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9 그들의 승리를 희망하지만 더불어 기뻐할 마음은 없다
6.4 한겨레-경인
여성단체, 강남 한복판 상의탈의 퍼포먼스…경찰은 처벌 검토 6.2 한국
`약속 지킨` 문대통령…지진피해 네팔 학교에 사비털어 복구지원 6.3 매일경제
흡혈 모기는 아파트에 사는 중산층을 좋아한다? 6.4 한겨레
아이가 살기에 가장 좋은 나라 1위는 싱가포르…한국은? 6.4 서울신문 ?
방탄소년단 빌보드 1위...FM 팝송 듣던 아재의 격세지감 6.4 초이스경제
투표율 ‘꼴찌’ 2030, 반전은 없을까 6.4 쿠키뉴스
도시를 누더기로 만드는 폭력적인 난개발을 멈추라 6.4 오마이뉴스
“드루킹이 총영사 청탁한 거면, 난 총리 요구할 걸 그랬나요” 6.5 한겨레
'지방 토호'도 '촛불 옷'만 갈아입으면 혁신이 된다? 6.5 프레시안
보수의 심장’ 대구 “무조건 한국당? 지금은 안그렇십니다” 한겨레 6.5
5인 미만 사업장 뺀채 최저임금 공방 6.5 미디어오늘
후보 당적변경 민주당 쏠림 사상 처음...지방권력 격변 예고6.5 뉴스타파
지방선거 후보 4만명 전수조사...'7번의 출마, 6번의 당적변경'
학교에 교사가 없고 병원에 의사가 없다···국가 기능 잃어가는 베네수엘라 6 6 경향
무등산 자연보존지구 내 ‘데크’ 0.57km 광주 드림 6.6
드루킹엔 올인, 한국당 매크로 의혹엔 조용한 언론 6.8 미디어오늘
지방선거 앞두고 너도나도 도시재생 6.9 경향
저소득층의 소득은 왜 더 줄어들었을까 2018.06.11ㅣ주간경향 1280호
88만원 세대 10년, 세상은 달라졌을까
조용하고 차분한 독일 선거 6.10 미디어오늘
조선일보의 ‘적반하장’ 양승태-박근혜 사법농단’ 은폐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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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강남 한복판 상의탈의 퍼포먼스…경찰은 처벌 검토 6.2 한국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앞에서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페이스북의 성차별적 규정에 항의하는 상의 탈의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체 사진을 자유롭게 게시할 권리를 주장하며 상의탈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 퍼포먼스를 즉시 저지한 경찰은 공연음란죄 적용이 가능한지 등을 따져본 뒤 처벌을 검토하겠단 입장이다.
시민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 10여명은 2일 오후 1시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여성의 반라 사진을 삭제하는 이 회사 규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상의탈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지난달 말 열린 ‘월경 페스티벌’ 행사 당시 찍은 상의탈이 사진을 29일 페이스북에 게시했으나, 페이스북이 이를 삭제하고 ‘나체 이미지 또는 성적 행위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며 계정 정지 처분을 내린 데 따른 반발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페이스북이 여성 나체는 음란물로 규정하면서 남성 나체 사진은 삭제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며 여성 나체사진 게시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은, 마스크와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린 뒤 자신의 몸에 한 글자씩을 새겨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앞에서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페이스북의 성차별적 규정에 항의하는 상의 탈의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서경찰서는 이날 집회가 끝난 뒤 이 단체 회원 10명을 공연음란 혐의로 체포하겠다고 밝혔으나, 회원들이 “운동장과 거리 등 일상에서 윗옷을 벗고 활보하는 남성들은 잡아가지 않으면서 왜 우리만 잡아가려 하느냐“고 강력 반발하자 참가자들의 신원을 확보한 뒤 훈방 조치했다. 경찰은 면밀한 법리 검토 후 이들을 소환 조사 할 지 결정하겠단 입장이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 의견도 분분했다. 집회 현장을 지나던 남성 유모(39)씨는 “집회 참가자들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약속된 사회적 규범을 거스르는 퍼포먼스 같다”며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날 경북 경주에서 서울에 왔다가 집회를 목격했다는 50대 여성 김모씨는 “성별을 불문하고 태어났을 때부터 부여 받은 신체 노출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공평해질 때가 됐다”며 “여성단체의 용기 있는 행동에 놀랐다”고 했다. 다만 김씨도 “(상의탈의 퍼포먼스를)지나가는 사람들이 봤을 때 상당수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회적 동의에 어긋난 노출 행위는 의사전달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약속 지킨` 문대통령…지진피해 네팔 학교에 사비털어 복구지원 6.3 매일경제
사진설명봉사활동하는 문재인 (서울=연합뉴스) 네팔을 방문 중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현지 안내를 맡은 라미차네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개한 문 전 대표. 현지인들과 줄지어 서서 벽돌을 나르고 있다. 2016.6.29 [라미차네 씨 페이스북=연합뉴스] photo@yna.co.kr
재작년 '민주당 前대표' 시절 네팔 트래킹 때 자원봉사하며 지원약속
靑 함구 불구 현지언론 보도로 공개…靑 "약속 지키고 양국 우정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진으로 폐허가 된 네팔 산골의 한 학교 복구에 써달라며 사비를 털어 지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청와대와 네팔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자신과 인연을 맺었던 네팔의 누와코트 지역에 있는 아루카르카 학교의 지진피해 복구를 위해 지인들과 함께 135만 루피(한화 약 1천350만원)를 지원했다. 문 대통령은 2년 전인 2016년 6월 랑탕 지역 트래킹을 위해 네팔을 방문했을 당시 2천명 가까이 사망한 2015년 대지진으로 극심한 피해를 봤던 아루카르카 중급학교를 찾아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재건작업에 직접 참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측근인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과 탁현민 행정관이 동행했었다. 당시는 20대 총선 직후이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국정농단이 드러나기 전으로 차기 대선 바람이 일기 전이었고, 문 대통령은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별다른 직책 없이 홀가분할 때였다.
등산 애호가이기도 한 문 대통령은 이때뿐 아니라 참여정부 당시였던 2004년에도 청와대 민정수석을 사퇴하고 히말라야로 트래킹을 떠났다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접하고 중도 귀국해 변호를 맡기도 했었다.
문 대통령은 2016년 트래킹 당시 아루카르카 학교 피해 현장에 4시간가량 머물며 복구를 위한 자원봉사를 하면서 자신의 가이드를 맡아준 박타 람 라미차네 씨에게 '앞으로 이 학교를 잊지 않고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라미차네 씨는 '문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어서도 약속을 잊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에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그때 약속을 떠올리고 학교 복구 상황을 파악하다가 예산 부족으로 복구가 더디다는 소식에 사비 500만 원을 건네면서 복구에 보태라고 했다.
당시 네팔행에 동행했거나 연결해준 이들이 추가로 돈을 모아 1천500만원을 모아 이중 1천350만원은 학교에, 나머지 150만원은 심장병을 투병 중인 네팔 출신 한국 이주 노동자의 치료비로 썼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트래킹 당시 한국에서 일하다 귀국한 네팔인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지원금은 4월 초께 현지에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두 달 가까이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아르틱 아비얀 데일리', '나가릭 뉴스 데일리', '안나푸르나 데일리' 등 네팔 현지 언론들이 지난달 30일자로 일제히 보도하는 바람에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문 대통령은 학교 복구지원 자원봉사를 했을 때도 사비 10만 루피(한화 약 100만원) 상당의 과학실험 기자재를 학교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아루카르카 학교는 문 대통령의 지원금을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옹벽과 철제 펜스 및 식수대 설치에 사용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네팔 트래킹 때 한 현지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한국과 네팔의 우정을 잇기 위해 사비를 낸 것으로 안다"며 "공개하지 않으려 했으나 현지 언론에 보도되는 바람에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흡혈 모기는 아파트에 사는 중산층을 좋아한다? 6.4 한겨레
미 볼티모어 주거지역 조사결과
저소득지 인간 숙주 비율은 6%
중·고소득 지역은 50%로 높아
공원 이용시간 많기 때문인 듯
한국 말라리아 발병 추이 보니
DMZ 인근서 아파트쪽으로 이동
2010년 4월17일 남북 공동 말라리아 방역을 위한 물자 전달 사업으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준비한 4억원어치의 방역물자를 실은 트럭 2대가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통일대교를 건너 개성으로 가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지난 100년 동안 상어에게 목숨을 잃은 사람이 1035명인데 모기에 의한 사망자 수는 하루에 1470명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게이츠는 2000년 자신과 아내 이름으로 된 재단을 세워 세계의 전염병 퇴치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몇해 전에도 “인간의 살인으로 한 해 42만5천명이 숨지는데 모기에 의한 감염으로 72만5천명이 사망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파리목 모기과에 속하는 모기는 3500여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국에 서식하는 것은 56종이다. 하지만 사람한테 바이러스나 기생충을 옮겨 질환을 일으키는 모기종은 극히 일부다. 모기가 매개하는 감염병은 얼룩날개모기(아노펠레스속)에 의한 말라리아, 숲모기(아에데스속)에 의한 뎅기열·황열·지카바이러스, 빨간집모기(쿨렉스속)에 의한 일본뇌염과 웨스트나일열(WNF) 등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4월25일 ‘세계 말라리아의 날’을 맞아 “2016년 한 해 동안 세계에서 2억1600만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돼 44만5천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주의 케리생태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모기 감염과 도시민 생활양식의 관계를 조사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연구소는 주로 전염병 예측을 위해 설치류, 박쥐와 같은 동물 동향을 분석하고 있다. 연구팀은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주택가격, 교육수준, 범죄율, 기대수명 등 사회경제적 조건별로 지역을 나눠 구역별 모기의 생태를 연구했다. 지역은 도시 평균소득(4만1천달러)과 비교해 낮은 2곳(저소득 구역), 비슷한 2곳(중위소득 구역), 높은 1곳(고소득 구역)을 선정했다. 연구팀은 2015~2016년 5월부터 10월까지 3주마다 사흘씩 이산화탄소와 옥테놀로 유인해 모기를 채집했다. 모두 2만551마리를 잡아보니 흰줄숲모기(73.1%)가 가장 많았고, 이어 빨간집모기(24.1%), 일본숲모기(2.4%) 차례였다.
연구팀은 모기 속에 남아 있는 충혈의 디엔에이를 분석해 모기가 어떤 숙주의 피를 빨아먹었는지 추적했다. 흰줄숲모기의 72%, 일본숲모기의 50%는 시궁쥐였다. 흰줄숲모기의 경우 나머지는 사람(14%), 집고양이(12%), 개(1%), 사슴(1% 이하) 등이었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나 저소득 구역에서는 인간 숙주 비율이 6%로 낮은 데 비해 고소득과 중위소득 구역에서는 50%에 이르렀다.
말라리아 매개체인 중국얼룩날개모기.
모기 수로 보면 저소득 구역에 가장 많았고 고소득 구역에서 가장 적었다. 모기에게 물린 사람도 저소득 구역에서 가장 많았지만 모기의 흡혈 숙주 중에서 사람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중위소득 구역이었다. 케리생태연구소의 질병생태학자인 섀넌 러두는 학술지 <기생충과 매개체>에 실은 논문에서 “모기들은 선호하는 숙주를 찾아 물기보다는 접근이 쉬운 숙주를 문다. 따라서 모기의 흡혈 행위는 모기 유충들이 서식지로 사용하며 자랄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있는지, 사람들이 야외활동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숲모기류는 성장한 곳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100m 남짓에서 서식하는 반면 집모기류는 수㎞까지 서식 영역이 넓다. 볼티모어시에는 1만6천여개의 빈 건물이 방치돼 있는데 모기와 다른 해충들의 좋은 서식지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저소득 구역 주민들은 밀집된 주택 앞 포장된 지대에서 주로 활동하는 데 비해 중위소득 구역 주민들은 공원이나 녹지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고소득 구역 주민들은 뒤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러두는 “감염병 전파 위험은 모기 같은 매개체가 얼마나 번성하고 인간을 숙주로 이용하는 비율이 얼마나 높으냐에 달려 있다. 중위소득 구역에서는 두 가지가 모두 최고로 나타났다. 모기 수는 고소득 구역보다 많고, 모기의 인간 흡혈 비율은 저소득 구역보다 높았다”고 말했다.
다른 연구 방법이지만 한국 연구팀의 분석에서도 모기에 의한 발병 분포의 도시지역 치중 경향이 나타났다. 고려대 지리교육과 김영호 교수 연구팀이 말라리아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인문·환경 요인을 분석해 <한국지도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분석 대상으로 삼은 12개 요인 가운데 소 사육 두수, 표준공시지가, 성비, 아파트 비율, 군사분계선 거리, 기후요소, 논 비율 등이 말라리아 발생과 상관관계가 높았다.
한국에서 1980년대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말라리아가 1993년 다시 등장한 이래 발병 사례가 2000년 4천여명에까지 이르렀다 줄어들고 있지만 지난해에도 515명이나 말라리아에 걸렸다. 연구팀이 2001~2014년 말라리아 발생의 평균 중심점을 분석해보니 2001년 경기도 양주 근처에 있던 중심점이 점차 남서쪽으로 이동해 2014년에는 고양시에 위치했다. 기온·강수 등은 모기 유충의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고, 기존에 강화도와 파주에서 이뤄진 연구를 보면 한반도에서 말라리아를 매개하는 모기인 중국얼룩날개모기 유충의 50% 이상이 논에서 채집돼 연구팀이 기후요소와 논 비율을 말라리아 발생과의 상관관계 분석 요인에 넣은 것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연구팀이 중국얼룩날개모기가 사람보다는 대형동물에 대한 기호성이 훨씬 강하다는 점에서 소 사육 두수를 분석 대상으로 삼은 것은 흥미롭다. 표준공시지가는 주택 수준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성비는 군인과 야외활동 비율이 높은 남성의 발병률이 여성에 비해 2.5배 높다는 점에서 분석 대상에 들어갔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 한국 말라리아 발생이 기후요소보다는 소 사육 두수와 아파트 비율 등 역학적, 사회적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4년 기후요소가 말라리아 발생에 불리한 방향으로 변화했음에도 말라리아 환자 발생(638명)이 전년(445명)보다 증가했다. 또 말라리아 발생은 2001년 환자의 43%가 동 단위 거주자, 34%가 면 단위 거주자였던 데 비해 2014년에는 동 단위가 70%, 면 단위가 19%로 변했다. 아파트 비율이 높은 경기 북서부를 중심으로 말라리아 분포가 집중되고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는 말라리아가 초기에 전방지역의 군인을 중심으로 전파됐지만 토착화 양상이 강해지면서 점차 민간인 환자 비율이 증가하고 휴전선 인근이 아닌 지역에서 발병이 나타난 사실을 반영한다. 말라리아의 효율적인 방제와 박멸을 위해서는 말라리아 발생의 공간적 분포 변화와 지리적 요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살기에 가장 좋은 나라 1위는 싱가포르…한국은? 6.4 서울신문
지난 1일 세계 어린이날을 맞아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구호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이 전 세계 어린이들이 처한 위험을 수치화 한 보고서 ‘소년기 종료 지수’(End of Childhood index)를 발표했다.
