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1.11.29~12.4 고밀도 고층 개발은 기후위기 시대에도 유효할까

이성근 2021. 12. 3. 01:12

부유한 계층에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요구해야 한다

탄소중립, 노동계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나

기후위기가 인권 침해청소년 59%그렇다고 답했다

재생에너지부터 늘려라풍력의 나라스코틀랜드의 자신감

강릉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하라

2050 탄소중립 역행하는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 당장 철회하라!

고밀도 고층 개발은 기후위기 시대에도 유효할까

초공해 화력발전 조기 폐쇄하면 1200만명 살린다

식량 사정 ‘3중고에도 음식 쓰레기는 쌓여만 간다

자갈밭 위에 심어진 가로수물 잘 빠지는 만큼 말라죽어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새 위협해안 생물 '뗏목' 역할

영국 BBC, ‘탄소중립 2030’ 계획 발표

대저대교-철새 이동 방해 않도록 높이 25m 평면교로 교량 형식 변경

 

 

부유한 계층에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요구해야 한다

불평등 해결이 기후정책이다

정부의 기후정책 문서를 제법 오랫동안 읽고 분석해왔다. 특히 한국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고자 했다. 정책 문서에 담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국가별 배출 순위, 부문별 혹은 지역별 배출량, 국내총생산(GDP)당 혹은 일인당 배출량 등의 추세와 전망을 추적해왔고, 필요할 경우에는 원 데이터가 어떻게 구축되는지를 따라가면서 분석을 시도해보기도 했다.

 

그러다 최근에 깨달은 것이 있다. 정부 정책문서는 누가 얼마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사회계층적 불평등과 책임이 어떠한지에 대한 분석을 한 번도 제시하지 않았다. 결국 누가 먼저 그리고 얼마나 감축해야 하는지도 다루지 않는다. 분석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알 수 없으면 고칠 수 없다.

 

많은 기후운동 활동가와 언론들은 이미 공개된 기업별 온실가스 배출량 현황을 분석하여, 20대 기업이 우리나라 배출량의 57.4%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보여주었다. 그러나 정부 문서에 이런 분석은 결코 실리지 않는다. 대신 정부 문서는 '전환(발전)''산업' 부문로 뭉뚱그려 각각 37%35.8%의 배출량 비중을 가진다고만 밝히고 있다. 그 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대부분은 소수의 기업들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숨긴다. 그 덕분에 한국 사회에서 가장 부유한 그 기업들에 온실가스를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 줄이라고 규제하지 않아도 된다.

 

그 기업 이름들을 강조한다: 철강(포스코 1, 현대제철 7), 발전(남동발전 2, 동서발전 3, 중부발전 4, 서부발전 5, 남부발전 6, GS동해전력 15, 포스코에너지 18), 전자(삼성전자 8), 시멘트(쌍용양회 9, 삼표시멘트 16), 석유화학(S-Oil 10, 엘지화학 11, 지에스칼텍스 12, 현대오일뱅크 13, SK에너지 14, 롯데케미칼 17, 한화토탈, 20), 지역난방(한국지역난방공사 19).

 

정부 문서에 실리지 않는 것이 기업의 책임에 대한 분석만은 아니다. 국제사회는 오래전부터 소득 계층에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량에 극심한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분석해왔다. 예를 들어 옥스팜과 같은 국제 비정부기구(NGO)2020<Confronting Carbon Inequality>라는 보고서에서 1990-2015년 사이 전지구적 소득계층별 누적 배출량의 불평등 정도를 정리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1%의 사람들이 배출한 온실가스량은 전체의 15%에 달했고, 상위 10%의 비중은 52%이었다. 그에 반해서 지구상 인구의 50%인 가난한 이들의 배출량 비중은 단지 7%에 불과했다. 전지구적 상위 10% 계층이 전체 소득의 53%를 차지하는 반면, 하위 50%에게는 8% 밖에 돌아가지 않는다. 탄소 불평등과 소득 불평등의 양상이 정확히 겹쳐진다. 소수의 부자들이 부를 독점하는 가운데, 온실가스도 엄청나게 배출하고 있다.

 

이런 탄소불평등 양상은 국가 수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불평등연구실(World Inequality Lab)이 최근(2021)에 내놓은 보고서(Climate change & the global inequality of carbon emission, 1990-2020)는 흥미롭다. 사적인 소비, 정부 지출, 그리고 개인 투자에 의해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에서 각국의 부유한 계층의 일인당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인구의 가난한 절반이 배출하는 양은 1990년 이래 감소해왔다. 그 영향으로 미국, 영국, 독일, 그리고 프랑스의 소득 하위 50%의 현재 일인당 배출량은 각국이 국제사회에 공약한 2030년 감축목표에 따른 일인당 배출량보다 낮거나 거의 근접해 있다. 가난한 이들은 더 줄일 이유도 여력도 없는 셈이다. 보고서는 각국의 감축 정책이 초점을 맞춰야 할 대상은 부유한 인구 50%, 특히 상위 10%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온실가스 감축은 가난한 계층이 아니라 부유한 계층에게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 번역되어 출판된 제이슨 히켈의 <적을수록 풍요롭다>(창작과비평, 2021)는 탄소 불평등과 관련하여 의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더 높은 소득, 그리고 더 많은 소비는 더 많은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사회가 평등해질수록, 사람들은 높은 소득과 화력한 지위재를 추구할 압력을 덜 느낀다. 사람들을 영속적인 소비주의 굴레에서 해방시킨다. (중략; 덴마크 사례를 제시하면서) 이는 보다 평등한 사회에서 더 낮은 수준의 1인당 배출량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246)

 

이런 분석은 운동적으로 그리고 정책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영감을 불러 일으킨다. 히켈은 부유층의 과시적 소비와 그 소비의 높은 에너지 집약도, 그리고 그 소비 지출 이후에도 남은 소득을 이용한 투자 활동이 가져오는 생태적 파괴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이는 우리를 단순하지만 급진적인 결론으로 이끈다. 최상위 부유층의 소득을 줄이는 모든 정책은 긍정적인 생태적 효용을 가질 것"(247)이라고 주장한다. 같은 맥락에서 '불평등 전문가', 토마스 피케티도 "최상위 부유층의 급격한 구매력 감소는 결국 그 자체로서 세계적인 수준의 배출 감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247: 재인용)고 분석한다.

 

한국 정부의 기후정책 문서에서 소득계층별 온실가스 배출의 불평등을 분석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다면, 국내에서 그와 관련된 분석을 진행하고 있는 연구기관 혹은 연구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우선 답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유까지도 함께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과거 불편한 진실이었던 기후변화는 요즘 잘 팔리는 아이템이 되었고, 이제 탄소불평등이 새로운 불편한 진실이다. 누가 불편할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불편한 진실은 위험할 수 있다. 정부 관료, 정치인, 심지어 그것을 분석한 연구자에게도 그렇다. 반대로 기후정의운동에게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정보다.

