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6.17~6.22 미국 왜 또 이란을 건드리나

이성근 2019. 6. 16. 20:21


                 617 한겨레-국민

어릴 때부터 배워가는 '사는 집'의 계급

지하 사는 어린이들에게 볕들 날은 언제일까

MB·박근혜 정보경찰, 청와대에 종북 척결영화제작 제언했다

단독] 기무사, 촛불집회 엮어서 간첩 사건 기획했다

종부세 무력화하려는 의원들

한국은행 떠난 5만원권 절반만 돌아왔다

극과 극’ SBS와 목포 MBC 손혜원 기소 보도

종업원이 어떻게 주인 결정 막나” ‘노동노예로 보는 시선[민언련 방송 모니터보고서]

홍콩 200'검은 대행진'의 진짜 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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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에서 꼬리 달린 아기 태어나

국민 10명 중 7나와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집값 내려야

누구나 김제동이 될 수 있다"강연료 논란 너머

때리고 욕하는 게 끝이 아니었다경제적 폭력가정폭력의 드러나지 않는 올가미

경제 독립 막아 삶 고립시켜처벌법 필요

중도 해지 땐 환급금 0저렴한 보험료의 함정

'연봉 1천만원' 농민을 화나게 하는 건 김제동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말, 경제위기 온다... 재벌개혁 위한 제2촛불운동 해야"


                     한국-주간경향












                    619 대구-내일

                     620 한겨레-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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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1 중앙-한국





    경향 장도리 6.17~21


어릴 때부터 배워가는 '사는 집'의 계급

 

아파트와 단독·다세대 주택이 섞여 있는 서울 시내의 모습. / 우철훈 선임기자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윤일환씨(39)는 올봄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했다. 준공된 지 오래됐지만 넓이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장점을 보고 첫 내 집 장만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아내와 초등학생 아이의 불만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입주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바로 옆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비교가 된다는 얘기였다. 학생 대부분이 대형 아파트단지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 아파트에 살지 않는 소수 학생은 무리에 끼기조차 힘들었다.

 

그나마 윤씨의 딸은 집에 별다른 경제적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대놓고 따돌림당하는 처지는 아니었다. 윤씨 아파트 주변에 있는 다세대주택에서 사는 학생들은 보다 노골적인 따돌림을 당한다는 얘기를 듣고 윤씨는 헛웃음이 나왔다. 윤씨는 우리 애가 걔는 며칠이 지나도 옷을 안 갈아입어라고 말하길래 야단치다가 얘기를 들어보니 참 가관이었다심지어는 그 대형 아파트단지에 사는 애들 중에서도 집 평수에 따라 끼리끼리 갈라진다는 얘길 듣고 도대체 어디로 이사를 가야 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주거빈곤에 따른 심리적 위축

살고 있는 집이 거주자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말해준다는 얘기는 이미 광고에도 공공연히 등장했을 정도여서 차별적인 언어로 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차별이 적어도 체면을 차리느라 대놓고 말하길 꺼리는 어른에 비해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서 더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주거의 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지면서 어린 시절부터 계급의 격차를 느끼는 경우는 더욱 복잡하고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주거빈곤을 겪는 어린이들은 최소한의 적정조건만 갖춰진 곳에서 생활했을 경우 차별에 따른 심리적 위축을 훨씬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 강북구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박모씨(42)는 같은 아파트단지 안에서도 건물의 높이하나로 아이들이 격차를 바로 느낀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박씨가 자주 방문하는 임대아파트는 분양된 아파트와 같은 단지로 분류되지만 다른 동보다 층수가 낮다. 임대아파트 입주민 중에서도 박씨가 들러야 하는 가구는 한부모가정이나 조손가정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박씨는 단어 하나하나를 주의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정작 아이들은 차별적인 표현에 익숙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게임마다 부모 없는이란 욕이 기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만난 그 아이는 한부모가정 애인데 자기도 그런 욕은 거리낌없이 쓸 정도로 신경쓰지 않으면서 너는 집 없잖아라는 욕이 더 기분 나빴대요.” 박씨가 전해 들은 차별의 언어는 크고 높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작고 낮은 임대와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우월을 주장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과거 담당하던 지역 역시 영세한 가정이 적지 않았으나 동네 전체의 경제적 수준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편이었다. 극심하게 대비되는 주거환경이 뒤섞인 동네일수록 차이가 차별로 직결되는 경험을 많이 봐왔다는 게 박씨의 얘기다.

 

이런 현상이 아동 주거빈곤 문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모습은 지하·반지하 주택이 서울에 주로 모여 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집의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 중 지표면보다 낮은 부분이 50% 이상을 차지하면 지하, 50%에 미달하면 반지하로 분류된다. 2017년 국토교통부의 주택실태조사를 보면 반지하 가구로 분류되는 집은 전체 주택의 2% 남짓이다. 그러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수도권, 특히 서울에 크게 집중되어 있다. 전체 반지하 주택의 60%가 서울에 있고, 95%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있다. 전국에서 0.2% 수준인 지하 주택도 서울과 경기에 각각 절반씩 몰려 있다.

 

친구 초대해본 적 없다” 66.9%

아동 가구로만 초점을 맞춰도 결과는 비슷하다. 아동이 있는 전체 가구 중 지하·반지하를 비롯한 주거빈곤가구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도 서울(14%)이다. 광역시 중에서는 인천(9.6%)만 아동 주거빈곤가구 비율의 전국 평균인 9.4%보다 높았고, 다른 광역시들은 모두 평균보다 낮았다. 이외에 전국 평균보다 아동 주거빈곤가구의 비율이 높았던 지역은 제주(12.3%)·강원(10.6%)·전남(10.2%) 세 곳뿐이어서 도시와 농촌 안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였다. 조사를 진행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도시 중에서는 일찍부터 극심한 과밀화를 겪은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대도시에서 아동 주거빈곤 비율이 높았고, 농촌지역에서는 상·하수도 같은 도시기반시설이 부족해 주민 전체가 주거상황이 열악한 곳에서 이 비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농촌지역에서는 주거빈곤이 나타나더라도 주변 이웃과의 격차는 크지 않은 반면,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밀집한 주거지역 안에도 여러 층위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실제 어린이들이 체감하는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빈곤이 단순히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에만 그치지 않고 또래집단 안에서의 인간관계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경기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진행한 아동 주거빈곤 조사에서도 주거빈곤가구 아동은 친구를 집에 초대해본 적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66.9%였다. 일반가구 아동의 36.2%와 큰 차이가 난다. ‘생일잔치 등의 이벤트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비율도 주거빈곤가구 51.7%, 일반가구 27.6%로 차이를 보였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어도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에 이뤄질 수 없는 희망사항으로 남는 현실이다.

 

당사자인 아동의 입장에서 부동산 가격 격차를 비롯한 빈부격차 문제의 근원까지 따질 수는 없어도 피부로 와닿는 이 문제가 자라면서 점차 쌓여가는 절망감과 우울감의 한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서울 은평구의 주거빈곤가구에 살고 있는 초등학생 정희수군(11·가명)의 걱정은 자신의 앞날까지 향해 있다. “부모님은 너만 열심히 하면 좋은 데서 살 수 있어라고 말씀하시거든요. 기죽지 말고 힘내라는 의미라는 건 아는데, 제가 보기에도 우리 부모님 열심히 사세요. 그런데도 이사를 자주 해봤자 비슷비슷한 집이었어요. 제가 과연 벗어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지하 사는 어린이들에게 볕들 날은 언제일까

 

좁은 지하 주택 안에 가재도구가 걸려 있는 김다솔양(가명)의 집 내부 모습. / 김태훈 기자

할머니와 손녀는 지하에서 산다. 날씨가 더워져 반소매 옷을 입은 김다솔양(8·가명)의 팔다리가 말랐다. 또래보다 키는 크지만 몸이 자주 아프고 입이 짧다. 아픈 것은 할머니 정선숙씨(56·가명)가 더 심하다. 척추협착증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앓는 소리를 낸다. 할머니 소리를 듣기엔 젊은 나이지만 몸은 마디마디마다 삐걱댄다. 백내장 때문에 대화를 하면서도 눈을 뜨기 힘들고, 다솔이가 학교에서 받아온 알림장을 끝까지 읽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린다.

 

손녀와 할머니가 사는 집은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것처럼 지하에 있다. 현관을 들어서 계단을 올라가면 다른 세대가 살고 있고, 내려가면 다솔이의 집이 나온다. 10(33) 남짓한 집 안에 방 2개와 부엌,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 바닥이 더 높게 만들어진 것은 지하에 있는 여느 집과 다르지 않다.

 

곳곳에 쌓인 가재도구와 짐들 사이에서 초등학교 2학년 다솔이는 숙제도 하고 유튜브도 본다. “전에는 피아노, 그 전에는 미술을 배우고 싶다고 하더니 이번엔 태권도 배우게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12만원인데못보내죠.” 여간해선 주눅들지 않던 다솔이도 이때는 시무룩해졌다고 할머니가 말했다.

 

일상적 생존권을 위협하는 주거 환경

다솔이가 태어난 뒤 한 달이 지나 어디론가 가버린 친어머니 대신 할머니가 다솔이에겐 엄마 격이다. “더 어릴 적에는 (다솔이에게) ‘엄마 어딨어라고 물으면 할머니를 보며 여기 있잖아그랬는데 언젠가 크고 나니까 한 번은 내 엄마는 어딨어?’ 하고 묻더라고요.” 아버지는 다른 도시에 가서 공장 3교대 생산직으로 일한다. 본인 앞가림하기에도 바빠 아버지는 생활비도 못보내주기 때문에 할머니와 손녀 두 식구가 사는 데 필요한 돈은 여기저기서 지원을 받는다. 공공근로로 청소일을 하며 얼마간 벌어왔던 할머니는 몸이 아파 지금은 일을 할 수 없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받는 돈과 다솔이를 위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들어오는 후원금, 그리고 급식카드로 두 식구가 버틴다. 습한 지하에서 살아 비염을 달고 살며 환절기마다 골골거리는 다솔이에게 좋은 음식 한 번 먹이는 것이 할머니의 꿈이다.

 

다솔이처럼 최저 주거기준에 못미치는 집이나 지하·옥탑방·고시원·쪽방 등 취약한 주거환경에 살고 있는 어린이의 수는 약 944000명에 달한다. 전체 아동 10명 중 1명에 가까운 9.7%의 아동들이 주거빈곤을 겪고 있는 것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지난해 펴낸 아동 주거빈곤 실태와 주거빈곤이 아동 권리에 미치는 영향보고서를 보면 이런 취약한 집에서 사는 어린이들은 계절마다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의 어려움에 시달린다. 습기를 견디기 힘들어 한여름에도 일정 시간 보일러를 때야 할 정도라거나, 한겨울이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비틀려버린 나무창문틀 사이로 들어오는 한파, 연탄가스 걱정에도 연료비를 생각하면 때지 않을 수 없는 연탄난방 등이 주거빈곤 아동의 생존권을 일상적으로 위협하는 것이다.

 

건설일용직 아버지와 반지하 주택에서 사는 중학생 이영민군(14·가명)도 집 때문에 불편과 어려움을 수시로 느낀다. 이군의 집은 화장실을 또 다른 반지하 가구와 함께 쓰는 구조로 되어 있다. 집 안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 문 밖으로 나간 뒤 지붕이 없는 통로를 지나야 화장실로 갈 수 있다. 한겨울에는 수도가 얼지 말라고 약하게 틀어둔 물이 바닥에 흘러 얼어붙을 때도 있기 때문에 재래식 변기 위에 쪼그려 앉아 미끄러지지 않도록 갖은 애를 써야 한다. 한밤중에 소변이 마려울 때는 어쩔 수 없이 요강을 쓰지만 어쩌다 대변이 급할 때, 그것도 겨울철이면 외투까지 꺼내 입고 화장실에 다녀와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화장실을 공동으로 쓰는 것만으로도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에 이군의 가정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임대주택에 입주신청을 넣을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공사가 시작되면 다른 지역으로 떠나 몇 달씩 집을 비우기도 하는 아버지 이승화씨(45·가명)의 직업 때문에 제때 신청을 넣기가 어렵다. “이제 중학생도 되고 했으니 혼자서 밥 챙겨먹고 학교 다니는 건 잘하지만 아직 어리니까 혼자 두는 게 맘이 안 놓이죠.” 아버지는 아들이 걱정돼 자신이 집을 비울 때면 친구라도 데려와 집에서 놀기를 바라지만 이군은 집 보여주기가 그래서 한 번도 집에 데려온 적 없어요라고 말했다.

 

정부·지자체의 지원 못받는 가정 많아

주거빈곤에 시달리면서도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마땅한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은 다솔이네도 마찬가지다. 할머니 정씨는 살고 있는 경기도의 경기도시공사에서 지원하는 전세임대 입주자로 선정됐을 때만 해도 상이라도 탄 것처럼 기뻤다. 그러나 임대할 집을 입주자가 직접 찾아오면 전세계약을 입주자 대신 공사가 체결하고 보증금을 대신 내주는 방식이었던 탓에 여기저기 다 찾아보았지만 전세 주겠다는 집주인을 찾지 못하고 말았다. 지금 사는 지하 집에서 이사하려고 해도 남은 빚 2000만원 정도를 갚고 나면 그 돈으로는 들어갈 집조차 찾기 어렵다. “아들이 우리한테 생활비를 못보내줘도 일단 돈을 벌고는 있으니까 주거급여는 못받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살아야죠라고 말하는 정씨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아동이 영양과 옷, 주택과 관련된 경우 국가로부터 적절한 물질적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유엔 아동권리협약에도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 아동의 주거빈곤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 아동에게 주거빈곤은 생활 속의 여러 빈곤문제와도 엮이기 때문에 더욱 문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여유진 연구위원이 낸 아동 빈곤의 현황과 정책과제보고서를 보면 아동가구 중 기초생활수급 가구에서는 최저 주거기준 미달 비율이 40.6%에 달하는 한편 부채가 총재산의 75%를 넘긴 비율도 36.2%, 공과금 미납 경험이 있는 비율도 24%에 달했다. 소득수준이 중위소득의 50~100%인 가구만 해도 해당 비율은 각각 20.5%, 8.7%, 4.6%로 크게 낮았다. 여 연구위원은 기초생활보장 수급 가구와 비수급 빈곤가구에 속한 아동은 중산층 아동보다 다양한 차원에서 박탈과 결핍을 높게 경험하고 있다아동의 성장·발달과정에서 이러한 다차원적 박탈과 결핍을 만회할 수 있게 포괄적인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아동 주거빈곤 대책에 보다 강제성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조윤영 복지사업본부장은 재단에서 당장 문제 해결이 필요한 가정에는 임대보증금, 이사비 등 한 해 평균 1000명의 아동에게 30억여원을 주거비로 지원하고 있지만, 우선 아동들이 집다운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아동 최저 주거기준을 현실화하고 기준에 미달한 집에서는 살 수 없게 강제력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MB·박근혜 정보경찰, 청와대에 종북 척결영화제작 제언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강신명 전 경찰청장범죄일람표 입수

용산참사 다룬 두개의 문노무현 전 대통령 실화 변호인

개봉 즈음 파장·대응책 담은 보고서 작성청와대에 보고

과장된 시대 비판 정부에 부담다른 이슈와 결합 경계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개의 문>(왼쪽)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화를 다룬 영화 <변호인>. 정보경찰은 두 영화의 개봉이 현 정부에 미칠 영향력을 분석해 대응책을 담은 보고서를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이 영화 두개의 문’ ‘변호인등이 개봉될 때마다 대응책을 마련해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보경찰은 진보세력이 만든 영화가 시민들의 비판 의식을 끌어올릴 것을 우려해 종북 척결등을 흥행 코드로 하는 영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16<한겨레>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의 범죄일람표를 보면, 정보경찰은 현 정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영화의 파급력 등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정보경찰은 2012622일 작성된 사회 비판적 영화 증가, 안보 등 소재 다양화 필요보고서에서 영화 두 개의 문등 진보 성향 영화에 대해 평론가 칼럼 등을 통해 영화 접근 방식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적 자세를 당부해야 한다며 관련 부처에서도 영화의 왜곡된 정보 전달에는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영화 두 개의 문은 용산 참사를 다룬 독립 다큐멘터리로, 보고서는 영화 개봉 다음 날 작성됐다. 정보경찰은 같은 보고서에서 영화 등은 진보세력들의 선전 도구로 활용이 용이하나, 우파 영화에 대하여는 부정적 여론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과장된 시대 비판은 정부에 부담되므로 종북 척결’ ‘안보등 흥행 코드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화를 다룬 영화 변호인개봉을 앞둔 20131217일에도 정보경찰은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전달했다. 정보경찰은 영화 변호인 개봉을 앞둔 시중 반응 및 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사전 홍보에 성공했고 출연배우들의 인지도가 높아 흥행 예상이 된다면서도 파급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나 다른 이슈와의 결합을 경계할 필요. 영화 개봉 이후 철도·의료 민영화해야 한다고 적었다. 2013년은 코레일의 수서발 고속철도 자회사 설립과 정부의 병원 자회사 영리 목적 부대사업 허용으로 철도·의료 민영화 등에 대한 반발이 거센 상황이었는데, ‘변호인개봉이 정부 비판 여론에 힘을 실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정부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보경찰은 영화 외에 도서 등이 사회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2014226일 작성된 정부 우수 교양도서, 선정 시스템 개선 긴요보고서에는 좌파적 시각에서 기술된 도서가 우수교양 도서에 다수 포함되어 논란이라며 그릇된 가치관 형성은 물론 좌파 진영의 자금원을 담당할 우려가 있다고 적었다. 이어 보고서는 좌파 성향 인사들이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정부의 통제장치가 미비하다고 원인을 분석한 뒤 언론과 협조하여 일부 우수교양도서의 정치적 편향성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청와대에 제언했다.

 

이밖에도 정보경찰이 생산한 보고서에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별 선거 판세 분석을 비롯해,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등 주요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언론 개입, 보수단체 육성 및 지원, 좌편향 판결 비판 등 사법부 관리 방법 제언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김성훈)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벌어진 이같은 정보경찰의 행위가 불법이라고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지난 3일 강신명 전 청장을 구속기소하고,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대해 이재정 의원은 정보경찰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다시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경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단독] 기무사, 촛불집회 엮어서 간첩 사건 기획했다

2016~2017민주주의국민행동과 엮어 조총련과 연계된 간첩단 기획

함세웅 신부 등 상대로 첩보활동 대대적으로 벌여

 

“2017년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은 1980년 전두환 보안사령관과 같은 꿈을 꾼 것일까.”

지난해 8월 제1225계엄은 실화다에서 던졌던 질문이다.

 

전두환에 비해 보잘것없다.”

당시 조 전 사령관의 행적을 되짚은 뒤 나온 답이었다. 드러난 계엄 문건만으로는 계엄을 선포할 만한 여건도 그것을 유지할 만한 동력도 찾을 수 없었다. 신군부 세력에 비교할 수 없었다. 무언가가 빠져 있었다. “이번 기회에 계엄 자체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온 건 당연한 귀결이었다. 계엄 문건 작성 지시 혐의로 기소 중지된 조현천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법정에 세우지 못한 채 현실이 될 뻔한 계엄령 미수 사건도 미완의 수사로 봉합됐다.

