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12.21 反動의 세월
1216경향-한겨레
부동산 투기 대응, 공시가격 현실화로 보유세 높여야
2020년 총선 유튜브대전, 예정된 보수승리
혐오와 절망의 간극
프랑스는 ‘톨레랑스’ 던져버렸는가
주저함 없는 차별과 혐오
국회 예산 심의 ‘무늬만 감액’…회계적 삭감으로 증액 여력만 늘려
종북’ 낙인찍힌 이정희가 말하는 혐오표현
빨갱이 새끼!" 한국당 지지자들 난입 시도에 '아수라장 국회'
예술은 길다’며 버텼는데…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가계부채 ‘고속’ 경제성장률 ‘저속’
이젠 무시할 수 없는 '종부세'…"다주택 팔아라"
치솟는 부산 집값, 정부 또 헛발질
전우용, 한국당 지지자 국회 난입에 “이승만 추종자 같다
정부 규제가 집값 폭등 불렀다"…부동산 전문가 50인 긴급설문
스니커즈 사려고 줄 선 밀레니얼들…"되팔면 가격 3배 '껑충' 뛰어요"
무법천지 된 국회? “의원들도 밥 먹듯 내규 무시”
대기업 임원이 서울아파트 1채 소유자보다 못하다"
서울 뭉칫돈 유턴, 부산 부동산 시장 또 흔드나
부동산 불로소득의 천국···보유세 강화해 투기 차단해야”
왜곡·폄하 시달려온 ‘제주4·3’, 한국사 교과서에 보완됐다
당장은 ‘거래잠김’ 가능성…다주택자 힘겨루기 6개월이 관건
경실련 “5대 그룹 땅값 23년간 61조원↑”…이명박 정부 이후 큰 폭 증가
한국경제, 64년간 연평균 7.2% 성장
태극기 단톡방 ‘선거제 개편’ 가짜뉴스 유통, 어떻게 ‘국민저항권’ 둔갑했나
재벌편에 선 '노동운동가' 결국 법정구속
재벌가 주택 공시가 내년엔 ‘찔끔’ 상승
후퇴하는 공약,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
의사 월평균 수입 1342만원.. 동네의원이 제일 잘번다
영끌’해서 서울 마이홈 꿈꿨는데… 30대 “정부가 사다리 걷어차”
강남-非강남 갈등 불지른 ‘한국판 부동산 카스트’
文대통령 개인 지지율 조사 해보니 놀라운 결과
2020 한반도 정세, 어게인 2017?
민족일보의 인기 비결은[ 미디어오늘 1230호 사설 ]
전국 2.5%뿐인 ‘15억 초과’ 아파트, 서울엔 15.5% 강남엔 70.7%
세계인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 방콕 4년 연속 1위, 서울 11위
한겨레 신문 사설] ‘저항권’ 모독하는 도 넘은 태극기부대 ‘단톡방’ 실태
3대 과제 절박한데 … '역주행'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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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20 경향 장도리
부동산 투기 대응, 공시가격 현실화로 보유세 높여야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운데)와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왼쪽) 등이 12월 5일 ‘공시지가 조작’ 관련자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초동 서울지방검찰청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세 절반에도 못 미쳐 부동산에 돈 몰리고 기업들은 보유세 절감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공시가격제도’를 부동산 가격 폭등의 한 원인으로 꼽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2월 5일 경실련과 함께 ‘공시가격 조작’으로 재벌·건물주 등 상류층에게 80조원에 달하는 절세 특혜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한국감정원과 국토부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한 정동영 의원(민주평화당)이 “한국사회 불평등의 80%가 자산불평등·부동산 불평등이고 그 뿌리에 부동산 공시가격제도의 왜곡과 통계조작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은 이런 시각을 대표한다.
경실련은 앞서 12월 3일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말 국내 땅값이 1경1545조원이고 공시지가의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은 43%라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주장하는 현실화율인 64.8%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12월 3, 4일 두 번에 걸쳐 설명자료를 내 한국은행 대차대조표의 토지자산총액은 2016년 7146조원에서 지난해 말 8222조원으로 1076조원 증가했다며 경실련 주장을 반박했다. 국토부는 정동영 의원실에 1월에 공개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낮은 현실화율과 고무줄 공시가격
국토부는 한국은행 통계에 기대고, 경실련은 토지·주택 표본조사의 결과로 추정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한쪽이 무조건 옳다고 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경실련의 통계가 신빙성을 갖고 있다고 봤다. 고 원장은 “LH공사가 토지수용 보상을 할 때 감정평가사들이 실제 거래 가격을 조사해 제시한 시세 보상을 따르는데 그 보상 비율이 공시지가의 1.8배”라며 “공시지가가 시세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는 경실련의 주장은 어느 정도 근거 있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공시가격제도는 토지에 적용되는 부동산 가격인 공시지가와 주택에 적용되는 공시가격으로 나뉜다. 1990년 처음 공시지가 조사가 시작된 후 2005년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되면서 주택에 대해서 토지와 건물을 통합해 평가하는 공시가격이 도입됐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뿐 아니라 상속세·증여세·종부세 등 각종 조세와 개발부담금과 건강보험료 등 60여 개의 다양한 행정 목적에 활용된다. 공시가격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실질적인 증세나 감세가 이뤄질 수 있다.
공시가격과 관련해 그간 시세반영률이 낮고, 부동산 유형별·지역별·가격대별 불균형이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공개한 부동산 공시가격의 유형별 시세반영률을 보면 시세반영률이 가장 높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조차 시세의 68.1%에 불과했고, 단독주택은 53%에 그쳤다. 특히 시세가 급등한 서울 한남동·청담동의 고가 단독주택의 경우 시세반영률이 20~30%대에 불과해 건물과 토지가격을 합산한 주택 공시가격이 해당 주택의 공시지가보다 낮게 책정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공시가격 산정·고시 권한은 정부가 행사하지만 실무의 경우 공동주택과 표준단독주택은 감정원, 표준지는 한국감정평가사협회, 개별 단독주택과 개별토지는 지자체가 제각각 산정하면서 형평성 문제가 더 불거지는 측면도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공시지가 조사의 정확성 확보를 위해 한국감정원이나 감정평가사에만 의존해선 안 되고 일선에서 거래를 자주 접하는 공인중개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일 팀장은 “감정평가사가 대표적인 땅(표준지)을 정해서 그 땅의 움직임을 통해 주변가격을 추론하는 형태인데 정확성을 기하려면 땅의 표본수를 늘려야 한다”며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이면 현실적으로 빠르게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공인중개사와의 협업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공인중개사 스스로 수수료 수익을 위해 시장을 교란하는 면도 있어서 제제와 보상 체계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종완 원장 역시 비슷한 제안을 했다. 한국감정원의 경우 이와 달리 정부 주도로 전국적으로 일원화된 가격 조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제도 변화보다 조사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공시지가 조사 예산이 투입되는 과정 자체가 불투명해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지, 경쟁으로 이뤄지는지도 알 수 없고 감정평가사가 현장에서 조사한 내역서도 알 수 없다”며 “정부가 주장하는 현실화율 64%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것도 시세가 얼마이며 그래서 어느 정도의 공시가격이 적정한지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시지가 현실화, 보유세 강화해야”
특히 법인이 소유한 비업무용 토지의 공시지가가 낮게 산정돼 부동산 재벌, 대기업의 세 부담이 낮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일례로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평당 4억4000만원에 매각된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의 경우 공시지가가 평당 1억9000만원에 불과하다. 고종완 원장은 “대기업 소유 토지의 공시지가가 상대적으로 낮다 보니 세금을 낮추기 위해 기업들이 지가산정위원회의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합법의 외피를 쓴 특혜를 추구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법인의 경우 공시지가가 낮게 정해지는 상가·사무실·공장 등 별도합산토지 비율이 높다 보니 세금 부담도 낮다. 지난 12월 11일 정동영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종합부동산세 100분위’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종부세를 내는 법인 보유 부동산 자산의 평균 규모가 개인의 13배에 달하지만 보유 부동산 규모 대비 종부세 비율은 3배 수준에 그쳤다. 특히 상위 1%만 보면 법인 부동산이 개인의 50배인데 세급납부비율은 1.7배에 그쳤다.
김 국장은 정부가 기업들에 막대한 부동산 보유세 절감효과를 주는 공시지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상위 100개 법인이 전체 토지의 75%를 보유하고 그중에서도 최상위 1% 재벌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토지 소유가 증가했다”면서 “아파트값이 오르는 건 건물값이 올라서가 아니라 땅값이 올랐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재벌들의 부동산 투기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종성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교수는 공시지가를 현실화해 보유세를 높이고 대신 양도소득세와 취·등록세 등 거래 관련 세금을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지금 취·등록세와 양도소득세가 높아 매물이 나오지 않고 집값이 오르고 있다”며 “거래세를 낮추면서 보유세를 높이면 부동산 가격 안정과 불로소득 환수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벌 기업들이 보유한 토지의 공시지가를 높이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봤다. 토지는 공급 탄력성(가격 변화에 따른 공급량 변화)이 제로라 세금을 늘려도 경제적으로 왜곡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재벌들은 생산적 투자보다 부동산 수익이 높으면 당연히 부동산에 투자하게 된다”며 “부동산에서 얻을 수 있는 불로소득의 기대 수익을 낮추는 구조를 만들지 않고 이런저런 규제를 한다고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2020년 총선 유튜브대전, 예정된 보수승리
11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스마트플랫폼 오픈 및 유튜브 채널 ‘씀’ 1주년 기념식에서 박주민 최고위원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보수우파 유튜버 네거티브 여권 방어할 수단 있을까
“기성세대는 잘 모른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보면 느낄 수 있다. 프로게이머 출신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수십 군데 중·고등학교 강연을 다녔다. 아이들하고 대화를 해보면 안다. 극우성향의 유튜브를 많이 본다. 하나의 정보가 옆 동네 학교까지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들은 정보검색을 네이버가 아니라 유튜브로 한다.” 황의두씨(28)의 말이다. 그는 극우 유튜버들이 10대들에게 퍼뜨린 대표적 ‘가짜뉴스’로 “문재인 정부가 유튜브 차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을 들었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지난 11월 초 민주당 총선기획단이 위원으로 영입하면서 그의 이름은 포털실시간 검색어로 올랐다. 그는 ‘알리미 황희두’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정치 시사 쟁점을 해설하는 채널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알릴레오’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다스뵈이다’ 같은 채널과 비교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많지만, 입문자를 대상으로 가교역할을 할 나 같은 채널도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기울어진 유튜브시장 판세를 극복하기 위해 보다 많은 ‘청년스피커’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총선 진보 패배는 예정돼 있다”
“지금대로 간다면 내년 총선은 뉴미디어 역사 최초로 보수우파가 여론전에서 승리하는 선거가 될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뉴미디어 전문가의 말이다. 그리고 승패가 갈리는 격전지는? “유튜브다. 지금의 역량으로는 ‘진보 리버럴’의 패배는 예정되어 있다. 지금으로서는 그 후과를 얼마나 줄이느냐를 두고 전략을 짜야 한다.” 과연 그럴까.
이 전문가는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예를 들었다. “가세연 영상을 찾아보면 오후에는 광화문집회를 찍고 다시 밤에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부산으로 내려가 오거돈 시장을 저격하는 영상이 있다. 영상을 보면 멤버인 김용호씨가 임종석 전 비서실장 딸 임동아씨의 인스타그램을 털면서 ‘우리가 이런 콘텐츠가 한두 개이겠습니까’라고 발언하는 대목이 있다. 실시간으로 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임동아씨 인스타그램 계정을 살펴봤는데, 이미 삭제된 것이었다. 사전에 다 다운받은 것이었다. 임동아씨뿐이겠는가. 그쪽에도 기획단이 있으니 이미 다 준비해뒀을 것이다.”
가세연의 콘텐츠를 보다 보면 말초적 흥미를 바탕으로 위험수위를 넘어서는 콘텐츠가 요소요소에 심어 있다. ‘구혜선 꼭지의 진실’과 같은 썸네일을 단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최근 논란이 된 가수 김건모씨가 수년 전 룸살롱에서 성폭행했다는 의혹도 가세연발이다. 김용호·강용석·김세의씨 등 가세연 진행자들은 명예훼손 소송 등 부담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씨 의혹(강용석), 세월호 사건 당시 홍가혜씨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김용호) 등 이미 수많은 피고소·피고발에 익숙한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학계나 업계에서는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뉴미디어 선거가 시작한 시기를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때로 본다. 팟캐스트는 그 전까지 한국에서 알려지지 않은 플랫폼이었다. 여기서 방송되던 ‘나는 꼼수다’ 팟캐스트는 당시 보수여당 측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인 나경원을 저격했다. 이른바 ‘나경원 1억 피부과설’이다.(시간이 지난 뒤인 2012년 나경원 당시 전 의원은 “실제 피부과에서 쓴 돈은 550만원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저격은 성공했다. “그러니까 가세연은 유튜브에 등장한 보수우파판 나꼼수인 셈이다.” 앞서 전문가의 말이다.
팟캐스트로 시작된 뉴미디어 선거의 전장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트위터로 넘어갔다. 다시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그리고 2018년 지방선거에는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격전지는 확대되었다. 그렇다면 2020년 총선엔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까?
‘온라인을 잡아라, 달아오른 유튜브 총선전’, ‘정당의 유튜브 활용법… 총선 보수·진보 전쟁 축소판’. 지난 11월에 나온 언론보도 제목이다. 다음 선거의 격전지는 유튜브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기사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를 넘어 이제 유튜브가 대세”, “정치신인은 물론 현역 의원들에게도 유튜브 채널은 선택이 아닌 필수”와 같은 내용의 기사를 쏟아냈다. 그런데 그것뿐일까. 대부분 ‘유튜브 총선’ 기사를 보면 정치인의 유튜브 활용에 초점에 맞춰지고 있다. 명함을 돌리고, 출판기념회를 열고, 의정보고회를 여는 대신 유튜브를 활용하는 정치인들이 대세라는 것이다.
정치인 유튜브 열풍의 ‘명암’
다음 총선은 유튜브 총선이 될 것이라는 건 과장이 아니다.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언론인 원성심씨가 지난 10월 발표한 논문을 보면 현역 국회의원 297명 중 243명이 유튜브 계정을 개설했다. 무려 81.8%다. 원씨는 논문에서 5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한 채널운영자를 ‘인플루언서’로 규정하는데, 그 숫자는 24명이다. 유튜브 계정을 개설한 전체 현역정치인 중 약 10%에 해당한다.
“며칠 전 여권의 모 중진의원실 보좌관을 만났다. ‘의원님이 유튜브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자문하려 한 것이다.”
정치 시사 유튜브를 편집하는 한 프로듀서의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조언했다. 내가 만약 참모라면 유튜브를 하지 말라고 말릴 것이다. 중진 의원이 해야 하는 것은 유튜브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갈등조절을 잘하고 정책활동을 잘하면 기성 언론에서도 불러줄 것이고, 잘 나가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모시려 할 것이다. 유치원 3법을 발의한 박용진 의원처럼 활동하면 자연스럽게 주목받게 되는 것 아니냐.” 정치권에 몸담은 적이 있는 이 프로듀서는 최근의 ‘유튜브 선풍’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최근 의원실 구인공고를 보면 모집요건에 딱 봐도 유튜브 촬영·편집을 시키려고 자격요건을 적어놓는 것이 많다. 주로 하급비서다. 실제 현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의원들 대부분도 7급 이하 비서진이나 인턴에게 맡겨놓는 경우가 많은데, 못한다. 업무량도 많고, 그 돈 받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좋은 인력을 못 구한다. 시사 이슈를 이해하면서 PD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은 단가가 너무 세다. 게다가 정치인의 의정활동을 다 이해하면서 따라다니는 고강도 중노동을 감당하면서 인턴비서 월급으로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계정만 만들어놓은 정치인 유튜브 대부분이 개점휴업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까닭이다. 현재 의원이름을 붙여 ‘○○○TV’라는 식의 이름을 달고 서비스되는 대부분의 유튜브는 보좌진이 만들고 있다. 자막을 달거나 영상편집을 하는 경우도 대부분 직접 알음알음으로 배워서 한다. 아무래도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서 프로듀서의 말이다. “동영상 편집이라는 것은 고급기술이다. 그런데 그거 하고 싶어 의원회관에 들어간 사람은 없다.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본질은 그걸 시키는 사람들이 유튜브를 이해 못 하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을 구하는 것도 유튜브 생태계나 문법을 이해 못 한 데서 오는 연장선이다. ‘유튜브를 하고 싶다’고만 말했지 다양한 유튜브를 연구한 적도 없고, ‘저거 좋네’ 이런 식으로 ‘카메라 여러 대로 국감장에서 나만 찍어라’라는 식의 태도는 엄밀히 말해 유튜브를 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주인공으로 찍히고 싶다는 것일 뿐이다. 정치인들이 인기를 먹고 살고 싶은 욕망은 이해되는데, 아무런 노력 없이 과실만 쉽게 얻으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 뉴미디어를 활용해 성공한 케이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랜선효녀’라는 별명을 얻은 박광온 민주당 의원 딸의 트위터 선거지원은 지난 총선에서 화제를 모았다. “딸 트위터 덕분에 선거결과를 뒤집을 수 있었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그렇다면 내년 총선에서 유튜브를 활용해 의원에 당선될 최초의 사례가 나올 수 있을까?
최초의 ‘유튜버 국회의원’ 탄생은 가능할까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해마다 3월이면 1년의 활동방향을 발표하는 일종의 신년사를 발표한다. 2016년 3월, ‘페북라이브를 강화해 동영상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그의 발표를 보고 동영상 촬영장비를 예약을 걸어 주문했다.”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의 말이다. 그는 당시 손혜원 의원 보좌관이었다. “정치권에서 다른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을 때 마이크와 전문장비를 최초로 도입했다. 처음 했던 라이브 영상을 10만 명이 보면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손 의원 자신이 대중 트렌드를 잘 아는 사람이라 오디오는 따로 고음질로 녹음하고, 비디오는 별도로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DSLR카메라로 촬영했고….” 페북라이브를 통해 직접 소통은 손 의원이 목포 땅투기 의혹에 휩싸였던 지난해 톡톡한 역할을 했다. “그게 목포 관련해 언론들의 지속적인 의혹 제기에 안 밀리고 대응할 수 있었던 힘이었다. 자체적으로 해명자료도 유튜브로 만들고, 그 후 유튜브로 넘어와 선도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면서 구독자수가 확 늘었다.” 손 의원의 유튜브 계정은 앞서 원성심씨의 논문에 따르면 구독자수 13만6000명으로 전체 현역정치인 중 4위를 기록하고 있다.
