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12 한국당 가관이다.
5.7경향-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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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구매일
한겨레-경향
국민-한국
내일
5.7~11 경향 장도리
흉물로 변한 가리왕산 스키장 … 산사태 ‘발등의 불’ 5.7 한겨레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스키장) 하부 슬로프 한가운데로 눈 녹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스키장 공사로 급경사면이 불안정해진데다 배수 체계마저 부실해 1시간에 75.2㎜의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산사태로 발생한 토석류가 파크로쉬호텔(사진에서 제일 멀리 보이는 건물)까지 밀어닥칠 것이란 게 산림청 분석 결과다. 시우량(시간당 강우량) 75.2㎜는 지난해 7월16일 청주에서 2명의 인명 피해를 낸 산사태가 발생했을 때 시우량인 91.8㎜의 82% 수준이다.
남한 최고의 천연림을 베어내고 만든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에서 펼쳐진 평창올림픽이 끝난 지 두달이 지났다. 남은 것은 훼손된 자연을 되살려내는 일이다. 하지만 약속된 복원은 언제 시작될지조차 불투명하고 깎여 나간 산등성이와 메워진 골짜기에서는 산사태 위험만 높아지고 있다.
눈 녹으며 생태 파괴 민낯 드러내
‘평창올림픽 뒤 복원’ 약속 불구 아직 기본계획조차 확정 안 돼
“실시설계·묘목 확보 고려하면 식생복원 착수는 2~3년 후에나”
복원 앞서 여름 호우 대책 시급 ‘순간의 환호’가 ‘긴 탄식’ 될 판
평창올림픽 뒤 복원하는 것을 조건으로 남한 최고 천연림을 베어내고 조성된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가리왕산 스키장)이 복원이 늦어지면서 재해 위험 지역으로 전락하고 있다.
올림픽 폐막 두달이 지났지만 복원을 위한 기본계획조차 확정되지 못한 가운데 산림청과 환경부 등 관련 기관들은 복원 주체인 강원도가 기본계획을 잘 만들어주기만 기다리고 있다. 강원도는 지난 1월 가리왕산 스키장 전체 사업면적 100만여㎡ 가운데 호텔과 도로 등이 있는 하부 시설지 19만여㎡를 제외한 81만여㎡를 5년 동안 복원하고 50년 동안 관리하는 것을 뼈대로 한 기본계획을 산림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기본 방향은 맞지만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돼 중앙산지관리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강원도가 잡은 복원사업비 규모가 너무 적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강원도가 표고차 800여m에 슬로프 최대 길이가 3㎞ 가까운 급경사지 81만여㎡를 복원하는 데 쓰겠다는 사업비는 477억원이다. 2011년 7월 서울 우면산 산사태 복구비 420억원보다 57억원 많은 정도다. 임재은 산림기술사(찬동산림기술사사무소 대표)는 “가리왕산 생태복원이 제대로 되려면 우면산 산사태 복구비의 4~5배는 들어가야 한다. 스키장을 만들 때보다 더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리왕산 스키장 사업비는 2064억원이었다.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 슬로프 사이의 연결도로 하부 사면이 안정화 조처가 되지 않아 허물어져 내리고 있다.
강원도 정선군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의 겨울철 전경. 강원도청 제공
기본계획이 중앙산지관리위 심의를 통과한다고 바로 복원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실시설계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계획이 복원의 원칙과 방법을 정하는 것이라면 실시설계는 말 그대로 복원의 구체적인 설계도다. 환경단체까지 참여한 강원도의 ‘생태복원 추진단’은 스키장 슬로프를 가능한 한 훼손되기 전 지형으로 회복시킨 뒤, 가리왕산에서 채취한 수목의 씨앗으로 기른 어린나무를 심는 복원 방식을 결정했다.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통해 요청한 내용도 마찬가지다. 이런 방식의 복원은 전체 복원 지역을 작게 구분해 지형을 어떻게 처리하고, 식생을 어떤 밀도로 도입할 것인지 등을 담은 세밀한 설계도 없이 진행될 수는 없다. 설계 작업이 졸속으로 이뤄지지 않으려면 작성과 심의, 보완, 확정 과정에 최소 1년 이상은 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복원 지역에 심을 묘목 확보도 문제다. 1~2년 안에 심을 수 있으려면 지금쯤 양묘장에서 묘목들이 자라고 있어야 하지만 강원도는 아직 씨앗을 뿌릴 양묘장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상익 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장은 “실시설계와 양묘에 걸릴 시간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복원 공사는 빨라도 2~3년 후에나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리왕산 스키장 복원 기본계획 보완 작업을 진행하면서 가리왕산 스키장을 활용해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을 개최하겠다고 나선 강원도의 모순돼 보이는 행보는 이런 복원 일정을 고려하면 설명이 된다. 강원도는 지난달 18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비공식적으로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을 남북 공동으로 개최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파인 경기장 공사를 하기 전 가리왕산의 울창한 숲 전경. 김정효 기자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 곤돌라 중간정류장 바로 위 골짜기 모습. 정류장 쪽으로 토석이 밀려드는 것을 막기 위한 사방댐 개념의 구조물이 하부 지반이 쓸려나가면서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스키장을 지으라고 강원도에 2019년 3월까지 가리왕산을 빌려준 산주 격인 산림청은 “복원 방침은 변할 수 없다”며 강원도의 이런 움직임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남북정상회담에서 국제경기 공동 출전 등 체육 교류·협력을 강조한 판문점 선언까지 나오면서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가리왕산 복원에 간여하는 산림청의 핵심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아무리 빨리 준비해도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 개최 전까지 복원 공사가 시작되기는 힘든 만큼, 강원도가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바로 복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이행하기만 한다면 아시안게임 남북 공동 개최에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가리왕산에 복원보다 시급한 발등의 불은 재해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다. 지난달 24일 찾아간 가리왕산 스키장 슬로프는 4월말인데도 여전히 흰 눈으로 덮여 있는 지역이 많았다. 하지만 다른 데보다 먼저 눈이 녹은 슬로프와 그 주변에서는 남한 최고 천연림을 밀어내고 진행된 토목공사의 속살을 엿볼 수 있었다
슬로프 사이에 남겨놓은 보존 지역의 경사가 심한 절개면, 사면 안정화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 슬로프나 연결도로 가장자리 구간에서는 여기저기 허물어지고 있는 곳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았다. 곤돌라 중간정류장 바로 위 작은 골짜기 한가운데 설치된 작은 사방댐 형태 구조물은 하부 지반이 깎여나가면서 윗부분이 앞으로 밀려나와 있었다. 돌을 채운 철망을 5단으로 쌓아올린 정류장 옆 사면 하부 구조물도 위태로워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슬로프를 빙하처럼 덮고 있는 눈에서 녹아 나온 물은 슬로프 곳곳에 제멋대로 물길을 내며 흘러내렸다. 반면 슬로프에 설치해둔 배수로 가운데는 한번도 물이 지나가지 않은 듯 바싹 말라 있는 곳들도 눈에 띄었다.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 슬로프를 두껍게 덮었던 눈이 녹자 허물어지고 있는 슬로프 사면이 드러나 있다.
동행한 임 기술사는 “산지 복원은 사면안정성 확보, 배수체계 확보, 식생 복원의 단계로 진행되기 때문에 복원을 전제로 가리왕산 스키장을 조성했다면 최소한 앞의 두 단계는 스키장 공사와 함께 진행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게 안 돼 있고, 특히 배수 체계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태에서 여름철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급경사 사면에서 토석류가 발생해 슬로프 아래쪽 호텔까지 위험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위험은 지난 3월 산림청 조사에서 이미 확인됐다. 산림청의 산사태 시뮬레이션 결과, 시간당 75.2㎜ 이상의 비가 내리면 슬로프 최상부와 지표수가 집중되는 슬로프 중간 아래쪽 급경사면에서 토석류가 발생해 호텔과 하천까지 밀어닥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강원도에 정밀지반조사를 바탕으로 재해방지 시설을 설치하도록 요청한 상태다.
재해대비 시설은 당연히 설치해야 하지만 복원을 위한 기본계획과 실시설계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해야 하는 것이 문제다. 복원을 위해 이들 시설에 다시 손을 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복원이 바로 진행됐으면 불필요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배제선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산림청이 강원도에 올림픽 개최 전까지 복원 기본계획이 아니라 실시설계까지 마치도록 요구하고 제대로 관리했다면 스키장 공사가 복원을 좀더 고려하며 진행돼 지금처럼 재해 위험이 심각한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산림청은 강원도에 미루지 말고 직접 시급한 재해방지 대책을 챙기면서 최대한 복원을 앞당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산림 면적 32% 황폐화..세계 3번째로 심각 파이낸셜뉴스 05.06
황폐해진 북한 산림. 연합뉴스 자료사진
남북 정상회담 후속조치로 남북 산림분야 협력을 우선 진행하기로 한 것은 북측지역의 산림 황폐화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는 최근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첫 번째 사업으로 북한의 산림분야 협력을 내세웠다.
북한의 산림 면적은 약 899만 헥타아르(ha) 중 32%인 284만ha는 황폐화됐다. 북한은 전세계 180여 개국 중 세 번째로 산림 황폐화가 심각하다. 산림이 황폐화된 국가는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북한, 볼리비아 순이다. 통일부가 6일 배포한 남북 산림협력 관련 보도 참고자료를 보면 북한 산림 면적 899만ha 중 32%인 284만ha가 황폐화됐다.
북한의 산림은 해가 갈수록 황폐화되고 있다.
북한 산림 황폐화 면적 추이는 1999년 163만ha에서 2008년 284만ha로 약 9년새 121만ha가 증가했다. 1999년 대비 산림면적은 17만ha가 감소했고, 황폐지는 284만ha로 121만ha가 증가했다.
북한 전체 국토면적(1231만ha) 중 약 73%가 산림이다.
영국의 위기관리 전문기업 매이플크레프트에 따르면 전세계 180여개국 중 산림 황폐화가 가장 심각한 국가는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북한, 볼리비아 순이다. 북한은 산림황폐화로 홍수·산사태 등 사회·경제적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북한은 산림병해충 피해, 산불 등으로 황폐화되고 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 출범 후 산림황폐화 인식 및 산림녹화 추진이 강조되고 있다. 방제 약제와 기술 부족 등으로 산림병해충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북한 전역에 잣나무넓적잎벌 등으로 25만ha의 병해충 피해가 발생했다.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금강산 소나무림 산림병해충 방제를 위해 2015년 7월 현대아산을 통해 피해조사를 요청했다. 2015년 7월 피해 공동조사 및 1차 방제(젓나무잎응애·800ha)를 실시했다. 2016년 5월 솔잎혹파리 1000ha를 방제할 예정이었으나 2016년 1월 4차 핵실험으로 미실시됐다.
다락밭 조성과 화전 과정에서 실화에 의한 산불이 증가하고 있다. 2000~2002년 365건의 산불로 1만2800ha의 산림이 소실됐다. 이는 연간 약 4270ha로 남한(10년 평균 734ha)의 5.8배에 해당된다. 진화장비 부족·병해충 피해목 방치 등으로 인 산불 발생시 대형 산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2012년 4월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의 요구에 맞게 국토관리 사업에서 혁명적 전환을 가져 와야 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북한은 계기시마다 산림복구 관련 의지를 표명했다. 김 위원장은 2015년 신년사에서 전후에 복구건설을 한 것처럼 전당, 전군, 전민이 떨쳐나 산림복구 전투를 힘있게 벌이자고 했다. 2016년 제7차 당대회시 발표한 '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산림복구전투 △양묘장 조성 △환경보호사업을 포함했다. 2018년 신년사에서도 "산림복구전투 1단계의 과업을 수행함으로써 군민대단결의 위력과 사회주의 자립경제의 잠재력을 과시했다"라며 산림복구를 강조했다.
주꾸미에게 닥친 ‘공유지의 비극’ 5.6 시사인
주꾸미의 씨가 마르기 시작하자 해양수산부는 올해 ‘주꾸미 금어기’를 신설했다. 어쩌다 주꾸미마저 못 잡게 되었을까. 어민과 낚시꾼 사이에 긴장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충남 보령 출신 소설가 이문구의 작품에는 주꾸미가 자주 나온다. 1977~1981년 발표한 연작소설 <우리 동네>에서 어느 여인은 질박한 사투리로 이렇게 신세타령한다. “접때 장부텀 봄 것은 읎는 게 읎이 죄 새로 나와 만전했던디 그 흔해터진 쭈꾸미 한 코 못 만져보고 사네.”
그랬다. 주꾸미는 원래 흔해터진 ‘바닷것’이었다. 봄가을이면 서해와 남해 연안에서 무시로 잡혔다. 봄철 보릿고개 때면 바닷가 사람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구황식품 노릇을 했다. 특히 주꾸미를 ‘쭈깨미’라 부르는 충남 지역이 전국 어획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충남 사람들에게 주꾸미는 흔한 바다 생물이었다.
세상이 바뀌었다. 주꾸미 씨가 마르기 시작했다. 주꾸미에게 위기가 닥치자, 아우성은 인간이 질렀다. 봄철 알배기 주꾸미가 나올 때만 되면 주꾸미 값이 폭등해 ‘귀하신 몸’이 되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998년 7999t이었던 주꾸미 어획량은 2012년 3415t으로 반타작 났고, 2016년엔 2281t으로 줄었다.
ⓒ시사IN 이명익 4월12일 충남 보령시 인근 바다에서 화랑호 선주 김동주씨가 소라 껍데기에서 주꾸미를 빼내고 있다.
올해는 주꾸미에게 의미심장한 해다. 사상 초유의 ‘주꾸미 금어기’가 실시된다. 5월11일부터 8월31일까지 주꾸미를 잡는 행위가 완전히 금지되며,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어쩌다 주꾸미마저 못 잡게 되었을까. 단순히 어민들의 남획으로 인한 자원 고갈이라고 이해하면 되는 걸까.
4월12일 아침 6시. 동이 터오는 충남 보령시 오천항 풍경은 뜻밖이었다. 평일인데도 항구에는 형형색색의 낚시복을 갖춘 사람들로 북적였다. 선착장에서 이들을 기다리는 배만 10여 척. 어림잡아 100명이 차례차례 낚싯배에 올랐다. 전날 밤 적막하던 항구 풍경과는 딴판이었다. 새벽부터 차로 달려 이곳에 도착한 낚시꾼들이었다.
오천항은 천혜의 어장인 천수만에서 홍성군 광천읍 쪽으로 움푹 들어간 곳에 있다. 어족 자원이 풍부해 예부터 ‘자연양식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10여 년 전부터는 낚싯배가 성행하는 곳이다. 특히 주꾸미 낚시로 유명하다.
그런데 봄철인 지금은 낚시로 주꾸미를 잡을 수 있는 때가 아니다. 3~5월 산란기를 맞은 주꾸미가 바다 밑바닥으로 몸을 숨기기 때문이다. 봄철에는 어민들이 설치한 주꾸미 그물을 통해서나 어획이 가능하다. 가을이 되어서야 알에서 부화한 주꾸미가 바닷속을 헤엄치는데, 그때가 주꾸미 낚시 성수기다. 지금 낚시꾼들은 우럭, 도다리 등을 잡으러 온다.
비수기에 이 정도니 주꾸미 낚시 성수기인 9~10월이 되면 이곳은 발 디딜 틈이 없다. 많을 때는 하루 5000명씩 주꾸미 낚시꾼이 몰려든다. 항구에는 차 댈 곳이 없어서 매일 주차전쟁이 벌어진다. 1인당 7만~10만원 정도를 내고 낚싯배를 타는데, 주꾸미가 잘 잡힌다고 소문난 배는 6월부터 예약해야 낚시가 가능할 정도다.
문제는 가을철 낚시꾼이 잡는 주꾸미가 ‘치어’라는 점이다. 봄철 산란기를 지나고 알에서 부화한 어린 주꾸미가 막 활동을 시작할 무렵 주꾸미 낚시가 시작되는 것이다. 낚시꾼들은 이때 잡은 주꾸미를 ‘100원짜리’ ‘500원짜리’라 부른다. 그만큼 작다는 뜻이다. 주꾸미가 거미처럼 작다 해서 ‘거미 낚시’라고 자조하기도 한다.
주꾸미 낚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간단하다. 잡기 쉬워서다. ‘주꾸미 구슬’이라는 도구가 있다. 흰색 구슬에 갈고리를 단 도구인데, 밝은 색을 좋아하는 주꾸미가 구슬에 접근했다가 갈고리에 걸려 올라온다. 초보자도 하루에 수십 마리는 거뜬하다. 경력이 되는 ‘꾼’들은 하루 수백 마리씩 잡는다. 10명 정도 탄 주꾸미 낚싯배 한 척의 하루 어획량이 작은 어선보다 훨씬 많다.
이날 아침 이상한 점이 있었다. 선착장에 낚싯배만 가득할 뿐 어선이 보이지 않았다. 다들 어디로 간 것일까. 어선들은 뱃길로 1㎞ 떨어진 보령방조제 근처에 머물고 있었다. 방조제 근처에서 출항을 준비 중인 화랑호 선주 김동주씨는 “낚싯배 때문에 항구에 배를 댈 수 없어 이리로 옮겼다. 사실상 밀려난 셈이다”라고 말했다.
주꾸미 어민의 얼굴에서 사라진 웃음기
허락을 구해 화랑호에 올라탔다. 배는 20분을 달린 뒤 바다 위에 떠 있는 부표 앞에 멈췄다. ‘주꾸미 그물(밧줄에 소라 껍데기를 매단 것)’을 설치한 곳이다. 김동주씨 부부가 힘차게 밧줄을 끌어당기자 소라 껍데기가 도르래를 타고 올라왔다. 시인이 노래했던 주꾸미 잡이 풍경과 똑같았다. ‘빈 소라 껍질 매단 줄을 당긴다/ 먹이로 속이는 낚시가 아닌/ 길을 가로막는 그물이 아닌/ 알 깔 집으로 유인한/ 주꾸미들이 줄줄이 딸려 올라온다(함민복, <주꾸미>).’
그러나 주꾸미가 ‘줄줄이 딸려’ 오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언뜻 봐서는 소라 껍데기 수십 개꼴로 1마리씩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김씨는 “20년 전에 비해 주꾸미가 든 소라 껍데기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라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출렁이는 배 위에서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물을 당기고 주꾸미를 꺼내고, 다시 그물을 치는 작업이 되풀이됐다. 그 와중에 주꾸미가 ‘청소’한 해양 쓰레기도 수거했다. 주꾸미는 바다 밑바닥에 깔린 비닐조각, 낚싯바늘 등을 빨판에 붙인 채 잡히는 경우가 많아 ‘바다의 청소부’라 불린다. 과거 충남 태안에서 고려청자 조각이 주꾸미 빨판에 붙어 나와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이날 4시간가량 작업한 끝에 화랑호가 얻은 수확량은 40㎏. ‘만선’은 아니어도 나쁘지 않은 결과다. 전날은 이보다 훨씬 못했다. 이날 수협 경매가가 1㎏당 1만7500원이었다. 수협 직원이 김씨에게 “오늘은 돈 좀 만졌네”라며 웃었다.
ⓒ시사IN 조남진 충남 보령시 오천항에 낚싯배가 정박해 있다. 가을철이면 이곳은 주꾸미 낚시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럼에도 요즘 김씨를 비롯한 주꾸미 어민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다. 우선 금어기의 형평성 문제다. 사실상 봄 한 철 벌어 먹고사는 현실에 금어기를 5월 초순부터 지정한 게 잘못됐다는 것이다. 주꾸미 알이 여물려면 5월 말은 되어야 하는데, 값어치가 올라갈 때쯤 금어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어기가 풀리는 9월부터는 낚시 시즌이다. 낚시업계가 이번 금어기 조치로 입는 타격은 어민들에 비해 훨씬 적다.
