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14~2.17 미성숙 엘리트가 한국사회 지배





문화예술계200인 윤석열지지선언
전혀 자랑스럽지않은 문화예술인 200인 명단
대표 박현준 (한국오페라협회 회장, 월드컵기념 오페라 ‘투란도트’ 총감독, 한신대 교양학부 초빙교수)
탁계석 (한국 비평가 협회회장, 문화예술 평론가)
최선용 (경기도립 오케스트라, 서울시립 오페라단 지휘자)
김준홍 (한국 생활음악협회 이사장)
박미혜 (서울대학교 음대 교수)
신계화 (구리 오페라단 단장, 구리시 소년소녀합창단 단장)
손정희 (기독대학교 예술학부장, 대구 경북 예술가곡협회 협회장)
이준식 (충북 합창연합회 회장)
송영주 (영동대학교 입학처장)
박은정 (인씨엠 예술단 단장, 버스킹 거리공연 1000회 기록)
김정우 (실연자 대표, 한신대학교 교양학부 겸임교수)
서병기 (영화제작자, 대표작 ‘우묵배미의 사랑’, ‘아웃오브 아프리카’)
유승공 (건국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유대안 (대구합창연합회 회장)
강은경 (피아니스트, 삼육대학교 교수)
강인 (음악평론가)
김진현, 박 훈, 송형빈, 김중일, 장근정, 전은혜, 이종성, 차승희, 최태성,한규석, 황성삼, 김승규, 조한억, 박현철, 서강석 박준호, 박종철, 이연경, 김자영 (성악가)
김기원 (가톨릭 관동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김병식 (클래식 기타 연주자)
김상진 (고신대학교 교수)
김신일 (분당아버지합창단 지휘자)
김재희 (공연연출자)
김현정 (성악가 수원대학교 교수)
김훈기 (오보에 연주자)
김남영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출강)
박동현 (미술품 콜렉터)
한명원 (안양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이문규 (몽골문화원장)
김미주 (성악가, 국민대학교 출강)
박명기 (대구 오페라극장 극장장 역임)
박상희 (성악가, 연세대학교 출강)
박소현 (연출가, 텍사스 주립대 석사과정)
박은용 (한국오페라인 협의회 사무총장)
배성우 (영화 제작자)
박준서 (영화배우, 연극인)
이상규 (영동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손성래 (한.러 오페라단 단장)
안철홍 (전 SBS PD)
박영찬, 이지수, 조현대, 허승범 (청년예술가)
김 강 (오르가니스트)
우주호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유희문 (연출가)
백승우 (피아니스트)
정광빈 (한국음악협회 감사)
류현승 (상명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이성권 (한강오페라단 이사)
이세환 (방송연출자)
이철규 (연예기획사 대표)
임성준 (광림아트센터 대표 역임)
정미애 (음악코치)
정창권 (방송PD)
이제권 (전 SBS 국장)
조재현 (장학사)
조진호 (지휘자, 청년예술가, 텍사스 주립대 석사과정)
한지용 (문화예술 기획자)
권영대 (재미 성악가, 목사)
박준혁 (인천오페라단 단장)
고정호 (서울대학교 출강)
박은영, 장은실 (합창단원)
장윤정 (광고기획자)
김민재 (공연기획자)
- 대구경북지역 지지 예술가 (68명) -
대표 이광순 (안동대학교 예술학부 학장)
변경민, 김현주, 조현진, 박재연, 배혜리, 박유리, 제상철, 신현욱, 구수민, 백용진, 차경훈, 이현영, 박근우, 노운병, 박영국, 김수연, 손예빈, 김안나, 이정아, 김상은, 채민영, 백민아, 배진형, 이철수, 김정아, 이윤경, 김동희, 강동은 (성악가)
박은순, 권주희, 남자은, 전혜영, 위수인, 김진민 (피아니스트)
이경옥, 박진규, 김일수 (오케스트라 단장) 박현주 (첼리스트)
김형석, 박민수 (지휘자), 장이규 (화가), 손동환, 손숙미 (미술가)
김영태 (건축가)
박재홍, 정철원, 박현종, 박의종, 허 양 (연극인)
도재강(합창인), 이경오(가수), 오지현(낭송가)
서은정, 김한기, 권태복, 장병영, 임우상, 박경아, 김정길 (작곡가)
최서림, 정하해, 서종택, 박윤배, 박미영, 심수자, 이태수, 박영호 (시인)
- 충북지역지지 단체, 충북 합창연합회 명단 (50명) -
임진양, 민은희, 한경희, 엄미숙, 홍선아, 오미영, 최영숙, 예수옥, 송인성, 한복단, 전지영, 이은진, 강종숙, 이미희, 김세은, 김도윤, 신은혜, 박미자, 김복순 (소프라노)
손부현, 이승미, 심연옥, 김화영, 이은진, 양수진, 윤에스더, 김선옥, 배성희, 황금자, 장희윤, 김선향, 최희종, 전현선, 김선희, 염명은, 조헌주 (메조소프라노), 윤현구, 조웅, 박상민, 김철배, 김동석, 김명준, 김재현 (테너), 최희종, 노민식, 김준열, 오원교, 정병국, 진종헌, 김영일, 최수환 (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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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도자료에 나온 인사들이 계속해서 ‘나는 지지선언을 하지 않았는데 왜 명단에 올랐냐’며 삭제를 요청해왔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도한 박현준 한국오페라협회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자신이 해당 인사들에게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이름을 무단으로 올린 점을 시인했다. 박 협회장은 국민의힘 쪽에 해당 사실을 말하고 조치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1일 현재 기자들에게 아무런 후속조치에 대해 공지하지 않고 있다.
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막실재로 실려 간 사람들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남의령 정곡면 민간인학살 사건

▲ 의령군 정곡면에서 바라본 막실재 노을. 의령군은 전국에서 군 단위 면적이 가장 작고, 그마저 70%가 산지여서 일조시간이 짧아 흉작이 잦아 가난으로 굶는 주민이 유독 많았다. ⓒ김연희
막실재로 실려 간 사람들
트럭은 막실재를 넘어갔다가
사내들을 겹겹이 싣고 다시 올라갔다
타앙 투욱, 탕 툭, 탕탕탕 툭툭툭
수 백발의 총소리에 넋을 잃은
개꼬리풀들이 굵은 눈물처럼 흔들렸다
-천장에 숨어 있다가 새벽에 잡혀 갔는데
시신도 없고 마산 바다까지 끌려 간 것이지
당시 울 아버지 스물 아홉 이었는데......
-고우또우에서 공부하고 고향 돌아온 형님은
쌀 한 가마니 주면 내 빼 준다는데
그걸 못 구해 주니까 바로 죽인 거야
-아무 일 없다면서 아무 일 없는 사람을
보도연맹 가입 시키더니
지들 맘대로 죄를 매기다가
모두 한 골짜기에서 죽여 쌓아 놨더라
이슬비 내리면 귀신 베 짜는 소리가 들린다는
경남 의령군 정곡면 막실재
골짝 밑 못은 핏물이 흘러 몇 번이고 뒤집혔다
70년이 훌쩍 지난 올해 여름에도
막실재 고부랑 고갯길 뙤약볕 아래
개망초꽃들은 한 무더기씩 모여 피어 난다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그 눈망울로.
*구자환 영화감독의 다큐멘터리와 경남유족회가 펴낸 <70년 만의 증언> 일부를 참고했습니다
김연희 시인

미성숙 엘리트가 한국사회 지배, '이대남' 현상은 기득권들의 책략"
김누리 교수가 본 2022 대선정국과 한국사회
김누리 중앙대 독문과 교수는 누구보다도 한국사회에 대해 비판적이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2020년)를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지난해에 백 회 이상 강연을 한 대중 강연가이기도 한 그가 최근엔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는 칼럼집을 출간했는데 표지의 카피가 이렇다.
'왜 우리는 사회적 지옥을 향해 가고 있는가. 환멸의 시대를 넘어. 이제 거대한 전환을 감행하자.'
김누리 교수는 그 '사회적 지옥'의 뿌리에 "분단이 만들어낸 불평등"이 있다고 본다. 그 토양에서 "미성숙하고 오만한 엘리트들이 국민을 지배"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그 과정에서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는 교육이 실종됐다"고 진단했다. 그 결과 "독재정권은 사라졌지만 완전한 민주화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본 김누리 교수는 "2022년 대선에서 이대남 이슈가 불거진 것은 불평등 사회를 감추려는 기득권들의 책략"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사회를 개혁하려면 ① 대학입시 ② 대학서열 ③ 대학등록금을 없애야 한다"면서 이번 대선에서 이것들이 전면적인 이슈로 부각되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한 대선 캠프에서 영입제안이 왔지만 이 3가지를 들어주지 않으면 못가겠다고 했다"면서 "대학등록금을 없애는 것에 대해서는 일부 후보쪽에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약이다.
"모든 병의 근원은 분단... 그 뿌리에서 나온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

