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근 2025. 5. 19. 03:10

1. ‘여름이 오고 있다   2. 정치가 미래를 버릴지도   3. 국민연금공단, 공공기관 ESG 1…  4. AI 강국? 문재인·윤석열, 그다음은? 5. 논둑에 서서 6월을 기다리며

6. 세계 벌의 날, 벌을 위한 하루  7. 더위에 말라 죽는 고랭지 배추준고랭지로 재배지 넓힌다  8. 배추값 급등에 김치 수입 '역대 최대'무역적자도 확대  9. ‘파충류 천국대한민국?1년간 35개국서 16만 마리 수입  10. 건설사 부실, 부동산신탁사로 위험 전이책임준공 부담 10조  11. 20~30년 계속된 도돌이표 공약 개헌은 30, 신공항은 20년 등 단골메뉴  12.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발표 임박부산진구 명칭에 백양산도 추가하자

13. 가덕도신공항 꼭 2029년에 개항해야 하나요14. 이미 망가진 빙하‘1.5도 목표달성해도 원상복귀 어려워 15. 수돗물 속 발암물질, 기후위기에 농도 증가 우려 16. 가덕도신공항 건설 지연 조짐에 초조해진 부산시

17. 한국서 6m 바나나 나무 폭풍성장아열대해남서 주렁주렁 18. “한국 갯벌은 황금알 거위공항보다 짱뚱어·칠게가 중요한 이유 19. ‘괴물 산불이 비껴간 주왕산 너구마을···굴참나무가 천연 방패였다 20. 환경단체-부산시, 법정 공방 2라운드대저대교 건설 중지냐, 강행이냐”  21. '가덕신공항 공기 논란 핵심' 안전은 핑계, 속내는 수익(부산)   22.정치논리에 휘둘리는 가덕도 신공항 사업(중앙)   23. 15분의 1 울릉공항도 공기 8가덕도 신공항 7

여름이 오고 있다

2022811일을 돌아본다. 망설이는 마음을 뒤로하고 오후 8시경 어두운 정장 차림으로 일면식도 없는 이들의 마지막을 위해 홀로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신림동 반지하방에 살다가 폭우로 밀려들어온 빗물에 방이 순식간에 잠겨 도시 한복판에서 황망하게 사망한 가족의 장례식이었다. 세 명의 영정이 나란히 놓여 있던 빈소에는 정치인들의 조화와 노조 조끼를 입은 조문객들이 이 죽음의 맥락을 말해주고 있었다. 봉투에 시민이라고 적고 헌화한 후 돌아왔다.

이 참사 이후 늘 그렇듯 대한민국은 잠시 떠들썩했다. 저 취약한 공간에는 면세점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중년의 가장, 그의 발달장애인 언니, 그의 노모, 그의 어린 딸이 살고 있었다. 정치인들의 마음은 늘 희생자의 눈물로만 열 수 있기라도 하는 듯 유난히 홍수 참사가 많았던 그해 여름은 반지하를 없애겠다는 정치권의 언어가 난무했다.

현실은 달랐다. 2022년 여름 참사 당시 서울시 반지하 가구 수는 20만 정도로 추정됐다. 다소 오차는 있지만 가구 수로 보면 당시 성북구(198000)나 강동구(202000) 크기였다. 반지하를 없앤다는 것은 성북구나 강동구 규모의 가구를 어딘가 다른 곳에서 살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당시 분당(195000)만 한 신도시를 세워야 하는 일이었다. 목소리는 곧 잦아들었고, 서울시의 반지하주택 매입은 지지부진하다.

무엇이 얼마나 의미 있게 달라졌는지 알 수 없는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2023년은 어떤가. 715일 호우에 미호강이 범람하며 강물이 오송지하차도에 순식간에 흘러들어 14명이 숨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호우, 인근 제방 공사 부실, 재난 경보 체계의 허점과 담당 부서 간 소통 미흡 등 늘 거론되는 참사의 원인들은 하나하나 따져보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것들이 어느 날 함께 발생했을 때 빗줄기는 참사로 이어졌다.

폭염일수가 역대치를 갈아치운 2024년 여름의 모습은 또 달랐다. 기상청의 ‘2024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에는 전년 대비 온열질환자가 31.4%(3704) 폭증했고,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해 전년 대비 3배 규모인 1430억원의 양식 생물 폐사 피해가 발생했다. 날씨를 예측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지만, 많은 기후 전문가들은 올해 역시 다르지 않거나 더 나빠질 것이라 보고 있다. 이 예측이 틀리길 바라면서도 우리는 아마도 그럴 것이라 짐작하고 있다.

이제 저마다 앞으로 5년간 이 나라를 맡겨달라는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들여다본다. 기후위기를 지적한 공약은 숨은그림찾기처럼 찾아야 한다. 어떤 후보들의 공약에는 아예 없고, 어떤 후보의 공약에는 맨 마지막에 놓여 있고, 어떤 후보는 재난 대응만을 언급하고 있다. 그나마 한 후보만이 다섯 번째에 놓았다.

하지만 새 정부에는 당면한 의무가 있다. 새 정부는 출범 100일 즈음인 9월까지 파리협정에 따라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확정해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폭염이 지속되던 작년 8월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 8조 제1항이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관하여 그 정량적 수준을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면서 개정 시한을 2026228일까지 부여했다. 이 역시 새 정부의 숙제가 됐다. 어떤 정부가 들어설지, 무엇으로 첫 100일을 보낼지 알 수 없지만 기후는 산업과 고용, 에너지, 외교정책과 연계되는 어렵고 미룰 수 없는 과업이다.

중요한 일들이 많을 것이다. 늘 그렇듯 정부조직 개편도 해야 하고, 탄핵의 여파도 수습해야 하고, 미국과 협상도 진행해야 하는 등 분주할 것이다. 하지만 그 100일 동안 비는 쏟아붓기 시작할 것이고, 폭염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폐부터 파고들기 시작할 것이다. 전기 수요는 또다시 정점을 찍는 와중에 온열환자들은 또 대폭 증가할지도 모른다. 비정규직 현장 노동자들은 실내가 아니라 그늘에서 햇살만 겨우 피한 채 쉬어야 할지도 모른다. 동식물들은 폐사하고, 노인들은 고통받을 것이다. 새로운 예측이 아니다. 반복되었기에 빤히 예상되는 사태라는 것이 가장 무서운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5개월여,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정치적 사태를 경험했다. 기상청이나 질병관리청 등이 여름 대책 마련을 시작했다지만 시민사회나 공직사회나 여전히 어수선한 분위기다. 온 사회가 대선에 빠져든 지금, 거대한 불평등의 여름이 오고 있다.

최태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향

 

정치가 미래를 버릴지도

그럴지도 모른다. 정치가 미래를 버릴지도 모르겠다. 기후를 말하며 기후를 배신하고, 전가의 보도쯤 되는 녹색성장은 성장의 독에 갇혔다는 자기 고백이다. 극한 가뭄과 홍수, 사스와 코로나 등 인수공통전염병, 그리고 산불까지 차고 넘치는 증거와 징후에도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는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한다. 인류의 파국을 예측하는 과학자들의 경고는 아주 가뿐히 무시하면서 ‘지금은’이라고 외치고 ‘압도적인’ 지지를 호소한다. 다음 대통령에 가장 가까운 이재명 후보 이야기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0대 정책공약을 등록했다. 기후와 환경은 순위 열 번째다. 국민의힘에 비하면 이렇게라도 순위에 밀어 넣은 걸 고마워해야 하나. 아니, 대한민국 제1당과 제2당의 수준에 절망하고 통곡이라도 해야 한다. 그야말로 정치가 미래를 버리고 있다.

이 후보는 공약 1순위로 ‘세계 경제 강국’을 꼽았다.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 K콘텐츠 50조원 수출, 방산산업 국가대표로 육성의 구호가 요란하다. 민간투자 100조원,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개 확보, 국방 연구·개발(R&D) 확대, 글로벌 OTT 육성 등 천문학적 자금이 예고된다. 여기에 전 국민 기본소득, 청년 기초자산, 지역화폐, 공공주택, 지역균형발전까지 말한다. 마지막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원이 자리할 것이다. 공약 간 예산 경쟁에서 기후 공약은 후순위다. 극적이지도 않은 성장주의로의 귀결이다. 그런데 그 돈, 어디서 나오는가? 정작 증세는 없단다. 탄소를 먹고 자라는 산업 성장을 맨 앞에 놓고 맨 뒤에 기후를 말하는 것도 모순인데, 재원 확보 방안은 기만적이다.

기후도 지키고, 경제도 살리겠다는 표어는 유권자로서 서글프다. RE100 산업단지를 만들겠다지만, 그 안의 공장들은 여전히 온실가스를 뿜어댈 것이다.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쇄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가덕도신공항을 2029년까지 완공하겠다는 선언도 기가 차는데 온실가스 절반을 줄이겠다고 공언하면서 전국에 광역교통망과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겠다고 외친다.

기후정책과 산업정책, 지역개발정책이 이토록 노골적으로 충돌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반도체, 배터리, AI 산업은 엄청 많은 전력을 먹는 괴물이다. 데이터센터 한 개가 소도시 하나보다 전기를 더 많이 쓴다. 여기에 100조원을 퍼붓고, 동시에 탄소를 줄이겠다? 이 정도면 정말 드라마틱한 위선이다. 게다가 에너지고속도로도 건설한다고? 기껏 서울로 향하는 송전탑 행렬을 이렇게 포장하다니 홍보 역량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정의로운 전환’도 실종됐다. 이재명 후보는 석탄발전 전면 폐쇄를 공약했지만,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어떻게 보호할지는 말이 없다. 산업 전환을 말하면서 사람 이야기를 뺀다는 것은 폭력이다. 더욱이 기후위기 대응에 가장 핵심이 되는 ‘지역’과 ‘시민 참여’는 철저히 배제됐다. 피해받는 이들을 중심에 두고 그들을 전환 주체로 세워야 하는데, 공약집 어디에서도 시민은 주체가 아니라 수혜자다.

이쯤에서 물어야 한다. 당신의 공약은 정말 지구를 살리는 길인가? 아니면 파멸로 가는 길인가? 또 물어야 한다. 당신의 공약은 진실인가? 아니면 거짓인가?/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경향

국민연금공단, 공공기관 ESG 1에너지·중기 공공기관도 '호평

국민연금공단이 올 1분기 공공기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에서 최우수(A+) 등급으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에 이어 2연패에 성공했다. 특히 중소기업 상생, 사회공헌, 폐기물감축 등 사회(S)와 환경(E)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무탄소 전원 확대를 주도해온 에너지 공기업들은 E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보건복지 공기업들은 S부문, 중소벤처·기금관리 공기업들은 지배구조(G) 부문에서 호평 받았다.

18일 전자신문과 두이에스지가 국내 335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ESG 경영평가(20242분기~20251분기)에서 국민연금공단은 75.28점으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국민연금공단은 ESG 통합점수가 전년동기(71.95) 대비 3.31점 상승해 유일하게 A+ 등급을 받으며 전체 1위를 차지했다. 가중치 43%S부문에서 74.90점을 받아 1위를 받은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중소기업 생산품·중증장애인 제품 구매실적 증가 등 상생협력과 사회공헌, ·가정 지원제도 등 전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 전년대비 25점이 올랐다. 가중치 31%E부문에서도 69.38점으로 11위에 올랐다. 폐기물 발생량이 전년 대비 14.44% 감소했고, 저공해 자동차 의무구매비율을 달성하고, 온실가스 감축률은 39.3% 달성했다.

한국관광공사는 70.66점으로 종합 2위를 차지했다. E부문에서 76.43점을 받아 1위에 오르며 전년동기(9) 대비 통합 순위가 7계단 뛰어 올랐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70.15점을 받아 종합 3위에 올랐고 부산항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부동산원, 한국서부발전,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한국에너지공단 순으로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분야별로 E부문 1위는 부산항만공사·한국관광공사·한전KPS 3개사가 나란히 76.43점을 받으며 A+등급을 받아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우수(A) 등급 중에는 한국전력기술, 주택관리공단, 한국서부발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한전KDN,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순서로 E부문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S부문은 A+등급은 없지만 국민연금공단에 이어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이 70점을 넘기며 2, 3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무원연금공단, 한국체육산업개발,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연구재단한국자산관리공사 순으로 A등급을 받으며 톱10에 올랐다.

G부문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75.38점으로 유일하게 A+등급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인천항만공사, 강원랜드, KOTRA,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수자원공사, 국민연금공단 순으로 A등급을 받으며 상위 10위에 들어왔다.

