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1~16
2.11 한겨레-중부
공시가 9억 초과 6만호 늘듯…종부세 폭탄? 찻잔속 태풍? 한겨레
대한민국 100년, 청산 없는 역사
돼지 없는 나라 될 것"...돼지열병 '재앙' 먹구름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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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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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향
대구-국제
2.11내일-2.12 경인
한겨레-인천
중부-국민
경향-한국
대구-내일
2.13 중앙-한겨레
국민-한국
대구-국제
2.14중앙-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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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내일-2.15 한겨레
국민-한국
2.15 중앙-경인 2.14
경인-인천
기호-내일
경향
2.11~15 경향 장도리
공시가 9억 초과 6만호 늘듯…종부세 폭탄? 찻잔속 태풍?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 크게 오른다는데…
국토부 “지난해 급등 시세 적극 반영”
지역·가격대 불균형 개선까지 겨냥
4월말 공시 위해 막바지 산정 작업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올해 전국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역대 최대인 전년 대비 9.13% 오르면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얼마나 오를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단독주택과 달리 표준주택과 개별주택을 구분하지 않은 전국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을 오는 4월 말 일괄 공시할 예정이다.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 공시 대상 공동주택은 약 1340만호로 현재 한국감정원이 막바지 가격 조사·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등으로 멸실된 공동주택보다 신규 입주한 공동주택이 더 많아 올해 공시되는 공동주택 수는 지난해(1289만호)보다 51만호가량 늘었다.
얼마나 오를까?
서울 아파트값 평균 8% 올랐지만
거래량·시점, 시세 현실화율도 중요
초고가는 공시가 30% 이상 오를 수도
매매가 4.7% 오른 작년엔 평균 10.2%↑
세금 영향은?
공시가 상승률과 세금은 달라
공시가 8.7억→9.5억원, 9.2% 오를 때
재산·종부세 248만→288만원, 16%↑
장기보유 공제·보유세 상한 등 적용
1주택자에겐 ‘세금폭탄’은 아닐 듯
부동산 업계에선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서울을 중심으로 대폭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연간 상승률이 8.03%(수도권 3.56%)에 이를 정도로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 직전 서울 아파트값은 ‘미친 집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급등했다.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런 상황을 언급하면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2019년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최근 급등한 시세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표준단독주택처럼 껑충?
서울의 경우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인 8.03% 수준으로 오른다고 보면 될까?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공시가격은 매년 1월1일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통상적으로 연간 단위 매매가격 변동률과는 차이를 보인다.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해당 주택의 최근 실거래 가격은 가장 중요한 참고자료지만, 거래량과 거래 시점 등도 따지게 된다. 또 단지 내 일부 세대의 가격 변동이 전체 아파트 시세를 100%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파트의 가격이 1년 내내 보합세를 보이다가 연말인 12월에 몇건이 거래되면서 실거래 가격이 20% 급등했다고 이 아파트의 이듬해 공시가격이 전년보다 20% 오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도 서울 아파트의 연간 매매가격 상승률(4.69%)을 훨씬 뛰어넘는 10.19% 올랐다. 요즘 서울 아파트시장처럼 1월1일 이후 집값이 하락했다면 이 부분도 공시가격에 영향을 끼친다.
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인 ‘현실화율’도 중요한 척도다. 국토교통부는 한국감정원이 조사·산정한 해당 공동주택의 가격이 확정되면, 여기에다 내부적으로 정한 공시비율(80%)을 곱해 공시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이렇게 결정된 공시가격은 시세보다는 낮아지게 되며, 국토부가 밝힌 지난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은 평균 68.1%였다. 이는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2018년 51.2%→2019년 53%)보다는 높지만, 여전히 시세 대비로는 낮은 편이다.
문제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지역과 주택 가격대에 따라 편차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는 최근 급등한 시세가 공시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지만, 강북권의 중저가 아파트는 그 반대 현상이 빚어지는 등 불균형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의 2018년 공시가격은 15억400만원, 2017년 12월 실거래가는 23억4천만원으로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64.2%에 그쳤다. 반면 은평구 불광동 ‘북한산래미안’ 전용 84㎡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4억3400만원, 전년 말 실거래가는 6억원으로 실거래가 반영률이 71.7%로 높았다.
이에 국토부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때 고가주택 및 집값이 급등한 아파트에는 최근 가격 상승분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동시에 지역 간, 가격대 간 불균형을 줄이는 형평성 제고에 나설 계획이다. 국토부 부동산평가과 관계자는 “집값이 많이 오른 주택을 중심으로 최근 시세 변동분을 적절하게 반영하면 공동주택의 가격대 간, 지역 간 공시가격 형평성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의 급격한 인상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실거래량이 많고 표준화가 이뤄진 공동주택은 단독주택에 견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높은 편이어서, 이를 한꺼번에 더 올릴 경우 서민·중산층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공시가격 개혁의 첫해인 올해는 단독주택, 표준지와 마찬가지로 일부 고가 아파트의 지나치게 낮은 현실화율을 바로잡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고가주택 많이 늘어날 듯
그렇다면 지난해 집값이 급등한 초고가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앞서 예를 든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의 경우 지난해 9월 27억~31억원(평균 29억원)에 실거래된 바 있어 지난해 공동주택 평균 공시가율 68.1%를 적용할 경우 올해 공시가격은 19억7500만원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전년 대비 공시가격 상승률은 31.3%에 이른다. 부동산 업계에선 실제 정부가 표준단독주택과 비슷하게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의 고가 공동주택에 대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상당 폭 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공시가격 9억원(시가 약 13억원) 이상 공동주택은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인 ‘고가주택’에 해당하는데, 지난해 공시가격 9억원 이상 공동주택은 14만807호로, 전체 공동주택의 1.09%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공시가격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시가 9억~13억원) 주택 매맷값이 급등한 만큼, 올해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공동주택 수는 전체의 1.49%가량인 20만호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다고 해도 1세대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이 많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는 1주택자라도 장기보유 공제(20~40%), 70살 이상 고령자 공제(종부세의 최대 70%) 등 각종 공제가 적지 않고, 적용받는 종부세 세율(시가 약 18억원 이하 0.5%, 시가 18억~23억원 이하 0.7%)도 낮기 때문이다. 만일 공시가격이 지난해 8억7천만원에서 올해 9억5천만원으로 9.2% 오른 아파트라고 가정하면, 지난해 재산세로 248만원을 냈지만 올해는 재산세에다 종부세까지 포함해 16% 인상된 287만8천원을 내면 된다. 또 공시가격이 대폭 올라도 1주택자의 재산세는 전년 대비 5~30%, 총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50%를 법적 상한으로 적용받게 된다./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대한민국 100년, 청산 없는 역사
2019년은 역사적인 해이다. 2·8독립선언, 3·1혁명, 상해임시정부 수립이 모두 100주년을 맞는다. ‘대한민국’이 자주독립운동의 불길을 타고 먼 타국에서 탄생한 지도 한 세기가 된 것이다.
대한민국이 거쳐온 지난 세기는 실로 참혹한 시대였다. 근대사의 온갖 모순과 갈등을 우리처럼 첨예하게 겪은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식민지배, 냉전과 분단, 전쟁과 군사독재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는 그대로 제국주의, 민족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 민주주의 등 근대의 모든 이념이 서로 부딪히고 뒤엉킨 역사의 현장이었다.
지난 100년의 한국 현대사를 돌아볼 때 가장 놀라운 점은 가혹한 역사가 빚어낸 수많은 비극에도 불구하고 과거가 제대로 청산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처럼 과거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가 또 있을까? 일제 고등계 형사가 해방 이후에도 독립투사를 심문하는 나라, 일본군 장교가 해방된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 그것도 모자라 그 딸까지 대통령으로 삼는 나라, 파시스트 친일파가 만든 노래를 ‘애국가’라고 부르는 나라 ― 이것이 대한민국이다. 친일 과거청산과 관련해서 보면 해방 공간에서 친일파가 민족주의자를 제압한 ‘반민특위’ 무장해제가 역사의 향방을 가른 결정적인 분수령이었다.
문제는 친일의 과거만이 아니다. 양민학살의 과거, 군사독재의 과거, 사법살인의 과거, 고문범죄의 과거, 어용학문의 과거 ― 무엇 하나 제대로 청산된 적이 없다.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노덕술, 송요찬, 박정희, 양승태, 이근안, 갈봉근들이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는 한국 사회의 구석구석에 감돌고 있는 미묘한 악취의 진원이다. 특히 친일의 역사, 독재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당장 신문을 펼쳐보라.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 간첩조작 사건, 5·18 망언 등은 모두 청산되지 않은 과거에서 발산되는 일상화된 악취다.
과거청산은 사회개혁의 전제조건이다. 과거청산 없이는 사회개혁도 없다. 독일의 경우를 보라. 독일의 68혁명은 ‘과거청산 혁명’이었고, 이를 통해 독일은 ‘과거청산의 나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것이 70년대 전면적인 사회개혁의 든든한 토대가 되었다. 우리의 경우 촛불혁명의 열기가 이리도 쉬이 사그라진 이유는 독일과는 달리 정치혁명이 과거청산 혁명으로 한발짝 더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청산은 또한 국가발전의 동력이기도 하다. 독일은 철저한 과거청산을 통해 국제적으로 도덕적 권위를 회복했고, 국내적으로 사회적 정의를 구현했다. 이것이 국가발전의 발판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에 반해 한국은 과거청산의 부재로 인해 국제적으로 도덕적 권위를 인정받기 어려웠고, 국내적으로는 냉소주의와 허무주의가 팽배한 나라가 되었다. 한국 사회를 휘감고 있는 거대한 무력감과 패배주의의 뿌리는 청산되지 않은 과거에 닿아 있다.
새로운 100년을 목전에 둔 대한민국의 최우선 과제는 청산되지 않은 과거가 뿜어내는 ‘백년 동안의 악취’를 걷어내는 일이다. 더 이상 과거청산을 유예할 수 없다. 법원, 검찰, 경찰, 국정원, 국회, 학교 등 사회의 각 영역에서 과거에 대한 단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냉철한 평가 작업은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를 둘러싼 투쟁은 미래를 향한 투쟁이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한국 민주개혁 세력의 거듭된 실김누리패는 바로 ‘과거 투쟁’ ‘역사 전쟁’을 방기한 데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2.11 한겨레 중앙대 교수·독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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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없는 나라 될 것"...돼지열병 '재앙' 먹구름
축산농가, 육가공 업계 아프리카돼지열병 초비상
바이러스의 질긴 생명력.. 생존기간 6개월~최장 3년
대책은 '공항항만 차단방역'과 '잔반의 사료사용 금지'
돼지 사육농가 축사(사진=자료사진)
'감염된 돼지를 100% 폐사시킨다'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n swine fever) 바이러스가 한반도 턱밑까지 쇄도한데다 또다른 종류의 바이러스인 돼지 돈열까지 일본열도를 강타해 한반도로의 전파 우려가 높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최장 3년간 잠복한 사례도 보고돼 차단방역 실패가 전염병 창궐로 이어질 경우 돼지사육 자체를 포기해야할 만큼 파장이 심각하다. 구제역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축산농가와 육가공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남에 있는 더불어행복한농장 김문조 대표는 8일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파죽지세로 퍼져나가는 돼지 전염병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접한 바이러스와 달리 숙주인 돼지를 죽이고도 활동을 계속하기 때문에 유입되면 (돼지가)100%폐사하고 그래서 재앙에 가까운 질병"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염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지만 "제일 겁나는게 바이러스 숙주인 야생 멧돼지다. 여기에 걸리면 우리나라는 초토화되고 돼지가 없는 나라가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유는 감염된 멧돼지가 이동하면서 남긴 배설물들이 고라니나 야생고양이 등에 묻은채 농장주변으로 이동 체류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장기 생존하는 바이러스를 통한 전염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
(사진=연합뉴스 제공)
◇ "바이러스, 멧돼지 통해 압록강 넘을 가능성"
베이징을 포함 중국 대륙 20여개 성(省)에 퍼진 ASF는 최근 동북3성에 다다랐고 멧돼지를 매개로 압록강을 넘어 한반도로 유입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와관련해 한별팜텍 이승윤(양돈임상수의사, 컨설턴트)원장은 8일 "북중 국경에서 감염된 멧돼지가 국경을 넘고 바이러스가 다른 돼지로 옮게 되면 한반도 전파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남북간 교류가 없는게 다행이지만 야생동물의 이동까지 차단할 수 없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단위면적당 멧돼지 개체수는 러시아의 30배에 이른다고 한다.
더 우려스러운 감염루트는 중국, 몽골, 러시아 등과 이어지는 하늘길과 뱃길 즉 공항과 항만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다. 한-중간에는 하루 200여편의 항공해운 교통망이 열려 있고 오가는 여행객들이 소지하는 돼지고기 가공제품이나 세관을 오가는 돼지고기가 전염병의 매개체다.
실제로, 2018년 8~9월 제주공항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발 여행객이 갖고 있던 돼지고기 가공식품에서 4건의 ASF가 검출돼 폐기조치된 적이 있다. 당시 여행객의 자진신고가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할 수 있었다.
농축산물검역본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은 전파 경로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돼지고기나 돼지 부산물, 비행기.선박에서 나온 음식물을 수거해 돼지에게 먹이는 것을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가를 비롯한 축산업계가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것은 우려한 수순대로 전파됐던 전례가 있기 때문. 아프리카에서 최초 유례한 ASF는 여행객을 통해 리투아니아와 우크라이나 등 유럽으로 번졌고 러시아와 중국, 몽골로 차례로 확산됐으며 극동지역에서 남은 마지막 청정지역은 한국뿐이다. 한국은 전염병 발병국들로 둘러싸인 고립된 섬과 같은 처지다.
돼지고기를 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육 생산업계도 비상이 걸리긴 마찬가지. 선진포크 관계자는 8일 CBS인터뷰에서 "중국 방문이나 출장 금지령을 내리고 어쩔수 없이 방문한 경우 귀국후 5일동안 농장방문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시키고 있으며 농장내부로 일체의 돼지고기 제품 반입을 불허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진포크 브리지랩(연구소) 역시 "멧돼지가 수영으로 압록강을 건너면 북한을 통해 우리 쪽으로 내려올 수 있어 긴장감이 크다"고 밝혔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아프리카돼지열병 '일단 걸리면 죽는다'
ASF에 감염되면 돼지들이 사료를 먹지 않고 발열증세를 보이는게 전형적인 증상이다. 한별팜텍 이승윤원장은 "ASF는 어미돼지 새끼돼지 다 열이 나고 오한을 느끼게 돼 오글오글 몰려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게 된다"며 "이와는 달리 일본 돈열은 백신접종이 이뤄지기 때문에 일정기간(60일)이 지난 돼지는 병에 걸리지 않는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에서 번지고 있는 돼지 돈열은 감염이 되더라도 대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승윤 원장은 "ASF의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3~5일로 보는데 지금은 감염돼서 병증이 나타날 때까지 5일 정도 걸리고 병증이 나타나면 2주안에 100%죽는다"며 "감염실험에서도 지금까지 2주 이상의 증상이 보고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돼지에게 치명적인 만큼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이 길어 공포의 전염병으로 불리운다. 전문가들은 상온 조건에서 약 6개월 생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말린 돼지고기에서 최장 3년간 생존했던 기록도 있다"고 이 원장은 덧붙였다.
리투아니아의 A농장에서는 이런 사례도 있었다. 사육돼지가 ASF에 감염되자 즉각 바이러스 제거작업을 거친 뒤 일정기간 지난 후 돼지를 재입식했지만 재발해 돼지사육 자체를 포기한 경우다. 바이러스에 한번 오염되면 제거가 매우 어려워 감염시 신속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원장은 "초기 골든타임을 놓치고 늑장 대처하면 아예 손들고 나와야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돼지에겐 치명적이지만 인체에는 무해하다.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는 병에 걸려 죽은 돼지가 몰래 유통되는 경우가 있고, 중국에서 전염병이 창궐한 이유를 '감염 돼지의 음성적 유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ASF 감염을 막기 위한 대응책은 간단하다. ▲국내로 유입되는 감염 돼지나 가공식품 차단과 ▲잔반을 사료대용으로 사용하는 축산농가에 대해 잔반사용을 금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CBS노컷뉴스 이재기 기자
방위비분담금 어디에 쓰나…건설비 46%·韓고용인 인건비 39%
올해 한국이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주둔비가 작년보다 8.2% 인상된 1조389억 원으로 정해졌다. bjbin@yna.co.kr
인건비·군사건설비·군수지원비 등 3개 항목에 사용
올해 항목별 배정액은 차후 국방부-주한미군 협의로 결정
분담금 외 주한미군에 직·간접지원비 규모 2조원 넘어
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을 보장하고자 주한미군 주둔 경비 일부를 우리 정부가 부담하는 비용을 말한다.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라 1991년부터 지원하기 시작했다. 방위비분담금은 인건비와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3개 항목에 사용된다.
국방부는 11일 "한미 양국은 협정 체결 당시 양측이 합의한 절차에 따라 연도별 방위비분담금 총액을 3가지 항목에 배정 및 편성해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분 1조389억 원을 이 3개 항목에 어떻게 배정할지는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가 추가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방위비분담금 총액을 세 가지 항목에 얼마씩 배정할지는 앞으로 주한미군사령부와 협의를 거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3개 항목에 배정될 금액도 작년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군 관계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작년 방위비분담금 9천602억 원은 인건비 3천710억 원(39%), 군사건설비 4천442억 원(46.3%), 군수지원비 1천450억 원(15%)으로 각각 배정됐다.
인건비는 주한미군사령부가 고용한 한국인 고용인들의 임금을 말한다. 100% 현금으로 지급된다. 인건비 지원비율은 75%를 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전날 가서명한 협정문에서는 한국인 근로자 권익 보호 규정을 본문에 삽입하고 인건비 지원비율 상한선을 철폐해 우리 정부의 인건비 분담을 확대했다. 군사건설비는 주한미군 부대의 막사와 창고, 훈련장, 작전·정보시설 등 군사시설 건설비로 사용된다. 현금(12%)과 현물(88%)로 지원됐다. 현금 12%는 미 측에서 실시하는 설계와 감리를 위한 비용이다.
이번 가서명 협정문에는 군사건설 분야의 '예외적 현금지원'을 철폐하고, 현금으로 주는 설계·감리비의 집행 실적이 떨어지면 줄일 수 있도록 해 '현물지원 체제'도 강화했다. 군수지원비는 탄약저장과 정비, 수송, 시설유지 등에 사용된다. 100% 현물로 지원된다. 미 측에서 우리 업체의 물자를 계약하면 우리 측은 계약 내용이 적절한지 판단해 승인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국방부는 "방위비분담금 대부분은 우리 경제로 환원됨으로써 일자리 창출, 내수 증진과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재정적자 누적과 동맹국의 경제성장 추세 등을 논거로 분담금 증액을 요청해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은 제9차 SMA 협상에서도 1조원 이상의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번 제10차 SMA 협상에서도 타결 바로 전까지 10억 달러(1조1천305억 원) 이상을 요구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한미연합방위태세 강화 및 주한미군 주둔 여건 보장을 위해 방위비분담금 외에 주한미군에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8국방백서'에 명기된 국방예산 직접지원 분야(2015년 기준)는 미 통신선과 연합C4I(지휘통신)체계 사용(154억 원),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한국군 카투사 운영비(98억 원), 기지 주변 정비(82억 원) 등이다. 국방예산 밖에서 1조4천542억 원 규모로 평택기지 주변 도로 건설을 지원했다. 직접지원비 규모는 방위비분담금을 포함해 2조4천279억 원에 달했다.
간접지원 분야는 무상 공여토지 임대료(7천105억 원), 훈련장 사용지원(236억 원), 관세·내국세, 지방세·석유수입 세금 면제(1천135억 원), 상·하수도·전기·가스사용·전화통신료 감면(91억 원), 공항·철도이용료 면제(86억 원) 등 9천589억원이다.
이들 직·간접비용을 합하면 3조3천868억 원에 달했다. 여기에서 2015년 당시 방위비분담금(9천320억 원)을 빼고도 2조4천억 원이 넘는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런 직·간접비용 지원 규모는 2015년 이후에도 거의 비슷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법원 “여성 신체형상 본뜬 자위기구 수입 허가해야”
“사적 영역에 국가 간섭 자제해야…성기구, 음란물과 구별 필요”
여성의 신체 형상을 모방한 자위기구를 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수입을 금지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김우진 부장판사)는 수입업체 A사가 인천세관장을 상대로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 판단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사는 2017년 머리 부분을 제외한 성인 여성의 신체 형태를 띤 실리콘 재질의 성인용품 수입 신고를 했지만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는 이유로 통관이 보류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물품을 전체적으로 관찰했을 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했다”며 세관 당국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상당히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다른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우선 의학이나 교육, 예술 등 목적으로도 사람의 형태를 띤 인형이 사용되는 만큼 그 인형의 묘사가 사실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음란성을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성기구’라는 맥락을 고려하더라도, 성기구 일반을 규제하지 않는 국내 법률 체계를 고려하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헌법재판소 판례를 인용하며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적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라며 “성기구를 음란물과 동일하게 취급해 규제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우리나라 법률은 청소년이 성기구에 노출돼 발생할 문제점에 별도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성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본래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는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이나 영미권, 일본·중국 등 동아시아권에서 ‘사람의 형상과 흡사한 성기구’의 수입·생산·판매를 금지하는 제도가 없다는 점도 재판부는 근거로 제시했다. <연합뉴스>
온실가스 늘자 더 파래지는 지구…아름다워 더 슬픈 바닷물 색깔
2018년 5월5일 인공위성이 촬영한 푸른 북해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에메랄드빛을 띠며 증식하고 있다(위쪽 사진). 다음날 같은 지역을 확대해 촬영한 사진을 보면 뭉게구름처럼 바다로 퍼져나가는 플랑크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녹색은 바다에 녹아 있는 유기물질과 해면 부근에 부유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지닌 엽록소 때문이다. 자료: 미국항공우주국 지구관측소(NASA Earth Observatory)
아열대, 식물성 플랑크톤 줄어 ‘청색’
적도·극지방, 번식 늘어 ‘진한 녹색’
우주에서 지구를 촬영한 영상을 볼 때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지구 면적의 약 71%를 차지하는 바다의 푸른빛이다. 때로는 파랗고, 때로는 녹색이나 에메랄드빛에 가까운 바닷물의 색깔은 ‘푸른 별 지구’를 대표하는 색깔이기도 하다. 태양계 외곽에 도달한 무인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1990년 지구로부터 약 60억㎞ 떨어진 곳에서 촬영한 지구의 모습을 두고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표현했다. 이 역시 바다의 푸른 빛깔 덕분에 생겨난 것이다.
