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된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미군에게 못 넘겨준다
주민은 떠났어도 마을 지켜온 600년된 팽나무…미군에게 못 넘겨준다
전북 군산 하제마을의 600년된 팽나무 모습. 군산평화마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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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공여지로 넘어갈 위기에 처한 전북 군산 하제마을의 600년 된 팽나무와 200년 된 소나무를 지켜내자는 서명운동이 불 붙었다. 겉보기엔 노거수 사수운동이지만 이면엔 국방부가 시민들의 땅을 수용해 미군에게 쉽게 넘겨줘 버리는 관행에 대한 반발이다.
군산우리땅찾기시민모임은 6일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된 ‘미군기지옆 팽나무와 소나무 지키기 서명운동’에 전날까지 온라인을 통해 2800명의 시민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하제마을에는 주민들이 없다. 국방부의 군산 미군기지 탄약고 안전거리 확보 사업으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이곳을 지키고 있는 팽나무와 소나무만이 상징처럼 남아 있다.
두 그루의 노거수를 지켜내자는 서명운동이 전개된 것은 하제마을 일대를 국방부가 미군에게 공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마을은 떠났어도 마을 상징인 노거수가 미군에 편입돼 사라지게 만들 수 없다는게 주민들이 들고 일어난 이유다.
구중서 군산우리땅찾기시민모임 사무국장은 “국책사업이라는 미명하에 국방부가 주민들에게 땅을 빼앗아 미군에게 넘겨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미군이 공여하게 되면 배타적 사용권이 부여돼 노거수에 대한 시민 접근권이 가로막힐 뿐만 아니라 나무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군산시가 보호수로 지정한 하제마을 팽나무는 주민들이 한국임업진흥원에 수령감정을 의뢰한 결과 537년(±50) 된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적으로 15그루에 불과하며 전북도에는 유일하다. 이 나무는 높이 13m, 둘레 6m나 된다.
군산시의회도 주민들의 뜻에 동참했다. 시의회는 지난달‘하제마을 등 주변 탄약고 안전지역권 국방부 직접 관리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시의회는 건의문에서 “국방부는 지금까지 군산시와 시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토지를 매수해 현재 옥서면 전체면적의 절반인 1043만8963㎡를 미군이 사용하고 있다”면서 “미군 공여계획을 철회하고 주변 지역의 탄약고 안전지역권을 직접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20.7.6
마을이 사라졌다
마을이 사라졌다. 평택에서 강정까지 수많은 마을이 사라졌다. 그리고 오늘, 아무렇지도 않은 듯 또 하나의 마을이 사라졌다. 그곳은 군산미군기지 확장으로 인해 사라진 하제마을이다. 군산 해안가에 위치한 하제마을은 식민지 시기 일제가 전투기 훈련을 하던 비행학교였으며 해방 이후에는 그대로 미군기지가 들어선 한반도의 불행한 역사가 숨겨져 있는 곳이다. 전투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을 위로 날았고 주민들은 싸우듯 소리쳐 말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미군들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안전은 아랑곳없이 마을과 맞닿은 기지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탄약고를 세웠다. 일제강점기에 한번, 미군기지가 들어오며 또 한번 밀려난 하제마을 주민들은 2005년 이후 49만평의 땅이 강제수용 당하면서 이번에는 완전히 마을에서 떠나야 했다. 총 6개 마을 644가구가 고향을 떠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군기지 확장을 위해 마을공동체가 해체되고 평생을 함께 살던 사람들이 강제로 쫓겨나 뿔뿔이 흩어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내가 몸담고 있는 ‘평화바람’에서 사라져가는 하제마을의 모습을 담은 전시회 ‘안녕하제’를 열었다. 전시회가 열린 곳은 ‘창작문화공간 여인숙’이라는 곳이었다. 1960년에 지어져 2007년까지 여인숙으로 운영되다 10여년 전 군산 지역의 예술가들이 새로 꾸린 조그마한 문화공간이었다. 전시 준비를 하던 중, 눈에 띄는 사진 하나가 있었다. 하제의 600년 된 고목인 팽나무 사진이었다. 마을을 지키는 나무라고 했다. 좁은 골목 사이로 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섰던 마을이 부서져 폐허가 된 모습을 보는 것은 충격이었다. 강제수용 된 평택 대추리 마을과 굴착기로 파헤쳐진 강정의 구럼비 해안이 겹쳐 보였다. 철거되고 부서진 잔해들 뒤로 홀로 남은 팽나무가 나를 노려봤다. 마치 호통을 치는 것 같았다. 강정에 가 있는 동안 나의 고향과도 같은 군산은 이렇게 폐허가 되고 파괴되었구나! 하는 자책과 슬픔이 밀려왔다. 그런데 전시회 여는 행사가 있던 날, 창작문화공간 여인숙이 이 전시를 끝으로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 많은 사람이 오가는 이 공간에 불평등한 한-미 관계와 미군기지의 역사를 제대로 보여주는 우리의 공간을 만들어 후대에게도 보여줄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정에 있는 내 처지를 생각 않고 또 일을 저질렀다.
