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근 2018. 10. 7. 20:20



              10.8 경향-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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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 장도리 10.7~12


한국 사회 옥죄는 시테크의 망령 10.7 경향

시간을 돈으로 인식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시간을 관리하는 시간 경영.’

 

대중문화사전에 나온 시()테크의 정의다. 1990년대 초반 대한민국에 시테크 열풍이 불어닥쳤다. 기업들은 노동자의 시간을 분단위·초단위로 쪼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앞다투어 내놨다. 자본은 시테크를 통해 노동자의 시간을 지배했다. 2000년대 들어서자 시테크는 이른바 아침형 인간으로 이름을 바꾸고 한국 사회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지난 30여년 동안 성과주의를 표방한 시테크 체계에 갇혔던 한국 사회는 지금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며 성과주의 열차에서 이탈하는 구성원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의 낡은 시테크는 지금도 돌아가고 있다.

 

아침엔 우유 한 잔, 점심엔 패스트 푸드, 쫓기는 사람처럼 시곗바늘 보면서.’ 1992년 그룹 넥스트가 발표한 1집 앨범 <HOME>에 수록된 곡 <도시인>의 가사다. 현대인의 무미건조한 일상을 빗댄 노래가사처럼 90년대 대한민국 사회는 시곗바늘에 쫓기는 사람을 정상으로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심지어 파스 CF 속 주인공 펭귄마저 TV에서 연신 바쁘다 바빠를 외치며 뛰어다닐 정도로 바쁨은 평범한 일상으로 받아들여졌다.

 

시테크에 발맞춘 기업의 스피드 경영

1990,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저서 <권력이동>에서 인류는 큰 것이 작은 것을 이기는 시대에서 빠른 자가 느린 자를 이기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빠름과 느림이 우열을 가르게 된다는 게 토플러의 주장이었다.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정보화 시대가 열리면서 시간경쟁은 분(() 단위로 세분화됐다. 아날로그 타임에서 디지털 타임으로 바뀌는 전환기를 맞은 것이다.

 

한국 사회는 빨라진 시간경쟁을 받아들였다. 1992년에 발간된 <시테크-시간창조의 기술>(윤은기 저)은 순식간에 30만부가 팔리면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대한민국 시테크 열풍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건 기업이었다. 삼성그룹이 스피드 경영을 내세우면서 조직과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에 나섰다. 1997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그룹 임직원들에게 배포한 연구자료 숨겨진 경쟁력-스피드 경영에 따르면 스피드 경영의 핵심은 먼저’(기회선점 경영)빨리’(시간단축 경영), ‘제때’(타이밍 경영), ‘자주’(유연 경영)이다. 스피드 경영의 성공사례로는 신제품 개발기간을 반으로 줄이고 자신감과 단순성, 스피드 등 3S 개념을 전 조직에 정착시켜 성공한 제너럴일렉트릭(GE)을 꼽았다. 빠른 속도를 전면에 내세워 승부수를 던진 잭 웰치 식 경영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테크를 기반으로 한 스피드 경영은 전 기업으로 퍼져나갔다. 인원 감축을 통해 의사결정 시간을 줄이는가 하면 암행어사로 선정된 임직원이 현장에서 부서 간 문제를 해결하는 스피드 암행어사제도가 도입되기도 했다. 외식업계에서는 시간대별로 가격을 달리 매기는 시테크 마케팅이 유행했고, 일부 기업에서는 시간 절감을 위해 모래시계를 놓고 회의를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기업의 성공비결을 빨리빨리문화로 대변되는 스피드 경영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공공기관도 서둘러 시테크를 도입했다. 행정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였다. 회의 개최와 보고서 제출시 작성자의 인건비에 시간을 곱한 비용을 고지했다. 공무원 직급별 시간당 행정경비가 산출됐다. 1999년 기준 장관의 시간당 행정경비는 97000, 차관 65000, 1급은 4만원, 2급은 28000, 3급은 22000, 4급은 18000, 513000원으로 나타났다. 9급과 기능직은 각각 7000, 6000원이었다.

 

당장 노동자들의 삶에도 변화가 밀려왔다. 노동자들의 노동과정은 분·초 단위로 나뉘었고, 새로 짠 기준에 맞춰 업무에 배치됐다. 휴식·여가시간을 줄여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풍토가 정착됐다. 점심시간을 쪼개 외국어를 배우는가 하면, 더 많은 업무 처리를 위한 조기 출근이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아침형 인간이 유행

시테크 열풍은 계속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이번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드는 생활패턴, ‘아침형 인간이 유행처럼 번졌다. 2003년 일본 의사 사이쇼 히로시가 쓴 <아침형 인간>이 국내에 소개된 뒤 호응을 얻으면서 비슷한 내용의 자기계발서 10여권이 연달아 출간됐다. 더 적게 자고 철저히 시간을 관리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아침형 인간의 골자였다. 아침이라는 시간대를 특정했을 뿐 시테크와 다르지 않은 개념이다.

 

2000년대 후반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성공을 위해 달리자는 시테크에 지친 사람들이 웰빙과 슬로운동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슬로 운동은 느리더라도 삶의 가치를 찾으며 살자는 취지의 느림을 촉구하는 운동이다. 슬로 시티와 슬로 홈이 소개되면서 2007년에는 한국도 슬로시티 국제연맹에 가입했다.

 

점심시간을 맞은 직장인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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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운동은 시테크에 익숙해진 일상을 뒤집기에 역부족이었다. ‘성공아침을 다룬 자기계발서가 2000년대 내내 서점가를 휩쓸었다. 시간은 여전히 내일의 성공을 위해 쪼개서 투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됐다. 정부도 여전히 시테크를 추구했다. 2009311일 통계청은 시테크의 첫발! 생활시간 조사 실시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국민들의 시간 활용실태 조사도 시테크의 영역에 포함된 셈이다.

 

지나친 속도 숭배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했다. 1995가장 빨리 성장하는 회사를 목표로 내세운 제약회사 머크는 안전성 검증이 덜된 관절염 치료제 출시를 강행했다가 대규모 리콜 사태를 맞고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속도를 앞세운 성과주의에 갇힌 노동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여유을 잃었고 업무 스트레스도 가중됐다. 미국 의학계에서는 빠른 속도로 인한 부작용이 노동자들에게 질병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일컬어 시간병(Time-sickness)’이라고 불렀다. 스피드 경영의 롤모델로 꼽혔던 제너럴일렉트릭(GE)도 몰락했다.

 

국내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하루 평균 36, 연간 1309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13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 국가였던 한국은 올해 자살률이 더 높은 리투아니아의 OECD 가입 이후 가까스로 자살률 2위가 됐다.

 

지친 사람들 느림의 미학을 찾기 시작

반드시 일을 통해 성공해야 한다는 주류 가치관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대사회 성과주의를 비판한 책 <피로사회>(한병철 저)가 널리 읽혔다. <직장인 퇴사 공부법> <퇴사하겠습니다>와 같은 퇴사를 키워드로 한 책들이 서점가에 등장했다. 한국 사회에 시테크 개념을 도입한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마저 기존 시테크의 한계를 지적하며 느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은 사람이 먼저를 택했고,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

 

시대는 변했지만 기업과 조직은 여전히 낡은 시테크를 폐기하지 않고 있다. 속도와 성과를 앞세운 시테크는 여전히 노동자를 통제하기에 유효한 카드다. 이미 국내 기업의 노동 형태는 파트타임 노동과 단기간 임시직, 교대제, 심야노동 등 시간별로 세분화해 상시적인 노동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스마트폰, 태블릿PC와 같은 첨단 정보통신기기는 업무와 휴식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여가시간마저 자본의 지배를 받게 된 셈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테크는 노동자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제한해서 기업 이윤 창출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미라며 이런 체계가 계속된다면 노동자는 물론 사회 전체가 냉소주의에 함몰돼 구성원들이 내적 망명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테크 창시자 윤은기 초기 시테크는 지금 시대에 맞지 않아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은 시테크의 창시자로 불린다. 그가 1992년에 쓴 <시테크-시간창조의 기술>은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시테크 열풍으로 몰아넣었다. 그는 첫 시테크 책을 발표한 이후 시대의 변화에 맞춰 꾸준히 시테크의 개념을 재정립했다. 천편일률적인 스피드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시테크 개정판성격의 책을 냈다. 초기 시테크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던 기업들이 개정판에는 시큰둥했다. 윤 회장의 생각을 들어봤다.-1990년대 대한민국에서 시테크는 어떤 의미였나.

 

“90년대는 정보화 사회가 본격화된 시기다. 경제의 중심이 규모의 경제에서 속도의 경제로 바뀌었다. 시기에 맞춰 정보화 사회의 새로운 시간 관리라는 개념으로 쓴 책이 <시테크-시간창조의 기술>이다. 그때 마침 삼성이 신경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이 스피드 경영을 도입했고 미국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1990년부터 하던 강의 내용을 엮어 책을 냈는데 폭발적으로 팔렸다. 책 발간 이후 강의가 이어졌다. 삼성뿐 아니라 대부분 기업에서 다 했다. 그야말로 붐이었다.”

-지나치게 속도를 강조했다가 탈이 나지 않았나.

스피드 경쟁으로 가다보니까 과열이 됐다. 속도를 못 따라오는 기업이 생기고 사람도 생겼다.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충전이 안 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때 빠르기만 해서는 안 되겠구나라는 걸 깨닫고 보완하기 위해 <빠름의 느림의 시테크> 책을 다시 썼다. 빠름과 느림의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게 진정한 시테크라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여전히 시테크를 빠른 속도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기업은 더 그렇지 않나.

단기 성과를 추구하는 경영자는 스피드를 강조하고,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는 경영자는 빠름과 느림의 균형을 추구한다. 하지만 많은 회사들이 여전히 몰아붙이는 경영을 한다. 그런 방식은 일시적인 성과를 낼 순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다. 경영자들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스피드에 집착할 수 있다. 그러나 말했듯 그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초기 시테크는 시대에 맞지 않는 개념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초기 시테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뭔가.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이 30년 동안 이어졌다. 이 시기에 이뤄진 경영혁신은 다 노동강도를 높이고 근무시간을 연장하는 방식이었다. 대표적으로 잭 웰치가 추구한 방식인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지나친 성과 지상주의를 표방한 결과다. 지금은 인본주의가 깔려 있지 않으면 노동자뿐 아니라 소비자가 떠난다. 단순히 시간당 생산성이나 시간의 가치만 따져서는 실패한다.”

-지금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할 시기인가.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는 너무 심하게 몰아붙였다. 한 번만 치고 나가면 개도국이다. 한 번 더 가면 선진국 된다. 이런 식이었다. 계속 달리기만 해서는 지친다. 사회 전체가 충전이 필요한 시기다. 무한경쟁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시기로 바뀌는 전환기다. 사람을 도구로 보는 기업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 소득주도성장 집요한 공격이 기시감 뭐지? 10.7 한겨레21

15년전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비판 받아

문재인 정부도 노무현 정부처럼 실패하려는가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다를 수 있을까. 20036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은 지난 7월 인도 국빈 방문 중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낮의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분 계셨지만 밤의 대통령은 오직 회장님 한 분이셨다.” 1990년대 초 어느 큰 신문사 사주의 고희연에서 계열사 사장이 바친 헌사라 한다. 그런 밤의 대통령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미디어가 되는 시대를 맞아 위세가 예전 같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는 수십 년 요지부동의 권력이 있다. 바로 재벌체제다. 재벌 대기업의 투자와 수출에 기댄 성장을 숭배하고, 낙수효과를 믿으며,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 규제를 확 풀어야 한다는 믿음이 밀고 가는 체제다. 그 뒷면에는 분배는 망국으로 가는 포퓰리즘이라 눈 흘기고, 노동자의 권리는 억압돼야 한다는 신념이 자리잡고 있다. 경제개발이 시작된 이래 수십 년간 언론, 학계, 정치권 등 요소요소에 깊숙이 스며들어 이제는 공기처럼 되어버린 체제다. 여야 정치권력을 교체하고, 군의 하나회를 숙정하며, 전직 대통령을 잇달아 감옥에 넣은 대통령은 있었으나 재벌체제라는 경제권력을 교체한 대통령은 없었다.

 

물론 불공정·불평등의 역기능이 커지는 재벌체제를 개혁하겠다고 공언한 정권은 여럿 있었다. 하지만 늘 익숙한 실패의 길을 갔다. 초기에 개혁에 나서지만 곧 보수 언론을 앞세운 공격이 시작된다. 마침 닥친 경제적 난관은 좋은 빌미가 된다. 위기감은 고조되고, 정권이 추진하는 개혁정책에 책임의 화살이 돌아간다. 국민은 실망감을 나타내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한다. 초조해진 정권은 재벌에 손을 내민다. 개혁을 추진하던 인사들은 짐을 싸고 그 자리는 관료에게 돌아간다. 결국 바뀐 것은 없고 종전의 경제사회 패러다임(체제)은 유지된다.

 

경제권력은 교체된 적이 없다

지난 718일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 등 진보 지식인 323명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선언문을 냈다. 현 정부의 사회·경제 개혁 포기를 우려하고 적극적인 개혁정책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출범 1년 남짓한 시점에서 진보 진영이 집단으로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 옳으냐는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이가 서명에 동참한 것은 기시감때문이었다고 한다. 어디서 본 듯한 느낌, 즉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것 같은 예감을 말한다. 이들이 걱정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행로에 노무현 정부의 실패가 겹쳐 보인다는 것이었다.

 

잠시 15년 전으로 눈을 돌려보자. 노무현 정부도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양극화가 심화하고,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돼 종전 경제 패러다임으로는 안 되겠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재벌과 정권, 노동과 자본의 관계를 이전 대통령들과 다르게 풀어가려 했다. 당선인으로 노동단체를 방문해서는 우리 사회는 힘의 균형점이 지나치게 재계에 쏠려 있는데 이는 시정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되겠다거나 재벌을 개혁한 최초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같은 개혁정책을 입안했다.

 

재계의 위기감은 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중심으로 경제정책 기조를 개혁에서 성장으로 바꾸려 분주히 움직였다. 이들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작업한 국민소득 2만달러로 가는 길이란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하며 국정과제로 채택하도록 로비했다. 언론을 움직여 여론을 조성하려고도 했다. 보고서가 담은 정책 기조는 형평이나 공정이 아니라 개방을 통한 성장이었다.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세율을 내리며, 산업 평화를 이루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쪽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자는 제안이었다.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한 이유

노무현 정부는 버텼다. 몇 달은 개혁 기조를 끌고 가는 듯했다. 그런데 취임 직후 경기가 급작스레 나빠졌다. 그 전 김대중 정권에서 비롯된 카드 사태가 터진 것이다. 언론의 논조도 개혁보다는 경제위기성장에 힘이 실렸다. “아마추어 정권이 경제를 망친다라는 공격이 먹히며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계속 떨어졌다. 3월에 70%를 넘던 지지율이 5월엔 50%대 중반, 7월에는 40%대로 내려갔다. 이듬해 4월에는 국회의원 총선이 예정됐다. 이대로는 총선에서 지고 정권 2년차에 레임덕(지도력 공백)이 올 것이란 말들이 나왔다. 결국 노무현 정부는 재벌에 손을 내밀었다. 6월 초 청와대 앞 토속촌으로 총수들을 초청해 땀을 흘리며 삼계탕을 먹은 것은 상징적이었다. 서민적으로 보였지만 정책 기조는 반대로 가는 전환점이었다. 그 확인은 8월 광복절 대통령 기념사에서 재계가 요구하는 ‘2만달러 국민소득 달성이 국정 의제로 선언된 것이었다. 개혁정책들은 힘을 잃었고, 개혁을 추진하던 인사들은 쫓겨났다. 노무현 정부는 이후 왼쪽 깜빡이 켜고 오른쪽으로 갔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그 뒤에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아예 비즈니스 프렌들리정부를 표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후보일 때 진보적 의제인 경제민주화를 치고 나오며 무언가 할 듯이 보였다. 당선인 시절엔 전경련을 방문해서는 재벌도 좀 변해주길 바란다며 짐짓 각을 세웠다. 하지만 재계가 경제민주화 의지가 담긴 정부의 상법 개정안에 불편함을 토로하자 큰 고민 없이 후퇴한다. 취임 첫해 7월에 경제민주화는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끝을 흐리더니, 8월에는 재벌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점심을 대접하면서 “(투자해주면) 만사 제쳐놓고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로 돌아와보자. 촛불 민심을 딛고 탄생한 정부는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을 공언했다. 정치적·법률적 적폐 청산 못지않게 불평등과 불공정을 재생산하는 경제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겨울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든 국민의 뜻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7월에 내놓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더불어 잘사는 경제로 표현했다. 이는 경제의 중심을 국가와 기업에서 국민 개인과 가계로 바꾸고, 성장의 과실이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를 말했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새 패러다임의 축으로 제시됐다. 이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 있게 경제를 이끌도록 하며, 혁신이 일어나는 중소기업과 모험기업으로 인재와 자원이 흐르도록 불평등·불공정한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보수 언론의 집중포화가 시작됐다. 발단은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이들은 16.4% 오른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집중 부각하며 소득주도성장,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이들은 외부 학자들의 칼럼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말을 마차 앞에 세우지 않고 마차를 말 앞에 세운 정책” “한 번도 검증된 적 없는 아마추어의 실험등의 주장으로 비판했다.

 

좌고우면하는 문재인 정부

올해 봄부터 심화한 고용 증가폭 감소와 통계상 논란이 있었던 최저소득 분위 가구의 소득 감소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 정작 서민들을 더 고통스럽게 한다는 주장의 증거로 활용됐다. 경제 위기감을 고조하는 과정에서 보수 언론은 성장률이나 자영업 폐업률 같은 통계의 자의적 해석이나 조작도 마다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을 보도하면서 한국은 0.7% 성장했는데 미국은 4.1% 성장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다른 선진국들은 경기가 좋은데 한국만 어렵다는 뜻이었지만 이는 심각한 왜곡이었다. 한국은 전기 대비 성장률이고 미국은 연율로 환산한 전년 대비 성장률이었다. 언론이 요구하는 것은 종전 패러다임으로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형평이나 분배에 신경 쓰기보다는 기업이 주도하는 성장에 방점을 두라는 것이었다. “규제를 확 풀어라” “성장하려면 기업의 기를 살려줘라등 익숙한 레토릭(수사)이 신문 사설에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공격은 문재인 정부의 미숙함이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최저임금 인상만 해도 임대료 상한제나 프랜차이즈 갑질 방지같이 영세 자영업자의 지급 능력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먼저 마련하고 해야 했는데 덜컥 올려버려 결국 을과 을의 싸움으로 흘렀다. 최저임금 인상을 빼고는 저소득층 복지와 고용을 위한 재정 활용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증세에도 소극적이었다. 정책의 정체성을 확실히 세우지도 못하고 좌고우면했다. 보유세 찔끔 인상이 대표적인데, 이는 서울 모든 지역의 집값 급등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정책의 장점을 국민에게 설득하고 여론의 동향을 살피는 데는 서툴렀다. 통계청장 경질이 대표적이다. 비록 바꿔야 할 이유가 있더라도 한창 소득 통계를 둘러싼 논란이 불타오를 때 교체한 것은 패착이었다. 보수 언론은 때를 만난 듯 정권 입맛에 맞춰 통계 마사지를 하겠다는 거냐고 공격했다. 정부가 입은 내상은 컸다.

 

여론은 악화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 전문위원은 913체감경기를 조사하면 60~70%의 응답자가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하는데 이는 1년차 정권으로는 이례적인 것이라며 보통 체감경기에 대한 응답은 정권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 첫해에는 긍정적 응답이 많은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지지층조차 위기감을 가졌다는 의미라고 했다. 담론에서 밀리고 여론이 안 좋아지면서 정권이 개혁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저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하고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속도 6개월 유예했다. 이 정도는 정책의 미세 조정이라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소득주도성장을 입안한 홍장표 전 경제수석이 물러나고 관료 출신으로 교체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판 중인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을 해외 순방 중 만났다. 또 혁신성장은 어디 갔냐는 보수 언론의 담론에 밀렸는지, 규제 혁신을 들고나와 금산분리 완화, 원격의료 허용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진보 진영의 의구심은 한층 높아졌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한겨레> 기고(2018730일치)에서 악화한 고용지표와 그것보다 더 빨리 악화하는 여론에 화들짝 놀라서 일자리를 위해서는 지옥까지도 갈 각오로 허둥대고 있다고 표현했다.

 

승부는 경제에서 난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민심은 한층 더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문재인 정부는 익숙한 실패의 길로 가느냐, 지금이라도 기수를 돌려 애초에 가려던 개혁의 길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노무현 정부 초기 청와대에서 일한 박주현 전 참여혁신 수석비서관은 나중에 노 정권의 개혁 실패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경향신문> 2006924일치). “새로운 경제사회 환경에 맞는 패러다임 구축을 목표로 삼는다면 마지막까지 견디고 버텨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보수 세력은 아주 집요하게 저항하고 공격했다. 진보개혁 세력도 더 집요해져야 한다. 나도 이를 악물고 죽을 각오로 대들었어야 했는데 내가 뭐 이 자리 탐나서 그런 건가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집요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혁신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저항이 많은 법이다. 혁신을 하고 싶다면 정확한 비전과 실행의 치밀함이 필요하다. 어느 정권이든 승부는 정치가 아니라 경제에서 났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고소득자 낙인' 연소득 7000만원 가구의 반란 머니투데이 10.7

[162조 복지예산, 내 몫은]소득에 따라 받는 혜택 달라'1원 차이'로 지원 여부 '문턱효과' 논쟁

편집자주-정부는 올해 145조원, 내년에 162조원을 복지예산으로 배정했다.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는다. 하지만 집행과정에선 나도 먹고 살기 빠듯한데 왜 혜택을 못 받냐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내가 누릴 수 있는 복지제도를 소득수준에 따라 정리해본다.

 

국내에선 연간 어느 정도를 벌어야 고소득자로 분류될까. 소득 상위 30% 안에 들면 고소득자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중간 소득을 상위 30% 이하에서 70% 초과로 보면 전체 가구의 40%고 나머지 하위 30%를 저소득자로 보면 소득 상중하가 적절히 나뉜다.

 

하지만 지난 8월말 금융위원회가 소득 상위 30%면 무주택가구라도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대출 보증을 막겠다고 밝히자 거센 반발이 일었다. ‘소득 상위 30%가 무슨 고소득자라고 전세대출도 못 받게 하느냐는 불만이었다. 금융위의 소득 상위 30% 이내 고소득자 기준은 연소득 7000만원이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부의 이번 발표로 저희가 고소득자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제발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인 정책을 펴 달라는 청원도 쏟아졌다. 결국 연소득 7000만원의 반란으로 무주택자에 대해서는 전세대출 보증에 소득기준을 두지 않기로 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연소득 7000만원이 소득 상위 30%에 해당하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2분기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이 5882435만원을 넘으면 소득 상위 30%에 속한다. 이를 연소득으로 환산하면 7059만원가량이다.

 

소득 상위 30%가 맞는데도 연소득 7000만원이 우리는 고소득자가 아니라고 반발하는 이유는 뭘까. 부모에게 물려 받은 재산이 없으면 연소득 7000만원으로도 한국, 특히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살아가기가 팍팍해서다,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각종 사회보험료와 세금을 빼고 나면 연소득 7000만원 가구의 실제 소득은 6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2인 가구 기준으로 월급쟁이가 연간 내야 하는 건강보험료는 2345000(3.35%)이고 국민연금도 315만원(4.50%)을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고용보험료 455000(150인 이상 1000명 미만 사업장 기준)이 추가로 나간다.

 

덧붙여 소득세(본인·배우자 소득공제 적용, 이외 공제는 못 받는다고 가정) 600만원을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5805만원이다. 월급으로 치면 4837500원이다. 2인 가구의 실소득이 월 490만원이라면 부유해 보이지만 반발이 심했던 것은 집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이 조사한 지난 8월 서울의 평균 주택 매매가격은 63228만원. 연소득 7000만원 가구가 각종 세금과 보험료를 제하고 손에 쥔 연소득 5805만원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저축한다고 해도 1010개월이 걸려야 살 수 있는 수준이다. 서울의 아파트는 평균 매매가격이 74978만원으로 1211개월 걸린다.

 

전세살이도 만만치 않다. 지난 8월 서울의 평균 전세가격은 36627만원, 아파트 전세가격은 이보다 1억원 가까이 비싼 45583억원으로 나타났다. 연소득 7000만원이라도 부모 도움 없이는 서울에 살 곳을 마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니 무주택자라도 연소득 7000만원을 넘으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다고 하니 반발은 불 보듯 뻔했다.

 

저소득과 고소득을 나누는 기준도 모호하지만 단돈 1원 차이로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과 못 받는 사람이 갈리는 문턱효과도 논쟁거리다. 예컨대 서민들이 낮은 금리에 이용할 수 있는 보금자리론은 자녀가 없을 때 연소득 7000만원 이하가 대상이다. 연소득 7000만원은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7100만원은 못 받는다. 단돈 100만원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게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턱효과는 정부의 각종 복지서비스에서도 나타난다. 정부는 복지서비스를 받을 때 대부분 소득기준을 둔다. 1원 차이로 수급권자와 비수급권자가 갈릴 수 있다. 선정기준에 부합해 수급자가 되면서 비수급자보다 소득이 늘어나는 역전 현상도 벌어진다. 정부는 이 같은 문턱효과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둘러싼 민원은 끊이지 않는다.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으로 기초연금 수급자가 대거 탈락하는 사태도 문턱효과의 한 예다. 정부는 내년 공시가격에 올해 집값 상승분을 반영하기로 했는데 공시지가가 30% 오르면 95161명의 기초연금 수급자가 탈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초연금수급자는 만 65세 이상의 어르신 중 소득인정액이 하위 70% 이하인 사람들로 단독가구 기준 소득인정액이 131만원, 부부가구의 경우 2009600원 이하다. 소득인정액은 월소득과 보유자산을 감안해 계산하는데 공시지가가 오르면 보유자산 가치가 상승해 기초연금 수급자로 인정 받지 못하는 사람이 속출하는 것이다.

 

"영화 '허스토리' 보고 경악" 일본 시민단체가 분노한 이유 10.6 오마이뉴스

"할머니들 왜곡 됐다" 제작사에 항의 성명... 수필름 측 "어느 한 사람 사연 아니다"

일본의 시민단체가 영화 <허스토리> 제작사에 항의 성명을 전달했다. 해당 성명은 영화가 "재판의 진실을 전하지 못하고 있고, 원고들의 명예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후 책임을 묻고 관부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지원 모임)'은 지난 2<허스토리>를 제작한 수필름에 "우리는 이 영화를 보고 경악했고, 분노와 슬픔을 참을 수 없었다"면서 항의 성명서를 보냈다.

 

<허스토리> 포스터.수필름

일본 시민단체 "<허스토리>에 경악하고 분노한다"

지원 모임은 "이 영화는 관부재판을 소재로 한 실화에 바탕한 영화라고 선전했는데, 변호사도, 지원모임도 취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원고들조차 취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절대로 픽션화해서는 안 되는, 진실이라는 것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바로 원고인 피해자가 목숨을 걸고 법정에서 호소한 '피해 사실'"이라며 "영화 속에서 후지코시에 근로정신대로 동원되어 '위안부'가 된 것으로 설정된 분은 이 재판 원고였던 박SO 할머니다"라고 전했다.  지원 모임은 "SO 할머니는 물론 위안부가 되지 않았고, 이 분을 정신대에 보낸 것으로 설정된 스기야마 선생님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교사였으며 박 할머니께서 많이 존경하고 사랑해 온 분"이라며 "실제로 정신대로 보낸 교사는 6학년 때 담임,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라고 지적했다.영화 속에선 서귀순(문숙 분)이 일본 도야마 소재 후지코시 공장에 근로정신대로 동원됐으나 얼마 안 돼 일본군 위안부가 된 것으로 나온다. 또 서귀순을 근로정신대로 보낸 사람이 그녀의 담임선생인 일본인 여성으로 설정됐다. 그러나 이는 실제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 지원 모임 측의 주장이다. 박 할머니는 위안부로 동원된 적이 없으며, 근로정신대로 동원됐다가 위안소로 다시 연행돼 간 사례도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

또 스기야마 토미씨가 법정에 나온 것은 제자인 박 할머니가 근로정신대에 끌려간 것이 사실임을 증언하기 위해서였을 뿐, 영화에서처럼 본인이 정신대에 직접 보냈다는 진술을 한 적이 없고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지원 모임 측의 설명이다. 이들은 스기야마씨가 여전히 생존해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위안부 원고들의 피해 실태에 관해서도 증언기록이 존재하는데 왜 이 재판과는 관계가 없는 몇몇 피해자들의 경험을 짜깁기해서 과다하게 각색한 걸까요"라며 "이러한 제작 자세로 보건대, 피해가 심하면 심할수록 좋다는 식의 상업주의에 감독이 사로잡혀, 피해자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작업은 하지 않고 제작한 것은 아닌가 싶고, 감독의 불성실함과 태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원 모임은 이어 "재판이 시작된 이후로, 우리는 원고 분들께 지원모임 회원들의 집 혹은 교회에서 숙박하실 수 있도록 해드렸다""그곳에서 재판 관련 회의를 했고 할머니들과 함께 식사를 했으며, 노래도 불렀고 춤도 췄다. 영화에서 원고들이 여관에서 숙박한 것으로 묘사된 부분과 그곳에서 발생한 일 전부가, 감독의 황당무계한 공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영화 <허스토리> 일본 도쿄 상영회 장면.수필름

<허스토리> 제작사 수필름 "관부재판을 가져와서 창작했다고 밝혔지만..."

해당 단체는 한국에서 '위안부=정신대'라는 착오가 널리 퍼져 있는 상황에서, 영화를 본 관객들이 정신대로 동원돼 간 피해자들 중 일부가 실제로 위안부가 됐다고 착각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근로정신대와 위안부는 동원 경로가 다르며, 근로정신대는 '강제노동'을 강요하는 동원 형태로 남녀 모두 동원대상이 된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앞서 영화 개봉 직후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상임대표 이국언) 측도 성명을 발표하고 "일본 군수공장에 근로정신대로 동원됐다가 일본군 성노예로 이중 동원된 사례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 없다"며 역사적 사실이 일부 왜곡돼 있음을 지적했다. 또 시민모임 측은 영화에서 관부 재판의 원고가 모두 사망했다고 나오지만, 원고 중 한 명인 양금덕 할머니가 생존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수필름 측은 사과를 하고, 양금덕 할머니를 가까운 시일 내 찾아뵙겠다고 약속하며 일단락됐다.

지원모임 측의 성명에 대해 민진수 수필름 대표는 6<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허스토리>는 재판관이나 일본 분들을 중심으로 만들진 않았다. 할머니들과 원고 단장 중심으로 만들었던 것"이라며 "어느 한 사람의 사연을 그대로 가져와서 그리진 않았고, 관부재판 관련 책의 내용, 소식지, 판결문 등을 바탕으로 풀어냈다. 과거를 재현해서 슬픔을 강요하는 듯한 장면을 일부러 배제했고, 관부재판을 가져와서 창작했다는 것을 영화 엔딩에서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 대표는 "영화 속에서 특별히 일본인을 나쁘게 그리진 않았고, 피해자 분들의 아픔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로 제작했다"면서 "어제 지원 모임으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찾아뵙고 말씀드리려 한다"고 전했다.


한편 <허스토리>는 지난 6월 말 개봉해 33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4일 개막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됐다영화제작사에 항의 성명을 보낸 '전후 책임을 묻고 관부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은 위안부 동원 피해자 3명과 근로정신대 동원 피해자 7명 등 10명이 199212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전후 배상 소송인 일명 '관부 재판'을 지원한 단체로, 하나후사 도시오·에미코 부부가 설립하고 이끌어왔다. 이들 부부가 주축이 된 지원 모임은 재판 당시 할머니들의 체제비와 재판비용 등을 지원하고, 피해 사실을 알리는 집회를 여는 등 일본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데 힘을 보탰다. 재판 이후 하나후사 부부는 매년 한 차례씩 피해자와 가족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성명서 전문>영화 <허스토리>의 제작자에게 항의한다

우리는 후쿠오카에 살고 있는 '전후 책임을 묻고 관부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의 회원들입니다.