세기 말 ‘더 짙어지는 면적’ 50% 확대
계절에 상관없이 같은 색 고정될 듯
그런데 기후변화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진행될 경우 미래 우리의 후손들은 지금보다 푸른빛이 더 진하게 변한 지구를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1세기 말에는 지구 전체 바다의 약 50% 면적이 더 짙은 푸른색이나 녹색을 띠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국 국립해양학센터 등 연구진은 지난 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진은 우주에서 지구를 볼 때 가장 짙은 푸른색으로 보이는 아열대 지역의 바다는 더욱 푸른색으로 변하고, 적도와 극지방 바다의 색깔은 더욱 진한 녹색으로 변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진은 인류가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 없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경우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바다로부터 반사되는 푸른빛을 관측한 결과 바닷물 색깔이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바닷물 색깔에 영향을 미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분포가 해수온도 상승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플랑크톤의 서식 밀도, 다양한 식물성 플랑크톤의 상호작용, 지구 곳곳 바다의 색깔 변화 등에 대해 분석했다.
바다에서 인간의 눈으로 인식할 수 있는 범위는 해면으로부터 약 200m 깊이 정도까지다. 그보다 깊은 바닷물 속은 암흑처럼 검게 보인다. 바다가 푸르게 보이는 까닭은 물 분자가 태양빛에서 파란색 이외의 색은 흡수해 버리고, 파장이 짧은 푸른빛은 반사하기 때문이다. 물 자체만으로는 푸르게만 보여야 할 바닷물이 녹색이나 에메랄드빛을 띠는 경우가 많은 것은 바다에 녹아 있는 유기물질과 해면 부근에 부유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지닌 엽록소 때문이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많을수록 바다는 녹색에 가까운 색을 띠게 된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엽록소를 지니고 있어 햇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한다.
수천종에 달하는 식물성 플랑크톤 중에는 따뜻한 바닷물에 적응한 종도 있지만 차가운 바닷물에 적응하는 쪽으로 진화한 종들도 있다. 해수온도 상승이 계속될 경우 기온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발생할 것이고, 반대급부로 크게 번성하는 종도 나타날 수 있다. 서식 지역이 완전히 달라지는 종도 나올 수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사라진 지역의 바다는 더욱 푸른빛을, 식물성 플랑크톤이 크게 늘어난 지역의 바다는 진한 녹색을 띠게 될 가능성이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쇠에 따라 바닷물의 색깔도 크게 변할 수 있는 셈이다.
인공위성이 2018년 12월17일 남아메리카 남부 동해안의 아르헨티나해를 위성 촬영한 모습(왼쪽 사진)과 같은 지역 엽록소 농도를 촬영한 사진(오른쪽)을 비교하면 초록빛 띠 모양의 위치가 정확하게 일치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이라는 뜻이다. 자료: 미국항공우주국 지구관측소(NASA Earth Observa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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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적어 푸른빛으로 보이는 아열대 지역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더욱 줄어들면서 바닷물이 더 진한 파란빛을 띠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적도와 극지방의 바다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번성하면서 더욱 짙은 녹색을 띠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바닷물의 색깔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식물성 플랑크톤의 밀도 변화에 따라 달라지지만 연구진은 해수온도 상승이 계속되면 미래에는 계절 변화와 상관없이 바닷물 색깔이 같은 색으로 고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해수온도 상승은 해류 순환을 막으면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충분한 영양소를 공급받지 못하도록 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수온도가 상승하면 해류의 흐름이 불규칙해지고, 바다 내부가 따뜻한 물로 이뤄진 층과 차가운 물로 이뤄진 층으로 분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온이 극명하게 다른 두 층은 쉽게 섞이지 않는다.
연구진은 또 식물성 플랑크톤의 분포와 종류가 달라지고, 이로 인해 바닷물 색깔이 변하는 것은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 전체 환경이 변화할 것임을 나타내는 전조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대표저자인 스테파니 두트키예비츠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해면의 색깔 변화가 실은 지구 규모로 일어나는 큰 변화의 전조임을 보여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의 기반”이며 “식물성 플랑크톤이 없다면 바다에 사는 생물은 생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두트키예비츠 박사는 “해양 온난화는 결국 식물성 플랑크톤으로부터 시작해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생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생산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죽으면 탄소를 품고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으면서 바다는 물론 지구 전체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는 역할도 한다.
해수온도 상승은 바닷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 저장하는 능력을 떨어뜨려 기후변화 속도를 빠르게 하는 치명적인 결과도 나을 수 있다. 해수온도가 상승하면 바다가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적어지고, 이로 인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해수온도 올라갈 땐 CO2 흡수 줄며
대기 CO2 농도 상승 ‘악순환’ 우려
연구진은 지구 전체 평균기온이 2100년까지 약 3도가량 상승할 경우를 전제로 이번 예측을 내놓았지만 현재 추세대로 가면 바닷물의 색깔은 연구진의 예측보다 더욱 짙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1월 국제기상기구(WMO)는 이번 세기말 지구 전체 평균기온의 상승폭이 약 3~5도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WMO 페테리 탈라스 사무총장은 당시 “우리는 기후변화를 처음으로 인식한 세대이자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경고했다.
지난 6일 WMO는 2015~2018년이 관측사상 가장 더운 기간이었으며 이는 장기적인 기후변화가 이어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명확한 증거라고 발표했다. WMO는 또 역대 평균기온 상위 1~20위가 모두 최근 22년 사이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WMO는 지난해 11월 2018년이 관측사상 4번째로 더운 해였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번 발표에서는 11월 이후의 기온 데이터를 추가했다. 2018년 지구 전체의 평균기온은 약 14.69도로 이는 1951~1980년 평균치보다 0.83도 높은 수치다. 산업혁명 이전보다 약 1도가량 높아졌다. 관측사상 가장 더웠던 해는 2016년, 두번째는 2017년, 세번째는 2015년으로 기록돼 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강력 웹사이트 차단 인터넷 발칵
SNI 차단 조치 무력화 방법 봇물… 인터넷 여론 화르르
인터넷이 발칵 뒤집혔다. 정부가 불법 유해사이트 접속을 전면 차단하겠다며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웹사이트 차단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인터스텔라 영화 포스터 캡처
네티즌들은 양면전술로 맞서고 있다. 인터넷 자유를 갈망하는 염원을 담은 슬로건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를 외치며 차단을 무력화시키는 갖가지 방법을 공유하는 한편 정부가 대체 왜 감청 논란을 각오하면서까지 국민들을 계몽하려 드는지 모르겠다는 여론전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
12일 IT업계에 따르면 KT 등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는 당국의 요청에 따라 전날부터 ‘SNI(Server Name Indication)’ 필드차단 방식을 이용해 특정 웹사이트 차단을 시작했다. KT뿐만 아니라 SKT와 LGU+ 등 다른 통신사에도 이 차단 방식이 적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11일 하루 동안 약 800개의 웹사이트가 SNI 차단으로 접속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NI 차단 방식을 아주 간략히 설명하면 사용자가 ISP와 암호로 대화하기 위해 한 번은 연락해야 하는 정보인 SNI를 분석해 막는 방식이다. 맨 처음 전달되는 SNI는 평문이라는 점에 착안한 검열이다.
무시무시한 워닝
이 방식이 적용되면 그동안 정부의 각종 차단 방식을 무력화시켰던 갖가지 방법들이 통하지 않게 된다. 특히 기존 URL(Uniform Resource Locator) 차단방식이나 DNS(Domain Name System) 차단 방식의 경우 보안 프로토콜(HTTPS)을 주소창에 써넣는 방식으로 손쉽게 무력화됐는데 이 방법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HTTPS는 ISP에 대한 사용자의 요청을 암호화하기 때문에 ISP는 사용자의 요청에 대응할 수 없었다. 즉 우리 정부는 HTTPS를 구성하기 위한 상위 개념인 SNI를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네티즌들은 분노하고 있다. 인터넷 곳곳에선 정부의 SNI 차단 방식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공산당입니까. 왜 개인 욕구마저 제한하나요?”
“불법사이트를 없애세요. 불법사이트는 못 없애고 가는 길만 막으면 그게 막힌답니까?”
“전 세계에서 HTTPS까지 완전히 막은 나란 한국밖에 없을 듯”
ㄴ“중국도 있어요.”
“불법사이트 차단하겠다고 온 국민 감청을 단행하다니.”
한 네티즌은 이번 정부의 SNI 차단을 해킹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A라는 사람이 B사이트에 갈 때 IP주소를 알고 있는 C통신사에게 물어보는데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C통신사 주소록에 B사이트 주소 대신 Warning 서버 주소를 써놓았던 것”이라면서 “이는 검열은 될 수 있으나 사찰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SNI 차단은 정부가 A라는 사람이 B사이트로 가기 위한 쪽지를 빼앗아 보고 강제로 접속을 끊는 것과 같은 것이니 해킹에 해당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불의의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이자 사회운동가였던 故 신해철씨가 2013년 트위터에 썼던 글도 화제가 됐다.
신해철 트위터 캡처
신씨는 “애초 게임셧다운제에서 못 막았으니 더 치고 들어올 밖에”라면서 “국민을 통치하고 교화할 백성으로 보는 문제보다는 그렇게라도 좋아지면 되는 게 아니냐는 노예근성들이 문제. 비대한 공권력이 오만을 두르고 다음번에 침입하는 건 너네 집 안방이다”라고 비판했다. 가만히 있는 국민들이 더 문제라고 꼬집은 것이다. 인터넷에는 SNI 차단 방식을 무력화하는 각종 방법이 오르내렸다.
네티즌들은 2014년 개봉작 ‘인터스텔라’의 부제목인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짤방과 함께 SNI 차단을 피하는 브라우저를 소개하거나 각종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면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정부가 이번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벌써 수십 건의 관련 청원이 잇따랐다. 네티즌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정부가 무슨 권한으로 개인의 인터넷 활동을 감시하느냐는 것이다. 불법 사이트를 근절하기 위해선 해당 사이트를 폐쇄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펼쳐져야 하는데 어떻게 인터넷 사용자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느냐는 주장이다.
한 네티즌은 “불법사이트와 합법사이트의 기준이 무엇인가. 누가 그 기준을 마련하는가. 불법사이트를 막아 성범죄가 줄었다는 근거라도 있는가, 검열의 재원은 어디에서 마련되는가” 등을 되물어 호응을 얻었다. 우리 정부의 SNI차단 방식을 “중국의 인터넷 검열과 같다”면서 CNN 등 해외 언론에 제보하고 있다는 네티즌들도 있다.
2011년 세계 인터넷 검열/감시 현황. 나무위키 캡처
또 다른 네티즌은 “헌법 제2장 17조에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18조에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면서 “정부는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건가. 헌법에 보장된 자유조차 누리지 못하게 하다니”라고 비판했다.
어쨌든 정부의 SNI 차단 또한 완벽한 건 아니다. SNI마저 암호화되면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국민일보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발렌타인 데이, 그리고 아동 노동...식상한 클리셰?
[사회 책임 혁명] 초콜릿의 아동노동과 공정무역
민족 대명절 설이 지나니, 발렌타인데이가 코앞이다. 발렌타인데이는 한국 초콜릿 시장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날이다. 나 역시 '내 마음을 고백하면 어떨까?' 하며 이 초콜릿, 저 초콜릿을 떠올려본다. 가나, 허쉬, 마스, 키세스, 페레로 등 화려한 제품이 먼저 생각난다.
이 초콜릿 브랜드를 만드는 기업은 소수다. 마스, 캐드베리(크래프트와 몬델리즈), 네슬레, 페레로, 허쉬까지 이 다섯 개 기업이 초콜릿 시장의 약 50퍼센트를 차지한다. 초콜릿의 원재료인 카카오는 어떨까? 약 550만 명의 서아프리카, 특히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소농이 재배하고 있다. 그들과 함께 1400만 명의 농촌노동자가 카카오 농사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리고!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220만 명의 아이들이 있다.
누군가는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의 아동노동 이슈가 식상하다고 말할지 모른다. 또는 발렌타인데이를 이용하는 '또 다른 기업'의 상술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2015년 7월 툴레인 대학교의 '페이슨 국제개발센터(Payson Center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가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아동노동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초콜릿의 아동노동 이야기는 우리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현실임을 보여준다.
조사 결과,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220만 명의 아동노동자 중 거의 96퍼센트가 카카오 수확 철 위험한 작업에 노출되어 있었다. 이 결과는 2008년에서 2009년에 동(同) 대학이 실시한 아동노동 현황 조사 결과보다 더 참혹하다. 220만 명은 2008년과 2009년 조사 결과에서 발표한 초콜릿 아동노동자 175만 명에서 21퍼센트나 증가한 수치다.
초콜릿의 아동노동은 2001년 BBC의 험프리 호크슬리(Humphrey Hawksley)가 "달콤함 초콜릿은 위험한 환경에서 강제노동에 고통받는 아프리카 어린이의 손에서 나온다"고 보도한 이후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그로부터 오늘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노력해왔지만 현실은 바꾸지 않았다. 우리는 왜 이런 현실에 처했을까?
카카오는 일일이 사람 손이 닿아야 수확할 수 있는 까다로운 작물이다. 같은 나무에 달린 열매라도 익는 시간은 제각각이다. 긴 낫으로 열매를 딴 뒤 칼로 딱딱한 껍질을 벗겨내고, 그 안에 있는 하얀 카카오 콩을 햇빛에 말려야 한다. 이 모든 작업은 기계가 아닌 손으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농민들은 1년 내내 카카오 농사에 매달린다. 먹고살기도 벅찰 만큼 적은 돈을 받는 카카오 농민들이 일꾼을 고용하는 건 불가능한 얘기다. 결국,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농민들은 아이들을 일터로 내몬다.
소수의 대기업이 독점한 초콜릿 시장에서 개발도상국 농민들이 적적한 원두 가격을 보장받지 못하고, 그들의 경제적 지속가능성이 계속 위협을 받는 한, 아이들은 카카오 농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어두운 미래를 빠져나올 출구는 없을까?
▲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말해주지 않은 것들>(공윤희·윤예림 지음, 샌들코어 펴냄). ⓒ샌들코어
책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말해주지 않은 것들>(공윤희·윤예림 지음, 샌들코어 펴냄)이 소개하는 쿠아파코쿠 협동조합의 초콜릿 '디바인'은 공정무역 초콜릿이다. 쿠아파코쿠 협동조합 생산자들의 소득은 높아졌다. 생산자들은 저축은 물론이고, 이전에는 신용이 낮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대출도 받았다. 집안 경제 상황이 나아지자, 아이들도 카카오 농장 대신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다. 이런 변화로 농사를 포기하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매우 희망적인 소식도 들렸다. 졸업 후 카카오 농사를 이어받겠다는 아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협동조합의 도움으로 생산자들은 역량을 키워나갔다. 가장 큰 성과는 새로운 농업기술을 배우고, 초콜릿 시장에 대한 지식도 쌓으면서, 카카오 판매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당한 대우를 피하게 됐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품질 담당관이 마을 창고를 방문해 카카오 열매의 등급을 매기는데, 이 과정에서 사례금을 주지 않으면 담당관은 실제보다 더 낮은 등급을 매기기도 한다. 부당하다는 것을 알지만, 전문 지식이 없는 생산자들이 이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기술훈련을 받은 후로는 부당한 횡포를 피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커피의 '이퀄' 초콜릿을 만드는 협동조합 농부들 또한 공정무역 거래 후, 소득증가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등 카카오 농사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
공정무역 초콜릿의 규모는 대기업 초콜릿 규모에 비하면 미미하다. 더 많은 카카오 농부들이 카카오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려면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초콜릿 시장을 이끄는 대기업의 공정무역 참여가 아동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단번에 바뀌지는 않으리라. 그러나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아동 노예노동을 멈추고, 공정한 거래를 하라고 대기업에 요청해야 한다. 우리의 목소리로 언젠가는 세상의 모든 초콜릿 뒤편에 고통받는 아이들의 현실이 달라지면 좋겠다. 아직도 발렌타인데이에 어떤 초콜릿을 구매할지 결정하지 못했는가. 올해는 서아프리카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만든 초콜릿 대신, 아동노동 없는 공정무역 초콜릿을 구매해보자. /프레시안 2.12 이혜란 아름다운커피 홍보캠페인팀
알려지지 않은 'LA흑인 폭동의 뿌리'
<뉴욕 독자기고> 한인-흑인 갈등의 역사와 해법
미주 이민 1백년 역사상 한국계 이민자들에게 가장 뼈아픈 상처를 입힌 지난 92년 4.29 LA폭동은 이제 과거지사가 되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게 현지 이민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7월말에는 다시 LA에서 수갑을 찬 10대 흑인 소년을 마구 때린 혐의로 기소된 백인 경찰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지지 않아 '제2의 로드니 킹' 사건으로 불리며 또다시 흑인 폭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치안경계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미국내 한국인들은 그러나 이같은 사태의 재연을 막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미국내 한국계 1.5~2세가 주축이 된 한미연합회(KAC)는 지난 1일 4.29 폭동당시 불에 타거나 파괴된 각종 피해물품과 총기, 사진 등 각종 홍보자료를 모은 기념관을 세우기로 하고 내년 4월까지 기증품을 접수하는 등 LA폭동을 기억하는 사업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KAC에 따르면 92년 당시 흑인 폭동으로 한인업소 2천2백여개가 약탈. 방화피해를 입었으며 모두 3억5천만달러의 재산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시립대 라구아디아 칼리지에서 경제인류학을 가르치는 서영민 교수가 흑인 폭동으로 왜 한인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는지 분석한 글을 보내왔다. 서 교수는 흑인 폭동은 LA만이 아니라 자신이 있는 뉴욕 등 미 전역에서 "늘상 있는 위협"이라면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대책을 제시했다. 필자의 원고에는 여러 가지 인용한 참고 문헌 색인을 단락마다 첨부했으나 글의 흐름상 대부분 생략했다-.편집자 주
***LA폭동을 돌아본다**
3백여년 전 미국에 강제로 끌려와 철저한 모멸과 학대, 수모를 받아온 사람들이 미국 흑인들이다. 최근에 역사학계에서 발굴된 자료에 따르면 통념과는 달리 대다수의 흑인 노예들은 인간 사냥꾼에 잡혀온 것이 아니었다.
당시 아프리카에 큰 왕조들이 존재했었는데 이들 지도층이 경쟁관계에 있는 딴 나라사람들을 잡아다가 유럽 노예 상인들에 팔았다. 인신매매로 돈을 벌려는 지도층들은 점차 자국민도 팔기 시작했다. 결국 2백년도 채 안되어 이들 왕조들은 멸망을 했다 (에릭 볼프 <유럽과 역사를 잃은 사람들> 1982).
이 때문에 이들 흑인들에게는 가슴이 찡한 고향이 없다. 미 남부에서 도시로 이주한 흑인 노인들에게 어릴 때 기억이라고는 지긋지긋한 가난과 인종 차별뿐이다. 또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흑인 젊은이들에게도 고향이란 공허한 말장난일 뿐이다.
***흑인들의 뿌리깊은 한(恨)의 유래**
고향을 그리는 한인들과 고향이 없는 흑인들 간에는 엄청난 심리적 괴리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흔히 우리들만 있을 때 한국어로 나누는 대화가 있다. -왜 이토록 풍요롭고 기회가 넘치는 미국 사회에 흑인들은 밑바닥을 기고 있는가?로 대화는 시작된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흑인은 게으르다-흑인은 사람은 좋은데 야물지 못하다 등의 비교적 점잖은 설명부터 -흑인은 선천적으로 지능이 모자란다-흑인 문화자체가 미국이든 아프리카이든 미개하다 라는 등의 원색적인 비판까지 많은 말이 오간다.
인류학적으로 고찰하기 앞서 흑인들과는 다른 한인들의 이민 역사를 우선 살펴보자면 1965년 이민 개정법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02년은 한인 이민 1백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이다. 미 연방정부에서도 공식적으로 한국이민 1백주년을 선포했다. 그런데 1965년이 왜 중요하냐고 반문하실 분들이 많을 것으로 안다. 이민의 역사가 1902년 하와이 농장이민으로 시작됐지만 대다수의 현재 이민자들이 미국 땅을 밟은 지난 30년이란 세월은 우리 한국이민사에서 큰 획을 그었다.
65년 이전까지 미국에 공식적으로 이주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유럽인들뿐이었다. 이런 유럽 편향적인 이민 정책이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그릇된 정책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온 이들은 소위 Freedom Fighter, 흔히 우리가 인권운동가라 칭하는 흑인 지도자들이었다.
1963년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은 흑인지도자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대화하는 자리에서 킹 목사가 불평등한 미국의 관문을 지적하자 케네디 대통령도 이에 동감하고 과감한 이민법 개정을 명하였다.
한인 이민 초창기의 인구 분포를 보면 주로 의사, 간호사, 교수 등의 인텔리 계층의 이주가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실제 한인 교포 사회가 형성된 시기는 가족 초청이민이 본격화된 1970년대 초반일 것이다. 초기 이민 연구에 나타나듯 1965년 2천1백39명이 미국에 이민을 온 것으로 시작으로 1969년까지 약 1만2천명의 공식 이민이 미국에 들어온 것으로 되어있다. 이민 숫자는 1971년을 기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76년 3만8백3명으로 늘었다.
언어.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생경한 미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초창기 한국 이민들은 소규모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한다. 청과상을 이탈리아 사람에게 구입하고 세탁소를 유태인에게 사거나 커피숍을 그리스인으로부터 인수했다는 분들이 많다. 실제로 필자가 아는 많은 소규모 사업 경영인들이 한국 대학 졸업자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미국 유수 대학의 석,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다. 세탁소를 하는 초기 이민 사업인과 나눈 대화를 그대로 기술해보겠다.
