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2~5.27 4대강 훈장 너머에 고통받은 사람들 기억해야
521 민중-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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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개인과 독립적 시민의 연대 공동체 521 미디어오늘
[2017 새 민주공화국 제안] 9. 문화·사회
한국은 지금 ‘헬조선’이라 불린다. 여성, 청소년, 노인, 성소수자, 비정규직, 실업자, 이주노동자 등 갈수록 늘어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한국이 지옥이 되었다는 말이다. 호혜와 연대는 간데없고 각자 도생으로 내몰린 나라, 갈수록 일자리 얻기 어려운 나라,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잃고서 알바나 장사를 하게 되면 생계유지가 어려운 나라, 복지혜택이 최악인 나라, 개별 가계의 빚만 늘어가는 나라, 그런 나라가 지금의 한국이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노동시간은 최장이지만, 사회적 불평등은 미국과 함께 수위를 다툰다. 2000년대 이후 자살률이 OECD 나라 중 단연 최고로 등극해 ‘죽음의 공화국’이 되었다.
연대와 호혜 공동체의 해체와 ‘헬조선’의 등장
한국 사회가 ‘헬조선’이 된 것은 사회적 연대와 호혜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아 개인들이 의지할 데가 사라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개인들의 이런 사회적 고립은 전통적 공동체가 대부분 해체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자연적이고 전통적인 유대관계를 제공하던 공동체가 해체되면, 사람들은 상호 경쟁과 불신에 빠지고 소외를 겪으며 불안과 우울의 노예가 되기 쉽다. 오늘날 한국사회에 가족이기주의가 유난히 팽배한 것도 연대와 호혜를 가능케 하던 공동체가 대거 해체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유사공동체라면 지금도 있다. 최근 국정농단의 주인공 최순실의 변호인 이경재, 전 민정수석 우병우의 장인 이상달, 우병우의 가족회사 정강의 전무 이정국, 박근혜로부터 총리 지명을 받았던 국민대 교수 김병준, 국회 청문회에서 최순실의 ‘호위무사’로 나선 새누리당 의원 이완영 등은 모두 특정 지역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연줄 네트워크는 전통적 공동체와 일면 흡사한 측면도 있으나 사익 추구를 주된 목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공동의 이익과 함께 호혜와 연대를 중시하는 전통적 공동체와는 성격이 크게 다른 배타적 이익공동체로 간주된다. 오늘날 과거의 전통적 공동체와 유사한 것이 있다면 이런 종류의 이익공동체가 아니면 회사나 학교, 공장, 군대, 정부조직 등 근대사회의 형성과 함께 만들어진 자본주의적 생산과 그 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위계적 조직들이다. 동호회, 협동조합, 노동조합, 시민운동단체처럼 연대와 호혜를 지향하는 비전통적 공동체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아직은 사회적 영향력과 지배력이 무척 약하다.
자연 질서에 가까운 전통적 공동체는 서열이나 혈통에 따른 위계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그 성격이 기본적으로 비민주적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회사나, 학교, 공장 등 오늘날 사람들의 삶을 전반적으로 지배하는 근대적 조직들은 어떨까? 이런 조직들은 개인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가입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출생에 의해 소속되던 전통적 공동체와는 구성 원리가 달라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조직들이 민주적이라고 보면 오산일 것이다. 근대적 조직들은 사회적으로 형성된 위계적 명령체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근혜의 헌법 유린이 진행되고 있을 때, 청와대 참모진이나 정부의 고위관료 중 그것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나선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럴 용기를 가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오늘날 사회적 조직들에 속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자유로운 개인들이라기보다는 비민주적 명령체계에 예속된 종속적 개인들임을 말해주고 있다.
근대 사회에서 인간 주체는 개인임과 동시에 시민으로 살아간다. 개인이 공동체적 존재라면 시민은 사회적 존재다. 전근대에서는 사람들이 주로 개인으로서 공동체적 삶을 영위했다면, 오늘날은 시민으로서 소득, 안녕, 복지 등을 위해 근대 사회가 구축한 제도와 조직에 의존해야 한다. 이것은 근대 시민이라면 사회적 권리를 당연히 누려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한국인 가운데 그런 권리를 제대로 누리는 사람은 드물다. 무엇보다 사회적 불평등이 극심하다. 2012년 말 한국의 인구 상위 1%의 소득은 전체 소득의 12.23%로 OECD 3위, 상위 10퍼센트의 소득은 44.87퍼센트로 2위 수준에 이르렀다. 소득 불평등이 이처럼 심하면 사회적 지원을 받아야 할 사람도 많겠으나, 한국의 복지는 OECD 국가들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2016년 10월 발표 OECD의 ‘사회복지 지출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중 추산치는 10.4%로 회원국 가운데 34위였다.
사회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시민은 독립적 주체가 되기 어렵다. 특히 임금과 복지를 통한 소득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그럴 공산이 높다. 물론 국가권력에 의한 정치적 권리의 박탈도 독립적 시민의 출현을 막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하지만 소득을 확보하지 못해 생계의 고통과 공포에 사로잡히게 되면 독립적 시민으로 사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시민적 독립을 누리지 못하면 개인으로서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지금 한국에는 그래서 자유로운 개인들이 아주 드물며, 그로 인해 자신의 삶을 원하는 방식으로 살 수 있는 사람들도 너무나 적다. 이는 지금 한국의 개인들 대부분이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노동권과 ‘개인적 부’를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개인’들
그러나 이런 상황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저주받은 삶을 사는 것과 같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시민으로서 개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만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인 각자가 시민으로서는 각종 불평등에서 벗어나 모든 사회적 권리를 누림과 동시에 개인으로서는 연대와 호혜가 가능한 새로운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우리가 각자의 시민적 권리를 누리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면 무엇보다 노동권 강화가 중요하다. 그래야만 사회적으로 생산된 부의 소수에 의한 사적 전유를 막아, 만인의 사회적 부 향유 조건을 마련함으로써 분배의 정의를 구현할 수 있고, 생산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진작해 생산의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 노동권은 노동할 권리와 노동을 거부할 권리를 모두 포함한다. 노동할 권리는 안정된 일자리를 확보할 권리이자 사회적 부의 창조에 참여할 권리이며, 노동 거부권은 사회적 차별이나 생태파괴를 강요하는 부당한 노동, 자유시간을 앗아가는 장시간 노동 등을 거부할 권리다. 이 두 가지 노동권을 함께 확보해야만, 노동과정에 대한 민주적 생태적 통제와 생산된 부의 공정한 사회적 분배를 기대할 수 있다.
다른 한편, 혈연과 지연, 학연 등 태생적 조건을 기반으로 구성되는 전통적 또는 유사전통적 공동체를 대체해 새로운 호혜적 연대적 관계를 진작시킬 공동체를 건설하려면, 그런 활동의 주체가 형성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각자 ‘개인적 부’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 부는 개인으로 하여금 생존의 위협과 공포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줄 물질적 토대에 해당한다. 자신의 원기, 안위, 능력, 여유, 행복의 증진을 위해 그런 토대를 확보해야만 개인들은 새로운 연대 공동체 건설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개인적 부는 이때 사적인 부와는 다르며, 사회적 부 즉 사회의 총 물질적 부 가운데 개인 각자가 청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으려면, 개인은 사회적으로 기여한 만큼, 사회 구성원으로서 누려야 할 만큼 사회적 부에 대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 부는 임금 소득, 복지 소득 등으로 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 부는 시간적, 공간적, 주체적 측면에서 개인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개인적 부는 개인의 자유시간을 확보해주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노동시간은 OECD 평균보다 43일, 독일보다는 93일이 더 길다. 자유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노동시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하며, 시간의 효율적 사용을 위한 사회적 시간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공간적 측면에서도 개인적 부를 확보해 합리적으로 사용할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 모든 개인은 인격체로서 자신의 존재와 역능을 펼칠 수 있는 개인적 공간을 가질 권리가 있다. 이런 공간은 상품으로 작용하는 사적 공간과는 구분되며, 도로나 골목, 공원, 도서관, 문화센터 등 다양한 공적 공간의 확보에 의해 일부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개인적 부는 개인 자신의 인간됨과 역능 향상을 위한 물질적 비물질적 자원으로 쓰일 수도 있다. 이때 개인적 부는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통한 주체성 구성의 물질적 토대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 민주공화국에서 교육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비자본주의적이고 성평등적이며 생태적인 주체성의 형성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시민으로서 사회적 권리를 확보해 얻은 개인적 부를 바탕으로 시간적, 공간적, 주체적 자원을 넉넉하게 확보한 사람들은 ‘자유로운 개인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개인이지만 오늘날의 ‘헬조선’에서처럼 사적인 개인으로만 머물지 않고, ‘사회적 개인’으로 성장할 공산이 크다. 사회적 개인들이 많아질수록 사회에는 경쟁과 독점 대신 연대와 호혜가 중요한 원리로 작용할 가능성도 커진다. 오늘날 한국에서 민주공화국이 새롭게 탄생할 필요가 있다면, 바로 이런 주체들이 등장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들 필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유로운 개인’들이 ‘시민적 연대 공동체’를 만들 사회적 조건
이제 민주공화국에서 새롭게 구성될 연대공동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먼저 연대공동체의 구성 주체를 생각해본다면, 방금 언급한 자유로운 개인들이 그 중심에 서야할 것이다. 그런 개인들은 노동권과 개인적 부 확보를 통해 생계의 위협과 공포로부터 자유롭고, 아울러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권리를 보편적인 시민적 권리로 확보한 독립적 시민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요구되는 연대공동체는 이런 개인들의 자유로운 선택과 연합으로 구성된 공동체일 것이다.
둘째 새로운 공동체는 전통적 공동체와도 달라야 하지만 근대적인 이익공동체와도 달라야 할 것이며, 나아가서 근대적 사회적 제도와 조직이 요구하는 삶과 연결됨과 동시에 구분되기도 하는 삶의 형태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전통적 공동체가 출생에 의해 구성된다면, 새로운 연대공동체는 개인의 선택에 따라 가입과 탈퇴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로운 연합이어야 한다. 그것은 또한 명령에 의한 의무 수행을 해야 하는 조직이 아니라 개인 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체계가 되어야 한다.
셋째, 새 연대공동체는 전통적 공동체의 자연적 위계, 근대적 사회조직의 명령체계와는 다른 조직원리에 의해, 즉 연대와 협동의 원리에 의해 운영될 필요가 있다. 공동체는 이때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으로서 민주주의의 생생한 실천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호혜적이고 협동적인 연대공동체가 구축되려면, 그 구성 및 존립 조건을 크게 개선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주체로서 개인과 시민이 공동체 건설과 운영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 제공이 필요하다. 이때 ‘자유’는 개인들이 시민적 주체로서 사회적 권리를 충분히 향유할 수 있어야만 충족될 것이다. 사회적 권리는 크게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차원으로 구성되며, 따라서 공동체에 참여하는 개인이 그런 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민주공화국의 법적・제도적 지원 채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한국의 개인들은 한국사회를 ‘헬조선’으로 살아가고 있다. 한국인 전체가 한국사회를 자신의 사회로 수용하고 그 발전을 위해 노력하도록 하려면, 이런 현실을 바꾸고 개인들이 사회로부터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권리와 혜택을 누리고, 원하는 만큼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구축해야 한다. 이런 사회를 건설하려면, 한편으로는 개인들이 독립적 시민으로서 보편적인 사회적 권리를 누릴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타인과의 호혜적 연대적 관계를 통해 자아실현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개인들이 사적 개인에서 사회적 개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과 같다. 나아가 개인의 소외를 초래하는 자본주의적 생산방식, 특히 노동과정에 대한 노동하는 개인들의 자율적 통제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사회적 분배와 생산 과정에서 중대한 변화를 성취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은 자유로운 개인과 독립적 시민의 연대 공동체가 곳곳에서 만개하는 민주공화국 사회로 탈바꿈하고, 개인으로서든 시민으로서든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주체적 삶을 목적 그 자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나라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강내희 지순협대안대학 교수
4대 그룹 경제력 집중 5년 새 더 심해졌다 521 경향
삼성전자(왼쪽부터), 현대자동차, SK, LG 본사 건물. /연합뉴스
지난 5년간 30대 그룹의 자산은 쪼그라들었으나 4대 그룹은 큰 폭으로 늘면서 경제력 집중이 심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4대 그룹의 매출과 순이익은 소폭 줄었으나 증시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커졌다. 재벌닷컴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4개 그룹의 자산총액이 지난해 말 864조9000억원으로 2011년 말 647조6000억원보다 33.5% 증가했다고 21일 밝혔다.
그룹별 자산규모는 삼성이 363조2000억원으로 5년 새 42.0%나 급증했다. 현대차는 218조6000억원으로 41.4% 늘어났다. SK와 LG 자산규모도 각각 170조7000억원과 112조3000억원으로 25.1%, 11.5% 증가했다.
30대 그룹의 자산총액이 2011년 말 1642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317조8000억원으로 24.6%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30대 그룹 자산총액에서 4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49.1%에서 52.7%로 5년간 3.6%포인트 높아졌다.
4대 그룹의 경제력 집중도는 자산뿐 아니라 매출, 순이익, 증시 등 모든 분야에서 5년 전보다 켜졌다. 이들 그룹의 증시 시총은 2011년 519조5000억원에서 5년 만에 663조2000억원으로 27.7%나 커졌다. 4대 그룹 매출은 690조4000억원으로 5년 전보다 0.9% 감소했지만, 30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6%로 여전히 높다. 이는 2011년 52.6%에서 2.0%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당기순이익 비중 역시 30대 그룹의 69.4%(37조8000억원)를 차지한다.
결혼과 이혼 사이 ‘졸혼 시대’…별거와 뭐가 다르길래 520 뉴시스
“이제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나’ 자신으로 살고 싶어요.”
결혼 35년차인 주부 김정자(62·가명)씨는 올해 초 남편과 ‘졸혼(卒婚)’을 했다. 지난해 은퇴한 남편은 하루 종일 집에 머물면서 사사건건 집안일을 간섭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김씨가 외출할 때마다 남편이 “내 밥은 차려놓고 나가냐”면서 하루 세 끼를 꼬박 챙겨 줘야하는 ‘삼식이’까지 되자 지긋지긋했다. 김씨는 지난 1월 막내딸이 출가하자마자 남편에게 “이제부터 각자의 삶을 즐기자”며 졸혼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이혼하자는 말이냐”며 결사반대했던 남편도 오랜 대화와 고민 끝에 동의했다. 평소 귀농을 꿈꿨던 남편은 현재 고향에 내려가 파프리카 농사를 짓고 있다. 김씨는 서울에 머물면서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영어회화와 꽃꽂이를 배우고 있다. 김씨는 “떨어져 있어도 남편과 수시로 연락하고 2주에 한번 씩은 자식들과 함께 모여 식사를 한다”면서 “오히려 함께 살 때보다 싸우지도 않고 대화도 훨씬 많아졌다”며 현재 삶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최근 이혼 대신 졸혼을 고민하고 있는 중년부부가 늘고 있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이다. 부부가 혼인 관계는 유지하지만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졸혼이란 단어는 2004년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의 ‘졸혼을 권함’이란 책을 통해 처음 등장하면서 일본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예능프로그램에서 배우 백일섭(73)씨가 40여년의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졸혼을 했다고 고백해 화제를 모았다.
백씨는 “함께 잘 살려면 서로 예의를 지켜야 하는데 내 성격이 그렇지 못했다. 노년을 서로 즐기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졸혼 이유를 밝혔다. 최근 졸혼을 소재로 다룬 드라마도 잇따라 방영되는 등 대중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하던 부부들의 헤어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매년 ‘황혼이혼’이 빠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20년 이상 혼인을 지속했던 부부의 이혼이 390건에 달했다. 10년 전에 비해 68.8%(159건)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은퇴 시기에 몰린 50~60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에서 황혼이혼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은퇴하거나 퇴직 이후 갑자기 생활환경이 바뀌고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서로 불편해지고 전에 없던 갈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고 평균 수명이 연장되면서 ‘뒤늦게라도 내 인생을 살겠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많아진 점도 황혼이혼이 증가하는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예전에 30년 정도였던 결혼생활 기간이 이제는 70년까지 늘어나고 있다. 결혼생활에 따른 불만을 그저 참으면서 살기에는 남은 인생이 너무 길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혼 대신 졸혼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졸혼이 부부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편의성과 자유로운 삶 추구, 이 두 가지를 다 놓치고 싶지 않아 새롭게 등장한 결혼 유지 형태라고 분석한다. 극단적인 이혼을 피하기 위한 대안책이라는 점이다.
같이 살기는 싫으나 이혼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번거로움과 자녀들에 대한 미안함, 이혼 후 노인 빈곤과 주위의 부정적 시선을 감내하기는 엄두가 나지 않아 졸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별거와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간의 정서적인 유대 관계는 유지하면서 사생활과 자유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상담복지학과 교수는 “별거는 부부관계가 파탄돼 회복되기 어려운 상태에서 결정하는 반면 졸혼은 정서적 신뢰를 갖고 따로 살면서 서로에 대한 간절함도 경험하고, 서로 못 다한 자기만의 소망을 이뤄보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서 “별거가 이혼을 향해가는 화살표의 중간지점이라면 졸혼은 이혼을 피하기 위한 유턴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아직 이혼이나 별거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인 반면, 졸혼이라고 하면 오히려 트렌드를 주도하는 신세대 중년 이미지를 받는다”면서 “남편이 시골에 내려가 따로 집을 얻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고 하면 주위에서는 상당히 경제력이 있는 집안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부(富)가 강조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젊은 부부나 미혼남녀들도 대체로 졸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혼 5년차 주부 송모(33)씨는 ”TV에서 졸혼에 대한 얘기를 봤는데 요즘 육아에 지친데다 남편과 대화도 거의 없어서 같이 사는 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아이가 커서 혼자 자립할 수 있을 때 남편과 졸혼하고 싶다. 경제적으로 완전히 자립하긴 힘들 테니 황혼이혼보다는 졸혼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혼인 장수정(28·여)씨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부모님께서 다투는 모습을 자주 봤다“며 ”어릴 때는 부모님이 이혼할까봐 겁났지만 이제 자식들도 다 컸으니까 이제라도 서로를 위한 삶을 가졌으면 한다. 이혼이 부담스러우시면 졸혼을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회원 548명을 대상으로 졸혼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미혼남녀 57%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특히 남성(54%)보다 여성(63%)이 배우자에게 졸혼 의사를 전달할 의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 졸혼을 결심하게 될 것 같은 이유로는 ’결혼 생활 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노후에라도 하고 싶어서(57%)‘가 가장 높았으며 ’배우자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서(22%)‘, ’사랑이 식은 상태로 결혼생활을 유지할 것 같아서(18%)‘ 등을 꼽았다.
반면 졸혼에 대해 ’전통적인 가정의 모습이 파괴된다‘, ’서류에 도장만 안 찍었을 뿐이지 이혼과 같다‘등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부부가 정기적인 교류를 지속적으로 하는 등 정서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졸혼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졸혼을 해도 서로 왕래가 없다면 결국 이혼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졸혼 기간이 길어지면 마음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졸혼을 결정한다면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만난다‘, ’가족행사에는 함께 참여한다‘ 등 나름의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정서적인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졸혼이 의미가 있지 그렇지 않으면 별거나 다름없다“고 조언했다.
STONY-남녀가 죽을때까지 같이 산다는 것은 고문이다..특히 안맞는 사람들 끼리 계속 혼인 관계를 유지 하기는 고문보다 더한 고통이다. 그렇다고 상호 합의 없이는 이혼도 힘들고,,제도와 현실 사이의 교묘한 접점이 졸혼이다. 많이들 하고 배우자로 말미암아 열받지 말고 살기를,,추천4 비추천2
dictato-신뢰를 바탕으로 정서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간섭 받지않고 각자 하고 싶은대로 살고 싶어서 따로 사는데 신뢰라면? 정서적 유지도 사랑이 식어 버렸는데 정서의 유지란 허황된 망상 아닌가?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생긴 엔조이 정서가 저변에 깔려있는데 왠 신뢰 정서? 추천15 비추천3
단독] 문재인 정부, 전교조 합법화 추진한다 중앙 522
문재인 정부가 법외노조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합법화를 추진한다. 이명박 정부의 4대 강 사업을 원상 복귀하는 ‘4대 강 복원 대책기구’도 구성할 계획이다. 본지가 21일 입수한 더불어민주당의 ‘신정부의 국정 환경과 국정 운영 방향’이란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의 ‘촛불 개혁 10대 과제’가 담겼다.
‘교원노조 재합법화 선언’은 10대 과제 중 두 번째 과제였다. 첫 번째 과제로 꼽힌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자 인정’은 이미 지난 15일 문 대통령이 업무 지시를 통해 실제로 조치를 취했다. 이 보고서는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국민의나라위원회’(위원장 박병석)와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옛 민주정책연구원)이 공동 작성했다. ‘국민의나라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전교조뿐만 아니라 공무원과 교직원 등의 정치 참여를 폭넓게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 나갈 예정”이라며 “2013년 전교조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를 철회하면 전교조 합법화는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나타난 나머지 ‘촛불 개혁 10대 과제’는 ▶세월호 선체 조사위 인력·재정 추가 지원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재수사 지시 ▶최저임금 공약 준수의지 천명과 근로감독 강화 시행 지시 ▶노동개악 4대 행정지침 폐기 ▶개성공단 입주업체 긴급지원 지시 ▶박근혜 정부 언론 탄압 진상조사 착수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금지 등이다.
'전교조 합법화' 행정명령만으로 추진엔 논란
단독]“소득세, 저소득층 빼고 다 올려야 재분배 효과 최대”522 경향
ㆍ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
소득세 증세는 저소득층을 제외한 소득계층에서 세율을 일률적으로 올리는 것이 소득재분배 효과가 가장 크고 세수확보도 많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2일 ‘소득수준별 세부담 평가와 발전방향’ 보고서에서 이 같은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현행 세법을 보면 과세표준(과표) 1200만원 이하는 세율 6%가 적용된다. 이어 1200만원 초과~4600만원 이하 15%,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 24%, 8800만원 초과~1억5000만원 이하 35%, 1억5000만원 초과~5억원 이하 38%, 5억원 초과 40%가 각각 적용된다.
보고서는 세율 24%·35% 구간, 세율 15%·24%·35% 구간, 모든 구간 등 3가지 상황에서 세율 3%포인트를 인상했을 때 실효세율과 세수입, 지니계수 변화 등을 측정했다. 그 결과, 3가지 방안 중 세수는 세번째 상황(모든 구간)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현재보다 38.6%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두번째 상황에서도 23.7% 늘었다. 하지만 첫번째 상황에서는 6.3% 증가에 그쳤다.
연봉 1억원 초과자의 실효세율도 모든 구간에서 세율을 올릴 때 2.1%포인트 상승해 가장 높았다. 반면 첫번째 상황에서는 실효세율 상승폭(0.9%포인트)이 가장 적었다. 소득세는 누진 적용되기 때문에 모든 구간에서 세율을 올리면 고소득층의 세부담이 대폭 늘어난다.
다만 지니계수는 저소득층을 제외하고 세율을 올릴 때(두번째 상황) 가장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구간에서 세율을 인상하면 저소득층 세부담도 늘어나 지니계수 개선이 상쇄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모든 구간에서 세율을 올릴 경우 연봉 2000만원 미만 층에서도 세부담이 0.3%포인트 증가한다.
안종석 선임연구원은 “소득세 증세는 보호해야 할 저소득층을 제외한 모든 소득계층에서 세율을 올려야 면세점이 줄어들고,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며, 세수입도 커진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면세자를 얼마나 줄일 것인지, 중간층의 세부담은 얼마나 할 것인지 등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소득세 최고세율만 인상할 경우 조세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세원 마련 측면에서 실효성은 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동연 후보자 “교육은 부·사회적 지위 대물림 수단 안돼야”
문재인 정부 첫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지명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은 22일 아주대학교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교육’특강에서 “교육은 부와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경기중등교장협의회 1학기 총회 특강에서 “기성세대는 ‘열심히 하면 성공하는 세대’로 그 원동력에는 ‘교육’이라는 시스템이 작용했지만, 지금은 명문대 입학생들의 가계 소득을 보면 알 수 있듯 교육은 부와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 하는 수단이 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시장 경제에 의해 생기는 차이에 대해서는 존중이 필요하지만,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벽에 가로막히고 계층 이동 사다리가 끊어져 버려 과거 계급 사회가 된다면, 우리 사회 구조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짚어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취업할 때까지 ‘정답 고르기’를 시키며 붕어빵 인재를 만들어 내고 있다”라며 “사회 경제를 지속해서 발전시키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희망을 품고 도전할 수 있게끔 교육의 ‘사회적 이동성’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그동안 점심, 북클럽, 멘토링 등을 통해 아주대 재학생 8000여명을 만나보니 청년들에 대해 어른들이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청년들이 ‘패기가 없다, 도전 정신이 없다’라고 지적하기보다 우리 기성세대가 그들 내면에 잠재한 ‘청년 정신’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줬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주대가 진행하는 학생 주도 강의 ‘파란 학기제’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해외연수를 지원하는 ‘에프터 유’(After you) 프로그램에 담긴 가치를 소개했다 파란학기제는 학생들이 듣고 싶은 강의를 직접 설계하면 학교가 지원해주는 자기 주도형 학습강의다. 에프터 유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세계 명문대 연수 기회를 제공하면서, 어학 점수나 학교 성적은 보지 않고 가계 소득과 도전 정신으로 대상 학생을 선정한다.
전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되고 이날 학교에 출근한 김 후보자는 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학교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청문회 준비로 학교에 지장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과와 상관없이 학교를 떠날 계획”이라며 “학생들에게 임기를 채우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고, 학교에 머무는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특강에 앞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티타임을 갖고 미래 교육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이 교육감은 “경제뿐만 아니라 교육혁신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고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고, 이에 김 후보자도 ‘계속 의견 나누고 협력해나가자’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별없는 조선·동아의 ‘문재인 때리기’ 522 미디어오눌
[김종철 칼럼]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색깔론’ 씌우고 대북정책 헐뜯고
문재인이 제19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2주가 가까워진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는 정치·외교·사회·문화·교육·노동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혁명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변화가 일어났다. 그런데 수구보수언론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만 보는 독자들은 그런 현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 관련기사 : 중앙일보, ‘조중동 카르텔’ 탈퇴했나 ]
유럽과 아메리카의 정치선진국들에서는 새 국가원수가 취임하면 보통 3개월 내지 100일 동안 그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본격적인 비판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신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1월20일 취임한 이래 거의 모든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러시아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연방수사국(FBI) 국장 제임스 코미를 위법적으로 해임한 사건 때문에 탄핵 위기에 몰려 있다.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은 역대 최저인 39%까지 떨어졌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문재인은 한국갤럽이 지난 19일 발표한 취임 2주차 여론조사 결과에서 87%의 지지(김영삼의 85% 이래 최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다수 매체에서 ‘찬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사설과 기사를 통해 ‘문재인 때리기’에 열을 올려 왔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문재인이 지난 19일 헌법재판소 소장으로 지명한 김이수 후보자(현재는 소장 대행)에 대한 ‘색깔론’ 제기이다.
조선일보 5월20일자 사설(“‘통진당 해산 반대’ 헌재소장,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나”)은 “통진당 실세 이석기 전 의원은 (···) 내란 선동과 국보법 위반으로 징역 9년이 선고됐”는데 “김 후보자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고, 이 전 의원과 그 조직의 활동이 통진당 전체의 책임이 아니라며 해산을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결론 부분에서 문재인을 이렇게 공격했다. “문 대통령은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에 대해 ‘반민주적 폭거’라고 했다. 헌재가 통진당 해산을 결정하자 ‘국가기관이 개입해 매우 안타깝다. 유권자들 판단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와 거의 같은 입장이었다.”
2014년 2월17일, 이석기 피고인의 1심 재판부는 ‘내란 음모, 내란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그해 11월2일의 항소심 마지막 공판에서 서울고법 형사9부는 지하혁명조직(RO)의 실체는 인정되지 않고, 내란 음모는 증거가 없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내란 선동 혐의만 인정해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2015년 1월22일 2심 판결을 확정했다.
통합진보당 해산 문제를 심리한 헌재의 재판관들 가운데 김이수 혼자 ‘해산 결정’에 반대한 것은 그의 고유한 권한이자 판단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이다. 현역 국회의원이자 변호사였던 문재인 역시 통진당 해산 결정이 ‘민주적 조치’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동아일보 5월20일자 사설(“헌재·검찰을 ‘정권 코드’로 바꾸려는 것인가”)은 ‘대통령 문재인과 헌재소장 김이수의 야합’을 ‘우려’했다. “헌재소장은 위헌 여부를 가리는 결정을 할 때는 재판관 한 사람 몫의 판단을 하지만, 헌재 운영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내년 6월 개헌을 공언했다. 가장 좌파적인 헌재소장을 지명한 대통령의 헌법 인식이 개헌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가장 좌파적인 헌재소장’을 임명하게 되면 대통령 문재인이 앞으로 ‘개헌의 향방’에 ‘좌파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리라는 걱정인데, 국회에서 120석밖에 갖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이 그런 개헌을 기도한다면 여러 야당이 가만히 있을까?
조선일보는 5월15일자 사설(‘김정은, 문 대통령을 시험대에 올렸다’)에서 “이번 도발(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인용자)은 김정은이 문 대통령과 미국을 향해 자기의 길을 갈 테니 자신과 협상하려면 양보하라는 것”이라고 단정한 뒤 “문 대통령이 안보 문제에서만큼은 정치적 견해를 벗어나 현실에 바탕을 둔 전략과 전술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재인이 대선 후보 시기에 누누이 강조한 “북한의 핵실험은 강력히 응징하되 대화의 여지는 열어두겠다”고 한 공약을 근본적으로 부정한 셈이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1발을 시험발사한 5월14일 문재인은 신속하게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고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동시에 엄중 경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무엇이 그렇게 걱정스럽다는 것인가?
동아일보의 같은 날짜 사설(“문 정부 나흘 만에 북 미사일 도발···이래도 ‘대화’인가”) 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날 대화 가능성을 말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북한의 이번 도발을 보면 대화 기조로의 변화를 꾀하는 문재인 정부를 더 만만하게 보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처럼 북한과의 교류나 대화의 길을 완전히 막아놓고 핵실험 등에 대해 어떤 응징도 하지 못하던 ‘청맹과니’식 대북정책을 되풀이해야 한다는 뜻인가?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취임 직후 문재인이 발표한 인사 조치나 정책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지 않으면서도 정당한 비판과 논평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두 신문은 문재인이 가장 중점을 둔 인사와 정책들에 대해 시비를 위한 시비를 일삼고 있다. 그런 행태를 보니 조선과 동아가 2003년 2월25일 노무현이 16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던 날 내보낸 사설의 주요 대목이 떠오른다.
“노 대통령이 ‘친구가 아닌 적을 늘리는 개혁’ ‘자신들만의 개혁’으로 치닫는다면 대한민국은 또 한 번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 국정이 어설픈 이념의 ‘실험무대’가 될 수는 없다.”(조선일보)
“새 정권이 야당이나 언론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개혁의 속도와 방법에 의견이 다르다고 적대시하는 것이나, 합리적인 견제나 비판조차 반개혁이나 수구로 몰아붙이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동아일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1920년 3월5일과 4월1일에 각각 창간되었다. 1940년 8월에 일제가 폐간을 강요한 이래 1945년 말에 복간되기까지의 5년을 뺀 92년 동안 두 신문은 ‘천황 폐하 만세’를 부르며 일제의 ‘성전(聖戰)’을 찬양했는가 하면 박정희가 1975년 5월 중순에 긴급조치 9호를 발동한 이래 1979년 10월26일 비명횡사할 때까지 독재자를 비판하는 기사나 논설을 거의 내보내지 못했다. 전두환·노태우 정권 시기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1998년 2월부터 2008년 2월까지의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기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중앙일보와 함께 언론의 자유가 아닌 ‘폭력의 자유’를 마음껏 누렸다. 지난 5월10일 ‘3기 민주정부’가 들어서자 조선과 동아는 분별없이 ‘문재인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문재인은 지난 5월18일 광주의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서 이렇게 약속했다. “촛불은 5·18민주화운동의 정신 위에서 국민주권시대를 열었습니다.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임을 선언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부가 될 것임을 광주 영령들 앞에 천명합니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절대 다수 국민의 뜨거운 호응 속에 박근혜는 물론이고 이명박이 저지른 부정과 비리까지 청산하는 작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그 ‘적폐’에는 당연히 언론도 포함되어 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지난 한 세기 가까이 3, 4대에 걸쳐 사주들과 다수 종사자들이 쌓아올린 ‘적폐의 산더미’가 바야흐로 단죄와 청산의 심판대에 오를 것이 두려워 촛불혁명의 소산인 문재인 정부를 ‘선제타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강경화 후보자로 본 위장전입 논란사 …"맹모삼천지교"에서 "그랜드슬램"까지
청와대는 2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위장전입 사실을 사전에 공개했다. 강 후보자는 21일(현지시간) 뉴욕 JFK공항서 기자들을 만나 “큰딸의 이중국적과 위장전입 문제는 청와대 인사검증 과정에서 이미 보고를 한 사항”이라며 “사실”이라고 답했다.
위장전입은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메뉴다. 국회회의록 검색시스템에서 ‘위장전입’을 검색하면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이 언급된 건수만 117건이다. 위장전입 사유는 주로 토지 매입, 자녀들의 학교 배정, 아파트 분양 등이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장인의 선거를 돕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기도 했다.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제37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범죄다.
최초의 낙마는 1998년...2002년 때는 총리후보자 2명 낙마
위장전입이 문제가 돼 낙마한 최초의 고위공직자는 1998년 4월 사퇴한 주양자 전 복지부 장관이다. 주 장관은 일가족이 부동산 투기 등을 목적으로 16차례에 걸쳐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밝혀져 취임 58일 만에 사퇴했다.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1998년 위장전입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주양자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DB]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 건 2002년 장상ㆍ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부터다.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는 서울 잠원ㆍ반포ㆍ목동 등에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을 견디지 못하고 낙마했다. 당시 장 후보자는 “시부모가 아들과 며느리의 월급봉투를 다 받으셔서 총지휘를 하셨다”며 의혹을 부인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장상 국무총리서리가 30일 국회에서 속개된 인사청문회에서 전날 위장전입에 대해 물고 늘어진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을 쳐다보고 있다.
.이어 지명된 장대환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 전 기자회견을 통해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장 지명자는 “애들을 좋은 곳에서 교육시키려고 했던 생각에서 한 일로 죄송하다”며 “그 문제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로 봐달라”고 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맹자 어머니를 모독하는 것”이라며 인준안을 부결시켰다.
공직자 재산 공개서 위장전입 드러나 자진사퇴도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때는 위장전입에 대한 잣대가 높았다. 공직자 재산 공개에서 위장전입이 드러나 자진사퇴한 고위공직자도 있다. 2005년 3월에는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공직자 재산 공개 후 부인의 위장전입이 드러나 사퇴했다. 이 부총리의 부인은 1979년 경기도 광주시와 전북 고창군 등으로 주소지를 옮기며 논밭을 매입했다.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도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용인시의 농지를 매입하기 위해 위장전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역시 사퇴했다.
이명박 정부 때도 장관 2명 낙마...후보자 4명에게 동시에 위장전입 의혹 제기도
위장전입으로 가장 논란이 된 정부는 이명박 정부 때다. 우선 위장전입으로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2008년),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2010년) 등 2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다.
2009년에는 김준규 검찰총장 내정자도 위장전입 의혹에 휩싸였다. 김 총장은 인사 청문회 전 기자회견에서 “100% 백옥같이 희겠냐만 25년 동안 검사 생활 하면서 크게 잘못한 것은 없다”고 발언했다 이후 위장전입이 드러나며 논란이 됐다.