2회째 발표한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어린이들의 절반 이상이 빈곤과 분쟁, 차별 등의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위험에 처한 어린이는 전 세계적으로 12억 명에 달하며, 빈곤·분쟁·차별 모두에 직면한 어린이도 1억 5300만 명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봤을 때, 빈곤 국가에 사는 아이들은 10억 명, 분쟁의 영향을 받는 나라에 거주하는 아이들은 2억 4000명이다. 또 성별에 따른 차별이 일상화 된 국가들에 사는 소녀는 5억 7500만 명으로 조사됐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세계 175개국을 대상으로 교육과 사망, 강제 결혼 및 강제 출산, 강제 노동에 처한 아이들의 비율을 조사해 순위를 매긴 결과, 아이들에 대한 위의 위험이 가장 적은 국가로는 싱가포르와 슬로베니아(모두 987점)가 차지했다. 뒤를 이어 노르웨이와 스웨덴이 985점으로 공동 3위를 차지했으며, 5위는 핀란드(984점), 공동 6위는 아일랜드와 네덜란드(981)가 차지했다.
한국은 이탈리아 아이슬란드와 함께 980점으로 공동 8위에 랭크됐다. 유럽 국가 중에서는 독일(978점)이 12위, 프랑스와 스페인이 공동 14위(977점), 벨기에가 16위(976점) 등을 차지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36위와 37위에 머물렀다. 아시아 국가 중 일본은 이스라엘 등과 함께 19위에, 중국은 40위에 머물렀다.
최하위는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중남부에 있는 니제르였으며, 하위 10개국 중 8개국이 아프리카 서부와 중부에 위치한 국가들이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보고서를 통해 어린이 노동 증가 및 교육 소외, 사하라 이남 국가들에서의 영아 사망률 증가, 빈부격차 확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의 공통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방탄소년단 빌보드 1위...FM 팝송 듣던 아재의 격세지감 6.4 초이스경제
예전에는 '한국형 팝송'이 따로 있더니 이제 가요가 전세계로
한국 가요가 산업적 측면에서 탄탄한 내수기반(?)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다.
그 전에는 한국에서도 외국 가요보다도 시장 기반이 크게 빈약했다. 다시 말해, 음반 소비의욕을 가진 고객층이 외국가요, 즉 팝송에만 있었지 내 돈 내고 국내가수 음반 사는 사람은 다방사장이 아니면 드물었다는 것이다. 팝송을 듣고 음반 소비도 하던 사람들은 당시의 중고등학교 청소년들, 오늘날 386 또는 586 세대로 불리는 사람들과 연령이 거의 일치한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개념이 크게 부족했을 때라 팝송의 불법복제 음반이 넘쳐나긴 했지만, 가격이 500원에 불과한 '빽판(불법복제음반)' 대신 3000원짜리 라이선스 음반을 사게 만드는 요인은 있었다. 빽판은 전축 바늘을 망가뜨린다는 것이었다.
TV 한 대도 가구마다 모두 보급이 안된 시절이니 전축은 더욱 귀한 전자제품이었다. 이 귀한 제품의 예술성을 결정짓는 제일 중요한 부품 바늘을 망가뜨린다니, 아무리 빽판이 싸도 가격의 유혹을 이겨내야만 했다.
빌보드는 이때도 매주 최고 음반과 최고 팝송 순위를 발표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인기 있는 팝송과 빌보드에서 1등하는 노래 간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 방탄소년단 멤버들.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점을 중시한 때문인지, 당시 동양방송 TBC(1980년 KBS에 통합됨) FM에서 별도로 주간 순위를 발표했다. 진행자는 김재건이었다. 일부에서는 같은 저녁 8~10시 MBC 박원웅의 인기를 뒤따라잡기 위해 TBC가 특별한 대책을 세운 것으로도 해석했다. 아무튼 김재건의 팝송 톱20은 특히 팝송에 처음 입문하는 청소년들에게 꼭 들어야 할 방송이 됐다.
빌보드와 김재건의 톱20 사이에는 2주 정도의 시차가 있었다. 팝송이 미국에서 먼저 알려진 다음 한국 팬들에게 소개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시차였다.
시차 뿐만 아니라 약간의 스타일 차이도 존재했다. 한국형 팝아티스트로 불리는 스모키나 아바는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가수들이었다. 아바는 무수히 많은 곡들이 지금도 한국인의 애청 팝송으로 꼽히지만, 미국에서 제대로 인기를 얻은 것은 댄싱퀸 정도다.
영국계 스모키는 '앨리스 옆집에서 산다는 것' 과 같은 불후의 '한국형 명곡' 으로 이 나라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한국에서 자신들의 인기에 대해 반응을 보인 것은 많은 세월이 지난 한참 뒤다.
1970~1980년대 초, 한국의 문화시장은 외국 아티스트들에게 위험천만한 곳이었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컨서트를 했을 때 성공을 보장하기 어려웠다. 가끔 일본에서 공연이 있을 때 한국에도 한 번 들르거나 가요제 초대가수로 오는 적은 있지만, 이때도 절정의 인기가 약간 시든 뒤였다.
방탄소년단이 한 주 만에 빌보드 1위에서 6위에서 밀렸다고는 하지만, 어떻든 한국가수의 빌보드 1위 등극은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한국 사람들이 열렬히 듣는 노래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도 공감대를 얻고 있고, 한국의 문화시장이 세계적으로도 영향력을 갖췄음을 보여주고 있다.
'끼' 를 바탕으로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예술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한국인들이 앞으로를 개척해 가야 할 중요한 분야다. 한국인들은 냉정하고 과학적인 치밀함과는 좀 거리가 있고 감성적이라는 얘기도 듣는다. 이런 사람들에게 문화는 타고난 재주를 마음껏 부릴 수 있는 영역이다. 그렇다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듯이 문화에 무지한 사람들이 돈만 탐하고 섣불리 손을 대서 대세를 망치는 어리석음은 피해야겠다.
투표율 ‘꼴찌’ 2030, 반전은 없을까 6.4 쿠키뉴스
청년은 변화의 주역이었다. 1960년 4·19 혁명부터 87년 6월 항쟁까지. 이들은 헌법을 바꾸고, 민주주의를 실현했다. 역사의 한 가운데 늘 이들이 있었다. 현재, 청년은 여전히 변화를 이끌고 있을까.
20·30대 투표율은 늘 낮았다. 누군가는 청년의 정치 무관심을 탓했다. 취업 준비, 스펙 쌓기 등에 몰두해 사회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었다. 청년이 정치와 사회를 망치고 있다는 비판론도 등장했다.
낮은 투표율은 정말 청년만의 탓일까. 쿠키뉴스 기획취재팀은 총 4편에 걸쳐 투표로 보는 청년의 현재와 관련 제도, 개선 방향 등을 짚어본다. 희망은 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내가 투표한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선거하는 날이요? 놀러가야죠”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지난 1일. 20·30대에게 선거에 대한 생각을 묻자 냉소적 답변이 돌아왔다. 자신에게 주어진 한 표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20·30대에게 정치는 ‘먼’ 존재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20·30대 투표율은 늘 전체 투표율보다 저조했다. 지난 6차례 지방선거 전체 투표율은 각각 68.4%(1회), 52.7%(2회), 48.9%(3회), 51.6%(4회), 54.5%(5회), 56.8%(6회)로 나타났다. 30대 투표율은 1회 지방선거 당시 68.1%를 기록한 이후 한 번도 60%를 넘기지 못했다. 특히 20대는 1~5회 지방선거에서 투표율 최하위에 머물렀다. 50·60대 투표율과 2배 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3차례나 됐다. 60세 이상 투표율이 매회 약 70%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역대 지방선거 20대와 40대, 60대의 투표율 변화.
▲사전투표제 도입…5회 지방선거부터 20·30대 투표율 상승
20·30대 젊은 층 투표율은 지난 1995년 1회 지방선거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52.8%였던 투표율은 지난 98년 실시된 2회 지방선거에서 33.9%까지 떨어졌다. 3회 31.2%, 4회 33.8%, 5회 41.1%에 불과했다. 가장 최근 진행된 6회 지방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은 48.4%에 그쳤다. 반면, 60세 이상 유권자 70.9%는 투표권을 행사했다. 세대 간 20%p가 넘는 차이를 보인 것이다.
다만 지난 2010년 5회 지방선거부터 20대의 투표율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4회 지방선거에서는 전체 투표율과 20대 투표율이 20% 가까이 차이 났지만 5회 지방선거부터 차이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6회 지방선거에서는 8.4%까지 격차가 좁혀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 제고를 위해 사전투표제를 도입했다. 사전투표제는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유권자가 부재자신고 없이 사전투표 시간(선거일 전 5일부터 2일 동안)에 어느 사전투표에서나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사전에 부재자 신고가 필요했던 부재자투표제에 비해 편의성을 높였다. 지난 2013년 상반기 재·보선부터 도입된 사전투표제는 전국 단위 선거로는 6회 지방선거에서 처음 시작됐다.
사전투표제는 젊은 층 투표율 증가로 이어졌다. 6회 지방선거의 사전투표율은 19~29세가 15.97%로 가장 높았다. 선거일에 투표소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던 20대가 사전투표를 통해 참정권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투표율 높아졌으니 안심해도 될까?…선거인수의 함정
그러나 단순 투표율만 보고 젊은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가 늘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선거인수’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인은 ‘19세 이상의 선거권이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연령대별 선거인수의 큰 변화가 생겼다. 20·30대 인구는 감소하고 50·60대 인구는 증가한 것이다.
3회와 6회 지방선거를 비교해보면 20대와 50대는 3회 지방선거에서 각각 31.2%, 70.0%로 40%에 가까운 투표율 격차를 보였다. 6회 지방선거에서는 48.4%와 63.2%로 차이가 약 15%로 줄었다. 그러나 선거인수는 정반대의 결과를 내놨다. 20대의 선거인수는 816만3927명(3회)에서 661만469명(6회)으로 줄었고, 50대의 선거인수는 449만9520명(3회)에서 814만6143명(6회)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20대가 약 155만명 감소하는 동안 50대는 약 364만명이 증가했다. 인구수가 역전된 것이다.
즉, 선거인수와 투표율을 모두 고려하면 20대와 50대의 투표율 차이는 좁혀졌지만 투표자수 격차는 더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3회 지방선거 20대 투표자수는 254만7145명, 50대는 314만9664명이다. 6회 지방선거 20대 투표자수는 319만9467명, 50대는 514만8362명이다. 두 연령대의 투표자수 격차는 60만2519명(3회)에서 194만8895명(6회)으로 3배 이상 벌어졌다.
미국·영국·일본의 연령대별 투표율 비교.
▲젊은 층의 낮은 투표율, 우리만의 문제인가?
20·30대 젊은 층의 낮은 투표율은 과연 우리나라만의 문제일까.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미국, 일본, 영국 등도 젊은 세대의 정치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 2014년 상·하의원 선거의 전체 투표율은 41.9%였다. 그러나 18~24세 투표율은 17.1%에 그쳤다. 특히 25~34세(27.6%)와 55~64세(54%)의 투표율은 2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일본 통계청에 의하면 2014년에 열린 47회 중의원 선거에서 전체 투표율은 52.66%를 기록했다. 20대 투표율은 32.58%에 불과했다. 영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은 지난 2015년 총선에서 18~24세(43%)와 55~64세(77%)가 30% 이상의 투표율 격차를 보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외국 역시 젊은 층의 투표율이 증가 추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과 2015년 캐나다 연방선거에서 18~24세 투표율은 38.8%에서 57.1%로 증가했다. 캐나다의 경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조기 정치 교육이 젊은 층의 투표율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는 투표율이 극단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이상 젊은 층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정치권은 50·60대 비해 절대적인 유권자수가 적은 20·30대에게 신경을 덜 쏟았다”며 “압도적인 투표율을 기록해도 모자를 판에, 오히려 더 낮은 투표율을 보였기 때문에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30대 선거인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시를 누더기로 만드는 폭력적인 난개발을 멈추라 6.4 오마이뉴스
[주장] 난개발을 멈추고 생명의 숲을 보존해야
▲ 산 정상을 향해 경쟁하듯 숲을 파괴하며 집을 짓고 있다. 어덯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심각한 난개발 현장을 살펴보자. ⓒ 최병성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산 정상까지 나무를 베어내고 집을 지었다. 양쪽에서 서로 경쟁하듯 숲을 깎아 먹었다. 산 정상 부분 경계선만 조금 남긴 채 울창했던 숲이 처참히 파괴되었다.
요즘 용인시를 지나다 보면 왜 용인을 난개발의 대명사로 부르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타운하우스라는 미명 아래 여기저기 산이 몽창몽창 잘려나가고 있다. 울창한 숲일지라도, 깎아지른 급경사 지형일지라도, 심지어 학교 앞산이어도 파괴되는 숲의 절규로 가득하다. 용인시는 지금 숲을 파괴하는 난개발로 인해 너덜너덜한 '누더기'로 전락 중이다.
▲ 산 정상까지 숲을 밀고 타운하우스를 지었다. 용인시에서 건축업자들에게 불가능은 없어 보인다. ⓒ 최병성
용인시는 난개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골프장이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로 유명하다. 도심의 아름다운 숲은 대부분 골프장이 차지했고, 그나마 남아 있던 골프장 곁 자투리 숲을 타운하우스라는 미명 아래 걸레 조각처럼 파헤치는 중이다.
부족한 인구를 유입하기 위해 저 참혹한 난개발을 허용한 것일까? 용인시는 최근 인구 100만을 돌파한 거대 도시가 되었다. 더 이상 인구가 부족하지 않다. 그렇다면 인구대비 아파트와 주택이 부족한가? 그것도 아니다. 용인은 전국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는 도시 중 하나다. 용인시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인구와 주택이 아니다. 100만이 넘는 시민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숲의 보존이 필요할 뿐이다.
▲ 골프장 곁에 남은 짜투리 숲이 타운하우스라는 미명 아래 참혹하게 잘려나가고 있다. ⓒ 최병성
많은 사람들이 복잡한 서울 도심에서 벗어나 용인으로 이사 왔다. 그 이유는 하나다. 교통이 불편하고 문화 여건이 다소 부족해도 숲 하나만을 보고 찾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숲을 밀어버리고 주택과 산업단지 건설을 추진한다. 이곳을 찾아온 이유가 사라졌다. 더 이상 이곳에 살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난개발이 횡횡하는 용인은 미래를 위한 체계적인 도시 계획이 없다. 집 장사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처참한 파괴의 도시가 되었다. 결국 숲을 파괴하는 난개발은 도시의 미래를 위기로 몰아가는 재앙이 된다.
숲을 파괴하여 쉼터를 상실한 도시는 언제든 기회가 되면 떠나고픈 도시가 된다. 결국 서울보다 주택 가격이 싼 덕에 잠시 머물다 떠나가는 현대판 유목민들의 일시적인 거주지로 전락했다. 숲을 파괴하며 시민들의 주거환경을 위협하는 난개발은 결국 도시의 위기가 되며, 용인시의 미래를 암울케 하는 재앙이 되는 것이다.
▲ 아파트 주민들의 쉼터인 숲이 하루 아침에 잘려나가고 있다. 숲이 울창하고 급경사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용인시에선 불가능이 없다. ⓒ 최병성
용인은 아직 훼손되지 않은 자연이 남아있다. 그런데 서울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값싼 잠자리를 찾는 이들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 오늘도 희망 없는 베드타운을 늘리기 위한 집 장사들의 참혹한 숲파괴를 묵인하며 도시의 미래를 갈아먹고 있다.
용인은 미래 도시를 향한 비전을 상실했다. 자연이 아직 살아있어 사람들이 살고 싶어 찾아오는 도시로 만들려는 용인시만의 도시계획이 존재하지 않는다. 난개발 홍수 속에 그동안 5명의 민선시장이 각종 비위 혐의 등으로 기소됐던 용인은 시민을 위한 행정은 사라지고, 숲을 파괴하는 집 장사들의 농간과 부패한 행정만이 넘쳐흐르는 어둠의 도시로 전락했다.