 

최근 동료 연구자 및 활동가들과 함께 <기후정의선언 2021>(한티재, 2021)이라는 팜플렛을 발간하였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것과 함께 기후정의에 대한 관심도 점증하지만, 과연 기후정의가 무엇인지 오해와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기후정의는 단순히 사회적 취약계층을 더 배려하고, 보호하고 지원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이 어떻게 연계되는지를 밝히는 이야기다. 이 팜플렛에서 가장 의미있는 문장을 하나를 뽑으라면 다음의 문장일 수 있다.

 

"지금까지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관한 토론은 주로 기후위기가 약자에게 더 위험할 것이라는 결과론에만 치중함으로써, 기후위기를 야기한 '원인으로서의 불평등'을 간과해왔다." (27-28)

 

이 문장으로 기후정의운동이 추구하는 광범위한 '기후정의동맹'의 가능성은 (적어도 이론적인 수준에서) 더욱 커졌다고 생각한다. 과거 한국의 기후정의운동은 기후위기의 원인을 인류 전체에게 돌리는 주류적인 설명에 크게 도전하지 않는 대신, 그 영향이 차별적이고 불평등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강조하면서 주류적 기후정책과 차별화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기후정의의 과제는 일부 취약계층 보호와 지원의 문제로 정책·제도적으로 번역되기 쉬웠다. 또한 현재 불평등에 직면해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기후위기는 자신들에게 가중되는 또 하나의 불운으로만 간주될 뿐, 그에 맞서 싸워야 할 의제로 인식되지 않았다. 그 탓에 기후정의운동은 환경운동의 좀 더 급진적 확장판에 머무를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기후위기의 원인으로서 불평등이 선언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이제 한국 사회의 다양한 불평등에 맞서 싸우는 여러 운동들의 승리가 바로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운동의 전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정의운동은 새로운 관점에서 폭넓게 연대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대선이 기후위기를 위한 정치적 계기가 되어야 한다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등의 정책에만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정책이 어떻게 기후위기 해결과 연결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4일 노동시간 단축이 기후정책"이라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공약을 주목하고, 그 의미에 대해서 더 많은 토론을 해야 하는 이유다.

 

사회적 불평등 해결을 위해 싸우자! 그것이 지구'' 구할 것이다.

한재각 기후정의 연구활동가/ 프레시안

 

탄소중립, 노동계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노동의 참여 수단으로 사회적 대화가 채택된다면 어떻게 될까. 탄소중립을 향한 공론의 장에 노동은 주체로 참여할 수 있을까.

2038년을 목표로 탈() 석탄화를 검토 중인 독일에서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가 폐쇄됐다.AP Photo

 

누구나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고들 말한다.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중요하며 노동이 핵심적인 이해당사자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러나 막상 노동이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얼음 구멍처럼 비어 있다. 노동이 배제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독일의 사례가 주목을 끄는 이유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독일의 사회적 대화는 성공했을까.

 

독일에서 탈석탄위원회(정식 명칭은 성장, 구조변화, 고용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20186. 노조 대표 3인을 포함해 31명으로 구성된 탈석탄위원회가 시한을 연장해가며 내놓은 합의안은 2038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완전히 퇴출한다는 것이었다.

 

곧바로 문제가 불거졌다. 결정적 문제는 단계적이고 느슨한 일정으로는 독일이 유럽연합에서 가장 늦게 석탄발전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JTRC(정의로운 전환 연구센터)의 모레나 같은 사람은 독일 사례는 전형적인 현상 유지 전략이라며 사회적 대화로는 저탄소 경제에 필요한 사회경제적 권력관계를 바꿀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독일의 탈석탄위원회에서는 노사가 한 편이 되어 지역 정치인과 연합하여 급속한 전환을 주장하는 환경단체 및 기후정책 전문가, 그리고 중앙정부를 압박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발전소 폐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단계적이고 신중한 온실가스 감축안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양측이 최소 공통분모에 합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2018, 독일에서 기민당과 사민당이 대연정을 협의할 당시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 시점에 대해서는 양당 사이는 물론 각 당 내부에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사회적 대화 기구인 탈석탄위원회를 꾸려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 시점은 물론 필요한 법적 조치나 정책 설계를 맡기기로 합의했다. 책임 회피를 위한 정책의 외주화였다. 정부가 이해당사자 사이에서 담합이 벌어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었다.

 

모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

그간 인류는 환경을 파괴하면서 문명을 일구었고 그것을 매개한 것이 노동이었다. 정의로운 전환은 환경과 노동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동행하려는 메시지다. 노동이 전환을 수용하는 바탕 위에서 정의를 추구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노동의 참여 수단으로 사회적 대화가 채택된다면 어떻게 될까.

 

독일과 달리 이미 설정된 국가정책을 달성하기 위한 부문별(업종별) 실행계획은, 형식이야 어떻든 사회적 대화가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노사정 외에도 청년과 같은 미래세대나 하청업체 같은 미조직 노동자, 환경 전문가, 지역대표들이 골고루 참여하면 모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도 가능할 것이다.

 

사회적 대화의 성공은 노동이 전환을 수용하며 사회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의제를 제시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노동은 속도조절을 요구하는 대신 급속하고(rapid) 급격한(radical) 에너지 전환을 자신의 의제로 수용할 수 있을까. 일자리를 넘어 사회시스템의 변화를 내면화할 수 있을까.

 

노동조합이 탄소중립의 걸림돌이 된다면 노동조합이 설 땅은 송곳처럼 좁아질 것이다. 탄소중립을 향한 공론의 장에 노동은 주체로 참가할 것인가 아니면 배제될 것인가.

시사인/ 박태주 (노동 연구자)

 

기후위기가 인권 침해청소년 59%그렇다고 답했다

인권위, ‘기후위기와 인권 관련 인식조사결과

일반시민 95%현재 기후위기 심각답변해

기후위기와 인권 영향에 일반시민 44% “몰라

청소년들이 기후위기 행동은 인권이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청소년들이 기후위기 행동은 인권이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반 성인 90% 안팎이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부류로 특히 청소년이 두드러졌다. 현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대해서도 긍정 쪽보다 부정 쪽 여론이 강했다. 시민의견이 반영되는 데 있어 불충분하단 얘기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기후위기가 헌법이 보장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한 판단이나 정책권고는 모두 유보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30기후위기와 인권에 관한 인식과 국내외 정책 동향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2기후위기가 건강권·생명권·자기결정권 등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인권·환경단체의 진정을 받아 지난 69월 일반 시민과 농업인 등 계층별 실태조사를 했다.

 

응답자들은 대체로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고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은 일반시민(90.4%)과 농업인(90.0%), 어업인(88.0%)은 매우 높은 반면 미래세대인 청소년(67.6%)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데 대해서는 청소년(92.9%)도 일반 시민(95.8%)과 마찬가지로 동의를 표시했다. 인권위는 청소년과 취약계층(농업·어업인 등), 그들을 제외한 성인부류를 일반시민으로 분류해 조사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묻는 항목에 대해서는 일반시민은 55.8%가 알고 있다고 답해 기후위기와 인권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청소년(58.8%)의 인식은 평균보다 높은 반면 기후위기에 취약하거나 피해 당사자인 취약계층(37.5%)과 농업인(39.3%), 어업인(36.0%)의 인식은 매우 낮았다. 이는 기후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볼 집단으로 농어민(47.5%)과 경제적 취약계층(21.5%)이 꼽힌 것과 대조를 보였다.

