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0.18~



취사선택형 부동산 허위보도, 왜 비일비재한가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 (10회)] 주택공급 늘리면 만사해결? 사실 아닌데 계속 주장하는 이유
주식·코인·부동산 등 재테크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경제지 구독이 크게 늘었고, 특히 198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사람들을 뜻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은 이런 현상 속에서 과연 경제지를 보면 경제를 제대로 알 수 있는가, 경제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경제지들이 알리지 않거나 혹은 알리지 못한 우리 사회 이야기를 MZ세대 관점에서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나눠볼 예정이다.
살기(LIVE) 위해 사는(BUY) 것, 바로 부동산 이야기입니다. 부동산 문제는 늘 여론의 화두죠.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총 26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5년간 집값 오름세는 꾸준했고, 거주 양극화와 부동산 불평등도 심해졌습니다. 신한은행이 올해 발간한 <2021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자산 하위 20% 대비 상위 20%의 격차는 2018년 125배, 2019년 142배, 2020년 164배로 더욱 벌어졌습니다. 언론이 부동산 정책을 살펴 문제점은 지적하고 해결방안은 모색해야 할 이유입니다.
‘집값 잡는 하나의 방법=주택공급’ 외치는 경제지

▲ 7월31일, 주택공급 물량이 부족하지 않다는 정부 입장에 비아파트 물량까지 더하는 꼼수를 부렸다고 비판한 매일경제
경제지는 부동산에 큰 관심을 갖고 무수한 보도를 쏟아냅니다. 그중 눈에 띄는 건 집값 안정화 방안입니다. 경제지는 민간이 주도하는 주택공급을 적극 내세웁니다.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시장에 주택 매물이 많이 나오면 가격이 내린다고 보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부동산 세제 완화를 강력하게 주문합니다.
경제지는 문재인 정부가 주택공급을 옥죄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최근 부동산 담화인 7월28일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 보도를 살펴보죠.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과거 10년 평균 주택입주 물량이 전국 46.9만호, 서울 7.3만호인 반면, 올해 입주 물량은 각각 46만호, 8.3만호로 평년 수준을 유지하는 만큼 결코 지적과 우려만큼 공급 부족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경제지는 입을 모아 ‘수요자 선호도도 낮고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작은 빌라와 단독주택까지 끼워 넣었다’며 아파트 수치를 보고 평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매일경제는 7월31일 사설 <주택공급 충분하다는 정부, 분식 통계로 국민 희망고문하나>에서 “수요자 상당수가 새 아파트를 기대하는 것을 감안하면 주택 유형별 물량을 따로 밝히지 않은 것은 분식(粉飾)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덧붙여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공급을 틀어막고 있”다며 “정부는 분식 통계로 국민에게 희망고문하는 것을 당장 멈추고, 시장원리가 작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걷어내라”고 주문합니다.
문재인 정부 주택공급, 이전 정부보다 증가

▲ 월평균 아파트 인허가 물량 확인 결과, 현 정부의 수도권 아파트 월평균 인허가 실적은 1993년 이래 최대 수준이다.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민언련은 궁금해졌습니다. 경제지 말대로 주택공급이 부족한 게 사실일까요? 양도세와 같은 부동산 세제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주택공급이 확대되면 집값이 안정될까요? 경제지가 주택공급을 말할 땐 ‘아파트 물량을 보라’며 아파트를 강조한 만큼, 아파트에 국한해 살펴보았습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공급 관련 통계는 인허가와 착공, 분양, 준공 등이 있습니다. 이때, 정부가 주택공급을 줄였는지 알려면 인허가를 확인해야 합니다. 정부가 각종 규제로 부동산 공급을 묶었다면 당연히 삽을 뜨기 전, 관청에 허가를 받는 절차인 인허가 건수가 줄었을 테니 말입니다.
확인 결과, 인허가 건수는 줄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 수도권 아파트 인허가 실적은 월 1만 6천900호로 1993년 이래 최대 수준입니다.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도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정권 초기인 2017년 서울 아파트 인허가 건수는 7만 4천984호로 2003년(8만 3천611호)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월별로 들여다보면 5만 8천579호가 문재인 정부 임기가 시작한 2017년 5월 이후 이뤄졌습니다.
서울 아파트 착공 물량도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봤을 때 월등히 많습니다. 연평균 착공 물량이 이명박 정부(2008~2012년)가 2만 5천호, 박근혜 정부(2013~2016년)가 3만 3천호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만 1천호, 2018년 4만 5천호, 2019년 5만 4천호로 연평균 5만 호에 육박합니다. 이런 결과를 감안할 때 문재인 정부의 주택공급, 그중에서도 서울 아파트가 부족하다는 경제지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집값 안정에 주택공급 확대, 능사 아니다
역대 정부와 비교했을 때 주택공급이 오히려 많은 문재인 정부. 그럼에도 왜 집값이 잡히지 않을까요? 2021년 3월 발행된 한국지역개발학회지에 실린 ‘주택가격급등 원인과 정책대응에 대한 연구 : 전문가 인식을 중심으로’ 연구결과가 눈에 띕니다.
이 연구는 주택가격·주택수요·주택공급 기초자료 분석과 역대 정부 주택정책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 6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로 인식조사를 했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주택공급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소위 공급부족론이 실제 자료와 비교했을 때 과장됐다는 전문가도 있고, 인허가 실적이 최근 줄어든 게 사실이어서 심리적 영향이 더해져 증폭됐다는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택가격 관련 현황자료 분석 결과는 한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기준금리, 세대 수, 소득변수가 주택매매가격 지수와 유의한 상관성을 보인 반면 준공실적, 순공급과 같은 공급변수는 전국 단위에서 이론과 방향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서울지역 아파트에서 공급변수와 주택매매가격 지수는 유의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런 연구결과를 고려하면 주택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는 경제지 주장은 한계가 있습니다.
부동산 보도 전형적 말장난, 허위보도 유형도 다양

▲ 한문도 교수는 민언련과 인터뷰에서 언론의 부동산 보도는 일부 정보를 취사선택해 전달하고 있어 막상 필요한 정보가 시민에게 모두 전달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민언련과 인터뷰에서 이런 경제지 부동산 보도에 대해 ‘전형적인 말장난’이고 ‘데이터 취사선택’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한 교수는 그 유형을 △신고가(新高價) 선택형 보도 △평균가격 왜곡보도 △전·월세 매매물량 허위보도로 나눴습니다.
가령 ‘어느 지역 아파트 단지가 몇 개월 만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보도를 보고 해당 단지를 직접 확인해보면 십중팔구는 신고가도 있지만 가격이 떨어진 매물도 있다는 것입니다. 한 교수는 “언론사라면 두 정보를 모두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보도가 비일비재하다”며 신고가 선택형 허위보도 사례를 설명했습니다.
평균가격 왜곡보도 관련해선 예를 들어 10억짜리 주택 10개 거래로 매매 평균가격이 10억이 된 달은 ‘서울 아파트 평균 10억 돌파’라고 보도되지만, 5억 주택 5개가 팔려 매매 평균가격이 5억일 땐 보도가 없다고 지적했는데요. 두 경우 모두 주택가격이 올랐다는 데이터로 취사선택돼 보도된다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한 교수는 2020년 8월21일 허위매물 신고제가 시작된 이후, 진짜 매물 현황이라 볼 수 있는 9월부터 6개월 여간 쉬지 않고 매매·전월세 매물이 증가했음에도 ‘매물이 씨가 말랐다’ 식 보도만 쏟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이때 언론은 신혼부부가 선호하는 아파트단지나 신축 아파트단지 등만 골라 ‘매물이 없다’라고 보도하는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한 교수는 “막상 매물이 수천 개 늘어나도 보도를 안 한다. 언론이 엄청나게 허위보도한다고 느끼게 된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부동산 플레이어’로 뛰는 경제지, 감시자 가능할까
입맛에 맞는 정보만 취사선택하고 집값 오름세를 부추기거나 공포감을 조성하는 경제지. 그럼 경제지는 부동산 보도를 왜 이렇게 하는 걸까요? 합리적 의심이 가는 부분은 여럿 있습니다. 2018년 뉴스타파는 <기자와 부동산> 보도를 통해, 전·현직 언론인 1,054명 명부를 확보하고 그중 자택 주소가 적혀 있는 기자 949명 주소지와 주택소유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상당수(43.6%)가 일명 강남 3구로 불리는 서울 강남·서초·송파에 살고 있었습니다. 또한 다수는 서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또는 서울의 가장 대표적인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당시 민언련은 문재인 정부의 2017년 8·2 부동산 대책 이후 2018년 4월 30일까지 8·2 부동산 대책 핵심으로 꼽힌 초과이익환수제와 보유세 인상 등에 대한 언론 보도를 분석하기도 했는데요. 분석에 따르면 보수언론과 함께 경제지는 초과이익환수제와 보유세 인상안 모두 부정적 시각에서 보도했습니다. 언론인들이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부동산 보도를 편향적으로 한다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순 없을 겁니다.

▲ 7개 일간지 지면 광고 중 부동산 광고 게재 횟수(2020년 6월17일~2020년 9월17일). 그래프=민주언론시민연합
민언련은 지난해 정부가 6·17 대책을 발표한 이후 3개월간 신문 지면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모니터 보고서 <7개지 부동산 광고 ‘조중동’ 65.3% 차지, 광고 많을수록 정부비판 보도 많았다>를 보면, 해당 기간 매일경제는 319건, 한국경제는 255건에 달하는 부동산 광고를 지면에 실었습니다. ‘매일경제부동산센터’, ‘한경매물마당’ 등으로 부동산 광고 게재와 홍보에 직접 개입한 정황도 발견됐습니다. 무엇보다 7개 언론사 부동산 광고와 정책 보도를 비교해보니, 부동산 광고가 많을수록 정부정책 비판 보도도 많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언론이 부동산 감시자가 아닌 플레이어로 뛰면서 광고와 보도 간에 연관성을 가졌을 거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결과입니다.
집은 인간다운 삶의 필수 요건입니다. 그러나 집값 안정은 요원하고 무주택자는 아직도 많은 게 현실입니다. 국토교통부가 8월 13일 발표한 ‘2020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수도권에서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 내집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8년에서 8년으로 연장됐습니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언론은 끊임없이 정부 정책을 감시하고 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단, 경제지처럼 ‘주택공급 만능론’만 주문하는 것을 빼곤 말입니다./기자명 민주언론시민연합 제작/ 미디어오늘
진중권 조국 김부선 SNS발언 가장 많이 보도한 머니투데이
SNS인용 보도 기장 많은 정치 셀럽 진중권 전 교수
언론이 정치분야에 입장을 내는 유명인 가운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SNS 게시글을 가장 많이 기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사 가운데는 머니투데이의 관련 보도량이 가장 많았다.
디지털콘텐츠 평가 기업 오픈스톤이 정치 셀럽 5명의 ‘SNS뉴스화지수’를 분석한 결과 진 전 교수가 3702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조국 서울대 교수(2155점), 배우 김부선(1662점), 황교익 맛칼럼니스트(1579점),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902점) 순이다. 이번 조사는 6월29일부터 10월9일까지 SNS 글 기사화가 가장 많은 정치 셀럽 5인을 대상으로 했다.