2010년 8월에 있었던 청문회에서는 이인복 대법관 후보,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 등 후보자 4명에게 동시에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됐다. 신 후보자는 5번의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에 결국 낙마했다. 당시 정장선 민주당 의원은 “‘위장전입은 이 정부에서 고위직으로 나가는 데 있어서 필수 조건이다’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당시 후보가 “자녀들 취학을 위해 다섯 차례 위장전입을 했다”고 시인하며 도덕성에 대한 기준이 낮아졌다는 취지였다.
박근혜 정부 때도 위장전입 논란..."위장전입 그랜드슬램"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위장전입은 인사청문회의 단골 메뉴였다. 2015년 3월에는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 후보, 유일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 홍용표 통일부장관 후보,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 등 청문회가 진행된 4명이 모두 위장전입 논란에 연루됐다. 당시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유 장관 후보 청문회에서 “위장전입에 대해 언론에서 붙인 표현인데 그랜드 슬램이다. 이번에 4명의 후보자 전체가 위장전입을 한 전력을 갖고 있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위장전입 논란에도 4명 후보자 모두 무사히 청문회를 통과했다.
2016년 1월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위장전입 논란이 제기됐지만 역시 무사히 넘어갔다. 홍 장관이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하고 사죄하자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금이야 이것이 마치 관행처럼 돼서 말 한마디로 넘어간다”고 비판했다.
강 장관의 인사 청문회에서도 야당 측은 위장전입 등의 의혹을 집중 검증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자유한국당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22일 “집권 여당(더불어민주당)이 과거 정부에서 어떤 잣대로 평가하고 비판하고 낙마시켰는지 되돌아보라”며 “민주당보다 더 엄격하고 꼼꼼한 잣대로 인사청문회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했던 ‘5대 비리 관계자 원천 배제’ 약속을 저버려 유감”이라며 “청문회에 적극 협조하되 도덕성, 자질 검증은 충분히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과 지식인들이여 조금 더 섬세하게 국민을 대하라 522 한겨레21
나는 2002년 12월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퇴임 직전까지 계속 외국에 있어 그 기적적인 역전극의 감동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노무현 지지자가 될 기회조차 없었다.
그 시절, 해외에 5년간 살면서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다양한 신문과 언론을 접했다(<딴지일보> 기자 출신이기에 조·중·동을 읽는 비중은 매우 낮았다). 내가 한국 언론을 통해 느낀 것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몰락’이었다. 경제도 사회도 정치도 다 무너져 귀국하면 주인 잃은 빈집이 널려 있고 길에는 거지들이 득실댈 것 같았다. 도대체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를 어떻게 하기에 나라가 저 꼴이 된 것일까.
하지만 막상 귀국하고 나서는 반대의 의미에서 놀랐다. 국민의 표정은 수년 전 고국을 떠날 때보다 훨씬 밝았고 행복했으며 여유로웠다. 경제는 성장하고 사회는 안정되고 공기 속에는 자유로움이 가득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노무현을 ‘놈현’이라 부르며 비웃거나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나쁜 일을 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었다. 거기에 편승하지 않은 언론과 국민이 거의 없다시피 한 모습을 보며, 나라 전체가 일종의 집단최면에 걸린 게 아닌지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 대통령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이 전반적인 상황이 우리 사회에, 특히 노무현을 지지했던 혹은 오해했던 사람들에게 남긴 트라우마는 엄청나다. 이 트라우마가, 치유될 기회가 없었던 비민주와 부패, 암흑의 9년을 지나 문재인 대통령의 시대에 다시 부상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 어리석음과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우리들 자신의 죄의식과 불안의 투영도 당연한 일이며 일부 언론이나 인사들의 언행에 예민함과 분노를 터트리는 것도 바로 이 트라우마 때문이다.
한때 국민적 관심을 끈 <나는 가수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며 우리는 음악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어떤 가수가 진심으로 노력하는지, 대충 시간이나 때우려 하는지, 이른바 ‘진정성’을 어렵잖게 구별할 수 있었다. 단지 집중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물론 지금 이 사태에는 문재인 지지자들의 오해도 섞여 있다. 지나친 예민함과 과격함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진보 언론과 지식인들의 문장이나 표현 속에 문재인과 그 지지자들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각, 학창 시절 운동권 용어를 쓰자면 ‘프티부르주아’를 바라보는 듯한 냉소도 느껴진다. <나는 가수다> 때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지지자들은 은연중에 그걸 느끼며 실망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그 결과 자신들도 예전처럼 다시 집단최면에 빠질까 더욱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런 다툼은 너무나 소모적이고 명분도 없다. 이명박의 4대강사업과 차벽처럼,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처럼, 세월호의 비극처럼, 박근혜의 무능과 독재처럼 우리 앞에는 ‘악’이라고 규정할 만한 공통의 적이 버티고 있다. 그들은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기득권의 네트워크를 공고히 유지하며 단지 포복으로 자세를 낮추고 있을 뿐이다. 지금의 이 다툼은 외계인이 공격해오는 와중에 지구인들끼리 싸우는 거나 다름없다.
물론 생각이 서로 다를 수 있다. 문제는 지나치게 공격적인 표현, 과도하게 분노하는 모습이 양쪽 모두에서 너무 흔히 보인다는 점이다. 이러면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 지나침 자체로 발언의 의미와 무게를 상실하고 단지 싸움만을 확장시킬 뿐이다. 상대의 주장이 일리가 있어도 그가 내게 욕하거나 악인으로 몰아붙이거나 광인으로 규정한다면 이미 이해와 타협은 물 건너간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간다면 섭섭함과 오해가 아니라, 진짜 증오와 저주로 변해버릴 것이다. 그래서 일단 한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지금 유행하는 멸시의 호칭부터 중단하자. ‘한걸레’니 ‘달레반’이니 하는 말들, 사실 누워서 침 뱉기일 뿐이다. 누구 말마따나, 우리가 남인가? 남이면 얼마나 남인가. 비판할 때 하더라도 예의는 지켜야 대화가 가능하다. 비웃지 말고 납득하도록 풀어내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에게도 트라우마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투신하기 불과 며칠 전 검찰 수사를 받던 시절, 블로그에 ‘이제 노무현을 버려야 하는가’라는 글을 쓰며 그의 부도덕성을 성토했기 때문이다. 그가 서거한 뒤 그 글을 도로 읽으며, 냉철과 객관성을 가장한 내가 실은 얼마나 냉정하고 잔인했는지 깨달으며 후회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러고는 그가 떠난 지 5시간 만에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눈물을 흘리며 추모의 글을 써서 <딴지일보>에 게재했다. 쓰는 단어 하나하나마다 내 자신의 잔인함과 경솔함을 상기시켜 고문하듯 괴롭혔다.
그 기억과 고통을 아직도 간직하기에, 나는 언론과 지식인보다는 단순하고 순수한 열혈 국민들을 변호하고 싶다. 강성 문재인 지지자들 말이다. 그들을 홍위병이나 나치, 심지어 극우 태극기 부대와 동일시하는 비난까지 등장하는데 이것은 언론과 지식인이 국민에게 보일 태도가 아닐뿐더러 본질과 무관한 지적이다. 지금 이 순간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원하는 것은 그를 김정은처럼 받들고 신격화하려는 게 결코 아니다. 되레, 만약 그가 전직 대통령처럼 헌법을 유린하고 업무를 게을리하며 국정 농단을 펼친다면 가장 먼저 비판하고 단죄할 사람이 바로 그들이다. 단지 기나긴 기다림 끝에, 지금 현재 누가 봐도 좋은 방향으로 세상을 바꿔가는 대통령에 대한 존중과 예의와 성의를 함께 기쁨으로 나누고 싶은 것이다. 거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마음 상하고, 한편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들이대졌던 잔인함의 화살이 언론을 통해 반복될까봐 두려운 거다. 충분히 이해할 만하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인간 사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고민하는 진보 언론과 지식인들이라면 이런 국민을 따뜻하게 감싸줄 줄도 알아야 한다. 다소 억울하더라도 그들의 트라우마와 예민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문빠들 덤비라”며 국민을 상대로 주먹을 들이밀거나 욕설과 빈정거림으로 대응하는 게 언론과 지식인의 책무일 리는 없다.
나 역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때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것만큼은 절대 보고 싶지 않다. 내 힘이 닫는 데까지 지키고 보호하고 싶다. 그 시절 내 고통의 크기만큼 말이다. 하지만 그를 보호하기 위해 모두를 적으로 돌릴 생각은 더욱 없다. 그것은 도리어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국회는 여소야대다. 대통령이 지금처럼 시원하게 국정을 펼치는 것은 곧 벽에 부딪히게 된다. 이제 박근혜 재판도 있고 이명박 수사도 있을 것이고 수구 반민주 세력의 반격도 그만큼 거세질 것이다. 정말 중요한 장기전을 앞두고, 아직 그 전투는 시작도 안 했는데 서로 욕하고 비웃는 것으로 우리가 얻을 건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비록 열렬한 문재인 지지자임에도 불구하고, 호칭 문제나 사진의 각도 같은 것들보다 훨씬 명백하고 심각한 왜곡과 악의적인 공격이 일어나지 않는 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9년간 어둠 속에서 버텨온 진보언론을 믿고 존중하려 한다. 대다수의 국민이 분노하고 절망하면서도 생활에 큰 지장은 받지 않고 이명박과 박근혜 시대를 살아온 반면, 이른바 ‘한경오’라고 하는 진보언론들은 엄청난 정치적·경제적 압력과 개인적 생활고를 겪으며 그 명맥을 지켜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이 노고는 그리 쉽게 무시될 것이 아니다.
그저, <한겨레>를 비롯한 언론과 지식인들께 부탁드린다. 조금 더 섬세하게 우리 국민을 대해주시기 바란다. 국민을 상대로 싸움하려 들지 마시기 바란다. 휴머니즘과 정의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과 지식인이 자기 국민을 대국적으로 이해하고 감싸지 않는다면 대체 누가 그들의 편에 선단 말인가./ 원종우 <과학과 사람들> 대표
5·18 진상 규명 외치며 목숨 끊은 열사들
기억해야 할 이름들 박관현·표정두·조성만·박래전·김종태·홍기일·김의기·최덕수…
전남대 총학생회장이던 박관현 열사가 1980년 조선대에서 연설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아아,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구나.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가 넋을 잃고 밥그릇조차 대하기 어렵구나.”
1980년 6월2일치 <전남매일> 1면에는 당시 전남고 교사인 김준태 시인의 시가 실렸다.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는 사전 검열로 100행이 넘는 시의 3분의 2가 잘려나갔다. 시인은 교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전남매일>은 폐간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시와 신문은 찢겨도 광주 정신은 남았다. 시인의 말처럼 ‘밥그릇조차’ 대할 용기가 좀처럼 나지 않는 살아남은 자들의 부채감 때문이었다. 계엄사령부(계엄사)는 광주를 무력으로 포위했고, 언론에는 보도지침을 내렸다. 5월31일 계엄사의 발표문에는 ‘무장폭도에 의한 살상·파괴·방화·약탈’ ‘북괴의 고첩(고정간첩)과 이에 협력하는 불순위해분자들의 책동 흔적’ 등의 관변 ‘유언비어’가 실렸다.
하지만 광주 정신은 결코 고립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끝내 광주를 기억해냈고,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 박관현·표정두·조성만·박래전 열사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전남대 총학생회장이던 박관현 열사는 1980년 5월16일 옛 전남도청 앞에 마련된 무대에 올랐다.
“우리가 민족민주화 횃불 성회를 하는 것은 이 나라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자는 것이요, 이 횃불과 같은 열기를 가슴속에 간직하면서 우리 민족의 함성을 모아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광주 시민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민주주의를 향한 열기가 불타올랐다. 하지만 그는 광주가 봉쇄되면 계엄사의 주요 타깃이 될 게 분명했다. 5월18일 새벽 광주를 빠져나와 전남 여수로 몸을 피했다. 이후 서울의 공장에서 일하다 1982년 4월 체포됐다. 혐의는 내란중요임무종사였다. 박관현은 모진 고문과 동료의 거짓 자백으로 징역 5년형을 선고 받았다.
살아 남은 박관현은 감옥에서 투쟁의 길을 택했다. 그는 5·18 진상 규명 등을 요구하며 총 40일이 넘는 단식 끝에 급성심근경색 등으로 세상을 떠났다.
표정두 열사는 광주 대동고등학교에 재학 중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정학을 당했다. 공장에서 일하며 홀로 공부해 1983년 호남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가난 때문에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그 뒤 용접공 등으로 일하다 1987년 3월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등유를 몸에 끼얹었다. 몸에 불을 그은 뒤 미국 대사관을 향해 80m가량 달렸다.
“내각제 개헌 반대” “장기 집권 음모 분쇄” “박종철을 살려내라” “광주 사태 책임지라”. 근처에 있던 교통경찰 2명이 소화기로 불을 껐다. 하지만 표정두 열사는 이틀 뒤인 3월8일 끝내 숨을 거뒀다.
5·18 알리려 목숨 건 이들
5·18 민주화운동 8주년이 다가오던 1988년 5월15일, 서울 명동성당 입구에선 ‘양심수 전원 석방 및 수배 해제 촉구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때 명동성당 4층에 한 젊은이가 올랐다. 서울대학생이던 조성만 열사는 핸드마이크를 들고 “양심수 가둬놓고 민주화가 웬 말이냐” 등의 구호를 외친 뒤 유서를 뿌리며 뛰어내렸다. 그는 유서에 “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미국의 등장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을 동반했습니다. 민족의 독립을 외쳤던 제주도민의 학살인 4·3, 한국전에서 보여준 미국이 우리 민족에 가했던 살상. 5·16의 지원, 저 잊을 수 없는 80년 광주 학살 등”이라고 적었다.
1988년 6월4일에는 숭실대 인문대 학생회장이던 박래전 열사가 “광주는 살아 있다” “청년 학도여 역사가 부른다” “군사 파쇼 타도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분신했다. 그는 유서에 “진정 자주, 민주, 통일은 몇몇 소수의 염원인가?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사르며 가장 소중한 목숨까지 바쳐가며 투쟁하는 열사들의 모습이, 학살 원흉 처단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인가. 들리지 않는가. 광주 영령들의 울부짖음이”라고 적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름을 부른 이들 외에 많은 사람이 광주를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다. <한겨레>는 기념사 초안 마련에 참여한 신동호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 내정자가 “광주에 대한 부채감을 갖고 1980년대 이후를 살아온 우리 모두가 광주의 자식들이란 점을 문 대통령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5·18과 관련해 목숨을 끊은 열사들을 셈해보니 12명이었다. 그분들 이름 모두를 불러드리지 못한 것을 대통령도 미안해하실 것”이라고 말했다고 5월18일 보도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1980년 5월30일에는 서강대 학생이던 김의기 열사가 광주 사태의 진상을 알리는 ‘동포에게 드리는 글’을 뿌리면서 서울기독교회관 앞에 서 있던 무장한 장갑차 앞으로 떨어졌다. 그는 ‘동포에게 드리는 글’에 “또다시 치욕의 역사를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고 떳떳한 조상이 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계엄령으로 숨죽이는 서울 시민들에게 더 이상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고 절규한 것이다. 김의기 열사의 투신이 자의에 의한 것인지, 군경의 겁박에 의한 것인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가 광주 정신을 계승한 열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광주, 광주 그리고 광주
1980년 6월9일 이화여대 앞 사거리에 노동자 김종태 열사가 섰다. 그는 부산에서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집안 형편 때문에 국민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지만 배워야 한다는 집념은 강했다. 야간학교를 다니며 전 과목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1978년에는 스스로 야학을 만들어 근로기준법을 가르쳤고 같은 해 공장에 취업해 노동운동을 지원해왔다. 1979년 ‘YH 사건’(YH무역 여성 노동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농성하던 중 강제 진압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 김경숙이 사망한 사건)으로 야학 교사들이 연행됐고, 자신이 만든 야학이 강제 해산된 뒤 방위병으로 소집됐다. 그리고 1980년 광주에서 벌어진 참극을 전해들었다. 그는 분신하기 이틀 전인 6월7일 이해학 목사에게 ‘광주 시민, 학생들의 넋을 위로하며’라는 글을 전했다. “도대체 한 나라 안에서 자기 나라 군인들한테 어린 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수백, 수천 명이 피를 흘리고 쓰러지며 죽어가는데 나만, 우리 식구만 무사하면 된다는 생각들은 어디서부터 온 것입니까?” 김종태 열사는 그렇게 몸으로 광주를 기억했다.
1988년 5월17일 단국대 학생이던 최덕수 열사는 고향인 전북 정읍에서 학교로 올라와 광주항쟁 계승투쟁에 참가했다. 5월18일에는 아침부터 핸드마이크를 들고 광주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다 오전 11시께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그는 분신 직전 “광주는 아직도 살아 있다. 끝까지 투쟁하라”고 외쳤다.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나는 괜찮다. 가서 투쟁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방송>은 최덕수 열사가 ‘대동제(축제)에 학교에 주점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비관해서 자살했다’고 왜곡보도했다. 같은 날 단국대 총학생회는 “지금 최덕수 학우는 생명이 위험하다. 이 학우는 결코 죽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힘으로 소생시켜야 한다. 이 학우를 소생시키는 길은 오직 우리의 강고하고 처참한 투쟁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우리의 꺾이지 않는 투쟁의 열기가 삼천리 강산을 뜨겁게 하고 노태우 일당과 미제의 무리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을 때 최덕수 학우는 두 눈 부릅뜨고 우리의 투쟁 대열로 달려올 것이다”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간절한 학생들의 염원에도 최덕수 열사는 5월26일 세상을 떠났다.
광주 민주화운동 때 시민군으로 참여해 다리에 총상을 입고 5년 뒤 세상을 떠난 홍기일 열사도 있다. 그는 1985년 8월1일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미장일을 하며 번 돈 62만원을 부모에게 전한 뒤 “마지막 효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8월15일 전남도청 앞에 있는 한 식당 화장실에서 쥐약을 먹은 뒤 휘발유를 몸에 끼얹었다. 아직도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의 탄흔이 선명한 전일빌딩 앞에서 홍기일 열사는 “광주 시민이여 잠에서 깨어나라” “학원안정법 반대투쟁에 결사적으로 나서자” “뭉칩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미리 준비한 선언문을 뿌리고 분신했다. 선언문에는 “8·15를 맞이하는 뜨거움의 무등산이여! 그토록 울부짖으며 부르짖던 민주가 자유가 뜨거움의 아픔으로 5년이 흐른 이 시점에서 아픔이 아픔으로 느끼지 못하는 이 현실에 무등을 보기가 부끄러울 뿐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재야 인사들은 그를 지키기 위해 전남대 병원으로 갔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 분신을 결심한 계기를 자신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전했다. “5·18 때 살았다는 것이 부끄럽고 5·18의 의미가 무엇인지 당시 잘은 모르는 상태에서 문제성을 자주 파보니까 우리의 현실에 커다란 문제점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 오늘 희생을 각오했습니다.” 경찰은 8월22일 새벽 홍기일 열사가 숨지자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입관해 장의차에 실어 떠났다.
반복되는 계엄사의 망령
광주는 1980년 이후 벌어진 모든 민주화운동의 정신적 고향이었다. 1987년 6월 거대한 민주항쟁의 발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광주를 광주로 묶어두려는 시도가 있다. 학살자로 처벌된 전두환과 계엄사의 말을 끝없이 반복하는 이들이 있다. 정준길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5월18일 논평을 내어 “5·18 당시 북한군 개입 의혹 등 5·18 진상 규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까지도 함께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1980년 5월31일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북괴의 고첩(고정간첩)과 이에 협력하는 불순위해분자들의 책동 흔적”이 있다고 말한 계엄사의 ‘유언비어’가 29년 뒤에도 여전히 우리 곁에 똬리를 틀고 있다.
‘문팬’은 노사모와 무엇이 다른가 523 주간경향
ㆍ젊은 20~30대 회원들 엄숙주의 벗어나 콘텐츠나 유행어 잘 만들어
2000년 4월 13일은 16대 총선이 있던 날이었다. 당시 부산 북·강서을 지역구에 출마한 새천년민주당 소속 노무현 후보는 지역주의 장벽을 허물겠다는 포부에도 불구하고 낙선하고 만다. 이날 노 후보의 낙선을 보고 안타까워하던 네티즌들이 노 후보의 홈페이지에서 격정을 토로하던 중 ‘팬클럽을 만들자’는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지지하는 정치인의 낙선과 함께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이 바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였다. 그리고 이 팬클럽은 지지 정치인을 대통령에 당선시키는 전국 조직으로 성장했다.
대통령 임기 중 변질 비판받은 노사모
김민흥씨(47)는 그날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김씨도 노 전 대통령의 낙선 뉴스를 본 직후 노사모 회원을 모집하는 인터넷 게시글을 읽었다. 온라인상의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순식간에 몰리며 며칠 만에 회원모집 임시페이지가 다운되는 모습도 지켜봤다. 그해 5월 공식 홈페이지가 열리면서 김씨도 노사모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듬해인 2001년 연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대비해 노사모 회원들이 경선 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때도, 2002년 하반기 본격적인 대선국면이 열리면서 노사모 회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유세가 노무현 바람을 일으킬 때도 김씨는 함께 그 자리에 있었다.
2002년 16대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노사모를 대통령 후보의 선거 사조직으로 규정해 폐쇄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김씨는 “(2002년) 대선 당일 6시에 투표가 끝나고 출구조사가 나오는 시간과 동시에 노사모 홈페이지도 다시 열었다”면서 “그때 출구조사 결과에 흥분했고 개표 과정 내내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을 보면서 노사모 사람들과 맘 졸였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 중 하나였던 노사모는 당선 한 달 뒤 앞으로의 운영방향을 놓고 회원 투표를 진행했다. 그때 김씨는 노사모의 해체에 표를 던진 소수파 중 한 명이었다. 순수한 정치인 팬클럽으로 남으려면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간 이후 노사모에게 주어질 수 있는 이익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10만명을 넘어선 회원들 중 다수는 노사모의 존속에 투표했고, 노사모는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김씨와 의견을 공유하던 회원들이 우려하던 대로 정치인 팬클럽 노사모는 노 전 대통령 임기 중 변질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팬의 입장을 넘어 현실정치에 참여해 보상이나 이익을 노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결정에 대해서도 무비판적으로 옹호만 일삼아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리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임기 초기 국군의 이라크전 파병부대 편성 문제를 두고 노사모 내부에서 벌어진 논쟁이 대표적이었다. 당시 노사모 지도부는 파병 반대 성명을 냈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결단을 따라야 한다는 회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노사모는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이었기 때문에 이후 생겨난 정치인 팬클럽이나 지지모임은 노사모가 남긴 전례를 보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내부 강령이나 규율 등을 제정하기도 했다. 김씨가 노사모 탈퇴 이후 13년 만인 2016년에 가입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 팬클럽들도 비슷한 내부 규정을 두고 있다. 가장 강조되는 사항은 팬이나 지지자의 위치를 벗어나 정치적 이권을 추구하는 행동을 제재하는 내용이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 팬클럽의 운영진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 팬클럽 외에도 민주당 대선주자들 팬클럽 대부분에 과거 노사모 활동을 했던 회원들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과거에 나왔던 불미스러운 일들은 철저히 예방하자는 분위기가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경선에서 팬클럽 대결장 되기도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팬클럽 중 대표적인 곳으로는 문팬·문사모·젠틀재인·노란우체통 등이 있다. 멀게는 2004년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민정수석이던 시절부터 만들어지긴 했지만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활성화되면서 문 대통령이 적극적인 정치행보를 보임에 따라 급격히 세가 불어났다. 과거 노사모 활동을 하던 회원들도 각각 ‘젠틀재인’과 ‘문사모’, ‘문풍지대’, ‘노란우체통’ 등에 참여해 활동하다 2016년 ‘문팬’이라는 이름으로 규합했다. 이후 이전의 이름을 쓰는 각각의 팬클럽으로 다시 분화해 나가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특히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부상한 각 정치인 팬클럽으로도 과거 노사모 회원들이 몰려들면서 민주당 경선은 노사모 회원들 간의 팬클럽 대결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문재인 대통령 팬클럽에서 활동 중인 회원들의 주류 구성을 보면 과거의 노사모 활동과는 일견 단절돼 있다는 견해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당선 당시 노사모의 주축을 이뤘던 연령대가 20대부터 40대까지였는데, 현재의 문 대통령 팬클럽 구성 역시 같은 연령대라는 것이다. 때문에 15년여가 지난 현재의 30대 중반 이상 회원 중에서는 과거 노사모 활동을 한 회원의 비중이 적지 않지만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의 회원들과는 서로 다른 이질적인 모습도 공존하고 있다. 한 팬클럽 관계자는 “노사모 활동을 한 회원들은 학생운동을 한 경험이 있는 세대가 많아 조직적인 면이 강하므로 SNS에서도 일사불란하게 활동하는 점이 눈에 띄지만 젊은 세대는 그 반대”라며 “젊은 20~30대 회원들은 같은 연령대에게 잘 먹히는 콘텐츠나 유행어를 잘 만들고 퍼뜨리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돌 가수를 향한 구호처럼 “이니(문 대통령 애칭) 하고 싶은대로 해”와 같이 젊은 감각의 표현들이 늘어난 것도 과거 노사모와는 구별되는 지점이다. 일면 엄숙주의적인 면이 드러나기도 했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연령대가 달라졌음에도 임기 초기 대통령의 적극 지지층을 규합해 대통령과 새 정부의 정책 추진을 강하게 뒷받침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타나는 점은 시대가 바뀌고도 반복되는 현상이다. 새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경쟁 정치세력의 음해로 폄하하는 분위기도 일부 나타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 정치인에 대한 적극적 지지가 타 정치세력에 대한 배타적 태도 등으로 나타나는 것에는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양혁승 경실련 유권자운동본부장(연세대 경영대학 교수)은 “정권교체 등 시대의 흐름이 크게 바뀔 때마다 유권자들이 갈등 끝에 결정을 내리게 되면서 다른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데 대해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면서 “다른 사람의 정치적 행동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장기적으로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버려야 할 노무현의 정치적 유산
ㆍ뺄셈정치 대신 덧셈정치를… 정치과잉의 대립을 반면교사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노무현 정부를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존해 있을 때 대통령 문재인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만큼 권력의지가 없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사후 약 8년여 만에 문재인 대통령 시대를 만들었다. 오늘의 문재인 대통령을 설명하는 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상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역설적으로 노무현식 정치를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일 수 있다. 노무현식 정치에서 무엇을 버려야 할까.
한국 정치에 노무현 전 대통령만큼 풍운아가 있을까? 그는 탁월한 정치적 승부사였다. 변방의 인권변호사가 정치적 고비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며 대통령의 권좌에 오르게 됐다.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도 국회에서 정치적인 탄핵을 당했으나, 소수정당에서 국회 과반수 정당을 만드는 반전을 이루기도 하였다. 또한 사후 ‘문재인 시대’를 만들었다.
싸워서 제압 말고 설득해서 함께 가야
‘노무현의 정치’는 뺄셈정치였다. 뺄셈정치는 순혈주의와 맞닿아 있다. 정치적 순혈주의는 더럽혀진 세력과 타협하거나 혼합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말한다. 따라서 싸워서 이기는 것이 정치의 선이라 생각한다. 보수기득권 세력은 물론이며 같은 당을 하고 있는 기존의 주류세력도 타파해야 할 기득권세력으로 생각했다. 그 결과 열린우리당을 창당하였으며 민주세력은 분열의 씨앗을 낳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노동세력은 노동의 유연성을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농민세력은 FTA 체결과정에서, 공직자들은 공직 혁신 과정에서 이탈시켜버렸다. 개혁을 추진하는 데 개혁의 중심세력은 없었다. 대통령이 전면에서 치고받는 싸움의 연속이었다. 정치는 실종되고 노 전 대통령은 갈수록 고립되어 갔다.
문재인 정부는 덧셈정치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 나를 지지한 세력은 물론이고 지지하지 않은 세력도 자신의 세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집권당인 민주당은 120석으로 국회에서 법률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불가피하다. 권력을 나누고 공동의 책임을 지는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인지, 사안별로 야당과 합의를 통해 협치를 할 것인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결정해야 한다. 협치를 한다면 어느 당과 어느 수준에서 할 것인지 결정하여 곧바로 실행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내각 구성을 무리없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 비전과 어젠다를 제시하고 야당과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싸워서 제압하려 하지 말고 설득해서 함께 가려 해야 덧셈정치를 할 수 있다.
개혁은 대통령 혼자 할 수가 없다. 개혁의 주체세력이 있어야 하며 개혁의 방향과 내용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위해 대통령이 평검사들과 직접 대화를 시도했지만 검찰개혁에는 실패했다. 검찰 내부로부터 개혁을 할 수 있는 주체세력을 만들고 개혁의 방향을 잡아 국민과 함께 진행해야 했던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는 국정운영 철학이 있었다. 지방분권·균형발전·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 국가의 장기적 과제를 준비하는 위원회 체계를 마련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가 민생은 팽개치고 정치싸움만 일삼았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국민이 소수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을 국회 과반수 정당으로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민생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4대 개혁입법(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진상규명법 제정, 언론개혁법 제정, 사립학교법 개정)을 전면에 걸고 여야가 장기적인 대립과 투쟁만 하다 아무 결론도 내지 못하고 말았다. 국회 과반수 정당을 만들어준 의미를 개혁입법을 처리하라는 것만으로 해석한 정치과잉이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 값이 폭등해 사회양극화는 극심해지고,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정치적 문제 해결을 당면한 과제로 설정한 오류다.
더구나 노무현 정부는 임기말에 이르러 개헌을 제기하여 국정운영의 중심을 되찾아 보려 했으며,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모든 문제를 정치적 어젠다를 통해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행사하려다 보니 국민은 정치싸움만 일삼는 정부로 인식하게 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 비전과 민생 어젠다를 전면에 제시하고 야당과 협치를 해야 한다.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고 싸움을 걸기보다는 진정성 있게 설득하고 국민적인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은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만들어 합의를 이루고 정치권이 제도적인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유럽의 복지국가들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국가적인 위기를 극복했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효율성은 떨어지더라도 인내를 가지고 타협을 이끌어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개혁은 정부 주도의 개혁보다 몇 배의 효과를 담보할 수 있다.
대통령은 물론 참모들도 품격 갖춰야
우리에게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는 낯설게 느껴진다. 국회가 싸우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는 정치적 어젠다로 국회를 시끄럽게 하기보다는 민생의 어젠다를 가지고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적 어젠다는 대통령이 추진하기보다는 시민사회의 힘으로 추진하고 정치권이 받아 입법화를 추진하는 형식으로 해야 정쟁이 완화된 형식을 띠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말(言)로 지지도를 잃었다. “대통령 못해먹겠다” “막가자는 거지요” 등 국민들이 대통령의 언어로 받아들이기에는 부적절했으며 신뢰감을 잃게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국민이 생각하는 대통령 상(像)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대중적인 언어라고 할지라도 대통령에게는 용납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대중적 언어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의 반대파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빌미를 제공했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언어는 상대적으로 침착하고 품격을 갖추었다. 문재인 대통령뿐만이 아니라 참모들까지 품격을 갖춘 언어를 사용하게 해야 한다. 언어를 보면 대화와 타협을 하려는 자세가 보이기 때문이다. 항상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말하는 대통령과 참모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경쟁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를 통해 반면교사를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홍 후보의 언어는 자신의 지지세력을 복원하는 데는 효과를 보았을지라도 대통령이 되기에는 부적절했다. 정치는 말로 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국가를 흔들 수도 있고, 많은 국민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시대, 대한민국의 시운(時運)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가장 많이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버려야 할 정치적 유산을 과감히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떨어진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바로 세워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김상진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노무현의 꿈, 문재인의 과제는 523 미디어오늘
[분석] 사실상 폐기된 참여정부 국가 개혁과제 ‘국가비전2030’…문재인 정부 계승할 듯, 증세 등 재정계획 확충이 관건
노무현의 꿈은 문재인의 미래가 될까.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 만들어진 국가미래 전략보고서인 ‘비전 2030’을 계승·발전해서 ‘국가비전 2050(가칭)’을 만들 계획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비전2030을 작성하는데 참여했던 변양균 전 장관의 인맥들이 속속 정권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연 아주대 총장이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름도 내용도 ‘문재인식’ 정책으로 크게 달라지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국가개혁 과제를 어떤 방향으로 계승·발전할 지 주목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국가비전 2030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노무현의 꿈, 대한민국의 미래
좁게 살펴보면 비전2030은 2006년 8월에 발표된 ‘함께 가는 희망한국-비전2030’이라는 책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넓게 보면 참여정부가 내세웠던 동반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장기 국가계획을 지칭하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로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저성장 △세계화 등을 꼽았다. 이는 10년 후 현재 대한민국이 정확히 직면하고 있는 과제이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바라봤던 10년 전보다 훨씬 악화된 문제들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무현 정부의 장기 플랜은 복지를 확대하면서 동시에 분배문제를 경제로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성장과 분배, 경제와 복지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내고 ‘동반성장’을 이끌겠다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고민이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의 하나로 장기 국가 발전 플랜을 내세운 것이 국가비전2030이다.
과거 정부에서 내세웠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짧은 기간동안 경제 성장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세웠던 것과 달리 비전 2030은 한 세대 동안 한국 사회가 추구해야 할 경제와 복지의 목표,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정운영의 목표지점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비전2030에서 내건 50대 핵심과제를 살펴보면 △국민·직역연금 개혁 △비정규직 대책 △부동산 가격 안정화 △사법제도 개혁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 등 구체적인 과제들과 분야 별 주요 투자계획이 나온다.
국가비전 2030에서 빠진 것은 북한과의 관계에서의 방향 설정이다. 국가장기비전을 수립하는 데에 있어 최대의 변수이긴 하지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너무 많고 정확한 예측이 어려워 책임있는 통일 관련 비전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차원에서다.
좌우에서 쏟아진 비판, 폐기된 비전
“‘좌파정부’, ‘분배정부’라고 비난만 잔뜩 받았지, 과감한 분배 정책을 쓰지 못했다. 예산을 더 주고 싶었지만 관련 부처에서 사업을 빨리 빨리 만들어오지 않았다. 해마다 목표치를 주고 공무원들에게 명령을 내려서 무조건 사업을 만들어오라고 했어야 했다.
(…)지금 당장은 하지 못하더라도 장기 계획은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뒤늦게 ‘국가비전 2030’을 만들었다. 그것은 단순한 정책구상이 아니라 성장과 복지를 함께 이루기 위한 장기국가재정계획이었다.”(노무현재단, 2014)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밝힌 국가비전2030 구상 계기다. 의욕만큼 성과는 좋지 않았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이후를 생각하며 국가비전 2030을 세웠을 때는 이미 임기가 1년이 겨우 남았을 시기였다.
국가비전2030이 발표됐을 당시 국민적 공감대, 특히 정책을 지지해줄 소위 ‘편’이 없었다는 점도 당시 평가절하된 가장 큰 이유다. 보수 진영으로부터는 주로 분배를 강조한 ‘좌파’적인 정책비전이라는 이유로, 진보 진영으로부터는 재원마련 방안 부족과 세계화 전략에 포함된 한미FTA 같은 시장개방정책을 이유로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임기 초반부터 민주노총 철도파업과 전교조파업 등을 거치며 지지기반이 될 수 있었던 진보사회진영과 정부 간 거리가 멀어진 점도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사회각계각층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고 관료집단을 통해 덜컥 나온 국가비전이 국민의 시각에서 공감을 얻기는 쉽지 않다.