실태조사에서는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대한 의견도 청취됐다.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57.9%)이 긍정 의견(42.1%)보다 많았다. 정부가 시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60.4%)이 훨씬 많았다. 정부가 가장 고려할 사항으로는 기후변화 대응기술 개발(33.3%)과 대응 인력과 예산 확대(21.1%) 등을 우선 지적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 정책 수립에 시민이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77.5%)과 기후변화가 인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려는 정책 결정에 시민이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89.0%), 기회가 있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의견(91.9%)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날 인권위에서 열린 조사 결과 발표회에서 발표를 맡은 송경훈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기후변화와 인권의 관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기후취약계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이번 조사연구에서 인권 문제가 적응정책에 집중되고 완화정책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 문제와 관련된 기후변화 취약계층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국가인권위의 과업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번 실태조사를 토대로 정책권고까지 나아갈 것으로 기대됐으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은 세우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발표회를 주관한 송호섭 인권위 사회인권과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번 실태조사 결과 분석을 통해 정책권고를 할지 검토하고 있다. 실태조사를 추가로 할지, 내년 상반기에 정책권고로 연결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이근영 최우리 기자 kylee@hani.co.kr

 

 

재생에너지부터 늘려라풍력의 나라스코틀랜드의 자신감

영국 최대 육상풍력단지 화이트리르포

스코티시파워 CEO 린드세이 맥퀘이드

소형 원전보다 더 안전· 더 저렴

지역 주민·환경 개선 투자도

전력 남으면 저장하고 수소 생산

지난달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하기 위한 여행을 하며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과 영국 런던 공항을 경유했다. 하늘에서 바라본 두 나라의 풍경은 달랐다. 프랑크푸르트 공항 인근 창고로 보이는 건물 옥상에는 옥상을 다 덮을 정도로 많은 수의 태양광 발전 패널이 빼곡하게 설치돼있었다. 반면 런던 외곽에는 풍력 발전기가 이곳 저곳 설치돼 있었다.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기존 화석연료를 줄여야 한다는 기후위기 대응의 최우선 과제에 대해 과학적 의심을 품는 이들은 적어지고 있지만, 지금 당장의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세계 주요 국가들이 최선의 에너지 전환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조량이 나은 편인 독일은 태양광을, 바람이 센 영국은 풍력을 선택한 것처럼 말이다.

 

영국 내셔널 그리드가 집계하는 영국 전체 에너지원의 각 에너지 비중을 보면 이달 기준 풍력 41%, 가스 28%, 원자력 15%, 바이오매스 7% 등으로 구성돼있다. 2024년 말까지 영국 정부는 3기의 남은 석탄화력발전소도 모두 폐지한다. 석탄·원자력을 합쳐서 65%를 넘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5~6%에 그치는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20107%에 그쳤던 풍력발전이 10년 사이 급성장을 해 영국 전역에는 총 39기의 풍력발전단지가 있다.

 

스코틀랜드 재생에너지산업 무역기관인 스코티시 리뉴어블자료를 보면, 특히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 전체 전력의 97% 가량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이 중 설치 용량 기준 71%가 육상 풍력이다. 해상 풍력과 수력·태양광 등도 이를 보완하고 있다. 이때문에 한국 에너지 전문가들은 글래스고로 떠나는 기자에게 풍력발전만 보고 오라고 조언할 정도였다.

지난달 12(현지시각) 찾은 영국 글래스고 외곽의 화이트리 풍력발전단지 입구.

 

지난달 12일 글래스고 시내에서 차로 40분 가량 떨어진 화이트리 풍력발전단지를 찾았다. 지난 5COP26 개막을 앞두고 알록 샤마 COP26 의장이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영국 최대 규모·유럽에서는 루마니아에 이어 두번째로 큰 풍력단지로, 이곳의 공식 이름은 화이트리 바람 농장(Whitelee Wind Farm)’이다. 말 그대로 바람으로 농사를 짓는 곳이다. 설비용량 539로 국내에서는 충청남도 서해안에 추진 중인 국내 최대 해상 풍력발전단지 규모가 504이다. 원전 1기의 반 정도의 설비용량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력만으로도 글래스고 60만 시민이 생활할 수 있는 규모다. 이곳은 영국 모든 풍력발전소를 모니터링할 수 있고 발전소 직원들을 위한 교육 장소로도 활용된다.

 

이날 차가운 가을비와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휘날리는 스코틀랜드의 바람을 맞으며 도착한 풍력발전소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발전기 터빈 날개(최대 48m) 돌아가는 쉭쉭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이곳 직원 로버트손 데니스는 이곳에만 215개의 터빈(발전기)이 있다고 귀뜸해줬다. 발전기 높이는 최대 140m로 영국에서 가장 높다는 윌트셔주 솔즈베리 대성당의 첨탑보다 높다. 날개 끝부분의 속도는 고속열차 속도인 시속 289(180mph)라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지금은 영국에서 전기차 수가 너무 늘어났지만, 2019년 기준으로는 영국의 모든 전기차를 이곳에서 만든 전력만으로도 가동할 수 있었다날개가 한 바퀴 돌면 300대의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영국 민간 6대 발전사 중에 하나인 스코티시파워가 운영한다. 이곳에서 만난 이 회사 재생에너지 부문 최고경영자 린드세이 맥퀘이드는 최근 전해진 영국 정부의 소형 원전 투자 소식을 전하자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답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직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라며 소형 원전은 여전히 기술적 장벽이 있는데 재생에너지가 더 경제적이고 안전하다고 말했다. 지난 9~10, 북해 바람이 불지 않아 풍력발전 가동률이 떨어졌고 그 결과 전기요금이 뛰어올랐다는 소식이 한국까지 전해졌다는 말에는 “3~9월의 경우 평년보다 바람의 세기가 약한 것은 맞지만,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는데 천연가스 가격 상승 배경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영국 풍력발전 입지 조건은 국가 송전망이 가까운 곳에 있어서 전기를 이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전력이 전력 판매를 독점하는 구조의 한국과 달리 민영화한 영국에서는 다양한 발전사업자들이 경제성있는 전력 생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 소비자들로부터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다만 송전망은 국가 재정을 투자한다. 주민 민원 등으로 재생에너지 이송을 위한 송배전망 투자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한국과는 다소 상황이 다르다. 또한 한국처럼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밀집 지역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분산형 에너지인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확대가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풍력발전소가 이 곳에 위치한 이유에 대해서 그는 국가 송전망과의 거리뿐 아니라, 기상 환경, 적당한 땅과 공간 등을 복합적으로 따진다고 말했다.

