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10
주간경향-중앙 11.5
왜 사람들은 사기에 잘 걸려드나 “男은 ‘욕망’, 女는…” 11.3 동아
대법관 김선수와 소니아의 차이 [미디어오늘 1173호 사설]
갈 곳 잃은 돈, 은행 정기예금으로…"3개월씩 짧게 굴려요" 11.3 서울경제
PD수첩’, 투기 세력 실체 파헤친다..‘미친 아파트 값의 비밀’
촛불 2년, 아직 실체가 다 안 밝혀진 ‘금융농단’11.4 경향
“대만 탈원전 폐기했다”는 언론, 사실일까? 11.4 미디어오늘
가짜뉴스’의 담론적 함정과 권력 개입
아파트에 안 살면 대접 못 받나요? 11.05ㅣ주간경향 13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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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내일
11.8경향-11.9한겨레
경인-중앙
국민-경향
경기-대구
11.5~9 경향 장도리
왜 사람들은 사기에 잘 걸려드나 “男은 ‘욕망’, 女는…” 11.3 동아
김영헌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수사과장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전체 범죄에서 사기 건수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1973년 2만5000건 수준이던 사기 범죄 건수가 2016년엔 25만 건으로 10배 상승한 것. 최근에는 보이스피싱은 물론, 인터넷 구매 사기 등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각종 사기 등 속임수에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법을 소개한 ‘속임수의 심리학’(웅진지식하우스)이 최근 출간됐다. 저자는 김영헌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수사과장. 동국대 경찰행정학과와 미국 뉴욕주립대를 졸업한 그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아카데미에서 심리 기반의 수사 기법을 배워 국내 수사에 최초로 도입한 25년 차 베테랑 검찰 수사관이다. 김 수사과장을 10월 30일 서울동부지검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속임수의 심리학’이란 책을 쓰게 된 동기가 있습니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옆에서 보기도 했습니다. 대학 다닐 때 사이비종교 근처에도 가봤고, 다단계 판매도 합숙 직전까지 가봤으니까요.(웃음) 제가 제일 처음 당한 사기는 중학생 때 영화관에서였어요. 동시상영관이었는데 영화 상영 중간에 경품 추첨을 하더라고요. 그때 제가 카메라에 당첨된 겁니다. 카메라를 받으러 갔더니 제세공과금을 내라는 거예요. 조금 찜찜하긴 했지만 카메라를 갖고 싶은 욕심이 앞서 돈을 주고 받아왔죠. 그런데 그 카메라는 화질도 형편없었고, 얼마 못 가 고장이 났습니다. ‘당첨’이라는 말에 현혹돼 돈만 날린 셈이죠. 검찰 수사관이 된 뒤 여러 사기 사건을 수사하면서 사람들이 너무 쉽게 사기 피해자가 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 책을 쓰게 됐죠. 속임수의 본질을 알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거든요.”
정치 비자금 관련 사기도 여전 우리나라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기 사건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기가 ‘선급금 사기’입니다. 해외에서 우편 화물이 왔다며 운송비나 통관비 조로 돈을 요구하거나, 대출이 어려운 사람에게 신용 조회 명목으로 돈을 먼저 입금하면 대출해주겠다고 속이는 경우죠. 길거리 캐스팅을 빙자한 선급금 사기도 많습니다. 명함을 주고 유명 PD와 전화하는 척하면서 어린 학생의 신뢰를 얻은 다음, 스타가 되려면 대회에 나가야 한다면서 대회 참가비를 내게 하거나 연기학원 등록을 유도하고, 성형이 필요하다면서 성형외과를 소개해주는 것 등이죠. 최근에는 ‘취업’을 핑계로 돈을 뜯어내는 취업 사기도 많습니다. ‘괜찮은 직장을 소개해주겠다. 월급 많은 직장을 소개해주겠다’면서 먼저 소개비를 요구하는 식이에요. ‘좋은 아르바이트 소개’는 불법다단계에서 어린 학생을 유혹하는 미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멀쩡한 사람이 속임수에 넘어가는 이유가 뭘까요.
“속임수에는 공통적으로 세 가지 심리가 활용됩니다. ‘욕망’과 ‘신뢰’, 그리고 ‘불안’입니다. 사기꾼은 이런 심리를 악용합니다. 사기 사건을 수사하다 보면 남자는 대박을 꿈꾸는 ‘욕망’ 때문에, 여자는 주변인과 ‘관계’ 때문에 사기에 걸려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세대별로 잘 먹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인데요. 경품 당첨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잘 먹히는데, 특히 젊은 층이 잘 넘어갑니다. 반면 장년과 노년층은 정권의 비자금 이야기에 잘 걸려듭니다. 사기꾼이 전직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을 사칭하면서 해외에 분산 예치된 거액의 정치 비자금을 국내로 들여와야 하니 도와달라며 돈을 뜯어내는 식이죠. 지난 20년 동안 서울 명동 사채시장과 종로, 강남, 여의도에서는 정권 비자금을 구실 삼은 사기가 빈번했습니다. 여전히 이런 속임수에 넘어가는 걸 보면 오래된 수법이라고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10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통령과 청와대 고위인사를 사칭해 돈을 뜯어내는 사건들에 대해 조치를 취하라”고 특별히 지시했다.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으로부터 대통령과 청와대 고위인사를 사칭한 사례들을 보고받고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사례들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라”고 지시한 것. 문 대통령은 “대통령과 친·인척, 청와대 인사의 이름을 대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사기라 생각하고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속임수에 넘어가는 사람의 심리를 하나씩 살펴보죠. 먼저 욕망은 사기에 어떻게 활용됩니까.
“‘비둘기 앞에 먹이 떨어뜨리기’ 수법이 대표적인데요. 비싼 물건이나 돈이 든 두툼한 지갑을 일부러 피해자 앞에 떨어뜨리고, 그것을 주운 사람을 상대로 순간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방법이죠. 생각지도 않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욕심에 눈이 멀어 경계심이나 의심이 개입할 틈을 없애는 사기 수법입니다. 속임수가 무서운 것은 별 욕심이 없던 사람에게도 욕심이 생기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다단계 판매도 욕망을 활용한 경우죠. 다단계 종사자 중 고소득을 유지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돈이 궁한 사람은 그들의 매혹적인 설명에 이끌려 다단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거죠. 그리고 욕망은 돈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터무니없이 비싼 수백만 원짜리 건강보조식품이나 건강보조기기를 판매할 때도 몸이 아픈 사람의 심리를 악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신뢰는 사기에 어떻게 활용되나요.
“일반적으로 사람은 누구나 낯선 것을 경계하는 심리가 있습니다. 모르는 전화번호나 문자메시지에는 잘 반응하지 않죠. 그런데 아는 사람에게는 경계심을 늦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는 사람에게 금융 사기를 당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습니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자료에 따르면 전혀 모르는 상대에게 금융 사기를 당한 경우는 12.7%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다 아는 사람한테 당한 거죠. 다단계도 비슷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다단계로 빠지는 경로 중 친구 45%, 선배 33%, 후배 2% 등 80%가 아는 사람을 통해서였습니다.”
아는 사람에게 금융 사기 당한 비율 87.3% 불안 심리를 악용해 사람을 속이는 사례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인간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에 대해 더 주목하도록 진화했습니다. 특히 공포를 느끼면 그 상황에서 즉각 벗어나려고 합니다. 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속임수에서 많이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예를 들면요?
“보이스피싱에서 사기꾼은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보호해주는 척하고는 돈을 빼내죠. 사이비 역술인도 비슷합니다. 이들은 한두 개의 단편적 이야기로 죽음이나 질병과 연결된 공포감을 조장합니다. 사람이 공포에 휩싸이면 거의 가능성이 없는 일조차 당장 일어날 것처럼 착각하죠. 누군가 죽음이나 공포심을 이기는 쉬운 방법이 있다고 유혹한다면 당신을 속이려는 시도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나를 위한 제안? 내 돈을 노린 속임수!
사기 수법은 날로 지능화되는데, 어떻게 해야 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까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것이 ‘왜’라고 따져 묻는 습관입니다. 누군가 고수익을 약속하면서 투자를 제의해온다면, ‘그렇게 좋은 투자처라면 자기가 직접 투자하면 될 텐데, 왜 나한테 투자하라고 할까’ 의심해보는 겁니다. 또 높은 이자를 줄 테니 잠시만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행도 있고, 제2금융권도 있는데, 왜 나한테 높은 이자를 주면서까지 돈을 빌려달라고 할까’ 의심해봐야죠. 좋은 주식을 소개해주겠다며 유료회원에 가입하라고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수익성이 확실한 주식을 알고 있다면 자신이 투자해 수익을 올리면 될 텐데, 유료회원 가입을 권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 아닌가요.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진짜로 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내 돈을 노린 속임수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사기꾼이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나요.
“욕심 많고, 세상 물정 어두워 남의 말을 잘 믿으며, 쉽게 불안해하는 사람을 사기꾼이 좋아합니다. 비유하자면 놀부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흥부가 제비 다리를 치료해 팔자를 고쳤다고 자기도 곧바로 따라 하잖아요. 미국 거래개선협회(BBB)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심적으로 외로운 사람’ ‘직장을 잃은 사람’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도 사기에 잘 걸린다고 합니다.”
사기꾼이 가장 싫어하는 타입은요?
“사기꾼을 인터뷰한 ‘빅콘 게임’이라는 책이 있는데요, 거기서 한 사기꾼이 정직한 사람을 속이는 게 가장 어렵다고 했습니다. 양심적이고 정직하게 살려는 사람은 사기꾼의 거짓말에 쉽게 현혹되지 않는 거죠. 눈치는 없어도 묵묵히 안분지족하며 살려고 했던 흥부 같은 유형이 사기 피해를 당할 확률이 가장 낮습니다. 그리고 꼼꼼히 따져 묻는 사람을 상대로는 사기꾼도 사기를 치지 않습니다.”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누구나 걸려들기 쉬운 대표적 사기 수법들
비둘기 앞에 먹이 떨어뜨리기
주유소에 근무하는 직원 A씨에게 손님 B씨가 다가와 화장실에서 보석을 주웠다며 주인을 찾아달라고 했다. 때마침 주유소에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보석 주인. A씨는 손님 B씨가 보석을 주워 보관하고 있다 말했고, 보석 주인은 1시간 내로 도착할 수 있다며 사례비로 20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B씨는 A씨에게 1시간 동안 기다릴 수 없으니 사례비를 5 대 5로 나누자면서 자기에게 10만 원을 먼저 주고 나중에 보석 주인으로부터 20만 원을 받으라고 제안했다. A씨는 10만 원을 B씨에게 주고 보석을 받는다. 하지만 보석 주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보석은 가짜였다
공짜라면 의심해보라
무료 경품 이벤트라며 스크래치 복권을 나눠준다. 제주 2박 3일 숙박권과 48시간 렌터카 이용권에 당첨된다. 이벤트 주관 여행사에 연락하자 제세공과금 9만9000원을 보내달라고 한다. 입금 후 다시 연락하면 전화를 받지 않는다.
푼돈 아끼려다 큰돈 날린다
대형 인터넷 오픈마켓에 대폭 할인된 미끼상품을 올린 뒤 별도의 쇼핑몰을 방문하게 한다. 현금거래를 하면 오픈마켓 수수료를 아껴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그렇게 거래가 이뤄지면 더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
대법관 김선수와 소니아의 차이 [미디어오늘 1173호 사설]
올 여름 조선일보는 김선수 변호사의 대법관 지명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조선일보는 ‘코드 냄새 물씬 나는’(7월3일), ‘통진당 변호했던 김선수’(7월23일), ‘하나회 보다 더한 진보판사 모임 사법부 독식’(8월31일) 같은 제목으로 그에게 색깔론을 덧칠했다.
1988년 고 조영래 변호사 사무실로 출근한 김선수 변호사는 노태우 정부가 휘두르는 공안정국의 소용돌이 속에 모토로라, 풍산금속, 금성전선 등 빗발치는 시국사건을 맡으며 힘 없는 노동자 곁을 지켰다. 노태우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은 겉으론 민생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민주화운동과 노조 탄압이었다. 폭력의 시대가 낳은 역사의 현장과 정면으로 마주해 30년을 버텨온 그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 지난 8월2일 오전 김선수 신임 대법관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소니아 소토마요르 (Sonia Maria Sotomayor). 사진=위키백과
여기 또 한 사람의 대법관 얘기가 있다.
푸에르토리코에서 태어난 셀리나는 1944년 미국 시민이 되려고 미 육군에 들어갔다. 2차 대전이 끝나고 1946년 결혼해 뉴욕에 정착했지만 아이 낳을 형편은 아니었다. 남편 소토마요르는 자동차정비공이었지만 무능했다.
셀리나는 검정고시로 고교 졸업장을 따고 병원에 전화 교환원으로 취직했다. 셀리나는 1954년 6월25일 첫 아이 소니아를 낳은 뒤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땄다. 딸 소니아는 8살에 소아당뇨병 진단을 받고 평생 이 병을 안고 산다. 소니아가 9살 때 아버지는 심장병으로 숨졌다. 9살 소니아는 목요일 밤마다 TV로 법률 드라마 ‘페리 메이슨’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
셀레나는 딸 소니아와 아들 후안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1960년대 말이 되자 동네는 점점 거칠어졌다. 사우스 브롱크스는 무장한 갱과 마약상이 늘어나 아무도 살고 싶어하지 않았다. 집주인들이 아파트를 불태우고 보험금을 챙길 정도였으니.
셀리나는 간호조무사 월급으론 딸과 아들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걸 알았다. 셀리나는 대학 정규 간호사 학위과정에 등록했다. 셀리나는 주말엔 병원에서 일하며 대학에 다녔다. 정규 간호사 자격으로 병원에 돌아간 셀리나는 1985년 그 병원이 문 닫을 때까지 다녔다.
딸 소니아는 1974년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했다. 소니아는 백인 중심의 대학에서 난생 처음 소수자 경험을 했다. 소니아는 소수집단 우대정책으로 프린스턴에 입학했다. 우리의 사회적 배려자 전형쯤이다. 1974년 프린스턴 입학생 1,127명 가운데 라티노는 22명에 불과했다.
소니아는 한 토론회에서 “저는 소수집단 우대정책의 산물입니다. 제 SAT 점수는 대학 동기보다 못했지만 대학 공부를 못 따라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소니아는 프린스턴 첫 학기 동안 위축돼 기숙사에 틀어박혔다. 소니아는 명문고 출신보다 특히 작문 실력이 크게 모자랐다.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했기에 영어는 엉망이었다. 그러나 소니아는 어머니를 보며 용기를 냈다.
소니아는 1976년 예일대 로스쿨로 갔다. 로스쿨 때 소니아는 분자생물학을 공부하는 남편 케빈과 결혼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결혼반지를 팔아 이혼상담을 해준 변호사의 보수를 지불해야 했다. 소니아는 1978년 10월 대형 로펌 쇼 피트먼의 채용면접을 봤다. 여기서 소니아는 인종차별 질문을 받고 이의를 제기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명으로 2009년 미국 역사상 최초의 히스패닉계 대법관이 된 소니아 소토마요르 얘기다.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맞선 소니아가 지명 후 청문과정에서 들었던 가장 과격한 언론 보도는 ‘행동주의 판사’(윌스트리트저널) 정도였다. 소니아는 트럼프 광풍에도 여전히 소수자 편에 선 대법관으로 건재하다.
갈 곳 잃은 돈, 은행 정기예금으로…"3개월씩 짧게 굴려요" 11.3 서울경제
5대銀 정기예금 잔액 600조 돌파
주식시장 불안하자 안전자산 몰려
금리인상 앞두고 이동 계속될 듯
목돈만드는 적금은 9,000억 감소
자산시장의 불확실성 증대로 투자처를 잃은 자금이 은행의 정기예금으로 몰리면서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6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리 인상기를 맞아 1년 아래로 예금도 짧게 짧게 굴리는 경향이 강해졌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개 은행의 지난 10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607조9,842억원으로 지난해 12월 527조4,954억원에서 10개월 만에 80조원이 증가했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최고 2% 초반에 불과한데도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주식 시장 불안 등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 투자심리가 위축된데다 금리 인상기를 앞두고 단기간 안전자산을 택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10월 한 달간 주가연계증권(ELS)이 10%나 빠질 정도로 시장이 불안하니 자금이 갈 곳이 없다”며 “지금은 금리를 보는 게 아니라 위험회피 차원에서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방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기예금의 경우 과거처럼 만기까지 기다리기보다 1개월, 3개월 단위의 회전식 예금을 택해 금리 인상에 즉각 대응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회전식 예금은 시장금리에 연동해 주기적으로 금리를 바꿔주는 상품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연 금리 1.25%, 회전 주기 3개월인 예금에 가입한 경우 3개월 후에 시장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이를 반영해 예금 금리가 1.5%로 올라가는 식이다. 우리은행의 ‘iTouch우리예금’은 가입기간을 3개월, 6개월, 12개월 중 선택하면 된다. NH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II’는 1개월, 2개월 등 고객이 12개월까지 자유롭게 주기를 정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비대면 전용 ‘KB STAR 정기예금’은 가입기간을 1~36개월 사이에서 선택이 가능하고 급한 자금을 인출할 때 중도해지를 하지 않고도 필요한 만큼 분할인출을 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주기가 되면 재예치되므로 은행에 가는 번거로움을 없애주고 자금을 쓸 기간이 애매할 때는 월 단위로 돌리면 중도해지 이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정기예금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예금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어 은행 예금으로의 자금이동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시중은행들이 이달부터 ‘예·적금 상품설명서’를 개정하면서 중도에 해지하더라도 가입기간이 길수록 당초 약정한 금리에 근접한 고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약정 기간의 절반만 채우고 해지하면 약정금리의 절반을 적용하는 식으로 가입기간에 비례하게 이자를 받게 되면서 갈 곳 없는 돈이 더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외에도 짧은 시간 돈을 맡겨도 높은 금리를 주는 수시입출금 통장도 관심을 끌고 있다. SC제일은행의 마이줌통장은 최소 100만원부터 최대 10억원까지 예치금액을 고객이 직접 설정하고 그 금액만 유지하면 최고 연 1.5% 금리를 받는다. 아울러 저축은행들도 중금리 대출상품 ‘실탄’ 확보를 위해 연 2% 후반에서 3% 초반대의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과 1년이 안 돼도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쏟아내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반면 정기적금 잔액은 지난해 12월 38조7,030억원에서 올 10월 37조7,976억원으로 9,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연 4%대의 고금리 상품이 나왔어도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한푼 두푼 쌓아 목돈을 만드는 정기적금의 인기는 시들해진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리상승에 따라 요구불예금의 성장세는 둔화됐고 상대적으로 개인과 법인 모두 정기예금에 쏠리고 있다”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기대감으로 예금 만기를 단기로 잡거나 연동주기에 맞춰 만기지정이 가능한 금리연동형 정기예금 상품에 대한 수요가 크다”고 말했다
PD수첩’, 투기 세력 실체 파헤친다..‘미친 아파트 값의 비밀’
“평당 1억, 천장 뚫은 서울 집값”, “미친 집값, 100억이 넘는 아파트 등장” 등 폭등하는 부동산에 대한 보도가 연일 이어진 이후 정부는 ‘9?13 대책’을 내 놓았다. 이후 한 달,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작용한 것처럼 “한창 이사 철인데….‘썰렁한’ 부동산”, “서울 주택 거래 급감... 거래절벽 이어질까” 같은 보도도 이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물밑에서 움직이는 투기 세력들이 존재한다. ‘PD수첩’은 아파트 값 폭등의 원인을 살펴보고 그 중 투기 세력을 집중적으로 추적했다. 집값 안정을 위해 정부는 각종 규제를 내고 있지만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집값은 쉽사리 잡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비규제 지역에서 풍선 효과가 나타나자 이에 편승하여 이익을 추구하려는 부동산 투기 세력들이 있다. 광주 봉선동, 대전 둔산동 그리고 부천까지, 특히 광주 봉선동의 경우 1년 사이 집값이 50~100%까지 올랐다. 대전 둔산동과 부천의 경우, 이제 막 급등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 지역들은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투기 세력들이 주로 정보를 얻는 곳은 인터넷에 넘쳐나는 부동산 카페와 스타 강사들이었다. 매 강의 화려한 쇼맨십을 자랑하는 부동산의 여왕과 밴드 채팅으로 부동산 물건을 소개해주는 유명 강사 J씨. 17만 회원 수를 자랑하는 카페 운영자 B씨의 경우 강의에서 특정 지역을 찍어주는 것은 물론 소수정예로 진행되는 실전 투자 반도 운영하고 있었다. 부동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TV, 라디오, 유튜브 등 각종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 강사 P씨는 부동산 커뮤니티 사이에서 족집게라고 정평이 나 있다.
스타 강사들의 강의는 강연장 밖에서도 계속된다. 일명 부동산 ‘임장’이라 불리는 현장답사. 부동산 카페에서 ‘임장’을 모집하는 글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삼삼오오 모인 소그룹 ‘임장’부터 관광버스를 대절하는 단체 ‘임장’까지. 함께 간 ‘임장’에서는 지역 소개부터 강사들이 찍어놓았던 매물을 둘러보고, 인근 부동산도 방문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심지어는 현장에서 실제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다.
반나절 만에 이루어진 계약. 과연 투기세력들이 작전을 펼친 것일까. 그러나 실제로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주부, 회사원, 교사, 학생 등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보이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무엇이 그들을 이곳으로 오게 하였을까 무섭게 오른 집값보다 더 걱정인 것은 다가올 후폭풍이다. 그리고 그 감당은 고스란히 무고한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폭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한 수많은 정부 규제와 그를 피해 도망 다니는 투기 세력들, 혼란한 틈을 타 사람들은 현혹하는 스타강사. 그리고 그사이 끝없는 유혹에 흔들리는 보통 사람들이 있다.
촛불 2년, 아직 실체가 다 안 밝혀진 ‘금융농단’11.4 경향
2년째 국감 거론되는 자베즈파트너스 사모펀드의 실체는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0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2012년 3월 17일 서향희 변호사를 만나셨죠?”
“예, 만났습니다.”
10월 11일 정무위원회 국감. 정의당 추혜선 의원의 질의에 대해 참고인으로 나온 김동진 MG손해보험 노조위원장의 증언이다. ‘만나서 나눈 이야기를 공개해 달라’는 추 의원의 요구에 김 위원장은 “회사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 M&A 전문변호사라는 변호사를 소개받아 만났는데, 그 사람이 바로 박지만 EG그룹 회장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였다”고 답했다. 이어 당시 서 변호사는 그에게 “하나은행 김승유 회장과 (인수) 논의가 끝났으니, (노조가 나서서) 당시 회장(이영두)으로부터 경영권 포기각서를 받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하나은행 회장이 그 후 바뀌면서 실제 매각은 안 됐다. 이날 국감에서 추 의원은 “매각 당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은 금융농단이었다”고 발언했다. 매각의 밑그림을 보면 금융위가 깊숙이 개입해 있다는 주장이었다. 답변 순서가 아니던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어떤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감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올해 국감서 처음 드러난 서향희 개입
벌써 정무위 국감에서 2년째 되풀이되는 그림이다. 지난해 국감 때 ‘금융농단’이 거론된 것은 현대증권 관련이었다.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국민은행의 현대증권 주식 고가매입 과정에 박근혜 정부 당시 권력이 개입돼 있다고 주장했다. 권력? 거론된 사람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다.
