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4.18 21대 총선과 4.16
413 인천-기호
고강도 거리두기’에도 부활절 현장 예배 강행한 교회들
윤봉길의 손녀' 윤주경의 대한민국
아내에게 자식에게 증여 급증한 '대대광' 아파트
사상 처음 투표권 가진 만 18세 유권자에 물었다
"비례 위성정당 선거법 위반"…선거무효 소송 제기
반지하 실태 보고서, 현실의 36만 기택네엔 누가 사나
언론과 평론가들이 말하는 '범여권'은 사기다
독립운동가·후손 1544명 “TV조선·채널A 재승인 취소하라”
오직 표 구걸하며 부동산 투기 바이러스 퍼뜨리는 후보들
코로나19 예산 증액, 기업엔 160조...노동엔 1.5조"
마지막 여론조사 미래한국당 더불어시민당 초접전
IMF “올해 한국 성장률 -1.2%, 세계 -3.0%”
‘턱걸이 입성’ 될까…애타는 김홍걸·주진형·정운천·이자스민
통합당 참패에 보수학자가 날린 직격탄 "해체를.."
경기도 토지 17.7%는 외국인 보유
여당 압승에 ‘이게 모두 황교안 탓’이라는 그 신문들
4·15 총선에서 참패한 조선일보
정말 교묘해보이는 조선일보 선거 사진 보도들
416 경향사설]되살아난 지역주의, 개탄스럽다
세월호 관련 혐오표현, 누가 어떻게 퍼뜨렸나
당신의 ‘망언’에 유족은 피눈물이 납니다
아직도 끝맺지 못한 5가지 과제
더불어민주당 압승 뒤에 숨은 '패턴'[해설] 한국 현대사 흐름으로 본 21대 국회의원 선거
경실련 "위성정당 참여한 비례대표 선거 무효"...소송 제기
코로나 사태에도 서울 집값은 끄떡없는 이유-어이없는 임대사업자 특혜가 원흉이다
물고기의 올가미가 된 비닐봉지
제주2019년말 기준 2183만㎡로 전년 대비 0.7% 증가
인간에 대해<평론> 정수일 소장의 ‘민족주의적 통일담론’을 읽고
소비에 찌든 일상 해독"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는 프랑스
[4·15 총선이 남긴 것]재현된 영호남 의석 쏠림, ‘낡은 지역주의’와는 달랐다
보수신문 ‘수퍼여당’에 대한 경고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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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경인-기호
인천-중앙
민중-중부
한겨레-한국
대구-오마이뉴스
내일-국제
경향 장도리 413~417
‘
고강도 거리두기’에도 부활절 현장 예배 강행한 교회들
사랑제일교회, 교회 안 600명·골목 등 밖 600명…1200명 모여
방역수칙 지킨다고 하지만 이미 ‘집회금지명령’ 위반
사랑제일교회 목사 “전광훈의 ‘신성모독’은 오해
하나님과 전 목사가 친해 ‘까불지마’할 수 있는 것”
온누리교회, 중랑구 서울씨티교회 등은 ‘승차예배’ 보기도
천주교는 영상 등 온라인 미사…“신앙 공동체 더 성숙해질 것”
12일 오전 부활절을 맞아 교회 앞 골목길에 좌석을 배치하며 현장예배를 준비하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채윤태 기자
부활절이라는 기독교의 축일을 맞은 12일 오전, 서울 곳곳의 교회들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현장예배를 강행했다.
이날 오전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서울시의 집회금지 명령에도 1200여명의 신자들로 가득찼다. 교회 예배당, 식당은 물론, 교회 앞 주차장, 공원, 골목까지 빽빽하게 신자들이 앉아 “아멘”을 외쳤다. 교회 쪽은 교회 앞 사거리 골목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교회 안에서 진행되는 예배 영상을 교회 밖 신도들에게도 전했다. 교회 밖에 설치된 의자에 앉은 신도들도 오전 11시부터 2시간 반 가량 진행된 예배 영상을 보며 ‘아멘’을 외치고, 찬송가를 불렀다. 교회 관계자들은 언론의 비판을 의식한듯 이날 30∼40대 이하의 젊은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혹시 기자냐, 기자면 출입할 수 없다. 기자들이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서 팔고 다닌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사랑제일교회는 지난달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겨 서울시의 집회금지 명령을 받았지만 그 뒤로도 이날까지 3주째 현장 예배를 강행했다. 서울시는 이날 사랑제일교회에 예배당과 식당 등 교회 안에 600여명, 교회 뒤 주차장과 골목길 등 교회 밖에 600여명 등 모두 1200여명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파악했다. 서울시와 성북구청 직원 등 100여명이 현장에 나와 집회금지를 통보하고 교회 안쪽 현장점검을 시도했지만, 이 교회 관계자들과 신도들은 출입을 거부하고 예배를 진행했다. 서울시는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과 신도들에 대한 추가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활절인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 주차장에서 열린 온누리교회 '드라이브 인 워십'(승차예배)에서 교인들이 차량에 탑승한 채 예배를 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날 부활절 예배에 참석하는 모든 신자들은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이름과 연락처, 주소 등을 기입한 방명록을 작성하고, 체온 검사를 받아야 입장할 수 있었다. 교회 쪽은 교회 안팎에 1∼2m 간격으로 좌석을 배치하고, 마스크를 쓸 것을 당부했다.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는 “하도 ‘좌파 언론’에서 우리를 고발하려고 해서, 이제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교회들 중엔 온라인 예배를 이어오다 이날 부활절을 맞아 현장 예배를 진행한 곳도 있었다. 서울 중랑구 금란교회는 부활절을 맞아 온라인 예배와 현장 예배를 함께 진행했다. 대신 이날 현장 예배에는 사전에 참석 허가를 받은 신도 800명만 참석할 수 있었다. 서초구 온누리 교회 등에선 주차장에서 라디오로 예배에 참여하는 ‘드라이브인’ 방식의 승차 예배를 진행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12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이날 미사는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신자 참여 없이 주교단과 사제단 및 수도자 일부가 참석했다. 사진 연합뉴스.
한편 한국 천주교회는 이날 제주교구를 제외한 모든 교구에서 부활절 미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생중계된 서울 명동성당 미사에서 “미사를 봉헌하지 못하고 성체도 하지 못하는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신앙생활을 하시는 신자 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며 “서로를 향한 사랑과 존경이 깊어지고 일상이 은총임을 깨달아 우리 신앙 공동체는 한층 더 성숙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명동성당 미사에도 참여를 자제해 염 추기경과 일부 사제, 수녀들만 참석했다. 현장 미사를 진행한 제주교구에서도 참석자들이 2m씩 거리를 두고 방역지침을 지켰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윤봉길의 손녀' 윤주경의 대한민국
때는 1932년. 25살 한인 청년이 중국 상하이 홍커우 공원에서 일본군 장교 시라카와 대장에게 폭탄을 던진다. 윤봉길 의사는 그렇게 대한민국의 독립 의지를 세상에 알렸다.
그로부터 80년이 지난 2012년, 그의 직계후손이 중앙정치무대에 처음 얼굴을 비춘다.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 윤주경 씨다. 2012년 10월 16일 윤 씨는 새누리당 대통령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100% 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며 박근혜 후보와 악수를 나눈다. 박 후보가 당선된 뒤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에 이어 2014년에는 사상 첫 여성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된다.
독립운동가, 그것도 윤봉길 의사의 손녀가 새누리당의 부름에 응한 사건은 세간에 어색한 정서를 불러 일으켰다. 시민사회 한편에서는 윤 씨가 일제 장교 출신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을 지지했다는 이유에서 윤봉길 의사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날선 비판도 나왔다. 언론도 그가 새누리당 영입을 수락한 이유를 궁금해 했다. 7년여가 지난 지금, 윤 씨의 생각은 이렇다.
“그 당시에 박근혜 후보가 산업화의 땀과 눈물, 또 민주화의 피를 가장 잘 이해하고 그것이 헛되지 않게 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2020.4.7 KBS1 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 인터뷰
윤주경 씨의 발언들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은 이것이 유일했다. 자신이 지지했던 대통령이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 심판을 받은 사실에 대해선 어떤 입장도 내놓은 바 없다.
▲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윤주경 후보는 자신을 ‘독립운동정신으로 무장한 국민통합의 아이콘’이라고 소개한다. (출처: 미래한국당 홈페이지)
그랬던 윤주경 씨가 지난 2월 새누리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의 부름에 다시 응했다. 이번에는 꽃다발을 받으며 황교안 대표 옆에 섰다. 이후 자유한국당이 간판을 바꾼 미래통합당의 총선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1번 후보로 지명돼 선거운동 현장을 누비고 있다.
윤 후보는 윤봉길 의사의 손녀라는 꼬리표를 애써 떼려하지 않는다. ‘독립운동정신으로 무장한 국민통합의 아이콘’이 그의 슬로건이다. 주요 언론들도 매헌윤봉길기념사업회 등 윤봉길 의사의 유지를 잇는 단체들의 임원을 지낸 윤 후보의 이력을 틈틈이 읊는다.
뉴스타파는 유권자들이 윤 후보가 과연 윤봉길 의사와 독립운동의 정신을 잇는 뚜렷한 역사관을 갖고 있는지 가장 궁금해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이미 원내 입성이 사실상 보장된 예비 국회의원이자 당의 이념과 철학을 상징하는 비례대표 1번이라는 점에서 역사관에 대한 검증은 필수라고 봤다. 이에 뉴스타파는 윤 후보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 발언들을 짚어본다.
‘1919 VS 1948’ 친일 반민족 세력이 부른 논란: “소모적인 논쟁 불필요”
윤 후보가 7년 전 힘을 실어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집권 이후 역사 왜곡을 노골화했다. 기존 역사 교육이 좌편향됐다고 주장하며 국정 한국사 교과서 도입을 강행했다.
박근혜 정부 집권 4년차, 2016년 11월 공개된 국정 교과서는 대한민국 수립 시기를 1948년(이승만 정부 수립)으로 명시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은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보고 건국절 제정 법안을 제출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도 광복절 폐지 및 건국절 신설 법안을 냈다가 철회한 적이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 분명히 명시된 “(1919년)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했던 것이다.
자유한국당 역시 윤 후보를 영입하기 2년여 전인 2017년 8월 2일,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했다는 내용을 담은 혁신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최근까지도 자신이 지지하고 소속된 정당이 촉발했던 ‘건국절 논란’에 명확한 의견을 낸 적이 없다. “소모적인 논쟁”이라며 비껴서기만 했을 뿐이다.
“저는 그 건국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소모적이라고 생각해요. … 언제 건국이 되었느냐로 소모적인 논쟁을 하는 것은 필요한 과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5000년의 역사를 가진 자랑스러운 민족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2020.2.7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인터뷰
▲ 윤봉길 의사가 의거를 다짐하며 쓴 선서문은 보물 568호로 지정돼 있다.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윤주경 후보의 할아버지 윤봉길 의사는 1932년 한인애국단 가입 선서문에서 “적의 장교를 도륙하기로 맹세”한다는 다짐을 자필로 남겼다. 그리고 작성 일자를 ‘대한민국 14년(大韓民國十四年)’이라고 썼다. 대한민국 원년을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으로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윤 후보가 모르고 있을리 없는 사실이다.
“반민특위, 국민 분열” 나경원 발언: “그 부분 많이 생각 안해”
“우리 해방 후에 반민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거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또다시 우리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정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현 통합당 서울 동작구을 국회의원 후보) / 2019.3.14 당 최고위원회의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는 1948년 9월, 일제강점기 35년 동안 부역한 친일파를 처벌하기 위해 국회가 설치한 기구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의 비협조, 친일 경력 경찰의 특위 습격 등 노골적 방해 탓에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이듬해 10월 약 1년 만에 와해되고 만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친일 청산이 기약없이 미뤄지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그런데 지난해 3월 14일,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반민특위의 역사적 의미를 왜곡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국가보훈처가 독립유공자 포상 보류자 2만 4천 737명을 다시 심사하겠다며 광복 후 좌익 활동 이력이 있는 298명을 포함한다고 발표하자 반발한 것이다.
나경원 의원은 문제의 발언 하루 만에 “반민특위 활동은 제대로 됐어야 한다”며 수습에 나섰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영입에 응한 윤주경 후보는 같은 당 나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봤을까. 현재까지 확인된 답은 ‘깊은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동형: 반민특위는 국민분열이다, 이런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윤주경: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어떻게 보면 저는 독립운동이 자랑스러운 역사고, 자긍심을 가질 역사라는 그런 면으로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2020.2.7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인터뷰
▲ 미래한국당 윤주경 후보가 지난 9일 모 정당 미래통합당의 선거유세를 돕고 있다.
지난 9일, 통합당 후보로 동작을 지역구 선거유세에 나선 나 의원의 옆에는 윤 후보가 있었다. 윤 후보는 최근 당사 앞에서 한 언론사 기자에게 “나경원은 왜 그렇게 문제가 되는 거예요? 잘 몰라서…”라고 묻기도 했다. 질문을 받은 기자가 윤 후보에게 일본과 관련한 발언 등이 문제가 됐다고 예를 들어 설명해주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뉴스타파 취재팀은 그 장면을 여러 사람과 함께 보고 들었다.
윤봉길 손녀, 끝내 ‘1919년 대한민국’을 입에 담지 않다
뉴스타파는 지난 2일 한국당 선대위와 윤주경 후보 본인에게 정식 인터뷰 요청 공문을 보냈다. 먼저 건국 등 역사적 쟁점 및 논란에 대해 묻고, 과거 공식 발언들에 대해 입장을 다시 확인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총선 투표를 1주일 앞둔 지난 8일을 시한으로 인터뷰를 요청했고 시간과 장소는 선대위와 후보자의 선택에 맡겼다.
취재팀은 “비례대표 1번 후보자는 누구보다도 각 당 정당정책을 대표함과 동시에 유권자와 언론 수용자들에게 책임 있는 답변을 제시할 의무가 있는 인물이므로 공공의 이익과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인터뷰에 응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당 선대위와 윤 후보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윤 후보는 같은 기간 지상파 3사 등 주요 TV와 라디오 채널 인터뷰에는 빠짐없이 출연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윤주경 후보의 생각을 정확히 듣기 위해 그를 직접 찾아나섰다. 지난 7일과 9일, 각각 당사와 선거유세 현장에서 윤 후보와 만났다. 그는 두 차례 모두 취재진을 피해 달아나듯 자리를 떠났다.
“홍주환 기자: 후보님, 안녕하세요. 뉴스타파에서 나왔습니다. 인터뷰 요청을 드렸는데 답을 안 하셔서 찾아왔습니다.
윤주경: …
홍주환 기자: 윤봉길 의사의 손녀로서 비례대표 후보가 되셨는데 대한민국 건국절 논란과 관련해서 한말씀해주셔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윤주경: …
홍주환 기자: 유권자들은 후보님의 역사관을 가장 궁금해할 텐데 한말씀해주시죠.
윤주경: …
홍주환 기자: 대한민국 건국이 1919년인지, 48년인지. 윤봉길 의사께서 이렇게 선언문을 쓰시면서 1919년이라고 하셨는데 한말씀해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후보님 명확하게 답해주시죠.
윤주경: …
-지난 9일,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 선거유세 현장
언론이 특정 정치인의 역사관을 묻는 취재는 ‘사상검증’과는 범주가 다른 문제다. 특히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상징성을 인정받아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려는 후보에겐 더욱 그렇다.
독립운동가 김근수·전월선 지사의 아들인 김원웅 광복회 회장의 입장은 단호하다. 김 회장은 “특정 정당이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내세워 그 후손을 영입했을 때에는 국민들에게 그의 역사관을 명확하게 알리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정치세력들이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일종의 장식물로 활용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데, 이는 독립운동 정신에 대한 일종의 모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언론이 정치인의 역사관에 대한 검증 취재를 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정당한 활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거대 야당의 위성정당 비례대표 1번은 이미 국회의원직을 보장받은 자리다. 윤주경 후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두 가지 정책 약속을 내놨다. 독립기념관장 경험을 살려 21대 국회에서 독립운동 연구 기반을 튼튼히 하고, 국가유공자 예우를 선진화하겠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국회의원 후보 시절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그의 역사관이 차후 의정활동 속에서 어떤 법안들로 반영되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점검할 계획이다.
홍우람/ 프레시안
아내에게 자식에게 증여 급증한 '대대광' 아파트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 일대에 위치한 초고층 주상복합단지 전경. /사진=머니투데이DB
보유세를 피하려는 다주택자들의 아파트 증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에선 지난해까지 지방 아파트값 상승세를 이끈 ‘대대광’(대구·대전·광주) 지역의 증여가 급증하고 있다.
보유세 인상으로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는 자녀에게 물려줘 주택 수를 줄이고, 고가 1주택 보유자도 증여 방식의 부부간 공동명의를 통해 세부담을 줄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구, 대전 아파트 증여 한달 만에 2배 이상↑
12일 한국감정원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대구 지역 아파트 증여는 632건으로 1월(254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대전(74건→194건)과 광주(173건→275건)도 같은 기간 증여 건수가 늘었다.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는 올해 1월 6148건에서 2월 5880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평년보다 많은 수준이나 상승 폭은 줄었는데 이들 지역은 증여 건수가 오히려 늘어난 것.
아내에게 자식에게 증여 급증한 '대대광' 아파트
대대광 지역은 2017년 이후 지방 아파트값 상승세를 견인했다. 대구와 광주 지역은 2018년 아파트값 상승률이 각각 3.15%, 3.49%로 서울 이외 지방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대전은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이 8.0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에 지역 대장주로 꼽히는 단지는 전용 84㎡ 기준 10억원을 넘긴 사례도 나왔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힐스테이트 범어’ 분양권은 지난해 11월 10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2018년 입주한 대전 유성구 도룡동 '도룡SK뷰‘도 같은 시점에 10억1000만원짜리 거래가 성사됐다. 2018년 11월 가장 먼저 10억원을 넘겼던 광주 남구 봉선동 ’한국아델리움 3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격이 내려 현재 7억~8억원대 시세가 형성돼 있다.
절세, 하락장 버티기 효과…5월 말까지 증여 거래 늘어날 듯
업계에선 양도소득세 중과,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 효과가 나타난 2018년부터 대대광 지역의 아파트 증여가 늘어난 점에 주목한다. 양도세와 보유세보다 부담이 덜한 증여세를 내고 가족에게 물려줘서 가격하락 국면 '버티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녀에게 전세보증금이나 주택담보대출을 낀 주택을 ’부담부증여‘하면 이를 제외한 금액만 증여세 과표로 산출돼 세금이 줄어든다. 다주택자가 증여로 주택 수를 줄이면 보유세 부담도 덜 수 있다. 종부세 대상인 고가 1주택은 배우자에 주택 지분을 증여하면 과표 상승에 따른 절세 효과가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도 증여가 늘어난 요인으로 꼽힌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월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실적치는 전월대비 16.5포인트 하락한 40.6을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대구 지역 HBSI는 27로 조사를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전국 최저치를 기록했고, 광주(40.0) 대전(53.5)도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돌았다. 매물을 내놔도 잘 팔리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5월까지 이런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부담부증여는 증여세 감면 효과도 있고 올해 6월까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은 양도세 중과 배제로 양도분에 대한 세금 감면을 기대할 수 있다”며 “5월 말까지는 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증여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사상 처음 투표권 가진 만 18세 유권자에 물었다
민중당, 2002년 출생자 대상 ‘정책개발 위한 조사보고서’
청년취업난·빈부격차·교육불평등 문제 등 ‘공정’ 요구 높아
사상 처음 투표권을 갖게 된 만 18세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최우선 정책 과제는 ‘청년 취업난 해소, 일자리 확충’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 상당수가 현재 입시제도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불공정에 대한 문제 의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4·15 총선)에 투표할 수 있는 만 18세(2002년 4월15일 이전 출생자) 유권자는 54만여명으로 추산된다. 민중당은 2002년 출생자 212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 21일~23일 진행한 온라인 패널 조사(2월27일~3월2일 20명 추출 전화 심층인터뷰), 민중당 청소년 당원 표적집단면접(FGI·Focus Group Interview) 조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가장 관심 가는 정책 1순위는 ‘청년 취업난 해소, 일자리 확충’(24.1%)으로 나타났다. 제시된 10개 항목 중 3순위를 골라달라는 질문에서 유일하게 20% 넘는 선택을 받았다. ‘빈부격차 감소, 자산재분배’가 17.5%, ‘입시 공정성 강화, 교육 불평등 해소’가 11.8%로 뒤를 이었다. ‘청년들의 주거·결혼·육아 지원’(10.8%)과 ‘성평등 강화’(10.4%)도 10% 넘는 응답률을 보였다.
▲ 만 18세 유권자 대상,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상위 3항목 선택) 조사 결과. 자료=민중당 '고등학생 유권자 대상 정책개발을 위한 조사 보고서' 발췌
기타 항목들은 ‘청소년들의 문화·여가 활동 지원’(8.0%), ‘근로자들의 권리·안전·소득 보장’(7.1%), ‘환경 문제 해결’(6.1%), ‘청소년들의 정치·사회 참여 보장’(4.0%) 순으로 나타났으며, ‘남북 평화 통일’을 선택한 응답자는 없었다.
이는 현 사회에 대한 불공정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사회가 대체로 공정한 사회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가 71.2%에 달해, ‘그렇다’고 답한 응답(28.8%)보다 42.4%p 앞섰다. 어느 분야의 불공정성에 가장 공감하느냐는 질문(2가지 중복선택)엔 ‘부익부 빈익빈’을 택한 응답자가 31.6%로 가장 많았고, ‘교육·입시’(29.7%), ‘법 집행 불공정성’(20.8%) 등이 20% 이상 응답률을 보였다.
응답자들은 “돈 많은 사람 위주로 돌아가는 불공정한 사회”, “뉴스나 인터넷으로 비리, 부정 등에 관한 기사들을 많이 접했고 평소 일상에서도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큰 것까지 공정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다고 느꼈다”, “성별·재산·학연의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특히 성차별과 약자혐오가 만연한 이 세상에서 공정함을 찾기란 너무 힘들다” 등 의견을 밝혔다.
만 18세 이상 유권자 가운데 약 14만명이 고등학교 3학년 유권자로 추산되는 가운데 현재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설문도 이뤄졌다. 지금의 대입제도에 대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공정한 제도’라 답한 응답자는 17.0%에 그친 반면, ‘노력 이외 다른 요인이 영향을 주는 불공정한 제도’라 답한 응답자는 60.8%에 달했다. 입시 문제 해결 방안의 경우 ‘서열화된 대학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응답이 60.5%로 ‘입시 경쟁은 필요하며 입시 제도를 공정하게 바꾸면 된다’는 응답(35.7%)보다 1.7배가량 많았다.
한편 가정 경제 수준이 낮다고 밝힌 고등학생 응답자 약 절반은 교통비 부담을 호소했다. 본인 가정 수준이 ‘상·중·하’ 중 ‘하’에 해당한다고 밝힌 응답자 45.6%는 등·하교 등 교통비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가정 경제수준이 ‘상’ 또는 ‘중’이라고 밝힌 응답자들의 경우 교통비 부담이 크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가 과반, 부담이 크다고 밝힌 응답자가 30%대에 머물렀다.
민중당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물어본 결과 대중교통으로 통학을 하는 경우 한달에 4~5만원 가량 교통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기도에서 시행되는 교통비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정적이었으며 1달에 1만원 꼴 지원이라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는 민중당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스티아이’에 의뢰해 진행했으며, 온라인 패널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6.7%p다./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비례 위성정당 선거법 위반"…선거무효 소송 제기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지난 3월24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위헌적 비례위성정당 해산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윤중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만든 ‘비례 위성정당’의 후보자 등록 과정이 절차를 위반했다는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7일 ‘후보자 등록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이 청구됐고, 이르면 선거 다음날에는 ‘선거 무효’ 소송이 제기된다.
양홍석 변호사(42·사법연수원 36기)는 14일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21대 비례대표 선거 절차 등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존재한다”며 “이르면 오는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국회를 통과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비판하며 지난 1월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직에서 물러났다.
양 변호사는 양대 정당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 민주적 심사와 투표 없이 간부급인 최고위원회에게 후보자 추천을 일임해 비례 후보자를 결정한 것이 공직선거법 47조 위반이라고 보고있다. 선거법 47조는 선거 후보자는 민주적 심사 절차를 거쳐 대의원·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 절차에 따라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통상 비례 후보 선정 작업은 공모부터 선거인단 찬반 투표까지 3~4주 걸린다. 그러나 더불어시민당은 1주일만에 이 과정을 속전속결로 마무리하면서 ‘급조 공천’이라는 비판을 불렀다. 미래한국당은 미래통합당 지도부 요구를 반영해 두차례 명부를 수정한 뒤 최종 ‘후보 추천안’을 의결했다. 양 변호사는 “후보자 추천과정, 선거인단의 투표절차, 당헌 등이 정한 절차가 모두 민주적으로 준수됐는지 의문”이라며 “후보자 추천 과정이 절차를 위반한 경우 후보자 등록을 무효로 하게 한 공직선거법 제52조가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5일 오전 11시까지 선거소송에 참여할 원고 최대 10명을 모집한다고 했다.
참여연대도 지난 7일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등록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후보가 민주적으로 선정됐는지 판단해야 할 선관위가 형식적인 심사로 직무를 유기했다”고 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반지하 실태 보고서, 현실의 36만 기택네엔 누가 사나
‘지·옥·고’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지옥고라 불리며 한국 사회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대표하는 곳들이다.
그중에서도 반지하는 영화 <기생충>이 화제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반지하는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했던 주거공간이다. 지상에 있는 옥탑방과 고시원의 열악함은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지만, 반지하는 겉으로 보기에 그럴듯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햇볕이 들지 않아 집 안은 한낮에도 어두컴컴하다. 습기로 벽지는 얼룩지고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나는데도 행여 지나가는 행인이 들여다볼까 창문조차 열지 못한다. 직접 들어가 경험해보지 않고는 이런 문제를 느끼기 어렵다.
영화 기생충의 장면
반지하의 시작은 1970년대 방공호였다. 언제 전쟁이 발발할지 모르는 남북 분단상황에서 대피소로 활용하기 위해 지하 주거층을 허용했다. 이는 급격한 도시화와 맞물렸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로 주택 공급이 부족해지자 지하 1층도 주거용으로 허용하는 등 건축규제가 완화됐다. 지하 주거공간은 빠르게 늘어갔다.
‘현실판 기택네’는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을까.
경향신문은 한국도시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반지하 거주 현황과 실태’를 살펴봤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반지하는 36만3896가구나 됐다. 옥탑방(5만3832가구)보다 7배 이상, 고시원(15만1553가구)보다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반지하에 살고있는 사람은 68만8999명에 이른다.
<기생충> 속 기택네가 영화에 나오는 허구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영화는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지만 ‘투명인간’ 취급을 받아온 지하 거주민을 세상 밖으로 불러냈다. 한 주거복지 전문가는 <기생충>을 “지하와 빈부격차에 대한 사회학 보고서”라고 평했다.
반지하에 세상의 관심이 쏟아질 때도 있었다. 태풍이나 폭우로 수차례 침수 피해를 입었을 때, 선거를 앞두고 서민의 삶을 들여다본다며 악수를 청하는 국회의원들의 배경이 됐을 때였다.
그나마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그런 ‘이벤트’도 없다. 자신이 출마한 지역구 곳곳을 돌며 도시 빈곤가구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약속한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거의 없다. 앞서 일부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반지하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 수 없어 개선 노력을 기울일 수 없다고도 했다. 현실을 알지 못하는데, 개선은 가능한 것일까.