이 영화는 관부재판을 소재로 한 실화에 바탕한 영화라고 선전했는데, 변호사도 지원 모임도 취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원고들조차 취재하지 않았습니다. 이 점을 먼저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번에 이 영화를 보고 경악했고, 분노와 슬픔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원고들의 바람과 지원모임의 바람이 무시되고 왜곡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관부재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측이 함께 원고로서 임했던 재판입니다. 열 분의 원고 중 일곱 분이 근로정신대 피해자입니다. 그 분들은 자신들의 피해가 한국사회에서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환경 속에서 고독하게 투쟁해야 했습니다. 정신대가 곧 위안부라는 한국사회의 기존 인식 속에서 가족들과 지역사회의 편견의 눈초리를 받으며 싸워 왔고, 이제 겨우 그런 차이와 근로정신대의 피해 실태가 인식되게 된 시점에서 그간의 편견을 증폭시키는 듯한 스토리를 만들어 근로정신대의 실태를 관부재판에서 지워 버린 것은 범죄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겠습니다.


더구나, 위안부 원고들의 피해 실태에 관해서도 증언기록이 존재하는데 왜 이 재판과는 관계가 없는 몇몇 피해자들의 경험을 짜집기해서 과다하게 각색한 걸까요. 이러한 제작 자세로 보건대, 피해가 심하면 심할수록 좋다는 식의 상업주의에 감독이 사로잡혀, 피해자의 고통에 귀기울이는 작업은 하지 않고 제작한 것은 아닌가 싶고, 감독의 불성실함과 태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최고재판소(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며 시모노세키 판결을 내렸던 재판관들의 성의와 용기에 대한 헤아림도 전혀 없어 보입니다.


절대로 픽션화해서는 안 되는, 진실이라는 것이 세상에는 존재합니다. 바로, 원고인 피해자가 목숨을 걸고 법정에서 호소한 '피해 사실'입니다영화 속에서, 후지코시에 근로정신대로 동원되어 위안부가 된 것으로 설정된 분은, 이 재판 원고였던 박SO 할머니입니다. 이분은 98년 당시 시모노세키 판결 얘기가 한국에 보도되면서, 지역사회와 교회 시람들로부터 "위안부였던 거네"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창피하니까 재판은 하지 말아요"라는 말로 가족들이 애원하는 정황 속에서 분노와 슬픔으로 인해 가벼운 뇌경색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훗날 치매 증상을 보이게 된 것은 이때 일이 계기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분이기도 합니다.


SO 할머니는 물론 위안부가 되지 않았고, 이 분을 정신대에 보낸 것으로 설정된 스기야마 선생님은 국민학교 4학년 때 담임교사였으며 박 할머니께서 많이 존경하고 사랑해 온 분입니다. 실제로 정신대로 보낸 교사는 6학년 때 담임, 그러니까 다른 사람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스기야마 선생님과의 후쿠오카에서의 감동적이었던 상봉 장면을 완전히 다른 스토리픽션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만약 박SO 할머니가 살아계셔서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얼마나 분노하고 상처받으셨을까요. 스기야마 선생님은 황민화 교육에 관계했던 자신을 깊이 후회하고, 한일간 진정한 우호를 위한 활동에 일생을 바쳐오신 분입니다. 아직 생존 중이신 스기야마 선생님이 이 영화를 우연히라도 만나는 일이 없기를 우리는 기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재판이 시작된 이후로, 우리는 원고 분들께 지원모임 회원들의 집 혹은 교회에서 숙박하실 수 있도록 해 드렸습니다. 그곳에서 재판 관련 회의를 했고 할머니들과 함께 식사를 했으며, 노래도 불렀고 춤도 추었습니다. 친해지면서 그때까지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고민을 토로하실 때도 있었고, 그러면서 우리는 피해자들이 입은 깊은 상처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은, 원고들과 지원자들 간의 상호 신뢰와 사랑과 존경심이 깊어지면서 자신을 바꿔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영화에서 원고들이 여관에서 숙박한 것으로 묘사된 부분과 그곳에서 발생한 일 전부가, 감독의 황당무계한 공상일 뿐입니다.


지원모임이 바랐던 것은, 원고 피해자들과 함께하며 함께 싸우는 일, 그리고 일본사회에 그녀들의 피해를 알리면서 일본정부를 향해 해결을 촉구하는 일이었습니다. 일본 국내의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제작하는 모임' 등의 역사 수정주의자들과 싸우면서 전쟁피해진상규명법을 국회에서 성립시키기 위한 활동도 했고,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죄배상법을 만들 수 있도록 우리 지역인 후쿠오카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하기 위한 선거전 등의 활동도, 부족하나마 해 왔습니다. 재판을 통해 만들어진 원고들과의 소중한 인연이, 우리 모임의 역량을 넘는 싸움에까지 우리를 나서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원고들과 지원자들의 그런 교류와 운동은 전혀 묘사하지 않았고, 당시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우익들의 조롱이나 시민들의 차가운 태도를 여기저기 끼워 넣어 일본사회에 대한 반감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재판의 진실을 전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원고들의 바람과 명예에 또 한번 상처를 입히고 있습니다. 관부재판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려 하지는 않았던 영화 <허스토리> 제작자들에게 통렬한 반성을 요구합니다

2018102

전후 책임을 묻고 관부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공무원연금 1위는 전직 헌재소장'720만원' News1

 

공무원연금 수급액 상위 10인 현황.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 News1

 

공무원연금 평균 월 240만원33년 초과도 월 291만원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위 역시 전직 헌법재판소장으로 716만원, 3위는 전직 대법원장으로 712만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들의 재직기간은 모두 391개월이다. 4위는 전직 서울대학교 학장(701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5위는 전직 대법원장(696만원), 6~9(664만원)는 전직 대법원장 3명과 전 헌법재판소장, 10(659만원)는 전직 국무총리로 나타났다.

 

이같은 고액 연금수급은 대부분 2009년 이전 연금산식에 따라 최종 3년 보수월액으로 산정돼 발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행정부에서는 퇴직자 중 연금액 상위자 1(659만원)부터 8(566만원)까지 모두 전직 국무총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공무원 퇴직연금 수급자의 평균 수급액은 월 24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3년 넘게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퇴직한 수급자의 평균 수급액은 월 291만원으로 집계됐다.

 

 

'불쌍한 은행나무'악취 탓 최근 5년간 5천그루 뽑혀 10.7 연합

교체비용만 579천만원 달해1그루당 108만원 투입

 

최근 5년간 악취 때문에 교체·제거된 은행나무 가로수가 모두 5300여 그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산림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광주, 세종, 충남, 전남, 경남, 제주를 제외한 11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은행나무 제거 사업을 시행했다. 여기에 투입된 세금만 579천만원에 이른다. 한 그루당 평균 108만원이 투입됐다. 지역별로 대전시가 1526그루로 가장 많고 대구시 1249그루, 울산시 857그루, 서울시 590그루의 순이었다.

 

은행나무는 2016년 말 기준 전국 가로수 7353천 그루 중 1012천 그루로 13.8%를 차지한다. 은행나무 암그루는 가을에 열리는 열매의 악취로 인해 전국 여기저기서 뽑히고 있다. 은행나무 암그루는 뽑힌 뒤 다른 곳에 식재되지 않고 단순 폐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전시는 최근 5년간 뽑은 은행나무 1526그루를 전량 폐기했다. 서울시는 10그루 중 6그루꼴, 대구시는 10그루 중 2그루꼴로 폐기했다. 반면 울산시는 857그루 전량을 완충녹지나 공원 등에 심어 이식했다.

 

박완주 의원은 "나무은행 사업과 연계하고, 조기 낙과를 유도하거나 관련 약제를 개발해 은행나무를 최대한 보호하도록 산림청의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단 며칠간의 불편함 때문에 소중한 자원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88만명 억대 소득인데800만명은 최저임금도 못 번다 10.8 경향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격차에서 장벽으로-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2016년 통합소득 분석

·하위 10% 격차 보니

근로소득만 따지면 46

금융·부동산소득 합치면 68

 

일부층에 편중된 자산소득 기회

상위 20%, 종합소득 70% 독식

 

미국은 최상층이 지나치게 벌고

한국은 하위층 소득 너무 적어

 

일해서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으로 불려나가는 자산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한국 사회 전반의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 7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뒤쪽으로 고가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88만명과 800만명’.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입수·분석한 국세청의 세부 자료들을 보면, 2016년 한 해 동안 근로소득과 이자·배당·부동산임대소득 등을 합쳐 최소 1억원 이상을 번 사람은 88만명에 이른다. 같은 해 하위 37% 아래 집단에 포함되는 800만명은 최저임금 연 환산액(15123240)만큼도 벌지 못했다. 격차가 장벽으로 굳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 불평등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다.

 

통합소득 지니계수 왜 높을까 불평등 정도를 숫자로 표현한 지니계수는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삼는 게 일반적이다. 통계청이 공식 발표하는 지니계수도 이런 방식으로 계산된다. 문제는 가구 소득을 설문 방식의 표본조사로 구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소득자에 견줘 표본의 수가 매우 적을뿐더러, 특히 고소득 계층의 소득은 실제보다 상당히 축소 반영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에 반해 국세청의 통합소득 자료는 개인별 실제 과세행정 기초자료인데다 근로소득 이외에 다양한 재산 소득을 포함하고 있어 현실의 불평등 정도를 파악하는 데 훨씬 유용하다. 분위별 소득 집중도에서 차이는 잘 드러난다. 2016년 상위 1%의 통합소득은 787796억원으로 같은 해 통합소득 총액(7213616억원)10.9%였다. 상위 10%36.9%의 몫을 챙겼다. 이에 반해 근로소득 상위 1%10%의 총액 대비 비중은 각각 7.3%, 32.1%로 이보다 적었다. ·하위 10% 몫의 상대 비중을 뜻하는 10분위 배율 역시 통합소득(68.6)이 근로소득(46.6)을 크게 웃돌았다. ·하위 10% 집단의 소득 격차가 통합소득에서 더 컸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는 분석 대상 기간인 2013~2016년간 변함없이 이어졌다.

 

배율보다 분포에 주목하라 통합소득의 불평등이 더 심한 이유는 자산 보유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일부 계층에 편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자·배당·부동산임대 등 종합소득 항목만을 따로 추렸을 때, 상위 1%10%의 소득 집중도는 각각 22.6%55.6%가 됐다. 범위를 상위 20%까지 넓히면 집중도는 70.7%로 높아진다. 전체 종합소득의 3분의 2 이상을 상위 20%가 독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 집중도에만 지나치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예컨대 상위 10%의 집중도가 높게 나타난다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 훨씬 많아서 일종의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2016년 귀속분 통합소득 2400만원은 상위 46%의 경계값에 해당하는 수치다. 뒤집어 말하면, 근로소득과 재산소득을 합쳐 한 해 소득이 24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 사람이 54%(11752600)에 이른다는 뜻도 된다.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단순하게 말하면, ·하위 배율이 공통적으로 높다 하더라도 미국은 최상위 집단이 지나치게 많이 벌어서, 한국은 하위 집단이 너무 못 벌어서 문제라며 단순 배율에만 그치지 말고 구체적인 소득 분포를 들여다봐야 상황에 걸맞은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득 경계값 살펴보니 중앙에서 양극단으로 옮겨갈수록 구간(분위)별 평균값과 경계값의 차이는 크게 벌어지기 마련이다. 2016년 통합소득을 기준으로 상위 0.1%(21764)를 가르는 경계값은 56672만원. 하지만 0.1%에 속한 개인들의 1인당 평균소득은 이보다 높은 129119만원이다. 근로소득도 마찬가지다. 상위 0.1%(17740)의 경계값은 36637만원인 반면, 평균소득은 68451만원이다. 김공회 경상대 교수(경제학)이른바 평균의 오류를 줄이고 불평등 해소 정책의 효과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경계값 정보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준을 통합소득 상위 1만명으로 고정시켰을 때, 경계값은 201374142만원에서 201478182만원, 201583077만원, 201687760만원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우리나라 월급쟁이들의 구체적인 급여 분포는 어떨까? 국세청 자료를 보면, 2016년 상위 10%20%의 근로소득 경계값은 각각 7182만원과 5119만원이다. 같은 해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자 177498명 중 이보다 많은 소득을 올린 사람이 어림잡아 177만명과 354만명이라는 뜻이다. 급여소득 1억원은 상위 3.68%(‘652832’)에 해당한다. 참고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한국기업데이터(KED)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2017년 국내 1000대 기업의 직급별 평균 연봉을 보면, 부장급 7070만원, 차장급 5990만원, 과장급 5010만원이었다./ 최우성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

 

자산격차 지수, 소득격차의 3배 육박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격차에서 장벽으로

 

자산·소득·소비 결합해

불평등 정도 측정하는

다중격차지수지난해 0.54

자산 격차가 가장 큰 영향

자산 불평등이 불평등의 구조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자산 불평등이 심각해짐에 따라 전반적인 불평등도 더 심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경제지리학)가 가계금융복지조사의 복지 분야 결과를 분석해 7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에 공개한 지난해 다중격차지수0.54로 나타났다. 다중격차지수는 정 교수가 전병유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경제학)와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불평등 측정 지수인 다변량 앳킨슨 지수’(Nested Atkinson Measures)를 원용한 것이다. 개인의 생활 수준을 결정하는 소득(가처분소득자산(순자산소비(소비지출) 세 변수를 동일한 가중치로 결합해 산출한다. 0~1의 값을 가질 수 있으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는 뜻이다. 세가지 변수를 동시에 고려해 불평등 정도를 가늠하기에 하나의 변수를 사용하는 것보다 복잡한 현실을 더 잘 반영하며, 불평등이 얼마나 구조적으로 고착돼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 유용하다

 

정 교수의 분석에서 다중격차지수는 20150.49, 20160.51, 20170.54로 꾸준히 커졌다. 3년 동안 가처분소득 격차지수는 0.22에서 0.21로 줄었다. 하지만 순자산 격차지수가 0.56에서 0.57, 소비지출 격차지수가 0.12에서 0.13으로 늘어나 다중격차지수가 뛰어올랐다. 특히 순자산의 불평등이 심해 다중격차지수 증가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정 교수는 “2014년부터 건설 부문을 중심으로 고용이 늘어나 소득 불평등은 조금 줄었지만, ‘빚내서 집 사라는 정부 정책 탓에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자산 불평등은 더욱 심해져 전반적인 불평등도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각각의 격차지수를 소득분위별로 산출해보면, 자산 불평등이 전반적인 불평등의 구조를 지탱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만 봐도, 가처분소득과 소비지출 격차지수는 소득하위 1분위만 전체 평균을 넘는 수치인 반면 나머지 9분위는 0.0×대에 그쳐 극빈층을 제외하면 불평등 정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순자산 격차지수는 소득하위 3분위까지 전체 평균을 웃돌았고, 나머지 7분위의 불평등 정도도 비교적 높았다. 이에 따라 소득분위별 다중격차지수도 평균 이상의 3’비교적 높은 7’의 양상을 보였다. 정 교수는 자산 불평등은 세습을 통해 더욱 심해지고 있다. 또 과거보다 자산과 소득의 상관관계도 크게 높아져 불평등이 더 악화되고 있다최소한 부동산 보유세라도 높이고, 엄격한 자산 조사를 통해 자산 과세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수석연구원

 

재벌-집부자들, 보수정부 10년간 부동산 2배 늘려 10.8 오마이뉴스

[경실련 발표] 재벌들 땅값 상승만 600조원

보수 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재벌 대기업들이 보유한 토지 규모가 2.4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상위 1%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 수도 평균 3채에서 6채로 늘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실과 공동으로 2007~2017년 국세청 토지·주택 등 부동산 소유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먼저 토지의 경우 지난 10년간 개인 보유 토지는 5.9% 줄어든 반면, 법인 보유 토지는 2007년 총 513100에서 2017925300로 무려 80.3%나 늘었다. 법인 중에서도 재벌 대기업들이 보유한 토지 규모가 크게 늘었다. 토지를 보유한 법인 중 상위 1%(1752개사)가 소유한 토지 규모는 2007257000에서 2017618200로 무려 2.4배나 늘었다.

 

재벌들의 토지 환산 금액은 2007350조 원에서 2017980조 원으로 2.8배 증가했다. 대기업들은 설비투자와 인건비 부담이 필요 없고, 토지가격 상승만으로 엄청난 이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토지 소유 비중을 늘리는 것이라는 게 경실련 분석이다.

 

주택에서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뚜렷하다.

주택보유자 중 상위 1%(14만명)인 다주택자들이 소유한 주택은 지난 2007년 총 37만호였다. 그런데 2017년에는 이들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은 총 94만호로 급증한다. 판교신도시(3만 가구)23개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다. 상위 1%1인당 평균 보유 주택 수는 20073.2채였지만 2017년에는 6.7채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들이 소유한 총 주택 가격도 20071238000억 원에서 20172027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다주택자 주택 집중적으로 늘려

다주택자들의 주택 보유량이 집중적으로 늘어난 시기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7~2012년 상위 1% 다주택자들의 1인당 평균 주택 보유량은 1.4채 증가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20171인당 주택보유량은 2.1채 증가한다.

 

사실 2007~2017년은 판교신도시와 위례신도시 등 수도권 지역 아파트가 집중 공급된 기간이다. 하지만 공급된 주택은 대부분 다주택자들에게 넘어갔다. 상위 10%가 보유한 주택 수는 지난 2007261만 호에서 2017469만 호로 증가했다. 지난 10년 전체 주택 증가량(521만 호) 가운데 40%208만 호가 상위 10% 부동산 부자들에게 넘어간 것이다.

 

결국 '집 지어서 집 부자들에게 줬다'는 게 경실련 분석이다.

김성달 경실련 팀장은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사라 정책으로 인해 기존 유주택자들이 더 많은 주택을 구입했다"면서 "10년간 공급한 물량의 대부분은 상위 10% 부동산 부자들이 가져갔는데, 정부의 단순 공급 정책의 한계를 뚜렷히 볼 수 있는 지점"이라고 밝혔다. 김 팀장은 "고장 난 공급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선 없이 주택 공급만 확대하는 정책은 또 다시 상위 10%의 자산만 증식시키는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며 "공공이 토지를 빌려주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분양 등 투기를 막을 수 있는 근본 해결책을 담은 주택이 공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이 분석한 상위 10% 주택 보유량 변화 경실련

 

국내 연안 미세플라스틱 오염 심각울산 ·거제 동부 최악

거제·마산 서식 어류 오염 정도, 대구·아귀·도다리 순으로 높아

국내 연안 대부분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바른미래당 최도자 국회의원(비례)이 해양수산부로부터 받은 해양 미세플라스틱 환경 위해성 연구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해 20개 해안의 미세플라스틱 평균농도는 2776/, ··남해 해수표면 10개 해역의 해수 표면 미세플라스틱 평균농도는 2.46/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해양수산부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9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해양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환경 위해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는 전국 20개 해안의 미세플라스틱 분포 현황 중 전북 부안군 모항리가 14562/로 가장 높았고, 경남 거제시 흥남리 7333/, 경기 안산시 방아머리가 5929/순으로 조사됐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동··남해 연안 10개 주요 해역 표층수의 부유 미세플라스틱의 오염 정도를 조사한 결과, 울산 연안이 평균 4.73/로 가장 높았고, 경남 거제시 동부 연안 4.22/, 경북 포항시 영일만 4.54/순이었다.

 

경남 거제·마산 해역에 서식하는 어류의 소화관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의 농도는 마리당 1.54개로 조사됐다.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진행된 조사에서 어종별로 축적된 미세플라스틱의 농도는 대구(2.40), 아귀(2.17) 도다리(1.33), 노래미(1.33), 청어(1.20), 멸치(1.04) 순으로 나타났다

 

세계 주요도시 부동산 거품 경고서울은? kbs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인 UBS가 세계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에 대한 거품 지표를 발표했다. 거품은 터지기 전까지는 알 수 없지만 UBS가 세계 20개 금융 중심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거품 위험성이 가장 높은 곳은 홍콩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뮌헨, 캐나다의 토론토와 밴쿠버 그리고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과 영국의 런던도 거품 위험성이 높은 곳으로 조사됐다.

       


UBS 글로벌 부동산 거품지수

 

지수가 1.5보다 높으면 거품 위험성이 높고 0.5에서 1.5 사이에 있으면 고평가 구간 그리고 -0.5에서 0.5 구간은 적정한 수준이며 -0.5 보다 작을 경우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스웨덴의 스톡홀름과 프랑스의 파리,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호주의 시드니, 일본의 도쿄 등도 거품지수가 1을 넘어 고평가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됐다. 싱가포르는 적정 수준이고 미국의 시카고는 주택 가격이 저평가됐다고 밝혔다.

 

각 국가의 주택 가격을 소득 수준으로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PIR을 기준으로 비교할 경우 주요 도시들의 집값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UBS의 거품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도시에서 지수가 2008년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도시들 가운데 소득 대비 집값이 가장 비싼 곳은 홍콩으로 PIR22에 달했다. 2위는 15를 기록한 런던이 차지했고 도쿄와 뉴욕은 11를 기록했다.

 

아래 도표를 보면 20개 도시 대부분의 PIR2008년 금융위기 보다 더 높아졌고 싱가포르와 밀라노, 시카고 3개 도시만이 2008년보다 PIR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본다면 조사 대상 대부분의 도시에서 주택 가격이 2008년보다 거품이 더 많이 끼었다는 의미이다.

 

 

UBS 글로벌 부동산 거품지수UBS 글로벌 부동산 거품지수

 

그렇다면 서울의 집 값은 세계 주요 도시들과 비교해 볼 때 어느 정도 수준일까? 올해 상반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펴낸 <글로벌 부동산 버블 위험 진단 및 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가장 높은 곳은 역시 홍콩으로 19.4를 기록했다.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도 PIR15를 넘어 주택 가격이 상당히 높은 도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대외경제정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은 미국이나 영국의 주요 도시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PIR11.2로 집값이 높기로 유명한 런던의 8.5와 뉴욕의 5.7보다 훨씬 더 높았다. 우리보다 1인당 GDP가 높은 일본의 도쿄나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그리고 싱가포르와 비교해도 집값 수준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경향은 글로벌 통계 사이트인 넘베오(Numbeo)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넘베오는 세계 300여 개 도시에 거주하는 37만여 명의 사람들이 직접 데이터를 입력하는 사용자 참여 방식을 통해 통계를 제공하는 곳이다. 정확한 통계 기법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실제 시민들이 체감하는 수치를 확인하는 데는 유용한 사이트이다.

 

넘베오 세계 주요도시 PIR 비교넘베오 세계 주요도시 PIR 비교

 

넘베오의 201810월의 데이터를 보면 서울은 20.77로 런던이나 싱가포르와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보다 1인당 GDP가 월등히 높은 뉴욕이나 도쿄, 파리, 시드니보다 소득 대비 집값이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넘베오는 표본의 수가 적어 정확한 통계보다는 참고 자료의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면 국내 부동산 통계 자료에서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는 KB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 서울의 PIR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출처: KB부동산출처: KB부동산

 

KB가 집계한 PIR을 보면 지난 2분기 서울의 PIR9.9를 기록했다. 지난 7월 박원순 시장의 ' 여의도 통개발' 발언과 서울역-용산 철로 지하화 발언으로 용산과 여의도 그리고 강북의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다. 박 시장의 발언으로 잠시 주춤하던 아파트 가격의 상승세가 다시 탄력을 받으면서 3분기 PIR10을 넘어섰을 수도 있다.

 

하반기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은 KBPIRUBSPIR을 비교해 보면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은 뉴욕과 도쿄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호주 시드니, 독일의 뮌헨, 캐나다의 밴쿠버 그리고 스위스의 취리히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들 도시가 속한 국가들의 1인당 GDP5만 달러에서 8만 달러에 이른다.

 

KB가 발표한 지난 10년 동안의 PIR을 참고해 보면 현재 PIR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하는데 더 도움일 될 것이다. 20081분기 이후 지금까지 PIR7~10사이에서 움직이고 있고 평균은 8.3 정도이다. 그리고 현재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값은 역사적으로 볼 때 고점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동산 거품을 이야기하는데 PIR이 절대적 지표는 아니다. PIR은 기준(소득 지표와 주택가격 기준)을 어떻게 잡는가에 따라 결과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기관의 통계를 종합해 볼 때 서울의 소득 대비 집값은 우리보다 잘 사는 선진국의 도시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또 우리나라 가계 부채가 이미 위험 수준에 도달한 상태에서 금리 상승이 시작된다면 집값이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100% 에너지자립 마을인데 실업률은 0%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28] 독일의 경험 ()

독일 동부 브란덴부르크주 트로이엔브리첸시에 있는 펠트하임(Feldheim)은 주민 수가 130명 남짓인 농촌이다. 통일 전 동독 지역이었던 이 마을은 수도 베를린에서 자동차로 약 두 시간이 걸리는 시골인데도 세계 각지에서 방문객이 꽤 찾아온다. 주민들이 쓰는 모든 전기와 난방을 태양광·풍력·바이오연료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에너지전환(에네르기벤데) 모범마을'이기 때문이다.

 

돼지와 양, 옥수수와 밀을 키워 생계를 꾸려온 이 마을에는 현재 55개의 풍력발전기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여기서 연간 250기가와트시(GWh)의 전기를 만든다. 옛 군용부지에 조성한 태양광단지에서는 연간 2.75GWh의 전력을 생산한다.

 

또 농가의 돼지분뇨에서 바이오가스를 추출하고 이것으로 열병합발전기(CHP)를 돌려서 연간 4.15GWh의 전기를 얻는다. 1GWh4인 가족 기준으로 300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전력량으로, 이 마을에서 생산한 전기는 1퍼센트(%) 정도만 주민들이 쓰고 나머지는 판매된다. 마을 사람들은 또 폐목재에서 나온 우드칩을 태우는 바이오매스 시설과 열병합발전소에서 얻은 열에너지로 난방과 온수를 쓴다.

 

쓰고 남는 전기 팔아 농가소득 보전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트로이엔브리첸시 펠트하임 마을의 태양광단지. 과거 군용부지였던 45만제곱미터(), 축구장 약 60개 규모의 초지에 태양광 모듈 1만여개를 설치했다. 주민들이 방목하는 양떼가 태양광 패널 아래를 오가며 풀을 뜯고 있다. 펠트하임 신에너지포럼

 

주민들이 쓰고 남은 전기는 '에네르기크엘러(Energiequelle)'라는 지역에너지 회사를 거쳐 독일 내 다른 도시에 판매된다. 지역에너지 회사는 판매 수익을 마을 주민과 나눈다. 주민들은 풍력·태양광 발전시설 부지 임대료도 받는다. 이를 통해 주민들이 얻는 수익은 평균적인 독일 가정이 내는 연간 전력요금(2014년 기준 978유로·128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일부 주민은 지역에너지 회사에 고용돼 태양광설비를 점검하는 등의 일을 맡고 있다. 옛 동독 지역은 통일 후 한때 30%까지 치솟은 실업률로 고통을 받았고 지금도 일자리 사정이 나쁜 편이지만, 이 마을은 펠트하임 재생에너지사업 덕에 실업률 0%를 자랑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 1994년 주민과 지자체·에너지회사·중앙정부·유럽연합(EU)이 자금을 분담해서 시작했다.

 

지난 7월 독일 연방경제에너지부(BMWi) 초청으로 펠트하임을 방문했던 권필석(44)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부소장은 지난달 10<단비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재생에너지로 마을에서 쓰는 에너지를 모두 충당하고, 이익까지 얻을 수 있으니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더라"고 전했다. 그는 "독일의 재생에너지 전환은 정부의 꾸준한 정책 지원과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미 충분히 성숙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2009년 설립된 신재생에너지 전문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30여년 꾸준히 추진해온 '에네르기벤데'

독일에는 펠트하임처럼 '에너지 자립''소득 보전' '일자리 창출'에 두루 성공한 마을의 사례가 많다. 이런 마을과 도시들이 모여 독일은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을 이루고 있다. 석탄과 석유를 줄이는 '탈화석연료',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탈원전'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산업경쟁력도 세계 최강수준으로 유지하는 나라로서 각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독일은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를 오는 2022년까지 모두 폐쇄하는 탈핵일정을 지난 2011년 이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50년까지 생산 전력의 80%를 재생에너지원에서 얻는다는 목표로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을 줄여가는 중이다.

 

오는 2030년까지 1990년도 탄소배출량 대비 55%를 감축하기로 하는 등 기후변화대응에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그러면서도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의 경제대국이자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탄탄히 하고 있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탈원전을 확정한 2011년 이후 6년간 독일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47%, EU 평균 1.38%를 웃돌았다.



독일은 신축건물의 재생에너지 활용 및 에너지 효율화를 의무화하고,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고 있다. 수도 베를린에 있는 연방의회 의사당은 1999년 재건축을 계기로 지붕의 유리 돔과 거울 기둥을 통해 자연채광 효과를 극대화하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전력 수요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고 있다. 제정임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독일 에너지전환의 뿌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전체 전력의 80%를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에서 얻었다. 하지만 1970년대 두 차례의 세계적 석유파동으로 충격을 받은 후 '에너지원 다양화' '에너지 효율화'를 고민하게 됐다.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원자력발전이 부상했지만 방사능의 위험성과 핵산업의 비민주적 의사결정에 불안을 느낀 시민들이 1970년대 중반부터 격렬한 반핵운동에 나섰다. 여기에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터지자 '원전 역시 해답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사회 저변에 자리를 잡았다. 체르노빌 사고 후 독일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이 추진되지 않았다.

 

1990년대 기후변화의 위협이 세계적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독일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정책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주된 방향은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규제하고 재생에너지에는 경제적 유인(인센티브)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독일 정부는 1991년 세계 최초로 재생에너지 판매가격을 보장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도입했다. 또 화석연료·원자력보다 재생에너지를 우선 이용하도록 하는 규제를 만들었다.

 

1998년에는 전력시장 자유화로 발전(생산)과 송·배전(공급) 업무를 분리해 민간에 개방했다. 전기를 생산하고 전송, 판매해 공급하는 과정을 특정 회사가 독점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전력 도·소매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한 것이다. 같은 해 집권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사회민주당(SPD)-녹색당 연정은 1999년 화석연료로 발전한 전기와 휘발유에 환경세를 도입했고, 2000년에는 기념비적인 재생에너지법(EEG)을 제정했다. 이 법은 재생에너지 생산자가 향후 20년간 킬로와트시(kWh)당 고정된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관련 산업 발전에 기폭제가 됐다.

 

원전의 경우 사민당-녹색당 연정이 '2022년 무렵까지 100% 탈원전에 도달한다'는 합의를 이뤘으나 2005년 사민당과 대연정을 통해 집권한 기독민주당(CDU)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010년 자민당(FDP)으로 연정 파트너를 바꾼 뒤 이 기조가 흔들렸다.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과 탈원전에 따른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원전 가동기간을 2036년까지 연장하는 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하지만 이듬해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독일 정부는 정계·학계·산업계·종교계·시민사회 대표로 '안전한 에너지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구성했고, '끝장토론' 등을 거쳐 '2022년까지 모든 원전 폐쇄'를 확정했다. 2011년 당시 남아 있던 원자로 17기 중 10기가 지난해까지 폐쇄됐다.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나고 2주 후인 2011326일 독일 시민들이 수도 베를린에서 원전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당시 베를린 외에도 함부르크, 쾰른, 뮌헨 등 주요 도시에서 약 25만명이 거리로 나와 중단 없는 탈원전을 촉구했다. Flickr

 

'프로슈머'가 이끄는 에너지 민주주의

독일이 '탈화석연료''탈원전'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게 된 원동력의 하나는 지역자치와 민주주의 전통에 뿌리를 둔 '분산 협력'이라고 할 수 있다. 화석연료·원자력 등 대규모 발전소를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보다 소규모 분산배치가 쉬운 재생에너지 시설의 특성상 국가 단위로 이루어지던 에너지 생산·공급 시스템이 지역 단위로 원활하게 나누어졌다.

