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근 2019. 11. 24. 21:06


                11.25 한국-대구


소득보다 소비 만족도를 중시하는 세대가 출현했다

일본에 요구하듯, 반성 않으면 내로남불베트남 삿갓 시위

국가혁명배당금당·핵나라당·부정부패척결당등 총선 앞두고 태어난 신당만 34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려거동 못할 정도 돼야 아프다여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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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보다 소비 만족도를 중시하는 세대가 출현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는 가치소비와 공유경제

 

인간의 삶은 생산과 소비의 여정이다. 생산하는 것이 없다면 소비도 불가능하겠지만, 생산만 있고 소비가 배제된 삶은 무의미하다. 그렇기에 삶의 질을 논의할 때 빠지지 않는 중요한 요소가 소비생활이다. 객관적으로 소비를 파악하고 측정하기 위해 표준화된 지표들이 활용되지만, 최근 들어 이에 못지않게 주관적 만족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욜로’(YOLO삶은 한 번뿐)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탕진잼‘(소소하게 낭비하는 재미) 같은 신조어들이 널리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은 이런 세태를 반영한다. 이같은 소비 양식의 변화는 어떤 것이 행복한 삶의 모습인가를 규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생활 만족도의 증가와 가치소비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도 객관적인 소비수준이나 소득에 대한 만족과는 별개로 자신의 소비생활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가 점점 상승하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 속에서 소득에 대한 주관적 만족보다 소비생활의 자기만족도가 더 많이 증가하는 추세가 눈에 띈다. 또 연령별로 보면 경제적으로 3040대보다 풍족하지 않은 밀레니얼 세대(19~29)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

 

실질 소득소비 규모와 주관적 만족도 간에 상관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이유, 또 소비액이 별로 증가하지 않지만 소비에 대한 자기만족도가 증가한 이유를 가치소비의 확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치소비란 본인이 주관적으로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제품은 과감하게 소비하는 반면, 주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제품은 저렴하고 실속 있는 제품을 고르는 소비 행태이다. 한마디로 가격이든 만족이든 객관적 성능보다는 나의 주관적 가치를 우선해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지난 1년간 가치소비를 키워드로 보도된 기사의 연관어를 분석했더니, 이런 양상이 실증적으로 드러난다. 기성세대와 대비되는 밀레니얼 세대가 가치소비의 주체로 등장했고, 가격대비 심리적 만족을 의미하는 가심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하는 소확행’, 다양한 정보 활용을 통해 합리적 소비를 하는 스마트 컨슈머등도 중심적인 연관어로 나타났다.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현상은 갑질논란이 벌어진 기업 제품 구매가 급격히 하락하고, 환경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품의 구매가 증가하는 경향이다. 최근 소비트렌드는 소비자 개인의 실질적이고 주관적 필요를 중시할 뿐만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 대한 도적적 판단도 구매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기에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다양한 가치소비 양식에 정보공유가 활발해지면서, SNS가 소비를 통한 생활 만족도를 높이는 중요한 매체로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치소비 관련 기사 연관어

 

이처럼 개인들의 합리적이면서 사회적인 새로운 소비 방식이 확대되면서 네트워크와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하는 새로운 산업 영역이 등장했다. 바로 공유경제이다. 이전에도 아나바다카풀처럼 차량이나 물품, 장소 등을 대여하거나 공유하는 활동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네트워크나 특정 지역 내에서만 작동했다. 이제는 사실상 한계가 없는 전 세계적 네트워크 속에서 자원의 효율적 용이라는 취지까지 더해지며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개인적 소유에 얽매인다면, 엄두가 나지 않던 소비가 공유 서비스를 통해 가능해졌다. 개인의 합리적 소비와 사회적 자원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두 가지 목적이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을 통해 실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 본능과 공유경제

국내에서도 2011년을 기점으로 공유경제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증가했다. 2016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유경제를 신산업으로 육성한다는 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국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에어비앤비우버의 사례가 폭발적으로 국내에 소개되었고, 공유경제를 가로막는 낡은 규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내 공유차 시장 규모는 20116억원, 2014300억원에서 2016년에는 1,000억원을 넘어섰다. 대표적 업체인 쏘카와 그린카 회원 규모도 2014년 각각 51만명에서 2016240, 210만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이용고객의 약 60%20대로 이들이 어떤 세대보다 적극적으로 공유경제 서비스를 이용했다. 공유오피스도 국내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다. KT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200여개의 지점이 생겨났으며 연평균 63%의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단순히 규모의 성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변화도 이끌고 있다. 공유오피스는 출퇴근 시간 단축, 창고대여, 키즈존 설치 등을 통해 기존에 임대 사무실을 사용할 때 해결할 수 없는 불만을 해결해주고 보다 편리하고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공유경제는 명확한 개념으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형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통해 개인의 합리적 소비를 가능하게 하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유하지 않아도 모두가 사용권을 쉽게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삶의 만족도를 향상하며 자원을 보다 풍요롭게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도 나타난다. 공동 사용이라는 미명아래 새로운 형태의 대기업이 출현해 과도한 이익을 챙기고, 배달 노동자나 가맹점주에게 우월적 지위를 행사하는 플랫폼 기업에 이윤이 집중되는 현상이 그것이다.

 

중국의 자전거 무덤 <출처: 아시아타임즈, https://cms.ati.ms/tag/ofo/>

 

공유경제가 바람직하게 정착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결국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내 것과 남의 것을 나누고 공유재산일수록 낭비하고 함부로 사용하는 사람의 오래된 인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고속성장을 하던 중국 공유자전거 오포(ofo)의 위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유경제 기업들의 과도한 경쟁 속에서 과잉 공급된 공유자전거와 공유의 사회적 의미와 거리가 먼 이용 행태가 결합해 결국 거대한 자전거 무덤만 남았다. 공유경제는 이용자의 상식과 신뢰에 기반해야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나만 만족하고 합리적으로 소비해서는 행복이 계속 커질 수 없다.

이서경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선임연구원, 포스텍 데이터사이언스포럼 기획위원) 한국일보

 

일본에 요구하듯, 반성 않으면 내로남불베트남 삿갓 시위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국가책임 묻는 첫 집회

전쟁 폐해와 실상 누구보다 잘 아는 한국 역시 반성해야

12내 또래 학살당한 역사 슬퍼정부가 진실 밝혀주길

 

23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베트남 민간인 학살, 이제는 국가의 책임을 묻습니다문화제 참가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선 채 우리는 진실을 원합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베트남식 삿갓 넌라51년 전 학살당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 인도. 베트남식 삿갓을 일컫는 60개의 넌라가 나란히 놓였다. 넌라에는 반티논, 레티소, 응우옌티피, 응우옌꾸이, 까오티삭, 반쑤엔 등의 이름이 적혔다. 이들은 모두 1968년 베트남 하미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학살당한 민간인들이다. “이제 광장의 공간을 피해자에게 내어주고자 합니다. 한 번도 이 자리에 설 기회가 없었던 이들, 우리가 잊었던 이들, 대한민국이 기억하지 않았던 이들의 시간이 이 자리에 우리와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베트남 전쟁에서의 한국군 민간인 학살 문제를 알리는 단체 연꽃아래신민주 대표가 이렇게 말하자, 40여명의 참가자는 비로소 광장에 선, 넌라 위의 이름들을 향해 묵념했다.

 

연꽃아래와 한베평화재단 등 16개 단체가 연 베트남 민간인 학살, 이제는 국가의 책임을 묻습니다문화제의 한 장면이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베트남에서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첫 집회를 열고 정부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 정부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 시행 베트남 퐁니 퐁넛 마을 민간인 학살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조사 문서 공개 모든 시중 교과서에 베트남 민간인 학살 문제 추가 등의 조처를 촉구했다. 시민들은 우리는 진실을 원한다”, “민간인 학살 국가가 책임져라”, “국정원은 정보공개 신속히 시행하라등의 구호를 외쳤다.

 

23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베트남 민간인 학살, 이제는 국가의 책임을 묻습니다문화제 참가자들이 바닥에 놓인 넌라에 쓰여진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 이름을 향해 묵념하고 있다.

 

연꽃아래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1964년부터 시작된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은 꽝남성과 꽝응아이성, 빈딘성과 푸옌성, 카인호아성 등의 마을에서 9천명이 넘는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를 만들었다. 이 문제는 1999<한겨레21>을 통해 한국 사회에 공론화했고, 이후 시작된 <미안해요 베트남> 운동이 20주년을 맞았다. 당시 <한겨레21> 기자로서 기사를 작성한 고경태 22세기미디어 대표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에 대한 태도를 보면 한국은 위안부문제를 부정하는 일본을 비난할 처지가 안 되는지도 모른다.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처럼 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사건이 처음 국내에 알려진 1999년 태어난 김나무 연꽃아래 운영위원은 “1999년 태어나 20살 청년이 됐지만 여전히 정부는 증거자료가 없다는 핑계로 민간인 학살 언급을 기피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도 유감이다’, ‘비극적이다라는 말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퐁니 퐁넛 마을 민간인 학살에 대한 조사 문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국정원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임재성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1968212, 베트남 퐁니 퐁넛마을에서 청룡부대가 작전을 벌여 70명 넘는 민간인이 죽었다. 2016년 국정원에 해당 자료를 공개하라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지난해 7월 법원이 관련 문건을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국정원은 여전히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공개 거부 논리로 베트남 피해자들이 고소할 때 한국 정부의 대응 전략이 아직 없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피해자 관점의 논리는 없다고 말했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가 교육 과정에서 제대로 다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진영 연꽃아래 활동가는 “2016년 국정교과서 6종 가운데 5종이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언급했지만, 학생들은 (베트남 전쟁을) 경제 발전에 도움된 전쟁으로 배우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미국은 교과서에 미라이 학살(1968년 미군이 베트남서 자행한 대규모 민간인 학살) 등 미국의 과오도 다룬다. 학생들은 한국의 과오와 문제도 함께 알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채(13)양도 자유 발언을 통해 학교에서 한국의 발전만 배우는 게 아니라 아픈 역사도 함께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베트남 민간인 학살, 이제는 국가의 책임을 묻습니다문화제 참가자 중 한명이 베트남 국민들에게 사과해요. 우리가 사과해요라고 쓴팻말을 들고 있다.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적극적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윤주호(12)군은 친구들과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관해 토론하면서 우리 나잇대 또래들이 학살당한 걸 보고 정말 슬펐다정부가 피해자 유족들에게 사과해야 하며 진실을 먼저 밝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혜정(35)씨는 정부의 투명한 인정이 필요하다. 한국 사람만큼 전쟁의 폐해와 실상을 잘 아는 사람이 있는가. 일본에 요구하는 것과 달리 베트남에 대해서만 아무런 반성하지 않는 건 내로남불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은 일부 노인들이 발언자와 참석자에게 손가락질하거나 경찰에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지우(20)씨는 집회할 때마다 해병대 모자 쓴 분들이 한 마디씩 한다. 당신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고 그분들도 국가 폭력에 동원된 피해자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n ·사진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국가혁명배당금당·핵나라당·부정부패척결당등 총선 앞두고 태어난 신당만 34

내년 4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신생 정당이 급증하고 있다.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당등록 및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신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등록된 정당은 모두 34개였다. 가장 최근인 지난 9월 정당으로 등록된 국가혁명배당금당은 17대 대선 후보였던 허경영씨가 대표로 있다. 이밖에 홍익당, 자유의새벽당, 우리미래, 국민새정당 등도 정당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는 19대 총선을 앞두고 있던 201111월의 등록 정당은 21, 20대 총선 전인 201511월의 등록 정당 19개보다 많은 것이다.

 

20대 국회 출범 후 등록된 정당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을 비롯해 우리공화당, 민중당, 새누리당, 자유의새벽당, 홍익당 등 12개로 집계됐다. 지난 2016년 상반기, 20대 총선 직전에 등록된 정당도 국민희망당 등 6개였다. 2016년 이후에만 총 18개의 정당이 새로 등록된 것이다.

 

올해 7월부터 11월까지 중앙선관위에 창당 준비위원회 결성을 신고한 곳은 11곳이었다. 부정부패척결당, 한민족사명당, 기본소득당, 핵나라당, 비례한국당, 국민의힘, 소상공인당 등이다.

 

정치·사회적 소수자로 분류되던 직능과 세대 등을 중심으로 한 정치조직들도 눈에 띄었다. 소상공인당은 이미 소상공인당 중앙당 창당 발기인 대회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초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을 신고한 정민당의 경우 1989년생을 대표로, 지난 9월 신고한 기본소득당은 1990년생을 대표로 내세웠다.

 

이처럼 등록 정당 수가 많아지고, 다수의 정치 세력들이 창당을 준비하는 것을 두고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 처리 시 내년 총선을 통한 국회 진입이라는 특수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담은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군소 정당들의 국회 입성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려거동 못할 정도 돼야 아프다여겨

활동가들이 말하는 번아웃사례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타인에 대한 헌신을 덕목으로 삼아

스스로의 아픔 공개적 언어화 어려워

자기 희생 계속되면 그만 둘 수밖에

단체·조직의 활동 차원에서도 손해

성폭력 등 피해자 돕는 활동가들은

오랜 투쟁 중에 트라우마 전이되기도

 

양여옥씨(38)인권재단 사람의 배분지원팀에서 일하는 공익활동가다. 처음 활동가로 발을 내디딘 건 2006년이다. 소규모 평화운동 단체에서 시작했다. 초기에는 활동비도 없이 의욕과 열정으로 버텼다. 나중에 활동비가 생기기는 했지만 여전히 알바를 병행해야 했다. 10년이 되던 해 고비를 맞았다. 연차가 쌓이다 보니 책임이 무거워지고, 스트레스가 커졌다. 반면 경제적으로는 월세도 내기 힘든 처지였다. 스스로가 무능하게 느껴졌다. 잠을 못 이루고 끼니를 거르기 시작했다. 사람들 만나기도 두려워졌다. 행사장에 가야 하는데 식은땀이 나고 주저앉을 정도였다. 우울증이었다. 단체 활동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구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어 상담 일을 시작했다. 트레이닝을 받고 위기에 빠진 이들을 상담하면서 스스로를 객관화하고 돌아보게 됐다. ‘힘들었는데 몰랐구나, 내가 나를 돌보지 못했구나.’ 2년가량의 회복 기간을 거쳐 올해 다시 활동가로 돌아왔다.

 

전형적 번아웃을 겪은 양씨는 이제 다른 활동가들을 돕고 있다. ‘2019 활동가 이야기주간을 맞아 지난 5활동가 건강곡선 그리기 워크숍을 열었다. 양씨를 포함해 7명이 모였다. “동료들이 너무 자주 아프고, 몇은 세상을 떠났다” “같이 활동하던 친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 죽음이 개인적 차원인지 고민하게 됐다” “10년 넘게 활동하다 아파서 쉰 지 1년 반 정도 됐다. 돌아오고 싶은데 이전 삶으로 되돌아가는 게 옳은지 고민된다” “주변에 젊은 활동가가 거의 없다. 시민사회 전반적으로 활동가가 줄어드는 것 같다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건강을 위한 대안으로는 4대보험과 최저임금 안식월·안식년·유급휴가 상담 지원 치유를 위한 시간·비용 지원 조직문화 점검 등을 꼽았다.

 

어떤 직군이든 오래 일하다 보면 번아웃에 빠질 수 있다. 그럼에도 공익활동가들의 번아웃에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이들의 직업적 특성 때문이다. 공동체와 타인에 대한 헌신을 덕목으로 삼는 만큼, 스스로의 아픔을 공개적으로 언어화하기 어렵다.

 

양씨는 활동가들은 아파서 거동하지 못할 정도가 돼야 비로소 아프다고 여긴다. 그래서 아프다고 말할 때쯤 되면 활동을 그만두거나 쓰러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음을 맞는 경우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스스로를 돌볼 여유가 있어야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자신을 갈아넣고 희생하면 결국 그만둘 수밖에 없다. 단체·조직의 활동·운동 차원에서도 손해라고 했다.

 

성폭력·국가폭력 등의 피해자를 돕는 활동가들은 또 다른 고충에 시달린다. 일종의 감정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가 전이되기도 한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39)은 상담 자체보다 싸움을 어떻게 이길 것인가의 무게가 더 크다고 말한다. “성폭력 사건이 소송으로 넘어가면 3, 5년씩 걸린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생계수단이 넉넉지 못한 경우도 장기간 맞서 싸워야 한다. 피해자에게 회복의 시간이 찾아오는 대신 스트레스와 생활고가 계속될 때 지원하는 활동가들도 고통스럽고 무력감에 사로잡힌다고 말했다. 2005년 상근활동을 시작했던 김 부소장도 번아웃 경험자다. 사무국장으로 일하던 2010년 사표를 냈다. “소진됐다고 느꼈다.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이후 서울 은평지역에서 마을활동 등을 하다 2017년 복귀했다.

 

권위주의적 조직문화도 번아웃 요인

개인과 조직의 분리 어려운 활동가들

조직이 욕 먹을까봐 문제 제기 않기도

각 단체에서 활동가들 현장 보내기 전

스트레스 관리 등 자기보호교육 필요

 

권위주의적 조직문화도 번아웃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익명을 요구한 활동가 (44)는 과거 활동했던 단체와 관련해 평등한 네트워크 조직을 표방했지만, 윗선에서 의사결정을 하면 아랫선에서 따라가는 식으로 운영됐다고 말했다. 그는 커리어를 권력으로 활용하는 인사에게 인격모독적 언사를 듣기도 했다. 사과를 받지도, 누군가에게 털어놓지도 못했다. 아직도 상처로 남아 있는 이유다. 씨는 같은 단체에서 활동했던 동료의 사례도 전했다. 이 동료는 조직 내 전문가와 갈등을 빚었다. 해당 전문가가 문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자 활동가는 심한 충격을 받았다. 결국 심리치료까지 거쳐야 했다. 씨는 활동단체들은 평등하다는 외관 아래 갈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차라리 갈등의 실체를 인정하고 조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진임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36)도 조직 내 소통 문제를 언급했다. “활동가들은 조직 내부의 소통이나 민주주의 문제를 외()화시키기 어렵다. 개인과 조직의 분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힘들다고 하면 우리 조직이 욕먹겠지?’ 같은 자기검열 기제가 작동한다.”

 

비수도권 지역 활동가들의 실태는 더 열악하다. 이진홍 익산희망연대 사무국장(47)상근활동가가 1~2명뿐인 소규모 단체가 많다. 한 사람이 쉬면 단체의 활동이 멈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20~30대 활동가가 유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후속세대가 생겨나길 바라며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상담심리전문가 김지연씨(35)는 활동가들을 상대로 심리상담을 진행한 경험이 많다. 김씨가 만난 활동가들은 대체로 과노동상태다. 맡고 있는 역할 자체가 다양하고, 근무시간이 정확하지 않으며, 주말과 휴일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다. ‘진단되지 않은신체적·정신적 고통으로 불면이나 분노에 시달린다. 그는 활동가들이 맨몸으로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면서 자기보호의 기술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각 단체에서 활동가들이 처음 들어오면 스트레스 관리법 같은 교육을 한 뒤 현장에 내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익활동가는 스스로 가시밭길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리 중 누군가가 일과 건강을 맞바꾼다면, 그걸 방치해선 안된다. 자신을 위해 일하든, 타인을 위해 일하든 건강권은 기본권이다.”(김지연씨)

 

정보공개센터, 활동가의 능동성 부여 위해 노동시간 줄이기

활동가의 건강권 모색하는 단체들

심리상담사 씨는 대기업에서 사내 상담사로 일하는 동안 기업의 인력관리가 얼마나 철저한지 실감했다. 회사 건물의 엘리베이터가 멈춰 직원이 잠시 갇히는 사고만 발생해도 상담사가 투입돼 상담을 진행했다. 피해자가 트라우마를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작 기업보다 더 사람을 중시해야 할 시민사회단체들은 공익활동가의 건강을 개인적 문제로 보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질병의 개인화로 인해 활동가들은 아프다는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조기에 치료를 받았다면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을 이들이 고통을 견디다 못해 활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빚어지곤 했다. ‘채움이 없는 삶은 새로운 활동가의 진입을 막는 걸림돌로도 작용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한 일부 단체들이 최근 몇 년 사이 활동가 건강권을 위한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활동가의 건강 없이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 단체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정보공개센터).

 

성폭력상담소, 정신적 외상 방지 위해

1회 상담시간 제한, 소진 예방 프로그램

동행·인권재단 사람·아름다운재단 등

활동가 재충전 지원 재단·기관도 늘어

 

2008년 창립한 정보공개센터는 공공기관에 대한 정보공개 실태 조사·연구와 언론 캠페인 등을 통해 공공기관의 투명성·책임성을 높이는 일을 목표로 하는 단체다. 상근활동가 6명을 두고 있는데, 이 중 5명이 정보공개센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상근 기간이 다른 단체에 비해 긴 편이다. 활동가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11년 전 창립 때부터 일해온 정진임 소장(36)초기부터 임원진 사이에서 활동가들이 전문가로서의 지위를 가져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했다고 말했다. 단체의 규모가 커지면 활동가가 변호사·의사 등 전문가들의 서포터로 전락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를 경계하자는 취지였다. 창립 초기부터 활동가들에게 사전 결재 없이 업무를 진행한 뒤 사후 보고토록 하는 등 능동성과 책임성을 부여했다.

 

이런 맥락에서 노동환경에 대한 논의도 계속됐다. 2014년부터 노동시간을 줄이기 시작했다. 금요일 오후 2시 퇴근제로 시작해 격주 금요일 출근제로 이어졌다. 한 주는 4, 한 주는 5일 근무하는 식이었다. 2015년부터는 완전한 주 4일제로 전환했다. 3년 일하면 한 달 쉬는 안식월, 6년 일하면 1년 쉬는 안식년도 도입했다. 정 소장은 공익활동 역시 노동이다. 이 노동이 노동으로 존재하고, 활동가들이 직업군으로 인정받고, 제도적으로 안전장치 안에 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경우 상담사들의 정신적 외상을 방지하기 위해 1회 상담시간을 제한하는 등의 장치를 두고 있다. 소진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과 개인상담도 진행한다. 이와 별개로 만 3년 근무하면 근속휴가 2주일을 쓸 수 있도록 하고, 활동가들의 생활형태에 따른 유연근무제도 도입했다.


활동가들의 휴식과 재충전을 지원하는 재단·기관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공익활동가들의 사회적협동조합인 동행에서는 2016년부터 재충전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꾀하기 어려운 활동가들에게 주로 여행경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공모를 통해 올해 9월까지 모두 112명에게 7500만원을 지급했다. 여진 사무처장은 한 대안학교 교사들은 이 사업을 통해 처음으로 전체 워크숍을 다녀왔다며 좋아하더라고 전했다. 여 처장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성숙하는 데 공익활동가들의 역할이 컸다이들이 적절한 휴식과 충전을 통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권재단 사람은 인권 분야 활동가를 대상으로 재충전 프로젝트 일단, 쉬고를 진행하고 있다. 활동가 스스로 기획한 여행·취미활동 프로젝트를 1인당 100만원, 팀당 200만원까지 지원한다.

공익활동단체의 설립과 사업을 지원해온 아름다운재단2002년부터 공익활동가 쉼 지원사업을 해오고 있다. 1인당 200만원, 팀당 600만원까지 지원하며 지금까지 56개 그룹과 개인 195명이 혜택을 받았다. /한겨레


철도파업 닷새만에 종료혈세 4천억어쩌나

동력없는 강경 투쟁, 조기 종료 예고?노조원들도 회의적

노조 4654명 증원 요구 vs 코레일 1865국토부 인건비 4421억원 증가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파업이 닷새 만에 종료됐다. 노사 대립의 핵심 쟁점이었던 인력충원 규모는 추후 논의키로 해 추가 파업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태에서 일단 봉합된 상태다. 닷새 간 이어진 파업에 시민들의 발은 묶였고 수험장을 향하던 수험생들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인력 증원을 하기 위해선 4000억원의 혈세가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는 추산도 나온다.

 

25일 한국철도(코레일) 등에 따르면 한국철도와 철도노조는 이날 오전 6시 임금 및 현안사항에 잠정 합의했다. 파업은 종료됐고 열차 운행은 26일부터 단계적으로 정상화된다. 23일 저녁부터 교섭을 재개한 노사 양측은 이틀 밤샘 집중 교섭 끝에 25일 오전 6시 합의에 도달했다. 합의안에는 2019년도 임금 전년 대비 1.8% 인상 인력충원 문제는 철도노사와 국토교통부가 협의 고속철도 통합 운영 방안 건의 저임금 자회사 임금수준 개선 건의 등이 담겼다.

 

동력없는 강경 투쟁, 조기 종료 예고?노조원들도 회의적=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은 파업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파업 찬성률은 역대 두 번째로 낮았고, 파업과 수능 수시 일정 등이 겹치면서 파업 지지여론도 얻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은 노조원 재적 대비 찬성률 53.88%로 시작됐다. 2003652% 찬성률로 강행한 파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찬성률이다. 53.88%는 지난 8월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관련 찬반투표 당시 찬성률 67%보다 13%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일부 조합원들은 파업 자체에 회의적이라는 의견도 숨기지 않았다. 철도 노조원 게시판에 한 조합원은 쟁의 찬성 54%에서 총파업이라니 무리하는 거 아닌가라고 썼으며, 또 다른 조합원은 국민 지지도 못 받은 이번 파업은 백기투항만이 답이다라며 “(사측이 제시한) 1800명 충원 안이라도 받아라. 아니면 구조조정 당할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수능 수시면접이 파업과 맞물리면서 학부모를 중심으로 파업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파업에 돌입한 20일부터 줄줄이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들의 수시, 논술전형 일정이 잡히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25일부터 27일까지 부산에서 치러지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라는 국가적 행사에, 노조가 파업으로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비판 여론도 일었다.

