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022.12.12~18 깊은 숲일수록 더불어 산다…탄소중립 자연의 해결사들

이성근 2022. 12. 11. 23:46

벌채 계획 단계부터 생태·경관·산림재해 등 체계적 관리

고리2호기 환경평가 부실한 옛 미국 지침적용했다

노후 원전 수명 연장 허점투성이기준이 문제

'갈라지고 깨진' 월성원전 저장조, 방사능 누수 위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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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숲일수록 더불어 산다탄소중립 자연의 해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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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활동가들의 특별한시위, 본질에 앞서는 논란

 

 

 

벌채 계획 단계부터 생태·경관·산림재해 등 체계적 관리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 개정안 국회 통과

친환경 벌채지 모습[산림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산림청은 친환경적 목재수확(벌채) 제도 정착과 산주 손실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 개정안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법 개정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대면적 나무 베기 등의 경우 사전 타당성 조사를 통해 계획 단계부터 생태·경관·산림재해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됐다. 행정관청이 벌채 등의 허가를 심도 있게 검토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산림청에 심의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했다.

 

벌채 허가제도 강화에 따른 산림소유자의 손실을 막기 위해 벌채계획 수립 때 생태·경관 등을 고려해 산주가 남기는 면적에 대한 나무가격은 국가가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하도록 했다.

공유림과 사유림 산림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한 산림사업 관리업무 대행 근거도 함께 마련됐다.

 

2025년 농림 위성이 발사됨에 따라 위성의 산림 분야 활용을 위한 산림 위성 관측망 구축·운영과 관측된 정보의 수집·활용 근거도 법안에 규정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산림의 경제·환경·사회적 기능이 조화롭게 발휘되도록 목재수확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며 "강화된 제도로 산주와 임업인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지원제도를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고리2호기 환경평가 부실한 옛 미국 지침적용했다

수명 연장(계속운전)을 추진 중인 고리2호기의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중대사고가 빠진 부실한 구식 미국 지침서를 준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수명설계 연한을 꽉 채운 노후 원전인데도 선진국 수준의 강화된 안전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1부산일보취재를 종합하면, 7월 한국수력원자력이 처음 공개한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NUREG-0555’를 준용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원전 안전·규제 기준이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NUREG-05551979년 개발된 원전 환경영향평가 심사 지침서로, 중대사고 등에 대한 내용이 빠진 구식 지침서. 중대사고가 반영된 건 1999년 개발된 ‘NUREG-1555’. 한수원은 이후 추가 공람을 앞두고 평가서 내용에서 NUREG-0555 등 미국의 심사지침서 부분을 빼고 국내 규제심사지침을 따른다고 바꿨다.

 

한수원이 고리2호기 안전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보여 주기식으로 미국 지침서를 가져왔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11지난달 말 울산에서 한수원은 NUREG-0555를 기본으로 하고, 1555를 가미했다고 발표했다발전소를 지을 당시 중대 사고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안 돼 있었기 때문에, 수명 연장은 반드시 1555가 기본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은 최근 주민 공청회 질의와 부산일보취재에 뒤늦게 “NUREG-1555 기준 요건도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관계자는 중대사고가 아닌 부분도 고려하다 보니 0555가 그대로 쓰인 것 같은데, 오기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평가서가 기준으로 삼은 국내 규제심사지침에도 1555의 중대사고 평가 기준, 완화 대안 등 모든 요건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미국 원전의 수명 연장 때 쓰인 환경영향평가서를 분석한 결과, 중대사고 관련 시나리오와 대응 방안 등이 고리2호기의 평가서와 수준 차이를 보였다. 환경단체는 방사선이 외부로 누출되는 우회사고, 시나리오를 통한 지진 영향, 항공기 추락 대비 등에 대한 중대사고 분석이 부실하다고 지적한다. 또 한수원의 주장처럼 15550555로 잘못 표기했다 하더라도 '부실 평가서'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이처럼 고리2호기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수명 연장 갈등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고리2호기는 그간 67번의 잦은 고장으로 불안감을 키웠다. 지난 38년 동안 재가동 승인 후 3개월 이내 정지건수도 국내 원전 중 27건으로 가장 많다. 탈핵단체는 부실 평가를 막기 위한 소송을 검토 중이다.

 

부산시는 갈등이 격화하는 데도 오는 22일 시청에서 공개 토론회를 계획하는 등 뒤늦게야 움직임을 보인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고리2호기 수명연장에 대해 과학적 검증과 함께 공론화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지만 실제 추진 과정에서는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아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부산시 원자력안전과 관계자는 한수원에 토론회 개최 의사를 전달했으나 아직 참석 여부에 대해 답변을 받지 못했다정식으로 공문도 보내 참석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노후 원전 수명 연장 허점투성이기준이 문제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기술 기준

선진 수준 대신 국내 과거 승계

해외 사고와 비교해도 떨어져

고리1’과 비슷한 안전 설비 비용

탈핵단체 수명 연장에만 초점

가동 중단돼도 전력 문제 없어

사용후핵연료 포화 대책 세워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고리1~4호기 전경. 내년 4월 고리2호기를 시작으로 고리3·4호기 등 여러 원자력발전소의 운영 허가 기한이 잇따라 만료된다. 부산일보DB

 

내년 4월 고리2호기를 시작으로 고리3호기(20249), 고리4호기(20258), 한빛1호기(202512) 등 국내 원전의 운영 허가 기한이 줄줄이 만료된다. 친원전 기조를 강조한 윤석열 정부의 임기 동안 무려 6개 원전의 수명 연장(계속 운전)이 추진된다. 사실상 고리2호기가 다른 원전의 기준이 될 여지가 커 안전 대책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속도보다는 안전

한국수력원자력은 올 4월 고리2호기 계속 운전을 위한 안전성 평가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했다. 올해까지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계속 운전 허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20268월까지 설비 개선 등 재가동을 위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안전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하는 바람에 일정이 틀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주민 의견 수렴 단계에서부터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부산 부산진구, 울산 울주군에서 열린 주민 공청회는 부산·울산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파행했다. 시민사회는 공청회 방식 등을 문제 삼지만, 저변에는 노후 원전에 대한 안전 우려가 깔렸다. 한수원이 졸속 추진비난을 잠재우려면 안전 우려부터 해소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 수명 연장을 위한 법적 안전 기준에는 빈틈이 많다. 원안위의 원자로 시설의 계속 운전 평가를 위한 기술 기준 적용에 관한 지침에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기술 기준을 동일 부지에서 가장 최근에 수행된 평가 기준을 따르도록 했다. 고리2호기는 가장 최근에 평가를 수행한 신고리 5·6호기, 신고리 5·6호기는 직전 신한울 1·2호기의 기준을 따르는 식이다. 노후 원전 위험 요인을 해소할 해외 선진 기준이 아니라 국내의 과거 기준을 그대로 승계하는 형식을 취하는 셈이다.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에 거주하는 시민 입장에서는 해외의 중대 사고 기준과 비교해 수준이 떨어지는 안전 평가를 두고만 볼 수 없다.

 

더불어 평가서에 나오는 고리2호기 안전 설비 개선 비용 3000억 원은 표면적으로 앞서 계속 운전이 추진된 고리1호기, 월성1호기보다 적거나 비슷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계획 예방 정비로 설비 개선이 수시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필요한 비용이 줄어든 것이라면서 원안위가 설비 개선을 더 요구하면 (한수원이)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탈핵단체 등은 이러한 일련의 평가서 세부 내용은 원전 안전보다 빠른 가동(수명 연장)에 초점을 맞춘 관계 기관의 인식을 반영한다고 지적한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최신 기술이 적용되도록 지침을 바꿨을 때 어마어마하게 설계 변경이 이뤄지고 그에 따라 막대한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개선을 쉬쉬하는 것이라면서 미국처럼 원전에 대해서는 위험 요소를 모두 드러내고 과감하게 없애는 적극적인 대응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2호기 멈춰도 전력 문제없다

고리2호기를 비롯해 설계 수명이 도래하는 국내 원전이 잇따라 멈추더라도 전력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리2호기는 내년 48일부터 최소 2년 이상 가동이 중지된다. 11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가장 낮았던 예비전력은 6075MW(2019813일 오후 5)였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전기 출력이 650MW인 고리2호기의 중단 영향은 크지 않다.

절차상 고리2호기가 고리3·4호기 등 다른 원전과 동시에 중단될 가능성도 있지만, 그 시기에 맞춰 새 원전의 가동도 예정돼 있다. 전력거래소는 내년 9월 신한울2호기, 20243월 신고리5호기, 20253월 신고리6호기가 준공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 3개 발전소의 발전 용량은 각각 1400MW. 노후 원전 안전 우려를 해소한 뒤 계속 운전을 추진해도 전력 수급에는 이상이 없다는 얘기다.

재가동에 따른 수익도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4월 공개된 고리2호기 계속 운전 경제성 평가에 따르면, 고리2호기 수명을 10년 연장(심사, 설비 보강 기간 포함)하면 폐쇄하는 것보다 1600억 원가량 이익이다. 계속운전을 위한 설비 개선 비용 3000억 원보다도 적어 수명 연장에는 실익이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사용후핵연료 대책부터 세워야

한수원에 따르면 고리원전에 저장되는 사용후핵연료는 2031년 포화 상태에 이른다. 고리2호기도 저장률이 93.6%(630일 기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방안도 없는 상황에서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까지 더 가동하는 것은 원전 산업 부흥을 위해 지역 주민의 안전을 외면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울경 시·도민 입장에서는 안전과 직결된 원전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쌓여만 간다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현재 원전 부지 안에 건식 저장 시설을 설치하는 내용의 특별법이 추진되고 있지만, 주민에게는 지역 내 핵폐기물 용량을 더 늘리는 것으로 비춰질 뿐이다.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사용후핵연료를 빽빽하게 저장하면 사고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고, 피해 규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갈라지고 깨진' 월성원전 저장조, 방사능 누수 위험 없을까?

40년 만에 공개된 사용후핵연료 보관소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일반 주택과 빌라가 어우러진 곳이다. 고층 건물이 없어서 좋다. 건물들은 저마다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슬래브 옥상으로 만들어졌다. 이제는 옥상에 지붕을 덧대어 하늘을 볼 수 없는 집이 더 많아졌다. 옥상에 바른 에폭시가 더 이상 빗물의 누수를 막을 수 없어서 볼품없는 지붕을 덧씌운 것이다. 우리 빌라도 서른 살이 안 된 나이에 지붕을 개량했다.

 

건물 옥상에 바른 녹색 에폭시는 보통 3년 주기로 덧칠해야 방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햇빛에 열화되어 들뜨고 갈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폭시를 40년째 보수하지 않고 사용하는 건물이 나타나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일반 가정집이 아니라 핵발전소에 40년 된 에폭시 건물이 있었다. 경주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가 문제의 범인이다.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은 지난 927일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후핵연료를 맥스터로 이송하고 저장수조를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경주환경운동연합

 

갈라지고 깨진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이하 저장수조)는 핵발전소의 원자로 옆에 붙어 있다. '핵연료'는 원자로에서 물을 끓인 후 꺼내면 '사용후핵연료'가 되어 곧바로 저장수조에 들어간다. 나이 든 사람들은 연탄을 떠올리면 된다. 연탄을 다 쓰고 아궁이에서 꺼내면 벌겋게 열을 내뿜고 있어서 조심히 다루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가 그 모양이다. 스치기만 해도 사람이 죽는 강력한 방사능과 열을 내뿜기 때문에 원자로에서 곧바로 거대한 저장수조에 넣어서 보관한다.

 

사각형의 저장수소는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위험한 사용후핵연료를 수십 년 보관하기 때문에 두께 60cm 이상의 육중한 구조물로 설계되어 있다. 문제는 방수다. 저장수조의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새어 나오면 큰일이다. 콘크리트는 물에 취약하기 때문에 방수 설비를 별도로 해야 한다.

 

월성원전 1, 2, 3, 4호기는 저장수조의 안쪽 벽에 에폭시를 발라서 방수를 했다. 가장 오래된 월성1호기는 40년이 됐고, 저장수조는 여전히 사용후핵연료로 가득하다. 과연 에폭시는 방수 성능을 잘 유지하고 있을까? 지난 9MBC 뉴스가 보도한 영상을 보면 저장수조의 에폭시가 갈라지고 깨어져 있다. 심지어 저장수조에 녹물이 비치는 곳도 보였다. 온 국민이 뉴스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반 가정집에서도 3년 주기로 보수하는 에폭시를 핵발전소에 40년간 보수 없이 사용했으니 깨지고 갈라지는 것은 당연했다. 어떤 사람들은 "일반 건물의 옥상은 햇빛에 노출되기 때문에 자주 보수를 하지만, 핵발전소 저장수조는 지하 구조물이기 때문에 에폭시를 보수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고 반문한다. 건물 옥상과 비교하면, 저장수조의 에폭시는 햇빛보다 수백만 배 더 강력한 방사선에 24시간 노출되어 있고, 저장수조의 에폭시는 수천 톤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월성원전 저장수조의 에폭시 영상이 '날것'으로 세상에 알려지자 한국수력원자력은 에폭시를 주기적으로 보수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핵산업계의 해명은 사실과 다르다. 지난 40년 동안 저장수조의 벽면에 바른 에폭시만 관리했다. 뉴스에서 보도한 바닥 면의 에폭시는 보수를 전혀 하지 않아서 갈리고 깨져 있었다. 사용후핵연료가 저장수조에 늘 쌓여 있어서 바닥 면 에폭시는 보수가 불가능했다.

 

그러면 다른 핵발전소는 어떻게 방수를 했을까? 월성원전을 제외한 국내의 모든 핵발전소는 저장수조의 콘크리트 안쪽에 스테인리스 철판을 덧붙여 방수를 하고 있다.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보관하는 저장수조에 에폭시를 발라서 방수를 한다는 개념 자체가 터무니없는 망상이었다. 월성원전 설계에 참여했던 원자력안전과미래 이정윤 대표에 따르면, 월성원전 건설할 때 비용 절감을 위해서 스테인리스 대신 에폭시를 발랐다고 한다. 참으로 허탈한 일이다.

 

문제는 에폭시만이 아니었다. 월성1호기 저장수조 외벽의 기단부에서 오염수가 흘러나오는 영상도 뉴스에 보도됐다. 기단부의 콘크리트가 갈라진 틈으로 방사능 오염수가 몽글몽글 용출하고 있었다. 저장수조 내부의 에폭시가 갈라지고 깨졌으니 누수는 당연한 일이다. 몽글몽글 용출하는 영상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수는 더 발생하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MBC <뉴스데스크>가 지난 920일 공개한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내부 영상과 사진. 벽체의 갈라진 틈으로 오염수가 계속 새어나오거나 저장조 바닥에 방수용으로 발라 놓은 에폭시가 부풀어 오르고 여기저기 갈라져 있다.

 

월성원전 부지의 방사능 오염

핵산업계는 오염수 용출 영상을 보도한 뉴스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용출 부위의 균열을 보수했기 때문에 누수는 없다는 반론이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회 민간조사단의 2차 보고서(2022.5.4.)에 따르면, 용출 부위의 균열은 "시공 당시 타설 콘크리트를 양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균열로 판단되어 해당 부위의 코어링을 통해 심부 균열을 확인"했고, "기존의 균열 보수는 부분적 효과만 발생하여 내부 균열을 통해 누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누수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 눈에 보이는 표면만 시멘트를 덧발라 보수해서는 결코 누수를 막을 수 없다.

 

저장수조의 누수는 주변 토양과 지하수의 방사능 오염 외에 다른 문제도 야기한다. 바로 저장수조 콘크리트 구조물의 안정성이 위협을 받고 있다. 누수가 진행되면 콘크리트 안의 철근이 부식되어 구조물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저장수조의 하중이 수천 톤에 달하고, 경주지역이 지진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만큼 이는 큰 문제다. 앞서 인용한 민간조사단 2차 보고서는 "벽체 내부 균열로 철근이 장기간 수분에 노출되어 부식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011월 경주환경운동연합 우편함에 익명의 서류뭉치가 꽂혀 있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작성한 것으로 제목은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이다.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니, 월성원전 부지 곳곳에 설치된 지하수 관측공에서 측정된 삼중수소의 수치가 매우 높았다. 심지어 리터당 28200베크렐(Bq/L)이 측정된 관측공도 있었다. 일반적인 지하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당 1베크렐 이하로 나와야 정상이다. 지하수가 방사능에 오염되고 있었고, 당연히 어딘가에서 오염수가 지속적으로 누설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경주지역 사회를 비롯해 언론 방송에서 연일 월성원전 부지의 삼중수소 오염수 문제를 다루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21330일 뒤늦게 '월성원전 삼중수소 민간조사단'을 발족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민간조사단의 조사에서 월성1호기 저장수조의 균열과 누수가 확인됐다. 만일, 202011월 익명의 제보가 없었다면, 민간조사단의 조사도 없었고, 이 사실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도 월성원전의 저장수조들이 위험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들이다.

 

위험한 저장수조 어쩌나

지난 107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월성1호기 저장수조에 대해 "근본적인 방법은 물을 다 빼고 사용후핵연료를 옮기는 겁니다"라면서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 2025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옮기겠다고 답변했다.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2025년이면 늦다. 월성1호기는 20191224일 폐쇄했으나, 저장수조만 비정상으로 운영 중이다. 지금 당장, 올해부터 월성1호기 사용후핵연료 이송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월성 2, 3, 4호기 문제가 남아있다. 월성1호기 저장수조는 남쪽 외벽을 지하 9m까지 굴착하여 균열과 누수를 확인한 사례에 해당한다. 월성 2, 3, 4호기는 굴착을 안 했기 때문에 누수를 직접 확인하기 어렵지만, 저장수조 내부의 에폭시 균열은 민간조사단의 수중카메라 조사로 확인됐다. 월성 2, 3, 4호기도 다른 원전처럼 저장수조에 스테인리스를 덧대는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하다.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함께 사는 길]

 

 

양산 찾은 세계적 생태학자 "도롱뇽이 없으면 사람도 없다

아마엘 볼체 교수, 9·10일 양산 방문 시민사회 도롱뇽 보존 활동 지지

시의회 의장 면담, 관계부서·기관 보존 대책 협의, 공감대 형성 노력

세계적인 양서류학자인 아마엘 볼체 교수(중국 난징대)가 양산을 찾아 사라져가는 도롱뇽을 보호하려는 시민사회 활동에 힘을 보탰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종보존위원회(SCC) 양서류전문가그룹 부의장인 그는 최근 동물학 분야 학술지인 <주올로지컬 리서치>에 논문을 게재하면서 양산에서 발견한 꼬리치레도롱뇽이 신종으로 정식 등록돼 '오니코닥틸루스 실라누스(Onychodactylus sillanus)'라는 학명과 더불어 서식지에서 따온 '양산꼬리치레도롱뇽(Yangsan Clawed Salamander)'으로 공식 명칭을 정하는 데 이바지하기도 했다.

 

아마엘 볼체 교수는 지난 9일 사송 도롱뇽 서식처보전 시민대책위원회와 함께 이종희 시의회 의장을 만나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서식처 보존과 훼손된 서식처 복원 등에 의회 차원에서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아직 학술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양산꼬리치레도롱뇽 분포 조사 등을 양산시가 추진해 달라고 제안해 이 의장과 참석했던 시 담당공무원에게 34월께 용역을 추진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사송택지개발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도 참석해 앞으로 시, 시민사회와 함께 도롱뇽 보존을 위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아마엘 볼체 교수가 양산 사송택지개발지역 내에 유일하게 남은 도롱뇽 서식지인 계곡습지를 지난 9일 찾아 시민대책위 관계자에게 현재 상황을 듣고 앞으로 보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현희 기자

 

이어 볼체 교수는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을 발견한 사송택지개발 지역을 찾았다. 현재 신도시 조성 공사를 한창 진행하는 이곳에서는 이미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고리도롱뇽도 함께 발견됐다. 그동안 환경단체는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협의를 거쳐 고리도롱뇽 보존을 위한 임시서식처 등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아직 산란 방식 등 학술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은 원서식지 보전 외에 뚜렷한 대책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대부분 서식지가 훼손된 가운데 남은 일부 서식지도 훼손 가능성이 커 멸종 위기에 처한 양산꼬리치레도롱뇽 보존이 쉽지 않은 이유다.

 

볼체 교수는 "중앙메리카에서 양서류가 사라지자 병해충이 급증해 사람들이 말라리아와 같은 질병을 앓는 사례가 폭증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생태계를 연결하는 고리와 같은 양서류가 사는 습지는 탄소흡수원으로 중요한 기능을 맡는데 도롱뇽이 사라진다는 말은 습지가 사라진다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 "최근 기후위기와도 깊은 관련성이 있어 단순히 도롱뇽 한 마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생태시스템이 무너지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도롱뇽이 존재할 수 없는 곳에는 결국 사람도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볼체 교수는 다음날인 10일에도 사송택지개발 지역 도롱뇽 서식처인 숲과 습지를 시민들과 함께 둘러보고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도롱뇽 보존을 넘어 기후위기와 우리 삶이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알리고 시민사회와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노력했다.