경향신문이 전국 읍·면·동별 반지하 거주 현황을 최초로 공개하면서, 이를 국회의원의 지역구 단위로 재구성해 봤다. 해당 자료는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전수조사 토대로 정리했다.
2 전국 반지하 현황
전국에 반지하 가구는 36만가구가 넘는다.
이중 대부분인 95.8%, 34만8782가구가 수도권에 밀집돼 있다. 서울은 22만8467가구, 경기도는 9만9291가구, 인천은 2만1024가구가 반지하에 살고 있다. 가구가 아닌 인구 수 개념으로 따지면 반지하에 거주하는 전국 68만8999명 중 65만9747명이 수도권에 거주한다.
읍면동 지하가구수 전국 지도
※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전수조사) 기준
한국도시연구소 제공 전국 읍면동 단위 반지하 가구 비율 맵핑
지역별로 살펴보자.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데이터를 기준으로 지하가구 수에 따라 각 읍·면·동들의 색을 표시했다. 색깔이 진할수록 해당 지역에 반지하 거주 가구가 많다는 의미인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색이 짙고 수도권 이외 지역의 색은 옅다. 수도권 쏠림 현상이 확연히 드러난다.
반지하가구반지하 1인가구
전국 229개 지자체별로 보면 경기 성남시가 2만5683가구로 반지하 가구수가 가장 많았다. 전체 가구 중 반지하 비율은 서울 중랑구가 11.3%로 가장 높았다. 주민 100명 중 11명이 반지하에 살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에 유독 반지하 거주 가구가 많은 까닭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된 급격한 도시화라는 역사적 이유에 더해 좀 더 현실적으로는 높은 주거비와도 연관이 있다.
국토연구원이 2019년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임차가구가 부담하는 주거비는 월평균 68만7000원으로 조사됐다. 서울에 사는 세입자는 매달 평균 76만9000원을 부담하고 있다. 그에 반해 소득은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2018년 기준 서울 지역 반지하 가구가 매달 일정적으로 벌어들이는 경상소득은 평균 219만원*에 불과했다. 도시노동자 월평균 소득은 540만1814원(3인 이하 가구 기준)으로, 반지하 가구 소득은 이보다 60%가량 적은 수준이다.
* 국토교통부의 2018년 주거실태조사자료를 토대로 한국도시연구소가 추출
도시 근로자 및 서울시 반지하 가구의 평균 월 소득
반지하 가구 월 소득 분포
※ 통계 출처: 국토연구원·국토교통부
서울 지역의 월 평균 주거비는 76만9000원. 반지하 거주 가구 한달 소득의 3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높은 주거비를 감당할 수 없는 도시 빈곤가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서울시 반지하(및 지하) 거주가구의 월 소득
반지하 가구 월 소득 분포
※ 국토교통부의 2018년 주거실태조사자료를 토대로 한국도시연구소가 추출
반지하 10가구 중 9가구는 전·월세로 세들어 사는 세입자였다. 그 중에서도 보증금을 걸고 매월 임대료를 내는 보증부 월세가 53.6% (11만8609가구)로 가장 많았다. 반지하 거주 가구의 전·월세 보증금은 평균 3130만원이었으며 월세는 평균 34만원이었다.
반지하 가구 중 81.8%는 주거비가 부담스럽다고 답했으며, 33.5%는 ‘매우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는 다른 주택유형을 포함한 전체 가구(17.1%)에서보다 2배가량 높은 비율이다.
반지하는 아이를 키우는 빈곤 가구가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서울시가 지난해 조사한 ‘아동 주거빈곤 가구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1.6%가 반지하에 살고 있었다.
“데이터를 보면 반지하는 옥탑이나 고시원에 비해 특히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지방에서는 조금만 여유가 있어도 거기까지는 안 산다. 높은 주거비와 연계가 되는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도시 빈곤층이 살 수 있는 주택이 반지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소장
3 서울에선 어디에 반지하가 많을까
전체 100가구 중 6가구가 반지하에 사는 서울
서울로만 시야를 좁혀 보자.
서울에는 전체 100가구 중 6가구가 반지하에 산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표본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의 평균 반지하 거주 비율은 약 6%다. 서울시의 100가구 중 6가구는 반지하에 거주하는 셈이다.
어느 지역에 반지하가 많을까. 서울에서도 반지하 가구 비율은 구별로 편차가 크다. 중랑구는 반지하 가구 비율이 11.3%(1만7839가구)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반지하 가구 비율이 가장 높다. 반지하 가구 비율이 가장 낮은 노원구(2.2%, 4483가구)보다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지역별 차이가 나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시 구별 저소득노인 가구 비율과 한부모가구 비율 등을 교차로 확인해 봤다. 먼저 구별 저소득노인 비율을 보자. 서울시에서 2018년도에 집계한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을 따졌다.
강서구(29.28%), 중랑구(25.73%), 은평구(24.47%), 노원구(24.46%), 중구(23.86%), 금천구(23.72%), 양천구(22.16%), 강북구(20.07), 용산구(19.89%), 광진구(18.74) 등은 저소득층 노인 비율이 전체 서울 평균
한부모 가구 비율도 확인했다.
2018년 서울시 조사를 보면 강북구(1.72%), 중랑구(1.54%), 금천구(1.43%), 도봉구(1.46%), 노원구(1.36%), 은평구(1.26%), 강서구(1.08%) 등은 한부모 가구의 비율이 전체 서울 평균(0.9%)를 상회했다. 빗금과 경계선이 짙을수록 한부모 가구 수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서울시 안에서도 저소득노인가구가 많거나 한부모가구가 많은 지역(강북구·중랑구·광진구·은평구·금천구)에서 반지하 가구의 비율도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빈곤가구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반지하 가구의 비율이 높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저소득층 노인 가구와 한부모 가구가 많은 노원구와 강서구는 왜 다른 지역과 달리 반지하 가구 비율이 낮았을까. 노원구와 강서구는 반지하 가구 비율이 2.2%와 4.3%로 서울시 전체 평균인 6% 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그 이유는 임대아파트 공급에서 찾을 수 있었다. 강서구는 임대 아파트 공급이 3만1952가구로 서울시 전체 중 공급량이 가장 많았으며 노원구는 2만6684가구로 그 뒤를 이었다. 이는 곧 반지하 거주가구의 감소로 이어졌다. 임대아파트 등 빈곤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대체 주거공간이 공급되면 반지하 비율이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4.주거민의 이야기
누가 들어오면 곰팡이 냄새가 난다고 하더라
방바닥 장판이 심하게 우그러져 있다. 보일러를 틀어도 바닥에는 냉기가 돈다. 장판을 들춰보면 물이 새 있다.
수도권 한 도시에 살고있는 김모씨(49)의 반지하 주택 모습이다. 집 안에 들어서자 코를 찔렀던 쿰쿰한 냄새는 습기와 곰팡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씨는 이곳에서 7년째 다섯 아이를 홀로 키고 있지만 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안락한 보금자리는 아니다.
“낮인데도 불을 켜야 해요. 난방 때문에 커텐을 두르기는 했는데 커텐을 열어도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정도. 여름에도 창문은 조금만 열어둬요.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내려다보지 않을까 신경이 쓰여서요.”김모씨(49)
시계를 보지 않으면 밤인지 낮인지 모를 만큼 어둡다. 커튼을 젖히니 창문 너머로 자전거 바퀴가 올려다보였다. 후각으로 먼저 경험한 지하 공간의 실체를 그제서야 눈으로 자각한 것이다. 그런데도 집 안은 특별히 환해지지 않았다.
아이들 건강도 김씨가 신경 쓰이는 것 중 하나다. 지상에 살 때는 안 그랬는데, 이곳에 살면서 가족 모두 코와 목이 자주 붓는다. 반지하에 사는 아이들은 습기와 곰팡이 때문에 호흡기 질환에 시달린다.
“곰팡이, 천장 위로도 장농 뒤에도 보면 계속 올라와요. 딱 들어올 때 냄새가 난대요. 나는 여기 계속 사니까 모르는데 누가 들어오면 곰팡이 냄새가 난다고 하더라구요.
침수는 1번만 겪었어요. 자고 있었는데 큰 아들이 엄마, 물하고 불러서 깼어요. 화장실하고 저쪽 뒤 베란다에서 물이 넘쳐서 퍼도 소용이 없었어요. 저쪽도 올라오고 화장실에서도 올라오고. 앞집하고 우리 집만 물이 찼어요. 옆 동은 괜찮고. 이쪽이 저쪽보다 지대가 낮아서 그랬죠. 물난리 수습하는 데 한달은 족히 걸려요. 침수 이후에 장판이 우글우글 해요. 저벅저벅. 들춰보면 물이 있죠.”김모씨(49)
김씨는 전선을 한데 묶어 조립하는 부업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이렇게 버는 돈은 많아야 월 70만원. 한부모가정 지원을 받지만 한달나기가 버겁다. 아이들은 지난 7년 동안 누구도 친구를 집으로 데려온 적이 없다. 친구네 집에 다녀온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이사를 가자는 말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세상은 온통 <기생충> 이야기로 떠들썩했던 때라, 기생충을 봤냐고 물어봤다.
김씨는 “못 봤다. 내용도 모른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빗소리만 들어도 할머니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3년 전 물난리가 났던 시간은 새벽 6시. 물이 무릎까지 차올랐다.
경기도 시흥시의 한 단독주택 반지하에 25년째 살고 있는 임모 할머니(89)의 이야기다. 배꼽이 떨어지기도 전에 데려다 키웠다는 손녀와 손자는 15살, 17살이 됐다.
“15평. 여기서 25년을 살았다. 2살 손주, 15살 손녀, 17살 손주들을 엄마 없다는 소리 안 듣게하려고 열심히 길렀다. 엄마, 아빠는 이혼했고. 아빠도 병이 들어서 어디 가 있는지, 정 갑갑하면 한번씩 전화가 온다.
돈 나오는 것으로 고물도 모으고 했었는데 고물상이 이사를 가서 지금은 하지 않는다. 2년 전까지 손자가 고물을 팔았다.” 임모씨(89, 시흥)
침수 피해를 8번이나 입었다. 폭우가 쏟아지면 물은 대개 현관문으로 들이닥친다. 화장실에서도 오수가 역류한다. 침수를 당하면 살림살이는 고칠 것은 고치고 버릴 것은 버린다. 한 달 내내 집 안 곳곳에 고인 물을 퍼내야 한다.
“근처 하수터가 엄청 크다. 그 하수터가 넘치면 이쪽으로 다 내려오게 돼 있다. 거기서 밑으로 못 빠지면 이리로 물이 들어오는 것이다.
2017년 이 동네 다 잠겼다. 싱크대, 여기까지 물이 들어온 거다. 그런데 문이 안 열렸다. 급하니까 소방서에 전화를 해서 겨우 문을 열었다. 화장실에서는 오물이 역류했다. 그 후 시에서 해마다 침수대비 훈련을 한다. 비만 오면 양수기를 갖다 놓는다.” 임모씨(89)
‘부의 상징’ 강남에도 그늘은 있다
평당 1억이 넘는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있는 서초구·송파구·강남구 등 강남3구에도 ‘현실판 기택네’가 있었다. 서초구에 7005가구(1만3888명), 송파구에 1만2869가구(2만6126명), 강남구에 7893가구(1만5185명)가 반지하에 거주한다.
강남3구 서초구·송파구·강남구 반지하 외부 모습
초고가주택이 몰려있는 강남이라고 반지하 상황이 다른 지역보다 나은 것은 아니었다. 창문 바로 앞에 정화조 시설이 설치돼 있거나 도로변에 바짝 붙어 환기와 채광 등은 기대할 수 없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주거환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채광과 환기를 포기하고 창문 앞에 화분을 둔 반지하도 많았다.
5 우리가 반지하를 이야기하는 이유
집인데, 사람이 살 수 없는 집이 있다
가난한 사람은 비교적 저렴한 집을 찾는다. 그렇기에 주거환경이 다소 열악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집은 최소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이어야 한다. 주거문제가 시장 논리에 내맡겨질 때 빈곤가구는 최소한의 주거권과 인간성을 보장받을 수 없는 공간으로 밀려나게 된다.
2003년 한국도시연구소가 발표한 <지하주거공간과 거주민의 실태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반지하 가구 중 심신장애자가 있는 가구는 전체 조사대상 가구의 19.7%에 해당했다. 당시 반지하 10가구 중 2가구에 심신장애자가 거주하고 있었던 셈이다.
“들어가면 ‘헉’ 하는 집들이 있습니다. 이런 곳은 사람이 살 수 없구나. 1시간도 있으면 머리가 아프고, 눈이 아프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삶이 서서히 침몰해가는 게 보이더라고요. 그런 데는 사람이 거주하지 못하도록 행정적인 조치가 있어야 합니다. 싸다고 그런 데를 들어가게 하면 안됩니다.”- 차선화 시흥주거복지센터장
반지하는 구조상 환기가 어렵고 햇볕이 잘 들지 않는다. 습도도 높다. 반지하의 이러한 구조는 실내 공기 중 오염물질 농도를 높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다세대·연립주택의 주택 층수에 따른 오염물질 농도
※ 국립환경과학원, 주거공간 별 실내공기질 관리 방안 연구, 2009~2011
국립환경과학원이 2009~2011년부터 일반 아파트부터 반지하까지 다양한 형태의 주택 내부의 오염물질을 측정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하·반지하 주택의 곰팡이와 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의 농도가 다른 주택유형보다 높게 측정됐다.
실제로 서울도시연구원이 서울시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서울 주택의 실내 공기질 관련 연구자료에 따르면 지하·반지하 거주자들의 곰팡이 관찰율은 87%으로 다른 층수보다 높았다.
서울연구원_논문_반지하_곰팡이관찰율
※ 서울도시연구원(최유진, 고경진), 서울시민의 주택 실내공기질 인식과 관리행태에 관한 연구, 2013
주택 내 오염물질의 농도가 높아지는 주 원인 중 하나는 환기의 부족이다. 같은 연구에서 지하·반지하 거주자들은 환기를 할 수 없는 이유로 사생활 보호를 가장 많이 뽑았다.
창문을 열면 실내가 쉽게 외부로 노출되는 반지하의 구조 상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반지하(및 지하) 가구수 추이
※ 2005, 2010, 2015 인구주택총조사
서울시는 2010년 폭우와 침수피해로 홍역을 치른 이후 큰 수해를 입은 반지하주택의 신규 건축을 금지했다. 제도적으로 반지하 가구의 신규 공급을 막은 것이다. 그 결과 반지하 규모는 점차 줄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 주변에 있는 기택네는 36만 가구가 넘는다.
기획·제작이성희 기자, 김유진 디자이너/ 경향
언론과 평론가들이 말하는 '범여권'은 사기다
권력을 쥔 여당과 이를 비판하는 야당...여야는 어떻게 구별되야 하는가
으레 그렇듯 종착지점에 다다른 총선 관련 평론들은 항상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중년 남성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지난 주말 KBS에서 방송된 <정치합시다> 역시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엔 '진보'와 '보수'라는 명목으로 유시민과 전원책 등 인사들이 출연하는데, 하나같이 기득권 정치를 대변할 따름이다. 또, 평론가 박성민은 왕왕 고착화된 분석틀로 총선 결과를 예측하곤 한다. 하지만 이들의 분석이나 예측이 아주 종종 틀리곤 했다는 것을 우리는 까맣게 잊곤 한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유시민의 '180석 호언'이다. 박성민이 '범여권'이 얻을 총선 결과가 151석 이상이면 "여당진영의 승리"라고 이야기했고, 유시민은 180석을 언급하기도 했다. 물론 이에 대한 민주당 쪽 반응은 '왜들 호들갑이냐'는 식이다. 심지어 이번 총선을 뒤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아온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유시민이 180석 호언한 것에 대해 "저의가 의심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여기서 180석이니 151석이니 하는 것은 '범여권'이라는 모호한 집단의 예상 의석수를 기준으로 한다. 실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더불어 그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효자'를 자처하는 아류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 나아가 기실 다른 정당인 민생당과 진보정당인 정의당까지 다 섞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 이후 언론에서 매우 흔히 접할 수 있는 계산법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민생당을 한 뿌리를 이야기할 순 있겠다. 하지만 사회운동‧민중운동의 자장 속에 위치해온 정의당으로서는 아주 최악의 평가이자, 섭섭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주류 언론의 셈법이 왜 이렇게 엉망이 된 걸까?
대통령중심제의 정당정치 질서에서 본래 '여당(與黨)'은 '정권을 잡고 있는 정당', 즉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을 일컫는다. 중화권에선 이를 '집정당'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권력을 잡은 당'이란 뜻이다. 반면 '야당(野黨)'은 '정권을 담당하고 있지 않은 정당', 정부 시책을 때로는 돕고 때로는 비판하면서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는 정당을 말한다. 그러니 헌정 초유의 '위성정당'이나 '아류정당'이야 논외로 치더라도, 민생당이나 정의당은 이론의 여지없이 야당이 맞다.
'범여권'이라는 구분법이 생긴 사연
한데 우리 언론과 제갈량 흉내내기에 바쁜 '정치평론가들'은 왜 '범여권'이라는 통칭을 쓰는 걸까? 여기엔 몇 가지 사연이 있다.
첫째, '진보'의 의미가 모호해졌다. 2002년 대선 때만 해도 민주당은 '진보'에 질색하는 정치세력이었다. 진보 대신 '중도개혁'이라는 말로 자신을 수식했으며, 최초의 원내진출 진보정당을 꿈꾸고 있던 민주노동당에게 "너무 급진적"이라는 비난을 가하기 일쑤였다. 민주당의 이런 포지션은 자신의 역사를 생각할 때에도 일리있는 것이었다. 민주당은 해방 직후 탄생한 친일 엘리트와 지주계급의 정치적 연합으로 탄생한 '한국민주당'을 모태로 한다. 4.19 혁명 이후 다른 세력과 연합해 새롭게 거듭나긴 했지만, 보수적인 자유민주주의 세력에서 벗어난 바 없다.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개혁적'이고 '민주적'으로 보였던 것은 군부 독재 정권 시기에 야당으로서 존재했었다는 점 이외에는 없다. 이런 민주당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 모색한 수사적인 대응은 외양상 '진보세력'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었다. 이는 진보정당의 위기와 함께 찾아왔기에 기존의 진보정당 흐름(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진보신당-정의당/민중당 등)의 포지션을 불안정하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둘째, 언론의 구태에도 책임이 있다. 양당 중심의 정치질서에서 언론은 기성정치판에 기자를 편성하던 습관을 고친 바 없다. 가령 국회 내 기자를 여당팀과 야당팀으로 나누는데, 정의당을 마크하는 기자를 '여당팀'에 배치하고, 이것이 자연스레 보도 관점에 까지 영향을 미치다보니 이상한 왜곡이 생긴다. 이를테면 언론의 보도 습관 때문에 유권자마저 정의당을 ‘여당쪽’으로 오인하게 된다.
셋째, 정의당 스스로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가령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파동에서 정의당은 분명하게 비판하길 피하며 모호한 결론을 내놨다. 이는 진보진영 안에서도 강력한 비판을 받았고, 정의당 내부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의당 사무총장은 친민주당 성향의 팟캐스트나 방송에 출연해 그들이 듣기 좋게 "검찰 개혁"에 대한 멘트만 쏟아냈지, 조국 전 장관의 가족들을 둘러싼 다양한 논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정의당은 이런 과오에 대해 반성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결과적으로 기성 언론 안에서 재생산되는 이런 시선은 정세의 복잡성을 담기 어렵고, 기존의 양당제를 강화시킬 뿐이며, 대안 정치 세력의 생존 혹은 성장을 가로막는 효과를 낳는다. 설령 진보정당 스스로 이런 구도의 힘을 빌리려 할지언정 중장기적으로는 큰 손해를 입힐 뿐인데, 그것은 정의당이 선거 시기마다 민주당 극렬 지지자들로부터 받고 있는 '사표론'이나 '사퇴 압박'에서 계속해서 확인되고 있다.
잘못된 여야 구분법
하지만 이런 식의 여야 구분법이 과연 정확한 것일까? 내 생각엔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 이런 구분법은 정확하지도 않을뿐더러,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는 정세에 기민하고 정확한 시야를 제시하지 못한다. 요컨대 코로나 전후 정세에서 정의당은 보건당국의 바이러스 방역 활동에 있어서는 정부의 대응을 지지하는 편이었지만, 다른 모든 사안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가령 코로나 이후 악화되는 경기에 대한 지원 방책에 대해 정의당은 기획재정부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소극적이라며 비판해왔다. 이 사안에 있어서 쟁점은 양분되지 않고, 3분할된다.
n번방 성착취 사건 이후 정의당은 총선 전 원포인트 임시국회를 열어 "n번방 방지법을 처리하자"고 주장해왔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사태 이후 노동자들이 해고 위협에 내몰리는 상황에 긴급하게 대처하기 위해 코로나 사태 동안 해고를 원천 금지해야 한다는 정의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두 사안에 대해 양대 정당은 이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때 여당은 양대 정당이고, 야당은 정의당 등 진보정당이다. 우리 삶을 뒤흔드는 가장 중요한 사안에 있어서 전선은 293 대 7 수준으로 몰려있는 셈이다.
얼마 전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선대위원장 이종걸은 MBN 판도라에 출연해 "정의당은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민주당에 협조 안 합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그간 이종걸 의원의 행보에 의하면 상당히 솔직한 표현이다. 실제로 정의당은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구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의 반노동자‧반서민적 야합에 협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예컨대 지난해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최대 6개월로 확대하는 개악안에 합의했다. 탄력근로시간제는 단위기간이 길어질수록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장시간 노동, 불안정한 생활패턴으로 일하게 되는 기간이 길어지므로 노동자의 삶과 건강, 임금수준의 보장에 있어 해로운 제도로 알려져 있다. 항상 대립하는 것처럼 보였던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시민사회운동과 노동계, 진보정당인 정의당‧민중당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본가들의 이윤을 위한 뜨거운 악수를 나눴다.
지난 연말 데이터3법 처리 때도 마찬가지다. 참여연대와 진보네트워크센터를 비롯한 시민단체, 진보정당들은 정부의 데이터3법 개정이 시민의 개인정보를 위협할 것이라며 비판했지만, 거대 양당 합의에 의해 통과했다. 대체 권력을 쥔 '여당'은 누구이고, 권력자를 비판하는 '야당'은 누구인가?
정치인들의 말다툼은 그들이 적대하는 것처럼 보여주는 효과를 만든다. 언론에서는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소속 정치인들이 싸우는 모습만 보여주니 둘은 첨예하게 적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녕 우리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데이터3법 개정, n번방 성착취 등 사안에 있어서 두 당은 항상 협력해왔다. 오히려 이에 반대해온 것은 정의당‧민중당 등 소수의 진보정당들 뿐이다.
샛강과 한강
2002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했던 권영길 당시 후보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차이가 샛강이라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차이는 한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평소엔 극심하게 싸우는 것처럼 보였지만 비정규직을 확대 양산하는 노동법 개악 등에 있어선 야합했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을 지키는 싸움에 함께 했다. 이는 진보정당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역사로 남아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촉발시킨 전 세계적 경제 위기는 총선 이후 한국 사회를 살아갈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생존을 걱정케 한다. 기획재정부와 거대 양당은 세입자보다는 건물주 걱정하기에 급급하고, 대통령 역시 노동자의 생존권이 아니라 기업주들의 안위를 걱정하기에 바쁘다. 그러니 이번 총선의 숨겨진 쟁점은 코로나 이후 우리의 삶이라 할 수 있다. 정치판의 복잡한 구도와 정세를 자세하게 설명할 용의가 없다면, 어느 정당이 노동자들의 생존을 지켜줄지, 누가 서민의 생존권을 이어나가게 할지, 성폭력과 성착취를 근절시킬지의 기준으로라도 '여'와 '야'를 구분해야 하지 않는가?
언론의 고착화된 여야 구분법이 즉시 정정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고질적인 볻 관습은 제대로 된 정치 비평을 가로막으며, 정세의 복잡성을 담지 못하고, 기존의 양당제를 강화시켜 대안 세력의 생존을 가로막는다. 사실상 언론이 정치 질서를 왜곡시키고 고착화시키는 셈이다.
언론이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부터 '정치를 보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언론이 규정한 '여야구분법'은 사기다. 총선을 하루 앞둔 지금, 샛강과 한강의 간극을 다시 떠올릴 때다./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 프레시안
독립운동가·후손 1544명 “TV조선·채널A 재승인 취소하라”
생존지사와 후손대표 방통위에 의견서 전달 “친일반민족 방송 규탄한다, 친일세력 여전히 준동”
생존 독립운동가 임우철(102) 지사를 비롯해 독립운동가 후손 1544명이 TV조선과 채널A의 재승을 취소해달라는 의견서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했다. 독립운동가와 후손들이 특정 방송을 친일반민족 방송으로 규정해 채널승인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실명으로 낸 것은 사상처음 있는 일이다.
생존지사와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14일 방통위에 전달한 의견서에서 “생존 애국지사와 독립유공자 후손 1544명의 결의를 모아 TV조선과 채널A 두 종합편성채널의 친일 반민족 방송을 규탄한다”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두 방송사의 재승인을 취소할 것을 엄중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친일 청산이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는 이유를 두고 독립운동가들은 광복 70년이 지난 시점에서 친일을 미화하는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는가 하면,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는 ‘건국절’ 논란, 일본군 성노예와 강제징용 관련 사법농단, ‘반일 종족주의’(이영훈著) 서전 등 친일 민족반역 세력은 여전히 준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생존지사와 후손들은 TV조선과 채널A 두 종편 사업자가 민족의 얼을 되살리는 역할을 철저히 배반하고 민족정신을 병들게 했다며 구체적인 친일 보도를 거론했다. 두 종편의 모태가 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일제강점기에 적극 친일 반민족행위에 가담한 역사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 사례를 두고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하던 2015년 10월12월~11월2일 동안 TV조선과 채널A의 시사토크쇼에서 방송 출연진 중 국정화를 긍정‧옹호한 발언자 79.6%, 부정‧비판 발언자는 5.2%(민언련 모니터결과)였다고 했다. 당시 TV조선 ‘엄성섭·정혜진의 뉴스를 쏘다’(그해 10월30일)의 앵커 엄성섭씨는 “아니 근데 저는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게요. 아버지가 친일행적을 했든 안했든, 그럼 친일 행적 했으면 뭘 어떻게 하라구요”라며 “그럼 우리나라 36년 동안, 식민지 기간 동안 전 국민 다 그럼 태어나지 말았어야 되는, 우린 뭐 다 귀태인가”라고 말한 사례도 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같은해 7월 일본 매체와 인터뷰에서 일왕을 “천황 폐하”라 하고, “위안부 문제로 일본을 더 이상은 탓해서 안 된다”고 말해 파문을 낳았다. 이때 채널A ‘이용환의 쾌도난마’(그해 8월23일)에 출연한 신지호씨는 박씨의 친일 발언이 생계 때문이었을 거라고 호도했다고 독립운동가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설사 생활고가 있다 하더라도 ‘천황 폐하’ 발언은 해서는 안 될 망언”이라며 “박근령 아니라 국민 누구든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출연자 이영작씨는 그해 10월14일 채널A ‘쾌도난마’에 출연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정권의 탄압으로 일본에 망명했던 것을 두고 “DJ는 일본에 망명을 할 정도로 친일이었다”며 “유신정권 당시에 일본으로 망명해계시다가 납치당해 돌아오시지 않았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는 “아마 가장 반일적인 대통령이었을 것”이라고 억지를 폈다.