얼마 전 나는 오키나와에 다녀왔다. 한국의 평택-군산-강정으로 이어지는 서해안 전쟁벨트가 오키나와에까지 이어져 작은 섬들까지 군사기지화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군산미군기지를 통해 불평등한 한-미 관계를 알게 된 1997년 이후 평화를 위해 온몸으로 노력해왔건만 한국-일본-오키나와를 군사화하는 미국의 계획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달라진 남북 관계는 이제 한반도의 평화체제와 종전을 말하고 있지만 서해안 전쟁벨트는 더욱 강화되고 미군기지가 있는 현장은 평화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나도 이제는 늙고 연약해진 몸과 마음을 하루하루 받아들이는 처지이다. 팔십을 살아온 내 삶도 이제 얼마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평화를 이루기 위한 이 투쟁을 멈추지 못한다.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당하기 때문에 이 싸움을 멈출 수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사람들과 더불어 군산의 창작문화공간 ‘여인숙’에 평화의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군산에서부터 대추리, 강정으로 이어지는 이 평화의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다./문정현 평화바람 신부/ 2019.3.21. 한겨레
350살 나무에 구멍 7개 뚫고 독극물 부었는데... 벌금 300만원
수백년된 노거수 훼손에도 방지책 없어... 적극적인 산림자원 보호 필요
택지개발·도로개설·사유지 재산권 행사…원인 가지가지
관련 조례 제정· 적극적인 예산투입 통해 공공재화 절실
보호수 '용인-60호'에 무슨 일이…
2019년 3월경,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용인시 산림과를 찾아왔다. 이동읍 천리 581-3번지에 있는 소재한 보호수 '경기-용인-60' 인근 개발 건 때문이었다. 담당 공무원은 산림보호법 제13조에 근거해 설명했다. 보호수 생육에 지장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주변 훼손이나 개발이 가능하며 나뭇가지 폭 만큼은 보존해야 한다고 내용이었다.
답변을 들은 A씨는 "그럼 보호수를 죽이면 되겠네?"라며 거칠게 툭 뱄었다. 담당 공무원은 보호수 지정‧해지에 관한 실명과 함께 부지매입 신청을 하면 용인시가 매입 계획을 세우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4월 초. 한 밤중에 차량 전조등이 보호수로 향한 가운데 한 남자는 보호수 '경기-용인-60'에 드릴을 이용해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천공은 모두 7곳. 그리곤 나무에 치명적인 독극물 식물전멸제를 주입했다. 2주 쯤 지나자 350년 된 느티나무 거목의 나뭇잎이 시들기 시작했다. 신고를 접한 용인시 관계자는 나무병원 전문가의 현장 소견을 달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2019년 5월 19일이다.
▲ 구멍이 뚫려 있는 보호수. 이 보호수는 구멍에 독극물이 주입돼 죽어갔다. ⓒ 바른지역언론연대
▲ 깊은 전설을 품고 350년 동안 마을을 지켜왔던 처인구 이동읍 천리 소재 보호수 '용인-60번'이다. 위풍당당하던 노거수는 한 순간 인간의 잘못된 판단에 희생됐다. 더 이상 '용인-60'은 볼 수 없게 됐다. 종합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 바른지역언론연대
사례1
# 지난해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천리 소재 용인시 보호수 '60번'이 갑자기 말라죽었다. 누군가 한밤중에 구멍 7곳을 판 후 치명적인 독극물을 부었던 것. 범인은 잡혔지만 350년 된 마을지킴이 노거수를 죽인 죗값은 약식 기소에 벌금 300만원이 전부였다.