 

결국은 혈세투입’= 노사 양측은 파업 철회에는 합의 했지만, 42교대 근무 도입을 위한 인력충원 부분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결론 짓지 못했다. 인력충원에 대한 조정이 원활치 못할 경우 향후 추가 파업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는 의미다.

             

그간 노사 양측은 32교대인 근무방식을 내년부터 42교대로 바꾸기로 하면서 필요한 인력충원 규모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번 합의에는 인력충원문제는 빠졌다. 대신 노사양측은 이달 중 노사협의체를 구성해 정부와 협의를 추가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간 노조의 요구는 물론, 철도 공사의 건의안 조차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국토부가 입장을 선회할지는 미지수다. 결국에는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문제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1철도노조는 4654명의 인력 증원 요구는 주당 39.3시간의 근로시간을 37시간으로 단축하기 위한 것이다. 인력을 41.4%나 늘리고 인건비도 4421억원 증가시킨다추가 수익 창출이나 비용 절감 없이 일시에 4000여명의 인력을 증원하는 것은 영업적자 누적 등 재무여건을 악화시키고 운임인상 등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김경욱 국토교통부 제2차관 역시 사측이 1865명을 요구했는데 1865명에 대한 근거조차 하나도 없다. 이 방안이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면 현재로서는 검토 자체를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또 코레일이 작년에 900억원의 영업 적자가 났다. 1800명만 추가해도 매년 3000억원의 적자가 난다고 했다.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문 대통령이 부산에서 '새마을운동' 언급한 이유

[-아세안특별정상회의] -아세안 CEO 서밋에서 '세 가지 협력 방향' 제안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에서 열린 '-아세안 CEO 서밋'에서 '세 가지 협력 방안'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한-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 정상회의 첫날인 25'-아세안 CEO 서밋'에 참석해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를 위한 '사람 중심의 포용적 협력''상생번영과 혁신성장 협력', '연계성 강화를 위한 협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를 위한 번영'이라는 주제로 열린 한-아세안 CEO 서밋 연설에서 "30년 전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과 12년 전 한-아세안 FTA 발효는 동아시아 역사에 살아있는 교류의 결과다"라며 "(지난 4일 타결된)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협정문을 타결함으로써 '동아시아 무역 네트워크'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과 한국의 경제는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라고 한-아세안 교역규모(1600억 달러)와 상호투자액(연간 100억 달러 이상) 등을 언급하면서 "외교, 통상, 무역, 투자에서 인프라, 문화, 국방, 환경 등으로 협력이 확대되고, 깊어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아세안의 친구를 넘어서 아세안과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가 될 것이다"라며 "평균연령 29세의 젊은 아세안에게 한국은 믿을 만한 최적의 파트너가 아닐 수 없다, 한국과 함께라면 더 빨리, 더 멀리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세안 국가들과 양자 FTA 네트워크 계속 확대"

이어 문 대통령은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를 위한 '세 가지 협력 방향'을 제안했다. 먼저 '사람 중심의 포용적 협력'이다. 문 대통령은 "사람이야말로 성장의 핵심동력이다"라며 "아세안 경제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직업기술교육훈련'을 확대하고 장학사업과 고등교육사업으로 고급인재 육성에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 과학기술연구소(V-KIST), 미얀마 개발연구원(MDI)과 같은 교육·연구기관 설립을 지원해 경제발전 경험을 나누겠다"라며 "새마을운동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메콩강의 기적'으로 이어지도록 메콩국가와 농촌개발협력도 강화하겠다"라고 메콩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메콩국가란 베트남과 태국,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넥스트 베트남'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을 가리킨다. 오는 27'1차 한-메콩 정상회의'가 열린다.

 

두 번째 제안은 '상생번영과 혁신성장 협력'이다. 문 대통령은 "기술협력과 교역기반 확대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함께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라며 "-아세안 스타트업 협력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하는 힘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에 만들어지는 '신남방비즈니스협력센터'는 한국 기업의 아세안 진출을 촉진하고, 아세안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주춧돌이 될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이번에 타결된 한-인니 CEPA 협정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등 아세안 국가들과 양자 FTA 네트워크를 계속 확대하겠다"라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동아시아 경제 하나로 연결하는 시작"

마지막은 '연계성 강화를 위한 협력'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보유한 교통, 에너지, 스마트시티분야의 강점을 활용해 아세안의 인프라 건설을 돕겠다"라며 "글로벌 인프라 협력 컨퍼런스(GICC), -아세안 인프라 차관회의 등을 통해 아세안의 수요에 맞는 협력 방식을 찾겠다"라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과 메콩지역의 협력 자금도 더 늘릴 것이다"라며 "-아세안 협력기금은 올해부터 연간 1400만 불로 두 배 늘렸고, -메콩 협력기금은 내년까지 연간 300만 불로 확대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는 동아시아 평화이며 동아시아 경제를 하나로 연결하는 시작이다"라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한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아세안의 포용정신이 계속되길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1993년 출범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치·안보문제를 다루는 다자 안보협의체다. 북한은 지난 2000723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제3차 북미 정상회담 등 앞으로 남아있는 고비를 잘 넘는다면, 동아시아는 진정한 하나의 공동체로 거듭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한-아세안 CEO 서밋에는 아세안 각국 정상들뿐만 아니라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아시아경제 전문 저널리스트 조 스터드웰, -아세안 대표 기업인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구영식(ysku) 오마이뉴스

 

저소득층 소득 절반 정부지원금’... 근로소득은 갈수록 줄어

월평균 소득 5.1% 857400

겉으론 소득격차 줄어들었지만 지원금이 일해서 번 돈의 3

무너지는 저소득층

저소득층(소득 하위 10%)의 한 달 소득에서 기초연금, 고용장려금 등 정부 지원금(공적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올해 3분기 절반을 넘어섰다. 정부 지원금이 없다면 사실상 우리나라 저소득층은 붕괴할 수밖에 없고, 지원금이 줄어들어도 저소득층은 삶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몰렸다.

 

24일 통계청의 올해 3분기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전국 명목소득 하위 10% 가구(2인 이상)의 월평균 소득은 901300원으로 전년 동기 857400원에 비해 5.1% 증가했다 이는 소득 하위 10% 가구의 근로소득은 줄었지만, 정부의 지원금과 자녀 등의 생활비 지급 등 외부 지원금을 말하는 이전소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하위 10%3분기 이전소득은 657900원으로 전년 동기 584000원에 비해 12.7% 늘어났다. 3분기 이들의 이전소득은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다. 이에 비해 근로소득은 156000원으로 전년 동기 173000원에서 9.8% 감소했다.

 

특히 3분기 소득 하위 10%의 공적 이전소득은 약 49만원으로 이 역시 역대 최고치다. 월 소득에서 공적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54.4%에 달했다. 월 소득에서 자녀 생활비 등을 포함하는 전체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3%에 달한다.     우리나라 저소득 취약계층은 이전소득이 없으면 모두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은 공적 이전소득의 3분의 1 수준, 전체 이전소득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이에 비해 3분기 소득 상위 10% 가구의 월평균 이전소득은 594500원으로 근로소득(9128100)6.5%, 전체 소득(11828600)5%에 불과했다. 전체 가구의 평균 이전소득은 60300원으로 평균 근로소득(3361000)17.9%, 전체 소득(4876900)12.3% 수준이었다.

 

3분기 소득 하위 10%의 근로소득이 줄고 이전소득이 크게 늘어난 것은 가구주의 평균 연령이 69세로 고령화 속도가 빨라진 탓이 크다. 소득 하위 10% 가구주의 평균연령은 20081분기 60, 20162분기 65, 20181분기 67세를 넘어선 뒤 불과 1년 반만에 69세로 올랐다.

 

박상영 통계청 과장은 "1인 가구 포함 전체 소득하위 10% 가구 가운데 6065세 미만 가구주의 무직 비율은 대략 50% 중반이지만, 6569세 미만 가구주는 60% 후반대, 70세를 넘어서면 70%후반대로 급증한다"면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65세에 진입하는 내년부터 5년간 고령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기 때문에 소득 하위 계층은 갈수록 정부 이전소득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룡기자 srkim@dt.co.kr

 

"문재인 정부 '절대반지'가 사라졌다"

[인터뷰] 정치컨설턴트 박성민 대표 "새로운 대한민국은 오지 않았다"

'조국 사태'라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지나갔다. 촛불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가치인 '평등, 공정, 정의'가 크게 훼손됐다. 그렇다고 탄핵 정부 주역들이 모여 있는 자유한국당의 역대급 비호감도가 낮아진 것도 아니다. 집권세력과 제1야당의 동반 위기 속에 내년 4월 총선이 시나브로 다가온다.

 

제도 정치는 어쩌다 2016~2017년 촛불 민의를 외면하고 다시 익숙한 정치문법으로 되돌아갔을까. 지난해 초 '대한민국 주류교체론'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져 반향을 일으켰던 정치컨설팅그룹 ''의 박성민 대표를 만나 중간 결산을 해봤다.

 

결론부터 말해, 박 대표는 주류교체 전쟁의 결정적 승기를 잡았던 집권세력이 '2017년 체제', 즉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본다. 광장의 요구를 제도로 완성해내지 못한 탓이다. 그는 "문 대통령은 새로운 대한민국에 부합하는 새로운 체제를 만들었어야 했다. 헌법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개혁을 담대하게 했어야 한다"며 탄핵에 동참한 세력을 포괄하는 통치연합을 구축했다면 "자유한국당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집권 세력이 절호의 기회를 놓친 이유를 "정체성과 적폐 청산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거 때는 외연확장을 하다가 집권 후 곧바로 정체성, 정통성에 매몰돼 위기를 맞은 역대 정부와 패턴이 같다는 것이다.

 

'조국 사태'가 결정타가 됐다. 박 대표는 "(조국 사태는) 오류나 실수가 아니라 국정 운영에서 의사결정과 전략적 판단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들킨 것"이라며 그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아우라가 벗겨지고 '절대반지'가 사라졌다. 회복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임명했던 배경으로 "친문 직계 대선 주자가 있어야 레임덕도 막을 텐데, 현재 뚜렷한 차기 주자가 없는 문제가 있다""그런 초조감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86세대의 정치 행태에는 직설적인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통찰도, 성찰도 20년 전만 못하다보니 모두가 현찰만 쫓는다""(86세대는) 지적으로 게을러졌고 도덕적으로는 해이해졌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을 향해선 "청산 가치가 존속 가치보다 훨씬 크다"며 체념에 가까운 진단을 내렸다. 그는 "김세연 의원이 한국당을 '존재 자체가 민폐'라고 했는데, 기업 같으면 구조조정 대상"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황교안 대표가 던진 보수통합론에 대해서도 "(유승민 의원이) 거절할 수밖에 없는 제안을 던졌으니 감동도 없다""통합도, 혁신도, 선거 승리도 회의적인 상황이 됐다"고 했다. 현재 진행 중인 황 대표의 단식 투쟁에는 "지금은 머리를 쓸 때이지 몸을 쓸 때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주류교체 전쟁의 최종 승패는 "다음 대선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그 전초전 격인 내년 총선에 대해선 여권의 승리를 점치는 다수의 관측과 달리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보다 민주당 상황은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집권 후반기에 치러지는 총선의 성격이 현정부 심판인 만큼, "내년 총선의 기본 정서도 반()문재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 세 번 연달아 전국단위 선거를 몰아준 적은 있어도 네 번을 몰아준 적은 없다"고 민주당에 경고했다. 그렇다고 지금의 한국당이 '반사이익'을 고스란히 챙길만한 처지도 아니다. 박 대표는 과거 총선에서 전권을 장악해 공천을 주도한 '박근혜 비대위''김종인 비대위'를 언급하며 "비상계엄 상황처럼 임하지 않으면 못 이긴다"고 했다. '황교안 체제'로는 총선 전망이 서지 않는다는 뜻이다.

 

박성민 대표 인터뷰는 박인규 <협동조합 프레시안> 이사장이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치컨설팅그룹 '' 박성민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2017 체제, 새로운 대한민국은 오지 않았다"

프레시안 : 지난 26개월을 돌이켜보면, 2016~2017년 촛불로 드러난 민의가 정치 과정에 제대로 투영됐는지 의심스럽다. 탄핵 연대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정치연합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특히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정치는 촛불 민의로부터 더 멀어졌다. 어쩌다 촛불 민의와 실제 정치가 괴리됐다고 보나?

-박성민 : 2016년 뜨거웠던 촛불은 광장을 상징한다. 그해 129일 국회의원 234명이 탄핵안에 찬성하고 이듬해 3월 헌법재판관 8명이 만장일치로 탄핵을 인용함으로써 완성된 것이다. 촛불보다 선거가 더 힘이 세고, 최종적으로는 제도화가 가장 강력하다.

 

과거정부와 비교하자면, 이승만 정부 붕괴 뒤 5.16 쿠데타가 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에는 곧바로 12.12 사태가 발생했다. 촛불이 좌절한 사례들이다. 2002'효순이 미선이' 촛불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으로, 2016년 촛불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졌다. 촛불이 투표로 대통령을 만드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제도화에는 실패한 사례다. 1987년 민주항쟁은 '체제'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유일한 사례다. 비록 군 출신인 노태우가 당선되었지만 헌법을 바꿔 불가역적인 제도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새로운 대한민국에 부합하는 새로운 체제를 만들었어야 했다. 헌법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개혁을 담대하게 했어야 한다. 임기 초 상당수 정치세력이 동참하는 개혁연대가 가능했다. 연정이든 협치든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정치적 조건도 뒷받침됐다. (노무현 대통령 때와는 달리) '상왕' 같은 전직 대통령들의 영향력이 전혀 없고, 야당도 지리멸렬한 데다 여당 내에서도 누구도 대들지 못하는 환경이었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유일하게 '국가지도자'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런 조건을 제대로 활용했다면 외연을 확장해 통치연합을 이루고 자유한국당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낼 수 있었다. 탄핵에 동참했던 야당에 손을 내밀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하지 않았다. 결국 촛불이 기대했던2017 체제, 새로운 대한민국은 오지 않았다.

 

프레시안 : 안 한 건가, 못 한 건가?

-박성민 : 그것까지 해석하지는 않겠다. 다만 모든 대통령은 자신의 정체성, 정통성을 강조한다. 선거 때는 그것만으로는 당선될 수 없기 때문에 외연확장이라는 걸 한다. 김영삼의 3당합당, 김대중의 DJP연합,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박근혜의 경제민주화 공약 등이 그 예다.

 

김영삼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위기는 당선 뒤 자기 정체성으로 돌아갈 때 왔다. 김영삼은 전두환노태우를 구속시키면서 왜소해졌다. 김대중은 김종필과 갈라서면서 위기가 왔다. 노무현 은 대북송금특검과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자신을 지지했던 호남과 갈라서면서, 이명박은 박근혜와 공천으로 갈등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박근혜는 당선되자마자 바로 자기 정체성으로 돌아갔다. 오히려 정통성이 별로 없었던 노태우가 3당 합당으로 통치연합을 넓혔던 유일한 대통령이다. 그 바탕에서 북방정책 등이 가능했던 점은 역설적이다.

 

다들 정통성을 강조하다보니 청산을 제1과제로 내세웠다. 김영삼은 최초의 문민 대통령으로서 군부독재 청산, 김대중은 최초의 정권교체 대통령으로서 보수 잔재 청산, 노무현은 서민의 대통령으로서 기득권과 엘리트 정치 청산, 이명박은 정권을 찾아온 대통령으로서 좌파 청산, 박근혜는 보수대통령으로서 종북 청산을 했다. 과거 청산하다가 진짜로 해야 할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그나마 노회한 김영삼, 김대중은 집권 초에 어느 정도 개혁을 했지, 다른 대통령들은 당선과 함께 바로 자기 정체성으로 돌아갔다.

 

적폐 청산을 앞세운 문 대통령도 정체성 문제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이번 조국 파동에서도 그 정체성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위험해 보인다. 자기 정체성으로 돌아가려는 건 인간의 속성이다. 기업은 생각과 목표가 같은 사람들 사이에 합의를 추구한다. 하지만 정치는 다르다. 적대적인 사람들과도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다.

 

'75% 민주주의'라는 말이 있다. 75%의 지지를 얻으면 나머지 25%는 잠잠해진다는 것이다. 박근혜 탄핵 당시에도 처음엔 말들이 많았지만, 80% 넘는 여론이 찬성하니 반대론이 조용해졌다. 그 정도면 민의로 해석해도 된다는 뜻이다. 국회의 탄핵 소추와 헌재의 인용도 그걸 의식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도보수라고 하든 합리적보수라고 부르든, 3당 합당 이후 한국의 주류이자 상수이던 보수에서 이탈한 스윙보터까지 끌어안아 80%가 참여하는 '2017년 체제', 혹은 '2018년 체제'를 문 대통령은 만들었어야 했다. 그러지 않았던 건 전략적 패착이다. 역사적으로 회한이 남을 것이다.

 

프레시안 : 촛불의 제도화라는 의미에서, 비록 무산됐지만 대통령이 임기 초에 개헌안을 냈다.

-박성민 : 처삼촌 벌초하듯이 했다. 아마도 청산 대상을 왜 살려주나 하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 정말 제대로 할 생각이었으면 국가원수로서 헌법을 바꿔야 한다고 호소하고, 정치지도자연석회의 같은 걸 제안해 초당파적으로 추진했어야 한다. 2016년 총선으로 다당 체제가 만들어진데다 대통령까지 바뀌었을 때 리더십을 발휘했어야 했다.

 

프레시안 : 적폐청산이 너무 장기화되면서 좀 과도해 보이기도 했고, 어떤 면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복수심의 발현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다.

-박성민 : 역대 정부에서 관행처럼 행해지던 특수활동비를 지원받은 것이 구속까지 시킬 일인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원(舊怨)이 있을 수 있겠지만, 국민들이 이 정부에 기대했던 것은 그런 게 아니지 않았나. 그보다는 문 대통령이 약속했던 새로운 대한민국,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면 엄청난 레거시(유산)로 남았을 텐데 아쉬움이 많다. 지금 검찰개혁을 하겠다고 하는데, 이 정도 검찰개혁이 얼마나 굉장한 업적이 되겠나 싶다.

 

정체성과 청산에 대한 강박관념에 문 대통령의 성향까지 겹쳤다. 문 대통령은 좋게 말해 원칙주의자다. 열 가지 중 하나만 달라도 적으로 보는 사람은 정치를 하면 안 된다. 정치는 하나만 같아도 동지로 보는 것이다. 결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는 지지자들에게도 비판받을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이 정부는 반대로 지지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서 비판을 받을 용기가 없는 사람이다. 조국 장관은 반대 여론이 많았는데도 임명했으면서 지소미아는 찬성 여론이 높다고 종료 결정을 했다. 국내 정치는 여론에 반응해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지소미아 같은 외교안보 사안은 여론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거꾸로 됐다.

 

"86세대 지적으로 게을러졌고 도덕적으로 해이해졌다"

프레시안 : 조국 사태로 문재인 정부의 속살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어떤 점이 치명적이었는지, 이후 수습은 제대로 되고 있다고 보나?

-박성민 :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습되지 않았고 수습이 불가능해 보인다. 사람들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탈원전 정책에 어떤 결정과정이 있었는지 복잡해서 잘 모른다. 그러나 조국 사태는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문제다. 문 대통령의 실수는 국정 운영에서 의사결정과 전략적 판단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들킨 것이다. 실수나 오류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들켰다는 것이다. 이로써 이 정부의 상징자본이 훼손됐다. 아우라가 벗겨지고 '절대반지'가 사라졌다. 그래서 회복이 어려운 것이다.

 

동의 여부를 떠나 검찰개혁이 최고의 국정과제라고 치자. 조국 전 장관이 유일무이한 적임자였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이 숙제를 풀자고 민주공화국의 근간인 법치와 공정을 훼손시키면서까지 할 일은 아니었다. 더 중요한 것을 깨버린 것이다. 과거에 진보는 깨끗하지만 무능하고, 보수는 부패했지만 유능하다는 속설이 있었는데, 이젠 둘 다 무능하고 둘 다 부패한 세력으로 비쳐진다. 서로 나쁜 것을 배웠다.

 

현재 여론조사로 드러나는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이 조국 사태 이전과 엇비슷하게 보이지만, 4점 척도를 적용한 조사에선 '매우 잘함''매우 못함'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지지 강도보다 반대 강도가 월등히 높다. 여차하면 등을 돌릴 스윙보터들이 당장은 한국당보다 나은 것 같아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조국 사태의 문제는 한국당이나 언론과의 긴장이었다기보다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찍었던 지지층이 얼마나 이탈할 것이냐의 문제였다.

 

다른 측면에서, 왜 조국이었을까? 노태우 전 대통령 이래로 차기 대권주자가 없는 계파는 모두 몰락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모두 그랬다. 그 쟁쟁하던 3김조차 왜 차기 대권주자를 못 만들었을까? 5년 단임제이기 때문에 같은 당에서 정권이 재창출된다고 하더라도 정권 교체적 성격이 최소한 30%는 있다. 노태우에서 김영삼으로, 김대중에서 노무현으로,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넘어갈 때 모두 그랬다. 현직 대통령 말 잘 듣는 계승자로서의 후임자는 없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도 친문 직계 대선 주자가 있어야 레임덕도 막을 텐데, 현재 뚜렷한 차기 주자가 없는 문제가 있다. 그런 초조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프레시안 : 조국 사태를 계기로 이 정부의 주역인 86세대를 향해 기득권 카르텔이라는 인식이 강화됐다.

-박성민 : 저도 같은 세대로서 우리 세대가 정치에 진출할 때 기대와 우려가 있었다. 우려는 이분법적 진영논리, 타도와 박멸의 적대적 태도, 정치가 아닌 운동을 걱정했는데, 20년쯤 지나서 우려는 절망으로 바뀌었다.

 

선배 세대는 갈등하면서도 대화했다. 86세대는 20대부터 진영을 나눠 싸운 세대다. 이분법 정치를 너무 극단까지 몰고 가다보니 내 편은 무조건 옳고, 상대는 무조건 틀렸다고 한다. 우리 편의 잘못까지 무리하게 옹호하려고 하니 궤변으로 일관하고 폭력적 언어를 동원한다. 이들에게선 민주공화정의 기본인 퍼블릭이나 리퍼블릭에 대한 개념이 별로 안 보인다.

 

반면 기대에는 훨씬 못 미쳤다. 그래도 나는 우리 세대가 1990년대부터 사회 각 영역으로 흩어져서 성과를 냈기 때문에 그런 영향을 받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도할 역량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완전 오판이었다. 솔직히 말해 20년과 비교해 지적으로는 게을러졌고 도덕적으로는 해이해졌다. 통찰도, 성찰도 20년 전만 못하다. 그러니 모두가 현찰만 쫓는다.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니 미래를 보지 못한다. 그러니 옛날 애기만 한다. 뒤를 보고 걸으면 빨리 갈수도, 멀리 갈수도, 똑바로 갈수도 없다.

 

청와대 정책실장들이 경제지표가 언제까지 좋아질 것이라고 여러 번 예고했는데, 잠재성장률, 실질성장률이 어떻게 됐나. 북핵 문제도 지금까지 엔드스테이트(최종상태)가 뭔지 아직 모른다. 북한이 거꾸로 엔드스테이트를 내놓으라고 하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지 않고 있으니 과거 '화염과 분노' 같은 상황은 막고 있지만, 당장 비핵화가 될 것처럼 기대감을 부풀렸던 것들은 다 사라지고 없는 상황이다. 이 정부 들어서 확실히 달라졌다고 느낄만한 일이 없다. 그런데도 국정운영은 역대 가장 강력한 '청와대 정부'이고, 집권당에선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반대 의견을 누른다. 내부로 곪아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게 더 위험하다.

 

"한국당,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크다"

프레시안 : 청와대와 민주당의 위기의식이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황교안 대표가 이끄는 자유한국당이 더 죽을 쑤고 있기 때문 아닌가. 탄핵 이후 보수의 퇴행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박성민 : '유승민 파동', 국정교과서 파동, 공천 파동 등이 겹치면서 2016년 총선에서 제1당 자리를 내줬다.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민주당을 제치고 제1당이 된 것까지 감안하면 한국당은 더 크게 진 것이다. 내용적으로도 강남, 분당, 부산경남이 뚫렸고, 보수의 최후의 보루 대구에서도 두 곳이 뚫렸다. 그 정도로 선거에 패했으면 친박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어야 했는데, 이정현을 당 대표로 만들어버렸다. 정치문법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정무적 판단만 제대로 했어도 탄핵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후 대선에선 홍준표가 나와서 졌다. 그 뒤라도 전열을 재정비 했어야 하지만, 홍준표가 다시 당대표가 됐다. 지방선거에서 또 참패했다. 이렇게 큰 선거에서 세 번 내리 지고 전당대회를 열었으면 혁신을 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탄핵 정부에서 법무부장관, 국무총리를 했던 경험 없는 사람을 모셔와 대표에 앉혔다. 자기들이 만든 대통령들이 감옥에 가도 의원직 그만 둔 사람 하나 없었다.