‘금융농단’ 의혹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사모펀드가 있다. 자베즈파트너스라는 회사다.
현대증권은 자베즈파트너스가 만든 제1호 펀드가, 현 MG손해보험은 2호 펀드가 인수에 관여했다. 지난해 국감에서 박지만씨가 거론됐다면 올해 국감에서는 부인 서향희 변호사가 개입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시민단체 플랜다스의 계(대표 안원구) 측은 지난 10월 2일 자베즈파트너스가 개입된 현대증권 매각과정에서 탈세가 있었다며, 매각 관련 당사자들을 국세청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현 MG손해보험의 전신은 그린손해보험이다. 매각은 앞서 거론된 만남이 있은 지 1년을 훌쩍 넘겨 최종 이뤄졌다. 2013년 5월이다. 박근혜 정부 1년차였다. 사모펀드 자베즈파트너스의 활동은 이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유력 대선후보였던 박근혜와 관련이 있는 사모펀드라는 점에서다. 이 회사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설립은 2009년 5월 27일. 첫 대표는 홍콩에 거주하는 미국인 박신철씨로 되어 있다. 올해 국감에서는 이 회사의 전 대표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다음은 역시 추혜선 의원과의 문답이다. 답하는 이는 최원규 전 자베즈파트너스 대표다.
“그러니까 금융사 인수에 여러 번 자베즈파트너스라는 이름이 오르내리거든요. 2009년 박신철 대표와 같이 만드셨죠.?”
“맞습니다.”
“박신철 대표가 누구십니까. 박영우 회장 친조카시지요?”
“예.”
“박영우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조카사위십니다.”
“예.”
박영우 회장은 대유그룹 회장이다. 박 전 대통령 이복언니 딸의 남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소유 의혹이 있던 다스와 비슷하게 카시트 제조를 하던 대유에이텍이 그룹의 핵심회사다. 박 전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지자 대통령 유관회사 대유에이텍도 주목을 받았다. 자베즈파트너스의 등기부등본만 보면 이 사모펀드는 대유그룹과 관련된 펀드로 보인다.
“명목상은 그렇죠. 하지만 실제 전주(錢主)가 누군지는 알 수 없어요. 그게 검은 머리 외국인이니 하는 사모펀드 관련 논란에서 핵심인데….” 추혜선 의원실 관계자의 말이다. 회사가 박근혜 관련 회사라는 의혹과 관련해 회사 핵심 관련자가 사실을 확인해준 것도 이번 국감이 처음이다.
자베즈, 껍데기만 남았다?
자베즈의 현재 실제 주인이 누군가는 애매하다. 박신철씨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2015년 12월에는 그나마 갖고 있던 사내이사직도 사임한다. 한 달 앞선 그해 11월 박씨는 이래오토모티브시스템이라는 회사에서 전무로 들어간다. <주간경향>이 추혜선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5년 5월 21일 금융감독위원회 11차 제재심의위원회 회의록과 공개안(6월 2일자)에 따르면 자베즈가 설립한 1호·2호 펀드는 기관경고 및 퇴직자 위법사실 통지, 직원 2명에 대한 감봉 등의 조치를 받는다.
회의록을 보면 펀드의 대표이사로 참여했던 인사들이 자신들이 실제 운영자임에도 불구하고 ‘을의 위치’에 있었다든가, “회사의 구조상 지시에 따라서 제한된 업무만 수행했다”와 같이 진술한다. 다시 말해 투자결정에서부터 다른 회사의 참여, 승인을 할 권한을 대표이사가 갖고 있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석연찮은 것 또 하나. MG손해보험에 투자한 대유는 막상 회사가 인수되자 3개월 만에 손을 턴다. 운영사(GP·자베즈파트너스)는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재무적 투자자(LP)로 여러 회사를 끌어들인다. 그 중 하나가 앞서 서향희 변호사가 “인수의향이 있다”고 거론한 하나은행이었다. 하나은행이나 교원인베스트먼트, 대한예수교장로회 등 수백억 원씩 투자한 다른 투자자들은 다 수익을 올리고 빠져나가는데, 자베즈파트너스나 대유는 약 8억여원의 운영수익을 제외하곤 특별한 수익을 얻었다고 하기 어렵다. 그래서 MG손보 노조나 국회 쪽 시각의 초점은 새마을금고 중앙회에 맞춰져 있다. 현행법상 겸업이 불가능한 손해보험을 사모펀드를 통해 인수한 실제 주인이 새마을금고 중앙회라는 것이다.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다른 재무적 투자자들이 빠져나간 지분의 거의 전부를 인수했다.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넣은 돈은 총 4300억원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그 후 이 회사의 사정이 호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실지정을 받으면 회사가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손절매라도 해야 한다.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법이 바뀌지 않는 한 이 회사를 다른 금융지주나 사모펀드에 재매각해야 한다. 그러나 부실지정이 임박한 회사 인수에 나설 회사는 없다.
“당시 서향희가 누군지 몰랐다. 한참 대화를 한 뒤 동석한 인사로부터 박지만의 부인이라고 귀띔을 받았다. 그래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 당시는 잘 몰랐다.” 10월 30일 기자를 만난 김동진 MG손해보험 노조위원장의 말이다. 그의 기억에 따르면 날짜는 정확하지 않지만 그와 서 변호사, 서 변호사를 중개한 미국 변호사, 장화식 당시 사무금융노조 사무처장, 그리고 서 변호사의 후배라고 한 한 언론인을 포함해 5명이 그의 집 인근에서 회동했다. “당시 그린손보 인수전에 ㄱ건설이라는 회사가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었는데 노조는 반대 입장이었다. 그 건설회사가 참여하면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김 위원장의 말이다. 계속되는 그의 말. “서 변호사는 ‘ㄱ건설은 내가 확실히 아웃시켜줄 수 있다. 대신 노조가 현 회장의 사퇴의향서를 받아달라’고 말했다.” 노조가 실력행사를 할 수 있었던 근거는 노조원들 상당수가 회사의 주주로, 당시 노조위원장이 동시에 우리사주조합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박지만·‘대유’는 썩은 동아줄이었나
실제 ㄱ건설은 대주주 적격심사 일주일 전에 인수를 포기하고 나갔다. 서 변호사는 김 위원장에게 김승유 하나은행 측을 대리해 인수에 나서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하나은행도 대유가 나가는 시점에 새마을금고 중앙회에 지분을 넘기고 나갔다.
국정농단의 큰 그림이 나온 지금에 와서 정리해보면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최씨 일가가 ‘포획’해 동생들로부터 철저히 차단되어 있었다는 것은 집권 1년차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다. 심지어 대통령 취임식에도 박지만씨 부부는 초대받지 못했다. 권력실세에 줄 대려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썩은 동아줄’이었다. 인수 주체인 자베즈파트너스라는 ‘껍데기’만 남기고 실질적 주인이었던 대유가 ‘쫓기듯 정리하고 나간’(김 위원장의 표현) 시점은 공교롭게도 서향희 변호사의 이권개입설이 나오고 해외에 출국한 시점과 일치한다. 2016년 10월, 2년 전 촛불의 직접적인 계기는 JTBC가 공개한 태블릿PC, 즉 비선권력 국정농단의 구체적 증거가 나오면서였다.
하지만 이미 그 의혹의 단초는 2014년 초에 불거진 ‘정윤회 사주 인사의 박지만 미행설’ 때부터 촉발되어 있었다. 그리고 집권 1년차부터 불거진 금융농단 의혹은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벌어진 친동생들과 최씨 일가의 싸움’이라는 틀로 봐야 의혹 해소의 실마리가 잡힐지도 모른다.
한편, 김동진 위원장이 2012년 3월 ‘5인 회동’에 참여한 것으로 거론한 언론인은 <주간경향>과 통화에서 “서향희 변호사는 그 전부터 알고 교류했던 사이였지만 노조 주장처럼 인수 등에 개입한 적도 없고, 서 변호사와 함께 노조 측 사람을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론스타 뒷돈’ 사건으로 복역했다가 지난해 출소한 장화식씨 역시 <주간경향>에 “서 변호사나 미국인 변호사와 술자리를 했던 기억은 나지만 당시 같이 무언가를 도모할 입장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대만 탈원전 폐기했다”는 언론, 사실일까? 11.4 미디어오늘
탈원전폐기에 나서는 대만 국민투표? 안건이나 보고 이야기하라!
지난 10월24일,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국민투표 계획 발표가 있자 일부 국내 언론들은 일제히 대만이 탈원전 정책 폐기에 나선 것처럼 기사를 쏟아냈다. 작년 8월 발생한 ‘블랙아웃(대정전)’ 때문에 국민들의 탈원전 반대 여론이 높아졌다며, 고질적인 전력난에 “얼마나 국민들이 답답했으면 탈원전 폐기 청원운동을 벌여 국민투표를 성사시켰겠는가”라고 사설을 쓴 언론도 있었다. 그러면서 “대만이 왜 탈원전 폐기에 나서는지를 정확히 인지하고 반면교사”로 삼으라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 관련기사 : 조선일보) 전력 불안 대만, 탈원전 정책 폐기여부 국민투표 ]
[ 관련기사 : 서울경제) 사설-탈원전 폐기 나서는 대만의 교훈 ]
그간 국내 언론의 대만 핵발전소 상황 왜곡하기는 도를 지나쳤다. 먼저 작년 8월 블랙아웃의 직접적인 원인은 인적 실수였다. LNG 발전소 직원이 밸브 조작 실수로 연료 공급이 중단시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문제가 된 가스발전단지는 대만 전체 전력설비의 약 12%가 모여있는 곳으로 여기에 문제가 생겨 대만 전체로 정전이 확산된 것이다. 중앙집중형 전력설비의 취약점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였던 것이다. 국내 핵산업계와 일부 언론은 이 상황을 두고 “핵발전소만 있었더라면”이라고 탄식하고 있지만, 실제 대만 현지 전문가들은 공급설비 부족을 원인으로 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대만이 탈원전정책 때문에 가동을 중단했던 핵발전소 2기를 여름철 전력수급부족으로 서둘러 재가동했다는 소식은 더 황당하다. 기사엔 마치 탈원전으로 폐쇄되었던 핵발전소를 재가동한 것처럼 썼지만, 실제 이들 핵발전소의 폐쇄시점은 2023~2024년이기 때문이다. 이 중 한 기는 비상디젤발전기 이상으로 지난 4월 가동을 멈췄다가 재가동한 것이고, 또 한 기는 2016년 화재로 가동을 멈췄던 것을 재가동하기 위해 대만전력공사가 재가동 신청을 한 것이다. 그러나 잦은 고장으로 논란이 되었던 이 발전소는 아직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핵발전소의 재가동은 탈원전정책과 아무 상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승-전-탈원전”으로 모두 탈원전정책의 폐해로 지적되고 있다.
대만 국민투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 국민투표는 헌법 개정 같은 국가중요사건에 맞춰 진행되지만, 많은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다. 대만도 유권자의 1.5%인 약 28만 명 서명만 있으면 국민투표가 진행된다.(우리나라 유권자로 대입하면 약 68만명) 국민투표 규정이 간소하다보니 이번 국민투표 안건이 무려 10개이다. 이중 5건은 동성 결혼에 대한 찬반여부, 동성애 교육 유무 등 젠더 이슈이며, 탈핵이나 에너지 이슈가 4건이다. 이 중에는 2025년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시키는 전기사업법 조항을 폐지할지 묻는 안건도 있지만, 석탄화력발전소의 생산 전력생산량을 매년 평균 1%씩 감축 동의나 석탄화력발전소 증설 반대 정책에 동의를 묻는 항목도 있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조치를 계속할지에 대한 안건도 있다. 에너지 분야 안건 4건 중 3건이 탈핵-에너지전환에 대한 동의를 묻는 항목이다. 이것이 어떻게 “탈원전정책에 답답한 국민들”의 염원이란 말인가? 오히려 국민투표 제도를 활용해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국민 전체가 결정하려는 ‘직접 민주주의적 실험’이 느껴지지 않는가? 반면 핵발전소 폐기법 반대 국민투표 청원은 일부 서명이 요건에 미달하여 소송과 추가 서명을 거쳐 겨우 주민투표 요건을 충족시켰다.
국민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대만 국민들이 핵발전소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그 결과는 있는 그대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사실관계까지 왜곡하며 현란한 제목으로 국민들을 선동하는 일부 우리 언론의 태도는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인터넷으로 잠시만 검색해보면 많은 사실을 알 수 있는 세상에서 편향된 정보원에 근거해 기사를 작성하는 일은 멈춰야 한다. 이는 게으르거나 언론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세마저 저버린 것이 아닐까 반문해봤으면 한다 http://www.mediatoday.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가짜뉴스’의 담론적 함정과 권력 개입
[민언련 언론포커스] ‘가짜뉴스’는 저널리즘적 차원에서 해결해야하는 문제
가짜뉴스에 대한 가짜해석
가짜뉴스(Fake news)라는 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서 자신에게 비우호적인 언론들을 비판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면서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그러나 가짜뉴스는 최근의 사회적 문제는 아니다. 기원전 13 세기에 이집트의 람세스는 카데쉬 전투 동안에 사원 모든 벽에 적을 박살내는 그림을 그려놓고 이집트가 승리했다는 거짓 소식을 전파 했다. 그 이후 가짜뉴스는 인간 역사와 함께 지속되어왔다. 인간은 정직한 표현, 투명하고 착한 이야기만 하면서 역사를 만들어 오지 않았다. 어찌 보면 아담의 계보를 이어온 자연스런 인간 본성의 하나일 것이다.
오늘날, 네트워크의 발전과 소셜미디어의 출현으로 가짜뉴스의 전파력과 영향력은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해졌다. 그렇다고 가짜뉴스를 절대 악으로 규정하고 국가 권력이 완전히 청소 하겠다는 것 또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온라인 공간의 특징 중의 하나가 카니발리즘이다. 마스크 뒤로 자기 정체성을 가리고 여과 없이 권력을 풍자하고, 지배자를 비판했던 카니발리즘 또한 역사의 한 부분이다. 지나치게 투명하고, 지나치게 청결한 담론구조에서는 반드시 권력의 지배가 작동한다. 오늘날 지배세력과 권력자들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적 행위를 ‘가짜뉴스’라는 개념으로 덧씌워 담론세계를 지배하려 한다. ‘가짜뉴스’담론은 저항적 담론을 몰살하려는 음모의 다름 아니다.
유네스코는 2018년 9월에 가짜뉴스에 대응해 저널리즘 교육과 훈련을 위한 핸드북을 발간하였다. 이 책자는 가짜 뉴스의 개념 대신에 ‘허위정보’ ‘오보’ 그리고 ‘해악정보’로 구분하여 저널리즘 복원과 대응 방향을 제시고 있다. ‘가짜뉴스’는 저널리즘적으로는 ‘허위정보’나 ‘오보’에 해당한다. 이러한 개념의 재 정의는 ‘가짜뉴스’가 공권력의 개입보다는 저널리즘적 차원에서 해결해야하는 문제로 전환된다. 트럼프가 불지른 ‘가짜뉴스’의 가짜 해석을 바로 잡을 때, 올바른 문제 해결의 방향이 보이게 된다.
▲ 가짜뉴스
허위정보에 대한 국제 사회의 대응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기본권으로 헌법적 지위를 가지면서 비록 건강하지 않은 표현일지라도 공권력의 개입을 엄격히 제약한다. 2016년 5월 유럽연합은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을 통해 불평등한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표현들의 생산과 확산을 막기 위한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참여하여 인종, 피부색, 종교, 조상, 국적, 출신국가, 출신 민족의 이유로 증오를 부추기는 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기로 했다. 그러나 허위정보와 관련하여 소셜미디어 업체에 대한 법적 책임은 명시하지 않았다. 독일은 유일하게 가입자가 200만 명 이상인 소셜미디어 업체가 불법적인 가짜 뉴스나 혐오 발언을 담은 게시글을 인지한 지 24시간 안에 삭제하지 않으면 최고 5천만유로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는 법을 만들어 2018년부터 적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2018년 1월 3일 마크롱 대통령은 <선거기간 거짓정보 차단 및 삭제 법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하원에서 6월에 폐기되었다. 국가가 정보의 진실과 가짜를 가리는 심판자의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언론과 프랑스 국민의 비판의 목소리와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해칠 수 있는 ‘환상주의’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일어나면서 법안은 폐기 되었다.
정부의 인식전환의 필요성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이낙연 국무총리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찬양설 등이 유튜브와 SNS를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면서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가짜뉴스를 ‘공동체 파괴범’ 규정하고 가짜뉴스 생산·유포자에 대한 강력 처벌 방침을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허위조작정보 유통방지법' 발의를 예고하기도 했다. 콘텐츠의 제작 단계에서부터 유포·전송하는 행위까지 국가기관이 엄정 대응할 수 있는 법제를 만들려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해법은 ‘목욕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만으로도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유튜브 등 해외사업자에 대해서는 제제할 법적 권한이 전혀 없어서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간의 비대칭 규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현실은 소셜미디어와 플렛폼 사업자를 허위사실 유포로 규제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가짜뉴스 규제 법규 보다는 기존 법에 ‘증오 및 혐오 표현 방지’ 규정을 강화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기성 언론들이 신뢰를 회복하고 저널리즘을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정부의 역할은 언론이 건강한 공론장을 구축하도록 지원하고 환경을 만드는 노력이다. 이럴 때 가짜뉴스의 영향력은 미미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박태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아파트에 안 살면 대접 못 받나요? 11.05ㅣ주간경향 1300호
ㆍ아파트 외 공동주택 거주자들 법·제도·정책에서 소외… 사회적 차별로 이어져
“아빠, 우리집은 왜 이름이 없어?” 40대 직장인 ㄱ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집에 대해 물어볼 때마다 난감하다. ㄱ씨는 서울의 한 빌라에 산다. 정확히는 다세대주택 거주자다. 유치원생도 어디 사냐고 물었을 때 집주소보다는 아파트 브랜드 이름을 대는 시대다. 빌라 이름을 지어볼까 했지만 포기했다. 다른 세대 집주인들과 협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빌라 및 연립 주택 밀집지역의 모습. 야산 너머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 서성일 기자
‘휴거’ 다음은 ‘빌거’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는 부와 신분의 상징이다. 국부(國富)의 70% 이상이 부동산이고, 이 중 상당수를 아파트가 차지한다. 그래서인지 주택 공급이나 관리와 관련된 국가 정책들도 대부분 아파트를 중심으로 짜여진다. 하지만 아파트에 살지 않는 국민들도 많다. 2017년 통계청 주택총조사 기준 전국 1712만호의 주택 중 20%에 해당하는 341만호가 연립·다세대·다가구 주택이다. 서울은 비중이 더 높다. 286만호의 주택 중 36%에 해당하는 104만호다. 아파트, 다세대, 연립은 법적으로 모두 ‘공동주택’이다. 그럼에도 아파트 외 공동주택 거주자들은 주택 관련 각종 법과 제도, 정책에서 소외돼 있다. 그리고 국가의 무관심은 사회적 차별로 이어지고 있다.
내년에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예정인 30대 주부 ㄴ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아이가 들어갈 초등학교에 “아파트단지에 사는 아이들로 반을 구성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탓이다. 학교 측은 소문을 부인했지만 불안감이 가시질 않는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빌거’라는 말이 유행한다는 얘기를 들은 뒤 불안감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빌거가 무슨 뜻일까. ‘빌라에 사는 거지’의 줄임말이다. ㄴ씨는 “부모를 잘못 만난 탓에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차별당하는 건 아닌지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휴거’라는 말이 논란이 됐던 때가 있다. LH주택공사의 과거 아파트 브랜드인 ‘휴먼시아’를 이용한 ‘휴먼시아 거지’의 줄임말이다. 임대아파트 거주자를 비하하는 뜻을 담고 있다. 휴먼시아 브랜드는 사라졌지만 휴거라는 말은 여전히 통용된다. 거주지에 빗댄 혐오와 차별의 말이 휴거에서 빌거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휴거라는 말이 주로 중·고교생 사이에서 유행했다면 빌거는 초등학생들도 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휴거나 빌거 같은 말은 기본적으로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빌라나 연립의 가격이 싸다는 빈부격차의 인식에서 출발한다.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은 이때 다소 예외적이다. 단독이나 다가구는 소유주가 1인이기 때문에 재개발 기대감 등이 반영될 경우 호당 가격이 웬만한 아파트값을 뛰어넘는다.
최근 서울의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아파트와 빌라·연립 간 가격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통계를 보면 아파트와 연립의 평균 거주면적은 77~80㎡ 수준으로 비슷하다. 2016년 6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평균매매가는 5억6292만원, 연립의 평균매매가는 2억5193만원이었다. 2018년 3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매매가는 7억원을 돌파했다. 같은 달 연립의 평균매매가는 2억7184만원을 기록했다. 불과 20개월 만에 가격 차이가 1억원 이상 더 벌어진 것이다. 부동산시장의 흐름은 빌거라는 말을 현실적으로 입증한다.
주거환경 개선엔 관심 없는 정부
이마저도 빌라·연립을 소유한 거주자에 해당되는 문제다. 집을 아직 갖지 못한 빌라·연립 세입자들이 겪는 심적 고통은 더 크다. 서울의 아파트값이 평균 7억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빌라·연립 세입자들이 아파트를 구매할 여력은 없다. 빌라·연립을 사는 것이 그나마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길이지만 막상 빌라나 연립을 사겠다고 하면 주변에서 모두가 뜯어말린다. 부동산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도 “빌라를 사면 망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 ㄷ씨는 “빌라에서 전세로 신혼살림을 시작할 계획인데 주변에 너무 눈치가 보인다”며 “그렇다고 빌라를 사자니 본전도 못 건진다고 해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파트가 폭등할 때마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판박이다. 세금을 올리거나 아파트를 더 짓는다.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빌라·연립으로 돌릴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아파트값이 치솟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 SH공사 사장을 지낸 변창흠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그 배경을 “아파트를 짓는 게 각종 비용이나 편의성·효율성 면에서 가장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해 신도시를 짓고 아파트를 올릴 때 정부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 해당 택지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모든 비용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택지를 수용해 기반을 닦은 뒤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건설사에 땅을 넘기면 정부 역할은 끝난다.