 

사송 도롱뇽 서식처보전 시민대책위원회는 "아마엘 볼체 교수 방문을 계기로 국내외에서 주목하는 멸종위기종이 다양하게 서식하는 양산이 이 가치를 주목하고 생태·교육·문화가 살아있는 선진 도시로 발돋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현희 기자 (hee@idomin.com)

 

아열대 사는 검은어깨매, 세종 장남평야에서 겨울 보낸다고?

검은어깨매가 지난 8일 세종시 장남평야에서 들쥐를 사냥하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활짝 핀 검은색 첫째날개덮깃(주익우)을 접는가 싶더니 쇠뭉치 떨어지듯 쏜살같이 내리꽂더군요.”

11일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8일 세종시 장남평야에서 본 검은어깨매의 사냥 장면을 이같이 전했다. 검은어깨매는 15~20m 상공에서 정지비행(호버링)을 하다 들쥐를 덮쳤다. 나일환 장남평야 지킴이는 머리·몸통이 하얗고 날개 깃이 검지 않았으면 황조롱이로 착각할 만큼 사냥법이 황조롱이와 비슷했다고 말했다.

 

수리류인 검은어깨매(검은죽지솔개)35안팎으로 비둘기보다 2~3배 정도 크며, 눈이 붉고 머리·겨드랑이 깃·날개 앞은 희고 어깻죽지가 검다. 또 발가락이 앞쪽과 뒤쪽에 각각 2개씩 있어 앞쪽에 3, 뒤쪽에 1개가 있는 수리류의 특징과 다르다고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설명했다.

검은어깨매가 장남평야에서 관찰되기는 지난 2019년 이후 두 번째다. 이 새가 흔치 않은 것은 중국 남부·동남아시아·중동·호주 등에서 서식하는 아열대 종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서울 강서생태습지공원에서 처음 목격된 뒤 전남 신안, 전북 군산, 경기 평택 등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관측됐다.

세종 장남평야에서 관측된 검은어깨매.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장남평야에서 희귀조류가 월동하는 것은 장남평야의 생명력과 보전가치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환경부와 세종시는 조속히 장남평야를 겨울 철새 주요 월동지로 지정해 희귀조류를 보살피고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먹잇감이 풍부해서인지, 기후변화의 영향 때문이지 명확지 않지만 검은어깨매가 무사히 월동하고 다시 찾게 하려면 장남평야를 보호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기후변화가 부른 역대급 산불산불 헬기 조종사의 증언

올해만 대형산불 11건 발생전례 없던 일

안전한 지역도, 안전한 시기도 없다

대형산불이 몇 년에 한 번 온다는 건 옛말이다. 피해면적 100ha(헥타르)이상의 대형산불이 거르지 않고 찾아온 지도 2017년부터 햇수로 6년 연속이다. 뚜렷하게 관찰되는 산불의 대형화와 함께 산불이 시기를 가리지 않는 연중화역시 심화되고 있다. 봄철이나 겨울철 건조기에 난 산불이 아니라 이례적인 여름 대형 산불이었던 밀양 산불이 대표적이다.

 

심화되는 산불 위기의 배경에는 기후변화가 있다. 기온이 오르고 습도가 감소하는 경향이 산림을 건조하게 만든다. 건조한 산림에서는 작은 불씨가 큰 불로 쉽게 커진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산불은 기후변화의 결과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재해다.

강원도 삼척 산불 현장. 녹색연합

 

산불의 최전선에서 싸우며 기후변화의 결과를 눈으로 목격하는 이들은 변화를 어떻게 체감하고 있을까? 지난 119일 산림청 원주산림항공본부에서 산불 진화 헬기 조종사들을 만났다. 지난 수년간 산불 진화 작전에 출동했던 베테랑들이다. 보통 불은 종류를 불문하고 소방이 끄는 줄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산불 진화의 주무 부처는 산림청이다. 산림항공본부 소속 헬기 조종사들은 지상작전을 수행하는 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와 함께 화염과 매연을 뚫고 화선에 접근해 수천톤의 물을 끼얹는 산불 진화의 주역들이다.

 

체감하는 기후위기

올해 난 산불은 704(122일 기준)으로, 지난 10년 평균(480.9)과 비교하면 46% 가까이 증가했다. 피해 면적으로 보면 차이는 더 뚜렷하다. 올해 산불 피해 면적은 24767ha로 지난 10년평균과 비교했을 때 스무배를 훌쩍 넘는다. 이는 이례적으로 많이 발생했던 대형 산불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대형산불(피해면적 100ha 이상) 발생 현황. 이미지 제작 채반석 기자

 

지난 3월 축구장 29303배의 면적을 태운 울진 산불을 포함, 올해 발생한 대형산불은 총 11건이다. 전례 없는 일이었던만큼 산불 진화 비행도 역대급으로 고됐다. 이동규 기장은 재작년에는 1백시간 정도 비행을 했는데, 올해는 이미 2백시간이 넘었다고 말했다.

 

“2017년 강릉 산불 때 선배 기장님한테 기장님 맨날 이렇습니까?’라고 여쭤봤어요. 기장님은 아니라고, 이런 산불은 거의 10년에 한 번 오는거라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지금 그런 산불이 최소 격년에 한 번 오고,계속 주기가 짧아지는 걸 보니까전세계적으로 기후 걱정을 많이 하는 게 이래서 그렇구나. 저희는 (산불을 통해) 체감해서 아는 사람들이죠

경남 밀양 산불 현장. 녹색연합

 

안전한 시기도, 안전한 지역도 없다

그간 대형산불은 시기적으로는 건조한 봄과 가을, 지리적으로는 영동지역에서 발생하는 특성이 있었다. 이 지역에는 고온건조한 바람이 부는데, 양양과 간성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라고 해 양간지풍이라고 부른다. 작은 불도 이 바람을 만나면 산불로 쉽게 커진다. 그래서 이 바람의 별명이 화풍이다.

 

하지만 올해 유례없던 여름철 대형 산불이 한반도 남부의 밀양에서 나타났다. 기후변화와 기후변화가 야기한 건조한 환경은 한반도 전역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했다고 여기지는 지역과 시기마저도 지워나가고 있다. 한반도 기후 변화와 산불 발생의 관련성을 연구한 논문 기후 변화에 따른 한반도 산불 발생의 시공간적 변화 경향(성미경 외, 2010)’에서는 우리나라 상당지역에서 산불 발생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호남지역의 산불 증가율이 광범위하면서도 높다고 지적한다.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산불전문조사관은 산불기상지수(Fire Weather Index, FWI)를 뽑아보면 최근 20년간 남쪽 지방에서 산불 위험성이 증가했다특히 경상도 지역에서 3050%정도 FWI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의 증언도 마찬가지다. 김강덕 기장은 예전에는 불이 났다 하면 영동 지역을 주로 갔는데, 요새는 (출동범위가) 점점 확산되어 가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진화 작전을 진행 중인 헬기. 녹색연합

 

울진 산불도 간신히더 커지면 암담하죠

불이 쉽게 나는 건조한 환경은 동시에 진화 자체를 어렵게 하는 환경이기도 하다. 조종사들이 체감하는 어려움 중 하나는 담수지의 감소다. 물을 채울 수 있는 담수지가 대폭 줄었다. 김강덕 기장은 기장들이 경험으로 알고 있는 계곡이나 하천들이 있는데, 담수하려고 찾아가보면 물이 너무 얕아져 다른 담수 지역을 찾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산불의 대형화 경향도 산불 진화의 어려움을 높인다. 김만주 산림청 산불방지과장은 “10년 전에 비해서 (산불 진화)자원을 1.5배에서 2배까지도 투입해야되는 정도로 산불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진화 자원이 증가하면서 수반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경수 기장은 산불 규모가 클수록 많은 전력이 들어와서 비행을 하니까 항공기 항적 등 복잡한 문제가 많아진다“(헬기 사고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말한다. 헬기 뿐만 아니다. 대형 산불에서는 산림청 뿐만 아니라 소방, 지자체 인력 등이 동원되는데, 산불이 자주 났던 지역의 인원들이 산불 대응에 익숙한 반면 그렇지 않은 지역은 신속한 대응이 쉽지 않은 것도 진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우리 헬기 자산이나 인력 같은 역량을 집중했을 때, 울진 같은 산불이 간신히, 간신히 감당 가능한 산불이었어요. 그런데 그런 산불. 아니면 그런 산불의 한 절반 정도 되는 산불이 다른 지역에서 동시에 난다. 그러면 아암담하더라고요

채반석 기자 chaibs@hani.co.kr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환경 불모지한국에서 신문사 환경팀이 살아남는 법

세계일보 환경팀 윤지로·김승환 기자 환경 기사라는 프레임 허물어야환경은 모든 부서가 알아야 하는 이슈

 

기후위기가 우리 모두의 당면 과제라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됐다. 동시에 매일 마주하는 대부분의 보도가 환경과 거리가 먼 것 또한 현실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이슈에 한국언론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수년째 반복됐지만 한국언론 우선순위에서 환경은 늘 뒷전이다.

 

세계일보 환경팀은 보수지에서 찾기 힘든 환경 전담 팀이다. ‘그린에 관심이 많은 영미권 매체와 달리 한국에서 환경은 일부 진보지의 전유물이었다. 기후변화, 에너지 등 환경이슈는 해결이 어렵고 변화가 더뎌 다루기 어렵다. 반복되는 보도에 대중 관심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팀이 가진 현실적인 고민은 무엇일까.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 인근 카페에서 세계일보 윤지로 기자와 김승환 기자를 만났다.

 

락페스티벌같았던 COP27, 국내에선 알 수 없는 간절함

올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렸다. 기후 심각성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들이 나왔지만 한국언론은 선진국의 개발도상국 지원 등 금전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기자를 보내 총회 현장을 전한 신문은 경향신문, 한겨레, 세계일보뿐이었다. 이집트를 다녀온 김승환 기자는 현장이 락페스티벌같았다고 말했다.

COP27 현장(이집트)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시민단체들. 사진=김승환 기자 제공

 

수년째 COP을 다녀온 분들은 유난히 조용했던 연도라고 말하는데 나는 너무 놀랐다. 전세계 사람들이 모여 북적북적하고 소리도 지르고 나도 모르게 고양되는 것이 있었다. 기후위기 관련 여러 단체들이 대중 앞에서 소리지를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 시끄러운 소음에서 어떤 간절함을 느꼈다. 기자들도 똑같은 기자회견을 반복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데 현장에 가면 이게 누군가에게 절실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된다.” (김승환 기자)

 

2017년부터 환경이슈를 다뤄온 윤지로 기자는 올해가 그나마 한국언론의 관심이 많아진 해라고 말했다. 윤지로 기자는 “COP 관련 기획 기사는 많아진 편이다. 이전에는 더더욱 단신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말했다. 작년 COP엔 한겨레만 현장 취재에 나섰다.

기자들이 일하고 있는 COP27 미디어센터. 한국 기자들은 전용 부스 없이 자유석에 앉았다. 사진=김승환 기자 제공

그럼에도 외신에 비하면 한국의 취재열기는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다. 미국, 일본 등 외신은 취재인력이 한국보다 배가 많았고 회사별 전용 부스도 있었다. 반면 한국 기자들은 일반 자유석으로 흩어졌다. 김 기자는 부스 안에 보면 각각 5~6명 정도 와 있었다. 가디언 등 영미권의 큰 매체뿐 아니라 일본 매체가 많은 것에 놀랐다. 투입 규모만 비교해봤을 때 한국이랑 일본은 비교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여력 있는 한국의 대형 매체들이 안 움직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현장에서 본 개도국 실상은 더 심각했다. 김승환 기자는 이집트 북부 알렉산드리아 해안을 찾아 기후변화 참상을 전했다. 길게 늘어진 방파제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막고 있었다. 현지 주민들은 이 돌덩어리가 없었다면 이쪽은 이미 바닷물에 잠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 불모지 한국에서 환경팀 유지는 어렵다

 

세계일보 환경팀은 올해 초에 신설됐다. 이외에 환경이슈 전담 팀을 따로 둔 신문은 한겨레, 한국일보 등이 있다. 다른 곳에도 환경전문 기자들이 있지만 대부분 각각의 팀들이 유동적으로 환경이슈를 맡는 형식이다.

지난 1월 세계일보 창간호에 포함된 환경팀(지구팀) 소식. 세계일보 갈무리

환경팀장을 맡고 있는 윤지로 기자는 당연히 깎아내리는 사람들도 있고 어디든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오히려 그럴수록 더 정신 차리게 되는 거 같다. 스스로도 의심할 수 없게 실수나 약점을 잡히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필요성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다. 우선은 환경팀이 내년에도 살아남는 것이 목표라며 웃었다.

 

국제사회 기조에 발맞춰 몇몇 언론이 환경팀을 신설했지만 회사의 전폭적 지원은 부족하다. 일각에선 환경팀을 만드는 것 자체에만 의의를 두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아니냐는 자조도 나온다. 일선 기자들의 무력감을 깨기 위해선 뉴스룸 차원의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

 

모든 회사가 정말 환경에 대한 의지가 있어서 주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팀 몇 명만 노력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차원의 교육 등 변화의 자세가 있어야 한다. 그런 것 없이 팀만 만들어 놓는 수준에 그친다면 환경팀의 업무 자체가 구성원 설득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한국언론 국장단은 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50대 남성이 대다수다. 뉴스룸 자체의 환경 이해도를 높이는 포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윤지로 기자)

지난달 15일자 세계일보 보도 갈무리.

환경이슈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은 언론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부와 대중의 무관심 속에서 언론 홀로 환경에 골몰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김승환 기자는 정부랑 시민사회가 주목하면 당연히 언론도 따라가게 되는데 한국은 환경이슈에서 소외된 현실이다. 그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발표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 한국은 2년 연속 꼴찌수준을 보였다.

 

이미 국제사회 주류된 환경이슈한국은?

환경문제는 서구권에선 엄연한 메인이슈다. 경제, 사회, 정치 등 중요한 현안들이 모두 그린과 맞닿아 있다. 덴마크는 이미 탄소배출권이 한국보다 배는 비싸고 탄소 감축, 세금 등 비즈니스 마인드가 주류로 박혀 있다. 한국 경제지와 달리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에서 환경기사가 연일 쏟아지는 이유다.

 

한국에서 기후, 에너지 등의 문제는 아직 환경이라는 틀 안에 갇혀 소비된다.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환경 기사들이 반복된다’, ‘지루하다는 대중 평을 받는다. 윤지로 기자는 이 프레임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것이 모든 문제를 아우르는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가 제공하는 탄소시계. 사진=블룸버그 갈무리

 

결국 환경 관련 주제들은 환경팀에서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주류화가 돼야 한다. 아직 한국 뉴스룸 인식은 환경문제를 지구 온도 차이, 해수면 미터 차이, 이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벽을 허물고 정치·경제·사회 모든 부서가 환경 마인드를 탑재해야 한다. 하나의 신문사 안에도 정치·경제·사회부가 환경 관련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고 이미 국제사회 변화도 너무 빠른데 아직 우리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윤지로 기자)

 

결국 기자 개인이 아닌 한국언론 모두가 나서야 하는 문제다. 윤지로·김승환 기자는 회사가 여유를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쌓이면 쌓일수록 알게 되고 보이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김승환 기자는 회사 차원에선 환경팀에 대한 지속성을 보장해줬으면 좋겠다“COP만 하더라도 지난해 갔던 사람과 올해 처음 간 사람은 시각의 차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지로 기자는 환경은 모든 분야를 다 건드리는 주제인데 잠깐잠깐 인력을 바꾸는 방식으론 깊이가 있기 힘들다고 말했다.

 

환경 불모지 한국에서 환경팀 활동을 지속하는 것은 확실히 어려운 일이다. 자연스레 환경이슈에 대한 기자들의 애정이 느껴졌다. 두 기자는 아직도 쓰고 싶은 기사가 많다고 전했다.

 

제일 재밌을 때는 빈틈에 대한 기사를 쓸 때다. 남들이 얘기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환경 분야엔 특히 많다. 아무도 손대지 않은 밟지 않은 흰 눈 같은 영역들이 있어서 그런 얘기를 계속 해나가고 싶다. 어려운 내용이 많은데 그것들을 어떻게 쉽게 풀어쓸지가 요즘의 고민이다.” (윤지로 기자)

 

지금까지 10년 차 정도 됐는데 기자 일을 계속 하다 보니까 너무 소진되는 것 같고 쌓이는 게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곳에서 전문성을 조금 쌓고 싶다는 생각을 해 환경팀을 지원하게 됐다. 이번에 현장을 다녀와서 국제사회가 이렇게 가고 있구나를 확실히 느꼈다. 특히 현안들이 정말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껴서 더 열심히 할 예정이다.” (김승환 기자)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정원 가꾸기는 놀이, '고생만 한다'는 말 제일 싫어"

[인터뷰] 대한민국 아름다운 정원 콘테스트 대상 수상한 김형극 정원주

지난 116일 김형극씨가 조성한 경기도 안성시의 개인 주택 정원에서 인터뷰하고 있다.신서윤

 

어떠한 목적도 결과도 따지지 않고 무언가에 마냥 순수하게 빠져본 적 있는가? 사회에 발을 내딛고 번듯하게 살아가는 사람일지라도 '무엇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선뜻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좋아하는 것을 일상으로 실현하는 삶은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삶이지만, 현시대에서 좋아하는 것을 미루지 않고 산다는 건 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여기 26년째 '좋아하는 일'을 누리는 이가 있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

"우리 집에 다양한 식물이 있잖아요, 그 아이들이 내 발소리를 알아듣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저 내 생각뿐이라는 걸 알지만, 그만큼 식물들을 사랑한다는 거죠."

 

규모가 크진 않지만, 외갓집 같은 정겨움이 묻어나는 정원을 가꾼 김형극(69)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정원의 자랑이라는 100년 넘은 감나무 밑으로 큼지막한 감나무 잎들이 잔뜩 떨어져 있지만, 김형극씨는 그것조차 정원의 일부라고 여겨 부러 치우지 않는다.

 

그는 흔히들 이미 인생의 방향이 결정되었다고 생각하는 마흔 셋의 나이에 또 다른 삶을 시작했다. 꽃을 좋아하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온 그는 서울시 공무원으로 열심히 일하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식물을 잊지 않았다. 결국 1996년 멋들어진 감나무에 이끌려 안성의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했고, 2012년 퇴직을 하기 전까지 수년간 가장 먼 곳에서 가장 먼저 출근하는 삶을 병행했다.

 

완벽히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하진 못했지만, 그의 정원에 담긴 식물을 좋아하는 마음이 높게 평가받아 2015년 경기정원문화대상 동상, 2021년 대한민국 아름다운 정원 콘테스트 대상이라는 수상의 기쁨까지 얻게 된다. 이를 계기로 대학 공부와 일본 견학으로 전문성까지 쌓은 그는 자연스럽게 정원 컨설팅 분야까지 나아가게 되었다.

 

현재 그는 한국생활정원진흥회와 함께 사람들에게 정원을 개방하는 오픈가든을 진행하고 정기적으로 정원문화대상수장자모임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대상을 받은 이후 스스로 '내 정원이 정말로 대상을 받을만한가'라고 생각했어요.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아무리 크고 잘해놓은 정원을 가도 우리 집처럼 구석구석 사랑과 정성이 느껴지는 곳은 없다는 평가를 받으니 막 힘이 생기더라고요.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그런 평가도 받지 못했겠죠."

 

결실을 보기까지 오래 걸렸음에도 김형극씨는 26년 동안 정원에 흥미가 떨어지는 순간은 없었다고 말한다. 다만 그에게도 정원 일을 좋지 않게 보는 주변의 시선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열 명 중에 여덟 명은 정원이 예쁘다고 말해주지만, 그 외 한두 명은 '이거 힘들어서 어떻게 가꿔요', '나는 이런 거 못 해'라는 둥 사서 고생한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해요. '식물 키워봐야 고생만 한다' 내가 제일 듣기 싫은 말이에요. 나는 좋아하기 때문에 일을 만들어서 하고 그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는데그런 마음을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하는 것을 일이라고만 여기고 자기들 기준으로 쉽게 말하죠. 나는 이걸 즐거운 놀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인터뷰 동안 다른 사람을 쫓아갈 필요 없이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모습은 무언가에 대한 애정도 없으면서 타인이 하는 게 좋아 보인다는 이유로 따라서 일을 시작하는 거예요."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한 일 찾아야

김형극씨는 좋아하는 마음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일단 그 일을 시작하라고 말했지만, 반대로 기본적인 관심조차 없다면 가볍게 일을 시작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지 못해 타인에게 쉽사리 휩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극씨는 "자기가 좋아하느냐, 좋아하지 않느냐, 마음에서 우러나는지의 여부가 앞으로의 길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좋아한다는 것만으로 나도 모르게 실천하게 되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한 느낌을 받는 그런 일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는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아도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을 고르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찾아온다. 열정을 쏟을 만한 적성에 맞는 일 또한 찾고 싶다 해서 손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 그는 "일단 직장에 들어가서 일해보다가 도저히 아니다 싶으면 충분히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내 적성을 너무 성급하게 찾으려 하지 말고, 자기에게 맞는 것을 찾기 위해서는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가을의 운치가 느껴지는 입구와 정원의 상징목 감나무(10월 촬영)신서윤

 

사람들은 언제나 행복을 추구하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은 현실 쪽으로 기울어져 버린다. 그러나 2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정원 안에서 삶의 이유와 보람을 느껴 온 김형극씨는 여전히 이상적인 미래를 준비한다.