 

현재 한국당에는 두 가지 흐름이 있다. 황 대표를 불러들인 친박친황계는 똘똘 뭉쳐서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본다. 그러니 혁신이란 게 있을 수 없다. 또 다른 그룹은 황 대표가 있는 건 좋지만 선거에 이기기는 어려우니 플러스 알파, 유승민 의원을 데려와 보수통합을 하자고 한다. 그 와중에 지난 6일에 황 대표가 보수통합 카드를 어설프게 던졌다. 거절할 수밖에 없는 제안을 던졌으니 감동도 없다. 오히려 황교안 체제가 유지되면 선거에 이길 수 있을까 하는 회의론이 확산됐다. 통합도, 혁신도, 선거 승리도 회의적인 상황이 됐다.

 

프레시안 :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하면서 던진 메시지는 각성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나?

-박성민 : 김세연 의원이 충격적 얘기를 한 것인데, 충격을 받지 않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새누리당 때처럼 그저 분노와 비판의 대상이라면 버틸 수 있지만, 지금 한국당은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다. 보수의 대주주가 없고, '민주당 대 반민주당' 구도에서 자신들은 비주류가 됐는데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살아남을 수 있겠나.

 

당을 진단할 때, 위기에 동의하나, 위기의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해결책은 무엇인가 수순으로 진행된다. 한국당은 위기에 동의하느냐부터 '아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가 없다. 비호감도가 60%를 넘는데도 위기인지 모른다. 유승민 의원이 보수통합 제안을 받지 않으니까 황 대표는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이 물밑에서 오가는 것처럼 말했다. 어떻게든 온 몸을 다 던져보겠다고 해도 될까 말까인데, 대단한 무엇이 있는 것처럼 말해버렸다. 그리고는 단식투쟁, 지금은 머리를 쓸 때지 몸을 쓸 때가 아니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선 때는 경제민주화 같은 사회가 요구하는 의제를 던졌다. 그런데 지금 한국당은 사회적 요구에 대한 반응성이 전혀 없는 것 같다.

-박성민 : 늙은 정당이다. '자유우파'라는 말을 쓰는데, 퇴행적 언어다. 시대를 읽는 눈, 통찰이 없다는 것이다. 팔리지 않는 물건을 계속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 한국당 지지율은 박근혜는 잘못한 게 없다는 사람들과 문 대통령이 너무 싫어서 지지한다는 사람들이 합쳐져서 겨우 20% 나오는 것이다. 미래의 담론이 전혀 없다. 김세연 의원이 존재 자체가 민폐라고 했는데, 기업 같으면 구조조정 대상이다. 청산 가치가 존속 가치보다 훨씬 크다.

 

"정치는 지지자들에게 욕먹을 용기 있는 사람들이 해야"

프레시안 : 2018년 초에 '주류교체 전쟁'이라는 화두를 던져서 반향이 컸다. 지금 그 전쟁을 중간평가 하자면?

-박성민 : 기존의 주류가 무너진 것은 사실이다. 보수의 큰 버팀목이던 7개 기둥, 즉 지식인, 보수언론, 문화, 재벌, 권력기관, 기독교, 보수정당의 토대가 뿌리째 흔들렸다. 에베레스트를 받치고 있는 히말라야가 무너진 것이다. 박세일 전 의원의 선진화 담론 이후 보수가 내놓은 담론이 없다. 보수가 주류이던 시절은 끝났고 지금은 '민주당 대 반민주당' 시대다. 이건 우리 정치에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신주류가 그만큼 올라왔나?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대통령을 배출하고 권력을 가졌음에도 비주류 의식을 못 버리고 있다. 주류의식을 가져야 주류가 될 것 아닌가. 보수는 좋게 말해 주인의식, 소유의식이 강하다. 심지어 국가도 자기들 것이라는 의식, 책임감이 있다. 비주류 의식은 비판의식이다. 다 장악했는데도 아직도 피해 받는 비주류라는 의식이다. 주류의식이 있었다면 집권 뒤에 다른 세력도 안고 가는 자신감을 발휘해 '2017년 체제'를 만들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황교안 대표도 수준에 비해 너무 어려운 문제를 받아놓은 학생들 같다. 국제 정치 환경을 보면 평생을 공부한 김대중 같은 사람도 풀기 어려운 상황이다. 야권통합도 감정의 골이 워낙 깊어서 김영삼 같은 사람이 해도 될까 말까인데 정치 초년생 황교안 대표가 풀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볼 때 주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 대선에서 누가 주류인지 결정될 것이다.

 

프레시안 : 총선은 어쨌든 기성 정치세력 중에 선택하는 일 아닌가. 지금처럼 '비토크라시'만 남은 정치가 바뀔 수 있을까?

-박성민 : 네 편, 내 편만 있다. 극단적 진영만 남았다. 이 어둠이 마지막 밤인지 새로운 시작을 기대할 수 있는 전야인지. 마지막 밤이라면 내년 총선이 될 것이고, 전야라면 다음 대선일 것이다.

 

프레시안 : 여권에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임기 후반부에 개혁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박성민 : 내년 4월 총선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세 번 연달아 전국단위 선거를 몰아준 적은 있어도 네 번을 몰아준 적은 없었다. 내년 총선의 기본 정서는 반()문재인이다. 가장 큰 투표 동력은 혼을 내주려고 야당을 찍는 것이다. 의외로 침묵하는 스윙보터들이 많다. '문재인 정권에 몰아줬더니 남 탓, 과거정권 탓, 적폐 탓하더라. 우리가 보기엔 당신들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보다 민주당 상황은 좋지 않다.

 

보수는 혁신이 문제다. 과거 박근혜 비대위, 김종인 비대위 체제처럼 하면 이길 수 있다. 그렇게 비상계엄 상황처럼 임하지 않으면 못 이긴다. 황교안 대표를 바꾸고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것이 유리한데, 그럴 수 있을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보수의 대주주가 없는 문제가 있지만, 궁하면 누구든 찾기 마련이다.

 

프레시안 : 조국 사태를 겪고, 여야 일부 의원들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공천 화두는 세대교체가 됐다. 구체적으로는 20~30 공천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자는 것인데, 세대교체가 정치를 바꿀 수 있을까?

-박성민 : 지금의 86세대는 수적으로도 많고, 정당정치의 밑바닥부터 참여해서 지금까지 온 것이다. 훈련받은 사람들이다. 그보다 더 과거에는 육사 출신들 데려다 정치 엘리트를 시켰다. 90년대부터는 운동권 출신들이 정치 엘리트가 됐다. 지금 20~30 세대들에게 그저 자리를 주면 잘 할 것인가. 지금 알려진 젊은 정치인들 말이나 행동을 보면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다.

 

쟁취하고 나서는 쪽이라면 70년대 생들, 지금의 40대 세대를 기대한다. 86세대의 조직문화 경험과 가깝고, 문화적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86세대보다 세련된 세대다. 누구라도 세상 변화를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면 좋겠다. 통찰이 없고 성찰이 없으니 현찰만 챙기는 것 아니겠나. 지금은 운동권 출신들과 공안검사 출신들이 과거지향적인 세계에 갇혀있는 상황이다. 하나만 달라도 적으로 보는 사람 말고, 하나만 같아도 동지로 보는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는 지지자에게 욕을 먹을 용기가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나이의 문제,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 프레시안 임경구 기자

 

홍콩 불안의 근원, 부동산 헤게모니를 들여다보다

<홍콩 토지와 지배계급>의 저자 앨리스 푼과의 대화

홍콩 시위가 6개월 째에 접어들었지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저항은 격화되고 있고 홍콩 경찰의 폭력적 진압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달하고 있다. 지난 보름 간 여러 명의 청년들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 수백 명의 청년들은 목숨을 걸고 자신의 대학을 지키려 하고 있다. 경찰 폭력이 살인적 수준에 다다름에 따라 시위대의 대응도 격화됐지만 이 모든 비극이 홍콩 정부가 자초한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는 오늘날 홍콩 시위가 왜 이토록 격화되고 있고 어떤 사회적 모순 속에서 태동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단순히 '홍콩은 광주다'라고 선언한다고 해서 그것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아니며 더 좋은 연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홍콩 사회의 특수성과 그에 기반한 모순을 이해해야 더 잘 연대할 수 있다.

 

홍콩 사회의 모순을 상징하는 것은 '부동산'이다. 홍콩은 한국만큼이나 끔찍한 부동산 지옥이다. 이곳의 평범한 사람들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살만한 집을 구하기 어렵다. 지난 20년 간 부동산 재벌들은 갖가지 방식으로 부동산 가격을 높여왔고 정부 엘리트들은 이에 협조했으며 중국 정부는 이를 방조했다. 그 맥락을 정리한 홍콩의 베스트셀러 <홍콩 토지와 지배계급>의 저자 앨리스 푼과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인터뷰는 홍콩의 급진 연구 활동가 그룹인 <라우산(流傘)>이 진행했으며 지난 6일 라우산 블로그를 통해 공개됐다.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가 <라우산>의 동의를 얻어 번역을 하고 번역본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편집자

 

앨리스 푼의 저서 <홍콩 토지와 지배계급>(land and the ruling class in hongkong)

 

홍콩 시위에서 명시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지만, 높은 임대료는 홍콩 사회의 모순을 설명하는데 빼놓을 수 없다. 홍콩 시민들의 삶은 '임대료'에 좌지우지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절반에 가까운 홍콩 인구는 월 2HKD(300만 원)이상의 임대료를 내고 있으며 이는 가구당 평균 소득의 70%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택시장'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수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택을 지을 땅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시내를 둘러싼 미사용 토지의 가용성에도 불구하고 홍콩 정부는 더 많은 공공주택을 짓거나 임대료를 줄이려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홍콩에 남아있는 옛 영국 식민지 기관들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 이곳의 관료들은 토지 개발자이자 토지 프리미엄 협상가로서 직접 토지 재취득과 토지 계획을 담당하고 있다. 그들은 공공기관과의 협의나 감독 없이 민간개발을 위한 자금으로 납세자 기금을 사용한다.

 

도시재생국(URA), 홍콩도시철도(MTR), 링크부동산투자신탁 등 홍콩의 준공공기관들은 공공의 이익보다는 토지 프리미엄이 주는 이익에 의욕을 보인다. 가령 MTR은 홍콩 시민들의 생활비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교통요금을 인상해왔다. 아시아 최대의 부동산투자신탁인 링크리트사(Link REIT)는 임대료와 관리비를 '획기적으로' 올려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특별행정자치구(HKSAR) 정부의 전제 세수에서 토지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모할 정도다. 2017, 폭등하는 교통요금 문제에 대해 캐리 람 행정장관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로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앨리스 푼(Alice Poon; 潘慧嫻)은 수십 년 간 홍콩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전략을 직접 목격했다. 그는 홍콩에서 가장 큰 재벌인 선헝카이 부동산의 공동창업자 고 쿽탁셍의 개인 비서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녀는 1880년 헨리 조지가 쓴 <진보와 빈곤>을 우연히 읽게 됐다. 그 책이 비판하는 '지역 사회에서 불로소득을 뽑아내는 토지 소유자들'이 홍콩 부동산 업계에서 꽤 익숙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사회 정의를 위해 이에 대해 더 연구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녀의 저서 <홍콩의 토지와 지배계급 (Land and the Ruling Class in Hong Kong; 地產霸權)>1984년 영국과 중국 양국이 서명한 '홍콩에 관한 영국중국공동선언'에서, 리카싱 등 여섯 가문이 토지 공급 제한법률을 이용해 어떤 식으로 홍콩의 토지에 대해 독점권을 형성했는지 명쾌하게 보여준다. 당초 2005년 출판된 이 책은 중국어 번역이 베스트셀러가 됐고, 공개 담론에서 '부동산 패권'(地產霸權)을 부상시켰으며, 토지정의 운동의 시금석이 됐다.

 

우리는 이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홍콩 시위에 홍콩 토지 독점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인터뷰는 명확성을 위해 다소 요약 및 편집됐다. 인터뷰는 <라우산> 그룹의 활동가이자 시인이며 공학자인 브라이언 응이 진행했다.

 

앨리스 푼 작가(트위터 갈무리)

 

브라이언 응 : 2010<홍콩의 토지와 지배계급>은 홍콩의 정치적 담론에서 부동산 헤게모니(地產霸權)란 개념을 대중화시켰었죠. 선생님께선 제한된 토지 공급 한도가,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독점적인 혜택을 주는 법안을 통해 소수의 부동산 재벌들의 부와 영향력을 강화했다고 주장하셨는데요. 이후에 홍콩의 부동산 헤게모니는 어떻게 변해왔나요? 혹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나요?

-앨리스 푼 : 책 출판 이후 수년간 이 책은 홍콩에서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됐고, 뜨거운 토론 주제였었죠. 하지만 홍콩특별행정구(HKSAR) 정부는 부유층에게 유리하게 왜곡된 토지 제도와 세금 제도의 근본적인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사실상 아무것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한 일은 개발자들의 사기성 판매 관행을 규제함으로써 '손목을 살짝 때리는 정도'였었죠. 도널드 창(Donald Tsang), 렁춘잉(C. Y. Leung), 캐리 람(Carrie Lam) 행정부는 모두 주택 임대료 제한의 재도입을 단호하게 거부했는데요. 주택 임대료 제한 제도는 임대료를 통제하는 데 효과적이었고, 없애서는 안 되는 조치였죠.

 

홍콩특별행정구 정부는 토지의 주요 공급자로서 주요 재정 소득을 토지 수익에 의존하고 있죠. 이 때문에 수십 년 동안 토지 가격을 높이면서 빈부격차를 심화시킨 부동산 개발자들에 편승해 이익을 취해 왔습니다. 홍콩의 토지와 주택 문제에서 최대 난제는 바로 이겁니다.

 

더 나쁜 것은 공공주택교육의료보험노인복지 등과 같은 분야에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모든 토지소득이 다시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자본사업 예비기금(The Capital Works Reserve Fund)'에 투입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지출은 토지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데요, 결국 토지 재벌 사업자들을 위한 보조금으로 지출되는 겁니다. 또 정부는 스스로 부동산 기업 노릇을 하는 MTR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이기도 합니다. 토지와 세금 시스템은 악순환을 일으키는 불의를 낳아온 거죠.

 

브라이언 응 : 2019721일 위엔롱에서 발생한 충돌사태는 토지로 이익을 얻는 부동산 개발업자와 토지 소유자 친화적인 정책을 써온 홍콩 입법회 간의 결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일으켰습니다. 입법 정치에 있어서 '흥이쿡(鄉議局; 신계 지역 기득권 세력의 법률자문기구)' 이사회가 이끄는 신계(New Territories. 신계 지역은 홍콩섬과 구룡 반도를 제외한 지역 전체를 말한다. 아편전쟁 후 홍콩섬과 구룡 반도가 영국이 할양 형식으로 강탈한 지역인데 반해 신계 지역은 1898년에 이르러 '조차'의 형식으로 홍콩에 편입됐다. 일반적인 홍콩의 이미지와는 달리 새로 지은 아파트와 녹지가 있다) 상류사회의 과도한 영향력과 토지 시장에서 소형주택 정책의 역할에 대해 말해주시겠습니까?

-앨리스 푼 : 소형주택 정책은 지금은 중단된 '레터 비'(Letter B. 을종 토지교환권익서) 시스템과 결합돼 신계의 토지소유자와 대형 개발사 간 토지 거래를 촉진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죠. 그것은 신계에서 후자(대형 개발사)의 토지 축적을 강화합니다. 일반적인 상식에 비춰 소형주택 정책이 매우 불공평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왜 신계 출신 사람들은, 다른 모든 홍콩인들은 거부당하는 특별한 주택 특권을 영원히 누리고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반환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이 그룹의 정치적 지원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아마도 권위체제의 지도자들은 새로운 권위적 주인들에 의해 잘 굴러갔겠죠. 그러니 신계의 상류층이 베이징의 암묵적 승인으로 입법부에서 확고한 발판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놀랄 일이 아니었습니다.

 

브라이언 응 : 홍콩 시위에서 MTR과 대중교통망의 역할을 어떻게 보십니까? MTR은 한편으로 경찰과 협력하면서 대중 집회를 방해했고, 시위대의 탈출로를 막았으며, 지하철역에서 시위대를 가둬버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중교통은 홍콩의 도시 생활에 필수적이었고, 투쟁 전략에 있어선 놀랄 만큼 중요했죠. 총파업에 대한 초기 논의에서 챈탁완(Chan Tak Wan)은 대중교통부문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파업 기금을 제안했었고, 9월 초 시위에서는 공항 교통을 가시적으로 지장을 줬습니다. 풀뿌리 정치 운동이 대중교통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앨리스 푼 : MTR이 무감각하고 둔감한 캐리 람 행정부를 대신해 홍콩 경찰과 협조해왔다는 건 분명합니다. 지하철역을 무작위로 폐쇄한 의도는 분명 승객들을 화나게 해서 시위대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도록 하는 것에 있죠. 대중교통 시설들을 겨냥한 기물 파손은 일반 시민들에게 외면받고 시위에 대한 지지를 잃게 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전술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평화적인 파업이 더 나은 대안으로 보일 겁니다. 하지만 캐리 람의 복면금지법이 판을 뒤집었죠.

 

브라이언 응 : '부동산 패권'이라는 아이디어는 주거비용 때문에 재정적 독립을 이룰 수 없는 80년대 이후 세대를 사로잡았습니다. 현재의 홍콩 시위는 집세 폭등과 같은 억압에 의해 추동된 게 틀림없음에도 홍콩의 엘리트 정치보다는 베이징(역주: 중국공산당)을 향해 보다 절박하게 표출되고 있는데요. 경제적인 평등과 토지정책 개혁을 위해 어떤 요구를 해야 할까요? 링크리트와 같은 토지 소유권을 가진 공기업의 역할을 어떻게 이해하고 비판해야 할까요?

-앨리스 푼 : 정말 백만 달러짜리 질문이네요. 앞에서 언급했듯이 악마는 땅과 세금 체계에 있죠. 토지 정책이나 조세 정책 개혁의 측면에서 공정한 세금 제도를 구축하는 것은 재분배 기능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먼저 부동산 소유자들이 개발업자들로부터 부동산을 사들일 때 발생하는 (홍콩의 숨겨진 세금이라 불리는) 부동산 프리미엄의 실제 수혜자라면, 정부가 땅값 인상으로 개발자들에게 인프라 구축 비용을 되돌려주는 것보다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이 수익을 쓰는 게 더 올바르지 않을까요? 개발업자들이 토지를 개발할 때 인프라 비용을 직접 부담하지 않는 이유가 뭐 때문이겠어요? 정부와 사회는 높은 땅값에 대한 기대 자체를 없애는 게 중요합니다. 재정건전성을 위해 정부는 토지세 세수에 의존하는 대신, 끊임없이 확대되고 있는 빈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배당세양도소득세부동산세부유세 등 가능한 다른 세원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토지 공급이 정부와 소수의 부동산재벌 의해 통제되는 홍콩 같은 사회에서는 의식적으로 부동산 시장 통제를 주택 정책의 중요한 부분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청년들이 집을 구할만한 여유를 가지고 재정 독립이 가능해져야겠죠. 임대는 항상 구매를 위한 대안으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저소득층에 대한 공공주택 제공과 함께 임대가격 상한제나 임대료 동결 등의 제한을 가해 주택 임대료를 낮춰야 합니다. 이건 즉시 시행할 수 있어요.

 

청년들은 자신의 어두운 미래에 대해 절망감을 느끼고 있고, 이는 기본법도에 정식으로 기록된 보편적 참정권의 약속을 노골적으로 위반한 베이징(중국 정부)에 대한 우리 사회의 환멸과 큰 연관이 있습니다. 보편적 참정권이 달성되면 모든 시민이 자신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 바로 시위대가 분투하고 있는 점입니다.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번역) /프레시안

   

독일 앞지른 프랑스의 경제성장 비결은"

프랑스가 최근 노동시장 유연화로 경제성장과 실업문제까지 해결한 만큼 한국도 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5일 프랑스가 20175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취임 후 법인세 인하,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 친기업적 개혁정책을 펼치며 3분기 경제성장률을 0.3%로 끌어올려 독일(-0.2%)보다 좋은 경제성적을 거뒀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프랑스는 실업률이 10.3%에 달하는 등 일자리 문제가 심각했으나 마크롱 정부가 일자리 창출 정책을 우선 추진한 결과 2년 반 동안 실업률이 1.1%포인트 감소해 2008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실업률은 0.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프랑스는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위해 해고·감원 요건을 완화하고 부당해고 배상금의 상·하한선을 지정해 기업의 해고 부담을 줄였으며 근로협상 권한을 산별노조에서 개별노조로 이관해 기업의 재량권을 확보하는 등의 정책을 폈다. 이를 통해 프랑스는 금융위기 이후 역대 최저 실업률을 기록해 올해 약 269만건의 신규 채용이 예상되고 있다. 또 마크롱 정부는 적자 60조원에 달하는 프랑스 국영 철도공사의 개혁을 추진해 평생 고용, 높은 임금상승률, 조기퇴직 시 연금보장 등 혜택을 축소하는 개혁안을 통과시켰고 2022년까지 공공인력 85000명 감축 계획도 발표했다.

한편 전경련은 오는 1210일 주한 프랑스 대사 초청 간담회를 갖고 노동개혁을 포함한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정책과 프랑스 내 투자 및 기업 환경 개선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김훈 작가 특별기고 죽음의 자리로 또 밥벌이 간다

이웃에 사는 젊은 후배가 지난 1121일자 경향신문을 가져와서 보라고 내밀었다. 신문 1면에는 201811일부터 20199월 말까지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12백명의 명단이 실려 있었다. 하단 광고를 들어낸 그 넓은 지면은 별다른 편집적 장치나 해석이 없이 깨알 같은 활자만을 깔아놓고 있었다. 거칠고 메마른 지면이 눈앞에 절벽을 들이대고 있었는데, 강력한 편집자는 멀리 숨어서 보이지 않았다.

 

떨어짐, 끼임, 깔림, 뒤집힘이

꼬리를 물면서 한없이 반복

 

나는 오랫동안 종이신문 제작에 종사했지만 이처럼 무서운 지면을 본 적이 없다. ‘○○(53·떨어짐)’처럼 활자 7~8개로 한 인생의 죽음을 기록하면서 12백번을 이어나갔다. 이 죽음들은 한 개별적 인간의 죽음이 아니라, 죽음의 나락으로 밀려 넣어지는 익명의 흐름처럼 보였다. 떨어짐, 끼임, 깔림, 뒤집힘이 꼬리를 물면서 한없이 반복되었다.

 

과장 없이 말하겠다. 이것은 약육강식하는 식인사회의 킬링필드이다. 제도화된 약육강식이 아니라면, 이처럼 단순하고 원시적이며 동일한 유형의 사고에 의한 떼죽음이 장기간에 걸쳐 계속되고 방치되고 외면될 수는 없다.

 

1121일자 경향신문 1면에서는 퍽, , 퍽 소리가 들린다. 이 소리는 추락, 매몰, 압착, 붕괴, 충돌로 노동자의 몸이 터지고 부서지는 소리다. 노동자들의 간과 뇌가 쏟아져서 땅 위로 흩어지고 가족들이 통곡하고, 다음날 또다시 퍽 퍽 퍽 소리 나는 그 자리로 밥벌이하러 나간다. 죽음의 자리로 밥벌이하러 나가는 날 아침에 인간의 모습은 어떠한지 이 신문 2면 기사에 실려 있다.

 

31살의 박○○은 타워크레인 업체에서 면접 보고 온 날 아내에게 말했다.

 

“26일부터 나오래. 한 달에 이틀 쉬어. 급여는 150만원보다 조금 높아. 6개월에서 1년 정도 부사수하다가 사수 달면 300만원부터 시작한대.”

 

그는 취업했고, 출근한 지 사흘 만에 지반침하로 무너지는 크레인에 깔려 숨졌다. 경향신문의 김지환 기자가 이 기사를 썼다. 나는 소설을 써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지만 김지환 기자가 전하는 박○○의 마지막 말 같은 대사를 쓸 수는 없다. ○○의 말은 대사가 아니라, 땀과 눈물과 고난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한 생활의 고백이다. 팩트만을 전하는 그의 무미건조한 말에는 그의 소망이 담겨 있고, 젊은 아내에 대한 그의 사랑과 책임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는 몇 년 후에 사수가 되어서 아내에게 월 300만 원을 가져다주고 싶었다. 그는 사수를 달지 못했다. 그의 마지막 말이 두어 줄의 기사로 지면 위에 남아서 그의 소망과 사랑을 킬링필드에 전한다.

 

이것은 킬링필드다. 제도화된

약육강식이 아니라면, 이렇게

단순하고 원시적이며 동일한

유형의 사고에 의한 떼죽음이

장기간에 걸쳐 계속되고

방치되고 외면될 수는 없다

 

이 뿌리 깊은 야만은 이제 일상화되어 있다.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떼죽음하는 이 킬링필드에서 이윤의 집중과 책임의 소멸이 구성되고 작동되는 방식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수많은 일류 논객들이 명석한 분석력과 날선 문장으로 그 문제점을 규명하고 개선책을 제시해서 더 이상의 언설은 이미 필요 없어 보인다.