 

10개월 만에 제1267촛불집회 엮을 간첩 사건 준비했다를 쓰며 조 전 사령관을 다시 떠올렸다.

 

정말 당신은 전두환과 같은 꿈을 꿨단 말입니까.”

몇 달 전 기무사가 불법 사찰로 간첩 사건을 준비했다는 제보를 받고 나서 다시 물었다. 조 전 사령관이 지휘한 기무사는 함세웅 신부라는 민주화운동의 상징을 정확하게 겨냥해 간첩 사건을 기획했다. 기무사가 1980년대 간첩 사건을 조작할 때 단골로 찾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를 앞세웠다. 레드콤플렉스를 자극해 진보 진영의 대오에 균열을 내고 보수 진영을 재결집하도록 만드는 시나리오였다. 간첩 사건 기획은 계엄령을 선포한 뒤 조 전 사령관이 합동수사본부를 맡아 공안정국을 만들어갈 카드로 충분해 보였다. 조 전 사령관은 1980년 쿠데타와 내란음모 사건을 육사에서 배웠다. 그의 사조직 알자회와 함께다.

 

1980년 계엄과 간첩은 정국을 마비시키는 쌍끌이 프로그램이었다. 박정희가 사라지자 전두환은 계엄령을 기획한다. 계엄령이 선포되고 조총련이 등장하는 내란음모 사건을 만들어 최대의 정적 김대중을 잡았다. 김영삼의 발이 묶였다.

 

2017, 조현천이 검토(기획)한 계엄령이 선포된다. 40년 전 전두환의 합수본부장 자리에 앉는다. 조총련이 연계된 간첩 사건 기획을 꺼내든다. 실현되지 않은 조현천의 꿈은 어디까지였을까.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20161119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과 일대 도로에서 열렸다. 기무사는 간첩사건으로 촛불민심의 흐름을 반전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이하 기무사)2016 ~2017년 촛불집회 당시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을 벌이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와 연계된 간첩사건을 기획한 뒤 이를 발표하려 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당시 기무사는 조총련’ ‘간첩등을 앞세우고 이와 함께 유력한 종교인, 정치인 등을 리스트에 등장시켜 촛불 민심의 흐름을 반전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행동 현장 실무자까지 감시

기무사가 주목한 단체는 함세웅 신부가 상임대표였던 민주주의국민행동’(국민행동)이었다. 이 단체는 박근혜 탄핵을 공언하면서 2017년 대선에 민주정권을 수립하자는 목표를 내걸고 2015년 결성됐다. 국민행동 쪽의 말을 종합하면 결성 초기부터 정보기관의 첩보활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함 신부에게는 정보기관원이 직접 찾아와 동향을 살피고 갈 정도였다. 신부와의 면담이라고 할 수 없는 명백한 사찰이었다.

 

국민행동 관계자는 “2015년 단체가 출범한 뒤 정보활동을 벌이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촛불집회 무렵) 함 신부만이 아니라 현장 실무자까지 감시 대상이 늘어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기무사의 불법 사찰이 더욱 노골화한 것은 이 관계자의 짐작대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0169월쯤이다. 기무사는 같은 해 8~9월 국외 공작으로 조총련과 국민행동이 관련됐다는 사실을 추론할 만한 자료를 입수했고, 간첩 사건 기획을 위한 사찰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 기무사는 초기 사찰의 불법성을 희석(물타기)할 만한 결과물을 얻은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기무사는 우선 청와대에 사찰 결과를 보고하고, 민간 대공 수사의 합법성을 위해 국가정보원에 자료를 보내 공조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와 별개로 물밑에서는 불법적인 간첩 사건 기획에 가속도를 붙였다. 불법 사찰은 기무사 내 일부 구성원들이 반발할 정도까지 이르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가피한 기무활동이라는 말 한마디로 조직 내 반대는 쉽게 제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국방부 인사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 의원에게) 당시 분위기를 전하며 그때 기무사 내부에서는 계엄이다 뭐다 너절한 게 아니라 정상적인 공안활동을 하고 있다는 분위기였다. 한마디로 누구도 못 건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후 작성된 것이 간첩 사건 기획 결과물, ‘리스트. 불법에 의한 것이든 진실이든 아니든 리스트의 힘은 세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21>이 몇 달 전 받은 1차 제보는 명단의 존재, 그 인원, 일부 명단 등이었다. 조직도가 그려졌다는 것과 일부 구체적인 내용도 포함됐다. 이후 리스트 인물 가운데 <한겨레21>이 군 안팎의 복수 취재원에게서 직접 확인한 것은 함세웅 신부와 현직 정치인, 국민행동 쪽 관계자까지 3명이다. 함 신부는 재야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정치권을 포함해 대한민국 민주화운동 진영의 대표성과 상징성을 두루 갖고 있어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정치인은 여의도 정치권에서 비중 있는 인물은 아니지만 촛불집회 등 현안에 다른 정치인보다 적극적으로 참가하면서 명단에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 두 인물의 공통점이라면 2016~2017년 촛불집회 이전부터 꽤 오랜 기간 정보기관이 주목한 대상이라는 점이다.

 

탄핵심판 앞두고 전면에 내세울 우려

국민행동 상임대표인 함세웅 신부는 현재 안중근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함 신부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민주주의국민행동은 북과 전혀 관련이 없다. 박근혜 정부 당시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기구라며 리스트는 물론이거니와 간첩 사건에 대한 얘기도 금시초문이다. (기무사가 간첩 사건을 기획했다면 이는) 촛불혁명을 흠집 내기 위한 모욕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스트에 언급된 나머지 인사는 국민행동 쪽 관계자로 기무사가 조총련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의심했던 인물이다. 기무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과 방북 경험이 있는 국민행동 관계자들을 불법 사찰하는 과정에서 범위가 좁혀져 이름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21>은 첫 제보에 등장한 나머지 리스트의 인물들이 간접적으로언급되는 것만으로도 낙인이 될 우려가 있어 밝힐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명단 확인 과정에서 당사자들은 그 진위와 무관하게 난색을 표했다. 과거 사례에 비춰봐도 간첩 사건이 공안 정국을 만드는 힘은 당사자를 옭아매는 리스트에서 나온다. 때로는 관련자만 아니라 주변인들에게 공포를 유발하고 그들을 위축시킨다. 조총련 관련 사건은 더욱 그렇다. 현실에서 남북 교류 등의 차원에서 조총련과 만남이 이례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법 규정을 원칙적으로 적용하면 사전 승인이나 사후 신고하지 않을 때 국가보안법 위반(회합·통신 등)이 된다. 조총련은 국가보안법상 이른바 이적단체이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만 보면 입증 책임은 수사기관에 있지만 현실에서는 결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다. 자신이 만난 사람이 조총련이 아니라거나 설사 그렇다고 해도 문제될 일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리스트에서 언급된 것으로 알려진 한 정치권 인사도 <한겨레21>과 만난 자리에서 같은 이유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간첩 사건 기획을 한창 준비 중이던 20172, 기무사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을 앞두고 정국의 전면에 등장할 채비를 마쳤다. 군 통수권자가 복귀해 계엄령 카드를 던지면 불법 수사로 수집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한 간첩 사건 기획과 리스트로 단박에 정국의 중심에 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계엄령 문건 수사에서도 드러났듯 2017년 기무사의 계획대로 계엄령이 발동됐다면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지고 본부장은 기무사령관(조현천)이 맡게 됐을 것이다. 계엄하에서 국정원, 검찰, 경찰 등 모든 수사기관은 기무사가 정점에 있는 합동수사본부 아래에 놓인다. 그리고 그때까지 불법성 시비 때문에 비밀리에 진행됐던 간첩 사건 기획은 합법이냐 불법이냐 따질 필요도 없이 합동수사본부(기무사)가 판을 주도했을 것이다.

 

실제 계엄하에서 군 정보기관이 만들어낸 간첩 사건 기획은 쉽게 전례를 찾아볼 수 있다. 1980년 신군부 쿠데타의 수장 전두환은 보안사령관으로 계엄령을 주도해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았다. 군부는 517일 비상계엄령 발동 직후 사흘 만에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을 발표했다. 전두환은 공안정국을 주도하며 결국 쿠데타를 완성했다

 

국군기무사령부 정문.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해 7, 기무사 개혁 거부하며 다시 등장

하지만 2017년의 기무사는 불법을 감수하며 강행한 계획을 결국 이루지 못했다. 당시 집권 세력의 예상과 달리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를 위해 검토했던 계엄령은 수포로 돌아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불법적인 간첩 사건 기획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계엄령 문건 티에프(TF) 조직이 헌재의 탄핵 결정과 함께 사실상 해산된 것과 달리 간첩 사건 기획을 위한 기무사 조직은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 뒤에도 유지됐다. 이는 공안 정국으로의 국면 전환용이던 간첩 사건 기획을 이후 어떤 상황에서든 써먹을 수 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간첩이라는 단어가 기무사에서 흘러나온 것은 지난해 7월이다. 당시 기무사 내부에서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기무사를 개혁이 아니라 아예 해체하려 했으며, 이것이 뜻대로 되지 않으니 계엄 검토 문건 등 치명적인 정보를 지속적으로 흘린다고 반발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이런 반동의 흐름 속에서 적폐 청산 공세를 막고 조직의 생존을 모색하기 위해서라도 간첩 사건 기획을 꺼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무사 개혁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앞서 리스트에 언급됐다고 한 정치인이 기무사의 불법적인 간첩 사건 기획에 대해 들은 것도 이때다. 하지만 당시 기무사 쪽 누구도 불법적인 간첩 사건 기획을 공개하거나 언론에 구체적인 정보를 건네지 않았다. 보수 여론조차 기무사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라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당시 민군 합동수사단의 칼끝이 이 사안까지 겨냥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불법이냐 기획(조작)이냐 등과 무관하게 간첩 사건 기획의 결과물에 대한 기무사 내부의 미련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해를 걸러 지난 5월 조총련과 (단체의) 연계 혐의가 있다는 문건과 관련 리스트의 존재가 조금씩 기무사 바깥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요원 일부가 조직을 뿌리부터 흔들 수 있는 모험을 결행하려는 데는 현 정부를 향한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과 조··동 등 보수 언론의 이념 공세와 무관치 않다. 이미 기무사를 해편하고 안보지원사로 간판을 바꿔 달았지만 이 불법 기획에 관여한 핵심 인물들은 바뀌지 않고 자리를 보전한 탓도 있다.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기획 자료, 국정원으로 보냈을 수도

<한겨레21>은 불법적인 간첩 사건 기획과 관련해 경위 파악을 위해 안보지원사의 공식적인 입장을 들어보려 했다. 하지만 군 정보기관으로서 답변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군 관계자는 기무사가 해편되고 안보지원사로 탄생하는 과정에서 불법 사찰과 공작 등 불행한 역사와도 절연했다. 지금 옛 기무사의 의혹에 대해 안보지원사가 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와 별도로 <한겨레21>이 국방부 사정을 잘 아는 고위 인사를 통해 안보지원사 내부에 재차 문의한 결과, ·현직 핵심 간부들로부터 “(간첩 사건 기획에 대해) 지금은 말할 수 없다거나 “(간첩 사건 기획 자체는) 틀리지 않다는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과거 공작과 관련해서는 전면 부인으로 일관하는 관행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수사 당국은 말을 아꼈다. 다만 <한겨레21>이 확인한 결과, 세월호 가족 사찰, 계엄령 검토 사건 등 기무사 수사에 참가했던 민간, 군의 수사기관을 포함해 현재 공안을 담당하는 수사기관 어디에서도 간첩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이는 2016년부터 3년 동안의 간첩 사건 기획이 수사 단계로 진입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기무사의 간첩 사건 기획이 수사가 아닌 다른 불순한 의도로 진행됐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군 수사 당국자는 현재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 등과 관련해) 재판이 진행 중이고 수사도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사 내용이나 수사 중 입수한 관련 자료에 대해 말해줄 수 없다. 다만 그런 (간첩) 사건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기무사의 사찰 행위에 대해서는 기무사가 민간단체와 관련해 조사할 권한이 없다. 함 신부를 조사했다면 명백한 불법이다라고만 밝혔다.

 

기무사는 2016년 간첩 사건 기획 관련 자료를 수사의 또 다른 주체인 국정원으로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겨레21>은 여러 경로를 통해 국정원에 촛불집회와 관련해 간첩 사건 기획 관련자를 수사하고 있느냐고 물었으나,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불법적인 간첩 사건 기획과 리스트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21>과 만나 조현천 전 사령관이 재직한 시절이었다는 이유로 조 전 사령관의 행방이 드러날 때까지 계엄령 검토 사건과 함께 묻힐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난 정권에서 정치 개입이 일상이었던 군 정보기관으로서는 보수 진영 쪽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들면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카드일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기무사의 행위가 그 자체로 불법이라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그 사안 자체가 총선, 대선 등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음모 정치가 흠집낼 수 있을까

<한겨레21>은 탄핵 정국에서 촛불집회를 이끌었던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의 핵심 관계자를 만났다. 201610월부터 20173월까지 모든 촛불집회에 관여한 이 관계자는 촛불에 참여한 천만의 시민이나 집회를 주최한 퇴진행동에서 일했던 사람이라면 그때가 어떤 상황이었다는 것을 여전히 기억할 것이라며 한국 사회의 모든 개혁 과제가 함께 녹아들어 만들었던 촛불혁명에 퇴행적이고 불법적인 기무사의 정치 음모가 끼어들어 흠집이 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종부세 무력화하려는 의원들

[기고] '노무현 정신'이 보이지 않나?

최근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반등하는 기미가 보이자 여러 해석들이 분분하다. 대세하락에도 일시적, 국지적 반등은 있다는 분석과 이제 서울 아파트 시장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시간이라는 분석이 팽팽히 맞선다. 물론 나는 전자의 입장이다. 각종 거시경제지표를 보나 공급량을 보나 서울 아파트 시장은 2014년부터 이어진 5년간의 대세상승을 마치고 대세하락으로 접어들었다. 9.13대책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하락의 깊이가 너무 얕고 기간이 너무 짧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바닥론이 줄기차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보다 매도물량의 대규모 출회와 가파른 가격 하락이 발견되지 않는 탓이 크다. 그리고 매도물량의 대규모 출회가 목격되지 않는 이유는 내리누르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리누르는 힘이란 보유세를 말한다. 보유세가 약하다 보니 주택 소유자들이 주택을 더 들고 가겠다고 결심할 수 있는 것이다. 3기 신도시 건설로 대표되는 공급확대나 대출 관리는 추격매수심리를 안정시키고 가격 상승 유인을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매도압력으로 작용하긴 어렵다.

 

바로 이 대목에서 문재인 정부의 한계가 여지 없이 폭로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보유세를 참여정부 수준으로 높이고 대출을 바짝 조여 투기적 가수요를 걷어냈어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다 보니 투기적 가수요가 창궐했고 그 덕분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대폭등을 했다. 문재인 정부의 더욱 큰 문제점은 뒤늦게나마 보유세를 대거 현실화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9.13대책에 포함된 보유세 강화라고 해봐야 고가의 다주택자들이 그전보다 조금 부담을 느낄 정도에 불과하다. 보유에 대한 부담이 별로 늘지 않다보니 주택 소유자들이 매물을 출회하지 않고 그러다 보니 가격이 보합을 유지하고, 자그마한 재료에도 시장참여자들이 현혹되는 것이 바로 지금의 서울 아파트 시장이다.

 

설상가상으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등을 늘려주자는 법안을 앞다투어 발의 중이다. 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대표발의한 종부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장기보유 공제와 관련해 보유기간 구간을 ‘20년 이상 25년 미만'25년 이상' 구간을 추가해 공제율을 60% 70%로 높이고, 고령과 장기보유에 따른 중복공제율 한도도 80%로 상향하겠다고 한다. 현행은 1세대 1주택자에 대해 5년에서 15년 이상 장기보유 시 보유기간에 따라 20%~50%공제혜택을 부여하고, 60세 이상인 고령자에 대해 산출세액의 10~30%를 공제해 최대 70% 한도에서 중복해 공제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관련기사: 김병욱 의원, 1세대 1주택자 세부담 완화 종부세법 발의)

 

김병욱 의원에 앞서 종부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민주당 최재성 의원의 경우는 한 술 더 뜬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 의원은 지난달 21일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율을 각각 20%, 30%, 40%, 60%로 높이고, 실거주 기간에 따른 공제율을 5년 이상 8년 미만, 30% 8년 이상 11년 미만, 50% 11년 이상 14년 미만, 70% 14년 이상, 100%로 신설하는 내용의 종합부동산세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장기 1세대 1주택자 종부세 완화 법안 연이어 발의) 최 의원의 종부세법 개정안이 너무나 충격적인 것은 실거주 기간에 따른 공제율을 신설했기 때문인데, 최 의원의 종부세법 개정안 중 백미는 14년 이상 자기주택에서 실제로 살면 종부세 과세대상일지라도 전액 공제를 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보유세는 1)공동체와 사회로부터 받은 편익에 대한 댓가라는 점, 2)보유세를 납부함에 있어서 투기 목적 여부나 다주택자 여부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 3)인센티브까지 주면서 장기보유를 유도할 유인이 없다는 점, 4)보유세는 재산에 과세하는 재산세이며, 담세능력이 없으면 주택을 매각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라는 점, 5)백보를 양보해 담세능력이 떨어진다면 매매, 증여 등의 사유로 과세주택을 처분하는 시점에 밀린 보유세를 납부하는 과세이연 혹은 납부유예제를 신설할 일이지 보유세를 감면해주는 건 타당성이 없다. 이런 6가지 사실 등을 고려할 때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투어 발의하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 상향이나 고령자 및 장기보유 합산 한도 상향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행위이며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이렇듯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를 현실화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고, 민주당 의원들은 틈만 나면 가뜩이나 허약한 보유세를 더 약화시킬 궁리를 하고 있으니 큰 걱정이다. 간난신고를 무릅쓰고 보유세를 강화했던 노무현 정신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의원들에겐 보이지 않나 보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 /프레시안

 

한국은행 떠난 5만원권 절반만 돌아왔다

5만원권 발행 10...98조원어치 유통, 소비지출·경조금에 사용

 

한국은행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발행한 5만원권 가운데 절반만 다시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5만원권은 주로 소비지출이나 경조금으로 사용됐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5만원권 발행 10년의 동향 및 평가'를 보면 올해 5월말 기준 5만원권의 누적 환수율은 50%를 기록했다. 한은이 발행한 5만원권 중 절반만 돌아왔고, 나머지는 여전히 시중에서 유통됐거나 예비용 현금으로 보관됐다는 얘기다.