▲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와 중앙대 김누리 교수ⓒ 이희훈
- 한국사회는 좋은 점도 있는데, 왜 그렇게 독하게 '사회적 지옥'이라고 비판하나요?
"저는 테오도르 아도르노를 많이 인용하는데요. 아도르노의 말 중에 이런 게 있어요. '학자의 기본자세는 Radical Denken(Thinking), Radical Criticism. (급진적으로 사유하고 급진적으로 비판해라) 그렇지 않으면 타협하는 것이다. 그때부터는 학자가 정치인이 되는 것이다', 저는 학자가 정치인이 돼서는 안 된다고 봐요. 학자는 급진적으로 사유하고 그것을 급진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것. 그게 학자가 사회에 기여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독일에서 8년간 살면서 배운 가장 큰 것은 독일 지식인들이 굉장히 사납다는 거예요. 독일 지식인들이 2시간만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면 독일이라는 나라는 지구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나라예요. 정말 살벌하게 자기비판합니다. 독일을 오늘날 그나마 이 정도로 건강한 나라, 건강한 사회로 만든 것은 지식인들이 가지고 있는 처절한 비판 의식이에요. 우리도 그런 지식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강연을 많이 하시는데요, 어떤 키워드로 '사회적 지옥'을 말하십니까?
"지금 한국 사회는 총체적으로 병이 들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 중에서 이런 모든 병의 근원, 그것은 분단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이룬 게 많잖아요. 아주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했고 놀라운 민주화를 이루었지요. 이건 사실이고 자랑스러운 일이죠. 그런데 동시에 자살률이 너무 높고, 출산율을 너무 낮고, 또 많은 노동자들이 여전히 죽어가고, 불평등이 너무 심하죠. 훌륭한 민주화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옥으로 가고 있는 이러한 불가사의한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것은 우리가 처해 있는, 전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특이한 상황, 분단과 냉전 체제가 여전히 유지된다는 거죠. 뿌리가 거기서부터 시작됐지요. 그리고 그 뿌리에서 나온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이지요."
- 분단이 한국사회 문제들의 핵심적 뿌리라고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 인사들과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멸공' 퍼퍼먼스는 어떻게 보셨나요.
"부끄러운 거죠. 이렇게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를 하는 곳이 있을까. 우리는 지금 제 3세계 개발도상국이 아니잖아요? 이제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다고 하는 나라에서 이렇게 시대착오적인 정치 이념을 가진 나라가 있을까. 비교적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은 국가적 수치죠. 부끄럽습니다."
- 어떤 분들은 대한민국 사회가 굉장히 다이내믹하다고 그래요. 전에 없었던 일들이 막 벌어지고 있는데, 행정부의 검찰총장을 하던 분이 몇 개월만에 제 1야당의 후보로 등장했어요. 이런 게 독일에서는 가능할까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죠. (독일에서는 이런 걸) 법으로 금하고 있는지는 제가 모르겠어요. 그러나 이건 최소한의 정치 도의적인 차원에서의 이야기죠. 검찰총장을 했던 자가 그 다음에 내가 대통령 후보에 나오겠다, 이것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지요. 법조계에 있는 분들이 가장 시대에 뒤져 있고, 굉장히 전근대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놀랍습니다. 특히 판·검사 이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30~40년 전의 세계에서 그대로 살고 있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 놀랍습니다."
"한국사회 엘리트들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너무 오만“
- 그런 분들이 학력을 보면 서울대 법대가 가장 많습니다. 교수님의 책에 이런 대목이 있더군요. '공부 잘하면 모든 것을 용서해 주는 잘못된 문화가 미성숙한 엘리트를 만들었다. 어찌보면 이 엘리트들도 한국 교육의 피해자다' 이를 좀 부연하자면?
"지금 한국사회의 엘리트들은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너무나 오만해요. (2021년에 의사정원 충원에 반대하면서 의사협회에서 만든 홍보물을 읽고) 제가 너무 놀라서 외웠어요. '당신 같으면 어떤 의사에게 진료 받고 싶으세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공부에만 매진한 의사 혹은 실력은 한참 모자라지만 추천에 의해서 공공 병원 의사가 된 의사', 이렇게 썼어요. 거기에 흐르는 그 엘리트주의, 그 오만함, 인간에 대한 예의 없음, 이게 과연 소수 의사의 문제일까요?
한국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 거의 다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양승태 사법부에서 저지른 그 끔찍한 사법농단 사태에서도 다 드러났잖아요. 그런데 재판을 받고 있지만 처벌 받은 판사가 거의 없어요. 고급 향응을 받은 검사들도 일부만 불구속 기소됐어요. 어처구니없는 거죠. 이것은 국민을 깔보고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경시하는 그러한 엘리트들의 나라가 되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겠어요. 저는 사실은 이걸 보면서 한국 교육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이쯤되면 한국 교육은 파탄이다 라고 봐요. 그래서 이것은 적당히 빨아서 새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버려야 된다. 완전히 새로 시작해야 된다. 저는 그렇게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 학교 교육에서 정치 교육을 사실상 방기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을까요?
"지금 한국의 교실에서 과연 우리가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고 있는가 아니면 잠재적인 파시스트를 길러내는 건 아닌가' 이런 우려를 늘 가지고 있어요. 저는 한국 교육이 지금까지 방치하고 있었던 중요한 부분이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기르는 교육의 부재라고 봅니다. 그렇게 보면 한국 교육은 너무나 큰 결함을 가지고 있는 거죠."
- 이번 대선에서는 이른바 '이대남'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있어요. 왜 대한민국 2022년 대선에서는 이런 키워드들이 등장하는 걸까요?
"시대착오적이어서 그런 거죠. 저는 이걸 보면서 한국사회에서 68혁명이 없었다는 것이 이런 부정적인 방식으로 또 몰아치는 구나, 과거가 이런 식으로 우리의 뒷다리를 잡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사실 서구에서는 68혁명을 통해서 대체로 남녀 평등 문제, 사회적 권리의 균등성 등의 문제들이 정리가 됐어요. 이미 50년 전에 다 정리가 된 문제인데 지금 한국에서는 이 문제가 여전히 남아서 이렇게 아주 왜곡된 방식으로 작용을 하고 있는 거죠.
68혁명이라고 하는 것이 모든 형태의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주장 했잖아요, 당시에. 그 중에서 특히 남성의 가부장적 지배로부터 여성해방 이것이 아주 들불처럼 유럽 전체로 번져나갔고요. 이것이 그 이후에 사회적, 법적으로 제도화 된 거 아닙니까. 지금은 이런 문제 자체가 나오질 않죠. 그런데 지금 우리의 경우는 그러지 못한 거죠. 여전히 가부장적 남성 지배가 있었던 것이고요.
그런데 이제 이것을 풀기 위해서 해야 될 일은 사실은 뭔가요. 한국 사회의 보편적인 평등과 정의의 문제로 풀어야 되는데 이것을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기득권들은 끊임없이 이러한 문제를 때로는 세대갈등으로 때로는 남녀갈등으로 때로는 노동과 노동 사이의 갈등으로 끊임없이 변형시키면서 지배하고 있는 거죠. 그러한 자본의 책략에 더 이상 빠져들어선 안 되는 거죠. 여기서 벗어날 때가 됐습니다."
"3가지 없애야 한국사회 교육 정상화 된다“
- 강연장에서 만난 한 선생님의 질문을 대신 해드립니다. 학생들을 성숙한 민주주의자로 만들고 싶은데 정작 본인이 학교다닐 때 그걸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뭘 어떻게 교육할지 모르겠다, 이런 선생님에게 뭐라고 말씀해주고 싶습니까?
"저는 브레이트의 이 말을 자주 인용을 하는데요. '파시즘이 남긴 최악의 유산은 파시즘과 싸운 자들의 내면에 파시즘을 남기고 떠난다'는 것이다. 정말 대단한 통찰력이죠. 우리가 대학 시절에 파시즘과 싸웠는데 그러면서 자기도 모르게 상당 부분 파시스트가 돼 있다고 하는 걸 아주 그냥 섬짓하게 느낄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그것을 자각하는 것이 출발일 수밖에 없는 거죠.
저는 그 선생님의 그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용어부터 바꿔야 된다고 봐요. 지금 한국 사회는 엄격하게 보면 민주주의 사회가 아닙니다. 저는 한국 사회를 정직하게 보면 후기 파시즘 사회예요. 전기 파시즘은 우리가 넘어섰어요. 그건 제도로써의 파시즘이죠. 그런데 한국의 군사 독재 파시즘 30년이 남긴 유산들 청산됐나요? 제도, 의식, 관행, 이게 우리 몸에 그야말로 아비투스로 배어 있어요. 이것이 지금 청산되지 않았다는 거죠.
한국인의 성격 구조를 보면 굉장히 권위주의적입니다. 그런 것들이 다 파시즘의 유산이에요. 예를 들면 경쟁의식, 우열의식, 강자를 동일시하는 태도, 약자를 혐오하는 태도. 그 다음에 폭력성, 공격성, 흑백 논리 이런 것들이 다 파시즘의 전형적인 심리 유형이에요. 이게 한국인들에게 그대로 배어 있잖아요. 이걸 빼야 돼요. 그래야 우리가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사회에 사는 민주주의 시민이 되는 거죠."
- 대선 후보들 중에 '우리 캠프에 와서 좀 일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나요?
"있었죠. 얼마든지 가서 도와준다 그랬죠. 내가 주장하는 3가지만 들어주면 그 캠프의 수위라도 하겠다. 그 대신 내가 주장하는 것을 받아다오. 첫째, 대학 서열 폐지해라. 둘째, 대학 입학시험 없애라. 셋째, 대학 등록금 없애라. 이 3가지를 없애면 한국 교육이 비로소 정상화된다. 그랬더니 그 다음부터 연락이 안 오더라고요. 지금 우리 한국 사람들은 어휴, 저 3가지가 가능한가 하지만 유럽에서는 이게 상식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걸 주장을 하는데 그러면 다 도망을 갑니다."
- 대학 입시를 폐지하려해도 꽤 오래 걸리지 않겠습니까? 상대적으로 빨리 될 수도 있는 것이 대학 등록금을 없애는 것일텐데요.
"저는 사실은 이번 대선에 나온 후보들 내부에서도 대학 등록금을 없애는 것, 대학 무상 교육에 대해서는 검토하는 쪽이 있다고 봐요. 그래서 의외로 그 문제는 좀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추정해봐도 대체로 6조에서 10조 정도 드는데요. 그것이 주는 파급효과는 훨씬 더 크죠. 그래서 그건 현실화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봅니다."
오연호(oyh)사진: 이희훈(lhh)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따옴표 저널리즘
국민연금이 이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국민연금 적자 규모를 언급한 이후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도 관련 보도자료를 냈다. 한경연의 보도자료를 많은 언론이 인용했다.
〈동아일보〉는 ‘한경연, “90년생부터 국민연금 못 받아”’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이는 팩트가 아니다. 1990년생이 국민연금을 못 받을 리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한경연조차 “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못 받는다”라고 주장하지도 않았다. 한경연은 “현 체계 유지 시 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못 받는다”라고 표현했다. 즉, 한경연 보도자료에서 국민연금을 못 받는다는 문장은 국민연금 개혁이 없다는 전제하에서만 성립한다.
대부분의 언론은 “연금개혁 없으면”이라는 조건문 아래서 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못 받는다고 표현했다. 이는 한경연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 기사이니, 팩트는 맞다. 그러나 진실은 아니다.
한경연은 국회예산정책처를 인용해서 2055년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되니 2055년에 국민연금 수령 자격이 생기는 1990년생은 국민연금을 한 푼도 못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이 소진되는 것이 국민연금을 한 푼도 못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원 보고서를 봐도 고갈되는 시점 이후 연금 가입자가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내용은 없다. 예를 들어 현재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적립금이 0원이지만 세금으로 지급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적립식 연금을 부과식으로 바꿔 보험료로(또한 필요하다면 세금을 투입해서) 지급할 수 있다. 다만 고갈 이후 시점에 일하는 세대가 낼 보험료율이 지금보다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연금을 못 받는 일은 국가가 존재하는 한 일어나지 않는다.
검증되지 않은 한쪽의 주장을 제목에 쓴다고?
더 큰 문제는 ‘연금개혁이 없으면’이라는 가정이다. 국민연금 기금 적자는 계획된 적자다. 쿠팡이 매년 대규모의 적자를 기록하지만, 미국 주식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쿠팡을 평가하면서 “지금과 같은 적자가 2080년까지 지속한다면, 그때까지 누적적자가 얼마가 될 것이다”라고 발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현재 적자는 계획된 적자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적자도 일종의 ‘계획된 적자’다. 계획된 적자란, 적립금이 소진되면 부과식으로 연금을 지급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수익비를 점차 낮추어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국민연금 초기에는 70%에 달했던 소득대체율이 60%에서 2028년 이후 40%까지 떨어질 예정이다. 이렇게 수익비는 지속해서 낮아져왔다. 이제는 연금 기여금 비율(보험료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국민연금 소진 시점을 늦추는 개혁을 해야 하며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팩트는 다층적이다. 그래서 언론의 검증 시스템도 다층적이어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 없이 90년생은 한 푼도 받지 못한다고 한경연이 말한 것을 검증 없이 그대로 보도하면 안 된다. 언론은 ‘따옴표 저널리즘’에 머무를 게 아니라 한경연 주장을 검증해봐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한쪽의 주장을 그대로 따옴표를 통해서 제목에 쓰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따옴표 내용이 ‘공포 마케팅’의 효과가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시사인 이상민(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공식 선거운동 시작…팬데믹 이후 한국사회 ‘리셋의 시간’
공식 선거운동 22일 대장정
“후보들 비호감 난타전 벗어나
코로나 극복 미래 청사진 제시”
“기후위기 대응할 산업구조 재편
불평등 완화 복지 큰 그림 절실”
3월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5일 0시를 기점으로 22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양강구도를 형성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4일 각각 ‘국민통합’과 ‘정권심판’을,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정권교체 적임자’, ‘양당 체제 교체’를 선언하며 총력 유세를 다짐했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 아래 야권 단일화와 가족 리스크 등 대선의 주요 화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단순한 표 계산을 넘어 코로나19 위기 이후 한국 사회 대전환을 위한 정책적 논의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펜데믹 이후 ‘리셋’ 대선
지난 19대 대선이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을 계기로 한 ‘적폐청산’이 주된 의제였다면, 이번 대선에서 각 주자들은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로 심화된 양극화 해결방안과 한국 사회를 ‘새로운 질서’로 이끌 대전환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면서 확인한 것은 기존의 낡은 제도와 관행을 리셋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이를 본격화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도 “현재 당면한 위기는 한 나라 단위의 수준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수준에서 엄청난 대전환이 일어나는 시대인데 한국이 선진국의 위치에서 이런 문제를 대면해보는 건 처음”이라며 “키워드는 ‘미래 전환’”이라고 짚었다. 문제는 후보들이 이러한 ‘미래 전환’에 필요한 비전을 놓고 경쟁하는 대선이 아니라 여전히 후보 자격을 논하는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는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 국민들에게 판단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으로서의 선거가 아니라, 후보 자질 시비가 주된 논란이 되면서 선거의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도 “대선은 그 자체로 ‘공론의 장터’가 서는 것인데,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 개인을 향한 논란이 커지면서, 논쟁이 사라지는 선거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갈라진 민심 통합은 어떻게
이번 대선의 또다른 특징은 세대·진영·젠더 등 사분오열된 민심이다. 전문가들은 어느 쪽이 당선되든 양당 체제의 한계로 국정 운영에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후보들이 지금부터 ‘통합’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원호 교수는 “(갈라치기 전략을) 심각하게 사용하고 난 다음에는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다”며 “시작부터 의회 권력과 대통령 권력의 충돌이 심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재일 대전대 교수도 “국민의힘이 집권을 하더라도 제1당의 협력을 받지 않고서는 국정을 끌고 갈 수가 없다. 민주당도 역시 종래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며 “양쪽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다수결 민주주의보다는 다원적인 협의제 민주주의 방식으로 전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자의 ‘선의’에 기댄 통합형 인재 등용보다는 선거제도 개혁 등 제도를 통한 국회의 다원적 구성을 이끄는 데 대선 후보들이 앞장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갈라치기를 통해 당선이 되고 난 뒤 선심쓰듯 상대편에 손을 내밀기보다는 선거 과정에서 위기 상황을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합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병근 교수는 “대선 후보들이 화합의 인재 등용을 얘기하지만 누가 거기 들어가서 허수아비 노릇을 하겠느냐”며 “제대로 된 합의제 정치를 이끌어나가려면 제도를 바꿔야 하고 그 제도의 출발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한 선거법 개혁”이라고 짚었다.
한국사회 대전환 머리 맞대야
전세계적 의제로 떠오른 기후위기와 이에 따른 산업구조 개편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재일 대전대 교수는 “소득과 자산 격차가 심해지면서 나타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복지와 함께 미래지향적인 성장도 여전히 중요하다”며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동시에 사회 타협적인 공정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김윤철 교수도 “녹색 에너지부터 탄소중립 등 신산업으로의 이전이 진행되고 있고 플랫폼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며 “변화한 현실에 적응하면서 신산업을 성장동력으로 키워내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산업 구조로의 대전환과 함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복지’의 개념도 이에 맞춰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구조적 변화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대선 후보들이 미세하고 구체적인 공약에만 집중하는 것은 이번 대선의 한계로 지적됐다. 박원호 교수는 “큰 비전을 제시하면 선거공학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후보들이 이를 피하고 있다”며 “탈모약 얘기를 할지언정 건강보험 체계는 얘기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병근 교수도 “코로나 위기 극복이나 경제 성장, 양극화 해결과 정치 개혁 등 한국이 처해 있는 위기에 대해선 형식적으로 한두마디로 끝나고 만다”며 “국가의 개혁이나 정책 과제를 소홀히 다루면서 대선을 통해 민주주의가 진전되는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산업 분야 대선 공약, 왜 이렇게 서로 닮았지?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전환적 공정성장’을 제시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경제 공약 밑그림을 ‘행복경제’로 지칭하고 있다. 성장과 양극화 해소라는 과제 앞에 공약들이 비슷해진 느낌이다.
이번 대선에선 ‘진보는 분배를 중시하고 보수는 성장을 중시한다’는 전통적인 인식이 깨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성장을 외치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복지 확대를 약속한다. 성장과 분배, 차세대 첨단산업 육성과 복지지출 확대 등에서 전선이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후보 간 차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해당 후보가 평소 각종 경제문제에 어떤 ‘관점’과 ‘기조’를 피력해왔는지 꼼꼼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 후보들은 당선만을 위해 자신의 평소 관점 및 기조에 어긋나는 공약을 막 던질 수 있다. 이런 경우, 공약을 이행할 세부 지침을 제시하지 못한다. 심지어 각 공약들이 서로 모순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수사(修辭) 너머로 대선후보들이 그리는 종합적인 설계도를 면밀하게 따져보자.
■ 기본 과제, 저성장과 팬데믹 후유증
먼저 각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마자 당장 해결에 나서야 하는 과제를 얼마나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한국 경제는 흔히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고 진단받는다. 2011년에 3.7%였던 연간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해인 2019년까지 최저 2.2%에서 최고 3.2% 사이를 오갔다.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2010년대 재정위기를 겪은 유로존 지역의 연간 성장률은 -0.84%(2012년)에서 2.6%(2017년) 사이에 머물렀다. 첨단기업이 몰려 있어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는 미국도 3% 성장률을 기록하기 어려웠다. 저성장 상태에서 높은 실업률이 지속되면서 일부 국가에선 디플레이션(저성장으로 물가가 떨어지고, 물가 하락이 다시 경기를 침체시키는 현상)이 우려되었다. 여기까지가 팬데믹 직전까지 펼쳐진 전개다.
이런 기본 환경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더욱 악화됐다. 핵심은 ‘불평등의 심화’다. 한국은행은 2020년 12월에 발표한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성장 불균형 평가’ 보고서(BOK 이슈노트)에서 “국가 간 방역관리와 재정 여력 차이로 팬데믹 충격이 국가 간 성장 불균형을 만들어냈다”라고 평가했다.
각국은 팬데믹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금리 인하(혹은 저금리 유지) 등의 방식으로 유동성을 크게 늘려 경기부양에 나섰다. 이에 따라 돈을 빌릴 여력이 있는 계층은 자산(주식·부동산) 시장에 투자해 더 부유해지는 반면 코로나19로 침체된 부문에 종사하는 집단은 더 가난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은행 역시 “보건 위기에 취약한 대면 업종과 저소득층에 매출·고용 충격이 집중되고 실물-금융 간 괴리가 나타난다”라고 지적한다.
팬데믹 기간에 IT 관련 상품을 많이 수출하고 방역 성과도 좋았던 한국은 국가 간 경쟁에서 상대적 이득을 보았다. 그러나 국내 경제주체들 사이에서는 ‘간극’이 커졌다. 유권자들은 국가 경제성장의 추진력을 키우는 동시에 극심해진 불평등을 해소하는 다면적인 접근과 전략을 대선후보에게 요구하고 있다. 모든 대선후보의 전략과 방향성이 비슷해진 이유다. 성장 비전과 양극화 해소 방안을 함께 제시하라고 시대가 후보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는 적어도 이 시대적 요구를 크게 부인하지는 않는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11월2일 민주당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전환적 공정성장’을 1호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전환적 공정성장이란 ‘전환성장’과 ‘공정성장’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합친 말이다. ‘전환성장’은 4차 산업혁명(디지털 대전환), 미·중 패권 경쟁, 기후위기,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글로벌 대전환기’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관점이다. 그런데 이 같은 ‘전환기’에는 자신의 능력(기술 등)이 필요하지 않게 되거나 새로운 능력을 습득하는 데 실패해서 낙오하는 이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시스템이 또 다른 축인 공정성장의 영역이다.
최근 민주당 선대위 내부에서는 ‘전환적 공정성장’이라는 개념이 다소 모호하다는 고민이 흘러나온다. 이 때문에 이재명 캠프가 선언적 지표로 내세운 것이 지난 1월11일에 발표한 ‘신경제 비전’이다. 여기서 강조하는 수치는 ‘1·5·5’다. 각각 수출 1조 달러, 국민소득 5만 달러, G5 시대(세계 5대 경제대국)를 의미한다.
이 같은 지표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3만 달러 수준인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달러로 커진다는 것은, 한국 경제의 규모가 지금의 1.4배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매년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8년 이상 지속해야 성취할 수 있는 공약이다. 또한 경제 규모가 G5 수준이 되려면 영국, 프랑스, 인도 등을 뛰어넘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21년 명목 GDP에 따르면 영국 2조8300억 달러, 프랑스 2조7800억 달러, 인도 2조7200억 달러인 반면, 한국은 1조8200억 달러 수준이다. 단순 비교하면 경제 규모가 1.56배로 커져야 가능한 목표치다.
이재명 후보는 이 같은 지표(1·5·5)를 반드시 임기 내에 성취하겠다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중장기적 목표 설정이고, 이를 위해 꾸준히 우상향하는 기반을 자신의 임기 동안 만들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선언적 지표에 의지하는 캠페인은 2007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발표했던 7·4·7 공약(7% 경제성장률,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과 흡사하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은 당시 이명박 후보의 ‘7·4·7’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윤석열 후보는 자신의 경제 공약 밑그림을 ‘행복경제’로 지칭하고 있다. 개별 경제주체가 행복해지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일자리를 내세우며 민간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경제정책 방향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26일 이 같은 구상을 밝히는 자리에서 윤 후보는 “규모만 키우는 성장경제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행복경제로 혁신하겠다. 성장과 복지, 일자리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보수 측은 대체로 공급 측면(구체적으로는 기업)의 환경을 개선해서 기업 운영을 활성화하면 ‘경제성장률 상승→일자리 증가→재정 확충에 따른 복지 혜택 증가’의 선순환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해왔다. ‘공급 측면의 조건 개선’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이 바로 노동시장 규제를 철폐하거나 완화하는 것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윤석열 후보는 보수 측의 경제성장 틀은 물론 자신의 관점(“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과도 다소 어긋난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이재명 후보는 보수 측이 강조해온 공급 측면의 환경개선과 경제 규모 확장을 강하게 내미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거대 양당의 경제철학이 서로 뒤바뀌었다기보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중도층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비슷해진 결과라고 보는 게 합당하다.
■ 겉과 속은 이렇게 다르다
총론은 비슷해 보이지만, 각론에서 두 후보는 ‘정부 중심 인프라 투자 확대’와 ‘민간 중심 시장경제 중시’로 나뉜다.
이재명 후보는 성장을 위한 기본적인 전제로 정부의 대규모 투자를 내세웠다.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를 민간에 맡겨두기보다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와 가까운 한 인사는 “전환적 공정성장 구상도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인 〈온 아워 웨이(On Our Way)〉에서 영향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시가 이 후보의 세부 공약 중 하나인 ‘에너지 고속도로’다. 에너지 고속도로란, 태양광·풍력 발전이 가능한 전국 각지에서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작은 규모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해 도시로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수많은 지역이 참여한다면 각 단위의 생산량은 작지만 전국적으로는 엄청난 규모의 신재생에너지가 만들어져 거래될 수 있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은 참여 주민들에게 연금 형태로 배분한다고 한다.
이런 시스템이 가능해지려면 각 지역에 에너지 생산설비(태양광·풍력)가 갖춰져야 하는 한편 이를 도시로 보낼 수 있는 전력망, 에너지를 거래하는 플랫폼 등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를 과거 박정희 정부가 깔아 운송·유통망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빗대어 ‘에너지 고속도로’라는 명칭을 만들었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정부가 이런 인프라에 대규모로 투자하겠다는 공약이다. 여기서 정부투자는 일종의 마중물로 민간의 시장 참여를 유도하는 역할이다. 신재생에너지처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성패가 불확실한 부문엔 민간 부문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렵다. 그래서 정부의 선도적 투자로 깔아준 판에 민간이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해서 재생에너지 같은 신산업이 자리를 잡게 하겠다는 아이디어다.
각 지역의 주민이 에너지를 시장에 공급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거대하고 기발하다. 그동안 에너지 시장은 사실상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캠프는, 한국전력의 시장독점을 유지하면 글로벌 차원의 화두인 에너지 산업 혁신 및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발전을 촉진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이런 공약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전기 에너지를 민간에서 사고팔게 한다는 것부터 도발적인 아이디어다. 진보 진영에서는 전통적으로 물이나 전력 같은 필수 공공재의 민영화를 반대해왔는데, 이런 기조와 상당 부분 대비된다. 이재명 후보는 이 같은 산업 인프라 투자가 없으면 한국 경제가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얻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판을 까는 데’ 정부의 재정을 아낌없이 투입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시장 우선주의를 정책 전반에 내세운다. ‘행복경제’라는 밑그림에도 ‘일자리는 민간이 만들고, 국가는 규제를 완화해 민간의 자유로운 일자리 창출을 돕는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행복’의 핵심 전제가 일자리라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후보의 공약에는 ‘반(反)소득주도성장’이라는 관점이 깔려 있다. 윤 후보의 경제 브레인으로 꼽히는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해 11월에 공동 저술한 〈혁신의 시작〉에서 언급한 내용을 살펴보자. 이 책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8명이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제언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여기서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지금은 정부 주도 물량공세 정책을 펴서 저성장 구조를 탈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한다. 이 지적은 이재명 후보의 성장전략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비판이다.
특히 김소영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다. “(소득주도성장은) 노동소득 증가 효과조차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서 상대적으로 해고된 인원이 더 많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도 타격을 입었다. 소득분배에도 실패하고 노동소득도 안 올라가고 경제성장에도 실패했다.”
이 관점은 윤석열 후보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22일 “소득이 성장하는 게 성장이라고 하는데, 소득이 성장을 이끈다는 말은 말이 안 된다. 엉터리 경제이론을 국민 생활에 적용해버리면 피해 입은 사람이 많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김소영 교수를 비롯해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는 이들은 성장은 성장대로, 분배는 분배대로 따로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득주도성장은 오히려 분배정책을 통해 성장을 이루려 했기 때문에 성장은 성장대로, 분배는 분배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가 경제정책을 이야기할 때마다 ‘경제적 약자에 대한 복지정책’을 짝지어 발표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윤석열 후보가 ‘성장-복지’를 쌍으로 내민다면, 이재명 후보는 성장의 짝으로 ‘공정’을 내세운다. 이때 말하는 공정은 능력주의보다는 ‘불평등 완화’에 가깝다. 위에서 언급한 〈혁신의 시작〉에는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글도 함께 실려 있다. 주 교수는 이재명 선대위에서 경제 분야 핵심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주 교수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도저히 넘을 수 없을 정도로 계층 장벽이 높은 사회에서 약자들은 자신의 역량을 키우려는 노력을 포기하게 된다. 다수의 약자들이 참여할 수 없는 특권층의 기득권 생태계 속에서 혁신은 일어나기 어렵다”라고 지적한다. 혁신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공정한 사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데, 이는 이재명 후보가 설명하는 ‘공정경제’의 측면과 맞닿는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면 업종과 저소득층에 매출·고용 충격이 집중되었다. 위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한산해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 ⓒ시사IN 신선영
그렇다면 이재명 후보의 성장전략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의 맥을 이어간다고 봐야 할까? 이재명 후보 측은 ‘소주성(소득주도성장)과는 다르다’는 기조를 강조한다. 이재명 선대위에서 전환적공정성장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1월24일 “2016년 박근혜 정부 때까지만 해도 수요가 매우 부족하고, 경기침체가 심했다. 이때는 (소득주도성장이) 상당히 타당성 있었던 것 같지만, 수요만 가지고는 장기 지속 성장을 하기 쉽지 않다는 게 많은 경제학자들의 생각인 것 같다”라고 평했다.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상승 등의 수단으로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구매력을 높여 경제의 총수요를 증대시키려 한다. 이렇게 총수요가 확장되면 ‘공급 측면’도 개선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예컨대 기업이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을 늘리고, 설비를 확장하며, 기술을 혁신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이재명 선대위 측은 전환적 공정성장 전략에서 내세우는 정부지출과 투자가 ‘총수요 확대’보다는 ‘공급 측면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인프라 투자를 통해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고 그것이 새로운 산업의 마중물이 되기 때문이다. 하준경 교수는 이날 “지금 시대는 산업정책 경쟁의 시대다. 미국·유럽·일본 등이 디지털 전환에 투자하고 있다. 신산업 성장 초기에는 노력을 해도 성과가 작다. 원점(성장 시작 단계) 근처에서는 민간에서 노력을 해도 성과가 잘 안 나온다. 태동기에는 정부가 지원을 해줘야 한다”라며 정부 주도 투자의 필요를 강조했다.
■ 정부지출은 줄어들지 않는다
후보들의 기본 철학을 살펴보면 이재명 후보는 ‘큰 정부’를, 윤석열 후보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가 성장과 쌍으로 언급하는 ‘복지지출’ 역시 만만한 규모가 아니다. 윤 후보는 출마 직후 “경제는 시장이 이끄는, 시장을 무시하지 않는 경제가 되어야 한다(지난해 8월2일)”라는 관점을 드러낸 바 있다. 정치적으로 다소 미숙한 발언을 남기던 시기에 “부정식품이라도 없는 사람은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지난해 7월18일)”라는 발언을 한 것도 스스로의 시장 중시 관점을 강조하는 와중에 튀어나온 실언이다.
그러나 막상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 이후엔, 윤석열 후보 역시 종전에 견지하던 시장 중시 관점에서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확대, 긴급복지지원제도를 국민안심지원제도로 확대,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 코로나 피해 손실보상 50조원 등 윤 후보가 제시하는 각종 복지 공약에 필요한 자원도 결코 ‘작은 정부’라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윤석열 후보는 경제성장·산업 공약을 발표할 때마다 토목 공약을 함께 내세우고 있다. 더더욱 ‘작은 정부’와 거리가 먼 행보다. 지난해 12월26일 첫 경제정책을 발표한 날에도 윤석열 후보는 오송·오창·대덕·세종·익산을 잇는 ‘중원 신산업 벨트’를 구축해 바이오·나노·에너지·식품 기술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주장했다. 경제성장·복지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충청-호남에 걸친 ‘국가 주도’ 산업단지 조성 공약을 함께 제시한 것이다.

