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2~4.16 평범한 우리, '악마'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나

집에 대한 욕망 재창조하는
부동산 문제, '공정한 시장'이란 건 없다
평범한 우리, '악마'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나
돈에 눈먼 운항, 결국 참사 불렀다
혁명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 혁명가의 세 가지 길(영화)
백인 극단주의자들 "백인 목숨 소중"…흑인들과 충돌
"박원순 서울시, 시민단체 7천억 원 지원" 보도는 '거짓’
불가리스 코로나 억제 ‘블랙코미디’, 언론 백신 보도 현 주소
이재용 사면 ‘눈물’의 호소 띄우는 언론


집에 대한 욕망 재창조하는
집을 투기 대상이나 자산 증식 수단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부모님이 20년 걸려 장만한 지금의 집에서 가능한 한 오래 얹혀살 운명이므로 그럴 엄두도 내지 못한다. LH 투기 의혹이 불거진 뒤 쏟아지는 보도들을 마주하는 동안 분노와 함께 내가 느낀 괴리감은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개발 정보를 손에 쥐고, 과감히 대출을 받고, 매뉴얼에 따라 정교하게 토지를 나눠 묘목을 심는 일은 집에 대한 내 욕망과는 너무 먼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집이 휴식과 자유, 그리고 안정을 위해 절실할 때 누군가에게는 손쉽게 돈벌이 수단이 된다. 대학가엔 불법 개조한 초미니 원룸들이 넘쳐나고, 공공주택사업을 담당하는 공기업 직원들이 신도시에 땅을 산다. 착취와 투기가 이토록 횡행하는 지금, 집에 대한 욕망을 재창조하는 일이 필요하다.
부동산 문제, '공정한 시장'이란 건 없다
주택, 자산시장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에서
전임 시장들의 성폭력 사건에서 비롯된 서울, 부산 시장 보궐선거가 부동산 이야기만 하다가 끝났다. 아니, 부동산이 아니라 'LH 사태'만 주구장창 반복됐다. 어찌됐든 부동산이 이슈가 됐다면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과 해법이라도 진지하게 논의되는 선거였으면 좋으련만, 선거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민주당은 심상치 않은 민심을 눈치 채고 바짝 엎드리며 '국민들 화 풀릴 때까지 반성'하겠다며 연일 철저수사와 강력처벌만 반복했다. 정부가 이미 발표한 서울 32만 호, 전국 83만 호 주택 공급대책 발표에 이어 추가 주택 공급 공약도 덧붙였다. 국민의힘도 대규모 주택공급만이 해결책이라며 '스피드 주택공급'을 내걸었다.
정부여당은 도대체 무엇을 반성한다는 걸까? 공정한 부동산 시장을 못 만들어서? 시민들이 느끼는 분노, 답답함, 불안함이 모두 재건축, 재개발을 못해서인가? 문제는 주택이 거대한 자산시장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삶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주거문제가 투자/투기와 결부되고, 시장 변동성에 연동되어 삶의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LH는 단지 버튼이었을 뿐이다. 주택이 인생을 건 자산시장이 된 게 문제다.
수도권 주택보급률 99.2%, 그래도 부족하다는 주택
지난 4년 동안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부동산 대책만 25차례 발표했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83.9% 올랐다(서울대 환경대학원). 부동산 정책 실패가 분명해진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짧은 기간 안에 최대한 많은 신규주택을 공급하겠다는 2.4 대책을 발표했다. 집값이 급등하는 이유는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세간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정부의 정책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인구감소 시대를 맞았지만 서울 수도권으로 일자리를 찾아 인구 집중이 계속되는 상황, 새 아파트에 대한 꾸준한 수요는 공급부족론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하지만 이를 좀 더 들여다보면,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일부시장의 거주 수요와 주택의 자산투자상품화가 결부된 결과이지 절대적인 주거수요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19년 기준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은 99.2%, 서울은 96%다. 과거 60~70년대 인구증가와 전국에서 몰려든 인구로 인해 1966년에는 50%에 불과했다. 이러한 주택부족을 정부는 강남개발(70년대), 분당·일산과 같은 수도권 대규모 신도시 주택공급(300만 호)으로 해소해나갔다. 물론 그렇다고 달동네 사람들이 좋은 주거환경에 거주하게 된 건 아니지만 현재 주택보급률과 비교하면 근본적으로 다른 조건이었다. 2011년부터 이미 서울 주택보급률은 98.4%에 달했지만, 대규모 택지개발과 도심 재개발 방식의 '아파트' 공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2기 신도시에 이어, 3기 신도시 개발을 발표했고 서울 도심 재개발도 공기업이 직접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렇게 실제 주거수요와는 괴리된 자산시장으로서 주택시장이 급성장했다. 2000년에 처음으로 주택 시가총액이 1000조 원을 넘겼고(당시 GDP 650조 원), 2016년 4000조 원에 이어 불과 3년 만인 2019년 5000조 원을 돌파했다. 실제 경제규모지표인 GDP 대비 2.64배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불붙었던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2000조 원으로 GDP와 거의 비슷한 수준임을 감안하면 주택시장의 팽창은 엄청난 것이다. 보통 부동산 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정부가 나서서 민간건설사와 함께 대규모 신규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주택가격의 전반적인 상승을 이끈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시세보다 조금 싸게 청약분양을 해 공공성을 확보했다고 자평하고, 이를 구매 가능하도록 금융자본과 함께 장기 주택담보대출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주택시장의 팽창은 이루어졌다. 정부는 양질의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했다는 명분과 함께 건설경기 붐으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렸다. 건설사는 말할 것도 없고, 각종 대출상품을 판매한 은행 그리고 최근에는 LH가 주도한 임대주택 금융 투자 상품인 리츠(REITs)까지, 아파트 수요와 가격상승에 기대는 금융자본들의 비중은 커져만 갔다. 다주택자는 말할 것도 없고 인구의 절반을 넘는 주택소유자들은 집값이 오르는 게 결코 싫지 않다. 이렇게 주택시장의 덩치가 커질수록 정부도, 건설사도, 주택소유주도 행복할 수 있었다. 엄청난 집값 상승에 놀란 이들이 죽을힘을 다해 막차를 탔다. 주택가격 상승 하나만 바라보고 향후 20년, 30년 인생을 건 대출이 바로 '청년 세대 영끌'이다.
수도권 인구의 절반은 세입자