더 큰 불만은 낚시꾼의 행태다. 앞서 말했듯 가을철에 마구잡이로 어린 주꾸미를 잡는 바람에 이듬해 알을 밸 주꾸미의 씨가 마른다는 것이다. 끊어진 낚싯줄, 낚시 추, 바늘 따위는 바다를 오염시킨다. 낚싯배와 어선의 충돌 사고, 쓰레기 투기 문제도 갈등 요소다.
문제는 이것이 주꾸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바다 자원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두고 어민과 낚시인 사이에 긴장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어촌에서는 토박이인 어민과 주로 외지 출신인 낚싯배 운영자들 사이에 갈등이 깊어가면서 언젠가 큰일이 터질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바다에서 벌어지는 ‘공유지의 비극’이다.
현재 바다낚시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언젠가부터 ‘낚시 인구 700만 시대’라는 말이 퍼졌지만 추정치다. 비교적 정확한 통계가 있다. 해양경찰청이 낚시 어선 이용객의 승선 신고를 집계한 자료다(55쪽 표 참조).
1997년 47만명이었던 낚시 어선 이용객 수는 200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최근 통계다. 2015년 295만명, 2016년 342만명, 2017년 414만명으로 2년 만에 100만명 넘게 증가했다. 중복 신고하는 경우를 감안해도 엄청난 증가세다. 민물낚시까지 더하면 낚시 인구 700만이 과장된 수치는 아니다. 새로운 취미를 찾던 사람들이 낚시에 눈을 떴다. 특히 최근 <도시어부> <성난 물고기> 등 본격 낚시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낚시의 역동성에 매료된 이들이 적지 않다.
반면 어가 인구(판매를 목적으로 1개월 이상 어선, 맨손, 양식 어업 등에 나선 가구)는 계속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19만2300명이던 인구는, 2016년에 12만5700명까지 줄었다(55쪽 표 참조). 대개 농어촌이 그렇듯 이 수치는 앞으로 더욱 내리막길일 것이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기존 여론은 어족 자원 고갈 문제를 다룰 때 주로 어민의 무분별한 남획을 지적해왔다. 이제 거꾸로 바다에서 ‘다수파’가 된 낚시꾼의 몰지각한 남획과 환경 파괴 문제를 비판하면 되는 걸까.
낚시면허제 도입이 정답 될까
해양수산부는 낚시업계에 칼을 빼들었다가 머쓱했던 적이 많다. 돈을 내고 이용권을 구매한 사람만 낚시를 할 수 있는 ‘낚시 이용권’ 제도 및 주꾸미· 문어·갈치 등을 대상으로 1인당 포획량 제한을 실시하려다 낚시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곤 했다. 올해도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불투명하다. 지난 2월 ‘낚시 부담금 말이 안 되는 이유’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1만명 이상 서명을 받았다. 반면 낚시면허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어민 측의 청원도 여러 건 올라왔다.
상생의 길은 없는 걸까. 다행히 희망의 끈은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어민과 낚시꾼 모두 어족 자원 고갈에 심각한 문제를 느끼고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어민들 중에도 옛날처럼 바다가 무한정 인간에게 먹을 걸 내줄 것이라고 믿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화랑호 선주 김동주씨는 “낚시면허제가 도입되는 등 진전이 있다면 어민들도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 손해를 감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천항의 한 낚싯배 사무국장 역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낚시면허제 도입에 찬성한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말을 했다. “이러다 다 죽는다”라는 말이었다.
남은 문제는 더 있다. 이른바 ‘형망 어업’ 등으로 바다를 초토화하는 일부 어민 문제다. 형망 어업은 자루 모양의 그물 끝에 쇠틀을 달아 해저를 긁으면서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바다 밑바닥을 긁어버리기 때문에 조개는 물론 주꾸미도 쓸어 담는다. 최근에는 고압 분사기 등 불법 어구까지 이용해 어패류를 초토화하는 바다의 무법자다. 무허가 조업에도 벌금밖에 제재 조치가 없어 일부 지역에서는 어민들이 돌아가며 벌금을 물고 조업에 나선다. 바다 자원을 싹쓸이하는 대형 저인망 어선에 대한 규제도 관련 업계의 반발 탓에 지지부진하다. 주꾸미 어민들이 구멍가게라면, 이들은 대형마트다.
바다 생태계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방조제 문제는 아예 이슈로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서산 A·B방조제, 보령·홍성방조제 등 천수만 일대에만 네 개 방조제가 우뚝 서 바닷길을 가로막고 있다. 한때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방조제 철거를 시사한 바 있지만 이 또한 물 건너갔다. 어쩌면 공유지를 망친 주범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곳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지도 모른다.
한국당 "김성태 가짜뉴스 건당 5000만원 손배 청구…네이버가 방치” 5.7 중앙
자유한국당은 7일 단식 농성 중 폭행을 당한 김성태 원내대표와 관련, 가짜뉴스로 분류한 기사와 해당 언론사에 대해 1건당 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또 포털 네이버에 가짜뉴스 방조 책임이 있다고 보고, 이번 주 내 민ㆍ형사상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한국당 홍보본부장이자 가짜뉴스 신고센터장인 박성중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의원총회에서 “김성태 원내대표 테러 사건에 대한 편향 조롱성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가장 악의적인 가짜뉴스 30건에 대해, 건당 5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허위ㆍ가짜뉴스로 지목한 사례를 하나하나 소개했다. <‘연양갱 테러’ 당해 ‘목 깁스’한 김성태를 본 현직 정형외과 의사 반응> <한국당 지지자에게 김성태 원내대표 폭행당한 후 당은 단식 릴레이…‘릴레이 식사?’> 등이다. 아울러 기사 내용 중 네티즌의 댓글을 빌려 “희대의 코미디다” “계획된 거 아냐?” 등의 내용이 담긴 기사와 김 원내대표의 사진 위로 “이 호재를 워찌활용한당”이라는 문구를 합성해 넣은 보도도 허위ㆍ조롱성 기사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네이버가 편향적으로 기사를 배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포털 구글에서 ‘김성태’를 검색했을 땐 중립적인 기사들이 나오는 반면, 네이버에선 자극적이거나 편향적인 기사가 먼저 뜬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김성태 원내대표 폭행 피습 기사와 관련해 네이버가 구글과 비교해서 편향적으로 기사를 배열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자유한국당]
. 이어 박 의원은 “네이버 배열뿐 아니라 댓글도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김 원내대표를 조롱하는 상위권 댓글을 열거한 뒤 “네이버는 2016년 광고 수익으로만 연 3조원 수익을 창출했다. 검증 안 된 군소 언론사가 편파 가짜 뉴스를 생산하면, 네이버가 그중에서도 자극적인 기사를 메인에 띄워 댓글 장사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댓글 관리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네이버를 그냥 둬선 안 된다”며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에 대한 민ㆍ형사상 고소를 진행하고, 앞으로 있을 ‘드루킹 특검’에 네이버를 포함시키는 것 등이다. 또 국회 입법 차원에서도 네이버에 댓글과 기사 관리 책임을 확실히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한국당의 이런 대응은 당에 대한 여론 악화가, 일부 언론의 편파ㆍ자극적인 뉴스 생산과 네이버의 의도적 편향 배열에 책임이 있다는 분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대표가 원래 목표”=김 원내대표를 폭행한 김모(31)씨가 애초 홍 대표를 폭행하려 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나타났다. 영등포경찰서는 “피의자는 홍 대표가 남북정상회담을 보고 ‘정치쇼’라고 비방하는 것을 보고 울화가 치밀어 때리려고 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5일 거주지인 강원도 동해에서 상경해 폭행 목표였던 홍 대표를 국회에서 찾아다니다 홍 대표를 찾지 못하자 김 원내대표를 가격했다.
은수미, 추가 의혹에 “정말 몰랐다” 5.7 서울신문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경기 성남시장 후보가 최근 제기된 추가 의혹에 “정말 몰랐다”라고 밝혔다. 앞서 동아일보는 폭력조직 출신 사업가 측으로부터 차량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최모 씨의 아내가 올 1월부터 성남시 산하기관에 근무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 했다.
▲ 조직폭력배 출신 사업가로부터 차량 유지비 등을 지원받은 의혹이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성남시장 후보가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성남시장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 후보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놀라움과 놀라움의 연속이다. 저는 이 사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 제가 혼자서 감당하기 어렵다”라고 이같이 말했다.
은 후보는 차량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저는 운전기사가 없다. 제 생활습관을 잘 모르시는 거 같은데 제가 BMW족이다. 버스(BUS), 메트로(METRO), 워킹(WALKING) 버스 타고 전철 타고 걸어서 일 보고 출퇴근한다. 제가 이것 때문에 버스카드 내역을 찾아보고 있다. 2017년 5월은 한 60여 건 정도 교통카드 기록이 나오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제 생활습관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원칙이다. 왜냐하면 제가 운전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은 후보는 “그런데 제가 대중교통을 이어가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은 후보는 “예를 들어 신촌에서 택시를 타고 성남 중앙까지 오는 건 가능하다. 한 3만 원, 4만 원 정도가 든다. 그런데 광명역에 밤늦게 택시 타고 오는 게 굉장히 어럽다. 그런 경우 지원 해주시는 분이 한두 분이 아니셨다”라고 했다. 은 후보는 최모 씨라는 분이 운전한 건 10%가 채 안 될 거라고 봤다.
은 후보는 조폭 출신 사업가로부터 운전기사와 차량유지비를 지원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은 후보 측은 일부 보도를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일 은 후보 캠프는 ‘검찰, 은수미 조폭지원설 본격 수사착수’ 등의 기사가 허위사실이라며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해당 언론을 고발했다.
‘주한미군 감축설’ 보도는 왜 지금 나왔나? 5.5 미디어오늘
평화협정 체결 뒤 주한미군 관련 논의는 당연한 수순, 지금 ‘감축설’ 부각하는 이유는?…
6월 중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양국 정상도 오는 22일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다.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관련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양국 간 조율과 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자리로 해석된다.
한미 일부 언론은 ‘주한미군 감축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양국 간 갈등의 소지가 있는 주한미군 문제를 공론장에 올린 셈이다. 현지 시간으로 4일 ‘뉴욕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에 주한미군 병력 감축에 대한 옵션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복수 당국자를 인용해 “(주한미군 감축이) 북미 정상회담 협상 카드로 의도된 것은 아니라면서도 한반도 평화협정이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을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감축 방안 마련 지시가 방위비 분담 협상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전했다. 한미 양국의 갈등이나 균열 가능성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미 양국은 즉각 반박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대통령은 국방부에 주한미군 감축 방안을 짜라는 요청을 한 바 없다”고 밝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핵심 관계자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미국이 당장 감축을 추진하지 않더라도 주한미군의 규모는 한국의 사정보다는 세계정세 변화와 이에 따른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에 영향을 받아왔다”며 “평화협정 체결 전망과 맞물려 감축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없지만은 않다”고 해석했다
한국일보 역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궤도에 오르고 개혁 개방을 통해 북미 관계가 정상화된다면 주한미군 성격이 재규정될 필요가 있다는 게 학계나 외교가 중론”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가 발언을 인용한 정부 관계자 역시 “주한미군 규모와 배치에 대한 재고는 최근 대북 외교 접촉 상황과 상관없이 이뤄졌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동안 워싱턴 외교가 등에서 제기됐던 ‘주한미군 카드 활용’설은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김 위원장 주장을 들어줄 것이라는 내용이다. 다만 김 위원장 전략 노선이 경제를 향하고 있는 만큼 오히려 주한미군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주한미군 감축설이 불거진 시점이다. 한국일보는 장기 과제인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미묘한 시점에서 도마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의도에 대한 경계심이 가시지 않은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 불가능성까지 결합돼 남북 대화에 국론 분열과 한미간 균열 등 혼선을 초래할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이어 “한국에서 주한미군 존재는 한미동맹의 절대 상징으로 받아들여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비용과 협상 카드로 인식하고 있다”며 “향후 이 문제가 돌출될 개연성이 커 정부가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당부했다.
조선일보는 뉴욕타임스 보도를 들어 한미 대통령이 평화협정 후에도 주한미군 주둔을 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일자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북핵 폐기는 안전한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서다. 6·25 이후 한반도 안전을 지킨 방패는 주한미군이었다”며 “북핵이 폐기되더라도 주한미군이 없으면 더 안전한 한반도가 됐다고 말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주한미군은 비핵화나 평화협정과 무관하게 주둔한다”는 발표를 요구했다.
동아일보는 주한미군 철수는 회담 의제가 아니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박을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 “주한미군 철수 주장한 적 없다”
한국의 경우 조선일보 등 국내 보수 성향 언론이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의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을 내세워 주한미군 관련 의혹을 키운 바 있다. 문 특보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 문제다. 평화협정 체결과 아무 상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 특보는 현지 시간으로 3일 뉴욕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뉴욕협의회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뒤 특파원들과 만나 “나는 (주한미군 주둔을) 찬성하는 사람”이라며 해명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반도 평화조약(협정)이 체결되고 북한이 비핵화를 하고 북한과 미국이 국교 정상화를 하면 자연히 주한 미군이 계속 주둔하느냐 마느냐 논의가 이뤄질 것이고 한국 보수 진영에서 그것을 상당히 비판적으로 볼 텐데 이런 것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간담회 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예방해 나눈 대화도 전했다. 문 특보는 “키신저 박사가 ‘평화조약이 체결되고 북미 수교가 되면 자연히 미국 내에서 주한미군이 계속 유지되어야 하느냐에 대한 얘기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원하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킬 것이다. 한국 내 합의가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악성' 위험사회 5.5. 프레시안
[생협평론] 안전을 우리 생활공간으로 가져온 사회적경제
위험사회 vs. 산업사회
공장 굴뚝이 시커먼 연기를 뿜어 올리는 광경을 바라보는 현대인의 감흥은 크게 두 가지로 갈라진다. 한쪽은 한국 사회가 선진적 기술 시스템을 갖춰 대량생산을 이뤄낸 징표를 보는 듯 뿌듯해하고, 다른 한쪽은 미세먼지 등 호흡기 질환, 기후변화를 유발하지 않을까 하며 불안감을 느낀다. 앞선 반응이 발전과 성장을 생각하는 '산업사회'의 관점이라면, 불안을 느끼는 것은 '위험사회(risk society)'의 관점이다. 같은 시대, 같은 사회를 살아가지(만 현실을 어떤 식으로 보느냐,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두 가지 사회를 생각해볼 수 있다.
'위험사회'라는 개념은 1986년 출간되었고 1997년 한국에 번역되어 소개된 울리히 벡(Ulrich Beck)의 저서 <위험사회(Risikogesellschaft)>(홍성태 옮김, 새물결 펴냄)를 통해서 알려졌다. 1986년 소련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사고 발생을 계기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다시금 소환되어 회자되고 있다.
여기에서 '위험(risk)'이라는 용어는 재해 그 자체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위험에 대한 예견이나 예측을 함께 의미한다. 어떤 종류의 사고가 언제, 어떻게 발생할 것인지 불확정한 상황에서 발생 가능성과 그 사고로 인해 생기는 손해를 과학적이고 수학적으로 예측하는 활동을 말하며, 영어 발음 그대로 '리스크'라 표현하기도 한다. 위험이 발생하는 시기와 위험을 예상하는 시기가 다르고, 산술적으로 계산해 '비용'으로 표현하려는 이 같은 특성은 보험 산업의 발달을 촉진시켰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손실을 볼 것인가를 기업 입장에서 계산하는 산업사회의 제도들은 위험을 경제적 비용으로만 계산하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위험의 실재적 차원, 즉 발생 가능성과 파괴력을 과소평가한다는 것이 울리히 벡의 진단이다. 위험을 축소하려는 사회 제도와 실질적으로 위험에 노출되는 개인이 대립하게 된다. 개인의 '위험 인식'이 제도적으로 과소평가된 '위험인식'과 대립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이다. 그는 산업사회가 번영하면서 초래한 위험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현대 산업사회의 '제도화된 무책임성'을 지적했다.
이처럼 '위험'을 개인 스스로 인지하고 해석하고 처리하는 시대가 오면서 개인은 선택해야하는 불안감에 처하고, 저항의 형태 역시 조직적이기보다는 개인화되고 다양화된 형태로 나타난다. '옥시싹싹 불매운동'을 한다든가, '강남역 화장실 여성 살인사건'에 포스트잇으로 추모한다든가, 일자리 위험으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등이 그것이다.
거기에 더해 새로운 '위험'도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파괴력이 크고 무차별적인 재앙은 원자(Atom), 생물학(Biology), 화학(Chemistry)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다. 과학이 스스로의 능력을 뛰어넘는 위험을 만들어낸 것이다. 과학이 '지식'과 '무지'를 동시에 생산한 셈이다. 무차별적인 이들 위험을 비용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미래세대나 주변부의 빈곤국가에게 위험을 떠넘겨왔다. 금융위기를 불러온 건 은행의 관리자였는데, 국민 세금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고 일반 납세자들에게 비용을 떠넘겼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미래세대로 비용을 떠넘기기만은 어려운 형편이다. 기후변화가 일어나 해수면이 상승하고, 그로 인해 난민이 발생하면서 이들이 다시 유럽으로 침투한다. 외부로 떠넘긴 위험이 수평선을 타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위험사회'는 산업사회에서 위험사회로의 전환을 강조할 뿐 아니라, 위험사회의 도래가 가져오는 개인의 문제에 주목한다. 개인의 자율성이 증대됐지만 '위험'이 사회적·제도적 틀에서 관리되지 못하고, 개인이 선택해야하는 '불안'을 안겨주었다. 산업사회의 번영과 함께 현대적 사회제도가 가져오는 위험에서 개인주의화의 증가가 낳고 있는 위기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는 이중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악성 위험사회
'1:29:300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은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법칙이다. 1건의 대형사고 이전에 29건의 중규모 사고들이 발생하고, 그 이전에 300건 정도의 조짐과 예후들이 나타난다는 원리다. 예를 들어 잠실의 롯데백화점 주변의 싱크홀과 지하의 균열 등 작은 조짐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인리히 법칙에 의하면 더 큰 사고를 보여주는 징후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는가 하면, 작은 것이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고 무시해도 무방하다고 보는 측면이 있다. 위험사회의 관점에서 보자면 하인리히 법칙에 입각해서 작은 징후도 잘 살펴보아야 한다는 의미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2014년 경주 마우나 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 붕과 사건과 세월호 참사,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건과 썬연료 공장 소실,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 등 안타까운 사건들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4대강 사업의 결과가 우리와 우리 후손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정확하게 예견하기 어렵고, 자연재해에서 비롯되는 원전 폭발사고의 재앙 가능성을 떠안으며 살고 있다. 기술혁신이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고, 유전자 조작 식품이 어떤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지 채 밝혀지기 전에 식탁을 채우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밀양 화재 사건이 하인리히 법칙의 29에 속하는 일일 수도 있다는 진단이 무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사회적경제, '위험사회'의 렌즈 장착
산업사회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생산성을 쌓아 올린 '근대화' 사회라고 하지만, 조직이나 생활 영역에서는 여전히 관료제나 계급적인 측면이 많이 남아 있다. 이른바, '반쪽 근대성'이라 불리는 산업사회의 이러한 경직성은 위험 요인을 사회적·제도적 수준에서 더불어 함께 답을 찾기보다는, 개인 각자가 위험사회에 대처하도록 방치해왔다. 울리히 벡은 개인의 위험 인식이 산업제도에 의해 축소되지 않고 돌파하려면 '진지한 성찰'과 '민주주의'가 거의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진지하게 성찰한다는 것은 확률 숫자의 크기로 위험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 확률과 연관된 사건의 심리적 파급 효과, 사건의 위험이 알려지거나 관리되는 방식 등 모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위험사회를 진단한다>(아로파 펴냄)의 저자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충분한 정보를 근거로 한 사회적 공감대가 중요하다"며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성찰적 반성을 강화하고, 하위정치·시민정치를 활성화하여 제도정치에 일정한 변화를 주자는 의미다.