일자리 문제는 대선 공약에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아래는 경남 거제에 있는 한 조선소 모습.ⓒ시사IN 조남진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단지 조성 공약을 지역마다 내밀면서 해당 지역의 표심을 잡겠다는 의도이지만, 이 같은 접근엔 두 가지 불안 요소가 있다.
첫째, 과연 기업들이 윤 후보가 원하는 대로 해당 입지를 활용할까? 첨단산업일수록 많은 인구와 유통망, 연구자, 시설, 금융 등이 집적된 대도시로 향하는 경향이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으로 쏠리는 이유다. 입지와 시설만 갖춘다고 첨단산업이 지방으로 자연스럽게 배분되지는 않는다. 둘째, 이런 입지 공약이 늘어날수록 애초 윤 후보의 기조와는 달리 지역마다 국가재정 투입의 규모가 커진다. 아무리 봐도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후보가 내놓을 만한 공약이 아니다.
■ 누가 되든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외친 ‘혁신 성장’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생산인구 감소와 고용창출력 약화 같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로 혁신 성장이 필요하다(기획재정부 혁신성장포털에 기재된 내용).”
이 비전이 다음 정부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 사회는 혁신적인 기업을 키우고, 연구·기술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에 크게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미국 경제 미디어 ‘블룸버그’가 전 세계 60여 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블룸버그 혁신평가’에서도 한국은 2021년 종합 1위(연구개발 집중도 2위, 제조업 부가가치 2위 등)를 기록했다. 어느 정치인도 기술집약적인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는 시대다.
혁신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라, 21세기 전 세계가 지향하는 일종의 방향성이다. 그러나 누구나 접근 가능한 방향성도 아니다. 후기 산업국가 가운데 혁신성장을 만족스럽게 추진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가령 그간 우리가 ‘선진국’이라 불렀던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한국보다 기술·산업의 혁신성이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개별 정치인이 이 방향성을 이탈하거나 역행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생산성 혁신의 이면에 발생하는 ‘불평등’은 다분히 정치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 개별 정치인의 결단이나 사회적 대타협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 유권자들이 혁신성장을 외치는 후보들에게 요구하는 잣대는 대충 다음과 같다.
첫째, 해당 후보가 지금 한국에서 진행 중인 혁신성장의 과정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 그는 혁신성장을 더욱 추동하기 위해 어떤 정책 수단을 동원하려 하는가?
둘째, 해당 후보는 혁신성장의 그늘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제시하는가?
유권자는 후보들의 관련 공약들을 비교하고, 덧대어보고, 논쟁을 붙여야 한다. 각자의 경제성장 및 산업변화에 대한 이해도와 세부 설계안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그러나 대선 정국은 경제와 산업에 대한 논쟁보다 더 자극적인 정치 현안에 매몰되기 십상이다. 경제 전문 미디어인 ‘삼프로TV’의 대선후보자 대담 영상이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은 것은, 유권자들이 각 대선후보의 ‘수사’ 너머에 깔린 생각과 철학을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을 이야기할 수는 있다. 다만 현실 경제의 각종 딜레마에 얽힌 구체적 질문들을 접하기 전까지만 그렇다. 유권자는 후보들에게 더 많은 논쟁과 심도 깊은 토론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시사인 김동인 기자