 

한은이 5만원권을 처음 발행했던 지난 20096월 당시 7.3%에 그쳤던 누적 환수율은 이후 꾸준히 오르다 2014년 말 43.4%로 소폭 낮아졌고, 2015~2017년 동안 40%대를 유지했다. 올해 5월 기준 5만원권의 연중 환수율은 66.6%로 집계됐다. 한은 발권국 관계자는 "(5만원권의) 지하경제 (유입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이를 수치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그만큼 시장에서 5만원권을 많이 선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만원권의 연중 환수율은 107%, 5000원권의 경우 97%를 기록했다는 것이 한은 쪽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5만원권 발행 이후 상대적으로 1만원권을 덜 쓰게 된 것으로 보인다""수요가 줄어들다 보니 중앙은행으로 환수되는 1만원권이 많아진 것"이라고 했다. 새로 발행된 1만원권보다 한은으로 돌아오는 1만원권이 더 많아져 환수율이 100%를 넘어섰다는 얘기다. 또 이 관계자는 "현재 5만원권 환수율은 지난 1970년대 1만원권이 처음으로 발행되고 10년 가량 지났을 때와 유사한 수치"라며 "5만원권 환수율이 점점 올라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에 도는 5만원권 983000억원 어치

 

한국은행 한국은행

올해 5월 말 기준 시중에 유통된 5만원권은 983000억 원 어치, 197000장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지난 2011, 장수 기준으로는 2017년에 은행권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는 것이 한은 쪽 설명이다.

 

5만원권은 주로 소비지출이나 경조금으로 사용됐다. 한은이 지난해 현금사용행태를 조사한 결과, 5만원권 사용비중은 소비지출(43.9%), 경조금(24.6%), 사적이전(18.7%), 종교·친목(7.5%) 등으로 나타났다. 또 거래용 현금 가운데 5만원권 비중은 43.5%1만원권(45.5%)보다 다소 낮았지만, 예비용 현금 중 5만원권 비중은 79.4%1만원권(18.6%)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 10년 동안 발견된 5만원권 위조지폐는 모두 4447장이었다. 이는 해당 기간 중 전체 발견장수의 9.2% 수준이다. 이 가운데 지난 2014년 발견된 1351장의 5만원권 위조지폐는 조기 발견돼 회수됐고, 2015년에 드러난 2012장은 제작과정에서 범인이 검거돼 실제 유통되지 않았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은 "5만원권 발행으로 국민의 화폐이용 편의가 높아졌고, 사회적 비용도 절감하는 등 당초 기대했던 정책효과가 대부분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한은은 "현재까지 대량 위조시도가 없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그 동안 5만원권 발행이 단기간에 큰 폭 확대됐지만, 앞으로는 증가속도가 둔화되며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조선혜(tjsgp7847) 오마이뉴스

 

극과 극’ SBS와 목포 MBC 손혜원 기소 보도

검찰 수사와 자사 보도 되짚은 SBS목포 MBC “허점투성이 수사

지난 18일 가장 주목받은 뉴스 가운데 하나는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손혜원 의원(무소속)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일이다. 손 의원이 목포시 도시재생 뉴딜사업 관련 보안 자료를 입수한 뒤 차명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혐의다.

 

SBS가 지난 1월 처음으로 보도한 사안이다. 이후 투기 의혹에 휩싸인 손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며 결백을 강조했다. SBS ‘8뉴스는 지난 115~20일 관련 리포트 29건을 쏟아내며 손 의원에게 부동산 투기 및 국회의원 이해충돌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탐사를 담당하는 SBS ‘끝까지판다팀이 주도했다. 손 의원은 지난 2SBS 기자 9명을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반면 목포 MBCSBS가 제기한 의혹을 반박하며 손 의원 입장을 대변했다. 목포 MBC가 유튜브에 공개한 목포 구도심 내부 건물 영상은 조회수 수십만을 기록했다.

 

지난 18일자 SBS 8뉴스 보도. 사진=SBS뉴스 갈무리

 

검찰 수사 결과를 다룬 18일자 SBS와 목포 MBC 메인뉴스 보도 역시 큰 차이를 보였다. 이날 오후 SBS ‘8뉴스끝까지판다꼭지를 단 1~5번째 리포트로 소식을 전했다. 이날 KBS ‘뉴스9’은 첫 리포트로 강원도 삼척항으로 흘러들어온 북한어선 소식을 다뤘고 MBC ‘뉴스데스크는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북 소식을 전했다.

 

SBS 보도는 검찰 수사 결과 발표 내용(“재판 넘겨진 손혜원보안자료입수 뒤 집중 매입”) 손 의원이 목포시로부터 받은 보안 자료에 대한 검찰 설명(“‘비공개로 분류한 개발 계획7개월 전 구해 뭐했나”) 차명 거래 의혹을 받는 숙박업소 창성장에 대한 검찰 수사 내용(“검찰 수사로 확인된 창성장 차명 부동산 의혹’”)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손 의원 해명과 반박(“혐의 전면 부인한 손혜원 재판서 진실 밝히겠다’”) 앵커와 취재 기자의 질의응답(“손혜원 혐의는부패방지법·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검찰 수사 내용과 지난 1SBS 보도를 되짚는 리포트로 채워졌다.

 

SBS 8뉴스 스튜디오에 출연한 김지성 SBS 탐사보도팀 기자는 검찰이 이번에 적용한 부패방지법 조항은 공직자가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자신이 이익을 얻거나 혹은 제3자가 이익을 얻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라며 최대 징역 7년까지 가능하고 특히 이렇게 취득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차익에 해당하는 부분뿐 아니라 아예 취득한 부동산 전체에 대해서도 몰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기자는 이번 사건과 관계없이 목포 지역의 도시재생 사업 그리고 근대 역사 문화 공간 사업은 차질없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8일자 목포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목포 MBC는 뉴스데스크 첫 보도를 손 의원을 재판에 넘긴 검찰 소식(“‘부동산 투기 의혹손혜원 의원 불구속 기소”)으로 전한 뒤 보안자료는 없다는 목포시 입장(“목포시 보안자료는 없다”)을 보도했다. 서태빈 목포시 도시발전사업단장은 목포 MBC 인터뷰에서 도시재생사업 특성상 모든 사항들을 주민과 공유하고, 그렇게 설계된 사업이기 때문에 굳이 보안 자료라고까지 이야기할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목포 MBC는 다음 리포트 제목을 허점투성이 검찰 수사 결과로 뽑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목포 MBC검찰이 지난 20175월과 9월 목포시 관계자가 손혜원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비공개 자료또는 보안자료로 부른 목포시 도시재생 사업 자료는 접이식 자료 2쪽 분량으로, 목포시의 도시재생 개요와 우선정비대상, 선창권 활성화 방안 등을 지도와 함께 설명해 놓은 자료라고 설명했다.

 

목포 MBC국토부 공모자료 또한 구체적 사업 계획보다는 이미 알려진 사업 구역을 표시해 놓은 통상적인 자료에 불과하다검찰은 이런 자료를 비공개, 보안 자료라며 기소 근거로 삼으면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보안 자료를 줬다는 목포시 관계자에게는 혐의를 적용하지 못한 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목포 MBC는 검찰 수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는 손 의원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단독 인터뷰꼭지의 리포트에서 손 의원은 검찰이 뭔가 목표를 갖고 수사 결과를 내놓은 느낌이라며 비밀 자료를 받았다는 시점 이전에 이미 목포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건물을 매입했다고 반박했다. 손 의원은 이 세상에 이렇게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얼마나 많겠느냐. 이제 다시 또 싸울 것이라고 했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종업원이 어떻게 주인 결정 막나” ‘노동노예로 보는 시선

[민언련 방송 모니터보고서]

경제전문채널 가운데 하나인 SBS CNBC에서 현대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각종 망언이 난무하는 대담이 나왔습니다. 평일 아침 8시에 방송하는 뉴스 프로그램 <경제와이드 이슈&> 이슈진단이라는 코너입니다.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기존 현대중공업을 중간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 자회사인 신설 현대중공업으로 쪼개는 물적분할을 의결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조선해양 아래 신설 현대중공업과 기존 현대중공업 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앞으로 인수될 대우조선해양 등을 자회사로 두게 되었습니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싼 값에 인수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고안됐으며 지난 3월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이에 노동자들은 물론, 울산 지역민과 정치권도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울산에는 생산만 담당하는 신설 현대중공업만 남고 인사노무투자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사실상의 본사 한국조선해양은 서울로 이전하게 되면서 전반적인 지역 경제 활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또한 분할 이후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한국조선해양은 62%에서 1.5%로 매우 우량해지는 반면, 신설 현대중공업은 62%에서 115%로 급증하기 때문에 울산의 현대중공업만 피해를 떠안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사측이 단체협약 승계를 약속했으나 부채를 이유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도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막기 어렵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입장입니다.

 

내막 알려주지 않고 노조 탓, SBS CNBC도 마찬가지

 

이전까지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상황을 잘 보도하지 않던 언론들은 522일 현대중공업 노조의 상경 투쟁 당시부터 노사 간 충돌이 벌어지자 보도를 쏟아냈으며 상세한 내막은 제대로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늘 그렇듯 노조 탓’, ‘노조의 폭력만 부각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3, SBS CNBC <경제와이드 이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SBS CNBC는 법인분할 의결 후, 합병까지의 과제를 짚어보겠다며 대담을 나눴으나 조선업계 불황을 강조하면서 노동자들의 이해만을 요구했고, 임시 주주총회 당시 노사 대립이 노동자 탓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남겼습니다. 심지어는 종업원이 어떻게 주인의 의사결정을 막느냐거나 우수 인력은 지방에 내려가지 않으므로 서울에 본사가 있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언까지 등장했습니다.

 

1. ‘조선업 불황이라 합병’?

사측 입장 가진 패널 1명이 전부인 편향적인 대담

SBS CNBC<이슈진단-‘메가 조선사닻 올렸지만기대와 과제는>(63)이라는 대담 코너에서 현대중공업 사태를 다뤘습니다. 항공대 경영학부 허희영 교수가 단독 패널로 출연했습니다. 그런데 허희영 교수는 시작부터 끝까지 단호하게 현대중공업 사측 입장을 내세웠습니다.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이런 사안에 대해 논하면서, 명백하게 기업 측에 기운 입장을 가진 전문가를 단독으로 모시고 대담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적입니다. 공정성 논란을 넘어서서 객관적으로 사실이 아닌 내용을 말하더라도 이를 바로잡을 상대방이 없으면 심각한 편향이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대담 도중에 김형균 현대중공업노동조합(현중노조) 정책실장과 전화 연결 인터뷰를 잠시 나누긴 했습니다. 그러나 연결 시간 자체도 짧은데다가, 전화 인터뷰의 한계 때문에 앵커들과의 허심탄회한 대담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그저 현중노조 입장은 이렇다라고 일방적으로 짧게 전해주는 것으로 면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이에 비해서 스튜디오에 단독으로 출연한 허희영 교수의 발언은 무게가 달랐습니다. 앵커들이 간혹 현중노조와 울산 지역민의 입장을 전하면서 물어도, 허희영 교수가 사측 입장으로 결론을 내리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조선업계가 불황이라 빅딜 반드시 필요’?

허희영 교수는 먼저 조선업계의 불황으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허 교수는 과거 같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한때는 전 세계 1위의 조선업계를 가지고서 한 시대를 풍미했는데, 사실은 중국이 따라오기 시작하면서 조선업의 물이 나갔다, 좋은 물이 오겠느냐, 그러다가 이제 지금 방법을 찾은 게 조선업계 구조조정인데요. 두 회사 간에 부실한 기업들이 됐죠. 그래서 빅딜이 시작된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현대중공업 사측의 입장과 대동소이합니다. 조선업계가 어려워서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과 2위인 대우조선해양이 전략적으로 선택한 합병이라는 취지입니다. 매일경제 <현대중, 대우조선 인수 메가 조선소탄생 불황 시달린 조선업계 볕들날 오나>(222)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연구개발 통합, 중복 투자 제거, ‘규모의 경제실현을 통한 재료비 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인수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SBS CNBC에 출연한 허희영 교수(63)

그러나 사측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많은 배경 사실들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업이 불황을 겪은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닙니다. 특히 2015년부터 조선업 불황이 사회 이슈로 떠올랐고 10년 간 무려 5조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벌이면서 성과급 잔치를 벌인 대우조선해양의 극심한 부실운영, 이를 눈감아 준 산업은행 등 감독 기관의 직무유기가 결정적인 배경이 됐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결국 매각이 결정됐으나 2017년까지 아무도 인수합병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SBS CNBC에서 나온 주장대로 조선업계가 불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부터 세계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수요가 늘어나 조선업계가 반등할 수 있었고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1LNG운반선으로 첫 일감을 따냈습니다. 이런 배경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런 배경을 생략한 채 조선업계가 어려워서 12위가 합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단지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불황만이 이유가 된다면 반대로 조선업계가 불황이라 인수합병은 어렵다는 주장도 가능하며 그것이 실제로 2017년까지 벌어졌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합병하면 불황 해결되나

더구나 두 회사가 합병한다고 해서 조선업 불황을 타개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지난 2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자로 현대중공업을 확정하자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합병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습니다. 초이스경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인수 효과 크지 않을 듯”>(213)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보고서를 통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합병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으며 한국 조선업 발전에 기여하는 바도 크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두 회사의 합병은 해양산업에서의 실패를 선박분야에 전가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합병이 추진될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핵심인력 이탈 가능성이 크고 현대군산조선소와 같은 하청기업으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매일경제 <현대중그룹의 대우조선 인수 작업 본격화시장서는 박한 평가>(311)에서도 인수합병 이야기가 나온 이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주가가 오히려 떨어졌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2. 현대중공업 사태 원인 제공은 모두 노조탓?

원인 제공을 노조가 다 했어요뿌리 깊은 기승전 노조탓

대담 초반 이한승 앵커는 사측이 기습적으로 장소랑 시간을 변경하면서 주총을 강행했고 노조는 이에 대해서 법적으로 무효라고 하면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거든요라며 노조의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이에 허희영 교수는 노조 주장만 들으면 사측이 잘못한 것 같은데, 사실 들여다보면 원인 제공을 노조가 다 했어요라고 단언했습니다. 허희영 교수는 왜냐면 며칠 전부터 미리, 사측에서는 주주총회에 대해서 점거가 예상이 되니까 법원에다가 요청을 했죠. 법원의 판결은 이거 불법이다, 주주총회장은 경영권을 행사하는 곳이기 때문에. (중략) 점거 자체가 불법이에요. 그런데 당일 날도 울산 법원에서 철수 명령을 했어요. 근데 말을 안 들었죠. 경찰은 뭐 그냥 방관만 했고요라는 설명입니다.

 

, 노조가 주주총회장을 불법 점거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측이 무리하게 주총장을 기습 변경해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여기서도 노조가 불법임을 알면서도 왜 주총장을 점거했는지, 이러한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무엇 때문에 주총, 물적분할을 강행했는지, 핵심적인 사실관계가 모두 누락되고 노조가 불법, 노조 탓이라는 구호만 남았습니다. 사측의 입장만 노골적으로 반복 주장하는 패널이 단독으로 나왔을 때, 방송이 얼마나 사실과 다르게 보도하고, 또 편향적으로 흐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하겠습니다.

 

이에 앵커들은 ~ 가처분(지난달 27일 울산지법에서 현대중공업이 노조를 상대로 신청한 주주총회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을 일부 인용함)”이나 점거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거죠)?”과 같은 추임새를 넣으며 맞장구쳤습니다.

 

부채 떠안는 신설 현대중공업, 그래도 가만히 있으라?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물적분할 확정을 막기 위해 점거까지 불사해야 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들이 삶의 터전으로 생계를 이어온 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가 상당히 부실해지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물적분할 전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은 62.1%였으나, 물적분할 후 생산 부문만 남는 신설 현대중공업 자회사는 115.8%로 부채가 폭등합니다. 이에 반해 본사 격으로 서울에서 신설되는 한국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1.5%로 매우 우량한 기업이 됩니다. 신설 현대중공업은 가장 아래 있는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동시에 부채까지 떠안는 겁니다. 자신의 일터가 하루아침에 부실회사가 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가만히 있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입니다. 심지어 현대중공업 노조는 주식의 3.15%를 소유한 엄연한 주주입니다. SBS CNBC는 노동자들은 불안한 일자리와 생계에도 무작정 회사의 결정을 따라야만 한다고 보는 걸까요?

 

물적분할 후 현대중공업의 자산 변화를 보여주는 표. 사진=SBS CNBC ‘용감한 토크쇼 직설화면 갈무리 (63)

SBS CNBC <경제와이드 이슈&>(63)은 신설 현대중공업이 짊어지게 된 극심한 부채를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인과관계의 한 축을 누락한 채 무조건 노조 탓만 강조한 셈입니다. 반면 같은 날 같은 방송사의 <용감한 토크쇼 직설>에서는 상세한 표와 함께 신설 현대중공업이 떠안게 될 부채 비율을 보여줬습니다. 같은 사안을 다른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다루더라도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전제하고 그 해석의 다양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3. 경영진의 결정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믿어라?

총수 일가의 승계 작업 아니냐는 질문에 조선업 불황딴소리

SBS CBNC <경제와이드 이슈&>(63)에서 부채비율을 아예 언급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이한승 앵커는 일각에서 보면 부채비율 자체가 극명하게 나뉘는 구조 자체가 현대중공업의 지주의 지분을 소유하기 위한 대주주를 위한 결정이다,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 아니냐, 이런 의혹들은 있는 것 같아요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부채비율이 지주사에 극단적으로 유리하게 나뉘는 분할이 현대그룹 총수 일가의 승계, 즉 재벌 독점 구조를 강화한다는 노조의 입장을 거론한 겁니다.

 

그러자 허희영 교수는 부채비율이나 승계 작업 의혹에는 답을 하지 않았고 그룹 총수 승계 작업은 아니라고 믿어야 한다는 식으로 답변했습니다. 우선 경영상의 의사 결정이라고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이 있죠. 개인 사익을 위해서 하는 행동이냐, 주주 전체를 위한 행동이냐, 일각에서는 가업 승계, 그런 승계를 위한 것이냐?(라고 하는데) 그건 그렇지가 않은 게요. 기본적으로 이번에 빅딜은, 대우조선해양이 부실이 매우 심각합니다라는 주장입니다. 이번에도 아무 근거 없이 구호만 남았습니다. ‘가업 승계는 아니다라는 데 그 이유가 대우조선해양이 부실이 매우 심각하다는 논리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심각한 부실이 신설 현대중공업에 전가된다는 질문의 요지에 아무런 답이 되지 못합니다. ‘신의성실의 원칙을 내세운 대목은 총수 일가 승계 작업이 아니라고 믿어야 한다는 수준으로밖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총수 일가 승계 작업 의혹배경은 따로 있는데그냥 믿으라고?

이번 물적분할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현대글로벌서비스라는 회사 때문입니다.