사회적경제 영역은 '위험사회'가 요청하는 성찰적인 위험 진단과 이에 대한 공동의 대응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같은 위험사회를 살면서도 개인의 위험 인식과 대응 방식이 고립되지 않고,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적극적인 실천 대안을 제시한다. 제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거나 소홀하게 다뤄지는 위험의 인자들을 진지하게 '위험'으로 인식하게 하는 공론장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기도 한다.사회적경제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발전하면서 나타난 불평등과 빈부격차, 환경 파괴 등의 사회문제를 해소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민주적 원리로 운영되는 호혜적인 경제 조직을 의미한다. 위험사회와 산업사회의 구분에 비춰보면 사회적경제 기업은 태생적으로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안전을 고민하는 사회적경제 조직
사회적경제는 우리를 둘러싼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문제들을 공론화하고 해결하는 데 앞장선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안전'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는 조직이 있는가 하면, 비록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는 문제를 둘러싼 여러 변수들을 진지하게 인식하고 대응하기도 한다.
'위험'이 숫자로 표현되지 않아도 불평등과 공동체의 회복, 안전한 먹거리, 에너지 문제 등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개인의 문제로 방치하지 않고,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사회적경제 전 영역은 '위기사회'라는 관점에서 사회를 인식하고,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울리히 벡이 요청한 자발성에 기초한 시민사회의 주체적 노력이 사회적경제 영역의 방법론을 통해 전면화되기를 바라본다. 재난에 대비하고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를 사업적으로 구현하거나 그 활동을 돕는 사회적경제 조직의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손가락 절단사고 응급키트 제작업체 'Finger119'
지난해 7월 근무 중에 절단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자살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09년 2월 당시 27세였던 김 모 씨는 필름 커팅 작업을 하다 칼날에 손가락 6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손가락 접합수술 등 1년 넘게 4차례 입원치료와 3차례에 걸친 수술을 받고 12등급의 장해 판정을 받았다. 김 씨는 큰 절망에 빠져 2010년 초 조울증(양극성 정신장애) 진단을 받았고, 이후 환청과 망상, 불면증 등으로 3년 넘게 정신과 치료를 받다 2014년 3월, 거주하던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안전보건공단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로 신고 되는 절단 사고는 연 8000여 건 정도다. 손가락 절단사고를 당한 뒤 직장에 복귀하는 노동자 비율은 23.5%에 불과하며,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릴 경우 가정은 파괴되고 자존감은 상실된다. 하지만 영세업체의 경우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연 2만 건 정도의 절단 사고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산업 현장의 응급처치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기 짝이 없고, 최근엔 절단 사고 환자의 상당수가 이주노동자다.
절단사고 중 80%가량은 손 또는 손가락 사고에 해당한다. 절단 사고가 발생했을 때 빠르고 바른 응급 처치를 받고 절단된 손가락을 안전하게 보관해 병원까지 이송해갈 경우 80% 이상이 소생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 잘못된 응급 처치와 잘못된 보관 방법으로 인해 수술 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절단 장애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Finger119'(대표 이재욱)는 경기도 안산시에 거주하는 한 청소년의 마음과 머리에서 시작됐다. 안산에 살면 손가락이 없는 공단 노동자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음료 진열대에서 도움을 요청한 손님에게 가까이 가보니 한쪽 손 손가락이 모두 절단되어 있는 것을 목격한 적도 있었다. Finger119의 팀원들은 절단 사고 전용 응급키트가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절단 사고 전용 응급키트의 필요성을 알게 됐다.
Finger119는 연구기관 등과 함께 응급키트를 개발하며 기업의 꼴을 갖추기 시작했고, 2012년 소셜벤처경영대회 청소년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Finger119의 응급키트는 절단된 손가락을 넣을 수 있는 보관함, 절단된 손을 압박·지혈할 수 있는 지혈키트, 열면 바로 냉매가 작동하는 장치가 부착된 통으로 구성되었다. 손가락이 절단됨과 동시에 바로 괴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차갑게 만들어 세균 번식을 막으면서 병원에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장기 이식용 보관함과 유사한 형태다. 택시를 타고 긴급하게 이동할 것을 대비해 해당 지역의 절단사고 전문병원 리스트를 부착하기도 했다.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이 절단되었을 때 성급한 대처로 몸 일부를 잃지 않도록 돕는 응급키트를 만드는 소셜벤처. 이러한 아이디어에도 불과하고 Finger119는 재작년 문을 닫았다. 필자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아쉽게도 비즈니스 유지가 어려워 사업을 정리하고, 지역에서 청년 활동에 참여 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금도 관심을 가져주어 고맙고, 이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계속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지금도 시화공단에서 일하는 공장 근로자 수만 11만 명이며, 손가락이 잘려 재활서비스를 받는 사람들 12만 명 중 원직 미복귀자가 7만 5000여 명에 이른다. 뒤늦은 상상일지도 모르지만, 안산 지역의 공장에 Finger119의 응급키트를 배치했다면 어떠했을까. 개별 공장이 구입할 수도 있지만, 고용노동부나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공공 조달을 통해 공급하는 계획을 마련했다면 어땠을까. 절단사고 응급조치를 위한 찾아가는 교육을 패키지로 마련했다면 어땠을까. 우리의 안전을 고민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생각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빨간색 소화기는 잊어라, 소방 관련 스타트업 '마커스랩'
2016년 하반기, 자연드림몰(www.icoop.or.kr)에 우수한 사회적경제 기업의 상품을 응원하기 위해 사회적경제 기업 코너가 마련되었다. 이곳에 2017년 10월 입점한 소방 관련 스타트업 '마커스랩'의 디자인 소화기는 입점 후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입점 물량 모두 완판되는 기록을 달성했다.
▲ iCOOP생협에서 응원하는 우수사회적경제기업 물품 이미지 갈무리(http://icoop.coop/?p=7984334).
대개 빨간색 소화기는 직접 구매하는 사람이 드물고, 집 안에 있더라도 눈에 띄지 않게 감춰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커스랩'(공동대표 박건태)은 눈에 띄는 곳에 놓아야 화재 대응에 유리하다는 점에 우선 착안했다. '소화기=빨간색'이라는 편견을 깨고, 집 안 어느 곳에 두어도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해 일상 속 소품처럼 느껴지는 소화기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어느 집이든 소화기 한 대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방관의 이야기를 계기로, '탐나는 소화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담았다.
마커스랩은 2014년 폐소방호스로 업사이클링 패션 제품을 만드는 '파이어마커스'로 출발했으며, 소방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 2016년 문을 열었다. 파이어마커스는 '소방의 흔적'이라는 뜻의 소방패션 전문 브랜드다. 파이어마커스를 창업한 이규동 공동대표는 소방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소방과 안전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다. 말하자면, 파이어마커스와 마커스랩은 형제 기업이다. 이들 판매수익금 중 5%는 한국소방복지재단이라는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재단법인에 기부하고 있으며, 다른 일부는 안전에 관한 디자인과 캠페인을 펼치는 데 투자하고 있다.
2012~2014년 화재 통계를 보면, 연평균 전체 화재사망자 300명 중 182명(60.7%)이 주택 화재로 인해 사망했다. 우리나라 주택의 소화기 보급률은 40%에 미치지 못하며, 아파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택에서 소화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설상가상 집에 있는 소화기를 찾지 못해 소중한 골든타임을 놓쳐버리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소화기는 가족 모두가 알고 있고,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소화기는 화재 초기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화재 피해를 저감시키는 결정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1977년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당시 주택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6015명이었던 것이 2012년에는 2380명으로 무려 60%나 감소했다. 보급률을 32%에서 96%까지 끌어올린 결과다. 마커스랩'의 디자인 소화기는 집마다 소화기 보급률을 높여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소방관의 수고도 덜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5분의 골든타임, 긴급대피 방독마스크 '숨통'
지난 1월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37명이 사망하는 참변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사망자 대부분이 유독가스에 의해 질식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독가스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참사였다. 실제 화재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의 70~80%는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이다. 대개 화재로 인한 대형 참사는 유독가스에 의해 정신을 잃고, 그 상태에서 몸에 불이 붙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결국 화재 초기 소화기로 불을 진정시키지 못할 경우, 빨리 자리를 피하되 젖은 물수건 등으로 코와 입을 막아 호흡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집 안에 방독면을 비치하기도 하지만, 직장이나 외부 실내에서 화재를 만났을 때는 속수무책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스스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와이지에프'(대표 김영구)는 착용이 간편하고 보관도 용이한 소형 긴급대피 방독마스크 '숨통'을 개발해 지난해 12월 크라우드펀딩 '와디즈'를 통해 출사표를 던졌다. 출시 사흘 만에 100%를 돌파했다. 긴급대피 방독마스크 숨통 프로젝트가 주목받았던 이유는 휴대와 이용법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와이지에프는 취업 취약계층 노동자가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회적기업을 준비 중이다. 방독마스크 숨통은 안양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공동기술개발과제로 시작되었다. 착용이 간편하고 보관도 용이한 소형 방독마스크. 기존 방독면 착용의 번거로움과 착용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착형 마스크 형태로 개발됐다. 부피도 10분의 1로 압축해 소형화함으로써 보관 및 휴대가 용이해졌다. 가방 및 포켓에 보관할 수도 있다.
안전과 신뢰가 자산,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
2013년 6월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문을 연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대표 김희범)은 한 대기업에서 동고동락하던 동료 6명이 뭉쳐 탄생했다. 협동조합 안내문에 '민주적이고 자주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는 말이 이들을 움직였다.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정직하게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은 업체 이름 그대로 건물의 공기 및 열 관리 설비, 방수·방열 시스템 등을 유지·보수하는 일을 한다. 기존 유지·보수 업계는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공사 표준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공사 때 정품·정량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른바 부풀리기 관행이 여전하다. 한국유지보수협동조합은 업계의 관행에서 벗어나, 투명한 견적서와 제안서를 작성하고, 정품·정량 시공을 핵심적인 경영 전략으로 삼았다. 하자를 책임 보증하는 '하자보증증권'도 발행한다.
일은 많이 주고, 임금은 최대한 적게 주며 이익을 늘리는 방식의 사업이 일반적인 경영 행태다. 김 대표는 "무리수를 두어 일을 시킬 경우 직원의 안전도 위험하지만 공사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유지보수공사의 특성상 직원들이 책임감과 자율적인 권한이 안전 위험을 담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확고한 조직에서 상사가 무서우면 보고를 안 하고 축소·왜곡하는 경우가 많다. 보고를 하면 불호령이 떨어지거나 불이익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안전 매뉴얼도 유명무실하다. 이에 비교해 협동조합은 안전 위험을 보고했다고 책망을 당하는 수직적인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현장에서 스스로 문제 상황을 드러내고 해결책을 찾아 나선다. 김 대표는 "자율과 권한이 책임감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다시 기업의 자산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협동조합 경영은 의사결정이 느리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일단 방향이 결정되면 추진력이 강하다. 특히 '안전'을 다루는 조직의 경우 조합원들이 각기 다른 눈으로 문제를 바라보면 모든 가능한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 협동조합의 참여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이 그 자체로 안전을 담보하는 기업의 자산일 수 있다는 신념이 사회에 전염되기를 기대한다. /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
그 형은 광주의 계엄군이었다 5.4 프레시안
[기고] 누가 진정 광주의 가해자였는가
그는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난 동네 형이었다. 나보다 3살 위인 그를 나는 어려서부터 '형'이라고 부르며 항상 따라다녔다. 그는 마음이 착하고 순해서 동네에서도 칭찬이 자자한 아이였다. 우리 어머니도 어린 시절 그에 대해 이야기 할 때면 "아무개는 어쩌면 그렇게 착한지..."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는 또래 친구보다 키도 크고 몸도 건장했다. 그래서 그런 듬직하고 항상 다정한 그를 나는 친형처럼 따라다녔던 것 같다.
홀어머니 사이에서 생활이 넉넉하지 않았던 그는 1976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학비가 면제인 국립 2년제 전문학교에 당당히 합격했고 그래서 그런지 학교생활도 아주 열심히 했다.
1978년 전문학교를 좋은 성적으로 마치고 그는 직장생활을 몇 개월 하다가 군대에 입대했다. 체구가 좋은 그는 군대에서 하사관으로 차출되어서 군생활을 하다가 1981년 무사히(?) 제대했다.
나는 1979년 대학입학, 1981년 군대입대, 1984년 군 제대 후 바쁜 세월을 보냈기 때문에 1976년 그가 전문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우리는 거의 10년이 넘도록 얼굴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를 다시 만난 것은 1987년 6월 10일 항쟁 전 시국이 어수선 할 때였다. 약 11년 만에 그를 퇴근길 저녁 우연히 서울시내에서 마주쳤다. 둘 다 총각인 우리는 반가운 마음으로 한잔하기 위해 허름한 술집을 찾았다. 술잔이 몇 잔 오간 후 우리는 군생활이 어땠느니 하며 지나간 세월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술집에는 TV가 켜있었고 갑자기 TV를 흘끗 보던 형은 "전두환 개XX"하고 소리쳤다. 그때 뉴스시간에 전두환이 나왔던 것이다.
그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나는 좀 당황했고 주변사람들도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다. 그때부터 그는 큰 소리로 "전두환 XXX"를 연발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그의 눈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광기와 분노를 보았고 그것은 내게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려서부터 그는 내게 항상 조용하고 온순한 동네 형의 모습으로만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두환을 향한 그의 욕설이 심해지고 목소리가 높아지자 옆에서 술을 마시던 주객이 "임마, 좀 조용히 해라, 대통령을 그렇게 욕하는 놈이 어디 있나!" 하고 소리 질렀다. 금방 분위기가 험악해졌고 그와 주객은 서로 멱살을 잡고 소리치며 당장 주먹이 난무할 상황이었다. 그와 주객의 싸움을 말리느라 내 옷은 찢어졌고 그 와중에 옆자리 술상이 엎어졌으며 술집은 금방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러기를 얼마나 되었을까 갑자기 경찰 둘이 술집으로 들어왔다. 술집 주인이 신고를 한 것 같았다. 경찰을 보자 그의 얼굴은 갑자기 차갑게 굳어버렸다. 찰나이지만 나는 그의 얼굴에서 극심한 공포심을 보았다. 그가 그렇게 공포에 질려하는 모습을 나는 평생 처음 보았기 때문에 갑자기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리고 아차 하는 순간, 그는 어느새 난장판이 된 술집에서 총알같이 튀어 나갔다. 그는 어둠 속으로 재빠르게 사라졌다.
그 형은 광주계엄군이었다
며칠 후 그는 내게 전화를 했다. 그날 술집에서의 일을 그는 정중하게 사과하고 한 번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어느 주말 오후에 조용한 찻집에서 그를 만났다. 찻집에서 그는 내게 자신의 충격적인 군대생활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었고 그 후 삼청교육대 교관을 하다가 제대했다. 다음은 그날 그가 광주계엄군으로 자신이 겪은 경험을 이야기 해준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내가 광주에 투입되기 전 상관들은 광주에서 반정부 반란군이 도시를 점령하며 시위를 하고 있고 그들은 모두 '빨갱이'나 좌경분자들이라고 했다. 신문이나 뉴스를 볼 수 없는 우리들은 상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고 그런 '빨갱이들'에 대해서 자연히 적개심을 가지게 되었다.
광주에 투입된 우리들은 총에 대검을 끼고 실탄을 넣었다. 비록 상관의 명령이었지만 나는 그 대검으로 '빨갱이'들을 찌르고 군중을 향해 사격을 했다. 잡혀온 '빨갱이'들은 개처럼 두들겨 패고 팬티만 남기고 옷을 다 벗겼다. 진압봉과 개머리판 그리고 군화발로 온 몸이 시커멓게 피멍이 들도록 때렸다.
처음에는 길가에 서 있던 시민들이 우리 군인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항의하는 사람들도 몇 몇 있었다. 하지만 우리들이 실제 사람을 패서 죽이고, 총으로 쏴서 죽이고, 대검으로 찔러서 죽이는 것을 몇 번 보는 순간부터는 감히 항의하는 시민도 없었다. 서로 눈치만 보며 우리를 무서워하며 그저 바라만 보았다.
잡혀 온 수백 명의 남녀노소 '빨갱이'들은 넓은 공터에서 우리들에게 사정없이 맞고 짓밟혔다. 그들은 우리들이 시키는 대로 시궁창을 기었다. 오리걸음으로 선착순을 반복했고, 그중에서 늦은 '빨갱이'들은 군홧발과 진압봉으로 죽도록 맞았다.
나는 광주시내 여기저기서 죽어 넘어져 있는 시신도 여럿 보았다. 어떤 군인들은 "전라도xx들은 다 죽여야 해"라고 떠들기도 했다. 나를 포함한 우리들은 "감히 빨갱이들이 대한민국에서 활개치고 다녀" 하며 잡혀온 민간인들에게 심한 분노와 증오를 품었다.
한 번은 밤에 어디서인지 모르는 방향에서 갑자기 날아오는 돌에 맞아 전우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기도 했다. 이 일로 '빨갱이'들에 대한 우리들의 분노와 적개심은 더욱 커갔다. 그 후 우리 손에 잡히는 '빨갱이'들을 더욱 무자비하게 죽였다. 사방에서 터지는 총성과 최루탄가스 연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들리는 고함, 비명, 절규들은 생지옥을 연상하게 했다.
우리들은 물이 없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면도도 하지 못했고 그럴수록 이런 상황을 초래한 '빨갱이'들에게 극심한 분노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전우 중에는 지난 밤 몇 놈을 대검으로 통쾌하게 찔렀노라고 자랑삼아 말하던 이도 있었다."
삼청교육대 교관이 된 그 형
그는 광주에서의 성공적인 '빨갱이' 진압 후 보너스와 훈장의 종류인 '국난극복기장'을 받았다. 그리고 3개월 후 그는 1980년 8월 이제 막 만들어진 삼청교육대의 교관으로 보내지게 되었다. 아래는 삼청교육대에서 그의 교관 생활을 정리한 것이다.
"삼청교육대에 보내지기 전 나는 '교육생들'은 깡패, 조폭, 포주, 범죄자, 전과자. 인간말종, 인간쓰레기들로 훈련을 통해서 그들을 교화시키고 사람으로 만들어줄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교육받았다. 그래서 훈련을 시키다가 교육생들이 설사 부상을 당하거나 심지어 죽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상관들은 말해 주었다. 그래서 당시 20대의 나는 50대의 아버지 세대 교육생들도 개 패듯이 팼다.
삼청교육대에서 교관들은 교육생들에게 하느님과 같은 존재였다. 우리가 교육생들에게 셰퍼드에게 주는 개밥을 개처럼 입으로 먹으라면 그들은 먹었다. 또 교관의 구두를 혀로 핥으라면 그들은 핥았다. 겨울에는 눈이 쌓인 연병장 위에 술병을 깨 유리 조각을 뿌리고는 팬티 바람으로 눈 위에서 구르게 하면 그들은 굴렀다. 그들이 구를 때 몽둥이로, 기는 교육생의 팬티만 입은 몸을 사정없이 내려치는 교관도 있었다. 그렇게 서너 시간 지나면 연병장은 시뻘겋게 변해버렸다. 그래도 아무도 불평하는 교육생이 없었다. 아마 불평하면 맞아 죽었을 것이다.