▲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이 민족 역사·전통문화·위인선양단체 1만4450명이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로 죽나 말라죽으나..자영업자들 "24시간 영업 강행"

끝이 보이지 않는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으로 벼랑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이 15일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집합제한 철폐 및 손실보상 촉구 정부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앞서 코자총은 지난 14일 입장문을 내고 ‘자영업자에 대한 처우가 즉각 개선되지 않을 경우 코자총에 속해있는 모든 자영업자가 21일부터 정부 방역지침에 저항하고 24시간 영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열린 집회에서 오호석 코자총 공동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 우리 자영업자 26명이 극단선택을 했다, 이번 거리두기 조치 이후 더 이상 법을 지킬 수 없게 됐기 때문에 우리 모두 24시간 영업하기로 결의했다”고 발언했다.
지난 1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진행된 집단 삭발식 이후 열린 이번 집회에서도 10명의 자영업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삭발에 임했다. 집회에 참가한 자영업자들은 삭발식 이후 잘려진 머리카락을 박스에 담고, 정책건의서를 들고 청와대로 행진했다.
이날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은 영업시간 제한조치 철폐, 매출액 10억원 이상 자영업자 손실보상대상 포함, 손실보상 소급적용 및 100% 보상 실현, 서울·지자체 별도 지원 방안 마련, 코로나19 발생 이후 개업한 모든 업소 손실보상금 추가 적용 등을 요구했다.
노진환 (shdmf@edaily.co.kr)
거북이스트레칭-이젠 풀어줘야할때.... 그들도 살아야함. 국가와 국민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음. 자영업이 아닌자들은 그저 모른척하고 있음.
에버튼-인원제한은 두고 시간은 풀어라... 약해질대로 약해진 바이러스가지고 아직까지 뭐하냐... 취약계층이 있으니 완전 일상회복은 어렵다고 해도 이정도 푼다고 뭐 달라질 것도 별로 없다
재미니-24시간 영업해도 사람들이 어차피 안가욤...
Saturn-저 살자고 저항하는거 뭐라 안하는데 국민건강 관리가 왜 자영업자의 이익 기준으로 맞춰져야 하는데?
빛의자유-어차피 방역 불가 상태다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더라 . 풀어줘라 산사람이나 살게 해라
케일-어차피 죽을거면 다른사람 피해나 주지 말고 죽는게 낫지 싶은데.. 이래 저래 죽으면 다른 사람들 하고 같이 죽겠다는 심뽀네,,
hhhh-이정도면 자영업자들 진짜 할만큼 했다 정치방역 그만하고 풀어라 확진자가 5만명씩 쏟아지는데 정부 니들 진짜 할말 없는거야 또 뭔 다른나라에 비하면 괜찮다고 정신승리질 그만쳐하고 적당히 해라 이제 진짜 그만해라
김의겸 “건진법사 주최 굿판에 윤석열 부부 이름 발견”···국민의힘 "대통령 연등은"
2018년 충북 충주 수륙대재 사진 공개
김 의원 “이헌동·윤한홍 이름도 등장”
국민의힘 “민주당 충북지사도 보인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2018년 건진법사가가 총감독을 맡은 굿판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부인 김건희씨의 이름이 적힌 등(燈)이 발견됐다”며 “‘윤석열 검찰’이 봐주기 수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이현동 전 국세청장,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의 이름도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를 근거로 해당 굿판에 대해 “김건희씨를 중심으로 한 무속 집단이 총망라된 현장”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행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선언문을 낭독했던 인사가 사무총장으로 있던 단체가 주관한 행사”라며 “행사 동영상을 보면 ‘대통령’, 민주당 소속 충북지사의 이름도 보인다. 이들이 무속집단이라고 주장하는 것인가”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8년 9월9일 충북 충주시 중앙탑에서 열린 ‘2018 수륙대재’ 현장의 사진과 영상 일부를 공개했다. 김 의원은 “소의 가죽을 벗겨 전시하고, 10여마리나 되는 돼지 사체를 무대 앞에 전시해놓고 치러진 무속행사에 가까웠다”고 주장했다. 행사는 건진법사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만든 종단인 ‘일광조계종’이 주최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영상에는 사회자가 “이 행사를 주최해주시고, 모든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시고, 주관해주신 건진 전성배 사무총장을 소개한다”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김 의원은 “건진법사의 딸이 굿행사에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도 확인했다”며 “건진법사와 딸이 함께 운영하는 가족회사 미소월이 행사를 후원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행사장에 걸린 등 중 ‘코바나콘텐츠 대표 김건희’가 적힌 것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윤석열’이 적힌 등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일반적인 불교행사에 등장하는 연등이 아니다. 삼족오로 보이는 새의 문양과 태극무늬가 그려진 생소한 형태의 등”이라며 “불교보다는 무속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행사에 걸린 등이 많은 것도 아니다. 부부는 상당한 액수의 등값을 냈을 것으로 추정이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연민복지재단 이사장으로 행사 연단에 올라 후원금을 전달하는 모습도 있다고 주장했다. 연민복지재단은 건진법사의 스승 혜우스님을 이사로 두고 있으며 김건희씨와 연관됐다는 의혹을 받는 곳이다. 이 전 청장은 이명박 정부 때 국가정보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뒷조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가 최근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김 의원은 “대법(원 측)은 무죄 원인으로 ‘검찰의 분리기소’를 꼽았다. 당시 수사 책임자는 윤 후보였다”며 “윤 후보가 이 전 청장을 봐주기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윤한홍 의원 이름이 적힌 등이 윤 후보 이름이 적힌 등 옆에 있다며 “윤 의원의 윤석열 캠프 합류를 두고 ‘건진법사가 꽂은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실제 건진법사의 몇 안되는 페이스북 친구 중에는 윤 의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 후보를 지난해 6월29일 출마선언과 지난해 7월6일 현충원 방문 때 밀착수행한 것으로 알려진 건진법사의 처남의 이름이 적힌 등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금이라도 김건희씨와 윤 후보는 건진법사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그대로 밝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병원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눈 뜨고 보기 힘든 잔혹한 동물학대의 현장에서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의 이름이 나오는 것도 충격이지만, 그 사람이 지금은 제1야당 대선 후보라는 점이 더욱 경악스럽다”며 “윤 후보는 건진법사를 한 번 소개 받은 사이라고 밀착 관계를 시종일관 부인해왔다. 윤 후보와 모르는 사이인 건진법사가 주도한 주술 행사에 왜 부부가 등을 달았는지, 굿판에 얼마나 연루됐는지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김 의원의 주장이 “악의적 마타도어”라고 반박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행사는 2018년 6월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 캠프 불교 분과위원장을 맡았고, 지난해 9월 7개 종교단체가 이 후보 지지할 때 지지선언문을 낭독한 서모씨가 사무총장을 맡았던 대한불교종정협의회가 주관한 행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행사 동영상에 ‘대통령’이 적힌 등과 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의 이름이 보인다”며 “이들이 ‘무속집단’이고 ‘무속과 주술에 휘둘리는 사람’들이라 주장하기 위해 이 자료를 배포한 것인가”라고 밝혔다.
이 수석대변인은 “무엇이든 정도를 벗어나면 이런 참담한 결과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면서 “김 의원은 반복적, 악의적으로 윤 후보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김 의원을 다시 고발한다”고 밝혔다. 또 “김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적인 도리는 물론 인륜도 저버린 사람으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부디 국민을 위해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기 바란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를 보면 해당 행사는 건진법사와 연관된 일광조계종이 주최했고, 대한불교종정협의회가 주관했다. /경향 윤승민 기자
정책검증보도 가장 많이 한 신문은
정책보도 10건 중 검증 1건, ‘공수표’ 못 거른다
한겨레 56% VS 중앙일보 10%
‘받아쓰기’ 벗어나야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신문지면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프로그램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 △포털 △노동정책 관련보도 등을 대상으로 선거보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중 신문과 방송에 한해 한 주간 선거보도를 양적 분석하여 정책보도 문제점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행합니다. 다음은 신문보도 1차 양적분석 보고서로 2월3일(목)부터 2월9일(수)까지 6개 종합일간지(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신문·한국일보), 2개 경제일간지(매일경제·한국경제) 지면에서 나온 선거보도를 추렸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작성해 2월 14일 발표했습니다.
선거보도 10건 중 4건 정책언급, TV토론 영향
2월 1주차 6개 종합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선거보도는 총 643건입니다. 가장 선거보도가 많은 신문은 조선일보로 95건, 가장 적은 신문은 중앙일보로 66건입니다. 한겨레 93건, 경향신문 90건, 동아일보 85건 등으로 큰 차이는 없습니다. 경제일간지는 매일경제 69건, 한국경제 68건으로 중앙일보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번 선거를 역대 ‘비호감 대선’로 규정한 우리 언론은 비호감 선거를 정책 선거로 만들기 위해 정책보도를 다하고 있을까요. 언론이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643건의 선거보도를 정책언급 여부와 정책검증 여부로 나눠 살펴봤습니다. 후보의 정책명을 적었거나 정책 방향을 가늠할 만큼 정보를 제시했을 경우 정책을 언급한 보도로 봤습니다. 정책명을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정책을 제안하거나 정책 부재를 지적한 경우에도 정책보도로 분류했습니다. 그 외 ‘○○와 관련한 정책을 내놓을 예정’처럼 큰 틀의 분야만 제시하거나 ‘RE100’처럼 정보 없이 용어만 있을 경우엔 정책보도로 보지 않았습니다.

▲ 2월 1주차 신문사 선거보도 정책언급 여부 분석(2월3~9일). 그래프&표=민주언론시민연합
선거보도 643건 중 정책을 언급한 보도는 253건(39%), 언급되지 않은 보도는 390건(61%)입니다. 유권자가 10개의 기사를 봤을 경우 약 4개 기사에선 후보 정책을 접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정책언급 보도 대부분은 2월 3일 1차 TV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네거티브보다 정책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됐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과 거대 양당의 공방 끝에 진행된 첫 토론인 만큼 언론의 관심도 높았던 영향으로 보입니다.
정책검증 10개 중 겨우 ‘하나’
정책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검증한 보도는 얼마나 될까요? 정책을 언급한 보도 중 해당 정책을 놓고 기자나 필진, 전문가 등이 검증하는 방식의 해석과 발언이 있는 보도를 정책검증보도로 분류했습니다. 정책을 언급한 보도 253건 중 정책 ‘검증’ 보도로 분류된 기사는 82건입니다. 정책언급 보도 중 32%에 해당하나 전체 선거보도 642건을 놓고 본다면 약 13%에 불과합니다. 유권자가 접하는 선거보도 중 정책을 언급하고, 검증까지 한 기사는 약 1건에 그쳤다는 의미입니다.

▲ 2월 1주차 신문사 선거보도 정책언급 및 검증 여부 분석(2월3~9일). 그래프&표=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별 정책언급 보도, 정책검증보도 건수도 살펴봤습니다. 정책언급 보도는 경향신문 49건, 한겨레 43건, 한국일보 36건 순으로 많았고, 매일경제와 중앙일보가 20건, 21건으로 가장 적었습니다. 전체 정책언급 보도 중 검증까지 한 보도 비중은 한겨레가 56%(24건)로 가장 높았고, 경향신문 41%(20건), 한국일보 33%(12건) 순입니다. 하지만 중앙일보 10%(2건), 조선일보 15%(4건), 동아일보 24%(7건)로 검증보도 비중이 낮았습니다. 중앙일보‧조선일보‧매일경제가 상대적으로 정책에 관심이 덜했고, 중앙일보‧조선일보‧동아일보는 정책을 검증하는 보도 역시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신문별 정책 보도 및 정책검증보도 건수(2월3~9일). 그래프&표=민주언론시민연합
행보 쫒으며 정책 ‘받아쓰기’
정책언급 보도 중 검증 없는 보도의 특징은 후보 선거유세에 동행하면서 현장에서 나온 발언을 ‘받아쓰기’ 한다는 점입니다. 중앙일보 <5·18묘지서 고개숙인 윤석열 “광주를 AI 대표 도시로 육성”>(2월7일 박태인 기자)은 윤 후보가 2월6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한 소식을 전하면서 이날 발표 정책을 본문에 나열한 기사입니다. 게다가 이 지역 활성화 정책을 제목으로 부각했는데요. 정작 본문엔 정책의 구체적 내용은커녕 실현 가능성 등을 살핀 대목도 없습니다.