“나도 78년 처음 이민 와서 미국 직장에 어렵게 취직했었지. 아 그런데 2주 후 첫 봉급을 받아보고 나니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지 뭐야. 세금이다, 소셜시큐리티다 해서 이것저것 제하고 나니 렌트비 내기도 빠듯하더군. 여기저기 수소문해 브루클린에다 쓸어져 가는 세탁소를 하나 구입했지. 2년만에 집사고 5년만에 지긋지긋한 브루클린을 떠나 뉴저지에 자리를 잡지 않았겠나. 그때 브루클린 가게를 사겠다고 찾아온 사람도 한국 사람이었는데 대학교수라고 하더군. 미국 온지 12년 됐다나. 그런데 저축한 돈이 전혀 없어 권리금 전액을 오너스 파이낸스(Owners' Finance)로 해달라고 조르는 통에 어찌나 난처했는지 몰라”
***한인 1세대가 게토에 자리잡게 된 이유**
이 사례에서 언급된 권리금 문제에 대해 필자가 대화를 나눈 많은 한인 경영인들은 권리금제도가 한국 문화의 고질적인 병폐라고 개탄한다. 그러나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이 권리금제도는 1800년대에도 뉴욕에 존재했었다. 유태인, 이태리인, 흑인을 막론하고 뉴욕에서 가계를 사고 팔 때는 'Business Expenses'라는 명목 하에 목돈이 오고 갔다. 단 한인 교포 업종에서 과당 경쟁으로 인해 권리금 액수가 천정부지로 올랐다는 점은 필자도 인정한다.
소사업에 도전하는 한인들에게 일견 전혀 상관이 없어 뵈는 권리금과 고객과의 갈등은 사실 궤를 같이한다. 한국에서 갓 도착한 이민들의 경우 언어 장해도 문제거니와 소위 신용사회인 미국 사회에 적응하는 일은 하늘에서 별을 따기와도 같다.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남들 하는 대로 은행 문을 두드릴 수 없다. 크레딧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에서 어렵게 마련해온 비상금과 친인척의 주선으로 가입한 계를 통해 마련한 돈으로 권리금과 시작 비용을 조달해야한다. 결과적으로 ꡒ싼 가게ꡓ ꡒ싼 업종ꡓ을 두드리게 되어있다. 그런데 권리금이 싼 지역은 우범지대이기 일쑤이다. 인종을 막론하고 누구든 어느 정도 재산을 축적하고 나면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못사는 계층이 몰려있는 곳 소위 게토 (ghetto)에는 빈민만 존재하며 상인들은 빠른 속도로 물갈이를 한다.
할렘, 베드포드 스타이브슨, 이스트 뉴욕 등이 대표적인 게토이며 또한 우범지역이다. 바로 이들 지역에서 지난 30여 년 간 뿌리를 내린 이들이 우리 한국이민들이다. 이들 지역의 주민들의 대다수는 흑인이거나 히스패닉 (스페니시)들이다. 그것도 보통 유색인종 집단이 아니다. 미국의 학계에서는 이들을 Underclass라 부른다 (Wilson, 1979). 계층에조차 끼지 못하는 밑바닥 인생이라는 의미이다.
***한인들과 미국 빈민층과의 갈등**
아메리칸 드림이란 원대한 꿈을 안고 시작한 미국 이민생활은 결국 미국 사회의 가장 밑바닥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사업에서 시작한다. 10년 전 브루클린 처치 애비뉴 청과상 사건은 한인과 언더 클래스와의 갈등을 잘 말해주는 사례다.
사건의 발단은 레몬 값 실랑이에서 시작되었다. 기껏해야 10 센트도 안 되는 과일 값 때문에 무려 7개월 동안 주민들과 싸워야 했고 결국 가게가 문을 닫고 말았다 (NY Committee on General Welfare 1990).
당시 뉴욕 언론에도 크게 보도되었던 이 사건은 어찌 보면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되었다. 한국 주인은 흑인 할머니가 이 사건 이전부터 도둑질을 일삼았다고 했다. 특히 그날은 대 여섯 살 짜리 손자까지 대려와 이것저것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 노인은 실은 미국계 흑인이 아니고 아이티에서 이민 와서 영어를 잘 못하는 70대 노파였다. 이 할머니의 설명에 따르면 주머니에 레몬을 집어넣은 것은 사실이나 훔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고 천방지축 날뛰는 손자를 두 팔로 안으려다보니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 주인이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을 떠밀어서 넘어지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눈덩이처럼 사건이 불어나서 마치 전체 한국인과 흑인간의 싸움처럼 번졌고 결국 가게도 문을 닫고 말았다.
미국 이민법에 합당한 자격을 갖추려면 고학력과 어느 정도의 재력이 필수이다. 즉 한국사회에서 이미 중산층인 사람들이 미국 이민자 대열에 오르게 된다. 그런데 이민 생활에 첫발을 내딛은 곳이 유색인종이 가득한 게토, 우범 지역이다. 단지 피부색깔이 다른 인종문제 뿐만 아니라 한인들은 경제 계층의 차이에서 오는 극심한 정체성 이탈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어떤 면에서 이 계층적 상이점이 인종 갈등을 촉발시키는 시작일 수 있다.
한국에서 빈민 계층을 연구하시는 학자분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 교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한국의 중산층은 한국의 소외계층을 전혀 이해하지도 이해하려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극심한 난리를- 일제 시대, 6 25, 군사정권, 경제개발 등- 겪으면서 남보다는 자신과 가족을 지키려는 생존본능이 지나치게 발달했다는 내용이다. 즉 한국에서도 거의 접촉이 없던 소외계층과 미국 이민자들은 날마다 씨름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미국의 소외계층의 입장을 살펴보자. 같이 자라난 막역지우도 사회적으로 조금만 성공하면 대학가고 직장 잡으면 미련 없이 게토를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한집안에서 자라난 형제자매 역시 마찬가지다. 남아있는 이들은 억하심정이 끓어오른다. 그런데 자신들이 매일 이용하는 동네 가게 주인들을 보면 할아버지 대에서는 유태인, 아버지 대에서는 이탈리아 사람, 자신들 대에서는 한국인으로 계속 인종이 바뀌어 왔다. 전 주인들도 한번 떠나면 시쳇말로 코빼기도 내밀지 않는다. 억하심정이 두 배로 끓어오른다. 걸핏하면 트집을 잡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할아버지 대에서부터 배운 수법이 있다. 이들 가게 주인들을 가장 쉽게 화나게 하는 바는 어눌한 영어를 조롱하는 것이다. 가끔 ꡒ네 나라로 돌아가 버려ꡓ라는 양념까지 섞어가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들의 엉터리 같은 수법은 곧 바닥을 들어내게 마련이다. 이들 이민 차세대는 첫 세대의 고생을 발판으로 미국 주류사회에 뿌리를 내릴 것이고 자신들과 자신들의 아이들은 이 지긋지긋한 게토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는 미국 사회 자체의 문제이다. 미국 국민의 12.7%에 이르는 흑인 중 35%, 미국민 중 13.5%를 차지하는 히스패닉의 34%에 이르는 이들이 빈곤계층이며 이 빈곤이 다음 세대로 재생산된다. 소위 웰페어 문제, 미혼모 문제, 저질의 공립교육 문제, 그리고 무주택자 문제는 어찌보면 인종 문제이기 이전에 빈곤의 문제이다. 그리고 이는 사회의 불안정이라는 문제와도 직결이 된다.
최근 나온 사회학 자료를 인용해 보겠다. 17세에서 22세 사이에 있는 흑인 남성들의 경우 2000년을 시점으로 교도소 가는 숫자가 대학에 입학하는 수보다 많아졌다고 한다 (Gladwell 2002). 또 한편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정부의 공식 연구 자료에 의하면 대도시의 강력 범죄율이 크게 낮아졌다고 했다.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늘어난 반면 강력범죄는 줄었다는 어찌보면 상반된 발표내용은 누가 범죄 대상인가를 살펴보면 간단히 답을 얻을 수 있다. 흑인 젊은이들끼리 치고 받고 저지르는 범죄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
참고로 할렘에서 태어난 흑인 남자아이의 평균 생존연령이 36.7세로 전세계 극빈국 에티오피아의 39세보다도 낮다. 두 번째 이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가게들이 범죄 피해를 겪게된다. 즉 우리 한국 이민 사업체가 당하는 것이다. 강도, 날치기, 협박이 전보다 늘었다. 후환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한국인 주인들의 습성을 악용하는 것이다. 강력 범죄를 한번 겪어 본 이는 이 악몽을 다시는 잊지 못한다. 특히 총기가 난무하는 미국, 뉴욕시의 경우 피해자들은 평생 치를 떨게 마련이다.
이민 초기 1977년에 발생한 ꡒ뉴욕시티 블랙 아웃 (Curvin and Porter 1979)ꡓ 당시 맨해튼에서 리쿼 스토어를 경영한 한인 이민자의 말이다.
"1977년 7월 13일이었을 게야. 가게를 닫으려 준비하는데 갑자기 전기가 나가더군. 처음에는 우리 가게만 불이 나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시 전체가 불이 나갔다고 하더군. 경찰차, 소방차, 응급차 등 사이렌이란 사이렌은 모두 불어대더구만. 집에 가기가 겁이나 가게에 남아있었던 것이 실수였어. 앞문 전면 유리를 통째 부수고 몇 놈들이 침입을 하더군. 눈앞에 손전등과 총을 들이대며 돈을 내놓라 하더군. 정말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눈에 보이는 건 시커먼 총구 밖에 없더군. 그날 번 돈 모두 털어 줬지. 그런데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고 동네 건달이란 건달은 죄다 몰려들더니 술병을 훔쳐가기 시작하는 거야. 깜깜한 와중에도 이들 도둑질하는 이들을 쉽게 알 수 있더구먼. 매일 가게를 이용하는 고객들이더라고. 필사적으로 집사람, 큰애와 몸만 빠져 나왔지. 다음날 아침 돌아와 본 가게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지. 몇 년 동안 그 시커먼 총구멍이 꿈에 나타나 악몽에 시달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지."
***LA폭동은 흑인들의 분풀이에 한인들이 이용당한 셈**
개인적으로 범죄의 피해를 겪는 것도 모자라 때로는 한국인 전체가 이들 빈곤계층의 폭동 피해자가 된다. 1992년 52명의 무고한 양민의 희생을 불러일으킨 로스앤젤레스의 경우를 살펴보자. 많은 교포들이 몸서리쳐지는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건의 발단은 한국 상인과 고객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로드니 킹이라는 흑인이 도심 고속도로를 만취한 채 1백20 마일로 질주를 하다가 경찰에 잡힌 것이 발단이었다. 굳이 한국인과 관련 사항을 찾아내자면 이 사람의 차가 현대 엑셀이었다는 사실을 지적해 볼까? 로드니 킹은 당시 일정한 직업도 없었으며 교통위반, 부인폭행 등 사소한 잡범으로 경찰 기록 꼬리표가 매우 긴 사람이었다. 그날도 만취한 상태에서 경찰의 정지 명령에 불응하고 도망을 쳤다. 문제는 체포가 된 이후였다. 대 여섯 명의 경찰이 (모두 백인이었다) 이 사람을 집단 구타를 하는 장면이 지나가던 운전자의 비디오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다음날 주요 방송국에서 이 비디오를 방영하였고 전국적으로 경찰과 피의자의 인권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며칠 지나지 않아 이슈가 슬그머니 흑백 갈등으로 비화되고 당시 로스앤젤레스의 빈민가, 사우스 센트럴 지역에서 자리를 잡은 한국인 가게들이 표적이 되었다. 졸지에 한국인이 백인으로 둔갑(?)을 한 것이다. 인근 흑인 갱들이 총기란 총기는 다 들고 나와 한국인 상점에 난사를 하고 이 와중 한국인 주인들도 응사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더욱 기가 막혔던 사실은 주민을 보호해야하는 경찰이 뒷짐만 진 채 수수방관만 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13명의 억울한 한국인들이 희생되고 엄청난 물적 피해를 입게 되었다.
당시 많은 뉴욕의 교포 상인들도 불안에 떨었으며 몇몇 업소들은 아예 문을 닫았었다 (Min 1998, KC. Kim 1999).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무법천지가 법치의 나라 미국에서 백주 대낮에 벌어진단 말인가? 이 문제의 해답을 찾으려면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로스앤젤레스 폭동이 가장 큰 사건이었으나 실은 뉴욕에서 인종 폭동의 피해는 늘 있었다.
1984년 한인 교포 업종을 겨냥한 흑인들의 불매운동은 매우 조직적이었으며 규모나 심각성 면에서 실제 상점의 존폐까지도 위협을 했었다. 또 앞에서 언급한데로 1989년 처치 애비뉴 사건 등 크고 작은 불화, 불매운동이 끊임없이 벌어졌다. 우리가 한국인이어서인가? 대답은 '아니다' 이다.
1968년 뉴저지 뉴워크에서 벌어졌던 흑인 폭동은 이탈리아 인과 포르투갈 사람들을 겨냥했던 사건이었다. 1991년에는 브루클린 크라운 하잇츠 지역에서 폭동이 발생했는데 피해자는 근본주의 유태인이었다. 1978년 로이사이다라 불리는 남부 맨해튼 지역의 폭동은 가해자가 히스패닉이었는데 피해 상인들도 히스패닉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경찰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특정 인종을 겨냥한 빈민계층의, 특히 흑인 등이 주동이 된 폭동은 미국 사회의 고질병이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유태인 상인들을 겨냥한 흑인 폭동이 백년 전에도 발생을 했었다. 특정 연구발표에 따르면 흑인 폭동은 흑인들의 한풀이라고 한다. 몇 10년간 쌓인 분노를 고름을 터뜨리듯 분출하고 자신들의 생업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Wilson 1979). 이런 사실을 주지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폭동이 발생하면 관여하지 않고 스스로 사그러 들 때까지 수수방관을 한다. 한인 교포처럼 상점을 운영하는 소상인들만 억울하게 당할 뿐이다.
***한인들, 미 빈민층과 관계개선 노력 결실 맺고 있어**
여기서 필자는 어떤 특정 집단을, 흑인 빈곤층, 경찰, 정부 등을 비난할 의도는 없다. 단 필자가 경험했던 1996년 뉴욕 할렘사건의 예로 폭동의 문제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할렘 주민들이 상인들과 문제로 거리에 나서는 바는 특별히 놀랄 일이 아니다. 특히 조직화된 세력이 특정 상인을 겨냥해 불매운동 및 퇴거운동을 벌리는 사실도 더 이상 특이하지 않다.
그런데 1996년에 발생한 불매운동은 한국인 상점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할렘 주민회 (흑인과 히스패닉을 모두 포함한)가 겨냥한 상점은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패스막크였고 그 외에 백인들이 소유한 대규모 사업체였다. 당시 불매운동 데모대가 125가를 지날 때 일부 과격 흑인 단체의 요원들이 한인 상점 앞에 파견되었다. 이들은 주민들이 한인 상인 업소에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데모대를 유도했으며 모든 사람들이 지나갈 때까지 한인 업소들을 지켜주었다.
10년 전 1984년에 한인을 겨냥한 대규모 불매운동이 벌어져 많은 교포 업소가 큰 피해를 입었던 사실과 비교하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찌된 연유였는가? 이는 지난 20년 간 할렘 한인상인 번영회와 회원 개개인들의 피눈물나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단순히 물질적인 도움을 앞세운 주민들과 관계개선만이 아니고 실제 마음을 열고 이들 빈민층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했던 것으로 안다. 뿐만 아니라 촌지를 모아 흑인 지도자들을 한국에 보내 한국문화 전파에 노력을 했던 것도 크게 작용했다.
고향이 없는 사람들은 한이 많다. 쉽게 노하지만 분이 삭으면 빨리 체념한다. 우리 한인 교포들은 한이 많은 사람들이다. 일제 36년이라는 치욕부터 6. 25를 겪고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 미국 땅에 자리를 잡았다. 흑인들도 한이 맺힌 사람들이다. 한국인과 흑인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공통 분모가 있는 셈이다. 단 한가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비록 고향을 떠난 교포의 고달픈 삶이지만 우리에게는 마음에 그리는 고향이 있다. 뿌리가 살아있는 것이다. 반면 흑인들은 뿌리가 뽑힌 사람들이다.
한인 이민 1세대들은 억척스럽게 지난 30년간 미국 사회에 뿌리를 내려왔다. 한 세대가 지난 셈이다. 첫 세대는 내 몸 부서지는 것 아랑곳하지 않고 자식들 크는 것 보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제 한인 교포 사회도 두 번째 세대로 접어들었다. 살아남는 것이 삶의 전부였다면 이제부터는 백년 대계를 준비해야할 시기로 접어든 것이다. 한민족이 미국 사회, 문화, 역사가 채 풀지 못했던 숙제인 인종갈등을 극복해낸 위대한 민족으로 역사에 기리 남기를 기원한다.
프레시안 . 서영민 뉴욕시립대 교수
숫자로 본 LA폭동
6-폭동 기간 . 4월29일 발생해 5월3일까지 지속
55-사망자수 . 총격 사망자 35명(경찰과 방위군 진압 과정 총격 사망자 10명 포함), 방화 사망자 6명, 교통사고 사망자 6명, 폭행 사망자 2명 등
1,700-연방수사국 등 LAPD 이외 사법기관에서 투입된 인원.
2000-부상자수
3767-방화 등 화재 피해 건물 수
10,000-전체 피해 업소
10,000-방위군 등 출동 군 병력
1,1000-폭동기간 체포자 숫자
1,000,000,000-폭동으로 인한 재산 피해
6,000,000,000-각종 피해보상 등 회복에 투입된 비용
한인 피해는
1-한인 사망자
730명-폭동 후 외상증후군 등으로 치료 받은 한인 숫자
2300-한인업소 피해 숫자
30,000- 폭동후 LA한인타운에서 인종화합과 평화 촉구 대행진에 참여한 한인 숫자.
350,000,000-한인사회 피해 추산액
버닝썬’ 말고도 위험한 클럽 도처에 널렸다
우리 주변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클럽 내 약물·성범죄 사건…클럽 내 안전 전반적인 개선 시급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폭행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사건 당일 손님이던 김상교(29)씨가 클럽 이사 장아무개씨와 보안 요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면서 사건이 불거졌고 이와 관련해 경찰과의 유착·성범죄·마약 거래 등 각종 의혹이 연달아 제기됐다.
버닝썬 내부 CCTV 영상에는 보안 요원이 한 여성을 거칠게 끌고 나가는 장면이 담겨 한동안 ‘물뽕’ 성범죄 피해자가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이후 약물 성범죄와 관련된 제보와 보도들이 잇따랐지만 버닝썬 측은 지난 3일 “물뽕 및 성추행 성폭행 의혹은 전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며 “경찰 조사 후 의혹이 사실이라고 판명될 시에는 버닝썬을 폐쇄하겠다”는 공고문을 내놓았다.
지난 8일 버닝썬 VIP룸 화장실에서 한 남성이 변기 위에 앉아있는 여성에게 유사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담긴 40초짜리 동영상이 SNS와 온라인 성인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퍼지자 버닝썬 측은 부랴부랴 VIP룸 폐쇄를 결정했지만 마약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MBC 등 언론보도를 통해 ‘버닝썬’에서 마약 복용을 권유받았던 사례나 관련 목격자 증언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클럽 폐쇄여부와 상관없이 논란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클럽 내부에서 발생하는 약물·성범죄 등 논란은 ‘버닝썬’만의 이슈는 아니다. 1993년부터 2017년까지 통계청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생한 범죄 57만4494건 중 유흥업소에서 일어난 범죄는 3만7732건으로, 노상(15만4083건), 아파트·연립·다세대(3만8513건)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범죄 유형 중 성폭력은 총 3만2824건에 달했는데 유흥접객업소에서 발생한 성폭력은 2588건으로 네 번째로 높았다. 또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범죄는 모두 6798건이었는데 유흥업소 마약 범죄는 173건으로 여섯 번째로 높았다.
버닝썬 폭행 사건과 함께 논란이 된 약물, GHB(일명 물뽕)는 상대방을 성범죄 대상으로 삼기 위해 정신을 잃게 만드는 약으로 ‘데이트 강간 마약’이라 불린다. 해당 약물을 탄 술을 마시면 10~15분 이내에 기분이 좋아지고, 취한 상태가 되면서 몸이 이완된다. 약물 복용 이후에는 당시 기억을 모두 잃어 감금·납치 등 심각한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
실제 클럽 내에서는 물뽕과 같은 약물을 먹인 뒤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매우 일상적인 일로 여겨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비슷한 경험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최근 홍대 인근 클럽에 다녀온 대학생 A(23세, 남)씨는 “옆 테이블에 있던 손님 5~6명이 술을 권해서 받아 마셨다. 그랬더니 점점 신체 일부 부위가 가려워 그곳을 황급히 빠져 나왔다. 다행히도 집에 무사히 귀가했지만, 몸이 가려운 탓에 쉽사리 잠들지 못했고 다음 날 몸 전체에 두드러기가 퍼져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B(22세, 여)씨는 “얼마 전 이태원 클럽에서 약이 든 술을 마시고서 거품 물고 쓰러졌다는 친구 소식을 전해 들었다. 물뽕 관련 성범죄가 가까운 곳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실감해 무서웠다”고 말했다. 대학생 C(24세, 남)씨는 “아는 형들을 따라 클럽에 간 적이 있다. 여성들이 있는 룸으로 데려갔고, 그들이 나에게 강제로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 이를 거부하자 주변 형들이 ‘쟤한테 뭐 좀 타줘’라고 말하며 웃어댔고 뭔가를 먹이려고 하자 너무 놀라서 그곳을 달아났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20대가 주로 찾는 클럽에선 약물 복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실제 피해를 본 사례는 상식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드러나지 않은 게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환각을 유도하는 약물은 인터넷 사이트나 메신저 등에서 클릭 몇 번만으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여성을 대상으로 한 클럽 내 성추행은 반복되고 있다. 대학생 D(21세, 여)씨는 “홍대 클럽에서 춤을 추고 있었는데 어떤 남성이 다가와 몸을 밀착시킨 뒤 내 몸을 만지려했다. 급기야 입맞춤해달라는 요구까지 해 자리를 피했지만 화장실 앞까지 따라와서 같이 술 마시자고 강요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대학생 E(24세, 여)씨 또한 “한 남성이 다가와 자신의 신체 부위를 허락 없이 들이밀어 돌아봤더니 다짜고짜 팔을 잡고 끌고 나가려 했다”고 말했다.
