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5.4 통일-제주
서민대통령 노무현의 등장과 죽임
탐욕과 부패로 시종한 이명박정부
뇌물 뿌리고 서민 등치고도, 고등재판관까지 오른 남자-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
꼭대기가 바뀌어도 생계형 악당들이 살아남는다면-녹두꽃’으로 보는 적폐청산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미등록’ 아이들
"친일파 애국가 대신 '아리랑 애국가' 불러야 할 때"
"동물학대 논란, 소싸움 대회를 어린이날에…"
닷새 만에 ‘또’ 부산 방문 PK 민심 공들이는 황교안
늘어난 8조5천억원(지방소비세) 어떻게 나눌까
빚때문에 극단적 선택...아이들은 선택권이 없었다
전국 1등 요양왕국의 비밀
요양원은 적발되지 않는다
시흥 일가족 극단적 선택 뒤엔 개인회생제도 실효성 문제 있었다
바다가 어민만의 것 아니라고 항의하는 분들게
2020년부터 어린물고기 밥상에서 사라진다
윤석열 협박 혐의 유튜버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소환 불응
어버이날 인기 선물, 2016~2018년 3년 연속 '용돈'이 1위
고민정과 배현진… 같은 아나운서, 다른 정치 인생
“탈원전으로 한전 적자? 가짜뉴스 남발”
"외모지상주의·性상품화 그만"…설 땅 줄어드는 미인대회
65세 이상 고령층 '통신 생활'···알뜰폰 7~8년 쓰고 '자녀 대납 요금제' 문의 최다
문재인정부 3년차 '성패' 키워드 (1) 성과] '힘들다'는 국민 앞에 '지표 좋아' 공감 못 얻어
문재인 정부 개혁 성공 ‘세 갈래 길’
문 대통령 취임 2주년 대담 평가 '극과 극'
美,제재위반 北석탄화물선 압류…"민사상 처음"
해외 입양 미담? 우리가 좋아하는 ‘거짓말’”
너무나 편파적인 베네수엘라 사태 보도
미등록임대 460만채 ‘사각지대’
요즘 대학생, 10년 전 대학생보다 술 덜 마신다…혼술 비율은 15배 증가
딴지-내일 5.4
대구 5.5 -경인
국제-기호
5.6 한겨레-경향
한국-중앙
국민-서울
한국농정-인천
5.7 한겨레-국민
중앙-경향
5.8
5.8 -5.9 인천
5.9 -5.10 앙
내일-딴지
5.6~5.10 경향 장도리
서민대통령 노무현의 등장과 죽임
[현대사 100년의 혈사와 통사 90회] 노무현의 당선은 정치적인 승리 이전에 '인간승리'였다
▲ "당선자 확실" 보도 이후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민주당사에 들어서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부인 권양숙씨. "당선자 확실" 보도 이후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민주당사에 들어서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부인 권양숙씨. ⓒ 마이너
노무현은 2012년 12월 19일 제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선거결과 노무현 1,201만 표, 이회창 1,144만 표로, 57만 표의 차이였다. 노무현은 거의 독자적인 힘으로 거대한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되었다.
▲ 16대 대통령선거 벽보 16대 대통령선거 벽보 ⓒ 임성훈
10년 전 김영삼은 민자당과 합당하여, 5년 전 김대중은 김종필 자민련과 연합하여 당선된데 비해 노무현은 다른 정치세력과 제휴하지 않고 새천년민주당 단독으로 승리하였다.
제휴는커녕 투표 전날인 18일 밤 10시에 '단일화 협상'으로 지원키로 했던 정몽준이 노무현 지지를 철회하는 변신 선언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선되었다. 투표결과 60대 이상은 이회창 후보, 호남과 20~30대 젊은이들이 압도적으로 노무현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현의 당선은 정치적인 승리 이전에 '인간승리'였다. 중학교 입학금이 없어 '외상입학' 할 정도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이승만 대통령 생일 기념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백지동맹'을 주도할 만큼 어릴적부터 남다른 정의감을 갖고 성장하였다. 부산상고를 졸업하고 막노동판을 떠돌면서 사법고시를 꿈꾸던 중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서 꿈을 이루었다.
1977년 대전지법 판사로 부임했으나 이듬해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개업하여 세무ㆍ회계 전문 변호사로서 명성을 쌓으며 돈을 크게 벌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1981년 전두환 정권기 부림사건의 변론을 맡으면서 사회현실에 눈을 뜨게 되고, 이후 노동자의 벗이 되고 민주화운동가 변론 전문가가 되었다. 5공 폭압에 맞서 '거리의 변호사', '아스팔트 위의 전사' 가 되어 민주화운동의 전선에 섰다.
▲ 5공 청문회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 ⓒ 노무현 공식홈페이지
제13대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그해(1988년) 11월 '청문회 스타'로 각광을 받았으나 1999년 노태우ㆍ김영삼ㆍ김종필의 3당야합을 거부하고 김영삼과 결별함으로써, 영남지역 정치인의 가시밭길을 외롭게 걷게 되었다.
이후 지역주의 청산을 위한 헌신적 노력을 전개하며 1998년 서울 종로의 보궐선거에서 승리했으나 2000년 총선에서는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 패배했다. 그의 거듭된 '아름다운 패배'는 국민의 뜨거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최초의 정치인 펜클럽 '노사모'를 탄생시켰다.
2000년 김대중 정부의 해양수산부 장관을 거쳐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국민경선에 뛰어들어 '이인제 대세론'을 뒤엎는 파란을 일으킨 그는, 대통령선거 본선에서 역시 '이회창 대세론'을 꺾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노무현은 취임사에서 "새 정부는 개혁과 통합을 바탕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열어나갈 것" 임을 천명하였다. 그는 일체의 권위주의를 벗어던지고 국가권력을 헌법정신에 맞춰 제자리에 돌려놓고자 했다.
▲ 2002년 16대 대통령선거 광고 한 장면. 노무현 후보는 문성근씨가 격정적인 연설을 하는 도중 눈물을 흘렸다. 이 장면은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데 작은 역할을 했다. ⓒ 노무현캠프
노무현은 정치인이면서도 정치적이지 않았고, 최고 권력자가 되고서도 권력을 독점하기보다는 분권을 지향하고, 권모술수나 암투와는 거리가 먼 순결무구한 정치인이었다. 그는 속물 정치인들이 특세하는 정치판을 바꾸고자 노력하였다.
이러한 노무현의 존재는 파당적 이해에 민감한 정계에서 외톨이가 되었고 집권 후에는 검찰개혁ㆍ언론개혁ㆍ사법개혁ㆍ국가보안법개폐 등이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집중적으로 견제되고 '제거'의 대상이 되었다.
▲ 지난 2004년 3월 9일 유용태, 홍사덕 외 157인의 의원이 서명발의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민주당 박준 원내행정실장(왼쪽)이 의사국장에게 제출하고 있다. ⓒ 이종호
집권 초기부터 노무현 정부의 개혁정책은 야당과 보수언론에 발목이 잡히고, 출범 2년여 만인 2004년 한나라당과 잔류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헌정사상 초유의 헌재에 탄핵소추안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탄핵소추안이 헌재에서 심의 중일 때에 실시된 제17대 총선에서 국민은 여당에 과반수 의석을 보내주었다.
국민의 힘으로 탄핵소추가 거부되면서 헌재도 소추안을 기각했다. 노무현은 두 달 만에 대통령직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혁신정책으로 '4대개혁입법'을 추진했으나 다수 여당의 무능과 기득권세력의 완강한 저항으로 쉽지 않았다.
노무현은 이에 굴하지 않고 신행정수도 건설로 전국의 균형발전, '대연정'을 통해 지역주의 극복, 평화ㆍ자주 외교정책 등을 실시하고자 했으나 그때마다 보수세력에 발목이 잡혔다. 그러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친일반민족행위 규명위원회,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친일반민족행위재산국가귀속위원회,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등 과거사 청산에서 성과를 거두었다.
노 대통령은 2003년 10월 제주 4.3평화공원에서 4.3유족과 제주도민에게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였다. 김대중 정부의 남북화해 협력을 이어받아 2007년 10월 2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땅을 밟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선언)에 이어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 백두산 - 서울 직항로 개설 등에 합의했다. 무엇보다 돈 안 쓰는 선거, 투명한 선거풍토를 조성한 것은 그의 업적으로 평가되는 대목이다.
▲ [미공개 사진] 청와대에서 노사모 회원들과 비공식 면담 도중 "해준 것도 없는데 나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며 눈물을 흘리는 노무현 대통령. (2006.8.27) ⓒ 고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회 제공
경제 정책에도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다. 수출 3000억 달러, 연평균 경제성장률 4.3퍼센트,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의 성장을 이루었다. 외환보유액은 김영삼 정부에서 외환위기를 겪을 때 37억 달러에 불과했던 것이 김대중 정부 임기 말에 1,214억 달러로 증가하고, 노무현 정부 출범 4년 만에 2,400억 달러를 기록함으로써 중국ㆍ일본ㆍ러시아ㆍ타이완과 더불어 세계 5대 외환보유국이 되었다. 그럼에도 보수세력은 '잃어버린 10년' 타령을 멈추지 않았다.
실책도 적지 않았다. 대북송금특검 실시, 한미FTA 졸속 추진, 이라크 파병 등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른바 '4대악법' 개폐는 원내 다수당이 되고도 전략미숙 등으로 처리하지 못한 것은 실정으로 꼽혔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노무현 죽이기'가 시작되었다. 퇴임 후 고향 봉하마을로 내려가 은거 생활을 하던 그에게 검찰ㆍ감사원ㆍ국세청ㆍ금융감독원 등 권력기관이 총동원되어 주변을 수사하고, 서울에서 반이명박 촛불집회가 시작되자 배후를 노무현 쪽으로 의심한 권력의 집중적인 탄압이 자행되었다.
▲ 2008년 10월 18일. 화포천 주변에 있는 농지를 둘러보다 만난 농민과 함께 앉아 얘기를 나누는 대통령님 ⓒ 고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회
수구세력의 노무현 죽이기는 노무현을 파렴치범으로 그의 정치적 부활을 막으려는데 초점이 모아졌다. 오랜 지인의 회사 태광실업이 세무조사를 받고, 그의 고교동창ㆍ친인척ㆍ청와대 수석 등이 속속 체포되었다. 수구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연일 대서특필했다. 도덕적 살인행위였다.
수구신문의 '노무현 죽이기'는 집요했다.
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부터 사설ㆍ칼럼 등에서 노무현에 대한 비난ㆍ조롱ㆍ막말ㆍ저주로 도배질하고 사장이 바뀐 방송들도 다르지 않았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다져놓은 민주ㆍ평화ㆍ통일ㆍ공정의 초석이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기득권세력이 들어섰다.
수구신문이 '노무현 죽이기'의 공범이라면 이명박 검찰은 주범이었다. 검찰은 언론플레이를 통해 노무현 일가가 "수십억 원을 챙겼다"는 혐의를 흘렸지만 당시 노무현은 자신의 집에 온 '진보주의 연구 모임' 학자들에게 차비도 제대로 주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노무현은 마침내 검찰 소환 조사를 받게 되면서 도덕적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망신보다 추구했던 진보적 가치가 훼손되고 조롱당하는 것에 더욱 견딜 수 없었다.
▲ 노무현 대통령 서거 둘째날, 봉하마을 현장 ⓒ 이윤기
그리고 결단했다. 자신의 죽음으로 순결성을, 진보의 가치를 지키고자 했다. 2007년 5월 23일 새벽, 고향 뒷산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날렸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운명이다."라는 유서를 남겼다.
노무현의 서거 소식은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몰고 왔다. 전국에서 추모의 물결이 흘러넘쳤다. 촛불 집회가 열리고 전국 각지에 분향소가 설치되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보도는 그의 서거와 관련 정곡을 찔렀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이명박 정권의 '몰이사냥'을 견디지 못한 선택이었다. 촛불에 덴 정권이 그를 배후로 의심해 정치적 보복에 나섰고, 그 하수인인 검찰은 내부에서조차 범죄성립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무리한 수사를 감행했다. 보수언론은 여과없이 혐의사실을 공표하여 그를 구석으로 밀어 붙였다. / 오마이뉴스 김삼웅(solwar)
탐욕과 부패로 시종한 이명박정부
[현대사 100년의 혈사와 통사 91회] 이명박의 '시야'는 좁았고, 철학적 밑바탕은 천박했다
▲ 제17대 대통령에 취임하며 선서하는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2007년 12월 민주당 정동영 후보를 500만 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제17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30대 현대건설 사장, 40대 국회의원, 50대 서울시장, 60대 대통령 당선이라는 이른바 '성공신화'를 일군 지도자라는 화려한 평가가 따랐다. 대통령에 당선될 때까지의 '신화'였다.
정동영 후보가 참패한 것은 이명박 후보의 능력이라기보다 과장된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따른 반사효과라는 지적이 따랐다.
"노무현 정권의 실정은 이미지와 연관이 깊습니다. 노무현의 언행이나 행동거지, 승부사 기질, 설익어 보이는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입니다. 대개는 노무현의 언행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이 실정으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특히 성장제일주의의 사고나 장기집권에 대한 염증이 노무현의 언행에 대한 반발로 나타났습니다." (서중석, 『대한민국 선거이야기』)
한국 신문시장의 70~80%를 장악하고 있던 조ㆍ중ㆍ동은 노무현 집권 5년 동안에 특히 대선을 앞두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집중적으로 비난하고 그의 언행을 부정적으로 부풀리고 비하하였다. 유권자들은 이런 보도를 접하면서 집권당 후보를 외면하고 이른바 '성공신화'를 창출한 이명박을 선택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명박이 한나라당 후보에 선출되면서부터 그에 대한 비리와 전과가 드러났다. BBK, 위장전입, 선거법위반 유죄 판결, 도곡동 땅 등 '전과 13범'이란 딱지가 인터넷 매체 등에서 공공연히 떠돌았다. 도덕성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데도 국민이 그를 선택한 것은 오직 '경제살리기'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 해임되어 KBS를 떠나는 정연주 당시 KBS 사장. 주위에 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 엣나인필름
2007년 2월 취임과 더불어 이명박 정부는 조각에서부터 김대중ㆍ노무현정부 10년의 민주화와 남북화해 협력구도를 급격한 극우노선으로 바꾸었다. 전 정권에서 임명하여 임기가 보장된 공직자들을 강제로 밀어내고 그 자리에 선거 공신들을 앉혔다. 정연주 KBS 사장을 강제 해임하고 검찰 등 공권력을 동원하여 뒷조사를 실시한 것이 대표적 사례였다.
이명박은 취임 1년도 안 되어 한국사회를 유신 또는 5공시대로 회귀한다는 비판이 따랐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민주역행, 서민생계 위기, 남북관계 파탄을 지적할 만큼 이명박 정권은 급격히 과거로 회귀하였다.
이명박 정권은 전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으로 몰아치고, 남북화해협력의 정책을 '퍼주기'로 매도하면서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에 나서 그와 가까웠던 정치인ㆍ기업인들을 속속 구속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고향으로 내려간 노무현의 봉하마을에 인파가 몰리면서 이른바 '국가기록물사건'을 일으켜 올가미를 씌웠다. 이렇게 시작된 정치보복은 끝내 그의 투신 서거로 이어질 만큼, 족벌신문과 어용화된 방송, '호위무사'로 변신한 검찰이 '사법자살'의 토끼몰이에 동원되었다.
이명박 정권 5년의 실정을 목록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민주주의 역행
2. 서민생계 파탄
3. 재벌기업 각종 특혜
4. 남북관계 파탄
5. 안보무능(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6. 지역차별 인사(영포라인 득세)
7. 4대강 파괴
8. 민간인 사찰
9. 조ㆍ중ㆍ동에 종편 허가, 언론계 생태계 파괴
10. 부실한 해외자원 개발 국고낭비
11. 원전비리
12. 역사왜곡
13. 전임 대통령 죽음으로 몰아가기
14. 국정원ㆍ국군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의 대선 부정
15. 747 공약 위배
16. 평화적인 촛불시위 탄압
17. 친형 이상득 등 측근 비리
이명박 정권의 국정실패는 한국사회를 10년 뒤로 역류시켰다. 다른 것은 몰라도 '경제살리기'는 해낼 것으로 믿었던 국민에게 실망만을 안겨 주었다.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747공약' 즉, 연 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경제규모 7위 달성이란 야심찬 공약은 소수 재벌기업과 특권층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빌 공약으로 전락하였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5년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2.9퍼센트로 추락하여 '경제살리기'의 허구성이 드러났다. 김대중 정부 평균 5.0%, 노무현 정부 평균 4.3% 성장률에도 훨씬 못 미치는 실패작이었다.
▲ 4대강 사업이 끝나고 금강에는 녹조가 해마다 창궐했다. 공주보 앞에도 녹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녹조가 피어있다. ⓒ 김종술
이명박 정부의 실정은 22조 8천억 원이 투입되고, 앞으로 두고두고 관리에도 예상하기 어려운 국민의 혈세가 투입될 4대강사업이 대표적이다. 사전 준비나 조사, 여론수렴도 없이, 순전히 가시적인 효과와 조급한 업적을 위해 수 십만 년 흘러 온 4대강을 막무가내로 파헤쳐서 자연을 파괴하고 엄청난 국고를 낭비하였다.
외국 언론에서 "바벨탑 이래의 무모한 공사"라는 비판이 나올만큼 국내외의 비판이 쏟아졌으나 이명박과 그의 막료들은 이를 강행했고, 어용교수ㆍ족벌신문과 방송이 이에 장단을 맞추었다. 4대강에는 '큰빗이끼벌레'의 서식장이 되고, 날림으로 들어선 강둑은 언제 무너질지 지역 주민들의 근심거리가 되었다. 담합 등으로 4대강 공사를 맡은 기업들만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강물은 하루가 다르게 썩어간다.
▲ 자원외교로 국고를 거덜낸 이명박 정부의 잘못을 보도한 JTBC ⓒ JTBC
이명박 정부의 4대강에 못지않은 실정 또는 비리ㆍ부정은 '자원외교'를 빙자한 천문학적인 국고낭비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해외 '자원개발'은 마땅한 정책이지만, 이명박은 자기 형 이상득 의원과 소수 측근들을 동원하여 정확한 실태조사와 손익계산도 없이 무작정 투자하고, 이를 빌미로 이권을 챙기게하는 등 무모하고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였다.
이 정권의 무능ㆍ부패한 자원개발로 40조 내지 50조의 국민세금이 투입되거나 될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공기업 3곳이 5년간 갚을 빚만 22조가 넘는다. 이들 3개 공기업이 2015년 한 해 차입금만 5조 3천억 원에 이르게 되어, 국고를 낭비하고 국민세금을 쏟아붙게 만들었다. 총체적인 자원외교의 부실과 부패, 이를 주도한 측근과 공기업 대표의 이권개입 실태 등은 여전히 베일에 쌓여 있다.
이명박의 '시야'는 좁았고, 철학적 밑바탕은 천박했다. 그는 '청계천'에서 얻은 점수를 무기삼아 '4대강'을 파헤쳤다. 그는 자연을 살리는 일과 죽이는 일을 분간하지 못했다. 이명박은 먼 장래를 내다보는 데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는 임기 초부터 '눈 앞의 성과', '생색내기'에 급급해하는 모습이었다. 2008년부터 쿠르드 유전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과 2009년 아랍에미레이트(UHE) 원전 4기 수출 과정에서도 성과에 대한 뻥튀기 의혹과 계약 조건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고영재, 한겨레, 2015년 1월 30일치).