 

"정원 일이 힘들다기보다, 오히려 '다음엔 어떻게 더 예쁘게 가꾸어 볼까?' 이런 생각만 자꾸 들어요. 내년에 오픈가든으로 방문할 사람들을 위해 들꽃 선물을 하나하나 준비해놨어요. 전에는 생각도 못 했던 부분이 가꾸는 과정에서 생각나더라고요. 나도 발전하는 거겠죠. 모든 게 처음부터 완성되는 게 아니고 서서히 한 단계씩 발전해 나가는 거든요. 나에게는 항상 올해보다 내년에 더 잘해보려고 하는 마음이 계속 있어요. 지금 심어놓은 나무들이 5, 10년 후에는 더 멋진 나무가 될 거란 말이에요."

 

더불어 정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전환을 이루고 싶은 것이 그의 한결같은 꿈이다.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나이까지는 정원 문화를 좀 더 많이 알리는 데 많이 기여하고 싶어요. 자연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공간, 풍요로운 삶이 우리나라에 보편화되는 것이 나의 바람이에요. 어떻게 보면 그저 꿈같은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늘 그런 생각을 해요.

 

이제는 쉬려고 해도 답답하고 무료해서 한 두 시간도 못 참고 정원으로 나가게 돼요. 거기서 일하는 것이 더 편하고 좋아요. 정원이란 내 삶의 공간, 내 놀이 공간, 나의 친구죠."

오마이뉴스 글: 신서윤(tongkasu)조하람(susana0517)

 

 

모든 전복과 조개류 44%, 심각한 멸종위기 처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개정판 발표1550종의 해양 포유류 및 해초가 멸종위기

기후위기로 인해 해양생물 멸종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모든 전복, 조개류 중 44%는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고됐다. 더 이상의 멸종을 막고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자 전 세계 193개국 대표자가 캐나다 몬트리올에 모여 15(현지 시각)까지 진행하는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발표됐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9(현지 시각) 멸종위기 위험에 처한 종을 기록한 '적색 목록' 신규 개정판을 COP15에 맞춰 발표했다. 신규 개정된 적색 목록에는 15388종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중 42108종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IUCN이 비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적색목록은 멸종위험도 순서에 따라 '절멸', '야생절멸' 9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적색 목록에 포함된 모든 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간주되지는 않으나, 위험도가 높은 등급일수록 멸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된다.

 

IUCN은 이번 적색목록을 발표하면서 특히 해양생물 종에 대한 멸종 위험성을 강조했다. 1550종의 해양 포유류 및 해초가 멸종위기에 처해있으며 최소 41%의 해양 생물이 기후위기로 인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IUCN은 보고했다. 전복류들의 경우 전체 54종 중 20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이 이번 적색목록에서 처음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IUCN은 이번 적색목록을 발표하면서 특히 해양생물 종에 대한 멸종 위험성을 강조했다. 1550종의 해양 포유류 및 해초가 멸종위기에 처해있으며 최소 41%의 해양 생물이 기후위기로 인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IUCN은 보고했다. 전복류들의 경우 전체 54종 중 20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이 이번 적색목록에서 처음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PDP

 

전복류의 멸종위험은 인간의 과도한 채취 행위와 기후위기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조사됐다. 남아프리카에서는 마약 거래 등 범죄와 연루된 단체들이 고가의 전복 종을 무분별하게 채취해 개체수가 황폐화됐다. 또한 호주의 경우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으로 인해 자생 전복종 개체수의 99%가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양 폭염이 전복류의 먹이인 해조류를 죽이고, 이에 전복 개체수 또한 줄어드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해양 포유류인 '듀공' 또한 이번 적색목록 내 멸종위기종 분류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바다 소'라고도 불리는 듀공은 동아프리카 내 250개체, 뉴칼레도니아에 900개체 정도 남짓만 존재해 전 세계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알려졌다. IUCN은 해양에서의 석유 및 가스 탐사와 니켈 채굴 등이 듀공의 먹이인 해조류에 영향을 끼쳤고,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면 온도 변화가 듀공의 서식지 파괴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발표했다.

 

카리브해 전역에 분포해 있는 '기둥산호' 또한 멸종위험도가 상승했다. 해수 온도 상승, 이산화탄소 과다 흡수 등으로 인한 산호 백화 현상 등 산호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와중에 멸종위기에 처한 산호종이 늘어난 것이다. 미 아리조나대학교 베스 폴리도로 교수는 "기둥산호는 대서양에서 심각하게 멸종 위기에 처한 26개 산호 중 하나일 뿐"이라며 "모든 산호종의 절반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라고 경고했다.

과학자들은 지난 7(현지 시각)부터 진행 중인 COP15'살아있는 세계의 운명'을 결정짓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COP15 협의를 통해서 '2030년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를 확정짓고 향후 10년간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목표를 세울 예정이다. CBD

 

IUCN 부르노 오벨리 사무총장은 "이번에 발표된 적색목록 개정안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인간의 활동이 전세계 해양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진행 중인 COP15에 대해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와 함께 기후, 생물 다양성 위기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학자들은 지난 7(현지 시각)부터 진행 중인 COP15'살아있는 세계의 운명'을 결정짓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COP15 협의를 통해서 '2030년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를 확정짓고 향후 10년간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목표를 세울 예정이다. 육상·해양보호구역을 전 세계 육지,바다의 최소 30%까지 확장하자는 제안과 곤충 개체군 감소를 막기 위한 살충제 감축 목표 등이 논의되고 있다.

프레시안 이상현 기자

 

 

개발압력 속 개체수 급감? 제주고사리삼, 멸종위기 등급 상향

환경부, 제주고사리삼 및 탐라란 등급 상향 확정

개체수 급감 원인 ... 탐라란은 채취압력도 높아

제주고사리삼./사진=곶자왈사람들.

 

전세계에서도 제주 선흘리 곶자왈에서만 발견되는 희귀 식물인 제주고사리삼의 멸종위기 등급이 한 단계 상향됐다. 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을 기존 267종에서 282종으로 개정하고 9일 이를 공표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마다 개정한다. 환경부는 20171229일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267종의 목록을 공포한 바 있으며, 올해 개정이 이뤄짐에 따라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목록이 더욱 늘어나게 됐다.

 

이번 개정에서는 제주고사리삼의 멸종위기 등급이 기존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상향됐다. 개체수 급감이 그 이유다.

 

제주고사리삼은 국내에서도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지형인 제주 곶자왈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라산연구부에 따르면 제주에서도 선흘 일대의 곶자왈에만 분포해 있다. 2001년 처음 발견됐으면 2005년부터 멸종위기 야생생물 2등급으로 지정돼 환경부의 관리를 받아오다 이번에 1등급으로 상향됐다.

 

국내에서 유일한 자생지로 알려진 선흘 곶자왈 일대는 최근까지 각종 개발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다. 이 일대에서는 최근까지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이 추진되면서 찬·반 논란이 나타난 바 있다. 그 외에도 지난 3월에는 선흘 곶자왈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의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제주도의회를 통과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제주자연체험파크과 관련해서는 사업승인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벌목 등이 이뤄지면서 제주고사리삼의 자생지인 선흘 곶자왈 훼손 논란에 부채질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작업을 위한 작업로 개설 과정에서 제주고사리삼 자생지가 훼손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이번 고시에서는 이외에도 제주에서 자생하고 잇는 탐라란의 등급 역시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상향됐다. 탐라란은 관상용으로 무분별하게 채취되면서 개채수가 급감했다. 환경부도 탐라란에 대한 채취압력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 이번에 멸종위기 등급을 상향했다.

 

그 외 제주방울란과 제주산버들, 제주황기 등이 관찰종으로 지정됐다. 관찰종은 차기 멸종위기 야생생물 지정 후보군으로 향후 5년간 지속적인 조사와 관찰을 통해 멸종위기 야생생물 지정 여부 가능성을 검토받는다.

 

김종률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이번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 개정이 서식지 훼손 등으로 인해 새롭게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생물을 보전하여 한반도 생물다양성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부산 대심도 뚫어 수소전동차 도입...가덕신공항~오시리아 달린다

부산시, 차세대 급행철도 검토끝 수소전동차 결론...명지 센텀 등 6개역 건설

정거장은 가덕신공항~동부산까지 6개 도입

내년 전략 수립해 2026년 착공, 2030년 개통

부산시가 차세대 부산형 급행철도(BuTX)’에 수소전동차를 도입한다.

 

시는 12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차세대 부산형 급행철도 도입 시민공청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서 시는 BuTX 도입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며 최적의 차량 시스템과 노선 등을 소개했다.

수소전동차 모습. 부산시 제공

 

가장 관심을 모은 BuTX에 도입할 차세대 교통수단은 수소전동차로 결정됐다, 애초 시는 하이퍼튜브 캡슐차량과 고속전동차, 수소전동차 등 3가지 교통수단을 놓고 검토한 끝에 수소전동차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소전동차는 수소를 구동에너지로 사용하는 연료전지의 열차로, 정부 R&D 과제로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시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개최에 맞춰 BuTX를 도입해야 하는 만큼 그에 따른 시간과 비용, 기반시설 활용도, 경제적 인프라 구축, 저탄소 친환경 시스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소전동차가 가장 적정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덕신공항이 24시간 운영 가능한 공항을 표방하는 만큼 여기에 걸맞게 AI 기반의 자율주행 시스템 도입이 가능하면서 24시간 운행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도입해야 한다는 점도 수소전동차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BuTX는 지하 40구간을 뚫어 연결하는 대심도를 건설해 친환경 교통수단을 운영하는 형태로, 총길이 47.96개 정거장(가덕신공항~명지~하단~북항~센텀~동부산(오시리아))을 도입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업기간은 2030년까지이며, 사업비는 2586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시는 이날 시민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내년부터 사업화 전략을 수립하고 2024년 도시철도망 계획 수립 및 민자 적격성 조사 등을 거쳐 2026년 착공, 2030년 개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겠단 계획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BuTX를 통해 부산 도심의 심각한 교통 문제 해소와 가덕신공항의 경쟁력 확보, 2030부산세계박람회 성공 개최를 위한 기반시설 마련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김해공항은 소음 때문에 밤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야간운행을 못 한다.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장거리 노선(미국 유럽 등) 취항이 어렵다. 부울경 시민은 인천공항으로 갈 수밖에 없어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항공화물은 2018년 기준으로 인천공항이 93.5%, 김포공항이 2.3%, 김해공항이 3.0%를 점하고 있다. 부울경 지역은 부피가 큰 값싼 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수도권은 부피는 작지만 값비싼 제품을 생산해 비행기로 수출한다. 수도권 집중 원인 중의 하나가 공항이다. 인천공항이 테러 등으로 멈추면, 비상시 대체공항은 중국 상하이 푸동공항이다. 그래서 24시간 운행이 가능한 동남권 관문공항이 필요하다.

 

20224월 국토교통부는 가덕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를 발표했고, 8월 가덕신공항 기본계획 용역을 착수했다. 국토부의 일정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에 착공하여 공사 기간 98개월을 감안하면 2035년에 개항할 예정이다. 여기에 환경영향평가라는 암초가 있는데, 만약 부실하게 작성된 보고서를 환경부가 반려 또는 부결할 경우 착공 시점은 가늠하기 어렵다. 제주 제2공항이 그랬다.

 

동남권의 숙원인 신공항은 만들려면 가능한 빨리 만들어야 한다. 부산시가 2030 엑스포 유치와 신공항을 너무 밀접하게 연계시키려는 움직임은 적절하지 못하다. 신공항을 만들어야만 엑스포를 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 만약 2030년 이전에 신공항이 완공되지 못하면 국제사회에 거짓말을 한 모양새가 된다. 그리고 엑스포 유치가 무산되면 신공항도 무산되는가? 주객이 전도되었다.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이대로 간다면 2030년 이전에 신공항 개항은 어렵다.

 

국토부는 가덕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공학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대안을 제시했다. 활주로가 가덕도 육지와 바다(1)’ 또는 전부 바다(2)’에 설치하는 두 가지 대안에 대하여 평가했다. 1안은 부등침하(不等沈下) 우려가 크기 때문에 부적절하고, 부등침하가 1안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라고 했다. 육지에 건설하면 부등침하가 발생 안 하고 바다에 건설하면 부등침하가 발생한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논리가 꼬였다. 육지에서 하든 바다에서 하든 부등침하는 발생하면 안 되고 현재 우리나라 토목계는 부등침하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사하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장래확장성 평가에서 1안은 추가 절취가 필요하고 2안은 바다 매립토사 확보가 어렵다고 했는데, 매립토사를 확보하려면 어차피 추가 절취를 해야 한다. 따라서 1안이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 말이 그 말 아닌가?

 

1안은 육지와 접한 바다에서 공사를 하기 때문에 공사가 쉽지만, 2안은 완전히 바다 한가운데서 매립하려면 바지선을 이용해야 하므로 공사 기간이 길 수밖에 없다. 당연히 1안이 공사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고 공사비도 절감된다.2안의 계획고는 15m(해발고도)인데, 태풍 힌남노에 의한 최대파고가 오륙도에서 17.2m로 관측되었다. 이상기후로 더 빈번하게 태풍이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안의 활주로는 태풍이 발생하면 잠길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정밀 검토가 필요하다.

 

지금 국토부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부산시가 당초 제시했던 1안이 채택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 학계 정치계 등과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또한 장래확장성을 염두에 두는 기본계획이 수립될 수 있도록 합리적 논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물론 환경영향평가도 꼼꼼히 해야 한다.

 

다행히 국토부는 다양한 의견을 객관적으로 검토하여 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최적의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다양한 의견을 듣는데 그치지 말고 한발 물러서서 신공항을 바라보기를 바란다. 신공항의 세부 위치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바다 한가운데 활주로를 건설해야만 한다는 입장이라면, 가덕신공항은 그 목적지가 아련할 것이고 알 수 없는 파도에 이리저리 표류할 것이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부산도시환경연구소장 국제 22.10.3

 

 

깊은 숲일수록 더불어 산다탄소중립 자연의 해결사들

아마존 열대 우림. 숲을 보호하고 복원하는 것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대표적 자연기반해법으로 꼽힌다. 다만 조림을 통한 탄소 격리는 영구적이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한겨레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전례 없는 속도로 탄소를 줄여야만 한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탄소배출량이 0에 도달할 수 없다. 불가피하게 배출할 수밖에 없는 탄소량만큼 대기에서 이를 제거해야 한다. 공기 중 탄소를 직접 포집해 제거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는 값비싼 기술로 아직 실용적이지 않다. 반면 생태계에서 대기 중 탄소를 줄이는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은 실용적으로 당장 사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한 168개국 중 우리나라를 포함한 131개 나라가 자연기반해법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

 

올해 발간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3실무그룹의 제6차 평가보고서(기후변화 완화)는 농업, 임업과 기타 토지 이용(Agriculture, Forestry and Other Land UseAFOLU) 부문에서 자연기반해법으로 2020년에서 2050년까지 매년 경제적으로 온실가스 8~16GtCO2e(이산화탄소 환산 기가톤·10억톤)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는 2050년까지 기온상승 1.5도 또는 2도를 막기 위해 줄여야 하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20~30%에 해당하는 양이다.

 

자연기반해법 중 첫 번째는 손상되지 않은 자연을 보호(protect)하고 손상된 자연을 복원(restore)하는 것이다. 육지와 해안 생태계의 보호와 복원은 2020~2050년 동안 매년 평균 7.3GtCO2e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전 세계 삼림은 지구 전체 표면적의 31%를 차지하며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 약 4분의 1을 흡수한다. 숲이 파괴되면 탄소를 흡수 못 할 뿐만 아니라 토양에 저장되어 있던 탄소가 공기 중으로 풀려난다. 2019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2%AFOLU 부문에서 발생했다. 이 온실가스 중 약 절반이 산림 벌채와 황폐로 인해 배출됐다.

 

당장 사용 가능한 기후위기 자연기반해법

숲의 보호와 복원은 이산화탄소의 흡수를 더 늘리고 배출을 더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손상된 숲을 토종 또는 자연친화적인 종으로 재조림하면 이산화탄소 흡수와 함께 생물다양성도 회복할 수 있다. 풍요로운 생태계는 깨끗한 물을 더 많이 공급하고 홍수와 토양 침식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식물과 토양에 저장된 탄소를 그린카본이라 한다.

 

블루카본은 대기에서 흡수돼 바다에 저장되는 탄소를 말한다. 블루카본 대부분은 바다에 직접 용해되는 이산화탄소이다. 이 과정에서 바다는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 약 4분의 1을 흡수한다. 이보다 적은 양이지만 해안 식생과 수중 퇴적물에도 탄소가 저장된다.

 

맹그로브, 해초, 염습지와 갯벌과 같은 해안 생태계가 자연기반해법에서 주목받고 있다. 물속에서는 육상과는 달리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여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므로 육지 생태계보다 단위면적당 강력한 탄소 흡수원이기 때문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발표에 의하면, 매년 1의 해초는 대기에서 탄소 220g을 제거해 해양 토양에 저장한다. 이는 같은 면적의 열대우림 탄소 저장률의 3배 이상, 온대림 탄소 저장률의 7배 이상, 그리고 초원 탄소 저장률의 10배 이상이다.

 

두 번째 자연기반해법은 곡물, 방목과 목재를 생산하기 위한 토양을 관리(manage)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매년 4.1GtCO2e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토양 탄소는 식물이 광합성으로 만든 탄소가 뿌리를 통해 토양에 저장되거나 동식물이 죽어 분해되어 저장된 것이다. 풀과 잡초는 토양 탄소를 결박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잡초 제거를 위해 땅을 갈아엎으면 땅에 있는 탄소가 대기 중으로 날아간다. 이는 토양을 황폐화하고 비료를 더 많이 투입하게 만든다. 질소비료는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를 발생시킨다.

 

해안 생태계의 탄소 저장 능력은 양날의 검이다. 해안이 파괴되면 저장된 탄소가 대기 중으로 다시 배출되기 때문이다. 해안가 맹그로브 숲은 전 세계적으로 약 1500ha를 차지한다. IPCC 2실무그룹의 제6차 평가보고서(영향, 적응 및 취약성)1990년부터 2020년까지 맹그로브 숲 100ha가 손실되었다고 했다. 이는 주로 양식장, 농업과 리조트 건설 같은 개발이 원인이다.

 

(nature geoscience)에 실린 논문의 분석에 따르면, 전체 숲에서 맹그로브 숲이 차지하는 비율은 0.7%에 불과하지만, 전체 숲 파괴로 인한 탄소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해안 생태계는 기후변화 적응에도 큰 역할을 한다. 맹그로브는 파도를 맞아도 쓰러지지 않도록 여러 개로 갈라진 줄기가 지지대 역할을 한다. 맹그로브 숲은 폭풍해일로부터 매년 약 1800만명을 보호하고 수백억 달러 가치의 시설물 피해를 막는다. 미국 이스트캐롤라이나대학의 싯다르트 나라얀 교수 등이 전 세계 52개 자연기반해법을 이용한 해안 재난을 막는 사업을 분석한 결과, 산호초, 염습지, 해초와 맹그로브가 방파제 비용의 20~50% 정도로도 피해를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맹그로브 숲은 폭풍해일로부터 매년 약 1800만 명을 보호하고 수백억 달러 가치의 시설물 피해를 막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은 열대지방 해안에 형성된 맹그로브 숲. 게티이미지

 

두 번째 자연기반해법은 곡물, 방목과 목재를 생산하기 위한 토양을 관리(manage)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매년 4.1GtCO2e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토양 탄소는 식물이 광합성으로 만든 탄소가 뿌리를 통해 토양에 저장되거나 동식물이 죽어 분해되어 저장된 것이다. 풀과 잡초는 토양 탄소를 결박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잡초 제거를 위해 땅을 갈아엎으면 땅에 있는 탄소가 대기 중으로 날아간다. 이는 토양을 황폐화하고 비료를 더 많이 투입하게 만든다. 질소비료는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를 발생시킨다.

 

조림은 비영구적땅속 탄소 격리가 핵심

경작지 가장자리에서 나무와 덤불이 자라면 바람을 막아주고, 그늘이 드리워져 물이 적게 증발하고, 비에 비옥한 흙이 씻겨 내려가는 것을 방지한다. 이처럼 농업과 임업을 결합한 복합 영농 형태를 혼농임업이라 한다. 혼농임업은 토양을 보전하면서도 식량, 과실, 사료, 목재, 땔감 등을 지속 가능하게 생산한다. IPCC 2실무그룹의 제6차 평가보고서는 혼농임업이 기존 농업보다 토양 탄소를 20~33%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다고 했다.