변 교수는 “빌라나 연립 거주를 꺼려하는 대표적인 이유가 주차문제와 각종 편의시설 등 주거환경 문제”라며 “대단지 아파트를 건립하면 이런 문제들까지 한 번에 해결되지만 기존 주택가에 이런 시설을 추가하려면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정부는 새 아파트를 짓는 것 말고 기존 주택가의 주거환경 개선에는 좀처럼 돈을 쓰지 않는다. 대표적인 게 전국에 산재해 있는 도시공원 문제다.
근린공원, 소공원, 어린이공원(놀이터) 등 도시공원들은 국가와 지자체가 해당 땅의 용도를 공원부지로 정한 도시계획시설이다. 하지만 이들 공원 부지의 상당수는 개인의 사유지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보고서를 보면 2016년 12월 기준 전국의 공원 면적은 934㎢다. 이 중 계획만 잡혀 있고 공원이 아예 조성되지 않거나, 이미 조성됐지만 공원 부지 전체 혹은 일부가 사유지인 ‘미집행’ 면적은 504.9㎢로 절반을 넘는다.
장기간 공원 부지로 땅이 묶인 소유주들이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는 1999년 “20년 이상 미집행된 공원 부지는 무효”라고 소유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른바 ‘도시공원 일몰제’ 논란의 시작이다. 이에 따르면 20년의 집행기한이 도래하는 2020년부터 미집행 공원은 규제에서 풀리게 된다. 집 주변에 있는 공원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의 한 다세대 밀집 지역에 지어진 필로티 구조의 공동주택 모습. / 반기웅 기자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조경이나 공원시설이 함께 조성되는 아파트단지와 달리 공원은 빌라·연립 등에 거주하는 서민들이 도심에서 유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휴식시설”이라며 “일몰제가 시행돼 실제로 공원이 사라진다면 피해는 서민들이 더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만 해도 일몰제가 적용되는 2020년 7월 1일부로 여의도 면적의 33배에 해당하는 71개의 미집행 공원이 사라질 위기다. 여기에는 동네 놀이터가 있는 어린이공원도 일부 포함돼 있다.
빌라·연립은 법의 ‘사각지대’
공원이 없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미집행된 공원을 모두 정부나 지자체가 사들이는 수밖에 없다. 환경단체 등은 이를 위해 최대 52조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추산 중이다. 지자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돈이다. 지자체들은 수차례 정부에 예산 지원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도시공원은 지자체 사무영역”이라는 이유에서다. 급기야 서울시는 올 4월 “미집행 도시공원을 서울시가 장기적으로 모두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소요예산은 11조원에 달한다. 서울시는 일단 1조3000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해 매입이 시급한 공원을 사들이고, 정부에 절반의 국고 보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요청에 정부는 화답했을까.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에서 앞으로 서울시가 발행할 지방채에 들어가는 이자비용의 50%를 부담하겠다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워낙 지방채 발행비용이 큰 탓에 이자비용도 물론 적지 않은 돈이긴 하다. 하지만 정부가 밝힌 ‘이자비용의 50%’ 부담은 서울시가 요청한 ‘매입비용의 50%’에 비하면 그야말로 푼돈 수준이다.
주차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빌라·연립이 밀집한 지역의 주차난이 심각하지만 공영주차장 조성은 이에 한참 못미친다. 그렇다보니 도심 신축 빌라나 연립주택 태반이 1층을 주차장으로 쓰는 일명 ‘필로티’ 구조로 집을 짓는다. 이는 주거환경 개선의 방법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변 교수는 “필로티로 해도 입주민 차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1층을 주차장으로 사용하면 야간에는 각종 안전문제도 생기고, 결과적으로는 지역주민 간 단절도 초래해 오히려 주거환경이 열악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법의 보호도 덜 받게 된다. 공동주택에 사는 이상 세대 간 협의가 필요한 문제가 생기거나 갈등이 생기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모든 공동주택은 우선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 중에서도 150세대 이상 공동주택의 경우 의무관리대상으로 별도의 ‘공동주택관리법’의 적용을 받는다. 빌라·연립이 150세대를 넘기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아파트가 이에 해당한다.
전국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이 2017년 4월 ‘도시공원일몰제’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세대가 많은 아파트의 경우 갈등 사안이 발생하면 사안의 범위나 파급이 크기 때문에 공동주택관리법에서는 세세한 항목을 들어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반면 빌라나 연립 등이 적용받는 집합건물법은 공동주택관리법보다 규제조항이 느슨하게 돼 있다. 이렇다보니 세대 간 갈등이나 분쟁이 발생해도 관련 법으로 해결하거나 구제받기 힘든 구조다.
특히 10세대 미만의 소규모 빌라나 연립이 세대 간 분쟁 문제에 있어 가장 열악하다. 집합건물법에서도 공동주택의 관리단 구성이나 운영에 대한 사항이 명시돼 있지만 10세대 미만 공동주택의 경우 이마저도 적용받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소규모 빌라와 연립에서는 주택관리비나 건물 공동수선 문제를 둘러싸고 하루가 멀다하고 갈등과 분쟁이 일어난다. 소유주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 자체 규약을 만들 수는 있어도 실제로 규약을 만들어 운영하는 빌라나 연립은 찾아보기 어렵다.
10세대 미만 이웃 간 분쟁 중재 힘들어
4세대가 사는 빌라에 거주하는 ㄹ씨도 한 소유주가 관리비를 1년째 내지 않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ㄹ씨는 “백방으로 해결책을 찾아봤지만 결국은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길밖에 없었다”며 “아예 안볼 사람도 아닌 데다 월 2만원 관리비를 받아내겠다고 소송을 걸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자치구의 한 관계자는 “자치구에는 집합건물법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사실상 없어 관련 민원이 들어와도 구청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소규모 빌라나 연립의 경우 갈등과 분쟁 조정 문제에 있어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집합건물법에서는 분쟁 해결을 위해 광역단체에 분쟁조정위원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 위원회의 존재를 아는 사람도 드물뿐더러 위원회의 조정 실적이나 법적 권한도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서울시에도 분쟁조정위원회가 있지만 2014~2017년 조정신청이 들어온 건 139건으로 연평균 35건에 불과하다. 이 역시 시·군·구 단위의 기초단체까지 분쟁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더 나아가 국토부에 중앙분쟁조정위를 두도록 한 공동주택관리법과는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분쟁조정위는 조정을 하려 해도 당사자 중 한 명이 거절하면 그만”이라며 “위원회의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조정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atruejs@kyunghyang.com
일반 주택가에도 놀이터를 좀~
ㆍ아파트에 살지 않으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 찾기 어려워
낮에도 골목은 주차된 차들로 가득하다. 한창 야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글러브와 방망이를 사줬지만 막상 공을 던지고 칠 만한 곳이 없었다.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주택가에 사는 김일경씨(39)는 10분을 걸어 초등학교 운동장을 찾았다. 두 아들이 매일같이 등교하는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동안 김씨는 동네에 작은 공원 하나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내가 ‘국민학생’ 시절에는 찌그러진 알루미늄 방망이 하나로 글러브도 없이 친구들과 야구를 하며 놀았다”고 말했다. 당시엔 동네 곳곳에 있던 공터와 골목길에서 그네도 미끄럼틀도 없이 놀면서도 뛰어놀기에 좁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김씨의 아이들은 야구는커녕 킥보드 하나 타는 데에도 지나가는 차들 때문에 몇 번이고 걸음을 멈춰야 하는 곳에 살고 있는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어린이공원에서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놀이시설을 타고 있다. / 서울시 제공
법적 놀이터 기준 사실상 유명무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파트단지가 드문 동네여서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과 비교되는 일은 없다. 하지만 한 번씩 신축 아파트에 사는 사촌네에 놀러 갈 때마다 아이들은 “우리도 아파트로 이사가자”며 노래를 부른다. 깔끔하게 만들어진 놀이터도 그렇지만 인조잔디가 깔린 작은 운동장이나 지상에 차가 없는 단지를 보면 김씨와 아내도 아파트가 어린 자식 키우기엔 편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아직 유치원생인 막내는 하원하고 나면 동네에선 뛰어놀 곳 없이 집 안에서만 놀 수밖에 없어 부모로서도 답답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시스템을 보면 전국의 어린이 놀이시설은 총 7만2618곳이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3만6315곳이 아파트에 있는 놀이터다. 이에 비해 도시공원에 놀이시설이 설치된 곳은 9835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놀이시설의 대부분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에 있는 놀이시설로 모두 2만2846곳이다.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서 거리가 멀어 버스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통학하는 일반 연립·다세대·다가구주택 거주 어린이들은 놀 수 있는 공간이 충분치 않은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도시공원 중 구색 맞추기 식으로 미끄럼틀이나 시소 정도만 갖춘 곳에 비해 법적인 어린이공원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로 좁히면 그 수는 더욱 줄어든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되는 어린이공원의 기준은 면적이 1500㎡(약 450평) 이상이어야 한다. 법적으로는 250m마다 한 곳씩 어린이공원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유명무실하다. 김씨가 살고 있는 대조동만 하더라도 단 한 곳뿐이다. 김씨의 집에서 약 800m, 어른 걸음으로도 12분 정도 걸어야 하는 거리다.
어린이공원이나 놀이터에 관한 규정이 대략적으로 법률에 명시돼 있지만 현실에서는 지자체마다 조례로 구체적인 설치 및 운영방침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지역마다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데도 차이가 난다. 수도권이나 대도시에서도 상대적으로 주거인구가 밀집된 아파트단지는 자체적인 놀이터를 단지 내에 갖추고 있는 데다 가까운 곳에 학교와 유치원 등이 몰려 있어 어린이들이 가기 편할 수밖에 없다. 반면 어린이공원이 법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도시공원법(현 공원녹지법)’이 1980년 제정됐기 때문에 이보다 전에 도시계획을 거쳐 주택가가 만들어진 동네는 놀이터나 어린이공원 하나 없이 빽빽한 주택가만 이어지는 모습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지자체장이 특별히 의지를 가지고 이미 조성된 주택가에 자투리땅을 마련해 작은 놀이터를 만들려 해도 현실의 벽에 부딪치게 된다. 놀이터를 만드는 비용은 1㎡당 평균 30만원 수준으로, 어린이공원 기준을 충족하는 1500㎡ 면적에 만들려면 4억50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최소한의 놀이시설만 갖추는 방향으로 600㎡만 확보한다 해도 2억원가량이 들어간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땅값이다. 서울에서 주택가에 인접한 땅을 확보하려면 3.3㎡당 2000만원 가까이 들어가기 때문에 600㎡ 기준으로도 36억원이 넘는 땅값이 필요한 셈이다. 현실적으로 해당 지역이 재개발되면서 기부채납받는 방식이 아니면 지자체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놀이터 조성 비용 지자체 감당 힘들어
때문에 서울의 전체 공원 2834곳 중 어린이공원은 1284곳이 있어 가장 많지만 면적은 전체 공원 면적의 1.3%인 225만㎡에 불과하다. 어린이공원 활성화 방안을 조사해 내놓은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팀 과장은 “학생이 적다고 학교를 안 지으면 몇 안 되는 학생은 전혀 학습권을 누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없다고 놀이터를 짓지 않으면 아이들은 제대로 놀기 어렵다”며 “기본적으로 어린이공원 조성도 도시개발과 묶여 있기 때문에 지자체장의 의지가 없으면 상대적으로 개발이 끝난 지 오래된 지역이나 옛날 마을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어린이공원이 없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자체 경비인력이 있고 주민 외에는 발길이 드문 편인 아파트 놀이터에 비해 주택가 어린이공원은 안전 역시 마음을 놓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올해 ‘서울시·경찰 합동 공원 안전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시내 공원 중 안전도가 가장 낮은 C등급을 받은 공원 15곳 가운데 어린이공원은 6곳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7대 강력범죄가 6건 이상 발생했거나 112 신고가 70건 이상 있었던 곳, 또는 실제 범죄나 신고건수가 기준에는 못 미치더라도 각종 시비나 폭행사건 때문에 주민이 체감하는 안전도가 낮으면 C등급이 매겨진다.
이러한 현실 탓에 아파트와 일반주택으로 대비되는 주거공간의 차이가 어린이 놀이공간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층 일반주택가가 밀집한 주거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주택 소유주들이 소음 등의 이유로 임차인 가구에 비해 놀이터를 환영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윤전우 서울시 도시재생센터 사무국장은 “소음과 우범지대화, 청소년 비행 같은 문제를 지역주민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심각한 면이 있기 때문에 주민 피해와 연동한 관리방안과 지원방안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며 “소음 등의 피해를 겪는 주택은 창호교체나 벽면방음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도시정비·재개발 등을 진행할 때도 기부채납부지를 확보하기보다 현금기부로 자금을 확보해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야산 중턱에 500m 그물…겨울잠 자러가는 뱀 싹쓸이 11.4 연합뉴스
앵커] 지난달 중순부터 뱀들이 겨울잠에 들기 시작했는데요. 대전의 한 야산 중턱에 그물을 치고 겨울잠을 자러가는 뱀을 싹쓸이하던 밀렵꾼이 보름 간의 추적 끝에 붙잡혔습니다.
[기자]산에서 막 내려온 남성들의 차를 밀렵단속반이 가로막습니다. 차에서는 뱀들을 담은 그물망과 올무를 비롯한 밀렵도구들이 수두룩하게 나옵니다.밀렵 제보를 받은 금강유역환경청과 야생생물보호관리협회가 보름 동안 벌인 추적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물망에는 온갖 뱀 34마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뱀 밀렵꾼> “30년 전에 누구 잡는 것 보고 몇 마리 잡아보고는 안 하다가 금년에 처음 일거리 없고 이래가지고 한 거예요.”
길도 없는 산을 헤치며 한참을 올라가자 밀렵현장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돌 무더기 주변을 어른 허벅지 높이의 그물이 둘러쌌습니다. 그물 중간중간에는 뱀이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도록 만들어진 통발이 설치됐습니다.
<이철하 / 금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과> “여기가 동면할 수 있는 자리에요. 그러니까 뱀을 잡는 분들이 동면장만 싹 둘러서 200∼300m씩 해놓고 옆에다 통발을 깔아놓고 여기에 들어오는 뱀들을 전부 다 일망타진하는 거죠.”
현장에서는 그물 500여m와 통발 50여개가 수거됐습니다. 통발 안에는 그 사이 새로 들어간 뱀들이 갇혀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수거된 통발입니다. 새 것뿐 아니라 이렇게 심하게 녹슨 것들도 여럿 있어 밀렵이 장시간에 걸쳐 이뤄졌음을 보여줍니다. 하마터면 건강원에 팔려갈 뻔했다 구조된 뱀들은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연합뉴스TV 정윤덕입니다.
부동산 투기도 '노오력'이라는 당신에게 11.4 오마이뉴스
[왜 보유세인가 ④] '열심히' 투기 해도 GDP 1도 안 늘어
인구밀도가 높아서 땅값이 세계 최고라고?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부동산 투기는 1968년 2월 경부고속도로 착공부터 시작되었으니 투기의 역사가 대략 50년쯤 된 셈이다. 1970년대 이후 강남은 부동산 투기의 상징이 되어버렸고, 그 명성은 지금도,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50년 투기가 낳은 결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땅값이다. 우리나라의 2017년 GDP 대비 땅값은 무려 4.30배나 된다. 자료를 공개하는 OECD 국가들이 1~2배라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땅값은 다른 나라의 두 배나 높은 셈이다. 1964년에 1.9조 원이었던 땅값은 2017년에 7,439조 원으로, 53년 동안 무려 3,915배가 올랐다.
세계 최고의 땅값은 생산과 분배와 소비 등 경제 전반에 엄청난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생산을 제약하고 분배를 악화시키며 하위계층의 소비를 억누르는 근인(根因)이 바로 세계 최고의 땅값이다.
혹자는 우리나라의 땅값이 비싼 이유를 땅덩어리는 작은데 인구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구 증가가 축복이 아니라 저주라는 진단인데, 멀리 갈 것 없이 네덜란드와 비교해보면 그 진단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네덜란드의 인구밀도는 우리나라와 거의 같지만, GDP대비 땅값은 2015년 현재 1.47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네덜란드의 땅값은 우리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세계 최고 지가는 만성적 부동산 투기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이 생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투기가 다른 나라보다 심각한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보다 부동산 소유에 대한 욕구가 유달리 강해서일까? 그럴 리 없다. 구조적 원인이 있다.
부동산 투기는 경제행위이고 경제행위는 투입보다 산출이 더 많을 것을 기대하고 하는 행위다.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기만 해도 매매하기만 해도 다른 경제활동에서 생기는 평균 수익을 크게 초과하는 이익이 생기는 것을 봐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투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동산 보유와 매각에서 생기는 이익을 환수 내지 차단하지 않는 한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를 잠재울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다.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불로소득이다. 불로소득이 없으면 꼭 필요한 부동산만 소유한다. 서울 사람들이 수도권 근교의 농지를 소유할 필요가 없어진다. 기업은 사업에 필요한 부동산만 소유하려 든다. 그러므로 관건은 불로소득을 어떻게 환수하느냐이다.
부동산 투기는 개인적 관점에선 '노력'이지만 사회적 관점에선 '불로'
환수 방법을 논하기 전에 부동산의 보유·매각으로 버는 소득 앞에 왜 '불로'라는 딱지를 붙이는지부터 검토해보자. 여기서 말하는 불로소득은 매매차익과 매입가의 이자를 초과하는 (귀속)임대수익을 뜻한다.
부동산을 매입·보유·매각하는 행위는 '개인적 관점'으로 보면 '노력'이다. '불로'가 아니다. 그러나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런 행위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GDP는 1도 증가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부동산을 통해서 돈을 벌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일찍이 경제학에서는 그런 행위를 비생산적 경제활동, 좀 근사한 말로 지대추구행위라고 불렀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부동산 불로소득은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인공물인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는 반면 자연물인 토지는 가치가 (투기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동산 불로소득'의 정확한 명칭은 '토지 불로소득'인 것이다.
불로소득 환수·차단의 최선의 수단은 보유세 강화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토지 불로소득은 보유세로 환수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부동산 불로소득은 매매차익분과 지대상승분으로 나뉜다. 매매차익분은 매각 시 누리는 불로소득이고 지대상승분은 보유 시 향유하는 불로소득이다.
따라서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방식은 매매차익분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지대상승분에 대한 보유세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보유세를 강화하면 매매차익이 줄어든다. 부동산 가격이란 미래에 개인이 향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임대가치(귀속임대가치도 포함)를 현재시점으로 할인해서 합한 값인데, 보유세가 개인이 향유할 임대가치의 크기를 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기국면에서 보유세를 강화하고 시장이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면 투기가 만든 거품이 빠지기 때문에 경제에 다른 변수가 없는 한 더 내려갈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2016년)로 영국(0.78%), 프랑스(0.57%), 미국(1.04%), 일본(0.54%)의 1/6~1/3밖에 되지 않는다.
보유세 강화는 '장기 근본' 대책
그러면 보유세를 어떻게 강화하는 것이 좋을까? 강화를 논하기 전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보유세 강화는 '장기 근본' 대책이라는 점이다. 갑자기 세율을 높일 수 없기 때문에 '장기'이고, 부동산 문제의 뿌리를 건드리는 수단이기 때문에 '근본'인 것이다. 요컨대 보유세는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절하는, 즉 시장이 침체되면 보유세를 낮추고 시장이 과열되면 높이는 세금이 아니라 그것과 무관하게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하는 정책이다.
그러므로 제일 먼저 할 일은 실효세율의 목표를 정하고 그 실효세율을 달성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를 목표로 잡아야 할까? 우리는 실효세율 1%가 적절하다고 본다. 실효세율 1%는 참여정부 때 형성된 사회적 합의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향후 10년 안에 실효세율 1% 달성을 목표로 잡고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적어도 실효세율 0.5%를 완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 다음 과제는 로드맵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과세기준과 세율, 그리고 과세구간을 결정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유세는 비례세가 아니라 누진세이기 때문에 현재 정부가 제공하는 통계를 가지고는 실효세율 1%를 향한 구체적인 과세기준·과세구간·세율의 로드맵 설계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여기서는 몇 가지 개혁의 방향만 제시해 본다.
과세표준부터 고쳐야
첫 번째 과제가 과세표준 개혁인데, 여기에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모두가 관련되어 있다. 과세표준은 공시가격·공시지가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서 결정된다. 그런데 여기서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과세체계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단순해야 한다. 그래야 행정비용이 적게 들고 납세자들도 쉽게 납득하고 적응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 과세표준 결정에 사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과세체계를 복잡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실효세율도 낮추는 역할을 한다.
그 다음으로 공시가격·공시지가의 시가반영률을 85%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지금의 공동주택의 시가반영률은 70%이지만 개별주택은 60% 정도에 불과하고, 토지의 시가반영률도 60%에 그치고 있다. 물론 시가반영률을 100%로 할 수는 없지만, 최소 85% 이상은 되어야 한다. 이렇게 공정시장가액을 폐지하고 시가반영률을 85% 이상으로 높이면 종합부동산세뿐만 아니라 재산세의 세 부담도 늘어나게 되고 결과적으로 보유세 실효세율은 지금의 2배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 된다.
상가빌딩의 종부세 대상자 대폭 늘리고 세율도 강화해야
다음으로 국세인 종합부동산세 개혁의 방향을 살펴보자. 먼저 할 일은 종합부동산세의 과세대상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주택의 경우에는 1주택자도 예외 없이 6억 원 아래로 끌어내려야 한다. 그뿐 아니라 종합부동산세 대상에서 제외된 임대주택도 다시 포함해야 한다. 종합부동산세에서 임대주택을 제외한 것은 투기를 조장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명백한 특혜다. 이렇게 해서 서울에 있는 대부분 주택이 종합부동산세 대상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서울은 국가의 서울중심정책이 가져다주는 엄청난 혜택을 입어왔다. 그러나 그 혜택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바로 낮은 보유세다. 그러므로 서울의 상당수 주택이 종부세 대상에 포함되도록 하여 혜택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시장 원리에도 부합한다.
특히 재벌 및 대기업이 주로 보유하고 있는 빌딩의 부속토지에 부과하는 별도합산 대상 토지의 과세기준은 과감하게 끌어 내리고 세율도 강화해야 한다. 현재 별도합산토지의 과세기준은 80억 원이다. 주택이 6억 원(1주택일 경우 9억 원), 나대지 잡종지 등의 종합합산토지가 5억 원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특혜라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빌딩의 건물분을 제외하고 토지분의 공시지가가 80억 원이 넘어야 하니, 시가로 따지면 빌딩 가격이 어림잡아 200억 원이 넘어야 겨우 종부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율도 특혜다. 현행 주택의 종부세 세율은 0.5~2%이고 종합합산토지는 0.75~2%인데, 별도합산토지는 0.5~0.7%에 불과하다.