부동산 문제만큼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만 들리는 곳도 없다. 뉴스에 등장하는 주택은 거의 모두 '아파트'다. 주택가격 급등이나 전월세 대란과 같은 뉴스들은 거의 다 아파트 시장 이야기다. 하지만 서울 주택의 54.4%(2018 통계청)는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 다세대주택이다. 수도권 가구의 46%는 무주택 세입자이다. 그 결과 주거정책을 대체한 부동산 정책에서 인구의 절반은 소외되고, 이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검색창은 온통 종부세, 공시지가, 부동산 세제 개편, 주택담보대출, 이사철 아파트 전월세 시장 뉴스로만 가득 차 있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더니 주식시장과 다를 바 없는 거대한 자산투자시장이 된 것이다.
들리지 않는 50%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아니 기본권으로서 주거권에 기초한다면 정부의 주거정책이 취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국민의 인생을 저당잡고 자산시장으로서 부동산 시장을 키우는 게 아니라, 그 누구도 쫓겨나지 않고 원하는 만큼 적정한 가격으로,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삶을 계획하고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파트 아닌 주택의 관리보수 및 주거환경 개선 사업, 기한 없는 계약갱신청구권, 기준금리에 준하는 전월세상한제 등이 필요하다. 서울에 빈집이 무려 9만 3천 채가 있다(2019 통계청). 뉴타운지구가 해제된 후, 추후 개발 호재를 노리고 방치한 주택이 대다수이다. 재개발, 신규택지 중심의 부동산 공급 정책이 만들어낸 아이러니이다.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진행된 도시재생, 다세대주택관리의 활성화, 작년에 이루어진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하는 임대차법 개정이라는 정책방향은 주거 정책으로서 부동산 공급 대책보다 훨씬 중요하다.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부동산 규제, 주택 소유자가 답이 되는 세상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대규모 신규주택공급을 한 축으로, 다주택자/고가주택보유자에 대한 세금부과를 다른 한 축으로 굴러왔다. 자산소유자 모두가 행복해지는 부동산 시장의 성장과 함께 과도한 투기욕심을 막는 공정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아파트값은 이제 다른 세상 이야기가 되어버렸고,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인상은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전가되었다. 청와대 정책실장, 여당 국회의원도 시세 따라 어쩔 수 없이 올린다는데 다른 집주인들이라고 별 수 있나. 전월세 인상 때문에 2년마다 이사 다니는 것도 힘들고, 상대적으로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춘 아파트값은 계속 오르니 '내 집 마련을 통한 주거안정'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주거안정에서 출발한 '내 집 마련 프로젝트'는 인생을 건 투자가 되어 이후에도 계속 오를 아파트를 찾게 되고 부동산 시장의 플레이어가 되어 '부동산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세입자의 권리를 임대인과 상충하는 권리로 보고 이를 '조정'하는 문제를 넘어서야 한다. 모든 사람의 기본권으로서 주거권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임대인 주택소유권은 주택매매에서나 중요한 권리이지 주택사용에 있어서는 거주자의 주거권이 우선되어야 한다. 주거 안정이라는 삶의 필수적인 가치를 이용한 주택의 자산상품화를 끊어내야 한다. 수도권 가구 99.2%가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택과 5,000조 원을 넘어선 주택자산시장을 분리하는 것이다. 그래야 내 집 마련을 하지 않아도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있다. 정부의 부동산 조세 정책이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걸 막을 수 있다. 현재 4년까지 보장되는 계약 갱신청구권은 기존 2년이 조금 늘어난 정도에 그치고, 5%로 제한된 전월세인상폭도 결국 4년을 주기로 소위 '시세'를 반영하게 될 것이다. 임대차법은 다시금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 임차인의 무기한 계약갱신청구권, 강화된 전월세상한제가 그 시작이다.
공정한 부동산 시장은 없다
'LH 사태'는 또 다시 불공정, 반칙 논란을 불러왔다. 인생을 건 투자를 감행한 사람들이 많았기에, 그 분노는 앞선 입시비리, 불공정 채용 논란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사실 이런 개발 비리를 예상 못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국의 부동산 개발의 역사는 개발 비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때마다 정부는 비리 공무원, 정치인, 건설사, 재개발 조합원 엄중 처벌을 반복해왔다. 이번에도 몇몇 직원들이 엄중처벌 될 것이다. 법제도도 촘촘해지고 깐깐해질 것이다. 하지만 '공정한' 부동산 시장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주거 안정'을 바라고 '벼락 거지'는 면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영끌해 주택자산시장에 뛰어든 이들에게 '부동산 시장'이 베풀 공정은 영원히 오르는 주택가격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차인의 권리가 부실한 한국에서 주택시장의 불안정은 곧바로 임대차 시장으로 옮아간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하락하자 무리한 대출로 주택구매를 했던 이들이 은행에 집을 뺏기고 전세보증금도 상환하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역전세난 속에 전세보증금을 떼인 사람들, 경매로 나온 주택을 울며 겨자 먹기로 인수한 세입자들 사례가 불과 십여 년 전 이야기다.
부동산을 둘러싼 답답함, 불안함, 분노는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얽히고설킨 거대한 도박판이 되어버린 부동산 시장에서, 유일한 해법은 또 다시 대규모 주택공급을 통한 주택가격 안정화밖에 없는 것처럼 이야기된다. 정부여당은 이제 40년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금융상품을 내놓겠다고 한다. 결국 정부의 반성은 모두가 공정하게 부동산 자산 소유자이자 채무자가 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가장 분노해야 하는 건, 바로 역대 정부가 모두 '공공'의 이름으로 앞장서서 주택을 '사는 것'으로, 쏠쏠한 장기 투자 상품으로 팔아왔다는 점이다. 정부는 농지와 유휴지를 강제 수용해 공공택지로 개발하고 민간 건설사와 합자해 아파트를 짓고 팔았다. 모두가 공유하고 사용하는 토지라는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이용할지, 새로운 공적 공간으로서 도시와 주거지를 어떻게 구성할지는 전적으로 '공공'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 바로 그 '공공'의 탈을 쓰고, GDP의 몇 배가 넘는 거대한 부동산자산시장을 정부가 만들어 온 것이다. 주식시장보다 훨씬 큰 자산투자시장이 된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와 투기를 구별해 공정하게 운영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주거가 불안정하면 삶이 불안정해진다. 이 불안정을 더 큰 시장 확대로 무마하겠다는 망상을 버리고, 주택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의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 부풀대로 부푼 주택자산시장을 연착륙시킬 책임이 정부에게 있음은 물론이다./정록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프레시안