 

거대한 프로펠러에 대한 주민 반대는 없었을까. 주민 수용성 문제는 한국만큼 민감하지 않은 눈치였다. 이곳은 글래스고 시민들도 예쁜 사진을 찍으러 다녀가기도 하는 관광지다. 스코틀랜드 관광명소협회에 가입돼있어 매년 25만명이 찾아온다. 특히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풍력발전에 대한 오해를 줄여간다는 장기적 계획도 있다. 개장한 뒤 지금까지 189억원(1200만 파운드)을 지역사회를 위해 지부했고, 야생동물이 살 수 있도록 환경 개선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풍력발전 단지 유지와 관리를 위해 매년 600여명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12(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 외곽 화이트리 풍력발전단지 방문자센터에서 만난 스코티시파워 재생에너지 부문 최고경영자 린드세이 맥퀘이드(Lindsay McQuade)<한겨레>와 인터뷰를 하며 영국 전력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영국 남부에 위치한 잉글랜드와 달리 북부스코틀랜드 지역의 에너지 부문에서의 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그는 자연 자원을 다룰 때는 항상 논쟁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시민들은 (풍력발전의) 현실적 모습을 받아들이고 신경을 쓰지 않는다. 실제 와서 보면 생각하던 것과 다르다는 말들을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노후한 풍력발전기를 바꾸는 문제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어떤 에너지원을 쓸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지역 지형에 맞는 터빈을 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주민 수용성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바람이 적게 부는 날에도 최대 생산량 대비 15%의 전력 공급이 가능한지 경제성을 따져보는 것이 중요했다. 육상 풍력단지는 평균 45~55%, 해안 풍력단지는 25~60%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곳에 입지해야 한다고 그가 덧붙였다.

 

산업혁명의 나라 영국 곳곳에 과거 석탄 경제 흔적이 남아있다. 스코틀랜드도 2009년부터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생산을 3GW에서 12GW4배 늘리기 전에는 화석연료를 사용했다. 정부 주도의 에너지 전환이 주효했다. 영국 정부는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을 세웠다. 이 곳 역시 10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신중하게 입지를 선정한 뒤 2006년 건설을 시작해 2007년 첫 시험 가동을 한 뒤 2009년 완공했다는 것이 업체 설명이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생산량이 많아도 저장 능력·송전시설이 없는 재생에너지의 태생적 한계는 기술력으로 보완하는 길을 택했다. 보통 이곳의 풍력발전기는 바람 방향과 속도 등을 모니터링하며 최적화된 전력생산이 가능하도록 작동하며, 바람이 너무 세서 터빈이 고장날 위험이 느껴지면 자동으로 멈춘다. 이외에도 저장을 하기 위한 배터리 개발에 열중이다. 그는 정부(National Grid Company)에서 전력 생산량을 줄여달라고 연락이 올 때도 슈퍼마켓 규모의 케이블에 전기를 담아두었다가 필요할 때 고객에게 보내고, 수소를 생산해 운반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바람의 땅제주에서도 풍력발전 생산량이 많으면 화석연료인 기저전력 운용의 안정성 때문에 풍력발전의 가동을 멈춰달라고 요청하지만, 저장 장치가 아직 개발되지 않아 풍력발전 무용론이 비판받고 있는데 영국은 버리는 전력 없이 저장하거나 수소를 생산하는 또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지난달 12(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 외곽 화이트리 풍력발전단지. 스코티시파워 재생에너지 부문 최고경영자 린드세이 맥퀘이드(Lindsay McQuade) 뒤로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한국같이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국가에 그가 제안하는 에너지 전환 방식은 일단 재생에너지를 늘리라는 것이었다. 그는 영국도 2010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7%에 머물렀지만 지금 40%대로 오른 이유는 정부 정책 방향이 화석연료 의존이 아닌 재생에너지 확대였기 때문이라며 탄소 배출 목표를 분명히하고 탈탄소화하는 전환을 쉽게 하도록 법과 규제, 정책을 만들어 난방·차량 등을 전기화했다. 시간이 걸리지만 빠르게 진행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을 갖고 석탄과 천연가스 의존을 줄였을 때 이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코틀랜드는 재생에너지를 늘릴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계속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재생에너지 비중이 전체 에너지원의 5~6%인 것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비율이 40%인 영국과의 거리가 멀게만 느껴질 수 있다. 재생에너지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한국의 한 대기업 담당자는 한국 재생에너지 수준이 초등학생이라면 영국은 대학생이다. 지금 당장 서로를 비교하면 너무 먼 미래 일처럼 들릴 수 있지만 한국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영국 수준으로 늘릴 잠재력이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재생에너지에 대한 한국 시민들의 수용성이 전환되는 시점이 가급적 빨리 온다면 영국이 그랬듯 재생에너지에서 희망을 찾는 세계적 추세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래스고/·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강릉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하라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삼성이 강릉에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 세계가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로 나아가고 있고 지구의 기후위기 시계가 더욱 빨라지고 있음이 명백한 지금, 삼성이 건설하는 강릉안인화력발전소가 강릉 지역 환경을 파괴하고 주민들의 생명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을 요구했다.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안인석탄화력은 총 2 (2080MW 규모)로 현재 75% 공정률을 보이며 2023 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연간 약 1500 만톤의 온실가스와 막대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석탄발전소의 건설은 계속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역행하는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 당장 철회하라!

지난 916일 국토교통부는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시장의 불확실함을 인정하면서도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이는 탄소중립과 항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해야 할 정부가 불필요한 공항을 짓고 항공 수요를 부추기는 계획이기 때문에 환경운동연합은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

 

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는 가덕도와 새만금 신공항’, ‘제주제2공항’, ‘무안광주공항 통합 이전’, ‘흑산백령서산울릉공항추진 등이 탄소 배출 저감에 대한 고민 없이 담겨있다. 세계적 기후 위기 대응 추세에 따라 세계 각국이 항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 결의에 맞추어 올해부터 항공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한 상태다. 정부의 이런 행태는 탄소 배출 제로라는 인류와 우리 사회에 대한 공동 목표를 저버린 것이다. 불확실성에 대한 항공수요 전망 역시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계획되었기 때문에 이처럼 항공수요를 부추기면 온실가스 배출은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Flugscham@ErnstvAll

 

또한 이 계획은 기후변화로 인한 국제 항공 정책의 변화,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항공 수요 감소를 반영하지 않은 불확실한 계획이고 여기에 막대한 국민 혈세를 투입한다는 것은 코로나 위기, 기후 위기 시대에 역행할 뿐이다. 90년대 일본이 토건국가로 한창 버블(bubble) 경제를 키워 97개에 달하는 공항을 짓고 지역 경제 위기 돌파를 시도했지만 결국 지방경제 위기에 봉착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음에도 2021년 정부에서는 공항 건설계획을 과도하게 남발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는 새로운 부동산 투기의 진원지가 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국토는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도구가 아니다. 정치권에서도 지역의 개발 공약을 부추기는 선심성 정치는 끝내야 한다.

 

환경운동연합은 지역 경제 회생을 빌미로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토건 사업에 대해 우려하며 기후 위기에 역행하는 무분별한 신공항 건설계획이 담긴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 정부는 더 이상 기만을 버리고 우리와 미래세대가 누릴 국토 환경과 생태 지속 가능성에 대해 다시 고찰하라./ 환경운동연합

 

고밀도 고층 개발은 기후위기 시대에도 유효할까

도시 건물의 생애주기 탄소배출량 계산 결과

고밀도·고층이 고밀도·저층보다 140% 더 많아

건물 높이를 엄격히 제한하는 파리는 고밀도 저층 도시 개발의 전형이다. 픽사베이

 

20세기 후반 이후 세계 인구 구조의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흐름은 크게 세계화, 도시화, 노령화, 저출산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인구 흐름이 도시화다. 도시는 면적으로는 지구 표면의 2%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에너지의 78%를 소비하고, 온실가스의 60% 이상을 배출한다.