이명박의 '시야'가 넓은 대목도 없지 않았다. 퇴임 후를 대비하여 족벌신문에 종편을 허가하고, 같은 목적으로 국정원 등의 대선 선거부정을 양해 또는 묵인했을 것이라는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
▲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국정원법·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구치소로 향하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 연합뉴스
이명박의 핵심 측근인 원세훈의 국정원 직원들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조직적으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야당의 문재인 후보를 폄훼하는 수십 만 건의 '댓글'을 달아 선거에 개입했다. 법원은 국정원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을 선거개입으로 보고, 원세훈 원장이 이를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원세원 국정원장은 이명박에게 주기적으로 독대 보고를 해왔으므로 국정원의 이와 같은 선거개입을 보고 받지 않았을 리 없을 것이다. 보고를 받고도 이를 제지하지 않는 것인지, 양해 또는 격려한 것인지 등은 훗날 역사에서 밝혀질 것이다.
이승만 정권의 3ㆍ15부정선거, 박정희 정권의 6ㆍ8부정선거, 전두환ㆍ노태우 정권의 각종 부정선거가 관권과 금권을 동원한 부정선거였다면, 이명박 정권 국정원 등의 사이버 활동은 국가 최고정보기관이 동원된 첨단 과학기기에 의한 부정선거였다.
▲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을 마치고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날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을 조건부로 허가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이명박은 뇌물ㆍ부정선거. 각종 적폐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이다.
"앉았던 자리에 향기는 못 남길 지라도 추악한 X냄새와 구더기 끓는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뇌물 뿌리고 서민 등치고도, 고등재판관까지 오른 남자
[사극으로 역사읽기]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
녹두장군 전봉준과 1894년 동학혁명을 다룬 SBS 금토 드라마 <녹두꽃>이 지난 4월 26일 첫 방송을 탔다. 지난 주 방송에서는 희대의 탐관오리인 고부군수 조병갑(장광 분)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1회~3회 방송분에서는 세금을 거둔다는 허위 명분으로 주민들의 고혈을 짜내는 조병갑의 모습과 이에 맞서 봉기를 결행하는 고부군민들의 모습이 묘사됐다. 조병갑이 주관하는 잔치 현장이 농민군에 의해 뒤엎어지고 조병갑이 외지로 도주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비쳐졌다.
조병갑은 동학혁명을 촉발시킨 인물이다. 왕조의 뿌리를 흔드는 데 기여했다. 나쁜 의미이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그런데도 전봉준에 가려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베일에 가려진 악당이라고 할 수 있다. 조병갑은 정조 임금의 증손자인 헌종 때 출생했다. 태어난 해는 1844년이다. 고종 때 영의정을 지낸 조두순의 조카이자, 관찰사를 지낸 조병식의 사촌이며, 태인군수를 지낸 조규순의 서자다. 명문가 출신이었던 것이다.
친정조카와 수시로 편지를 교환한 명성황후
조병갑은 과거시험을 거치지 않았다. 소과(1단계 과거시험) 급제자인 생원·진사의 명단이 담긴 <사마방목>에도 그의 이름이 없고, 대과(2단계 시험) 급제자의 명단이 담긴 <국조방목>에도 그의 이름이 없다. 그런 그가 탐관오리들이 꿈꾸는 '노른자위' 고부군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뇌물 제공 덕분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가 명성황후와 민씨 가문에 뇌물을 제공했음을 추론케 하는 기록이 있다. 명성황후는 친정조카 민영소와 수시로 편지를 교환했다. 그 내용의 상당부분은 인사청탁에 관한 것이었다. 관직 희망자가 민씨 가문에 뇌물을 주면, 민영소가 황후에게 보고하고, 황후는 고종에게 보고했다.
그런 편지 중 하나에 "조병갑이는 그러하나, 그 색(色, 자리) 외 아니 나는 것을 할 수 없으니, 다른 데로나 하겠다"는 황후의 글이 적혀 있다. 조병갑의 경우에는 그 자리 외에는 생기지 않는 것을 어쩔 수 없으니, 다른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내용이다. 조병갑의 인사청탁으로 명성황후가 고심하는 흔적을 보여주는 편지다. 이렇게 왕실에까지 뇌물을 제공하고 관직을 받았으니, 본전을 찾기 위해서라도 백성들의 호주머니를 털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가는 데마다 탐욕스럽고 가혹했다"는 조병갑
▲본문에 인용된 명성황후의 편지. 이기대 편저 <명성황후 편지글>에 수록돼 있다.ⓒ 저작권 만료
조병갑은 고부군수가 되기 전부터 탐관오리로 유명했었다. 고종시대 역사를 기록한 황현의 <매천야록>은 "(조병갑은) 가는 데마다 탐욕스럽고 가혹했다"고 말한다. 다른 지역 군수를 지낼 때도 부정부패가 심했던 것이다.
지방 수령의 임기는 5년이었다. 그런데 고부군수의 임기는 평균 1년 6개월이었다. 한 해에 여러 차례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자리였다. 조병갑이 고부군수 자리를 지킨 기간은 2년 정도다. <녹두꽃>에도 묘사된 것처럼, 그는 하마터면 자리를 빼앗길 뻔했었다. 동학혁명 직전에 익산군수로 발령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익산에 안 가고 버티면서 중앙에 로비를 한 결과, 그 자리에 다시 임명될 수 있었다. 고부군에 대한 집착이 대단했던 것이다. 고부군에 부임한 뒤 조병갑은 가슴 아픈 일을 겪었다. 고부군에 흉년이 든 것이다. 농민들보다도 그의 마음이 더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낙심하지 않았다. 흉년이 들어도 세금은 풍년 때처럼 거둔다는 각오로, 각종 명목을 만들어 세금과 기부금을 악착같이 징수해댔다.
그런 상황이, 전봉준이 체포된 뒤에 나온 진술서에 나타난다. 이에 따르면, 조병갑은 주민들이 좋은 쌀로 세금을 바쳐도 "이 쌀은 품질이 떨어지니, 이 쌀로 내려면 좀더 내라"는 식으로 쌀을 추가로 징수했다. 그런 뒤, 추가분을 국고에 넣지 않고 자기가 착복했다. 이 때문에 고부군민들은 법에서 정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쌀을 납부해야 했다.
사기행각도 서슴지 않았던, 조병갑
조병갑은 사기 행각도 서슴지 않았다. 황무지를 농민들에게 무상 불하한 뒤 "세금을 안 걷을 테니 한번 열심히 지어보라"며 주민들을 격려했다. 세금을 걷지 않겠다는 공문서까지 발부해주었다. 그래놓고는 막상 황무지가 개척되고 추수할 때가 되자, 포졸들을 동원해서 농작물을 강제로 걷어갔다. 이뿐 아니다. 일반적인 탐관오리들도 겁내는 일을 그는 과감히 저질렀다. 돈을 뽑아낼 목적으로 지역 유지들까지 괴롭힌 것이다. 지주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뒤 돈을 강탈했다. 부모에게 불효한 죄, 형제·친척들과 화목하지 않은 죄, 음행을 한 죄 등을 뒤집어씌운 뒤, 뇌물을 받고 사건을 종결했다. 부자들에게 망신을 주는 방법으로 돈을 뜯어낸 것이다. 이런 식으로 거둬들인 돈이 2만 냥이나 됐다. 조병갑의 만행을 죄다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그러다가 조병갑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 사건이 발생했다. 더 많은 돈을 챙길 목적으로 야심차게 벌인 지역개발사업이 그를 유명한 악당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동학혁명의 발단이 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녹두꽃>에도 등장한 것처럼, 고부군에 만석보라는 저수지가 있었다.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둑을 쌓아 만든 저수지였다. 그런데 조병갑은 만석보를 새로 만들겠다며 기존 만석보 옆에 새롭게 둑을 쌓았다. 그는 공사 자재를 마련한다면서 민간 소유의 산에서 나무를 벌채했다. 또 일당 대신 저수지 무료 이용권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방법으로 노동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막상 공사가 끝나자, 그는 표변했다. '혹시나' 하고 도왔던 백성들은 '역시나' 하며 한숨을 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병갑이 애초의 약속을 뒤집고 농민들에게 과도한 저수지 이용료를 부과한 것이다. 이에 대한 불만이 동학혁명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렇게 주민들을 자극했으니, 농민봉기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전봉준은 사형을 받았는데... 조병갑은 승승장구
<녹두꽃> 속의 조병갑은 농민군이 쳐들어오는 줄도 모르고 잔치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실제의 조병갑은 그런 둔감하지 않았다. 상당히 민첩했다. 농민군이 습격하기 전에 미리 정보를 입수하고 일찌감치 도주해버렸다. 관청에서 빠져나온 그는 변장한 상태로 한밤중에 고부군을 탈출했다. 몇 달 뒤 조병갑은 의금부에 체포됐다. 그가 받은 형벌은 유배형이다. 민중봉기를 초래하고 국고를 횡령했다는 죄가 인정됐다.
그런데 행운이 찾아왔다. 일본군이 동학군을 진압하고 조선 정부를 장악한 것이다. 덕분에 조병갑은 유배에서 풀려났다. 일본군이 조병갑을 살린 셈이다. 동학군이 승리했다면 당연히 죽음을 면치 못했겠지만, 동학군이 패배하고 반역당으로 규정된 덕분에 불명예를 입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행운이 이만저만 많은 악당이 아니었다.
동학혁명을 일으킨 전봉준은 사형을 받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반면, 조병갑은 승승장구했다. 동학전쟁 4년 뒤 그는 법부(법무부) 국장에 임명됐다. 고등재판관에도 임명됐다. 조병갑한테 재판을 받은 피고인 중 하나가 동학교주 최시형이었다. 조병갑은 최시형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조병갑 같은 악당이 처벌을 받기는커녕 도리어 승승장구했다는 것은 당시 조선왕조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었음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런 사람들이 활개치고 살았으니, 동학혁명 16년 뒤 조선이 멸망한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볼 수 있다.
오마이뉴스 김종성(qqqkim2000)
꼭대기가 바뀌어도 생계형 악당들이 살아남는다면
녹두꽃’으로 보는 적폐청산
‘녹두꽃’ ‘조장풍’에서 눈길 끄는
악인에 기생하는 이들의 생존법
이방 백가와 근로감독관 황두식
불의한 중간관리자라는 닮은꼴
공개적 죗값 의식 거친 이강은
녹두꽃 혁명 대오에 동참해
‘불의 가담’ 어쩔 수 없었더라도
죄상규명과 과거단절은 중요
에스비에스의 새 금토드라마 <녹두꽃>에서 배우 조정석(가운데)은 과거의 죗값을 치르고서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 봉기한 동학농민군의 별동대장으로 변신한다. 에스비에스 제공
동학농민혁명을 배경으로 각기 다른 길을 걸었던 민초들의 삶을 다룬 에스비에스(SBS) 새 금토드라마 <녹두꽃>에는 특기할 만한 인물이 등장한다. 고부군수 조병갑(장광)만큼이나 고부 사람들을 쥐어짜는 데 앞장선 출세욕의 화신 이방 ‘백가’ 백만득(박혁권)이다. 나라에서 임명하는 군수야 왔다 가는 거라지만 이방은 대를 이어 종사하는 세습직이라, 백가는 어디 갈 일도 없이 오래 머무르며 성실하게 수탈한다. 조병갑과 합심한 백가는 쌀을 외부로 반출하지 못하게 틀어막아 농민들의 벌이를 막고, 자기 명의의 싸전에서 쌀을 독점해 헐값에 사들인 뒤, 보릿고개가 오면 그 쌀을 다시 비싸게 되파는 방식으로 고을을 철저히 털어먹는다. 수령 하나 부패한 것도 힘든데, 어느 집에 수저가 몇 벌 있는지까지 알고 있는 실무자까지 부패한 사람이면 그 착취와 학정이 얼마나 치밀할까. 제 영달을 위해 군수 자리를 얻은 조병갑 같은 위인이 백가 같은 자와 쿵짝이 맞으니 이승이 저승과 다를 바가 없다.
방심한 순간 도망간 백가가 돌아온다
<녹두꽃>이 그린 봉기의 밤, 농민군이 백가의 행방을 이 잡듯 뒤지고 다닌 건 그 때문이다. 백가 같은 이들에게 철저하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또 위에서 부패한 군수를 내려보내는 순간 다시 생지옥이 펼쳐질 게 뻔한 일이니. 아니나 달라,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내려온 새 군수 박원명(김하균)이 백성들에게 사죄하는 모습을 보며 이쯤에서 정말 봉기를 접어야 하나 고민하던 전봉준(최무성) 앞에, 달아났던 백가가 살아서 돌아온다. 후대의 우리는 역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안다. 조정에서 파견한 안핵사 이용태는 박원명의 노력이 무색하게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농민들에게 돌리고, 성난 농민군들은 다시 들고일어나 전주성을 향해 진격한다. 태평한 세월이었다면 그저 부쳐먹을 땅 한 뙈기에 안도하고 살았을 백성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분노해 일어났다. 백가 같은 토착 비리관료와 이용태 같은 기회주의자들을 다 놔두고 군수 하나를 몰아내는 것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으니까.
‘적폐청산’이란 단어에 피로감을 느낀다며 이제 그만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시기에 시작한 <녹두꽃>이, 초반의 중심 악역 자리를 이방 백가에게 내준 건 흥미로운 선택이다. 지금의 우리야말로 조병갑은 몰아냈으나 수많은 백가들은 아직 다 잡지 못한 상황 아닌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으로 불거진 법원 개혁은 아직 첫 단추도 못 끼웠고, 검찰 개혁 관련 법안은 간신히 패스트트랙에 올라갔으나 아직 330여일의 논의를 앞두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두고 이해관계를 셈하고 있을 경찰이라고 다를까. 버닝썬 게이트는 수사 주체인 경찰 스스로도 유착 의혹을 벗지 못하고 있는데? 법을 집행하고 기소하고 판결하는 사법의 모든 과정이 죄다 적폐청산과 개혁의 대상인 상황, 사방이 온통 백가투성이인 셈이다. 그리고 조병갑을 몰아냈으니 이쯤 해서 상황을 수습하자고 말하는 <녹두꽃> 속 황석주(최원영)가 그런 것처럼, 이만하면 됐으니 이제 적폐청산도 그만하자고 말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얼핏 달고 이성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방심한 순간 도망간 백가들은 다시 고을로 돌아올 것이다.
꼭대기만을 바라보는 대신 근면성실하게 악에 종사하는 실무자들까지 놓치지 않는 시선. 비슷한 묘사는 문화방송(MBC)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피고용인을 착취하는 악질 사용자들에게 맞선 고용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 조진갑(김동욱)의 활약을 다룬 이 드라마는, 악당 하나를 잡으면 그 위의 악당이 또 등장하는 방식의 서사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미리내장학재단의 이사장 구대길(오대환)을 잡고 나니 그 위에 명성그룹 외동아들 양태수(이상이)가 있고, 천신만고 끝에 양태수를 잡고 나니 그 위에 명성그룹 회장 최서라(송옥숙)가 있다. 마치 아케이드 게임 속 스테이지처럼 중간보스-보스-최종보스를 거치는 이 서사 속에서, 별로 핵심도 아닌 주제에 등장할 때마다 사람 피를 거꾸로 솟구치게 만드는 신스틸러는 따로 있다. 조진갑의 상사이자 고용노동부 구원지청 근로개선지도과장인 황두식(안상우)이다. 황두식은 힘 있는 사용자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를 ‘사정 청취’라고 생각하고, 사용자들도 그들 나름의 고충이 있으니 좋게 봐주는 게 좋으며, 그들과 유착하는 것을 ‘업무상 자주 볼 사람들과 잘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정당화하는 생계형 악당이다.
황두식은 구원지청장 하지만(이원종)처럼 몸을 사리며 실리를 챙기지만 본인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완전히 잊지는 않은 사람들이나, 이동영(강서준)처럼 윗사람 눈치를 보는 사람들과는 다르다. 황두식은 구대길이 구속되고 양태수가 체포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자리를 지킨다. 대단한 신념범이나 주범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의 심판을 반복해서 유예받지만, 그렇기에 계속 조진갑 같은 이들이 정의를 구현하는 일을 끊임없이 방해하고 새로운 물주를 찾아 불의한 시스템을 지킬 수 있다. 바닥을 친 인성의 소유자 양태수를 보면서도 분노하기보다는 ‘저런 타입이 줄 대기는 더 좋다’고 생각하는 쪽을 택하는 황두식 같은 이들이 요직에 앉아 있도록 내버려두는 한, 소소한 승리를 거둘 수는 있어도 구조 자체를 바꾸는 일은 요원하다. 드라마를 보는 이들을 더 암울하게 만드는 건 현실세계에선 조진갑 같은 근로감독관보다 황두식 같은 근로감독관을 찾는 일이 더 쉽다는 사실이다. 양태수와 같은 이들의 수는 적을지 몰라도, 그런 이들 밑에서 기생하며 살아가는 실무자들은 훨씬 더 많으니까.
’거시기는 이제 죽었소’
물론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세상 전체가 불의한 마당에, 먹고살기 위해 그 불의에 가담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던 이들에게까지 가혹하게 굴 필요는 없지 않냐고. 그런 사람이 어디 한둘이냐고. 어쩌면 <녹두꽃>의 세 주인공 중 하나인 이강(조정석)은 그에 대한 답일지도 모른다. 백가의 맏아들이지만 얼자(양인과 천인 사이에 태어난 자식)인 탓에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던 이강은, 적자인 동생 이현(윤시윤)이 꽃길을 걷는 동안 자신은 온갖 궂은일을 해야 했다. 백가가 고부 백성을 수탈할 때 몽둥이를 휘두르던 것도, 시장 바닥을 휘젓고 다니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던 것도 이강이었다. 제 이름 대신 천하고 흔해 빠진 명칭 ‘거시기’를 이름 삼아 달고 다니던 이강은 그야말로 권력의 주구요, 청산의 대상이었다. 봉기를 일으킨 고부 사람들이 백가의 앞잡이 ‘거시기’를 잡아 죽이고 싶어한 것도 당연한 일, 고부 사람들은 이강의 목에 밧줄을 걸어 매단다. 그러나 목숨만은 살려 달라 울부짖는 이강의 생모 유월이(서영희)의 부탁을 듣고, 전봉준은 백성을 수탈하던 이강의 손에 칼을 꽂고는 군중들을 향해 외친다. “거시기는 이제 죽었소.” 공개적으로 죗값을 치르는 의식을 거친 뒤 새 삶을 살 기회를 받은 이강은, 이제 백가네 개 ‘거시기’로 사는 대신 혁명의 대오에 동참한 ‘백이강’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불의한 시스템의 중간관리자들을 모두 잡아 처벌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이들이 한둘도 아니거니와, 불의에 가담한 행위를 어느 선까지 처벌할 것인지 그 선을 정하는 일 또한 쉽지 않을 테니. 그러나 이강처럼 사람들 앞에 그 죄상을 밝히고 과거와의 단절을 약속받는 일은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러지 않는다면 꼭대기가 아무리 바뀐다 한들 백가나 황두식처럼 자리를 보전한 생계형 악당들이 세상을 야금야금 생지옥으로 만드는 일을 멈추지 않을 테니까. 그 어떤 혁명이나 개혁도 맨 꼭대기 하나만 바꾼다고 완성되는 게 아니다. 꼭대기부터 맨 아래까지, 부정한 세상의 현상유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이 모두 바뀌고 우리 스스로 바뀌어야 비로소 세상은 조금씩 바뀐다. 지금 <녹두꽃>이 우리에게 묻는 질문 또한 그런 게 아닐까. 도처에 널린 백가를 두고 이쯤에서 그만둘 것인지, 아니면 이강처럼 거듭나 스스로 새로워질지./ 이승한 티브이 칼럼니스트 /한겨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미등록’ 아이들
미등록 아동 실태 파악할 수 있는 실효적 통계도 미비…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의 교육권 보장 방안은
외국인 어머니가 한국인 아버지와 결혼한 뒤 한국에서 태어난 8살 A는, 아버지가 사망한 뒤 친척들에게 입양됐다. 그러나 A가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친척들은 친생자 소송을 통해 A를 파양했다. A는 그때부터 ‘미등록 체류 아동’이 됐고, 혼자 양육을 떠안게 된 어머니는 형편이 어려워지자 A를 더 이상 학교에 보내지 않고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약 8개월 뒤 발견된 A의 몸에는 어머니로부터 당한 학대 흔적이 남아 있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다문화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소위 ‘다문화 가정’ 출신 자녀들이 처한 어려움들이 토로됐다. 이주배경 아동들이 국내출생, (외국 출생 후) 중도입국, 미등록 등으로 분류되는 가운데 ‘미등록’ 아동들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중도입국 청소년 실태 및 자립지원 방안 연구, 2016년)에 따르면 공교육제도 밖 중도입국 청소년 비율은 약 30%로 추정된다.