▲ 정치 셀럽 SNS 보도량. 자료=오픈스톤
SNS뉴스화지수는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 등이 SNS에 올린 글이 어느 매체에 얼마나 기사화되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만든 지표다.
단순 언론 보도량을 보면 진중권 전 교수 797건, 조국 교수 525건, 황교익 칼럼니스트 513건, 김부선 배우 456건, 김근식 당협위원장 185건으로 나타났다.
최락선 오픈스톤 대표는 “진중권 전 교수의 SNS글은 진보, 보수언론 가릴 것 없이 대다수의 언론에서 고루 받아 쓴다는 특징이 있다”며 “최근 대장동 이슈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연관성을 집중 거론하는 글의 기사화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정치 셀럽’들의 발언을 가장 많이 인용한 언론은 머니투데이였다.
머니투데이는 해당 기간 진중권 전 교수의 게시글을 77건 보도했다. 이어 조선일보(66건), 아시아경제(58건), 중앙일보(51건), 서울경제(49건) 순이다. 조국 교수의 게시글을 가장 많이 다룬 언론 역시 머니투데이(44건)로 나타났다. 이어 이데일리(31건), 뉴스1(30건), 국민일보(27건), 조선일보(24건) 순이다. 김부선 배우의 경우도 머니투데이가 30건을 보도해 가장 보도량이 많았다. 금준경 기자 미디어오늘
삼성 홍보 적극적 이재용 프로포폴 재판 보도는 없거나 소극적
신문방송 모니터] 채널A·MBN·중앙 등 공판 무보도… 동아 ‘이건희 추도식’ 상세 보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월12일 향정신성 마취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가석방된 지 두 달 만에 법정에 섰습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1월 31일부터 2020년 5월10일까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의사 등 직원과 공모해 피부미용 시술을 빙자하거나 허위로 41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 부회장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첫 재판을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는지 살펴봤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첫 공판, 무보도한 채널A·MBN
이 부회장이 법정에 선 10월12일 방송저녁종합뉴스와 다음날인 10월13일 신문 지면을 살펴봤습니다. 재판 당일인 10월12일, 이 부회장 프로포폴 불법 투약 재판을 제대로 보도한 방송은 MBC, SBS, TV조선입니다. KBS와 JTBC도 검찰이 이 부회장에게 벌금 7천만 원을 구형했다고 보도는 했지만, 단신에 그쳤습니다

▲ 이재용 부회장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재판 관련 방송 저녁종합뉴스(10월12일)와 신문 지면(10월13일) 기사건수. 표=민주언론시민연합
SBS <“프로포폴 투약 반성”… 벌금 7천만 원 구형>(10월12일 정윤식 기자)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에 매주 출석 중인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에는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다른 형사 법정에 섰”으며 “이 부회장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의료용 목적이 아닌 용도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 10월12일, 이재용 부회장 프로포폴 투약 혐의 재판을 보도한 MBC.
MBC <이재용 벌금 7천만 원 구형… “약물 의존 벗어나” 선처 호소>(10월12일 신재웅 기자)는 “수사과정에서 불법적인 투약은 없었다며 혐의를 줄곧 부인해 온 이 부회장은 첫 재판에서 돌연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며 이 부회장이 “투약 시기는 삼성의 위기가 내 탓이라고 자책하던 때였다면서 지금은 전혀 약물에 의존하지 않는다면서 선처를 호소했”다고 전했습니다.
TV조선 <‘벌금 7천만 원’ 구형… “깊이 반성”>(10월12일 이채현 기자)은 “이 부회장이 프로포폴을 맞은 신사동의 병원은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 영화배우 하정우 씨에게도 프로포폴을 투약”한 곳이며 둘은 “모두 유죄를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경향·조선·한겨레만 보도

▲ 10월13일, 이재용 부회장 ‘프로포폴 불법 투약’을 보도한 조선일보
조선일보 <프로포폴 41회 투약 이재용 부회장에 벌금 7000만원 구형>(10월13일 양은경 기자)은 이재용 부회장이 “41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의료 목적 외로 상습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첫 공판이었지만, 이 부회장 측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증거에도 동의해 변론이 종결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 <이재용, 첫 재판서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인정… 검 “벌금 7000만원” 구형>(10월13일 전현진 기자)은 검찰이 동종전력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벌금 7000만 원과 1702만 원 추징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으며 “벌금형으로 선처해 줘 피고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감을 완수하고 사회에 기여해 자신의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달라”고 한 이 부회장 측 송우철 변호사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삼성을 홍보하는 기사에 적극적이었던 경제지는 이 부회장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첫 공판은 없는 일처럼 무보도로 일관했습니다.
프로포폴 대신 이건희 추도식 보도한 동아일보
10월13일 동아일보는 이재용 부회장 프로포폴 불법 투약 재판 대신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1주기 추도식을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 <이건희 1주기 추도식, 유족-일부 사장단만 참석할 듯>(서동일 기자)은 “이 회장 추도식과 관련해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가전사업 등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업적을 기려 규모 있는 추모 행사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유족의 뜻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과 일부 사장단만 참석”해 “간소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8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 부회장은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분야 등 미래 전략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240조 원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으며 “2023년까지 7만 개의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적극 홍보에 나섰습니다.

▲ 10월13일, 이재용 부회장 프로포폴 대신 이건희 전 회장 1주기 추도식을 상세히 보도한 동아일보
하루 앞선 10월12일, 동아일보는 <단독-이건희 1주기 ‘간소하게’… 이재용, 지난달 이건희 컬렉션 관람>(서동일 기자)에서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1주기 추도식 이후 이 부회장이 이끌 ‘뉴 삼성’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이 부회장은 지난달 초 ‘이건희 컬렉션’이 열리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찾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전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잘못은 감추고, 홍보성 행보는 적극 전하는 이중적 태도였습니다.
뉴스타파, 프로포폴 불법 투약 적극 보도
뉴스타파 <‘불법 없다’던 삼성 이재용, 재판에선 ‘프로포폴 41회 불법 투약 인정’>(10월12일 강민수 기자)은 “보도 직후 삼성 측은 줄곧 "불법 투약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는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에서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며 “지난해 뉴스타파 보도로 논란이 시작된 이후 줄곧 ‘불법 투약은 없었다’고 했던 입장을 뒤집”었다고 비판했습니다.

▲ 10월12일, 이재용 부회장 프로포폴 불법 투약에 대해 적극 보도해 온 뉴스타파
뉴스타파는 지난해 2월 <‘이재용 삼성 부회장 프로포폴 투약 의혹’ 공익신고... 검찰 수사> (2020년 2월13일)’를 시작으로, <이재용, 한남동 집에서도 프로포폴 투약 의혹… 삼성 “불법 없었다” 반복>(2020년 2월14일), <‘이재용 집 방문 프로포폴 투약’ 질책… 원장-간호조무사 통화파일 공개>(2020년 2월14일), <‘이재용 프로포폴’ 새 증인 “뉴스타파 보도 뒤 돈 회유, 증거인멸 지시”>(2020년 6월22일) 등 이 부회장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실을 적극 보도했습니다.
뉴스타파는 이후에도 <검찰, ‘프로포폴 투약=정식 재판’ 관례 깨고 이재용은 약식 기소>(6월7일 강민수 기자)를 통해 검찰이 “프로포폴 상습 불법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벌금 5000만 원의 약식기소 결정을 내렸”는데 “이재용 부회장을 제외한 문제의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것으로 의심되는 다른 인사들에 대해서는 검찰이 대부분 정식 재판을 청구”했으며 “마약 투약자를 통상 정식 재판에 넘겨 온 그간 검찰의 관례와도 어긋”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뉴스타파는 검찰의 수사상황도 꾸준히 지켜보며 문제점을 지적해왔습니다.
‘프로포폴 41회 투약’에도 비판 보도 없다
미디어오늘 <이재용 프로포폴 상습 투약 ‘말 바꾸기’, 비판보도 찾기 힘들다>(10월13일 정철운 기자)는 “삼성의 ‘말 바꾸기’에도, 다수 언론은 이재용의 ‘입’만 쳐다본 것 같다”며 “이 부회장 발언과 함께 검찰의 구형 사실을 건조하게 전하는데 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의문점도 많고 따져볼 점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언론은 삼성 사주에게 관대해 보인다. 심지어 국내 1위 광고주는 해명자료를 거짓으로 내도 상관없다는 분위기다”, “만약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이 똑같은 말 바꾸기를 했다면 언론 보도는 어땠을까”라며 언론의 부끄러운 보도행태를 꼬집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삼성전자에 “뉴스타파 보도를 ‘악의적인 허위보도’로 매도”하고 “해명자료에서 ‘허위주장’을 펼쳤던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기자들은 뉴스타파의 ‘고군분투’에 아주 약간이라도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삼성에 편향적인 언론의 모습은 이번에도 반복됐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8월17일 발표한 보고서 <이재용 가석방 보도, 특혜 ‘옹호’는 넘치고 ‘비판’은 지웠다>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언론은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당시에도 잘못은 감싸고, 특혜는 옹호하는 보도행태를 보였습니다. 언론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바탕으로 사회 고위층에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적·사회적 책임을 촉구해야 하지만 삼성 앞에서는 반대의 모습을 되풀이할 뿐입니다. 대한민국 언론이 그토록 강조하는 ‘언론 자유’, ‘표현의 자유’가 삼성을 만나면 왜 실현되지 못하는지 다시금 질문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10월1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10월13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기자명 민주언론시민연합
유우성 무죄 받으니 보복 기소, 검사가 깡패?
‘간첩 혐의’로 무죄를 받은 유우성은 왜 또 형사재판을 받았을까. 검찰이 보복 기소를 했기 때문이다. 유우성 사건은 여러 의미에서 ‘검찰개혁’의 이유를 끝없이 보여준다.