이런 피해가 자주 일어난다 하더라도 어둡고 밀폐된 공간의 특성상 가해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오히려 가해자들은 이런 정황을 두고 ‘클럽 문화’의 일종이라 여기며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버닝썬’ 폭행 사건을 계기로 클럽에서 발생하는 약물 복용이나 성추행·성폭행 등 실태의 심각성이 알려져 클럽 내 안전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어준·김용민·최욱’에 주파수 맞춘 조선일보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보고서 인용해 지상파 라디오 ‘친親민주당’ 비판
“지상파 라디오들 文정부에 주파수” (11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제목)
조선일보가 김어준·김용민·최욱 등 팟캐스트에서 인기를 얻은 지상파 라디오 진행자들을 정면 겨냥했다. 특히 최욱씨의 경우 8개월 전 일까지 언급하며 날을 세웠다. 최씨가 KBS ‘저널리즘토크쇼J’ 고정 패널로 매회 조선일보를 비판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번 기사는 문재인정부 들어 연일 조선일보를 비판해온 라디오 진행자에게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조선일보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10일 발표한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프로그램 평가 연구’ 보고서 결과를 인용하며 라디오의 경우 “모든 프로그램의 숙의성이 낮아 정부 비판적 논조를 가지면서 다양한 의견을 들려주는 정론적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라디오 시사프로는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친(親)민주당 성향을 보였고, 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정부 옹호’ 혹은 ‘정부 대변’ 역할을 해온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고서는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을 공공연히 밝혀온 김제동·김어준·주진우·김용민이 대거 TV 및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진출하며 이번 정부에서도 방송의 공정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며 “라디오 시사프로는 대체로 모든 시기 민주당 지지 성향을 보였으며, 현 정부 들어 권력 옹호 성향이 더욱 강해졌다”고 결론 냈다. 하지만 해당 보고서는 ‘자유한국당(새누리당) 비판=민주당 지지’라는 이분법을 전제로 조사한 측면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진행자 편향성 지수가 –1.4로 현 정부에 가장 우호적이었고, 지금은 폐지된 SBS ‘김용민의 정치쇼’가 –0.57로 두 번째로 우호적이었다. 역시 지금은 폐지된 tbs교통방송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 KBS ‘최강시사’가 각각 –0.22로 나타났으며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는 –0.13로, CBS ‘김현정의 뉴스쇼’는 –0.08로 정부에 우호적이라고 분석했다.
▲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프로그램 평가 연구’ 보고서 중 일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2017년 10월24일 SBS ‘김용민의 정치쇼’에선 국가정보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고가시계 논란 보도를 청탁했던 뉴스를 언급하며 “우리가 세금내서 만든 국정원이 당신들 장난치는 장난감으로 보였나? 용서할 수 없다”는 진행자 김용민씨의 멘트가 나갔다. 그런데 보고서는 이 대목을 진행자의 편향성 사례로 들었다. 명백히 드러난 국정원의 불법을 비판한 뒤 곧바로 국정원을 옹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발언을 정부편향으로 분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경우 2018년 4월9일 친박 집회의 극우성향을 언급하며 김어준씨가 “이 집회는 이상하게 남의 나라 성조기를 든다. 일본과 위안부를 문제 삼지도 않는다. 보호무역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다른 나라 극우랑은 조금 다르다”고 말했는데 역시 보고서에선 정부여당 우호적 멘트로 분류됐다.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는 2017년 8월2일 문재인정부의 고소득자 증세안 세법개정에 대해 “결국엔 부자들 눈치 보는 거죠?”라고 지적했는데 이 대목은 야권에 우호적 멘트로 분류됐다. 그러나 해당 발언들을 일률적으로 여권 또는 야권 유리로 보기는 어렵다. 여야 모두를 비판하는 멘트일수도 있고, 여야의 유·불리를 떠나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밝힌 발언도 존재할 수 있어서다.
또한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 비판성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보고서 주장대로 프로그램이 편향 됐을 수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보다 잘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로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조사기간 동안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권과 동일시점에서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정치(관련)인 출연자도 173명 중 91명이 더불어민주당, 51명이 자유한국당, 31명이 기타 정당으로 나타났는데 52.6%의 여당의원 출연 비율을 두고 편파라고 주장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 같은 조사의 한계에도 보고서를 인용해보자면 진행자 편향성 지수에선 MBC ‘세계는 우리는’, SBS ‘김용민의 정치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가 민주당 지지 성향을 나타냈다. 보고서는 이어 “모든 방송사들의 민주당 지지 성향은 정부 시기별로는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모든 방송사 출연자의 민주당 지지 성향 역시 정부 시기별로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이를 두고 “전통적으로 진보적 성향이 강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대목에선 이번 보고서의 책임연구원을 맡은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위치’를 언급할 수밖에 없다. 윤 교수는 학계에서 새누리당 성향의 교수로 분류된 바 있고 박근혜정부 때 여당추천 방송통신심의위원을 맡았다. 윤석민 교수는 이날 조선일보에 “지상파 시사 프로의 공정성이 정치권력 향배에 따라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을 보였고, 박근혜 정부 때 눌려 있던 친민주당 성향이 문정부에서 의미심장하게 드러나는 양상”이라고 주장했다.
▲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프로그램 평가 연구’ 보고서 중 일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그럼에도 해당 보고서에는 유의미한 대목도 있다. 보고서는 “박근혜정부 시기에 비해 문재인 정부 때 여야 갈등이 있는 아이템을 포함한 논쟁 사안을 유의미하게 많이 다루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KBS ‘최강시사’, SBS ‘김용민의 정치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논쟁적 아이템을 월등히 많이 다뤘다. 논쟁적 이슈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언론자유가 확대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보고서의 결론은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김용민의 정치쇼’는 강하게 정부 변호적이다”였다. 조선일보는 이 대목을 확대하며 주파수를 맞췄다. 조선일보는 해당 보고서를 1면과 5면에서 인용보도하며 “최욱, 전화연결 초등생에 ‘이명박·박근혜 중 누가 더 나빠?’”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팟캐스트 출신 진행자들의 ‘자질 논란’ 프레임도 꺼냈다.
이 신문은 김어준·김용민·주진우·최욱 등을 팟캐스트 출신으로 명명하며 “팟캐스트 출신이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들은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팟캐스트에 익숙해 지상파에서도 욕설과 음담패설 논란을 끊임없이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기사에서 언급된 사례는 2017년 11월 김어준씨가 방송 도중 “X신”이라고 말한 것이 유일했다. 나머지는 팟캐스트 진행 때 발언 또는 과거 인터넷방송에서의 발언이었다.
▲ 11일자 조선일보 5면.
조선일보는 KBS ‘김용민 라이브’ 진행자 김용민씨의 경우 ‘김일성은 김일성 주석,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박정희라고 지칭’한 경우를 ‘물의’ 발언으로 지적했으나 김용민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방송 중 김일성이라고 한 적도 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고 한 적도 있다”고 반박한 뒤 “지상파 라디오에서 욕설이나 음담패설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김씨도 ‘김용민 라이브’ 오프닝 멘트에서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비판(1월28일), 문재인 대통령 수소에너지 정책 비판(1월17일), 문 대통령 예비타당성 면제 비판(1월10일) 대목을 언급하며 자신을 무조건 정부옹호론자로 묘사한 조선일보 보도가 악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성인용 팟캐스트 ‘불금쇼’를 진행하고 있는 최욱도 MBC라디오에서 개그맨 안영미와 함께 ‘에헤라디오’라는 저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프로는 작년 6월 초등학생과 전화 연결 중 ‘박근혜 전 대통령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고 학생이 ‘나쁜 사람’이라고 하자 ‘아이들의 눈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박 전 대통령이랑 이명박 전 대통령 중 누가 더 나쁘냐’고 재차 묻고 ‘박근혜’라는 답이 나오자 또다시 박장대소하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고 보도했다. 최욱씨는 KBS ‘저널리즘토크쇼J’에서 자신을 “조선일보의 미운털”이라 소개할 정도로 매회 조선일보 비판을 담당하고 있다. 갑자기 8개월 전 해프닝까지 찾아내 비판 보도를 한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편향성 논란 서울대 보고서 발주처는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
[단독]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 발주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보고서… 이틀 동안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에서 지상파 라디오가 친정부적이라는 보도를 이틀 연속 내보낸 가운데, 해당 보도의 핵심 근거인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보고서 발주처가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였다.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는 2003년 10월 설립된 비영리 공익 연구재단으로 미디어와 관련된 연구, 저술, 포럼과 세미나 등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보도 근거가 된 연구(‘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평가 연구’)를 진행한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해당 연구는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에서 발주를 받은 것이 맞다”며 “그러나 어떤 연구보다 엄정하게 이뤄졌고 독립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11일 1면 기사 “지상파 라디오들 文 정부에 주파수”와 12일 1면 기사 “박주민 8회, 이정미 6회, 우상호 4회…여권 인사들이 장악한 라디오 마이크”에서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의 연구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라디오 프로그램의 친정부 편향성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11일 1면.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출퇴근 시간 시민들이 접하는 라디오 시사 프로진행자들의 편향성이 특히 심각했다”며 김어준, 김용민, 최욱 등 팟캐스트에서 인기를 얻은 지상파 라디오 진행자들의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서울대 보고서를 인용하며 “라디오 시사프로는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친(親)민주당 성향을 보였고 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정부 옹호’ 혹은 ‘정부 대변’ 역할을 해온 것으로 분석됐다”고 썼다.
▲ 조선일보 11일 5면.
이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지상파 편향성이 증가했다는 결론을 도출한 연구 방법론 등을 두고 편향성 논란이 일었다. 편향성을 지수로 정확히 측정하기가 힘들다는 지적과 함께 분석 방송사가 지상파로 한정된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는 “편향성 척도는 어떤 방법을 갖고 하더라도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며 “공정성이나 객관성 척도에 대한 계량 방법이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강사는 “특히 공정성 조사 대상을 선정하면서 관계사인 TV조선을 포함해 종합편성채널이 빠진 점도 문제”라며 “언론사 산하 연구소에서 공정성이든 담론 분석이든 저널리즘을 평가한다는 것은 자사 보도 퀄리티를 높이려는 데 목적이 있고, 또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결론이 도출돼야 한다. 자사 보도를 제외하고 진행한 분석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12일 오후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홈페이지에 이번 연구가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 연구비 지원으로 진행됐다는 등의 내용을 공지했다. 이 공지는 12일 미디어오늘 취재 이후 게시된 것으로 기존 조선일보 보도에서는 알 수 없었던 정보다. 보고서 발주처를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윤 교수는 앞서 통화에서 “기자들이 보고서 자체에 대해, 내용에 대해 질문하지 않고 문제를 호도하니 대답하기가 싫은 것”이라며 “엉뚱한 방향으로 논란을 일으키기 때문”라고 해명했다.
윤 교수는 공지를 통해 “이 연구는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라며 “연구 기간은 2018년 9월18일~12월18일이었으나 실제 연구는 1월 말까지 수행됐다. 총 연구비는 3000만원, 연구 인력은 총 8인”이라고 밝혔다. 윤 교수는 “이 연구는 두 달여간의 코딩 과정, 수차례의 데이터 검증과 분석 작업, 토론을 거쳐 완성됐다. 1월28일에는 언론정보학과 대학원생들과 교수 앞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그에 대해 토론하는 포럼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보고서 연구 방법론, 연구 절차 및 결과는 모두 투명하게 공개돼 있다. 일체 사항에 대한 토론은 환영한다”면서도 “연구 내용은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얼마의 연구비를 누구로부터 받았는가라는 비본질적 측면에 주목해 연구 의의를 훼손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본 연구진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문 대통령 ‘김해신공항 발언’, 부울경-TK 어느 쪽이 웃을까?
문 대통령, “합의 안 되면 총리실로 넘겨 결정”
“이 논의로 사업이 늦어져선 안 돼” 덧붙여
어느 쪽에 무게 실었나 현재로선 가늠 어려워
국토교통부의 김해신공항 계획도. 부산시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국토교통부의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을 국무총리실로 넘겨 결정하겠다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3일 부산시의 말을 들어보면, 문 대통령은 이날 부산 사상구의 한 음식점에서 지역 상공인 40여명과 오찬을 하면서 “(김해신공항과 관련해) 이달말까지 부산·울산·경남의 검증 결과가 나온다. 검증 결과를 놓고 5개 광역자치단체의 뜻이 하나로 모인다면 결정이 수월해질 것이다. 만약 생각들이 다르다면 부득이 총리실로 넘겨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중요한 것은 이런 논의를 하느라 다시 사업이 표류하거나 지나치게 사업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 가급적 이른 시일에 (김해신공항의 추진 여부를)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한 뒤 김해신공항과 관련해 의견을 표명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후보 시절 김해신공항은 24시간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관문공항이 돼야 한다고 거듭 밝혔지만, 당선된 뒤에는 김해신공항에 대해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 발언은 결국 국무총리실에서 국토부의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해 검증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부산·울산·경남은 지난해 지방선거 뒤 국토교통부의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을 따져보는 검증단을 만들었다. 검증단은 지난달 국토부의 기본계획안은 24시간 관문공항이 힘들다며 백지화를 요구했다.
만약 문 대통령 말대로 5개 지방정부와 국토교통부 사이에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국무총리실로 논의 테이블이 옮겨질 수 있다. 이 경우 현재 국토부에서 추진 중인 김해신공항 사업이 재검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부산·경남·울산에선 환영하겠지만, 대구·경북은 물론 환경단체나 시민단체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어느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국토부는 현 김해공항의 활주로 옆에 활주로 1개를 추가해 2026년까지 확장된 김해신공항을 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하와이까지 눈폭풍…지구촌 위협하는 ‘기후난동’
시속 300㎞ 강풍과 12m 파도 동반
“기상이변 원인은 지구온난화”
북반구-남반구 모두 온난화 위협권
하와이 마우이섬의 폴리폴리 주립공원에서 10일 기상 관측 사상 처음으로 눈이 관측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겨울, 남국의 정취를 떠올리며 하와이에 간 이들이라면 오히려 눈 구경을 해야 할 처지다. 미국 본토를 덮친 겨울 폭풍이 따뜻한 섬까지 몰려오면서 강설, 강풍, 최저기온 기록이 한꺼번에 깨졌다.
<워싱턴 포스트>는 12일 하와이 기상청 발표를 인용해, 지난 주말부터 호된 겨울 폭풍이 하와이의 여러 섬을 휩쓸었다고 보도했다. 10일 빅아일랜드섬에는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 등급(5등급·250㎞)에 해당하는 최대 시속 300㎞의 강풍이 불었다. 하와이에서 관측된 가장 강력한 바람이다. 카우아이섬 북쪽에서 12m 높이의 파도가 쳤다.
마우이섬의 폴리폴리 주립공원에서는 해발 1890m 높이에 눈이 쌓였다. 지금까지 하와이에서 관측된 가장 낮은 고도의 강설은 1952년 2286m 지점이었는데 이를 깬 것이다. 해발 4190m의 마우나케아 화산 정상 부근 기온은 1979년 관측된 역대 최저기온(영하 11.1도) 밑으로 내려갔다.
겨울 폭풍으로 피해도 잇따랐다. 마우이섬 해안에서 서핑을 하던 60대 남성이 파도에 휩쓸려 숨졌다. 나무와 전봇대가 쓰러지고 지붕이 날아가는 피해가 속출했다. 2만7000가구에 전기가 끊겼다. 항공편과 배편이 끊겨 관광객 2400여명의 발이 묶였다. 호놀룰루 동물원에서는 강풍에 사육장이 파손돼 아프리카코뿔새 등이 탈출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미국 기상 당국과 전문가들은 하와이를 덮친 겨울 폭풍도 역설적으로 온난화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 극지방과 중위도의 기온 차가 작아져 북극권 주변을 빠르게 회전하며 찬 공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이때 북극의 찬 공기를 품은 극소용돌이가 약해진 제트기류를 뚫고 남하한다는 것이다.
하와이는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곳이다. 태평양 한가운데 있어서 태풍이 빈번하고 극지방의 해빙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 피해가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하와이제도 북서쪽에 있는 4만4500㎡ 크기의 섬 하나가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물 아래로 잠겼다. 이 섬은 멸종위기종인 하와이 몽크바다표범과 바다거북의 주요 서식지다. 지난해 4월 하와이 와이파 지역에는 하루 만에 1262㎜의 폭우가 쏟아져 24시간 최고 강우 기록을 갈았다. 하와이의 기온 상승 속도가 빠른 편이어서 바닷물 증발량도 많아진 게 폭우로 이어지고 있다.
하와이를 덮친 겨울 폭풍은 미국 동부에 이어 북서부를 강타한 것과 같은 종류다. 11일엔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연평균의 2배인 36㎝의 기록적 눈이 내려 주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워싱턴주 중부 지역에서는 1m가 넘는 눈이 쌓여 도로가 폐쇄되기도 했다. 좀처럼 눈을 보기 어려운 캘리포니아 해안에도 눈이 내렸다. 지난달 말엔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최저기온이 영하 30도까지 떨어졌다.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얼어붙게 한 기록적 한파로 인한 사망자 수가 27명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남반구의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일부 지역 기온이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한동안 이어졌다. 이달 3일엔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 퀸즐랜드주에서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댐이 범람해 30만마리 소가 급류에 휩쓸려 떼죽음을 당한 일도 발생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페북15년, 우정과 관계는 어떻게 달라졌나
새로운 연결의 세상 만든 '약한 연결'
사회적 존재인 사람의 연결욕망 대상의 서비스
오프라인 친밀감과 다르지만 '백과사전' '저수지' 역할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 페이스북 본사 입구에 있는 대형 ‘좋아요’ 간판. 구본권기자.
2004년 2월4일 미국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저커버그가 하버드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시작한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이달초 15돌을 맞았다. 15년 동안 페이스북은 이용자 규모가 하루 기준 15억명, 월간 기준 23억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사회연결망 서비스로 성장했다. 인구는 더 늘어나고 세상은 더 복잡해졌지만, 사람들간의 연결은 더욱 편리해지고 잦아졌다.
기술은 끊임없이 발달하며 사람과 사회에 영향을 주지만, 페이스북 이전과 이후의 ‘관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일찍이 인류 역사상 존재하지 않던 연결과 친구 개념이 등장했다. 페이스북이 없던 시기로 돌아가기가 불가능해 보이는, 불가역적 변화다.
2004년 2월 페이스북이 하버드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 서비스하던 시절의 페이지 모습.
2004년 2월 페이스북이 하버드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 서비스하던 시절의 페이지 모습.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은 끊임없이 더 편리하고 많은 연결을 추구해왔고, 페이스북은 이런 인간 본능을 자양분으로 성장했다. 페이스북은 사회적 존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인간의 관계와 연결에 대한 추구는 무한히 확장할 것인가? 페이스북에서 만들어진 관계는 현실의 관계와 무엇이 같고 다를까?
미국 <디 애틀랜틱>에 실린 페이스북 시대의 우정을 조명한 글(“Facebook: Where Friendships Go to Never Quite Die”)은 페이스북을 판타지소설 《해리 포터》에 나오는 ‘유니콘의 피’에 비유한다. 《해리 포터》에서 유니콘의 피를 마시면 죽음을 모면하고 반평생의 삶을 더 얻지만 그 순간부터 저주받은 삶을 살게 된다. <애틀랜틱>의 글은 우리가 페이스북을 통해서 더 많은 친교와 편리한 우정을 얻게 되지만, 이는 ‘유니콘의 피’처럼 그 대가를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클릭 한번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호출해 대화할 수 있지만 그 대가는 진정한 우정의 상실이며, 상시연결된 상태로 사람들과의 공허한 관계를 지켜보는 삶이라는 것이다. 2014년 미국 퓨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페이스북 이용자의 평균 친구는 338명이다. 페이스북에서 친구맺기의 한계를 5000명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그 수가 꽉 찬 이들도 적지않다.
로빈 던바, "인간 두뇌의 특성상 친구는 150명까지"
로빈 던바의 책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 친구가 필요한가”, 국내엔 <던바의 수>라는 제목으로 번역됐다. 오른쪽은 무리별 집단의 크기.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저명한 진화생물학자 로빈 던바는 일찍이 이에 대해 주목할 만한 관점을 제시하며, 《던바의 수》라는 책을 펴냈다.
던바는 한 사람이 사귀면서 믿고 호감을 느끼는 사람, 즉 진짜 친구의 수는 최대 150명이라고 주장한다. 이 관계는 달리 표현하면 예고 없이 불쑥 저녁 자리나 술자리에 합석해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를 말한다. 던바는 2012년 논문을 통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디지털 세대의 친구 숫자가 수천 명 단위로 늘어난 상황에서 아무리 새로운 기술 도구를 통해 인맥이 확대되더라도 진짜 친구의 숫자는 변화가 없다는 주장으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던바는 원숭이와 유인원을 통해 확인한 신피질과 집단 규모의 상관관계에 기초해 추정하면 인간 집단의 적정 크기는 약 150명이라고 주장했다. 즉 150명은 평범한 한 개인이 맺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라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자연스럽게 형성된 인간 집단의 크기를 알려주는 사회는 수렵채집 생활을 하는 부족이다. 수십 개의 부족 사회를 조사한 결과 평균 규모는 153명으로 나타났다. 로마 시대 로마군의 기본 전투 단위인 보병 중대는 약 130명이었고 현대 군대의 중대 단위도 세 개 소대와 지원 병력을 합쳐서 대개 130~150명이다. 기능성 섬유인 고어텍스의 제조사인 고어(Gore)는 위계질서에 따른 조직이 아니라 수평적 조직을 지향하면서 공장의 조직 단위를 150명으로 운영한다.
가족과 친구 등 우리가 기꺼이 마음을 열고 무엇이건 소통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경제학적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되는 결론이다. 뱁슨대학 학장인 경영학자 토머스 데이븐포트는 2001년 펴낸 《관심의 경제학》에서 유한한 자원이자 화폐로서의 관심을 분석했다. 정보기술 사회가 되면서 정보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보 공급은 크게 늘어났지만 수용자인 사람의 관심은 정보에 비례해서 늘어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정보 공급이 늘어날수록 관심 자원은 부족해진다. 즉 소셜네트워크 환경에서 관심을 요구하는 친구가 늘어날수록 제한된 관심 자원은 부족해지고 이는 관계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친구는 늘었지만 외로움은 커지는 관계다. 2013년 뉴욕대학 사회학 교수 에릭 클리넨버그는 저서인 《고잉 솔로》에서 외로움을 결정하는 것은 관계의 양이 아니라 질이라는 것이 관련 연구의 공통된 결과라고 말했다. 인간관계에서 양으로 질을 대체하려는 것은 허망한 시도라는 얘기다. 외로워서 더 많은 사람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려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접근법이라는 지적이다.