교육부의 다문화학생 통계는 공교육에 진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미등록 아동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실효적 통계는 미비한 상황이다. 출생등록이나 외국인등록이 돼 있지 않은 아동은 나이도 거주지도 알 수 없어 하루아침에 사라지더라도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미등록 이주 아동은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 체류하면서 낳은 아이들이라 생각하는 게 대부분인데 굉장히 다양한 환경에서 생겨나고 있다”며 “결혼이민자로 입국했다가 한국인과 혼인관계가 끝나고 다른 사람과 사이에서 아이를 낳은 경우 체류 자격을 연장하지 못하거나, 영주권·국적을 취득 못한 상황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있다. 최근 들어서는 난민신청을 했다가 인정이 불허된 사람들이 체류하게 되면서 미등록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국가인 한국은 이주배경 아동들에게 공교육 진입을 허용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2008년부터 초등학교, 2010년부터는 중학교에도 출입국 사실증명이나 외국인등록이 없는 외국 국적 아동의 전·입학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의무교육 권리를 ‘국민’에게 한정하는 교육기본법에 의해 의무교육 대상에서는 이주배경 아동이 제외돼, 부모의 방임이나 학대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얻지 못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의무교육대상이라는 건 학교를 가야 한다는 것 뿐 아니라 다니지 않고 있으면 찾아가야 하는 게 의무인 것”이라며 “갑자기 연락이 없이 결석이 장기화될 경우 아동 소재가 파악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해 아동 안전을 확인하는 절차가 이주아동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다문화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 사진=노지민 기자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강제 퇴거 집행을 유예하는 방식의 법무부 ‘불법체류 학생의 학습권 지원방안’ 지침 한계도 지적된다. 한국에 들어와 초·중·고교를 마치고 대학 입시에 합격하더라도, 유학 체류비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진학하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한국에서 자랐기에 할 줄 아는 언어는 한국어 뿐, 본국에 가족이 없어 일용직으로 전전하는 사례들이 나오는 이유다.
양계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주배경청소년을 ‘이주배경’보다는 ‘아동・청소년’이라는 데 초점을 두어 정책을 추진해,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모든 아동・청소년은 그들의 국적이나 기 타 배경에 상관없이 모두 ‘차별 없이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지금까지 국적 또는 등록여부에 따라 교육권이 제한되었던 청소년들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현재의 제도 및 절차들을 개선해 나아가는 것이 한국사회를 포용사회로 이끌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은이 시흥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센터장은 “시・도별 다문화인구 비율이 다르고 같은 지역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다문화 학생이 많은 지역의 학교와 그렇지 않은 지역 학교의 경우 지원되는 정책과 서비스의 갭이 너무나 크다. 이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교육권이 ‘운’에 의해 결정되고 ‘복불복’으로 주어지고 있다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서울시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중학교까지 입학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학교에서 입학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고, 경기도교육청은 각 시·군에 1곳 이상 학교를 지정해 한국어 시험 보고나면 학적을 받을 기회는 준다는 것이다. 강 센터장은 “교육부에서 보다 강력하게 공교육진입 문턱을 최소로 낮추고 이것을 전국에 평준화 시킬 수 있는 정책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문화’ 용어에 대한 문제 의식도 제기됐다. 문화적 소수자들을 가리키는 수식어로서의 ‘다문화’ 용어의 사용은 이들을 대상화·타자화하고 다문화 사회 문제를 문화적 소수자 문제로 한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비판이다.
서광석 인하대학교 이민다문화정책학과 교수는 “다문화(비다문화), 다문화가정(자녀, 학생, 청소년), 외국인주민, 이주민(이민자) 등 다문화사회 즈음한 각종 용어들이 혼란스럽게 하며 특정 용어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집단으로 몰아가기도 한다”며 “공공성이 확보된 표준화된 용어, 학문적으로 접근한 전문적 용어, 정부의 공식 용어 등 정립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서 교수는 또 “법무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 정부 여러 부처에서 이민(다문화, 외국인) 관련 업무가 분절적으로 운영이 되다보니 중앙부처의 기획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이민정책 업무가 정부 여러 부처에 나누어 기획, 집행이 되다보니 유사・중복사업 등으로 예산 투입대비 그 효과 또한 미미하다”며 관련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전북 고창군 학원관광농원
[출처:중앙일보] [서소문사진관] 하늘서 내려본 청보리 사잇길!
"친일파 애국가 대신 '아리랑 애국가' 불러야 할 때"
[인터뷰] '아리랑 애국가' 제시한 임진택 소리꾼
애국가를 바꾸자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온다. 작곡가 안익태(1906~1965)의 일제 강점기 친일 부역 전력이 드러나면서다. 나아가 안익태가 친 나치주의자였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최근 저서 <안익태 케이스>(삼인 펴냄)를 통해 안익태가 유럽에 거주하던 때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친일파로 변절했고, 나치의 재정 지원을 받는 '독-일 협회'가 주최한 여러 공연에서 적극적으로 곡을 지휘한 전력을 소개했다. 이를 근거로 이 교수는 안익태가 베를린 주재 만주국 외교관으로 위장한 정보총책이었던 에하라 고이치의 특수공작원으로 의심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미 안익태가 일제의 괴뢰국 만주국을 찬양하는 <만주국 환상곡>을 작곡하여 연주한 전력도 알려진 바 있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부역 인물이 작곡한 곡을 국가(國歌)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애국가 논란의 본질이다. 안익태의 <애국가> 자체가 표절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정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최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안익태의 <애국가>가 불가리아 민요 <오 도브루잔스키 크라이>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점화한 후 일각에서 대안이 제시됐다. 일부 민주화 운동 진영은 민주 항쟁의 상징이 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새로운 국가로 불러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했다. 일제에 무력으로 저항한 항일운동가들이 부르던 독립군가를 비롯한 항일음악을 국가로 채택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애국가를 바꾸자는 여론이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은 그리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아직은 애국가 변경 여론이 거세지 않은데다, 이념 논쟁이 틀림없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안익태 친일 논란이 커지자 보수언론과 자유한국당 등은 안익태의 친일 전력을 '작은 허물'로 치부하고, 국가 교체 요구를 '좌익의 선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음이 예고된 마당이라, 안익태 비판을 넘어 대안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좀처럼 조명 받지 못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소리꾼 임진택(창작판소리연구원 예술총감독)이 최근 우리 민요 아리랑 곡조에 애국가 가사를 붙여 새로운 애국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안익태 애국가'를 넘어설 '아리랑 애국가'를 대안으로 제시한 셈이다. <프레시안>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프레시안 회의실에서 임 총감독을 만나 주장의 배경을 확인했다. 인터뷰는 박인규 프레시안협동조합 이사장이 진행했다. 임 총감독이 편곡한 '아리랑 애국가'는 기사 최하단 동영상으로 들어볼 수 있다.
임 총감독은 대학을 졸업할 무렵 서편제 보성소리 명창 정권진 선생의 제자가 되어 소리에 입문, 1985년 창작판소리 '똥바다'를 작창하면서 본격적으로 소리꾼의 길을 걸었다. 한국 민중문화운동의 첫 세대로 마당극을 주창했으며, 우리 전통문화인 탈춤과 판소리가 민주화운동, 민중예술운동과 결합하게끔 이끈 인물로 첫 손에 꼽힌다. 서울대 외교학과(정치외교학부) 출신의 소리꾼이라는 흔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 임진택 창작판소리연구원 예술총감독. ⓒ임진택 제공
"친일파 애국가 불러서는 곤란"
프레시안 : 최근 기존 애국가를 안익태 작곡이 아닌 우리 민요 아리랑에 얹어서 부르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 계기가 뭔가?
임진택 : 전제해야할 사실이 있는데, 국가(國歌)와 애국가는 다르다. 우리나라는 아직 국가를 공식 제정한 바가 없다. 현재 불리는 '안익태 애국가'는 공식적인 국가가 아니다. 애국가에 관한 현행 규정은 대통령 훈령 제368로 '국민의례 규정'이고, 법률적 근거는 전혀 없다. 임시정부 시절에도 공식 국가 없이 다만 '대한인 애국가'를 만들어 불렀을 뿐이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 수립된 후에도 국가가 제정된 일은 없다. 다만 우리 애국가를 남의 나라 곡조(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에 부르는 것이 수치스런 일이라는 여론이 있어 대통령 훈령으로 안익태 작곡 곡조를 보급했는데, 그 후 이 '안익태 애국가'가 자연스럽게 국가로 간주됐다. 하지만 국가와 애국가는 개념이 다르고, 국가는 하나여야 하지만 애국가는 여럿이어도 상관없다는 점, 이 점을 전제할 필요가 있다.
안익태가 친일파라는 사실은 예전에도 논란이 됐는데, 최근 이해영 교수가 <안익태 케이스>라는 책을 내면서 그의 친나치 경력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곧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다. 친일 부역자가 만든 곡을 애국가로 계속 부르는 건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기존의 '안익태 애국가'를 더는 부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 이가 적지 않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누구도 대안을 제시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로 보였다. 오랫동안 널리 불린 현행 애국가를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국민 여론이 여전히 높다는 배경도 있을 것이다. 지난 1월 어떤 여론조사를 보니 애국가 교체 반대 응답자 비율이 거의 60%(리얼미터 조사 결과 58.8%)였더라.
그런데, 이 반대 여론이 온전히 '안익태 애국가'를 사수하자는 여론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일부는 애국가 변경 논의를 일종의 반역 행위로 곡해하는 이도 있겠으나, 대다수 사람은 막상 바꾸자고 해도 그 방향과 대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테니 일단 신중하자는 생각을 더 크게 했으리라고 본다. 또 일부는 어차피 통일되면 국가를 바꿔야 할 텐데, 그 때 논의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무도 나설 사람이 없다'는 게 더 현실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면 대안을 먼저 제시하자. 그것도 예술계에서, 평생 문화운동을 한 사람이 먼저 대안을 제시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나선 거다. '이런 애국가는 어떠냐'고 사람들에게 제안하고, 이를 바탕으로 토론이 일어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프레시안 : 많은 곡 중 왜 하필 아리랑인가?
임진택 : 내가 제안하고 있는 '아리랑 애국가'의 '아리랑'은 정확히는 1926년 나운규가 제작 감독 주연한 영화 <아리랑>의 주제곡이다. 영화 <아리랑>에 나오는 주제곡의 가사는 나운규가 썼고 편곡은 김영환이라는 음악인이 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경기지방 아리랑을 바탕으로 편곡한 곡조로 본다. 원래 아리랑은 우리나라 전국 곳곳에 각기 다른 곡조와 가사로 전승됐는데,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아리랑은 바로 나운규 선생의 아리랑이다.
'나운규 아리랑'은 1926년 영화 상영 이후 오랜 시간 우리 국민 사이에서 애국가 이상으로 사랑받아 왔다. 일제 강점기는 물론 해방 이후에도 한국사람 누구에게나 사랑받은 곡이다. 특히 해외 동포에게 아리랑의 영향력은 애국가보다 더 클 것이다. 적잖은 외국인도 아리랑을 알고 있다. 우리의 역사성과 특수성, 보편성을 모두 갖춘 곡이다. 지역과 파벌, 좌우 세대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알고 좋아한다. 아리랑을 우리 애국가로 부르면 이른바 '친일 애국가 논란'을 깔끔히 넘어설 수 있지 않겠나.
▲ 안익태의 생전 모습. 그의 친일 부역 행적이 밝혀지고 친나치 의혹이 연달아 제기되면서 애국가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자료사진.
"아리랑은 한국인 누구나 아는 곡"
프레시안 : 예술인으로서 친일 논란을 넘어, '안익태 애국가'에 비해 '아리랑 애국가'가 갖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임진택 : 근대국가의 국가라면 보통 그 나라의 독립·해방·건국 과정의 지난했던 시기를 통해 축적되고 걸러져 호소력과 보편성을 갖는 민족의 노래, 민중의 노래이기 마련이다. 많은 나라가 혁명가나 독립군가를 국가로 선택한 이유다. 애초 (친일부역 논란을 떠나) 특정 개인이 작곡한 음악을 국가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 아리랑은 어떤가? '나운규 아리랑'에 특정 작곡가의 편곡이 가미되었다고는 하나 이 곡은 애초 전통 민요다. 오랜 세월에 걸쳐 겨레의 혼을 담은 민족의 노래고, 민중의 노래다. 아리랑 자체로 애국가다. 아리랑을 애국가의 곡조로 차용할 명분과 자격은 차고 넘친다.
혹자는 아리랑 곡조에 비애의 정서가 너무 강하다는 지적을 할 수 있다. '아리랑 애국가'는 아리랑 곡조에 애국가 가사를 그대로 입히는 소위 '노가바(가사를 바꾼 노래)' 형식이 아니라, 아리랑의 '받는 소리'와 '메기는 소리', 애국가의 본가사와 후렴구를 교차시키는 구성을 시도했다. 단순 반복성을 넘어 다채로운 역동성이 살아나도록 구성을 달리 했다.
아리랑은 3박자 리듬의 전통 민요가락이라 국악 연주와 결합하는 것이 제격이지만, 편곡하면 서양 오케스트라와의 결합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민요조로의 합창 뿐 아니라 성악곡으로서의 합창 역시 가능하다. 악기 편성과 템포에 따라 제의적 기념행사는 물론 취주악, 행진곡으로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프레시안 : 이미 임 총감독이 '아리랑 애국가' 편곡까지 완료한 상태다. 동영상까지 제작했더라. 주변 반응이 호의적인가?
임진택 : 편곡이랄 것은 없고, 구성 연출을 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4월 11일 날짜에 맞춰야겠다는 생각에 급하게 동영상을 제작했다. 일단 세상에 곡을 내놓았으니 이제부터 차근차근 준비해나가야 한다. 내가 인사동 소리방에서 회원들에게 '아리랑 애국가'를 불러주었더니 다들 금방 따라하더라. 인권의학연구소(김근태기념치유센터)에서 진행하는 치유판소리 모임에서도 함께 불러보니 다들 신나했다.
지난달 27일 DMZ인간띠잇기 행사에 참가하는 '3.1혁명과 임시정부100주년기념사업 시민위원회'가 탄 버스에 동승한 김에, 참석자들에게 '아리랑 애국가'를 소개하고 가르쳐 드렸다. 반응이 아주 좋았다. 아리랑과 애국가의 결합이 처음 시도됐으나, 사람들에게는 이 곡이 이미 익숙하다. 다시 말하지만 올해는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다. 올해 정말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게 아니라, 진정 모든 국민이 함께 부를 수 있는 새로운 애국가를 만드는 일이라고 본다.
아리랑이야말로 탈이념적 곡
프레시안 : 앞으로 '아리랑 애국가'를 홍보하고 보급할 새로운 계획이 있나?
임진택 : 현재 제대로 된 이 곡 홍보영상을 만들 합창단 섭외를 논의 중이다. 앞서 급히 만든 영상에서는 내가 소리북을 치면서 날라리와 깽쇠, 장고 등 간단한 국악기로 반주했지만, 가능하다면 서양 오케스트라를 편성해 제대로 된 합창곡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우리 민족의 선율에 기반한 '아리랑 애국가'가 얼마나 훌륭한 국가의 격을 갖출 수 있느냐를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이 국민 다수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각급 학교에서 '안익태 애국가' 대신 '아리랑 애국가'를 부르는 운동이 일어나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이런 일은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정부가 나설 경우 필요 이상의 이념 논쟁이 일어날 수도 있어 민간의 힘으로 우선 시작하는 게 맞다고 본다. 뜻을 함께 하는 각계각층 시민들과 더불어 가칭 '아리랑 애국가 범국민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국민운동으로 추진해보려 한다.
프레시안 : 안익태 논란을 대하는 자유한국당이나 보수 언론의 태도를 보면, 이념 논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임진택 :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을 논의할 때 경기장에 공동입장하면서 들고나갈 깃발로 남북이 한반도기를 구상해냈다. 경기장 안에서 공동으로 국가가 울려야 할 때 어떤 국가를 내보내야 하나? '아리랑 애국가'만한 대안이 더 있겠나? 한반도기와 같은 역할을 '아리랑 애국가'가 할 수 있다고 본다.
통일 후 새로운 국가를 정하고자 할 때 남북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대안으로 '아리랑 애국가'만한 답이 있겠나? 가사가 문제라면 그때 가서 별도로 상의하면 될 일이다. 이념과 사상을 넘어 한민족 누구나 합의할 수 있는 0순위 곡목이 바로 아리랑이고, '아리랑 애국가'라면 그 대안을 준비하는 마중물로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동물학대 논란, 소싸움 대회를 어린이날에…"
지역 축제온 어린이들 싸움 구경
시민 감성 빠진 '전시 행정' 비판
소싸움 보며 불판에 한우 굽기도
군수·군의회 의장 등 대회 관람
녹색당 동물학대 피켓 들고 시위
전문가, 지역축제 시대상 맞춰야
제14회 완주전국민속소싸움대회 모습. 왼쪽 소가 달려오자 오른쪽 소가 도망가고 있다.
"소싸움대회를 굳이 어린이날에 열어야 하나요?"
어린이날인 5일 전북 완주군 화산면에서 '소싸움 대회'를 지켜본 나들이객들은 마냥 유쾌하지 않았다. 뿔을 부딪치는 육중한 소를 본 어린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회장엔 소가 끄는 달구지 타기 등 아이들을 위한 체험 행사와 소싸움을 보면서 불판에 한우를 굽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대회장에서 만난 부모들은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싸우는 모습이 교육적으로는 좋지 않은 것 같다"는 비판과 함께 더러는 "소싸움은 자연의 이치라 생각하고 애들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싸움소의 휴식공간'이라고 적힌 공간이지만, 소가 차량에 묶여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는 소싸움 대회를 어린이날에 개최하면서 시민 감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시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진행되는 '제14회 완주전국민속소싸움대회'는 지자체 예산 1억 8000만 원이 투입됐다.