민기영 두이에스지 대표는 환경부문은 무탄소 전원 확대를 주도해온 한전KPS, 한전기술, 서부발전, 한전KDN 한수원, 한전MCS 등 에너지 공기업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사회부문은 보건복지, 지배구조부문은 중소벤처·기금관리 공기업들이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자료 출처 : 두이에스지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AI 강국? 문재인·윤석열, 그다음은?

문재인·윤석열, 그다음은? 누가 대통령이 될 건지 궁금한 것이 아니다. 문재인·윤석열 다음 대통령은 전력산업을 어떻게 다룰지 걱정이 된다는 뜻이다.

전기요금에 있어서 전임 대통령들은 모두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을 폈다. 앞으로 들어설 대통령도 전임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앞선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현시점까지도 유력 후보들이 본격적인 전력시장 정책을 발표 못한 것을 보면 특히 더 그렇다.

더욱더 실망스러운 점은 누구도 전력시장 정책은 내놓지 못하면서 전기가 키를 쥐고 있는 인공지능(AI) 강대국을 만들겠다고 치열한 홍보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싼 산업용 전기와 송전망의 부족으로 AI 학습용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있다 해도 구동을 못하고 있음을 그들은 알고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모르고 있는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진보·보수 너나없이 정치권이 방치하고 왜곡시킨 전기요금 제도의 폐단이 최근 산업계에서 먼저 드러나기 시작했다. 계약전력 3A 이상의 전력 수요를 갖춘 회사들이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직접 전기를 구매하려 움직이고 있다. SK어드밴스드에 이어 LG화학, 심지어 공기업 한국철도공사도 전력 직구입을 검토하고 있다. 520여개 기업이 언제든지 한전을 통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직접 구매가 가능하다. 금액 규모로는 약 26조원으로, 이는 한전 전기 판매 수입의 30%를 차지하며 한전 수익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전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84000억원이고, 올해는 151000억원으로 예측(증권사)되는데, 이 이익의 대부분이 이들 산업체에서 나왔다. 이들이 한전을 건너뛰고 전력거래소에서 바로 전기를 구매할 경우 한전은 고수익 거래처를 잃고 남은 전기 사용자의 부담 역시 늘어나게 된다.

GPU 있어도 전기 없어 구동 못해

이렇게 기업이 전력거래소에서 직접 전기를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제도는 전력시장 개방을 염두에 두고 2003년 도입됐지만 그동안 사실상 사문화돼 누구도 이용하지 않던 방식이다.

그러다가 최근 수년간 정치권이 산업용 전기요금을 수차례에 걸쳐 급격히 인상함에 따라 산업용 고압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은 한전을 경유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직접 사는 게 더 이득인 상황이 된 것이다. 이들의 경우 한전에는 오로지 망(그리드) 이용료인 송전 비용만 내면 된다.

현 제도상에서 전기요금은 한전에서 이사회 결의를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인상 또는 인하 신청을 하고, 물가안정법에 따라 기획재정부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이때 여당과도 협의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정치적 고려 요소와 다양한 민원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비산업용 전기요금은 선거를 의식해서, 물가를 고려해서, 농민단체 등의 지속적인 민원을 반영해서 못 올리다보니 애꿎은 산업용 전기요금만 계속 올라가는 것이다. 이렇게 한전의 적자는 한전의 책임과는 거리가 먼데도 정치권은 전기요금을 올릴 때마다 한전을 겁박해 국민들에게 희생양으로 보이게 했다. 진보와 보수 정권 너 나 할 것 없이 계속된 행태이다.

전기요금이 현실과 괴리되어온 과정을 보자.

전기요금은 변동비+고정비+송배전비+영업비+부가세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변동비(연료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20년 기준 전기요금은 h123.3원이었는데 당시 송전요금은 6.3, 배전요금은 6.6, 변동비는 68.87원 수준이었다. 이 변동비가 국제 에너지 파동의 여파로 2021년에는 94.34원으로 전년 대비 37.0% 올랐고, 2022년에는 196.65원으로 108.4%나 올랐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전기요금을 한 푼도 인상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한전의 영업이익은 2021년에는 58000억원 적자, 2022년에는 326600억원 적자가 됐다.

왜곡된 전기요금 정상화시켜야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변동비는 2023167.11원으로 15.0% 하락하고, 2024년에는 128.39원으로 23.1% 떨어졌다. 그러나 누적 적자로 인한 한전의 재무 리스크가 심각해짐에 따라 오히려 요금은 20224월부터 202410월까지 총 7회 인상을 했다. 그 결과 한전의 영업이익은 202345000억원 적자에서 2024년에는 84000억원 흑자로, 올해는 151000억원 흑자로 예측되고 있다.

인상 자체는 뒤늦게라도 필요하지만, 문제는 업종별 요금이다.

이 기간에 h당 주택용과 일반용은 40.4원을 인상했으나 산업용 고압은 80.0원으로 주택용보다 2배나 많이 올렸다. 특히 202311월과 202410월에는 산업용만 인상했다. 그로 인해 h당 전기요금이 산업용()182.7원이고 주택용은 150원 수준이 됐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든 국가가 전력시장을 개방했는데, 이들 중 제조업 기반 국가의 주거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 비율은 60% 정도이다. 반대로 우리는 산업용이 더 비싸 이 비율은 120%이다. 직거래할 경우 최근 변동비가 120원 수준이니 나머지 비용 약 40원을 더하더라도 구매자 입장에선 20원 정도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임 두 정권의 무대책과 막무가내 인상이 급기야 오늘의 사태를 초래하게 됐다. 조금 더 뒤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2013년 전까지 산업부는 전기요금을 인상할 때 인상 후 용도별 원가회수율을 공개했다.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는 쪽이든, 손해를 감수하는 쪽이든 그 내용을 알았다. 2013년 이후 이 데이터의 발표를 멈추면서 표면적 갈등 비용은 줄었을지 모르지만 그 내부는 계속해서 곪아온 것이다.

앞으로가 문제다. 신임 대통령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대선 후보들이 입 모아 외치는 AI 강국은 정치로 결정되는 전기요금이 아닌, 시장의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전기가격으로의 전환이 없다면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경향

 

논둑에 서서 6월을 기다리며

올해는 봄이 늦게 왔다.

올해 윤달이 있어서 봄이 추울 수밖에 없다는 말도 있었지만 어쨌건 늦게까지 추웠다. 봄에 일찍 피는 벚꽃과 진달래꽃도 여느 해보다 늦게 피었고 봄이 무르익으면 피는 모란이 더위가 찾아오려는 참인 이제서야 피었다. 이미 5월 중순에 접어들었는데도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날이 많다.

 

온상에서 기른 고추 모종을 더 이상 서리가 내리지 않는 5월 초에 밭에 내다 심었다. 원혜덕 제공

해마다 설 명절이 지나면 우리는 이것저것 씨앗을 붓는다. 다 기른 모종을 밭에 옮겨 심어 기르는 때부터는 자연의 날씨에 맡기지만 모종은 비닐 터널 안에 온풍기를 틀어 따뜻하게 보온을 하여 기른다. 우리 사는 곳은 추워서 다른 지역보다 봄과 여름은 한발짝씩 늦게 찾아오고 가을과 겨울은 한발짝 먼저 찾아온다. 작물이 자라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따뜻한 기간이 다른 지역보다 짧다. 온상을 만들어 모종을 기르면 제때 밭에 모종을 내다 심을 수 있고 제때 수확을 할 수 있다. 봄배추나 양배추 등은 봄에 심어서 장마가 오기 전에 수확해야 하는데 모종으로 길러 심지 않으면 장마가 와도 다 자라지 못한 채 망가진다. 고추도 일찍 모종으로 길러 밭에 내다 심지 않으면 붉어지는 시기가 늦어 몇번 고추를 따보지도 못하고 서리를 맞는다.

제일 먼저 밭으로 나간 작물은 잎채소들이다. 추위에 강한 상추, 봄배추, 양배추, 브로콜리, 파 등은 제일 먼저 밭에 내다 심었다. 그 뒤 밭으로 나간 작물은 열매채소들이다. 토마토를 제일 먼저 심고 뒤이어 고추, 오이, 가지, 옥수수, 채두(껍질콩), 호박 등의 모종을 내다 심었다. 열매채소들은 서리가 더 이상 내리지 않는 만상일이 지나고 심는다. 영하까지 내려가지 않고 섭씨 2도로만 내려가도 서리가 내려 기껏 밭에 심은 작물이 얼어 죽는다. 우리 이웃 마을에 사는 연세 있으신 한분이 올해는 고추를 조금 일찍 심었다. 만상일이 며칠 남지 않아서 마음을 놓고 심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며칠 뒤에 기온이 뚝 떨어져 서리가 내렸고 그분이 심은 고추는 다 얼어 죽었다. 그분의 밭이 마침 길가에 있었는지 그 뒤 동네 사람을 만나면 입을 모아 그 이야기를 했다. 그분은 결국 고추 모종을 사서 다시 심었다고 한다. 작물은 절대 시기를 거슬러 심으면 안 된다.

모든 잎채소를 다 일찍 심지는 않는다. 더운 지방에서 온 모닝글로리(공심채)는 늦게 심어야 이른 봄추위에 위축되지 않고 잘 자란다. 그 공심채 모종은 며칠 전에 밭에 내다 심었다. 벼는 면적이 넓지도 않고 우리 농사 수입에 크게 관여하지도 않지만 식량이기에 중요한 작물이다. 봄이 되고 날이 풀리면서부터 남편은 틈틈이 논둑을 손질했다. 논둑은 겨울을 나면 여기저기 구멍이 생기고 허물어진다. 겨울 동안 땅이 얼었다 녹았다 하고 두더지나 쥐가 뚫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논을 갈고 논둑을 다 손질하고 나면 저수지에서 물이 내려올 때가 된다. 논에 물을 찰랑찰랑하게 받아서 논을 다시 한번 갈고 써레질을 한다. 트랙터 뒷부분에 긴 쇠갈퀴 같은 작업기를 매달아 논 전체를 누비면 논바닥이 평평해진다. 논에 가득 채운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도 있다. 써레질하고 사흘쯤 지나 흙탕물이 가라앉으면 모내기를 할 수 있다. 이번 주말에 모를 심기로 했다. 다음주에 마지막으로 고구마를 심으면 심는 일은 일단 끝난다.

 

논둑을 손질하고 논에 물을 댄 뒤에 써레질을 하고 있다. 써레질하고 나서 흙탕물이 가라앉는 사흘 뒤면 모내기를 한다. 원혜덕 제공

그러고 나면 여름이 성큼 다가올 것이다. 김을 매고 가꾸는 계절로 들어선다. 봄에 밭을 만들고 심는 일만큼이나 분주한 날들이 이어질 것이다. 그 여름의 초입인 63일에 대선을 치른다. 지난겨울 추위가 혹독한 것만큼이나 우리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겨울을 광장에서 보냈다. 심지어는 계절은 봄이 왔는데도 광장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마음의 봄은 오지 않았다. 대선을 치르고 나면 이 세상을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나 같은 보통 사람들이 일상을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보다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허리와 얼굴을 펴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원혜덕 | 평화나무농장 농부/ 한겨레

 

우리나라 자생 벚꽃, 이제는 알고 즐기자

산벚나무는 우리나라 산에서도 드문 존재

'왕벚프로젝트' 오대산 산벚나무 분포조사

오대산은 국내 산벚나무의 최대 자생지

우리 벚나무는 우리 얼굴, 유전자 지켜야

제주왕벚나무로 소메이요시노 대체 계획

좋은 계절, 5월 초에 오대산 가는 길은 나에게 매번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이다. 월정사, 상원사 등 주요 탐방로 초입부터 이미 해발 800미터에 이르는 오대산에는 봄이 늦게 오기 때문에 상춘객들은 4월에 다른 산들에서 누렸던 봄꽃의 향연을 5월에 이곳에서 다시 만끽할 수 있다. 올해에는 대선을 앞둔 정국의 소용돌이에 대한 어지러운 마음을 애써 접어두고, ‘사단법인 왕벚프로젝트 2050‘(이후 왕벚프로젝트)에서 연휴 다음 날인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실시한 일련의 오대산 산벚나무분포 현황조사에 참가했다. 나는 이 단체에 감사로 참여하고 있다.

20222월 공식 출범한 왕벚프로젝트(회장 신준환 동양대 교수)는 전국의 공원과 공공시설 정원수와 가로수 등으로 심어진 일본 왕벚나무(소메이요시노 벚나무)를 제주산 왕벚나무로 바꿔 심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신 회장은 전국의 일본 왕벚나무를 당장 베어내자는 것이 아니라 이제 자연 수명이 다해가고 있는 만큼 자생 왕벚나무로 교체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왕벚나무 수령이 60~80년이므로 1960년대 이후 대거 심어진 일본 왕벚나무가 2050년이면 제주왕벚나무로 다 교체할 수 있다는 목표를 법인명 ’2050‘에 담았다.