교육은 새벽 6시부터 구보로 시작하고 포복 훈련을 시켰다. 땅바닥에 머리를 박는 기합인 '원산폭격'을 수시로 시켰다. 행동이 늦는 교육생들은 양동이에 물을 퍼다가 머리를 집어넣었고, 반항하면 몽둥이로 때리고 군화발로 짓밟았다. 교관들이 이렇게 할 때 상관들이 다 쳐다보며 희희낙락하고 즐거운 듯이 박장대소했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물론 상관들도 무감각해지고 죄책감도 없어지는 것 같았다."
1981년 광주계엄군과 삼청교육대 교관으로 군대생활을 마치고 제대한 그는 한동안 자신이 나라를 위해 애국한 훌륭한 군인인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그는 자신의 '죄악'을 깨달아갔고 그 시간들이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삼청교육대 교육생 들 중엔 나이 어린 중, 고등학생도 있었고, 주로 부모가 항의할 여력이 되지 않는 저소득층 자녀가 많았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
그 후 1990년대 내가 그를 다시 만났을 때 그는 결혼하여 서울 강남의 어느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형수가 직장생활을 하고 그는 집에서 아기를 보고 있어 나는 낮에 그의 집을 방문했다. 그의 집에서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며 그는 삼청교육대에 대해서 새로 발견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이야기 해주었다.
"삼청교육대 교육생 중엔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노동운동을 한 노동자들, 몸에 문신이 있는 사람들, 당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전과기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끌려온 사람들, 정부에 비판적인 종교인들, 계엄당국의 보도검열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끌려온 당시 충주MBC 사장이었던 유호 씨(2007년 작고), 군장교 출신 코미디언 이기동 씨 등 수많은 죄없는 사람들이 삼청교육대에서 교육 받았다는 것에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과거에 내가 광주와 삼청교육대에서 저지른 죄악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요즘 밤잠을 제대로 못 잔다."
이외에도 삼청교육대에 끌려온 사람들 중엔 당시에는 통금시간이 있었는데 술 취해서 통금시간 어겼다가 끌려가기도 했고 심지어 대낮에 길 가다가 걸린 불심검문에서 신분증을 집에 놔두고 나왔다는 이유로 잡혀가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1982년 국방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삼청교육대의 총 사망자는 57명으로 질병 36명, 구타 10명, 총기사고 3명, 안전사고 2명, 자살 2명, 미상 1명이다. 지난 노태우 정권 당시 삼청교육대 피해사례 접수를 시작했을 때 접수된 추가건수에 따르면, 군부대내 사망 54명, 후유증 사망 397명, 부상 및 상해 2786명의 추가 피해자가 있었다. 노태우 정권은 이에 대한 보상 및 명예회복을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 또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내건 단체 소송은 "시효가 지났다"라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국가 폭력의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인 그 형
그 후 나는 광주계엄군이었고 삼청교육대 교관이었던 그를 다시 못 만났고 지금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다. 안타까운 것은 어린 시절 그렇게 착하고 다정했던 형이 그렇게 광기와 공포로 점철 지워진 세월을 혼자 속으로 숨기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는 전두환 정권 시절 국가폭력의 가해자이지만 동시에 '피해자'다. 언론이 통제된 상황에서 군에서 상관이 주는 일방적 정보에만 의지해서 그는 '빨갱이'을 죽였고, '인간말종'을 교육시킨 것이다. 그러나 제대하고 세월이 흘러서 그는 진실을 알고 너무나 죄책감에 시달렸던 것이다.
그리고 또 세월이 흘렀다. 지난 2010년 11월 이명박 정권 시절 이명박이 임명한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이영조는 미국에서 열린 국제학회에서 "제주 4·3은 공산주의 세력이 주도한 폭동, 광주 5·18은 민중반란"이라고 폄훼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를 두고 민주화단체 등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민중반란', 제주 4·3항쟁을 '공산주의자가 주도한 폭동'으로 규정했다며 이영조 씨에게 크게 반발했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2년 3월 9일 16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이영조를 강남을 국회의원 후보에 공천했다. 그러나 광주시민과 제주도민을 비롯한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2012년 3월 13일 이영조는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현하여 "5.18재단에서도 광주민중반란(Gwangju Popular Revolt)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상직 5.18 민주유공자 공법단체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은 그해 3월 14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상도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5.18 기념재단에서는 'May 18 Democratic Uprising'이라는 공식명칭이 있고 가끔 'Gwangju Uprising'이라고 한다"며 "'revolt'라는 용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이영조 씨의 거짓말을 반박했다.
그리고 이 반박 때문인지 같은 날인 2012년 3월 14일 당시 정홍원 새누리당 공천위원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영조 후보 공천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공천심사과정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점이 언론 보도로 논란이 됨에 따라, 해석에 따라서는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할 부분이 있다는 판단 아래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마음에 상처를 입은 분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5월의 반란은 광주시민이 일으킨 것이 아니라 몇몇 군 장성이 일으킨 것
캐나다 대학교의 도널드 베이커 한국학 교수는 "1980년 5월의 반란은 광주시민이 일으킨 것이 아니라 몇몇 군 장성이 일으킨 것이다. 80년 5월 18일 전국적으로 계엄이 확대되는 것에 반대해 소수의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그 시위는 평화적인 것이었고 반란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시위대들이 자국민을 상대로 치명적 폭력을 저지른 군대와 마주쳤을 때 그 시민들이 정당방위로 저항한 것이다. 그래서 이영조 씨의 '반란'이라는 표현은 아주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이영조는 <박정희 시대>라는 책의 공동저자다. 또,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시절 박근혜의 아버지 독재자 박정희를 비판적으로 평가한 진실화해위원회의 영문책자를 배포금지 시켰다. 이로 인해 이영조가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잘 보였을 것이고, 그 덕에 강남을에 공천을 받았을 것이라고 쉽게 추정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해 11월 20일 이낙연 총리는 '제주4.3항쟁'을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한 폭동', 그리고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반란'이라고 폄훼한 이영조를 총리자문기구인 시민사회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했다. 이승만은 자신이 과거 독립운동을 했다고 친일파 등용을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나는 이낙연 총리가 이승만과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평생을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에 바친 함석헌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단점은 매사에 철저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는 과거사정리나 과거청산이 철저하지 못하면 비극적인 사건은 앞으로도 또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썩은 나무는 뿌리째 뽑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 5월 1일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참혹함을 알리기 위해서 당시 부상자들을 간호했던 차명숙(58세) 씨가 거리에 나왔다. 그는 "한 달 동안 손이 허리에 묶여 식사도 볼일도, 짐승처럼 해결했다. 흰 옷이 까맣게 되도록 짓밟혔다"며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연행돼 고문과 잔혹행위를 당한 사실을 폭로하고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반란'으로 폄훼한 이영조는 지금 이낙연 총리의 자문위원이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 북의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운동을 펼쳐 가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구시대의 적폐청산을 소홀이 하고 적폐에 인물을 다시 재기용하고 있는 것이 결코 용납되어선 안 된다. 적폐청산을 하지 않고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하는 것은 과거 "반민특위"를 통한 친일파청산을 할 수 없었기에 겪어야 했던 민족의 불행에 슬그머니 눈을 감는 일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영조 국정자문위원 해촉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시작한다. 이를 통하여 씨알(촛불, 풀뿌리, 민중, 민초)들이 나서야 한다. 이영조 국정자문위원 해촉 국민청원운동에 독자들의 많은 동참을 바란다. 많은 독자들이 이 국민청원에 동참하여 반드시 광주시민을 능욕하고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자를 시민발전위원에서 끌어내려 더 이상 적폐의 짓을 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응징해야 하지 않겠는가! "역사를 멸시한 국민은 역사로부터 멸시 받는다."
김성수 <함석헌 평전> 저자
삼성, 보수단체 육성했다 MBC 스트레이트 9회 5.65아스팔트 '우파', 누가 키워줬나?
http://www.imbc.com/broad/tv/culture/straight/clip/index.html?list_id=3227725
폭식투쟁의 배후를 밝힌다.
김의성- 지난 스트레이트 방송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충격을 받으셨던 분들
이 많았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이른 바 폭식투쟁. 아니, 폭식난동
을 부렸던 보수단체 회원들. 그런데 그들이 먹고 마셨던 피자와 치킨, 맥주
의 값이 알고 보니 결국은 전경련에서 나왔다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http://www.imbc.com/broad/tv/culture/straight/clip/index.html?list_id=3228235
주진우- 그 전경련 위에 삼성이 있었고요. 삼성은 전경련과 보수단체를 이용해서 자신들에게 정치, 사회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일류 기업, 삼성의 전략이었습니다.
권희진-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난번 방송한 내용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삼성과 보수단체, 그리고 보수단체와 보수정권의 결탁은 아주 뿌리가 깊고 그만큼 공고했습니다.
김의성-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보수단체를 정치적으로 활용했고 삼성의 돈이 그 동력으로 쓰였던 게 세월호 사건보다 훨씬 더 이전부터 있었던 일이라는 얘기죠.
김의성- 네, 그런데 수많은 보수단체들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단체들이 있지 않습니까. 눈에 띈다는 거는 활동을 많이 한다는 거고, 활동이 활발하다는 거는 그만큼 자금력이 뒷받침 된다는 얘기일 텐데요.
나세웅- 그렇습니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였던 단체가 이 어버이연합이죠. 2006년 출범한 어버이연합은 어느 날 갑자기 이 보수단체에 대표로 급부상했는데요. 이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도 바로 송영인 씨입니다. 송영인 씨가 장충기 사장에게 당당하게 자금 지원을 요청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활동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김의성- 그러니까 삼성이 전경련 회비를 자신들의 쌈짓돈 쓰듯이 했고 전경련 직원은 장충기 사장의 비서 역할을 했다는 거네요.
권희진- 네, 전경련은 600여 개의 회사가 회원사로 가입이 돼 있습니다. 이 회원사들이 내는 회비가 2015년 기준으로 500억 원 정도가 되는데 이 가운데 100억 원. 그러니까 1/5을 삼성이 내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삼성을 최대 주주다. 전경련의 최대주주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주진우- 전경련은 삼성의 수족 역할을 하면서 관제여론을 만들었습니다. 삼성의 입맛대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면서 여론 조작을 해왔습니다.
권희진- 네, 그런데도 삼성은 국정원이 강압적으로 요구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수단체에 지원했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 거죠.
주진우- 범행이 발각되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빠져나가는 게 삼성 스타일입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도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무서워서 줬다. 어쩔 수 없이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삼성이 전경련과 국정원을 조종하지 않았습니까. 장충기 사장 문자에 고스란히 그 증거가 남겨져 있습니다.
김의성- 네, 국정원 직원도 삼성 미래전략실이 국정원을 우습게 본다. 이런 식으로 실토하지 않았었습니까. 그런 삼성이 국정원의 요구 때문에 지원을 하,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거다. 이런 말 이제 누가 믿어줄까요.
권희진- 맞습니다. 국정원의 2인자. 실세라고 할 수 있는 국정원 기조실장이 삼성 장충기 사장에게 보낸 문자를 보면요. 삼성의 어쩔 수 없었다. 라는 변명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볼 수가 있습니다.
http://www.imbc.com/broad/tv/culture/straight/clip/index.html?list_id=3228234
김의성- 네, 감사원 사무총장, 감사원의 실질적인 리더로 불릴 정도로 매우 중요한 자리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국정원이 감사원 사무총장 후보에 오른 사람의 세평을 삼성 장충기 사장한테 물어봤고, 장충기 사장은 소위 ‘또라이’라는 비속어까지 써가면서 그 사람의 낙마를 바랐다는 거잖아요.
권희진- 네, 장충기 사장이 악평을 한 데에는 사실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 삼성 이건희 회장을 변호한 적이 있는 변호사, 삼성 측 변호사를 감사원 사무총장에 앉히기 위해서 이렇게 악평을 한 거다. 이게 특검의 이야기입니다.
김의성- 그러니까 결국 삼성이 국정원을 통해서 자신의 의도를 관철시키고 감사원 사무총장 인사도 삼성의 뜻대로 됐다는 얘기 아닙니까.
주진우- 그렇습니다. 감사원 사무총장 인사처럼 청와대, 국정원, 그리고 정부 주요 기관에서 삼성 뜻대로 굴러간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이었습니다.
김의성- 그러니까 국정원을 삼성의 하부조직처럼 부리면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다가도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강요로 인해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발뺌을 하는 게 바로 삼성의 수법인데요. 이런 수법에 속아 넘어가는 국민들은 이제 없을 것 같습니다.
주진우- 삼성은 ‘보수단체의 역할과 육성’이라는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삼성의 기술로 보수단체를 육성해온 거죠. 그러니까 보수단체도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
나세웅- 네. 그렇습니다. 박근혜 정부 땐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삼성과 전경련의 돈으로 보수단체를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전부터 삼성과 전경련은 보수단체를 지원, 육성해 왔습니다. 스트레이트는 전경련의 사회협력기금 집행내역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전경련의 돈이 보수단체에 어떻게 쓰였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의성- 노무현 대통령의 분향소를 부쉈던 국민행동본부, 이 보수단체는 2001년부터 전경련의 지원을 받고 있었던 거군요. 주진우 DJ정부 때, 대북 교류가 있을 때마다 꼭 반대집회가 열렸습니다. 그 주변에서요. 노무현 정부 때는 정부행사 때마다 이게 다 노무현 탓이다. 이러면서 반대집회를 또 했고요. 진보적인 학술 행사가 있으면 가서 난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특별히 이분들은 고소, 고발을 남발했습니다.
나세웅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아스팔트 우파는 더 그 존재감이
빛을 발하게 됩니다. 정권에 유리한 여론 지형을 만들고 싶어 하는 이명박 정권, 그리고 자신들의 이해가 부합하는 정치적인 환경을 만들려는 삼성. 이 둘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아스팔트 우파는 보수정권과 삼성의 합작품이고 이에 따라서 급속하게 성장하게 됩니다.
김의성 자금줄인 삼성과 전경련, 권력을 가진 청와대, 그리고 행동력과 스피커
가 있는 보수단체, 이렇게 완성된 삼각편대. 과연 환상적인 호흡을 보였겠군
요.
권희진 네. 환상의 호흡을 보인 이유가 사실 있었습니다. 삼성과 전경련의 지원을 받던 보수단체 활동가들이 청와대에 입성을 하고요. 이 사람들이 청와대에 들어가서 이번에는 보수단체들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보수단체를 관리한 것입니다.
---뉴라이트에서 청와대로, 삼성의 보수세력 육성
김의성- 좀 혼란스럽습니다. 더 아름다운 적폐 페스티벌. 저 행사를 제가 어떻게 이해를 해야 되는 거죠?
권희진- 좀 그렇죠? 네. 이 행사를 기획한 사람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선임 행정관이었던 최홍제 씨의 동생, 최공제 씨인데요. 최 씨는 이 행사를 적폐로 몰릴까봐 두려워서 위축됐던 우파 성향 지지자들이 자신 있게 목소리를 내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기획했다. 이렇게 밝혔습니다.그리고 미래 적폐상, 적폐 파이터상, 적폐 설계상, 적폐 대상 등 적폐 관련 4개 부문을 시상했다고 합니다.
주진우- 취지 좋습니다. 우파라고 해서 모두 적폐로 보지 말자는 주장. 네. 이해, 합니다. 그런데 대상을 허연준 전 행정관이 받았다는 걸 보면 이 페스티벌 의도. 어떻게 봐야 합니까. 뻔한 거 아닙니까.
권희진- 네, 그렇습니다. 허현준 전 행정관은 전경련이 보수단체들에게 약 70억 원을 불법으로 지원하게 한 혐의로 구속이 됐었죠. 그런데 여기서 대상을 받은 겁니다.
김의성- 그런데 이분이 적폐 대상이라면 그 위에 있는 삼성은 도대체 어떤 상을 받아야 합니까. 정말 큰 상을 드리고 싶은데.
나세웅- 네, 삼성이, 그리고 전경련이 지원하지 않았다면 허현준 씨 같은 분들이 활동 영역을 넓혀서 청와대까지 입성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주진우- 허현준 씨가 감옥에서 나와서 지금 버젓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 수백 명, 수천 명이 아직도 곳곳에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장충기문자 6부] 특혜 논란 신라호텔 증축에도 장충기 개입...이부진, "덕분에 통과" 뉴스타파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 집요하게 추진했던 서울 남산 자락 한옥호텔 건립에도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장충기 문자에서 호텔신라의 한옥호텔이 허가되는 과정에서 삼성이 그룹 차원의 로비를 한 정황이 발견됐다.
이부진, “자체 역량으로 어려웠던 일, 덕분에 잘 통과돼” 장충기에 문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지난 2011년부터 추진해 온 서울 장충동 한옥호텔 건립안은 ‘재벌특혜’ 라는 비판 속에서도 지난 2016년 3월 2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호텔신라는 오는 2022년까지 현재의 지상 2층, 지하 3층 규모의 한옥호텔을 신축하고, 기존 면세점을 지상 2층, 지하 4층 규모로 확장할 예정이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장충기 문자에서는 한옥호텔 허가 과정에 삼성이 그룹차원의 로비를 벌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 한옥호텔 건립안이 통과된 바로 다음 날인 2016년 3월 3일, 장충기 사장에 보낸 문자 내용이 그것이다.
“호텔신라 자체 역량으로는 어려웠던 일”에 장충기가 도움을 줘서 통과됐다는 문자의 내용. 장충기는 삼성 미래전략실 소속으로 삼성그룹의 대관업무, 즉 대외 로비를 총괄했던 사람이다. 장충기는 당시 호텔신라 한옥호텔 건에 어떤 도움을 줬던 것일까?
자연경관지구 남산 자락에 한옥호텔 허가되기까지 ‘의혹 투성이’
호텔신라의 한옥호텔 건축 계획이 처음 추진됐던 건 2011년이다. 그때부터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 2016년까지 한옥호텔 건립이 허가되기까지 각종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가장 먼저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가 개정되는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일었다.
당초 남산 자락에 위치한 한옥호텔 부지는 1983년부터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돼 개발이 엄격하게 제한된 곳이었다. 새로운 숙박시설은 지을 수 없고 기존 숙박시설도 일부 수리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0년과 2011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 호텔 신축과 증축이 가능하도록 서울시 도시계획조례가 개정됐다.