평범한 우리, '악마'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나

유대인 학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독일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위키백과
■1961년 4월12일 ‘아이히만 재판 마침내 개정’
짙은 회색 양복을 입은 50대 남성이 창백한 얼굴로 법정에 들어섭니다. 뚜벅뚜벅 발소리에 방청객들의 눈가 귀가 모입니다. 여기는 예루살렘의 한 법정, 그리고 그는 이 재판의 피고인입니다. 검은테 안경과 줄무늬 넥타이에 숱이 가는 머리까지, 꼭 평범한 중년 기업인 같은 외모입니다. 푸른 제복 차림의 경비원 두 명 사이에 껴 피고인은 방탄유리로 둘러싸인 피고석에 입장합니다. 그는 변호사석 쪽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 앉습니다. 조금은 긴장한 것도 같습니다.
너무나 평범한 그의 모습에 온 세계가 경악했습니다. 피고인의 이름은 아돌프 아이히만. 유태인 수백만명을 학살한 최악의 살인마였습니다. 마침내 붙잡힌 악마는 머리에 뿔도 시뻘건 피부도 아닌, 그냥 옆집 아저씨 같은 얼굴이었습니다. 1961년 4월12일 경향신문은 아이히만을 심판하는 이 ‘세기의 재판’의 개정 소식을 전했습니다.

1961년 4월12일 경향신문
아이히만은 1932년 독일 나치당에 가입해 간부로 활동했습니다. 비밀경찰(게슈타포) 유대인과 과장 등을 지내며 경력을 쌓은 그는 나치 유대인 학살의 실무 최고 책임자가 됩니다. 한때 자신이 ‘유태인 500만명을 열차에 태워 수용소로 보냈다’고 자랑까지 했다고 합니다.
1945년 나치 독일의 패망 이후 아이히만은 미군에 포로로 잡혔지만 이듬해에 수용소를 탈출합니다. 독일을 떠난 그는 남미에서 신분을 숨기고 15년을 숨어 살았습니다. 리카르도 클레멘트라는 가명으로 취업까지 하죠. 그러나 독일 검찰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추적으로 1960년 5월 체포돼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법정에 선 아돌프 아이히만
홀로코스트 주범의 재판을 보기 위해 35개국 기자 600명이 법정에 모였습니다. 당시 경향신문 기사에는 법정에서 오간 말들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히만은 당시 법정에서 “나는 권한이 거의 없었다. 상급자의 지시를 성실히 수행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의도적인 학살이 아니라 기계적인 ‘임무 수행’일 뿐이었다는 취지입니다. 그때 ‘뉴요커’ 기자 신분으로 재판을 지켜본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그는, 인간의 사악함 속에서 이루어진 이 오랜 과정의 교훈을 요약하고 있는 듯했다. 두려운 교훈, 즉 말과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악의 평범성을.”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
나쁜 지시를 생각 없이 따르는 ‘평범함’에 악이 숨어있다는 게 아렌트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의도는 없었다’라는 아이히만의 거짓말은 시간이 지나며 들통났습니다. 그의 외모는 평범했지만 생각은 ‘악마’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재판 끝에 아이히만은 사형당했습니다. 아렌트가 틀린 걸까요?
글쎄요.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평범함 속에 도사린 악의 정체를 밝힌 아렌트의 통찰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예컨대 지금 미얀마에는 ‘시민들에게 총을 쏘라’는 군부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는 군경도 있고, 발포 명령을 거부하며 타국으로 도망치는 이들도 있습니다(관련기사▶사격명령 불복종, 국경 넘어 인도로 간 미얀마 경찰... 잡아오라는 군부). 시선을 가까이 돌려 보면, 우리는 문명과 자본의 이기 속에 살아가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은 늘 우리가 아닌 다른 ‘약한 이들’이 짊어지고 있죠. 내가 속한 시스템이 ‘악’을 계속 생산하고 있는 구조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돈에 눈먼 운항, 결국 참사 불렀다
화물선에 짐 많이 실어 화물창 안 닫히는데도 출항 강행
돈에 눈먼 운항, 결국 참사 불렀다
1월 청산도 인근 해역서 침몰
선사 대표 구속·2명 검찰 송치
세월호 겪고도 안전불감 여전