왕벚프로젝트는 매년 전국의 벚꽃 명소 한두 군데를 대상으로 식재된 벚나무류 조사를 펼치는 동시에 자생 벚나무류 전국 분포 현황과 특성 조사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번 오대산 산벚나무분포 현황조사는 그 첫 시도이다.

오대산은 남한에서 산벚나무가 가장 많은 곳

엽병(잎자루)에 털 있음. 잎 측맥과 주맥에 털 없음. 소화병(小花柄·꽃자루)에는 극미모(매우 적은 털). 이거 산벚나무로 할까요?”

산형(傘形)꽃차례에 2~3개의 꽃, 소화병과 잎에 털 없음. 꽃이 드문드문 달림. 전형적인 산벚나무입니다.”

지난 57일 오대산 국립공원 진고개에서 노인봉으로 향하는 탐방로. 오대산 산벚나무 조사 5팀의 현진오 왕벚프로젝트 사무총장과 강승연 조사원이 주고받는 대화는 비전문가에게는 이해하기 어렵게 들렸다.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 소장이 7일 오대산 진고개~노인봉 구간에서 연구소 직원 강승연 씨와 함께 산벚나무 샘플을 채집하고 있다.

소화병(小花柄) 또는 소화경(小花莖)은 꽃자루의 한자 이름이고, 꽃차례에서 한 개의 꽃을 달고 있는 자루를 말한다. 화경(花莖)은 꽃대, 즉 꽃자루를 하나 또는 여러 개 달고 있는 줄기를 일컫는다. 꽃차례(花序·화서)는 꽃대 축에 꽃이 배열된 모양을 말한다. 그 중에서 산형(傘形)화서는 우산모양 꽃차례로 꽃자루가 한 지점에 모여 달려 우산살 모양을 하고 있다. 산수유, 앵초, 붉은참반디 등이 이에 속한다. 산방(繖房)화서는 편평꽃차례로 꽃자루의 길이가 위로 갈수록 짧아져 꽃대 끝들이 거의 같은 높이로 나란히 정렬한다. 기린초, 팥배나무 등이 이에 해당된다.

벚나무, 산벚나무, 잔털벚나무, 올벚나무 등 벚나무류도 다른 식물들처럼 개체변이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종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산벚나무는 잎자루에도 털이 없는 게 특징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처럼 털이 있는 경우에도 다른 특징들이 산벚나무에 더 많이 해당하면 일단 그렇게 분류한다.

현진오 사무총장은 채집한 산벚나무 꽃자루에 루페(확대경)를 갖다 대면서 말했다. “이곳(오대산 고지대)의 산벚나무는 잎자루 등에 털이 있더라도 잔털벚나무처럼 조밀하게 나지 않는다. 꽃도 우산모양꽃차례에 2개인 경우가 많다. 그래도 미심쩍은 개체는 DNA 검사를 통해 최종 확정해야 한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 소장이기도 한 현 총장은 아직 다른 지역에 대한 체계적 조사가 다 이뤼지지 않아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오대산은 남한에서 산벚나무가 가장 많이 분포한 곳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산벚나무는 꽃 2~3개가 모여 우산모양꽃차례를 이루지만, 편평꽃차례인 경우도 있다. 꽃자루, 수술대, 암술대, 씨방에 털이 없다. 잎자루는 2정도로 짧고, 털이 없다. 주로 높은 산에 서식하며 남한에서는 백두대간 등에 제한적으로 분포한다. 꽃과 잎이 동시에 나오는 데다 꽃이 드문드문 피는 편이라서 많은 꽃이 조밀하게 달리는 왕벚나무나 벚나무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다.

산벚나무. 왕벚프로젝트2050 제공. 벚나무. 왕벚프로젝트2050 제공. 잔털벚나무. 왕벚프로젝트2050 제공.

벚나무는 편평꽃차례에 2~5개의 꽃이 달린다. 꽃자루에 털이 없고, 꽃대에 꽃싸개잎이 있다. 꽃받침통과 암술대에는 털이 없다. 산벚나무에 비해 낮은 산지에 자라며, 꽃대와 꽃자루가 더 길다. 잔털벚나무는 편평꽃차례에 꽃이 2~5개씩 달린다. 잎의 앞뒷면 맥에 털이 있다. 전체적으로 벚나무와 비슷하지만, 잎의 뒷면, 잎자루 및 꽃자루에 털이 있다는 점에서 벚나무와 구분된다. 주로 남부지방에서 일찌감치 3월에 꽃을 피우는 올벚나무는 연한 홍색의 꽃 2~5개를 우산모양꽃차례에 피워올린다. 꽃자루와 암술대에 털이 있다.

산벚나무는 귀한 존재, 산에 있다고 다 산벚나무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도 나도 벚꽃을 좋아하고, 즐기게 됐지만, 그에 비해 벚꽃에 대해 얼마다 알고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왕벚프로젝트의 신준환 회장은 산이 있으면 산벚나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 산벚나무는 백두대간과 바다에 가까운 고산지대 등 제한된 지역에만 분포한다고 했다. 신회장은 올벚나무도 남부에만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문경까지도 분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자생 벚나무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내고 더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자생 벚나무류에는 산벚나무, 잔털벚나무, 벗나무, 올벚나무 외에도 한라산특산 왕벚나무와 울릉도 특산 섬벚나무가 있다. 제주 왕벚나무는 올벚나무를 모계, 벚나무를 부계로 한 자연 교잡종으로 특산종이다. 우산모양꽃차례나 편평꽃차례에 꽃이 2~5개씩 달리며 꽃자루에 털이 있고, 암술대에 털이 조금 난다. 한라산 중턱에 200여 그루가 자라고, 제주도와 해남에 3곳의 자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제주왕벚나무를 소메이요시노벚나무와 맨눈으로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보통 소메이요시노벚나무는 겨울눈 눈비늘에 털이 빽빽하게 나 있는데 비해 제주왕벚나무에는 털이 조금만 나 있는 것으로 구별된다.

제주시 봉개동 왕벚나무 자생지의 제1호 왕벚나무. 19641월 천연기념물 제 159호로 지정됐다. 왕벚프로젝트2050 제공.

문제는 일제강점기와 1960년대에 심었던 일본산 소메이요시노벚나무가 지금도 벚나무 가로수의 주된 품종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2022년 왕벚프로젝트의 국회 및 여의서로 벚나무류 조사 결과 총 636 그루 가운데 94.3%가 소메이요시노벚나무였다. 한국특산인 왕벚나무는 한 그루도 없었다. 매년 봄 군항제가 열리는 진해에서도 2023년 조사 결과 소메이요시노벚나무는 9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호국영령이 잠든 국립현충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총 560여 그루 중 소메이요시노 벚나무 등 일본산이 92%에 육박했다.

신준환 회장은 왕벚프로젝트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이 땅의 산천초목도 우리의 얼굴이라고 한다면 벚꽃도 우리의 얼굴이라면서 소메이요시노벚나무의 유전자로 오염된 우리 벚나무를 복원하고, 자생 벚나무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자생 벚나무를 더 사랑해야 하고, 그러려면 그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

백두대간 노인봉~매봉 코스, 야생화의 융단

이날 5팀의 조사경로는 진고개~노인봉~소황병산~매봉~선자령으로 계획됐다. 상황에 따라 도중에 내려올 수 있도록 짜여진 코스였다. 전체가 백두대간인 코스 중 노인봉부터 매봉까지는 비법정탐방로, 즉 통행금지 구간이어서 사전에 연구·조사 목적의 탐방허가를 국립공원공단으로부터 받아야 했다.

오대산 진고개~노인봉 코스에서 지난 7일 소금강 쪽을 바라 본 신록의 풍경. 짙은 녹색부터 옅은 연두색까지 색채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진고개~노인봉 코스는 동쪽으로 소금강까지 이어지는 오대산 주요 탐방로 가운데 하나로 그 중 초입 구간에 해당한다. 6개 팀으로 나뉘어 각각 다른 구역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날 벚나무류 조사는 탐방로에서 20미터 이내의 개체들에 대해서 실시하도록 공지됐다. 그러나 벚나무가 많지 않은 곳에서는 이런 지침은 무시됐다. 탐방로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조사와 채집이 이뤄지는 동안 발밑을 보니 숲개별꽃 무리와 태백제비꽃, 노랑제비꽃, 얼레지 등이 마치 색색의 꽃 융단을 깐 것 같다.

소황병산으로 가는 탐방로에서는 더 많은 야생화를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흰색의 큼지막한 흰 꽃을 꽃대 하나에 하나씩만 달고 있는 홀아비바람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많은 홀아비바람꽃을 한꺼번에 본 적이 없다.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태백제비꽃도 끊임없이 나타났다. 412일 문경 주흘산에서보다 훨씬 더 많다. 잎의 양 측면이 말아 올려져 있는 금강제비꽃, 양지꽃, 현호색, 갈퀴현호색, 피나물 등도 보였다. 산벚나무 조사가 아니었더라면 결코 갈 수 없었을 비법정탐방로의 야생화 화원이다.

물을 좋아하는 벚나무류, 흩어진 꽃잎은 물 위를 떠돌고

이번 조사에도 동참한 신준환 회장은 8일 매봉에서 소황병산으로 가는 탐방로에서 산벚나무는 물이 많은 곳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벚꽃이 예쁘게 많이 피어 있는 곳은 가을에 단풍도 곱게 물든다. 북한산 문수봉으로 향하는 삼천리골 상류 계곡이 그렇다. 산벚나무인지 벚나무, 또는 잔털벚나무인지는 모르겠지만, 봄에는 벚꽃이, 가을에는 단풍이 곱다. 자생 벚나무류를 이제 어느 정도 판별할 수 있게 됐으니 내년 봄에는 때를 맞춰 다시 가 볼 생각이다.

북한산 향로봉 밑의 폐사지인 포금정사터에는 산벚나무(혹은 벚나무)와 귀룽나무 고목이 각각 서너 그루 자리잡고 있다. 그 옆을 흐르는 작은 계곡에는 늦봄의 며칠간 흩어진 벚꽃잎과 귀룽나무 꽃잎이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붉어진 벚나무속 꽃잎들이 계곡의 고인 물이나 못 쓰는 우물(폐정)을 촘촘히 뒤덮고 있는 모습은 봄 절경의 아이콘이다. 누가 불행하다고/ 가고 있는 붐 한 철에 기대랴/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투성이니 많이 잃고도/ 하나도 잃지 않은 저기 폐정된 우물/ 들여다보면 어둑한 물 위로 낙화/ 물풀처럼 떠돈다/ 가버리면 봄이었다는 생각이/ 갈 길 새삼 낯설게 한다.(김명인, ’낙화중에서)

오대산 벚나무류 4그루 중 3그루가 산벚나무

57일과 8일에 걸쳐 진행된 오대산 산벚나무 조사에는 왕벚프로젝트 신회장과 김창열 부회장(전 자생식물원 원장), 권영한 부회장(전 신구대 교수), 김승철 교수(성균관대), 현진오 사무총장과 동북아생물다양성센터 직원 등 18명이 참여했다. 두로령~두로봉 및 북대사 일대, 두로령~비로봉~호령봉~상원사, 신배령~조계동~내면분소 등 모두 9개 탐방로와 그 주변을 대상으로 조사가 실시했다.

오대산 산벚나무 조사결과. 왕벚프로젝트2050 제공.

조사 결과 오대산 9개 구간에서 채집된 벚나무 종류 336건 가운데 산벚나무가 252건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잔털벚나무가 46(14%)으로 뒤를 이었다. 벚나무는 7(2%)이었다. 이번 조사에는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NABI)가 식물 종 조사업무에 사용하는 현장기록 시스템을 개선해서 자체 개발한 G-Note (NABI LAB)를 적용했다.

임항 편집위원hnglim88@hotmail.com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사

세계 벌의 날, 벌을 위한 하루

오늘, 520일은 유엔(UN)이 정한 세계 벌의 날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딸기, 사과, 배 같은 과일이나 고추, 토마토, 가지 같은 채소는 모두 벌과 같은 곤충들이 꽃가루를 옮겨주어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곤충들이 꽃가루를 옮겨주는 과정을 화분매개라고 한다.