김 소장의 연구소 유튜브채널은 자유한국당 공식채널인 ‘오른소리’를 패러디해 대적한다는 의미의 ‘옳은소리’로 최근 콘셉트를 바꾼 뒤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2주에 한 번씩 발표하는 정치연구소 씽크와이의 정책영상 사이사이에 내놓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 등을 패러디한 그의 영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 소장의 말이다. “사실 채널 자체를 개설한 지는 몇 개월 되었는데 캐릭터를 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실 그래픽 중심의 1분짜리 정책보고서를 냈는데 파급력은 크지 않았다. 오른소리에 대항하는 ‘옳은소리’로 콘셉트를 잡아 온갖 B급감성을 담아 웃기는 내용을 담으니 무궁무진한 콘텐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내년 총선에 출마예정인 김 소장은 “정치인에게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수도권의 경우 베드타운이 되었는데, 아무리 의정보고서를 내고 동네에 가서 연설을 해도 주민들을 직접 만나기 힘든 상황이다. 대신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정책을 설명하고 만나는 것 역시 표와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싱크탱크의 유튜브 전략은
민주당 씽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역시 지난 11월 중순부터 유튜브 대전에 뛰어들었다. ‘의사소통TV’라는 이름이다. 기존의 민주당 공식 유튜브채널 ‘씀’과는 별도로 개설된 채널이다. 김현권·김종민·전재수 의원 등 내년 총선에 민주당으로서는 험지출마를 예고하는 의원들 소개부터 시작한 채널은 김부겸·이재명·박원순 등 민주당의 잠재적 차기 대권주자들을 연달아 초청해 출연시켜 주목을 받았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연구원의 병참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공언한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양정철 원장이 구상하는 내년 총선 전략의 일단이 드러난 셈이다. 편집형식도 기존의 ‘알릴레오’나 ‘다스뵈이다’ 등 대표적인 진보 유튜브 채널 콘텐츠와 달리 짧고 가벼운 편집으로 유튜브의 핵심소비층인 20·30대를 겨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민주연구원 관계자는 “출연자 섭외는 양 원장 등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맡고 있다”며 “차기 대권주자라기보다 민주당 내의 유력 지자체 단체장들의 ‘좋은 정책 소개’가 핵심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유튜브는 보수우파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평가한다. 최근 기자를 만난 ‘헬마우스’ 관계자는 “역사상 처음으로 진보가 뉴미디어에서 밀리는 것을 보면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마타도어에 대해서는 누군가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가짜뉴스 저격채널 헬마우스의 시작 계기”라고 밝혔다.
2020년 총선은 어떤 총선으로 기억될까. 앞서 뉴미디어 전문가의 전망대로 ‘총선에 출마한 여권 유력 정치인에 대한 보수우파 유튜버들의 저격이 성공한 선거’로 기억될까.
학계 전문가들은 유튜브가 내년 총선에서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대체적으로 회의적이다.
주지혁 극동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젊은층의 유튜브 소비행태를 보면 대부분 재미 중심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반면 정치 콘텐츠는 양극단으로 나뉘어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다”고 말한다. 종전의 뉴미디어 연구에서 드러나듯,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는 중도층을 견인하는 효과보다 기존에 자신이 갖고 있는 신념을 확인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교수는 “만약 내년 선거가 대선이라면 충분히 유튜브 대선이 될 수 있겠지만 총선은 성격이 다르다”며 “선거제도 개편이 논의되고 있지만 어쨌든 총선은 최소 250개에서 260개로 지역구가 나눠 치러지는 선거”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공론장이 유튜브로 쏠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튜브의 여론이 우물 안의 외침이었는지, 광장에서 외침이었는지는 이번 선거가 지나게 되면 확실히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혐오와 절망의 간극
기자라는 직종을 비하하는 욕인 ‘기레기’는 세월호 참사 이후 널리 쓰여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전에도 이 말은 별 차이 없는 속보 경쟁, 짜깁기 기사 양산, 선정적 제목 달기 등 질 낮은 기사를 양산하는 기자들을 향한 비난으로 쓰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 욕설이 더 많은 기자들을 향한 이유는 질 낮은 기사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해 말 방송기자연합회는 참사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의 회고와 반성을 담은 보고서 <세월호 보도, 저널리즘의 침몰>을 내놓았다. 여기서 기자들이 고백한 보도 참사는 ‘사실 확인 부족·받아쓰기 보도’, ‘비윤리적·자극적·선정적 보도’, ‘권력편향적 보도’, ‘본질 희석 보도’, ‘누락·축소 보도’ 등 다섯 가지 유형이었다. 기레기는 단순한 보도 평가 아니라 기사 취재와 작성 과정을 향한 비난을 통해 확장된 셈이다. 여기에 이후 이 말은 기자 개인의 일탈 행동이나 익숙한 취재 관행의 고집, 독자를 낮춰 보는 태도에 이르기까지 기자라는 직종 전체를 향한 혐오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 2014년 5월10일 검은티행동 참가자 일부가 서울 중구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국민의 보도지침’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그러나 기자에 대한 독자의 혐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네이버앱의 ‘검색차트’나 다음앱의 ‘랭킹’ 메뉴를 보면 실시간으로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본 뉴스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뉴스 중 탐사 기획이나 심층 보도를 찾기란 정말 어렵다. 연말이면 숱하게 열리는 언론 관련 각종 시상식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기사가 높은 조회수를 보인 경우는 많지 않다. 심지어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 12월, 60여명의 선원이 탄 오룡호가 침몰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서는 두 연예인의 결혼소식이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튜브 전성시대라는 지금도 다르지 않다. 특정 정치인의 발언과 행위에 대한 맥락과 의미를 분석하는 기사보다 그 정치인이 직접 말하는 유튜브 채널의 조회수가 압도적으로 높다. 지난 몇 년 간 언론개혁에 최선을 다했던 언론사 노조 지부장은 한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역 언론에도 탐사보도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누구도 읽지 않습니다.” 독자, 혹은 이용자에 대한 기자의 절망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언론의 진정한 위기는 기자를 향한 독자의 혐오와 독자를 향한 기자의 절망이 만날 때다. 그러나 지금 서로가 혐오하고 절망하는 대상을 제대로 마주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누가 기레기인가’라고 물으면 특정 기자를 떠올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기레기는 포털과 소셜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속보와 단독 경쟁, 출입처 등에서 양산한 기사 등 언론 적폐의 현상을 기자라는 집단에 투영했기 때문이다. 좋은 기사를 읽지 않는 독자는 어떤가. 정확히 말하면 독자가 아닌 인터넷 이용자의 다양한 행위 중 오직 조회수라는 양적 지표만으로 독자를 평가한 결과다. 결국 기레기나 조회수 모두 뚜렷한 대상이 아닌 기자와 독자라는 집단의 일부 속성을 확대하여 일반화한 표현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 지난 2014년 3월 미디어오늘 만평. 만평=권범철 만평작가
[ 관련 기사 : 한겨레) 강준만 칼럼-‘기레기’라고 욕하는 당신께 ]
[ 관련 기사 : 강준만 교수 “해장국 언론 원하는 사회에선 언론개혁 불가능” ]
얼마 전 강준만 교수가 “나의 속을 후련하게 만들어주는 해장국 언론을 열망하는 수용자”에게 쓴 칼럼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다. 언론개혁 과제를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용자의 문제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수용자 또한 조회수의 이용자처럼 메두사와 같이 수많은 머리를 가진 ‘다중’의 일면일 수도 있다. 도리어 칼럼에서 인상적인 표현은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이었다. 기레기를 향한 혐오와 조회수에서 느끼는 절망은 기자와 독자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글로 먹고 사는 오래된 직업의 종사자가 불안한 생계로 먹고 살기 빠듯한 시민을 글자와 숫자로 만날 뿐이다. 갈수록 벌어지는 혐오와 절망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기자와 독자라는 명찰을 떼고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는 것. “당신 못지 않게 선량한 국민”으로 만나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가.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강사 mediatoday
프랑스는 ‘톨레랑스’ 던져버렸는가
프랑스의 이민 수용률은 28%로 독일(42%)에 비해 매우 낮다. 그럼에도 마크롱 정부는 ‘문턱을 더 높이는’ 이민정책을 발표했다. 우파가 기대어온 반이민 정서에 호응해 표를 얻으려는 것이다.
ⓒEPA지난 11월7일 프랑스 정부는 600여 명의 파리 경찰을 동원해 불법 이민자들이 설치한 텐트를 철거했다.
프랑스 사회에서 이민은 오랜 화두다. 보도 전문 채널 〈프랑스앵포〉는 이민자들의 소득과 소비, 사회보장세로 매해 40억 유로(약 5조2000억원)가 창출된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정부는 국내총생산의 약 0.5%를 이민정책 집행에 쓴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최근 프랑스는 이민자에게 그리 관대한 나라가 아니다. 유럽연합 통계기구인 유로스탯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이민 수용률은 42%, 이탈리아는 32%인 반면 프랑스는 28%이다. 프랑스 정부는 문을 더 걸어 잠그겠다는 방침이다. 강경하고 구체적인 이민정책을 발표했다.
마크롱 정부의 숙원사업인 이민정책 개편은 여러 차례 반발을 불러왔다. 지난해 8월 프랑스 내무부는 경제이민 거부 대상자의 이의 제기 기간을 30일에서 15일로 줄이고, 이민 신청자 최대 구금 기간을 45일에서 90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각계 반발에 부딪혀 최대 구금 기간만 늘리고 이의 제기 기간 30일은 현상 유지하는 수정안이 가결됐다. 정부로서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지난 9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의원들과 회동하면서 한 연설도 갈등을 불렀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이민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휴머니스트를 자처하는 이들의 태도는 때로 지나치게 방임적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이민에 초점을 맞춘 이민정책의 얼개를 발표했다. 여당 일각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대통령이 연설한 다음 날 여당인 ‘전진하는 공화국(LREM)’ 의원 15명은 “(마크롱 대통령은) 국외와 이슬람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자주 써먹는 경제이민자에 대한 논의에 쉽게 속지 말라”고 공식 성명을 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9월24일 라디오 ‘유럽 1’과의 인터뷰에서 두 차례 하원·상원 토론을 통해 다룰 구체적인 이민정책을 언급했다. 그는 “모두를 잘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매혹적인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한 인권, 민주주의와 자유가 보장된 ‘안전한 나라’에서 온 이민 신청자에 대한 ‘난민 신청자 보조금(ADA)’ 지급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불법 이민자 추방과 귀국 지원을 늘리고, 가족 이민 조건을 강화하며 불법으로 받아가는 사회보조금이 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난민에게 무료로 제공했던 국가의료지원(AME)에 대해서는 남용이 없는지 확인하고 3개월 이상의 ‘불안정한 상황’을 증명해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며, 귀화 언어 수준은 ‘중급(B1)’으로 상향된다. 난민정책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10월7일, 10월9일 하원과 상원에서 이어졌고 11월6일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20개의 구체화된 이민정책안을 발표했다.
최근 발표한 이민정책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쿼터제’다. 직종에 따라 인력이 필요한 곳에 일정 수의 이주자를 채용하는 것이다. 정부가 매해 국회와 논의 후 고용 목표치를 정하고, 출신국에 관계없이 계약된 기간의 체류증을 발급한다. 전체 체류증 발급 26만 건 중 3만3000건에 불과했던 ‘노동 체류증’ 발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발급 기준은 7가지에서 3가지로 간소화된다. 프랑스 고용청은 자동차 제조사, 건설공사 노동자 등 일자리 24만 개가 인력난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여름까지 일자리가 부족한 직군 리스트를 작성할 예정이다.
ⓒEPA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좌파로부터 ‘극우 포퓰리즘 정책을 차용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마크롱 ‘우향우’에 이민 신청자들 ‘울상’
쿼터제 적용에 대한 반응은 비교적 긍정적이다. 전진하는 공화국의 오로르 베르제 대변인은 10월7일 〈프랑스앵포〉와의 인터뷰에서 쿼터제 시행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이며 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회동한 이후 이민정책 개선에 적극 반대하며 공식 성명을 냈던 소니아 크리미 전진하는 공화국 의원 역시 11월7일 쿼터제 적용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둘째, 국가의료지원(AME) 관리 정책이다. 이 정책은 더 논쟁적이다. 2000년에 창안한 국가의료지원은 난민이 이민 신청을 하자마자 병원과 약국에서 무료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12월31일까지 총 31만8106명이 연간 총 9억3500만 유로(약 1조2000억원)의 수혜를 받고 있다. 새 정책에 따르면, 정부는 위급하지 않은 의료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지난 10월7일 〈르몽드〉 분석에 따르면 B형 간염이나 암과 같은 만성질환도 대상에서 제외된다. 필리프 총리가 발표한 구체안에 따르면 ‘응급치료’가 아닌 대퇴부나 무릎 의족, 백내장 수술 같은 치료를 받으려면 9개월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 또한 국가의료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3개월간 프랑스에 불법체류 중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3개월 유효기간의 관광비자로 ‘의료 관광’을 하는 남용을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알바니아, 조지아 같은 ‘안전한 나라’에서 의료 혜택을 받기 위해 이민 신청을 하는 경우를 예방하고자 3개월이 넘는 체류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정책은 즉각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사회당(PS)의 올리비에 포르 대표는 지난 9월26일 프랑스 2채널과 인터뷰할 때 “국가의료지원은 공공보건의 영역이다. 난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돌보지 않아서 여러분의 아이가 결핵에 전염되길 원하는가?”라고 말했다. 난민지원단체 유토피아56의 대표 빅토르 갈루는 11월6일 〈프랑스앵포〉와의 인터뷰에서 “3개월의 대기 기간이 이주자의 건강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라고 답했다.
현지에서는 이민정책에 주력하는 마크롱 정부의 기조가 일종의 정치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파가 기대어온 반(反)이민 정서에 호응해서 표를 끌어오려 한다는 것이다. 지난 9월 다수당 앞에서 처음으로 이민정책에 대한 논의를 제안했을 때, 마크롱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2020년 지방선거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언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좌파가 몇십 년간 이 문제를 대면하지 않아 서민층이 우파로 이주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2007년 공화당(LR)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때 이미 제안했으나 실패했던 쿼터제를 다시 정책으로 꺼내든 것도 현 정부의 ‘우향우’를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었던 공화당은 마크롱표 쿼터제에 우호적이다. 반면 좌파는 마크롱 대통령이 인기가 떨어질 때마다 극우 포퓰리즘의 정책을 가져다 쓴다며 비판한다. 프랑스공산당(PCF)의 세바스티앵 쥐멜 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이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로 대표되는 극우정책)라는 자신의 ‘생명보험’을 택한 것이다”라고 평했다./ 시사인 파리∙이유경 통신원
주저함 없는 차별과 혐오
인간의 내구성에 대해 생각했다. 사람이 견딜 수 있는 모욕은 간장종지만 하다는 것을, 금이 간 건물처럼 한번 무너지기 시작한 사람의 마음은 별일 아닌데도 무너진다는 것, 한 발짝 앞이 저승임을 이번 주에도 또 알아야만 했다. 정말 더 이상은 알고 싶지 않았지만. “연예인들이 악플로 상처받는 게 좀 아니라고 본다. 악플 때문에 징징댈 거면 연예인 안 했으면 좋겠다.” 여성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적 사건을 조롱한 악플러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뷰에서 변명투로 한 말이다. 이 말이 이번 주 내내 모래처럼 입안에서 거슬렸다.
약육강식 세상이라지만 그래서 인간을 대할 때는 어떤 ‘주저함’이 필요하다. 주저함은 존엄의 마지노선을 지키는 태도다. 주저함이 있는 사회는 인간 존엄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모두 함께 고민하는 사회다. 한국 사회는 모두가 면접관이고 모두가 취업자인 면접장 같다. 서로를 떨어뜨리는 게 목적인 양 이유도 없이 상대를 평가하고 깎아내린다.
‘성소수자 차별법’ 발의한 의원들
주저함이 없는 사회에서는 작은 티끌도 가차 없다. 각자의 차이마저 천벌 받을 죄가 된다. 여자 연예인이라서, 일본인이라서, 성소수자라서, 난민이라서, 브랜드 아파트에 살지 못해서, 새 시대를 쫓아가지 못하는 늙은 노동자인 주제에 농성을 해서, 법무부 장관에 대한 생각이 달라서…. 우리는 모욕받아 마땅한 사람이 된다. 가짜 뉴스를 돌리며 서로 연민하고 이해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쌓아나간다. 정치 진영, 세대, 성별을 막론하고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이 번져나가는 모습은 흡사 좀비 영화 같다.
서로를 벼랑 끝까지 몰지 않으려는 주저함은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주저하기 위해 ‘사회계약’을 통해 국가를 만든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은 서로의 존엄과 생명을 끊어야 할 상황을 만든다. 이를 피해 갈등을 해결하며 사회를 유지할 수 있도록 우리는 국가에 주권을 위임한다. 국가는 주저함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모두의 존엄과 생명의 보루가 되어야 할 책임이 있다. 또 사람들이 서로에게 잔혹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 책임 또한 있다.
최근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과 국회의원 40여 명은 성소수자를 혐오하자는 내용이 담긴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차별 금지 사유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하고,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성별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내용이었다. 여당인 민주당 이개호·서삼석 의원은 발의에 참여했다가 뒤늦게 철회하는 촌극을 벌였다.
어떻게 이리도 주저함이 없을까. 성소수자를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치자. 그래도 한 명의 인간, 국민의 존엄을 모욕하고 부정하는 데 이렇게까지 고민이 없어도 되는 것일까. 망하려고, 타락하려고 사는 사람은 없다. 동성애자도, 트랜스젠더도 누구든 자신의 인생을 절박하게 산다. 그들을 차별해도 된다는 법을 내기 전에 한번은 직접 만나 삶에 대해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닐까.
정치와 사회정책은 때로 잔인하다. 소수의 문제라서 다수결 논리에 밀릴 수도 있다. 안다. 소수자들은 그 잔인함을 이미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다. 정치인은 그 잔인함이 가하는 고통을 누구보다 자신의 것으로 공감해야 한다. 성소수자를 차별하자고 법안을 낼 때, 혹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이 차별과 혐오를 무시했을 때 국회의원들은 아파했을까, 아니면 총선에서 승리하고 기뻐할 본인을 상상했을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저들은 성소수자가 아닌 어떤 국민이라도 재선 따위에 팔아넘길 수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 민주주의를 위해선 저들은 해악이다.
시사인/ 황두영 (자유기고가
국회 예산 심의 ‘무늬만 감액’…회계적 삭감으로 증액 여력만 늘려
나라살림연구소 ‘2020년 예산 감액 규모 분석’
9.1조원 국회 감액 중 5.4조억원이 ‘무늬만 감액’
실질적·경제적 의미 없이 예산안 숫자만 줄인 뒤
SOC 등 지역사업 증액 여력으로 관행적 활용
“예산 심의 전문성 높이고 밀실 협상 공개해야”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국회 본회의가 공전되던 지난 1일 국회 의안과 앞에 예산안 심의 관련 책자가 쌓여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2020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 감액 사업 총액이 9조1천억원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추산됐지만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계정 변경 등 ‘회계적 감액’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주도 재정 사업의 실질적 감독이라는 국회 예산 심의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2020년 예산 국회 감액 규모 및 의미 분석’ 자료를 보면, 올해 국회 예산 심의에서 감액된 사업액 9조1천억원 가운데 2조5천억원 이상이 정부 지출에 실질적인 변화 없이 회계적으로만 삭감된 예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국고채 이자상환, 국민연금 지급액 등이 각각 수천억원씩 감액됐는데, 이들 사업은 내년에 실제 지급액이 확정되면 법에 따라 지출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국회 심의 과정에 예상되는 지출 규모만 줄여 놓았다는 뜻이다. 이 밖에도 계정 변경에 따른 통계적 착시도 3조원에 달했다. 공익직불금기금과 소재부품 연구개발(R&D) 사업은 특별회계 신설에 따라 예산이 지출되는 구조가 바뀌었을 뿐인데, 이에 따라 기존 일반회계에 반영된 사업(2조9505억원)이 전액 삭감된 것처럼 반영됐다. 결과적으로 전체 9조1천억원 삭감액 가운데 5조4천억원 이상은 사업 실질에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실제 2020년 예산 가운데 삭감 규모가 큰 상위 30개(6조4천억원 규모) 감액 사업을 따져본 결과, 경제적 실질적 의미에서 실제 ‘감액’된 사업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익형직불제 개편(1조605억원 삭감)·쌀소득보전고정직불(7994억원 삭감)은 공익형직불금 통폐합으로 계정만 바뀌었고, 국고채 이자상환(9500억원 삭감)은 이자 비용 재산정에 의한 회계적 삭감이었다. 다음으로 규모가 컸던 국민연금 지급액(4천억원 삭감)과 예비비(3천억원 삭감) 삭감도 모두 비용 재산정 등 회계적 삭감이었다. 이밖에도 지방채 인수(3천억원) 등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사이에 부담자만 바뀌는 사업도 포함돼 있었다.