사회적 관계 실험하는 '배양접시', 꺼내면 홀로 생존 못해
연구자들은 페이스북이 관계에 끼치는 역할을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카네기멜런대학의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교수인 로버트 크로트는 페이스북이 갖는 약한 연결(weak tie)의 장단점을 이야기한다. 크로트 교수는 페이스북을 인간관계의 ‘저수지’로, 페이스북이 과거와 같은 관계의 친밀성을 회복시킬 수는 없지만 필요시 이용가능한 관계(약한 연결)라고 설명한다.
미시건대 커뮤니케이션 학자 니콜 엘리슨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많은 사람과 친구관계를 맺는 현상을 오래된 대형 백과사전에 비유한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서가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처지이지만 우리는 기꺼이 백과사전을 보관한다.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를 순간이 올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부재의 종말》을 쓴 캐나다 작가 마이클 해리스는 페이스북을 사회적 관계를 실험하는 배양접시 샬레에 비유한다. 샬레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것을 얼마든지 길러낼 수 있지만, 이를 접시 바깥으로 꺼내는 순간 시들거나 죽어버리는데 우정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진짜 우정과 관계는 시간과 관심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사막여우는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이유는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들 때문이야”라고 말한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대선 무효” 청와대 앞 1인 시위 나선 김진태 의원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1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여론조작 대선 무효, 문재인·김정숙 특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대선 무효" 김진태 시위…김순례 "인지도 올랐다"
이렇게 태극기 부대처럼 자신들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믿어서인지 5·18 망언을 쏟아낸 의원들은 오늘(13일)도 별로 반성의 기색이 없었습니다. 여전히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 김진태 의원은 오늘 청와대 앞에 가서 지난 대선이 무효라면서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또 김순례 의원은 태극기 부대의 응원에 힘이 난다, 오히려 자신의 인지도가 올랐다 이렇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자>
김진태 의원이 오늘은 청와대 앞으로 갔습니다. 드루킹과 김경수 지사 여론조작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다며, 지난 대선은 무효라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김진태/자유한국당 의원 : 지난 대선은 무효입니다. 여론조작에 의한 무효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에 대한 특검도 촉구했습니다. 정치권의 제명 요구나 당 윤리위 회부에 개의치 않는다며 자기 방식의 역공에 나선 겁니다.
[김진태/자유한국당 의원 : (당 윤리위 어떻게 보시는 건지요?) 난 입장 없고요. 지금 후보들 페어플레이 하자고 그러고 나왔으니까 제 갈 길 가는 겁니다.]
또 다른 망언 사태 당사자인 김순례 의원 역시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최고위원 선거 출마를 강행했습니다. 김 의원은 주변에 "예상치 못한 태극기 부대 응원에 힘이 난다." "오히려 인지도가 올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이른바 태극기 부대, 극우 지지층은 김진태, 김순례 의원 등에게 하루 수백 통씩 응원 문자를 보내고 있는데 한국당 내에서는 당을 치명적인 위기에 빠뜨려 놓고도 반성 없이 극우 세력에만 기대고 있다는 불만과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진태 의원은 오후 늦게 당 대표 선거 후보자는 윤리위 회부나 징계를 유예받는다는 당헌 당규를 들며 당의 징계 움직임에 반발하기도 했는데 한국당 지도부는 후보 등록 전날 윤리위에 회부된 만큼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출처 : SBS 뉴스 이호건 기자
"재벌개혁이 기업 죽이기? 기업 죽이는 건 재벌세습"
재벌총수일가가 지배하는 기업구조, 비민주적 총수일가와 경영진 감시, 감독 제대로 안이뤄져
경영진 불법행위나 경영실패 책임 물을 수 있어야주주들이 직접 경영진 견제할 수 있는 제도 필요
재계와 한국당, '기업 죽이기'라며 강력하게 반대
재벌총수일가 전횡이야말로 기업 죽이는 행태민주당, 재벌 눈치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법안 프로필] 이름, 경제민주화법. 발의,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외 19인. 생년월일 2016년 8월 8일. 계류일 919일. 잊을 만하면 터지는 재벌총수 일가의 갑질과 비리 논란. 아무리 문제가 심각해도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조차 총수일가를 견제하기가 쉽지 않다. 재벌개혁,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 정관용> 그러니까 일명 경제민주화법이고 사실은 상법 개정안이죠.
◆ 채이배> 맞습니다.
◇ 정관용> 뭘 어떻게 하자는 거죠, 이게 그러니까?
◆ 채이배>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자라는 건데요. 좀 어려운 용어니까 조금 설명을 드리면 우리가 쉽게 말하면 이제 우리 국민들이 유권자고 국민들이 대의기관인 국회의원을 뽑습니다. 그리고 또 대통령도 뽑죠, 집행부인 행정부라고 하는데.
◇ 정관용> 투표를 통해서.
◆ 채이배> 그게 이제 정치에서의 민주주의라면 기업 내에서도 민주주의가 있습니다. 회사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주주들이 유권자가 되고요. 그들이 대의기관인 이사들을 뽑습니다. 그게 이사회입니다. 일종의 입법기관 같은 거죠. 그리고 여기는 이제 대통령제가 아니라 의원내각제입니다. 그래서 이사회가 집행기관인 경영진들을 뽑습니다.
◇ 정관용> 대표이사를 뽑고.
◆ 채이배> 대표이사 또는 CFO, 이런 등등의 경영진을 뽑죠. 그러면 결국 민주주의가 잘 되려면 유권자인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투표하고 그렇게 해서 정치 잘하는 사람에게 정치를 맡겨주는 것처럼 기업에서도 주주들이 기업 경영을 잘할 사람을 선택을 해서 뽑아줘서 그 사람들이 기업 경영 잘하게 만드는 것이 좋은 기업 지배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채이배>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주주들이라는 유권자가 대부분 이제 지배 주주일가, 재벌 총수일가라고 하는 지분을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들에 의해서 이사회가 다 결정이 됩니다. 즉 그들을 제외한 지배 주주를 제외한 소수 주주라고 하는 사람들은 거의 입김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는.
◇ 정관용> 소액 주주들.
◆ 채이배>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상법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라는 것은 주주들의 힘을 통해서 이사들을 잘 뽑고 이사가 결국은 회사 경영을 잘하도록 하고 오히려 조금 헷갈릴 수 있는데요. 이사진의 이사와 또 경영진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동일한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이제 그게 중복돼 있기 때문에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상법상의 주식회사 제도를 보면 이사는 경영진을 감시, 감독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게 이제 둘이 같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자기가 자신을 감시, 감독해야 되는 굉장히 모순된 상황이고 어떻게 보면 이게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힘들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회사법에서 사외이사, 좀 독립된 이사가 경영진을 감시하는 역할을 더 많이 하라고 해서 사외이사 제도를 또 도입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사외이사도 또 다 친한 사람 뽑잖아요.
◆ 채이배> 그러니까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절대적인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결국 그런 경영진을 감시, 감독할 사람들마저 다 자기 사람으로 뽑으니까 결국 기업에서 지배 주주, 재벌 총수일가들이 전횡을 하게 되는 것이고 불법 행위를 해도 계속 회사를 경영하는, 그런 문제점들을 저희가 보고 있는 거고요. 그걸 바꾸기 위해서 주주들에게 힘을, 소액 주주들에게 소수 주주권을 강화하고 또 이사들한테는 책임감을 더 많이 줄 수 있는 책임을 부여하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삼성전자 같은 경우도 총수일가가 직접 가지고 있는 지분은 몇 퍼센트 안 된다는 것 아니에요.
◆ 채이배> 그렇습니다.
◇ 정관용> 다만 이제 자기네 계열사를 통해서 우회 지배하는 이런 형태는 있습니다마는 그래봤자 아무튼 다 합해서 50%를 넘는 이런 절대주주는 아니잖아요.
◆ 채이배> 맞습니다. 한 20% 정도 될 겁니다.
◇ 정관용>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사회 전체를 장악하고 사외이사도 자기 친한 사람들만 초빙하고 이렇게 된다는 거잖아요.
◆ 채이배> 맞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소액 주주들이 어떻게 참여할 수 있도록 바꾸자는 겁니까?
◆ 채이배> 결국 주주들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면 이제 소수 주주라고 하면 개미투자자라고 하는 개인들이 있겠고요. 또 하나는 기관투자자라고 하는 한마디로 좀 큰손이라고 하는 가장 큰손은 국민연금이 대표적이고요. 그 외의 여러 자산운용사. 우리가 어떤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가입하면 그 펀드라는 것이 결국 회사의 주식을 사서 거기에 이제 기관투자자로서, 주주로서 들어가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러한 주주 둘 중에서 소액 개인 투자자들에게까지 일일이 이런 것들을 요구하는 건 조금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에게 그런 스스로 자신의 주주권을 더 적극적으로 행사하라라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고요.
그걸 좀 편하게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이제 주주총회 할 때 서면으로도 주주총회 참석할 수 있고 또 전자투표로 해서 참여할 수 있고 이런 것들의 방법을 좀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것을 지금 이제 하나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다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 정관용> 의사표시할 수 있도록, 직접 참석 안 해도 서면으로 할 수 있고 전자투표도 할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요.
◆ 채이배> 그리고 기관투자자들이 지금 법의 내용은 아니지만 기관투자자들이 예전에 보면 재벌그룹의 계열사인 기관투자자들 또는 독립돼 있더라도 재벌들의 돈을 받아서 운영하는 기관투자자라면 결국은 재벌들로부터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가 없었거든요.
◇ 정관용> 못하죠.
◆ 채이배> 그런데 이제 국민연금이라는 큰손이 지금은 진짜 재벌들하고 아무 상관없는 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국민들이 많이 펀드에 가입함으로써 그런 재벌들로부터 독립된 기관투자자들이 많아졌죠. 그래서 그런 기관투자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라고 하는 것이 저희가 요즘 스튜어드십 코드라고 하는 것이고 그걸 도입해서 적극적으로 지금 시행을 해 보자.
◇ 정관용> 그건 도입이 됐잖아요.
◆ 채이배> 맞습니다. 그래서 국민연금이 그걸 도입해서 지금 시행을 하는 상황이고 최근에 이제 국민연금이 한진칼, 대한항공, 남양유업 이런 데 적극적으로 지금 주주권 행사, 의결권 행사하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조양호 회장과 그 일가들이 각종 무슨 갑질이다 뭐다 이렇게 하면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고 아무래도 회사 가치가 떨어질 텐데 그거에 대해서 현재의 구조로서는 대한항공 주식 내가 몇 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영향력을 행사할 방법이 없잖아요. 그런데 그걸 국민연금이거나 아니면 대한항공이나 한진칼에 상당한 어느 정도를 갖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조금 더 용이하게 개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보자.
◆ 채이배> 그리고 이제 불법행위를 했거나 경영 실패를 한 경영진에 대해서는 그만큼 또 책임을 강화해서 그들이 보다 더 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잘할 수 있도록 그런 것들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 정관용> 또 아주 전문적 용어들이 여러 개 등장하던데 주주 대표소송, 다중 대표소송 이런 건 뭐하는 거예요?
◆ 채이배> 이제 주주 대표소송을 설명드리면 어떤 경영진이 자기가 불법행위를 해서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배임을 할 수도 있고요. 또는 돈을 빼돌리는 횡령을 할 수도 있고요. 이제 그런 불법행위를 한 경우에 결국은 회사에 손실을 보게 됐고 그 회사의 손실이 결국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면 그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주주도 주가가 떨어져서 손해를 보는 거죠.
◇ 정관용> 맞아요.
◆ 채이배> 이렇게 단계적으로 간접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데 그래서 직접적으로 손해를 본 회사 입장에서 그 불법 행위를 한 경영진, 이사들에게 그걸 손해배상을 물리는 겁니다. 당신이 횡령을 예를 들어서 800억을 했다. 그 800억을 물어내라.
◇ 정관용> 회사로.
◆ 채이배> 그러면 이제 회사는 그 손실을 보전을 했기 때문에 또 간접적으로 주주는 기업 가치가 올라서 주식 가치가 오를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주식 가치를 보호하게 되는 방법인 거죠.
◇ 정관용> 회사가 회사의 이름으로 그 불법 행위를 저지른 사람에게 소송을 거는 겁니까?
◆ 채이배> 원래는 회사가 직접 해야 하는데요. 결국 회사라는 게 이사회가 결정을 하게 되는데 이사회에서 불법행위를 한 사람들이 같이 하다 보니까 이사가 그걸 안 하겠죠, 스스로에게.
◇ 정관용> 안 하죠.
◆ 채이배> 그래서 원래는 감사한테 그 역할을 맡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또 감사나 감사위원이라는 분들도 지배 주주가 대부분 영향력을 행사해서 선임된 분들이기 때문에 안 하죠. 그래서 그걸 결국은 주주가 대신한다. 주주가 회사를 대표해서 대신해서 소송해 준다라고 해서 주주 대표소송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 정관용>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서 회사를 대표해서 소송을 제기한다. 이때는 그러면 그 주주는 지분 몇 퍼센트 이상, 이런 게 있습니까? 없습니까?
◆ 채이배> 현재 상장회사의 경우는 1만 분의 1의 주식을 가지고 있어야 되고요. 그 주식을 6개월 이상 보유하면 자격이 돼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 정관용> 1만 분의 1이요? 그러면 0.01%? 그 정도 이상만 있으면 된다?
◆ 채이배> 그런데 이제 실제로 큰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그 정도만 있어도 된다고는 하지만 그게 또 액수로 보면 엄청난 거죠. 쉽게 그 정도의 지분을 모으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이전에 경제개혁연대에서 활동을 할 때 실제 현대자동차의 정몽구 회장이 횡령, 배임으로 불법행위를 한 걸로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것을 확인했고 그거에 대한 처벌을 받았고 그래서 그 손해를 정몽구 회장한테 물어내라라고 해서 직접 주주 대표소송을 했었습니다. 그때 이제 주주들을 모았죠, 저희가. 0.01%를 확보하기 위해서. 그래서 다행히도 그때는 모아져서 소송을 제기했고 그때 정몽구 회장이 약 836억 원이라는 돈을...
◇ 정관용> 토해냈어요?
◆ 채이배> 회사에다 갚아냈고요. 이거 말고도 이제 700억 원이라는 돈 또 한 번 더 해서 약 1500억 원 넘는 돈을 회사에다 물어낸 그런 것을 저희가 직접 해 본 적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럼 이번에 이걸 개정하자는 것은 1만 분의 1을 더 낮추자는 겁니까?
◆ 채이배> 그걸 금융회사 같은 경우는 10만 분의 1을 요건으로 합니다. 그래서 일반 상장회사도 10만 분의 1로.
◇ 정관용> 10만 분의 1만 모으면. 그 주주들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영진에 대해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자. 그다음에 다중 대표소송은 뭐예요?
◆ 채이배> 똑같은 주주 대표소송인데요. 예를 들어서 모회사가 있고 자회사가 있는데 자회사에서 어떤 이사가 또 불법 행위해서 회사에 손실을 끼치면 물론 자회사의 손실로 자회사의 주주도 손해를 보지만 모회사도 똑같이 그 주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회사도 손실을 보게 됩니다. 그럼 모회사의 주주가 나서서.
◇ 정관용> 자회사의 불법 행위한테 (소송)할 수 있게.
◆ 채이배> 맞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이거는 그야말로 소액 주주이다 하더라도 10만 분의 1 정도의 지분만 모아내면 소송을 직접 제기해서 손해배상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 채이배> 여기서 다시 한 번 저희가 명확해야 할 게 이거는 주주가 직접적인 손해배상을 받는 게 아닙니다. 회사가 받는 겁니다.
◇ 정관용> 물론이죠.
◆ 채이배> 그러다 보니까 주주들에게 큰 유인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직접 손해 본 게 있어서 나한테 손해배상을 하면 내가 당장이라도 할 텐데 이걸 회사가 손해배상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공익소송의 성격을 갖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 제도가 오래전에 만들어졌지만 거의 이제 시장에서는 발생하지 않았고요. 결국은 시민단체 위주로 처음에 진행이 되다가 요즘은 그나마 좀 시장에서 지분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들이 좀 발생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지금 한진의 조양호 회장이 바로 그 배임으로 지금 기소돼 있는 거잖아요. 횡령인가요? 배임인가요?
◆ 채이배> 조양호 회장.. 그게 있습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서 그 부분에 대해서 현재 소송 중에는 있는데 그게 배임, 횡령으로 또 연결되는 건 당장은 아니어서. 그렇습니다.
횡령과 배임,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 정관용> 그래요. 아무튼 그런 혐의가 입증이 된다면 이런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그런 케이스가 되겠네요.
◆ 채이배>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다음에 감사위원 분리선출이라는 게 있는데 시간이 없으니까 짧게만 소개시켜주세요. 이게 중요한 것 같은데요.
◆ 채이배>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사회의 그러니까 지배 주주로부터 좀 더 독립된 이사들이 들어가야 회사의 경영의 어떤 윤리성이나 투명성이 높아지는 건데요. 그 방법 중에 하나가 우리나라 상법에 감사를 뽑거나 감사위원을 뽑을 때는 지배주주, 최대주주로부터 좀 더 독립적인 사람을 뽑게 하려고 최대주주하고 특수관계를 합쳐서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하게 합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이제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불리해지는 거고 소액 주주 입장에서는 유리해지는 건데요.
이렇게 3%까지 제한함에도 불구하고 이제 거의 뽑히지는 않아요. 쉽지는 않은 상황이기는 한데 지금 감사위원 분리선출이라는 것은 감사위원은 이사이면서 감사의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들을 선임할 때 이사로 먼저 뽑은 후에 그러고 나서 감사위원으로 다시 뽑게 되면 이사를 뽑을 때는 이미 그 3%의 제한이 안 되니까 결국 지배주주가 자기한테 맞는 사람을 다 뽑아놓고 다시 감사위원 뽑아봤자 아무 의미가 없는 거죠. 그래서.
◇ 정관용> 따로따로 뽑도록 하자?
◆ 채이배> 그래서 감사위원을 뽑을 때는 아예 처음부터 3% 제한하는 것으로 뽑자.
◇ 정관용> 그리고 따로?
◆ 채이배> 네.
◇ 정관용> 이런 등등은 결국 지금 대주주 지배권이 위축되는... 그러니까 재벌 총수나 이런 사람들은 저항하고 반대할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통과가 안 되는 겁니까?
◆ 채이배> 그렇죠. 아무래도 재계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고요.
◇ 정관용> 2016년에 발의가 됐는데 3년이 넘었는데.
◆ 채이배> 그렇습니다. 이게 결국 한국당에서는 이 법을 통과시키면 기업들 다 죽는다. 기업 옥죄기다. 때로는 이걸 통해서 결국은 외국인 주주들이 투기자본이 들어와서 다 우리나라의 경영권을 뺏어갈 거다.
◇ 정관용> 그런 우려도 사실 있긴 있죠.
◆ 채이배> 그런 주장을 하는데요. 솔직히 지금까지 이 법이 없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아까 전에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는 예전에 증권거래법에 있었는데 그걸 상법으로 옮겨오면서 그걸 풀어줬던, 바꿔진 거거든요. 그런데 그때도 솔직히 문제가 없었어요, 예전에도.
◇ 정관용> 한 번 시행할 때도.
◆ 채이배> 그리고 오히려 지금의 재벌 총수의 전횡적인 경영이 문제인 거지. 그리고 저는 경영권은 어떻게 보면 보호해 줘야 되는 대상이 아니라 계속 도전받아야 하는 대상입니다.
◇ 정관용> 시험을 통과해야죠.
◆ 채이배> 그래서 경영권을 계속 좋은 경영진들이 나타나서 회사를 더 잘 운영할 수 있다면 그런 사람들이 경영을 맡게 되는 게 맞고요. 그래서 뭐 지금 재벌에서 일어나는 경영의 어떤 경영권의 세습 같은 것도 결국은 오히려 이게 기업을 더 죽이는 것 아니냐라는 평가도 있거든요.
◇ 정관용> 나오고 있죠. 자유한국당은 어쨌든 반대이고 명백하게. 더불어민주당은 적극적이지 않나요? 대통령도 얼마 전 상법 등 이러면서 언급까지 했던데.
◆ 채이배> 제가 이 법이 이제 16년 8월에 발의가 됐고 11월 말에 한 번 논의가 된 적이 있습니다. 법사위에서. 그런데 그때 결국은 여러 합일점을 못 찾아서 결국 다음에 논의하자라고 넘겨놓은 상태인데요. 제가 작년 11월에 이걸 다시 논의하게끔 하자라고 계속 이렇게 요청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민주당의 반응이 한국당에서 별로 그러니까 논의하자고도 안 하고 반대하는데 굳이 이걸 상정을 시키려고 하는 것이냐라고 굉장히 소극적인 태도를 비췄고요.
◇ 정관용> 그래요? 여당인데?
◆ 채이배> 네. 그래서 진짜 굉장히 그때 많이 제가 실망을 하고 이거야말로 청와대에서 더 좀 세게 여당에다가 이걸 꼭 통과시키라고 얘기를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얘기를 했는데.
◇ 정관용> 아니, 얼마 전 대통령이 신년에 상법 등 이런 관련법들의 개정에도 이러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나요?
◆ 채이배>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 정도 가지고 더불어민주당이 말을 안 들어요?
◆ 채이배> 그러니까 제가 보기에는 공정경제전략회의 등에서 대통령이 그렇게 한말씀씩은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제 정확한 오더를 안 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좀 정부여당이 좀 뜻을 같이 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더불어민주당도 결국 재벌 눈치 보는군요.
◆ 채이배> 특히나 요즘 경제지표가 안 좋다 보니까.
◇ 정관용> 그러니까.