전 세계

개화식물의 약 87.5%가 벌이나, 나비 같은 곤충의 화분매개에 의존하고 있으며, 우리가 먹는 주요 농작물 중 75% 정도도 이들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자랄 수 없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이러한 화분매개곤충이 농업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를 연간 2,3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꿀벌을 비롯한 화분매개곤충들의 수가 급격히 줄고 있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단지 생태계의 문제를 넘어 농업과 식량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화분매개곤충으로 알려진 꿀벌의 급감 원인으로는 서식지 감소, 살충제 사용 증가, 기후변화 등이 꼽힌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자연 서식지가 파괴되고, 살충제와 농약 사용 증가로 곤충들이 신경계 손상을 입고 방향 감각을 잃거나 번식 능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꽃이 피는 시기와 곤충이 활동하는 시기가 어긋나면서 이들의 생존과 활동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생태계 기반 연구와 보전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은 2014‘Pollinator Health Task Force’를 구성해 꿀벌 서식지 복원과 나비 보호 사업을 추진 중이며, 유럽연합(EU)2018년부터 ‘EU Pollinators Initiative’를 통해 화분매개곤충 보호를 위한 연구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농업 생산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대부분이며, 생태계 전반에 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2023년부터 화분매개곤충 보호와 관련하여 생태계 보전을 위한 다부처 공동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다양한 화분매개곤충의 종류와 이들이 생태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정도에 대한 전국 생태계서비스 평가지도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취약지역과 취약종의 위협요인 분석해 체계적인 보전 관리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만약 지구상에서 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도 얼마 지나지 않아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를 한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화분매개곤충의 감소는 단순한 곤충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 전체, 나아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세계 벌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가 이들의 가치를 되새기고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노력부터 시작해 보아야 할 때이다. 예를 들어 꽃이 피는 식물을 심거나 농약사용을 줄이는 등 생활 속 작은 실천이 이들의 서식 환경을 회복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일이 곧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인천 /길현종 국립생물자원관 기후·환경생물연구과 과장

 

더위에 말라 죽는 고랭지 배추준고랭지로 재배지 넓힌다

강원 정선군은 여름철 고온기에도 배추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준고랭지 지역에서 '여름 배추 안정생산 체계 구축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19일 밝혔다.고랭지 중심의 여름 배추 재배가 기후변화로 점차 어려워짐에 따라 준고랭지로 재배지를 넓히고, 더운 날씨를 견딜 수 있는 재배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다. 군은 여름철 배추 수요는 꾸준하나 생산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 기반 안정화와 함께 농가 소득 증대를 꾀한다.

22천만원을 들여 여량면 일원 2(2) 규모로 더운 날씨에 잘 견디는 품종을 파종한다. 또 지표면 온도를 낮추는 저온성 필름을 사용하고, 미세 물 분사 장치 설치와 함께 작물 뿌리가 깊게 뻗을 수 있도록 땅속 깊이까지 갈아주는 속흙 파쇄 작업을 병행한다.

이외에도 배추를 심기 좋은 형태로 고랑을 만들고, 비닐로 덮는 휴립 피복기를 활용한다.토양에 발생할 수 있는 병해를 예방하고자 약제를 사용하는 등 고온기 배추 재배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과 장비를 종합적으로 적용한다.57월 거름주기와 땅 갈기, 속흙 파쇄, 토양소독, 모종 심기, 미세 물 분사 설치 등을 진행하고, 9월까지 재배 관리를 거쳐 수확한다.

이경천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최근 기후 변화로 여름작물 재배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준고랭지 여름 배추 재배 시범사업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농업인들이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

 

배추값 급등에 김치 수입 '역대 최대'무역적자도 확대

국내 배추 가격 고공행진 영향으로 올해 1분기 김치 수입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김치 무역적자도 확대되는 추세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김치 수입액은 4756만달러(67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475만달러)보다 16.7% 급증했다. 수입량은 897t()으로 10.1% 증가했다. ·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량보다 금액 증가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김치 수입은 지난해 이미 역대 최대치(18986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더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에서 수입하는 김치는 대부분 중국산으로 주로 음식점에서 사용된다.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16357만달러로 2023년보다 5.1%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수입이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김치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했다. 김치 무역적자는 지난해 2269만달러로 전년(798만달러)의 거의 3배 수준까지 치솟았다.1분기 김치 수입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국내 배추 가격 상승이다. 겨울배추는 지난해 가을 고온과 겨울 한파로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 앞서 지난해에도 여름 고랭지배추가 폭염으로 생산량이 줄어드는 등 배추가격이 연중 불안정했다.

통계청의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배추 가격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6% 올랐으며 김치는 더 가파른 20.7% 상승률을 보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에서는 지난달 배추 한 포기 평균 소매가격이 5442원으로 작년보다 24% 넘게 치솟았다.

배추와 무 등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식품업계에서는 김치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지난달 둘째 주부터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배추김치와 갓파(갓과 쪽파) 김치 가격을 11% 올렸다. 업체 측은 "배추 등 원재료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매일신문

 

파충류 천국대한민국?1년간 35개국서 16만 마리 수입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파충류 검역 시행 1

동물 운송·보관 과정에서 폐사동물복지도 신경 써야

9일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지난 1년 동안 야생동물 검역제도를 운영한 결과, 전 세계 35개국에서부터 수입된 파충류 약 158000마리에 대한 검역을 완료해 건강한 개체만 국내에 반입시켰다고 밝혔다. 환경부 제공

한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파충류가 최소 16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생동물 검역제도시행 1년 동안의 통계로, 매달 13000마리가 수입되는 꼴이다.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검역은 야생동물 유래 질병을 예방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반려 목적의 야생동물 거래를 점차 감소시키고 동물의 장거리 운송·보관 과정에서의 동물복지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19일 환경부 산하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지난 1년 동안 야생동물 검역제도를 운영한 결과, 전 세계 35개국에서부터 수입된 파충류 537건 약 158000마리(지난 12일 기준)에 대한 검역을 완료해 건강한 개체만 국내에 반입시켰다고 밝혔다. 종별로 보면, 도마뱀·거북 등이 131701마리, 식용 자라가 26596마리였다.

야생동물 검역제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외 야생동물 유래 질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지난 2021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개정 과정에서 새로 마련됐다. 지난해 519일부터 시행돼 이날 1년을 맞았다. 현재 야생 포유류 및 조류·식물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어류·양서류는 해양수산부에서 검역을 진행하고 있다.

야생동물 검역제도시행 전과 후. 환경부 제공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지난해부터 인천국제공항에 야생동물검역관(수의사) 9명 및 야생동물검역사 10명을 배치해 검역을 진행하고 있다파충류 야생동물 검역 체계를 조기에 정착시켰다고 자평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2월 인천 중구에 야생동물검역센터를 설립하고, 제도의 체계적·효율적 운영을 위해 검역관 표준행동지침 등을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한다. 또한 해외 수입 파충류에 대한 감수성 질병 검사’, ‘국내 서식 자생 파충류 조사 연구 용역등을 통해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올해 하반기까지 야생동물 계류검역시설과 통합관리동을 포함하는 야생동물 검역시행장’(면적 39482)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야생생물법 개정과 지정관리 야생동물 목록 제도화에 힘써온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검역은 야생동물 질병 예방에 중요한 부분이지만, 잠재적 위험이 있는 모든 병원체를 검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애완 목적의 야생동물 거래와 같이 불필요한 인간·야생동물 접촉을 점차 감소시키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동물의 장거리 운송·보관 과정에서 동물복지 침해가 불가피하고, 이로 인한 폐사·건강 악화·질병 전파 위험성이 커질 수 있으므로 검역 전 과정에서 동물복지가 개선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한겨레 김지숙기자

 

건설사 부실, 부동산신탁사로 위험 전이책임준공 부담 10

신탁사 고유계정에서 7.7조 대여 신탁사 자본 5.8조 보다 많아

1.5조 부실자산으로 분류 부동산 침체 장기화, 재무부담 확대

책준형 PF잔액 신한·KB 2조 넘어, 하나·우리·코리아신탁도 규모 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금융회사 재무건전성 악화에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특히 중소형 건설사들이 공사비 상승 등을 감당하지 못해 쓰러지면서 부동산PF 사업장의 책임준공을 확약한 부동산신탁사들이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고 있다.

전자금융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2024년말 기준 부동산신탁사 14(신영부동산신탁은 20249월말 기준)의 책임준공형(책준형) 토지신탁 사업장은 246, PF 실행 잔액은 103426억원이다. PF사업장에 대출을 해준 채권자들은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시 신탁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있어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사업장 PF 잔액은 사업장 부실에 따라 신탁사 부담으로 전가된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은 시공사가 부담하는 책임준공의무를 부동산신탁사가 함께 보증하는 것을 말한다. 시공사에 문제가 발생해 책임준공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책임주체는 책임준공확약을 제공한 신탁사가 된다.책임준공 수행을 위해 사업비 조달이 필요하면 신탁사는 고유계정 자금을 신탁재산에 대여하고, 이 자금은 신탁계정대에 차입금으로 회계 처리돼 사업비로 투입된다.

부동산신탁사의 신탁계정대 규모는 2023년 부동산PF 부실이 본격화되면서 급증했다. 2023년 이전까지 2조원 가량이었던 신탁계정대 규모는 지난해말 77016억원으로 전년말(48550억원) 대비 58.6% 증가했다. 부동산신탁사 자본 총액(58000억원) 보다 커졌다.

신탁계정대 부실자산 규모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공사가 지지부진하고 완공을 해도 사업성이 떨어지는 부동산PF 사업장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신탁계정대 부실(회수의문, 추정손실) 규모는 15551억원으로 전년(6386억원) 대비 약 2.4배 증가했다. 금융권에서는 통상 정상요주의를 제외한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부동산신탁업에서는 회수의문과 추정손실을 부실로 보고 있다.

회수의문은 고정으로 분류된 신탁사업에 대한 총여신 중 손실발생이 예상되나 현재 그 손실액을 확정할 수 없는 회수예상가액 초과여신이다. 추정손실은 고정으로 분류된 신탁사업에 대한 총여신 중 회수불능이 확실해 손실처리가 불가피한 회수예상가액 초과여신을 말한다.

교보·KB·신한, 신탁계정대 부실 규모 커 = 신탁계정대 부실 규모는 교보자산신탁이 3400억원(회수의문)으로 가장 많다. KB부동산신탁과 신한자산신탁도 각각 3119억원, 2249억원으로 규모가 크다.

신탁계정대 규모는 KB부동산신탁이 11539억원으로 가장 크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부실이 될 가능성이 있는 고정으로 분류된 자산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KB부동산신탁의 고정 규모는 4247억원이다. 신한자산신탁은 2996억원, 교보자산신탁은 2345억원이다. 추가 부실에 따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자산신탁(5569억원), 한국토지신탁(3401억원), 하나자산신탁(2992억원)도 규모가 크다. 다만 한국토지신탁은 책준형 사업장이 1곳뿐이어서 추가 부실에 대한 우려가 낮은 편이다.

책준형 사업장 PF 실행 잔액은 신한자산신탁이 2524억으로 가장 크고, 사업장도 37곳으로 가장 많다. KB부동산신탁도 2492억원(31)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신한자산신탁의 경우 책임준공기한을 넘긴 사업장이 9곳으로 PF 대출 잔액은 3524억원이다. 시공사가 책임준공의무를 미이행한 사업장은 7곳으로 PF대출 잔액은 3908억원이다. 신한자산신탁의 책임준공 부담이 7432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책임준공기한이 도래하지 않은 사업장은 21곳으로 대출 잔액은 13091억원이다.

KB부동산신탁의 경우 책임준공 의무를 기한 내 이행하지 못한 사업장은 13, PF대출 잔액은 9849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책임준공 미이행에 따라 채권자들이 KB부동산신탁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약정금 소송은 5건이다. 소송가액은 적게는 40억원, 많게는 396억원이다.

차입 부채 증가로 부채비율 상승 = 책임준공 의무 이행을 위한 자금조달로 신탁계정대가 급증했고, 부동산신탁사들은 외부에서 차입을 늘렸다. 14개 부동산신탁사 전체 차입 부채는 2022128000억원에서 지난해 1237000억원으로 4.6배 이상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20221234.7%에서 지난해 1280.9%로 급증했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무궁화신탁의 부채비율이 168.1%로 가장 높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167.6%), 대신자산신탁(149.0%), 신한자산신탁(145.5%), 대한토지신탁(142.7%), KB부동산신탁(129.3%)이 부채비율 100%를 넘어섰다.

신한자산신탁은 지난해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지만 부채비율이 계속 상승했다. KB부동산신탁은 1500억원 유상증자, 17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3200억원을 자본으로 쌓았으면 지난해 3293.5%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은 9월말 109.0%로 낮아졌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인 12월말 부채비율은 129.3%로 다시 상승했다. 오지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25년 하반기부터 신규 신탁계정대 투입부담이 2023년과 2024년에 비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업장 분양성과가 예상 대비 저조한 경우 이미 투입된 신탁계정대의 회수 지연,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 확대가 나타나면서 재무안정성 관리부담이 지속될 것이라며 책준형 개발신탁 관련 소송위험이 상존하는 점 또한 재무안정성 측면의 부담요소이라고 말했다.