 

늘 그렇지만 빛나는 말이 모자라서 세상이 이 지경인 것은 아니다. 말은 늘 넘치고 넘친다. 이 시대의 말은 짧은 목줄을 차고 이쪽저쪽의 말뚝에 바싹 묶여 있다. 말이 저 자신의 목에 목줄을 채운다. 말들은 양쪽으로 묶여서 서로 마주보며 짖어대는데 그 사이의 현실의 땅바닥으로 사람들의 몸이 떨어져서 으깨진다. 말은 들끓고 세상은 요지부동이다. 노동현장의 안전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많은 재원이나 고난도의 기술이나 정의로운 말이 필요하지 않다. 돈이 없고 기술이 없고 말이 모자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넘치되, 그 능력을 작동시킬 능력이 없으니 능력은 있으나 마나다. 능력을 작동시킬 능력이 마비되는 까닭은, 이 마비가 구조화되고 제도화되고, 경영논리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깔끔하게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십 년 동안, 퍽 퍽 퍽은 계속된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더 이상 말로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슬프다. 말로 해서는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말을 할 수밖에 없으니 더욱 참담하다. 노동자들이 몸이 터져서 죽으면 사업체 대표나 담당관리들이 빈소에 와서 명복을 빈다는 화환을 들이민다. 나는 명복을 빈다라는 말에 분노를 느낀다. 현세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명복을 빈다니, 노동자들은 명복을 누리려고 고공 작업장으로 올라가는가. 명복은 없다.

 

경향신문 1면을 들여다보면, 12백 위의 원혼들이 아직도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청와대나 정부청사, 국회의사당이나 사고가 난 작업장 근처의 어느 허름한 여인숙에 묵으면서 밤마다 거리에서 통곡하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분하고 억울해서 못 가는 것이다.

 

내 무력한 글로 지껄이고 따지느니보다 저 여인숙의 원혼들과 끌어안고 함께 통곡하는 편이 더 사람다울 것이다.

 

나는 대통령님, 총리님, 장관님, 국회의장님, 대법원장님, 검찰총장님의 소맷자락을 잡고 운다. 나는 재벌 회장님, 전무님, 상무님, 추기경님, 종정님, 진보논객님, 보수논객님들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운다. 땅을 치며 울고, 뒹굴면서 운다. 아이고아이고.

 

○○ 아이고 서른한 살 아이고

OECD 아이고 삼만 불 아이고

내년에도 퍽퍽퍽 후년에도 퍽퍽퍽

대한민국 아이고 공정사회 아이고

kyunghyang


트럼프의 배신신뢰 잃은 미국

시리아에 주둔한 미군이 철수함으로써 이슬람국가 소탕전에 참여해 수많은 희생자를 낸 쿠르드족이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고립주의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AP Photo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에 따른 플랜 B를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는 107일 시리아 국경 지역을 이동하는 미군.

 

이슬람국가(IS)100% 격퇴했기에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시켰다. 쿠르드족을 보호하려면 시리아와 알아사드 대통령이 나서라. 우린 그들과 7000마일(11265)이나 떨어져 있다!”

 

국제 테러조직 이슬람국가에 맞서 2014년 이

후 미국의 동맹으로 적극 활동해온 쿠르드족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매정한 발언이다. 그는 한때 쿠르드족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이랬던 그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자 미국의 우방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106일 통화한 직후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에서 미군을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자 터키는 쿠르드족 소탕 작전에 나섰다. 시리아를 지원해온 러시아 군대는 미군이 떠난 쿠르드 지역으로 진입했다. 미군 철군 결정에 따른 최대 수혜자는 시리아와 러시아, 이란, 그리고 이슬람국가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쿠르드족은 터키 동남부, 이란 서북부, 이라크 북부 및 시리아 북부 지역에 사는 유랑 민족으로 3000~4500만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터키에는 최대 2000만명의 쿠르드족이 집단 거주한다. 터키는 시리아 북부에 근거지를 둔 쿠르드족 민병대를 반()터키 테러 집단으로 간주해 호시탐탐 소탕 기회를 엿보아왔다. 그러던 차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해당 지역의 미군 철수 결정을 통보받자 사흘 만에 군사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 민병대는 2014년 이후 미국의 이슬람국가 소탕전에 적극 참여해왔다. 무려 1만여 명의 전투병이 목숨을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트위터에 그들은 위대한 전사들이다. 아주 마음에 든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이슬람국가와 싸우다 수천명의 희생자를 냈다. 그들은 위대한 국민이며 우린 그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라며 극찬했다.

 

배신당한 것은 쿠르드족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경시한 사례는 많다. 지난 8월에는 우방인 우크라이나에 4억 달러 군사 원조를 하려다 갑자기 중단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차기 대선 주자 조지프 바이든 전 부통령의 비위 혐의를 조사해달라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요구할 무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성된 나토 회원국에 미군을 주둔시킬 실효성이 있는지 문제를 제기해왔다. 한국 및 일본과의 군사동맹에 대해서도 미군 주둔으로 엄청난 비용이 든다며 끊임없이 불평했다.

 

AFP PHOTO 1011일 시리아 국경도시 탈아브야드의 쿠르드족 주민들이 피란길에 오르고 있다.

 

시리아 주둔 미군 철군은 제2의 애치슨라인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철군의 명분으로 내건 이슬람국가는 궤멸되었나? 이슬람국가의 병력은 최소 수만에서 최대 20만명으로 추산되었다. 2014년 중반 미국 주도의 국제연합군이 소탕 작전에 들어갔는데, 지난 3월에는 시리아와 이라크 내 이슬람국가의 핵심 지역이 함락되면서 사실상 소멸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남은 세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트위터에 이슬람국가가 100% 궤멸됐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왜 아직도 이들 잔재 세력이 시리아에 있나?”라고 반문했다.

 

지난 3월 이후 이슬람국가 잔당을 소탕하는 데 주력해온 쿠르드족 민병대들이 터키군에 속수무책으로 패퇴하면서 이들의 감시를 받아온 이슬람국가 대원들이 포로수용소에서 여러 차례 폭동을 일으켰다. 잔당들의 은신처가 확대되면서 이슬람국가의 재건은 시간문제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시리아의 미군 철수 결정에 반발해 사임한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NBC 방송에서 미국이 터키에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작전을 중단하라고 압박하지 않으면 이슬람국가는 반드시 재기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미국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몇 달 전부터 참모들로부터 철군을 결정하면 엄청난 후유증이 따를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으나 무시했다. 철군 이외의 다른 대안, 플랜 B’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철군에 따른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에 대해 군사작전을 중단하지 않으면 1000억 달러 규모의 무역협상 중단과 함께 철강 관세를 50% 인상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한 펜스 부통령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을 터키에 급파해 쿠르드족과의 휴전에 동의하도록 압박했다. 쿠르드족 소탕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터키가 순순히 응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2011년 이후 8년째 지속되며 국제전 양상을 빚고 있는 시리아 내전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와 친이란 세력을 축출하는 것이 당면 목표였다. 그런 다음에는 알아사드 정부와 다른 세력들을 타협하게 해 대다수 정치세력을 아우르는 범정부를 탄생시켜야 한다. 쿠르드족이 장악한 시리아 북부 지역은 시리아 원유의 65~70%가 매장되어 있다. 미국은 한때 이 매장량을 알아사드 정부와의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철수로 계획 자체가 불투명해져버리고 말았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19501월 당시 해리 트루먼 공화당 행정부의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미국의 방위선을 알류샨 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연결하는 선으로 정한 애치슨라인에 비유했다. “애치슨라인으로 한반도가 (미국의 방위선에서) 제외됐다. 2주 뒤에 소련 지도자 스탈린이 김일성에게 남한을 침범해도 좋다는 신호를 준 것과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묵인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면, 터키가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 지역에 군대를 보낼 수 있었을까?”

 

외교 전문가 대부분은 취임 후 계속되어온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 경시와 예측 불가능성이 이번 철군 결정에서 노골화되며 미국의 신뢰도가 또다시 추락했다고 본다. 공화당 소속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미국이 쿠르드족을 포기함으로써 전 세계에 미국은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는 가장 위험한 신호를 보냈다라고 지적했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이란과 러시아 같은 우리의 적들은 동맹을 버리지 않는다. 동맹국들이 향후에도 미국과 한편이 되길 바란다면, 우리부터 그들을 버려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시사인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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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백정을 무죄로 풀어준 군 검찰관

19613, ‘좌익 소탕을 빌미로 76명을 살해한 이협우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5·16 군사쿠데타 이후 군 검찰관 윤홍렬은 이협우에게 학살된 유족회의 대표를 빨갱이로 몰아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 권력의 흑역사를 재조명한다.

 

연합뉴스 1961712일 군사쿠데타 이후 창설된 혁명검찰부 및 혁명재판소 시무식 모습.

 

지난 두 달 남짓 대한민국이 반으로 갈리다시피 했던 사실은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신임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검찰 수사는 대한민국을 논쟁과 시비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으니까. 이 문제에 대한 찬반 입장을 넘어서 사람들은 검찰이라는 조직에 대해 다시금 주목하게 되었단다. 법무부 산하의 한 외청이지만 그 장()은 유일하게 장관급이며, 차관급인 검사장들이 40여 명이나 버티고 있는 강력한 조직.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틀어쥔 무서운 권부(權府),

게 검찰청이거든.

 

귀밑머리 새파란 20대 청년이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사법연수원을 거쳐 검사에 임용되면 바로 영감님으로 불린 것은 까마득한 옛날부터야. “충남 서산에서 한밤중 여자들을 싣고 밤거리를 달리던 검사가 불심검문하는 지서 주임의 뺨을 때리고 검사를 몰라본다고 호통을 쳤다. 몇 년 전 서울의 어느 검사는 집에서 술을 마시다 안주가 떨어지자 파출소에 전화를 걸어 통닭 사오라했으나 사람이 없어 나갈 수가 없다고 하자 곧 달려가 호통을 쳤다(<동아일보> 197759)”는 정도의 해프닝은 무시로 일어났지.

 

이후 권력을 휘두르던 정보기관이 물러서고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검찰은 더욱 영향력을 지니게 돼. 그 결과 검찰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행사하며 오늘날 절대 강자가 돼버렸어. 오늘부터 몇 주간은 우리 현대사 속에서 발견되는 검사 영감님, 그리고 군 법무관 등 검사 역할을 수행했던 이들, 나아가 검찰 권력이 창조했던 흑역사를 들려주려 해.

해방 이후 38선 이남은 그야말로 정치 과잉으로 들끓었다. 좌우익 대결은 더욱 극심해졌고 양쪽은 증오를 넘어 잔인한 폭력으로 서로 공격하기 시작했어. 해방 직후 경북의 좌익 세력은 꽤 드셌고 우익들도 그악스럽게 굴었지. 그 가운데 경북 경주에는 이협우라는 사람이 있었어.

 

이협우는 좌익들에게 저승사자와도 같았어. 좌익 혐의로 사람들을 가차 없이 죽여버린 건 이야깃거리에도 들지 못했지. 마을의 처녀에게 눈독을 들였다가 거절당하자 그 집을 몰살시키기도 했고, 좌익 혐의자뿐 아니라 어린이와 부녀자를 포함한 그 가족 전부를 죽여버리는 일을 예사로 했어. 두 살짜리 아이까지도 쏘아 죽였다니 사이코패스였다고나 할까. 실로 어이없는 사실은 이런 인간 백정이 대한민국 3선 국회의원까지 지냈다는 사실이야. 권총을 들고 다니며 상대 후보를 겁박하고 부정선거까지 동원해 얻은 결과였지.

 

피바다 위에 세워진 이협우의 왕국에 위기가 찾아왔어. 4·19 혁명 때문에. 이승만 정권이 물러난 뒤 한 맺힌 피해 유족들은 검찰에 이협우를 고소했고, 대구지검 최찬식 검사는 경주경찰서 내남지서 전·현직 경찰관을 모두 소환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했다. 학살 사건 가운데 입증 가능한 것을 정리해 내남면민 76명을 살해한 혐의(<경남도민일보> 2005614)”로 이협우를 기소했지. 마침내 정의가 실현되는가 싶었어. 나아가 19613월 이협우는 사형을 선고받아. 두 달 뒤에 뜻밖의 사태가 벌어져. 5·16 군사쿠데타.

 

반공을 제1의 국시로 한쿠데타의 주역 박정희는 그 자신도 남로당 군사 총책을 맡았다가 체포돼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과거를 박박 씻어내려는 듯 빨갱이 사냥에 적극 나선다. 이협우의 손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박정희의 혁명정부의 눈에는 여지없는 빨갱이로 보였지. “쿠데타 이틀 뒤 18개 혁신 정당과 사회단체 간부를 체포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위험인물을 예비검속하여 불순 음모 책동을 미연에 방지하고 혁명과업을 완수한다는 이유에서였다(<한겨레21> 861).” 체포된 사람 가운데에는 경주 지역 피학살자 유족회 대표 김하종 형제가 있었어.

 

인간 백정이협우는 무죄로 풀려나

대한민국 군경의 작전 수행상 부득이 희생된 남로당원 등 공산분자들을 위령함에 있어단체를 조직해 당시의 실정을 필요 이상으로 침소봉대해 마치 우리 군경이 하등의 이유 없이 양민을 학살한 것처럼 왜곡 선전했다는 혐의였어. 김하종 형제를 기소한 이는 혁명재판부의 검찰관, 즉 군인이자 검사 노릇을 했던 윤홍렬이야.

 

NARA 19514월 대구 근교에서 헌병이 부역 혐의자들을 사살한 뒤 구덩이에 묻고 있다.

 

서슬 퍼런 검찰관 윤홍렬에게 김하종 형제는 목이 터져라 호소했어. “이협우가 사형선고를 받았는데 도대체 우리가 무슨 죕니까.” 허파를 까뒤집게 억울한 일이었지만 윤홍렬 검찰관의 구형은 황당할 만큼 잔인했단다. 무기징역. 그러면서 윤홍렬은 손가락을 깨물어 혈서를 쓰는 형제들에게 이렇게 일갈한다. “사형에 해당하는 죄지만 청춘이 아까워서 무기징역을 준다.” 윤홍렬 검찰관의 논고 중 일부야. “공산분자들을 마치 애국자인 양 허위 선전하고 위령탑 건립과 형사보상금 지불, 처형 군경 색출을 주장함으로써 북한 괴뢰의 목적 사항을 찬양 고무했다(<경향신문> 1962130).” 권력의 향배에 따라서 사형수가 180°로 바뀌는 이 어이없는 상황극의 연출자는 군 검찰관이었어. 바로 두 달 전 다른 검사가 기소하고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인물은 무죄로 풀려났고 그에게 가족을 잃은 사람이 피를 토하며 부르짖은 외침은 빨갱이 찬양으로 몰려서 죽을 죄목이 되었단다.

 

우리는 위대한 인물들이 내뿜는 빛을 기억함과 동시에 그 반대편에 섰던 어둠 속 사람들의 이름도 기억해야 해. 역사는 그런 명예형(名譽刑)을 근근이 실현하는 재판정이기도 하니까. 위에서 유족 형제에게 무기징역으로 선심을 쓴 검찰관 윤홍렬은 그 논고를 한 두어 해 뒤, 독직(瀆職) 혐의로 쇠고랑을 찬다. 어떤 혐의로 잡아 가둔 사람들의 돈을 압수했다가 사면령이 내려 돈을 돌려줘야 할 상황이 되자, 법무관들 몇 명이 절반 정도를 가로채고 돌려줬다가 덜미가 잡힌 거야. 윤홍렬 검찰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어(<경향신문> 1964918).

 

어떤 직종이든 자신의 직을 이용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대개 그 직군에서 추방당하게 마련이야. 의사가 의료 관련 범죄를 저지르면 의사 면허를 박탈당하는 것처럼 말이다. 검사를 비롯한 법조인들은 그런 불문율로부터도 자유로웠어. 윤홍렬 역시 변호사가 될 수 있었다. 1978년 또 다른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신문에 보도되었어. “변호사 사무장 등이 윤홍렬 변호사를 월 30만원에 고용, 형사사건의 의뢰인 25명으로부터 불법 수임한 사건을 윤 변호사로 하여금 대리행위토록 한 사건(<경향신문> 1978419)”이었지.

 

검찰청 소속 검사는 아니었지만 어쩌면 군 검찰관 윤홍렬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검찰이 그렸던 흑역사를 체현하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해. 권력의 의지에 따라 사형수를 바꿔버릴 수도 있는 오만함과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떡고물을 챙기는 지점에서 보여주는 민첩함, 그리고 무슨 죄를 짓든 말든 기득권을 인정받아 잘 먹고 잘 살며 불멸의 신성가족으로서 대한민국 상류층을 형성했던 생명력까지. 검찰이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는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라. 경주의 살인마 이협우가 편안하게 늙어 죽은 나라, 도리어 피학살자 유족들이 징역살이를 하고 평생 연좌제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던 나라에 과연 무슨 정의가 남아 있었을까. 오늘날 검찰은 우리 역사를 어떻게 돌아보고 있을까김형민(SBS CNBC PD)/ 시사인

 

 

단식 황교안에 날아든 문자 "천막 치워라"



김광진 비서관 "형평성 문제, 한국당은 "이 엄동설한에···대통령 뜻이냐 /중앙

 

"집값 안정됐다"는 대통령, 우리가 해야할 일은?

금리 인사가 시급하다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시청했다. 내 눈길이 끌린 곳은 시청자 실시간 질문을 집계한 화면이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질문한 5개 질문을 화면에 띄웠는데, 그 중에서도 1위는 서울집값 폭등이었다.

 

"집값이 오를 대로 올랐는데 정부는 관망하나요?"

우리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이 서울집값 폭등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정부가 관망만 해서 서울집값이 폭등한 것 아니냐'는 질책을 담고 있는 질문이었다. 그래서인지 5개 질문 중에서 두 개를 선택해서 대통령이 답변했는데, 이 질문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민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질문에 대해 대통령이 대답하지 않은 것이다.

 

가장 많은 사람이 질문한 "서울집값 폭등 문제"

아나운서가 부동산을 주제로 질문을 받겠다고 하자 정말 많은 사람이 손을 번쩍 들었다. 자기에게 질문할 기회를 달라고 큰소리로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실제로 질문한 사람은 딱 한 명이었다. 워킹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의 첫마디는 "내집마련이 서민의 꿈이요 희망이다"였다. 너무도 당연한 이 말을 한 까닭은 서울집값 폭등으로 그 희망과 꿈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리라.

 

서울집값 폭등 문제를 해결할 대안도 제시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을 팔도록 해달라." 이 얼마나 정곡을 찌르는 해법인가. 서울집값이 2014년 중반부터 상승을 시작하고 문재인정부 들어 급등과 폭등을 이어간 것은 투기수요 때문이었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뛰어든 투기자들이 보유한 주택이 매물로 나오면 서울집값은 큰폭으로 하락할 것이 너무도 분명하다. 문제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 간단한 해법을 실행할 의지가 있느냐 일 것이다.

 

그러므로 그 질문은 사실 대통령의 의지를 묻는 거였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그럴 의지가 전혀 없음이 분명해졌으니, 마지막으로 대통령에게 한가닥 기대를 걸어보려는 간절한 소망이기도 했다.

 

대통령의 대답 "참고하겠습니다"

대통령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정부가 집값정책을 잘하고 있다는 사실을 길게 이야기했다. 말미에 딱 한마디를 덧붙였는데, "참고하겠습니다"였다. 이 말은 정치인들이 곤란한 질문을 받을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그 의미는 "안 하겠습니다"라는 것이다.

 

나는 방송 카메라에 잡힌 그 질문자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간결한 질문을 하는 얼굴표정은 간절함을 담고 있었다. 그 간절함이 대통령의 "참고하겠습니다"로 절망감으로 바뀌었을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부동산 주제가 너무도 짧게 끝나자 나는 채널을 돌렸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서였다. 아마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기대마저 무너진 심정이었으리라.

 

대통령의 대답을 들으며 들었던 생각은 '대통령이 서울집값 폭등을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구나'였다.

 

"집값이 안정되었다"는 대통령의 인식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됐다." "서울도 전월세가 아주 안정되지 않았느냐?' 라는 말을 했다. 마치 서민들은 전월세만 안 오르면 됐지 꼭 내집을 사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라는 말을 듣는 것 같았다. 질문을 한 워킹맘의 "내집마련이 서민의 꿈이자 희망이다"는 간절한 호소는 철저하게 외면당한 것이다.

 

1년여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강남 아파트에 사는 것이 별로 좋지 않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들은 어느 친구는 "돈 없는 서민들이 강남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든 말든 왜 신경쓰느냐"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했다. 그 후 국토부장관도 비슷한 말을 했다. 서울집값 폭등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는 질책에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청와대와 장관에게 어떤 기대를 할 수 있을까? 이제 대통령마저 그들과 똑같은 인식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으니 국민들의 심정은 절망과 분노 그 자체일 것이다.

 

"촛불시민들이 격한 분노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국민과의 대화가 있은 다음 날 어느 진보성향 신문에 실린 대학교수의 글을 읽었다. '부동산 문제,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이라는 제목의 글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드러난 대통령의 현실인식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많은 촛불시민들이 '이 정부에서 더 이상 집값 희망 고문을 당하기 싫다'며 격한 분노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방송을 본 국민의 심정을 정확하게 표현한 문장이다. 서울집값 폭등에 대해 책임을 느끼기는커녕 그것이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조차 하지 않는 지도자에 절망을 넘어 분노가 치솟는 것이다.

 

"대통령님께서는 가격상승은 서울의 '일부' 고가 아파트에 국한된 문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서울아파트 가격동향을 가장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지표는 한국감정원의 통계일 것이다. 그 통계에 의하면 20174월 서울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56천만원이었는데, 20191월에는 81천만원으로 올랐다. 문재인정부 2년도 되지 않아 25천만원이 상승했다. 상승률이 무려 45%에 달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일부' 고가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서울 아파트가격이 오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어찌 압도적 다수 국민이 받는 극심한 고통을 이해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대통령, '인의 장막'에 둘러싸였다"

그 원인에 대해 그 글은 이렇게 밝혔다. "대통령님의 인식이 옆에서 조언하는 청와대 참모들이나 고위 관료들의 상황인식을 반영한 것이라면 그들에게 다시 한번 현장을 꼼꼼히 점검하도록 엄하게 지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문장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대통령이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지 않고서야 평균가격이 19개월 만에 45% 폭등했는데, "일부에 국한된 문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대통령 주위에 장막을 친 장본인이 누군지에 대해서도 이 글은 "한 청와대 참모"라는 우회적 표현으로 언급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든 고위 관료든 혹은 집권여당의 정치적 계산 때문이든 국민들은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접었을 것이다. 짐작컨대 절망과 분노는 머지않아 행동으로 나타날 것이다.

 

'더불어삶', 26일 오후 6시 한국은행 앞에서 1인 시위

한 달여 전 서울집값 폭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는 시민단체의 피켓시위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더불어삶'이라는 그 단체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기 며칠 전인 1013일과 141인 시위를 했다. '국민의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는 정당한 권리 주장이었다.

 

그러려면 서울집값이 하락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금리인상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틀 후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또 인하했다. 오는 29일 금통위가 또 열린다. '더불어삶'은 일요일인 24일 정오에 광화문 광장에서, 27일 오후 6시 한국은행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고 한다.

 

몇 천 명이 그들과 함께 "금리인상 하라"고 큰 소리로 외친다면, 최소한 금리인하를 하진 못 할 것이다. 몇 만 명이 "금리인상 하라"고 한목소리를 낸다면 금통위는 금리인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이런 단체가 많이 나오고 그 행동에 동참하는 시민이 구름처럼 모여들길 기대해본다.

 

그때가 되면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비로소 '서울집값 폭등이 심각한 문제구나'하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고, 서울집값을 하락시킬 정책을 실행할 것이다.

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장 / 프레시안

 

"주한미군 빼가도 방위비 폭탄은 안돼" 68%

한국당 지지층 제외, 모든 지역·연령층·이념성향·정당지지층에서 '수용 불가' 의견

국민 3분의 2 이상은 주한미군이 감출된다고 해도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2일 전국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전제로 미국의 대폭 인상 요구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주한미군이 감축되어도 수용해서는 안 된다''수용 반대' 응답이 68.8%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이 '수용 반대' 의견을 낸 것.

 

'주한미군이 감축될 수 있으므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수용 필요'22.3%, '수용 반대' 응답의 3분의 1에 다소 못 미쳤다. '모름/무응답'8.9%였다.

 

 

리얼미터

 

세부적으로 '수용 반대' 여론은 자유한국당 지지층을 제외한 모든 지역·연령층·이념성향·정당지지층에서 대다수이거나 절반 이상이었다. 한국당 지지층에서는 '수용 필요' 응답이 다수였다.

 

지역별로 경기·인천(수용 반대 77.1% vs 수용 필요 15.9%)와 대구·경북(70.3% vs 17.8%), 광주·전라(70.1% vs 18.1%), 서울(63.3% vs 30.7%), 대전·세종·충청(62.4% vs 29.6%), 부산·울산·경남(59.9% vs 27.0%)으로, 연령별로 30(73.6% vs 20.7%)40(73.0% vs 19.1%), 20(66.4% vs 25.4%), 50(66.3% vs 25.0%), 60대 이상(66.1% vs 21.6%)에서, 이념성향별로 진보층(83.9% vs 10.3%)과 중도층(71.1% vs 22.9%), 보수층(51.3% vs 40.7%) 모두에서 '수용 반대' 의견이 높았다.