 

독일 재생에너지기구(AEE)에 따르면 200166개에 불과하던 지역에너지협동조합이 20151000개로 급증했다. 독일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 현재 독일 전체 재생에너지 시설 중 42%가 지역에너지협동조합·농민·일반가정 등 시민 소유다. 독일의 4대 메이저 발전회사(E.ON, RWE, Vattenfall, EnBW) 소유 시설은 5.4%에 불과하며, 지역 군소회사 등으로 범위를 넓혀도 기업 소유 발전소 비중은 15.7%에 그친다.

 

자기가 사는 곳의 에너지 시설을 소유한 시민들은 에너지 사업의 의사결정과정에 직접 참여해 지역 여건에 맞는 시스템을 능동적으로 설계·통제하고, 판매이익을 나눈다. 일반 시민이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에너지 프로슈머'가 되고, 전기를 소비하는 지역과 생산·전송하는 지역이 분리되지 않는 '에너지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규모 원전이 들어선 바닷가 마을 주민들이 생태환경 파괴와 방사능오염 등의 피해를 겪고, 도시로 전기를 보내기 위해 산골마을 등에 송전탑을 건설하면서 갈등이 빚어지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비민주주의'와 대조된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한적한 산길에 자리 잡은 주택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독일에서는 전력 소비자인 지역주민들이 가계나 마을협동조합 단위로 생산에도 참여하기 때문에 이익 공유와 함께 에너지 민주주의가 증진되고 있다. 제정임

 

지역에서 쓰는 전력을 자급해 수익을 내는 분산형 시스템은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한 독일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 기반이기도 하다. 2016AEE 조사에 따르면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한 독일 시민들의 지지도는 93%에 달한다. 권필석 부소장은 "독일에서 풍력·태양광 등 발전시설에 대한 주민 수용성이 높은 이유도 재생에너지의 경제적 이익을 (프로슈머인 주민들이) 함께 누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50년 재생에너지 목표는 전체 발전량의 80%

독일 정부는 2016년 기준 전체 발전량 중 33.9%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035%, 203050%를 넘어 2050년에는 8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 712일 독일에너지·물산업협회(BDEW)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수력발전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이미 36.3%까지 늘어나 석탄발전(35.1%)을 추월했다. 1990년 재생에너지 전체 전력생산 비중이 3.6%였음을 고려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세부 에너지원별로는 풍력이 17.6%, 태양광 7.3%, 바이오가스 7.1% 등이었다. 원자력 발전 비중은 탈원전 정책이 확정된 2011년 당시 17.6%에서 7년 만에 11.3%로 줄었다.



1990년과 20181~6월 독일의 전체 발전량 대비 발전원별 비중 변화. 석탄·원자력발전은 크게 줄고 풍력·태양광·바이오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IEA, BDEW, 나혜인

 

지난 30여년간 꾸준히 추진된 에너지전환정책의 결과, 독일은 2016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7% 줄이는 데 성공했다. 향후 감축 목표는 202040%, 203055%, 2050년에는 80%~95%.

 

독일 재생에너지산업은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함과 동시에 일자리 창출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독일 연방경제에너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재생에너지 분야에 고용된 노동자 수는 약 33만명으로, 2004년 대비 두 배 이상이다. 연방경제에너지부는 2020년까지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매년 18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는 전기 팔아 500만원 소득 올린 플러스에너지주택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29] 독일의 경험 ()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서남쪽, '흑림(검은 숲)'이라는 뜻의 슈바르츠발트 삼림지대와 프랑스 국경 쪽 라인강 사이에 인구 22만의 유서 깊은 도시 프라이부르크(Freiburg)가 있다. 마르틴 하이데거, 막스 베버 등 저명한 학자들을 배출한 550년 역사의 프라이부르크대를 포함, 여러 대학이 둥지를 틀고 있어 인구 7명 중 1명이 대학생인 교육도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유럽의 환경수도' '태양의 도시'로 더 유명하다. 환경보호를 최우선 가치의 하나로 여기는 시민의식과 일관성 있는 자치행정이 오늘날 프라이부르크를 독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의 하나이자 연간 300만 명이 찾아오는 관광도시로 만들었다.

 

햇빛 발전소로 가득한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

프라이부르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경관의 하나는 태양광 패널이 반짝이는 건물들이다. 프라이부르크 중앙역에 연결된 높이 60미터(m)'솔라 타워'는 유리창을 제외한 건물 외벽 전체가 태양광 패널로 덮여 있다.

 

시내 관공서·일반 주택 등 1000여개 건물이 이처럼 자체 태양광 발전기로 전력수요의 상당부분을 충당한다. 유럽 최대 태양에너지 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1954년 설립된 비영리 연구기관 국제태양에너지학회(ISES)도 이곳에 자리를 잡고 세계 태양광 기술혁신을 이끌고 있다.

 

프라이부르크 중앙역에 있는 높이 60미터(m)19층 건물 솔라 타워. 유리창을 뺀 외벽 전체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건물 전기수요의 상당 부분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제정임

 

프라이부르크에서도 가장 유명한 친환경 지구는 생태주거단지 '보봉(Vauban)' 마을이다. 도심에서 트램(노면전차)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이 마을은 원래 독일 통일 전까지 프랑스군이 주둔하던 군사기지였다. 통일 후인 1992년 프랑스군이 떠나자 프라이부르크시는 독일 연방정부로부터 토지를 매입, 5000여 지역주민들이 결성한 '포럼 보봉' 협동조합과 함께 친환경마을 건설을 추진했다.

 

모든 건물은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쓰도록 짓고, 전력과 난방은 태양광과 열병합발전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마을 중심부의 주요 도로 외에는 자동차 진입을 막고 트램과 자전거를 주된 교통수단으로 해 보행자 중심 거리를 만들기로 했다. 그 결과 보봉 마을의 집들은 대부분 단열개선으로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태양광으로 전기를 자체 생산하는 '제로에너지주택'으로 지어졌다.

 

쓰고 남는 전기를 팔아 가구당 연평균 4000유로(500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플러스에너지주택'도 있다. 프라이부르크 출신의 건축가 롤프 디쉬가 1994년 자기 집으로 지은 '헬리오트롭(Heliotrope)'은 햇빛을 따라 회전하는 원통형 태양광 주택으로, 자체 수요량의 5배나 되는 전기를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건축상을 받은 이 주택은 보봉마을의 대표적 명소가 됐다.



프라이부르크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롤프 디쉬가 자기 집으로 지은 보봉마을의 태양광주택 헬리오트롭. 햇빛이 강하게 비치는 쪽으로 원통형 주택이 회전하며 전기를 생산한다. 제정임

 

한국보다 일조량 적은데도 '태양의 도시' 건설

프라이부르크시에 따르면 보봉 주민들의 자가용 보유율은 20% 남짓에 불과하며 마을 구석구석을 연결해주는 트램과 자전거가 대부분의 교통수요를 해결한다. 아이들이 차 없는 안전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뛰놀고, 자연스럽게 친환경 생활과 문화를 배울 수 있으니 떠나려는 주민은 거의 없고 이사 오려는 사람들은 많다고 한다.

 

2016년 프라이부르크시 조사에 따르면 보봉 주민들의 거주 지역 만족도는 90%에 육박한다. 프라이부르크는 독일에서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몇 안 되는 도시 중 하나다.



보봉 마을의 구석구석을 이어주는 트램(노면전차). 주민들은 승용차가 없어도 트램과 자전거로 아무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다고 말한다. 오른쪽 보봉 호텔의 외벽처럼 나무와 풀이 어우러진 건물들을 마을 곳곳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제정임

 

프라이부르크가 이렇게 태양광을 활용한 생태도시 건설에 앞장설 수 있었던 것은 독일 내 다른 도시들에 비해 일조량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부르크에는 연간 1800시간 햇볕이 내리쬐는데, 1제곱미터()1117킬로와트시(k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일조량이라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것이 평균 1400~1600kWh/정도 되는 한국의 일조량보다는 적다는 것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분석이다. 태양광의 절대량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함을 보여준다.

 

프라이부르크가 유럽의 '환경수도'로 불리게 된 건 태양광 때문만은 아니다. 재생에너지 전환뿐만 아니라 에너지효율화·절약부터 폐기물처리, 생태계 보호, 환경교육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노력이 세계 도시의 모범이 됐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1970년대 흑림 지대의 산성비 피해와 도시 인근 비일(Wyhl) 지역 원자력발전소 건설 논란이 있다. 인간이 무분별하게 사용한 에너지로 망가지는 자연을 직접 목격하고, 포도농사를 위협하는 원전 건설에 저항하는 경험을 한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소비생활 자체를 반성하게 됐다.

 

여기에 석유파동이 겹치면서 프라이부르크시는 대중교통 확충 등 친환경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독일에서 1970년대부터 자가용을 억제하고 보행자·자전거 중심 도시교통정책을 설계한 건 프라이부르크가 처음이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터진 1986년에는 독일의 지방정부 중 처음으로 환경보호과를 설치했고, 시 의회가 연방정부보다 14년이나 빨리 '탈원전'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에너지 효율화와 소비절약, 재생에너지 전환을 세 축으로

이런 노력에 힘입어 1992년 독일환경원조재단으로부터 '연방 환경수도'로 선정된 프라이부르크는 1996'에너지 효율화' '에너지 소비절약' '재생에너지 전환'을 세 축으로 하는 '에너지 E-전략'을 수립했다.

 

태양광을 육성하고, 보행자와 대중교통 우선으로 도로계획을 추진하며, 신축 주택과 건물의 에너지소비기준은 연방정부보다 최소 30% 더 엄격하게 규제하는 내용이었다. 기존 건물에는 보조금을 줘서 단열설비를 개선하는 '그린 리모델링'을 이끌었다.



프라이부르크시 보봉 마을 중심가에 있는 125미터(m) 길이의 주상복합건물 태양의 배(The Sun Ship)’. 건축가 롤프 디쉬가 설계한 이 건물은 특수 환기장치 등으로 에너지소비를 최소화하고 지붕의 태양광 패널 등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플러스에너지빌딩이다. 제정임

 

프라이부르크시는 이런 친환경 정책으로 2012년에 이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2년 대비 20.7퍼센트(%) 감축했고 2030년까지는 50%, 2050년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0)''기후중립도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정책연구차 프라이부르크를 방문했던 신지예(28) 녹색당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지난 28<단비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프라이부르크는 '자동차를 줄이자'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등의 구호 대신 자동차보다 편리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설계하고 주택에서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유인을 제공했다"고 진단했다. 신 위원장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전환·플라스틱 오염 문제 등 환경이슈가 부상하고 있지만, 개인의 윤리적 선택에만 기대서는 정책이 제대로 구현되기 힘들다"며 효과적인 유인(인센티브)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라이부르크시의 친환경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중 또 하나는 녹색당 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2002년 독일 도시의 시장이 된 디터 잘로몬(58)이 일관되게 정책을 밀어붙인 것이다. 지난 5월 새로 뽑힌 마르틴 호른(33)도 무소속이지만 기존의 환경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에서는 전통적으로 녹색당이 강세이며 현재 시의회도 녹색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성장 지속

"독일 경제는 유럽에서 가장 강합니다, 에너지 전환에도 불구하고!"

(The German economy is strongest in Europe, despite Energiewende!)

 

에너지전환정책 연구기관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Agora Energiewende)'에서 언론대응을 맡고 있는 프리츠 포어홀츠(65) 박사는 지난달 11<단비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독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그는 '에네르기벤데''재생에너지 발전과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저탄소 시스템으로 가기 위한 장기 전략'이라고 정의했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목표로 온실가스 감축, 탈원전, 에너지안보(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에너지공급)와 함께 '산업 경쟁과 성장 보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전환과 함께 정책적으로 기술·산업·고용 증진을 유도하면 얼마든지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프라이부르크는 이 주장을 입증하는 가장 직접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독일 경제는 30여 년에 걸친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탄탄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독일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은 재생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FIT)가 도입된 1991년에 비해 1.46, 1인당 GDP1.9배로 커졌다. 국제통화기금이 추산한 2018년 독일의 1인당 GDP는 약 5만달러다. 독일의 경제 규모는 현재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이고, 유럽연합(EU) 28개국 중에서는 1위로 EU의 명실상부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 태양광 설비용량이 한국 원전 총량 2

독일 정부의 일관되고 지속적인 재생에너지 촉진 정책에 힘입어 관련 시장은 날로 팽창하고 있다.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2014년 발표한 '독일 에너지전환 투자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독일 재생에너지 산업에 몰린 투자금액은 총 2200억유로(290조원)에 달한다.

 

PwC는 앞으로도 10년간 연평균 100억유로(13조원)의 자금이 재생에너지 발전분야 투자에 쓰일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 확대는 곧 해당 산업의 고용증가로 이어져,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연간 수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시장 확대와 함께 재생에너지 설비비용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독일태양광산업협회(BSW)에 따르면 20061킬로와트피크(kWp·가장 강한 태양빛이 내리쬘 때 얻을 수 있는 전력의 양)당 평균 5000유로(660만원) 하던 태양광 발전설비 비용은 2016년 약 1270유로(167만원)10년 만에 75% 가까이 떨어졌다.

 

기술발전으로 생산단위가 커지면서 비용이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가 구현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0kWh5.9유로센트(77) 하던 평균 전력 도매가격은 20163.2유로센트(42)까지 낮아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현재 독일에는 약 158만개의 태양광 설비가 설치돼 있다. 발전용량은 총 41.2기가와트(GW),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원전 23기 전체 설비용량(21.85GW)2배 가까운 규모다.

 

태양광·풍력 발전비용 이미 원전보다 낮아져  

독일에서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은 이미 화석연료와 원전을 능가하고 있다. 아고라 에네르기벤데가 산출한 2016년 독일의 육상풍력 균등화발전비용(LCOE)kWh0.05~0.09유로, 태양광은 0.06~0.09유로로 원전(0.064~0.13유로), 석탄(0.066~0.11유로), 가스(0.07~0.12유로)보다 낮다.

 

균등화발전비용은 발전설비의 건설·운영·유지·폐기비용과 연료비, 대기오염·사고위험·온실가스 대응 비용 등 전력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고려해 산출한 값으로, 서로 다른 발전원의 전력생산비용을 비교할 수 있는 국제 공인 지표다.



아고라 에네르기벤데가 산출한 2016년 독일의 에너지원별 균등화발전비용(LCOE). 막대그래프 아래칸은 최소산출비용, 윗칸은 최대산출비용이다. 최대-최소비용 간 차이는 산출과정에서 가정하는 설비투자비용, 발전시설 가동 시간 등의 최대·최솟값에 따른 것이다. 육상풍력·태양광의 발전비용이 이미 석탄·가스·원자력보다 낮아졌다.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물론 에너지 전환에는 비용도 따른다. 2000년 재생에너지법(EEG)으로 태양광·풍력 등의 발전사업자는 20년간 고정된 수익을 보장받게 됐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낮아지고 발전량은 늘면서 고정가격과 전력 도매가격 간 차액을 보전하는 EEG 부담금이 계속 늘고 있다.

 

독일 정부는 고정가격 보장기간 20년이 끝나기 시작하는 2020년부터 EEG 부담금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부담금이 반영된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현재 유럽에서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세계 94개국 3000여개 에너지 관련 단체가 모인 세계에너지협의회(WEC)2015년 통계에 따르면 덴마크(29.4유로센트)에 이은 2위다(28.8유로센트·201729.2유로센트).

 

하지만 에너지 효율화로 전력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에 실제 가계가 지출하는 전기요금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다는 게 포어홀츠 박사의 설명이다. 실제로 2016년 독일 가정의 전력소비량은 2010년 대비 9.2% 감소했다. 독일 가정이 연간 내는 전력요금은 2014년 기준 978유로(128만원), 미국(1110유로)보다 낮고 일본(971유로), 스페인(912유로)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들 국가는 모두 독일보다 kWh당 전력요금이 낮지만 소비량은 많다. 특히 미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kWh9유로센트(118)로 독일의 30% 수준이지만, 전력소비량은 미국이 독일보다 3.7배 많다.

 

포어홀츠 박사는 "에너지 전환으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이 독일 국민의 일상에 끼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일반 가정의 소득이나 지출 규모에서 전력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독일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독일 가계가 1년 동안 전력, 가스 등 휘발유를 제외한 에너지에 쓰는 돈은 총지출 대비 4.2%, 가처분소득 대비 3.7% 규모다. 총지출의 4.9%, 가처분소득의 4.3%를 기록했던 2012년보다 오히려 줄었다.

 

시민 참여 성패는 '경제적 유인'에 달렸다

포어홀츠 박사는 독일의 '에네르기벤데'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인센티브'가 잘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적 유인은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에게 '지구온난화에 맞서 뭔가 해야 한다'는 자각보다 훨씬 중요한 동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독일은 지자체 건축물 규정에 따라 발전시설을 설치한 뒤 온라인으로 간단한 등록 절차만 거치면 해당 지역 전력망 사업자에게 FIT가 보장하는 가격을 기준으로 전기를 팔 수 있다. 그래서 프라이부르크 시민을 포함한 독일 국민들은 자신의 집에 설치한 태양광 설비 등으로 소규모 분산형 재생에너지 시장에 쉽게 참여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반면 한국 전력시장은 대규모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기를 전력거래소에 도매로 팔면 이후 송전·배전·판매까지 한국전력이 독점하는 구조여서 개인과 마을협동조합이 참여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양이원영(46)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이런 일방적인 독점 판매구조를 깨고 소규모 발전사업자에게 전력생산과 판매를 동시에 허용해야 우리나라 시민사회에서도 재생에너지 전력 거래가 활성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탈원전 성과 왜곡하는 우리나라 국회의원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30] 독일의 경험 ()


여름으로 막 접어든 지난 521일 오후, 독일 전역의 태양광 패널들이 쨍쨍 내리쬐는 햇볕 아래 일제히 반짝이며 기록적인 양의 전기를 만들었다. 전력망 관리기관인 연방통신청(BNetzA)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쯤 독일에서는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로만 50.3기가와트시(GWh)의 전기가 생산됐다. 이는 같은 시간대 전력수요량 49.7GWh를 초과하는 양이다. 전체 전기 수요량의 100퍼센트(%) 이상을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충당한 것이다.

 

재생에너지로 일시적 전력 수요 100% 충당도   

이날 독일에서는 풍력발전으로 시간당 15GWh 정도의 전기가 꾸준히 생산되다 햇볕이 강한 오후 시간대에 태양광발전량이 28.2GWh까지 치솟았다. 전체 전기수요량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는 이날 정오부터 오후 2시경까지 2시간여 동안 지속됐다.

지난 521일 독일의 재생에너지 전력생산 현황. 낮에 태양광 발전량(노랑)이 급증하면서 낮 12시부터 2시간여 동안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력수요(빨간색 실선)를 초과했다. 맨 아래부터 위쪽으로 바이오매스(초록), 수력(하늘색), 해상풍력(파랑), 육상풍력(짙은 청색), 태양광(노랑), 양수발전(검정) 전력량이다.

 

지난 521일 독일의 재생에너지 전력생산 현황. 낮에 태양광 발전량(노랑)이 급증하면서 낮 12시부터 2시간여 동안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력수요(빨간색 실선)를 초과했다. 맨 아래부터 위쪽으로 바이오매스(초록), 수력(하늘색), 해상풍력(파랑), 육상풍력(짙은 청색), 태양광(노랑), 양수발전(검정) 전력량이다. 독일 연방통신청(BNetzA)

 

독일에서 특정 시간대 전기 수요량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 것은 올해 11일이 처음이었다. 당시 새벽 3시부터 6시까지 태양광 없이 풍력, 수력, 바이오매스만으로 전국의 전력수요를 거뜬히 감당했다. 노동절이던 지난 51일에도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전체 수요를 넘어서는 재생에너지 전기가 생산됐다.

 

독일에서는 재생에너지 외에도 석탄, 원자력 등으로 기저부하(일정한 기간 지속적으로 가동)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남아도는 전기는 유럽통합전력망(ENTSO-E)을 통해 인접 9개국에 수출된다. 521일의 시간당 최대 전력 순수출량은 오후 113.7GWh였다(상업 거래량 기준).

 

남아도는 전기를 수출하다

독일은 이미 지난 2003년부터 전기 수입량보다 수출량이 많은 '순수출국(net exporter)'이다. 특히 2011년 후쿠시마 참사를 계기로 '탈원전'을 확정한 후에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본격적으로 늘면서 8개의 원전을 멈추고도 순수출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전환 연구기관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와 유럽통합전력망 통계를 종합하면 독일의 전력 순수출 규모는 20116테라와트시(TWh)에서 201755.4TWh6년 만에 거의 10배 가까이 늘었다.

 

2011년 이후 독일의 전력 순수출량 추이. 탈원전을 확정한 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순수출량이 6년간 10배 규모로 증가했다. 나혜인

 

특히 독일은 '원전대국'이라 불리는 프랑스에도 전기를 수출한다. 독일이 프랑스에 수출하기로 계약한 전력량은 201513.7TWh에서 201614.4TWh, 지난해 17.5TWh로 해마다 늘고 있다. 독일 역시 전력 상황에 따라 프랑스로부터 전기를 수입하지만, 이는 수출량의 20~30% 수준에 그쳐, 프랑스에 대해서도 '순수출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상업거래량 기준).

 

'탈원전'에 반대 논조를 보이는 일부 언론은 재생에너지전환 때문에 독일의 전기가 모자라 프랑스 등에서 수입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731일 자 파리특파원 리포트를 통해 "유럽연합(EU) 통합전력망을 통해 인근 9개국과 송전선을 연결해 놓고 있는 독일은 항시 전기를 수출하고 수입하는데, 2016년의 경우 전체 수입량의 32%가 원전 대국(大國) 프랑스에서 왔다""국경 바로 너머의 프랑스 원전에서 전기를 끌어오기 때문에 탈원전이라고 하기에 궁색하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라고 썼다.

 

<세계일보>도 지난 719일 자 논설위원 칼럼에서 "아직은 원전을 대체할 만한 확실한 에너지원이 없다""탈원전을 선언한 독일, 스위스는 송배전 전력망이 잘 갖춰져 '원전 부국'인 프랑스에서 전력을 싸게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언론은 유럽 인접국들이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거래를 하는 구조에서 독일이 전체 전력 수출입에서도, 프랑스와의 거래에서도 수입보다 수출이 많은 순수출국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개선되는 무역수지, 강해지는 에너지 안보

자기 땅에 무한대로 내리쬐는 햇볕과 사시사철 부는 바람을 활용하는 에너지전환은 독일의 무역수지 개선과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하고 있다. 독일은 석유의 98%, 무연탄과 가스의 90%, 원자력발전 원료인 우라늄의 100%를 수입하기 때문에 에너지 수입이 늘 무역적자의 주원인이었다. 하지만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원료 수입이 필요 없는 재생에너지에 박차를 가하면서 2014년의 경우 전년 대비 80억 유로(105000억원) 상당의 에너지 수입을 줄였다.

 

독일 녹색당의 싱크탱크(연구기관)인 하인리히 뵐 재단의 스테파니 그롤 환경정책·지속가능성 부장은 지난달 20<단비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화석연료·우라늄보다 비싸 보이던 재생에너지 가격이 내려가면서 기존 에너지원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에너지 수입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함으로써 독일의 에너지 안보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항하던 재계도 재생에너지 사업 박차

독일의 에너지전환 과정에서도 산업계의 반발은 있었다.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의 프리츠 포어홀츠(65) 박사는 지난달 11<단비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철강·알루미늄·시멘트 등 에너지 집약 산업계에서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이들의 국제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부담금(EEG surcharge)을 면제해주는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면서 에너지전환 동참을 설득했다. EEG 부담금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보조금 재원을 전기사용자로부터 걷는 것이다.

 

그롤 부장은 "산업계는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개선책을 요구받지만 동시에 세금 감면 등 여러 혜택을 얻고 있다""재생에너지 확대로 전력 도매가격이 낮아지면서 생산비용이 절감되는 이득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권필석(44)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부소장은 "독일 기업들도 초기에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지만,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나아지고 정책적 지원이 계속되자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이제는 독일의 글로벌 전자기업 지멘스를 비롯해 많은 기업이 재생에너지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전자회사 지멘스(Siemens)는 세계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2016년에는 스페인 최대 풍력터빈 제조업체 가메사(Gamesa)를 인수합병, 풍력발전 업계에서 세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지멘스가메사

 

독일 탈원전 성과 왜곡하는 국내 '찬핵' 전문가들

탈원전과 탈화석연료를 동시에 추구하며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한 독일은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탈핵정책을 반대하는 국내 일부 정치인과 전문가들은 이와 동떨어진 주장을 하고 있다. 20대 국회 전반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으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저지하는 데 앞장서온 최연혜(62)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8<대한민국 블랙아웃>이라는 책을 내고 '독일의 탈핵과 에너지전환은 재앙'이라고 단언했다.

 

최 의원은 이 책에서 독일 재생에너지 산업이 막대한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해 왔으며, 이 비용은 고스란히 전기요금에 반영돼 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생산자에게 수익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과도한 '특혜'이자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또 큰 비용을 투입해서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을 장려해도 햇빛과 바람이 없는 시간대에는 무용지물이며, 원전과 석탄발전소 등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백업(back­up) 전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와 함께 "원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태양광보다 적다"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원전이 더 친환경적 대안이라는 주장을 폈다. 특히 미국의 친원전 환경운동가 마이클 셸렌버거(47) 등의 주장을 인용해 태양광 패널이 원자력 발전소보다 독성 폐기물을 훨씬 많이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심지어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때문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주장, 유엔(UN) 산하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에서 전 세계 수천 명의 전문가가 인정한 인과관계도 부인했다.

 

하지만 국내외 공식자료나 해당 분야 연구자들의 의견을 종합할 때 이런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거나 왜곡되어 있다.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의 경우 재생에너지보조금 때문에 덴마크와 함께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2016년 독일 재생에너지기구(AEE) 조사 결과 국민의 93%가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을 지지할 만큼 불만을 사지 않고 있다. 독일 재생에너지 시설 중 42%가 지역에너지협동조합·농민·일반가정 등 시민 소유여서 프로슈머, 즉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시민들이 전력판매 이익을 함께 얻고 있다는 게 그 이유의 하나다.

 

또 포어홀츠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에너지 효율화로 전력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에 실제 독일 가계가 지출하는 전기요금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다. 2016년 독일 가정의 전력소비량은 에너지 효율화의 결과 2010년 대비 9.2% 감소했다. 독일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독일 가계가 전력, 가스 등 휘발유를 제외한 에너지에 쓴 돈은 총지출 대비 4.2%2012년의 4.9%보다 줄었다.

 

독일은 공공건물이 재생에너지 활용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은 플랫폼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 베를린 중앙역. 제정임

 

최 의원이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 때문에 독일의 석탄발전 비중이 높고 여전히 유럽 내 온실가스 배출 1'라고 주장한 데 대해 권필석 부소장은 "아직은 재생에너지가 기존 에너지원을 대체해 가는 과도기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기술이 충분히 개발되기까지 백업전원과 재생에너지가 공존하는 기간은 꽤 있을 것"이라며 "독일, 덴마크 등에서 석탄·원전 등 기존 발전소는 이미 백업 역할로 한정돼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부소장에 따르면 독일은 탄광 노동자 고용 문제 등으로 석탄발전 비중을 쉽게 줄이지 못했지만 199058.5%에서 2018년 상반기 35.1%로 이미 절반 수준이 됐고, 같은 기간 온실가스 배출량도 30%가량 감소했다.

 

권 부소장은 폐기물 관련 주장에 대해 "태양광 폐기물과 핵폐기물의 독성을 폐기물의 부피, 즉 크기로 비교한 의도적 왜곡"이라며 "태양광 패널 전체를 독성으로 간주한 뒤 이를 10만 년 이상 방사능 독성을 내뿜는 사용후핵연료보다 300배 강하다고 규정한 셸렌버거의 연구는 전 세계적 놀림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실리콘 태양광 패널은 해로운 중금속인 카드뮴을 쓰지 않는다""주택 지붕에도 쓰는 태양광 패널이 위험하다면 가전제품을 쓰는 것조차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권 부소장은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시장은 원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는데, 사양산업인 원전에 다시 투자하자는 주장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에도 독일 현지에서 에너지업계 관계자들을 만났다는 그는 "(에너지 전환에) 가장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세력은 결국 전력회사 등 에너지 이해관계자였는데, 재생에너지의 잠재력을 믿지 않았던 이들도 지금은 에너지 전환에 반대하느라 재생에너지 투자에 소홀했던 게 '가장 큰 실책'이었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남은 과제는 수송과 난방 분야의 개혁

한편 독일인들은 에너지전환의 남은 과제가 수송 및 난방 분야의 혁신이라고 말한다.

전력 분야의 에너지전환에 비해 자동차 등 수송 부문과 건물 난방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속도가 더디다는 것이다. 독일이 1990년 대비 약 30%나 온실가스배출량을 줄였지만 여전히 프랑스의 두 배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수송·난방 부문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라고 한다.

 

포어홀츠 박사는 "앞으로 '에네르기벤데'의 가장 큰 도전과제는 수송 부문에서의 에너지 전환"이라며 "전력 부문에서 얻은 성과를 전기자동차와 융합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황당 정부, '위안부문제 괴롭힘 신고" 창구 운영 10.8 프레시안

극우단체 '히마와리 재팬'에 위탁일본 외무성, 상담건수 안 밝혀

일본 정부가 미국 내 자국 교민들이 위안부 문제 등 역사문제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보고 대사관과 총영사관에 상담창구를 운영 중이라고 도쿄신문이 8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워싱턴의 일본 대사관과 뉴욕,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시카고의 총영사관에 '역사문제에 기인하는 법인에 대한 괴롭힘 상담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상담창구는 과거사 문제로 괴롭힘 피해를 당했거나 그런 피해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는 사람의 신고를 받는 곳이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로 미국 등 해외의 일본인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판단해 이런 상담창구를 운영 중이다. 이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잘못된 언론 보도로 교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극우 단체들의 인식과 비슷하다. 일본 정부는 특히 뉴욕 상담창구의 경우 위안부상 설치에 반대하는 극우단체 '히마와리 재팬'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이 단체는 홈페이지에 "위안부 문제 등 과거의 역사문제에 관련된 것이라면 작은 것이라도 괜찮습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놓고 상담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히마와리 재팬은 아사히신문의 위안부 보도로 재미 일본인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사죄광고를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낸 단체이기도 하다. 뉴욕과 뉴저지에 거주하는 일본인 여성들이 만든 이 단체는 '미국에 바른 역사를 전달해 아이들이 일본인으로서 자긍심을 지니고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이 단체는 홍페이지에 한국계와 중국계 미국인에 의해 미국에 위안부상이 설치되는 것을 '역사 전쟁', '정보 전쟁'이라고 표현하며 "일본인 아이들을 휩쓸리게 하는 편견교육, 괴롭힘이 문제다"라고 적어 놓았다.

 

도쿄신문은 이런 상담창구의 운영과 관련해 비판 여론이 거세다며 "뉴욕에서 15년을 살았지만 역사문제로 인한 괴롭힘이라는 것은 들어본 적도 없다"는 한 재미 일본인의 지적을 전했다.

실제로 이런 상담창구에 접수된 사례가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도쿄신문에 상담 사례가 있다면서도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상담 건수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서독 사람들 잘 사는 게 부러웠었냐고요? 전혀요!

[장벽 너머 사람들을 만나다 ] "동독은 통일을 기대하지 않았다"

예나는 신연방주(옛 동독 지역이었던 5개주) 튀링엔(Thüringen) 주의 인구 11만 명 규모 중소도시다. 세계적 광학 기업인 칼 자이스(Carl Zeiss)의 의료장비사업부와 천문장비사업부가 이 도시에 있다. 카를 마르크스가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칼 자이스의 기업 철학을 확고히 한 경영인이자 과학자 에른스트 아베가 교수로 머문 프리드리히 쉴러 대학(Friedrich Schiller University)도 유명하다. 신연방주 대부분이 침체의 길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예나는 오랜 산학 협동 체제가 안착한 덕분에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주거비용이 계속해서 오르는, 신연방주에서는 찾기 힘든 도시다.