▲독립운동가 생존지사와 후손 대표들이 1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의 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해 TV조선과 채널A가 친일반민족 방송을 해왔다며 재승인을 취소해달라고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진=광복회
지난해 일본 정부가 일방적 수출규제를 하면서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연계하자 국민들이 자발적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였다. 이와 관련, TV조선이 반일감정 조장하지 말라며 청와대를 비난한 점도 지목했다. 이들은 서정욱씨가 지난해 7월15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 대법원이 일본기업에 강제징용 피해자에 위법하게 입힌 손해를 배상하라고 한 판결을 두고 “문제가 있다”며 우리 정부에 일본 요구를 수용하라고 했다. 서씨는 ”무조건 이게 반일 감정에서 죽창, 배 12척, 뭐 이게 이런거 반일 감정 조장으로 되느냐”, “정권이 국가 이익보다 정권의 이익을 더 고려하고, 반일 감정을 총선에 이용하는 게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광복회는 방통위가 서씨를 KBS 이사로 추천한 것을 두고 큰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제로 끌려간 위안부는 없다’는 책을 내고, 입장을 묻는 MBC 기자의 뺨을 때린 이영훈 전 교수 논란과 관련, 김근식 교수는 지난해 8월7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 이 교수의 ‘식민지 근대화론’이 “일종의 학문적 소수의견들”이라고 평가했다. 이영훈 교수 등이 속한 낙성대경제연구소도 “굉장히 공부를 열심히 하신 분들”, “다 학계에서는 인정을 받는 분들”이라고 극찬했다.
이들은 TV조선이 8월9일자 뉴스에서 “'반일 종족주의'는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며 “시민단체 회원들이 낙성대경제연구소에 삽을 들고 몰려와 항의하면서 오물을 투척하는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도한 것도 지적했다. 이들은 반일종족주의 책은 홍보성으로 소개하고 항의한 시민단체 인사는 매도한 보도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방송법 제6조(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제6항 ‘방송이 민족문화의 창달에 이바지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TV조선과 채널A의 친일 반민족적 왜곡보도와 편파방송은 방송법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며 방송의 공적 책임을 외면한 두 방송사에 대해 방통위가 재승인을 취소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방통위가 방송의 재허가, 재승인 심사 기준에 ‘민족문화의 창달’ 항목을 추가해 배점을 부여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친일 반민족행위 미화 방송 근절을 위한 법적, 제도적 대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도 했다.
한편,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과거 방송통신위원회를 두고 이들은 △이인호, 고영주와 같이 친일 사관을 따르는 인물을 공영방송 이사장으로 임명한 잘못 △이들의 사퇴 과정에서 미온적 태도 등을 들었다. 일본 불매운동을 비하하는 막말을 했던 경기방송의 현준호 이사에는 제4기 방통위가 적절히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미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광복회가 ‘반민특위 다큐’ 제작중단의 책임이 있는 EBS 부사장 해임을 촉구하며 지난해 EBS에 항의방문을 한 것은 방송의 책임과 역할이 엄중함을 절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02세의 생존 독립운동가 임우철 지사는 이날 의견서를 전달하면서 “TV조선과 채널A 두 종편의 모태인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민족의 암흑기에 조선총독부의 가장 가까운 동반자였고, 이 종편들은 태생적 친일언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님께 우리의 요구가 꼭 이행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TV조선 채널A 재승인 취소 의견서 전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TV조선‧채널A 재승인 취소를 요구하는 생존지사 및 독립유공자 유족들의 의견서
생존 애국지사와 독립유공자 후손 00명의 결의를 모아 TV조선과 채널A 두 종합편성채널의 친일 반민족 방송을 규탄하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두 방송사의 재승인을 취소할 것을 엄중하게 요구합니다.
1. 현재진행형의 친일 청산과 미디어의 역할
〇 광복 후 민족을 배반한 친일 부역자들을 처단하지 못한 우리의 역사는 남북 분단과 남한 내 이념대립이라는 소모적 정쟁으로 인해 친일 청산이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광복 70년이 지난 시점에서 친일을 미화하는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는가 하면,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는 ‘건국절’ 논란, 일본군 성노예와 강제징용 관련 사법농단, 지난해 물의를 빚은 서적 ‘반일 종족주의’(이영훈著) 등 친일 민족반역 세력은 여전히 준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〇 친일 적폐를 청산함에 있어 미디어의 중요성은 역사 교과서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더욱 크다 할 것입니다. 광복회가 과거‘반민특위 다큐’ 제작중단의 책임이 있는 EBS 부사장 해임을 촉구하며 지난해 EBS에 항의방문을 한 것은 방송의 책임과 역할이 엄중함을 절감하기 때문입니다.
〇 과거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인호, 고영주와 같이 친일 사관을 따르는 인물들을 공영방송 이사장으로 임명한 잘못을 저지른 바 있고, 이후 이들의 사퇴 과정에서 방통위가 미온적이었던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일본 불매운동을 비하하는 막말을 했던 경기방송의 현준호 이사에 대해 제4기 방통위가 적절히 대응했던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로 평가합니다.
〇 그러나 여전히 TV조선과 채널A 두 종편 사업자는 민족의 얼을 되살리는 역할을 철저히 배반하고 민족정신을 병들게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하 구체적으로 서술할 친일 보도들을 살펴보면, 두 종편의 모태가 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일제강점기에 적극적인 친일 반민족행위에 가담했던 역사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2. TV조선‧채널A의 친일 반민족 보도 사례
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양하고 친일 행적이 뭐가 문제냐는 앵커
〇 박근혜 정부가 친일의 역사를 덮고 이승만 독재 정권을 미화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던 2015년, TV조선과 채널A는 국정교과서를 긍정적으로 묘사했습니다.
〇 당시 민언련 모니터링 결과를 살펴보면, 2015년 10월 12월 ~ 11월 2일 기간 동안 TV조선과 채널A는 시사토크쇼에서 77.6%, 57.9%를 국정화 관련 이슈에 할애했습니다. 그러나 방송 출연진 중 국정화에 대해 긍정‧옹호하는 발언자는 79.6%나 되는 반면, 국정화 부정‧비판 발언자는 고작 5.2%, 판단 불가 발언자 15.2%로 국정교과서를 옹호하는 출연진이 15배 이상 많았습니다.
〇 특히 TV조선 <엄성섭·정혜진의 뉴스를 쏘다>(2015/10/30)의 앵커 엄성섭 씨는 “아니 근데 저는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게요. 아버지가 친일행적을 했든 안했든, 그럼 친일 행적 했으면 뭘 어떻게 하라구요? 아버지가 친일적인 행적을 한 적이 있어! 그럼 어떻게 해요 뭘?! 뭘 어떻게 해요? 그럼 우리나라 36년 동안, 식민지 기간 동안 전 국민 다 그럼 태어나지 말았어야 되는, 우린 뭐 다 귀태인가?”라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나. 박근령의 “천황페하” 발언을 ‘생계형 친일’이라며 두둔
〇 2015년 8월,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일본의 한 매체와 인터뷰하며 일왕을 “천황 폐하”라 칭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위안부 문제로 일본을 더 이상은 탓해서 안 된다”고도 말했습니다.
〇 채널A <이용환의 쾌도난마>(8/23) 프로그램의 출연자 신지호 씨는 이 친일 발언이 생계 때문이었을 거라고 호도했습니다. 박근령 본인이 해당 발언이‘생계 때문’이라고 밝힌 바가 없음에도, 패널의 근거 없는 추론은 여과 없이 전 국민에게 방송되었습니다.
〇 설사 생활고가 있다 하더라도 “천황 폐하”발언은 해서는 안 될 망언입니다. 박근령 씨가 아니라 국민 누구든 마찬가지입니다. 더군다나 이미 사회적으로 논란과 지탄의 대상이 된 이후에 해당 주제를 방송하면서, 마치 ‘생계형이라면 천황 폐하 망언도 용인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이 고정 패널의 입에서 나온 것은 단순히 출연자의 돌발 발언이라고 핑계댈 수 없는 잘못입니다.
다. “김대중이 친일, 이승만은 반일”이라는 억지 주장
〇 채널A <쾌도난마>(2015년 10월 14일) 방송의 출연자 이영작 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정권의 탄압으로 일본에 망명했던 것을 두고 ‘친일’이라는 억지 주장을 펼쳤습니다. “DJ는 일본에 망명을 할 정도로 친일이었습니다. 유신정권 당시에 일본으로 망명해계시다가 납치당해 돌아오시지 않았어요?”라며 궤변을 늘어놓았습니다.
〇 반민특위를 방해하고 친일파 청산을 가로막았던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런데요 이승만대통령은 아마 가장 반일적인 대통령이었을 거예요. 아주 철저한 반일주의자였단 말예요.”와 같이 밑도 끝도 없는 주장을 여과 없이 방송했습니다.
라. 일본 무역보복 당시 반일감정 조장하지 말라는 방송
〇 2019년 일본 정부의 일방적 수출규제 발표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무역보복이었습니다. 이에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이자 TV조선은 반일감정 조장하지 말라며 청와대를 비난하였습니다.
〇 TV조선 <이것이 정치다>(2019년 7월 15일)의 출연자 서정욱 씨는 우리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 “문제가 있다”며, 우리 정부가 일본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〇 그는 방송에서“무조건 이게 반일 감정에서 죽창, 배 12척, 뭐 이게 이런거 반일 감정 조장으로 되느냐.”, “그래서 이게 결론적으로 저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현 정권이 어떤 이게 국가 이익보다 정권의 이익을 더 고려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내년에 총선 앞두고 반일 감정, 이거를 이용하는 게 아닌가, 정치에.”와 같이 말하며 국민의 애국적 불매운동을 폄하했습니다.
〇 최근 방통위가 이같은 막말 출연자를 KBS 이사로 추천한 것에 대해 광복회는 큰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마.“끌려간 위안부는 없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이 학계에서 인정?
〇 2019년 발간 직후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반일 종족주의”(이영훈 著)는 일본군 성노예제와 일제 강제징용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등 역사를 일방적으로 왜곡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심지어 독도가 반일 종족주의의 최고 상징이고, 우리가 주장하는 독도 주장의 근거 중 틀린 것이 많다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〇 TV조선 <이것이 정치다>(2019/8/7)에 출연한 김근식 교수는 이영훈 교수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두고 “일종의 학문적 소수의견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이영훈 교수 등이 속해 있는 낙성대경제연구소를 “굉장히 공부를 열심히 하신 분들”, “다 학계에서는 인정을 받는 분들”이라며 추켜세우기도 했습니다.
〇 TV조선은 뉴스에서도 “'반일 종족주의'는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8월 9일)라며 책을 홍보하는 듯한 방송을 했습니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낙성대경제연구소에 삽을 들고 몰려와 항의했다”, “오물을 투척하는 범행을 저질렀다”는 식으로 시민들의 비판을 매도했습니다. 그 밖에는 저자인 이영훈 씨가 조국 교수를 고소했다는 내용을 보도했을 뿐, 반일 종족주의 책의 내용에 대한 비판적 견해는 전혀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3. TV조선‧채널A 종편 재승인에 대한 우리의 요구
〇 방송법 제6조(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제6항은 방송이 민족문화의 창달에 이바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TV조선과 채널A의 친일 반민족적 왜곡보도와 편파방송은 방송법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습니다. 방송의 공적 책임을 외면한 두 방송사에 대해 방통위가 재승인을 취소할 것을 엄중히 요구합니다.
〇 아울러 향후 방통위는 방송사의 재허가, 재승인 심사 기준에 “민족문화의 창달” 항목을 추가하고 실효성 있는 심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배점을 부여할 것을 요청합니다. 친일 반민족행위를 미화하는 방송을 근절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대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요구합니다. 2020. 4. 14 생존지사 및 독립유공자 유족 1,544명 일동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오직 표 구걸하며 부동산 투기 바이러스 퍼뜨리는 후보들
강바닥 파헤치기보다 나쁜 부동산 열풍
서울에 거주하는 38세 A씨는 서울 송파의 한 아파트를 6억 원가량에 부모님으로부터 증여받았다. A씨는 자녀 교육문제로 3년 전, 서울 강남구의 새 아파트를 14억 원에 추가로 구입하였다. 송파의 아파트는 현재 18억 원, 강남의 아파트는 현재 28억 원으로 각각 가격이 올라 50억 원에 가까운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가 되었다. A씨 초미의 관심사는 종부세, 양도세 등의 절세비법이다. 코로나19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수억 원을 낮춘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지만, A씨는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를 매도할 생각이 전혀 없다.
45세 B씨는 서울, 수도권의 부동산 규제가 강해지자 풍선 효과로 지방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갭투자로 투자할만한 지역을 물색하던 중, 3억4000만 원을 주고 전유면적 82㎡의 아파트를 구입하였다. 이 아파트는 작년 초반까지 3억 원 전후에서 거래되었으나 작년 4분기 3억 초중반대 가격에 실거래가가 형성되며 거래량이 폭발했다. 올해 1분기 실거래가는 4억 원 이상으로 올랐다. B씨 역시 자산을 불리는 방법은 부동산 투자가 정답이라 생각한다.
68세 C씨는 자식들에게 말하지 않고 조금씩 모아두었던 쌈짓돈 3000만 원가량을 가지고 있었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일 년에도 몇 억 씩 오른다는데, 은행에 넣어두어 봤자 1년 이자는 고작 몇 십만 원 정도였다. 평소에 밥도 잘 사고, 아는 것도 많은 지인이 은행에 넣어놓는 것보다 곧 개발되면 10배 이상 오를 수 있는 부동산에 투자하라고 권유하는 말을 듣고 쌈짓돈을 털어 투자 목적으로 토지를 매수하였다. C씨가 매수한 토지는 개발제한구역 자연공원법상 국립공원, 비오톱(생태현황지도)1등급지역의 임야 지분이었다. 산림의 유지, 보존 목적 외에는 사용수익이 불가능하므로 소유권이 유명무실한 토지다. 그럼에도 유사한 토지 지분은 실거래가 2000~5000만 원 정도로 계속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과 가격이 급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언제, 어떤 부동산을 구매했는지에 따라서 우연히 소수의 누군가는 부자가 되었다. 이들을 따라서 각자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부자가 되고자 부동산 환상을 쫒아 다닌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우리는 모두 불행해졌다.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은 가격 상승으로 보유세가 늘어나서 불만, 집이 없는 사람은 급격히 오른 집을 더는 살수 없게 되어 불만이다. 집을 산 사람은 더 많이 오른 집을 사지 못해 불만, 집을 판 사람은 팔고나니 더 올라서 불만이다. 부동산 환상과 투기 심리를 이용한 사기꾼들도 창궐한다. 이로 인하여 모두의 마음은 투기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3년간 19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으나, 부동산 가격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았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10~11억 원가량 거래되던 강남 은마아파트 가격은 올해 들어 20억 원까지 뛰어올랐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와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경제 위기상황에서 거래량이 급감하고, 호가를 낮춘 매물이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으로 가격 하락 안정 흐름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무려 19차례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불과 3년의 기간에 2배 가까운 가격 폭등세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불로소득 환수와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분명하고 확실한 메시지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공정과 정의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부동산 폭등이 일어났다. 강남 등에 소재한 고가 부동산일수록 가격 상승폭과 절대 금액이 더 컸던 부동산 시장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보통 시민이 가졌던 절망감,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문재인 정부 집권 중반기에 열리는 국회의원 선거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정부가 보다 강력하고 분명한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그로 인해 시민이 정부의 정책 의지를 의심하게 만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 투기 심리를 계속 자극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했고, 그로 인하여 시민이 받아온 고통에 대한 반성과 대책을 말해야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전임 국무총리이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국회의원 후보는 고가주택이 많은 강남3구를 찾아다니면서 종부세 완화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강남, 서초, 송파, 용산, 양천, 분당 등 고가주택 소재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후보들 역시 종부세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여기에 미래통합당은 한술 더 떠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로 부동산 가격을 높여주겠다, 고가주택 기준을 높이고 종부세 부담 상한을 낮춘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누구도 주거 안정에 관심이 없다.
정부의 부실한 정책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큰 고통을 받아온 국민이 앞에 있는데, 높아진 자산 가치를 계속 누릴 수 있도록 보유세 부담을 낮춰주겠다, 재산권을 지켜주겠다, 부동산 가격을 더 올려주겠다는 공약을 한다는 건, 국민을 기만하고 무시하는 처사다. 집권 여당을 포함하여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표를 구걸하기 위해 끝없이 가격을 올리고 부동산 소유자들의 얄팍한 욕망을 채워주겠다는 식의 공약을 남발한다. 그러나 강남에는 집주인만 있는 게 아니다. 다주택자, 종부세 납세자도 있지만 세입자도 있고, 원룸이나 고시원에 거주하는 저임금 노동자도 산다. (☞관련기사 : 총선주거권연대 "종부세 감면 공약 후보 통합당 22, 민주당 11, 정의당 0명")
실수요자임을 전제로 1가구1주택자 중 1억 원에 매입한 주택 값이 1억3000만 원까지 오른 사람도 있지만, 2억 원에 매입해서 20억 원까지 치솟은 집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1가구1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특혜는 1가구1주택의 지위를 이용한 또 다른 투기를 양산하기 마련이다.
주택보유수에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모든 주택구매자는 일면 투기 목적을 갖는다. 그렇다면 모든 1가구1주택자는 잠재적 투기꾼이 아닐까? 이들에 대한 세제 특혜가 똘똘한 한 채에 대한 투기 심리를 자극하고 강남아파트 원정투기를 부추겼다. 아직 2배로 폭등한 강남 아파트가격은 거래량만 줄었을 뿐 하락 안정된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는데, 아무리 표가 아쉽다 한들 벌써부터 종부세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이 말이 되는가. 어차피 공동체의 가치보다 내 재산 지키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십억 자산가들은 민주당에 표 주지 않는다.
지난 2018년 3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을 읽을 수 있는 개헌안 발표가 있었다. 이때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빈곤의 대물림, 중산층의 붕괴 등 양극화를 해소하는 길로서 ‘토지공개념’을 제시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대한민국의 비전, 통치 철학을 담고 있는 토지공개념은 불과 2년 만에 어디로 갔나.
토지공개념같은 거창한 명제로 포장하지 않더라도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과 정책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고통 받은 국민의 마음을 안다면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안정시킬 것인지를 공약으로 내세워야 마땅하다.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 급등으로 고통 받는 실거주 1가구1주택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부동산에 낀 거품을 걷어내서 과도한 세금을 내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고 이를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으로 천문학적인 재정을 지출해 토건사업을 부양하였다. 영화 <삽질>에 따르면 단기간에 22.2조 원 규모가 투입된 단군 이래 최악의 토목사업이라 한다. 4대강 사업이 뭇 생명을 해치는 그릇된 토건사업이었으나, 적어도 부동산 가격 급등을 이끌 지는 않았다.
그러나 차라리 강바닥을 파헤쳐 토건을 부양하였을지언정 부동산가격을 올려 서민에게 고통을 주지는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보금자리인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고자하는 철학을 갖고 정책을 폈던 것인지, 아니면 아파트를 때려짓는 것보다는 강바닥 파헤치는 것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였던 것인지, 아니면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하여 꺾인 투기심리가 아무리 규제를 풀어도 효과를 나타내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강바닥을 파헤치는데 재정을 때려 붓는 토목 사업이 적어도 국민의 얄팍한 욕망과 투기심리를 자극해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투기 바이러스에 감염시켜 고통과 불행에 빠트리지는 않았다.
지난 3년간 부동산으로 인하여 받아온 국민의 고통에 대한 반성과 이에 대한 대안을 내놓기는커녕, 집권 여당은 오히려 총선공약으로 종부세 완화를 스스럼없이 말하고 있다. 이 같은 판국에서 집권여당이 다수당이 된다면 원칙을 저버리고 길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그저 우려될 뿐이다. 조정흔 감정평가사 / 프레시안
코로나19 예산 증액, 기업엔 160조...노동엔 1.5조"
민주노동연구원 "기업 금융 지원과 해고 금지 연계해야"
코로나19 경제 위기로 인한 정부 증액 예산 중 기업 관련 예산은 약 160조 원에 이르는 반면, 노동 관련 예산은 1조 5000억여 원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노동연구원(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은 13일 위와 같은 분석 결과를 담은 이슈페이퍼 '문재인 정부 코로나19 대응 비판 - 고용·실업 및 노동자 지원 대책을 중심으로'를 발간했다.
민주노동연구원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현재까지 정부가 기업을 위해 증액한 예산은 158조3000억 원가량이다. 구체적으로는 △선제적 기업자금 공급 등 금융시장 안정화 100조 원+α △무역금융 추가 공급 등 수출활력 제고 36조 원+α △코로나19 피해 수출입 해외진출기업 긴급 금융 지원 20조 원 △스타트업·벤처 지원 2조 2000억 원 등이다.
반면 고용·실업·노동자 관련 증액 예산은 1조 5783억 원이다. △고용유지지원금 4000억 원 △일자리안정자금 4964억 원 △가족돌봄휴가 지원 530억 원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 2346억 원 △긴급복지 지원 2000억 원 △한시적으로 도입된 저소득층 구직촉진수당 508억 원 △노인일자리 활동비 선지급 1435억 원 등이다.
기업 관련 증액 예산이 대부분 금융지원책으로 이루어져 있기는 하지만, 규모로 보면 노동 관련 증액 예산의 100배에 이른다. 이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민주노동연구원은 정부에 가장 중요한 실업 대책의 하나로 기업 금융 지원과 해고 금지의 연계를 주문했다.
민주노동연구원은 "'고용 유지'를 위한 가장 실효적인 대책은 기업에 대한 천문학적인 규모의 금융 지원을 해고 금지와 연계하는 것"이라며 "기업 지원과 해고 금지를 분리하는 순간 정부는 고용에 관한 사회적 의무를 기업에 부과하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을 잃게 될 것이며 고용·실업 대책은 코로나19 대책에서 액세서리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용락 기자 / 프레시안
마지막 여론조사 미래한국당 더불어시민당 초접전
열린민주당 더하면 여권 비례정당 ‘강세’, 지역구 양자·다자대결 모두 민주당 우세
이번 조사는 제21대 총선 공표금지 기간 돌입 직전인 4월 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RDD 휴대전화 85%, RDD 유선전화 15%)을 대상으로 ARS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다 출처 : 미디어오늘
IMF “올해 한국 성장률 -1.2%, 세계 -3.0%”
올해 한국 성장률 3.4%p 하향조정
외환위기 이후 첫 역성장 전망
세계경제는 –3.0%…“대공황뒤 최악”
국제통화기금(IMF)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충격을 반영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면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하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도 -3.0%로 대폭 낮추면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은 14일(한국시각)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수정’ 자료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 1월 전망치(3.3%)에서 6.3%포인트 낮춘 -3.0%로 예상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이 세계 경제성장률 공식통계 집계를 시작한 1980년 이후 최저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0.1%였다. 국제통화기금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올해 하반기에 사라지면서 점진적으로 방역조처가 해제되고, 거의 모든 나라의 경제적 혼란이 2분기에 집중된다는 것 등을 전제로 이렇게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은 한국 전망치도 직전 전망치(2월, 2.2%)보다 3.4%포인트 낮춘 -1.2%로 제시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36개국 중 가장 높고, 전망치 하향 조정폭도 가장 작은 수준이다. 미국·유로존·일본 등 선진국 그룹의 성장률은 7.7%포인트 낮아진 -6.1%, 중국·인도·러시아 등 신흥개도국 그룹의 성장률은 5.4%포인트 하향 조정된 -1.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안드레아스 바워 국제통화기금 한국미션단장은 “수출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한국의) 성장 전망을 제약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코로나19 억제를 위한 한국의 전방위적 접근과 신속한 경기 대응 대책이 부정적 영향을 완화했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턱걸이 입성’ 될까…애타는 김홍걸·주진형·정운천·이자스민
더불어시민당, 17석 목표 아슬아슬…마지막 여론조사 적용 땐 15석
미래한국당도 15석 ‘아쉬운 성적표’ 공천 파동 등 여파 지지율 정체
정의당 7석, 열린민주당 5석, 국민의당 5석 예측 나와
민생당 3% 이상 득표 땐 시민·국민 1석씩 잃을 가능성
통합당 참패에 보수학자가 날린 직격탄 "해체를.."
"보수가 진정한 공화주의 세력으로 환골탈태해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총선결과 관련 입장 발표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개혁적 보수로 통하는 정치학자 윤평중 한신대 교수가 15일 총선에서 완패한 미래통합당을 가리켜 변화와 쇄신을 거부하는 "수구 정당"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민심이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21대 국회의원 선거의 의미’라는 제목의 글에서 "국민의 선택은 냉엄했다. 자칭 보수정당(사실은 수구정당)의 해체를 명령한 거나 마찬가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교수는 미래통합당 선거 참패의 배경으로 ▲수도권 표심에서 드러난 중도층의 이반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천민자본주의와 냉전반공주의에 의탁해온 보수정당의 한계 등을 꼽았다. 그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압승한 건 중도층이 정부여당을 선택했다는 걸 뜻한다"며 "경제위기에서 민심이 일단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사표시"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보수의 쇄신도 주문했다. 총선에서 표출된 민심의 현주소를 정확히 헤아려 합리적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보수가 진정한 공화주의 세력으로 환골탈태해야 잃어버린 국민 신망을 회복할 수 있다"며 "합리적이고 개혁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그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 과정은 느리고 고통스럽겠지만 그 길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단언했다.
윤 교수는 아울러 이번 선거에서 다시 맹위를 떨친 지역주의 부활도 경계했다. 그는 "지역주의의 재현 현상은 한국 정치의 후퇴"라며 "협치와 공존이 우리 사회의 영원한 숙제임을 아프게 일깨워준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합리적 보수를 표방하는 야권 인사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은 정치학자로 알려졌다. 그는 작년 12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에 날 선 비판을 한 바 있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근본 가치를 외면해왔다. 시효가 다 된 과거 위에 서 있다. 지나가버린 과거를 상징한다"고 했다./ 뉴시스]장세영 기자
경기도 토지 17.7%는 외국인 보유
미국 국적 보유자가 52.2%로 제일 많아
제주도는 중국 국적이 큰손…면적은 3.6%p↓
제주도 일대. 한겨레 자료사진.
중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제주도 토지 면적이 지난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외국인 보유 토지가 전체 면적의 17.7%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넓었다.
국토교통부는 16일 ‘2019년 말 외국인 보유 국내 토지 현황’을 발표했다. 자료를 보면, 2019년 말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토지는 전 국토의 0.2%(248.7㎢)수준으로 전년대비 3.0%p 증가했다. 늘어난 면적(728만㎡)은 여의도 면적(290만㎡)의 2.5배 너비다.
금액으로는 전년 대비 2.9%p 늘어나 30조7758억원(공시지가 기준) 규모였다. 국토부는 외국인 보유 토지 면적은 2014년 6.0%p, 2015년 9.6%p로 증가율이 높다가 2016년 2.3%p로 증가율이 둔화된 뒤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유 주체별로 보면, 미국 국적자(52.2%)의 보유 비중이 압도적이었으며 중국(7.8%), 일본(7.5%), 유럽(7.2%) 순이었다.