 

지지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88.5% vs 4.5%)과 정의당(87.4% vs 0.0%) 지지층, 무당층(61.6% vs 24.6%)에서는 '수용 반대' 응답이 대다수이거나 절반을 넘었지만, 한국당 지지층(반대 41.6% vs 필요 48.9%)에서만 '수용 필요''수용 반대' 응답보다 소폭 높았다.

 

문재인 정부도 자유한국당도 '친재벌'엔 의기투합

[문재인 정부 사회경제 개혁 어떻게 되어가나 ] 검찰개혁처럼 대통령이 의지 내보여야

재벌은 총수가 있는 대규모기업집단을 의미한다. 대규모기업집단은 경제력 집중을 야기하고, 이런 경제력 집중은 재벌 총수일가가 민주적 통제나 사법적 통제를 제대로 받지 않고 불법·편법으로 사익을 추구하게 한다. 이렇게 발생하는 재벌문제는 기업 또는 기업집단 내부의 문제와 특정 기업집단을 뛰어넘어 산업·경제·사회 전반에 미치는 문제로 대별될 수 있다.

 

기업 또는 기업집단 내부의 문제는 흔히 기업 거버넌스(corporate governance) 문제로 불린다. 재벌 총수는 기업집단 전체로 볼 때는 통상 5% 미만의 지분을 소유하나 특정 계열사의 지분을 집중적으로 보유함으로써 이 계열사를 지배하고, 나아가 이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계열사 간 출자를 이용해 기업집단 전체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지배소수주주(Controlling Minority Shareholder)이다. 따라서 재벌 계열사 내에서 총수 또는 총수일가가 다수 소액주주들의 통제를 받지 않고 전횡하는 황제경영과 계열사 간 내부거래나 계열사 간 인수합병 등을 이용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가 발생한다.

 

재벌문제가 특정 기업집단을 뛰어넘어 산업·경제·사회 전반에 문제가 되는 이유는 경제력 집중 때문이다. 경제력집중은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이 경제 전반의 가용자원 상당부분을 실질적으로 통제함으로써 사회의 게이트키퍼(gatekeeper)가 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 경제력집중은 민주적 통제를 벗어난 경제 권력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의 해소 없이는 다원주의에 기초한 민주주의도 시장경제도 작동할 수 없다. 또한 이런 경제 권력의 존재가 황제경영이나 사익편취에 대한 정책적 교정을 어렵게 만든다. 20세기 전반에 미국에서 경제력집중에 대한 우려는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이라는 금권트러스트(Money Trust)의 해체와 루스벨트의 뉴딜정책 기간에 미국 재벌의 해체로 이어졌다.

 

경제력집중의 폐해는 산업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경제력집중은 결국 '시장의 경쟁'을 말살하게 되어 혁신과 역동성을 앗아간다. 사실 한국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제조업의 위기라고 할 수 있는데, 재벌중심의 제조업체제에서 중간재 부문의 경쟁이 실종됨으로 인해 제조업의 고도화가 단절된 것이 그 위기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재벌대기업이라는 원청기업을 정점으로 하청기업들이 전속적 관계를 맺는 공급망 구조 하에서, 원청 재벌대기업들은 하청기업들의 원가정보를 쉽게 파악하게 됐고, 수요독점적 지위를 악용한 단가후려치기와 기술탈취를 통해 최종재의 원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2000년대에 중국이 부상하면서 세계 경제가 함께 팽창할 때 한국 경제는 가장 큰 혜택을 입었고, 원가 경쟁력을 보장하는 전속적 원하청 관계는 오히려 한국 제조업의 강점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경제구조 개혁해야 당면한 사회문제도 해결

그러나 2011년 즈음부터 중국 제조업들이 중저가 제품군에서 한국기업들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단가후려치기로 유지하던 한국 수출기업들의 원가경쟁력에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저가 선박 제작이나 중저가 스마트폰에서 이런 대체 현상이 본격화 되었고, 2017년을 기점으로 현대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반토막 났다.

 

단가후려치기와 기술탈취로 인해 한국의 부품·소재·장비 업체들은 범용재를 싸게 생산하는 경쟁으로만 내몰렸고, 또한 배타적인 전속적 하청구조에서는 과감한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기업들의 시장 진입이 봉쇄되어 애당초 공정한 경쟁의 기회조차 없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원청대기업들의 투자 기회와 유인도 사라지고 있다.

 

재벌의 경제력집중 해소 없이는 당면한 노동 및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기도 어렵다. 하청기업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는 노동시장의 분절적 구조를 심화시키고, 중소·대기업의 임금격차와 비정규직·정규직 임금격차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단가후려치기로 원가경쟁력을 유지하는 재벌대기업은 인적자본을 중요하게 여길 이유가 없고, 결국 이는 50대 초반 직장인들을 조기퇴직으로 내몰고 있다. 조기퇴직자들은 자영업으로 내몰리고, 과잉공급 상태에 빠진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3년 이내에 폐업하고 노인빈곤층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과 공기업 취업에 매달리는 취준생이 되고, 높은 청년실업률과 노동시장 진입의 지체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더 짧아진 예상 근무 연수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고, 청년들은 결혼을 늦추고 결혼 이후에도 출산을 머뭇거리게 된다. 결국 저출산, 청년실업, 조기퇴직, 자영업 문제, 노인빈곤, 양극화 심화 등의 사회적 문제들은 경제 구조의 개혁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

 

경제와 산업의 역동성 상실은 취약한 재벌의 도산과 경제위기로 이어질 개연성을 높인다. 경제위기는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살아남는 재벌 중심으로 경제력집중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사실 1997년 경제위기의 경험이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경제력집중 심화경제위기 발생사회양극화와 경제력집중의 더욱 심화'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면 한국은 이른바 중남미형 사이클에 빠질 수 있다.

 

재벌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2012대선부터 정치 의제화로 분출되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재벌개혁을 공약했는데, 황제경영 방지를 위한 법적 기반 구축과 재벌총수 일가의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 방지 및 투명한 지배구조 체제 구축 등을 약속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황제경영 방지를 위한 법적 기반 구축을 위해서, 다중대표소송제·다중장부 열람권 도입 및 대표소송제도 개선, 전자투표·서면투표 도입, 집중투표제 또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의무화,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과 사면권 제한을 약속했다.

 

또 재벌총수 일가의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 방지 및 투명한 지배구조 체제 구축을 위해서,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자회사·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 강화, 계열공익법인·자사주·우회출자 등을 악용한 지배력 강화 차단, 기존 순환출자 단계적 해소 등을 공약했다. 아울러, 일감몰아주기, 부당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등에 대한 규제 및 처벌 강화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및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을 약속했다.

 

취임 초부터 소극적, 지방선거 이후엔 아예 친재벌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약속한 재벌정책 실행에 대해 취임 초부터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집권 2년차에는 입법을 통한 개혁을 주창했고, 금융그룹감독법의 법제화를 2018년 말까지 약속했다. 이에 따라 20187월에 금산(金産)복합그룹에 대한 모범규준을 시범운영했다. 그러나 금융그룹 감독법 법제화는 아직 추진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전자투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포함한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도 국회 계류 중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오히려 재벌개혁을 포기한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는 점이다. 이 개정안은 재벌의 경제력집중 해소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고, 사익편취를 위한 일감몰아주기 근절과도 거리가 멀다. 2018년에 공정위가 스스로 발표한 내부거래, 공익법인, 지주회사 실태확인에서 보고된 문제점들조차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인 개정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지주회사 지정제도와 출자단계 개선이 빠져 있고, ·손자회사 의무지분율 상향과 기존순환출자 규제도 신규 지정 그룹에만 적용하고 있다. 또한 사익편취 대상 상장기업의 범위 확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규제회피 가능성과 대한항공 사례에서 불거진 부당성 요건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날로 늘어나고 있는 해외계열사를 이용한 일감몰아주기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빠져있다.

 

금융보험사 의결권 한도 '5% 제한'도 포기하고 있으며,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세습에 악용되는데도 대책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자체도 재벌개혁에 실효성이 높은 방안은 아니었으나, 이 공약마저도 입법의 어려움을 핑계로 사실상 포기한 상태이다.

 

설상가상으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지방선거 이후로 오히려 친재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제정을 통해 은산분리 원칙을 허물었고, 차세대 재벌세습에 악용될 개연성이 매우 높은 '차등의결권 주식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지금도 여야는 친재벌 입법에만은 의기투합하고 있다. 1121일에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을 완화해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의 경우에도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참여정부 말인 2007년에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사실상 폐지와 지주회사의 출자단계 규제 완화로 인해,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급증한 바 있다. 참여정부의 역주행을 반복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 재벌정책의 기조인지 의아하기만 하다.

 

한국 경제는 제조업의 경쟁력 상실이라는 내생적 문제와 세계 경기 부진,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 규제 등의 외부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재벌중심 경제발전의 결과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특정 제조업으로 집중이 심각한 상태에서 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든다면, 경제위기가 발생할 개연성이 커진다. 이런 시스템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재벌개혁을 늦출 수 없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재벌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제조업의 구조적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입법의 어려움을 핑계로 재벌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시행령이나 지침의 개정으로도 재벌개혁에 중요한 성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지배주주 다수결 (Majority of Minority) 규칙을 거래소 상장규칙에 도입하고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철저히 적용한다면, 기업 지배구조가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또한 보험업법 감독지침의 개정으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검찰개혁처럼 대통령이 확고한 의지를 보인다면 결코 못 할 일이 아니다.

 

한국 경제에 대한 냉정하고 정확한 진단 없이 시대착오적 정부주도-재벌중심의 경제운용을 고집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도 한국 경제의 미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박상인(sanginpark)/ 오마이뉴스


법적 근거도 없는 소소위서 수백조 밀실심사올해도 반복

 

여야, 소위서 입장차만 확인 후 소소위로 대거 떠넘기기 관행

밀도 있는 심사명분과 달리 회의록 안남겨 쪽지예산창구로

이마저도 구성 방식 이견에 심사 착수 못해29일 의결 어려워

 

국회의 정부 예산안 심사가 의결 법정시한인 122일을 한 주도 채 남기지 않은 26일까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예년처럼 시한이 임박하자 소소위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이마저도 여야가 구성 방식조차 합의하지 못한 상황이다. 소소위란 법적 근거도 없는 회의체가 밀실에서 매년 수백조원 예산을 주무르면서 졸속’ ‘깜깜이심사를 부추긴다는 비판 역시 거세다.

 

여야는 당초 오는 29일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의결일로 잡았지만, 이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예결위는 지난 221차 감액 심사를 마치고 이번주부터 감액 보류 안건과 증액 안건에 대한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감액 의견이 나온 안건 중 173건만 합의했고 482건은 소소위로 넘긴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여야가 소소위 구성 방식부터 이견을 보여 심사 착수 자체가 지연되고 있다. 22일부터는 예산안 심사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다. 예결위의 예산안 심사가 27일 시작되더라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2014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에 예산안 본회의 자동 상정 규정을 도입한 후에도 법정시한을 지킨 적이 없는 역사가 올해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매년 고육지책으로 꺼내드는 소소위를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재원 예결위원장이 위원장이 소집하는 간사 회의에서 논의하는 것이 투명성·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소소위란 악습을 뿌리 뽑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소소위 구성에 반대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의 전례 없는 무리한 요구로 인해 예결위 소소위 구성이 지연되면서 예산 심사가 심각한 난항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소위는 국회 예산안 심의 막판에 예결위 여야 간사, 기획재정부 핵심 관계자 등 극소수만 관여하는 비공식 회의체를 일컫는다. 법적 근거가 없어서 매년 논란이 됐다. 통상 예결위 예산안 조정소위원회가 합의하지 못한 예산안 항목은 소소위로 넘어간다. 소소위는 밀도 있는 심사를 명분으로 삼지만, 소위와 달리 회의록을 남기지 않아 구체적인 논의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깜깜이 심사란 비판 여론도 높다.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 확보 민원인 이른바 쪽지 예산을 들이미는 창구도 소소위다.

 

소소위가 예산안 심사의 핵심 기능을 하다 보니 정작 소위 심사가 부실해진다는 지적도 있다. 여야가 소위 심사에선 일자리·남북관계 등 쟁점이 되는 예산안에 대해 입장차만 확인한 뒤 소소위에 대거 떠넘기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것이다. 올해도 소위 감액 심사 안건 중 478건이 보류돼 소소위로 넘어갔다. 정의당 등 소수야당은 국회 교섭단체 정당만 소소위를 구성하는 것을 두고 짬짜미라고 볼멘소리를 낸다.

김재원 위원장의 간사 회의주장 역시 대안이 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란 지적도 나온다. 소소위가 회의록 없는 회의체여서 언론 등 외부 감시를 원천 봉쇄하는 점이 문제라는 점에서 보면 소소위를 변형한 회의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시신 태우는 곳' 대마도에 남은 4·3 수장 희생자 흔적

대마도 북서쪽 사고만을 가다

70여 년 전 해안가로 수백 구의 한국인 시신 떠밀려와

"옷엔 한국어가"'히토야케바(시신 태우는 곳)' 지명 생겨

"너무 많이 흘러오자 나중에는 매장""희생자 공양탑도

 

상대마도 사고만 지역 4·3 희생자 매장지. (그래픽=김성기 PD)

 

대마도 북서쪽에 있는 사고만. 상대마도 히타카츠 항에서 차로 40분가량 이동하면 올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70여 년 전 43 광풍이 몰아치던 시기 수백 구의 한국인 시신이 떠밀려왔다. 당시 주민들은 시신을 해안가에서 화장하거나 매장했다. '히토야케바(사람 태우는 곳)'라는 지명이 있을 정도로 43 수장(水葬) 학살 희생자의 흔적이 또렷이 남아 있다.

 

4·3 당시 떠밀려온 한국인 시신주민이 화장

 

지난달 15일 대마도 북서쪽에 위치한 사고만. 우찌하마 수구레(78)씨가 70여 년 전 한국인 시신을 화장한 '히토야케바(사람 태우는 곳)'를 가리키고 있다. 곳곳에 해류에 떠밀려온 쓰레기가 보였다. (사진=고상현 기자)

 

"여기 쓰레기가 많이 떠밀려온 공터 보이죠? 이곳에서 한국인 시신을 많이 화장했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히토야케바(사람 태우는 곳)라고 부릅니다."

 

지난 1015일 오후 취재진이 사고만 해안가에서 우연히 만난 인근 미나토 마을 주민 우찌하마 수구레(78)씨가 이렇게 말했다. '1950년 전후로 한국인 시신이 많이 떠밀려온 사실을 아느냐'고 묻자 취재진을 이곳으로 안내하며 한 말이다.

 

'히토야케바'는 맑은 날에 부산 시내를 훤히 볼 수 있는 '이국이 보이는 언덕 전망대'에서 해안가를 따라 미나토 마을 방면으로 차로 5분 거리에 있다. 갈대로 둘러싸인 해안가 공터에는 파도에 떠밀려온 페트병, 어구 등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쓰레기 중에는 삼다수 페트병도 눈에 띄었다.

 

"보시다시피 이곳에 한국어가 적힌 쓰레기가 많이 떠밀려오는데, 1950년 전후로 한국인 시신이 이곳에 많이 흘러와서 수십 구를 화장했어요. 일본 다른 지역에서 그렇게 많은 시체가 떠밀려온다고 생각하긴 어렵거든요."

 

지난달 15일 대마도 사고만 인근 미나토 마을에서 만난 다니나가(82). (사진=고상현 기자)

 

히토야케바 주변에서 가장 큰 마을인 미나토 마을에서 만난 시마이 사다오(92)씨의 딸도 '히토야케바'에 대해 "아버지한테서 들어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시마이 씨는 이 마을에서 최고령자다.

 

"지금은 아버지께서 치매에 걸리셨지만, 어렸을 때 그곳에서 한국인 시신을 많이 화장했다고 들었습니다."

 

미나토 마을에서 나고 자란 다니나가(82)씨도 '히토야케바'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해안에 한국인 시신이 떠밀려오면 묻을 곳이 없어서 히토야케바에서 시신을 화장했습니다"라고 증언했다.

 

 

1950년 전후로 히토야케바 인근 해안가로 떠밀려온 한국인 시신 4구는 바로 옆 사리에 마을 주민들이 마을 공터에 무덤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취재진이 처음으로 직접 현장을 확인한 결과 지금은 주변에 아스팔트 도로가 닦이고, 대나무 숲이 들어서 있었다.

 

"옷에 한국어 적힌 시신이너무 많아 매장

일 관계가 악화하기 전 대마도에서 부산 시내를 훤히 볼 수 있어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았던 '이국이 보이는 언덕 전망대'. 전망대를 기준으로 바로 밑 해안가 왼편과 오른편에도 한국인 시신 집단 매장지가 있다.

 

1950년 전후 이곳으로 100~200구의 한국인 시신이 떠밀려오자 미나토 마을에 거주하던 에토 히카루(200781세 나이로 사망)씨가 친구 5명과 함께 시신을 매장한 곳이다. 그의 아들 에토 유키하루(62)씨는 아버지가 숨진 직후 인근 해안에 한국인 시신을 위해 250만 엔(한화 2600만 원)을 들여 '공양탑'을 세웠다.

 

대마도 사고만 해안에서 에토 유키하루(62)씨가 70년 전 아버지 에토 히카루가 시신을 매장한 곳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취재진은 지난 1017일 오전 에토 씨의 안내로 집단 매장지를 확인했다. 히토야케바와 공양탑을 지나 돌이 깔린 해안을 따라 30분여간 걸어야 도착할 수 있었다.

 

"아버지께서 20대였을 때 몇 개월 사이에 이곳에 수많은 시신이 떠밀려왔다고 합니다. 남녀 구분 없이 시신이 왔고, 옷이나 옷에 지니고 있던 물품에 한국어가 적혀 있어서 한국인 시신으로 생각했다고 하셨습니다."

 

43 당시 총살되거나 예비검속으로 희생된 사람 중에 가족들이 시신을 찾을 수 있게 희생자가 군경에 끌려가기 전 자신의 이름을 새긴 도장이나 물품을 지니는 경우가 많았다. 또 군경은 남녀 가리지 않고 학살을 자행했다. 사고만 해안에 떠밀려온 시신이 43 수장 희생자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처음엔 20~30구의 시신만 오니깐 시신을 모닥불 태우듯이 교차시켜 해안에 화장했다고 하셨어요. 나중엔 너무 많은 시신이 떠내려와서 당시 흙이 많았던 이곳에서 집단 매장하셨다고 합니다. 시신 상태도 좋지 않아 다른 곳으로 운반할 수도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에토 유키하루(62). (사진=고상현 기자)

 

집단 매장지는 해안가로부터 섬 내륙과 인접한 흙무더기가 있는 곳이다. 과거에는 흙이 많았으나 지금은 인근에 해안도로가 닦이고, 태풍이 불면서 상당 부분이 유실된 상태였다. 집단 매장지가 7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훼손된 것이다.

 

제주 43 당시 억울하게 '빨갱이'로 몰려 차가운 바다에 버려진 수장 학살 희생자들이 머나먼 타국에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서일까. 에토 씨의 설명을 듣고 돌아오는 길에 들은 이곳 파도 소리는 유달리 구슬펐다.

 

대마도 현지인이 '다테이와'라 부르는 거대한 암석. 4·3 수장 학살 희생자 매장지는 다테이와 바로 옆 해안에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손발 철사로 묶여" 대마도로 흘러간 제주 4·3 희생자

43 당시 수장(水葬)된 시신들은 일본 대마도까지 흘러간 것으로 추정된다. 70여 년 전 상황을 기억하는 대마도 주민들은 하나같이 수장이 자행되던 시기에 한국인 시신이 대마도 해안 곳곳에 떠밀려왔다고 증언한다. 또 해류 전문가 역시 제주도 주변 해류 흐름상 수장 희생자 시신이 대마도로 흘러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4·3 당시 대마도 각지에 한국인 시신 떠밀려와

"손목은 철사로, 발목은 끈으로 묶인 시신도 있었다."

 

고인이 된 대마신문 아카시 기자가 생전에 증언한 말이다. 아카시 기자는 70여 년 전 대마도로 떠밀려온 한국인 시신을 취재한 인물이다. 아카시 기자는 하대마도 이즈하라 지역에서 한국인 시신들을 직접 목격했다.      지난 1016일 대마도 이즈하라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직 니시니혼 신문 대마도 주재기자 오에 마사야쓰(70)씨도 취재진에게 아카시 기자와 같은 얘기를 했다. 오에 씨는 아카시 기자와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기자다

 

"제주43과 한국전쟁 시기에 대마도 남동쪽인 이즈하라뿐만 아니라 대마도 서쪽 해안, 중대마도 무인도인 구로시마 섬까지 한국인 시신이 떠밀려 왔다. 그 시기에 매우 많은 시신이 대마도 곳곳에 흘러왔는데,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취재진이 1015일부터 18일까지 상대마도 사고만(북서쪽), 중대마도 고후나코시(동쪽), 하대마도 마가리 마을(남동쪽) 등지에서 만난 주민들도 아카시 기자와 오에 씨의 말처럼 "43 시기인 1950년 전후로 한국인 시신이 해안가로 많이 떠밀려 왔다"고 공통되게 증언했다.

 

주민들은 한국인 시신임을 알 수 있었던 이유로 "입고 있던 옷차림이나 얼굴 생김새를 보고 한국인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에서 생활하다 해방 후 대마도로 건너온 주민이 많아 생김새를 보고 단번에 한국인임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43 시기 대마도로 떠밀려온 시신들은 가족이 찾지 않아 각 마을 주민이 매장하거나 화장했다. 아니면 이즈하라 태평사처럼 절 내 '무연고'묘에 안치됐다. 일본인 시신이었다면 가족이 수습해 묻어줬겠지만 연고가 없는 타국의 시신이어서 그렇게 장사를 지낸 것이다.

 

대마도 인근 해상을 지나던 선박이 사고를 당해 그 시신이 대마도 해안가로 떠밀려왔을 수도 있지만, '1950년 전후'에 집중적으로 대마도 해안 곳곳에서 수십 구씩 동시다발적으로 떠밀려 왔다는 점에서 그 시기에 흘러온 시신 상당수가 43 수장 학살 희생자일 가능성이 크다.

 

 

1950년 전후는 제주에서 초토화 작전, 예비검속 등 43 광풍이 몰아치며 군경이 무고한 양민을 많게는 500명 적게는 수십 명씩 수장 학살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수장 학살 희생자, 대마난류 따라 대마도까지

 

지난 8일 제주대학교 지구해양과학과 문재홍 교수가 대학 연구실에서 제주도 주변 해류 흐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지리적으로 제주도와 대마도의 거리는 직선으로 200가 넘는다. 그렇다면 수장된 43 희생자 시신이 해류를 따라 대마도로 흘러갈 수 있을까? 해류 전문가들은 제주도 주변 해류 흐름을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제주대학교 지구해양과학과 문재홍 교수는 지난 8일 대학 연구실에서 취재진이 '해류 흐름상 4.3 당시 수장 학살 희생자 시신이 대마도까지 갈 수 있는지' 묻자 "충분히 갈 수 있다"고 대답했다.

 

"제주도 주변에 흐르는 해류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쿠로시오 해류에서 갈라져 나온 대마난류여서 남서에서 북동 방향으로 흐른다. 제주도 인근 해상에 물체를 떨어트리면 그 흐름을 따라서 대마도로 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바람의 영향으로 지체될 수 있지만 보통 2~3일이면 대마도까지 간다."

 

또 문 교수는 43 시기 모래사장이나 폭포 등 해안가에서 총살돼 아직 수습되지 못한 시신들도 "연안과 외해의 순환이 이뤄지기도 하고, 어떤 원인에 의해 시신이 외해로 이동하게 되면 대마난류를 따라 대마도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13월 제주 추자도에서 실종된 낚시객 2명의 시신이 20여 일 만에 일본 대마도 동쪽과 남서쪽 해상에서 발견됐다. 앞서 20034월에도 서귀포시 남원읍 해상에서 물질하다 실종된 해녀의 시신이 18일 만에 대마도 해상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주변해역 해류 모식도. (그래픽=김성기 PD)

특히 취재진은 1017일 중대마도 고후나코시 이케바다케 해안에 떠밀려온 쓰레기더미에서 제주에서만 소비되는 '제주비료' 포대와 한라산 소주병을 발견했다. 이곳은 육로로는 사람이 다닐 수 없고, 배로만 갈 수 있는 곳이다. 문 교수의 설명대로 제주 해상에 버려진 시신이 해류를 따라 대마도로 갈 수 있는 것이다.