회계적 삭감이 국회 예산 심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보통 ‘소소위’라고 불리는 밀실 협의체 대부분의 예산 증액을 심사하는 ‘쪽지 예산’ 관행 탓이라는 분석이다. 속기록조차 남지 않는 졸속 심사로 예산안을 처리하다 보니 예산 심의가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회 예산 심의의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기재부가 제공하는 회계적 삭감을 받아들이는 수준으로 감액하고, 그 범위에서 지역구 예산을 증액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며 “최소한 소소위 속기록을 남기는 등 밀실 심의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종북’ 낙인찍힌 이정희가 말하는 혐오표현
전 통합진보당 대표이자 변호사 이정희, 혐오표현 본격 문제 제기
“나는 2012년 이후 여러차례 국정원과 극우매체들의 ‘종북’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정치인이 ‘종북’이라고 몰리면 반론이고 뭐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사회적 정치적 조건에서는 소송이 유일한 대처 방법이었다. 하지만 국정원장에 대한 고소 외에, 극우매체들에 대해 낸 형사고소는 단 한 건도 검찰의 기소로 이어지지 않았다...(중략)...대신 민사소송은 대부분은 승소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현실에서 바뀌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및 통합진보당 전 대표가 책을 썼다. 종북몰이를 당했던 이 전 대표는 “지금 한국 사회에 사상의 자유시장이 필요하다면 그곳에서 보호되어야 할 것은 혐오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혐오표현을 거절하고 비판할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한다.
변호사이기도 한 이 전 대표는 혐오표현 정의부터 시작해 혐오표현 규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입장, 혐오표현에 대한 형사처벌과 민사소송, 자율규제와 구제조치 등을 폭넓게 살폈다. 이 전 대표는 서문에서 종북이라는 표현에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소수 의견은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고 토론 자체를 봉쇄하는 표현에 대해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본 반면, 다수 의견은 “내가 정치인이니 종북이라고 불려도 참아야 한다고 했다. 내가 국회의원이고 정당 대표였으니 공격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라고 토로했다.
이 전 대표는 혐오표현에 대해 “소수 집단과 그 성원들의 공존할 권리를 부정하는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며 “한 사람의 평판이나 평가를 떨어뜨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공동체에서 그와 그가 속한 집단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배제함으로써 그가 그곳에서 타인과 공존할 수 없게 하고, 이로써 그의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종북은 혐오표현에 해당하고 법률적으로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될 수 없다는 게 이 전 대표의 생각이다.
학계에서 혐오표현을 어디까지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해야 하는지 갑론을박이 치열한 가운데 혐오표현의 피해자이면서 법률실무가로서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혐오표현 문제를 본격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이 전 대표는 한국 사회가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민간인까지 학살이 벌어진 나라로서 혐오 표현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5. 18 민주화운동의 북한군 개입설 등의 주장 역시 학살 범죄를 부인해 극우수구세력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이 전 대표는 혐오 표현이 확산되는 이유와 관련해 난민 수용을 예로 들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7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예멘 난민 수용 반대 게시물은 “기존의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하나 없으며 여전히 추상적인 경제적 파급효과와 관광수요, 유커의 유치를 위해서라고만 말하지 일어난 문제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인 것이 화가 난다”는 내용이었다.
예멘 난민 수용에 대한 사람들의 첫번째 불안은 “기존 구성원인 우리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외부인들까지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항변”에 기초해 있고, 두 번째는 “소수자들을 포용하면 생겨날 수 있다고 여기는 문제에 대한 불안”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 대표는 “예멘 난민들이 테러와 연관되어 있거나 성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인데, 이 불안은 분명 과장되어 있다”며 “이 과장된 불안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았다. 불안을 부풀리고 확산시킨 조직적인 주동세력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혐오 표현이 늘어나는 주원인은 흔히 말하는 ‘가짜뉴스’ 자체에 있지 않다. 불안이 확산될 수 있는 배경은, 다수 시민들이 보기에 진보적 가치의 확산 속도보다 현실의 불안이 덜어지는 속도가 느리다는 데 있다”며 “그 차이는 다수 시민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과장된 불안을 확산시키는 조직된 세력은 그 틈을 파고들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 혐오표현을 거절할 자유_이정희 지음.
이 전 대표는 정치인들의 혐오표현에 강력한 책임 추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혐오표현을 일상의 것으로 만들고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법률 개정 등을 통한 규제에만 매달려서는 혐오표현을 막을 수 없다는 것도 이 전 대표의 생각이다. 이 전 대표는 “법적 의무를 위반하고 정치적 의무를 저버리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혐오 표현을 퍼뜨리고 소수자들을 배제 축출하려 한 공직자나 정치인, 언론인에게는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혐오표현에 동조하거나 경미하게 가담하거나 방관한 많은 사람에 대해서는 “마음의 거리를 좁히려고 시도”하려는 피해자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혐오 표현 피해자는 먼저, 다수의 경미한 가담자들과 방관자들에 대해 던져온 ‘왜 내 피해를 인정해주지 않는가’, ‘왜 나하게 와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넘어서야 한다”면서 “혐오표현의 주동자들은 그들이 아무리 혐오표현을 쏟아내더라도 그에 흔들리지 않고 혐오표현이 더 퍼져나가지 않는 사회가 현실에서 만들어지는 과정을 눈으로 보아야만 비로소 가해를 멈출 것이다. 더는 혐오표현이 퍼져나가지 못하도록 다수의 사람들이 손을 잡고 함께 막아낼 수 있어야만, 혐오표현의 주동자들은 혐오표현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소수자가 ‘공존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면 시민들 역시 ‘공존의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 이 전 대표는 “혐오표현에 부딪힐 때 침묵하지 않고 멈추라고 말하려는 것이 공존의 책임”이라며 “공존의 책임을 자각한 시민들이 소수자를 ‘동료’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소수자들은 배제되지 않은 공동체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빨갱이 새끼!" 한국당 지지자들 난입 시도에 '아수라장 국회'
민주당 의원 안경 날아가고 정의당 당직자들 폭행... 김문수 전 지사 독려로 수시간째 난동
보수성향 시민단체 연합인 ‘반대한민국세력축출연대’ 소속 시민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을 점거한 채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법, 공수처법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유성호
저 새끼는 진짜 빨갱이야. 북한에서 서열도 있을 거라고."
"저런 인간이 국회의원이야? 빨갱이 같은 새끼야!"
16일 오후 3시 15분 국회의사당 후면 안내실 쪽,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뒤쫓아가던 이들이 폭언을 퍼부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거나 "공수처법 날치기 결사반대" "좌파독재 선거법 반대" 등의 손팻말을 든 이들이었다.
홍 의원뿐만 아니었다. 같은 당 설훈 최고위원은 차를 타고 빠져나가려다 가로막혔다. 이들은 차를 둘러싸고 "빨갱이다, 개XX야" "이북으로 가라" "미친 놈" 등의 고성을 질렀다. 설 최고위원은 결국 차에 내려 경찰의 보호를 받으면서 의원회관으로 이동했다. 그 과정에서 그를 붙잡으려는 사람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 등이 엉키면서 설 최고위원의 안경이 날아가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에게도 어김없이 "빨갱이 타도하자"는 폭언이 쏟아졌다.
같은 시각, 국회의사당 정면 출입구 쪽 상황도 만만치 않았다. 국회의사당 정면 동상 위에 올라간 한 남성은 "국회법 파괴 똥깐 날치기 문희상 즉시 사퇴"라고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그 옆에선 태극기와 성조기를 망토처럼 두른 다른 남성이 꽹과리를 치면서 "공수처 반대"를 부르짖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그들 앞에 섰다. 김 전 지사는 "여러분들이 와서, 문희상이 놀래가지고 도망을 간다는데 가라고 하세요"라며 집회 참석자들을 독려했다.
김 전 지사보다 먼저 확성기를 든 한 남성은 "(내년) 4월 15일 전에 이 좌파 빨갱이 국회의원들을 몰아낼 수 있다면 여러분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며 "조만간 저희가 힘을 합쳐서 민주노총을 해체하고 민주당을 해산하고 전교조를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수라장이었다.
한국당 주최 국회 본관 앞 집회 후 의사당 진입 시도... 아수라장 독려한 김문수
보수성향 시민단체 연합인 ‘반대한민국세력축출연대’ 등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을 점거한 채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법, 공수처법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유성호
이들의 주축은 20여 개 보수성향 시민단체 연합인 '반(反)대한민국세력축출연대'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 자유한국당 주최로 국회의사당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 참석했다가 국회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면서 집회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국회사무처는 이날 낮 12시를 기점으로 국회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관련 기사 : 국회의사당 앞 점령한 '태극기부대'... 성조기에 꽹과리까지).
폭력 행위도 발생했다. 지난 11월 28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를 위한 농성을 이어가고 있던 정의당 당원·당직자들이 대상이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이들은 정의당 당원 및 당직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라면서 "한 청년당원은 따귀를 맞았고 누군가는 머리채를 붙잡혔다,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장시간 퍼부었고,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한국당 지지자들의 난동 이어지는데... 한국당의 궤변
자유한국당 성향의 지지자들의 난동이 수시간 째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책임"이란 궤변을 내놨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 지지자들에게는 오전 11시 행사 후 해산하라고 해서 그 행사는 그대로 해산됐다"라면서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는 구체적으로 "갑자기 국회 정문을 봉쇄하고 사람들이 못 들어오게 막으면서 더욱 더 격앙이 된 것 같다"라며 "(의사일정 등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더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국회다, 그러나 이것을 봉쇄하고 오히려 일을 키운 것은 문희상 의장"이라고 주장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현 정권의 대주주를 자처하는 민주노총이 국회 담장을 폭력으로 무너뜨릴 때는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더니, 예정된 집회에 참석하려는 국민의 국회 출입을 강제로 막으려던 것도 모자라 유린 운운하는 것은 실로 염치없는 짓"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금 국회를 유린하는 것은, 권력에 굴복한 일방적인 날치기를 중단하라고 하는 국민이 아니라 선거법과 공수처법 강행을 위해 국회를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려는 청와대와 민주당 그리고 문희상 국회의장"이라고 주장했다.
사태 장기화 조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보수성향 시민단체 연합인 ‘반대한민국세력축출연대’ 등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을 점거한 채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법, 공수처법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보수성향 시민단체 연합인 ‘반대한민국세력축출연대’ 등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을 점거한 채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법, 공수처법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유성호
지금과 같은 국회 혼란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크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열었던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 계획으로 알려졌다. 집회 참가자들이 16일과 같은 방법으로 국회의사당 진입을 시도할 공산이 큰 셈이다.
이와 관련, 김문수 전 지사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제가 황교안 대표한테 '한국당·우리공화당 의원 수만으론 절대 못 막는다, 애국시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대표도 인정했다"라면서 "내일 (본회의) 상황을 장담하지 못해서 여기서 기다리셔야 하고, 내일도 비상대기 들어가셔야 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당이 반드시 집회를 여기서 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가능한 분들은 오래 계시고 바쁘신 분들은 가셔도 된다"라며 "(국회의사당 후면 쪽에) 일반인 출입 안내하는 곳이 있는데 주민등록증 내시고 '황교안 대표 보러 왔다'고 하시면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집회 사회자는 "한국당이 오늘과 같은 행사를 한다면 문제가 없다, 만에 하나 행사를 하지 않는다면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로 오후 1시까지 모여주시면 된다"라고 알렸다. 윤석열 검찰총장·박원순 서울시장·손석희 JTBC 사장 등을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보수 유튜버 김상진씨는 "문희상 의장 자택(공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출근하지 못하도록 막자"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극우세력과 결탁해 국회 난입 시도... 끝까지 추적해 처벌해야"
다른 정당들은 논평을 통해 한국당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중이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6일 오후 논평을 통해 "한국당이 극우세력과 결탁해 국회 난입을 시도하는 비이성적 행태로 법과 질서를 유린하고 있다"라면서 "대한민국 제1야당이 선택한 것은 의회정치가 아니라 정치깡패와 다름없는 무법과 폭력이라는 점은 정치개혁과 선거개혁의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황교안 대표는 저지선을 넘어 국회 경내에 칩입하고, 국회 본청 난입을 시도하는 당원과 극우단체 회원들에게 '고생하셨다'고 불법을 독려하는 행태를 보였다"라며 "국회사무처와 경찰은 자유한국당의 불법적 행태를 방관하지 말고 단호하게 대처하고 끝까지 추적해 처벌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여영국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원내에서의 협상은 뒷전인 채 '극우광풍'을 등에 업고 광장정치에만 집중할 것이라면 차라리 국회를 떠나라"라고 한국당을 성토했다.
그는 "흥분한 참석자들을 가라앉히고 아수라장이 된 상황을 벗어나려 노력해도 모자를 판에 황교안 대표는 손을 흔들며 오히려 흥분을 고취시키기까지 했다, 광장의 '뽕'에 취해 사리분별도 못하는 미숙한 정치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한국당, 아수라장이 된 국회에서 펄럭이는 성조기와 함께 국회를 떠나라"라고 꼬집었다.
예술은 길다’며 버텼는데…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작가·명인 등 잇따라 극단적 선택…예술인복지법 시행에도 개선 제자리
전업 예술인 57% 중 프리랜서 76%
지위 불안정해 사회보험 가입률 낮아
10명 중 7명 월수입 100만원 미만
“특수노동자로 보고 안전망 보장을”
“바보 같겠지만 ‘작가는 직업을 만드는 사람’, ‘예술이 전부인 것처럼 사는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미술작가그룹 ‘옥인콜렉티브’로 활동하다 지난 8월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정민(48)·진시우(44) 부부가 사망 직전 지인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 일부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하는 ‘올해의 작가상’ 최종 후보에 오를 만큼 촉망받았던 작가들이었기에 지켜보는 미술계의 충격은 컸다. 불과 4개월 뒤인 지난 13일 동해안별신굿 전수자인 김정희(58)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마지막 순간까지 미련할 만큼 작업에 매달렸던 예술가 3인의 발목을 잡은 건 지독한 생활고였다.
김씨의 조카인 손정진(37)씨는 1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삼촌이 사망 직전 벌어들인 수입은 0원이었다”면서 “20년 동안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지난 학기부터 그마저 여의치 않게 되면서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손씨는 삼촌 김씨 같은 동해안별신굿 보존회 소속이다. 국가는 김씨 가족들을 국가중요무형문화재라고 칭했지만 정작 먹고사는 중요한 문제는 개인의 몫으로 떠넘겼다.
손씨는 “삼촌이 실업급여를 받으려고 관련 교육까지 이수했는데, 전수교육 조교에게 나오는 전승지원금 월 68만원 때문에 그마저도 거절당하면서 상심이 컸다”면서 “무형문화재로 지정됐지만, 시간강사를 하는 것 외에는 달리 먹고살 방법이 없었다. 학교도 국가도 예인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아 생긴 참사”라고 토로했다.
나름 이름이 알려진 예술인조차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나 사는 현실은 사실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2011년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가 아사한 이후 예술인복지법이 시행되며 예술인 긴급복지지원도 시작됐다. 하지만 2015년 연극배우 김운하씨가 고시원에서 사망한 지 닷새 만에 발견됐다. 같은 해 독립영화 배우 판영진씨도 가난을 비관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 뒤로도 예술인의 삶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4월 공개한 2018 예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전업 예술인은 57.4%였는데, 이 중 프리랜서가 76%에 달했다. 불안정한 지위 탓에 개인 수입과 사회보험 가입률도 낮았다. 예술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개인 수입 연간 평균액은 약 1281만원에 불과했고, 예술인 10명 중 7명은 월수입이 100만원도 안 된다고 답했다.
이범헌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은 “예술가가 노동자로 인식되지 않는 상황에서 작가의 삶은 항상 먹고사는 것부터 걱정해야 한다. 전시회를 열려 해도 관련 대출을 받기조차 어렵다”면서 “예술인을 특수노동자로 보고 4대 보험 등 최소한의 법적 안전망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가계부채 ‘고속’ 경제성장률 ‘저속’
2010년 이후 9년간, 경제성장 앞질러 ··· 가계부채 비율 상승속도 세계 3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이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16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현재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2.9%로 지난해 같은 기간(90.3%)에 비해 2.6%p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홍콩(4.3p)과 중국(3.9%p)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증가율에 해당한다.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규모는 43개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여덟번 째로 높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또 2010년 3분기 이후 9년간 GDP 성장률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BIS에 따르면 2010년 2분기 한국의 가계부채는 전년도보다 9.1% 늘어나 증가폭이 명목 GDP 성장률(10.6%)을 밑돌았다. 하지만 2010년 3분기 가계부채가 9.7% 늘어나면서 같은 기간 명목 성장률(8.3%)을 앞지른 이후 2019년 2분기까지 36분기 연속 가계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GDP 성장률 속도를 웃돌았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면서 가계부채 증가율은 떨어지고는 있다. 다만 같은 기간 GDP 증가율도 떨어지고 있어 성장률보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웃도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박근혜정부 때까지 9~10%대의 증가율을 보였던 가계부채는 문재인정부 들어 2017년 4분기에 7.9%로 낮아진 뒤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5.2%, 2분기에는 4.7%까지 증가율이 하락했다.
문재인정부에서 명목 GDP 성장률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2017년 4분기에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 명목 성장률이 4.7%에 달했지만, 2018년 1분기에는 3.7%로 떨어지더니 올해 1분기(1.2%)와 2분기(1.3%)에는 1%대 초반까지 뚝 떨어졌다.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경제성장률보다 빠른 것에 대해서는 한은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가계부채 포함)민간신용이 꾸준히 늘어난 점 외에도 GDP 성장세가 둔화한 점도 GDP 대비 민간신용의 비율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도 GDP 성장속도가 더 빠르면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통계를 작성하는 데서 BIS는 한 나라의 가계부채 총량을 발표할 때 주택담보대출과 가계 일반대출 및 자영업 대출까지 포함하지만, 한국은행은 자영업대출을 빼고 집계한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이젠 무시할 수 없는 '종부세'…"다주택 팔아라"
이번에는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세금 대책입니다.
종부세율이 전반적으로 다 올라가는데 집을 세 채 이상 가진 경우 최대 0.8%포인트까지 올라갑니다. 특히 이 세율을 적용하는 '공시 가격의 현실화율' 즉 시세에 얼마나 가까운지 반영하는 비율도 높이기로 해서 실제로 체감하는 세부담은 더 커졌습니다.
◀ 리포트 ▶ 고가의 집을 갖고 있거나 여러채를 가진 사람들의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늘어납니다. 일반주택소유자들의 종부세율은 구간별로 0.1에서 0.3%P 오릅니다. 3주택자 등 다주택자들은 0.2%p에서 0.8%p까지 보다 큰 폭으로 인상됩니다. 이 경우 최고세율은 4.0%로 참여정부 시절보다 높은 세율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아파트 두 채를 가진 사람의 아파트 공시가격이 합쳐서 30억 원이라면 내년에는 522만원 더 내야 하고, 합계가 50억 원이라면 지금보다 882만원 더 내야 합니다. 또 공시가격도 시세를 더 많이 반영하도록 현실화율을 내년에는 80%까지 올리기로 해 고가주택 소유자들의 부담은 더 커집니다.