책임준공 못하고 소송 패소시 독자 생존 어려울 수도 = 책임준공 의무 미이행으로 채권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부동산신탁사들이 패소할 경우 재무건전성은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최근 한국신용평가에서 KB부동산신탁, 교보자산신탁, 한국투자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대한토지신탁, 코람코자산신탁 등 7개곳이 소송 패소로 PF원리금을 인수하는 상황을 가정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말 대비 신탁계정대는 16000억원 증가하고 대손부담은 5644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신용평가는 책준형 사업장 수가 많고, 자기자본 대비 수주 규모가 큰 신탁사의 부담이 크게 나타난다이같은 시나리오의 부정적 파급효과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현실화될 경우 일부 부동산신탁사들은 계열의 지원 없이는 현금 유동성에 상당한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소형 건설사의 신용위험이 상승하고 지방 분양경기 침체가 심화되는 상황을 고려한 시나리오에서는 신탁계정대 규모가 전년 대비 11000억원 증가하고, 대손부담은 42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수의 사업장에서 예상치 못한 공사비 30% 상승 을 가정하고 추가 분양이 없다는 가정 하에서다.

한국신용평가는 “2025년 들어 중소형 건설사 신용사건이 증가함에 따라 신탁사 재무부담이 높아지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책준형 위험관리와는 별개로 신탁사의 수익기반 약화가 나타나는 점 또한 주요 모니터링 요소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신탁사의 건전성 악화가 대주단과 다른 사업장 등으로 전이될 경우 부동산시장 전반의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장별 엄정한 점검을 부동산신탁사들에게 당부했다. 금감원은 차입형 토지신탁은 대손충당금 적립시 분양 저조에 따른 부실 가능성 등을 적절히 반영하는 등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해 위험에 대비하고, 책준형은 사업장별 공정관리에 힘쓰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충분한 대응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20~30년 계속된 도돌이표 공약 개헌은 30, 신공항은 20년 등 단골메뉴

대선 때는 내가 해결”, 집권하면 모르쇠

6.3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들이 지지를 호소하며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개헌·인공지능(AI)·신공항·규제철폐 등을 새 정부의 주요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약속인데 20~30년째 되풀이 되는 의제도 적잖다. 집권 후 실행 의지를 담보하는 보다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제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 중계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첫 TV토론이 있던 18일 개헌공약을 내놨다. 이재명 후보는 ‘4년 연임, 결선투표를 골자로 한 권력구조 개편안을 제안했고 늦어도 2028년 총선에서 국민 뜻을 묻자고 했다. 김문수 후보는 ‘4년 중임제구상을 내놓고 이번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줄여 20284월 총선 주기를 일치시키자고 했다. 두 후보가 처한 정치적 상황이 반영된 제안이다.

사실 개헌 공약은 1987년 이후 매 대선마다 반복됐다. 내각제, 4년 연임 분권형 대통령제 등으로 등장했다가 대통령 임기와 함께 사라졌다. 대통령과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진폭이 커졌을 뿐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앞서 후보들은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10대 공약을 공개했다. 국내 경기침체 상황에서 12.3 비상계엄 후 정치적 혼란과 미국발 관세전쟁 등 내우외환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를 반영하듯 주요 후보의 1번 공약은 경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재명 후보는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강국을 제시하며 인공지능 등 신산업 집중 육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후보는 1순위 공약으로 자유 주도 성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내세우며 규제완화, 세제정비, 투자 활성화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대통령 힘을 빼고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 모두가 이전 대선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했던 의제들로 소속 정당을 가리면 누구의 공약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약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동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요 후보들의 공약이 오랜 기간 논의됐던 의제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후보들이 정책들을 이행할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균형발전 논리를 담은 구체적 지역공약을 놓고는 실효성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53중심 균형발전 기반 마련 공약을, 김문수 후보는 초광역권 메가시티 공약을 내걸었다. 이 후보는 5개 권역별 특별지방자치단체 구성과 3개 특별자치도의 자치권 강화 특별법 개정을 공약했다. 김문수 후보가 내건 5개 권역 메가시티 조성도 내용상 일맥상통한다.

두 후보는 모두 5개 권역에 대한 교통 대책으로 광역급행철도(GTX)를 건설 공약으로 내놨다. 이전 대선 단골메뉴인 신공항 자리에 광역급행철도가 들어갔다. 2006년 노무현정부 남부권신공항구상으로 출발한 부산 가덕도신공항은 백지화(이명박정부)김해공항 확장(박근혜정부)예비타당성조사 면제(문재인정부) 등을 거치면서 추진되고 있으나 2029년 개항이 어려운 분위기다. 대구경북신공항도 재원 문제로 동력이 꺼질까 우려하고 있다. 2, 3의 신공항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업 구상단계부터 공약 추진의지 못지 않게 재원 방안을 철저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 사무총장은 선거 후 대선공약집에 있는 사업의 70~80%가 새 정부의 국정과제가 된다면서 공약 재원을 담은 대차대조표를 함께 제시해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내일신문 이명환·박준규 기자·전국종합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발표 임박부산진구 명칭에 백양산도 추가하자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 지정에 도전하는 금정산 국립공원의 명칭에 백양산을 함께 쓰자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부산 부산진구 백양산 정상 애진봉 철쭉동산. 부산일보DB

부산의 한 지자체가 국내 24번째 국립공원이자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 지정에 도전하는 금정산 국립공원의 명칭에 백양산을 추가하자고 환경부에 공식 요청했다.19일 부산 부산진구청에 따르면 구청은 국립공원 지정이 추진되고 있는 금정산 국립공원의 명칭을 금정·백양산 국립공원으로 변경하자고 올해 3월 환경부에 공식 요청했다.

부산진구는 금정산 국립공원 범위에 지역 내 자리한 백양산도 포함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정산 국립공원은 금정산과 백양산 일대 69.845에 이르는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 가운데 백양산은 전체 면적의 20%가량을 차지한다.백양산은 부산 북·사상·연제·부산진구 등 4개 지자체에 걸쳐있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에 거주하는 시민 대다수는 백양산이 국립공원 지정 계획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실정이다.

부산진구는 지난해 12월 환경부가 부산시청에서 시민 대상으로 개최한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부산지역 공청회에서 공원 명칭 변경을 처음으로 건의했다. 이 자리에서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국립공원 명칭에 산 지명이 2개 붙은 사례는 없으나 검토 후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현재 금정산 국립공원 명칭 변경 요구에 북구 등 백양산이 관내에 있는 다른 지자체들도 호응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금정산과 백양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공원구역 내 병해충 방제, 산림 재해 예방 등 지자체에 위임된 업무도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전담해야 한다는 요청도 덧붙였다.

김영욱 부산진구청장은 백양산 일대의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을 수 있어 국립공원 지정에 적극 찬성한다명칭에 백양산이 추가되면 국립공원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업무가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 일원화되면 공원의 효율적인 관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금정산 국립공원의 명칭이 변경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현재 국립공원 23개 가운데 북한산국립공원처럼 지금까지 구역 내에 복수의 산이 포함된 경우에도 명칭은 대표하는 산 하나의 이름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북한산국립공원의 권역은 북한산과 도봉산, 사패산 등을 아우른다.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해 온 시민단체는 명칭 변경 주장에 회의적이다. 금정산국립공원지정범시민네트워크 유진철 공동집행위원장은 명칭에 백양산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국립공원의 지위나 관리 등에 불이익이 없다명칭 변경 주장은 실익이 없다고 전했다.

부산시는 명칭 변경 주장이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부산시 공원도시과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행정 절차가 끝났기 때문에 명칭 변경 요구로 국립공원 지정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앞서 올 2월부터 이달까지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및 공원계획안에 대한 관할 지자체장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 금정산의 국립공원 지정 여부와 공식 명칭 등은 7월께 예상되는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결정된다. 환경부 자연공원과 관계자는 명칭 변경 요청을 비롯한 각 지자체의 의견에 대해 조만간 회신할 예정이라며 만약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된다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이른 시일 내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 지정에 도전하는 금정산 국립공원의 명칭에 백양산을 함께 쓰자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은 올해 3월 금정산 전경. 부산일보DB

김동우 기자(friend@busan.com)

https://www.youtube.com/watch?v=0lnpx_a7S7o

공사비만 10조원 부산 가덕도 신공항이 엉망진창 된 이유

https://www.youtube.com/watch?v=9D-Uvytq8U8

 

위험한 지구 1~3부 몰아보기 #BBC 2017

가덕도신공항 꼭 2029년에 개항해야 하나요?

가덕도신공항의 부지조성 공사가 지연될 위기에 처하면서 당초 목표로 했던 2029년 개항이 불투명해졌다.

표면상으로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사 기간으로 정부가 제시한 84개월(7)을 훌쩍 넘긴 108개월(9)을 제시하며 수의계약이 무산됐다는 것이 이유지만, 근본적으로는 켜켜이 쌓여온 정치 논리가 결국 신공항 사업을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사실 정부가 고수하는 2029년을 적기 개통 시점으로 표현하는 것도 적절하다고 보긴 어렵다.당초 개통 목표 시점은 2035년이었고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동남권 공항엔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선택지도 있었다.

그동안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가덕도신공항으로 추진되기까지 십 수년간 수도 없이 갈지자를 그려왔다.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이 언급된 후 이명박 정부에서 백지화했다가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파리공항공단 사전 타당성 조사를 통해 동남권 신공항으로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재추진하고자 했다.

그러나 김해공항 확장안은 정치적 반발에 직면했고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재검토가 이뤄지며 사업이 중단된다. 이후 여야의 공동 지지 속에서 2021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제정이 국회를 통과해 동남권 신공항으로 가덕도가 낙점됐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까지 받게 됐다.

당시 파격적인 특혜가 담긴 특별법에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야의 선거용 졸속 입법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에서는 현재 실패로 돌아간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개항 시점을 처음 기본계획 수립 시 목표로 했던 2035년에서 202912월로 대폭 앞당겼고 안전성과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달렸던 이 계획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기자는 지난 3월 취재차 가덕도신공항 부지가 보이는 부산의 대항전망대를 찾은 적 있다. 비가 와 안개 낀 공항 부지를 보며 당장 공사를 시작해도 4년 밖에 남지 않은 시간 내에 과연 개항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조기 개항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된 공항을 안전하게 잘 짓는 것이다. 또 안전한 공항을 짓는 것에 선행돼야 할 것은 어디에 어떤 공항을 건설할 것인지 당위성 있고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는 비단 가덕도신공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선거철만 되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들이 공약으로 재탕, 삼탕 반복돼 정치인들 입에 오르내린다. 몇 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십 조원의 사업들 중 지켜질 수 있는 약속은 과연 얼마나 될 지 반복적인 의문이 든다.

물론 정치는 국민들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수단이자 권리이기 때문에 정치 논리가 작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국가의 균형 발전과 백년대계를 위해 마땅히 추진돼야 하는 SOC 사업들이 타당성과 경제성, 효율성 등과 함께 균형 잡힌 시각으로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셈법만으로 좌우될 경우, 오히려 사회적인 비용만 초래할 수도 있다.

내달 대통령 선거에 이어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지역 발전을 간절히 염원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볼모로 알맹이 없는 약속이 아니라 보다 현실성 있는 신공항 사업을 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때이다.

1jh@dailian.co.kr

 

이미 망가진 빙하‘1.5도 목표달성해도 원상복귀 어려워

20131월 우리나라의 아리랑2호 위성이 촬영한 네팔 북동부 히말라야 산맥 모습. 히말라야엔 수천 개 빙하가 있고 이 빙하가 녹은 유출수는 인더스강과 갠지스강으로 흘러든다. 유럽우주국(ESA) 제공

기후변화를 지금 당장 멈춰도 전 세계 빙하가 원래 모습대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영국 브리스톨대 등 다국적 공동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은 논문에서 전 세계 19개 주요 빙하 지역과 수문학적으로 중요한 60개 강 유역을 대상으로 빙하의 질량 변화와 강의 유출량을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지구 평균기온이 2200년 전 3도를 넘은 뒤 2300년에 다시 1.5도 아래로 떨어져 안정화되는 최상의시나리오 결과다. 이 경우 빙하는 2200년까지 질량의 16%, 2500년까지 11%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해수면 상승으로 환산하면 50mm에 해당한다.