▲ 숲이 사라진 도시에 사람들이 살고 싶어할까? 숲이 사라진 도시에 희망이 있을까? 그럼에도 오늘도 용인시엔 처참히 잘려나가는 나무들의 절규로 가득하다. ⓒ 최병성
'엄마특별도시'라는 입간판이 용인 도심 곳곳에 걸려 있다. 파괴적인 난개발의 대명사 용인이 과연 아이들과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시라고 엄마들이 느끼고 있을까? 자고 나면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의 숲이 잘려나간다. 심지어 초등학교 앞 숲조차 타당한 이유도, 기준도 없이 마구 훼손되고 있다. '엄마특별도시'라고? 부패한 행정 덕에 위험에 방치된 내 아이의 안전을 지켜달라고 엄마들이 비명을 지르는 재앙의 도시일 뿐이다.
▲ 엄마특별시가 아니라 엄마들이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달라고 특별히 비명지르는 도시 용인입니다. ⓒ 최병성
'사람들의 도시'라는 입간판이 용인 시내 곳곳에 걸려 있다. 과연 용인시가 사람 살만한 사람들의 도시일까? 숲이 있어 이사 왔다. 그런데 주민들도 모르게 숲을 파괴하는 인허가가 났다. 난개발 현장마다 용인시 담당 공무원들이 하는 소리는 똑같다. 사유 재산이기에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졸지에 숲을 빼앗긴 아파트, 더 이상 이곳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용인시는 '사람들의 도시'가 아니다. 돈벌이를 위한 집 장사들의 소굴로 전락되어 주민들을 피눈물 흘리게 하는 폭력의 도시가 되었다.
▲ 사람들의 용인이 아니라 주민들을 피눈물 흘리게 하는 폭력의 도시 용인입니다. ⓒ 최병성
엽기적인 환경 파괴가 횡횡하는 용인시. 난개발은 합법을 가장한 파괴적인 범죄일 뿐이다. 난개발이 범죄인 이유는 첫째 숲을 파괴하여 생명을 학살하기 때문이다. 둘째, 지역 주민들의 쉼과 안식처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셋째, 집 장사들의 이익을 위해 도시의 미래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바라보는 산마다 몽창몽창 잘려나가는 난개발 폭력 도시 용인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도, 저기도 살려달라는 주민들의 아우성만 가득할 뿐이다. 숲은 한번 파괴되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그런데 보물처럼 소중한 숲이 집 장사들의 농간과 용인시 공무원들의 무책임한 행정 아래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있다.
자연이 살아 있는 도시에서 사람들은 건강한 삶을 누리게 된다. 용인시가 사람 살만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숲을 파괴하는 난개발을 멈춰야 한다. 미래를 위해 숲을 보존하는 창조적이고 지속가능한 개발이 필요하다.
숲을 파괴하고 성냥갑처럼 똑같은 건물을 줄줄이 세우는 용인의 난개발 현장을 본 많은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섬뜩한 '공동묘지 같다'는 것이다. 만약 용인시가 지금처럼 파괴적인 난개발을 지속한다면 남는 것은 암울한 폐허일 뿐이다.
▲ 산 정상의 숲이 모두 사라지고 집이 들어섰다. 이제 난개발을 멈추고 숲을 보존하자. ⓒ 최병성
그동안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미명아래 난개발이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더 이상 파괴적인 난개발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난개발은 도시의 미래를 갈아먹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공동묘지 같은 타운하우스는 금방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생명 가득한 숲은 만들어 낼 수 없다. 흉측한 난개발을 멈추고 생명의 숲을 보존하는 일에 우리 모두 나서야 할 때다. 이제 광란의 파괴를 멈추자. 지구 환경을 위해서뿐 아니라, 시민들의 안식처로서의 숲을 보존하자.
“드루킹이 총영사 청탁한 거면, 난 총리 요구할 걸 그랬나요” 6.5 한겨레
이명박 캠프 사이버 팀원 ㄱ씨의 고백
오세훈·이명박 캠프 18·19대 총선 등
선거 때마다 늘 댓글 조작·흑색선전…
늘 해왔던 일…드루킹 뭐가 대단한 건지…
오세훈 캠프 시절 매크로 처음 사용
이명박 캠프 땐 ‘좀 한다’는 4명 파견
MB, 감사장 주고 취임식 초청도
ㄱ씨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뒤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받은 감사장(왼쪽). ㄱ씨는 2010년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으로도 임명됐다.
ㄱ씨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뒤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받은 감사장(왼쪽). ㄱ씨는 2010년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으로도 임명됐다.
“드루킹이 ‘매크로’로 여론 조작을 하고 오사카 총영사를 요구한 거면 글쎄요, 나 같은 경우는 국무총리를 시켜달라고 했어야 했나.(웃음)”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캠프 ‘사이버팀’에서 일했던 ㄱ씨는 1일 <한겨레>와 만난 자리에서 드루킹이 벌였다는 여론 조작의 수준과 선거 기여도에 대해 ‘매크로 전문가’로서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 “한나라당-새누리당 내내 선거 때마다 늘 해왔던 일인데, 뭐 그렇게 대단한 취급을 받으려 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매크로를 통한 불법 여론 조작을 한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은 최근 한 언론에 보낸 편지에서 “한나라당 측 선거 관계자로부터 2007년 대선에 사용되었던 ‘댓글기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입수”하고 “2007년과 2012년 대선의 패배가 이 댓글기계부대의 맹활약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ㄱ씨는 드루킹이 말한 그 댓글기계부대의 주요 당사자였다.
ㄱ씨는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캠프를 시작으로 2007년 대선 이명박 캠프, 2008년 18대 및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이르기까지 한나라당-새누리당 시절의 굵직한 선거에서 ‘온라인 대응’ 업무를 담당해왔다고 했다. ㄱ씨는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회 위원이었고, 2008년 1월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무대는 다음 아고라, 네이버, 트위터, 카카오톡 등으로 바뀌었지만 하는 일은 비슷했다. 부정 여론을 밀어내고, 댓글을 조작하거나 상대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을 하고, 검색어를 교체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ㄱ씨는 “플랫폼만 바뀌었을 뿐, 매크로는 늘 통했다”고도 덧붙였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캠프 ‘인터넷팀’에 배치된 그는 “인원은 꽤 많았지만 선거구도가 워낙 (오세훈 후보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할 일은 많지 않았다”고 했다. “오 후보의 정수기 모델 이력을 비판하는 기사나 댓글에 ‘오세훈 잘생겼다’ 같은 댓글을 달고 상대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 기사에는 ‘춤이나 춰라’ 같은 비방 댓글을 달았다”며 “게임을 하느라 익혔던 매크로를 공식 선거 조직에서 썼던 첫 선거였다”고 했다. 이후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단 소문이 나고 당 안팎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짜달라’는 요청이 잦았다고 한다.
2007년 대선은 치열했다. ㄱ씨는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이명박 후보는 워낙 약점이 많았죠. 당 안팎에서 저를 포함해 ‘인터넷 좀 한다, 네거티브 대응 잘한다’는 4명이 이명박 후보 캠프 ‘사이버팀’에 파견됐어요. 공식 선거 사무실이 아닌 여의도 다른 빌딩 1층 맨 안쪽에 자리를 잡았죠. 가장 많이 했던 일은 ‘이명박’ 또는 ‘엠비’(MB) 연관 검색어를 내리고 올리는 일, 그리고 댓글을 다는 일이었습니다.” 매일 출근해서 ‘비비케이’(BBK) ‘대운하’ ‘내곡동’ ‘재산형성’ ‘다스’ 등 엠비 관련 부정 검색어들을 ‘현대건설’ ‘자수성가’ ‘신화는 없다’ 등의 긍정 검색어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네이버 메인 화면 등에 뜨는 후보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았다.
ㄱ씨는 댓글 조작과 관련해 구체적 정황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전국 42개 대학 총학생회장 이명박 지지 선언’을 두고 인터넷에 가짜 논란이 일었다. “지지 선언도 가짜로 하느냐”는 비판이 쇄도했다. 이명박 지지 선언 진위 논란 기사에 집중적으로 매크로를 돌려 “정동영은 노인 폄하 발언이나 해명하라”는 댓글을 달았다. 비비케이 의혹도 집중 방어 대상이었다. 비비케이 의혹의 경우 워낙 부정적인 댓글이 많이 달렸는데 “위에서 ‘댓글 보기 싫으니까 어떻게든 해봐’ 하면, 미리 확보된 아이디로 매크로를 돌려 안 보이도록 밀어냈다”고 했다. 드루킹이 했던 것처럼 공감 수와 호감도를 조작해 후보에게 유리한 댓글이 상단에 노출되도록 하는 작업에도 매크로가 활용됐다.
엠비가 대통령이 되고 ㄱ씨는 “당선에 기여한 공로로 감사장을 받고 취임식에도 초청”됐다. 아버지가 가게를 열었을 때는 엠비가 직접 청와대 마당에서 키웠다는 난을 보내주기도 했다.
당내 선거에서도 매크로는 일상적으로 쓰였다.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 당시 한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ㄱ씨는 캠프 상관이었던 상황실장으로부터 “네이버 등 포탈사이트 검색 1순위 작업 대책 시행 바람”이란 지시를 받고 “야간 매크로 세팅하겠습니다”라고 답한다. 상황실장은 “매크로 했니?”라고 재차 확인하기도 한다. ㄱ씨는 “당시 상대 후보의 부정 이슈를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올리기 위해 매크로를 활용해 계속 검색이 이뤄지도록 조작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모시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2012년 여의도를 떠났다. ㄱ씨는 드루킹 사건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반응이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제보를 결심한 이유다. ㄱ씨는 “선거 때마다 매크로를 써왔던 자유한국당이 매크로를 전혀 몰랐던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지 않는다”며 “2006년 이후 내가 참여했던 캠프에서는 매크로를 쓰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지방 토호'도 '촛불 옷'만 갈아입으면 혁신이 된다? 6.5 프레시안
[복지국가SOCIETY]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명심할 것들
지난 5월 31일부터 전국 동시 지방 선거의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되었다. 6월 8일과 9일에는 사전 투표가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광역 지자체장에 나온 후보들의 TV 토론방송은 시청률이 낮다. 선거 보도도 국민의 관심에서 밀려나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이 뉴스의 전면을 차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4년간 우리의 삶을 좌우할 지방 선거를 이렇게 무시해도 좋다고 할 수는 없다.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챙겨보아야 할 지방 선거의 이슈는 무엇일까? 광화문 촛불혁명을 시작으로 전국 동시 지방 선거가 대한민국을 복지국가로 만드는 과정이 되기 위해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또 무엇인가? 우리는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이 부분에 대해 냉정하고 차분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거의 굳어진 선거판이 가지는 명암들
압도적인 대통령 지지율은 여권의 경우 당내 경선이 곧 당선으로 인식되면서 좋은 정책을 개발하고 준비된 공약으로 대결해야 할 정치적 필요성을 낮추고 말았다. 과거의 지방 선거에서 등장했던 무상 급식 같은 여야가 대결하는 뚜렷한 공약이나 전국적인 중심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야권은 이미 특정 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패배가 예상되면서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쓰고 있다. 또 분열과 당내 갈등 등으로 야권이 지리멸렬한 양상을 보이는 것도 공약 대결이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번 지방 선거가 지난해 5월의 대통령 선거에 이어 또 하나의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바로 세워진 세월호의 참담한 잔해를 보면서 국민은 또 다시 분노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판을 매개로 사법부와 대통령 간의 거래를 시도한 증거들이 나오면서 책임자들과 범법자들에 대한 단죄의 요구가 지방 선거에서 야권 심판으로 반영되는 것은 역사적인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여당인 민주당이 자신들의 노력으로 압도적인 국민의 지지를 얻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리한 판세에 안주하여 지방 선거의 공약 개발과 정책 논쟁을 등한시하는 것이 합리화될 수는 없다. 그리고 선거 과정에서 다리를 건설하고 도로를 넓히는 일보다 지역 주민들의 구체적인 삶을 개선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분명하게 선언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홈페이지에 게제 된 각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해보면, 과연 민선 7기가 지난 24년의 지방 정부들과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중앙 정권의 교체에 이어 지방 정권의 교체를 내세우고 있는 민주당은 구체적으로 지방 정권을 바꾸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높은 대통령 지지도에 안주해 선거를 치르면 선거에서는 이기겠지만, 취임 후 추진해나갈 지방 개혁의 동력을 확보할 수 없고,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를 추진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구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높았던 지역에서는 선거 승리를 위해, 구 여권 인사를 입당시켜 공천하거나 캠프에 기득권 세력의 대표들이 기웃거리는 일이 흔해졌다고 한다. 포용과 화합의 일환으로 그런 전략을 가져가는 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책적으로 특정 지역의 토호 세력에게 각종 이권을 몰아주던 정책을 반복하거나, 대다수 지방 정부의 재정을 토목·건설 사업에 투입하는 행태들이 바뀌어야 한다. 정치적 포용과 정책적 개혁은 별개라는 점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정책 실종한 2018년 지방 선거
지방 정부가 중앙 정부의 개혁 정책을 보완하고 지원하는 역할에 대한 논의는 이번 지방 선거에서 실종되었다. 중앙 정부의 보편적 복지 정책에 더해 영세 사업장이나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내 복지를 보완할 수 있도록 지역의 상황과 개별 기업들의 사정을 더 잘 아는 지방 정부에서 맞춤형으로 이들 기업들과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것은 효과적인 측면도 있다.
지역의 산업단지에 근로자 건강센터를 설치하여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지역 상품권을 노인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지급하여 재래시장과 골목의 영세 상인들의 매출을 높여서 실질 소득 증대를 보장하는 일은 지방 정부가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 선거에서는 그런 구체적인 공약들이 정당 차원에서 제시되어 전국적인 공통 공약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
올해 7월부터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의 개정에 따라 버스 운전사들의 근로시간 정상화로 신규 버스 기사들을 채용해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기사를 구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정부와 버스운송사업자조합연합회, 자동차노동조합연맹 등 노사정 3자가 '노선버스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노사정 선언문'에 합의하면서 동시에 버스 운송사업 부분은 법의 시행을 1년 연기했다.