 

경향신문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땐 총수일가 경영권 승계 탄력”>(529)에 따르면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서 경영권 승계의 핵심 역할을 하는 계열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이번 물적분할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생깁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100% 지분을 소유하기 때문에 선박 애프터서비스와 친환경 선박 개조사업 등을 하는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발생한 이익이 고스란히 현대중공업지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총수 일가의 편익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매출액 상당 부분은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하는 구조에서 기인하며 실제로 안정적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로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매출액은 “20172381억원에서 1년 만에 4132억원으로 급증했고 이러한 현대글로벌서비스의 급성장으로 현대중공업지주는 고액의 배당 잔치도 벌였다고 합니다. 이 때 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 부사장이 받은 배당금만 800여억원으로, “정 부사장이 받은 배당금은 향후 경영권 승계의 종잣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러한 계열사 내부 거래구조는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지만 이번에 결정된 물적분할로 규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현대중공업이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신설 현대중공업으로 분할되고, 현대글로벌서비스가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지주의 자회사가 아닌 손자회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을 총수 일가가 계획하지 않았더라도, 물적분할 이후 현대중공업 자회사들의 내부 거래를 규제하기 어렵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들의 경우, 그들의 비자금 조성 창구가 아니냐는 의심이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원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늘 받아왔습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물적분할을 비롯, 회사를 쪼개고 합병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지분율을 낮추거나 중간회사를 둬 이런 비판을 피해갔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덮은 채 신의칙만으로 현대중공업을 믿어달라고 하는 것은 시청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4. ‘지역차별봉건적 관점까지 노출한 SBS CNBC

지방차별여실히 드러내며 현대중공업 옹호

허희영 교수의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옹호 논리는 지역차별로 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정민 앵커는 “(지주사가) 서울로 이전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그럼 울산 지역의 경기 자체가 침몰할 거라면서 지역 주민들 반발까지 있는 상황이라며 이건 어떻게 봐야 겠어요라고 물었습니다.

 

허희영 교수는 중요한 건 R&D 인력이죠.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좋은 배를 만들고 개발해야하는데, R&D 인력까지 해서 한 500명 서울에다 놓고. 왜냐하면 부산이나 울산이나 이런 데 잘 안 내려 갑니다, 우수한 인력들은. 해외서 데려와야 되거든요, 우수한 인력들은. 그러려면 R&D 우수한 인력은 서울에 갖다 놓고, 그 규모는 500명밖에 안 된다는 것이고, 그건 지주회사에요라고 답했습니다.

 

이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발언입니다. 2003년부터 대통령 직속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운영되고 있고 현 정부는 올해 총 241천억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실시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지방에서는 지역 인재들의 역외 유출을 막기 위해 일자리와 교육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정책을 내고 있습니다. 그만큼 지역균형발전은 국가적 과제인 것입니다. ‘우수한 인력이 지역으로 잘 안 내려간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 노력해야지 그러니까 현대중공업을 분할해 우수한 개발인력은 모두 서울로 보내는 것이 맞다고 부추길 일이 아닙니다. 울산 시민들이 이 말을 듣는다면 굉장히 불쾌할 수밖에 없습니다.

 

종업원이 어떻게 주인의 의사결정을 막나

이렇듯 일방적인 흐름을 이어가던 SBS CNBC <경제와이드 이슈&>(63)는 대담 도중 현대중공업 노조 측과 전화 연결을 했습니다. 김형균 현대중공업 노조 정책실장은 전화 연결에서 주주총회가 위법이라고 주장하는 이유,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 등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전화 연결을 마치고 이정민 앵커가 저희가 김형균 현대중공업 노조 정책실장을 연결해서 직접 입장을 들어봤는데 임시 주주총회 자체가 기습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주주들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라고 주장을 하네요라고 정리를 하면서 논의가 다시 사측의 주장으로 옮겨갔습니다. 허희영 교수는 여기에 대해 원천적으로 막았으니까 방금 실장님 표현대로 (주주총회를) 도둑처럼 10분 만에 뚝딱 했죠라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경영권이라고 하는 것은요, 건드리면 안 되죠. 시장 경제가 작동하는 가장 핵심인데. (중략) 생산하는 사람은 생산을 하는 것이고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은 경영을 해야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 경영권에 대해서는 사실 이렇게 노조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고요. 특히나 그런 경영권이 행사 되는 아주 중요한 M&A를 결정하는 그런 장소를 무단으로 불법으로 점거하는 것은 그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건요. 사실 그날 바로 공권력이 집행이 됐어야 됩니다. 이대로 가 가지고는 누가 기업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겠습니까. 종업원이 어떻게 주인들의 의사결정을 막습니까? 물론 구조조정도 거기에 따라 가겠죠, 회사도 살아야 하니까요.

 

일단 현대중공업 사태에 있어 노조는 경영권에 관여할 수 없다는 이 주장은 성립될 수 없습니다. 노조가 주주이기 때문입니다. 주주는 당연히 경영 전반에 의사 표현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노동자의 경영 참여자체를 무조건 터부시하는 편파적 태도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허 교수는 노조가 경영권에 관여하려 했으니 곧바로 공권력을 집행해야 했다’, ‘종업원이 어떻게 주인의 의사결정을 막느냐등 극단적, 억압적인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노사관계를 주종관계로 보는 것은 전근대적 사고에 가깝습니다. 노동자의 권리와 생계를 침해하는 사측의 행위에, 노동자가 쟁의를 통해 반대의사를 표하고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이 근대 이후 세계적으로 법규로 보장된 노동권입니다. 현행법 상 구조조정도 피치 못 할 경영상의 사유라는 논쟁적 요소가 남아 있으나 노동자 쟁의 행위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모두 무시하고 경영권 건드리지 말라고 외치는 것은 기본적 균형을 잃은 겁니다.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의 경우 독일을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는 이미 실시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서울특별시, 광주광역시, 경기도, 인천시 등이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에 노동이사를 선임하고 있습니다.

 

마땅한 이유도 없이 경영권에 노조가 관여하지 말라는 주장을 들은 앵커들의 반응은 더 기가 막힙니다. 발언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해 반론을 하거나 균형 있게 바로잡으려는 어떤 노력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사측의 입장만 대변이게 경제전문채널의 역할인가

이후 SBS CNBC는 다른 나라로부터 받아야 하는 기업 결합 심사 통과에 걸림돌이 무엇인지 예상하는 대담을 이어갔습니다. 여기서도 허희영 교수는 오늘도 울산은 무법천지 같이, 민노총은 이걸 가지고 정부를 압박하려고 하는데라고 말하자 이한승 앵커는 그럴 것 같은데요”, 이정민 앵커는 그렇죠라며 호응했습니다.

 

SBS CNBC가 경제 전문 채널로서 중요 경제 사안을 구체적으로 다루고자 했다면 사측 입장을 넘어 노동권을 부정하는 수준까지 나아간 패널은 철저히 검증했어야 합니다. 굳이 그러한 패널을 세우고자 했다면 반대로 노조 측 패널도 섭외해 사안을 균형 있게 다뤘어야 합니다. 노사 양측의 입장과 별개로 그러한 태도가 언론으로서의 기본 아닐까요? SBS CNBC는 경제전문채널답게 현대중공업 사태에 대해 타사에 비해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송처럼 오로지 재계와 사측 입장에서 전한다면, 이건 사측 대변인방송사냐는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패널 선정에 유의하는 것은 물론이고, 앵커들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보완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63SBS CNBC <경제와이드 이슈&>

문의 : 조선희 활동가 : (02) 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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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주간 논평] "누구도 나를 대표하지 않는다"

"누구도 나를 대표하지 않는다."

"인민은 당신(행정 수반)의 자식이 아니다."

"생리 주기보다도 짧은 20일이 법안 의견수렴 기간이라니 말이 되나?"

"항쟁은 출신을 묻지 않는다. 본토 이주민도 동참한다."

 

세계를 놀랍게 하고 홍콩인들 스스로도 놀란 최근 홍콩 시위와 집회에서 나온 말들이다. 누구에 의해서도 대표되지 않겠다는 구호는 지도자 직선을 요구했던 2014'우산혁명' 때 처음 등장했다.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같고 다른가? 홍콩 시민과 학생들이 길거리로 연일 쏟아져 나오는 현상을 단지 특정 정책에 대한 반발, 정부와 시민의 대립, 또는 중국과 홍콩의 대립으로만 본다면 우산혁명 때와 비교하기 어렵고 이번 사건 후 홍콩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포착하기 어렵다.

 

우산혁명 때는 분명한 지도부가 있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누구도 나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점점 강해져, 점령구 집회의 중앙무대를 거부하고 단체들의 지휘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많았다. 오직 나 자신으로 참가하겠다는 자발성의 '혁명적' 성격은 찬사를 보낼 만 하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모든 조직을 거부하고, 심지어 점령구에서의 토론과 모임도 거부하면서 출구전략조차 토론할 수 없게 되었다. 정부에 대한 비판보다 시위대 내부 입장 차이에 대한 공격이 심해졌고, 결국 역사상 처음으로 도심을 79일 동안 점거했던 군중은 무력하게 해산되고 말았다. 도심은 빠르게 일상을 되찾았다.

 

우산혁명 이후 짙은 무력감 속에서 토론은 이어지기 어려웠다. 정부는 몇년이 지난 후에도 우산혁명 주요 참여자들을 기소했고, 그들은 최근 속속 수감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수정이 촉발한 반대 시위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어 103만 명을 모았고 일부 지역을 잠시 점거했으며, 마침내 지난 16일에는 200만 명이 나왔다. 누구도 이끌지 않았고, 지금도 곳곳에서 경찰 방어선과 대치하는 이들 상당수는 익명의 청년들이다. 이번 시위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우선 여기에는 홍콩인들이 오랫동안 자랑스러워했던 법치의 보장을 더이상 받을 수 없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특히 '일국양제' 속 홍콩의 공간이 점점 사라져 중국에 종속될 뿐 아니라 아예 홍콩이라는 공간이 형체조차 없어질 것 이라는 우려가 크다. 갑자기 실종된 후 중국 본토에서 조사받던 서점 주인들 중 한 명은 정부가 법안을 강행하려 하자 아예 대만으로 이민을 가버렸다. 시민들이 뽑은 의회 의원들의 자격이 정부에 의해 박탈되고, 페이스북에서 독립을 주장한 글이 근거가 되어 정당 활동이 중지당했으며, 교수도 의원도 청년도 잡혀갔다. 두려움은 지난 몇 년간 사람들을 거리에 나오지 않게 만들었다. 그러나 사실상 '홍콩을 지킬 마지막 기회'라 여겨진 이번 반대 시위가 기폭제가 되자, 그 두려움은 놀라운 자발성과 새로운 광경을 만들어냈다.

 

우산혁명 참여자들이 몇년 후에도 기소되고 수감되는 걸 보면서 이제 시위대들은 신분 노출을 피할 방법을 서로 공유한다. 마스크와 고글은 최루탄도 막지만 신분 노출도 막아준다. 시위 현장에서 '셀프 카메라(셀카)'나 사람들 얼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걸 삼가고, 교통카드 대신 현금을 쓴다. 일회용 심(SIM)카드로 바꿔 끼고 중국 애플리케이션들을 휴대폰에서 지운다. 페이스북 대신 텔레그램을 쓰며, 거기서 수시로 공유되는 정보에 따라 각자 선택해서 움직인다. 경찰이 찾아낼 수 있는 '주동자'는 더이상 없다. 익명의 네티즌들은 필요한 물자 목록을 중요도 순서에 따라 분류하여 공유하고, 다양한 '교전 수칙'을 자발적으로 만들어 공유한다. 모든 행동은 참가자 자신이 선택해서 하면 된다.

 

그리고 전에 없던 다양한 이름의 주체가 등장했다. 행정 수반이 "100만 명이 반대해도 강행하는 이유는 제멋대로인 자식을 엄마로서 내버려둘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자, 분노한 시민들은 '홍콩 엄마'의 이름으로 집회를 열어 "인민은 당신의 자식이 아니다. 당신은 한 지역의 수장이고 심부름꾼일 뿐"이라고 외쳤다. "아이야, 두려워 말아라. 아빠가 여기 있다"며 아빠 부대가 등장했고, 법안 지지 글을 회사 홈페이지에 올린 사장에게 직원은 "사장님, 당신은 나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이지만 당신의 입장은 나를 대표하지 않습니다"라는 글로 대응했다.

 

이번 사안에 관심이 적을 것 같은 장년층을 겨냥하여, "수정 법안이 통과되면 홍콩 돈은 휴지조각이 되어버린다"는 포스터를 곳곳에 뿌리며 관심을 촉구하는 이들도 있다. 또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광둥어에서도 다소 비하적 의미가 담긴 '아줌마'라는 호칭을 스스로 내건 집단은 말한다. "우리 아줌마들은 가족을 돌보느라 이번 시위에 못 나갈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분명히 반대한다. 전업주부건 맞벌이건 싱글맘이건 본토 이주민이건 종족과 계층에 상관없이 모든 아줌마의 이름으로 호소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고 하여 한국에도 유명해진 '홍콩 엄마' 집회에서 엄마들은 이렇게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우리가 지금 일어나 우리 자식들이 폭도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죽을까 봐, 그래서 중국 톈안먼사건 희생자 엄마들처럼 자식이 죽고 난 후 30년이 지나서도 계속 그 말을 해야 할까 봐, 늦기 전에 지금 일어나 말하겠다." 자식을 지키겠다며 나온 엄마들은 홍콩의 청년들을 통해 30년 전 중국 땅에서 죽어간 이들을 함께 끌어안는다. 이렇게 소환되는 '톈안먼 사건'은 단지 오래전 먼 곳에서 있었던 불행한 비극에 그치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아 이어진다.

 

운명에 더 이상 순응하지 않고 '나의 도시 홍콩을 스스로 구하겠다'는 이들의 목소리는 이제 하나가 아니다. 여러 이름이 등장하고, 이름없는 시민이 등장하고, 누구의 가르침도 따르지 않는다. 이 사건을 그저 중국과 홍콩의 대결 구도로만 본다면, 또는 한국에서 배운 것이라고 자찬하는 데 그친다면, 곳곳에서 새롭게 솟아나는 가능성을 보지 못한다. 그 가능성은 홍콩만의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든 생겨날 수 있다.

장정아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프레시안

 

사진만 찍고 "다신 안와요".. 암울한 '압구정로데오·가로수길'

 

유동인구가 없어 휑한 압구정로데오거리. /사진=김창성 기자

 

서울 강남의 압구정로데오거리가로수길이 암울하다. 1990년대 젊음의 거리로 명성을 떨쳤던 압구정로데오거리는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00년대 중후반 강남의 대표 젊음의 거리 타이틀을 이어받은 가로수길 역시 침체의 길을 걷는다.

 

경리단길, 망리단길을 비롯해 주요 대학가 먹자골목 등 유동인구가 밀집한 서울 대표 상권이 최근 몇년 새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빈 점포가 늘어난 가운데 압구정로데오거리와 가로수길 상권 역시 매출이 줄며 시름시름 앓고 있다.

 

그럼에도 임대료는 여전히 천정부지다. 방문객들의 입에서 하나 같이 특별할 것 없다는 두곳의 임대료는 왜 비쌀까.

 

다신 안와요”- 압구정로데오

압구정로데오거리는 201210월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이 생기며 접근성이 개선됐다. 역명을 두고 신청담역과 막판까지 경쟁하며 논란이 거듭됐지만 결국 압구정로데오라는 상권 이름이 들어간 역명으로 확정되며 오래도록 침체된 상권의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이곳은 휑하다. 평일·주말 할 것 없이 드나드는 사람이 적다. 압구정로데오거리는 직접 가 봐도 굳이 이곳에 올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상권이었다.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흔한 옷가게, 액세서리 숍, 커피숍, 식당 등만 즐비한데 굳이 압구정로데오거리를 찾아 올 이유가 없어 보였다.

 

서울 남현동에 사는 대학생 A씨는 근처 학동사거리에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왔다가 잠시 들렀는데 홍대나 건대 앞 상권 같이 사람이 많은 곳과 차별성을 찾을 수 없다저도 볼일 때문에 왔다가 들린 거지만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굳이 이곳을 마음먹고 찾아올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신사동 가로수길. /사진=김창성 기자

A씨의 말처럼 압구정로데오거리의 현실은 참담하다. 유동인구가 적어 상권이 몇년째 크게 침체됐다.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상권 구성에 곳곳에는 임차인을 구하는 빈 점포가 널렸다. 그럼에도 임대료는 여전히 비싸다.

 

인근 B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로데오거리 메인 길목의 125평 점포는 보증금 1억원에 월 800만원이다. 이보다 면적이 절반가량 작은 112평 규모의 점포는 보증금 8000만원에 월 300만원의 시세가 형성됐다. 지하 2~지상 3층 건물이 보증금 10억원, 월 임대료 3000만원에 통으로 나온 곳도 있었다.

 

대부분 권리금 없이 나온 매물이지만 이를 감안해도 굳이 사람도 없는 압구정로데오거리에 와서 누가 이 비싼 돈을 주고 장사를 하려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침체된 상권 분위기와 동떨어진 비싼 가격대다.

 

상인 C씨는 압구정로데오거리 주변의 유명 미용실이나 도산공원 인근의 유명 의상실 등 고정수요가 탄탄한 점포를 제외하면 대부분 한달 임대료를 내기도 빠듯한 상황이라며 워낙 오가는 사람이 없고 어쩌다 한번 와도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평범함 때문에 늘 장사가 안된다. 아직도 임대료는 내려올 줄 모르니 장사를 접는 이들이 늘며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씁쓸해 했다.

 

사진 찍으러 왔죠”- 가로수길

압구정로데오거리에서 직선거리로 약 1.5떨어진 가로수길은 2000년대 중후반 이후 강남의 대표 젊음의 거리로 각광받았다. 10m, 길이 660m 남짓한 메인 도로를 중심으로 골목길 곳곳에 크고 작은 옷가게, 액세서리 숍, 디저트 카페, 레스토랑 등이 들어섰다.

 

상권 구성은 압구정로데오거리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이곳은 압구정로데오거리와 달리 유동인구가 끊이질 않는다. 다만 거기까지다. 가로수길은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풍성할 뿐 내실은 곪았다.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상인들이 발을 빼며 여기저기 빈 점포가 늘어서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있던 가로수길의 빈 점포. /사진=김창성 기자

 

인근 D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가로수길 메인 도로 인근의 116평 점포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가 무려 1100만원이다. 또 약 58평의 반지하의 경우 보증금 9000만원에 월세가 600만원인 매물도 있다. 점포 위치나 크기, 층수에 따라 다르지만 가로수길 점포 시세는 대체로 보증금 2000~1억원, 월 임대료는 160~1100만원 수준이다.

 

가로수길은 10~30대 젊은층을 아우르는 상권이 형성됐고 지하철 3호선 신사역에서 도보 3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접근성이 우수하다. 하지만 우수한 접근성에 따른 수많은 유동인구가 모두 매출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압구정로데오거리는 유동인구 자체가 적지만 가로수길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림에도 침체의 길을 걷는다. 가로수길에서 비싼 돈을 주고 소비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다.

 

서울 중화동에 대학생 E씨는 젊은 사람들은 가로수길에 소비를 하러 오기보단 구경하고 사진을 찍으러 온다옷은 인터넷이 더 싸고 음료는 편의점에서 마시면 된다. 그냥 SNS에 올릴 사진이 더 필요할 뿐 굳이 비싼 돈을 줄 만큼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인근 회사원 F씨도 비슷한 생각. 그는 가로수길은 대표 젊은이의 거리라는 상징성이 부각될 뿐 속을 들여다보면 사실 특별한 게 없는 곳이라며 그래도 강남이라는 인식이 강해 비싼 임대료를 내리기도 쉽지 않아 갈수록 빈 점포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위험한 이유

스크린 리터러시 교육 필요할 때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가 최근 시청률 15%대 전후를 기록해 동시간대 프로 가운데 최강 자리를 굳히고 있다. 관련 동영상이나 댓글, 출연한 영유아들의 인기 순위가 높아 승승장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공영 방송사의 이 같은 프로그램이 드리운 그늘이 짙어 그에 대한 고민, 즉 스크린 미디어 리터러시(Screen Media Literacy)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유아, 어린이가 부모와 출연하는 형태의 슈돌이 지닌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지닌 위험성도 스크린 시청이나 오락 게임 놀이가 영유아의 심신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관점에서 점검해야 한다.