▲ 선거 유세에서 나온 정책을 검증 없이 전한 기사 제목. 위부터 중앙일보(2월7일)‧조선일보(2월3일)‧한국경제(2월4일)
조선일보 <윤석열 “北미사일 방어망 구축, 국민 생명부터 지킬 것”>(2월3일 김민서 기자) 역시 2월1일 인천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를 찾은 윤 후보가 이날 방문지에서 밝힌 “사드 추가 배치를 거듭 약속했다”, “GTX-D 노선 체계를 원안대로 완성하겠다”, “원천징수영수증이 필요한 경우 직접 즉시 발급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시스템을 개선하겠다” 등 정책성 발언을 옮겨 보도했는데요. 특히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지급 상위 10명 중 8명이 중국인으로 특정 국적에 편중” 등은 외국인 혐오정서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사실 확인도 필요했는데 후보 말을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합니다.
외국인 혐오 정책 그대로 옮기고 반중정서 부추기기도
반면 같은 날 한겨레 <외국인 건보재정 연 5천억 흑자… 윤석열 ‘숟가락론’ 틀렸다>(2월3일 이재훈 기자)는 “2020년 한 해 동안 국내 거주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는 1조4915억원이지만, 건보공단이 이들의 치료비 등에 쓴 급여비는 9200억원이어서 5715억원의 재정수지 흑자를 나타냈다”고 지적하는 등 윤 후보 발언이 사실에 기반한 것인지 확인했습니다. 윤 후보가 중국인의 건강보험 급여지급 비중이 높다고 주장한 것도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의 수가 많고 이들의 연령대 역시 높”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짚었습니다.
일부 신문은 이러한 ‘혐오정치’를 부추기는 듯한 기사나 칼럼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매일경제 <“中에 구애한 대가가 이거냐” 국민의힘, 文정부에도 화살>(2월9일 정주원 기자)은 최근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문제가 된 쇼트트랙 판정을 두고 “전통적 우방과는 불협화음을 감수하면서 유독 친중으로 편향했던 결과가 바로 이런 상황”이란 평을 내놓은 윤석열 캠프 측 발언을 제목과 본문에 옮겼는데요. 연관성 없는 올림픽 경기 판정과 정부 외교정책을 이은 것은 비상식적임에도 매일경제는 그대로 받아쓰기만 했습니다.

▲ 올림픽 편파판정 논란 관련 반중정서 부추기는 발언을 제목에 실은 매일경제 (2월9일)
동아일보 <오늘과내일-‘386 정치인’들이 중국에 등을 돌릴 때>(2월9일 신석호 부국장)는 모두가 분노하는 부당한 판정에 여권 정치인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자 “‘반미(反美)’ 이념을 지지해줄 대안 외세로서 중국을 바라”봤던 이들이라고 분석한 뒤 그런 이들이 “중국 비난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자주 vs 친중’의 프레임이 다시 가동되고 있다”는 식의 무리한 비판을 내놨습니다.
1차 TV토론 관련 정책보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경제 <安 “연금개혁 공동 선언하자” 李 “좋은 의견”… 尹 “약속한다”>(2월4일 오형주 기자), 동아일보 <안철수 “연금개혁 공동선언” 전원 동의 끌어내… 심상정, 김건희 미투발언 송곳 질문 ‘존재감’>(2월4일 윤다빈 기자) 등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연금개혁에 동의한다는 다른 후보들의 답변을 이끌어낸 점에 주목해 토론 내용을 전했는데요. 연금개혁은 오래된 과제인데도 구체적 대안을 제시한 후보가 없었다는 점을 비판하거나 후보들이 내놓은 관련 정책이 있는지 살피지도 않았습니다.
후보 발걸음 따라 나오는 정책보도, ‘공수표’ 정책 못 거른다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2월8일 한국언론진흥재단‧한국언론학회‧제주언론학회가 주최한 ‘제20대 대선보도 점검’ 세미나에서 “정책보도를 할 때조차도 유권자의 요구로부터 정책 의제를 도출하기보다는 후보들이 유세하고 활동하면서 쏟아내는 파편화된 공약들을 단순 전달하기만 한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요. 이같이 행보에 동행해 ‘빨리 쓰고’, ‘받아쓰는’ 기사는 유권자를 소외시킬 뿐 후보의 ‘공수표’를 걸러내는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언론은 후보자의 발걸음이 아닌 유권자의 눈으로 정책보도를 고민해야 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2월3~9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정책검증 실종 속 지상파 선거보도 종편 ‘반토막’
종편 가족논란 보도 8배 격차, 김혜경 의혹 치중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신문지면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프로그램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 △포털 △노동정책 관련보도 등을 대상으로 선거보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중 신문과 방송에 한해 한 주간 선거보도를 양적 분석하여 정책보도 문제점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행합니다. 다음은 방송보도 1차 양적 분석 보고서로 2월3일(목)부터 2월9일(수)까지 지상파 3사(KBS·MBC·SBS)와 종합편성채널 4사(JTBC·TV조선·채널A·MBN) 저녁종합뉴스에서 나온 선거보도를 추렸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작성해 2월14일 발표했습니다.
지상파 선거보도 종편 반토막, ‘가족논란‧행보’ 보도 과반 넘어
선거를 30여 일 앞둔 2월 1주차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의 저녁종합뉴스 선거보도는 총 308건입니다(단신보도 0.5건 처리). 지상파 3사가 90건, 종합편성채널 4사가 218건으로 종합편성채널 선거보도량이 지상파보다 많았습니다. KBS 36.5건, MBC 27건, SBS 26.5건, JTBC 46건, TV조선 60건, 채널A 61건, MBN 51건으로 종합편성채널 선거보도량이 압도적입니다.

▲ 2월 1주차 방송사별 선거보도 건수(2월3~9일). 그래프&표=민주언론시민연합
선거보도 개별 주제도 분석했습니다. 정책에 초점을 맞춘 기사는 ‘정책’, 후보자 가족논란에 초점을 맞춘 기사는 ‘가족논란’, 대선 후보 토론회 관련 기사는 ‘토론회’, 여론조사 결과를 다룬 경우 ‘여론조사’, 선거 관련 인물 인터뷰 기사는 ‘인터뷰’, 후보자·정당 행보 및 이슈를 전한 기사는 ‘행보/이슈’, 단일화 관련 보도는 ‘단일화’, 대장동 관련 이슈는 ‘대장동’, 그 밖의 주제는 ‘기타’로 분류하고 하나의 기사에 여러 주제가 포함됐을 경우 중복 계산했습니다.

▲ 2월 1주차 선거보도 주제 분석(2월3~9일). 그래프&표=민주언론시민연합
분석 결과 총 326건의 다양한 주제가 기사에 등장했습니다. 그중 거대 양당 두 후보자의 가족논란 보도가 92건(28%)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후보자 행보와 이슈를 다룬 기사가 88건(27%)이고, 토론회 관련 보도도 36건(11%)에 달했습니다. 여론조사 27건(8%), 대장동 18건(6%), 단일화 16건(5%), 정책 9건(3%), 인터뷰 3건(1%) 순입니다. 인터뷰는 채널A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JTBC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진행해 총 3건입니다.
특히 가족논란 보도의 경우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의 보도량 차이가 두드러졌습니다. KBS 6건, MBC 3건, SBS 6건에 비해 JTBC 17건, TV조선 20건, 채널A 25건, MBN 16건으로 크게는 8배 이상 차이를 보였습니다. JTBC와 채널A는 후보자 가족논란 보도가 36%를 차지했습니다. 두 채널을 포함한 종합편성채널은 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 과잉의전·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1월 28일 SBS가 경기도 소속 공무원이 김혜경 씨 개인 의전을 담당했다며 경기도청 전직 비서 텔레그램 대화를 공개하며 불거진 의혹으로 같은 기간 MBC, SBS에서 가족논란 보도 역시 김혜경 씨 관련 내용입니다. 기타로는 코로나 확진자 투표권 행사 문제, 성남FC 의혹 검찰 보완 수사 결정, 이재명 후보 변호사비 대납의혹 제보자 ‘병사 결론’ 등이 있습니다.
정책 ‘언급’ 보도 22% 불과
분석 기간 정책이 언급된 보도를 살폈습니다. 후보자 행보나 대선후보 토론회 보도에서 정책이 언급된 경우도 포함했습니다. 전체 선거보도 308건 중 정책이 언급된 보도는 68.5건, 22.2%에 불과했습니다(단신보도 0.5건 처리). 선거보도 10건 중 2건만이 국민에게 후보자의 정책을 전한 것입니다.

▲ 2월 1주차 선거보도 중 정책 언급 보도 건수(2월3~9일). 그래프&표=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이 언급된 보도 대다수가 후보자 행보와 함께 보도되다 보니, 기사를 통해서는 해당 후보의 정책 방향성만 제시될 뿐 구체적인 내용은 알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후보자 정책을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정책 검증 보도가 필요한데요. 정책 언급 보도 68.5건 중 해당 정책을 ‘검증’한 보도는 8건에 그쳤습니다. 그중 KBS가 6건, SBS와 채널A가 각각 1건입니다. 후보자들의 정책·공약을 검증한 방송 뉴스는 KBS를 제외하면 거의 찾아보기 힘듭됩니다.
거대 양당 후보, 정책 소개도 많았다
정책 ‘언급’ 보도 68.5건에서 어떤 후보가 많이 언급됐는지도 살펴봤습니다. 한 기사에 여러 후보의 정책이 등장한 경우 중복 계산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자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자의 정책이 다른 두 후보자에 비해 2배 많이 보도됐습니다. 선거보도가 두 후보자 중심으로 되다 보니 정책 언급에도 여파를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 2월 1주차 선거보도 후보자별 정책 언급 보도 건수(2월3~9일). 그래프&표=민주언론시민연합
지역 선거유세 중 발표된 ‘지역맞춤’ 공약 많았다
정책 언급 보도 68.5건에서 어떤 정책이 가장 많이 보도됐는지도 살펴봤습니다. 한 기사에 여러 정책이 소개된 경우 중복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 총 97회, 다양한 정책이 언급됐습니다. 특히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지역에서 선거유세하며 발표하는 지역 맞춤형 공약이 많이 보도됐습니다. KBS <부울경 찾은 이재명… 윤석열, 제주 첫 방문>(2월5일 강나루·강병수 기자), 채널A <마크맨-이, 봉하 너럭바위 앞에서 ‘눈물’… 5‧18 다시 찾은 윤, 또 돌아선 참배>(2월6일 윤수민·김단비 기자) 등이 대표적입니다.

▲ 2월 1주차 정책보도에서 언급된 정책 분야 분석(2월3~9일). 그래프&표=민주언론시민연합
2월3일 1차 TV토론이 열리면서 화제가 된 정책을 비교한 보도도 나왔습니다. KBS <“한국형 미사일 체계” vs “사드 추가 배치”>(2월3일 조태흠 기자)는 사드 추가 배치 등을 둘러싼 네 후보의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안보 문제를, MBC <첫 4자 토론… “집값 안정” 한목소리 ‘대책’ 제각각>(2월3일 김정인 기자)는 1차 TV토론에서 나온 후보들의 부동산정책을 비교 보도했습니다.
그밖에 감염병·탄소중립 등 과학기술, 성별임금격차해소법과 같은 성평등, 기초연금을 인상하고 특수직역연금을 국민연금에 통합하자는 연금개혁 등 다양한 공약이 기사화됐습니다.
제대로 후보 정책 검증에 나선 KBS
정책 검증에 가장 적극적인 방송은 KBS입니다. KBS는 1월1일부터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란 이름으로 후보 공약을 연속 검증하고 있습니다. 후보들이 낸 공약을 그대로 받아서 보도하기보다 ‘유권자가 원하는 분야’를 후보들에게 묻겠다는 의지입니다. 여론조사를 통해 10가지 중요 의제를 선정하고, 의제별로 후보들에게 묻는 방식입니다. 1월24일부턴 대선 후보들의 주요 공약을 점검하는 ‘공약 돋보기’ 코너도 만들어 후보별로 내놓은 다양한 주제의 정책을 전문가 인터뷰와 함께 짚어보고 있습니다.
KBS는 2월8일,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 프로젝트 일환으로 기후위기 관련 후보 공약을 검증했습니다. <다가오는 기후위기… 대선후보별 공약은?>(2월8일 김덕훈·이호준 기자)에서 탄소 줄이기에 나선 전 지구적 움직임을 다룬 뒤 각 후보에게 2030년까지 전력생산 비중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물은 결과를 내놨습니다. 바로 이어진 <예고된 일자리 충격… 대책 물어보니>(2월8일 한승연 기자)에서는 “기후대응 과정에서 에너지 산업이 바뀌게 되면, 일자리의 지각변동 역시 피할 수 없”다며 후보별 “일자리 전환 대책”도 짚었습니다.
더불어 <공약 돋보기-“배달 앱 수수료가 15%”… 후보들 공약은?>(2월5일 정연우 기자)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크게 성장한 배달앱, 플랫폼 관련 정책을 살폈고, KBS <공약 돋보기-촉법소년 범죄 급증… 대선후보 입장은?>(2월7일 김유대 기자)에서는 증가하는 ‘촉법소년 범죄’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을 짚었습니다. 두 리포트 모두 정책 당사자나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정책이 나온 배경을 알리고 낯선 주제에 대한 유권자 판단을 도왔습니다.

▲ 후보별 정책 검증한 KBS(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2월5일, 2월7일, 2월9일 2건)
정책 검증 보도로 분류한 SBS <“고각발사”, “임대사업 못해” 따져보니>(2월4일 김기태 기자)는 2월3일 TV토론 발언을 검증했는데 안보정책에 대한 심층 분석은 없어 정책 검증 기사론 부족했습니다. 채널A <500만 골프 vs 900만 낚시 ‘레저 공약’은?>(2월3일 김단비 기자)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레저 관련 공약을 살펴봤는데요. 거대 양당 후보의 공약만 살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선거보도 28% 차지한 가족논란 보도, 내용은?
이재명 후보 배우자인 김혜경 씨 과잉의전·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선거보도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할 만큼 큰 이슈입니다. SBS <단독-“친인척 추석 선물에 지사 의전팀까지”>(2월4일 안희재 기자)는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친인척들에게 선물을 배달하고 또 성묘 차례상을 준비하는 데도 경기도 공무원들이 여럿 동원됐다”는 의혹을 전했는데요. 방송사들은 김혜경 씨가 개인적인 일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하거나 의약품 대리처방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이 없는지 적극 보도에 나섰습니다. 2월9일 김혜경 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하자 7개 방송사 모두 기사화했습니다. JTBC는 <이슈체크-김혜경 사과했지만 의혹 여전>(2월9일 이희정 기자)에서 김혜경 씨 기자회견에 제대로 된 ‘해명이 없었다’고 지적하며 제기된 의혹을 정리했습니다.