10월14일 대법원 앞에서 간첩 증거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가운데)가 판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더 이상 ‘피고인 유우성’은 없다. 2013년 시작된 유우성씨의 형사재판기는 2021년에야 마무리되었다. ‘유우성 사건’은 2014년 간첩 증거 조작이 밝혀졌다. 2015년엔 ‘간첩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가 선고됐다.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10월14일 대법원의 ‘또 다른 유우성 사건’ 선고는 의아한 소식일 수 있다. ‘유우성 사건은 끝난 게 아니었나?’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2021년 대법원 선고의 의미는 이 의아함에서 출발한다. 간첩 혐의로 무죄를 받은 유우성은 왜 또 형사재판을 받았을까. 이를 살피기 위해, 먼저 대법원 선고 내용을 보자. 10월14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는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찰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검찰의 기소(공소의 제기) 자체가 잘못되었다며, 유우성씨의 손을 들어줬다. 유씨가 국가권력의 피해자 지위를 최종 인정받은 것이다.
무엇보다 검찰의 ‘보복 기소’ ‘괴롭히기 기소’가 공인되었다. 한국 사법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대법원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부분은 검사의 자의적 공소권 행사다. 이로 인해 피고인(유우성)이 실질적 불이익을 받았음이 명백하다. (검사의)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에 해당한다”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검사가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일부러 유우성씨를 기소했다는 뜻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한 2021년 1월 이전까지, 일반 시민을 재판에 부치는 권한(기소권)은 검찰이 독점했다. 지난해까지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국내 유일 조직이었다. 이에 따른 검찰권 남용에 대한 비판과 우려도 수없이 제기되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마저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라고 말한 바 있다.
오른쪽 타임라인을 쫓다 보면, 검찰이 왜 ‘보복 기소’를 했는지가 보인다. 2013년 당시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유우성씨는 그해 2월 간첩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그의 동생 유가려씨는 국정원이 6개월 동안 자신을 중앙합동신문센터(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감금했고, “오빠가 간첩”이라는 증언을 하라고 회유·협박·폭행했다고 밝혔다. 2013년 8월22일, 1심은 유우성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완패였다. 심지어 간첩 혐의 2심 중에는 국정원과 검찰이 증거를 조작했다는 초유의 사실이 밝혀졌다. 2014년 4월25일 열린 2심도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2심 무죄선고 직전인 2014년 3월31일, 증거 조작을 한 국정원 요원 등을 구속기소했다. 당시 국정원 대공수사국 직원 등은 이후 2015년 10월 대법원에서 많게는 징역 4년, 적게는 벌금 700만원에 대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반면 이 사건의 담당 검사인 이문성·이시원씨는 불기소되었다. 이들은 유우성 ‘간첩 혐의’에 대해 국정원 수사를 지휘한 다음 기소를 하고 공판을 담당했다(수사·기소 담당 이시원·한정화 검사, 공판 담당 이시원·이문성·최행관 검사). 검찰은 ‘해당 검사들은 국정원 직원들이 제출한 조작 증거에 속았다’고 판단했다. 대신 내부 징계를 했다. 대검은 두 사람을 정직 1개월로 처분했다. 당시 지휘 라인에 있던 최성남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은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어떠한 의도가 있다고 보여진다”
‘유우성 간첩 혐의’ 2심 무죄선고가 난 지 딱 2주 후인 2014년 5월9일, 서울중앙지검은 유씨를 별건으로 기소했다.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이었다. 대북 송금에 관여했다는 해당 혐의는 이미 2010년에 검찰이 기소유예를 했던 사안이었다. 기소유예란 ‘검사가 판단하기에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참작해 기소를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2010년 서울동부지검은 유우성씨를 기소유예하며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유우성은 초범이고 탈북한 대학생으로서, 친척의 부탁으로 예금계좌들을 빌려주어 ‘환치기’를 하도록 도와 가담 정도가 경미하며 범행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
2014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기소 당시 유우성씨와 그의 변호인은 강력 반발했다. “유우성이 간첩 혐의로 무죄판결을 받자, 추락한 검찰의 위신을 세우고 유씨가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기 위해, 과거 기소유예한 혐의로 보복 기소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이 가진 기소독점권에 대항할 방법은 재판에서 무죄를 받는 길 외에는 없었다. 2015년 7월16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재판은 1심에서 유우성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016년 9월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재판장 윤준)는 이 사건을 공소기각했다. 공소기각은 ‘검사의 공소 자체가 적법하지 않아 심리를 하지 않고 소송을 끝낸다’는 의미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의 기소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종전 사건(2010년)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한 바 있음에도 이를 번복해 (2014년) 기소할 만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검사가 현재 사건을 기소한 것은 어떠한 의도가 있다고 보여진다.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평가함이 상당하다.” 다만 유씨가 재북 화교임에도 탈북자 정착금을 받았다는 혐의(위계 공무집행 방해)에 대해서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이 재판의 결론은, 5년이 지난 2021년 10월14일에야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2014년 유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사람은 당시 안동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검사다. 지휘 라인에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이두봉 형사2부장, 신유철 1차장, 김수남 지검장이 있었다.
10월14일 유우성씨와 그의 변호인단은 공소권을 남용한 검사와 지휘 라인을 공수처에 고소하고, 국가배상 등 민사소송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유우성씨가 당한 보복 기소가 최근 진행되는 ‘고발 사주 의혹’과 같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2014년)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이 밝혀지자 한 우익단체의 대표가 유우성을 고발했다. 전혀 새로운 내용이라고 할 수 없었지만 고발 직후 수사가 개시되었다. 불과 1개월여 만에 기소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최근 논란이 되는 ‘고발 사주 의혹’을 떠올리게 한다. 수사기관의 지시 또는 관여하에 고발이 이루어지고 정해진 수순에 따라 기소가 이루어진 것은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 유우성 사건은 여러 의미에서 ‘검찰개혁’의 이유를 끝없이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유우성 사건’ 검찰의 보복 기소는 어떻게 진행되었나?
2010년 3월29일 서울동부지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유우성 기소유예
2013년 2월26일 서울중앙지검, 간첩 혐의 등으로 유우성 구속기소
8월22일 간첩 혐의 1심, 유우성 무죄선고
9월 국정원·검찰, 간첩 혐의 2심에 조작 증거 제출

2014년 2월13일 중국 정부, 간첩 혐의 2심에 검찰 증거가 위조라고 회신
3월31일 서울중앙지검, 간첩 혐의 유우성 증거 조작 국정원 요원 구속기소
4월25일 간첩 혐의 2심, 유우성 무죄선고
5월1일 대검, 간첩 혐의 유우성 사건 증거 조작 관여 검사들 감봉·정직

5월9일 서울중앙지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유우성 다시 기소
2015년 7월16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1심, 유우성 벌금 1000만원 선고
10월29일 간첩 혐의 대법원(3심), 유우성 최종 무죄선고
2016년 9월1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2심, 유우성 공소기각 선고 및 검찰의 보복 기소 인정
2021년 10월14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대법원(3심), 유우성 공소기각 및 검찰의 보복 기소 최종 인정
시사인 김은지 기자











시민사회단체 500곳 "윤석열 가장 적합"…중소상공인연합 "홍준표지지“

© news1 이갑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상임대표가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범시민단체연합 등 500여 시민사회단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 공식 지지선언' 기자회견에서 지지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선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를 향한 시민사회단체의 지지 경쟁이 불붙고 있다.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등 500여 시민사회단체는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과 상식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차기 대통령으로 윤 후보가 가장 적합하다"며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윤 후보는 공정과 정의의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고 구태정치에 맞서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는 인물"이라며 "또한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를 시대적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정치를 시작해 구태정치에 물들지 않은 미숙함이 국민에게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는 제왕적 대통령이 통치하는 나라가 아니라 국민과 지방이 앞장서고 국가가 이를 뒷받침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애국심이 넘치는 전문가를 중심으로 나라를 이끌어 가겠다는 생각이 헌법적 가치를 지키며 국민의 생존과 국가의 존립을 보장하는데 가장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중소상공인연합 36개 단체 회원 1만4000여명은 홍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서울 여의도 홍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홍 후보의 국가경영비전과 도덕성을 믿고 지지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당내 최다선(5선)인 주호영 의원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당 대선경선 예비후보였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홍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휴지 살 가게 하나 없다” 소멸 닥친 마을 1067곳
소멸 고위험’ 충남·경북 마을
동네 들어서니 잡초 무성한 폐가…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 기반 붕괴
고위험 시·군·구, 1년새 50% 급증