살지도 않을 거면서 시세차익만 노리는, 소위 갭투자를 막는 방안도 나왔습니다. 9억원 넘는 주택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집에 전세로 살며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 보증보험을 제한할 수 있게 했고, 전세 대출을 받아 시가 9억원 넘는 주택을 사거나 2주택 이상을 보유할 경우엔 대출금을 즉시 회수하도록 했습니다.
또 실제 거주 목적이 아닌 아파트라면 1주택자라 해도 양도소득세가 강화됩니다. 지금까지는 보유 기간만 채우면 됐는데 이제는 최소 2년 이상 실거주 기간을 채워야 특별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홍남기/경제부총리]
"이 대책 이후에도 불안요인이 계속된다면 내년 상반기에 이보다 더 강력한 정부의 의지를 실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는 점을 말씀을 드립니다."
다만 다주택자라 해도 10년 이상 보유한 집을 팔 때는 내년 6월말까지 양도세 중과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세부담이 커진 사람들이 집을 빨리 팔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퇴로를 열어줘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입니다. 이 밖에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은 기존 강남권 중심의 27개 동에서 서울 대부분 지역과 경기도 광명,하남,과천시 등 322동으로 대폭 확대됐습니다. /MBC 뉴스 이지선입니다.
치솟는 부산 집값, 정부 또 헛발질
ㆍ조정대상지역 해제 후 급등세… 다주택자들도 양도소득세 중과 미적용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전용면적 111.1㎡)는 지난 11월 20일 9억4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져 신고가를 넘어섰다. 불과 나흘 전만 해도 비슷한 층수가 8억2500만원에 매매된 것을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급등세다. 10월 초 같은 층 매물이 7억4000만원에 거래됐는데 한 달 반 사이에 2억원이 훌쩍 뛴 것이다. 인근에 있는 공인중개업소 ㄱ관계자는 “이 단지의 전세보증금은 현재 5억원대로, 두 달 전만 해도 2억원가량 여유자금이 있으면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방식)가 가능했다”며 “요즘은 취·등록세까지 4억원은 있어야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에 들어선 국내 최고 높이 주거시설인 ‘엘시티 더샵’ 전경./포스코건설 제공
한동안 움츠렸던 부산의 집값이 치솟고 있다. 집값을 들썩이게 한 불쏘시개는 조정대상지역 해제였다. 정부는 지난 11월 6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발표하며 이와 별도로 부산 해운대구와 수영구, 동래구 등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다. 서울 집값 상승을 선도한 지역은 규제를 더하는 대신 부산 등 시장 안정세가 뚜렷한 곳은 규제를 풀어준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조정대상지역 해제 후 부산 집값은 걷잡을 수 없이 오르고 있다. 정부 정책이 한 치 앞을 보지 못한다는 비아냥만 나오는 이유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산, 그중에서도 해운대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한 것은 잘못한 결정”이라며 답답해했다. 시중에 풀린 유동자금 1500조원에, 길어지는 역대 최저금리 상황에서 조정대상지역 해제는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 전문가는 “조정대상지역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양도소득세 중과 등 집값 안정 효과가 분명히 있는데 이를 풀어준 것”이라며 “하루빨리 (부산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다시 묶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요한 정책 결정을 단기간에 손바닥 뒤집듯 또 뒤집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서울엔 강남3구 부산엔 ‘해·수·동’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부산 집값의 빗장을 풀었다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감정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부산 아파트 매매가격은 11월 둘째 주부터 큰 폭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해운대구·수영구·동래구 등 부산 3개 구와 경기 고양시와 남양주시 등에 적용했던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한 직후다. 10월 말 하락세였던 부산 집값은 11월 11일 조사 기준 0.10%로 오름세로 전환했다. 부산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2017년 9월(0.01%)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이후에도 0.19%, 0.17% 상승한 집값은 12월 2일 기준으로는 0.11% 올랐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해운대구와 수영구, 동래구를 합쳐 이른바 ‘해·수·동’이라고 부른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을 ‘강남 4구’로, 마포·용산·성동을 ‘마·용·성’으로 부르듯 해·수·동도 부산 일대에서는 이미 주거환경 면에서 투자 가치와 향후 집값 상승 여력이 있는 곳으로 주목받던 지역들이다.
규제가 풀린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 변화는 부산 전체 추이보다 더 두드러진다. 대개 2017년 9월부터 집값이 하락해 올해 10월 말을 기점으로 보합이나 상승세로 돌아섰다. 해운대구는 10월 마지막 주 0.06% 올라 상승세로 전환한 데 이어 조정대상지역 해제 직전인 11월 첫째 주에 보합을 기록했다 해제 이후에는 0.42%, 0.71%, 0.69%, 0.30% 올랐다.
수영구의 집값 양상도 비슷하다. 줄곧 하락세였던 아파트값은 11월 둘째 주 이후 0.38%, 0.69%, 0.65%, 0.28% 등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조정대상지역 해제 직전까지도 하락세였던 동래구는 11월 둘째 주부터 0.27%, 0.59%, 0.26%, 0.34% 등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부산 지역의 한 공인중개업소 ㄴ관계자는 “부산시가 국토부에 조정대상지역 해제 신청을 수차례 했다”며 “여당 모 의원이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해제를 부탁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돌아 해제 전부터 상승 기대감이 퍼져 있었다”고 말했다.
국토부 “시장 살펴보고 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어떤 점이 달라질까. 시장에서 가장 반기는 요건은 다주택자들도 양도소득세 중과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도소득세는 집을 통해 얻은 시세차익의 일부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소유한 주택 수에 따라 가산세율이 달라진다. 예컨대 1가구 2주택자는 기본세율(6~42%)에서 10%포인트를 가산한 16~52% 세율을 적용해 양도세를 부과하지만, 3주택자 이상부터는 20%포인트를 추가한 26~62% 세율로 매겨 양도세를 더 내야 한다.
대출 규제도 완화된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2주택자는 신규 주택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되지만 비규제지역에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60%까지 적용된다. 또 1순위 청약자격도 수도권은 1년, 지방은 6개월 이상이면 얻을 수 있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소유권 이전 등기 때까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지만 비규제지역에서는 청약 당첨자 발표 후 6개월로 짧아진다.
문제는 부산이 비규제지역이 되면서 서울 등 외지에서 투기 목적의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조정대상지역 해제 직전부터 서울 등에서 관광버스를 동원해 내려와 부산 매물을 사들였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사실 부산에 공급량이 많다. 내년에도 2만 가구가량 신규 아파트가 공급되는데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페널티가 없어진 것으로 받아들여 수요가 유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장에 유동자금이 너무 많은 상황에서 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도 줄었다. 그러니 ‘한 채 더 살까’ 하지만 마땅한 대체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수요들”이라고 덧붙였다.
ㄱ공인중개사는 “해제 직후 2억~3억원으로 투자할 곳이 없냐는 문의전화가 쏟아졌다”며 “부산은 서울과 달라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기 힘든데 최근 호가도 너무 많이 올라 투자를 권하지 않는데도 계속 연락이 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왜 부산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한 것일까. 이명섭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부산 집값은 오랫동안 안정세였다. 조정대상지역 해제 요건에도 해당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제 이후 시장 상황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며 “매매 거래량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외지인의 매수 비중이 어떤지, 현재 집값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지속적인 것인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희 경제부 기자 mong2@kyunghyang.com>
전우용, 한국당 지지자 국회 난입에 “이승만 추종자 같다
역사학자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가 16일 자유한국당과 지지자들의 국회 본관 앞 집회에 대해 "70년 전 깡패집단의 모습"이라고 비난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16일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상정을 반대하며 국회 본관 앞에서 규탄대회를 시작하자 보수성향 시민 수백 명이 합류했다. 역사학자인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는 “70년 전 깡패집단의 모습”이라며 맹비난했다.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한국당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했다. 그들에게서 1952년 땃벌떼, 백골단 등 깡패집단의 모습이 연상됐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7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이승만 추종자들의 행태는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가 말한 “1952년”은 국회에서 대통령 직선제 개헌안이 부결된 해다. 50년 6월 25일 전쟁이 터질지 모르고 있었던 이승만 당시 대통령은 비밀리에 서울을 탈출한 뒤 한강다리를 폭파해 시민들의 피난길마저 막았다. 서울을 되찾은 후에는 부역자를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사람을 고문했고, 거창에서 양민을 학살하기도 했다는 것이 전 교수의 설명이다.
50년 5ㆍ30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이 압승한데다 6ㆍ25 전쟁의 실책으로 재선이 어려워지자 이 전 대통령 측은 52년 1월 대통령 직선제 개헌안을 냈다가 부결됐다. 개헌을 반대하는 국회를 해산하기 위해 5월 25일에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의원들을 잡아들였다. 당시 이 전 대통령 측이 동원한 깡패들이 땃벌떼, 백골단, 민중자결단 등이다. 결국 개헌안은 그 해 7월 4일 경찰과 군인들이 국회의사당을 포위한 채 표결에 부쳐져 통과됐다.
전 교수는 “그 때로부터 7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이승만 추종자들의 행태는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이승만을 존경하면 이승만을 닮는다”고 언급했다. 특히 “한국당이 원하는 미래는 70년 전의 과거”라며 “저들이 이 나라를 전쟁 상태로 되돌리고 일주일에 100시간씩 일하는 생지옥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은 그들의 정신이 70년 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이날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을 반대하는 집회를 국회 본관 앞에서 열었다. 이 집회에 참여한 보수 성향 지지자 수백 명은 한국당 의원들과 “문희상 국회의장 사퇴하라”, “공수처ㆍ선거법, 2대 악법 반대” 등 구호를 외쳤다. 이에 문 의장은 “있어서도 안될 일이 급기야 벌어졌다”며 “집권여당은 물론 제1야당 등 모두 상식과 이성을 갖고 협상에 나서주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정부 규제가 집값 폭등 불렀다"…부동산 전문가 50인 긴급설문
시장 무시한 규제 탓 과열" 54%
"서울 집값 내년에도 상승" 90%
"신규공급 신호 줘야" 한목소리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주택 공급이 줄면서 부동산 전문가 10명 중 9명은 내년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가파른 서울 강남구 일대. /한경DB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주된 원인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의 절반 이상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탓’이라고 지적했다. 분양가 상한제 등 시장원리를 무시한 정책이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역효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이 15일 부동산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서울 아파트값 급등의 원인과 가격 전망’ 등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서다.
아파트값 과열의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66%·복수 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경제원칙을 무시한 수요 억제 정책’(54%)과 ‘공급 부족’(54%)을 지목했다. 시중자금이 부동산시장에 쏠린 상황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되레 집값을 자극했다는 진단이다. 공급 부족 역시 정부의 규제 탓이라고 꼬집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각종 정비사업 규제로 신축 아파트 공급을 위축시키면서 ‘신축 품귀 현상’이 나타났고 이것이 과열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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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경고' 외면하는 정부
뜨겁던 부산 집값, 벌써 하락?
서울 아파트값 거침없는 오름세…24주 연속 상승
내년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오를 것으로 내다본 전문가 비율은 94%에 달했다. 이 중 ‘3~5% 상승’을 예상한 전문가가 40%로 가장 많았다. ‘1~3% 상승’이 26%로 뒤를 이었고, ‘5% 이상 상승’을 전망한 전문가도 24%나 됐다.
최악의 부동산 정책으로는 10명 중 8명이 분양가 상한제를 들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수요심리를 잡으려면 서울에 신규 공급 신호를 줘야 하지만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규제 등을 풀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며 “규제 위주로는 시장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최악 대책
재건축 규제 풀어야 집값 잡힐 것"
한국경제신문이 조사한 ‘서울 집값 급등의 원인과 향후 가격 전망’ 설문에서 전문가들이 최악의 부동산 규제로 꼽은 건 ‘분양가 상한제’(76.0%·복수응답 허용)였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낮추는 분양가 상한제를 공공택지뿐 아니라 민간 아파트까지 확대하면서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주된 원인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의 절반 이상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탓’이라고 지적했다. 분양가 상한제 등 시장원리를 무시한 정책이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역효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이 15일 부동산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서울 아파트값 급등의 원인과 가격 전망’ 등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서다.
아파트값 과열의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66%·복수 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경제원칙을 무시한 수요 억제 정책’(54%)과 ‘공급 부족’(54%)을 지목했다. 시중자금이 부동산시장에 쏠린 상황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되레 집값을 자극했다는 진단이다. 공급 부족 역시 정부의 규제 탓이라고 꼬집었다.
"정부 규제가 집값 폭등 불렀다"…부동산 전문가 50인 긴급설문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각종 정비사업 규제로 신축 아파트 공급을 위축시키면서 ‘신축 품귀 현상’이 나타났고 이것이 과열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오를 것으로 내다본 전문가 비율은 94%에 달했다. 이 중 ‘3~5% 상승’을 예상한 전문가가 40%로 가장 많았다. ‘1~3% 상승’이 26%로 뒤를 이었고, ‘5% 이상 상승’을 전망한 전문가도 24%나 됐다.
최악의 부동산 정책으로는 10명 중 8명이 분양가 상한제를 들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수요심리를 잡으려면 서울에 신규 공급 신호를 줘야 하지만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규제 등을 풀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며 “규제 위주로는 시장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최악 대책
재건축 규제 풀어야 집값 잡힐 것"
한국경제신문이 조사한 ‘서울 집값 급등의 원인과 향후 가격 전망’ 설문에서 전문가들이 최악의 부동산 규제로 꼽은 건 ‘분양가 상한제’(76.0%·복수응답 허용)였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낮추는 분양가 상한제를 공공택지뿐 아니라 민간 아파트까지 확대하면서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금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현행 보유세를 유지해야 한다’(40.0%)는 응답과 ‘부담을 줄여야 한다’(38.0%)는 의견이 맞섰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들이 팔고 싶어도 양도세율이 너무 높아 증여 등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상황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 설문에 참여한 부동산 전문가 50명
최진석/민경진/이유정/안혜원/최다은 기자 iskra@hankyung.com
스니커즈 사려고 줄 선 밀레니얼들…"되팔면 가격 3배 '껑충' 뛰어요"
부동산이 아닌 패션도 재테크가 있다. '샤테크(샤넬+재테크)', '롤테크(롤렉스+제테크)' 등의 신조어가 생긴 것도 이 때문. 최근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한정판 스니커즈에 투자하는 '스니커테크'가 유행하면서 백화점들도 이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9일 단독 유치한 'JW앤더슨X컨버스'의 '런스타하이크' 스니커즈가 판매 시작 8시간만에 1000족을 완판시키며 성공리에 마무리됐다고 17일 밝혔다. 판매 당시 10만원대였던 제품들은 현재 '리셀러(되팔기)' 시장에서 3배 이상 가격이 올랐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줄을 선 사람들은 '남는 장사'를 한 셈. 앞서 올해 1월 롯데백화점이 선착순 한정 판매한 '오프화이트X나이키'의 '척테일러 70 스니커즈'는 오픈 3시간만에 완판됐다.
밀레니얼들의 스니커즈 열풍은 경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블루가 지난 9월 스니커즈 경매 온라인 사이트인 '엑스엑스블루' 런칭한 결과, 오픈 한 달 만에 회원수가 1만명을 돌파했다. 이 중 87%가 18~34세의 밀레니얼 세대였다. 이 사이트에서 발매 가격이 23만9000원이었던 '트래비스콧X나이키조던' 운동화는 최근 240만원까지 가격이 상승했다.
롯데백화점은 이같은 수요를 노려 오프라인, 온라인에서 다양한 한정판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달 한 달간 롯데프리미엄몰에서는 프리미엄 스니커즈 브랜드 '아쉬'의 크러쉬 비스 한국 한정판 스니커즈를 37만7000원에 판매하며, '휴고보스X마이센'의 트레이너 한정판 스니커즈도 53만원에 판매 중이다. 또한, 일반 매장에서 구할 수 없는 제품이거나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한정판,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한 제품 등 2020년에도 다양한 한정판 행사를 유치할 계획이다.
유다영 롯데백화점 스포츠 치프바이어는 "최근 밀레니얼 세대들 사이에 스니커테크 등 '리셀' 문화가 확대되고 있다"며 "확대되는 시장 규모에 발맞춰 다양한 한정판 제품의 유치를 통해 밀레니얼 고객을 집객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무법천지 된 국회? “의원들도 밥 먹듯 내규 무시”
어제(16일) 국회 주변은 온종일 아수라장이었습니다.
국회 본회의에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상정이 임박해 오면서 한국당은 이 두 법이 "악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어제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2대 악법 날치기 반대 규탄대회'를 열고,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여러 의원들이 규탄사를 이어갔습니다.
한국당 자체 추산에 따르면 이 규탄대회에 소속 의원과 당원 등 4천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태극기와 성조기, 손팻말 등을 들고 국회 본청 앞에 모여들었습니다. 황 대표는 "선거법은 죽어도 막아야 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다만 당초 예상과 달리 국회 본회의는 열리지 않았고, 한국당 규탄대회도 정오를 기해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규탄대회 전후로 일부 참가자들은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을 시도했고, 경찰과 국회 방호원에 의해 제지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경찰과 한국당 지지자들 사이에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는데, 국회사무처는 한때 안전을 이유로 국회 본청으로 통하는 모든 출입문을 봉쇄했습니다.
황 대표는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 재연을 우려한 듯 "불법이 있으면 안 된다. 우리가 책잡히면 안 된다"며 규탄대회 참가자들의 국회 무단 진입을 만류하기도 했습니다.
16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대 악법 날치기 반대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16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대 악법 날치기 반대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국당 "국회는 원래 개방된 곳" 국회사무처 "허가한 적 없어"
하지만 지지자들 일부는 국회 본청 진입이 막히자, 정문과 후문 주변에 진을 치고 경찰과 대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회 본청에서 의원회관으로 이동하려던 설훈 의원은 시위대에 둘러싸여 욕설을 듣고 경찰 호위를 받아 겨우 빠져나왔다고 밝혔습니다.
한국당은 오히려 국회사무처에 과잉 대응을 해 사태를 키웠다고 비판했습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상적으로 진행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행사였다"며 "정당하게 행사에 참여하려는 당원들을 봉쇄하고 오히려 일을 키운 건 문희상 국회의장"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한 한국당 핵심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국회는 원래 개방된 곳"이라며 "뜻을 이야기하겠다는데 경호국장이라는 사람이 자의적으로 막았다고 한다. 정치 행사를 금지하려면 왜 우리 때만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내비쳤습니다.
반면 국회사무처의 설명은 정반대입니다. 국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경내 집회에 대해 허가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내규상 청사에서 행진 또는 시위는 금지돼 있기 때문에 애당초 허가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또 집시법상 국회의사당 청사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금지돼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1조)
16일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공수처·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 참석한 지지자들이 국회 본청 후문 입구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 차량을 가로막고 있다.16일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공수처·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 참석한 지지자들이 국회 본청 후문 입구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 차량을 가로막고 있다.
누구든지 위반하면 안 된다는 국회 내규…현실은?
