 전형에 가깝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을 가능케 한 촛불항쟁의 서곡이라고 할 수 있는 201511월의 민중총궐기를 계획한 로 박근혜 정권 밑에서 3년형을 받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도 계속 감옥에 갇혀 있으며 사면을 받아 나올 전망도 불분명하지 않은가?

 

전세계의 노동운동가로부터 수년간 비판받아온 처사지만, 노동계의 위치가 로 고정돼 있는 한국에서는 거의 당연지사다. 노동계에 가까우며 좌파민족주의 색채가 있는 정치단체라면, ‘, , , , , 도 아닌 임()이나 계() 정도다. 정치 지도자로서 보수층 표심을 얻을 필요만 생기면 좌파민족주의 계통의 양심수들이 줄줄이 감옥 가고 사면을 꿈꾸기도 어렵다. 징역 9년형을 살고 있는 이석기 전 의원은 국내외 인권단체에 의해 양심수로 지목돼 그 석방운동에 유럽의 종교인·정치인도 가세하고 있지만, 인권변호사 출신(!)의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석방시키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점만 봐도 좌파민족주의 계열에 대한 국가의 갑질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위에서 국가가 선도하고 있지만, 아래에서 가맹점 주인을 상대로 갑질을 벌이는 미스터피자회장 같은 기업인들이나 알바에게 갑질을 해대는 가맹점 사장들을 흔히 본다. 온 사회가 갑질의 끈으로 묶여 있는 느낌이다.

 

대한민국이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되었나? 왜 국가부터 시작해서 의 위치가 되기만 하면 이나 ’, ‘들과의 관계를 법이나 양식이 아닌 강자의 편의대로만 구성하는가? 근대사회에서 약자 보호를 위한 이기(利器)가 돼야 할 법은, 왜 대한민국에서 한상균이나 이석기와 같은 양심수들을 양산하는 흉기(凶器)로 둔갑했는가? 왜 형식적 민주화가 시작된 지 거의 30년 가까이 된 시점에서 파업하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구사대의 폭력에 시달리고, 알바 노동자들이 임금 떼여도 신고하지 않는 게 공동체 정신과 같은, 못 믿을 정도의 오만하고 폭력적인 훈계를 법률가(!) 출신의 국회의원으로부터 들어야 하는가? 왜 갑질은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만능 코드가 됐는가? 갑질의 뿌리를 이해하자면 한국 근대국가의 역사와 한국 자본의 특징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한국의 근대국가는 식민화 이후로부터 외삽성이 강했다. 아래로부터의 합의가 아닌, 외부로부터의 폭력으로 만들어진 국가였다. 식민지국가는 비록 국내 지주층이나 일부 상인, 관료층을 성공적으로 포섭했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외부의 힘, 즉 일본군의 총칼로 유지됐다. 한데 남한이라는 신생국가의 외삽성은 같은 친미 독재정권 중에서도 특기할 만했다. 사실상 미국의 힘으로 성립된 이승만 정권은 지속적으로 미국의 돈으로 유지됐다. 1945~61년 미국이 냉전의 최전선이 된 한국에 투입한 원조액은 약 31억달러로, 아프리카 전체에 쏟아부은 원조와 맞먹을 정도의 액수였다.

 

물론 이 원조는 자선은 아니었다. 그 유지비용의 약 58%를 미국이 조달한 이승만 시대의 60만 한국군 대군은 사실상 동북아에서 미군의 보조병력 역할을 했으며 박정희 집권기에 넘어가서 미국의 베트남 침략에 총알받이로 이용돼야 됐다. 미군기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 정부에 치외법권의 영토다. 그러나 기지와 보조병력을 제공한 대가로 한국 정부는 원조분배권을 독점하여 미국이라는 슈퍼갑그늘 아래에서 일반인뿐만 아니라 자본 위에도 군림하는 이 됐다. 박정희 시절에 원조가 차관 등으로 대체됐지만, 궁극적으로 미국의 힘으로 유지되고 국외자금을 독점적으로 배분하면서 사회 위에 폭력적으로 군림하는 정부의 위상은 그대로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초대형 갑질은 당연지사였다. 또 미국 자금이 들어오는 원천적 이유는 반공과 냉전적 대립이었던 만큼 특히 좌파민족주의적 경향의 운동을 분쇄하는 것은 한국 심층국가(Deep State: 국가 특수보안기관들의 총칭)의 존재 이유처럼 되고 말았다.

 

1980년 말기의 형식적 민주화로 재벌들이 국가만큼이나 그 이상의 갑이 됐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재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일차적으로 기술혁신도 상재’(商才)도 아니고 바로 국가와의 특수관계와 특혜금융 등이었다. 국가와 유착돼가면서 재벌들도 군사정권의 병영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여 공장을 군부대처럼 운영하는 등 독재국가와 닮아갔다. 또 하나의 자본축적 원천은 바로 임금착취와, 핵심부(구미권과 일본)에서 유해성 등으로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는 산업부문들을 한국 기업만의 틈새로 가꾸는 것이었다.

 

1987년 대투쟁 이후로 민주노조를 갖게 된 직영공장의 정규직들을 더 이상 초과착취할 수 없게 되자 임금착취의 중심은 점차 하도급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등으로 옮겨졌다. 유해성 물질 생산으로 자본축적이 이루어진 가장 대표적인 부문은, 현재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이 74%의 기록적인 세계적 점유율을 갖고 있는 반도체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 쓰이는 EGE(에틸렌, 글리콜, 에테르) 등 독성물질들이 노동자 건강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지가 알려지고 미국의 생산업체들이 노동자 집단소송에 직면하자 반도체 생산의 중심은 한국으로 옮겨지게 됐다. 한국 반도체공장 생산직의 대부분은 무노조 기업에서 일하기에 집단소송의 위험이 훨씬 더 낮을 것이라는 포석이었다. 노조를 지속적으로 파괴하고 한상균 위원장 같은 활동가들을 구속시키는 한국 자본과 국가의 갑질에 그런 차원에서 경제적 의미가 상당히 있다. 노조가 아예 없거나 위축돼 있어야 한국 자본의 수익모델이 잘 돌아가기 때문이다.

 

고급관료와 재벌가로 이루어진 한국의 지배연합에서 또 한 가지 빠질 수 없는 요소는 바로 법조다. 검사와 판사, 고수익 변호사들은 고급관료나 재벌 대주주 내지 재벌 임원들과 혼맥을 맺고 이웃에서 살고 같이 골프 치러 다니고 아이들을 같은 학교·학원에 보낸다. 그래서 검사와 판사의 손을 빌려 한상균이나 이석기를 감옥에 보내는 것은 한국 국가·자본으로서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지배연합의 너무나 가시적인, 대대적인 갑질은, 수많은 중소기업인이나 심지어 돈이 있는 개인 소비자들에게도 하나의 롤모델이 된다. 삼성 반도체·엘시디(LCD) 직업병 피해자 중 79명이나 사망해도 공장이 별다른 법적 문제 없이 계속 돌아갈 수 있다면, 알바의 임금을 체불하고 대학원생에게 대필을 강요해도 무엇이 무섭겠는가? 큰 도둑들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작은 도둑들도 그 흉내를 내게 돼 있다.

 

외삽성이 강하고 사회 위에서 군림하는 폭력적 국가와 독점기업들의 배타적 지배는 갑질이라는 사회적 코드를 낳았다. 이 악순환을 끊는 유일한 방법은 약자의 조직화와 갑질에의 집단적 저항이다. 알바 임금 체불이 당연하다는 막말을 해대는 국회의원의 낙선을 보장할 만큼 알바 조직이 위풍당당하다면 헬조선이 그래도 조금 더 살만한 나라가 되지 않겠는가?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한국학


"부동산 보유세 인상 찬성" 67.6% 810 프레시안

8.2대책보다 더 강한 규제 정책 원하는 목소리 다수

국민 3명 중 2명이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 찬성했다. 절반 가까이는 지금 즉시 보유세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도 보였다. 여론은 강경한 정책으로 평가되는 8.2 부동산 정책 이상을 바란다는 근거가 될 수 있어, 정부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1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tbs 교통방송 의뢰로 지난 9일 전국 성인 남녀 514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8.2대책의 효과와 상관없이 즉시 부동산 보유세를 올려야 한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41.8%였다고 밝혔다. 8.2대책이 효과 없을 경우 보유세를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응답자도 25.8%였다. 총 응답자의 67.6%가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 찬성 입장을 밝힌 셈이다.

 

반면 보유세 인상 반대 응답자는 전체의 20.6%였다. 지역별로 보면 특히 경기·인천에서 보유세 인상 찬성 응답자가 많았다. 응답자의 75.7%가 즉시 또는 조건부 인상에 찬성했다. 대전·충청·세종에서도 69.4%가 보유세 인상에 찬성했다. 대구·경북(68.2%), 부산·경남·울산(64.4%)도 보유세 인상 찬성률이 높았다.

 

반면 서울에서 보유세 인상 찬성 응답자는 전체의 59.7%60%에 미치지 못했다. 연령별로도 모든 연령대에서 보유세 인상 찬성 의견이 높았다. 40대는 무려 82.6%가 보유세 인상에 찬성했다. 30대도 77.5%가 찬성했다. 30~40대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으로 꼽힌다.

 

20대의 67.2%가 보유세 인상에 찬성했고 50대와 60대 이상에서 보유세 인상에 찬성한 응답자 비율은 각각 64.2%, 50.1%였다. 60대 이상에서 인상 찬성 응답자 비율이 크게 떨어졌음을 확인 가능하다.

 

지지 정당별로는 민주당 지지층과 정의당 지지층에서 보유세 인상 찬성 응답자 비율이 각각 82.9%, 82.0%였다. 국민의당 지지층과 무당층에서는 찬성과 반대 비율이 각각 50.2% 39.5%, 44.2% 30.4%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 지지층과 바른정당 지지층에서는 두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경우 찬성과 반대 의견이 48.7%46.9%로 나타났다. 바른정당 지지층에서는 41.3%가 보유세 인상에 찬성한 반면 37.2%는 반대했다.

 

이번 조사는 9일 전국 성인 12622명을 대상으로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최종 514명이 응답을 완료해 응답률이 4.1%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3%p이다.

 

리얼미터

 

국론 분열 키우는 에너지 딜레마 ] 전 정부 정책 무조건 부정하면 혼란 더 키운다 810내일

MB정부, 참여정부 에너지정책 외면해 분열 심화 신고리 5,6호기 등도 참조 필요

민간의 정책참여를 보장하고, 갈등요인을 최소화하려던 노무현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이명박·박근혜정부들어 전면 부정되면서 최근 에너지 갈등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또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은 시기마다 주력 에너지원이 변화됐으며, 이는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신탄석탄석유로 중심 이동 = 20세기 초반 우리나라 주 에너지원은 신탄(뗄나무, )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1957년부터 1966년까지 10년간은 석탄산업의 전성기였다. 이 기간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구조는 신탄 위주에서 석탄 중심으로 개편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964년 국내 발전설비 중 석탄(무연탄) 발전비중은 64%에 달했다. 그러다 196610월 연탄파동이 일어난다. 예년보다 강추위가 일찍 찾아와 수요는 폭증하는데 공급이 받쳐주질 못했다. 가격이 치솟고, 물량을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된 것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무연탄 위주의 난방연료와 발전소를 유류(벙커C)로 대체하는 등 석유시대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주 에너지원을 석탄대신 유류로 전환하는 주유종탄(注油從炭) 정책을 추진했다.

 

오일쇼크 후 석탄정책으로 회귀 = 정부의 이 정책으로 1967200여개에 달하던 탄광이 196950개로 줄었고, 광산 근로자 수천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1973년과 19781·2차 오일쇼크가 일어나면서 정부는 석탄 증산정책으로 회귀한다. 2차 오일쇼크는 2년간 지속되며 9차례 유가인상이 단행됐다. 이에 정부는 석탄생산 보조금을 인상하는 등 주탄종유(主炭從油) 분위기가 1986년까지 이어졌다.

 

동력자원부 설립은 1978, 한전공사법이 만들어진 때는 1980년이었다. 석탄발전 등장은 2차 오일쇼크 이후 전원개발특례법 제정으로 촉발됐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유연탄발전소인 삼천포화력 1호기는 19838월 준공했다. 1983~1984년 사이 삼천포화력 1·2호기, 보령화력 1·2호기가 각각 56kW, 50kW급으로 잇따라 가동에 들어갔다.

 

LNG발전소 1986년 준공 = 우리나라 정유산업은 1962년 대한석유공사를 설립하고, 미국 플루오사와 일산 35000배럴 규모의 정유공장 건설계약을 체결하면서 막이 열렸다. 1966년 연탄파동과 전력부족 사태는 석유 위상을 급격히 높였으나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다시 석탄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

 

발전설비 중 석유발전소 비중은 197776%에 달했으나 이후 하락세에 접어들며 198725%까지 낮아졌다.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소비에서 1980년대 말~1990년대 중반 석유의존도가 증가한 것은 석유화학설비 증설과 승용차 보급 증가 때문이다.

 

우리나라 석유제품 소비비중은 산업용과 수송용이 각각 60%, 30%를 차지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86년 평택화력 1·2호기(35kW)였고, 이듬해에는 수도권에 도시가스용 천연가스가 공급됐다.

 

1990년대 원전 9기 건설 허가 = 박정희정부 시절에는 석탄과 석유가 주 에너지원으로 쓰이긴 했지만 1970년대 들어 원자력발전의 필요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초 원자력발전 추진계획안이 수립됐고, 1971, 1977, 1978년 각각 고리 1·2·3호기가 착공됐다. 첫 중수로 발전방식을 택한 월성원전 1호기는 1978년 건설허가를 받았다. 전두환정권 시절에도 원전의 위상은 컸다.

 

그러다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전에서 대규모 방사능이 유출되는 대형사고가 터졌고, 19876월 민주항쟁, 19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에너지시설에 대한 안전 환경 입지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월성2호기 등 9기의 원전이 건설허가를 받았다. 1990~1991년 원전의 발전설비 비중은 전체의 36%를 차지했다.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후보지 선정을 둘러싸고 1990년 안면도, 1995년 굴업도에서 등교거부, 학생동맹휴업, 단식투쟁 등 국민저항운동이 심화됐다. 1989년에 제정된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1990년대는 에너지 시설에 대한 보상요구와 갈등이 심화된 시기였다.

 

에너지기본법·국가에너지위원회 주목 = 2003년 출범한 노무현정부는 에너지를 둘러싼 사회갈등 해소와 국가에너지 계획의 큰 틀을 마련하고자 애썼다. 발상의 전환으로 중저준위 방폐장 공모를 실시한 결과 4개 지자체가 경쟁을 벌였고, 2005년 경주(찬성률 89.5%)가 최종 선정됐다.

 

방폐장 부지 선정 작업이 1986년 첫 조사에 들어간 이래 19년간 표류하다 일단락된 순간이었다. 노무현정부는 이 외에도 에너지원탁회의, 에너지포럼 등을 통해 민간의 참여를 이끌었고, 2006년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에너지위원회를 발족했다.

 

국가에너지위원회는 민간전문가, 시민단체 추천인사 등을 포함해 균형감있는 인사들로 구성했다. 국가에너지위원회는 에너지정책 및 사업의 조정 예산의 효율적 사용 국내외 에너지개발을 비롯 사회갈등 예방 및 해소 원자력발전정책에 관한 사항까지 폭넓게 다뤘다.

 

2006년 제정한 에너지기본법은 처음으로 에너지정책을 전체적인 차원에서 집대성한 법으로 평가된다. 에너지기본법은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 신재생에너지 등 환경친화적 에너지 생산 및 확대 에너지 수요관리 에너지이용의 형평성 제고가 담겨있다. 특히 산업·환경·안보·교통·건축 등 에너지 관련 모든 분야에 대한 통합적 고려를 기본원칙으로 삼았다.

 

MB는 녹색성장, 녹색경영 = 이명박(MB) 정부들어 기존 에너지정책의 근간이 상당부분 바뀌게 된다. 에너지정책이 '저탄소 녹색성장'에 국한되면서 원자력발전의 중요성이 확대됐다.

 

에너지기본법을 에너지법으로 격하시키며 제정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는 녹색성장, 녹색기술, 녹색경영, 녹색생활, 온실가스, 기후변화 등의 내용으로만 짜여졌다.

 

국가와 지자체·사업자·국민의 책무에 소통과 갈등해소는 아예 빠졌고, 녹색성장위원회 기능에도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 녹색성장 추진의 목표관리 재원의 배분 및 효율적 사용 기업 고충조사 등은 포함됐지만 갈등해소를 위한 역할은 눈에 띄지 않았다.

 

박근혜정부의 에너지정책은 해외자원개발 중단을 제외하곤 이명박정부의 정책을 고스란히 승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기간을 거치면서 각종 에너지관련 위원회에도 민간의 참여가 현저히 줄었다. 실례로 전력산업과 관련된 의사결정기구인 전기위원회와 비용평가위원회 등에서 민간위원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규제산업인 전력산업 분야에서 정부와 공기업들이 폐쇄적인 정책을 펼쳐온 단적인 사례다.

 

현정부 "에너지 수요관리 확대" = 문재인정부의 에너지정책은 기본적으로 노무현정부의 에너지정책을 승계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현재 에너지를 둘러싼 국론분열은 노무현정부가 추진하던 사회갈등 컨텐츠를 이명박·박근혜정부가 승계·해결하지 않은 채 다시 과거정부의 에너지안보(해외자원개발 등) 방침으로 회귀했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지속적으로 정부와 민간이 갈등해소에 노력해왔다면 현재와 같은 국론분열은 많이 완화됐을 것이란 지적이다.

 

아울러 현 정부도 탈원전·탈석탄이란 국정과제를 추진하더라도 기존 정부가 허가해준 사업까진 인정하고 들어가야 국론분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제언이다

이에 대해 김용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관은 "에너지 수요관리와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기본 원칙을 토대로 각종 정보의 투명한 공개, 민간과의 광범위한 소통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규제가 시장 이길 수 있을까 8.9 시사저널

투기와의 전쟁선포한 한국판서브프라임 모기지 우려도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출범 100일도 채 되지 않아 벌써 두 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82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619일 내놓은 대책보다 훨씬 강도가 세졌습니다. 할 수 있는 대책은 거의 모두 쏟아 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집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사방에서 포위한 뒤 백기투항을 요구하고 있는 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동산은 원죄와도 같습니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 수요를 잡으려다가 실패한 경험이 여전히 아픈 상처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집값 안정을 추구했지만, 오히려 관련 수치는 모두 폭등했습니다. 규제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말도 이때부터 나왔습니다. 문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부동산 가격을 잡으면 피자를 쏘겠다고 말한 직후 정부에서 초강력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8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에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실탄 보급로 막고 다주택자에 양도세 폭탄

8·2 부동산 대책의 주요 내용은 투기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각종 제한 장치를 둔 겁니다.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세종 지역인데, 재건축 투기를 막기 위해 조합원 지위를 양도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분양권 전매를 막도록 했습니다. 또 정비사업 일반 분양이든, 조합원 분양이든 한 번 받았다면 5년 내 또 다시 당첨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한 번 분양권에 당첨되면 수천만원씩 차익을 남기고 되파는 모습들을 사전에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러 주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 카드도 쓸 수 있는 건 대부분 다 꺼내들었습니다. 우선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강화했습니다. 흔히 사고 팔 때 차익에 기본 세율 6~40% 정도가 부과되는데, 2주택자는 기본 세율에 10%, 3주택 이상 보유자는 기본 세율에 20%를 더 부과하도록 했습니다. 대신 20184월부터 적용하도록 유예기간을 둬 다주택자들은 지금 집을 내 놓으라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물론 세법 개정 사항이기에 연말 국회 상황에 따라 바뀔 가능성도 있긴 합니다.