동일한 가격의 종부세 세부담을 비교하면 특혜의 실상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시가 200억 원 주택의 종부세는 4,549만 원, 상가빌딩은 197만 원, 토지는 1억 2,673억 원의 종부세를 각각 부담하는 것으로 계산되는데, 이것은 상가빌딩의 종부세 부담수준이 주택의 4.3%, 토지의 1.6%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기업의 생산 활동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라고 정부는 해명하지만, 이것은 정확히 말하면 기업의 비생산적 활동인 투기 행위를 조장하는 조치다. 더구나 주요 선진국들의 부동산 보유세 체계에서는 상가빌딩이라는 이유로 세제 상 혜택을 주는 구조를 찾아볼 수 없다(박준·박현. 2018. "비주거용 부동산 종합부동산세 개선방안." <공간과 사회> No. 63. 289; 293쪽).
요컨대 상가빌딩을 대상으로 한 종부세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서 과도한 특혜를 없애야 한다. 그래야 기업은 투기행위를 덜 하게 되고 생산적 경제활동에 집중하게 된다.
새로운 국세 토지보유세 신설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
기존의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고 모든 토지에 부과하는 새로운 국세 토지보유세를 신설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사실 지금의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는 여러 가지로 한계가 많다. 첫째는 불로소득의 진원지가 아닌 건물에까지 부과한다는 점이고, 둘째로 용도별 차등과세도 문제다. 주택 따로 별도합산토지 따로 종합합산토지 따로 나누어 인별 합산 과세하기 때문에, 더구나 농지 등은 분리과세로 종합부동산세 대상에서 아예 배제하기 때문에 여러 유형의 부동산을 두루 많이 보유한 사람들에게 유리하다. 따라서 새로 도입하는 국세 토지보유세는 용도 구분 없이 민유지 전체를 대상으로, 즉 비과세·감면을 폐지하고 인별 합산해서 과세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존립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걱정의 구체적인 근거는 출산률 저하다. 최근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표한 '2018년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3명으로 세계에서 3번째로 낮고, 인구 증가율은 0.4%로, 세계 평균 1.2%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들의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결혼하더라도 출산을 기피하는 중요한 원인에는 부동산이 있다. 부동산을 개혁하지 않으면 주거 불안정이 해소될 수 없고, 일자리도 생기기 어려우며, 출생이 일생을 좌우하는 나쁜 사회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누차 강조했듯이 부동산 개혁의 핵심은 점진적이고 획기적인 보유세 강화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이 점을 잊으면 안된다. 부동산 개혁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안 남았다./남기업(namgiup)
청와대 왕수석에게 보내는 경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의 '숨은 진실'11.03
[왜 보유세인가③] 고가주택 소유자 위해 깎고 또 깎아주는 희한한 제도
보유세에 반대하는 다양한 주장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보유세를 높이면 매수인 혹은 임차인에게 전가되어 오히려 서민들만 괴로워진다.
- 보유세를 올려도 집값은 잡히지 않는다.
- 종부세 때문에 부자들이 돈을 쓰지 못해 경기가 더 침체된다.
- 1가구 1주택자에게도 부과하는 것은 징벌적 세금이다.
- 소득 없는 고령자에게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가혹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 보유세를 높이면 양도세는 낮춰줘야 주택 소유자들에게 퇴로가 마련된다.
이미 여러 연구자들이 이에 대답을 내놓았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이 주장들이 거짓이라는 설명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법제도에 규정된 교묘한 거짓말이다.
법제도에 규정된 교묘한 거짓말, 공정시장가액비율
종합부동산법 8조1항과 대통령령에 규정돼 있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그중 하나다. 용어만 보면 무슨 의미인지 가늠이 되지 않고 머리에 잘 담기지도 않는다. 보유세 논란의 키워드 중 하나인데도 보유세 납세 대상자가 아닌 사람은 쉽게 관심을 거둬버린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난해함 뒤에 중요한 진실이 감춰져 있다.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부세로 나뉘는데 고액자산가가 추가로 부담하는 종부세가 논란의 대상이다. 종부세 세액을 구하기 위해서는 시가로부터 시작해서 공시가, 공제금액, 공정시장가액비율, 과세표준, 종부세율 등 여러 단계의 허들을 넘어야 한다. 시가 18억 아파트를 소유한 1가구 1주택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공시가격은 시가의 70%인 12억 6천만 원이다. 여기에서 공제금액 9억 원을 제하면 3억 6천만 원이 남는다. 대폭 줄어든 과세대상액에 다시 80%를 적용한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약 3억 원만이 18억 아파트의 과세 대상이 된다. 이 3억 원을 과세표준, 줄여서 과표라고 부른다.
여기에 세율 0.7%를 곱하면 약 200만 원의 종부세 세액이 도출된다. 0.7%는 지난 9월 13일 정부 발표에 따른 인상된 세율이다. 그러나 200만 원을 다 내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는 이미 낸 재산세 납부액을 제외한 104만 원을 종부세 산출세액으로 납부한다. 이 복잡한 과정에서 과세대상액을 줄이기 위해 적용하는 80%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이다.
정부는 지난 7월 6일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내면서 현재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향후 2년에 걸쳐 90%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 뒤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내놓은 9월 13일 조치는 조금 더 진전됐다. 향후 4년에 걸쳐 2022년에 100%에 이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보유세 강화 시민행동'은 지난 10월 10일 출범식을 하면서 세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그중 두번째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당장 100%로 높이라고 요구했다. 과다 부동산 보유자의 세부담을 불합리하게 깎아주는 이 제도를 앞으로 4년이나 더 유지하겠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
박주민 의원은 올해 1월 이 제도의 폐기법안을 발의했는데 제안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그 해결방법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 반영을 폐지함으로써, 과세표준을 현실화하고 종합부동산세의 본래 기능을 살리겠다."
불공정한 제도에 '공정 왕관'을 씌운 것은 반칙
공정시장가액비율 제도는 이명박정부 첫해인 2008년 12월 종부세를 무력화하는 세법개정 뒤에 도입됐다. 한마디로 이명박정부의 작품이다. 필자의 관심을 격발한 것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이라는 용어다.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고 전혀 공정하게 보이지 않는 이 제도에 왜 "공정(公正)"이라는 말을 붙였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여기에서 부동산 문제를 둘러싼 좌우 진영 간 대치 전선의 치열함이 느껴진다. 이 제도는 종부세 납세 대상자를 위해 세금 부과 대상가액을 깎고 또 깎은 뒤에 다시 한번 깎아주기 위해 도입되었다. 고가주택 소유자들을 위해 설계된 것으로 그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 준다. 그들에게 정의이고 공정인 셈이다.
빈부 격차로 인한 좌우대립과 진영 이기주의는 여러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문명사회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억지와 날조는 허용하지 않는다. 대다수 국민에게 불공정하게 보이는 제도에 '공정이라는 왕관'을 씌운 것은 반칙이다. 상식과 규범이 얼마나 지켜지는가에 따라 그 사회의 문화 수준이 결정된다. 좌우보다 상하가 먼저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 이후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의 영향으로 세계 주요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크게 뛰었다. 그러나 우리처럼 극심한 사회갈등 요인이 됐다는 말을 듣기 어렵다. 선진국들은 집값 상승으로 얻어진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회수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민간 부동산 총액 대비 보유세의 비율인 보유세 실효세율이 0.16%에 불과하다. 프랑스(0.57%), 일본(0.54%), 영국(0.78%) 등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3개국 평균(0.33%)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같은 불공정한 제도들 '덕분'이다.
부동산 적폐를 바로잡을 것으로 기대했던 문재인정부는 지지자인 촛불시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이래경 '다른 백년' 이사장은 지난해 연말 발표한 글에서 부동산 불평등을 우려하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사회의 불평등 수준은 가히 폭동을 불러올 만큼 위험한 수위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수백만 명이 동시에 몰려나온 촛불시민혁명의 저류에 깔려 있는 사회경제적 배경이기도 하다. 다만 분단이라는 한국의 특수한 현실 기제가 사회폭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 내부적 폭발 압력을 강제로 억누르고 있을 뿐이다. 언제라도 가변적인 한국의 불평등한 현실이 가까운 미래에 미국의 협박과 북한의 핵무기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으로 폭발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컨트롤 타워이며 청와대 왕수석으로 불리는 김수현 사회수석이 이 경고를 새겨듣기 바란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강력한 보유세 강화안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당장 폐지할 것과 더불어 공시가격 현실화를 빠른 시기 안에 실행해 적어도 OECD 평균 수준의 보유세를 거두어야 한다.
김제완(oniva
10년 만에 다시 꺼내든 '종부세', 트라우마를 극복하자
[20대 국회의 개혁 입법③] ‘종부세 내는 삶을 꿈꾸는 사회’, 벗어나야 합니다
▲ 부동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보유세강화시민행동’ 출범 사진 참여연대는 국회가 불평등에 분노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만들기 위해, 여러 단체와 힘을 모아 부동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보유세강화시민행동’을 출범했다. ⓒ 참여연대
'월세 → 전세 → 자가'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는 기성세대에겐 통념이지만, 청년세대에겐 전설과 같은 이야기다. 요즘 같은 시대엔 출퇴근만 1시간 걸리는 수도권에서 사람답게 살만한 방의 보증금을 마련하는 것조차 어렵다.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고 가격이 폭등한다는 기사가 쏟아져도 집 없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체감할 수 없다. 각자 거주하는 공간을 부모세대는 '집'으로 여기지만, 자녀세대는 '방'으로 여긴다. 월급이 괜찮은 일자리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선 고시원마저 나쁘지 않은 옵션으로 여겨질 정도다.
심심할 때마다 '한푼도 안 쓰고 OO년을 모아야'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기사가 나온다. 당연히 OO안에 들어갈 숫자는 점점 늘어간다. 방 한 칸 겨우 얻어서 월세를 내는 사람들이 '어떻게 한 푼도 안 쓴다'는 가정을 할 수 있을까? 애초에 집을 사겠다거나 혹은 살 수 있다고 생각한 적도 없을 텐데.
종부세, 트라우마?, 금기어
그래서인지 고위공직자의 절반 가까이가 다주택자고, 세 명 중 한 명은 강남 3구에 산다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자료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그들은 자신의 집값이 꾸준히 오르도록 내버려 두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거나 혹은 신경도 쓰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런 감수성으로 다달이 방세를 바치는 집 없는 사람들이 겪는 애환을 제대로 헤아릴 수 있을까. 정부가 2018년 정기국회에 제출한 종합부동산세(아래 '종부세') 법안을 보면 그 의식 수준이 여실히 드러난다.
문제의 고위공직자들은 종부세를 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들이 종부세를 더 내지 않고 싶어서 정책을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갔을 거라고 믿긴 어렵다. 그깟 종부세를 배로 늘어봤자, 세입자에게 다달이 받을 수 있는 방세보다도 못한 수준일 테니까. 그보다는 고위공직자들이 종부세를 일종의 트라우마로 여긴다는 추측이 더 신빙성 있다.
참여정부를 무너뜨린 주범으로 지목받았던 종부세는 그동안 금기어 취급을 받았다. 2008년 헌법재판소는 부부의 자산을 합산해서 종부세를 부과하는 방식에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이어 MB정부가 세율을 낮추는 것으로 종부세의 시대는 저무는 듯했다. 자산가들의 숙원이 해결됐고, 박근혜 정부는 빚 내서 집을 사라고 부추겼다. 빚으로 집을 늘리는 다주택자만 더 늘어났다.
참여정부에서 문재인 정부까지의 종부세
참여정부는 2005년 다주택자에 대한 누진적 과세를 통해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1가구1주택 정책을 유도하기 위해 종부세를 도입했다. 종부세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따르면 토지의 가격 또는 이용가치와는 상관없이 강남이든, 강북이든, 시골이든 면적을 기준으로 부과했던 이전 부동산 보유세의 체계는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종부세와 함께 조세정의에 맞지 않는 과세체계를 바로잡았다는 점에서도 당시의 시도는 큰 의미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기간 동안 훼손된 종부세의 기능을 복원할 의지가 없었다. 정부는 월세를 내는 사람의 주거권을 방치하면서도, 제대로 세금도 부과하지 않는 월세를 얻는 사람을 잘 구슬려 임대차 제도를 투명화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에 대한 비판과 분노의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 정부는 10년 만에 종부세를 다시 꺼내들었다. 정부는 정치적 부담 때문인지 민간 전문가를 위주로 구성한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기획재정부에게 종부세를 강화하라고 권고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그 권고안조차도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가 종부세 개편안을 발표한 직후, 심상치 않은 결과가 나타났다. 모든 언론이 투기 세력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그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다급해진 정부는 부랴부랴 긴급 대책을 열어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종부세 개편의 경우, 최초안보다 강화하는 내용으로 수정해, 조건에 따라 주택에 부과하는 세율을 최고 3.2%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종부세에 대해 싸늘한 반응을 보였던 여당은 모든 의원이 서명한 법안을 국회에 새로 제출했다. 그동안 조용했던 야당 의원들도 종부세 개정안을 내놨다.
▲ 종부세 개편안 현행 종부세(0.5~2.0)에서 참여연대안(1.5~3.0)까지. 정부 최초안 1.5~2.8,이고 정부 수정안은 1.5~3.2 ⓒ 참여연대
시민의 분노와 정부의 변화
올해(2018년) 초만 해도 기대하기 어려웠던 놀라운 변화다.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 전문가들의 주장에도 끄떡 않던 정부가 시민들이 쏟아낸 분노에 움직였다. 보수·경제 언론은 정부·여당의 종부세 개편안이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처럼 과장하지만, 이는 참여정부보다 약한 수준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종부세 대상자의 하위 10%가 내는 평균세금은 3만 원도 되지 않는다. 종부세가 이전보다 크게 강화된다고 해도 웬만한 부자가 아니고서야 큰 영향을 받을 리도 없다. 10년 전과 달리, 시민들의 의식 수준도 매우 높아졌고 '종부세 폭탄론'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론은 정부의 수정안보다도 종부세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렴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0월 경향신문 창간 여론조사(*경향신문이 창간 72주년을 맞아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0월 2~4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표본오차는 무작위추출 전제의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 응답률 15.8%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링크1: https://bit.ly/2QP8KaS 링크2: https://bit.ly/2QU804D)에 따르면, 종부세 인상안을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43.4%로 가장 높았다.
문제는 종부세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야당의 입장이다. 종부세 개정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투기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거래세나 양도소득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대부분 ①'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사람들이 내야 할 종부세를 대폭 감면하자는 취지인데다 ②주택보다 불평등이 심한 토지에 대한 세금은 다루지도 않았다.
참여연대와 여러 시민단체·연구소가 2018년 9월 11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함께 발의한 종부세법 개정안은 정부·여당과 야당이 제출한 여러 법안이 가진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정부·여당의 안은 ① 세율을 조금씩 높이고 ② 주택을 3채 이상 소유한 사람 혹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특정 지역의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에 한해 세율을 더 높이겠다는 취지여서 다른 개정안 보다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일부 토지에 대해서는 세율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면에서 한계가 있다.
반면, 시민사회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안은 ① 주택의 수나 주택의 소재지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세율을 높이고 ② 토지에 대한 세율도 참여정부 수준으로 높이도록 했다.
▲ 부동산 관련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발언 “청년들은 방 한 칸에 살명서도 매달 50만 원씩 1년에 600만 원을 월세로 내고 있는데, 30억 원 부동산 가진 사람 종부세가 그것보다 적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 ?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 참여연대
'종부세 내는 삶을 꿈꾸는 사회'에서 벗어나야
물론, 올해 국회에서 여야의 타협으로 종부세 개편이 정부·여당의 안보다도 후퇴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참여연대는 국회가 불평등에 분노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만들기 위해, 여러 단체와 힘을 모아 부동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보유세강화시민행동'을 출범했다.
한국의 극심한 자산불평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종부세를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더해 세율을 높이는 개선안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동안 방치되었던 부동산 보유세와 관련된 여러 제도들을 개편하는 작업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세금은 실제 가격이 아니라 실제 가격보다 턱없이 낮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종부세의 근간이 되는 바로 '부동산 공시가격'을 바로잡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때문에 이 과정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과 힘이 절실하다.
'나도 종부세 좀 내보고 싶다'는 한 청년의 탄식이 잊히질 않는다. 종부세를 내는 게 꿈인 사회에서는 집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상위 1%의 부유층 외의 모든 사람이 불행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집이 없어도, 꼭 빚을 내서 집을 사지 않아도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홍정훈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
세금에 '폭탄' 합성, 보유세는 악마가 되었다 10.31
[왜 보유세인가 ②] 보수언론이 만든 보유세 프레임의 실체
수구언론이 만들어낸 프레임 중 대표적인 악질 프레임이 '보유세=세금폭탄' 프레임이다. 수구언론은 '세금'과 '폭탄'을 연결해서 극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냈는데 가뜩이나 세금에 부정적인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하지만 수구언론의 세금폭탄 프레임은 거짓말로 재벌-지주 동맹이 누리는 천문학적 부동산 불로소득을 옹호하고 이를 은폐하는 기능을 할 뿐이다. 차제에 보유세가 어떻게 구성돼 있으며 얼마나 걷는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대한민국의 보유세 수준은 어떤지를 살펴보려 한다.
그럼으로써 수구언론의 세금폭탄 프레임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거짓말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우선 보유세는 크게 국세인 종합부동산세와 지방세인 재산세로 구성되어 있으며 과세체계는 <표 1>과 같다.
▲ <표 1> 현행 보유세 과세 체계 자료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2018. 7. 6.) ⓒ 기획재정부
보유세의 세수추이는 <표 2>와 같은데 참여정부 시기 크게 늘어났던 종부세 세수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지나면서 격감했음을 알 수 있다. 근년의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이 종부세 형해화와 무관하지 않음을 추정할 수 있는 통계라 할 것이다.
▲ <표 2> 부동산 보유세 세수의 추이 (단위: 억원, %) 주: 2005년부터 보유세/지방세 비율은 종합부동산세를 분모와 분자 둘 다에 포함시켜 계산했음. 이는 종합부동산세의 대부분이 부동산 교부세로 지방에 지급된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그 전 시기와의 비교에 편리하다는 이점이 있음 자료: 국세통계(http://stats.nts.go.kr), 국가통계포털(http://kosis.kr), 전강수(2017) 재인용 ⓒ 이태경
아울러 종부세를 몇 명이 얼마나 내는지 보자. 2016년 현재 주택분 종부세는 273,555명이 3,208억 원을, 종합합산토지는 67,509명이 6,535억 원을, 별도합산토지는 7,953명이 5,554억 원을 각각 납부하며, 종부세 세수 총합은 1조 5,298억 원(농특세 포함하면 1조 8807억 원)이다. 한편 주택보유자 13,311,000명 가운데 고작 2.1%가 주택분 종부세 부과 대상자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보유세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어떤 수준일까?
대한민국의 GDP 대비 보유세 비율(2015년 기준)은 0.8%로 OECD 평균(1.12%)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보유세와 거래세를 합친 재산과세에서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평균은 69.8%인데 반해, 대한민국은 고작 28.7%에 불과할 정도로 기형적 구조다. <표 3참고>
▲ <표 3> OECD 국가의 보유세 부과 상황(2015년, 단위: %) 주 : 1) 보유세 = 4100 2) 재산과세 = 보유세(4100)+거래세(4400) 자료: OECD(2017) ⓒ 토지+자유연구소
또한 보유세 부담의 정도를 직접 보여주는 실효세율을 보면, 2015년 현재 OECD 주요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호주(0.31%), 캐나다(0.87%), 일본(0.57%), 영국(0.78%), 이탈리아(0.62%), 미국(0.71%)이고, 한국(0.16%)을 제외한 15개국의 평균은 0.39%이다. 한국이 주요 선진국의 1/3~1/5밖에 되지 않는다.
한 마디로 말해 대한민국의 보유세 수준은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참혹한 수준으로 낮다. 대한민국이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보유세를 높이기 위해선 갈 길이 아득한 것이다.수구언론의 선동처럼 대한민국의 보유세가 세금폭탄이라면 다른 선진국의 보유세는 핵폭탄에 해당할 것이다. 수구언론의 거짓선동에 현혹되지 않는 시민들의 집합적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이태경
덧붙이는 글 | '부동산불평등 해소를 위한 보유세 강화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매달 1600만원 '거저먹는' 이들... 일할 맛 안 난다
[왜 보유세인가 ①] 제대로 부과해본 적 없는 보유세 1023 오마이뉴스
한국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여 년간 경제성장률의 빠른 하락으로 고통받아 왔으나 실물경기 부진과는 달리 부동산 경기는 전반적으로는 불패 신화를 지속하고 있다. 국제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소폭의 가격 하락기도 있었지만, 부동산은 여전히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재테크 수단으로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하에서 실시된 부동산 경기부양정책은 한국경제를 다시 한 번 투기광풍에 휩싸이게 했고 더욱 교묘해지고 지능화된 투기세력들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을 조직적인 방식으로 무력화시켜왔다. 현 정부 들어 여러 대책이 시행되었는데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것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보증수표"라는 투기꾼들의 선동이 먹혀들며 좀처럼 부동산 투기가 잡히지 않았다.
부동산 투기를 잡지 않고서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논할 수 없다.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로또 당첨과는 다른 부동산 불로소득
우리나라의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 높은 편이다. 민간보유 부동산 시가총액은 GDP 대비 5.108배로 OECD 주요 14개국 평균인 3.675배보다 한참 많다. 이뿐만 아니라 전체 부동산에서 차지하는 토지의 규모도 60.6%로 OECD 12개국 평균 41.3%에 비해서 많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단순 계산해보면 주요 선진국들의 토지가격 총액이 GDP대비 약 1.5배인데 우리는 약 3배인 셈이다.
문제는 토지의 가격 상승은 자본 투자와는 상관없는 불로소득이라는 점이다. 아무런 노력 없이 창출된 불로소득, 불로자산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 많다는 것이 한국 경제의 큰 특징인데 이로 인한 과도한 지대의 발생이 문제일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불로소득 발생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서울시 제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내 100세대 이상 신축 입주아파트는 총 13개 단지인데 이 아파트들의 가격이 2015년 6월~ 2016년 5월 분양가보다 올해 입주 시기에 평균 5억 원 폭등했다고 한다. 가장 크게 가격이 오른 아파트는 10억 7500만 원이었으며 13단지 중 9단지는 현재 전세가격이 분양가격보다 같거나 추월한 것으로 조사됐다. 분양당첨 이후 입주까지 평균 2년 반 정도 기간에 월평균 1666만 원의 불로소득이 생긴 셈이다. 이러한 불로소득은 월평균 소득 563만 원(4인가구 기준)에 불과한 도시근로자들에게 크나큰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로또에 당첨된 것과 같은 것인데 너무 배 아파하는 것 아니냐고, 배가 아프면 똑같이 집을 사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로또당첨과 부동산 가격 급등은 다르다. 로또는 로또 맞은 사람의 부가 증가하는 것으로 끝날 뿐 로또를 사지 않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다. 정말로 배만 살짝 아픈 데 불과하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집 없는 사람들의 임대료 상승으로 귀결된다. 즉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집 없는 사람들로부터 부동산 소유자에게로 더 많은 돈이 정기적으로 흘러들어가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안호영의원실·한국도시연구소(2017)의 연구에 따르면 소득 대비 주거비가 1990년 이후 계속 상승해온 것을 알 수 있다. 1990년에 소득의 12% 정도이던 주거비가 2인 이상 전체 가구의 경우 2016년 22.7%에 이르게 되었고, 1990년 비슷한 수준을 보였던 2인 이상 청년 가구(만 35세 미만 청년이 가구주인 가구)는 2016년에 25.0%에 이르게 되었다.