하지만 법안 통과에 따른 후속 조치는 중앙정부만 하는 게 아니다. 지방 정부에서 미리 알고 대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경기도는 개정 근로기준법의 시행으로 부족한 1만2000명의 운전기사를 확보하기 위해 올해부터 2020년까지 모두 8800명을 양성하기로 하는 대책을 이제야 발표했다. 당장 올해 7월부터 순차적으로 1만2000명의 버스 기사를 신규 채용할 수 있었는데, 사전 대응과 준비를 하지 못해 그 일자리가 날아갔다. 물론 지금이라도 대책을 마련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청년 실업과 일자리 부족이 심각한 경기도에서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친 것도 안타깝고, 버스 기사들의 장시간 근무와 피로로 경기도민들의 안전 이슈가 앞으로 몇 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우리가 명심할 것들
선거 과정에서는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있다고 약속한 후보들이 선거가 끝나면 지방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하소연한다. 지방 정부는 예산도 없고, 공무원 증원도 못하고, 정책 권한도 중앙 정부에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후보들에게는 투표하지 않는 게 좋다. 지방 정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실제로는 많은 권한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첫째, 중앙 정부가 국가 전체 예산의 42%를 지출하는 데 지방 정부는 지방교육 예산까지 합하면 58%를 사용하는 등 실제로 중앙 정부보다 더 많은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의 삶을 바꾸는 데 더 중요하고, 또 하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다르게 할 수 있다. 예산의 절대 액수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특히 신규로 취임하는 광역과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당선자들은 중기 재정 계획을 살펴봐야 한다. 올해 사업을 포함해 자신의 임기 동안 집행해야 할 5년간의 중기 재정 계획을 보면, 고정 사업과 더불어 추가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사업의 내용과 예산의 규모가 명시되어 있다. 이 중에서 어느 사업을 축소하고, 어떤 사업을 변경할지를 분석하면 돈이 없어서 일을 못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둘째, 예산의 절대 금액은 많지만 대부분 중앙 정부가 위탁한 지정 사업을 집행하기 때문에 지방 정부의 권한이 없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없다는 말도 거짓말이다. 지방 정부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서울특별시가 가장 높고, 시·군·구로 갈수록 낮다. 하지만 직접 수입인 지방세와 세외 수입 외에 지방교부세와 조정교부금, 보조금 등 중앙 정부의 각종 보조금을 합해 가용 재원이 형성되고, 이들 가용 재원에 대한 재정 자주도는 평균 70%나 된다. 가장 가난한 전남과 강원이 1인당 세출액, 즉 예산 집행액은 가장 많다. 따라서 지방 정부는 권한이 없어 못한다는 것은 자신이 무능하다는 말과 같다. 과감하게 포기하고 축소하고 조정하면 돈과 권한을 얼마든지 행사할 수 있다.
셋째, 지방 정부는 보육, 교육, 의료, 주거, 노후보장, 일자리 등 지역 주민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많은 사회서비스를 직접 집행하기 때문에 정부 정책의 체감 만족도는 지방 정부의 역할에 따라 좌우된다. 따라서 지방 정부가 어떻게 하는지가 주민들의 실제 생활에서는 더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방제 수준의 분권 국가를 공약으로 제시한 것도 사실은 중앙 정부만으로는 이 나라를 이끌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방 정부가 역할을 제대로 해야 나라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재정 권한과 정책 관련 자율권도 얼마든지 부여하겠다"라며, 지방 분권 의지를 밝히고 있다.
어렵게 이룩한 정권 교체가 실제적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번에 지방 권력의 교체를 구체적으로 이루어내야 한다. 지방 정부의 집권 세력을 바꾸고, 도지사와 시장과 군수, 그리고 지방의원들을 더 나은 세력으로 교체하는 것을 넘어, 지방 정부의 역할과 기능 등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지방 정부가 무능하고 나태해서 지역 주민들이 손해를 보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방 정부의 선출직 단체장이나 의원들의 비리로 직접 손해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지방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정말 많다. 이제 바꾸어야 한다. 지방정부는 건설 시행사가 아니다. 토목과 건설을 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규정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너무 어려워진 보통 사람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도 지방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주민생활 지원으로 바꾸어내야 한다.
지역의 시민사회 운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지방 선거의 후보자들이 분명한 입장을 발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지역신문 등 언론들도 후보 초청 토론회나 기획 인터뷰 등을 통해 "당신이 당선되면 지역 주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질문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권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이번 지방 선거를 어떻게 '남는 선거'로 만들 것인가이다. 이대로 있으면, 6월 13일의 선거는 또 한 번의 '별 것 없는 지방 선거'로 마무리될 것이다. 홍보 유인물을 꼼꼼히 살펴보고, 누가 나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후보인지 판단해보자. 우리는 너무나 힘든 보통 사람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는 계기를 이번 지방 선거를 통해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이 이번 전국동시 지방 선거에서 우리 보통 유권자들이 명심할 사항이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보수의 심장’ 대구 “무조건 한국당? 지금은 안그렇십니다” 한겨레 6.5
심판이냐 수성이냐, 6·13 지방선거 ‘보수 심장’ 대구의 선택은
선거 결과 상관없이 내부 균열과 변화는 현재진행형
지난 5월31일 대구시 성내2동주민센터 직원들이 희도 아파트 벽에 지방선거 벽보를 붙이고 있다. 류우종 기자
선거는 정치와 정당의 관성을 흔드는 주기적인 힘이다. 이는 ‘심판론’과 ‘수성론’이라는 이름으로 변주돼 역대 선거 때마다 치열한 투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6·13 지방선거는 과거와 견줘 투쟁의 강도가 약화된 모양새다. 한반도에 불어온 평화의 바람과 전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북-미 정상회담이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70%대를 유지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여당의 우세가 전망되기도 한다.
하지만 관성의 법칙이 어느 곳보다 강하게 지배해온 지역에서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 사이 충돌의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바로 ‘보수의 심장’이라고 하는 대구다. 5월19일부터 21일 사이에 진행된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에서 대구의 ‘터줏대감’인 자유한국당 시장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한 자릿수 추격을 허용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겨레21>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와 함께 5월25~26일 대구 성인 804명에게 진행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에서도 현 시장인 권영진 자유한국당 후보(30.1%)를 임대윤 민주당 후보(24.3%)가 5.8%포인트 차이로 추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의 빅뱅
승리를 낙관했던 자유한국당 쪽에선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대구 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해볼 만하다”는 기대가 터져나온다. 산업화와 반공 이데올로기, 박정희 패러다임, 지역주의의 상징인 대구의 선택은 여야 승패를 떠나 한국 정치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추락한 보수가 몰락의 길로 갈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지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시험지이기도 하다.
관성은 질량에 비례한다. 30여 년간 보수정당이 지배해온 대구의 ‘정치 질량’은 도시의 변화를 강하게 막아왔다. 하지만 변화의 가속도는 힘에 비례한다. 2016년 김부겸 민주당 의원(행정안전부 장관)의 대구 수성구갑 당선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도시의 관성을 흔들기 시작했다. 대구를 둘러싼 힘의 대결은 어떻게 전개될까.
5월24일, 5월30일, 6월1일 대구 시내에서 만나거나 전화로 이야기를 나눈 대구 사람들은 ‘민심’이라는 말에 모두 강한 억양으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단 바꾸려는 사람들은 망설임이 없었고, 지키려는 사람들은 말을 꺼내기 전 숨을 골랐다. 문희갑(81) 초대 민선 대구시장(1995~98년)은 전화 통화에서 “여론조사를 보니 (민주당 후보와) 차이가 많이 안 나서 놀랐다. 여론조사가 잘못됐나 싶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그는 권영진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고문을 맡고 있다. 문 전 시장은 “민주당 후보들에 대해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자유한국당에 대한 실망도 겹쳐 있다. 대구 시민들의 생각도 변화가 많다. 젊은 세대들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많이 변하고 있지요.”
도시의 관성이 흔들리는 조짐은 거리를 나서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6월1일 오후 곱창 골목으로 유명한 대구 남구 대명동 안지랑네거리는 다양한 색깔의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펼침막이 둘러싸고 있었다. 보통 자유한국당 후보만 나와 ‘무투표 당선’이 되거나 자유한국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만 겨뤘던 선거전의 양상이 달라진 것이다.
남구에서 민주당으로 출마한 김기명(34·시의원 후보)·정연우(40·구의원 후보)·이정현(34·구의원 후보) 후보는 32도의 무더위에 땀을 훔치며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명함을 건넸다. 젊은 후보답게 이 후보는 세그웨이(서서 타는 전동 스쿠터)를 타고 이동했다. 40대 후반의 한 여성이 명함과 정 후보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활짝 웃으며 “찍어줄게요”라고 말했다. “분위기 좋다니까요. 대구가 정치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봐주세요. 무조건 한국당만 찍는 분위기는 사라졌어요.” 정 후보는 들뜬 목소리로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날마다 경로당을 찾는다는 김 후보가 “지금도 어르신들에게 명함을 건네면 ‘전라도당 아이가’ 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명함 받는 분들의 표정이 달라지고 있다”고 거들었다.
이들을 보니 4년 전 5월28일, 대구시장에 출마한 김부겸 장관의 선거 유세를 동행 취재할 때의 장면이 떠올랐다. 그는 시민들, 특히 중·장년층에게 다가설 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당시 그는 “민주당 명함이면 빨갱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계 정당이 남구에 후보를 낸 것은 2006년 이후 12년 만의 일로, 민주당은 남구 전 지역구에 후보를 7명(비례의원 포함) 냈다. 음악학원 원장인 정 후보, 임상병리사인 이 후보, 창업을 했던 김 후보 등 모두 지역에서 학교를 다녔고 생활하고 있는 청년들이 나섰다.
바꾸려는 자들 “1당 독점 청산”
남구뿐만이 아니다. 4년 전 6회 지방선거에서 24명이 출마했던 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에 4배 많은 89명의 후보를 내보냈다. 지난 선거에서 기초단체장(구청장·군수)에 달서구만 후보를 냈던 민주당은 달성군만 제외하고 7곳에 단체장 후보를 등록했다. 여기에 바른미래당 49명, 정의당 11명, 민중당 8명 등도 출사표를 던졌다. 대구 유권자는 오랜만에 후보 이름들로 빽빽한 투표용지를 받아들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25년째(2016년 기준) 전국 16개 시도(세종시 제외)에서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꼴찌, 해마다 1만 명씩 유출되는 인구 등의 지표는 도시를 무기력으로 휘감았다. 선거 때마다 70% 안팎의 표를 몰아줬던 자유한국당 계열 지역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도 서서히 자라났다. 박정희에서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까지 4명의 여당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라는 자부심은 시민들의 마음속에서 박탈감과 분노로 전환돼 차곡차곡 쌓인 듯했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오랜 구호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5월24일 대구 중구 남일동에서 만난 서대식(51·컨설팅업체)씨는 “대구가 예전하고 다르다”며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완전히 크게 실망했지요. 이전 정권에 대해… 모든 게 기득권임을 아는 거예요. 이 사람들 표를 몰아줬는데 자기 밥그릇 싸움만 하고. …대구로 오는 건 없고 다 뺏겼고. 기업이 뭐가 들어와 있어야 월급이 도는데, 그런 게 없으니까 상권이 다 죽어버렸잖아요.” 술자리에서 자유한국당 이야기가 나오면 친구들과 싸운다는 그는 “자존심이 굉장히 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중·장년층의 정서에 박탈감과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면, 변화를 바라는 20~40대의 속내는 촛불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6년 촛불시위에 참여한 대구 사람들이 20~50대에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 그 사람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지역주의가 더 이상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 대구 촛불시위 참여자들도 정권의 잘못을 시민이 응징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이들이 한국당에 표를 몰아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4년 전 대구의 20대, 30대, 40대는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시장 후보에게 각각 57.6%, 62.5%, 55.4%의 지지(지상파 방송 3사 6·4 지방선거 출구조사 분석 결과)를 모아주며 속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결국 이러한 시민들의 마음을 파고들어 대구의 ‘정권 교체’를 이루려는 사람들이 외치는 구호는 모두 ‘1당 독점 청산’이다.
“30년간 하나의 정당이 하나의 목소리로 대구를 지배했다. 그들의 논리로 그들만의 세상으로 그들만의 경제적 이익을 탐하는지도 모른다.”(임대윤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정치 경쟁이 결여됐다. (자유한국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 뒤 지역 패권주의라는 지역 정서를 볼모로 30여 년 경쟁 없이 기득권을 유지해왔다. 정치인들의 반응성·책임성이 아주 취약하다.”(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바른미래당 대구시장 후보)
“대구는 자유한국당을 60~70% 지지했다. (정치인들이) 막대기만 꽂으면 된다고 주민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한민정 정의당 달서구의원 후보)
이들이 1당 독점 해체를 외치는 배경에는 사회·경제적으로 변화의 바람이 부는 도시의 얼굴을 바꾸기 위해 남은 일이 정치권력 교체라는 시각이 자리하고 있다. 흔히 그동안 대구를 비판하는 시선은 경북고·서울대로 대표되는 학연과 섬유와 토목 산업을 기반으로 형성된 경제권력, 고시 출신 행정관료들이 끈끈한 동맹을 이뤄 배타적·패권적 지역주의를 형성하고 있다는 게 지배적이었다. ‘대구병’ ‘동종교배’ ‘카르텔’ 등의 단어가 이를 대표했다. 대구에서 오랜 시간 지역분권운동을 하다 이번에 ‘선수’로 나선 김형기 바른미래당 시장 후보는 “나도 경북고를 나왔지만, 연고주의·학연·지연의 끈끈한 연대를 지켜봐왔다. 서울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이들은 아전질을 하고, 이들이 떠나면 다음 사람들이 또 아전질을 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러한 카르텔이 다소 약화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평준화 세대들이 주요 고위직에 진출하며 경북고 중심의 학연은 옅어지고, 대구 경제의 침체와 함께 기존 경제권력도 교체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앞선 민선시장 문희갑·조해녕·김범일 시장은 모두 경북고 출신이지만 권영진 현 시장은 청구고 출신으로 당내에서도 비박(비박근혜계)으로 분류된다. 민주당 임대윤 시장 후보 역시 비경북고(대륜고)다. 대구의 변화를 바라는 이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지역 정치권력의 교체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학과 교수는 “경제·사회 권력이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지만 여전히 정치와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밑바닥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지만 정치권력이 계속 똬리를 틀 경우 대구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키려는 자들 “문 대통령이 차별”
하지만 힘이 작용하면 반대 방향으로 비슷한 크기의 힘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6월1일 오후 동구 신기동에 있는 전통시장인 반야월 시장은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햇빛을 피하려 놓아둔 파라솔 색깔처럼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선거운동원들로 붐볐다. 빨간색, 파란색, 하늘색, 흰색(무소속), 연두색(홍덕률 교육감 후보), 짙은 자주색(강은희 교육감 후보) 등의 점퍼를 입은 운동원들과 구청장 후보, 구의원 후보들이 뒤엉켰다.
“나야, 2번이야.” 이주용 자유한국당 구의원 후보가 건넨 명함을 받은 강아무개(61)씨는 ‘2번’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옷감에 자수를 놓는 사업을 하다 몇 년 전에 다 “망해삣다(망해버렸다)”던 그에게 자유한국당 지지 이유를 묻자 “대구·경북이 디비졌다(뒤집어졌다)”면서도 “한 군데만 그카는(찍는) 전라도가 더 문제 아이가” 하고 되물었다. “통일 되면 좋제. 근데 정부가 신중해야 않겠나. 북한이 어떤 놈들인데….” 주변에서 생선 대가리를 자르던 70대 상인도 “박근혜는 박근혜고, 여기는 보수가 많아 한국당 뽑지 않겠나” 하고 거들었다.
TK(대구·경북) 심리는 외지인에게 배타적이고 외부의 비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화와 반공 이데올로기 중심으로 대구를 일궈왔고, 대통령 4명을 배출했다는 자부심을 가진 이들에게 보수라는 가치는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의미와 가까워 보였다. 이들에게 대구 밖에서 가해지는 비판은 마뜩지 않은 듯했다.