사례2
# 용인시 포곡읍 가마실 마을 숲은 고장의 자랑이었다. 나주 정씨 집성촌이었던 마을 입구에 빼곡히 채워진 방풍림이자 수구맥이 비보 숲이었다. 어느 날 숲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주변 전원주택지가 들어서면서 거추장스런(?) 숲을 베어버린 것이다.
경기도 용인시의 보존가치가 있는 오래된 나무 '보호수'와 산림문화유산 '마을 숲'이 마구 훼손되고 있다. 대개 개발욕심과 무지가 빚어낸 결과라고는 하지만 수백 년 역사를 품은 노거수가 훼손되어도 뚜렷한 대책이 없는 처지여서 답답한 현실이다.
농촌 권역인 처인구는 물론 택지개발과 도로 확장이 번번한 도시권역 처지도 마찬가지다. 삼가동 궁촌 입구 숲은 도로 확장과 주변 아파트 건설이 시작되면서 거의 훼손돼 흔적을 찾기 어렵다. 구성 상마곡 숲 역시 도로 개설에 따라 없어졌다.
보정동 이진말 숲은 도로개설에 따라 훼손돼 몇 그루만 남아있는 상태이며, 수지구 신봉동 신봉말 숲은 한 그루만 남고 사라졌다. 이 군락은 오월 단오제가 열리던 장소였으며 당산목이자 정자목이기도 했다. 기흥구 공세동 원고매 숲은 대규모로 수종도 다양하고 갖가지 전설을 품은 수구맥이 비보 숲이었으나, 지금은 거의 원형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용인시는 휴식공간 조성에 나섰다. 마을 역사를 간직한 당산목이나 정자목 등 오래된 나무 옆에 주민들이 모여 휴식을 하도록 쉼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처인구 포곡읍 삼계리 464번지를 비롯해 호동 268-15번지, 원삼면 맹리 356번지 등 3곳을 새로 단장했다. 용인시는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높은 호응에 힘입어 해당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한편에선 마을 숲과 보호수가 사라지고 훼손되는 현실 속에서 용인시의 쉼터 조성 노력이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보존가치가 있거나 훼손 위기에 놓인 산림자원과 유산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보호수나 마을 숲이 사유지에 있는 경우 개인의 재산권 행사와 충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산림법을 뒷받침하는 조례 제정을 통해 체계적인 관리를 제도화하고, 긴급구제 성격의 매입 예산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용인시민신문 우상표(bjynews) 오마이뉴스
섬에 있던 540살 나무가 육지로…열매 맺고, 나비도 키우네
20세기 초 섬이었던 하제마을에서 배를 묶던 나무
미 군사지역 포함돼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지정 복잡

우리나라 남부 지역에선 팽나무를 ‘포구나무’라 부른다. 해송(곰솔)만큼 짠 바닷물을 견디는 힘이 강해 포구(항구) 앞에 많이 자란다. 큰 파도를 맞아 잎이 모조리 떨어졌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무성해지곤 한단다.키 20m, 가슴높이 둘레는 7.5m, 나이 537±50살(2020년 한국임업진흥원 측정). 전북 군산시 옥서면 하제마을의 팽나무 고목도 포구 앞 나무였다. 특유의 매끈하고 밝은 회색 수피(껍질)는 여느 팽나무와 같지만, 좌우로 깊은 주름이 올올이 새겨 있다. 누가 언제 심었다는 기록은 없지만, 풍파를 견딘 세월은 분명하고 선명했다.


2022년 2월 군산시는 문화재청에 ‘하제 팽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추천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지낸 목재조직학 권위자인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는 ‘하제 팽나무’에 대해 “나이로 보나 서 있는 위치로 보나 천연기념물로 값어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