당시 한나라당 시의원이 다수당이던 7대 서울시의회는 임기 마지막날인 2010년 6월 30일, “자연경관지구 내 너비 25m 이상 도로변에 위치하는 지역에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아 ‘관광숙박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 조례의 혜택이 적용되는 곳은 신라호텔 등 일부 고급호텔 뿐이라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민주당 서울시당은 “재벌특혜”라며 비판했다. 이후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시의회에선 자연경관지구 내 숙박시설을 지을 수 있게 허용한 조항을 ‘삭제’하는 조례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이 조례안은 공방 끝에 무기명 투표를 통해 끝내 부결됐다. 대신 기존의 조례에서 ‘숙박시설’을 ‘한국전통호텔’로 제한하는 수정안이 통과됐다. 당초 한나라당이 통과시킨 조례안을 삭제하자고 주장했던 민주당 시의원들이 한옥호텔의 경우엔 증축할 수 있도록 입장을 바꾸자 한 민주당 시의원은 단식농성까지 벌였다. 당시 단식농성을 벌였던 김연선 전 시의원은 “여전히 한옥호텔 통과 과정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연경관지구는 숙박시설도 못 짓고 용도상 그리고 건폐율(30%)도 더 못 늘립니다. 그게 그때 당시에 법이에요. 그런데 그런 원래의 취지를 반하게끔 신라호텔만 해당하도록 딱 찍어서 그 구역만 서울시 조례가 개정됐습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민주당 서울시당에서 호텔 증축은 우리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고, 재벌 특혜라고 보도자료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의원들이 밀어 붙였다는 거예요. -김연선 / 전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자연경관지구에 한옥호텔은 지을 수 있도록 조례가 개정되자마자 호텔신라는 2011년 7월 “현재 30% 이하인 건폐율을 40%로, 높이 제한을 12m(3층)에서 16m(4층)로 각각 완화해 달라”는 호텔과 면세점 증축 계획을 서울 중구청에 제출했다. 중구청은 이 계획안을 검토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고, 서울시는 네 차례 반려와 보류 끝에 건폐율을 당초 30%에서 36.16%로 완화하는 증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면세점 늘리려는 꼼수” 비판에도 도시계획위 심의 통과
▲장충체육관과 한양도성 성곽 사이 호텔신라의 증축 호텔 부설 주차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통과 과정도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 한옥호텔 증축안은 무늬는 전통호텔이지만, 속내는 호텔신라의 면세점 확장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많았다. 현재 신라호텔에서 호텔과 면세점 비율은 47.6% 대 52.4%, 그러나 호텔이 증축되면 42.1% 대 57.9%의 비율이 된다. 전통호텔을 짓겠다고 해서 규제를 완화해 줬는데 오히려 호텔 비율은 줄고 면세점 비율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면세점의 전체 규모도 지금보다 40%가량 대폭 늘어난다. 이 때문에 당시 도시계획위에선 면세점 규모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당시 한옥호텔에 대해선 찬성했지만, 중앙에 옮겨가는 면세점이 규모가 너무 크다는 점에 대해서 반대를 좀 했습니다. 면세점은 아주 제한된 관광객들이 버스를 타고 단체로 와서 그냥 버스를 타고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이나 공동체에 대해서는 아무 효과가 없고 그 기업 혹은 업주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거든요. 당시 통과된 안건 제목이 '신라호텔 부지 내 한국 전통호텔 건립안'으로 되어 있는데, 그런데 저는 '한국 전통호텔 건립안 및 면세점 확장건'이라고 안건을 바꿨어야 되지 않나라고 주장을 했었어요. -이경훈 / 국민대 건축학부 교수(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
결국 증축안은 2016년 1월 도시계획위에서 보류 판정을 받았고, 호텔신라는 교통계획 등을 보완했다며 수정안을 다시 제출했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 중 하나였던 면세점 규모는 그대로 유지했다. 안건은 격론 끝에 소위원회를 거쳐 도시계획위원회 전체회의에 다시 올라갔고, 2016년 3월2일 결국 통과됐다. 당시 소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위원은 “호텔신라가 면세점을 확장하려고 한옥호텔을 짓는다는 속내는 짐작이 갔지만, 현행법상 면세점을 지하에 개발하는 것은 용적률에 포함되지 않아 계속 보류시킬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경훈 교수는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과도한 지하개발을 제한할 필요가 있고, 실제로 제한한 적도 있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이상한 점은 당시 면세점 확장을 강하게 비판했던 위원은 아예 소위원회에 참여할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도시계획위 소위원회는 30명의 도시계획위원 중 안건 심의에 참여했던 위원 5~9명으로 구성된다. 당시 안건 심의에도 참여하고 면세점 확장을 비판했던 이경훈 국민대 건축학부 교수는 “소수의 반대의견을 피력한 사람이라서 보통 소위원회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참여하라는 연락을 못 받아서 소위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성 그룹에서 도시계획위 위원에 “잘 봐달라” 개별 접촉
여기에 익명을 요구한 당시 한 도시계획 위원은 심의 과정에서 삼성그룹 차원의 개별 접촉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도시계획위원은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삼성 그룹에서 개별적으로 찾아와 전통호텔의 설계와 구체적인 계획안, 그 다음에 호텔신라가 얼마나 양보했는지 등에 대해서 따로 설명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도시계획위원도 “이 사업과 관련된 사람이 찾아와서 잘 봐달라는 취지로 사전 설명을 하고 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삼성이 한옥호텔 증축건 통과를 위해 당시 도시계획위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유이다.
도시계획위원은 서울시 도시계획을 총괄하는 행정2부시장이 위원장을 맡고, 서울시 공무원과 서울시의원, 각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취재진은 당시 도시계획위원장이었던 이제원 행정2부시장에게 심의 과정에 대해 물었다. 이 전 부시장은 “당시 일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서울시로 답변을 돌렸다.
서울시는 면세점 규모가 줄지 않았는데도 심의를 통과시킨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삼성의 로비나 개별접촉은 없었다”며 “한옥호텔 건은 도계위와 관련 전문가의 논의가 상당기간 진행되는 과정에서 높이, 층수, 건폐율, 공공성 등을 고려해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돼 결정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경쟁 치열했던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에도 장충기 개입
장충기가 호텔신라의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문자는 또 있었다.
2015년 5월은 관세청이 15년 만에 허용한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두고 대기업들이 각축을 벌였던 시기다. 심사 기준을 두고 논란이 많았지만, 장충기가 이부진 사장에게 문자를 보낸 두달 뒤, 호텔 신라는 면세점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장충기가 그룹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부진에게 약속한 노력은 무엇이었을까?
뉴스타파는 장충기와 주고 받은 문자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장충기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았는 지 등을 묻기 위해 이부진 사장을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다. 대신 호텔신라 측은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만 보내왔다.
문재인 정부 1년, 고공지지율 떠받치는 ‘4개의 기둥’ 5.8 한겨레
86.3% 등 취임 1년 지지율 역대 최고
① 성공적 남북 정상회담 ‘80% 벽’ 뚫어
② 촛불혁명 뒤 역전된 보수.진보 지형
③ 소통.겸손.안정감…문 대통령 ‘개인기’
④ 신뢰감 주지못한 보수야당의 지리멸렬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해 8월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86.3%(코리아리서치), 86.1%(한국사회여론연구소), 85.7%(한길리서치), 83%(한국갤럽), 77.4%(리얼미터)…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시간의 ‘중력’을 거스르고 있다. 취임 1년 지지도는 역대 최고다. 취임 초 정점을 찍은 뒤 낙하하는 패턴을 문 대통령이 깨고 있는 것이다.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80%를 돌파한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정상회담 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10% 포인트 안팎으로 뛰어올랐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연초만 해도 ‘전쟁 나는 것 아니냐’는 한반도의 긴장국면을 평화 국면으로 돌려놨다”며 “남북정상회담 이슈가 최근 지지도 상승에 매우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지도는 남북정상회담 전에도 내내 70%대 안팎을 유지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낮았던 2월1주(63%·한국갤럽 주간조사 기준)는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논란이 벌어졌을 때다. 하지만 평창 겨울올림픽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면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다시 70%대로 올라섰다. 문 대통령의 탄탄한 지지율 ‘비결’은 촛불혁명 이후 변화된 한국 사회의 보수, 진보 지형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해 11월에 한 한국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자신이 보수라고 답한 사람이 2016년 26.2%에서 21%로 줄어든 반면, 진보라고 답한 사람은 26.1%에서 30.6%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통상 보수가 진보보다 5~10% 많은 지형이 역전된 것이다. 이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촛불혁명 이후) 다수 시민들은 ‘우리가 세운 정권에 힘을 실어줘야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학습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소통과 적폐청산, 남북관계 개선 등을 국정 운영의 축으로 삼아 폭넓은 지지를 얻어냈다는 해석도 있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는 “적폐 청산 등 문재인 정부가 촛불 시민들이 기대한 쪽으로 개혁 의제와 방향성을 설정하고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개인기’도 지지율을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이라고 분석했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높은 지지율 안에는 문 대통령 개인에 대한 신뢰가 분명히 들어있다”며 “문 대통령은 권위가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국민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국민들은 진심이라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가족을 끌어안고, 8월엔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눈물을 흘리며 추모사를 읽은 뒤 단상을 내려오던 김소형씨에게 다가가 위로하고 있다. 김씨의 아버지 고 김재평씨는 1980년 5월18일 태어난 딸의 출생 소식을 듣고 근무지였던 완도를 떠나 광주로 달려왔다가 계엄군의 총탄에 숨졌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이 끝난 뒤 김씨의 묘소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유족에게 “이제 잘 사실 일만 남았다. 새로운 대한민국이 열렸다”고 답했다. 광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문 대통령의 스타일은 보수층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훨씬 덜 거부감을 준다는 분석이 있다. 이은영 소장은 “김 전 대통령은 호남, 빨갱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있었고, 노 전 대통령은 정제되지 않은 진보 이미지가 있었다”며 “문 대통령은 겸손함이나 신중함, 안정감이 가미되면서 훨씬 더 이미지가 온건하다. 보수도 지지하기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갤럽의 5월 첫주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의 66%, 자유한국당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의 40%, 대구·경북 지역 응답자의 70%가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왔다. 허진재 이사는 “문 대통령 지지율은 일정부분 감성에 기반했지만, 남북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와 능력을 증명하면서 지지율이 더욱 탄탄해졌다”고 말했다.
보수 야당들의 지리멸렬함을 지적하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상일 입소스코리아 대표는 “정권 평가는 상대적이다. 야당에 매력적인 대안이나 주장이 있으면 정권의 작은 패착에도 쉽게 지지를 바꾼다”면서 “그러나 야당엔 그럴 만한 대안이나 지도자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고공 지지율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대표는 “집권 1년이 넘어가고, 지방선거 등이 있으면 정부의 성과에 관한 논쟁이 본격화하는데 남북 문제는 모든 것을 덮을 만큼 큰 이슈”라며 “올해까지는 현재 지지율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경제 민생 정책은 언제든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김춘석 이사는 “일자리 문제나 부동산 등을 포함한 경제, 민생 분야의 평가는 박한 편이다. 실적이 나타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진다면 지지율이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은 내부 분열 조짐이 보이면 지지도가 크게 요동쳤다”며 “당청 엇박자나 정책 혼선 등이 노출되면 이 역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똑똑하고 힘센 그들, 왜 삼성 앞에선 바보가 됐을까?" 5.9 프레시안
2007년,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고백을 통해 삼성그룹의 비자금 실체를 폭로했다. 윤리경영을 강조해왔던 삼성의 이중성이 드러났다. 여론은 들끓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배임횡령죄로 고발당했고 그의 차명계좌는 특검 수사의 대상이 됐다. 4조5000억 원의 재산이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예치돼 있었다. 이 회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모든 차명계좌의 실명전환과 함께 사회환원을 약속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이건희 회장의 대국민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여론은 잠잠해졌다. 그때, 한 국회의원이 이건희 차명계좌 문제에 다시 불씨를 지폈다. 이 회장이 10년 전 문제가 된 차명계좌의 실명 전환은커녕, 누락된 세금도 내지 않고 4조4000억 원에 달하는 돈 대부분을 찾아간 사실을 밝혀냈다. 삼성에 우호적이던 금융위의 유권해석도 뒤집는 성과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삼성 저격수'라는 별칭을 갖게 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다.
국정감사 이후 박 의원은 민주당 이건희 차명계좌 과세 및 금융실명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간사로 활동하며 이 회장이 세금도 내지 않고 차명재산을 인출하게 된 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그 배경에는 '모피아'라고 불리는 금융관료와 경제관료가 있었다. 박 의원은 금융위원회를 집중 겨냥해 이 회장 뿐 아니라 다른 차명계좌에 대한 금융실명법 위반 적용으로 과세를 실현하고 이 회장의 불법 차명계좌 일부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이뤄냈다. 지난 2일 TF는 금융실명제 개정안 공동 발의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종료했지만 그는 시즌 2를 예고했다.
"TF 활동을 통해 문제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첫째, 엉터리 삼성 특검 수사에 대한 전면 재검토도 필요하고, 둘째, 도대체 왜 2008년 광주세무서에서 '차, 도명계좌는 차등과세 대상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했는지 셋째, 삼성 증여세 문제도 남았다. 이번 시즌엔 금융위가 개혁 대상이었다면 다음 시즌엔 어디가 될지 모른다. 곧 시즌2로 돌아오겠다"
박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기자님들이 삼성 관련 기사 많이 쓰지 못하시는 거 잘 압니다"라며 "그래도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데스크 설득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한다. 정론관에 있는 모든 기자들과 박 의원은 삼성이라는 권력이 입법부, 사법부 그리고 언론마저 장악했다는 비참한 현실을 이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주류사회를 지배하는 삼성의 논리가 있다고 말했다.
"주류사회라고 불리는 집단에 만연해있는 논리가 하나 있는 것 같다. '삼성을 챙겨주면, 삼성이 챙겨준다. 삼성에게 잘못 보이면, 후환이 있다'는 것이다. 검사, 판사, 행정관료, 경제관료, 정치인, 언론인 할 것 없이 이 논리가 적용된다."
그는 이 현실이 재벌개혁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삼성과 재벌들을 반드시 개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 민주화를 이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에서의 민주화는 총칼 들고 입법부와 관료, 사법부 그리고 언론까지 장악했던 독재정권에 대한 항거다. 이젠 독재정권이 앉았던 그 자리에 재벌이 앉아있다. 입법부, 사법부 관료들을 로비해서 장악하고 언론도 광고를 통해 장악했다. 똑같은 독재 구조에 우리 공화국의 위기가 있는 것이다. 이 구조의 핵을 이루고 있는 재벌 총수 일가의 문제를 개혁해야 한다."
아래는 7일 진행한 박용진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프레시안 :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금융위원회를 집중 겨냥해서 최종구 위원장으로부터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는 차등과세 대상"이라는 기존 금융위 입장을 뒤집는 발언을 이끌어 냈다.
박용진 : 이 문제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제일 황당함을 느꼈던 것은 가장 똑똑하다는 관료들의 허술한 행태였다. 박용진이라는 경제 기초지식조차 갖추지 못한, 2년도 안 된 초짜 국회의원이 두 번째 국감 만에 몇 년 동안 변하지 않았던 금융위 유권해석을 바꿨다. 사실 그때 너무 황당했다. 금융위 과장급 팀장들이 자료를 들고 와서 설명하는데, 처음에는 이 사람들 논리에 빠져들겠더라. 금융실명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야말로 이름을 훔쳐서든, 남의 이름 빌려서든 거래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그게 대법원 판결에 적시된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는데, 그 판결의 해석이 거짓말인 것을 알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 마디로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국민 상식만 가지고 단순하게 부딪혔다. 그랬더니 금융위가 2주를 못 버텼다. 10월 16일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30일 최 위원장이 항복했다. 최 위원장은 유권해석이 잘못되었다며 말을 바꿀 때도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유감이라는 말을 안 하더라.
정권이 바뀔 때 국정원, 검찰 라인 바뀌었다는 얘기는 들어봤다. 그러나 경제관료인 '모피아'가 바뀌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정치 권력의 무능과 국민들의 무관심 위에서 '모피아'라는 독버섯이 피어났다.
프레시안 :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동안 활동하던 민주당 이건희 차명계좌 과세 및 금융실명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가 지난 2일 활동을 공식 종료했다. TF가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32개를 추가로 발견하고 차명계좌 일부에 과징금 30여 억 원을 부과하는 등 성과가 있었다. 이번 TF 활동을 통해 박 의원이 평소 강조하던 재벌개혁을 실천했다고 보나.
박용진 : 그렇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1년 동안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관련해서 이렇다 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민주당 TF가 해낸 차명계좌에 대한 과세와 과징금 부과가 의미가 있다. 차명계좌와 금융실명법에 대한 원칙을 바로 세우는 과정에서 우리가 큰 역할을 했다. 단적으로 차명계좌 전체에 세금징수가 진행되고 있으며, 1차 과세 규모만 1천억 원이 넘는다. 금융실명법의 원칙을 세우고 과세로 국고를 확충했다. 의원들이 밥값을 했다.
프레시안 :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TF 활동을 하면서 가장 황당했던 것은 (금융감독원과 국세청이) 삼성 앞에서만 얼음이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용진 : 대한민국 가장 센 권력기관 하면 검찰, 국세청 국정원 아니냐. 그런데 이들은 삼성 문제만 나오면 눈뜬장님이다. 첫 번째로 금융당국은 알고도 당하는 바보 역할이다. 2008년 이건희 회장의 편의를 봐줬던 과정 전체를 다시 수사해야 한다. 2008년 4월 11일, 금융위원회는 "차, 도명계좌에 차등과세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광주세무서의 질의에 대해 "차등과세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린다. 이 유권해석이 나오고 일주일 후 삼성특검이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4조 5천억 원을 확인했다. 이 유권해석 덕분에 이건희 회장은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두 번째로 특검이 이 회장 차명계좌를 봐주기 수사했다. 이 회장 차명계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삼성관계자들이 4조5000억 원의 차명계좌를 직접 제출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차명계좌를 수사해서 밝혀진 게 아니라 그들이 직접 제출한 것이다. 그 특검 이후 아무런 경력도 없는 조준웅 특검의 아들이 삼성 중국법인의 특채로 들어갔을까. 우리는 그 과정 전체가 수사대상이라고 본다. 이렇게 똑똑한 기관들이 삼성 앞에서 바보 노릇 하고 그들의 집사 노릇마저 하는 게 분개할 일이다.
프레시안 : 삼성의 '집사' 노릇을 했다던 금융위원회도 최근 삼성을 대하는 기류가 묘하게 바뀌고 있다.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세를 두고 국회에서 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고 했던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최근 삼성을 겨냥하고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자발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라며 작심 발언을 하는 등 태도가 바뀌었다. 어떤 맥락이 숨어있나.
박용진 : 재벌개혁에 압박을 가하고자 하는 정권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본다. 최종구 위원장의 의지가 아니라서 안타깝다. 삼성생명 및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은 삼성을 위한 맞춤 특혜인 "보험업 감독규정" 즉, 계열사 주식을 평가할 때 시장가격이 아닌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함으로써 가능했다는 것은 이제 온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 보험업감독규정은 최종구 위원장의 권한으로 개정할 수 있다. 남 말 하듯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 작심한듯해 보이지만 영혼이 없는 발언이다. 정말 의지가 있다면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하면 된다.
프레시안 : 일명 '삼성생명 법'이라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도 19대 국회부터 추진됐지만 한국당의 반대와 금융위의 모호한 태도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해왔다.
박용진 : 사실 보험업법 개정안이 제출된 이유는 우리가 야당이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지로 금융위 규정을 바꿀 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여당이 되어서도 규정이 바뀌지 않고 있다. 관료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19대 국회 당시 삼성생명 법 논의가 활발하지 이뤄지지 못 했다. 당시 법안소위에서 삼성생명법을 반대하던 의원은 20대 총선에 낙마하고 삼성의 사외이사로 들어갔다. 당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한 이유가 뭐였을지 짐작이 간다. 주류사회라고 불리는 집단에 만연해있는 논리가 하나 있는 것 같다. '삼성을 챙겨주면, 삼성이 챙겨준다. 삼성에게 잘못보이면, 후환이 있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에서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검사, 판사, 행정관료, 경제관료, 정치인, 언론인 할 것없이 이 논리가 적용된다.
프레시안 : 결국 한국이 '삼성 공화국'이라는 방증 아닌가.
박용진 : '삼성 공화국'도 아니다. '삼성 봉건왕조'다. 어느 공화국이 DNA 구조만 같다고 해서 지배권을 계승하려고 저렇게 꼼수를 쓰나. 공화국이 아니라 봉건체제의 덜떨어진 지주들이 하는 행위다. 삼성과 재벌들을 반드시 개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 민주화를 이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에서의 민주화는 총칼 들고 입법부와 관료, 사법부 그리고 언론까지 장악했던 독재정권에 대한 항거다. 이젠 독재정권이 앉았던 그 자리에 재벌이 앉아있다. 입법부, 사법부 관료들을 로비해서 장악하고 언론도 광고를 통해 장악했다. 똑같은 독재 구조에 우리 공화국의 위기가 있는 것이다. 이 구조의 핵을 이루고 있는 재벌 총수 일가의 문제를 개혁해야 한다.