 

소위 집을 살 자금줄도 차단하도록 각종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일부 자금에 은행 빚을 더해 집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택 가격의 30% 정도만 투자하고 은행 이자만 내다가 집값이 오르면 내다 파는 식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전세를 껴서 극소수 부분만 투자하는 갭 투자 방식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를 강화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에는 집값의 70%를 대출로 받을 수 있었다면, 6·19 대책으로 60%까지 낮아졌습니다. 이번엔 위에서 언급한 투기과열지구 등은 40%로 낮췄습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1건 이상 보유한 경우 30%밖에 못 빌리도록 규정을 뒀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이상 주택 거래엔 자금조달계획이나 입주계획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분양권이나 입주권을 사고 팔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통해 증여세 탈루 여부나 위장전입 여부 등을 따지겠다는 계획입니다. 다주택자나 미성년자 등에 대해선 국세청에서 탈루 혐의를 적극 검증할 예정입니다. 유치원생 자녀 명의로 아파트를 사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행위를 막겠다는 겁니다.

 

투기꾼들이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지 못하도록 오피스텔 분양 등에 대한 규제도 강화됐습니다. 그동안 주택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법률상 주택에 포함되지 않는 오피스텔로 투기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전매 제한기간이나 거주자 우선분양 의무 규제 등을 전국으로 확대했습니다.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부동산 불패 신화 깨질까

하지만 정부의 정책 약발은 쉽게 먹히질 않습니다. 정책 의도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정책 발표 이후 급매물을 내놨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주 특수한 사례에 불과합니다. 통계적으론 아직입니다. 부동산1148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을 보면, 서울 집값은 여전히 상승 추세입니다. 상승폭이 떨어지고 거래가 급격히 줄었지만 정책의 세기만큼 시장 충격은 크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일단 정책의 약발이 가장 잘 먹힐 집단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입니다. 투기를 범죄라 표현한다면 경범죄자들에 속합니다. 이들은 일부 종자돈을 모아 한두 군데 분양권을 노리거나 주택 시세차익을 노리는 세력입니다. 이들에겐 당장 은행 대출액이 줄어든다면 잔금을 치를 여력도 거의 없습니다. 더군다나 전매 제한 등으로 돈이 장기간 묶여 있는 것 또한 부담이 됩니다. 당연히 투기를 주저하게 됩니다.

 

문제는 오랜 기간 부동산을 통해 먹고 산 사람들입니다. 시장에선 대략 2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2015년 통계청 다주택자 통계에 따르면, 주택 3건 이상을 보유한 사람은 305000명에 달합니다. 2012211000명에 비해 절반 가까이 늘어난 셈입니다. 물론 다주택자라고 다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로 볼 수는 없습니다. 저금리 시대에 맞춰 월세 소득을 올리려는 임대사업자 또한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한 가지 신념이 있습니다. ‘집값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입니다. 실제로 한국 사회는 그랬습니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급을 늘려도, 수요를 억제해도 집값은 늘 올랐습니다. 나중에는 가계대출이 너무 많아져서 떨어뜨리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들은 단기 수요자들과 달리 장기 투자를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무슨 정책을 내놔도, 정권은 5년 뒤면 바뀐다는 사실이 깔려 있습니다. 언젠가는 이전 정부처럼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포동의 재개발 예정 아파트단지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업소들 © 시사저널 고성준

 

정부의 일관된 목표는 집값 안정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부동산 시장이 계속 불안하면 추가 안정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또한 참여정부 정책에 대해 대책을 17번이나 발표했음에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명백한 실패라며 어떤 경우든 이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간과해선 안 될 지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집값이 갑자기 떨어질 경우 집을 소유하고 있는 절반의 국민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는 점입니다. 자칫 하락폭이 커지면 집값보다 주택담보대출이 더 큰 깡통주택이 속출할 수 있습니다.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과거에 만기 일시상환 방식으로 대출을 얻은 사람은 대출 연장이 어려워 다시 월세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부의 목표가 집값 하락이 아니라 집값 안정화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부작용에 대한 세심한 배려 정책도 필요합니다. 금융규제 방식은 집을 담보로 장사 밑천을 만들거나 생활비를 조달하던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긴급자금 마련을 위한 주담대는 예외적으로 허용했지만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칫 금리가 낮은 주택담보대출 대신 금리가 높은 약관대출이나 신용대출로 이동될 경우 금리 부담만 커질 공산도 큽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정책의 예측가능성입니다. 불과 1~2년 전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부추기던 정부가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집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정부의 말은 도통 먹혀들지 않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임기 내내 일관된 자세를 유지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정부 정책은 일정한 방향을 유지할 것이란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5년을 마치고 청와대에서 나올 때 집값만큼은 확실히 잡은 대통령이 되길 기원합니다.

 

우리는 안전하지 않다 한겨레21

 

1993년부터 20178월까지 한국 원자력발전소에선 26번의 고장이 났다. 안전기기가 고장 난 1등급 고장이 23, ‘사고를 예방대처하기 위한 방어시설에 문제가 생긴 2등급 고장이 3번 있었다. 4곳의 원전에서 고장이 발생해 어느 곳도 안전을 확신할 수 없다. 아직 방사성물질이 원전 외부로 퍼져나간 것을 뜻하는 4등급 이상의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원전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는 고장사고를 구분하는 게 무의미하다. 원전 반경 5km 이내에는 11만 명이 거주하고 학교는 43개가 있다. 심지어 경북 울진의 부구초등학교는 한울 원전에서 967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라이스 전 안보보좌관 "한반도 위기 해법은 北核 용인" 811뉴시스

북한과 미국 간에 당장이라도 전쟁이 터질 것 같은 위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이 미국은 물론 미국의 우방국들에 대해 핵무기를 어떤 경우에도 사용하지 않도록 명명백백하게 확증하는 전제 아래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을 한 사람은 바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지낸 수전 라이스이다. 그는 10(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북한 문제는 너무 늦지 않았다(It’s Not Too Late on North Korea)’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과거 미국과 소련 간 방식처럼 북한 핵문제도 전통적인 전쟁 억제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역사를 통해 살펴볼 때 우리가 할 수 있다면, 또한 해야만 한다면,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해야 한다. 냉정 당시 우리는 이보다 훨씬 더한 수천 발의 소련 핵무기들을 용인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라이스 전 미 NSC 보좌관의 NYT 기고문 요지.

북한이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핵무기와 날로 개선되고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의 안보에 대한 위협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신중하게 대처를 한다면 우리가 즉각적인 위기와 맞닥뜨리는 일을 없을 것이다. 북한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쏟아내는 엄포들을 놓고 본다면 미국인들이 불안감 때문에 도망을 가더라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 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반발하며 미국에 천 배, 백배로 대응하겠다고 위협했다. 안보리 제재안은 매우 강력한 것이었다. 모든 구멍을 틀어막았다. 북한에 대한 중요한 자금줄을 잘라버렸다. 8월은 또한 미국과 한국이 주요한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시기이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항상 북한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강력한 대북 제재와 한미합동 군사훈련은 북한의 위협 수위를 높이는 요인이었다.

 

우리는 오랜 동안 북한 정권의 호전적이고 현란한 레토릭(수사)을 겪어 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유엔주재 미 대사로서 나는 북한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통과 시킬 때마다 북한의 호전적인 레토릭을 예상하고는 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전례를 찾아보기도 어렵고 특히 아주 위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만일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위협을 제기한다면 그들은 이제까지 본 적이 없었던 화염과 분노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말들은 한반도를 전쟁으로 몰고 갈 위험이 있다.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이 이런 말을 믿고 성급한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허한 핵전쟁 위협을 제기하고 있거나 아니면 실제로 전쟁을 할 의향이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아주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나 미국이 한반도에서 선제적 전쟁을 벌이기로 결심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우리는 만일의 사태들을 면밀하게 연구했다. 이른바 예방적 전쟁은 수백 만 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십 만 명의 희생자를 낼 수밖에 없다. 2600만 명이 살고 있는 거대도시 서울은 휴전선에서 불과 35마일(56km) 떨어진 곳이다. 북한의 미사일과 포들이 공격할 수 있는 넉넉한 사정거리 안에 들어 있는 것이다. 23000명의 미군과 그들의 가족이 서울과 휴전선 사이에 살고 있다. 최소한 20만 명의 미국인이 한국에 살고 있다. 일본과 주일미군 4만 명 역시 북한 공격의 표적이 될 것이다.

 

미 본토에 미치는 위험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중국이 미국과 직접적인 갈등관계로 빠질 수도 있다. 엄청난 전쟁의 충격이 세계 경제에 미치게 될 것이다. 허버트 R.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주 만일 북한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를 지니고 있다면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런 위협을 줄이고 제거하기 위해 합리적인 모든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 전쟁이 필요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와 동맹국들이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공격을 당하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예방적 전쟁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역사를 통해 살펴볼 때 우리가 할 수 있다면, 또한 해야만 한다면,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해야 한다. 냉정 당시 우리는 이보다 훨씬 더한 수천 발의 소련 핵무기들을 용인하기도 했다.

 

우리는 실용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첫째, 설혹 우리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북한은 상당량에 달하는 핵무기를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김정은이 핵을 체제 생존용 필수 무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제 미국 본토에 미치는 ICBM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의 과제는 북한이 감히 어떤 시도도 하지 못하도록 확증하는 일이다.

 

김정은이 사악하고 충동적인 성정을 지녔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비이성적인 인물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조용히 우리의 군사적 옵션을 정리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전통적인 전쟁 억제력에 의존하는 방안을 택할 수 있다. 미국과 우방에 대한 핵무기를 어떤 경우에도 사용하지 않도록 명명백백하게 확증하는 방안이다. 만일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아예 절멸될 것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두 번째,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하는 전쟁에 빠져드는 걸 피하기 위해서는 미국은 무분별한 레토릭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통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여기에는 그의 보스인 트럼프 대통령도 포함된다. 세 번째, 우리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포함한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의 우방도 마찬가지다. 어느 때보다도 재 확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네 번째, 우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유지 비용을 높이도록 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유엔은 북한을 들고 나는 의심스런 화물을 막아야 한다.

 

북한의 정치적 고립을 가속화 시켜야 한다. 김정은 정권의 취약성을 높이는 정보들을 북한에 살포해야 한다. 이런 것들은 모두 북한 정권을 압박하는 캠페인의 주요한 요소들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중국과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중국이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국과 함께 만일의 사태를 논의하는 대화를 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를 입증 가능한 방법으로 제한하거나 혹은 제거할 수 있는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협상이 가능한지 시험하는 외교를 복원해야 한다.

이성적이고 차분한 미국의 리더십을 통해 위기를 피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다.

 

서울대 교수 288명 박기영 사퇴 요구 "한국과학계에 대한 전면적 모독" 811 경향

 

10일 오후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서울대 교수 288명이 11일 긴급 성명서를 내고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순천대 교수)의 사퇴를 요구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이날 낸 성명서에서 박 교수는 황우석 전 교수에게 2005년 당시 과학기술부에서만 250억원이 넘는 엄청난 규모의 연구비를 몰아주었으며, 자신이 어떤 기여도 하지 않은 황우석 논문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자신의 전공과 맞지 않는 주제로 황우석 전 교수로부터 연구비를 받기도 했다더구나 박 교수는 황우석 사태에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거나 사죄한 적이 없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박 교수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박 교수는 황우석 연구의 문제를 알면서도 화려한 실적과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한 양심 없는 과학자이거나, 황우석과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도 깨닫지도 못할 만큼 실력과 자격이 없는 과학자이거나 둘 중 하나이다면서 이런 인물에게 새 정부의 과학기술정책과 20조원에 달하는 연구개발비의 집행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길 수 없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반대로 진실을 밝힌 용감한 연구자들은 큰 고초를 겪었으며,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들도 많다. 세간의 기억에서 흐릿해지고 있지만, 황우석과 그 비호세력은 최초로 의혹을 보도한 MBC<PD수첩>과 제작진을 궁지에 몰아넣음으로써 국민들을 호도했다이후 BRIC을 중심으로 한 젊은 과학자들의 문제제기 등, 양심적인 과학자들과 언론인 등의 노력으로 진상이 밝혀져 우리 사회는 더 큰 피해를 겨우 막을 수 있었음을 똑똑히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한때 동료 교수였던 황우석 전 교수가 벌인 과학사기의 심각성과 교훈을 결코 잊을 수 없으며 잊어서도 안된다면서 박 교수가 다시 과학기술 정책을 다루는 자리를 차지한다면, 황우석 사태 이후 한국의 대학 사회, 학문 사회가 연구 윤리를 정립하기 위해 기울여온 노력을 송두리째 무시하는 것이며 한국 과학계에 대한 전면적인 모독이다고 밝혔다.

서울대 교수들은 촛불시민들이 만들어준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황우석 사태의 어두운 그림자가 새 정부가 나아갈 길에 어른거려서는 곤란하다. 박 교수는 즉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서울대 교수 288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교수들은 추가로 서명에 참여하고 있으며 서명 작업은 오는 14일 오전 10시까지 진행된다. 서명 명단에는 황우석 사태 당시 연구처장이었으며 현재 법인이사인 자연대 노정혜 교수, 전 연구처장 자연대 성노현 교수,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으로 참여한의대 호원경 교수, 의대 교수협의회장 전용성 교수, 현 수의대 학장 우희종 교수 등이 포함돼 있다.

 

앞서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 문제로 걱정을 끼쳐드려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참여정부의 실패한 경험에 대한 성찰을 소중한 교훈으로 삼고 있다참여정부에 비판적이었던 분들뿐 아니라 참여정부에 종사했던 분들도 실패의 경험에 대한 성찰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새 정부에서 같이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도 같은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황우석 사태에 대해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 사이언스 논문의 공저자로 들어간 것은 제가 신중했기 못했기 때문이라며 제대로 사과하고 용서 구하고 싶었지만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마음의 짐으로 안고 있었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힘있는 본부장 왔다"... "원로들 불러 쇼 하나" 811오마이뉴스

박기영 과학기술본부장, 황우석 사태 책임 사과했지만 사퇴 요구는 일축

눈물까지 흘렸지만 11년 전 과오를 씻기엔 역부족이었다.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과거 황우석 사태 책임을 뒤늦게 인정하고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때 자신이 만든 과학기술혁신체계를 다시 살릴 기회를 달라며 과학계 안팎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지난 2005'황우석 사태'에 연루돼 사퇴 압박을 받아온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이날 오후 230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에서 과학기술계 원로-기관장들과 정책간담회를 진행했다. 지난 7일 국가 과학기술정책 집행 컨트롤타워인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에 임명된 뒤 첫 공식 일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장으로 들어서는 박기영 본부장을 맞은 건 사퇴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공공연구노조 조합원들의 피켓과 외침이었다.

 

황우석 사태 책임 11년 만에 사과.. 과학계 사퇴 요구 일축

박기영 본부장도 황우석 사태 관련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박 본부장은 이날 "황우석 박사 사건은 모든 국민에게 실망과 충격을 안겨주었고 과학기술인들에게도 큰 좌절을 느끼게 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과학기술을 총괄한 사람으로서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하면서 이 자리를 빌려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박 본부장은 "특히 황우석 박사의 사이언스지 논문에 공동저자로 들어간 것은 제가 신중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 때 좀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과하는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참여정부 시절 황우석 연구논문 조작 사건책임 문제로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권우성

박기영 본부장은 참여정부 당시인 지난 2004년부터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내면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지난 20061월 물러났다.

 

박 본부장은 "황우석 사건 당시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기에 아무 말하지 않고 매맞는 것으로 사과를 대신했고 그 이후에도 제대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으나 기회를 만들지 못하여 지난 11년간 너무 답답했고 마음의 짐으로 안고 있었다. 그간 여러 번 사과의 글을 썼었으나 어느 곳에도 밝히지 못했다"고 뒤늦은 사과 배경을 밝혔다.

 

다만 박기영 본부장은 "과거의 잘못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면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과학기술혁신체계,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일할 기회를 준다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일로써 보답하고 싶다"고 사퇴 요구를 사실상 일축했다.

 

사퇴할 생각이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도 박 본부장은 "(자리를) 고집한다기보다 제게 일할 기회를 허락해주면 우리 과학기술 발전과 국민의 성장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서 노력하고 싶다"고 계속 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우석 연구비 집중은 국민의 높은 관심과 언론 보도 탓?

황우석 연구비 집중 지원 논란에 대해서는 오히려 당시 국민 여론과 언론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박 본부장은 "황우석 박사 연구에 액수가 많이 집중돼 보이는데 제가 청와대 있을 때 연구비 설계와 배분 역할은 주어지지 않았다"면서 "그 당시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관심들이 많이 반영돼 연구비 수주에 유리하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한 발 더 나아가 박 본부장은 "(연구비 배분에) 당시 국민 여론이 많이 반영된 결과이지 않았나 싶다"면서 "현장 연구 수요에 맞는 연구비 배분 체계로 냉철하게 결정되고, 전문가가 파악해 배분되는,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 실력에 따른 연구비 배분이 체계화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지시로 황우석 박사 연구비를 책정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박 본부장은 "황우석 박사 연구가 난치병 치료 연구이고 장기적으로 생명과학 발전 분야여서 언론 관심도 높아 정부도 부담스러워 했다"면서 "(황우석 연구에) 왜 지원하지 않느냐는 기사가 신문 톱에 실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박 본부장은 "황우석 박사 관련해서 몸둘 바 모를 정도로 머리 숙여 사죄한다. 국민들에게 어려움 드려 죄송하다"면서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는 잘된 과학기술혁신체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 좌우되는 체계를 만들었으면 하는 게 제 처절한 반성이고 받아주면 감사하겠다"고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과학계 원로들 "힘 있는 본부장 왔다"... 공공연구노조 "원로들 불러 쇼하나"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과학기술계 원로들과 기관장들도 박 본부장을 거들었다. 참여정부 당시 과학기술인공제회 설립 작업에 참여했다는 한 인사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정무적 감각과 (청와대와 협력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박기영 본부장이 적합한 인사라고 생각한다"면서 "보좌관 때 공과가 있는데 과오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과연 과학기술계와 출연연에서 반대만 할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참여정부 당시 과총 회장을 지낸 채영복 전 과학기술부 장관도 "박 본부장이 노무현 정부 때 황우석 문제 때문에 문제가 커지고 있는데 (공과) 2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면서 "과오를 디디고 다른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질과 여건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과에 대해 사죄했지만 많은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으니 석고대죄 식으로 정리할 기회를 만들어라"고 주문했다.

 

역시 과총 회장 출신인 조완규 전 교육부 장관도 "사람을 능력으로 평가해야지, 과거 누구랑 가까웠다는 건 해프닝인데 한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는 되지 않는다"이라면서 "과학기술계에서 박기영 교수를 선택한 건 영리한 선택이고 현 정권과 가까운 분이라 과학기술계의 어려운 문제를 잘 해결하는데 노력할 걸로 생각한다"고 박 본부장을 적극 두둔했다.