 

대마도 현지 어부인 나카시마 노보루(68)씨는 대마도 주변 해류 흐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대마난류는 사실상 강과 같다. 대마도는 그 강 속에 있는 작은 섬이다. 강의 흐름을 방해하는 물체나 표류물은 대마도 곳곳에 닿을 수밖에 없다." 취재진이 대마도 현지에서 4.3 수장 학살의 흔적을 찾았던 이유다. 제주CBS 이인 기자·고상현 기자/ 노컷뉴스

 

유동성의 함정’ ··· 시중에 풀린 돈 GDP 1.5

세계 주요국 중 상위권

통화량 대비 경제활동 부진

풀린 돈 부동산으로 쏠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1.5배가 넘는 돈이 시중에 풀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규모에 비교한 통화량은 홍콩 일본 중국 다음으로 많았다. 하지만 통화량 대비 경제활동은 부진하고 돈이 도는 속도는 느려지고 있다. ‘돈맥경화 현상이 뚜렷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유동성은 많이 풀려 있지만 자금이 투자, 소비 같은 생산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못한 채 부동산에 쏠리고, 또 부동산 가격 상승에 편승하고 싶어도 루트가 막혀 있어 은행예금에 묶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시장에 현금이 흘러 넘쳐 구하기 쉬운데도 기업의 생산, 투자와 가계의 소비가 늘지 않아 경기도 나아지지 않는 사실상 유동성 함정에 빠진 셈이다.

 

27일 세계은행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명목 GDP 대비 광의통화(M2) 비율은 151.5%에 달했다. 경제 규모 대비 통화량은 2011131.4%에서 2016146.6%로 빠르게 상승한 후 2017146.2%로 잠시 둔화했으나 지난해 다시 높아졌다. 이는 늘어난 유동성만큼 민간의 경제활동이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금, 요구불예금, 만기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머니마켓펀드 등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한 광의통화는 작년 말 기준 27004000억원으로 명목 GDP(2010년 기준년) 17823000억원의 1.5배다.

 

지난해 기준 OECD 회원국들의 GDP 대비 광의통화 비율은 116.2%였다. 전세계를 기준으로 보면 124.7%. 주요국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비율은 홍콩 일본 중국보다 낮지만 미국이나 전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았다.

 

금융산업 위주의 특수한 경제구조를 가진 홍콩은 GDP 대비 통화량 비율이 384.8%로 통계가 집계된 128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다만 이 비율은 1년 전보다 10.9%p 하락한 수치다. 인민은행이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부양을 한 중국도 2016209.5%에서 2017204.2%로 낮아진 후 지난해는 199.1%로 떨어졌다.

 

일본은 한국처럼 경제 규모 대비 통화량 비율이 오르고 있다. GDP 대비 M2 비율이 2016243.5%에서 2017247.9%로 올랐고 작년에는 252.1%로 커졌다.

 

일본은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저금리 기조를 이어왔으나 성장세가 회복하지 못했다. 미국은 지난해 말 89.5%GDP보다 금융시장에 풀린 통화량이 더 적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만기가 짧은 금융상품에 돈이 몰린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논란 부른 로봇 경찰견 스팟

매서추세츠 경찰, 90일간 임대해 사용

폭발물 처리반 배치돼 원격 감시 임무

인권단체, 킬러로봇 악용 가능성 제기

 

문을 따는 시범을 보이고 있는 로봇개 스팟. 유튜브 갈무리

 

올 하반기부터 리스(임대) 방식 시판에 들어간 미국 로봇제조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SPOT)의 두번째 현장 투입 사례가 나왔다. 건설 현장 점검에 이어 이번에 드러난 사례는 경찰과 동행하는 순찰견 역할이다. 그런데 회사 스스로 홍보 영상을 공개했던 건설 현장과는 달리 이번엔 인권단체의 폭로로 드러났다. 인권활동가들은 즉각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 회사가 자리하고 있는 매서추세츠의 아메리칸시민자유연맹(ACLU)이 확보한 문건에 따르면 매서추세츠주 경찰은 로봇개 스팟을 115일까지 90일간 임대했다. 이 문건은 이 단체가 스팟을 포함해 2015년 이후 경찰의 로봇 이용 계획 및 현황에 관해 정보공개를 요청해 받은 것이다.

 

이 단체가 확보한 임대계약서에는 경찰의 폭발물 처리반에 로봇을 배치해 능력을 평가하겠다는 계획이 밝혀져 있다. 특히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환경에서 경찰관 대신 현장에 출동해 원격 감시하는 임무가 명시돼 있다. 잠재적인 위험 환경이란 예컨대 무장 용의자가 숨어 있을 수 있는 장소를 말한다.

 

주경찰 대변인 데이비드 프로코피오는 라디오방송 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은 스팟을 다른 로봇과 똑같이 `모바일 원격 감시 기기'로 이용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 로봇 기술은 귀중한 법집행 도구"라며 "이는 잠재적으로 위험한 상황을 파악해 대비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봇개 스팟의 장애물 피해가기 시범. 유튜브 갈무리

 

인권단체들의 우려는 스팟에 탑재돼 있는 원격 감시 장치의 악용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철저한 통제가 안될 경우 킬러 로봇 같은 무기로 전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2016년 댈러스 경찰은 폭탄을 실은 로봇을 무장 용의자한테 보내 이 용의자를 숨지게 한 바 있다. 이는 비군사용 로봇을 사람을 죽이는 데 이용한 첫 사례로 큰 논란거리가 됐다. 경찰은 이번에 계약서상의 테스트 말고도 두 차례의 사건에 로봇 스팟을 투입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그 사건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논란이 일자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언론에 "경찰이 스팟을 무기로 사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확언했다. 마이클 페리 부사장은 "우리는 로봇이 누군가를 물리적으로 해칠 수 있는 방식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고객들한테 명확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메리칸시민자유연맹의 케이드 크록포드 이사는 "이런 기술들은 사회적, 정치적, 법적 시스템이 반응하기 전에 더 빨리 보급된다"며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고 보급하려는 정부 기관들은 투명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기고]동남권신공항을 둘러싼 오해와 지역갈등

··(부산광역시·울산광역시·경상남도) 단체장들은 역내 주민들의 여론에 따라 201810월부터 6개월간 김해신공항의 문제점을 검증하였으나, 기존 정책을 고수하는 국토부와 의견이 대립되어 총리실에서 김해신공항의 적합성 여부를 검증하도록 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총리실은 금년 6월 이를 수용하여 현재 검증위원회를 구성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세부적인 검증방식에는 합의를 보지 못하는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총리실에서 김해신공항 검증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이를 지연시켜온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하나는 동남권신공항에 대하여 왜곡된 시각을 지닌 수도권 주민이 아직도 많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대구·경북의 반대 여론이 완고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20166월 김해신공항을 지정하고 난 이후 대구시내 소재 군사공항과 민간공항을 경북으로 이전하는 통합신공항 건설을 결정함으로써 영남 5개 시·도의 갈등은 사실상 종료되었다. 대구·경북은 통합신공항 건설에 매진해왔고, 부산시는 김해신공항 추진과정에 관심을 두었다. 그러나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부··경에서는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동남권신공항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분출되었다. 동남권신공항은 다분히 가덕도신공항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수도권 주민들은 물론 다수의 지식인들마저도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엄청난 비용이 들지도 모른다는 선입견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그런 것일까.

 

우선 동남권신공항 자체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단지 김해공항 확장을 대신할 활주로 1본의 국제공항을 건설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산시 추산에 의하면 김해신공항 건설에 소요되는 7조원 규모이면 가능한 수준이며, 같은 돈으로 소음피해를 없애고 24시간 안전한 공항을 건설할 수 있는 것이다. 국토부의 기본계획대로라면 김해신공항은 인천공항이나 무안공항과 달리 신활주로 진입표면의 장애물을 존치하는 위험한 공항이 된다. 김해시가지를 소음지대로 만들고 낙동강 철새들의 서식지를 파괴시키는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면서도 공항의 경제성에 필수적인 심야운행이나 대형항공기 이착륙의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다. 개항 후 10년 이내에 여객처리능력이 포화상태에 도달하더라도 확장 가능성이 제로라는 치명적인 한계도 있다.

 

대구·경북의 정치권에선 이러한 사실을 잘 알면서도 동남권신공항 추진이 대구·경북의 이익을 해치는 총선용 전략이라며 민심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면 대구·경북에는 도대체 어떤 불이익을 줄 것이며 주민들의 저항 정도는 어떠할까. 20191월 경북지사는 통합신공항이 먼저 결정되면 동남권신공항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으며 대구시장 역시 공감을 표했다. 또한 최근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구·경북 주민들의 73%통합신공항과 동남권관문공항의 동시 건설에 찬성한다는 응답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동남권신공항이 통합신공항을 위축시킬 거라는 선동과 지역 간 갈등이 실체 없는 허구임을 밝혀주고 있다.

따라서 총리실에서는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김해신공항이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유사시 인천공항을 대체할 수 있는 관문공항의 기준에 부합하는지의 여부를 판정해야 할 것이다. 덧붙여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분권적 시각에서 부··경 주민들의 단합된 의견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박영강 | 신공항교수회의 공동대표/ 경향

 

배한철의 역사의 더께/간신·충신1] 사육신 사건때 세조파가 가진 충신 부인·딸은 170

`사육신 사건`은 고전에서 자주 다뤄지는 주제다. 이 사건으로 세조의 남자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됐고 단종(1441~1457·재위 1452~1455)의 편에 섰던 충신들은 일백번 고쳐 죽었다.

 

세조 2(1456) 음력 62일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이개, 유성원, 유응부 등이 세조를 죽이려고 모의하다가 실패한사육신 사건이 발생한다. 1453(단종 1) 수양대군(세조)이 김종서 등 반대파를 제거한 계유정난 이후 상왕으로 물러나 있던 단종은 세조파의 공격을 받고 결국 1457(세조 3) 6월 노산군으로 강등돼 강원도 영월로 귀양 간다.

 

그해 109일 경상도 순흥에 유배돼 있던 금성대군이 순흥부사 이보흠과 함께 또다시 단종복위를 꾀하다가 발각되자 결국 세조의 책사 한명회 일당은 단종을 제거하기로 맘 먹는다. 고전에 묘사된 단종의 최후는 그가 한때 일국의 왕이었다고 하기에 너무나 비참하다.

 

 선조 때 좌찬성을 지낸 윤근수(1537~1616)가 쓴 <송와잡설>"단종은 승하한 뒤 시체 마저 잃어버렸다.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영흥리에 단종의 능(장릉)이 조성돼 있지만 시체가 없는 가짜 무덤"이라고 밝힌다. <송와잡설>에 따르면, 순흥단종복위사건 발생 10일 남짓되는 14571021일 금부도사가 단종을 처형하기 위해 유배지인 영월로 급파됐다. 단종은 아침에 대청으로 나와 곤룡포를 입고 걸상에 걸터 앉아 있었고 주윗 사람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워 했다. 금부도사는 단종을 바로 처형하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긴 끈을 단종의 목에 묶고 창문을 통해 잡아 당겨 목 졸라 죽였다. 단종이 숨지자 염습도 하지 않은 채 관도 없이 그냥 시신을 짚으로 덮어놓고 방치했다. 그러던 중 밤에 젊은 승려가 와서 시체를 지고 도망 가 버린다. <송와잡설>"어떤 이는 중이 산골짜기에서 태워버렸다고 하고 어떤 이는 강물에 던져버렸다고 하였으며 김종직은 후자가 그럴 듯하다고 했다"고 소개하면서 "세조의 일당들이 저지른 일로 단종의 혼은 지금도 의지할 곳 없이 떠돌아 다닐 것이니 실로 애달프다"고 적었다. 반면 승자의 역사인 세조실록은 "노산군이 스스로 목을 메어 졸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사진설명마지막 어진화사인 이당 김은호 화백이 그린 세조어진 초본. 세조는 자신의 공신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부여했다. 사육신 사건에 연루된 충신들의 아내와 딸 170여명을 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사육신 사건으로 12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능지처참 등 처형되거나 가혹한 처벌을 받았다. 남자들은 모두 죽였다. 사육신 중 한명인 하위지(1412~1456)의 가족은 고향 구미에 있었다. <송와잡설>에 따르면, 조정에서 금부도사가 내려오자 큰아들 하호는 땅에 엎드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둘째 아들 하박이 20세도 안 된 나이였지만 두려워하는 빛이 전혀없이 금부도사에게 "어머니에게 작별인사를 해야 하니 기다려 달라" 말하고 모친 앞에 꿇어앉아 "아버님이 이미 돌아가셨으니 자식으로서 조정의 명령이 없더라도 죽어 마땅합니다. 누이동생이 천한 종이 살더라도 개돼지 같은 행실은 하지 말게 하십시오"라고 당부했다. 그는 어머니에게 두 번 절하고 나와 형과 함께 형을 받았다. 사람들은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며 칭송했다.

 

 사육신 사건 연루자들의 아내와 딸들도 연좌시켜 세조의 공신들에게 배분했다. 박팽년의 아내는 영의정 정인지, 성삼문의 아내·딸은 운성부원군 박종우, 하위지의 아내·딸은 지병조사 권언, 유성원의 아내·딸은 좌승지 한명회, 유응부의 아내는 예빈시윤 권반, 이개의 아내는 우참찬 강맹경에게 각각 줬다. 세조의 남자들이 차지한 충신의 여인들은 몇명쯤 될까. 세조 297일자 세조실록을 살펴보면 그숫자는 173명이나 된다. 여기에는 성삼고(성삼문의 동생)의 한 살된 딸도 포함돼 있다.

 

 단종이 역모 죄를 쓰고 죽었으니 그 부인인 정순왕후 송 씨(1440~1521)도 천민의 신분으로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친구와 주군을 배신하고 세조 편에 섰던 신숙주가 뻔뻔하게도 세조에게 정순왕후를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했다는 놀라운 기록이 전한다. 선조 때 판의금부사를 지낸 윤근수(1537~1616)<월정만필>"노산왕의 비 송 씨는 적몰돼 관비가 되었다. 이에 신숙주가 송 씨를 공신의 여자종으로 받아내려고 왕에게 청했다. 광묘(세조)가 그의 청을 허락하지 않고서 얼마 만에 궁중에서 정미수(시누이 경혜공주의 아들, 즉 문종의 외손자)를 양육하게 했다."

 

 중종 18년 그녀는 82세를 일기로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정순왕후는 죽어서도 남편과 만나지 못했다. 그녀는 단종의 묘가 있는 강원도 영월이 아닌 경기도 남양주(사릉)에 묻혔다.

 

 단종의 누나 경혜공주(1436~1473)는 어떻게 됐을까. 남편 정종(영양위)은 사육신 사건 관련해 전라도 광주에 유배 됐으며 그곳에서 세조 7(1461) 승려 성탄 등과 반역을 도모하다가 발각돼 능지처참에 처해진다. 정종이 죽기 전까지 경혜공주는 남편의 유배지에서 함께 살았다. 정종이 처형되자 경혜공주 역시 적몰돼 순천의 관비가 됐다고 <월정만필>은 전한다. <월정만필>에 의하면, 무인이었던 순천부사 여자신은 그녀를 기어코 관노로 부리려고 했다. 그러자 공주가 곧장 대청에 들어가 의자에 앉은 뒤 "나는 왕의 딸이다. 어찌 수령 따위가 감히 나에게 관비의 일을 시키는가" 라며 꾸짖으니 일을 시키지 못했다.

 

 남편이 죽었을 때 경혜공주는 아들 정미수(14561512)를 임신하고 있었다. 과연 공주와 단종의 유복자는 관노의 삶을 살았을까. 일단 실록은 정종이 죽은 후 경혜공주가 머리를 깎고 여승이 됐고 무척 가난하게 살았다고만 기술한다. 그러나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공개한 해주 정 씨 대종가 분재기(경혜공주의 재산 상속 기록)를 보면 경혜공주가 생전에 공주 신분을 그대로 유지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녀가 죽기 사흘 전인 성종 5(1474) 음력 1227일에 쓰여진 분재기에 `경혜공주지인(敬惠公主之印)`이라는 붉은 도장이 찍혀 있다. 여러 자료들을 종합해 볼 때 남편의 처형과 함께 공주가 천민이 되기는 했지만 세조의 배려로 곧 풀려나 과거의 신분을 회복한 것으로 추측된다.

 

사진설명강원 영월군 영월읍 영흥리 소재 단종의 무덤인 장릉. 단종은 살해 당한뒤 시신마저 잃어버려 장릉은 빈무덤이다. 단종비 정순왕후는 남양주에 묻혀 부부는 죽어서도 만나지 못했다. 사진 문화재청.

 

 <월정만필>은 생육신 가운데 한 사람인 김시습(1435~1493) 행적도 자세히 다룬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세종대왕이 따로 불러 선물을 줄 정도로 신동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하지만 세조가 단종을 내쫓고 왕위를 빼앗자 삭발하고 중이 돼 세상을 떠돌았다. 그는 성격이 괴팍해 세조의 편에 섰던 명사들을 모욕하고 다녔다. 조선의 대문호 서거정(1420~1488)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거정은 1444(세종 26) 식년 문과에 급제해 벼슬길을 오른뒤 문종, 단종, 세조, 예종, 성종 등 6명의 왕 아래에서 요직을 두루 지냈다.

 

<월정만필>"동봉(김시습)이 성안에 들어오면 번번이 향교동(종로구 교동)에 묵었다. 서거정이 찾아가면 벌렁 드러누워서 발장난을 하면서 이야기했다. 이웃의 하인들이 모두 이르기를 `김 아무가 서 정승을 예우하지 않고 이처럼 모욕을 주었으니 다음에는 반드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며칠 만에 서 정승은 다시 찾아왔다"고 썼다. -계속배한철기자 매일경제

 

 

인터넷 기사, 어떤 분야를 가장 많이 볼까?

통계청 사회조사, 인터넷신문 10명 중 3명 사회분야 읽어, 스포츠·정치 순종이신문 10명중 3명도 안봐

독자들이 인터넷으로 신문기사를 읽을 때 사회분야 기사를 가장 많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분야 다음으로는 스포츠, 정치, 경제, 문화 분야 순으로 나타났다. 종이신문을 보는 사람들은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 문화 분야 순으로 많이 봤다.

 

통계청이 지난 25일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인터넷신문을 보는 사람 중엔 사회분야를 보는 사람이 29.5%로 가장 많았다. 이후 스포츠 27.1%, 정치 20.2%, 경제 14.4%, 문화 8.7%, 기타 0.1% 순으로 선호했다.

 

종이신문을 보는 사람 중엔 정치 30.5%, 사회 29%, 경제 23.3%, 스포츠 10%, 문화 6.4%, 기타 0.8% 순으로 봐 인터넷신문 독자들과 다소 차이를 보였다.

 

2019년 사회조사, 10년 전인 2009년과 올해 신문보는 인구. 자료=통계청

 

이는 신문 구독 여부와 관계없이 조사 당시 지난 1개월 간 2주일에 1회 이상 신문을 본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복수 응답을 허용했다. 신문 보는 인구는 69.9%로 나타났는데 남성이 75.9%, 여성이 64%로 나타났다.

 

10년 전에는 신문 보는 인구 10명 중 7명이 종이신문과 인터넷신문을 각각 읽었지만 현재는 10명 중 9(91.1%)이 인터넷신문을 읽고 종이신문을 읽는 사람은 26.5%10명 중 3명이 채 안 됐다.

 

지난 10년 통계를 보면 신문(인터넷·종이)을 보는 인구비율은 줄었다. 200971.4%, 201175.6%로 살짝 늘었지만 이후 201372.6%, 201572.5%, 201770%, 201969.9%로 감소했다.

 

2019년 사회조사, 신문보는 인구. 자료=통계청

 

지난 10년 간 인터넷신문을 보는 인구비율은 꾸준히 늘었다. 200973.1%, 201177.9%, 201381.5%, 201586%, 201789.5%, 201991.1%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종이신문을 보는 인구비율은 급격히 줄었다. 2009년에는 종이신문 보는 인구비율이 74.3%로 인터넷신문을 보는 인구비율보다 조금 많았다. 이후 201167.8%, 201356.4%, 201543.1%, 201734.5%, 이번 조사에서는 26.5%로 나타났다.

 

통계청 사회조사는 전국 19000 표본가구에 상주하는 만 13세 이상 가구원 약 37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약 보름간 조사한 내용이다.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문재인 정부에 농정은 있는가?

[불평등을 넘어서] 농업을 미국에 바친 꼴이 됐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반환점이 지났다. 1700만 촛불은 이게 나라냐?’를 외치며 광화문 광장에서 그 불을 밝혔고 마침내 박근혜 정권을 끌어 내렸다. 민중의 승리였다. 우리는 환호했고 민중의 요구, 적폐청산 사회대개혁은 누구도 부인 할 수 없는 우리사회의 절대적 지향이었다. 이러한 요구를 받아 안고 출범한 문재인 정권의 임기절반이 지났지만 촛불의 성지 광화문을 비롯한 광장은 성조기를 함께든 태극기부대가 장악하고 있고 이미 사라졌어야 할 적폐세력은 다시 발호하고 있다. 아니 더욱 단결하고 있고 세력화하고 있으며 마치 민주투사인양 행사하고 있다. 어처구니없지만 현실이다. 가히 적폐의 부활이다.

 

방위비 분담금은 자기들이 저축해둔 은행에서 돈을 찾는 것처럼 당연시하며 내 놓으라 협박하고 있다. 국민을 믿고 폐기하라 외쳤지만 당연히 폐기되어야할 지소미아는 연장 되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상징되듯 비정규직 문제는 여전하고 최저임금 1만 원은 이미 실종됐고 소득주도 성장은 폐기 되고 노동정책의 역주행은 가속화되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 강제철거로 상징되는 빈민들의 실로 사선을 넘나드는 투쟁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고 다시 망루로 올라가고 있다.

 

농민들의 삶은 어떠한가? 올 한해를 뒤돌아보자. 지난겨울 시설 채소값의 폭락을 시작으로 감자, 마늘, 양파 등 줄줄이 폭락했다. 어김없이 밭에서 갈아엎어지는 농산물을 보면서 절망했다. 여름과일값 역시 하나도 보장되는 품목이 없었다. 역대 가장 많은 태풍이 한반도에 피해를 주면서 수확을 앞둔 나락이 도복되고 침수되었다. 기대했던 재해보험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설계부터 문제였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배추가 심각한 피해를 보면서 김장배추가 폭등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농민들은 수확할 배추가 없다. 가격폭등은 농민들이 '폭망'했음을 반증하는 것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가격 및 수급안정대책이 절실한 이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대책이 작동하지 않는다. 실로 농정의 부재를 위기 상황 속에서 그대로 드러내고 만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지난 1025WTO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공식선언하고 말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우리 농업의 미래를 미국에 선사하고 만 것이다. 트럼프가 제시한 4가지의 조건은 WTO의 규정도 아닌 아무런 규정력과 강제력도 없는 것이었다. 차기 협상에서 논의하겠다라고 답변하면 끝날 일이었다. 개도국지위에 대한 문제는 당사자국의 자기선언방식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개도국지위를 선택한 이유는 농산물 무역수지적자 및 낮은 국제경쟁력, 기반시설의 낙후, 농가소득저하 및 농산물 가격의 높은 변동성,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유지 등이었다.

 

오늘 우리 농업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도 될 만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는가? 아니다. 여전히 매년 200억불 농산물 무역적자를 내고 있는 세계5대 농업무역적자국중 하나다. 농민의 70%는 연평균 500만원도 못 번다.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도 못 미치는 1000만 원에서 1200만 원을 오가며 정체되어있다. 경자유전은 헌법 속에 존재하며 현실에서는 50% 이상의 농지가 부재지주의 농지이며 매년 14000헥타르의 농경지가 사라져간다. 이제 식량자급률이 21%까지 곤두박질쳤다. “농가경영주 평균연령은 67세로 향후 30년 안에 읍면동지역 40%가 소멸할 수도 있다는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결과가 우리 농업 농촌의 오늘을 말해준다. 그렇다. 여전히 우리농업은 후진국이다.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정부의 잣대는 무었이었을까? 최근에 발표한 쌀협상 결과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그 중심에 미국의 요구, 미국의 이익, 미국의 압력이 있다. 정부는 현 농업협정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차기 협상에서 개도국지위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므로 당장의 피해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런 실익도 없는 데 왜 미국은 개도국 지위포기를 강요 했겠는가. 일본에게 미국산 옥수수 270만 톤의 강매를 약속받았듯 우리에게 추가적인 개방을 강요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최근 쌀 협상 결과 발표에서 보듯이 국별 쿼터의 부활, 밥쌀수입에 이어 개도국지위마저 포기함으로써 문재인정부의 우리농업에 대한 입장과 태도를 분명히 했다. 농정포기요, 미래농업의 포기다. 식량주권, 통상주권을 포기하며 미국의 요구대로 미국의 뜻대로 우리농업을 미국에 바친 꼴이 되었다. 어디 이뿐인가? 작년부터 외쳐온 밥 한 공기 300원 보장은 해를 지난 지금까지도 목표가격을 정하지도 못한 채, 변동직불금 지급을 미루는 사상초유의 직무유기 사태를 낳고 말았다.