‘살고 싶은 마을, 봉선리’
지난달 28일 물버들로 유명하다는 봉선저수지를 거쳐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회관 앞 표지석이 방문객을 맞았다. 바로 옆 도로 건너편으로 한눈에 봐도 방치된 지 여러 해인 빨간 지붕 집이 눈에 들어왔다. 담벼락 무너진 자리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백정현(71) 이장의 안내를 받아 언덕 위 집으로 향했다. 백 이장은 “이 마을에선 청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제 이 동네는 죽은 사람 상여도 노인이 메야 한다”는 씁쓸한 농담을 던지며 쓰러져가는 폐가로 들어섰다.
‘멈춰버린 시계, 먼지 쌓인 전기밥솥, 누런 국그릇과 밥그릇, 녹슨 우산, 널브러진 문짝….’
10여년 전 홀로 살다 세상을 떴다는 집주인 할아버지의 삶의 흔적들은 집 안에 오롯이 남아 있었다. 적막 속에 들깻잎과 콩잎만이 어지럽게 집을 감싸고 있을 뿐이었다. 백 이장이 입을 열었다. “동네에 애는 없고 노인만 천지여유. 이런 빈집 앞으로 더 늘어갈 텐데, 그게 걱정이구먼유.”
일흔한살 ‘젊은’ 이장의 걱정은 봉선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봉선리처럼 지방소멸이 현실화한 곳으로 평가되는 ‘소멸고위험지역’이 한해 만에 50%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이 최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올해 5월 기준 228개 전국 시·군·구 중 36곳(15.8%), 3553개 읍·면·동 중 1067곳(30%)이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됐으며, 소멸위험지역은 시·군·구 106곳(46.5%), 읍·면·동 1777곳(50%)이다. 특히 소멸위험 시·군·구는 지난해 105곳에서 올해 106곳으로 별 변화가 없지만, 소멸고위험지역은 지난해 23곳에서 올해 36곳으로 크게 늘어났다. 소멸위험지역으로의 진입은 큰 전환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고령층, 초고령층 중심 사회가 돼 공동체의 인구기반이 점차 소멸할 것으로 예측되는 단계다. 여기서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넘어가면,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사회기반이 붕괴돼 소멸이 현실화된다는 것을 뜻한다.
“아플까 봐 겁부터 난다”
충남 서천군 시초면 봉선리는 전체 주민이 95명인 자그마한 동네였다. 20~39살 여성인구 수를 65살 이상 인구 수로 나눈 소멸위험지수는 1.0 이하면 쇠퇴위험이 있다는 뜻인데, 이 동네 소멸위험지수는 기준치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0.09로 소멸고위험 기준인 0.2보다도 낮다. 주민 가운데 60대 이상이 52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40~50대 23명, 20~30대는 11명, 10대 이하는 9명뿐이었다.
사람이 줄기 시작한 지는 얼추 40년은 됐단다. 백 이장은 “그때는 처녀들이 가발공장에 많이 취직했거든. 짝 없는데 총각들이 뭐 하러 시골에서 농사짓겄어. 너도나도 보따리를 쌌지”라고 했다.
고향을 뜨는 이가 많아질수록 남는 이들이 겪는 불편은 커져만 간다. 동네 중학생 둘과 고등학생 셋은 하루 세번 오는 버스를 타고 10㎞가량 떨어진 서천읍내로 통학한다. 그나마 유일한 초등학생은 스쿨버스를 타고 2㎞ 거리 시초초등학교를 다닌다. 없는 것 빼곤 다 팔던 ‘점방’은 10여년 전에 문을 닫았고, 휴지나 식용유 같은 생활필수품을 사려면 시초면 슈퍼나 옆 동네인 문산면 농협마트까지 가야 한다.
노인들에게 병원이 멀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몸이 이상해 정밀검사라도 받으려면 도 경계를 넘어 전북 익산까지 가야 한다. 부인이 초기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전임 노인회장 박성규(85)씨는 “아플까 봐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땅에 의지해 걱정 없이 살기 좋은 동네에 살고 있지만, 치매 치료차 서울까지 병원에 다녀야 하는 일상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2009년 서천공주고속도로 개통으로 마을이 쪼개지면서 불꽃놀이나 풍물을 할 사람이 차츰 사라져 대보름맞이 동네 축제도 해마다 규모를 줄여가고 있다. 축제를 이끌어온 최규훈(68)씨는 “봉선저수지를 생태관광지로 개발하면 동네를 되살릴 수 있지 않겠냐”면서도 “숙박시설, 음식점, 편의시설 등이 있어야지, (생태관광) 체험학습센터만 만들면 무슨 소용이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영화 촬영지, 머물지 않는 사람들

서천 봉선리에서 동쪽으로 250㎞가량 떨어진 경북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 해발 637m 조림산으로부터 흘러 내려오는 물길을 따라 3개 마을이 형성돼 오랜 세월 사람들이 살아온 동네다.
연휴였던 지난 4일 화본1리 화본역 근처에 다다르자 밀려든 차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눈길을 돌려 바라본 ‘역전슈퍼’는 기념품을 고르는 손님들로 북적였고, 역 앞 국숫집에는 ‘주말, 공휴일 대기시간은 2시간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2~3년 전부터 주말이면 관광객이 넘쳐난단다.
하지만 마을 안쪽으로 차를 돌리자, 여느 농촌처럼 한적하기만 한 풍경이 펼쳐졌다. 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이종준(63)씨는 “사람이 빠지기 시작한 지는 20년 정도 된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이 아이들 공부시킨다고 대구로 많이 나갔다. 나이 든 어르신들은 점점 돌아가시니까 빈집도 점점 많아진다”며 “관광지가 되면서 사람이 많아서 좋긴 한데, 워낙 외진 곳이라 귀촌 오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했다.
이 동네 인구구성도 심한 가분수형이었다. 면사무소와 화본역이 있는 ‘대처’인 화본1리에는 297명이 사는데, 60대 이상이 187명으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40~50대는 68명, 20~30대 29명, 10대 이하는 13명뿐이었다. 소멸위험지수 0.04. 관광지가 된 덕분에 드나드는 이는 많지만, 공동체 지속가능성에는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마을회관 건너편 산성초등학교는 9년 전 폐교됐고, 이씨가 사는 화본2리에는 스무살 미만 주민은 한명도 없다고 했다.
이곳 또한 ‘아플 때’가 문제였다. 보건지소에서는 독감 예방접종 정도만 가능할 뿐, 긴급상황이 발생하거나 만성질환을 앓는 이는 누군가가 모시고 군위읍내 또는 차로 1시간 거리인 대구까지 나가야 한다. 이씨는 “어르신들이 (혼자) 병원 가는 건 엄두를 못 낸다. 긴급 환자가 생겨서 119를 부르면 경북 칠곡까지 간다. 어떤 때는 영천, 대구까지 갈 때도 있다”고 말했다.
군 차원에서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과 대구시 편입을 인구 증가세로 반전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지 않겠냐는 분위기도 있다. 군위읍사무소 앞에도 ‘군위군 대구시 편입 촉구 1만명 서명운동’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대구와 경북은 한발 더 나아가 ‘대구경북특별광역시’를 만드는 초광역 행정통합도 추진 중이다. 군위읍내에서 만난 박태문(75)씨는 “공항 생기고 대구시로 되면 땅값도 오르고 젊은 사람들 일자리는 더 안 생기겠나”라고 말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넘지 못한 벽을 공항과 대구시 편입이 넘어설 수 있을까.
서천 군위/최예린 김규현 기자 floye@hani.co.kr
괴산, 생존 실험…주거·문화 ‘압축도시’ 만들고 일자리 마련
살길 모색하는 ‘소멸고위험’ 지역
읍내에 미니 복합타운 조성중
2024년까지 3300여명 주거단지
공원·체육센터·도서관 등도 계획
학교·시장 있는 원도심과도 가까워
5㎞ 안 산업단지로 농공병진 추진
충북도 저강도 압축도시 ‘농시’ 정책
8곳 농촌거점 정해 생활인프라 집적

