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2~6.27 삶의 질보다 경제적 성취, 분배보다 성장에 방점-포스트 코로나시대


맨주먹 국경분쟁
나이 들고 가난할수록 "사람 대우 못 받아"
2010 지방선거 장면으로 돌아본 ‘한명숙 사건’ 보도
선 넘은 우파 유튜버들의 폭주, 누가 멈출 것인가
이제 음식점 수저통은 가라… 따로 내고, 덜어 먹고
에너지 빈곤층 “여름을 어찌 날꼬”
"한국은 돈 많으면 최고인 나라?" `황제`가 판친다
트럼프 '인종주의 유세'를 박살낸 'K팝 팬'들의 반란
선원의 월평균 임금은 474만원...연근해어선 임금, 원양어선의 절반
종부세 1원도 안내는 투기꾼들 잡지 못하면 6.17대책 무의미
더 좋은 장애학생 교육이 교육 불평등 막는다
친공과 반공 사이···포로들은 가면 쓰고 춤을 췄다
경실련 “아파트값 상승으로 생긴 불로소득 493조”
주장] 보수언론과 합작한 진중권... 변절했다고 하지 말자
삶의 질보다 경제적 성취, 분배보다 성장에 방점-포스트 코로나시대’ 인식조사
경실련 vs 국토부, 서울 땅값 공방 '2라운드'
방위비분담금 감액 27%-동결 70%" '통일의식조사
북한인권 뒤에 숨은 ‘무리한 돈벌이’…누굴 위해 대북전단 날리나
"제가 모함했습니다" 한명숙에 보낸 한만호의 옥중 편지 입수
"더 배웠다고 임금 2배 불공정" 김두관에 쏟아진 비판

맨주먹 국경분쟁

17일(현지시간) 인도 하이데라바드 주민들이 중국과의 국경 충돌로 숨진 군인들을 애도하기 위해 촛불을 밝히고 있다. / AP 연합뉴스
땅이 넓고 물산이 풍부하다는 ‘지대물박(地大物博)’은 중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인구는 1위이고 면적은 러시아와 캐나다에 이어 세 번째다. 4만㎞에 달하는 국경선은 14개 나라와 맞닿아 있다. 영토분쟁이 없을 수 없다. 중국은 1949년 건국 이후 끊임없이 인접국과 국경분쟁과 협상을 이어왔다. 국경 획정은 1960년대 미얀마, 네팔, 북한, 몽골,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90년대 라오스(1991), 카자흐스탄(1994), 키르기스스탄(1996), 베트남(1999)에서 대략 마무리됐다.
문제는 러시아와 인도였다. 1960년대 중국과 러시아는 전투까지 벌일 정도로 영토분쟁을 겪었지만 국경을 획정하진 못했다. 두 나라는 소련이 해체된 뒤인 1994년에야 중앙아시아 지역의 영토 문제를 일단락지었다. 그러나 우수리강 유역을 포함한 전체 중·러 국경을 획정한 것은 2005년이었다. 중국-인도의 국경은 1947년 인도가 독립하고 이태 뒤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정하지 못했다. 1962년 양국이 설정한 LAC(실질통제선)가 국경선을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3488㎞에 달하는 기다란 LAC는 산악 지형, 소수민족 거주 등으로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양국이 70년 넘게 국경을 놓고 싸우는 이유다.
지난 15일 인도 북서부 라다크 갈완계곡 LAC에서 인도 순찰대와 중국군 간에 난투극이 벌어져 인도 군인 20명을 비롯해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투석, 쇠몽둥이질과 같은 육탄전에 의해 희생됐다고 한다. 라다크 지역은 1962년 중국-인도 국경 전투로 수천명이 전사한 대표적인 분쟁지역이다. 이후 양국은 교전 방지를 위해 ‘비무장 경계’에 합의했고, 두 나라 군인들은 총기를 소지하지 않은 채 국경지역을 순찰해 왔다.
중국-인도의 국경 유혈사태는 영토분쟁의 심각성도 보여주지만 대국 간 기싸움이기도 하다. 두 나라는 세계 1·2위의 인구 대국이자 핵을 보유한 군사 강국이다. 인도는 최근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맞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인도는 미국과 일본이 중심이 된, 중국을 포위하는 인도·태평양전략의 주요 축이기도 하다. 히말라야에서 맨손으로 벌이는 국경분쟁에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조운찬 논설위원 sidol@kyunghyang.com
중국, 인도 국경에 격투기 선수들 보낸다
난투극 때 이기려 우수선수들 선발
"총기·폭발물 없이 싸워이길 '무쇠주먹'"

15일 시짱자치구 라사에서 열린 민병대 깃발수여식 [중국군망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이 인도와의 국경 갈등 속에 격투기선수 등으로 구성된 민병대를 새로 편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중국 인민해방군 뉴스포털인 중국군망에 따르면 인도와 인접한 시짱(西藏·티베트) 지역에 주둔하는 시짱군구 등은 15일 라사(拉薩) 경비구역 민병훈련기지에서 새로 창설한 5개 민병대에 대한 깃발 수여식 행사를 열었다. 특히 홍콩매체 명보에 따르면 이번에 만들어진 쉐아오(雪獒·사자개) 고원반격부대는 국내외 대회에서 수차례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격투기 클럽 팀원으로 구성됐다.
왕하이장(汪海江) 시짱군구 사령관은 쉐아오 부대에 대해 "반격해 상대를 제압하는 '무쇠주먹'"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러한 민병대 창설은 군이 직접 나설 때에 비해 우발적 충돌이 확전되는 것을 막는 한편, 싸움에 특화된 격투기 선수들을 투입해 난투극 발생시 인도군에 대해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은 국경지대에서의 확전을 피하기 위해 최전방 순찰대의 총기·폭발물 휴대를 금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핵보유국인 양국의 군인들은 국경지역에서 충돌 때 총격전 대신 난투극이나 투석전을 벌인다. 양국군이 지난달부터 접경인 라다크 지역에서 긴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지난 15일 또다시 무력 충돌이 발생해 양측에서 수십명씩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는 상황이다.

15일 시짱자치구 라사에서 열린 민병대 깃발수여식 [중국군망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쉐아오부대 뿐만 아니라 새로 창설된 쉐잉(雪鷹·매) 공중순찰부대는 기업체의 헬리콥터를 이용해 공중순찰 및 삼림감시 등을 담당한다. 이밖에 쉐거(雪鴿·비둘기) 극지통신부대에는 '고원 응급통신 경호'라는 통신기업이, 쉐랑(雪狼·늑대) 극지등반부대에는 유명 등산팀과 고냉지대 등산훈련학교 등이, 병참부대인 쉐후(雪狐·여우)에는 모 광업개발기업 파견팀이 참여한다. bscha@yna.co.kr
나이 들고 가난할수록 "사람 대우 못 받아"
한국인 10명 중 7명은 한국 사회의 차별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인권실태조사 결과다.
19일 인권위의 ‘2019년 국가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내 차별의 심각성에 대해 ‘매우 심각’이 13.7%, ‘다소 심각’이 55.4%로 총 69.1%의 응답자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별로 심각하지 않다’와 ‘전혀 심각하지 않다’는 각각 29.2%와 1.6%였다.
한국에서 인권침해와 차별에 취약한 집단(2개 응답)으로는 장애인(29.7%)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이주민(16.4%), 노인(13.4%), 여성(13.2%) 순으로 나타났다. 인권침해·차별이 많이 일어나는 조건으로는 빈곤층(29.6%)이 가장 많고 학력·학벌이 낮은 사람(18.9%), 전과자(16.2%), 비정규직(12.9%)이 뒤를 이었다. ‘특정 지역 출신’이거나 ‘특정 종교·사상·정치적 입장’을 가졌다는 것 때문에 인권침해와 차별을 받는다는 응답은 약 2%였다.
본인의 인권이 존중받는다고 인식하는 정도는 상대적으로 연령이 낮고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큰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의 인권이 존중되고 있냐는 질문에 50대와 60대 이상에서 각각 34%, 31%의 응답자들이 ‘(전혀) 그렇지 않다’는 반응을 내놨다. 반면 20대 응답자들은 23%가 인권을 존중받고 있지 못하다고 답했다. 학력별로는 중졸 이하 응답자 35%가 본인 인권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답변했지만, 대학원졸 이상의 경우 15%만이 같은 응답을 했다. 월소득 100만원 미만과 100만~200만원의 경우 본인 인권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응답이 각각 34%, 36%인 반면 월소득 900만~1000만원 미만 또는 1000만원 이상인 응답자들은 각각 15%와 24%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국내 인권상황 변화에 대해서는 62.4%가 ‘좋아지고 있다’고, 15.4%는 ‘나빠진다’고 답했다.
인권위가 주관하고 통계청이 지난해 8~9월 수행한 이 실태조사는 한국 거주자들의 인권의식과 국내 인권상황에 대한 평가, 일상에서 겪는 인권침해와 차별 경험에 대한 질문 등으로 이뤄졌다. 전국 성인 남녀 1만3077명이 참여했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인권정책을 추진하고 매년 실태조사를 벌여 국내 인권상황에 대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2010 지방선거 장면으로 돌아본 ‘한명숙 사건’ 보도
[ 민언련 신문 모니터보고서 ]
2010년 이른바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을 둘러싸고 뉴스타파는 5월6일부터 <죄수와 검사> 시리즈를 통해 ‘한만호 비망록’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보도는 당시 검찰의 수사방식, 특히 ‘교도소 수감자를 출정시켜 수사에 도움을 얻는 방식’에 초점을 두고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실제로 <죄수와 검사> 보도 이후 검찰에게 회유를 받았다고 주장한 H씨가 당시 수사검사들을 고발했고, 검찰이 내세운 죄수출신 증인 2명 중 최모 씨도 ‘검찰 측이 거짓증언을 시켰다’고 증언했습니다.
두 차례에 걸친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기소는 상당한 논란을 빚었습니다. 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검찰에 대한 인식이 최악을 달리고 있었고, 한 전 총리는 노무현재단 초대 이사장이었습니다. 또한 한 전 총리는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야권 후보로 거론되던 상황이었습니다. 검찰은 언론에 지속적으로 한 전 총리의 혐의를 흘리며 여론전을 시도했습니다.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줬다고 진술한 두 사람의 공통점도 특기할 만합니다. 곽영욱 씨와 한만호 씨 모두 뇌물공여와는 다른 혐의로 구속 수감되어 있고, 별건 수사가 이뤄졌으며, 둘 다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민언련은 ‘한명숙 사건’이 첫 보도된 2009년 12월4일부터 제5회 지방선거일인 2010년 6월2일까지 6개 일간지를 대상으로 ‘한명숙’과 ‘검찰’, ‘뇌물’, ‘무죄’, ‘9억’, ‘5억’, ‘곽영욱’, ‘한만호’, ‘한신건영’ 등 사건 관련 키워드가 함께 언급된 기사 895건을 수집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언론은 ‘곽영욱 사건’에 더 집중하다 1심 무죄판결이 나면서 체면을 구겼고, 오히려 ‘한만호 사건’에 대해서는 초기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권 악재로 여겨진 ‘2차 뇌물사건’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은 1차 뇌물사건과 2차 뇌물사건으로 나눠집니다. 1차 뇌물사건은 당시 ‘대한통운 비자금 사건’으로 수사받던 곽영욱 씨가 한 전 총리에게 5억 원을 줬다고 진술한 사건입니다. 한 전 총리에게는 2주 후인 12월 17일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사상 첫 총리 체포사건’으로 대서특필되었습니다. 그러나 2010년 3월 11일 곽영욱 씨는 “검찰 조사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며 진술을 뒤집었고 1, 2, 3심 모두 한 전 총리에게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한편, 최근 뉴스타파 보도로 문제가 되고 있는 2차 뇌물사건은 한신건영 부도 이후 사기죄로 수감 중이던 한만호 씨가 한 전 총리에게 9억 원을 줬다고 진술한 사건입니다. 검찰이 ‘곽영욱 사건’의 1심 무죄판결이 나오기 하루 전 공개했기 때문에 상당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한만호 씨도 그해 12월 20일 “한 전 총리에게 9억 원을 준 사실이 없다”고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한 전 총리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한 전 총리 동생이 한만호 씨가 발행한 1억 원 수표를 전세금으로 사용한 사실과 한 전 총리 비서 김씨가 한만호 씨에게 2억 원을 돌려줬다는 사실이 증거로 채택돼 2심, 3심에서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한 전 총리와 한만호 씨는 ‘3억 원은 비자금과 상관없이 비서 김씨가 한만호 씨에게 빌린 돈이고, 2억 원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 갚은 것이며, 한 전 총리의 동생은 김 씨로부터 1억 원을 전세금으로 빌렸다 돌려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 2009년 12월4일부터 2010년 6월2일까지 한명숙 ‘1차 뇌물사건’부터 지방선거일까지 6개 일간지 보도량. 그래프=민주언론시민연합
지방선거 당시 ‘한명숙 뇌물사건’ 보도를 살펴보면, 최소한 언론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피의사실 흘리기’를 당시 여권(한나라당)의 악재로 평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3월 11일 곽영욱 씨 진술 번복은 언론 논조에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4월 8일 검찰이 동아일보를 통해 ‘한만호 사건’을 언론에 흘렸지만, 다음날 ‘곽영욱 사건’의 1심 무죄판결이 나자 조선·중앙·동아조차도 표면상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사설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후 조선·중앙·동아의 관련 기사량은 확 줄어들었습니다. 선거가 있던 마지막 주에는 아예 ‘뇌물사건’ 관련 보도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 2009년 12월4일부터 2010년 6월2일까지 한명숙 ‘1차 뇌물사건’부터 지방선거일까지 6개 일간지 보도건수.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장면 01. 조선일보의 최초 보도
한 전 총리의 1차 뇌물사건은 조선일보 <“한명숙 전총리에 수만불”>(2009년 12월4일, 최원규·강훈 기자) 기사로 불거졌습니다. 최초 보도는 한국일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편집국에서-두 쪽 사회에서 진실 찾기>(2009년 12월9일, 김상철 사회부장)에서 “사실 이 보도는 한 달 전 <한국일보>가 ‘참여정부 실세 3명에게 금품 줬다’는 제목으로 보도한 내용 그대로다. 한국일보가 H씨라고 익명으로 처리한 것을 <조선일보>는 ‘한명숙’이라고 실명을 박았다는 점이 다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한명숙 1차 뇌물사건’의 시작을 알린 2009년 12월4일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지금보다는 ‘경제적’이었던 의혹 보도
언론이 의혹을 끌고 가는 양상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현재 언론은 의혹 보도로 일제히 신문 지면과 포털을 ‘뒤덮는’ 방식으로 주목도를 높이는 방식을 쓰는데, 당시 조선일보 보도태도는 상당히 ‘경제적’이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첫 의혹보도 이후 하루에 1건 꼴로 기사를 냈습니다. 조선일보는 다음날 <한명숙 전 총리 내주 소환>(2009년 12월5일, 최원규·류정 기자)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이르면 다음 주중에 소환조사할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계좌추적 작업은 다음 주초쯤 끝날 것으로 알려졌다” 등 애매한 표현을 쓰며 검찰 입장을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며칠 간 별다른 기사를 내지 않던 조선일보는 12월9일 <“한명숙 전 총리 준 돈은 인사청탁 자금이었다”>(강훈 기자)에서 검찰 정보를 기반으로 한 전 총리의 뇌물 혐의를 입증하는 진술을 흘렸습니다. 이날 사설 <‘한 전 총리 의혹’, 신속한 수사가 공정한 수사다>에서는 “정치인 수사에선 증거와 법률에 따른 수사라는 원칙 못지않게 완벽한 관련증거를 확보해놓고 수사 대상의 신병처리까지 순식간에 마무리 짓는 전격적 수사가 중요하다”며 ‘신속한 수사’를 주문했습니다.
다른 언론은 추종 보도에 들어갔습니다. 동아일보는 <사설-‘김준규 검찰’의 정치인 수사와 정치적 반대공세>(2009년 12월7일)에서 야권의 반발 움직임에 대해 “민주당과 친노그룹 인사들이 ‘정치적 탄압’이니 ‘공작수사’ ‘표적수사’ 운운하면서 집단 반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들과 관련 있는 정치인은 어떤 비리 혐의가 포착되더라도 수사하지 말라는 것인가”라며 거들었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설-한명숙 의혹 당당하고 신속한 수사로 풀어야>(2009년 12월8일)에서 “수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의혹설이 검찰 주변에서 흘러나온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야권의 반발은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이라며 다소 양비론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결론도 ‘검찰의 당당하고 신속한 수사’였습니다. 한국일보는 조선일보 보도 다음날 <검, 전 현정권 향한 ‘양날의 검’ 제대로 뽑은 걸까>(2009년 12월5일)에서 “곽씨 일방의 진술에 불과한 데다, 진술내용도 앞뒤가 일부 맞지 않는 등 신빙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며 회의적인 태도였습니다. 그러나 3일 후 <사설-야당의 이상한 검찰 수사 정치공세>(2009년 12월8일)에서는 야당의 검찰 수사 반발에 대해서 “수사 중인 사안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경향과 한겨레는 야권의 대응 소식에 중점을 맞춰 보도하며 검찰과 언론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언론플레이… 서둘러 “소환”… ‘노무현 수사’ 보는 듯>(2009년 12월12일)에서 “일부에서는 검찰에서 피의사실이 흘러나오고, 언론은 이를 악의적으로 보도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박연차 수사’의 재판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다”면서 검찰이 한국일보 익명보도 때는 수사진행 상황을 부인했지만 조선일보 보도 후 인정한 것을 두고 “검찰이 일부 언론과 짜고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겨레도 <사설-‘정치검찰’ 악몽 되풀이해선 안 될 한 전 총리 수사>(2009년 12월8일)에서 “검찰은 한 전 총리와 관련된 일부 언론 보도가 검찰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종철 연세대 교수는 한겨레 기고 <정치사정의 전제는 검찰개혁이다>(2009년 12월9일)에서 “검찰의 정치화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데서 기인하므로 검찰권의 분권화가 시급하다”며 대검 중수부 해체, 공수처 신설, 수사권 분리, 검사의 법무부 장악 방지 등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장면 02. 한명숙 전 총리 체포 이전과 이후
검찰은 곽영욱 씨에게 ‘한명숙 전 총리에게 5억 달러를 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뒤 한 전 총리에게 12월11일 소환 통보를 했습니다. 조선일보 첫 보도 후 1주일만입니다. 한 전 총리가 ‘검찰이 먼저 증거를 공개하면 반박하겠다’며 소환에 불응하자 12월16일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다음날 한 전 총리를 체포했습니다. 언론은 ‘뇌물혐의로 체포된 첫 총리’라며 크게 보도했습니다. 한 전 총리는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했습니다. 검찰은 12월22일 한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체포 전후, 뇌물수수 혐의 확정한 듯한 보도
언론은 한 전 총리의 체포를 전후해 이미 검찰 조사로 혐의가 모두 확정됐다는 듯 한 보도를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동아일보는 12월16일 <사설-한명숙 전 총리 비리 의혹 수사를 정치화 말라>에서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전직 총리에게 날조한 비리 혐의를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공대위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수사와 언론보도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곽영욱 씨가 정세균(당시 민주당 대표이자 전직 산업자원부 장관) 의원도 뇌물공여 자리에 있었다고 진술한 것이 흘러나오자 언론의 확증편향은 더 가속화됐습니다. 한겨레는 <한명숙-곽영욱 만날 때 정세균 동석>(2009년 12월21일, 석진환·송호진 기자)과 이어지는 기사에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2006년 12월20일 인사청탁을 하기 위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만나는 자리에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함께 간 사실이 20일 확인됐다”며 “석탄공사 사장 자리를 노리는 이가 바로 그 회사를 산하 공기업으로 두고 있는 산업자원부 장관과 함께 총리를 만난 것 자체가 외부에는 ‘로비’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한 전 총리 쪽에는 불리한 정황일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한명숙 전 총리 공관서 있었던 이상한 오찬>(2009년 12월22일)에서 “(총리 공관) 오찬 자리가 곽씨를 위한 인사청탁 자리였다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며칠 후 조선일보는 12월24일 3면에 <자가당착 한명숙>(정시행 기자)과 <진퇴양난 정세균>(정우상 기자)을 나란히 실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이미 의혹이 검증됐고 죄인들이 다급해지고 있다’는 투입니다. 동아일보는 <‘한명숙-곽영욱 의혹’ 현 정권에선 재판 없어야>(2009년 12월24일)에서 아예 한명숙-곽영욱 의혹이 사실이라는 전제로, ‘이명박 정권에서는 공기업 인사청탁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동아일보가 이날 1면 머리기사로 올린 <“곽씨에게서 2만달러 받았다” 당시 산자부 장관 측근 시인>(이태훈·황장석·한상준 기자)는 2010년 9월17일 2면에 정정보도 됐습니다.