특히 2170년 이후 전 세계 60개 주요 하천 유역 중 31곳에서 수자원 부족 문제가 발생한다. 빙하가 다시 만들어지더라도, 빙하가 녹아 발생하는 빙하 유출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주로 고산 지역에서 발생하는데, 인도 인더스강, 중국 타림강 등 7개 유역에선 이런 현상이 최대 300년 이상 지속할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지구가 뜨거워졌다 다시 기온이 낮아져도 그 과정에서 손실된 빙하와 해수면 상승으로 이후 수세기에서 수천년까지 원래 빙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1.5도를 초과한 이후의 세계는 이전과 같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수돗물 속 발암물질, 기후위기에 농도 증가 우려

수도권에 위치한 한 정수장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강이나 댐 등에서 모인 원수는 6~7단계의 정수단계를 거쳐 수돗물로 공급된다. 상수도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것도 안전한 수돗물 공급 체계가 인류의 건강과 수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수 처리를 위해 투입된 화학물질이 물 속 성분과 결합해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생겨나기도 한다. 동식물의 사체나 배설물 등으로 원수에 함유된 유기물이 정수 과정에서 살균소독 물질 염소와 반응하여 생성되는 총트리할로메탄(THMs)이 가장 대표적이다. 총트리할로메탄은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최근 기후위기로 기온이 점점 상승하는 탓에 총트리할로메탄 농도가 기준치를 넘는 경우도 증가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지자체 등 수도당국들이 기준치를 강화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9일 경향신문과 먹는물네트워크가 환경부 국가상수도정보시스템상의 2012~2024년 사이 수질 자료에서 각 정수장별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를 확인한 결과, 수돗물 내에서 총트리할로메탄 농도가 국내 기준치인 0.1를 기록한 것은 8, 0.09가 넘은 사례는 101, 미국 기준치인 0.08를 넘은 사례는 366회로 집계됐다.

현재 한국과 영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등은 먹는물의 총트리할로메탄 수질기준을 0.1로 정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0.08, 독일은 0.05, 네덜란드는 0.025로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미국은 한국과 기준치가 같았으나 임신부 대상 실험에서 0.075농도의 총트리할로메탄이 포함된 수돗물을 하루 5잔 이상 마신 그룹에서 유산율이 이보다 적은 양을 마신 그룹보다 2배가량 높게 나타난 것이 확인된 뒤 기준치를 강화했다.

선진국들이 기준치를 강화하는 추세에 따라 미국 기준치를 놓고 지역별로 비교했다. 광역지자체 단위에서 서울과 제주는 조사기간 0.08를 넘은 사례가 없었다. 전남이 113회로 가장 많았고, 경북(84), 인천·경기(36, 강원(35)이 뒤를 이었다. 기초지자체 가운데는 경북 포항이 43회로 가장 많았고, 전남 신안(39), 경북 영천(23)이 뒤를 이었다. 전남 진도와 영광에서도 17차례 이 수치를 넘어선 사례가 확인됐다.

흔히 소독부산물이라고도 불리는 총트리할로메탄은 클로로포름, 브로모디클로로메탄, 디브로모클로로메탄, 브로모포름 등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다. 수돗물에서 이 물질이 검출되지 않게 하려면 염소 소독을 중단해야 하지만, 아직 국내에선 염소 소독을 대체할 수 있는 오존 소독 방식이 적용된 곳이 많지 않다. 낙동강 등 녹조 현상이 극심한 하천 유역 정수장에서는 염소 소독량이 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전남과 경북 등에서 총트리할로메탄 수치가 높게 나타난 것에 대해 4대강사업으로 인한 영산강과 낙동강 수계 오염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수장별 취수원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지만, 영산강과 낙동강 본류의 오염과 염소 소독제 투입이 지류 하천들에서도 소독부산물 발생을 유발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발암물질인 총트리할로메탄은 특히 방광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휘발성이 있어 코나 피부로도 흡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돗물을 마시지 않더라도 샤워나 설거지, 요리 등 과정에서도 노출될 수 있다.

총트리할로메탄의 농도는 기온이 높을수록, 물 속 체류 시간이 길수록 높아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기후위기가 심화돼 평균기온이 올라갈수록 수돗물에서 이 물질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수장에서는 기준치를 넘지 않더라도, 수도관을 타고 각 가정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수돗물에선 기준치를 넘는 농도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학계에는 정수장에서 수도꼭지로 가는 사이 총트리할로메탄의 농도가 최대 66.1%까지 올라간다는 내용이 보고돼 있다. 국내의 경우 서울 정수장에서 관 말단, 즉 수도꼭지로 이동할 때 29.2%가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서울시 아리수본부의 수질 측정 결과에서도 수도꼭지에서 나온 물의 총트리할로메탄 농도가 정수장 내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보다 적게는 20%가량에서 많게는 5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 수계에서 원수를 공급받는 서울 지역은 총트리할로메탄 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지역이다. 정수장에서 총트리할로메탄 농도가 0.08정도였다면 가정의 수도꼭지에서는 0.1을 넘길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뜻이다. 특히 아파트나 대형 빌딩 등 공동저수조에 저장한 물을 이용하는 경우 이 물질의 농도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환경부와 지자체 등이 수도꼭지에서 나온 물의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를 측정하고는 있지만,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정수장별로 관말 수도꼭지에 대해 측정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1년에 4, 분기마다 한번씩만 실시하는 데다 가장 기온이 높아 이 물질 농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큰 7월과 8월에는 측정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최근 5년간 허용한도를 초과한 사례는 없었다면서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지자체에는 기술지도를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이어 총트리할로메탄의 적정한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올해 상반기 중 배포할 예정이라고 했다. 기준치 강화에 대해서는 국립환경과학원과 함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용역을 실시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향 김기범 기자

 

https://www.youtube.com/watch?v=aZ1fS0anuZg

The Secret Life of Rock Pools 2012BBC KBS 동물의 왕국 2024.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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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G6S-xtmIWP0

'KBS 파노라마 '대양을 담은 바다, 조수웅덩이' 2022. 8. 18.

 

조간대에 형성되는 조수웅덩이(Tide pool)

https://www.youtube.com/watch?v=lo7OnF4AXus

Exploring For Venomous Sea Creatures In Tide Pools

 

가덕도신공항 건설 지연 조짐에 초조해진 부산시

조건(2029년 개항) 변경 없는사업재공고 촉구

민간기업(현대건설) 이해관계에 휘둘리면 안 돼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지연될 조짐을 보이자 부산시가 국토교통부에 조건 변경 없는사업 재공고를 촉구했다. 공사기간(84개월) 연장은 행정의 신뢰성을 해친다고 부산시는 주장했다. 국토부가 민간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사기간을 늘려 재입찰을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부산시는 20일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지연에 따른 부산시의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부산시는 국토부가 수의계약 중단 절차에 착수했으나 입찰 조건을 위반한 해당 설계안을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에 회부하고 추가적인 자문까지 진행하며 소모적인 행정절차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시는 이어 현대건설의 기본설계안에 대한 심의를 신속히 종료할 것, 입찰 조건의 변경 없는 즉각적인 재공고를 시행할 것, 실현 가능한 사업추진계획을 조속히 제시할 것 등을 국토부에 요청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84개월의 공사기간은 18개월간 153억원을 들인 기본계획수립 용역과 60여차례의 자문회의를 거쳐 정부가 제시한 공사기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지금이라도 현대건설 입장대로 공사기간을 늘려 재입찰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정부가 결정한 정책 기준을 스스로 뒤집는 것으로 행정의 신뢰성을 해치는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국책사업의 기준이 민간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국토교통부의 책임 있는 결정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달 28일 가덕도신공항 부지공사 기간이 기존 입찰공고의 84개월로는 부족하다며 공사기간을 108개월로 변경한 기본설계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국토부가 입찰공고에 명시된 84개월 내에 공사를 마칠 수 있도록 기본설계를 보완하라고 요구하자 현대건설이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설명자료를 국토부에 제시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2029년 말 개항에 맞춘 기존의 공사 기간으로는 난도 높은 공사를 안전하게 해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방파제 건설과 바다 매립을 동시에 하도록 돼 있는 기본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7개월에 걸쳐 방파제 일부를 먼저 시공한 뒤 바다를 메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8일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수의계약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후 지난 13일부터 현대건설의 기본설계에 대한 기술적 타당성을 분석하고, 적정 공사기간을 검토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국토부는 재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새 시공사 선정과 기본계획 변경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애초 목표로 했던 202912월 개항은 불가능해진 셈이다.

재입찰을 하더라도 공사의 난도가 높고 기간이 촉박해 유찰될 가능성이 크다고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이 사업 입찰 때 경쟁구도가 이뤄지지 않아 네 차례 유찰 끝에 현대건설이 수의계약 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부산 가덕도 일대 여의도 면적의 2배가 넘는 6669000에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포함한 공항 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정부는 당초 20356월 개항을 목표로 했으나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개항 목표 시점을 202912월로 56개월 앞당겼다. 2023년 말 엑스포 유치가 무산된 후에도 정부의 조기 개항 계획은 유지됐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한국서 6m 바나나 나무 폭풍성장아열대해남서 주렁주렁

제주에서 내륙으로 아열대작물 재배지 북상

전남 해남에 귀촌한 오영상(63)씨는 2년 전 바나나 재배에 도전했다. 온난화 영향으로 제주도뿐 아니라 내륙에서도 바나나를 재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오씨의 농장 비닐하우스엔 5~6m까지 키가 큰 바나나 나무가 줄지어 들어서 있다. 나무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바나나가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오씨는 해남 기후가 다른 지역보다 따뜻하기 때문에 바나나 재배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도전했다아열대 과수 체험농장을 조성해 농업현장을 체험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아열대 작물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미래 소득 작물로 주목받으면서, 전남 해남에서도 바나나가 재배되고 있다.

충분히 숙성한 뒤 따는 국내산, 맛과 향 뛰어나

21일 해남군 설명을 종합하면, 군 아열대작물의 재배 면적은 무화과 23ha를 비롯해 참다래와 부지화, 여주 등 125ha로 전남 최대 규모를 차지한다. 해남군 농업기술센터는 아열대 작목 실증재배와 시범사업을 통해 다양한 아열대 과수를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바나나를 심은 후 1년생부터 수확할 수 있고, 생육이 좋으면 보통 2년에 3회 정도 수확한다. 해남군 농업기술센터 쪽은 국내산 바나나는 나무에서 충분히 숙성한 뒤 따기 때문에 맛과 향이 뛰어나고,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되기 때문에 수입산보다 소비자 선호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해남에서 재배한 바나나는 주로 친환경 학교급식이나 백화점 등지로 출하되고 있다. 해남군 관계자는 바나나 농장에서는 아열대 작물 농장을 돌아보면서 농사체험도 하고 기후 환경교육도 할 수 있어 체험농장으로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전남에선 해남·보성·완도·진도군에서 바나나를 재배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2023년 아열대 작물 재배 현황을 보면 국내 아열대 작물 재배 면적(41257400) 가운데 전남도 비중은 59.4%에 이른다. 전남도는 20204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아열대 농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등 아열대 농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한국 갯벌은 황금알 거위공항보다 짱뚱어·칠게가 중요한 이유

해양지리학자 최영래 미국 플로리다국제대 부교수

국외서도 우려하는 새만금신공항과연 개발발전인가

지난 2022년 충남 서천군 장항읍 유부도에서 관찰된 넓적부리도요. 이 새는 전 세계 500~1000마리 정도 남았는데 해마다 서천갯벌과 유부도를 찾는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제공

갯벌은 변덕스럽다. 하루에도 두 번씩 바다였다가, 진흙밭이었다가, 둘 다였다가 한다. 갯벌을 가득 메운 펄은 또 어떠한가. 겉으로 보기엔 고르고 단단해 보이지만, 부드럽다 못해 푹푹 꺼지고 경계도 깊이도 알 수 없어 때로 사람을 붙잡고 쉽게 놔주지 않는다. 해양지리학자인 최영래 미국 플로리다국제대 부교수(글로벌사회문화학)는 이러한 갯벌을 존재론적으로 미끄럽다”(논문 갯벌의 미끄러운 존재론’, 2022)고 말한다. 물질적으로도 개념적으로 명확히 규정되기 어려워, 인간이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것이다.

지난 17일 금요일 저녁, 봄 학기 강의를 마무리한 최 교수가 한겨레가 연 화상회의 플랫폼에 나타난 이유는 바로 한국의 갯벌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난 2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국내외 학자·활동가들과 함께 새만금신공항 건설계획이 갯벌을 파괴하고 생물다양성을 위협한다는 서신을 게재했다. 최 교수를 비롯해 박태진 미국 베이지역환경연구소 연구원, 나일 무어스 새와생명의터 대표 등은 편지에서 “2025~2028년 예정된 새만금신공항 건설은 수라갯벌이 지원하는 생물다양성과 사회문화적 활동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 경고했다.