 

경축순환농법은 가축분뇨를 비료로 만들어 작물을 기르고 볏짚 등 작물 부산물을 가축 사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때 질소비료와 기타 합성 투입 물량이 줄어들어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 배출량이 감소하고 토양이 건강해진다. 그리고 토양을 보호하기 위해 비수기에 재배되는 식물인 덮개작물은 토양 침식, 토양 수분 감소, 해충, 작물 질병 등을 줄일 뿐만 아니라 토양에 탄소 함량을 증가시킨다.

 

세 번째로 먹거리 체계를 바꾸면 연간 2.2GtCO2e를 줄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식품의 3분의 1이 버려진다. 그렇지만 세계 인구의 10%8억명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결핍은 필요한 만큼 생산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나눌 줄 모르는 인간 욕망으로 일어난다. 이미 전 세계 얼음으로 덮이지 않은 땅 4분의 1 이상이 방목지로 이용되고 농경지 3분의 1에서 사료용 작물을 키우고 있다. 그런데도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고기를 점점 더 많이 먹으려 하면서 숲을 파괴한 농지가 확대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와 육식을 줄이는 먹거리 전환도 기후위기 대응에 필수적이다.

 

또 다른 자연기반해법으로 바이오에너지 탄소 포집과 저장(BECCS)이 있다. 이는 작물을 재배하여 광합성 과정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고, 그 작물로 바이오 연료를 만들어 전력을 생산하고, 이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저장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2020년에서 2050년까지 매년 평균 5.9GtCO2e를 제거할 수 있는데, 이 중 1.6GtCO2e만이 경제성이 있다. 그러나 BECCS를 위해 토지를 대규모 전환하게 되면 식량 안보와 생물다양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세실 지라르딘 등은 2021

논평에서 자연기반해법으로 매년 10GtCO2e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중 절반은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흡수량을 늘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감소하는 이산화탄소 총량 중 20%만이 조림을 통한 복원으로 이루어지며 생태계 보호와 토양 관리가 각각 40% 기여한다.

 

다만 조림을 통한 탄소 격리는 영구적이지 않다. 나무가 다 자라면 탄소 흡수 능력이 포화에 도달하고 기후변화로 인해 나무가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감소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연기반해법은 땅속에 탄소를 저장하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자연 서비스 균형 고려하며 신중한 시행 필요

IPCC 3실무그룹의 제6차 평가보고서(기후변화 완화)는 자연기반해법을 신중하게 시행하지 않으면 생물 다양성, 대기질, 물 가용성과 품질, 토양 생산성, 권리 침해, 식량 안보, 인간 복지, 그리고 기타 자연 서비스의 보전과 균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자연기반해법의 숲 복원은 무분별한 조림사업과 구별해야 한다.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지역에 잘 타는 나무를 심었다가 불이 나면 나무의 모든 탄소가 대기로 다시 방출된다. 이탄 지대나 사바나 지역을 조림하는 것은 오히려 생물다양성을 손상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 고탄소 저장고인 이탄 지대에 나무를 심기 위해 물을 빼면 탄소가 배출된다. 이런 자연기반해법은 온실가스 배출을 오히려 악화시킨다.

 

IPCC 2실무그룹의 제6차 평가보고서(영향, 적응 및 취약성)는 도시 녹화도 기후위기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도시 산림, 공원과 옥상 녹지 등은 실내 열 노출 위험을 줄이고 에너지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도시에서 나무 그늘이 있는 집은 냉방 피크 수요의 30%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도시 녹화와 습지 보호는 빗물을 관리하여 홍수를 막는 데 기여한다.

 

그런데 도시 녹화는 소수에게만 혜택을 제공하면서 기존 거주자들을 밀어내는 녹색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킬 수도 있다. 우리가 도시 자연기반해법을 부유한 사람이 가난한 이웃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지 않도록 형평성에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계획해야 하는 이유이다.

 

자연이 파괴되면 기후위기가 가중되고 기후위기는 또다시 자연파괴를 부채질한다. 자연파괴와 기후위기는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IPCC는 제2실무그룹 6차 평가보고서에서 육지와 바다의 생태계를 보호하고 복원하려면 지구 표면(육지, 담수와 바다)30~50%가 보존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환경계획(UNEP)2022자연을 위한 재정 상태’(State of Finance for Nature) 보고서에서 지구온도 상승 1.5도 억제 목표를 달성하려면 자연기반해법에 2030년까지 매년 4840억 달러를 투입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투자규모는 1540억 달러로 필요한 투자액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렇게 행동은 의도보다 늘 뒤처진다. 결국 우리는 지금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위기와 생태계 붕괴로 인한 실존적 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해법과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올바른 자연기반해법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 온 방식이다.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구과학교사 김추령은 그의 책에서 깊은 숲일수록 더불어 산다숲이 오랜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더불어 살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더불어 살며 오래도록 내일의 지구를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에서만 우리도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참고문헌

김추령, 2021: 내일지구 - 과학교사 김추령의 기후위기 이야기, 빨간소금

Cécile A. J. Girardin et al., 2021: Nature-based solutions can help cool the planet if we act now, Nature 593, 191-194,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1-01241-2

Donato, D., Kauffman, J., Murdiyarso, D. et al., 2011:Mangroves among the most carbon-rich forests in the tropics. Nature Geosci 4, 293297 . https://doi.org/10.1038/ngeo1123

IPCC, 2022: Climate Change 2022: Impacts, Adaptation, and Vulnerability. Contribution of Working Group II to the Sixth Assessment Report of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Cambridge University Press, Cambridge, UK and New York, NY, USA, 3056 pp., doi:10.1017/9781009325844.

IPCC, 2022: Climate Change 2022: Mitigation of Climate Change. Contribution of Working Group III to the Sixth Assessment Report of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Cambridge, UK and New York, NY, USA. doi: 10.1017/9781009157926

Siddharth Narayan, 2016: The Effectiveness, Costs and Coastal Protection Benefits of Natural and Nature-Based Defences, PLoS ONE,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154735

NOAA, 2022: Understanding blue carbon, https://www.climate.gov/news-features/understanding-climate/understanding-blue-carbon?fbclid=IwAR0otzd8CvasE1jVsY51851LhV9KyDAfwr8OtBa5ikPbupY-PQWetI7caE8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2022: State of Finance for Nature. Time to act: Doubling investment by 2025 and eliminating nature-negative finance flows. Nairobi. https://wedocs.unep.org/20.500.11822/41333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 기후변화 특임교수 cch0704@gmail.com

 

 

풀에서 찾은 탈모 억제 효능, 부산 중소기업이 상품화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화장품 기업에 기술 이전삿갓사초에서 탈모억제 효능 확인해 특허 출원

삿갓사초(환경부 제공) 뉴스1

 

환경부 산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화장품 및 식품 제조기업인 '새롭'14일 삿갓사초 추출물에 대한 기술 이전 계약을 맺고 발모 촉진 및 탈모 억제 관련 기능성 화장품 생산을 지원한다고 13일 밝혔다.계약에 따라 새롭은 낙동강생물자원관의 탈모 억제 관련 특허 기술을 이전 받아 두피와 모발 관리를 위한 기능성 화장품 및 식품을 개발해 2025년 내 상용화할 계획이다. 계약 기간은 2027년말까지 약 5년이다.

 

기술을 이전 받은 새롭은 20205월 부산에 설립된 신생 기업이다. 삿갓사초는 습지 주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며 식물체 전체를 이뇨제로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낙동강생물자원관은 앞서 삿갓사초가 모낭의 형성과 모발의 생장에 역할을 하는 모유두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유도하는 '사이클린' 단백질을 증가시키는 데 역할을 하는 걸 확인했다. 또 삿갓사초는 모유두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억제하는 단백질 'p27' 발현도 감소시키는 것도 확인했다.

 

낙동강생물자원관은 202011월 이런 효능에 대해 '발모 촉진 및 탈모 억제 조성물'로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류시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산업화지원센터장은 "앞으로 담수 생물 자원의 가치를 발굴하고 생물 산업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남부지방 최악의 가뭄내년 2월까지 지속 전망

주암댐 =목포시 제공

 

1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전국 누적 강수량(931.4)은 평년의 94.0%이나, 남부지방은 강수량(평년의 62~82%)이 적어 기상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12월 강수량은 19.8~28.6, 1월 강수량은 17.4~26.8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2월 강수량은 27.5~44.9로 평년과 비슷하다.

 

현재 농업용 저수지의 전국 평균 저수율은 평년의 96.6%로 대부분 정상이나 강수량이 적은 전남·북의 저수율은 평년의 77% 수준이며 마늘·양파 등 노지 밭작물의 현재 생육상황은 대체로 양호하다.

 

이에 동절기 밭작물의 용수 수요가 적어 밭 가뭄 우려는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생활·공업용수 주요 수원인 다목적댐(20) 및 용수댐(14) 저수율은 예년의 99.6%, 96.1% 수준이다.

다만, 전남·북의 '주암·수어·평림·섬진강댐'은 저수율이 낮아 댐 관리기준은 '심각' 단계다. 경남의 '합천댐''관심' 단계다. 인천 중구와 옹진, 전남 진도, 경북 안동 등 일부 도서·산간 지역(9922세대, 17916명 대상)은 지역적 특성으로 용수공급 제한과 운반급수 등 비상 급수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남부지방 가뭄 극복 위해 용수 확보대책, 물 수요대책, 물 절약 홍보 대책으로 나눠 보다 세밀하고 꼼꼼하게 챙길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보성강댐과 농업용 저수지(수양제) 용수를 주암댐과 평림댐에 각각 저류해 활용하는 등 댐과 저수지 연계 운영을 확대한다. 또한 주암댐과 동복댐의 연계 운영을 강화하고 비상 상황에 대비해 대체수원을 추가 검토할 예정이다.

뉴스핌] 김보영 기자

 

 

탈석탄 선언만 했다금융기관 100, 투자 축소는 찔끔

석탄 투자, 석탄 금융 자산 1%5900억 소폭 감소

재생에너지 투자 늘었지만 글로벌 기준 견줘 미흡

금융기관에서도 탈석탄을 선언하고 있지만, 실제 투자 축소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금융기관이 100곳이 넘었지만 금융기관의 석탄 자산은 크게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한국전력이 적자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발행한 한전채를 국내 금융기관이 사들이는 일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석탄 자산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영리기관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13일 국내 금융기관의 석탄과 재생에너지 투자 금융 현황을 분석한 ‘2022 화석 연료 금융 백서가운데 석탄과 재생에너지 금융 편보고서를 먼저 공개했다. 국내 공적(국민연금 등 82), 민간(삼성생명 등 38) 등 총 120개 금융기관 자료를 취합·분석했다.

 

보고서를 보면, 올해 6월말 기준 대출, 채권 및 주식 투자를 통한 국내 금융기관의 석탄 자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5900억원 감소한 565천억원(공적 금융 357천억원, 민간금융 208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줄어든 5900억원은 현재 석탄 금융 자산의 약 1%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최근 금융기관의 탈석탄 금융 선언(올해 6월 기준 104) 흐름을 고려하면 미미한 수치라고 평가했다. 탈석탄 금융이란 석탄발전에 대한 신규 투자를 멈추고, 재생에너지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친환경 투자를 늘려나가는 것을 말한다.

석탄 금융 상위 10개 금융기관의 자산 대비 석탄 자산 비중과 규모. 한국 금융기관의 석탄과 재생에너지 금융 보고서 갈무리

 

국내 금융기관들의 석탄 자산 규모가 크게 줄지 않은 원인은 한전채 투자 영향과 탈석탄 선언 이전에 체결한 석탄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약정액 인출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당장 올해 상반기 신규 석탄 투자액(54천억원) 가운데 한전채 투자가 46%(25천억원)나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피에프 대출 규모는 20175850억원에서 201928천억원으로 약 5배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피에프는 금융기관이 특정 사업의 수익성과 사업을 통해 벌어들일 현금 등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기법으로 대형건설사업에 주로 활용된다. 최근 10년간 국내 금융기관의 피에프 약정액 166천억원 중에서 약 125천억원이 인출됐다. 41천억원은 아직 인출되지 않아 올해 금융기관의 석탄 자산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국내 금융기관의 재생에너지 투자는 2019년도 중반부터 석탄 투자 규모를 앞질렀지만, 그 격차는 글로벌 기준과 견주면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금융기관의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2021년말 기준으로 72200억원으로 석탄 투자(55400억원)보다 1.3배 많았다. 하지만 글로벌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2021년 말 기준 3670억달러로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 전체에 대한 투자(1190억달러)에 견줘 3.1배 이상 격차를 보였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기후변화에 따른 규제 강화 및 탄소 가격 상승이 명백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은 본연의 업무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기후변화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목표와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2023~2024 한국관광 100'에 부산시 8곳 선정

'한국관광 100'2013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동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우수관광지 100선을 2년에 한 번씩 선정해 발표해 왔다.

발표는 지자체 추천 등을 거쳐 예비후보 2배수를 발굴해 1차 서면평가(정성·정량), 2차 현장평가 후 3차 최종 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100선이 결정된다.

 

'한국관광 100'에 선정된 부산시 관광명소 8곳은 태종대 유원지 해운대&송정해변 감천문화마을 용두산·자갈치 관광특구 용궁구름다리&송도해변 오시리아 관광단지 엑스더스카이&그린레일웨이 광안리해변&SUP존으로, 부산은 가볼 곳 많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전국적으로 알릴 수 있게 됐다.

 

유규원 부산시 관광마이스국장은 "부산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2023년 최고의 여행지 25'에 선정될 만큼 전 세계인이 여행하고 싶은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2023년 한국방문의 해를 맞이하여 더 많은 내외국인 관광객이 국제관광도시 부산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관광콘텐츠를 적극 발굴,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ndh4000@newspim.com

 

 

광안리해변 테마거리

부산의 젊음의 거리, 광안리해변 테마거리 *

 

해운대와 더불어 부산의 대표적인 광안리해수욕장은 양질의 모래사장과 사시사철 다양한 축제로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들이 즐겨찾는 부산의 관광명소이다. 해수욕장은 총면적 82,000, 사장길이 1.4km, 사장폭은 25~110m이다. 금련산에서 내린 질 좋은 사질에 완만한 반월형으로 휘어진 사장은 전국적으로 이름나 있고 해수욕장 주변에는 제각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레스토랑, 커피숍 등과 진미를 자랑하는 음식점과 생선 횟집이 모여 있다. 백사장내에 야외상설 무대를 설치하여 각종 공연장소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웃해있는 수변공원, 광안리해변테마거리, 해변공원, 노천카페 등이 유명하고 윈드서핑, 요트, 스쿠버다이빙 등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특히 2003년 광안리해수욕장 개장일에 맞춰 완공된 광안해변의 테마거리는 인공야자수, 조형물, 벤치, 녹지대 등을 갖추고 있다. 해변에 조성된 테마거리는 광안리해변을 따라 보행자중심의 시민휴식공간으로 세련된 이국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 부산의 상징이며 명물로 태어난 광안대로와 함께 광안리해수욕장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보행자 중심의 관광거리인 테마거리는 남천동 협진태양맨션에서 민락 회타운까지 1,250m의 해안도로를 따라 조성되었으며 협진태양맨션에서 만남의 광장 950m1단계는 보도폭이 7~9m로서 차도를 축소(4차로 2차로)하여 해변측에 보도를 조성하고 전망파빌리온 등 조형물과 가로등, 수목플랜트, 벤치등을 조성하였으며, 낭만의 거리, 해맞이광장, 젊음의거리로 나누어져 있다. 만남의 광장에서 민락타운 앞인 광안리 해변공원까지 2단계는 보도폭이 12~19m로서 인공야자수와 목재테크, 휴게스탠드, 수목플랜트, 가로등, 민락횟촌 상징물 등을 조성하였으며 축제의 광장이라 불린다.

 

또한 보행자 거리의 의미를 살려서 전구간에 점토블록을 깔았다.광안리해변에 테마거리 조성으로 지하철 2호선 공사 시작이래 8여년동안 급격한 상권하락으로 침체기를 맞이했던 광안리해수욕장 일대는 젊음과 축제의 거리, 가족의 거리로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지역상권도 회복될 전망이며, 사시사철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아름다운 광안리를 찾고 잘 꾸며진 해변거리를 거닐면서 광안리해수욕장과 광안대교의 은빛찬란한 야경을 보고, 카페거리와 민락횟촌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추억과 낭만의 거리로 오랫동안 그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 광안리해변 카페거리(테마거리 반대편 보행자 도로) *

광안리해변에는 100여개의 카페가 있다. 음악과 칵테일과 낭만이 깃든 카페에서 바라보는 해수욕장과 광안대교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광안대교에서 이 곳을 바라보면 마치 동화속 유럽의 한 도시를 여행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할 만큼 예쁘게 꾸며져 있다. 광안리 해수욕장과 인접해 있어 가족단위나 친구·연인과의 만남을 위한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에서는 음식과 술뿐만 아니라 야외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

 

부산 감천문화마을

감천문화마을은 1950년대 6.25 피난민의 힘겨운 삶의 터전으로 시작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부산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산자락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계단식 집단 주거형태와모든 길이 통하는 미로같은 골목길의 경관은 감천만의 독특함을 보여준다.<부산의 낙후된 달동네였지만 문화예술을 가미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지금은 연간 185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다녀가는 대표 관광명소가 되었다. 산비탈을 따라 계단식으로 들어선 아름다운 파스텔톤의 집들과 미로와 같은 골목길이 있어 한국의 마추픽추, 산토리니로 불린다. 2016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감천문화마을에서는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진 그림같은 마을의 풍경을 즐기면서, 골목골목 설치된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감천문화마을 내 입주작가들의 공방을 통해 다양한 공예 체험도 가능하여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찾고 있다.

 

부산 대표 해수욕장, 해운대해수욕장

부산의 대표 해수욕장인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의 길이 1.5km, 너비 30~50m, 평균수심 1m, 면적 58,400의 규모로 넓은 백사장과 아름다운 해안선을 자랑하고 있으며 얕은 수심과 잔잔한 물결로 해수욕장의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부산''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곳이 해운대 해수욕장이라고 할 만큼 부산을 대표하는 명소이며, 해마다 여름철 피서객을 가늠하는 척도로 이용될 만큼 국내 최대 인파가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해안선 주변에 크고 작은 빌딩들과 고급 호텔들이 우뚝 솟아있어 현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의 해수욕장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여름 휴가철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젊은 열기로 붐비고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어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 해운대해수욕장의 다양한 축제와 즐길거리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매년 정월 대보름날의 달맞이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매년 겨울 주최하고 있는 북극곰수영대회는 이미 겨울철 대표 축제로 자리잡았다. 이외에도 모래 작품전, 부산 바다 축제 등 각종 크고 작은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또한, 해수욕장 주변에 동백섬, 오륙도, 아쿠아리움 , 요트경기장, 벡스코 달맞이고개, 드라이브코스 등 볼거리가 많으며, 국내 1급 해수욕장답게 주변에는 일급 호텔을 비롯한 숙박, 오락시설 및 유흥 시설들이 잘 정비되어 있어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해운대 그린레일웨이 (미포~송정 구간)

동해 남부선 폐선 부지를 수려한 해안 절경을 따라 걸을 수 있는 도심산책로

동해남부선 폐선부지를 활용한 해안선을 따라 걷는 도심 산책로로, 그 중 미포~송정 구간은 4.8km 거리로 수려한 해안 절경을 따라 양방향으로 걸을 수 있으며

산책로 방향에 따라 광안대교, 달맞이, 마린시티 등 대표 관광지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전국적인 포토 스팟 및 트레킹 장소이다.

산책로 구간 내 대표적 관광지로는 2017년 개장한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 20221월 개장한 바다소리 갤러리가 있으며 미포~송정구간은 202010월에 개장한 해운대해변열차 와 스카이 캡슐이 운행되는 구간으로 해운대 관광특구의 핵심시설이 밀집된 구간이다.

- 그린레일웨이 구간 내 주요 관광지 지점 : 해운대해수욕장, 미포항, 달맞이터널, 바다소리 갤러리, 청사포(다릿돌전망대), 구덕포, 송정해수욕장

- 해운대 해변열차, 스카이캡슐 운행 구간 : (주요역) 미포정거장, 청사포정거장, 송정정거장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촬영지

 

부산롯데월드

마법과 환상의 세계!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부산에서 개장했다. 숲속의 청량함과 짜릿한 스릴감을 완벽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놀이공원''하면 떠오르는 언제나 즐겁고 신나는 공연 그리고 퍼레이드를 경험할 수 있다.

부산롯데월드는 대한민국 제 2의 도시라고 불리는 부산에 세워진데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성도 편리해 개장 첫날부터 끊임없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월드 부산은 6개의 테마존으로 꾸려져 있다. 요정 마을 팅커폴스 존 중심에 토킹트리가 있는데 이 나무는 애니매트로닉스 기술이 적용되어 파크 내 6개 테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롯데월드 내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로얄가든 존의 로리캐슬은 물에 떠있는 듯한 모습으로 연출되어 있으며 부산의 전경과 함께 기장 앞 바다를 한눈에 즐길 수 있다. 이외의 놀이 기구들 특히 자이언트 디거, 자이언트 스플래쉬 등 대표 어트랙션은 그 짜릿함이 벌써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렇게 어른들을 위한 어트랙션 뿐만 아니라 유아를 동반한 가족 이용객을 위한 놀이 기구도 준비되어 있다. 날씨와 관계 없이 아이와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실내에 배치되어 있다. 놀이공원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퍼레이드는 하루에 2, 30분간 진행된다.