▲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를 단독 보도한 KBS(2월9일)
KBS는 윤석열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단독-‘5월 이후’ 주식거래 없다더니… 40여 건 확인>(2월9일 박진수 기자)은 2010년 5월 이후 주가조작 선수 이 모 씨와 관계를 끊었다는 윤석열 후보 측 주장과 달리 “주가 조작 범행 기간에 김 씨 계좌를 이용한 주식 거래가 다수 있었고, 검찰은 이걸 이 사건 피고인들의 범죄 근거로 판단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거래액 7.7% 김건희 계좌로… 검, 소환 조율>(2월9일 임종빈 기자)은 “검찰이 주가조작이라고 판단한 거래금액 전체의 8퍼센트 가까이 되는 액수가 김건희 씨 계좌에서 거래”됐으며 ‘2012년 11월’까지 이어진 거래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 10년”도 아직 지나지 않았다고 짚었습니다. 또한 지난달 검찰의 비공개 소환 통보에 김건희 씨는 응하지 않았으며, 검찰과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안철수 행보는 ‘단일화’가 대다수
두 후보와 달리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기사 대부분은 ‘단일화’ 관련 내용입니다. 거대 양당 행보의 행보와 정책은 보도되는 데 비해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 이슈로만 부각되며 사실상 정책이나 행보를 홍보할 기회가 사라지는 불리한 선거보도입니다.
채널A는 2월9일, 김혜경 씨 관련 의혹과 윤석열 후보의 ‘적폐청산’ 발언을 보도한 후 <단일화, 여야 줄다리기… 안, 주말 결단할 듯>(2월9일 안보겸 기자)를 통해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파트너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이어 <왜-박빙 승부… 단일화 ‘촉각’>(2월9일 노은지 정치부 차장)에서는 “야권 쪽에선 단일화하라는 압박도 거”세다면서 “단일화를 원하는 여론이 높아 무시하고 갈 수 없는 상황”으로 “단일화를 위한 각계 인사 모임도 결성됐”다며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 단일화 가정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TV조선 (2월9일)
TV조선 <안 지지층 분석해보니… 단일화 땐 ‘양갈래’>(2월9일 홍연주 기자)는 여론조사를 통해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단일화를 전망했습니다. TV조선은 윤석열‧안철수 후보 각각을 야권 단일후보로 가정한 3자 대결 결과를 보도하며 “‘지지 후보를 바꾸지 않겠다’는 응답자”가 윤석열 후보의 경우 77%지만, “안 후보 지지층은 55%로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안 후보가 완주하더라도 사표 방지 심리가 작용해 현재 지지율만큼 득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고 전했는데요. 지지층 변심도 높고, 사표 방지 심리도 덜 작용하는 윤석열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비춰졌습니다.
반중정서, 대선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인가

▲ 한국리서치 ‘주변국 호감도’ 여론조사를 인용해 반중정서를 보도한 JTBC (2월9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한복 논란과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에 주요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강하게 비판에 나서면서 ‘반중정서’를 부추기는 듯한 보도도 등장했습니다. JTBC <대선 돌발변수 ‘반중정서’… 20대 표심 영향은>(2월9일 안지현 기자)는 베이징 올림픽 편파판정 논란을 타고 “중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 이른바 ‘반중국’ 정서가 확산되고 있”으며 “2030 청년세대가 가장 민감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꼽히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반중정서 변수로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윤 후보 쪽으로 더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는데요. “이대남 표심을 노리고 반중정서에만 편승한다면, 오히려 중도층의 반감을 살 가능성”까지 주장했습니다.
채널A <“대국이 과연 이래야 되나… 용납 못 해”>(2월5일 이현수 기자)는 대선 후보 목소리를 전하며 “반중정서가 강한 2030세대를 고려”했다고 관측했고, TV조선 <따져보니-확산하는 반중정서, 이유는?>(2월9일 최원희 기자)도 “반중정서가 2030 표심을 잡는 데 중요 변수”라며 이를 선거전략으로 보는 해설을 내놨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2월3~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민주언론시민연합
진중권 저널리즘'의 막장
가문 대표해 사과합니다"라는 진중권은 누가 키웠나
진중권'은 우리 언론이 사랑하는 이름이다. 특히 보수언론은 진중권씨의 페이스북을 출입처로 삼았다. 매우 정파적인 그의 주장은 객관·중립적인 것으로 포장되어 힘을 얻었다. 과거 진보 진영의 '입'으로 활동한 사람이, '조국 사태' 이후 현 정권과 진보 진영 전반을 비난하고 있다는 서사 덕분이었다.

보수언론과 진씨는 일종의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 언론은 진씨의 페이스북 글을 이용해서 쉽게 기사를 쓰면서 조회수를 확보하고, 진씨는 주목을 받으며 '정치 평론가'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는 식이다. 그렇게 온라인 지면이 '진중권'이라는 이름으로 가득찬다.
당연히 이와 같은 보도행태에선 큰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진씨의 일방적 주장이 언론에 의해 여과없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해 11월 1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제20차위원회 조치내역에서 진중권씨의 SNS를 인용해 보도한 6건에 대해 주의 혹은 공정보도 협조요청을 줬다.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표현을 여과 없이 기사화는 것은 유권자를 오도하거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해당보도 6건은 모두 진중권씨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두고 "실성했나" 혹은 "대장동 몰랐으면 박근혜, 알았으면 이명박" 등 일방적 비난을 한 내용이었다.
공인이 아닌 평론가의 말이라도 기사화될 수는 있다. 온라인 상에서 크게 화제가 됐거나, 혹은 새로운 정보나 통찰있는 주장을 담고 있을 때다. 그러나 지적받은 보도들은 그저 진씨가 정치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는 걸 전하는 것 이상의 값어치가 없다. 하지만 언론은 이런 발언들을 주목한다. 자극적이고 이목을 끌기 때문이다. 당시 이재명 후보를 비판한 진씨의 페이스북 글(2021.10.16) 내용은 "이분이 실성을 하셨나. 그냥 나오는대로 질러대네요. 물귀신 작전도 개연성이 좀 있어야지. 원숭이 엉덩이에서 백두산으로 비약하네(...)" 등이다.
진씨는 언론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미디어문화 연구자인 김내훈씨가 출간한 책 <프로보커터>는 진씨와 언론의 공생을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
언론사 입장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는 그의 발언은 그 자체로 훌륭한 기삿감이다. 그의 도발과 주파수가 맞는 정파성을 가진 유력 매체라면 그를 더욱더 적극적으로 인용한다. 유명인의 수위 높은 발언이 타이틀로 붙여진 기사를 그냥 지나칠 사람은 드물고, 그런 발언을 줄기차게 노출함으로써 일정하게 여론을 비트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력 매체가 인준한 그의 스피커는 볼륨을 키운다. 미디어는 커진 볼륨에 다시금 권위를 부여하며 그를 1면에, 헤드라인에, 커버스토리에 띄운다. 상호 증폭의 공생관계가 만들어진다.
실제 기자협회보가 2019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빅데이터분석 업체 '스피치로그'에 의뢰해 2년 반 동안 10개 종합일간지와 9개 방송사의 기사를 수집·분석한 바에 따르면, 진씨는 '언론에 가장 많이 인용된 인물' 24위(3712건)였다. 1~23위는 모두 언론에 수시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국내·외 정치인이었다. 진씨의 언론 인용 빈도가 얼마나 잦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중앙일보(751건), 세계일보 (731건), 조선일보 (724건), 국민일보·서울신문(451건) 등 보수언론들이 진씨 발언을 많이 인용했다.
진중권 없는 진중권 저널리즘

▲ 진회숙 음악평론가의 글을 인용해서 보도한 언론들. 다수의 언론은 그를 "진중권 누나"로 소개했다.ⓒ 네이버뉴스 캡처
하루가 멀다하고 진씨의 발언이 여과 없이 보도되는 일이 반복된다. 오죽하면 이를 비판하는 '진중권 저널리즘'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정보값'도, 그렇다고 정치사안에 대한 특별한 전문성도 없는 그의 '거친 발언'이 보도되지 않기 위해선 진씨가 말과 글을 멈추거나, 언론이 보도를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진씨가 잦은 신고를 받아 페이스북 계정이 정지되면서 말을 멈췄음에도, 언론이 진씨에 대해 보도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진회숙 음악평론가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구둣발' 논란에 대해 평가한 글이 언론에 의해 보도된 것이다. 진 평론가는 진씨의 누나다.
<"헐!합성인줄"...진중권 누나 진회숙, 윤 쭉뻗 사진에 보인 반응>(조선일보), <'윤 구둣발' 사진 본 진중권 누나 "이게 제일 충격적. 정상적인 사고 가진 사람인가">(세계일보), <'윤 구둣발'에 놀란 진중권 누나 "헐, 합성 아니라고?">(국민일보), <진중권 누나 "합성이 아니라고? 윤석열 구둣발 사진 충격">(MBN) 등이다. '윤석열 구둣발'에 대한 진회숙 평론가의 페이스북 글이 언론에 의해 보도될 이유는 단 하나다. 그가 진씨의 누나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언론은 진 평론가의 글을 소개하면서 그의 이름 대신 '진중권 누나'로 제목을 잡았다. 진씨 누나의 발언이며, 그가 이번 대선에서 상대적으로 윤석열 후보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진씨와 다른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에 언론은 집중했다. 진중권 없는 '진중권 저널리즘'이었다.
언론이 깔아놓은 판에 진씨가 동참했다. 14일 강양구 TBS 기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진씨의 입장문을 대신 전달했다. 진씨는 진 평론가의 "선진국이면 이 사진 하나로 끝나는 거 아닌가?" 등의 발언을 비판하며 "음악평론가 진회숙씨는 선진국에 살아본 적이 없다. 독일에서는 장관이 법인카드로 머리를 했다가 잘린 일이 있고, 스웨덴의 총리 지명자는 법인카드로 초컬릿을 샀다고 잘린 일이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되레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언급한 것이다.
이어 "가벼운 실수를 가지고 의미를 한껏 부풀려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삼아 난리를 치는 것은 북한과 같은 후진국 사회에서 보는 현상"이라며 "한 번도 선진국에 살아본 경험이 없는 가족 일원의 몰상식한 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에 대해 진씨 가문을 대표해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윤 후보의 '구둣발'은 가벼운 실수로, 진 평론가의 발언은 '몰상식'이라고 지적한 셈이다.
진씨가 왜 이런 글을 썼는지는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언론이 진씨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호명하는 와중에, 또다시 진씨가 나섰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애꿎은 진 평론가만 구설에 올랐다.
진중권과 보수언론, 이제 공생 넘어 공멸 단계