 

공익형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직불제 논의는 가격안정대책 없는 변동직불제 폐지를 핵심으로 다시 한 번 농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대기업 및 자본의 농업 진출 교두보로 활용될 스마트팜 밸리 사업은 농민들의 반대에도 강행되고 있다. 전체국가예산에서 농업부문 예산은 20105%에서 매년 감소하여 올해 3.12%였으며 내년 예산안을 보면 2.98%로 처음으로 3%대가 무너졌다

 

문재인 정부의 농정은 한마디로 무관심과 무책임으로 요약된다. 농민들은 그동안 경제발전의 희생양으로 신자유주의 직접적 피해자로 고스란히 그 고통을 감내해 왔다.이제 문재인 정부의 농정역시 적폐정권의 적폐농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농업을 통상교섭의 밑밥쯤으로 생각하는 천박한 인식으로 농업을 모독하고 식량권을 유린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농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농정에 더 이상의 기대를 접고 농민들의 생존권과 민족의 식량주권을 위해 1130일 광화문 광장에 설 것이다. 노동자, 빈민들과 함께 불평등을 넘어 민중의 시대를 열어나가는 선봉에 설 것이다.

김기형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프레시안

 

규제 완화하면 기업 경쟁력 강화된다는 거짓말

[김용균의 죽음 1주기] 화관법, 화평법 제도 규제완화 시도의 문제점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가 한국 사회의 안전 기반을 흔들고 있다. 반도체 산업 필수 소재의 문제로 시작된 우려가 어느 순간 기업 전체의 문제로 확장되었고, 산업계가 갑자기 환경 규제를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 중심으로 하는 화학물질관리 규제는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다.

 

산업계의 논리는 안전 기준이 높아지면서 공장 신설이 어려워졌고, 기업들이 소재 개발을 외면하는 바람에 이번 수출규제 위기가 가중되었다는 것이다. 과도한 안전규제가 소재와 부품, 장비의 국산화를 방해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국내 화학물질 규제는 선진국의 화학물질 규제에 비해 강력한 상황이 아니다. 유럽과 비교하면 10년이나 늦은 정책 후발 주자로 유럽과 다르게 제품에 대한 관리 규정이 빠지면서 처음부터 반쪽짜리 관리 규제라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의 화학물질 신고 및 평가 규정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것처럼 보이지만, 관리 부분에서는 기업의 존폐마저 좌우할 정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기업 안전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비해 안전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은 매우 낮은 편이다. 기업의 안일한 화학물질 관리가 원인이 되어 2011년 가습기살균제 참사, 2012년 구미, 2013년 화성의 불산 누출사태 등 화학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면서 안전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대두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고의 교훈을 통해 긴 기간 사회적 합의를 이뤄 만들어진 사회적 안전망이 지금 기업들이 공공의 적으로 내몰고 있는 화학물질관리 규제이다.

 

2014105, 2015113건으로 이어지던 화학사고발생은 화학물질 관리 규제 논의를 통해 201787, 201866건으로 줄어드는 추세이다. 또한, 이런 환경 규제를 통해 장기간 지속하던 대기오염물질 배출정보 조작 등 비윤리적 경영 사례를 밝혀내면서 안전 사회로의 첫발을 겨우 내딛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 산업계는 단편적인 정보만을 선별해 국내 화학물질 규제가 선진국의 규제보다 강력하다는 논리를 펼치며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도화선이 되었던 반도체 업계의 피해는 우리 생각보다 크지 않다. 애초에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는 시장논리가 아니라 정치·외교적 문제로 시작한 것이기에, 그 해결도 외교적 차원에서 풀어낼 수밖에 없다. 산업계의 요구처럼 규제를 푼다고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이 문제는 소재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기업의 자구적인 노력, 정부의 수입 관련 행정 절차 기간 축소와 한시적인 수입 완화 조치 등을 토해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도장 작업하는 노동자. 금속노조

 

사실 화학물질 신고 및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관리 제도는 국민의 안전뿐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도가 담아 만든 제도이다. 유럽에서 시작된 이런 시도는 오히려 새로운 환경무역 장벽으로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안전 정보 없이 수입될 수 있는 화학물질의 국내 유통을 막고 보다 안전한 화학물질을 사용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은 이 제도를 통해 중국 등에서 수입되는 화학물질의 유통량을 줄이고 자국 내 화학물질 산업경쟁력을 강화했다.

 

국내 소재 산업경쟁력은 선택의 문제로 외면받았을 뿐이다. 규제가 약했을 때는 국제 경쟁을 할 수 있었는지 반문한다면 대답은 뻔하다. 생산판매비용을 고려해 낮은 원가의 해외 소재에 의존성을 높이고 연구 개발 투자에 신경을 쓰지 못했을 뿐이다. 국내 화학물질의 생산과 수입유통 규제가 완화되었을 때 국내 기업이 저렴한 중국산 화학물질과 경쟁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산업경쟁력 강화의 답을 환경규제완화에서 찾는다면 최종적으로 국내 산업경쟁력을 더 떨어트리는 상황이 올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 기업의 화학물질 안전 관리와 산업경쟁력 수준을 판단했을 때, 화평법과 화관법을 중심으로 하는 화학물질 안전 규제 강화를 과연 기업의 발목을 잡는 강력한 제제로만 보아야 하는지는 보다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산업계는 국내 기업의 안전관리에 대한 낮은 역량과 제도에 대한 낮은 이해를 이유로 들며 화학물질 등록과 평가 자체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산업계의 주장을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이는 규제 완화를 통해 풀어낼 것이 아니라 산업 활동 기반과 역량을 강화 할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 제도를 보완하여 해결해야 할 것이다.

 

경제계의 요구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화학물질관리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그저 생산과정에서 손쉬운 길을 가려는 투정에 불과하다. 이런 규제 완화 요구는 화평법과 화관법을 넘어서 52시간 근무제 특례 확대, 산업 안전법 개정, 법인세·상속세 인하 등 전혀 관계없는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핑계로 결국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기업의 노림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미 경제계에서 중복 규제로 개선을 요구했던 장외·위해 관리계획의 통합 관리, 심사의 단축이나 서류 절차와 관련된 요구 사항들은 정부의 수용으로 개선되었다. 절차의 문제가 해소되었다면 이제는 기업의 무책임과 무능을 정부와 규제의 탓으로 돌리는 행동보다는 스스로의 노력을 약속하고, 그 노력을 실행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 보다 명확한 대안이 될 것이다.

 

정부도 환경무역장벽인 유럽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에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화학물질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체계를 더는 흔들지 않는 것이다. 정말 필요한 것은 노동부, 환경부, 식약처 등 화학물질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여 기업의 규제 부담을 줄이는 정책접근이다. 나아가 시장을 핑계로 건드려서는 안 될 안전장치를 해제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분야에 대한 지원이 무엇인지 고민하여 실질적인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이경석 환경정의 유해물질대기센터 국장 / 프레시안


대마도에 떠오른 시신"밀항한 제주인과 닮아"



마가리 마을 어부인 모리야마 요시히코(72)씨가 70년 전 마을 해안에 떠오른 한국인 시신에 대해서 증언하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대마도 남동쪽 마가리 마을 4·3 희생자 매장지. (그래픽=김성기 PD)

대마도 남동쪽에 있는 마가리 마을과 이즈하라. 4·3 수장(水葬) 학살이 이뤄지던 70여 년 전 이 두 곳에 떠밀려온 한국인 시신들은 주민들이 화장하거나 매장했다. 또 절에 유골을 안치했다. 당시 시신 모습은 대마도로 밀항 온 제주인과 유사해 4·3 수장 희생자일 가능성이 크다.

 

"시신 수십 구 흘러와대마도서 숯 굽는 제주인 닮아"

 

모리야마 요시히코(72)씨가 증언한 마가리 마을 4·3 수장 희생자 화장터. 70년 전 모래사장이었던 이곳은 현재 아스팔트 도로가 깔렸다. (사진=고상현 기자)

 

"제주도에서 4·3 사건이 벌어질 때였는데, 해안가로 수십 구의 시신이 떠밀려 와서 마을 사람이 모래사장에서 화장했습니다. 시신의 모습이 대마도에서 생활했던 숯을 굽는 한국인의 옷차림이나 얼굴과 비슷했다고 합니다."

 

지난 1016일 오후 취재진이 하대마도의 조그마한 어촌 마을인 마가리 마을에서 만난 어부 모리야마 요시히코(72)씨가 한 증언이다. '1950년 전후로 한국인 시신이 떠밀려왔는지' 묻자 옛 화장터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70여 년 전 한국인 시신 수십 구가 떠밀려왔을 때 마을 사람이 시신을 화장했던 모래사장은 현재 매립돼 아스팔트 도로가 나 있다. 과거 이곳이 해안가였음을 알려주는 것은 도로 초입에 어색하게 서 있는 해안 침식 암석뿐이다.

 

특히 모리야마 씨는 70여 년 전 해안가로 떠밀려온 시신이 한국인 시신임을 재차 강조했다. 4·3 광풍을 피해 대마도로 밀항해온 제주도민의 모습과 유사했다는 것이다. 당시 도민들은 대마도 산 속에서 움막을 지어 숯을 내다 팔며 하루하루를 연명했다.

 

"일본사람이면 신분을 알았을 테지만, 대부분 확인하지 못해서 화장했어요. 마가리 마을이 제주도 해녀들의 기지이기도 하고 제주도와 교류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시신 모습을 보니 숯을 굽는 제주도 사람과 비슷하기도 해서 제주 사람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죠."

 

화장터로부터 남쪽으로 500m 떨어진 곳에도 한국인 시신 매장지가 있다. 아즈만 방파제 끝자락에 있는 곳이다. 취재진이 이 날 현장을 확인했을 때는 매장지 주변으로 도로가 깔렸다. 매장지 위로는 덤불이 빼곡한 가운데 군데군데 10m 높이의 소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마가리 마을에서 나고 자란 우메노 마사히로(57)씨는 매장지를 가리키며 "모래사장으로 떠밀려온 시신은 그때그때 화장했지만, 그 시신 중 일부는 이곳에 매장했습니다. 사람을 묻은 뒤에는 작은 소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해안에 떠오른 시신, 거둬주고 절에 유골 안치한 현지인

 

지난달 16일 우메노 마사히로(57)씨의 안내로 한국인 시신 매장지를 찾았다. 취재진이 가리키는 곳이 매장지. (사진=고상현 기자)

 

마가리 마을로부터 남쪽으로 불과 5거리에 있는 이즈하라. 대마시청과 이즈하라 항 등 주요 관공서와 시설이 있는 이곳 해안에도 4·3 광풍이 휘몰아치던 70여 년 전 한국인 시신 수십 구가 떠밀려왔다. 그 시신들은 인근 서산사와 태평사에 매장되거나 유골이 안치됐다.

 

일 관계가 악화하기 전 한국인들의 필수 관광지였던 '티아라 몰' 인근 태평사에는 한국인 시신 50~60구가 화장돼 유골이 안치됐다. 그 유골은 절 내 <표류자지령위><무연지제령> 비석 아래 묻혔다.

 

태평사 주지 미야가와 나가미(77)씨가 태평사에 있는 <표류자지령위>를 살펴보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태평사 주지 미야가와 나가미(77)씨는 1016일 오전 <표류자지령위>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유골이 안치된 경위를 설명했다. "절 납골당에 한국인 유골로 가득 차자 1993년도에 표류자지령위를 만들어서 따로 모시게 됐습니다." <무연지제령> 비석은 앞서 1963년 세워졌다.

 

특히 미야가와 주지는 70여 년 전 집중적으로 한국인 시신이 떠밀려 왔다고 강조했다. 그 당시는 군경이 도민들을 '빨갱이'로 몰아 수장한 시기이기도 하다. "표류 시신이 떠내려오는 경우는 드문데 한때 갑자기 많은 시신이 떠밀려 왔어요. 시신은 경찰을 통해서 이곳으로 모셔졌습니다."

 

태평사에서 이즈하라 해안 쪽으로 500m 떨어진 서산사에는 한국인 시신 5~10구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매장지는 절 묘지 뒤편 대나무 숲이다. 서산사는 이즈하라 내에서도 시신이 떠밀려온 해안가와 가장 가까운 절이기도 하다.

 

대마도 중심지 이즈하라 해안. (사진=고상현 기자)

 

서산사 전 주지 다나카 세코우(74)씨는 1017일 오후 서산사에서 취재진을 만나 "1950년 전후로 이즈하라 해안으로 많은 한국인 시신이 떠밀려왔어요. 어렸을 때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시신 5~10구를 수습해서 절 뒤편에 매장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인 시신으로 추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옷차림도 한국인과 비슷했지만, 대마도 사람이었다면 금방 알아봤을 겁니다. 일본 본토 사람이라면 대마도 주변 해류 흐름상 이쪽이 아닌 야마구치현 등 일본 본토로 흘러갔을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다나카 전 주지는 매장지 위치를 현재에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다. 대마도에 태풍이 자주 오면서 산사태 등으로 지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매장지 위치를 정확하게 알았지만, 산사태가 잦아 지금은 시신이 유출됐는지 그대로 묻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이날 취재진이 매장지로 추정되는 곳을 갔을 때는 일본을 강타한 제19호 태풍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매장지 곳곳이 패여 있었다. 태풍으로 쓰러진 고목만이 흐릿해져 가는 70여 년 전 기억을 간신히 붙들고 있을 뿐이다.

 

서산사 뒤편에 있는 대나무 숲. 한국인 시신 5~10구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고상현 기자   

제주CBS 이인·고상현 기자

 

적은 임금에 과로, 감정노동공익활동가들 몸도 맘도 번아웃

인권재단사람·인권운동더하기, 인권운동 활동가 조사 결과 발표

 

상근 절반이 하루 9시간 넘게 근무

10명중 3활동비, 최저임금 미달

재정적 어려움에 포기 동료들 많아

지속가능 위해 정신건강 논의 필요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인권중심사람에서 ‘2019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을 위한 활동가 조사 결과 보고대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만성적인 과로, 감정노동,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저임금.’ 인권 사각지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다. 다른 이들의 인권을 위해 뛰는 인권활동가 10명 중 3명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 등 힘겨운 노동조건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인권재단 사람인권운동더하기28일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 사무실에서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을 위한 활동가 조사 결과 보고대회를 열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71개 인권운동 단체의 활동가 125(상근 108, 반상근 17)을 대상으로 지난 617일부터 34일 동안 진행한 이번 실태조사에서 활동가들은 몸과 마음이 모두 아프다고 호소했다.

 

상근 활동가들에게 장시간 근로는 기본값이 됐다. 상근 활동가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51%)이 하루 평균 9시간 넘게 근무한다고 답했고, 36(33.4%)이 주 6일 이상 일했다. 심층 인터뷰에 참여한 서울 지역의 한 활동가는 건강이 안 좋아져 고민이 많다. 고혈압과 고지혈증, 당뇨 등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지병으로 동료를 떠나보낸 부산 지역의 한 인권활동가는 더 이상 활동가들이 아프거나 휴식이 부족해선 안 된다는 것을 처절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생계를 잇기 힘들 정도로 적은 급여도 활동가들을 압박한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38(30.4%)최저임금 기준에 못 미치는 활동비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상근 활동가의 평균 활동비는 한달 181만원가량, 반상근 활동가의 평균 활동비는 80만원가량이었다. 이들은 심층 인터뷰에서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조직을 나가는 친구들이 꽤 있다거나 항상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아이를 키워야 하거나 월세를 내야 하거나 가족 중 누군가 아프다면 (활동을 이어가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희생에도 불구하고 운동의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스트레스는 더욱 크다. 한 활동가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커지는 것을 보면 분노가 인다. 예전엔 별로 화 안 낼 일에도 화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에 지속 가능한 운동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 진료와 임신중지권 운동 등을 활발하게 이어오던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도 번아웃증상을 고백하며 다음달 28일 녹색병원에서의 진료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진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사무국장은 활동가들의 지속 가능한 활동 조건을 만들려면 활동가들의 생활 안정과 힘이 되는 동료 관계 등이 중요하다. 특히 활동가의 정신 건강을 위한 논의와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플렉스 하고 거지로 삽니다" 2030 플렉스 유행, 과소비 우려도   

최근 10·20 세대서 '플렉스' 현상 확산

플렉스, ·귀중품 과시한다는 의미

20대 명품이용 건수, 2년 전보다 7.5배 증가



명품 가방.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대학생 A(21) 씨는 평소 갖고 싶은 명품 신발이 있어 두 달 간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밝혔다. 두 달 월급을 신발 사는 데 모두 써버렸지만, A 씨는 문제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플렉스가 10, 20대 사이에서 굉장히 유행이지 않나. 저뿐만 아니라 동기들이나 친구들 SNS만 봐도 '오늘도 플렉스 했다', '플렉스 인증'이라며 명품 구매 사진이 자주 올라온다"고 말했다. 이어 "돈은 전혀 아깝지 않다. 일단 플렉스 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플렉스(Flex)'돈을 쓰며 과시하다', '지르다' 등의 의미로 힙합 문화에서 파생된 용어로 최근 10·20 세대에서 유행하고 있다. 1990년대 미국 힙합 문화에서 플렉스는 '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됐다.

 

국내에서는 기리보이 등 국내 래퍼들이 사용하면서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래퍼 염따가 Mnet '쇼미더머니8' 출연 당시 고가의 물건을 자랑하며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바 있다.

 

소셜네트워크(SNS)에서도 플렉스 관련 콘텐츠는 쉽게 볼 수 있다. 유튜브에는 '구독자에 3억 아파트 증정', '상위 0.001% 다이아 수저의 삶. 5시간 안에 3억 쓰기', '상위 0.1% 금수저의 삶', '명품 FLEX' 등 제목을 단 콘텐츠들이 게시됐다. 해당 영상들은 수백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플렉스',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 등의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4만여 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누리꾼들은 "오늘도 플렉스 해버렸다"면서도 "거지 돼서 당분간 외출 못 할 예정" 등의 말을 덧붙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명품 가방.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문제는 '플렉스 현상' 부작용이다. 자신의 경제력과 관계없이 고가의 상품을 일단 사고 보는 식이다. 신용카드 결제 등 사실상 빚을 내서 소비하는 셈이다.

 

직장인 B(25) 씨는 최근 2년간 월급 대부분을 카드 할부를 갚는 데 쓰고 있다고 밝혔다. B 씨는 "유튜브에 명품 관련 콘텐츠가 많이 올라오지 않냐""그런 영상을 많이 보고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할부로 구매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매달 할부 값으로만 200만 원 정도가 나가는 것 같다"면서도 "할부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걸 산다. 그러다 보니 2년째 이런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비싼 외제 차를 타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한 유튜버는 '207000만 원 외제차 풀할부'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20대에 외제차 샀다가 망한 남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외제차 샀다가 1년 만에 망했다. 지난해 외제차 7000만 원에 딜러할인 100만 원, ·등록세 500만 원을 합한 총금액의 10%700만 원만 내고 나머지 6700만 원을 대출받았다""차량 기곗값과 보험료까지 매달 1625천 원이 나갔고, 거기에 기름값까지 하면 감당이 안됐다. 팔기 위해 알아보니 5000만 원이 나왔다. 결국 2500만 원을 손해 본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밖에도 유튜브에는 '최저시급으로 200버는데 포르쉐 타는 카푸어', '200에 차 구입하면 망한다? 아닙니다', '20대에 외제차를 절대 사면 안 되는 이유', '카푸어 수입차 구입 후 인생 망할 뻔' 등 제목의 영상을 쉽게 볼 수 있다.

 

페라리 자동차.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플렉스 현상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 영향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5명 중 1명은 유튜브 등을 통해 명품 정보를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멤버스 트렌드Y리포트를 보면 20대 응답자 중 26.7%"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 인플루언서를 통해 명품정보를 얻는다"고 답했다.

 

관련해 밀레니얼 세대의 명품 구매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2분기 대비 20192분기 전체 명품이용 건수는 3.5배 증가했다. 특히 20대의 명품 구매 건수는 20173분기를 기준으로 7.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하면 플렉스 현상은 20~30대가 주로 이용하는 SNS 플랫폼에서 일종의 '과시 놀이'가 됐고, 일부는 과도한 지출을 하면서까지 이 현상에 동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는 플렉스 현상이 과소비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튜브 등 SNS 등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또는 유명인이 과소비하는 것을 본 뒤 비슷한 상품을 따라 사는 소비 동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같은 집단에 속하고 싶고, 다른 사람을 따라 하려는 모방 욕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조심리로부터 유행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28,000명에 '여의도 4배 땅' 지분 쪼개 판 기획부동산

 

본지 '케이비' 내부자료 입수

개발불가 토지 1,165억에 사

지분 나눠 팔아 5,000억 폭리

전국에 지점 20개 두고 있어

대부분 서민피해액 최소 1

 

국내 최대 기획부동산의 한 지점에서 최근 3년간 지분을 쪼개판 토지가 서울 여의도 면적의 4.3배이며 현 소유자는 28,000여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부동산들은 토지 판매로 최대 5,000억원가량의 폭리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토지들은 맹지나 경사지 등 개발이 어려운 임야여서 서민들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케이비라는 사명을 써온 이 기획부동산은 전국에 비슷한 지점 20개를 두고 있어 전체 피해액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경제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의원실을 통해 이 회사 부천 소재 지점의 내부자료와 메신저 대화를 입수했다. 관련기사 5

 

28일 서울경제가 부동산실거래가 플랫폼 밸류맵과 케이비 부천 지점에서 최근 3년여간 판매한 토지 222곳의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 총 매입가는 1,165억원이었다. 이 회사가 통상 토지 매입가의 5배로 지분을 파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 매출은 6,000억원 내외다. 이 토지들의 공유자 수는 이달 기준 28,000여명이다. 전체 면적은 1,257로 여의도(290)4.3배다.

 

전 직원 A씨는 일반매매는 물론 경매·공매로 온갖 토지를 구해와 팔았다전국 지점으로 확대하면 회사가 손댄 토지는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토지의 99%가 임야로 대규모 개발계획이 생기지 않는 한 활용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기획부동산 업체들은 토지 주변의 개발계획을 제시하며 토지 지분을 매매하는 수법을 쓴다. 통상 다단계(지인)나 블로그, 전화 접촉 방식으로 165~660가량의 지분을 1,000~4,000만원에 판매한다. 개발이 현실화돼도 토지 지분이 쪼개져 수십~수천명이 공유하기 때문에 개발업자가 매입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매수자들을 수천만원과 토지 지분을 맞바꾼 서민 피해자로 본다.

 

경영진은 이렇게 거둔 수익의 일부를 급여와 수당 명목으로 차명계좌를 통해 받아갔다. 지난해 급여대장을 보면 매달 황모 회장은 김ㅇㅇ·ㅇㅇ·ㅇㅇ 계좌로 총 800만원, 노모 대표는 박ㅇㅇ 계좌로 300만원, 이모 사장은 배ㅇㅇ 계좌로 400만원을 받았다. 판매수당의 경우 2018년 한 해 동안 황 회장은 김ㅇㅇ·ㅇㅇ 계좌로 25,852만원을, 노 대표는 황ㅇㅇ·ㅇㅇ 계좌로 11,768만원을 수령했다. 또 김모 전무와 정모 본부장도 차명으로 각각 2,697만원, 1,819만원을 받았다. 전 직원 B씨는 차명계좌주는 경영진 가족·친구나 전현직 직원이라며 경영진은 승진자 일부에게서 계좌를 빌렸다고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차명계좌로 급여·수당을 받는 것은 횡령이자 탈세라고 말했다. 서울경제는 이 사장과 김 전무, 정 본부장에게 차명계좌 사용 등과 관련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돈 빨리 넣어라, 아님 짤려토지 6,000억치 판 기획부동산

 

그 어떤 것도 100%라는 것은? (없어요) 없다고 얘기했어요. 내 땅을 샀으면 이게 100% 다 개발되고 내 땅에 다 뭔가가 들어서고 이건 아니야. 그렇다고 100% 아니라고 해서 무조건 땅을 한 번도 안 사보면 뭔가가 개발될 때 아무것도 없는데.”

 

국내 최대 기획부동산으로 알려진 케이비 계열의 기획부동산 부천 지점에서는 이 같은 감언이설로 토지를 팔라는 판촉교육을 매일 진행한다. 판매직원들은 토지를 장기간 보유하면 언젠가 개발 수혜자가 된다는 취지의 청사진을 전달받아 매수자들에게 제시한다.

 

하지만 이들이 지난 3년간 판매한 토지는 임야가 99%이며 용도지역은 개발제한·농림지역·자연녹지·보전녹지가 93%였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대부분 맹지에 경사도가 높은 사면으로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한 곳들이라며 또 수십~수천명에게 지분을 매각해 토지의 개발 가능성은 더욱 떨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매수자들은 대부분 본인이 쓸모없는 땅을 떠안은 피해자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희망회로를 돌린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기획부동산은 일단 파는 데 집중한다. 매수자의 계약서 작성과 잔금 납입을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수당을 다단계 방식으로 지급하며 영업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28일 서울경제의 취재 결과 케이비 기획부동산은 홍대·군자·구로·대구·창원·천안·세종·화곡 등 20여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KBS ‘추적60에서 기획부동산 문제를 다루자 지점들은 법인명에서 케이비를 떼어내고 각기 다른 이름으로 바꿨다.

 

이 회사는 서울경제가 4‘201861~2019412일에 공유인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상위 50개 필지를 분석했을 때 21개에 관여한 곳이다. 당시 최다 관여 회사는 우리 계열 기획부동산(25)이었는데 이곳은 황모 케이비 회장의 친동생이 회장이다. 두 회사의 창업주는 어머니 김모씨로 회사에서는 명예회장으로 불린다. 본지 427일자 1·4·5면 참조

 

황 회장 아래에는 노모 대표와 이모 사장이 있다. 각 지점에는 전무-상무-본부장으로 이어지는 임원이 있고 그 아래 7~12명의 실장이 있다. 실장은 판매직원인 차장 10~20명을 지휘한다.