 

광안리 SUP Zone

'광안리 SUP Zone'' 은 광안리해변을 해양스포츠의 메카로 만들고, 해양스포츠 이용객들을 위한 곳이다. 광안리해변은 연중 파도가 잔잔하여 SUP 타기에 적합하다. 수영구청은 광안리해변에 광안리 SUP Zone2020년부터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광안리 SUP Zone은 광안리해변 내(광안리해양레포츠센터~광안리지웰에스테이트 맞은편 백사장) 400m 구간으로 비치 바, 비치베드, 윈드배너, SUP포토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갈대파라솔과 비치배드는 7~8월에는 인근 수상레저샵을 통해 수상레저기구를 대여하시는 분에 한하여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7~8월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가능)

또한 체험형 미션 게임 플랫폼인 리얼월드 앱의 야외 방탈출 게임 <바다 너머의 세상>을 통해 광안리 해변 곳곳에 숨겨진 퀴즈를 풀어가며 색다른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부산엑스더스카이

부산엑스더스카이(BUSAN X the SKY)’는 국내 두 번째 높이(411.6m)해운대 엘시티 랜드마크타워에 위치하고 있으며, 씨사이드뷰(Sea Side View)와 씨티뷰를 함께 조망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 전망대 입니다. 전망대 각 층마다 특화된 해운대 해변과 도시 야경, 광안대교, 부산항대교, 이기대, 달맞이 고개, 동백섬 등 부산의 명소를 조망할 수 있는 파노라믹 오션뷰를 자랑한다. 편안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엑스 더 라운지’, 하늘 위의 바다를 배경으로 특별한 기억을 기록하는 엑스 더 포토’,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기념품샵 엑스 더 기프트등 부산엑스더스카이만의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카이라인 루지(부산)

동부산 오시리아 테마파크의 대표적인 아웃도어 체험형 놀이시설

스카이라인 루지는 뉴질랜드 로토루아에서 32년 전 처음 발명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4천 만회 이상의 라이딩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부산을 포함한 전 세계 6개의 지역에서 루지를 운영하고 있다. 스카이라인 루지 부산은 동부산 오시리아 테마파크의 대표적인 아웃도어 체험형 놀이시설로 다양한 부대시설과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온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다. 출발 지점까지는 스카이라이드(리프트)를 타고 이동하며 다운힐 라이딩을 위해 특수하게 제작된 루지 카트를 타고, 4개의 트랙 총 2.4km 구간을 내려오는 어드벤처 활동이다.

 

부산 송도해수욕장

부산 최초로 개장한 해수욕장

백사장 길이 800m, 너비 50m, 평균수심 1~1.5m.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3km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부산에서 제일 먼저(1913) 개장한 해수욕장이다. 2000년부터 5년여 간 정비사업을 펼쳐 줄어든 백사장을 확장하고 분수대 등을 설치하며 해변공원이 되었다. 주위에 수산시장과 암남공원 등이 있다.1913년 부산에서 최초로 개발된 해수욕장 구역으로, 19964, 군사보호구역에서 개방된 도시 자연공원인 암남공원과 바다낚시로 유명한 두도공원으로 연결된 송도는 울창한 원시림과 자연 그대로 보존된 기암괴석, 그리고 부산의 상징인 갈매기와 멀리 영도를 배경으로 한 조용한 바다정경이 장관인 곳이다.

 

주변에 다양한 숙박시설과 먹을거리를 갖추고 있으며 구름다리, 산책로, 보트장, 주차장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송도 해안의 암남공원은 해안 생태 공원으로 송도 해안과 부산 남항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 3.8km의 산책로, 도로변 카페, 횟집들이 즐비한 곳이다. 부산시 서구 부민동 3가에는 한국전쟁 중 부산이 임시 수도였을 때 3년 동안 대통령 관저로 사용된 임시수도기념관이 있다. 송도는 이처럼 격변의 역사를 보낸 서구 암남동 장군반도 남단에 자리잡고 있다./ 송도용궁구름다리

 

태종대 (부산 국가지질공원)

백악기말에 호수에서 쌓인 퇴적층이 해수면 상승으로 파도에 의해 침식되어 만들어진 파식대지, 해식애, 해안동굴 등의 암벽해안으로 유명한 부산을 대표하는 해안 경관지이다.구상혼펠스, 슬럼프구조, 암맥, 단층, 꽃다발구조 등의 다양한 지질기록과 신비스러운 천연암벽화, 자갈마당 등의 경관이 어우러진 으뜸명소로 해안식물 생태코스, 태종대 전망대, 영도해양문화공간으로 이어지는 트레일 코스가 개발되어 있다.

철강 '비상'EU, 탄소 국경세 사상 첫 도입

유럽연합(EU)이 철강, 비료 등의 수입품에 사상 최초로 탄소국경세를 물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한국의 주력 EU 수출 품목인 철강산업 등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12(현지시간) AFP통신은 이날 EU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각료 이사회가 3자 협의를 진행한 결과 CBAM을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그동안 개념적인 수준에 머물렀던 탄소국경세가 사상 처음으로 EU에서 실행될 전망이다.

 

이번 합의로 EU는 내년 10월부터 수입품의 탄소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한 탄소 가격을 추가 부과하는 조치를 시범 운영한다. 특히 탄소배출이 많은 일명 탄소집약산업으로 꼽히는 철강과 비료, 알루미늄, 전력 등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제도 시행 후 첫 3년간 탄소 배출량을 의무 신고해야 한다.

 

이어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2026년 전까지 EU 집행위원회는 적용 산업 범위를 확대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자동차도 탄소국경세 적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이번 합의를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대 대비 최소 55% 감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UCBAM 도입은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 생산을 타국에 떠넘기는 일부 회원국들의 관행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분석된다. 그간 EU 내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규제가 약한 개도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이들 국가에 탄소배출 문제를 전가해온 것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유럽의회의 모하메드 차힘 의원은 "CBAM은 무역 상대들이 탄소를 저감하도록 유인하는 장치가 될 것"이라며 해당 제도가 유럽과 세계 기후정책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협약이 수출국 입장에서 추가 관세로 받아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역분쟁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EU 내 탄소 집약산업 분야에 대한 무료 탄소배출권 할당을 하고 있는데, 이번 합의에 따라 할당량이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EU 회원국이 아닌 타국 기업들의 경우 추가 관세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서 국제통상 규범을 위반하는 보호무역주의란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한편 이번 EU의 조치로 한국의 철강산업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에너지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EU에 수출된 CBAM 적용 품목의 규모는 철강 276300만달러(35780억원) 알루미늄 18900만달러 비료 79만달러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낙동강 하류 철새 보호구역 해제 추진

문화재청, 지자체에 의견 조회

강서·사상구 등 동의 입장 표명

구역 조정 여부 판단 자료 될 듯

사진은 철새도래지 을숙도 위로 강서구와 사하구를 연결하는 을숙도대교 모습. 부산일보DB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에 대한 문화재 보호구역 해제 움직임이 본격화돼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재청이 최근 부산지역 지자체에 해제 관련 의견을 조회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보호구역 조정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13부산일보취재를 종합하면, 문화재청은 지난달 25일 천연기념물 179호인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 문화재 보호구역 해제와 관련해 부산시에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 이에 부산시는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와 인접한 기초지자체인 강서구, 사상구, 사하구, 북구로부터 의견 청취를 하고 있다.

 

강서구와 사상구는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 문화재 보호구역을 해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하구청은 의견 수렴을 통해 사안을 검토하고 있고, 북구청은 보호구역이 행정구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

 

사상구청 관계자는 “1966년 철새도래지가 최초 지정됐을 당시와 현재는 주변 환경이 많이 변한 부분이 있어 재조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사상구에는 문화재 보호구역이 3.4k정도 포함되는데, 이 부분도 함께 보호구역을 해제해 달라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이 인근 지자체에 의견을 확인하는 등 본격적인 보호구역 조정에 시동을 걸면서 50년 넘게 유지돼 오던 문화재 보호구역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부산과 김해평야 사이 하구 지역인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는 196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일대 87.3k는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보호되고 있다. 또 문화재 보호구역 반경 500m 이내는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개발 행위 등에 제약을 받는다.

 

문화재청이 보호구역 조정을 위해 지자체 의견을 묻는 등 행동에 나선 것은, 부산 강서구청의 지속적인 건의에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강서구청은 지난해 11, 올해 6월과 11월 총 3차례에 걸쳐 문화재청에 보호구역 해제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명지국제신도시, 에코델타시티 사업 등 강서구에서 서부산 대형 개발 사업이 줄줄이 벌어지면서 지역 여건이 달라졌고, 이 부분을 반영한 보호구역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의견 수렴과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2018~2021년 문화재청은 총 10억 원을 들여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 문화재구역 모니터링 및 개선방안 마련용역을 실시하기도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부산시 의견을 받은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 현지실사 등을 진행해 조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각 지자체 의견을 종합한 뒤 현지 조사, 시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을 바탕으로 부산시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부산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철새도래지 내 개체수가 줄기도 했지만, 개발 행위로 환경이 오염되며 개체가 감소한 부분도 있어 이런 부분들까지 충분히 검토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관계자는 예전만큼은 못해도 낙동강 하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철새 도래지라며 환경 문제가 갈수록 중요해지는데, 지자체가 개발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낙동강 철새 보호구역 주변 환경 따라 손질15년 전 103k㎡ → 87k

보호구역 규모 변천 56년사

부산 사하구 을숙도 남단 갯벌에서 고니와 청둥오리 등 수많은 겨울 철새들이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서 뿌려준 먹이를 먹기 위해 모여들어 장관을 이루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56년 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는 인근 환경 변화에 맞춰 일부 조정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때는 전체 면적이 100k를 넘을 정도였지만, 수차례 보호구역 조정을 거치면서 87k규모로 줄었다.

 

13부산일보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 문화재 보호구역의 총 면적인 약 87.28k는 최근 10년간 변동 없이 유지됐다. 보호구역 확대나 축소 등을 비롯한 보호구역 조정이 최근 10년 동안은 없었던 것이다.

 

가장 최근 보호구역 조정이 이뤄진 것은 2011년으로, 당시 문화재청은 철새도래지로 가치를 상실한 일부 지역을 문화재 보호구역에서 제외했다. 강서구 명지동의 1.2k규모 일부 구역이 목재 야적장 등으로 쓰이면서 철새도래지로 기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5년 전에는 문화재 보호구역의 전체 면적이 100k를 넘기기도 했다. 1966년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를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당시에는 총 면적이 247.9k로 추산됐다. 이후 2007년까지 9차례에 걸쳐 일부 면적은 보호구역에서 제외됐는데, 2007년께 문화재청이 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 잔존 면적은 103.27k였다.

 

부산항 신항 배후부지 확보를 위한 지자체의 요청에 따라 보호구역이 풀리기도 했다. 200710월 부산시는 서낙동강, 맥도강, 평강천 유역 등 52.51k를 문화재 보호구역에서 해제해 달라고 문화재청에 요청했다.

 

이에 2008년 문화재청은 심의를 거쳐 부산시가 건의한 전체 면적 중 강서구 가덕도 북쪽 해안 눌차만에서 부산항 신항에 이르는 14.78k를 우선 해제하기로 확정했다.

 

당시 문화재청 천연기념물분과위원회는 부산시가 해제를 신청한 면적 중, 문화재 보호구역에서 해제되지 않은 나머지 33.73k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거쳐 해제 여부와 범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1년 뒤인 200911월 문화재청은 부산시에 문화재 보호구역의 해제와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듯 수차례에 걸쳐 문화재 보호구역은 축소돼 왔으나, 관련 연구에서 전문가들은 철새 서식지로 가치가 완전히 상실돼야 보호구역 조정 논의가 가능하다고 조언해 왔다.

 

2009()자연유산보존협회가 실시해 문화재청에 제출한 낙동강하류 철새도래지 생태계 학술조사보고서에서는 문화재 지정구역 조정에 관한 의견으로 서낙동강, 평강천, 맥도강 지역은 철새 숫자가 증가하는 지역으로 기존 지정구역을 계속 유지시켜야 할 것이다새로 확장되는 하부의 사주도 계속 지정구역을 확장해야 하고,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생태환경을 확인해 가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지정구역의 조정 문제는 상류부가 철새 서식지로서의 가치가 완전히 상실됐을 때라야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박형준 "가덕신공항 해상공항으로 건립해 조기 개항해야"

박형준 부산시장, 정부에 공식적으로 제안

터미널 매립+활주로 플로팅 혼합방식 적용

친환경+공기 단축 효과로 2029년 개항 가능

박형준 부산시장이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의 방법으로 플로팅 공법을 통한 해상공항을 건립하자고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가덕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제공

 

박 시장은 14일 부산시청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서는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이 필수 조건이라며 하지만 현재 정부의 사전타당성 검토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2035년께나 개항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박 시장은 ·관 전문가가 참여한 TF를 통해 플로팅 해상공항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으며, 이를 정부에 공식적으로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의 제안 내용은 매립과 플로팅의 하이브리드 혼합 방식으로 가덕신공항을 조성할 경우 매립 규모를 줄이고 친환경적이기에 2029년까지 공항을 건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터미널만 매립식으로 하고 활주로 부지를 부유식으로 하면 매립 면적을 기존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고, 공항 수요가 늘어날 경우 공항 확장도 큰 무리 없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안전성을 위해 공항 주변에 방파제를 설치하해야 하지만 해수 소통구를 설치해 어류가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넣으면 친환경적인 방파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박 시장의 설명이다.

 

박 시장은 이미 일본은 2001년 메가플로트 공항 실증을 통해 1길이의 플로팅 해상공항을 설치해 350회 이상 항공기 이착륙 테스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육상공항과 별 차이점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일본이 최대 4길이의 플로팅 해상공항이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린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가덕신공항에 적용하는 것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는 조만간 국토부에 가덕도 플로팅 해상공항 추진방안을 제출하고 공식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가덕신공항이 2030년까지 개항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도시의 전기는 도시에서 만든다...시민참여 재생에너지로 가능했다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은 지난 7, 8월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해 세계 대도시들의 적극적인 탄소감축 성과(30~60%가량)를 확인했다. '탄소빌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서울의 현실(고작 3~8% 감축)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서울과 세계 대도시들의 차이점을 4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편집자주

지난 720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수변공원 앞 해수욕장에 미들그룬덴 풍력발전소가 보인다. 코펜하겐=이수연 PD

 

지하철역에서 내려 조금 걷자 넓은 백사장과 짙푸른 바다가 펼쳐졌다. 덴마크 코펜하겐 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 20분이면 갈 수 있는 아마게르 수변공원이다.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이 방문했던 720일 유럽 전역을 덮친 폭염으로 낮 최고 온도가 섭씨 30도를 넘어섰다. 해변도 피서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해수욕장에서 약 2떨어진 바다에는 20MW 규모의 풍력발전기 스무 대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풍력발전기를 바라보면서 수영하는 광경도 생소한데, 사람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발전기 코앞에서 요트를 타고 패러세일링을 한다.

 

이 미들그룬덴 해상풍력단지는 완공 후 21년째 코펜하겐시 전력소비량의 4%를 생산한다. 코펜하겐은 전력 소비량의 53.8%(202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데, 그중 미들그룬덴 단지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수도에서 쓰는 전기를 수도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이며,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발전소 건설부터 운영까지 시민들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수변공원에서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공원 앞에는 코펜하겐의 에너지기업 호포가 운영하는 육상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코펜하겐=이수연 PD

 

아이디어는 1993년에 시작됐다. 환경단체인 코펜하겐환경에너지협회(CEEO)는 미들그룬덴의 위치가 풍력발전에 좋은 조건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덴마크 에너지청에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하지만 결과는 거절. 사업 중요성이 낮다는 이유였다.

 

CEEO는 여론을 먼저 잡기로 했다. 2년여간 사람들을 모아 미들그룬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도시 근처에 시민 공동 소유의 풍력발전소를 세우자는 것이었다. 여러 명이 모이면 건설자금을 마련하기도 쉽고, 시민들은 전기 판매 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어 좋았다. 1,000명의 시민이 조합원으로 모였다. 이어 시 소유 전력회사인 코펜하겐 에너지를 설득해 발전소를 반반씩 짓자는 계약을 맺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수변공원에서 만난 한스 크리스티안 쇠렌슨씨가 미들그룬덴 풍력발전소의 건설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쇠렌슨씨는 미들그룬덴 풍력조합의 초창기 멤버다. 코펜하겐=이수연 PD

 

초창기 멤버인 한스 크리스티안 쇠렌슨(80)씨에 따르면 진짜 난관은 조합 설립 이후부터였다. 환경영향평가가 시작되자 수천 건의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덴마크의 환경영향평가에는 자연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사회적 영향에 대한 여론 수렴 및 조율까지 포함된다.

 

주된 반대 이유는 크게 세 가지. 하나는 풍력발전기에서 나오는 진동으로 바다 생태계가 훼손되고 어업에 피해가 갈 거라는 우려였다. 사업 대상지는 바다장어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도시 경관에 대한 의견도 많았다.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설치되면 코펜하겐의 중세풍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거라는 걱정이었다. 주로 건축가 그룹들의 의견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건 부동산 이슈였습니다.” 쇠렌슨씨가 강조했다. 풍력발전기가 세워지면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망가져 근처 별장이나 주택의 가격이 낮아진다는 우려였다. 주로 부촌인 북부 코펜하겐에서 반대가 거셌다.

 

조합은 이 모든 반대가 설명 부족 탓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풍력터빈은 진동이 없는 데다, 육상풍력 등을 설치한 덴마크 다른 해안가 지역에서 집값이 떨어졌던 사례는 없었다. 경관과의 조화도 산업디자인을 적용해 타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2000년대 초 미들그룬덴 풍력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모여 총회를 하는 모습. 조합은 지금도 매년 정기 총회와 비정기 총회를 열어 시민들의 결정에 따라 발전소를 경영한다. 미들그룬덴 풍력협동조합 제공

 

조합원들은 시민들을 직접 설득했다. ‘회원 10명 만나기운동을 통해 사업을 설명하고 조합 가입도 권유했다. 이웃사촌에게 직접 이야기한다는 취지였다. 설명회도 수차례 열고, 풍력발전에 관심이 있는 유명인들의 도움을 받아 TV 광고와 노래 등을 제작하기도 했다. 쇠렌슨씨는 시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설명회에 오라는 말 대신 커피 한잔 마시며 대화하자고 홍보했다고 말했다.

 

견고했던 벽은 서서히 무너졌다. 반대 여론은 수그러들었고, 조합에 가입한 시민은 9,000여 명으로 늘었다. 물론 이 과정도 쉬운 건 아니었다. 사업은 총 세 번의 환경영향평가를 거쳤다. 그 과정에서 27기로 계획했던 규모가 20기로 줄었다. 터빈 배치도 처음엔 발전효율 최대치를 겨냥했지만, 경관을 위해 완만한 곡선형으로 바꿨다. 2000년에야 착공을 했으니 계획에서 설득까지 7년 넘게 걸린 셈이다.

 

코펜하겐시 외곽에는 육상풍력발전기(3)도 가동 중인데, 코펜하겐시와 에너지기업 호포는 2014년 이 발전기를 설치했다. 이 발전기에도 반경 4.5안에 사는 코펜하겐 시민 일부가 출자했다.

 

미들그룬덴 풍력발전단지와 같은 시민주도 모델은 덴마크 다른 지역은 물론, 독일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에서도 벤치마킹하는 모델이 됐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익공유로 참여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들그룬덴 조합은 매년 투자금의 약 10%를 배당수익으로 지급한다.

지난 720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수변공원에서 본 미들그룬덴 풍력발전소. 풍력발전기 앞에서 요트와 패러세일링을 하는 시민들이 보인다. 코펜하겐=이수연PD

 

시민주도형 발전은 빠른 에너지 전환으로 이어졌다. 2020년 한 해 코펜하겐시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1195,677MWh의 전력을 생산했다. 같은 해 전력 소비량(2221,499MWh)53.8%.

 

서울의 경우 2020년 전체 전력 사용량(4,5787,926MWh) 중에서 서울에서 생산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0.9%(413,218MWh)에 불과하다.

 

통계의 착시도 있다. 신재생에너지 중 대부분(335,040MWh)은 연료전지나 석탄액화가스 등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신에너지이기 때문이다. 태양광, 수력 등 진짜 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량은 극히 적다.