 

간담회장 분위기는 이처럼 화기애애했지만 밖을 지키던 공공연구노조 조합원은 싸늘했다. 박 본부장은 1시간30여 분에 걸친 간담회를 마치고 퇴장하기에 앞서 감정에 복받친 듯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퇴장하는 박 본부장을 향해 과학기술정책 컨트롤타워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김준규 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은 이날 "박기영 교수가 스스로 사퇴할 줄 알고 왔는데 11년 전에 했던 ''를 다시 하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과학기술계 원로와 기관장을 초청해 삐에로처럼 만드는 걸 보면서 역시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황우석 사태 주역이자 설계자였던 박 교수가 11년 만에 돌아와서 사과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면서 "박 본부장 사퇴나 임명 철회가 곧 과학기술인 사기진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기영은 노무현이 키운 '박정희 적폐' 811프레시안

[기자의 눈] 이제 '박기영 카드'를 내려놓아야 할 때

박기영을 믿고 키운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황우석 사태가 불거지기 이전인 2002년에 이미 박기영은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과학기술 분야 인수위원으로 참여했다. 2003년에는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미래전략분과위원장에, 2004년에는 대통령비서실 정보과학기술보좌관에 임명됐다.

 

노무현 정부 과학기술 정책의 설계자이자,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의 귀를 잡은 과학계의 '문고리 권력'이 박기영이었던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시절 박기영의 역할을 추켜세우며 '과보다 공이 많다'고 평가한 배경으로 보인다.

 

2005년부터 시작된 '황우석 사태'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금의 문 대통령 만큼이나 박기영을 감쌌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 의혹이 불거지고 박기영의 거취 문제가 논란이 되던 20051127일 노 전 대통령은 직접 <청와대 브리핑>에 게재한 글을 통해 "과학기술보좌관이 MBC <PD수첩>에서 난자기증 문제를 취재하는데, 그 과정에서 기자들의 태도가 위압적이고 협박까지 하는 경우가 있어서 연구원들이 고통과 불안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보고를 하면서 대책을 의논해왔다"고 밝혔다.

 

당시 과학기술보좌관이던 박기영이 '<PD 수첩>의 취재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고 한 부정적 투의 보고를 그대로 믿었던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언론의 논점도 덩달아 춤을 춰 <중앙일보>'PD수첩 취재과정서 협박까지'라는 기사를 1면에 싣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125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 "황 교수팀의 연구 성과에 대한 검증 문제는 이 정도에서 정리되기를 바란다"면서 '황우석 파문'을 덮으려 해 또 다시 거센 반발을 샀다.

 

이처럼 대통령이 두 번이나 전면에 나서 여론의 뭇매를 맞는 동안, 주무 보좌관인 박기영은 기자들의 전화조차 받지 않고 침묵했다. 자신이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2004<사이언스> 논문 조작과 난자 기증 과정의 윤리적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질 때에도 그랬다.

 

그토록 대통령 뒤에 꼭꼭 숨었던 박기영은 11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말했다. "황우석 사건이 터진 당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기에 아무 말 하지 않고 매 맞는 것으로 사과를 대신했다." 그의 한참 늦은 사과가 진정성에 의심을 사는 이유다.

박기영의 공과 과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분리 접근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박기영이 황우석 '사태''사건'이라고 언급한 데에서도 드러나듯, 박기영과 청와대의 상황 판단에는 황우석 사태가 국가 정책의 정당한 시행 과정에 불거진 우발적 사건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규정하면 황우석 사태는 어느 비뚤어진 양심을 가진 과학자 한 명의 사기극에 국한되고 만다. 국민도 속고 박기영도 속고 정부도 속았다는 허무한 결론을 벗어나지 못한다. 나아가 "일 할 기회를 달라"는 박기영에게 재기의 명분이 된다.

 

박기영은 이미 지난 2005<헤럴드 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논문에 대해서는 일단 황 교수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책임을 떠넘긴 바 있다. 하지만 황우석 사태의 본질은 '논문 조작' 같은 양심의 문제를 뛰어넘는다.

 

노무현 정부는 일찌감치 줄기세포 기술을

포함한 생명공학(BT)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설정하고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200312월 황 교수 팀의 광우병 저항소 연구개발 보고회장을 방문해 "기술이 아니라 마술이라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북아시대, 2만 달러 시대의 가능성과 희망을 어디서 발견할지가 문제였는데 확실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했다.

 

심지어 노 전 대통령은 20046"윤리적으로 나쁜 방향으로 간다는 우려 때문에 탐구를 막는 것은 가능하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황 교수를 향한 연구 윤리 논란을 일축하기도 했다. 과학계는 생명 윤리에 관한 대통령의 상식 이하의 발언에 고개를 떨궜다.

 

대통령의 무지에 힘입어 황우석 연구팀에 지원된 재정은 200465억 원에서 2005년에 265억 원으로 4배 이상 뛰었다. 물론 이 연구비 몰아주기가 누구 작품이었는지는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겠다.

 

당시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과 황우석 사태에 관해 "신자유주의가 확산되고 민주주의 퇴행하는 시점에서 노무현 정부가 무언가 업적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빚은 결과"라며 "신자유주의에 기울어진 성장 모델의 필연적 산물"이라고 했다.

 

과학기술을 경제 성장의 도구로 간주하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노 전 대통령의 눈에 '황우석'이라는 그럴싸한 카드가 들어왔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 정치인으로 일생을 보내 과학기술 분야에 정통하지 않은 대통령에게 밑그림을 제시하고 황우석 카드에 돋보기를 들이댄 이가 누구인지도 재론할 필요는 없겠다.

 

국가와 자본의 결합을 통한 상품성, 생산성 위주의 과학기술 정책이 추진되던 박정희식 '과학입국' 패러다임이 황우석을 통해 노무현 정부에서 고스란히 반복된 것이다. 박기영이 공동간사와 내부기획단장을 맡은 '대통령 소속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는 황 교수의 연구 성과를 시장화하는 데 주력했다. 요즘 말로 '과학 적폐'의 상속자가 바로 박기영이란 얘기다.

 

문 대통령은 누차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적 과제로 격상된 '4차 산업혁명'의 조타수로 박기영을 발탁하고 민주 정부에 대한 성찰을 증명할 수는 없다. 박기영에게 해명의 기회를 준 것으로 임명권자의 도의적 역할은 다 했다고 본다. 이제, 조속한 결론을 기대한다

 

부동산 신화와의 전쟁

8·2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은 눈치 보기로 돌아섰다. 강력한 대출 규제가 과연 부동산 과열을 잠재울지는 미지수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신화의 영역에 속하므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부동산에 관한 한 온갖 신화가 활개를 친다.

 

부동산 불패신화, ‘시장 이기는 정부 없다는 신화, ‘세금으로는 부동산 투기 못 잡는다는 신화,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은 실패라는 신화 등등.

 

참여정부는 임기 내내 부동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도입,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좋은 대책을 연달아 내놓았으나 부동산 투기의 열은 좀처럼 식지 않았다. 임기 말에 DTI(총부채상환비율)라는 대출 규제를 도입하고서야 비로소 열이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가 6, 8월에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좋았던 DTI의 추억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선후관계가 곧 인과관계는 아니다. DTI 이후 부동산이 잡힌 것은 오비이락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DTI를 특효약이라고 과신하면 안된다. 특효약은 언제 어디서나 토지 보유세다. 언론에서 8·2대책을 참여정부 시즌2라고 명명하는데, 틀린 말이다. 보유세라는 핵심이 빠져 있으니.

요즘 온 세계가 부동산 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한국만큼 부동산 투기 열병에 시달리는 나라도 드물다. 부동산 투기는 소수의 승자가 웃고, 다수의 패자가 우는 제로섬 게임이다. 빈부 사이의 경제적 격차를 극단적으로 확대하고, 천문학적 불로소득의 유혹 때문에 생산적 활동을 저해해서 경제성장도 방해하니 한마디로 망국병이다.

 

역대 정부는 부동산 과열이 심하면 고강도 투기 억제책을 발표했으나 조금 잠잠해지면 습관성 건망증이 발동하여 부동산을 경기부양의 불쏘시개로 쓰곤 했다. 그러다 보니 정부 정책이 도무지 일관성 없이 온탕과 냉탕을 반복했다. 부동산정책에 관한 한 그래도 일관성 있는 정부는 참여정부뿐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인위적 경기부양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이 말은 역대 정부가 애용하던 부동산 경기부양이란 마약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이런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참여정부는 부동산 마약을 쓰지 않은 유일한 정부이고, 숙원이던 보유세를 강화했고, 실거래가 관행을 정착시킨 예외적 정부였다. 그러나 현실에서 참여정부는 부동산정책 실패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정책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나므로 전후를 살펴야 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의 악습을 부활시켰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은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이 뒤늦게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때의 가격 앙등도 실은 그 원인이 이전 정부의 전면적 부동산 경기부양에 있었다. 만일 참여정부 때의 종부세 기준 설정과 양도소득세 중과를 둘러싼 정부, 여당 내부의 혼선만 없었더라면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은 임기 안에 성공했을 것이다. 관료와 여당 내 보수파의 무원칙한 언행 때문에 참여정부는 부동산정책 실패라는 누명을 덮어썼지만 사실은 그만하면 성공적인 정책이었다.

 

부동산 투기에 대한 근본 대책은 토지 보유세다. 보유세는 공평으로 보나, 효율로 보나 최선의 세금이다. 한국은 보유세는 낮고 거래세 중심인 나라여서 오래전부터 학자들이 보유세 강화를 주장했으나 역대 정부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 참여정부가 도입한 보유세인 종부세는 한국 정책사의 역사적 쾌거였다. 종부세는 헌법재판소의 납득하기 어려운 위헌 결정으로 형해화하고 말았으나 보유세 강화 없이는 부동산 투기라는 망국병을 치유할 수 없다. 세금으로는 부동산 투기 못 잡는다는 신화는 틀렸다. 보유세가 근본 처방이다. 정부는 내년 4월 이후 양도소득세 중과를 예고하면서 그 전에 팔 것을 권고하지만 글쎄요, 부동산 부자들은 정부 말보다 부동산 불패신화를 더 신봉한다. 보유세 강화라는 압박이 있어야 부동산 팔 생각을 할 것이고, 그래야 천정부지의 땅값, 집값이 떨어질 것이다.

 

시장 이기는 정부 없다는 신화, 물론 틀렸다. 시장이 항상 옳고 시장에 다 맡길 거면 애당초 정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시장의 투기와 불공정, 불평등을 시정하라고 정부가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 정부는 참여정부 때의 세금폭탄운운하는 언론폭탄의 악몽 때문인지 보유세에 대해 침묵하는데, 이렇게 기백이 없어서는 부동산 신화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과감히 보유세 깃발을 올리고 전진해야 한다. 보유세 강화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의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그래서 부동산 불패신화를 깨뜨린 최초의 정부가 되기 바란다.

 

이 명예는 참여정부가 가장 근접했지만 일관성 부족 때문에 못 이룬 비원이기도 하다. /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경제학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 아니다" 811프레시안

[인터뷰 ] 도시계획·부동산 전문가 김경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한마디로 '폭탄'이 떨어졌다고 표현했다. 정부가 발표한 8.2 부동산 대책을 두고 부동산 업계에서 나온 말이다. 정식 명칭은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gap)투자 같은 투기를 억제해 실수요자들이 집을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한마디로 정부가 시장에 부동산으로 투기하지 말라는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이번 대책에는 서울 전지역에 LTV, DTI 비율 축소,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청약 가점제 100%, 다주택자 양도세소득세 중과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이 대부분 들어가 있다.

 

효과는 어떨까. 발표 직후 투기지역으로 묶인 서울 반포, 잠실 등 재건축 단지에서는 수억 원이나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면서 조합 설립을 앞둔 곳에서 급매물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핵심목표인 갭 투자자들, 즉 시세차익을 노리는 단기투자자들(다주택자들)은 정부 대책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하는지 즉 시세차익을 노리는 단기투자자들(다주택자들)은 정부 대책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하는지 일단 지켜보자는 '관망세'로 들어갔다.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양도세 증액은 20184월에나 진행될 수 있기에 그때까지는 버텨보자는 식이다. 시장과 정부 간 대결양상으로 들어간 모양새다.

 

이번 8.2 부동산대책을 두고 시장중심주의자들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즌2'가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전 노무현 정부와 현재 문재인 정부는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을 공통점으로 꼽는다. 노무현 정부 때는 택지개발 지연이 공급부족으로 이어졌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재개발·재건축 지연이 역시 공급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과거 노무현 정부, 그리고 현재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과열 현상 원인이다.

 

이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근거로 사용된다. 참여정부에서 강력한 부동산 수요억제 정책을 펼쳤지만 결국, 집값을 잡지 못했으니, 수요억제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공급부족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도시개발, 길을 잃다>, <리씽킹 서울>,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의 저자이자 도시계획·부동산 전문가인 김경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를 만나 이번 8.2 부동산 대책에 관한 평가를 들어보았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 아니다"

프레시안 : 지금 시장에서 8.2 부동산 대책이 과거 노무현 정부 때 발표한 부동산 정책과 비슷하다고 평가한다. 게다가 돈이 풀려 유동성이 활발한 시점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을 늘리지 않고 수요억제책을 펴면 부동산 시장은 더욱 가열된다고 이야기한다. 노무현 정부 때도 수요억제책을 펼쳐서 부동산을 잡지 못했다며, 이러한 전철를 밟지 않으려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경민 : 개인적으로 2015년 프레시안 연재에서 상당한 주택가격 상승 가능성에 대해 염려했었는데, 이게 현실화되어 저소득 서민들이 타격받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부동산 시장 변혁기] 주택 보유 위험? 장점도 있다!)

우선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제로 실패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살펴보아야 한다. 시장 및 언론에서는 당시 여러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면서 이를 정책의 실패로 귀결한다. 하지만 노무현 시대에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해석은 틀렸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0년대 초중반은 전 세계적으로 주택가격이 폭등한 시기였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 모두 부동산 가격이 2000년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이는 당시 저금리로 인한 상당한 유동성 그리고 중국발 경제발전으로 인해 세계경제 호황 등 다양한 이유에서 연유한다. 당시 다른 나라의 부동산 가격이 어땠는지를 자료를 보면서 살펴보아야 한다.

 

프레시안 : 당시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폭등한 것으로 기억한다.

김경민 : 2000~2006년 동안 OECD G20 국가 중 한국은 일본, 독일,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부동산 가격이 가장 오르지 않은 나라였다. 일본은 80년대 주택시장 버블 붕괴 후 경제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독일의 경우도 90년대 이후 주택시장 버블을 경험한 후 주택시장이 활기를 되찾지 못한 점을 생각하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매우 낮은 주택가격 상승폭을 기록했다는 이야기다. (<1> 참조)

 

<1>. 김경민

 

혹자는 당시 강남구 집값은 우리나라 평균을 상회했기에 해당 자료가 적절하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이다. 강남구 집값 상승률은 국가 평균을 훨씬 상회한다. 그런데, 미국은 그 큰 나라의 주택평균 가격이 7~9% 올랐다. 당시 뉴욕 집값 상승은 어마어마했다. 영국 역시 마찬가지다. 런던 집값은 살인적이다. 당시 주택가격 폭등은 전세계적 트랜드였다.

 

만약 우리나라 부동산이 폭등했다고 하면 OECD TOP으로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당시 모든 나라의 부동산이 유동성 팽창으로 급등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여기에서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을 두고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 나는 아니라고 본다.

 

<2> 2003~2007 평균 집값상승률과 위험도 분석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노무현 정권 당시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낮으면서 위험도가 낮은 국가에 속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저금리 상황속에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 우리나라 자체만으로 분석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으로 전세계적 트랜드 안에서 다른 국가와 비교 분석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시장이었다.

 

<2> 김경민

 

"서울 집값 매우 올랐다. 그러나 실수요층, 막을 수 있나"

프레시안 :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지 않은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김경민 : 부동산은 유동성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자가 낮으면, 즉 돈이 풀리면 부동산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일례로 2016년 중반 한국은행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시점, 강남 재건축 시장을 포함한 부동산가격이 팍 올랐다. 금리와 부동산간 상관관계는 모든 사람이 인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가 잘한 것은 LTVDTI로 레버리지(leverage, 차입)를 조절했다는 점이다. 1980년대 일본 주택의 경우, 돈 한 푼 없이 빚내서 살 수 있었다. 그 결과 너무도 쉽게 부동산 매입이 가능하여 심각한 수준의 폭등이 일어났고, 이후 정점에 이른 부동산 가격은 폭락했다. 그러면서 경제에 연쇄적 파장을 일으켰다. 우리나라는 그런 전례를 봐왔기에 리스크 관리를 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몰고 온 미국의 경우도 주택 가격의 5% 정도 자기 돈이 있으면 집을 살 수 있었다. 모두 빚이었다. 그것이 미국발 금융위기를 가져왔다. 가뜩이나 유동성도 높은데, 여기에 레버리지까지 원활하면 부동산은 금세 달궈진다. 하지만 우리는 DTI, LTV를 통해 위험을 관리했다. 그것이 다른나라와 우리의 차이점이었다.

 

프레시안 : 시장에서는 현재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수요억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비판한다. 부동산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급부족 상황에서 수요만 옥죄면 결국 시장의 왜곡, 즉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다는 게 이유다.

김경민 : 예를 들어보자, 2008년에 잠실에 5층 규모 아파트가 재개발돼서 거대한 30층 규모 아파트단지로 탈바꿈했다. 상당량의 물량이 공급된 셈이다. 강남권에 그 정도 거대 단지가 새로 들어섰으면 가격은 안정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불과 10년도 안된 2017년 잠실 집값은 어떠한가? 대단히 죄송하게도 어마어마하게 올랐다. 공급측면에서 가해지는 정책은 효과가 매우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해당 지역에 상당한 어메니티(교육, 대중교통접근성, 강남과 CBD 등 직주근접성 등)가 있다면, 주택 수요는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공급을 늘린다고 해서 완벽하게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집값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서울의 집값은 너무나 올랐다. 이대로는 서울에 사는 원주민들은 외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김경민 : 맞다. 서울의 집값은 매우 올랐다. 하지만 이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우리나라 경제가 서울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분당은 2008년부터 현재까지 가격 변동이 거의 없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가격을 고려하면, 약간 내려간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서울과의 접근성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 일자리는 서울에 있다. 여의도, 강남, 상암, 종로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를 출퇴근하려면 접근성이 높은 게 이득이다. 그런 면에서 분당은 서울과 비교가 안 된다. 일자리가 서울에 몰린 상태에서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을 정부가 잡을 수 있을까. 나는 어렵다고 본다. 분당에서 살던 사람이 접근성 때문에 서울로 오려는 것을, 즉 좀 더 좋은 여건에서 살고 싶어 하는 것을 정부가 어떻게 막을 수 있나.

 

개인적으로 여의도-강남-종로를 골든 트라이앵글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삼각형 내부, 혹은 인접지역의 집값을 한번 보자. 과거 분당 집값은 마포구와 성동구 옥수동 등과 비교가 안됐다. 더 높았다. 그런데 현재 평당가격을 비교해보라. 어느 지역 가격이 높은지.