◆ 채이배> 기업들에 대해서 이런 것들이 부담이 된다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이게 기업 부담이 아니라 기업의 경영을 더 올바르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적극적으로 더 나서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기업을 더 투명하게 운영해서 기업 가치를 올리자는 거지 깎자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 채이배> 맞습니다.
◇ 정관용> 우선 정부여당의 대오각성을 촉구하고요. 자유한국당에게는 왜 반대하는지 저희가 좀 강하게 비판도 하고 문제제기도 해야 할 것 같네요. 오늘 계류법안 심폐소생 일명 경제민주화법.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 설명 들었습니다. 바른미래당의 채이배 의원이었어요. 고맙습니다. /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도쿄 도지사는 왜 매연을 병에 담아 다녔을까?
서울과 도쿄는 모두 인구 천만 명을 넘는 '메가시티'로 분류됩니다. 사람이 많으니 자동차도 많고, 그러다 보니 대기오염도 다른 곳보다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두 도시의 오염 정도는 차이가 큽니다. 도쿄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연평균 12.8㎍/㎥(17년 기준)입니다. 반면 지난해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3㎍/㎥로 도쿄보다 두 배 가까이 높습니다. 서울 인구가 3백만 명 이상 적은데도 말입니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축복받은 나라? '자체' 배출량도 적어!
물론 지리적 요인을 빼고 단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대기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베이징의 지난해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51㎍/㎥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배출된 고농도 오염물질은 바람을 타고 한반도까지 밀려오지만, 동해를 건너면서 그 농도가 뚝 떨어집니다. 이 정도면 일본이 지리적으로 축복받은 나라라는 인상을 줍니다. 그런데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지난달 중국과 한국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덮쳤을 때 일본은 청정한 대기 상태를 유지했다. 출처:국립환경과학원 예측모델
일본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지는 대기오염 물질도 우리나라와 비교해 절대적으로 적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우리보다 앞서 고속 성장을 경험한 일본은 환경문제에도 더 일찍부터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국내에서 미세먼지라는 '존재'를 잘 알지도 못했던 1980년대 후반 이미 일본에서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디젤차로 인한 오염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도로 주변 관측 결과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농도가 환경 기준치 이상으로 나타났고 주범으로 낡은 대형 디젤차가 지목된 겁니다. 특히 도쿄의 오염은 가장 심각했습니다.
"내가 당선되면 배기가스 없애겠다"...대기 질 공약으로 도쿄 도지사 당선
이런 분위기 속에 1999년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 소설가 출신의 우익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가 "도쿄에서 배기가스를 없애겠다."라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습니다. 이후 이시하라 지사는 디젤차 배출가스가 얼마나 위험한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투명한 페트병에 시커먼 그을음을 담아 다녔는데요. 트럭 1대가 1km를 달릴 때 내뿜는 매연이라며 디젤차 배출가스가 도쿄의 하늘을 더럽히고 있다고 시민들을 설득했습니다.
디젤차의 매연을 병에 담아 다닌 이시하라 도쿄 도지사와 디젤차를 단속하던 모습. 출처: Bureau of Environment/Tokyo Metropolitan Government
2003년부터 도쿄도는 질소산화물의 절반 정도가 디젤차에서 배출된다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강력한 환경조례를 시행했습니다. 대형 화물차와 버스에 저감장치를 설치하고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차량이 도쿄도에 들어오면 50만 엔이라는 무거운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경유에 적용되던 세제 혜택을 없애고 연료 전지나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의 장기 개발 계획도 마련했습니다. 국내에선 과거사 관련 '망언' 정치인으로 알려졌지만, 이시하라 지사는 4선까지 성공했습니다. 그 배경으로는 과감한 실행력이 꼽힙니다. 이시하라 지사가 인구 1,300만 명인 도쿄에서 강력한 디젤차 규제를 시행하면서 순식간에 도로에서 디젤 자동차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겁니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도쿄는 서울보다 자동차 등록 대수가 많지만 대부분 휘발유와 하이브리드 차량"이라며 "정책이 처음 시행됐을 때는 반발도 심했지만, 지속해서 추진한 결과 (현재) 맑은 공기를 얻게 됐다."라고 말합니다. 아마 병에 들어있던 시커먼 매연이 시민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미세먼지 특별법'...5등급 차량 운행 제한
우리도 내일(15일)부터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됩니다. 이제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된 다음 날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에서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이 제한됩니다. 과거 도쿄의 정책과 유사합니다. 위반하면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되는데 대상 차량은 40만 대 정도입니다.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 조회 사이트
자신이 보유한 차량이 5등급인지 확인하려면 환경부의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 조회 사이트'에 접속해 차량 번호를 알아보면 됩니다. 운행 중이거나 제작 단계에 있는 모든 차량을 디젤이나 휘발유, LPG 등 유종과 생산 연도, 오염물질 배출 정도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분류했는데요. 5등급 차량은 2002년 7월 1일 이전에 생산된 노후 디젤차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1987년 이전 휘발유·LPG 차량도 일부 포함)
임영욱 교수는 "미세먼지를 흔히 발암물질이라고 하는데, 정확히 디젤 자동차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가 1급 발암물질"이라고 설명합니다. 임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는 디젤차 등록 대수가 43%에 이르기 때문에 미세먼지의 성질이 건강에 매우 나쁘고 해로운 성분이 많다."라고 지적합니다. 자동차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에 의한 일일 초과 사망률이 석탄 연소에 의한 경우보다 3배 정도 높다는 해외 연구가 있고 국내에서의 연구 결과도 비슷합니다.
환경부 조사 결과 수도권의 가장 큰 미세먼지 배출원은 디젤차(23%)입니다. 디젤차를 잡지 못하면 서울의 대기 질도 결코 좋아질 수 없다는 뜻입니다. 물론 대형 트럭 등 낡은 디젤 차량 소유주가 대부분 영세 서민이라는 점은 정책 추진에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대기 질 개선을 뒷순위로 미룰 수는 없습니다.
언제까지 '마스크'에만 의존?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미세먼지를 적극적으로 줄이기 위한 정책들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서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결국 정부가 보건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라고 지적합니다. 오염 배출원을 관리하고 농도를 낮추는 등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먼저 해야 한다는 얘기죠. 그런데 여전히 수도권에는 저공해 장치를 달지 않은 차량이 100만 대가 넘습니다. 정부가 제 역할을 못 하면 지금처럼 국민들이 마스크에만 의존하는 날들이 반복될지도 모릅니다.
임영욱 교수도 "지금까지 미세먼지 정책이 없었거나 잘못돼서 대기 질이 개선되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면서 "실적 위주의 계획을 자꾸 내놓기보다는 그동안 만들어 놓은 계획이 얼마나 진행됐고 이행됐는지 평가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강조합니다.
또 "중국에서 건너오는 오염물질은 이제 배경농도로 가정하고 여기에 국내에서 추가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라고 조언합니다. 배경농도는 인위적인 오염원이 없을 때의 농도를 뜻합니다. 중국발 먼지를 단시간에 막을 수 없다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국내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가장 많은 인구가 몰려 있는 수도권에서 디젤차를 줄이는 일일 겁니다. /신방실 기자weezer@kbs.co.kr
민주원이 ‘김지은≠피해자’ 포문 연 ‘상화원 침실사건’은
비서 성폭행 혐의로 2심에서 법정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 부인 민주원씨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건은 미투가 아니라 불륜”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민씨는 특히 안 전 지사의 1심과 2심 판결이 크게 엇갈렸던 ‘상화원 침실사건’을 예로 들며 김지은씨가 피해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향후 재판의 핵심 쟁점과 관련한 대응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상화원 침실사건’은 2017년 8월 18~19일 충남 보령에 있는 상화원 리조트에서 열린 주한중국대사 초청 행사가 끝난 후 벌어졌다. 당시 안 전 지사와 민씨는 2층 구조의 상화원 별채에 묵었는데 2층 침실은 안 전 지사와 민씨가, 1층은 김씨가 사용했다. 이 곳은 1층과 2층이 나무 계단으로 연결된 구조를 갖고 있다. 민씨는 “다른 일행들은 각자 숙소에 머물렀기 때문에 별채 출입문은 저희 세 사람이 들어온 뒤 잠궜다”고 썼다.
쟁점은 19일로 넘어가는 새벽 무렵 안 전 지사 부부가 있던 2층 침실에 김씨가 몰래 들어왔는지였다. 안 전 지사 측은 재판에서 김씨가 새벽에 부부 침실 안에 몰래 들어왔다가 들키자 급히 빠져나갔으며, 이런 점을 볼 때 김씨의 행동이 성폭력 피해자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씨도 “계단을 다 올라온 김씨가 계단에서 방문까지 최대한 소리를 죽여 발끝으로 걸어오는 게 느껴졌다”며 “문 손잡이를 아주 조심히 돌려 열고 방 안으로 들어와 침대 앞 발치까지 걸어왔다”고 적었다.
민주원씨 페이스북
민씨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상화원 2층 침실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2층 침실의 침대까지 오기 위해서는 출입문을 열고 들어와 로비를 지나야 한다. 침대 주변은 세 방향이 막혀있고, 이 가운데 로비와 연결된 부분은 장식장으로 가려져있다. 민씨는 이를 근거로 침실 문 밖에서 눈이 마주쳤다고 진술한 김씨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침대에 누워있던 자신과 안 전 지사가 김씨와 눈이 마주쳤다면 그건 김씨가 몰래 들어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김씨는 재판에서 침실 안으로 들어간 적이 없으며, 안 전 지사가 중국 측 여성 인사를 만나 불상사가 생길 것을 우려해 문 앞에서 쪼그리고 있다가 잠이 들었으며, 인기척이 나자 놀라 1층으로 내려갔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중국 측 인사와의 문제가 생길 경우 한·중 관계가 악화될 것을 자신이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문을 지키고 있었다고도 했다.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세부적 내용에서 모순되거나 불명확한 점이 있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김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 진술 중에 실루엣의 구체적 모습과 침실에 불이 켜져 있었는지 등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1심 재판부는 지적했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안 전 지사 부부의 2층 침실 방문 상단부가 반투명 상태여서 김씨가 방문 밖에서도 안쪽의 실루엣을 볼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방 내부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주장한 김씨 손을 들어준 것이다. 2심 재판부는 또 “김씨가 안 전 지사 부부의 침실에 몰래 들어가 내려다보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그런 사실이 있었다고 해도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만한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민씨는 2심 판단과 관련해 “김씨의 황당한 주장을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인지 저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김씨가 부부침실까지 침입한 엽기적 행태를 성폭력 피해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씨는 그러면서 “왜 진짜 거짓말쟁이 손을 들어주면서 제 경험을 거짓말이라고 했느냐”며 “위증을 했다면 제가 벌을 받겠다. 저는 이제 저와 아이들을 위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文 대통령, 오거돈 시장 부산대개조 추진에 '지원 약속'
'연결·혁신·균형' 담은 비전 제시...동남권 관문공항 위치 가덕도 표기 눈길
문재인 대통령이 지역 경제투어 6번째 장소로 부산을 찾아 오거돈 부산시장이 추진하는 '부산대개조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면서 정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13일 오후 2시 사상구 폐공장인 대호PNC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오거돈 시장, 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 등 부처 장관, 정재계 인사 등 4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대개조 비전선포식'을 개최했다.
▲ 13일 오후 부산 사상구 폐공장에서 열린 '부산대개조 비전선포식' 모습. ⓒ부산시
대호PNC는 5년 전 1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하던 살아있는 생산의 현장이었으나 현재는 폐공장으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기다리고 있다. 부산시는 대호PNC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지역경제의 침체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부산대개조의 과제를 상징하기에 최적의 장소였음을 강조했다.이번 행사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정부 혁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진행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경제 투어의 일환으로 부산대개조 등 민선 7기 부산시의 정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 위상이 무색할 만큼 지역경제의 심각한 침체와 도시의 침체를 겪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연결', '혁신', '균형'이라는 세 가지 방향으로 부산대개조의 비전을 구성했다.
첫 번째 방향인 '연결'은 시민의 삶의 질 하락과 도심 쇠퇴의 근본원인인 도시 내 단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부선철도 지하화, 사상~해운대간 지하고속도로 건설 등을 통해 동남해 경제권의 중심으로 부상한다는 전략이다. '혁신'으로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일상생활뿐 아니라 경제, 산업 등 전 사회적 변화에 맞게 부산을 ‘스마트시티’로 변모시키기 위해 스마트시티 에코델타시티에 한정하지 않고 사상공단, 센텀1,2지구, 북항·영도지구, 문현지구 등 부산시역 전체를 스마트시티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마지막 '균형'은 국가 및 동서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부산신항~김해간 고속도로 건설, 24시간 이용가능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사상~해운대간 지하고속도로와 함께 서·남해 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를 U자 형태로 연결해 전국 고속도로 순환체계를 완성하고 부산시에서 추진하는 만덕~센텀간 지하 고속도로 완성을 통해 동·서부산권의 격차를 개선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철학을 담았다.
▲ '부산대개조' 사업 계획도. ⓒ부산시
특히 '균형' 부분에서 부산시는 그동안 국토부의 김해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면서도 '24시간 이용 가능하고 안전한 동남권 관문공항'의 위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으나 이날에는 동남권 관문공항의 위치를 가덕도로 표기해 사실상 가덕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의중을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오거돈 시장은 최근 국비지원과 예타면제사업 확정 등 문재인 정부의 부산에 대한 전격적 결단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하며 "부산대개조는 부산만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성장의 모멘텀을 다시 확보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중앙정부와의 적극적 협조를 통해 시민과 함께 그 비전을 실현시켜 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는 부산시의 '부산 대개조' 비전을 지지한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최대한 지원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부산시청 기자회견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권 관문공항 관련 발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브리핑을 가진 변성완 부산시 행정부시장 "경제인 30명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분이 동남권 관문공항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과 계획을 물으니 대통령께서는 이미 문제 제기하는 내용은 잘 알고 있다며 애초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 5개 자치단체와 연관이 되어 시작된 문제이므로 그 입장이 정리되기 전에 섣불리 어느 쪽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답변을 전했다.
그러면서 "절차상 이달 말까지 부울경 차원의 자체검증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증 결과를 놓고 5개 자치단체의 뜻이 하나로 모아진다면 결정이 수월해질 것이고 만약에 생각들이 다르다면 부득이 총리실 산하고 승격해서 검증 논의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고 중요한 것은 다시 또 사업이 표류하거나 지나치게 늦어져서는 안 될 것이기에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요약했다.
이를 놓고 변성완 부시장은 "정확한 시간은 예상하지 못하지만 사업 자체가 표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빠른 시일 내에 하겠다는 말도 했고 시에서는 대통령의 발언이 고맙게 느껴진다"며 "오늘 오거돈 시장께서 별도로 문재인 대통령과 각종 지역 현안을 건의하고 논의한 바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내일 정식 브리핑을 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박호경 기자(=부산)bsnews3@pressian.co
부산 간 文대통령, '고속도로 예타 면제' 홍보
文대통령 "부산 대개조 비전 지원…스마트시티서 맞춤형 건강관리"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부산을 방문해 오거돈 부산시장이 추진하는 '부산 대개조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부산 대개조 프로젝트'의 핵심에는 문재인 정부가 이번에 허용한 '부산신항-김해고속도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이 포함된다. 지역 시민단체가 '무분별한 토건 사업'이라고 비판한 사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설 연휴 후 첫 경제투어 일정으로 이날 부산시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 행사에 참석했다. 이어 부산 지역 경제인들과 오찬간담회를 열었고, 오후에는 부산 사상구의 한 폐공장에서 '부산 대개조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부산시의 부산 대개조 비전을 지지한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최대한 지원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추진하는 '부산 대개조' 사업의 핵심은 문재인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으로 선정한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 연결 사업이다. 예산 8251억 원이 든다. 정부는 총 사업비 2조188억 원 규모의 대형 토건 사업인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건설 사업도 민자 적격성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부산 강서구 일대에 2조2000억 원을 들여 2021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는 에코델타시티는 정부가 스마트 시티 국가 시범 도시로 선정했다. 헬스케어, 자율 주행 버스, 가정용 인공지능 로봇 등을 시범 사업으로 도입한다. 정부는 앞으로 3년간 '에코델타시티'에 공공 예산 1조44524억 원을 투입하고, 민간에서 7559억 원 투자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지역 경제 투어의 일환으로 부산시를 방문해 '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 행사에 참석했다. ⓒ청와대
'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2022년 여러분이 부산의 스마트시티에서 생활하신다면, 4차 산업기술을 활용한 통합 안전 관리 시스템으로 지진과 화재 같은 재난 정보를 즉각 알게 되고, 소방차의 출동 시간이 5분 내로 단축된다"며 "도시의 범죄율은 25%, 교통 사고는 50% 가량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평상시에는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맞춤형 건강 관리를 받고, 가정용 인공 지능 비서 로봇, 자율 배송 로봇, 재활 로봇 등이 도입되어 일상 곳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문 대통령은 그밖에도 경부선 철로 지하화, 사상공단에 첨단 스마트 산업단지 재생사업, 북항 통합개발 1단계 사업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확대를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지역 내 불균형', '도심 공동화' 문제 해결을 SOC 사업 추진 근거로 제시했다.
앞서 정부가 지난 1월 29일 24조 원 규모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을 발표하자, 부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보도자료를 내고 "토건 사업으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지자체별 나눠 먹기"라고 비판했다. 부산 경실련은 "예비타당성 조사 경제성 분석은 35~50% 비중이어서 경제성이 낮아도 '정책성'이나 '지역 균형 발전'과 같은 다른 항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통과해서 떳떳하게 사업을 진행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정의당 부산시당도 "지역 균형 발전을 명목으로 예타를 무력화시킨 것은 현 정부가 '제2의 토건시대'를 열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부산 대개조 비전 선포식을 주관한 오거돈 부산시장은 문 대통령에게 부산시에 대한 국비 지원과 예타 면제 사업 확정 등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역 경제 투어에 나선 것은 이번이 6번째다./ 김윤나영 기자 dongglmoon@pressian.com
제2 센텀조성’ 주민추진위 15일 발족
“조속한 추진 앞장” 의지 밝히자 반대위 오늘 구성철회 요구 회견
부산 해운대구 반여·반송동 주민들이 제2 센텀시티 조성을 촉구하는 주민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구민 1만 명 서명운동도 전개한다.
반여·반송 주민자치위원장과 주민 등 36명은 오는 15일 오후 4시 반송1동 주민센터에서 ‘제2 센텀산업단지 조속 조성을 위한 주민추진위원회’의 발족식을 연다고 13일 밝혔다. 제2 센텀산단은 해운대구 반여·반송·석대동 일대 195만 ㎡ 부지에 조성될 예정이다.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는 사업지의 개발제한구역(GB) 지정이 해제하고 토지 보상을 거쳐 2022년 12월 공사를 마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중앙도시계획위원회(중도위)의 심의 유보로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졌다. 중도위는 제2 센텀산단 조성과 관련해 지역 주민과의 공론화 과정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최근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는 올해 안에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하고 반여농산물도매시장 이전 부지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추진위원회는 주민 여론 수렴에 앞장서 사업 추진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발족식에는 주민의 요청으로 부산도시공사 관계자가 참석해 제2 센텀산단 조성계획과 향후 추진사항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위원회 발족을 준비 중인 주민들은 “첨단산업단지 조성사업은 낙후된 반여·반송지역을 명품 신도시로 바꿀 대역사”라며 “주민의 염원을 결집해 사업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센텀 2지구 개발 전면 재검토 부산대책위’는 해운대구가 관변단체를 동원해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14일 오후 해운대구청 앞에서 추진위원회 구성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국제 이승륜 기자
페이스북 끊으니 행복감↑ 하루 1시간↑
현재까지 가장 포괄적·과학적 연구 결과 평가
친지와 보내는 시간 늘고, 행복감과 삶 만족도 높아져
페이스북은 “많은 연구중 하나일뿐…소셜미디어, 이용자에 이익”
소셜 미디어는 '행복을 갉아먹는 도구'라는 또 하나의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미국 뉴욕대의 헌트 올콧(Hunt Allcott) 교수와 스탠퍼드대 매튜 겐츠코(Matthew Gentzkow) 교수 등의 연구진이 지난달 말 공개한 논문 ‘소셜미디어의 복지 효과(The Welfare Effects of Social Media)’은 페이스북 이용이 행복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연구결과를 담고 있다.
그동안에도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의 행복감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현재까지 페이스북 이용이 끼치는 행복감에 대한 가장 포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로 평가되고 있다. 연구진은 페이스북에서 하루 평균 1시간 이상씩을 보내는 이용자 2844명을 모집한 뒤 사용자 절반을 무작위로 할당해 한달간 페이스북 계정을 비활성화하도록 하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수시로 실시간 기분에 대한 평가를 하도록 요구받았다.
실험 참여자가 페이스북 이용을 중단한 결과는 예상한 대로 긍정적 효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삶의 질(well being)이 높아졌고, 정치적 정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으며 친구와 가족들과 오프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고 응답했다. 참여자들은 페이스북 사용 중지로 인해 평균 하루에 1시간의 여유 시간이 주어졌으며, 헤비 유저는 하루 2시간 이상의 여유가 주어졌다고 답했다.
연구를 진행한 겐츠코 스탠퍼드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을 비활성화하게 되면 트위터, 스냅챗, 웹서핑 등 다른 온라인 서비스를 대체 이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그러한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놀라웠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참여자들이 페이스북 사용을 중단했는지를 검증했는데, 약 1%가 비활성화를 풀고 몰래 계정을 확인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페이스북 비활성화에 참여한 실험 참여자들의 행복감과 삶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졌다. 또한 일부 이용자들은 실험이 끝난 뒤에도 계정을 복구하지 않는 현상도 보고되었다.
2013년 8월에도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과 이선 크로스(Ethan Cross) 교수팀이 유사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비슷한 결과가 보고되었다. 페이스북 이용자를 대상으로 감정 변화를 추적한 결과, 페이스북 활용에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행복감이 감소하는 결과였다. 이때는 페이스북 계정을 보유한 성인 82명을 대상으로 2주간 관찰한 결과였다. 하루 5차례 문자메시지 설문을 통해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는데, 페이스북을 많이 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감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조적으로 친구와 전화로 대화하거나 직접 만난 사람들의 경우에는 행복감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공개된 연구에 대해 페이스북은 보도자료를 통해서 “이 논문은 해당 주제에 관한 수많은 연구중 하나일뿐이라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이 논문을 인용해 “페이스북은 이용자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준다.... 소셜미디어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소셜미디어가 광범하고 깊은 요구를 충족시킨다는 사실을 모호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엄마 양막 덮인 그대로…‘10만명 중 1명’ 기적의 아기
브라질의 한 신생아가 온전한 양막에 싸인 채 태어나 화제다. 13일 메일온라인은 브라질 이스피리투산투주 빌라 벨랴의 한 병원에서 출산 전문 작가 아냐 브라실이 찍은 모닉 밸라스코(34)의 출산 사진을 공개했다.