 

국내에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시민주도형이 아닌 시민참여형에 머무르고 있다. 여전히 사업자 주도로 형식적 동의만 밟는 경우가 많다. 재생에너지 전문 기후금융 플랫폼인 루트에너지의 윤태환 대표는 "성공적인 주민참여 프로젝트로 알려진 사업들도 알고 보면 정부나 사업자가 주민의 투자금을 대출해 주는 형식적 참여로 진행된 경우가 많다""이 경우 주민들은 이익만 받을 뿐 재생에너지에 대한 이해도가 그대로라 긍정적인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들그룬덴 협동조합과 같은 방식이 서울에서도 통할까. 서울이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기로 한 시점은 2030. 불과 7년이 남았다. 무려 20여 년 전부터 전환을 시작한 코펜하겐을 보면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쇠렌슨씨는 시간이 부족해 보여도 시민참여를 높이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덴마크에서도 매번 새 풍력발전소를 지을 때마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나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충분히 설득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주민 설명을 하지 않아 사업이 아예 중단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서울의 태양광 외면, 비수도권은 전기 만들어주는 '식민지'가 됐다

탄소빌런, 서울]태양광 좌초시키기

강남의 태양광, 근거 없는 이유로 폐기

삼척의 침식지역엔 석탄발전소 강행

세계 각국 주차장·주택 태양광 의무화

에너지자립 낮은 서울은 계획도 후퇴

 

 

지난 117일 경기 수원시 수원동부버스공영차고지에 태양광발전 설비와 전기버스 충전소가 설치돼 있다. 수원은 서울과 달리 태양광 확대에 적극적인 도시이다. 수원=이한호 기자

 

2021년 서울고등법원은 서울 강남구 수서역 북공영주차장에 추진됐던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막으며 이렇게 이유를 댔다. "인근 도로나 주거시설에 빛 반사 피해가 있을 수 있고, 전자파로 인한 건강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은 빛을 흡수하는 기능이라 유리보다 빛 반사가 낮고, 전자파도 미미한데 말이다.

 

당시 태양광발전소를 추진했던 김원국 태양과바람협동조합 사무국장은 재판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자료를 제출해 빛 반사 등 우려가 없음을 증명하려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 인근 북공영주차장. 주차장 태양광 발전시설이 추진됐으나 인체 유해성에 대한 근거 없는 우려와 향후 도시개발을 위한 반대 등으로 좌초됐다. 서재훈 기자

 

인구가 많은 서울에는 '혹시 모를 인체 유해'라는 근거 없는 이유로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쉽게 좌절된다. 반면 수도권에 보낼 전력을 생산하는 '식민지' 역할을 하는 비수도권 지역은 어떨까.

 

2018년 강원 삼척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가 들어서려 하자, 785명의 시민소송단이 소송을 냈다. 인근 맹방해변(2015년 연안관리법상 연안침식관리구역 지정)에 석탄 운송선박 접안시설이 설치되면서 해안침식이 우려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해양수산부 고시에 따르면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전원 설비 설치에 필요한 경우 연안관리법 적용이 배제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2024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은 터전을 위협하는 해안침식조차 감수하도록 한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세계 대도시들의 협의체인 도시기후리더십그룹(C40)2030년까지 도시의 에너지소비 절반 이상을 도시 내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한다고 권고한다. 그런데 서울은 2020년 기준 사용 전력량의 11.2%만을 직접 생산한다. 이 중 신재생에너지는 0.9%에 불과하다. 서울의 악명 높은 재생에너지 발전소 외면을 들여다봤다.

20209월 강원 삼척시 관계자들이 맹방해변 해안침식 현장을 방문해 살펴보고 있다. 맹방해변은 기후변화로 해안침식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삼척블루파워 등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접안시설 공사가 겹치면서 침식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삼척시 제공

 

해외선 주차장 등 태양광 의무화, 서울은 대폭 후퇴

비교적 면적이 넓은 주차장이나 차고지, 건물 옥상은 도심 속 태양광발전소를 가동할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서울의 주차장 중 태양광 모듈 설치가 가능한 곳의 총 면적은 448,746. 150대 이상 주차 가능한 대형 주차장만을 따졌는데도 축구장 65개 수준이다. 이 유휴부지의 태양광 잠재 용량은 74,791kW로 하루 3.5시간만 발전을 해도 연간 94,236MWh 수준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35,000가구의 필요 전기를 모두 충당하는 수준이다.

 

서울을 포함해 인천·경기까지 수도권에 위치한 주차장 중 태양광 발전소로 활용할 만한 곳의 면적은 1906,247. 태양광 모듈을 설치할 경우 연간 417,468MWh 수준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이는 2020년 국내 전기차 146,000대의 전력수요(30MWh)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런데도 서울은 오히려 태양광 설치 계획을 후퇴시키고 있다. 서울시는 2017태양의 도시, 서울종합계획을 통해 2022년까지 태양광 발전 1GW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해 목표를 500MW로 절반이나 하향조정했다.

20218월 벨기에 파이리 다이자 동물원의 주차장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돼있다. 동물원에 따르면 차량 7,000대 주차가 가능한 이곳에는 6만 개가 넘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있다. 발전설비용량은 20MW로 동물원 필요전력을 상회한다는 설명이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해외 국가와 도시들은 크게 앞서가고 있다. 프랑스 상원은 지난달 차량 80대 이상을 수용하는 주차장에 태양광 모듈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차량 80~400대 규모 주차장은 5년 이내, 이보다 큰 주차장은 3년 이내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프랑스 정부는 이를 통해 최대 11GW의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도쿄도는 신축 주택에 태양광 패널설치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달 도의회에서 조례가 통과되면 2025년부터 시행이다. 조사결과 반대의견이 41%로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시 내 재생에너지 생산을 추진했다.

 

독일 역시 16개 주 가운데 7개 주가 신축건물 태양광 패널 설치 의무화 정책을 도입했고, 내년 초에는 수도 베를린에서도 시행할 예정이다.

 

서울과 수원의 차이는

국내 도시들 중에서도 재생에너지 발전에 적극적인 곳이 있다. 경기 수원이다.

수원 영통구 광교호수공원에서 길을 건너 조금 걷다보면 수원동부버스공영차고지가 보인다. 도시를 누비던 버스들이 잠시 쉬어가는 이곳에는 태양광 모듈이 지붕처럼 늘어서있다. 지난해 완공된 이 발전소에는 총 발전용량 820kW, 1,806장의 모듈이 설치돼 매달 3인 가족 300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한다. 차고지에 설치된 전기버스 충전기 24대도 태양광 전기로 가동한다.

 

이 발전소 건립은 2020년 본격화됐다. 수원시는 전기버스 및 수소버스 확대를 위한 친환경 에너지 복합시설 구축을 계획했다. 전기버스를 운행하려면 안정적인 충전소가 필요하고, 충전소 위에는 비바람을 막을 가림막이 필수다. 태양광 모듈은 두 가지를 한 번에 해결할 방법이었다.

 

수원시는 발전소를 시민참여형 사업으로 설계했다.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이 태양광 발전소 운영을 맡았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수원햇빛펀드를 모집해 건립기금을 모았다. 350명의 조합원이 약 14억 원을 출자했다. 참여자의 절반가량은 100만 원 미안의 소액 참여자였다고 한다. 관내 기업들 역시 주요 파트너였다. 전기버스 충전기 설치 비용 12억 원은 수원여객고속, 용남고속, 남양여객자동차 등 운송사업자들과 전기충전설비 운영 기업 등이 부담했다.

지난 1027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동부버스공영차고지에 태양광 발전을 이용한 전기버스가 주차돼 있다. 고영권 기자

 

어려움도 있었다. 전기버스 충전소 비가림막을 태양광발전소로 활용한 사례가 처음이라 제도적 걸림돌이 등장했다. 도시계획시설인 버스공영차고지에 정해진 목적 외의 시설을 설치하거나 변경할 수 없었고, 구조물로 설치할 경우 건축법상 건폐율이 적용돼 설치가 어려웠다고 한다.

 

문제는 충전기 상부를 구조물이 아닌 전기충전기 부대시설로 등록하는 것으로 해결됐다. 이 해법을 위해 수원시내 기후대기과, 대중교통과 등 관련 부서가 오랫동안 협의하고 법률 검토를 했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얘기다.

 

수원에서도 태양광발전소의 건강상 영향 등에 대한 뜬소문 등이 없었던 건 아니다. 커다란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는 게 공영차고지 인근 경관과 조화롭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다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런 의문들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뤄지고 오해를 풀었다고 한다.

 

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도시에 이런 곳이 많을수록 충청남도 등 다른 지역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끌어올 필요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수원은 올해 환경부 주관 탄소중립그린도시 사업에 선정돼 옥상·주차장 태양광 발전에 투자할 계획이다. 경기도 역시 2030년까지 태양광발전을 약 5GW 추가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울 수서역 태양광발전 사업 또한 2018년 서울시 공모로 시작해, 8개 발전협동조합이 선정되면서 추진됐으나 주민반대를 이유로 강남구가 소송을 내면서 좌절됐다.

지난 1027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동부버스공영차고지에서 버스기사가 태양광발전 설비를 통해 생산된 전기를 이용해 전기버스 충전을 하고 있다. 수원=고영권 기자

 

결국 정책 당국의 의지 문제

수원과 서울의 차이는 결국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향한 의지에 있다. 수원동부공영차고지 발전소는 시가 나서서 난관을 뚫었지만, 수서역 북공영주차장은 서울시와 강남구 간의 상반된 태도로 사업이 길을 잃었다.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이 만난 해외 탄소감축 도시의 실무자들도 정책 의지와 합의를 강조했다. 샬롯 코스가드 코펜하겐시 기후과장은 코펜하겐의 경우 시 정부뿐만 아니라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합의가 견고했다덕분에 계획 이행에 필요한 투자도 원활하게 이어졌다고 말했다.

 

국내는 갈 길이 멀다. 녹색전환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중 취임사에서 기후위기를 언급한 경우는 부산광역시·전라남도·충청남도 단 세 곳뿐이다. 연구소는 각 단체장들의 인수위원회 보고서의 정책들도 분석했는데, 대부분 경제성장에 방점이 찍혀있고 지자체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방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배출은 200개국 중 17위 대응은 60개국 중 57

1120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폐막식이 열렸다.dpa

 

한 남자가 팔짱을 낀 채 의자에 앉아 졸고 있다.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FCCC COP27)의 최종 합의문이 나오기를 기다리다 잠든 참가자의 모습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국가에 대한 손실과 피해기금을 조성할지를 두고 마라톤협상이 이어졌다. 폐막식은 예정된 1118일보다 이틀 늦어졌다.

 

최종합의를 기다리다 잠든 남자의 사진은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당사국총회)에 기대를 걸지 않는 이들이 느끼는 지루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4차 당사국총회(COP24, 2018)부터 지난해 열린 26차 당사국총회(COP26)까지 현장에 참석해 발언을 해오던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올해 행사장을 찾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COP26이 실패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COP는 세계적인 그린워싱 축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당사국총회에 기대할 게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당사국총회는 유엔 산하 198개국(2022년 기준)의 정상과 정부 대표단이 모여서 매년 기후 대응을 논의하고, 공동 목표를 선언하는 세계 유일의 총회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국가의 선의와 결단에 의존하는 한계를 안고 있는 회의이기도 하다. 당사국총회의 이런 이중적 성격은 매번 총회 결과에 대한 상반된 평가로 이어졌다.

 

현장에서 펼쳐지는 풍경 역시 당사국총회의 또 다른 이중성을 보여준다. 예컨대 이번 COP27에서는 기후위기로 생존을 위협받는 10개국 섬나라의 정부 대표단보다 화석연료 기업의 로비스트가 더 많이 참석했다. 로비스트 600여 명이 이집트를 찾았다.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숫자다. 기후행동을 촉구하는 케이팝 팬들이 BTS 음악에 맞춰 플래시몹을 펼치며 선언이 아닌 행동이 필요한 때라고 외친 반면, 현지의 한국홍보관에서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1.5%를 차지하는 탄소배출 1위 기업포스코그룹의 계열사가 탄소중립 실천 우수 사례를 발표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COP27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라는 기사에서 당사국총회의 지난 역사를 짚으며 간헐적 승리와 다수의 재앙이라고 평가했다.

 

당사국총회는 2020년 코로나19로 한 차례 총회를 건너뛴 것을 빼고 1995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열리고 있다. 27년 동안 이전 총회에서 낸 숙제를 다음 총회에서 점검하고, 더 나은 목표를 논의해왔다. 당사국총회의 성과와 한계를 이해할 수 있는 몇 가지 키워드를 뽑았다.

1. 약속 두 번 깬 미국

유엔 산하에는 기후대응 협의체가 두 곳 있다. 하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이다. 전 세계 기후과학자들이 모여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보고서 형태로 발표하는 기구다. 정기적으로 5~7년마다 보고서를 내는데 유엔의 요청에 따라 특별보고서도 발간한다.

 

다른 하나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다. UNFCCC는 정치적 의미를 가지는 국제연합 협약이다. 협약에 가입한 당사국들은 매년 당사국총회를 열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한다. 이 당사국총회를 ‘COP

(Conference Of the Parties)’라고 부른다. COP 뒤에 붙는 숫자는 총회의 회차를 뜻한다. 지난 27, 당사국총회가 거둔 주요 실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선진국의 의무적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담은 교토의정서(COP3, 1997)’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고 지구온도 상승을 1.5~2이하로 저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파리협정(COP21, 2015)’이다.

 

초강대국이자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2위인 미국은 당사국총회에서의 약속을 두 번이나 파기한 유일한 국가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리협정에서 탈퇴했다. 미국은 기후변화협약에 참여하되 구속력 없는 이행을 추구하는 아메리칸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강력하게 이어왔다. 미국의 이런 입장은 당사국총회의 다자협상 테이블에서 걸림돌이 됐다.

 

미국은 당사국총회 개최 이전부터 자국 우선주의 행보를 보였다. 시작은 1992,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 일명 리우 지구정상회의(이하 지구정상회의)’. 당시 미국 대통령은 아버지 부시라 불리는 조지 H. W. 부시였다. 대선 후보일 때, 그는 공화국 후보이면서도 강력한 환경정책을 편 시어도어 루스벨트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구정상회의가 열리던 당시, 미국은 오일쇼크와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여파 등으로 석탄발전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12일에 걸친 토론 끝에 지구정상회의에서는 행동강령인 리우선언의제21’ 그리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채택됐다. 부시 대통령은 UNFCCC 채택에 협조했지만 당시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인들의 삶의 방식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나는 이곳에 사과하러 온 것이 아니다. (중략) 리우로 가는 길은 환경보호와 경제성장, 환경과 발전 모두를 향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후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은 미국 내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1997COP3에 참석해 교토의정서가 채택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교토의정서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55%를 차지하는 38개 선진국들이 2008~2012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5.2% 감축해야 한다는 의무사항이 포함됐다. 하지만 앨 고어가 들고 간 교토의정서 합의안은 미국 상원에 상정되지도 못했다. 주요 개도국들이 탄소 감축을 하지 않는다면 미국 역시 기후협약상의 감축 의무를 질 수 없다고 규정한 버드헤이글 결의안때문이었다. 결국 교토의정서는 2001년 취임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공식적으로 비준이 거부된다. 취임 첫해 9·11 테러가 터지자 부시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경기침체를 극복해야 한다는 이유로 공약으로 내세운 온실가스 감축마저 철회했다.

2015COP21이 열린 프랑스 르부르제 회의장 주변에서 기후위기 활동가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EPA

 

2020년에 만료될 교토의정서를 뒤이을 후속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사국총회는 포스트 교토 체제, ()기후체제를 준비해야 했다. 2009, 기후변화 대응을 핵심 의제로 내세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기대가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코펜하겐을 호펜하겐(Hope+Copenhagen)으로 만들자던 목표는 결국 무산됐다. 중국과 미국이 핵심 요구인 개발도상국의 의무감축검증 및 협약의 구속력 부여를 두고 완강히 맞섰기 때문이다. 당시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화를 내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교토의정서의 후속 대처가 마련된 것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회 당사국총회다. 여기서 파리협정이 채택되었다. 교토의정서와 달리 ‘1.5~2라는 지구온도 상승 제한 수치를 명확히 정하고, 선진국과 개도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자발적으로 정하되 5년마다 실제 이행 여부를 점검하도록 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최악의 순간을 맞이한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 파리협정을 비준한 20169월로부터 9개월이 지난 201761,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파리협정 탈퇴를 발표해버렸다. 대선후보 때부터 기후위기는 사기이며 기후변화협약은 중국에만 유리하다고 주장해왔기에 어느 정도 예견된 행동이었다. 미국과 유럽 간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

 

2. 승리 혹은 타협, 파리협정

그렇다면 파리협정은 승리라고 결론지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코펜하겐(2009)·칸쿤(2010)·파리(2015)에서 열린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승리와 작은 환호를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처럼 협상 테이블에서 뛰쳐나가는 선진국이 더 나오면 안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고 보수적인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졌다. 그 결과가 법적 구속력 없이 각자 자신들의 여건에 맞게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정하는 협정이었다.” 각국이 스스로 공표한 감축 목표치를 지키지 않거나 이행지침을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었다.

 

자발적 약속만으로도 변화가 있었을까? 국제과학자그룹 글로벌 카본 프로젝트가 발표한 2022년 탄소 예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66t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심지어 파리협정이 체결된 2015년보다 5% 이상 높다. 이대로 가면 지구온도 상승을 1.5이하로 억제할 수 있는 시간이 7년밖에 남지 않는다. 자발적 감축 체제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김 위원은 당시 파리협정이 지구온도 상승 제한 목표를 두 가지로 언급한 것 역시 파리협정의 애매한수준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파리협정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기본 목표)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하고, 온도상승을 1.5(최대 목표)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한다라고 정했다. 김 위원은 21.5사이의 차이를 고려한다면, 이 같은 목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상한 합의 사항이라고 말했다.

 

반면 2050탄소중립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한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파리협정을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지구온도 상승 제한 목표를 합의한 협정으로 평가했다. “국제사회의 합의라는 건 각자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모두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합의 자체가 가지는 상징적인 힘, 간접적인 강제력을 무시할 수 없다. 국제사회를 향한 선언은 공식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이 쌓여서 더 진전된 합의를 이끄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파리협정 이후 UNFCCC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2로 제한했을 때와 1.5로 제한했을 때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는 과학적 보고서를 IPCC에 요청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승인·채택된 ‘1.5특별보고서. 보고서는 지구온도 상승을 2가 아닌 1.5로 제한해야 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이를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해야 한다는 구체적 지침이 나오기도 했다. 윤순진 교수는 강제력이 없어서 더 나은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너무 잔인한 평가라고 본다. “RE100(기업의 재생에너지 전력 100% 사용), 유럽의 탄소국경세, ESG 경영을 감시하는 지속가능성 실사법등은 모두 파리협정 같은 토대가 있기에 가능했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조치 역시 이 같은 국제적 합의가 있기 때문에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119COP27 회의에서 나경원 기후환경대사가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외교부 제공

 

3. ‘개도국 코스프레를 멈춰라

올해 당사국총회에는 나경원 기후환경대사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이집트를 찾아 수석대표 특별연설을 했다. 지난 1018일 임명된 이후 첫 활동이었다. 1111일 나경원 대사가 귀국 소감과 현장 영상을 SNS에 올리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등이 그가 영어로 연설한 점과 해당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나의 대통령으로 호명한 점을 강조한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그의 연설 내용에 대한 보도는 찾기 어려웠다. 나 대사의 연설 내용과 의미를 짚은 보도는 한겨레가 유일했다.

 

국내 언론의 관심을 기준으로 본다면 당사국총회 앞에 붙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기후회의라는 수식은 민망하다. 미디어오늘보도에 따르면 조선·중앙·동아 세 곳은 COP27 개막식 날에도 조간신문에서 이를 언급하지 않았고, 총회가 진행되는 동안 경제지와 보수지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전달하기보다 피해보상’ ‘녹색 항로 경쟁처럼 대부분 경제·외교적 관점의 보도에 힘을 주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올해 이집트를 찾았다. 그는 한국 정부와 기업은 감시와 비판으로부터 너무 자유롭다라는 말로 총회에 참석하는 한국 측 분위기를 전했다.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역할을 하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글로벌 이슈인 기후위기 대응 회의에 직접 참석도 하지 않았다. 대통령 특사로 대신 연설한 나경원 기후환경대사 역시 특사란 말이 무색하게 한국의 특별한 노력이나 약속을 국제사회에 제시하지 않았다. 기후위기에 대한 한국의 책임과 역할에 관한 언론의 관심도 높지 않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기업이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기후위기 대응 무임승차자로서 무책임한 행동을 계속할 수 있는 거다.”

 

이번 COP27이 열리는 동안 기획재정부는 개도국이 변화된 기후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2023년부터 3년간 총 36억원, 즉 연간 12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녹색연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14~2019년 공적 금융기관을 통해 해외 화석연료 사업에 연평균 17조원(127억 달러)을 지원한 바 있다. 1년에 서울시내 아파트 한 채 값을 개도국을 위해 쓰겠다는 발표는 지나치게 미흡한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은 UNFCCC가 채택될 때 개도국으로 분류됐지만 이 협약 채택 4년 뒤인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유엔의 개도국 협상그룹인 ‘G77’에서 탈퇴한 뒤 환경건전성그룹(EIG)에 들어갔다. EIG는 개도국과 선진국이 함께 들어가 있어 자칭 중재자 역할을 하는 그룹이지만, 실제 협상 과정에서는 선진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낸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 태도는 이번 COP27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개도국들은 COP27에서 손실과 보상기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선진국들은 내년 COP28에서 논의하자는 의견을 냈다. EIG는 선진국과 같이 내년에 논의하자는 데 손을 들었다. 하지만 장다울 위원은 더 이상 한국이 뒷짐 지고 지켜볼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국은 산업화 이후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200여 개국 중 17위다. 하위 129개국의 누적 배출량을 합친 양과 같다. 누적 1인당 배출량 역시 중국에 비해 두 배 많을 뿐 아니라 선진국으로 기후위기에 책임을 지고 있는 스위스·스페인·포르투갈보다 많아졌다. ‘개도국 코스프레를 멈추고 한국 역시 보상책임국이 되어야 한다는 국제 여론이 더 거세질 것이다.”