제주도의 ‘큰 손’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었다. 제주도 외국인 보유 토지(2183만㎡)의 42.5%(927.1만㎡)를 중국 국적자가 보유하고 있었으며, 미국(19.0%), 일본(10.9%), 유럽(2.4%) 순이었다. 중국 국적자의 보유 면적은 전년 대비 3.6%p 감소했다. 용도별 외국인 보유 토지는 레저용이 절반 이상(51.6%)을 차지해 전체 레저용 비중(4.8%)에 견줘 크게 높았다. 보유 주체도 제주도는 합작법인 형태가 39.8%로, 전체 합작법인 비중(28.6%)보다 높았다. 보유 주체별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외국국적 교포(55.6%)였는데, 제주도의 외국국적 교포 비중(25.6%)은 절반 수준이었다.
외국인들이 토지를 가장 많이 보유한 지역은 경기도로 경기도 전체 면적의 17.7%(4390.4만㎡)에 달했다. 경기도의 외국인 보유 면적 증가율은 5%p(208만㎡)로 평균을 전체 상회했다. 경기도에 이어 전남(15.5%), 경북(14.7%), 강원(8.9%), 제주(8.8%) 순으로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았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여당 압승에 ‘이게 모두 황교안 탓’이라는 그 신문들
[아침신문 솎아보기] 4·15 총선 결과 여권 180석 육박…거대 양당 비례대표 싹쓸이 지적, 보수진영서 ‘황교안 책임론’ 맹비난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4·15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비례위성정당격인 더불어시민당 몫을 합쳐 180석 가까운 의석이 민주당에 돌아갔다. 총선 다음날인 16일 종합일간지들은 모두 ‘민심이 국정안정을 택했다’고 입을 모았다. 보수 성향 신문의 경우 황교안 대표의 책임론을 강하게 물으며, 민주당의 승리가 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래는 이날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민주당 ‘단독 과반’…범여권 180석 가능
국민일보: 민주 압승…코로나 민심, 강한 정부 택했다
동아일보: ‘국난 극복’ 힘실은 민심…與 압도적 과반
서울신문: 177석, 역대급 슈퍼여당
세계일보: 민주당 대승…민심은 야당에 등돌렸다
조선일보: 민주당 전례없는 압승…범여 180석 넘었다
중앙일보: 민주당 압승, 코로나 민심은 안정을 택했다
한겨레: 민주 170석 안팎…집권당 최대 압승
한국일보: 여권 180석 근접…코로나 표심 쏠렸다
이번 선거는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안정적 대처와 제1야당인 통합당의 실책이 고루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한겨레 1면 기사(인터넷판: 민주 180석 육박…집권당 최대 압승)는 “조국 사태의 여파와 비례위성정당 창당, 마스크 대란 등으로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은 정부의 코로나 방역이 국제사회의 호평을 받으며 흐름을 뒤집었다. 통합당은 선거운동 기간 후반에 터진 김대호·차명진 후보의 잇따른 막말로 판세를 뒤집을 기회를 놓쳤다”고 해석했다. 서울신문은 10면 기사(‘코로나 난국’에 野 자충수 결정타…중도·젊은층 집결했다)에서 여당 승리 요인으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야당의 정권심판 무력화 △중도층·3040결집 △제3지대 약화 등을 꼽았다.
▲ 21대 총선 다음날인 16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모음.
중앙일보는 2면에 “트럼프 ‘SOS’, 막판 재난지원금…민주당 승리 도왔다(인터넷판: 트럼프 ‘SOS’, 막판 재난지원금…민주당 승리 부른 5장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의 ‘코로나 SOS’ △긴급재난지원금 경쟁 △통합당 잇따른 막말 △통합당 공천 파동 △민주당의 조용한 선거 콘셉트를 핵심 요인으로 분석했다. “4·15 총선 결과는 여야가 보여줬던 몇 가지 상징적인 장면에서 유권자 표심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래통합당은 공천 내홍과 막말 논란 등이 악재가 되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 등이 먹혀들었다”는 것이다.
공천파동과 막말파동으로 시끄러웠던 통합당과 달리 “민주당이 보여준 ‘조용한 선거’ 콘셉트도 표심에 주효했다는 평가가 많다”는 분석도 내놨다. “민주당은 전략 홍보유세 매뉴얼에서 ‘코로나19의 비상상황 속에 치르는 선거’로 규정하면서 “기존 면대면 유세 방식에서 탈피한 조용한 선거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민주당 후보들은 조용한 선거 기조에 맞춰 로고송을 크게 틀거나 선거운동원이 율동하는 것을 자제했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황교안 대표를 누른 이낙연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는 2면 기사(‘정치 1번지’ 종로 입성…대선열차 승강장에 선 이낙연)에서 “종로를 벗어나 수도권, 충청, 부산 등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에 나섰고 후보 40여명의 후원회장을 맡으며 당내 인맥도 넓혔다. 게다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범여 180석 확보 발언’ 등 각종 구설수가 터질 때마다 이 후보가 나서 ‘겸손’과 낮은 자세를 강조하며 중도층 민심을 끌어온 것도 성과”라 평가했다.
▲ 4월16일자 서울신문 10면 기사.
한겨레 2면 기사(의석 이상의 상징적 승리…‘이낙연 대세론’ 굳히기) 역시 이 위원장을 두고 “선거 기간 내내 각종 여론조사에서 황 대표를 여유 있게 앞서간 그는 경기·부산·경남·충남·충북·경북을 돌며 경합 지역 판세를 바꾸는 데 힘을 보탰다”며 “이 위원장의 다음 목표는 민주당의 당권 레이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겨레는 향후 이 위원장 과제가 “당의 열성 지지층인 친문재인 세력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라며 “문제는 차기 주자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려고 할 경우,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문 대통령과 정치적 거리두기가 불가피해진다는 점이다. 친문 세력의 ‘용인’ 아래 문 대통령의 후원을 업고 영향력을 키워온 이 위원장으로선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정치적 시험대에 서게 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보수 성향 신문들은 통합당 참패의 책임을 황교안 대표에게 돌리며 맹비난을 쏟았다. 조선일보 5면 기사(공천 번복·제명 파동으로 자멸…중원·중도층 다 날렸다)는 “통합당 패배 원인으론 ‘친황(親黃) 공천 파문’ 등으로 당 혁신이 용두사미가 된 점, 선거운동 과정에서 황 전 대표의 거듭된 말실수, 일부 후보의 막말 논란과 이들에 대해 ‘제명’ 조치도 제대로 못 한 황 전 대표의 허약한 리더십 등이 거론된다”며 “선거 직전 잇따른 말실수와 ‘막말 사태’는 결정적 패인으로 거론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에서 김순덕 대기자의 ‘김순덕 칼럼’ 제목도 “황교안 역할은 끝났다”였다. 김 대기자는 “황교안이 진정 나라가 무너지는 것을 막을 결심이었다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도, 유승민 홍준표 김세연과도 손잡고 총선에서 이겨야 했다. 대표직 아니라 정계 은퇴라도 걸고 지지를 호소했다면 감동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황교안은 삭발 뒤 잘생긴 두상을 드러냈을 때 말고는 어떤 감동도 안겨주지 못했다”며 “막힌 꼰대 이미지의 통합당과 황교안은 너무나 비슷해서 죽기 아니면 까무러쳐야 할 수구우파 정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잉 의전을 마다하지 않는 관료 체질에 유머감각은커녕 자신의 말실수를 비판하는 것조차 노여워하는 ‘그릇’으로는 청년과 여성, 3040세대를 끌어들이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 4월16일자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
특히 “황교안이 박근혜 정부 시절 총리로서 불통의 대통령에게 직언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최순실 씨가 청와대를 출입했다는 의혹도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한 국회 기록이 남아 있다. 그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정치인을 수권 정당의 대표로, 차기 대통령감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황교안의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황 대표가 차기 대권을 꿈 꿔선 안 된다고 비난했다.
중앙일보 3면 기사(대안 없는 보수의 몰락, 중도층 껴안기 실패했다)는 통합당의 해묵은 선거 전략이 민주·통합 간 격차를 벌인 결정적 이유가 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국면을 비롯해 20대 국회 내내 지나치게 정부·여당 발목 잡기에 치중한 것도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이재묵(정치외교학) 한국외대 교수는 중앙일보에 “여당에 대해 인정할 건 인정하고, 도와줄 건 도와주는 모습이 있었어야 했는데 야당이 사법 개혁이든 경제 개혁이든 간에 사사건건 싸움만 붙었다”며 “코로나19로 민심 균형이 민주당에 기울면서 통합당 입장에서는 대통령 임기 중반인데도 총선에서 패배하는 충격적 결과를 맞았다”고 했다.
통합당 패착에 원인을 집중한 보수신문 분석은 ‘여당 압승이 현 정부 정책에 대한 지지는 아니다’라는 주장으로 귀결됐다. 조선일보 사설(기록적 與 압승, 전례 없는 이 힘을 국민 위한 정책 전환에 쓰길)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시점에 치러진 선거에서 이렇게 큰 승리를 거두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야당의 지리멸렬에 있다”며 “유권자들이 여권에 압승을 안겼지만 이 무소불위의 권력에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사설(국난 극복 위해 여당 손 들어준 민심 겸허히 수용해야)도 “정부·여당은 힘을 실어준 선거의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 절대 오만해선 안 된다”며 “소득주도 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 정책에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속히 바로잡고, 긴급재난지원금 등 초확장적 재정 정책에 대해서도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일보 사설(엄중한 총선 민의 직시해 낡은 정치 쇄신하라)도 “국민은 문재인정부 국정 운영에 합격점을 준 것일까.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해 기존의 정책 방향을 고수해도 좋다는 의미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며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정부여당의 오만과 독주다. 그동안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성찰과 반성보다는 총선 승리에 취해 국정을 독선적으로 끌고 가려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경제 문제만 해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깊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 4월16일자 한겨레 5면 .
한편 민주당과 통합당이라는 거대양당의 위성정당이 전체 비례대표 의석 80% 이상을 싹쓸이하며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일보 사설(거대 정당 횡포로 귀결된 비례 위성 정당)은 “비례 위성정당이라는 꼼수와 반칙을 감행한 거대 양당이 비례 의석마저도 싹쓸이해 갔다. 거대 정당의 과잉 대표성을 완화하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는다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며 “비례 투표 용지에 기호 1번과 2번 정당이 없고, 모정당과 위성정당이 선거법을 농락하며 꼼수 선거운동을 벌이는 비정상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제3지대가 실종되고, 소수 정당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야 하는 상황은 정당 정치의 후퇴이자 실패”라 비판했다.
한겨레 사설(양당 독점 강화한 선거법, 21대 국회서 손봐야)도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는 비례 위성정당을 만든 건 헌정사에 남을 부끄러운 일이다. 더욱이 ‘의원 꿔주기’ ‘1+1 패키지 선거운동’ 등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유권자를 혼돈에 빠뜨렸다. 두 거대 정당의 이런 행태 때문에 작은 정당의 지역구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 선택이 사표가 되는 현행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완하려 도입한 ‘1인 2표제’도 사실상 무력화했다”며 “21대 국회는 즉각 선거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다양한 색깔의 작은 정당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를 만드는 데 앞장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경향신문 사설(되살아난 지역주의, 개탄스럽다)의 경우 “통합당은 대구·경북의 25개 지역구를 사실상 석권했다. 광주·전남 18개 지역구는 민주당이 독차지했다”며 지역주의 강화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경향신문은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될 정도로 특정 정당의 패권이 계속된다면 그 정당은 오만해질 수밖에 없다. 지역주의를 되살린 책임은 대결정치로 일관한 거대 양당에 있다. 미래통합당이 시작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꼼수는 극단적 진영대결을 불렀고, 이것이 지역주의 강화로 이어졌다”며 “양당의 대결정치가 강화될 수밖에 없어 우려스럽다. 지역주의 허물기에 도전한 여야 후보와 지지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거대 양당의 뼈아픈 자성을 촉구한다”고 했다.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4·15 총선에서 참패한 조선일보
시대착오 프레임 공세, 영상매체 부상에 보수신문 영향력 감소…‘정치·언론·검찰’ 유착 주류서 밀렸다는 분석도
21대 총선을 앞두고 조선일보는 두렵다고 했다. 총선 당일 “이 정권이 2년 뒤 대선에선 어떤 일을 벌일지 두려울 정도”라고 사설을 마무리했다. 전날인 14일 ‘김대중칼럼’에선 “이번 선거처럼 마음이 무겁고 결과가 두려운 선거가 있었는지 기억이 없다”고 했다. 이유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미래통합당이 선거구도에서 밀리고 있어서다. 정권 만3년, 회고적 투표 성격이 짙은 시점인데도 제1야당이 참패했다. 조선일보의 주요기사 상당수가 통합당 논평으로 이어진 마당에 통합당만의 실패로 보긴 어렵다. 조선일보가 이번 총선을 두려워한 다른 이유가 더 주목할만하다. 더는 보수신문이 여론시장과 선거판을 주도할 수 없어서다.
조선일보는 여전히 ‘1등’ 신문이다. 유일하게 유료부수 100만 부가 넘는다. 조선일보는 총선 당일까지 정치면뿐 아니라 1면과 사설, 사진기사에서도 통합당을 전폭 밀어줬다. 그럼에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
▲ 총선 당일인 15일 조선일보 1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두운 표정이지만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살짝 미소짓는 표정이다. 9대 일간지 중 유일하게 투표독려가 아닌 대통령 비판 기사를 1면톱에 실었다.
우선 프레임 자체가 낡았다. 조선일보는 총선을 앞두고 친문독재저지(정권심판론), 조국 프레임, 여당에만 유리한 선거법, ‘재난지원금=포퓰리즘’ 등의 프레임을 내걸었다. 하나씩 뜯어보면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어려운 주장들이었다.
선거법 개정은 여당을 포함해 거대 양당이 의석을 과점하는 구조를 바꾸고 선거의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선거법이 통합당에만 불리하다는 주장은 우매한 대중을 선동하는 수준의 궤변이었다.
조선일보는 통합당이 ‘조국 대 반조국’ 구도를 만드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평가하며 이를 지원했다. 여당의 위선, 불공정성을 드러내려는 시도였지만 사실 흘러간 이슈였고 조선일보의 노력으로 되살리지 못했다. ‘조국 대전’이라고 부를 만한 경기 남양주병에서 조국 법무장관 시절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용민 후보가 ‘조국 저격수’였던 주광덕 통합당 후보를 꺾었다. ‘조국키드’로 불린 경기 안산단원을 김남국 후보는 조선일보 단독보도로 여성비하 논란까지 더해졌지만 당선됐다.
코로나 사태로 정부를 비판한 것도 오판이었다. 조선일보는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했다”거나 “‘모범 방역’ 우기려 국민을 험지로 내몬다”고 비판했다. 서구선진국 코로나 상황과 비교할 때 와닿기 어려운 주장이었다. 오히려 코로나 방역 성과가 다른 정부 실정까지 상쇄한 양상이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나 자치단체의 재난수당 등을 ‘총선용 돈 살포’, ‘포퓰리즘’이라고 명명한 것도 조선일보 프레임이 얼마나 낡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보수언론은 복지공약이 나올 때마다 포퓰리즘·세금낭비라고 비난해왔다. 하지만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기초연금 인상 등 보편복지를 주장했고 당선됐다. 선거국면엔 민심을 읽고 경쟁상대를 누르는 ‘정치’를 해야지, 조선일보처럼 관성과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정책을 ‘고집’해선 선택받지 못한다는 게 이번에도 드러났다.
코로나 이후 경기 악화로 국민들에겐 지원이 절실하다. 대부분 현재 정부가 결정한 지원액을 ‘돈 살포’로 받아들일 만큼 과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조선일보와 사실상 동맹관계인 통합당조차 각종 재난수당을 주장하며 조선일보 프레임을 외면했다.
다수 유권자 눈에 띄지 않았겠지만 조선일보는 ‘북풍’과 ‘대통령 총선개입’에도 불을 지폈다. 선거판에 영향을 끼치지 못함은 물론 이를 받아쓰는 언론도 거의 없었다.
▲ 사전투표일인 지난 11일 조선일보는 총선 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까지 실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11일 ‘김일성 모자 쓴 김정은 “포탄에 눈 달린 듯 명중”’이란 기사를 다른 면도 아닌 4·15총선면(6면)에 배치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도 옆에 실었다. 북한이 발사체를 발사하기 전이다. 선거 전날 북한이 발사체를 쏘자 15일 조선일보는 이를 1면에 배치했다. 동아일보는 선거면 톱기사로 이 소식을 보도했다.
문 대통령이 총선에 개입했다는 보도도 수차례 나왔다. 조선일보는 지난 9일 사설에서 대통령이 8일간 5회 지역을 찾았다며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총선 당일 1면 톱에서 대통령이 선거 전날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지시했다며 “추악한 매표행위”, “금권선거”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13일 기획기사로 한면을 털어 ‘투표를 앞두고 코로나 검사를 못하게 해 확진자수가 감소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 신문은 14일 선거면에서 한 사회복지관의 ‘기표소 들어가 도장 1번만 찍으세요’란 유인물이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을 찍으라는 것’이란 주장을 ‘논란’이라며 전했다. 선거전 보수언론의 다급함이 느껴지는 무리한 보도였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14일 한겨레TV에서 최근 보수언론 1면 기사를 언급하며 “코로나 충격으로 인한 경제·사회 붕괴를 막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언론도 지구적 차원의 재난에 맞서 인간과 공동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공론형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겨우 한차례 선거 승패에 매달릴 때가 아니”라며 “보수언론이 지금처럼 편파 보도를 계속하면 신뢰를 잃고 우리 사회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가 영향력을 잃었다는 다른 표현이다.
언론계 내에서 조선일보 입지가 좁아지기도 했다. 과거 펜기자들이 강했다면 민주화 이후 PD·아나운서 등 방송언론인의 힘이 커졌고 이들이 언론자유를 주장하며 입지를 넓혔다는 분석이다. 고재열 전 시사IN 기자는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012년 방송사 총파업 때부터 ‘대한민국 주류가 교체된다’고 봤다”며 “이때 파업한 90년대 사번이 지금 방송사 임원들”이라고 말했다.
올드미디어 쇠퇴도 한 원인이다. 신의한수(123만), 진성호방송(87만), 펜앤드마이크TV(67만), 김태우TV(60만) 등 보수진영 주요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수만으로 조중동 못지않다. 그러나 허위정보나 막말을 유통하는 플랫폼이라 외연 확장이 필요한 선거판에 도움이 되긴 어렵다. 반응이 뜨겁고 지지층 결집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통합당도 조선일보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 지난해 2월27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황교안 당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통합당이 조선일보 기대에 어긋난 건 이번 선거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3월 당대표 선거에서 조선일보는 오세훈를 밀었지만 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은 황교안을 택했다. 이는 보수야당이 박근혜를 버려야 한다는 2016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탄핵정국에서도 나왔던 조선일보의 ‘주문’이다. 결국 황교안 대표는 종로에서 참패했고 선거결과에 책임지며 대표직을 내려놨다.
이번 총선은 정치·언론·검찰의 유착이 끊어지는 구조변화일 수 있다. 고 전 기자는 “이번 총선은 구시대의 정언검(통합당·조선일보·정치검찰) 유착이 2류로 전락하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 검찰개혁 집회를 더해 보면 일리 있는 분석이다. 이래저래 조선일보의 시대가 지고 있다.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이메일 바로가기
정말 교묘해보이는 조선일보 선거 사진 보도들
[비평] 사진기사 활용한 교묘한 지면배치…총선 당일 1면에 어두운 표정의 이해찬 사진, 유권자 사진인데 핑크빛
사진기사는 단시간 내에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 무의식중에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메시지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조선일보 사진보도를 보면 신문사의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n번방 정치권 연루설 기사 옆 이낙연 사진
지난 11일 조선일보는 4면(4·15총선면)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천안 후보들과 식사하는 사진기사가 실렸다. 이 사진을 감싸고 있는 글기사는 “요란했던 주말 폭로설…‘한방’은 없었다”란 제목으로 미래통합당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n번방 사건)’에 여권 인사가 연루됐다는 제보가 있다고 밝히는 내용이다. 통합당은 지난주에 ‘이낙연 위원장 아들 연루설’을 언급해왔다.
▲ 조선일보 11일자 선거면
악의적 지면구성이라 비판받을 만하다. 선거를 일주일도 안 남긴 시점에 실체가 없는 루머와 이 위원장 사진을 배치하면 ‘진짜 이낙연 아들이 연루된 것 아닌가’하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특히 “‘한방’은 없었다”는 제목으로 연루설이 허위가 아닐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어두운 표정의 이해찬, 사과하는 통합당
총선 당일인 15일 조선일보 1면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각각 유권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사진이 나란히 실렸다. 두 인물의 표정이 대비된다. 이 대표는 입을 굳게 다물고 다소 어두웠지만 이에 비하면 김 위원장은 살짝 미소짓는 표정이다.
▲ 총선 당일날 아침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통합당의 ‘읍소전략’을 이번에도 강조했다. 지난 11일 “차명진 즉각 제명은 피해…통합당 종일 소란”이란 기사와 나란히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큰절하는 사진을 배치했다. 차명진 후보의 막말에 황 대표가 사과하는 모양새를 조선일보가 만들어준 것이다. 전날인 10일 김종인 위원장이 통합당 후보들 막말에 사과하며 고개숙인 사진도 실었다. 지난 13일엔 격전지인 경남지역 통합당 후보들이 큰절하는 사진을 정치면에 실었다.
▲ 10~13일 조선일보. 미래통합당의 '읍소전략' 관련 사진기사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 후보들이 세월호 참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서울역광장에서 시민들에게 큰절했고, 2016년 총선 당시엔 자신들이 오만했다며 대구에서 김문수 후보 등이 큰절했다. 2017년 대선 때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부산에서 큰절했고,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경북 지역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후보자들이 큰절했다.
핑크옷 입은 유권자(?)
▲ 조선일보 8일자 사진기사(위)와 동아일보 9일자 사진기사.
지난 8일 정치면에는 유권자들 사진기사가 실렸다. 사진기사 제목은 “공약 한번 들어봅시다…마스크 쓴 시민들 북적”으로 마스크에 초점을 줬지만 사진 곳곳에는 통합당을 상징하는 핑크색 웃을 입은 이들이 많았다. 어두운 겉옷 안에 핑크색 옷을 입은 이들뿐 아니라 심지어 통합당 선거운동원으로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다음날인 9일 동아일보도 선거면에 “마스크 속 민심 어디로”라는 사진기사를 실었는데 핑크색 옷이나 머플러를 한 이들이 많이 보였다.
없던 빚 만들어 돈다발 사진까지
지난 8일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 “1400만원 빚있는데, 또 빚내 100만원 준답니다”와 함께 “당신이 갚아야 할 나랏빛 이만큼…알고 계셨습니까”란 제목의 사진기사를 함께 실었다. 사진은 누군가 1만원짜리 돈다발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서 1400만원이란 국가채무를 국민 수로 나눠 ‘국민 1인당 국가채무’라는 허구의 개념이다. 국가채무는 국민들이 나눠서 갚을 빚으로 볼 수 없다.
▲ 조선일보 8일자 1면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디어오늘 기고에서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정부가 채무자가 되지만 외국인 투자분(약 15%)을 빼면 국민들이 채권자가 되기 때문에 국가채무를 국민 수로 나눈 ‘1인당 국가채무’란 개념은 성립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긴급재난지원금 등 정부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국민들이 각 1400만원씩 빚을 졌다는 기사에다 이를 시각화하는 돈다발 사진까지 곁들인 왜곡보도다.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416 경향사설]되살아난 지역주의, 개탄스럽다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역 독점이 두드러졌다. 통합당은 대구·경북의 25개 지역구를 사실상 석권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31년 만에 대구에 뿌리를 내렸던 수성갑의 김부겸 후보도 낙선했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의석수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영남 유일 진보정당 의원이던 경남 창원성산의 정의당 여영국 후보도 패했다. 호남에서는 민주당이 압승했다. 광주·전남 18개 지역구는 민주당이 독차지했다. 보수당의 명맥을 잇던 2석도 사라졌다. 지난 총선의 국민의당 돌풍 같은 제3 정당의 약진도 없었다. 동서가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선명하게 갈렸다.
영호남 지역주의에 파열구를 냈던 20대 총선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김 의원의 대구 당선을 비롯해 영남에서 9석을 얻으며 보수당 독점체제를 무너뜨렸다. 전남 순천·곡성의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 이정현 후보는 13대 총선 이후 첫 보수당 후보의 광주·전남 당선이란 기록을 세웠다. 이번 총선에서는 그 흐름이 이어지지 못했다. 균열을 보이던 지역주의는 다시 공고해졌다. 지역주의 타파의 흐름을 이어가기는커녕 퇴행했다.
지역주의는 한국 정치의 가장 큰 폐해 중 하나다. 고질병 같은 지역주의는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정치발전을 가로막아왔다.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 정치지형은 지역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될 정도로 특정 정당의 패권이 계속된다면 그 정당은 오만해질 수밖에 없다. 지역주의를 되살린 책임은 대결정치로 일관한 거대 양당에 있다. 미래통합당이 시작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꼼수는 극단적 진영대결을 불렀고, 이것이 지역주의 강화로 이어졌다. 양당의 대결정치가 강화될 수밖에 없어 우려스럽다. 지역주의 허물기에 도전한 여야 후보와 지지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거대 양당의 뼈아픈 자성을 촉구한다.
세월호 관련 혐오표현, 누가 어떻게 퍼뜨렸나
벚꽃이 흩날리면 마음이 먼저 주저앉는다. 어느덧 6년째다. 김광배씨(53)는 “해마다 벚꽃이 보이면 나무를 다 베어버리고 싶다”고 했다. ‘기념일 반응’으로 불리는 증상이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 김건우 군의 아버지다. 그는 4월 16일이 다가오면 매번 우울감·불안을 겪는다.
경기 안산 단원고에는 4월이면 벚꽃이 늘 만개했다. 2014년 4월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우리 아이들이 2014년에 반별로 벚꽃나무 아래서 찍은 사진이 있는데, 사진이 자꾸 떠올라 벚꽃을 제대로 보기가 어렵다”고 했다. 올해는 벚꽃이 예년보다 14일이나 빨리 피었다. 보채듯 찾아온 봄기운은 불청객이었다.
벚꽃이 필 때마다 그의 속이 문드러지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이다. 해마다 4월 16일 전후로 쏟아지는 ‘혐오’에 대처해야 한다. 유족들은 벚꽃과 함께 “지겹다”, “돈이 그렇게 좋으냐”는 등의 혐오표현을 마주한다. 그는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김씨의 예상은 꼭 들어맞았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 6주기와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겹쳤다. 6주기를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세월호 참사를 ‘해상 교통사고’라고 빗댄 보수 유튜버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차명진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자는 방송토론회에서 세월호 혐오발언을 해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됐다.
<주간경향>이 단독 입수한 연구보고서 ‘재난 피해자 명예훼손 등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을 보면 주요 정치적 변곡점마다 세월호 혐오표현은 얼굴을 드러냈다. 이 보고서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연구팀에게 용역을 맡겨 제작했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지난 3월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6주기 추모의 달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앞서 유족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이슈마다 등장한 혐오표현
혐오표현이란 소수자를 향한 편견·차별을 확산하고 조장하는 행위나 소수자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멸시·모욕·위협을 하는 표현을 뜻한다. 연구팀은 세월호 혐오표현 33개를 추린 뒤 종합일간지 10개사, 방송 8개사, 인터넷 언론 7개사 기사를 검색했다. 기간은 2014년 4월 16일에서 2019년 6월 30일 사이였다. 혐오표현을 포함한 기사는 총 5727건이었다. 긍정·중립·부정 보도를 모두 아우른 수치다. 혐오표현을 비판한 기사도 집계됐다는 의미다. 유족과 희생자를 겨냥한 혐오표현이 담긴 기사가 각각 3030건과 1448건으로 가장 많았다.