지난 4일 열린 개회식에서는 완주군수와 완주군의회 의장 등 지역 정치인들이 참석해 축하 인사와 함께 대회를 관람했다. 대회엔 소방대원과 경찰청 사회복무요원도 동원됐다. 소방대원들은 먼지가 날리지 않기 위해 소싸움 대회장에 물을 뿌렸고, 주차장에 배치된 경찰청 사회복무요원들은 차량 안내를 맡았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축사에서 "소싸움 대회는 완주 소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홍보의 기회"라면서 "올해 어린이날과 연계하는데 좋은 경험 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열린 제14회 완주전국민속소싸움대회' 개막식 행사장 주변에서 녹색당 전북도당 관계자들이 예산 삭감 피켓을 들고 반대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대회장 주변에선 소싸움 대회를 '동물학대'로 규정하는 반대 시위도 벌어졌다.
녹색당 전북도당 권대선 활동위원은 "과거엔 용인됐던 체벌도 아동학대로 인식되는 시대인 만큼 동물들의 싸움도 동물학대로 봐야 한다"며 "억지로 싸움을 시키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게 교육적으로 좋은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 강재원 활동가는 "스페인의 3개 지자체는 투우를 금지하고 있고,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8년에 18세 이하는 투우 관람과 투우학교 재학을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를 논의해야 할 시기에 왔다"고 말했다.
제14회 완주전국민속 소싸움대회 홍보물.
전문가들은 지역 축제도 시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전주대 관광경영학과 최영기 교수는 "시대적인 변화에 논의가 필요하다"며 "싸움의 규칙을 변경해서 최소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회를 주관한 완주군은 소싸움 대회가 '문화재'라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어떤 관점에서는 학대라고 볼 수 있지만 규칙 안에서 체급이 비슷한 소들끼리 하기 때문에 크게 상처를 입거나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라져가는 무형문화재이며 이런 형태의 소싸움은 전국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없다"고 덧붙였다. /전북CBS 남승현 기자
닷새 만에 ‘또’ 부산 방문 PK 민심 공들이는 황교안
패스트트랙 지정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경부선 투쟁'에 나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거리에서 열린 '문재인 STOP! 부산시민이 심판합니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이번 주 부산을 시작으로 ‘문재인 정부 규탄’ 전국순회 일정에 다시 나선다. 지난주 경부선·호남선 투쟁이 KTX를 타고 부산을 비롯해 서울, 대전, 대구, 광주, 전주 등 대도시 거점 지역에서 대국민 여론전을 펴는 성격이 짙었다면 이번에는 민생현장을 찾아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행보를 보일 계획이다.
부산 시작 ‘文정부 규탄’ 전국순회
도보·대중교통 이용 민생현장에
이번 주 전국 순회의 시작점은 오는 7일 부산이다. 황 대표는 도보 또는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중소기업체, 시장, 마을회관 등을 찾아다닐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의 부산 방문은 지난 2일 이후 닷새만으로, 내년 4월 총선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울산·경남(PK) 민심을 일찌감치 선점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할 수 있다. 패스트트랙 법안의 부당성을 홍보하고 민생 문제를 적극 거론하는 ‘민생·생활 투쟁’을 통해 PK 지역 반문(반문재인)·보수 세력을 결집해 내년 총선에서 PK지역을 사수한다는 것이다. PK 지역은 과거 한국당의 전통 텃밭으로 불렸지만, 지난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등을 거치며 현 여권이 지지세를 크게 확장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PK지역에서 이른바 ‘이영자’(20대·영남·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국정지지도가 하락하는 등 현 여권 지지층의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또 4·3 보궐선거에서 ‘진보정치 1번지’로 통하는 경남 창원성산에서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단일후보에 불과 504표 차로 석패할 정도로 자신감을 키워 PK 사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황 대표의 비서실장인 이헌승(부산진구을) 의원은 “패스트트랙 정국이 끝났지만 대국민 스킨십에 주력하면서 부당성을 알리는 여론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황 대표를 중심으로 당 지도부가 PK지역을 비롯한 전국 곳곳을 한 달 가까이 차분히 훑으면서 민심을 경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늘어난 8조5천억원(지방소비세) 어떻게 나눌까
17개 시·도 분배방식 놓고 갑론을박
다음달 초 시·도지사 총회에서 결론
늘어나는 지방소비세를 어떻게 나눠야 할까? 이와 연동된 균형발전특별회계 사업 지방이양분은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조성되는 상생발전기금은 또 어떻게 할 건가?
17개 시·도가 지방소비세 확대로 늘어나는 지방재정을 어떻게 분배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광역시와 광역도간 이해관계가 첨예해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와 내년 새로 늘어나는 8조5000억원을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2일 각 시·도 예산담당관이 참석한 가운데 재정분권 실무회의를 열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결론 없이 끝났다. 이날 논의의 핵심은 지방소비세 인상으로 늘어나는 재정에 대한 분배 방식이었다. 중앙과 지방, 광역시와 광역도간 의견차가 너무 커 실무협의회(기획조정실장 회의, 10일)와 총회(시·도지사, 6월 초)에 앞서 의견을 조율하는 자리였다.
지방소비세는 올해 인상된 4%와 내년에 추가로 인상될 6%까지 모두 10% 늘어난다. 규모는 8조5000억원이다. 올해 3조3000억원이 늘어났고, 내년에는 5조2000억원이 추가로 더 는다. 이를 배분하기 위한 정부안은 올해 늘어난 3조3000억원을 기존 방식대로 소비지수에 가중치(수도권 1, 광역시 2, 광역도 3)를 곱한 비율로 나누자는 것이다. 이 경우 수도권에 일방적으로 많은 세수가 돌아간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상생기금 조성이 지난해까지만 적용되는 한시조직인 만큼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대신 내년에 추가로 늘어나는 5조2000억원 중 3조6000억원은 균형발전특별회계 중심으로 지방에 이양하자고 주장한다. 이는 전체 지방소비세의 4.1% 규모다. 남은 1.9%는 기존 배분방식인 소비지수 가중치 적용 배분방식을 따르자고 한다.
지방소비세는 지방의 자주재원 확보를 위해 2010년 시행됐으며, 국세인 부가가치세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한 재정이다. 이 재정의 분배방식은 기본적으로 소비지수 가중치(1대 2대 3)를 적용해 배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대로 배분할 경우 수도권에 과도하게 많은 재정이 돌아간다. 열악한 지방재정 확충이라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수도권 지자체들이 세액의 35%를 출연해 만든 상생기금을 지방에 나눠주고 있다. 문제는 이 조항은 올해까지만 적용되는 한시조항이라 내년부터는 적용되지 않는다.
강상구 전남도 예산담당관은 "재정분권은 지방의 자주재원 확보가 목표인데 기존 지방소비세 배분방식을 적용하면 수도권-비수도권 격차가 더 벌어진다"며 "이를 보통교부세 방식으로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소비세 배분방식으로는 수도권 39.6%, 비수도권 60.5%다. 하지만 보통교부세 배분방식으로는 수도권 10.9%, 비수도권 89.1%다.
광역시 입장은 또 다르다. 특히 인천시가 가장 첨예하다. 인천시는 지방소비세 분배 때는 광역시임에도 불구하고 가중치 2가 아니라 1을 적용받는다. 그러면서 또 수도권 지자체들이 분담하는 상생기금은 낸다. 이 때문에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손해를 많이 봤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김광용 인천시 기획조정실장은 "인천 입장에서는 가중치는 광역시 기준인 2를 적용하고, 수도권 상생기금 납부 대상에서는 빼 달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시도지사가 원만히 합의해야겠지만 지금은 소속 지자체의 이익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마냥 다툴 수만은 없다. 자칫 지자체간 갈등으로 비쳐질 경우 예정된 신규 인상이 물건너 갈 수도 있다. 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시도간 협의를 통해 조정하자는 기본 방침에 모두 합의하고 있다"며 "상생의 자세로 의견 차를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김신일 홍범택 기자 ddhn21@naeil.com
빚때문에 극단적 선택...아이들은 선택권이 없었다
어린이날, 가슴 아프고 우울한 소식입니다. 네 살과 두 살배기 아이를 포함한 일가족 네 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빚에 시달리던 부모의 극단적인 선택에 자녀들은 영문도 모른 채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경기도 시흥시의 한 외딴 농로. 어린이날 새벽, 이곳에 세워진 한 렌터카 안에서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소방 관계자 : 신고자가 렌터카 반납하는 대리기사였대요. 현장에 나가서 보니까 성인남녀가 아이 한 명씩 안고.]
숨진 아이들은 고작 네 살과 두 살밖에 안 된 어린 남매였습니다.
[인근 주민 : (남편이 봤는데 경찰)차가 수십 대가 잔뜩 왔더래요. 일가족 어린애 네 살 먹은 애하고 그러니까 남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타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뚜렷한 직업이 없던 부부가 빚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거라는 게 경찰 추정입니다.
[경찰 관계자 : 주물공장에 다녔다고 하는데 한 달 전부터 관둬서 무직 상태가 된 것 같아요. (빚이) 7천여만 원 됐던 것 같아요.]
생활고나 가정불화를 이유로 부모가 자녀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은 끊이질 않습니다. 지난해 충북 옥천에서 빚 독촉에 시달리던 가장이 가족을 살해한 뒤 자해를 시도했고, 재작년 신변을 비관한 50대가 집에 불을 질러 자식과 함께 목숨을 끊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자녀에게 고통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라지만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지 않는 엄연한 '타살'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입니다.
[이나영 /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이미 태어난 아이들이 생명을 가진 독립적 주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 동반 자살을 선택했기 때문에 가족 살해라고 볼 수 있어요.]
어린이가 가장 행복해야 하는 어린이날, 어린 생명 둘은 부모의 극단적인 행동 탓에 꿈도 제대로 못 피워보고 그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YTN 차유정입니다.
전국 1등 요양왕국의 비밀
전국 최대 규모의 요양 시설에서 억대 횡령·배임 사건이 발생했다. 시설 대표가 사법처리까지 됐지만 감독 당국은 관련 사실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고 행정처분은 없었다. 또 이 시설은 한 해 동안 지급된 장기요양보험 급여 60억 원 중 3분의 1 이상을 금융부채 상환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장기요양보험 급여가 결국 개인 이익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셈이지만 현행 규정으로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B 요양원은 법인 매출 기준 전국 최대 규모의 요양 시설이다. 자산 규모 139억 원, 연 매출 78억 원, 직원 수 200여 명, 입소정원은 300여 명이다. 원주 도심에 위치한 지상 8층, 지상 6층 규모의 건물도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이 시설을 운영하는 법인에 지급된 장기요양보험 급여 총액은 60억 원에 이른다.
▲ 강원도 원주시 B 요양원
자녀들에겐 벤츠...생활비도 요양원 돈으로
지난해 9월 선고된 춘천지법 원주지원의 판결문에 따르면, 2013년부터 4년 동안 이 시설 이사장 안 모 씨는 시설 운영 법인의 돈 4억 원을 사적으로 사용했다. 법인 명의로 구입한 5,900만 원 상당의 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와 1,500만 원대 아반떼를 아들과 딸에 제공했다. 가족이 살 아파트를 법인 자금 2억 6천만 원을 들여 구입했다. 시설에 근무하지 않는 딸에게 급여를 지급한다는 명목으로 총 33차례에 걸쳐 6,000만 원을 빼돌렸다. 이 돈은 안 씨 본인과 딸의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
▲ B 요양원 이사장의 횡령·배임 내용들
요양보험 급여 20억 원...법인 부채 상환에 쓰여
B 요양원은 2008년 입소정원 9명 규모의 소형 시설에서 시작해 불과 10년 만에 전국 최대 규모의 시설로 성장했다. 이 같은 빠른 성장의 이면에는 제도의 허점이 있었다. 이 시설 운영 법인이 공시한 재무회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 시설의 금융 부채는 106억 원이 넘었다. 건물 신축과 운전 자금 확보를 위한 대출이었다.
상환에 투입되는 재정은 연 20억 원이 넘는다. 지난해 15억 원가량이 원금 상환, 6억 원가량이 이자 상환에 들어갔다. 이 금액을 충당하는 것은 입소자 가족이 내는 본인 부담금과 장기요양보험 급여다. 이 시설이 한해 지급받는 장기요양보험 급여 60억 원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법인의 부채 상환에 쓰이고 있는 셈이다.
▲ 2018년 B 요양원이 원금과 이자 상환에 지출한 돈은 장기요양급여의 3분의 1 이상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상환이 완료되면 법인은 부채가 없는 건물을 온전하게 소유하게 된다. 상당액의 장기요양보험급여가 결국 법인의 이윤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시설 운영 목적의 원금 상환금은 상한 없이 회계 처리할 수 있도록 열어 놓은 현행 재무·회계 규칙을 악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설 운영을 위한 대출금에 한해 필수적인 지출 이외의 급여에서 원금 상환금을 지출할 수 있게 해놓고 있다며, 문제가 확인되면 상한 설정 등의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장기요양기관 재무·회계규칙. '원금상환금' 회계 처리를 허용하고 있다.
횡령,배임 판결 받아도 책임은 지지 않는다
B요양원 법인 이사장 안 씨는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선고 이후에도 안 씨는 문제 없이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횡령·배임으로 법인에 막대한 손해를 입혀도 이사장 안 씨에 책임을 물을 사람은 없다. 이 법인의 이사, 주주는 안 씨의 직계가족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감독 당국의 행정처분도 없었다. 원주시청 관계자는 취재진이 B 요양원의 횡령·배임 사건에 대한 처분 결과를 문의하자 해당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답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며, 법인 회계 상 발생한 불법 행위는 감독 과정에서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관리공단 관계자 역시 공단은 부당 청구에 대해서만 관여할 뿐 시설의 형사 범죄는 소관이 아니라고 말했다.
취재진은 B 요양원 측에 취재 내용을 밝히고 수차례 해명을 요청했으나 B 요양원 측은 답변을 거절했다./뉴스타파 오대양
요양원은 적발되지 않는다
-어르신들! 오늘은 보신탕입니다.
-날마다 파티에요. 세상에 온 건 소풍 온 거랍니다.
대전에 있는 좋은마을 요양원 원장 이 모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노인들에게 대접하는 음식 사진과 함께 정성을 다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 원장은 지난 2017년 사기와 횡령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현재 감옥에 있다.
▲ 이 모 요양원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 이 요양원에서는 8년 동안 26억 원의 부정수급과 횡령이 발생했다
요양원장의 특별한 재테크 전략
이 원장은 2014년부터 일단 자신의 딸을 요양보호사로 허위등록했다. 딸은 당시 해외에 유학 중이었다. 한 달 급여를 150만 원으로만 잡아도 19개 월 동안 약 2천 8백여 만 원을 빼돌린 셈이다. 이 원장에게 요양원 운영을 넘겨준 오빠 이 모 씨는 “외국에 간 제 딸을 요양보호사로 등록해놨으니 내 동생이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요양보호사를 허위로 등록하는 방법은 딸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이 원장은 2015년 1월에 31명의 요양보호사가 있다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고하고 장기 요양 급여를 청구했다. 하지만 실제로 31명 중 7명은 요양보호사가 아니라 조리사, 관리인 등의 업무를 했다. 조리사, 관리인 등을 채용할 비용을 아낀 셈이다. 필수적인 요양보호사 인력이 줄어 서비스의 질은 떨어졌다. 이 원장은 이런 수법으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26억 원을 공단에 부당청구했다.
▲ 좋은마을 요양원 측이 직접 작성한 인력 현황 자료
미등급 노인들은 ‘살아있는 통장’
이 원장이 돈을 만드는 방법은 또 있었다. 장기요양등급이 없는 노인을 시설에 수용하는 것이다. 많게는 한 달에 12명까지 수용했다. 그리고 ‘입소비’라는 명목으로 1인당 매달 50만 원을 받았다. 기존 시설에 수용하고, 있는 인력으로 관리하고, 숟가락만 좀 더 얹으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입소비 통장’은 이 원장이 직접 관리했다.
이 통장에서 이 원장의 개인 적금 100만 원, 보험료 100만 원이 매월 빠져나갔다. 조카 원룸 월세도 여기서 나갔다. 이런 방식의 횡령액이 5천만 원이 넘는다. 좋은마을 요양원에서 근무했던 직원은 “입소비가 입소 어르신에게 사용된 적은 없는 셈”이라며, “(이 원장이) 펑펑 쓰고 다닌 것”이라고 말했다.
▲ 요양원장이 직접 관리한 미등급 노인들의 ‘입소비 통장’
8년 동안 비리...아무도 감시하지 않았다
이 원장은 8년에 걸쳐 26억여 원을 부당청구했지만 단 한차례도 관리 당국에 적발되지 않았다. 관련 사건은 내부 고발자가 신고를 해 겨우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다.
대전 중구청은 1년에 평균 4차례 지도점검을 했지만 시설 설비와 준비된 서류를 보는데 그쳤다. 특히 지도점검 일시를 사전에 고지해 요양원이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좋은마을 요양원에서 일한 전직 직원은 “지자체 지도점검 시 준비된 서류만 본다. 당직 등으로 보호사 숫자를 정리해놓았기에 서류는 완벽했다”라고 말했다.
대전 중구청은 시설 관련 점검은 하지만 보조금 문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업무라는 입장이다. 건강보험공단은 현지조사할 권한이 없다고 지자체에 책임을 넘겼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지역본부 관계자는 “관내 장기요양기관 수가 2천 8백여 개에 달해 인력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전체 기관을 1년에 100개씩 현지조사하면 28년이 걸린다”고 답했다. /뉴스타파 김새봄
시흥 일가족 극단적 선택 뒤엔 개인회생제도 실효성 문제 있었다
어린이날인 5일 경제난에 빠진 부부가 어린 자녀들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개인회생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먹고 살게는 해주면서 빚을 갚게 해야 하는데, 현 제도는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서민 채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주빌리은행의 홍성만 사무국장은 7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개인회생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앞서 5일 경기 시흥의 한 농지 앞 공터에서 A(34)씨와 부인(35), 아들(4), 딸(2) 등 일가족 4명이 렌터카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부는 7,000만원 정도의 빚이 있었고, 개인회생 절차에 들어가 월 80만원을 상환하던 중 최근 실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황과 “사채 빚 때문에 A씨 부부가 힘들어했다”는 유족들의 증언을 토대로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홍 사무국장은 매달 상환하는 금액이 과다하고, 직업을 잃는 등 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졌을 때를 감안한 보완책이 개인회생 제도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개인회생은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개인 채무자의 빚을 법원이 강제로 재조정하는 제도다. 채무자의 실질소득에서 법정생계비(중위소득 60% 기준)를 뺀 금액을 3~5년간 갚으면 나머지 빚을 면제해준다.
월 납부금 산정과 관련, 홍 사무국장은 “판사 재량이 굉장히 크게 영향을 미친다”며 “상환액을 좀더 상향시키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 우리들의 관점에서는 징벌적이라는 인상이 짙다”고 말했다.
때문에 월 상환액을 감당하지 못해 개인회생 기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홍 사무국장은 “지난해 법률구조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는 (개인회생 포기율이) 27% 정도라고 하는데, 우리가 실제로 보면 50% 가까이 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빚을 갚기 위해 또 빚을 내 ‘헤어나올 수 없는 빚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채무자들까지 속출하기도 한다. 홍 사무국장은 “상환액이 채무자들이 부담할 수 있는 능력보다 많이 잡히다 보니 또 대출을 받는다”면서 “대부업체에 개인회생 신청자 대상 대출상품이 있는데 고이율에 아주 약탈적”이라고 비난했다.