지난 1월 전남 완도군 청산도 인근 바다에서 침몰한 대형 화물선(사진)은 화물창 문이 닫히지 않을 정도까지 물건을 실은 것이 사고 원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선원 9명 중 1명이 실종됐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안전을 도외시한 무리한 선박 운항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완도해양경찰서는 12일 규정대로 선박을 운항하지 않아 선원 1명을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으로 화물선 선사 대표 60대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또 해당 화물선 선장과 선사 소장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A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선사의 3600t급 화물선은 지난 1월29일 오전 2시쯤 제주 서귀포시 성산항을 출항했다. 전남 고흥 녹동항으로 향하던 화물선은 출항 4시간 뒤 해경에 “침수되고 있다”고 신고했다. 긴급출동한 해경은 침수 중인 화물선을 인근에서 호송했다.
하지만 화물선은 오전 8시32분쯤 완도군 청산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했다. 배가 기울어 더는 손을 쓸 수 없게 되자 당시 화물선에 타고 있던 9명의 승선원은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8명은 해경에 의해 구조됐지만 1명은 실종됐다.
해경 조사 결과 침몰한 화물선은 화물창 문을 닫지 않은 채 제주 성산항을 출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해상에는 풍랑경보가 발효돼 초속 23m의 강풍과 최대 높이 7m의 파도가 치고 있었다.
선사 측은 화물창이 꽉 찼는데도 과일과 채소 등이 담긴 컨테이너 8개를 더 실었다. 무리하게 실은 컨테이너 탓에 화물창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 상황이 됐지만 선사는 출항을 감행했다. 제대로 닫히지 않은 화물창 문으로 바닷물이 대량 유입되면서 결국 화물선은 침몰했다.
해경은 “풍령경보가 발효되더라도 1000t 이상, 길이 63m 이상 선박을 출항할 수 있다는 규정을 이용해 선원의 안전보다는 선사의 이윤을 위한 무리한 운항으로 빚어진 인재”라면서 “해운업계에 남아 있는 안전 무시 관행에 대해 엄정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혁명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 혁명가의 세 가지 길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두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
1960년대 후반 미국은 격동이었다. 베트남전을 반대하고 인종차별을 철폐하며 권위주의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노도처럼 출렁였다. 세상을 뒤엎으려는 수많은 혁명가들이 나타났다. 체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들을 압박했다. 어떤 혁명가는 죽었고, 어떤 혁명가는 살아남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싸웠다.
이달 25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에는 이 시기를 다룬 두 영화가 후보로 올랐다. 흑인 혁명가의 이야기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와 백인 혁명가들의 법정 투쟁기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이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에서 프레드 햄프턴이 흑표당 특유의 자세로 연설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재판조차 받지 못한 혁명가
“혁명은 죽일 수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 힘쓰다 국가권력에 살해된 햄프턴
오는 22일 개봉하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흑표당(블랙팬서) 일리노이주 지부장 프레드 햄프턴(대니얼 컬루야)과 연방수사국(FBI)의 사주를 받아 흑표당의 정보원이 된 좀도둑 윌리엄 오닐(라키스 스탠필드)의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다. FBI는 오닐에게 ‘감옥행 혹은 정보원’의 선택을 강요하고, 오닐은 어쩔 수 없이 흑표당에 가입해 햄프턴의 지근거리에서 활동한다. FBI 국장 에드거 후버는 흑표당을 ‘미국 안보의 위협’으로 규정하지만, 오닐이 본 흑표당은 어린이 급식, 교육, 지역 의료 개선에 힘쓰는 풀뿌리 민주주의 조직이었다. 햄프턴은 지역의 여러 흑인 조직은 물론 히스패닉, 빈곤한 백인들까지 규합한다. 제목의 블랙 메시아는 햄프턴, 유다는 그를 팔아넘긴 오닐을 뜻한다.
햄프턴은 별도의 범죄로 감옥행이 확정된다. FBI 요원들은 “우리가 이겼다”며 기뻐하지만, 후버는 “감옥은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정색한다. 결국 FBI는 햄프턴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1969년 12월4일 새벽 경찰은 햄프턴의 아파트를 습격한다. 햄프턴은 근접 발사된 총알 두 발을 머리에 맞고 사망했다. 향년 21세였다. 이듬해 햄프턴의 유족, 생존자 등은 담당 검사, 시카고시, 연방정부 등을 상대로 소송에 돌입했고, 기나긴 법정 공방은 1983년 185만달러의 합의금으로 마무리됐다.
민주주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미국의 국가폭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햄프턴은 재판조차 받지 못한 채 사실상 살해됐다. 평소 햄프턴은 “혁명가는 죽일 수 있지만, 혁명은 죽일 수 없다”고 말했다. 1983년 시카고에서는 최초의 흑인 시장 해럴드 워싱턴이 당선됐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역시 시카고를 정치적 배경으로 성장했다.
혁명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 혁명가의 세 가지 길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의 톰 헤이든(왼쪽 사진)과 애비 호프먼은 투쟁 방식을 두고 충돌한다. 넷플릭스 제공
법정에서의 상반된 투쟁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은 1968년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시위를 벌인 주동자들의 법정 투쟁기에 기반했다. 피고인들의 입장은 갈린다. 민주사회학생회의 톰 헤이든(에디 레드메인)은 법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진지하게 알리고 법리 싸움에서 이기려 한다. 단정한 옷차림으로 출석해 법정의 권위를 존중하고, 판사에게 불필요한 말을 하지도 않는다. 반면 청년국제당의 애비 호프먼(사샤 배런 코언)은 법정을 문화투쟁 장소로 이용한다. 법복을 입고 출석하는가 하면 끊임없는 농담으로 판사를 자극한다.
헤이든과 호프먼은 사사건건 부딪친다. 호프먼은 “결론이 정해진 정치재판”이기에 법정을 존중하는 건 의미 없다고 본다. 헤이든은 “진짜 혁명을 방해하는 문화혁명을 일으킬 생각은 없다”고 반박한다. 영화는 이들이 선고받는 데서 끝난다.
이후 헤이든은 또 다른 반전운동의 아이콘이던 배우 제인 폰다와 결혼했다. 1970년대 중반 정치에 뛰어들었고, 1982년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을 시작으로 수차례 하원과 상원의원을 역임하며 청년들의 권익과 동물권 등 진보적 의제에 힘썼다. 2016년 향년 76세로 타계했다.
호프먼은 선고 이후에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다. 1971년 ‘돈 없이 사는 법’을 안내하는 <이 책을 훔쳐라>를 펴냈는데, 실제 서점에서 이 책을 훔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1986년엔 교내에서 중앙정보국의 신입요원 채용행사를 허락했다는 이유로 애머스트대 점거농성을 하다가 체포됐다. 그는 53세 때였던 1989년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숨졌다. 생전 지인들에게 1980년대의 보수적 시대상과 혁명에 무관심한 세대에 절망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백인 극단주의자들 "백인 목숨 소중"…흑인들과 충돌