 

유엔의 세계 도시화 전망 보고서(2018)에 따르면 도시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55%에 이른다. 1950년의 30%에서 비중이 거의 두배로 높아졌다. 인구 수로 보면 195075100만명에서 201842억명으로 5.6배나 늘었다. 유엔은 2050년엔 도시 인구 비율이 68%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30년 안에 도시 거주자가 25억명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커져만 가는 도시의 효율을 높이는 최적의 방안으로 꼽히는 게 고밀도 고층건물이다. 무엇보다 건물이 높을수록 바닥 면적당 수용 인원이 많아져 도시 경계가 무분별하게 확장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으면, 각종 시설과 에너지 관리 시스템의 효율화를 꾀하는 데도 유리하다. 도시에서 건물은 운송 부문에 이어 두번째로 큰 온실가스 배출원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무시못할 장점이다.

과연 고밀도 고층화는 인류 최대 현안이 된 기후 위기에 바람직한 대응 방법일까?

 

파리식 저층 개발이냐, 맨해튼식 고층 개발이냐

영국 에든버러네이피어대 연구진이 고밀도 고층 건물의 효율에 대한 통념을 깨는 연구 결과를 공개 과학학술지 도시 지속가능성’(Urban Sustainability)에 발표했다. 연구진의 결론은 스카이라인 경쟁을 벌이는 뉴욕 맨해튼식의 고밀도 고층 개발보다 5~6층 건물이 주축을 이루는 파리 같은 고밀도 저층 개발이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기후친화적 방식이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분석을 위해 영국 7개 도시와 유럽 4개 도시의 건물 데이터를 토대로, 도시 건물의 전체 생애주기에 걸친 탄소배출량을 모의 계산했다.

건물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운영 탄소(Operational carbon)와 내재 탄소(Embodied carbon)로 나뉜다. 운영 탄소는 사용 중인 건물 관리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말한다. 내재 탄소는 건축 원자재 생산, 운송과 건물 신축, 보수, 철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가리킨다. 현재 전 세계 에너지 관련 탄소 배출량의 39%가 도시 건물에서 나오는데, 운영 탄소가 28%, 내재 탄소가 11%.

 

두 부문의 탄소 배출량은 건물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존 건축 설계는 주로 운영 효율에 초점을 맞춰 개선 작업을 벌여 왔다. 이에 따라 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재 탄소가 건물 온실가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내재 탄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광물이다. 45%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콘크리트의 내재 탄소 기여도가 80%로 압도적이다.

 

연구진은 우선 고밀도-고층(HDHR), 저밀도-고층(LDHR), 고밀도-저층(HDLR), 저밀도-저층(LDLR) 네 가지 유형의 도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이어 도시 내 건물 유형을 비주거-저층, 비주거-고층, 주거-저층, 주거-고층, 단독주택 5가지 범주로 나누었다. 그런 다음 조사 대상지의 건물 높이, 층수, 건물 바닥 면적, 외벽 재료, 도시내 블록 수와 크기, 녹색 공간, 평균 도로폭, 빌딩간 평균 거리 등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들을 컴퓨터 모델에 넣어 1km² 이내 지역에 있는 건물 수와 수용 인원에 따라 건물 생애주기의 탄소 배출량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도시 유형별로 인구 수(2, 3, 4, 5)가 달라질 때마다 탄소 배출량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동일한 인구를 기준으로 할 때 건물 전 생애주기의 탄소배출량은 고밀도 고층 도시가 고밀도 저층 도시보다 140%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개별 건물 관점에서 보면 고층일수록 더 효율적이지만, 지역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프란체스코 폼포니(Francesco Pomponi) 교수는 고층 건물들은 사생활 보호, 조망권 등의 이유로 저층보다 건물 간격이 더 벌어져야 하며 더 육중한 구조와 더 두툼한 기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알루미늄, 철강 등 탄소집약적인 건축 자재의 사용량을 늘린다.

세계 최고의 고밀도 고층 개발의 사례로 꼽히는 뉴욕 맨해튼 전경. 위키미디어 코먼스

 

최선의 선택은 10층 이하 고밀도 개발

연구진은 다양한 매개변수로 5천가지의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끝에, 건물 생애주기에 걸친 탄소배출량 저감을 위해서는 10층 이하 도시 개발이 최적의 선택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 방식으로 도시를 개발할 경우 건물 전체 수명주기 또는 60년 동안 고층 개발보다 1인당 365톤의 탄소를 덜 배출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는 자동차 150km를 운행할 때 나오는 탄소 배출량에 해당한다고 한다. 저층 도시가 고층 도시의 인구 수용 능력에 맞추려면 더 많은 건물과 땅이 필요하겠지만, 이를 고려해도 전체 탄소배출량은 고층 개발 때보다 적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탄소배출량만 놓고 보면 대도시 교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저밀도 저층 개발이 가장 적다. 그러나 인구까지 고려하면 고밀도 저층 개발이 저밀도 저층 개발에 비해 탄소배출량은 25% 많지만 인구는 2배를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폼포니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면서도 건물의 환경 영향을 줄이는 미래 도시 개발 전략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이제는 단일 건물이 아닌 도시 속의 건물로 관점을 전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고층 건물이 사회적 결속과 커뮤니티 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사례를 들어 파리 방식의 개발 이점은 환경 차원의 지속가능성을 넘어선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다만 이번 연구에는 건물 이외에 운송을 비롯한 다른 요인들이 탄소 배출에 끼치는 영향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이는 향후 연구 과제라고 밝혔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초공해 화력발전 조기 폐쇄하면 1200만명 살린다

100MW 이하 소규모 발전 관련 사망 더 많아

인도·중동·아프리카 등에 초공해 발전소 집중

픽사베이.

대기오염물질을 과다하게 배출하는 초공해 화력발전을 설계수명대로 가동하지 않고 조기 퇴출하면 2050년까지 세계적으로 1200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칭화대 연구팀은 29(현지시각) “지구온난화 1.5도를 피하기 위한 기후-에너지 완화 정책이 실현된다면, 초공해 화력발전의 조기 폐쇄는 20102050년에 세계적으로 최대 1200만명의 사망을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 이날치에 실었다.(DOI : 10.1038/s41558-021-01216-1)

 

연구팀은 세계 화력발전 오염배출 데이터베이스(GPED)를 이용해 20102018년 지역과 연료 종류, 용량별로 화력발전 가동에 따른 건강 영향을 평가했다. 화력발전을 설계수명대로 운용하는 것(수명 40), 초공해 화력발전의 폐쇄를 우선하는 것(수명 33년으로 제한), 초공해 화력발전의 폐쇄를 대폭 조기 퇴출하는 것(수명 26년으로 조기 폐쇄) 등 세가지 경우의 전략을 평가했다. 또 오염물질 통제에서도 오염 제거 효율을 2018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경우(참조), 오염 제거 효율이 2018년 평균 미만인 모든 장치가 평균 제어 수준으로 향상되는 경우(약함), 모든 화력발전에 활용 가능한 제어 기술이 배치되는 경우(강력함) 등 세가지로 나눴다.