규탄대회를 마친 뒤 황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은 출입문을 봉쇄한 경찰관들에게 출입증을 보여주고 국회 본청으로 들어와 로텐더홀에서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무기한 농성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황 대표가 로텐더홀에서 7일째 벌이고 있는 이 농성, 역시 국회 내규 위반입니다. 국회 청사 관리규정은 청사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점거하여 농성 등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 청사관리규정 5조 3호)
해당 내규는 '누구든지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 대표든, 국회의원이든, 누구든 금지되는 행위입니다. 해당 내규는 황 대표의 농성장에만 적용되는 규정이 아닙니다. 국회 본청 계단 앞에 설치된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정의당의 천막 농성장 역시 같은 이유로 모두 내규 위반입니다.
내규 위반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 9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본청 회의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겠다'는 명목으로 대관 신청을 했는데, 사실상 다른 목적으로 회의장을 사용한 만큼 국회사무처 시설 대관 관련 내규를 위반했다는 문제가 제기된 겁니다. (국회 시설 대관규정 6조, 7조)
9월 2일 당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기자간담회에 나서고 있다.9월 2일 당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기자간담회에 나서고 있다
국회 사무총장의 예견된 쓴소리 "밥 먹듯 내규 무시"
여야 가릴 것 없이 내규를 무시하는 이유, 벌칙 조항이 사실상 없기 때문입니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 내규를 위반하면, 외부자의 경우 3개월 출입제한 등의 조치를 내리지만, 의원이나 당직자 등에 대해선 출입제한을 한 경우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내규를 위반해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으니, 너 나 할 것 없이 아무도 지키지 않는 겁니다.
지난 9월, 한국당은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로 민주당의 국회 내규 위반 논란이 일었을 때 국회 권능을 무시했다며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에게 후속 조치를 요구하며 질의했습니다.
16일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국회 본청 앞에 모여든 ‘2대 악법 날치기 반대 규탄대회’ 참가자들을 지켜보고 있다.16일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국회 본청 앞에 모여든 ‘2대 악법 날치기 반대 규탄대회’ 참가자들을 지켜보고 있다.
당시 유인태 사무총장은 '국회 내규 위반이 맞다'면서도 "의원님들이 국회 규정을 앞으로 지켜줬으면 좋겠다"며 의미심장한 쓴소리를 남겼습니다. 유 총장은 "(의원들이) 밥 먹듯이 내부 국회 규정을 무시해왔다"며 "로텐더홀에서 진행되는 행사는 모두 다 내규 위반"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국회는 명실공히 법을 만드는 기관입니다. 여야가 아전인수 식으로 국회 내규를 해석·적용하는 사이 국회의 권위와 질서는 추락하고 있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여야 정치인 모두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며 협치를 강조했는데, 정작 이날 여야는 서로를 향해 '민주당과 똘마니' '정치 모리배'라며 거친 말만 쏟아냈습니다. 송락규 기자rockyou@kbs.co.kr
대기업 임원이 서울아파트 1채 소유자보다 못하다"
[기고] 대기업 임원 25% 이상 세금, 시세차익 15억원 세금은?
지난 주 대기업 임원인 후배와 저녁식사를 했다. 서울집값 이야기를 하던 중 그는 다소 충격적인 말을 했다. "대기업 임원이 서울아파트 한 채 가진 사람보다 못하다."
대학졸업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준비해서 가려는 곳이 대기업이다. 그 대기업에 취업하기가 바늘구멍인데, 그 바늘구멍을 통과하더라도 임원이 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아닌가.
그런데 그 임원이 대단하지 않다는 말에 적잖이 당황했는데, 그의 이야기를 들은 후엔 고개가 끄덕여졌다. 대기업 임원이면 연봉이 2억원이 넘는데, 돈 써야 할 곳이 많다 보니 5천만원 모으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5년 임원을 한 이 후배는 알뜰살뜰 모은 돈이 2억5천만원이 채 안 된다고 했다.
"대기업 임원 5년 모은 돈이 서울아파트 1채 시세차익보다 적어"
그런데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2017년 4월 5억6천만원 하던 서울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이 2019년 1월에는 8억1천만원으로 올랐다. 서울아파트 1채 소유한 사람이 2년도 안 되어 2억5천만원을 벌었으니, 대기업 임원 5년 모은 돈보다 더 번 것이다.
얼마 전에는 강남 아크로리버파크 84㎡ 아파트가 2017년 5월 19억원이었는데, 올 10월에는 34억원으로 올랐다는 기사를 읽었다. 문재인정부 들어 15억원 올라서 상승률이 무려 79%에 달했다.
대기업 임원 6명이 5년간 모은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아파트 한 채 소유해서 번 것이다.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일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보다 더 비정상적인 일도 있다. 대기업 임원이 2억원 연봉에 대해 내는 세금은 25%가 넘는다. 불로소득이 분명한 15억 시세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얼마나 낼까? 과연 정부가 양도세를 제대로 걷고 있을지 강한 의구심이 생겼다. 그래서 직접 계산을 해보았다.
대기업 임원 25% 이상 세금 내는데 시세차익 15억원에 대한 세금은?
1주택자라도 매도금액이 9억원을 초과하면 그 초과액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2017년 5월 매입하여 3년 보유한 후 2020년 5월 매도할 경우 양도세는 약 3억원이다. 그런데 10년 보유한 후 2027년 5월 매도하면 양도차익이 15억원일 경우 양도세가 약 6400만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그 이유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80%까지 해주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2017년 '8.2부동산종합대책'에서 양도세를 강화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배제하고 양도세를 중과했다. 다주택자의 주택 투기를 막으려는 합당한 조치였다. 2주택자는 최고세율을 50%로, 3주택자 이상은 60%로 올렸다. 15억 양도차익이 생길 경우 2주택자는 양도세가 약 7억원, 3주택자 이상은 약 8.5억원 부과된다.
'8.2대책'의 '양도세 중과'를 무력화시켰다
과연 이 금액을 양도세로 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전 글에서 여러 번 밝혔듯이 문재인정부는 '8.2 대책'의 '양도세 중과' 조치를 무력화시키는 정책을 같은 해 시행했다.2017년 12월 13일 발표한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은 임대사업자로 등록만 하면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더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 발표문서의 6쪽에는 "준공공임대로 등록하여 8년 이상 임대시에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비율을 50%에서 70%로 상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확대"한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15억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세가 1억5천만으로 대폭 줄어든다. 그뿐 아니다. 10년 이상 임대시에는 양도세를 전액 면제한다.
다주택자들, 양도세 8.5억 낼까 임대사업자로 등록할까?
아크로리버파크 1,612세대 중 다주택자가 몇 명인지는 공개하지 않으나,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짐작된다. 정부가 임대사업자에게 엄청난 세금혜택을 제공한 것은 곧 "돈 있는 분들은 주택을 여러 채 사세요"라고 권유하는 정책이 아닌가.
그 다주택자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양도세를 7억 또는 8억5천만원 내던지, 아니면 입대사업자로 등록하던지.
임대사업자 등록요건은 매우 단순하다. 84㎡ 이하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주택가격이 아무리 높아도 등록이 가능하도록 해줬다. 등록만 하면 양도세가 1억5천만원 혹은 전액면제를 받을 수 있는데도 양도세를 7억 혹은 8억5천만원 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세계 가장 강력한 규제" "집주인 팔지 않고 버틸 것"
정부가 '8.2대책'을 발표했을 때 '양도세 중과'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였다. 집값폭락론자들은 "양도차익에 대해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규제를 시행했다"고 평가했다. 이 규제로 투기는 끝났다며, 서울집값이 폭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는 곧 이어 발표된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의 내용을 몰랐기 때문에 나온 단견이었다. 또 다른 반응은 보수언론에서 나왔다. "정권이 바뀌어 양도세 중과 조치가 폐지될 때까지 집주인들이 보유주택을 팔지 않고 버틸 것이다"며, 매물부족으로 인해 집값은 더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정부의 "공정성"주장을 믿을 국민이 몇이나 될까?
그 후 서울집값이 폭등했다. 그렇다고 보수언론의 전망이 맞았던 것은 아니다. 문재인정부가 스스로 '양도세 중과' 조치를 무력화시킨 결과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더 매입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후 줄곧 "공정성"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웠다. 그러나 다주택자인 임대사업자들에게 엄청난 세금혜택을 베풀면서 "공정성" 운운하는 것을 믿을 국민이 몇이나 될까? 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장 / 프레시안
서울 뭉칫돈 유턴, 부산 부동산 시장 또 흔드나
12·16 부동산 대책 후폭풍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보유, 양도 등 전방위에 걸쳐 수도권에 대한 규제가 강화하면서 안정세를 찾아가던 지역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일종의 ‘풍선효과’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부산일보 DB
서울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으로 회복세에 들어간 부산 부동산 시장이 다시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퇴로가 막힌 서울의 투기 세력들이 이번 규제를 비켜간 부산으로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수도권의 일반 투자자들까지 부산을 ‘에셋 파킹(자산을 안전한 곳에 투자하는 것)’을 위한 대체 투자처로 삼아 ‘자금 엑소더스’에 나설 공산이 커 부동산 시장 교란과 이상 과열 등 추가 폐해가 우려되고 있다.
‘서울 집값과 전쟁’ 투자자 퇴로 막혀
규제 비켜간 부산, 대체 투자처 부상
외지인 대규모 매물 확보 기대감에
해·수·동 아파트 값 수억 원씩 급등
시장 과열 땐 추가 규제 대책 나올 듯
■부산으로 눈 돌리는 외지인들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은 각종 규제를 총망라한 초유의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규제의 강도에서는 역대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에서는 집을 사기도, 갖고 있기도, 팔기도 어렵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가장 강력한 건 대출 규제다. 서울 등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는 17일부터 시세 15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를 살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원천 차단된다. 시가 9억 원 초과, 15억 원 이하 주택은 대출 한도가 축소된다. “현금 부자가 아니면 서울에서 집 살 생각을 하지 말라는 거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대책은 서울 등 수도권의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타깃으로 한다. 따라서 비규제지역인 부산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풍선 효과’다. 부동산업계에선 서울 부동산에 투자하려던 이들이 규제가 없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부산으로 뭉칫돈을 싸 들고 몰려들 것이라 본다. 서울 매물 잠김현상으로 거래 절벽에 부딪힌 이들도 대거 남하 행렬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12억 원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축소된 대출 한도를 적용하면 4억 2000만 원(9억 원의 40%+3억 원의 20%)까지 빌릴 수 있어 자금 7억 8000만 원을 갖고 있어야 있다. 반면 해운대의 12억 원짜리 아파트 구입 때는 7억 2000만 원(2주택자 기준 60%)을 대출받을 수 있어 4억 8000만 원만 있어도 집을 살 수 있다. 서울에 비하면 절반의 투자금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어 부산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부산 출신으로 서울에서 자리를 잡은 A 씨는 “서울 마포구에 14억 원짜리 아파트를 대출을 끼고 구입할까 고려했는데, 이번 조치로 대출받을 길이 막막해져 당분간 전세로 살아야 할 것 같다”며 “이참에 장기 투자용으로 유망한 부산의 재건축 아파트를 사는 것도 좋겠다 생각돼 현지 중개업소 등에 매물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 또 규제 그림자 드리우나
부산은 지난달 청약조정지역에서 해제된 이후 해운대·수영·동래의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한 달 새 아파트 가격이 수억 원씩 급등하고 매물이 사라지는 등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이는 조정대상지역 해제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감에 서울 등 외지 투자자들이 ‘관광버스 원정 쇼핑’으로 시장에 불을 지피고, 지역 내 투자자들이 추격 매물 확보에 가세하면서 전체적인 아파트 가격 상승을 견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감정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거래현황에 따르면 10월 외지인의 부산지역 원정 투자는 508건으로, 정부 규제 여파로 최저치를 찍었던 1월 242건보다 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 거래는 대부분 해수동과 남구 등에 집중됐다. 이 수치는 11월 집계에서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12·16 부동산 대책’으로 막다른 길에 몰린 서울의 투기 세력과 일반 투자자들의 대규모 유동자금이 부산으로 몰려들 경우 부산 부동산 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3년간 극심한 침체를 겪다가 최근 들어 간신히 회복세로 돌아선 부산 부동산시장이 외지 세력의 시장 교란 행위로 조정대상지역 재지정 등 또다시 규제 충격파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벌써부터 정부 안팎에서는 조정대상지역 해제 후 부산 부동산값 상승세를 심상치 않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필요하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추가적인 종합대책을 내놓겠다”며 추가 압박 카드를 시사했다.
영산대 서성수 부동산학과장은 “이번 조치로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외지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개발 호재가 많아 가격 상승 여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부산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외지 투자자가 몰리면서 시장이 과열 양상으로 치달을 경우 정부 특성상 규제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추격 매수에 나선 지역의 실수요자들만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부동산 불로소득의 천국···보유세 강화해 투기 차단해야”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부동산 정책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자산 격차로 인한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선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 등을 통한 ‘불로소득 환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진보진영에서 커지고 있다. 보유세와 함께 공시가격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불로소득 진원지인 부동산 투기를 차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서울연구원(서울시)과 민주연구원(더불어민주당), 정의정책연구소(정의당) 등 각 싱크탱크가 국회에서 개최한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부동산 정책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부동산 불로소득의 ‘국민공유제’ 도입을 제안했다. 부동산 세입으로 가칭 ‘부동산 공유기금’을 만들어 그 기금으로 국가가 토지나 건물을 매입, 기업과 개인에게 생산·사업시설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동시에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박 시장은 헌법재판소가 불로소득에 가까운 개발이익은 사회 전체에 귀속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결정을 여러 차례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투기이익 발생의 철저한 차단과 불로소득의 국민공유를 위해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해마다 발생하는 부동산 불로소득은 매매차익과 순임대소득을 합쳐 374조6000억원인데 이는 GDP의 22.9% 규모”라며 “그야말로 한국은 부동산공화국이자 부동산 불로소득의 천국”이라고 했다. 이어 “주택소유 상위 1%가 소유한 평균 주택 수는 2008년 3.5채에서 2018년 7.0채로 배나 증가했고, 상위 10%의 소유주택 수 변화를 보면 2.3채에서 3.5채로 50%가량 증가했다”며 “한마디로 상위 10%가 집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형국”이라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보유세 증가에 대한 조세저항 등에 대한 불안감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제라도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보유세 로드맵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최근 보유세 강화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주요 방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세제 개편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 및 사회적 불평등 완화를 추구할 당위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세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충남대 교수)은 “지난 1년간 서울 아파트의 시세 증가액 대비 종부세액 증가분은 0.8%에 불과하다”면서 “정부가 연이어 부동산 대책을 내놔도 투기가 지속되는 핵심 원인은 투기 차단을 위한 근본 대안인 양도세 및 보유세가 과도하게 낮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투기 흐름을 끊으려면 당장은 고가·다주택자 대상으로 보유세 강화를 추진하고, 임대사업자에게 주는 세제 감면 등 과도한 혜택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실의 자료를 보면 올해 공시가격 상위 10% 토지가 공시가격 총액의 90.1%를 차지하고 있다. 단위면적당 토지가격이 비싼 소수의 토지가 전국 토지가격 총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김용창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지난 50년간 쌀값이 50배 뛰는 동안 땅값은 약 3000배 상승했다”며 “가격이 비싼 토지의 집중도가 심각하기 때문에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불로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을 결정하는 데 중립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했다. 중앙정부는 기준을 설정하고, 광역자치단체는 관리·감독을, 기초자치단체는 실행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공시가격 결정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감정평가 감독과 실무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한국감정원을 분할해 감정평가사 중심의 ‘부동산가격공시청’ 설립을 제안했다.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왜곡·폄하 시달려온 ‘제주4·3’, 한국사 교과서에 보완됐다
동아출판 2020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중 일부.
내년부터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제주4·3사건’(4·3)이 ‘통일정부 수립운동’으로 기술된다. 또 4·3의 배경과 전개과정, 무력진압, 진상규명 과정까지 서술된다. 이전 대부분 교과서에서는 4·3을 한국전쟁 전(前)의 역사로 단순기술해 축소·왜곡 논란을 낳았다.
제주도교육청은 내년 고등학교에서 사용될 8종(금성출판사, 동아출판, 미래엔, 비상교육, 씨마스, 지학사, 천재교육, 해냄에듀)의 한국사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4·3이 8·15광복과 통일정부 수립 과정을 이해하는데 알아야 할 필수 학습요소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17일 밝혔다.
이전까지 대부분 한국사 교과서는 4·3을 한국전쟁 전사로 기술했다. 이러다보니 4·3이 정부 수립에 반대한 폭동이나 좌우대립의 소요사태로 규정됐고, 이는 교과서 편찬때마다 4·3의 왜곡, 폄하 논란을 낳았다. 실제 기존 일부 교과서는 4·3의 원인이나 배경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지 않아 4·3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았다. 4·3의 사회적 배경을 기술하지 않은 채 남로당제주도위원회에 책임을 돌리거나 군경이 ‘무장대를 진압하는 과정’을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으로 언급해 4·3을 폭동으로 인식하게끔 하는 교과서도 있었다.
내년에 배포되는 한국사 교과서를 보면 4·3은 ‘대한민국의 발전’이라는 대주제 아래 ‘8·15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 소주제 항목에 반영됐다. 빈번히 생략됐던 1947년 3·1절 기념대회에서의 경찰의 발포와 이후 경찰과 서북청년단의 가혹한 탄압, 미군정에 대한 도민의 반감 등 4·3의 배경이 서술됐다. 국가 공권력의 무력 진압과정에서 발생한 도민의 희생, 4·3진상조사보고서에서 언급된 2만5000명에서 3만명에 이르는 희생자수도 언급됐다. 4·3진상조사보고서, 4·3평화공원, 4·3유적, 4·3문학자료,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 등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과정도 추가 자료로 다루고 있다. 동아출판사는 특히 2쪽에 걸쳐 별도로 4·3의 발발부터 진상조사 과정까지 자세하게 조명했다.
이들 교과서는 11월27일 최종 검정을 완료했고, 현재 최종 발간돼 내년 새학년부터 사용된다.
이는 제주도교육청의 교과서 집필 기준 개선 연구결과가 반영된 결과다. 도교육청은 2017년 ‘검인정 교과서 4·3집필기준 개발 연구용역’을 진행한 결과, 4·3의 성격을 통일정부 수립운동의 일환으로 규정하고 4·3진상조사보고서를 토대로 4·3의 배경과 전개과정, 의의를 서술할 것,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과정에서 조명된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다루는 안 등을 담았다. 도교육청은 같은 해 12월 이같은 내용의 용역 결과를 교육부에 제출했고, 집필기준에 용역 내용이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과거의 이념적 기술을 탈피하고, 단독선거 저지와 통일정부 수립을 내세운 무장봉기로 규정한데 높이 평가한다”며 “4·3의 역사 기술을 대폭 개선한데 환영한다”고 밝혔다. 4·3희생자유족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앞으로는 제주4·3의 왜곡과 폄하를 불식시키고 평화와 상생, 인권의 소중함을 후대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며 “아울러 소설 순이삼춘과 영화 지슬 등 교과서에 문학과 영화를 소개하게 돼 4·3의 정명 찾기에 한 발짝 더 다가 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당장은 ‘거래잠김’ 가능성…다주택자 힘겨루기 6개월이 관건
12·16 대책, 시장 전문가 반응과 전망]
다주택자
강남 부동산 전화문의만 쇄도
매매 실종…“아직은 매도 관망”
실수요자
“대출규제로 집사기 힘들지만
집값 내리는게 최우선” 기대감
전문가
당분간 집값 상승세 주춤 예상
장기간 안정 효과에 ‘반신반의’
17일 서울 마포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세종청사에서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 9억원 이상 주택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올려 현실화율을 목표치까지 끌어올리는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대출 금지 등으로 당분간 거래절벽이 있지 않을까요? 양도세 한시 완화에 따른 다주택자 매물은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ㄱ공인중개사사무소 이아무개 대표는 정부의 ‘12·16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 매매 거래 시장이 ‘올스톱’ 상황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 발표 다음날인 17일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서울시내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 부동산중개사무소들은 일부 다주택 집주인들의 문의 전화만 걸려올 뿐 매도·매수자들의 움직임은 완전히 실종된 채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고강도 정부 대책이 기습적으로 발표되면서 당장은 주택시장이 관망을 위한 거래절벽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보유세 단계적 강화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주택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이끈다는 정책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내년 6월까지 다주택자 양도세에 대한 한시적 혜택을 제시함에 따라, 향후 6개월이 주택시장 향배의 관건이다. 이 기간 정부의 정책 의지가 다주택자와의 힘겨루기를 통해 집값 하향 안정화를 안착시킬지 주목해야 하는 셈이다.