부동산 가격 급등이 집 없는 사람들에게 큰 부담으로 돌아오게 되면, 굳이 큰돈을 들여 집을 살 필요를 못 느끼던 사람들도 집을 사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투기 세력에 의해 시작되었더라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하면 이 사람 저 사람 부동산 매수 대열에 동참하게 되고 이러한 움직임이 부동산 가격 전체를 올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너도 나도 로또에 당첨돼 보겠다고 그 대열에 들어서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소액으로 살 수 있는 로또와 달리 부동산 매수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다. 가계부채 급증이라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게다가 로또에서는 모두의 당첨 확률이 동일하지만, 전 국민이 부동산 투기에 나서는 순간 가장 큰 이익을 누리는 사람은 다주택자들이다. 국민들이 알아서 가격을 올려주니 말이다.
망국병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공급이 부족해서일까? 현재 주택보급률이 이미 100%에 달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부족이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전체적으로 공급이 부족하지 않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오히려 미분양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지역적인 차이는 있다. 지방은 가격이 하락하고 미분양도 나타나는데 서울은 가격이 급등하며 미분양의 문제도 없다. 그럼 서울은 공급부족이고 지방은 공급초과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지역별 주택보급률을 살펴보면 서울도 거의 100%에 이른다는 점에서 공급 부족이 서울의 주택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서울의 주택 가격이 급등하니까 지방 거주자들의 서울 주택 매수가 발생하여 현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투기로 움직인다는 말이다.
시장경제인데 사람들이 자유롭게 투자를 하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부동산 투기는 부동산 영역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는 근원이라는 것이 문제다.
부동산 투기에 온 국민이 몰두하다보니 자금이 부동산 분야로 집중되어 실물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 손쉽게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있는데 누가 고위험의 산업 투자를 하려고 하겠는가?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또한 기업의 임대료 부담을 늘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 실물 투자가 일어나지 않고 기업 활동이 위축되니 고용이 저조해지고 성장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현재의 고용부진 사태의 근원도 결국은 주력 제조업에서의 투자 부진, 그로 인한 경쟁력 상실, 고용 감소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부동산 붐이 일어나면 부동산 건설 붐이 발생한다. 부동산 건설 붐도 일종의 실물투자이므로 건설부문에서 고용도 창출되고 이것은 경제 성장에 당장 도움이 되기는 한다. 이러한 이유로 경기가 부진해질 때마다 단기 처방을 원하는 정부는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서고자 하는 유혹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부동산 건설 붐은 보통은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수준으로까지 진행되어 자주 미분양으로 이어지고 이후 대출 금융기관에 어려움을 야기하는 등 경제에 연쇄적인 충격을 미치게 된다. 부동산 건설 붐은 실물 경기가 좋을 때는 경기를 더욱 과열시키고 실물경기가 나쁠 때는 더욱 침체시켜 사회의 안정성을 위협한다.
부동산 불안정은 정부의 정책마저도 왜곡한다. 부동산에 많은 자금이 투자되고 특히 부채로 자금이 조달되었다면 정부로서는 과도하게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 가격이라도 이를 정상 수준으로 낮추는 정책에 주저하게 된다. 연쇄적으로 미칠 충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또한 과도하게 높은 부동산 가격은 정상적인 주택정책도 어렵게 만든다. 공공임대주택을 지으려고 해도 토지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서 비용이 많이 들며, 임대료 규제를 하려고 해도 그 수준을 통제하기 어려워지며, 자가주택보유율을 올리려고 해도 가격이 급등한 상태에서는 그것 자체가 새로운 가계부채 폭증의 원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부동산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정책 목표이다. 최근 단기간에 급등한 일부 부동산은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정상이며, 전체적으로는 더 이상 투기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임대료 부담 계층과 수입 계층 간 소득 양극화를 야기할 뿐 아니라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가 저출산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고 저출산의 많은 요인 중 주거비 증가가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투기, 그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은 한국 사회의 근본적 문제다.
근본 대책은 보유세 강화
부동산 투기를 막는 근본적인 대책은 보유세 강화다. 부동산 투기가 토지가격 상승을 통한 불로소득 기대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토지로부터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보유세 형태로 걷는 것이 부동산 투기를 막는 근본대책이 된다.
양도세도 일정 기간 동안 증가한 토지가격의 상승을 거두어들이는 세금이지만 완벽한 대책은 되지 않는다. 지금도 양도세가 존재하지만 부동산투기는 계속 일어난다는 점에서 보유 자체의 비용을 높이는 보유세 강화가 필요하다. 금융대출규제 강화는 대출을 통해 레버리지를 높여 부동산 투기에 나서는 것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자기 돈으로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것까지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형평성 면에서도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자금력이 있든 없든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보유세 강화를 통해서 회수하게 된다면 아예 부동산 투기 현상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보유세 부과가 주택 가격 상승, 그 자체를 막는 것을 목적으로 삼지 않을뿐더러 목적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보유세는 '투기'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주거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 투입된 자본이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자본 투자는 오히려 장려해야 하고 그로 인한 가격 상승은 정당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아무런 자본 투입이 없는데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이 경우는 토지 가격이 상승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경우이며 그러한 토지가격 상승은 지대소득, 매매차익 등 불로소득으로 이어진다.
부동산 보유에 대한 적절한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지난 20여 년간 소득세에 비해 재산세에 대한 과세가 지속적으로 약화되어온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래 그림은 국민소득에 대한 소득과세액, 재산총액에 대한 재산과세액, 부동산시가총액에 대한 부동산 재산과세액 부담 추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소득에 대한 세부담은 높아진 반면 재산에 대한 세부담은 낮아져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재산보유에 대한 부담이 약화된 것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하나의 중요한 원인이 되어 왔을 것이다. 세원 간 형평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보유세는 강화되어야 한다.
▲ [그림] 과세유형별 세부담 추이(재산과세의 과세대상은 부동산, 운송수단, 권리증서 등도 포함) ⓒ 한국지방세연구원 이선화 박사
보유세는 다른 조세에 비해 경제에 미치는 왜곡효과도 작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토지의 공급량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보유세를 올려도 토지 공급량이 줄어드는 일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유세 부담을 높일 경우 토지 공급량은 줄어들지 않는 반면 토지를 보유하는 것이 더욱 부담스러워질 것이기 때문에 토지 소유자들은 토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하게 되거나 그럴 자신이 없다면 토지를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된다.
즉, 보유세는 투기로 인해 토지가격 상승하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장려하는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이다. 투기가 멈추게 되면 토지 사용이 이전보다 훨씬 저렴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경제에 활력이 돌게 될 것이다.
보유세를 부과해도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그 근거는 미약하다. 지금까지 보유세를 제대로 부과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러한 점이 보유세 강화야말로 부동산 투기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단임을 기대하게 한다.
참여정부 시기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되고 공시가격 현실화가 추진되는 듯했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이러한 노력들은 다시 무력화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실물경기와 괴리된 부동산 광풍의 발생이다. 부동산 관련된 모든 대책들이 중요하고 종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하지만,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 대안은 보유세 강화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참고문헌]
안호영 의원실, 한국도시연구소(2017), 지난 정부의 주거비 상승에 대한 실증 분석을 통해 본 문재인 정부의 과제
보유세 강화, 한반도 통일을 위한 필요조건 10.05
[주장] '노동 없는 부' 중독자들에 의한 거대한 도박판으로 변하게 될 것
국가 멸망의 징조, '노동 없는 부'
인도의 성자 간디는 국가멸망의 징조로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지식', '도덕성 없는 상업',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종교'라는 7가지 사회악을 꼽았다. 돈 놓고 돈 먹기 방식의 '거대한 도박'인 부동산투기는 7가지 사회악 중 '노동 없는 부'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부동산으로 왜 이렇게 돈이 몰리는 것일까?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2015년 10월, 5억 1천만 원에서 2018년 9월, 7억 8천만 원까지 치솟았다. 1년에 9천만 원씩 오른 꼴이다. 지난 3년간 서울에 아파트를 갖고 있었던 사람은 1년에 연봉 9천만 원씩 받는 격이다. 2016년 상위 10%의 1인당 근로소득 평균이 9300만원이었으니 서울 목 좋은 곳에 아파트 한 채 정도 있으면 대한민국 상위 10%의 연봉이 부럽지 않다. 베팅을 잘했을 때 대한민국 상위 10%의 연봉을 해마다 얻을 수 있다. 이쯤 되면 빚을 내서라도 서울 아파트는 살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2017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대한민국 근로소득자의 평균 연봉은 3370만원이라고 한다. 1년 동안 열심히 일해도 3천여만 원 버는데 목 좋은 곳에 집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1년 연봉의 3배를 번다면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근로의욕은 사라지고 사행심이 들끓는다. '노동 없는 부'는 나라 전체를 거대한 도박장으로 변질시키기에 '노동 없는 부'가 국가 멸망의 징조라 하는 간디의 말은 과언이 아니다.
보유세 강화, 평화로운 한반도 통일을 위한 밑거름
한번 '노동 없는 부'의 맛을 들이면 세상 모든 땅과 집이 도박의 판돈으로 보인다.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무르익을수록 대한민국의 '노동 없는 부' 중독자들의 시선은 '지상 최대의 노다지' 한반도 북쪽으로 쏠린다.
지난 4월,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접경지역의 땅값이 들썩거렸다. 평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을수록 '노동 없는 부' 중독자들은 북진한다. 아직까지 제도적으로 북한의 부동산시장에 접근할 길이 막혀있지만 북한의 개혁개방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부동산시장을 개방한다면 대한민국의 '노동 없는 부' 중독자들에 의해 북한의 부동산은 초토화될 가능성이 높다.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서독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었고, 동독은 남한의 1인당 국민소득 5천 달러를 넘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독일 통일 과정에서 토지문제와 화폐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경제의 어려움을 겪으면 독일은 '라인강의 기적'에서 '유럽의 병자' 취급을 받았다.
남한의 천민 자본주의, 돈 놓고 돈 먹는 카지노 자본주의의 핵심인 부동산투기의 독소를 제거하지 못한 채 북한의 개혁개방과 남북 교류를 맞이한다면 북한은 남한의 '노동 없는 부' 중독자들에 의해 거대한 도박판, 거대한 다단계로 변하게 될 것이다.
'노동 없는 부'에 중독된 이들을 해독하지 않으면 한반도 평화의 종착점인 통일 한국은 국가멸망을 여는 헬게이트가 될지도 모른다. '노동 없는 부'에 중독된 이들에 대한 해독제는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여 '노동 없는 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보유세 외에는 다른 방안이 있을까? 평화의 문을 연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의 터를 닦아주길 기대한다./이성영(daybreaker81)
'쪽집게 강사'까지 등장한 '이동식 도박장' 어쩌나 10.27
[주장] 부동산 시장, 계획해서 찍고 가격 올리고... 보유세 강화로 해법 찾아야
▲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종합 부동산대책을 하루 앞둔 9월 1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시세가 붙어 있다. 한편 이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3조4천억원 증가했고 이는 지난해 7월(4조8천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이로써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91조1천억원으로 불어났다. ⓒ 연합뉴스
부동산을 둘러싸고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부동산 투기를 효과적으로 잘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전국 곳곳의 아파트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10월 23일 PD수첩의 보도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 강사가 정부의 규제가 닿지 않는 집값이 오를만한 지역을 찍어주면 수강생들은 돈을 들고 움직인다는 것이다.
실제 광주 봉선동은 지난 1년 사이에 집값이 50~100% 이상 올랐고 6개월 사이에 8억 9천만 원에서 14억 원으로 오른 아파트도 있다고 한다. 대전 둔산동, 경기도 부천 등 스타강사들이 언급한 지역은 특별한 개발 호재가 없음에도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
다단계 사기와 부동산 투기의 닮은 점
스타 강사들은 자신은 부동산 흐름을 분석해서 오를만한 지역을 알려주는 것이지 자기의 말로 인해 가격이 오른 것은 아니라고 부인한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자기실현적 예언의 성격이 있어 다수의 시장참여자들이 오를 것이라 기대하고 행동을 취하면 가격은 오른다.
주택은 수요가 늘어나면 공급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컴퓨터, 자동차 등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일반상품과는 다르다. 토지의 공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빠르게 주택 공급을 늘리기 어렵다. 갑자기 수요가 늘어 가격이 급등해도 주택을 빠르게 공급해 가격을 낮추기가 어려운 부동산 시장은 투기에 노출되기 쉬운 태생적 특징이 있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지대추구형 부동산 투자, 즉 부동산 투기는 다단계 사업과 비슷하다. 지대추구형 부동산 투자는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 싶으면 너도 나도 뛰어들어 한창 거품이 발생하다 추격매수가 없으면 순식간에 가격이 고꾸라진다. 신규투자자가 없으면 금세 사업이 망하는 피라미드형 다단계 사기와 유사하다.
다단계 사기보다 부동산 투기가 더 악성인 이유는 투기에 참가하지 않고 지역에서 열심히 일하며 생활하던 세입자들은 갑작스레 폭등한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살던 곳에서 쫓겨나게 되기 때문이다. 다단계 사기는 다단계에 참여한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반면 삶에 필수적인 재화인 부동산으로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부동산 투기는 투기에 참가하지 않는 일반 서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다.
아파트가격 폭등을 부동산 전문강사와 수강생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더 큰 책임은 시장의 룰을 만드는 정부에 있다. 사회의 발전에 아무런 기여는 하지 않으면서 공동의 부에서 자신의 몫을 극대화하려는 '지대추구'가 합법인 사회에서 남들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지대추구를 하는 사람들만 나무랄 수는 없다. 약삭빠르게 지대추구를 하는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지탄하기보다는 지대추구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가 할 일은 시장의 규칙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지대추구 금지라는 규칙은 제대로 만들지 않은 채 시장참여자들의 지대추구가 극심한 지역에 대해 '여기는 안 돼, 저기는 안 돼'하며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지역 등으로 묶는 사후대처방식으로는 시장참여자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1100조 원 이상의 유동자금이 존재하고 수천만 원으로도 갭투자가 가능한 지역이 있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만으로는 여유자금 소유자들의 지대추구 욕망을 막을 수 없다. 부동산 스타 강사들은 여유자금을 가진 시장참여자들을 정부의 규제를 피해 투자할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하고 있다. 시장참여자들의 뒤꽁무니를 쫓는 방식의 규제로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보유세를 강화하여 지대추구의 근원인 토지불로소득을 원천적으로 제거하지 않은 채 어떤 정책을 사용한다 해도 시장참여자들은 교묘히 정부의 규제를 피해 전국 곳곳을 거대한 도박장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거대한 도박장'을 막을 시간, 많지 않다
PD수첩의 보도에 따르면 부동산 스타강사 수강생의 절반 이상이 20~30대라고 한다. 시중의 서점에는 지대추구 요령을 알려주는 부동산 투자 혹은 투기 관련 책들이 넘쳐난다. 점점 더 많은 20~30대 흙수저 청년들이 부동산에 눈을 뜨고 있다. 청년들은 저성장이 뉴노멀이 된 우리 시대 유일한 자수성가의 길을 부동산 투기로 보고 있다. 초등학생의 꿈이 건물주인 사회, 청년들이 지대추구로 몰리는 사회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 점점 더 많은 20~30대 청년들이 지대추구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부동산 투기의 막차를 타서 상투를 잡고 하우스푸어가 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한 번에 수천, 수억을 버는 부동산 투기에 맛을 들이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인 일상의 노동으로 2백~3백만 원을 버는 근로소득자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한번 강원랜드에 발을 들인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처럼 부동산 투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적은 돈으로도 부동산 투기를 가능하게 만들어 전국을 이동식 도박장으로 만든 일차적인 책임은 부동산으로 경기부양을 하기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시키고,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금리까지 낮춘 '이명박근혜' 정부에 있지만 보유세를 강화하여 이동식 도박장의 확산 흐름을 제대로 막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PD수첩> 보도에 따르면, 강남 아파트 소유자의 실거주 비율은 34%다. 이 사실은 강남의 아파트가 실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아니라 투기상품, 도박상품으로 전락했다는 의미다. 이러한 흐름이 강남, 서울을 넘어 전국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땀의 가치를 경시하고 올라가는 땅의 가격만을 좇으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회적 분위기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땀 흘려 일한 사람이 대우를 받는 사회의 초석은 모두가 함께 노력하여 만든 땅의 가치는 모두가 향유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보유세를 강화하여 땀의 가치는 땀 흘린 이에게, 땅의 가치는 모두에게 돌아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과 청년들이 두려움 없이 진취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이성영(daybreaker81)
부동산 문제 해결 없이 '포용국가'는 난망 11.4 프레시안
[기고] 불공정과 불평등의 핵심은 '부동산 불로소득'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포용국가'를 핵심키워드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며 포용국가를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노력으로 우리는 '잘살자'는 꿈을 어느 정도 이뤘으나 '함께'라는 꿈은 아직 멀기만 하다"며 "우리는 경제적 불평등 격차를 줄이고 더 공정하고 통합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는데 적확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문 대통령은 포용국가를 "사회안전망과 복지 안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나라, 공정한 기회와 정의로운 결과가 보장되는 나라, 국민 단 한명도 차별받지 않는 나라"라고 정의하면서, 포용국가를 '정부가 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 불평등이 그대로 불공정으로 이어졌다"며 "불평등과 불공정이 우리 사회의 통합을 해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기에 이르렀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포용국가' 강조하며…"불평등 키우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어")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포용국가 모델이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길이며,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나라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적확하고, 큰 틀에서의 방향도 타당하다.
다만 문 대통령에게 꼭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포용국가가 성공하려면,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가능하려면 부동산 문제 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그 조언이다.
대통령도 근래의 지지율 폭락이 무엇 때문인지 똑똑히 알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수직으로 추락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서울 집값 폭등이었다. 2015년에 346.2조 원(GDP의 22.1%), 2016년 374.6조 원(GDP의 22.9%)이 각각 발생한 천문학적 부동산 불로소득 규모가 말해 주듯 부동산 문제 해결 없이는 소득주도성장도, 혁신성장도, 공정경제도 불가능하다. 소수의 재벌과 지주들이 가만히 앉아서 사회구성원들이 피땀흘려 만든 부를 합법적으로 약탈하는 마당에 혁신과 공정이 가능할리 없으며, 임금 보다 주거 비용이 훨씬 가파르게 오르니 소득주도성장도 공염불이다.
부동산을 기준으로 신분이 정해지고 정해진 신분이 세습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니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평등 운운하는 슬로건은 문학적 수사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을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만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하기 짝이 없다. 만시지탄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라도 부동산의 중요성에 눈을 뜨길 간절히 소망한다. / 이태경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
사립유치원 비리 후폭풍 속…또 “사유재산” 총대 멘 최도자 11.5 한겨레
비리유치원 파장속 “부적절” 논란
학부모 “비영리 학교 분명히 해야”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도자 의원 블로그
‘사립유치원 비리’ 후폭풍이 여전한 가운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 정책 질의에서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이 사립유치원을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해 비판이 일고 있다. 최도자 의원은 5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유아 교육이 처음 시작할 때 정부에서 다 감당하지 못하니 민간에 많이 의지했고 민간에 장려했다”며 “그런데 지금 공교육을 활성화하려다 보니 민간에서 자기의 재산을 조금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씀들을 하시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최 의원은 “민간 분들이 정말 유아교육에 뛰어들 수 있도록 정부가 장려했고, 개인이 많게는 20억~30억원, 적게는 10억원 이상 투자했을 텐데 개인의 재산을 전혀 인정 안 해준다면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낙연 총리는 “민간의 보육 사업에는 공공성과 동시에 사유재산 보호의 양면이 있다”며 “양쪽에 대한 지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교육기본법상 사립유치원은 공공성을 띠는 ‘학교’로 분류된다. 시설을 갖추고 공공성을 지킬 것을 전제로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 설치되는 학교이며, 영리시설이 아니다. 사립유치원 설립자는 이를 약속하고 유치원을 세우는 것인데, 그동안 사립유치원 쪽은 유치원을 ‘사유재산’이라 주장하며 수익 대상으로 여겨왔다.
최 의원과 이 총리의 ‘사유재산 보호’ 발언은 비리 유치원 파장 이후 사립유치원들의 ‘반발 폐원’ 움직임 등에 부모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하는 엄마들’의 문경자 활동가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공보육을 책임지는 유아보육 및 교육 기관으로서 정부에서 허가를 받아 운영하고, 그런 기관들은 수익을 내지 않는 비영리법인으로 등록돼 있다”며 “보육사업과 교육사업의 원래 설립 취지를 이 총리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전국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 회장,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부회장 등을 거쳐 국회에 발을 디뎠다. 지난해 대선 직전인 4월11일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사립유치원장들이 모인 행사에 가서 “(국공립) 대형 단설 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겠다”고 발언했다가 학부모 유권자들의 질타를 받은 바 있는데, 당시 최 의원은 자신의 제안에 따라 안 후보가 해당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의당만 반대하는 '협치'의 현실 11.5 프레시안
심상정 개인기만 쳐다보는 선거제도 개혁?
여야가 예산 정국의 첫발을 협치 공감대로 뗐다. 5일 청와대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첫 번째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가동했다. 비슷한 시간, 국회에선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들의 월례회동인 '초월회' 모임이 열렸다.
새해 예산안과 정기국회 법안 처리를 앞두고 대통령과 여야 대표, 국회의장과 원내대표들이 머리를 맞댄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당초 예정됐던 100분을 훌쩍 넘어 158분 동안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치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협치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협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좀 실질적인 협치의 틀로 작용을 해야만 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한 번의 만남으로 모든 게 일거에 이뤄질 수 없겠지만 지금의 민생 상황 등이 급박하다는데 정부와 여야가 인식을 같이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평가했다.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분기에 1번(3개월에 1번) 열리는 정례 모임이다. 여야 간극이 큰 첨예한 현안들을 논의한다. 제도의 속성 상 청와대 권력이 강하게 작동하는 정치풍토에서 야당이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여야정 협의체의 상설화, 정례화는 그 자체로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1차 회의에서 보여준 한계 또한 분명했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어느 쪽도 과반을 점유하지 못한 5당 체제의 갈등선이 다양하게 그어졌다.