▲ 진중권씨는 자신의 누나인 진회숙 음악평론가의 글에 대해 "대신 사과드린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양구 기자 페이스북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 소장은 "어떤 사안에 대해 SNS상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혔는데, 진중권 누나라는 이유로 그것이 기사화된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한 형태"라며 "어딘가에 글을 썼다는 이유로 좌표가 찍히고 나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개인에게는 '공포'에 가깝다"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언론이 진씨의 비아냥과 강한 어조의 말을 받아쓰는 분위기가 도를 넘고 있다"라며 "심지어 진중권 누나가 한 말조차 '따옴표' 쳐져서 보도되는 것은 따옴표 저널리즘의 최후가 아닐까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 "진씨가 언론의 주목을 이용하고 필요로 한다고 하더라도, 언론은 스스로 한 사람의 입에 좌우되는 기사를 지양해야 한다. 만약 진회숙 평론가의 말을 보도할 경우, 선진국에서는 실제 이런 사례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 취재를 해서 보도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이번 사건은 언론이 판을 깐 상황에서, 진 평론가만 큰 피해를 본 경우다"라고 밝혔다.
한편 진 평론가는 진씨의 입장 표명에 대해 14일 반박글을 올렸다. 이중에는 진씨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진씨의 누나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글을 퍼다나른 언론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그는 "취재는 안 하고 남의 페북글을 짜깁기해서 기사를 쓰는 기자들에게 화가 났지만 더 이상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일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참았다"라고 말했다. 진 평론가는 진씨가 비판해야 될 대상은 자신이 아니라 언론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그가 비판해야 할 대상은 내가 아니라 그것을 퍼나르며 자기 진영 유리한 대로 이용하는 사람들과 언론입니다. 저는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저는 자유로운 한 인간이고, 제 페북에 저의 생각을 쓸 자유가 있으니까요.
박정훈(twentyrock)
김건희-김장환 목사 만남 국민일보 단독 보도가 말하는 것
군부독재 권력 지근거리에 있던 김장환 목사
이명박 면회에 박근혜 청와대 찾아가기도
“무속·신천지 논란도 눈 감아주겠다는 메시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가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를 만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최근 무속·신천지 논란 등에 휩싸인 상황에서 보수 개신교계를 대표하는 김 목사를 만난 것이다.
심지어 관련 최초 보도를 한 곳은 국민일보다. 국민일보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중심으로 한 보수 개신교계가 출자해 만든 회사다. 고(故)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아들들이 국민일보를 이끌어오고 있다.
평소라면 보수 개신교계는 김씨의 무속·신천지 논란 등에 비판적 입장을 내비쳤을 것이다. 이단 문제 등은 보수 개신교계에서도 가장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만남과 만남이 공개되는 과정을 놓고 봤을 때 보수 개신교계는 한마음이 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와 김씨에게 마음이 기운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일보는 “김씨는 이날 극동방송국에서 김 목사를 비공개로 만났다. 김씨는 수행비서 1명만 데리고 직접 운전해 오전 7시 극동방송국에 도착했다. 이후 김 목사와 3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며 “김씨와 김 목사의 만남은 이번이 네 번째인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의 만남은 윤 후보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윤 후보는 지난해 9월 고(故)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 목사의 장례식장에서 김 목사와 만난 이후 몇 차례 더 만남을 가진 뒤 김씨에게도 이를 제안했다고 한다”며 “김씨는 지난해 12월 김 목사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정기적으로 기도회를 갖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시는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이 불거진 때였다. 김씨는 김 목사의 기도와 조언으로 큰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며 “김씨는 지난달 11일엔 김 목사와 성경 공부를 했고, 지난 2일엔 김 목사를 포함해 기독교계 저명 인사들과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개신교계에서도 보수 교단을 대표하는 인사로 꼽힌다. 그가 극동방송을 만들고 운영해오는 과정에서 군부독재 정권, 보수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신학을 전공한 김 목사는 미국 정계와도 밀접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정치권과도 지속적으로 연결돼 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9년 김 목사는 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씨가 12·12 군사쿠데타 40년을 기념하며 만든 식사 자리에도 함께했다. 이에 앞서 2006년에는 극동방송 창립 50주년 행사에 전씨를 공식 초청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목사는 전직 대통령 이명박·박근혜씨와도 인연이 있다. 2016년 11월 김 목사는 박씨가 국정농단 사태로 궁지에 몰려 있을 때 김삼환 명성교회 목사와 함께 청와대를 찾았다. 2018년에는 이씨가 있는 서울 동부구치소로 면회를 가기도 했다.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 사진=김 목사 홈페이지 갈무리
개신교계에서는 김 목사와 김씨 간 회동을 두고 보수 정당과 보수 개신교계의 결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김씨가 무속·신천지 논란에 휩싸인 상황 속에서도 보수 개신교계가 이를 눈 감으며 보수정당에 힘을 싣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당 보도를 한 매체, 국민일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디모데 평화나무 공명선거감시단장은 “누가 봐도 무속·신천지 논란이 생기니 보수 개신교계 원로 목사를 의도적으로 만났고 그것을 국민일보라는 특정 언론, 보수 개신교계 언론에 노출시킨 상황”이라며 “한국 보수 개신교계에선 무속과 신천지를 타도해 왔다. 그러나 이번 만남을 놓고 보면 자신들이 지향하고 추구하는 정치인이나 권력자의 각종 의혹은 눈감아 주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극동방송 측은 김 목사와 김씨 간의 회동, 또 김 목사를 향한 비판 목소리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극동방송 관계자는 “(김건희씨와의 만남은) 김 목사 개인 스케쥴이기 때문에 세세하게 알지 못한다”고 했다. 김 목사가 보수 정당과 지속적으로 연을 이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코멘트 드릴 부분이 없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조준혁 기자
"20대 개신교인은 보수화…전체 개신교인 보수 줄고 중도 늘어"
'2021 개신교인 인식조사'…"소득 적당히 높으면 오히려 진보적"
개신교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구소득 700만 원 이상 그룹의 진보 성향 비율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그룹에 비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소득이 높을수록 보수적일 것이라는 통념에 반하는 결과다.
한국기독사회문제연구소(이하 기사연)는 15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2021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 연구(이하 개신교인 인식조사)'를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이 기사연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19일부터 같은 달 24일까지 전국 성인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수행했다. 패널 활용 온라인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다.
기사연은 2018년 이후 매해 비슷한 설문조사를 해왔다. 기사연은 "2021년 조사는 개신교인을 대상으로 했지만, 2019년 조사에서 개신교인은 배타성, 혐오 관련 문항에서만 비개신교인과 차이를 보였고 그 외 사회인식에서는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간 차이가 거의 없었다"며 "본 설문은 (개신교인을 넘어) 한국인 전반의 사회 인식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고 추론했다. 2019년에는 개인교인과 비개신교인 모두를 상대로 조사를 수행했다.
개신교인 인식조사를 보면, 자신의 정치 성향이 '매우 진보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가구소득 700만 원 이상 그룹에서 4.8%로 가장 높았다. 이 그룹의 '진보적' 성향 비율도 전체 소득 그룹 중 가장 높은 32.8%였다. 이 조사의 가구소득 구분은 300만 원 미만(26.4%), 300만 원 이상 500만 원 미만(31.4%), 500만 원 이상 700만 원 미만(23.3%), 700만 원 이상(18.9%)이었다.
자산 규모로 보면, 진보 성향 비율은 가구 자산 1억 원 미만 그룹에서 27.3%로 가장 낮았고, 가구 자산 3억 원 이상 6억 원 미만 그룹에서 38.4%로 가장 높았다. 이 조사의 가구자산 구분은 1억 원 미만(28.2%), 1억 원 이상 3억원 미만(26.1%), 3억 원 이상 6억 원 미만(18.5%), 6억 원 이상(26.6%)이었다.
소득, 자산과 정치 성향 사이에 '소득과 자산이 높으면 보수적, 낮으면 진보적'이라는 식의 선형적이고 통념적인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인 셈이다.
"20대 개신교인 보수화됐지만, 전체 개신교인에서는 보수 줄고 중도 늘어"
20대 개신교인의 보수화 경향이 뚜렷이 확인됐다. 20대 보수 성향 비율은 2019년 12.7%에서 2020년 22.3%로 증가했고, 2021년 조사에서는 24.3%로 나타났다. 이는 60대 34.9%에 이어 전체 연령대 중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반면 20대 진보 성향 비율은 60대(22.8%)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28.3%였다. 통상 젊은층일수록 진보적이던 과거와 뚜렷이 대비되는 조사 결과다.
개신교인 전체로 보면 '중도' 성향 신자가 늘어났다. 정치 성향 질문에 대한 답변 비율은 중도 47.3%, 진보 30.4%, 보수 22.3%였다. 2020년 이 비율은 중도 39.8%, 진보 31.4%, 보수 28.8%였다. 1년 전에 비해 보수가 상대적으로 크게 줄고(6.5%p), 중도가 늘어난(7.5%p) 셈이다.
이날 정치 분야 발표를 맡은 정경일 성공회대 박사는 이에 대해 "'진보'로 인식되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반감이 거센 최근 흐름을 감안할 때, 보수 감소를 초래할 결정적 변화 요인을 찾을 수 없다"며 "보수 집단의 근본적 정치 성향 변화에 따른 중도로의 이동이라기보다는 대선 정국에서 나타난 보수 내부의 복잡한 균열, 코로나19 시기 보수의 대표를 자처한 '전광훈 집단'에 대한 반감 등의 영향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만을 바탕으로 개신교인이 과거보다 조금 더 진보적으로 변했다고 단정할 근거를 찾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 '2021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 연구' 중 연령대별 주관적 정치 성향. ⓒ기사연
"차별금지법 찬성 42.4%…대선 이후 우선 해결 과제는 부동산 안정"
의제별 인식을 보면, 개신교인의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의견은 찬성 42.4%, 반대 31.5%로 나타났다. 2020년 이 비율은 찬성 42.1%, 반대 38.2%였다. 정 박사는 "(차별금지법) 반대 감소가 찬성 증가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지만, 차별금지법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에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응답 개신교인 70.5%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반대하고 10.7%만 찬성했다. 정 박사는 "개신교는 사랑과 평화, 비폭력을 지향하는 종교 전통을 갖고 있지만, 한국사회 병역과 군사적 사안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서는 개신교 신자와 일반 시민의 차이가 근본적으로 없거나 작다"고 평했다.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찬성 34.7%, 반대 43.3%로 반대가 많았다. 주4일 근무제에 대해서는 찬성 46.6%, 반대 35.3%로 찬성이 많았다. 부동산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에 대해서는 찬성 38.9%, 반대 35.6%로 찬성 비율이 다소 높았다.
한편, 개신교인들은 대선 이후 정부가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부동산 안정(22.6%), 경제성장(16.7%), 일자리 창출 (11.4%%) 등을 꼽았다.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 부동산 안정 대책에 관해서는 장기 임대 공공주택 확대(43.6%), 공공 주도 주택 공급 확대(22.4%) 등 공공의 역할을 바라는 이들이 민간 주도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21.3%)를 바라는 이들보다 많았다.
정 박사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 여론 조사에서 경제성장이 국민통합, 공정사회, 경제 양극화 새건, 부정부패 청산 등 과제를 압도하는 것처럼 개신교인 인식조사에서도 경제가 중심적, 지배적 위치를 차지한다"며 "개신교인도 세대, 신앙 등의 차이와 상관 없이 경제에 가장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레시안 최용락 기자
2020년 ‘마스크 대란’ 때 사재기 혐의받던 판매자…무죄 확정 이유는?

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마스크를 사재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온라인 판매자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그가 폭리를 취하려고 마스크를 사재기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ㄱ씨는 2019년 3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충남 천안시에서 전자상거래 방식으로 월평균 8천여개의 케이에프(KF)80 등 보건용 마스크를 팔았다. 검찰은 그가 폭리를 취하려고 2020년 1~3월 월평균 판매량 8천개의 150%를 초과해 286.44%에 달하는 마스크 2만1천여개를 5일 이상 보관해 매점매석 행위를 했다고 의심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해 2월 ‘보건용 마스크 및 손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통해 2019년 월평균 마스크 판매량에 견줘 150%가 넘는 물량을 5일 이상 안 팔고 보관하는 것을 금지했는데, 검찰은 ㄱ씨가 이를 어겼다고 본 것이다.
ㄱ씨는 그해 2~3월 마스크 재고수량이 확보돼 있는데도 고객들 문의에 수량이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발생 전 개당 609~779원이던 마스크를 코로나19 발생 뒤 개당 3100~4300원에 팔기도 했다. 이에 ㄱ씨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보관하던 마스크는 2019년 2~4월 사이 매입했고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월 말 뒤 마스크를 매입하지 않은 점’, ‘마스크를 매입할 당시 코로나19 발생을 예상 못 한 점’ 등을 무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또한 ㄱ씨가 코로나19 발생 전에 견줘 마스크를 비싸게 판 것에 관해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발생한 결과로 보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재고수량이 있지만 고객 문의에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을 놓고서는 “직원 1명과 쇼핑몰을 운영하는 ㄱ씨가 쇼핑몰 규모가 작다는 것을 알리지 않기 위해 재고가 없다는 취지로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일 뿐이다. 폭리를 취하려고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고 보관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지방 살린다는 말 전에 박정희 잔재부터 없애라
5.16 이후 빼앗긴 농촌의 자치,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 사진은 2021년 9월 30일 전남 보성군 득량만 간척지의 논이 수확 철이 다가오면서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말로만 농촌을 살리겠다고 얘기한다 해서 농촌에 도움되는 것이 아니다. 농촌이 스스로 자기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다른 한편으로 5.16 쿠데타 직후 저질러진 반(反)민주적인 조치에서 벗어나 지금이라도 풀뿌리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기도 하다.
본래 지방자치단체였던 읍·면
시계를 1960년으로 돌려보자. 1960년 4.19 혁명 이후에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1950년대부터 이어져 오던 지방선거였다. 일주일 간격으로 광역지방의원, 기초지방의원,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을 뽑는 방식이었다. 지금처럼 하루에 몰아서 선출하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이때 뽑았던 기초지방의원은 현재와 다르다. 지금은 농촌지역에서 군의원을 뽑지만, 1960년 선거까지는 군의원을 뽑지 않았다. 대신에 읍의원, 면의원을 뽑았다. 군(郡)이 아니라 읍(邑), 면(面)이 기초지방자치단체였기 때문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장도 군수를 뽑는 게 아니라 읍장과 면장을 뽑았다.
이렇게 기초지방자치를 한 이유가 있다. 농촌의 경우 읍·면 정도가 지방자치를 하기에 적합단위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면적을 보더라도 웬만한 읍·면의 면적이 서울의 자치구보다 넓다.
다른 나라도 농촌지역에서는 우리의 읍·면 정도를 지방자치의 단위로 하고 있다. 독일의 게마인데(Gemeinde), 스위스의 코뮌은 농촌지역에선 우리의 읍·면 정도다. 인구가 1천 명이 안 되는 기초지방자치단체도 많다. 일본의 경우에도 비록 통합을 해 숫자가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농촌지역 기초지방자치는 우리의 면·읍 정도인 정(町)·촌(村) 단위에서 하고 있다.
이처럼 5.16 이전에 하던 게 제대로 된 지방자치의 형태였다. 비록 초기여서 문제점도 많았다고 하지만, 민주주의란 본래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정착되기 마련이다.
국가재건최고회의가 빼앗은 읍·면 자치권
그런데 1961년 5.16 쿠데타가 일어난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을 통과시켰다.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쿠데타 세력이 국회를 무력화시키고 만든 기구였다.
1961년 10월 1일 시행된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에서 읍·면을 없애고 군(郡)을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로 규정했다. 즉 읍·면의 자치권을 없애고, 기존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니었던 군을 지방자치단체로 만든 것이다.
직선으로 뽑던 읍장, 면장을 군수가 임명하는 임명직으로 바꾸었다. 읍·면이 갖고 있던 재산도 군으로 귀속시켰다. 그렇게 한국 지방자치의 역사에서 기초지방자치단체로서의 면·읍이 사라졌다. 이것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심각하게 잘못된 결정이었다. 국가재건최고회의라는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된 기구가 이전에 국회에서 만든 지방자치법을 완전히 뒤바꿔버린 것이다. 농촌지역의 기초지방자치 모델에서 완전히 벗어난 '군 단위 지방자치'를 탄생시킨 점도 문제였다.
민주화 이후에도 지방자치를 부활시키면서 읍·면 자치를 복원하지 않고 군 단위 자치를 유지했다. 그래서 지금도 읍·면은 군의 하부행정조직으로 되어 있다. 읍장과 면장은 군수가 임명하는 공무원들이 돌아가며 맡고 있다. 읍·면에 주민자치회나 주민자치위원회가 있지만 실제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별로 없다. 농촌지역에서도 군청에 모든 권한과 예산이 몰려 있다. 지역 내에서의 중앙집권체제다.
한편 1961년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은 선출직이던 마을 이장도 읍장·면장 임명직으로 바꿨다. 그야말로 풀뿌리까지도 관이 지배하는 체제로 바꾼 것이다. 이것 역시 민주화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그렇기에 마을총회에서 이장을 뽑더라도 임명장은 읍장, 면장에게 받는다. 평소에는 마을총회에서 선출한 이장을 관례적으로 임명하지만, 마을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간에 갈등이 생기면 이장 임명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는 사례들도 발생한다.