모닉의 아들 ‘노아’는 터지지 않은 양막에 싸인 채 세상에 나왔다. 의사들이 양막을 터뜨리기 전까지 노아는 양막안에서 평화롭게 유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막은 태아와 양수를 담고 있는 얇은 막으로 출산 시작 전 터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출산 과정에서 양막이 터지지 않은 채 태아가 산모의 몸 밖으로 나올 확률은 10만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라파엘 안젤로 바기에리는 “양수막이 터지지 않은 채로 출산하는 경우는 전체 출생 8만~10만건 중 1건 있을 정도로 드물다”며 “산모나 아기에게 위험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이후 노아의 사진은 온라인에서 수천개의 댓글과 ‘좋아요’를 받으며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모닉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병원 직원들이) 화면 모니터 높이를 낮춰줘서 아들이 태어나는 장면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형언할 수 없는 감동에 정말 많이 울었다”며 기쁨을 표했다.
사진을 찍은 브라실도 “지난해에도 양막 주머니 속 아기들의 사진을 찍어 두 개의 상을 받았지만 노아의 사진만큼 놀랍진 않았다”며 소회를 전했다.[출처] - 국민일보 2.13
‘디지털 성애’ 새 성정체성 온다 ‘낙인과 차별’도
지능과 공감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로봇을 소재로 2015년 개봉한 공상과학 영화 의 한 장면. 영화에서는 정교한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가 사람처럼 감정을 지닐 수 있는지,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를 다룬다
섹스로봇·가상현실, 몰입적 경험 제공
‘사람과 관계’ 필요 않는 새로운 성정체성 불가피
낙인과 차별 직면할 새로운 성 소수자 사회문제
밸런타인데이와 같은 연인들의 기념일을 외롭게 보낸 이들을 위한 블랙데이라는 게 있다. 기술 발달로 인해 몇 년 뒤엔 블랙데이가 사라질지 모른다. 로봇과 가상현실 기술 덕분이다. 로봇은 일자리에서만이 아니라 감성적, 육체적 관계에서도 사람의 역할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캐나다 매니토바대학의 닐 맥아더와 미국 위스콘신칼리지의 마키 트위스트 교수가 최근 독립 지식언론 <더 컨버세이션> 기고에서 인류가 새로운 성적 관계와 성 정체성을 시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닉 맥아더는 2017년 MIT가 펴낸 <로봇 섹스: 사회적, 윤리적 함의>의 공동편집자로, 성 정체성 연구의 권위자다.
‘디지털 성애(digisexuality)’라는 새로운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두 연구자의 예측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아바타와 섹스로봇, 가상현실 등과 같은 기술을 통해 사람과의 성관계와 친밀감을 대체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최근 섹스 관련 도구의 발달과 그에 대한 사람들의 수용태도를 근거로 한다.
성적 관계에 대한 전통적 개념과 관행은 완전히 달라졌다. 두 연구자는 성적 관행에 영향을 끼친 기술의 영향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 기술이 끼친 첫 번째 영향은 성적 상대를 만나는 방법과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이다. 성적 파트너를 만나고 구하는 데 더 이상 오프라인 공간이나 중매자의 역할, 실질적 관계가 필수적이지 않게 됐다. 페이스북, 스냅챗, 스카이프는 물론 틴더(Tinder), 범블(Bumble)과 같은 짝짓기 앱은 새로운 상대를 편리하게 연결시켜주고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과거에 존재하지도, 상상하기 어려운 기술이었다.
두 번째 영향은 섹스로봇, 가상현실, 소셜로봇 등 몰입형 감각을 제공하는 섹스 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사람들의 성적 정체성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사람 파트너가 줄 수 없는 몰입적이고 상시적인 성적 체험과 관계를 제공하는 기술로 인해 사람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성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아직 실용화한 섹스로봇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을 이용해 몰입적 성적 경험을 제공하는 분야는 포르노에서 이미 실용화했다. 리얼돌 등 섹스로봇 회사는 시제품을 만들고 있으나, 아직까지 사람처럼 걷거나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수준이 아니다.
섹스로봇의 기술적 장애는 머지않아 극복될 것이고 사용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미래 사회는 필연적으로 ‘디지털 성애자’라는 새로운 성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의 출현을 직면하게 된다. 인간 파트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섹스로봇과 관계를 맺는 사람, 사람과 섹스로봇을 동시에 찾는 사람,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 보조적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 등 이전까지 없던 새로운 성적 지향과 관계형성이 등장할 것이라는 게 연구자들의 전망이다.
책임있는로봇연구재단의 ‘로봇과 함께 할 미래의 성생활’ 보고서.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는 2014년 보고서에서 2025년이면 섹스파트너로 로봇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국 선덜랜드대학의 심리상담학자 헬렌 드리스콜 박사는 “2070년이 되면 로봇과의 성관계가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사람과의 성관계보다 오히려 더 대중적인 현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7월 네덜란드의 ‘책임있는로봇연구재단(Foundation for Responsible Robotics)’은 ‘로봇과 함께할 미래의 성생활’ 보고서를 내고, 섹스로봇의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조명했다. 이 보고서는 섹스로봇이 성관계 상대를 찾기 어려운 사람이나 노인 등에게 혁신적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여성이나 어린이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부추겨 성 의식과 문화를 왜곡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담았다.
로봇 인류학자인 영국 드몽포르대학의 캐슬린 리처드슨 박사는 2015년 섹스로봇 금지 캠페인을 시작했다. 성적 욕구 충족만을 위해 고안된 섹스로봇은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인간관계에서 육체적인 것 외에는 필요 없다는 관점을 강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번에 맥아더와 트위스트 교수가 제기한 문제는 섹스로봇 찬반을 넘어선 좀더 근본적 차원의 문제제기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디지털 성애라는 새로운 성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의 출현이 불가피한 것이라 보고, 새로운 차별과 낙인의 문제가 생겨날 것이라는 데 대한 경고다. 역사를 통해 보면 사회는 항상 소수의 성적 지향을 낙인찍고 차별해왔다. 사회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무성애자 등을 차별해왔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는 점점 더 다양한 성 정체성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동성애에 대해서도 개방적이지 못한 한국 사회는 머지않아 ‘디지털 성애’라는 낯선 성 정체성의 출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2.15
옥스퍼드대, 세계 공통 도덕 7가지 찾아냈다
7가지 도덕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협력이다. 픽사베이
모든 공동체에는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규범이 있다. 이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전쟁이나 반란, 학살과 저항, 배반과 음모 같은 유혈의 갈등과 충돌을 겪으면서도 인류 사회가 자멸하지 않고 오늘날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이 규범들의 힘이 크다. 그 중엔 특정한 사회에서만 볼 수 있는 것도 있고, 여러 사회에서 공유하는 규범도 있을 것이다. 20만년에 걸쳐 성장하고 변화해 온 인류 진화 역사에서 오랜 세월 지구촌 공동체를 유지시켜 온 공통의 도덕은 과연 무엇일까?
영국 옥스퍼드대 인지진화인류학연구소의 연구진이 전 세계를 관통하는 일곱 가지 보편적 도덕 규칙을 찾아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7가지는 "가족을 도와라, 소속 집단에 충성하라, 호의를 갚아라, 용감하라, 윗사람을 따르라, 자원을 공평하게 나눠라, 타인의 재산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이 7가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협력'이다.
전 세계 60개 커뮤니티를 조사한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이뤄진 것 가운데 가장 광범위하고 종합적인 비교연구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세계 각 지역의 민족문화 자료를 집대성해 놓은 예일대의 HRAF(Human Relations Area Files) 파일 속 600여개 자료에서 찾아낸 60개 사회 공동체의 기록들을 심층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올리버 스코트 커리(Oliver Scott Curry)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사회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슷한 도덕 규범을 이용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수 세기 동안 이어진 도덕적 보편주의자와 상대주의자 간의 논쟁사에서 이제 몇가지 해답을 얻었다"는 말로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가족을 도와라
소속 집단에 충성하라
호의를 갚아라
용감하라
윗사람을 따르라
자원을 공평히 나눠라
타인의 것을 존중하라
세계 공통의 도덕 규범을 찾기 위해 조사한 지역들. 커런트 바이올로지
200만년에 걸친 수렵생활에서 태동
이번 연구는 한마디로 ‘협력도덕론’을 검증한 것이다. 이 이론은 인류의 도덕이란 사회생활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협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나고 진화해온 것으로 본다. 따라서 세상에는 많은 유형의 협력, 즉 도덕이 있다. 연구진은 협력도덕의 뿌리는 수천만년 이어져 온 집단 생활, 그리고 200만년에 걸친 수렵 생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시대엔 서로 협력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협력도덕론은 인류의 주요한 행동 특성을 잘 설명해준다. 가족 부양에 특별한 의무감을 느끼고 근친상간을 혐오하는 혈연선택(kin selection), 집단을 이루고 동맹을 맺으며 충성을 강조하는 상호주의(Mutualism), 타인을 믿어주고 호의에 보답하며 죄책감과 감사, 보상과 용서의 메카니즘을 설명하는 사회교환(Social exchange) 이론 등의 바탕에 이 협력 도덕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용맹스러움이나 관대함, 윗사람에 대한 순종, 공평한 자원 배분, 기존 소유권의 인정 같은 분쟁해결(conflict resolution) 방식이 인류 사회에 자리 잡은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아프리카의 마사이족 마을. 픽사베이
협력은 도덕적 선...세계 각지서 골고루 확인
연구진은 7가지의 도덕 규범에서 세 가지 공통점도 확인했다. 첫째는 7가지 협력 행동은 예나 지금이나 도덕적 선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대부분의 도덕이 대부분의 사회에서 발견됐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어떤 사회도 이런 도덕을 부정하거나 나쁜 것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셋째, 이러한 도덕 가치들은 어떤 특정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 대륙에서 골고루 확인됐다는 점이다. 예컨대 북동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지배계층인 암하라족은 가족 또는 친족의 의무를 어기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간주한다. 시쳇말로 호로자식 취급한다는 얘기다.
또 동아프리카의 마사이족은 전사의 미덕을 지키는 사람들한테 여전히 높은 존경심을 보낸다. 특히 전투 중 목숨을 잃는 것은 불굴의 전사 정신에 따른 고귀한 자기희생으로 추앙받는다. 중부 아프리카 잠비아의 벰바족(Bemba)은 어르신의 권위를 대단히 존중한다. 인도네시아 이리안자야의 카파우쿠(Kapauku)족에게 정의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 `우타 우타'(uta-uta)는 반-반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공평이라고 부르는 단어의 개념과 비슷하다. 멕시코 원주민인 타라후마라 부족 사회에선 다른 사람의 재산을 존중하는 것이 대인관계의 전제다. 연구진은 한국에 대해서도 이웃 간의 협력과 상호부조, 강력한 집단내부 결속력을 언급했다. 아마도 이웃사촌, 두레 같은 한국의 오랜 전통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협력도덕론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며 "도덕적 상대주의에 대한 이보다 더 강력한 지지대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흄이 옳았고 로크는 틀렸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눈길을 끄는 건 공동체별로 7가지 도덕에 대한 우선순위나 중요도는 다르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이를 다음 연구 과제로 삼았다. 이번 연구는 미 시카고대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커런트 앤스로폴로지'( Current Anthropology) 2월호에 `협력은 선인가 : 60개 사회에서의 협력 도덕성 이론 테스트'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소개됐다.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는 전통 도덕의 가치들이 위협받고 있다. 부의 불평등, 세대 갈등 등이 심해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더욱 큰 문제는 사회 구성원이 아닌 시스템 자체가 전통의 도덕 규범을 훼손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십만년을 거치며 사회 공동체의 발전을 지탱해준 도덕 규범들의 붕괴는 인류 사회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필리핀, 일본보다 못한 한미 동맹 관계
[기고] 한미동맹 관계 정상화없이는 한반도 평화 요원하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분단 이후 최대의 변화가 일어나리라는 기대를 갖게끔 한다. 온갖 무지갯빛 추측이 춤을 춘다. 빅딜이 있으리라는 사람, 북미 간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 이행을 위한 로드맵이 나온다거나, 향후 남북 간 교류가 본격화 될 것에 대비해 대북 사업을 준비한다는 사람들도 보인다. 미군 감축이나 철군 가능성 등에 대한 언급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비핵화와 관련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 남북 간 거리 좁히기와 교류 협력의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청와대는 운전자론을 앞세우면서 조심스런 행보를 보인다. 그런데도 미국이나 국내 보수층은 남북관계가 비핵화보다 빨리 진전되는 것 같다고 기회만 있으면 지적하고 경고한다.
비핵화를 앞둔 시점에서 분명해지는 것은 비핵화에 대해 북미 간에 기본적인 개념 정리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협의나 협상이 이뤄지기 위한 첫 단계가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비핵화에 대한 북미간의 시각이 일치해야 그 이후의 논의가 가능함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지금까지 비핵화를 놓고 드러난 양자 간 차이는 미국은 북한만의 비핵화를, 북한은 남한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문제도 포함되는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한다는 점 정도다. 두 시각 차이를 극복하는 건 간단치 않다. 북한 핵이 불법이지만 남한에 대한 미국의 핵 지원이나 주한미군은 합법이라서 두 가지를 동일선상에 놓고 대화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북한은 미국의 핵위협이 자체 핵무기 개발의 원인이라는 점을 앞세워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한다. 양쪽의 견해가 접점을 찾기 힘들다는 것은 한 눈에 보인다.
단계적, 동시 이행으로 나뉘는 비핵화의 방식을 결정하는 것 또한 간단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 가운데는 비핵화가 향후 10~2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보는 이도 있다. 더구나 공화당,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트럼프의 비핵화 추진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트럼프가 갖가지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민주당은 트럼프 탄핵, 기소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미 정치권의 난기류는 비핵화 추진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자 간 합의가 어느 선까지 나올지 속단하기 어렵다.
다음, 한미 동맹 문제다. 미국 조야는 기회만 있으면 주한미군이 한반도 평화체제 달성 이후에도 동북아의 안전을 위해 현상 유지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미 의회는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이하로 감축 시 반드시 의회 동의를 받도록 법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트럼프는 미국 고립주의 정책을 앞세워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도 언급한 바 있지만, 그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문제는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중국은 고고도방위미사일시스템, 즉 사드 문제를 내세워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취한 바 있고, 지금도 한국행 단체 관광 일부를 제한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 관광객의 해외 방문국 순위에서 사드 이전에 3위였던 한국이 지금은 15위로 내려앉았다. 중국은 한미동맹이 현재와 같이 유지될 경우 안보상 불이익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 관광 제한으로 한미동맹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언론은 북한 관광을 촉구하는 보도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는데, 유엔 대북 제재에 관광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노린 것과 함께 여러 가지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한미군 계속 주둔에 대해 한미는 물론 북한도 이의를 제기치 않는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중국은 한국을 계속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대비, 즉 한미동맹의 정상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미국이 옛 소련과 맺었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폐기를 주장하고 나온 데는 한국 등에 중거리핵무기를 배치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노림수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동맹과 관련한 미국의 한국 압박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 지난 2017년 11월 7일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캠프 험프리스에서 한반도 상황과 관련한 브리핑을 듣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한미동맹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는 미 군사력을 한국에 배치하는 것을 미국의 '권리(right)'로 규정해 놓았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은 이 4조의 부속협정 성격이고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은 SOFA 5조 1항(미측은 한측에 부담을 과하지 아니하고, 주한미군 유지에 따른 경비를 부담한다)의 예외적, 특별 조치를 규정한 협정이다. 이처럼 SOFA와 SMA의 성격은 그 상위법인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의 특성을 담고 있어 미국이 갑, 한국이 을인 한미동맹의 기울어진 운동장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국내 보수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주한미군 현상 유지도 간단치 않다. 우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면 유엔군은 철수해야 한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1953년 11월 조인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그 위상을 보장받은 뒤, 1978년 11월 창설된 한·미 연합군사령부(CFC) 소속이 되면서 정전협정과 관계없이 계속 남한지역에 주둔할 장치를 확보했다. 한미 두 나라는 2018년, 전시작전지휘권을 한국군이 갖게 될 경우 주한미군 사령관이 CFC 부사령관을 맡는 것으로 합의했으나, 그렇게 되어도 CFC 부사령관은 한국군 CFC 사령관이 행사하는 권한보다 더 강력하고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해외파병 역사에서 외국군의 지휘를 받지 않는 것을 최대의 전통으로 자랑하고 있다.
최근 한미가 합의한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인상 요인이 무엇인지 불투명한 가운데 이전보다 8.2%(1조 389억 원)증액되어 1조원이 넘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이한 발언도 이어지고 있는데 한국 측에서는 이렇다 할 반론이 나오지 않는다. 현재 주한 미군이 사용하지 못한 방위비분담금의 미 집행액은 약 9422억 원에 달하고 이와 별개로 방위비분담금 중 미국이 현금으로 지급 받아서 10년 이상 사용하지 못한 현금 군사건설비 약 2884억이 주한미군 계좌에 그대로 남아있다.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총액 규모로 하는 주먹구구식 방식인데 비해 일본의 경우 지원 분야를 규정해 지출항목을 구체적으로 협상하는 방식이다. 한미 군사관계가 얼마나 기울어진 운동장인지가 드러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불평등성은 필리핀, 일본의 미국과의 군사동맹 내용을 보면 더 확연히 드러난다. 필리핀과 미국의 상호방위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필리핀에 영구적인 군 주재나 군사기지를 만들 수 없고, 핵무기의 필리핀 진입도 금지된다. 미군은 이 협정에 따라 필리핀 정부가 허가하는 지역, 주로 필리핀군에 의해 소유, 통제되는 지역과 시설만을 이용할 수 있다. 환경 보호 조치 등에서도 미군은 필리핀 법규 등을 준수해야 한다. 이 협정은 10년이 시한이며 어느 한 쪽이 종료의 의사를 통보한 뒤 1년이 지나 폐기될 때까지 유효하다. 한국이 한미 군사 관계를 필리핀-미국의 군사동맹과 같은 평등한 관계로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중국이 사드 보복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이 미국이 갑인 군사동맹 관계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역행할 여지가 크다.
한반도 또는 북한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한국이 돌다리도 두드리는 식으로 신중한 태도를 취할 뿐 주권국으로서 당당한 협상 조건을 내세우지 못하는 데는 불평등한 한미동맹 관계가 그 원인의 하나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장악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가 남북철도 및 도로 개설 작업에 제동을 거는 작태를 보인 적이 있다. 미국이 주요 문제에서 한국은 안중에 없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로 미뤄 보아 향후 남북한 관계 개선이 진전된다 해도 미국이 한미군사동맹을 앞세워 그것을 무력화할 개연성을 부인할 수 없다. 국가 간 관계에서 궁극적인 근거는 조약이나 협정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향후 남북한이 군사적 충돌이나 전쟁 불가를 외친다 해도 미국이 한국에 대한 군사적인 ‘권리’를 행사하려 덤벼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야 한다.
북미, 남북한 관계 등에 대해 미국 정치권과 언론은 모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미국 이익 극대화를 주장하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반해 한국의 정치권과 언론은 독자적인 논리나 주장을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은 미국의 입장에서 비핵화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태도를 되풀이 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이야기하면서도 국가보안법의 개폐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 정착에 적극 기여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당을 포함한 정치권, 학계, 시민사회 등이 적극 나서서 한미동맹의 문제를 제기하고, 그 정상화에 노력하고, 국보법과 같이 국제사회가 지탄하는 악법 폐기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프레시안 2.15
이대로라면…태평양 섬나라처럼 부산·인천 잠긴다
기후변화發 해수면상승, 우리도 안전지대 아니라는데
"2019년 세계 최대 글로벌 리스크는 `기후변화(Climate Change)`다."
지난달 25일 막을 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모인 각국 정상과 기업인, 정치인들은 한목소리로 지구에 불어닥친 기후변화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WEF가 각계각층 전문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글로벌 리스크 2019`에는 올해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극단적인 기상이변과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 실패, 대규모 자연재해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사안이 1~3위를 차지했다.
한반도도 지구온난화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제주와 남부 지방은 이미 아열대 기후로 접어들었고, 인천과 부산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기후학자들 사이에서는 "한국도 동남아와 같은 기후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발생하는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이 강 건너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 4계절에서 여름·겨울로…한반도 아열대 기후?
기상청은 지난해 12월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분석서`를 발간해 온실가스가 현 추세로 계속 배출되면(RCP8.5 시나리오) 하루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일수가 현재 연간 3.8일에서 21세기 후반기(2071~2100년)에는 45.2일로 10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최고기온이 25도 이상인 여름일수는 연간 177.6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일수는 연간 35.5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일 년 열두 달 중 절반이 여름이고, 그중 한 달은 폭염 속에서 지내게 되는 셈이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한국이 머지않아 대만이나 오키나와처럼 아열대 기후에 속하게 된다는 예측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고서는 RCP8.5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 21세기 후반기 고도가 높은 산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상도, 전라도, 충청남도 지역이 아열대 기후구에 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주홍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제주도와 전라남도 해안지역은 이미 아열대 기후 특성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추세를 보면 이르면 2050년에 한국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 기후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열대 국가 한국`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겨울은 조금 따뜻해지겠지만 가뭄과 홍수, 병충해 때문에 농업 생산성이 저하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팽창하면서 우리나라와 일본이 고압대의 건조한 권역에 들어가는 시나리오도 있다"며 "이때 폭염이 지속돼 가뭄이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기상예보센터장도 "현재 패턴으로 볼 때 비가 오는 날은 줄어드는 반면 한번 내리는 비의 양은 늘어날 것"이라며 "짧은 시간에 집중되는 비로 인한 침수 피해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반도에 내리는 소나기가 동남아 집중호우 현상인 `스콜`과 유사해진다는 얘기다.