화력발전 연료 종류별 배출 가스와 사망자. ‘네이처 기후변화제공

 

석탄화력발전 대기오염 사망의 80% 차지

선행연구에서 2010년 초미세먼지 관련 조기사망은 730만명으로 추정됐다. 이들 가운데 12%861300만명이 화석연료 및 바이오매스 화력발전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에 의한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하지만 연료 종류와 전력생산 과정에 배출되는 오염 정도에 따라 편차가 컸다. 예를 들어, 석탄화력발전은 2010년 기준 세계 발전용량(3570GW)46%(1658GW)를 차지하지만 발전 과정에 발생한 대기오염에 의한 사망은 전체의 80%(689100)에 이른다. 특히 소규모 화력발전(100MW 이하)은 전체 용량의 9%를 차지하며 초미세먼지 관련 사망의 16%를 발생시키는 데 비해 대규모 화력발전(600MW 이상)은 전체 용량의 33%를 차지하면서도 사망의 13%만을 발생시켰다.

 

소규모 화력발전은 주로 인도와 중동, 아프리카 등 저소득 국가나 개발도상국에 집중돼 있다. 특히 초공해 화력발전 관련 사망의 90%는 저소득 국가 및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했다.

 

2.0도 목표 기후 시나리오(RCP2.6)1.5도 목표 시나리오(RCP1.9)에서 화력발전을 설계수명대로 가동했을 때와 조기 퇴출했을 때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과 사망자 감소 예측. ‘네이처 기후변화제공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화력발전 퇴출, 저소득·개발도상국에 도움될 것

바이오매스 및 화석연료 화력발전의 전력 수요는 2018~2030년 동안 증가하며, 이후에는 2.0도 목표 시나리오(RCP2.6) 또는 1.5도 목표 시나리오(RCP1.9)에서만 감소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또 꾸준히 증가하는 인구와 고령화를 고려할 때 연간 대기오염 사망자도 많은 시나리오에서 2030년까지 증가한다.

 

연구팀은 화력발전을 설계수명대로 폐쇄하고 대기오염 통제를 약하게 하면 연간 초미세먼지 관련 사망이 2030년에 RCP1.9RCP2.6에서 각각 93만명과 119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대기오염 통제를 2018년 수준으로 유지(참조)하면 건강 부담은 더욱 악화해 RCP1.9에서는 사망이 109만명에 이르고, RCP6.0에서는 128만명에 이른다.

 

2050년에는 편차가 더 커져, 화력발전을 설계수명대로 폐쇄하고 대기오염 통제를 약하게 할 경우 RCP6.0에서 사망자는 2010년에 비해 세배(연간 218만명)에 이를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지역별 불균형도 크다. 인도의 경우 설계수명대로 화력발전을 퇴출하고 대기오염 통제를 약하게 할 경우 화력발전 유래 초미세먼지 기인 사망이 2010년에 비해 2050년 네 배까지 늘어난다.

 

연구팀은 하지만 전략적 화력발전 퇴출은 저소득 국가와 개발도상국에 특히 도움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 국가의 화력발전은 가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소규모인데다 효율이 낮고 단위당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크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중국와 인도에서 화력발전 조기 퇴출과 발전기 교체는 RCP1.9에서 사망을 각각 77200명과 136100명을 줄일 것으로 분석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야심찬 RCP2.6RCP1.9 시나리오에서도 화력발전 퇴출 전략에 따라 조기사망이 달라진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RCP2.6 시나리오에서 강한 대기오염물질 배출 규제와 설계수명에 따른 화력발전 퇴출은 RCP6.0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149Gt 감소시키고 대기오염 사망을 400만명 줄인다. 하지만 화력발전을 조기 퇴출하면 이산화탄소 감축은 204Gt으로 늘어나고 사망도 900만명 줄어든다.

 

특히 RCP1.9에서는 설계수명에 따른 화력발전 퇴출 때는 이산화탄소가 235Gt, 사망이 600만명 줄어들고, 조기 퇴출할 경우 그 수치는 각각 278Gt, 1200만명으로 증가한다. 인도에서 RCP1.9에서 화력발전을 조기 퇴출하면 사망의 45%가 줄어들 것이라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식량 사정 ‘3중고에도 음식 쓰레기는 쌓여만 간다

가격 상승·기아 증가·온실가스 직면한 식품 산업

영양실조 인구 77천만명식품 폐기물 13억톤

음식 쓰레기의 60%는 가정에서 나온다. 유엔환경계획 ‘2021 음식 쓰레기 지수 보고서에서

 

매년 생산되는 전 세계 식량의 약 3분의 1이 중간에 손실되거나 쓰레기로 버려진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연구 의뢰를 받은 스웨덴식품생명공학연구소가 2011년 발표한 보고서는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했다.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이 보고서는 전 세계가 음식 쓰레기 문제를 각성하게 한 계기가 됐다.

 

식품 손실은 식품 생산 및 가공, 유통 과정에서, 음식 쓰레기는 소비 단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말한다. 전자는 기술과 인프라가 취약한 개발도상국에서, 후자는 물자가 풍부한 선진국이 주된 발원지다. 연구소가 당시 추정한 음식 손실분과 폐기분의 총량은 연간 약 13억톤이었다.

 

2015년 유엔은 지속가능 개발을 위한 2030 어젠다를 선정하면서 12번째 의제로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을 포함시켰다. 유엔이 설정한 목표는 생산 및 유통 과정의 음식 손실을 줄이는 것과 함께 2030년까지 소비 단계의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었다.

이후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식품 손실 지수(FLI), 유엔환경계획(UNEP)은 음식물 쓰레기 지수(FWI)를 개발해 해마다 세계의 음식쓰레기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가전제품 및 전동공구 업체인 보쉬 영국법인이 지난 3월 발표된 ‘2021 음식 쓰레기 지수 보고서를 토대로 수출 순위 세계 상위 99개국의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나라별로 본 음식물 쓰레기 총량은?

이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는 나라는 중국으로 연간 17900만톤에 이른다. 이어 인도가 12800만톤, 미국이 4500만톤으로 2, 3위를 차지했다. 음식물 쓰레기 총량이 가장 적은 나라는 슬로베니아와 트리니다드토바고로 각각 연간 126758, 156662톤이었다.

 

음식물 쓰레기는 가정, 외식, 소매 3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그 중 약 60%가 가정에서 나온다. 이 세가지를 합친 1인당 음식 쓰레기 배출량 종합 1위는 말레이시아로 259.8kg이었다. 말레이시아는 외식과 소매 부문에서 나오는 음식 쓰레기가 각각 89.5kg, 142.7kg로 가장 많았다.

 

가정에서의 1인당 음식 쓰레기 배출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그리스로 141kg이었다. 러시아는 1인당 33kg으로 가장 적었다. 식품 서비스, 즉 외식산업에서는 방글라데시가 1인당 3.34kg으로 가장 적었다. 소매 부문의 음식 쓰레기 배출량이 가장 적은 나라는 뉴질랜드로 1인당 3kg이었다. 한국의 음식 쓰레기 배출량은 1인당 109.8kg으로 99개국 중 77위를 차지했다. 부문별로는 가정 71.48kg, 외식산업 25.6kg, 소매업 12.8kg이다. 미국은 138kg으로 9, 중국은 125kg으로 33, 일본은 87.7kg으로 92위였다.