해양지리학자인 최영래 미국 플로리대국제대 부교수(글로벌사회문화학)는 갯벌을 존재론적으로 미끄럽다”(논문 갯벌의 미끄러운 존재론’, 2022)고 말한다. 최영래 제공

새만금신공항 건설과 관련한 국내외 연구자들의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중순에는 영국·미국·독일·싱가포르 등에서 활동 중인 생물학·환경공학·지리학 연구자·활동가 18명이 참여하는 온라인 대책 회의가 처음 열렸다. 이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최 교수와 연구자들은 5월 초 람사르협약 사무국에 충남 서천갯벌과 신공항 예정지인 전북 수라갯벌의 생태가 위협받고 있다는 서한을 보냈고, 지난 8일에는 새만금신공항 건설계획 취소 소송이 진행 중인 서울행정법원에 국내외 과학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러한 전문가 네트워크에는 크리스토퍼 던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미국위원회 의장, 니콜라 크록퍼드 영국 왕립조류보호협회(RSPB) 정책담당관, 바르트 하허마이어 국제습지연합 수석고문, 딩리 용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 아시아 철새이동경로 코디네이터 등 습지 생태계와 이동성 철새 보전, 생물다양성에 관한 전문가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세계적인 환경설계학자 랜돌프 티(T). 헤스터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명예교수 등이 의견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이처럼 한국의 신공항 건설에 적극적인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 회의를 조율하고 있는 최 교수는 17일 한겨레에 그만큼 한국의 갯벌은 우리 생각보다 소중하고,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새만금 수라갯벌을 다룬 황윤 감독 다큐멘터리 수라의 한 장면. 스튜디오 두마 제공

수라갯벌의 도요새 무리. 좀도요와 민물도요가 수라갯벌 상공을 날고 있다.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공동단장 제공

실제로 2021년 한국에선 두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갯벌’(서천·고창·신안·보성-순천 갯벌)생물다양성의 핫스팟으로 여겨진다. 전 세계에서도 가장 조수간만의 차이가 크고, 다양한 저서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동아시아-태평양 철새이동경로(EAAF)의 핵심 지역으로, 해마다 시베리아·알래스카·호주·뉴질랜드를 오가는 수백만 마리 철새들이 이곳에서 먹이를 찾고 휴식을 취한다. 서천갯벌은 특히 다른 세 곳과 비교해도 철새가 3배 이상 많이 찾아온다.

동아시아 연안 및 해양의 개발과 보전의 역사·정치를 연구해온 최 교수는 한국의 갯벌에 대한 해외 전문가들의 관심이 시작된 시점을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 운동이 강하게 일어났던 1990대 후반~2000년대 초반으로 짚었다.

현장을 직접 방문한 전문가도 많았다고 해요. 그때 실제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이곳을 오가는 철새의 개체 수가 어마어마하게 감소하는 걸 곁에서 지켜본 거죠.” 오스트레일리아 제임스쿡대 니콜러스 머레이 교수의 2015년 연구와 세계자연보전연맹 보고서 등을 보면, 황해 갯벌을 이용하는 철새의 개체 수는 해마다 5~9%씩 감소했는데, 특히 절멸위급종’(CR)인 넓적부리도요의 경우 해마다 최대 26%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놀랍게도, 이는 멸종위기 조류로 잘 알려진 바닷새 앨버트로스의 감소(5~10%)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다.

넓적부리도요는 현재 전 세계에 500~1000마리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아요. 너무 귀한 새이기 때문에, 넓적부리도요를 실제로 보는 것이 평생의 버킷리스트인 조류학자들도 있어요.” 마치 유니콘처럼 희귀하다는 이 새가 공항건설 예정지 7반경에 있는 서천갯벌과 유부도를 해마다 찾는다. 넓적부리도요뿐 아니라 이 지역에 깃들어 사는 철새는 연간 90여만 마리에 달한다. 이 가운데 23종이 세계자연보전연맹이 멸종우려종’(Red List)으로 분류한 새들이다.

해양지리학자인 최영래 미국 플로리대국제대 부교수(글로벌사회문화학)새만금신공항 건설계획이 갯벌을 파괴하고 생물다양성을 위협한다고 경고하는 활동을 벌여온 국외 전문가들의 회의를 주도해왔다. 최영래 제공

전남 신안군 증도에서 촬영한 짱뚱어와 게의 모습. 최영래 교수 제공

신공항이 건설될 경우 사라질 자연은 철새만이 아니다. 갯벌은 굴, 바지락, 꼬막, 피조개, 낙지, 쭈꾸미, 칠게, 짱뚱어, 수많은 어류의 집이기도 하다. 최 교수는 우리가 지금껏 당연하게 누려오던 풍요로움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만금은 과거 1970~1980년대 백합의 생산지로 명성을 떨쳤으나, 방조제가 지어진 뒤 더는 조개가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 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갯벌이 사라지는 것은 생태계를 파괴할 뿐 아니라 맨손어업·전통 음식문화 등 우리가 수백 년을 이어온 전통까지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최 교수는 이것이 무조건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가 볼 때 발전과 보전은 배치되지 않는다.” 그러나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간척·공항 건설·산업단지나 도시 조성 등의 개발사업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번영과 풍요를 가져왔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처럼 저서생물들이 우글거리고, 그만큼 생산적인 갯벌은 전 세계에서도 많이 없습니다. 대체가 불가능한 값지고, 진귀한 자산이에요. 그걸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지 않고 마른 땅으로 바꿔버린다는 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마치 황무지처럼 여겨지지만, 갯벌은 결코 빈 땅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인간의 인식과 손안에 쉽게 잡히지 않는 갯벌의 미끈거림을 온전히 인정할 때 비로소 보물상자 같은 진짜 모습이 열릴 것이라 최 교수는 조언했다.

한편 과학자들의 의견서를 접수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5일로 예정했던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1심 선고를 오는 710일로 연기하며, 공항건설 취소를 요구한 국민소송인단 1308명의 변론 재개요청을 수용했다. 2022년 이후 2년 반 동안 진행된 7번의 공판에 이어, 다시 한 번 갯벌을 변호할 기회가 생긴 셈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괴물 산불이 비껴간 주왕산 너구마을···굴참나무가 천연 방패였다

산불 이후경북 청송 가보니

주왕산국립공원 서쪽 입구 부근의 달기약수터는 침엽수림 비율이 높은 지역으로 지난 3월 영남 산불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다(왼쪽 사진). 반면 주왕산국립공원 내 너구마을은 활엽수가 더 많아 산불 피해가 크지 않았다(오른쪽). 반기웅 기

침엽수 밀집된 공원 서쪽과 달리

활엽수 섞인 동쪽 산불 피해 덜해

수종 다양성 높여야 방화림 역할

지난 325일 밤 경북 청송군 주왕산 능선을 타고 내려온 불길이 주왕산국립공원 너구마을 어귀에 다다랐다. 화마가 덮치자 주민들은 읍내로 대피했는데, 다음날 마을로 돌아온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산불이 폐가 한 채만 태웠을 뿐 다른 집은 멀쩡했기 때문이다.

너구마을 주민 이정현씨(66)마을 밖이 다 탔으니까 우리 집도 다 탔겠거니 포기하고 왔는데, 피해가 없었다. 마을 인근에 살아 있던 불씨도 자연적으로 꺼졌다고 말했다. 주왕산국립공원 산림 3분의 1(3260)을 태운 산불이 이 마을을 비켜간 이유는 무엇일까.

21일 그린피스가 낸 보호받지 못한 보호지역: 보호지역 관리실태 보고서를 보면 주왕산국립공원 침엽수림 비율은 약 34%, 활엽수림은 약 60%였다. 산불 피해가 집중된 곳은 국립공원 서쪽 지역인데, 침엽수가 밀집돼 있었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동쪽 지역은 굴참나무 군락 등이 혼재된 활엽수림이었다.

침엽수림은 활엽수림에 비해 산불에 취약하다. 침엽수의 정유(기름) 함유량이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 침엽수인 소나무의 송진 정유 함유량은 20%에 달한다. 반면 물푸레나무와 졸참나무, 굴참나무 등 활엽수는 수분 저장 능력이 뛰어나고 수피가 두꺼워 상대적으로 산불에 강하다.

이번 주왕산 산불에서도 침엽수 밀집 지역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주왕산 일대 산불 피해 지역을 수종 구성에 따라 침엽수 우점 지역(침엽수 78%), 명확한 우점종 없음 2(활엽수 53.5%·침엽수 42.2%, 침엽수 49.0%·활엽수 43.6%), 활엽수 우점 지역(활엽수 65.1%)으로 분류했다. 침엽수 우점 지역인 국립공원 서쪽 입구 달기약수터 일대는 이번 산불로 관광시설 대부분이 전소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그린피스, 시뮬레이션 결과

단일림, 산불에 상대적 취약

계곡형 마을 지형, 화세 약화

아래서 위로 분 바람도 한몫

지난 429일 산불 발생 한 달여 만에 다시 찾은 현장에서는 여전히 매캐한 탄내가 진동했다. 식당과 차량은 시커멓게 그을린 채 방치돼 있었다.

반면 활엽수 우점 지역인 국립공원 북동쪽의 영덕군 지품면 수암리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했다. 정밀 식생도로 봤더니 침엽수 군락이 있는 지점의 열화 피해가 심했다. 피해 지역에 있던 활엽수에서는 잎이 돋고 있었고, 전소된 나무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불에 강한 활엽수는 자연 방화림 역할을 한다. 해발 400m 고지에 위치한 너구마을도 활엽수 방화대 덕분에 산불 피해를 면했다. 너구마을은 활엽수(53.5%)와 침엽수(42.2%)가 비교적 균등하게 형성돼 명확한 우점종이 없는 지역에 해당한다. 너구마을 인근에는 낙엽송과 소나무 등 침엽수가 있지만, 굴참나무 등 활엽수도 혼재했다. 특히 마을 반경 약 50m 지역에 졸참나무·물푸레나무 군락과 굴참나무 군락이 형성돼 있었고, 마을 입구에도 느티나무가 여러 그루 있었다. 그린피스는 해당 지역 서쪽은 산불 피해가 컸지만, 동쪽으로 갈수록 피해가 점차 줄었다서쪽에서 확산되던 산불이 활엽수림을 만나 기세가 약화돼 불길이 보호지역 외부로 우회하거나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장 조사에 참여한 윤여창 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 명예교수는 마을 주변 느티나무와 참나무가 산불 저지선 역할을 해준 것으로 보인다불길이 주택으로 옮겨붙는 걸 막아준 셈이라고 말했다.

그린피스가 기후변화와 산불 등의 영역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폴란드 아담 미츠키에비치 대학 연구진에 의뢰한 산불 시뮬레이션 연구에서도 침엽수림은 혼합림에 비해 산불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산림 연료습도가 낮은 조건을 가정했을 때, 침엽수 단순림은 산불 시작 2시간 뒤 전체 산림의 30%가량 바이오매스(식물자원)가 연소됐다.

반면 혼합림은 20% 수준의 바이오매스 피해에 그쳤다. 같은 침엽수종이라 해도 혼합림 내 침엽수의 피해가 단순림 내 침엽수 피해보다 덜한 것인데, 단일림 구조가 상대적으로 산불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수종 다양성이 높은 숲은 산불 피해를 막는 천연 방패막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를 검토한 이시영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시뮬레이션상 침엽수림에서 산불이 수관층으로 옮겨붙으며 빠르게 확산되고, 혼합림에서 수관화의 확산이 느리게 진행됐다면서 실제 산불 양상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린피스는 산불 대형화의 주요 요인을 침엽수만으로 좁힐 수는 없다고 했다. 예컨대 산불 피해지 달기약수터 인근 사찰 백운사(청송군 청송읍)는 소나무 군락 틈에 자리 잡았지만 피해를 면했다. 백운사 동쪽 절벽 지형과 식생이 부족한 개활지가 서쪽에서 불어오는 강풍을 막아 산불을 둔화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식생구조뿐 아니라 지형과 바람 또한 산불 대형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너구마을 역시 활엽수 군락뿐만 아니라 마을 특유의 계곡 지형과 바람도 산불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줬다. 지난 산불 당시 바람이 아래에서 위로 불었고, 계곡 지형의 영향으로 상승 기류가 형성됐다. 당시 불어오던 바람이 불길을 막아 화세를 약화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권성환 너구마을 이장은 마을 주변이 협곡처럼 돼있는데, 그때 바람이 불어서 불이 오다 돌아간 것이라며 순간적으로 부는 바람 방향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다양한 종이 공존하는 복합적이고 자연적인 숲을 유지·보호하는 것이 산불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며 산불 이후 생태계 회복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경향 반기웅 기자

 

환경단체-부산시, 법정 공방 2라운드대저대교 건설 중지냐, 강행이냐

부산 대저대교 건설을 저지하려는 환경단체와 공사를 시작한 부산시 사이에 공사 중지와 강행을 놓고 법정공방 2라운드가 시작된다.