 

스크린 미디어가 영유아와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총체적 관점에서 접근할 경우 슈돌에 잠재된 부정적인 측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출연 어린이들이 프로그램 촬영 과정에서 판단 미숙 등으로 인해 잘못된 인식을 지닐 수 있다. 자신이 다른 어린이에 비해 특별하다고 여기거나 실내 촬영기사의 존재감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과 함께 평등 의식에 부정적 인식을 지닐 수 있고 성인의 재미를 위한 속임수와 같은 기획 연출로 인해 잘못된 지식을 주입받을 가능성도 우려된다. 어린 시절에 갖게 되는 가치관이 성장 이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영유아와 어린이의 예능 프로그램 고정출연에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다른 측면이지만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대부분 부모가 연예인 등 유명인으로, 일반인의 직업과 달라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도 적지 않다.

 

이 프로그램이 주는 간접적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영유아나 어린이는 TV에 자신과 동년배가 출연하면 강한 시청욕구를 보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슈돌은 영유아, 어린이 TV 시청 제한 필요성에 역행한다. 특히 영유아, 어린이가 가정에서 TV를 시청할 때는 부모의 역할이 결정적인데, 부모가 슈돌의 인기만을 보고 그 위험성을 경시할 가능성이 커진다. 부모가 이런 프로그램을 시청할 경우 자녀도 함께 시청하면서 TV의 위험성에 노출된다. 최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보호자가 영유아를 달래기 위해 장난감 대용으로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일이 흔히 목격되는데, 이는 경계해야 할 현상이다.

 

영유아나 어린이는 TV와 같은 스크린미디어를 가급적 적게 이용하는 게 좋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과학적 지식이다. 이런 점에서 영유아가 고정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그 인기가 크다면 TV 등 스크린미디어를 경계해야 한다는 대중의 의식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 대중으로 하여금 귀여운 영유아가 출연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무슨 문제냐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다.

 

미국소아과학회가 1998년부터 권장한 어린이의 스크린 노출 시간 기준을 보면 이런 우려가 근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학회는 만 2세 이하 어린이는 TV 등 모든 전자 미디어를 이용해서는 안 되고, 2~5세는 하루 2시간 이상 전자 미디어를 이용할 경우 건강을 해치므로 부모가 아이의 시청 시간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학교에서 태블릿을 학습용으로 이용할 경우에도 하루 2시간 이내로 제한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어린이의 TV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이유는 TV의 빛과 영상, 음향이 어린이의 두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장시간 TV 시청으로 인해 육체적 운동이 제한되어 비만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다양한 스크린 미디어를 복합적으로 이용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모든 스크린 미디어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논란이 된 게임중독론을 두고 게임업계 등 일부는 게임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고, 게임의 악영향이 부풀려졌다는 점 등을 들어 반발하지만, 모든 스크린 미디어가 잘 이용하면 약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독이 된다는 상식에 입각해서 모든 구성원이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오는 2022년부터 질병으로 분류키로 한 원인은 영유아, 어린이의 TV 시청 제한, 스마트폰 이용 등 스크린을 이용한 미디어가 범람하고 있는 현실과 직결되어 있다. 미디어 이용 연구는 윤리적 이유로 인한 실험 제한과 같은 한계 때문에 자연과학에서와 같이 딱 떨어지는 결과를 얻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런 점은 TV가 일반화 된 뒤 그 유·무해론에 대해 수십 년 간 논란이 계속되다가 결국 TV 프로그램 등급제로 정착했다는 점을 살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분야가 다르지만, 담배 유·무해론도 수십 년 간 갑론을박이 이어지다가 오늘날 담배의 유해함은 공지의 사실이 되었다. 게임도 마찬가지로 현재보다 좀 더 정교화된 연구 방법,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활용과 같은 기법을 응용할 경우 과거에 비해 좀 더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스크린 미디어와 관련한 정부의 종합적인 접근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전체 관련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국민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WHO의 게임중독 결정에 대해 게임물 심의를 위한 게임물관리위원회를 산하 기구로 두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보건복지부와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모습은 목불인견이다.

 

스크린 미디어가 갖는 긍정적 효과는 정보화 기술 발달에 따라 확인되고 있지만, 그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범사회적인 접근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 유관부서와 게임업계, 스마트폰 생산업체, TV 등 각종 영상 미디어업체가 동참해서 공동연구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유아나 어린이, 청소년의 경우 자기 의사 표현이나 그것을 관철할 행동이 성인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 서구에서는 자녀의 초상권, 사생활 보호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그에 대한 대처가 활발한데 비해 우리의 경우 미흡하다.

 

최근 국내외 자선단체 등이 기부 활성화를 목적으로 미성년자 등의 초상권, 사생활 문제 등이 제기될 우려가 있는 영상을 남발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우려된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공영방송의 경우 영유아 프로그램이 성장기 아동에 미치는 영향, 양극화가 심각한 사회적 현실 속에서 계층 간 위화감 조성 가능성 등을 정교하게 접근해 공공에 미칠 악영향을 줄이는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노력하고 광고도 더 신경을 쓰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어느 고고학자의 절규"최대의 청동기유적을 장난감 공원으로 전락시키나"

 

레고랜드 조성부지에서 확인된 다양햔 형태의 지석묘(고인돌). 신분의 상중하를 알 수 있는 지석묘들이다.

 

서울 석촌동과 풍납동 일대는 백제 왕릉급 고분(석촌동)과 도성(하남위례성·풍납토성)이 확인된, 한성백제(기원전 18~기원후 475)500년 역사를 오롯이 증거하는 핵심유산이다. 하지만 개발의 광풍에서 사라질 뻔 한 유적을 온몸을 던져 막아낸 학자가 있었으니 바로 이형구 동양고고학연구소장(75·선문대 석좌교수)였다.

 

이교수는 1983년 백제 적석총인 석촌동 3호분과 4호분 사이에 도로 관통 공사를 강행하고, 마구 파헤친 고분에서 백제 인골이 포클레인 삽날에 찍혀나가는 참상을 확인했다. 이교수는 한편으로는 공사 차량을 몸으로 막아서고 한편으로는 관계요로를 통해 적극적인 유적 보존 운동을 벌였다. 결국 2년여의 싸움 끝에 석촌동 고분군 일대가 백제유적보존지구로 지정됐다. 3·4호분 사이를 관통하려던 도로계획은 지하차도(백제고분로)로 변경됐다.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부지에서 확인된 청동기 시대 유적. 3300기의 유구가 확인됐다. |이형구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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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후 이형구 교수는 1996년 말 아파트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던 풍납토성 내 아파트 재개발 부지에 잠입했다. 이교수는 현장 지하벽면에서 백제토기편이 무수히 박혀있는 것을 목격하고는 언론에 공개했다. 이후 대대적인 발굴 끝에 풍납토성이 백제시대 연인원 450만명이 총동원된 엄청난 규모의 도성이었음이 밝혀졌다. 결국 풍납토성은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후손들에게 후회없도록 처리하라고 당부함으로써 극적으로 보존됐다.

 

확인된 고인돌 170기는 지금 흙으로 덮었거나 철거됐다. 170기 중 30기만 유적공원에 이전복원할 예정이다.|이형구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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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고학자의 힘겨운 싸움

그로부터 20여 년 후 이형구 교수는 또 한 번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강원도 춘천 중도에서 발견된 이른바 중도 유적의 보존을 둘러싼 힘겨운 싸움이다. 지난 2011년 중도에 블록장난감(레고)를 테마로 한 이른바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 수립되면서 중도유적은 개발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19기의 고인돌이 확인된 곳이 철거된 C2지역. 고인돌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이형구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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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추진을 위해 시행된 20131단계 발굴조사에서 무려 1400여기의 청동기 유구가 쏟아져 나왔다. 고인돌 101. 집터 917, 구덩이 355, 바닥 높은 집터 9기와, 마을을 지키는 긴 도랑 등. 고고학적인 의미는 대단했다. 우선 강원도 지역에서 고인돌이 이처럼 무더기로 발굴된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집자리에서 둥근 바닥 바리 모양토기’(원저심발형토기)덧띠새김무늬토기’(각목돌대문토기)가 확인됐다. 유적의 최고(最古) 연대가 조기 청동기시대(기원전 14~12세기)임을 알려주는 지표유물들이다. 고조선 시대의 대표유물인 비파형 동검과 청동도끼 등도 출토됐다. 남한지역 집터에서 처음 확인되는 유물들이다.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는 둘레 404m의 도랑(환호·環濠)과 농사를 지었음을 알려주는 경작 유구까지 확인됐다. 20152단계 조사에서도 650여기, 이후 마지막 단계 조사에서 1243기가 차례로 조사되는 등 총 3300여기의 유구가 나왔다.

 

현장에서 철거된 고인돌의 돌들은 잡석이라는 이름이 붙어 야적되었다. 170기중 55기가 철거되어 잡석처리되어 보관중이다. 이중 30기 정도만 이전복원될 예정이라 한다.|이형구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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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목되는 유구는 다양한 형태로 열지어있는 고인돌이었다. 중도의 고인돌은 교과서에서 배운 엄청난 규모의 탁자식(북방식) 혹은 바둑판식(남방식)은 아니었다. 많은 돌을 이용해서 원형 혹은 장방형의 묘역을 조성하고는 그 중심에 시신을 안치한 돌널무덤을 설치하고 그 위에 상석을 올린, ‘소박한형태의 고인돌이었다. 지하의 무덤방 위를 바로 뚜껑으로 덮는다 해서 개석식(蓋石式) 고인돌이라 한다.

       

한반도에서 확인되는 고인돌(4만기) 90% 정도가 탁자식이나 바둑판식이 아니라 중도에서 발견된 것 같은 고인돌이다. 교과서에서 배운 엄청난 규모의 탁자식·바둑판식 고인돌은 공동체의 최상위 지도자의 무덤일 수도 있지만 제사용이나 랜드마크같은 마을의 상징물일 가능성이 짙다. 반면 중도에서 확인된 이런 소박한고인돌은 실제 시신을 묻고 장례를 치른 실용의 무덤이었을 가능성이 짙다.

 

레고랜드 부지에서 발견된 청동기시대 지석묘. 이렇듯 다양한 고인돌이 운집해있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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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고인돌의 배열이 3열로 40여 기가 길게 조성돼있고, 마을 공간 안에도 다수 분포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 가운데는 5~6세의 어린아이가 구부린 자세로 석관에 묻힌 아주 작은 고인돌도 보였다. 청동기 마을의 공동묘지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골 마을의 제사와 회의를 주관하는 마을 어른의 선산 개념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 치면 마을 이장 정도 되는 가문의 선산(先山) 같은 개념일 수도 있다.

 

발굴된 집자리도 흥미로웠다. 그 중 조기 청동기 시대(기원전 14~12세기)의 집자리는 요즘 아파트의 평수와도 뒤질게 없는 26(86.5)에 달했다. 이 집의 한가운데에는 집안을 따뜻하게 해줬을 화덕자리가 조성돼 있었다. 그런데 4줄로 연결된 통나무가 불에 탄 그 형태 그대로 무너져 있었다. 이것은 벽체 혹은 천장이 불에 타면서 그대로 무너져 버린채 3400~3200년 동안 고스란히 남아있었다는 얘기다.

 

조기 청동기 시대(기원전 14~12세기)26평형 주택. 그런데 이 집은 어느날 갑자기 난 화재 때문에 폭삭 주저앉았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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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탄 집자리 가운데는 집안에서 유물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유구들도 있었다. 무슨 일일까. 아마도 다른 곳으로 이사하면서 이삿짐을 다 옮긴 뒤 옛집을 불에 태우는 이벤트를 벌인 것은 아닐까. 또 하나 착안점은 청동기 시대 주택의 규모가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었다. 화재 때문에 전소된 기원전 14~12세기의 26평짜리 주택도 작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이곳의 집자리 가운데는 154(47)126(38)짜리도 있다. 따지고보면 25~26(86), 47~48평형과 38평형은 요즘 주택시장에서도 기준으로 삼는 아파트의 평형이 아닌가. 예나 지금이나 집의 기준은 변함이 없는 것인가. 중도 청동기 마을의 중심연대는 청동기 중기(기원전 9~6세기)로 편년된다. 조기 청동기 유구도 있지만 기원전 9~6세기 집터가 다수 확인되기 때문이다.

 

이형구 교수는 조사된 유구 중 3분의 2정도가 청동기 중후기의 주거지로 분류된다면서 이 무렵 1가구당 5~6명 살았다고 치면 4000~5000명의 주민이 거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았다. 이교수는 삼한시대 인구는 2500~35000명 정도면 한 나라의 구성원과 같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면서 중도는 마치 역사 시대의 궁성 같은 세계적인 유적이라고 평가했다. 구획을 나눠 중도유적을 발굴조사한 7개 문화재조사기관은 2017년에 펴낸 약식조사보고서에서 중도유적인 한국고고학 역사상 청동기 시대 최대의 마을유적이라 규정했다.

 

청동기 마을의 지도급 인사가 살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집자리(주거지)와 그곳에서 출토된 유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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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는 개발과 보존의 윈윈사업인가

이쯤되면 서양의 플라스틱 놀이기구 공원(레고랜드)을 세운다는 계획을 접고 청동기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유적공원으로 용도를 바꿀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개발계획은 강행됐다. 이미 20137월 중도를 방문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레고랜드 사업을 ‘5대 현장대기 프로젝트 지원사업으로 독려했기 때문이다.

 

결국 문화재청과 강원도는 중도(127) 안에서 발굴조사된 유구 중 청동기 시대 환호(도랑) 지역 61500와 철기~삼국시대 유적 32000만 보존키로 했다. 사업을 담당한 강원 중도 개발공사는 이 두 곳에 청동기 및 원삼국 유적공원을 조성, 조사된 유구들을 옮겨 보존·전시하고, 별도의 전시관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윈윈 전략이라는 것이었다. 무작정 보존만 외칠 게 아니라 활용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가 등장했다. 그럴듯 했다. 하지만 이형구 교수는 이런 계획은 겉만 번드르르했지 문화유산을 파괴한, 아니 우리 역사의 대참사로 기록될 것이라 여겼다.

 

중도에서 출토된 유물들. |이형구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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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복원되는 것은 3300기 중 지석묘 30

우선 대··소 규모로 확연한 위계질서를 유지한채 다양하게 분포돼 있던 지석묘 170여기 중 120기 정도는 현장에서 흙으로 덮어놓았다. 또한 55기는 철거해서 유적 한편에 잡석이라는 이름으로 야적해놓았다. 이것부터가 유구훼손이다. 지석묘를 해체하면 곧 유구의 형태가 사라지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잡석이 된다. 유적 유구는 원래의 자리에서 보존되어야 고고학적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문제는 또 있다. 조성될 청동기 공원에 이전복원할 지석묘는 철거해서 야적해놓은 55기 중 30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엄청난 규모의 집자리와 경작유구 등은 매립·복토됐다.

 

이형구 교수는 결국 확인된 3300여기의 유구 가운데 유적공원에 이전 복원되는 것은 100분의 1도 안되는 지석묘 30기에 불과하다는 얘기라면서 발굴 당시의 사진과 훼손·복토·매립 후의 사진을 비교해보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중도에서는 고조선 시대의 대표유물인 비파형 동검과 청동도끼 등도 확인됐다.|이형구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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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들의 원죄

기자가 레고랜드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과 통화하면서 문화재가 쏟아진 사업초기에 전면보존결정을 내렸다면 어땠겠냐고 묻자 이 공무원은 그랬다면 차라리 좋았을 것이라 답했다. 초기라면 몰라도 지금까지 총 3000억원 가량의 사업비가 투입된 지금에 와서 되돌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전홍진 강원도 글로벌투자 통상국장은 모든 사업 과정은 일일이 문화재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레고랜드 테마파트 조성계획에 따르면 극히 일부의 면적에, 극히 일부의 유구만 이전 전시될 계획이다. 나머지 유구는 복토되거나 철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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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게 아니라 이형구 교수는 레고랜드 사업의 강행에 고고학자들의 책임도 크다고 비판했다.

 

중도 유적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40여 년 전인 1977년 무렵이었다. 국립박물관 조사단이 중도에서 무수히 박혀있는 경질의 무문토기편을 발견한 것이다. 이 경질무문토기에 중도식 토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중도에서 안정적으로확인된 원삼국시대(기원전후~3세기 사이의 고고학 시대구분)의 표지유물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후 1980년대에 5차례에 걸쳐 국립박물관의 발굴조사가 이어져 270여기의 유구를 확인했고, 5권의 보고서가 나왔다. 2010년에는 이른바 4대강 사업에 따른 발굴조사에서 200여기의 유구가 추가로 조사되기도 했다. 만약 그 사이 어떤 전문가, 어떤 기관이 나서 중도를 사적으로 지정했다면 레고랜드 테마공원같은 개발사업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레고랜드 사업의 자문을 맡은 어느 학자는 홍수가 나면 물이 차는 중도를 사적으로 지정하기란 무리였을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이형구 교수는 중도(72~73m)의 만수위는 71.5m이기 때문에 아무리 물이 차도 50의 여유는 있으니 물에 잠길 염려는 없다고 반박한다.

 

레고랜드 부지에서 발견된 청동기시대 고인돌, 실제로 시신을 묻은 전형적인 고인돌의 형태이다. 이것이 훗날 적석총으로 발전했다.|경향신문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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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상당한 액수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어서 문화재가 나왔다고 전면 보존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어떤 이는 중도 유적과 같은 청동기 유적은 춘천 인근에 많다면서 기왕에 진행된 사업을 포기할만큼 중도 유적은 매우 특별하지는 않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밖에 발굴 자체가 고고학적인 의미에서는 파괴행위가 아니냐면서 중도의 경우 이미 개발을 위해 구제발굴을 끝낸 상황이니 무조건 보존을 외치기도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이형구 교수는 그 어떤 경우든 이렇게 3300여기의 유구가 쏟아진 유적을 개발하도록 한다는 것은 고고학과 고고학자의 수치라고 비판했다.

 

2013724일 춘천 중도 레고랜드 테마파크 예정지를 방문한 박근혜 당시 대통령(왼쪽)19925월 극적으로 보존된 일본 규슈 요시노가리 유적을 격려차 방문한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 |이형구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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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요시노가리 유적

이 교수는 이와관련, “일본의 요시노가리(吉野) 유적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마침 이 교수 주도로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춘천 중도 유적의 학술적 가치와 성격 규명을 위한 학술대회에서 개발사업 도중 쏟아진 유구 때문에 유적의 전면 보존을 결정한 요시노가리의 사례가 발표됐다. 발표자는 히로세 유이치(廣懶雄一) 전 일본 사가현(佐賀縣) 요시노가리 유적 조사담당계장 등이었다.