보고서는 “특정 시점마다 세월호 혐오표현이 특정 정치세력의 의해 나온다는 점에서 다른 혐오표현과 차이가 있다”고 했다. 보통 혐오표현은 오랜 억압의 전통 속에서 사회적 편견이 맞물려 표출된다.
2014년 4월 22~23일과 2019년 4월 16~17일에 혐오표현을 포함한 기사가 급격히 늘어났다. 박근혜 정부 책임론이 거세게 불거진 세월호 참사 일주일 뒤와 세월호 참사 5주기인 시점이다. 2014년 4월 22~23일에는 ‘종북’·‘빨갱이’ 등 혐오표현을 담은 기사가 190건에 달했다. 2019년 4월 16~17일에는 ‘지겹다’는 혐오표현이 담긴 기사가 160건을 넘었다. 차명진 전 의원과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각각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라는 혐오발언을 한 시기였다.
세월호 혐오표현인 ‘교통사고’가 포함된 기사량이 늘어난 시기도 눈에 띈다. 연구팀은 교통사고를 ‘사건의 부인과 축소’ 혐오표현으로 규정했다. 교통사고가 포함된 세월호 기사는 2014년 7~8월(52건), 2018년 1월(16건)에 크게 늘어났다. 2014년 7~8월에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됐던 시기다. 2018년 1월에는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활동 방해 수사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발화자(發話者)는 주로 안상수·이완구·주호영·홍문종 등 현 미래통합당 계열의 보수정당 의원이었다. 보고서는 “보수정당 의원들이 협상력 극대화를 위해 혐오표현을 이용했다”고 봤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추세를 읽을 수 있다. 중앙대 사회학과 석사 졸업생 강태수씨와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해 쓴 논문 <세월호 ‘노란 리본’과-일베의 ‘폭식 투쟁’ 공감과 혐오의 전형과 그 비전형적 생활세계>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일베)’를 분석했다. 일베에서는 주요 정치적 국면마다 세월호 관련 게시글 빈도가 늘어났다. 일베는 세월호 혐오표현의 주요 확산지 중 하나다.
논문은 이전 달과 비교해 세월호 게시글이 많이 증가한 시점으로 2015년 4월과 2016년 4월, 2016년 12월을 꼽았다. 2015년 4월은 세월호 1주기였다. 2016년 4월은 20대 총선과 세월호 주기가 맞물린 시기였다. 2016년 12월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이 불거진 시점이었다. 논문은 “일베 유저는 세월호 참사가 우파 진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가 발생한 시점에 세월호 참사에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이익 챙긴 언론
혐오표현의 주된 전달자는 언론이었다. 언론은 혐오표현을 정제하지 않고 보도해 클릭수 장사를 하거나 정파적 입장을 강화했다. 어묵·오뎅’은 피해자를 증오하고 조롱하는 반인륜적 세월호 혐오표현이다. 연구팀이 재판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세월호 참사 당일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쓰인 혐오표현이다. 2015년 1월 27일 20대 남성이 일베에 관련 게시물을 올리며 논란이 커졌다.
세월호 혐오표현 중 가장 많은 수치인 903건이 보도됐다. MBN은 150차례나 보도했다. 게시물을 올린 피의자의 수사·재판 과정과 어머니의 사과가 보도되면서 혐오표현이 반복해 등장했다. “세월호 생존 학생 모욕 사진 논란, 어묵 들고 하는 말이… 충격”(MBN, 2015년 1월 27일), “단원고 일베 논란 ‘친구 먹었다’ 충격적 사진의 정체는?”(<서울신문> 2015년 1월 27일), “일베 어묵 피의자, 어머니 공개 사과… 왜?”(<서울신문> 2015년 8월 1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수원 4·16연대와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가 지난 4월 8일 오전 경기도 수원역 문화광장에서 ‘4·16 표지석’ 설치식을 하고 있다. / 수원 4·16연대 제공.
자극적인 제목은 조회수 증가와 수익 증대로 이어진다. 연구팀은 “기사 대부분이 황색 저널리즘 형태의 선정적인 제목을 달고 있었다. 기사가 지나치게 반복 노출돼 혐오표현 각인 효과를 부른 측면도 있다”고 했다.
언론이 정파적 이익을 대변하는 과정에서 혐오표현을 부추긴 사례도 나왔다. ‘대입특례’는 당초 중립적인 표현이었지만 언론의 보도태도로 인해 혐오표현이 된 사례다. 대입특례 이슈는 세월호 혐오표현 중 유일하게 방송보도가 신문보도보다 많았다. KBS(15건)와 SBS(14건) 보도량이 많았는데, 문제의 보도는 MBC에서 나왔다. MBC는 2015년 1월 6일 대입특례를 유족들이 요구한 것처럼 보도했다. 유족들은 ‘악의적 보도’라며 반발했다. 연구팀은 “가치중립적인 단어인 ‘대입특례’는 언론에 의해 확산되는 과정에서 단원고 학생들과 유가족들이 피해자가 되어버린 이례적 사례”라고 분석했다.
MBC는 연구팀이 추린 33개 세월호 혐오표현을 39건의 보도에서 다뤘다. 이중 37건(94.9%)을 단순 인용 보도했다. 혐오표현을 비판적 분석 없이 단순 인용 보도하면 혐오표현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다. MBC는 세월호 피해자를 부정적 보도 태도로 다루기도 했다. MBC(44건)는 <조선일보>(147건), TV조선(111건) 다음으로 부정적 보도 건수가 많았다.
“혐오표현 세부 규제해야”
보고서에는 검·경이 수사한 세월호 혐오표현 사건 210건을 추려 분석한 결과도 담겼다. 수사 중인 사건과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사건 모두 포함됐다. 혐오표현 발화자는 정치인이나 언론인이 아닌 일반 시민이다.
발화자를 보면 10대(47명)와 20대(64명)가 각각 22.3%와 30.4%로 가장 많았다. 세월호 혐오표현이 상당수 온라인 공간에서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혐오표현 피해 대상은 주로 유가족(159건·75.7%)과 참사 희생자(48건·22.9%)였다. 반인륜적인 증오 표현(65건·31%), 모욕(60·28.6%)이 많았다. 연구팀은 “혐오 강도가 낮으면 불기소나 기소유예가 돼 재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혐오표현이 담긴 사례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019년 12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입구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50차 전원위원회의에 출석하려는 김기수 비상임위원을 막고 있다.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임명된 김기수 비상임위원은 프리덤뉴스 대표이자 변호사로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서 세월호 유가족 등을 고발한 대리기사 쪽 무료 변론을 맡았다. 프리덤뉴스는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라고 보도했던 매체다. / 김창길 기자
보고서는 세월호 혐오표현의 확산에는 ‘정치적 동기’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결론지었다. 온라인에서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혐오표현보다 정치적 동기에서 나오는 세월호 혐오표현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취지다.
연구팀은 “참사 당일부터 세월호 혐오표현은 온라인 공간에서 극단적인 반인륜인 증오표현의 형태로 발화됐다. 억압되고 소외된 청소년층이 혐오표현의 주요 발화자로 가세했고, 세월호 혐오표현의 발생 원인이 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세월호 혐오표현의 생성·확산은 정치적 원인이 크다. 보수세력은 세월호 참사를 정쟁의 대상, 정치적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혐오표현을 의도적·조직적으로 생성·확산했다”고 봤다.
연구팀은 언론에 구체적인 혐오표현 보도준칙을 제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회적 재난 및 혐오표현에 대한 보도지침 합의’로 개별 언론사의 자체 보도준칙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정부 차원의 혐오표현 규제는 세분화해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혐오표현은 국가가 나서서 단호하게 규제해야 하는데, 지금은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며 “규제 방식을 다양하게 하면서 혐오표현의 수준별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자율 규제를 유도하는 방식, 행정지도를 하는 방식, 구체적 양형기준으로 제한하는 방식, 기소나 구속 기준에 혐오표현을 넣는 방식 등 층층이 단계적으로 치밀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유족에 덧씌우려던 ‘종북’ 프레임은 효과없었다”
세월호 유족을 향한 혐오표현은 종류에 따라 시민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대부분의 시민은 세월호 유족을 ‘빨갱이’로 지칭해 ‘종북’ 프레임에 가두려는 혐오표현에 동의하지 않았다. 반면 보상과 자원 배분을 둘러싼 혐오표현에는 상대적으로 동의하는 응답자가 많았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연구팀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에게 세월호 혐오표현에 관해 물은 결과다. 설문조사는 2019년 11월 13일부터 9일 동안 웹 설문을 이용해 진행됐다. 설문조사는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이념 편견을 조장하거나 모욕적이고 반인륜적 증오표현에는 동의율이 낮았다. ‘정부 탓하는 유가족들은 종북·빨갱이·선동꾼’이라는 혐오표현에 동의율은 6.2%에 그쳤다. ‘유족충·미개한 유족’(5.9%), ‘가난한 집 애들이다’(3.3%), ‘세월호 희생자를 물만두·어묵탕·오뎅 등에 비유’(3.1%) 등 반인륜적이거나 모욕적인 표현에 대한 동의율도 낮았다. 반인륜적 표현들은 응답자들의 인지율 역시 대체로 낮았다.
이에 반해 보상과 자원 배분에 관련된 혐오표현인 ‘천안함 유족보다 세월호 유족이 특혜를 받았다’에는 동의하는 응답자 비율(32.3%)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세월호특별법은 특혜법이다’(23.1%),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세금도둑, 돈잔치, 전리품 잔치하는 곳’(16.6%), ‘유가족들이 돈을 더 받으려고 집회한다’(14.7%)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세월호 혐오표현 동의율이 높은 집단으로 ‘60세 이상’, ‘미래통합당(옛 자유한국당) 지지자’, ‘자영업자’와 보수 성향 응답자라고 했다.
연구팀은 “당시 집권 세력이나 추종자들이 종북 프레임을 유포했으나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며 “보상·자원 배분을 둘러싼 경제·공정 이슈 혐오표현 인지율이 높은 것은 한국사회가 공정한 경쟁과 분배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팽배한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20대와 60대가 세월호 혐오표현을 표현의 자유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응답한 점도 눈에 띈다. 연구진이 중립 의견이 3점인 척도(점수가 낮을수록 동의하는 응답자 비율이 높음)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세월호 혐오표현이 표현의 자유’라는 의견에 20대(3.44점)와 60대(3.47점)는 30대(3.73점)나 40대(3.84점), 50대(3.71점)에 비해 동의하는 편이었다. 60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세월호 혐오표현을 접했다는 응답(20.4%)이 40대(15.4%)나 50대(18.4%)에 비해 높은 점도 특징이었다.
미래통합당 지지자 중에서 ‘세월호 혐오표현은 표현의 자유’라고 응답한 비율은 44.9%에 달했다. 미래통합당 지지자의 47.4%는 ‘세월호 혐오표현을 담은 언론 보도나 기사 내용에 동의했다’고 답했다. ‘주변 지인들에게 세월호 혐오표현이 담긴 보도를 전달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3.8%였다. 응답자 중 61%는 ‘문제가 있는 표현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동의하는 내용이어서 널리 알리고 싶었다’는 응답도 25.5% 있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당신의 ‘망언’에 유족은 피눈물이 납니다
ㆍ인터넷 혐오표현에 엄청난 고통… 지인들에게 듣는 “잊어라”는 말도 상처
전인숙씨(48)는 ‘빨간 날’만 빼고 매일 청와대로 향한다. 경기 안산의 집에서 청와대 앞 분수대까지 꼬박 두 시간이 걸린다. 지난 4월 9일로 벌써 106일째다. 올해 설 연휴만 예외였다. 공휴일이었지만 ‘멀리서 온 사람들이 청와대를 찾을 것 같아서’ 집을 나섰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씨가 4월 6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김원진 기자
전씨는 매일 정오부터 두 시간 동안 1인 시위를 한다. 전씨가 든 노란 피켓에 쓰여 있는 메시지는 ‘세월호 진상규명’, 단 하나다.
그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 임경빈 군 어머니다. 임 군은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5시 24분쯤 구조됐다. 헬기에 탑승하지 못해 병원 이송까지 4시간 41분이 걸렸다. 임 군이 탈 수 있었던 헬기에는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이 탑승해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마스크와 장갑을 꼭 착용한다. 손 소독제도 수시로 쓴다. 1인 시위지만 행여 시민에게 누를 끼치지 않을까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달라진 변화는 또 있다. 전씨는 올 초까지 “그만 좀 해라”, “몇 년째 우려먹느냐”, “징글징글하다”, “지겨워 못 살겠다”는 이야기를 면전에서 숱하게 들었다.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정권 퇴진’을 외치던 집회 참가자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때와 장소 안 가리는 ‘혐오’
전씨는 지난 4월 6일에도 홀로 청와대 앞 분수대를 지켰다. 전씨가 들고 있던 피켓에는 ‘내 아들을 왜 죽였는지 꼭 알고 싶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는 “정권 퇴진 집회를 하던 ‘광야교회’ 분들이 사라지면서 막말하는 분들이 줄었다”고 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광훈 대표가 이끈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는 청와대 앞 집회를 광야교회로 불렀다. 정치집회가 아니라 종교행사라는 취지였다.
전씨는 “예전에는 때릴 듯이 가까이 다가와 ‘죽어줘서 고맙다’ 같은 말을 하고 가는 분들이 거의 매일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 앞 분수대 인근에는 선글라스를 쓴 청와대 경호원이 늘 수십 명씩 상주한다. 하지만 혐오표현을 제지하는 경호원은 곁에 없었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일상에서 혐오표현을 접하며 지낸다. 주요 통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언론보도다. 페이스북이나 온라인 뉴스의 댓글에서 심심치 않게 세월호 혐오표현이 눈에 띈다. 포털 사이트에서도 ‘세월호’를 검색하면 세월호 혐오표현은 상단에 노출된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 박수현 군의 아버지 박종대씨(56)는 김호월 전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 겸임교수의 혐오발언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김 전 교수는 2014년 5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세월호 주인인가? 왜 유가족은 청와대에 가서 시위하나, 유가족이 무슨 벼슬 딴 것처럼 생난리 친다. 이래서 미개인이란 욕을 먹는 거다”라고 썼다.
세월호 참사 초기 정치적으로 전선 긋기에 쓰인 혐오표현 중 하나였다. 김 전 교수는 보수시민단체와 세월호 참사 전부터 인연을 맺고 활동해왔다. 박씨는 “유족들이 잘못한 것도 아니었다. 부당한 공격이라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보상금을 둘러싼 혐오표현을 먼저 떠올리는 세월호 유족도 적지 않았다. 최성용씨(58)는 “애들 팔아서 장사한다거나, 돈에 환장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치민다”고 했다. 최씨는 고 최윤민 양의 아버지다. 최씨는 “혼자 산에 올라가거나 30년 넘게 나간 조기축구회에서 운동을 하다가 막 욕을 쏟아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분이 안 풀린다”고 했다.
2017년 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팀에 의뢰해 발간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를 보면, 혐오표현을 접한 소수자 대부분은 두려움·슬픔·자살충동·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겪었다.
고 이창현 군의 아버지 이남석씨(55)는 차명진 전 의원의 ‘망언’을 최악의 혐오표현으로 꼽았다. 차 전 의원은 지난해 세월호 5주기 때 유족들을 지목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찜 쪄먹고 회 쳐먹는 것도 모자라서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라고 썼다. 이씨는 “정치인들은 본인이나 속한 정당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발언을 하기 때문에 더 악질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세금도둑’ 발언도 당시 박근혜 청와대를 방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것 아니냐”고 했다.
차 전 의원은 이번 21대 총선에 미래통합당 경기 부천병 후보로 출마했다. 지난 4월 6일 국회의원 후보자 방송토론회에서 또 세월호 혐오발언을 한 뒤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됐다.
유족들은 이미 지난해 차 전 의원을 명예훼손·모욕으로 고소했다. 부천소사경찰서는 차 의원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세월호 유족들은 최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도움을 받아 구글코리아·네이버 등에 올라온 혐오표현 삭제 요청도 하고 있다. 일부 세월호 유족들은 페이스북·트위터 등에 올라오는 혐오표현 게시물을 신고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세월호 혐오표현이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만 할퀸 건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로 부모를 잃은 유족과 일반 시민도 혐오표현에 고통을 겪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연구팀이 작성한 보고서 ‘재난 피해자 명예훼손 등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에는 세월호 참사로 부모를 잃은 유가족 3명의 면담 내용이 담겼다.
혐오표현은 모두에 ‘영향’
유가족들은 연구팀과 면담에서 “2014년 참사 당시 여야 정치인들이 모두 유가족을 갈라놓는 발언을 쏟아내 힘들었다”고 했다. 이들은 “인터넷으로 혐오표현을 접할 때보다 동네에 사는 이웃, 지인에게 혐오표현을 접할 때 고통이 더 컸다”고도 했다. “친척들에게 ‘그만하라’, ‘잊어라’는 말을 들을 때 심리적 고통이 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유족 중 한 명은 이웃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이사를 한 사실도 털어놨다. 자녀도 전학을 해야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배우자가 일했던 항만업체에서 퇴사 압력을 받고 직장을 그만둔 유족도 있었다.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했다. 해수부는 세월호 참사 수습을 한 주무부처였다.
세월호 유족들이 지난해 11월 5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책임자 고발 기자회견에 앞서 묵념을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세월호 혐오표현은 시민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연구진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시민 1000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9.7%는 ‘언론에 보도된 세월호 혐오표현에 충격과 분노를 느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3.1%는 ‘세월호 관련해 자유롭게 글을 쓰거나 말을 하기 어려웠다’고도 했다. ‘일상에서 스트레스·우울·짜증·불안을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도 39.6%나 됐다. ‘세월호 혐오표현을 한 매체를 피하려고 했다’는 응답자 비율은 57.2%였다.
‘백서 쓰는 심정’ 검찰, 아직은 ‘지지부진’
세월호 재수사에 들어갔던 검찰의 첫 일성은 ‘백서 쓰는 심정’이었다. 임관혁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장(특수단)이 지난해 11월 특수단 출범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임 단장은 “형사처벌을 전제하지 않는 사안까지 조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범죄 혐의 적용이 어렵거나 공소시효가 지난 박근혜 청와대 고위 관계자나 공무원들의 부적절한 행위를 들여다보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세월호 참사 2000일인 지난 2019년 10월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억은 계속돼야 한다’ 추모행사. / 김영민 기자
특수단이 출범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특수단은 해경의 구조 과정을 먼저 들여다봤다. 특수단은 지난 2월 18일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책임자인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을 비롯한 전·현직 해경 간부 11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전 해경청장 등 해경 간부 6명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한 차례 법원에서 기각된 뒤였다.
해경 간부 11명의 공소장에도 새로운 사실관계는 눈에 띄지 않았다. 특수단은 세월호 참사 당시 문건 조작 혐의만 일부 새로 밝혀냈다. 특수단은 해군과 해경의 세월호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녹화장치(DVR) 조작 의혹 등에서는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수단은 고 임경빈 군의 헬기 이송 지연도 “혐의 적용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세월호 유족 측에 전했다고 한다. 임 군은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5시 24분쯤 발견됐다. 이용할 수 있는 헬기가 없어 병원까지 이송되는 데 4시간 41분이 소요됐다. 당시 임 군이 탔어야 할 헬기는 김 전 해경청장 등 해경 간부들 탔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단의 재수사는 일시 정지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참고인 조사 등 속도가 더뎌졌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쟁점이 될 수 있는 사안의 조사는 대부분 멈췄다.
특수단은 총선 직후 다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수단은 세월호 참사 6주기인 4월 16일 조대환 전 세월호 특조위 부위원장을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조 전 부위원장은 세월호 특조위 설립 준비를 하던 해수부 소속 공무원 3명에게 복귀 지시를 해 특조위 조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특수단은 검찰이 한 차례 수사했던 세월호 특조위 조사방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특수단은 기존에 검찰이 적용하지 않았던 업무방해 혐의를 세월호 특조위 조사방해에 관여한 박근혜 청와대 인사나 해양수산부 고위 공무원 등에게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직후 청와대의 대응을 확인하기 위해 국가기록원을 압수수색할 예정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세월호 유족 측 류하경 변호사는 “지금까지 세월호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있는 옛 국군기무사령부나 국가정보원에 대한 강제수사가 없는 점은 매우 아쉽다”며 “최소한 국가기록원 압수수색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의 행적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2기 세월호 특조위’인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조사도 난항을 겪고 있다. 현직 공무원인 조사 대상자들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조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참위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조사하지 못하고 있다. 사참위는 총선 직후 검찰에 추가 수사를 요청하는 등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아직도 끝맺지 못한 5가지 과제
ㆍ6년이 지나도 여전히 풀리지 않아… 다시는 비극 없도록 반드시 해결해야
2014년 4월 16일의 기억은 희미해졌다가 선명해지기를 반복했다. 누군가는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며 피로감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세월호가 남긴 숙제는 6년이 지난 지금도 풀리지 않았고, 여전히 그날의 시간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있다.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더 이야기하고, 알고, 고쳐야 한다. 끝맺지 않은 세월호 관련 5가지 과제를 정리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총선 후보자들에게 제시한 5대 정책과제를 토대로 했다.
/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잠자는 ‘세월호 7시간’ 기록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의 대응을 알 수 있는 ‘세월호 7시간’ 기록물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봉인돼 있다. 2017년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현 미래통합당 대표)이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생산된 문건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는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거나 사생활 관련 기록일 경우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다.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 한 최장 30년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2017년 5월 대통령기록관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비서실·대통령경호실·국가안보실이 생산한 문서 목록을 요구했다. 대통령기록관은 이 문건이 18대 대통령지정기록물이라서 공개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송 변호사는 대통령기록관장을 상대로 다음달 소송을 냈다. 송 변호사는 “목록 자체는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끼칠 우려가 없어서 지정기록물의 지정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해당 기록물을 생산할 당시 재임한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이 봉인한 것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송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세월호 관련 문건 목록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2심에서 뒤집혔다. 대통령지정기록물상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공개 청구를 거부한 것이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대법원이 사건을 심리 중이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지난해 대법원에 “이 사건의 정보공개를 통해 국민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보다 원활히 파악할 수 있고, 행정기관 역시 공개된 정보를 기초로 참사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
송 변호사는 “국가기록원이 어떤 기록물이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 목록조차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이 온전하게 드러나 왜 국가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규명돼야만 우리 사회가 전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묻히는 상황에선 세월호의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까지 이어지는 진상조사 진상규명도 현재진행형이다. 2017년 제정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조사하는 사참위가 활동하고 있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꾸려진 1기 세월호 특조위는 당시 정부·여당의 방해로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2018년 8월 활동을 마감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참사 원인으로 선체 내부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인설’과 함께 외부 충격에 의한 외력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며 ‘열린’ 결론을 내렸다. 진상규명의 공은 2018년 3월 출범한 사참위가 넘겨받았다. 사참위는 ‘2기 특조위’로 불린다. 기본 조사기간 1년을 마친 뒤 1년을 연장해 오는 12월 10일까지 조사를 마쳐야 한다.
고 김초원 교사 아버지 김성욱씨와 전국기간제교사노조 등이 4월 9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간제 교사를 차별하는 경기도 교육청에 대해 대법원은 제대로 된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사참위는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의 세월호 참사 재수사를 이끌었다. 지난해 10월 참사 당일 맥박이 뛰는 임경빈 군을 이송하는 데 5시간 가까이 지체했다고 발표했다. 임 군을 태울 수 있었던 헬기는 해양경찰 간부들을 태웠다. 앞서 해경·해군이 세월호에 탑재된 CC(폐쇄회로)TV 영상저장장치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세월호 단체들은 조사기간을 늘리고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면·현장 조사를 계획대로 수행하기 어려워서다. 대통령기록물 비공개, 관련 기관의 비협조도 한계로 꼽힌다. 다만 사회적 참사 특별법이 최장 2년의 조사기간을 규정한 만큼 기간 연장은 법 개정이 필요한 민감한 문제다. 사참위 관계자는 “대면조사가 미뤄지는 등 제약이 있긴 하지만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전히 구제받지 못한 또 다른 피해자들 “저희가 간 게, 양심적으로 간 게 죄입니다. 어떤 재난에도 국민을 부르지 마십시오. 정부가 알아서 하셔야 됩니다.” 2015년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고 김관홍 잠수사는 말했다. 민간잠수사 25명은 세월호 참사 직후 현장으로 달려갔다. 하루에도 수차례 물에 들어가며 3개월간 시신 292구를 수습했다. 무리한 잠수 때문에 목과 허리에 디스크가 왔다. 일부는 뼈가 썩어들어가는 골괴사 진단을 받았다. 극심한 트라우마에도 시달렸다. 2016년 수난구호법이 개정돼 일부 치료비를 받을 수 있었다. 정작 비용이 많이 드는 주요 질병은 보상 기준에서 빠졌다. 몸이 망가져 잠수일을 접은 이들이 여럿이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 3월 2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6주기 추모의 달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와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생활고와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김 잠수사는 2016년 6월 심장 쇼크로 숨을 거뒀다. 사흘 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관홍법’(세월호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세월호 승선자와 그 가족으로 한정한 피해자 범위를 민간잠수사, 자원봉사자, 소방공무원, 참사 당시 단원고 재학생·교직원까지 넓혔다. 피해자가 완치될 때까지 육체·심리치료 비용을 지원하도록 했다. 법안은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의 반대에 막혀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 있다.
세월호 민간잠수사였던 황병주 잠수사는 “여야를 떠나 피해자 구제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야 할 정치권이 당리당략만 생각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며 “선례를 남겨야 앞으로 또 그런 일이 생겼을 때 국민이 현장으로 달려오지 않겠나. 또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후유증으로 이틀에 한 번 신장투석을 받고 있다.
참사 후 3년 3개월 만에 순직을 인정받은 기간제 교사들도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 고 김초원·이지혜 교사에겐 사망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기간제 교사여서다. 경기도교육청은 정규교원에게만 수학여행 등 외부 교육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상해보험·생명보험 가입을 지원하는 맞춤형 복지제도를 운용했다. 논란이 일자 기간제 교사에게도 복지제도를 일부 적용하도록 바뀌었다. 두 사람에게 소급되진 않았다.
김 교사의 유족은 2017년 4월 경기도교육감을 상대로 25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1·2심 모두 패소했다. 기간제 교사가 국가공무원인지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없다는 이유였다. 유족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에 제출한 탄원 서명의 말미는 이렇다. “이 소송은 고 김초원 선생님, 한 명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모든 기간제 교사의 지위와 차별에 관한 소송입니다. 소송금액은 적지만 그 의미는 너무나 큰 소송입니다. 인권의 최후 보루인 대법원이 이 소송의 의미를 살피고 교육 당국의 막무가내식 차별 행위에 제동을 걸어주길 간절히 원합니다.”