양재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비전2030의 입안과정 분석과 재조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권위주의 사회가 아닌 민주사회의 전략적 기획과정에서는 반드시 이해관계자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노력이 합리적인 정책설계만큼이나 중요하다”며 “입안과정에서부터 핵심 이해관계자들이 소통하고 정권 초에 국민에게 비전이 제시되고 핵심정책들이 시행돼 성과를 보여줬다면 비전2030은 여당의 정책프레임으로, 또 정권이 바뀌어도 정치적 생명력을 갖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설계도로 크게 기여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내용적 차원에서 재정계획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국가비전2030의 작성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진 김용익 전 민주연구원장(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도 지난 2011년 한 토론회 발제문을 통해 국가비전 2030에 대한 문제점으로 “재원조달 방안이 모호하고 참여정부 임기 동안의 재정 소요를 작게 잡은 것이 비전 2030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은 통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다음 대통령도 이어받아 할 수 있는 장기계획을 세우는 것을 좋아했다. 정부 말기였는데 다음 정부 재정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아우르는 장기계획을 세우면 이상하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문재인의 과제, 노무현의 미래일까
참여정부 5년의 실책으로 꼽히는 지점들은 비정규직 확대로 이어진 노동의 유연화 정책, 한미FTA 등 통상 협상 확대 등이다. 재벌 개혁에도 비교적 소홀했다는 비판도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통화에서 “노무현정부는 지나치게 재벌들의 선의에 의지했고 국제 자본의 무시무시한 힘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측면이 있었다. 재벌기업들에 힘을 주고 국가를 개방하면 이를 통한 (경제에 미치는) 순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했다”고 평가했다.
정태인 소장도 “노무현 정부 당시 비정규직법은 굉장히 잘못 만들어졌다”며 “(법 제정을 통해 비정규직 확대로 이어지는) 입구를 막아야 하는데 출구에서조차 정규직화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이 남긴 과제를 해결하고 한층 더 발전한 국가비전을 보여줄 수 있을까. 출범한 지 열흘 정도 지난 현재로서는 그의 여러 행보를 통해 노무현의 한계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을 뿐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한 가지 상징적인 건, 인천국제공항의 정규직화 지침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내린 것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 당시 비판을 받았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보로 풀이된다. 또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통해, 질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국민들의 소득을 끌어올려 소득주도형 성장을 이루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는 노무현 정부와는 차별된 경제 해법이다.
오건호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는 일자리에 대해 양적으로 접근을 했다면 문재인 정부 기조는 질좋은 안정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방향으로 보인다”면서도 “공공부문은 개선되겠지만 결국 일자리의 총량은 민간 부문에서 만들어진다.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이 민간시장의 일자리를 견인하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태인 소장도 “노무현 정부는 양극화를 막지 못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기조는, 복지 이전에 시장에서 먼저 분배가 돼야 성장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의 재분배와 복지정책을 통해 전체적인 소비를 늘리고 투자를 유도하는 전략”이라며 “노무현 정부 당시 수출을 통해 투자를 늘린다는 점과 정책기조가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역시 재정계획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등 공약이행에 들어갈 재정을 대부분 지출개혁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노무현 정부의 국가비전 2030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임기 초반부터 국민들과 국가비전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합의에 이른 국가비전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증세라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점도 충분히 공론화 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개혁과제 추진을 위해 여러 사회계층과의 소통 문제도 관건이다. 오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앞장서서 돌격하는 스타일이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한데 모아서 가는 스타일”이라며 “노무현 정부에서는 시민사회와의 협치가 쉽지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는 협치가 잘 이뤄질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현재 청와대 인선을 보면 자신의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국정운영 동력을 가지고 가겠다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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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전직 대통령들 엇갈린 운명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전직 대통령들의 운명이 갈렸다. 노 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정치적으로 되살아났다. 반면 노 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섰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판정에 섰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 등 재임 시절 각종 실정에 대한 재검증 여론이 커지면서 코너에 몰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부활했다. 추도식은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에게 ‘정권교체’를 헌사한 자리였다. 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아지면서 노무현 정부에 대한 재조명도 이뤄지는 분위기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은 축제 분위기였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뭔가 숙제 하나를 해결했다는 느낌”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문 대통령의) 어깨를 토닥토닥해 주시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추도식에서 낭독한 헌시 ‘운명’에서 “당신으로 인해 우리들이 이겼습니다”라고 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세 번째로 피고인석에 앉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치욕을 경험했다. 박 전 대통령은 수갑을 찬 채 호송차에서 내린 뒤 재판정에 출석했으며, 재판부로부터 “박근혜 피고인”으로 불렸다.
그나마 박 전 대통령을 떠받쳤던 자유한국당도 입을 닫았다.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에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고, 친박근혜계 의원들도 법원이나 구치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전직 대통령이 탄핵당해 구속되고, 재판을 받는 것 자체가 우리 헌정의 불행이고 재현되지 않아야 할 비극”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처지도 편치 않다. 자신이 밀어붙인 ‘4대강 사업’ 정책감사를 문 대통령이 지시했기 때문이다. 방위산업 비리 의혹, 자원외교 등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대대적 청산 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재임 시절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았다고 비판받았던 이 전 대통령이 반대 처지가 됐다는 말도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도중에 불행한 일을 겪지 않았나. 그 감정의 앙금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적 보복’으로 규정한 것이다.
전직 대통령들의 엇갈린 처지를 두고,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대한민국 현대사를 음미한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역사가 참 짓궂다”고 했다
盧 닮은 文정부 부동산 시장…폭등 전조? 일시 강세? 524 조선
애초 부동산 시장 열기를 꺾을 것으로 예상됐던 문재인 정부가 집권했지만, 시장은 오히려 들썩이고 있다. 이번 정부는 가계부채와 양극화 해소를 위해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 때문에 정책 공백기에 수요자들이 부동산 투자를 꺼렸고 시장도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주택시장은 예상과 달리 ‘깜짝 랠리(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선 후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그동안 정체됐던 거래가 늘었고, 이에 따라 집값도 들썩이는 것으로 보인다.
◆ 文 정부, 참여정부 초기 부동산시장 재현?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3주차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24% 올라 전주(0.15%)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활 우려로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도 0.36% 올랐고, 일반 아파트는 0.22% 오르며 상승 추세를 이어갔다.
▲ 지난 20일 경기도 김포시에 GS건설이 짓는 ‘한강메트로자이’ 모델하우스. GS건설에 따르면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약 6만5000여명이 방문했다. /GS건설 제공
부동산 업계에서는 노무현 정권(참여정부) 초기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취임과 동시에 각종 부동산 규제책을 쏟아냈는데, 정작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03년 3월 한 달 동안만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59% 올랐고,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0.75% 상승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03년 2월말부터 2008년 2월말까지 전국 아파트값은 무려 33.77%, 서울 아파트값은 56.58% 올랐다. 강남권 아파트는 무려 66.95% 올랐다.
노무현 정권 당시와 지금은 이른바 ‘ 집값 상승기’로 평가된다. 노무현 정권이 집권하기 이전인 2002년에는 월드컵 특수로 한 해 동안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22.78%,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30.79% 올랐다. 참여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주택거래신고제, 분양가상한제, 투기과열지구 지정, 재건축 개발환수금 등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이틀이 멀다 하고 쏟아낸 것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도 그때와 상황이 비슷하다. 박근혜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2014년 초부터 2016년 말까지 전국 아파트 값은 9.23%,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1.22% 올랐다. 이 때문에 부동산업계는 이번 정부도 부동산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수현 사회수석,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은 모두 양극화 해소와 부동산 시장 균형에 중점을 둔 만큼 보유세 인상,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이 이번 정권에서 나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대선공약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읽힌다. 토지 불로소득 공평과세, 개발이익환수 강화, 전·월세 상한제 등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쪽의 정책은 딱히 없다.
◆ “일시적 강세…향후 정책 지켜봐야”
다만 부동산 업계는 대선 이후 부동산 강세가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일단 참여정부 당시와 경제 상황이 다르다고 이들은 설명한다.
▲ 문재인 대통령 주요 부동산 공약·정책. /조선일보 DB
당시 국내 경제는 IMF 외환위기 졸업 이후 회복기였다. 2003년 국내총생산(GDP) 총생산율은 2.9%였는데 2007년에는 5.5%로 회복했다. 중국 역시 경제규모가 연 10%씩 성장하던 시기였다. 주택시장을 규제하더라도 수출을 통해 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된 터라 국내 부동산 시장을 옥죌만한 정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넘치는 주택 공급으로 부동산 시장 열기가 자연스레 식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민영 아파트만 약 110만가구가 공급됐고, 올해도 30만가구 정도가 쏟아질 예정이다. 수요가 넘쳐나는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니면 이 물량을 감당하기 어렵고, 지방의 경우 향후 미분양이 골칫덩어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공급과잉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면 자연스레 시장 열기가 식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4월 말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0.3% 오를 동안 대구와 경북, 충북, 충남, 울산 등은 각각 0.2~1% 떨어졌고, 인천(0.12%), 광주(0.09%), 대전(0.23%) 등도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지방과 서울의 온도 차가 크다는 얘기다. 업계는 ‘장미 분양’으로 통하는 5~6월의 청약경쟁률 결과에 따라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각 부처 장∙차관 인선 등 내각 구성이 어느 정도 완료되는 6월쯤에 더 구체화될 전망”이라며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라 문 대통령 후보시설의 공약인 공공임대 공급 확대와 도시재생 뉴딜, 보유세 강화,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의 주요 정책 이슈가 당분간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원 광교산 주민들, 고은 시인 이주 요구 524 한국
“규제 묶여 재산권 행사 못하는데 시는 고은 시인에 주택까지 제공”
“형평성 어긋난다” 집회에 시 당혹
경기 수원시 장안구 광교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지난 21일 고은 시인의 자택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고은 시인은 광교산을 떠나라고 요구하고 있다. 광교산주민대표협의회 제공ㆍ연합뉴스
경기 수원시 상광교동 주민들이 광교산 자락에 거주 중인 고은 시인에게 떠날 것을 요구해 수원시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자신들에게는 개발제한구역 등을 이유로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면서 고은 시인에게는 주택을 마련해 주는 등 특혜를 주고 있다는 주장에서다.
24일 수원시에 따르면 광교산주민대표협의회 소속 광교산 주민들은 지난 21일 장안구 상광교동 고은 시인 주택 주변에서 집회를 열고 “시민의 공간에 무상 거주하는 고은 시인은 당장 광교산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주민들은 “지난 47년간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법 등 이중 규제 때문에 주민들은 주택 개ㆍ보수조차 마음대로 못하고 있는데, 시를 쓰는 문인에게 조례까지 만들어 가며 시민의 혈세를 쏟아 붓는 수원시의 의도가 의심이 간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수원시가 고은 시인에게 주는 특혜에 대해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고은 시인은 안성에서 20여 년 넘게 살다 2013년 8월 19일 지금의 상광교동으로 이사했다.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수원시의 줄기찬 구애 때문이었다. 시는 민간인으로부터 사들인 광교산 자락의 주택을 리모델링해 고 시인에게 제공했다. 광교 주민들은 시가 주택 리모델링을 위해 9억5,000만원을 들인데 이어 최근 4년간 매년 1,000만원이 넘는 전기료와 상하수도 요금을 내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광교산 곳곳에 고은 시인의 퇴거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게시했으며, 앞으로 한 달간 집회신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의 집회 소식을 접한 고은 시인 측은 문학계 지인 등을 통해 수원지역에서 더 이상 거주하기 어렵다는 착잡한 심경을 전달했다. 수원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고은 시인을 만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시 관계자는 “인문학적 이미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시가 직접 모셔온 분을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수원시는 주민들의 이번 시위가 광교 정수장 폐쇄와 상수원보호구역해제 요청을 거절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들은 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주택 신ㆍ증축과 생계를 위한 음식점 영업에 제한을 받아오면서 민원을 제기해왔다. 수원시는 광교산 주민 설득과 소통에 나서는 한편, 정부에 규제개선 등을 요청하기로 했다.
“미국, 5·18 발포명령 사전에 알고도 묵인했다” 524 한겨레
미 비밀전보 체로키 문서 공개했던 팀 셔록
미 정보국 작성 80년 5월21일 ‘광주상황’ 공개
‘공수여단…발포 권한 승인 받았음’ 적혀 있어
팀 셔록 “이 자료로 발포 명령자 파악은 힘들어”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오른쪽)이 24일 오후 시청 5층 브리핑룸에서 열린 '1979~80년 미국 정부 기밀문서 연구 결과 설명회'에서 미국 저널리스트 팀 셔록의 발언을 듣고 있다. 광주시 제공
미국 정부가 80년 5·18민주화운동 때 옛 전남도청 앞 계엄군 집단발포 발포명령을 사전에 알고도 묵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80년 5·18 당시 미 국무부와 주한 미국 대사관이 주고받은 비밀전보인 ‘체로키 문서’를 1996년 공개한 미국 저널리스트 팀 셔록(66)은 24일 오후 광주시청 5층 브리핑룸에서 ‘1979~80년 미국 정부 기밀문서 연구 결과 설명회'를 열어, 미국 국방정보국(DIA)의 ‘광주상황’(80.5.21)이란 제목의 문서를 공개했다. 5월21일은 옛 전남도청 앞에서 공수부대의 집단발포로 시민 34명이 현장에서 숨진 날이다. 이 문서에는 ‘공수여단은 만약, 절대적으로 필요하거나 그들의 생명이 위태롭다고 여겨지는 상황이면 발포할 수 있는 권한을 승인받았음’이라고 적혀 있다.
95년~97년 12·12 및 5·18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전두환과 신군부는 일관되게 80년 당시 공수여단 부대원들이 위험에 처하자 ‘자위' 차원에서 우발적으로 발포했을 뿐이라고 발포명령을 부인해왔다. 팀 셔록은 “이는 미국이 집단발포 당일 발포 명령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도 이를 묵인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다만 이 자료만으로는 발포 명령자를 파악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80년 5월27일 작성된 ‘미국 국방부 정보보고서’에는 신군부가 5·18이 북한과 연계된 것처럼 왜곡했다는 정황이 담긴 내용들이 나온다. 이 보고서엔 ‘군중들 교도소 공격’, ‘300명의 좌익수 수감돼 있음’, ‘폭도들이 지하의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일었음’ 등이 적혀 있다. 이같은 신군부의 왜곡은 5·18민주화운동을 북한과 연계시켜 5월27일 계엄군 광주 재진입작전 과정에서 벌어진 학살을 덮기 위한 ‘의도적 왜곡’으로 보인다. 팀 셔록은 59개 미국 정부 기밀문서(3530쪽)를 분석하기 위해 지난 4월 초 광주시 초청으로 광주에 왔다.
김진태 재판 ‘구형 포기’한 검찰에 누리꾼들 “이게 검찰이냐”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됐던 김 의원 검찰은 지난 10월 ‘무혐의’ 처분 내려
선관위 재정신청으로 열린 19일 재판 벌금 200만원 당선무효형 선고 나와
검찰은 구형 안 해 불성실 태도 입길에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됐던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재판 1심에서 당선무효형(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가운데, 당시 검찰이 ‘재판부가 알아서 판단해 달라’며 구형을 포기한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사고 있다.
검찰은 지난 19일 재판에서 피고인 신문이 끝난 뒤 재판부가 알아서 판단해 달라며 구형을 포기했다.(▶관련기사 5월23일 YTN 보도 : 검찰, 김진태 의원 재판에서 ‘구형 포기’...‘재정신청’ 무력화) 이 재판은 지난해 10월 검찰이 김 의원을 ‘무혐의’ 처분하고 기소하지 않은 사건을 선거관리위원회가 재정신청을 내면서 법원 명령에 따라 진행된 것이다. 재정신청은 검찰만 형사사건 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기소독점주의 폐해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불복한 고소인이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내면 법원은 이를 선별해 공소제기를 할 수 있다. <와이티엔>은 “검찰이 처음 자신들이 기소하지 않은 사건인 만큼 구형 의견을 내지 않는 방법으로 재정신청제도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 회장의 말을 빌어 “기소된 이상 검사는 피고인에 대해서 혐의가 있음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구형까지 마치는 것이 검사 본연의 임무인데(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검찰은 재정신청에 따른 선거법 위반 재판 대부분을 구형 포기나 무죄 주장 등으로 불성실하게 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검찰은 2009년 당시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의 선거법 위반 재정신청 결심재판에서도 구형을 포기한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과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 재판에서도 무죄 주장을 펼쳤으나 모두 벌금 80만원이 선고된 바 있다.(▶관련기사: 국회의원 ‘불기소’에 ‘무죄 구형’까지…화끈하게 봐주는 검찰?)
관련기사: 김진태 ‘구형 포기’ 검찰에 비판 봇물
검찰의 구형 포기에 누리꾼들은 “검찰개혁을 왜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알려주는군. 기소권조차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도록 만드네”(아이디 yb**) “이게 검찰이냐? 검찰개혁 반드시 해야 한다!”(도꼬**) “검찰이 기소권 독점으로 폐해가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다. 제대로 기소해야 될 사건을 묻어버리고 별것도 아닌 사건은 확대해서 기소하고…검찰 스스로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바르게 활용을 못한다면 기소권·수사권 독점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sha****)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19일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김 의원은 23일 춘천지법에 항소장을 냈다.
이낙연 “교사 아내 강남학교 가려 위장전입…국민이 평가해달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교사인 부인이 서울 강남학교에 부임하기 위해 위장전입한 사실을 인정하며 “국민들이 평가해 달라”고 했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외국에 살던 자녀의 국내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첫날인 이날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배우자가 1989년 3월부터 12월까지 (서울) 논현동에 실제 거주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실제 거주를 안 했다”고 답했다. “위장전입이냐”고 재차 묻는 이 의원의 질문에, 이 후보자는 “그렇다”며 위장전입을 시인했다. 이 의원은 “강남교육청 소속 학교 배정을 위해 위장전입을 했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그렇다. 그러나 (배정을) 포기했다”고 했다.
국회 인사청문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의 아내 김아무개씨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남편과 함께 살다가 1989년 3월21일 혼자 강남구 논현동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그러다 8개월 뒤인 그해 12월14일 다시 평창동 집으로 전입했다. 그간 이 후보자는 아내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강동구 명일여고 교사였던 부인이 출퇴근 편의를 위해 이사했다”며 해명해 왔다. 이 후보자는 “출퇴근 목적의 전입으로 해명하지 않았느냐”는 추궁에 “아내 기억이 확실치 않았다. 청문회를 준비하는 실무선에서 추정해서 답변했는데, 나중에 (아내가) 기억을 살려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 부부의 주소지가 달랐던 적은 이 건이 유일하다. 아내가 강남교육청 소속 학교로 배정받기 위해 위장전입한 사실을 인사청문회 직전에야 떠올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고위공직 배제 기준의 하나로 위장전입을 들었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문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져야 하지만 사실관계, 본인의 비난 가능성, 공무담임 적절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할 문제”라고 했다. 이날 오후 속개된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이 “위장전입 등 5대 비리는 공직에서 배제한다고 했는데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총리 후보자까지 위장전입이 확인됐다”며 쟁점화에 나섰다. 이에 이 후보자는 “몹시 처참하다. 왜 좀더 간섭하지 못했는지 후회도 된다. 아주 어리석은 생각에 그런 일이 저질러졌다”며 “(아내에게) 왜 그런 엉터리 같은 일을 했냐고 다그쳤더니 몹시 후회하면서 ‘그쪽(강남 학교)이 좀 편하다’고 답했다. 여자의 몸으로 교편을 잡다보니 힘이 들었나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실행으로 가기 전에 (위장전입이) 원상회복됐다”고 했다
이어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이 이 후보자와 강경화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을 거론하며 “사실상 대통령이 공언한 위장전입자 원천 배제 약속이 문재인 정부에서 무너진 것으로 봐야하지 않느냐”고 따지자, 이 후보자는 “여러분이 평가해 주시기 바란다”며 답을 피했다. 이 후보자는 김 의원이 “국민들이 평가해 달라는 것이냐”고 정확한 의미를 묻자 “네”라고 답했다.
이낙연 아들 자료 요구하다 역풍 맞은 한국당 의원 오마이뉴스 524
누리꾼들, 경대수 의원 아들 병역면제 사실 퍼날라... 검색어 10위권에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청문회에서 후보자가 아닌 청문위원에게 역풍이 닥쳤다. 이 후보자의 아들 병역 면제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한 야당 국회의원의 아들도 병역을 면제받았는데, 구체적인 면제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간사인 경대수 의원은 이 후보자의 자료제출 부족을 질타했다. 경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배우자와 아들 자료 제출을 철저히 거부했는데,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가장 기본적인 자료들이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문회가 진행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아들은 지난 2002년 어깨 탈골로 병역을 면제 받았다. 이후 뇌하수체 종양이 발견돼 뇌수술을 했으며, 이 일로 인해 재신검 뒤 군 복무하는 방안을 포기했다고 이 후보자는 밝혔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 아들의 최근까지의 의료기록, 주민등록초본 등의 자료를 이 후보자가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역풍은 국회 밖에서 불었다. 경 의원 등이 이 후보자 아들 관련 자료 제출을 집중 성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날 오전부터 경 의원 아들의 병역 면제 관련 기사를 찾아내 널리 퍼뜨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9일 <팩트올>이 보도한 '20대 국회의원 중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이가 총 18명'이라는 내용의 기사엔 경 의원의 아들도 질병을 이유로 군 복무를 면제받았지만, 질병명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누리꾼들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 기사 내용을 퍼날랐다.
이같은 내용은 삽시간에 인터넷에 퍼져 이날 오후엔 포털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이 후보자 아들의 병역면제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다 자기 아들의 병역면제 및 질병명 비공개 사실이 널리 알려진 셈이다.
<오마이뉴스>가 병무청의 공직자 병역사항 열람 서비스로 경 의원 아들의 병역사항을 확인해보니 2011년 징병신체검사에서 7급을 받아 재검사대상이 됐고 2012년에는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은 걸로 나타났다. 질병명은 비공개였다. 5급 전시근로역은 완전면제는 아니지만 전시에만 동원되는, 면제에 가까운 등급이다.
최순실 게이트-탄핵-정권교체 ‘숨은 의인’ 입열다 516 한겨레
촛불→탄핵→정권교체로 이어지는 격변에는 최순실의 태블릿 피시(PC)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태블릿 피시를 찾아내 보도한 건 <제이티비시>(JTBC) 기자들이었다. 하지만 태블릿 피시가 세상에 나오는 데는 ‘숨은 의인’이 있었다. 그가 없었다면 아무리 유능한 기자들이더라도 태블릿 피시를 입수하지 못했을 거고 보도도 없었다. 그의 이름은 노광일(60). 서울 청담동에 있는 4층짜리 건물의 관리인이다. 대개는 경비원으로 불린다. 한 달 봉급 140만원을 받아 생활하고 아이들 키우는 이름 없는 존재다. 이 건물 4층에 최순실과 고영태가 운영하던 ‘더블루케이’가 입주해있었다. 그리고 그 사무실 책상에 태블릿 피시가 들어있었다.
일찍이 소설가 이병주는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다. 언론 보도가 쨍하고 햇빛에 드러난 정사(正史)라면, 그의 이야기는 은은하게 달빛에 젖은 야사(野史)일 수 있다. 하지만 그와 태블릿 피시에 얽힌 이야기는,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민초라도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음을 여실히 증명한다. 그래서 이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그를 야사로 묻어둬서는 안 되고, 정사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태블릿 피시를 둘러싸고 번진 온갖 음모론이 얼마나 악의적인 허구인지를 밝히기 위해서라도 그의 증언은 유효하다.
<한겨레>의 김의겸과 방준호 기자는 2016년 11월 초와 2017년 2월 초 두 차례에 걸쳐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으나, 기자들이 “정권이 바뀐 뒤 보도를 내보내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말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근무하시면서 최순실 등을 직접 봤나?
“물론이다. 최순실은 항상 벤츠를 타고 왔다. 그냥 돈 많은 강남 아줌마인줄만 알았다가 보도가 나가면서 알게 됐다. 고영태, 박헌영 등 더블루케이를 드나든 사람은 내 사무실 앞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항상 봐 오던 사람들이다.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도 제네시스를 타고 몇 번 온 게 기억난다.”
-JTBC 기자가 사무실에 찾아온 게 10월18일이다. 여기 지하 2층의 관리 사무실로 왔나?
“맞다. 그날 아침 어느 기자가 찾아와서 문을 두드렸다. 처음에는 자기 신분을 안 밝혔다. 그냥 ‘4층에 있던 분들 이사 가셨냐? 어디로 이사를 갔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건 왜 묻냐. 나는 모른다. 부동산에 가서 물어봐라’고 말했다. 기자가 ‘어디 부동산이냐?’고 묻길래 ‘나도 모른다. 어디 이 근처일 테니 돌아다니면서 한번 찾아봐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기자가 밖으로 나가더라. 한 1시간쯤 지났나. 다시 그 기자가 찾아왔다. ‘4층 사람들 연락처라도 좀 알려달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알려주냐’고 했더니, ‘JTBC 기자’라며 자기 신분증을 보여줬다. 김필준 기자였다. 그래서 내가 ‘그러면 진작 말하지 왜 이제야 말 하느냐, 처음부터 JTBC라고 했으면 내가 협조했을 텐데…’라고 했다.
김필준 기자를 내 사무실로 들여서는 ‘뭘 도와드릴까?’ 했더니 ‘더블루케이가 이사를 가면서 남기고 간 게 없느냐’고 묻더라. 이사 가면서 버리고 간 파일 등 잡동사니들이 좀 있었다. 그래서 내가 혹시 취재 단서라도 될지 모르겠다며 그것들은 보여줬다. 또 더블루케이 사람들의 연락처 차량번호 같은 것도 다 알려줬다.”
-4층 더블루케이 빈 사무실에는 어떻게 올라가게 됐나?
“그렇게 이것저것 보여주는데 김필준 기자가 ‘혹시 4층 사무실 좀 들어가볼 수 있을까요?’라고 묻더라. 그래서 ‘뭐 없을 텐데...책상 하나 달랑 남아있는데...그래도 올라 가 봅시다’하고 같이 여기 지하 2층 사무실에서 4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문을 열어주고 ‘한번 찾아봐라’고 했더니, 역시 기자는 다르더라. 벽장을 타다닥 열어보고는 아무것도 없으니 고영태가 쓰던 책상 쪽으로 가서 서랍을 열어봤다. 먼저 위 서랍을 열어보니 몇 가지 서류가 있었다. 펜싱 관련 기획서, 배드민턴 사업 구상 같은 것들이 있었다. 김 기자가 그걸 스마트폰으로 찍고 원래 자리에 뒀다. 왼쪽 서랍을 여니 거기에 문제의 태블릿 피시가 나왔다. 오른쪽 서랍을 여니 캐논 카메라가 남겨져 있었다. 태블릿 피시를 열어보려고 했는데 전원이 나가 있고, 충전할 것도 없었다. 김 기자가 ‘가져가도 되겠느냐’고 물어서 ‘물론이다. 필요하다면 가져가라’고 했다.”
-그러니까 그 책상에 태블릿 피시가 있을 줄은 노광일씨도 몰랐던 거다.
“당연하다. 이사 가면서 다 버리고 간 거라, 그런 게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더블루케이가 9월3일 이사를 갔다. 여직원이 삼성동 쪽으로 간다고 하더라. 이사를 가면서 세 가지를 놔두고 갔다. 책상, 책받침대, 재활용품거치대. 그래서 여직원에게 문자를 했다. ‘이전시 누락됐네요. 알고 계시나요. 어떻게 할지 알려주심 감사하겠습니다.’ 그랬더니 그 여직원이 ‘안녕하세요 식사는 하셨는지요. 다른 건 버려주셔도 되고요. 원목 책상은 수거하러 갈 테니 그냥 놔두시면 됩니다’라는 답신을 보냈어요. 그래서 원목 책상만 그냥 놔둔 거죠.”
-더블루케이 사무실 문이 열려있었다는 얘기도 있는데.
“아니다. 9월3일 이사간 직후부터 항상 닫혀있었다. 부동산에서 사람을 데리고 사무실을 보러올 때도 내가 항상 문을 열어줬다. 이 문은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 수 있고,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문에는 ADT 캡스 보안장치가 있어서 보안카드를 대야 한다. (보안카드를 보여주며) 이거다. 이걸 안 대고 문을 열었다가는 당장 보안업체 직원들이 출동한다. 내가 김필준 기자를 데리고 4층으로 올라가서 내 손으로 비밀번호를 누르고 보안카드를 대서 문을 열어줬다.”
JTBC 김필준 기자는 이후 태블릿 피시를 들고 근처에 있는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가서 구식 충전기 연결선을 사서 꽂아보니 파일들이 보여서 방송사 VJ(비디오 저널리스트)와 그 내용을 촬영한 뒤에 저녁 무렵 다시 더블루케이 사무실로 돌아가서 태블릿 피시를 원 위치에 놓아 둔다. 김필준 기자가 암호로 잠겨있는 태블릿 피시를 쉽게 열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암호와 최순실 태블릿 피시의 암호가 똑같이 L자 모양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 번에 태블릿피시를 열 수 있었던 것이다. 만일 암호를 풀지 못했다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흐름은 또 달라졌을 것이다.
-김필준 기자가 태블릿 피시를 들고 다시 돌아왔을 때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나도 궁금해서 ‘뭐 혹시 좋은 정보라도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생각보다 좋은 정보가 많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행이다. 보도를 잘 좀 해달라’고 했다.”
-18일 저녁에 JTBC와 한겨레 경향이 더블루케이 보도를 내보냈으니, 다음 날인 19일부터는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몰려왔을 텐데.
“그렇다. 조선일보를 비롯해 많은 기자들이 찾아왔다. 와서는 4층 더블루케이 사무실 열쇠가 없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없다. 왜 그런 걸 나한테 묻느냐고 잡아뗐다.”
-JTBC가 태블릿 피시를 가져간 것은 언제인가?
“이틀 뒤인 10월20일 김필준 기자가 다시 와서는 태블릿 피시를 누가 가져가거나 이 안에 있는 자료를 다 폐기할 수도 있으니 자기가 가져가서 보관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러라고 했다. 그날 김 기자가 자신의 핸드폰에 있는 사진들을 보여주며 누군지 아느냐고 물었는데, 그걸 보면서 고영태 박헌영을 확인해 줬다. 최순실이 가족들과 찍은 사진도 있었다. 아마 태블릿 피시에 있던 걸 다운받은 것 같더라.”
이후 JTBC는 10월24일 저녁 7시 무렵 태블릿 피시를 검찰에 제출한다. 그리고 10여분 뒤 태블릿 피시와 관련된 보도를 대대적으로 내보내기 시작한다. 다시 이야기를 되돌려 보자. 2016년 10월18일은 참 공교로운 날이었다. 최순실이 감춰놓은 더블루케이 사무실에 JTBC뿐만 아니라 경향신문, 한겨레 기자도 같은 날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취재 경로는 완전히 서로 달랐는데도 세 언론사는 며칠 전부터 따로따로 더블루케이를 추적하고 있었다. 이날 밤 세 언론사는 몇 분의 시차를 두고 더블루케이 관련 기사를 대대적으로 내보내기 시작한다
발단은 <경향신문>이 10월18일 아침에 1면 머리기사로 독일에 있는 비덱스포츠 관련 기사를 실은 것이었다. 한겨레는 10월16일부터 비덱스포츠와 더블루케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10월18일 <경향신문> 기사를 본 데다,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의 가족으로부터 결정적 제보를 받고 더블루케이 취재에 나섰다. JTBC 취재팀은 이 신문을 보고 독일의 비덱스포츠와 한국의 더블루케이가 사실상 동일한 회사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파악하고 기자를 보냈다. 이보다 앞서 JTBC 취재팀이 밝힌 바에 따르면, JTBC는 10월12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소속인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실을 통해 “그랜드코리아레저(GKL) 펜싱팀과 관련해 더블루케이가 이상하다”는 말을 듣고 더블루케이를 알고 있는 상태였다. <경향신문>의 취재경로는 알려지지 않았다.
-10월18일 JTBC 김필준 기자 말고도 경향신문과 한겨레 기자도 이 건물에 왔다.
“그랬다. 온 순서는 JTBC, 경향신문, 한겨레 순서로 기자들이 찾아왔다. 경향신문 기자는 JTBC 기자보다 30분 정도 늦게 왔다. 한겨레 기자는 오후에 왔다.”
-왜 JTBC만 도왔나?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손석희 사장을 믿은 거다. 두 번째는 신문보다는 방송의 파급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한 거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나서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온갖 뉴스를 다 봐왔다. 내가 도와줄 기회가 오니 자연스럽게 나선 것이다.”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검찰도 왜 JTBC를 도와줬는지 집중적으로 묻더라. 내가 뒤로 무슨 대가라도 받고 도와준 것 아니냐고 꼬치꼬치 캐묻더라. 아니라고 했다. 내가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협조한 거라고 진술했다. 그랬더니 검찰도 더는 안 묻더라. 나중에 김필준 기자가 ‘식사라도 한번 하자’고 했지만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제가 식사 같은 걸 바라고 도와준 게 아니다. 기자들이 보도만 정확히 해주시면 그걸로 저는 만족합니다 그랬죠.”
-하지만 사무실 문을 열어주고, 남의 태블릿 피시를 가져가도록 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었는데.
“내가 그래도 방송통신대 행정학과를 나왔다. 그 정도는 안다. 사무실 문을 열어줄 때부터 고민을 했다. 더블루케이하고는 아직 임대차 계약기간이 남아있었다. 2017년 1월13일에야 계약기간이 끝났다. 문을 열어주려면 더블루케이 쪽에 전화로 물어보고 열어줘야 맞다. 그런데 ‘기자가 찾아왔는데 문 좀 열어줘도 될까요?’라고 물으면 누가 허락을 하겠느냐. 난 조그만 단서라도 나와서 취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어줬다. 태블릿 피시도 그런 마음으로 가져가도록 했다.
처음에는 사실 둘러대려고 했다. 내가 없는 사이에 기자가 몰래 보안카드를 가져가고 비밀번호 알아내서 문을 열고 들어간 것이다. 훔쳐간 거다. 이렇게 말하려고 했다. 그런데 검찰 수사관들이 이미 내가 김필준 기자하고 같이 4층 사무실로 올라가는 장면의 cctv를 확보하고 있더라. 어쩔 수 없이 검찰청사로 가서 있는 그대로 얘기했다.”
-더블루케이 쪽에서는 책임 추궁이 없었나?
“더블루케이에 류상영 이사란 분이 있다. 10월24일 저녁 JTBC 보도가 나간 직후에 류상영 이사 한테서 전화가 왔다. ‘문 열어줬느냐’고 묻더라. 그래서 ‘아니, 그런 일 없다’고 부인을 했다. 며칠 뒤 다시 전화가 와서 ‘진짜 안 열어줬냐’고 물어서 다시 부인했다.
12월8일 JTBC가 태블릿 피시 입수 경위를 보도하는 날, 내가 류상영 이사에게 전화해서 사실대로 얘기했다. 내가 문 열어주고 태블릿 피시 가져가도록 했다고. 그랬더니 류 이사가 ‘훔쳐간 걸로 하면 증거능력이 없다. 차라리 끝까지 훔친 걸로 해주지 그랬느냐’고 하더니 ‘이젠 할 수 없죠’고 체념하더라.”
JTBC는 12월8일 “더블루케이에서 태블릿 피시를 입수하는 데 있어 관리인의 역할이 컸다. 신변 보호를 위해 노출을 피해왔는데, 본인이 음성변조만 해주면 증언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며 노광일씨의 증언을 내보냈다.
-건물 주인은?
“회사를 그만두려고 했다.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나온 다음날 건물주인 사장님에게 사실대로 얘기했다. 제가 태블릿 피시 가져가는 데 협조했습니다.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임차인과의 법적인 문제도 제가 책임지고 처리하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했더니 사장님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큰일 했다. 다른 생각 하지 말고 열심히 근무해라’고 말씀해주시더라. 눈물 나게 고마웠다.”
이쯤 되면 노광일씨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진다. 해고를 당하고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인데도 그는 진실을 알리는 데 대단히 적극적으로 협조했기 때문이다. 기자 생활을 26~7년 해왔는데, 이런 협조자를 만나 본 적도 없고 그런 경우가 있었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궁금하다. 나이는 어떻게 되고 고향은 어디인가?
“1957년 생이다. 올해가 환갑이다. 고향은 전남 함평이다.”