괴산군이 2024년께 조성할 압축형 도시 괴산 미니복합타운. 주거 공간 왼쪽에 주민이 이용할 체육관, 도서관, 어린이집 등 문화·복지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괴산군 제공
인구 3만6880명(9월 말 기준)인 충북 괴산군은 한달 신생아가 10명 미만이다. 반면에 65살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의 36%를 차지하는, 소멸위험지수 0.16인 소멸고위험 지역 가운데 한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괴산군은 ‘압축형 도시’ 실험을 시작했다. 읍내에 주거·복지·문화·교육생활이 가능하도록 거점을 마련하는 압축도시(콤팩트시티)는 일본 북부 아오모리, 중부 도야마 등에서 도입된 바 있다. 미국에선 디트로이트가 ‘디트로이트 워크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압축도시와 비슷한 적정 규모 전략을 추진했다.
괴산이 추진하는 압축형 도시 ‘괴산 미니복합타운’도 주거단지와 문화·복지 공간을 압축하는 게 핵심이다. 일단 2024년까지 괴산읍(대사리) 20만3392㎡에 임대 350가구, 분양 1431가구, 단독주택 35가구 등 1816가구 3377명을 수용하는 주거단지를 조성한다.
주거단지 앞쪽엔 29억원을 들여 국공립 어린이집(960㎡)을, 뒤쪽 하천에는 수변공원(4만㎡)을 만들 참이다. 인근에는 연면적 3450㎡, 3층 규모 도서관도 들어선다. 100억원을 들여 일반 열람실뿐 아니라 영유아실, 청소년 특화 공간과 북카페 등을 포함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꾸밀 참이다. 예산 110억원을 투입해 수영장·헬스장·다목적공간·놀이터·쉼터 등이 포함된 반다비 국민체육센터(4530㎡)도 조성한다.
도서관·체육센터·공원 모두 주거단지 바로 옆에 둬 충북 평균(9.3㎞)은 물론 접근성이 좋은 서울(1.59㎞)에 견줘도 접근에 손색이 없도록 했다. 이들 시설 신축 예산 절반 이상은 국비·도비로 충당된다.
애초 입지 선정도 편의시설과의 거리를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 주변 1㎞ 남짓한 거리에 전통시장, 버스터미널, 병원 등이 들어선 원도심이 형성돼 있으며, 반경 500~1000m 안에 초·중·고교가 있다. <지방도시 살생부―‘압축도시’만이 살길이다>라는 책에서 압축도시를 소개한 바 있는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괴산이 추진하는 복합타운은 원도심을 중심으로 개발 전략을 펴는 전형적인 압축도시라기보다 압축과 복합을 융합한 형태다. 도시 기능을 거점 공간에 집적화해 인구를 모으고, 생활을 효율화하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괴산군이 이런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소멸위기 때문이다. 한때 16만명(1967년)에 이르던 인구는 1988년 10만명 아래로 떨어지더니, 2003년 증평과 분리되면서 그마저도 반토막 났다. 최근 3~4년 동안 해마다 400여명의 인구가 자연감소(사망-출생)해 3만9천명 선이 무너졌는데, 올해 출생한 신생아는 9월 말까지 71명으로 한달 10명이 채 안 된다. 이차영 괴산군수는 “고령화·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생활환경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 산업단지·기업 유치 및 종사자 정주 여건 개선 등 다양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복합타운 사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괴산은 복합타운 조성을 통한 생활여건 개선과 더불어 일자리 마련을 위한 원도심 재생, 산업단지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복합타운과 1㎞ 남짓 떨어진 곳에 대제산업단지, 5㎞ 남짓한 곳에 청안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등 농업과 산업이 공존하는 ‘농공병진’ 정책을 펴고 있다. 이 군수는 “전통 농업, 관광 등만으로는 지방의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없는 현실이다. 기업 유치로 외부에서 유입하고, 내부 여건을 좋게 해 기존 인구를 지키는 전략을 함께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북도에서도 ‘저강도 압축도시’인 ‘농시’ 정책을 펴고 있다. 농촌 거점에 작은도서관, 돌봄·가족센터, 문화체험·생활체육시설, 문화소극장, 건강관리실, 청소년어울림센터 등을 확충하는 사업으 로 , 2019년 영동군 황간면, 증평읍, 괴산읍, 단양군 매포읍에 이어 지난해 청주시 내수읍, 옥천읍, 진천읍, 음성군 삼성면 등 8곳을 ‘농시’로 지정해 생활 인프라 압축을 지원하고 있다. 이정운 충북도 농촌개발팀 주무관은 “‘농시’는 거점 읍·면에 도시 기능을 집적화한 일종의 압축도시다. 농시가 지방 소멸을 막고, 지방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대장동, 땅장사·집장사 판이 된 공공개발의 표상
[인권으로 읽는 세상]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만 문제일까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뉴스가 연일 쏟아진다. 사업을 주도하고 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그 뒷배를 봐주면서 특혜 의혹에 연루된 인물들이 언론과 법조계, 정치인으로 광범위한 상황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유례없는 개발사업의 공익환수 사례로, 민간에 막대한 이익을 갖다 바친 특혜로 규정하며 여야는 서로를 비리 게이트로 지목하고 있다. 대선 후보가 관계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리지만, 개발사업을 둘러싼 비리는 단골뉴스가 된지 오래다. 철저한 수사와 제대로 된 처벌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지만, 개발사업을 돈잔치의 기회로 삼아온 ‘그들만의 리그’가 사라질 수 있을까?
대장동 개발사업의 이익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대장동은 민관합동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되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절반 이상의 지분을 가지면서 원주민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토지 수용을 할 수 있었다. 주로 그린벨트 지역이었던 대장동의 원주민이 받은 보상금은 평균 평당 270만 원, 개발 이후 현재 대장동에 들어선 신규주택의 분양가는 평균 평당 2500만 원이라고 한다. 공공개발과 민간개발의 혼재된 성격은 분양가 상한제 미적용의 이유가 됐다. 공공개발시 임대주택 공급 의무 비율 25% 규정 또한 빗겨날 수 있어 향후 대장동에 들어설 공공임대 비율은 6%에 불과할 것이라고 한다. 5000만 원이라는 1% 지분 대비 577억의 배당금이 지급되어 논란이 된 민간시행사의 분양 매출은 1조3천억 원에 이른다. 이렇게 분양 물량을 늘리고 분양가를 높이면서 개발이익이 더 극대화될 수 있었다. 민관합동이라는 방식을 통해 공공이 한 것은 토지수용 과정과 인허가 과정처럼 가장 품이 드는 일을 줄여주어 민간업체가 개발사업을 보다 쉽고 빠르게 추진해 더 많은 이익이 보장될 수 있게끔 뒷받침한 것이었다.
논란 가운데서도 높은 경쟁률 속에 마감한 대장동 개발사업의 마지막 청약은 평당 3440만 원으로 역대 성남시 분양가의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미 입주한 신규주택이 분양가 대비 2배 가까이 오른 상황으로, 높은 분양가지만 향후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가 배경으로 이야기됐다. 턱없이 높은 분양가여도 반드시 더 오를 것이라는 믿음 속에 신규주택은 미래의 가치가 보증되는 확실한 상품처럼 이야기되고, 신규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되는 개발사업은 자산을 증식할 일대의 기회로 여겨진다.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사업을 추진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간업체의 이익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일 뿐이며, 이득일지 손해일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오히려 공원 조성, 터널 공사, 임대부지 제공이라는 공익을 환수한 모범사례였다고 항변한다. 이익을 나누어 가지며 공공과 민간 모두 ‘윈윈’한 사업처럼 포장하지만, 그 이익은 그곳에서 살았던 원주민들에게는 낮은 보상금을 받고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살고자 들어오는 입주민들에게는 높은 분양가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개발사업을 통해 탈바꿈하겠다는 명품도시는 부동산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주택의 공급일 뿐, 그곳에서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고려되지는 않는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이를 다시금 확인케 한 사례다.
땅장사, 집장사의 판이 된 공공개발
개발사업의 문제는 대장동만이 아니다. 공공개발이라는 이름하에 정부가 계획하고 LH가 추진하는 개발사업 또한 다를 바가 없다. 폭등하는 집값을 안정화하고 실수요자들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역대 정부마다 대규모 신규주택 공급 정책 카드를 언제나 끄집어냈다. 공익을 위한 사업이라는 이유로 LH는 낮은 감정가로 보상하면서 토지를 강제로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조성한 공공택지를 공공개발을 위해 모두 쓰지는 않는다. LH는 공공택지의 상당 부분을 민간건설업체에 매각하면서 그 차익을 수익으로 가져간다. 공공택지를 입찰 받은 건설업체들은 ‘프리미엄’, ‘명품’이라 포장하며 높은 분양가로 주택을 분양하고 수익을 얻는다. 이미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LH의 공공택지 매각은 지적되었지만, 3기 신도시에서도 민간분양 비중이 40%다. 강제수용을 통해 확보한 공공택지의 절반 가까이를 또다시 건설업체에 매각할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 공공개발을 하겠다며 확보한 공공택지에서 LH가 땅장사를 하고, 민간건설업체들은 집장사를 하는 동안 집은 주거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시장에 비싼 값에 내다 팔 상품이 된다. 공공개발이든 민관합동개발이든 주거의 권리는 부동산 시장에 내맡겨진 꼴이다.
이렇게 한국사회에서 개발사업은 집을 더욱 비싼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집=상품이라는 등식을 굳건히 해왔다.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집을 사람이 사는(live) 곳으로 만들려는 방안을 찾지 않으면 집은 사야(buy)하는 것이 될 뿐이다. 임대주택 비율을 늘리고 세입자의 권리를 확장하려는 제도를 제안하기는커녕 신규주택 공급과 함께 대출 규제를 완화해서 빚을 져서라도 구입하라는 정책을 펼치는 것은 부동산 시장만 강화시킨다. 매년마다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다는 통계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미래를 저당 잡힌 사람들이 투기 세력과 다르지 않은 이해관계를 갖게끔 방치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제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따라 주거의 권리가 위협받지 않을 수 있도록, 개발사업이 돈벌이의 기회가 아니라 안정적인 주거의 공간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주거권의 원칙을 세워가야 한다.
집을 상품으로 만들어온 개발에 제동을
이번 사건으로 무엇보다 앞서 집=상품이라는 등식을 해체하고 주거의 권리가 먼저라는 원칙을 확인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 주거의 권리가 휘둘려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공공택지는 공공주택의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제도가 새롭게 설계되어야 한다.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구실이 되었던 LH의 부채에 대해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공공임대주택은 적자를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주거권을 보장하는 공공의 의무이자 역할이어야 한다. 이런 확인 속에서 민간개발에 대해서는 개발이익환수제와 토지초과이득세의 강화와 도입으로 민간자본이 부동산을 통해 소득을 얻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장동 개발사업과 같이 주거권 보장과는 상관없는 개발을 허용해선 안된다. 민관합동이라는 방식으로 개발사업에 따른 의무를 피해가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이윤을 내기 위한 개발은 주거의 공공성을 위태롭게 할 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체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는 5%에 불과한 상황에서 공공임대주택을 분양으로 전환하며 부동산 시장의 매물을 확대하는 방식도 멈춰야 한다. 적극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수준으로 높여 점유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개입과 통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작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기간에 상관없이 보장하고, 전월세 상한율에 대한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 집을 소유하는 것이 재산 증식의 기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주거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로서 집을 개인이 소유하는 것에는 그만큼 의무가 따른다는 것을 확인시키자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누구나 살 만한 집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거권 보장 정책이다. 개발사업을 둘러싼 특혜와 비리의 문제로 공방하는 그들만의 리그에 더 이상 우리의 삶과 미래를 내맡기지 말자. 자산 증식의 수단이 되면서 집을 상품으로 만들어온 개발사업에 제동을 걸고 전면적인 변화를 요구해야 할 때다.
민선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프레시안
이재명 "'가짜 돈다발 사진' 내놓은 김용판, 국감을 허위 날조의 장으로"
"국회의원 면책특권 악용해 가짜 정보로 국민 현혹하는 것은 범죄 행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가짜 돈다발 사진'을 제시하며 '조직폭력배 뇌물설'을 주장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에게 "국정감사를 허위 날조의 장으로 만들었다"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 지사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면책특권 뒤에 숨은 악의적인 민주주의 파괴 행위'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어제 국회 행정안전위 국정감사에서 난데없는 돈다발이 등장했다. 제가 조폭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증거라며 김 의원이 제시한 사진이다. 그런데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그 돈다발 사진이 허위라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참 개탄스럽다"고 한탄했다.
이 지사는 "헌법이 규정한 국정감사에서 한 나라의 헌법기관인 국회의원과 제1야당 국민의힘이 완벽한 허위 날조를 동원해 저를 음해한 것"이라며 "이는 기득권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헌법 유린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자 그들을 뽑아준 국민들에 대한 배신행위에 다름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악용해 '아니면 말고' 식 허위 날조 주장을 펴고 한 사람의 인격을 말살하고 가짜 정보로 국민들을 현혹하는 것은 의정 활동이 아니라 범죄 행위"라면서 "국회의원 면책특권은 독재정권 시절 국회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독재정권은 사라진 지 오래고 면책특권은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게 명백한 가짜 뉴스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독버섯"이라며 "(이 같은 일을) 용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국민의힘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그는 "국민의힘은 국정감사를 허위 날조의 장으로 만든 데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며 "즉각 국민께 사죄하기 바란다"고 했다"아울러 무책임한 폭로로 국감장을 허위, 가짜 뉴스 생산장으로 만든 김 의원은 저에게 가한 음해에 대해 사과하고, 스스로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
“얼마만에 느끼는 해방감이냐” 부산 거리두기 완화에 ‘들썩들썩
“오늘 12시까지 놀아도 되는 거 맞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완화된 지난 18일 밤 부산 부산진구 서면 일대는 해방감을 만끽하려는 젊은이로 북적였다. 부산시는 이날부터 거리두기 지침을 일부 완화한 3단계를 적용했다. 기존 밤 10시까지였던 식당·카페 영업시간이 자정까지 확대되고, 백신 접종 완료자 4명 포함 8명이었던 모임 가능 인원도 접종자 6명 포함 10명까지로 늘어났다.