 

지난 달 9일과 10, 이곳에서 평생을 보낸 크리스티안 플뤼겔(Christian Flugel, 이하 크리스티안, 1948년생)-카린 플뤼겔(Karin, 이하 카린, 1950년생) 부부와 이바 마리아 베어톨트(Eva Maria Berthold, 이하 베어톨트, 1953년생) 씨를 만났다. 이들은 아동기에 동독 체제를 경험했고, 청년기에 동독 체제에 적응했으며, 부모가 되어 동독 민주화 시위와 독일 재통일을 경험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새로운 사회에 적응했다. 플뤼겔 부부는 지금도 가끔 일하는 한편, 인근에 거주하는 자녀 부부와 교류하면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베어톨트 씨도 안정된 직업을 가진 자녀 부부를 가끔 만나며 큰 문제없는 노년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옛 시절은 결코 쉽지 않았다.

 

자유가 중요했다

고등학교 졸업 파티에서 만난 플뤼겔 부부는 1971년 결혼했다. 첫 아이를 바로 얻었다. 크리스티안은 측량기 설계사로, 기계 설계사로 직업을 바꿔가며 일할 때였다. 카린은 육아를 위해 잠시 일을 쉬었다. 쉬다 보니 카린이 다시 전공인 회계업무자로 노동 현장에 나간 건 결혼 14년째였다. 지속적인 인구 유출로 인해 여성 노동력을 절실히 필요로 했던 동독에서 여성이 이처럼 오래 집에 머무른 건 흔치 않은 사례다. 이들 부부는 동독 정부에 아이를 맡기길 원하지 않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이었다.

 

큰 아이가 졸업반이 되자, 부부는 체제와 본격적으로 불화하기 시작했다. 당시 동독에서는 당국이 허락한 학생만 아비투어(Abitur, 대학입시자격)를 볼 수 있었다. 한 반에 2~3명 정도로 한정됐다. 학생은 자유독일청년단(일명 유겐트, FDJ, Freie Deutsche Jugend)에 가입해야 입시 자격 취득에 유리했다. 부모가 당에 충성한다는 증거를 보여야 했고, 입시 자격을 얻어도 남성의 경우 병역을 잘 마쳐야 대학생이 될 수 있었다.

 

유럽 사회에서 기독교는 근본 문화이자, 삶의 방식이다. 유물론 국가가 되었다고 해서 이를 단숨에 탄압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교회는 당국에 껄끄러운 존재였다. 부부의 큰 아들은 반에서 1등을 도맡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지만, 아비투어를 받지 못했다. 부부는 자녀가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가 되기를 원했다. 1987, 부부는 에리히 호네커(Erich Honecker) 당시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직접 탄원서를 써 자녀의 아비투어 응시 허락을 요청했다. 일은 풀리지 않았다. 당시 동독에서 시민이 당국에 무언가를 요청할 때 이처럼 의장 앞으로 된 편지를 쓰는 일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결되는 일도 많지 않았다. 큰 문제없이 살던 부부는 체제의 문제점을 절감했다.

 

이바 마리아 베어톨트 씨. 평생을 예나에서만 살아온 토박이다. 베어톨트 씨를 비롯해 많은 동독 출신이 통일 여파로 동독의 공동체 정신이 사라졌음을 안타까워한다. 실제 이동기 교수에 따르면, 동독은 가족의 유대 정도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곳이다. 정서적으로 서독보단 한국에 더 가까운 곳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특별취재팀

 

베어톨트 씨도 체계화된 억압에 신음했다. 베어톨트 씨는 동독 유일의 공보험 회사에서 일했다. 동독사회주의통일당(SED, 동독의 독재정당) 당원 가입 압력이 회사에서 내려왔다. 회사 내에는 당연히 슈타지(STASI, 동독 국가보안부, 동독의 방첩기관이지만, 소련의 KGB처럼 사실상 시민 감시 역할까지 담당했다.)와 연결된 인사가 있었다. 베어톨트 씨는 체제에 조용히 저항하는 사람이었다. 가입을 거부해서 여러 차례 추궁을 당했다.

 

그 사이 아이는 둘로 늘어났다. 회사를 옮겨야 했다. 보험사는 하루 8시간 근무를 요구했다. 젊은 나이였지만 감당하기 어려웠다. 하루 6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려니 이직하는 수밖에 없었다. 공공 교통관리부로 이직해, 대중교통 계획을 짜는 업무를 했다. 당시에 일자리를 찾기란 쉬웠다. 사람이 모자라기도 했다. 더 중요하게는, 노동이 노동자의 권리이자 의무였다. 없는 일자리라도 만들어야 했다.

 

이 두 가족에서 공통점이 하나 발견된다. 결혼을 일찍 했고, 아이를 일찍 낳았다는 점이다. 플뤼겔 부부는 23-21살에 결혼해 바로 아이를 가졌다. 베어톨트 씨는 스무 살인 1973년에 결혼했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때는 다 결혼을 일찍 했어요. 나이 스물에 아이를 가진 사람이 흔했지요. 동독에서 집은 당국이 모든 인민에게 지급하는 의무의 대상이었고, 사적 거래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해야 집을 주고, 아이가 많아야 더 큰 집을 줬으니까 결혼을 일찍 해야 할 수밖에 없었죠. 여자는 출산 몇 주가 지나면 바로 아이를 탁아소에 맡기고 다시 일터로 나가곤 했죠." (베어톨트)

 

아이가 늘어나자 베어톨트 씨는 문제에 부딪혔다. 예나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칼 자이스 (당시) 본사가 위치했다. 동독 전역에서 노동자가 모여들었다. 10만여 명 규모의 이 도시가, 동독 시절에는 6만여 명의 칼 자이스 노동자를 품었다(이들 중 약 5만여 명이 통일 직후 일자리를 잃는다). 체제가 한계에 다다르자 집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아이가 많아도 방 2개짜리 집을 얻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동독 사람들이 일찍 결혼한 이유, 일찍 아이를 낳은 이유가 집을 얻기 위해서였는데 그마저도 힘들어진 것이다.

 

베를린 슈타지 박물관에 보관된 1982년 예나의 평화 시위 모습. 1980년대 초부터 동독 전역에서 반독재 민주화 운동이 이어졌다. 특별취재팀

 

시민 혁명

베어톨트 씨는 체제가 무너지리라는 예감을 하기 시작했다. 실은 둘째를 얻기 전, 1981년에 한 아이를 더 얻었었다. 하지만 출산 닷새 만에 아이가 사망했다. 아이의 기형이 원인이었다. 영양 결핍 문제도 있지 않았나 싶었다. 임신 시절 음식 배급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빵이나 버터를 얻기도 점차 힘들어졌다. 집 문제가 생기고 배가 고파지니 참았던 사람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체제가 한계에 달했으니 계속 억누를 수는 없잖아요. 옛날에는 정년퇴직한 노인만 서독으로 이주를 요구하면 보내줬거든요. 그런데 서서히 나이 제한이 풀리더라고요. 서독으로 오가는 기준도 조금씩 완화되고. 서독에 가서 잘 사는 친척을 만나 선물이라도 얻어오면 사람들 기분이 풀릴 테니 그걸 노린건가 싶기도 해요." (베어톨트)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시민은 완전한 자유를 원했다.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된 시민 저항은 1989925, 마침내 라이프치히(Leipzig) 니콜라이 교회(Nikolaikirche)를 중심으로 시민 8000여 명이 집결한 역사적 민주화 운동 '월요 시위'로 폭발했다. 한 달 후 시위 인원은 7만여 명으로 불어났다. 실질적인 독일 재통일의 시작이다. 반체제 집회가 동독 전국에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예나에서도 성 미카엘 교회(Stadtkirche Sankt Michael) 앞 광장에서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다. 사람들이 팔을 교차해 원을 빙 둘러 조용히 침묵하는 시위였다. 플뤼겔 부부도 시위에 참석했다.

 

흔히 한국에서는 동서독 통일을 '독일 통일'로 표기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는 잘못된 표기다. 독일에서 동서독 통일은 '재통일(Wiedervereinigung)'로 표기한다. '독일 통일'은 프로이센 제국에 의한 1871년의 독일 제국 성립을 뜻한다. 독일 재통일을 시간순으로 정리할 때, 서독의 동방 정책보다 먼저 거론해야 할 일이 동독 라이프치히에서 시작된 민주화 혁명이다. 한국이 반독재 투쟁으로 민주정권을 쟁취하던 때와 비슷한 시기, 동독에서도 민주화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 동독 인민이 시위에서 주로 쓴 구호가 "우리가 인민(Wir sind das volk)"이라는 말이다. 비록 이 구호가 최근 독일 극우의 인종차별 집회에 다시 쓰여 그 의미가 퇴색된 감은 있지만, 동독 민주화 투쟁 당시는 중요한 상징이었다.

 

민주화 투쟁은 실제 결실도 낳았다. SED는 독재를 포기하고, 자유 선거를 받아들이는 한편, 시민운동 대표자들과 함께 새 동독 헌법 논의를 위한 시민회의기구도 받아들였다. 시민의 힘으로 새로운 민주국가 동독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1990518일 동서 마르크화 통합이 이뤄짐에 따라 사실상 동서독은 재통일되었다.

 

크리스티안 플뤼겔 씨. 통일은 그에게 큰 혜택을 주었다. 플뤼겔 부부는 지금도 자녀들과 자주 교류한다. 교육열, 자녀에 관한 관심 등에서 한국의 부모 세대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크리스티안 씨는 스스로를 "예나 사람(Jenaer)"이라고 칭했다. 특별취재팀

 

"예나에도 슈타지 근무처가 있었어요. 교회에서 예배를 볼 때도 슈타지의 비밀정보원이 참석한다는 걸 모두가 알았지요. 그 사람들은 다 녹음기를 들고 다녔어요. 항상 당국이 감시하니까, 솔직히 말해 난 시위에 나갈 때 조금 무서웠어요." (크리스티안)

 

"이 양반은 무서웠다는데, 난 안 무서웠어요. (웃음) 성 미카엘 교회 앞에 조그마한 광장이 있는데, 여기가 시 중심가입니다. 그냥 사람들이 손잡고 원을 만들었죠. 무슨 플래카드 같은 걸 들고 있지도 않았어요. 주로 사람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많이 했지요. 한 번은 (당시 국영기업화한) 자이스 (당국이 임명한) 사장이 나와서 동독 정부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어요. 사람들이 다 거짓말쟁이라며 비난했던 게 기억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인상 깊은 장면이지요." (카린)

 

서쪽에서는 샴푸 향기가 났다

 

동독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라이프치히 니콜라이 교회. 독일 재통일이 이곳에서부터 시작됐다. 특별취재팀

 

분단 시절 동서 독일은 남북한처럼 완전히 교류를 닫지 않았다. 물론 분단 초기에는 이들도 냉전의 최전선 국가로서 임무(?)를 수행했다. 1960년대 말까지 서독은 동독 수교국과는 국교를 단절한다는 '할슈타인 독트린(Hallstein Doctrine)'을 추진했다. 1969년 빌리 브란트가 신동방정책(Neue Ostpolitik)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으로 해빙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부 차원의 이야기다.

 

민간 교류는 분단 초기부터 매우 활발했다.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기 전에는, 동독 한 가운데에 있던 베를린에서 동서 사람이 비교적 자유롭게 상대 영역을 오갈 수 있었다. 장벽이 세워진 후에도 상대 체제에 가족이나 친척이 있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 왕래가 가능했다.

 

동독 체제가 점차 흔들리며 복지 부담이 커지자 정년퇴직자, 연금생활자는 자유롭게 서쪽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다. 정치범이나 체제 부적응자 등은 서독 정부가 동독 정부에 일정액의 배상금을 내고 서쪽으로 데려오는 식의 이전도 있었다.

 

이산가족의 일회성 상봉조차 힘겨운 남북의 분단 상황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이동기 강릉원주대 교수에 따르면 "1963년부터 한 해에 가장 적게는 7000여 명, 가장 많게는 35000여 명이 동독에서 서독으로 합법 이주했다. 1970년대와 80년대 동독을 이탈한 난민의 수는 매년 3000명에서 6000명이었지만 동독에서 서독으로의 합법 이주민 수는 그것의 2배에서 5배나 많았다." (관련기사 : 독일 통일 새롭게 보기 "이제 평화능력을 기를 때")

 

물론 모든 이가 자유롭게 동서를 왕복한 건 아니다. 동독의 군인, 경찰, 교사 등 당국이 중요하게 생각한 노동자는 서독 방문이 어려웠다. 그렇더라도 인척 관계가 분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지속됐다는 점은 분명 남북의 분단 상황과 비교될 만한 지점이다. 동서독 사람들이 인접 국가인 체코에서 상봉하는 경우도 있었다. 훗날 동독 체제가 흔들리고 인근 국가에 자유화 바람이 불자, 체코와 헝가리 등 인접 국가는 동독인의 서독 탈출 경로가 됐다.

 

베어톨트 씨도 분단 시절 서쪽 사람들과 교류했다. 친척들이 바이에른 주에 거주했다. 친척들은 자주 동쪽으로 찾아왔고, 베어톨트 씨 역시 가족 행사일에는 서쪽을 방문했다.

"서쪽에 있는 친척 한 분이 페인트업자였어요. 예나에 오실 때마다 꼭 하는 말씀이 '왜 건물들이 다 회색이냐'는 거였어요. 그런 차이가 있다는 걸 당시는 몰랐지. 통일 후 예나에서 가장 먼저 바뀐 게 건물 벽 색깔과 지붕 색깔이에요.

 

나도 서쪽에 다녀와 봤죠. 1986년 즈음이었는데, 서독 친척집에 가서 돌아올 때마다 친척들이 돈을 주머니에 넣어주곤 했었는데, 그래도 못 받아요. 서독에서 들어오는 기차는 도중에 경찰이 한 번 세운 후, 승객 신분증 검사를 하고 짐을 다 뒤졌거든요. 걸리면 큰일 나지요. 그러니 일정 액 이하 물건만 받았지, 돈은 안 됐어요.

 

서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슈퍼마켓에 요거트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게 가장 안 잊혀. (웃음) 집 샤워실에 수압, 온도를 조절하는 장치가 있는데 그걸 사용할 줄 몰라서 다섯 살 조카에게 물어본 기억도 나요. 이때가 1987년이네.

 

당시 동독에는 샤워 시설이나 욕조가 없는 집이 많았어요. 우리는 시부모님 댁 지하실에 수도를 연결해서 욕조에 물을 받아 샤워했는데, 그나마 사정이 괜찮았지요. 샤워실이 없는 집은 예나 시내의 수영장 샤워실을 이용했으니까." (베어톨트)

 

카린 플뤼겔 씨. 지금도 집에서 회계 관련 업무를 틈틈이 본다. 동독은 여성의 노동력을 중요시했기에, 이처럼 상당수 동독 여성은 평생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다. 여성을 가정에 두려한 문화는 서독의 것이었다. 특별취재팀

 

"20, 30, 40, 50세 등 뒷자리가 '0'으로 끝나는 생일을 크게 기념하는 게 독일의 문화에요. 서독에 사는 친척 중 이 나이 대 생일을 맞은 이가 있으면 동독에서도 비교적 쉽게 서쪽으로 갈 수 있었어요.

 

크리스티안의 친척이 서쪽에 살아서 1985년에 이 양반이 뮌헨과 슈투트가르트 인근에 다녀왔어요. 그런데, 완전히 낯선 사람이 되어서 돌아온 거야. 몸에서 샴푸 냄새가 나더라고. 너무 놀라서 난 그때 울었지 뭐야. (웃음)" (카린)

 

통일을 원한 건 아니다

서독의 우월한 문화는 분명 동독 사람을 놀라게 했다. 우리의 경우도 실제 많은 한류 드라마, 한류 스타가 북한 사회에서 알려지면서 새로운 충격을 경험하는 이들이 늘었으리라 예상된다. 분명 그 같은 효과가 동독에 있었다. 당시 튀링엔 주 일부를 제외하면, 동독 대부분 지역에서 서독 방송 전파가 잡혔다. 원하는 이라면 누구나 서독 방송을 볼 수 있었다는 뜻이다. 서독 방송을 통해 동독 젊은이들은 일찌감치 서구 대중문화의 세례를 받았다. 서구의 자유로운 문화는 동독 젊은이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으리라.

 

대표적인 아이콘이 청바지다. 청바지와 로큰롤은 당시 젊음과 자유의 상징이었다. 동독 젊은이들에게 리바이스 청바지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동독 국민의회 회장을 지낸 호르스트 진더만(Horst Sindermann)의 손자가 리바이스에 열광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동독은 내외의 자유 압력에 맞서기 위해 다른 공산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인민에게 더 자유로움을 주려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동독 인민은 서방을 제외하면 자유롭게 해외여행이 가능했다. 정부는 자체적으로 청바지를 제작해 인민에게 보급했다. 펑크 밴드 활동도 가능했고, 염색 등의 소소한 일탈도 허용됐다. 그럼에도 약간의 자유로 인민의 근본적 열망을 짓누르기란 불가능했다.

특히 체제 후반기가 되면 이 같은 열망은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게 된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 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1988년 동베를린 콘서트다. 동독 정부는 상대적으로 '반미적(?)'이면서 이미 공공연하게 동독 젊은이들 사이에 알려진 이 가수를 불러 인민의 불만을 잠재우려 했으나, 결과는 당혹스러웠다. 당시 동독 인구의 1%가 넘는 16만 명이 공연장에 모여 성조기를 흔들어댔다.

 

그런데 이들이 '자유''통일'을 동일시했으리라고 단언하기란 어렵다. 민주적 체제로의 전환과 통일은 완전히 다른 맥락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를 비롯해 우리가 현지에서 만난 이들 상당수도 베를린 장벽 붕괴 당시 동독인들이 원한 건 민주주의와 자유였지, 통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통일 구호는 장벽 붕괴 1년여가 가까워서야 나왔다는 평가가 사실상 정설이다.

 

"서독으로 도망갈 생각을 안 했느냐고? 안 했어요. 그 사람들 잘 사는 것 부럽다거나, 배 아프다 생각하진 않았어요. 서독의 많은 물건들을 보니 이런 게 꼭 필요한가싶기도 하더라고. 물론 동독에서는 자동차를 구하기도 힘들고 물건도 부족했지만,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는 만족하며 사는 법을 배웠어요. 무엇보다, 모든 게 조금씩 부족하니 이웃과 교류가 잦았지요. 동독에는 상부상조 정신이 있었어요." (베어톨트)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재통일되리라 생각했느냐고? 전혀. 보통 동독 사람 중에 통일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을 거에요. 물론 동독 독재 체제가 무너지리라 생각은 했지만, 통일을 생각한 건 아니야. 장벽이 무너진 후 서쪽으로 가고 싶었느냐고? 아니요. 이미 아이가 셋이나 되고, 집도 괜찮고 직장도 괜찮았는데 왜 옮겨요? 난 지금도 슈투트가르트나 뮌헨(함부르크와 함께 독일 최고 부자 지역) 같은 데서 살 생각 없어요. 예나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에요." (크리스티안)

 

"물론 서독이 잘 사니까 그 체제를 존경하는 마음이 있긴 했어요. 그렇다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니 통일되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이제 정말 자유롭게 살겠다'는 생각 정도였지. 아무튼 장벽이 무너진 건 좋았어요. 난 감격해서 막 울었어요." (카린)

 

베를린 DDR 박물관에 남아있는 1988년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동베를린 콘서트 모습. 당시 동독에서 자유를 향한 젊은이들의 갈망은 컸다. 특별취재팀

 

통일 사회에 적응하기

이유야 어찌되었든, 역사는 '예정대로' 흘러 재통일이 완성됐다. 서독식 체제가 동독을 집어삼켰다. 동독인들은 완전히 다른 세상, 곧 서독인들이 지배하는 세상에 적응해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짧았던 판타지가 끝나고, 현실이 닥쳤다.

 

"엄청나게 해고됐지. 슈타지와 관계있던 사람들부터 해고됐어요. 우리 회사에서도 이 회사 오래 못 갈 것 같다는 이야기들이 나왔어요. 그런데 우연찮게 서독의 알리안츠가 동독 공보험을 통째로 인수한다는 정보를 들었어요. 그걸 믿고 알리안츠에 지원해서, 다행히 일자리를 잡았지요. 실제로 199021일에 알리안츠가 동독 공보험을 인수했어요.

 

당시 동독 사람들이 다 재교육을 받아야 했습니다. 서쪽 체계와 동쪽 체계가 달랐으니까. 다행히 알리안츠 재교육은 며칠만 받으면 되는 수준이라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괜찮았어요. 돌이켜 보면 우리는 운이 좋았어요. 내 남편은 칼 자이스 측량 부서에서 일했는데, 이 부서는 서쪽에서도 필요로 해서 다행히 남편도 안 잘렸어요. 그때 자이스에서 엄청나게 잘렸지요.

 

통합되고 우리 회사에 서쪽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주로 고위직으로. 가족 전부가 잘 모르는 이 동네로 오진 않으려 할 것 아니에요? 주로 남자들만 오더라고요. 이 사람들이 '동쪽 여자들은 일도 열심히 하고 가정에도 충실하다'고 좋아했지요. 동독에서는 여자도 다 일하는데, 당시 서독에서 여자들은 주로 집안에만 있었거든. 그래서 그런지, 서독 출신 상사 중에 이혼하고 동독 여자와 결혼하는 사례가 많았어요. 아무래도 주말 부부로 지낸 점도 문제가 됐겠지. 서독에서 온 내 직속 상사는 본인 비서와 결혼했지요.

 

아무튼, 모든 것이 바뀌었어요. 극도로 바뀌었지. 통일 후 가장 아쉬운 점이, 동독에 남아있던 공동체개념(Gemeinsinn)이 사라졌다는 거에요. 무엇보다 상황이 계속 급변하기만 하고 체제가 안정되지 않으니까 다들 불안해했어요. 실직자가 워낙 많으니 우울증 환자도 많았지요.

 

그렇다고 통일을 나쁘게 보느냐고? 아니. 통일 좋았어요. 그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통일 당시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많이 안정됐지요. 동독 시절은 꼭 하지 않았어도 될 경험이야." (베어톨트)

 

"걱정이 정말 많았지. 워낙 급변하니까. 서독 사람들이 동독 사람들보다 더 지위를 중시하더라고요. 사람을 보는데도 직업을 보고 선입견을 가져요. 그나마 예나는 사정이 나았지. 난 적응 잘 했어요. 정치인 생활도 해봤는데 뭘. 그 얘기 들려줄까?

 

장벽 붕괴 직후에 동독에서 첫 자유선거(1990318일 열린 인민회의 자유선거)가 열렸어요. 드디어 SED가 독재를 포기하고, 자유선거가 열렸지요. 사실 이 선거가 지나고 나서야 통일이 민심으로 확 굳었어요. 이때 나는 조경회사 관리자로 일했는데, 기독민주당(CDU)에 입당해 의원 선거에 나갔습니다. 비록 떨어졌지만. (웃음) 이후 우연찮게 예나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인 도른부르크(Dornburg) 시에서 시장을 구한다는 공모가 나서, 거기 지원했는데 당선됐지요. 당시 이 시의 시장 선거는 시민 선거가 아니었고 의회 선거였어요. 나름 통일 후 다양한 일도 해 봤고, 삶도 잘 풀렸지요. 자식 셋은 다 대학에 보냈고, 여행도 자유롭게 다니고. 통일 덕분에 에어푸르트(Erfurt) 부근 집안 소유 땅도 사유재산으로 인정받아서 그 돈으로 아이들을 유학 보내기도 했지요. 통일로 큰 혜택을 받았어요." (크리스티안)

 

"돈을 조심해서 써야 한다는 게 통일 후 가장 중요한 교훈이었어요. 빵도 가장 싼 걸로, 식재료도 딱 버터와 햄 정도만으로. 그 정도로 절약해야 했어요. 걱정이 많았지요.

 

서독 사람들이 군림하는 건 마음에 안 들었어요. 우리는 살아남으려고 밤낮으로 일했거든. 버터 한 조각, 바나나 하나를 사더라도 줄을 서서 샀어. 그런데 서독 사람들이 통일 후에 우리한테 보이는 태도가 '너희 아무 것도 모르니 우선 일하는 법부터 배워'라는 식이에요. 아주 기분 나빴지요. 사람이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데, 서독 사람 중에는 우리가 동독 사람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좀 적응하니 괜찮아지더라고. 통일 전에는 막연히 서독 사람들은 다 똑똑하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 별반 다르지 않더라고요. 다만 확실히 다른 건, 서쪽 사람들은 혼자서 살아가는 개인주의 체제에 익숙했는데 우리는 달랐단 거에요. 동독 사람들이 요새도 농담 삼아 이야기해요. 서독 사람들은 오리처럼 뒤뚱거려서 밑창만 봐도 서독 사람인지, 동독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웃음)" (카린)

 

이 인터뷰이들은 모두 통일에 잘 적응했다. 평온한 일상도 누린다. 물론 세대마다 통일을 바라보는 관점, 통일 경험은 다를 것이다. 우리는 플뤼겔 부부의 자녀, 베어톨트 씨의 사위와도 인터뷰했다. 하지만 이들의 경험은 이후 젊은층의 이야기를 전할 때로 미루고, 우선 비슷한 연령대의 다른 삶을 산 이의 이야기를 다음 편에 전한다. (통역: 조경혜)

이대희 기자, 이재호 기자(=예나)

 

팩트체크] 한국 성평등, 118vs 10진실은? 10.9 CBS노컷뉴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성격차지수(Gender Gap Index)'에서 한국은 144개국 중 118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반면 지난달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성불평등지수(Gender Inequality Index)'에서는 160개국(189개국 중 29개국은 순위 누락) 10위를 기록했다. 전세계적으로 성평등 톱10 국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 같은 순위를 보도한 기사에는 "이거 봐라, 한국 여성들이 무슨 차별을 받느냐"거나 "한국 여성 인권은 이미 충분히 높다"는 류의 댓글이 대거 붙었다.

 

하지만 "WEF의 성격차지수에서는 한국이 144개국 중 118위에 불과하다"는 반박 역시 사실이다.

 

118vs 10.

무엇이 진실이고, 같은 성평등 통계인데 이렇게 차이가 큰 이유는 무엇일까?

 

성별 간 격차 VS 여성 삶의 수준

우선, 두 통계가 초점 맞추는 내용이 다르다. WEF의 성격차지수(GGI)'남성과 여성 간 격차'에 주목한다. GGI에서는 지표별로 '남성 대비 여성 비율'을 비교한다. 예를 들어 고위관리직에 올라 있는 남성 대비 여성의 수를 점수로 나타내는 식이다. 따라서 '남성과 여성의 삶이 얼마나 다른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성격차지수는 격차(gap)를 비교하는 데 특화돼 있지만 여성인권의 절대적 수준(level)은 파악하기 어렵다. 국가의 발전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여성과 남성의 상대적 위치 차이만 살펴보기 때문이다. 국가 내 남성과 여성의 상대평가인 셈이다.

반면 UNDP의 성불평등지수(GII)는 지표에 따라 격차(gap)와 수준(level)을 혼용한다. 여성만 해당되는 출산 관련 지표의 경우 절대적 수준만 고려한다. 여성과 남성 모두 해당되는 정치·경제·교육 지표에서는 남녀비율의 격차를 살펴본다. 초점은 '여성이 어떤 수준의 삶을 사는가'에 맞춰진다.

 

정치·경제가 핵심 VS 건강·교육에 중점

더 중요한 것은 지표의 차이다. WEF의 성격차지수는 경제참여 및 기회 교육적 성취 건강과 생존 정치적 권한 네 개의 영역에서 총 14개의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된다. 구체적으로는 전문직 및 기술직·입법자 및 고위관리자·유사업무 임금평등·추정소득·노동참여, 문해율·초등교육·중등교육·3차 교육(대학 및 직업교육), 출생성비·기대수명, 국회의원·장관·여성 국가수장 재임 기간 등이다.

 

UNDP의 성불평등지수는 생식 건강 여성 권한 노동 참여 3개 부문에서 총 5개 지표를 통해 측정된다. 모성사망비·청소년 출산율, 국회의원·중등 이상 교육받은 인구, 경제활동 참가율 등이다.

 

WEFUNDP의 지표 차이는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 WEF 통계에는 성별 간 비교가 불가능한 모성사망비, 청소년 출산율이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UNDP의 통계에는 WEF의 사회경제적 지표가 대부분 빠져 있다. 고위직과 전문직의 성비, 임금격차, 소득, 출생성비, 기대수명, 여성 장관 수, 국가수장 재임 기간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

 

한국의 성격차지수(GGI) 분석

 



(출처=WEF(세계경제포럼) 'The-Global-Gender-Gap-Report-2017')

 

WEF의 성격차지수(GGI)를 살펴보면 한국은 '건강과 생존' 0.973 (84), '교육적 성취' 0.960 (105), '정치적 권한' 0.134 (90), '경제적 참여와 기회' 0.533 (121)을 나타냈다. 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평등한 상태를 뜻한다.

 

한국이 높은 점수를 기록한 '건강과 생존', '교육적 성취'는 전 세계적으로 상향평준화 된 영역이다. '건강과 생존'(한국 0.973) 영역은 1위와 103위가 모두 0.970점대 이상이다. '교육적 성취'(한국 0.960)영역도 114(마다가스카르)0.950일 정도로 높다. 두 지표에서 좋은 점수를 받더라도 큰 순위변화가 없다.

 

반면 '정치적 권한''경제적 참여와 기회'는 국가 간 편차가 상당하다. 순위에 영향이 가장 큰 것도 이 두 영역이다. '정치적 권한'은 중상위권까지는 변별력이 크고 그 밑으로는 낮은 점수에 몰려 있어 변별력이 낮다. 1위인 아이슬란드는 0.750이지만 2위인 니카라과는 0.576으로 훨씬 낮다. 60위 온두라스(0.200)부터는 0.2 이하이고 100위 브라질(0.101) 다음부터는 0.1에도 미치지 않는다. 한국은 0.134, 90위를 기록했다.

 

'경제참여 및 기회' 영역은 분포가 넓고, 특히 중하위권 밑으로는 편차가 커 변별력이 높다. 한국은 이 영역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순위가 대폭 하락했다. 0.533으로 121위를 차지했다.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영역 내에서 가장 높은 '전문직 및 기술직' 지표는 0.928점으로 중위권인 76위를 기록했지만 '유사업무 임금평등''추정소득'121위로 낮게 나타났다. '입법자 및 고위관리자'117, '노동참여'91위였다.

 

(출처=WEF(세계경제포럼) 'The-Global-Gender-Gap-Report-2017')

 

한편, 인터넷상에서는 WEF 성격차지수의 신뢰성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기도 한다. 한국 남성들의 대학 재학 중 군복무 2년을 교육기간으로 계산해 지표가 왜곡된다는 것이다. '3차 교육 취학률' 지표에서 여성은 80.2%, 남성은 104.8%를 기록한 것으로 보아 이 주장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여성가족부는 '한국의 문해율을 2008년 이후 집계하지 않아 성격차지수 산정에서 제외됐으나, 우리나라의 문해율은 완전 평등에 가깝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두 지표를 감안해 계산해도 한국의 순위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지난 한국 문해율 통계를 반영하고, 3차 교육 취학률을 '완전 평등' 상태인 1로 가정하면 한국의 점수는 0.650에서 0.657로 높아진다. 전체 순위는 네 계단 상승한 '114'가 된다. 결론적으로 순위는 거의 그대로다.

 

성격차지수에 관해 '남성보다 여성이 더 나은 지표를 보이면 순위가 크게 오른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WEF'2017 성격차 보고서(The Global Gender Gap Report 2017)'에는 "수치들은 '평등 기준점'에 맞추어 보정된다(these ratios are truncated at the "equality benchmark")"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성이 더 나은 지표를 나타내도 지표상에서는 최대 1로 반영된다.

 

한국의 성불평등지수(GII) 지수 분석

 

(=여성가족부 공식 블로그 캡처)

UNDP의 성불평등지수(GII)에서 한국은 0.063점으로 160개국(전체 189개국 중 29개국 순위 누락) 10위를 차지했다. 0이 가장 평등한 상태이고, 1이 가장 불평등한 상태다. 성격차지수(GGI)와 반대인 셈이다. GII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은 '생식 건강' 지표가 상위권이다. 이는 '청소년 출산율'의 영향이 크다. 한국은 전체 국가 중 청소년 출산율(1000명당, 1.6)이 가장 낮은 나라다. 그 다음으로 낮은 홍콩(2.7)과도 꽤 차이가 난다. 전 세계의 평균 청소년 출산율은 44명이다.