세계의 식량 산업이 가격 상승, 영양실조 인구 증가,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3중고에 처해 있다.

 

유엔식량계획, 억만장자들의 기부 촉구

손실되고 버려지는 음식물은 사회와 경제적으로도 손해지만 환경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유엔환경계획은 이들 식품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의 8~10%나 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2020년대에 들어선 지금 인류는 음식 쓰레기 감축 필요성을 더욱 압박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식량 가격이 상승하고 기아 인구 인구가 오히려 증가하면서 식량 사정이 더욱 악화됐다. 세계 식량가격 지수(FFPI)1961년 지수 산정이 시작되는 이후 거의 최고 수준이다.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인구도 202076800만명으로 팬데믹 이전보다 11800만명이 늘었다. 지구촌 인구 10명 중 1명꼴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43개국에서 수천만명이 기근 직전에 있고, 그 숫자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세계의 억만장자들에게 기아 퇴치를 위한 66억달러의 기부금을 촉구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은 지난달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를 향해 날린 트윗에서 하루에 늘어난 당신 자산의 6분의 1만으로도 기아선상에 있는 4200만명의 생명을 구하 수 있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세계의 식량 사정이 가격 상승, 영양실조 인구 증가,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3중고에 처해 있는 셈이다.

 

통계가 보여주는 음식 쓰레기의 현실은 이 3중고를 타개하는 데 식품 낭비나 손실 없는 식품 수급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자갈밭 위에 심어진 가로수물 잘 빠지는 만큼 말라죽어

 

뿌리를 뻗지 못하거나 물이 모자라서 죽어 가는 가로수가 있습니다. 빗물이 나무를 타고 흙으로 그리고 다시 나뭇잎을 거쳐 공기로.. 이렇게 물이 순환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면서 거액의 예산을 들여 가로수를 심었는데 오히려 나무들이 말라 죽고 있는 겁니다.

리포트- 충북 오창과학산업단지 상업지역입니다. 인도에 큰 콘크리트 상자가 묻혀있고 그 안에 가로수가 있습니다. 위아래가 뚫린 상자 바닥에 자갈을 깔고 흙을 쌓은 뒤 그 위에 가로수를 심었습니다. 빗물이 땅속으로 잘 스며들라고 만든 빗물침투시설입니다.

 

환경부가 물순환 도시 사업 중 하나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상자 안을 열어봤습니다. 낙엽과 쓰레기가 가득합니다. 심은 지 7년이 지났지만 상자 속의 나무는 주변의 다른 가로수에 비해 훨씬 작습니다. 빗물 침투시설에 심어져 있는 가로수입니다. 한눈에 봐도 발육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바로 옆에 심어져 있는 다른 가로수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확연합니다.

 

경기도 수원의 도심.

이곳에도 작년에 빗물 침투시설을 설치하고 정원수인 삼색버드나무를 심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자라고 있는 나무는 거의 없습니다. 비가 오면 물이 침투시설 안에 몰리지만 바닥에 깔린 자갈 때문에 금세 빠져버리기 때문입니다. 뿌리를 내리기가 힘든 겁니다.

[최병성/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장]"자갈을 깔았으니까 빗물은 들어가는데 비가 그친 다음이 문제예요. 비가 그치면 나무는 마를 수밖에 없다.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거에요."

 

가로수가 죽자 아예 보도블록으로 다시 덮어버린 곳도 있습니다.

[인근 주민/경기도 수원시 권선동]"여름 되면 모기는 모기대로 (생기고) 동네 쓰레기는 여기 다 들어갔어요. 세금으로, 정말 아니에요 이거는."

 

물순환 도시 사업은 빗물을 땅속으로 골고루 침투시켜 먼지와 오염물질을 빨리 제거하고 도심의 온도도 낮추기 위한 겁니다. 하지만 나무가 죽거나 죽어가면 그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물순환 도시 사업은 빗물을 땅속으로 골고루 침투시켜 먼지와 오염물질을 빨리 제거하고 도심의 온도도 낮추기 위한 겁니다.

 

하지만 나무가 죽거나 죽어가면 그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최진우/'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대표] "뿌리가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도 저감이 되는 경우인데 나무가 없거나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면 그 기능도 이미 저하되고 있는 거고"

 

환경부는 물순환 도시에 적용된 공법이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며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공법 자체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홍석환/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식물이 자라갈 수가 없는 환경을 애초부터 만들어 준 것이죠. 관리가 잘못됐다 이런 얘기는 전혀 맞지가 않고요."

전국 각지에서 이런 물순환 방식의 오염 저감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수천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내년에도 약 5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입니다./MBC뉴스 김민욱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새 위협해안 생물 '뗏목' 역할

수백킬로미터 밖 공해·보호 수역 진입 기존 생태계 위협

© 제공: 연합뉴스 플라스틱 부유물에 달라붙은 해양 생물

 

해안에 서식하는 동식물이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타고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공해로 진입해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 동물이 먹이인 줄 알고 먹거나 목이 졸려 죽는 것을 넘어 간과되던 플라스틱 쓰레기의 새로운 폐해가 확인된 것이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환경연구센터'(SERC)에 따르면 미국 과학진흥회(AAAS) 린지 하람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사이를 떠다니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 섬'(GPGP)의 플라스틱 쓰레기에 붙어사는 해안 동식물을 분석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해안 동식물은 넓은 바다에서는 서식할 곳이 마땅치 않고 먹이도 부족해 생존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서식지와 먹이를 제공하면서 공해에서도 군락을 형성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안 동식물이 부유물을 타고 공해로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300종 가까이가 쓰나미 부유물을 타고 태평양을 건넌 것으로 연구되면서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공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해안 동식물이 확인되는 사례는 드물었다.

 

연구팀은 GPGP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쓰레기 시료를 분석해 말미잘과 히드라, 새우와 비슷한 단각류 등 해안 동식물종이 번성하는 것을 발견했다.

 

GPGP에서는 약 79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158의 바다를 덮고 있다. 이런 쓰레기 섬은 해안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류와 바람을 타고 해류가 휘도는 곳으로 계속 유입되면서 만들어지는데, 현재 적어도 5곳에 형성돼 있으며 GPGP 규모가 가장 크다.

북태평양 쓰레기섬.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사이에 있는 것이 GPGP.

 

연구팀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타고 공해로 진입한 해안 동식물종은 기존 동식물종과 서식지 공간과 먹이를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으며 이런 경쟁이 수천 년간 유지돼온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새로운 연구과제가 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해에서 다시 해류를 타고 해양국립공원이나 보호 수역을 비롯한 다른 해안으로 진입해 기존 생태계를 위협하는 침입종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인류의 플라스틱 의존도가 계속 증가해 2050년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250t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기후변화로 폭풍이 더 잦아지고 강해지면 더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돼 공해로 진입하는 해안 동식물종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간과돼온 플라스틱 쓰레기의 부작용이 육지와 바다의 생물을 곧 바꿀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영국 BBC, ‘탄소중립 2030’ 계획 발표

BBC 사옥 전기·화석연료 감축탄소배출 강제 어려운 파트너사 협조 등 관건

다이애나비 인터뷰 사기 사건계기 공정성 원칙 마련내년 1월 자체 평가도

 

영국 공영방송 BBC가 정부의 탄소중립 기조에 발맞춰 탄소중립 2030’ 계획을 발표했다. BBC가 발생시키는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46% 감소한다는 계획이다.