-한겨레 창간 독자였고, 경향신문 배가 운동을 한 걸 보니, 언론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조아세를 기억하시는가.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시민모임’의 준말로 조선일보 절독운동을 벌이는 단체인데, 내가 초기에 적극적으로 활동한 사람 가운데 하나다. 2003년 2004년에는 지하철역 여기저기를 다니며 조아세 유인물을 뿌렸다. 한겨레 경향신문이 호외를 찍으면 그걸 들고 서울역 고속버스 터미널 같은 데를 돌면서 시민들에게 나눠 주고는 했다. 지금은 그저 몇 군데 후원하는 정도다. 뉴스타파, 민언련, 팩트TV. 국민TV 등등에 한 만 원씩 돈을 내고 있다. 이런 단체에 내는 돈을 다 합치면 한 10만원쯤 된다. 내가 술 담배를 하지 않는다. 그걸 모아서 내는 거다. 글을 쓸 재주도 없고, 돈도 없으니 이렇게라도 독립언론을 돕고 싶어서 하는 거다.”
-한 달에 봉급을 얼마나 받는데 10만원씩 내나?
“4대 보험 해주고 한 달에 140만원씩 받는다. 명절이면 조금 더 챙겨주신다.”
-언제부터 언론에 관심이 있었나.
“1971년 7대 대통령 선거 때가 내가 중 2였다. 아버지가 ‘김대중이 되어야 한다’고 얘기를 하시길래 이장 집에 가서 모르는 한자는 옥편을 찾아가면서 신문을 하루 종일 읽었다. 그때는 신문 들어오는 집이 이장 집밖에 없었다. 그러다 중학교 마치고 서울로 올라와서 신문 배달을 하면서 방송통신고를 다녔다. 그때가 1974년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 때다. 신문을 돌리면서 신문을 열심히 읽었다. 그 뒤 호텔에서 웨이터 생활을 하면서 방송통신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제약회사에 영업사원으로 들어갔다. 55살이 정년인데 그때까지 27년을 다녔다. 진급은 못했다. 내가 윗사람들한테 아부를 잘 못해서.”
그가 출퇴근할 때 매고 다니는 가방에는 노란 리본이 달려있었다. 세월호의 그 노란 리본이다. 또 그의 책상에는 노무현재단 달력도 있었다. 펼쳐진 2월 달력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통령 취임식 사진이 실려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
“노사모 초창기 멤버다. 2002년 대선 때는 참 열심히 뛰었다. 내가 제약회사에서 한 일이 약국의 약사들에게 약을 파는 영업사원이었다. 그런데 그 약사들을 상대로 국민참여경선 신청서를 모으고 후원금을 걷었다. 내가 모은 국민참여경선 신청서가 한 200장 됐다. 그랬더니 회사 전무가 ‘너 그렇게 하면 노무현이 뭐 복지부장관이라도 시켜준다고 하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참 우연이다. 최순실의 사무실이 있는 곳에, 그것도 결정적 증거인 태블릿 피시가 있는 곳에 선생님 같은 분이 근무하고 있었다는 것이.
“나도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났을까하고. 아마도 하늘에 계신 우리 노짱님(노무현 대통령)이 이걸 하라고 기회를 주신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특검 모욕 혐의’ 보수단체 대표 무더기 檢송치 524 문화
박영수 특별검사의 자택 앞에서 과격 집회를 열고 박 특검과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집 주소를 공개한 보수단체 대표들이 입건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장기정(43) 자유청년연합 대표와 신혜식(49) 인터넷팟캐스트 ‘신의한수’ 대표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명예훼손·모욕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서울중앙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과 함께 입건된 주옥순(여·64) 엄마부대 대표에게는 모욕 혐의를 적용해 역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장 대표와 신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와 헌재 탄핵심판 심리가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24일 서울 서초구 박 특검 자택 앞에서 야구방망이를 든 채 집회를 벌이며 “이제는 말로 하면 안 된다” 등 위협하는 발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과 같은 달 27일 ‘신의한수’에 출연해 두 차례에 걸쳐 박 특검과 이 전 권한대행의 집 주소를 공개한 혐의도 있다. 주 대표는 이들과 같은 집회에 참석해 과격한 발언을 하며 박 특검을 모욕한 혐의를 받고 있다.
퇴진행동 6개월만에 해산 “촛불, 모든 날이 행복했다” 524 한겨레
“1700만 촛불…박근혜 정권 퇴진 소임·역할 다해 해산 선언”
10대 분야 100대 개혁과제 제시…백서 편찬 등 이어갈 예정
조선 불상 CT 찍었더니…머리 안에서 고려 불경이 524 문화
남원 실상사 극락전에 안치된 조선시대 건칠불좌상의 머리 안에서 14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시대 불경이 발견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실상사와 불교문화재연구소는 포항 성모병원에서 건칠불좌상을 3D-CT(컴퓨터단층촬영) 장비로 촬영해 뽕나무 종이에 은가루로 쓴 ‘대반야바라밀다경’을 찾아냈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불교문화재연구소는 2005년 이 불상을 X선으로 찍어 머리에 복장물(腹藏物·불상 안에 넣는 물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실체는 파악하지 못했다. 건칠불(乾漆佛)은 삼베나 종이로 틀을 제작한 뒤 반복적으로 옻칠을 해서 만드는 불상이다.
임석규 불교문화재연구소 유적연구실장은 “3D-CT 장비로 불상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조사를 통해 금속성 물질로 글자를 쓴 책이 접혀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불경의 보존 상태가 염려돼 수습했다”고 말했다.
▲ 실상사 건칠불좌상에서 나온 대반야바라밀다경. [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
이번에 나온 불경은 전체 600권으로 구성된 ‘대반야바라밀다경’의 제396권으로, 병풍처럼 접을 수 있는 절첩장(折帖裝) 형태다. 크기는 가로 11.8㎝, 세로 30.6㎝이다. 끝 부분에는 “이장계(李長桂)와 그의 처 이씨(李氏)가 시주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송일기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선친의 명복을 빌고 집안의 액운을 물리치기 위해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반야바라밀다경을 은가루로 쓴 절첩장 불경은 국내에 4점만 있어 희소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속되고 나서도 분위기 파악 못하는 박근혜와 변호인단 524 민중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법정에 섰다. 재판부의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 “변호인단과 입장이 같다”고 말했다. 즉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했다. 슬프게도 이 같은 박 전 대통령의 입장에 국민들은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예상했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기 전까지 보여줬던 태도와 하등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번호를 매겨가며 반발함과 동시에 “검찰이 언론 보도에 의해 추론과 상상에 의해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태도 역시 전에 봐왔던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직 당시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관련해 각종 사익을 추구한 데 대한 인정과 반성은커녕 ‘나를 완전히 엮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그는 “(뇌물 수수는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는 더러운 일”이라면서 “(검찰은)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더럽게 만드느냐”고 역정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날 유 변호사는 검찰의 아픈 약점을 찌르기도 했다. 유 변호사는 돈 봉투 만찬에 참석했던 이원석 부장검사, 한웅재 부장검사 등을 겨냥해 “(언론보도로 기소가 가능하다면) 돈 봉투 사건으로 감찰을 받는 당사자도 당장 수뢰죄로 기소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처럼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헌재 탄핵심판에서 보여준 상식 밖의 모습과 같은 전략을 구사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범죄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났음에도 ‘무고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되려 검찰과 검찰 수사의 적법성 문제 제기로 ‘역공’을 펼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재판 결과에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 뻔하다. 앞선 동일한 전략이 결국은 검찰과 헌재로부터 각각 구속기소와 파면으로 이어진 흐름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검찰과 특검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해놓고는 검찰과 특검의 대면조사 요구에 불응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수사거부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사유가 됐을 뿐만 아니라, 헌재 파면 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대국민 담화에서의 진실요구에 응하겠다는 말을 번복하고 계속해서 무고함을 주장하던 그의 태도는 탄핵 청구의 큰 사유였고, 헌재에서도 중요한 파면 사유가 됐다. 헌재는 파면 결정문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의혹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사실은폐’를 계속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직업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 “무직”이라고 답했다. 국민 앞에 선 전직 대통령으로서 진실을 밝힐 책임보다,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변호에 집중하겠다는 선전 포고인 것처럼 느껴진다. 국가 원수를 지냈던 사람의 자각이 있는 지 의심스럽다. 박 전 대통령은 국가원수를 역임했던 사람으로서 지금이라도 진실을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화답해야 할 것이다.
‘피고인’ 박근혜와 ‘노무현 8주기’ 그리고 언론 [미디어오늘 1101호 사설]524
파면당한 전 대통령 박근혜씨 모습이 23일 공개됐다. 지난 3월 구속된 지 53일만이다. 이날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첫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한 박씨는 국정농단 공동주역이었던 최순실과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았다. 역사적인 장면이면서 한편으론 부끄러운 장면인 이날 법정 풍경을 많은 언론이 보도했다.
박씨가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이동할 땐 방송사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일부 방송사는 법무부 호송차에 탑승한 박씨의 모습을 찍기 위해 차량 가까이 근접취재까지 했다. 박씨가 청와대 관저에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를 땐 질문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기자들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하이에나 언론의 특성이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이유다.
‘피고인’ 박근혜가 법정에 선 날은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이 열린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날 박근혜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모습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될 때를 연상시켰다. 당시 많은 언론이 경남 김해에서 서울까지 노 전 대통령이 탄 차를 추적하며 취재경쟁을 벌였다. 일부 방송사는 헬기까지 띄워 생중계했다. 언론은 사태의 본질을 규명하는 데 큰 관심이 없었다. 대중들에게 잘 팔리는 상품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치·상업적으로 이용하기에 급급했다. 반성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서거 이후 지금까지 한국 언론이 변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전직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이 열린 날, 파면당한 또 다른 전직 대통령은 구속된 상태로 법정에 출석했다. 지루한 재판과정이 앞으로 이어지겠지만 분명한 것은 국정농단에 동참했던 많은 인사들이 처벌 받거나 죄 값을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19대 대선에서 국정농단 주역이었던 정치세력들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그 결과, 정권은 교체됐다.
하지만 여전히 변화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는 곳이 있다. 언론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검찰개혁을 비롯한 여러 개혁조치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지만 언론계에선 미풍만 감지된다. ‘이명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동안 방송의 불공정성과 편파보도에 앞장섰던 공영방송 경영진 상당수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여전히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언론사 경영진 임기를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한다. 극심한 편파보도를 했던 한 방송사의 경우 언론사 사장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리포트를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는 수많은 언론인을 해고하고 내부 문제제기를 인사보복과 소송 등으로 짓누른 MBC경영진,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를 정권의 이익을 위한 ‘홍보방송’으로 전락시킨 KBS경영진,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편집총국장제를 폐지해 편집권 독립을 무력화시킨 연합뉴스 경영진 등은 임기 보장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 이들은 자신들이 저질렀던 과오에 대해 반성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는 것이 최선의 길임을 알아야 한다.
조준희 YTN사장의 사의 표명이 주목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공영언론사 사장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의를 표명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그렇다. YTN정상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주목되는 건 조준희 사장 사의 표명 이후 공영언론사 구성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KBS와 연합뉴스에선 경영진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고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역시 김장겸 사장 퇴진 운동에 나섰다
언론인들의 뒤늦은 자성 목소리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지난 9년 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다 정권이 교체된 후 비판적인 모습을 보이는 언론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개혁은 정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언론노동자들에 의해 추진되고 완성되어야 한다. 늦었지만 언론구성원들이 그동안 쌓인 ‘적폐청산’에 시동을 걸었다는 점은 평가하고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 이번에도 일시적인 현상에 그친다면 언론의 신뢰회복은 요원할거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혼이 빠진 국정 교과서는 이렇게 탄생했다 523시사인
안종범 업무수첩에는 국정교과서 관련 내용이 많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보수 논객 글을 전파하고, <조선일보> MBC <한국경제> <매일경제> 등을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2월 취임 3주년을 기념해 <사람 나고 법 났지, 법 나고 사람 났나요:정책을 만드는 대통령의 비유>라는 105쪽짜리 어록집을 펴냈다. ‘배려와 진심이 가득한 대통령의 말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 더욱 쉽고 친근하게 다가서길 기대하며’ 펴낸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 어록집 60~61쪽은 국정교과서 관련 부분이다. 2015년 10월13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에서 박 전 대통령이 한 발언이다.
“역사를 모른다고 하면 혼이 빠진 인간이고 또 역사를 잘못 알고 이상하게 왜곡돼서 그게 진리인 줄 알고 돌아다니는 것은 영혼이 썩는 거다. 그런 아이들에게 우리가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나.”
청와대가 공개한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안종범 업무수첩에도 담겨 있다. 당시 대수비에 참석한 안 전 수석은 ‘The conquered conquer the conqueror(정복한 나라가 오히려 정복당한 나라의 지배를 받는다)’와 같은 내용을 받아 적으며 키워드 중심으로 기록했다. ‘10-13-15 대수비 6. 자긍심 심어주는 노력 필요, 이념, 정쟁 X -국민통합 계기(그림 1).’ 당시 국정교과서 행정 예고가 이뤄지고(10월12일),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홍보 광고를 내보내고(10월19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하는(11월3일) 등 국정교과서 공세가 집중되던 때였다.
11월3일 황교안 총리는 대국민 담화에서 ‘고등학교 99.9%가 편향된 역사 교과서로 가르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행보에 발맞춰 정부·여당에서는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자는 취지에 반대하는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이정현 의원)” “전국 고등학교의 절대다수 99.9%가 편향된 역사 교과서로 가르치고 있다(황교안 총리)”라는 발언이 나왔다(<시사IN> 제426호 커버스토리 ‘0.1%를 위한 대한민국?’ 기사 참조).
앞서 2015년 9월20일에도 박 전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국정교과서 관련 지시를 했다. ‘1. 국정교과서, 부모들 마음 움직여야, 조갑제 대한민국 진실을 지키기 위하여, 김일성 보천보 전투 X, 조선 MBC 한경 매경, 시민단체 부모단체(그림 2).’ 국정교과서 성공을 위해서는 학부모의 지지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의 칼럼을 활용하라는 취지로 보인다.
<그림2.3> 안종범 업무수첩에 적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지시 사항.
김일성의 항일 행적 다뤘다고 문제 삼아
조갑제 대표는 당시 기존 검인정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되었다고 주장하는 글을 잇달아 발표했다. 조 대표를 비롯해 기존 교과서를 비판하는 이들이 대표적으로 꼽는 예는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였다. 김일성의 항일 행적으로 알려진 보천보 전투를 교과서에 실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는데, 박 전 대통령이 이를 똑같이 언급했다. 또 <조선일보>, MBC, <한국경제>, <매일경제>를 국정교과서 홍보전에 활용하고, 시민·학부모 단체도 관리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2015년 10월11일 티타임을 기록한 안종범 업무수첩에도 ‘<교과서> 1. 대학생·학부모·교사 증언 중요 2. 친일 찬양·독재 미화·특정인 미화, 이명희 권희영(한국학중앙연구원), 21세기미래교육연합 조형곤(그림 3)’이라고 쓰여 있다. 국정교과서 지지 발언을 해온 이명희·권희영 교수 같은 연구자나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 같은 시민단체 인사를 활용해 ‘친일 찬양·독재 미화’ 따위 비판에 대응하라는 취지로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12일 국정 역사 교과서 폐지를 지시했다.
2015년 11월5일 통일준비위원회 제6차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사상적 지배’라는 용어를 쓰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국정기획위, 보수정권 공무원들 ‘군기잡기’ 나섰다 525 한국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5일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에서 일해 온 공무원 사회의 보수색채 빼기 작업을 본격화했다.
자문위원들은 각 부처의 업무보고에서 과거 적폐 사례를 일일이 거론하며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행정에 반영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이날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진행된 금융위원회의 업무보고가 시작되자마자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금융위가 구조조정 주관부서로서의 역할도 못하고 있다고 면박을 줬다.
검찰과 법무부에 대한 질타는 더욱 거셌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박범계 정치행정분과위원장은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검찰이 권력에 유착하지 않고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를 발휘했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은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어버이연합 우회 지원 의혹 사건,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서울시 공무원의 간첩조작 사건 등을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수사의 예로 꼽았다. 박 위원장은 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물론이고 상법 개정안처럼 큰 이견이 없는 사안도 법무부의 보수적인 태도로 통과되지 못하는 현실을 봐 왔다”고 꼬집었다.
각 부처가 기존 보수 정부의 시각에서 벗어나달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김정우 경제2분과위원은 창조경제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에 앞서 “기존 5년 동안 일방적인 정책을 취해 왔으니 새 정부 국정 기조나 철학을 이해하고 공유해 서로 토론하고 협의하는 자리로 생각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이날 업무보고에선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 등 창조경제 성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려 1주일 안에 다시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유은혜 사회분과위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예산 등으로 야당과 갈등 전선을 그려온 교육부를 향해 “지난 정부 주요 정책들을 평가하는 과정에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이 중요한 기준으로 반영됐으면 좋겠다”면서 “이후 국정과제의 우선순위에도 이러한 철학이 반영돼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방산비리 등으로 질타를 받은 국방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방개혁 대선 공약에 보조를 맞춘 업무 계획을 보고하며 바짝 엎드렸다. 국방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참여정부 수준의 국방예산 증가율(7~8%)을 다시 확보하는 방식으로 1년 안에 개혁안을 확정하겠다는 것이 보고의 요지였다. 박광온 대변인은 “(개혁안에는) 병력의 규모나 복무 기간 등 우리 군의 전력이나 운용계획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들도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정기획위는 각 부처의 서면보고 지침에 ‘과거 정부 추진 정책 평가 및 새 정부 기조에 따른 개선 방안’을 포함시켜 관가에선 사실상의 반성문 제출 요구라는 볼멘 소리도 나왔다.
새 정부 출범 시 정권인수 기구가 전임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에 메스를 들이대는 것은 어느 정도 예고된 수순이지만, 이번 국정기획위의 경우 9년 만의 정권교체에 따른 정권인수 업무라는 점에서 공무원 군기잡기가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공무원 길들이기가 아니라 정의와 상식,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원칙 하에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이뤄진 행정을 바로잡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각 부처는 ‘올 것이 왔다’면서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날 업무보고를 마친 일부 공무원들은 “표정이 좋지 않다”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걸음을 옮겼다. 특히 직접적인 유탄을 맞은 부서들은 머리를 싸매고 대책마련에 골몰하는 모습이었다.
"농협, 7700명 정규직 전환"…김병원 회장의 깜짝 선언 525 한국경제
김병원 "범농협 일자리위원회서 추진" "정부 일자리 정책에 적극 호응"
'범농협 일자리위원회' 주도…현황 파악해 종합대책 마련
농협이 2만 명 이상인 비정규직 직원 가운데 7700명의 정규직 전환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농협은 은행, 마트에서 시작해 지역 농·축협까지 ‘비정규직 제로(0)’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 유통 등 업종으로 정규직 전환이 확산되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汎)농협 일자리위원회’를 구성했다”며 “농협 모든 계열사와 지역 농·축협 등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농협은 지난 24일 허식 부회장 주재로 범농협 일자리위원회 첫 회의를 열어 비정규직 대책을 논의했다. 농협은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를 두 축으로 26개 계열사, 전국 지역 농·축협 1131개를 거느린 거대 조직이다. 고용 인원만 10만 명이 넘는다.
업계에 따르면 농협 전체 직원(지역 농·축협 제외) 3만5000여 명 중 기간제 계약직원 등 비정규직은 7700명(22%)에 이른다. 지역 농·축협을 포함하면 전체 비정규직은 2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농협이 금융과 유통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업계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의 비정규직 대책 추진 배경에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다. 농협은 그동안 사회적 역할에 걸맞지 않게 비정규직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 회장은 “농협이 엄연한 민간 조직이긴 하지만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책임감을 갖고 선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맞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계열사 중 가장 규모가 큰 농협은행은 지난 4월 말 기준 비정규직이 2979명으로 전체 직원 1만6428명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신한·국민 등 주요 시중은행 중에선 비정규직 비중이 가장 높다. 다만 농협은행 비정규직 중 상당수는 퇴직 후 재취업자(순회검사역), 출산휴가 대체인력(산전대체), 창구 파트타임 직원 등이다. 정규직으로 전환할 필요가 없는 이들 인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비정규직 직원은 500명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이 농협 측 설명이다. 이를 감안하면 농협(지역 농·축협 제외)의 비정규직은 5245명으로 전체 직원 3만5289명의 14.9% 수준이다.
농협경제지주 내 최대 유통계열사인 하나로유통(농협하나로마트)은 직원 2400여명 중 1600여명이 비정규직이다. 마트에서 일하는 계산원 등이 대부분이다.
농협은 ‘범농협 일자리위원회’ 주도로 계열사와 지역 농·축협별 비정규직 현황을 파악한 뒤 종합적인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기간제 계약직원은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농협은 당장 추진이 어려운 지역 농·축협을 제외하고 은행, 마트 등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7700명을 우선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농협이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내는 데에는 난관도 적지 않다. 우선 계열사가 은행·증권·보험·유통·제조 등 다양한 업종에 걸쳐 있다. 게다가 전국 1131개에 이르는 지역 농·축협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단일한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하는 데 장애 요소다. 농협의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다른 민간기업의 비정규직 대책 마련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앞서 롯데그룹과 SK브로드밴드, 기업은행, 씨티은행, 신한은행 등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 대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금융 공기업들은 이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0)’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비정규직 1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25일 밝혔다. 간접고용 직원 49명에 대해서도 정부 지침이 나오는 대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술보증기금은 비정규직 22명 중 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소득불평등 5년만에 악화…‘경기침체’ 저소득층 직격탄
지니계수·5분위 배율 등 분배지표 악화 5년 만에 소득불평등 심화 추세로 반전
임시·일용직 감소, 자영업자 증가 등 영향 “조세·복지 등 소득재분배 강화해야
기초연금 도입 등 복지제도 확충으로 점차 개선되던 소득불평등도가 지난해 다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분배 지표가 5년 만에 악화 추세로 돌아선 것인데, 경기 침체의 여파가 저소득층에 큰 타격을 준 영향으로 풀이된다. 물가 수준을 감안한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도 지난해 3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3분기 연속 실질소득 감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뒤로 처음이다.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소득분배지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지니계수와 소득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등이 일제히 악화됐다. 가장 대표적 소득분배 지표인 지니계수는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0.304를 기록해 2015년(0.295)에 비해 0.009 늘었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소득격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지난해 0.353로, 한해 전(0.341)보다 0.012 늘었다. 시장소득은 사업·근로소득에 사적 이전소득(가족 간의 용돈 등)을 더한 ‘세전 소득’을, 가처분소득은 조세 및 각종 복지수급 등을 더한 ‘세후 소득’을 뜻한다.
소득 상위 20% 계층(5분위)의 소득이 하위 20%(1분위)에 견줘 몇배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은(가처분소득 기준) 2015년 5.11배에서 2016년 5.45배로 더 벌어졌다.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절반을 밑도는 가구의 비율)도 14.7%로 5년 만에 증가했다.
이처럼 소득분배 지표가 악화된 배경은 경기변동에 민감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구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상용직 근로자는 26만6천명이 늘었지만, 저소득층 비중이 높은 임시·일용직은 외려 10만1천명 줄었다. 조선업 등 구조조정과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저소득층 일자리가 타격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영세 자영업자(고용원을 두지 않은 자영업자)는 4분기 기준 9만6천명 늘었다.
경기침체의 삭풍이 저소득층의 얇은 지갑에 더 혹독하게 파고든 정황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소득상위 20% 계층(5분위)의 근로소득이 한해 전보다 5.5% 늘어난 반면, 소득하위 20%(1분위)의 근로소득은 9.8%나 감소했다. 사업소득도 소득상위 20%가 전년에 견줘 6.6% 감소한 동안 소득하위 20%는 17.1%나 감소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실질소득은 447만4268원으로 한해 전(452만8500원)보다 1.2% 줄었다. 특히 저소득층이 전체 가구소득 감소를 이끌었다. 소득상위 20%의 월평균 소득(명목)은 929만407원으로 전년보다 2.5% 늘었지만, 소득하위 20%는 139만8489원으로 오히려 0.8% 줄었다. 소득하위 20%의 명목 소득은 2016년 1분기 이후로 5분기째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조세 및 복지급여 등 정부정책효과(재분배 효과)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실제 지난해 시장소득 지니계수(0.353)와 가처분소득 지니계수(0.304)의 격차는 0.049로 소득분배 지표를 측정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가처분소득은 시장소득에 조세·재정·사회보험 정책(소득재분배 정책)의 효과를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두 소득의 지니계수 격차가 크면 클수록 정부의 소득재분배가 강력하다는 뜻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시장소득과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 격차로 살피는 정부정책효과는 0.049로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기초연금 확대와 지난해 실시된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최하위에 머무른다. <한겨레>가 오이시디 나라들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집계한 결과, 2012년 기준 지니계수를 보고한 30개국의 지니계수 격차(정부정책효과)는 평균 잡아 0.162로 집계됐다. 한국(0.049)은 평균치의 3분의 1 수준밖에 안된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의 고용절벽과 소득감소가 소득불평등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내수 기반이 취약해지고 이는 다시 저성장의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깊어가는 노인 소득격차…시장소득은 최대 68배 벌어져
은퇴 베이비부머 근로소득 급감
66살이상 지니계수 근로층 1.4배
지난해 5년 만에 악화된 소득불평등도는 특히 노인 연령대에서 심각하다. 소득수준에 따른 시장소득 격차가 은퇴연령층(66살 이상 노인)에선 최대 68배나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2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이들이 저소득층으로 급속히 편입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고령화 추세에 대한 적극적 대응에 실패할 경우, 소득불평등도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16년 소득분배지표’를 보면, 지난해 근로연령층(18~65살)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279인데 견줘 은퇴연령층의 지니계수는 0.387로 1.4배가량 높았다. 중위소득의 절반을 밑도는 사람의 비율인 상대적 빈곤율을 보면 근로연령층은 9%인데 비해, 은퇴연령층은 47.7%에 이른다.
특히 소득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값인 소득5분위 배율을 시장소득 기준으로 보면, 근로연령층이 5.68배인데 비해 은퇴연령층은 68.13배로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만 하더라도 41.09배였는데, 3년 만에 격차가 더 벌어졌다. 기초연금 등 정부 복지정책에 따른 공적이전소득이 반영된 가처분소득 기준 5분위 배율도 2015년 7.52배에서 지난해 7.86배로, 격차가 더 커졌다.
노인 빈곤 문제는 전체 소득분배를 악화시키는 주된 특징이 되고 있다. 지난해 소득분위별 가구주의 평균 연령을 보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평균 연령은 전년보다 0.6살 높아진 66.5살이고, 평균 가구원 수는 1.6명이었다. 소득 2분위부터 5분위 가구의 가구주 평균 연령은 각각 52.6살, 48.9살, 48.2살, 49.7살이었다. 저소득층의 대부분이 노인 가구라는 뜻이다. 김정란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소득분배지표가 악화된 가장 큰 원인은 인구구조의 변화 때문으로 보인다”며 “소득 1분위 가구의 평균 연령이 이미 60대에 접어든 만큼, 노인 빈곤의 문제가 전체 소득불평등의 핵심 과제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최근 은퇴를 하기 시작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고용시장에서 나오면서 근로소득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노인가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에 비해 전체 소득에서 근로소득 비중이 매우 높아 고용 상황에 따라 빈곤에 빠지기 쉬운 구조다. 2013년 기준 노인가구 소득항목별 비중에서 오이시디는 근로소득 비중이 23.9%인 반면, 한국은 63.0%에 이른다.
지니계수
지니계수: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써 ‘0’이면 완전평등, ‘1’이면 완전 불평등을 의미함
•시장소득 = 근로소득 + 사업소득 + 재산소득 + 사적이전소득
•처분가능소득 = 시장소득 + 공적이전소득 – 공적이전지출
소득 5분위 배율
소득 5분위 배율 = 상위 20% 계층의 소득 / 하위 20% 계층의 소득
상대적 빈곤율
상대적 빈곤율 : 중위소득 50% 이하인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
•중위소득 : 우리나라 인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제일 가운데 위치한 사람의 소득
1주일새 호가 1억↑…강남재건축 '들썩'525 매일경제
초과이익환수제 부활하면 내년이후 공급부족 예상
개포·둔촌 가파른 상승세
"자고 일어나면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 호가를 몇 천만원씩 올려 팔라고 문자가 옵니다. 팔려고 마음먹었다가도 '지금 팔아도 되나' 겁이 날 정도로 가격이 뛰네요. (강남 재건축 아파트 소유주)"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하루에 수천만 원씩 호가가 오르면서 일주일 새 1억원 이상 매매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삼성동 홍실아파트가 대표적 사례다.
25일 삼성동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이달 초 15억25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던 이 아파트 전용면적 108.06㎡가 지난주 16억원까지 호가가 뛰었다. 매수자들이 몰리자 결국 지난 24일 호가보다 높은 16억9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지금은 같은 평형 매물 호가가 17억5000만원이다. 한 달도 안 돼 매매가 기준 1억6500만원, 호가 기준 2억2500만원이 뛴 셈이다. 홍실아파트 같은 평형의 1년 전 시세는 13억6500만원이었다.
홍실아파트 조합은 올 4월 말 재건축 사업승인을 신청해 7월쯤 승인을 받고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계획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 시세를 아는 사람들은 절대 투자를 못한다"며 "비싸다 싶어도 계속 오르는 게 강남 재건축 아파트"라고 설명했다.
개포주공 4단지 전용면적 50㎡도 이달 초까지 10억4000만원을 유지하다가 며칠 새 호가가 5000만원 이상 뛰었다. 1년 전 9억6000만원에 거래된 이 아파트는 지금 11억원은 줘야 살 수 있다. 이 단지는 다음달 관리처분 인가 통과가 유력하다.
너도나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 투자 경쟁에 뛰어든 이유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지목된다.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내년 부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재건축을 통해 얻은 초과이익에 대한 부담금을 내도록 한 제도로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부담해야 한다. 또 내년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면 강남 재건축의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초과이익 환수를 피하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안전자산'으로 투자자들 이목을 끈다는 해석이다.
지난 22일 기준 한국감정원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강동구(0.51%) 송파구(0.31%) 강남구(0.26%) 서초구(0.26%) 등 강남4구 모두 서울 평균 상승률(0.20%)을 앞질렀다.
자고나면 호가 수천만원 뛰는 강남 재건축 투자 광풍
"자고 일어나면 부동산중개사무실에서 호가를 몇 천만원씩 올려 팔라고 문자가 옵니다. 팔려고 마음을 먹었다가도 '지금 팔아도 되나' 겁이 날 정도로 가격이 뛰네요.(강남 재건축아파트 소유주)"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하루에 수천만원씩 호가가 오르면서 1주일새 1억원 이상 매매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삼성동 홍실아파트이다.
25일 삼성동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이달 초 15억2500만원에 시세를 형성했던 이 아파트 전용 108.06㎡가 지난주 16억원까지 호가가 뛰었다. 매수자들이 몰리자 결국 지난 24일 호가보다 높은 16억9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지금은 같은 평형 매물 호가가 17억5000만원이다. 한달도 안돼 매매가 기준 1억6500만원, 호가 기준 2억2500만원이 뛴 셈이다. 홍실아파트 같은 평형의 1년 전 시세는 13억6500만원이다.
홍실아파트 조합은 지난 4월 말 재건축 사업승인을 신청해 7월쯤 승인을 받고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계획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 시세를 아는 사람들은 절대 투자를 못한다"며 "비싸다 싶어도 계속 오르는 게 강남 재건축 아파트"라고 설명했다.
개포주공 4단지 전용 50㎡도 이달 초까지도 10억4000만원을 유지하다가 며칠새 호가가 5000만원 이상 뛰었다. 1년 전 9억6000만원에 거래된 이 아파트는 지금 11억원은 줘야 살 수 있다. 이 단지는 다음달 관리처분 인가 통과가 유력하다.
너도나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 투자 경쟁에 뛰어든 이유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지목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내년 부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재건축을 통해 얻은 초과이익에 대한 부담금을 내도록 한 제도로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부담해야 한다. 또 내년 초과이익 환수제가 부활하면 강남 재건축의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초과이익 환수를 피하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안전자산'으로 투자자들 이목을 끈다는 해석이다.
22일 기준 한국감정원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강동구(0.51%), 송파구(0.31%), 강남구(0.26%), 송파구(0.26%) 등 강남4구 모두 서울 평균 상승률(0.20%)를 앞질렀다.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05%에 그쳤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최근 관리처분인가를 얻은 둔촌주공 등 재건축 추진이 빠른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상승폭을 확대시키는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간 강남 재건축 단지들 가격이 급등한 만큼 추격매수는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이 상당부분 진척되면서 불확실성이 사라지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면서도 "반대로 지금 투자자들이 들어가기에는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역사 속 '개혁가'들, 그들은 어떻게 '적폐 청산' 했나? 526 프레시안
개혁 정치가들이 실패했던 까닭은
문재인 정권은 공약대로 '적폐'의 청산에 방점을 두며 여러 방면에서 개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간 많은 비판을 받아왔던 검찰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계획중이며, 많은 이들은 이러한 변화를 통해 분명히 보다 나은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좋은 효과를 낳고,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원하며, 정부 역시 강한 의지로 추진했던 개혁이 과거의 역사 속에서 성공한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개혁이 번번이 실패로 끝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극소수의 '기득권'이 자신들의 '이미 얻은 권력'이 침해당하는 것을 극도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역사 속에서도 여러 개혁의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특히 북송 대의 대표적인 진보주의자 왕안석이 실시했던 '변법(變法)'이 대표적인 사례다.
왕안석의 변법
왕안석(王安石, 1021~1086)은 북송(北宋, 960~1127)의 제6대 황제인 신종(神宗, 1048~1085)의 지지를 기반으로 강력하게 개혁을 추진했던 인물이다. 왕안석이 추구한 변법의 근본적인 목표는 '부국강병'이었다.
당시 북송은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북방유목민족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遼, 916~1125)에게 억눌려 있던 상황이었다. 특히 요에 대한 일종의 '노예계약서'인 '전연의 맹(澶淵之盟, 1004)'을 체결한 이후, 북송은 해마다 막대한 세폐를 요에 바쳐야만 했다. 왕안석은 북송의 요에 대한 굴욕 외교와 재정난을 타파하기 위해 변법을 실시하였다. 특히 왕안석은 세 가지 쓸모없는 것, 즉 '삼용(三冗)'에 주목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개혁을 실시해 나갔다.
왕안석이 개혁하고자 했던 세 가지 폐단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지나치게 방대했던 관료기구로 쓸모없는 관리가 넘쳐났던 용원(冗員), 둘째는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오합지졸 군대의 용병(冗兵), 마지막은 쓸데없는 재정 낭비의 용비(冗費)였다. 이러한 적폐의 개혁을 위해 왕안석은 각각 부국(富國)·강병(强兵)·취사(取士)에 관한 각종 신법(新法)들을 제정해 나갔다.
대표적인 개혁 법안 들을 소개하자면, 먼저 부국책으로는 '시역법(市易法)'을 들 수 있다. 시역법이란 일종의 중소상인 보호법이다. 동경(東京, 현 하남성(河南省) 개봉시(開封市))에 시역무(市易務)를 설치하고, 정부가 출자하여 중소상인의 남아도는 물건을 담보로 저리 대출을 해주거나, 이를 사들였다가 시장에서 부족할 때 다시 내다 팔았다. 이는 당시 폭리를 취하던 거상을 억제하고, 그들의 시장 장악을 방지할 수 있었다. 또한 물가의 안정과 함께 소상공인의 보호, 정부의 세수 증대와 같은 효과를 노릴 수도 있었다.