 

성불평등지수는 각 영역·지표별로 정리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지표는 편의상 OECD 35개국을 추려 비교해봤다. 그 결과 한국은 35개국 중 여전히 10위였지만, 한국의 청소년 출산율을 제외한 모든 수치는 OECD 평균에 못 미쳤다.

 

성불평등지수에서도 가장 열악한 지표는 정치·경제 영역이었다. 한국의 여성의원 비율은 17%에 불과해 OECD 평균인 29.1%보다 한참 낮았다. 경제활동 참가율의 남녀 차이(남성 비율-여성 비율)도 한국은 21.0%p, OECD 평균 14.0%p로 한국의 성별 격차가 평균보다 크게 벌어졌다. 청소년 출산율을 제외한 모든 지표가 평균보다 낮은데도 한국이 OECD 35개국 중 10위에 오른 것은, '청소년 출산율''모성사망비'가 계산방식상 다른 지표보다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모성사망비와 청소년 출산율은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지표이기 때문에 성불평등과의 연관성이 떨어진다. 이 두 지표는 성불평등 실태보다는 여성의 삶의 질 자체를 나타내는 것에 가깝다. 또한 UNDP의 성불평등지수는 임금격차, 노동시장 직종격리, 재산 접근, 가정폭력 등 다수의 사회경제적 지표가 빠져 있고, 지표가 5개로 제한적인 탓에 다양한 성차별 실태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두 지표가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한국에서 교육·보건의 성별격차가 나타나지만 미미하며, 정치·경제 영역에서는 성불평등이 크다는 점이다. 다만 두 통계 모두 한정된 영역만을 설명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국토부, 민원 때문에 공시가격 조정 쉽지 않다는데 10.8 미디어오늘

[토론회] ‘불공평한 공시가격 현실화, 어떻게 할 것인가?’ “서민 아파트보다 부유층 단독주택이 공시가격 시세반영률 낮아 세금혜택지적에 국토부, “언론 세금폭탄보도하고, 민원 쇄도해서

서민중산층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실거래가격의 약 70%인 반면 고가 단독주택이나 상가 등의 공시가격은 실거래가격의 40~50%밖에 되지 않아 오히려 부유층이 세금혜택을 더 많이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하겠다지만 구체적 방안은 나오지 않아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보수언론이 공시가격을 올리면 오히려 서민층이 기초연금 등 복지혜택이 줄 수 있다며 부작용을 강조하는 보도에, 부작용이 있다면 그 부작용을 막는 감면제도를 논의해야지 부작용 때문에 불공평한 공시가격을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8일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불평등사회경제조사연구포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이 공동주최한 불공평한 공시가격 현실화,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 토론회에서는 이런 문제들에 해법을 다뤘다.

 

8일 서울 국회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불평등사회경제조사연구포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이 공동주최한 불공평한 공시가격 현실화,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정수연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실제 시장에서 관찰되는 실거래가격보다 공시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나왔고, 특히 실거래반영율이 고가 주택은 더 낮고, 저가 주택은 상대적으로 높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됐다재벌회장의 단독주택은 인근의 실거래가격들과 비교해보니 50% 수준이고, 서민들 주택인 아파트는 시세반영률이 70%여서 불평등하다고 설명했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매년 전국의 대표적인 토지와 건물을 조사해 발표하는 부동산 가격을 말하는데, 땅에 대한 공시가격은 공시지가, 건물에 대한 것은 공시가격이라고 한다. 공시가격은 과세 기준가인만큼 보수적으로 책정돼왔다. 문제는 재벌들이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이 시세의 50%정도라는 것이다. 서민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시세의 70%이상인 것에 비해 재벌이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턱없이 낮아, 보유세 뿐 아니라 상속세, 증여세 등 특혜를 더 챙긴다. 고가 주택의 경우 시세가 없다는 이유로 공시가격으로 증여세 등이 책정되고 있다.

 

실제로 경실련의 5월 발표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한남동 주택의 시세는 498억원으로 2018년 공시가격(261)이 시세의 52%에 불과했다. 이태원동의 이건희 회장 주택도 시세는 396억원으로 추정되지만 공시가격은 235억원에 머물렀다.

 

출처=경실련 홈페이지

 

정수연 교수는 고가의 부동산의 경우, 거래가 드물기 때문에 참고할만한 자료가 없고 가격산정이 어려워진다. 때문에 더 보수적으로 가격을 설정하는 반면 저가주택은 비슷한 거래가 많아서 가격산정이 수월해진다고 설명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의원 역시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공시가격을 정하니 거래가 빈번한 서민주택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상황이라며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을 투명한 기준을 가지고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국토부가 이런 문제를 알면서도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성달 팀장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집값 상승과 불로소득 환수에 대한 국민여론이 고조되자 공시가격 현실화를 다시 주장하고 있고, 국토부 관행혁신위원회도 공시가격 현실화 입장이 나왔지만 구체적 방안으로 논의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모든 부동산 공시가격에 시세반영률 80%를 적용하고 국회는 한국감정원 내부규정에 의해 공시가격이 왜곡되지 않도록 개정안을 마련하고 현재 공시가격이 얼마나 왜곡되고 있는지 조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경실련은 정부가 지난 9.13 부동산 대책을 내놨을 때에도 재벌기업이나 고급단독주택을 소유한 부동산 부자들은 2005년 도입 이후 십년 넘게 지방의 서민아파트 보유자들보다 보유세를 덜 내왔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이런 문제를 정부도 알면서도 부동산 대책에는 공시가격 점진적 현실화로만 언급해 공시가격을 개선할 의지도 방법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토론회 내내 같은 지적이 이어졌으나 한국감정원과 국토교통부는 조세 저항 때문에 쉽지않다는 해명하고, 여전히 구체적 공시가격 관련 해결책은 내놓지 못했다. 특히 홍성훈 한국감정원 공시기획처장은 조선일보의 전재산 3억 집 70, 공시가격 20% 오르면 기초연금 탈락이라는 기사를 언급하며 공시가격은 60여개의 세금의 기준이 되기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조선일보의 기사 등을 보면서 이런 고려가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해당 기사는 만약 공시가격이 오른다면 오히려 서민들의 소득인정액이 올라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다만 홍 기획처장은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고가 부동산에 대한 지적은 따갑게 받아들인다고도 말했다.

 

104일자 조선일보 보도.

 

한정희 국토교통부 부동산평가과장은 “2005년 공시제도 도입 당시에도 언론의 주된 분위기는 세금폭탄이었고, 관련 부처에 민원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와서 콜센터를 따로 둘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 과장은 정부정책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현실에 기반해서 합리성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과장은 물론 (공시가격 책정이) 개별마다 달라서 이런 부분은 오차가 줄어드는 것이 국민적 요구라고 생각하고, 적극적 의지가 있지만 일률적이거나 획일적으로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실련의 김성달 팀장은 토론회가 끝난후 미디어오늘에 한국감정원과 국토부의 발언에 비판 의견을 더했다. 김 팀장은 조선일보 보도의 경우 조선일보 역시 코리아나 호텔 등을 소유하고 있고, 이런 부동산에 공시가격이 낮게 잡혀 특혜를 얻고 있으므로 이해당사자라고 본다만약 조선일보의 논리처럼 서민이 오히려 세금을 많이 내게 된다면 이를 다시 조정하는 부처별 협의를 열어 조정해야 할 문제고 이 때문에 공시가격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국토부 발언에도 오늘 토론회에서 국토부 측은 막연하게 의지가 있다고만 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올초에도 이와 비슷한 토론회 자리가 있었는데 국토부가 당시에 이야기했던 것에서 전혀 진전이 없는 이야기를 또다시 내놨다고 비판했다.



한국의 세 바다 ‘GMO’로 물들고 있다 10.9 경향

국내 연안 조개·고둥 ‘GMO 오염심각

해수부, 해양동물 검출 첫 확인···조사대상 82종 중 7085%

GM 곡물 배합 양식사료 때문

 

한국 바다에 서식하는 담치(홍합고둥·조개·굴 등 상당수 해양동물에서 유전자변형생물(GMO) 유전자가 대거 검출됐다. 유전자변형(GM) 곡물이 들어 있는 배합사료가 양식장 사료로 사용되면서 바다가 GMO에 광범위하게 오염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사실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수산부에서 받은 ‘2017년도 해양·수산용 유전자변형생물체 안전관리 보고서를 통해 8일 확인됐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부경대·국립수산과학원 등은 동해(포항시남해(거제시서해(당진시제주도 연안(서귀포시·제주시) 등의 바다 아래에 사는 저서무척추동물 82(일부 동물은 중복)의 체내(·췌장)GMO 유전자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해수부에 보고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82종의 동물 가운데 70(85.4%)에서 GMO 유전자가 검출됐다. 우리나라 바다에 서식하는 해양동물 체내에서 GMO 유전자가 검출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동해인 포항 앞바다에서 채집된 담치류의 경우 조사 대상 개체의 75.0%에서 GMO 유전자가 검출됐다. 또 대수리의 58.3%, 깜장각시고둥의 50.0%에서도 각각 GMO 유전자가 검출됐다. 남해인 거제시 앞바다에서 채집된 좁살무늬고둥의 50%, 굴의 41.7%에서도 GMO 유전자가 나왔다. 또 서귀포시 앞바다에서 서식하는 배무래기의 58.3%, 제주 앞바다의 소라게 중 36.4%에서도 GMO 유전자가 검출됐다. 서해인 충남 당진 앞바다의 구멍밤고둥 41.7%에서도 GMO 유전자가 나왔다.

 

해양동물 체내에서 GMO 유전자가 검출되는 이유로 양어용 배합사료가 꼽힌다. 우리나라의 양어용 배합사료 사용량은 200871426t에서 201486175t, 201798207t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김 의원은 “GM·GM옥수수·GM밀 등 GM 곡물이 들어 있는 사료를 먹은 양식어류의 배설물이 바다에 지속적으로 쌓이고, 이것을 섭취한 동물의 체내에 남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해 당진 앞바다의 양식장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채취한 해양동물에서도 GMO 유전자가 대거 검출됨에 따라 전국의 거의 모든 바다가 GMO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바다 생태계는 육지에 비해 GMO 오염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양식용 배합사료에 GM 곡물을 사용하는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GMO 유전자는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유전물질을 변형시킨 생명체(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유전자변형생물)의 유전자를 말한다. 동물실험에서 GMO 농수산물을 섭취하면 면역체계와 소화기관 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알레르기 유발과 번식력 저하 등 부작용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생태계와 환경 교란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트리플 악재에 멍든 지방 주택시장] 10.9 서울

'불꺼진 집' 83%가 지방...해운대 아파트 1년새 1억 빠져

 

깊어지는 침체의 골

공급폭탄 부산·울산·충북·경남 '마이너스 피' 속출

지역 기반산업 위축 군산 등은 급매물에도 거래 안돼

규제 강화로 '똘똘한 한채' 선호...양극화 더 부추겨

조정대상지역 해제도 쉽잖아 "집값하락 장기화할듯"

 

한글 신조어 50, 당신은 몇 문제 맞출 수 있나요?

요즘 신세대가 쓰는 파괴적 창조한글 50문항신세대랑 소통 가능한가요?”

 

10, 20대들이 주로 쓰는, 올해 유행하는 신조어를 여러분은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아래 줄임말이든, 신조어든, 한글과 영어가 겹쳐진 단어든 보는 순간 이해가 선뜻 가시나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아래 준비한 50개 문항 중 몇 문제나 풀 수 있는지 확인해 보시죠. 40대 이상 중·장년층이라면 이 중 10%5개만 맞춰도 아재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릅니다.

 

10, 20대들과 소통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10문제 이상 풀 수 있어야겠지요? 문제를 푼 뒤 맨 아래 정답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가짜 독립운동 가문 47년간 4.5억 꿀꺽환산하면 수십억원 10.9 CBS노컷뉴스

고용진 의원 "독립운동 공훈 재조사해야"

 

3대에 걸쳐 독립운동가 행세를 한 가짜 독립운동가 가문의 유족들이 지금까지 총 45천만원의 보훈급여를 부당하게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수십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지만 아직 환수된 금액은 한 푼도 없다.

 

9일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국가보훈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짜 독립운동가 5명의 유족들에게 지급된 보훈급여 총액은 4500만 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가장 많은 보훈급여를 받은 인물은 김정수의 유족으로 1968년부터 지금까지 47년 동안 39,357만원을 챙겼다. 김정수는 일제강점기 당시 만주 지역의 대표적인 항일조직인 참의부에서 활동한 공로로 1968년 건국훈장 애국장(현 독립장, 3등급)을 받았다. 이들은 항일운동가와 이름이 같은 점을 교묘히 악용했다. 김정수의 사촌동생은 실제 항일 운동가 김진성과 이름이 같았는데, 진짜 김진성 일가에 앞서 보훈급여를 가로챘다.

 

김정수는 '내가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면서 김정범이라는 이름을 썼다"고 속여 포상을 신청했다. 실제 항일운동을 벌인 김정범 선생의 이름을 도용한 것이다. 가짜 두명은 사촌 관계였지만 독립운동가 김정수, 김정범 선생은 친족이 아니었다. 김정범 선생의 행세를 한 김정수의 딸은 2015년 마지막 보훈급여를 받았을 당시, 매월 1882천원을 받았다.

 

중국에서 활동한 진짜 김진성 선생의 아들인 김세걸씨는 한중수교 이듬해인 1993년이 돼서야 뒤늦게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포상 신청을 할 수 있었다. 이미 가짜 독립유공자 김진성의 유족이 독립유공자 자녀 행세를 하며 15년 간 보훈연금을 수령한 뒤였다. 1995년 김진성의 서훈이 취소됐고, 김세걸씨는 김정수와 그의 3대에 걸친 가문이 수십 년 동안 독립유공자 행세를 해오고 있는 것을 밝혀냈다. 그로부터 그는 가짜 독립유공자들의 사진, 공훈록, 수형기록, 지문 기록 등을 확보해 무려 20여 년 동안 보훈처에 가짜 독립유공자 가문의 서훈 취소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보훈처는 '검토 중'이라며, '기다려달라'며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보훈처는 주민등록 지문, 필적감정을 비롯한 각종 증빙자료 확인을 통해 올해 광복절에 이들 가짜 독립유공자 4인의 서훈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중 김정수와 큰아버지 김병식의 유족들은 각각 2015, 2017년 재심으로 연금이 중단되기까지 거의 반세기 동안 보훈급여를 부정하게 받아갔다. 또한 가짜 독립운동가 김정수는 아직도 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버젓이 묻혀 있다.

 

이에 대해 고용진 의원은 "가짜 독립유공자 후손 행세를 하며 받아간 수십억 원 상당의 보훈연금을 전액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면서 "보훈처가 의지를 갖고 독립운동 공훈에 대해 재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인 예능 나들이 한번에 '요섹남' '사랑꾼' 포장 10.9 PD저널

TV조선 '아내의 맛' 오세훈 전 서울시장 '가정적인 모습' 부각..."방송 이미지와 현실 정치인 평가 분리해야"

 

지난 2일 방송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부부가 출연했다. TV조선

 

한동안 대중과 멀어졌던 정치인들이 요즘 연예뉴스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부부 동반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면서다. 범보수진영 대권주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18일부터 TV조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에 아내 송현옥 교수와 출연하고 있다. 지난 18일 방송은 오 전 시장 부부의 러브스토리와 오 전 시장이 직접 요리를 하는 모습, 아침 일찍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장면을 담았다.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 '중년의 섹시함'을 부각하는 자막과 패널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지난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SBS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 출연해 대중의 호감을 얻은 이후 정치인 부부의 예능 나들이가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도 부인인 최명길 배우와 tvN <따로 또 같이>에 출연 중이다. 부부가 같이 여행지로 떠나 각자의 취향에 따라 각자 여행하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정치인의 예능 출연은 다양한 출연자를 섭외해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폭을 넓히고 싶은 방송사와 방송에서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정치인의 요구가 맞어떨어졌기 때문이다.

 

서혜진 <아내의 맛> PD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연예인들의 전유물도 아니고 정치인, 기업인 등 다양한 이들이 나와 살아가는 부분을 보여주는 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선진화이라고 말했다. 서혜진 PDTV조선으로 옮기기 전 SBS <동상이몽>에 이재명 지사를 출연시키기도 했다.

 

김한길 전 대표는 지난 1tvN <따로 또 같이> 제작발표회에서 절반에게만 공감받는 정치와는 달리 예능은 모든 분에게 공감을 자아내야 성공한다정치와 다른, 예능도 한 번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있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잠재적 유권자와 만남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정치인들은 방송사의 러브콜을 바라는 눈치다. 한 여당 3선의원 비서관은 "방송에 노출되는 정치인은 대중도 궁금증을 갖게 된다. 다른 의원실에서도 프로그램 출연에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첫 방송한 tvN<따로 또 같이> 속의 김한길 부부 모습 tvN

 

예능 프로그램이 정치인의 이미지 세탁, 재개 발판으로 활용된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관찰 예능 프로그램은 특성상 정치인의 가정적인 모습, '자상한 남편' 면모를 부각할 수 밖에 없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방선거 출마 9개월 전에 <동상이몽2>에 부인과 출연해 '사랑꾼' 이미지를 얻었다. 하지만 방송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은 탓에 이재명 지사가 가정사를 둘러싼 정치공세와 언론관으로 비판을 받을 때 실망감을 표출하는 반응도 많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을 상대로 한다는 점에서 정치인과 연예인은 비슷한 부분이 많다"방송 출연과 이미지가 선거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 정치인들이 예전보다 방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관찰형 예능은 출연자의 매력이 도드라져서 보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호감으로 보일 여지가 많다""예능에서 보인 모습과 정치인으로서의 의정활동은 시청자가 분리해서 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려준 재산 ‘24.5조원사상 최대미성년 증여 첫 1조 돌파 한겨레1010

한국당 엄용수 의원 세금 탈루 노린 사전증여 급증



지난해 살아있을 때 재산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증여가 사상 최대인 245245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자에게 증여된 금액도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다.

10일 자유한국당 엄용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증여된 재산이 245245억원으로 2016년 대비 93000억원이 늘었다. 건당 증여가액도 201615540만원에서 201716760만원으로 1천만원 이상 증가했다.

특히 미성년자에게 증여한 재산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 1279억원이었다. 2016(6849억원)보다 3430억원 늘었다. 심지어 태어난 지 1년도 안 된 유아에게도 55(62억원)의 증여가 있었다.

이에 대해 엄용수 의원은 세금 탈루를 노린 사전증여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탈세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확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며, 미성년자에 대한 증여의 경우 사회적 반감이 크기 때문에 제도적인 보완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인대기업 상위 1% 토지주택 독식했다 프레시안 1010

<2018 국감> 정동영 의원, “분양가상한제 폐지하겠다

지난 10년간 재벌 또는 대기업 등 상위 10% 그룹이 보유한 토지는 2배 늘어난 반면 개인이 보유한 토지는 6%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회 정동영 의원(민주평화당, 전북 전주 병)이 경실련과 함께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지난 10년 간 토지주택 등 부동산 소유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정 의원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8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개인이 보유한 토지는 전체적으로 지난 10년간 5.9% 줄어든 반면 법인이 보유한 토지는 1.8배 증가했다법인이 보유한 전체 토지면적은 판교 신도시의 1000, 여의도의 3200배 규모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특히 법인 상위 10%는 면적 기준으로 지난 2007119000평에서 2017년에는 125000평으로 116000, 2배 증가했고, 가격기준으로는 2007485조 원에서 20171212조 원으로 727조 원 순 증가된 반면 상위 1%인 재벌대기업은 토지보유면적 기준으로 20078억여 평에서 201718억 여 평으로 2.4배 증가했고 금액기준으로는 2007350조 원에서 2017980조 원으로 2.8배인 630조 원 증가했다이는 면적기준으로 봤을 때 지난 10년간 전체 부동산 증가량의 87.6%를 재벌대기업들이 독식했다는 것이고 이들이 토지 사재기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10년간 주택 수는 20071750만 호에서 20172320만 호로 570만 호 증가했고 주택가격은 20171573조 원에서 20172726조 원으로 1153조 원 증가했다상위 10%의 다주택 보유자는 2017년 평균 3.3채를 보유해 2007년의 2.3채에 비해 1채가 더 늘어났고 상위 1%3.2채에서 6.7채로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는 현 정부가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 하더라도 상위 1%에서 10% 이내의 다주택 보유자들이 대부분 주택을 독식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공급확대가 집값을 안정화시키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토지매입에 아무런 규제가 없어 문제다. 중과세를 부과해야 한다분양가 상한제도 실패한 정책이다. 법사위에 발의해 법안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현미 장관은 토지문제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는데 2배 이상 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충격적이라며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 중과세 부과에 대해서는 관련부처와 상의하겠다고 답변했다.


불평등의 저주, 문재인 정부에 필요한 '플러스 알파' 1011 프레시안

소득주도 성장만으로는 한계사회보장 개혁 서둘러야

한국 정부는 GDP 성장률을 중시한다. 노무현 정부는 2만 달러 시대를 국정목표로 정했다. 이명박 정부는 4만 달러를 내걸었다. 2018IMF 통계에 따르면, 1인당 국내 총생산이 32775달러를 기록하면서 세계 29, 인구 1000만 이상 기준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이 3만 달러가 넘어도 행복감은 더 늘어나지 않는다. 많은 한국인들이 불행감과 열등감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사교육비 지출과 주거비와 성형수술 비용처럼 과잉경쟁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세계 최저 출산율과 세계 최고 자살율 통계가 보여주듯이 한국 사회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한국인이 행복감이 낮은 가장 큰 이유를 지나친 불평등이다. 경제성장률이 상승해도 지나친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행복감은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절대적 소득만큼 상대적 소득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소수의 부유층이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대다수 사람들이 고용불안과 노후불안으로 고통을 겪는다면 1인당 국내총생산과 평균소득의 상승은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재벌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을 쥐어짜는 피라미드 계층구조에서 중산층은 하층민으로 전락하고 있다. 2016년 촛불시민혁명에 앞장선 1700만 명의 국민의 목소리에는 극심한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불평등의 저주

코라도 지니는 이탈리아 통계학자이자 사회학자인데, 지니 계수를 만든 사람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지니 계수는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를 널리 사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지니계수는 0.295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17번째로 낮고, OECD 평균인 0.314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통계청의 가계소득 조사 자료는 조사의 객관성과 부자의 응답 기피 가능성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벌어졌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교수는 불평등 연구를 위해 아예 지니 계수를 사용하지 않았다. 2014년 그는 <21세기 자본>에서 지난 200년 동안 25개 국가의 납세 통계를 통해 소득 불평등을 분석하여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와 파리경제대학의 <세계의 부와 소득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의 상위 1%의 소득은 2016년 기준 전체 소득의 12.3%를 차지하며, 상위 10퍼센트의 소득은 약 44.8%로 절반 수준을 차지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소득 불평등은 미국 다음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고 부유층의 부의 집중이 지난 20년 동안 매우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

 

지나친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만든 사회문제는 다양한 차원에서 부작용을 일으킨다. 소득, , 교육, 권력의 불평등 뿐 아니라 건강, 사망률, 행복감과 자존감의 불평등도 발생한다. 영국 사회역학학자 리처드 윌킨슨은 <불평등이 문제다>에서 부유한 23개 국가의 비교연구를 통해 불평등이 질병, 정신질환, 자살, 살인, 범죄, 사회적 신뢰의 저하 등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소득 격차가 가장 큰 미국은 가장 많은 의학적 질병, 우울증, 최고의 살인율과 수감율로 고통을 겪고 있다. 반면에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처럼 평등한 사회가 미국에 비해 사회문제가 훨씬 적다. 한국인의 낮은 행복감,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율은 불평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증가하는 불평등은 한국의 주관적 계층 의식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2015년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스스로 하층이라고 답변했다. 평생 노력해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60퍼센트에 달했다. 심지어 자녀 세대가 자신보다 더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로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의 비율도 급증했다. 재벌 3, 4세 자녀의 막대한 부의 세습이 알려지면서 금수저와 흙수저의 논쟁도 등장했고,'헬조선'이라는 인터넷 유행어가 확산되었다. 2016년 촛불시민혁명처럼 분노가 저항으로 폭발하기도 했지만, 아직도 불평등의 저주는 한국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나친 불평등을 줄이는 전략

20176106월민주화운동 기념일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대변하는 말이다. 그 후 문재인 정부의 정책 목표는 소득주도 성장, 혁신경제, 공정경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정책은 기대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자리를 최고 목표로 설정했지만 고용율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자영업자의 불만에 직면했다. 혁신경제에 필요한 산업정책이 분명하지 않은 가운데 자동차와 조선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실업자가 발생했다. 공정경제는 표류하고 불충분한 재벌개혁과 조세개혁에 의해 불평등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불평등을 줄이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지난 20년 동안 대기업과 부유층의 세금을 낮추면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수경제학의 장밋빛 청사진은 현실에서 좌절되었다. 그리하여 최근 주류 경제학자들은 낙수경제학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를 발표했다. 2009년 세계은행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불평등의 위험을 경고하면서 '포용적 성장'을 제안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출간한 <소득 불균형의 원인 및 결과>150여 개 국가를 분석하고 낙수효과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고 중산층을 유지해야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주장을 지지하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경제학자들이 2012'소득 주도 성장'을 제기하여 많은 논쟁이 발생했다. 포용적 성장과 소득 주도 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소득 인상만으로 불평등을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스웨덴 사회학자 코르피와 팔메는 미국과 스웨덴의 경험적 분석을 통해 불평등을 줄이는 전략으로 임금 인상보다 사회보험 등 복지제도의 효과가 크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복지제도가 빈곤을 감소하는 효과는 시장 소득과 가처분 소득을 기준으로 측정된 빈곤율로 비교할 수 있다. 가처분 소득 빈곤율이 가장 낮은 스웨덴의 경우 시장 소득 빈곤율은 미국보다 높다. 그러나 미국의 가처분소득 빈곤율은 스웨덴보다 훨씬 높다. 보편적 교육과 의료 서비스의 부재도 불평등을 심화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할 수 있다. 2007년 공식적 빈곤선을 기준으로 한 미국의 빈곤율은 12.5%였지만 의료비용을 소득에서 제했을 경우 빈곤율은 15.3%까지 상승한다. 미국에서는 가처분소득이 전혀 없는 사람이 수백만 명에 달한다.

 

한국의 세전과 세후 지니계수의 비교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조세와 복지에 의한 재분배의 기능이 강한 나라의 경우에 초기 소득(세전 급여)의 지니 계수와 소득 재분배 이후 가처분소득의 지니계수가 다르다. 가처분소득은 시장소득에서 공적 이전을 더하고, 조세를 제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국가 자료를 보면, 국내총생산(GDP)20~30%를 복지에 지출하는 북유럽과 서유럽 국가에서는 대체로 지니계수 개선 정도가 양호하다. 반면 한국은 공적 이전과 조세에 의한 지니계수의 개선 효과가 4번째로 낮다. 공적 이전과 조세가 지니계수를 거의 낮추지 못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시기에 한국이 복지국가의 시대로 진입했지만, 아직 한국의 복지국가는 저발전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복지국가가 불평등에 미치는 효과도 미약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복지제도에 의한 불평등 완화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났지만, 차상위 사각지대에 대한 공적 이전이 미약하다. 고용보험의 경우에도 전체 인구의 절반이 제외되어 불평등 완화에 미치는 효과가 적다.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사회지출 예산의 비율(10.1%)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평균 비율인 20% 수준에 비해 매우 낮고,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2016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19.4%)OECD 회원국 평균(25%)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조세부담율과 사회지출이 낮아 한국에서 분배 정의는 왜곡되고 있다.

 

부의 집중은 민주주의를 약화시킨다

많은 학자들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정부의 역할, 기업과 노동조합의 권력관계, 그리고 사회정책의 효과에 주목한다. 한국에서도 정부와 재벌 대기업이 주도하는 노동시장의 유연화, 조세 도피, 낮은 세율, 부실한 복지제도가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또한 재벌 대기업의 탈세, 불법 상속, 지나친 임금 상승과 배당, 부동산 투기 등으로 부의 집중이 심화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불평등을 규제하는 정부의 입법과 규제 장치는 매우 미약하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30년 동안 노동조합이 약화되고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의 영향력이 작아지면서 정치권에서 재벌과 부자를 옹호하는 힘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2016년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재벌 대기업과 불법적으로 결탁한 박근혜 정부를 탄핵했지만, 최근 은산분리 완화 입법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재벌 대기업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재벌 대기업의 탈세, 불법 상속, 불공정 거래, 동네 상권 지배를 막는 정책이 없다면 부의 불평등을 줄이기는 어렵다. 재벌 대기업이 최고 포식자로 군림한다면 중소기업, 자영업자, 노동자의 소득은 점점 쪼그라들고 말 것이다. 부의 집중과 심화는 결국 사회갈등을 유발할 뿐 아니라 중산층의 구매력을 약화시켜 장기적인 경제성장도 저해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정책을 둘러싼 정치인들의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다. 지난 20년 동안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공기업 사유화, 의료 민영화, 자사고 설립, 서울의 뉴타운 개발, 경제의 금융화가 이루어지면서 누가 더 이익을 얻었는지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진정 양식 있는 학자라면 국내총생산과 경제성장율만 바라보아서는 안 되고, 정부의 정책으로 과연 누가 이득을 얻고, 누가 손해를 보았는지 근본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다행히도 올해 9월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에서 '포용국가의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사회보장 개혁의 청사진이 촛불 시민혁명 이후 1년이 넘은 시점에 발표된 것은 너무 늦은 감이 든다. 앞으로 조속한 시일에 구체적 액션 플랜과 재정 조달 계획을 실행하기 바란다. 물론 장기적 성장 동력을 키우는 산업정책과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적극적 행동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지나친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조세 개혁과 사회보장 개혁이 없다면 한국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험에 빠질 것이다.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여 사회이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과 훈련에 대한 대대적 투자가 없다면 사회계층은 더욱 고착화될 것이다. 국가의 역할이 경제성장률을 올리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 김윤태 고려대학교 공공정책대학 교수

 

친환경농업 농가수 급감, 전북도 25% 감소 1011 전북도민

문재인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친환경농업 육성을 제시했지만, 정작 친환경 농업 실천 농가수는 해마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종회 의원(민주평화당, 전북 김제·부안)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시도별 친환경인증 농산물 농가수현황을 보면, 2012107058가구에 이르렀던 친환경인증 농가가 2017년에는 59,423천가구로 44%(47635가구) 급감했다.

 

 문재인 정부는 환경친화형 농축산업으로 전환을 위해 친환경농업의 생산·유통기반 확충 및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전체 농지면적 대비 친환경농산물 재배면적을 8%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하지만, 2017년 친환경농산물 재배면적은 80,114ha로 전체 농지면적 대비 4.9%에 불과했다.

 

 시도별 친환경 인증농가수를 보면, 울산광역시는 2012년 대비 70% (174가구)에 이르는 농가가 친환경 농업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64% (623가구), 전남 56% (33,185가구), 부산 52%(109가구) 순으로 친환경 농가 감소율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광주광역시는 친환경농가수가 57%(206가구) 증가하였고, 세종 역시 33% (33가구) 증가폭을 나타내었다. 전북은 20126,433, 20136,122, 20145,167, 20155,084, 20165,211, 20174,800가구로서 1,633가구가 감소, 25%의 감소율을 보였다.

 

 친환경 인증관리 정보시스템이 구축된 2014년 이래 신규 인증건수는 8,304건인 반면, 인증취소는 14,745건으로 취소건수가 6,441건 더 많았다.

 

 김종회 의원은 농가는 소득과 판매가격 때문에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하지만, 농업과정에서의 친환경 여부가 아닌 결과와 분석 중심의 인증제도로 과도한 검사, 서류작성 및 제출 요구 등으로 농가 행정 부담 비용이 상승해 친환경농업 실천 농가수가 감소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는 외국의 친환경 인증 제도를 국내에 도입하면서 국내 여건에 적합하게 도입시키려는 정부 노력이 부족했던 것인 만큼, 성공적인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서는 친환경 농업 농가의 애로사항을 조사하여 농가 행정 부담을 완화하고 국내 농업 상황에 맞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년전 10대 동독 소년, 지금은 어떻게 살까?