[사진 제공: 연합뉴스] '백인 목숨도 소중하다' 집회에 참석한 한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20세 흑인 라이트가 경찰관의 총에 맞아 숨지면서 인종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는 미국에서, 이번엔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집회를 열고 폭력을 휘두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백인 목숨도 소중' 집회 열려‥흑인 인권 단체와 충돌>
현지시간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선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주도한 '백인 목숨도 소중하다'(White Lives Matter) 집회가 열렸는데, 참석자들은 항의하는 아시아계 남성을 폭행하고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지지하는 단체와 충돌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에 따르면 11일 캘리포니아주 헌팅턴비치에서 열린 '백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집회는 폭력 사태로 얼룩졌습니다.
<'프라우드 보이스'등 극우 단체와 트럼프 지지자들 참석‥흑인 단체와 충돌>
이 집회에는 '프라우드 보이스', '큐 클럭스 클랜'(KKK), 네오나치 등 극우·백인우월주의 단체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참석했습니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 단체들은 이들의 집회에 항의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고, 곧 두 단체 간 충돌과 폭행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두 단체 회원들은 서로 욕설하며 주먹질을 했고, 경찰은 참석자들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폭력에 연루된 12명을 현장에서 체포했습니다. 경찰은 일부 참석자들이 쇠몽둥이와 후추 스프레이, 칼 등 집회 금지 물품 등을 소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백인 극단주의자들 "백인 목숨 소중"…흑인들과 충돌

[사진 제공: 연합뉴스] 경찰에 체포된 '백인 목숨도 소중하다' 집회 참석자
<"백인 우월주의자가 집회 항의 아시아계 남성 폭행">
독일 나치를 상징하는 문신을 새긴 한 백인우월주의자는 집회에 항의하는 아시아계 남성을 폭행해 경찰에 체포됐다고 뉴스위크는 전했습니다.
<"백인 우월주의 집회 참석자보다 반대 시위대가 더 많아">
로스앤젤레스 타임즈는 백인 우월주의 집회에 참석한 사람보다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더 많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보된 '백인 목숨도 소중하다' 집회는 지난 주말 뉴욕, 매사추세츠, 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일부 도시에서 열릴 것으로 계획됐지만 참석자는 극소수에 불과했고 아예 취소된 곳도 있었습니다/mbc 김현경




"박원순 서울시, 시민단체 7천억 원 지원" 보도는 '거짓’