지난 18일 밤 부산진구의 한 음식점에서 종업원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내용을 적은 팻말을 게시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거리두기 지침이 일부 풀리면서 이날 쥬디스태화 인근 번화가부터 길을 따라 늘어선 식당과 카페에 단체 손님이 다수 자리 잡았다. 서면로터리 인근 주점 밀집 지역 내 인기 주점 앞에는 인근 골목 안쪽까지 긴 대기 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특히 늦은 시간까지 놀 수 있게 됐다는 데 해방감을 느끼는 20대와 30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박형준 시장 선거법 위반 재판, 시작부터 신경전 팽팽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형준 부산시장의 첫 재판 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류승우 부장판사)는 19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국제신문 지난 7일 자 1면 보도)된 박 시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준비기일인 이날 피고인 박 시장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박 시장 공소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시장이 2008년과 2009년께 청와대 홍보기획관으로 재직하던 중, 박 시장의 승인·지시에 따라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단체·인물에 대한 관리와 견제 방안 등 자료 제출 요청이 국정원에 전달됐다. 국정원은 2009년 7월 1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해당 문건을 보고했고, 박 시장은 이를 받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관련 지시를 받았다.
검찰은 “해당 보고서 내용은 사찰 정보에 해당해 피고는 사찰에 관여한 사실이 있음에도, 보궐선거에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10여 회에 걸쳐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핵심 문건인 2건의 보고서 이외에도 대통령 보고가 됐다는 부분과 관련해 작성된 문건이 존재한다. 이를 증거로 제출할 것”이라며 “이외에도 당시 청와대 행정관, 비서관, 국정원 직원 등의 진술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해당 문건을 요청하거나 보고받은 바 없고, 관여한 사실도 없다는 게 기본 취지”라고 밝혔다. 이어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당시 피고로부터 지시를 받았다는 행정관 등에 대한 특정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재판부가 빠른 재판 진행 의사를 밝히자 양측은 이에 동의했다. 다만 박 시장 변호인 측은 “시정과 고려해 가급적 금요일 또는 목요일에 기일 진행을 바란다”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시민단체 1조원' 놓고 민주당·서울시 공방
백혜련 "시민단체 1조원 발표, 근거 부실·왜곡된 정황"
시민단체 리스트에 주식회사·대학교·아파트 포함
서울시 "지원금 부풀리기 사실 아냐, 감사통해 의혹해소“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민단체 1조원' 관련 발언이 부풀려진 것은 물론 의도적으로 왜곡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백혜련(경기 수원을· 민주당) 의원은 19일 열린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오세훈 시장이 지난 9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시민단체 관련 1조원' 발언은 근거가 부실하고 사실을 왜곡한 정황이 있다. 심지어 서울시는 시민단체에 주식회사와 기업, 복지관, 각종 협회, 대학교까지 포함해 자료를 만들었다"면서 "오 시장은 시민단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행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는 최근 10년간 시민단체 민간보조금 지원액과 지원단체 수를 4304억7500만원과 9016개라고 밝혔다. 시민단체에 지원된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 지원액 총액은 1조221억원(4304억7500만원 + 5916억9300만원 = 1조221억68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 의원실 분석 결과 시민단체 민간보조금 지원 명부에는 엉뚱한 곳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주식회사와 IT, 노동조합, 복지관, 협회 등이 수록됐다. 시민단체 관련 지원액 1조원을 끼워맞추기 위해 사실을 왜곡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제출한 9월 13일 기자회견 관련 2020·2021년 민간보조금 지원 현황 자료를 기준으로 백 의원실이 검색한 결과 '(주) 또는 주식회사'가 118건 검색됐고 '산업 또는 IT'도 11건 검색됐다. 시민단체라고 볼 수 없는 영리회사가 민간보조금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얘기다.
이뿐 아니다. 학교법인인 '대학교'는 16건, '노동조합' 6건, '복지관 또는 협회' 94건, 심지어 '래미안, 아이파크, 푸르지오' 등 아파트도 9건 검색됐다.
◆"자치구경상보조금도 민간보조금에 포함" = 백 의원은 서울시가 자치단체경상보조금으로 지원한 금액도 민간보조금 내역에 포함했다고 주장했다. 시 제출 자료 중 '자치구 경유'라고 표기된 내역은 2020년 540개, 2021년 495개에 달한다. 자치단체경상보조금은 지방보조금으로 분류되지만 민간보조금이 아니고 서울시가 자치구에 정책상·재정상 지원하는 지원금이다. 민간 법인이나 단체로 바로 지원되는 예산이 아닌 자치구로 지원되는 예산이다. 백 의원은 "이처럼 시민단체로 볼 수 없는 다수의 기관이 지원명부에 수록된 것을 볼 때 오 시장이 주장한 '시민단체 1조원 자료의 근거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시민단체 지원액도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 자료를 인정하더라도 민간보조금 지원액 기준 최근 10년간 시민단체에 지원된 민간보조금 비율은 3.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10년간 서울시 민간보조금 총액은 약 11조6662억원이고 이 중 시민단체 민간보조금 지원액은 약 4304억원이다. 앞서 지적한 기업, 복지관, 대학교, 협회 등을 제외하면 해당 수치는 더 낮아질 것이라고 백 의원은 설명했다.
◆"지원금액 부풀리기 사실 아냐" = 서울시는 백 의원의 지적에 대해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등 지원사업은 매년 100여개 이상 단체를 지원하는 등 민간보조 1개 사업에 다수 단체를 지원하는 경우가 있다"며 "지원단체 수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시는 또 자치구경상보조금이 포함됐다는 지적에 대해 "기자회견 시 자치구를 통해 지원한 민간보조금도 포함했음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해당 자치구에서 최종적으로 민간보조금, 민간위탁금으로 민간에 지원한 사업만을 추출한 것으로 당연히 서울시 바로세우기 대상에 포함돼야 하기 때문에 1조원에 포함했다"고 답했다.
모든 법인격을 시민단체로 왜곡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시 관계자는 "위 금액들이 모두 잘못된 시민단체 지원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은 발표 당시에도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며 "향후 특정감사 등을 통해 옥석이 가려질 것이며 서울시에서는 시민의 세금이 허투루 쓰의지 않도록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 시장은 지난 9월 기자회견과 SNS 등을 통해 "지난 10년간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으로 지원된 금액이 무려 1조원 가까이 된다"며 "서울시 곳간은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략했다"고 발표했다. 언론 등이 1조원의 근거를 문제삼자 "1조원은 근거없는 금액이 아니다"며 근거가 있는 자료임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재개발·재건축 올라탄 부산, 아파트 평당 32% 급등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활발한 부산광역시 3.3㎡당 아파트 평균매매가가 1년간 32%나 오르며 '불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해운대구는 같은 기간 46%나 오르며 '조망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렸다. 다만 내년부터 입주물량 다소 많아 분양-매매시장 간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20일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가격을 분석한 결과, 부산의 3.3㎡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1년간 31.9%나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 부산의 3.3㎡당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1199만2000원이었지만, 올해 9월에는 1581만9000원으로 1년간 382만7000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운대구는 재건축으로 인해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0년 9월 해운대구의 3.3㎡당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1616만9000원이었지만, 2021년 9월에는 2360만5000원으로 나타나 1년간 46.0%나 상승했다.
이어 △강서구 1166만3000원→1608만6000원)(37.9%) △동래구 1301만4000원→1760만4000원(35.3%) △연제구 1345만8000원→1789.9만원(33.0%) △수영구2176만원→2889만7000원(32.8%) 순으로 올랐다.
해운대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실거래가로도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신동아' 전용면적 84.75㎡는 지난해 9월 8일 3억93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9월 17일에는 7억 3000만원에 매매돼 1년간 3억3700만원(85.8%)나 급등했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해운대구 좌동에 위치한 '두산1차'전용면적 84.9㎡는 같은 기간 3억2500만원에서 6억5700만원으로 오르며 3억 3200만원(102.2%)이나 상승했다.
이 같은 상승세에 올해 1~8월 타 지역 거주가가 해운대구 아파트를 매입하는 비중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부동산원의 거주지별 아파트 매입거래량에 따르면 올해 1~8월 해운대구의 타 지역거주자의 아파트 매입 비중은 20.0%로 5채 중 1채는 타 지역 거주자가 사들인 셈이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부산에서도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이 생기면서 정비사업 기대감과 주거선호가 높은 해운대구와 수영구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크게 치솟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내년부터 부산 입주물량이 늘어나며 분양과 매매시장은 다른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올해 부산의 입주물량은 1만6000가구인데 반해, 오는 2022년에는 2만3000가구, 2023년에는 2만가구로 올해보다 공급이 늘어날 예정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해운대·수영구를 중심으로 정비사업 이슈에 아파트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향후 3년 간 입주물량이 많은 편"이라며 "공급량 때문에 분양시장과 매매시장은 지역별 양극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무늬만 임대…고가 ‘꼼수 분양’으로 무주택자 울리는 민간임대주택