▲ 2009년 12월24일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왼쪽)와 2010년 9월17일 2면의 정정보도문(오른쪽)
장면 03. ‘곽영욱 빅딜’ 의혹과 ‘한명숙 골프채 수수’ 의혹
한 전 총리가 불구속 기소된 뒤 검찰이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을 흘리지 않자 보도량도 줄었습니다. 불구속 기소된 1월부터 공판이 시작된 3월 초까지 보도건수는 69건으로 전체 895건의 7.7%였습니다. 이때 언론이 관련 보도를 내놓은 두 가지 사건이 있습니다. 1월14일에는 검찰이 곽영욱 씨의 ‘미공개정보 주식거래’ 혐의를 석연찮은 이유로 무혐의 처분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검찰이 진술을 받아내는 대가로 형량을 깎아주는 ‘플리 바게닝’을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만한 사건이었지만, 한국·한겨레·경향에서만 보도됐고 조선·중앙·동아는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제2의 ‘논두렁 시계’가 될 뻔한 ‘골프채 수수’ 의혹
1월27일에는 소위 ‘골프채 수수’ 의혹이 보도됐습니다. 곽영욱 씨가 1000만 원대 골프채를 한 전 총리에게 사줬다고 진술했다는 내용입니다. 공소장에 들어있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검찰 측은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의 관계를 보여줄 정황증거’라며 공개했다고 합니다. ‘골프채 수수’ 의혹은 3월11일 곽영욱 씨가 진술을 번복한 이후 검찰이 불리해진 상황에서 다시 소환됐습니다. 일부 언론은 ‘곽영욱 사건’ 1심 무죄판결 이후에도 ‘뇌물수수가 입증되지 않아도 골프는 문제’라는 식의 보도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제2의 ‘논두렁 시계’가 될 뻔한 것입니다.
1월27일자 보도를 보면, 한 전 총리 측 반론을 제목에 붙인 것은 경향신문 <곽영욱 “한명숙에 골프채 선물” 한 전 총리측 “사실무근 반발”>(2010년 1월27일)뿐이었습니다. 경향신문은 “곽 전 사장이 골프채를 선물했다는 주장은 검찰이 한 전 총리를 기소하면서 적시한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어서 유출 경위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나머지 언론은 대체로 검찰 측 입장을 나열하고 한 전 총리 측 변호사의 반론을 붙이는 식으로만 보도했습니다.
장면 04. 곽영욱 씨의 진술 번복 “살고 싶어 그랬다”
곽영욱 씨가 진술을 번복한 것은 3월11일 2차 공판에서였습니다. 검찰의 공소장에는 곽영욱 씨가 한 전 총리에게 직접 5만 달러를 건넸다고 나와 있는데, 곽영욱 씨는 ‘5만 달러를 의자에 놓고 나왔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것입니다. 곽영욱 씨는 진술을 번복하면서 검찰이 강압수사를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곽영욱 씨는 2차 공판에서 ‘검사가 돈을 받은 전주고 출신 인사를 다 대라고 했다’, ‘구치소에 새벽 3시가 넘어 돌아간 적도 있다. 살고 싶어 진술했다’, ‘조사받고 나오면 언론에 금세 내용이 다 나왔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고, 검찰은 공소장 내용이 법정진술에서 모두 뒤집혔을 뿐만 아니라 사건 초기부터 나왔던 표적수사, 강압수사 의혹이 표면화됨에 따라 곤경에 처했습니다.
조선·동아 ‘골프채’ VS 중앙·한겨레·경향·한국 ‘진술 번복’
진술 번복 직후인 3월 12일~13일 보도를 살펴보면, 조선·중앙·동아는 검찰이 한 전 총리와 곽영욱 씨의 친분관계를 입증하겠다며 내세운 ‘골프채 수수’ 의혹 주장을 위주로 보도했고, 경향·한겨레·한국은 곽영욱 씨 진술이 공소장과 달라졌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보도했습니다. 같은 공판을 두고 전혀 다른 사건처럼 보도한 것입니다. 그러나 진술 번복 이후 2주간 관련 보도건수를 보면 ‘한명숙 뇌물수수’를 기정사실로 보도하는데 앞장섰던 언론의 보도건수가 줄어든 것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 2010년 3월12일부터 2010년 3월13일까지 곽영욱 2차 공판 이후 이틀간 6개 일간지 보도건수.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곽영욱 2차 공판 다음날 6개 일간지 기사 제목과 지면 배치. 표=민주언론시민연합
3월12일 6개 일간지의 ‘곽영욱 사건’ 기사 제목과 지면 배치를 보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골프채 수수’ 관련 공판내용을 제목으로 붙인 반면 경향신문,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는 곽영욱 씨의 바뀐 진술을 제목으로 붙였습니다. 조선일보 <“2002년 골프용품점 함께 동행 998만원짜리 일제 골프채 사줘”>(이명진·정지섭 기자)에는 곽영욱 씨의 ‘강압수사’ 증언내용은 완전히 빠져 있었습니다. 동아일보 <“총리공관 오찬 끝난 뒤 의자에 돈봉투 두고와 골프숍서 한 전 총리를 ‘사모님’이라 불러 호통”>(이종식 기자)에는 “이날 공판에서는 가혹수사 논란도 일었다”는 내용 뒤에 곽 씨의 진술 번복이 짧게 언급됐습니다. 더불어 “밤 12시 이후까지 조사한 적은 없고, 가족과 의료진의 면회를 허용하면서 조사가 늦어진 것”이라는 검찰의 반박내용까지 들어 있습니다.
3월13일,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사설로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경향신문은 <“한 전 총리 ‘돈 전달’ 살기 위해 진술했다”>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 공판에서 검찰의 표적·강압수사를 의심케 하는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며 “수사 단계에서부터 정치적 표적수사 의혹이 제기됐지만, 돈을 줬다는 당사자의 입에서 그 개연성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나온 이상 예사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겨레는 <이런 진술만으로 전직 총리를 기소했나>에서 곽영욱 씨 진술내용으로 뒤집힌 검찰 주장을 “허무개그 수준”이라고 평했습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같은 날 보도에서 ‘골프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 3차공판 곽영욱 진술 신빙성 싸고 공방>(이종식 기자)에서 곽영욱 씨 진술 번복에 대해 “다소 흔들리는 진술”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곽-한씨 동행… 998만원어치 사가” “골프채는 사양하고 모자만 받았다”>(이종식 기자)에서 법정 출두 예정이었던 골프매장 간부를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그 인터뷰에서조차 골프매장 간부는 중요 사실에 대해 ‘정확히 기억하긴 힘들다’, ‘기억은 안 나지만 통상…’이라는 식으로 답변했으나 동아일보는 “(매장 간부가) 골프채를 판 경위를 자세히 설명했다”고 썼습니다. 2주 후 총리 공관에서 현장검증까지 벌인 후에도 조선·중앙·동아는 ‘골프채 보도’에 열을 올렸습니다.
곽영욱 씨의 진술 번복은 한 전 총리의 ‘1차 뇌물사건’에서 1, 2, 3심 모두 무죄판결을 받는 결정적인 근거로 작용했습니다. 곽영욱 공판보도 이후 줄어든 기사건수와 각 언론사가 중점으로 다룬 공판내용을 보면, ‘검찰조사 과정보다 공판에 집중하면 사건 관련자의 방어권이 더 잘 보장될 것’이라는 통념은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공판중심 보도로 가더라도, 언론이 정파적 입장을 깔아 두고 사실관계를 취사선택하는 태도를 버리지 못하면 ‘방어권 보장’은 요원하기 때문입니다.
장면 05. ‘곽영욱 사건’ 무죄와 ‘한만호 사건’에 대한 언론의 반응
곽영욱 씨의 진술번복 이후 검찰과 일부 언론은 한 전 총리의 ‘골프 취미’와 ‘딸 유학비용’등 뇌물수수와 상관없는 내용을 입증하려 노력했지만 사실상 검찰의 공소내용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잡음에 불과했습니다. 중앙일보 <출마 선언도 경선도… 지방선거 말도 못 꺼내>(2010년 4월5일)를 보면 “천안함 사건에 묻혀 4대강 사업, 봉은사 외압 논란, 한명숙 전 총리 재판 등 각종 선거철 이슈가 실종된 것도 민주당으로선 아쉬운 대목”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한 전 총리 재판 이슈는 민주당으로서는 실종되어서는 안 되는 유리한 이슈라는 해석입니다. 당시 분위가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는 기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게 최근 뉴스타파 ‘한만호 비망록’ 보도로 문제가 되고 있는 ‘2차 뇌물사건’입니다. 4월8일 동아일보는 1면에 <검찰, 한 전 총리 새로운 혐의 수사>(2010년 4월8일, 이종식·전성철 기자)에서 “서울중앙지검이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에 대해 별도 수사에 나선 것으로 7일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곽영욱 사건’ 1심 선고 하루 전날이었습니다.

▲ 2010년 4월8일 ‘곽영욱 사건’ 1심 무죄판결 전날 보도된 동아일보 ‘한명숙 2차 뇌물사건’ 보도
누가 봐도 이상했던 ‘한만호 사건’ 수사 착수

▲ 2010년 4월10일 ‘곽영욱 사건’ 1심 무죄판결 다음날 6개 일간지 사설 제목.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4월9일 ‘곽영욱 사건’ 1심에서 한 전 총리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언론은 일제히 검찰 비판에 나섰습니다. 1심 무죄판결 다음날인 4월 10일 주요 6개 일간지의 사설 제목을 보면, 전반적으로 검찰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한명숙 무죄… ‘정치검찰’ 개혁 더 미룰 수 없다>에서 무죄 하루 전 ‘한만호 사건’을 꺼내든 검찰에 대해 “별건이 아닌 ‘신건 수사’라고 하니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한 검찰을 바로 세우려면 정치검찰 수술을 위해 메스를 드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겨레는 <한명숙 무죄, 정치검찰 유죄>에서 “정치검찰에 대한 유죄선고는 이미 내려진 셈”이라고 질타했습니다. 한국일보도 <한 전 총리 검찰 수사는 결국 무리였다>에서 “과거 권위주의 시대 검찰로의 회귀는 국민이나 검찰 모두에게 결코 이롭지 않다는 것을 검찰은 유념하기 바란다”고 했고, 중앙일보 역시 “부실수사라는 비판에 검찰은 할 말이 없게 됐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을 처음 터뜨린 조선일보조차 <‘5만달러 무죄선고’ 하루 전 또 불법자금 수사라니>에서 “검찰은 다른 어떤 사건 때보다 빈틈없이 수사하고 신중하게 기소 여부를 결정했어야 했다”며, “(곽영욱 수사는) 대한민국 최고수사기관의 수준을 다시 돌아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게 돼버렸다”고 검찰을 질타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건 초기 검찰의 빠른 수사를 주문했다가 이제 와서 ‘신중한 기소’를 말한 것입니다.
다만, ‘한만호 사건’을 터뜨린 동아일보는 <‘9억 원 수사’는 5만 달러 부실수사와 달라야>에서 표면상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것으로 보이나 ‘한만호 사건’에 대한 여지를 남겼습니다. 동아일보는 1심 무죄판결에 대해 “검찰이 상급심에 가서 1심 판결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증거를 내놓을지 모르지만, 현재의 증거만으로는 유죄판결을 내리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을 재판부가 한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한 전 총리가 유죄인데, 검찰이 일을 못해 유죄 입증에 실패했다’는 듯한 표현입니다. 한만호 사건에 대해서도 “이를 놓고 5만 달러 사건 재판의 무죄 난관을 우회 돌파하기 위한 ‘별건 수사’라느니 ‘신건 수사’라느니 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의혹이 불거진 이상 진상을 규명하는 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선거를 혼탁하게 하는 정쟁의 소재로 이용해선 안 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수사나 재판 결과에 일희일비하며 검찰과 사법부를 흔드는 발언을 하는 것은 잘못이다”라고 했습니다. 결국 동아일보가 제목에서 말한 ‘5만 달러 부실수사와 달라야’라는 주장은 ‘9억 달러는 유죄를 입증해야 한다’는 뜻이었던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5년 뒤 여기에 성공했습니다.
검찰과 함께 침몰한 언론
2010년 4월은 검찰에게 최악의 한 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곽영욱 사건’ 1심 무죄판결의 정치적 부담에 더해 4월 20일 MBC 은 부산지역 검찰 40명이 촌지와 성접대를 받았다는 ‘부산지검 스폰서 검사’ 사건을 보도해 검찰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습니다. 당시 김준규 검찰총장은 4월 22일 ‘한 전 총리에 대한 수사를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유보하겠다’고 해석될 만한 발언을 했습니다. 이것이 검찰이 최근 뉴스타파 ‘한만호 비망록’ 보도에 대해 “수사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5월에는 수사를 중단했다”고 반박한 배경입니다.
그러나 한겨레 <검찰 ‘한명숙 수사’ 속도조절 시사>(2010년 4월22일)에 따르면 “한 전 총리의 금융계좌 압수수색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고, 한나라당은 물론 청와대에서조차 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수사진행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온” 결과입니다. 게다가 당시 보도 <검찰 ‘한명숙 수사’ 재개 의혹>(2010년 5월14일)에 따르면, 검찰은 한만호 수사 관련해 건설업체에 대출해준 전직 은행 지점장을 5월12일 체포하여 14일 구속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의 ‘선거기간 수사중단’ 주장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이유입니다.
‘곽영욱 사건’ 1심 무죄판결 직후와 검찰이 수사를 보류한 4월23일 이후를 분석해보면, 한 달 가량 보도건수가 3일 간 보도건수보다 적습니다. 그나마도 대부분 지방선거 관련 기사에서 단순 언급된 내용입니다. 이 기간 ‘한명숙 뇌물수수’ 사건은 대체로 ‘여권 악재’로 평가됐습니다. 조선일보의 선거여론조사 기사 <경기 김문수 41, 유시민 18, 김진표 12%>(2010년 4월26일)를 봐도 “한명숙 전 총리 1심 무죄판결과 4대강 사업 등 여권에 부담스러운 악재”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꾸준히 ‘한명숙 2차사건’에 관한 보도를 냈습니다. 검찰이 법원의 1심 무죄판결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제출한 ‘200쪽 짜리 항소이유서’에 집중한 것도 동아일보 <검 “한명숙 1심, 증거무시” 200여쪽 항소이유서>(2010년 5월19일, 최창봉 기자)뿐이었습니다.