▲ 매일경제와 조선일보는 12일과 14일 서울시가 박원순 전 시장 재임시절 5년간 시민단체 3300곳에 7천억원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김시연
[검증대상] 매경-조선 "서울시가 시민단체에 5년간 7천억 원 지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박원순 전 시장 정책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매일경제>는 지난 12일 서울시가 박 전 시장 재임 5년간 시민단체에 7000억 원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다음날(13일) "5년간 시민단체에 7천억 원 준 박원순 서울시, 흑막 모두 밝혀야"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실었다. (관련 보도 : 박원순 서울시, 시민단체에 5년간 7000억 지원")
과연 서울시가 지난 5년간 시민단체에 7000억 원을 지원했다는 이들 언론 보도는 사실일까?
[검증방법] 이같은 언론 보도의 근거 자료는 서울시가 지난해(2020년) 9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서울시 지방보조금(민간보조) 공모사업 현황자료'였다. 이 자료를 박 의원실에서 제공받아 분석하고, 서울시와 시민단체 등에 확인했다.
[검증사실] 7천억 원은 시민단체 포함한 민간단체 전체 보조금액
먼저 <매경>은 서울시가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시민단체 공모사업'에 총 7111억 원을 지원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서울시 지방보조금 민간보조 공모사업' 총액이었다. 즉, 시민단체뿐 아니라 일반 기업과 각종 산업 협회, 협동조합, 재단, 장애인 시설 등 민간 단체와 개인 지원금까지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다만, 서울시에서는 시민단체 지원 규모만 따로 집계하지 않아 정확한 금액은 확인할 수 없었다.
아울러 이 신문은 서울시 민간보조 지원을 받는 시민단체가 2016년 1433곳에서 2020년 3339곳으로 급증했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민간단체 전체 숫자였다.
5년간 민간보조 공모사업 총액도 7111억 원이 아니라 6602억 원으로 500억 원 가량 차이가 났다. 이는 2018년 사업 규모 집계 오류에 따른 것으로, <매경> 도표(서울시 시민단체 공모사업 규모)에는 1615억 원이라고 돼 있지만, 서울시 자료에는 1106억 원으로 돼 있다. (아래 박성중 의원실 자료 참조)
매일경제 기사 도표(서울시 시민단체 공모사업 규모)에는 2018년 공모사업 규모가 1615억 원이라고 돼 있지만, 서울시 자료를 정리한 박성중 의원실 자료에는 1106억 원으로 돼 있다. 또한 공모사업 대상에 시민단체뿐 아니라 비영리법인,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 매일경제 기사 도표(서울시 시민단체 공모사업 규모)에는 2018년 공모사업 규모가 1615억 원이라고 돼 있지만, 서울시 자료를 정리한 박성중 의원실 자료에는 1106억 원으로 돼 있다. 또한 공모사업 대상에 시민단체뿐 아니라 비영리법인,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 박성중 의원실
지방보조금 업무를 담당하는 김인호 서울시 보조금관리팀장은 14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민간보조 공모사업은 서울시에서 직접 할 수 없는 사업을 민간단체에서도 하도록 예산을 보조해주는 사업"이라면서 "민간단체에는 시민단체뿐 아니라 각종 조합, 협회, 사단법인, 일반기업도 포함돼 있고 3339개도 시민단체 숫자가 아니라 전체 민간단체 숫자"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예산이 (2019년 1600억 원대에서 2300억 원대로)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관련 사업과 청년층 지원 사업 확대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중 의원실에서 언론에 제공한 자료에도 '민간단체 공모사업' 대상에 시민단체뿐 아니라 비영리법인,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도 포함돼 있다고 명시돼 있다.
온라인광고협회, 전자산업조합, 병원, 대학도 '시민단체'?
실제 서울시가 박성중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1년 예산이 2353억 원으로 가장 많았던 2020년의 경우 ▲ '서울형 뉴딜일자리 사업'(389억 5600만 원) ▲ 보람일자리 사업(101억 원) 등 일자리 관련 사업 비중이 높았는데 주로 관련 산업 협회와 협동조합 등에 지원해 시민단체 지원과 관련이 없었다.(아래 도표 참조)
또 코로나19 관련 ▲ 코로나19 위기 도시제조업 긴급사업비(193억 원)는 1606개 중소업체에 직접 지원했고, ▲ 코로나19 감염병 대응지원(51억 원)은 응급의료기관 24곳에, ▲ 공연업 긴급 회생 지원(50억 원)은 연극, 음악 등 관련 협회에 지원해 역시 시민단체와 무관했다. 예산 57억 원이 들어간 서울가꿈주택 사업은 개인 신청자 1066명에게 지원했다.
이밖에 ▲ 장애인주간보호시설 운영(231억 원) ▲ 장애인공동생활가정 운영(133억 원) ▲ 장애인단기거주시설 운영(114억 원) 등 장애인시설 관련 비중도 컸는데 대부분 각 지역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장애인 단체에 지원했다.