“요즘 대구 사람들은 말이 없습니다. 때리면 두드려맞고 말없이 이렇게 있습니다. 언젠가는 바뀌겠지 하고….” 한국교총부회장을 맡은 박인현 대구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새 정부 들어) 대구·경북 쪽이 여러 가지 정책 우선순위나 예산 배정에서 냉대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대구 사람들에게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도시의 침체 원인을 두고 벌어지는 세대 간 인식 균열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경제적 문제는 팩트로 봐야 한다. 근원적으로 따져서 들어가보면 앞에 정권을 잡았던 보수세력이 뭔가를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다. 전반적으로 청년 일자리가 문제 아니냐”고 평가했다. <한겨레21>이 만나거나 통화한 자유한국당 관계자, 중소기업 임원 등 대구의 주류로 불리는 이들은 박 교수와 비슷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지만 이 지역 보수의 가치는 유지돼야 한다. 그동안 대통령을 만들고 불이익을 감수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인사와 예산에서 차별당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보수층이 답변을 안 한다. 대구 경제 침체는 이전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변화의 기대 가로막는 무력감
기존의 가치와 권력을 지키려는 이들은 보수 성향 유권자의 마음을 파고들며 관성의 세기를 높이려 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보수우파는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인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산업화 혁명을 일으켜 나라를 발전시키는 데 선도해왔고 이 땅의 문민정부를 창출시킨 그런 세력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보수우파 세력은 국민의 냉정한 시선 속에 좌파 독주를 넋 놓고 쳐다볼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다”라는 식의 메시지를 대구·경북을 향해 던지며 과거의 추억에 젖은 유권자들의 정서를 파고들려 한다.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위원장을 맡은 김상훈 의원은 “1당 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하는데, 대구 3석(김부겸·홍의락 민주당·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다른 당 아닌가. 대구 경제만 나쁜 게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이 나쁜 것이다. 1당 체제 이야기는 전통적인 선거 구호일 뿐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권력에 대한 공통의 기억’으로 분석했다. 이 교수는 “지금의 변화가 기존 권력을 흔들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대구는 과거 실질적인 권력을 맛본 곳이다. 중앙정부의 예산을 따오는 것만 해도 권력의 라인을 타면 쉽다. 이것을 자랑스러워한 곳이 대구다”라고 지적했다. 즉, 그 권력을 대체하는 세력이 나오지 않는 이상 “버티다보면 새로운 권력을 만들 수 있다고 (대구 주류들이) 보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역으로 이번에 민주당이나 다른 야당은 그러한 대안적 권력의 가능성을 대구에서 그동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기도 하다.
5월31일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으로 대구 유권자들은 도시를 두고 벌어지는 힘과 힘의 대결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한겨레21>이 한 여론조사에서 “우리 지역의 변화를 위해서 정치세력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구 유권자들의 72.8%가 “공감한다”고 답했다.(비공감 21.7%) 하지만 변화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자세를 보였다. 대구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선 “약간 변할 것 같다”가 48.8%로 다수였고, “거의 변화가 없을 것 같다”(38.9%)가 뒤를 이었다.
그동안 도시를 안개처럼 휘감은 무력감이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가로막고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중구 남산동 반월당 네거리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아무개(64)씨는 선거 펼침막을 보며 “젊은 사람들한테 한국당 찍어라, 이런 소리 몬합니다. 근데 나는 요번에 투표 안 할 거라예. 그놈이 그놈이고 똑같은 놈인데, 찍어줄 놈이 있나”라고 말했다. “박근혜 저거 대통령 나올 때, 아들딸들 출근하고 퇴근할 때 기다렸다가 박근혜 찍어주자고 그캤는데. 정치를 저따구로… 옛날에는 좌우지간 한국당 아입니까. 지금은 안 그렇십니다.”
대구시장 지지를 묻는 <한겨레21>의 여론조사에서 40.5%가 “지지 후보가 없다” 또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른 지역에 견줘 부동층 비율이 높다. 결국 지난 지방선거와 20대 총선에서 전국 꼴찌를 기록했던 대구의 투표율이 이번에 어떻게 나타날지에 따라 대구의 변화가 판가름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뚜렷해지는 지역주의 변화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구 유권자들이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이유를 “대구는 워낙 응집력이 강하고 끈끈한 지역이다. 기존 한국당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눈에 날마다 보였고, 민주당 후보들은 선거 때만 잠깐 나와 ‘박정희 극복’ 등을 외치며 유권자 탓만 하고 일상에서 안 보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촛불을 계기로 지역주의의 변화가 뚜렷이 보인다. 특정 정당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패턴은 무너지고 있다”며 “승패 기준으로 보면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걸로만 이번 선거를 바라보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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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대구’ 부자는 많은데 일자리가 없다
6월13일 대구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분명한 건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대구 내부의 균열과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 뺀채 최저임금 공방 6.5 미디어오늘
최저임금 공방 2라운드… 동아일보는 재벌연구소 입, 한겨레는 경제부총리 얼굴, 경향신문은 가스검침원에 주목
사그라들지 않는 최저임금 공방
어제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최저임금 인상이 분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자 최저임금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KDI 최저임금 1만원 땐, 일자리 32만개 감소'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1면 머리에 '최저임금 1만원 되면 일자리 14만개 감소'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두 신문이 똑같이 '최저임금 1만원'이란 전제를 깔았는데, 조선일보는 줄어드는 일자리가 32만개라고 했고 중앙일보는 14만개라고 했다. 2배 이상 차이 난다.
조선일보 제목 아래엔 '3년간 최대 추정치'라는 작은 글씨가 있다. 원래 연구기관이 숫자를 발표할 땐 범위를 정하는데 조선일보는 최대치를 인용해 제목에 달았다. 발표된 KDI 보고서는 추정치일 뿐인데, 두 신문은 마치 확정된 숫자처럼 표현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통계에 빠져
조선일보는 KDI 보고서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의 임금 중간값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2016년 기준 0.5로 프랑스 0.61보다 낮지만 미국 0.35, 일본 0.4, 영국 0.49, 독일 0.47보다는 높았다. 이를 근거로 KDI는 한국이 2020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릴 경우 이 수치는 0.68로 증가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을 피력했다.
우리나라 중위임금엔 큰 함정이 하나 있다. 1~4인 사업장 노동자의 통계가 잡히지 않는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얼마나 된다고 그것까지 넣는냐고 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도 잡히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우리나라엔 자그마치 300만명이나 존재한다. 어제까지 최저임금 논란에서 정부가 가장 어려운 처지의 실업자와 자영업자를 빼고 계산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던 게 조선, 중앙일보 아니든가.
ILO는 오랫동안 최저임금이 그 나라의 중위임금의 2/3(0.66)은 돼야 한다고 권고해왔다.
왼쪽은 동아일보 3면, 오른쪽은 한겨레신문 17면
동아일보는 재벌연구소, 한겨레는 경제부총리, 경향신문은 가스검침원 주목
최저임금을 둘러싼 공방 속에 신문마다 사용한 이미지를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 있다. 동아일보는 3면에 국제통화기금(IMF)와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재벌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 등의 발언을 모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경고'라는 제목의 그래픽을 만들었다. 한겨레신문은 17면에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진을 실었다.
경향신문은 8면 '월 200만원은 받겠다는 희망 사라졌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특수교육실무사, 대형마트 직원, 가스검침원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담았다. 경향신문의 이미지가 가장 와 닿았다.
경향신문 8면
조선일보와 한겨레, 자유한국당을 향한 훈수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이 오늘 '보수 폐족 부활하기'란 제목의 칼럼을 썼다.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도 '이른바 보수가 무너진 세 가지 이유'란 제목의 칼럼으로 자유한국당을 향해 훈수두기에 나섰다. 향하는 방향은 같지만 내용은 사뭇 달랐다.
김대중 고문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 야당의 참패는 예견된 것으로 전제하고 여당 들러리로 구차하게 사느니 후일을 기약하며 이번에 참패해 '죽어서 사는 길을 택하라'고 주문한다.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김 고문은 그 근거로 북미 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집권여당에겐 수많은 악재가 예상되기에 후일을 도모하면 충분히 승산 있다고 훈수 둔다.
반면 성한용 기자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비겁하고, 오만하고, 무지하다며 몰아 세운다. 성 기자 칼럼은 "(자유한국당이) 참회하지 않으면 심판을 계속될 수밖에 없다"로 끝나고 만다. 별 효과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고소득 가구 학원비, 빈곤층의 27배 6.5 kbs
통계청의 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이 많은 가구가 지출하는 자녀 학원비가 빈곤층 가구 학원비의 무려 2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소비지출 규모는 5분위(433만원)가 1분위(115만원)의 3.8배 수준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학원비 격차는 상대적으로 훨씬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후보 당적변경 민주당 쏠림 사상 처음...지방권력 격변 예고6.5 뉴스타파
민주당으로 당적바꾼 후보자, 자유한국당보다 많아
-지방선거 사상 첫 역전 현상
-보수정당 지지의 근간이었던 뿌리조직 흔들려 기축정당 변화 가능성
-‘가장 조용하고 이슈없는 선거’지만 ‘역대 가장 중요한 지방선거’
오는 6월 13일 실시되는 제 7회 지방선거 후보자들 가운데 이전 선거에선 다른 정당 후보였다가 이번에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꿔 다시 출마한 후보자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당적을 바꿔 나오는 후보자들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으로 향한 당적 변경자가 자유한국당 계열 정당으로 향한 당적변경자보다 많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직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후보자 가운데 민주당을 선택한 후보자도 처음으로 자유한국당을 앞질렀다.
이 같은 결과는 뉴스타파가 제 1회부터 이번에 실시되는 7회까지 지방선거에 나섰던 후보자들의 당적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자세한 데이터 기사 : 지방선거 후보 4만명 전수조사...'7번의 출마, 6번의 당적변경'
이번 선거 재출마자 가운데 당적은 바꾼 사람의 비율은 32%로 지난 6회 때의 24.8%보다 높아졌다. 열린우리당이 나섰던 지난 4회 지방선거 때의 56% 이후 낮아지던 추세에서 다시 반등한 것이다.
▲지방선거별 당적변경 비율. 2006년 이후 줄어들다가 이번에 반등했다.
무소속이었다가 정당을 선택하거나, 또는 기존 소속 정당에서 다른 정당으로 옮겨간 당적변경자 가운데 민주당을 선택한 후보자는 222명으로 155명인 자유한국당을 앞질렀다.
▲7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향한 당적변경자들이 자유한국당보다 많았다. 사상 처음으로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민주당 계열 정당으로의 당적 변경자가 자유한국당 계열 정당을 앞선 것은 지방선거 역사상 처음이다. 이전까진 후보자들이 가장 많이 옮겨간 정당은 늘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등 자유한국당의 전신 정당이었다.
지난 선거 때 무소속이었다가 이번에 당적을 민주당으로 바꿔 출마한 후보자 역시 180명으로 자유한국당의 139명보다 많았다.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꾼 후보가 늘어난 지역을 살펴봤더니 부산과 경남, 대구와 경북, 충남, 강원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당세가 약하고 자유한국당이 강했던 지역이었다.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꾼 후보자들이 늘어난 지역. 전통적인 자유한국당 강세지역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 서복경 현대정치연구소 교수는 “촛불이후의 첫번째 지방선거로서 정당체제의 큰 수준에서의 변동이 나타나고 있는 변곡점을 보여주는 상당히 의미있는 데이터”라면서 “유권자들의 시선에 부응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변화된 정치지형에 순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또 “어느 나라 정당체제나 일본의 자민당이나 스웨덴의 사민당, 독일의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처럼 축을 이루는 정당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87년 이후 지난 30년 동안 지금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정당들이 한국 정당 정치의 축을 이루는 정당이었다”면서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그동안 강세을 보였던 지역에서 이탈이 생긴다는 것은 자유한국당의 지방조직이 와해되거나 분해되어 가는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렇다면 2020년 총선에서는 자유한국당을 대신하는 다른 축이 만들어질 수 있는 한국 정당정치의 기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철현 부산 경성대 교수는 “지역의 풀뿌리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보수층이어서 지방권력을 바꾼다는 것은 사람들의 문화나 의식을 바꾸는 것처럼 어려운 일인데 촛불혁명이라는 첫번째 충격에 남북화해 국면이라는 두번째 충격이 가해지면서 보수층의 생각이 상당히 많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지방선거를 통해 시장이 바뀌고 시의원, 구의원 다수가 바뀌면 그 개개인들 뿐 아니라 그 사람을 위해서 일했던 사람들과 지지자들이 바뀐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다음 총선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면서 “때문에 이번 선거가 가장 조용하고 이슈도 없고 재미없는 지방선거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역대 가장 중요한 지방선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앙선관위의 투표의향 조사결과(5.24발표) 이번 지방선거에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유권자는 70.9%로 지난 6회 때보다 15.1% 포인트 올랐다. 20대부터 60대까지 전연령층에서 투표의향이 높아졌는데 특히 30대에서 30.5% 포인트나 투표의향이 높아진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특별한 이슈가 없고 정당 지지도가 치열하지 않은 이번 지방선거의 특징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후보 4만명 전수조사...'7번의 출마, 6번의 당적변경'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9,363명의 후보자가 가운데 2014년 6회 지방선거에 이어 다시 출마한 후보자는 모두 3,905명이다. 이 중 32%인 1,241명이 당적을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으로 옮겨간 후보자는 222명, 자유한국당으로 간 후보자는 155명이다. 328명은 소속 정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무소속 후보자들이 이전에 속했던 정당은 새누리당 215명, 새정치민주연합 109명, 통합진보당 4명이었다.
▲역대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당적변경 그래프
이전 선거 때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후보들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더 많이 갔다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 변경이 많이 이뤄진 것은 이전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후보자들이 대거 민주당으로 갔기 때문이다. 6회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후보자 중 이번 7회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변경한 후보자는 180명이다. 그 외에 새누리당 32명, 정의당 2명, 통합진보당 8명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자유한국당으로 당적을 변경한 후보자는 무소속 139명, 새정치민주연합 15명, 새정치당 1명이었다.
이번 7회 지방선거에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계열 정당의 지지가 약했던 지역에서도 무소속이었던 후보자들이 상당수 더불어민주당으로 옮겨 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지역에서는 20명의 후보가 무소속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변경했다. 경북, 대구 지역의 경우 6회 지방선거에서는 각각 1명의 후보가 무소속에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당적을 변경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경북에서 10명, 대구에서는 9명의 후보자가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변경했다. 충남지역에서도 6회 지방선거보다 2배인 16명이 무소속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변경했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당적변경이 가장 많이 이뤄진 선거는 2006년 4회 지방선거였다. 4,843명이 3회 지방선거에 이어 재출마했으며 이중 56%인 2,728명이 당적을 바꿨다. 이 선거에선 직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후보자 중 1,104명이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변경했다. 새천년민주당에서도 11명이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변경했다. 대전, 인천, 충남 지역에서는 재출마 후보자의 당적 변경율이 70%가 넘었다.
지방선거 7회 출마 후보자 2명, 6회 당적변경
제 1회 선거부터 이번까지 7번의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는 모두 44,703명이다. 이 가운데 2명은 1995년 1회부터 이번 7회까지 모두 출마했고, 그 때마다 당적을 변경하는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대구 북구청장에 도전하는 바른미래당 소속 구본항 후보와, 충청남도 금산군수를 노리는 바른미래당 소속 박찬중 후보다. 이들은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한 이력이 있다.
구본항 후보는 1회 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자유민주연합, 한나라당, 무소속, 친박연합, 무소속, 바른미래당으로 당적을 변경했으며, 박찬중 후보는 1회 지방선거에 민주당으로 출마해 무소속, 자민련, 무소속, 자유선진당, 새정치민주연합, 바른미래당으로 당적을 변경했다.