둘째, 강병책의 대표적인 신법으로는 '보갑법(保甲法)'이 있다. 보갑법은 10집을 1개의 '보(保)'로 규정하고, 성인 남자 두 명 이상인 집에서 한 명씩을 차출하여 농한기에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향촌의 치안 유지와 함께 군대의 질을 높이고 정부의 군비 지출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셋째, 교육정책인 취사책의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당시의 국립대학인 태학(太學)을 정돈했던 삼사법(三舍法)이 있다. 태학을 상·중·하의 3단계로 나누고, 무학(武學)·의학(醫學)·율학(律學) 등의 전문 과정도 설립하여 전문인력 양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기존의 과거(科擧)와 음서(蔭敍)를 통해서만 관계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에서 벗어나 태학의 성적 우수자에게도 관리가 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다. 평민들도 시험을 통과하면 태학에 입학이 가능했기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직에 나아갈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전문교육을 통해 다방면의 전문가 양성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변법의 실패
부국강병을 목표로 한 변법은 신종의 강력한 지지와 왕안석의 뜨거운 열정, 그리고 백성들의 호응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변법은 머지않아 거대한 장애물과 맞닥뜨리게 된다. 변법의 근본적인 목적은 부국강병과 함께 일종의 '부의 재분배'로써, 변법이 성공하려면 기득권의 이익을 재조정하여 백성과 조정에 나눠줘야만 했다.
그러나 백성의 고혈을 빨아 호의호식하며 사치와 향락에 찌들었던 기득권들은 이미 넘치고도 남을 정도의 재산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변법에 의해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당하자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거상들, 그리고 그들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던 관료들이 본격적으로 왕안석과 변법을 비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당시 변법에 대한 기득권의 공격은 먼저 어사중승(御史中丞)이었던 여회(呂誨, 1014~1071)의 왕안석 변법에 대한 '10대 과실' 상소로 포문을 연다. 이 뒤를 이어 변법의 부조리와 불합리에 대한 비판이 아닌, 왕안석을 비롯한 신법당(新法黨)에 대한 인신공격이 뒤를 잇기 시작하는 등 반대를 위한 반대론이 꼬리를 물었다. 오랜 가뭄과 그로 인한 흉흉한 민심 등이 왕안석 일당이 추진하는 변법 때문이라는 억지 주장까지 등장하기에 이른다.
더욱이 기득권의 꼬드김에 넘어간 신종의 할머니 조태황태후(曺太皇太后, 1016~1079)와 어머니 고태후(高太后, 1032~1093)가 왕안석이 천하를 어지럽힌다고 울면서 호소하기까지 하자 신종은 결국 왕안석의 재상직을 파하였고, 이로 인해 변법은 크게 주춤하게 되었다.
이듬해 왕안석은 다시금 재상에 오르지만, 그가 없는 동안 신법당의 세력은 크게 약해졌고, 신법당 내부도 이미 사분오열되어 있는 상태였다. 왕안석은 기득권의 강력한 반발로 개혁의 의지를 잃기 시작하였고, 사랑하는 큰아들이 죽자 그는 스스로 재상직에서 물러났다. 여기에 왕안석의 강력한 지지자였던 신종마저도 1085년에 죽자, 변법은 결국 종말을 고하게 된다.
신종의 어린 아들 철종(哲宗, 1077~1100)이 등극하자, 그간 변법을 강력하게 반대해왔던 고태황태후(高太皇太后)가 철종을 대신해 수렴청정하며, 신법당에 반대하는 수구파의 대표 사마광(司馬光, 1019~1086)을 재상으로 임명해 변법을 모두 폐지했다. 이 소식을 들은 왕안석은 결국 1086년에 실의 속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고, 부국강병을 위해 야심차게 실시했던 그의 변법은 결국 이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공생하는 사회, 기득권의 내려놓기
왕안석의 변법이 모두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왕안석이 추진했던 변법들은 백성과 조정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는 훌륭한 제도였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왕안석의 변법은 아쉽게도 실패로 끝을 맺는다. 그 주 원인은 '이미 권력을 가진' 기득권들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었다.
앞서 언급한 시역법만 하더라도 현대판 '대기업'의 횡포를 막고,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에서 적극 나서는 정책이었다. 하지만, 경제적 손실을 입은 '대기업'이 자신들의 폭리를 유지하기 위해 '정치인'들과 결탁하고 왕안석을 비판하기 시작하면서 개혁은 흔들리기 시작하였고 결국 실패로 끝을 맺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부국강병을 꿈꾸었던 왕안석이 죽은 후 40여 년이 지난 1127년, 북송은 북방에서 새롭게 흥기한 여진족의 금(金, 1115~1234)에 의해 멸망당했다.
'왕안석의 변법'의 전개과정과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개혁은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 주지만, 소위 '상위 1%'라는 사회의 극소수 기득권의 거센 반발로 성공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왜냐하면 기득권들은 막대한 재산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막강한 권력을 가지거나 그 재부로 정치인들과 '유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들만의 이득을 극구 주장했던 기득권들은 결국 '북송의 멸망'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불러왔다. 전형적인 '탐소실대(貪小失大)'이다. 이미 차고 넘칠 만큼 가진 자들이 조금만 내려놓는다면 부국강병과 조화롭고 공평한 사회 구현은 보다 쉬울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도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여러 변법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과정 중에 분명히 기득권의 이익을 침해하는 법안이 제정될 것이다. 이때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국민의 호응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기득권들 스스로 약자와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내려놓는 덕목이 꼭 필요하다./ 임상훈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위원
인권위 위상 강화]권력 눈치만 보다…인권침해에 눈감고 입 닫아 온 9년 526경향
ㆍ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망가뜨린’ 인권위
ㆍ세월호 유가족·용산참사·불법 사찰·물대포 등 외면
ㆍ조직 축소·인권 무관한 인사 지도부 앉히며 ‘정권 비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제고를 지시하며 “이전 정부의 인권 경시 태도와 결별”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인권위가 무력화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9년간 인권위 조직은 축소됐고, 인권과 무관한 인사들이 지도부를 장악했으며 각종 인권 침해 사건들에는 눈감아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보수정부의 인권위 무력화는 이명박 정부 초반부터 시작됐다. 인권위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진압 과정에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힌 후 이명박 정부는 인권위 조직을 20%가량 축소했다. 이에 항의해 2009년 7월 당시 안경환 위원장이 사퇴하자 이 전 대통령은 인권과 무관한 경력을 쌓아온 현병철 한양대 법학과 교수를 위원장에 앉혔다.
현 위원장은 재임 내내 각종 ‘반인권적’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강연에서 흑인을 “깜둥이”로 칭하거나 독립기관인 인권위를 “행정부 소속기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권위가 2009년 12월 ‘용산 참사’와 관련해 경찰의 강제진압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려 하자 “독재라도 좋다”며 이를 제지했다. 무력감을 느낀 인권변호사와 인권활동가 출신의 조사관들이 상당수 인권위를 떠났다.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원장이 주는 상을 거부했고, 직원들도 신문에 현 위원장 사퇴 촉구 광고까지 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현 위원장을 재임시켰고 그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8월까지 위원장직을 유지했다. 후임인 서울중앙지법원장 출신 이성호 위원장도 과거 성소수자 혐오·차별 발언으로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2014년 3월 인권위 상임위원(차관급)으로 보냈다. 그는 당시 검사 재직 시절 두 차례에 걸쳐 나이트클럽 사장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전력으로 논란이 됐다. 그는 현재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고 있다.
인권위는 중요한 인권 침해 사건들에 입을 닫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 진주의료원 강제퇴원 환자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긴급 구제 요청을 기각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 대한 경찰의 사찰 및 인권 침해 논란, 단식농성과 세월호특별법 이슈에 대해서도 직권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성명조차 내지 않았다. 또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사망 사건 때도 진정을 접수하고 현장조사를 통해 가혹행위를 확인했지만 윤 일병 순직이 인정됐다는 이유 등으로 조사 결과를 알리지 않고 각하 종결처리했다.
인권위는 2015년 11월 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지 약 10개월이 지나서야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 상임위원 출신인 문경란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은 “그간 보수정권은 정권의 인권 침해를 견제하기는커녕 반인권적 결정을 초래해온 게 사실”이라며 “인권위의 정상화가 우리의 인권을 높이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대판 ‘카스트 제도’? … 목줄 색깔로 차별 ‘서러운 비정규직’ 525디지털 타임스
"실질적인 차별없는 전환 필요"
'빨간색은 정규직, 비정규직은 초록색.' A그룹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는 사원증의 목줄 색이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화 방침을 세우면서 일부 기업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만큼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해 차별하는 제도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 롯데, 현대차 그룹 등은 정규직, 비정규직(파견직, 도급직), 방문객 등으로 회사 출입증의 목줄 색깔을 구분해서 관리하고 있다.
실제 SK그룹과 롯데그룹의 계열사 및 일부 사업장에서는 정규직은 빨간색, 비정규직은 초록색으로 사원증의 목줄 색을 분류하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비정규직 인원이 1% 미만이기 때문에 대체 인력의 경우 사원증 대신 임시 출입증을 발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사원증에 차이를 두고 있지 않다. 생산시설을 보유한 기업들은 공장에서 편의상 빨간색과 파란색, 초록색 등으로 목줄을 구분해 정규직과 파견 또는 도급직 협력업체 직원들을 구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 직원들은 같은 건물에서 같은 회사를 위해 일하는 데 목줄 색으로 사람을 구분하고, 차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A씨는 "주황색 사원증 목줄 색깔로 누가 비정규직인 한눈에 알아챌 수 있다"며 "정규직으로 일괄전환한다고 하는데, 말뿐인 전환이 아닌 실질적인 차별이 없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임금은 물론 복리 후생에서도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 한 반도체 대기업의 경우 자사 직원에게는 구내식당 식대를 지원하지만, 같은 일을 하는 협력업체 직원은 자비로 부담하게 하고 있다.
한 대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A씨는 "회사 내 헬스장을 비롯한 부대 시설을 비정규직이 이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거나 명절 선물도 차이를 두고 있다"며 "마치 현대판 카스트 제도를 보듯 기업 내에서 차이를 두고 있다"고 토로했다.
직원들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다수이지만, 반론도 적지 않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기업의 부담을 키워 사업장을 해외로 옮기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오히려 양질의 국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정규직과 관련해 정규직 전환, 임금 조건, 복리 후생 등 개선할 점이 많지만 시급한 것은 계급을 나누듯 비정규직을 처우하는 현실부터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5년간 초중고 교사 1만3,000여명 증원..내년부터 고교무상교육 실시 525 서울경제
정부가 향후 5년간 초중고 교사를 1만3,000명 가량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고 교사 1인당 학생수를 줄여 교육여건을 개선한다. 내년부터 고등학교 교육을 전면 무상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정부 업무추진계획을 보고했다. 교육부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교원수를 각각 6,300명, 6,600명 가량 늘리겠다고 자문위에 보고했다. 이 경우 교사 1인당 학생수는 초등학교의 경우 19.2명에서 18.2명으로 중등은 15.2명에서 13명으로 줄어든다. 학령인구 감소에 다른 교사수 축소 내지 유지 방침이 폐기되는 셈이다. 교사 수 확충으로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일자리 확대’를 제1정책으로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기조를 뒷받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지난 2014년 이후 초등학교 교사수는 18만2,000~18만3,000명으로 고등학교는 13만4,000~13만5,000명선으로 유지해왔으며, 중학교는 2014년 11만3,000명에서 지난해 10만9,000명선으로 축소했다.
학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안도 업무보고에 포함됐다. 교육부는 누리과정 지원단가 인상 및 누리과정 국고부담 확대와 더불어 올해 하반기 중 고교무상교육의 법적근거를 마련해 내년부터 고교입학금과 수업료, 교과서비 등을 무상화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소요예산으로는 한해 약 2조4,000억원씩 5년간 약 11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대학 입학금도 축소 내지 폐지하고 현행 3.9조원 규모인 국가장학금 지원 규모를 2020년부터 5조원 이상으로 늘려 반값 등록금을 실질적으로 실현하겠다는 계획도 담겼다
“가뭄 걱정 말라더니…‘4대강 탓’ 물 말라 농사꾼만 죽어나” 526 한겨레
르포] 남한강 지류 여주 청미천 사막화
경기도 남부 농업용수 공급해온 청미천
마구 준설로 바닥 드러내고 모래 쓸려가
2km 밖 넘실거리는 남한강 물 그림의 떡
농민들, 봄엔 가뭄, 여름엔 홍수 걱정
농업용수 확보 대책 요구에 당국 팔짱
“코앞에 병원이 있어도, 아픈 아이 안고 병원에 갈 수 없는 심경을 아십니까?”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장안리 삼합교에서 만난 농민 주경옥(63)씨는 다리 아래 거북등처럼 갈라진 하천 바닥을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불과 2㎞ 남짓한 곳에 물이 넘실대며 흐르는 남한강이 있지만, 정작 농업용수로 사용해온 삼합교 아래 청미천은 바싹 말라 타들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에서 발원해 안성시 일죽면~이천시 장호원읍을 지나 경기·강원·충북 등 3도가 접하는 지점인 여주시 점동면 장안리를 거처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청미천. 경기도 남부 지역의 주요 농업용수 공급원이지만, 4대강 사업 이후 급속히 물이 빠져 하천 바닥까지 바싹 말라붙어 있다.
물 한 방울 없이 바닥까지 쩍쩍 갈라진 하천 옆에 자라던 이름 모를 수풀은 탈곡을 끝낸 볏짚처럼 허옇게 변해 있었고, 먹잇감을 찾아 날아든 백로는 사막처럼 변한 하천을 기웃거리다 금세 날아가 버렸다. 바싹 마른 하천 바닥은 농민들이 물을 찾기 위해 중장비를 동원해 긁어놔 밭이랑처럼 변해 있었고, 군데군데 고여 있는 물은 어김없이 간이 양수기가 빨아들이고 있었다. 불과 7~8년 전만 해도 청미천 바닥에 2~3m 쌓여 물을 한가득 머금고 있던 모래는 몇 년 사이 모두 남한강 쪽으로 쓸려내려 갔다. 이 때문에 길이 200여m의 삼합교 다릿발은 하천 바닥에 박힌 콘크리트 말뚝처럼 밑동까지 송두리째 드러나 있었다.
4대강사업으로 지나친 남한강 준설로 인해 지류인 청미천과 수위차이가 심해졌다. 수위차이로 조그만 가뭄에도 청미천은 바닥을 보인다. 25일 오후 바닥까지 드러낸 경기 여주시 점동면 청미천 하류 삼합교. 여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청미천은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에서 발원해 안성시 일죽면~이천시 장호원읍을 지나 경기·강원·충북 등 3도가 접하는 지점인 여주시 점동면 장안리를 거처 남한강으로 흘러든다. 이 하천은 길이 37.56㎞, 유역 면적 399.42㎢에 이르는 경기도 남부 지역의 대표적 농업용수 취수원이었다.
물 부족으로 바닥까지 드러난 청미천에서 농민들이 농업용수를 찾기 위해 하천 바닥을 파헤치고 양수기를 동원해 물을 얻고 있다.
농민의 젖줄인 청미천이 이처럼 ‘사막화’된 이유에 대해 농민 주씨는 “모든 게 4대강 사업 때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청미천과 이어지는 본류인 남한강 바닥을 마구잡이로 파헤치며 준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홍수 조절과 농업용수 확보 등을 내세웠던 4대강 사업이 오히려 농업용수를 고갈시켜 농사꾼들만 죽어나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4대강 사업이었는지 꼭 따져야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4대강사업으로 지나친 남한강 준설로 인해 지류인 청미천과 수위차이가 심해졌다. 수위차이로 조그만 가뭄에도 청미천은 바닥을 보인다. 25일 오후 바닥까지 드러낸 남한강과 만나는 경기 여주시 점동면 청미천 하류. 여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여주시 점동면 일대에서 청미천을 기반으로 농사짓는 농가만 어림잡아 450가구. 올해는 봄 가뭄까지 겹쳐 하늘만 바라보는 처지다. 청미천에서 자전거로 고작 10분 거리에 있는 남한강에는 이날도 물이 넘쳐났지만, 농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 농민들은 ‘청미천이 물을 머금을 수 있도록 해달라’, ‘농업용수 확보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정부 당국에 수년째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아무런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4대강 사업 당시 남한강에는 이포·여주·강천 등 3개의 보가 건설됐다. 이 과정에서 남한강 전역에서 15t트럭 234만대분인 3524만㎥의 모래를 퍼올렸다. 이 때문에 남한강 바닥은 평균 4m가량 낮아졌다. 남한강 본류가 지류보다 훨씬 낮아졌고, 장마나 홍수로 지류의 물이 불어나면 지류의 모래는 빠르게 침식돼 본류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된 남한강의 과도한 준설로 수량이 급속히 줄어든 청미천 삼합교 아래에 설치된 유량계. 청미천은 최소 2~3m의 모래가 쌓여 물을 머금고 있었으나, 4대강 사업 이후 모래까지 쓸려내려가 지금은 다릿발 밑동까지 모래와 물이 내려간 상태다.
백경오 한경대 교수(토목안전환경공학과)는 “4대강 사업 당시 낙동강은 6m, 남한강은 4m가량을 준설했다. 이런 인위적 작업 때문에 본류와 지류 하천의 높낮이 차가 생겼다. 모래와 물이 본류 쪽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지류의 수위가 떨어져 하천 바닥이 깎이고 파이는 일은 4대강 사업 당시부터 예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대강 사업 직후 이런 역행침식이 심해져 여주 연양천의 신진교가 붕괴한 적이 있었다. 농민들이 요구하는 용수 확보를 위한 구조물 설치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현재로서는 지류의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할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신진교는 2010년 9월 집중호우로 붕괴했다. 당시 남한강 본류의 지나친 준설로 연양천 하류의 유속이 급속히 빨라졌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4대강 범국민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을 지낸 이항진(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 경기도 여주시 의원은 “이 정도 봄 가뭄으로 청미천이 바닥까지 드러나지는 않는다. 남한강의 과도한 준설 때문에 지류의 수위가 급격히 낮아져 가뭄 피해가 도를 넘고 있다. 이처럼 남한강과 연결된 지류의 수량 감소는 여주 전역에서 나타나므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한, “현재는 남한강 지류의 물 부족이 큰 문제지만, 장마철에 큰비가 내릴 경우, 이들 하천에 놓인 다리 등 구조물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2010년 10월11일 대한하천학회와 ‘4대강사업 중단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미군 공병단 홍수분석 프로그램에 20년 빈도의 홍수량을 기준으로 한 하천기본계획, 여주·우만 수위관측소 관측 수위를 넣어 분석했다. 그 결과 본류인 남한강의 과도한 준설로 물그릇이 커졌고, 상류인 지천의 유속이 빨라져 홍수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본류(남한강) 준설이 지류의 물흐름이나 수량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맞다. 하지만, 현재 청미천의 수량 문제는 봄 가뭄 영향이 더 크다. 모든 원인이 남한강의 준설 때문인 것은 아니다. 농업용수가 부족한 이유는 현재 파악하고 있고, 용수 확보 방안은 농어촌공사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올 2만3000가구 입주…부동산 요동 526 국제
물량 폭탄…지난해 2배 육박, 강서구 등 7월에만 3623세대
치솟던 매매가 상승률 둔화, 연제구 전세 석 달째 하락세
올해 부산지역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2만3000여 세대로 예상되면서 지역 부동산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 물량 증가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기세인데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안정'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전국 최고 활황세가 한풀 꺾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부산지역에서 올해 1~8월 중 입주가 시작됐거나 예정된 아파트는 총 1만7310세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5992세대의 3배가량(289%)에 달한다.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이 이 기간 24.7%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부산만 유독 크게 늘어난 셈이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1월은 969세대가 입주한 것에 비해 올해 1월은 2974세대로 급증했다. 7월 입주 예정 물량도 3623세대로 지난해 880세대의 약 4배(411%)에 달한다. 1~8월 입주 물량은 국토부 공식 집계지만, 업계는 올해 9~12월에도 5000여 세대가 더 입주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올해 총입주물량은 2만3000세대에 달해 지난해(1만3286세대)의 배 가까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이후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 변동도 급박하게 올랐던 지난해와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가파르게 상승했던 전세가와 매매가 상승세는 올해 들어 한풀 꺾이고 있다. 부산 연제구에서는 올해 1~3월에만 1300여 세대가 입주하면서 지난 2월 중순 이후 전세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부산 평균 월별 전세가 상승률도 지난해 10월(0.41%), 11월(0.40%)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1~4월 0.1%대로 주춤했다. 주택 매매가 역시 지난해 10·11월(0.59%), 12월(0.41%) 독보적인 1위였지만, 올해 들어 0.1~0.2%대로 떨어져 다른 시·도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상승률이 둔화됐다.
내년 역시 입주물량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부산 아파트 시장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서베이에 따르면 내년 입주예정 물량은 2만1000세대 정도다. 이 중 8000세대가 남구에 집중될 예정이이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부산은 한 해 1만7000세대 공급이 적정수준인데 올해와 내년은 이보다 20~30%가량 많다"며 "입주물량이 늘어나면 집값 상승세가 둔화될 수밖에 없어 부산은 당분간 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토부 집계 1~8월 입주 물량
1만7310 ····부산 공급 총가구수
289%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율
24.7% ···············전국 물량 증가율
‘위험한 방황’ 거리 떠도는 가출 청소년들 526 시사저널
성착취 노리는 사냥꾼들 표적…일부 생계형 범죄에 나서기도
청소년 가출이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매년 집을 나와 거리를 떠도는 청소년들은 2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30%는 청소년 관련 기관의 보호를 받지만 나머지 70%는 거리에 방치돼 있다. 이들은 크게 가출과 귀가를 반복하는 ‘전환형 가출’과 부모의 학대와 가정불화를 피해 집을 나온 ‘탈출형 가출’로 구분된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가정 해체와 경제적 어려움, 가정불화 등도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가출은 많은 위험을 동반한다. 끼리끼리 문화에 익숙한 청소년들은 가출 전에 ‘동반 가출’을 도모하는 경향이 있다. 같은 처지의 친구들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의지하려는 심리 때문이다. 또 가출에 따른 외로움과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인터넷 가출 카페나 채팅 앱 등을 통해 가출할 친구들을 찾는다. 포털사이트 카페와 SNS에는 각종 가출 관련 커뮤니티가 개설돼 있다. 페이스북의 경우 회원이 1만 명이 넘는 가출 팸 그룹이 있다. 공개적으로 가출할 일행을 구하는 그룹도 있다. 이곳에서는 가출 관련 다양한 정보들이 오간다.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등에도 가출 청소년들이 동반 가출할 일행을 찾거나 가출 관련 글이 넘쳐난다.
© 일러스트 오상민
넘쳐나는 가출 커뮤니티
최근 ‘가출했다’는 16살 청소년은 “부모님과 갈등이 너무 심해 가출했다. 혼자 다니면 위험할 것 같고 힘들어서 서로 의지하고 같이 다니실 분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가출을 생각한다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은 “부모님과 너무 안 맞고 아버지가 혼내실 때 때리기도 해서 가출할 계획”이라면서 가출할 때의 준비물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17살 여학생은 가출 팸을 소개시켜 달라는 글을 남겼다.
그러나 가출 관련 사이트나 커뮤니티에는 ‘가출사냥꾼’들이 덫을 놓고 있다. 가출 팸의 자유게시판 등에는 ‘재워준다’ ‘용돈도 준다’ ‘숙식제공’ ‘아르바이트로 돈 벌 수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 중 상당수는 여자 가출 청소년들을 유인해 숙식제공을 명목으로 성(性)착취를 하려는 목적이다. 실제 가출한 청소년을 꾀어 동거한 파렴치한 성인 남성도 있었다.
지난 4월17일 광주에서는 가출 청소년을 꾀어 동거한 혐의(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로 주아무개씨(42)가 경찰에 구속됐다. 주씨는 지인의 물건 구입 부탁을 받고 자신이 운영하는 성인용품점을 찾아온 A양(16)에게 밥을 사주고 영화도 보여주며 호감을 샀다.
주씨는 자신의 나이를 30대 초반으로 속이고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 외모를 감추기 위해 가발까지 썼다. A양이 가출 의사를 밝히자 원룸을 얻어주고 6개월간 동거하며 부부처럼 지냈다.
주씨는 또 A양이 임신하자 낙태시술을 받도록 했다. 주씨는 ‘실종아동법’으로 구속됐는데, 전국에서 처음이다. 관련 법률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가출한 아동, 실종아동 등을 경찰관서의 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보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몇 년 전 대전에서는 가출한 초등학생(12)을 꼬드겨 동거를 하며 임신까지 시킨 20대 남성이 구속되기도 했다.
가출한 10대 소녀들을 애인으로 만들어 넉 달간 523차례나 강제로 성매매를 시켜 6800만원을 챙긴 일당도 있었다.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가출 소녀 2명에게 피임을 시키고 성병에 걸려 치료 중에도 성매매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숙식제공’ ‘동거환영’ 등의 문구 뒤에는 가출사냥꾼들의 음흉한 속내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위험한 동거 ‘가출 팸’
청소년들이 모여 ‘동반 가출’한 후에는 ‘일행’이 뭉쳐져 함께 다닌다. 마음이 맞는 경우에는 아예 팸(Family)을 이뤄 3~4명이 고시원, 원룸, 모텔 등에서 지내기도 한다. 이른바 ‘가출 팸’이다. 청소년들에게 ‘가출 팸’은 탈출구나 해방구로 인식되기도 한다. 일단 가출 팸이 구성되면 나이 등의 순서에 따라 아빠, 엄마, 오빠, 동생 등을 뽑아 역할을 분담한다.
주택가 반지하나 원룸 등을 얻어 숙식을 해결하는데, 이때 보증금은 각자 가출할 때 집에서 갖고 나온 돈으로 해결한다. 그런 다음 PC방, 당구장, 주유소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아 월세를 내고 나머지는 생활비로 쓴다. 처음에는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해방감을 맛보지만 얼마 가지 못한다.
가출 팸은 아주 ‘위험한 동거’다. 이런 생활은 일탈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흡연, 음주, 본드 흡입 등을 자연스럽게 경험한다. 일시적으로 해방감을 만끽할지 몰라도 범죄에 노출되거나 직접 범죄에 나서며 ‘비행 청소년’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남녀 청소년들이 어울려 동거를 하면서 성폭행, 성추행의 위험도 높다. 팸 안에서 문란한 성관계를 맺거나 조기 임신할 확률도 있다.
한 포털사이트 상담코너에 글을 올린 17세 여자 청소년은 “가출한 후 임신했는데 상대 남자는 피하기만 한다”면서 “부모님에게 연락하지 않고 낙태를 하거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없겠냐”며 전전긍긍했다.
돈벌이가 여의치 않고 생활비가 떨어지면 ‘생계형 범죄’에 빠져든다. 일단 돈이 떨어지면 ‘어떻게 돈을 마련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나이가 어려 일을 못하거나 벌이가 마땅하지 않을 때는 결국 범죄에 빠져드는 수순을 밟는다. 기자가 만난 가출 청소년들 상당수는 뻑치기, 삥뜯기, 아리랑치기, 소매치기, 절도, 차량털이 등 범죄 경험이 있었다.
지난 1월5일 전남 여수에서는 전남과 전북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차량을 털어온 정아무개군(17)과 김아무개양(16)이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여수 지역의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가출한 청소년들이었고, 생활비 마련을 위해 차량털이에 나섰다. 그런데 이들의 수법이 전문 털이범을 뺨칠 정도였다. 차 안에 열쇠가 있던 8대의 차량을 훔쳤고, 문이 잠기지 않은 차량은 금품을 절취하는 등의 수법으로 40여 차례에 걸쳐 3억여원을 털었다.
광주에서는 가출 청소년들이 살인을 저지르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 6월 최아무개군(17)은 가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택배기사로 위장해 광주시 서구 화정동의 한 아파트에 침입했고, 50대 주부를 흉기로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았다. 이후 최군은 부산으로 이동해 밀항 비용을 마련하고자 추가 범행을 준비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최군은 경찰에서 “가출해 생활비가 없었다. 나보다 약한 사람을 대상으로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여자 가출 청소년들은 조건만남 등을 통한 성매매에 나서기도 한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청소년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출 청소년 절반가량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조건만남 등 성매매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턱없이 부족한 청소년 쉼터
이렇게 가출 청소년들이 범죄에 빠져들고 있지만, 이들을 붙잡을 대안이 마땅치 않다. 어린 나이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범죄의 늪에 빠져들면 성인이 돼서도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범행은 점차 지능화하고 잔인해진다.
가출 청소년들은 하나같이 집에서 나온 후 “갈 곳이 없다”고 호소한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는 가출 청소년들이 머무를 수 있는 쉼터 119개가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가출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한다. 아울러 가정·학교·사회로 복귀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일정 기간 보호하면서 상담·주거·학업·자립 등을 지원한다. 현재 쉼터는 일시·단기·중장기로 나뉘어 있다. 단기는 3〜9개월, 중장기는 최대 3년 동안 머무를 수 있다.
하지만 쉼터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최대 수용 인원은 1200여 명에 불과하다. 청소년 전문가들은 쉼터 수가 지금보다 두 배는 더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가출한 아이들이 쉼터를 쉽게 찾고 입소할 수 있도록 홍보 등도 필요하다. 어렵게 쉼터를 찾아왔다가 다시 거리로 나가는 청소년들도 적지 않다.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는데, 이걸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가는 경우가 많다.
가출 청소년이 쉼터에 입소하면 부모에게 연락해 입소 동의를 받고 있다. 법적 친권자가 있는데 쉼터에서 허락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있으면 약취나 납치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어서다. 아이들은 이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부모와 싸워서 나왔거나 폭행에 시달려서 나왔는데,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청소년복지 지원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가정폭력 또는 친족관계인 사람에게 성폭력 등을 당해 가출한 경우에는 가출 청소년이 원할 경우 쉼터에 계속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가출해서 쉼터에 가려고 한다’는 한 청소년은 “집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껴 가출했다. 더 이상 집에 있으면 죽을 것 같았다. 죽지는 못해도 크게 다칠 것 같았다. 그래서 밖으로 돌아다니는 건 위험한 데다 돈도 없고 해서 쉼터에 가려고 한다”며 쉼터에 입소할 때 필요한 것과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을 물어보기도 했다. 이 청소년의 경우 개정안 통과 이전에는 쉼터에 입소하더라도 이용기간이 만료되거나 보호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 퇴소할 수밖에 없었다.
가출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다. 현재 우리 사회는 거리로 나온 아이들을 ‘불량 청소년’으로 보는 시각이 다분하다. 아이들이 가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기보다는 우선 ‘문제아’라는 선입견부터 갖기 때문이다. 실상은 ‘가정폭력’이나 ‘가정불화’가 가출의 주된 원인이지만 가출한 청소년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청소년 전문가들은 거리의 아이들을 가정과 학교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우선 만들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위기의 청소년들을 비행청소년, 불량청소년으로 낙인찍는 사회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이 아이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베의 못된 주문 ‘북풍아 불어라’ 524 시사인
일본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개편하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북한의 로켓 발사 실험과 핵실험을 활용해 ‘일본판 북풍’을 조장한다. 사드 배치도 서두르고 있다.
지난 4월28일 <산케이신문> 계열사인 후지 뉴스 네트워크(FNN)는 “일본에도 (사드를) 배치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강조한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의 발언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FNN는 안보 이슈와 관련해 사실상 아베 정권의 ‘관보’ 구실을 하는 매체다.
하지만 해리스 사령관의 이 같은 주장이 일본의 차기 지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국민적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자위대가 안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음에도 “군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믿는 일본에서, 사드 도입은 안보가 아닌 경제 이슈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평화 유지의 존폐가 걸린 문제’가 아니라 ‘예산 문제’로 접근해 배치를 당연시하는 것이다. 아마도 ‘군사적 억지’ 전략에 저항해온 원내 35석의 일본공산당만이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보일 것이다.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오늘날까지 일본의 보수 정치를 주도해온 자민당은 무기 체계와 관련한 모든 쟁점을 가급적 예산 문제로 치환했다. 논쟁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또 자민당의 안보 노선은 한·미·일 삼각동맹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닌 일본 재계의 이익과도 연동된다.
일본에서는 10년 전부터, 사드 무기 체계의 일부인 X밴드 레이더를 이미 가동 중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퇴임을 3개월 앞두고 있던 2006년 6월, X밴드 레이더가 아오모리 현 샤리키(車力) 항공자위대 주둔지에 처음 배치됐다. 그때도 언론은 크게 주목해서 보도하지 않았다. 일본의 메이저 언론사가 사드 배치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현 부총리인 아소 다로가 총리로 재임하던 2009년 4월5일, 북한이 광명성 2호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한 뒤였다. 2009년 7월5일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가 전국 순간 경보시스템(J-ALERT) 외에 미사일 방어력 강화를 위해 사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일본 사회에 파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두 가지는 성격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전국 순간 경보시스템은 통신위성과 전국 지자체의 방재 행정 무선, 그리고 유선방송 전화를 연결해 주민들에게 실시간으로 긴급 정보를 전달하는 구조이다. 소방청이 개발과 정비를 주도한 이 시스템은 시험운용을 거쳐 2007년 2월9일 일부 지자체에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에게 피난이나 예방 조치 등을 알려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자체의 위기관리 능력을 향상한다는 취지에 따라 소관 부처는 총무성이 맡았다. 즉, 치안·안전 분야에 최대한 중점을 둔 시스템 덕에 주민들은 대규모 자연재해, 탄도미사일 공격 등과 같은 정보를 직접적으로, 최대한 빨리 전달받게 되었다.
사드는 전국 순간 경보시스템과는 다르다. 먼저 소관이 방위성이다. 방위성은 1954년 7월1일 창설된 이래 총리성·내각성의 외국인 방위청으로 이어오다가 아베 신조가 처음 총리 취임 4개월째를 맞은 2007년 1월9일 방위성으로 격상되었다. 이는 일본의 재무장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사건이었다. 당시에도 아베는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를 열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헌법 제9조(평화헌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마이니치신문>의 사드 배치 관련 보도를 놓고 이상기류가 포착되자 바로 다음 날 방위성은 차관 발표를 통해 “구체적인 (사드 배치) 검토는 하지 않고 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로부터 2개월 뒤 들어선 민주당 정권은 국정 난맥에 빠졌다. 관료들과의 협조에 실패하고 국정 운영도 우왕좌왕했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맞아 ‘위기관리 능력 부재’라는 비판에 직면하며 민주당 정권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 사드 등 무기 체계 도입을 둘러싼 환경에도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북한의 로켓 발사 실험과 핵실험이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일본판 북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자민당이 내세우는 군사안보 노선, 이른바 ‘적극적 평화주의’ 정책의 자양분이 되었다.
ⓒEPA 지난해 10월 열린 일본 자위대 연례 열병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열하는 모습.
‘안보 장사’ 아베 정권 사드 배치 서두를 듯
2012년 말 정권을 탈환한 아베 신조는 이듬해인 2013년 2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난 정상회담 자리에서 X밴드 레이더 두 기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2012년 16회였던 미·일 합동군사훈련은 2013년 24회로 늘어났다. 이와 함께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개편하려는 아베의 야망도 구체화되어갔다.
지난 1월13일, 아베의 최측근인 이나다 도모미 방위장관이 사드가 배치된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를 시찰했다. 이나다 방위장관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망은(忘恩)의 무리”라고 막말을 퍼부었으며, “일본의 독자적 핵 보유를 단지 논의나 정신론이 아닌 국가 전략으로 검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던 ‘화려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일본의 사드 배치 기정사실화로 이어질 수 있는 일련의 움직임과 관련해 아파나시예프 주일 러시아 대사는 “사드의 일본 배치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 균형을 무너뜨리고 북동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일본에 대해 경제적 기대를 하고 있는 러시아의 이 같은 경고가 실질적인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 업무를 시작한 5월10일, 사실상 일본 경단련(한국의 ‘전경련’에 해당)의 기관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친북 노선으로 한국은 끝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새 대북정책이 기존 한·미·일 동맹의 ‘북한에 대한 포위망 구축정책’에 어긋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주된 내용이었다.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일본 내의 보수적 시각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한국 내 사드 배치 문제를 재논의하면, 아베 정권은 이를 근거로 일본 내 사드 배치를 더 신속하게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1+1 스캔들(아키에 스캔들, 쓰키지 어시장 이전 문제 등), 일본판 테러방지법인 공모죄(테러 등 준비죄 법안)에 대한 국민적 저항 등 복병을 만나게 된 아베 정권으로서는 ‘안보 장사’로 이 난국을 벗어나려 할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든 아베를 필두로 한 일본의 이른바 ‘적극적 평화주의’ 세력은 한동안 남는 장사를 하게 되리라는 사실이다.