▲ 서울시가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공한 "최근 5년간 서울시 지방보조금(민간보조) 공모사업 현황자료" 가운데 2020년 예산 20억 원 초과 사업 목록. (자료 제공: 박성중 의원실)ⓒ 오마이뉴스
예산이 20억 원 넘게 지원된 20여 개 사업 가운데 시민단체가 포함된 건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등 지원(22억 6천만 원)' 정도였는데 이 사업도 시민단체뿐 아니라 장애인단체, 출산지원센터, 각종 협회, 재단 등 164곳에 건당 3천만 원 정도씩 지원했다.
20억 원 이하 사업 가운데도 '소비자단체 보조금 지원(5억 원)' 같이 시민단체도 일부 있었지만 교회 등 종교단체, 서울대병원 등 종합병원, 보험회사, 대학, 조인스중앙 등 언론사, 사립박물관 등 지원 대상도 다양했다.
이같은 언론 보도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와도 차이가 크다. 앞서 태 의원은 지난 4월 2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받은 자료를 근거로 박 전 시장 임기 9년간 서울시에서 각종 시민단체에 지급한 보조금 예산 총액이 200억 5169만 원이라고 밝혔다.
"민간보조 예산은 사업 용도로만 사용"... 시민단체 '과도한 공격' 비판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은 14일 전화통화에서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박 전 시장이 해놓은 작업들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많았는데 현실이 된 것 같다"면서 "민간 공모사업에는 청년들의 실업난을 해소하기 위한 뉴딜 일자리 등도 포함되는데 서울시가 시민단체에 7천억 원을 지원했다는 언론의 보도는 과도한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등 사회적 위기시에 자원봉사, 사회복지, 시민단체 등 민간영역과의 협력이 정부, 서울시 정책과 결합되며 K방역 등과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는데 민간영역에 대한 지원을 마치 특정 집단에 대한 특혜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라면서 "공모사업 선정 과정이 투명하였음에도, 마치 비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진보적인 시민단체로 돈이 가는 것처럼 자극적으로 기사를 썼다"고 비판했다.
김병권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날 "지방정부가 기업에게 사업을 맡기는 건 괜찮고 시민단체(NGO)에게 맡기는 건 안 된다는 후진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시민사회를 더는 관변 단체나 특정 정치세력의 지지 세력, 반대 세력으로 격하시킬 때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립 이유와 토대를 갖는 사회의 필수 구성요소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방정부는 시민사회를 적극 지원하고,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시민사회나 시민단체에게 공적 사업을 위탁했다고 비난하거나, 그런 시민사회가 특정 정치세력의 하부구조인 것처럼 취급하면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증결과] 서울시가 시민단체에 7천억 원 지원했다는 보도는 '거짓'
<매경> <조선> 등이 보도한 최근 5년간 '서울시 지방보조금 민간보조 공모사업' 금액에는 시민단체뿐 아니라 모든 민간단체와 개인에게 지원한 금액까지 포함돼 있다. 따라서 "서울시가 5년간 시민단체에 7천억 원을 지원했다"는 언론 보도는 '거짓'으로 판정한다.
글: 김시연(staright)임안젤(aanzel879)
불가리스 코로나 억제 ‘블랙코미디’, 언론 백신 보도 현 주소
15일 한국언론진흥재단·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코로나19 보도 점검-미디어와 백신, 방역과 방해 사이’ 토론회
“언론의 백신 불신 조장, 정부 감시 아냐”
남양유업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효과 77.8%” 13일 뉴시스의 첫 보도를 시작으로 관련 기사가 쏟아지며 한 때 남양유업 주가가 급등했다. 얄팍한 불가리스 마케팅이었다. 질병관리청 반박이 나오자 다시 이를 인용한 기사가 쏟아졌다. 한국언론 ‘백신’ 보도의 단면이다.
15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주최한 ‘코로나19 보도 점검-미디어와 백신, 방역과 방해 사이’란 제목의 토론회에서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불가리스 보도 과정을 보면 질병관리청 확인 전까지 언론이 팩트체크를 못한다. 뉴스통신사에서 쓰면 다 받아쓴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한 줄 속보 이후 1보 2보 이런 보도 방식이 백신 보도에 맞는지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뉴스통신사들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통신사들이 지금의 혼란스러운 사태에 상당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신 보도 문제는 ‘불가리스’ 같은 블랙코미디에 그치지 않는다. 하루 50여통 이상의 기자 전화를 받고 있다는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언론사 속보는 야속할 정도로 빠르고 제목만으로는 사건의 본질을 완전히 표현하지 못한다. 전문가가 언론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며 과학적 보도를 당부했다. 표완수 언론재단 이사장은 “언론은 백신 접종 국면에서의 이성적 판단을 도와야 한다. 백신 접종 이후 수많은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보도량에 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는 매우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고 지적했다.