진도 팽목항에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쓰인 노란 리본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왼쪽) 팽목항 방파제에는 ‘세월호 기억의 벽’이 조성돼 있다. / 서성일 기자
재난 피해자가 ‘이재민’에 머무르는 법 국민의 안전권과 피해자의 권리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담은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재난구호법’이 있다. 주로 재난 시 행정당국의 업무 분담을 다룬다. 피해자에 대한 개념은 재해구호법상 ‘이재민’ 규정뿐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가 역할의 큰 틀을 포괄하는 기본법으로서는 부실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재난 때마다 일일이 특별법을 만들어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민단체 생명안전시민넷은 21대 국회에서 ‘생명안전기본법’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안전권’을 모든 사람의 권리로 법률에 반영하고 재난 및 중대 안전사고 발생 시 국가책임을 명시한다. 피해자 범위를 희생자의 유가족과 생존자, 재해구호법상의 이재민뿐 아니라 구조·수습·지원 활동으로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 등으로 넓힌다. 중대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설치하고, 각종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도록 한다. 피해자 지원체계, 재난정보의 공개와 시민 참여 보장, 공동체 회복 등의 조항도 다룬다.
박순철 시민넷 활동가는 “안전에 대한 패러다임과 정책이 바뀌어야 하는 시기인데 현행법은 홍수 같은 자연재해를 가정한 구호 수준에 머물러 있어 변화된 재난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국가의 책무와 국민의 권리보장에 대한 내용을 갖추고 안전규제가 함부로 완화되지 않도록 점검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실한 불법사찰·혐오범죄 처벌 ‘2차 가해’는 피해자들을 또 한 번 울렸다. 옛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세월호 대응팀’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관여했다. 군사 보안업무를 챙겨야 할 조직이 세월호 유가족의 생년월일과 학력, 인터넷 물품 구매 내역, 정당 당원 여부, 정치 성향 등 각종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야간 음주실태와 무리한 요구사항 등 유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형성에 이용할 수 있는 동향도 파악했다.
하지만 이들의 민간인 사찰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법률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세월호 유가족 사찰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기무사 관계자들에게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적용됐다. 실제 사찰행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유가족인데 피해자가 지시를 받은 부대원이 돼버렸다. 민간인의 민감정보를 수집한 행위가 있었는데도 기무사나 국가정보원은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이 어렵다.
이정일 민변 세월호 태스크포스(TF) 변호사는 “군 관련 법률이나 국정원법에 민간인 정보 수집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두거나,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 처리를 처벌하는 대상에도 이들 기관을 포함시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멈출 줄 모르는 세월호 희생자와 피해자를 향한 혐오발언을 두고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생명안전기본법 등에 희생자·피해자에 대한 조롱, 모욕,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행위의 처벌 조항을 담는 방안이 거론된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더불어민주당 압승 뒤에 숨은 '패턴'
[해설] 한국 현대사 흐름으로 본 21대 국회의원 선거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과 이인영 원내대표 등이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 개표가 99.98% 진행된 16일 오전 9시 56분 기준, 253개 지역구에서 민주당 163명, 미래통합당 84명, 정의당 1명, 무소속 5명이 1위를 기록했다.
비례대표의 경우, 99.9%의 개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33.85%,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33.35%, 정의당 9.66%, 국민의당 6.79%, 열린민주당 5.41%를 기록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미래한국당 19석, 더불어시민당 17석, 정의당 5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이 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산하면,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180석,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103석, 정의당 6석, 국민의당·열린민주당이 각각 3석, 무소속이 5석이 된다.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의석이 180석일 경우, 국회 전체 300석 중 60%를 차지하게 된다. 대승이다.
역대 총선에서 제1당이 과반을 획득한 것은 총 12차례다. 1954년 3대 자유당, 1958년 4대 자유당, 1960년 5대 민주당, 1963년 6대 민주공화당(공화당), 1971년 8대 공화당, 1973년 9대 공화당+유정회(공화당의 위성정당 격), 1978년 10대 공화당+유정회, 1981년 11대 민주정의당(민정당), 1985년 12대 민정당, 2004년 17대 열린우리당, 2008년 18대 한나라당, 2012년 19대 새누리당이 과반을 얻었다.
1978년 10대 때 공화당과 유정회의 의석은 231석 중 145석으로 전체의 62.8%였다. 이 뒤로는 제1당이 60%를 넘은 적이 없고 근접한 사례도 없다.
1981년 11대 총선에서 민정당은 276석 중 151석으로 54.7%, 1985년 12대에서 민정당은 276석 중 148석으로 53.6%, 2004년 17대에서 열린우리당은 299석 중 152석으로 50.8%, 2008년 18대에서 한나라당은 299석 중 153석으로 51.2%, 2012년 19대에서 새누리당은 300석 중 152석으로 50.7%를 기록했다. 1978년 이후로는 제1당이 60%에 근접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이번에 거둔 성적은 1978년 이후 최고인가?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공화당과 유정회가 1973년과 1978년 9대와 10대 총선에서 각각 66.7%와 62.8%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 수치는 타당성을 갖기 힘들다.
유신헌법으로 불리는 1972년 헌법은 제40조 제1항에서 "통일주체국민회의는 국회의원 정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의 국회의원을 선거한다"고 했고, 제2항에서 "제1항의 국회의원의 후보자는 대통령이 일괄 추천"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국회의원 3분의 1을 임의로 뽑았고 이렇게 선출된 의원들이 유정회를 구성했다. 이런 의원들이 66.7%와 62.8%를 형성했으니, 이 수치에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기울어진 운동장
길어진 총선 투표 행렬 21대 총선 투표일인 15일 오전 서울 성북구 숭인초등학교에서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운동장에 길게 줄을 서 있다.
▲ 21대 총선 투표일인 15일 오전 서울 성북구 숭인초등학교에서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운동장에 길게 줄을 서 있다. ⓒ 권우성
그런 이유로 9~10대를 제외하면, 한국 현대사에서 제1당이 60% 정도 획득한 것은 두 번밖에 되지 않는다. 4·19혁명 직후의 5대 총선과 5·16쿠데타 얼마 뒤의 6대 총선이 그것이다. 1960년 5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291석 중 202석으로 69.4%(역대 1위)를 획득했고, 6대 총선에서 공화당은 175석 중 110석으로 62.9%를 얻었다.
노무현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대한민국 정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하는 축구 경기와 비슷하다"고 했다. 5대와 6대 총선이 그랬다. 5대 총선은 4·19로 보수정권이 괴멸한 직후에 치러지는 바람에 민주당이 전무후무한 압승을 거둘 수밖에 없었고, 6대 총선 때는 박정희 군부가 총을 들고 정계를 개편했기 때문에 박정희의 공화당이 60% 이상 획득할 수 있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거둔 성과는 9~10대의 예외를 제외하면 역대 3위로 기록될 만하다. 거의 60년 만에 나온 성적이라 할 수 있다. 민주당이 얼마나 크게 승리했으며 통합당이 얼마나 크게 패배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촛불혁명 이후의 한국 '축구장'이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통합당의 보수적 목소리가 큰 듯하고 우리공화당 같은 극우세력의 장외집회가 대단한 듯하지만, 대한민국은 서서히 진보와 발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통합당은 '샤이 보수'가 많다고 말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샤이 민주' 혹은 '샤이 진보'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축구장이 민주진영 쪽으로 기울었다는 점은 최근 4년간의 선거 결과에도 나타난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민주진영이 승리했다. 이런 성과는 민주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통합당이 못해서 생긴 결과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 같다. 민주당 쪽에서 혁신적인 체질 강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특별히 강해진 것도 아닌데 보수정당이 4연패를 했다는 것은 그들이 근본적인 결함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치유하지 못하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김병준(비상대책위원장)이나 김종인(총괄선거대책위원장) 같은 구원투수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난제에 보수정당이 직면해 있다. 특히 김종인의 허울뿐인 경제민주화 구호로는 절대로 유권자들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한편, 대구·경북(TK) 및 부산·경남(PK)에서 통합당이 우세를 기록한 것에 더해 대구 수성갑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패한 것은 민심의 흐름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지역구도 타파를 외치는 후보가 떨어진 것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일부의 반발 심리가 여전히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축구장이 전반적으로는 기울어 있지만, 일부 지역은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통합당의 정권심판론이 부각되지 못하고, 세계적 격찬을 받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처가 집권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한 데다가, 통합당이 공천 논란에 더해 차명진·김대호·주동식 망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 현대사의 패턴과 관련해 음미해볼 만한 대목도 있다.
혁명의 열기
▲ 2016년 10월 29일 수만 명의 시민들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하야” 촉구 촛불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이제까지 정치적 대격변이 발생한 후 치러진 선거에서는, 대격변 직후 군대가 개입하는 경우 보수진영이 승리하고 그런 개입이 없으면 민주진영이 승리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일본제국주의와 친일 보수파가 일거에 무너진 1945년 8·15해방은 민주진영 혹은 진보진영의 대약진을 가져왔다. 브루스 커밍스는 <한국전쟁의 기원>에서 흔히 좌파로 불리는 이들의 급속한 성장세와 조직력에 놀라움을 표했다.
하지만 그해 9월 미군이 들어오고 미군정 상태에서 치러진 1948년 1대 총선에서는 커밍스에게 경외감을 준 진영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들은 선거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제주 4·3항쟁 등에서 나타나듯, 그들 대다수가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 서북청년단 등에 의해 진압됐기 때문이다.
4·19혁명 불과 3개월 뒤 치러진 5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여당인 이승만의 자유당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압승을 거뒀다. 하원인 민의원 선거에서는 233석 중 171석, 상원인 참의원에서는 58석 중 31석을 차지했다. 도합 291석 중 202석이었다.
반면, 자유당은 민의원 2석, 참의원 4석을 차지해 하루아침에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2년 전 4대 총선에서 233석 중 54.1%인 126석을 얻은 것과 대조됐다. 민주당 정권이 어느 정도 친미 성향을 띠고 있었고 미국이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은 결과로, 4·19의 열기가 석 달 뒤 총선에 무사히 그리고 상당 정도 반영된 결과였다.
1987년 6월항쟁 직후 12월 대선에서는 김대중·김영삼 양 김 분열에 힘입어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승리했지만, 그 분열의 효과가 훨씬 적게 미친 1988년 13대 총선에서는 민정당이 299석 중 125석을 차지하는 데 그쳐 사상 초유의 여소야대 정국이 출현했다.
6월항쟁 당시 주한미국대사였던 제임스 릴리가 회고록 <중국통>에 썼듯, 5·18 광주항쟁과 미국의 관련성에 대한 반발심이 미국문화원 방화로 이어지는 상황에 놀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한국 민중의 정치운동에 불개입 전략을 취했다. 백악관은 주한미군뿐 아니라 한국군의 6월항쟁 개입에도 반대했다. 이것은 6월항쟁의 열기가 이듬해 총선까지 무사히 전달되는 데 기여했다.
2016년 10월 이후 촛불혁명 때도 극우 일각에서 미군의 개입을 요청하는 부르짖음이 있었으나 미국은 그냥 지켜만 봤다. 개입할 힘도 없었다. 이것은 촛불혁명의 열기가 그 후의 첫 총선까지 '무사히' 이어지는 데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패턴과 기회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가 16일 오전까지 이어진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방송사 조명이 환하게 비추고 있다. ⓒ 연합뉴스
민중계급에 유리한 대규모 정치 격변 뒤 군대의 개입이 없으면 민중에 유리한 정치 상황이 조성되는 패턴은, 민란이 약 100건이나 발생해 민란의 세기로 불릴 만했던 19세기 때부터 정착됐다.
임오군란 1개월 뒤 청나라군이 개입해 임오군란의 성과가 부정되고, 동학혁명 직후에 청·일 양국 군이 개입해 동학혁명의 정신이 부정되고, 3·1운동 때 일본군과 헌병대가 개입해 만세운동의 정신이 부정된 데서 알 수 있듯, 19세기 후반부터 한국 보수세력은 단독으로는 민중계급을 상대할 수 없었다. 군대 개입이 없이 일대일로 대결할 경우에는 민중계급이 보수세력을 쉽게 이기곤 했다. 이런 패턴이 1대·5대·13대 총선에 이어 21대 총선에도 반영된 것이다.
촛불혁명으로부터 무려 3년 반 뒤에 치러지는 총선이라서 그 열기가 적게 반영될 수도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작년에 벌어진 '미니 촛불혁명'이 크나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장기간의 대규모 촛불집회가 촛불혁명과 21대 총선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 측면이 있다. 시들해질 수도 있었던 촛불을 되살리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사실, 통합당이 100석 정도나 얻은 것도 어찌 보면 대단한 일이다. 통합당이 4·19 직후의 자유당처럼 군소정당으로 전락하지 않은 것은 촛불혁명으로부터 3년 반이나 지나서 총선이 치러진 데다가 촛불혁명을 반영하는 새로운 정치 구도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이번에 얻은 성과도 과분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승리를 통해 문재인 정권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동력을 얻게 됐다. 남은 임기 동안 촛불혁명의 과제와 더불어 한반도 평화 및 한미관계 개선 등을 추진할 힘을 얻었다. 이와 더불어 국민 대중의 관점에서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전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경제성장을 추구할 기회도 얻게 됐다.
동시에, 이번 선거가 남긴 아쉬움도 적지 않다. 가장 큰 것은, 국회 패스트트랙 처리라는 진통을 겪으며 겨우 성사시킨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전략 때문에 무의미해졌다는 점이다. 다당제의 기틀을 구축해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나선 일이, 결국에는 유야무야로 끝나고 도리어 양당제를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공직선거법을 새로 정비할 과제가 21대 국회에 주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에 더해 촛불혁명의 과제를 계속 이행하고 한반도 평화 및 한미관계 개선과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 및 경제성장을 도모할 숙제가 21대 국회의 어깨에 놓이게 됐다.
김종성(qqqkim2000) 오마이뉴스
경실련 "위성정당 참여한 비례대표 선거 무효"...소송 제기
제2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가 무효라는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시민소송인단은 오늘(17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위성정당이 참여한 2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무효 소송 소장을 접수했습니다.
경실련 등은 거대 양당의 비례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은 당헌과 당규에 따라 민주적인 절차로 진행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모(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정치적 의사가 반영된 결과라며, 현행법을 어긴 위성 정당이 참가한 선거는 무효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미래한국당은 비례의석 19석, 더불어시민당은 17석을 확보했습니다.
김다연[kimdy0818@ytn.co.kr]
코로나 사태에도 서울 집값은 끄떡없는 이유-어이없는 임대사업자 특혜가 원흉이다
지난 1월 20일 한국에서 코로나 첫 환자가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2월 29일 코로나로 인한 첫 사망자가 생겼다. 그 후 한 달여 세상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일상생활 곳곳에서 겪는 불편함도 그렇지만, 경제 각 분야에 불어닥친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경제를 이끄는 두 축인 생산과 소비는 말 그대로 멈췄고, 주가는 무섭게 폭락했다. 주식투자자들이 겪는 심리적 공황은 주식투자를 안 해본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주가는 폭락하는데 서울 집값은 오히려 상승
그런데 이런 전대미문의 혼돈 속에서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도 있다. 한국감정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택가격 주간변동률을 보면, 코로나가 터진 1월 20일 이후 서울아파트가격지수는 107.6에서 107.7로 소폭이지만 상승했다. 코로나가 확산되어 전 세계 주가가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던 3월에는 107.7을 유지했다.
실로 희한한 현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서울 집값은 마치 딴 세상에 있는 듯하지 않은가. 혹시 주가와 집값은 전혀 다른 현상이라서 외부 충격에 다르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과연 그런가?
주가가 폭락한 것은 대침체가 온다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침체되면 기업이익이 감소하는데, 앞으로 올 경기침체를 선반영하여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경기가 침체되면 경제주체들의 소득이 감소한다. 지금처럼 소득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 예상되면 주택수요는 크게 감소하므로 집값이 급락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서울 집값은 폭락은커녕 하락도 안 하고 있다.
초저금리로 부동자금 1000조원 돌파
이런 비정상적인 현상을 '투자심리'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주가는 투자심리가 냉각되었는데, 서울 집값은 투자심리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이다. 투자심리가 주가와 서울 집값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지대했는지는 지난 3년여를 보면 실감할 수 있다.
코스피 지수는 2017년말 2467에서 2019년말에는 2197로 하락했다. 그리고 올 2월 코로나가 터지자 3월 19일에는 1457로 폭락했다. 흔히들 시중에 부동자금이 넘쳐서 자산가격이 상승했다고 이야기한다. 초저금리가 10년 이상 지속되자 시중부동자금이 1000조원을 넘었다.
그런데 주가가 줄곧 하락한 것은 왜일까? 시중에 넘치는 돈이 주식시장으로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주식 투자심리가 식었기 때문이다. 시중에 넘치는 돈은 서울주택시장으로만 몰렸고, 서울 집값은 지난 3년간 40% 이상 폭등했다. 서울주택시장의 투자심리가 뜨겁게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정책 시행
이 대목에서 이런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왜 주식 투자심리는 냉각됐고 서울 주택 투자심리는 활활 타올랐을까? 그 이유를 정부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 정책이 서울주택 투자심리에 불을 댕기고 돈이 몰리도록 유인을 제공한 것이다.
어느 곳으로 돈이 몰리는 이유는 그곳에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투자에서 수익을 내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가격이 올라야 하고, 둘째, 투자비용이 낮아야 한다. 가격이 올라도 투자비용이 높으면 돈이 가지 않는다.
주택투자에 수반되는 비용은 금융비용과 세금비용이 가장 크다. 사상최저금리에서 금융비용은 무시할 수준이다. 또 다른 비용인 세금은 매우 다양하다. 주택매입 시 부담하는 취득세와 등록세, 보유기간 동안 내야하는 재산세와 종부세, 그리고 시세차익에 대해 부과하는 양도소득세 등 세금의 종류도 다양하고 그 금액도 상당하다.
만약 이런 세금부담을 대폭 줄여준다면 시중의 돈들이 주택으로 물려들지 않을까? 박근혜 정부는 집값 상승에 올인한 정부답게 주택투자에 대한 세금을 대폭 감면했다. 2014년 2월 '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을 시행하여 주택을 여러 채 매입하여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금을 거의 안 내도록 해주었다.
이런 엄청난 세금특혜와 사상최저금리가 맞물리자 서울 집값은 2014년 8월부터 본격 상승하기 시작했다.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으로 서울집값 수직 상승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017년 12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가 다주택자인 임대사업자들에게 어마어마한 세금특혜를 베푼 것에 대해 사람들은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보수정권이 기득권 자산가들에게 특혜를 베푼 것은 그다지 놀랄 만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촛불과 탄핵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당연히 그런 세금특혜를 폐지할 것으로 모든 사람들이 예상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특혜는 즉각 폐지하여 서울 집값을 이전으로 돌려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예상과 반대로 행동했다.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를 폐지하기는커녕 오히려 특혜를 더 늘렸다. 이미 서울 집값은 투기의 광풍에 휩싸여 있었는데, 세금특혜 폐지라는 예상을 뒤집고 특혜를 더 늘렸으니 투기열기에 휘발유를 끼얹은 격이었다.
2017년 12월 13일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은 주택투자자들에게는 엄청난 선물이었다. 재산세 80% 감면, 종부세 전액 면제, 임대소득세 75% 감면 등 상상을 초월하는 특혜가 집부자들에게 여전히 베풀어졌다. 무엇보다 경악할 만한 특혜는 시세차익에 부과하는 양도소득세를 전액 면제해주는 혜택을 유지한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실수요자들에게는 엄격하게 적용하는 DTI와 LTV 규제도 풀어주어 임대사업자들이 맘껏 대출을 받아 주택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줬다. 그 후 서울 집값이 수직 상승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서울 임대주택 47만채 매물로 안 나와
혹자는 문재인 정부가 서울 집값 잡기에 온힘을 쏟았다며, 그 증거로 '8.2부동산종합대책'과 '9.13주택시장안정대책' 등 19번의 집값 안정책을 거론한다. 그러나 그 대책들이 발표된 후에도 서울 집값의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주택임대사업자들에게 '양도세 중과'와 '종부세 강화' 등 모든 규제를 면제해주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이후 코로나 영향으로 경제가 올스톱하고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에서도 서울 집값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런 엄청난 세금특혜 때문이다. 서울에만 47만채의 임대주택이 등록되어 있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투자목적 주택의 60%를 차지하는 이 물량이 매물로 나오지 않으면 서울 집값은 하락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주택 매수세는 상당히 위축되었다. 매수세가 급감하는데도 서울 집값이 하락하지 않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 비밀이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다. 어마어마한 세금특혜로 임대주택이 매물로 나오지 않기에 집값이 하락하지 않는 것이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가 폐지되지 않으면, 경기가 침체하고 주가가 폭락하는데도 서울 집값은 꿋꿋하게 버티는 비정상적인 상황은 지속될 것이다.
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 오마이뉴스
물고기의 올가미가 된 비닐봉지
2020 소니세계사진상’ 수상작 10편
인간과 자연 세계 다양한 순간 담아
정물 부문 수상작 ‘플라스틱 바다’. @Jorge Reynal (Argentina), Open competition, Still Life, 2020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세계사진협회(World Photography Organisation)가 주최하는 2020 소니세계사진상에서 전문 사진작가와 아마추어가 함께 겨루는 오픈 부문 수상작 10편이 발표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사진 공모전 가운데 하나로, 13회를 맞은 올해 공모전엔 전 세계에서 무려 35만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종합 대상은 6월9일 발표된다.
10편의 부문별 수상작 가운데 시선을 가장 강력하게 잡아당기는 것은 정물 부문의 `플라스틱 바다'였다. 인간이 버린 비닐봉지 안에 갇혀 몸부림치다 질식해 죽은 물고기의 모습이다. 바다의 플라스틱 오염이 얼마나 반생명적인지를 한 장의 사진으로 웅변한다. 아르헨티나의 조르주 레이날(Jorge Reynal) 작품이다.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 “전 세계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한 해 800만톤에 이르는데, 이는 1분마다 트럭 1대 분량을 버리는 것과 같다”며 “이 사진은 이에 대한 항의의 표시”라고 말했다.
문화 부문 수상작 ‘마크 5:28’. @Antoine Veling (Australia),2020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문화 부문 수상작인 호주 안토인 벨링(Antoine Veling)의 `마크 5:28'(Mark 5:28)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2019년 4월17일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가수 이기 팝(Iggy Pop) 콘서트에서 관객들이 춤을 추기 위해 무대에 오른 순간을 포착했다. 가수를 가운데 두고, 그의 몸을 만져보려는 왼쪽의 여성과 사람들을 가수로부터 떼어놓으려는 오른쪽 스태프의 모습이 대비되며 초현실주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거리 부문 수상작 ‘콜롬비아의 저항’. @Santiago Mesa (Colombia),2020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거리 부문 수상작인 콜롬비아 산티아고 메사(Santiago Mesa)의 사진 `콜롬비아의 저항'은 메델린시에서 벌어진 노동자와 노점상들의 시위 현장을 기록한 사진이다. 체포된 시위자의 몸짓과 표정이 무장경찰의 무채색 복장과 대비되며 팽팽한 긴장감을 전해준다.
자연·야생부문 수상작 ‘태극 문양’. © Guofei Li, China Mainland, Category Winner, Open competition, Natural World & Wildlife, 2020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이제 막 사냥을 마친 치타 두 마리가 서로 사랑스럽게 핥아주고 있다. 자연·야생 부문 수상작인 중국 리궈페이의 `태극 문양'이다.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촬영했다. 둘이 취하고 있는 자세가 태극 문양에서 음과 양이 얽혀 있는 형상을 연상시킨다.
건축 부문 수상작 ‘감성 지리학’. @Rosaria Sabrina Pantano (Italy),2020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건축 부문 수상작인 이탈리아의 로사리아 사브리나 판타노의 흑백사진 `감성 지리학'(Emotional Geography) 속의 피라미드형 구조물이 서 있는 곳은 한반도의 38선과 같은 북위 38도에 위치한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한 야외미술관이다. 이탈리아 조각가 마우로 스타치올리(Mauro Staccioli)의 조각 작품 ‘위도 38도’(38° Parallelo)를 촬영한 것이다.
창의 부문에선 중국 장수싱의 흑백사진 `매듭'이 차지했다. 여성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꽃' 연작의 하나다.
풍경 부문 수상작 ‘얼음 반사’ @Craig McGowan (Australia),2020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풍경 부문에선 호주 크레이그 맥거원(Craig McGowan)의 `얼음 반사'가 차지했다. 한반도 면적의 4배가 넘는 세계 최대 국립공원인 북동그린란드국립공원 피요르드 절벽해안 아래에 외롭게 서 있는 빙산의 모습이다. 빙산과 그 주변을 에워싼 풍경이 맑은 강물에 비치면서 회화적이고 추상적인 사진을 완성했다.
동작 부문 수상작 ‘붕괴’. @Alec Connah (UK),2020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동작 부문에선 영국 알렉 코나(Alec Connah)의 `붕괴'가 차지했다. 2019년 12월6일 영국의 유서 깊은 석탄화력발전소의 냉각탑 네 개가 철거되는 순간를 잡아냈다. 냉각탑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며 와해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초였다고 한다. 50여년 동안 이 지역의 상징물 노릇을 했던 발전소의 해체는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소임을 다한 석탄발전소의 운명을 상징하는 듯하다.
초상 부문 수상작 ‘플랙 프랜시스’. @Tom Oldham (UK),2020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초상 부문상은 영국 톰 올드햄의 흑백사진 `블랙 프랜시스'에 돌아갔다. `블랙 프랜시스'는 미국의 스윙 앤 비밥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찰스 톰슨(Charles Thompson)의 별명이다. 톰슨이 얼굴을 감싸쥐고 있는 순간을 포착했다. 원래 잡지용 사진으로 촬영한 것이다.
여행 부문 수상작 ‘사하라 화물열차’. @Adrian Guerin (Australia),2020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여행 부문에선 호주 애드리안 구에린(Adrian Guerin)의 ‘사하라 화물열차’가 차지했다. 철광석을 싣고 아프리카 모리타니의 항구도시 누아디부에서 700km를 달려 사하라사막의 주아레트까지 가는 사막화물열차의 맨끝 칸에 올라 촬영했다. 길이 2.5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이 열차는 200칸이 넘는 화물객차로 편성돼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제주2019년말 기준 2183만㎡로 전년 대비 0.7% 증가
도 전체 면적의 1.18% … 중국인 소유 토지 34만㎡ 감소
2019년 말 기준 외국인 토지 보유 현황. /자료=국토교통부
제주 지역 외국인 보유 토지 증가세가 4년 연속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9년말 기준 외국인 토지 보유 현황에 따르면 도내 외국인 보유 토지는 2183만㎡로 전년 대비 0.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제주도 전체 면적의 1.18%에 해당하는 면적으로, 금액으로는 5646억원에 달한다.
연도별 외국인 토지 보유 현황을 보면 2014년 1569만6000㎡에서 2015년 2058만8000㎡로 크게 늘어났고 이후에는 2016년 2000만2000㎡로 줄어들었다가 2017년 2164만7000㎡, 2018년 2168만㎡로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적별로는 중국 국적의 외국인이 보유중인 토지가 927만㎡로 도내 전체 외국인 보유 토지의 42.5%를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 미국(413만8000㎡, 19.0%), 일본 237만5000㎡(10.9%), 유럽(52만8000㎡, 2.4%) 등 순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다른 국적 외국인들의 보유 토지가 모두 조금씩 늘어난 가운데, 중국인 보유 토지의 경우 34만4000㎡(3.6%)가 줄어든 부분이 눈에 띈다.
주체별로는 합작법인 보유 토지가 870만1000㎡로 가장 많고, 순수외국법인(535만8000㎡), 외국교포(560만6000㎡)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순수외국법인 보유 토지의 경우 전년 대비 37만9000㎡ 줄어든 반면 외국교포 소유 토지는 40만3000㎡ 늘어났다.