학교에 교사가 없고 병원에 의사가 없다···국가 기능 잃어가는 베네수엘라 6 6 경향
베네수엘라 타치라주의 한 대학교에서 지난달 23일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올해 24세의 베네수엘라 여성 코리 에르난데스는 최근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러나 그는 교사가 아니다. 학부모다. 자녀의 학급 담임교사가 그만둔 뒤 후임 교사가 오지 않자 자원봉사에 나선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경제위기가 국가의 기간 기능까지 와해시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올해까지 베네수엘라를 떠난 교사는 4만8000여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초중등 교사의 12%에 달하는 수다. 교사들이 떠나면서 초등학교에선 담임 교사가 일년에도 서너 차례씩 바뀐다. 후임자를 구하기도 어려워 새 교사가 부임할 때까지 2~3주씩 휴업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끝내 교사를 구하지 못하면 코리의 경우처럼 학부모가 임시 교사를 맡기도 한다.
교수도 마찬가지다. 한때 ‘베네수엘라의 MIT(메사추세츠공과대학)’라 불렸던 시몬 볼리바르 대학의 경우 지난 한해에만 129명의 교수가 사표를 냈다. 전체 교수진의 16%에 달한다. 이들은 학교를 그만둔 뒤 브라질, 콜롬비아, 페루, 에콰도르 등지로 떠난다.
이들이 나라를 떠나는 건 생활고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의 올해 인플레이션율은 1만4000%에 달한다. 통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일주일치 교사 평균 급여의 가치는 계란 10개 값 정도로 떨어졌다. 그나마도 물건이 없어 못 산다. 식량 공급량은 2년 사이 67% 감소했다. 생필품 공급량도 2008년에 비해 44% 수준에 불과하다. 외화마저 동이 나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공산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2년 간 나라를 떠난 베네수엘라인은 180만명에 달한다. 올해 70만명이 더 떠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전문 인력들이라는 것이다. 교사와 교수 뿐 아니라 의사와 기술자 등 소위 전문직들이 서민들보다도 앞장서서 나라를 떠난다. 그리고 이는 국가 기간 기능의 마비를 초래한다.
수도 카라카스의 한 아동병원에선 지난 2년 간 68명의 의사가 사직했다. 전체 인력의 16%다. 간호사는 300명 이상이 부족한 상황이다. 때문에 7개의 수술실 중 2개만 운영 중이다. 간단한 수술이라도 8개월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다른 병원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퇴치됐던 말라리아, 결핵, 홍역이 창궐하고, 당뇨병과 고혈압으로도 목숨을 잃는다.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들은 고장난 채 방치된 지 오래다. 지난 한해 전체 지하철 인력의 20%가 넘는 2226명이 사표를 냈다. 시내버스는 30% 정도만 운행이 가능하다. 올들어 3개월 동안에만 7778회 정전이 발생했다. 시추 전문가의 대거 이탈로 국가 재정 수입의 95%를 차지하는 석유 생산량도 급감했다.
베네수엘라 바르셀로나 지역의 한 병원에 2017년 8월22일 의료기기들이 고장난 채 방치돼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특히 교육시스템의 붕괴는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위협한다. 전문 인력을 더 이상 배출할 수 없게 되면 향후 무너진 시스템의 재건도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시몬 볼리바르 대학은 교수진 대거 이탈로 언어학과와 철학과는 물론 전기공학과도 곧 폐쇄할 예정이다. 지난해 의대 졸업생의 90% 가량이 나라를 떠났다는 주장도 있다.
올해에만 3명의 담임 선생님을 떠나보낸 뒤 휴업 중인 데리아나 에르난데스는 초등학교 3학년임에도 글을 거의 읽지 못한다. 행동 장애도 겪고 있다. 이는 데리아나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해당 학교의 교장은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베네수엘라는 제3세계 국가조차 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무등산 자연보존지구 내 ‘데크’ 0.57km 광주 드림 6.6
신창현 의원 자료, 전국 국립공원에선 ‘26.43km’
“자연보호 위해 행위 최소화, 법 취지 무색” 지적
국립공원 내 ‘자연보호구역’에도 탐방로 데크가 운영되고 있어 “데크 설치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라산을 제외한 전국 21개 국립공원 탐방로의 데크 설치 구간은 총 50.33km이다. 이 가운데 이 중 절반이 넘는 26.43㎞의 구간이 ‘자연보존지구’내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등산 국립공원의 경우, 총 165km 탐방로 중 2.16km 구간에 데크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연보존지구 내에는 모두 0.57km의 데크가 설치돼 있다.
자연공원법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곳, 자연생태계가 원시성을 지니고 있는 곳, 보호할 가치가 있는 야생 동식물이 사는 곳, 경관이 특히 아름다운 곳을 ‘자연보존지구’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자연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최소한의 행위’만을 허용하고 있다.
데크는 위험지역에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계단식 구조물을 말한다. 신창현 의원은 “자연보존지구까지 등산객 편의를 위해 데크를 설치하는 것은 세금으로 국립공원 훼손을 부채질하는 것”이라며 “자연보존지구 지정의 취지에 맞게 데크 설치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원별 데크 총연장은 설악산(6.20㎞), 지리산(5.69㎞), 소백산(4.94㎞) 순이었다. 자연보존지구 내 연장은 설악산(5.76㎞), 소백산(3.18㎞), 속리산(2.17㎞) 순으로 조사됐다. 태백산의 경우 620m 구간에 설치한 데크 전체가 자연보존지구 내에 속했다.
드루킹엔 올인, 한국당 매크로 의혹엔 조용한 언론 6.8 미디어오늘
한나라당·새누리당 매크로 정치 쟁점으로 부상, 여전히 드루킹만 쳐다보는 언론
매크로 여론조작 논란이 새 국면을 맞았다. 한겨레는 지난 5일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 매크로를 통한 댓글 여론 조작을 해온 정황을 폭로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관계자는 2004~2012년까지 매크로를 활용해 댓글을 달거나 공감 수를 조작하는 행위를 해왔다고 폭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2014년 지방선거 때도 매크로를 돌렸다고 밝혔다. 이들은 매크로 작업 지시를 주고 받는 내용의 카카오톡 대화도 공개했다.
한겨레의 단독보도는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됐다. 7일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중앙지검에 한나라당·새누리당 매크로 여론조작 고발장을 제출했다. 8일 한겨레가 아닌 다른 언론들도 사안을 다뤘다. “여 드루킹 공세 반격... 한국당 겨냥 매크로 조작 고발”(한국일보) “한나라 새누리당 매크로 의혹 민주당 '헌법 훼손 행위' 고발”(경향신문) 등의 기사가 나왔다.
▲ 8일 경향신문 보도.
그러나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고발 소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조선일보가 민주당의 검찰 고발 소식을 다뤘지만. “여 ‘드루킹 특검서 함께 수사하자’ 야 ‘김경수 면죄부용 물타기’” 부제에서 보 듯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반론이 큰 비중으로 담겼다.
대신 8일 조중동에 대서특필된 건 ‘드루킹 특검’이 출범한다는 소식이다. 한겨레, 경향, 한국일보와 달리 조중동은 1면에 ‘허익범 드루킹 특검’ 출범을 다뤘다. 이들 보수신문의 사설 역시 여권이 연루된 ‘드루킹’에만 집중했다. 조선일보는 “드루킹 특검, 최악 여건 넘어 대선 여론조작 전모 밝히길” 사설을 통해 “검경의 부실 수사와 청와대의 은폐의혹도 특검이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역시 “난산 끝에 출범한 특검... 드루킹 게이트 끝까지 파헤쳐라” 사설을 내고 “특검은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들이라고 해서 수사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좌고우면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똑같이 허익범 특검을 다룬 다른 신문의 사설 내용은 달랐다. “허익범 특검은 성역 없는 수사를, 검은 새누리당 의혹 밝혀야”(한국일보) “여론조작 세력, 여야 가릴 것 없이 발본색원하라”(국민일보)처럼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의 매크로 조작 의혹 역시 진상을 규명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 8일 조선일보, 중앙일보와 국민일보, 한국일보의 사설.
경쟁 언론사의 단독보도를 그대로 받아쓰는 건 언론 입장에서 불편한 일이다. 그래서 언론사들은 보완 취재를 하거나, 수사기관이나 정치권 등의 입장이 나오면 그 내용을 인용하며 이슈를 다룬다. 5일 한겨레의 단독 보도가 나온 이후 지난 6일과 7일 다수 신문이 침묵을 지킬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쟁점이 되고 더불어민주당이 고발하고 나서면서 다루기 수월해진 이슈가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침묵을 지키는 언론은 어떻게 봐야 할까.
더불어민주당을 변호할 생각은 없다. 특검으로 이번 매크로 여론조작이 지지자들의 자발적 활동을 넘어 김경수 전 의원을 비롯해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연루됐다면 마땅히 비판하고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여당에서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반면 한나라당, 새누리당 매크로 의혹은 지지자가 아닌 당이 직접 벌인 일이다. 드루킹 논란을 정권 차원의 게이트,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여론조작으로 규정하고 기사를 쏟아낸 언론은 최소한 같은 잣대로 사안을 바라봐야 하지 않나.
지방선거 앞두고 너도나도 도시재생 6.9 경향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한 전남 목포시 원도심 주변의 목원동 골목길의 모습. / 정지윤 기자
지방선거 앞두고 너도나도 도시재생
“도시재생 사업이라고 구청에서 가게 간판을 바꿔줬어요. 그런데 옆에 있던 세탁소는 간판 바꾼 뒤 한 달 만에 문을 닫고 다른 점포로 바뀌었거든요. 결국 간판업체만 돈 벌고 세금은 허공에 날린 것 아닙니까.”
대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씨(36)는 간판업자가 공문을 들고 자신의 점포를 찾았던 때를 떠올렸다. 공문에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간판 정비를 지원한다는 지자체의 설명이 적혀 있었다. 원래는 업주 부담금이 있지만 간판업자는 간판 교체에 동의 서명만 하면 돈을 받지 않겠다고 얘기했다. 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에 그 액수만으로도 간판업자는 남는 장사를 하는 것이었다. 김씨의 가게가 있는 골목 주변 상인들은 대부분 서명 후 간판을 교체했다. 간판을 바꿀 때 이미 영업을 접을 생각이던 김씨 가게 주변 세탁소도 그렇게 간판을 바꿨고, 새로 만든 간판은 한 달 뒤 무용지물이 됐다.
6·13 지방선거의 공약 중 대표적인 화두는 도시재생이다. 후보들마다 도시재생을 앞세운 지역발전 공약을 내거는 데에는 광역과 기초지자체,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현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성을 강조하며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을 활성화하는 방향을 강조한 박원순 후보의 공약에 맞서 김문수·안철수 후보는 보다 규모가 큰 지역개발 공약을 내걸었다. 김문수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해 신속한 재개발을 진행하겠다고 나섰고, 안철수 후보는 서울시내 지상 구간으로 달리는 국철 노선을 모두 지하화해 공원과 산책로 등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도시재생을 보다 공약 전면에 걸고 맞붙은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오거돈 후보가 1조원 규모의 ‘도시재생펀드’를 조성해 청년·신혼부부 공공주택 공급과 일자리 창출을 공약하고 나섰다. 이에 맞선 서병수 후보도 ‘부산형 도시재생 뉴딜사업’이라는 이름을 걸고 민간 건설사 사업비를 포함한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바탕으로 낙후된 원도심 지역을 포함한 시내 100여곳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선심성 공약 포장만 바꿔 내는 형태
도시재생이 지방선거 공약의 키워드가 된 데에는 국토교통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신청기간이 선거 직후인 7월 4일까지라는 점 때문에 이미 지자체 간의 물밑경쟁이 치열하게 진행 중인 점도 작용했다. 올 8월 100곳 안팎의 지역이 선정되면 현재 활성화 계획을 수립 중인 68개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과 함께 전국 곳곳에서 도시재생 붐이 일어날 전망이다.
지역구에서 뽑지만 명목상으로는 전국을 대상으로 의정활동을 벌이는 국회의원과는 달리, 지방자치를 담당할 대표를 뽑는 지방선거에서 지역개발에 초점을 맞춘 도시재생 공약이 나오는 것을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남발된 선심성 공약이 시대 흐름에 따라 도시재생으로 이름만 바꿔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각 지역마다 숙원사업이란 이름이 붙어 있지만 사실상 민원을 해결할 현실적 여건이 안되거나 예산·권한의 한계로 실현할 수 없었던 문제들을 도시재생으로 포장만 바꿔 공약으로 내는 행태를 돌아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지자체 예산 안에서 지자체장이 지역 의회의 동의가 뒷받침된 상태로 도시재생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그건 전혀 문제가 안 되죠. 근데 광역(지자체)은 그렇다 쳐도 기초(지자체)에서 공약대로 도시재생한다고 하면 예산규모도 빤하고 주머닛돈이 쌈짓돈인데 자체 예산을 얼마나 들일 수 있겠습니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보좌관의 말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일수록 도시재생사업의 국비 의존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고, 지자체의 범위를 넘어서거나 정치적 해법에 기댈 수밖에 없는 문제가 된다는 것이 이 보좌관의 지적이다. 지역구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국비를 따오기가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의원들 사이에서도 선호도가 가장 높은 국회 국토위 소속이어도 과거에 비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다고 장담하기 어려워지는 마당이다. 예산이 적잖이 소요되는 도시재생 공약을 지방선거 후보들이 남발하면 결국 공약 이행률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지자체장을 뽑느냐에 따라 도시재생 공약에 진정성을 담을 수도 있고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쉽게 따올 수도 있다. 국토부가 진행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지난해 시범사업 지역 선정 때보다 올해부터 광역자치단체의 선정 자율권을 확대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국토부가 선정하는 30여곳에는 중심시가지형·경제기반형·공공기관제안형 등으로 나눠 150억원에서 250억원에 달하는 국비를 지원한다. 그리고 광역지자체에 150억원에서 600억원까지 배정해 진행하는 우리동네 살리기 등 비교적 작은 규모의 도시재생사업은 각 지역마다 50억∼100억원이 지원된다. 전국으로 보면 70여개 지역이지만 따져보면 광역시·도 별로 많아야 7곳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국고에서 수십억∼수백억원 지원
도시재생이란 용어 자체는 과거의 지역개발 공약에서 등장하던 키워드보다 새로운 느낌을 주지만 내용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아니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도시재생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 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몰락한 구도심 지역에 새로운 상권을 만들거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등의 사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과거의 도시정비사업을 계승하는 면도 있다.
반면 과거 서울시의 ‘뉴타운’ 사업 등으로 대표되는 전면적인 철거와 아파트 건설 중심의 도시 재개발에 비하면 도시재생은 지역의 특색과 도시의 원형을 살리면서도 기능은 복원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지자체의 도시재생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도시재생 전문가들이 공무원과 함께 사업을 수시로 검토한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문제는 도시재생사업 자체의 문제보다는 선거용으로 활용되면서 지역이 쇠퇴한 원인과 재생이 가능한 여건에 관해 면밀한 분석도 없이 피상적인 예산 따오기 공약만 난무한다는 데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3488개 읍·면·동 중 도시재생 대상지는 2241곳(64.2%)에 달한다. 정부가 마련한 세 가지 쇠퇴지표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되는 지역들이다. 최근 30년간 인구가 최대치보다 20% 이상 줄었거나 최근 10년간 총사업체 수가 최대치보다 5% 이상 줄었을 경우, 전체 건축물 중 20년 이상 된 건축물이 50% 이상인 경우 등이 쇠퇴지표에 들어간다.