회의 후 발표한 12개 항으로 구성된 합의문에는 '~을 위해 노력한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각 당의 요구사항을 망라해 담아냈지만, 이견이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문재인 아젠다'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합의조차 '초당적으로 협력한다', '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한다' 등 모호하게 처리했다. 이 합의만 보면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은 기약이 없다.
구속력 있는 합의는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는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각종 규제완화법 추진에서 나왔다. 탄력근로제와 관련해 합의문은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보완 입법 조치를 마무리한다'고 보다 분명한 표현을 담았다. 규제완화 문제도 '규제혁신 관련 법 및 신산업 육성을 지원하는 법(4차 산업혁명 관련법 등) 처리를 적극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이 두 가지 항목에는 정의당만 '의견을 달리한다'는 소수의견을 달았다.
합의문을 종합해 볼 때, 불법촬영 유포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법안, 강서 PC방 대책 후속 입법, 음주운전 처벌 강화 법안, 아동수당법 개정 등 사회적 이견이 크지 않은 내용을 제외하면, 갈등 쟁점인 한반도 현안은 답보했고, 경제노동 분야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보다 크게 보수화했다.
원전 정책에서도 한국당은 '원전기술력과 원전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한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담는 성과를 거뒀다.
결과적으로 이날 처음 실질적으로 가동된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촛불 정국 이전에 구성된 보수 우위의 국회 지형을 재확인했다. 촛불 지형과 국회 지형의 엇박자는 2020년 총선까지 필연이다.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문 대통령도 경제적 난국을 인정한 터라, 시간이 갈수록 여권과 보수야당 사이의 타협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재조정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협치를 통한 국정운영'을 표방하며 가동한 여야정 협의체의 역설이다.
그럼에도 협치의 제도화, 실질적 협치의 바탕이 되는 선거제도 개혁 문제는 원론적 합의에 그쳤다. 합의문을 통해 여야는 '선거연령 18세 인하를 논의하고,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강하게 요구했고, 문 대통령도 선거연령 인하를 "합의문에 꼭 넣어달라"고 힘을 실었다고 한다. 이날 초월회 모임에서 여야 5당 대표들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연말까지 개혁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 합의했다.
선거연령 인하를 포함해 선거제도 개혁에 관해 여야가 공감대를 모아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바탕이 되는 국회의원 정수 증원 문제에 대해선 반대 여론의 눈치를 보며 정개특위 논의 사항으로 미뤄뒀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해 비례성이 발휘되도록 하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의석수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하는데 정개특위에서 심도 있게 논의를 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의원수 증원에 반대하는 현실에서 민주당마저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의원의 '개인기'만 쳐다보고 있는 셈이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다원적 국회구성이 협치의 근간이다. 거대 양당만 수혜를 보는 현재의 선거제도를 방관하면, 2020년 총선 뒤에도 문재인 정부의 협치는 촛불 민심과 어긋난 보수적 타협의 틀을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1%가 여의도 1000개 소유...사막에 나무 심는 청년들 11.6 프레시안
[복지국가SOCIETY] 양극화 사회의 무기력한 정책들
베이비부머의 자식 세대에서 시작됐다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삶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다. 불확실성을 넘어 불가능한 미래에 투자하는 대신 당장의 소소한 일상에서 위안을 찾겠다는 의지다. 소박한 삶의 방식처럼 보이지만, 실은 살아남기 위해 고안된 최적화 방식이랄까?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우리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시도해볼 무대가 사라진 지도 오래되었다. 생존의 기반인 취업 시장에서 배제되는가 하면, 어렵게 취업을 해도 결혼, 출산, 주거 등 삶의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과연 청년의 역동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청년들에게는 실수도 허락되지 않으니 무모한 도전과 실패도 용납되지 않는다. 용기 있는 도전은 청년기의 고유한 상징이었지만 이미 우리 사회에서 진부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양극화 위의 정책 실행은 사막에 나무심기
우리나라 상위 1%가 보유한 주택의 총 공시가액은 182조 원으로 보유한 평균 토지 면적은 여의도의 1000배가 넘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0년간 재벌 등 상위 10% 그룹이 보유한 토지 면적도 2배 가까이 늘어 판교 신도시의 1000배, 여의도의 3200배 규모가 되었다. 개인이 보유한 토지는 6% 줄었다는데, 상위 1%에게 집중된 점을 감안하면 서민들의 보유 면적은 더 감소한다. 최근 정부가 이런 심각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가 국민들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토지의 독점은 부의 양극화를 견인하면서 이 사회의 모든 기능을 마비시킬 정도가 되었다. 이런 조건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경제・복지 정책도 무기력해지고 효과를 내기 어렵다.
극소수에 편중되어 순환되지 않는 돈뭉치가 부동산으로, 임대업으로 몰리면서 경제 활동과 무관한 부동산 가치만 폭등시키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아무리 씀씀이를 줄여도 결국 3포, 5포에 이어 꿈과 희망까지도 포기해야 하는 심각한 구조다. 부자에게 쏠리고 있는 '부'의 크기는 곧 서민들이 감당해야 할 '포기'의 무게다.
얼마 전 '문화공간 온'이라는 시민들이 만든 카페에서 '결혼, 출산, 세대격차'라는 주제로 시사토크쇼가 열렸다. 현직 기자가 시민들과 함께 해당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는데, N포 세대가 포기할 항목은 더 있었다. 바로 척박한 교육 환경, 그들이 어린 자녀들에게 물려줄 것은 자신들이 줄곧 겪어온 그 무지막지한 '경쟁'의 전쟁터뿐이라는 사실이다. 양극화라는 욕망의 뿌리가 모든 자양분을 빨아들인 채 줄기로 가는 공급을 멈추고 있는데, 무슨 수로 젊음의 이파리에서 파란 광합성을 기대할 것인가. 사막에 나무를 심는 격이다.
양극화의 주범인 '지대 추구 행위'는 부동산 정책과 맞물려 있다.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노동과 자본 격차도 심각
또 다른 불공정 경쟁의 토대는 불균형한 '노동과 자본 간 분배율'이다.
2016년 우리나라 상위 1%의 배당소득은 약 75%, 이자소득은 45%에 이르고, 상위 10%까지 내려오면 배당소득은 약 94%, 이자소득은 92%다. 반면 근로소득으로 보자면 상위 1%는 약 9%, 상위 10%까지는 37%에 이른다. 상위 1%는 노동을 거의 하지 않고 다른 노동자들의 노동력으로 살고 있다는 뜻이다. 즉 자신이 소유한 '부'를 손대지도 않은 채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에 영세 자영업자들 임대소득까지 노동의 결과물을 챙겨가고 있다. 결국 상위 1%~10%가 가만히 앉아서 나머지 99%~90%의 노동력을 부리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 신분제 사회와 다를 바 없다.
양극화의 고리는 노동 현장에서 다시 세분화되고 체계화된다. 상위 1%의 지배를 받는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다시 정규직・비정규직 간, 남성・여성 간, 학력 간에 소득 구간이 달라지고 격차는 더 벌어진다. 기업은 어떤가? 대기업이 중견기업을, 중견기업이 영세기업을 불공정 하도급 형태로 줄줄이 착취해 내려가면서 골목 상권의 자영업자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경제활동의 파이 중 상당 부분은 극히 일부에게 축적되고 그만큼 노동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결국 파이는 작아지고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악순환이다.
'2018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리처드 윌킨슨 교수는 불평등 사회에서는 자존감 대신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과시적 소비 경향과 함께 소비를 부추기는 소비주의, 과소비 현상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불평등 국가일수록 건강・사회 문제가 심각해지고 아동의 웰빙 수준 악화, 정신질환 유병률・수감률 증가, 상호 신뢰도 하락과 같은 부정적 현상도 심화된다. 또한 불평등으로 인한 이런 현상들은 여성・남성, 약자・강자, 심지어 부모에 대한 증오감까지 사회 전반적인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강조한다.
ⓒ아시아미래포럼
한국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노인 빈곤율 1위 등 불평등으로 인한 각종 부정적 지표들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의 남녀 간 갈등, 미투 상황, '을'들 간 갈등도 불평등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불평등 구조를 개선해나갈 가장 중요한 정책은 물론 교육 정책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부의 집중화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는 한 경쟁자들 간의 기회의 불평등을 다소 완화할 수 있을 뿐, 근본적 문제인 왜곡된 파이를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정책 효과를 기대한다면 양극화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돈이 아닌 인간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실현할 교육 환경을 바란다면 양극화, 부의 불평등 기반부터 고쳐야 한다.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는 불평등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정치였으며, 우리는 정치를 통해 불평등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해결의 열쇠는 결국 유권자에게 있으며, 유권자가 정부와 정치권에 영향을 미쳐야 불평등 구조를 개선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그 효과를 가볍게 집어삼키는 이런 환경을 언제까지 방치하고 땜질 처방만을 계속할 것인가. 과정에서 공정한 분배 관리와 사후의 세제를 통해 불평등 기반을 시정해가야 한다. 모든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현실화와 경제활동 과정의 모든 불공정 행위 근절, 이 두 가지 기본 정책부터 다져야 한다. 그래야 부처별 훌륭한 정책들이 비로소 빛을 보고, 그 효과도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 김진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태극기세력 모으는 극우 개신교 "문재인은 간첩, 퇴진 운동 나선다" 116 오마이뉴스
전광훈 목사 등 개신교 중심의 통합 선언, 17일 광화문서 대규모 궐기대회 예고
▲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지난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위한 국민총궐기 대회 사전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전 목사는 "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은 국민 앞에 나서서 전향했다는 것을 밝혀주시라. 그렇지 않다면 당신들의 정부를 그냥 둘 수 없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탄핵할 것을 제안한다"라고 말했다. ⓒ 유튜브 방송 캡쳐
일부 극우 개신교계가 문재인 대통령 퇴진운동의 전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불복 운동을 벌이고 있는 태극기 집회 세력들과도 함께 연대할 계획이라고 밝혀 이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첫 일정도 잡았다. 이들은 오는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총궐기 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는 극우 개신교와 태극기 부대의 '결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내년 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의원은 지난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최근 태극기 부대가 조직적으로 한국당에 책임당원으로 입당해 당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분석에 대해 "태극기 부대가 아니라, 특정인이 내년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특정 종교 세력을 대거 입당시키는 것"이라고 밝힌 바도 있다. 여기서 특정 종교 세력은 사실상 개신교를 의미한다.
지난 5일 <뉴스앤조이> 보도에 따르면, 문 대통령 퇴진 총궐기의 중심에는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있다. 전 목사가 이끄는 청교도영성훈련원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총궐기 대회 사전행사를 열어 이러한 뜻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변승우 목사(사랑하는교회), 김문수 전 경기지사,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 <펜앤드마이크>의 정규재 대표 등이 참석했다.
전 목사는 세월호 참사 관련해 "사고 난 건 좌파, 종북주의자들만 좋아하더라" 등의 막말로 물의를 빚었던 인사다. 그는 특히 19대 대선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지난 5월 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이후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석방된 바 있다.
그가 이끄는 청교도영성훈련원도 지난 8월 15일 광화문광장에서 '건국 70주년 기념식 및 8.15 국가해체세력 규탄 범국민대회'를 연 주체이기도 하다. 당시 이들은 "청와대 내의 모든 주사파 세력들이 힘을 잃고 뿌리가 뽑히고 자멸하게 될지어다" 등의 기도를 하는 등 문재인 정부 규탄에 앞장섰다.
이날 사전행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간첩이다", "탄핵을 제안한다", "민족반역자" 등의 거친 발언이 쏟아졌다. <오마이뉴스>는 행사 당시 참석자들이 촬영한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도 이를 확인했다.
"대규모 집회 성공시키려면 애국 기독인들이 중심이 돼야"
▲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 등과 태극기 집회 주최 측 등이 지난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위한 국민총궐기대회 사전행사를 열었다. ⓒ 유튜브 방송 캡쳐
전광훈 목사는 이 행사에서 "감옥 갔다와서 몸도 안 좋고 해서 좀 쉬었다가 애국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여기 계신 여러 애국동지 대표들이 집을 찾아왔다"라며 자신이 전면적으로 문 대통령 퇴진운동에 나서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지금 애국운동 상태를 살펴보면, 항상 큰 대회를 할 땐 기독교 교회 단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는데, 현재 탄핵으로 일어난 태극기 전사들이 굉장히 가라앉고 있다더라. 특히 태극기 집회가 점점 소멸돼 앞으로 2년 후면 거의 없어질 것이라며 저보고 지원해달라고 했다. (중략) 기도하는 중에 결단을 내렸다. 고영주 변호사가 함께 하면 하겠다고 했다. 고 변호사가 말하시길, '무조건 목사님 하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전 목사는 문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간첩인 신영복을 제일 존경한다고 했다. 대학 다닐 때 월남 패망하는 모습을 보고 희열을 느꼈다고 자서전에 말하고 있다"라며 "그 외에 수많은 어록을 살펴보면 그 분(문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로) 전향한 흔적이 전혀 없다. 오히려 전 세계를 다니면서 북한의 김정은을 도와달라고 애걸하고 다닌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과 언론의 동의 없이 혼자서 38선을 넘어서 김정은과 밀담을 하고 오는 대통령이 어디있나. 이것은 곧 간첩이다"라며 "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은 국민 앞에 나서서 전향했다는 것을 밝혀주시라. 그렇지 않다면 당신들의 정부를 그냥 둘 수 없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탄핵할 것을 제안한다"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사형해야 한다", "간첩이다" 소리치며 이에 호응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지냈던 고영주 변호사는 영상 인사를 통해 같은 주장을 펼쳤다. 고 변호사는 "억지·사기 탄핵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는 바람에 지금 목도하시는 것처럼 국가해체·경제파탄·영토포기·국군무장해제 등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다"라며 "저로선 뻔히 알면서도 이런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 이 책임을 다소라도 면하기 위해 하루 빨리 이 무도한 반역정권을 퇴진시켜야 한다고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기독교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일한 희망인 태극기 집회는 사분오열돼 있고, 향군·경우회·자유총연맹 등 제대로 조직을 갖춘 애국단체들은 현 정권의 방해공작으로 가동이 어려울 정도로 궤멸돼 있다. '한국교회연합'의 전광훈 목사님이 문재인 정권 퇴진을 위한 국민총궐기대회를 기획했다. 대규모 집회를 성공시키려면 애국 기독인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
개신교 중심으로 태극기부대 '대통합'?
▲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대통령 무죄석방’ 티셔츠를 입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박근혜 지지자가 ’11.3자주독립선언대회’에 참석한 국민주권연대 회원들의 행진을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태극기 집회 단체들의 '대통합' 선언도 잇따랐다. 최병국 (사)해병대전우전국총연맹 총재는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태극기집회를 주최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왜 대한문에서 하고, 서울역에서 하고. 목적과 목표가 분명히 같을 텐데 왜 이렇게 나눠서 하는지 납득이 안 됐다"라며 "저는 내려놨다. 백의종군하고 있다. 우리 존경하는 전광훈 목사가 기획한 대통합 총궐기에 다 같이 일어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대한문 앞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도태우 변호사도 "(태극기 집회) 실무자와 집회 주최자들을 움직이는 힘은 참여하고 있는 애국국민과 단체들"이라며 "네트워킹을 통해 가능하다. 조직화가 많이 되면 통합 태극기 집회가 되고 진정한 시민혁명인 태극기 혁명으로 문재인·김정은을 박살낼 수 있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난민법 개정 등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고영일 변호사(자유와인권연구소 소장)는 "대형집회로 인도할 수 있는 분은 전광훈 목사 한 분뿐이다. 기독교계 중심으로 모이면 50만 모이지 않나"라며 "기독교계 중심으로 모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갑제 대표는 "민족반역자 김일성·김정일·김정은과 공조하겠다는 자가 민족반역자 아닌가"라며 퇴진 운동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을 향해서도 "보수의 중심에 서려면 박근혜 탄핵에 대해 반드시 객관적이고 역사적으로 정리해서 국민 앞에 사죄하고 그 잘못을 용서받기 위해 '반 김정은-반 문재인' 연대를 만들어 투쟁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그는 "선전하라"고도 촉구했다. 방법은 '1인 유튜브 개설'이었다. 조 대표는 "국민들이 정신 차리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불씨가 돼야 한다"라며 여기 계신 분들이 이메일 계정을 갖고 있듯 유튜브 계정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선전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실을 전하는 게 선전이고 거짓말하는 게 선동이다. 선전해서 선동을 무찌르자.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라고 덧붙였다.
작년 살충제 달걀 파동 이후 ‘동물복지 달걀’ 인식 높아져
ㆍ농진청, 소비자 조사 결과
ㆍ1년 새 ‘알고 있다’ 20%P 증가…먹어본 응답자도 2.4배 늘어나
ㆍ28%만 가격 만족…부담 느껴
작년에 발생한 살충제 달걀 파동 이후 달걀에 대한 저의 신뢰가 무너졌어요. 그나마 동물복지 인증 마크가 있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이걸 사요. 중학생인 아들에게 먹이는 거니까 신경이 무척 쓰이거든요.”
강모씨(54)는 요즘 ‘동물복지 인증 달걀’만 사다 먹는다. 5일에도 슈퍼마켓에서 10개에 6990원 하는 동물복지 달걀을 구입했다. 개당 가격이 699원으로 일반 달걀에 비해 훨씬 비싸지만 그는 요즘 동물복지 인증마크가 붙은 것을 고집한다. 이날 강씨가 달걀을 산 슈퍼마켓 측은 세일(할인판매)코너에서 30개에 4990원(개당 166.3원) 하는 일반 달걀도 팔았다. 가격이 최고 4배까지 비싸지만, 강씨는 동물복지 달걀을 사 먹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동물복지 인증 달걀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발생한 살충제 달걀 파동 이후 먹거리를 고를 때 ‘안전’을 따지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농촌진흥청은 소비자 1530명을 대상으로 동물복지 인증 달걀 인식도를 알아보기 위한 조사를 지난 6~7월 실시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조사에서 동물복지 인증 달걀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46.5%였다. 살충제 달걀 파동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해 7월 실시한 조사에서 동물복지 달걀을 알고 있는 응답자의 비율은 25.9%에 불과했다. 1년 사이에 동물복지 달걀에 대한 국민의 인지도가 1.8배 높아졌다. 농진청 관계자는 “달걀의 안전성과 사육 환경의 청결성에 대한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동물복지 달걀을 먹어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비율도 지난해 8.8%에서 20.8%로 2.4배 높아졌다. 동물복지 인증 달걀에 대한 관심이 실제 구매행위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동물복지 인증 달걀을 사다 먹는 소비자들은 ‘신선도’에서 77.0%, ‘포장상태’에서 72.9%, ‘유통기한’에서 71.3%, ‘청결도’에서 66.7%, ‘맛’에서 66.4%의 만족도를 각각 보였다. 하지만 ‘가격’에 대해서는 28.0%만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동물복지 달걀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 때문에 큰 부담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현재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맞춰 닭·소·돼지 등을 사육하는 농장에 대해 국가가 인증하는 ‘동물복지 축산물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경남도내 읍면동 62% ‘소멸 위험’ 11.6 경남신문
합천·남해군은 ‘소멸 고위험’
‘지방소멸 보고서·인구 동향’ 분석
읍면→동지역 소멸위험지역 확대
도내 읍면동 10곳 중 6곳이 소멸위험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소멸위험 지역 중 4곳은 ‘소멸고위험’으로 분류됐다.
6일 통계청의 최근 인구동향과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2018 한국의 지방소멸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도내 읍면동 308곳 중 192곳(62.3%)은 소멸위험, 이 중 125곳(40.6%)은 소멸고위험에 처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소멸위험’ 지역은 한 지역의 20~39세 여성인구(가임여성) 수가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의 절반(소멸위험지수 0.5, 4등급) 미만인 곳으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로 공동체가 붕괴될 수 있는 지역이다. 소멸위험지수가 0.2 미만이면 5등급으로 소멸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소멸위험지수 1.5 이상은 소멸위험 매우 낮은 단계로 1등급, 1.0~1.5 미만은 ‘보통’ 2등급, 0.5~1.0 미만은 ‘주의’ 3등급으로 나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도내 군지역 모든 곳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밀양시도 여기에 포함돼 도내 시군 11곳이 소멸위험 지역이었고, 이 중 합천·남해군은 소멸위험지수가 각각 0.171, 0.179로 소멸고위험 지역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청·의령군의 소멸위험지수는 각각 0.205, 0.209로 소멸고위험 지역에 근접해 있는 상황이다. 읍면동 분류에서는 거창군 신원면이 소멸위험지수 0.056으로 도내에서 소멸위험도가 가장 심각했다. 소멸위험지수는 시군 구분 없이 악화되고 있다. 2013년 도내 소멸위험지수가 1등급인 곳은 창원·김해·거제시 3곳이었으나 올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게다가 도내 읍면뿐만 아니라 동지역까지 소멸위험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올해 동지역 중 소멸위험으로 분류된 곳은 20곳으로 2013년(4곳)과 비교했을 때 5배 증가했다. 창원시 관내에는 진해구 충무·태백동, 마산회원구 회성·회원1·2동, 마산합포구 가포·노산·합포동이 여기에 해당됐다. 반면 소멸위험 등급이 지난해 대비 개선된 곳은 창원시 의창구 북면(2→1등급), 창원시 진해구 웅천동, 김해시 주촌면(4→3등급) 3곳에 불과했다.
문제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 향후 도내 전체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월별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올해 도내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많았던 때는 5월(100명)이 유일했고 나머지는 대체로 같거나 적었다. 지난해 발표된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도내 인구가 2030년을 기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충장로 한복판에 ‘토종볏논’ 등장한 사연 11.7 광주드림
삶디센터·래미학교 텃논프로젝트 주목
청소년들께 ‘꿈꾸는 벼 헤는 밤’ 선사
래미학교엔 낡은 분수대가 훌륭한 벼논이 됐고, 삶디센터엔 충장로 번화가 한복판에 열 평 남짓한 벼논이 생겼다. 문흥초등학교, 용봉중학교, 충효분교에서도 학교 내 작은 공간에 논을 만들어 텃논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인시장에서 ‘맑똥작은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는 도시청년농부 김영대 씨는 지난해부터 광주 곳곳에서 청소년들과 텃논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50만 시민이 사는 ‘메가시티 광주’에서, 밖이 아닌 도시 중심에서 논을 마주하는 것. 청소년들의 일상인 ‘학교 안’에서 농부가 돼보는 경험. ‘꿈꾸는 벼 헤는 밤’을 주제로 하는 맑똥작은정미소의 텃논프로젝트는 이러한 경험들을 목표로 한다. 김영대 씨는 프로젝트의 취지에 대해 “논을 일상으로 가져온다는 개념이에요. 그러면 논과 벼, 농사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상상력이 생길 수 있다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한새봉 토종벼, 청소년과 만나다
텃논프로젝트의 시작은 북구 일곡동 한새봉농업생태공원이었다. 주중에 바쁘게 사는 도시인들이 주말에 짬을 내 농부가 될 수 있도록 개개인에게 열 평 남짓 작은 공간을 내줬던 것.