프랑스식 제3의 길 ‘극단적 중도’ 525시사인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된 마크롱(사진)은 ‘시장주의 강화’ 노선 위에 좌·우파의 공약을 섞어 버무렸다. 이 극단적 중도주의가 ‘제3의 길’로 작동할 수 있을까?
ⓒAP Photo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를 누르고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된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은 자신은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라고 말해왔다. 이른바 중도주의(Centrism). 사회당 올랑드 정부의 내각에서 경제장관까지 지낸 인물로서는 놀라운 발언이다. 미국의 유력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마크롱을 ‘근본주의적 중도주의(Radical Centrism)’, 심지어 ‘극단적 중도(Extreme Center)’라고 부른다. ‘중도’와 ‘극단’만큼 붙여 사용하기에 어울리지 않은 개념도 없을 텐데 말이다.
마크롱이 ‘극단적 중도’로 불리는 이유는 프랑스 정치권의 이데올로기 지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프랑스의 중도 좌파와 우파를 대표하는 정당은 사회당과 공화당이다. 사회당 대통령 후보인 브누아 아몽은 기본소득(매달 전 국민에게 750유로)을 공약했다. 공화당 후보인 프랑수아 피용은 정부 지출을 1000억 유로 삭감하고 공무원을 50만명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결선투표에서 마크롱과 격돌한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은 이민자 증가를 막고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정부 지출은 오히려 늘리겠다고 했다. 좌파당의 장뤼크 멜랑숑 후보는 부자 증세(연봉 40만 유로 이상에게는 소득세율 90%), 정부지출 확대, 보호무역 등의 공약과 함께 EU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정부의 역할’을 기준으로 분류한다면, 피용 외에는 모두 ‘큰 정부’를 지지한다. EU와 자유무역에 대한 견해에서는 ‘국제주의자(피용·아몽) 대 국가주의자(멜랑숑·르펜)’로 나뉜다. 더욱이 마크롱을 제외한 후보들의 노선은 모두 ‘현 체제’를 근본부터 뒤흔들 만한 것이었다. 공무원 50만명 감축(피용), 기본소득(아몽), EU 탈퇴(멜랑숑과 르펜) 등이 그러하다.
ⓒAFP PHOTO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된 5월7일 밤(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앞 광장에 모인 지지자들이 대선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근본적 변화 없이도 이럭저럭 해나갈 수 있다’는 속삭임
이런 정치적 환경을 전제하고 본다면, 마크롱은 ‘극단적’으로 ‘중도’적이다. 공무원을 감축하되 그 수는 12만명(피용은 50만명)에 그친다. 퇴직자로 인해 발생하는 결원을 충당하지 않는 방법이다. 정부지출은 2022년까지 600억 유로(피용은 1000억 유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건강보험(150억 유로)과 실업급여(100억 유로)에서 250억 유로나 덜어내므로 그만큼 프랑스의 복지 수준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500억 유로를 정부 예산으로 추가 편성해 청년 실업자들에 대한 직업교육이나 ‘녹색 에너지 산업’ 육성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공무원 감축과 지출 삭감이 우파 노선이라면 정부 주도의 직업교육과 녹색 에너지는 좌파(부분적으로는 르펜 지지자들로부터도)의 호의를 얻기 위한 공약이다. 공약의 강도(공무원 감축 규모를 50만명에서 12만명으로)도 완만하게 조정했다. 어떻게 보면 좌우파 양측의 공약을 모두 받아들여 온건화해서 ‘중도’를 만들어냈다. 극단적으로 ‘중간’에 집착한 것이다. 다른 후보들은 어느 쪽 방향으로든 ‘근본적 변화’를 선동하면서 격렬한 기대와 불안감을 부추겼다. 마크롱은 ‘기존 시스템을 파괴하지 않아도 이럭저럭 해나갈 수 있다’고 유권자들에게 속삭였다.
그러나 마크롱의 공약을 자세히 살펴보면, ‘극단적 중도’를 넘어 ‘시장주의 개혁가’로서의 면모가 드러난다. 프랑스는 ‘큰 정부’의 나라다. OECD 통계에 따르면, GDP 대비 공공지출 비율(전체 경제활동에서 정부의 비중)이 2015년 현재 57%에 달한다. 핀란드와 공동선두다. 독일(44%), 영국(42.8%)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한국은 31~32% 정도다. 노동시장도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경직된 것으로 평가된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과 액수도 후한 편이다. 이런 경제 시스템이 지난 10여 년 동안 큰 곤경을 겪었다. 실업률이 10.1%(독일은 4% 정도)인 데다 청년 실업률도 24.6%에 달한다. ‘시장주의 강화 쪽으로 방향을 트느냐’ 혹은 ‘완전히 새로운 길을 채택하느냐’가 이번 대선의 화두였다.
마크롱은 올랑드 정부의 경제장관으로 일할 때부터 친기업·친시장 규제 개혁으로 화제를 뿌린 인물이다. ‘일요 노동’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해고를 쉽게 만들었다.
마크롱은 OECD 최고 수준인 33% 법인세율을 25%(EU 평균)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금융 수익에 대한 과세는 세율을 크게 낮추거나 폐지할 계획이다. 프랑스의 경우, 금융 및 부동산 투자로 발생한 이익에 부유세를 부과해왔다. 법인세율과 함께 임금 생활자에 대한 소득세율도 낮춰서 200억 유로 규모의 감세 효과를 발생시키겠다고 한다. 다만 퇴직연령을 높여서 연금 수령 기간을 줄이거나 연금 급여를 낮추는 조치는 삼가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세수와 정부지출을 축소해서 GDP 대비 공공지출 비율을 2022년까지 52%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노동시장 개혁도 마크롱의 주요 의제다. 프랑스에서는 노사 교섭이 크게 산업과 개별 기업 차원에서 이중으로 이뤄진다. 산업별 노동자 대표와 경영 측 대표가 협상해 고용조건 및 임금에서 큰 틀을 만들고 기업별 교섭에서 구체적 방안이 결정된다. 마크롱은 기업별 교섭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경영진이 산별 교섭(노총이 큰 영향을 미치는)에 크게 얽매이지 않게 된다면, 개별 기업 차원의 노사협상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실업급여를 지금보다 받기 힘들게 만들어, 노동자들에게 취업을 강제하고, 정부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노동 측의 협상력을 떨어뜨리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다만 기업주나 농부, 자영업자들도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마크롱이 말하는 ‘수구파’는 좌우 거대 정당
정부지출 축소 등 마크롱의 공약들은 EU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EU는 회원국들의 재정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3% 룰). 만약 특정 회원국 정부가 정부지출을 늘리기 위해 마구잡이로 돈을 빌려(국채를 발행해서) 파산 지경에 이른다면, 공동 통화인 유로화의 지위까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크롱은 ‘3% 룰’의 이행을 약속했다(최근 프랑스의 재정적자 규모는 GDP의 3.5~3.9%). ‘EU 공동예산’을 창설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다.
‘EU 공동예산’은 남유럽 국가들처럼 재정위기에 처한 회원국들을 EU 차원에서 지원하는 수단이다. EU의 중심국인 독일은 반대한다. ‘시민들이 과다한 정부지출에 의지해서 방만한 삶을 즐기는 나라들’을 도울 필요가 없다는 이유다. 독일인들의 시각에서는, 프랑스도 ‘방만한 나라’에 포함된다. 마크롱으로서는 강력한 정부지출 축소, 노동시장 개혁 등 구조조정으로 독일의 양해를 얻어 ‘EU 공동예산’의 제도화를 추진하겠다는 속셈이다.
마크롱은 2014년 11월 친EU·친시장주의 민간 싱크탱크인 유럽개혁센터(CER)를 방문했을 때 “프랑스는 좌우가 아니라 수구파와 개혁파로 갈려 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나오는 ‘수구파’엔 좌우 거대 정당(사회당과 공화당)은 물론 르펜과 멜랑숑 등의 노선도 포함된다. 그러나 ‘시장주의 강화’라는 기본 방향 위에 좌우파의 공약을 섞어 버무린 ‘극단적 중도주의’가 지속 가능하고 새로운 ‘제3의 길’로 작동할 수 있을까? 마크롱은 우선 감세와 정부지출 축소를 병행하는 동시에 500억 유로의 추가예산을 편성하는 마술부터 성공시켜야 한다.
프랑스 대선을 강타한 11.5%의 무효표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유권자 11.5%가 백지나 훼손된 표와 같은 무효표를 던졌다. 이는 정치 무관심이 아닌, 마크롱과 르펜 두 후보 모두에 대한 거부의 표현이다.
ⓒAFP PHOTO 5월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노동절 집회에서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이 경찰을 덮쳤다. 현재 프랑스 청년실업율은 24.6%이다.
지난 5월7일, 프랑스 새 대통령에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승리 연설을 했다. 이날 연설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분열된 나라를 통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가 얻은 34%의 민심까지 껴안겠다고 밝혔다. 기존 정치 세력이 아닌 스스로 만든 정당 ‘앙마르슈(전진)’를 기반으로 당선된, 서른아홉 살 젊은 대통령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기존 정당을 벗어난 정치와 극우 정당의 대결’이라는 구도 외에, 이번 프랑스 대선에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있다. 1969년 이후 최고치에 달하는 25.4%의 기권표이다. 결선 투표율(약 75%)이 1차 투표(약 77%)보다 낮았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프랑스 내무부 발표에 따르면 결선투표의 유권자는 4700만여 명이었다. 등록 유권자의 무려 11.5%가 백지나 훼손된 표와 같은 무효표를 던졌다. 1969년 대선 때의 무효표보다 2배에 달하는 유권자가, 투표소에 직접 가서 어떤 후보도 택하지 않는 ‘무효표’를 던졌다. 또 25.4%는 기권했다. 높은 기권층은 정치 무관심이 아닌 마크롱과 르펜 두 후보 모두에 대한 거부라고 해석할 수 있다.
프랑스 정치에서 무효표(백지 표)는 역사가 깊다. 이미 제5공화국(1958년~현재) 초기부터 무효표는 정치적 행위로 주목받았다. 정치권에서 무효표를 장려한 적도 있다. 2002년 극우 성향 장마리 르펜의 결선 투표 진출에 항의하는 의미에서다. 당시 장마리 르펜이 결선에 진출하자 충격을 받은 프랑스 의원들은 어떤 표기도 하지 않는 무효표 투표를 독려했다. 무효표를 ‘잘못된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시민적이고 중립적인 행위’로 인정해 기권표와 구분해 발표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가결하기도 했다. 내무부의 이번 발표 역시 이 법안에 따른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적극적 투표 거부 움직임은 결선 투표 이전부터 징후가 보였다. 지난 4월 말 1차 투표 이후 프랑스 곳곳에서는 ‘마크롱도 아니고, 르펜도 아니다(Ni Macron, Ni Le Pen)’라는 슬로건이 등장했다. 두 후보 사이에서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고 무효표를 행사하자는 반(反)투표 운동이다. 우파 후보였던 니콜라 사르코지와 프랑수아 피용, 좌파의 브누아 아몽, 마뉘엘 발스, 그리고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까지 마크롱을 전폭 지지했으나 SNS를 통한 기권 운동은 걷잡을 수 없었다.
높은 무효표에 영향을 준 것은 극좌 성향 장뤼크 멜랑숑 후보다.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후보는 1차 투표에서 4위에 그쳐 결선투표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지지자가 적지 않았다. 3위 프랑수아 피용 후보(19.9%)에게 고작 0.3%포인트 뒤지는 19.6% 지지를 얻었다. 피용 후보가 1차 투표 이후 마크롱 후보 지지 선언을 한 것과 달리 멜랑숑 후보는 “르펜을 뽑지 않겠다”라는 모호한 말만 남겼다. 멜랑숑의 태도를 두고 프랑스 정치권에서는 공개적으로 비판이 터져 나왔다. 노엘 마메르 의원은 “멜랑숑이 마크롱과 (극우 성향) 르펜을 같은 선상에 두는, 크게 책임질 일을 했다”라고 비판했다. 마크롱 지지를 선언한 베르나르 카즈뇌브 현 총리 역시 “지금은 책임감을 가져야 할 중요한 순간”이라며 극우 정당 집권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 같은 정치권의 설득에도 프랑스 젊은 유권자들은 마크롱에게 압도적 지지를 몰아주지 않았다. 특히 젊은 유권자들은 1차 투표부터 맨 오른쪽과 맨 왼쪽에 있는 후보에게 쏠렸다. 프랑스 여론조사 전문기관 입소스(Ipsos)에 따르면 1차 투표에서 마크롱 후보를 지지한 18~24세 유권자는 18%밖에 되지 않았다. 30%는 멜랑숑 후보, 21%는 르펜 후보를 지지했다. 25~34세 유권자층에서도 마크롱 후보는 28% 지지를 얻었으나, 멜랑숑 후보와 르펜 후보 역시 각각 24% 지지를 얻었다. 34세 이하 젊은 유권자 절반가량이 맨 왼쪽 후보인 멜랑숑과 극우 후보인 르펜에게 쏠린 셈이다. 결선 투표에서도 젊은 유권자들의 마크롱 거부는 이어졌다. 34%는 기권을 택했다. 투표한 유권자들 가운데에서도 세대별 지지율 차이가 드러났다. 60~69세와 70세 이상 유권자들이 각각 마크롱 후보에게 70%, 78% 표를 준 반면, 18~24세는 66%, 25~34세는 60%가 지지했다.
프랑스 청년 유권자들 극좌와 극우에 쏠려
중도 성향 마크롱 후보가 극단으로 쏠린 젊은 유권자들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까닭은 두 가지다. 멜랑숑 후보 지지자들은 마크롱 후보를 ‘엘리트주의자’ ‘친기업 후보’라고 불렀다. 멜랑숑과 마크롱 후보의 정책 사이 간격이 작지 않다. 1차 투표 이틀 뒤인 4월25일 마크롱 후보가 멜랑숑 후보의 ‘노동법 폐지’ 제안을 거부한 것이 대표적이었다. 올랑드 전 대통령이 지난해 밀어붙인 개정노동법은 ‘친기업 노동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저임금 인상, 60세 정년 보장, 35시간 근로시간 유지를 내세웠던 멜랑숑과 달리 마크롱은 개정노동법 유지, 33% 법인세를 25%로 인하, 일요일 영업 허용 등을 주장했다.
현재 프랑스 실업률은 10.1%인데 청년 실업률은 24.6%에 달한다. OECD 회원국 중에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포르투갈 다음으로 높다. 프랑스 국적 기업의 해외 진출과 경기침체에 따른 폭탄을 프랑스 젊은이들이 맞았다. 청년 유권자들은 경제적 자유주의를 내세워 친기업 정책을 내세운 마크롱 후보가 탐탁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노동정책만 두고 보면, 멜랑숑과 마크롱보다 멜랑숑과 르펜의 정책 차이가 더 작았다. 르펜 후보도 멜랑숑 후보와 마찬가지로 개정 노동법 폐지, 35시간 노동시간 유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안보 불안도 마크롱 후보가 청년들의 표심을 이끌어내는 데 악재였다. 지속되는 테러 위협은 ‘프랑스 국민을 위한 프랑스’라는 마린 르펜 후보의 슬로건에 설득력을 더했다. 마린 르펜을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들은 “진정한 안보만 있다면 더 적은 자유를 누릴 준비가 되어 있다”라며 르펜의 국가주의적 정책을 지지했다. 올랑드 정권의 안보·경제 정책에 대한 실망도 ‘또 다른 중도 성향’ 후보를 믿지 않게 만들었다.
프랑스 청년들도 유럽연합, 유로존 탈퇴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국민전선이 프랑스를 고립시키는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본다. 르펜 후보는 낙선했다. 그러나 극우 정당이 결선투표에 올라간 것만으로도 ‘민주주의의 수치’라고 여기던 15년 전과는 분명히 다르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에 대해 ‘공화국 전선’을 붕괴시킬 수 있는 변수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극우 정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나머지 세력이 결선투표에서 연합하는 전통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불안감이다.
이번 프랑스 대선을 두고 국내외에서는 “구시대 정권 인물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대통령을 배출했다”라고 평가한다. 기존 정치권 인물을 거의 영입하지 않은 채 선거를 치른 최연소 대통령 마크롱에 거는 프랑스 국민들의 기대도 크다. 그러나 인물이 아닌 정책 면에서는 새로울 게 없고, 그렇기에 기득권 엘리트 정치권에서 지지를 받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보내는 냉소적 시선도 적지 않다. 전례가 없던 기권·무효표의 비율, 세대 간 투표 성향의 격차가 젊은 대통령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극단적 자본주의자’라는 비판을 극복하고 정책적 견해가 판이한 정치 세력들과 화합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마크롱 대통령의 앙마르슈(전진)가 맞닥뜨릴 첫 시험대는 다가오는 6월 총선이다
"朴 전 대통령 탄핵 후에도 하루 5000만원씩 특수 활동비 썼다" 526 중앙
김홍국 경기대 겸임교수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기 전까지 70일 동안 35억원의 특수 활동비를 썼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을 마치고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
중앙일보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을 마치고… 김 교수는 26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대통령 비서실의 특수활동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그동안 숨어서 부정하게 사용됐던 특수활동비가 정말 많았다"며 "개인의 사적 생활비라든가 해외에서 가족들 비용, 유흥비 이런 부분까지 영수증을 첨부할 필요가 없는 특수 활동비로 부정하게 사용됐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꼭 필요한 수사, 감사, 예산, 조사 부분에 사용되는 비용은 필요하다"며 "과거 대통령 시절 특수활동비가 계속 늘어오는 추세였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박 전 대통령은 탄핵이 돼 마지막 나가는 날까지 70일 동안 35억원의 특수 활동비를 썼다고 한다"며 "하루에 5000만원씩 국민 세금이 사용된 것이다. 꼭 써야 할 비용은 당연히 써야겠지만 이런 식의 잘못된 관행들은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예산집행을 맡은 이정도 총무비서관은 25일 브리핑에서 올해 비서실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예산으로 총 161억여원이 편성됐으며 현재 35억원이 집행됐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돼 지난 3월 12일 청와대를 떠날 때까지 약 70일 동안 35억원을 사용한 셈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상태에서도 청와대 특수활동비 30여억원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민은 대통령 없는 청와대가 특수활동비를 어디에 썼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숙 여사, 통곡하는 문 대통령 보고 119에 신고한 사연 526 국민
전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119를 부를 정도로 통곡했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3일 방송된 채널A ‘외부자들'에서 '노무현과 문재인의 운명'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던 중 문 대통령과 관련된 일화를 공개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에 병원은 눈물바다가 됐는데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한 사람이 있었다”며 “그분이 바로 문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거 당시) 김해 봉하마을에 가 있었는데 그때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왔다. 그런데 국민들의 거센 반발로 분향소 안으로 못 들어가지 못하자 분향소에 있던 문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찾아가서 ‘송구합니다. 자리가 적절치 않은 거 같다'며 침착하게 대응했다”고 전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으로 열린 영결식장에서 백원우 전 의원이 헌화를 하려던 당시 이명박 대통령 부부에게 '여기가 어느 자리라고 오냐‘ ’사죄하라‘며 소리를 지를 때도 문 대통령이 만류하고 사과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의원은 “이후 (문 대통령이)집에 돌아갔다. 당시 김정숙 여사 표현에 따르면 ‘너무 울어서 저러다 죽겠다 싶어서 119에 신고했다'고 한다. 그렇게 통곡을 하면서 울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문 대통령은)무서운 분이라고 생각한다. 참을성이 깊지만 본인이 결단력도 있는 분”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 사연은 또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3년이 지난 2012년 당시 18대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은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관람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광해’를 대신하여 왕 노릇을 하게 된 천민 ‘하선’이 왕의 대역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문 대통령은 영화가 끝나고 모든 관객이 나간 뒤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눈물을 훔쳤다. (영상 43분 30초부터) 영화 속에서 가짜 광해를 떠나보내며 허균이 진심을 담아 목례를 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터트린 것이다.
김경수 전 청와대 비서관은 지난 10일 방송된 MBN 다큐멘터리 ‘문재인 새 시대를 열다’에서 “(고 노무현)대통령님 서거 때도 문 후보님(문 대통령) 우는 건 못 봤다. 그런데 ‘광해’를 관람하고 나서 한동안 나오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대통령님을 그렇게 보내드리지 못했는데, 대통령님에게 작별 인사도 못 한 거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문 대통령은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광해의 마지막 장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이 저절로 떠올랐던 모양이다”라며 “남들 보는 앞에서 수습 못할 정도로 이렇게 울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백성을 대하는 국가 지도자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많이 생각하게 해주었다”며 소회를 전했다.
또 자서전 ‘운명’에서 문 대통령은 “그(노 전 대통령)를 만나지 않았으면 적당히 안락하게 그리고 적당히 도우면서 살았을지 모른다. 그의 치열함이 나를 늘 각성시켰다. 그의 서거조차 그랬다. 나를 다시 그의 길로 끌어냈다”고 적었다.
지난 23일 봉하 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추도사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이 그립다. 보고싶다”며 “하지만 저는 앞으로 임기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이제 당신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드린다“고 말했다.
주류언론, ‘촛불에 의한 보궐대선’을 망각했다 526 미디어오늘
[19대 대선보도 모니터링 좌담회] MBC·KBS 토론없는 비민주적인 편집회의 지적·여론조사 보도 고민 필요
대선은 끝났다. 하지만 반성은 필요하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가 ‘19대 대선보도 모니터링 좌담회’를 열었다.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MBC본부, SBS본부, 연합뉴스지부 등이 참석해 자사보도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남상호 MBC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 간사는 정치권 뉴스를 전하는 정치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뉴스를 전하는 사회1부, 회사 성명을 요약해 메인뉴스에서 전달하는 문화부 등 크게 세 부서가 대선국면에서 MBC보도국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전했다.
그는 “큐시트에서는 이런 아이템을 하겠다는 정도만 오갔고 왜 뉴스거리가 안되는지에 대해서는 토론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며 “편집부에서는 제목을 뽑는 과정에서 바로 피드백도 받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편집회의 내에서 극소수만 정보를 공유하는 식의 의사결정은 사장과 보도본부장의 묵인 내지 지시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는 2012년 파업이후 노동탄압과도 관련이 있다고 남 간사는 말했다. 그는 “공정방송협의회 같은 공적인 장치가 마비됐고 노조나 기자, 담당데스크 등 파편화된 개인이 싸우는 방식밖에 없는데 회사는 무시하면 되는 상황”이라며 “(뉴스제작) 수행자들은 파업이후에 들어온 경력기자들인데 기능적으로 충실히 따르는 기술자에 가까운 분들”이라고 말한 뒤 “아침회의를 한 후 큐시트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MBC본부 민실위, MBC기자협회, MBC영상기자회 등으로 구성된 MBC 대선보도감시단(감시단)은 MBC의 편파왜곡보도 5가지 유형을 발표했다.
먼저, ‘사이비 검증’을 꼽았는데 감시단은 “뉴스데스크는 문재인 후보의 아들 취업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반복해 보도했는데 대부분 상대 후보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보도”라며 “주장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시도는 거의 없고 반론권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표적 편파 보도’였다. 감시단은 “문재인 후보와 달리 뉴스데스크는 홍준표, 안철수 후보에게 불리한 사실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며 “‘돼지 흥분제’ 성범죄 모의 논란이나, ‘단설 유치원’ 발언 등이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 공방’이라는 현상 뒤에 비겁하게 숨은 채, 편파적 이슈 선택으로 특정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을 확산시키려 했다”며 “명백한 선거보도 준칙 위반이자 편파 보도”라고 비판했다.
세 번째는 ‘뉴스 사유화’였다. 감시단은 “문재인 후보가 100분 토론에서 MBC 정상화 문제를 언급하자, 사측은 뉴스데스크를 동원해 문 후보에 대한 보복 보도를 퍼부었다”며 “특히 MBC 사측의 성명을 그대로 요약한 방송이 나가는 낯부끄러운 일까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네 번째로 ‘인터뷰 왜곡, 악의적 영상편집’을 꼽았다. 감시단은 “문재인 후보의 MBC 정상화 발언에 대한 보복 보도를 하면서, 기자의 질문을 잘라내고 문 후보의 발언을 다른 맥락에 갖다 붙여 왜곡했고 영상 편집도 악의적이었다”며 “문재인 후보 유세 화면에서는 유독 흔들리거나 어두운 화면을 자주 사용했다”고 지적한 뒤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방송사들이 자주 써먹던 수법이 30여 년만에 다시 등장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여론조사 왜곡’을 들었다. 감시단은 “단일화 효과를 분석하겠다며 후보들의 지지율을 단순 덧셈하는 유례없는 여론조사 분석이 등장했다”며 “또한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2,3위 후보의 여론조사 결과 12개 가운데 특정 후보가 수치상 앞서거나 동률인 여론조사 3개만을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KBS, 북한보도로 탄핵·특검보도 덮기
KBS 역시 비슷한 분위기였다. 정수영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 간사는 “편집회의가 형식적으로 부장과 간부들이 들어가서 뉴스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인데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지시와 받아쓰기, 마치 박근혜 수석비서관회의 같다”며 “김정남 피살이 발생하고 1주일 정도 지나면 보도량을 줄이고 대선 관련 보도를 해야하는 게 상식인데 그렇게 안 했다”고 지적했다.
정 간사는 “국장이 김정남 보도를 키우고 싶어하는 걸 아니까 바른소리를 못하는 것”이라며 “사실 간부 상당수도 (김정남 보도가 많은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정 간사는 “하청업자의 마인드로 원청인 국장의 욕구를 잘채울까, 팀장들은 부장이 시키는 대로 할 뿐”이라며 “평기자가 편집 됐다고 말할 수 없는 비민주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 2월15일부터 22일까지 방송3사 김정남 피살 관련 보도. 자료=KBS본부
▲ 2월 15일부터 22일까지 방송3사 탄핵특검대선 관련 보도. 자료=KBS본부
김정남 피살사건이 발생한 2월 중순 KBS·MBC·SBS 세 방송사의 관련 보도량을 비교했다. 사건 당일인 15일 KBS와 SBS가 14꼭지, MBC가 12꼭지를 보도했다. 정 간사는 “이튿날인 16일부터 22일까지 8일 간 KBS는 단 이틀을 빼고 매일 10꼭지 이상을 관련 아이템으로 채웠다”며 “타사의 2~3배 분량”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탄핵·특검·대선 관련 보도량은 타사에 비해 적었다. 정 간사는 “21일과 22일 KBS 북한보도는 19꼭지인데 탄핵·특검·대선 보도는 6꼭지로 3분의 1도 안 된다”며 “탄핵정국 속 북풍몰이로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에 쏠린 시청자들의 눈을 가린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보도량이 많기 때문에 문제인 건 아니”라며 “김정남 최근 행적을 두 꼭지로 벌려 내보내고, ‘엉망인 상태로 북한 문제를 물려받았다’는 트럼프 발언까지 엮어 억지로 꼭지수를 늘리는 등 내용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SBS 기사 한 개로 최악의 보도
SBS는 5월2일 문재인-해수부 거래설 보도로 인해 그간의 노력을 날렸다. 심영구 SBS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은 “정책 검증 보도 비중을 늘리는 등 노력해 대선미디어감시연대 선정 최악의 대선보도를 피해갔는데 5월2일 1분 33초짜리 기사 한 건이 최악의 보도로 선정됐고 대선 막판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을 다뤘다가 삭제된 지난 2일 SBS ‘8뉴스’ 리포트
심 위원장은 “관련자 징계, 보직해임이 이뤄졌고 SBS 신뢰도도 크게 추락하면서 조직원들에게 큰 상처가 됐고 국민들에게도 실망을 안겼다”며 “국정농단 사태 후 6~7개월 동안 노력했던 게 한 번에 무너지는 걸 경험하며 기본을 지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되돌아보았다”고 반성하며 “다른 언론사에도 반면교사할 수 있는 사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KBS와 공동으로 발표한 여론조사가 지적됐다. 지난달 9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표본추출과정에서 문제가 돼 공직선거법 및 선거여론조사 기준을 위반했다. 여론조사를 실시한 코리아리서치는 1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었다.
[관련기사 : KBS·연합뉴스 여론조사 업체, 1500만 원 과태료]
임화섭 연합뉴스지부 민실위원은 “빨리 조사결과를 내야 하는 환경에서는 할당량 채우기에만 집중했고 빠른 조사를 위해 올바르지 않은 샘플링 절차를 거치려고 하는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며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이 각별히 유념해서 이런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촛불집회를 통해 마련된 보궐 대선이라는 데에 의미가 있었는데 여기에 언론사가 좀 더 주목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권에서의 이슈를 따를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원하는 이슈를 충분히 다룰 것, 여론조사를 공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고민할 것, 정책 평가의 기준을 보다 세밀하게 구성할 것 등을 제안했다.
'3천6백억 적자' 의정부 경전철 파산 526 YTN
차세대 도시철도로 기대를 모았던 수도권 최초 의정부경전철이 개통한 지 5년을 채우지 못하고 결국 파산했습니다. 의정부시는 경전철이 멈추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대중교통으로 주목을 받으며 지난 2007년 착공한 경기도 의정부경전철. 우여곡절 끝에 개통했지만 예상치의 3분의 1 수준에 머문 개통 첫 달의 이용객 수는 좀처럼 늘지 않았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초기의 미숙한 운영과 기상 상황으로 수시로 멈춰서 '고장철'이란 오명까지 얻었습니다. 그렇게 개통 4년 10개월, 중소도시에 맞는 교통수단으로 기대를 모았던 경전철에 결국 파산이 선고됐습니다.
국내 민간투자사업이 파산을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은 의정부경전철이 처음입니다. 지난해까지 누적적자가 3천6백억 원에 이른 데다 앞으로도 영업손실이 이어질 것이란 판단 때문입니다. 법원은 지난 4개월 동안 경전철 채권자와 이해 관계인으로부터 파산절차에 대한 의견을 받았지만 결국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의정부시는 법원이 파산을 선고한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경전철을 멈추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새 사업자를 찾거나 의정부시가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입니다.
[안병용 / 의정부시장 : 협의 과정에서 운행중단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시가 직접 철도운영사와 긴급 운영계약을 체결하여 경전철 운행이 중단되지 않도록 대처하겠습니다. 의정부경전철의 재산 관리를 위임받은 파산관재인은 오는 8월 10일 채권자집회를 열어 운행 기간과 방법 등에 관해 협의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고위 공직후보 위장전입 잇단 논란…고개 숙인 청와대 526 한겨레
강경화 외교·이낙연 총리 이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까지
임종석 실장 “기대 못미쳐 죄송”‘5대 인사원칙’ 적용 어려움 인정
야당 “문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원칙 위배 논란과 관련 입장을 밝힌 뒤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가 문재인 정부의 첫 내각을 이끌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잇따른 위장전입 논란에 고개를 숙였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저희가 내놓은 인사가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다는 점에 대해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국회 (인사)청문위원들께도 송구한 마음과 함께 넓은 이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임 실장의 이런 입장 표명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이어 이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위장전입 논란까지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병역면탈·부동산투기·세금탈루·위장전입·논문표절 관련자는 고위공직에서 배제하는 ‘5대 인사 원칙’을 공약했다. 임 실장은 이 원칙을 그대로 실행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 캠페인과 국정 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는 현실적인 제약 안에서 인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다르듯 관련 사실을 들여다보면 성격이 아주 다르다”며 “저희로서는 관련 사실에 대해 그 심각성, 의도성, 반복성 그리고 시점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강경화 후보자의 경우, 유학 중 낳은 큰딸이 한국으로 전학을 오면서 친척 집에 주소를 뒀고, 이낙연 후보자는 미술 교사였던 부인이 강남 지역 학교로 발령을 받기 위해 주소를 옮겼다. 김상조 후보자의 경우, 해외연수 중 우편물 등을 받아두기 위한 목적 등으로 2차례 위장전입을 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이들 세 후보 모두 부동산 투기 등 부정한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하고 후보자로 지명한 것이다. 특히 청와대는 강 후보자에 대해선 지명 당시 위장전입 사실을 선제적으로 공개했지만 김 후보자의 경우 공개를 생략했다. 임 실장은 이에 대해 “비난받을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그러면서 “후보자가 가진 자질과 능력이 관련 사실이 주는 사회적 상실감에 비춰 현저히 크다고 판단하면 관련 사실 공개와 함께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쪽은 이런 자의적 검증 기준 적용이 ‘공약 파기’란 지적에 대해 “(5대 원칙은) 특권 없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분명한 의지의 표현이었고 인사 기본 원칙과 방향을 제시한 것”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임 실장은 “(향후 구체적인) 내부 기준을 마련하겠다”며 “미니 인수위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이런 문제에 대한 공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라”며 반발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인사 발표는 대통령이 직접하고 변명은 비서실장을 앞세워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최명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의 공감을 얻기보다는 더욱 더 실망하게 하는 궤변 수준의 해명”이라고 논평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인사원칙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향후 재발 방지 대책 등에 대해 소상히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이낙연 부적격, 청문보고서 채택 불가"
"대통령 5대 비리자 임명 않겠단 공약 깨져…직접 해명해야
대학은 나왔니, 어디?…‘학벌사회의 늪’ 526 시사저널
[박준용 기자의 차별을 말하다] 새 정부, ‘학벌타파’ 신호탄 쏘나
“보수적인 부모는 자녀가 단지 일류대생이 되길 원하고, 진보적인 부모는 자녀가 의식 있는 일류대생이 되기를 바란다.”
-김규항·지승호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김규항씨가 남긴 이 말은 한국 학벌주의 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학부모와 학생은 ‘일류대 진학’을 교육의 지상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학벌’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일견 비이성적으로 보이기도 한 이 믿음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절대적입니다.
최근 통계를 하나 볼까요. 2014년에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가 20~59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학벌에 대한 설문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를 했습니다. 당시 ‘교육 정도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76.2%였습니다. 교육 정도(학력)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절반 이상인 58.9%가 ‘출신학교’를 꼽았습니다. ‘미래를 위해서라면 편입ㆍ재수를 해서라도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낫다’는 점에도 71.1%의 응답자가 동의했습니다.
채용·임금 등 삶 결정하는 ‘학벌주의’
‘학벌사회’를 설명하기 위해선 먼저 학벌의 의미를 짚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학벌이란 뭘까요. 이정규 전 캐나다 센트럴 컬리지 학장이 쓴 《한국사회의 학력,학벌주의》의 정의가 많이 인용됩니다. 이 책에서는 학벌을 ‘제도 교육에 의한 출신학교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연고적(緣故的) 동류집단’이라고 말합니다. 또 학벌주의는 ‘학연을 바탕에 두고 파벌을 이루어 정치적 파당이나 붕당, 사회·경제적 독과점, 문화적 편견과 갈등 및 소외를 야기 시키는 관행이나 경향’으로 규정합니다.
한국에서 학벌주의가 가장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곳은 채용시장으로 꼽힙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785명을 대상으로 올해 4~5월 설문조사한 결과, 시민들은 학력·학벌 차별 모두 심각한 수준이라고 인식했습니다. 기업의 직원 채용 시 학력차별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86.1%가 ‘심각할 정도로 존재한다’고 답했으며, 13.2%가 ‘심각하지 않지만 존재한다’고 답했습니다. 채용 시 학벌차별은 74.3%가 ‘심각할 정도’라고 답했고, 24.3%가 ‘심각하지 않지만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입사만 하면 학력·학벌 차별이 끝나는 걸까요. 아닙니다. 임금격차도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비교 통계를 보면, 대졸자는 고졸자 보다 평균 37% 많은 임금을 받고 있었습니다. 고은미씨가 2011년 발표한 논문 《1999∼2008년 한국의 대졸자 간 임금격차 변화》에 따르면, 최상위 13개 대학 출신 취업자들은 14~50위 대학 졸업자보다 14.2%의 임금을 더 받고 있었고, 51위 이하 대학 졸업자보다는 23.2%, 전문대 졸업자보다는 42% 임금을 더 받으며 일했습니다.