두 번째 문제점은 병이나 실직으로 빚을 갚을 능력을 잃었을 때를 대비한 특별면책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홍 사무국장은 “신청 요건이 굉장히 까다롭고, 실제 법원에서 특별면책을 해주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개인회생 중 지난해 하반기 말기암 판정을 받은 사례를 소개하면서 “수술 받고 일을 못하게 돼 특별면책을 신청했는데 채권사 중 대부업체 한 군데가 동의하지 않아 면책을 받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홍 사무국장은 “비현실적으로 책정돼 있는 법정생계비를 높이고, 추가 생계비를 적극 인정해 줘서 (채무자들이) 개인회생을 완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관계 당국에 요구했다. 또한 갑자기 직장을 잃거나 큰 병을 얻은 경우 상환 유예나 상환 의무 감면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바다가 어민만의 것 아니라고 항의하는 분들께
[주장] 청년어부가 생각하는 '해루질'
▲ 맨손어업의 범위는 썰물에 드러난 갯벌이 전부라서 어부의 손과 발이 닿는 구역 또한 매우 제한적이다. ⓒ 강민구
몇 년 전부터 바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늘어났다. 전국의 해안이나 섬에서 해양·레저체험이 활발해졌다. 어촌 체험 마을의 체험 프로그램이 생겨나면서 일반인이 쉽게 바다 체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웰빙문화 확산으로 수산물에 대한 반응이 좋아지면서 낚시나 해루질(밤에 얕은 바다에서 맨손으로 어패류를 잡는 일)이 활발해졌다.
하지만 마을 어장이나 면허지에 들어가서 수산자원을 불법 포획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현지 주민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농·축산물에 비해 양식이 어려운 수산물의 경우 자연적으로 채취하거나 조업을 통해 잡다 보니 가격이 비싼 편이다. 썰물에 한정된 구역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에게는 큰 피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다양하고 저마다 법적으로 해석하기에 따라 불법이 합법화되기도 하여 어민과 비어업인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맨손어업은 호미나 낫 등 한정된 도구를 사용하는 어업을 말한다. 과거에는 시야를 밝힐 수 있는 횃불을 들고 해안선이나 갯벌을 걸어 다니면서 조개나 낙지, 문어, 소라 등을 포획했는데 최근에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손전등이나 서치라이트로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서해안의 경우 조수간만의 차가 큰 해안으로 하루에 두 번씩 물이 들고 써는 자연현상이 벌어지는데 맨손어업에 종사하는 어민은 이 물때에 수산물을 포획·채취한다.
어민은 해당 주소지의 지자체에 맨손어업 신고를 하여 신고필증을 교부받고 수협 법에 근거하여 수협조합원 및 어촌계원으로 가입, 해양수산청에 어업 경영체 등록하는 등 어업에 필요한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이처럼 다양한 기관에서 요구하는 자격을 갖추어야 비로소 제한된 구역 내에서 어업이 가능하다.
법에서 규정하는 어업인은 무엇일까? 수산업법을 보면 제2조 11호에서 어업인을 규정한다. 어업인은 '어업자'와 '어업종사자'로 구분하는데 이외에 '입어자'를 별도 호로 두고 있다. 입어자에 대한 설명은 어업인과 비어업인을 나누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어업신고를 한 자로서 마을어업권이 설정되기 전부터 해당 수면에서 수산동식물을 포획·채취하여 온 사실이 대다수 사람에게 인정되는 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어업권원부에 등록된 자라고 쓰여 있다. 대다수의 마을사람들에게 인정되는 자라는 점이 중요하다. 마을 어촌계에 속하는 계원 또는 마을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어업권은 어업인 개인에게 부여되는 생업과 직결되는 권리이다.
어민의 생업이 단순한 체험이나 레저활동과 같을 수 없어
▲ 홰낙지잡이에 나서는 어부. 썰물때에 맞추어 수없이 갯벌을 걸으며 물길을 익히며 체득하는 어부의 땀은 거저 생기지 않는다. ⓒ 강민구
한편 수협법에 근거하여 공식적인 조직의 성격을 갖는 어촌계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어촌에는 마을공동체적 성격을 갖는 계 조직이 있었다. 1962년 수협법이 제정되면서 통폐합되는 과정을 거쳤지만 마을공동체 회의를 통해 어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안건을 처리하는 시스템의 조직기구는 여전히 오늘날까지 자치기구의 중심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조직의 일원으로서 자격을 부여받고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는 점은 섬 공동체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비어업인들은 수산자원관리법 제6조에서 규정하는 도구를 쓰거나 마을의 면허지나 공동어장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어민으로서 어촌에서 살며 다양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함과 동시에 지역 주민들에게 인정받은 사람이 아니기에 해루질의 적법성, 타당성을 두고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비어업인들은 바다가 어민만의 것이 아니지 않으냐며 항의한다. 그렇다. 바다는 국가의 해양영토로서 어민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산업시설이나 기업체가 없어서 온전히 바다에 기대어 생계를 잇는 어민은 특수한 환경에서 살아간다. 그 때문에 어업권은 국가가 보증하는 권리임과 동시에 생존권이자 재산권이다. 그래서 어민은 권리에 상응하는 금액을 면허세로 내거나 까다로운 자격을 충족하는 조건을 이행하면서 권리를 보장받는다.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어민의 생업이 단순한 체험이나 레저활동과 같을 수 없는 이유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생물의 서식처 이동, 불법 해루질과 기계화된 어선어업, 외지 원정 어민들의 남획에 따른 자원감소 등 일반적으로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변화요인이 어민들에게 민감하게 작용하면서 이를 시정할 법 개정과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
필자는 섬에서 10여 년간 지내며 홰낙지잡이를 해왔다. 물론 어업인으로서 충족해야 할 요건을 충족한 다음에 말이다. 낙지의 습성이 빛을 싫어해서 밤에 주로 먹이활동을 하는 만큼 매일 30분씩 늦어지는 썰물에 맞추어 갯벌을 걸었다. 때로 낯선 이들을 만나 고향을 묻기도 했다. 일언반구 없이 지나가는 사람의 대부분은 외지인들이었다. 끝까지 추궁하면 말다툼으로 이어져 서로 기분이 상했다. 자격을 놓고 시비가 붙어 다툼이 일어나도 해결하기 어렵다. 단속하거나 중재하는 감독 기관의 역할이 절실하지만 관할 구역이 너무 넓어서 어려움이 크다.
한편 어민은 어떠한 공적 권한도 없어 이런 문제가 발생해도 제지할 수 없다. 마을 해안 곳곳에 어업인 외에 면허지 출입을 통제하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마을 자치를 위해 설치된 어촌계도 역할이 제한되어 있어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전문적으로 해루질을 하는 사람들은 해루질이 밤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타인 식별이 어렵고 감독기관의 관리 감독이 쉽지 않은 점을 잘 알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해루질과 관련된 카페가 생겨나고 있지만 올바른 인식을 시켜주는 당국의 활동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어민에게 바다는 생계 위한 생업의 터전
▲ 손전등에 의지하는 낙지잡이. 등불은 온전히 어부의 눈이 된다. ⓒ 강민구
섬과 바다에 대한 왜곡된 혹은 부족한 인식으로 전국 곳곳의 해안에서 해루질이 다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어촌 사회의 큰 문제이다. 그래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첫째로 어민의 어업권 보호를 위해 법적으로 어업인과 어업구역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더불어 해당 부처나 기관의 관리·감독도 강화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어업과 해루질의 바른 인식을 위한 활발한 홍보 및 교육 활동이다. 잡고 먹는 정도였던 기존의 체험활동도 바뀌어야 한다.
지역 어민들을 기반으로 하는 마을협동조합을 설립해서 어민이 교육자 자격으로 동행하는 갯벌 걷기체험, 생태교육, 해양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어떨까? 예컨대 직접 잡은 생물을 살려주는 교육은 생명존중의 가치를 확인하는 가족의 교육으로 좋다. 갯벌과 바다를 지리적, 생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키우는 점도 필요하다.
식문화의 다양화,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수산물이 식자재로서 주목받고 있는 사회 현상을 외면만 할 수 없다. 모두 만족하는 대안은 없는 걸까? 어촌계 혹은 도시지역의 읍·면마다 작은 '로컬푸드마켓'을 개설해서 직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하면 좋겠다. 믿고 먹을 수 있는 산지의 신선한 수산물을 구매하는 것이 어민에게 소득 증대로 이어지니 공정한 소비 사례가 될 듯하다.
바다에 기대어 사는 어민에게 이 바다는 생계를 위한 생업의 터전이다. 바다와 섬에 대한 국민들의 올바른 인식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짧은 기간에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으면서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를 방관하고 방치할 수는 없다. 문제를 해결할 대안 모색과 제도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 해양영토 또한 국가와 국민의 소유로서 수산자원은 미래의 곳간이자 후대에 물려줄 유산이라는 점에서 모두가 아끼고 살펴야 한다.
오마이뉴스 강민구(shrckakt22
2020년부터 어린물고기 밥상에서 사라진다
어린물고기 산란기까지 보장되는 해양생태계 만든다
▲ 어선위에 혼획 된 어린 물고기 어선위에 혼획 된 어린물고기가 널브러져 있다. ⓒ 환경운동연합
정부는 29일 자원량에 따른 금어기 및 금지체장을 강화하는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되는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에는 자원고갈이 우려되거나 어업인이 자원관리의 필요성을 제기한 14개 어종의 금어기와 금지체장을 조정하게 된다.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통해 "금어기와 포획체장을 강화하는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은 해양생물 보호와 지속할 수 있는 어업을 기대할 수 있는 변화의 시작"이라고 평가하며 "포함되지 않은 다른 어종의 어린 물고기의 금어기, 금지체장 강화뿐 아니라 어업지도 및 단속 시스템 정비로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개정안은 ▲어린 오징어 보호를 위한 금어기와 금지 체장 강화 ▲어린 가자미류를 보호하기 위한 금지체장 신설·강화 ▲어린 청어를 보호하기 위한 금지체장 신설 ▲산란기 삼치를 보호하기 위한 금어기 신설 ▲산란기 감성돔과 어린 감성돔을 보호하기 위한 금어기·금지체장 신설·강화 ▲어린 넙치를 보호하기 위한 금지체장 강화 ▲어린 대문어와 참문어를 보호하기 위한 금지체중 신설·강화 ▲대구 자원 보호를 위한 금어기 일원화 및 금지체장 강화 ▲미거지, 넓미역의 지역 특성 반영을 위한 제도 개선으로 구성돼있다.
특히 가자미 등의 어종은 어민의 자원관리 요청으로 체장이 강화됐다. 올겨울 새로운 어종으로 보여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어린 살오징어인 총알 오징어는 포획체장이 19cm로 강화된다.
우리나라는 2016년 어획량이 100만 톤 이하로 떨어진 90만 톤의 수준이었고 작년 약 100만 8천 톤으로 해양자원의 위기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업의 위기의 주범으로 기후변화, 남획, 혼획 등의 불법 어업을 지목하고 있다.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은 4월 30일부터 6월 10일까지 41일간 입법 예고되며 2020년 1월 1일 시행을 목표로 개정을 추진한다./ 오마이뉴스 이용기(lyk0402)
윤석열 협박 혐의 유튜버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소환 불응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여권 정치인들의 집 앞에서 협박 방송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튜버 김모(49)씨가 검찰 수사에 반발하며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특히 김씨 측은 최근 검찰의 움직임을 ‘기획수사’라 주장하며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를 요청하는 등 이 사건을 정치 쟁점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는 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신응석)의 소환 요구를 최종 거부했다. 김씨와 자유연대 등 보수시민단체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수사는 보수우파 시민운동가를 먼지털이식으로 수사해 그의 입을 막고 발을 묶어두려는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피해자라고 자처하는 윤 지검장이 수장으로 있는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나선 것은 누가 보더라도 편파, 불공정 수사라 출석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는 “웃자고 한 일에 중앙지검 검사들이 죽자고 덤빈다”고 비꼰 뒤 “부당한 수사에 맞서 합법적 투쟁을 하겠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소환에 불응하면서 대검에 수사심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대검 예규에 따르면 사건 관계인의 요청이 있을 경우,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ㆍ적법성 등을 논의할 수 있다. 김씨는 “일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1인 유튜브 발언을 문제 삼은 JTBC 방송이 나오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엄단 수사 지시를 내리고, 중앙지검이 부랴부랴 수사에 나섰다”며 “손석희 JTBC 사장이 기획하고 윤 지검장과 박 장관이 공모한 정치탄압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위원회 심의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소환 거부 움직임과 관련, 검찰은 일단 원칙대로 사건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사건 관계인이 검찰수사위에 심의를 요청하면, 서울고검 산하 시민위원 중 일부 인원을 선발해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가 개최돼 김씨의 주장을 검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 소환 조사 이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던 서울중앙지검도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김씨에 대한 재소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씨는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윤 지검장, 박원순 서울시장,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석희 JTBC 사장 등의 집 근처에서 총 16차례 협박성 유투브 방송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김씨는 지난 달 박 전 대통령 형 집행정지 결정 권한을 가진 윤 지검장 집 앞에서 “자살특공대로서 (윤 지검장을) 죽여버리겠다는 걸 보여줘야겠다”, “(윤 지검장) 차량 넘버를 다 알고 있다”는 등의 협박성 발언을 여과 없이 유투브를 통해 방송했다.
이와 관련 최근 검찰은 김씨가 이달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해산 촉구 집회 현장에서 자신과 의견이 다른 이모씨를 폭행한 증거도 확보해, 추가 혐의를 적용할 지를 검토 중이다. 김씨는 과거 다른 집회 현장에서도 반대 진영 참가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입건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어버이날 인기 선물, 2016~2018년 3년 연속 '용돈'이 1위
어버이날(8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부모님에게 드릴 '선물'이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어버이날 최고의 선물은 '현금'인 반면 최악의 선물은 '책'인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이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4월15일까지 5만7186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가장 비중이 높은 어버이날 선물은 '용돈'이었다. 현금은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29%와 32%의 선택을 받았고 지난해에도 29%로 1위였다. 2위는 뷰티(20%·2016년)와 건강식품(18%·2017년), 가전·가구(14%·2018년)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금일봉'과 꽃을 돈으로 감싼 '돈 꽃다발'에 이어 선물과 카네이션, 돈을 함께 담을 수 있는 '용돈박스'도 주목을 받고 있다. 다음소프트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어버이날 선물로 용돈박스와 돈 꽃다발 등의 실용성 강한 키워드가 인기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어버이날 받기 싫은 선물 1위는 '책'이었다. 다음소프트의 같은 조사를 살펴보면, 받기 싫은 선물 1위는 '책'(2569건), 2위는 '케이크'(681건), 3위는 '꽃다발'(547건) 등이었다. 이 업체는 조사 결과에 대해 책 선물은 열심히 살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케이크와 꽃다발 선물에는 진부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달 23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조사한 '5월 개인 휴가 계획과 예상 경비'에 따르면 어버이날 예상 지출액은 평균 27만원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날과 스승의 날을 포함한 예상 지출액의 평균은 54만이웠다. / 이호길 psylee100@mt.co.kr
고민정과 배현진… 같은 아나운서, 다른 정치 인생
아나운서 출신으로서 두 사람 모두 '소통'에 방점 둔 정치 행보 보여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왼쪽)과 배현진 자유한국당 서울 송파을 당협위원장/사진=머니투데이
양대 공영방송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했던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과 배현진 자유한국당 서울 송파을 당협위원장의 정치적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25일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비서실 대변인으로 고민정 부대변인을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고 대변인이 문재인 정부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참모였다는 게 발탁 이유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부대변인에서 대변인으로 승진한 고 대변인을 직접 불러 "내 생각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있고 당당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대변인 역시 문 대통령의 기대감에 부응하겠다는 각오다. 고 대변인은 "대변인은 대통령의 생각을 정확하게 읽어내야 한다. 정확한 정보 전달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철학과 성과를 잘 전달해서 국민들이 성과를 피부로 체감할 수 있게 하는 대변인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고민정 청와대 신임 대변인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고 대변인은 국민과 '논쟁'하지 않고 국민을 설득하는, 겸손한 대변인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고 대변인은 상선약수(上善若水·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물은 모두에게 생명을 주고, 다투지 않으며, 아래로 흐른다"고 언급했다. 이어 "논쟁보다는 이해와 설득을 할 수 있는 대변인이 되겠다"며 "더 겸손하게 성실하게 답할 수 있는 청와대 대변인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고 대변인 발탁 배경에도 고 대변인 '소통' 능력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수석은 "고 대변인은 대통령 비서실에서 가장 젊은 여성 비서관으로 폭넓은 계층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2017년 2월 당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천동 한 스튜디오에서 '주간 문재인' 촬영에 앞서 고민정 전 아나운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고 대변인은 박수현·김의겸 대변인에 이어 문재인 정부 세 번째 청와대 대변인이다. KBS 아나운서 출신으로, 2017년 대선 때 문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고 캠프에 합류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국민인수위원회에서 '대통령의 서재' 프로젝트를 맡았으며 2017년 5월부터 대통령비서실 대변인실 선임행정관이자 부대변인으로 활동해왔다. 고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의 지방 일정과 주요 공식행사 진행을 도맡아왔고, 지난 2월엔 선임행정관에서 비서관으로 전격 승진했다.
지난해 7월25일 당시 배현진 자유한국당 비대위 대변인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비공개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고 대변인처럼 아나운서 출신 여성 정치인인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 역시 보수정당에서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방점을 두고 활동 중이다.
자유한국당 전 대변인으로도 활동했던 만큼 배 위원장은 장외집회 등이 열리면 스피커로서 선두에 서서 연설을 한다. 다만 배 위원장은 줄곧 정부 여당과 대립각을 세워 온 만큼 고 청와대 대변인과의 정치 행적과는 거리가 있다.
배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한국당의 '문재인 STOP(스톱)! 국민이 심판합니다 2탄' 장외투쟁에서도 정부를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같은 회사 아나운서 출신인 한선교 한국당 사무총장과 집회 공동사회를 맡아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국민의 반을 개·돼지로 몰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사무총장은 이 과정에서 "여러분, 우리 배현진이 이러지 않았다"면서 "늘 예쁜 아나운서였던 배현진을, 문재인의 나라가 민주투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배현진 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왼쪽)과 한선교 한국당 사무총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 규탄 2차 장외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배 위원장은 특히 젊은 세대로서 보수정당 지지자로 살아가는 데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젊은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청와대와 여당의 주구(사냥할 때 부리는 개)가 된 민주노총, 언론노조의 뜻에 굴하지 않았다고 해서 '반동' 취급을 받아 회사(MBC)에서 쫓겨났다. 이게 맞는 일이냐"며 "우리가 사는 곳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닌 대한민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여타의 젊은 세대와 자신이 다르지 않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배 위원장은 본인을 "저는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37세 청년"이라며 "일 하느라 시집 못 가고 부모님을 모시며 열심히 살았다"고 소개했다.