 

이에 따르면 1981년 일본 규슈(九州) 북부지역인 사가현 간사키(神岐)에서 공업 단지 조성 공사가 계획됐다. 사가현은 농업 외에는 주요 산업이 없는 낙후지역이어서 새로운 산업을 유치하고 고용을 창출할 필요가 있었다. 사가현은 문화재 지역 일부(6헥타르)는 보존하고 나머지 67.7헥타르는 개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막상 발굴결과 야요이(彌生) 시대(기원전 3~기원후 3세기)의 엄청난 유구와 유물이 쏟아졌다. 3000여기에 이르는 독무덤과 머리없는 인골, 제사토기, 조개팔찌, 머리카락 등 고대국가 발전과정을 볼 수 있는 중요 유적이 확인된 것이다. 발굴단은 일본의 대표하는 야요이 시대의 최대규모 이중환호와 취락이 완전한 형태로 남았고, 한반도계 석기와 무문토기, 송국리형 주거지, 세형동검 등이 출토됨으로써 한반도와의 문화 교류 양상을 더듬어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현 관계자들은 특별한 유적이지만 개발을 멈출 수는 없다는 판단 아래 공사를 강행하려 했다.

 


일본 요시노가리 유적에서 발굴된 한반도 송국리형 주거지. 한반도와의 문화교류를 증거하는 유구로 각광을 받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일본 속의 고대 한국> 특별전 도록, 2007에서

 

요시노가리 유적의 남내곽 구역. 환호에 둘러싸인 특수구역이며, 신분이 높은 사람들의 주거공간으로 보인다. 발굴 때의 모습이다.|국립중앙박물관의 ‘<요시노가리 일본 속의 고대 한국 > 특별전 도록, 2007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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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989년 학계와 언론에서 한 여인을 왕으로 세우고, 궁실에 살고 성책이 엄격하며 망루가 있어 언제나 병사가 지키고 있다(乃共立一女子爲王 居處宮室 樓觀 城柵嚴設 常人有持兵守衛)”<삼국지> ‘위지·왜인전에 등장하는 전설의 여왕국(야마타이국·邪馬台國)과 유사한 유적이라 스토리텔링했다. 망루 유구의 발견이 결정적이었다. 마침내 시민차원의 유적보존운동이 벌어졌고, 일본 문화청은 국가 사적으로 지정하려면 조사구역을 넓히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가현에서는 문화청이 개발을 허용했고, 주민들도 공단 고용을 기대해서 땅을 팔았고 이미 막대한 예산까지 투입되었는데 무슨 소리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야요이 시대 유구 유물이 계속 쏟아지자 사가현은 마침내 공단조성을 포기하고 유적의 전면 보존 및 복원을 결정했다. 발표자인 히로세 유이치는 현재 요시노가리 유적은 국영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올해 관람객이 70만명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발표자인 히로세는 불과 몇일 뒤면 요시노가리 유적은 불도저로 파괴될 운명이었다면서 그런만큼 요시노가리 유적의 보전은 야구로 치면 ‘9회말 투아웃의 역전 홈런로 알려져 있을만큼 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요시노가리의 남내곽 특수구역의 복원 모습이다. 망루와 추도형 주거지 등을 완전 복원했다. 원래 공단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요시노가리는 그 계획이 전면 취소되고 유적공원으로 변경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요시노가리 일본 속의 고대 한국 > 특별전 도록, 2007에서

 

요시노가리의 남내곽 특수구역의 복원 모습이다. 망루와 추도형 주거지 등을 완전 복원했다. 원래 공단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요시노가리는 그 계획이 전면 취소되고 유적공원으로 변경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요시노가리 일본 속의 고대 한국 > 특별전 도록, 2007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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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형구 교수는 2015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자비로 펴낸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춘천 중도유적 보존을 위한 백서>를 발간해서 제출한 이후에도 유적보존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최근에는 밤을 세워가며 편찬한 <중도문화-춘천 중도유적>(새녘·2019)을 펴내 관계요로에 보냈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여러 차례 청원서를 제출했다. 중도유적 보존을 위한 학술대회를 개최한 것도 이교수의 발품 때문이었다.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은 영국 멀린사가 2021년 완공·개장을 목표로 진행중이며, 이번 달까지 기초공사와 설계변경, 디자인 작업을 완료한다는 목표아래 6월중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중도 유적의 완전 보존은 물건너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형구 교수는 요시노가리 유적의 보존을 ‘9회말 투아웃 후의 역전홈런이라고 하지 않느냐면서 중도유적의 보존이 다들 늦었다고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 만 있으면 그것이 바로 9회말 투아웃 후의 역전홈런이 아니겠느냐고 기대했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김미화 550만원, 이만기 200만원···강연료 천차만별

방송인 김미화씨는 지난해 12월 전남 곡성군이 개설한 리더스 아카데미(교양강좌)’에서 2시간 강연하고 550만원을 받았다. 반면 이 아카데미에서 강연한 인제대 이만기 교수와 윤항기(가수) 목사는 각각 200만원을 받았다지방자치단체가 초청하는 유명 강사의 강연료가 천차만별이다. 이에 따라 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서 실시하는 유명인 강연료 책정에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유민봉 국회의원실은 20일 전남 곡성군, 충남 공주·논산시, 광주시 동구·북구 등 5개 자치단체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실시한 교양강좌(아카데미) 내용을 발표했다.   곡성군은 지난해(3)부터 모두 18차례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강연은 주민을 상대로 대부분 2시간 정도 진행됐다. 이 가운데 김미화씨가 방송인 오영실씨와 함께 550만원으로 가장 많은 강연료를 받았다. 이어 손숙 전 문화부 장관이 500만원, 소설가 김홍신씨가 450만원으로 김미화씨 뒤를 이었다

방송인 황교익씨는 300만원을 받았고, 여행작가 태원준씨는 100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황씨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톱 연예인 강연료는 매우 높다. 자본주의 논리가 그렇다"라고 썼다.

곡성군 관계자는 강사 섭외는 한국생산성본부 등 외부기관에 의뢰해 진행되며 강연료는 강사가 요구하는 금액에 맞춰 지급하고 있다강사는 아카데미에 참석한 주민 설문조사로 결정한다라고 말했다.

 

광주시 북구가 실시하는 아카데미도 사정은 비슷했다. 광주시 북구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희망아카데미8차례 열었다. 김미화씨는 지난해 962시간 동안 강연하고 600만원을 받았다. 강사료 가운데 가장 많았다. 연극인 박정자씨는 340만원, 함익병 피부과 원장은 250만원이었다. 광주시 북구 관계자는 외부 업체에 의뢰해 강사를 섭외하고 있다정해진 기준 없이 대체로 강사가 요구하는 만큼 주고 있다고 했다.

충남 공주시가 개설한 공주시민대학에서도 김미화씨가 가장 많은 강연료를 받았다. 김씨는 지난 312웃픈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770만원을 받았다. 진보 인사로 분류되는 진중권 교수는 지난 514디지털미학의인문학주제의 강연에서 2948000원을 받았다. 공주시 관계자는 강사는 공주대에 의뢰해 섭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논산시가 진행한 논산아카데미에서도 김미화씨의 강연료(500만원)가 가장 비쌌다. 한국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20만원을 받았다. 논산시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모두 14차례의 강연회를 열었다. 초청 강사의 강연시간은 보통 2시간이다.

이들 지자체의 아카데미 강사가 대부분 진보 성향인 점도 눈길을 끈다. 보수 인사로 분류되는 강사는 이만기 교수 등 극히 일부였다. 배재대 행정학과 최호택 교수는 전국의 자치단체장이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데다 지명도 있는 인물도 좌파성향이 많다여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보은 성격으로 좌파 성향의 인사를 초청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천차만별인 강연료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진혁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교수나 공직자는 김영란법 등으로 강연료를 규제하고 있지만 방송인 등은 뚜렷한 기준이 없다국민 세금을 쓰는 강연료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조례 등으로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알려왔습니다 : 2019620

-기사와 관련 방송인 오영실씨는 곡성군에서 지불한 강연료(550만원)가운데 실제 수령액은 370만원(세금제외 336만원)이고, 나머지 금액은 소개업체에서 가져간 것 같다고 알려왔습니다.

 

 

콜롬비아에서 꼬리 달린 아기 태어나

남미 콜롬비아에서 꼬리를 가진 아기가 태어났다. 18(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콜롬비아의 한 병원에서 태어난 아기는 이른바 '퇴화한' 꼬리를 갖고 출생했다. 콜롬비아에서 꼬리를 가진 아기가 태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병원이 기록으로 남긴 사진을 보면 꼬리는 아기의 엉덩이 바로 위쪽에서 시작해 아래로 길게 늘어져 있다. 자로 측정해 보니 꼬리의 길이는 약 13cm 정도다. 뿌리 쪽은 굵고 갈수록 가늘어져 마치 쥐의 꼬리를 연상케 한다. 기형을 발견한 병원 측은 즉각 절단수술을 하기로 했다. 수술대에 오른 아기는 약 1시간 만에 꼬리를 잘라내고 정상(?)의 몸이 됐다.

 

병원 측은 "꼬리가 척수나 신경과는 연결돼 있지 않았다"며 절단으로 신경이 훼손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사람이 꼬리를 갖고 태어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이런 케이스는 100여 건에 불과하다. 원인은 유전자라는 게 현지 의학계의 설명이다. 절단수술에 참여한 한 의사는 하지만 태아가 자라는 과정에선 초기에 누구나 이런 형태의 몸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태아는 꼬리가 달린 형태로 성장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의사는 "성장 과정에서 태아의 꼬리는 없어지지만 유전자 때문인지 꼬리를 갖고 태어나는 경우가 매우 드물게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학계에서 사람에게 달린 꼬리를 '퇴화한 꼬리'라고 부르는 이유다.

 

한편 현지 언론은 아기와 가족의 보호를 위해 아기가 태어난 지역과 병원 이름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 사진=노티시아스24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국민 10명 중 7나와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집값 내려야

소득계층 높을수록 '집값 하락해야 한다' 응답 비율 낮아

국민 10명 중 7명이 자신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집값이 내려야 한다고 여긴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국민 인식 및 욕구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201862576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2천명(남자 990, 여자 110)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시민 인식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69.8%가 집값이 '하락해야 한다'고 답했다. 연구팀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주택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니, 33.1%'대폭 하락해야 한다', 36.7%'소폭 하락해야 한다'고 답했다. '상승해야 한다'는 대답은 7.7%(소폭 상승 6.1%, 대폭 상승 1.6%)에 불과했고, '유지되어야 한다'는 응답은 22.5%였다.

 

연령대별로는 '주택가격이 하락해야 한다'는 의견이 20대 이하에서 77.9%로 가장 높았고 50(72.3%), 40(70.9%), 30(69.2%), 60대 이상(61.7%) 순이었다. 혼인 상태별로는 '집값이 내려가야 한다'고 여기는 비율이 미혼(76.4%)이 가장 높고 기혼(68.2%), 이혼·사별(59.2%) 순이었다.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자녀 유무에 따라서도 주택가격 변화에 대한 생각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없는 경우(75.1%)가 자녀가 있는 응답자(67.7%)보다 주택가격이 하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7%포인트 높았다. 특히 소득계층별로는 하층(75%)에서 중하층(73.5%), 중간층(67.5%), 중상층(64.6%), 상층(57.8%)까지 소득계층이 높아질수록 '주택가격이 하락해야 한다'는 생각을 덜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누구나 김제동이 될 수 있다"강연료 논란 너머

개인 활용한 정치공세 프레임 위험수위 지적

"이명박·박근혜 정권 블랙리스트 패턴과 동일"

"시스템 아닌 개인에 초점인권문제와 직결"

"사람 병들게 하는 프레임누구라도 피해자"

고액 강연료 논란에 휘말린 방송인 김제동을 향한 일부 언론·정치권의 비난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이 인다. 이번 논란이 정치 공세 성격을 띠는 만큼, 그 대상은 김제동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스템 아닌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비난이 인권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점 역시 경각심을 낳고 있다.

 

'우리는 누구도 처벌하지 않았다'(위즈덤하우스)로 지난 정권에서 벌어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분석했던 역사학자 심용환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이번 고액 강연료 논란이 전 정권에서 벌인 블랙리스트 사업 패턴과 궤를 같이 한다고 진단했다.

 

심 교수는 20"김제동 씨에 이어 최근에는 방송인 김미화 씨에 대해서도 '정권이 바뀌면서 강연료가 3배 이상 올랐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박근혜 정권이 만든 블랙리스트는 실체가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는 조사를 못했기 때문에 블랙리스트 유무를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의식 있는 발언을 하는 특정 연예인들을 강성 또는 온건으로 분류하고, 해당 연예인들이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방송사에 압력을 넣거나, 댓글 부대를 동원해 수백 개 댓글을 달아 끌어내리는 과정을 밟았다."

 

그는 "결국 이명박 정권 아래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부터 이미 찍혔던 유명인들이 지금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지고 있는 양상"이라며 "권력을 넘겨주고 블랙리스트 형태로 직접적인 배제를 못하는 현실에서 이제는 문재인 정권과의 연관성을 부각시키면서 물고 늘어지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력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는 전 정권의 블랙리스트 사태와 다르지만, 적어도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비판했던 연예인들이 다시 도마 위에 올라서 (정치 공세에) 활용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명박 정권 초기 '좌파 진영의 문화 지형도를 부숴야 한다'는 명목으로 나왔던 '문화균형화 전략' 문건 흐름과도 굉장히 유사하다. 결국 문재인 정부 비판을 위한 도구로 '개인'이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심 교수는 "김제동 씨와 같은 유명인들이 받는 강연료 액수를 들으면 직장인들 입장에서 자괴감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것은 도덕적·개인적 판단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과 정치권의 반복된 부채질을 통해 마치 법적·사회적 판단인 것처럼 프레임이 바뀌고 있다. 여기서 이러한 논란이 정치 공세라는 점은 보다 명확해진다. 또 다른 언론·정치인이 가세하면 더욱 강력한 프레임이 될 것이다."

 

"결국 남는 건 개인이 견디고 버티거나 물러나기"

그는 "정권을 넘겨준 야당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할 때 국민들로부터 '너희들은 그래서 잘했냐'는 반문에 직면해 왔다""이로 인해 한동안 막말을 공세에 활용했지만, 이마저도 커다란 역풍에 휘말렸다. 하지만 김제동 씨 고액 강연료 논란으로 대표되는 이번 사건은 결이 다르다"고 봤다.

 

"혹할 수밖에 없다. 강연시장 시스템 등 앞뒤 다 잘라내고 '김제동이 한 번 강연하고 1000만 원 이상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고 강연료가 몇 배 올랐더라'는 식의 프레임이 먹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댐에 구멍을 내서 그 댐을 무너뜨리는 방식을 학습하는 것이다. 그러면 전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사람들이 다시 줄줄이 끌려올 수밖에 없다. 그들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심 교수는 "결국 남는 것은 개인이 견디고 버티거나, 아니면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 밖에는 없는데, 이러한 정치 공세 속에서는 사람이 계속 다쳐 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 크게 염려된다""개인을 병들게 만드는 이러한 프레임 안에서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정치 공세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진보진영에서조차 '일부 타당하다'는 논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범진보, 범여권 안에서 밑도 끝도 없는 상처내기가 벌어질 수 여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실제 강연 시장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시스템 교정이 아니라 내부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인권을 보호하고 지지층을 확대하려면, 국민들로 하여금 '청와대와 여당이 뭔가를 계속 하고 있구나'라는 관심을 갖도록 화두를 제공해야 한다""국민들을 심심하게 만들고, 반대 진영의 정치 공세에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 이어지면 내년 총선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실제 국민들 삶에 보탬을 주는 생산적인 민생 이슈를 부각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는 '김제동 고액 강연료 논란'을 위시한 개인을 향한 정치 공세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인권 문제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고액 강연료가 문제라면 그 시스템이나 제도를 교정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옳다. 인권의 시대에 걸맞은, 사람을 살리면서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옮기려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

jinuk@cbs.co.kr

 

때리고 욕하는 게 끝이 아니었다경제적 폭력가정폭력의 드러나지 않는 올가미

 

생활비 안 주며 경제력으로 통제

전화상담 사례 성적 폭력보다 많아

신체··정신적 폭력 동반 호소도

 

씨는 지난해 9월 경기도의 한 가정폭력상담소를 찾았다. 결혼 생활 4년 동안 남편이 휘두른 폭력에 시달렸다. 남편은 씨를 때리고, 물건을 내던지는 폭력을 일삼았다. 끝이 아니었다. 생활비·양육비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남편이 4년 동안 씨에게 준 돈은 600만원 가량이다. 그마저 10회에 나눠 줬다. 월수입이 400~500만원인 남편은 성매매와 유흥비에 돈을 탕진했다. 시간강사인 씨는 급여를 생활비와 양육비에 다 써야 했다. 남편은 씨가 강사 일도 못하게 하려 했다. 씨에게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생활비를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했다. 씨의 경제활동까지 통제하려 한 남편의 행위는 경제적 폭력이다. 배우자나 이혼한 상대방에게 악의적으로 생활비·양육비를 주지 않거나, 동의 없이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고 수입과 지출을 독점하는 행동을 가리킨다.

 

경제력을 수단으로 상대를 통제·제압하는 경제적 폭력은 명백한 가정폭력인데, 신체적·물리적 폭력 같은 폭력으로 잘 인식하지 않는다.

 

20일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여성긴급전화 1366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가정폭력 피해 상담 189507건 중 경제적 폭력 피해는 5.83%(11037)로 나타났다. 경제적 폭력은 다른 유형의 가정폭력과 함께 이뤄진다. 가정폭력 피해 상담 조사 중 신체적·경제적 폭력을 호소한 경우는 3041, 정서적·경제적 폭력을 호소한 사례는 3462, 성적·경제적 폭력을 호소한 사례는 40건으로 나타났다. 신체적·정서적·성적·경제적 폭력을 모두 호소한 사례는 3598건이었다. 경제적 폭력을 단독으로 호소한 상담 사례는 896건이었다.

 

경제적 폭력에 대한 상담 사례는 성적 폭력(5359)보다 많았다. 올해 1~4월 이뤄진 경제적 폭력에 대한 상담은 전체 67328건 중 6.94%(4675)를 기록했다.

 

XX? 생활비 안 준다이것도 가정폭력입니다

 

가정폭력의 드러나지 않는 올가미 경제적 폭력

경제적 폭력은 가해자의 피해자 통제 수단이라는 점에서 신체적·물리적·정서적 폭력과 구조가 같다. 지난 4월 가정폭력상담소를 찾은 씨는 20년가량 결혼생활을 한 남편에게 당한 피해를 호소했다. 남편은 씨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았다. 화풀이였다. 휴가를 시댁에서 보내는 문제나 가사노동을 분담하는 문제로 돈과 무관한 다툼을 벌여왔지만, 그때마다 남편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생활비를 주지 않겠다씨를 억압했다.