한새봉 텃논프로젝트는 청소년 교육과 만나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프로젝트 안에서 청소년 농부들은 다양한 경험을 한다. 모내기부터 추수까지 힘든 과정을 겪어본다. 참새들이 와서 벼를 쪼아먹어버리는 안타까움도 느낀다. 농사에서, 세상에서 ‘물’이 왜 중요한 지 느껴보기도 한다.
추수 후 농부는 벼를 건조시킨다. 약 2주간 서서히 자연의 바람과 햇볕을 쬐며 다시 씨앗이 싹을 틔울 준비를 한다. 이 휴면기를 김 씨는 ‘꿈꾸는 시간’이라고 봤다. 벼에게도 사람에게도 필요한 휴식. 다시 새생명을 싹틔우는 이 과정을 가까이서 보는 게 ‘교육’이라는 설명이다.
김영대 씨는 “벼도 기계로 작업했을 땐 꿈꿀 시간이 없어요. 마치 우리 청소년들이 팍팍한 목표를 위해 쳇바퀴같은 삶을 사는 것처럼요. 벼들이 꿈을 꾸는 모습을 지켜보고 청소년들은 꿈꾸는 벼 옆에 같이 누워 밤하늘을 보며 우주를 느껴보는 것, 텃논프로젝트 주제 ‘꿈꾸는 벼 헤는 밤’의 의미가 그것입니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농사, 지속가능한 사회
학교에서 진행되는 텃논프로젝트의 가장 큰 장점은 그 효과가 참가자들에서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교 한켠에 마련된 논은 하나의 큰 구경거리다. 하나의 큰 전시장이다. 실제 참여는 10~20명, 많게는 한 학급 정도 되지만 그 파급력은 전시효과로 인해 전교생으로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토종벼에서 피어나는 다양한 벼꽃들, 물이 찰랑찰랑한 논으로 찾아오는 다양한 생물들을 관찰하는 ‘도시생물다양성조사’도 이뤄진다. 농촌의 ‘두레’를 상징하는 다양한 깃발들을 활용해보는 등 문화프로그램들도 가능하다. 도심 속 농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빗물저금통 등 물을 다뤄보는 경험은 ‘물순환’의 개념을 정립하는 생태교육이 될 수도 있다.
김 씨는 “도시생물다양성의 확장은 학교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숲과 강과 바다의 끊겨져버린 연계점을 학교가 징검다리 방식으로 이을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학교에서는 생물다양성 교육이 현장성 있게 진행될 수 있으면 좋겠죠”라고 말했다.
또 “천수답에서 척박한 환경을 적응해온 토종벼는 큰 돈 없이 농사짓는 ‘지속가능한 농사’를 가능하게 하는 답이 될 수 있어요. 이를 통해 농부가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있다면 한 두명이라도 함께 노력해보고 싶어요. 많은 청소년들이 ‘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확장이 됐으면 합니다”고 밝혔다./ 김현 hyun@gjdream.com
그날 진도체육관, 정체 모를 남자들의 정체 11.7 오마이뉴스
[세월호 유가족의 바람] 기무사 수사 발표에 부쳐... 철저한 진상규명 기회로 삼아야
▲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작성과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 등의 수사임무를 맡은 전익수 특별수사단장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특수단의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끈질긴 '박근혜 망령'이 또다시 나의 아픈 과거 기억을 소환했다. 지난 6일 '세월호 참사' 관련 기무사 수사 결과 뉴스를 접하면서, 잊고 있던 과거 아픔이 현실의 고통으로 다가왔다. 되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그날 이전의 삶을, 박근혜는 '기무사'를 앞세워 아직도 공격하고 있었음을 느꼈던 것이다.
나 또한 가족협의회에서 진상규명분과장의 역할을 했고, <오마이뉴스> 등에 많은 글을 기고했으며, 참사와 관련해 매우 많은 언론들과 접촉을 했다. 이들이 쳐놨던 그물망에 걸려있었을 것이 분명하기에, 매우 복잡한 심경이 드는 건 틀림 없는 사실이다.
참으로 무시무시했던 그날, 4월 16일
세월호 참사는 정말 우연하게 발생한 교통사고였을까? 그 당시 청와대와 대한민국 상공에는 '북한 무인기'가 날아다닌다는 뉴스가 언론을 도배하고 있었다. 국정원 불법대선 댓글과 개표부정 문제로 "박근혜 퇴진"이라는 구호가 여기저기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었고, 6.4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던 시점이기도 했다.
이런 혼란한 시점에 나는 아들이 탔다던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무작정 단원고등학교와 진도를 향해 죽음의 질주를 했다. 텔레비전에서는 "선장이 퇴선명령을 내렸다"는 보도가 흘러 나왔고, 곧이어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와 탑승객 전원구조' 소식이 전달됐다. 하지만 이 방송은 '명백히 의도된 가짜뉴스'였다.
"2학년 4반 수현이 아빠 박종대"... 유가족의 자기소개법, 왜 생겼냐면
▲ 살아 오길 바라며 꼭 붙잡은 손 2014년 4월 19일 오전 전남 진도실내체육관. 구조의 소식을 기다리다 쓰러진 부부가 손을 꼭 잡고 있다. ⓒ 이희훈
진도체육관의 밤이 훤하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해양경찰청장과 국무총리, 교육부장관 등 고위 관료들이 이곳을 방문했고, 수많은 경찰과 정체 모를 남자들이 꾸역꾸역 모여들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목사'(나는 이곳에서 너무 많은 목사들을 봤고, 이들의 진위를 검증하기 위해 '주기도문과 십계명'을 외워보라고 요청했던 적도 있다)라고 소개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단원고 희생자 OOO의 가족(삼촌, 외삼촌, 고모부, 이모부 등등)'이라고 소개했다.
도대체 이 친구들은 이곳에 왜 왔을까?
이들은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켰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진행되는 생존자 구조 목적의 건전한 토론을 방해했고, 2층 관중석에서 비겁하게 삿대질과 쌍욕을 하면서 노골적으로 토론을 방해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때 진도 체육관에는 새로운 풍습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단원고 2학년 4반 수현이 아빠 박종대입니다"라는 자기 소개법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반별로 모여서 회의하기 시작했고, 가짜 유가족을 식별하기 위해 명찰을 달고 유니폼을 입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비슷한 명찰과 유니폼을 입고 유가족 옆에서 대화를 엿들었다.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며, 가슴이 오싹하기까지 하다.
이후에도 우리는 참으로 많은 경험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부모님들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통화기록과 영상기록이 날아갔다는 제보가 있었고, 항상 누군가가 뒤를 밟고 있다는 압박감에 시달려야 했다.
도·감청을 의심해 밀폐된 공간에서는 회의를 자제했으며, 비오는 날 남의 가게 처마 밑에서, 맑은 날은 잔디밭에서 회의를 했던 기억도 있다. 심지어 내 집 안에서도 박근혜 욕은 큰 소리로 하지 않았고, 숨죽여 소곤소곤 했다. 스마트TV 카메라에 테이프를 붙이기도 하고, 휴대전화 배터리를 뺀 뒤 회의를 진행하고, CC-TV를 설치하고... 이것이 내가 경험한 대한민국이라는 지옥의 참 모습이었다.
설마 이것이 전부는 아니겠지?
▲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작성과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 등의 수사임무를 맡은 전익수 특별수사단장이 6일 오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기무사는 당시 6·4 지방선거 등 주요 정치일정을 앞두고 이른바 "세월호 정국"이 박근혜 정권에 불리하게 전개되자 정국 조기 전환 출구 마련과 박 전 대통령 지지율 확보 등을 위해 세월호 TF를 구성해 운영했다. ⓒ 군특수단 제공
▲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작성과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 등의 수사임무를 맡은 전익수 특별수사단장이 6일 오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기무사령부 내 사이버 활동부대인 모부대 정보OO반은 구글 검색 등을 통해 유가족 개인별 인터넷 기사, 전화번호, 학적사항, 중고거래 내역, 인터넷 카페활동 등을 수집했다. ⓒ 군특수단 제공
그들은 "6.4 지방선거 이전 국면전환을 위한 출구전략 마련", "향후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대정부 신뢰 제고 및 VIP 지지율 회복"을 위해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했다고 한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의 입장에서 이것이 전부라는 수사결과를 도저히 믿을 수는 없다. 나는 박근혜가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정권의 운명을 걸고 유가족을 탄압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방해했다고 믿지 않는다. 당시 많은 국민들과 피해자 가족들이 외쳤던 구호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안전사회 건설"이 전부였다.
만약 박근혜가 이 요구를 받아들이고 안전한 나라만 만들었다면 지지율 상승은 물론, '불법 선거에 의해 탄생한 대통령'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되레 역사에 길이 남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운명을 걸고 불법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뭔가가 있음이 분명하다고 나는 확신한다. 결국 이번에 발표된 수사결과는 세월호 침몰 이후 기무사 범죄행위를 일정 수준 밝혔지만, 침몰 이전의 그 무엇은 진상규명 과제로, 그리고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있다.
▲ 더 밝혀야 할 것이 많다. ⓒ 청와대
우리는 참사 초기부터 국정원이 계속 우리를 사찰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렇기에 최근 밝혀진 기무사의 악행이 새삼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나라를 지키라고 냈던 세금으로 '기무사 요원'들을 앞세워 우리를 사찰했다는 것과, 아직도 그들을 감싸는 세력들이 정치권과 곳곳에 남아 있다는 현실에 실망감만은 감출 수가 없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나쁜짓을 했던 곳이 오직 '기무사' 한 곳뿐이겠는가. 이제는 이것을 기회로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본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2기 특조위에 위임할 것이 아니라, 현 정권이 곳곳에 퍼져있는 썩은 환부를 확실하게 도려내야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못된 직전 정부의 부채를 촛불의 힘으로 청산하고, 나라를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어야만 한다./ 글: 박종대
보수언론의 ‘촛불 보수화’ 프레임 11.7
[비평] 촛불시민혁명을 ‘자유민주주의’와 ‘애국심’으로 재정의하고 “촛불 주도 민노총 상전처럼 행세” 주장하는 이유
보수언론은 촛불시민혁명 1주년 무렵 촛불의 위대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동시에 민주노총에 ‘화력’을 쏟았다. 중앙일보는 2017년 10월29일자 사설에서 “민주노총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노정(勞政)대화에 불응하는가 하면 수감 중인 한상균 위원장의 석방을 요구하는 등 정의를 독점하고, 법치를 무시하는 등 안하무인식으로 설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민주노총을 비롯해 퇴진비상행동에 참여한 많은 단체가 사드 철수, 반미 투쟁, 사실상의 북핵 수용 등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과 아무 관계없는 이념선동 투쟁으로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도 마찬가지였다. 비슷한 시기인 2017년 10월25일자 ‘文 대통령 노조 본질 직시하고 나라 위한 개혁해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민주노총이 노동계 대표 초청 청와대 만찬에 불참한 것을 두고 “민노총이 이렇게 오만한 것은 ‘촛불 채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민노총은 현안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촛불 청구서’를 들이밀며 사회적 총파업과 청와대 앞 노숙 농성, 1박 2일 도심 시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 2017년 3월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 ⓒ이치열 기자
이 신문은 “문 대통령은 노조의 무한 이기주의 본질을 직시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한 노동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촛불을 언급할 때 민주노총을 강조함으로써 민주노총에 반감을 갖고 있는 ‘촛불시민’을 갈라놓으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또 1년이 지났다. 박민 문화일보 부국장 겸 정치부장은 ‘나라다운 나라 헛구호였다’란 제목의 지난 10월31일자 칼럼에서 “촛불민심의 위대함은 대다수 국민이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애국심으로 시종일관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지켰다는 것이다. 따라서 촛불민심은 특정 정파나 세력이 독점할 수 없는 국민적 가치”라고 주장했다. 보수진영이 촛불을 ‘자유민주주의’와 ‘애국심’의 단어로 ‘재정의’하는 대목이다.
박 부장은 이어 “촛불의 명령은 박근혜정부의 탄핵과 헌정중단 없는 민주적 대통령선거였다”고 정의한 뒤 “박 전 대통령은 3권 분립 정신을 무시했다. 문재인 정부도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며 “가장 큰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5년 내내 계속하겠다는 ‘적폐청산’”이라고 강조했다. 촛불의 명령은 이미 이뤄냈으니 현 정부 적폐청산은 설득력이 없다는 식의 주장이다.
이는 1987년 민주화운동의 구호와 목표를 직선제 개헌으로 한정지으며 더 이상의 사회개혁논의를 가로막았던 과거 보수진영의 주장과 유사한 흐름이다. 심지어 박민 부장은 “촛불민심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왜곡하면 1700만 개의 촛불이 1~2년 후에는 문재인 정부를 향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 2016년 11월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모습. ⓒ이치열 기자
이는 일종의 촛불에 대한 프레임 대결인데, 촛불을 부정하는 대신 촛불을 보수진영의 것으로 가져오기 위한 대응으로 비춰진다. 여기에는 ‘적폐청산=정치보복’ 프레임을 강화하며 정부의 개혁움직임을 멈추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일례로 중앙일보는 지난 10월29일 ‘노조의 촛불, 진보단체의 촛불이 아니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2년이 지나는 동안 (진보단체·노조는) 촛불정신을 멋대로 해석해 독점하려는 흐름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이나 민변 등의 주장을 촛불 민의로 착각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과거 촛불을 들었으나 그제의 ‘촛불 2년’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들은 지금 누구를 위한 촛불정신인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2년 전 촛불의제의 보수화’를 노리는 대목이다.
촛불의 보수화를 유도할 때마다 민주노총은 단골소재였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일보는 ‘지금 대한민국은 민노총 무법천지인가’란 제목의 지난 2일자 사설에서 “‘대한민국이 민노총 세상이 됐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등 민노총이 요구해온 노동정책을 정부는 최우선적으로 실행에 옮겼다”며 “촛불 시위를 주도한 민노총이 상전처럼 행세하고 정부는 민노총 눈치를 본다. 검찰·경찰·고용노동부 등 민노총 행패를 제어해야 할 국가기관은 사실상 민노총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보수언론의 움직임에 한겨레는 10월29일자 ‘촛불 2주년 의미 훼손하는 세력의 반동을 경계한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최근 촛불의 의미를 폄하하고 그 성과 위에 탄생한 문재인 정권을 맹비난함으로써 ‘촛불의 가치’를 지우려는 움직임이 노골화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모든 사회 운동엔 반동이 뒤따르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그렇긴 해도 아직 국정농단 주범의 사법적 단죄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들을 복권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행태를 보이는 건 가증스럽기까지 하다”고 주장했다.
▲ 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
한겨레는 “‘촛불’이 혁명인지 아닌지는 역사가 평가할 일이다. 중요한 건 촛불집회에서 제기된 광범위한 사회 변화의 요구를 실천해 성과를 내는 것이다”라고 밝힌 뒤 “2년 전 촛불이 처음 출현해 들불처럼 번져나갈 시기에 진보뿐 아니라 보수 세력까지 폭넓게 공감했던 민주주의와 불평등 타파의 가치를 다시 돌아볼 때다”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보수언론의 프레임에 맞서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을 통해 ‘촛불의 진보화’를 노리는 모습이다. 경향신문은 지난 10월29일자 사설에서 “적폐청산은 지지부진해 국정농단의 잔재를 다 걷어내지 못했다. 서민의 삶은 더욱 고단해졌는데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의 목소리는 사그라들고 있다. 전 세계를 감동시킨 ‘촛불혁명’의 성과로서는 너무나 초라하다”며 정부에 날을 세웠다.
경향신문은 “촛불집회는 단순히 정권 하나를 바꾸자는 게 아니었다. 촛불집회는 이 사회의 부정부패와 비리를 없애고 반칙과 특권을 해소해 달라는 사회개혁 운동이었다”고 정의한 뒤 “하지만 2주년을 맞은 촛불혁명의 성과는 미흡하다. 민주주의는 표류하고 있고, 부의 대물림과 기회의 불평등을 바로잡는 일은 요원하다. 촛불집회의 성과라고는 남북관계 진전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1년 전과도 다른 실망감이 촛불시민들을 엄습하고 있다. 촛불혁명의 가치가 완성되지 않는 한 촛불은 언제든 다시 타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진보·보수언론 할 것 없이 모두가 ‘촛불민심’을 거스를 경우 문재인정부가 위기를 겪을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바야흐로 ‘촛불쟁탈전’이다.
노동계 제작 ‘재벌개혁’ 지상파 광고 불가?
라디오 광고에 방송협회 “일방 주장, 편견 조장해 부적절”… ‘노동법 개정’ 광고는 통과, 왜 재벌은?
노동계가 ‘재벌 개혁’ 주제로 제작한 지상파 라디오 광고가 방송협회에서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다. “방송광고는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는 표현을 해선 안 된다”는 방송광고심의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반면 ‘노동법 개정’ 주제로 제작된 노동계의 다른 광고는 광고 심의를 통과해 지상파가 재벌 눈치 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오는 21일 총파업 결의를 앞두고 노동 이슈 의제화를 위해 지상파 라디오 방송 광고를 제작했다. ‘노동법 개정’과 ‘재벌 개혁’을 주제로 두 편을 만들었다. 두 편 가운데 문제가 된 ‘재벌 개혁’ 편은 다음과 같다.
리포터 : “네, 저는 지금 재벌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나와있습니다.”
시민1 : “날 때부터 갑이죠.”
시민2 : “일자리는 안 만들고 자기 배만 불리는 사람들?”
시민3 : “뇌물에, 폭력에, 돈 많은 깡패?”
리포터 물음에 시민들의 재벌 비판이 나온 뒤, 내레이터가 “이런 갑질 없는 나라를 위해 재벌 개혁,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함께합니다”라고 끝을 맺는다.
이런 ‘의견광고’는 방송협회 내 심의부서가 아닌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가 심의를 진행한다. 방송협회와 지상파 3사 추천을 받은 학계 인사나 현업 언론인, 법조계 인사 등 6명이 방송협회 광고심의위원으로 활동한다.
지난 1일 심의위는 노동계의 ‘재벌 개혁’ 편 광고가 차별금지를 명시한 방송광고심의 규정 13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방송불가 판정을 전원 의결했다. 심의위는 전원합의가 원칙이다. 심의위는 “전체적으로 표현이 격하고 일방 주장으로 편견을 조장해 방송이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노동법 개정’ 편은 전날 심의위에서 문제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 제13조는 “방송광고는 국가, 인종, 성, 연령, 직업, 종교, 신념, 장애, 계층, 지역 등을 이유로 차별하거나 편견을 조장하는 표현을 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방송협회 심의부 관계자는 7일 통화에서 “심의위가 특정한 프레임을 갖고 판단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실제 노동법 개정 편의 경우 민주사회 구성원으로서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광고라고 심의위원들이 판단했다. 그러나 재벌 개혁 편의 경우 노동계 견해와 다른 이해 당사자들과 입장이 있다. 그걸 다 아울러 판단한 결과”라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광고 심의를 고려해 특정 기업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고 매우 무난한 내용으로 준비한 결과물인데, 방송불가는 지상파의 지나친 ‘재벌 눈치보기’라고 비판한다.
정나위 민주노총 선전차장은 “지상파에선 재벌 개혁 내용을 광고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노동법 개정이나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도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이런 주제는 광고가 가능한데 왜 재벌 개혁은 안 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차장은 “이번 재벌 개혁 편 광고는 자체적으로 ‘내용이 부실하고 아쉽다’는 평이 많았다. 그런데도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정부 정책이나 법에 의견 개진할 수 있어도 재벌에는 의견을 나타내선 안 된다는 건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방송광고심의는 2008년 6월 헌법재판소가 국가 행정기관에 의한 사전 심의를 위헌이라고 판결한 이후 그해 11월부터 방송협회가 사전 자율심의를 하고 있다. 방송협회는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창립한 단체다. 방송통신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다른 조직이다. 현재 방송협회장은 박정훈 SBS 사장이다
자본주의는 어떻게 여성들을 엿먹였는가 11.5 한겨레/ 허프포스트 코리아
많은 여성들이 궁극적 문제는 남성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Richard D. Wolff, Columnist HuffPost
GeorgePeters via Getty Images
하비 와인스타인에 대한 고발에 이어 미투 운동이 폭발한 것이 1년 전이다. 그 이후 #metoo 해시태그는 직장내 성희롱을 드러내고 의논하는데 1900만 번 정도 사용되었다.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면적인 운동이지만, 그 핵심에는 여성들이 남성과 경제적, 정치적 평등을 원한다는 사실이 존재한다. 또한 여성들의 종속을 용납하고 유지시킨 시스템인 자본주의에 대한 이의 제기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자본주의가 남성들에게 제공한 것을 체계적으로 여성들에겐 주지 않았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 보아야 한다.
자본주의 이전엔 봉건 제도가 있었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농도들)이 영주를 위해 일하고 복종했던 사회 구조이며, 영주는 농노들에게 농토와 보호를 제공했다. 화폐 사용은 없거나 있어도 미미했다. 영주들은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교회의 허가를 받은 종속이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난 땅에 묶인 채 살아갔고, 오늘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직장과 집의 구분은 없었다.
17세기 영국은 봉건 제도에서 자본주의로 넘어가기 시작했고, 이는 전세계로 퍼져갔다. 열광적인 지지자들은 이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사람들이 열망해 온 개인의 자유, 평등, 사회적 연대, 민주주의를 가져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봉건 제도를 전복한 프랑스 혁명의 슬로건은 ‘자유, 평등, 박애’였다. 여기에 미국독립혁명은 ‘민주주의’를 추가했다.
남성들에게 있어 자본주의란 탈출을 의미했다. 영주의 소유가 되는 것으로부터, 땅에 묶인 것으로부터, 경직된 계급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은 누구에게나 노동력을 팔 수 있었고, 도덕적 또는 종교적 의무는 없었다. 그들은 자본주의의 고용주-고용자 관계에 갇혔으면서도 봉건 제도에서의 탈출을 만끽했다.
그러나 남성들이 누렸던 한정된 혜택에서조차 대부분의 여성들은 배제되었다. 자본주의는 남녀 모두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주는 고용을 제공하지 않았다. 이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여성은 집에 있으라는 주장이었다. 남성의 급여에 여성의 가사노동이 전해지면 여성을 위한 유상 노동이 대량으로 만들어질 필요가 없었다. 또한 자본가들은 미래 노동자들을 제공해주는 육아 비용을 제공하지 않아도 되었다.
집에서 여성들은 요리, 청소, 세탁, 설거지, 가구 수리, 의료, 육아를 맡았다. 그들은 봉건제 농노처럼 일했다. 남성들의 삶은 매일 가정의 봉건주의와 직장의 자본주의를 오갔다. 직장에서 자본가들에게 착취 당하는 남성들은 집에 돌아가면 아내를 착취할 수 있었다.