배 위원장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부터 약 8년간 MBC 뉴스데스크 앵커로 활동했다. 2012년 노조 파업 중 103일간 파업하다 노조를 탈퇴하고 앵커로 복귀해 노조 측과 불화를 빚었다. 2017년 말 해직 PD 출신 최승호 신임 사장이 취임하자 앵커에서 제외됐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와 배현진 전 대변인(왼쪽)이 지난1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The K 타워에서 열린 '당랑의 꿈' 출판기념회에서 축하공연을 관람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결국 지난해 3월 MBC에 사표를 내고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의 영입 인물 중 한 명으로 한국당에 입당했다. 입당 직후 지난해 6월 재보궐선거에 서울 송파을 지역의 한국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29.6%의 득표율을 얻는데 그쳐 낙선했다. 이후 한국당 대변인을 맡았다가 홍 전 대표의 유튜브 채널 'TV 홍카콜라' 총괄 제작자를 거쳐 현재는 당협위원장직만 유지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탈원전으로 한전 적자? 가짜뉴스 남발”
어기구, 민주당 원내대표단 회의서 “모든 것이 ‘기승전탈원전’…사실관계 면밀히 확인, 간곡히 부탁”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가 7일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과 탈원전 관련 가짜뉴스가 넘쳐난다”며 “지금 당장 탈원전이 급진적으로 추진되는 것처럼 일부 언론이 계속 보도하는 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에너지전환정책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좀 더 면밀히 확인해줄 것을 언론인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어 원내부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든 것이 ‘기승전탈원전’으로 결론난다. 정부 정책에 흠집 내기 위한 저열하고 의도적인 것으로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와 거리가 먼 얘기”라며 “이 ‘가짜뉴스’들은 탈원전으로 한전 적자가 늘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한전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설비·보수 비용을 줄여 산불이 발생했고, 화력발전을 더 많이 돌려서 미세먼지가 급증했다는 주장이다. 한전 실적 부진이 탈원전 때문인지 정확한 팩트체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 원내부대표는 한전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들어 보이며 “569쪽을 보면 2018년 영업비용은 국제에너지 가격상승에 따라 연료비가 전년대비 3조 5682억원 증가했고 민간발전사로부터 전력 구입량 증가에 따른 구입 전력비가 4조 432억원 증가했다. 한전의 적자 이유가 정확히 사업보고서에 나와 있다. 약 7조 6000억원 비용이 더 발생했다”며 “실제 국제연료가격을 전년대비, 올해 유가가 30% 급증했고 LNG도 16.2%까지 급증했다. 유연탄 역시 21% 급증해 한전의 적자 원인은 연료가 상승이다. 정확히 써줘야 한다”고 말했다.
어 원내부대표는 “한전 적자 원인이 연료비와 민간구입전력비 급증이 아니라 탈원전때문이라는 보도가 지난 4월25일 언론에 보도됐다. 다음날 한전이 해명자료를 냈지만 정정보도는 이뤄지지 않았다. 5월 1일에도 한전 적자 원인이 탈원전 때문이라는 언론보도는 또다시 이어졌다. 이번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직접 나서서 해명자료를 냈지만, 마찬가지로 정정보도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달 25일 ‘공시 사업보고서에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한 원인인 ‘비용증가’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에 따른 것이라고 명시했다’는 보도에 “향후 대규모 설비투자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소요 되는 정책비용 증가 등으로 재무여건 악화가 전망된다는 ‘예측정보’를 마치 ‘실적정보’인 것처럼 잘못 인용했다”며 “한전은 공시 사업보고서에 한전의 영업적자의 주된 원인이 국제 연료가격 상승이라고 명시했다”고 해명자료를 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조선일보의 지난달 26일자 “한전, 탈원전 때문에 실적 악화 사실상 인정” 보도와 지난 1일자 “文케어로 건보공단 4조, 脫원전으로 한전 3조 이익 급감” 보도에 각각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산자부는 “2018년 한전의 실적 하락은 국제 연료가격의 상승과 원전 정비일수 증가에 따른 원전 이용률 하락이 주원인이며, 에너지전환(‘탈원전’) 정책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으며 “인위적으로 원전가동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번 정부 들어 원전 안전규제를 강화한 바도 없다. 또한 원전 설비규모는 2024년까지 오히려 증가(2017년 22.5GW, 24기 → 2024년 27.2GW, 26기 → 2030년 20.4GW, 18기)한다”고 밝혔다.
어기구 원내부대표는 “언론인 여러분께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가짜뉴스를 생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민들도 불안해한다. 문재인 정부 에너지정책 전환은 60년에 걸쳐 점진적, 점차적으로 에너지믹스를 조정하는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원전은 줄어든 적이 없다. 탈원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외모지상주의·性상품화 그만"…설 땅 줄어드는 미인대회
성상품화·획일화된 美 기준 등 비난에 미인대회 폐지 또는 축소
전문가 "여성관 바뀌며 미인대회 축소 계속될 것
페미니즘 확산으로 인해 매년 4~5월 집중 개최되는 미인대회가 주춤하고 있다. 성 상품화 등 논란에 부딪힌 미인대회는 행사 규모를 줄이거나 폐지하는 모양새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도 폐지에 동감한다는 의견과 과도한 비판이라는 쪽으로 의견으로 엇갈리고 있다.
◇“성상품화 반대” 목소리에 미인대회 역사 속으로
성 상품화·획일화된 미의 기준 강요·수동적인 여성상 강요 등의 이유로 여성계의 비판을 받아온 미인대회가 최근 들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실제 서울 종로를 빛낸 10대 사업으로 꼽히던 정순왕후 선발대회는 올해부터 열리지 않는다. 지난 19일에 제4회 정순왕후 선발대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여성계의 반발 여론에 부딪혀 폐지됐다. 해당 대회는 △조선 시대 간택 모습 재현 △아버지 한자 이름 쓰기 심사 △정순왕후가 과부인 점 등을 이유로 “수동적인 여성상을 강요한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종로구는 “대회의 취지가 변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내부적으로 검토했다”며 “그 결과 여성계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여 대회를 취소키로 했다”고 밝혔다. 경상남도 김해에서 열렸던 단감 아가씨 선발대회도 2017년 행사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 미인대회 관계자는 “미인대회를 보는 시선이 예전 같지 않다”며 “미인대회가 무슨 자격으로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느냐는 비판이 많았다”고 전했다.
국내 대표적 미인대회인 미스코리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6년 당시 야외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대전·충남 예선 대회는 대전 여성단체연합의 반발로 개최 장소가 실내로 변경된됐다. 당시 대전여성단체연합은 “지방자치단체가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고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며 “야외 행사를 용납할 수 없다”며 대전시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미인대회 폐지를 바라보는 시민의 시선은 엇갈린다.
윤지혜(27)씨는 “여성이 방긋방긋 웃으며 심사위원들에게 외모로 평가받는 모습이 이제는 이질적으로 느껴진다”며 “각자의 외모는 개성의 대상이지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윤씨는 또 “미인대회는 기준에 맞춰 순위가 정해지는 만큼 획일화된 미의 기준이 생길 여지도 크다”고 설명했다. 미인대회가 여성인권 신장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과도한 해석이라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황지원(34)씨는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듣고 싶은 것은 사람의 본능”이라며 “미인대회가 폐지되면서 출전권마저 박탈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씨는 “대회에 참여하고 이를 시청하는 것은 개인 선택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미인대회 축소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탈코르셋 운동 등의 페미니즘 운동은 남성이나 특정 기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라며 “페미니즘 운동이 거세질수록 여성들은 외모 외에 다양한 역량들을 키워나가고 도전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페미니즘 운동이 지속되는 한 미인대회는 계속해서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65세 이상 고령층 '통신 생활'···알뜰폰 7~8년 쓰고 '자녀 대납 요금제' 문의 최다
70대 알뜰폰 사용자 ㄱ씨는 최근 다급한 목소리로 KT엠모바일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평소보다 3배가량 많은 3만원의 요금이 명세서에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놀러 온 손주들이 와이파이(Wi-Fi)가 없는 ㄱ씨 집에서 ㄱ씨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많이 사용한 게 이유였다. ㄱ씨는 “자식들이 힘들게 번 돈으로 휴대전화 요금을 내주는데, 내가 함부로 쓰면 안된다”고 말했다.
KT의 알뜰폰 자회사인 KT엠모바일에서 65세 이상 고령층을 전문 상담하는 박미정 상담사(30)는 ㄱ씨와 같은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며 “‘손주들과 나눈 영상통화에 요금이 나오는지 미처 몰랐다’거나 ‘요금을 대신 내주는 아들이나 며느리에게 미안하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노인전문 상담사를 운영하는 KT엠모바일에 걸려오는 상담전화를 통해 고령층의 ‘통신 생활’을 들여다봤다. 알뜰폰 전체 가입자 810만명 중 440만명이 내국인이고, 이 중 30~40%(132만~176만명)가 65세 이용자로 추정된다.
본인이 직접 요금을 내는 경우 1만~3만원 요금의 청구일을 하루 이틀 미뤄달라는 요청 전화가 적지 않다. 요금 청구일을 신용카드 대금 청구일(가령 매달 14일)보다 하루 이틀 늦추면 이번달 휴대전화 요금을 다음달 카드 대금으로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요금 청구일을 국민·기초연금이 나오는 날로 맞춰달라’는 요청도 들어온다. KT엠모바일의 65세 이상 노인 고객들은 주로 월 8800원, 1만4300원, 1만9000원 요금제를 쓴다.
휴대전화 평균 교체주기가 2년이라고 하지만 7~8년까지 쓰는 노인들도 있다. 서비스 업데이트가 안되는 건 물론이고 충전기를 빼자마자 전원이 꺼지는 경우도 흔하다. 이럴 때 상담사들은 단말기 서비스센터 위치와, 서비스센터로 가는 버스 번호 또는 서비스센터까지 가는 택시비를 알려준다. 박 상담사는 “물건을 최대한 아껴써야 한다는 아버님·어머님들의 습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65세 이상 알뜰폰 사용자가 이런 모습은 아니다. 한 달에 통화 1000분을 넘게 쓰는 경우도 있고, 해외여행을 앞두고 로밍을 신청하는 일도 많다. 요즘은 2G·3G요금제에서 1만6500원, 2만7000원 요금제인 LTE(4G)로 갈아타는 사례도 많다.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받아보거나 영상통화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4월부터 노인전문 상담을 해온 KT엠모바일 상담원들은 최대한 ‘쉽게, 천천히, 반복해서’ 설명한다. 노인전담 상담사 1명이 하루 평균 70통의 상담 업무를 처리하며 KT엠모바일 누적 상담 건수는 5만3000건이 넘는다.
노인들이 가장 많이 어려워하는 통신용어는 데이터 용량이다. ‘데이터 300메가바이트(MB), 500메가바이트’라고 말하면 “그래서 몇 시간 동안 쓸 수 있는 건데?”라는 질문이 돌아온다. 그러면 상담사는 “선명한 사진을 받아볼 때와 흐릿한 사진을 받아볼 때 등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알려준다. 상담사들은 “우리 자식들도 와이파이가 무슨 뜻인지 안 알려줬는데, 알려줘서 고맙다”는 답변을 듣기도 한다.
상담전화를 하는 노인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점이다.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한다’거나 ‘아들과 딸이 대기업에서 일한다’ ‘과거에 내가 높은 지위에서 일했던 사람이다’ 등 통신과는 무관한 이야기들이 상당수다. 김국현 KT엠모바일 노인전담상담팀장은 “유독 자기 말씀을 많이 하시는 이유가 말동무가 필요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상담사는 “스마트폰을 어떻게 끄는지 모르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노인분들도 편하고 저렴한 통신 서비스를 원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문재인정부 3년차 '성패' 키워드 (1) 성과] '힘들다'는 국민 앞에 '지표 좋아' 공감 못 얻어
"같이 아파하는 정부 바란다" … "적폐청산, 벌리기 보다 사회개혁 제도화로 완성해야"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 문재인정부가 임기의 반환점(2019년 11월)을 목전에 두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준비와 실행을 동시에 감당하는 비상시국에서 출발했고, 국민 기대만큼은 어느 정권보다 높았다. 문재인정부는 앞의 언급처럼 평범한 국민의 삶을 바꾸는 것에 국정운영의 목표를 뒀다.
취임 후 2년차에 돌입한 올해 초 문 대통령은 "국민의 삶 속에서 정부의 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체감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민생, 지표와 국민체감 괴리 = 문재인정부 2년은 경제·민생, 적폐청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3축의 성과에 대한 평가로 요약된다.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부정 평가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역대 모든 정부가 그렇듯 경제·민생이 제1의 국정목표다. 특히 '일자리정부'를 표방한 문 대통령으로선 더 각별한 분야다.
문 대통령, 어린이들과 집무실에서 | 문재인 대통령이 어린이날인 5일 오전 청와대 집무실에서 초청된 어린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청와대는 강원도 산불진화 소방관, 군인, 경찰 자녀와 산불 피해 초등학교 학생 및 아동정책 수혜 아동, 독립유공자 후손 등 총 180명의 어린이를 청와대로 초청해 행사를 열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올 1월 신년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국정운영에서 가장 아쉬운 점'을 묻는 질문에 "고용지표가 부진해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아픈 점이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4월 30일 국무회의에선 "2~3월 2개월 연속 전년 대비 취업자 증가 규모가 20만 명대 중반 수준으로 올라섰고, 15세부터 64세까지 고용률도 상승으로 돌아섰다"고 반기면서도 "제조업과 도소매업의 고용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40대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은 아주 아픈 부분"이라고 했다. 한국경제의 기록적인 성장세와 평범한 국민이 느끼는 경기 체감도가 적잖은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으로 읽힌다.
한국갤럽 5월 1주차(4월30일, 5월 2일.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여론조사에서 '경제정책'에 대한 긍정평가(잘하고 있다)는 23%를 기록했다. 지난 2017년 8월(16~17일) 54%, 지난해 5월 1주(2~3일) 47%와 큰 격차를 보였다. 국민체감과 무관하게 '거시지표 안정' 등 외형적인 수치만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오히려 경제분야에 대한 평가를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 한 관계자는 "국민은 힘들다는 데 청와대에서는 '지표는 안정적'이라고 하면 공감을 얻기 힘들다"면서 "위기 상황보다 대처하는 태도가 문제를 키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정책의 실질적 효과가 민간에서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면서 "비판적 목소리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보완하면서 정부의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상이 된 한반도 평화? =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 위협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9일 평양 5.1 경기장에서 15만 평양시민에게 남북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선언했다. 문재인정부 2년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평가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중단됐고, 남북은 비무장지대의 실질적 비무장화를 포함한 사실상의 '남북 종전선언' 수준까지 합의했다. 북미간 비핵화 대화도 역대 최고수준까지 다다랐으나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의 2차 북미회담을 기점으로 교착국면에 들어갔다. 지난 4일 북한이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발사 하면서 1년 반 전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남북미 정상간 신뢰를 바탕으로 '톱-다운' 대화를 추동하고 중재해 온 문 대통령으로선 또 한번의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비롯한 외교·안보 관리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평가의 핵심 동원이다.
취임 후 2018년 7월 베를린 쾨르버재단 연설에서 출발해 일관된 목소리와 노력이, 남북관계를 이념이 아닌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받는 수준까지 끌어올린 원동력이라 볼 수 있다. 관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협상장'으로 불러내 남북·북미관계의 '선순환'을 되살리느냐다.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평화 관리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당 한 의원은 "한반도가 당면한 현실에 대한 솔직한 설명과 힘ㄲ" 한국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차분하게 제시할 때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적폐청산, 개혁제도화로 완성해야 = 문재인정부의 국정지표 중 '적폐청산'을 빼놓을 수 없다. 정부 출범과 함께 내건 제1의 과제였고, 문 대통령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는 촛불로 탄생한 정부로서 한시도 잊을 수 없는 소명'이라고 했다. 지난 2일 문 대통령은 사회원로 초청 간담회에서 "어떤 분들은 이제는 적폐수사 그만하고 좀 통합으로 나가야 하지 않겠냐, 이런 말씀들도 많이 듣는다"면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해 정부가 통제할 수 없다는 점, 국정농단·사법농단은 타협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그는 "빨리 진상을 규명하고 청산이 이루어진 다음, 그 성찰 위에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나가자는 데 대해서 공감이 있다면 구체적인 방안들에 대해 협치하고 타협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선 적폐청산, 후 협치'라는 인식을 가져왔다. 사회개혁 제도화의 한 축인 국회, 야당과의 협치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비쳐진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적폐청산의 본류라 할 수 있는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나 사법기관의 헌법농단에 대한 청산 요구는 견고하다"면서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국회 논의가 시작된 만큼 제도화라는 결과물을 내놓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
문재인 정부 개혁 성공 ‘세 갈래 길’
앞으로 3년, 무엇을 할 것인가
2020년 4월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최대 변수 될 듯
준연동형 선거법 개정 실패하면 문재인 개혁 과제 물거품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의석 5분의 3 이상 확보는 불가능
개혁 지지 야당들과 개혁입법 연대로 패스트트랙 올려야
여·야·정 국정협의체 재가동하면 대화와 타협의 정치 가능
인재풀 넓히고 권력형 비리도 경계해야…논쟁 밀리면 위험
문재인 정부는 성공할 수 있을까? 여권 전략가 몇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3년의 변수가 무엇인지 정리해 보았다.
모든 것은 정치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변수도 정치적이다. 정치에서 선거는 알파요 오메가다. 선거에서 이겨야 일을 할 수 있고, 일을 잘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앞에는 2020년 4월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 2022년 3월9일 20대 대통령 선거가 놓여 있다. 국회의원 선거는 불리하고, 대통령 선거는 유리하다. 왜 그럴까?
국회의원 선거는 회고 투표다. 정권 심판 프레임이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선거는 전망 투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1등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지만, 이낙연·박원순·김부겸·이재명·유시민·김경수 등으로 흩어져 있는 여권 주자들의 지지율 합계는 황교안 대표를 포함한 야권 주자들의 지지율 합계보다 훨씬 높다. 정권교체보다는 정권유지를 원하는 유권자들이 더 많다는 얘기다.
아무리 그래도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면 문재인 정부의 개혁은 물 건너간다. 국회의원 선거는 단순히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국회는 입법부다. 대통령제는 대통령과 국회라는 두 개의 선출 권력이 상호 협력과 견제로 국정을 이끌어가는 분립형 권력구조다. 총선으로 하나의 권력을 창출하는 의원내각제와 다르다.
미국은 대통령제의 이런 원리가 작동한다. ‘트럼프 행정부(administration)’라는 말은 있어도, ‘트럼프 정부(government)’라는 말은 없다. 대외적으로는 대통령이 국가를 대표하지만, 대내적으로는 행정부의 수장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다르다. ‘문재인 정부’는 있어도, ‘문재인 행정부’는 없다. 대통령이 무한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대통령제를 잘못 운용하고 있다. 독재와 권위주의의 잔재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지지부진한 것은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탓이 크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의회 권력과 대통령 권력의 불일치는 가장 큰 정국 불안 요인이었다. 집권세력은 영입, 합당, 연립 등으로 몸집을 불린 뒤 국회에서 예산안과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방법으로 국정을 이끌어 갔다. 하지만 2012년 국회법 개정 이후 법안 강행 처리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자유한국당이 지금처럼 문재인 정부를 ‘좌파 독재’로 규정하고 전면 투쟁을 하는 상황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국정 과제를 완수할 방도가 없다.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투표 불성립으로 부결되고, 정부가 제출한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안을 자유한국당이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차가운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목을 매는 이유다. 간단한 산수를 해보자. 문재인 대통령이 남은 임기 안에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더불어민주당이 의석 5분의 3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릴 수 있다.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불 때도 152석에 그쳤다. 더구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1당과 2당 의석이 지금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문재인 정부의 개혁에 찬성하는 야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을 합쳐서 5분의 3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은 있을까?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뒤 이들 세력을 묶어 개혁입법 연대를 구축한다면 공정거래법·상법·국정원법 개정안 등 중요한 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릴 수 있다.