 

경제적 폭력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로부터 벗어나려 할 때 끊기 힘든 족쇄가 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소식지 월간 가정상담’ 20194월호에는 2002년 가정폭력을 피해 남편과 별거한 (51) 사례가 실렸다. 집을 나온 뒤에도 씨는 남편을 벗어날 수 없었다. 남편이 씨 명의로 빚을 내면서 지난해 1월 통장이 압류됐기 때문이다. 남편이 씨 명의로 신용카드를 만들어 낸 빚은 13700만원이었다. 씨는 은행에서 통장이 압류됐다는 문자를 받은 뒤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씨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도움을 받아 올해 1월 가까스로 면책 결정을 받을 수 있었다.

 

돈으로 억압당한 피해자들

처벌 규정 없어 인지 못해

국회서 법안 1년 넘게 계류

법사위 형사 처벌 어려워

 

경제적 폭력을 처벌할 법적 근거는 부족하다. 현재 가정폭력특별법은 가정폭력을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고 정의하지만, 재산상 피해는 재물을 물리적으로 손괴하는 행위로 좁게 해석한다. 경제적 폭력을 제대로 처벌할 규정이 없다 보니 경제적으로 배우자를 통제하려는 행위가 심각한 가정폭력이라는 사실은 피해자들조차 잘 인식하지 못한다.

 

지난해 3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제적 피해를 주는 행위를 가정폭력에 포함하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은 경제적 폭력도 가정폭력에 포함된다는 점을 명확히 담고 있다.

 

이 법안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는 부정적인 입장이 담겼다. 검토보고서는 개정안이 가정폭력의 범위에 포함시키려는, 생활비를 주지 않거나 수입과 지출을 독점하여 가족구성원을 방임하는 등의 행위는 그로 인하여 가정구성원에게 경제적 피해를 입게 한다고 하더라도 단순 채무불이행을 범죄로 처벌하지 않는 현행법 체계 아래에서 가정폭력범죄로 성립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가정폭력으로 처벌하려면 형법에 열거된 폭행·강간·상해 같은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 경제적 폭력에 따른 피해는 채무불이행 등 민법상의 재산상 피해로 분류된다. 현행법 체계에서 경제적 폭력은 가정폭력특별법으로 규정하려 해도, 형법상 경제적 폭력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면 형사처벌 대상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미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 ‘생활비를 안 줘서 피해를 봤다고 했을 때 그 피해를 보전하는 방법이 형사 처벌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경제적 폭력을 법적으로 명확하게 가정폭력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경남 한국여성의전화 쉼터 오래뜰 소장은 신체적 폭력에 국한된 가정폭력 정의를 정서적·경제적 폭력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 독립 막아 삶 고립시켜처벌법 필요

시민단체 제언

인간관계 단절에 대응 못해

자녀 양육비로 인질 삼기도

경제적 폭력은 가정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생활비를 주지 않거나 경제활동을 못하게 해 피해자의 독립을 막는다. 경제적 폭력은 피해자들이 신체 폭행 같은 물리적 폭력에도 취약하게 만든다.

 

정수린 한국여성상담센터 상담국장은 경제적 폭력의 가장 큰 문제가 피해자를 위축시켜 가정폭력을 이겨내려는 의지를 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돈이 없어서 기초적인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위축된 심리 때문에 쉽게 가해자로부터의 분리를 시도하지 못한다고 했다.

 

가해자의 폭력에 장기간 노출되거나 갈등과 폭력 상황이 벌어질 때 경제 기반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없다. 이럴 때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에 더욱 매몰돼 정상적인 삶을 회복하기 더 힘들다.

 

가해자들은 이런 점을 악용해 경제적 폭력을 더 강하게 휘두른다. 신고하면 생활비를 끊겠다고 하거나,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협박한다. 경제적으로 곤궁해지면 인간관계도 쉽게 차단된다. 정 국장은 돈이 없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인간관계는 무너진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모임에 나가거나 지인을 만나려면 회비를 내야 하거나 하다못해 맥주값이라도 필요하다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고 싶어도, 경제적으로 통제된 상황에서는 인간관계를 맺기 힘들다고 했다.

 

조미영 안양YWCA 가정폭력상담소 소장은 다른 가정폭력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폭력에서도 자녀 때문에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자녀를 인질 삼아 가정 경제권을 통제한다는 뜻의 말이다. 경제적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는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 때문에 가해자에게 제대로 대항하지 못한다. 이혼을 망설이는 경우도 많다. 조 소장은 자녀의 양육비를 주지 않는 것은 아동의 교육·발달의 기회를 빼앗는 폭력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폭력은 가족 안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조 소장은 경제적 폭력의 가해자 중에는 자녀들에게는 잘해주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배우자에겐 경제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면서, 자녀에겐 용돈을 넉넉히 주고 잘 대해주는 식이다. 배우자를 폭행하거나 가정에서 갈등이 벌어질 때 자녀가 자신의 편을 들도록 하기 위한 수법이다.

 

조 소장은 경제적 폭력은 배우자를 통제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주먹을 휘두르는 신체적·물리적 폭력과 같은 가정폭력이고 강제적으로 금지해야 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조 소장은 현재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관련 법이 제정되고 경제적 폭력도 가정폭력에 포함된다면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중도 해지 땐 환급금 0저렴한 보험료의 함정

무해지환급금 보험상품 주의를

보험료가 일반보험보다 저렴한 대신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해지환급금 보험상품이 최근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보험계약을 만기까지 유지하지 못하면 해지환급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321000건이었던 무()해지환급금 보험상품 신계약 건수가 20181764000건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신계약(초회) 보험료도 같은 기간 439억원에서 1596억원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해지환급금 보험상품은 보험계약 해지 시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기존 보험보다 30~70% 적어 보험료도 대폭 낮게 책정할 수 있다. 따라서 보험계약을 만기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일반 상품보다 무()해지환급금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시점의 보험계약 유지율은 66.5%, 20년 계약 유지율은 44.2%에 불과한 실정이다. 금감원은 본인의 예상소득 등을 감안해 보험계약을 유지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가입 여부를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연봉 1천만원' 농민을 화나게 하는 건 김제동이 아니다

[진짜 농사꾼의 농업·농촌이야기 20] 농사꾼이 진짜 불평등을 실감할 때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가 보름 넘게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급기야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김제동과 김어준 등의 강연료를 전수 조사하자고 나섰으며, 한국당 지도부도 김제동에게 지급된 강연료의 환수와 감사원 감사를 촉구했습니다.

 

1년 내내 논밭에서 땀 흘려 일해봐야 농업소득이 연간 천만 원에 불과한 농사꾼인 저에게 시간당 대략 1300만 원이라는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는 분명 이해하기 힘든 큰 금액입니다.

 

그러나 이강인의 몸값(이적료)1000억 원이고, 메시의 1년 수입이 1500억 원이라는 말에 그렇듯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 소식에 불평등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불평등하다고 생각할 때는 따로 있습니다.

20년 넘게 농가당 농업소득은 천만 원

작년 91일부터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 원 이하만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보증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전세자금대출 규제안이 시행될 예정이었습니다.그런데 시행을 사흘 앞두고 '고소득자 기준이 너무 낮다'라는 여론에 밀려 금융당국이 기준을 부부 합산 1억 원으로 올렸습니다.

 

논란이 있었다고는 하나 대도시에서 부부 합산 고소득의 기준을 1억 원으로 올릴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농촌입니다.

2018농업전망 60농촌경제연구원

 

위 표를 보면 20년 넘게 농가당 농업소득은 천만 원에 그쳤습니다. 연소득 천만 원의 농사꾼으로서 통계청의 이런 발표를 보고도 아무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는 사회에 불평등과 절망을 느낍니다.

 

농민은 연 1천만 원, 농협 평사원은 연 1700만 원

 

재벌닷컴이 발표한 자산 상위 10대 그룹 계열 94개 상장사의 2018 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직위별 임금내역 재벌닷컴

 

지난 414일 재벌닷컴은 자산 상위 10대 그룹 계열 94개 상장사의 2018 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직위별 임금내역을 분석한 결과 일반직원 평균연봉은 농협이 1700만 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415일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까지 농가 소득 연 5000만 원을 달성해 "농업인들이 행복한 국민의 농협"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농민들이 논밭에서 땀 흘려 일해 얻는 농업소득은 천만 원에 불과한데 말이죠.

 

20년째 연간 농업소득이 천만 원인 농사꾼이 불평등과 황당함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농업경영체 등록해 면세유와 면제 전기 쓰는 일부 공무원

지난 426105만 공무원의 월 평균 소득이 530만 원이라는 인사혁신처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103만 농가의 연간 농업소득을 단 두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벌어들이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공무원은 소득이 적다며 공무원법의 영리업무 금지 조항을 위반한 채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고, 심지어 퇴비와 농자재를 지원받고 농업용 면세유와 농업용 전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관련기사] 농사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http://omn.kr/1apvo)

 

연간 농업소득 천만 원인 농사꾼이 불평등과 분노를 느끼는 순간입니다.

 

농민을 다른 신분으로 보는 사회

이처럼 농사꾼이 불평등을 느끼는 것은 몇몇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의 천문학적 수입이 아니라 주변에서 늘 마주치며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공무원들과 농업의 가치와 농사꾼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척 얘기하는 농업 관련 단체에서 일하는 이들의 허황한 주장을 만날 때입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이미 "외국인 근로자에게 같은 임금수준을 유지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누구의 말처럼 농사꾼을 자신들과 다른 신분의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정화려

 

"문재인 정부 말, 경제위기 온다... 재벌개혁 위한 제2촛불운동 해야"

[e사람]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재벌개혁 없이 양극화·노인빈곤 해결 힘들어"

이재용 부회장이 감옥 갔을 때 삼성전자 주가는 더 올랐습니다. 재벌개혁은 기업 때리기가 아니라 기업 살리기예요."

 

그는 여러 번 한숨을 내쉬었다. 인터뷰 도중 그는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 채 미간을 찌푸리기도 했다. 기자가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경제지표가 나빠지면서 '삼성 그만 때리라'는 말이 계속해서 나온다"고 하자 그는 답답하단 표정을 지었다. 그는 "삼성 총수일가가 세습 문제로 기업을 얼마나 망쳐놨나, 이걸 지적하는 게 기업 때리기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재벌체제를 바꾸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 말기나 그 다음 정부 때 경제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 동안 해외전문기관에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곧 끝난다고 예측했는데, 국내 정치인들은 오로지 삼성과 SK 쪽 말만 듣고 낙관적으로 대응해 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정부도) 너무 희망적으로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보지 않는다""최근에도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데 오는 3~4분기에 반전될 거라 얘기한다, 희망사항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 교수는 오랜 기간 재벌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1960년대 이후 유지돼온 정부주도·재벌중심의 박정희 개발체제로는 우리 경제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재벌을 중심으로 관료·정치인·언론인·교수·법조인 등 기득권 카르텔이 형성되면서 이런 체제가 바뀌지 않는 것"이라며 "(2017) 촛불시위가 이를 바꿀 수 있는 계기였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촛불시민들의 바람을 전혀 실행하지 않았다""이렇게 가면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다시 한번 경고했다. 지난 1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을 찾아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삼성전자 주가

- 재벌개혁을 여전히 '대기업 때리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동안 언론이 사람들을 혼돈스럽게 한 부분이 있는데 대기업과 재벌, 재벌총수를 동일하게 보도록 한 것이다. 삼성그룹 이야기는 삼성전자 얘기처럼 해 버리고, 이재용 이야기는 삼성전자 얘기처럼 했다. 총수일가의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말을 언론이 기업 때리기라고 표현한 것이다. 사실 이건 기업 때리기가 아니라 기업 살리기다.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 오히려 총수일가의 잘못으로 기업이 흔들리는 사례가 많았다.

"한진을 보라. 대한항공을 누가 죽였나. 아시아나항공을 누가 죽였는가. 재벌들의 권력이 통제되지 않으니 황제경영도 일어나고, 사익 편취도 아무 때나 발생한다. 그런 것들이 멀쩡한 기업을 죽였지 않나. 재벌개혁은 그런 일을 못하게 막자는 것인데, 기업 살리기다. 삼성전자 주가를 결정하는 것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지, 이재용이 감옥에 가고 안 가고가 아니었다."

 

- '재벌단위 경제블록화'로 우리 경제 제조업이 위기에 빠졌다고 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 정부가 살아남은 기업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을 강화하는 정책을 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기업의 독과점이 고착화됐다. 제일 좋은 예가 자동차다. 현대차-기아차가 합병하면서 현대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의 70%를 점유했다. 독과점이다. 현대차가 하청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재벌이 돈 되는 건 직접하고, 친인척한테 시키고, 아들들에게 나눠줬다. 그게 1차 하청이다. 2차 하청도 대부분 끈으로 됐다. 하나의 블록이 생긴 거다."

 

- 블록 안에 들어가지 못한 기업은 힘들어졌다.

"그런 기업 입장에선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 것이다. 재벌블록 안에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비교해 보니 블록 안에 있는 기업이 더 잘 됐다고 해서 '재벌이 나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예를 들어 어떤 독재국가에서 독재자의 며느리가 사업을 독점하고 있다고 하자. 그 며느리에게 잘 보인 기업이 뭔가를 하고 있고, 나머지는 기회가 없어 못 먹고 산다. 그래서 독재자 며느리가 잘하고, 독재가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이렇게 비교하면 안 된다."

 

재벌개혁으로 노인빈곤, 사회양극화 해결

- 공정한 경쟁이 일어나기 어렵다.

"그렇다. 또 블록 안에서는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 원청이 하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하청을 착취하기 시작했다. 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가 일어나는 거다. 현대차가 지금까지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단가 후려치기다. 이건 원청 노동자가 아니라 1·2차 하청노동자를 착취한 것이다. 이렇게 잘 나가던 현대차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중국 같은 나라가 따라오면서 가격경쟁력을 잃게 됐다. 그런데도 하청업체들은 여전히 제품을 싸게 만드는 경쟁에만 매몰돼 있다. 여기서 혁신이 어떻게 일어나나."

 

자동차산업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탈수직계열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1·2차 하청기업들이 모두 독립하면서 그 사이에서 경쟁이 일어나고, 원청은 하청 가운데 기술력이 뛰어난 곳을 고르게 됐다는 얘기다. 그는 "우리나라에선 자동차도 발전돼 있고, 전자도 발전돼 있지만 전장(차량 전기·전자장비)은 그렇지 않다""블록화가 돼 있어 (삼성-현대 등 기업들의) 융합이 일어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전기차가 떠오르니 현대차는 경쟁력을 잃게 됐다""부품을 모두 외국에서 가져오는데, 그 거래비용이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 현대차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오는 건가.

"최근 제가 현대차 쪽 사람을 만났는데, '하청관계를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됐는데'라면서 후회하더라. 현대차는 연구개발(R&D) 투자를 토요타의 2분의 1, 폭스바겐의 3분의 1밖에 하지 않는다. 그러니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단가 후려치기로 1·2차 하청기업들의 수익률도 떨어졌다. 임금격차의 근본 원인이다. 현대차의 몫이 100이면 1차 하청은 60, 2차 하청은 30 수준이다. 임금 양극화는 기본적으로 재벌블록화 체제가 유지되는 이상 깨기 어렵다. 최저임금을 올려서 없어질 문제가 아니다."

 

- 재벌개혁으로 사회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나.

"대기업들은 단가 후려치기로 돈을 버니 인적 자본이 축적된 50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들을 자르고 더 젊고 월급이 싼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이다. 50대가 조기퇴직하고, 자영업을 하고, 3년 만에 망하면서 노인 빈곤으로 빠진다. 정부는 이를 재정으로 메워준다. 이런 악순환에 우리가 들어가 있다. 물론 연금이나 노동·재정문제도 같이 풀어나가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재벌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한국의 경제·사회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어정쩡한 규제가 불러온 참사

- 재벌개혁 과제 가운데 가장 강조한 부분이 금융-산업 분리다. 지난해 정부가 마련한 금융그룹통합감독 모범규준이 올해 연장됐다. 이것만으로 동양사태와 같이 산업자본의 위험이 금융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모범규준은 가이드라인과 같은 것이다. 기업이 이를 지키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 법 제정이 필요하다. 모범규준 자체를 만든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금산복합재벌들의 자본건전성을 기본적으로 들여다보고, 산업자본의 위험이 금융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거다. 그런데 삼성생명·한화생명과 같이 아주 큰 금융기관을 갖고 있는 재벌들의 경우에는 사후규제로 위기전이를 막을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그는 "구조적인 (금융-산업) 분리를 통해 위험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어정쩡'한 규제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가 오기 전까진 기업들 사이에서 상호채무보증이 가능했습니다. 하나의 기업이 망하면 다른 기업들이 줄도산할 수 있어서, 상호채무보증을 신규보증에 한해서만 금지하도록 1997년 이전에 조치했습니다. 그러다 외환위기가 오니 기업들이 줄도산했고, 뒤늦게 정부가 상호채무보증을 모두 금지시켰죠. 금산복합재벌에 대한 논의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구조적인 분리 없이, 삼성에서 생긴 위기가 금융계열사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요?"

 

-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두고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을 포기하는 선언을 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재벌개혁과 관련한 개정안인데,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 구체적으로는 일감몰아주기 제232에서 규제대상을 확대한 부분이 있다. 시행령에 있던 내용을 법문에 옮겨놓고, 규제대상을 상장기업의 경우 총수일가 직접 지분율 30%, 비상장의 경우 20%에서 20%로 동일하게 바꾼 것이다. (공정거래위원장이) 시행령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인데, 이를 법개정으로 처리했다.

 

공정위는 시행령으로 바꿀 수 없는 내용도 전부개정안에 포함했다고 하는데, 규제대상 기업의 자회사도 지분이 50% 이상이면 보겠다는 것이었다. 삼성 에버랜드에 급식을 납품하는 웰스토리라는 기업이 일감몰아주기로 걸리게 돼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했느냐 하면, 이 회사를 100% 자회사로 분사시켜 버렸다. 그럼 총수일가의 직접 지분율은 0%.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지분 50% 이상 자회사도 본다고 한 것인데, 회사 입장에선 자회사의 자회사를 만들어 버리면 그만이다."

 

재벌개혁, 꼭 법을 바꿔야 할까

- 정부개정안조차도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

"공정위가 그걸 모르고 했다면 정말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사기꾼인 거다. 그래서 제가 입법이 아닌 상장규칙 변경으로 해결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공정위가 아무런 대응을 안 하더라. 소수 주주의 다수 동의를 받는 제도(Majority of Minority)를 한국거래소 상장규칙에 넣자는 얘기였다. 이스라엘이나 인도 등에서는 이미 적용하고 있다. 상장규칙은 금융위원장이 지시만 하면 된다. 공정거래법 일감몰아주기 232를 수정할 필요도 없다. 상장기업만이라도 규제하겠다고 한다면, 상장규칙만 바꾸면 된다."

 

국회를 거쳐 법안을 바꾸지 않더라도 각 정부부처의 장관이 시행령이나 상장규칙을 바꾸는 선에서 재벌개혁 과제를 일부 수행할 수 있지만,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그는 비판했다. 박 교수는 "보험업 감독규정도 마찬가지다, 분모와 분자를 다르게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감독규정은 금융위원장이 바꿀 수 있는데 왜 하지 않는가"라고 목소리 높였다.