 

프레시안 : 현재 정부는 그런 실수요는 내버려두고 투기수요를 잡는다는 게 취지 아닌가.

김경민 : 투기수요에 8.2 부동산 대책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내가 말하는 것은 실수요자들을 이야기다. 실수요자들이 좋은 조건에서 살고 싶어 하는 욕구를 정부가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부동산은 사이클이다. 부동산은 한 동안 가격이 올랐다가 정점에서 다시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는 시장이다. 부동산 시장은 크게 공간시장(건설시장)과 자본시장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자본시장에서 상당한 수요(저금리 및 소득의 상승)가 존재할 때 디벨로퍼들이 주택을 건설하게 된다. 그런데 주택(한국의 경우, 아파트)은 하루아침에 시장에 주택이라는 재화가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 간격(아파트는 대개 3)을 두고 시장에 나오게 된다. 따라서 이런 간극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가격은 불안정하게 되고 내재적 사이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재화가 내재적 사이클을 가지고 있는데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경우,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이 유탄을 맞았다는 분석도 있다. LTV 등이 낮아지면서 집을 사는데 필요한 자금이 더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김경민 : 맞다. 그렇기에 선의의 피해자는 구제해줘야 한다. 1주택자 중 중산층 이하 서민 그리고 무주택자들이 그 대상이다. 이들은 주택을 사려고 계획을 가졌다가 이번 대책 발표로 그 계획이 망가졌다. LTV 등이 축소되면서 집 살 기회가 멀어지고 있다. 다주택자도 잡아야 하지만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프레시안 : 서민 다수가 주거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은 다세대 주택이다. 이곳에서 살려고 했던 수요층도 직격탄을 맞았을 듯하다.

김경민 : 서울의 경우 주택거래량을 봤을 때, 제일 많은 게 다세대주택이다. 아파트는 그 다음이고 오피스텔순이다. 그렇기에 이쪽 이야기를 안 하는 건 문제다. 다세대주택은 아파트만큼 레버리지를 못 누린다. 다세대주택 매입 시 은행 담보를 구하는 경우, 아파트에 비해 번거롭다. 어찌보면 서민용 주택 구입에 있어서 서민들이 더 힘들게 금융서비스를 받는 모양새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 당국이 좀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

 

"보유세, 반드시 인상되어야 한다"

프레시안 : 정부가 시장가격을 조정할 수는 없으나 강한 시그널을 줄 수 있을 듯하다. 예를 들어 '부동산으로 더는 투기를 할 수 없다' 식으로 말이다. 다주택 보유자들이 부동산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기를 하는 것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김경민 : 부자들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 이는 양도세, 보유세 등으로 일정 시세차익을 환수하는 방법 말고는 없다.

 

프레시안 : 이번 대책에서 양도세 증세는 나왔으나 보유세는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증세에 대해 청와대에서 조세저항을 우려하는 듯하다. 이번 부동산 대책의 초안을 만든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보유세 도입 관련,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경민 : 보유세는 반드시 인상되어야 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봐도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매우 낮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은 0.279%10억짜리 아파트 보유시 일년 보유세가 기껏 300만 원 정도다. 3500cc 자동차 1년 보유세가 100만 원인 것과 비교하기 바란다. 이 정도 금액은 10억 자산가에게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금액이다. 보유세 인상에 대해 과민반응 할 것이 아니라, 이 정도 금액이 자산가에게 부담이 되는지부터 따지기 바란다.

 

부동산에서는 'tenure choice'라는 것이 있다. 즉 잠재적 주택구매자가 임대로 살지 아니면 자가를 구입할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 때 구매자는 1년 임대료와 주택구매/보유시의 혜택과 비용의 합을 비교한다. 만약 1년 임대료보다 주택구매의 혜택이 크다면 당연히 주택을 구매한다. 그런데 주택구매/보유시 고려 사항은 크게 주택 대출 1년치 이자액과 각종 세금(특히, 보유세) 그리고 미래 예측한 지가 상승액 등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보유세가 워낙 낮기에(부담이라고 볼 수 없기에), 주택가격이 조금이라도 상승할 기미가 보이면 많은 사람들이 주택구매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거래를 지연시키는 양도세 보다는 보유세 인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 도대체 무엇이 무서워서 보유세 인상을 두려워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단적으로 미국 등 선진국 실질보유세율과 비교하기 바란다. 미국(1.4%), 덴마크(0.69%), 스웨덴(0.43%), 대만(0.32%) 등에 못 미친다. OECD 평균 1.1%보다도 낮은 수치다.

 

프레시안 :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 거라고 예상하나.

김경민 : 현재 상황에서 중요한 지표는 두 가지다. 이자율과 인플레이션이다. 이자율은 부동산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 이자율이 내려가면 부동산은 상당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논의와 약간 벗어나나, 개인적으로 이명박 정권이 2008년 글로벌 쇼크가 터지자마자 이자율을 무려 300bps 낮춘 것을 상당히 평가한다. 당시 폭락을 했어야 할 국내 부동산 시장이 큰 무리 없이 2011년까지 갈 수 있었다. 그 이후, 이명박 정권의 보금자리주택이라는 어이없는 정책으로 시장에 교란을 가져온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박근혜 '행복주택'이 가져올 불행섞는 게 답이다)

 

따라서, 작은 이자율의 변동은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이자율 상태는 상당한 유동성을 시장에 제공한 것이기에, 개인적으로 진정으로 부동산 가격 잡겠다고 하면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이자율도 인상해야 한다고 본다.

 

인플레이션은 이자율과 반대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인플레이션은 부동산 '헷지(hedge) 효과'를 가져오는데,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으로 주택건설 자재들이 오르는 경우, 주택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오는 경우, 대개의 투자자는 주택을 매입할 수밖에 없다. 장기간의 디플레이션 기간 일본 사람들이 주택 구매를 망설인 것이 반면교사다.

 

그런데 개인적 판단으로는 현재 인플레이션 압박이 상당하다고 본다. 신문에 나온 뉴스들 상당수가 물가 상승에 관한 내용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이자율이 낮은 상태와 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양도세 상승으로는 주택 가격 잡는 것이 지난할 수 있다. 양도세는 거래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더 크다.

 

본인 예측이 틀리기를 바라나, 경제 제반 상황들이 주택가격 상승 시그널을 주고 있고 양도세 상승분 이상으로 주택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면, 시장참여자들이 다시 주택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결국 남은 카드는 보유세 인상이다.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보유세 인상을 반드시 이 기회에 시도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한국은행의 포지션이다. 미국연방은행의 그린스펀이나 옐런의 한 마디는 시장의 미래 예측 가능성을 높여줌으로써 가이드를 제시한다. 한국은행도 명확한 시그널을 주기 바란다.

 

정부가 주택가격 잡는다? 오히려 저소득층 주거복지에 힘쓰라"

프레시안 : 정부에 바라는 부동산 정책이 있다면?

김경민 : 사실 부동산 가격은 정부가 개입해서 잡을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콩나물 가격도 잡기 힘들다. 하물며 거래되는 재화 중에서 단위가 가장 큰 주택 가격을 잡는다는 것이 과연 자본주의 국가의 정책이 될 수 있을까? 될 수 있다고 쳐도, 과연 시장에서 이것이 통용될 것인가? 현재의 주택 시장은 나도 과열되었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이런 상태에 정부가 무언가 액션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본다. 그런데 그 액션이 주택가격을 잡는다가 적정한 것인가는 의문이다.

 

오히려 그 노력으로 저소득층 주거복지에 힘쓰라고 강권하고 싶다. 저소득층 서민들이 적정한 가격에 적정한 지역의 적정한 수준 주택에 살 수 있는 기회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그들에게 직접적인 인센티브(보다 현실화된 주택 바우쳐의 대폭 확대)와 더불어 그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공익적 민간디벨로퍼(미국의 커뮤니티 디벨로퍼와 같은 공익적 목적의 디벨로퍼로 적정 주택(affordable housing) 개발 업체)에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서민들 주거공간을 확충해야 한다. 이는 도시재생과 관련된 이슈이고 이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자.

결론적으로, 부동산 가격에 매달리기 보다는 저소득층 주택 공급 및 수요층 인센티브 확대 정책에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본다.

 

프레시안 : 그것은 SH공사 등에서 임대주택을 만들면서 해결하고 있지 않나.

김경민 : 시대가 변했다. 더는 SH공사나 LH공사가 하는 방식, 즉 대규모 개발을 통한 임대아파트 건설 방정식은 통용되지 않는다. 서울에 그런 택지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할 경우, SH 혹은 LH아파트단지 예정지역의 인접 주민들 반발이 만만치 않다. 우리는 이미 박근혜 정권의 행복주택이 중산층 지역 뿐 아니라 서민 지역에서조차도 지역민들의 반대로 진행이 더디거나 취소된 경우를 보아왔다. 공공이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는 패러다임은 지났다. 공익적 민간 디벨로퍼들이 임대주택 개발의 전면에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있을 수 있겠나.

김경민 : 사회적 기업 등이 그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소규모 주택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사회적 기업, 즉 주택공급자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주택개발을 독려하고 주거 수요자의 범위는 좀 더 넓혀 이에 대한 혜택받는 이들을 확대해야 한다. 그런 기조로 앞으로 주택정책이 펼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주택정책도 세밀해질 필요가 있다.

 

정부가 주택가격 잡는다? 오히려 저소득층 주거복지에 힘쓰라"

프레시안 : 정부에 바라는 부동산 정책이 있다면?

김경민 : 사실 부동산 가격은 정부가 개입해서 잡을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콩나물 가격도 잡기 힘들다. 하물며 거래되는 재화 중에서 단위가 가장 큰 주택 가격을 잡는다는 것이 과연 자본주의 국가의 정책이 될 수 있을까? 될 수 있다고 쳐도, 과연 시장에서 이것이 통용될 것인가? 현재의 주택 시장은 나도 과열되었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이런 상태에 정부가 무언가 액션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본다. 그런데 그 액션이 주택가격을 잡는다가 적정한 것인가는 의문이다.

 

오히려 그 노력으로 저소득층 주거복지에 힘쓰라고 강권하고 싶다. 저소득층 서민들이 적정한 가격에 적정한 지역의 적정한 수준 주택에 살 수 있는 기회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그들에게 직접적인 인센티브(보다 현실화된 주택 바우쳐의 대폭 확대)와 더불어 그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공익적 민간디벨로퍼(미국의 커뮤니티 디벨로퍼와 같은 공익적 목적의 디벨로퍼로 적정 주택(affordable housing) 개발 업체)에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서민들 주거공간을 확충해야 한다. 이는 도시재생과 관련된 이슈이고 이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자.

 

결론적으로, 부동산 가격에 매달리기 보다는 저소득층 주택 공급 및 수요층 인센티브 확대 정책에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본다.

 

프레시안 : 그것은 SH공사 등에서 임대주택을 만들면서 해결하고 있지 않나.

김경민 : 시대가 변했다. 더는 SH공사나 LH공사가 하는 방식, 즉 대규모 개발을 통한 임대아파트 건설 방정식은 통용되지 않는다. 서울에 그런 택지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할 경우, SH 혹은 LH아파트단지 예정지역의 인접 주민들 반발이 만만치 않다. 우리는 이미 박근혜 정권의 행복주택이 중산층 지역 뿐 아니라 서민 지역에서조차도 지역민들의 반대로 진행이 더디거나 취소된 경우를 보아왔다. 공공이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는 패러다임은 지났다. 공익적 민간 디벨로퍼들이 임대주택 개발의 전면에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있을 수 있겠나.

김경민 : 사회적 기업 등이 그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소규모 주택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사회적 기업, 즉 주택공급자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주택개발을 독려하고 주거 수요자의 범위는 좀 더 넓혀 이에 대한 혜택받는 이들을 확대해야 한다. 그런 기조로 앞으로 주택정책이 펼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주택정책도 세밀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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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다시 보기

(8) 임대수익 보장제] 보장 약속 믿었다간 깡통차기 십상811 중앙 이코노미스트

제주 등지에선 관련 분쟁으로 몸살 법적 보호 장치 없어 낭패볼 수도

 

신문이나 잡지·인터넷 등에는 돈이 될 것 같은부동산 관련 광고가 넘쳐난다. 어떤 광고는 실제로 재테크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이 있다면 광고도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포장만 그럴 듯한 광고가 상당수다. 과대·과장·거짓은 아니더라도 그 뒤엔 무시무시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예도 많다. 이런 광고를 액면 그대로 믿었다간 시쳇말로 폭망(심하게 망했다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할 수도 있다.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그 이면을 들여다본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결정할 때는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 수익이 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다. 지역의 경제 상황이 나빠지거나 주변에 같은 상품이 늘어나면 수익은 줄어들게 된다. 단기간이라면 원하는 수준의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장기간 이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러한 틈을 파고드는 광고 문구가 있다. ‘2년간 임대수익률 보장이나 확정수익 시행사 확약서 발행과 같은 광고다.

 

임대수익 보장제 혹은 확정수익 보장제 등으로 불리는 이 광고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상가·오피스텔·호텔 완공 후 일정 기간 임차인이 있든 없든 시행사(부동산개발회사)가 약속한 임대수익률을 맞춰주겠다는 것이다. 오피스텔이나 제주도에 많이 들어서고 있는 분양형 호텔, 상가 등이 이런 표현을 내세워 투자자를 모집한다.

 

빈 집인데도 시행사가 임대료를 준다니 혹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분양회사가 최근 몇 년 간 이 같은 문구를 동원해 수많은 오피스텔·호텔 등을 팔았다. 하지만 이런 수익률 보장제는 결과적으로 믿을 게 못 된다. 임대수익 보장 기간이 끝난 뒤에 임대료가 확 떨어져 임대수익은커녕 분양가보다 시세가 떨어진 오피스텔도, 시행사가 문을 닫거나 수익이 나지 않아 보장해 준다는 임대수익을 주지 않아 분쟁이 생긴 분양형 호텔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여러 이름으로 불리지만 이 광고는 입주 초기 일정 기간 시행사의 책임 하에 주변 임대시세 또는 그 이상의 수익률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2015년 초에 분양한 천안의 한 오피스텔은 연 수익률 17%2년 간 임대수익을 보장한다고 해서 주변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어떤 분양회사는 임대수익 보장 확약서를 발행해 주기도 한다. 방식도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임대료를 일정 기간 보전해주는 식이다. 실제로 경기도에서 분양 중인 A 오피스텔을 보자. 이 오피스텔 분양회사는 2년 간 연 7%의 임대수익을 보장해 주는 조건으로 16000만원에 분양하고 있다. 임대수익률 연 7%는 담보대출을 50% 받아 실제 투자금이 8000만원인 경우를 기준으로 삼았다. 담보대출 이자가 연 3.3%라면 임대수익률이 연 7%대에 이르려면 월세는 70만원 정도가 돼야 한다.

 

분양가에 보장 금액 이미 포함된 경우 대다수

같은 크기의 주변 오피스텔 임대료는 현재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60만원 정도다. 시행사는 새 오피스텔이어서 임대료를 조금 더 받는다는 가정 하에 연 7%대 수익률에 맞춰 분양가를 정한 것이다. 임대수익 보장 조건은 만약 이 오피스텔이 완공된 뒤 임대료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40~50만원으로 떨어지면 시행사 측에서 매달 20만원 정도의 차액을 보전해준다는 것이다. 또 다른 형태는 주변 임대 시세와 관계없이 임대료로 매달 얼마간을 지원하는 식이다. A 오피스텔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매달 20만원씩 일정기간 시행사가 계약자에게 현금을 주는 식인데, 공실(빈 방)이 생기거나 주변 임대료가 월 50~60만원 밑으로 떨어지면 계약자는 임대수익률에서 손해를, 그 이상이면 임대수익률이 당초 기대보다 조금 더 높게 나오는 형태다.

 

어떤 형태든 일정 기간 수익을 보전해 주는 것이어서 계약자 입장에선 나쁠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임대수익 보장제는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년이든 3년이든 보장 금액 자체가 분양가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투자솔루션부 수석전문위원은 새 오피스텔·상가라는 이유로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비싼 예가 많다결국 분양가에 임대수익 보장 비용이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분양가가 13000만원이었던 경기도의 B 오피스텔은 대규모 미분양이 생기자 10%가량 할인 판매를 고려하다 결국 연 수익률 10% 확정 보장이라는 방식으로 미분양 판매에 나섰다. 할인 판매 가격만큼을 임대수익 보전이라는 형태로 돌려준 것이다.

 

임대수익을 보장하는 주체도 애매하다. 대부분이 시행사인데, 시행사가 원래 안정적인 조직이 아니다. 오피스텔이나 해당 호텔 사업을 위해 갑자기 만들어진 예가 대부분이다. 자본도 거의 없고 계속 사업을 할 생각도 별로 없다. 해당 사업이 끝나면 다른 법인을 만들어서 다른 사업을 시작하지, 연속성을 가지면서 신뢰를 이어가는 시행사는 많지 않다. 시행사 자체도 자본금 등 가진 게 별로 없어 분양이 조금만 지연돼도 자금 압박으로 쩔쩔매는 곳이 많다. 시행사가 부도 등으로 없어지거나 위탁 관리업체가 바뀌면 이 같은 계약조건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계약 조건에 확정 수익률과 보장기간을 명기해 뒀다면 다행이지만, 대충 구두약속만 해놓거나 책임 소지자가 명확하지 않을 때에는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유명 시공사나 금융회사 또는 신탁회사가 임대수익을 보장한다면 그나마 조금은 더 신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점을 모두 고려한다고 해도 임대수익을 보장하는 기간은 길어야 2년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임대수익 보장 기간이 끝난 뒤에는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분양회사 측에선 임대수요가 많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하지만 공급 물량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새 오피스텔이 급증한 서울 송파구의 경우 현재 임대시세는 3~4년 전 분양 당시 분양회사들이 장담했던 임대료에 턱없이 모자란다. 전용 면적 33안팎 오피스텔을 분양할 때 분양회사들은 당시 시세인 보증금 1000만원에 월 80~90만원은 거뜬히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지금 시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0만원 정도다. 공급이 늘면서 임대료가 하락한 것이다. 문정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임대수익률이 연 2~3%에 그치면서 분양가보다 시세가 하락한 곳도 많다고 전했다.

 

과장 광고에 대한 처벌만 가능

더 큰 문제는 확정수익을 보장해 놓고 나중에 이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더라도 과장 광고에 대한 처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확정수익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셈이다.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피해는 대부분 민사소송으로 보호받을 수밖에 없어 투자자로선 시간과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20155월 서귀포시 성산읍에 들어선 C 호텔(객실 215)은 수익금 배당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투자자와 운영사 간 갈등으로 최근 영업이 중단됐다. 같은 해 8월 제주시 조천읍에 들어선 D 호텔(객실 293)은 확정 수익률로 연 7.75%를 보장한다고 했지만 완공 후 3개월까지만 수익금이 배당됐고 그 이후에는 배당금이 확 줄거나 중단돼 올해 초부터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제주도는 이처럼 최근 몇 년간 우후죽순 들어선 분양형 호텔에서 확정수익과 관련한 문제가 드러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계약자들은 연 8~10% 수익을 보장한다는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은행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수익을 내지 못하는 분양형 호텔마다 운영사와 투자자들 간 분쟁이 일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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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오피스텔 청약률·계약률] 숫자 뻥튀기 맹신해선 곤란 710

청약 통장, 사람 매수해 건설사가 직접 나서기도 1순위 미달이면 청약 경쟁률 의미 없어

 

620일 한강 메트로자이 오피스텔 견본주택 앞. 새벽부터 청약을 하기 위해 몰린 수요자로 긴 줄이 형성돼 있다.