실제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강화 등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 조처에 당혹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반대로 주택 실수요자들은 이번 대책에 대해 시장에서 ‘초고강도’라는 평가가 나오자 집값 하향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도 조심스레 내비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전세 거주자 김아무개씨는 “대출 규제가 더 까다로워져 9억원 초과 아파트를 사기는 힘들어졌지만 집값이 내리는 게 우선”이라며 대책을 반겼다.
은행 창구에서는 대출규제 문의가 잇따르며 이번 대책에 혼란스러워하는 시장의 모습을 드러냈다. 한 시중은행 반포지역 지점 직원은 “이 지역 20~30평대 아파트는 이미 20억~30억원을 훌쩍 넘어선 상태로, 재건축·재개발 분양권 관련 고객들의 대출 규제 문의가 잇따랐다”며 “특히 현금 동원력이 있어도 자금출처 조사 등을 고려해 은행 대출을 끼려고 했던 고객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당분간 주택시장이 냉각되고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도 주춤해질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주택 거래가 끊어지는 등의 ‘반짝 효과’가 아니라 상당 기간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있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초고강도 대출 규제로 9억원 초과 아파트 매매시장이 경색되는 국면이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최근 집값 불안의 배경인 공급 부족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안정세가 지속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급 부족론은 일부 언론과 시장 전문가의 ‘공포 마케팅’이 부추긴 측면이 크다고 반박하면서 우려를 일축한 바 있다. 이밖에 부동산 시장에 몰려드는 돈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정부 정책이 보완돼야 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내년 6월 말까지 팔 경우에는 양도세 중과세(최고 50~60%)를 하지 않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해주기로 한 ‘다주택자 출구전략’ 조처가 이른바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지도 관심사다. 내년 초 9억원 이상 주택의 공시가를 집중적으로 현실화하는 등 정부의 보유세 강화 신호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종훈 정세라 기자 cjhoon@hani.co.kr
경실련 “5대 그룹 땅값 23년간 61조원↑”…이명박 정부 이후 큰 폭 증가
17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5대 재벌 토지자산 증가 및 역대 정부 재벌 토지자료 공개현황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롯데·삼성·에스케이(SK)·엘지(LG) 등 5대 그룹의 토지자산이 23년 동안 61조원가량 증가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17일 발표한 ‘5대 재벌 소유 토지자산(땅값) 장부가액 변화’ 자료를 보면 5대 그룹 토지자산 장부가액이 1995년 12.3조원에서 2018년 73.2조원으로 약 61조원 늘었다. 경실련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벌 부동산 투기와 몸집 불리기 등에 대해 소홀 또는 관대한 정책들로 인해, 재벌이 맘 놓고 부동산 투기와 토지자산 증식을 해왔다”며 “기업이 직접 기재하는 장부가액이 아닌 취득가 대비 시세로 환산했을 경우,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2018년 말 기준 토지자산이 가장 많은 그룹은 현대차로 24조7천억원이었으며 이어 롯데(17조9천억원), 삼성(14조원), 에스케이(10조4천억원), 엘지(6조2천억원) 순이었다. 1995년부터 2018년까지 토지자산 증가 폭도 현대차그룹이 22조5천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롯데(16조5천억원), 삼성(10조3천억원), 에스케이(8조5천억원), 엘지(3조원) 순서다.
17일 경실련이 공개한 ‘역대 정부 재벌 보유토지자료 공개현황’.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런 땅값 상승은 이명박 정부 이후 본격화됐다. 경실련이 분석한 1995년부터 2007년까지 12년 동안 5대 그룹의 땅값은 연간 1조원가량 증가했지만, 이명박 정부 무렵인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1년 동안에는 연간 4.4조원이 증가했다.
경실련은 “재벌의 부동산 투기 방지와 불로소득 환수장치가 부재하다 보니 본업에 주력하기보다 비생산적인 부동산 투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재벌의 땅 사 모으기는 아파트값 거품과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중소상인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며 “특히 재벌들이 비업무용·비사업용 토지를 보유해도 정부가 외면하고 있고 감시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경실련은 기업들의 막대한 부동산 소유 현황 등을 감시할 수 있는 자료조차 공개되지 않는 점을 큰 문제로 지적했다. 경실련의 설명을 종합하면 금융감독원이 1999년 전자공시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외부 감사 대상 기업들은 재무제표에 기업별 보유 토지면적과 공시지가, 장부가액 등을 모두 공시했다. 하지만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장부가액만 공개하도록 제도가 바뀌어 각 그룹 토지소유 실상을 제대로 알 수 없게 됐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이런 불투명성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가 지난 3월 국세청,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에 5대 그룹 보유 토지 필지별 면적과 장부가액, 공시지가, 비업무용 토지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국토부가 5대 그룹이 보유한 토지의 전체 보유면적만 공개했다. 지난 8월 다시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비공개’ 등 통보를 받았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에서 재벌개혁과 공정경제, 부동산 투기근절을 외치면서, 재벌의 부동산 보유현황 등 기초적인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공시대상 기업집단(자산 5조원)에 대해서는 보유 부동산(토지 및 건물)에 대한 목록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하고, 일정 규모 이상 법인의 연도별 보유토지 및 비업무용 토지 현황 및 세금납부 실적 등을 상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한국경제, 64년간 연평균 7.2% 성장
1인당 국민소득, 503배↑
한은, 통계 기준년 개편
한국경제의 규모가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이후 64년간 매년 7.2%씩 고속성장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1인당 국민소득은 503배로 늘어났고, 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상전벽해의 변화가 일어났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국민계정 2015년 기준년 2차 개편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은 ‘2010년 기준년’(구계열)에 따른 증가율(7.1%)에 비해 0.1%p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기별 성장률을 살펴보면,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10% 안팎의 고도성장을 지속하다 2000년대 이후 연평균 성장률은 크게 떨어졌다.
1960년대 10년간 연평균 8.7%씩 증가했고, 1970년대에는 10.5%로 정점을 찍었다. 1980년대(8.8%)와 1990년대(7.2%)까지도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다가, 2000년대(4.9%), 2010년대(3.4%)에 성장률이 크게 하락했다.
이 기간 명목GDP는 무려 4만배 가까이 늘었다. 1953년 477억원에 불과했던 경제규모는 2018년 1893조원으로 3만9665배가 늘었다. 미국 달러화로는 13억달러 규모에서 1조7209억달러로 늘었다. 1인당 국민소득도 같은 기간 67달러에서 3만3434달러로 늘어나 503배가 증가했다.
산업구조도 크게 변했다. 1953년 농림어업의 비중이 48.6%였던 것에서 지난해에는 2.0%로 축소됐다. 같은 기간 제조업은 7.9%에서 29.2%로 늘었고, 서비스업의 비중은 39.8%에서 60.7%로 증가했다. 분배구조도 많이 개선됐다. 피용자보수의 비중은 23.0%에서 45.7%로 늘었고, 노동소득분배율은 같은 기간 27.3%에서 63.8%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국민계정의 기준년 개편은 국민경제의 구조변화 등에 대응해 통계의 현실 반영도를 높이기 위해 5년마다 실시하는 절차”라며 “실효성 있는 경제정책 수립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은행은 앞서 지난 6월 2015년을 기준년으로 하는 1차 개편 결과를 발표했고, 이날 잔여 부분을 포함한 2차 개편 결과를 공표했다. 2차 개편작업 마무리로 1999년 이전 시계열 자료도 최근 자료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 비교할 수 있게 됐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태극기 단톡방 ‘선거제 개편’ 가짜뉴스 유통, 어떻게 ‘국민저항권’ 둔갑했나
국회 본청 난입사건’ 모의된 태극기 단톡방 살펴보니
16일 오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의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 참석자들이 국회 안으로 들어서려 하자 경찰들이 막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여러분 화급합니다. 큰일 났습니다. 널리 펌(갈무리나 다운로드) 해주시고 들고 일어나십시오. 더불어 미○당은 한-미동맹을 깨뜨려 자유대한민국을 코리아연방으로 만들려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선거법을 밀어붙인다고 선포했습니다!”
지난 16일 초유의 ‘국회 본청 난입 사건’을 사전에 모의했던 보수성향 시민들의 ‘태극기 단톡방’에 지난 14일 올라온 글이다. 명백한 가짜뉴스다. 하지만 태극기 단톡방에선 최근까지 이런 정도의 주장이 흔하게 유통됐다.
19일 <한겨레>가 올 초부터 여러 개의 태극기 단톡방을 살펴본 결과, 이 방들에서 선거제 개편을 둘러싼 논의가 처음부터 가짜뉴스 일색인 건 아니었다. 지난 2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취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태극기 단톡방 이용자들은 선거제 개편에 비판적인 보수 언론발 기사를 공유하며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토론을 했다.
하지만 황 대표가 취임하고, 지난 4월30일 선거제 개편안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태극기 카톡방은 이때부터 선거제 개편을 ‘좌파 만년 독재’, ‘공산화 연방제 통일’ 등과 동의어로 취급하는 가짜뉴스를 유통하기 시작했다. 이 가짜뉴스는 심지어 ‘문재인 정부를 타도’하고 ‘하야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공유하는 정도로까지 나아갔다.
태극기 단톡방에서는 선거제 개편과 공수처 도입을 ‘더불어민주당의 영구 집권을 위한 한 쌍의 전략’이라고 본다. 선거제 개편으로 장기 집권의 토대를 만들고, 공수처 신설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수사를 피해 가려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을 통해 ‘국내적으로 낮은 단계에서 좌파,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과 연합해 일당 체제를 이룰 것’이고, 이후에는 ‘북한과 높은 단계의 연방제 연합을 하려고 한다’는 상식 밖의 주장도 유통됐다. ‘문재인 정권이 헌법을 위반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 제도를 파괴하고, 군소정당 빨갱이들과 야합해 비례대표 30석을 뚝 떼어서 빨갱이 공산당에 배분하는 기상천외한 선거법을 만들려고 최후 발악을 하고 있다’ 등과 같은 얘기다. 이런 가짜뉴스는 지난해 9월17일 민주당 창당 63주년 기념식에서 나온 이해찬 대표의 “앞으로 민주당이 대통령 열 분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 발언 등과 묶이며 마치 사실처럼 유포됐다. 태극기 단톡방에서 가짜뉴스를 유통하는 이런 일련의 행위를 ‘국민저항권’이라고 부른다.
‘국회 본청 난입 사건’도 이런 맥락에서 벌어진 일이다. 사건이 일어난 지난 16일 오전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많은 애국 국민들께서 헌법에 보장된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주시기 바란다”며 “문재인 좌파 연정의 중심은 광주다. 호남 중심 좌파 연정 체제에 대구경북 영남권이 일어나서 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짜뉴스를 연구한 홍성일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는 “보수 정당이 혐오표현이나 가짜뉴스에 의존하는 극우의 길을 걸으면서 표현의 품격이나 행동의 진중함을 중시하던 보수 세력 전체가 아스팔트 극우가 되어가는 퇴행의 과정을 밟고 있다”며 “가짜뉴스가 보수 담론의 중심이 될수록 과격한 행동이 보수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심각한 상황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재벌편에 선 '노동운동가' 결국 법정구속
대학 때 노동청 청장실 점거 경력
구속 사유는 '노조파괴 관여 혐의'
대학 재학시절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실(당시 노동청 청장실)을 점거하던 86세대 노동운동 출신 인사가 재벌 편에서 노조파괴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법정구속됐다.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로부터 실형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삼성전자 노사분야 자문위원 송 모씨의 이야기다.
검찰은 송씨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조와해 공작을 막후에서 지휘한 '노조 파괴 전문가'로 지목했다. 송씨는 기획폐업 등 부당노동행위에 개입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금품을 경찰관에게 전달한 제3자 뇌물 취득 혐의로 기소됐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올해 5월 18일 염호석 열사 5주기 추모제를 진행하는 모습. 양산분회장이던 염호석씨와 조합원 최종범씨는 삼성전자 서비스의 불법 파견에 저항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 제공
◆옛 동료들 '큰 충격' = 송씨와 함께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했던 이들은 송씨가 유죄 선고를 받고 법정구속된 데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송씨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함께 했다는 A씨는 "학교에서 그리고 노동현장에서 운동을 함께 했던 동료로서 유죄 판결 소식에 착찹하다"며 "자신의 노동운동 경험과 기능을 노조 파괴에 사용했다는 것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놀랍고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DJ정부와 노무현정부는 물론 현 정부에 참여한 노사전문가들과도 상당한 친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확인한 노동계 인사들은 현재도 정치권과 노동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이들이다. 검찰은 송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노동계 인사들의 일탈을 확인했다는 후문이다.
송씨는 법정에서 "노동운동을 실제로 한 것은 3년 정도"라고 말했지만 지인들은 '적극적인 운동권'으로 기억하고 있다. 재판장이 "(노동계에서) 어느 계파에 속하느냐"고 묻자, 송씨는 "국민파"라고 주저 없이 답하기도 했다.
송씨의 법정 증언과 지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송씨는 학생운동부터 노동운동까지 활발하게 활동했다.
사울 유명 K대 재학시절 단과대 학생회장을 지낸 그는 고용노동부가 노동청 시절(서울 영등포구 소재)이던 1985년 청장실을 점거했다. 대학 졸업후에는 수도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상담소를 운영했고 산별노조에서도 활동했다고 한다. 노동상담소를 찾아가는 노동자가 수사기관 눈에 걸리면 문초를 당하는 시절이었다. 노조 자체를 불온한 활동으로 보는 시절 노동상담소를 운영했다는 것 자체가 그의 활동 깊이를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그는 DJ정부 출범 후 노동대학원에 진학했다.
당시 송씨를 눈여겨봤던 김호진 고려대 교수는 노사정위원장 재직 당시 그를 기용했다. 이후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송씨는 장관 정책보좌관까지 지냈다. 김 장관 퇴임 후 그는 노동부 산하 한 대학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 삼성과 일해 = 송씨 옛 동료들은 그가 대형 법률사무소 김앤장과의 만남 이후 변화했다고 본다. 송씨는 김앤장에서 노동 관련 부설연구소를 만드는데 관여했고 상당기간 근무했다. 이후 기업과 로펌에서 강의를 나가면서 기업의 노무담당들 사이에서는 송씨의 이름이 알려졌다. 노동운동가 출신이고 정부에서 일했기 때문에 노동계는 물론 정부 부처에도 인맥이 상당했다. 노동계의 각종 정파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었고, 어느 회사의 노조가 어느 정파소속인지 정보가 훤했다.
그는 박근혜정부에서는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으로 기용될 뻔했다. 청와대로부터 제안을 받았지만 거부했다는 게 지난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 그는 주변에 "박근혜정부에서는 일(공직)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고 한다.
송씨는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구속되기 전까지 삼성전자 자문위원으로 일했다. 매월 2000만원, 성공보수 1억4000만원을 받는다는 조건이었다.
노사가 협상을 벌일 때도 송씨 존재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조 간부는 "송 박사라 불리는 사람이 있었지만 실제 존재하는지는 재판이 열리고서야 알게 됐다"면서 "노동운동 출신이라는 말에 참담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송씨를 삼성과 연결 시켜준 고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김대환 전 장관을 언급했지만 노동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둘 사이가 틀어진지 오래"라고 전했다. 노동계에서는 과거 정부 고위직을 지낸 A씨와 정치인 B씨 등을 지목한다. A씨는 송씨와 이번 사건에서 법정구속된 전직 정보경찰 김 모씨 등과 수시로 모임을 갖고 노동계 정보교환을 한 사실이 수사과정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송씨의 배경으로 언급되는 인사들에게 내일신문이 전화를 걸어 물었지만 대부분 답을 피했다.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는가하면 '병원에 있다' '통화하기 힘들다'라며 통화를 거부했다. 송씨와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노동분야 전문가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이가, 내가 아는 송씨라는게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송씨와 같이 자신의 가치에 투철했던 인물을 포섭해 '노조파괴'에 가담시킨 자본의 힘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남진 오승완 기자 njhan@naeil.com
재벌가 주택 공시가 내년엔 ‘찔끔’ 상승
ㆍ표준 상승률 4.5%에 못 미쳐
ㆍ국토부 “올해 이미 대폭 상향”
주요 재벌가 초고가 단독주택의 내년도 공시가격 상승률이 1~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대폭 높아져 상대적으로 내년 상승률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18일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2020년도 표준주택 공시가격안을 보면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보유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택(연면적 2861.83㎡)의 공시가격이 277억100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올해 공시가격(270억원)에서 2.6% 오른 수준으로, 이 주택은 2016년 표준주택으로 선정된 이후 5년째 1위 자리에 올라 있다.
공시가격 상승률이 1%대인 경우도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소유한 서울 이태원 주택(1184.62㎡)의 내년 공시가격은 167억8000만원으로 올해 165억원보다 1.7%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초고가 주택의 공시가격이 50%대로 급등한 바 있어 정부가 수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올해 이명희 회장 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59.7%(169억원→270억원)였다. 서경배 회장 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108억원→165억원)은 52.7%였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수위를 조절한 것이 아니라 올해 초고가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현실화율을 크게 올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년 상승률이 높지 않은 것”이라며 “내년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현실화율 55% 미만인 경우를 중점적으로 올리는데 이들 주택의 현실화율은 55%를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2위였던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주택(2617.37㎡)은 공시가격이 167억원에서 내년에는 178억8000만원으로 올라 상승률이 7.1%에 이른다.
내년도 전국 표준단독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4.5%이며, 서울의 상승률은 6.8%다. 표준주택은 한국감정원이 표본을 추출해 가격을 공시하는 주택으로, 다른 개별주택 공시가격의 기준이 된다. 국토부는 이날부터 소유자의 의견을 들어 내년 1월23일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최종 고시한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후퇴하는 공약,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
[시민정치시평] 빈곤의 원인과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제 가난은 국가에서 해결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론회 자리에서 지자체 시 의원이 한 말이다. 이 당연한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비통했다. 과거에는 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엔 지난 과거가 너무 아팠고 현재 역시 처참하다. 우리는 봉건시대나 왕권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다양한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서 법과 제도에 그것들을 명문화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빈곤을 만들어내는 것은 무엇인가? 누가 책임을 통감해야 하는가? 해고로부터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 가난해진 사람 개인의 책임인가?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전 재산을 치료비에 헐어 쓴 사람과 그 가족들의 책임인가?