▲ 2010년 4월10일부터 6월2일까지 ‘곽영욱 사건’ 1심 무죄판결 후 3일간 보도건수 및 검찰이 수사유보 결정을 내린 이후 관련 보도건수. 표=민주언론시민연합
‘한명숙 유·무죄’ 여부로 검언유착 없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언론은 최종적으로 유죄가 선고된 ‘한만호 사건’보다 무죄로 판명난 ‘곽영욱 사건’에 더 집중했습니다. 언론은 검찰발 보도 이후 몇 주도 되지 않아 ‘유죄 심증’을 형성했습니다. 이어서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를 걸어 확전을 시도하고, ‘골프채 수수’ 같이 사건과 관련 없는 문제로 흠집내기를 벌이다 검찰과 함께 침몰하는 촌극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한만호 사건에 대해서는 ‘자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사건들이 쌓여 10년이 흘러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이 사회과제가 된 것입니다.
개혁을 피해가려는 언론의 모습은 여전합니다. 2020년 5월 뉴스타파의 ‘한만호 비망록’ 보도는 취재를 맡은 심인보 기자가 말했듯 당시 검찰의 수사방식, 특히 ‘교도소 수감자를 출정시켜 수사에 도움을 얻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데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으로 논쟁이 옮겨가면서 한 전 총리의 재심과 명예회복 가능성으로 초점이 모이고 있습니다. 여당 측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 야당 측은 ‘거대 여당이 되더니 대법원 판결을 뒤집으려 한다’고 맞받는 식입니다. 언론보도도 한 몫 하고 있는데, 조선일보는 ‘한만호 비망록’ 보도가 정치권에서 언급되자마자 <여, 177석 힘으로 ‘한명숙 유죄 뒤집기’>(2020년 5월21일, 박상기 기자)에서 ‘유죄 뒤집기’로 규정했습니다. 이제부터 ‘한만호 비망록’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대법원 판결을 뒤집으려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 결과, <법조계 “한명숙 재심 가능성 낮아”…여 “수사관행 자성 계기돼야”>(2020년 6월8일)처럼 서로 궤가 다른 이야기가 대립항으로 놓이게 됐습니다.
이미 다양한 경로로 나온 지적이지만, 대법원은 물증이 존재하는 3억원에 대해서는 혐의가 있다고 전원 동의했고, 한만호 씨의 위증혐의도 대법원을 거쳐 유죄를 받았기 때문에 ‘한만호 비망록’만으로 재심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당시 검찰 수사와 이에 영합한 언론보도가 상당히 이상한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 전 총리의 유·무죄 여부만을 다투는 것은 쟁점을 너무 납작하게 만드는 것이며, 정치공세 이상은 되지 않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09년 12월4일 ~ 2010년 6월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지면보도에 한함)
민주언론시민연합 media@mediatoday.co.kr
선 넘은 우파 유튜버들의 폭주, 누가 멈출 것인가

지난 6월 2일, GZSS와 안정권 지지자를 자처한 괴한들이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던 송영훈씨를 폭행하고 있다. / 유튜브 강수산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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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일 오후 대구 남구의 한 휴대폰 매장.
‘GZSS’라고 적힌 검은 옷을 입은 일단의 건장한 청년들이 난입했다. 닫힌 문을 거칠게 두드리던 이들은 매장 주인이 문을 열자 다짜고짜 난입해 자신들의 대표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주인을 폭행했다. ‘나가달라’는 요청에 이들은 “휴대폰 수리하러 왔다”며 버티기도 했고, 매장 주인이 기르는 개를 쳐다보며 큰소리로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행패’는 수십 분간 계속됐다. 이들의 ‘행패’는 이날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폭행을 당한 사람은 ‘개소리타파TV’라는 우파성향 정치시사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던 송영훈씨(51)였다. 송씨가 전날 방송 등에서 GZSS라는 회사를 이끄는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를 계속 비판하자 찾아와 보복 폭행한 것이다.
안씨 측은 이에 대해 이날 대구에 행사차 방문했고, “행사를 마친 안씨가 차에서 쉬는 동안 안씨 지지자들이 찾아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온라인 넘어 오프로 진출한 막말·협박
이에 앞선 지난 5월 31일. 극우성향 유튜버 배인규씨(30·활동명 ‘왕자’) 일행이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의 주택가에 나타났다. 배씨는 확성기를 단 차를 타고 동네를 돌면서 “NTR 헬마우스 빨리 나와”라고 방송을 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NTR이란 ‘네토라레’라는 일본 서브컬처의 한 장르로 ‘남편의 눈앞에서 겁탈당하는 것을 즐기는 유부녀’라는 뜻이다.
배씨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이라는 영상을 지난 3월 중순 올렸다. 그는 영상에서 5·18은 불순세력에 의해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무장폭동이며, 최근에 공개된 미국 국무부 기밀문서 등에 따르면 실제 최초 사망자로 알려진 사람도 실제로는 광주 일원을 장악한 과격한 시민군들이 인민재판으로 죽여놓고 계엄군이 죽인 것으로 조작했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배씨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인용했다는 기밀문서의 해석도 엉터리였다. 배씨의 주장을 가짜뉴스 검증 유튜버인 헬마우스팀이 검증해 사실이 아니라는 반박 영상을 내놓자, 배씨는 헬마우스 진행자 임경빈씨에게 ‘자신과 만나 토론해 누가 맞는지 가려 보자’고 주장했다. 돌아오는 답이 없자 직접 거주지로 찾아가겠다고 영상을 통해 공언하다 실행에 옮긴 것이었다.

지난 5월 2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들의 정의연 규탄집회에서 극우 유튜버 왕자 배인규씨가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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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집회 ‘실력행사’ 전담 GZSS의 정체는
지난해 9월 <주간경향>은 ‘우파코인 맛들인 우파 유튜버의 폭주’에 대한 보도를 했다.
유튜브에서 소위 ‘우파 콘텐츠’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안 우파 유튜버들이 난립하는 상황을 다뤘다. 그로부터 9개월. ‘유튜브 생태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일부 우파 유튜버들의 ‘폭주’는 선을 넘어서 치닫는 중이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공간에서 폭력과 위협, 협박이 벌어지고 있다. 위의 두 사례가 대표적이다.
두 사례엔 공교롭게도 공통점이 있다. 안정권이라는 극우 유튜버, 그리고 그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GZSS라는 회사다. 배씨는 안티페미 우파 유튜버 송시인씨(활동명 ‘시둥이’)와 함께 이른바 ‘안정권 사단’으로 불리고 있다. 송씨의 유튜브 편집자였던 배씨는 ‘짭정권’이라는 이름으로 안정권 채널에 등장한 이래 지난 2월 ‘왕자’라는 채널을 개설해 극우성향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GZSS라고 적힌 검은 셔츠를 입은 사람들은 소위 ‘태극기집회’ 때부터 보수단체 집회현장에서 자주 목격되곤 했다. 지난해 이른바 ‘조국 사태’ 때 서초동에서 열린 ‘조국 구속 촉구 집회’ 때나 최근 정의연 이슈에서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고 있는 ‘수요시위 맞불집회’ 현장에서도 ‘실력행사’를 해왔다.
지난 총선 전후로 오프라인에서 보수단체 집회 풍경은 상당히 바뀌었다. 선거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주장하던 태극기 집회는 자취를 감췄다. 보수가 대패한 선거결과의 영향으로 보인다. 대신 선거에서 낙선한 민경욱 전 의원과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주최하는 부정선거 규탄 집회가 거의 주말마다 열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사전투표 조작 등을 통해 선거부정을 했다는 주장이다. 집회의 주 무대는 검찰과 선관위가 있는 서울 서초동으로 옮겨갔다.
당초 안씨 측은 이 ‘부정선거 이슈’에 부정적이었다. 안씨 측이 공개한 서초동 집회 영상을 보면 집회현장에 나타난 안씨가 연단에 선 가세연 김세의 대표에게 시비를 걸다 경찰에 제지당하는 영상이 여럿이다. 유튜브 상에선 가세연 측과 안씨 측의 비방·폭로전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왜 이들은 온·오프를 넘나들며 다투는 것일까.

서초동 부정선거 집회에서 가세연의 김세의 대표를 찾아가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는 극우성향 유튜버 안정권씨(가운데 선글래스를 쓴 인물) /GZSS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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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하자면 돈 때문이다.”
안씨 측에게 폭행당한 송영훈씨의 말이다.
“운동이 광범위한 중간 세력에게 호소력을 가지려면 돈 문제에 얽히지 말아야 한다. 내가 안씨의 여러 행태를 비판한 것도 안씨가 주장하는 것은 우파 운동의 대의가 아니라 결국은 우파코인, 돈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럴까.
지난 6월 7일 방영된 MBC 탐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서 앞서 GZSS 청년들의 폭행 장면이 방송되자 이 회사 이름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찍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나 실질적으로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안씨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이 회사는 서울 강남, 부산·대구·광주 등 주요 도시에서 열린 보수집회를 주도하고 있지만 공익법인이나 민간단체가 아닌 회사라는 사실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GZSS그룹은 스스로 ‘대한민국 최초의 반공회사’라고 표방하고 있다.)
외형상 회사의 본업은 쇼핑몰 운영이다. 이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쇼핑몰을 보면 페인트 그래피티 낙서가 된 야전 점퍼나 안정권씨의 얼굴이 들어간 머그컵, GZSS 로고가 적혀 있는 모자 등을 팔고 있다. 등기부등본상 회사는 2015년에 설립된 것으로 되어 있다.
거의 안씨 1인 회사처럼 운영이 되지만 등기부등본상의 대표나 등기임원 명단에 안씨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도소매유통업·물류업 등의 업종에 2018년 9월 인터넷방송 서비스업·스튜디오 대여업 등의 업종을 추가했다. 그러나 실제 상당 부분 수입을 올리는 곳은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유튜브 방송이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크게 광고와 슈퍼챗이다.
슈퍼챗은 채널운영자의 라이브 방송에서 채팅창 참여자들이 후원금을 쏴주는 형태로 2017년부터 시작됐다. 유튜브 채널 시청률 집계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 6월 8일부터 15일까지 1주일간 ‘GZSS팀’이 유튜브 방송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슈퍼챗만으로 3302만원. 국내 1위였다. 직전까지 플레이보드가 집계한 전 세계 1위도 이 회사가 기록했다.
■ 슈퍼챗 1위 안정권 채널을 둘러싼 의혹들

GZSS 팀, GZSS 엔터테인먼트, 안정권 저장소 등 GZS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대부분은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상으로 채워져 있다. /GZSS팀 유튜브 채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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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부터 갑자기 급부상한 이 채널이 현재까지 슈퍼챗만으로 벌어들인 돈은 앞의 플레이보드 데이터에 따르면 약 4억6385만원이다. MCN(다중채널네트워크) 업계에서는 GZSS 회사가 달성한 이 기록을 “믿기 힘든 수치”라고 말한다. 조회수나 구독자수, 채널 순위 등을 고려해보면 채널 구독자가 아무리 충성도가 높더라도 달성하기 힘든 기록이라는 것이다.
실제 GZSS와 안씨가 운영하는 여러 채널을 보면 슈퍼챗 이외에도 ‘문자은행’·‘후원계좌’·‘해피나눔’ 등 다양한 후원방법이 안내되어 있다.등록 영상에는 항상 채널홍보와 함께 ‘슈퍼챗 후원하기’·‘계좌로 후원하기’ 등 자세한 후원방법 안내가 인트로 부분에 소개되어 있다.
단체도 아닌 기업이 후원금을 내는 것도 아닌 받는 주체가 될 수 있을까.
현행 기부금품 모집법에는 기부금품을 ‘명칭과 상관없이 반대급부 없이 취득하는 금전이나 물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기부컨설팅업계 관계자는 “돈을 내는 사람은 막연하게 ‘좋은 데 쓰려나 보다’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게 결국 자신들의 영리 활동이나 생계 목적으로 모금하는 것이라면 후원금이라는 말을 쓰면 안 된다”며 “사실 유튜버들이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후원금을 모집하는 것은 이미 보편화된 사안이기 때문에 행정안전부에서 유튜버 후원금 문제는 차제에 정리가 필요할 듯싶다”고 덧붙였다.
행안부 민간협력과 관계자는 “현행법상 원칙적으로 1000만원 이상 모으는 경우 모금 목적과 계획 등을 사전에 등록 지자체 등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 상에서 후원금 모집의 법적 문제에 대해서 아직 정리된 것은 없다”며 “만약 탈세나 위법사항이 있을 경우 수사기관의 조사를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기자가 안씨와 GZSS의 유튜브 활동에 대해 취재하던 6월 15일 유튜브 측은 돌연 안씨와 GZSS 채널 슈퍼챗서비스를 중단시켰다. 관련 문의에 대해 유튜브 측은 “개별 콘텐츠나 채널과 관련한 사항은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허위정보·혐오 콘텐츠 방치, 유튜브 책임은 없을까

극우 유튜버 ‘왕자’ 배인규씨가 자신의 5.18 허위주장을 비판한 가짜뉴스 팩트체크팀 헬마우스 진행자 개인 주소지를 확성기 단 차량을 타고 방문해 협박 방송을 하다 동네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저지를 받고 있다. 유튜브 측은 이 불법·협박 영상을 보름 넘게 방치하다 기자의 관련 취재가 시작되자 6월 18일 오후 삭제했다. /유튜브 캡처
“우리는 인종이나 성, 종교나 성적지향에서 다수그룹이 차별과 배제, 혐오를 정당화하기 위해 올린 비디오를 지속적으로 차단해왔다.”

유튜브의 최고경영자(CEO) 수전 워치츠키가 지난 6월 11일 유튜브 공식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미국 전역에 번지고 있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과 관련한 언급이다. 그는 글에서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난 1분기(2020년 1~3월)만 하더라도 증오·차별 범주의 콘텐츠 영상은 10만 개, 댓글은 100만 개 이상을 삭제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할 수 없다”며 영어·프랑스어 등 다양한 언어권 출신의 모니터 요원을 동원해 콘텐츠들을 검토해 품질을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보수 우파 유튜버들의 ‘선 넘은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있다. ‘왕자’ 배인규씨의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이라는 이름의 영상이 등록된 것은 지난 3월이다.
실제 5·18기념재단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왜곡제보’코너에 가면 지난 3월부터 배씨의 영상을 허위왜곡정보 사례로 신고하는 제보가 수십 건이 들어와 있는 상태다.
N번방 사건 피해자를 ‘창녀’로 매도하는 영상 등 배씨가 올린 다른 영상들도 명백한 허위·혐오정보지만 기자가 문제 제기한 6월 18일까지 그 영상들은 노출되어 있었다. (기사를 마감한 직후인 6월 18일 오후 유튜브 측은 기자가 문의했던 배씨의 5·18 관련 영상들을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반 규정을 들어 삭제했다)
“검토 인력 자세한 공개는 곤란”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이 명백한 허위·혐오정보를 왜 방치하는가’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한국 유튜브시장이 미국이나 유럽시장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은 것도 한 이유다. 한국에서는 유튜브가 한국의 인터넷 생태계에서 지배적 사업자이기 때문에 지위에 걸맞은, 보다 많은 책임을 요구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관련된 지적이나 문제 제기도 온라인상의 메일로만 하게 하는 등 구글 측이 개설한 창구도 충분치 않은 것도 문제다.”
<유튜브 트렌드 2020> 저자인 김경달 네오캡 대표는 일부 극우 유튜버의 선 넘는 행태와 관련해 “유튜브 방송 브랜드가 주목을 받으면 수익 때문이라도 일정한 선을 넘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유튜브 알고리즘이나 수익창출 구조가 콘텐츠 생산자가 ‘어그로(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 동영상을 올리는 것)’를 끌도록 유도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지만 모든 어그로가 다 부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유튜브가 가진 영향력만큼 지금보다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을 들여 플랫폼이 건강하게 운영되도록 하는 운영책임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 가짜·허위정보에 대한 구글 측의 책임을 보여주는 지표도 발표됐다. 6월 17일 발표된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20’에 실린 ‘가짜·허위 정보로 가장 우려되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전세계 40개국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유튜브가 31%로 1위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페이스북·왓츠앱 등이 1위를 차지한 데 비해,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우려되는 플랫폼으로 유튜브를 가장 많이 꼽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그림 참조).
허위정보·혐오 콘텐츠 방치, 유튜브 책임은 없을까.
수전 워치츠키 대표의 글과 관련, 삭제된 증오·차별 콘텐츠 중 한국어 콘텐츠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대해 유튜브 측은 6월 18일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대신 유튜브 측은 지난해 4분기에 삭제된 전체 580만 건의 동영상 중 한국 영상은 6만2450건이었다고 밝혔다. 콘텐츠 모니터링 요원 중 한국 콘텐츠를 검수할 수 있는 한국어 구사자는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질문엔 “검토 인력은 한국어를 포함해 다양한 언어 능력 및 전문성을 보유한 1만 명 이상의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며 “(모니터 요원의 거주 국가 등) 관련 상세 정보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이제 음식점 수저통은 가라… 따로 내고, 덜어 먹고