627일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일산 한류월드 유보라 더스마트오피스텔 견본주택 앞. 오피스텔 청약이 시작된 이날 견본주택 앞에는 새벽 2시부터 200여 명이 줄지어 있었다. 청약을 위해 노숙도 마다하지 않았다. 청약 접수가 시작된 오전 9시쯤엔 100m가 넘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이보다 앞선 20일 경기도 김포시 걸포동 한강메트로자이오피스텔 견본주택 앞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견본주택 앞에는 문을 열기도 한참 전인 이른 새벽녘부터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전 8시께 견본주택에 도착한 사람은 청약을 하려고 3시간 이상 줄을 선 채 기다려야 했다.

 

인기 상품에 사람 몰리는 건 당연

한강메트로자이처럼 요즘 분양하는 오피스텔 견본주택 앞에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오피스텔 청약을 위해 전날 밤부터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펴고 노숙을 하기 일쑤다. 대신 줄을 서 주는 알바도 성행하고 있다. 하룻밤 줄을 서 주는 대가는 통상 5만원이다.

 

오피스텔은 관련법상 꼭 견본주택에서 청약을 받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 청약 시스템이 잘 갖춰진 만큼 인터넷으로 청약을 받으면 이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비단 청약자만 편한 게 아니다. 분양회사 측도 인터넷 청약을 받으면 편하긴 마찬가지다. 비용도 견본주택에서 접수를 받는 것보다 적게 든다. 그런데 굳이 이런 수고를 하는 이유는 뭘까. 그 답은 청약률과 계약률에 있다. 청약·계약률은 숫자에 불과하지만 그 힘은 기대 이상이다. 분양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도, 그 반대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청약·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이른바 장난을 치는 것이다. 청약률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갖가지 수법을 동원한다. 따라서 청약자 즉, 수요자는 청약·계약률만 보고 투자를 하거나 계약을 해서는 안 된다.

 

어떤 시장, 어떤 상품이든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해당 상품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게 마련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청약률이 바로 그렇다. 청약률이 높으면 당연히 공급 물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아파트·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과 같은 주택은 물론 상가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건설회사들은 청약률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청약률은 다시 계약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분양대행회사인 엠게이츠 장원석 대표는 별 생각 없이 청약을 했다가 당첨된 사람에겐 청약률이 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친구 혹은 지인의 권유로 청약을 했는데 덜컥 당첨된 경우 청약률이 매우 낮게 나왔다면 계약을 포기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반대로 청약률이 높으면 계약도 수월하게 진행된다. 이런 이유로 청약률과 계약률을 의도적으로 부풀리는 회사가 적지 않다.

 

최근 분양한 오피스텔이 인터넷 청약 대신 굳이 견본주택에서 청약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벽부터 견본주택 앞에 줄을 세우고, 이런 모습을 적극 홍보해 마치 이 오피스텔을 사면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꼼수다.

 

아파트는 인터넷 청약이 의무여서 이런 꼼수를 쓰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모든 건설회사가 정직하게 청약을 받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3년 전 경기도 양주신도시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한 대형 건설회사는 1개 단지를 3개 단지인 것처럼 쪼개 청약 접수를 받기도 했다. 아파트는 1개의 청약통장으로 1개 단지만 할 수 있는데, 당첨자 발표일만 다르면 청약 날짜가 같더라도 청약이 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1개 단지지만 동별로 당첨자 발표일을 3개 나눠 1개의 청약통장으로 3번씩 청약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청약을 받는 단지가 지금도 종종 나온다.

 

계약률은 미분양 털어내는 데 도움

줄을 세우거나, 단지를 쪼개 청약을 받는 방법 외에 청약률을 높이기 위해 건설회사가 보편적 쓰는 꼼수는 청약 통장과 사람 동원이다. 직원이나 주변 부동산중개업소 등을 통해 청약통장을 사들이거나, 돈을 주고 사람을 모아 회사 차원에서 직접 청약을 하는 것이다. 통장이나 사람을 사서 청약하므로 가장 확실하고 가장 쉬운 방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회사 분양 관계자는 서울 등 인기 지역에서는 사람을 동원하는 예가 거의 없지만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일부 지역에서는 사람이나 청약 통장을 동원해 청약률을 높이기도 한다비인기지역은 청약률이라도 높여야 어느 정도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계약률은 남은 물량을 털어내는 데 활용된다. 아무리 인기 단지라도 청약 부적격 당첨자 등을 고려하면 미분양 물량이 10%가량 나오게 마련이다. 남은 이 10%의 물량을 털어내는데 가장 좋은 게 바로 계약률이다.

 

그런데 청약·계약률은 건설회사가 꼼수를 쓰지 않더라도 산정에 허점이 많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가령 오피스텔은 관련법상 한 사람이 2~3(혹은 타입)에 청약할 수 있으므로 기본적으로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아파트는 청약 1순위인지, 2순위 경쟁률인지 따져봐야 한다. 아파트 청약은 1순위자 접수 하루 뒤에 2순위 접수를 받는데, 1순위에서 미달해야만 2순위 접수를 받는다. 1순위에서 미달하더라도 2순위에서 마감되는 예가 많은데 그렇더라도 청약 경쟁률 몇 대 1’이라는 속으로 홍보·광고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2순위는 청약통장이 없어도 청약할 수 있으므로 청약 1순위에서 미달했다면 청약 경쟁률 자체는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2순위에서 청약자가 대거 몰리는 단지가 있는데 이런 곳은 대개 건설회사가 주변 중개업소 등 사람을 대거 동원한 것으로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시·도별 초기계약률(청약 당첨자를 대상으로 한 계약)을 매 분기마다 공개하고 있고, 국토교통부는 매달 미분양 물량을 집계해 공개한다. 그러나 HUG의 초기계약률 통계는 분기별로 발표되고, 국토부가 공개하는 미분양 물량은 건설회사가 주는 자료를 바탕으로 하므로 계약률을 속여 미분양 물량을 축소 보고하더라도 잡아낼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분양 물량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주택 정책을 펴는 데도 유리하다제도적인 문제점을 보완해 보다 정확한 수치를 수요자에게 제공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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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부동산 수익률의 함정] ‘OO% 수익률 광고는 숫자에 불과하다 6.5

대출금에 따라 수익률 오락가락 공실·세금·중개수수료 등 마이너스 요인도 감안해야



수익형 부동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수익이다. 얼마를 투자해 얼마를 벌 수 있느냐, 즉 투자수익률이 몇 %나 되느냐가 수익형 부동산에선 투자의 척도다. ‘투자금액 대비 연 6%’라는 식의 분양 홍보 문구를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6%’가 바로 투자수익률이다. 투자수익률은 간단하게는 1년치 수입을 투자금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예컨대 A 오피스텔 한 채를 1억원을 주고 분양받아 월 60만원에 임대한다면 이 오피스텔의 연 수익률은 1년치 월세 수입(720만원)1억원으로 나눈 후 100을 곱한 7.2%. 이 같은 수익률은 그러나 세금 등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 계산한 것이므로 시장에선 흔히 명목(名目)수익률이라고 부른다. 어떻게 불리든 상가·오피스텔·호텔·펜션 등 각종 수익형 부동산 투자의 척도인 만큼, 상가 등을 분양하는 회사들이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도 바로 이 수익률이다.

 

그런데 수익률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형편없이 적을 수 있다. 수익률 자체가 숫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조작(?)도 가능하다. 수익률을 맹신해서는 절대 안 되는 이유다. 보통 상가·오피스텔·호텔 등 수익형 부동산 분양 회사들은 수익률을 연 6% 정도에 맞춰 분양한다. 시중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연 1.2~1.4%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 6%는 명목수익률이라고 하더라도 꽤 높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때문에 최근 몇 년간 오피스텔·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상업용부동산컨설팅 회사인 인사이트그룹의 이기태 대표는 공급 과잉이라고 하는 오피스텔이 여전히 잘 팔리는 것은 임대수익률이 연평균 5%에 이르기 때문이라며 시중 유동자금이 은행을 떠나 오피스텔 등 상업용 부동산에 몰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가끔은 연 6%의 상식적인 범위를 벗어나 연 15%, 17%의 수익률을 내세우는 곳도 적지 않다. 정말 이 수치가 가능하다면 투자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더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 거짓말은 아니다. 숫자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A 오피스텔을 예를 들면, 분양가 1억원 중 60%6000만원을 연 3.5%로의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대출을 받았으니 실제 투자자의 주머니에서 나간 돈은 4000만원뿐이다. 실투자금으로 수익률을 계산하면 1년간의 월세 수입(720만원)에서 1년간 대출 이자(210만원)을 뺀 금액을 4000만원으로 나눈 연 12.75%가 된다.

 

숫자로 눈속임 얼마든지 가능

대출을 60% 받았을 뿐인데 수익률은 두 배에 근접할 정도로 급등한다. 이렇게 수익률이 쑥 오르는 원리는 간단하다. 나눗셈에서 분모 값이 확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출을 90%까지 받아 분모(실투자금)1000만원으로 떨어지면 대출이자(315만원)를 고려하더라도 수익률은 연 40.5%로 치솟게 된다. 숫자로 얼마든지 눈속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는 예가 많다분양 회사에서 내세우는 수익률은 계산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편차가 크므로 참고용으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A 오피스텔은 그러나 어떻게 계산하든 수익률 자체가 괜찮은 편이므로 숫자로 눈속임을 했다고 해도 투자자에겐 이득이다. 문제는 대출을 받는 경우를 가정해 계산한 수익률 자체가 낮을 때다. 분양 회사가 말하는 연 6%의 수익률은 실투자금 대비 수익률일 가능성이 크다. 상가·오피스텔 계약자가 분양가의 50~60%는 대출을 받을 것이라고 미리 가정하고 계산해 놓은 수치다. 그렇다면 분양가 1억원짜리 B 오피스텔의 실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연 6%라면 임대수입은 얼마나 될까. 분양 회사들은 임대료로 매달 40만원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할 것이다. 투자자가 연 3.5%의 금리로 분양가의 60%6000만 원을 대출 받는 조건을 가정했다면 말이다. 주변 임대 시세가 40만원이고, 실제로 40만원에 월세를 놓는다고 해도 매달 17만원가량을 대출 이자로 내야 하니 실제 투자자의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매달 23만원뿐이다.

 

매달 필요한 만큼의 현금 나오도록 투자 계획 짜야

23만원이라도 다 가져가면 다행이다. 6%라는 수익률은 명목수익률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23만원도 다 가져가지 못한다. 세금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부대비용 등을 고려한 실제 투자수익률은 명목수익률에 한참 못 미친다. 우선 공실(空室)을 고려해야 한다. 세입자가 1~2년 단위로 바뀐다면 이전 세입자가 나가고, 새 세입자가 입주할 때까지 공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세입자가 임대료를 연체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보통 시장에선 이런 상황을 고려해 임대료의 10% 정도를 제한다. 여기에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중개수수료·취득세·종합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고려해 다시 총 수익의 20%를 제한다. B 오피스텔의 경우 이런 부분까지 고려하면 투자자가 매달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23만 원이 아니라 절반 수준인 12만원에 그친다. 만약 대출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거나, 대출 원리금을 균등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수입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분양 회사가 말하는 수익률을 곧이곧대로 믿어선 안 된다. 전문가들은 계약 전 반드시 사업지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 적정 임대료를 설정하고, 공실률을 감안해 수익률을 따져보라고 조언한다. 사업지 주변 임대 상황이나 공실률 등은 지역 중개업소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이 몰려 있는 서울 문정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 회사들이 월 임대료를 1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한다면 그건 가끔 계약되는 가장 비싼 월세라며 회사가 100만원을 얘기한다면 평균 임대 시세는 80~90만원 선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때 수익률이 아닌 월세 총액에 초점을 맞추고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존의 투자 방법이 얼마를 투자해 얼마를 벌겠다는 식이었다면, 매달 얼마를 벌기 위해 얼마를 투자하겠다는 식이다. 가령 은퇴를 앞둔 중년층이 은퇴 후 생활비 등으로 매월 500만원 정도의 현금이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월세 100만원짜리 오피스텔 5~6채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은퇴한 경우나 은퇴를 앞뒀다면 실제 투자수익률이 연 1~2%대라고 해도 매달 필요한 만큼의 현금이 나올 수 있도록 투자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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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택조합 아파트] 10곳 중 7곳 토지 확보 못 해 표류 중 626

투명성 높이려 주택법 개정했지만 위험 요소 그대로... 조합 가입 전 토지 확보율 반드시 확인해야

2년 전 경기도 하남시의 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조합원이 된 A. 1000가구가 넘고 무엇보다 시세보다 20% 싸게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고 해 서둘러 가입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아직 착공도 못하고 있다. 아파트 부지(토지) 확보를 못 해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역주택조합 측은 최근 A씨에게 사업비 상승을 이유로 추가 금액을 요구했다. A씨는 2년 전 이미 분양가가 확정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업 지연으로 금융비용이 늘어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주변 시세나 일반 분양 아파트보다 10~20% 저렴한 아파트. 좋은 층··동을 직접 고를 수 있고, 청약통장이 없어도 분양받아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 바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다. 실제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분양가가 저렴하고 청약 경쟁을 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거짓·과장 광고로 인한 피해가 잇따랐고,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관련법(주택법)을 고쳐 거짓·과장 광고 차단에 나섰다. 정부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투명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거짓·과장 광고는 다소 줄겠지만 그렇다고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안고 있는 위험성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장점 많지만 위험성도 높아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같은 지역 거주민 중 무주택자 또는 전용 85이하 1주택자가 모여 조합을 만든 뒤 아파트를 짓는 방식의 사업이다.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1980년 도입됐다. 조합원이 되려면 동일 광역생활권(도 단위)6개월 이상 거주해야 한다. 수도권에서는 서울·경기·인천을 하나의 광역생활권으로 인정한다.

 

주민이 모여 조합을 만들고 조합이 아파트 개발 사업을 맡는다는 점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재개발·재건축과 비슷하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사업 구조가 단순하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추진위원회 안전진단 관리처분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절차를 밟는 데만 평균 5년 정도가 소요된다. 주민이 의기투합하면 이보다 더 짧아질 수 있지만 자칫 주민 간 이견이라도 생기면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구역 지정 후 조합을 만들고 사업·분양승인만 받으면 된다. 재개발·재건축 사업보다 사업 속도가 평균 5년 이상 빠른 셈이다. 다음 절차로 넘어가기 위한 문턱도 그리 높지 않다.

 

사업 절차가 단순하고 주민이 직접 아파트 개발 사업을 맡기 때문에 분양가가 주변의 일반 분양 아파트보다 저렴한 것이다. 분양대행회사인 엠게이츠 장원석 대표는 부동산 개발 회사(시행사) 마진이 없고 사업 속도가 빨라 그만큼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으므로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합원 자격만 된다면 청약통장이 없어도 조합원이 돼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보통 수십대 1에 이르는 치열한 청약 경쟁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장점 덕에 지역주택조합 설립이 최근 2~3년 새 크게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설립 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은 104(69150가구)에 이른다. 2011(10·5566가구)10배가 넘는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그러나 까다로운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달리 관리·감독 규정이 약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허위·과장 내용으로 조합원을 모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업승인도 받지 않은 사업장인데 아파트 규모나 가구 수가 확정된 것처럼 소개해 조합원 가입을 유도한 것이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사업승인을 받아야만 아파트 규모나 가구 수가 확정된다. 하지만 일부 조합은 확정되지 않은 예상 조감도를 사용해 마치 건축물의 규모가 확정된 것처럼 홍보해 조합원을 모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A사업장은 사업승인은 물론 조합도 설립하지 못했는데 안내 책자와 현수막에 ‘1500가구’, ‘59’, ‘84등 아파트 규모나 개별 주택의 면적이 확정된 것처럼 광고하다 적발됐다.

 

지역주택조합 관련법 손질해야

토지 확보를 충분히 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토지를 모두 확보한 것처럼 소개하다 적발된 곳도 있다. B사업장은 부지 90%’ 확보 등으로 광고했으나 실제로는 주택 건설 대지의 40%에 해당하는 토지만 확보한 상태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업승인 과정에서 아파트 규모가 축소되면 신청한 동·호수 아파트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분양 물량 감소로 분양가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가 생기자 정부가 주택법을 고쳐 63일부터 조합원을 모집할 때 먼저 관할 시··구에 모집 주체와 공고안, 사업계획서 등 증빙서류를 내고 신고필증을 받도록 했다. 또 시공사 선정이나 조합원의 추가 부담이 필요한 계약 체결 등 중요 사항을 의결하려면 조합원 20% 이상이 직접 총회에 참석하도록 했다. 이 덕에 불법 플래카드 등은 줄었지만 과대·과장 광고는 줄지 않고 있다. 특히 여전히 관리·감독 규정이 약해, 피해를 막기 위해선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기 전에 소비자 스스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우선 살펴봐야 할 게 토지 확보 여부다. 사업에 필요한 만큼 땅을 확보하지 않아도 조합원 모집이 가능한데, 땅 일부만 사들인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하는 곳은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땅을 확보하는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쉽지 않다. 땅을 모두 확보하지 못해 결국 사업을 포기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실제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05~15년 조합이 설립된 전국 155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중 실제로 아파트를 지어 입주까지 마친 곳은 22%(34)에 불과하다. 나머지 121(78%) 사업장은 대부분이 땅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사업을 승인 받으려면 부지의 95% 이상 소유권을 확보해야 한다토지 확보가 원활하지 않으면 사업이 지지부진해지고 그 피해를 조합원이 떠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땅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매입비가 예상보다 많이 들거나 금융비용이 상승하면 고스란히 조합원이 떠안아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스스로 관할 지자체나 민원24·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luris.molit.go.kr) 등에서 조합원 인가·사업 승인 여부 등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주택법 개정으로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투명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토지 확보 실패 등으로 사업이 표류하는 등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위험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법을 추가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대중 교수는 땅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해야만 조합원을 모집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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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용 장기전세주택] 개발될 것이란 소문만 믿고 투자하는 격 529 이코노미스트

시프트 입주 관련 광고 넘쳐 철거 예정 지역 실제로 개발구역 될지 알 수 없어

자격 제한 없는 장기전세주택 입주’. 서울에서 전세나 월세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혹할 만한 문구다. 장기전세주택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주변 임대료의 80% 선에서 최장 20년간 살 수 있는 주택이다. 서울시는 이 장기전세 주택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통해 2007년부터 시프트(SHift)라는 이름으로 공급하고 있다.

 

시프트는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영구임대주택과 달리 일반 분양 아파트에 섞여 있어 공공·영구임대주택에 비해 주택 품질이 좋고 거부감도 없다. 쉽게 말해 서울시가 일반 아파트를 매입해 무주택자에게 시세보다 싸게 전세를 놓는 형태다.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싼 데다 주변 임대료가 아무리 많이 올라도 보증금 인상 폭이 2년간 5% 이내로 제한된다. 또 한 번 입주하면 20년간 살 수 있으니 자녀가 있다고 해도 이사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분양만 하면 수천 명씩 몰린다. 입주 경쟁률은 평균 101을 넘기기 일쑤다. 무려 2000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한 적도 있다.