프레시안 : 재벌개혁을 위해서는 '모피아'가 장악한 금융위의 선제적인 개혁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금감원장으로 지명된 윤석헌 원장을 두고 박 의원은 재벌과 관료들이 '김기식이라는 늑대를 피하려다 윤석헌이라는 호랑이를 만난 것'이라고 비유했다. 윤석헌 원장은 금융위 개혁과 재벌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인사라고 보는가.
박용진 : 윤 원장은 할 수 있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경제 민주화 과제가 수두룩 한데, 이것의 현실적 저항들을 어떻게 조정하고 조율할지 아는 분이 윤 원장이다. 시장도 잘 알아야 하고, 현실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관료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할 분이다.
윤석헌 원장이 금융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었다. 최종구 위원장이 직접 임명한 인사라서 허울뿐인 혁신위원회를 만드는 과정일 거라 생각했다. 혁신위 구성에는 개혁적 인사뿐 아니라 보수적 인사도 있었다. 그러나 이 혁신위서 노동이사제 도입, k뱅크 인가과정 부당함 지적,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권고 등 굵직한 사안들을 정리해서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관료들의 저항이 엄청났고 나 죽는다며 엄살도 피웠는데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사안들을 정리해 나갔다.
박용진도 늑대과고, 김기식도 늑대과다. 짖고 물어뜯을 줄은 안다. 그러나 윤 원장은 호랑이 심장을 가진 분이었다. 일을 완성해 낼 줄 알았다. 관료들을 하나하나 설득하고 혁신위 내부 논란을 조정해나가면서 금융위에 쓴소리를 냈다.
▲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프레시안 (최형락)
프레시안 : 윤석헌 교수가 금감원 원장으로 내정되는 과정에서 민주당 정무위 소속 의원들과 TF소속 의원들의 추천이 반영됐다고 들었다.
박용진 : 윤석헌 원장이 상당한 내공과 파워가 있는 분으로 알려져 여당 의원들한테 신임을 받고 있었다. 이학영, 박찬대, 제윤경 등 차명계좌 TF에 참여했던 의원들과 민주당 정무위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인물이었다.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통해 인사 추천을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보니, 청와대는 열린인사 시스템이라서 인사수석실로 추천할 인물과 그 이유를 밝혀주면 된다는 답변이 왔다. 정무위 소속 몇몇 의원들과 함께 윤석헌 교수를 금감원장으로 추천했고 그게 검토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프레시안 : 윤석헌 원장이 금융개혁과 재벌개혁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재벌개혁을 위해 의정활동을 펼쳤던 사람으로서 제언을 해준다면.
박용진 : 관료의 늪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의 논리와 그들이 해왔던 행태, 관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분으로 믿는다. 이 시대의 과제, 너무 늦어버린 개혁을 해야 할 때다. 국정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도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개혁 대상이 됐지만 금융관료들이 개혁 대상이었던 적은 없다. 지체된 개혁과제에 과감할 필요가 있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한국의 금융선진화 지수는 70위로 부패했다. 이 금융선진화 지수를 뒤집어 달라. 지금은 고통스럽고 힘들겠지만 윤 원장이라면 개혁은 가능하다.
프레시안 : 금융실명법 개정안 발의를 끝으로 민주당 차명계좌 TF 활동을 마무리했는데, 삼성 특검에 대한 검찰의 전면 재수사 등과 같은 남은 과제들이 많다.
박용진 : TF 시즌 2로 돌아올 것이다. TF 활동을 통해 문제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첫째, 엉터리 삼성 특검 수사에 대한 전면 재검토도 필요하고, 둘째, 도대체 왜 2008년 광주세무서에서 '차, 도명계좌는 차등과세 대상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했는지 셋째, 삼성 증여세 문제도 남았다. 이번 시즌엔 금융위가 개혁 대상이었다면 다음 시즌엔 어디가 될지 모른다. 박찬대, 이학영 두 의원도 시즌 2에 합류할 의지가 강하다.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는 대로 TF를 구성할 생각이다.
하지만 국회 안에서만 재벌개혁을 외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일반 시민들에게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알리기 위해 '박용진과 함께하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국민 속으로 강연 100보'를 진행하고 있다. 재벌개혁이라는 것이 말은 쉽지만, 막상 그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는 국민들이 많다. 바쁜 국민들을 위해 아날로그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것이다. '국민승리 21'을 만들 때 권영길 대표가 어눌한 말솜씨, 설득력 없는 말투로 서툴지만 진정성 있게 사람 하나하나를 설득시켜가며 3000명을 모아 창당했던 것을 지켜봤다. 그렇게 국민들 속에서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설득시켜나가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내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강연이 필요한 곳이라면 박용진 의원 사무실로 연락해달라. 최대한 어디든 가겠다.
구미 원룸서 숨진 부자, 핸드폰이 ‘백지상태’였다 5.9 한겨레
휴대전화에 통화내역·연락처 전혀 없어
아버지는 거주불명, 아이는 출생 신고 안돼
일주일째 경찰조사에도 삶의 흔적 찾지 못해
전문가 “영국 복지순찰대처럼 찾아가는 복지 절실”
지난 3일 경북 구미 ㅈ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아무개(27)씨와 그의 갓난 아기는 최근 행정상 존재기록까지 끊긴채 고립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일주째 숨진 서씨의 전 여자친구와 부모, 고등학교 동창 등을 접촉하고 있지만 다들 연락이 되지 않거나 최근 서씨의 삶을 알지 못했다.
9일 구미경찰서와 구미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씨는 주민등록상 대구에 사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거주불명자’로 등록돼 있었다. ㅈ원룸은 지난해 12월 서씨의 전 여자친구 이름으로 계약돼 있었다. 경찰은 그가 지난해 12월부터 여자친구와 함께 원룸에 살다가 올해 들어 여자친구가 떠난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휴대전화 안에는 연락처나 통화내역 등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부모와 7년 전부터 연락을 하지 않고 남남처럼 지냈다. 그의 고등학교 몇몇 동창들도 그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숨진 아기는 두살 정도로 추정되지만 출생 신고가 돼 있지 않아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부검에서 서씨의 주검에서는 폐동맥 혈전이, 아기의 주검에서는 폐렴 의심 증상이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 조사와 부검 등을 통해 서씨와 아기가 누군가에게 살해됐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서씨와 아기가 숨진 것은 지난 3일 오후 2시45분께 두달째 밀린 월세를 받으러 간 원룸 관리인이 발견했다. 서씨와 아기는 비쩍 마른 상태로 숨져 있었다. 하지만 부검에서 둘의 위 안에는 음식물이 조금 들어있었다. 집 안에는 음식도 없었고 분유통에는 분유가 조금 남아있었다. 집에 도시가스는 공급되고 있었지만 최근 음식을 해먹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웃들은 서씨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다만 경찰은 고등학교 몇몇 동창들로부터 서씨가 2년 전 건설현장에서 친구와 잠깐 일했다는 것과 내성적인 성격이었다는 정도의 이야기만 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서씨와 아기 모두 영양 상태가 안 좋아 보였고 건강도 나빴던 것 같다. 숨진 이유를 하나로 특정하기는 어렵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숨진 것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씨는 구미시 담당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적도 없었다. 구미시는 서씨가 ㅈ원룸에서 살고 있는지도 몰랐다. 구미시 주민복지과 관계자는 “행정복지센터를 찾았으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줬을 텐데 안타깝다. 제한된 인력으로 전수조사를 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김영화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영국은 자원봉사자들이 복지순찰대 같은 방식으로 마을을 돌며 어렵거나 힘든 이웃이 있는지 조사하는 제도가 잘 발달해있다. 한국의 사회복지는 시스템이 사람을 쫓아가는 게 아니라 사람이 시스템을 쫓는 방식이다. 어려운 사람이 행정기관에 무엇을 신청하면 그때야 복지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하는데 이런 행정중심적이고 관료적인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펼치시라, 불온한 상상력을… 5.9 미디어오늘
[언론포커스] 한반도 평화를 준비하는 언론인의 마음가짐
2018년 4월27일 남북정상회담. 그 날 나는 페북에 이렇게 썼다. “이제부터 모두 마음속의 휴전선을 걷어내야 한다. 지금껏 억눌렸던 상상력의 담대한 전개가 필요하다. 특히 언론에서…” 글의 끝에 나는 이렇게 덧붙였다. “역사에는 늘 몇 개의 큰 전환점이 있다. 이번에 못 하면 아니함만 못한 아수라의 역사가 이어진다. 담대한 상상력의 프로그램들이 넘쳐나기를 바란다”라고….그즈음 페북에서 나는 이런 우려를 담은 글을 보았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쏟아져 나오는 언론의 보도들은 평화와 통일을 향해 나아가려는 이 중요한 시기에 국민이 무엇을 알고자 하는지, 국민에게 무엇을 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여전히 없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판문점 선언’의 내용을 실현하려면 어떤 노력과 방법을 모색해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보다는 자극적이고 지엽적인 뉴스에 골몰한 언론 보도들이 종종 눈에 띈다.”
지적에 백 퍼센트 동의한다. 그러나 준비를 위해 언론에 약간의 시간은 주어야 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시인 김수영이 떠오른다. 그 시간 동안 언론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중요한 지침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 김수영
‘김일성 만세’ /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 인정하는 데 있는데 /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시인이 우겨대니 / 나는 잠이 올 수밖에 // ‘김일성 만세’ / 韓國의 言論自由의 出發은 이것을 /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 관리가 우겨대니 / 나는 잠이 깰 수밖에.
시인 김수영의 ‘김일성 만세’ 전문. 발표하진 않았지만 시인은 1960년 10월 ‘김일성 만세’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 시인은 또 이렇게 말했다. “…삼팔선은 휴전선으로 이름을 바꾸었을 뿐 내 안에 너 안에 있다. 무심히 바라보는 너의 눈에 비친 저 돌에도 있고, 진실에 머뭇거리는 나의 발걸음에도 있다….” (산문 '해동' 중에)
시인은 말한다. 우리에게 불온해지라고…. 지금껏 법의 이름으로, 여론의 이름으로, 교육의 이름으로, 정치의 이름으로 억눌려 있었던 우리들의 상상력을 풀어내는 것, 그것이 새로운 시대를 맞는 극히 중요한 출발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김수영이 그렇게 말한 때는 지금부터 무려 58년 전이었다. 58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아직도 시인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우리는 여전히 주눅 들어 있다. 주눅 든 상태에서 상상력은 펴지지 못한다. 불온해지라는 말이 여전히 불온하게 들린다. 그러나 지금은 그 불온함을 마음껏 펼쳐야 한다. 누가? 언론인들이, 특히 방송인들이….
왜?
첫 번째는 우리의 무지다. 지금껏 우리는 북한을 몰랐다. 몰라도 너무나 몰랐다. 그들을 모두 뿔 달린 도깨비로 알았다. 전문가들이라 불리는 사람들도 남쪽 세상의 연장선에서 북한을 고치면 된다는 사람들이 더 많다. 남쪽 사람들은 새로운 반도의 역사에 거의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음이 이번에 드러났다. 두 번째 이유는 지난 이명박근혜 시절의 치욕스러운 경험이다. 그 9년여의 시간은 대한민국의 퇴행이며 낭비였고 고통이었다. 다시는 그런 적폐가 재현되지 않도록 평화와 통일의 기운을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생각의 교정, 새로운 담론의 확산, 즉, 불온한 상상력의 전개이다. 한 페친은 이렇게 썼다. “북한이 마치 남한 자본주의가 당면한 위기를 해결할 신천지인 것처럼 생각하고 이북의 살길은 중국식 "개혁개방"을 통해 남한 및 세계의 독점자본들에 문을 활짝 개방하는 데 있다는 담론이 판을 치고 있다”고. 그리고 “우리 관점에서 그 사회를 판단하지 말자”라고….
남과 북의 평화는 반도의 동포들이 전 세계에 주는 지상 최대의 선물이다. 세계적 희망의 등불이 될 수 있다. 평화와 통일의 한반도를 준비하는 역할은 한국만의 과제는 아니다. 동북아인, 나아가 전 세계 인민 모두의 과제이다. 여기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 한국의 방송인, 특히 지상파 방송인들이다. 마음과 뜻을 모아 기대해본다.
한겨레 창간주주 38.4% “한겨레 구독 안 한다” 5.10 미디어오늘
한겨레 창간 30주년 학술세미나 “한겨레 창간정신 잃어버려” 지적
주주들이 꼽는 한겨레 경쟁상대, 조선일보→JTBC→경향신문 순
10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겨레와 한국사회, 또 다른 30년’이란 주제의 한겨레 창간 3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에서 한겨레 창간주주의 61.6%가 한겨레 종이신문을 구독하고 있으며 38.4%는 구독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꼽은 ‘구독하지 않는 이유’는 △인터넷에서 무료로 읽을 수 있어서(53.2%) △논조가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26.9%)이었다.
이번 여론조사는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가 한겨레의 도움을 받아 지난 4월 창간주주 10명 심층인터뷰와 창간주주 250명이 참여한 설문으로 진행됐다. 홍 교수는 “한겨레 창간주주들은 한겨레의 방향성에 적지 않은 불만을 쏟아냈다. 창간정신을 잃어버리고 친 시장주의로 가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제도권 언론으로 안착하려고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심층인터뷰에 참여한 윤아무개씨(66세)는 “한겨레는 조금 더 민중적이어야 한다. 나는 한겨레를 진보언론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게 진보인데, 한겨레는 변화하지 않고 현재의 테두리 속에서 지키려고만 애 쓴다”고 비판했다. 창간주주 양아무개씨(79세)도 “이명박정부에서 박근혜정부로 넘어갈 때 한겨레는 내가 기대한 만큼 하지 못했다. 너무 수동적이고 저자세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한겨레 구성원들 역시 한겨레의 위기를 ‘확장성 제한’과 ‘위협받는 독보성’에서 찾기도 했다.
창간주주 설문조사 응답자의 87%는 한겨레 기자들이 전문성이 있다고 답했고, 89.6%는 한겨레 기자들이 윤리적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91.2%는 한겨레 기자들은 사명감이 크다는데 동의했다. 하지만 창간주주 김아무개씨(58세)는 “한겨레 기자 집단은 똑똑하고 양심적이고 자부심도 높지만 겸손이 부족해 보인다. 때로는 오만함도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의 주주 의견 반영 정도에는 26%가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었다.
창간주주들은 종이신문 한겨레 경영에 대해 ‘어려워질 것’(31.2%), ‘다소 어려워질 것’(55.2%)이란 부정적 입장이 다수였다. 종이신문 한겨레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란 전망은 61.8%였다. 한겨레의 경쟁상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0%가 조선일보를 꼽았으며, JTBC라는 응답이 26%로 뒤를 이었다. 이어 21.6%가 경향신문을 경쟁매체로 꼽았다. TV방송 개국에는 44.4%가 적극 찬성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많은 창간주주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 한겨레의 입장이 모호해졌다고 지적했다. 창간주주 김아무개씨(50세)는 “한겨레는 보수에게는 여전히 빨갱이 신문이고, 진보에게는 쉽게 변절자로 취급 받는다”고 말했다. 문아무개씨(75세)는 “연명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차라리 신문이 없어지더라도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나갔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그래서 자본이 고갈된다면 주주들은 주머니를 털어서 다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철 교수는 “한겨레가 가졌던 유일한 진보매체의 역할은 더욱 축소되고 있다. 한겨레보다 더 진보적인 매체들이 한겨레와 나란히 온라인플랫폼에 진열돼 독자의 클릭을 기다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주주들의 노령화 역시 한겨레가 극복해야 할 당면과제”라고 덧붙였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창간 후 꽤 오랜 시간 동안 한겨레는 그 자체로 우리 언론의 혁신 사례였다”며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에 적극 개입하는 언론매체라는 새로운 상을 만들었다”고 평가하면서도 “한겨레의 도드라진 혁신성은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면서 빛을 바랬다. 오프라인 환경에서 보여줬던 도전과 혁신은 이제 전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 1988년 한겨레 창간호 1면.
한겨레는 1988년 2월25일 창간기금 50억 원을 모금했다. 당시 2만7223명이 모금 출연에 참여했다. 그해 5월15일 한겨레 창간호가 발행됐다. 최초의 국민주 신문으로, 6만3000여명의 주주가 약 192억5000만원을 모금해 사옥을 마련했다. 2016년 12월31일 기준 200주 이하 소액 주주가 전체 주주의 95.22%를 차지하고 있다. 창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지사장을 맡았으며 지금도 한겨레 주식 380주(190만원 상당)를 갖고 있다.
한겨레는 개별 언론사로서 처음으로 윤리강령을 제정해 공표했으며 기존의 한자병용과 세로쓰기 관행을 깨고 한글전용과 가로쓰기를 단행했다. 편집국장 임명동의제를 도입하며 편집권 독립제도를 만들었으며 촌지를 거부했다. 1999년 3월 첫 직선제 대표이사가 선출된 이후 2018년까지 9차례 선거를 통해 7명의 대표이사가 선출됐다. 2017년 12월31일 현재 한겨레 계열회사는 씨네21, 한겨레출판 등 총 18개다.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은 2017년 기준 21.65%다.
한겨레는 1988년 송건호 발행인이 쓴 창간사에서 “한겨레는 기성 언론과는 달리 집권층이 아닌 국민대중의 입장에서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위에서가 아니라 밑에서 볼 것이다. 기성언론과는 시각을 달리 할 것이다”라고 밝혔으며 “자유롭고 독립된 언론은 권력의 방종과 부패를 막고 국민의 민권을 신장해 사회 안정을 기할 수 있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운동”이라고 밝혔다.
지식인의 글쓰기 [미디어오늘 1149호 사설]
정조 재위 11년인 1787년 예문관에서 숙직 하던 노론 시파의 신진관료 김조순과 이상황이 ‘평산냉연’이란 소설을 읽다가 정조에게 들켰다. 평산냉연은 요새 말로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다. ‘평, 산, 냉, 연’이란 네 명의 꽃미남과 꽃미녀가 등장하는 청나라의 유명한 연애소설이었다. 배웠다는 선비들이 밤새 로맨스 소설을 탐독했으니 정조는 기가 막혔다. 정조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책을 불태우라 명했다. 문체반정의 서막이었다.
정조는 호학(好學)군주였지만 그것은 오롯이 성리학의 질서 안에서만 작동했다. 정조는 새로운 문체의 불가역적 확산을 부정하며 역사의 시계를 되돌리려 했다. 김조순과 이상황, 남공철, 심상규 등 노론은 바짝 수그렸다. 이상황은 패관소설을 비난하는 시를 지어 정조께 바쳤다. ‘오패검협전’이란 무협지까지 직접 썼던 김조순도 정조 앞에 납작 엎드렸다. 정조는 ‘열하일기’를 배후로 지목해 박지원에게 반성문을 요구했다. 다른 노론과 달리 박지원은 끝내 반성문을 쓰지 않았다. 남인 출신 이덕무는 반성문을 쓰다가 죽었고, 이서구는 아예 대들었다.
대들었거나 엎드렸거나 문체반정은 유야무야 될 수밖에 없었다. 5언 율시, 7언 율시 같은 캐캐묵은 문장이 다가오는 19세기를 뒤로 돌릴 순 없었다. 늘 사상탄압은 오래 가지 못하는 법이다.
▲ 조선의 제 22대 왕 정조
다만 성균관 유생 이옥에게 정조의 문체반정은 지나치게 가혹하고 집요했다. 시종일관 수난 받은 건 이옥뿐이었다. 이옥은 죄인을 변방의 사병으로 근무시키는 유배와 비슷한 ‘충군’과 과거에서 1등을 하고도 낙제 처리까지 당하며 8년 동안 문체반정의 화살받이를 혼자 도맡았다.