 

보험업 감독규정에서는 보험회사가 다른 회사의 주식 등을 가질 경우 그 보유금액이 보험회사 총자산 등의 일정비율을 넘어서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총자산 등은 현재금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반면 주식 등 소유금액은 취득 당시의 원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이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이 현행 감독규정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삼성생명이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현 시가로 적용하면, 삼성생명은 곧바로 삼성전자 주식을 다량 처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지금보다 약화된다.

 

- 관료들의 재벌 눈치보기인가.

"관료들이 청와대 눈치를 보지, 재벌 눈치를 보겠나. 청와대에서 의지가 없다고 본다. 재벌개혁 의지가 있다면 지금처럼 기만적인 이야기를 하진 않을 것이다. 정부는 자꾸 입법 핑계를 대면서 재벌개혁의 타이밍을 스스로 놓치고 있다. 여당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대승했다. 개혁의 동력이 있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라 거꾸로 갔다. 지방선거가 끝난 뒤 대통령의 첫마디가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을 만들어라'였다. 정부가 반개혁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경제위기 오기 전에 재벌개혁 위한 제2의 촛불을 들어야"

- 최근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서 토스와 키움이 탈락했다. 자본적정성 문제로 탈락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당정은 새 은행 인가를 위해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요건을 완화하자는 얘기를 꺼냈다.

"추가 인가 불발은 예견된 일이다. 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나면서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의 크기가 크지 않다는 게 드러났다. 카카오뱅크가 신용대출에 집중하면서 자본을 조달해 살아남을 수 있었고, K뱅크는 이게 안 되니 점점 쪼그라들었다. 2곳도 살아남기 힘든 구조였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 그런데도 추가 인가를 위해 규제를 풀자는 얘기가 나왔다.

"결국은 SK나 삼성에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려고 길을 깔고 있는 거다. 그게 처음부터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이 도입된 취지였다고 생각한다. 당국이 모르고 했다면 정말 무능한 거고, 알고 했다면 정말 간악한 것이다. 은행은 삼성이나 SK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이들이 은행까지 가져 버리면 우리는 재벌공화국이 아니라 재벌왕국에서 살게 될 거다."

 

- 일부에선 재벌이 왜 은행을 가지면 안 되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시각도 있다.

"재벌이 은행을 가지면 경제력 집중의 폐해는 말할 수도 없고, 각종 비리 등을 외부에서 막기 어려워진다. 삼성이 최순실씨에게 말을 주기 위해 하나은행을 통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삼성이 은행을 가지고 있다면 부패한 자금들을 줄 때 다른 은행을 이용할 이유가 없는 거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살판 날 거다. 정치인이 뇌물을 안전하게 받아먹는, 정경유착의 끝장을 보는 나라로 가게 된다."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보다 친재벌 정책에 집중하는 것을 두고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큰 한숨을 내쉰 뒤 그가 말을 이었다.

 

"차라리 정부가 '처음부터 재벌개혁 관심 없었다, 경제는 보수가 잘했지 않냐'고 말했더라면 모르겠습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면 대통령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해요. 우리 경제발전을 자랑스레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박정희 개발체제 때의 성공공식이 이제 작동하지 않으니 이를 바꾸자는 것인데, 과거의 성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라는 말을 하는 겁니다. 재벌개혁을 이야기하는데 '기업 때리기'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사고를 하는 거죠. 그러니 무슨 개혁이 되겠습니까."

 

그는 경제위기가 오기 전 재벌중심의 체제를 바꾸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내년 총선에 앞서 제2의 촛불운동을 펼치자고 그는 제안했다. 박 교수는 "시민사회단체나 노동조합, 소상공인들이 연대해 개혁 어젠다를 적극적으로 던져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정당이 말하는 건 공수표예요. 입후보자 개개인들에게 개혁에 대한 약속을 받고, 약속 여부를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운동을 해야 개혁을 할 수 있는 모멘텀이 생긴다고 봅니다. 큰 개혁을 해야 하는데, 이제는 그럴 때가 아니라고 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때를 지났다고 하는데, 그러면 우리 경제는 망하는 거죠. 보수 쪽에서 '경제도 어려운데 기업 때리면 안 된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몰고 가는 건 정말... 재벌개혁이 기업 살리기고, 기업가 정신 살리기라는 식으로 프레임을 바꿔야 합니다."

오마이뉴스 조선혜(tjsgp7847

 

자사고 취소교육 죽었다는 신문은 어디

[아침신문 솎아보기] 동아일보, 상산고 탈락에 전북 교육 죽었다헤드라인이유는 빼고

전북 전주 상산고와 경기 안산 동산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탈락을 두고 보수언론은 전북교육이 죽었다거나 자사고 죽이기이라는 반대진영의 과장된 구호를 그대로 받아썼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20일 상산고가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점수(80)에 미달한 79.61점을 받아 재지정 심사에서 탈락했다며 즉각 자사고 지정취소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경기교육청도 이날 안산 동산고가 기준점수 70점에 미달해 심사에 탈락했다 밝혔다. 경기교육청은 실제 점수와 감점 항목 등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21일 조선일보 사설

 

21일 경향신문 사설

 

21일 보도는 자사고 설립취지 분석에 집중한 언론과 탈락 자체에 집중한 언론으로 극명히 나뉘었다. 경향·한겨레·한국일보는 상산고·동산고가 자사고 확대 정책 추진 당시 약속한 설립취지를 지키지 않은 결과라 평했다. 반면 동아·세계·조선·중앙일보는 원칙없이 정권 입맛에 맞춘 결과라거나 수월성 교육을 죽여 교육의 질 하락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사회 혼란 가중을 강조하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비판 보도한 언론의 사설은 제목부터 날 서 있다. “이번엔 자사고 죽이기 코미디, 나라에 필요한 것 다 부순다”(조선), “자사고 재지정 취소, 수월성 교육 막는 교육적 처사다”(세계), “‘상산고 지정 취소전북교육감, 만족도 만점학교 만들어봤나”(동아) 등이다.

 

조선은 특히 전교조’ ‘좌파단어를 자주 썼다. 조선은 사설에서 ()전교조 교육감 한 명이 수많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 동문들을 농락하고 있다거나 현 정부와 전국을 석권하다시피 한 좌파 교육감들은 '자사고 죽이기'를 추진해왔다고 적었고 보도에서도 “(자사고 축소는) ()전교조 좌파 교육감들이 핵심 정책 과제로 추진하는 것이라 해설했다.

 

조선은 1면에서, 동아는 2면에서 홍성대 이사장 인터뷰를 실었다. “벽돌 한장 사준 적 없는 정부私學을 호주머니 속 물건 취급”(조선), “인재 양성하려는데 정부가 말리는 꼴기가 막혀”(동아) 등이다. 주로 정부·교육청이 수월성 교육을 축소하면서 교육 질 저하를 초래해 인재 양성을 막는다는 토로를 다뤘다.

 

21일 조선일보 1

 

비판 언론만 보면 자사고 심사 탈락은 곧 교육 질 저하다. 세계일보는 특히 사설에서 천재 한 명이 천명, 만명을 먹여살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정부는 수월성 교육을 유지하면서 교육 기회의 평등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자사고 등을 존립시키면서 일반고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지적처럼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서 일반고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교육 현장에는 자사고가 입시 명문고로 변질되며 학교 간 격차가 벌어졌고, 학교 격차는 소득 격차를 반영해 계층 재생산만 강화한다는 문제제기가 있다. 지금의 자사고들을 있게 한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이 당시 거센 반대에 직면한 이유이자 자사고 재심사 제도가 있는 이유다. “지정 목적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주기적으로 평가해야 교교 서열화 등 교육계 혼란을 줄일 수 있다.

 

21일 세계 사설

 

21일 조선 5

 

21일 동아 2

 

한겨레는 전북도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의 결정은 전주 상산고와 안산동산고가 지정 목적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 평가했다. 자사고는 입시 위주의 교육을 탈피하고 진로와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대부분의 자사고는 입시를 위한 국영수 위주로 운영됐고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상산고의 경우 전국의 중학생 가운데 수학·과학 우수자들을 모아 다수의 의대 합격자를 배출해왔다일반고 2~3배에 달하는 등록금은 계층 간 위화감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출발부터 잘못된 자사고체제를 그대로 놓아둔 채 공교육 정상화를 논하기는 어렵다전북과 경기 외 다른 지역도 재지정 심사 대상에 오른 자사고에 대해 엄격한 기준으로 공정하고 치밀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비판 언론은 재심사 탈락 논란 핵심으로 불공정한 심사를 든다. 전북교육청만 기준점수를 80점으로 뒀고 다른 시도교육청은 모두 교육청 권고인 70점으로 잡은 것을 두고 형평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상산고 또한 이를 근거로 법적 싸움에 나설거라 밝혔다.

 

21일 한겨레 5

 

21일 한국 사설

 

상산고는 기준점수보다 0.4점 가량 부족했다. 선발의무가 없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사회적 배려 대상자) 선발 지표에서 가장 큰 감점 2.4점을 받았고 입학전형 운영의 적적성에서 1.6점을 받았다. 학생 1인당 교육비 적정성은 1.6점이, 교비회계 운영 적정성은 1.2점이 감점됐다. 감사 지적 및 규정 위반 사례로 인한 감점도 5점에 달한다. 상산고가 지정 목적대로 운영하려 노력했다면 감점 사유를 줄여 0.4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80점 기준이 아니라 왜 0.4점 미달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대목이다.

 

남은 관건은 교육부 승인이다. 교육청은 심사 탈락 결정에 대해 학교, 학부모 등으로부터 청문 절차를 거친 후 교육부에 승인을 신청한다. 교육부 장관은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를 열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장관이 취소를 승인하면 교육청이 최종 취소 결정을 내리는 구조다. 교육부는 7월 중 상산고와 안산동산고 취소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일보는 자사고 존폐가 재지정 평가에 달린 만큼 엄격한 기준과 공정한 평가는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소라며 교육청은 엄정히 평가하고, 교육부는 면밀히 관리해야 논란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자사고 자세히 보기자사고, 뭐가 문제인데?”

어제 포털사이트의 주요 검색어에는 '자사고''상산고'가 올랐습니다. 전통의 지역 사학 상산고가 교육청 평가에서 탈랐했다는 사실, 전국의 자사고들이 올해 평가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죠. '자율형사립고'? 생긴 지 꽤 된 것 같은데 왜 지금 화제가 되고, 뭐가 문제일까요?

 

Q. 자사고 재지정 평가 탈락 이번이 처음?

A. 아닙니다. 2015년 서울 미림여고가 재지정 평가로 자사고->일반고로 전환됐습니다. 미림여고는 당시 평가 기준점인 60점을 넘지 못했고, 평가 뒤 청문에서도 "결과를 수용해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16년부터 일반고로 신입생을 모집했습니다.

 

일반고로 전환된 건 아니지만, 평가에서 탈락한 사례는 더 많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2014년 교육청이 진행한 첫 번째 자사고 평가에서 8곳이 기준점 70점을 넘지 못해 '지정 취소' 대상이 됐습니다.

 

교육청은 이 가운데 6(경희, 이대부고, 우신, 중앙, 배제)을 일반고로 바꾸고, 2곳은 결정을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교육부는 이에 반대했습니다. 교육부와 서울교육청이 소송으로 맞붙었죠. 법원이 교육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당시 '탈락'이었던 자사고들도 모두 지위를 유지하게 됐습니다.

 

Q. 왜 이번 평가만 이렇게 논란이 될까?

A. 그렇다면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게 뭘까요? 앞서 말씀드린 미림여고 평가 당시와 비교해보면 결정적 차이가 드러납니다. 당시 미림여고처럼 기준점을 넘지 못해 청문 단계에 이른 학교가 세 곳 더 있었습니다. 경문고·세화여고·장훈고죠. 이들 학교는 청문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며 개선 의지를 밝혔습니다. 그 결과 2년 뒤인 2017년에 재평가를 치를 수 있게 됐습니다.

 

'재평가'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2015년 당시 교육부는 평가 기준점에 미달한 경우라도 2년 뒤 '재평가'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자사고에 우호적이었던 거죠.

 

그러나 이번엔 다릅니다. 교육부가 지난해 각 시도교육청에 배포한 기준을 보면 '2년 유예 및 재평가 금지'라고 못 박았습니다. 이번에 탈락하면 재수도, 유예도 없는 겁니다. 자사고 측에서 위기의식을 갖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Q. 기준이 훨씬 강화됐다는데? 자사고 긴장케 한 항목은 뭘까?

A. 재수할 수 없다는 것 외에도 자사고들이 긴장한 대목이 또 있습니다. 크게 6개로 나뉜 평가 항목 가운데 '교육청 재량평가', 그중에서도 '감점' 부분입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아무리 감사에서 지적 사항이 많았어도 감점은 최대 5점까지만 가능했습니다. 이번에는 12점까지 깎을 수 있습니다. 70점을 넘어야(전북은 80) 자사고를 유지하는데, 교육청에서 깎을 수 있는 점수가 12점이죠. 작지 않은 규모입니다. 2015년 평가 때는 없었던 단서 조항이 붙었습니다. "기준점수 이상을 받은 학교라도 직권취소 사유에 해당하거나, 교육과정 및 입학전형 항목에서 '매우 미흡(D)' 평가를 받으면 교육감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정 취소 가능"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14곳은 진보 교육감이고 이들 상당수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점을 생각하면 자사고 입장에서 '살 떨리는' 조항 일 수 있습니다. 물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사고 평가는 '공정하게'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 진행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습니다.

 

Q. 자사고 평가는 왜 하나? 외고는 안 하고 자사고만 하나?

A. 합니다. 자사고뿐 아니라 외국어고, 국제고 등 특수목적고는 5년 주기로 평가를 받습니다. 서울의 경우를 볼까요? 서울외고가 2015년 평가에서 재지정 점수에 미달했지만 '2년 평가 유예'됐고, 2017년 평가에서는 통과했습니다.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셈이죠. 내년에는 서울에서 자사고 9개 학교와 외국어고 6개 학교가 평가를 받습니다. 자사고에 들이댄 기준만큼 외고 평가의 기준도 엄정해질 거란 예상이 많습니다.

 

Q. 법정 다툼으로 간다면, 전망은?

A. 행정소송은 예고된 거나 마찬가지, 하지만 자사고의 승산을 높게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습니다. 법이 자사고 평가의 권한을 교육감에게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전북의 경우 교육감이 강경한 태도로 다른 시도에 비해 조금 심사 점수를 높게 설정한 것 때문에 시비는 있지만 엄밀하게 법적으로 보면 이것도 결국 교육감의 권한이거든요. 각시도 교육감 또는 교육청별로 자율권이라는 게 있는 것이고 우리 시도는 우리 시도의 철학에 따라서 학교체제를 만들겠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이것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도 어려운 것입니다." 이 범 교육평론가의 말입니다.

 

교육감이 절차를 지킨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사례를 찾기 쉽지 않을 거란 얘기죠. 교육부 역시 자사고 편에 서서 교육청과 소송을 벌였던 2015년과는 입장이 전혀 다릅니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습니다.

 

Q. 평가에 임하는 자사고 고충은?

A. 자사고 설립 취지는 '고교 교육과정의 다양화'였습니다. 평가도 여기에 큰 주안점을 두고 진행됩니다. 다른 일반고와 얼마나 다른, 특별한 교육을 제공했느냐는 겁니다. 자사고가 비난받는 이유도 "입시 위주의 교육을 일반고보다 더 심하게 시켰지 않느냐"는 거죠. 그렇지만 자율형사립고가 신입생을 끌어모아 생존하기 위해서는 '입시 성과'가 중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많은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공부를 많이 시켜주기를 기대하니까요. 평가 기준 중에는 '학생 충원율'도 있습니다. 입시를 잘해야 학생 충원율에서 점수를 받는데, 입시에 집중하면 '교육과정 다양성 확보 노력'에서 감점되는 모순이 자사고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진짜 싸움은 7, 서울교육청 평가13개 자사고 운명은?

상산고가 포문을 연 자사고 평가, 진짜 싸움은 7월입니다. 전국 24개 평가 대상 중에 13개가 몰린 서울에서 평가 결과를 발표하죠. 교육청 관내에 자사고가 한두 군데에 불과한 타 시도와 달리 서울에는 자사고가 22개나 있습니다. 일반고의 10% 수준입니다. 폐지 측과 찬성 측은 이번 결과 발표 때보다 더 뜨겁고, 더 세게 맞붙을 겁니다.

[연관기사] 자사고 잇단 취소 신호탄? 결과 따라 진통 예고 /박예원 기자air@kbs.co.kr



국군포로 강제노역, 김정은이 배상하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상대 민사소송 시작

 

'피고 :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 당국을 상대로 인권 유린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민사소송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우리 법원에서 소송 당사자로 김 위원장의 이름이 올라간 재판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6·25 전쟁 당시, 국군으로 참전했다가 전쟁 도중 북한군 포로가 돼 북한에서 수년간 강제노역을 한 한 모 씨와 노 모 씨. 한 씨 등은 19539월부터 33개월간 북한 당국으로부터 노동력을 착취당했다며, 못 받은 임금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1인당 16천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시 북한은 김일성 주석 체제였지만, 아들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거쳐 손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권력이 그대로 승계된 만큼 김 위원장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에게 소송 서류가 전달될 수 없어, 3년 가까이 재판이 진행되지 못하다 최근 재판부가 공시송달을 허가하면서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게 됐습니다. 공시송달은 피고가 물리적으로 소송서류를 받기 힘들다고 판단될 경우, 2주 동안 사건 관련 내용을 법원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지한 뒤 재판 절차에 돌입하는 제도입니다.

 

승소하면 으로부터 배상금 받을 수 있을까?

오늘 열린 첫 변론준비기일은 김 위원장이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아, 한 씨 측만 출석한 채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한 씨 측 변호인단 대표를 맡은 김현 변호사는 "재판부가 변호인단에게도 재판 진행사항을 일체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습니다. 재판의 진행과정이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선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대한 조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한 씨 측이 승소한다 해도, 북한으로부터 실제 배상금을 받기까지는 먼 길을 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법원의 판결을 다른 국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를 강제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 기업들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놓았지만, 일본 정부까지 나서 반발해 지금까지도 손해배상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저작료 통해 손해배상 받을 계획"

다른 나라 기업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아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상황. 북한이 최고 권력자인 김 위원장의 책임을 묻는 판결에 대해 선뜻 따르리라 기대하기는 더 힘듭니다. 실제로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오토 웜비어의 유가족에게 북한이 56백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미국 법원의 판결에도 북한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현 변호사는 "국내 방송사 등이 북한 저작물을 사용하고 낸 저작료 약 20억 원 정도를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받아 우리 법원에 공탁해 놓았다""이를 통해 손해배상금을 받아낼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이후 북한이 저작권료를 송금받은 적이 없어, 이를 북한 당국과 김 위원장의 자산으로 보고 압류·지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별도의 법적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쟁점을 안은 채 재판부는 오는 8, 변론준비기일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김성수 기자ssoo@kbs.co.kr


     

      금과 은 1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