전국의 읍·면·동 세 곳 중 두 곳 정도가 도시재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각 지역에서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도 자신이 출마한 지역 내부의 쇠퇴 원인과 재생방안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한 선거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국비 지원 도시재생사업도 국비 보조율이 50%이기 때문에 나머지 50%는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그러면 필연적으로 어느 한 지역에 들어갈 돈이 도시재생사업을 하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며 “광역단체장이야 펀드나 지방채 조성 같은 방안도 함께 공약으로 내걸 수 있지만 기초단체장은 그런 구체적 예산 대책도 없이 표를 얼마나 끌어모을 수 있느냐만 보고 공약 내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저소득층의 소득은 왜 더 줄어들었을까 2018.06.11ㅣ주간경향 1280호
ㆍ통계청, 1분기 가계소득 자료… ‘소득주도 성장의 역설’ 논란
‘소득주도 성장의 역설’. 통계청이 5월 24일 공개한 올해 1분기 가계소득 통계자료를 두고, 여러 매체들은 이처럼 비판했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명목기준)은 128만67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줄었다. 2003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었다. 정부는 그간 일자리를 늘리고 최저임금을 올리는 정책으로 저소득층의 곳간을 채우려 했지만, 오히려 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지난 5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개악저지 민주노총 수도권 총파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가계소득 동향의 충격적 결과는 곧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급히 회의를 열고 현상의 원인과 향후 대책을 검토했다. 청와대는 결론적으로 현 정책의 지속 추진을 결정했다. 다만 향후에도 정책의 부작용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층의 곳간을 채우려 한 정책을 추진했는데 왜 저소득층의 소득은 줄어들었을까. 사실 지난 1분기 가계동향 통계는 정부에 있어서는 나쁘지 않은 발표가 될 수 있었다. 최저임금을 인상했기에 저소득층의 소득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았고, 이렇게 되면 양극화도 해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부의 예상과 달랐다. 저소득층의 소득은 쪼그라들었고, 양극화는 더욱 커졌다. 특히 곤혹스러운 것은 근로소득의 감소였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일부 기대했음에도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13.3% 감소했다. 지난 4분기까지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20.7% 올라 소득주도 성장의 정착을 기대했는데, 불과 한 분기 만에 -34%포인트라는 이례적인 낙차를 기록한 것이다.
정부는 현상의 원인을 설명하는 데 진땀을 뺐다. 우선 꺼내놓은 설명은 고령화 현상이었다. 올해 1분기에는 1분위 가구 중 가구주가 70세 이상인 가구의 비중이 이례적으로 늘었는데(6.5%포인트 상승), 정부는 이들 가구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전체적인 근로소득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도 언급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감하며 도소매·숙박·음식점 분야에서 고용이 부진한 점이 저소득층 소득에 영향을 미쳤다는 논리다.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분야에선 최근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자영자)도 감소했다. 정부는 자영자의 감소가 1분위 가구의 사업소득을 26%나 급감시켰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다” 해석 분분
하지만 정부의 설명은 여론을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했다. 고령화와 사드 여파로만 해석하기엔 저소득층 소득 감소의 폭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통상 가계소득 추이는 전 분기의 추세가 그 다음 분기까지 이어지며 부드러운 곡선 형태로 오르내린다. 올해처럼 급격한 하락은 이례적이다. 세부 통계를 봐도 의아한 점이 있다. 2016년 1분기에도 70세 이상 가구주의 비중이 전년 동기보다 4.3%포인트 오르며 고령화가 심화됐는데, 당시 근로소득의 감소폭은 7.4%로 올해 감소폭의 절반에 불과했다. 또 사드 여파는 지난해부터 쭉 이어져오던 문제였으며, 중국인 관광객 추이는 올해 초부터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드 보복이 1분기 가계소득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이 정도로 급격한 결과를 불러왔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가계소득 하락에 대한 정부 설명이 한계를 보이자 그간 재계 등에서 주장하던 ‘최저임금 부작용’론이 힘을 받았다. 정부가 올해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하면서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등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이 때문에 저소득층이 결과적으로 소득이 줄어드는 피해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일부 학계 인사들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지지하면서도 최저임금의 영향을 확인해야 한다며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저소득층의 고용과 소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경제학자들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며 “점진적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경제에 어떤 영향이 오는지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계 논란에 회의까지 벌인 청와대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5월 29일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는 저소득층 소득 감소의 원인을 판단해보는 자리였다. 참가자들은 1분위 가계소득의 감소가 고령화인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인지를 두고 2시간30분간 난상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자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저임금의 부작용 여부 등을 두고 강하게 충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총리의 경우 “최저임금의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지만, 장 실장은 반대의 입장으로 알려졌다. 그는 “고용통계를 가지고 여러 연구원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일부 식음료분야 등을 제외하고 제조업분야 등에서 고용감소 효과가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결론”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깊이 있는 판단을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회의 하루 전 각 부처에 참석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별도의 분석을 내놓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시점이었다. 또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조차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자료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 다른 부처가 더 의미있는 분석을 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장관마다의 학문적·정치적 입장에 따라 기존 통계에 대한 해석을 내놓는 데 그쳤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는 결론적으로는 소득주도 성장을 그대로 유지하되, 일부 문제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보완책은 고령자·무직자 등 저소득층 가구에 대한 복지대책으로, 최저임금 인상폭의 재검토 등 속도 조절로 불릴 만한 것들은 아니다. 아직까지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만큼, 기존의 정책을 일단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다만 최저임금의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정부의 면밀한 확인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최근 일각에선 관련성이 약한 문제까지도 최저임금 인상의 결과로 돌리고 있는데, 이 같은 혼란을 감안하면 정부가 현상을 제대로 확인하고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정확한 분석이 선행되고, 참모들끼리의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제대로 된 정책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88만원 세대 10년, 세상은 달라졌을까
“청년문제라는 것이 과거와 성격이 달라졌을 수 있어요. 과거에는 민주화를 쟁취하는 데 앞장선 세대였다면, 지금은 사회·경제적 구조가 바뀌고 경제가 글로벌화하면서 그동안 대처하지 않았던 사회·경제 문제를 직면하면서 벌어지는 문제이지 않을까요.” 주수정씨(30)의 말이다. 그는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라는 단체의 이사를 맡고 있다. 09학번으로 대학에 들어갔던 그는 ‘운동권’의 경험이 없다. “대학을 다닐 때 마르크스 책 같은 것을 읽은 경험이 아예 없어요. 경쟁에 치이고 살기 힘들다보니, 왜 이런 식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토론하다보니 사회·경제 구조가 그렇게 재편되었고,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그렇게 떠올린 답이 ‘복지국가’였다.
지난 2016년 8월, 서울시가 청년수당에 대한 정부의 직권취소 조치에 항의하며 서울청사와 길거리에 내걸었던 대형현수막. / 서울시 제공
“광역 기준으로 볼 때 2030 청년인구가 27~30%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지방정부 정책 중 청년정책 예산은 1%도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광역 단위에서 조례는 청년기본조례가 다 만들어졌는데, 집행할 부서도 안 만들어진 곳도 많습니다. 청년정책 예산을 현실화시키고, 지방정책에 청년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15% 청년 참여 의무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의 말이다. 03학번인 그는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자동차회사 취직을 목표로 했다가 진로를 바꿨다. “그렇게 해서 자동차회사에 연구직으로 들어간다고 쳐요. ‘컨베이어벨트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할 것이냐’를 연구하게 되겠죠. 결국 내가 하는 연구가 누군가의 일자리를 뺏는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이게 과연 좋은 일인가 회의하면서 청년활동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가 처음 운동을 시작한 곳은 부산이었다. 전국네트워크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해였다. “네트워크의 전신은 ‘어쩌다 모임’이라고 해서 2년 정도 전국에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었습니다. 만나고 연대해야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지난해 4월 16일 창립총회가 열렸는데 기존의 옥상옥, 내지는 부패한 권력구조를 따르면 안된다는 생각에 대표는 제비뽑기로 결정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우연히 제가 대표를 맡게 된 것이죠.”
2018년 현재, ‘88만원 세대’의 고민
88만원 세대. 우석훈·박권일이 공저한 책 <88만원 세대>에서 처음 규정된 개념이다. 대한민국의 10대와 20대의 미래를 논한 책이다. 책은 2007년 8월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책에서 언급한 10대는 20대가 되었고, 당시의 20대는 이제 전부 30대가 되었다. 책의 주저자인 우석훈 박사는 2012년 책의 절판을 선언했다. 책을 쓰면서 기대했던 변화,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드는’ 20대는 출현하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저자의 실망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존의 운동문법에서 벗어난 첫 청년 당사자 운동의 조직체로 평가받고 있는 청년유니온이 만들어진 것은 2010년 3월이었다. 창립 후 3년간 법외노조였던 청년유니온은 2013년 4월 세대별 노조로 첫 승인을 받는다. 이 해 1월 출범한 ‘알바노조’나 학생 주거권 문제를 주된 이슈로 삼고 있는 민달팽이유니온(2011년 3월 창립) 역시 대표적인 청년 당사자 운동이다. 반값등록금 운동이나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활동 등에서 이제 청년 당사자 운동은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다. 청년정당을 표방하는 정당도 만들어졌다. 우리미래라는 당이다. 우인철 서울시장 후보(32)를 비롯, 이번 지방선거에서 9명의 후보를 출마시켰다. 5월 25일 등록 마감된 이번 6·13 지방선거 출마자를 보면 시·도지사 출마자 71명 중 2030세대는 총 5명이며, 시·도의회 의원 선거 출마자 1886명 중에는 133명이 2030세대다. 구·시·군의 장 선거 출마자 753명 중 2030세대 후보는 8명, 구·시·군의회 의원 선거 출마자 5322명 중에는 376명이다.
‘88만원 세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기는 보수정권 시기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청년위원회와 같은 청년정책 집행기구가 만들어졌지만 의미 있는 청년정책의 진전은 서울시와 같이 당시 진보야권 자치단체들을 통해 이뤄졌다. 청년수당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이야기가 잘됐다. 서울시에서 청년들로부터 요구안을 받아서 가지고 올라오니 처음에는 그냥 해주자는 분위기였다. 안 해줘서 티격태격해 봐야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적 입지만 키워주게 된다는 생각이었다.”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의 회고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청년수당 대응TF’를 만들어 서울시의 청년수당 시행을 무효화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절대불가’ 방침이었던 보건복지부의 입장도 바뀌었다. 이번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대부분의 정당이 청년수당과 비슷한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날인 5월 29일 청년정치공동체 ‘너머’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거부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권력 앞에 친구가 어디 있나. 386이 지난 20년 정치를 했다. 진짜 적폐는 386이다.” 최근 기자와 통화한 한 정치권 인사의 말이다. 1960년대 후반 출생인 이 인사는 수년 전부터 기자에게 정치의 속살, 운동권 출신 386세대 선배들의 자원 독점에 대해 주장했다. 자기들끼리 나눠먹기를 하다보니 그 밑의 세대, 386이나 포스트386 세대에게는 정치적 기회가 안온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시장직 정당 경선에 도전했던 이 인사는 ‘컷오프’됐다.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알려진 ‘포스트386’ 세대 정치인 중 이번에 지방선거에 공천 냈다가 후보가 된 사람이 누가 있는가. 자유한국당 이준석 정도? 2020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은 다 일회용으로 이용당하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통화를 마무리했다. “한국의 민주화를 이루겠다는 것이 이들(386 운동권 정치인)의 주장인데, 결국 자신의 승리가 바로 민주화다, 이렇게 변질된 것이다.”
<88만원 세대>에서는 386 또는 86세대 분석은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소위 ‘88만원 세대’는 유신세대들의 자녀들이다. 이들의 삼촌세대인 86세대들이 세대게임에서 궁극적인 승자가 될 것이라고 책은 암시하고 있다. “<88만원 세대>가 2030세대뿐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 베스트셀러가 된 한 원인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다. 전 교수는 최근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세대론에 대한 비판서, <세대게임>을 펴낸 바 있다. 전 교수에 따르면 88만원 세대론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종류의 세대론은 항상 제기되고 경쟁하는데,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목적에서 세대론을 제기하느냐다. ‘‘쿠이 보노·cui bono’, 다시 말해 그것으로 이익을 보는 세력은 누구인가가 전 교수가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이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이른바 노동개혁은 청년들이 겪고 있는 절망과 고통의 원인을 고임금 정규직 세대들의 ‘기득권’ 때문으로 지목한다. 민주노총 등 노조가 이 기득권을 체화하는 집단으로 지목되어 악마화되었다. 세대론은 선량한 피해자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뭉치는 기득권 집단이라는 선악구도로 편리하게 가를 수 있는 수단이다.
그렇다면 88만원 세대는? “책에서 자세히 기술하지는 않았지만 <88만원 세대>가 시대의 신경줄을 제대로 건드린 것만은 확실하다.” 전 교수의 말이다. “88만원 세대 이전엔 ‘청년은 곧 미래다’라는 것이 하나의 공식이었다. 성장발전하는 미래를 청년이 담당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이야기였으나, 현실과 그러한 ‘신화’가 부조화를 이루게 되었고, ‘88만원 세대’라는 단 하나의 개념규정으로 그런 불편함을 말할 수 있게 한 것은 대단한 이야기였다.” 전 교수에 따르면 그 시대 진단은 훌륭했지만 해결책의 측면에서 ‘세대 착취’를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처방은 틀렸다고 지적했다. 우 박사 등이 내놓은 답변의 핵심은 이게 다 기성세대 혹은 86세대의 문제이며, 청년세대가 뭉치면 해결된다는 것인데, 결국 세대 착취로 문제를 규정하면서 세대문제가 아닌 것들, 이를테면 계급문제나 젠더문제를 고민하지 못하게 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보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세대 착취라는 것이 만약에 성립하려면 세대 간의 적대적 이해관계를 전제로 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한쪽이 부유해진 것이 다른 쪽의 빈곤의 원인이라는 것이고, 부의 이전이 나타나야 한다. 사실 그런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김영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다. 예를 들어 청년층의 빈곤으로 노년층 혹은 중년층이 더 잘살게 되었다는 인과관계는 실제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의 데이터가 가리키는 것은 모든 세대에서 소득 이질성이 증가하여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고, 청년세대 내로 국한한다면 소득 이질성이 증가함과 동시에 소득 결정에서 부모 배경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청년세대 전반의 문제라기보다 부모 배경의 재생산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더 객관적인 사실이다.”
‘세대 착취’는 실재했나
‘88만원 세대 10년 후’의 객관적인 데이터는 어떻게 될까. 김 교수가 2016년 발표한 논문에 실린 데이터는 1980년대에서 90년대에 태어난 20·30대의 고용률은 60%였고, 실업상태이거나 구직 중인 청년은 21%, 학업 등의 이유로 비경제활동 상태에 있는 비율은 19%였다. 고용률과 정규직 비정규직에서는 남녀 격차가 두드러지는데, 남성의 63%가 취업상태였고, 여성은 56%였다. 전체 취업자 중 정규직은 73%, 비정규직은 20% 정도였고, 7% 정도가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청년층 전체의 월평균 소득은 약 243만원으로, 남성은 270만원 정도이며 여성은 211만원 정도로 남녀 격차가 있었다.