한편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전년 대비 5.0% 증가한 4390만4000㎡로 국내 전체 외국인 보유 토지의 17.7%를 차지, 가장 많았고 전남(3863만4000㎡, 15.5%), 경북(3658만5000㎡, 14.7%), 강원(2219만1000㎡, 8.9%), 제주(2183만㎡, 8.8%) 등 순으로 나타났다.
: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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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해
- <평론> 정수일 소장의 ‘민족주의적 통일담론’을 읽고
들어가며
사회과학, 인문학, 철학의 기본은 인간학이다. 인간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해서 만든 학문이야 말로 보편적이면서 미래 예측력이 있게 된다. 인간학은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다. 이는 유사 이래 많은 탐구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규명중이다. 인간이란 사실 매우 복잡한 존재이고 따라서 그의 선택이나 행동을 정확히 분석하거나 추정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인간의 사회성에 대한 고찰학문인 사회학의 이론이나 방법론 또는 그 연구 배경 등도 다양하기 짝이 없다.
사회과학의 원조라 하는 사회학도 그 창시자는 혼란한 프랑스 사회를 치유할 수 있는 해법으로 제시했다.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흔히 구도자, 예언가적 태도를 갖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사회학 창시자도 마찬가지였고 그는 말년에 신흥종교를 만들어 그 교주가 되었다. 미국식 기능주의도 사회주의 등장에 따른 공포가 그 배경으로, 미국 사회가 완결된 형태로 혁명 등의 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는 동서 이념대결적 저의가 감춰져 있었다.
그렇다 해도 사회과학을 폄훼해서는 안 되며 사회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일정 부분 인간의 삶과 사회를 윤택하고 행복하게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사회과학 분야가 광범위한 것은 인간이 그만큼 복잡다단한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참고로 사회학을 잠깐 소개하면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파악하기 쉽지 않은 존재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우선 인간과 사회를 총체적으로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은 협동적 관계, 또는 갈등 관계로 보거나 사회라는 구조를 특정하지 않고 개인 간의 상호관계로 보는 등 다양하다.
사회학은 사회 현상을 분석할 때 관점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는 사회가 모든 요인이 뒤섞인 상태라는 점에서 자의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 사례의 하나로 정당의 여야를 보면 어떤 때는 타협 협조하지만 몸싸움과 같은 심각한 갈등으로 가기도 하고, 개인플레이를 하면서 외로운 늑대처럼 굴기도 한다.
사회학적 방법론도 통계적인 방식 등 숫자로 결론을 내는 계량적 방법, 숫자가 아닌 서술적 방법이 있고 집단 속에 들어가 주관을 완전 배제하고 관찰해서 기술하는 방법 등으로 갈린다. 이러니 사회학이 내놓는 사회분석 결과가 얼마나 현실에 부합하느냐 하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크다.
그래서 사회학 분야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종류가 다양해지고 자꾸 세분화되고 있는데 정치, 범죄, 문화, 경제 사회학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이유는 특정한 학문 분야가 정립이 되면 거기에다 사회학을 붙여 별개의 사회학 분야로 삼는 식이다. 인간이 상황에 따라 여러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사회학의 분야도 다양하기 짝이 없다. 이러다보니 사회학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워져서 오늘날 미국 등의 대학에서는 사회학과가 아예 간판을 내릴 지경이 되었다.
사회학의 예에서 보았듯이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이란 존재가 너무 변화무쌍하고 또한 새로운 분야를 창출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오늘날 인간은 인공지능이나 빅 데이터 처리 기법 등을 개발하면서 그 미래가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튈지 짐작키 어려운 지경이 되었는데 이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미래의 인간은 인공지능 등을 훨씬 뛰어넘는 더 고도의 과학과 기술을 개발하면서 우주를 개척해 인간 연구에 대한 폭과 깊이를 확대 심화할 능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이상과 같은 관점으로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의 ‘민족주의적 통일담론’에 대해 생각해 보는 만용을 부리고자 한다.
우선 ‘담론’에 대한 것으로 이의 의미도 많은 학자들이 다양하게 말하고 있는데 푸코에 의하면 그것은 사물을 체계적으로 형성하는 사회적 실천을 담보한 서술을 의미한다. 담론은 그 분야가 다양하다. 예를 들어 법률적 담론, 의학적 담론, 종교적 담론 등이 있는데 이들 담론에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은 의사소통이 가능한 개념으로 일반화되어 있다. 개개 분야 별로 그것을 접하는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개념에 대한 합의가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보면 동일한 현상에 대해 판이한 설명이나 의미부여가 발견되는데 이는 담론이 다양하다는 사례의 하나다. 시대마다 주류적인 담론과 그렇지 않은 담론이 있기 마련이고 이는 권력과의 관계 때문이다. 즉 권력을 가진 자의 담론이 주류 담론으로 강요 또는 강조되는 일이 흔하다. 하지만 새롭고, 더욱 공익적이며 공공성이 강한 담론은 초기에는 비주류의 것이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주류의 그것이 되기도 하는 것은 역사에서 확인된다.
정수일 소장의 ‘민족주의적 통일담론’은 가시화되고 있는 한반도 통일시대에 대비해 가장 생산적이고 모범적인 통일방안 수립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박수갈채를 받을만하다. 정 소장은 “분단국의 통일은 거역할 수 없는 역사적 당위이며 분단민족의 절박한 시대적 요청이다. 그것은 통일이야말로 분단의 고통과 부담에서 벗어나 인간의 기본권과 사회적 정의가 보장되는 새로운 민족공동체 속에서 질 높은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히면서 한반도 통일의 절대적 당위성을 제시했다.
정 소장의 4회에 걸친 ‘민족주의적 통일담론’에서 필자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마지막 회에서 기술된 아래와 같은 내용이다.
--남북한을 막론하고 이 민족사적 의제를 다루는데서 사회학적 접근방법에만 집착하고, 민족의 역사문화와 전통에 바탕한 인문학적 접근방법은 거의나 소외되고 있다. 분단과 통일의 주역은 어디까지나 한민족일진대, 민족을 배제한 민족공동체의 복원이나 재통일은 결코 성사 불가능하며, 민족론(민족과 민족주의에 관한 이론)을 무시한 통일담론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민족주의적 통일담론’이란 제하에 나름대로 통일담론의 접근방법으로 사회학적 접근방법과 인문학적 접근방법을, 통일담론의 체제와 틀로 국가중심패러다임과 민족중심패러다임의 유기적 배합을 동시에 제시하면서, 이 모든 방법과 체제의 공통분모가 되는 것은 민족주의라는 지론을 개진하였다. 그러면서 민족주의의 3대 근본속성인 연대의식과 민족수호 의지 및 발전지향성을 통일담론의 3대 철학적 기조로 자리매김해 본다. 이 대목에서 특기할 것은 통일담론의 3대 철학적 기조는 필자의 협애한 두뇌에서 억지로 짜낸 개념이 아니라, 그 동안 남북 간에 진행된 숱한 통일담론 결과로 맺어진 일련의 협약서 가운데서 남북 정상 간에 합의되어 발표한 6건의 주요한 공동성명이나 선언 및 합의서 내용에서 그 고갱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통일의 궁극적 목적은 정치적 체제통합을 기제로 한 민족공동체의 복원과 부흥이다. 따라서 이 모든 문제의 해명과 제시에는 민족의 연대의식과 민족수호의지 및 발전지향성의 속성을 기조로 한 민족주의 철학이 온축되어 있음을 새삼스러이 강조하는 바이다.
정수일 소장의 ‘민족주의적 통일담론’은 민족주의가 출발점이다. 모든 이론이나 학설이 그렇지만 그 출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정 소장의 이론을 접하면서 생각한 점은 민족주의에 대한 개념부터 현실에서는 십인십색이라는 점이다. 민족도 그렇지만 민족주의는 더더욱 그 설명이 간단치 않게 된다. 이런 점에서 ‘민족주의적 통일담론’은 민족에 대한 과학적 규명이 첫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업도 복잡해서 필자의 글은 민족에 대한 것으로 국한한다.
민족은 인종과 혼용되기도 하지만 문화적 공통성에 따른 공동체도 그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민족을 한민족의 경우처럼 혈연적 측면에서도 접근할 수 있는데 이를 현실 속에서 살피면 역시 그 개념이 모호해진다. 한국은 다문화 사회가 되면서 백의민족이라는 용어조차 사용치 않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점을 고려할 경우 그러하다.
인종은 생물학적인 차원에서 그 뿌리가 다른 것으로 주장된 황인종, 흑인종, 백인종과 같은 구분이 존재한다. 그러나 오늘날 인종이라는 개념은 그 과학적 실체가 불분명한 것으로 이런 용어부터 폐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이런 연유로 인종이나 민족이라는 개념은 혼란스러워 차라리 인간이라고 통칭하는 것이 그나마 공감대를 넓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인간에 대한 규명을 시도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인간은 인종, 민족에 대해 시대와 장소에 따라 자의적인 의미부여가 이뤄진 것처럼 현실적으로 그 개념이 단일한 것은 아니다. 국가 간에 선진, 후진국으로 구분하면서 그 소속원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평가가 내려지는 것이 지구촌의 현상이다. 또한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의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크게 다르다.
예를 들어 인도와 같은 전통사회의 계급개념이 엄존하는 사회에서는 혈액형이나 유전적 요인이 대동소이한 동시대인이라 해도 귀족과 천민으로 구분되는 고정관념이 여전하다. 인간이라는 개념도 인종, 민족에 대한 개념이 혼탁하거나 다양한 만큼 그런 영향을 받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라 하겠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인간에 대한 과학적 규명 작업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인간에 대한 과학적 연구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오늘날 지구상의 70억 인류는 모두 20만 년 전 아프리카의 한 어머니의 후손이다. 5대양 6대주의 모든 거주 인들이 그 조상이 동일한 형제자매고 친척이라는 것이다. 현존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은 찰스 다윈이 1871년 ‘인간의 유래(The Descent of Man)’라는 책에서 처음 기술한 이후 1980년대까지 근거가 모호한 추론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 후 인류의 DNA 미토콘드리아 연구와 고대 인류에 대한 고고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그 타당성이 인정되었다.
유전자 및 화석 연구를 통해 고대 인류는 10만~20만년 사이에 남서 아프리카의 나미비아와 앙골라 해안 지방에서 살던 단일 조상으로 해부학적으로 진화했으며 그 후손이 6만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타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고대 인류를 대체했다.
동부 아프리카에서 현존 인류가 출현했다는 단일 기원설은 오늘날 과학계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단 유전학적 연구 결과 현존 인류는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이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자들은 현존 인류는 자연도태의 원리에 의해 지난 5천~1만5천 년 전 사이에 맛과 냄새를 분간하는 감각, 소화, 뼈 구조, 피부 색, 뇌 기능 등에서 진화가 진행된 것을 밝혀냈다. 인류의 복수지역 기원설은 고대 인류가 250만 년 전 홍적세(洪積世) 시기부터 진화를 시작해 오늘날과 같은 호모사피엔스 인종으로 진화했다고 주장 한다.
70억 현존 인류가 아프리카의 한 조상이라는 과학적 조사 결과가 나온데 이어 유럽의 남성 절반은 4천 년 전 청동기시대 이후 남자의 후손이라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유럽에 여러 민족이 있지만 4천년부터 한 조상의 후손들이 염색체의 변화, 돌연변이 등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다고 Wellcome Trust Sanger Institute라는 연구단체가 과학전문지 < Nature Genetics > 2016년 4월 마지막 주 발행호를 통해 발표했다. 26개 민족의 1,200명 남자에 대한 y염색체 조사 결과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존 인류는 인종, 국적, 종교 등에 관계없이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의 한 여인의 후손이라는 것은 1990년대를 전후해서 밝혀졌고 이는 오늘날 가장 그럴싸한 정설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태다. 아프리카의 동일한 조상에서 출발한 오늘의 인류는 동서양,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지에서 각각의 민족으로 진화하면서 독특한 문화를 창조했다. 그 작업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이런 자질을 지닌 인간이 기록을 남긴 이후의 기간 동안 인간의 이성과 감정 능력은 아주 미세한 변화에 그쳤다. 뇌의 크기가 청동기 시대 이후나 지금이나 동일하다고 고고학자들은 말한다.
인간사회는 인간의 유전적 자질의 범위 내에서 형성되고 변화하고 있다. 인간의 음악, 미술사가 역사를 통해 다양한 형식으로 이어져 오듯 인간 사회도 그런 면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과거나 현재나 국가나 지역 간 경쟁과 약육강식이 벌어지고 있고 같은 공동체 내의 개인 간에도 서로가 경쟁관계이거나 갈등의 혼란 속에 있다.
세계사나 역사를 통해 문명의 발상지가 어디이고 서양사, 동양사, 한국사 등을 통해 서로 다른 인종들이 동서양이나 과거 또는 현재에 존재하면서 나름대로의 독특한 문화와 문명을 창조한 것처럼 학습한다. 모두가 한 어머니로부터 비롯된 형제자매, 친인척의 서양사, 동양사, 한국사라는 것과는 거리가 먼 교육이다. 오늘날 지구상의 인구가 70억에 달하면서 인간을 소중하게 여기거나 동반자로 여기는 감정은 매우 희박하다. 오늘날에만 그런 것 같지 않다. 과거에도 그랬다.
고대 사회로부터 등장한 계급제도, 노예제도 등은 같은 인간이 동시대의 동반자인 다른 인간을 착취하고 학대한 끔찍한 사례다. 종교가 다르면 처단하거나 박해했고 이는 오늘날 일부 지역에서 여전하다. 인종이 다르면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으려 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견된다.
모든 인간은 같은 조상의 후손이라서 동일하게 오묘한 존재다. 인간은 하나의 조상에서 출발해 오늘날에 이르렀고 그 유전적 잠재력은 다양한, 또한 찬란한 문화, 언어, 예술, 철학, 제도, 의상, 가구, 건축을 발전시켰다. 이는 동서양에서 고대 이래 국가나 민족의 흥망성쇠 역사에서 발견된다. 국가나 개인은 경쟁 관계 속에서 우열을 나타내고 무한한 잠재력 가운데 우세한 형질이 발현되면 그렇지 않은 국가나 개인을 지배하게 되고 그 반대의 현상도 역시 나타난다.
인종과 민족
오늘날 인종과 민족은 서로 다른 개념으로 사용되지만 여전히 혼동해서 사용되고 있다. 인종은 육체적 특징이 유사하거나 확실하고 문화적 행위도 동일하면서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민족에 속할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민족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문화를 지닌 집단을 말한다. 사람들은 흔히 주변 사람들과 자신들이 차이가 있다고 여기는데 그런 차이는 흔히 자연적이거나 전통이나 관습 등으로 초래된 것이다.
인류학자나 생물학자들은 생물학적인 분류로써의 인종은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사회적 또는 주관적으로 내린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인종을 분류하는 것은 인간을 유적학적 차이로 이해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과학계의 중론이다. 특히 현존 인류의 조상이 하나라는 고고생태학적 연구결과가 정설로 굳어지면서 피부색이나 신체적 특징으로 구분하는 인종이라는 말조차 존재치 않아야 한다는 강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피부색 등이 다르다는 것에 대한 유전학적인 연구 결과 피부색은 급속히 변화가 가능해 환경적 요인과 함께 1백 세대 또는 2,500년의 기간이면 다른 피부색으로 변화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종이라는 용어는 16세기 초 영국에서 시작되어 19세기 초까지 유럽 국가들이 식민지 침략을 하면서 자신들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주로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유럽은 18세기 이래 인류는 각 대륙에서 다수의 서로 다른 조상에서 태어나 진화했다는 인류 다원 발생설을 신봉했다. 즉 각 대륙의 인종을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로 분류하거나 코카서스, 몽고, 에티오피아, 아메리카 인디안, 말레이 인종 등으로 나누기도 했다.
각 대륙의 인류는 조상이 서로 다르다는 이 학설은 미국 독립전쟁 등의 시기에 유럽 대륙을 휩쓸었다. 식민지의 주민들을 백인과는 다른 인종, 즉 흑인종, 황인종으로 구분하면서 수탈과 탄압 등을 일삼았다. 나치 독일이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주장하면서 유럽을 침략한 역사적 범죄는 악명 높다. 오늘날에도 인종청소라는 말이 정치, 보도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사람을 지역이나 문화, 피부색 등으로 차별하는 인종주의는 사람의 생물학적, 생리학적 특징에 따라 인종을 구별하는 사상으로 전 세계적으로 고대로부터 존재했으며 특정 인종으로 규정될 경우 편견, 차별, 고정관념의 근거가 되었다. 이는 사회적 행동이나 관습, 정치 제도 등에 나타났으며 오늘날에도 광범위한 지역에서 그 잔재가 남아있다.
오늘날 기독교와 회교도 지역 간의 대립이나 충돌이 잦아지면서 특정 인종에 대한 편견이나 공격적 언행이 나타나기도 한다. 인종주의의 사상은, 인류는 그 조상이 서로 다른 부류로 이뤄져 있어 사회적 행동이나 선천적 능력 등이 차이가 있고 특정 인종은 열등하거나 우수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것은 나치스 독일의 세계관의 기초를 이루었고, 20세기의 파시즘 사상으로 이어진다. 19세기 유럽에서 부상한 인종주의는 백인의 우월성을 강조하면서 유럽에 의한 식민지주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악용되었고 나치스 독일의 세계관이나, 20세기의 파시즘 사상으로 이어졌다. 나치는 아리안 인종이 최상의 인종이라며 열등 인종으로 낙인찍은 유대인 등을 조직적으로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흑인을 차별하는 정책이 강행되었지만 세계적인 규탄 속에 종식되었다.
인종주의에 따른 차별은 주관적, 독선적인 판단으로 다른 사람을 열등하다고 여기면서 계급화나 계층화를 통한 불평등을 합리화시키고 있다. 인종을 차별적으로 분류하는 경우는 법률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부당한 이익을 챙기려는 의도가 숨어 있어 그것은 부당한 차별이나 편애라는 제도화된 행동의 결과라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인종주의 또한 역사적으로 유럽이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착취하고 정복하는 논리로 악용되었다. 즉 유럽의 제국주의와 식민지 정복의 근저에는 다른 대륙 주민들과의 문화적, 정치적 관습 차이를 우열의 차이로 해석한 일방적 인식이 깔려 있다. 그 결과 특정 인종에 대해 도덕적, 이성적으로 열등하다며 억압하고 박탈을 강요하는 인종 차별이 자행되었다. 인종차별주의는 노예제도나 집단학살과 같은 비극으로 연결되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인종적 편견은 여전히 심각하다.
인종이라는 단어는 특히 서구의 비서구 지역 침략을 합리화시키는 수단의 하나로 악용된 것을 들 수 있다. 인종은 19세기부터 생물학적인 차이나 육체적 행동 특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때 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인종을 분간할 만한 신체적 특성 등을 발견하지 못하면서 결국 현존 인류가 동일한 종족에 속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인종 분류 작업은 더 이상 행해지지 않고 있다.
프랑스 같은 나라는 인종에 바탕을 둔 자료 수집이나 보관 등은 법으로 금지 되어 있다. 예를 들어 경찰이 지명수배를 내릴 경우 ‘검은 피부의 얼굴색’과 같이 표현한다. 미국에서도 인종적 특성을 부각시키는 표현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미국 정부 당국 등이 인종이라고 쓸 경우는 생물학적인 특징보다도 외모 등의 차이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인종차별주의는 그 근거가 모호하지만 여러 가지 형태로 미국, 유럽, 한국 등에 존재하고 있다. 유엔 헌장은 인종차별은 과학적으로 오류이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며 사회적으로 옳지 못하고 위험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수백 년간 지구촌에서는 인류를 여러 인종으로 구분해 황인종, 백인종, 흑인종 등으로 부르며 생물학적 특성이 있는 것으로 여겼다.
그 결과 오늘날에도 우리는 흔히 지구상에는 여러 인종, 즉 그 조상이 다른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실재하는 것처럼 여긴다. 즉 백인종, 흑인종, 황인종은 그 뿌리가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과학자들은 인류를 인종에 따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결론지었다. 즉 피부색과 인체 구조 등은 환경적 요인에 의한 차이 일 뿐 모두 한 지붕 한 가족이라는 것이다.
서구사회의 스포츠나 예술분야에 피부색이 희거나 검거나 누런색의 차이 없이 세계적인 기량을 뽐내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민이나 이주, 또는 입양 등으로 출생지를 바꾸는 경우에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큰 문제가 생기는 법은 거의 없다. 이런 현상을 보아도 인종이라는 구분은 사라져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
인간은 어쩌면 서로 선을 긋고 경계선을 만들어 살고자 하는 유전자가 있는 듯 한데 이는 올림픽, 월드컵 대회 때 국가별로 온통 난리법석일 정도의 현상이 일어나거나 지역감정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는 것 등이 그런 것의 반증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근거 없는 인종주의, 인종차별을 근절하기 위한 교육 등이 철저하게 시행되면 그것은 상당부분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거리가 멀다. 각급 교육기관에서 현대사를 배울 때 자기 공동체 외의 6개 대륙에 대한 것은 다른 인종의 것인 양 인식 또는 착각을 피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이런 시각과 관점은 이제 70억 인류는 같은 어머니의 후손이라는 생물학적 결론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즉 인문학의 출발점이 이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제시된 여러 인문학적 관점이나 설명에 이런 과학적인 결론을 바탕으로 한 것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인간은 오묘한 존재
현존 인류가 한 뿌리라는 관점에서 세계사를 살피면 결론은 인간은 오묘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는 5대양 6개 대륙의 문화와 문명, 예술, 스포츠, 언어, 음식, 관습 등이 다 차이가 있는데 그것은 한 어머니가 물려준 유전적 능력과 잠재력이 지역별로 다양하게 꽃피고 열매를 맺은 것이라고 해석할 때 쉽게 유추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세계사를 살피면 향후 미래 또한 인류의 유전적 능력과 잠재력 등이 전개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즉 인류의 미래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다양하고 알차게 꽃피고 열매 맺을 것이다.
인류의 과거를 살피고 미래를 전망하게 되면 인류는 다른 동식물처럼 규정지을 수 없는 거의 무한대의 능력과 잠재력을 지닌 존재라는 결론을 피할 수 없다. 즉 신비하다고 할 정도의 존재라는 점이다. 어떻게 인간과 같은 존재가 지구상에 존재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욱 연구할 과제다. 현재 많은 종교 교리나 철학, 인생 지침 등에 단편적으로 인류의 존재 의미에 대한 해답이 주어져 있지만 그것은 앞으로 더욱 탐구하고 완성해야 할 것들이다.
그러나 인류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인간은 선과 악의 요소를 모두 지닌 매우 혼란스런 존재라는 점이다. 성스러운 점과 함께 악마적인 자질은 물론 고결하면서도 악취 나는 그런 존재다. 폭탄테러로 무차별적인 살상과 함께 자신도 죽는 자살테러가 그치지 않는 세상이다. 인류가 제시하는 진리나 정의와 같은 가치에 대해서도 동서양의 정답이 다르다. 상반된 요인들이 유전인자 속에 포함되어 있어 시대 상황에 따라 또는 개인의 선택에 따라 여러 요인들이 구체화된다.
인간의 창의력은 밑바닥이 없는 샘물처럼 솟아난다. 새로운 영화, 노래, 온갖 상품들이 쏟아져 나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이런 창의력은 상한선 없는 욕망, 쉽게 싫증내는 변덕과 어우러지면서 상품 시장 경제, 자본주의 체제의 존속에 기여한다.
인류사 속에서 일관되게 발견되는 것은 인간은 낙원을 꿈꾼다는 사실이다. 어둡고 험한 현실 속에서 밝고 천국과 같은 공상 속의 세상을 그린다. 인간은 상상 속의 현실과는 거리가 먼, 어떤 면에서는 현실과 관계가 없는 그런 멋진 세상을 상상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현실의 고통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어두운 면도 있다. 현실에 만족치 못하는 것이다. 항상 현실을 불만스러워 하면서 미래의 좀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눈길을 던진다. 현실에 만족치 못하는 것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발전과 발달의 동력이 된다. 인류의 역사가 진보한다거나 발전한다는 것과 같은 측면이 있는 것은 바로 이 현실에 만족치 못하고 항상 불만스러워 하는 인간의 속성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상과 공상의 능력에 대한 시각차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을 촉발하는 상상과 공상은 그 상한선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자본주의는 이런 인간의 속성 때문에 끊임없이 신상품이 나오고 소비자들은 과거의 상품에는 싫증을 느끼면서 새로운 상품의 소비를 갈망한다는 점을 중시하다. 이런 인간의 속성을 감안하면 자본주의는 영원히 지속된다는 것이다.
한편 공산주의는 인간이 지상 낙원인 유토피아를 건설할 수 있다고 믿는다. 노력에 의해 그런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작업은 소수의 선각자들에 의한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의해 가능하다고 믿는다. 중국이 그런 확신에 차서 정치는 사회주의 체제를, 경제는 자본주의 체제를 채택해 많은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그런 교훈이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 목격되고 있다. 인간의 잠재력의 하나가 부패하고 부정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이 엘리트주의에 의해 1%가 99%를 지배하고 선도한다는 발상의 실현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다.
인간의 잠재력이 지대한 탓인지 동서고금의 모든 사회를 설명할 수 있는, 즉 도깨비 방망이 같은 사회과학 이론은 존재치 않는다. 사회과학은 특정 시대, 특정 사회에 대한 설명에 국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의 정치, 경제학이 미국, 북한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같은 과학이라는 이름이 붙지만 사회과학이 자연과학과는 크데 다른 점이다.
다양한 사회 현상은 인간의 DNA적 속성의 구속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인간의 역사는 인간DNA의 발현의 역사라 하겠다. 오늘의 현실이 그렇듯 미래도 인간의 잠재적 자질의 표출일 것이다. 오늘날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미래학자들은 3년 뒤의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는 인간이 지닌 잠재력의 깊이와 폭에 대해 인간이 아직 파악치 못했다는 것과 같은 말이 아닐까.
인간의 잠재력에는 상반된 속성 즉 선과 악, 좋음과 나쁨, 인내심과 성급함, 사랑과 증오 등이 다 포함된다. 신을 경배하면서도 신처럼 군림하려는 속성을 지녔다. 인간은 그 잔인성이 그 한계가 없을 정도이면서도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는 존재다. 인간은 전쟁을 하면서도 평화를 사랑한다. 전쟁, 평화, 조화와 갈등 등 상반된 모든 요인들이 인간 유전 인자 속에 담겨 우성과 열성으로 발현한다. 진보, 보수로 구분되지만 그들의 2세는 반대의 성격을 지니고 태어나는 경우도 흔하다. 인간과 우주의 관계를 추정할 때 우주의 속성이 허용하는 그런 존재라는 점은 확실한 듯하다. 인간의 속성 가운데 우주의 그것과 대립되는 것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에 대한 탐구는 결국 ‘알 수 없어요’라는 불가지론의 늪에 빠지게 되는데 인간의 잠재력 등이 지닌 신비함도 탐구할수록 ‘알 수 없어요’라는 미궁으로 빠지는 듯하다. 인간이 우주 탐사를 열심히 하고 있으나 과학자들은 인간은 우주에 대해 5% 정도밖에 알지 못한다고 추정한다. 인간에 대한 과학적 탐구도 육체와 정신 두 분야 등에서 이뤄지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왜 이렇게 됐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깊이 볼수록 아리송해지는 인간, 그 집단인 민족 등에 대해 계속 탐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인간의 지식이 축적되면서 인간의 시야는 더욱 넓어지고 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어느 한 개념이나 관점이 마치 도깨비 방망이 같은 해석력이나 설명력이 있다는 생각은 설자리가 없어진다.