 

실장들은 직원 모집을 위해 구직사이트·맘카페·페이스북 등에 경매 일을 배우면서 일당 7만원에 추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는 글을 올린다. 구직자는 경력단절 주부, 취업준비생, 은퇴한 노년층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 지점의 직원 명단을 보면 지난 5년여간 거쳐 간 사람이 3,400여명에 달한다.

 

기획부동산 케이비 계열의 부천 소재 지점에서 올린 판매직원 모집 광고. 이 회사는 당일 수당 7만원을 지급하며 토지 판매 시 매매가의 10%에 해당하는 판매수당(인센티브)을 지급한다./출처=벼룩시장

직원들은 매수자를 찾기 위해 지인 알선, 블로그 광고, 전화 등을 이용한다. 통상 경매물건으로 소개하며 입찰금을 넣으라고 한다. 이후 계약 전에는 조급증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을 쓴다. “곧 다 팔리고 없다. 당장 돈을 넣어야 한다는 식이다. 전 직원 A씨는 통상 계약 전에는 땅 번지수를 알려주지 않는다회사는 심지어 직원에게도 어차피 산인데 알아서 뭐하느냐며 알려주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잔금 지급을 앞둔 계약자에게는 당장 일시불로 넣어야 한다. 아니면 물건이 잘린다며 밀어붙인다고 한다. 이렇게 얼떨결에 매수한 사람 중에는 회사를 고소하는 경우가 있다. 전 직원 B씨는 회사로 들어온 고소장 내용을 보면 강압적으로 샀다는 주장이 대다수라고 했다.

 

토지 잔금을 받으면 판매수당이 배분된다. 직원이 판매액의 10%를 갖고 회장은 4%, 나머지 대표-사장-전무-본부장-실장 등이 1.5~2%씩 가져간다. 이때 경영진은 수당 일부를 차명계좌로 수령해왔다.

 

내부자료에서는 수상한 현금흐름도 발견된다. 김 명예회장에게 전국 20여개 지점 직원들이 무통장 송금으로 매달 150만원씩 보낸 것이다. 또 계좌자료를 보면 토지 판매액의 20%를 하자보증금으로 적립하는데 이 역시 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이 회사는 통상 토지 지분을 매입가의 5배 가격으로 되팔지만 직원의 대부분은 가격이 부풀려졌는지조차 모른다고 한다. 또 사측은 직원에게 토지를 권리분석해 가져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과정이 없다고도 한다. 심지어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도 토지 매수를 권유하며 판매실적이 부진할 경우 실장·임원에게 매수를 강제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전 직원 C씨는 일하면서 토지 지분을 여러 개 샀는데 회사를 그만두고 토지를 찾아가보니 사실상 사기인 걸 알겠더라토지를 사간 지인들이 항의하며 날 고소하겠다고 해 함께 회사에 대한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업체가 개발이 요원한 땅을 불법적으로 팔아 부당 이익을 챙기는 사이 매수자는 경제적 피해와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검찰·국세청·국토부 등이 공조해 탈세와 불완전판매 등 불법행위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집은 상품이 아니라 인권!

[인권으로 읽는 세상]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주거권 실현의 시작

"한국은 자산이나 상품이 아니라 인권으로서 주거 개념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20185, 한국주거권 실태 조사 당시 UN 주거권 특별보고관의 발언이다. 가장 기본적 권리 중 하나인 주거권을 실현하기 위해 올해 10월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상한제 등의 도입을 요구하며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가(이하 개정연대) 출범했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선 이런 요구가 집주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시장 질서에 어긋나 되레 세입자에게 손해가 될 거라고 한다. 주거권 특보가 말한 '인권으로서 주거 개념', 즉 주거권은 한국사회에서 너무 낯선 개념인 듯하다.

 

주거권이 낯선 한국사회

주거권이라는 권리가 담고 있는 내용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 월세 부담을 덜기 위해 전세로 옮기고 싶거나, 가족이 늘어나서 더 넓은 집으로 옮기고 싶은 마음, 또는 2년 마다 이사 다니지 않고 안정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 등을 권리의 언어로 풀어내면 그게 주거권이다. 하지만 '누구나 주거를 위해 적정한 비용만 지불하며,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 거주할 수 있도록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고 하는 순간, 현실에서 주거권은 생소한 권리가 된다. 이와 같은 주거권이 현실에 실제로 펼쳐지는 상황을 떠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8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자가 소유자의 평균 거주기간은 10.7년이다. 이에 반해 임차 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3.4년이다. 집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은 2년마다 돌아오는 재계약 시기이면 전·월세가 올라 주거비 지출이 늘거나 이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집세가 얼마나 오를지 모르는 채로 마음을 졸일 바에야 거액이지만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면서 집을 사는 게 안정적이라는 판단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소유를 선택할 때 비로소 원하는 만큼 살 권리, 주거권을 누릴 수 있는 현실이 열리기 때문이다. 같은 조사에서 82.5%가 내 집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소유가 아니면 주거 안정을 상상할 수 없는 한국 사회에서 주거권은 주택 소유권일 뿐이다.

 

주거 정책이 아닌 부동산 정책만 펼친 정부

1970년대에는 주택 보급률이 70%대에 불과해 신규 주택 수요가 컸다. 정부 주도의 택지개발과 건설업의 이해가 맞물리며 아파트가 대량 공급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집은 돈 있는 사람만 살 수 있었고 보급된 아파트는 다주택자를 양산했다. 그 이후 정부정책은 같은 일을 반복한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부동산 투기가 문제되면 정부에서는 규제 정책으로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내놓도록 해 집값 안정을 꾀했다. 그러다 경기가 침체되면 다시 아파트를 지었고 부동산 투기는 다시 기승을 부렸다.

 

대규모 개발로 수백만 가구의 주거 환경이 달라지는 일이었지만 제대로 된 주거 정책은 없었다는 게 문제다. 수십 년간 반복되어온 개발 역사 속에서 자가 소유에 '성공'하면 안정된 주거를 보장받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든든한 자산까지 갖게 되었다. 하지만 집을 사지 못하면, 재개발이니 재건축이니 하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이사를 다녀야 했다. 그런데도 국가에선 주택 보급의 증가와 자가 보유율의 확대로 주거 안정이 도모되고 있다는 태도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주거 안정화는 여전히 국가 정책의 목표가 아니라 부동산 정책에 따라오는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하다. 주택 보급률이 진즉 100%를 넘어섰지만 '사는 곳'이 아닌 주택은 계속 지어지고 거래된다.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권유하던 지난 정권이든, 부동산 투기를 근절시켜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테니 걱정 말고 집을 사라고 하는 현 정권이든 주거 정책은 오직 자가 소유만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이 아닌 주거 정책이 있긴 있다. 공공임대주택 보급이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은 공급량이 매우 부족하다. 정부에서 발표한 10년 이상 임대 가능한 공공임대주택은 2018년 기준 136만 가구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분양 전환 가구, 집이 아니라 임대료를 보조하는 전세임대, 시세와 거의 차이가 없는 행복주택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136만 가구는 전체 가구 대비 6.7%에 불과하다. 없는 것보다 낫다고 하지만 임대주택 청약 당첨률은 복권당첨에 비유될 정도다. 공공임대주택 보급은 여전히 너무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상한제 도입은 주거권의 시작   

수억 원씩 빚을 내서 집을 사거나, 공공임대주택에 당첨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이 두 가지 길밖에 없을 때 한국 사회에서 주거권은 계속 낯설고 생소한 권리일 수밖에 없다. 내가 원하는 만큼 적정한 가격으로 살아 갈 수 있도록 주거권을 중심으로 제도와 정책을 정비해야한다. 개정연대에서 요구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상한제는 바로 그 맥락에 있다.

 

한국사회에서 주택임대차계약은 집이라는 재화를 소유한 사람에게 주거를 원하는 사람이 비용을 지불하고 임대하는 사인(私人) 간의 계약관계로 설명된다. 이 틀에서는 누구나 안정적인 주거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보편적인 권리로서 요구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상한제 도입이 재산권을 침해하는 제도가 된다. 어떤 물건을 소유한 사람이 자신이 지정한 가격으로, 자신이 원하는 기간만큼만 빌려주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재산권의 행사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껏 정부에서도 이런 관점으로 '부동산' 정책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주거권 실현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자가 소유를 통한 주거 안정을 도모 했고 이게 당연한 것처럼 생각된 것이다. 하지만 정말 당연할까?

 

바로 작년에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됐다. 계약갱신청구권이 생겨서 5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계약갱신을 청구하면 상가 사용에 관해서 10년까지 보장받고 임대료 상승은 연 5% 이내로 제한된다. 지난 몇 년 동안 건물주의 횡포에 쫓겨나는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건물주의 재산권을 침해한 게 아니라,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보호한 것이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1981년에 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주요 내용은 임대차 계약기간을 규정하는 것이다. 기존 주택임대차계약은 관행상 6개월 계약을 맺어왔지만 지나치게 기간이 짧아 세입자의 주거가 불안정해지면서 계약기간을 1년으로 명시한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그럼에도 부동산 가격 폭등 시기에 세입자의 주거불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1989, 계약 기간을 2년으로 늘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제도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이다. 하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보장하는 계약 기간은 2년에 불과하고, 계약 갱신을 청구할 권리도 없다. 2년 살고 나면 임차인은 주거권을 방어할 제도적 장치가 없으니 임대료를 올리거나 이사를 가는 수밖에 없다. 비용을 내고 임차해서 살고 있는 사람이 못 하나 박는 것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은 앙상한 주거권의 일면이다. 주거권이라는 게 낯선 사회다보니 주택 매매권일 뿐인 집주인의 재산권이 임차인의 주택 사용, 주거 안정성을 흔들고 있는 이상한 형국인 것이다. 주택임대차 시장이 기본적으로 주거권을 보장하는 전제에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상한제 도입 요구는 집주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주택임대영역에서 소유권을 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의 사용과 주거를 제한당하는 현실을 끊어내기 위한 주거권에 대한 요구다. 집 때문에 2년 단위로 끊어지는 인생 계획이 아니라 더 길게 내다보고 삶을 계획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다. 집을 가졌건 갖지 않았건 누구나 원하는 집에서, 원하는 만큼, 적정한 가격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주거의 권리가 살아있는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다.

 

하소연이 아닌 기본권 실현요구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이었으며, 20대 국회에서만 관련 개정안이 41건이 상정되어 있지만,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상한제를 골자로 하는 법안 개정작업은 국회에서 거의 논의되고 있지 못하다. 단지 세입자의 집 없는 설움을 생각해 임차기간을 좀 더 늘려달라는 하소연으로만 듣고 있는 건 아닐까? 보편적, 기본적 권리로서 주거권을 한국사회가 보장하고 만들어가야 한다는 당당한 주장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대용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 프레시안

 

한국당 꺼내든 '필리버스터'테러방지법 때 192시간 진행

무제한 토론 실시, 의사진행 의도적 방해

2016년 테러방지법 당시 192시간 30

재적의원 5분의3 종결 찬성할 경우 끝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9.11.29.

 

자유한국당이 29일 국회 본회의에 올라갈 '유치원 3(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을 포함한 모든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신청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에 따르면 계속될 수 있고 저희는 그렇게 할 것"이라며 "한국당 의원 한 명 한 명의 연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성곽이 될 수 있다. 또 독재세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의 울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필리버스터 제도는 국회 내 다수파인 여당이 쟁점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의사진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다. 2012년 개정된 '국회법 제1062'에 따르면 이 제도를 통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실시할 수 있다.

의원이 본회의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본회의 시작 전에 의장에게 제출하면 된다. 일단 해당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면 의원 1인당 1회에 한 해 토론을 할 수 있으며, 토론자로 나설 의원이 더 이상 없을 경우 무제한 토론이 끝난다. 또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무제한 토론의 종결을 원하고 무기명 투표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종결에 찬성할 경우에도 무제한 토론이 마무리된다.

 

그러나 무제한 토론의 효과는 해당 회기에 국한된다. 무제한 토론을 하던 중 회기가 종료되면 해당 법안은 자동으로 다음 회기 첫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필리버스터 제도는 비교적 최근인 2016년에도 더불어민주당이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해 실행한 바 있다.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직후인 223일부터 32일까지 39명의 의원이 총 192시간 30분간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나 국회는 32일 새누리당 단독으로 테러방지법을 의결했다.

 

국회 입법조사관 전진영 박사에 따르면 제헌국회는 국회법 46조에 '의원의 질의, 토론, 기타 발언에 대하여는 국회의 결의가 있는 때 외에는 시간을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해 사실상 발언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1964420일 당시 의원이었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동료의원인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5시간19분 동안 발언해 안건 처리를 무산시킬 수 있었다. 1969829일 법제사법위원회 71회 회의에서 신민당의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안을 저지하기 위해 10시간15분 동안 반대토론을 한 사례가 있다.

 

미국 상원의 역대 최장시간 필리버스터 기록은 1957년 민권법 심의과정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대표 상원의원 스트롬 써몬드 민주당 의원이 한 24시간18분 간의 반대연설이다.공감언론 뉴시스 whynot82@newsis.com

 

민식이 엄마 "왜 우리 아이가 협상카드냐" 오열

한국당 '필리버스터' 날벼락, 피해 아동 부모들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아이 키우나"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카드를 29일 꺼내들었다.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무제한 토론을 통해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소위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29일 본회의에 상정된 199개 법안이 필리버스터 대상이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의 여파로 '민식이법'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민식이법은 2019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김민식 군(당시 9)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후 발의됐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하는 내용이 법안의 골자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법안의 빠른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고, 여야 모두 법안 처리에 공감대를 이뤘다.

 

이 법안이 빛을 보게 될 거란 희망에 '민식이 부모님' 등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국회를 찾았다. 기대는 순식간에 절망으로 바뀌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필리버스터 신청 소식이 전해지자 '날벼락'을 맞은 피해 아동 부모들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김민식 군 어머니 박초희 씨는 한국당 원내대표실 밖에서 "민식이가 협상 조건이냐""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야"라고 오열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민식·태호·해인 부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필리버스터 신청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소연 오마이뉴스

 

나 원내대표의 간담회가 끝난 뒤 피해 아동인 해인이·하준이·태호·민식이 부모님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식이 엄마'"신호등 없는 곳에 신호등 만들어달라는 게, 대로변에 과속 단속 카메라가 없어 아이들이 위험에 처해있으니 카메라 달아달라고 하는 게 왜 협상카드가 돼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왜 떠나간 우리 아이들이 협상카드로 써야 하는지, 불러주고 싶어도 마음 아파 불러줄 수 없는 우리 아이들이..."라며 다시 눈물을 쏟았다.

 

이어 "당신들 그렇게 하라고 우리 아이들 이름 내 준 것 아니다""우리 아이들을 협상 카드로 절대로 쓰지 말라. 꼭 사과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민식이 아빠'"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이미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을 두 번 죽였다""선거법과 아이들 법안을 바꾸자는 것 아니냐. 그게 협상카드가 되냐. 그게 사람으로서 할 짓이냐"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실 앞에서 오열하는 민식이 엄마 민식 군 부모 김태양 박초희씨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필리버스터 신청 관련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오열하고 있다. 남소연 오마이뉴스

 

'태호 엄마'"저는 5개월 임산부다. 이런 나라에서 이 아이를 어떻게 키우라는 건지, 이 아이들이 이 땅을 밟고 살아갈 수 있을지"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우리 아이들 이름을 하나 하나 거론한 것을 사과해달라"며 비정한 정치도 원망했다. '태호 아빠'"이게 나라라는 게 너무 싫다"고 했다.

 

'해인이 아빠'"말도 안되는 상황이 생겼는데, , 도대체 아이들을 이용해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유를 꼭 듣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여기 있는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들을 살려달라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안전하게 키우게 해달라는 거다. 도대체 뭐하는 거냐"고 했다.

 

'해인이 엄마'"매일 두세시간 씩 쪽잠 자면서 여기로 출근해서 비굴하게 무릎까지 꿇으면서 힘들게 왔다. 본인들 손자, 손녀라도 이렇게 했을 거냐. 이런 현실 자체가 말이 안 된다""아이들 생각만 해도 눈물만 나는데, 왜 저희가 이렇게 호소하도록 하는지. 얼마나 저희를 더 비참하게 만들 거냐"고 했다. 그러면서 "무슨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 아이들 가지고 협상하려고 하지 말고 정치다운 정치를 해달라"고 했다.

 

'하준이 엄마'"오늘 우리나라 정치의 민낯을 봤다"""우리가 여기까지 온 게 국회의원들의 선의에 의한 부모로서의 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나경원 원내대표는 우리 아이들의 목숨과 거래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분들을 이 국회에 보냈다는 데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금수만도 못한 야만의 정치를 누가 하고 있느냐"고 했다.

 


이에 앞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필리버스터 법안에 앞서 민식이법 등을 먼저 상정해 통과시킬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상정하지 않으면 민식이법을 처리할 수 있다는 연계 전략이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여론 악화를 의식한 듯 "민식이법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겠다""민식이, 하준이, 태호, 유찬이, 해인이 어머님 아버님, 저희 모두 이 법안을 통과시키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은 사회를 거부하지 말고 아이들 부모님의 간곡한 호소에 응해달라"고 문 의장에게 책임을 넘겼다.

 

피해 아동 부모님들의 기자회견이 마무리 된 뒤 한국당은 "민식이법은 필리버스터 신청 이후 법사위에서 통과됐다""금일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안건 중에 민식이법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기자들에게 알렸다. 그러면서 "민식이법부터 우선 처리하고 한국당이 요청한 필리버스터가 진행될 수 있도록 (문희상 의장에게) 요청했다""아직까지 본회의를 열지 않고 있는 국회의장과 민주당이 민식이법 처리를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프레시안 박정연 기자

 

오덕식 판사, 옷 벗어라"

'성적폐 재판부에 여성들을 잃을 수 없다' 기자회견

아이돌 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 씨의 죽음을 두고 여성계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는 지난해 연인이었던 최종범 씨로부터 데이트 폭력과 불법 촬영 등의 피해를 겪었다. 언론과 대중으로부터 끔찍한 2차 가해가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8, 재판부는 가해자 최 씨에게 집행유예라는 가벼운 처벌을 내리면서 불법촬영 범죄에 면죄부를 주었다.

 

해당 판결을 내린 오덕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과거 판결이 주목받으며 사법부의 성인식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성적폐 재판부에 여성들을 잃을 수 없다. 판사 오덕식은 옷 벗어라!'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고 구하라 씨를 비롯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죽은 여성들을 추모한다는 의미로 흰 꽃을 들었다. 프레시안(조성은)

 

시민단체가 "오덕식 부장판사는 자신의 판결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법복을 벗으라"고 촉구했다.

녹색당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6개 시민단체 연대체 '성적폐 카르텔 개혁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성적폐 재판부에 여성들을 잃을 수 없다. 판사 오덕식은 옷 벗어라!' 기자회견을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고 구하라 씨를 비롯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죽은 여성들을 추모한다는 의미로 흰 꽃을 들었다.

 

공동행동은 구 씨의 죽음을 두고 "연인이었던 가해자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으로 고통받고 또 피해 동영상을 끈질기게 검색한 대중에게 고통받았다""언론에 동영상 제보 메일까지 보냈던 가해자에게 재판부는 고작 집행유예를 선고해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설리와 구하라는 여성혐오의 가장 처절한 피해자"라며 "설리 부고 기사에서조차 성적 모욕의 댓글을 달던 이들이나 '구하라 동영상'을 기어코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만든 이들, 여성 아이돌의 사생활을 조회수 장사를 위해 선정적으로 확대 재생산한 기자와 언론사, 애교를 집요하게 강요하고 조신한 인형처럼 굴지 않으면 태도를 문제 삼던 방송, 이윤을 위해 여성 아이돌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 모두가 여성혐오의 가해자들이며 이 비극의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의가 무너져도 끝끝내 피해자 곁에 서서 인권을 수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방기하는 법관들도 공범"이라며 "'성적폐 판사' 오덕식은 법복을 입을 자격이 있나"라고 말했다.

 

'성적폐 재판부에 여성들을 잃을 수 없다. 판사 오덕식은 옷 벗어라!' 기자회견. 정다연 녹색당 비례때표 예비후보 출마자(왼쪽 세번째)"오덕식은 법복 벗고 사법부는 성인지 감수성 평가를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프레시안(조성은)

 

고 구하라 씨의 재판을 담당한 오덕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재판 당시 구 씨 측에서 강하게 거부했음에도 구 씨의 영상을 봐야한다고 주장했고, 실제 영상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는 '구하라 씨가 최종범 씨에게 먼저 연락했다', '두 사람은 성관계를 가지는 사이였다', '구 씨가 먼저 제지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영상 촬영이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오 부장판사의 이같은 태도와 인식은 구 씨의 사건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오 부장판사는 지난 8월 고 장자연 씨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 조선일보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오 부장판사는 무죄 선고 이유로 '생일파티에서 성추행이 있었다면 생일파티가 중단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여성계는 "해당파티는 성접대라는 이름으로 강제추행이 이뤄지던 자리"라며 "해당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 부장판사는 또 지난 21, 3년 간 결혼식장 바닥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하객을 대상으로 불법촬영 범죄를 저질러온 사진기사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나이 및 범행 전후 과정, 사회적 유대 관계 등으로 보아 재범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다연 녹색당 비례대표 예비후보 출마자는 "수사기관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음으로써 여성들을 벼랑 끝으로 밀고 사법부는 벼랑 끝에 선 여성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사법부의 수많은 오덕식들은 여성들의 죽음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유승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오덕식 판사는 피해자가 최종범에게 먼저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거나 피가해자가 서로 연인이었다거나 피해자가 먼저 동거를 제안했다는 등 불법촬영 피해 사실과는 전혀 관련 없는 내용을 무죄 판결의 근거로 들었다""심지어 판결문에는 성관계 장소와 횟수 따위 등 피해 사실 입증에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안을 언급하기도 했다"로 말했다.

 

그는 "오덕식 판사는 재판 과정과 판결문으로 고인을 명백히 모욕했다""재판을 받았던 피해자 이외에도 수많은 여성들이 좌절하도록, 죽음만이 해결방법이라고 여기도록 조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프레시안

 

 

JTBC가 생각하는 가짜뉴스의 기준

오대영 기자, “허위에 목적성 뚜렷하면 가짜뉴스’”노회찬 운전기사 논란, 선제적으로 팩트체크 했어야

학계에서 가짜뉴스용어 사용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해온 가운데 JTBC는 팩트체크 코너에서 가짜뉴스라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쓰고 있다. 오대영 JTBC 기자가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디어·정보리터러시 국제 콘퍼런스에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JTBC 뉴스룸은 팩트체크 코너 등에서 허위로 판별되면 가짜뉴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학계에선 가짜뉴스가 정치적 수사로 쓰이고 있고, 기준이 불분명하고, 취재 활동을 한 언론과 의도적인 조작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 등의 이유로 허위정보’ ‘허위조작정보등의 표현을 쓴다.

 

오대영 기자는 우리는 가짜뉴스라는 표현을 쓴다. 방향성을 정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가 공개한 JTBC가짜뉴스의 기준은 허위조작 정보이고 정치, 경제적인 목적성이 뚜렷하고 불특정 다수에 의해 전파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정보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다.

 

JTBC 뉴스룸 팩트체크 화면 캡쳐.

 

JTBC는 언론보도에도 목적성이 분명하다고 판단되면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있다. 오대영 기자는 노회찬 전 의원 부인이 운전기사를 두고 있다는 조선일보 보도로 촉발된 허위정보와 ‘4·27 북폭설을 제기한 주요 일간지 보도에서 근거 없는 출처를 사용한 점을 지적하며 가짜뉴스라고 했다.

 

오대영 기자는 “4·27 북폭설은 주요 일간지에서 보도했는데 출처로 인용된 일본 언론은 찾아보니 개인블로그였다. 그것도 낮 시사 프로그램에서 패널들이 주고 받은 말을 정리한 내용이라고 한다. 이를 인용해 보도한 언론의 목적성, 의도성이 보이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오대영 기자는 팩트체크의 신속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회찬 전 의원 운전 기사 논란은 언론에 먼저 나왔고 이후 가짜뉴스로 유포되는데 조금 더 빨리 팩트체크를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이것만이 원인은 아니겠지만 가짜뉴스가 자살 동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부터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TBC의 팩트체크 과정. 크로스체크와 레드팀을 통해 검증한다. 사진=오대영 기자 발표자료.

 

오대영 기자는 2018JTBC에서 팩트체크한 결과 허위정보 가운데 북한 관련 내용이 45%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과 관련한 여러 사안들이 추진되면서 음해하는 식의 허위조작정보가 많았는데 한국적 특성인 것 같다고 했다.

 

JTBC는 팩트체크 과정에서 5명의 팀원이 하나의 이슈를 공동으로 검증하고 반대 의견을 내는 레드팀을 두고 있다. 오대영 기자는 서로의 검증 결과를 공유하면서 크로스체크를 해 오류를 줄이고 한명은 의도적으로 반대 주장을 하면서 검증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정보리터러시 국제 콘퍼런스는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관련 논의를 정리하고 교육 현장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시청자미디어재단,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방송공사(KBS),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공동주최하고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했다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