물론 <88만원 세대>가 2030 청년세대 전체가 88만원을 월급으로 받는 세대가 될 것으로 주장한 것은 아니다. ‘88만원’이라는 수치는 당시 한국의 전체 비정규직의 평균임금 119만원에 전체 임금과 당시 20대 임금 비율인 74%를 곱해 나온 수치다. 김 교수의 논문 제목은 ‘계층화된 젊음’이다. 오히려 지금의 청년세대는 하나의 이해로 묶을 수 없는 이질성이 본격화된 것이 특징이라는 것이다. 김선철 미국 에모리대 사회학과 교수도 이 청년세대의 ‘이질성’을 주목한다. “오히려 윗세대 엘리트의 경우 신화화되었다고 하더라도 하나로 묶을 경험, 예를 들어 대기업 간부나 정치권 인사, 중견언론인들 등 백그라운드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공통의 경험이 있고, 그 윗세대는 가난할 때 새마을운동을 했다는 식의 세대경험이 있는데 이 세대는 그것이 없다. 그들 세대 중 부모의 배경을 가진 엘리트는 88만원세대가 아니다. 동시대를 살았지만 하루에 88만원을 쓰면서 살았던 애들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오히려 두려운 것이 이들이 한국 사회의 엘리트가 되고 정치를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다수의 보통경험과 유리된 정책이나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다. 옛날 왕들과 비슷한 것이다. 쉽게 지금 갑질 논란 당사자인 조현아나 조현민이 정책을 만든다고 생각해보라. 자신들에게는 당연한 게 일반 국민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5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청년정당 우리미래·민달팽이유니온 회원들이 청년임대주택을 반대하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집회에 반발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한국 사회가 경직되어 가는 것은 맞다.” 이원재 재단법인 LAB2050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가 소장으로 역임했던 희망제작소가 2016년 ‘시대정신을 묻는다’라는 주제로 기획한 연속대담이 화제를 모았다. “인구절벽 이후 한국 사회구조는 제론토크라시, 즉 노인지배 사회로 변할 것이며, 이를 시정할 골든타임은 앞으로 3~4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88만원 세대는 이 ‘세대전쟁’에서 영원한 패배세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 대표의 말이다. “<88만원 세대>가 다른 세대에게 어떻게 읽혔을까. 88만원 세대 담론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우리 사회의 ‘다음 세대가 불쌍하다’는 것이 아닌가. 이 주장을 인정투쟁의 근거로 사용한 사람은 지금 30대가 된 딱 그 세대였다. 청년운동이나 청년수당은 나름대로 성과가 없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당시의 10대나 현재의 10대는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그렇게 불쌍해지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88만원 세대는 ‘우리는 그들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반면교사의 대상이 되었다.”
노동시장이 신분제가 된 한국 사회
이 대표는 한 고등학교 교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요즘 고등학교 교사들이 학생들 대학 진학상담을 하면, 과거와 다르게 눈에 띄는 것이 공부 잘하는 여학생들의 간호학과 진학 선호가 대폭 늘었다는 것이다. 다른 좋은 데를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인데도 왜 간호학과를 가려 하는지 물어보면 전형적인 답이 돌아온다. 최종적으로 대학병원 간호사가 되면 대학교직원이니 평생 고용이 보장되고 연금이 나온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교대 선호와 더불어 대졸자들의 공무원 선호가 우리 사회 저변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생이 건물주를 장래희망으로 꼽은 것과 같은 이유다.” 그의 문제의식에서 화두는 ‘혁신’이다. “386세대의 민주화 경험이 굉장한 정당성으로 작용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똑똑한 고등학생이 간호사나 공무원이 되는 것이 최선의 선택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됐다. 겉으로는 태평성대이지만, 새로운 혁신의 싹이 자라나기엔 좋은 풍토가 아니다. 노동시장에서 공기업이나 대학, 교직원으로 들어가면 평생을 보장받고 못 들어가면 ‘헬조선’인 사회 현실이 문제다.”
“세대를 불문하고 대한민국에서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노동시장 자체가 신분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동명이인인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한국은 자신의 인생에서 몇 순간, 예컨대 대학을 어디에 갔느냐에 따라 신분이 고착화되는 사회다. 대입에 이어 대기업 입사시험, 공무원 노동시장 진입이 그 범위에 포함되었다.” 그는 ‘세대 착취’가 사회과학적 실체를 발견할 수 있는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세대 착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인구분포가 균질하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2030문제에 계급을 들이대면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 있는데, 대한민국의 계급이라는 것이 자산이나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가 아니라 서울대·연고대 졸업장이 있느냐 아니냐, 엘리트 대 마이너러티의 전선이 있는 것은 사실 아니냐.”
<주간경향>은 ‘장기 386시대’라는 가설을 몇 차례의 기사를 통해 제기한 적이 있다. 참여정부 당시의 정치적 진출과 달리,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이들이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올라섰을 때가 진짜 386의 지배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며, 인구압력의 변화로 인한 사회구조의 변화로 이들이 일단 사회의 각 부분의 의사결정권자로 올라서면 그 권리를 쉽게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정권의 핵심부 차원에서는 386의 시대는 전면화되었다. 다른 사회영역에서 미시권력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전상진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세대의 분석적 힘을 믿는 편이다”라며 “다만 세대의 다양한 층위, 예컨대 연령과 정체성, 시대 진단과 역할은 각각 층위가 다름에도 혼재해 사용할 경우 특정한 이해를 은폐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88만원 세대와 마찬가지로 386세대도 하나의 이해관계를 가진 세대로 환원할 수 없지만 386세대라는 명패를 내건 플레이어 담합이라는 측면에서 추적한다면 나름대로의 의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88만원 세대의 10년,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는 그들 세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전히 중요하게 들여다봐야 할 대한민국 현실이다.
조용하고 차분한 독일 선거 6.10 미디어오늘
[서명준의 헤겔광장] 공영방송 ARD와 ZDF가 만든 어린이 전문채널 KIKA
늘 정치프로그램 고정 편성... 미디어로 평생 민주시민교육 받는 독일인
가난한 유학생 시절 선거철이면 베를린 거리에 단출히 차려진 선거 부스들을 돌며 후보자가 주는 좋은 볼펜을 긁어모았다. 유학 초기 독일어가 짧아 몇자루 못 챙겼지만 15년 뒤 유학 말년엔 후보와 열띤 토론을 벌이고 함께 웃으며 볼펜을 다발로 챙겨가곤 했다. 덕분에 독일 볼펜은 돈 안들이고 원없이 썼다. 동료 유학생들에게 나눠주며 선심도 썼다.
독일의 자유롭고 합리적인 선거운동은 우리처럼 요란하지 않다. 독일은 별다른 선거운동 규정이 없다. 정당과 후보자는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장소에 홍보시설물을 세운다. 정책을 담은 팜플렛과 연필, 볼펜부터 풍선, 사탕, 티셔츠까지 다양한 홍보물품을 유권자에게 나눠준다. 벽보나 시설물, 홍보물도 자유롭게 디자인하고 어디에나 붙인다. 도로법 규정을 받는 일반광고물과 같은 규제를 받는다. 정치광고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채워진다. 선거운동원과 후보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홍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규제 자체가 없다.
반면 우리는 ‘돈을 묶고 입은 연다’는 취지로 개정한 선거법에 따라 가정방문 선거운동을 금했다. 가정방문을 못하니 거리에서 확성기 볼륨만 높였다. 너도나도 유세차로 선거전을 달구니 거꾸로 돈 없으면 후보로 나서기도 어렵다. 우리 선거판은 금방이라도 선거혁명이 일어날 듯, 후보 이름을 외치고 거리가 떠나가라고 선거송을 틀어댄다.
독일 출마자는 대형마트 앞이나 시내 중심가에 파라솔 하나 세워놓고 지나는 시민에게 조용히 홍보한다.
1985년 헷쎈주 사민/녹색연정의 환경부장관으로 선서하는 요쉬카 피셔. 이때 신은 운동화은 오펜바흐(Offenbach) 가죽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출처:www.sueddeutsche.de)
물론 여기엔 연동형 비례대표라는 합리적 제도가 깔려있다. 독일 선거는 한 큐, 아니 한 표에 목숨 걸지 않는다. 한국에선 2위보다 단 한 표만 많으면 모든 걸 독식한다. 하지만 독일은 정당득표수가 전체 의석수를 결정짓는다. 한 후보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모두 출마해도 된다. 적녹 연정의 한 축이었던 독일 녹색당 요쉬카 피셔 당대표는 수차례 지역구에 출마해 번번이 떨어지고도 비례대표로 늘 당선됐다.
독일에 비하면 우리의 비례대표제는 엉터리다. 2004년 총선때 신생 민주노동당은 비례대표 득표율이 13.1%에 달했다. 그런데도 국회의원 299명 중 고작 10석(3.3%)에 그쳤다. 독일 같으면 13.1%에 해당하는 의원 39명을 배정받는다. 사표는 그만큼 줄어든다.
그 뿐만이 아니다. 평소에 잘 이루어지는 민주시민교육도 차분한 선거문화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참담한 나치 몰락을 경험한 독일은 민주시민교육을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말 ‘교육’을 뜻하는 독일어 빌둥(Bildung)은 인격연마에 가깝다. 빌둥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키운다. 종전 직후부터 이루어진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청소년 정치교육이요, 다른 하나는 평생정치교육이다. 먼저 학교에선 정치 과목 외에도 다양한 정치교육이 이뤄진다. 선거철이면 일선학교는 실제 선거와 똑같이 청소년 모의선거를 수업한다. 투표소와 투표참관인 등 정말 실전과 똑같다. 투표 용지가 실전보다 조금 작을 뿐이다. 독일의 3,400여개 학교가 모의선거를 한다. 시민 대상의 평생교육은 연방과 주 정부의 정치교육원이 담당한다. 모든 자료가 거의 무료이고, 다양한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TV 프로그램도 빠질 수 없다. 공영방송 ARD와 ZDF가 연합해 만든 어린이·청소년 전문채널 KIKA는 평소에도 정치프로그램을 고정 편성한다. 우리 케이블방송의 어린이 프로그램이 거의 100% 만화인 것과 상반된다.
독일 어린이방송 KIKA는 일찍 자는 독일 어린이를 위해 밤 9시엔 '내일까지 안녕...'이란 자막과 함께 정파한다. (출처:블로그, 정화의 가르텐)
KIKA의 뉴스시간엔 10대가 직접 취재하고 앵커를 맡고 해설도 한다. 당연히 독일 어린이·청소년들은 정당별 환경정책의 차이점을 정확히 알고 이를 놓고 부모와 토론한다.
가난한 유학생 눈에 독일 지방선거는 볼펜 몇자루 얻어갈 뿐 재미없고 밋밋했다. 독일 정치인이 평소에도 지역의 작은 현안에도 시민과 토론하며 결론을 이끌어내고, 독일 시민이 평소에도 민주시민교육과 학교 모의선거, TV방송 프로그램으로 정치의식을 탄탄히 다진 걸 알기 전까진 말이다. 평소에 늘 사익과 공익의 일치점을 찾아가는 독일 정치판에서 요란한 선거운동은 애초에 필요없다.
미디어를 통해 수십 년 민주시민교육을 받은 독일인은 평소에도 자신의 계급 이익을 정확히 알고 계급의식으로 무장해 있다. 이들에게 선거는 계급정치를 그저 확인하는 계기일 뿐이다.
이렇게 나는 15년 동안 수 백 자루의 볼펜을 챙기면서 독일 정치의 경험도 덤으로 챙겼다. 유세차 확성기 소리에 선잠을 깬 휴일 아침, 독일 정치의 든든한 기초를 닦은 미디어의 역할을 생각해본다. 우리도 그들처럼 가야 하지 않을까.
조선일보의 ‘적반하장’
[시시비비] ‘양승태-박근혜 사법농단’ 은폐 말라
지난 5월27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에서는 최종 조사보고서를 통해 2015년 8월6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면담을 앞두고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상고법원제 도입을 위해 ‘박근혜 입맛’에 맞는 판결 사례를 부각시켜 청와대를 설득하려는 ‘말씀자료’를 집중적으로 작성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렇듯 경천동지할 ‘양승태-박근혜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 조선일보는 너무도 뻔뻔한 ‘적반하장’ 수준의 이중잣대를 드러내며 프레임 왜곡과 본질 호도에 앞장섰다.
조선일보, ‘양승태-박근혜 사법농단’은 아무 문제 없다?
6월1일 사설 ‘이제 김 대법원장이 ‘재판거래’ 증거 밝힐 차례’에서 조선일보는 5월31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법원행정처 개혁 의지를 드러낸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데 대해 “세 차례에 걸친 조사 끝에 원래 조사 목적인 ‘판사 블랙리스트’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재판 거래’ 의혹으로 전임 대법원장과 전 정부를 욕보이려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양 전 대법원장이 입장을 밝혔으니 이제 김 대법원장이 생각하는 ‘재판 거래’ 근거를 공개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재판거래’가 법적으로 입증되지 않으면 양승태 대법원 휘하 법원행정처의 행위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프레임 왜곡’에 나선 것이다.
조선일보는 또 6월1일 전국 법관회의(판사회의)가 사법농단 의혹 관련 문건 전체 공개를 위한 온라인 투표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머릿수로 일반 공개를 압박해 관철하고 있다”며 “정치 행위 같은 느낌을 준다”고 매도했다. 일선 판사들이 ‘양승태-박근혜 사법농단’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요구마저 ‘정치 행위’ 운운하며 중립적이지 못한 불순한 행위로 몰아 버리려는 속내를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다.
▲ 지난 6월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김현정 PD
정형식 판사 파면 국민청원 답변 결과 전달에 대해서는 “민주 사회 맞나”
이러한 조선일보의 논조는 지난 5월5일 사설 ‘‘판사 협박’ 청원 靑이 법원에 전달, 이게 민주사회 맞나’와 완전 180도 딴판이다. 이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2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판결하면서 집행유예로 석방한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파면 국민청원에 대해 청와대가 “판사 파면 권한이 없다”고 답변하고 이를 대법원에 전달한 것을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참고할 만한 여론과 정치 공격성 집단행동을 구별하지 않고 대법원에 직접 전화를 걸어 판사 파면 청원 내용을 전달한 것은 사실상 파면 압박에 동조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청와대를 맹비난했다. 또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대법관 임명권을 가진 상황에서 청와대가 특정 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원을 전달하면 사법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권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내린 판사들이 이런 협박을 받게 되고 이것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면 더 이상 사법부라고 할 수 없다. 민주 사회도 아니다”라고까지 단언했다.
너무나도 뻔뻔하고 악의적인 조선일보의 ‘이중잣대’
이렇듯 한 달도 안 돼 사법부의 독립과 관련해서 완전히 180도 다른 논조를 보인 조선일보의 행태는 너무나도 뻔뻔하고 악의적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7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한 소위 ‘말씀자료’에 나타난 ‘재판 거래’ 의혹은 참으로 눈 뜨고 볼 수 없는 수준이다. 단적으로 ‘말씀자료’에는 KTX 승무원 근로계약 위반 및 불법 파견 인정 취지로 체불 임금 지급을 명시한 1, 2심 판결 파기 등 각종 반민주·반민생 판결들이 열거돼 있다. 그러면서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다”, “과거사 정립, 자유민주주의 수호, 국가 경제발전 최우선 고려, 대통령 추진 4대 부문 개혁을 강력 지원했다” 등 박근혜 정권에 대해 낯 뜨거운 아부성 표현까지 들어 있다. 그 ‘재판 거래’ 때문에 체불 임금을 도로 토해내게 생긴 KTX 승무원이 어린 아기를 두고 자살까지 하는 비극이 터졌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휘하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적극 감쌌다. 반면 ‘정형식 판사 파면 국민청원’에 대한 상식적인 답변 결과를 대법원에 구두로 전달한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맹비난했다. 이건 너무나도 노골적이고 속 보이는 이중 잣대가 아닌가?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조선일보·TV조선 사옥.
이런 식으로 조선일보는 ‘양승태-박근혜 사법농단’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공작을 계속 펼치고 있다. ‘양승태-박근혜 사법농단’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조선일보의 악의적인 프레임 왜곡 시도부터 분쇄해야 할 것이다.
Please Mr, Postman- Marveletts -
(1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