여성이 집안에 종속된 것이 여러 불평등, 차별, 학대를 낳았고, 여성들은 지금까지도 이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20세기에 걸쳐 엄청난 수의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와 일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여성들부터 나섰다. 세계2차대전으로 많은 수의 여성들이 노동 인구에 합류했다.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실질 임금의 상승이 있어왔으나, 자동화와 세계화로 1970년대에 임금 상승이 멈추었다.
그래서 가계 수입을 늘리기 위해 여성들이 직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집밖에서도, 집에서도 일하는 짐을 걸머져야 하는 여성들이 많았다. 여성들은 소매업, 간호, 교육 등 급여가 더 적은 ‘핑크 컬러’ 일자리로 몰리는 성향 또한 있었다.
한편 여러 일자리에서 여성들은 남성들의 경쟁에 대한 불안에 마주했다. 이는 가정내의 불평등을 직장에도 적용하려는 남성의 시도로 이어지곤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미투 운동으로 명확해졌다. 그 대가는 크다.
하지만 남성과의 평등을 위해 싸우며, 많은 여성들이 궁극적 문제는 남성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남성과 여성 모두를 고용주와 불평등한 경제 관계에 처하게 하는 시스템이 문제였다. 그것이 그들의 관계의 다른 모든 면을 감염시켰다.
이 운동은 남녀 모두를 계속하여 종속시키고 착취하는 자본주의 하에서 남성들과 평등하게 일하는 것 이상을 바라는 여성들의 운동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우리는 자본주의도 봉건 제도도 아닌 방법으로 집과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직장을 민주적 커뮤니티로 구성할 수 있다. 1인당 1표씩 투표를 하여 직장의 모든 주요 사항들을 결정한다. 이런 ‘노동자 협동조합’의 전제는 미국인들이 지지하는 정치적 민주주의가 경제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남녀 어느 쪽에도 도움이 안되는 시스템에 갇힌 여성과 남성들을 자유롭게 해줄 수 있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한 엄마가 임신 14주 만에 유산된 아기의 손 사진을 공개했다
미국 미주리 주 페어 그로브에 사는 섀런 서덜랜드는 최근 아이를 잃는 슬픔을 겪었다. 임신 14주 만에 뱃속의 아이가 유산된 것이다. 엄마의 몸 밖으로 나온 아기의 몸무게는 26g에 불과했고, 키는 10cm 정도였다.
하지만 얼굴과 손, 발가락과 손톱까지 모든 게 완벽히 형성돼 있었다.
‘더 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주가 지난 아기만이 아기로 구분된다. 14주에 불과했던 섀런의 아기는 병원에 의해 폐기물로 처리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섀런과 그의 남편 마이클은 아이를 그렇게 보낼 수 없었다. 이들은 아기의 사체를 약 일주일 동안 냉장고에 보관한 후, 화분에 묻었다. 그리고 아기의 사진을 찍어 공개했다. 섀런은 ”아이를 출산하고 아이를 보고 아이를 잡아볼 수 있는 기회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섀런은 ”이 아이가 법적으로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은 그녀가 제대로 슬퍼할 수 없게 했다”고 말했다.
″나는 아이를 보고, 아이의 손을 잡고, 아이가 얼마나 완벽하게 형성되어 있는지 보았습니다. 그 모습에 크게 놀랐습니다.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귀와 혀, 잇몸, 입술, 모든 게 정말 완벽했습니다.”
아래는 섀런이 올린 아이의 손과 발 사진이다.
키는 10cm 정도였다
facebook/sharran8
“단체 사유화 하지마” 동물자유연대 대표 전횡 폭로 11.7 국민
동물자유연대 대표가 전횡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물자유연대 바로세우기 대책위원회’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를 고발했다. 대책위는 “조희경 대표가 단체를 사유화하려고 해 멍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에 따르면 조 대표는 2월 정기총회에서 사전 공지 없이 정회원 자격을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안을 상정했고 3월 통과됐다. 대표이사 추천을 받은 정회원과 후원회원은 이사회를 구성해 대표이사와 감사를 선임할 수 있는데 조 대표가 ‘가입한 지 10년 이상, 정기 후원금 납부 8년 이상, 가입 기간 월 평균 1만원 이상, 현재 월 3만원 이상 정기 후원금 납부자’라는 까다로운 자격 기준을 새로 설정한 것이다. 대책위는 “이 같은 조치는 자신의 측근들로 이사회를 구성하려는 의도다”라고 주장했다.
일부 활동가들이 조 대표의 언행과 행동에 항의하자 부당한 인사조치가 내려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대책위 주장에 따르면 조 대표는 평소 비건 활동가를 비난해왔다. 또 캠페인 영상을 작업할 때 일방적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때문에 일부 활동가들은 조 대표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조 대표가 이들을 대기발령시키거나 해고 등 중징계를 내렸다는 것이다. 인사조치를 받은 활동가들은 이후 인사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해 ‘정직 10일 및 부서이동’ 처분을 받거나 견책 처분 징계를 받았다.
대책위는 “당시 징계처분의 부당함을 인지하고 있던 일부 구성원들은 조 대표를 비롯한 운영진의 노골적인 괴롭힘에 못 이겨 결국 전원 퇴사했다”며 “한 활동가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징계의 부당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중간관리자들은 괴롭힘을 멈추고 있지 않다”고 호소했다.
이밖에도 조 대표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연도별 연차보고서와 월 수입지출보고가 부실했다는 점, 이사진 일부가 노동조합 설립을 제재하는 발언을 해 활동가들이 집단 퇴사했다는 점 등도 지적했다.
이들은 “시민단체 활동가는 권력의 부조리를 묵과하지 않고 폭력에 대항해 그 역사를 기록하고 말하는 사람들”이라며 “활동가들을 수시로 감시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권력 없는 사람들이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작은 무기 하나조차 빼앗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조 대표에게 ▲부당징계, 인사발령 철회 및 부당 언행 사과 ▲정관 재개정 ▲별도 조사위원회 구성 및 일부 관리자 조치 시행 등을 요구했다.
조 대표는 “전후 맥락 없이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관 개정과 관련해 “초안은 법률지원센터가 이미 만들었다. 토론 끝에 의견을 수렴해 만든 것이지 일방적으로 통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부당 인사조치 의혹에 대해서는 “일부 활동가들이 동료들의 행동과 발언을 기록한 8페이지의 문서를 작성해 외부로 유출하려고 했다.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아 징계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또 비건 활동가를 비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비건활동을 탄압했다고 하지만 이들의 기록·수집 행위 때문에 다른 활동가들이 분노했고 집단으로 탄원서를 썼다. 나는 대표로서 양측을 모두 조정해야 했다”고 밝혔다.
일부 이사진이 노동조합 설립에 문제를 제기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사진 대부분은 고액 후원자이고 활동가들이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데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 아닌가”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동물자유연대는 2001년 창립됐다. 비대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연 수입은 약 44억원, 정기후원회비 약 3억1000만원, 회원수 1만4000여명이다.
국내 공기업 임원 37%, 관료·정계 출신 ‘낙하산인사’ 11.7 CEO스코어데일리
기관장 42명 가운데 17명이 낙하산인사, 75명은 ‘캠코더인사’로 분류
국내 공기업 임원의 37%가 업무역량, 전문성과 무관하게 정치적 성향에 따른 낙하산 인사로 임명된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이익 단체와 공직자의 유착, 전관예우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일명 ‘관피아 방지법’)이 지난 2015년 3월 31일부터 시행되는데도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반복되는 공공기관의 임원인사는 아직도 남의 나라 얘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7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국내 공기업 35개(시장형 15, 준시장형 20)와 산하 자회사 12개를 포함해 전체 47개 기관의 임원 분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조사한 인원(기관장, 감사, 비상임이사, 비상임감사) 316명 가운데 118명이 관료(75명)와 정계(43명)출신이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에 기여한 공로로 임명된 이른바 '캠코더인사'(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는 총 75명으로 조사한 공기업 임원 가운데 24%를 차지했다. 정계와 관료 출신이 아닌 나머지 임원들의 출신 분포는 재계 46명(15%), 공공기관 42명(13%), 학계 36명(11%), 법조계 17명(5%), 세무회계 13명(4%), 언론계 9명(3%), 기타 35명(11%)으로 조사됐다.
직책별로 보면 기관장의 경우 총 42명(5개 기관은 공석) 중 14명은 관료, 3명은 정계출신으로 각각 33%와 7%를 차지했으며 9명이 ‘캠코더 인사’로 분류됐다.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 조직본부 수석부본부장으로 일했다. 강귀섭 코레일네스웍스 사장은 정세균 의원 보좌관, 부평구청 비서실장을 지냈다.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후보 중앙선거대책본부 조직본부 부본부장 출신이다. 문태곤 강원랜드 사장은 참여정부 시절에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을 했다.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도운 '광흥창'팀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내고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유태열 그랜드코리아레저 사장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치안비서관으로 활동하고 지난 2017년 4월 25일 퇴직경찰 553명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임성규 주택관리공단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후보 선거대책위 복지국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했다. 남기찬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의 ‘동북아해양수도 추진위 공동정책단장’으로 활동했다. 또한 감사의 경우 낙하산 인사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총 31명 중 관료와 정계출신이 각각 13명(42%), 8명(26%)으로 전체 감사의 68%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절반인 15명이 ‘캠코더’ 출신이다.
조사대상 기관 가운데 ‘캠코더 감사’가 가장 많이 배치된 곳은 한전과 한전 자회사로 모두 5명이었다. 이정희 한전 감사위원은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모임으로 알려진 ‘포럼광주’를 이끌었다.
문태룡 한전KPS 감사는 참여정부 핵심 인사 조직인 ‘참여정부 평가포럼’의 기획위원장을 지내고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시민캠프 상황실장을 역임했다. 이오석 한전KDN 감사는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 상무위원으로 재직했다. 김명경 한전원자력연료 감사는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제20대 총선 기획단장으로 일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에도 '캠코더 감사'가 2명이 있다. 허정도 한국토지주택공사 감사는 19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신문통신분야 미디어특보였으며, 박재혁 주택관리공단 감사는 문재인 대선후보 경남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을 역임했다. 그 외에도 한국지역난방공사, 대한석탄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한국조폐공사, 그랜드코리아레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각 1명씩의 '캠코더 감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왔다. 황찬익 지역난방공사 감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후보 108불교특보단 활동을 했다. 김진열 대한석탄공사 감사는 2017년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유세본부장을 역임했다.
김길성 인천국제공항 감사는 정세균 국회의장실 정책기획비서관을 지냈고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이재강 주택도시보증공사 감사는 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선대본부장을 맡았다. 송기정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감사는 19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본부 선임팀장으로 활동했다.
정균영 한국조폐공사 감사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맡았다. 임찬규 그랜드코리아레저 감사는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행정관을 지냈다. 이근섭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감사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더불어민주당 평가감사국 국장을 했다.
아울러 비상임이사는 총 194명 중 관료가 39명(20%), 정계가 29명(15%)이다. 그 중 '캠코더'로 분류되는 인사는 45명(23%)이다. 비상임감사는 총 49명 중 학계 11명(22%), 관료 9명(18%), 세무회계 9명(18%)의 분포를 보였다. '캠코더'로 분류되는 비상임감사는 6명(12%)으로 타 직위에 비해 낮은편이었다.
집값 뛰면 ‘메스’ 내리면 ‘당근’…“언젠간 오른다” 투기 먹잇감 11.8 경향
ㆍ정부 주택철학 부재로 부동산정책 실패 릴레이
집을 경제의 일부로 간주해
시장 냉각·과열 따라 정책 변동
외환위기 때 빼면 늘 집값 올라
강력한 규제나 부양책 나와도
건설·입주까지는 수년의 ‘갭’
차기·차차기 정부 때나 효과
주택 정책 후행성 탓 생긴 ‘틈’
결국 또 부양책 쓸 거란 ‘믿음’
투자·투기 부르는 원동력
“주택정책은 경기 조절 아니라
국민 주거 안정에 목표 둬야”
전문가들 일관된 철학 주문
주택시장이 달아오르면 정부는 ‘메스’를 들이댄다. 규제 지역을 설정하고, 대출을 어렵게 하고, 주택을 사고팔 때 혹은 ‘살고만 있어도’ 무거운 세금을 부과한다. 신도시 건설 등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들도 발표한다.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내려가면 정부는 ‘당근책’들을 쏟아낸다. 다주택자에 대해 세제 혜택은 물론 청약 불이익도 없애준다. 목돈이 없는 무주택자를 위한 다양한 대출상품도 출시한다. 심지어 “빚내서 집을 사라”고 부추기기까지 한다.
정부 관계자는 “주택시장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완벽하게 제거하지 않는 한 정부 정책은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주택정책은 시장 흐름에 따라 달리 대응해야 하겠지만, 주택정책에 대한 정부의 철학은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대 정부 누구나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을 앞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여러가지 이유로 그러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들이 제시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해법은 정부의 ‘주거 중심의 주택정책 철학 일관성’으로 모아진다.
■ ‘오르락내리락’ 주택가격
주택가격의 오름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 수립 이후 주택이나 땅값은 지속적으로 올랐다. 1978년 입주한 서울 서초구 한신 2차 아파트는 40년 사이 집값이 146배 상승했다. 평당 43만1000원에 분양했으나 지난 8월 기준 시세는 평당 6272만2000원에 달한다.
주택가격은 장기 추세로 보면, 꾸준히 올랐으나 항상 오른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 때 전국의 주택시장은 급락했다.
KB국민은행 부동산통계시스템 ‘리브온’ 자료를 보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1997년 11월 이후 1년간 전국 주택가격은 12.8%, 서울은 14.3% 하락했다.
최근의 주택시장을 두고 ‘서울-지방 양극화’로 규정하지만, 2009년 10월 이후 4년간 지방이 서울보다 주택가격이 더 올랐다. 2009년 10월~2013년 10월 아파트 매매가격은 서울이 8.8% 하락한 반면, 부산 등 5개 광역시는 39.6% 상승했다.
주택가격은 전국이 일제히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어떤 때는 서울 등 수도권만 오르고, 지방은 하락한다. 지방이 오르고 서울 등 수도권이 하락하는 시기도 있고, 서울만 ‘나홀로 고공비행’한 시기도 있다.
■ ‘오락가락’ 주택정책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국내외 경기와 금리, 주택정책, 교통 등 사회기반시설, 인구의 이동과 출산율, 분화되는 가족, 입시제도, 일자리 등 부동산시장을 움직이는 요인들은 많다. 이 중 가장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것은 정부의 주택정책이다.
주택정책 수단에는 수요억제책과 공급조절책이 있다. 세제나 대출제도 등을 통해 사려는 사람들의 자금줄을 늘리거나 조이고, 주택공급의 조절을 통해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꾀하는 것이다. 주택정책 수단은 다양해졌지만 쓰임새는 늘 한결같다. 시장이 냉각되면 부양책을, 너무 뜨거우면 규제책을 내놓는다.
그런데 다른 점이 있다. 역대 정부의 ‘주택정책 철학’이다. 집을 경제의 일부로 보느냐, 주거의 일부로 보느냐의 차이다.
역대 정부는 집을 경제의 일부로 보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다 보니 주택시장의 ‘온도’에 따라 정책은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30년간의 주택정책을 살펴보면, 노태우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7개 정권은 ‘규제’→‘규제·부양’→‘부양’→‘규제’→‘부양’→‘부양’→‘규제’ 등의 정책을 폈다. 노태우 정부는 토지공개념을 도입했다. 택지소유상한제와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 등 강력한 땅투기 금지 대책을 내놓았다. 동시에 1기 신도시 건설을 통한 주택 200만호 공급으로 시장 안정을 꾀했다. 양도세를 무겁게 매기고, 전매제한도 확대했다.
김영삼 정부는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를 도입하면서 차명·도명 거래를 없앴다. 김영삼 정부는 “부동산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정책을 폈다. 주택공급 공약도 공공주택 25만호 건설(실제 공급은 300만호가 넘었다)이 전부였다. 정권 중반, 분양가 자율화를 추진하고 양도세 및 전매제한 등을 완화하는 등 부양에 나섰지만 시장 개입은 최소화했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의 시기였다. 무너져가는 경제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수단들을 총동원하던 시기다. 주택정책도 예외는 아니었다. 부동산시장을 해외에 개방하고, 분양가는 자율화하고, 전매제도나 청약제도 모두 부양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폈다.
노무현 정부는 급등한 집값을 잡기 위해 강력한 규제책을 폈다. 종합부동산세와 주택거래신고제를 시행하고, 분양가상한제의 전면 실시, 분양원가 공개 추진, 후분양제 실시, 전매제한 강화, 양도세 중과, 청약 가점제 실시 등 모든 정책을 동원해 집값 잡기에 ‘올인’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반대로 부양정책을 폈다. 노무현 정부가 걸어놓은 ‘자물쇠’ 대부분을 풀고, 전 국토의 19%가 넘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9% 수준으로 낮췄다. 서울 도심권에는 뉴타운 건설로 ‘붐’을 조성했다. 박근혜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유예 및 조합원 3채까지 분양 허용’ 등 이른바 ‘주택 3법’ 도입과 함께 세제 및 대출도 대폭 완화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부추기기까지 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부가 푼 ‘잠금장치’들을 다시 걸어 잠갔다. 종부세를 강화하고, 신DTI(총부채상환비율·연간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에다 원금을 더한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와 DSR(Debt Service Ratio·총체적능력상환비율) 등을 도입해 대출을 옥죄고,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을 확대하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나서고, 무주택자 우선으로 청약제도를 개편하는 등 노무현 정부 이후 가장 강력한 규제책을 펴고 있다.
■ ‘뒷북 정책’에 효과도 ‘후행적’
정부가 강력한 규제책을 편다고 해서 주택가격이 곧바로 안정되거나, 부양책을 편다고 해서 곧바로 시장이 달아오르는 것은 아니다. 노태우 정부는 집권기 내내 규제책을 폈으나 주택시장은 식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의 ‘리브온’ 자료를 보면, 노태우 정부 집권 5년간 아파트 매매가는 서울·지방 할 것 없이 60~70%대의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노무현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강력한 규제책을 편 이 시기,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33.8%, 서울은 56.6%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도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펴고 있지만, 집권 1년5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18.33%나 급등했다. 특히 서울만 오르는 ‘서울-지방 양극화’로 골머리를 앓았다.
규제가 곧바로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주택정책의 후행성’ 때문이다. 주택공급의 경우 정책 발표 후 건설 및 입주까지 3~8년의 ‘갭’이 발생하면서 정책 효과가 다음 정부 또는 차차기 정부에서 나타난다.
김대중 정부 때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38.5% 상승하고, 서울도 60%가 올랐던 것은 재임 기간 내내 편 부양책의 효과이기도 했으나 김영삼 정부 3년 차부터 편 부양책의 영향도 크다. 노무현 정부의 집값 급등은 김대중 정부의 부양책에 기인한 바 크고, 지금의 주택시장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 효과가 뒤늦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반면 김영삼 정부 집권 5년간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3.24% 오른 데 그쳤고, 서울지역도 2.03% 상승한 것은 노태우 정부의 신도시 건설을 통한 200만호 공급 계획이 김영삼 정부 재임 기간 시행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르는 9년여간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각각 16%, 10% 상승에 머문 것 역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의 효과로 보는 사람도 있다.
■ 불확실성의 ‘틈’ 파고든 투기·투자세력
경제는 ‘불확실성’이 커지면 혼란이 온다.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면 가격 등의 변동성은 더욱 커진다. 주택시장도 마찬가지다. 정부 정책이 일관성을 잃으면 불확실성은 커지고, 시장은 요동친다. 특히 우리의 주택정책 수립은 늘 ‘뒷북치기’ 식이다. 주택가격이 오르면 규제책을 내놓고, 가격이 떨어지면 부양책을 발표한다. 그런데 정책 효과도 후행적이다. 시행과 함께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틈’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때 이 틈을 노리는 세력이 등장한다. 이른바 ‘투자·투기 세력’이다.
대기업 중견간부 ㄱ씨(50)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세가격이 집값의 90%를 넘어가더군요. 2000만~3000만원만 있어도 집을 사겠더라고요. 외진 곳의 작은 평수는 500만원만 있어도 집을 살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집값이 계속해서 오르더라고요. 세금을 정상적으로 내도 돈이 남더라고요. 그렇게 사 모으기 시작한 아파트가 10여채 됩니다.”
ㄱ씨는 임대사업 등록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괜히 임대사업 등록을 했다가 집이 묶이고, 집값이 떨어지면 낭패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하지 않았습니다. 양도차익 2억원 벌어 6000만원 정도 세금 내면 그만이겠죠.”
공기업 간부로 수도권에 2채의 집을 보유한 ㄴ씨는 “어느 정부도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시장이 죽으면 다시 일으켜 세우려 합니다. 집값은 장기적으로 계속 오를 겁니다. 기다리면 기회는 또 옵니다.”
주택 투자자들에게는 “집값은 장기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생각, “떨어지면 정부가 또 부양책을 쓸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했다.
정부의 주택정책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각종 지표를 보고 주택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 하지만 정책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경기 변동이 주기적이듯 주택시장 역시 흐름이 균일하지 않고, 정책의 후행성마저 존재해 시장 상황에 맞게 정책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너무 오르면 규제책을 쓰겠지만, 하락하면 부양책을 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주택 투자자들의 생각과 거의 일치했다.
■ 집을 주거로 보는 ‘철학’의 일관성 필요
시민단체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책에도 주택시장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원인을 ‘일관성 없는 정부의 주택철학’에서 찾았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주택정책은 경기 조절이 아니라 국민의 주거 안정에 최우선 목표를 두어야 한다”며 “경제 상황에 따라 규제와 완화가 반복된다면 시장의 투기세력 내성만 키운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이 더 이상 재산 증식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보내고, 이러한 방향에 맞게 일관된 정책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부본부장은 “정부의 주택시장 경기 조절정책이 ‘투기꾼’들에게 놀이터를 제공하고 있다”며 “정부가 일관된 계획하에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주택 실수요자와 공공·민간임대사업자를 중심으로 주택공급이 될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성헌 ‘직방’ 빅데이터 매니저는 “역대 정부의 주택정책 철학이 제각각으로, 일관된 정책 유지가 안되는 점이 시장의 혼란을 가져왔다”며 “경기부양 목적의 부동산 정책보다는 주거 안정에 초점을 두는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은 장기적인 방향성으로 움직이는 만큼 단기적인 움직임에 큰 정책 방향을 바꾸지 말고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단기적이고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모니터링 및 단속 등 유연한 정책 수단을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정책 효과의 갭이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책 실행 및 운영 능력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장기적인 정책목표가 명확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Si (Gigliola Cinquetti)(19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