개인과 가족에게 떠 맡겨지는 빈곤
한국사회 마지막 안전망이라고 불리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1997년 IMF 외환위기로부터 확산된 빈곤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1999년 법 제정, 2000년 시행되었다. 20년 전 우리는 실업‧부도‧사고‧질병 등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누구나 빈곤에 처할 수 있다는 동의아래 국가에서 권리로서 최저생활에 필요한 급여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으로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법제정 20년이 된 현재에도 빈곤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가난한 사람들이 생활고를 비관하여 자살했다는 소식은 더 이상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만 해도 7월 관악구와 강서구에서, 11월 성북구와 인천시에서 가난을 피해 죽음을 선택하고 가난 때문에 가족을 살해하는 비극이 반복되었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복지 급여의 권리성을 법에 명기했지만 보장수준을 낮게, 선정기준을 까다롭고 좁게 유지시켜 왔기 때문이다. 빈곤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부양의무자기준과 같은 디테일한 악마를 통해 빈곤의 책임을 가난한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게 떠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후퇴하는 공약,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
2019년 10월17일 빈곤철폐의 날, 청와대 앞에 천막 농성장이 세워졌다. 문재인대통령이 공약했던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의 조속한 공약이행을 촉구하는 농성이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문재인대통령이 조기대선 당시 공약이었고 당선이후 100대 국정과제에 담겼다. 2017년 8월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광화문역사 지하도에 있었던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을 방문하여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겠다고 다시 한 번 약속했다. 그로서 2012년 8월21일 시작했던 농성을 2017년 9월5일 농성1,842일로 중단했다. 당시 정부로부터 받았던 약속은 두 가지였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위한 민관협의체를 통해 함께 논의하여', '2020년 발표될 제2차 기초생활 종합계획에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담겠다.' 하지만 그 약속으로부터 딱 2년 되는 2019년 9월5일, 복지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는 충격적이었다. '제2차 종합계획에 2023년까지 생계급여에서만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의료급여에서 제외되었고 생계급여에서 4년을 더 기다리라고 했다. 해당 보도자료는 '복지 위기가구 발굴대책 보완조치'라는 이름으로 관악구 모자의 아사와 강서구에서 수급자였던 치매가 있는 노모와 장애가 있는 형을 부양의무자가 살해한 뒤 자살한 비극에 대한 대책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 앞에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을 후퇴하겠다고 발표한 것이었다.
발굴이라는 절망
2012년 광화문에서 농성을 시작했던 이유는 명확했다.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수급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멈추어야 했기 때문이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외치며 광화문에서 1,842일 농성하는 동안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문재인대통령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공약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3년 동안 가난한 사람들은 또 죽어갔다. 11월 인천에서 사망한 일가족은 생전 이혼한 전 남편과 친정부모에게 금융정보제공동의서를 받아와야 한다는 안내에 수급신청을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수급에서 탈락했다는 통보를 받아보았을 것이다. 누군가는 가족에게 자신의 상황이나 위치가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수급신청을 포기했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자신의 소득 때문에 가족의 수급권이 박탈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책으로 '발굴'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가난한 사람들의 수많은 개인정보를 모아서 발굴해도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 구태여 '찾아가서 주는 절망'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달가울리 없다.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를 위한 싸움에 함께 해야하는 이유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시작하고 수차례 질의서를 보냈다. "가난한 사람들의 반복되는 죽음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복지부는 계획을 계속 후퇴시키는데, 청와대는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를 위한 의지가 있는가?" 어려울 것 없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받는데 두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재정적 뒷받침'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가난한 사람들과의 약속을 종이짝 취급한 답변이었다. 사각지대를 살피고 노력하겠다는 말이 진심 아닌 궁여지책인 것을 확인하는 답변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삶과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의지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20년 전 선언된 빈곤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가로막으며 가난한 사람들의 반복되는 죽음을 막지 못하는 이유가 확인된 것이다. 정부의 답변은 우리가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를 위해 함께 싸워야 하는 이유다. /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프레시안
의사 월평균 수입 1342만원.. 동네의원이 제일 잘번다
복지부, 1만8244명 대상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의사들의 월평균 수입이 세전 1342만원으로 보건의료 종사자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1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3개 직종 1만82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기본급, 고정수당, 정기상여금, 제 수당(시간외근무수당 등 정기·수시 지급 수당), 복리후생비 등 요양기관 근무 인력의 평균 월수입(세전)은 ▲의사가 1342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치과의사 1002만원, ▲한의사 702만원, ▲약사 555만원, ▲방사선사 352만원, ▲간호사 329만원(신규간호사 276만원), ▲한약사 319만원 순이었다. 의사 중에서는 동네의원 의사의 월수입이 1510만원으로 상급종합병원(977만원), 종합병원(1166만원), 병원(1379만원), 요양병원(1258만원) 의사보다 많았다.
의사와 함께 약사도 의원 종사자 수입이 더 많았고 치과의사는 치과의원, 한의사와 한약사는 한의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상급종합병원 근무 인력이 각각 수입이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는 의사 외에 약사·한약사가 농촌 지역, 치과의사·한의사는 중소도시, 간호사·간호조무사는 대도시에 근무하는 인력이 각각 수입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비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료인의 월수입은 ▲의사(1113만원), ▲치과의사(552만), ▲한의사(436만원), ▲간호사(268만원) 순이었으며, 의료기관 근무 인력보다는 수입이 적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영끌’해서 서울 마이홈 꿈꿨는데… 30대 “정부가 사다리 걷어차”
“4050에 분양시장서도 밀리는데 실거주 주택 구입마저 대출 막아”
“9억원 이하 주담대는 변함 없어…부동산 광풍에 편승한 욕망일 뿐”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 인근 상가의 부동산중개업소에 부동산 매물들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2ㆍ16 대책을 통해 고가 주택 구입용 대출을 강도 높게 규제하자 30대를 중심으로 “정부가 서울 진입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중장년층과 비교해 청약시장 경쟁력이 떨어지고 축적된 자산도 적어 차입을 통한 주택 구매 외엔 뾰족한 서울 진입 방법이 없는데 정부가 통로를 차단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앵그리(angry) 30대’의 반응을 두고 내집 마련과 자산증식 기회가 가로막혔다는 좌절감의 투영이라는 분석 한편으로, ‘부동산 광풍’에 편승하려는 젊은 세대의 욕망과 조바심의 발로라는 비판적 지적도 나온다.
◇30대 내집 마련에서 멀어지나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6일 ‘부동산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서울 등지의 시가 9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낮추고 15억원 초과 아파트 구입엔 대출을 금지하는 대책을 시행하자 30대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다. 40, 50대에 비해 자산은 적지만 앞으로 벌어들일 소득에 기댄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서울 주요 지역에 진입하려던 희망이 좌절됐다는 것이다.
최근 30대는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 중 30대 매입 비율이 올해 처음 30%선을 돌파했다. 전통적 ‘부동산 큰손’인 40대를 넘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분양보다 매매에 집중하는 30대의 전략은 청약시장에서의 불리함과 관련 있다. 청약은 무주택기간이 길수록 가점이 높아지는 구조라 30대가 선배 세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난달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으로 중장년층이 묵혀둔 청약통장을 적극 꺼내들면서 30대의 당첨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기존 주택 구매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30대 입장에서 대출 규제는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30대 서울 아파트 매매 비중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전세로 살고 있는 조모(35)씨는 대출을 받아 이 지역 아파트를 사려다가 이번 정부 발표로 마음을 접었다고 한다. 그는 “요즘엔 서울 비강남권도 9억원 넘는 아파트가 허다한데, 실거주자의 대출까지 막는건 현금부자나 금수저 외엔 서울에서 살지 말라는 꼴”이라며 “맞벌이라 신혼부부 특별공급 신청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정부로부터 투기꾼 취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상에선 “586세대는 서울 아파트를 싼값에 사는 특혜를 얻지 않았느냐”며 논란이 세대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갭투자자나 다주택자 대출을 금지하는 것은 맞지만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용 대출까지 막는 건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일자리와 소득이 있는 사람에겐 대출을 열어 집을 장만하도록 하고 은퇴 후에도 그 자산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번 조치는 젊은 계층이 자산을 축적할 기회를 잃게 해 장기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광풍 편승 욕망일 뿐” 비판도
고가 아파트에 해당되는 대출 규제를 두고 젊은 세대가 ‘내집 마련 꿈이 사라졌다’고 반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무주택자나 신혼부부를 위한 정책모기지론과 9억원 이하 주담대는 이전과 동일한 만큼 비싼 주택을 구매하려는 욕심만 버린다면 이번 대책이 주택 구입에 큰 제약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 국책사업감시팀 팀장은 “지금 집값은 이미 일반 월급쟁이가 살 수 없는 수준”이라며 “대출 규제를 푼다면 무주택자에게 기회가 오기보단 투기세력의 이익을 불릴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30대의 ‘부동산 사다리론’은 부동산 광풍에 편승하려는 욕망의 반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불로소득을 위해 과도하게 빚을 얻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고, 가계부채가 거시경제의 뇌관이 되는 점을 고려하면 대출을 규제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12ㆍ16 대책 발표 이후 논란이 된,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금지 관련 담보가치 산정 시점이 대출신청일이라고 이날 밝혔다. 대출신청일에 집값이 15억원을 넘지 않는다면, 대출실행일에 15억원을 넘었다고 해도 대출을 내준다는 의미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강남-非강남 갈등 불지른 ‘한국판 부동산 카스트’
12ㆍ16 부동산 대책 ‘거주지 계급론’ 비화]
“가진 건 강남 집 한채인데 무슨 죄”“앉아서 몇억 벌었으면 세금 내야”
전문가 “자산가들 피해자 아니다… 양질의 주택 공급정책 선행돼야
정부가 고가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고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 구매 시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16일 오후 헌 시민이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인근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12ㆍ16 부동산 대책’과 내년 공시가격 인상 방침 등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이 집값 수준을 기준으로 우리 사회에 다양한 ‘부동산 계급’을 양산하면서 이들 사이의 갈등도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보유 부담이 늘어난 고가주택 보유자들은 “강남에 집 한 채 가진 게 죄냐”는 울분을 터뜨리는 반면, 절대 다수의 비고가주택 보유자나 무주택자들은 “늘어난 재산만큼 부담을 지는 게 당연하다”는 반론을 펼치고 있다. 정부 부동산 대책이 기존의 ‘강남 대 비강남’ 부동산 프레임을 ‘거주지 계급론’으로 확장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뚜렷해지는 부동산 계급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6일과 17일 정부가 연달아 내놓은 부동산 규제는 기존 우리 사회의 부동산 계급을 더욱 세분화, 공고화할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을 고가주택으로 보고 일종의 '부자세'인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해왔는데, 정부가 나서 '부자의 기준'을 더 세분화했다는 의미다.
벌써 온라인 상에서는 이를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 빗대고 있다. 대한민국 부동산에는 △15억원 이상 주택 소유자 △9억~15억원 소유자 △9억원 이하 소유자 △무주택자라는 '한국판 카스트 제도'가 도입됐다거나 "거주 지역과 집값에 따라 1ㆍ2등 시민이 갈라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무주택자는 "부동산 정책을 보면 영화 '설국열차'와 비슷하다"며 "15억원 이상 주택은 부유한 상류층이 모인 맨 앞칸, 뒷칸에서 단백질바를 공급받는 사람들은 무주택자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여론을 타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부동산이 불평등의 뿌리가 되고 계급이 되는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김대훈 기자
◇세부담 시각은 ‘극 과 극’
크게 ‘가진 계급’과 ‘못 가진 계급’ 사이의 갈등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보유세 부담을 둘러싼 공방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사실상 투기집단으로 본 다주택자는 차치하고라도, 실거주용 주택을 가진 서울 주요지역의 1주택자 역시 내년 납부할 종부세율이 높아진데다 과세표준인 공시가격까지 오르면서 아우성치고 있다. 전통의 강남권(강남4구)뿐 아니라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 등 범강남권 주민들은 △'살고 싶어서' 집을 샀고 △"사는 집 아니면 파시라"는 정부 권고대로 한 채밖에 없는데 △보유세가 30~40%씩 오르게 됐다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대치동에 사는 주부 윤모(43)씨는 "아이 교육 때문에 6년 넘게 이곳에 살았고 평생 1주택자였는데, 정부가 갑자기 투기꾼 취급을 하고 있다"며 "직장, 학교 때문에 집을 옮기기도 쉽지 않고 양도세는 더 부담이 돼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들을 바라보는 9억원 이하 주택 소유자와 무주택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범강남권 집값이 1년 새 3억~4억원씩 상승했는데, 세금 1,000만~2,000만원이 오른다고 반발하는 건 '도둑 심보'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상에는 "불로소득으로 세금을 더 내는 게 억울하면 강남 집을 팔면 그만"이라거나 "앉아서 몇억원씩 벌었다면 그 정도 부담은 감수하는 게 공정사회"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아파트 매매시세별 가구수 비중 - 송정근 기자
◇“이대로면 계급 갈등 더 커질 것”
특히 서울에서 시세 9억원 넘는 아파트(전체의 36.6%)가 대부분 강남4구, 마용성 등 범강남권에 몰려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갖고 있는 이들이 부당한 부담을 지게 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달 경실련 팀장은 "집값이 오른 것은 개인의 노력보단 정부 정책의 결과"라며 "세금을 올린다고 하지만 노동이 들어가지 않은 자산가치 상승에 비해 미미한 만큼 '선의의 피해자'라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이 소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부동산발 사회 갈등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적정 소득이 있다면 장기적으로 집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도저히 집을 살 수 없는 절망스러운 환경이 이어질 경우 박탈감만 커지는 '계급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갈등 완화의 대안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택 수요를 적대시하고 수요-공급 원리를 무시하는 정책으로는 집값이 오히려 더 튈 수 있다"며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등의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간 진보 정부조차 중산층 표심이 두려워 집값에 근본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다"며 "부동산 투자 수익 중 합당한 정도의 수준은 정부가 보장하고 나머지는 공공 목적으로 쓸 수 있도록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한 칼을 뽑았으면 차기 정부에서 정책을 다시 바꾸지 말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文대통령 개인 지지율 조사 해보니 놀라운 결과
국정지지율 51.1%보다 6.3%포인트 높아
반대율 39.6%…"임기 끝까지 반대할 것" 26.3%
[서울=뉴시스]2019년 12월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 (사진 = 리얼미터 제공) 2019.12.19.
국민 과반이 문재인 대통령 개인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9일 나왔다. 이중 40%는 문 대통령을 '임기 끝까지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 개인 지지율은 57.4%다. 이중 '임기 끝까지 지지할 것이다'는 응답이 41.1%를 기록했다. 다만 16.3%는 '현재는 지지하지만 상황에 따라 반대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의 반대율은 39.6%였다. '임기 끝까지 반대할 것이다'라는 응답은 26.3%로 집계됐다. '현재는 반대하지만 상황에 따라 지지할 수도 있다'는 13.3%로 집계됐다.
리얼미터가 동시에 실시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긍정평가 51.1%, 부정평가 45.1%)와 비교하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 지지율에 비해 6.3% 포인트 높고, 반대율은 국정 부정평가 대비 5.5%포인트 낮았다. '모름·무응답'은 3.0%였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 응답은 지역별로 광주·전라(대통령 지지 80.5% vs 반대 19.5%)와 대전·세종·충청(65.7% vs 34.3%), 경기·인천(59.3% vs 38.0%), 서울(57.1% vs 38.5%)에서 높았다. 반면 대구·경북은 대통령 반대가 58.0%로, 지지 36.7%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30대(대통령 지지 66.7% vs 반대 29.2%)와 40대(66.7% vs 32.2%), 50대(58.3% vs 39.3%)에서 지지층이 다수였다. 성별로는 여성(대통령 지지 60.1% vs 반대 35.6%)과 남성(54.6% vs 43.8%) 모두 지지응답이 더 많았다.
이념성향별로 진보층(대통령 지지 77.4% vs 반대 20.4%)과 중도층(55.6% vs 41.0%)에 지지층이 대다수였다. 보수층은 반대가 67.0%로 지지(32.4%)를 압도했다. 지지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대통령 지지 89.6% vs 반대 7.9%)과 정의당(80.1% vs 19.9%) 지지층에서 대다수이거나 다수였다. 자유한국당(대통령 지지 12.0% vs 반대 85.9%)과 바른미래당(34.0% vs 63.2%)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다수이거나 절반을 넘었다.
한편, 부산·울산·경남(대통령 지지 48.9% vs 반대 48.8%), 20대(50.6% vs 49.4%), 60대 이상(48.3% vs 45.7%), 무당층(46.2% vs 45.1%)에서는 '지지·반대' 응답이 비슷했다.
2020 한반도 정세, 어게인 2017?
북한군이 최근 이동식 발사대에서 초대형 방사포 시험발사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1월29일 배포한 사진(왼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30일 판문점 앞뜰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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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이 서로 날선 ‘말의 전쟁’을 재개하면서 세밑 한반도 안보 기상도가 뿌옇다. 분명한 사실은 12월31일이 전환점이라는 것이다. 바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며 제시한 시한이다. 그가 올해 신년사에서 거론한바,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는 새로운 길’과 맞물려 총천연색 분석과 전망, 견해를 낳고 있다. 미국은 “목표가 있을 뿐 시한은 없다”며 김 위원장의 시한을 무시한 채 대화 제의를 거듭하고 있다. 동시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같은 ‘고강도 도발’을 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는 물론 물리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 미국의 군사행동을 비롯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내놓는 근거다.
■ 북·미의 여전한 비대칭 셈법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북한은 미국이 셈법을 바꿀 것을 요구해왔다. 10월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접촉 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단과 한반도 주변 첨단 전쟁장비 반입 금지 및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뒤 미국이 추가로 발동한 15차례의 제재 취소를 대화 재개 조건으로 걸었다. 한·미는 이 중 한 가지에 대해 성의를 보였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11월13일 당초 같은 달 말 실시 예정이던 한·미 연합공중훈련의 조정 여지를 밝히자 북한은 반겼다. 김영철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다음날 담화를 통해 “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미국 측의 긍정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북한은 ‘한·미 훈련의 완전한 중단’을 강조했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엔 어떠한 제재도 풀지 않겠다는 미국 입장이 맞서면서 협상은 겉돌았다.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다는 발언은 주로 군복 입은 사람들 입에서 나온다. 박정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은 지난 14일 담화에서 “우리는 거대한 힘을 비축했다”고 장담했다. 북한 국방과학원이 평북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7일과 13일 실시한 두 차례 ‘중대한 시험’에서 확보한 새로운 기술들이 미국의 핵위협을 견제, 제압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적용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중대한 시험은 미사일 엔진 연소 또는 신형 엔진 개발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동창리 위성발사장은 북한이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 폐기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던 시설이다.
미국 국방부는 아예 북한이 연내 ICBM 발사와 같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을 것을 전제한다. 찰스 브라운 태평양 공군사령관이 대표적이다. 그는 17일 워싱턴 언론간담회에서 북한이 거론한 ‘성탄절 선물’은 “일종의 장거리탄도미사일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이 전략무기들을 한반도 주변에 전개했던 “2017년에 (검토)한 많은 것들의 먼지 털어내고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에 뼈를 심었다.
가장 직설적인 말은 군대도 안 갔다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에서 나왔다. 트럼프는 3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영국 런던에서 “우리가 (북한에)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면 사용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김정은 위원장을 두고 “로켓맨(rocket man)”이라는 호칭을 다시 호출했다. 북한이 그 직후 동창리 발사장을 다시 가동한 것은 트럼프의 ‘도발’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하더라도 군사행동을 결정하는 주체는 미국이라는 점이다. 북한의 군사행동은 자칫 체제 존속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브라운 사령관이 소환한 2017년 초부터 미국은 대략 20개의 군사적 옵션을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대북 심리전에서부터 사이버 공격, 전략자산 전개 등이 포함된다. 강도가 높은 옵션으론 영국 텔레그래프와 파이낸셜타임스 등의 보도로 알려진 ‘코피 작전(Operation bloody nose)’이 있었다.