© 제공: 한겨레 수지구청역 롯데캐슬 하이브 엘 조감도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정아무개씨(38)는 최근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공급된 한 민간임대아파트를 보고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지는 절망감을 느꼈다.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의 아파트가 공급될 것으로 기대했던 곳에서 뜻밖의 민간임대주택이 나왔는데 임대료와 10년 뒤 확정분양가 수준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청약가점을 착실하게 쌓아오며 분양을 기다렸는데 청약자격에 아무 제한이 없는 고가 민간임대아파트가 이런 식으로 공급된다면 나같은 무주택자들은 갈 곳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떠뜨렸다.
20일 부동산업계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최근 용인 보정동에서 선보인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 ‘수지구청역 롯데캐슬 하이브 엘’이 뒷말을 낳고 있다. 하나자산신탁이 시행하고 롯데건설이 시공한 이 단지는 전용면적 84㎡ 715가구 규모로, 지난달 청약 접수에 16만여명이 몰려 평균 22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뒤 최근 계약을 마쳤다.
이 단지는 임대보증금이 8억6천만~8억9천만원에 이르고 월임대료는 100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월등히 비싼 대신 청약 진입장벽이 낮았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19살 이상 세대주면 무주택 여부, 청약통장 보유 여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청약할 수 있고 10년간 거주한 뒤에는 우선분양을 받는 계약 조건이 제시됐다. 주택도시기금 등을 받은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이라면 초기 임대료를 시세의 90% 이하로 책정하고 입주 자격은 무주택자로 제한되지만 일반장기민간임대로 사업승인을 받은 이 단지는 이런 규제에서 벗어난 것이다. 분양전환을 희망하는 계약자에게 제시된 10년 뒤 확정분양가는 13억~14억원이었다.
시장에선 롯데캐슬 하이브 엘이 민간장기임대주택으로 공급된 것은 최근 집값이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르고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 다주택자의 주택 관련 세금이 크게 높아진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임대료는 비싸지만 취득세, 보유세 등 부담없이 사실상 내집에 거주하다가 10년 뒤 시세차익을 얻고 분양받을 수 있는 민간임대주택이 이른바 ‘현금부자’에게는 괜찮은 투자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에 사업자로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는 장기임대주택의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사실상 ‘무늬만 임대주택’일 뿐 고분양가 규제를 피해간 일종의 ‘꼼수 분양’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민간임대주택의 고가 분양이 논란을 빚자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뒤늦게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도 고분양가 심사 대상에 넣기로 최근 방침을 정했다. 용인 수지에 이어 수도권 곳곳에서 이런 방식의 민간임대주택 사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증공사 관계자는 “용인 수지 사업장 등의 사례를 고려해 앞으로는 고분양가 관리지역 내에서 공급되는 단기임대(5년)에 이어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도 고분양가(임대료) 사업장 심사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면서 “지난달 제도 개선을 마쳤으며 조만간 적용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오늘부터 스토킹처벌법 시행···최대 징역 5년
21일부터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다. 반복적으로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면 최대 징역 3년 또는 벌금 3000만원에 처한다. 흉기를 이용하면 최대 5년 징역 또는 벌금 5000만원으로 처벌이 무거워진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처벌의 핵심 요건은 ‘지속성’과 ‘반복성’이다. 스토킹 행위는 상대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 또는 그의 가족, 동거인을 대상으로 접근하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지나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등을 말한다.
피해자 측이 원하지 않는데도 우편·전화 등을 이용해 글·그림·영상 등을 보내는 행위, 직접 또는 제삼자를 통해 물건 등을 주거지나 부근에 놓는 행위, 주거지나 부근에 놓인 물건 등을 훼손해 불안과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 등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뤄졌다면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 이런 행위를 지속하거나 반복하면 스토킹 범죄로 간주한다.
경찰은 스토킹 행위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응급조치는 스토킹 행위를 제지하고 경고하며, 수사하는 것과 동시에 피해자를 보호 시설로 인도하는 절차다. 재발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를 할 수 있다. 긴급응급조치는 주거지 100m 내 접근금지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명령할 수 있는 단계다. 이를 위반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잠정조치는 긴급응급조치에 더해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가 가능한 단계다. 이 단계에서 접근금지 조치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여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등 2차 가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호조치가 당사자에게만 적용된다는 한계도 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갈수록 짙어지는 대검 중수부의 대장동 부실수사 정황
‘대출 알선 증언’ 듣고도 당사자 확인도 안 해
윤석열에 보고 가능성…박영수는 브로커 변호

장릉 앞 고층아파트 건설사 “색깔 바꾸고 정자 짓겠다”

9일 오후 김포 장릉의 원종릉과 인헌왕후릉 봉분 사이에서 남향을 바라본 모습. 멀리 검단신도시 고층 아파트 건물이 빽빽하게 올라온 광경이 보인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입니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아직 모르는 것 같아요.”
서울의 한 문화재보존 관련 기관 실무자인 ㄱ씨는 울분을 참지 못했다. 세계유산인 경기도 김포 장릉 코앞에 지난 2년 사이 거대장벽 같은 20층 이상 고층아파트 19동을 무단 건립해온 건설업체들이 뒤늦게 당국에 낸 개선책이 되레 문화재계와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달 문화재청이 검단신도시 아파트 3개 건설업체들을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한 이후 해당 업체들이 지난 11일 문화재청에 낸 개선안을 살펴보니, 가장 민감한 현안인 높이 낮추기에 연관된 내용은 전무했고, 건물 색깔 바꾸기, 정자·폭포 따위 딸림시설 조성 등만 나열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효성 없는 앞가림식 꼼수란 지적이 잇따른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21일 문화재청으로부터 건네받은 업체들(대방건설, 대광이엔씨, 제이에스글로벌)의 개선방안을 언론에 공개했다. 개선안을 보면, 3개 업체 모두 아파트 외벽 마감 색깔을 장릉을 강조하는 색으로 맞춰 칠하고, 옥외 구조물로 육각정자를 짓는다는 안을 제시했다. 대방건설과 대광이엔씨는 장릉의 정자각 진입로인 향로와 어로의 바닥석재를 본떠 산책로 바닥을 꾸미고 주위에는 연못·폭포를 조성하며 아파트 본체와 지하주차장 벽면에 장릉 경내 비석과 문인석의 문양 패턴을 도입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제이에스글로벌은 전통 정자와 문화재 안내시설을 설치하고, 장릉과 조화를 이루는 재질로 마감하겠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현상변경 기준은 높이 20m인데, 3개 건설사는 모두 개별 심의 신청을 하지 않은 채 70∼80m 높이로 아파트를 지었다”면서 “높이는 유지한 채 색깔과 디자인만 바꾸겠다는 것은 근본을 외면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조선왕릉 내부의 조영원리와 석물 등을 연구해온 ㄱ연구원도 “조선왕릉 세계유산의 지속 요건은 경관 유지가 핵심인데, 건설업체들의 개선안은 이런 요건에 대한 이해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문화재청은 검단신도시에 들어설 아파트 44개동 가운데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포함되는 19개동이 심의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건설업체들은 인천 서구청 등 관의 정식 인가를 받은 사업이어서 행정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김포 장릉 관련 안건을 다룰 문화재위원회 개최와 관련해 세계유산분과와 사적분과 합동회의로 다룬다는 원칙만 정했으며 위원 개개인 일정을 맞추느라 여는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시급한 현안이어서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엔 회의가 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살아선 광해군, 죽어선 아파트 눈치 보는…원종의 비애
얄궂은 운명이다.
400여년 전 임금 광해군 눈치만 보며 여생을 보내야 했던 배다른 동생이 있었다. 죽은 뒤 임금 칭호가 내려지고 무덤도 왕릉으로 격상된 그는 21세기에 지하에서 자기 무덤 앞에 짓쳐들어온 고층 아파트 눈치를 보는 처지에 놓였다. 경기도 김포 장릉의 주인공 정원군 원종(1580~1619)의 사연이다. 그는 인조의 아버지다. 1623년 반정으로 광해군을 내쫓고 왕위에 올랐고, 남한산성 전투에서 청에 항복해 ‘삼전도 치욕’을 당한 그 임금이다.
원종의 말년 삶은 불우했다. 총명했던 막내아들 능창군은 역모에 몰려 귀양을 살다 자결했다. 아들이 터 잡고 살던 서울 서촌 기슭 땅은 광해군에게 빼앗겨 경희궁 터가 됐다. 원종은 회한에 휩싸여 술만 마시다 마흔도 안 돼 화병으로 숨졌다. 비참한 처지를 한탄한 글귀가 <조선왕조실록>에 전한다. ‘해가 뜨면 긴 밤 무사히 지낸 것을 알겠고, 날이 저물면 오늘이 다행히 지나간 것을 알겠다. 오직 바라는 것은 일찍 죽어 지하의 선왕을 따라가는 것일 뿐이다.’
동생과 부친의 원통한 최후를 지켜본 둘째 아들 능양군(인조)은 마음속 칼을 갈았다. 다른 보수파 공신들과 능동적으로 반정에 동참해 왕이 된다.