▲ 코로나19 백신. 사진=gettyimagesbank
가장 큰 문제는 백신 접종 ‘이상 반응’ 보도다. 정재훈 교수는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인과관계다. 백신과 이상 반응과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악마가 없다는 증명이 불가능한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한 뒤 △부검을 통해 다른 명백한 사인이 있는지 확인하고 △이상 반응 역학조사를 통해 기저질환 정도 및 증상을 확인하고 △백신 접종 전 이상 반응 발생률과 백신 접종 후의 통계적 비교를 통해 이상 반응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까지 짧으면 일주일, 길게는 수개월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백신에) 문제가 제기되는 즉시 시원한 대답을 주는 것이 어렵다”고 호소한 뒤 “백신 안전성 검증은 철저해졌다. 백신에 따른 사회적 이익은 명확하지만, 효과는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우리가 겪는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 논란은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아나필락시스나 희귀혈전 등 부작용 사례를 언론이 보도하며 위험을 ‘비과학적으로’ 과장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연구팀은 언론재단의 빅데이터분석시스템 ‘빅카인즈’를 활용해 ‘아스트라제네카’ 키워드로 검색해 2월26일 기준 3일 전후로 보도된 10대 일간지 기사 466건 분석 결과를 내놨다. 감염병보도준칙에 비춰볼 때 자극적 헤드라인만 90건, 백신 접종 이상 반응자·사망자 위주 헤드라인은 37건을 확인했다. 지난해 감염병 보도준칙이 개정된 이후에도 ‘대혼란’ ‘패닉’처럼 과장되고 자극적 표현은 여전했다.
유현재 교수는 “언론이 백신과 사망 간 무분별한 인과관계 프레임으로 대중에게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신뢰도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고 우려한 뒤 “단순히 사건 기사 형태의 보도가 아니라, 인과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유보적 태도를 유지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5일 한국언론진흥재단·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주최로 ‘코로나19 보도 점검-미디어와 백신, 방역과 방해 사이’ 토론회가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사진=정철운 기자
이와 관련,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언론이 백신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정부 감시가 아니다. 정책 전달이 정부 옹호라고 정파적으로 해석할 필요 없다. 감염병 보도는 피해확산 방지가 최우선이다”라고 강조하면서 “언론사는 재난 보도 전문 데스크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나연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외신에 비해 우리는 공공기관 발표 위주 기사가 대다수다. 전문가와 일반인이 등장하는 기사도 많지 않다”고 지적한 뒤 “익명 비판을 하거나 일각에서 비판이 나온다는 식의 문장은 이제 기자 개인 의견이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대다수”라고 꼬집으며 변화를 주문했다.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는 “언론이 지난해 코로나19를 당장 끝낼 것 같은 신약들을 엄청 많이 보도했다. 여전히 문제는 있지만 백신 보도는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책에 찬성하는 전문가 의견만 보도자료에 넣고 브리핑하는 것과, 반대되는 사람의 의견도 전하면서 정책 선택 배경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국민 신뢰를 얻는데 천지차이”라며 지금보다 정책 결정 정보의 개방성과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동찬 기자는 또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뒤 20대 혈전 사례가 등장했을 때 언론이 (초반에) 백신과 혈전이 관련 없다고 보도했지만 정상적 면역반응으로 혈전은 생길 수 있었다. 언론이 성급하게 아니라고 해서 백신 불신을 부추긴 것은 아닌지 고민”이라면서 “언론은 스스로 백신 관련 이해관계에서 떨어질 필요가 있고, 취재원을 다양화해 여러 의견을 있는 그대로 보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준일 대표 또한 “소수의 전문가들이 혹사당하고 있다. 언론이 전문가 풀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이재용 사면 ‘눈물’의 호소 띄우는 언론
“이재용 7kg 빠져” “입원 연장 스스로 만류” 기사 내용도… 세월호 7주기, 참사 피해자·지지 시민들 현재 조명
16일 언론은 지난 15일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요청한 호소문을 청와대에 보낸 사실을 지면에 보도했다. 당일 오후 30개 넘는 매체가 “이재용 부회장 있을 곳은 경영 일선” 등의 헤드라인으로 보도를 쏟아낸 뒤다.
9개 전국단위 아침종합일간지 중 세계일보, 서울신문, 중앙일보,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5개 신문이 관련 기사를 실었다. 급성 충수염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던 이 부회장은 15일 오후 서울 구치소로 복귀했다. 언론들은 이 사실과 함께 오 군수가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로 이 부회장 사면 요청을 청와대에 호소했다고 조명했다.

▲16일 동아일보 12면

▲16일 중앙일보 14면

▲16일 세계일보 9면
사면 호소는 최근 언론 보도에 연일 등장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4일 한국경제 등에 이 부회장 사면을 정부에 공식 건의하겠다고 밝히며 “우리 경제가 도약할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절박감에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군수는 기장군이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며 “산업단지는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창출하는 메카로 자리 잡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대기업 총수가 구속된 상태에서 어떤 전문경영인이 투자 결정을 쉽사리 내릴 수 있겠느냐”고 언론에 밝혔다.
언론이 총수 1명의 구속과 기업 경영 위기를 연결짓는 고리는 ‘의사결정 지연’이다. 동아일보는 기자 칼럼에서 “‘10년 동안 133조 원 투자’ 같은 결정은 한국 기업 경영 구조상 전문경영인이 내리기 어렵다. 2년 전 결정보다 더 과감해야 할지, 투자 방향을 틀어야 할지 등의 의사결정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삼성의 고민”이라며 “투자 약속은 어떻게든 지켜지겠지만 (이 부회장의 반도체 산업) 세계 1위 약속은 누가 지키나“라고 우려했다. (34면 “[광화문에서]2년 전 ‘삼성 세계 1위’…그 약속 누가 지키나”)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재판·수사와 무관하게 좋은 실적을 내왔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연결 회계 기준으로 올해 1분기(1~3월) 매출 65조원, 영업이익 9조3천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7.48%, 영업이익은 44.19% 늘었다. 매출 경우 역대 최대 매출치(2020년 3분기 66조9600억원)에도 근접했다.

▲16일 동아일보 34면
언론은 해외 업체와의 경쟁 관계를 강조하며 이 실적도 낮게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같은 칼럼에서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어가고 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미래가 걱정된다“며 ”2년 전 세계 1위를 다짐했던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세계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조선일보는 이 부회장의 구치소 복귀 소식을 전하며 “이 부회장은 이송 이틀 전부터 고열 증상을 보였지만 ‘특별 대우를 받기 싫다’며 복통을 참아 증상이 악화했다”거나 “일부 의료진이 입원 기간 연장 의견을 냈지만, 이 부회장이 ‘더 이상 많은 분께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구치소로 복귀하겠다고 했다”는 내부 관계자 전언을 실었다. 또 이 부회장이 “대장을 절제한 탓에 식사를 제대로 못 하고 고열에 시달려 몸무게가 7㎏이 빠졌다”고도 전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8개 기업 대표를 만나 “반도체 산업은 우리 경제의 현재와 미래가 걸린 핵심 국가전략산업이다.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강력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같은날 청와대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우리가 계속 주도해야 한다“며 “세계 1위를 지키고 격차를 벌리기 위한 다각도의 지원방안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은 16일 아침신문 1~2면에 비중있게 실렸다.

▲16일 조선일보 10면
▲16일 국민일보 2면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