경상북도가 ‘클린&안심 경북’ 캠페인 동참 업체에 지원하는 ‘안심접시’ / 경상북도 제공
경북 안동의 어느 한우집. 구이를 주문하면 명이나물·백김치·해파리무침·샐러드 등 반찬접시가 상을 덮는다. 마늘과 쌈장이 담긴 두 칸짜리 종지와 소금 종지, 양파채 그릇은 일인당 하나씩 나간다. 상 한쪽에는 수저통이 딸려 있다. 여느 고깃집과 비슷한 구조다. 최근 사소하고도 큰 변화가 생겼다. 손님에게 일일이 네 칸으로 된 ‘안심접시’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집게로 여러 가지 반찬을 종류별로 옮겨 담을 수 있도록 했다. 더 이상 손님이 수저통 속을 만지작거리지 않아도 된다. 상차림을 할 때 수저를 따로 내고 있다. 이 식당은 경상북도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추진하는 식사문화 개선 캠페인에 참여 중이다. 총괄관리인 차종학씨는 “식당 입장에선 안전한 인상을 전할 수 있고, 손님 입장에선 위생적으로 음식을 드실 수 있어 좋다”며 “다들 덜어 먹기에 잘 동참해주시고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달리 먹어봅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한 냄비, 한 접시에 음식을 담아 여럿이 같이 먹는 한국의 식사문화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도 식사문화 개선에 팔을 걷어붙였다. 밥상도 ‘뉴노멀’을 맞을 때가 왔다.
“다중이용시설 중 식당은 감염 위험이 매우 높다. 일상생활에서 늘 이용하는 곳이므로 음식 덜어 먹기, 지그재그 앉기, 식사 시 대화 자제 등의 거리 두기 수칙을 준수해달라.”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6월 18일 중대본 회의에서 “코로나19가 수도권 일상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발생 초기부터 식사하며 감염된 사례가 잇따랐다. 찌개와 반찬을 함께 먹는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정부도 이참에 바꿔보자고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식사문화 개선 추진방안’을 마련했다. 3대 식사문화 개선과제로 음식 덜어 먹기, 위생적 수저 관리, 종사자 마스크 쓰기를 꼽았다. 음식 제공방식, 조리기구 관리 등 세부 실천 수칙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지자체와 외식단체를 통해 보급하기로 했다. 공모전을 열어 외식업체가 활용할 수 있는 식기와 도구 발굴에도 나선다. 외식업체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개인 접시 같은 물품도 지원할 계획이다. 종사자 마스크 쓰기, 소독장치 구비 등 업체가 어느 때나 방역에 신경 쓸 수 있도록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더불어 챌린지’로 의료진을 격려했듯 식사문화를 바꾸자는 소셜미디어(SNS) 캠페인도 벌일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식사문화 개선을 위해 마련한 1인 반상 시안. / 농식품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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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계도 달라지고 있다. 여름 별미 ‘팥빙수’도 테이크아웃 컵이나 작은 그릇에 담아내는 1인 메뉴로 나오고 있다. 찌개처럼 여러 숟가락이 빙수 그릇에 오가던 모습은 올여름 줄어들 전망이다. 1인 샤브샤브 전문점, 1인 반상 메뉴를 선보이는 한식당도 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제품과 서비스가 꾸준히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그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찌개와 반찬을 함께 먹는 식습관을 위생상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식 세계화의 방해 요소로도 거론됐다. 한국인 특유의 정이 녹아 있다고 보는 시각과 비위생적이라는 시각이 공존했다. 다만 지금의 식사문화는 엄밀히 따지면 전통이 아니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독상에서 밥을 먹었다. 남녀에 분별이 있고 어른과 아이 사이에 순서가 있다는 유교적 가치관에 따른 것이었다. 소반 위에는 밥 한 그릇, 국 한 그릇, 반찬 몇 가지만 올랐다. 왕실이나 관청의 연회를 그린 그림에도 여럿이 독상에서 각자 식사하는 모습이 나온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대학원 교수는 “19세기 들어 중인들도 양반 남성을 닮아가서 독상 받는 분위기가 주류처럼 여겨졌다. 20세기에는 서구에서 ‘가정경영의 효율성’이라는 주제가 건너오면서 공동식탁을 사용하자는 캠페인이 시작됐다. 여성의 가사노동력이 식사를 차리는 데 쏠리는 문제도 해결하고 가족의 화목을 위해서도 같이 식사하는 것을 권장했다”고 말했다.
1949년 8월 문교부는 ‘국민의식생활개선 실천요항’을 발표하는데 그중 하나가 ‘가족이 각상에서 식사하는 폐를 없애 공동식탁을 쓸 것’이다. 주 교수는 “1960년대 산업화로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주가 늘고, 도시의 주거공간이 작아지면서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하게 되고 음식점도 바뀌었다”며 “그렇게 밥과 국, 수저만 내 것이고 나머지는 나누는 것이 한국식 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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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캠페인을 넘어
직장인 장모씨(36)는 기존의 식사문화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최근 업무 관계자들과 퇴근 후 고깃집을 찾았다. 원래 직원이 구워주는 방식이라 개인 젓가락이 불판으로 향할 일은 없었다. 기본 찬으로 나온 계란찜은 함께 떠먹었고, 입가심으로 주문한 볶음밥도 마찬가지였다. 장씨는 코로나19 이후에도 “마스크 쓰기처럼 기본적인 것만 하면 (전염병에) 걸리고 안 걸리고는 내 손을 떠나는 영역 같다”며 식사 방식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식사 방식을 신경 쓰는 사람이 있거나, 다들 덜어 먹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개인도, 식당도 식사문화를 바꿔나가는 데 동참할 유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단순한 캠페인으로는 수십 년간 뿌리내린 식사문화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영하 교수는 “단순히 국민을 계몽하기보다, 음식점 업주들에게 강요하기보다는 자발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일반 시민과 업주·지자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어떻게 하면 인간미를 잃지 않고 식사할 수 있을지, 밖에선 1인상으로 하고 집에서만 모여 먹을 건지 등을 토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의 한우집을 관리하는 차종학씨도 “(정부와 지자체가) 수저를 놓는 방식같이 작고 세세한 부분까지 안내하고 지원한다면 더 많은 업체가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에너지 빈곤층 “여름을 어찌 날꼬”
ㆍ전기료 부담으로 에어컨 사용 못 하는 취약계층 위한 보편적 정책 필요
최진호(83·가명)씨의 얼굴에는 휴지 조각이 붙어 있었다. 휴지로 땀을 닦은 탓이다. 최씨의 방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 다세대주택 3층에 있다. 꼭대기 층이어서 여름에 더 덥다고 했다. 1층에서 31개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최씨의 방이 나온다. 계단을 오르는 그의 발걸음이 더디다. 방광암 수술 후 매단 소변주머니 때문에 거동이 쉽지 않다. “이 계단 때문에 더 못 나오겠어.” 최씨는 여간해서는 외출을 하지 않는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쪽방 / 이준헌 기자
최씨의 관심사는 온통 다가온 ‘여름’에 쏠려 있다. 이 집에서 어떻게든 폭염을 버텨야 한다. 10년 된 에어컨과 선풍기가 있지만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켜기가 어렵다. 학원을 운영했던 최씨는 5년 전 폐업한 뒤 모아둔 돈으로 생활을 해왔다. 6월 현재 최씨의 통장 잔고는 50만 원 정도다. 잔고가 ‘0’이 되면 기초연금 30만원이 유일한 수입이 된다. 당장 매달 내야 하는 월세 40만원이 걱정이다. 여기보다 더 싼 집은 쪽방뿐인데 이사하기가 여의치 않다. 세간살이 처분이 어렵고 이사비용도 부담이다. 더위를 피할 무더위 쉼터가 있다지만 거기까지 걸어갈 엄두가 안 난다. 그나마 올해는 코로나19로 무더위 쉼터 수용 인원이 절반으로 줄었다.
숨겨진 에너지 빈곤 가구
최씨는 기초생활수급자도, 차상위계층도 아니다. 1989년 이혼한 뒤 줄곧 혼자 살았다. 자녀와도 교류가 끊겼다. 하지만 서류상 부양의무자가 있어 수급 자격을 얻지 못했다. 수급 자격을 얻지 못한 최씨는 자연스럽게 에너지 복지에서 배제됐다. 현재 ‘주택용 복지 할인요금’ 등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정책은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을 겨냥해 설계됐기 때문이다. 최씨는 “너무 덥고 걱정이 돼서 잠이 안 온다”며 “다만 얼마라도 전기요금 지원을 받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민씨(가명)가 거주하는 대구 달서구의 영구임대아파트 / 반기웅 기자
황인창 서울연구원 안전환경실 부연구위원은 최씨와 같은 이들을 ‘숨겨진 에너지 빈곤 가구’라고 설명한다. 일반 저소득 가구 중에서 에너지 비용 지출을 줄이면서 냉난방 에너지 부족을 겪는 가구다. 정부의 에너지 빈곤 가구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황 부연구위원은 “숨겨진 에너지 빈곤 가구는 폭염과 혹한을 그대로 겪으며 산다”며 “이들 가구는 냉난방 에너지 부족을 경험할 확률이 2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에너지 복지 혜택에서 배제된 이들은 에어컨과 같은 냉방기 사용률이 극도로 떨어진다. 에어컨 보유율은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차상위계층 이상이 더 높지만, 에어컨 사용률은 기초생활수급가구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 차상위계층 이상에서는 전기료 감면 등 에너지 복지 혜택이 적기 때문이다. 차상위계층의 월평균 에너지 비용은 3만4900원(서울시 기준)으로 기초생활수급가구의 에너지 비용(3만6512원)보다 낮다. 요금 감면 등 혜택을 받지 못한 가구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현재 정부에서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 빈곤 기준(TPR·소득의 10% 이상을 냉·난방을 위한 에너지 비용으로 지출하는 가구)을 따를 경우 에너지 빈곤 가구 비율은 1.3%(서울시 기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기에 총소득에서 월세를 차감한 후 재산정하면 저소득 가구 가운데 에너지 빈곤 가구 비율은 29.2%까지 높아진다. 정부 예상보다 더 많은 저소득 가구가 에너지 빈곤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에너지 복지 지원대상인 기초생활수급가구는 어떨까. 중증 뇌병변장애인 이성민씨(26·가명)는 대구 달서구 영구임대아파트에 산다. 이씨의 집에는 에어컨이 없다. 경제적인 이유에서다. 창문을 열고 선풍기 한 대를 돌리는 게 고작이다. 지난 6월 10일 오전 10시 20분 이씨의 집 실내온도는 31도였다. 이씨는 대화 중에도 연신 얼음물을 찾았다. 여름에는 창문을 열어놓고 있어도 실내온도가 35도까지 오른다.

최진호(가명)씨가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 반기웅 기자
에어컨을 사기 위해 이씨는 지난해 1년 만기 적금을 들었다. 오는 10월이 만기가 되는 달이다. 적금에 부을 돈을 마련하기 위해 평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는 지역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한다. 퇴근 후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열기가 밀려온다. 전동스쿠터에서 내려 거실까지 오면 땀으로 흥건하다. 이씨는 “대구에 열대야가 시작되면 선풍기로는 감당이 안 된다”며 “선풍기 한 대로 살아봤는데 정말 못 살겠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
전기료 할인 받아도 요금 무서워
에어컨을 설치한다 해도 가동하기가 쉽지 않다. 이씨와 같은 1인 가구에 발급하는 에너지바우처(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현금성 쿠폰)은 7000원(하절기 기준)이다. 한국전력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장애인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전기요금 할인 혜택은 여름철(6~8월) 최대 2만원에 불과하다. 이씨는 “여름을 나기 위해 지원책을 알아봤는데 도움받을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정말 숨만 붙어 있을 정도, 딱 죽지 않을 정도만 도와준다”고 말했다.
김숙희씨(89·가명·서울 종로구 창신2동)는 독거노인으로 생계급여를 받아 생활한다. 집에 에어컨은 있지만 켜지 않는다. 2018년 폭염 때 한 달 전기요금이 20만원 나온 뒤 에어컨 가동을 더욱 꺼린다. 당시 김씨는 전기요금 할인을 받았지만 별 도움이 안 됐다. 월세 30만원에 전기요금 20만원을 내고 나니 당장 생활이 막막했다. 의사소통이 불편한 김씨를 오가며 돌보는 이웃주민 문선자씨는 “할머니는 늘 집에만 계시는데 지금의 할인 혜택으로는 에어컨을 켤 수 없다”며 “찜통 같은 집에서 전기라도 마음 놓고 쓸 수 있도록 나라에서 지원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노인 가구 가운데 독거노인 가구, 만성질환을 앓는 가구, 저소득 가구, 단열이 좋지 않은 주택에서 거주하는 가구일수록 에너지 빈곤에 취약하다. 2018년 온열질환 사망자 48명 가운데 70.8%가 65세 이상 고령자로, 사망 발생 장소의 31.3%가 집이다.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대구 쪽방처럼 ‘상징성’ 있는 가구에 대한 대책은 일부 나왔지만 취약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보편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며 “코로나19로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만큼 가능한 한 집에서 머물면서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한국은 돈 많으면 최고인 나라?" `황제`가 판친다
"저희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로 보는데요. `아픈 병사를 배려한다고 간부가 세탁물을 나누고 생수를 나르면서 배려했다`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복무 중 1인 생활관을 쓰며 이른바 `황제 복무` 논란에 휩싸인 공군 사병 A씨.
A 병사는 상관인 부사관에게 개인 빨래와 음료 배달 심부름을 시키고, 외출증 없이 근무지를 이탈하고, 심지어 부모가 생활관 샤워실 공사를 지시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았는데요. 해당 내용은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을 서울 금천구의 공군 부대 소속 부사관이라고 밝힌 청원인에 의해 알려졌습니다.
부모 재력 덕에 특혜를 누렸다는 `황제 복무` 논란은 많은 이들 입길에 오르며 공분을 샀습니다. A 병사는 최영 나이스그룹 부회장의 아들로, 최 부회장은 구설이 확산하고 군이 수사에 나서자 지난 16일 모든 직책에서 사퇴했습니다.
`황제`란 수식어는 한 분야 `최고 위치`란 긍정적 의미로 쓰이지만, 권위와 재력에 따른 부당한 특혜를 꼬집을 때도 곧잘 등장합니다. `골프 황제`와 `황제 골프`가 순서만 바뀌어도 전혀 다른 뉘앙스로 사용되듯이요. 특히 이 단어는 각종 혐의를 받는 기업인들이 죗값을 치르면서도 특혜를 누릴 경우 어김없이 따라붙습니다.
과거 탈세로 벌금 254억 원을 선고받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2014년 벌금 납부 대신 일당 5억 원의 노역을 선택해 `황제 노역`이란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또 2018년에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병보석 상태에서 음주 등을 하는 모습이 포착돼 `황제 보석`이란 뭇매를 맞았죠.
1988년 탈주범 지강헌의 `무전유죄 유전무죄`란 절규가 30여 년 흐른 지금까지 국민의 법 감정이 외면당할 때마다 떠오르는 것은 참 씁쓸한 현실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황제 소환`, 최규호 전 전북교육감의 `황제 도피` 등 이 단어가 쓰이는 유형은 갖가집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터지는 `황제 논란`은 일반적인 국민 정서와 간극이 클수록 파열음도 큽니다.
일례로 최저 시급 몇천 원(2020년에는 8천590원)인 소시민에게 `회장님`의 죗값 일당마저 억대란 사실은 분노를 자아내기 충분합니다. 이처럼 불공정과 불평등이 불러오는 상대적 박탈감, 그에 따른 분노는 국민적인 질타가 돼 사회 자정 기능으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굉장히 긴 시간 동안 소수의 지배 계층, 특히 정치 세력, 재벌 세력들이 결합해 파워 엘리트들을 계속해서 재생산해놓은 사회"라며 "그들에게 불신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자신들(국민)이 집결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굉장히 강한 특성이고 시민 사회의 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이런 특혜 논란이 수면 위로 드러날 때마다 어떤 생각이 들까요?
권대도(69) 씨는 "정말 시민으로서 분노할 수 있는 일"이라며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그런 식의 사회생활을 한다든지, 특혜를 받는다든지 이렇게 되면 국민으로선 정말 실망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곽미라(38) 씨도 "(불공정한 특혜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 똑같은 시민이고, 평등한 사회에서 사는데 아직도 돈과 권력(의 힘)이 만연한 사회인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부모 혹은 자신의 재력과 권력으로 불공정한 특혜를 누리는 황제들.
"돈 많으면 가장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란 말은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까요.
매일경제 이은정 기자 이성원 인턴기자 김혜빈 / 내레이션 이성원 인턴기자 [연합뉴스]
트럼프 '인종주의 유세'를 박살낸 'K팝 팬'들의 반란
[2020 美 대선 읽기] 트럼프 '털사 유세'를 통해 확인된 쟁점 3가지
숱한 논란 와중에서 강행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유세가 20일(현지시간) 오후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열렸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지난 3개월 동안 대중 유세를 하지 못했던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이날 자신의 지지자들이 열광할만한 자극적인 발언과 왜곡과 과장, 때로는 허위 주장을 쏟아내면서 오는 11월 3일로 예정된 대선에서 '프레임 전쟁'을 주도하려 했다. '트럼프 정치'에서 매우 중요한 지지자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트럼프는 현재 열세에 몰려 있는 상황을 돌파해 나가려는 계획이다.
그런데 대선을 앞둔 '바람몰이'의 신호탄 격이었던 이날 유세가 "망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재선캠프는 이날 행사에 "100만 명 이상이 사전 신청했다"고 자신감을 보였고, 이 소식을 듣고 일부 열성 지지자들이 유세장 앞에 2-3일 전부터 텐트를 치고 줄을 서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당일 참석자는 사전 신청자의 100만 분의 1인 1만 명도 채 안됐다. 행사장인 오클라호마주 털사 은행센터(BOK)는 총1만9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는데, 2층 좌석의 대다수가 비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으며, 향후 대선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날 유세에서 확인된 주요한 쟁점 3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1. 트럼프 캠프를 속인 K팝 팬들의 '노쇼' 캠페인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야외 유세가 취소되고 실내 유세장의 관중이 적었던 것에 대해 격분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는 100만 명 가까이 사전신청이 몰리자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한 지지자들을 위한 야외 행사도 준비했고, 트럼프와 펜스 부통령이 야외 유세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참석률이 저조해 이날 야외 행사는 취소됐다.
브래드 파스케일 트럼프 재선 캠프 본부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급진 좌파 시위대가 유세 참석을 막았다"고 정치적 갈등을 조장하려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유세장 참석률이 저조한 이유는 '반 트럼프' 성향의 10대 청소년들과 K팝 팬들이 수십만 장에 달하는 표를 사전 예약하고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가 지난 11일 트위터에 이날 유세 입장권을 휴대전화로 예약하라는 공지를 띄우자 K팝 팬들이 이를 퍼나르면서 신청을 독려했고, '틱톡'(10대들이 널리 이용하는 동영상 기반의 소셜미디어)에서도 유사한 일이 일어났다. 트럼프 유세를 사전 예약하고 '노 쇼(No-show)'하자는 주장을 담은 틱톡 유저의 영상은 70만7000명이 좋다는 입장을 표했다.
스타 진보정치인인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은 트위터에서 파스케일에게 "사실 당신은 이 코로나 기간에 행사장을 가득 채울만큼 백인 우월주의자의 연설을 원한다고 틱톡에서 가짜 티켓 예약으로 트럼프 캠페인을 벌인 10대들에게 한방 먹었다"고 지적했다. 웹사이트 제작자 출신인 파스케일은 2016년 대선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선거 전략을 통해 트럼프의 절대적인 신망을 얻었고, 선거전에 본격화되자 이번 재선 캠프에서도 본부장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앞서 트럼프 캠프 쪽에서 노예해방일인 '준틴스데이'(6월19일)에 맞춰 유세를 잡은 것에 대해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반대 여론을 주도한 것도 K팝 팬들을 포함한 10대-20대들이었다. 특히 털사는 99년 전 백인들에 의한 흑인 대학살이 벌어졌던 곳이라는 점에서 트럼프가 그의 지지층인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결집시키려 한다는 것 자체가 인종주의적인 행위라고 비판을 받았다.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추모 과정에서 대중적인 지지를 받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2012년 흑인 소년에게 총을 쏘아 죽인 방범대원 짐머맨이 무죄로 풀려나는 사건을 계기로 불붙은 인종차별 철폐 운동)를 깎아내리는 '백인 목숨도 소중하다'(White Lives Matter)는 해시태그(#)가 온라인에서 묻히는 데도 10-20대들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이들은 '썰렁한 유세장'을 확인한 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해냈다(we did it ya'll)"며 자축하는 메시지를 앞다퉈 올렸다.