19일 오후 장릉의 석인상 옆에서 남쪽을 조망한 모습. 빽빽이 들어선 고층 아파트 풍경과 무인석상의 엄숙한 표정이 기묘한 대비를 보여준다.
원종은 후궁의 소실이었기에 왕세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반정으로 왕이 된 아들 인조는 정통성 확보를 위해 부친을 왕으로 추존하는 데 몰두했다. 서자이고 왕세자 출신도 아닌데 어떻게 사후에 임금으로 추증하느냐는 신료들과 정면 대결하면서 10년 가까이 정쟁을 벌였다. 후대 역사학계는 원종 추숭논쟁이라고 부른다. 인조는 의지를 관철시킨다. 원종이라는 임금 시호를 내렸고, 무덤도 왕릉인 장릉으로 승격시켰고, 종묘 사당에 어머니 인헌왕후와 함께 군주로 배향하는 데 성공한다. 당시 명에서 청으로 바뀌는 국제 정세의 급변과 위급한 국방 상황에서도 인조는 다른 국정 과제를 제쳐놓고 울분으로 죽은 부친의 임금 만들기에 결사적으로 매달렸던 것이다.
지금 세계유산 코앞에 2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논란의 진원지가 된 김포 장릉은 이런 파란만장한 내력을 품고 있다. 들머리에서 능역 가는 길엔 상수리나무·참나무·단풍나무가 우거진 산책로가 펼쳐진다. 싱그러운 연꽃 연못 연지가 있고, 안쪽에는 아늑한 잔디언덕 위로 소담한 봉분 두개가 우람한 문무인석과 함께 관람객을 맞는다.
장릉에서 우선 주목할 것은 문무인석 석물과 봉분이 놓인 축선이다. 높이 3m 넘는 문무인석은 기골이 장대하고 우람한 17세기 조선 석조 미술의 대표작으로, 부친의 임금 추숭을 위해 전력을 다했던 인조의 의지가 물화된 실체라고 할 수 있다. 장릉의 두 봉분이 놓인 방향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북쪽으론 파주에 있는 아들 인조의 장릉, 남쪽으론 인천의 주산 계양산과 직선의 방향축으로 이어지게 돼 있기 때문이다. 왕릉 건립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선후대 혈족 일가의 능원과 무덤 정면에서 바라보는 안산(계양산)을 잇는 시선의 축이다. 바로 이 축선을 지금 건설 중인 대형 고층 아파트군이 끊어놓았다. 단지 세계유산 보존환경 유지의 차원을 넘어 조선 왕릉 조영원리의 근본을 허물어버린 것이다. 역대 초유의 반달리즘 사태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2014년 김포 장릉 봉분 장명등 옆에서 남쪽을 조망한 사진. 왕릉을 건립할 당시 안산으로 설정됐던 계양산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문화재청 제공
사실 김포 장릉은 인근 주민들과 일부 역사 애호가들 말고는 아는 이가 별로 없었다. 무덤 주인은 사실상 잊혀졌다. 하지만 그가 남긴 공간과 사건들은 오늘날을 있게 한 역사와 공간의 기억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더욱 의미가 무겁다.
흥미진진한 후일담이 하나 더 전해진다. 원종의 어진(초상)은 다른 역대 임금 어진들과 함께 모두 48본의 어진 모음으로 일제강점기까지 창덕궁 궁궐 신선원전에 전해졌는데, 한국전쟁 당시 피난 수도 부산의 임시보관소에 옮겨졌다가 1954년 모두 불에 타는 비극을 겪었다. 그래도 이 초상화는 전해지던 두 본의 작품이 각각 반쪽씩만 타고 남았다. 1872년 궁중화원들이 과거 전래본을 바탕으로 그린 그의 어진은 왼쪽 몸체가 남았고, 1935년 채색화 대가 이당 김은호가 그린 그의 어진은 얼굴과 오른쪽 몸체가 남았던 것이다. 이를 국립고궁박물관이 서울대 미술품보존연구센터와 손잡고 2015~2017년 기적적으로 합체시켜 전체 얼굴상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불탄 조선왕조의 어진 가운데 유일하게 전면 복원에 성공한 사례로 기록을 남기게 됐다. 초상의 위풍당당하고 호남 같은 풍모와 달리 <조선왕조실록> 등 사서에는 ‘정원군의 성품이 포악하고 행동이 방탕해 손가락질 받았다’는 악평의 기록도 전한다. 권력에 눌린 왕족의 일그러진 삶이 풍채 좋은 초상 속에 숨어 있는 셈이다.

1935년 화가 이당 김은호가 원종의 옛 어진을 바탕으로 모사해 그린 초상화. 1872년본과 함께 1954년 불타 오른쪽 몸체 부분이 없어졌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1872년 제작된 원종 어진. 1954년 화재로 불타 얼굴을 포함한 왼쪽 부분이 사라졌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불탄 채 남은 두쪽의 원종 어진 작품을 2015년 디지털 합성해 온전한 그림으로 만든 복원도.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어진 복원으로 풀리는 듯했던 원종의 비운은 이번에 불거진 왕릉 앞 고층 아파트 건설과 철거 논란으로 도돌이표처럼 복기되는 중이다. 아파트 철거를 위한 청원 참여자가 20만명을 넘기면서 문화재 경관을 파괴하는 재개발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여론을 움직이고 있다. 그간 대형 건물을 막 지어놓고 대마불사를 거론하며 문화재 경관 훼손을 묵인했던 재개발 전례에 철퇴를 내릴지, 봉합하고 또 다른 전례를 용인할지의 문제가 걸렸다.
철거 문제를 떠나 한국 문화재 보존사와 예술 행정에서 지니는 함의가 크다.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리를 하는 행정의 측면에서 등재우선주의로 달려왔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현장 환경 관리 중심으로 가는 전환점의 의미도 있다. 문화재청과 지자체에서 학예사 인력 보강과 유산 감시체제 강화를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커졌다. 반면 입주자의 피해를 역설하면서 세계유산 목록에서 장릉을 빼달라는 청원도 등장해 여론 흐름은 쉽게 단정하기 어려워졌다.
조만간 열릴 문화재위원회는 철거와 존치 사이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고르디우스의 매듭 자르기일까, 솔로몬의 판결처럼 지혜로운 대안이 나올까. 그것이 세간의 관심사겠지만, 죽어서도 눈치 봐야 하는 원종의 운명에 더욱 애잔한 상념이 생기는 것도 피할 수 없다.
김포/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도약 순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엔진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국산 3단 발사체이다.
가난한 이들의 존엄과 복지국가
10월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부쳐…
10월부터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질책이 조기 폐지의 큰 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조금 의아하다. 생계급여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이미 지난해부터 예정돼 있었다. 시기를 몇 달 앞당긴 것을 두고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나와 대통령의 의지를 미담으로 설파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 대통령의 의지가 그토록 강력했다면, 그 강력한 의지는 왜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앞에서는 멈추었는가?
정부는 가난한 사람의 아픔을 외면하는가?
단언컨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남아있는 한, 한국 사회의 비수급 빈곤층을 보호하는 실질적 사회안전망은 완성 될 수 없다. 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80만 명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생계형 건강보험료 장기체납자다. 최저 수준인 국민건강보험료조차도 낼 수 없는 생계형 체납자들은 병원에 갈 경우 진료를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부당이득금 환수조치를 당한다.
결국 위축된 비수급 빈곤층은 아파도 참고 병은 깊어진다. 비수급 빈곤층 17.3%가 치료를 포기하며, 수급 빈곤층 14%가 치료를 포기한다. 2018년 한국 사회를 비탄에 빠지게 만든, 방배동 김 씨 또한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의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김 씨는 국민건강보험 생계형 장기체납자였다. 그는 2008년부터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했다. 2005년 뇌출혈 수술 이력이 있어 지속적 관리가 필요했지만, 아파도 병원에 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방배동 김 씨는 죽고도 5개월 지나서야 발견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 정부는 비수급 빈곤층의 의료권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해결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보장성 강화의 혜택은 국민건강보험료를 낼 수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 아닌가. 가난한 사람에 대한 기만이 아닌가? 정부는 비수급 빈곤층, 생계형 건강보험료 장기체납자에 대한 가혹한 의료공백을 계속 방기하겠다는 말인가? 제2차 기초생활보장 기본계획(2021~2023)에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계획조차 없다. 가난과 질병은 함께 온다. 사실상 동일한 빈곤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인데 왜 의료급여에서는 부양의무자기준을 존속시키는가?
2017년 UN사회권규약위원회는 한국 사회권규약 이행에 대해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3%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절대빈곤층 7%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한 규모임을 꼬집은 것이다. 조속한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또한 미심쩍기는 마찬가지다. 사각지대를 큰 폭으로 해소하여, 비수급 빈곤층 발굴에 성과가 있다. 하지만 예외조항을 두어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가족부양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지 못했다. 수급 신청자에게 고소득 고재산 부양의무자가 있을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언뜻 합리적인 듯 보이지만, 예외조항은 복지국가의 가치를 훼손하는 가볍지 않은 문제다.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은 복지국가의 최소한 약속이다. '가족관계의 단절'은 한 사람이 빈곤으로 추락하는 중요한 맥락이다. 가족과의 관계 단절을 증명하기 어려워 수급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가난한 국민에게 단절된 가족 관계를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국가가 가난한 국민의 삶을 파헤칠 권리도 없다. 국민의 최소한의 삶을 국가가 보장하겠다는 약속은, 지극히 국가와 개별 국민 양자 간 약속이다. 국가는 최소한의 약속을 이행하는 데, 왜 잔인한 채권자처럼 행동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소득 고재산 부양의무자의 도덕적 해이에 책임을 물으려면,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 폐지하고 사후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만큼은 자격 여부를 떠나서 국가가 기본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생계급여에 있어서 자격을 논하는 것 자체가 복지국가의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복지국가 제도와 프로그램은 '필요'가 발생하면 작동해야 한다. 복지 '필요'가 발생하면 '자격'이 갖추어졌다는 의미다.
생계급여 수급 기준은 기준중위소득의 30%다. 이 소득 수준만으로도 절박한 위기에 처해 있음은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수급 자격을 심사하는 과정을 남겨두었고, 기초생활보장제도 작동에 있어 가족부양의 여지를 잔존 시켜두었다. 복지국가의 지향과 가치를 훼손했다는 측면에서 정부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가난한 이들의 존엄과 복지국가
가난한 이의 '존엄'이 지켜져야 복지국가다. 20대 수급 청년이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열사병으로 쓰러져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청년과 그의 아버지는 주거급여와 생계급여를 받았다. 그럼에도 청년은 생수 한 병 사서 마시기 어려운 여건 속에 우겨 넣어진 삶을 살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약속한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의 보장은 도대체 언제 이루어진다는 말인가?
정부는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의 불완전한 폐지를 두고서, 빈곤 사각지대 문제를 모두 해결했으며, 한국의 사회안전망이 모두 구축되었다는 자화자찬해서는 안 된다. 부양의무제의 완전한 폐지 외에도 비상식적으로 더디게 현실화 되는 기준중위소득, 그것을 바탕으로 책정되는 생계급여, 수급자가 되어도 생수 한 병 마시기 어려운 사람들의 삶이 있다. 진정으로 대통령의 의지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닿아 있는가? /강지헌 내만복 사무국장/ 프레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