 

KBS공영미디어연구소의 해외방송정보’ 12월호에 따르면 BBC절약 최적화 전환 등 3가지 전략으로 203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BBC가 공개한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2019~2020년 기준)130만 톤, 그 중에서 BBC 사옥·시설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직접 배출량은 전체 2%가량으로 집계됐다. 98%는 프로그램 외주제작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직원들의 교통수단 이용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등이다.

 

먼저 직접적인 에너지 사용량 감축을 위해 BBC는 사옥에서 사용하는 전기·화석연료 양을 줄이고 사무실 면적을 줄여나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마트빌딩 에너지 관리 시스템 도입, 세부적인 에너지 전력사용량 관리 등을 통해 사용량 감축을 도모한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LED 전구를 사용하고 오래된 보일러를 교체하며 스마트 스위치 등을 도입한다. BBC는 또한 그린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업무용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BBC의 영역별 온실가스 배출 비중 BBC

 

관건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98%를 차지하는 밸류 체인’(외부 생산 과정) 영역이다. BBC는 불필요한 외부 출장을 줄여 직원들의 교통수단 이용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온라인 회의를 장려한다. 외주제작사를 비롯한 파트너사 관련해선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도록 지원하는 한편, 협력을 통해 탄소효율이 높은 방송 기술과 미디어 디바이스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방송계에선 탄소중립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MBC가 지난 1일 오는 2023년까지 MBC 본사의 업무용 차량 56대를 모두 친환경 전기차로 바꾼다며 업무 차량의 전기차 전환이 완료되면 연간 석유에너지 145000리터를 쓰지 않게 돼 이산화탄소 345톤의 배출 감소 효과가 있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는 ESG경영(Environmet, Social, Governance: 사회적 책임 경영) 일환으로 설명됐기에 전사적인 탄소중립 전략과는 거리가 있다.

 

주대우 영국통신원은 영국 정부는 최근 세계 기후변화 이슈를 주도하는 입장이 되면서 어떤 나라보다도 모범적이고 도전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소 목표를 내세워야 할 상황이 되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기관뿐만이 아니라 여러 영국 기업들에 탄소중립 목표를 내놓으라고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라며 한국 정부도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세계로부터 받는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때문에 한국 방송사를 포함한 한국 기업들 또한 곧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자발적 목표, 전략 수립이 권고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요구되고 있다고 조언했다.

 

BBC ‘방송 공정성확보를 위한 10가지 실행계획

한편 BBC는 지난 10월 방송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10가지 실행계획을 발표하고 내년 1월 공정성에 대한 자체 평가를 진행한다. 25년만에 실체가 드러난 다이애나비 인터뷰 사기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방안이다.

 

지난해 고 다이애나비 동생인 찰스 스펜서 백작은 1995년 마틴 바시르 BBC 기자가 왕실이 다이애나비를 감시하고 있다며 위조된 은행서류를 근거로 거짓말을 해 다이애나비와 인터뷰를 했다고 폭로했다. BBC1996년 해당 기자의 행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BBC 이사회 권고로 BBC 보도·제작 프로세스를 검토한 세로타 보고서가 만들어졌고, 최근 ‘BBC 공정성과 제작 기준보고서가 마련됐다.

 

‘BBC 공정성과 제작 기준보고서의 10가지 실행 계획은 리뷰 감독 조사 모니터링 제작 가치와 문화 향상된 지배구조 교육 투명성 내부고발 의견과 시각 등이다. 공적인 이슈에 대한 BBC 보도·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리뷰하고, BBC 콘텐츠에 대한 불만 및 내부고발 정책 마련에 이르는 전 단계를 아우른다. BBC 기존 직원을 비롯한 프리랜서, 경력 사원은 방송 공정성 및 제작 기준을 교육 받아야 한다. 내년 1월부터는 시범적으로 영국 정부의 공적 자금 집행과 세금 정책에 대한 BBC 보도 리뷰가 시작된다.

BBC 방송 공정성 확보를 위한 10가지 실행계획. 자료=KBS공영미디어연구소 해외방송정보 12월호, BBC

 

이번 계획은 내부 직원들의 비윤리적 행위를 방지하는 데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된다. 주대우 통신원은 “‘BBC 제작 지침과 기준과 관련한 직원 교육 확대, 징계제도 확립, 내부고발 제도 수립 등 전반적으로 BBC 직원들이 제작 지침과 기준을 벗어난 활동을 할 수 없는 시스템을 BBC가 구축하고자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BBC의 방송 공정성 확보를 위한 실행계획 중 유일하게 방송 공정성 확보를 직접적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리뷰프로세스 도입 계획이라 전했다./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철새 이동 방해 않도록 높이 25m 평면교로 교량 형식 변경

대저대교 최적 노선 라운드테이블

부산 대저대교 투시도. 부산일보DB

 

부산시가 대저대교 최적 노선 선정을 위한 민·관 전문가 1차 라운드테이블에서 기존 추진안을 보완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장기간 끌어온 대저대교 건설 논란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오후 3시 부산시청에서 열린 낙동강 하구 대저대교 최적노선 도출을 위한 1차 라운드테이블 회의에서 시는 교량 형식과 노선 모두 변경해 철새 이동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은 10월 낙동강하구 대저대교 최적 노선추진 범시민운동본부와 박형준 부산시장 간 면담 자리에서 박 시장이 제안해 이날 처음 열린 것이다.

 

시는 이날 대저대교 건설에 따른 철새 영향 해소 방안제목의 발표에서 기존 안의 높이 45m 4주탑 사장교 방식에서 높이 25m 평면교 방식으로 교량 형식을 바꿔 가능한 한 철새 이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교량 노선과 관련해서도 시는 기존 노선과 전략환경영향평가 비대상으로 남을 수 있는 양쪽 125m 이내 범위에서 노선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수정 제시했다.

 

시는 또 대저대교 건설로 예상되는 환경 훼손을 흡수할 수 있는 대체지를 조성하고, 낙동강 하구 전체 철새도래지 기능을 보강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시는 삼락생태공원과 대저생태공원에 각각 10만 평과 3만 평 규모의 대체 서식지를 조성함으로써 대저대교 건설에 따른 환경훼손을 흡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시는 낙동강하구의 철새도래지 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하구 전반에 철새먹이터를 조성하는 한편 습지 유지·관리에 시민단체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하는 계획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시는 이를 위한 기금 조성 등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며, 전문가와 환경단체의 다양한 의견 전반도 적극 수렴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시와 참석 전문가들은 이날 시가 제시한 대안에 대해 검토한 뒤 오는 16일 오후 3시 낙동강 하구의 현명한 이용과 교량건설 계획을 주제로 한 2차 라운드테이블 회의를 열고 다시 한 번 상생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댈 계획이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