▲ 20일 털사 유세장의 빈 자리들. ⓒAP=연합뉴스
2. 트럼프 '바이블벨트와 러스트벨트의 결합' 전략...시작부터 '삐긋'
트럼프가 3개월 만에 대규모 유세를 시작하면서 장소로 정한 오클라호마주 털사는 여러가지 면에서 상징성이 크다. 우선 오클라호마주는 지리적으로 트럼프가 재선 전략으로 삼은 '바이블벨트'(보수 기독교인 복음주의 세력이 강한 지역)과 '러스트 벨트'(중공업 지대)가 연결되는 지역이다. 바이블벨트인 남부 지역(루이지애나, 아칸소, 미주리, 켄터키, 조지아, 토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과 러스트벨트인 오대호 연안 지역(위스콘신, 미시간, 미네소타, 펜실베니아 등)에서 모두 접근도가 좋은 지역이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프레시안>과 전화 인터뷰에서 "1만 명 지지자가 모였다는 것은 트럼프 캠프 입장에서는 처참한 결과"라면서 "바이블벨트와 러스트벨트의 '골수 지지자들'을 오클라호마에 모이게 해서 이들 '레드 넥'(러스트벨트의 보수적인 백인 노동자 계층을 지칭하는 말)들을 11월 대선 때까지 몰고 다니려고 했는데 실패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3. 트럼프 캠프, 코로나 무시+인종주의 드라이브+보수 메시지 설파
한편, 이날 유세는 트럼프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19,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불거진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재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유세는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여전한 상태에서 실내에 다수의 관중이 몰리는 행사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트럼프 캠프는 참석자들에게 행사 참석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트럼프나 캠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명을 하도록 요구한 사실 때문에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 이날 행사를 앞두고 트럼프 캠프 관계자 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는 확진 판정을 받은 6명을 즉각 격리 조치했고, 이들은 물론 집적 접촉했던 사람들도 유세 현장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확산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에 충분한 조치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트럼프 캠프는 이날 행사장 입장 전 발열 체크를 하고 행사장에 손 세정제를 배치하며 원하는 이들에게 마스크를 배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날 행사장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트럼프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에서 연설을 하고 다닥다닥 붙어 앉은 상태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또 트럼프는 이날 유세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여기에는 나쁜 면이 있다. 그 정도로 진단검사를 하면 더 많은 (확진) 사람들을 찾아내게 된다. 그래서 내가 진단검사를 제발 줄이라고 말했다(So I said to my people, slow the testing down please)"고 주장했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2만 명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 코로나 확진자 숫자를 줄이기 위해 검사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쪽에선 "터무니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또 이날 코로나19에 대해 "역대 어떤 질병보다 많은 이름을 가진 질병이다. 이를 부르는 19~20개의 다른 이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이름을 짓는다면 그것을 쿵 플루라 부르겠다"고 했다. 중국 무술 쿵후를 빗대서 이렇게 주장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는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칭하다가 "인종주의적 발언"이라는 비판을 직면했었다. 현재도 코로나19를 중국에서 인위적으로 퍼뜨렸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주장하는 듯 지속적으로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또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제기된 역사적 인물(미 대륙을 발견한 콜롬버스, 남부군 연합의 리 장군 등)의 동상을 철거하는 등 재평가 움직임에 대해 "잔인한 검열과 배제는 미국인들의 소중히 여기는 가치에 위배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인종주의적 발언에 대해 지지자들은 크게 환호했다.
/ 프레시안 전홍기혜 특파원 |
선원의 월평균 임금은 474만원...연근해어선 임금, 원양어선의 절반