 

철거 예정 지역 주택 사라고 유도

그런데 시프트는 장점이 많은 만큼 입주자격이 까다롭다. 당연히 세대원 모두가 무주택이어야 한다. 소득이나 차량 등 자산에 대한 기준도 있다. 예컨대 2000만원이 넘는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으면 안 되는 식이다. 서울시는 무주택 서민을 위해 공급하는 주택인 만큼 입주자격도 까다로운 편이라고 설명한다.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입주할 수 있는 집은 아닌 셈이다. 그런데 이 집을 자격 제한 없이 누구나 입주할 수 있다면? 그것도 1~3억원을 투자해 입주할 수 있다면? 전세 난민들의 눈길을 확 잡아끌 만하다.

 

실제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직장인 김모(41)씨는 최근 자격 제한 없이 장기전세주택 입주라는 문자 한 통을 받았다. 1~3억원만 있으면 철거민 특별공급 대상이 돼 서울 마곡·장지지구 등의 59(이하 전용면적)형이나 84형 시프트에 전세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특별한 자격 없이 주변 시세보다 싸게 전세를 살 수 있다고 해 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강남구 대치동 다세대·연립주택 촌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장기전세주택 입주라는 유인물(전단)이 배포되고 있다. 내용은 김씨가 받은 문자와 유사하다. 1~2억원으로 낡은 주택을 사두면 시프트에 입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이 있어도(유주택) 가능하고, 소득이 높아도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재건축 이주 수요 증가 등으로 전셋값이 치솟자 과거 성행하던 철거민 특별공급거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철거민 특별공급 거래는 과거와는 다소 다르다. 과거엔 철거민의 장기전세주택 입주권(이른바 철거민 딱지’)을 거래하는 형태였다면 요즘은 중개업체들이 철거 예정 주택 매입을 유도하는 식이다. 도로·공원 등의 개발 사업지 내에 주택을 갖고 있으면 철거민 특별공급 대상자가 되기 때문이다. 특별공급 대상자는 소득제한 등 특별한 제한 없이 장기전세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철거민임대주택특별공급제도). 중개업체들은 바로 이 점을 노린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철거민 딱지 거래는 엄연히 불법이라며 하지만 개발 사업지 내 철거 예정 주택은 합법적으로 거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체 측은 현재 서울의 전용면적 40이하 철거 예정 주택의 가격은 11000~2억원 선이라며 “40이하 철거 예정 주택을 갖고 있으면 서울 주요 택지지구 내 59형 아파트 장기전세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발 계획만 믿고 주택 거래 하는 것 피해야

이들 업체들은 합법적이고 100% 입주할 수 있다며 수수료로 4000~5000만원을 요구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업체가 중개한 주택을 매입한 투자자가 향후 철거민 특별공급 자격을 가질 수 있느냐 것이다. 서울시는 과거에도 이 같은 편법 거래가 성행하자 철거민 특별공급 대상 자격을 강화한 바 있다(20128). 시는 당시 장기전세주택 특별공급 규칙상 특별 공급 대상 기준을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에서 최초 주민열람 공고일로 개정했다. 때문에 최초 주민열람 공고일 이후 철거 대상 주택을 매입했다면 특별공급 대상 자격이 안 돼 장기전세 주택에 입주할 수 없다. 주민열람 공고일 이후 철거 대상 주택을 거래하는 것 자체도 불법이다.

 

하지만 최초 주민열람 공고일 이전 거래는 가능하다. 그렇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주민열람 공고일 이전이라면 개발 사업 시행 자체를 알 수가 없다. SH공사 관계자는 사실상 개발되더라는 식의 소문만 믿고 투자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개발이 된다고 하더라도 해당 주택이 개발구역에 포함될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투자금이 상당기간 묶일 수밖에 없다. 현재 서울엔 사업 부지로 지정됐지만 무기한 사업이 연기된 곳도 적지 않다. 행여 장기전세주택 공급 대상자가 됐다고 해도 언제 어느 장기전세주택에 입주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택지 부족 등의 이유로 장기전세주택 공급 물량도 줄고 있다(박스 기사 참고). 서울시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사무실을 옮기는 중개업체들이 많아 책임을 묻거나 수수료 환불이 쉽지 않다확정되지 않은 개발 계획을 믿고 주택 거래를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스기사] 시프트 얼마나 남았나 - 올해 1000가구 공급 남은 물량도 321가구뿐

서울시가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인 시프트 물량이 확 줄고 있다. 주거지로 개발 가능한 땅이 부족한 데다 자금 사정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SH공사에 따르면 올해 새로 공급되는 시프트는 1000여 가구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다. 이미 4월 송파구 거여동 등에서 공급된 704가구를 빼면 그나마 남은 물량은 고작 321가구뿐이다. 인기가 많은 시프트의 공급 축소는 SH공사가 자체 사업을 축소한 영향이 크다.

 

SH공사는 그동안 천왕·마곡지구 등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해 대규모로 시프트를 공급해 왔다. 하지만 부채 증가 등으로 신규 택지개발은 사실상 중단했다. 박근혜 정부가 더는 택지개발사업을 하지 않기로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SH공사 관계자는 일정 물량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선 택지를 꾸준히 개발해야 하는데 재원 부족 등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새로 개발할 땅도 마땅치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용주차장 등 시가 보유한 땅에 시프트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지역 주민 반대 등으로 무산된 예가 많다고 말했다. 개발 가능한 일부 유휴지는 이미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이 차지했다.

 

그나마 시프트의 또 다른 공급처인 아파트 재건축은 착착 진행 중이다. 하지만 대개 강남권에 몰려 있어 서민에겐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크다. 주변 임대료가 워낙 비싸 시프트라고 해도 임대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공급된 서울 서초동 래미안서초에스티지 전용면적 59형 시프트의 전셋값은 54400만원이었다. 서울시는 시프트뿐 아니라 장기안심주택·의료안심주택 등 임대 수요층을 세분화해 이들에게 맞는 맞춤형 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확대 공급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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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입주금 0? 자칫 채무불이행에 처벌까지 받아 612

 

최근 몇 년 새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인기가 높아진 빌라(villa).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싼 덕에 전세 난민들의 내 집 마련 대안이 됐다. 서울에선 인근 아파트 전셋값 수준에서 구매해 입주할 수 있다. 부천·일산 등 경기도나 인천 등지에선 서울 아파트 전셋값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다.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최근 신축 빌라도 곳곳에 들어섰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등 서울·수도권 주택가를 지나다 보면 신축 빌라 분양 전단지나 플래카드를 쉽사리 볼 수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수도권에서만 빌라(다세대·연립주택) 24952동이 새로 들어섰다.

 

지난해 지어진 빌라는 9945, 101899가구에 이른다. 이 같은 신축 빌라 분양 홍보물 중에 유독 주택 수요자들의 눈길을 끄는 문구가 있다. ‘실입주금 0혹은 실입주금 1000만원등이다. 해석하자면, 1000만원만 있으면 신축 빌라를 구매하고 입주까지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주로 집값이 싼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인천 지역에 이런 홍보물이 많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재계약 시점이 되면 수억원씩 올라 있는 점을 감안하면 무주택 실수요자의 눈길을 확 끄는 문구다. 어떻게 실입주금이 1000만원, 혹은 한 푼도 안 드는 걸까.

 

도심 외곽 지역에서 성행

빌라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지만 사실 빌라라는 명칭은 법에서 정한 용어가 아니다. 우리 건축·주택법에는 빌라라는 주택 자체가 없다. 빌라로 불리는 집은 건축법상 다세대주택·연립주택이다. 다세대·연립주택은 4층 이하 공동주택을 말한다. 5층 이상이면 아파트, 4(필로티 제외) 이하면 다세대주택(연 면적이 660이하)이나 연립주택(연면적이 660초과) 중 하나다. 공동주택이므로 아파트처럼 각 가구의 구분 등기가 된다. 집집마다 주인이 따로 있다는 얘기다. 바로 이 4층 이하 주택을 빌라라고 통칭한다.

 

빌라의 매력은 저렴한 가격에 있다. 대체로 인근 아파트값의 절반 수준이다. 그만큼 투자하기도 쉽고 내 집 마련이 용이하다. 그렇다고 한들, 어떻게 실입주금이 0, 1000만원에 그치는 걸까.

 

우선 실제로 가능한 얘기다. 한 신축 빌라 분양 중개인은 경기도 일부 지역에선 실입주금 한 푼도 안 들이고도 신축 빌라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방법은 간단하다. 빌라는 대개 후()분양을 하는 예가 많은데 후 분양 빌라를 계약할 때 분양 계약서상 분양가를 실제 분양가보다 20~30% 비싸게 적는 것이다. 이른바 (UP)계약서를 쓰는 것이다. 이 업계약서를 근거로 법무사 등을 동원해 은행에 서 대 출 을 분 양 가 의 60~70%까지 받는다.

 

예컨대 13000만원짜리 빌라를 산다고 가정하면, 분양 계약서상 분양가를 16000~17000만원을 쓰는 것이다. 이 계약서를 가지고 은행에서 담보 대출을 13000만원까지 받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결과적으로 분양가의 10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신축 빌라 계약자는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새 빌라에 입주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빌라 분양업체 관계자는 서울에서는 집값이 비싼 편이어서 실입주금이 적어도 1~2억원은 있어야 한다하지만 고양시나 부천시, 인천시 등지에선 한 푼도 안 들이고 입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빌라는 대부분 30가구 이하여서 사업·분양 승인을 받지 않아도 돼 업계약서를 통해 분양가를 속이는 게 가능한 것이다. 현행법은 3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만 사업·분양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30가구 이하여서 사업·분양 승인 대상은 아니지만 이 같은 업계약서는 엄연히 불법이다. 허위 서류로 담보대출을 받는 만큼 적발되면 계약 취소는 물론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처벌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출을 집값의 100%까지 받으면 하우스푸어’(집 가진 거지)로 전락할 수 있다. 당장 은행 대출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가격이 잘 오르지 않고, 되팔기도 쉽지 않은 빌라를 집값의 100% 가까이 대출을 받게 되면 고스란히 그 부담은 계약자에게 돌아올 수 있다. 입주 후 금융회사에서 실제 가격을 알게 되면 대출금을 회수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원하는 시기, 원하는 가격에 팔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입주 후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예도 실제로 있다.

 

그렇다고 모든 신축 빌라를 색안경 끼고 볼 필요는 없다. 무리하게 대출만 받지 않는다면 전세 난민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장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전셋값 수준에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 실세로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쓰리룸(3) 신축 빌라는 인근 아파트 전셋값 수준인 3~5억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서초구 양재동이나 송파구 방이동 등 서울 강남 3의 빌라 분양가도 이 수준이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이나 인천, 경기도 부천시 등지는 2~3억원이면 전용면적 56~60정도의 쓰리룸 빌라를 살 수 있다. 여기에 분양가의 30~40% 정도 담보대출을 받는다면 실입주금은 1~2억원대로 내려간다.

 

건축·평면 기술이 발전하면서 편의성도 높아졌다. 대부분의 신축 빌라는 가구 수만큼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있고, 보안시설도 제법 갖추고 있다. 한 빌라 전문 건설회사 관계자는 과거 정사각형의 붉은 벽돌집과는 차원이 다르다전문업체가 설계·인테리어를 하는 예도 있어 복층이나 테라스 등을 갖춘 실용적이고 예쁜 집도 많다고 말했다.

 

아파트와 달리 대개 80~90% 이상 집을 지은 상태에서 분양해 집을 보고 계약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다만 분양가는 적정한지, 향후 처분이 가능할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신축이라는 이유만으로 주변 빌라보다 훨씬 비싼 예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강서구 화곡동의 미래공인 허윤지 실장은 아파트보다 싼 것은 맞지만 지은 지 2~3년 된 주변 빌라보다도 20% 이상 비싼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교통·교육여건은 물론 주차·보안 등이 잘 갖춰진 집을 선택해야 나중에 팔기도 수월하다.

 

등기부상 소유자가 계약서상 건축주 맞는지 확인해야

 

빌라는 대개 분양 주체(건축주)가 개인이나 중소 건설회사다. 따라서 계약 때 등기부상 소유자가 계약서상 건축주가 맞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테라스나 다락방 등의 불법 확장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하자보수보증금(공사비의 3%) 예치 여부도 중요하다. 빌라는 특히 입주 후 하자·보수 문제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으므로 하자보수보증금을 예치하지 않았다면 계약하지 않는 게 낫다. 분양대행회사인 앰게이츠 장원석 대표는 빌라는 쉽게 팔 수 있는 상품이 아니므로 장기 거주하거나, 이사를 가야 할 때는 전세나 월세를 놓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대출은 분양가의 40% 이하로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중개업소 "우린 망했다8·2는 일자리 말살정책" 811매일경제

향후 3년 수입없어 폐업고려압구정·송파·강동엔 또 단속 "차라리 문닫자" 초상집 분위기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 상실가격 떨어질 매물도 사라져 매매중단으로 경제순환 못해

 

셈법 끝난 다주택자만 급매"한동안 관망세 지속" 811머니투데이

1억 낮춘 급매만 한두건시장관망세 지속

 

서민울린 8·2 대책] '잘못된 처방' 고강도 규제...실수요층만 역풍 810 아주경제

- 25개구 중 17개구 평균 상승률 하회...강남 재건축이 일반아파트 상승률의 세배

- 서울 전역 투기과열지구 규제로 대출·청약 문턱 높아져...외곽지역 서민들만 타격

금융·세제 등 전방위적 고강도 규제를 담은 8·2 대책이 현실 진단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가격 급등과 청약 과열 현상이 강남3(강남·서초·송파)를 중심으로 한 국지적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투기 수요를 싹부터 잘라 서민·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되레 서울 외곽에서 내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층만 역풍을 맞고 있는 실정이다.

 

1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서울 평균 주택매매가격은 3.32036만원으로 연초보다 107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7개월간 3.3당 가격 상승폭이 큰 지역으로는 종로가 259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송파(246만원) 강남(218만원) 서초(182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8개구만 평균치를 웃돌았고 나머지 17개구는 평균치 아래였다.

 

같은 기간 재건축과 일반아파트의 3.3당 가격 편차는 더 컸다. 재건축은 4006만원으로 6개월 만에 319만원 오른 반면, 일반아파트는 1863만원으로 95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강남 3구 재건축은 4470만원으로 345만원이나 상승했다.

 

도심이냐 외곽이냐에 따라, 같은 지역이라도 재건축이냐 일반 아파트냐에 따라 가격 상승률이 천차만별이란 의미다. 청약 문턱이 대폭 높아진 것도 문제다. 서울에서 청약 1순위가 되려면 청약통장을 2년 이상 보유해야 하며, 민간주택 청약가점제 적용 대상도 확대돼 전용 85이하 주택은 가점제 대상 주택 비율이 종전 75%에서 100%로 늘어난다. 아울러 이달 중순부터는 서울 전역에서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는 LTV·DTI는 일괄적으로 40%가 적용된다. 부부합산 소득이 6000만원 이하인 가구가 6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매할 경우만 10%포인트 완화된 50%가 적용되지만 서울 맞벌이 부부의 소득은 대부분이 6000만원을 넘는다.

 

문제는 서울 전 지역에서 30~40세대가 청약 가점제 100%를 충족하기가 너무 까다로워졌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약 62800만원임을 감안하면, 대출 없이 본인 돈이 최소 3억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청약 규제를 일괄적으로 적용하기엔 지역별 청약 경쟁률의 편차도 크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청약 일정이 진행된 26곳의 사업장 중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사업장은 9곳에 불과했다. 강남권보다 집값이 낮은 노원구나 양천구는 경쟁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정부가 서울 일대에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등의 규제를 가한 배경에는 향후 도시재생 뉴딜정책으로 인한 외곽 지역의 시세 급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정작 내집 마련에 나서야 할 젊은 수요층에게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지역별 형평성에 있어서도 어긋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아파트값 폭등 강남부자, 세금도 혜택 봤다 810 뉴스타파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으로 강남 재건축단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지난 달에 비해 벌써 거래가가 2억 원이나 떨어진 곳도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여기에다 민간 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고 보유세까지 인상한다면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아파트와 세금 사이엔 그 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1 아파트값 폭등 강남부자, 세금도 혜택 봤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는 한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반포 주공 1단지에 있는 전용면적 140 제곱미터 크기의 아파트는 현재 시세가 30억 원 선이다. 국토부 실거래가가 공개된 2006년에 비하면 13억 원 정도 올랐다.

 

이 아파트의 연도별 가격 추이를 보면 폭등한 시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박근혜 정부 4, 그리고 올해 상반기였다. 2006년 이후 8년 동안에는 2억 원이 조금 넘게 올랐던 아파트가 그 이후 4년만에 10억 원 넘게 치솟은 것이다.

 

뉴스타파가 분석한 강남과 서초구의 다른 아파트들도 비슷한 상승 패턴을 보였다. 뉴스타파는 두 자치구에서 지난 12년 동안 매년 거래된 아파트들 가운데 거래가격이 6억 원 이상 오른 아파트들을 조사했다. 이를 크기별로 분류하니 면적에 따라 22개 유형이 나왔다. 이 아파트들은 지난 12년 동안 모두 2,411건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박근혜정부 4년과 올 상반기 동안 집값이 가장 크게 올랐다. 대부분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만큼 재산세도 올랐을까? 재산세는 시세가 아닌 공동주택에 대한 공시가격에 따라 결정된다. 이 때문에 실제 아파트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정부의 공시가격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재산세는 그만큼 덜 낼 수 있다.

 

뉴스타파는 강남, 서초구에서 지난 12년 동안 아파트 값이 6억원 이상 오른 아파트들의 연도별 실거래가격 추이를 조사했다. 그리고 이를 정부의 공시가격과 비교해 봤다. 그래프의 위 선은 아파트의 실제 거래가격, 아래 선은 정부의 공시가격 추이다. 아파트 거래가가 오르면 정부의 공시가격도 오르기는 했지만, 박근혜정부 기간 두 선 사이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걸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강남과 서초구 지역에서 거래가가 크게 오른 아파트들의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55%에서 63%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반면 금천, 노원, 도봉구 등에서 지난 12년 동안 아파트 가격이 5천만 원 미만 올랐던 아파트들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12년 동안 5천만 원미만이면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아파트들의 공시가격은 오히려 실제 시장 거래가격의 66%에서 79%나 반영돼 있었다.

 

아파트 값이 폭등한 강남지역 아파트들의 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은 낮고, 아파트 값이 별로 오르지 않았던 다른 자치구의 아파트들은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세가 폭등한 지역의 아파트 보유자가 세금에서도 상대적으로 혜택을 보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2 강남 최고가 아파트, 재산세 실효세율은 0.2%

이렇게 낮게 매겨진 공시가격을 바탕으로 강남의 초고가 아파트 주민들에게 부과되는 재산세는 대체 얼마나 되는 것일까? 뉴스타파 취재진은 서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가운데 한 곳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의 아파트 소유자를 만나 그의 재산세 내역을 받아 봤다.