정조는 보잘 것 없는 서얼 출신에, 소북이라지만 당색이랄 것도 없던 이옥에게 자신의 분노를 쏟아부었다. 연암과 다산이란 큰 별에 비해 이옥은 작고 초라했다. 이옥은 16년 동안 과거를 준비하면서 무려 7번이나 낙방했다. 의연히 과거를 거부했던 있는 집 출신의 연암과 달리 이옥은 절박했다. 이옥은 31살 1790년에 증광시에 2등으로 합격해 대과를 준비하며 1792~1795년까지 성균관에 머물렀다. 정조는 1792년 10월 성균관에 내린 시험 답안을 검토하다가 이옥을 불러 불경스런 문체를 사용했다고 화를 내며 정통문체에 맞는 시 50수를 지어라고 벌했다. 두 달 뒤 성균관 시험 때도 정조는 다시 이옥의 답안을 문제 삼아 10일 동안 율시 100편을 지어 바치라고 했다.
3년 뒤 1795년 성균관 백일장에서도 정조는 이옥의 문체를 시비 걸며 대과를 보지 말라고 명하고 충청도 청양군에 충군시켰다. 이옥이 다시 과거시험에 응시하자 정조는 다시 경상도 봉성(지금의 합천군)으로 충군시켰다. 임금이 그러거나 말거나 이옥은 꾸역꾸역 과거시험을 보러 왔다. 이옥은 정조 20년 1796년 2월 별시에 응시해 수석을 차지했지만 정조의 명으로 낙제 처리됐다. 정조는 죽기 직전 1800년 2월에서야 이옥을 사면했다.
이옥은 정조에게 찍힌 뒤에도 결코 자신의 문체를 버리지 않았다. 충군과 저항을 반복하면서도 이옥은 덤덤하게 자신의 글을 썼다. 그의 글 어디에도 북받치는 설움이나 터질 듯한 원망은 없었다. 그렇다고 딱히 반성하는 기미도 없었다. 정조는 세 번을 지적했지만 이옥은 세 번 다 ‘개겼다’.
1800년 완전 사면된 이옥은 과거를 포기한 채 고향 화성에서 여전히 자신의 문체로 글을 썼고, 넉 달 뒤 정조는 죽었다. 겉으론 정조가 이겼지만 사실은 이옥이 이겼다. 이옥이 1800년 5월에 쓴 작품집 ‘봉성문여’는 봉성에 충군 가서 본 세상 관찰일기다. 봉성은 지명이지만, 문여(文餘)는 ‘정통 문장이 아닌 나머지 문장’이란 뜻이다. 말 그대로 ‘아웃사이더 글쓰기’다. 이옥은 세밀한 관찰력으로 당시 지방의 복식과 방언, 풍습을 맛깔나게 기록했다.
이옥의 글은 거창한 대항담론이 아니었다. 그의 글은 거대 담론으로는 결코 잡을 수 없는 미세한 욕망을 잡아내는 새로운 감수성을 담았다.
이옥과 같은 시기 문체반정에 휘말렸지만 금새 변절해 임금의 사람이 된 김조순은 정조시대엔 정조의 사람이었다가, 순조시대엔 정순왕후의 칼끝마저 피해 임금의 장인이 되는 요술을 부릴 만큼 처세술이 뛰어났다. 정권을 장악한 김조순은 안동 김씨 ‘60년 세도정치’의 서막을 열었다.
비슷한 출발점에 섰던 젊은 이옥과 김조순의 말년은 하늘과 땅 만큼 달랐다. 정조와 순조, 어떤 권력과도 타협하지 않았던 이옥의 글쓰기에서 지식인의 역할을 고민한다.
문재인 정부 압박하는 경제지들, 왜? 510 프레시안
[기고] '빚내서 집 사라'는 것은 박근혜 정부로 족하다
최근 부동산 관련 기사를 읽다 눈길을 끄는 기사들을 발견했다. 우선 <이데일리>의 '뛰는 집값에 서둘러 내집 마련…자가 보유 61.1% ‘사상 최고’라는 기사(☞바로보기)는 부동산 시장의 현황을 충실히 설명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데일리>의 기사에 따르면 "8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7년도 주거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자가점유율은 전체 가구의 57.7%로 전년보다 0.9%포인트 증가했다. 자가보유율 역시 61.1%를 기록해 1.2%포인트 늘었다. 자가점유율과 자가보유율 모두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고치"라고 한다. 이 신문은 이처럼 자가점유율과 보유율이 높아진 이유를 "집값 상승 기대감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또 "주로 저소득층이 실거주 목적의 내 집 마련에 적극 나섰다. 저소득층의 자가점유율은 47.5%로 전년 대비 1.3%포인트 올라갔고, 중소득층은 60.2%로 0.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고소득층은 73.5%로 전년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실거주 목적 외에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자'도 늘면서 전체 임차가구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늘고 월세 비중은 줄었다. 한때 저금리 기조로 집주인들이 월세로 전환해 전체 임차가구에서 월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45%에서 2016년 60.5%로 급증했지만 작년에는 60.4%로 소폭 줄었다"라고도 보도했다.
<이데일리>기사를 요약하면 '저소득층을 포함한 시장참여자들이 향후 집값이 더 상승할 것이란 기대에 갭투자 등을 하면서까지 주택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덕에 자가점유율과 자가보유율이 2006년 이래 최고치다' 정도가 될 것이다.
<이데일리>에 비해 <헤럴드경제>의 '비 피하려는 국민들, 우산 빼앗은 정부'라는 제목의 기사(☞바로보기)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주문 내지 압박(?)성격이 짙다. 이 기사의 요지는 '내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열망이 매우 높고, 그 결과 자가보유율이 상승했다. 그럼에도 내 집 마련에 대한 국민들의 욕망은 거의 모든 세대에서 강하다. 그런데 정부가 돈줄을 죄면서 주택구입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외면하고 있다. 정부가 돈줄을 죄자 오히려 청년과 신혼부부 등 주거취약계층의 삶이 더 팍팍해졌다. 청년들은 압도적으로 월세를, 신혼부부는 절반을 훨씬 넘게 전세를 전전하고 있다. 집값이 오르고 있는데 정부가 돈줄을 죄면 서민들의 내집 마련이 훨씬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헤럴드경제>는 저소득층까지 주택 구매에 나선 현실을 지적하며, 정부에게 서민들이 주택구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돈줄을 풀라고 노골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현황을 충실히 소개하는 듯한<이데일리>의 기사와 서민들이 주택구매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대출규제를 풀라는 <헤럴드경제>의 압박(?)을 통해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는 건 하나다. 부동산 불로소득(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는 기실 부동산 불로소득의 추구와 다르지 않다)의 사유화를 방치하면 정말 대한민국이 절단날 것이라는 사실이 그것이다. 저소득층마저 빚내서 집을 사려하고, 너도 나도 부동산 투기에 나서는 현실을 그대로 두고 도대체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말이다.
'집값이 더 올라갈 것 같아서 집을 사야겠다'는 사람들에게 정부가 해줄 일은 대출 규제 완화가 아니라 보유세 강화를 통해 집값 상승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부동산 불로소득 추구경향을 억제하는 최선의 묘방이 보유세이기 때문이다. 보유세 대폭 강화에 대한 로드맵이 나오면 집값은 안정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집값이 중장기적으로 안정될 전망이 높다면 빚내서 집 사려는 사람이 생길 까닭이 없다. 집값이 안정되면 부동산 과다보유자들이 가져가는 부동산불로소득의 규모도 줄어든다. 집값 안정이야말로 최선의 복지이자 재분배 정책인 셈이다.
따라서 보유세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인 재정개혁특위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걸맞는 보유세 개혁안을 설계해 발표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헤럴드경제>등이 진정 서민들과 주거취약층이 근심된다면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를 풀라고 문재인 정부에게 주문할 것이 아니라 보유세 강화 등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것을 권고하는 것이 옳다. '빚내서 집을 사라'고 권장한 정부는 박근혜 정부 하나로 족하다/ 이태경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
"양서류 떼죽음 부른 '항아리곰팡이' 한반도서 유래"
세계적 생물학자 브루스 월드먼 서울대 교수 입증 / 호주·중앙아메리카 등 휩쓸어 / 양서류 種 40% 멸종위기 초래 / 한국 토종 무당개구리서 시작 / 진화 거듭하며 전염병 탈바꿈 / 국내 피해 없어… 면역 갖춘 듯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항아리곰팡이가 호주와 중앙아메리카 양서류 죽음의 원인’이라는 논문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그 후 북미와 유럽에서도 양서류 떼죽음 현상이 보고됐는데, 그 배후에 늘 항아리곰팡이가 있었다. 항아리곰팡이가 휩쓴 지역에서는 양서류 종의 40%가 멸종위기에 몰렸다.
‘양서류계의 흑사병’이라고 할 정도로 위협적인 이 곰팡이가 우리나라 무당개구리에서 비롯됐다는 연구 결과가 11일 사이언스지를 통해 공개됐다.
브루스 월드만 서울대 교수가 지난 9일 서울대에서 양서류에게 치명적인 항아리곰팡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개구리가 그려진 넥타이가 인상적이다. 서상배 선임기자
국내 항아리곰팡이 유전자가 세계 어느 나라에서보다 다양하다는 게 그 근거다. 연구를 이끈 브루스 월드먼(사진·생명과학) 서울대 교수를 지난 9일 캠퍼스의 한 세미나실에서 만났다. 40여년 전 미 코넬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양서류 연구의 길에 들어선 그는 하버드대와 뉴질랜드 캔터버리대 등을 거쳐 2009년부터 서울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그는 항아리곰팡이와 국내 양서류가 ‘특별한 관계’일 것이라는 의심을 예전부터 갖고 있었다고 한다. 항아리곰팡이가 유독 아시아에서는 악명에 비해 영향력이 약했고 2013년 부분적으로 진행한 유전자 연구 결과 한국 개구리에서 발견된 곰팡이 유전자가 중국 및 일본과도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한국 내 항아리곰팡이는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다양했어요. 놀라운(shocking) 수준이었죠. 만약 곰팡이가 최근 한국에 들어왔다면 짧은 시간 내 유전적 다양성을 그렇게 갖기 어려웠을 겁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한국에서 다양하게 진화했다는 의미지요.”
실제로 박물관에 진열된 1911년 원산(북한) 개구리에서도 항아리곰팡이 유전자가 발견됐다.
월드먼 교수는 이번 사이언스 논문에서 ‘심증’을 ‘물증’으로 굳혔다. 지금까지 항아리곰팡이가 발견된 모든 지역에서 배양된 곰팡이를 받아 ‘전장유전체염기서열분석법’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세계적인 항아리곰팡이 계통의 병원균이 모두 한국 무당개구리의 항아리곰팡이에서 유래했음을 확인했다. 해외 다른 계통과 유전형질을 교환하면서 전염병으로 탈바꿈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개구리는 왜 항아리곰팡이에 타격을 입지 않은 걸까. 그는 곰팡이가 덜 치명적인 것으로 진화했거나 개구리의 면역체계가 발달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후자 쪽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항아리곰팡이로 인한 개구리 절멸이 없었다. 호주 개구리의 경우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항아리곰팡이 계열(BdGPL)보다 한국균 계열(BdASIA-1)에 더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항아리곰팡이가 유래된 우리나라 무당개구리. 서울대 행동및집단생태학 실험실 제공
미국인 학자가 ‘왜 양서류를, 그것도 한국에서’ 연구하는지가 궁금했다.
“원래 물고기를 연구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물고기에 대해 잘 모르는 지도교수가 ‘개구리도 올챙이 적 물고기랑 비슷하니까 양서류를 연구해보지 그래’라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어쩌다보니 양서류학자’가 되었지만, 양서류 질병 연구에서 그는 세계적인 학자다. 특별한 뜻은 없었으나 한국행이 ‘가장 큰 행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뉴질랜드나 미국은 상위 5%에게 연구비가 집중되는 구조입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꾸준히 논문 성과를 내면 적은 금액이라도 계속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연구 열정이 있는 사람은 훨씬 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예요.”
그는 생태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워했다.
“생명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만봐도 정작 ‘생태학’에 대해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습니다. 생태를 안다는 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흔히 양서류를 ‘탄광의 카나리아’라고 하는데, 그만큼 생태계 건강을 알 수 있는 척도죠.”
‘이번 항아리곰팡이 연구결과를 통해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도 그는 비슷한 고민을 전했다..
“비록 항아리 곰팡이가 전세계에 치명적인 위협이기는 하지만, 희소식이 있다면 한국 양서류가 그랬듯 외국 양서류들도 점차 저항력을 길러가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인간활동으로 환경이 너무 빨리 바뀌는 탓에 양서류의 진화속도가 환경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요. 이게 비단 개구리만의 문제일까요? 언젠가 우리 인간에게도 이런 일이 닥칠 수 있습니다. 항아리곰팡이에 속수무책으로 사라진 개구리들처럼 인간도 미래 알 수 없는 병원균에 위기를 겪을지 모릅니다.”
인위적인 환경변화가 인류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JTBC ‘집단탈북 국정원 기획’ 폭로… 북풍공작 비화하나 511 미디어오늘
jtbc 보도 기획탈북 범죄행위 폭로 파장…2016년 4월 구 여권 새누리당에서 집단탈북 종업원 공개하는 기자회견 하려 했다 주장 나와
2016년 중국의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북이 국가정보원의 기획이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10일 방송에서 지난 2016년 4월7일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사건을 재조명하면서 국정원의 기획 탈북이었다는 새로운 증언을 확보해 보도했다.
그동안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사건은 그해 4월16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부 당국이 선거를 유리한 구도로 끌고 가기 위해 기획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당시 중국에 있는 북한식당에서 지배인 1명과 종업원 12명이 집단탈북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루트로 봤을 때 정부 당국의 협조 없이는 집단 탈북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국회의원 선거를 닷새 앞두고 급작스럽게 집단탈북 사실이 공개됐고, 탈북 뒤에도 종업원의 행방이 묘연해 기획탈북 의혹이 일었다. 탈북자들을 감추기 위해 국정원이 ‘가’ 급 경호를 하고 있고, 외부 접촉을 막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jtbc는 최초로 집단탈북을 주도했던 북한 식당 지배인 허강일씨와 종업원을 인터뷰하면서 국정원의 존재를 수면 위로 올려놨다. 허씨는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짜준 코스대로 탈북했다. 여 종업원 12명은 어디로 가는 줄 모르고 따라왔다. 우리는 총선 승리를 위해 기획된 것임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허씨는 탈북사건 초기부터 국정원에 협조한 인물로 추정됐는데 자신 역시 “북을 공격하는 큰 작전인 줄 알았는데 결국 총선, 그걸 이기겠다고 조작한 거였다. 난 뉴스를 보고 알았다. 민주당은 종북 세력이라 그걸 이기려고 언론에 공개했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 지난 5월10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보도한 ‘북한식당 탈북 의혹 풀다!’ 갈무리
허씨는 자신이 2014년 국정원 직원을 소개 받아 정보원이 됐고, 이 사실이 북에 들통이 나면서 국정원 직원에게 귀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허씨는 국정원이 애초 2016년 5월 30일로 날짜를 정하고 자신과 배우자를 귀순시키기로 했지만 4월 3일 갑자기 종업원까지 함께 데려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도 했다.
북한 식당 종업원도 카메라 앞에 섰다. 그녀는 탈북 당시 일에 대해 “숙소를 옮기는 것인 줄 알았다”며 “말레이시아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갔다. 도착했는데 태극기가 보였다. 한국 대사관이었다. 그 때 한국에 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를 본 것을 보위부에 신고하겠다는 허강일씨의 협박에 못이겨 자유의사로 탈북했다고 말했다면서 “이제라도 갈 수 있다면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jtbc 보도는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이 철저히 박근혜 정부의 기획 하에 벌어진 일이며 특히 ‘북풍’을 일으켜 선거에서 이득을 보기 위한 행위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시 구 여권인 새누리당도 집단탈북 사건을 활용하려고 시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탈북자 지원 활동을 했던 김희태 목사(북한인권선교회장)는 1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국정원 뿐 아니라 당시 여권에서도 집단탈북 종업원들을 공개하는 기자회견까지 계획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태 목사는 인터뷰에서 “2016년 국회의원 선거 직전 개성공단 페쇄가 이뤄졌다. 그런데 개성공단 폐쇄로 인해 여론이 악화되면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떨어졌다”며 “허강일씨 인터뷰를 보면 원래 5월 30일 귀순시키려다 앞으로 당겨서 총선(4월 16일) 전 식당 종업원까지 데려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 것도 총선 기획용이라는 걸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당시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내리고 정부의 대북제재로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나고 동요하고 있다는 증거를 원했고,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을 통해 뒷받침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 목사는 “당시 국정원장을 하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갔던 인물이 있다. 이 인물이 콘트롤 타워를 맡고 있었고, 개성공단 폐쇄 이후 대북제재 효과의 실질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블랙요원들이 과잉충성을 한 게 집단 탈북 사건”이라며 “구 여권에서도 탈북자들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계획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시 선대위 책임자가 반대하면서 캠프에서 준비 직전까지 갔지만 기자회견을 취소했다”고 증언했다.
▲ 지난 2016년 4월7일 탈북자 13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숙소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김 목사는 “탈북자 기자회견 소식을 듣고 저희도 북한 인권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구 여권이 집단탈북 문제를 가지고 선거에 활용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맞대응하기 위해 기자를 접촉해 자료까지 넘겼는데 구 여권의 기자회견이 갑자기 취소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 같은 증언의 출처에 대해 구 여권 캠프 관계자라고 전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jtbc 보도에 따라 기획탈북 범죄 행위가 드러난 것이라며 고발을 준비 중이다. 장경욱 변호사는 통화에서 “우선 허강일씨가 종업원을 납치한 것이다. 이밖에 국정원의 선거 개입 문제는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고, 종업원을 하나센터에 감금한 건 감금죄가 될 수 있다. 고발 혐의 내용은 조율 중에 있다”고 전했다.
장 변호사는 “집단탈북 사건은 선거를 앞두고 기획 탈북시킨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피고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호 전 국정원장, 홍영표 전 통일부 장관, 탈북에 관련된 국정원 관계자들”이라고 말했다.
국적이탈자 올들어 5700명 '사상 최대'… 이유는 '병역 기피'?510 한국경제
이달부터 병역의무 강화되는 개정 재외동포법 시행 영향
취업 어렵고 안보 불안도 한몫
韓서 노년 보내려는 美동포 늘며 국적 회복자 소폭 증가
외국인 귀화는 갈수록 감소
올 들어 4개월 만에 국적이탈자가 5700명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국적이탈자의 세 배 수준이다. 국적이탈은 외국에서 태어났거나 외국인 부모의 영향으로 복수국적을 취득한 한국인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9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 1~4월 국적이탈자는 5695명으로 지난해 연간 국적이탈자(1905명)의 세 배를 기록했다. 출입국·외국인 정책을 총괄하는 법무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사상 최대 수치다.