 

유럽의 독립 평가기관인 저먼워치, 뉴클라이밋연구소 등 해외 연구단체가 발표한 올해의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 따르면, 한국은 60개국(유럽연합 포함) 57위로 최하위권 성적이다. 한국보다 뒤처진 국가는 이란,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뿐이다(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90%를 차지하는 59개 국가와 유럽연합을 대상으로 조사함).

시사인 김다은 기자

 

경제는 성장, 탄소는 감소부산, 저탄소 중심도시 선언한다

부산시가 경제는 성장하고 탄소 배출량은 줄어드는 저탄소 모범도시를 선언한다.

© 경향신문

 

부산시는 내년 5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를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박람회 개최지를 놓고 서울과 경합을 벌였으나 기후산업 국제 중심도시를 선언한 부산으로 지난 7월 최종 결정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나 탄소중립에 대한 법을 만든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14개국에 불과하다기록적인 폭우와 기후위기는 이제 미래가 아닌 현재의 위험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를 넘어 국제적 차원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논의할 국제적 창구로 부산이 나설 계획이라고 개최 목적을 설명했다.

 

기후위기를 넘어 지속 가능한 번영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박람회는 국내외 주요 기업과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국제기구 관계자 등 2000여명이 참석한다. 투입예산은 국비와 시비를 합쳐 1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벡시코 제1·2전시장은 탄소중립 혁신기술과 정책을 지닌 기업과 기관들이 에너지효율관, 탄소중립관, 재생에너지관, 미래모빌리티관, 기후환경관, 엑스포 홍보관 등을 꾸민다. 벡스코 컨벤션홀에서는 정상급 회의, 경제인 토론회, WCE 혁신상 시상식 등이 열린다.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는 계·폐막식이 진행된다.

 

정상급 회의에서는 주요 국제기구의 탄소중립 전략과 온실가스감축목표 이행계획, 실행전략 등을 논의한다. 국내외 도시 간 시장회담도 열린다.

 

경제인 토론회에서는 혁신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대표들이 기후규제와 경제규범 등을 논의한다. 녹색기술 선도기업·신생기업 교류전, 배터리 충전산업전, 해양환경산업전도 펼쳐진다. 스마트시티포럼, 기후미래포럼도 개최된다. 이밖에 2030세계박람회 유치전을 펴고 있는 부산시는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를 주제로 홍보관을 운영한다.

 

부산시는 특히 박람회 기간 기후대응을 위한 국가 간 협의문을 채택해 부산을 기후산업의 국제적 중심지로 떠오르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한국은 2018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1위 국가로 2030년까지 4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26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기후위기 대책을 수립·변경하고 이를 위한 국제협력을 증진하는 일에 부산이 나서겠다라며 내년은 부산이 전 세계에 ‘K-기후를 알리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한전이 ‘30조원 적자내는 진짜 이유

영국 국제경제 자문기관

재생에너지 늘려야 화석연료 가격 변동성에 강해져

전남 영광군 백수읍 영광풍력 발전단지. 영국의 국제경제 자문기관인 케임브리지 이코노메트릭스는 15일 국제 발전연료비 급등에 따른 한전 위기의 근본 해결책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조언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국제경제 자문기관인 영국의 케임브리지 이코노메트릭스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한국전력의 재무 위기를 재생에너지 확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보고서를 냈다.

이 기관은 15일 발표한 화석연료 가격 변동과 한국의 인플레이션보고서에서 한국은 현재 설치된 재생에너지 용량에서 경쟁국들에 훨씬 뒤처져 있고 신규 용량 건설 계획도 보수적이어서 화석연료 가격 변동으로 받는 충격이 더 크다재생에너지를 확대해 나간다면 이런 변동성에 대한 노출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관은 운송, 산업, 난방 부문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전기화하면서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는 것이 한전 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부담을 덜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전력은 급등한 발전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하면서 올해말까지 30조원대의 영업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전은 이런 영업 손실에 따른 자금난을 주로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넘겨 오고 있다.

하지만 올해 결산이 반영되는 내년 3월 이후에는 회사채 발행액이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에 따라 이런 자금 조달 길도 막히게 된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 한전법을 개정해 회사채 발행한도를 최대 6배까지 늘리는 방안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보고서는 휘발유, 가스, 경유의 가격 상승이 올해 한국의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미쳐 연간 물가 상승률의 4분의 1을 차지했지만, 전력 소매가격에는 요금 규제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이에 따른 한전의 막대한 재정 손실은 결국 국가가 떠안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을 국제 화석연료 가격 변동에 취약하게 만드는 주요 구조적 원인으로 전력 시장 구조를 꼽았다. 연료비나 온실가스 배출과 상관없이 발전사들에게 고정된 원가를 보장하면서 전력 소매를 한전이 독점하는 구조가 수입 화석연료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계속 유지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케임브리지 이코노메트릭스는 한국에서 화석연료 수입을 대체할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가 선진국들보다 느린 주요 이유를 정부 정책에서 찾았다. 보고서는 과중한 인허가 절차가 한국의 재생에너지 생애주기 비용의 약 23%를 차지한다이것이 한국의 높은 신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비용이 상당한 규제 부담과 복잡한 절차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행정 요건을 요구하면서 사업에 따른 위험 대부분을 민간이 감당하게 만들어 재생에너지 보급 비용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 저자 칼 하이메만은 재생에너지 투자 장벽을 없애고 한전 독점 구조를 바꾸는 것이 화석연료 가격 변동에 대한 한전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올바른 정책 방안이며, 한전 뿐만 아니라 한전 고객과 한국 경제 전체에 필요하다이는 연료비가 필요 없는 풍력과 태양 에너지 확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골프장만 들어서고 숙박시설 진척이 없는 창원시 진해구 웅동복합관광레저단지 사업 용지 전경.

창원시는 '창원형 스마트도시 조성 계획'으로 현재 조성 중인 마산해양신도시 인공섬을 테스트 베드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창원시

용현·학익구역 제2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예정 구간. /양진수 기자

 

 

 

촘촘한 그물로 제주바다 싹쓸이'해경, 불법 그물 절단

중국 어선들이 단속이 어려운 기상불량 또는 야간을 틈타 우리측 해상에 어구를 설치하는 불법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무허가 중국어선들이 우리측 수역에 몰래 설치해 놓은 범장망 어구를 강제 절단해 불법 포획된 어획물을 해상에 방류했다고 16일 밝혔다.

제주해경은 지난 8일 차귀도 남서쪽 약 148해상에서 어업협정선 내측 4.6를 침범해 부설된 중국 범장망의 불법 어구를 최초 확인했다. 이후 9일까지 순찰을 통해 다수의 범장망 어구를 발견하고 현지기상을 감안해 이 중 4틀에 대한 절단 및 5t 가량의 어류를 방류했다.

 

이에 따라 해경은 지속적인 주변해역 순찰을 통하여 협정선 내측에 부설된 범장망 어구가 확인되는대로 절단 및 방류 작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범장망은 일명 '싹쓸이 어구'로 길이가 약200~250m, 폭이 약 75m에 달하는 대형 그물로, 물고기가 모이는 끝자루 부분의 그물코 크기가 약 2밖에 되지 않아 치어까지 모조리 포획하고 있는 상태다.

 

제주해경청 관계자는 "중국 범장망의 불법행위를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단계별 전략을 통한 경비세력 배치, 특별단속 등으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의지를 차단하겠다"면서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어구 철거 등 강력한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뉴시스

 

한국 골프 인구 일본 추월564만명 vs 560만명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15일 발표한 한국과 일본의 골프장 산업 비교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골프 인구는 564만명으로 일본의 560만명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한국은 13세 이상 인구 중 골프를 치는 비율이 10.2%, 일본은 15세 이상 인구 중 골프 참가율이 5.7%로 집계됐다. 전체 인구가 한국 5100만명, 일본이 1200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그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한국의 골프장 시장 규모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까지 성장했다. 한국은 지난해 골프장 시장 규모는 캐디피 포함 85533억원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86857억원의 98.5%에 해당하는 규모다. 201139670억원이던 한국 골프장 시장 규모는 10년 사이에 2.16배 성장했다. 반면 일본은 20119220억엔과 비교해 오히려 9.5% 감소했다.

 

한국 대중골프장 주중 그린피는 지난해 5월 기준 173700원으로 일본 골프장 주중 그린피 5621엔보다 3.1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과 2021년의 주중 그린피 인상률을 따져보면 한국 대중골프장은 57.8%가 올랐고, 일본은 14.7%가 내렸다. 여기에 캐디피와 카트 이용료를 더하면 한국과 일본의 골프장 이용료 격차가 더 커진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한국 대중 골프장 1인당 주중 이용료가 지난해 5월 기준 23만원으로 일본의 골프장의 이용료 58800원에 비해 3.9배 비싸다""한국 골프 인구가 일본을 앞섰지만, 진정한 대중 스포츠가 되려면 그린피 인하, 캐디 선택제 등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지리산 천왕봉은 무덤이 됐다하얗게 죽어간 구상나무들

녹색연합 기후위기기록단-기후위기 현장을 가다(1)

 

무덤이었다. 지리산 정상 천왕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무덤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서식한다는 구상나무가 집단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쫓아 해발고도 1,600m 지점에 오르니 울창한 숲이 계속되던 아래와는 다르게 앙상한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구상나무들의 집단 무덤이 시야에 들어왔다. 가을 산행의 정취가 물러가고 비로소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느껴졌다.

구상나무, 한라산 백록담 주변, 녹색연합

 

천왕봉 남사면에 위치한 죽음의 숲

구상나무의 집단 고사가 본격화한 것은 대략 10년 전부터다. 특히 녹색연합이 구상나무를 집중 모니터링 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지리산 6개소의 대표적인 집단 서식지에서 구상나무의 극심한 고사가 목격되고 있다.

 

지리산 정상 봉인 천왕봉, 중봉, 하봉 등의 집단 서식지 중에는 최고 90%까지 고사가 나타나는 곳도 있다. 실제로 해발고도 1900m 지점에 직접 오르니 성한 구상나무를 찾는 것은 아예 불가능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해가 잘 들어 다른 곳보다 기온이 높은 천왕봉 남사면은 구상나무의 고사가 특히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지구의 기온이 급속도로 상승하면서 온도에 예민한 구상나무가 고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그의 설명이 뒷받침했다.

 

새하얗게 고사한 구상나무를 보고 몇몇 등산객들은 고풍스럽게 생겨 운치를 더해주는 나무라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죽어가는 나무를 기념하는 상황이 씁쓸하면서도 아직 구상나무 문제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구성나무 지리산 중봉 서남사면 녹색연합

 

구상나무 죽음의 연쇄작용

구상나무는 해발고도 1200m 이상에서 자생하는 한국 고유수종이다. 이러한 구상나무의 죽음은 단순히 한 수종의 멸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 그루의 나무는 다양한 생물들과 연결되어 있다. 구상나무를 터전 삼아 살아가는 미생물과 곤충류는 200여 종에 달한다.

구상나무의 멸종이 이 생명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현재 상황에선 가늠할 수조차 없다. 생태계의 촘촘한 연결망을 인식하고 구상나무를 살리기 위한 환경부의 실질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이유다.

 

녹색연합 역시 구상나무 고사를 생물다양성과 관련지어 중대한 문제로 간주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을 한 몸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기후위기의 대응에서 생물다양성을 핵심 의제로 삼고 있다기후위기로 인한 생물종의 멸종은 결국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5월 녹색연합이 촬영한 지리산 법계사~천왕봉 코스 주변 구상나무 집단고사 현장. 사진 녹색연합

 

구상나무 문제는 예상 못한 또 다른 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다. 고사한 구상나무의 뿌리는 땅속에 깊이 박혀있을 수 없다. 혹여 폭우라도 쏟아지면 가파른 등산로 주변에 위치한 구상나무가 통째로 뽑혀 등산객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그러나 담당 부처의 대비는 미흡하다. 국립공원공단에서 일부 지역에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나 예산과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구상나무의 죽음을 관계 당국이 심각하게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시민들의 관심을 먹고 자라는 구상나무

지리산이 1967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배경에는 시민들이 있었다. 전후 시기 재건 붐이 일던 당시에 도벌꾼들은 지리산에서 하루에만 트럭 250대 분량의 나무를 무단 벌목했다. 날마다 황폐해져 가는 지리산을 보호하기 위해 연하반이라는 산악회를 중심으로 뭉친 구례군 주민들은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국립공원 추진위원회를 꾸려 지속적인 캠페인을 이어나갔다. 지리산을 보호하기 위한 주민들의 염원이 현재의 풍요로운 지리산을 만들었듯이 구상나무 보호 과정에도 시민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이러한 관심이야말로 정부의 지속적인 조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진정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구상나무 고사에 따른 피해는 결국 시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승엽 녹색연합 기후위기 적응 기록단

 

국제 멸종위기종 구상나무

구상나무(Abies Koreana)는 학명에서도 드러나듯 한국 고유종이다. 전 세계에서 오직 한반도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에서만 집단 서식하는 귀한 종이다. 하지만 구상나무는 국제 자연 보전연맹(IUCN)의 멸종 리스트에 올라가 있다. 한반도에서 호랑이 다음으로 멸종 경고등이 켜진 생물종이다. 멸종위기 적색목록을 작성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역시 구상나무를 위기종으로 지정해 보전이 시급함을 알리고 있다. 이대로 고사가 진행된다면 10년 뒤 구상나무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IUCN 적색목록(Red List)1963년에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포괄적인 지구 식물 및 동물 종의 보전 상태를 살피는 목록이다. 미평가, 정보 부족 단계를 제외하고 7단계(최소 관심 준위협 취약 절멸 위기 절멸 위급 야생 절멸 절멸)로 나뉜다. 구상나무는 이 중 4단계인 취약단계로 야생에서 절멸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로 보고되었다. 하지만 이조차 약 10년 전 정보로, 최근 정보를 반영한 등급 조정이 필요하다.

 

한반도 주요 침엽수종 역시 예외는 아니다. 분비나무(Abies nephrolepis) 최소 관심, 잣나무(Korean pine) 최소 관심, 전나무(Abies holophylla) 준위협, 주목(Pacific yew) 준위협 단계에 등재되어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한 침엽수 고사 문제는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2013년부터 전 세계 침엽수림의 34%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음을 경고해왔다.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90년대 후반부터 고사 현상이 급증했다. 아시아의 경우 중국, 러시아, 터키 등에서 가뭄에 의한 침엽수의 광범위한 고사가 진행되어 왔다.

 

말레이시아(12~28%), 인도네시아 열대우림(37~82%), 한국 구상나무(20~50%), 중국 소나뭇과 (50만 헥타르), 러시아 산림(40만 헥타르)이 대표적이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스위스, 프랑스, 폴란드, 그리스 등지에서 고사 현상이 침엽수에서 20%가량 늘었다. 북미대륙 역시 서부를 중심으로 소나무, 전나무, 가문비나무 등의 광범위한 고사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캐나다는 전체 산림 면적의 절반 이상이 침엽수로 구성돼 전 국가적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치와 관계없이 10년 후에는 구상나무를 볼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 원인은 멸종이다. 겨울 기온 상승과 적설량 감소로 인한 수분 부족으로 인한 고사가 가장 큰 원인이다. 2010년 이후 건조한 봄과 겨울을 10년 동안 견뎌낸 구상나무는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하고 있다.

 

침엽수 고사 현장을 모니터링하는 시민모임 그린백패커는 구상나무의 대표적인 집단 자생지인 천왕봉, 중봉, 하봉 구간과 반야봉 일대에서 집단 고사가 빠르게 확산 중이며 천왕봉 남사면의 경우 전체 수목의 90%가량이 고사가 진행된 상태라고 말했다.

신동주 녹색연합 기후위기 적응 기록단/ 한겨레

 

 

27번째 원전 가동에 던진 질문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지난 1214일 경북 울진에서 신한울 1호기 준공식이 열렸다. 한국 토종 원전이라는 신한울 1호기에 친원전 진영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즈음 떠오르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나름 가지고 있는 답을 적어본다.

 

첫째,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 확대가 필요한가? 원전이 탄소 배출이 상당히 적은 발전원인 것은 분명하지만 결국은 비용과 시간의 문제다. 원전은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가능에너지에 비해 더 이상 저렴하지 않을뿐더러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신한울 1호기는 착공부터 가동까지 12년이 걸렸고 앞으로 원전이 더 지어진다면 역시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그러나 기후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 티핑포인트를 막을 수 있는 탄소예산은 채 10년 분량도 남지 않았다고 본다. 그리고 원전이 탄소중립에 그렇게 중요하다면 윤석열 정부는 왜 겨우 신한울 3·4호기만 추가하려고 할까? 원전 산업계의 관심은 탄소 감축이 아니라 안정적인 먹거리일 뿐이다.

 

둘째, 전력수급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까? 신한울 1호기 덕분에 동계 전력예비율이 1.6%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총전력설비를 늘려 블랙아웃에 대비한다는 패러다임 자체가 낡은 것이다. 경직성 발전원이 1.4GW(기가와트) 추가되기 때문에 1년 중 360일 정도는 낭비될 전기가 그만큼 많아지는 것이다. 전력예비율이 염려된다면 당장 수GW를 확보할 수 있는 수요관리 기법들을 동원하면 된다. 소박하지만 아주 효과적인 방법은 기업과 시민들에게 내일은 난방 온도를 조금만 낮추자고 요청하는 것이고, 유럽의 많은 나라가 그렇게 하고 있다.

 

셋째, 원전 생태계 복원과 해외 수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기실 원전 생태계라는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원전 산업의 기술인력과 일감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더 넓은 에너지 경제 생태계 그리고 절대적인 지구 행성의 한계에서 독립된 원전 생태계는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가 원전 해외 수출의 방편을 노형, 기술, 유지관리 수출 등으로 다변화한 것도 앞으로는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 같은 대규모 수주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원전 산업계가 앞으로도 원전만으로 먹고살겠다는 생각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넷째, 역시나 핵폐기물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유럽연합 택소노미도 사용후핵연료 해결 방안 마련을 조건으로 원전을 포함시킨 것이다.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처분은 10여년째 제자리걸음이고, 지금은 부지 내 중간저장이라는 미봉책으로 논란을 더하고 있을 따름이다. 게다가 원전은 한번이라도 핵반응을 일으키면 그 자체가 언젠가 처분해야 할 폐기물이다. 준공한 신한울 1호기와 건설 중인 신한울 2호기와 신고리 5·6호기 그리고 신한울 3·4호기까지 더해진다면 폐로해야 할 대상은 32기로 늘어난다.

 

에너지 정책은 기회비용과 책임을 수반한다. 앞으로 그리 머지않은 시점에 극심해진 기후위기 속에서 미래 세대는 더 쓸 일도 없는 핵발전소 폐쇄와 폐기물 처분의 비용을 감당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미래 세대에게 이중으로 크게 미안한 일이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경향

 

 

기후체제로의 전환은 어떻게 가능할까

[윤석열을 위한 변명]

공직 약탈 '마적떼'를 뽑는 대통령 선거?

 

대한민국 헌법은 명확히 선거로 뽑힌 대통령의 5년 임기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 퇴진 구호가 벌써부터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고 단지 4개월 지났을 때부터입니다. 퇴진을 주장하는 국민들이 헌법을 몰라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이건 분명히 어딘가 문제가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2018년부터 이른바 태극기부대도 문재인 퇴진을 주장했습니다.

 

한국의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고액 연봉의 일자리는 무려 3만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대통령은 국가 주요 정책과 사업, 자산을 요리하면서 어마어마한 이권을 챙길 수 있는 일종의 수지맞는 '괴물 장사치'로도 얼마든지 변신 가능합니다.

 

대통령 선거 '캠프'란 온갖 정치공학 기법을 동원해서 선거에서 이기면 끼리끼리 고액 단기 알바 일자리와 이권 전리품을 나누어 갖는, 일종의 공직과 이권 약탈 마적떼와 같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의도 정치꾼들이 연구소니 포럼이니 형님 아우 하면서 인맥을 쌓고 오직 권력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궁리만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문재인 정권도 공직 약탈 캠프였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새마을중앙회는 2018년 농민운동 출신의 정성헌 회장이 취임하면서 밑바닥에서부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21세기 생태문명 대전환의 '새로운 마을공동체'(새마을) 운동 단체로 거듭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전해철 행안부 장관을 동원해서 새마을중앙회 이사들을 겁박, 강제로 정성헌 회장의 재출마를 봉쇄시켜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국힘당 전신인 한나라당 출신의 뇌물 전과자를 낙하산으로 내려 보냈습니다. 새마을중앙회를 민관 협치의 풀뿌리 기후행동 조직으로 탈바꿈시켜 뿌리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그렇게 문재인에 의해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주권을 찬탈당하는 주권자들?