그가 이 아파트를 2014년 초에 207천만 원에 매입했다. 이후 이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상승했다. 같은 평평, 비슷한 높이의 아파트 중 가장 최근에 거래된 게 279천만원이다. 매입 후 4년만에 7억 원 넘게 오른 것이다. 그러나 공시가격은 같은 기간 2억 원 정도 상승하는데 그쳤고, 그가 낸 재산세는 145091520,155125220,165403000원이었고, 올해는 6053640원이다.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7억 원 넘게 오르는 동안 재산세는 4년 간 100만 원 정도 올랐다. 한해 25만 원꼴이다. 이 아파트의 실제 거래된 가격을 아파트 소유주가 낸 재산세와 비교하면 재산세의 실효세율이 나온다. 지난 4년 간 0.2% 수준에 불과했다. OECD 평균인 1%와 비교하면 5분의 1수준이다.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135.92m² (단위:만원)

 

뉴스타파 취재에 협조해 준 이 아파트 소유자 스스로도 아파트 값이 오른 것 치곤 재산세는 별로 오른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재산세뿐만 아니라 종합부동산세도 공시가격의 영향을 받는다. 뉴스타파가 총선에 출마하면서 자신의 납세내역을 공개했던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강남지역 아파트 소유자를 찾아보니, 아파트 한 채만을 소유하고도 종합부동산세를 냈다고 신고한 의원은 정진석 의원 한 명이었다. 정진석 의원 부부가 소유한 아파트는 압구정동 신현대 아파트, 전용 183제곱미터. 정 의원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신고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내역을 들여다 보자.

 

압구정동 신현대 11차 전용면적 183.41m² (단위:만원)

이들 부부에게 부과된 2013년도 재산세와 종부세는 2012년에 비해 160만 원 넘게 깎였다. 2012년에 아파트 가격이 4억원 넘게 떨어졌다고 공시가격을 35천만원 넘게 감액해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 아파트 값이 폭등할 때는 그만큼 공시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이후 꾸준히 상승해 지난 한 해에만 45천만 원이나 폭등했지만, 당시 정부 공시가격은 17천만 원 정도 오르는데 그쳤다.

 

특히 종부세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부터는 부부가 합산해도 1년에 674천 원, 57만 원, 876천 원을 낸 게 전부였다.

 

정 의원 부부가 낸 재산세는 매년 3,4백만 원, 종부세는 100만 원도 되지 않으니 강남의 아파트 부자들에게 종부세는 이제 큰 부담이라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정의원 부부의 압구정동 신현대 아파트 역시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쳐도 실거래가 대비 실효세율은 매년 0.2%안팎에 머물렀다. 역시 OECD 평균 1%와 대비하면 5분의 1수준이다. 이 아파트는 올해들어 5억 원 넘게 올라 최근 32억 원선에 거래됐다.

 

#3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대한 공시가격은 한국감정원이 산정하고, 이를 공시하기 전 이해관계인들의 의견 청취와 공시가격 심의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치게 된다. 국토부의 담당 서기관은 이 의견 청취 등의 과정에서 납세자들의 심한 조세저항이 있어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아파트 실거래가가 폭락했을 때는 바로 반영하지만, 폭등했을 때는 한동안 지켜본다고 실토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확인한 것처럼 강남, 서초지역의 주요 아파트들은 지난 12년 동안 단 두차례 하락했을 뿐 거의 해마다 시장가격이 올랐고, 최근 5년 간은 시세가 폭발적으로 급등했다. 이렇게 거의 해마다 가격이 급등한 지역의 아파트는 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낮아졌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그 비율이 높아지는 불균형이 나타난 것이다. 국토부는 그동안 아파트의 전국 공시가격 비율이 시세 대비 71%에 맞춰져 있고, 지역별 불평등을 배제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다고 주장했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공시가격이 단순히 재산세나 종부세의 기준으로만 활용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주택의 공시가격은 각종 국세 및 지방세의 과표로 활용되며 재건축부담금, 기초노령연금, 건강보험료 산정 그리고 공직자 재산등록 등 60여 가지 조세, 행정의 기준이 된다.

 

공시가격이 지금처럼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증여나 상속할 부동산을 많이 가진 부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세금 혜택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공시가격만이라도 시세에 맞게 현실화한다면 조세 평등을 기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정부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30, 21연일 여는 '정부 지갑'811조선

대통령 "기초연금 30만원 개정"기초수급도 90만명 늘려

건보 확대·핵추진잠수함 등 이번주 발표만 한해 30씩 들어

"대통령이 무슨 말만 하면 몇씩 예산 들어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어르신들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으로 인상하는 법률 개정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정부는 이날 문 대통령 공약에 기초해 3년 동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약 90만명을 새로 늘리는 계획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9일에는 서울성모병원에서 "2022년까지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며 각종 정책을 내놨다. 청와대와 정부·여당 설명에 따르면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기초연금 인상에 218000억원, 기초생활수급자 확대에 95000억원,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306000억원이 들어간다. 연일 수조~수십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 발언의 소요 예산

이뿐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언급했다. 핵추진 잠수함 1척 건조에 필요한 비용은 1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문 대통령은 또 9일 군 수뇌부 진급·보직 신고식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 확보가 시급하다"'자주국방' 추진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 예산을 매년 7~8%씩 증액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2년에는 올해 국방 예산보다 19조원 늘어난 594689억원이 된다. 문 대통령이 이번 한 주 동안 발표한 발언과 정책에 들어가는 돈만 해도 매년 약 30조원이 더 필요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서는 "특별 구제 계정에 정부 예산을 출연하겠다"고 했는데 여기 소요될 100~200억원 정도의 예산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야당에선 "대통령이 어디만 가거나 무슨 말만 하면 몇 조원씩 예산이 들어간다"고도 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100대 국정 과제'를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178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물론 기재부와 관계 부처에서도 "이는 최소한의 계획일 뿐 실제로 얼마가 더 들어갈지는 이제부터 예산을 짜 봐야 안다"고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방 예산만 해도 문재인 정부는 "내년도 국방 예산을 올해 대비 8.4% 증가한 437114억원을 요구하고 매년 7~8%씩 증액한다""2022년에 594689억원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핵추진 잠수함 3(작전·대기·정비 1대씩 1세트)만 만든다고 해도 4조원 정도의 예산이 추가되는 것이고, 문 대통령 공약인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를 위해 급속하게 전력 증강을 하려면 얼마가 들지 감도 안 잡힌다는 것이 국방 당국자들 얘기다.

 

문 대통령의 이런 정책 공약은 취임 초부터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는 취임 직후인 512일부터 찾아가는 대통령이라는 기획 행사를 실행하고 있다. 첫 행사에선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0)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31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구체적 소요 예산은 밝히지 않았다.

 

62일에는 서울 노원구의 요양원을 방문해 국가 치매 책임제를 발표했다. 청와대는 치매안심센터·병원설립에 18000억원이 든다고 밝혔다. 67일에는 서울 용산소방서를 방문해 소방 공무원을 늘리겠다고 했다.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 공약에 포함되는 소방관·경찰관 등 공무원 174000명 추가 채용에는 82000억원이 필요하다. 619일 문 대통령은 부산 기장군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 중단을 시사했다. 현실화된다면 공사 정지에 따른 보상 및 피해액만 최대 12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178조원이라는 추계도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 (방안을) 못 내놓고 있지 않으냐대통령이 다니시면서 온갖 장밋빛 환상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예산을 담당하는 기재부에서는 내년도 예산 작업을 하고 있다정확한 총액은 작업이 끝나봐야 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소득세·법인세 최고 세율 인상에 따른 초과 세수와 주택도시·고용보험·전력기금의 여유 자금 등을 최대한 활용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쟁나도 별 수 있나요?"한국인 평온한 이유는 811 머니투데이

"두렵긴 하지만 별다른 방법 없다"는 의견 많아10명 중 7"전쟁나면 싸우겠다"

"한반도에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는데 한국인들은 놀랄 만큼 평온하다."

 

북한과 미국의 대립으로 전쟁위기설까지 나오지만 한국인들이 의아할 정도로 차분하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대다수는 "불안하긴 하지만 별다른 대응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일상을 보내는 것"이라는 분위기다. 앞서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9(현지시간) '한국인들의 놀랄 정도로 심드렁한 분위기'란 제목의 보도를 통해 한국인들이 평온하다고 전했다. LAT가 취재한 신촌 대학생 등 일반인 대다수는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안전불감증'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일반인들도 불안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직장인 이모씨(31)"미사일 발사는 늘상 있던 일이지만 이번에는 북한 김정은과 미국 트럼프라는 변수 때문에 실제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이 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박모씨(28)"외신에서 한국인들이 평온하다고 하는데 주위 반응을 보면 '이번에 전쟁 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여론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한반도 상황에 대해 국민들이 위기 인식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보훈처가 리서치앤리서치와 함께 지난해 1024일부터 111일까지 전국 15세 이상 남녀 1000 명을 대상으로 나라사랑의식 지수설문조사를 한 결과 안보 상황이 심각하다는 답변이 71.4%에 달했다.

 

그럼에도 기존과 같이 일상을 보내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주부 김모씨(34)"전쟁이 날 것 같다고 해서 아이를 안볼 것도 아니고, 이사를 갈 것도 아니고, 라면 사재기를 할 것도 아니다"라며 "우리 같은 서민들이 전쟁이 나도 별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씨(33)"전쟁이 난다고 지하 벙커로 들어가 숨을 것도 아니고 돈을 안 벌 수도 없는 일"이라며 "불안하긴 하지만 뾰족한 방법도 없다"는 반응이었다.

 

전쟁이 나면 나라를 위해 싸우겠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직장인 전모씨(35)"전쟁이 나면 두렵긴 하지만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싸울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국가보훈처 조사 결과에서도 전쟁이 나면 싸우겠다는 응답이 73.1%2015(72.1%)보다 높았다.

 

금융개혁이 필요한 7가지 이유 7.5뉴스타파

금융의 사회적 영향력과 위험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2008년 키코사태, 2011년 저축은행사태, 2013년 동양사태 등 금융사의 모럴해저드로 인한 대형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 보호 대책은 제자리 걸음 중이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개혁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결국엔 유야무야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 금융의 문턱이 높다보니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풀어야할지 좀처럼 정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금융개혁 과제들을 놓고 학계와 정계, 법조계, 그리고 금융 감시단체의 금융 전문가 4명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금융소비자학회 회장),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정무위원회),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전 금융사 직원)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금융개혁이 필요한 이유 1. 일상의 금융화

제윤경 : 노동시장이 불안정한 것이 금융에 대한 과잉 관심이 급증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평생 직장이 보장된다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살림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전제가 존재한다면 머리 아프게 금융으로 관심을 돌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외환위기를 지나며 중산층의 울타리가 깨진 것이 사실입니다. 노동 시장이 불안정해졌고,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차지하게 됐고, 노후의 부모와 자녀 모두가 불안하고,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열심히 일해도 희망보다는 불안을 크게 갖게 됐습니다. 더군다나 열심히 일해서 번 돈 가지고 미래의 큰 돈 만든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치부하기 시작했어요. 부동산 시장과 금융 시장을 잘 활용하면 이것을 지렛대 삼아 자산가치를 크게 키울 수 있다는 환상을 모두가 가지게 된 것입니다. 때마침 금융사들도 금융소비자 개인에게 공급하는 신용대출과 담보대출 영업에 집중을 했고, 그때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의 금융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전성인 : 금융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금융상품은 복잡해집니다. 옛날에 대출이라고 하면 은행에서 돈 빌리고 돈 갚는 것 정도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대출에도 일정기간은 금리가 싸고, 그 다음부터 금리가 올라가고, 또 연체금리는 연체금리대로 내고, 대출 받을 때는 상환능력 심사를 하고, 중간에 상환능력이 악화되면 대출한도를 줄이고 이런 여러가지의 기법이 들어가게 됩니다. 물론 파생상품의 복잡성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것을 금융소비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초기 몇년의 이자가 저렴하다고 이것을 전반적으로 이자가 저렴한 것으로 알고 덜컥 대출을 받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금융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금융기관이 금융소비자 보호 의무를 좀더 철저하게 지키도록 감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금융개혁이 필요한 이유 2. 이빨 빠진 호랑이

김주영 : 예전엔 정부가 기업에 힘의 우위를 보였다면, 이제는 그 우열관계가 깨졌어요. 정말 큰 이해관계가 걸린 분쟁에서는 정부가 오히려 약자입니다. 금융과 기업을 감시하는 공직자들이 다해서 얼마나 되겠어요. 또 이들이 커버해야하는 케이스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엄청난 다국적 기업이나 대기업이 이런 금융소비자 관련 사건에서 정말로 대형로펌을 동원했을 때는 정부로선 감당이 안 됩니다. 애당초 금융소비자 보호 활동을 위해서는 법무부와 검찰, 금감원과 공정위, 이렇게 모두가 초기 단계부터 공조해야 합니다. 담합 건 같은 것은 공정위 조사만으로는 역부족이예요. 공정위가 몇년을 조사하고, 또 의결해서 겨우 하는게 고발입니다. 이렇게 고발을 해야 그때서야 검찰이 미적미적 개입을 하고 결국에 가서 벌금 얼마를 때리는 것입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얘기하기 전에 고발한 경우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내는 검찰의 문제가 있어요. 궁극적으로 검찰이 화이트컬러 범죄, 반독점 범죄에 더욱 특화해 수사권, 기소권을 집중적으로 활용해야 견제가 가능할 것입니다.

 

김득의 : 은행권의 생리가 은행장은 지주회사 회장으로, 회장은 연임, 3연임으로 가야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의 대표적인 것이 신한사태, KB금융 전산사태입니다. 결국은 금융을 자기 통제 아래에 두기 위해서 금융의 공적기능을 무너뜨리는 것이죠.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3, 3, 3년을 하면 총 9년입니다. 국가 권력도 5년 내지 6년이면 바뀌는 데 자신들의 권력을 10년씩 누리다보니까 황제가 되는 거죠. 이렇다보니 법도 무용지물입니다. 우리나라 증권거래법상 허용되는 집단소송제는 일단 집단소송 대상인지 아닌지 먼저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것이 1, 2, 3심입니다. 그렇게 5~6년 걸려서 허가 받았어요. 그 다음에 또 1, 2심을 가야하니 전부 다하면 10년이 걸립니다. 회장이 우리 잘못하면 다 날라가, 하지마이렇게 말해야 하는데 그들이 뭐라고 하겠습니까. ‘, 소송하세요. 나는 내 책임만 넘기면 돼요’, ‘내 임기만 피하고, 다음 임기에 가서는 누가 보상금 내줘도 상관이 없어요이렇게 시간끌기기 때문에 집단소송법같은 법적 장치도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입니다.

제윤경 : 금융당국이 하는 금융 건전성 관리 감독이란 것이 평상시 금융사들이 저지르는 불완전판매 이런 것들을 다 들여다 봐야 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이 말에 금융소비자 보호의 의미가 내포돼 있습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이것을 어떻게 비틀고 있습니까. 금융 건전성 관리·감독을 수익성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건전성이라는 단어을 어떻게 저렇게 오용하나 싶습니다. 덩치가 커지면 공정해진다? 그런 것이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 금감원의 건전성 지표는 산업적 지표고 수익적 측면을 다루는 지표입니다. 금융당국부터 금융을 산업으로 보는 것이 일종의 이데올로기화되어 있는 것입니다. 금융당국이 처음부터 건전성이라는 말 자체에 충실했다면 금융소비자 문제, 대형금융사고 문제 등이 이렇게 잘못 돌아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금융개혁이 필요한 이유 3. 고객만 모른다

김주영 : 예전에 키코(KIKO) 판매 은행들을 보면 진짜로 중소기업의 환율 헷징(Hedging, 위험 회피)을 도와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파생상품 속에는 이해상충이 숨어 있었던 것이죠. 키코상품은 사실상 헷지상품이 아닌 투기상품, 제로섬 게임의 상품이었습니다. 금융 관련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이 이같은 투기상품을 헷지 상품으로 알고 투자해서 많은 피해를 본 것입니다. 금융소비자가 진짜 내막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피해를 보는 새로운 유형의 금융 피해가 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복잡한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나중에서야 변호사가 당신이 더 받을 수 있는데 파생상품의 복잡성을 이용한 불법행위가 있었다하고 하면 그제서야하는 피해사실을 알게되는 그런 소극적 개인피해자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김득의 : 고객들은 모릅니다. 금융사 직원들은 이 상품을 판매했을 때 점수를 더 준다고 하면 평가에 무장돼있는 직원들은 무조건 밀어냅니다. 그리고 고객들에게 감언이설을 하는 거죠. 우리나라의 금융에는 칸막이가 없습니다. 내가 증권회사나 투자회사를 간다고 하면 고객들은 아무래도 더 신중해지는 것이 있거든요. 키코를 어디서 팔았습니까. 은행에서 팔았어요. 은행에 종합화되다보니까 많은 것들이 달라졌는데 고객들은 여전히 은행에 대해 느끼던 신뢰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은행 직원들은 미리 장치를 다 만들어놓고 이들을 상대합니다. 싸인도 다 받고, 고지도 다 하고, 불완전판매도 아니고. 고객들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못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은행에 예금 넣는다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예금이 아니라 펀드상품이었다는 것을 피해를 보고서야 알게 되는 것이죠.

 

제윤경 :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잡아삼키는 위험한 금융에 대해 강도높은 책임을 묻고 사회적 동의를 계속해서 끌어내야 합니다. 지금은 금융 개혁에 대한 사회적 동의가 낮은 수준이잖아요. 심지어 빚을 갚고 계신 분들도 그것에 대해 죄의식을 가집니다. 가끔 금융소비자들을 만나 왜 채무불이행 상태된 것 같으냐물으면 스스로 멍청이, 멍청이, 멍청이라고 합니다. 그저 자책하고 도망가기 바쁩니다. 아니, 그 사람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니까요. 책임은 금융사에게도 있어요. 수치스러운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채무자에게 수치감을 주는 것이 당연시되어 있어요. 빚을 갚지 못한 경험을 숨기려고 해요. 그 의식을 바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금융개혁이 필요한 이유 4. 약탈자

전성인 : 은행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도마저 요즘은 많이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옛날에는 은행이 우리를 보호해주지는 않지만 은행이 틀린 적은 없다이렇게 말했거든요. 사람들은 은행이 꼼꼼해서 1원조차 틀려도 밤새도록 맞추고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은행이 금융관련 규제를 어기는 것이 찾아보면 수도 없이 많거든요. 예를 들어, 일임 매매를 부탁해놓고 나면 회전을 많이 돌려가지고 수수료를 곶감 빼먹듯 빼먹습니다. 실적은 안나고 수수료만 계속 날리니 원금이 날라가서 반토막이 납니다. 심지어는 원금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투자를 잘못해서 마이너스 수익이 나는 것이라기보다는 계속 자전거래를 해서 수수료만 날린 경우들이거든요. 금융소비자 보호도 문제지만, 고객들이 증권사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증권업 쪽 전반에 대한 신뢰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증권업계 혹은 자산운영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가 있다는 것을 금융사들이 알아야 해요.