개혁입법 연대의 필요조건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왜 그럴까? 270일 뒤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부결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도 모두 부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빈손으로 중간 평가를 치러야 한다. 성적이 좋을 수 없다. 민주평화당, 정의당도 의미 있는 의석을 확보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법안은 모조리 떠내려간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어떻게든 지금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기본 틀이 유지된다면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지역구 의석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개혁입법 연대, 개혁 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본회의 통과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21대 국회 임기는 2020년 6월에 시작된다. 원 구성 협상에 한두 달은 걸린다. 2020년 가을쯤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면 국회 본회의 표결은 2021년 여름 이후에나 가능하다. 대통령 선거 일정을 고려할 때 이 시기면 여권 내부의 권력이 차기 대선주자들에게 이동하기 시작할 것이다. 권력의 이동은 개혁 법안 통과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부터 내년 4·15 국회의원 선거 이후, 그리고 임기 말까지 3년 내내 상당한 수준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정치인이다. 많은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야당과의 대화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지난해 11월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소상공인·자영업·저소득층 지원 법안 처리,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무려 12개 항의 합의를 내놓았다. “경제 활력을 위한 규제 혁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까지 들어 있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 상당한 수준의 정치적 합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증명했다.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를 재가동하면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는 선거법 개정안, 교착 국면에 빠져든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합의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경제 활력을 위한 규제 혁신 방안은 자유한국당에 주도권을 넘기는 것이 오히려 더 효율적이다.
대화와 타협을 문재인 대통령 혼자 할 수는 없다. 황교안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차기 대선주자 입지를 확고히 굳힌 상태다. 남은 3년, 적어도 내년 국회의원 선거 때까지 정국의 절반은 황교안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
황교안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에 나설까? 당장은 비관적이다. 황교안 대표는 전국을 돌며 차기 대통령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그러나 원내 제1야당이 장외투쟁만 계속할 수는 없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는 그럴 의지도 없고 돈도 없다. 민생을 살려야 한다는 명분으로 국회로 돌아올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력에는 인사, 도덕성, 언론 정책 등 정권 관리 능력도 포함된다.
문재인 정부의 인재 풀은 너무 좁다. 어떻게든 넓혀야 한다. 코드가 맞아야 하지만, 탕평을 해야 한다. 정권 후반기에 으레 터지는 권력형 비리는 치명상이 될 수 있다. 감독을 늦춰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언론 정책이 없다. 홍보도 없다. 이른바 보수 신문의 공격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큰 부담이다.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논쟁에서 계속 밀리면 위험하다.
경제 살리기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구조적 변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성과보다는 태도가 민심을 좌우한다. 결국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설득하느냐의 문제다. 막연한 낙관론도 무책임한 비관론도 옳은 태도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진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한 국민은 신뢰를 거두지 않을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문 대통령 취임 2주년 대담 평가 '극과 극'
"내용·형식 아쉬워"...'직설적인 질문' 던진 송현정 기자 진행에 온도차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송현정 KBS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에 진행한 KBS와의 특별 대담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 문제와 '인사 검증 실패' 등에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답변을 내놨다는 비판과 함께 문 대통령을 인터뷰한 송현정 KBS 기자의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KBS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발사체 발사·한일 관계 등을 시작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 '패스트트랙' 관련 여야 대치 등 외교안보·정치·경제 분야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동안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 혹은 기고를 통해서만 직접 소통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 나선다는 점에서 KBS 특별 대담은 방송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대담은 진행자인 송현정 KBS 기자가 현안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답변에 추가 질문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당초 예정됐던 90분을 훌쩍 넘겼다.
<경향신문>은 대담의 형식과 내용이 아쉽다는 평가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이해 마련한 국민 소통의 자리를 KBS 단독 대담으로 결정해 형식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내리막을 걷고 있는 경제지표와 '인사 검증'을 둘러싼 논란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대안 제시 없이 낙관적인 전망만 내놨다고 꼬집었다.
10일 <경향신문>은 사설 '형식과 내용에서 아쉬움 남긴 대통령 취임 2주년 대담'에서 "시민의 관심사나 애환을 가감 없이 전하고 대통령의 생생한 답변을 듣는 데 한계가 있었다. 내용에서도 현실과 괴리가 없지 않았다"며 "이참에 소통 방식을 개선하고, 국정 쇄신을 위한 깊이 있는 성찰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KBS 대담을 앞두고 일방적인 정부 홍보 방송으로 흐를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송현정 기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끊거나 직설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대담을 이끌었다. 송현정 기자는 '청와대가 주도해서 야당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국정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판단에 대통령이 독재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아니냐'라고 묻기도 했다.
송 기자의 대담 진행에 대한 온도차는 컸다. 보수신문은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10일자 <동아일보>는 <대담 진행맡은 송현정 기자 '직설적 질문' 화제> 기사를 통해 가감 없는 질문을 던진 송 기자의 진행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같은 날 <중앙일보>도 <질문자 "그래서 독재자라는 표현 나온다" 문 대통령 "맞지 않는 얘기" 멋쩍게 웃음> 기사에서 "대담의 특성상 질문과 답변은 점층식으로 이어졌다. 이는 여러 명이 하나씩 질문하는 기자회견에선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며 대담 형식이 갖는 장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송현정 기자가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이 이따금씩 카메라에 잡히면서 일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사이에서는 '무례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진행자의 태도가 무례했다는 청원글이 올라왔고, KBS 게시판에도 시청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KBS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대통령에게 묻는다> 시청률은 9.5%(전국 기준)로 집계됐다. 전날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된 KBS <뉴스9> 시청률 11.3%에서 소폭 감소한 수치다. 이날 대담을 생중계한 방송사 가운데 MBN의 시청률은 1.768%(전국 유료방송 가입가구 기준), 연합뉴스TV는 1.093%, YTN은 0.691%을 기록했다고 닐슨코리아는 밝혔다.
시청률조사회사 TNMS는 대담 시청률을 16.3%(KBS 14.4%, MBN 1.9%)로 집계하면서 "60대 이상 연령대 시청률이 전날 동시간대와 비교해 6.2%포인트 하락했다"며 "이 시간대에 TV를 시청하던 사람들이 평소보다 KBS1과 MBN를 적게 시청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이미나 기자 neptune@pdjournal.com
美,제재위반 北석탄화물선 압류…"민사상 처음"
미 검사 "민사상 최초로 국제제재위반 북한 선박 나포"
미 정문가 "김정은 양보요구에 굴복 않는다는 강력한 신호"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미 법무부가 9일(현지시간) 공개한 촬영 날짜 미상의 사진이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 법무부는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위반하고 불법으로 석탄을 수출해 온 북한 대형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를 제재 위반으로 압류했다고 밝혔다. 1만7600t급의 이 선박은 북한에서 가장 큰 화물선 중 하나로 북한의 석탄을 실어 반출했고, 중장비 기계 등을 북한으로 반입하는 데 사용돼왔다. 2019.05.10.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 도발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위반해 불법적으로 석탄 수출을 위한 운송에 사용돼온 북한의 대형 화물선을 나포해 압류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9일(현지시간)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를 제재 위반으로 압류 및 몰수(seizure and forfeiture)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국제적인 제재를 위반한 이유로 북한 화물선에 대해 압류를 단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17년 북한의 석탄 수출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폭스뉴스와 뉴욕타임스, NBC 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1만7601t 규모의 북한에서 가장 큰 화물선 중의 하나이다. 이 선박은 북한에서 수출용 석탄을 실어 반출했고, 중장비 기계 등을 북한으로 반입하는데 사용돼왔다.
미 법무부는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현재 미 연방법원 집행관과 연안경비대의 협조 아래 미국 영해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유엔제재를 위반반 혐의가 적발된 북한 선적의 소유권을 미국으로 넘겨줄 것을 연방법원에 요청했다고 언급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뉴욕 남부 연방 지검의 영장에 따라 미국이 압류하고 있으며, 몰수 절차가 진행 중이다. 법무부가 9일 공개한 공소장을 보면,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지난해 3월14일 북한 남포항에서 유엔 안보리 금수품목인 석탄을 선적했으며, 4월2일 제3국 해양 경비 당국에 억류됐다. 공소장에서는 이 해양 경비 당국이 어느 국가 소속인지는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인도네시아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공소장은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지난해 3월 북한 남포항을 떠나 항해를 시작했지만, 해상규정에 따라 작동시켜야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2017년 8월4일부터 켜지않았고, 석탄 원산지를 고의적으로 허위 기재해 유엔 안보리 금수품목인 북한산 석탄임을 숨기고 다른 국가로 수출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와이즈 어니스트호 자체에 대해서는 2016년 1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북한의 송이 종합무역회사의 계열사인 송이 운송회사(Songi Shipping Companay)의 소유라고 밝혔다. 또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지난 2017년 6월1일 송이 종합무역회사를 북한 인민무력성 산하 조직이라며 대북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법무부는 송이 운송회사의 권철남 대표가 미국 금융기관을 통해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장비 구매 및 각종 비용을 미국 달러로 지불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미국은 압류 조치를 취할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3월 75만 달러 이상의 자금이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선적된 석탄 대금으로 미국 금융기관의 계좌를 통해 송금돼 지불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제프리 버먼 뉴욕 남부지구 연방검사는 9일 "오늘 민사상 처음으로 국제 제재를 위반한 북한 선박을 나포했다"며 "우리는 제재를 피하기 위한 북한의 기만적인 시도를 탐지, 저지 그리고 기소하기 위한 모든 법 집행 수단을 기꺼이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RFA에 "미국은 지속적으로 와이즈 어니스트호 등 다른 선박들을 추적하고 있다"며, 지난 5일간 두 차례의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미국이 와이즈 어니스트 호를 압류한 것은 "미국이 더 많은 양보를 통해 외교적 교착상태를 타개하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aeri@newsis.com
“해외 입양 미담? 우리가 좋아하는 ‘거짓말’”
‘한부모가족의 날’ 지정으로 마지막 맞은 제9회 ‘싱글맘의 날’ 국제 컨퍼런스
“나는 미국 미네소타주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나를 키워준 부모님은 친어머니가 나를 사랑했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나보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과연 그럴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성인이 돼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 이 곳에서 미혼모의 ‘선택’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입양을 보내는 배경’에 대한 많은 오해 중 ‘선택’도 그 중 하나였다.”
어버이날이었던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싱글맘의 날’ 국제 컨퍼런스가 9년 만에 마지막 행사를 열었다. 제니 나(Jenny Na)는 해외로 입양됐던 자신이 한국에 돌아와 해외입양인 활동가로서 ‘싱글 맘’ 지원에 나선 이유를 담담히 설명했다. 싱글맘의 날은 지난 2011년 기존 입양인의 날인 5월11일에 ‘싱글맘의 날’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시작됐다. 해외입양인과 미혼모들은 한국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원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는 공감대와 한 부모가 아이를 양육할 환경을 만드는 데 동참해 왔다. 혼인 여부를 연계한 미혼모·부 대신 ‘싱글맘’이란 표현을 사용한 이날은, 정부가 지난해 5월10일을 ‘한부모가족의 날’로 지정하면서 올해 마지막을 맞았다.
제인 정 트렌카(Jane Jeong Trenka)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TRACK) 대표는 “싱글맘의 날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 말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기념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미국 원주민이 추수감사절에 미국 원주민의 날을 기념하는 것처럼. 모두가 즐기는 즐거운 날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정부가 ‘입양의 날’로 지정한 날을 ‘엿 먹이는’ 의미도 있다”며 서면 축사를 보냈다.
다만 그는 “이제는 한국이 해외 입양을 중단했나. 친 가족이 아이를 찾고자 할 때 밟을 공식 절차가 있나. 법원을 거쳐야만 입양이 가능해진 2012년 이전에 생모가 모든 상황을 알고 동의한 상황에서 아이가 입양 보내졌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나. 답하지 못한다면 피해자들은 배상 받거나 사과 받은 적이 있나”라는 질문을 한국 사회와 정부에 던졌다.
한국전쟁 이후 해외 입양아는 2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2015년 한국은 중국, 에티오피아, 우크라이나, 우간다와 함께 해외 입양 아동이 가장 많은 5개국에 꼽혔다. 입양아 특성은 ‘대세’에 따랐다. 60년대 초반 ‘혼혈아동’ 입양이 잦아들자 ‘순수 한국 아동’으로 대세가 옮겨간 식이다. 서울올림픽으로 국가홍보가 한창이었던 1988년 국제 언론은 한국의 해외 입양을 ‘아기 수출’, 나아가 ‘인신매매’ 문제로 보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가 자국의 요보호 아동 해결을 해외입양에 의지하면서 이들을 위한 복지체계 구축을 게을리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김은희 미혼모협회 I’M MOM 대표는 한국 해외입양이 6·25 전쟁 이후 발생한 수많은 전쟁고아와 혼혈아 보호정책 명분으로 시작됐지만, 오히려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룬 1970~1990년 해외 입양된 아이들이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수많은 기록들은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해외 입양을 활성화한 게 아니라 해외 입양으로 국가의 경제 성장을 도모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게 만든다”며 “1988년 아동 한 명당 5000달러, 2000년에 1만 달러, 2011년 한 해만 해도 한국에서 입양으로 3500만 달러(2012년 2월8일자 KEI 한미경제연구소)라는 어마어마한 달러가 한국으로 유입됐다”고 밝혔다.
해외입양을 ‘미담’으로 소비하는 시선에 비판도 제기됐다. 김 대표는 “올 한 해도 수차례 집 앞에서 놀던 아이가 실종되고 고아원으로 보내져 한 달 만에 해외 입양돼 30여년 만에 한국 부모를 찾은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미담 뉴스를 장식했다. 부모는 30년을 아이 찾아 헤맸고 국가는 친부모를 찾아주려는 노력은 거의 없이 해외로 입양 보낸 이야기를 미담으로 흐뭇하게 바라보는 우리 사회가 정신적, 윤리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제니 나는 “한 언론인이 적절히 묘사한 것처럼 국제 입양 이야기는 ‘우리가 좋아하는 거짓말’(E.J. Graff)이다. 어머니가 나에게도 해준 이야기도 그러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고 덧붙였다.
소라미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양요건을 강화하는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유기 아동이 늘었다는 보도들을 ‘선동’으로 규정했다. 소 교수는 “2011년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아동유기 특히 베이비박스에 유기되는 아동이 증가했다는 주장이 10년 가까이 되풀이돼 왔다. 이는 사실이 아니며 ‘아동이익최우선’ 원칙에 부합하도록 어렵게 개선한 입양제도를 과거로 회귀시키려는 선동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소 교수는 “입양기관과 기존 커뮤니티는 출산 후 7일이 지난 후에야 법원 허가가 필요하다는 ‘입양숙려제’와 입양 성립을 위해 법원 허가가 필요하다는 ‘법원 허가제’ 도입을 두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입양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져 아동이 시설에서 보내는 시간이 장기화돼 오히려 아동복리에 반한다는 주장이었다”며 “많은 언론이 이 주장을 그대로 기사화했다. 개정법 시행 전부터 입양특례법 때문에 아동유기가 늘었고 시설 보호 아동이 증가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소 교수는 “논거로 제시되는 통계가 베이비박스에 유기되는 아동이 증가했다는 건데 전국 영아유기 총합적 통계에는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언론의 주목으로 전국 유기 아동이 특정 지역 베이비박스로 몰리는 형국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며 “앞으로는 이러한 비약적 주장을 되풀이하는 언론보도가 중단되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왜 싱글맘의 날인가' 제9회 싱글맘의 날 국제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입양을 민간 영역에 맡기지 말고 공적 책임으로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표 사례가 2016년 대구에서 발생한 ‘은비’ 사건이다. 당시 3살이었던 은비는 예비 입양 가정에 보내진 지 7개월 만에 병원 응급실에서 뇌사 판정을 받고 사망했다. 17살이었던 은비 친모는 홀로 아이 양육과 생계를 책임지려 21개월을 고군분투했으나 결국 입양기관을 찾아갔다. 입양기관장은 가해자인 양부 형사재판에 출석해 가해자 옹호 증언을 했다. 아동의 법적 보호자인 입양기관장이 아동학대 혐의자 편을 들었다는 논란이 일었다.
소 교수는 “민간 입양기관이 입양 개시를 결정하고 아동을 인수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양육 어려움을 겪는 친생 부모는 입양기관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아동복지 체계 내에서 상담받고 직접 양육 지원 서비스를 우선 연계 받은 뒤 최후 방안으로서 입양이 검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실상 육아 선택권을 배제 당하는 미혼모의 현실은 공적 지원 확대 필요성을 시사한다. 김은희 대표는 13년 전 아이를 낳았던 때를 떠올리며 “여차하면 아이가 ‘입양’될 대상이었기에 나의 가족은 눈 감고 뜨면 무너져 내리는 모래성 같은 불안함을 안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출생 신고를 하러 갔다가 자신이 미혼모라는 걸 안 주민센터로부터 가장 먼저 들었던 질문이 ‘입양’ 얘기였다는 것. 그는 “한국사회에서 (미혼모가) 입양을 선택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나쁜 미래를 선택하게 만든 죄인이 되며 결혼하지 않고 영아를 양육하는 여성이 노동하기 거의 불가능한 구조에서 아이와 살아남으려면 죽을 만큼 가난함을 증명해야 죽지 않을 만큼 국가 지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사회적 편견에 더해 빈곤과 싸워야 하는 미혼모는 상당수다. 미혼모 가운데 100만원 미만 소득자는 2010년 기준 43.2%, 2018년 43.4%로 절반 가깝다. 이는 임신기나 출산 후 병원에 가지 못해 발생하는 산모와 신생아 건강, 나아가 임신기간 또는 산후조리 부족으로 인한 우울증 등 악순환을 낳았다. 그나마 주민센터를 통해 접하는 미혼부·모 지원서비스가 있지만, 이를 안내 받은 경우는 21.2%에 불과(임신기 및 출산 후 미혼모 지원방안, 2018 이미정 외)했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혼 가족이 안정적으로 자립하고 육아하기 위한 과제로 △출산 후 미혼모 의료비 부담 해소 △태아·신생아·산모 건강 보장을 위한 전달체계 개선 △미혼모·부 초기지원 사업 개선 △한부모상담전화 운영체계 개선 △의료진과 공무원 인식 개선 △미혼모의 친가족 관계 회복 프로그램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은희 대표는 “오늘이 싱글맘의 날 마지막이기 때문에 그동안 미혼모가 되고 운동을 접하면서 미숙함에 의해 사과드릴 여성 운동 한 축이 있다. 낙태를 선택했거나 입양을 선택한 여성을 모성 포기 혹은 모성 없는 여성들이라고 폄하한 사실에 미혼모 운동 당사자로서 공식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어쩔 수 없이 낙태를 택한 분들에게 미숙했던 점과 잘못한 부분에 크게 사과드린다. 죄송하다”고 거듭 고개를 숙이자 객석에선 박수로 답했다.