역대 정부도 이런 학벌사회의 폐단을 인식했습니다. 하지만 개선 시도는 번번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학력과 학벌카르텔은 더 단단해졌다는 평도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의 교육 개혁 공약은 주목할 만합니다.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결성하겠다는 정책을 들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새 정부, 국·공립대 네트워크 정책 추진
문재인 정부는 지역 거점 국립대를 집중 육성해 연합대학을 만들고, 공동 선발·공동 학위 수여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서울대를 포함한 지역 거점 국공립대를 하나로 묶는 셈입니다. 이는 프랑스 파리의 통합 국공립대가 모델입니다. 프랑스 파리의 13개 국․공립대는 파리1대학부터 13대학으로 나뉘어 각 대학별로 특성화 돼 있습니다. 졸업할 때 공동학위를 받습니다.
사실 국·공립대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주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학벌사회의 대안으로 자주 거론됐던 방안입니다. 2003년 정진상 경상대 교수가 제안했고, 민주노동당이 2004년 총선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역대 정부는 이 대안을 정책으로 채택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새 정부가 이 대안을 실천에 옮긴다면 상당히 개혁적 시도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정책이 넘어야할 과제도 있습니다. 이 정책을 ‘서울대 폐지론’으로 인식하는 반발여론입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 정책으로 서울대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국·공립대가 하향평준화할 것이라 주장합니다. 서울대가 국․공립대학으로 묶이면 다른 유명 사립 대학이 서울대의 자리에 올라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새 정부는 이런 반론에 대해 지역 거점 국·공립대 지원을 통해 하향평준화가 아닌 상향평준화로 만들어 내겠다는 입장입니다. 또 70~80%수준에 달하는 사립대학 비율을 낮추고, 사립대를 공영화해 우려를 씻어내겠다는 계획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학벌차별 철폐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문재인 정부, 대규모 개발보다 구도심 재생 주력
“수도권 공공택지지구 분양 물량 주목하라”
문재인 대통령 시대가 열림에 따라 부동산 정책의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다. 문 대통령은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보다는 ‘세대별·소득별 맞춤형 주거정책’으로 국민의 집 걱정, 전·월세 걱정, 이사 걱정을 덜겠다는 이른바 ‘서민 주거복지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 이후 한동안 침체를 보였던 주택시장은 올 들어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수도권과 세종·부산시 등 일부 지역은 집값이 뛰고 있는 반면, 지방 대부분은 대규모 입주물량으로 공급과잉 우려가 현실화되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택시장은 과잉공급·가계부채·금리인상 요인 등의 문제로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급격한 정책 변화보다는 시장 안정에 주안점을 두고 취약계층 지원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5월31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복정역 인근 위례신도시 모델하우스 밀집 지역 내 이동식 중개업소인 ‘떴다방’에서 방문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역대 정부처럼 무리한 부양책 내긴 힘들 것
역대 정권도 서민 주거 안정에 중점을 두고 공공 성격의 주택공급 확대에 공을 들였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과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행복주택’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집값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아파트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가격)은 6억267만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6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11·3 대책 이후에도 서울 강남권 집값의 고공행진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재건축 투자 붐이 일고, 신규로 공급된 아파트 분양가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2016년도 일반가구 주거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최저 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율은 5.4%로 103만 가구에 달했다. 2014년(99만 가구)과 비교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로 같지만 가구 수는 4만 가구나 늘었다.
무주택자들은 높아진 전·월세 가격 때문에 2년 계약 만기가 도래하면 재계약을 못하고 평균 3.6년 만에 한 번꼴로 이사를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도권 거주 10가구 중 7가구는 주택 임대료와 대출금 상환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공공임대주택 13만 가구와 민간의 공공지원 임대주택 4만 가구 등 매년 17만 가구의 공적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5년간 65만 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면 임기 말까지 임대주택 재고율은 OECD 평균인 8%를 웃도는 9%의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문 대통령은 특히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연간 10조원대의 공적 재원을 투입해 매년 100개 동네씩 총 500개의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재생하겠다는 계획이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한 도시재생 후보지역이 2015년 말 기준으로 전국 2241곳임을 감안할 때 구도심의 노후 주거지 개발 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2014년부터 서울연구원장을 맡아온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가 청와대 사회수석에 선임된 것도 주목받는다. 김 수석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 정책인 ‘서울로7071’과 도시재생사업, 한강관광자원화사업 등을 주도한 도시재생 전문가다. 김 수석이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비서관과 국민경제비서관 및 사회정책비서관 등을 지내면서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인 ‘8·31 대책’을 내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을 볼 때,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처럼 무리한 부양책을 내걸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또 소득별 주거안정 대책을 내걸었다. 임대료가 저렴한 영구임대주택과 매입임대주택은 저소득 노인과 장애인 가구 등 사회취약계층에 우선 공급하고, 주거급여 지원 액수도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매년 13만 가구씩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 중 30%인 4만 가구(5년간 20만 가구)는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청년층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월세 30만원 이하의 쉐어하우스형 청년 임대주택 5만 실(室) 공급도 약속했다.
“입주물량·금리상승이 주택시장에 더 큰 변수”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책으로는 보유세 강화가 꼽힌다. 하지만 주택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중장기 과제로 여지를 남긴 상황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주택대출 규제 강화 정책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하반기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세입자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차계약 갱신 청구권제, 임대료 상한제도 단계적으로 제도화할 방침이다. 재건축 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는 큰 변수가 없다면 내년에 예정대로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하반기 이후 서울에서 이주하는 재건축·재개발 수요가 5만 가구에 달해 인근 전세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 있어 재건축 사업은 규제 강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보유세 인상과 같은 실제 주택시장에 파급력이 있을 만한 큰 정책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새 정부에서 언제든지 시장 규제책은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이 변수”라고 말했다.
지역 개발 공약으로 인한 대표적 수혜 지역은 세종시가 꼽힌다. 문 대통령은 행정자치부와 미래창조과학부를 세종시로 이전하고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한편, 세종~서울 고속도로를 조기 착공하는 방안 등 세종을 ‘명실상부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대선 공약 기대감으로 올 들어 세종에서 첫 분양에 나선 세종 힐스테이트 리버파크는 4월에 진행된 청약에서 평균 104.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 변화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서 입주물량 등 지역별 특성과 금리인상, 대출규제 등 정책 변수를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설 것을 조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정책 변화보다는 입주물량 과잉이나 금리상승이 주택시장을 더 움직일 전망”이라며 “인기지역과 비인기지역의 양극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박근혜 정부의 신규 택지 공급 중단으로 수도권 공공택지지구 내 분양단지는 희소성이 더 높아졌다”며 “여유자금이 있는 실수요자라면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나 북위례신도시, 성남 고등지구, 하남 감일지구, 과천 지식정보타운 등 수도권 공공택지지구 분양 물량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상가와 오피스텔 등 수익성 부동산은 공급 물량이 많고 수익률도 떨어지고 있다”면서 “입지와 상품성 등을 잘 따져본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문재인의 '고교 혁명', 넘어야 할 몇 가지 산 527 오마이뉴스
[분석] 탄력받는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 "절대평가, 교과서 자유발행 등 필요하다"
학생, 교사, 학부모를 이른바 '교육3주체'라 말하고, 그중에서도 학생을 교육 제1주체라고 말한다. 그러나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에서 과연 학생이 교육주체인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을까?
"교육내용·교육방법·교재 및 교육시설은 학습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개성을 중시하여 학습자의 능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강구돼야 한다"라고 교육기본법 제12조에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학생은 철저하게 '객체'였고 어떤 의미에서는 교육이 아닌 '사육'을 받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전문가들에 의하면,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학생의 선택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기보다 학교가 정한 교육과정에 학생들을 맞추는 경향이었다. 학생의 흥미와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과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선발 중심, 대입 중심의 획일화된 틀과 수능 문제풀이 중심의 시스템에 갇혀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로 갈수록 수업시간에 졸거나 다른 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소수의 우수 학생 중심의 수업 관행으로 다수의 학생들이 학습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또한, 결과와 서열, 지식 중심의 평가 관행 역시 여전하다. 학교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수업과 평가에서 학생이 그 중심에 서 있지 못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문재인 대통령, 고교학점제 통해 진로맞춤형 교육 추진
▲ 지난 3월 교육공약 발표 "교사가 수업을 개설하고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는 완전히 다른 교실을 만들겠다” ⓒ 문재인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후보시절 "우리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연속 꼴찌를 차지하고 있고, 아이들 절반 이상이 '수업시간이 불행하다'고 말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불행의 배경에는 과도한 경쟁교육이 있다, 꿈이 없는 아이들은 거칠어진다"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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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경 아래, 올해 대선에서는 "필수과목을 최소화하고 학생들에게 교과 선택권을 부여하는 고교학점제 통해 진로맞춤형 교육을 추진하겠다, 교사가 수업을 개설하고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는 완전히 다른 교실을 만들겠다"라고 약속했다. 사실상 고교학점제를 대선 핵심 공약으로 내건 셈이다.
이에 따라 '고교학점제'는 시험학교 확대 운영 등의 방식으로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새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교육부는 "학생의 과목 선택권 강화 차원에서 고교학점제 공약에 공감한다"라며 "도입 시기와 구체적 방안에 대한 연구와 의견수렴 등을 거쳐 계획을 세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고교학점제란 고등학교에서도 대학처럼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으로 나눈 후,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며 필요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로 현재 핀란드,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학교는 다양한 수준의 강의를 개설하고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강의를 선택할 수 있다. 과목은 필수, 전문심화, 자유선택으로 구분되는데, 수준에 따라 최고 14단계까지 구분되며, 필수과목이 제한적인 반면 선택과목의 폭이 넓다.
문재인 캠프에서 교육정책을 총괄한 김상곤 전 교육감은 고교학점제의 도입 시기에 대해 "단계적 도입이라고 해서 무기한으로 여유를 둘 수는 없다"라면서 "최소한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서 어느 정도 틀과 방안이 마련돼 현장에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희망하는 학교에 우선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임기 내에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학교 내 개설 강의를 최대한 늘리고, 지역 내 학교 간 학점 연계를 확대하는 한편 온라인 수업도 개설하는 방향으로 고교학점제를 단계적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학처럼 낙제 학점을 받을 경우 해당 과목에서 과락하게 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재수강제도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교학점제 관련 공약을 살펴보면, 진로설계코칭을 강화하되, 1단계로 학교 내 개인맞춤형 선택 교육과정을 도입한 뒤, 2단계로는 학교 간 연합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3단계로 지역사회 연계형 교육과정운영을 거쳐, 마지막 4단계 온라인 기반형 교육과정까지 나아가는 구상이다.
고교학점제 도입되면 교실에서 잠자는 학생은 사라진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공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제도로 평가된다. 학생들에게 수업선택권을 주는 대표적인 학교인 '신현고' 사례에서 보듯, 가장 큰 변화는 교실에서 잠자는 학생들이 없다는 것.
평소 학생 선택권 강화를 주장해왔던 방용호 부천교육지원청 교수학습국장은 크게 반겼다. 그는 "학교는 학생을 위한 공간이다, 그러므로 학생이 중심이 돼야 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학생중심의 교육을 위해서는 학생이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잘 살펴야 한다, 그 요구를 거스르지 않고 따라가다 보면 학생은 행복해 하고 학부모는 어깨춤을 추며 교육은 신바람이 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학생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 진로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과정을 다양하게 열어주는 것은 학생 선택권을 강화하는 정책 중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라면서 "가장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진로집중과정은 학생의 삶과 유의미한 수업으로 연결되기에 한층 더 의미 있는 학교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된다"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경직된 교육과정이 유연하게 바뀌어 학생들이 자기 진로를 찾아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면서 "재수생과 반수생을 줄여 소모적 교육이 생산적 교육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 국장은 고교학점제(학생들에게 교과 및 교과목 개설 요청권 보장, 단위학교 차원에서 다양한 진로트랙 운영, 최소 이수학점과 총 이수학점 충족 시 졸업 인정, 학점 미이수 과목에 대해서는 재수강제도 도입, 학교 밖에서의 학습 경험에 대해 요건 충족 시 학점 인정) 및 무학년제 운영(교과 선택권 확대를 위해 선택교육과정은 무학년제 운영, 수학 영어 위계형 교육과정의 경우에는 학습 수준에 따라 무학년제 운영, 학습 진도, 개인의 수준 등에 따라 다양한 학습 단위 구성, 수준별에 따른 다양한 교과목의 세분화 추진)의 필요성에 대해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한 바 있다.
대선 기간에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이범 교육평론가는 "고교평준화는 선발을 배제한 다양화와 개인화를 지향한다"라고 운을 뗀 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획일화돼 있고 그 중에서도 일반고 '공통필수' 수학은 명백히 과잉"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고교학점제는 평준화 체제 속에서의 교육과정 다양화를 가능하게 하고, 입시 준비의 합리화를 의미하기도 한다"라면서 "현재의 입학사정관제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비교과 영역을 축소하고 교과전형으로 통합해야 하는데 교과의 선택권 확대를 통해 학생의 특성을 나타내는 방식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학생 수 감축에 따른 교원 정원 감축의 문제를 고교학점제를 통해 해소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미 충남 삼성고 등에서 고교학점제를 현실화했다"라고 덧붙였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들의 적성과 수준과 관심에 따라 다양한 과목들 간의 조합과 융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학년제 하에서 대학과 유사한 과목선택제를 도입하는 방안, 오전에 필수과목을 수업하고 오후에 선택과목을 수업하는 방안(홍콩 모델), 무학년제로 운영하여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방안(핀란드 모델) 등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다.
취지는 공감... 하지만 "준비 부족" 우려 목소리도
고교학점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입시경쟁 위주의 현 교육체제 속에서 가능하겠는가, 이상론 아니냐? 충분한 준비 없이 졸속으로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부작용이 클 것이다,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기간이 확보돼야 한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고교학점제가 고교 서열화를 막으면서 학생 맞춤형 교육과 교육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좋은 제도지만, 수능에서 아랍어가 좋아서 선택하기보다는 점수를 따기 위해 선택하듯 학생들이 적성과 소질보다는 대입 유불리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고교학점제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서는 막대한 인적·물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 그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진단이다.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려면 교사 확충과 교실 여건 마련, 교원 양성 제도 개선 등도 필요하고 내신 절대평가, 대입 제도 개선 등 선행하거나 병행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설명이다.
학생들도 과연 적은 숫자가 선택한 과목도 폐강되지 않고 개설될까 궁금해 했고, 설사 개설되더라도 현재와 같은 내신 9등급제에서는 수강생이 적은 과목의 경우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 받기 쉬운 과목이나 인기과목 위주로 선택하는 이른바 '쏠림현상'이 일어나지 않겠느냐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또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제도이지만 중간에 진로가 바뀌는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좋은교사운동 김진우 대표는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고, 공부 잘하는 소수의 학생을 위해 들러리로 전락한 많은 학생들을 위해서도 고교학점제는 필요하다"라면서도 "무학년제와 절대평가로 전환해야만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무엇보다 교사들의 자발적 의지가 중요하기에 동의와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혁신학교처럼 희망하는 학교 위주로 '선택형 교육과정'을 확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당장 완전한 절대평가 도입이 어렵다면 과도기적으로 완화된 형태의 상대평가를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고교학점제 성공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4가지
미양고 이기정 교사는 "학생에게 과목 선택권을 주면 국영수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실제로는 국·영·수 비중이 더 낮아질 것"이라면서 "특히 수학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학교에 선택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무학년 학점제와 더불어 학급별(교사별) 평가제도, 절대평가제, 교과서 자유발행제 등 평가체제 전환이 필수적"이라며 "국민들도 일정 정도 부작용과 혼란을 감수하겠다는 뒷받침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철두철미한 준비없이 섣부르게 도입하면 학교현장에 갈등만 불러일으키는 무의미한 제도로 끝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현 참교육연구소장은 "정착시키는 데 현실적·교육학적 어려움이 예상된다"라며 "충분한 논의와 많은 검토 필요하다,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학년 학점제를 통해 학교교육을 입시 준비교육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겠다는 것도 한국의 교육현실에서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대학 입시에서 수능 비중이 높다면 학생들은 수능에서 중요한 과목만 집중 선택할 것이고, 반면에 내신의 비중이 높다면, 학생들은 점수를 쉽게 딸 수 있는 과목, 공부에 흥미가 적은 학생들이 몰리는 과목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무학년 학점제로 인하여 학교 교육이 대입 준비에 도움이 안 된다면 사교육이 폭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핀란드 등 교육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도 고교학점제 도입 등 학생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우리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대평가 전환 없이 시범학교 위주로 도입하면 실효성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일시에 전국적으로 확대하자니 무리수가 따르고, 새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듯하다.
또한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워 보인다. 어렵사리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을 이뤄내더라도 대학이 변별력을 이유로 심층면접이나 본고사 부활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또 다른 형태의 사교육이 팽창할 수도 있어, 고교학점제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한편, 조희연 교육감은 고교학점제에 대해 "잠자는 학생들 깨우는 맞춤형 교육"이라면서, 서울특별시교육청 차원에서 고교학점제의 원활한 현장적용을 위해 교육과정 전문가, 현장 교원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다. TF는 고교 학점제 활성화를 위한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등 평가 방법 혁신과 수능 개선, 교원 수급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학교 안의 유령'을 아시나요? 527 프레시안
MB가 민간위탁한 방과후학교 현주소
방과후학교는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99.9%가 운영하는 정규 수업 외의 교육 활동이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못하는 특기·적성 교육을 보강해 계층·지역 간 교육 격차를 줄이고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보습하기 위해 2006년부터 전면 실시됐다. 영어 과목의 경우 학원은 최소 월 15만 원이지만, 방과후학교는 월 4~5만 원 선이다. 학원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교육 활동을 할 수 있어 학생 참여율이 70%가 넘는다. 방과후학교 강사만도 전국에 약 13만 명이다.
한채민 씨는 창원 시내 초등학교에서 10년 동안 영어를 가르쳤다. 전에는 입시학원 강사로 일했다.
"강사 모집 공고를 보니 근무시간이 오후 1시에서 오후 5시더라고요. 아이 돌보면서 일하기 적당하겠다 싶어서 지원했죠."
최연희 씨는 초등학교에서 독서논술을 가르치고 있다.
"교사는 정년이 보장되지만 강사는 길어 봐야 마흔다섯 살까지예요. 40대가 되면 연락 오는 곳이 확 줄어들죠. 경력 많은 것도 장점인데 나이 많으면 소용없더라고요.“
고용 계약 형태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학교와 강사가 직접 계약하는 개인 위탁, 또 하나는 민간 위탁업체(업체)와 계약하는 방법이다. 민간 위탁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학교자율화추진계획을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개인 위탁도 잘 살펴봐야 한다. 두 사람 모두 처음 강사를 시작했을 때 겪은 일이다.
"처음에 학교를 연결해 주는 업체를 통해 들어갔어요. 그러면 학교는 저와 계약서를 씁니다. 그리고 저는 업체와 또 계약하고 제 통장을 업체에 넘겨줘요. 그럼 학교에서 제 월급을 업체가 관리하는 통장에 입금하고요. 거기서 수수료를 뺀 금액이 저의 또 다른 통장으로 입금됩니다. 그게 실제로 제가 받는 월급이에요."
학부모가 부담하는 수강료가 강사의 월급이다. 강사와 업체와의 분배 비율은 보통 5대 5 또는 6대 4. 한 씨의 경우 강사와 업체의 분배 비율이 6대 4로, 한 달 수강료가 300만 원이라면 업체에서 떼어 가는 금액만 120만 원이었다. '교육 콘텐츠 사용' 명목으로 말이다. 사실상 업체는 중개인 역할만 하는 인력송출업체다. 그런데 인력송출업체를 통한 계약은 금지되어 있어서 겉으로는 '교육 콘텐츠 개발 업체'로 포장하고 교재를 만든다. 한 씨의 경우 콘텐츠와 교재 사용료로 1년에 1400만 원을 지불하는 건데, 업체는 그만큼 훌륭한 교재를 제공하고 있을까?
"업체 교재는 너무 질이 낮아서 도저히 사용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교사가 직접 교재를 개발하거나 따로 프린트물을 주고 수업을 합니다. 어떤 영어 교재를 쓰는지 보면 어느 업체인지 다 알죠. '아 저 학교는 저 교재 쓰네?○○업체네.'"
업체의 횡포는 이뿐만이 아니다.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강사들의 불안한 처지를 이용해 계약서에 출강 중인 학교와 중도 계약 해지될 때는 월급의 10배가 넘는 위약금을 물게 하고, 계약이 파기될 경우에는 훈련수당 200만 원 환불 등 각종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조항에 서명하게 했다. 근로기준법상 금지된 행위지만 강사들은 이것이 불법인지 알 길이 없었다. 업체가 이렇게 횡포를 부릴 수 있던 배경에는 학교 교장과의 인맥과 로비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창원 M초등학교 교장이 Y업체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모두 1000여만 원을 받아 경찰에 적발된 사건이 2012년에 있었다. 한 씨가 Y업체 소속이었을 때 일이었다.
"Y업체 대표의 아버지가 학교 교장이었어요. 그 인맥으로 경남도 내 100여 개 학교에 강사 알선하고 교재를 납품하고 있었죠.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10년 전만 해도 업체가 다달이 교장들 계좌로 송금하고 스승의 날과 명절에도 돈을 보냈어요. 내년에도 잘 봐 달란 식이었죠."
교장이 직접 한 씨에게 은밀한 제안을 한 적도 있다.
"수수료를 다달이 자신에게 주면 1년 뒤 교장 퇴직하고 저를 개인 강사로 전환시켜 주겠다고 했어요. 저는 거절했고요. 그리고 다른 강사가 들어오고 저는 재계약이 안 됐죠."
퇴임 후 일부 교장들은 방과후학교 위탁업체를 차리거나 업체의 고문, 교육위원 직함으로 취업해서 활동하고 있다. 그런 퇴임 교장들이 현직 교장과 교감에게 행사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전관들의 도움이 없이는 승진하기 어려운 구조 때문이다. 그래서 업체와 학교의 유착 관계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 씨는 Y업체로부터 독립하고 싶었다.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사가 개인 계약으로 전환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Y업체가 뇌물 제공 혐의로 떠들썩할 때 한 씨는 이때다 싶어 방과후학교 담당 교사에게 Y업체의 교재를 사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개인 계약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고 학교는 이를 받아들였다. 한 씨는 개인 강사가 됐지만 업체의 불공정 계약, 비리 등 문제점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러자 도교육청은 2015년부터 비영리업체를 통해 계약하도록 학교에 권고했다. 하지만 기존 업체들이 일제히 사회적기업으로 간판만 바꾸고 그대로 활동하고 있어 무용지물이 됐다.
성주 사드 배치를 둘러싼 음모와 거짓말 집단들 527 프레시안
경북 성주의 사드 배치는 의혹, 불법, 매국 그리고 국민과 국가의 자존심을 깡그리 짓밟는 폭거 속에 이루어졌다. 대부분 국민들로 하여금 한국은 아직 독립된 주권국가가 아니라 미군부가 마치 일제의 총독부처럼 한국을 지배하는, 군사적 종속 국가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일대의 역사적 사건이 되었다.
이러한 치욕적 사건에 대하여 필자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결론부터 시작하고 차분히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사드 시스템은 한반도를 북한의 핵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방어의 무기 체계가 아니라, 북중의 핵 대응전력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미군의 전략적 미사일방어체계의 일환이다. 따라서 사드는 한반도에 안전과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불러들이는 재앙의 시작이다."
북한을 포함하여, 주요 국가들의 핵전략은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의 균형을 이루어 상대방의 공격을 일차적으로 억제하려는 것이 핵심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결사적으로 개발하려는 배경은 1990년 이래 북한이 끊임없이 요구해온 평화협정과 국교 정상화를 미국이 끝까지 무시하는 상황, 이와 동시에, 오히려 전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는 엄청난 규모의 한미군사 훈련을 실시하는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자신의 안보를 지켜내려는 치열한 노력의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
미국은 국제법을 무시하고 리비아와 이라크에 대하여, 그리고 최근에는 시리아까지 불시에 공격을 감행하였다. 지난 오랜 기간 미국과의 합의와 협상에 실패하고 러시아와 중국을 믿을 수 없게 된 북한은 필사적으로 핵무기 전략에 자신의 생존을 기대하는 모험 전략을 택했다. 자위적 핵무기가 없으면 리비아 또는 이라크 같은 신세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북미협정과 6자회담의 경험에서 평화협정을 향한 노력이 미국과 한국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무시되고 파기되었다고 판단한 북한의 입장에서, 태평양에 위치한 미군의 전략적 기지와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고 더 나가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위협적인 핵무기를 갖추는 것이 군사전략적 균형을 이루는 방법이라고 느낄만 하다. 그 때가 돼야 비로소 미군의 불법적 선제공격을 봉쇄하고 더 나아가 정치적으로는 동등하고 정상적인 조건에서 미국 측과 평화협정과 국교정상화를 다루는 테이블에 임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논리적이고 정상적인 것이다. 이 지점은 지난 해에 <뉴욕타임스>도 정확히 지적하고 동의한 바 있다.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체제에 핵무기 탑재능력을 갖추면 누가 가장 두려워할 것인가? 필자의 눈에는 당연히 일본이다. 제2차세계대전 말, 두 기의 핵폭탄의 위력을 직접 체험한 그들이기에 핵무기의 공격을 다시 당한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공포와 경기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처지의 일본이 사드를 배치하려고 검토를 하다가 계획을 포기했다. 다만 고성능 탐지기인 X-band 레이더를 몇 곳에 설치했을 뿐이다. 대신하여 이지스 함에 있는 해상의 요격미시일 성능을 현대화하고, 미사일 공격에 대한 사전 탐지능력을 제고하면서 기존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시스템을 한층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예상되는 핵 공격에 대해 사드 시스템이 방어무기체계로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과, 투입 비용에 대비하여 사드 배치보다는 기존의 이지스 해상요격미사일과 고도화된 패트리어트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훨씬 실용적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갖추고 있는 영악하고 치밀한 국가 안보의 분석 역량을 고려하면 한국 정부도 당연히 일본이 사드 배치를 포기한 배경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되풀이하자면, 일본에서 결론을 내렸듯이 사드 시스템은 미사일 방어체계로 신뢰할 수 없고 실용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권한도 없는 브룩스 주한 미군사령관을 비롯하여 한국 군부내 무지한 인사들은 고고도 요격 체계인 사드의 배치를 주장하는 근거로써, 최근 북한이 노동과 무수단급 미사일을 대기권밖으로 발사하여 실험한 것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마치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기 위해 일부러 고고도 실험을 한 것으로 견강부회하고 있다.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를 금치 못할 해석이다. 북한이 고고도로 발사하여 실험하는 명명백백한 까닭은 미사일이 대기권 밖으로 나가야 미국 본토를 공격할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갖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이 경우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속도와 압력과 발열을 견디어내는 탄두 소재의 개발을 위한 것이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운반수단으로서 장거리 미사일은 진작에 개발하였으나, 두 가지의 기술적으로 어려운 난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나는 핵탄두의 중량과 위력에 관한 것이고, 더욱 어렵고 힘든 것은 마하 24가 넘는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할 경우 이를 견디어 내는 소재를 개발하지 못한 점이다. 최근 북한이 빈번하게 고고도 대기권 밖으로 미사일을 발사하여 실험하는 이유는 오로지 이것뿐이다.
사드의 도입을 억지로 정당화하기 위하여 위의 설명처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거짓말까지 만들어 내는 인사들이야말로 현대판 매국노라고 지칭하여 부당함이 없을 것이다. 혹 이들의 배후에 죽음의 상인인 무기산업체들의 검은 돈이 개입한 것이 아닐까 의심을 해 볼 만하다.
한걸음 더 들어가서 생각해 본다. 북한이 한국을 타격하기 위해서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SF에서 나오는 환타지적 망상에 속한다. 남북한간의 군사 긴장과 균형은 재래식무기로도 충분하다. 이러한 사실에 기초하여 이미 노태우 시절 한국 정부가 스스로 인정하고 한반도내의 비핵화를 선언한 바 있다. 북한이 한국을 효과적으로 공격하기 위해서는 비무장에 설치되어 있는 수천 문의 방사포와 이미 개발해 놓은 스커드 및 노동미사일 수십 발의 공격으로도 충분하다. 이에 더하여 일부에서는 화생류의 대량살상무기를 언급하기도 한다.
북한이 남한 땅에 핵무기를 사용하여 공격하면 북한 땅이라고 무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거리상 1000킬로미터(km)가 넘고 편서풍의 안전지대라 여겨진 곳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문제만로도 우리 사회가 벌벌 떨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같은 육지로 연결되어 수백 킬로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같은 한반도 땅에, 더구나 한국이 북한을 선제 공격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무슨 까닭으로 자신에게 자해를 가하듯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한단 말인가? 오로지 전쟁을 위하여 존재하는 전쟁광들과 위기를 조장해야만 자신의 존재감을 들어내는 극우적 집단들이 조작하고 떠들어 대는 새빨간 거짓말들이다.
동시에 북한이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는 순간, 한미일의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북한정권은 곧바로 수 일내, 아니 수시간 내에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것이다. 꿀벌이 상대방에게 침을 쏘는 순간 자신의 생명도 끝이 나는 것처럼, 북한의 핵무기 체계 역시 상대방에게 공격을 당할 경우 이에 대한 보복으로 자신의 목숨과 바꾸어야 할만큼 절체절명의 순간에만 사용을 제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군은, 재래적 무기에 대해서는 북한에 대해 전략적 균형과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예컨대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의 일년 방위 예산이 40조원인데 반하여 북한은 약 2조원이 안 된다고 한다. 20배가 넘는 수치다. 물론 국방력을 단순히 투입된 비용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 그럼에도 세계 군사력평가전문기관의 입장도 한국이 재래 전략에서는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더하여 노무현 정부시절에 전작권(전시작전지휘권) 반환이 기본적으로 결정되면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KAMD)가 구상되고 추진된 바 있다. KAMD의 기본적 구성 요소는 앞에서 언급한 일본의 방위 시스템과 내용을 같이한다. 그린파인 등 정밀한 레이더 탐사 기능을 배치하여, 이지스급 세종대왕함 등을 통해 해상에서 선제요격기능을 일차적으로 구비하고, 2차적으로 패트리어트 등 지상 미사일 요격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비록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주국방의 관점에서 상당한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추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런데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시절에 걸쳐 전작권이 무기 연기되면서 자주국방 개념이 포기되고 KAMD 계획이 사실상 중단되었다. 대신 이후부터 미국의 MD 편입과 사드배치가 검토되었다 한다. 누가 이 모든 매국 행위에 배후인가?
북한이 먼저 선제적으로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까닭이 없고, 설령 만에 하나 공격이 있다고 해도 자주국방의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포기하면서까지 실효성과 기능이 의문시되는 사드 시스템을 누가 왜 불법적이고 무모한 과정을 통하여 성주에 배치하려 했는지를 적폐청산과 역사를 바로 세운다는 원칙에서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밝혀내고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박근혜 정권은 미국 측에 전작권반환을 무기 연기하자고 제안하였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하도록 종용했으며, 이미 2014년경에 MD편입에 대한 양해각서 서명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일단은 소문이라 하겠다. 미국의 MD체계에 편입된다는 것은 한국이 자주국방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이명박 정권조차 이에 동의하는 것을 차일피일 연기하고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면서 회피하여 왔던 사안이었다.
이 소문이 조금 더 발전하고 있다. 죽음의 댓가로 이익을 내는 무기산업체의 선봉격인 록히드마틴은 이를 절호의 기회로 삼아 사드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는 로비를 시작하였고, 한국 측에서는 기존의 로비스트였던 린다 김을 위시하여 정윤회, 최순실 부부가 함께 동조하여 정부결정에 개입하였다는 의혹이다. 군 내부에서는 김관진 등이 이를 강력하게 밀었다고 한다는 이야기도 돈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대체 왜 이런 이야기들이 시중에 나도는 것일까.
무기산업체와 로비스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고 하자. 그런 부분을 감안한다고 해도, 한반도에서는 적용할 수 없는 무기체계로 효능이 충분히 검증되지도 않았고 실용적이지도 않은 사드 시스템을 미군, 특히 태평양 사령부가 중심이 되어 이토록 강력하게 추진했던 배경은 정말로 궁금하다. 군사 기밀 등에 해당하는 사항인 관계로 정확한 내용을 알 수는 없으나, 아래의 글은 필자가 풍문으로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한 픽션으로 이해하여 주시길 바란다.
첫 번째는 아베 일본의 우익 정권이 배후이다.
최근 사드 배치를 검토하다가 포기했다고 하지만, 일본 아베 정권은 북한의 일취월장하는 핵무기 기술과 미사일 발사 실력에 안절부절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비록 미국과 공동으로 해상 및 육상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었고, 공중조기경보체계와 이지스함 요격시스템, 현대적 레이더 탐지 및 페트리어트 기능 향상 등 다양한 방어망을 갖춰가고 있었지만, 더 필요한 것들이 있었다. 한국 내에 X-band 레이더를 설치하면 더욱 신속하고 정밀하게 사전탐색이 가능할 것이며, 3중적 방어망을 갖추게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금상첨화 격으로 북한의 보복공격을 일차적으로 한반도 상공에서 사드 미사일로 요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한반도 상공에서 요격이 이루어지면 한국 국민들에게 심각한 피해가 돌아갈 것이 뻔한 데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면서 사드의 한국 내 배치를 쌍수 들어 환영하고 워싱턴 정가를 움직였을 것이다.
두 번째는 미국 펜타곤과 태평양 사령관 해리 해리스가 행한 주도적인 역할이다.
펜타곤은 전쟁을 직업으로 하는 집단이고, 초강국 미국의 힘은 군사력에서 나온다고 믿는 패권 집단이다. 이들은 당연히 방위산업체들과 이해의 궤적을 같이 하며 국방 예산의 증액이 가능하다면 상대방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이해와 주변적 배경의 고려 없이 언제 어디라도 국지전과 제한된 선제타격을 마다하지 않는 조직이라는 것을 수 십년 간 기록을 통해서 익히 알 수 있다. 이에 더하여 별명이 전쟁광으로 불리는 해리스 태평양 사령관은 모친이 일본인으로 일본을 제2의 조국으로 삼고 살아온 인물이다. 자연스레 일본 정부가 배경의 힘이 되어 오늘의 자리에 오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아베와 해리스의 고리는 군사 문제에 어두운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워싱턴 정치를 압박하여 군사기술적 주제로서 사드 배치에 대해 묵인적 승인을 능히 받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세 번째는 미국의 패권적 보수 정치와 부화뇌동한 한국의 수구 정권의 문제이다.
이미 언급했지만, 1990년대 제네바에서 이룬 합의의 이행을 파기로 유도한 것도, 이후 6~7년간 긴 시간을 협상하여 이룬 소중한 9.19 협정(AF : Agreement Frame)을 델타방코아시아 사건으로 하루 아침에 쓸데없는 휴짓장으로 만든 것도 대체로 미국이다. 북한 역시 사소한 것에 부주의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한 실책에서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큰 흐름을 역류시킨 것은 명백하게 북한을 ‘악의 축’으로 선언하고 일방적으로 무모하게 몰아친 부시 정권었다. 이후 문제를 회피하는 듯 불간섭으로 일관한 오바마의 한반도 정책은 최악의 실책이었다.