 

제윤경 : 돈이 움직이는 것에 따라 누가 투자자인지 결정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와 금융사 간에는 이것이 불균형하게 작용합니다. 소비자가 투자해서 실패하면 수만 명이 피해를 봐도 투자자 피해로 끝내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반대로 은행이 누군가에게 투자한 것이 곧 대출입니다. 하지만 채무가 불이행됐을 때 누구도 은행에게 투자자니까 네 책임이라고 이렇게 묻지 않습니다. 반대로 채무자의 부담이 되는 거죠. 이것을 잘 들여다보면 사실 우리 사회가 투자자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금융사에게는 끊임없이 면책을, 투자자 개인에게는 끊임없이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사회 계약의 갑을관계라고 말합니다. 심지어는 죽은 채권도 거래하는 금융사들입니다. 부실채권을 10%도 안 되는 헐값에 넘깁니다. 가끔 금융소비자들에게 물어봅니다. 대부업체에 10%에 넘길 때 금융사는 왜 채무자에게 20%만 받고 끝낼 생각을 하지 못하나, 이렇게 묻습니다. 다들 그러게요합니다.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사이에는 일종의 봉건적인 관계가 존재합니다. 20%에 끝내면 못된 버릇이 생긴다, 이런 것이 금융사의 속마음입니다. 설사 헐값에 채권을 파는 일이 있어도 금융소비자들의 버릇을 나쁘게 길들이진 않을꺼야, 이런 것입니다. 빚을 일부 탕감한다고 채권자의 모든 권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압류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필품은 압류해서는 안됩니다. 아무도없는 빈집에서 열쇠따고 들어가 살림살이를 압류하는 것은 인권의 문제입니다. 금융사에 네 책임도 크니 손해보고 팔지말고, 금융소비자의 이후의 건강한 삶, 안정된 삶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채무 조정해라이런 제도가 우리사회에 전제되어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금융개혁이 필요한 이유 5. 금융이 성과주의를 만나면

전성인 : 시장에 계신 나이드신 할머니께 후순위채권을 팔고서 마치 후순위채권이 안전한 것처럼 보증 도장을 꽝꽝 찍어서 팔았습니다. 그랬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고 걷잡을 수 없이 문제가 커졌습니다. 거기엔 비단 판 사람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만 몰고 갈 수는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금융회사 자체의 실적지상주의, 성과급 이런 것이 한몫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공식적인 성과급이 들어오기 전에도 금융기관들의 영업직 사원은 여러 가지 성과지표에 시달려왔거든요. 어쩔 수 없이 위험 상품을 팔고 나중에 문제가 되면 본인 스스로 자책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는 금융기관 직원이 자괴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많이 있었거든요. 모두의 불행인데, 잘 안지켜지고 상황이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죠

 

김득의 : 은행에 있는 친구 하나가 우스갯소리로 말한 게 뭐냐면 은행 평가에 조국통일이 들어가 있으면 조국통일도 자신들은 달성할 것이라는 거예요. 이 이야기를 뒤집어서 말하면 평가에 있는모든 것을 다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은행의 경우도 길거리 영업했는데, 15세 이상이면 되니까 중학생들에게 가서 호객행위를 했다는 것입니다. 중학생들이 이 카드가 뭔지 알고 만들겠습니까. 커피를 공짜로 준다거나 영화쿠폰이 나온다니까 아이들은 그냥 쓰는 것이죠. 은행의 직원들은 싫으면서도 가서 해야 되는 것입니다. 성과제에서는 천정이 없어요. 누구든지 3, 4억 원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3천만 원만 받아요. 그러다보면 평가에 따라 월급을 더 많이 받는 구조에서는 할당된 것들을 판매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다보면 피해는 누가 다 갖냐, 직원들 믿고 상품에 투자한 고객들입니다. 2013년 동양사태 때 가슴 아픈 장면이 많았습니다. 봉급받아서 암치료하고 있는데 친구가 전화가 와서 이것 좋은 것이라고, 수익률이 7%, 8%라고 해서 투자했다가 날리고, 암 치료비 돌려달라고 울부짖는 피해자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 탐욕을 넘어서 사람을 죽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양증권 사태 때 직원 두 사람이 자살했습니다. 그들의 고객이 누구겠습니까. 다들 친구 아니면 친지입니다.

 

금융개혁이 필요한 이유 6. 기울어진 운동장

김주영 : 금융분야에서 벌어지는 상당부분의 불법행위는 기업같은 대형조직에 의해 이뤄지는 불법행위가 많습니다. 금융소비자들이 이들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봤을 때 소송에 필요한 정보는 기업에 다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법 시스템에서는 사실상 기업이 가진 증거를 개인이 확보할 수 있는 장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작해야 문서 제출명령인데 이것도 기업이 응하지 않았을 때 실효성 있는 제재가 없습니다. 미국은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제도)를 시행해서 쌍방 증거를 공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증거는 다 드러난 상태에서 진실을 따지는 쪽으로 가자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진실을 가지고 있어도 증거가 상대에 있어 입증을 못해 패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송을 제기하는 피해자 측에서 인지대 명목으로 돈을 예치해야 하고, 입증 부족으로 패소를 해도 기업의 소송비용까지 물어내야 하는 구조입니다. 여러가지 제도가 피해를 입은 개인들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전성인 : 금융감독 체계가 너무 금융산업의 발전 위주로 짜여 있다보니까 구조적으로 금융소비자보호가 뒷전으로 밀린 부분이 있습니다. 또 법원의 태도가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 것 아니냐, 사람들이 의심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요새는 좀 달라졌습니다만,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하면 법원이 개인정보가 유출돼 무슨 손해를 입었는지 입증하라는 식입니다. 이런 경우 소송을 제기한 금융소비자들은 굉장히 난감할 수가 있거든요.

 

금융개혁이 필요한 이유 7. 골든타임

김주영 : 우리 소송 제도는 피해액 백만 원가지고는 소송제기가 힘든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만 명이 모여 집단소송을 하면 피해액이 100억 원이거든요. 이것을 집단소송하게 하는 것은 규제가 아닙니다. 원래있는 피해자를 구제받게 하는 입니다. 그런데 마치 그것을 기업을 옥죄는 규제라고 일각에서 반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정부도 집단소송제 확대를 한다고 공약하더니 중간에 흐지부지 되어버렸습니다. 기존의 룰을 보완하고 오히려 잘 작동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새정부가 이전 정부와 달리 흔들림없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제윤경 : 새정부가 모럴해저드 반대 논리 부딪칠까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보다 과감한 빚 탕감이 필요합니다. 더 과감한 시그널을 금융사에 더 던져야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효과를 갖게 됩니다. 이 때까지 공적자금은 개인에게 투입된 적이 없습니다. 항상 금융사에만 투입이 되어왔습니다. 그런데 금융사가 뭘 했습니까. 사람들이 절박한 삶을 볼모로 수익 잔치, 배당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이 최대 수익을 기록해 배당했다는 기사가 나옵니다. 잘못됐습니다. 이것이 공공의 이익으로 환원이나 됩니까. 배당은 상위 1%95%를 가져갑니다. 그에 반해 금융소비자들은 60만 원을 못갚아 유치장에 갑니다. 지독한 채무 감옥에서 삽니다. 이런 약탈적 구조가 지속되는 것을 못하게 해야 합니다. 새 정부가 과감하게 빚 탕감에 나서야하는 이유입니다.

 

전성인 : 독립적인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러다보면 금융감독원의 조직 개편문제를 이야기해야하고, 또 그러다보면 금융위의 조직개편문제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러면 정부조직법 개편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한번에 큰 그림을 그려서 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구조 설계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새 정부가 공교롭게도 인수위 없이 급하게 출범을 하는 바람에 이런 문제들을 논의할 공론장,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닌지 우려됩니다.

 

금융의 자격③ – 당신의 돈은 안전합니까? 7 25

금융 상품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금융사의 광고만 보고 투자처를 결정하지는 않았습니까? 대형 금융사의 이름만 믿고 덥석 소중한 자산을 맡기려 하지는 않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이 금융사들의 성적표를 먼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금융제재 공시 2,914건 전수 분석금융사 성적표공개

금융감독원은 각종 검사 감독을 통해 확인한 금융사들의 부실과 불법행위를 수시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공시 내용에는 금융사가 언제 어떤 불법행위를 했는지, 어떤 부실을 갖고 있는지, 또 그에 대해 금융당국은 어떤 조치를 했는지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투자에 앞서 일반 금융소비자들이 참고해야할 필독 자료입니다. 뉴스타파는 우리 금융계의 현주소를 짚어보기 위해 금감원이 지난 8년간(2010~20176) 공시한 검사결과 제재 2,914건을 모아 전수 분석해봤습니다.

 

5대 금융그룹과 재벌 금융계열사가 제재 단골 손님

대형 금융그룹에 소속된 금융사에 돈을 맡기면 좀더 안전하지 않을까요? 현실은 기대와 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체 제재 건 수의 절반(46.8%)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주요 금융그룹, 재벌그룹 소속의 금융사(제재 건 수 상위 52개 그룹 기준)에서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제재를 많이 받은 상위 10개 그룹을 추려봤습니다

 

이른바 ‘5대 금융그룹으로 불리는 신한, NH, KB, 하나, 우리가 나란히 최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삼성, 한화, 동부 같은 재벌그룹의 금융계열사도 금융 분야만 다루는 그룹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1인 오너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금융그룹, 미래에셋과 태광도 제재 조치의 단골손님이었습니다.

 

금융사들의 역주행제재 하루 2번 꼴

올해 들어 금융가에서는 연일 사상 최대의 실적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 실적만큼이나 금융사들의 내실과 도덕성도 점점 나아지고 있을까요? 금감원 제재 공시자료의 분석 결과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제재조치요구일 기준으로 연도별 제재조치 건 수 추이를 살펴보니 제재의 빈도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2010197건이었던 제재 건 수는 매년 늘어나 2015491건에 이르렀습니다. 지난해는 소폭 감소하며 주춤했지만, 올해 다시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금의 추이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700(6월 현재 389)이 넘는 제재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루 2번 꼴로 금융사들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셈입니다.

 

이는 곧 일반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각 제재 건을 맡았던 담당부서를 기준으로 사안의 성격을 분류해보니, 금융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는 분야에서 더 많은 부실이 드러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감원 공시 중 관련부서가 확인되는 2748건 기준)

 

보험(24.6%), 금융투자(17.4%), 저축은행(11.4%), 자산운용(7.3%) 등 금융투자자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7개 분야를 묶어보니 전체의 79%에 이르렀습니다. 반면 특수은행(4.6%), 행정감독(2.2%), 기획검사(0.6%), 외은/외환(0.5%) 같이 금융소비자와의 접촉이 상대적으로 적은 분야는 전반적으로 제재 빈도가 낮았습니다.

 

과태료와 과징금 규모가 컸던 대형 금융사고 20건을 모아봤습니다(2010년 이후).

 

20건 가운데 12건은 저축은행을 비롯한 중소금융사에서 발생했습니다. 이들의 적발 내용은 한결 같았습니다. 대주주 등 금융사와 특수관계를 맺고 있는 개인이나 기업에 불법대출을 하거나 과도한 신용공여를 한 것입니다. 금융사 내부의 부실을 감추기 위해 회계 자료를 조작하고 손실 위험이 큰 후순위채권을 충분한 설명없이 일반 금융소비자들에게 판매한 것도 이들 중소금융사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적발 사항입니다.

 

태광그룹의 두 금융계열사 흥국화재와 흥국생명은 2009~2010년 그룹 오너인 이호진 전 회장 일가가 가지고 있는 골프장의 회원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일감 몰아주기하다가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습니다. 삼성생명과 신한그룹은 각각 보험금 미지급고객돈 돌려막기를 한 사실이 드러나 올해 금감원의 철퇴를 맞았습니다.

 

실효성 없는 제재경고, 주의라는 이름의 면죄부?

문제는 이렇게 공시까지 해가며 금융사들을 압박해도 상황이 나아지기는 커녕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8년간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대해 내린 제재 조치 내용들을 보면 그럴만도 합니다.

 

전체 제재의 64%는 경영 유의나 개선 명령, 기관 경고 및 기관 주의 등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조치에 그쳤습니다. 현행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기관경고 등의 제재 조치가 반복될 경우 영업 및 업무 정지’, 심할 경우 등록 취소처분을 내리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이같은 조치가 이뤄진 사례는 전체 제재 건 수의 3.2%에 불과했습니다.

 

제재에 따른 과태료와 과징금도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각종 금융사고를 일으키고도 금융사가 내는 과태료는 1억 원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79.4%)입니다. 운이 나빠서 금융당국에 적발되더라도 과징금 액수는 불법 행위로 얻은 이익을 다시 환수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금융사로서는 금융소비자를 기만하는 불법과 탈법행위를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원전 공론조사를 공격하는 보수언론의 7가지 거짓말 810 프레시안

[기고] 공론조사와 민주주의 오현철 전북대학교 교수

공론조사 비판에 대한 반론

첫째, 공론조사로 결정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비난이 있다. 주요 에너지 정책과 관련된 사회적 갈등 상황이 생길 경우 정부는 에너지위원회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해야 하는 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에너지위원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와 방법으로 국민들의 의견을 구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대통령은 일반 여론조사, 합의회의, TV토론, 국민투표 등 필요한 다양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며 공론조사는 그 중 하나이다. 대통령이 공론조사로 국민의 의견을 들어서 정책결정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트집이다. 공론조사 결과를 수용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여 국가를 운영하는 민주주의 원리에 가장 충실한 방법이다. 지금까지 어떤 권력자도 자신이 합법적으로 보유한 정책 결정 권한을 시민에게 되돌려 주었던 적이 없다는 점에서, 공론조사 실시 결정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둘째, 이번 공론조사가 토의(숙의)민주주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는 공론조사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다.

 

이 주장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자체가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국가에너지위원회라는 제도적 틀 위에서 10여년 넘게 진행된 사회적 토론의 산물이며 그것이 토의(숙의)민주주의 결과라는 전제를 담고 있다. 그러나 기존 제도의 결정은 시민들이 참여한 사회적 토론이 아니라 정부와 시장이 결탁했던 결과로서 이해관계자 협상에 불과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핵발전소 건설과 유지 과정에서 토론에 일반 시민을 참여시킨 적이 없었는데도, 그것을 사회적 토론이나 토의(숙의)민주주의로 강변하는 것은 전형적인 곡학아세 행위이다.

 

셋째, 독일은 30년간의 토론을 진행한 후에 핵폐기 정책 결정을 내렸으므로 우리도 30년간의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으며 만민공동회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공론조사를 요구한 대통령의 정책을 졸속과 일방주의라고 비난한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사회적 토론을 요구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사회적 토론을 요구하는 것은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회적 토론을 자신의 이론의 전면에 내세운 사회철학자 하버마스도 만민공동회처럼 시민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토론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는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토론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대신에 모든 시민이 참여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토의포럼을 제시했다. 하버마스의 의견을 따르면 이번 경우에는 공론조사가 사회적 토론에 가장 부합되는 방식이며 사회적 합의를 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에 해당한다.

 

만민공동회 주장은 이해관계자가 30년의 시간을 벌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이들이 주장하는 사회적 토론이나 사회적 공론화는 진정한 토론이 되기 어렵고 핵발전소 이해관계자 집단과 거대 언론이 주도하는 여론 조작을 의미할 뿐이다. 그리고 핵발전소 건설 문제는 당장 결정해야할 시급한 문제이다. 미래 세대의 의사결정과 상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공론조사가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공론조사는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재산을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래세대를 생각한다면 반감기가 10만년이 되는 핵폐기물을 쏟아내는 핵발전소 건설이 애초에 잘못된 결정이었음을 고백해야 할 것이다.

 

넷째, ‘건설 중단의 가장 중요한 논거는 안전성인데 이는 공학적인 판단의 영역이므로 전문성 없는 공론조사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공론조사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결정한다. 안전성에 대한 공학적 판단도 공론조사를 준비하는 자료집에 수록될 것이며 해당 전문가가 토론에 참여하여 의견을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전문가들의 전문성을 토대로 시민이 토의하여 결정하는 것이므로 전혀 염려할 필요가 없다. 미국 텍사스주에서도 그렇게 했다. 이러한 비판은 기우에 불과하다.

 

다섯째, 정부와 여당의 탈핵발언이나 환경단체와 친()원전 단체가 여론을 동원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주장은 배심원재판과 공론조사의 차이점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나온 것이다. 배심원재판에서는 배심원의 편견을 배제하기 위해 배심원 선별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그러나 공론조사는 참여자들이 의식의 진공 상태나 무지의 베일상태에서 결론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공론조사는 자신이 갖고 있던 기존의 관점을 동료 시민과의 토론 과정에서 합리적으로 논증하거나 수정하는 것을 모두 권장한다. 바로 이 논증과 선호 전환효과가 공론조사의 목표이므로 참여자가 사전에 이슈에 대해 어떠한 의견을 갖고 있더라도 무방하다. 그리고 이슈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이 사전에 의견을 발표하여 시민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면 그것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여섯째, 공론조사에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다수결보다는 만장일치를 지향해야한다는 주장이 있다.

 

만장일치는 배심원재판이나 합의회의, 포커스그룹 토론 등 소규모 토의 포럼에서 지향하는 의사결정 방법이다. 공론조사처럼 대규모 토의 형식에서는 애초에 불가능하며 토의만 지연될 것이므로 다수결 투표가 적합하다. 그리고 다수결보다 만장일치가 좋은 의사결정 방식도 아니다. 배심원재판이 만장일치를 요구하기 때문에 소수자인 배심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끝까지 개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반수 결정이 아닌 사회적 합의 수준의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과반수 결정보다 더 큰 무게를 갖는 사회적 합의 방식이 무엇인지 먼저 묻고 싶다. 대통령도 전체 국민의 과반수 득표를 얻지 않고서 당선된다. 그래도 국민들은 그 과정의 정당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보다 더 큰 지지를 얻어야할 이유가 무엇인가?

 

일곱째, 토론 과정에서 드러난 다양한 의견을 조합해 조건부 찬·, 조건부 판단 유보 등도 제시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질문지를 이처럼 구성하는 방식을 다선택포맷이라고 한다. 이 방식의 취지는 국민투표처럼 정보에 입각한 토론 과정 없이 단지 찬반만을 묻는 단순한 방식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윤리적으로 미묘하거나 복잡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서 한번에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 투표를 여러 번 실시하고자 할 때, 처음 투표에서는 많은 선택지를 주고 그후의 투표에서 선택지를 차츰 줄여서 최종 투표에서는 찬반만을 묻게 된다.

 

예를 들면 '낙태를 허용할 것인가', '태아복제를 허용할 것인가' 등과 같은 문제에서 시민들이 이슈에 포함된 내용의 중층성과 관련된 문제의 복잡성을 이해하도록 같은 질문에 대해 선택지를 줄여가며 여러 차례 투표한다. 그러나 공론조사는 참여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접하고 전문가 토론을 거친 후에 참여자들이 토론하여 결정하므로 다선택포맷 방식을 택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핵발전소 문제는 이슈 자체에 윤리적 내용이나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지 않다. 다만 이해관계자 집단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을 뿐이며 이것도 전체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재산이라는 더 큰 기준에 비추어 보면 아주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핵발전소 문제에서 다선택포맷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

 

공론조사는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참여자들의 대표성과 정당성을 높여주며, 정책결정에 따르는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민들이 해당 정책을 수용할 가능성을 높이고, 결과에 있어 합리적인 국가정책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다. 현 시점에서 핵발전소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안은 없다.

    


Nos Lendemains - Isabelle Boul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