임영신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평균적으로 더위에 따른 온열질환자는 1000명 수준, 이로 인한 사망자는 10여 명 수준이었는데, 작년에는 각각 4500여 명, 40여 명을 기록했다"며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는 기후변화에 대한 장기적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여름은 더워지고 겨울은 추워지고
지구 기온이 높아지지만 오히려 추운 날은 더 추워진다. 북극 얼음이 없어지면서 발생하는 기상이변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북극에서 가장 두껍고 오래돼 `최후의 얼음지대`로 불리던 그린란드 북쪽 얼음이 붕괴됐다. 지난달 22일에는 마이클 베비스 오하이오 주립대학 지구과학과 교수가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그린란드 빙하 유실 속도가 2003년 대비 2012년에 4배나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햇빛을 반사해주는 역할을 하던 얼음이 떨어져나가면 북극해는 태양에너지를 그대로 받게 된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따뜻해진 바닷물의 열이 대기로 가게 되면 북극의 찬 기운을 가두고 있던 제트기류 변동성이 커진다"며 "이로 인해 북극에 있는 한파가 한반도로 몰아치는 빈도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이 같은 일은 현재진행형이다. 2014년과 2016년 초 미국과 유럽, 한국을 강타한 한파 역시 제트기류가 약해진 틈을 타 북극 한파가 기습적으로 내려온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 폭설과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 역시 제트기류 약화와 관련이 있다.
◆ 남극 빙하 녹으면 해수면 상승
녹고 있는 것은 비단 북극뿐만이 아니다. 따뜻한 바다와 접해 상대적으로 녹기 쉬운 북극 얼음과 달리 대륙 위에 놓여 있는 남극 얼음 역시 빠르게 녹고 있다. 지난 14일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대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공동 연구진은 남극에서 빙하가 녹는 속도가 40년 전에 비해 6배 넘게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를 PNAS에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2009~2017년 연간 2520억t의 빙하가 녹은 것으로 관측됐다. 매월 소양호 총 저수량의 7배 규모에 달하는 얼음이 바닷물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북극과 달리 남극에 있는 빙하 융해는 해수면 상승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북극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얼음 덩어리인 `빙산`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빙산은 바다에 떠 있는 만큼 부피 증가분이 현재 해수면 높이에 이미 반영돼 있다.그러나 남극 빙하는 북극 빙산과 다르다. 대부분 대륙 위에 존재하는 만큼 남극 빙하 융해는 오롯이 해수면 상승과 직결된다. 특히 최근 들어 그동안 잘 녹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던 남극 동쪽 빙하까지 녹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문가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에릭 리그노 어바인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남극 빙하가 계속 녹으면 향후 수세기 동안 수 m의 해수면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이클 베비스 교수도 "그린란드는 금세기 초에 (빙하가 녹는) 결정적 시기를 겪었고 빙하가 녹는 추세는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빙하 녹으면 인천공항·부산 지역 잠긴다
한반도도 빙하 소실과 해수면 상승에서 자유롭지 않다.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광범위하게 높아지면서 해수면 상승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김백민 교수는 "바다 온도가 높은 곳에서는 열팽창이 일어나 해수면이 더욱 급격하게 상승한다"며 "구로시오 난류 주변에 있는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2016년 10월 부산 마린시티에서 발생한 해일과 태풍의 이동 경로가 뜨거운 바다에서 시작해 한반도로 유입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반도가 해수면 상승에 상당히 취약하다고 이야기한다.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인천이나 부산 같은 해안 도시에서는 바닷물이 100m 이상 도시 쪽으로 흘러들어온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존재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미국 국립지리정보국이 위성을 통해 제공하는 셔틀레이더지형미션(STRM) 데이터에 따르면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인천국제공항 대부분이 물에 잠기고 인천 연수구, 경기도 시흥·안산·화성시 일대까지 바닷물이 밀려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을숙도와 강서구, 김해공항 인근까지 바닷물에 잠기면서 공항 기능 마비까지 걱정해야 한다. 해수면 1m 상승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지만 인천 부산 등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는 이보다 낮은 해수면 상승만으로도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서정원 기자 매일경제
그들은 가난했다 그래서 해부됐다
박물관 등에 소장된 사람 뼈는 현생인류를 대표하는 데이터가 아니다. 범죄자와 병자, 가난한 사람들의 뼈가 상당수였다. 이제 자랑스럽지 않았던 역사를 직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저는 사람 뼈가 필요했습니다. 논문 주제는 고인류였지만 화석을 분석한 결과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고인류와 가까운 종인 현생인류·침팬지·고릴라의 뼈를 분석하고 비교해야 했습니다. 남아 있는 부위보다 사라진 부위가 더 많은 화석 자료와 달리, 비교 자료로 쓰이는 골격은 빠진 부위가 없는 개체가 많이 필요했습니다. 마침 제가 있던 미시간 주에서 멀지 않은 오하이오 주에 위치한 클리블랜드 자연사박물관에 적합한 자료가 있었습니다. 박물관에는 고릴라·침팬지 골격과 더불어 인골 수천 구가 소장되어 있었고, 개체마다 사망 당시 나이·성별·인종, 그리고 많은 경우 사망 원인까지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그 많은 인골이 클리블랜드 박물관에 모이게 되었을까요? 인골들은 원래 박물관 인근에 있는 케이스웨스턴 대학교 의과대학(의대) 해부학 교실에 소장되어 있었습니다. 20세기 초 케이스웨스턴 대학 의대 하만 교수는 미국 중서부 지역의 사체들을 모았습니다. 당시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 사체는 모두 케이스웨스턴 대학 의대 해부학 교실로 보내졌고, 해부학 실습이 끝난 뒤 장기와 살은 녹이고 뼈만 추려서 해부학 교실에 보관했습니다. 이 작업은 하만 교수의 뒤를 이어서 토드 교수가 담당했습니다. 1950년대에 클리블랜드 자연사박물관으로 옮겨지면서 ‘하만-토드 인골관(Hamann-Todd Human Osteological Collection)’이 탄생했습니다.
ⓒThe Cleveland Museum of Natural History 클리블랜드 자연사박물관 하만-토드 인골관(위)에 소장된 사람 뼈는 의대 해부학 교실에 보관됐던 인골을 1950년대에 옮긴 것이다.
수천 구의 인골이라면 적어도 20세기 초반 당시 그 지역 인구를 대표할 정도로 큰 표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개체씩 꺼내어 머리뼈와 치아, 몸통과 사지 뼈의 다양한 계측치를 쟀습니다. 성차에 의한 편향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성비를 같도록 맞추었습니다. 침팬지나 인간은 성차가 크지 않지만, 고릴라의 경우 암컷과 수컷의 몸집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성비를 맞추지 않으면 편향된 결과가 나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침팬지와 고릴라에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인골이 소장되어 있어 기쁜 마음으로 성비를 맞추어 어른의 인골을 골라서 여러 값을 쟀습니다. 흑인 남자 인골이 가장 튼튼했습니다. 뼈도 강건했고 치아도 거의 모두 남아 있었으며 치아의 건강 상태도 양호했습니다. 그 외 나머지 인골은 치아가 모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았습니다. 치아가 모두 남아 있는 여자 인골은 특히 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수돗물에 불소를 넣지 않았기 때문에 치아의 상태가 매우 나빴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20세기 후반 수돗물에 불소 처리를 하기 전 사람들의 치아 건강 상태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뼈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20세기 초반에 흑인이 건강했다?
결국 치아가 모두 남아 있는 여자 인골의 수에 맞추어 남자 인골을 골라 쟀습니다. 남자 인골의 상태는 가지각색이었지만 여자 인골보다 뼈와 치아의 상태가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치아도 빠지고 뼈도 약한 경우는 나이가 많은 인골이었습니다. 여자 인골은 나이와 상관없이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저는 박사 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데에 온 신경을 썼기 때문에 온전한 개체를 찾기만 했습니다. ‘백인’으로 기록된 인골보다 ‘흑인’으로 기록된 남자 인골의 건강 상태가 좋았는데, 20세기 초반에 흑인이 백인보다 더 건강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웠지만, 그냥 넘어갔습니다. 창피한 고백이지만 당시에는 박사 논문을 써서 졸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이 문제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자료를 모으고 논문을 쓰고 졸업을 하고 교수가 되고 그다음에야 큰 그림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인골관에 관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AP Photo 미국 한 대학병원의 해부학 실험실에서 학생들이 시체를 해부하고 있다.
박물관에 소장된 인골이 20세기 초 해부학 교실에서 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제가 막연하게 생각했듯 ‘과학을 위해 기증’된 몸이 아니었습니다. 죽은 뒤 자신의 몸을 기증할 수 있도록 법적 조치가 마련된 것은 미국에서 20세기 중반부터입니다. 의대는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있었고 예로부터 인체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그러나 해부를 통해 몸의 생김새를 속속들이 알려고 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중세 시대까지는 내과의가 중심을 이루었습니다. 몸을 직접 만지는 일은 천시되었고, 더구나 죽은 몸을 만지면서 자르는 해부는 사회적으로 금기였습니다. 근대에 이르러 눈에 보이는 과학적 접근이 발달하면서 사람의 몸을 직접 만지고 수술을 통해 몸을 잘라서 들여다봐야 하는 외과의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의사라는 직종이 사회계층의 상층부에 놓이는 한편 중산층이 늘어나며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늘어나고 의대 수도 증가했습니다.
늘어난 의대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해 해부해야 할 인체도 그만큼 많이 필요했습니다. 인체를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주검에 칼을 대는 것은 끔찍한 일로 금기시되었기 때문입니다. 동양에서도 죽은 이의 무덤을 파서 관을 꺼내어 시체를 조각내는 부관참시는 극형 중 하나입니다. 물론 이미 죽은 사람에게는 부관참시가 아무 의미 없습니다. 부관참시가 노리는 효과는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기 위함입니다.
영국과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에서는 죄인의 주검이 해부되는 형벌이 있었습니다.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범죄 예방을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한편 해부학 실습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거양득의 효과도 있었습니다. 미국은 18세기 말까지도 해부를 합법적인 형벌로 선고했습니다.
해부 형벌로는 급격히 늘어나는 해부학 실습용 인체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었습니다. 19세기 초반 미국에서는 ‘해부학 법률’을 통과시켰습니다. 감옥이나 병원에서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 사체는 각 주의 해부학 이사회에 맡겨지고 이사회는 임자 없는 사체를 의대에 해부학 실습용으로 보냈습니다. 해부학 법률의 대상은 확대되어 범죄자와 병자뿐 아니라 빈민구호소에서 죽은 사람들까지 해당했습니다. 범죄 예방, 빈곤 예방 효과와 더불어 해부학 실습도 할 수 있었습니다. “나쁜 짓 하면 해부된다!”뿐만 아니라 “(게을러서) 가난하면 해부된다!”라고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었습니다.
해부학 법률을 만들어서 연고가 없는 사체를 가져왔지만 그래도 의대 해부학 실습에 필요한 사체 수요를 충당할 수 없었습니다. 20세기 초 미국에는 우후죽순으로 의대가 신설되었습니다. 의대에서 행해지는 해부학 실습과 관련하여 사회는 의사 교육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사체 해부라는 끔찍한 행위에 대해서는 두려움과 혐오가 섞인 눈길을 보냈습니다. 급증하는 사체 수요를 수익원으로 삼아 등장한 ‘사체 도둑’들은 장례회사에서 직접 시신을 가져오거나, 공동묘지에 가서 땅속에 묻힌 관을 뜯고 사체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결국 해부학 교실에서 해부된 사체들은 얼마 전까지 노예였던 흑인과 빈민처럼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과학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사체를 기부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사체는 본인이나 가족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해부되었습니다.
그러면 해부가 끝난 그 많은 사체는 어떻게 처리되었을까요? 하만 교수와 토드 교수의 이야기처럼 사체를 모아서 인골관을 만드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미국에서 유명한 박물관에 속한 인골관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조각내어져 뒷골목에 버려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20세기 초에 가끔 신문 기사에서 다룬, 뒷골목에서 발견된 시체 조각은 아마도 해부학 교실에서 슬쩍 가져다놓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해부학 실습이 끝난 사체는 다시 묻히기도 했습니다. 텍사스의 프리드먼 공동묘지는 노예 신분을 벗고 자유민이 된 사람들의 묘지입니다. 인류학자 제임스 데이비슨은 프리드먼 묘지를 발굴한 결과 많은 관이 깨지고 비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어떤 경우는 두 개체가 관 하나에 겹쳐진 상태로 묻혀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겹쳐놓은 자세로 보아 정성을 들였다기보다는 빈 곳에 맞추어 억지로 넣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1990년대에 저는 미시간 대학 의대에서 해부학 실습 강의를 들었습니다. 제가 속한 실습 조에서 해부했던 사체는 한쪽 다리가 잘린 남자 노인이었습니다. 피부에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저는 그가 어떤 사람이었을지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해부학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과 대조해서 이름을 외우기에 급급했습니다. 실습이 끝나고 어떻게 되었을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1980년대 석촌동 발굴에 학생으로 참여했을 당시 무덤이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발굴단은 소주 한 병을 놓고 간단히 절을 올린 다음 옮겨 묻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인골이 나오면 장갑을 끼고 수습한 다음 분석에 들어갑니다. 어느 쪽이든 ‘우리 조상님’의 주검이라는 생각으로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 형질 인류학(생물 인류학)을 공부하면서 저는 인골관에 소장된 인골들이 가지고 있는 과학 자료로서의 가치에 대해 별도의 교육을 받지도 않았고, 깊이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충분히 많은 수의 인골이므로 통계학적으로 튼튼한 집단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현생인류를 대표하는 데이터라기보다는 현생인류의 특정 집단을 대표하는 데이터입니다. 인골관에 소장된 인골들의 주인은 현생인류를 대표하는 데이터로 선택되려고 자발적으로 기증에 응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이제 미국 인류학계에서는 자랑스럽지 않은 역사를 드러내고 직시함으로써 자성과 치유의 첫걸음을 내딛자는 움직임이 작지만 분명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골관의 인골은 통계분석이 가능한 표본이라는 보편성과 동시에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특수성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하게 교육하는 일 또한 그중 하나입니다.
얼마 전 일본의 <아사히신문>에는 고등학교 실습실에 놓인 머리뼈가 모형인 줄 알았는데 진짜 인골이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머리뼈는 ‘쇼와 10년대’ 혹은 ‘메이지 시대’에 입수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해부의 용도로 쓰인 사람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몸을 가지고 있었듯이 일본에서도 존중받지 못하는 몸이 해부학 교실에 남아 있게 되었을까요? 쇼와 10년대에 일본에서 존중받지 못하던 사람들은 혹시 한국 사람이 아니었을까요?
이대로 '취업준비생' 계속 해도 될까요?
"54만 취준생 선택 합리적" 분석 나와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격차는 5.5억원
20대 취업준비 기회비용은 5023만원
기대소득 11배↑…"확률상 합리적 선택"
"취업준비 제로섬…채용제도 개선해야"
인사혁신처가 2018년도 국가공무원 공채 선발계획을 공고하면서 행정직(고용노동)과 직업상담직(직업상담) 응시자가 '직업상담사 1·2급 자격증을 보유할 경우 9급 공무원 공채 때 각 과목별 만점의 5%, 7급은 3%를 가산점으로 주기로 했다. 공무원 시험이 약 100일 앞으로 다가와 수험생들이 당장 취득하기 어렵고 변호사나 공인노무사 자격증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득이 쉬운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가진 수험생에게 가산점을 주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수험생들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항의의 뜻을 담아 청원을 내기도 했다. 휴일인 7일 서울 노량진 학원가의 한 공무원시험 학원에서 수험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2018.01.07. mangusta@newsis.com
다음 명절엔 "언제 취직할 거니"라는 말 좀 안 듣고 싶다. '취업준비생'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뒤로 시간만 흘러가고 학원비, 교통비에 책값까지 경제적 부담만 쌓여간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규모나 처우 상관없이 어디든 취직을 서둘러야 하는 건 아닐까.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취업준비를 해야 한다는 청년들의 고민이 합리적 선택이란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직원 간 생애소득 격차가 최대 5억5000만원을 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 구조 때문이다.
16일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리뷰 2019년 2월호'에 실린 '청년 취업준비생 증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은 2015년 44만6000명에서 2017년 54만명으로 1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취업준비생은 15~34세 청년 가운데 최근 일주일간 취업을 위한 학원·기관을 다니거나 집이나 독서실 등에서 취업준비한 사람들이 대상이다.
성별로 보면 2015년 21만8000명이었던 남성은 2017년 30만명으로 8만2000명 늘고, 여성은 같은 기간 22만8000명에서 24만명으로 1만2000명 줄었다. 전체 취업준비생 성비는 남성 55.6%와 여성 44.4%로 나타났다. 시험별로 보면 경찰·소방·군무원 등 일반직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가장 많은 21만9000명으로 전체의 40.6%를 차지했다. 대기업·중소기업 등 일반기업체 준비생이 10만8000명(20.0%)으로 뒤를 이었고 미용사·조리사 등 기능 분야 자격증 준비생 8만8000명(16.3%), 사립교사를 포함한 교원임용고시 준비생과 공사·공단 등 국공영기업체를 준비하는 청년이 3만1000명씩(5.7%)으로 조사됐다.
취업준비 기간은 남녀 모두 시험준비가 18.5개월과 17.6개월로 가장 길었다. 이때 들어간 비용은 월평균 45만3000원과 41만7000원씩 총 838만1000원과 733만9000원에 달했다. 자격증 취득에는 남자가 12.3개월간 137만8000원을, 여자는 12.1개월간 129만5000원을 들였다. 준비기간이 가장 짧은 교육·훈련의 경우 남자는 4.8개월간 34만6000원을, 여자는 4.8개월간 82만1000원을 썼다.
취업준비생 규모는 21세 때부터 늘기 시작해 24세 때 8만2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31세까지 완만하게 감소하는데, 성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여성 취업준비생 비중은 24세에 40.4%로 높아졌다가 31세에 4.6%까지 줄어들지만 남성은 줄곧 늘어나면서 29세 때 66.7%까지 올라간 후 34세 때도 다시 26.1% 수준을 유지한다.
연구팀은 취직보다 취업준비에 나선 청년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합리적 선택'의 결과로 봤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차이로 생애소득에서 최대 5억5000만원 이상 격차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연령별 임금격차를 보면, 30~49세 기간 남성 대졸자를 기준으로 500인 이상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은 30~99인 기업체 직장인보다 5억5122만원을 더 벌었다. 남성 고졸자 4억7292만원, 여성 대졸자 4억332만원, 여성 고졸자 2억3340만원 등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총액 차이가 존재했다.
반대로 100인 미만 기업 취직을 포기한 20대 청년들의 기회비용은 11분의 1 수준이었다.
대졸 20~24세 월평균 임금총액과 25~29세 월평균 임금총액 평균값을 더한 금액(226만2000원)에 가장 길었던 시험 준비기간인 18.5개월을 대입해보면 취업 유예로 발생하는 손실은 4185만원이 나온다. 여기에 시험 준비 비용 838만원을 더해도 기회비용은 5023만원이다. 취업준비로 대기업에 취업할 확률이 9.1%(11분의 1) 이상이라면 18개월간 취업준비생 기간을 감수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미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장인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대기업·공기업 채용인원이 5만명 수준이므로 취업준비생 규모(54만명)는 기대소득 차이를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며 "양극화된 경제구조와 노동시장 이중구조하에서 기대소득을 극대화하려는 청년들의 합리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취업준비생이 늘어나는 현상을 손 놓고 바라만 봐선 안 될 일이다. 장 연구위원은 "장기간 취업준비와 한정된 채용인원을 놓고 벌어지는 제로섬 경쟁은 직접 비용과 기회비용 등 경제적 비용뿐만 아니라 취업준비생의 정신건강이나 자신감, 의욕, 사회관에도 영향을 미쳐 사회적 자본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취업준비 경쟁으로 발생하는 피해나 비용은 취업준비생 개인이나 사회 전체로 귀착되고 채용자나 채용 집단은 그러한 비용과 무관하다"며 "채용제도를 각 채용기관이나 채용기업에만 맡겨 놓는다면 사회적 최적 균형이 달성될 수 없다"고 했다. limj@newsis.com
국립생태원, 미세먼지·폭염으로 관람객 매년 감소 '골머리'
국립생태원(원장 박용목)이 미세먼지와 폭염 탓으로 지난해 관람객이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16일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지난해 관람객 수는 개원 직후인 2014년 99만 4966명 대비 13%(13만 6627명) 감소한 85만 8339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생태원은 지난 2013년 12월 28일 개원한 이후 관람객이 감소 추세다. 국립생태원의 관람객 수는 개원초기인 2014년 99만 4966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으나, 2015년 98만 6526명, 2016년 91만 4942명, 2017년 95만 1031명으로 매년 5만 명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는 지난 2017년 대비 9.7%(9만 2692명) 줄어든 85만 8339명으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공무 등으로 국립생태원에 방문한 인원이 2017년 2822명 대비 1150% 증가한 3만 2422명에 육박한다. 국립생태원에 업무가 아닌 실제 관람을 목적으로 방문한 인원 수는 83만 명 수준에 머문다. 관람객 수 감소 원인으로 폭염과 미세먼지 등 환경적인 요인과 소위 '오픈빨'로 불리는 개점 효과가 사그라 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관람객 수 추이를 월별로 살펴보면 전국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던 지난 2018년 8월 관람객 수가 전년 동월 7만 3106명 대비 68.7% 하락한 5만 234명을 기록했다. 생태원을 관람하는 인원이 감소함에 따라 수입금도 자연스레 줄었다. 국립생태원의 지난해 수입은 2017년 22억 707만 원 대비 3억 2960만 원 감소한 18억 7747만 원에 불과했다. 2013년 개원한 이후 국립생태원의 누적 수입금은 109억 4511만 원이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원 초기에는 관람객들이 많이 몰린다"면서 "대부분의 기관들이 3년쯤 지나면 관람객이 자연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지난해는 폭염과 미세먼지 이슈로 사람들의 야외 활동이 줄어들어 생태원 방문객 수도 떨어진 것으로 분석한다"고 덧붙였다.[CEO스코어데일리 / 박경배 기자 / pkb@ceoscore.co.kr]
Riders on The Storm (The Doors) (1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