원양어선 홍진701호. 해양수산부 제공
한국인 선원의 평균 임금은 474만원으로 조사됐다. 연근해어선이나 내항선 선원의 임금은 원양어선 선원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는 국내외 선원의 취업 현황 및 임금 수준 등을 담은 ‘2020년 선원통계연보’를 22일 발간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연보는 지난해 12월말을 기준으로 조사한 통계를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외국인 선원의 통계는 담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인 선원의 2019년 말 기준 임금은 월평균 474만 원으로 전년의 469만원보다 1.1% 증가했다. 10년 전인 2010년의 364만원에 비해서는 30.2% 늘어났다.
선원의 업종별 월 평균 임금은 원양어선이 740만 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해외취업상선(719만원), 해외취업어선(700만원), 외항선(603만원) 순으로 높았다. 하지만, 연근해어선(384만원)과 내항선(379만원)의 선원 임금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취업한 선원은 모두 6만454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한국인 선원은 3만4123명으로 전년에 비해 618명 감소했고, 외국인 선원은 2만6331명으로 1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선원이 줄어든 것은 낡은 내항선과 연근해어선의 감축 등으로 한국 국적의 선박이 전년보다 42척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해수부는 밝혔다. 지난해 외항선은 3척, 내은 24척, 연근해어선은 17척 각각 감소했고, 원양어선은 2척 늘어났다.
업종별 한국인 선원의 수는 연근해어선이 1만3666명으로 전체 한국인 선원의 40%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내항선 8100명(23.7%), 외항선 8079명(23.7%), 해외취업선 2909명(8.5%), 원양어선 1369명(4.0%) 순으로 나타났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종부세 1원도 안내는 투기꾼들 잡지 못하면 6.17대책 무의미
'갭 투기꾼’들이 손실을 보고 주택을 매도하게 될까?
정부가 21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일부언론은 강력한 대책이라고 호평했고, 다수 언론은 과거 정책의 "재탕"이고 전형적인 "뒷북 정책"이므로 실패할 것이 뻔하다는 혹평을 내놓았다.
부동산 대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는 하나다. 대책 발표 이후 집값이 하락하면 그 대책은 성공적이고, 하락하지 않으면 그 대책은 실패한 것이다. 이번 대책으로 지난 3년 내내 급등한 서울집값과 작년 말 이후 급등세를 보인 수도권과 지방도시의 집값이 하락할까?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지방도시의 집값을 급등시킨 가장 큰 힘이 투기였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집값이 하락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투기가 끝나야 한다.
투기를 끝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투기꾼이 손실을 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태까지 정부정책은 집값 급등세를 멈추는 것이 목적이었지, 급등한 집값을 하락시키려는 정책은 펴지 않았다.
그러나 주택투기가 큰 손실로 귀결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투기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살아나곤 한다. 그러면 주택 투기꾼이 손실을 입도록 하려면 어떤 정책을 펴야 하나? 그리고 이번 대책은 그런 정책을 담고 있나?
주택투기 수익률 한달 만에 30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하루 전 어느 방송은 집값이 급등한 청주지역을 취재해서 그곳 부동산 중개업자의 목소리를 전했다.
"작년 가을부터 투자자들이 버스로 몰려왔다."
"한 명이 서너 채씩 싹쓸이하는 바람에 매물이 씨가 말랐다."
"한 달 만에 2억 이상 오른 것 같다."
다른 기사에 의하면 4억원 주택의 전세가가 3억5천만원이으로 그 주택 매입을 위한 자기자금은 5천만원이면 충분했다고 한다. 그 주택이 한달 만에 2억원이 올랐으니, 수익률이 무려 300%에 달한다. 그 돈을 은행에 예치했다면 100년이 되어도 얻을 수 없는 수익을 단 한 달 만에 얻은 것이다.
그러므로 투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갭 투자를 한 주택투기꾼은 어느 누구보다 뛰어난 투자가라 할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사례가 서울에 이어 수도권과 지방도시에서 연이어 발생했다.
얼마간의 자금이 있고 또 투기에 나설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아직 투기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지역에서 갭 투자를 하고픈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한 달 만에 300% 수익을 낸 투기꾼이 그 수익을 다 게워내도록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주택투기의 열기는 결코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투기비용 상승해야 주택투기 끝날 것
주택투기에서 수익이 발생하려면 첫째 투자한 주택의 가격이 올라야 하고, 둘째 투기의 비용이 가격상승보다 적어야 한다. 지금처럼 주택가격이 강한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투기꾼이 손실을 입도록 하려면 투기비용을 급격히 상승시켜야 한다.
투기비용은 금융비용과 세금비용인데, 금리가 0%대인 상황에서 금융비용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투기꾼이 손실을 보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세금비용을 대폭 높이는 것밖에 없다.
문재인정부는 주택투기꾼에 대한 세금비용을 높이는 정책을 몇 차례 발표했다. 2017년 '8.2부동산종합대책’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중과했고, 2018년에는 보유세인 종부세를 상당폭 강화했다. 그런데 왜 주택투기가 사그라들기는커녕 더 활활 타오르는 걸까?
'갭 투기꾼들’, 시세차익의 10%만 양도소득세 낸다
가령 양도소득세를 보자. 청주의 아파트 3채를 갭 투자한 사람이 한 채당 2억원 상승해서 6억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했을 경우를 보자. 2017년 '8.2 대책’에서 3주택자 이상은 양도소득세를 20%p 중과했으므로 양도차익의 6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러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소득세 중과를 배제함은 물론, 기존 양도세의 70%를 감면해준다. 양도차익의 약 10% 정도만 세금으로 부과하므로 6억원 중 5억원 이상을 세후이익으로 챙길 수 있다.
만약 그 갭 투기자가 임대주택 외에 다른 주택을 소유한 경우 1주택자로 간주하여 그 주택에서 발생한 차익은 양도소득세가 면제된다.
청주 아파트의 가격이 급등해서 10% 세금을 내는 것도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를 피할 방법도 있다. 먼저 거주주택을 매도한 다음 임대주택 중 한 채에 2년 동안 거주한 후 매도하면 양도소득세를 1원도 안 낸다. '8.2 대책’의 양도세 중과는 그저 제스처였을 뿐, 이처럼 엄청나게 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준 것이다.
'갭 투기꾼', 종부세 1원도 안 내
주택을 보유하는 기간 동안 부담해야 하는 종부세는 어떤가? 문재인정부는 종부세율을 두 차례 인상했고, 보수언론은 "세금폭탄"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다주택자가 소유한 주택의 공시가 합계액이 12억원 이상이면 종부세율이 1.8%다. 시세 기준 30억원의 주택소유자는 공시가로는 약 20억원이므로 종부세액은 약 2600만원이다. 매년 이 금액을 세금으로 내는 것은 작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줬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종부세를 1원도 안내게 해주는 것이다. 전국에 등록된 임대주택이 156만채다. 임대주택 외에 임대사업자가 거주하는 주택이 또 52만채다. 다주택자가 소유한 200만채 이상의 주택에 대해 종부세를 1원도 안 내고,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약간의 금액만 과세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주택을 가진 사람은 예외없이 내야하는 재산세도 임대사업자는 거의 안 낸다. 심지어는 구멍가게를 하는 영세자영업자들도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도 임대사업자는 80%를 감면해준다. 이런 세금특혜를 알고나면 한국이 지구 상에 유일한 "다주택자의 천국"임을 누구나 실감한다.
'6.17 대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6.17 대책'은 이런 어마어마한 세금특혜를 전혀 손대지 않았다. 그러니 주택투기꾼들이 손실을 보고 주택을 매도할 리가 없고, 집값이 하락할 리도 없다. 오히려 정부는 갭 투기꾼들이 투기로 얻은 시세차익에 대해 세금을 거의 안 내도록 해주고 있지 않은가.
기사를 읽다보니 집값급등에 깜짝 놀란 실수요자들이 불안감을 견디지 못하고 매수에 가담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한 달 만에 300%에 달한 수익률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증가할 것이다.
그 시세차익에 대한 세금특혜를 폐지하지 않으면 주택투기로 수억원 혹은 수십억원을 챙기는 투기꾼이 셀 수 없을 것이고, 문재인정부는 "주택투기정부"로 길이 남을 것이 확실하다
프레시안
더 좋은 장애학생 교육이 교육 불평등 막는다
[복지국가SOCIETY] 장애의 벽을 넘어 보편적 교육으로
20대 국회에서 정치인들의 막말은 역대급이었다. 그 중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드러내 준 말을 상기해보자. 상대편 정치인을 일컬어 사용했던 용어들, "벙어리", "절름발이",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장애인이 아니다, 비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장애인." 장애인은 마음과 생각이 비뚤어진 존재인가?
장애를 가졌다고 '을'이 되는 세상
말에는 사람의 생각과 철학이 베어 나온다. 더욱이 무의식적으로 나온 말은 평소 생각의 깊이와 색깔을 드러낸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용어에는 시대상이 오롯이 담기기도 한다. 장애가 우리 사회의 인식 틀 안에서 차이가 아닌 차별의 개념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닐까? 그래서 걱정이다.
어디 말 뿐이랴? 몇 년 전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은 장면이 떠오른다. 가까운 곳에 특수교육기관이 부족하여 발달장애 학생이 통학을 하려니 하루 3시간이나 걸리는 어려움이 있었다. 학교 신설이 필요하여 정치인과 지역주민을 설득하기 위한 눈물겨운 호소였다. 장애를 지니면 왜 읊조리고 미안해야 하고, ‘을’이 되어야 할까?
복지국가의 척도는 장애인을 고려한 복지체제뿐만 아니라,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에 달려있다고들 한다. 장애인에 대한 태도와 배려, 사회보장 정도를 그 척도로 삼기도 한다. 본 칼럼에서는 장애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 용어, 재개념화에 대한 담론을 제기하고, 교육에서 통합교육과 포함교육 접근을 제시하고자 한다.
장애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
'장애'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의존적이다? 불쌍하다? 내가 장애인이 아니라 감사하다? 뭔가 도와줘야 할 것 같다? 영화나 문학에서 접하는 장애에 대한 시선과 이미지는 어떠한가?
장애인 미디어 교육을 하는 미디액트에 의하면, 우리가 흔히 TV와 신문, 그리고 인터넷 등의 매체에서 자주 접하는 장애인에 관한 이야기는 대략 세 가지 유형으로 묶어볼 수 있다고 한다. 첫째, 장애 때문에 어려움과 비참함을 겪어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시혜와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그래서 시청자와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야기다. 둘째, 그런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이웃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삭막하지만 아직은 인간미가 살아 있는 살만한 곳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셋째, 그런 봉사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의 초인적인 노력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한 장애인의 영웅담이 있다.
예를 들어, 쉽게 움직이기 어려운 지체장애인이 히말라야 산맥을 완주했다는 뉴스를 접하면 극복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본인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안간힘을 썼을 그 힘겨운 상황을 생각해보면, 아름다운 도전이라기보다 눈물 겹고 처절하기까지 하다. 사회에서 있는 그대로 장애를 바라봐주고, 장애로 인한 개별적 요구를 담담하게 수용해준다면 장애 자체를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길 필요가 있었을까? 한 사람에게 장애 그 자체를 더불어 지니고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해준다면 말이다.
결국 이런 시혜와 동정, 봉사, 극복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와 이미지가 우리 사회에서 장애를 바라보는 주류적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런 이미지는 역으로 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장애에 대한 특정한 인식을 강화한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평범한 이웃이 아닌, 뭔가 부자연스럽고 이상하고 특별한 그 무엇이 된다. 나아가 우리가 외국인(특히 유색 외국인)을 대할 때 범하는 차별(Xenophobia)과 유사하게, 장애는 무능하고 불행하다는 고정관념이 편견으로 발전하고, 많은 경우 결국 차별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현상은 장애를 가지고 있으니 불편하고, 능력이 없을 것이며, 그래서 불행할 것이라고 넘겨짚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편견의 일부일 뿐이다. 신체의 일부분을 활용해 철인 3종 경기에 과감히 도전하는 이도 있고, 휠체어에 의지한 채 우주의 역사를 밝히는 데 있어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으며, 한손에 두 개뿐인 손가락으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선사하는 이도 있다.
이제부터 '장애는 다른 것'으로 바라보자. 이상하고 일탈된 것이 아닌, 자신과 아주 정확하게 일치하는 외모와 성격, 습관,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허구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장애를 지닌 사람에게 장애 그 자체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더불어 살아가야 할 그 무엇이고, 다른 이와 차이가 있는 것, 즉 다른 것이다.
가령, 자폐성 장애인의 경우 언어 사용에 문제가 있지만, 시각적 사고는 독특하고 뛰어나서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직소 퍼즐을 풀어내고, 지하철 노선도를 쉽게 외우고, 맥락 대신 세부적인 사항에 집중하는 등 우뇌 활용 능력이 뛰어나다.
템플 그랜딘(Temple Grandin). 동물심리학 및 가축에 대한 인도주의적 사육 방법 발전에 기여하여 명성을 얻은 자폐성 장애 교수로, 선도적인 축산업 설비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그림으로 생각하기(Thinking in Picture)>의 저자인 그녀는 시각적 이미지로 사고하여 소들이 왜 붉은 깃발과 그림자를 무서워하는지 알아낸다. 2005년 정윤철 감독의 <말아톤>은 속일 줄 모르고, 순수하고, 바보스러우리만치 연습해서 완주하는 자폐성 장애인의 모습을 담아냈다. 최근 영화 <증인>에서도 자폐성 장애 학생 지우가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이들은 독특한 면은 있지만, 동정이나 시혜를 베풀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장애를 일컫는 용어들
장애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용어'에 형상화되는지 살펴보자. 비교적 오래된 한국 현대문학에는 장애를 비하하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벙어리 삼룡이, 백치 아다다, 귀머거리, 장님 등이 그러하다. 외국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영어단어 'handicap'은 'hand a cap'에서 온 단어로, 모자를 내밀고 구걸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이는 비장애 중심주의 개념과 더불어 장애를 가진 사람을 열등한 사람으로 저가치화하고, 그들로 하여금 차별적 대우를 받도록 하는 관념을 출현하게 했다.
최근에는 완곡어인 '발달장애'라고 부르는 '자폐증'이란 용어는 어떤가? 과거 소통이 안 되는 정치인을 일컬을 때 '자폐적(自閉)'이라는 말을 쓰곤 했다. 꽉 막히고 답답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다. '자폐'는 스스로 본인을 닫는다는 용어로 발달장애인을 잘못 일컬은 용어다. 자폐성 장애인은 타인에게 어떻게 다가갈 지에 대한 기술이 부족할 뿐, 관계나 상호작용을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장애를 일컬을 때 가치를 개입하기(value-based)보다는 가치중립적(value-free) 용어를 사용한다. 정신박약아에서 정신지체로, 10여 년 전부터는 지적장애로 호칭한다. 그리고 정신분열증은 조현병으로, 간질은 뇌전증으로 부른다.
"장애우"라는 용어는 어떤가? 아마도 친근감을 표현하려는 의도에서 쓰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이 장애인이라면 스스로에게 '장애우'라는 용어를 써서 1인칭 주체화하기 어렵다. 3인칭 용어로 인해 본인이 장애인일 경우 문법적 오류가 발생한다. 장애를 가진 이를 대상화, 제3자화한 것이 아닌지 재고해야 한다. 장애를 제3자화하면 나 아닌 장애우는 나보다 못하다는 인식을 갖게 하고, 본인은 우월적 지위를 선점하는 좋은 기제가 작동된다. 장애는 나 혹은 우리가 아닌 '그들'이라는 개념을 형성하게 된다.
용어의 사용과 관련하여 서구 사회에서는 60년대부터 '사람 먼저(People First)' 운동이 전개됐다. '장애를 지닌 사람'이란 명칭을 사용할 때도 피플 퍼스트 운동에 의해 장애를 사람 뒤에 써 'disabled People'이 아니라 'people with disability'라고 쓴다. 나아가 장애를 지칭할 때 개인의 결점이 아닌 하나의 개성으로 여기자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제는 장애계에서 자기 옹호를 통해 장애인이라는 용어를 다르게 쓰기 시작했다. 뭔가 할 수 없는 무능력한 의미의 장애(disabilities)가 아닌, 다른 장점을 지닌 혹은 다른 능력이 있는(differently abled), 신체적으로 도전적인(physically challenged), 발달적으로 도전적인(developmentally challenged)이라는 용어가 그것이다. 자기주도성을 지니고 주체적인 인간, 세금을 내며 자립하는 장애인의 이미지를 형성해가고 있다.
장애에 대한 재개념화
인식과 용어에 이어 장애 개념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살펴보자. 인류학자들은 보편주의 접근보다는 문화상대주의 입장을 선호한다. 다시 말해, 장애는 사회가 합의하여 만들어진 개념이라고 본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장애를 이해하는 모델을 처음에는 의료적 원인에서 찾다가 이제 사회적 지원 여부에 따라 장애를 입는 원인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장애 그 자체보다는 기능과 참여가 중요한 요인이라는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
장애에 대한 의료적 모델은 장애를 가진 사람을 신체적 이상과 결손에 기인한 의료 진단과 처치의 대상으로 본다. 따라서 호의적으로 간주하게 된다. 호의는 불쌍함을 키웠고, 불쌍해진 사람은 여전히 부족한 존재로 낙인찍힌다. 의료적 모델을 넘어 사회적 모델로의 전환은 환경과 상호작용을 강조한다. 개인의 객관적 손상이 주요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장벽들, 접근과 이동성이 보장되지 않은 건물 구조와 교통, 의사소통의 제한된 방식들, 편견 등이 장애를 사회에서 종속적 위치로 저가치화하는 데 작동한다고 보게 되었다.
장애의 발생은 '개인의 능력과 요구되는 숙련도 사이의 불일치, 개인에 대한 기대와 환경적 조건 간의 불일치'에 기인한다고 본다. 이런 개념은 전 세계적으로 장애 이해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개인의 결함이 장애에 대한 규준이 아니라, 개인의 가능성과 공동체 내의 사회적 참여 여부가 장애를 규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장애인의 질병과 손상은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고, 장애인의 개인적 문제 상황 및 환경적(맥락적) 요인이 어떻게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지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며, 사회적 참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장애는 질병과 같이 치료나 죽음에 의해 종료되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치료되는 것이 아니다. 지속되는 것이다. 그리고 극복되는 그 무엇이 아니고,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일부이다. 장애학(disability studies)적 관점에서 장애를 수용하면 장애는 이상한 것이 아니고, 그저 다른 그 무엇일 뿐이다. 이상성을 부각하여 차별하기보다 보편성에 기반을 두고 차이와 다양성의 렌즈로 바라보자.
보편적이고 포함하는 교육이 특별한 도전이 되지 않도록
이제 우리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고도 소박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열어가야 한다. 장애가 없었으면 다녔을,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다니는 것이 장애 학생에게 더는 특별한 도전이 되지 않아야 한다. 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숨은 잠재력이 더는 묻히지 않도록, 미래의 꿈이 피어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 보편주의 포용적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 있다.
유엔이 발간한 '장애와 지속가능 발전 목표에 대한 유엔보고서(2018.12)'는 장애인이 가난과 소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필수 조건으로 교육권을 지속가능 발전 달성의 중요한 기초라고 강조하였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공부하고, 또래와 함께 학교와 집을 오가고, 교실에서 필요한 인적·기술적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만을 위한 교육시설이나 교실을 만들어 분리교육을 진행하기보다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장애의 유형과 정도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장애로 인한 개별적 요구에 맞도록 사회에서 지원을 해주면 모두가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WHO의 '사회적 모델'처럼 사회에서 장애를 수용하지 못해서 장애로 살아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이 통합교육, 포함교육이란 장애 학생도 일반 학생과 함께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다닐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일반 학급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매우 다양하다. 일반 공립학교라도 한 학급의 구성원은 동질 집단이 아닌 이질 집단에 가깝다. 그러므로 인종, 민족, 가족 구성원, 사회·경제적 계층, 성 정체성, 능력, 외모 등을 포함한 다양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장애를 비롯해서 점차 확대되는 개인의 다양성 수용과 관련된 쟁점을 심각하게 논의해야 한다. 교사가 장애 아동을 통합하기 위해 교육을 설계하고 실행하면, 일반 학급에서 함께 교육받는 다양한 어려움을 지닌 아동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이런 맥락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SENDDD(Special Education Needs Disability, Difficulties, Disadvantages)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특수교육 요구를 지닌 아동이라는 뜻이다. 단지 장애를 지닌 아동(disabilities) 만이 아니라 학습이나 정서에 어려움을 지닌 아동(difficulties)과 여러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아동(disadvantages)들을 포함한 개념이다.
장애뿐만 아니라 불이익을 받는 학생들을 포함하는 방법으로 '보편적 학습 설계(universal Design Learning: UDL)'를 통한 교육을 하면 다문화 가정 아동, 기초 학습 부진아 등을 모두 함께 품어 안을 수 있다. 학습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미지나 음성 지원, 글자 크기 조절, 텍스트나 디지털북 등 다양한 매체나 자료를 제시하는 것, 다양한 문제를 제공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게 하는 것, 학생이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용이한 참여 수단을 제공하는 것 등이다.
이렇게 내용과 방법을 보완하여 유연성 있게 접근하면, 장애 학생들뿐만 아니라 특별한 교육적 요구를 지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비단 장애학생 교육에만 필요한 개념이 아니다. 보편적 학습 설계가 코로나19로 인해 더 심화할 교육의 소외와 격차를 좀 더 좁힐 수 있지 않을까? 이 같은 교육의 변화를 통해 차별 언어 사용과 차별 행위가 부끄럽게 여겨지는 날이 성큼 다가올 것이다/ 강경숙 원광대 교수/ 프레시안
친공과 반공 사이···포로들은 가면 쓰고 춤을 췄다
(상)이념을 감금했던 땅,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엔군 제1거제도포로수용소 초단파구역 중계소 너머로 거제도수용소에서 이송된 포로들을 수용 감금했던 통영의 용초도와 추봉도가 보이고 있다. 통영은 물론 부산, 제주, 논산, 인천 등의 포로수용소와 군부대 그리고 연합군 최고사령부와 통신하기 위한 시설 건물 4개소의 일부가 계룡산 정상부에 남아 있다. / 김창길 기자
이념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거듭되는 심문과 재판도, 그리고 폭력도, 그것의 실체를 오롯이 밝혀낼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철조망에 가두고 갈라놓고 낙인찍는 일밖에 없었다. 70년 전 유월의 전쟁은 한반도의 허리를 두 동강 냈다. 생각이 다르다고 낙인찍힌 자들은 철책 안에 감금됐다. 녹슨 철조망은 온데간데없지만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포로수용소의 담장들은 무너지지 않았다. 적군포로들을 내려다보던 계룡산 유엔군 제1거제도포로수용소 초단파구역 중계소 창밖으로 보이는 남해의 섬들은 쓰라린 거제도의 사연들을 파도에 흘려보내는 듯했다.

거제도포로수용소 고현동 잔존 유적지, 경비대 막사 / 김창길 기자
“국기계양(게양)에 대한 것은 제네바 협정에도 때와 장소가 명시된 바와 같이 「포로 본국의 명절인 경우」 즉 이날은 우리 본국의 력사적 명절이며 조선 민족으로서 잊을 수 없는 명절이기 때문에 어데까지나 정당한 요청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미국 국립기록보관소·NARA)
포로들의 편지는 궁색하지 않았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조선 땅의 분단이 미국이나 소련 탓이라는 비난도 없었다. 광복절의 국기게양은 국제법에 따라 정당하다는 인민군 제8대대 포로들의 1952년 8월8일의 요청서다. 수신인은 유엔군 제1포로수용소인 거제도포로수용소 제18포로수용소장이다.

거제도포로수용소 고현동 잔존 유적지, 경비대 막사 / 김창길 기자
70년 전 발발했던 6·25전쟁의 적군 포로들이 급증한 것은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한 1950년 9월 이후였다. 파죽지세로 낙동강까지 남진했던 인민군은 한반도의 허리를 유엔군에 넘겨주며 고립됐다. 한 달 후의 중공군 참전은 유엔군의 제1포로수용소였던 부산 거제리 수용소가 제 기능을 수행하기에 어렵게 만들었다.
제주도가 거론됐으나, 새로운 포로수용소로 낙점된 지역은 부산 남서쪽의 거제도였다. 해발 335m 독봉산 둘레를 감싸고 도는 360만평의 평지에 가시철조망 숲이 조성됐다. 지금의 거제시청이 위치한 고현동 및 양정동, 수월동 일대다. 인민군을 비롯한 중공군, 빨치산 등 17만명이 넘는 적군 포로들은 1951년 독봉산 철조망 숲에 갇혔다.

포로들을 심사하던 법무관실 창가로 어두운 그림자가 사선을 그으며 명암을 짙게 드리우고 있다. 수월동(430-11번지) 법무관실 아래에 제빵소 굴뚝과 반지하 창고의 일부가 남아 있다. / 김창길 기자
고현동에 잔존하는 포로수용소 유적지 일대는 현재 6·25전쟁과 포로수용소를 기념하는 유적공원이다. 전시관에 들어서자 2년 전 공개된, 미군이 촬영한 포로올림픽과 포로의 입소 과정이 영상으로 흘러나왔다. “○○NK○○○○” 포로등록카드를 작성하고 머그샷 사진을 찍은 입소자들은 삭발과 소독을 거친 후 모포와 깡통 캔에 손잡이를 단 컵과 밥그릇 등의 보급품을 받았다. 돌아서는 포로들의 등에는 알파벳 ‘PW(prison of war)’가 하얀 페인트로 칠해졌다. 포로들의 일과를 담은 사진들도 전시됐다. 악기를 연주하고, 조각품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포로들의 사진은 유엔군의 선전용이었을 것이다. 1952년 거제도포로수용소를 방문한 보도사진가 그룹 ‘매그넘’의 ‘베르너 비숍’은 운동장 뒤편에 세워진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가면을 쓰고 스퀘어댄스를 추는 포로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철조망이 없었다면 포로수용소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평화로운 풍경들이다.
6·25전쟁 직전인 1949년에 체결된 제네바 협정은 전쟁 포로들의 인도적인 대우를 약속했다. 유엔군은 제네바 협정에 따라 거제도의 포로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받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서방 언론에 공개된 장소는 “유엔 재교육 캠프”로 기록돼 있다. 문맹을 깨치고 서방의 문화를 배우고 있는 장면들. 미육군 심리전본부 산하 민간정보교육국이 주도했다. 적 진영에 붙잡힌 포로들이 스스로 반공으로 돌아서는 모습들을 보여주려 했다. 이른바 ‘배신자 프로그램’이라는 심리전이었다.