] 동독 1020세대가 기억하는 독일의 재통일

재통일의 출발, 교회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당시 김나지움 6학년(김나지움은 독일의 인문계 중등 교육기관이다. 김나지움 6학년은 한국 기준으로 초등학교 6학년에 해당한다. 편집자) 이었던 다움 씨는 동독 이야기를 꺼내자 가장 먼저 동독 시절 국가보안부이자 소위 '비밀 경찰'로 악명 높았던 '슈타지'(Stasi)를 언급했다.

 

"아버지가 동독 시절 철물점을 운영하셨다. 그런데 가게에 이따금 정보를 캐내기 위해 슈타지 요원들이 들르는 경우가 있었다. 슈타지 요원이 들어오면 금방 표시가 났기 때문에, 가게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다 알 수 있게 "당신 슈타지 맞지?"라고 말하면 그 요원은 그냥 나가버리곤 했다. 이런 식으로 슈타지 요원들이 정보를 캐내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다움)

 

다움 씨에 따르면 슈타지는 교회나 환경단체와 같이 동독 내에서 활성화된 주민들 모임에 이른바 '정보원'을 한 명씩 심어놓았다. 그런데 이 정보원은 단체 내에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조용히 사람들을 관찰하기만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누가 정보원인지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플뤼겔 씨는 교회를 관리하는 고위층은 누가 슈타지인지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목사들은 오히려 슈타지가 한 명씩 심어져 있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동독 정부에서 금지하고 있는 반정부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교회의 경우, 슈타지가 교회에 와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자신들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에 안심했다는 설명이다.

 

동독 정부에서 슈타지를 교회에 보낸 이유는 분명했다. 교회가 반정부시위의 구심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 1989925, 라이프치히(Leipzig)의 니콜라이 교회(Nikolaikirche)를 중심으로 시민 8000여 명이 집결한 '월요 시위'가 동독 민주화 운동의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동독 내에서 교회가 민주주의의 창구 역할을 한 것이냐는 질문에 플뤼겔 씨는 "민주주의 같은 개념은 아니었고 교회나 환경 단체가 큰 가족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사람들 하고 있으면 편하다, 좋다고 느꼈고 여기서는 내가 좀 더 자유롭게 행동해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실제 동독 시절에는 지금보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두 배 정도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주말에 교회를 가지 않고 다른 곳에 놀러갈 수도 있지만, 동독 시절에는 교회를 가는 것외에 다른 여가 생활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동독 내에서) 재통일을 주도한 이들 중 절반 이상이 교회나 환경 단체에 속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동독 정부는 교회를 무력화시키려고 시도했지만, 1970년대 이후 경제가 어려워지고 소련의 지원도 떨어지자 정부의 힘이 약해졌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더 많이 교회나 환경단체에 더 많이 가게 됐다" (플뤼겔)

 

동독 정부의 힘이 약해지면서 슈타지의 활동도 많이 위축됐다. 플뤼겔 씨는 장벽이 무너진 이후인 198912월 즈음부터 슈타지가 교회나 다른 단체에 방문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슈타지가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그는 "재통일 이후 슈타지들이 보험회사나 운전 학원, 부동산 중개소 등으로 전업했지만 동독 사람들은 누가 슈타지였는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충성심을 보여라

동독 정부는 체제에 충성심을 보이는 학생들에게만 대학 진학의 기회를 열어뒀다. 장벽이 무너지기 전에 대학 진학과 취업의 갈림길에 섰던 빈클러 씨는 동독 체제가 이어졌다면 자신의 대학 진학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내가 아비투어(Abitur, 대학입시자격)를 치르고 대학 공부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학교에 다닐 때부터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한 학급이 25명이라고 한다면 동독 정부는 그 중 3명 정도만 아비투어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해줬다. 그런데 나는 사회주의통일당(SED, 동독의 집권당)의 소년단이라고 불리는 FDJ(Freie Deutsche Jugend, 자유 독일 청년단) 활동도 하지 않았고 부모님이 SED의 당원도 아니었다" (빈클러)

 

결국 그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고 엔지니어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동독이 무너지기 직전인 19899, 광학회사인 칼자이스(Carl Zeiss)가 운영하는 엔지니어 교육기관에서 학업을 이어갔다. 장벽이 무너진 뒤인 1990년에는 이 교육기관의 본부가 있는 예나에서 공부했다. 동독 시절에 정부에 충성하면서 대학에 갈 생각은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빈클러 씨는 "아버지가 교회 목사였다. 아버지는 성경의 십계명에 써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니가 생각하는 것을 소신있게 이야기한다고 가르쳤다"며 정부에 거짓으로 충성하는 표시를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요하네스 빈클러 씨 특별취재팀

 

다움 씨 역시 동독 내에서 대학을 가려면 충성심을 증명하는 증표가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다움 씨보다 10살이 많은 형은 장벽이 무너졌을 때 군 복무를 하고 있었다.

 

"동독 시절에는 대학에 가려면 동독 정부에 충성하는 것이 필요했다. FDJ에 속하거나 당원이 되거나 아니면 자발적으로 군대에 3년동안 복무해야 했다. 그런데 저희 할아버지는 체제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고 부모님은 어쩔 수 없이 적응하며 살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사실 형은 동독이 계속 유지됐다면 (군 복무를 했더라도) 대학에 가지 못했을 수도 있었는데 통일이 되어 대학에 갈 수 있었다" (다움)

 

동독 TV를 누가 봐?

슈타지와 충성 유도를 통해 체제를 유지하던 동독 정부는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힘을 잃어갔다. 특히 서독의 TV 채널이 동독에서도 방영되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동독의 몇몇 지역만 빼고 서독 뉴스를 볼 수 있었다. 아마 동독 사람 중에 동독 TV를 본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가끔 동독 TV에서 좋은 영화를 보여주거나, 호네커(동독 최고 집권자, SED의 서기장)가 누굴 만나고 있는지 알고 싶을 때만 동독 TV를 봤다.

 

요즘도 그렇지만 뉴스 시작하기 전에 시계가 나오지 않나. 당시 서독 방송에는 동그란 시계가, 동독 방송에는 네모난 시계가 나왔다. 가끔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TV 속 시계 모양을 물어봤는데, 학생들 대부분 당연히 동그랗다고 대답했다. 다 서독 TV만 보니까.(웃음)

 

1989년 가을 서독 방송에서 헝가리가 국경을 열어 사람들이 넘어가는 장면이 나왔다. 또 체코의 프라하에서는 한 엄마가 수 미터 정도 되는 (서방국가의) 높은 대사관 담장 위로 자기의 아이를 넘기는 장면이 방영됐다. 동독인들은 이 방송을 보면서 사람들이 아무런 폭력적인 상황 없이 (국경을)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교회를 주축으로 평화 시위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 100명이 모였다가 다음날 500명이 됐고, 학생이나 젊은층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도 같이 나갈 정도였다. 방송이 상당히 큰 역할을 한 셈이다" (플뤼겔)

 

세바스티안 플뤼겔 씨 특별취재팀

 

동독 정부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던 와중에 19895월 사람들의 시위에 불을 당긴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SED가 부정선거를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선거에서 SED98.9%가 자신들에게 표를 던졌다고 했다. 이건 당시 사람들이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치였다. 당시 교회에 다니던 사람들에게 실제 어느 정당에 투표했냐고 조사를 해봤다. 그 결과는 SED가 말한 것과 너무 달랐다" (빈클러)

 

"당시 선거는 기표소에 들어가서 후보를 찍는 비밀선거가 아니었다. 오히려 누가 비밀선거를 하는지 확인하는 사람이 있었다. 비밀투표를 하겠다고 기표소에 들어가는 순간 정부에 낙인이 찍혔다" (다움)

"기표소에 들어가면 비밀투표를 했다고 표시가 되는데, 이렇게 되면 다음 날 직장 상사가 불러서 기표소에 좀 들어가지 말라고, 그러면 우리 회사가 지원을 못 받는다면서 말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들었다" (플뤼겔)

 

동독이 소위 '큰 형님'이라고 부르던 소련의 태도 변화도 동독 사람들의 반정부 시위를 촉발시키는 데 주요한 촉매제가 됐다.

 

"동독 사람들에게 소련은 모범적인 국가로 인식돼 있었다. 그런데 소련에서 개방을 한다고 하니까 동독에서 혼란이 커졌다. 소련에서 동독으로 보내는 잡지가 있었는데 거기에 개방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을 정도였다. 그러자 동독 정부는 그 잡지에 대한 판매를 금지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서 동독 사람들은 정부에 더 회의적인 눈초리를 보내게 됐다. 1989107일 동독 정부 수립 40주년 기념일이 있었다. 당시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호네커에게 "도와줄게"가 아니라 "변화 늦게 하면 너한테 벌을 줄거야"라고 이야기하니까 동독 주민들은 "이게 뭐지" 싶었다" (플뤼겔)

 

"1989년 라이프치히에서 큰 시위가 있었다. 그런데 소련에서 이 시위를 막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해지자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시위에 나서게 됐다" (다움)

 

장벽 붕괴를 전후로 학교의 분위기도 변하기 시작했다. 다움 씨는 동독으로부터 도망친 선생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1989년 중국에서 천안문 사태가 일어났다. 당시 동독 정부는 중국 정부가 정말 잘했다고 칭찬했는데,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 선생님이 있었다. 동독 정부에 대해 친화적인 발언을 했던 선생님들도 그 발언 수위가 약해졌다. 동독은 당시 매년 91일 새 학기가 시작됐다. 학기 시작 첫 날에 학교에 갔는데 선생님 한 분이 안 계셨다. 알아보니 프라하에서 (서방국가 쪽) 대사관으로 넘어갔다고 하더라. 선생님뿐만 아니라 서독으로 넘어간 친구들도 많았다. 하루하루가 변화의 연속이었다" (다움)

 

통일이 아니었다면?

198911월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199010, 동독이 서독에 흡수되면서 독일의 재통일이 이뤄졌다. 다움 씨와 플뤼겔 씨는 당시 통일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동독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연방주(구 동독)가 서독에 흡수되고 화폐 개혁도 예정보다 몇 달 더 빨리 이뤄졌다. 동독에서는 체제 자체가 무너지는 것이 매일 매일 느껴졌기 때문에 그대로 놔두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물론 동독 내에서 통일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고 개혁된 동독을 유지하자고 했던 사람도 있었는데 만약 그랬다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서독으로 도망갔을 것이다. 흡수통일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더 좋은 방법은 없었던 것 같다"(다움)

 

"서독이 동독을 흡수했거나 훔쳐갔다고 보지 않는다. 동독에서 그 상태로 뭘 유지할 수 있었을까? 경제를 비롯해 동독 내의 많은 것이 이미 망가진 상태였다" (플뤼겔)

 

빈클러 씨 역시 당시 시위에 나섰던 많은 사람들이 통일을 원했다고 회고했다. 다만 그는 통일로 인해 유토피아가 열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동독 말기에는 (19895월 지방선거와 같은) 부정선거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SED에서 하는 일이 옳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시위에 나갔다. 사회주의 자체는 반대하지 않았지만, 사회주의를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 물론 당시 시위에 나왔던 많은 사람들이 통일을 원했다. 개인적으로는 동독에서 여행의 자유가 없다는 것이 화가 났다. 그렇다고 동독 내에서 억압만 받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의 기본 권리인데 그게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흡수통일이 내 삶을 완전히 달라지게 하긴 했다. 통일이 되지 않았다면 지금 직장을 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빈클러 씨는 튀링엔 주 천문관측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편집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낙원이 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빈클러)

 

빈클러 씨와 다움, 플뤼겔 씨에게 통일이 나름의 기회로 작용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다움 씨는 본인이 통일로 인한 이득을 가장 많이 본 세대일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인의 부모님 세대는 새로운 체제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을 것이고, 이 때문에 여전히 서독에 대한 반감을 가진 경우도 있을 거라고 전했다.

 

칼 에릭 다움 씨 특별취재팀

 

"통일될 무렵에 아직 어렸기 때문에 이후 서독 교육 시스템에 바로 안착해서 아비투어를 보고 대학에 갈 수 있었다. 10살 많은 형도 대학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들에게는 힘들었을 것이다. 이미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이 들어왔으니 말이다.

 

또 연금과 관련, 재통일 체제에서 동독 사람들이 동독 시절 직장에 다녔다는 것을 인정받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동독 내에서는 세계적인 수준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을 만한 기술이 있는 공장도 있었지만, 재통일 체제에서 이런 공장을 없애버린 경우도 많다. 기존 서독 지역에 경쟁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독 사람들 중에 지금까지도 서독을 나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부분 때문이다" (다움)

 

30년이 지났지만

독일 재통일이 이뤄진 지 30여 년 정도가 지났지만 여전히 동서독 간 차이는 존재한다. 이들은 사회 생활을 하면서 서독 사람들과 만났을 때 사고방식과 행동 양태가 동독 사람들과는 달랐다고 말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첫 1년은 뮌헨에 있었다. 당시 회사 사장이 동독 사람에게 '프로젝트가 언제 끝나냐'고 물으면 동독 사람은 '한달 후'라고 대답하고 정말 한 달 후에 끝냈다. 그런데 서독 사람에게 물어보면 일주일 후에 끝난다고 호언장담을 하더라. 하지만 절대 그 기간 내에 끝나지 않는다.

 

동독 사람들은 불평도 많고 좀 딱딱하긴 하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약속은 지키는 성향이 있는데, 서독 사람들은 말은 다 해줄 것처럼 하지만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플뤼겔)

 

"서독 출신들은 동독 사람들과는 다르게 자랐기 때문에 생활 방식도 다르다. 유머감각도 좀 다르고. 예를 들어 서독 출신 사람들은 동독 출신에 비해 자산 관리를 잘하는 것 같다. 또 동독 사람들은 풍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살지 않았나? 그래서 물건을 샀는데 뭔가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든 고쳐서 써보려고 노력하는데 서독 사람들은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어쨌든 동독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생각하는 방식에서 동독의 잔재 같은 것이 남아있다. 동독 시절에 언론 매체가 하도 거짓말을 많이 해서 지금도 언론 매체를 통해 나오는 기사를 보면 일단 덮어놓고 믿지는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빈클러)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동독 시절에서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밖에서 자유롭게 말하면 안 되는 사회였는데, 서독의 경우에는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스스로 자신감이 있고 자기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딸이 지금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계속 발표 수업을 한다. 자꾸 자기를 보여주는 교육을 십수 년 동안 배우면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다움)

 

동서독 간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고는 하지만 경제적 차이도 여전하다. 본격적인 경제 활동을 하기 전에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본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 나이대에 서독에서 나서 자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우리보다 출발할 때의 자본이 두 배는 더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그리고 그 아이들의 자손 세대 정도가 되어야 서독과 대등한 경제적 출발 자본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일반 기업들도 40년 동안의 동독 시절에 다 망가졌다. 지금 동독에 큰 회사들이 이따금 있지만 나머지는 굉장히 영세하다. 겨우 겨우 열심히 일해서 회사를 키워 놓으면 서독에서 그 회사를 사버리곤 한다. 앞으로 두 세대는 더 지나야 동서독이 비슷한 경제적 수준이 되지 않을까" (플뤼겔)

 

동서독은 40년 동안 따로 살다가 재통일됐지만 남북은 분단만 해도 70년이 넘어가고 있다. 또 전화나 편지를 교환하고 서로 방문도 할 수 있었던 독일에 비하면 남북은 교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남북은 독일과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동독의 다수는 체제에 충성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동독 정부는 개인의 의견을 통제하지 못했다. 서독에서 친척이 오고 가면 동서독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어떤 정보가 왔다갔다 했는지 동독 정부는 몰랐다. 이런 측면에서 동서독은 남북 상황과 비교되지 않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다움)

 

"동서독은 재통일 과정을 겪었다. 그런데 남북은 이런 식으로 통일하면 안된다" (플뤼겔) (통역 : 조경혜)

 

"너희도 통일할 것 같아?"

플뤼겔 씨의 부인은 한국인이다. 바로 독일에서 호평을 받은 정유정의 소설 <7년의 밤>을 독일어판으로 번역한 조경혜 번역가다. 조 번역가는 1996년 예나로 유학을 왔고 이후 지금의 남편인 플뤼겔 씨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22년 동안 독일에 거주하면서 느꼈던 소회와 바깥에서 본 한국의 모습은 어떤지 들어보기 위해 910(현지 시각) 그를 자택에서 만났다.

 

조경혜 번역가 특별취재팀

 

우선 1990년대 중반, 독일이 통일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예나라는 구 동독 지역을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서독 지역에도 진학할 수 있는 학교가 많았을텐데 왜 하필 예나였을까?

 

"1996년이면 재통일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는데, 독문학을 공부하려고 알아보던 중 교수님이 요즘에는 동독도 괜찮다고 하셨다. 그래서 서독 지역에도 지원하고 동독 지역인 라이프치히와 예나에 있는 대학에도 지원했는데 예나에서 가장 먼저 연락이 왔다. 그래서 입학허가서 들고 바로 왔지. 그 때만 해도 한국 사람이 예나에 얼마나 있는지 그런 건 생각도 못하고 그냥 짐 싸서 왔다. 예나에 도착해서 알게 됐는데 당시 한국 사람이 5명 있었다. 첫 번째 한국인을 만나는데 3개월이 걸렸다. 그런데 여기가 예전 동독 지역이다 보니, 제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한인지 북한인지를 물어봤다. 어르신들 중에는 동독 시절에 북한 사람 많이 알고 지냈다는 분도 계신다"

 

학위만 따고 한국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어느새 독일에 정착한 지 20년이 넘었다. 20년 넘게 백인이 아닌 동양인으로 살아가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물어봤다. 특히 요즘 독일에서는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이 떠오르면서 외국인들에 대한 혐오도 늘어가고 있어 독일 내부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독일 극우 집단들의 타깃이 동아시아 쪽은 아니라서 제가 직접적으로 위협을 느낀 건 없다. 그런데 지난해 60대 여성이 한 난민에 의해 강간 당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독일 사람들의 불만이 커지는 것 같다. 물론 그런 일 때문에 외국인에 대한 독일인들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느끼진 않는다. 다만, 이슬람 문화를 좋아하는 독일인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베를린의 경우 터키계 무슬림이 많이 거주하는데도 그렇다.

 

독일을 위한 대안당의 경우 전략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동독 지역을 공략한다. 당신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유는 난민 때문이라는 식으로 선전을 한다. 그런데 난민에 대한 반감은 극우뿐만 아니라 중산층에도 좀 있는 것 같다. 자기가 낸 세금을 가지고 난민의 생활비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어 보인다"

 

동서독 간 경제적 차이도 독일을 위한 대안당이 주로 동독 지역에서 지지를 얻은 이유가 됐을 거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실제 동독 지역에 거주하면서 동서독 간 경제적 차이를 느낀 적은 없었을까?

 

"예전 서독 지역에 가면 분위기가 동독 지역과는 좀 다르다. 물론 예전 서독 지역 중에서도 주로 큰 도시를 가봤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확실히 동독 지역보다 여유가 있어 보인다. 독일 기준으로 외국인도 훨씬 많고. 또 예나는 대학이 있어서 동독 내에서도 발전이 좀 이뤄진 도시이지만 여전히 동독 지역 도시들은 좀 어렵다. 라이프치히만 해도 큰 공장 건물을 가지고 있음에도 수리할 수 있는 자본이 없어서 빈 건물로 놔둔 곳이 상당수 있다. 물론 예나도 재통일 전에는 좀 어두웠다고 한다. 그런데 재통일 이후에 낡은 건물을 수리하고 색을 칠하고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밝아졌다고 한다. 예나의 건물 중에 웬만한 건 다 수리했다고 보면 된다. 하다못해 페인트칠이라도 다 새로 했다"

 

분단 40년에 통일 30년이 가까워 오지만 동서독 간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곧 있으면 분단 100년이라는 시간표를 받아들지도 모를 남북은 앞으로 어떤 관계를 설정해 나가는 것이 좋을까?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남북 간 갈등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여기가 한국보다 더 난리다. 지난해에는 저도 걱정되더라. 그리고 독일 사람들이 '너희도 통일할 거 같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어려울 거 같다고 답했다. 우리는 전쟁을 하기도 했고 분단됐을 때 교류도 안했고. 또 이산가족도 이제 많이 남지 않았고.

 

독일은 40년 분단 기간 20년 정도는 TV부터 시작해서 통신 등을 허가하면서 동서독 간 교류를 해왔다. 이게 기반이 되어 국제 정세가 딱 맞아 떨어질 때 통일을 한 것이다. 이 사람들도 통일을 해야겠다고 계획하고 한 것은 아니다. 우리도 남북이 교류하는 게 선행되어야 통일 이야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경제적인 문제보다 남북이 이질화가 심각해졌다는 것이 가장 문제 아닐까 싶다. 남한은 문명과 변화에 너무 민감하고 북한은 너무 통제돼서 사실 극과 극이다. 이 둘이 융화되려면 남북이 서로 개방하고 교류하면서 조금씩 통일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2018 대한민국 해군 관함식이 열리는 제주해군기지 앞 해상에서 해군기지 반대 단체가 카약을 타고 해상 시위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김정호) / 프레시안

 

심재철 의원 5500원 폭로, 뜻밖의 결과 만들었다 1012오마이뉴스

[주장] 청와대 업무추진비 공개 논란, 정부 시스템 문제점 확인·국회 업추비 공개 견인

이쯤되면 '빈 수레가 요란했다'고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

심재철 자유한국당(한국당) 의원이 쏘아올린 '비인가 예산정보 유출' 사건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한국당은 10일부터 시작하는 국정감사를 통해 공세를 이어간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지만 사실상 동력을 크게 상실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국면이 완전히 뒤바뀐 탓이다.

 

기획재정부 서버에 접속해 입수한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일부를 심 의원이 전격 공개할 때까지만 해도 상황은 정부 여당에 대단히 불리하게 흘러갔다. 심 의원과 한국당은 청와대가 관련 규정을 어기고 업무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보수언론 역시 도덕성을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논지의 비판적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일사분란하게 맞대응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928일에는 청와대 예산 집행을 총괄하는 이정도 총무비서관이 이례적으로 나서 관련 의혹을 조목조목 해명하기까지 했다. 민주당 역시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방어논리로 보수진영의 공세에 맞섰다.

 

결정적인 장면이 된 국회 대정부질문

하이라이트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이었다. 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질의자로 나선 심 의원의 질문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공세를 차단했다. 김 부총리는 특히 심 의원이 불법적으로 유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강하게 역공을 폈다. 보안 관리의 허술함을 문제 삼던 심 의원을 향해 예산 정보 취득 경위의 불법성을 지적하는, 이른바 '불법 자료 유출' 프레임으로 반격에 나선 것이다.

 

심 의원이 공개한 청와대 업무추진비의 내용은 생각보다 파급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기획재정부는 논란이 된 업무추진비는 청와대 업무 특성상 불가피하게 사용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들 모두 증빙자료가 첨부된 적법한 사용이었다는 주장이다. 해당 업소가 기획재정부 지침서에 나와 있는 제한업종이 아닌 이상 도덕적 비판이 제기될 수는 있어도 법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비인가 자료 유출' 사건의 관건은 심 의원에게 정부여당의 방어논리를 깨뜨릴 '스모킹 건'이 있느냐였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결정적인 '한 방'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지원을 나갔던 청와대 직원의 목욕비 5500, 주요 현안 회의 이후 주말이나 심야 시간에 사용한 업무추진비 등은 박근혜 정권을 추락시키는 데에 크게 일조한 '태블릿 PC' 같은 폭발력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로 인해 심 의원과 한국당의 입장은 대단히 난처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에 크게 논란이 될만한 내용이 없는 데다, '비인가 예산정보 유출' 사건의 논점이 업무추진비의 집행 내역이 아닌 자료 유출 경위로 옮겨붙을 조짐마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이 열려있다고 남의 집에 들어가 물건을 가져가면 되겠냐'는 논리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심 의원과 한국당이 크게 간과한 것이 있다. 그들 역시 업무추진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라는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청와대, 정부 등 국가기관에서 사용하는 업무추진비는 그 용처를 두고 사회적 격론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는 중이다. 특히 국회는 여타의 정부기관과는 달리 상세한 집행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세간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아온 터였다.

 

한국당 등이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을 문제 삼자 심 의원 및 국회부터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와 관련해 정두언 전 의원은 한 방송에서 자신의 업무추진비는 공개하지 않은 채 공세를 이어가는 이상 심 의원의 폭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시쳇말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출구전략을 고심하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주지한 것처럼 심 의원의 폭로 속에 국면을 뒤집을만한 결정적인 내용이 없는 데다가, 여론의 반응도 지극히 시큰둥하기 때문이다. 후폭풍도 만만찮다. 국민의 알 권리를 강조하며 '비인가 예산정보'를 폭로한 심 의원은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고, '야당 탄압' 프레임을 가동시켰던 한국당은 또 다시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심재철 폭로가 이끈 변화

그러나 심 의원과 한국당의 처지와는 별개로, 정치적으로 본다면 이번 폭로가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먼저 정부 보안 관리 시스템의 허점과 부실이 발견됐다. 일각의 주장처럼 불법 해킹의 결과이든, 아니면 우연의 산물이든 심 의원의 폭로로 정부 보안 시스템을 현주소가 낱낱이 드러난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정부의 부실한 보안 시스템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심 의원이 지대한 영향을 끼친 셈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마침내 국회가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719일 법원은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국회 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계좌번호와 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제외하고 20166~12월 특수활동비·업무추진비 등의 사용 세부내역을 공개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국회는 자료 공개를 거부한 채 항소까지 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비인가 예산 유출' 사건은 국회의 업무추진비 공개 요구를 재점화시키는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다. 예산 유출 사건을 계기로 국회 역시 업무추진비를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지난 4일 국회혁신자문위원회는 국회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정부기관 수준으로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자료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꿈쩍 하지 않던 국회가 심 의원의 폭로를 기화로 비판 여론이 쇄도하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심 의원의 폭로는 이처럼 드러난 것 이상의 정치적 의미가 있다. 정부 보안 시스템의 치명적 허점과 오류가 드러났다. 업무추진비 공개를 꺼려오던 국회는 이를 투명하게 밝히기로 결정했다. 이 모두가 접근해서는 안 되는 비인가 자료를 유출해 이를 세상에 공개한 심 의원의 폭로가 만들어낸 의미있는 변화다. 때로 예기치 않았던 것들이 뜻밖의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트럼프 막말에 신문들, 확연한 시각 차 드러내 1012 미디어오늘

국민일보는 무례·막말한 트럼프 비판한국일보는 오히려 한국 정부 비판,

조선일보 트럼프가 왜 막말했는지 더 주목사설도 경향 동맹 무시”, 세계는 남북 독주 우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 대북제재 해제 검토발언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주권을 무시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대통령은 미국 현지시간 10일 백악관 기자들이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 해제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있다고 묻자 그들은 우리의 승인없이는 그걸 안 할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안 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막말에 신문들, 확연한 시각 차 드러내

 

세계일보 3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이 한국이 미국과 제재 해제 관련 접촉해왔느냐고 재차 묻자 그렇다. 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는 아무 것도 안 한다고 거듭 답했다.

 

12일자 주요 일간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을 서로 조금씩 다른 시각으로 보도했다.

 

국민일보, ‘무례·막말한 트럼프 비판

국민일보는 트럼프의 무례’, ‘트럼프 막말 어록 추가같은 단어을 사용해 우리 주권을 무시한 트럼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강경화 장관을 비판하는 쪽에 더 무게를 실었다. 한국일보는 12일자 1면 머리기사를 (강경화 장관이) ‘5.24 해제 입에 올려韓美공조 긁어 부스럼이란 제목으로 강 장관을 더 비판했다.

 

국민일보 1()2(아래) 기사

 

다른 대부분의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옮긴 제목을 달아 한국 주권 무시와 한미공조에 틈을 만든 강경화 장관 양쪽을 비판하며 중립적 태도를 보였다.

 

한편 조선일보는 트럼프의 발언이 명백한 외교결례임을 별도 기사로 부각시키면서 트럼프가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그 원인과 맥락을 추적해 들어갔다. 한겨레신문은 드물게 이 뉴스를 1면에 보도하지 않고 6면에 간단히 보도하고 말았다.

 

트럼프 발언을 놓고 국민일보는 12일자 1면 머리기사에 승인 표현 써가며 제동트럼프의 무례라는 제목으로 외교적 결례이며 주권 침해 논란까지 부르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4면 해설기사에서도 주도권 강조하다 오버트럼프 막말 어록 추가라는 제목으로 트럼프의 발언이 의견이 다르면 동맹국도 으로 여기는 계속된 비외교적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 한미공조 긁어 부스럼만든 우리 정부 비판

반면 한국일보는 12일자 1면 머리기사에 ‘5.24 해제 입에 올려한미공조 긁어 부스럼이란 제목을 달아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강경화 장관과 우리 정부이 부적절한 발언을 더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한국일보는 한미공조에 매달리는 모양새였다.

 

물론 한국일보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외교적 결례임을 지적했지만 비판의 화살은 한국 정부로 향했다.

 

위에서부터 한국일보 1면 머리기사, 세계일보 1, 한겨레신문 6면 기사

 

세계일보는 1면에 트럼프 5.24 해제 승인 없인 안돼라는 제목으로 단순 발언사실 전달에 치중했다. 한겨레신문은 이 소식을 12일자 1면이 아닌 6면에 트럼프, 한국 우리 승인 없이 대북제재 해제 안 할 것이란 3단 제목을 달아 상대적으로 작게 취급했다.

 

조선일보, 트럼프가 왜 막말했는지 더 주목

 

조선일보 4면 머리기사

 

조선일보는 1면에 이어 4면 머리기사에 .러시아 이어 한국도 제재 구멍 될라불만 폭발이란 제목을 달아 트럼프 대통령이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더 주목했다. 조선일보는 4면에 별도로 ‘5.24 조치는 한국의 독자 제재인데트럼프 승인 표현, 명백한 외교결례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국민일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막말과 외교적 결례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에도 한미FTA를 거론하며 한국이 우리를 약탈하고 있다고 막말을 쏟아낸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4면 별도기사

 

사설도 제각각, 경향신문 동맹 무시”, 세계일보 남북 독주 우려

 

경향신문 사설

각 신문의 사설도 입장 차이를 보였다. 경향신문은 12일자 사설에 동맹을 무시하는 듯한 트럼프의 부적절한 언사라는 제목을 달아 트럼프 대통령은 내정간섭성 발언을 삼가하라고 지적했다.

 

반면 세계일보는 12일자 사설에 폼페이오 이어 트럼프까지 남북관계 독주 우려하는 현실이라는 제목을 달아 트럼프 보다는 우리 정부를 더 비판했다. 사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세계일보는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를 독주하고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세계일보 사설

 

10살 이하 집주인’ 8139세습사회 문턱에 선 한국 1012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자산, 세습사회의 문

 

지난해 상속·증여 678890

종부세 내는 미성년자 167

 

미성년자 증여 2016년 비해 50%

국민소득 대비 상속·증여 비중 증가

2010년대 4~5%실제론 8~9% 추정

 

자산 이전이 불평등 확대 핵심열쇠

부동산가격 상승이 주요 요인 작용

생산활동 대신 자산수익 유인 커지면

경제활력 떨어뜨리는 악순환 우려

 

 

소수 상류계층을 중심으로 자산의 상속·증여가 늘어나면서 날 때부터 이미 미래의 운명이 결정된 세습사회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사진은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8139.

2016년 말 현재 우리나라 10살 이하 집주인수다. 해당 연령대 인구수에 견주면 어림잡아 600명당 한명꼴이다. 이 중 350명이 서울 강남3구에 살고, 5채 이상을 가진 사람만 25명이다. 심기준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통계청에서 받은 자료에 담긴 숫자들은 재능이나 노력 대신 핏줄과 태생이 운명을 결정하는 세습사회의 문턱에 선 한국 사회의 현주소다.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가 경고한 중세로의 회귀라 할 만하다.