2017년 우방인 한국도 모르는 새
미국은 일회성 공격 등 옵션 검토
9월엔 주한미군 가족 소개 지시도
비대칭 셈법에 최근 협상 겉돌며
북·미 군인 ‘말의 전쟁’ 주도하고
트럼프는 ‘로켓맨’ 재호출 도발
한·미 전 관료 ‘제2 한국전’ 거론
12월31일이 전환점 인식 속
북한 핵·미사일 이미 확보했기에
충돌보다 ‘금지선’ 지킬 가능성
탄핵 관련 트럼프가 가장 큰 변수
■ 한국이 모르고 지나간 ‘2017년 위기’
코피 작전은 일회성 공격으로 상대를 위협해 협상장으로 끌어낸다는 복안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 또는 발사대 위의 미사일, 무기고 등이 소규모 제한 공격의 과녁이 될 수 있다. 제임스 매티스 당시 미국 국방장관은 “서울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을 군사옵션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다가 낙마한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지난해 1월30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자신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제한적 군사행동에 반대했다면서 코피 전략의 존재를 확인했다. 한반도 거주민들이 몰랐던 위기는 또 있었다. CNN 국방해설가 피터 버건은 트럼프가 2017년 9월 주한미군 가족들의 소개 지시를 내렸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달 초 펴낸 책 <트럼프와 장군들: 혼돈의 비용>에서 공개된 사실이다. 실행됐다면 가장 확실한 대북 공격 신호였을 것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한반도 위기론’은 워싱턴과 서울에서 초점을 받고 있지 않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과 맞물려 북·미 대화가 장기간 공전하면서 어느 정도 긴장이 유지되더라도 유사시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윌리엄 번 미국 합참 부참모장(해군 제독)이 말했듯이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 방금 백악관 상황실 회의에서 나온 양 ‘전쟁’을 입에 담는 사람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다.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한·미 양국 전직 관료들이 나섰다. 그레이엄 앨리슨 전 미국 국방부 정책·계획 담당 차관보(하버드대 교수)와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이다.
앨리슨 교수는 12일 ‘일본 아카데미아’가 도쿄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현재의 한반도 상황을 “매우 위험하다”고 진단한 뒤 일본과 중국도 전쟁을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즉각 시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그는 “제2의 한국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북한이 설정한 연말 시한이 지나가고 북한이 탄도미사일 또는 핵실험을 재개하면, 2017년 11월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대나 핵심 군사시설을 공격해 전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가정이다. “50%는 안돼도 꽤 큰 가능성”이라고 부연했다. 패권국과 신흥국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투키디데스 함정’을 분석틀로 전쟁의 국제관계를 읽는 그다운 주장이다.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미·중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될 운명을 짚었다. 미국 내셔널인터리스트가 작년 12월 게재한 ‘2019 나의 북한 전망’ 특집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는 “(북·미) 협상이 붕괴되고, 트럼프가 자신이 제압당했고 모든 판돈이 떨어졌다고 결론 내린다면, 북한이 다시 ICBM을 발사하고, 그것이 제2의 한국전쟁으로 이어질까”라는 의문형으로 전쟁 가능성을 글에 남겼다.
■ 2020, 희망이 될 수 있는 전략은?
천영우 이사장은 17일 유튜브 방송 ‘천영우TV’의 ‘미국의 대북 공격 시나리오: 김정은을 살려둘 것인가’를 통해 전쟁 가능성을 설파했다. 그는 16분40초 방송의 도입부에 “북한이 ICBM을 발사해도 트럼프가 무력으로 대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무력대응 가능성이) 1993년 1차 북핵 위기 때보다는 높다”고 주장했다. 그 역시 근거를 제시한 건 아니다. 그가 거론한 1차 북핵 위기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식 폭격 옵션을 검토했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 당시 6자회담 수석대표로 외교적 해결 노력을 기울였던 그가, 미국의 대북 공격 가능성을 주장한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천 이사장에게 통화를 청한 까닭이다.
그의 논리는 1993년과 2019년의 차이에서 시작된다. “1993년과 달리 이번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자국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됐기 때문에 미국이 무력대응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는 “높진 않지만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며 자위권 차원에서 공격할 요인이 성립된다고 본다. “북한의 ICBM 개발은 미국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기에, 미국이 핵과 미사일 관련 시설에 제한 공격을 한다면 무력행동에 필요한 국내법적, 국제법적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로켓으로 발사해도 마찬가지다. 실제 켈리 크래프트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11일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북한의 ICBM 발사와 장거리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우주발사체(SLV) 발사를 공히 ‘매우 걱정되는 신호들’로 지목했다. 특히 “북한의 ICBM은 미국 본토를 핵무기로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위협임을 분명히 했다.
북·미의 레드라인은 서로 연결돼 있다. 북한의 도발이 저강도에 그칠 가능성 역시 엄존한다. 2017년과 다른 점은 북한이 이미 핵·미사일 능력을 확보했기에 무작정 미국과 충돌하기보다 ‘선’을 지킬 것이라는 전망에 귀가 더 솔깃해진다. 조성렬 국가안보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ICBM 또는 괌을 사정권에 두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와 같이 미국을 위협하는 선은 넘지 않겠지만, SLV를 발사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한반도다. 북한이 올해 개발 완성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힌 전술유도무기·대구경 방사포·지대지미사일·초대형 방사포 등 ‘신형 단거리 4종 세트’를 동원해 도발할 가능성이 더 크다.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무기들이다. 내년 7월 말부터 열리는 도쿄 올림픽 시기 긴장을 일본열도까지 확산할 수도 있다.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다. 18일 연방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됐다. 북한의 새로운 도발로 지난 3년의 대북 외교가 실패했음이 분명해진다면, ‘돈’과 ‘표’가 되는 일에는 앞뒤를 가리지 않는 트럼프가 어떤 판단을 할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희망과 우려 속에 보내는 한 해다./김진호 경향신문 국제전문기자
민족일보의 인기 비결은[ 미디어오늘 1230호 사설 ]
오는 21일이면 조용수(1930~1961) ‘민족일보’ 사장이 서대문형무소에서 사형 집행된 지 58년이 된다. ‘민족일보’는 1961년 2월에 창간돼 평화통일과 남북 협상을 지지하고 노동자 권리를 옹호했다. 박정희 군부는 5·16 쿠데타 사흘 뒤 민족일보를 폐간시킨데 이어 조용수 사장에게 간첩 혐의를 씌워 처형했다. 과거사위원회 재심 권고를 받은 법원은 2008년 조용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였다.
해방 이후 현직 언론인으로 사형당한 이는 정국은과 조용수 2명이다. 둘 다 30대 젊은 나이에 간첩혐의로 처형됐다.
박정희 군사정부는 조용수 사장이 조봉암의 비서 이영근의 지령을 받아 평화통일방안을 주창하면서 조총련이 준 자금 1억환을 이영근에게 받아 1961년 2월 민족일보를 창간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뒤집어씌웠다.
조용수는 1930년 경남 진양군 대곡면 양반 집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1950년 연세대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이 터지자 부산에 피난 가 외삼촌 하만복 국회의원(무소속)의 경호 비서를 했다.
▲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
1951년 9월 선배의 권유로 일본에 유학 가 민단 기관지 민주신문 편집부장과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다. 조용수는 10년 일본 생활을 마치고 4·19 혁명 직후 귀국해 자유당 원내총무와 국회 부의장을 지낸 4선 의원인 삼촌 조경규를 찾아가 선거구를 물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이후 혁신정당인 사회대중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조용수는 일본에서 반이승만 운동을 펴던 이영근과 의논해 재일교포를 상대로 신문발행 자금을 모금했다. 민단 제일의 재력가 박용구, 진주중 동문들, 장인 등이 신문발행 자금을 지원했다.
1961년 2월 민족일보는 창간하자마자 동아 조선 등 보수 일색인 언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렀다. 금세 발행부수가 4만5000부로 증가했다. 가판은 월등했다. 민주당 구파인 장면 내각은 민족일보 자금이 조총련 자금이라는 의혹을 갖고 출처를 은밀히 내사했다.
조용수 등 혁신계 인사들이 신문편집에 너무 관여한다며 오소백 부국장과 일부 기자들은 사임했다. 국내 실정을 잘 모르는 조용수는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갔다.
조용수는 1961년 5·16 쿠데타 이틀 뒤 군부에 연행했다. 조용수, 안신규, 송지영 등 민족일보 임원들은 8월12일 1심에서 반국가단체 고무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무기로 감형 됐지만 조용수는 그해 12월21일 처형됐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조용수의 죽음은 박 장군이 본인의 사상적 문제를 입증하기 위한 희생양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박정희 군부도 민족일보에 제공된 돈이 전혀 문제없는 것임을 알았다. 정진석 한국외대 명예교수도 ‘신문연구’ 1990년 여름호에 ‘민족일보와 혁신계 언론 필화사건’이란 글에서 5·16 군사정권의 정통성 획득을 위한 노력의 희생물이 민족일보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박정희는 자신의 사상을 의심하는 미국에 중립화 통일론이나 남북교류를 주장했던 사람들까지 대량 검거해 반공 정권임을 분명히 드러내야 할 필요가 있었다.
▲ 1961년 2월13일에 창간됐던 민족일보. 국회도서관 소장 (ⓒ한국학중앙연구원, 김형수). 사진=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지령 3개월만에 단명한 민족일보가 그토록 짧은 기간 4만부가 넘는 부수에, 가판을 휩쓸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민족의 미래와 노동자 같은 소외된 세력에게 파격적인 지면을 할애해서다. 조용수 사장은 1961년 2월13일자 민족일보 창간호 1면에 ‘우리는 소수의 이익이 아니라, 다수의 이익을 위해 봉사합니다’라는 제목의 창간사를 썼다.
전국 2.5%뿐인 ‘15억 초과’ 아파트, 서울엔 15.5% 강남엔 70.7%
초고가 아파트 서울 집중 ‘뚜렷’
KB 시세…강남구 70.7% 15억 넘어
성동구, 9억~15억 아파트 56.1%
정부의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라 주택 구매용 담보대출(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된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서울 전체 물량의 15.5%로 조사됐다. 특히 서울 강남구 아파트는 10채 중 7채꼴로 15억원을 넘겼다.
케이비(KB)부동산 리브온이 20일 집계한 자료를 보면, 전국의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모두 22만2천여채로 전체의 2.5%에 그쳤으나, 절대다수인 95.9%(21만3천여채)가 서울에 몰려 있었다. 서울 전체 아파트 내 비중으로 따지면 15억원 초과 비중은 15.5%였고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는 21.6%, 9억원 이하는 62.9%였다.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의 비중은 강남구가 70.7%로 가장 높았다. 서초구 66%, 송파구도 48.4%로 강남 3구의 집중도가 높았고 용산구(37%)와 양천구(17.4%)가 그 뒤를 이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 담보인정비율(LTV)이 40%에서 20%로 축소되는 9억~15억원 아파트 비중은 성동구가 56.1%로 가장 높았고 광진구 52.9%, 중구 46.1%, 마포구 45.4%, 용산구 45.2%, 동작구 43.4%를 기록했다.
케이비 시세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케이비와 한국감정원 시세 중 하나라도 15억원을 넘기면 주택 구매용 담보대출이 금지된다. 이런 대출 규제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서울, 경기 과천·광명·분당·하남시, 세종, 대구 수성구) 아파트에 한정된다. 그러나 규제지역이 아닌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성남 위례신도시, 수원 광교신도시, 인천 송도신도시와 부산 해운대구 우동, 남구 용호동에도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주상복합단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세계인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 방콕 4년 연속 1위, 서울 11위
타이 방콕이 세계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로 조사됐다. 마스터카드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여행지수 2019’에 따르면, 해외여행객 수에서 방콕은 2016년부터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018년에는 전년보다 169만 명이 늘어난 2278만 명이 방문했다. 한 해 2천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찾는 도시는 방콕이 유일하다. 2019년에는 방문객이 3.34%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방콕 여행객 국적은 중국, 일본, 한국, 인도, 영국 차례로 많았다.
프랑스 파리(1910만 명)와 영국 런던(1909만 명)은 외국인이 많이 찾는 도시 2위와 3위에 올랐다. 런던은 10위권 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보다 여행객이 줄어 파리에 뒤졌다. 터키에선 두 도시가 10위권에 들었다. 전통적 관광 도시 이스탄불과 안탈리아가 각각 300만 명 가까이 늘어나 8와 10위를 차지했다. 터키 리라의 통화가치 하락이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전년보다 171만 명이 늘어난 1125만 명이 방문했으나, 순위는 11위에 머물렀다. 2019년에도 9% 가까운 여행객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 도쿄(1293만 명)와 오사카(1014만 명)는 각각 9위와 12위에 올랐다. 도쿄와 오사카, 홋카이도는 2018년 한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은 곳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일본 불매’ 운동이 거세게 일어난 2019년에는 여행객 증가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중국인은 여행지로 방콕·서울·도쿄, 일본인은 대만·서울·방콕을 선호했다.
2018년 해외여행객 수는 2009년보다 7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여행객이 압도적으로 많이 늘어났다. 해외여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2.5%에서 2018년 8.9%로 급증했다. 여행객이 가장 많은 돈을 쓴 도시는 아랍에미리트연방의 두바이였다. 2018년 지출액이 308억달러로 하루 평균 553달러(약 64만원)에 이른다. 방콕에서 쓴 비용은 3분의 1(184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박중언 기자 parkje@hani.co.kr
한겨레 신문 사설] ‘저항권’ 모독하는 도 넘은 태극기부대 ‘단톡방’ 실태
초유의 국회 본청 난입 사태가 극우보수 성향 카톡방에서 애초 어떻게 시작되고 준비됐는지 <한겨레>의 최근 연속보도로 생생하게 드러났다. 국회 안까지 침범한 ‘아스팔트 극우’ 세력들을 가리켜 ‘국민 저항권’ 운운하는 최근의 상황은 몹시 우려스럽다.
자유한국당은 당일 상황이 지지자들의 평화로운 집회 참여 과정에서 벌어진 우발적 사태였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더구나 바로 전날엔 한국당을 향해 “지금 즉시 330만 당원들에게 문자와 성명을 발표해 16일 8시에 국회의 각 정문을 포위하고 지시하라”고 요구한 ‘태극기부대’ 멤버의 격문이 극우보수 성향 단톡방에 급속히 확산되고 ‘국회 점거’ 글들이 난무했다고 한다. 한국당이 화답하듯 외부인 참가 집회가 금지된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연다고 공지한 이후엔, 각종 극우 단체들이 참여안내문을 잇달아 내놨다. 무엇보다 “태극기와 피켓은 손가방에 숨겨오라” “등산복·시위대 복장보다 캐주얼 복장을 하라” 같은 사전 지시가 내려지고, 16일 실시간으로 구체적 ‘택’이 전달된 상황은 이날 사태를 우발적인 것이라 보기 어렵게 한다.
보수 성향 단톡방에는 지난 몇 개월 공수처법·선거법을 ‘좌파독재 음모’라 주장하는 글들이 퍼져왔다. 법안을 비판할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이를 근거로 의회민주주의 상징인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게다가 선거법 개정은 애초 위헌 판단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권고한 것이었고,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이 국민의 제1 개혁 요구였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가짜뉴스를 근거로 행동에 나선 태극기부대를 가리켜 ‘국민 저항권’ 운운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없다. 극우보수 세력은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표시와 불법 행동을 구분하는 것이 ‘민주 시민’의 최소한의 자질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3대 과제 절박한데 … '역주행' 한국당
탄핵 극복·개혁·통합해야 중도·젊은층·수도권 지지 기대
탄핵 반대 태극기와 5일째 집회 … 박근혜정부 출신 당 주도
정책과 인물 쇄신 제자리 … 새로운보수당과 각자의 길로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이 제시했던 보수통합 3대 원칙(△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새 집을 짓자)은 사실 자유한국당에게 시시하는 바가 컸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이후 끝모를 겨울을 견뎌온 한국당에게 더욱 절박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유 의원의 3대 과제를 제대로만 푼다면 한국당에게 '마의 장벽'인 중도층과 젊은층, 수도권의 마음을 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한국당의 최근 모습은 '역주행' 그 자체다.
◆수도권·2040·중도가 외면 = 한국당은 2016년 탄핵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여전히 회복세는 보이질 않는다. 한국당 지지율은 민주당(37%)보다 많이 뒤쳐지는 23%(한국갤럽, 12월 17∼19일, 1002명 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그친다. 선거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민주 39%, 한국 21%)과 인천·경기(민주 39%, 한국 19%), 20대(민주 33%, 한국 9%), 30대(민주 52%, 한국 13%), 40대(민주 43%, 한국 15%), 중도층(민주 36%, 한국 17%)에서 격차는 더 커진다. 이런 여론지형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한국당의 승리는 불가능하다.
구호 외치는 참가자들 |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린 '공수처 및 선거법 날치기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유 의원이 제시한 탄핵 극복과 개혁, 통합이 절박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 3대 과제가 해결돼야 중도층과 젊은층, 수도권이 돌아온다는데 입을 모은다.
◆"그들만의 세상에 빠져" = 문제는 최근 한국당의 행태는 이들 3대 과제를 정확히 역주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탄핵을 반성하고 극복해야할 마당에 한국당은 20일까지 닷새째 태극기세력과 함께하는 장외집회를 고집하고 있다. 태극기세력은 "탄핵은 잘못됐다. 박 전 대통령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의 주축은 여전히 박근혜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냈거나, 친박출신 인사들이다. 본인의 출신 때문에라도 탄핵을 반성하고 극복하기 어렵다.
보수개혁은 정책과 인적쇄신 양쪽에서 절실하다. 대한민국의 깊은 병인 양극화와 불공정을 해소할 대안을 내놔야하지만 한국당은 여전히 "그쪽은 진보의 어젠다"로 치부하고, 자신은 '안보보수'에 머물고 있다. 한국당이 기껏 내놓은 경제대안은 민부론 정도다. 민부론은 "성장론과 낙수론, 친기업 성격을 띄었다는 점에서 이명박정권의 747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다.
인적쇄신은 더욱 갈 길이 멀어보인다. 한국당은 "현역의원 절반을 물갈이하겠다"고 호언장담하지만, 의원 다수는 5선 심재원-3선 김재원조를 원내대표 경선에서 밀었다. 물갈이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만약 절반을 갈더라도, 누구를 대상으로 삼을지 관건이다. 또 누구를 대체재로 내세울지도 과제로 남는다. 계파의 잣대를 들이대 물갈이 대상을 정하거나, '제2의 박찬주'를 대체재로 내세워서는 인적쇄신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우려다.
탄핵 이후 사분오열된 보수진영을 한데 묶는 것도 한국당으로선 절체절명의 과제다. 하지만 유 의원을 주축으로한 새로운보수당은 이미 자신의 길을 가는 모습이다. 우리공화당조차 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을 추진할 경우 함께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당이 공화당에 비례대표를 밀어주는 시나리오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보수야권 고위인사는 20일 "한국당은 (탄핵) 반성과 (개혁과 통합이란) 비전을 통해 민심을 돌려세웠어야하는데 태극기세력과 집회하고 이명박 747과 다름없는 민부론을 내놓고 통합은 나몰라라하면서 '그들만의 세상'에 빠진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Nicolo Paganini - 기타와 현을 위한 4중주 6번 D단조 Op.5/3, MS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