글을 맺으며
유토피아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이상향, 더할 나위 없이 모든 것이 만족스런 지상낙원, 천국과 같은 의미다. 그러면서 현실 속에 존재치 않는 그런 세계를 가리키기도 한다. 인간이 꿈꾸지만 결코 도달 할 수 없는 상상 속의 세계라는 것이다. 유토피아는 상상 속의 세계다. 그것은 달성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달성되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유토피아가 아니다.
인간은 상상의 노예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상상할 수 있다. 공상의 세계 속으로 도피도 가능하다. 물론 그것은 관념 속의 도피이지만. 유토피아는 더 이상 상상력이 필요치 않을 만큼 완전하다는 의미인데 인간처럼 욕망의 상한선이 없고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존재에게 그런 세계가 가능할 것인가는 의심스럽다.
인간은 작은 우주라 한다. 우주를 살피면 태양계의 여러 행성은 내부 온도, 토질, 기압 등에서 큰 차이가 난다. 우주 속에 수많은 개성을 지닌 별들이 존재하고 불랙홀 등이 존재해 어떻게 이런 다양성이 존재하게 됐는지 과학자들을 놀라게 한다. 우주는 빅뱅에 의해 생성된 것으로 밝혀졌지만 아직도 빛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우주가 왜 생겼는지, 그리고 그 미래는 무엇인지, 우주 종말 뒤에 어떤 일이 왜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인간의 탐구 영역을 벗어난다.
예를 들면 다른 동물들은 그 유전적 잠재력에 한계가 분명한데 인간만이 그렇지 않은 것은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인가 등은 밝혀지지 않는 수수께끼다. 자연적인 진화의 결과라고 하기에는 다른 동물들에 비교해 유전적 잠재력이 너무 차이가 커 놀라게 된다. 혹시 절대자의 피조물이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하게 되지만 이에 대한 확실한 해답은 아직 없다.
인간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이성과 감정의 동물이라는 점이다. 인류의 지성들은 감성에 좌우되는 것을 피하고 이성적이 되도록 노력했고 후학들을 그렇게 가르쳤다. 이런 후천적 교육 탓인지 오늘날까지 감정에 대한 연구는 이성에 대한 것보다 매우 미흡하다. 감정은 예측 불가능하다. 누구나 경험하지만 사람의 기분은 눈앞의 파리 한 마리에 의해 크게 동요하기도 한다.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리더들의 주요 사안에 대한 결정은 감정에 좌우된 측면이 적지 않다는 것이 조사에서 밝혀지는 등 감정이 일상생활에서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그러면서도 사람은 자신이 감정의 노예가 된 것처럼 보이는 것을 극력 피하려 한다.
인간학의 미래는 감정에 대한 더 깊은 연구를 통해 이뤄져야 할 것이고 이는 인공지능 등의 첨단 과학 개발로 그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하겠다.
인간의 잠재력은 천사와 악마처럼 상반된 갖가지 가치판단을 하는 성향이 공존하는 특성을 지녔다. 이런 상반된 요인이 한 인간 내에서 혼재해 있는 것은 인간의 이중성을 다룬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잘 표현되어 있다. 인간은 그 내면에 이중성만을 지닌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성격 등을 지닌 다면적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의 성격은 다면적이고 복잡하기 그지없어 그로 인한 자기모순을 겪는 고통도 심각하다.
이토록 인간의 내적 잠재력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다층적이고 다면적이어서 그것이 과연 축복인지, 저주인지가 애마한 지경이다. 그러나 단순한 것보다 복잡한 것이 더욱 묘미가 있다는 점에서 무한한 내적 잠재력은 축복이라고 보아야 하겠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긍정, 부정적 측면 가운데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측면이 훨씬 강하다고 보여 진다. 이는 인간 사회가 선과 악, 긍정과 부정 등의 여러 요인이 혼재해 있지만 교도소가 전체 사회의 극히 일부분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인간은 개인이나 그 단체가 유전적 잠재력을 얼마나 환경에 걸맞게 발현하느냐에 따라 세속적인 성패가 결정이 나는데 이는 개인의 평생 삶이나 단체 또는 국가 단위의 공동체에서 입증된다. 즉 인간의 잠재력이 유전적으로 신비하다고 할 만큼 다양한데 그 가운데 어떤 요인을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발휘하느냐 하는 것이 역사에서 성공과 실패라는 평가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선택과 집중을 국가 단위로 보면 한국과 중국의 경제발전 등에서도 입증된다. 지구촌은 크고 작은 공동체 단위의 경쟁이 치열해서 30년 전후의 기간이면 크게 발전하기도 하지만 후퇴, 퇴행하는 경우도 흔하다.
인간에게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선택과 집중을 효과적으로 해서 그 결과 생산성이 크게 만들기 위한 지식을 주고 지혜를 개발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분단 해소와 통일, 그리고 통합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정수일 소장의 ‘민족주의적 통일담론’도 한민족의 통일과 통합을 위해 필요한 지식을 정리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인간이 온갖 상상을 다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공공성과 공익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이론과 방법론은 복음과 같은 것이다. 정수일 소장의 ‘민족주의적 통일담론’은 분단이후 한민족이 평화통일과 통합을 위해 어떻게 노력해 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제시한 이정표의 하나라 하겠다.
일제 강점 하에서 선각자들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육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민족이 다른 공동체들과 공존하면서 공동 번영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보편화하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평화통일과 통합도 마찬가지로 대중적이고 집중적인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통일 노력 자체를 범죄시하고 통일의 상상력까지 처벌하는 국가보안법이 폐기되어야 하고 미국에 예속된 정치, 통일 운동 및 지식인 사회의 허위의식이 깨져나가야 한다. 한반도 전체는 물론 동북아와 전 세계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통일과 통합을 위해 노력하도록 만드는 범사회적 각성과 의식화가 필요하다.
고승우 / 6.15남측위 언론본부 정책위원장, 언론사회학 박사/ 통일신문
"소비에 찌든 일상 해독"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는 프랑스
통행 제한 한 달... 비극 속에서 발견한 가능성들
▲ 한 프랑스 어린이가 1일(현지시간) 코로나19 여파로 텅 빈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을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AP
3월 17일부터 프랑스 전역에서 시작된 통행 제한이 한 달을 넘겼다.
초유의 상황을 겪고 있는 프랑스 사회에 지난 한 달 동안 언론과 SNS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분노, 무능, 무용함, 감사, 감동, 연대, 위기, 기회, 전환 등이었다. 앞의 세 단어는 주로 마크롱 정부와 유럽연합을 향했고, 뒤의 단어들은 최전방에서 헌신하는 의료진을 향했으며, 마지막 세 단어는 이 보건 위기를 지렛대 삼아 전환의 계기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 입에서 나왔다.
바이러스가 점령한 세상엔 감염학자, 의사들뿐 아니라, 철학자, 사상가, 사회학자, 작가들이 현상을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며 함께 혼돈의 세상을 덮은 안개 속에서 빛을 밝히고자 했다. 노동자들은 언제나 그랬듯 그들을 더 힘차게 짓밟는 자본가들을 상대로 싸웠다.
5월 11일, 초중고 개학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3일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5월 11일까지 외출통제를 연장한다고 밝혔다. 여전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기에 외출통제기간의 연장은 모두 예견했던 바다.
오히려 놀라웠던 점은 5월 11일 이후 유치원부터 초중고교의 개학을 단행하면서 점진적으로 사회를 재가동 시킨다는 발표였다. 레스토랑, 까페, 영화관, 공연장 등의 영업은 여전히 금지한다는 것을 보면, 정부 역시 현재의 위험이 불과 한 달 뒤에 사라질 리 없음을 모르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내려진 개학 단행 결정에 대해 대통령은 "휴교 기간 동안 학생들 간의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을 더는 방치할 수 없기 때문" 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3월 중순부터 시작된 휴교 기간 동안, 수업은 인터넷을 통해 부분적으로 이뤄져 왔다. 4월 초부터 2주간 방학으로 중단되었지만, 다시 20일 이후 개학이 되면 인터넷수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아이들은 스카이프를 통해 수업에 참여하거나, 인트라넷을 통해 교사들이 내주는 과제들을 수행하고 제출해왔다.
물론 아이들이 균일한 주거환경에 있지 못하고, 재택 수업 방식에선 부모의 개입 여부가 학습 성과를 크게 좌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하루 사이 코로나19 확진자가 6천여 명이 발생(하고, 사망자 수가 1만7천 명을 넘어섰으며 매일 수백 명씩 사망자가 추가되는 상황에서 한 달 후 개학은 "너무 빠르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17일 기준 확진자 14만7091명, 사망자 1만9315명). 교육부는 5월 11일 이후 일률적인 개교가 아니라 "점진적" 수업 재개가 이뤄질 것이라며 성난 여론을 진화하기도 했다.
추가적 경제지원 145조... 의무 저버린 기업엔 회초리
외출통제가 한 달 더 연장됨에 따라 자영업자들(영업을 할 수 없거나, 매출이 50% 이하로 줄어든 1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긴급생계지원(1500유로, 한화 약200만 원)도 한 달 더 이어지고, 일시적 실업에 놓인 노동자들에겐 임금의 82%가 추가로 주어진다. 약 870만의 노동자가 이 일시적 실업급여의 수혜자로 집계되고 있다. 그 밖에 평소 정부로부터 생계보조금(75만~200만 원)을 수령하는 4백만 저소득층 가구에 1조3천억 원 가량의 지원금을 추가로 제공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환자 밀집 지역 의료진에겐 1500유로(약 200만 원), 기타 지역엔 500유로의 상여금과 일률적인 추가근무 수당 50% 인상이 결정된 바 있다. 대통령 자신이 "전쟁 상황"이라 명명하고도 최전선에 선 의료진에게 그 어떤 배려도 표하지 않았던 지난번 발표 때와는 달라진 대목이었다.
세계 어느 곳을 막론하고, 코로나 시기에 가장 바쁘게 움직여야 했던 사람들은 택배사 직원들이었을 것이다. 배달 물량이 몰렸고, 직원들의 노동조건은 더 악화되었다. 저녁 주문, 새벽 배송이 가능한 한국상황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프랑스에서도 외출통제 기간중 인터넷 쇼핑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은 비슷했다. 아마존 프랑스 노조가 자신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쉼 없이 자신들을 가동하는 기업을 잠시 멈춰 세우는 데 성공했다.
지난 14일 프랑스 낭테르 법원은 아마존 프랑스에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그들의 상업활동을 최소화(의약품과 식료품으로 판매품목을 제한)할 것과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사업장의 안전을 점검하고, 필요한 설비를 갖추라는 명령을 내렸다. 아마존 프랑스는 이에 따라 정규직 6500명과 계약직 노동자 3600명을 고용하고,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영업을 중지하고, 전국 6개 지역에 있는 물류창고를 청소하고 코로나19의 위협에 대비한 안전 장치를 확보했다.
지난달부터 아마존 프랑스 노조는 자신들이 지나치게 위험에 노출된 상태에서 일한다며 문제를 제기해왔고 여기에 노동감독관이 개입하면서, 법원의 판결을 이끌어내게 된 것. 법원은 사측이 노동자 안전에 대한 의무를 져버렸다고 판단하며, 노조 대표 입회 하에 작업환경을 개선할 것을 명했다.
그 기간 동안 모든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은 100% 지급되어야 하고, 작업장 개선이 이뤄지지 않거나 지연될 때에는 1일 1백만 유로(약 13억 원)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이 같은 법원의 결정은 비슷한 상황에 있는 기업들에 따끔한 경종을 울렸고, 노동자들에겐 투쟁의 근육을 단력토록 자극했다.
많아진 시간, 축소된 소비, 전환되는 생각
▲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홍보하는 프랑스 파리 곰 인형 ⓒ 연합뉴스/AP
개인적으론 파리에서 2주를 보낸 뒤, 기차를 타고 부르고뉴 지방의 시골에 와서 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통행 제한 기간 동안 시골에서 보내기는 파리시민의 17%가 한 선택이다. 하루 10번씩 운행되던 파리-오세르간 기차가 한 번으로 줄었건만, 내가 탄 객차에 승객은 나 한 사람 뿐이었다. 지난 시간, 그 무슨 필연적 이유가 있기에, 우린 이 거대한 기차를 하루에도 열 번씩 가득 채웠던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유난히 청아한 자태로 빛나는 자연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며 텃밭을 일구는 데로 생각이 미끄러져 갔다. 모종을 사러 가니, 전에 없이 긴 줄이 2미터 간격으로 늘어서 있다. 모두 같은 생각인 듯, 사람들은 저마다 씨와 모종을 정성껏 고른다. 마을 공터마다 1주일에 한두 번씩 열리던 장이 코로나19 때문에 금지된 후엔 농민들과 소비자들의 직거래가 늘었다. 마을사람들이 직접 농부의 집에 가 바구니 가득 농산물을 사오거나 농부가 주민들의 주문을 받아 동네를 한바퀴 돈다.
걸핏하면, 모자라는 무엇을 사러 마트에 들르곤 하던 습관을 버리고, 1주일에 한 번만 읍내에 나가 필요한 것들을 수입한다. 밀착되어 있던 소비의 습관이 떨어져 나가고, 자연에 눈길을 두는 시간이 늘어났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소비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의 중독된 소비라는 습성이라고 할 수 있겠죠. 진정한 쓸모가 없는 상품들에 대한 중독을 끊어내고, 양적인 측면에 치우쳐 있던 삶을 질적인 삶으로 전환해 내야 합니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통행제한'의 경험은 우리의 독에 찌든 생활 방식을 해독하는 데 도움을 줄 겁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이 통행제한 조치 직후 했던 말이다. 그 말 그대로 나와 내 이웃들은 행하고 있었다.
철학자이자 중국학자인 프랑수아 줄리앙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중국어로 '위기'라는 단어는 위험과 기회를 함께 담고 있습니다. 위기는 유리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동시에 위험의 시간으로 다가오죠. 처음엔 눈에 띄지 않는 긍정적인 면을 감지하여 그것이 꽃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중략) 우린 이 시기에 '진정한 삶'을 얻을 수 있고, 그것은 통찰력에서 얻어지죠(중략) 개인적, 집단적으로 건너가야만 하는 부정적 상황이 우리 앞에 놓여 있지만, 이런 상황은 전대미문의 가능성을 튀어나오게도 할 수 있습니다."
▲ 코로나19로 통행 제한이 실시된 프랑스에서 한 테너가 자택 공연을 펼치는 모습. ⓒ 연합뉴스/EPA
코로나19로 통행이 제한되면서 미세먼지가 감소한 중국에서 두 달 동안 7만7천 명의 생명을 구했다는 시뮬레이션 연구결과가 있었다. 이는 현재까지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감염 사망자(17일 기준 4632명)보다 약 15배 많은 숫자다.
혹시 비슷한 일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진 않을까? 프랑스 보험회사 MAIF는 지난 한 달 간 교통사고가 예년에 비해 80% 가량 줄어, 1억2700 유로(약 1318억 원)의 수익이 창출되었기에 그 수익을 보험가입자들에게 나눠준다고 알렸다. 가입자들은 그 돈을 현금으로 받거나, 구호기관이나 병원에 기부할 수 있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2020년 3월 한 달 프랑스 전체의 사망자 숫자는 5만7441명이었다. 2019년 5만2011명 보단 많고, 2018년 5만8641명 보단 적다. 코로나는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으나, 결과적으론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로 사람들은 세상을 떠나갔다는 사실이 현실을 다른 각도로 자각하게 한다.
아직 비극의 종말은 오지 않았으나, 그 비극이 새롭게 허락해준 시간과 공간에서 이후를 상상하고, 다른 시대를 열어갈 준비를 하는 사람들, 이미 다른 세상으로 홀로 건너간 사람들이 부쩍 늘어간다. 예를 들면 150명의 시민들과 함께 '생태적 전환을 위한 시민 협약' 50개 과제를 만들어 정부에 제시하고(4월 9일), 여론몰이중인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튜버 시릴 디옹(Cyril Dion) 같은. 목수정(anouck) / 오마이뉴스
[4·15 총선이 남긴 것]재현된 영호남 의석 쏠림, ‘낡은 지역주의’와는 달랐다
지역주의 부활했나
TK·PK 7석 민주당, 득표율 올라
범진보 합치면 통합당과 ‘박빙’
인물 중심 투표, 세대 간 표 균열도
김부겸 낙선은 보수층 견제 표출
‘지역주의 부활’은 4·15 총선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영호남 표심은 각각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으로 쏠렸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신지역주의’라고 평가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역등권론’처럼 지역 맹주가 패권을 얻기 위해 지지기반을 활용한 것과 달리 이번엔 영호남 유권자들이 지역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해 나섰다는 주장도 있다. ‘공격적 지역주의’에서 ‘방어적 지역주의’로의 변화다.
하지만 총선 결과를 지역주의 부활로 단정짓기엔 이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오히려 지역 내 세대 간 균열이 상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0대 총선에 견줘 접전지 증가, 험지 출마 후보들의 지지율 상승 등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호남선 민주당이 모두 압도했지만
‘지역 발전론’ 중심 투표에서 탈피
신구 세력 교체, 새 정치 요구 표출
박지원·이강래 낙선이 대표 사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등 영남권에서 ‘참패’했다. 전체 65석 중 7석만 얻었다. 통합당은 86%인 56석을 확보했다.
하지만 영남권의 범여권 지지율은 20대 총선보다 상승세가 뚜렷했다. 지역별 정당 득표율을 보면 부산의 경우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26%였지만 이번엔 28.4%(더불어시민당 기준)를 얻은 것을 비롯해 정의당 7.3%, 열린민주당이 4.6%로 나타났다. 범진보 세력이 통합당(43.7%)과 거의 박빙이다. 울산·경북·경남 득표율 역시 4년 전보다 올랐다.
후보별로 보면 더 확연하다. 20대 총선 때 부산에서 40% 이상 득표한 민주당 후보는 모두 8명이었다. 이번 총선에선 두 배 증가해 16명으로 늘었다. 대구도 전체 12석 중 20% 이상 득표한 민주당 후보가 4년 전 4명에서 11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출마자 숫자로 봐도 20대 총선에선 6명의 후보가 20% 이하로 득표했지만, 이번엔 12개 전 지역구에 후보자를 배출해 이 중 11명이 20% 이상 득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보수 쏠림 현상’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구 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17일 통화에서 “지역주의 부활로 해석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최대 피해 지역임에도 범여권 표가 최대치로 나왔다.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0대 이하 젊은층이 김부겸 의원 등 여권 후보들의 ‘인물 경쟁력’을 지지했고 과거에 견줘 이 같은 기류가 확대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이번 총선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권력 부재에 따른 상실감과 코로나19 불안 등이 문재인 정권 심판 정서로 모아진 것으로 관측된다.
통합당 관계자는 “연이은 보수의 선거 패배와 진보 세력 견제 심리가 막판 위기감으로 발동했다”고 말했다. 여권 유력 주자인 김부겸 의원이 선거 도중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미래 권력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역으로 김 의원 견제로 나타났다. 중·장년층 이상 지역민들은 현실적 불안(코로나19)을 표출할 대상으로 정권 핵심 인사였던 김 의원을 지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남에선 민주당 ‘쏠림’이 강했다. 4년 전 국민의당의 ‘제3당 돌풍’이 호남을 뒤덮었지만 이번엔 민주당이 정당 득표와 후보 득표 등을 독식했다. 지역구 현역의 다수였던 민생당은 단 한 석도 얻지 못한 채 소멸 수순을 밟고 있다.
지역 정가에선 호남 표심을 단순히 지역주의 강화로 연결하면 안된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는 “호남 민심은 지역 발전 요구보다 본인들이 만든 정부를 끝까지 밀어줘야 한다는 정치 의식을 발현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역발전에 성과가 적지 않았던 박지원·정동영 의원 등의 낙선이 대표적 사례다. 지역 이득을 위해 단결하는 전통적 ‘지역발전론’ 성격의 지역주의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지역주의라는 해석이다. 민주당 이강래 후보 낙선에서도 드러났듯 ‘신구 정치세력 교체’로도 설명할 수 있다. 지 교수는 “영호남 모두 정당이 이익을 위해 동원했던 과거 지역주의의 틀로 읽기는 힘든 선거였다”며 “각 지역의 정치적인 인식이 제각각 작용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보수신문 ‘수퍼여당’에 대한 경고 공허하다
중앙 “언제든 민심저항 불러와” 문화 “국정운영 잘했다는 평가 아냐” 조선 유권자에 “조국 비리자 당선 이래도 되냐” 반성없는 언론들
지난 4·15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편들던 신문들이 사상 초유의 범민주계 정당의 압승 결과에 “집권여당에 언제든 민심의 저항을 부른다” “국정운영이 잘했다는 평가가 아니다”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심지어 조국 사태 관련자를 당선시킨 유권자들를 나무라는 신문도 있었다.
절대 다수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이 썩고 고이지 않도록 견제하자는 말은 맞지만 누가 그 말을 하느냐에 따라 그 무게감과 설득력, 공감은 다르다. 한쪽을 편들어 주장했던 자신들의 주장이 옳았는지 되돌아보지도 않고 최소한의 반성도 없이 집권세력에 하는 경고가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중앙일보는 17일자 사설 ‘초유의 거여(巨與),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로 나갈 때다’에서 이번 선거결과를 “충격적이라고 표현할 만한 총선 결과”라며 “보수 야당의 자멸과 함께 코로나 사태가 선거 이슈를 삼켰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 신문은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까지만 해도 정권 심판 기류가 강했지만 국난 극복 프레임이 먹히면서 야당 실책이 부각됐다는 것”이라며 “국가 위기 상황이 현 정부의 실책을 덮어버렸다는 주장엔 일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유권자들이 정권 심판을 했을 거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문재인 정부의 지난 3년간 국정 운영을 두고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이 경직되게 추진된 게 사실”이라며 청와대 독주가 계속되면서 코드 인사와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국민이 느끼는 체감지수와 청와대 인식 사이에는 괴리가 있었다”며 “청와대는 비판이나 쓴소리를 ‘정권 흔들기용 발목 잡기’로 규정하고 귀를 닫았으며, 국정 곳곳에 경고등이 들어왔던 건 소통의 부재와 일방통행으로 치달은 결과”라고 했다.
이 신문은 “무소불위 독주가 가능해진 지금 문 정부와 여당은 진짜 국정 운영 능력의 시험대에 올랐다”며 “이번 승리를 과거식의 독선적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로 해석하고 다수의 힘을 내세워 과시하려 한다면 언제든지 민심의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04년 과반의석을 차지했던 열린우리당이 이후 자멸의 길을 걸었다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동작구 현충원에 방문해 호국영령들과 故김대중 대통령 묘소에서 참배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중앙일보 2020년 4월17일자 사설
그러나 정작 중앙일보가 이날 1면 머리기사 ‘코로나 속 국가의 재발견, 그게 수퍼여당 만들었다’로 배치한 박원호 서울대 교수가 쓴 기고문을 보면 사설의 분석과 상이하다. 박 교수는 “만약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지 않았다면 야당이 총선에서 승리했을 것인가”라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야당은 이들을 모두 성공적으로 흡인하더라도 과반이 될까 말까 한 선거에서 이들을 충분히 끌어올 비전도, 신뢰감도 제공하지 못했다”며 “이는 선거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 흐름의 연장선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나 선거전략 문제가 아닌 야당 자체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야당은 정권 심판을 시종일관 외쳤다. 이 신문 역시 마찬가지다. 외부기고인 1면 머리기사와 사설은 서로 앞뒤가 안맞다.
석간 문화일보도 1면 머리기사 ‘“여압승 국정 긍정평가로 해석 안돼… 독주땐 민의 왜곡”’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거대 의석만 믿고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을 하는 것은 총선 민심을 왜곡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사태에서 여권에 힘을 실어주고, 반대만 해온 야당을 민심이 심판을 한 것이지, 지난 3년간 국정 운영을 잘했다는 평가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그 근거로 의석수는 180대 104이지만, 지역구 선거득표율이 49.9%와 41.5%로 8.4%포인트 차이에 그친다고 썼다. 수십년간 지역구별 1석 선출을 해온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의미와 특성은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득표수가 별차이 안난다는 주장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조선일보 역시 같은 날짜 1면 머리기사 ‘진보 190 vs 110 보수’에서 “이번 압승이 여권에 반드시 유리한 상황만은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정책을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그 책임을 정부 여당이 고스란히 떠맡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사설 ‘국가 모든 권력을 쥐게 된 정권, 스스로 견제하고 중심 잡아야’에서도 “무한 권력을 가진 정권은 이제 전례없던 시험대에 올라섰다”고 했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다른 사설 ‘선거 공작, 조국 비리 피고인을 당선시킨 유권자의 선택’에서는 유권자를 비난했다. 황운하 당선자(전 울산경찰청장)가 ‘울산시장 선거공작의 핵심 피고인’이며, 한병도 당선자(전 청와대 정무수석)가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내 경선자 매수혐의자’, 최강욱 비례당선자도 ‘조국 전 장관 아들 비리 연루자’라는 점을 들었다. 이 신문은 “유권자의 선택은 존중돼야 하지만 이래도 괜찮은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고 유권자를 비난했다.
▲문화일보 2020년 4월17일자 1면
▲조선일보 2020년 4월17일자 사설
하지만 이들은 선거 전까지 이번 총선으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야당이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놓고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이라는 거대의석을 얻으니 이젠 여당에 우려와 경고를 하는 것이 공정하거나 정확한 주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2월10일자 사설에서 “이번 4·15 총선은 4년마다 치러지는 그런 선거가 아니다. 무능한 것도 모자라 불법까지 저지르며 폭주하는 무도한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고 썼다. 조선일보 편집국장과 주필, 고문까지 지낸 김대중 전 고문은 총선 하루전인 지난 14일 이번 총선이 현 정부에 엘로우 카드를 줘야 하는 선거라고 썼다. 심지어 김 전 고문은 당장 내일 선거에서 이기면 안하무인, 기고만장 문 정권 난폭운전을 견디기 힘들다며 "지난 3년이 하루하루 실망과 놀라움과 한탄의 연속이었는데 이번 선거에서 이들에게 엄중한 옐로카드 한 장 주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짜(14일)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이번 총선은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경제 체질을 바로잡아 경제 기조를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현 정부) 3년여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험과 친노조·탈원전 노선이 부른 부작용이 경제에 깊은 주름을 드리웠다"고 썼다. 경제문제를 들어 유권자에게 정권을 심판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날 문화일보도 1면 머리기사에서 “진보 정권의 공정성 시비를 불러온 조국 사태에 대한 평가, 권력 개입 의혹을 받는 대형 사건들에 대한 주권자의 ‘회고적 평가’가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의 요구와 달리 유권자들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유권자를 탓하고 다수의석을 가진 여당을 향해 경고하거나 벼를 게 아니라 자신들의 보도하고 주장했던 내용을 점검해보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언론에 종사하면서 여론과 민심을 못읽고 낡은 잣대로 편파보도한 자신을 먼저 꾸짖고 반성하지 않으면서 누구를 견제하고 비판하겠다는 것일까.
▲조선일보 2020년 4월14일자 26면 김대중 칼럼
▲중앙일보 2020년 4월14일자 사설
▲문화일보 2020년 4월14일자 1면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