 

하루에 1860억원꼴로 상속·증여 국세청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증여재산가액은 678890억원. 상속 321874억원과 증여 357016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가만히 앉아서부모나 조부모 등의 재산을 넘겨받은 규모가 하루 1860억원꼴이라는 얘기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심기준 의원실을 통해 받은 국세청의 ‘2013~2017년간 미성년자 상속 및 증여미성년자 종합부동산세 결정 현황자료를 보면, 지난해 19살 미만 미성년자의 증여재산가액은 127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부동산이 337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금융자산(3281억원)과 유가증권(2370억원)이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0~104811억원으로 46.8%를 차지했다. 지난해 미성년자 증여 규모는 2016(6849억원)에 견줘 50%나 증가했다. 2016년 기준으로 미성년자 167명이 종합부동산세를 냈다. 종부세를 낸 미성년자는 2013136, 2014154, 2015159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상속·증여 규모도 덩달아 늘어나기 마련이다. 문제는 2010년대 들어 우리나라의 국민소득 대비 상속·증여 비중이 4~5% 수준으로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나마 이 숫자는 공시지가를 토대로 작성돼 있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경제학)는 연령별 사망률 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국민소득 대비 상속·증여 규모가 이미 8~9%대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역사상 상속·증여 비중이 가장 높았던 20세기 초 서유럽 나라들(20% )엔 미치지 못하지만 증가 속도는 빠른 편이다.

 

자산이라는 이름의 절대반지이런 현실은 자산이 한국 사회의 불평등 확대에 핵심 열쇠를 쥐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새로 벌어들인 몫(소득)보다 이미 축적된 몫(자산)의 비중이 커지는 건 이른바 피케티 비율이라 불리는 민간자산()/소득 비율 추이에서 잘 나타난다. 한국은행 대차대조표상의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을 국민순소득(NNI)으로 나눠보면, 20105.48에서 지난해엔 5.76까지 높아졌다.

 

주된 원인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최근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서울의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11.2, 단순 비교만으로도 우리나라 민간자산/소득 비율을 크게 앞질렀다. 가구의 연간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평균 11.2년을 꼬박 모아야 서울에 있는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런던(8.5), 도쿄(4.8)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정확한 자산 규모와 분포를 알기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도 자산 불평등이 확대되는 추세라는 데 전문가들은 대부분 동의한다. 국세청 상속세 자료를 분석한 김낙년 교수는 2013년 현재 우리나라 자산 상위 0.1%, 1%, 10%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각각 9.2%, 26%, 66.4%로 추정했다. 상위 10%만 놓고 봤을 때, 미국(77%)과 영국(70%)보다 낮고 프랑스(62%)보다 높은 수준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상위 10%에서 영국과 미국에 근접하는 속도로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자산 소유의 불평등은 자산 보유에서 벌어들이는 소득 격차를 낳는 직접적 원인이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국세청 자료를 이용해 계산해보니, 2016년 기준으로 부동산임대소득과 이자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0.7%, 90.8%였다. 특히 배당소득(14863억원)94.4%는 상위 10%에 집중됐다. 상위 1%가 같은 해 벌어들인 임대소득은 1인당 평균 35712만원이나 됐다. 올해 8월 현재 전국에 집 20채 이상을 소유한 임대사업자는 전체 임대사업자의 2.5%8691명이다.

 

악순환의 고리불평등 구조의 확대 재생산 앞으로도 자산은 더욱 빠르게 몸집을 불려갈 게 분명하다. 통계청의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2016년 소득 5분위(상위 20%)의 가구당 처분가능소득은 평균 9264만원으로 1분위(하위 20%) 809만원의 11.4배다. 고소득 계층의 여윳돈은 언제든지 자산으로 탈바꿈해 더 많은 소득을 낳는 황금거위가 된다.

 

자산이 지배하는 사회는 결국 현재보다는 과거가 미래를 좌우하는 세상이다. 김낙년 교수는 연간 상속(증여) 규모와 저축액을 장기에 걸쳐 누적해봤을 때, 우리나라 전체 부의 축적에서 상속 등의 이전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대 이후 과거보다 크게 높아져 42%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일을 해 번 돈을 저축하며 부를 늘려가던 사회가 더 이상 아니란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고령화·저출산과 맞물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마당에 생산적인 활동 대신 자산을 굴려 수익을 올리려는 지대추구유인이 커지면 경제의 활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자산의 대물림은 태어날 때부터 운명을 결정짓는 냉혹한 심판정에 가깝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층 자산계급이 자산의 대부분을 독점하고 상속·증여를 통해 불평등 구조를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흐름이 한국에도 이미 출현했다고 평가했다. 최우성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 morgen@hani.co.kr

 

자산, 세습사회의 문

·하위 10% 격차 373배 달해

0살 아기에 재산증여 5562

금융자산 45억원, 부동산 13억원, 유가증권 4억원.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지 만 한돌도 안 돼 부모나 조부모 등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 목록이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심기준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을 통해 받은 국세청의 ‘2013~2017년간 미성년자 상속 및 증여 자료를 보면, 지난해 0살 아기의 증여재산가액은 총 55건에 6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증여 건수와 증여재산가액은 20152518억원, 20162323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증여세 가운데 0살 아기가 부담하는몫은 8억원이었다.

 

미취학 연령(0~6)을 따로 추려보면, 지난해 증여재산가액이 2579억원이었다. 2016(1764억원)보다 46%나 늘어난 수치다. 자산 종류별로는 금융자산(931억원)이 가장 많았고, 부동산과 유가증권도 각각 707억원, 611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5년간 19살 미만 미성년자의 증여재산가액 합계는 모두 35252억원으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증여재산가액 1833448억원의 약 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지난 5년간 부동산 형태로 미성년자에게 증여된 재산은 11328억원이다.

 

한편, 계층별 편중 현상은 증여에서도 예외 없이 두드러졌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김성태 의원실(자유한국당)을 통해 받은 국세청의 ‘2017(잠정) 증여세 분위별 결정현황 자료를 분석해보니, 지난해 과세가 결정된 146337명 가운데 증여재산가액 상위 1%가 전체 증여재산가액(과세 대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3%로 나타났다. 상위 10%의 비중은 39.6%였다. 상위 1%(1464)가 받은 증여재산가액 합계는 58059억원으로, 1인당 평균 397천만원씩을 증여받았음을 뜻한다. 하위 10%1인당 평균 증여재산가액은 260만원이다. ·하위 10%의 증여재산가액 배율은 373배였다. 상속세의 경우, 지난해 상속인수(229828) 중 과세자는 6973명으로 과세 비율은 3.0%에 그쳤다.

 

자산, 세습사회의 문

65살 이상 가처분소득·순자산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데

평균순자산 격차도 커 10억원 넘어

공적복지 대신 자산기반 사적복지 의존 탓

 

상속·증여 통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세대내 불평등 악순환 해결하려면

기초연금한국의 자산과 소득 불평등을 나이별로 분석해보면, 65살 이상 고령층 내부의 불평등이 가장 심각하며, 그 원인은 우리 사회를 특징짓는 자산에 기반을 둔 사적 복지전통에서 찾아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세대 내 불평등은 상속과 증여를 통해 다음 세대에서 더욱 심화할 가능성도 이 연구에서 포착됐다. 자산에 기반을 둔 복지란 정부 재정으로 유지되는 공적 복지제도가 아니라, 개인들이 스스로 축적하고 불린 자산에 노후와 삶의 안정성을 의지하려는 현실을 일컫는다.

 

고령층, 순자산도 많고 격차도 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와 함께 계간지 <동향과 전망> 최근호에 발표한 세대 간 자산 이전과 세대 내 불평등의 증대: 1990~2016’을 보면, 75~79살의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526으로, 20~89살을 5살 단위로 나눈 연령집단 14개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 연령대는 순자산 기준 지니계수도 20~24(0.691) 다음으로 높은 0.679로 나타났다. 65살 이상 5개 연령집단 가운데 나머지 4개 집단의 가처분소득과 순자산 지니계수는 75~79살의 뒤를 이어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더 불평등하다는 뜻이다.

 

고령층의 세대 내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사실은, 가처분소득 상위 10%(상위 10%를 뺀) 하위 90%의 연령대별 평균 순자산 차이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가처분소득 상위 10%에서 평균 순자산은 65~69살이 169124만원, 75~79살이 163877만원 등 65살 이상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 상위 10%와 하위 90% 평균 순자산의 격차도 고령층에서 가장 커, 75~79살에서 143257만원, 65~69살에서 141216만원 등 10억원 이상 차이가 났다.

 

기초연금 보편화, 자산 과세 강화해야이런 현상이 벌어진 원인은 무엇일까? 1970~80년대 산업화 역군인 고령층이 경제개발기, 부동산 투자 붐을 거치며 부를 쌓았지만 공적인 노후복지 제도가 갖춰지지 않아 사적 복지에 의존한 탓에 빚어진 결과라는 게 이철승 교수의 분석이다.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1988)되기 전이나 직후 은퇴한 세대인 이들은 경제활동 기간 동안 축적한 자산을 노후생활에 투입해야 했다. 그런데 개인별로 축적한 자산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레 분화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일부는 사적 복지에 쓰고도 다음 세대한테 증여·상속을 할 수 있는 자산이전 계급으로, 다른 일부는 스스로 다 소진하는 자산소비 계급으로, 나머지는 적정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기도 힘든 자산빈곤 계급으로 분화한 것이다. 고령층의 소득 불평등이 큰 것도 결국은 자산의 격차에 기인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의 소득이 대부분 근로소득이 아니라 금융소득, 임대소득 등 자산에 기반을 둔 소득이기 때문이다.

 

고령층의 세대 내 자산 불평등은 증여와 상속을 통해 다음 세대에서 확대 재생산된다. 스스로 자산을 축적할 기회가 없는 20~24살의 순자산 지니계수가 0.691로 모든 연령집단 가운데 가장 높다는 점은 이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 연구에서 연령집단별 평균 순자산은 50~60대가 최소 34천만원 이상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들이 상속·증여를 시작하면 앞으로 청년들의 세대 내 불평등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교수는 세대 내 불평등의 악순환을 해결하려면 기초연금부터 보편화한 뒤 자산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공적 노후복지 제도인 기초연금을 소득·자산과 분리해 누구나 받게 하면, 소득 없이 집 한 채만 가진 고령층의 생활을 보장하는 동시에 조세저항도 막을 수 있다. 그런 다음 자산 과세를 강화해, 더 걷은 세금의 일부를 청년들의 부담이 가장 큰 주거 지원에 쓰는 방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믿을 건 집밖에 없다는 디엔에이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자산이 개인의 노후수단으로 점차 부각되는 건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흐름이다. 공적 복지제도 유지에 따른 재정 부담을 덜고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럽 여러 나라들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경기 동향은 가계의 구매력은 물론 한 나라의 거시경제 전반에 커다란 파급력을 지닌다.

 

한국의 경우, 독특한 산업화 경험으로 인해 이런 자산 기반 복지의 규범이 상대적으로 일찌감치 형성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가 산업화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들로 하여금 강제저축을 유도하는 대신, 세금 부담을 크게 지우진 않았다는 뜻이다. 김도균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는 복지 부담에서 벗어나고 국민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책임(저축)으로 노후와 내 집 마련에 대비하는 저부담-저복지의 경로가 이때부터 자리잡았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 강남 개발로 상징되는 부동산 시장의 급팽창은 내 집 마련이라는 중산층 신화와 맞물리면서 자산 기반 복지에 날개를 달아줬다.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과 성공적인 자산 축적의 경험은 마치 보편적인 사회윤리인 양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자산 축적의 열망을 키워나갈수록 국가는 증세와 재정 문제를 피해 가는 데 유리했다고 김 연구위원은 진단한다.

 

문제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며 한국에서도 공적 복지영역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음에도, 자산에 대한 믿음과 의존도는 결코 약해졌다고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믿을 건 집밖에 없다’, ‘가진 건 집밖에 없다는 의식이 강해질수록 자산 기반 복지 규범은 외려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김 연구위원은 강남과 신도시를 이어 거듭된 부동산 성공 신화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강력한 디엔에이(DNA)를 형성했다단순히 욕망이나 투기의 문제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계층 하락과 노후 불안을 진정시키려는 실존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수석연구원 zesty@hani.co.kr

 

연봉 6억 아빠의 페라리 등교정당한 사치” vs “박탈감 조장 국민일보 1012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학부모가 매일 아침 초등학생 자녀를 고급스포츠카로 등교시킨다면 이를 사회적 박탈감을 부추기는 반교육적 행동으로 봐야할까, 아니면 교육적 가치와는 무관한 개인의 정당한 사치로 인정해야 할까. 급격한 경제발전과 함께 소득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중국에서는 최근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을 두고 이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0(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저장성의 항저우에 사는 리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매일 자신의 페라리에 태워 등교시켰다. 페라리는 대당 가격이 수억원에 달하지만 리씨는 연봉 400만 위안(66000만원)을 받는 부동산 개발업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의 여론이 들끓었다. 이들은 리씨에게 페라리가 아닌 다른 차량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초등학교에 굳이 페라리를 끌고 와 부를 과시하는 건 어린 학생들에게 박탈감을 심어준다는 논리였다. 리씨의 아들을 맡고있는 담임교사 역시 학부모들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리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었고, 내 아이에겐 제일 좋은 것만 주고 싶다.” 이게 리씨의 주장이었다. 그는 왜 내가 다른 학부모들 의견을 따라 차를 바꿔야 하나” “당신 아이가 상처받았다면 그건 당신 아이가 너무 예민한 거다라고 항변했다. 결국 리씨는 학부모들이 모여있는 SNS 단체 채팅방에서 쫓겨났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네티즌들의 찬반 논쟁이 펼쳐졌다. 교육적 효과를 고려한 결정이라며 교사와 다른 학부모들을 지지하는 여론도 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소득 격차는 엄연한 현실이라며 사치를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게 올바른 교육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린벨트 찾는 부자들 1011서울경제

해제추진에 '큰 손' 몰려 ... 서울 개발제한구역 거래 면적 4.8배 늘어

'9·13대책' 대출규제 후 사각지대

우이·시흥·궁동 중심 거래 활발

추후 토지보상·이주택지 받으면

손해 볼것 없어 기대 심리 작용

 

지난 9월 서울 구로구 궁동의 그린벨트 임야 36,363가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매매가는 3.32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이 임야는 그린벨트인데다 효용가치도 없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모 투자자가 수년 후 가치를 보고 임야를 매입했다항동지구 인근이라 언젠가 궁동도 그린벨트에서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그린벨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시중 부동자금이 풍부한 상황에서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서울 및 인근 그린벨트를 풀어 신규 택지를 공급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주택 위주의 대책 역시 그린벨트로 눈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투자자들이 최근 들어 그린벨트를 더욱 눈여겨보고 있다앞으로 그린벨트 투자에 대한 기대심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토대로 토지거래를 분석한 결과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기도 공공택지 후보지를 공개한 95일 기준으로 서울의 개발제한구역 토지거래 면적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95일부터 105일까지 한 달간 개발제한구역 실거래 면적은 93,400.47로 직전 한 달(85~ 94)의 거래 면적인 19,136.97보다 4.88배 늘었다. 95일부터 한 달간 거래된 서울 전체 토지거래 면적에서 그린벨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45.5%를 기록했다. 95일 이전 한 달 동안은 그린벨트 비중이 34.6%에 불과했다.

 

이 기간 서울의 그린벨트 거래는 강북구 우이동, 금천구 시흥동, 구로구 궁동 등을 중심로 이뤄졌다. 서울 외곽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한 지역들이다. 특히 921일 정부의 수도권 택지공급 발표 전후로 거래가 집중됐다.

 

궁동의 G공인 대표는 “9월 들어서는 근처 목동에서 살 만한 땅을 좀 구해달라는 전화가 쏟아졌다면서 궁동 일대는 3.3200만원 수준으로 비닐하우스가 있는 개발제한구역의 경우 매물이 적어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천구 시흥동의 한 공인중개사도 시흥동은 정부가 택지개발지로 발표한 하안2동과 안양천을 끼고 있어 향후 개발을 기대하는 투자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그린벨트 땅값이 많이 오른 강남구의 내곡동·세곡동 등은 아예 매물이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내곡동의 G공인 대표는 내곡동의 경우 대로변 쪽은 이미 3.3500~600만원까지 올라 추가 투자하기에는 수익이 크지 않아 매수자가 문의하고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주요 그린벨트 지역도 거래가 늘었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의왕·인천·시흥·광명 등 후보지 6곳의 거래량이 7월부터 최고 4배 이상 증가했다. 9·21 공급대책에서 언급된 인천 검암동의 경우 6월 거래량은 6건이었으나 7월 한 달 동안 거래가 25건 이뤄졌다. 8월에도 25, 9월에는 9건의 거래가 등록됐다. 시흥시 하중동은 6월과 7월 거래량이 각각 16, 23건에 그쳤으나 8월 거래량은 42건으로 전달 대비 1.5배 이상 늘어났다. 의왕시 포일동도 4~72건이었는데 811, 912건으로 급증했다. 7월까지 지분 거래가 없다가 8월과 92달 사이 16건의 지분거래가 이뤄졌다.

 

당분간 그린벨트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그린벨트 직권해제까지 언급하는 상황에서 훼손이 심한 3·4등 급지를 시작으로 거래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당장 재개발·리모델링 공급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린벨트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의 경우 ‘9·13대책으로 대출규제를 받지 않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만 적용된다추후 토지보상이나 이주택지를 받는다면 장기적으로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게 투자자들의 기대심리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1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단지 1,000개 넘어5년새 2.4배 급증

11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이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에서 제출한 아파트 단지별 실거래가 현황에 따르면 주택형 중 일부라도 실거래가 10억원 이상의 기록이 있는 단지의 수는 2013426곳에서 올해 7월 기준 2.4배인 1,026곳으로 늘었다.

 

지역별로 서울은 10억원 이상 실거래가 이뤄진 단지 수가 2013376건에서 올해는 856개 단지로 5년간 227% 늘었고, 경기도는 201328개 단지에서 올해 112개 단지로 4배 증가했다.

 

아파트값 상승세가 서울뿐 아니라 경기지역으로 확산하며 과천·성남 등지에서 ‘10억원 이상아파트가 늘었다.   

지방에서도 대구광역시의 경우 실거래가 10억원 이상 거래를 배출한 단지가 20133개 단지에 불과했으나 올해 20개 단지로 늘었고, 과거 10억원 이상 아파트가 한 곳도 없었던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처음 2개 단지에서 10억원 이상 거래가 나온데 이어 올해는 7개 단지로 증가했다.

 

대구는 수성구 범어동 범어월드메르디앙 웨스턴카운티, 수성구 만촌동 만촌3차 화성파크드림, 수성구 범어동 범어우방파크빌 등이, 광주광역시는 광산구 수완동 현진에어빌1단지와 남구 봉선동 포스코어샵, 남구 봉선동 더쉴2단지 등이 실거래가 10억원 이상 단지로 기록됐다    부산은 201310개 단지에서 올해 16개 단지로 늘었으나 최근 집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지난해(22)보다는 감소했다

 

10억원 이상에 팔린 실거래 건수는 20133,355건에서 지난해 14,115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7월까지 6,125건이 10억원 이상에 거래됐다

 

6대 시중은행, 외국인지분율 평균 73.3% 1011 내일

5년간 4.8%p 상승

지난해 18천억원 배당

고용진 "공공성 회복해야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국내은행 외국인지분율 현황'에 따르면 6대 시중은행(국민 신한 우리 하나 SC제일 한국씨티)의 외국인지분율은 201368.5%에서 지난해말 73.3%4.8%p 상승했다.

 

KEB하나은행의 모회사인 하나금융지주의 외국인지분율은 201361.8%에서 지난해말 74.0%로 가장 높은 상승률인 12.2%p를 기록했다. 국민은행의 외국인지분율은 같은 기간 63.5%에서 69.4%5.9%p 상승했다. 국민은행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9.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2대 주주는 미국계 투자은행인 JP모건으로 6.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외국인들이 꾸준히 주식을 매입하고 있어 지분율이 70%를 넘은 상태다.

 

신한은행의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의 외국인지분율은 같은 기간 64.7%에서 4.2%p 상승한 68.9%로 나타났다. 신한금융지주도 국민연금이 9.6%의 지분을 보유해 1대주주이고 2대주주는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펀드로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2005년부터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미국계 씨티은행이 해외투자를 위해 설립한 COIC99.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부산은행의 모회사인 BNK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의 모회사인 DGB금융지주의 외국인지분율도 지난해말 기준 각각 50.7%60.6%로 나타났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모회사인 JB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201315%에서 지난해말 41.9%로 급증했다.

 

외국인지분율이 높아지면서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배당금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6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총 7622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으며 그 중 36.4%27756억원을 배당했다. 외국인지분율(73.3%)에 따라 18656억원이 외국인에게 배당된 셈이다. 고 의원은 "외국자본은 금융이 갖는 사회적 책무나 공공성보다는 단기 이윤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은행 본연의 공공성을 시급히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다 10.15주간경향 1297

시간 빈곤은 소득 빈곤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임금노동을 늘리면 여가와 휴식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소득 빈곤은 시간 빈곤으로 이어지고, 시간 빈곤은 시간 불평등을 낳는다.

 

103일 서울의 한 놀이공원에서 이용료를 내면 대기시간 없이 탑승할 수 있는 매직패스탑승구 옆으로 놀이기구 탑승을 기다리는 일반 이용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어느새 싱크대에는 설거지할 식기가 수북이 쌓였다. 그러나 온종일 직장에서 일하다 지쳐 돌아온 부부는 선뜻 팔을 걷지 못한다. 늦게 퇴근한 만큼 자녀와 조금이라도 더 놀아줘야 한다는 생각에 부엌일을 잠시 제쳐두지만 아이가 잠들고 나도 미룰 핑계는 또 있다. 물소리에 선잠이 깰까 두려우니 내일 아침에 하자고 부부는 다짐삼아 서로에게 얘기한다. 개수대에 쌓인 음식물 찌꺼기만 비우다 보니 음식물 쓰레기 봉투도 이미 꽉 찼다. 벌레가 꼬일까봐 살충제 스프레이를 칙 뿌린 뒤 집 밖으로 버리러 가는 일도 내일로 미룬다. 부부도 어렴풋이 알고 있다. 내일 아침 바쁘게 출근시간에 쫓기다 보면 설거지도, 쓰레기를 버리는 일도 또 미뤄지리라는 것을. 그래도 몸이 피곤하니 어쩔 수 없다. 자리에 누워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다 10분 정도 지나면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든다. 직장인 임모씨(34)와 김모씨(33) 부부의 하루는 그렇게 끝난다.

 

게으른 듯 보이지만 부부는 올해 초 세워둔 계획표를 그런대로 잘 지키고 있는 편이다. 대출이자와 각종 공과금을 내는 납입일은 칼같이 지킨다. 대출을 받아 지금의 집에 전세를 얻어 이사오면서 월 지출규모도 적자가 되는 선을 넘기지 않고 잘 유지해 왔다. 하지만 시간에 쫓겨 집안 모습이 어지러워질 때마다 큰맘 먹고 식기세척기나 로봇청소기 같은 가전기기를 사고 싶은 지름의 욕구는 커진다. 무리를 하면 못살 정도는 아니지만 임씨는 제품을 고르고 최저가를 알아보는 데 또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 생각을 하면 한숨이 나온다. “아내가 직장 동료한테서 식기세척기 산 뒤 설거지 시간이 확 줄었다고 하는 말을 듣고 와서 가격을 알아보기도 했다는 그는 돈만 있으면 집에서 업무 보려면 속 터지는 구형 노트북도 바꾸고 전철역에 가까운 집도 얻고 뭐든 다할 수 있겠지만 결국 돈이 없으니 없는 시간을 쪼개고 쏟아부어서 버티는 수밖에 더 있나라고 말했다.

 

시간이 돈이라는 명제는 살짝 바꾸면 돈이 없으면 시간이 더 소모된다가 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누구든 부정하기 어려운 명제임에도 현실에서 돈으로 시간을 절약하는 일은 적잖은 심리적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인천공항에 추가 비용을 내는 대신 출국수속을 빠르게 밟을 수 있는 패스트트랙도입이 다시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논란이 벌어진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올해 1월 문을 연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에는 당초 급행통로 격인 패스트트랙이 별도로 만들어져 있었지만 개장 직전 다른 용도로 바뀌었다. 1터미널에 있는 교통약자나 국가유공자·모범납세자 우대용 통로와는 달리 수익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아직 국토교통부의 승인이 나지 않아 운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항공사 창구의 발권업무와는 달리 출입국 수속은 법적 절차에 따른 공적 서비스이므로 돈을 더 내면 시간적 여유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여론이 강하기 때문이다.

 

돈이 없으면 시간이 더 소요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인천공항 패스트트랙과는 달리 민간영역에서는 돈을 내고 시간을 살 수 있는 서비스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의 한 놀이공원에서는 놀이기구를 탈 때마다 서야 하는 긴 줄을 피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 이용권을 팔고 있다. 5종의 놀이기구를 줄서지 않고 타는 데는 3만원,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데는 10만원을 입장료나 자유이용권 가격에 더해 내면 된다. 웹툰이나 웹소설 등 콘텐츠 분야 업종에서도 일정 기간을 기다려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콘텐츠를 돈만 내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서울 도심으로 연결되는 급행버스 역시 요금을 더 내는 대신 정차 정류장이 줄어들어 통근시간을 절약하는 서비스로 볼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설치된 교통약자 전용 패스트트랙에서 이용객들이 출국절차를 밟고 있다. / 정책공감 블로그

 

경제적 능력에 따라 누릴 수 있는 편의가 차이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처럼 보인다. 그런데 시각을 달리하면 또 다른 현실도 발견할 수 있다. 돈은 무한대에 가깝게 축적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지만 시간은 부자나 빈자나 한정된 범위 안에서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루 24시간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더라도 이 시간을 얼마나 여유있게 쓸 수 있는지 여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현실에서 소득 빈곤은 시간 빈곤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또한 시간 빈곤은 시간 불평등을 낳는다. 여가와 휴식시간을 희생해 가까스로 소득 빈곤에서는 벗어나더라도 시간 빈곤에 시달리며 시간 불평등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영업직으로 일하는 직장인 최모씨(38)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대사증후군 위험도 높음이라는 결과지를 받았다. 내장지방처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지방이 많을 때 높게 나타난다는 중성지방 수치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기준치를 훌쩍 넘어섰던 것이다. 운동은 꿈도 못꾸고 연일 일 때문에 거래처와 자주 술을 마셔야 하는 생활이 원인이라는 것은 굳이 의사의 말을 듣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문제는 여성인 최씨가 월경이 들쑥날쑥해 남편과 계획 중인 임신도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는 데 있다. “이런 생활을 하면서 막상 아이를 낳아도 걱정이지만 어쨌든 몇 년 사이에 알게 모르게 몸이 너무 망가져 버려서 아이를 가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라는 최씨는 겨우 짬을 내어 병원을 들렀다. 병원에서 들은 소리는 시간이 없어 방치한 건강을 되돌리려면 그동안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노력해야 한다는 충고였다.

 

저녁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면 술이나 안주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 시간에 내 건강을 위해 운동할 시간을 뺏기는 거잖아요. 20대까지만 해도 주위 친구들에 비하면 건강 하나는 자부했는데 시간 없어 미루다 보니 빚만 눈덩이처럼 커진 셈이죠.”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도 자신을 위해 낼 수 있는 시간은 좀처럼 나지 않는다. 그동안 여성으로 영업직을 하면서 나름 쌓아온 성과와 인맥이 사라지는 것도 그렇지만 당장 다른 부서로 가면 수당이 줄어 월급이 크게 줄어드니 지금의 일을 그만둘 결심도 선뜻 못내리고 있다. 최씨는 해마다 건강검진을 해오면서 받은 결과지를 비교해보니 건강이 악화되는 모습이 수치로 나타나고 있었다. 방심해서, 그리고 정말 내려고 해도 시간이 없어서 미뤘던 건강관리의 비용이 시간이 지난 후 더 큰 이자를 청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는 빈곤을 정의하면서 체면을 유지할 수 있는상태를 여러 기준 가운데 하나로 포함시켰다. 단순히 소득이나 경제력이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빈곤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라고 본 것이다. 그리고 이 관계에는 돈과 함께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시간 빈곤은 한정된 24시간을 바쁘게 보내는 모두에게 적용된다기보다는 소득이 모자라 시간을 쏟아부어서라도 소득수준을 맞춰야 하는 이들에게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녀 돌봄시간 줄어

시간 빈곤은 일상 속 다양한 관계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의 원인이면서 결과이기도 하다. 맞벌이 부부 임씨와 김씨가 느끼는 가장 심각한 시간 빈곤의 문제는 자녀와의 관계에서 겪는 일들이다. 하나뿐인 아들이 4세밖에 안 됐지만 평일에 부부가 아이와 제대로 놀아줄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퇴근 후 2~3시간에 불과하다. 사무직으로 일하는 임씨는 주 52시간으로 일하는 시간이 줄었다고는 해도 공식적인 퇴근시간 이후 잡다하게 소요되는 업무시간과 귀가하며 길에서 보내는 시간 때문에 오후 9시를 넘겨 집에 들어간다.

 

학원 강사라 저녁시간대에 일하는 김씨는 이보다 더 늦을 때도 많다. 그래서 아이는 어린이집을 하원하면서 김씨와 같이 학원에 간다. 아이는 행정담당 직원 책상 옆에서 태블릿PC로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김씨가 수업 사이 쉬는 시간마다 들여다보지만 마음이 놓일 리 없고 수업에도 집중이 안 된다. 김씨는 막상 쉬는 시간에 보면 애가 태블릿 화면만 보고 있어 잘 놀고 있나 싶었는데 집에 갈 때 물어보면 지겨웠다며 징징거리는 걸 보니 이대로 애를 방치해도 될까 하는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이 부부가 이를 악물고 자녀와의 시간까지 포기하면서 돈을 버는 가장 큰 이유는 대출금 상환 때문이다. 빚은 미룰 여지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주변에서 자녀를 키우는 모습을 보며 부부도 계획을 바꿔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이 아니어도 아이 할머니가 봐줄 수 있는 집에서는 놀이터에서 또래 애들과 뛰어놀게는 해줄 수 있는데 우리 애는 하루 종일 실내에 박혀서 혼자 놀아야 하니까 이대로는 안될 것 같고.” 임씨는 주말에 동네 놀이터나 키즈카페에 데려가도 아이가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서먹해 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무엇보다 마음이 쓰린 것은 친구들만이 아니라 부모와도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겨가는 느낌 때문이다. “(아이가) 한참을 재미있다고 얘기를 하는데 무슨 얘기인지 몰라 내 반응이 시원찮으니 애도 풀이 죽더라는 임씨는 한참 듣고 나서야 유튜브에서 본 만화 캐릭터였다는 걸 알았는데 주변의 다른 애 아빠들은 다 알고 있어서 자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시간 빈곤과 소득 빈곤 모두와 무관한 삶도 있다. 서울 서초구에 살며 여의도로 출근하는 금융계 연구직 이인호씨(36)는 시간 불평등의 축에서 보면 반대편에 있다. 물론 이씨의 직장에도 야근이 없진 않지만 가정생활에 무리를 줄 정도는 아니다. 아내와 이씨 모두 6시에 정시 퇴근하면 늦어도 40분 안에는 집에 도착할 수 있다. 아이를 낳고부터 부부가 양육에 쏟을 시간을 최대한 아끼려고 교통이 좋은 아파트 단지로 입주한 덕이다. 10억원이 넘는 전세금을 마련하는 데는 부모님 도움을 받았다. 이씨는 일종의 패스트트랙 사용료로 교통이 편리하고 도심과의 접근성이 높아 통근시간을 아낄 수 있는 집에서 사는 비용을 감수한 셈이다. 그래도 최근 오르는 집값은 이씨에게도 걱정거리다.