올해 국적이탈자가 선택한 국적은 미국이 72.4%로 가장 많았다. 캐나다(11.7%), 일본(8.7%), 호주(3.2%)가 뒤를 이었다. 국적이탈자의 대부분은 18세 미만 남자로 집계됐다. 병역 의무가 강화된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이달 1일부터 시행되면서 ‘병역기피’를 노리던 복수 국적의 ‘한인 2세’들이 대거 국적을 포기하고 있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5개월간 법무부에 접수된 국적이탈 신고건수는 3551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149%증가했다. 작년 10월 공포된 개정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병역미필자인 남자 국적이탈자에게는 국내 취업 및 체류 등이 자유로운 F-4비자 발급이 이달부터 금지된다. 병역을 회피하려는 재외동포가 경제활동이 자유로운 비자를 받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관련 조항이 개정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비난의 대상이 되는 원정출산이나 국내 생활기반을 두고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한 국적이탈신고는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美 10년물 금리 3% 재돌파…세계 금융시장 '불안'
외국 국적 취득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한 ‘국적상실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국적 상실자는 1만9364명, 올 1~4월엔 6952명을 기록했다. 법무부가 대기 중이던 국적상실자를 집중 처리하면서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2016년(3만5000여 명)을 제외하면 2013~2015년 평균치(1만8000여 명)보다 연간 1000명 이상 늘어났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취업이 어려워지고 안보가 불안해지면서 국적을 포기한 젊은 층이 많아진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또 “법무부의 담당인력 부족으로 대기 중이던 국적이탈신고 건을 한꺼번에 처리한 점도 국적이탈자가 급증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의 대한민국 국적 취득(귀화)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귀화자는 1만86명이었다. 2013년 1만1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향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인이 귀화 대신 영주권 신청으로 선회한 영향이 컸다. 2010년 70%까지 치솟았던 중국인 귀화자 비중이 지난해 47%(4781명)로 낮아졌다. 반면 결혼이민자 증가로 인해 베트남 귀화자는 계속 늘어 지난해 37%(3742명)를 차지했다.
"정규직은 무슨 정규직" '연내 정규직 전환' 약속한 인천공항은 지금 512 sbs
1년 전인 지난해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사흘 만에 이뤄진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선택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인천공항공사에 좋은 소식이 있다고 해서 와 봤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대통령과 함께 '비정규직 근로자와의 대화'에 참석한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통 큰 약속을 했습니다.
"우리 공항 가족 1만 명을 모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겠습니다. 임직원 모두가 열과 성을 다 바쳐서 금년 내에 해결을 하겠습니다." (정일영 / 인천공항공사 사장)
인천공항 노사는 문 대통령의 방문으로부터 8달이 지난 지난해 12월, 전체 1만 명 중 약 30%를 직접 고용하고 나머지는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사장의 시원한 약속을 '연내 전원 정규직화'라고 생각한 직원들은 다소 실망했지만, 사장 말대로 정규직화 방향을 연내에 합의하긴 한 겁니다. 그렇다면 약속으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정규직화' 작업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공항 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 "정년 전에 정규직을 해보지도 못하고 그만두게 생겼습니다."
공항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62살 노유진 씨는 지난해 정규직화 소식에 반색했지만, 지금은 기약이 없다며 한숨입니다.
"'정규직 돼서 얼마나 좋겠습니까?' 다들 이렇게 저한테 물어요. 정규직은 무슨 정규직이에요.
정년 전에 정규직을 해보지도 못하고 그만두게 생겼습니다." (노유진 / 인천공항 미화 노동자)
인천공항공사는 용역 계약이 끝난 하청업체 비정규직부터 임시법인에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는데, 회사의 계약이 아직 한참 남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합의에서 노사는 '필요 시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까지 임시법인인 인천공항운영관리 주식회사를 거친다'고 덧붙였습니다. '용역회사와의 조속한 계약해제·해지를 위해 노사가 공동으로 노력한다'라고도 합의했습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는 사측이 이런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지난 9일 정규직 전환 선언 1주년을 앞두고 인천공항 출국장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합의대로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조속히 정리하고 정규직화를 서두르라는 요구사항도 구호에 담았습니다.
공항공사 측은 "협력업체와 맺은 계약을 공사가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다. 정부 가이드라인도 계약 업체와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하지 말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계약 유지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시법인을 통해 정규직이 된 직원은 이제 1,143명으로 전체 정규직 전환대상자의 11% 정도입니다. 남은 용역 계약이 모두 끝나려면 2020년 7월이나 돼야 합니다.
● "정규직다운 정규직? 아직까지는 아니죠"
그렇다면 임시법인에 채용돼 '정규직'이 된 직원들의 삶에는 변화가 찾아왔을까? 당장 고용불안은 덜었지만, 여전히 처우에는 실질적 변화를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남인현 씨는 1터미널과 2터미널을 순환하는 순환 버스 기사입니다. 용역회사에 고용된 비정규직이었지만, 얼마 전 소속된 용역회사와 공사가 맺은 계약 기간이 끝나며 임시법인에 소속된 정규직이 됐습니다.
"아직까지 크게 바뀐 건 없고요. 협상 중에 있고. 아직까지 임금은 전하고 똑같아요. (정규직다운 정규직이) 아직까지는 아니죠. 너무 느려요. 빨리 좀 전환이 돼서 정규직이 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남인현 / 임시법인 소속 정규직)
그래서 노조는 정규직 전환은 아직 단 1명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직 임금과 근무체계 등 처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정규직이 됐다고 볼 수 있느냐는 겁니다. 그러면서 임시법인 채용은 구체적인 합의 이전의 임시 조치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공사의 직원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합의한 여객·항공 생명안전 업무 직군(보안 검색, 경비, 소방) 비정규직도 지금은 임시법인에 채용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구체적인 처우가 합의되면 다시 공사에 채용될 예정입니다. 노사는 합의에 이르기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채용 형식이나 임금체계를 설정하는데 아직 시각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측은 비정규직 신규직원으로 채용하겠다며 기존 경력을 인정해줄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기존의 근속과 숙련도 등을 반영해 임금 체계를 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용역업체 직원들을 정규직화하면서 생기는 이윤을 정규직이 된 직원들의 처우 개선에 100% 쓸지 말지를 놓고도 시각차가 있습니다. 사측은 합의 문구가 "일반관리비, 이윤 등을 처우 개선에 활용한다"고만 돼 있어 전액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시각차는 비정규직 문제를 고쳐나가는 데 불가피한 진통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노동자의 임금과 처우 문제는 기업의 이윤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회사는 비용을 줄이려 협상에 임할 것이고, 노동자는 권리를 찾으려 협상에 임할 것이고, 그 평행선을 좁히는 과정은 늘 어렵습니다. 노사는 전문가와 함께하는 협의회를 꾸려 이견을 좁히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의 전향적인 해결을 약속하고 나선만큼 좀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7월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내놓긴 했지만, 추상적이고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많아 노사 갈등을 중재하는 데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겁니다.
"정부가 만든 가이드라인 자체가 굉장히 추상적이고 느슨하고 그걸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점. 이 부분이 일단 근본적으로 현장에서 가장 혼란스럽게 하는 요인입니다." (신철 /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공공부문의 직접고용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의 가장 첫머리에 내세운 약속입니다. 양극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비정규 노동의 문제를 나라가 공공부문을 통해 앞장서서 풀어 보이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그 변화의 가장 앞에 서 있습니다. 불안 노동을 앞장서서 해결하려는 인천공항 노사의 노력은 앞으로 다른 공공부문, 나아가 민간부문의 변화에도 전범이 될 것입니다.
장난감 빈부격차 해결방법 없나 05.14ㅣ주간경향 1276호
10만원 넘는 고가 장난감 즐비… 가정의 달 부모들 지갑 털려
정영애씨(42)는 지난달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다이노코어 ‘메가파이터 티라노’ 중고제품을 어렵게 구입했다. 정씨는 “새 제품을 사주면 좋겠지만 온라인 매장에서도 5만원이 넘는 장난감을 사줄 여유가 없어 중고사이트를 매일 뒤졌다”고 말했다. 정씨는 ‘포장만 뜯은 거의 새 제품’을 3만4000원에 구매했다. 그는 “다시 잘 포장해서 어린이날 아침에 아이에게 줄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 3일 서울의 한 대형 할인매장 장난감 코너에서 남자아이가 로봇 장난감을 구경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류인하 기자
가정의 달인 5월은 부모들에게는 ‘등골이 빠지는’ 달이다. 아이들은 그동안 벼르고 있던 장난감을 어린이날 선물로 요구하기도 한다. 자녀가 원하는 장난감을 망설임없이 사줄 수 있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대다수의 부모들은 그럴 여유가 없다. 심지어 개당 5만~10만원이 훌쩍 넘는 장난감은 누구에게나 부담이다. 모바일커머스 티몬이 지난 4월 3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가 장난감의 매출 비중은 점차 증가해 어린이날을 앞둔 올해 5만~10만원대 구입비중이 27%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10만원 이상 제품의 매출비중도 20%를 차지, 2015년 대비 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어린이날이나 각종 기념일을 맞아 고가의 장난감을 구입하는 부모가 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실상은 중저가 장난감이 시장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장난감 수입이 매년 늘고, 매스컴에서 유명해진 장난감들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체 구매단가 역시 올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저렴한 제품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비싼 제품이라도 구입하는 것이다. 실제 대형 장난감 유통업체 및 할인매장 등에 전시된 캐릭터 로봇 완제품들은 대부분 최소 4만~5만원은 줘야 구입이 가능하다. 여러 로봇이 합체하는 형태의 장난감은 1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장난감의 빈부격차가 발생한다.
장난감 도서관 대여사업도 실효 없어
홀로 아이를 키우는 박모씨(43)는 어린이날을 맞아 헬로카봇 ‘아이언트’를 사주려다 망설이고 있다.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대학교 시간강사 및 시민단체 활동으로 얻는 수입이 전부인 박씨로서는 10만원이 훌쩍 넘는 장난감을 사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박씨는 “아이가 헬로카봇을 시즌1부터 보고 또 볼 정도로 좋아하는데 로봇 장난감을 한 번도 사주지 못했다”면서 “이번에 시즌6이 방영되면서 아이가 처음으로 ‘아이언트가 갖고 싶다’고 했는데 가격 때문에 망설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중고사이트도 뒤져봤지만 너무 최근에 출시된 상품이라 매물 자체가 없었다. 박씨는 “집안 사정을 알기 때문에 아이가 대놓고 고가의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지는 않지만 친구들이 새로운 장난감을 갖고 올 때마다 옆에서 구경하거나 멀뚱멀뚱 서서 ‘한 번만 만져봐도 되냐’고 하는 모습을 보면 속상하다”고 했다.
정부는 장난감의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2000년대 들어 서울 성동구를 시작으로 각 지자체별로 조례를 제정, ‘장난감 도서관’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12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당시 전국에 설치·운영되고 있는 장난감 도서관은 114개로 수도권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평균으로는 영유아 2만4677명당 1개 기관이 있는 셈이다. 실질적인 장난감 대여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또 다른 문제도 존재한다. 소위 고가의 장난감은 대부분이 애니매이션에 기반을 둔 캐릭터 완구다. 그러나 장난감 도서관은 이 같은 캐릭터 장난감에 대한 대여사업은 실시하지 않는다. 또 대부분의 도서관이 대여가능 연령을 캐릭터 완구에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0세부터 만 4~6세 미만으로 한정하고 있어 만 6세 이상의 아동들에 대한 장난감 무상보육으로는 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장난감은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 외국에서 들여오는 수입 캐릭터 장난감이나 소위 창의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조립 제품들의 경우 고가의 로열티를 지급하기 때문에 그 가격이 고스란히 상품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국내 캐릭터 장난감의 가격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중국 또는 베트남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통해 제조한다고 해도 만만찮은 가격이다. 국산 장난감 판매율 1·2위를 다투는 터닝 메카드와 헬로카봇을 살펴보면 ‘터닝메카드 W 윙 라이온’은 온라인 가격 기준으로 24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터닝메카드 W 엑스는 17만9000원, 터닝메카드 W 메가 에반무비 스페셜 세트는 17만9000원 수준이다. 희귀템으로 분류되는 헬로카봇 펜타스톰 5단합체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정도로 현재 3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헬로카봇 로드세이버 3단합체는 27만원, 헬로카봇 마이티가드는 26만8200원 선이다. 단일 로봇의 경우에도 사이즈가 크고 정교할수록 10만원 중후반대까지 거래된다. 그렇다면 고가의 장난감 가격 문제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은 무엇일까. 답은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라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총괄과 관계자는 “장난감 가격 남용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특별히 규제한 적이 없다”면서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에 따라가는 것이므로 정상가격을 규정짓기가 어렵고, 이는 전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돌려쓰기·재활용 등 방법 추구해야”
터닝메카드, 공룡메카드, 소피루비, 헬로카봇 등을 모두 성공시키며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초이락컨텐츠팩토리는 “각 단계별로 최소한의 이윤만 맞춰 타이트하게 책정한 가격”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캐릭터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 애니매이션 연구부터 제작, 설계 등에 들어간 수많은 무형의 비용이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초이락 관계자는 “현재 출시되는 대부분의 상품들은 애니매이션을 먼저 선보이면서 각각의 캐릭터에 ‘스토리’를 입히는 작업이 선행된다”면서 “결국 각 캐릭터 장난감을 팔 때 스토리도 함께 판매하는 것”이라고 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하나의 시리즈당 52부작을 기본제작 포맷으로 정한다. 이때 스토리라인을 잡는 작업부터 애니매이션으로 구현하는 작업까지 순수 국내기술로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한 시리즈당 70억~80억원으로 책정된다. 관계자는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 1편당 들어가는 비용이 1억5000만원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 이후 각 캐릭터별로 인기가 높은 것을 위주로 상품화 작업에 들어간다. 관계자는 “그림으로 그린 것과 그것을 실사로 구현하는 것은 별개의 작업”이라며 “장난감 하나를 제작하는 데도 연구비용이 들어간다”고 했다. 문제는 수십억에 달하는 애니메이션 제작비용이 자체수익을 얻어내기에 한계가 있다는 데 있다. 애니메이션 1편당 공중파 방송 송출 대가는 전체 제작비용의 최대 10% 수준에 불과하다. 그것도 본편 방송이 그 정도 수준일 뿐 재방송까지 그만큼의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케이블방송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공중파 방송이 지급하는 비용의 절반도 지급하지 않는 실정이다. 애니메이션을 납품하는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처음 계약할 때부터 케이블채널 측은 갖가지 명목을 들어 단가 후려치기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애니매이션 제작비용을 모두 회수하지 못하면서 돌아온 적자가 장난감 가격에도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김시월 교수는 “장난감 가격은 시장에 맡겨놓을 수밖에 없고, 결국은 소비자가 지역 커뮤니티 안에서 장난감 돌려쓰기, 재활용, 빌려쓰기 등의 방법을 통해 현명한 소비를 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장난감을 소비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기업 스스로 생각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자체적으로 강구하는 등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한 달 앞으로…상전벽해 기초단체들
ㆍ바닥민심 크게 변화… 한국당 전통 강세지역 경기·경남도 민주당이 앞서
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두 번의 지방선거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심판 분위기에 힘입어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에 유리한 결과로 끝났다. 반면 이번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압도적인 지지세 아래 치러진다. 경기지사, 경남지사처럼 자유한국당이 강세를 보인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한국당이 우세하던 기초자치단체 지역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위로는 정권의 높은 지지율, 아래는 바닥 민심의 변화로 인해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가 과거와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노 파사란!” <저놈들을 통과시키지 마!> 한겨레21 제1211호
세키호타이의 테러를 찬미하는 이들을 향한 분노의 호소
외국인을 배척하면서 증오 감정을 드러내는 일본 극우 단체. 연합뉴스
5월3일은 일본 헌법기념일이다. 전쟁 포기를 선언한 현행 헌법을 지켜낼 것인가, 아니면 전쟁할 수 있는 국가가 되기 위해 개헌할 것인가. 곳곳에서 ‘호헌파’와 ‘개헌파’의 주장이 부닥치고 있다.
그러나 언론사에서 일하는 우리에게 이날은 또 다른 각별한 의미가 있다. 31년 전 기자가 살해당한 날이기도 하다. ‘세키호타이(赤報隊·적보대) 사건’. 우리는 해마다 이를 악물며 이날을 맞는다. 1987년 5월3일 밤 <아사히신문> 한신지국(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산탄총을 가진 남자가 침입했다. 복면 쓴 남자는 사무실에 있던 기자에게 총을 쏜 뒤 한마디도 하지 않고 떠났다.
지근거리에서 총을 맞은 기자(당시 29살)는 병원에 도착한 뒤 숨을 거뒀다. 또 다른 기자는 온몸에 80알 넘는 산탄 총알을 맞고 새끼손가락이 잘리는 중상을 입었지만 기적처럼 목숨을 건졌다. 그 뒤 세키호타이라고 자신의 정체를 밝힌 범인이 성명문을 <교도통신>에 보냈다. “지금까지 반일 세대를 길러온 언론에 엄벌을 내려야 한다.” “모든 아사히 사원에게 사형을 언도한다.” 아사히의 논조를 ‘반일’이라 생각하는 우익세력의 범행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로부터 세키호타이는 약 3년 동안 총 8건의 총격·협박 사건을 일으켰다. 경찰은 수천 명을 동원해 수사했고, 피해 당사자인 <아사히신문>도 특별취재반을 꾸려 따로 조사를 이어갔다. 사건은 해결되지 않은 채 2003년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난 1990년 한 주간지 기자가 됐다. 정계·재계·예능계 스캔들을 주요 기사로 싣는 잡지였다. 그렇지만 내가 기자임을 깨닫는 순간마다, 언제나 머릿속엔 세키호타이 사건이 떠올랐다. 테러리즘으로 언론을 위축시키려는 이들에 대한 분노를 잊은 적이 없었다.
사건 뒤 31년이 지난 5월3일. <아사히신문> 한신지국 앞과 도쿄 긴자 2곳에서 세키호타이를 지지하는 거리행진이 벌어졌다. 참가자는 평소 외국인 배척 등을 주장하는 극우단체 회원들이었다. 그들은 히노마루(일본 국기)를 휘두르며 ‘세키호타이 지지’를 호소했다. “반일 세력을 추방하자”고 외쳤다. 역겨웠다. 이런 풍경을 만들고 만 일본 사회가 한심했다.
31년 전 ‘반일’이라는 말은 흔하진 않았다. 지금은 반일이 책, 신문, 방송, 학교 등 여기저기서 쓰인다. 지난해 일왕이 고마신사(고구려 멸망 후 일본으로 건너온 후손들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신사)를 방문했을 때, 일왕을 반일이라 비난하는 글이 인터넷에 넘쳐났다. 30년 전 테러리스트들이 썼던 표현이 이젠 예사로 쓰이는 ‘매도어’(혐오 표현)가 되고 말았다.
사건 이후 일본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시대는 세키호타이가 바라던 대로 흘러온 게 아닌가 생각된다. 전쟁에 대한 반성은 희박해졌고, ‘역사 수정주의’는 박차를 가하고 있다. 편협한 민족주의가 퍼져 이젠 세키호타이의 테러를 찬미하는 이들이 당당히 거리를 행진하는 시대가 됐다.
산탄총에 쓰러진 기자의 원통함을 생각한다. 우린 세키호타이를 추적하는 데 실패했고, 세키호타이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지도 못했다. 그러니 감상에 젖어 있을 여유가 없다. “노 파사란!”(저놈들을 통과시키지 마!) 거대한 힘에 휩쓸려 날아갈 것 같을 때, 나는 스페인 내전 때 반파시스트 진영의 슬로건이었던 이 말을 몇 번이고 중얼거린다.
나는 권력의 악을 폭로하며 최전선에서 싸우는 멋진 기자는 아니다. 그러나 태평하게 시대에 휩쓸리며 총에 맞아 죽은 기자를 잊어버리는 인간이 되고 싶진 않다. “저놈들을 통과시키지 마!” 작은 목소리지만, 언제나 두려워하지만, 그래도 계속 호소하고 싶다. 이웃 한반도엔 남북 정상이 만나는 시대가 왔다. 시대는 움직인다. 그렇게 믿고 싶다. /야스다 고이치 일본 독립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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