김도현 뿌리의집 대표는 정부 관계당국을 향해 “현미경을 갖고 인력과 예산과 모든 걸 움직여서 사회 변화에 부응하는 정부에 한편으론 기대감을 가진다”면서도 “공무원이 현미경 말고 역사 전체를 읽어내면서 아동이익최우선 원칙을 어떻게 실현할지 진심으로 고민해주길 바란다. 그 고민이 65년 입양 역사에서 한국 정부의 책임을 스스로 규명해내는 자리로 이어지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뿌리의집, 해외입양인연대 등 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위기임신출산지원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임신초기부터 임산부가 보호받고 모든 아동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출산·양육할 시스템 △미혼모·부 가족 자립을 위한 주거·양육·교육·일자리 보장 △원가족이 아동을 양육하도록 지원 강화와 아동의 친부모 알권리 보장 △해외입양 중단과 공적기관 소관으로 입양제도 재설계 △해외입양인 가족 재회 지원과 ‘한국인’ 개념 지평확장 위한 노력 등을 촉구했다.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너무나 편파적인 베네수엘라 사태 보도
미국 등에 업은 '과이도 쿠테타' 편드는 언론... 외신 입맛대로 인용·왜곡
▲ 4월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한 반정부 시위 남성이 시위대와 국가방위군 간 충돌이 발생한 가운데 불에 타는 버스 앞을 지나고 있다.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이날 야권 정치인 레오폴도 로페즈와 중무장한 소규모 군인들과 함께 “군대 무장봉기로 마두로를 축출하자”라며 거리로 나섰다. ⓒAP/뉴시스
[PD저널=김상준 독립PD] 지난달 베네수엘라를 찾은 이유는 2002년 우익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시위 도중 경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총탄에 남편을 잃은 우르따도 다마리스 씨를 만나 지지부진 했던 다큐멘터리 제작에 관해 의논하기 위해서였고, 두번째는 한국당이 정부 공격에 활용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사태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필자가 베네수엘라로 출발하기 이틀 전인 4월 1일에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에서 베네수엘라의 국유화 망령을 볼 수 있고 민족끼리의 대북정책에서 베네수엘라의 반미좌파연합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뉴스 소비자에게 ‘베네수엘라는 반미와 공짜 복지로 망해 가고, 복지정책을 펴며 남북의 평화를 안착하려는 정부 때문에 한국도 베네수엘라 꼴이 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다. 실제 필자가 단골로 다니는 동네 중국식당 주인 아주머니도 늘 틀어 놓는 종편TV 뉴스의 국제 소식에 어쩌다 베네수엘라 뉴스가 나오면 혀를 끌끌 차다가 식료품가게의 휑한 선반 그림에서는 아예 사람이 못 살 곳이라고 단정을 내려버렸다.
“물론 베네수엘라의 경제 상황이 안 좋지만, 저 뉴스 화면은 경제 상황이 가장 심각한 2017년에서 2018년 가을쯤까지의 뉴스”라며 “미국이 베네수엘라가 석유 판매를 거의 못 하도록 제재를 가하고 있어, 부자들이 생필품을 사재기 해놨다가 비싼 값에 파는 것”이라고 말해도 아니라고 했다. 종편TV 뉴스의 원색적인 빨간 자막과 한층 높인 앵커의 목소리, 편향적인 영상 이미지를 식당 주인은 신뢰한 것이다.
AP, 로이터, AFP 통신 카라카스 지국과 그곳의 베네수엘라인 취재기자와 사진기자를 현지에서 만나 보기로 했다. 연합뉴스라는 '외국뉴스 수입업체'이자 제일 큰 한국 총판대리점이 뉴스를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필아 먹는지 알고 싶었다. 미국정부가 중남미 노선을 제일 많이 보유한 아메리칸 항공(AA)의 베네수엘라 취항을 금지하는 바람에 택한 고단한 노선이 오히려 작은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인천–멕시코시티–파나마시티–카라카스를 경유하는 여정은 비행시간과 대기시간 통틀어 36여 시간에 달했다.
파나마에서 카라카스로 출발하는 코파항공의 출발시간은 새벽 2시였다. 게이트 앞에는 동양인인 필자를 제외하고 대다수 베네수엘라인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어떤 뉴스에서는 지난 3년여 간 300여만 명의 베네수엘라인이 국외로 ‘탈출’했다던데 이게 무슨 일일까. 옆자리의 36세 레이첼씨에게 물었다. 자신은 요식업 매니저이고 파나마에 일자리가 생겨 3개월 취업 후 부활절 휴가를 가족들과 보내려고 베네수엘라로 돌아가는 길이란다. 휴가 후에는 다시 3개월 더 파나마에서 일 할 거라고도 했다.
‘탈출’한 수백만 명 또는 300여만 명의 사람들은 뭘까. 그녀는 대부분 ‘취업’ 목적이라고 했다. ‘탈출’하더라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 ‘해외 취업’이 정확한 단어 아니냐며 웃는다. ‘탈출’한 사람들의 상당수는 같은 스페인어를 쓰고 경비가 적게 드는 중남미로 출국하는데, 그들은 여권이 없어도 베네수엘라 신분증만 있으면 도보나 합승 택시, 버스로 갈 수 있다며 유렵연합 내 국경을 지나는 것보다 쉬울 거란다. 덧붙여 자신은 현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런데도 ‘탈출’이라는 단어가 정확한 표현일까. 나중에 진보주의자 우르따도 다마리스씨의 아들을 만났을 때 그의 누나 소식을 물었는데 그녀도 스페인에 취업해서 가 있다고 했다.
원활한 취재 동선을 위해 카라카스 중심 알 타미라 역 앞의 별 3개짜리 호텔에 묵기로 했다. 마지막 날까지 자가발전기가 없는 곳임에도 전기 중단은 없었고, 온수도 10분쯤은 계속 나왔다. 와이파이는 로비와 2층까지만 되는 곳의 하루 숙박비가 12달러. 미국의 무법적이고 잔인한 경재제재 덕분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베네수엘라인들에게 미안하기까지 했다.
▲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임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마라카이보에서 열린 대중집회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과이도 의장은 근 한 달에 걸친 정전사태로 자국민의 고통과 사회 불안이 깊어지는 가운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축출을 위한 국제적인 캠페인에 돌입했다. ⓒAP/뉴시스
베네수엘라에 체류한 동안에도 베네수엘라 사태를 왜곡, 짜깁기하는 뉴스는 계속 나오고 있었다. 연합뉴스가 지난달 6일 보도한 <베네수 친·반정부세력 세 과시…과이도 "최고 수위 압박할 것">은 ‘미국 장학생’으로 불리우는 과이도 의장 지지자들의 전력공사 앞 집회와 그로부터 3시간 후 택시로 40여분 거리에 있는 마두로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집회 소식이었다. 주로 백인계 중년층이 많았던 과이도 의장 집회 현장은 순조롭지 않았다. 필자를 중국인으로 오해한 시위대는 필자를 치노라고 욕하며 위협적으로 대했다. “프렌사 데 꼬레아 델 수르”(Prensa de Corea del Sur, 한국 언론)라고 외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서민들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값싸고 질 좋은 아파트 300만호 지원 정책에서 시공을 맡았던 중국 건설 업체에 호감을 나타낸 반면, 보수세력은 악감정이 있을 수밖에 없던 거였다. 나중에 방문한 그 아파트는 큰 방 2개, 화장실, 주방, 널찍한 거실이 있는 약 30평 규모로, 문화‧놀이시설과 공동체센터 등을 갖춘 곳이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우리 돈 100만원가량에 판매했다고 한다.
양쪽 집회를 모두 취재한 후 호텔로 돌아온 뒤 연합뉴스 기사를 검색하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 연합뉴스 기사 4장의 사진 중 위로부터 아래로 2장의 사진은 과이도 의장 집회 사진이고 로이터 통신이 촬영한 것이었다. 그 아래에 있는 2장의 사진은 마두로 대통령 집회 사진인데 AFP 통신이 촬영한 것으로, 본문 기사는 AP 통신이 작성한 것이었다.
기사는 과이도 의장의 발언에는 지지자 코멘트까지 함께 실었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그의 발언만 게재했다. AP 통신 카라카스지국의 취재기자가 마두로 대통령 지지자의 코멘트는 받지 않은 건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다른 통신사 기사에는 마두로 대통령 지지자의 코멘트가 있었다. 국제뉴스 한국 총판인 연합뉴스의 장사꾼 속성으로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기사 하단 마두로 대통령 사진 위의 ‘현지 매체는 정부 방위군이 반정부시위에 나선 참가자들을 향해 최루탄을 발포해 시위대 일부가 다쳤다고 밝혔다’라는 내용에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지역을 특정하지 않으니 헛갈렸지만 과이도 의장 지지 집회는 필자가 끝까지 있었고 최루탄의 최자도 보지 못했으므로 아니겠지만 남은 한곳은 그 윗줄에 있는 마라카이보 집회 현장에서였을까. 마라카이보 집회 현장을 취재한 다른 통신사 기자도 그곳에서도 집회가 평화롭게 끝났다고 했다. 사실 확인을 하고 싶었으나 사진을 보면서 포기를 했다. 사진이 더 심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맨 위의 과이도 의장 지지 집회 사진은 고층건물에서 촬영한 것으로 시위대가 많아 보였다. 맨 아래 네번째의 마두로 대통령 집회 사진은 촬영기자 눈보다 약간 높은 위치에서 찍어 시위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어보였다.
공교롭게도 필자는 마두로 대통령 집회 현장을 취재한 AFP 사진기자의 바로 옆에서 촬영하고 있었고, 휴대폰으로도 촬영했는데도 AFP 사진기자보다 시위대가 많게 나왔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와 거리 인터뷰를 하면서 시민들에게 보여주니, 필자의 사진의 시위대가 더 많아 보인다고 했다. 필자의 어림짐작으로도 마두로 대통령의 집회 참가자가 더 많았다.
로이터와 AFP의 의도가 담긴 사진일 수 있다. 로이터와 AFP의 사진기자를 만나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수소문 한 끝에 어렵게 찾아 낸 로이터 통신 카라카스지국은 원칙이라며 기자들에 대한 짧은 취재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틀만에 찾아 낸 AFP 지국, 당시 촬영을 했던 페데리코 파라 기자를 만났다. 프랑스인 지국장은 자신의 인터뷰는 가능하지만 소속 기자의 인터뷰는 안 된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궁금함은 간단하게 풀렸다. 파라 기자의 말은 이랬다. 본인은 때에 따라 다르지만 그 당시 50여 장의 사진 중 본인이 잘 나왔다고 판단한 30여 장의 사진을 온라인에 올린 거고 연합뉴스를 포함한 각국의 고객사들이 선택해서 구매한 것이라고. 그날 찍은 사진을 좀 보여달라고 했다. 다양한 사진들이었는데 연합뉴스가 구매한 그 앵글과 비슷한 사진도 몇 장 보였다. 유심히 살펴보니 최소한 필자의 눈에 집회 참가자가 더 많아 보이는 사진이 있었다.
몇 달 전 연합뉴스 멕시코 특파원의 베네수엘라 현지 취재기사에서 파나마인가에 거주하는 한국동포가 몇 시간 가량 카라카스 공항을 경유하는 것뿐인데도, 정전사태로 항공권 수기 발급에 대한 코멘트를 받는다든지 베네수엘라 거주 익명의 한국동포 인터뷰를 주요하게 다루는 것을 읽으면서 ‘기자가 정말 현장에는 들어가지를 않는구나’라는 생각에 적잖이 실망한 적이 있다.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3월 23일(현지시간) 카라카스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반제국주의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카라카스=AP/뉴시스
한국으로 돌아와 거리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령과 정치 성향을 가르지 않고 시민 인터뷰를 했는데 공통된 답변이 돌아왔다.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사진을 보여줬는데, 연합뉴스가 편향된 의도를 갖고 사진을 구매했다는 지적이었다. 지난 3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마두로, 군 앞에서 건재과시…가택연금 탈출 野 지도자 체포영장'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게 한다. 이 기사는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인용해 “베네수엘라 야권이 1일을 군사 봉기 시점으로 잡고 사전에 물밑작업을 벌였으나 지난달 29일에 관련 정보가 누설됐다는 전언에 따라 30일로 서둘러 거사 시점을 앞당겼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특파원이 봉기와 쿠데타, 거사와 쿠데타의 차이를 모르는 것일까 의문이 드는 기사다. 미국의 지지에 힘입어 수십명의 군인들을 동원해 합법적인 현 정부를 무너뜨리려 한 행위를 봉기, 거사라고 한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쿠데타도 봉기, 거사라고 해야 하지 않은가 말이다.
외신은 크게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게 필자의 이번 베네수엘라 취재의 결론이었다. 다른 나라 뉴스 중 의도적으로 왜곡·편파 기사와 사진을 골라 구매·수입하는 연합뉴스와 그것을 악용해 자신의 이익으로 삼는 일부 정치인들이 문제다. 여기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건 뉴스 소비자들이다. 베네수엘라 복지 정책에 한참 못 미치는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을 공격하면 누가 피해를 입는가.
과이도 의장 지지 집회에서 위협 받을 때 보호해 주던 과이도 지지자 레오폴도씨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베네수엘라 뉴스의 상당수가 부정적이고 심지어 사람이 못 살 곳으로 묘사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마두로 때문에 힘든 생활을 하는 건 맞지만 그를 쫓아내는 것도 결국 우리가 한다. 마두로와 그 일당들을 제외하면 다른 많은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한국인들과 비슷하다. 나쁜 사람도 있고 좋은 사람도 있으며 부자도 있고 가난한 사람이 있다. 여기는 천국도 아니고 지옥도 아니다.” 레오폴도 씨의 말처럼 베네수엘라 사태를 다루는 보도가 최소한의 불편부당함을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상준 독립PD webmaster@pdjournal.com
미등록임대 460만채 ‘사각지대’
4월 현재 등록임대주택 140만채 불과 …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 필요"
민간임대주택 등록에 대한 혜택이 줄자 임대주택 등록이 급격히 줄고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100만호를 추가등록하겠다는 목표지만 이런 추세라면 목표달성도 빠듯해 보인다.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등록 임대주택은 전체 임대주택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정부는 2020년 이후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행할 의지는 별로 없는 듯하다.
게다가 등록한 임대주택마저 등록내용이 부실해 세입자 보호에 취약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세입자 권리보호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정책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1만965채(임대사업자 5393명)가 신규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 신규 등록 임대주택은 3월(1만1057채)보다 0.8%, 등록사업자는 3월(5474명)보다 1.5% 각각 줄었다. 이로써 지금까지 141만채(임대사업자 42만9000명)가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
그러나 임대주택 등록이 줄고 있다. 지난해 9월 6만9857가구 등록 이후 지난해말(10~12월) 평균 3만가구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월평균 1만2000가구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7년 12월 임대등록 활성화 방안 발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임대주택 등록 시 제공하던 혜택을 대폭 줄인 탓이다. 정부는 임대주택 등록이 다주택자 투기수단으로 전락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올해부터 양도세 혜택 축소 등의 조치를 취했다.
지금 추세라면 정부 목표달성이 빠듯해 보인다. 정부는 2018~2022년까지 5년간 임대주택 100만가구를 추가등록하겠다는 목표다. 2018년 38만2000가구가 등록했다.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나머지 4년간 61만8000가구(연평균 15만4500가구)가 등록해야 한다는 뜻이다. 백원국 국토부 주거복지정책관은 “임대주택 등록시 미등록보다 취득세 재산세 양도세 등의 세제혜택이 있는 만큼 임대주택 신규등록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정부목표가 달성되도 문제는 남는다. 등록임대주택 규모는 전체 임대주택의 45% 수준에 불과하다. 절반이 넘는 나머지 임대주택 세입자는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게 된다.
2016년 말 기준 주택재고 1988만채 중 개인보유 주택은 1759만채다. 이중 595만채가 임대주택이고, 임대주택 중 등록임대주택은 79만채로 추정된다. 임대용 주택의 13% 수준이다. 여전히 516만채(87%)는 비등록 임대주택이다. 2018년 임대등록이 급증하면서 4월말 현재 140만채가 등록한 상황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연 5%로 임대료 인상이 제한되고, 임대기간이 4~8년으로 규제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등록 임대주택은 사실상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적용되는 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비등록 임대주택 세입자는 잦은 이사, 과도한 임대료 상승 등의 주거불안에 놓여있게 된다.
그렇지만 등록임대주택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보고서에 따르면 임대주택 등록사항이 부실해 임대차 관리행정 및 임차인 정보제공에 어려움이 많다.
등록사항이 임대사업자에 대한 것에 국한되고 임대조건.현황, 임대료 연혁 등은 대상이 아니다. 또 임대차계약시 신고사항 또한 기본적인 것에 그치고 있다. 신고의무도 신규등록 이후 새로 계약체결 시에만 적용된다.
반면 뉴욕시의 경우 임대차 신규등록 시 임대주택 현황 및 임대료 부과연혁까지 등록한다. 또 이를 임차인이 확인할 수 있다.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체결 시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임대차 관리행정에도 활용한다. 게다가 혜택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의무기간 등에 비해 임대인에 대한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임대의무기간이 4,8년으로 비교적 단기간임에도 임대의무기간 중 보유세 감면은 물론, 임대기간이 지난 뒤 양도소득세까지 감면하고 있다.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관리체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등록임대주택 임차인에게 임대주택 등록사실 및 임차인 권리에 대한 안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특히 민간임대주택법상 의무사항인 임대주택분쟁조정위원회가 구성된 지자체도 거의 없다. 일선 지자체에서 임대사업자등록 정도만 겨우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얘기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당초 당근을 통해 임대주택 등록을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설계 자체가 잘못”이라며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로 모든 세입자들이 법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요즘 대학생, 10년 전 대학생보다 술 덜 마신다…혼술 비율은 15배 증가
디아지오코리아-대학내일 20대연구소 조사 결과
2019년 대학생의 월 평균 음주 횟수가 2009년 대학생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혼술(혼자 술을 마시는 것) 비율은 15배 정도 늘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대학내일 20대연구소와 함께 ‘쿨드링커 캠페인’ 10주년을 맞아 10년 동안 캠퍼스 음주문화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조사는 지난달 9~16일 전국 만 19~38세 남녀 대학생 및 대졸자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문조사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변화 중 하나는 음주 횟수다. 10년 전 대학생이 사흘에 한 번 꼴(월 10.6회)로 술을 마신 것에 반해 2019년에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 주 1~2회 꼴인 월 5.4회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횟수만 줄어든 게 아니다. 음주량도 다소 적어졌다. 10년 전엔 소주 기준 9.6잔, 맥주 기준 3.2잔을 마셨다면 요즘 대학생들은 소주 7.3잔, 맥주 2.7잔을 마신다고 답했다. 과음 비중도 낮아졌다. '몸을 가누지 못 할 정도로 술을 마신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10년 전엔 10명 중 6명 꼴(56.8%)로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요즘엔 10명 중 4명꼴(37.8%)로 줄어들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제공
술을 즐기는 방법도 달라졌다. 10년 전엔 37.5%가 선후배와 함께 술자리를 즐겼다고 했으나, 요즘 대학생들은 9.5%만이 선후배와 함께 술을 즐겼다. 10명 중 4명꼴에서 10명 중 1명으로 크게 줄어든 것이다. 술자리를 해도 1차에서 끝낸다는 비율이 58.8%에서 87.0%로 늘었다.
반면 혼술 비율은 늘었다. 10년 전 대학생들은 혼자 술을 마시는 비율이 0.5%밖에 안 됐다. 하지만 요즘엔 7.8%로 15배 증가했다.
선배나 연장자와 술자리에서 자주 듣는 말도 달라졌다. 10년 전에는 음주를 강요하거나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내용이 많았다. ‘지금 꺾어 마시는 거야?’(35.0%)라거나 ‘막차 아직 멀었잖아’(15.8%) 등이었다. ‘마실 만큼만 조절해서 마셔’(29.8%)라는 말은 10번 중 3번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엔 2번 중 1번 꼴로 ‘마실 만큼만 조절해서 마셔’(52.3%)라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지금 꺾어 마시는 거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응답은 6.3%에 그쳤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