▲ 사진은 1991년 3월 15일 경기도 하남시 신장국교에서 열린 기초의회 의원선거 유세장에 2명의 후보가 다정하게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5.16 이전의 마을민주주의 회복해야
이런 구조가 농촌지역의 어려움을 심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농촌지역에서 생활과 생산이 이뤄지는 기본단위라고 할 수 있는 읍·면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데, 어떻게 농촌지역이 활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예를 들어 면에 있는 학교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을 때, 면이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학교는 교육청 소관이고, 학교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사업예산도 군청에 가서 따와야 한다.
또 면에 주민들이 반대하는 시설이 들어와도 면장은 아무 권한이 없다. 인·허가를 군청에서 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세우는 발전계획 역시 군청에서 세우다보니, 면은 '대상화'가 된다. 면에 사는 주민들도 모르는 서류상의 계획이 나오기 쉽다.
지금 군(郡)에서 결정되는 하향식의 사업들은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개발사업, 선심성 사업, 일회성 사업들이 많으며, 지역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농촌지역, 특히 면지역의 인구감소와 고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려면 읍·면의 자치권 회복이 필수이다. 읍·면의 상황에 맞게 인구대책도 세우고, 교육·주택·의료·복지·문화·환경 대책들을 수립해 '삶의 질'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읍·면의 자치권 회복은 단지 면장, 읍장을 선거로 뽑는다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권한이 보장돼야 한다. 즉 자치입법권·자주조직권·예산편성권·도시계획권이 보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읍·면은 그런 권한이 없고, 그야말로 하부행정조직에 불과한 실정이다. 임명직인 읍장, 면장은 장기적인 비전을 갖기 어렵고, 읍·면사무소에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순환보직이다. 그러니 읍·면의 특성을 살린 지역비전을 수립하고 주체적인 계획을 수립·추진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읍·면의 자치권부터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60년 이상 유지돼 온 5.16의 잔재를 청산하는 일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는 읍·면을 기초지방자치단체로 전환하되, 읍장·면장이나 읍·면 의회의 구성방식은 각 읍·면이 기본조례로 정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구가 적은 읍·면의 경우에는 주민총회가 많은 것을 결정하게 할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몇가지 권력구조 유형을 제시해서 각 읍·면이 선택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국의 모든 읍·면을 동시에 기초지방자치단체로 전환하는 것이 어렵다면, 주민투표를 통해 찬성하는 곳부터 먼저 전환하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얘기가 무척 낯설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일부 군인들의 쿠데타로 인해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잃어버린 지 61년이나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쿠데타의 잔재 아래에서 살 것인가? 대선에 나온 후보들도 말로만 '농촌을 살리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5.16 쿠데타로 빼앗긴 농촌지역의 풀뿌리민주주의부터 회복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오마이뉴스 하승수(haha9601)


윤석열이 계속 묻나봐, 음성파일" 검언유착 보도 직후 채널A 카톡
이동재 전 기자 재판 자료 중 법조팀장 메시지 입수... 검찰총장이었던 윤은 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검찰총장이던 2020년 3~4월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 직후 채널A 기자에게 전화해 논란의 핵심이던 '한동훈-이동재 녹음파일'에 대해 물은 정황이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재판 자료에 따르면, 당시 채널A 법조팀장이었던 A 기자는 MBC 보도 사흘 후인 4월 2일 아래와 같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사내 누군가에게 보냈다.
"윤석열 총장이 B 기자 통해서 계속 물어오고 있나 봐요. (한동훈-이동재) 음성파일요."

B 기자는 당시 채널A 법조팀 소속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이 사안과도 특별한 연관이 없는 인물이다.A 기자의 메시지 내용이 사실이라면, 검찰의 수장인 윤 후보가 사적으로 B 기자와 접촉해 자신의 최측근(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사건을 직접 알아본 것이다. 특히 윤 후보가 문제의 핵심이었던 녹음파일에 대해 물었다면, 이는 "녹취록과 같은 대화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힌 한 검사장의 입장과는 다소 배치된 행위여서 여러 의문점을 낳는다.
공식적으론 "대화 사실 전혀 없다"더니... 왜 총장이 직접 전화했을까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채널A 기자에게 확인하려 했다는 녹음파일의 존재 여부는 이 사건의 핵심 사안이다.

앞서 3월 31일 MBC는 <"◯◯◯ 검사장과 수시로 통화"... 녹취 들려주며 압박">이란 제목의 보도를 통해, '이동재 전 기자가 수감 중인 이철 전 VIK 대표(신라젠 대주주)의 측근(제보자X, 지아무개씨)을 만나는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과 대화한 녹음파일을 들려주고 녹취록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즉 이 전 기자가 여권 인사들의 비리를 취재한다는 명목으로 검찰 고위 관계자(한 검사장)를 언급하며 이 전 대표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은 MBC에 "신라젠 사건 수사를 담당하지 않고 있고 사건과 관련해 언론에 수사상황을 전달하거나 녹취록과 같은 대화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보도 다음날인 4월 1일에도 한 검사장은 이 같은 입장과 함께 "MBC에도 '녹취록이 존재할 수 없으니 보도 전에 내 음성이 맞는지 반드시 확인해주기 바란다'는 입장을 사전에 전했다"라고 언론에 밝혔다. 같은 날 대검찰청 관계자도 "채널A로부터 '메모(녹취록)에 등장하는 인물이 현재 거론되는 검사장(한 검사장)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들었다"라고 언론에 알렸다.
이런 입장이 나온 상황임에도 윤 후보가 B 기자에게 전화해 녹음파일에 대해 물어봤다면, 이 행위는 이례적인 일로 볼 수 있다. 한 검사장과 대검찰청이 '녹취록이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는데도 검찰총장이 나서 사적으로 기자와 접촉해 음성파일을 문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찾았다는 음성파일은 무엇?... "기기 초기화로 확보 못해"
이후 채널A 자체 진상조사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총 세 차례 제보자X를 만났고 그 중 두 번째(3월 13일 카페), 세 번째(3월 22일 채널A 본사) 만남 때 노트북 화면으로 녹취록을 보여주거나 이어폰을 이용해(녹음 방지 목적) 녹음파일을 들려줬다(5월 21일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 <신라젠 사건 정관계 로비 의혹 취재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 보고서> 내용).
이 기자는 "한 뭐시기라고 있다. 윤석열 한 칸 띄고 최측근 이렇게 치면 딱 나오는 사람", "높은 검사장" 등을 언급하며 해당 녹취록·녹음파일에 한 검사장과의 대화 내용이 담겨 있음을 암시했다. 아래는 제보자X와 만난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이 한 말임을 암시하며 대독한 것으로 보이는 녹취록 중 일부 내용이다.
"언론에서 때려봐 당연히 반응이 오고 수사에 도움이 되고, (중략) (이철) 와이프 처벌하는 부분 정도는 긍정적으로 될 수 있고, (중략) (이철 측) 얘기 들어봐. 그리고 다시 나한테 알려줘. 수사팀에 그런 입장을 전달해줄 수는 있어." - 3월 13일 두 번째 만남
"(이철 측에게 들은) 그 내용을 가지고 제보해. (대검) 범정(범죄정보기획관실, 현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접촉해. 필요하면 내가 범정을 연결해 줄 수도 있어." - 3월 22일 세 번째 만남
3월 13일 녹취록은 이 전 기자가 채널A 자체 진상조사에서 "그냥 창작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이고, 3월 22일 녹취록은 이 전 기자가 3월 23일 A 기자에게 카카오톡으로 보고한 것이다. 더해 이 전 기자는 3월 22일 들려줬다는 녹음파일에 대해선 '3월 20일 한 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일부 녹음했다'고 진상조사 과정에서 진술했다가 나중에 '제3자의 목소리를 들려줬다'고 번복했다.
이후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는 ▲ 이 기자 말대로 3월 13일 녹취록은 스스로 조작한 것인지 ▲ 3월 13일, 3월 22일 녹취록의 당사자가 한 검사장인지 여부를 "검증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면서 "이 기자가 자신의 노트북 및 휴대전화 2대를 초기화하면서 녹음파일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채널A는 자체 진상조사 후 6월 25일 인사위원회를 통해 이 전 기자를 해고했고, 이 전 기자는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 전 기자의 강요미수 등 혐의와 관련해선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고, 2심이 진행 중이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이 전 기자의 행위가 형사처벌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명백히 취재윤리를 위반한 것으로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녹취록 논란에 대해 한 검사장은 지난달 27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MBC 보도 전에) 자기들(채널A)이 (먼저 연락이 와) 미안하다면서 MBC에서 무리하게 취재하고 있고 갑자기 (내게) 취재가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라며 "이 전 기자와 (후배인) ○○○ 기자가 절 그쪽(제보자X)에 (녹취록이 있다고) 판 것이다. 그 둘은 내게 진심으로 사과했다"라고 말했다. 또 "지○○(제보자X)나 MBC 쪽에서 (검언유착 의혹을 이끌어내기 위해 채널A를) 꼬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그렇게 알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 묵묵부답, 채널A 답변 거부
<오마이뉴스>는 14일 오후부터 윤 후보 측에 B 기자와 연락한 이유 등을 물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는 "공보라인에 문의했다"고만 답했다.
B 기자는 14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난 잘 모른다. (방송) 녹화 중이다. 죄송하다"며 전화를 끊었고 이후 문자메시지를 통한 질의에도 답하지 않았다.
서면질의를 받은 채널A는 15일 회신을 통해 "질의하신 내용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이에 대해 당사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며 "질의 사안 역시 근거를 확인할 수 없는 추측성 내용으로 귀하가 사실에 어긋나는 보도를 할 경우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라고 밝혔다.
박현광(parkhyungwang)/ 오마이뉴스

윤석열, 음성 파일 물어와"...채널A 카카오톡 입수 / YTN
[앵커]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채널A 기자에게 연락해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기자와의 통화 녹음에 대해 물은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서은수 피디가 보도합니다.
[PD]지난 2020년 4월, MBC의 이른바 '검언유착' 보도 사흘 뒤, 채널A의 A 기자는 회사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음성 파일에 대해 B 기자를 통해 물어온다는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당시 논란의 핵심은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된 대화를 실제 주고 받았는지 여부였습니다.
MBC는 채널A 이동재 전 기자가 이철 신라젠 대주주 측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최측근 검사장과 대화를 나눈 대화 음성 파일을 들려주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압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신라젠 사건과 관련해 종편 기자를 접촉하거나 수사 내용을 언론에 유출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고, 당사자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도, 자신은 보도 내용의 대화를 나눈 적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제작진이 입수한 A 기자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사실이라면 검찰 수장이던 윤 후보가 직접 기자에게 접촉해, 자신의 최측근이던 한 검사장 관련 음성 파일 여부에 대해 물어본 것으로, 한 검사장의 기존 해명과는 맞지 않습니다.


특히 B 기자는 당시 채널A 법조팀 소속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의혹과도 연관이 없는 인물입니다.
[최강욱 /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종배의 시선집중) : 검찰총장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렇게 기자한테 사정해서 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고, 공식적인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어떤 검사가 일탈했다면 당연히 감찰조사로 규명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걸 (검찰)총장이 일일이 전화를 돌려서 알아본다는 건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거죠.]
채널A 기자들의 SNS 단체대화방에는 최근 다시 논란이 된 신천지 압수수색 관련 내용도 있습니다.
신천지 압수수색 안 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한동훈 검사장이 압수수색에 나서면 30만 (신천지) 신도가 가만히 있겠느냐며 윤 총장이 압수수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가 신천지 압수수색을 거부한 이유를 밝히라며 윤 후보와 신천지의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추미애 / 전 법무부 장관 (CBS 라디오) : 직전 날에는 구속수사까지 지시한 본인이 갑자기 장관 지시가 내려가니까 압수수색 같은 '강제 수사를 하려면 대검의, 자신의 승인을 받아라, 이렇게 장관 지시에 역지시하는 그런 지시를 내리는 거죠. 실제 그 다음 날과 3월 4일 두 차례에 걸쳐서 대구지검에서 경찰이 영장 신청한 것을 검찰이 반려해버리는 거죠.]
반면 윤 후보 캠프는 검찰 관계자는 누구라도 현안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기자와 통화할 수 있고, 문제 될 내용이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YTN 서은수입니다.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 방송 전 채널A에 통째로 유출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 수사기록 입수…"한동훈한테 카톡으로 걍 보내드리세요"
MBC '검언유착' 의혹 단독 기사가 보도 4시간 전 통째로 채널A에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MBC는 지난 2020년 3월 31일 이동재 전 기자가 한동훈 검사와 공모해 수감 중인 전직 벨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이철 씨로부터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혐의를 캐내려 했다고 보도했다. MBC는 이 과정에서 이동재 전 기자가 '제보자X'에게 한동훈 검사와 나눈 통화 녹취록을 보여주고, 음성파일 일부를 들려주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스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 1심 재판 수사기록을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2020년 3월 31일 오후 4시 30분경 배혜림 채널A 법조팀장은 강경석 채널A 기자(현 동아일보 기자,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 작성자)로부터 카카오톡을 통해 기사로 완성된 형태의 MBC '검언유착' 의혹 리포트를 보고 받았다. 해당 리포트는 MBC 신수아 기자, 장인수 기자가 각각 작성했으며 MBC는 이날 밤 8시경 저녁종합뉴스 '뉴스데스크'를 통해 방송했다.

MBC '뉴스데스크' 2020년 3월 31일 <"가족 지키려면 유시민 비위 내놔라"…공포의 취재> 보도화면 갈무리
'1번 기사내용'(신수아 기자 작성) '2번 기사내용'(장인수 기자 작성)이라는 문구와 함께 배혜림 팀장이 보고받은 글 앞머리에 "절대 외부 유출 금지. 데스킹 전 버전이라. 해당 내용으로 작성된 시점의 열람자가 특정될 수 있다고 함"이라는 주의 문구가 적혀있다. 일부 문구 등을 제외하면 채널A에 공유된 기사는 MBC가 보도한 기사의 내용과 같다.
강경석 기자는 배혜림 팀장에게 자신이 보낸 MBC 기사를 한동훈 검사에게 전송해주라고 말했다. 배혜림 팀장은 "난 한동훈의 늪에 빠져있어. (보도)본부장 뵙고 왔는데, 한동훈한테 잘 얘기하라고 ㅠㅠ"라며 "한동훈에게 달달 볶이는 것은 내가 죗값을 치르는 거"라고 말했다. 이에 강경석 기자는 "한동훈한테 제가 보내드린거 카톡으로 걍(그냥) 보내드리세요"라며 "기사 보면 좀 덜 난리치겠죠"라고 말했다.
배혜림 팀장과 강경석 기자는 이날 2020년 3월 23일 이동재 전 기자가 '제보자X' 지모 씨를 만나 들려줬다는 녹음파일의 내용과 MBC 보도예정 기사를 두고 녹음파일 목소리를 한동훈 검사라고 특정했다. 배혜림 팀장이 강경석 기자에게 "이게 보여줬다는 녹취록"이라며 문제의 '녹취록' 내용을 공유하고 난 뒤 "누가봐도 한동훈 음성지원"이라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는 "한동훈이 취약한 워딩도 있긴 하다"며 "'검찰과 한 배를 타는건데' 이런 워딩"이라고 했다. 이후 밤 7시 30분경, 배혜림 팀장은 강경석 기자로부터 '데스킹 완료 버전'이라는 앞머리가 달린 MBC 단독 기사를 한 차례 더 보고받았다.
앞서 미디어스는 채널A 이동재 전 기자·백승우 기자 강요미수 사건 1심 재판 증거목록을 입수해 법원에서 채택된 증거들을 보도했다. 법원이 채택한 증거 중에 '검언유착' 의혹 당시 채널A 관계자들이 이동재 전 기자가 '제보자X'에게 들려줬다는 '녹음파일'을 확인했으며 녹음파일 대화 상대방을 한동훈 검사라고 특정했다는 내용이다. (관련기사▶채널A '검언유착' 의혹, 법원 증거 채택에서 '그 목소리'는)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