고현동 거제도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 남아있는 무도장 벽체 / 김창길 기자
북한 포로들이 미국의 스퀘어댄스에 장단을 맞춘 사연은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포로들이 도대체 왜 가면을 쓰고 춤을 추었을까’라는 궁금증은 머릿속을 맴돌았다. 작가 최수철의 소설 <포로들의 춤>은 바로 이 궁금증에서 비롯된 이야기이다. 시인 김수영은 짤막한 논픽션 산문 <내가 겪은 포로생활>을 통해 실마리를 제공했다. 6·25전쟁 당시 북한 의용군으로 강제 징집됐던 김수영은 친공 포로가 장악한 부산포로수용소 막사에서 거제도포로수용소로 탈출했다. 하지만 시인은 울다가 병이 들어 자리에 누웠다. 막사에 남아 있던 동지들이 “적색 포로들에게 학살을 당하였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포로수용소의 낮과 밤은 달랐다. 해방동맹 이른바 ‘용광로’라고 불리던 친공 포로들이 장악한 어두운 막사에서는 인민재판이 열렸다. 사상이 의심되는 반동분자들은 즉결처분당했다. 시신은 막사 주변에 묻히고 절단된 사체는 분뇨 통에 섞여 철조망 밖에 버려졌다. 휴전 후의 포로수용소 자리에서는 1200구가 넘는 시신이 발견됐다.
거제도포로수용소에서 이송 감금됐던 용초도 수용소 친공 포로 막사의 쓰러진 벽체 위로 풀이 자라고 있다. / 김창길 기자
배신자 프로그램의 하나인 미국 춤을 추었던 포로들은 살아남기 위해 가면을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친공 포로들에게 반공의 모습을 보인 얼굴들은 밤의 인민재판을 피할 수 없었을 테니까. 1951년 9월17일에서 20일까지 3일 동안 학살된 포로의 숫자는 300명에 달했다. 9·17 폭동이라 기록된 사건이다. 제77수용소의 해방동맹 용광로가 접수한 수용소 하늘에는 사람의 피로 물들인 붉은 인공기가 휘날렸고 철조망 밖으로 적기가가 울려 퍼졌다.
반공 포로들의 반격도 있었다. 1951년 8월 유엔군과 국군 경비대의 지원을 받는 대한반공청년단이 조직됐다. 1952년 2월 포로 분류 심사를 거부하며 폭동을 일으켰던 친공 포로에 대항하기 위해 대한반공청년단은 반공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태극기를 휘날리면서 대한민국을 외치며 돌팔매가 날아오는 친공 포로 구역 앞을 행진했다.

8000여명의 친공 포로들을 감금했던 용초도 포로수용소의 배급저장소는 포로수용소 유적 중 유일하게 지붕이 남아있는 건물이다. / 김창길 기자
“별별 사람들이 다 모여 있는 곳이다. 위에는 검사, 판사, 신문기자, 예술가로부터 밑에는 중학생, 농부,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별별 성격의 사람들이 주위 4000미터의 철조망 속에 한데 갇혀 있는 곳이다.”(김수영, 잡지 ‘해군’ 1953년 6월호에 실린 <내가 겪은 포로생활>, 민음사)
3년이라는 시간 동안 포로수용소에서 김수영 시인이 목격한 포로들은 반공과 친공이 아닌 ‘별별 사람들’이었다. 철조망 안의 포로들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 친공과 반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중립은 어려웠다. 휴전 이후 송환을 거부한 포로 중 중립국을 선택할 수 있었던 북한 포로는 불과 74명이었다.

유엔군 제1거제도포로수용소 초단파구역 중계소 너머로 거제도수용소에서 이송된 포로들을 감금했던 통영의 용초도와 추봉도가 보이고 있다. / 김창길 기자


경실련 “아파트값 상승으로 생긴 불로소득 493조”
경실련 역대 정부 아파트값 실태 분석
문재인 정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52%↑
반등 시점은 2015년…“분양가상한제 폐지 영향”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3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 상승으로 생긴 불로소득이 493조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값 상승 실태 분석 결과’를 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문재인 정부 출범 시점인 2017년 5월 6억600만원에서 지난 5월 9억2000만원으로 52% 급등했다. 경실련은 이같은 중위 가격 상승폭(3억1400만원)과 서울 평균 아파트 수(약 160만채)를 감안할 경우, 지난 3년 동안 아파트값 상승으로 생긴 불로소득이 493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용산 미니신도시와 잠실 종합운동장 개발 등 집값을 자극하는 이슈가 쏟아지고 있다”며 “공공보유 토지는 건물만 분양하거나 공공주택을 확대하는 등 기존 집값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 분석 자료를 보면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5년으로 조사됐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가 본격화한 2010년 -3%, 2011년 2%, 2012년 -6%로 침체 일로를 겪다가 2015년 9%로 반등한 뒤 2016년 14%, 2017년 13%, 2018년 23%까지 줄곧 상승했다.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쏟아진 이후인 2019년 상승폭은 6%에 그쳤다. 경실련은 “서울 아파트값은 하락 안정세를 보이다 2014년 12월 분양가상한제 폐지 이후 급등하기 시작했다”며 “분양가상한제가 서울 아파트값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공공분양 아파트 등 제한적으로 적용되던 분양가상한제는 오는 8월부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 분양아파트까지 확대 적용된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 곧 인구 정책
인천시민 1071명 대상 인식 조사서 40.2% 일자리 정책에 우선순위…저출산 해법 1위 주거대책 강화
인천시민들은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인천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여건이 갖춰지려면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인천시가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응답도 이어졌다.

23일 인천시의 '인구정책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한 시민 1071명 가운데 40.2%는 시 인구 정책과 관련해 '인구변화에 따른 일자리' 분야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시민들이 우선시한 인구 정책은 일자리에 이어 저출산 대책(21%), 고령화 대책(18.6%), 원도심·신도심의 균형발전 정책(9.6%), 인구변화에 따른 교육정책(9.6%) 등의 순이었다.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당면한 과제 이외에 우선은 인천을 기반으로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놓은 셈이다.
인구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유사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응답자들은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 시가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정책(중복 응답)으로 청년·신혼부부 등의 주거대책 강화(41.8%)를 1순위로 꼽았다. 청년 일자리 증대(39.4%)와 출산 양육비 부담(38.7%) 등이라는 응답률도 높게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30·50대와 60대 이상은 주거대책 강화를, 20대 응답자는 청년 일자리를 꼽았으며 40대는 출산 양육비 부담 최소화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공통적으로 시민 대다수는 인구정책의 중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원도심과 신도심의 균형발전 등 시가 고려하는 인구정책 주요 분야 3가지 가운데서는 '저출산' 대책의 필요성을 가장 높게 평했다. 전체 응답자의 77.7%가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인천일보





25일 오전 8시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롯데백화점 노원점 앞에 재고 면세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긴 줄로 늘어서 있다. /박민주기자
오전 10시30분 문이 열린 행사장에는 생로랑·페라가모·발렌티노 등 브랜드 제품 180여종 2,000개가 평균 30~40% 할인된 가격에 판매됐다. 롯데는 매장별로 약 10억원 어치의 물량을 준비했다. 판매 첫날인 이날 오후 3시 기준 3개 점포에서 총 5억4,000만원 어치의 재고 면세품이 팔려나갔다. 오픈 5시간 만에 하루 목표 매출의 약 100%를 달성한 것이다.
주장] 보수언론과 합작한 진중권... 변절했다고 하지 말자
소셜미디어로 맹폭 → 여과없이 보도... 이것은 공해다

▲ 연사로 나선 진중권 전 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온국민공부방 제1강 "우리 시대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강연하고 있다.ⓒ 남소연
어느 날 '레거시 미디어'(전통 언론)가 포털사이트 실검에 올라와 있었다. 왜 '레거시 미디어'가 왜 화제의 중심에 섰나 했더니 JTBC 신년특집 토론회 때문이었다.
'한국 언론, 어디에 서 있나'를 주제로 한 토론회는 진중권과 유시민이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였다. 토론회가 끝나고는 진중권의 필사적 공격과 유시민의 태연한 무대응으로 다시 한 번 화제를 끌었다. 이 토론회에서 진중권이 반복해서 '레거시 미디어'를 언급했던 것 같다. 듣기에도 생소한 '레거시 미디어'라는 용어를 대중의 입에 이처럼 쉽게 올려놓는 걸 보니 역시 진중권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 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대중의 입에 올려놓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권력이다. 이 같은 권력을 가장 부러워하는 이는 아마도 '정치인'일 것인데, 이러한 측면에서 정치인의 권력에 비하면 진중권의 그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예컨대 며칠 전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를 거론했던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은 그의 발언보다는 그에 대한 진중권의 비난이 언론에 더 많이 보도됐다.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를 두고 "(대)포로 안 쏜 게 어디냐"라고 언급했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말하는 건 자유, 문제는...
진중권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루에 많게는 열댓 개의 글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 현 정부를 비난하는 글들이다. 이들 게시물은 많아야 500~600개의 '좋아요'를 받는 데 그친다. 그의 영향력에 비하면 다소 적은 숫자다. 팔로워도 2만6242명에 불과하다. 반면 유시민의 페이스북 계정은 운영하지도 않는데 팔로워가 5만7525명에 달한다.
진중권 소셜미디어 게시물의 내용은 심각하다. 대부분 근거가 빈약하거나 거의 없는 비난, 더 나아가 혐오발언이다. 예를 들면 앞서 언급한 설훈 최고의원에 대해서는 어떠한 근거도 없이 "내가 설훈이면 은퇴... 그 연세에 의원 꿰찬 건 적폐"라고 노인비하 발언을 했고, 송영길 의원을 비난하면서는 "이제 K-방역의 '국뽕' 효과마저 사라지면, 고통스런 경제 현실과 맨 정신으로 맞닥뜨려야 할 것"이라며 코로나19 방역에 힘 쓴 의료진과 국민의 노력을 폄하했다.
이처럼 어떠한 근거도 없는, 아니 굳이 근거를 찾으려 하지도 않는 비난 게시물을 수없이 쏟아내고 있으니 당연히 오류투성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중권은 오류를 고쳐 잡을 생각도 사과할 생각도 없는 듯하다. 한 예로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 사건에 대해서 그는 "이상한 사람들이 나타나 장모를 공격해대고 유시민은 윤석열이 공수처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고 자락을 깔았다" "조만간 뭔가 큰 게 터져 나올 것만 같은 박진감"이라고 주장했지만 정작 검찰은 총장의 장모를 기소했다.
내 기억 속에 그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던 것은 6년 전 영화 <명량> 사건이 유일하다. 당시 그는 평론가 허지웅의 글을 읽어보지도 않고 "짜증나네. 그냥 명량은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명량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면 영화적으로 어떤 면이 뛰어난지 이야기 하면 됩니다. 하다 못해 허지웅처럼 전쟁 장면을 1시간 이상 끌고 갔다는 둥", "물론 자질을 의심케 하는 뻘소리지만"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정작 허지웅은 "전쟁 장면 1시간" 발언을 하지 않았었다. 이에 그에게 "진선생이나 나나 어그로 전문가지만 이건 아니죠. 저는 '명량'이 전쟁 장면이 1시간이라서 훌륭하다고 평가한 적이 없습니다"고 반박했다.
당시 허지웅은 영화 평론가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 허지웅의 항의 이후 진중권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허지웅이 자세히 썼다는 글은 아직 못 읽어봤고, 그저 뉴스검색에 이런 기사 걸리길래 어이가 없어서 한 말"이라며 "그의 발언 취지가 왜곡된 거라면 '자질' 운운한 것은 그의 말대로 불필요한 어그로. 미안"이라고 사과했다.
변절이 아니라 '변신'에 가깝다
그렇다. 허지웅의 말대로, 보는 이의 관점에서 진중권은 "어그로 전문가"다. 어그로의 사전적 의미는 "관심을 끌고 분란을 일으키기 위하여 인터넷 게시판 따위에 자극적인 내용의 글을 올리거나 악의적인 행동을 하는 일"이다.
그가 관심을 끌고 분란을 일으키기 위해 게시물을 쓰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최근 그의 '어그로'가 점입가경에 달했다는 건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하는 일이라면 모조리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진중권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는 여권은 철저히 그의 어그로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유시민은 "진 전 교수가 뭐라 하든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면 돼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진중권의 어그로가 대대적으로 보도된다는 점이다. 그가 페이스북에 한 마디 글을 쓸 때마다 어김없이 기사로 대량 유통된다. 그러다 보니 단순한 어그로에 불과한 그의 발언은 언론으로 승화돼 버리기까지 한다.
도대체 이러한 진중권의 권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이러니 하게도 그것은 그가 언급했던 '레거시 미디어'다. 그 중에도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언론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소위 '까고 싶어' 하는 그들은 진중권의 어그로를 그대로 받아쓴다. "이에 대해 진중권은 이렇게 말했다"라고 하면 팩트 시비도 피해갈 수 있다. 팩트가 뭔지 상관도 없이 하루에도 수십 개의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진중권과 그의 어그로를 인용해 보도해 버리는 보수언론의 조합이 진중권 권력의 핵심이다.
어그로는 최대한 관심을 얻어야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대상이 된 사람들은 진중권의 어그로를 상대해주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진중권의 어그로가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은 보수언론의 역할이 크다. 진중권 역시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오히려 보수언론을 어그로의 확산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마저 든다.
진중권은 2000년대 초반 안티조선일보 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 데뷔했다. 그리고 그를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것 역시 보수언론과의 싸움이었다. 그런 그가 보수언론과 합작해 어그로를 끌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며 '변절'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어그로 전문가였고 지금도 그 모습에는 변함이 없다. 단지 누구와 손잡고 어그로를 끄느냐가 바뀌었을 뿐이다. '변절'이라기보다는 '변신'에 가깝다. 그의 변신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궁금하다.김광민(coreane)/ 오마이뉴스




삶의 질보다 경제적 성취, 분배보다 성장에 방점
포스트 코로나시대’ 인식조사
‘각자 도생’으로 가치 변화
사회적 평등보다 경쟁력 더 중요시
물질주의 지향 세속화 짙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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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코로나19의 확산이 한국인의 삶의 태도를 생태환경과 삶의 질, 공동체적 연대의식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꿔놓지 않겠느냐는 예상은 빗나갔다. 반년 가까이 이어진 재난적 상황은 과거보다 물질주의적 성향을 강화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글로벌리서치와 함께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포스트 코로나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2년 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같은 문항으로 조사했을
때보다 물질주의 성향은 더 짙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분배와 성장 중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3.6%가 ‘성장’을 택했다. ‘분배’라고 답한 이는 25.7%에 그쳤다. 7점 척도(1점은 성장, 4점은 중립, 7점은 분배)로 2018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의 동일한 조사와 비교해보니 3.62점(2020년)으로 2년 전 같은 조사(3.95점)보다 0.33점 성장 쪽으로 이동했다.
‘개인간의 능력차를 보완한 평등사회’와 ‘개인간의 능력차를 인정하고 경쟁력을 중시하는 사회’ 중에서도 후자를 택한 응답(61.1%)이 전자(14.7%)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7점 척도(1점은 경쟁력 중시, 7점은 평등사회)로 보면 3.28점으로 2년 전인 3.83점보다 경쟁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0.55점 이동했다.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위험에 대한 사회보장 등 국가의 책임이 높은 사회’와 ‘세금을 적게 내는 대신 위험에 대한 개인의 책임이 높은 사회’ 중에서도 ‘개인의 책임’(50.4%)을 택한 이들이 ‘국가의 책임’(22.3%)을 택한 이들보다 많았다. 7점 척도(1점은 개인 책임, 7점 국가 책임)로 보면 3.58점으로 2018년(4.45점)보다 큰 폭(0.87점)으로 개인 책임 중시 쪽으로 기울었다.
‘연대와 협력, 경쟁과 자율 중 무엇이 중요한가’, ‘삶의 질과 경제적 성취 중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각각 3.52점, 3.88점으로 2018년 답변 4.13점, 4.84점에 비해 ‘경쟁과 자율’, ‘경제적 성취’를 중시하는 태도로 크게 움직였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은 “지난해 11월 서울 거주자들에게 비슷한 문항을 물었더니 ‘경제적 성취보다 삶의 질’, ‘경쟁과 자율보다 연대와 협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했다”며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이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한쪽에서는 ‘언택트’라며 고립을 강요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는 등 현재 상황은 모순적”이라며 “개인별, 계층별로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달라서 사람들의 의식이 어떤 방향으로 변해갈 것이라고 단정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20~30대 여성들은 평균값과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경향성이 있다”며 “서로 상충되는 힘 중 긍정적인 힘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사회적 논의를 모아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경실련 vs 국토부, 서울 땅값 공방 '2라운드'
국토부 '14% 상승' 해명에 경실련 재반박 "통계 근거 대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국토교통부의 서울 아파트값 공방이 통계 진실 논란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경실련은 25일 국토부를 상대로 성명을 내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14.2% 올랐다고 발표한 근거를 대라”고 지적했다.
국토부 "경실련 주장은 과잉 해석…서울 아파트값 14% 올랐다"
지난 23일 경실련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현 정부 들어 52% 올라,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보다 부동산 투기 현상이 심화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실련은 해당 통계의 근거로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자료를 들었다. (☞관련기사 : 경실련 "文정부서 서울 아파트값 52% 올라...불로소득만 493조")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62311323699682
KB주택가격동향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서울의 표본 아파트 6750채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 아파트의 가격이다.
해당 기자회견이 논란이 되자, 다음 날인 24일 국토부는 한국감정원 주택가격동향조사를 근거로 현 정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상승률은 14.2%에 불과하며, 경실련 발표는 가격 상승분을 과잉 해석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주택가격동향조사는 현재 정부의 아파트 가격 공식 통계 자료다. 감정원이 전국 아파트 1만7000여 채를 표본으로 선정해 매달 가격 변동률을 기록한 지표다.
국토부는 경실련이 조사 근거로 삼은 아파트 중위가격은 가격 변동 추이 지표로는 적절하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노후 아파트를 철거하고 새 아파트를 공급하면 중위가격이 오르기 마련인데, 새 아파트 중위가격 상승을 기존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경실련이 기자회견을 열어 현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이대희)
경실련 "감정원 통계로도 실거래가 42.5% 올랐다" 재반박
이에 이날 경실련이 국토부 주장을 재반박했다. 경실련은 국토부가 근거로 든 한국감정원 통계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그간 감정원은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을 축소해 정부 신뢰를 추락시킨 기관"이라며 “(국토부 발표가) 이 기관을 동원해 또 통계를 조작한 결과라면 엄중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실련은 “정작 감정원 통계 중에서도 ‘지역별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지수값이 2017년 5월 93.8에서 2020년 3월 136.3으로 42.5% 상승했다"며 국토부가 “집값 안정세를 주장하기 위해 시장 상황에 맞지 않는 주택가격동향조사만 인용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경실련은 “국토부 발표가 사실이라면, 그간 국토부는 왜 21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남발했느냐"며 “경실련은 부동산 관련 입장을 발표할 때마다 구체적 근거를 모두 공개했으나, 국토부는 시장 상황에 맞지 않는 주택가격동향조사만 인용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국토부를 향해 “14.2% 상승했다고 주장하려면 감정원 통계를 어떤 근거로 만들었는지부터 투명히 공개하라"며 “감정원 통계가 잘못이라면 당장 부동산 통계체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과 국토부의 이번 공방은 ‘제2라운드'에 해당한다. 지난해 12월 3일 경실련은 정동영 전 민주평화당 대표와 함께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 땅값이 2054조 원 올랐고, 한국의 공시지가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정부 발 땅값 통계가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문재인정부 시기 땅값 폭등...1%가 737조 소유)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68198?no=268198
이 주장 직후인 같은 달 4일, 국토부는 경실련 주장의 근거가 없다며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경실련은 공시가격 업무 담당자 등을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날(25일) 경실련은 과거 토론 제안이 무산된 것을 두고 “(경실련의 공개 토론 제안에 국토부는) 장차관급의 책임 있는 답변을 할 수 있는 인사가 토론장에 나오는 것은 무리라며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실련은 다시금 국토부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이대희 기자/프레시안