대저대교 건설 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항소심이 23일 부산고법에서 열린다.

앞서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지난 415일 부산지법이 가처분 신청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리자 같은 달 21일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시민행동은 “1심 재판부가 각하와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적인 환경권과 국민을 위해 정당한 권한을 행사해야 할 행정권의 남용에 눈감은 부당한 판결이라고 21일 주장했다.

이어 환경영향평가 거짓 작성, 협약 파기, 대안 무시, 공사 강행이라는 일련의 과정은 행정과 절차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자 낙동강 하구 보호구역의 무력화를 뜻한다고 밝혔다.

 

대저대교 조감도

대저대교 건설사업은 부산시는 서부산권의 만성적인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2014년부터 추진한 사업이다. 대저대교는 부산 강서구 식만동과 사상구 삼락동을 연결하는 8.244차선 도로로 3956억원이 투입된다. 공사는 교량 부문부터 시작하고, 도로 부문은 내년 2월부터 보상을 진행해 20308월 준공할 계획이다.

환경단체는 낙동강 하구 문화재 보호구역의 핵심 서식지를 관통하고 멸종위기종 큰고니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사업이라며 줄곧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단체는 이 사업은 2001년 입안한 낡은 계획으로 이미 낙동강 하류에만 10개의 교량이 건설된 상황에서 과잉 중복 투자라고 지적했다. “2020년 부산시와 환경부, 시민단체가 체결한 공동조사협약에 따른 조사에서 큰고니 서식지 훼손이 명확히 드러났고, 환경부는 우회 가능한 4가지 대안노선을 제시했으나 부산시가 수용하지 않고 기존안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시민행동은 지난 2월 대저대교 건설계획 취소 소송과 대저대교 건설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부산지법 행정1(천종호 부장판사)는 지난 415일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신청 자격 없음과 신청인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입증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이유로 각하와 기각을 결정했다. 한편 본안 소송의 첫 기일은 619일이다.

경향 권기정 기자

 

'가덕신공항 공기 논란 핵심' 안전은 핑계, 속내는 수익

 

이달 초 황금연휴 때 여행객으로 붐빈 김해공항 출국장. 부산일보DB

 

202912월 개항을 목표로 추진된 가덕신공항이 건설사의 공기 연장안에 떠밀려 첫 삽도 못 뜨고 향후 일정마저 안갯속인 상황이 길어지고 있다. 건설사는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부산시는 국가계약보다 이해관계를 우선한 대기업의 입찰 조건 위반이 초점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에도 소모적인 시간 끌기 대신 국책사업이 더 이상 지연되지 않게 책임을 다하라는 압박이 거세다.

7vs 9, ‘안전은 기본

가덕신공항 수의계약 중단 사태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지난달 28일 국토교통부에 공사 기간을 입찰 조건인 84개월(7)이 아니라 108개월(9)로 반영한 기본설계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5월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입찰을 시작해 네 차례 유찰 끝에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수의계약 대상자로 정했다. 현대건설 측은 6개월간 기본설계를 진행했다.

현대건설 측은 전문가 250명을 투입해 기본설계를 해 보니 공사의 난도와 안전을 고려하면 공기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시는 공기 논란의 핵심은 안전이 아니라 국가계약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입찰 조건의 7년은 이미 정부가 공식 용역과 전문가 기술 검토를 통해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제시한 공사 기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부는 앞서 두 차례 입찰이 유찰되자 건설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공사 기간을 기존 6년에서 7년으로 연장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이 조건에 합의해 기본설계에 착수했다.

앞서 정부는 158억 원을 투입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통해 202912월 개항 목표와 7년 공사 기간을 제시했고, 202312월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용역은 ()유신, ()한국종합기술, ()포스코건설, ()한국항만기술단, ()연안항만엔지니어링, 제일항업(), ()쏘일테크엔지니어링 등 7개사 컨소시엄이 수행했다. 정부는 7개 분야 총 60명 전문가 자문회의도 열어서 안전성을 검토했다.

202312월 기본계획 고시 이후 20244월 국토부가 건설업계를 대상으로 개최한 설명회 자료를 보면, 기본계획에서는 가덕도 서측 10, 동측 42공 등 해상 시추조사를 실시해 활주로가 포함된 해상 매립 구간의 상세 지층 특성을 파악했다. 해상부의 수심은 7.7~20.9m, 연약지반은 바다 쪽으로 갈수록 얕게 분포했다. 방파호안에는 100년 빈도 심해설계파를 적용해 12m 높이 파랑을 기준으로 안전성을 높였고, 상부는 높은 파도에 안전한 케이슨을 적용했다. 연약지반 처리 방식은 구역별 연약지반 심도를 고려해해상 매립 구간의 경계에 해당하는 방파호안과 일반 호안에는 구조물 안전성 검토를 거쳐서 심층혼합처리(DCM) 공법을, 내부 매립 구간은 해상 연직배수(PBD) 공법을 적용했다. 활주로 구간의 30년 기준 부등침하량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허용 기준 이내인 34.28cm로 공항 운영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권 숙원인 가덕신공항 조감도. 부산일보DB

경기 도중 룰 바꿔선 안 돼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연약지반 안정화에 17개월, 방파제 건설과 매립을 병행하는 대신 방파제를 일부 시공한 뒤에 매립을 시작하도록 공사 순서를 조정하는 데 7개월 등 총 24개월이 더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현대건설이 기본설계에 적용한 활주로 구간 시추 조사 데이터와 설계 기준 파랑은 정부 기본계획에서 적용한 것과 동일하다.

같은 설명회에서 국토부는 부지조성 공사 입찰 방식에 대해서도 가덕신공항의 적기 개항을 위해 혁신적인 공기 단축 방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설계와 행정 소요 기간,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신기술과 신공법을 적용할 수 있는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 방식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뚜렷한 신공법 없이 2년이나 연장한 안을 내놓았다.

김광회 부산시 미래혁신부시장은 현대건설 측의 공기 연장안에 대해 턴키 방식 발주의 취지는 공사 기간과 시공비 제약 속에서 최선의 방안를 가져오라는 것이라면서 현대건설은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상황에서 좀 더 나은 여건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국책 사업의 기준이 민간 대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국토부의 책임 있는 결정을 압박하고 있다. 김 부시장은 속도보다 안전을 말하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공항 안전 기준 강화 등에 따라 변경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시공자에게 지침을 내려서 반영하면 된다지금 경기는 과거 만든 룰에 의해서 정리가 되고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되는 것이지 공기 변경 등으로 입찰 과정이 늦어지는 것이 공항을 안전하게 짓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가덕도 신공항 사업

부산 가덕도 신공항추진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정책 판단을 압도한 전형적 사례다. 2006년 동남권 신공항 논의가 시작된 이후 정부는 입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2016년 프랑스 업체에 용역을 의뢰하고 심층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 김해공항 확장을 최적 대안으로 도출했다. 정치적 구호가 아닌 실증적 평가에 기반해 나온 결론이었다. 그런데 2021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의해 김해공항 확장안이 무력화됐다.

당시 여야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전격 통과시켰고, 김해공항 확장안이 행정 절차 진행 중이었는데도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을 외면한 채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 때문에 어렵게 형성된 사회적 합의는 무너졌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

전문가들은 여러 우려를 제기했다. 가덕도는 극히 연약한 해저 지반 위에 위치해 지반 개량에만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지금까지 추정된 사업비는 13조원을 넘어섰고, 공사 난이도와 공기 연장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우려가 크다. 공사 기간도 당초 7년이 아닌 최소 9년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급기야 최근에는 수의계약 대상자였던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국토교통부의 기본설계 보완 요구를 거부하며 사업에서 이탈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계약을 중단하고 후속 사업자 물색에 나섰다. 그러나 과거 네 차례 입찰에도 응찰자가 없어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던 상황을 보면 새 사업자를 찾는 것도 난망인 상황이다. 국토부는 일정 지연 최소화를 위해 TF 구성과 자문회의를 추진하고 있지만, 2029년 개항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입지와 환경 조건도 열악하다. 활주로 폭은 인천국제공항보다 15m 좁아 대형 항공기 운항에 제약이 있다. 낙동강 하구 철새 도래지에 위치해 전남 무안공항보다 최대 246배의 조류 충돌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안개와 강풍이 잦은 주변 기상 조건은 항공기 운항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공항 외적 요소도 문제다. 도로·철도 등 연계 교통망 구축 계획은 구체성이 부족하고 예산 조달 방안도 불투명하다. 교통 인프라 구축에만 약 85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추정이 있다. 공사 지연과 난공사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총사업비가 최대 3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기술적 합리성, 재정적 타당성, 사업 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 붙여왔다.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국가사업인데도 핵심 쟁점에 대한 치열한 공론화가 미흡하고 국민에 전달된 정보도 편향적이고 단편적이란 지적을 받는다. 정책 결정의 기준이 과학적 근거와 실증적 데이터가 아닌 정치적 구호로 대체됐고, 지역 주민은 냉정한 판단보다 장밋빛 개발 전망에 기대게 됐다.

이제는 감정과 구호가 아니라 합리성과 효율성이라는 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김해공항 확장 기본계획에 따르면 약 59600억원의 예산으로 연간 3800만 명 수용이 가능하지만, 이 정도로는 동남권 관문공항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 장거리 국제노선을 위한 활주로 확장, 국제선 터미널 증축, 광역 교통망 구축 등 추가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될 경우 김해공항은 기술적 안정성과 입지의 우위를 바탕으로 가덕도 신공항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가덕도에 투입될 수십조 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부산·울산·경남의 핵심 교통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실질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부산-울산-경남 GTX, 부산-울산-양산 광역철도, 김해-울산 고속도로, 부산 경부선 지하화, 부전-마산 복선전철 등은 지역 주민들이 오래 염원해 온 숙원 사업들이다. 이들 교통망이 완성되면 수도권과의 격차 해소는 물론 부산·울산·경남을 하나의 통합 생활·경제권으로 연결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제는 중앙 정치가 지역의 민의를 외면하고 절차적 정당성 없이 정책을 강행하는 시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부산·울산·경남의 미래는 외부의 정치 논리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선택으로 결정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무모한 정치적 도박을 멈춰야 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중앙

 

15분의 1 울릉공항도 공기 8가덕도 신공항 7

정부가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수의계약 절차를 중단하고 재입찰을 추진하면서 가덕도 신공항 202912월 조기 개항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올해 6월 부지 조성공사를 시작하더라도 현행 84개월(7) 공기를 그대로 따른다면 완공 시점은 20326월이 된다.현재 상황에 이르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표면적으로 드러난 쟁점은 공사 기간 문제다.현대건설은 지난해 9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6개월간 검토를 거쳐 공사 기간으로 108개월(9)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루 평균 250여 명의 공항·항만·설계 전문 인력이 참여해 분석한 결과다.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초대형 해상 공항 공사로, 공사 난도가 매우 높다는 판단이었다. 이는 안전과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는 게 현대건설의 설명이다.현대건설은 이 내용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고 정부는 현대건설 컨소시엄과의 수의계약 절차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공사 기간을 84개월, 7년을 고수한 것이다.

사실 이 사업은 애초부터 순탄치 않았다. 2024년 네 차례 경쟁입찰이 진행됐지만, 빡빡한 일정과 높은 난도 탓에 현대건설 컨소시엄 외에는 참여자가 없었다.결국 같은 해 9월에 국토부는 입찰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전환했고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공기가 짧다고 입을 모았다. 이로 인해 경쟁입찰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봤다.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가덕도 신공항의 공사 기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가덕도 전면 해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파도가 내습하는 지역이고, 여기에 연약지반의 깊이도 국내 공항 예정지 중 가장 깊다는 설명이다.대표적인 해상 공항인 인천공항과 비교해보면 차이는 더 뚜렷해진다. 전문가에 따르면 인천은 파고가 4m 수준이지만, 가덕도는 최대 12m에 이른다. 또 인천의 연약지반 두께는 15m 이내인데, 가덕도는 최대 60m까지 내려간다.

여기에 가덕도는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이다. 강한 바람과 파도로 인해 실제 작업이 가능한 공사 일수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상대적으로 조건이 나은 인천공항 1단계 사업도 9년이 걸렸다. 20207월 착공해 2028년 개항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인 울릉공항도 공사 기간이 가덕도 신공항보다 길다.

특히 울릉공항의 부지 면적은 약 43, 가덕도 신공항(6669000)15분의 1에 불과하며, 가덕도 신공항처럼 해상에 건설되고 있다.지역 민심을 고려한 공사 기간 설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시공자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기술적 한계를 무시한 채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과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마감일보다 더 중요한 건 안전이고, 지속가능한 미래다.

문용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yk_11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