지난 3920대 대선 선거권자는 약 4420만 명이었습니다. 이들 중 3410만 명이 투표했고 그 가운데 약 1640만 명이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습니다. 전체 유권자 중 1/3이 조금 넘습니다. 6월의 제8회 지방선거에서는 약 4430만 명의 선거권자 가운데 절반인 2260만 명만 투표장에 나갔습니다.

 

대선에서 선거권을 행사하지 않은 주권자 수가 무려 1000만 명 이상이나 됩니다. 지방선거에서는 2000만 명을 넘었습니다. 권력과 관련해서 주권자인 한국 국민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는 오직 선거권밖에 없습니다.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 무권력 주권자는 주권자가 아닙니다. 무권력 주권자가 1000, 2000만이 넘는 국가를 평등한 민주공화국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권력'이란 말은 헌법에 딱 1번만 나옵니다. 12"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나머지는 모두 '권한', '권리' 등입니다. 대통령도 지방자치단체장도 국회의원, 시군의원도 권력자가 아닙니다. 권력자인 국민이 행정권, 입법권 사법권 등의 주권자 권력을 잠시 위임했을 따름입니다. 이들은 선거를 통해 4~5년 동안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단기 알바 공무원일 뿐입니다.

 

문제는 이들 단기 알바 공무원들이 선거 다음날부터 사실상 권력자로 순식간에 변한다는 사실입니다. 일종의 권력 찬탈 현상이 늘 반복해서 일어나는 게 한국의 정치 현실입니다.

 

1948년 대한민국 헌법을 만들 때 당시 남한정부였던 미군정은 조선 인민은 자치능력이 없다는 확고한 견해를 바탕으로 민주정이 아닌 대의정 체제를 만들도록 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포장은 민주정인데 내용은 대의정이었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을 '재건'(제헌헌법 전문의 규정)한 것이었는데, 미국은 신생 근대 국민국가를 새로 만들어 선물해 준 것으로 간주하고 있었습니다.

 

헌법의 내용과 형식 불일치, 주권자와 권력자의 이같은 불일치와 모순 현실이 우리 국민들의 자치능력을 늘 각성시켜 찬탈당한 권력을 잠시나마 되찾아 온 역사가 한국 정치의 역사였습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이 주권자의 힘에 의해 무너졌습니다. 촛불시위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까지 당했습니다. 자치능력으로만 보면 한국 국민들은 세계 어떤 나라 못지않은 놀라운 활력과 역동성을 선보여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권력자인가 머슴인가?

 

당연히 머슴이자 권력자라는 이중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이 민주정이자 대의정이라는 이중 정체성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을 머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모든 정치경제 체제는 각기 장단점이 있습니다. 독재자나 왕도 오직 국민을 위해 슬기로운 정치를 펼친다면 성군이나 위대한 독재자로 칭송받을 수 있습니다. 플라톤이 민주정을 우매한 시민들의 정치체제라고 비판하면서 선호한 철인정치가 다름아닌 슬기로운 독재정입니다.

 

그러나 권력과 돈은 집중과 집적이 되면 그 힘이 주는 편리함과 쾌락은 금방 사람들의 눈귀코입살갗을 멀게 합니다. 사람은 깨달음을 얻기 이전에는 대부분 탐욕과 어리석음에 휩싸여 있기 때문입니다. 5천만 개의 주권을 모두 모아 한 사람에게 주면 그 순간 한 사람은 권력에 눈이 먼 무소불위의 권력자로 돌변합니다. 주권자는 당연히 무권력의 머슴 또는 노예로 전락하고 맙니다.

 

민주정은 통치자와 피통치자가 일치하는 독특한 이중 정체성의 정치 체제입니다. 민주정은 재벌이거나 비정규직이거나 나이가 많거나 어리거나 여성이거나 남성이거나 그림을 잘 그리거나 못그리거나 가리지 않고 국민 모두가 n분의 1의 주권을 평등하게 나누어 갖고 있으면서 그 주권을 위임하지 않고 스스로 행사해 국가의 모든 주요 결정을 주권자 스스로 내립니다. 그리스 아테나이에서는 심지어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정치 지도자가 있으면 도편추방제로 투표를 해서 국외로 추방해버리기도 했습니다.

 

흔히 이른바 강단 정치학자들이 민주정을 인구가 수천만 수억명인 오늘날의 거대 국민국가에서는 불가능한 제도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민주정을 직접 민주주의, 대의정을 선거 민주주의, 대의 민주주의라고 희한한 용어까지 만들면서 개념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대의정을 민주주의이라고 강변하는 이들이야말로 사슴을 말이라고 주장하며 국민을 속여 떡고물이나 챙겨먹는 악질 사기꾼들입니다. 정말로 나쁜 사람들입니다.

 

대의정은 엘리트 귀족정으로서 민주정과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정치체제입니다. 국민 수가 많으면 연방주의 원리에 따라 민주정을 실행하면 됩니다. 스위스연방도 그렇고 일종의 국가 연합체인 미합중국도 원래 국가(state)였던 많은 주에서 이미 직접 민주정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민주정을 민주주의라고 이데올로기 차원으로까지 격상시킨 국가는 한, , 일 등 한자문화권 국가밖에 없습니다. 19세기 말 데모크라시를 번역할 당시 한중일 지식인들은 왕정에 대한 비판과 주권재민의 사상을 강렬하게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인민정, 민주정이라는 말 대신 민주주의라는 말을 채택했던 것입니다.

 

기후지옥의 가속 페달을 밟는 대한민국 국민들?

지난 113일 윤석열 정부의 산자부는 새로운 재생에너지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효율성이니 주민 수용성이니 길게 중언부언했지만 쉽게 요약하면 3가지입니다. 원전 확대, 태양광 전면 중단, 대규모 풍력발전 개발이 그것입니다. 정치와 정책에 옳고 그름은 없습니다. 이런 정치와 저런 정치, 이런 정책과 저런 정책이 있을 따름입니다. 좋은 정치와 유익한 정책, 나쁜 정치와 더 나쁜 정책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대체로 어떤 견해와 주장을 갖기 이전에는 매우 유연한 사고를 합니다. 그러나 일단 자신의 견해와 세계관을 정립하게 되면 다른 견해와 세계관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모든 것을 자신의 견해와 세계관에 맞추는 일종의 환원주의 사고가 지배하게 됩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어떤 명백한 과학 사실을 들이 밀어도 음모론으로 치부하고 오히려 지구가 평평하다는 믿음을 더 강화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자신의 정체성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모든 감정과 행동을 호르몬 분비 작용으로 보는 호르몬 환원주의, 유전자로 보는 유전자 환원주의 등등 과학 이론까지도 그렇습니다.

 

대의정의 정당들은 거의 매일 서로 상대방 정당 때문에 국민이 불행해지고 나라가 망한다고 비난을 쏟아냅니다. 내 탓이 아니라 네 탓이라는 '너 환원주의' 정치는 권력을 놓고 사생결단의 투쟁을 벌이는 정당정치의 속성입니다. 한국의 두 거대 정당은 늘 투쟁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적대적 공생 관계로 주권자 민주정치를 실종시키고 국민의 관심을 주권자가 아닌 자신들에게로 모으는 극장정치의 쇼를 벌이고 있을 뿐입니다.

 

'문재앙'이라는 끔찍한 표현을 쓰며 모든 것을 문재인 탓으로 돌리는 것도, 모든 것을 윤석열 탓으로 돌리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극장 드라마에 주권자는 그저 행인 1, 행인 2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기후위기 사태는 점점 더 크고 강력한 핵폭탄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전세계 모든 사람들, 아니 모든 생명체 전체의 생사를 결정하는 가장 크고 중요한 요인으로 시시각각 닥쳐오고 있습니다. 오히려 기후 환원주의를 더 소리높여 외쳐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기후위기 적응과 극복 정책이 아예 없는 것 같습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늘리고 기후지옥으로 가는 가속 페달만 밟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되리라는 것은 대선 당시 공약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냥 말로만 탄소중립 운운 몇 마디 시늉으로 거론해 놓았을 뿐입니다. 유권자들은 대부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윤석열을 대한민국호의 기관사로 선택했고, 함께 탑승했습니다.

 

도대체 주권자인 우리는 기후지옥 열차를 정차시키기 위해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까요.

 

누구의 책임인가?

'모든 게 윤석열 탓'이라는 윤석열 환원주의는 열차를 정차시키는 데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단지 방향타를 쥐고 있을 뿐, 우리가 타고 있는 이 지구행성과 대한민국호의 제동장치는 모든 개개인의 좌석에 다 있기 때문입니다. 주권자 다수가 브레이크를 잡을 때 비로소 열차를 멈추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만든 장본인은 팔할(80%)이 문재인입니다. 저는 단 한 구절의 성찰과 반성도 없이 자화자찬 일색인 문재인의 퇴임사를 읽으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일말의 연민도 버렸습니다. 기후위기라는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서 문재인 정부도 개발과 성장주의의 선글라스를 쓴 채 기후지옥으로 가는 가속 페달을 밟고 있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저는 지금은 '윤석열 퇴진'을 요구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엘리트 대의정 체제 자체를 퇴진시켜야 할 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자고 더 많은 주권자를 설득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대의정 체제는 이미 실패했습니다. 우리의 6공화국은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체제가 전혀 아닙니다. 대한민국호의 기후지옥행 고속 질주를 책임져야 할 사람은 윤석열이 아니라 윤석열을 뽑은 국민들 자신입니다. 주권자 국민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임명했고 당연히 국민이 책임져야 합니다.

 

지금은 극장의 쇼정치에서 눈을 돌려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브레이크를 밟기 위해, 실패한 대의정 체제를 전환시키기 위해 주권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성찰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박승옥 햇빛학교 이사장프레시안

 

 

기후활동가들의 특별한시위, 본질에 앞서는 논란

[김진경의 평범한 이웃, 유럽]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활동가들의 특별한 시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비폭력과 관심 끌기다. 논란을 일으키는 시위 방식은 문제의 핵심을 향하고 있는 것일까.

오스트리아의 기후단체 마지막 세대1115일 레오폴드 미술관에 걸린 클림트의 작품 죽음과 삶에 검은 기름을 들이부었다.'마지막 세대' 트위터

 

20181122, 스위스 서부 도시 로잔에서 있었던 일이다. 스위스 양대 은행 중 하나인 크레디스위스의 로잔 지점에 20대 초반의 청년 12명이 들어왔다. 테니스복을 입고 손에는 테니스공과 라켓을 든, 은행 고객으로는 보이지 않는 차림이었다. 이들은 간이 테니스 네트를 은행 로비에 설치하더니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다. 진지한 경기는 아니었다. 한동안 놀던 청년들은 로비에 앉아 준비해온 현수막을 펼쳤다. ‘크레디스위스는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로저, 당신은 그것을 아는가?’

 

로저는 얼마 전 은퇴한 스위스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를 의미한다. 스위스 은행과 테니스 선수, 그리고 환경이 무슨 관계가 있기에 이런 문구가 쓰였을까. 거대 은행 크레디스위스는 화석연료 채굴 기업에 꾸준히 투자를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로저 페더러는 당시 크레디스위스와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었다. 페더러 같은 스타가 반환경적 기업인 크레디스위스의 광고 모델을 맡고 있으니 페더러 역시 환경파괴에 대한 간접적 책임이 있다며, ‘환경을 생각한다면 스폰서 계약을 끊으라는 것이 이들 가짜 테니스 선수들의 요구사항이었다. 청년 12명은 로잔기후행동(LAC) 소속 활동가들이었다. 기이한 방식의 시위 직후 이들은 무단 점거에 대해 총 21600스위스프랑(30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만약 LAC 액티비스트들이 순순히 벌금을 냈다면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벌금 납부를 거부하고 사건을 재판으로 끌고 간다. 이들을 위해 변호사 13명이 무료 변호를 자원했다. 가짜 테니스 경기는 은행의 환경파괴 행위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서이므로 정당하다는 게 변호팀의 주장이었다. 1심 법원 선고를 얼마 앞둔 20201월 초, 더 흥미로운 일이 일어난다. 한 기후운동 그룹(‘350유럽’)이 트윗을 올린다. “2016년 이후 크레디스위스는 화석연료 발굴 기업에 570억 달러를 지원했다. 로잔에서는 로저 페더러에게 크레디스위스의 기후 범죄를 알리려 한 젊은 시위자 12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 로저 페더러, 당신은 이것을 지지하는가?”라는 내용이었다. 이 트윗은 800회 넘게 리트윗되었는데, 거기 참여한 사람 중 하나가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였다.

 

 

로저 페더러는 평소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그레타 툰베리라는, 전 세계 기후운동의 상징적 인물의 트윗에 이름이 언급되고도 그냥 넘어가기는 민망했던 모양이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를 앞두고 멜버른에 가 있던 페더러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입장을 밝힌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기후변화의 위협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가족과 오스트레일리아 산불 파괴 현장에 도착하고 보니 더 그렇다. 네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보편 교육의 열렬한 지지자로서, 저 청년들의 기후운동에 대단한 존경과 찬사를 보낸다. 우리가 스스로의 행동을 돌아보도록 압박하는 것에 감사한다. 개인으로서, 운동선수로서, 기업가로서 내 책임을 일깨워준 것이 고맙다. 이 특권적 지위를 이용해 나의 스폰서들과 중요한 이슈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하겠다.”

 

2심과 3심의 다른 판결

얼마의 벌금을 부과받았든, 툰베리와 페더러의 반응을 이끌어냄으로써 액티비스트 12명은 의도했던 목적을 초과 달성한 셈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스위스 언론이 케이크 위의 아이싱(설탕 장식)’이라고 이름 붙인 일이 일어난다. 2020113일 이 사건에 대한 1심 판결 결과가 무죄로 나온 것이다. 로잔 지방법원의 단독 재판부에서 나온 무죄선고 취지를 보면 이렇다. “기후위기가 임박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행동은 필수적이고 적절하다. (이런 방식의 시위는) 은행의 응답을 기대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효과적 방식이며, 미디어와 대중의 주목을 끌 유일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대중의 관심을 끈다는 목적을 달성했는데(케이크), 심지어 변호사들도 기대하지 않았던 무죄판결까지 나오면서(아이싱), 이 테니스 시위는 더블 빅토리(이중의 승리)’로 불렸다.

 

스위스 일간 NZZ는 테니스 경기를 중계하듯 기후 청년과 크레디스위스 간의 첫 게임은 두말할 여지 없이 60으로 청년들의 압승이라고 표현하면서, 이 판결을 스위스 법학 교과서에 기록될 역사적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기후위기 관련 시민운동이 시작된 이래 스위스 법원이 시위자들의 손을 들어준 건 최초였기 때문이다. 이 신문은 판결이 나온 당일 사설에서 “(이 판결은) 기후위기라는 상황의 긴급성을 고려할 때 시민불복종이 더 이상 부적절한 수단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 판결은 앞으로 시민불복종이 다뤄지는 방식을 영원히 바꿔놓을 수 있다라고 썼다. 놀란 건 스위스 언론만이 아니었다. 뉴욕타임스, BBC, 도이체벨레 등 관련 시위가 활발한 국가들의 주요 언론이 판결 직후 이 소식을 보도했다.

 

예상 밖의 1심 판결은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지만 2심과 3심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로잔시가 속한 칸톤()인 보(Vaud) 고등법원은 기후변화가 당면한 위기인 것은 맞으나 피고들이 다른 시위 방식을 택할 수 있었다라며 시위자 12명 각각에게 100~150스위스프랑씩 벌금을 부과했다. 그리고 스위스 최고법원인 연방법원은 한발 더 나아가 시위 당시 임박한 기후위기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라며 상고를 기각해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흥미로운 점은 재판 전 과정에 걸쳐 두 가지 주요 쟁점, 기후변화를 임박한 위기라 볼 수 있나’, 그리고 다른 시위 방식으로 목적을 이룰 수 있었나에 대한 판단이 재판부마다 달랐다는 점이다. 1심은 임박한 위기이고 이것이 유일한 방식이었다라고, 2심은 임박한 위기지만 다른 방식을 택할 수 있었다라고, 3심은 임박한 위기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 시위 과정에서 미디어나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가. 위의 테니스 시위 사례를 보면 특이한 방식이 화제가 되고 유명 인사의 참여까지 유도함으로써 여론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건 맞다. 하지만 화석연료 채굴 기업에 대한 은행의 지원이 앞으로 실제 얼마나 줄어들지는 알 수 없다. 여론의 관심과 실질적 목적 달성률이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둘째, 시위의 필요성이나 적법성의 판단 기준은 어때야 할까. 기후위기처럼 과학적 근거가 있음에도 여러 해석이 난무하고 대중의 지지와 무관심이 뚜렷이 갈리는 사안일 경우, ‘임박한 위기인지 아닌지조차 판사들의 판단이 엇갈린다. 기후위기라는 새로운 현상 앞에서 낯선 방식으로 시위를 벌일 때, 그 필요성이나 적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어때야 할까. 쉽게 답하기 어렵다.

 

이미 3심 판결까지 끝난 한 별난 시위에 대해 길게 따져본 것은 최근 유럽과 미국 등에서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시위 방식 때문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2019910, 스위스 취리히 도심을 관통하는 리마트강이 형광 녹색으로 변했다.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이라는 기후단체가 우라닌이라는 염료를 강에 풀어서다. 무독성 물질로 인체에 무해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었고 단체 회원 30여 명이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초록 강에 뛰어들기도 했으나, 비현실적인 강 색깔을 보며 많은 시민이 우려를 나타냈다. 이 단체는 나중에 우리 생태계의 임박한 붕괴에 대해 경고하기 위해이런 일을 벌였다고 밝혔다.

 

1024일 월요일 오전 8시에는 스위스를 개조하라(Renovate Switzerland)’라는 단체 소속 액티비스트 3명이 취리히 외곽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고속도로 위에 자신들의 손을 접착제로 붙여 차량 통행을 막았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정부가 당장 40억 스위스프랑의 예산을 배정해 건물 100만 채의 단열 시스템을 개조함으로써 에너지 및 기후위기에 대처하라는 것이다. 출근길 도로가 막혀 화난 시민들은 차에서 내려 시위자들이 내건 현수막을 찢는 등 격렬히 항의했다.

2019멸종 저항이 기후위기를 경고하기 위해 취리히의 리마트강에 녹색 염료를 풀었다.

취리히시 경찰청

 

엇갈리는 지지와 비판

115일에는 스페인에서 식물 미래(Futuro Vegetal)’라는 환경단체 소속 액티비스트 2명이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 있는 프란시스코 고야의 두 작품 옷 입은 마하벌거벗은 마하액자에 각각 손을 접착제로 붙이고 두 작품 사이의 벽에 ‘1.5라고 썼다. ‘1.5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합의된 평균기온 상승 제한치다. 그 목표를 위해 식용 가축 사육을 줄이고 대신 곡물, 과일, 야채, 식물을 재배하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1115일에는 오스트리아의 기후단체 마지막 세대(Letzte Generation Österreich)’가 빈의 레오폴드 미술관에 있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1915년 작품 죽음과 삶에 검은 기름을 들이부은 뒤 유리 액자에 접착제로 손을 붙였다.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더 나열할 수 있다. 공통점은 비폭력관심 끌기. 시민불복종(civil disobedience), 시민무질서(civil disorder), 시민방해(civil disturbance) 등으로 불리는 이 방식에 대한 비판이 만만찮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교통을 방해받는 사람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짜증만 느낀다라고 했고, 스위스국민당 마이크 에거 의원(환경위)시민불복종 운동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극도의 경제손실을 야기하므로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지 의견도 있다. 스위스 역사학자 크리스티안 콜러는 주목은 사회운동의 성공에서 꼭 필요하다. 과거에도 새로운 방식을 통해 성공한 사회운동이 많다라고 말했다.

 

기후위기는 엄중한 당면 과제이고 사회운동의 성공에 주목이 필수적이라는 점에도 동의한다. 동시에 그 주목이 문제의 핵심을 향하기 바란다. 12명 테니스 선수에 대해 쓰면서 오래된 SF 영화 12 몽키즈(1996)를 떠올렸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류의 99%가 멸종한 미래세계로부터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주인공은 ‘12 몽키즈라는 액티비스트 그룹을 의심해 따라다닌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들은 동물원의 동물을 거리에 풀어놓는 장난을 쳤을 뿐이고, 치명적 바이러스를 확산시킨 인물은 따로 있었다. 시끄러운 소동에 주목하다 핵심을 놓친 것이다. 논란을 일으키는 시위 방식, 그것에 대한 시민과 정치인·사법부의 반응 등을 보면서 의문이 더 커진다. 사회운동에 필요한 에너지에도 한계가 있을 텐데, 우리는 그것을 잘 쓰고 있는 걸까.

시사인·김진경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