방위비분담금 감액 27%-동결 70%"
통일연 '통일의식조사' 미 인상압박에 저항감 "평화공존 가능하면 남북통일 필요 없어"
우리 국민의 약 97%는 한미간 인상 폭을 놓고 견해차가 큰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분담액을 현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줄여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KINU)은 25일 공개한 'KINU 통일의식조사 2020'(표집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조사 결과다.
이 조사는 통일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0일 사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에서 방위비 분담금을 현 수준(지난해 1조389억원)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69.6%, 감액해야 한다는 비율은 26.9%로 나타났다.
유지와 감액을 요구하는 비율이 각각 71.5%, 24.8%를 기록한 지난해 조사 때보다 감액 비율이 소폭 올라, 미측의 증액 압력에 대한 저항 여론이 커졌음을 보여줬다. 구체적인 분담금 인상률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안으로 알려진 13%(35.7%) 혹은 그 미만(42.6%)을 선호하는 비율이 78.3%로, 13% 이상에 동의하는 비율이 21.6%로 나타났다.
특히 13% 미만 응답자 중 보수층 45.6%, 진보층 42.4%, 중도층 40.5%로 이념성향이 보수적일수록 감액 의견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50% 증액을 선호하는 응답자는 1명에 불과했다.
해당 조사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북한을 선제적으로 혹은 북측 요청을 받아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은 70.3%, 같은 조건에서 일본을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은 54.1%로 나타났다.
남북한의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하다면 통일이 필요없다는 응답은 54.9%로 집계됐다. 평화공존 선호 비율은 2017년 46.0%, 2018년 48.6%, 2019년 4월 49.5%, 2019년 11월 50.7%, 2020년 54.9%로 계속 느는 반면, 통일 선호 비율은 2017년 31.7%, 2018년 32.4%, 2019년 4월 28.8%, 2019년 28.1%, 2020년 26.3%로 주는 추세다.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응답자는 89.5%로 집계됐으며 북핵 개발을 막기 위한 정부의 역할에 회의적인 시각도 41.7%로 나타났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북한인권 뒤에 숨은 ‘무리한 돈벌이’…누굴 위해 대북전단 날리나
뉴스분석 ‘북 인권개선’ 명분의 허상
남북관계·북쪽 가족 위기에 빠뜨리는데
탈북단체, 여론 반대에도 강행
단속 이전엔 취재요청 등 요란
“시끄럽지 않으면 모금 안돼” 증언
경찰, 박상학 형제 압수수색

박상학 자유북한연합 대표가 26일 오후 동생 박정오씨가 대표로 있는 서울 일원동 사단법인 큰샘 앞에서 경찰의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발언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를 결정해 긴장된 남북관계가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일부 탈북민 단체는 대북전단 살포를 계속하겠다고 공언해 위태로운 남북관계에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경찰이 26일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해온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과 ‘큰샘’(대표 박정오)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도 정부의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다. 경찰은 이날 두 단체 사무실과 박상학 대표의 휴대전화와 차량 등을 압수수색했다. 통일부·경기도가 두 단체를 경찰에 수사의뢰한 데 따른 조처다.
■ 여론 부정적인데 왜 무리할까? 박상학 대표 등은 전단 살포 강행 명분으로 “북한 인권 개선”을 내세우지만, 국민 여론은 이들의 행위에 매우 부정적이다. 한국갤럽의 19일 발표를 보면 국민 열명에 여섯명은 “대북전단 살포는 해서는 안 될 일”(60%)이라고 답했다. 이런 국민들의 우려와 정부의 제지에도 아랑곳 않고 박상학 대표 등은 대북전단 살포를 지속하겠다는 태도다.
그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남북의 긴장이 일촉즉발 국면으로 치닫던 지난 23일에도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에서 22일 밤 대북전단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왜 이렇게 무리를 하는 것일까?
경찰은 23일 오전 10시께 강원도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 야산에서 전단 살포용 대형 풍선과 전단 등이 담긴 비닐봉지를 발견했다. 박 대표가 전단을 살포했다는 파주 덕은리에서 동남쪽 70㎞ 지점이다. 요컨대 풍선은 북쪽이 아닌 남쪽으로 날았다. 박 대표의 당시 주장에는 “‘6·25 참상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전단 50만장, ‘진짜 용된 나라 대한민국’ 소책자 500권, 1달러 지폐 2천장, 에스디(SD)카드 1천개를 대형 풍선 20개에 매달아 살포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정황상 신뢰도가 낮다”며 “홍천에서 발견된 풍선에는 박상학 쪽이 주장한 소책자, 달러 지폐, 에스디카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으로 날아가지도 않을 전단을, 규모를 과장해가며 날려보낸 데엔 이유가 있다.
■ 미국 보수단체와 국내 보수 개신교가 ‘돈줄’ “이렇게 시끄럽게 하지 않으면 모금이 안 돼요.”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 공동체의 한 원로가 “좀 조용히 (대북전단 살포를) 하면 안 되겠냐”고 자제를 당부하자 박 대표가 한 말이라고 한다. 최근 남북 대치 국면이 시작되기 전의 일이다. 실제 박 대표는 2016년 4월29일 파주에서 미국의 대표적 강경파인 수잰 숄티 디펜스포럼재단 대표와 함께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행사에 취재진을 불렀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로 남북관계가 위기로 치닫던 때다. 박 대표한테 남북관계의 위기는 ‘최대한 시끄럽게’ 행사를 홍보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였던 셈이다. 이런 박 대표의 주요 재정 후원자는 미국 보수단체와 북한 선교를 바라는 국내 보수 개신교계로 알려져 있다.
이런 박 대표를 바라보는 탈북민들의 시선도 마냥 곱지는 않다. 탈북민 홍강철씨는 “삐라는 박상학 형제의 돈벌이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의 돈벌이 때문에 북에 있는 우리 가족·친척들이 머리를 들고 다니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처참하지 않나”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문제는 이들의 소란스러운 전단 살포 행위가 북쪽에 있는 탈북민 가족을 곤경에 빠뜨리고, 국내 탈북민 3만3658명(3월 말 기준)이 북쪽 가족과 어렵사리 맺어온 소통의 끈을 끊어버릴 위험을 안고 있다는 데 있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기 전까지 북한 당국의 탈북자 정책은 강경하지 않았다. 2014년 출판된 북한의 장편 소설 <2009년>에는 “집을 떠났던 사람들이 보고 없이 살길을 찾아 타향을 헤매다 그 어떤 경계선을 넘었더라도 찾아오는 인민들을 조금도 문제시하면 안 되겠소. 따뜻이 맞아주고 힘을 주어 안착시켜야 합니다”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이 실려 있다. 실제 북한 당국은 2012년 탈북민에 대한 ‘대사(면)령’을 내렸다.
■ 2012년 북한 ‘탈북민 대사면령’의 배경 당시 북한의 이런 ‘탈북자 정책’에는 세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탈북자의 최종 정착지가 중국인지 한국인지를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웠다. 나아가 탈북이 국가 기능이 작동하지 않던 ‘고난의 행군’기 인민의 자구 행위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마지막으로 탈북자들이 북쪽 가족한테 보내는 달러·위안화가 민생 안정과 외화 획득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된다는 실용적 판단도 작용했다.
북한 당국의 느슨한 대응은 탈북민과 북쪽 가족의 지속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안전판’이었다.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지난해 3월 발표한 ‘2018 북한이탈주민 경제사회통합 실태’(탈북민 414명 조사)를 보면, 국내 정착 탈북민의 61.8%가 북쪽에 송금한 경험이 있다. 1회 평균 송금액은 277만8800원이다. 국내 정착 탈북민이 3만3천명을 넘어선 현실과 북한의 경제 상황에 비춰보면 결코 작지 않은 송금 규모다. 게다가 일반적 예상과 달리 국내 정착 탈북민과 북쪽 가족의 수시 연락도 가능했다.
그런데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은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4일 담화 이후 북한 사회의 탈북민에 대한 태도가 급변했다. 최근의 ‘항의군중집회’에서는 “민족반역자이며 인간쓰레기인 ‘탈북자’들을 찢어죽이자” 같은 살벌한 구호가 난무했다. 김 제1부부장의 담화는 탈북자 정책을 노동당 지휘부가 직접 관장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받아들여진다.
■ <사랑의 불시착>과 대북전단, 어느 게 셀까? 이런 변화는 탈북민과 북쪽 가족의 소통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애초 10~20% 선이던 탈북민의 대북 송금 수수료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사람이 북-중 국경을 넘어 돈을 직접 전하는 방식이라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위험수당’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단 문제가 촉발한 남북 긴장이 탈북민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 전반의 시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다.
국내 정착 탈북민 열명에 아홉명꼴로 북한에 있을 때 한국을 포함한 외부의 영화·드라마, 케이(K)팝 등을 접했다고 한다(2019년 6월 통일미디어, 탈북민 200명 조사). “인간백정 김정은”이라 주장하는 조악한 인쇄 품질의 쪼가리 전단과 <사랑의 불시착> <가을동화> 같은 흥미로운 영상물 가운데 어느 쪽이 북한 사람들의 자기 사회에 대한 ‘반성적 사고’를 자극할까? 묻기가 민망한 질문이다. “북한 인권 개선”을 주장하는 박상학 대표 등의 전단 살포는 자기 배반 행위에 가깝다.
이제훈 선임기자, 전광준 기자 nomad@hani.co.kr
https://www.youtube.com/watch?v=jAJRNI-WtP0
"제가 모함했습니다" 한명숙에 보낸 한만호의 옥중 편지 입수
‘한명숙 사건’의 핵심 증인 고 한만호 씨가 마지막 수감생활 중 역시 수감 중이었던 한명숙 전 총리에게 보낸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를 뉴스타파가 입수해 공개한다. 한만호 씨는 이 편지에 자신이 한 전 총리를 “모함”했으며,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썼다. 편지를 보낸 시점은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이에 따른 한만호 씨의 위증죄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결이 사실상 완료된 이후다.
2010년 한명숙 전 총리에게 9억 원을 줬다고 검찰에 진술했던 한만호 씨는 재판이 시작되자 돈을 준 사실이 없었다고 증언을 번복했다. 한 전 총리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2심에서 유죄로 뒤집혔고, 2015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뒤 수감됐다. 검찰은 2011년 한만호 씨를 위증 혐의로 기소했다. 한 전 총리의 유죄가 확정된 2015년 재판이 시작됐고, 이듬해 한만호 씨는 법정구속됐다.

▲ 고 한만호 씨가 2017년 2월 21일 한명숙 전 총리에게 보낸 편지. 당시 한 씨와 한 전 총리는 모두 수감 중이었다. 편지에서 한 씨는 자신이 한 전 총리를 “모함”했으며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각혈까지 했던 죄수 한만호가 편지를 쓴 이유
한만호 씨는 위증죄 재판 1심에서 징역 3년 형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이후 원주교도소로 이감됐고 항소심에서 2년으로 감형됐다. 뉴스타파는 한 씨가 위증죄로 복역하는 동안 같이 수용됐던 동료 재소자를 수소문해 만날 수 있었다. A씨는 한 씨가 건강이 좋지 않아 각혈까지 했다고 기억했다. 위증죄 재판에 대한 스트레스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한만호 씨의 편지는 2017년 2월 21일에 작성됐다. 원주교도소에 있었던 한만호 씨가 의정부교도소에 있던 한 전 총리에게 보냈다. 총 7장, 빽빽한 손글씨로 작성된 편지는 한명숙 총리와 관련된 본인의 행동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으로 가득했다. 한만호 씨는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편지 내용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검증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른바 한명숙 사건에 대한 사법적인 절차가 사실상 완료된 시점에, 진술을 번복하고 스스로 위증죄를 덮어쓴 핵심 증인 한만호가 쓴 유일한, 마지막 편지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모함, 파렴치한 범죄, 금수만도 못한 짓”
한만호 씨는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은 뒤에도 한명숙 전 총리에게 연락한 일이 없다고 한다. 한 전 총리가 구속된 마당에 왜 서신을 보내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편지는 시작한다.

한만호 씨는 2차례 감옥살이를 거치면서 누이와 부모를 잃는다. 본인은 이혼했고, 가정은 뿔뿔이 흩어졌다. 한 씨는 본인의 부친이 한 전 총리의 구속 장면을 언론에서 보고 크게 좌절했으며,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고 편지에 썼다.

감옥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보내는 얄궂은 시선에는 어찌할 줄을 몰랐다며 당시 본인의 심경을 토로했다.

본인이 위증죄로 유죄 판결을 받을 때의 심경도 상세하게 나온다. 벌을 달게 받겠지만 위증에 대한 형벌이 아니라 한 전 총리를 모함한 부분에 대한 형벌로 여기겠다는 본인의 최후진술을 적어놨다.

이 편지는 당시 수감 중이던 한 전 총리에게 전달됐다. 한 전 총리는 이 편지에 대해서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고 한 전 총리 측은 밝혔다. 한만호는 이후 한 전 총리에게 편지 등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감옥에서도 건강이 좋지 않았던 한만호 씨는 2018년 출소한 이후에도 폐 질환에 시달렸고 결국 그해 겨울 병원에서 사망했다. 묘지 없이 화장해 부친 묘소 옆에 뿌렸다고 한만호 씨의 친지는 말했다./김경래 / 뉴스타파
"더 배웠다고 임금 2배 불공정" 김두관에 쏟아진 비판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자기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에 합격했다고 해서 임금을 2배 받는 게 오히려 불공정하다고 썼는데 취업하려고 열심히 준비하는 이들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 거냐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기자>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오늘(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잘못된 정보들이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해찬/더불어민주당 대표 :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라든가 여러 가지 사안이 잘못된 (정보로) 국민들의 혼란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정규직화가 대통령 공약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전환자가 정규직 신입사원처럼 연봉 5천만 원을 받는다'와 같은 가짜뉴스를 바로 잡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자신이 생각하는 공정을 SNS에 이렇게 썼습니다.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게 오히려 불공정"이라는 겁니다.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갈라진 노동시장이 불공정한 능력주의를 공정하다고 느끼게 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노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냐는 비판 댓글이 즉각 쏟아졌습니다.
그런 논리라면 "9급 공무원보다 1급 공무원이 월급을 더 받는 것도 불공정하다", "득표 더 했다고 낙선자는 못 받는 의원 세비 받는 것도 불공정하다" 같은 비꼬는 댓글도 많았습니다.
통합당은 "열심히 공부하고 경쟁해서 필기시험에 합격하는 것만큼 공정한 게 있느냐"고 논평했습니다.
이런 정규직화의 여파로 자칫 신규 채용이 줄어들까 취업준비생들이 우려하는 상황인데 김 의원이 대응 논점을 엉뚱하게 잡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SBS 뉴스 박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