중재에 나서야 했던 이명박 정권은 오히려 불난 곳에 부채질하듯 선제적 비핵화를 조건으로 북한과 일체의 대화 채널을 닫아버렸고, 정확한 사고의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소행으로 일방적으로 몰아 부치는 무모함을 드러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급기야는 마지막 협력과 평화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조차 폐쇄함으로써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최악의 선택지로 다가섰다. 자연스레 북한으로 하여금 스스로 생존을 위하여 핵무장에 박차를 가할 수 밖에 없는 막다른 상황에 처하도록 몰아간 것이다.
미국이 일부러 무리에 무리를 더하면서 북핵의 문제를 키운 배경에는 중국에 대한 봉쇄 전략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급속한 경제의 성공과 국력의 확장으로 구 소련을 대신하여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를 위태롭게 하는 굴기의 중국을 여전히 미국의 외교적 영향권 아래에 두고, 군사적 우위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태평양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중국이라는 직접적인 상대가 아닌 간접적인 구실, 즉 북핵이라는 핑계가 필요했던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측의 입장이자 전략이었다는 말이다. 부시의 악의 축과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및 아시아로의 회귀 모두 이러한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중국봉쇄라는 문제에만 집중했던 미국이 한가지 크게 간과한 것이 있었다. 북한이 이토록 신속하게 미사일 기술과 핵무장 기술을 진전시킬 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북한은 이미 60년대에 핵무장을 위한 로드맵과 기본 설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후 꾸준히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조건과 실력을 보완하여 왔다고 한다. 결정적인 것은 김일성이 미국에게 주한미군을 인정하는 조건으로 평화협상과 국가수교를 요청했으나 아버지 부시가 이를 야멸치게 거절한 장면이다. 그래서 1990년 초부터 핵무기의 실제적 개발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몇 번의 중재와 합의를 통해 중단했던 핵무기 개발의 진행은 미국 행정부의 일방적 무시와 한국 수구정권의 무지한 실책으로 이제는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북한은 수년 안에 미국 본토를 핵탄두를 장착한 장거리 미사일로 타격할 수 있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은 과거에 이룬 합의와 협상의 내용으로 다시 돌아가서 평등한 상대로 평화협상을 맺고 국가간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상황의 전개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말 김관진과 미태평양 사령부가 주축이 되여 불법적으로 무리하게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었다. 동아시아는 앞을 볼 수 없는 위험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 단계에서 사드를 한반도에 설치한다는 행위에는, 북한 그리고 중국의 핵전력을 무력화시키면서 필요하면 언제라도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그러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선제공격을 가하면 곧바로 미공군 전략기지인 괌과 오키나와, 항공모함, 그리고 일본열도를 핵무기로 공격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꿀벌의 침과 같은 개념처럼, 비록 북한은 멸망하여 사라져도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억제와 협박의 전략인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북한 그리고 중국의 선제 공격 능력을 현저히 감소시킬수 있는 미군 MD 무기체계의 첨병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사드인 셈이다. 미군의 MD 전략이 무서운 이유이다. 필자는 글머리에서 언급한 내용을 되풀이하여 선언하고자 한다
사드는 한반도에 안전과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불러들이는 재앙의 시작이다.
혹자들은 이미 한국에 배치한 사드는 판에 던진 바둑돌처럼 물릴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사드의 성주 배치는 단순한 군사적 기술 문제이고 배치의 과정일 뿐이다. 군사력은 정치라는 주인의 상위적 결정을 따라야만 하는 종속적인 하인과 같은 존재이다. 바둑으로 말하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돌과 같은 것이다. 다만 철수하는 과정에 능수능란하게 상대방의 체면과 명분을 제공해줄 구실이 필요할 뿐이다. 청와대와 백악관이 상호양해와 합의를 이루어 내면 언제든지 멋진 새로운 수를 구상할 수 있는 것이다.
6월말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워싱턴 정치의 수구 집단과 미 군부 세력들은 사드를 핑계로 한국의 새로운 정부를 길들이려고 벼르고 있다(Put Moon Box-in). 그러나 세계사의 흐름에 무지한 그들에게 사드배치는 우연한 군사적 게임의 심심풀이가 될지언정, 한국 국민들에게는 주권과 생존과 후손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역사적 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젖 먹던 힘을 다해서 온갖 지혜와 명분으로 미국 정치권을 설득시켜야 한다. 또다시 노무현정부의 실책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문재인 정부가 해내지 못하면, 광화문 광장에서는 시민이 중심이 되어 반정부와 반트럼프의 촛불운동이 다시 무섭게 타오를 것이다./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
대한민국에서 지방이란 무엇인가527 경향
한국 사회는 수도권이란 정점을 향해 모두가 소용돌이처럼 달려가고 똑같은 것을 욕망한다.
지방도 서울과 동등하게 존재할 수는 없을까?
‘또 다른 대한민국’인 지방사회는 수저와 출신지를 탓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열망하고 있다.
“촛불집회에 다녀왔는데 뉴스에 광화문광장이 나오면 왠지 서운해요.”
무슨 말일까. 부산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토로한 내용이다.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백화점 앞 광장에서 매주 빠짐없이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람일수록 전국으로 송출되는 TV뉴스를 볼 때의 서운함과 허탈감이 크다고 권명아 동아대 교수가 전했다. 지역의 방송사들이 이해관계에 얽혀 촛불집회를 적극적으로 보도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것이 한국에서 지방의 위상이다. ‘광화문광장’이 먼저 나온 다음에야 나오거나 ‘광화문광장’으로만 존재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지방이란 무엇인가 527 경향.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분권 공화국을 약속했다. 내년 개헌의 핵심은 지방분권이 될 것이라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밝혔다. 혁신도시 사업도 대부분 1차 완공을 앞두고 있다. 지방은 서울과 동등하게 존재할 수 있을까. 촛불과 개헌 사이 전국 각지에서 ‘그림자’처럼 존재하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내봤다. 개헌의 핵심이 지방분권이라면 이들이 주인공이다.
5월 24일 오후 7시 땅거미가 완전히 깔리지는 않을 무렵, 경부선 조치원역에서 약 5분 정도 떨어진 한적한 원룸 주택가에 있는 치킨집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대학생이 대부분이나 간혹 넥타이를 매거나 정장 블라우스를 입은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박성화씨(25)도 그 중의 하나였다. ‘충남’이란 지방은 타향이자 굴레였다. 인천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그는 단국대 천안캠퍼스에 입학하면서 충남에 왔다. 1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다녀왔다가 복학하니 원래 다니던 한국어문학과가 당연하다는 듯이 없어져 있었다. 원래 과를 복수전공으로 돌리고 농업경제학(환경자원경제학과)을 선택했다. 보통의 대학생처럼 취업준비를 위해 애썼다. 방학이면 인천의 집에 머물면서 서울의 토익 학원에 다니거나 유통 관련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시험도 준비했다. 2015년 충남도청에서 운영하는 대학생 기자단 활동을 약 6개월간 하게 됐다.
지방으로 내려온 공공기관이 희망
“글 쓰는 연습을 학교에서보다 더 혹독하게 했어요. 마감을 앞두고 스트레스로 키보드에 이마를 찧을 정도로요. 로컬푸드 마켓처럼 제 전공과 연관된 현장도 많이 가보면서 재밌으니까 농업에 대한 관심도 생기구요. 무엇보다 도지사 앞에서 직접 발표를 했을 때 굉장히 떨렸어요. 무사히 발표한 이후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다음해 충남인재육성장학재단에서 장학금까지 받으니 충남이 막 내 고장이라는 생각마저 생기더라구요.”
굴레는 애정이, 애정은 기회가 됐다. 그는 지난 4월부터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아무래도 근처(세종시)에 공공기관이 있으니까 ‘이런 일자리에도 도전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고 기회도 열려 있죠. 지역인재 추천도 있고, 기관이 여기 오면서 많이 관뒀다는데 지역 출신들이 그 자리에 들어가는 것도 봤구요. 마음가짐도 달라지게 되더라구요. ‘내가 서울이 아닌 곳에 떨어져 있다’가 아니라, ‘내가 사는 곳에 이런 기관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막 애향심도 생겨나요.” 행정수도나 혁신도시로 서울에 있던 공공기관이 이전하면서, 서울의 사원들이 출·퇴근의 불편을 겪는다거나 반감이 높다는 소식은 그에게 큰 관심사항이 아니었다. 그에겐 희망이었다. ‘지리적 인접’은 그 자체로 정보였다. 그는 아산의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벌이가 좋았다고 만족해 했다. 이번 인턴근무는 오는 12월까지다.
대한민국에서 지방이란 무엇인가 .
박씨는 졸업하면 농산물 유통과 관련된 일을 할 생각이다. 제주의 한 감귤농장에서 악수한, 손이 거친 농민을 이야기하며 농민이 자신이 농민인 것에 자부심을 가지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천보다는 충남에 살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전 부모님이 인천에 산 덕을 많이 봤어요. 지방 친구들은 영어학원 다니면서 방값도 내야 하잖아요.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어학연수 이런 정보들이 훨씬 더 밝아요. 대학생에게는 지역도 ‘수저’ 같아요.”
지역이 ‘수저’라는 말에 많은 청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꿔 말하면 계층이다. 충남은 수도권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으로, 중앙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정책으로, 대학생 기자단을 운영하고 외지에서 온 학생에게도 장학금을 지급하던 지방정부의 노력으로, 그리고 박씨 개인의 관심사와 마음가짐으로 괜찮은 ‘수저’가 됐다. 아산 순천향대를 졸업한 노주엽씨(26)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는데 이 과는 충남에서 취업하기는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노씨는 천안에서 공공기관의 미디어 제작 외주일을 하다가 올 하반기 입대할 예정이다.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의의를 여기서 찾아볼 수 있었다. 2016년도 12월 기준으로 이전 대상 공공기관 115곳 중 105곳이 이전을 완료했다. 그러나 진주, 진천, 울산, 나주 할 것 없이 금요일이면 수도권으로 향하는 셔틀버스가 줄지어 있고 상가는 불이 꺼진다. 가족 동반 이주 비율은 평균 약 27%다. 그럼에도 지역의 청년들은 자신의 지역으로 옮겨온 공공기관에서 전에 못 보던 희망을 보았다. 좋은 일자리이기도 했고, 중앙의 결정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존감을 세웠다. ‘균형발전’을 넘고 싶은 ‘분권’의 욕망이다.
수도권에 태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원치 않는 경제적 불이익을 가져다준다. 광주에서 웹디자인을 전공한 노혜정씨(30·가명)는 굳이 서울에서 직장을 잡을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광주에서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인구는 약 150만명. 1980년 5월의 아픔을 간직한 광주 금남로의 옛 전남도청 건물 뒤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있다. 전남대와 조선대도 근처에 있어 상업지구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활력이 넘친다. 이런 도시에서 어째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는가? “경력사원만 뽑았거든요. 경력을 쌓으려면 서울로 가야 했어요. 그나마 거기엔 신입사원도 뽑는 곳이 있으니까.”
주거비를 절약하기 위해 서울의 동쪽 끝자락인 지하철 5호선 마천역 인근에 살면서 3년을 일했지만 손에 쥐는 돈이 하나도 없었다. 버티지 못해 고향으로 돌아왔고 다행히 이번에는 일을 구했다. 나주 혁신도시나 광주형 일자리사업은 노씨의 후배들에게 좀 더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일단 사람이 많아지면 파생되는 일자리도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서울 강남 닮아가는 대구 신도시
‘분권’의 전망이 전혀 와닿지 않는 경우가 있다. 부산에서 인테리어 일을 하는 최승혁씨(29·가명)는 동남권을 강타한 조선업 구조조정의 영향을 받고 있다. 거제와 울산의 조선소에 일이 끊기면서 창원과 부산의 부품업체들도 함께 일이 끊겼고, 그들의 집이나 사무실을 방문해야 하는 최씨의 일도 끊겼다.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친구들도 연락이 잘 안 된다. 뉴스를 볼 시간도 없다. 월급 140만원이라도 언제 받아봤는지 아득하다. 서울에 가려고 해도 방세가 도무지 감당이 안 된다. 혁신도시나 기업도시의 신설이 딱히 그에게 희망이 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가혹한 구조조정은 벌어지지만 무언가를 배울 기회는 도무지 얻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의 직업교육원은 들어갈 자격이 되지 않으며, 들어간 사람들도 ‘고졸’의 낙인을 벗기 위해 별도로 대학에 가는 경우가 많다. “결국 공부 열심히 안 해서 서울 못간 내 잘못이죠.” ‘공부 못했다’고 자학하는 그도 대학시절 등록금을 한 해 500만원씩 냈다. ‘수저’ 위에 ‘수저’가 있다. 지역이 ‘수저’인 이유는 그 중에서 가장 좋은 곳, 즉 서울이란 곳이 있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구의 학원가. 수성구는 서울 이외 지역 중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학생을 많이 보내기로 유명하며 그에 따라 부동산 가격도 높다. / 박은하 기자
“경신고에서 작년에 수능 만점자를 4명 냈다고 합니다.” 대구 수성구 시지신도시에 거주하는 유지원씨(52)는 가끔씩 개인택시를 운전한다. 수성구는 대구의 남동쪽에 있다. 구시가지인 중구에서 수성구로 넘어가는 범어동에는 대구지방법원과 검찰청이 있다. 대구MBC도 있다. 서울 강남과 똑같은 방식으로 개발해 일찍부터 부유층이 자리를 잡고, 대구의 교육 메카가 됐다. 대륜고, 정화여고, 경북고 등 명문고들이 즐비해 대구의 8학군이라 불린다. ‘서울대 합격’을 내건 학원가도 즐비하다. 2000년대 이후 부동산 붐이 불면서 롯데 캐슬, 두산 위브 등 초고층 아파트가 무더기로 지어졌고 여전히 지어지고 있다. 경산에 더 가까운 시지신도시는 그보다 서민적인 동네다. 다른 경북지역에서 온 주민들이 선호하는 동네이기도 하다. 유씨 역시 포항 출신이다. 범어동은 서울 대치동과 흡사했고, 시지신도시는 분당과 흡사했다. 수성구의 북쪽에 있는 동구의 신서 혁신도시와 칠곡에 시지와 똑 닮은 신도시들이 생겨 경북의 젊은층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유씨는 주로 구미의 전자제품 공장에 인력을 소개해주는 업체도 꾸리고 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부수입을 벌고 싶어하는 중년여성들이 주로 지원한다. 주3일 일할 때도 있고 80~100만원 사이를 번다. 그러나 최근엔 한 달에 한 건도 인력을 구해달라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상황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대구의 택시기사 중에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아요. 공장에 다니는 것만으로는 돈벌이가 되지 않으니까, 택시를 모는 거예요. 나는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로 택시를 몰아봤는데 벌이가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네요. 혁신도시의 효과는 글쎄요. 대구 인근의 혁신도시에서 대구로 돈이 오는 것 같지는 않아요. 지역인재를 채용한다고 하는데, 우수 인재를 뽑는다고 하면 대구사람만 뽑지는 않겠지요?”
유씨가 산자락에 위치한 대구미술관에 데려다 주었다. 대구시내 전경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근대 도시골목으로 재탄생한 구도심과 아파트로 잘 정비된 신도시가 흡사 서울의 강남과 강북을 보는 것 같았다. 대구의 강남에서는 서울에 갈 준비를 하고, 서울의 강남에서는 외국에 갈 준비를 한다는 점만 다르다.
지방의 대도시는 서울의 복제품들
지방의 대도시는 한국형 성장방식의 DNA를 품은 서울의 복제품이다. 동구 혁신도시 인근에서 만난 조명호씨(70)는 “혁신도시는 아직 다 안 생겨서 모르겠다. 다들 일만 하다 주말에는 가버리고. 그렇지만 대구가 실업률 최고라는데 젊은 사람들이 취업할 데나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혁신도시는 획기적인 지방분권 개혁안으로 평가받은 동시에 전국에 부동산 투기붐을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다. 동구에 거주하는 사회복지사 박인규씨(43)는 “혁신도시 주민들이 대구에 정착하고 지역사회의 일원이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소수나마) 정착해서 자녀를 학교에라도 보내야 지역사회의 교육, 문화에 관심 갖지 않겠나”라면서도 “대구지역에 활력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 동별 투표율을 봤는데 혁신도시나 신도시 지역은 전국 평균과 투표성향이 비슷했습니다. 굉장히 획기적인 일이에요. 대구가 이번에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40대들만 하더라도 논쟁하기 싫어 침묵했는데 이번에는 들고 일어나는 분위기였습니다. 비록 당장 서로 교류하지는 않더라도 젊은 인구가 오니까 정치성향이 바뀌고, 여론조사로 드러나고, 이것이 지역에 변화를 몰고온 것이죠.”
부정적 전망도 있다. 수성구가 대구 교육특구가 되듯이 혁신도시가 수도권에서 온 엘리트들의 특구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직원들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좋은 교육환경이 필수적인데 ‘그들만의 리그’에 해당하는 학교를 만드는 방식으로 좋은 교육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천안의 북일고나 아산의 삼성고 등은 전국 단위로 모집하는 자립형 사립고다. 당장 수성구 초기 입주자들이 같은 방식으로 대구의 명문고를 독점했다. 진주의 한 사립고교 교사는 “지방은 자사고 들어온 이후 완전히 교육이 망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들 자사고로 빠져나가고 전교에 5명 데리고 수업을 한다. 패배적 분위기가 짙다”고 말했다. 서울과 지방은 여전히 한국 사회의 문제적 DNA를 공유한다. 지방에 좀 더 파괴적인 형식으로 나타난다. 그러니 지방을 보면 파괴의 문법이 더 분명하게 보인다. 양극화다.
대구 수성구 대구시립미술관에서 바라본 대구 시내 전경 사진. 산 너머 멀리 보이는 아파트 단지가 동구의 신서 혁신도시이다. 한국가스공사 등이 이전해 있다. / 박은하 기자
고향에 남은 청년 “문화생활 어렵다”
강현수 충남연구원장은 “중앙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분산한 것으로 중앙정부는 정말 어려운 소임을 다했다고 본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지역을 혁신도시를 품은 공동체로 융화시키는 것이고, 이것은 지방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조형제 울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혁신도시나 지방 산업단지가 독자적인 연구개발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본사나 대학의 연구역량은 어쩔 수 없더라도 중소기업의 역량이라도 갖추면 다양한 층위의 인력을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양극화를 막아낼 대안들이다. 핵심은 교육이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미끼로 한 대학 구조개혁은 서울의 대형 종합대학에만 유리하고 지방대를 고사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 유치가 절실한 지역사회에 산업단지는 보내면서 학교는 없애는 역설이다.
대학뿐이 아니다. 교육부의 전교생 50명 이하 소규모 초·중·고 통·폐합 지침에 따르면 강원도에서는 45% 이상의 학교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초등학교는 절반인 220개가 사라진다. 지방교육청은 이에 맞서 ‘강원교육희망재단’을 지난 2월 출범시켰다. 강원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마을에 학교가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서울이 아니니까 교육여건에 여러 가지 한계가 있지만 작은 학교들만이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실험이 있다. 그 실험을 간직하고 좋은 사례들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명아 교수는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도 중앙에 의한 지방의 주권침해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3년 부산은 영화와 해운 중심의 산업을 키울 것이라고 정부가 계획해 발표했음에도 블랙리스트 등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망가뜨렸습니다. 또한 대학 구조조정을 강요해 지방대 인문학은 당연하다는 듯 폐과되고, 학생들은 ‘지방대생이 무슨 인문학이냐’는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으며, ‘서울 못간 내 잘못’이라는 자학으로 되돌아옵니다.”
모든 청년이 서울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공주대에서 문화재보존과학을 전공하는 김한슬씨(26)는 경주 출신이다. 그는 지방에 살면 가장 불리한 점으로 ‘기회’도 별로 없고 ‘시야’도 좁게 만든다는 점을 꼽았다. “주변에 일자리가 별로 없어서 무슨 일이 있는지 잘 모르고 잘 홍보도 안 해주는 거 같아요. 저도 이런저런 고민을 했지만 다행히 관심사가 잘 맞았어요.” 김씨는 공주 혹은 경주에서 일자리를 잡을 생각이다. 굳이 대도시에 살고 싶지 않다. 번잡스러운 것을 싫어하고 소도시만의 장점이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문화시설은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문화관광체육부는 해마다 지역별 예술활동 지수를 지표로 집계한다. 시각예술의 경우 부산이 서울 대비 절반 수준이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차용수씨(32·가명)는 3년간 지방근무 뒤 기를 쓰고 탈출했다. 그는 “내가 근무했던 곳에 비하면 부산은 정말 문화적인 도시였다. 그곳은 술 없이는 시간을 보낼 줄 모른다”고 말했다. 산업단지만 있고 출판과 대학의 육성에 소홀한 결과 산업단지도 함께 무너져가고 있다. 다른 발전의 문법은 지역사회 스스로도 적지 않게 요구하고 있다. 마치 서면 촛불집회처럼 보이지 않을 뿐이다. 대구에서는 시와 비영리단체(NPO)들이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를 지난 4월 출범시켰다.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공모해 에너지 자립이라는 공익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촛불대선’ 이후 한국 사회는 그동안 살아온 방식을 되돌아보게 됐다. 누구도 수저와 출신지를 탓하지 않을 세상은 ‘조명 받지 않았던 또 다른 대한민국’에서 열망하고 있었다.
지역균형은 빠진 지역발전특별회계?
지역균형발전 예산이란 본래 취지와 다르게 군 단위보다 시 단위 배분 늘어나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쓰이는 예산이 있다. 연간 10조원이 넘는 규모의 지역발전특별회계(지특회계)다. 그러나 지특회계의 지역별 배분내역과 각 지역별 보조금 증감폭을 분석한 결과 특정 지역에 편중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수도권 광역지자체의 증가폭이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가 하면, 예산 배분이 영남지역에 편중되기도 했다. 또한 당초 회계를 편성할 당시의 취지와는 달리 군 단위 지자체보다 시 단위에 배분되는 예산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것으로도 분석됐다. 지역 간 균형발전이라는 취지와 상반되는 방향으로 예산이 쓰인 것이다.
지특회계에서 지역마다 배분할 액수를 어떻게 산정해 얼마씩 배분하는지는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 회계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지역 간 갈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지역별 배분내역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못박아뒀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자료 요청에도 기재부는 응하지 않는다. 때문에 지역에 따라 얼마만큼 배분했는지, 특정 지역이 최근에 얼마나 더 많은 액수를 가져갔는지 알아보려면 복잡한 방법을 거쳐 정보를 취합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충남연구원이 펴낸 ‘지역발전특별회계 지역 배분의 현황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가 각 지자체가 공개한 정보 등을 취합해 2008년부터 2016년까지의 지특회계 지역별 배분내역을 분석한 유일한 자료다.
지난해 최대 배분 지역은 경북
지역균형은 빠진 지역발전특별회계? .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준 지특회계 예산을 가장 많이 가져간 광역지자체는 경북이다. 1조7688억원이 경북에 배분됐다. 전남(1조6093억원), 경남(1조1692억원), 경기(1조820억원), 전북(9318억원)이 뒤를 이었다. 영남지역에 배분된 비중이 크지만 호남에 배분된 액수도 적지 않아 특정 지역에 몰아줬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시점인 2008년부터 9년간 각 시·도의 배분액 증감폭을 비교하면 영남지역 편중이 두드러진다. 9년간의 전체 회계는 21.0% 증가했지만 경북(56.7%), 대구(30.3%), 부산(27.3%)은 평균 증가율을 넘어 배분 비중이 점차 늘어났다.
특히 최근 9년간의 시·도별 지특회계 배분액 증감추이를 보면 당초 예산을 편성한 취지인 낙후지역의 균형발전과도 거리가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지특회계는 참여정부 때인 2005년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라는 이름으로 처음 만들어진 뒤, 이명박 정부 들어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광특회계)로 이름을 바꿔 운영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현재의 지역발전특별회계로 이름을 바꿨다. 당초 낙후되고 산업 기반시설 등이 부족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재정자립도가 낮은 농촌지역을 낀 지자체에 배분되는 비율이 높았다. 세종특별자치시를 제외하면 서울의 배분액이 가장 낮고, 도 단위 지자체보다 광역시의 배분액이 크게 낮은 점도 이러한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지역균형은 빠진 지역발전특별회계? .
그런데 이마저도 최근 9년간은 수도권 중심으로 배분되는 추세가 나타나면서 뒤바뀌고 있다. 최근 9년간 배분액 증가폭이 가장 큰 광역지자체는 서울(131.8%), 경기(69.6%), 경북(56.7%), 인천(55.2%) 순이었다. 서울은 지난해 배분액이 915억원으로 배분된 액수가 최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에 배분된 예산이 큰 폭으로 올랐다는 점은 지역균형발전과는 거리가 있는 지점이다. 반면 광주(-13.2%), 제주(-8.4%), 전남(-0.4%) 3개 지자체는 전체 예산이 늘어나는 중에도 오히려 배분액이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액수로는 강원과 제주, 충청권 지자체가, 증감폭으로 보면 호남권 지자체가 지역균형발전을 표방하는 예산 집행에서도 소외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보면 당초 상대적으로 인구규모나 재정자립도에서 열악한 상황에 처한 군 지역에 예산 배분 비중이 높던 양상이 시간이 갈수록 시 지역에 편중되는 예산 지원으로 바뀌는 추세도 보인다. 전국 시 단위 지자체는 지난 9년간 지특회계 금액이 45% 증가한 반면, 군 단위에선 18% 증가에 그쳤다. 연구를 진행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이는 처음의 국가균형발전회계에서 추구하던 국가균형발전에서 점차 중앙정부가 편성한 특정 신규사업을 군보다는 시에 더 많이 몰아주는 방향으로 정책기조가 바뀌었음을 시사한다”며 “지특회계 배분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형평성 위주로 고려되기보다는 그에 위배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시 단위 45% 증가, 군 단위는 18% 늘어
이와 같은 배경에는 기재부가 사실상 지특회계의 배분에서 가장 주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탓에 기재부의 결정에 대한 유효성을 검증하기 어려운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지특회계는 세종특별자치시 계정과 제주특별자치도 계정을 제외하면 생활기반 계정과 경제발전 계정으로 크게 나뉜다. 생활기반 계정은 각 기초·광역지자체가 자율편성해 주무부처에 예산을 신청한 뒤 부처가 이를 바탕으로 기재부에 예산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경제발전 계정은 중앙정부의 각 부처가 지자체 경계를 넘는 광역 단위의 사업을 편성하는 식이다. 하지만 두 계정 모두 기재부와 각 해당 부처의 결정에 따라 예산 배분이 정해진다는 점에서는 같다. 참여정부 당시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균특회계에 대한 편성권을 갖고 있었던 것과 달리 현재 지역발전위는 실질적인 권한이나 조정 기능이 미흡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토목사업이 가장 큰 비중도 문제
여기에 건설과 토목 등으로 대표되는 도로 건설, 하천 정비 등의 사업이 여전히 지역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지특회계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올해 예산 기준 단위사업 예산이 1000억원이 넘는 것은 총 29개로, 이들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의 합이 7조5000억원에 달해 전체 예산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셈이다.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일반농·산·어촌 개발사업과 광역철도 건설 지원사업, 국가 지원 지방도 건설사업, 산업단지 진입도로 지원사업, 소하천 정비사업 등 2000억원을 넘는 대형 사업이 지특회계 사업목록의 금액별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토건과 관련된 사업의 경우 규모 외에도 수도권 집중이 여실히 드러나기도 한다. 지난 3년간 신규 지특회계 사업이 귀속된 지자체를 보면 경기도가 300억원이 넘는 지특회계 금액을 배분받아 최고를 기록했고, 그 뒤를 이어 서울이 260억원을 받아 두 번째였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예산 집행이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진행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지방재정학계의 한 교수는 “지특회계는 어느 예산보다도 토건사업으로 치적을 내려는 지역구 의원과 지자체장의 로비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 계정”이라며 “정권에 따라 쪽지예산이 집중되는 도로 건설 같은 분야는 지특회계와 완전히 무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창수 소장도 “기재부나 국토부 등의 부처에 힘이 집중될 수밖에 없지만, 그 결정이 자의적이라도 비판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불투명한 예산 분배는 권력구도에 영향을 받는 정치예산의 성격으로 변질될 가능성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청년들의 목소리 “일베와 다른 새로운 청년보수 꿈꾼다”527경향
바른정당 20~30대 청년층, “기존 보수는 선거에 안보 이용”
19대 대선 이후 언론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바른정당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바른정당 유승민 당시 대선후보는 20~30대에서 10% 안팎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특히 20대 지지율은 13.2%로 3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바른정당 청년 지지층을 보수 개혁운동의 중심이 될 ‘젊은 보수’로 불렀다. 바른정당도 이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 바른정당은 창당 첫 일정으로 ‘청년들이 바라는 정치개혁 토론회’를 열었다. 유승민 후보도 대선 막판 강남역에 모인 수많은 인파 속에서 유세를 했다. 유세에 참가한 이들 대부분은 20~30대 청년층이었다.
강남역 유세를 전후로 바른정당을 지지하는 청년들이 조직화되기 시작했다. 유승민 후보를 지지하는 청년 모임인 유스커스도 그 중 하나다. 유스커스는 강남역 유세가 있었던 5월 3일 직접 유 의원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회원들은 SNS를 통해 유승민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선언을 올렸다.
유스커스의 최수경 단장(31)은 바른정당과 유 후보에 대해 “보수 정치권이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나는 보수성향이다’라는 말을 당당하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유 후보 덕분에 자신이 보수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된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단장은 “기존 보수는 선거를 위해 안보를 이용했다면, 저희는 국민을 보존하고 지키는 안보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가려고 하고, 이런 게 진짜 보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극기 집회 애국청년들 모습 슬펐다”
청년 보수층이 바른정당과 유승민 후보를 지지하게 된 계기는 다양하다. 바른정당이 창당하기 전부터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통해 보수적인 생각을 갖게 된 이들도 있었다. 어떤 이는 대선후보직에서 사퇴하라는 바른정당 안팎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은 유승민 후보의 모습을 보고 바른정당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민주진보진영에 가까웠지만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는 이도 있었다.
바른정당을 지지하는 청년들은 ‘청년 보수’의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디씨인사이드 등 바른정당 청년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이 보수성향인 걸 드러내자 “혹시 너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활동하냐”는 식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다는 경험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정치인을 지망하는 고등학생 강지훈씨(17·가명)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학교 친구들과 정치 이야기를 할 경우가 있다. 또래들은 보수 정치세력에 대해 ‘그거 일베랑 비슷한 것 아니냐’는 식으로 무시한다. 고등학생 사이에서 보수는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는 농담거리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프리랜서 고정현씨(27)는 “아무래도 주변에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그들과 의견 충돌이 일어난 적도 있었다. 특히 안보문제에 대해서는 저와 친구들의 생각이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른정당 청년 지지층은 그동안 ‘청년 보수’로 언론에 오르내렸던 사람들이 실제 보수 청년층을 대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대학생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이주호씨(22)는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현재 바른정당 경기도당 청년위원회에서 활동한다. 이씨는 자유한국당에 대해 “박근혜 정권에 대한 반성과 개혁의지가 부족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책임진다는 말은 했지만 결국 강성 친박들에 대한 징계를 해제하는 등 자신들의 세력 확장을 보수 결집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씨는 기존 보수 청년단체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비슷한 태도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청년 보수를 전혀 대표할 수 없고, 오히려 청년 보수를 깎아내리고 있다”며 “기존에 악평을 받은 보수 청년단체들은 아예 다른 방식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청년들은 기존 보수세력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은 점을 꼽았다. 그동안에는 다른 대안이 없어서 자유한국당을 지지했지만, 탄핵정국 이후 보수세력의 극단적 행동이 계속되면서 새로운 대안을 찾게 된 경우도 있었다. 유스커스 회원 유성환씨(26)는 “보수주의자라면 합법적인 권력의 권위를 인정하고, 법과 규칙을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시작된 태극기집회에서 발언했던 소위 애국청년들은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에게 패륜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친박세력은 태극기를 모욕하는 자칭 애국보수세력을 치켜세우기에 바쁜 모습이었다”며 “보수라는 이름이 절대악으로 비쳐지는 모습이 슬펐다. 그래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승복하고 따뜻하고 합리적인 보수를 내세운 바른정당과 유승민 후보에게 이끌린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 결정에 승복하는 유승민 후보 지지
바른정당 청년당원인 전지훈씨(23)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면서 기존 보수세력이 과연 자신이 생각하는 ‘보수’의 의미에 맞는 사람들인지 의문을 갖게 됐다. 전씨는 “제가 생각하는 보수의 가치는 법과 시스템이 원리원칙에 맞게 돌아가고, 그 위에서 개인이 노력만 한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 등은 원리원칙을 지키지도 않았고, 노력하면 성공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를 보여줬다. 이런 행동을 감싸는 이들이 주류인 세력이 과연 보수가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승민 후보와 바른정당의 개별 정책이 자신의 마음에 딱 맞았다는 의견도 많았다. 특목고 학생인 강모씨는 유 후보의 특목고 폐지 공약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아이들의 패륜적인 언어습관은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일베는 싫다면서도 거기서 시작된 여러 가지 표현을 쓰는 친구들이 정말 많다. 사실 일베도 지나친 경쟁교육의 결과가 아닌가”라며 “이미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한 학교가 된 특목고를 없앤다는 유 후보의 생각에 동감했다. 교육정책만큼은 문재인 대통령보다도 준비가 많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보성향에 가까웠다가 바른정당을 지지하게 된 이도 있었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대학생 정성원씨(21)는 총선때 당시 야당에 투표했다. 정씨는 “학교에서도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라고 가르쳤고, 진보성향의 유명 사회학자의 책을 열심히 읽기도 했다. 친구들도 대부분 민주당, 정의당 지지자이다 보니 지난 총선 때는 그런 분위기에 휩쓸렸던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직도 자신의 생각은 진보에 가깝다는 정씨는 “국가 지도자로서는 보수와 진보를 모두 아우르는 사람이 적합하다고 생각했고, 과거 보수와 다르게 재벌과 기업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는 유승민 후보가 가장 제가 생각하는 국가지도자에 어울리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청년 중에서도 남성들이 주로 바른정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분석에 동의하지 않았다. 정씨는 “(유 후보의 딸) 유담씨의 외모 때문에 젊은 남자들의 지지가 많았다는 분석을 봤는데 엄청난 비약이다. 성추행 피해자인 유담씨가 숨지 않고 당당하게 다시 유세에 나선 모습을 보면서 저와 다른 여성들도 오히려 지지와 박수를 보냈다”며 “여성부를 없애겠다는 유 후보의 말도 자세히 봐야 한다. 여성부가 하던 일을 여러 부처에 나누겠다는 뜻인데, 여성부가 그동안 제 역할을 못했다면 분명히 고쳐야 한다. 오히려 유 후보의 칼퇴근법이나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공약은 많은 여성들이 지지했다”고 말했다.
국민 10명 중 6명, '이낙연 총리 임명에 문제 없다' 527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의뢰 에스티아이 여론조사 결과 현재 나온 의혹 문제 없다 의견 우세해...문재인 정부 초기 논쟁 이슈에 대해 힘 실어주는 분위기도 감지
부인의 위장 전입신고가 사실로 드러나고 아들 병역 면제 의혹과 대가성 입법 발의 의혹을 받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청문 보고서 채택에 반대하면서 임명 동의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국민 10명 중 6명은 이 같은 의혹이 총리 임명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왔다.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청문회에서 나온 이낙연 총리 지명자와 관련한 몇가지 의혹들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67.1%가 총리 임명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총리 자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5.9%,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7.0%로 나왔다.
지지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83.9%), 국민의당(70.0%), 바른정당(53.7%), 정의당(72.1%) 지지층에서는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라는 응답이 우세한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는 ‘총리 자격에 부합하지 않는다(53.8%)’는 응답이 더 많았다. 지역별로는 호남지역에서 86.5%가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답해 이낙연 총리 임명에 대한 지지의사가 가장 높았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5대 인사 원칙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 대통령이 해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특히 한국당은 총리 후보자로서 도덕성이 미달한다고 보고 있지만 국민 여론의 체감온도와는 떨어져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Kozmic Blues - Janis Jop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