 

귀가하면 아이를 돌봐준 도우미 아주머니 대신 자녀를 본다. 일주일에 3일 정도 6살 아들을 데리고 아파트 헬스장이나 배드민턴장에서 아이와 함께 운동을 하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어지간하면 연차를 쓰는 데는 제약이 없기 때문에 주말을 끼고 연차 하루를 붙여 국내나 가까운 해외로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다. 일하는 중에는 시간에 쫓기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그밖의 생활에서 여간해선 시간이 모자라 고생할 때는 드물다. 이씨는 앞으로 직급이 높아지면 책임질 일이 늘어나니까 업무에 필요한 시간도 좀 더 늘겠지만 아직까지는 부부 모두가 아이 돌볼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모의 시간 빈곤은 자녀 세대의 양육환경 불평등과 양극화로 나타난다. 가정 내 돌봄의 영역은 시간 불평등이 가장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지점이다. 노혜진 KC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저소득 가구는 미취학자녀를 돌볼 때 주로 보육시설에 맡기는 데 치중하는 반면, 고소득 가구에서는 친인척이 돌보거나 고용된 양육자가 돌보는 등 자녀 돌봄 시간이나 외부 도움을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임금노동을 늘리면 가사노동과 같은 무급노동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둘 다 늘리면 결국 여가와 휴식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충관계를 감안하면 소득과 시간의 어느 한쪽에서 빈곤을 겪을수록 다른 한쪽 역시 취약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은 커진다. 노혜진 교수는 연구를 종합해 보면 전체 인구 중 25.2%가 소득 빈곤과 시간 빈곤 둘 중 하나를 경험하고 있고 성별로 보면 남성의 23.6%, 여성 중 44.5%가 시간과 소득 빈곤 중 하나를 경험하고 있다시간 불평등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사례가 공항 패스트트랙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지만 사실 그 범위는 생각보다 넓어 소득 빈곤을 피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쓸 수밖에 없는 사람들과 시간 절약을 위해 돈을 소비하는 사람들 간의 불평등이라는 사회문제가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간 빈곤을 겪을 때 가장 먼저 줄이는 것 가운데 하나는 인간관계다. 애덤 스미스가 지적한 관계의 빈곤을 넘어서 현대사회에서 인간관계는 사회적 자본인 관계재라 불릴 정도가 됐다. 시간 빈곤이 관계의 결핍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부모 자식 간의 관계 말고도 다양하다. ‘혼밥혼술이 일반적이 될 정도로 인간관계를 최소화한 청년층의 삶 역시 관계재를 소비할 여유가 없는 시간 불평등의 단면이다.

 

시간 빈곤이 인간관계의 빈곤으로

대학생 조현승씨(24)는 스스로를 아싸라고 불렀다. 모임이나 집단활동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줄 아는 낭만적인 이미지는 아니라고 조씨는 설명했다. “‘인싸(인사이더)’는 학교생활도 잘하고 연애도 하면서 발도 넓은 그런 부류를 말하지만 아싸는 단순히 혼자서만 지내는 걸 넘어 돈도 없고 남들과 어울릴 시간도 없는 나같은 애들을 가리키는 자조적인 용어죠.” 조씨는 학교 수업을 마치면 바로 알바를 하러 출근한다. 저녁시간 준비로 바쁜 식당에 출근해 매장이 문을 닫는 오후 10시까지 끊임없이 손님을 맞는다. 일을 마치고 귀가하면 쉬기 바빠 학과 모임이든 친구들과의 술자리든 발길이 끊어진 지 오래됐다. 대신 취직은 해야 하니 영어 인터넷 강의를 듣는 등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별로 친하지는 않지만 학교에서 동기나 선후배들을 마주칠 때면 자신의 아싸생활에 회의가 들 때는 있다. 일의 강도가 세지 않고 공부도 할 수 있어 꿀알바라고 불리는 교내 행정보조 자리도 다들 친한 지인들에게서 알음알음으로 구하기 때문이다. “내가 닭갈비 불판을 닦고 서빙하느라 바쁠 때 편하게 일하고 연애할 것 다 하는 애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는 조씨는 SNS에서 보이는 인싸학우들의 모습을 보기가 싫어 계정도 탈퇴했다. ‘공부하고 일할 시간도 없는데 남의 일이나 들여다볼 틈이 없다는 게 조씨의 생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취업 이후에 경제적으로 여유 있게 여가를 즐기며 연애도 하는 자신을 꿈꾸기도 한다. 물론 시간 빈곤을 겪는 현재로서는 미룰 수밖에 없으므로 언젠가 다가올 미래에 일어날 희망사항이다.

 

조씨와 같이 미래를 저당잡고 시간 빈곤과 시간 불평등을 겪는 이들에게는 결국 외부로부터의 지원이 필요하다. 사회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법제화가 자리잡고 있는 시점에서 보다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춰 이러한 비용을 부담하는 일이 과제로 남은 것이다. 권태희 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현실을 이렇게 지적했다. “선진국은 개인이 노동시장 바깥에 있을 때 삶에 들어가는 비용의 절반 이상을 사회가 부담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 비율이 많아야 20~30%에 불과하다. 그러니 노동시장 안에 있을 때 미래를 대비해야 했고, 남들 놀 때 일해야 했다. 그렇지만 개인이 행복해야 사회도 행복할 수 있다.”

 

해외 수학여행, 안 적어내면 바보?”학생부 기재위반 적발 ‘01010 시사저널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모호한 규정과 허술한 제재학종 불신 더 키워

일반적으로 해외 수학여행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 금지 사항으로 알려져 있지만, 암암리에 적는 경우가 많고 적발·징계도 전무한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드러났다. 모호한 규정과 허술한 제재가 대학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부에 해외 경험 기재했다가 징계받은 경우 全無

시사저널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협조를 얻어 교육부 내부 자료를 조사한 결과 학생부 해외 경험 기재로 적발되거나 징계를 받은 건수는 지금껏 단 하나도 없었다. 교육부는 "학생부에 해외 경험을 적어낸 데 대한 징계 현황을 시·도 교육청별로 조사·수합했으나, 해당되는 곳이 한 곳도 없다는 회신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얼핏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아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교육부가 배포한 '학생부 기재 요령'을 살펴보면 해외 경험은 학생부에 기입할 수 없다. 단체 여행이든, 개인적으로 간 여행이든, 봉사활동이든 관계없이 못 쓴다. 해외 봉사활동 입력만 금지했던 기존 규정이 지난해 7월 개정됐다. 제도의 실효성은 미미했다. 암암리에 해외 경험을 학생부에 적는 사례가 많다고 교육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학생부 기재 요령은 '학교장이 승인한 경우에 한해' 외부 활동을 기재할 수 있다며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애매한 예외 사항을 틈타 알게 모르게 해외 경험을 적어내고 있다""제도에 구멍이 많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역시 "일부 학교에서 자기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지침(학생부 기재 요령)을 교묘하게 이용하다 보니 기재 불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현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대책 마련 계획은 없었다. 결국 현행대로라면 학생부 기재 요령을 철저히 지키는 학교만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학부모들로 구성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회원들이 8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시 확대와 수능 상대평가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모호한 규정, 교육당국 방관지침 지키면 손해?

'솜방망이 처벌'을 넘어선 '방관'은 학생부 기재의 공정성을 더욱 의심받게 만든다. 보통 교육부 지침 위반 적발 시 고의성이나 과실 경중에 따라 학생부를 작성한 교사 혹은 학교 관리자가 징계를 받는다. 그러나 교육 일선에서 학생부 기재 요령을 지키지 않았다가 제재 당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각 대학에서 지원자들의 위반 사항을 걸러내기도 불가능하다. 교육부가 김해영 의원실에 제출한 다른 자료에 따르면 학생부 교내 수상 경력 작성 지침을 위반한 고교는 지난해 197개였다. 국회 국정감사를 맞아 자료가 공개됐는데, 위반에 대한 제재 사실은 전혀 없었다. 김 의원 측은 "해당 학교들은 지침을 위반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시사저널 양선영 디자이너

 

한편 시사저널은 지난 918일 단독보도를 통해 20161월부터 20188월까지 학생 1인당 경비가 100만원이 넘는 고액 해외여행(수학여행, 봉사활동 등 포함)을 다녀온 초··고교가 총 184개교(연도에 따른 중복 포함), 300(한 학교에서 여러 팀으로 나눠 가는 경우 포함)이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전체 해외여행(965)31%에서 100만원 이상 경비가 책정됐다.(학교 해외여행, 최근 3년간 수백만원대 비용만 300건 넘어 기사 참조) 100만원 이상, 많게는 500만원 가까이 되는 학교 해외여행 경비를 향한 여론의 시선은 싸늘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았다. 또 고비용 해외여행은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 등 소위 '명문고'에서 주로 진행해왔다. 이 같은 해외여행 경험을 학생부에 기록했다면, 여타 학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다.

 

한 네티즌은 "개별 학교나 학생이 비싼 해외여행을 가는 건 자유지만 학생부에 학외 수상 경력처럼 절대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고, 기재했다면 대학에서 탈락시키면 된다""가뜩이나 힘든 공부 하느라 지쳐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교육 현장이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시 듣게 된 그 이름 헨리 조지 1011 시사인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닌 1970년대만 해도 참 배가 고팠다. 친구들끼리 캠핑을 가서 라면이라도 끓이면 아귀다툼이 벌어졌다. 젓가락을 들고 돌진해 사정없이 밀치며 입천장이 까지든 말든 라면을 최대한 목구멍 안으로 빨리 밀어넣으려고 애썼다. 개중에는 코펠에 침을 뱉는 녀석도 있었다. 더러우면 먹지 말라는 것이었다. 자기가 다 퍼먹을 테니.

 

나이가 들어서도 동물 세계에서 흔한 형제 살해와도 같은 살벌한 환경에서 살았다고 생각한다. 형제 살해란 한배에서 태어나거나 한 둥지에서 부화한 새끼들끼리 먹이를 두고 다투다가 약한 개체를 물어 죽이는 것을 가리킨다.

 

우리는 군에 입대해 훔치는 것부터 먼저 배우지 않았던가. 자기 보급품을 잃어버렸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훗날 잃어버릴 것에 대비해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남의 물건에 손을 대야 했다. 훈련소에서는 주변 동기 것을, 자대에서는 다른 소대나 부대 것을 눈치껏 쌔벼야신상이 편했다. 회전이 눈부시게 빨라서일까. 이렇게 서로 크고 작은 보급품을 마구 훔치는데도 군대 경제는 이상 없이 돌아간다는 게 신기했다.

 

회에 진출해서도 직업 세계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인 사람이 진정한 승자는 아니었다. 경제가 성장하는 가운데 공급이 제한돼 있어서 값은 오를 수밖에 없는 토지, 특히 서울의 부동산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승패는 갈렸다. 눈에 불을 켜고 주택청약에 가입하고, 현장 추첨을 받으려고 서로 멱살잡이를 하며 싸우거나 밤샘을 하는 정도는 그나마 합법적이었다. 행정이 전산화되기 전 부동산 담당 공무원 매수, 통장 전매, 명의 도용, 무주택 증명 위조 등 전형적인 부동산 사기꾼이나 저지를 법한 불법행위를 평범한 사람들마저 예사로 했다.

        

1986년 한국기자협회에서 서울 일원동 기자아파트를 지을 때 상당수의 기자가 주민등록등본을 칼로 긁어 유주택을 무주택으로 둔갑시키는 것을 직접 목격한 일도 있다. 그렇게 서류를 위조한 기자 가운데 나중에 들통나서 아파트를 분양받지 못한 사람은 없다. 당시 분양가가 40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던 일원동 아파트는 지금 실거래가가 20억원이 넘는다. 그때 강북에 오막살이라도 지니고 있던 사람 중에 주민등록등본을 칼로 긁을 만한 용기가 없었던 이들은 지금도 땅을 친다. 기자 사회에서는 특종을 했거나 출세한 사람이 아니라 그때 아파트를 장만한 이가 진정한 위너라고 말한다.

 

가방끈이 길고 짧고는 상관없었다. 국민 대다수가 기꺼이 도둑 되기를 불사하던 시절이었다. 아마도 그동안 불법을 저지른 이들을 다 엄격하게 의법 처리했다면 거짓말 조금 보태 지금 국민의 절반은 전과자가 돼 있을 것이다. 인사청문회에 나온, 고위 관료 후보자들이 제출한 서류에 얼룩진 적나라한 부동산 투기의 흔적은 그동안 지식인이란 사람들마저 얼마나 열심히 라면 그릇에 가래침을 뱉어왔는지 알려주는 씁쓸한 증거이다. 학벌이라는 제한된 공급에 목을 매는 이상 교육열, 내부 거래로 경쟁을 차단하고 손쉽게 몸집을 불려가는 재벌의 탐욕과 더불어 이처럼 작은 노력을 기울여 크게 보상받으려고 사회 전체가 부패하는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지대 추구(rent seeking)라고 한다던가.

 

1860년대 미국 언론인 헨리 조지는 1980년대 한국 기자들보다 훨씬 양심적이었다. 그는 뉴욕을 여행하다 당혹감을 느꼈다.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는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부를 자랑했지만 서부 해안가에 비해 훨씬 많은 빈민층을 끌어안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가능한가. 도시에 인구가 몰리며 천정부지로 치솟는 땅값에서 나오는 모든 이득을 땅주인이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땅은 점점 자본이 많은 소수에게 집중되었다.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었지만 가만히 앉아만 있던 지주들이 과실을 홀로 따먹었다.

 

그는 이런 상태에서는 미국의 건국이념인 자유와 평등이 실현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주에게 목을 맨 숱한 빈민에게 투표권을 주는 행위는 지주에게 권력을 갖다 바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노예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 노예 주인에게 주는 것과 같다. 당연히 인권을 논할 계제가 아니게 된다. 자기의 권리를 되찾아 경제적으로 독립한 유권자만이 보통선거를 제대로 치러낼 능력이 있지 않겠는가. 토지세 도입을 기본으로 하는 세제 개혁만이 이런 정치 혁명을 가능하게 하리라고 그는 믿었다.

 

그에게 국채와 같은 공공부채나 간접세는 악이었다. 후손에게 빚을 떠넘기는 공공부채나 상품 생산을 하느라 바친 고된 노동에 오히려 벌을 가하는 간접세는 토지사유화가 만들어낸 악독한 두 개의 발명품이라고 그는 비난했다. 중세 봉건시대에는 토지를 신으로부터 위탁받은 영주가 공공비용을 댔지만, 토지가 사유화된 뒤에는 모든 비용 부담이 약자에게 전가되었다. 어느덧 기정사실처럼 되어버린 공공부채나 간접세가 근대국가의 독재자들에게 전쟁이나 학살 같은 반인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자금을 댔다. 그는 공공부채를 용인하지 않았다면 미국의 독립전쟁, 그리고 유럽에서 일어난 대규모 전쟁 중 열에 아홉은 막을 수 있었으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토지세가 모든 매듭을 일시에 끊어버릴 알렉산더 대왕의 검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불로소득, 하늘에서 떨어진 듯한 노다지에 제대로 세금을 매기기만 한다면 다른 세금은 필요 없어지리라고 단언했다. 여타 세금을 거둬들이느라 비대해진 정부도 훨씬 날씬해질 것이다. 독재를 지탱하고 정부를 부패시키며 민중을 수탈하는 공공부채와 간접세도 없앨 수 있다고 그는 사람들을 설득했다.

 

대도시 부동산은 날개를 달았다

 

신이 모두에게 내린 선물인 토지에서 나온 이득을 소수가 독점하면 독재를 용인하고 정치가 부패하게 된다는 그의 통찰은 정확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대한민국이 뼈저리게 경험한 일 아니던가. 온갖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땅이나 집을 차지하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도덕적 해이는 군인이 쿠데타로 번번이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데 대한 문제의식을 무뎌지게 만들고 말았다. 너무나 오랫동안 성공한 쿠데타는 합법이었다. 또한 손에 피를 묻히는 더러운 수고도 하지 않은 그 후손들마저 당당하게 과실을 누리는 걸 방치 혹은 방조해오지 않았던가. 지난번 박근혜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촛불혁명은 처음으로 정치에서의 지대 추구를 제대로 징치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남은 일은 거의 문화로 굳어져버린, 사회 전반에 만연한 지대 추구 의식을 몰아내는 것이다. 정치 분야와 달리 이해가 상충하는 플레이어가 너무 많아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문턱도 채 넘지 못하고 좌초하고 말았다. 골목 상권을 먹어치우고 갑질에 이골이 난 재벌을 길들이며 평범한 사람들의 뇌리에까지 깊이 각인된 성공한 쿠데타 근성을 씻어내야만 적폐 청산은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토지에 세금을 매긴다는 혁명적인 생각을 담은 헨리 조지의 기념비적인 저작 <진보와 빈곤>1890년대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 전 세계의 지성인이 토지세 하나로 세계가 안은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그의 생각에 열광했다. 그의 열렬한 팬 가운데는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 같은 유명인도 있었다. 토지사유제를 완강히 사수해온 보수주의자들마저 그의 논리에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해 쩔쩔맸다.

 

명성에 비해, 그의 생각은 제도로서 전 세계로 멀리 퍼져나가질 못했다. 노동조합은 토지세보다는 노동자의 권리에 훨씬 더 관심이 있었다. 정책 입안자들은 스탠더드오일처럼 시장 점유력이 뛰어난 대기업의 주주들에게 축적되는 과도한 이익을 공격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2차 세계대전 후 개혁가들은 의료보험이나 공공연금과 같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건설에 더 열을 올렸다. 수십 년간 조지의 아이디어는 대서양 양편에서 잠들어 있었다. 그는 어느덧 누구나 아는 사람은 아니게 되었다.

 

최근 들어 진보주의자들과 경제학자들에게 묵직한 숙제처럼 남아 있던 그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집값 상승 기세가 심상치 않은 탓이다.

 

미국의 오클랜드에서 샌프란시스코,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대도시 집값은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에서 경제활동이 활발한 22개 도시(서울은 포함되지 않았다)에서 지난 5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평균 34% 뛰어올랐다. 7개 도시에서는 50% 이상 급등했다. 건축과 모기지론 붐과 함께 터진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반동이었다. 경제위기 때 이들 지역의 집값은 평균 22% 하락했다. 샌프란시스코는 42%, 더블린은 62%나 추락했다. 모든 도시가 그때의 최저점에서 평균 56% 올랐다. 14개 도시는 위기 전의 최고점을 한참 추월했다. 평균 45%.


최근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을 깎아내린 서울의 집값 상승은 예고된 일이었던 셈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제 부동산으로 떼돈을 벌던 시절은 지나갔다고 호언했지만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 세계 대도시의 부동산 값은 날개를 달았다. 점점 더 대도시로 일자리가 몰리고 인구가 집중하는 등 몇 개의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세제, 금융, 공급 등 모든 분야를 다 건드린 유례없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식의 구닥다리 처방은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헨리 조지의 시대처럼 노동 없는 돈벼락을 맞는 사람이 늘어나고 빈부 격차는 더욱 심해지는 형국이다(579호에 계속).

 

대한민국 여군의 일그러진 초상 10.4 시사인

정규직으로 알고 입대했다가 절반은 비정규직으로 해고되고, 진급에서 보직까지 차별에 시달리는 여군에게 미래는 있는가.



청와대사진기자단

59주년 국군의 날을 10여 일 앞둔 920, 다부지고 말쑥한 차림의 한 중년 여성이 서울 독립문에 있는 <시사IN> 사무실로 찾아왔다. 지난해 1130일자로 육군에서 강제 전역당한 여군 헬기 조종사 피우진 중령(52)이었다. “세상이 아는 여군과 4000여 명의 현역 후배 여군들이 군에서 겪는 현실에는 큰 괴리가 있다. 독립언론을 표방한 <시사IN> 같은 매체가 여군의 처우와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기울여야 할 때다.”

 

지난 1981년 여군으로서는 두 번째로 육군 헬기 조종사가 되어 27년 동안 창공을 갈라온 피 중령이 군대로부터 느닷없이 나가라는 말을 들은 때는 지난해 9. 유방암 수술로 인한 신체 장애를 이유로 강제 전역당한 것이다. 피 중령은 자랑스러운 여군 헬기 조종사로서, 그리고 평생을 군에 몸담아온 직업군인으로서 군 당국의 이런 조처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더구나 유방암이 생긴 부위인 왼쪽 가슴 절제술을 한 후 군에서 헬기 조종에 영향을 미치는 신체 균형을 문제 삼자 멀쩡하던 오른쪽 가슴까지 도려낸 채 천직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썼던 그녀였다.

 

하지만 끝내 군에서 강제로 쫓겨난 피 중령은 비로소 대한민국 여군이 처한 위상과 현실에 눈을 뜨게 되었다. 이후 피 중령은 차별 없는 여군, 실력만큼 대접받는 후배 여군을 위해 오히려 사회에 사이렌을 울렸다. 전역 무렵에는 25년 군 생활을 담은 자전적 수기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를 발간해 여군이 군대 내에서 남모르게 겪는 차별과 역경을 폭로하기도 했다. 본인에 대한 강제 전역의 부당성을 다투는 행정소송을 내 105일 판결을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

여군들은 부대 내에서 비공식적으로 임신을 통제당하기도 한다. 위는 2005년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여군 리더십행사에 참석한 여군들.

피 중령 사례는 군대에서도 여성 파워가 위풍당당한 것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군이 많은 젊은 여성에게 매력적인 평생 직장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군대는 남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군 병원에서 간호를 하거나 국방부 사무실에서 커피 타고 전화 받고 타이프를 치는 이미지가 일약 얼룩무늬 전투복에 투박한 군화를 신고 야전에서 남자 병사들과 뒹굴며 지휘하는 모습으로 확 바뀐 것이다. 여군에 대한 이 같은 인식 변화에는 여성에게 더 많은 문호를 개방한 군의 제도 개선도 한몫했다. 1990년대 들어 여군에게 오랜 족쇄였던 결혼·출산 규제 정책이 폐지됐고 여군 병과도 해체됐다. 이후 육군은 여군 모집요강에 남군과 동일이라는 문구를 반복 사용해가며 군대가 남녀 평등 조직임을 은근히 강조했다.


여군 4455, 군 병력의 0.6%에 불과

 

  

1990년대 후반부터 육해공군은 저마다 여군 장교 후보생 모집을 확대했고, 각군 사관학교도 여성 생도를 10% 이상씩 뽑았다. 그 결과 사관학교 수석 졸업을 여성 생도가 차지하는가 하면 전투기, 함정 같은 분야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단 여군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 속에 군인 수에서도 여군의 팽창은 괄목할 만했다. 20076월 현재 육··공군과 해병대 여군의 수는 모두 4455명으로 장교가 2453, 부사관이 2002명이다. 전체 군 병력(67만명)과 비교하면 0.6%에 불과한 수치이지만, ‘군 밖에서 접하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2월 모집한 여군 부사관 상반기 모집 경쟁률은 141이었다. 지원자 가운데 63%가 대졸 이상이었으며, 대학원 졸업자도 3명이나 됐다. 전국 18개 전문대학에서 부사관학과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여군에 대한 이 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국방부는 오는 2020년까지 여 군장교와 부사관 비율도 각각 7%5%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한 꺼풀 벗기고 들여다보면 군대에서 여군의 위상은 여전히 기형적 상태에 머물러 있음이 금방 드러난다. 여군 간부는 전체 군 간부의 2.4%에 불과하다. 이는 북한 여군 15%는 물론 미군(14.6%), 캐나다(10.3%), 프랑스(8%), 일본 자위대(4.1%)에도 훨씬 못 미치는 실정이다. 더구나 간부 중 66%가 간호 장교이다.

 

현재 여군 장교와 부사관에게는 18개 병과에 문호가 개방돼 있다. 그러나 아직도 기갑, 포병, 군의, 치의, 군종 따위 병과는 금녀의 벽이 건재한 구역이다. 군 내부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여군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편견투성이인 경우가 많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여성 포털 사이트 위민넷에서 여자, 군대 갈까?”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젊은 여성 응답자 중 52.3%새로운 커리어라고 여기고 도전해보겠다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반면 지난 3, 포털사이트 미디어다음의 아고라 토론방에서는 여자들은 군대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여장교, 여부사관과 함께 생활해본 현역과 예비역들은 그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차라리 늙은 군견이 더 군기가 있을 정도로 눈 뜨고는 못 본다. 여군 중에 전투병과에 지원해서 전방부대나 산골짜기에 있는 오지에서 근무하는 여군이 얼마나 있는가? 여군에 지원하는 여성들은 마치 걸스카우트에 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위 두 가지 사례는 우리 사회가 여군이라는 집단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단적으로 보여주지만 둘 다 여군의 현실을 제대로 짚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동안 여군의 모습은 남군 속의 꽃이거나 아마조네스 전사라는 이미지로만 비쳤을 뿐 현실 속의 여군의 참모습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왔다.

 

여군의 실태를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것은 오랜 세월 여군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시용 꽃도 남군 속에 기생하는 천덕꾸러기도 아닌, 훈련받고 생활하는 여군은 실제 어떤 모습일까? 평생 직업군인의 길을 걷고자 했지만 좌절을 경험한 예비역 여군 대위 강 아무개씨는 이렇게 말했다. “난 장기복무 제도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 원하면 계속해서 근무하는 줄 알았죠. 장기신청 시기를 놓쳐서 연장 신청만 하게 됐고, 결국 연장 기간이 다 끝난 시점에 전역한 거죠.”

 

연합뉴스 여군들은 자신들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린다. 위는 내무반에서 담소를 나누는 여군들.


여군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문제는 장기복무 제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입대하는 데서 비롯한다. 현재 여군은 육군 규정에 의해 남군과 동일한 장기복무 선발 원칙을 적용받지만, 남군의 선발 인원이 매년 유동적인 데 비해 여군들은 임관 인원의 50%로 묶여 있다. 쉽게 말해 입대 후 처음 3년만 고용이 보장될 뿐, 절반은 진짜직업군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비역 김 아무개 장교는 여군의 경우 군인을 직업으로 선택하고 자원한 사람이므로 누구나 장기복무를 원하게 마련인데, 그 중 50%만 직업군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육군 홈페이지의 여군 부사관 모집 요강엔 임관 후 연장 및 장기복무 가능이라는 문구만 적혀 있을 뿐, 장기복무 제도에 대한 설명은 없는 상태다. 결국 정규직인 줄 알고 왔다가 졸지에 비정규직으로 해고되고 마는 절반의 여군들은 군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절반의 벽을 넘어 장기복무에 들어간 직업군인들은 사소한 일상의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극소수에 불과한 여성 군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육군에서 소령으로 전역한 예비역 여군 장교 김 아무개씨(41)는 훈련 기간에 생리를 할 때 가장 고통스러웠다. 그는 생리대 대신 화장용 티슈를 엄청나게 많이 뭉쳐서 쓰곤 했다. 생리의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다. 화장실 청소는 남성 사병들이 하고, 부대 전체를 통틀어 여성은 혼자뿐이었다.

그렇다고 이동식 화장실이라도 설치해달라는 이야기를 하진 못 한다. 왜냐? 그럼 우리 여군이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고 마니까. 오늘도 수많은 여군들이 그런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참고 또 참는다. 주변에 보면 방광염에 걸린 여군들이 무척 많다.”

 

일주일 이상씩 야외에서 먹고 자야 하는 기동훈련이 벌어지면 여군으로선 가장 곤란한 문제가 배설 등 생리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다.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공간은 물론이고 여성용 화장실조차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여건이 좋아서 화장실 등 제반 시설이 갖춰진 경우에도 고민은 이어진다.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남군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점이다. 한 부대 현역 중대장은 여성 상관을 모시는 이유로 화장실이나 세면, 샤워 여건을 마련해야 하는 행정보급관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라고 말한다. 이쯤 되면 여군의 존재 자체가 민폐가 되는 셈이다   

 

지난해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여군 취업부스를 찾아 상담하고 있다. 야전에서 근무하는 현역 김 아무개 대위는 아직 아기를 가지지 않고 있다. 임신 7개월 이후에 90일의 출산휴가를 보장받고 있기는 하지만, 근무 인원이 적은 야전에선 휴가를 간다고 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임신부가 가장 조심해야 할 임신 초기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휴가를 얻기도 힘들다. 무엇보다 여군의 존재 자체에 피해의식을 가지는 사람들에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게 싫기 때문이다. 김 대위는 남군들은 자신의 부인이 임신하는 것과 옆의 여군이 임신하는 것을 다르게 보는 것 같다. 어떤 이는 임신한 이후, 업무 욕구가 사라지고 편한 자리만 찾게 됐다고 하던데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라고 말한다.

 

아예 부대 내에서 비공식적으로 임신을 통제하는 경우도 있다. 군인 교육 기관에서 생도나 후보생의 내무반 생활을 지도하는 훈육관 직책을 수행했던 한 장교는 훈육관 일을 수행하는 2년 동안 아기를 갖지 말라는 상관의 말을 듣고 전역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행군 100, 매일 교장 이동 한 시간씩 해야 하는 형편에 스스로도 아기를 갖기 힘든 게 아닌가 생각했다. 여기에 출산 이후 육아 문제까지 생각하면, 전역에 대한 고민은 늘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군부대가 대체로 민간 사회와 분리되어 고립된 까닭에 아기를 낳는다 해도 육아, 보육 문제를 뚜렷이 해결할 방법이 없다. 어린이집 대신 시댁에 아이를 맡기고 주말에나 만나러 가는 형편이다.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60%의 여군이 자녀를 부모에게 위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의 특성상 기혼 여군의 경우 남편과 떨어져 사는 비율이 70%에 이르는 것도 육아 문제를 어렵게 한다. 그 결과 기혼 여군 1인당 출산율은 1.07명으로 한국의 평균 출산율(1.17)을 밑돈다. 부부 군인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해서 0.83명에 불과하다.


군인 부부 출산율이 겨우 0.83명인 까닭       

많은 여군이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며 군대생활의 어려움을 실감한다. ‘직업인일 수밖에 없는 여군은 현실에 순응하는 방법을 택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남군들의 케케묵은 편견이 기승을 부린다. 소령 진급을 앞두고 있는 한 여군 대위는 남성 상관으로부터 너는 군 업무를 부업으로 하는 것 아니냐라는 말을 듣고 분개한 적이 있다.

 

몇 년 전 진급서열을 받을 때 학군 출신과 같이 받았다. 서열 쓰는 분이 학군단 부하는 가장이라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그런데 너는 사실 군대가 부업 아니냐고 하더라. 나중에 보니까 결국 내 평정이 아주 나빴다.”

또 다른 대위도 영관 장교가 될 정도면 검증됐다고 봐야 하는데, 막상 일선 사단에 배속되면 여군이 그런 일 할 수 있겠냐며 보직을 변경해버린다. 보직 변경 사유서를 보니 지휘관이 지휘부담을 느껴서라고 적혀 있기에 기가 막혔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런 시각은 결국 여군의 진급 차별로까지 이어진다. 작전 장교나 참모 등 근무 평정이 높은 핵심 보직에서 여군들이 아예 원천적으로 제외되는 것이다.

빛이 나는 일은 다 남군 차지다. 우리도 그런 일 할 수 있는데···. 여군은 남편도 있고, 애도 있으니까 배려해주는 척하면서 덜 중요한 보직을 주는 경우가 많다. 진급을 하려면 중대장 경험이 필수이고, 지휘관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단급 전투 부대가 아니라, 기능 행정 부대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강제 전역된 여군 헬기 조종사 피우진 중령도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 피 중령은 남군들은 해외 유학을 다녀오거나 연구직을 수행하느라 비행 시간이 적어도 필수 직위를 맡고 진급이 되는 반면, 내 경우 진급이 될 시기에도 비행시간이 적다는 이유로 필수 직위에서 제외되고 결국 진급도 못했다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애초부터 여군은 동등한 진급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 만약 대령 진급자가 20명이라면, 여군이 남군과 함께 경쟁해서 진급 대상자가 결정돼야 하는데 여성은 정원이 따로 있다. 결국 영관급에 이르면 여군은 아주 희귀해지고 만다. 이런 구조에선 대다수인 남군 상관에게 어떻게 잘 보이느냐가 진급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형평성 있는 인사가 가능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일부 보직은 아예 제도적으로 여군의 진출이 금기시되기도 한다. 군인사 방침 99-57호에 따르면 전투부대 및 직책, 수색 정찰, 특수작전 수행부대, 평시에 적과 교전 가능성 높은 지역 등에 대해 여군의 보직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적잖은 여군은 이런 보직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투병에 지원해 근무 평정을 동등하게 받고자 하는 여군도 인사관리 방침의 제한 때문에 뜻을 펼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경력 11년째인 한 현역 여군 대위는 여성이라고 아예 기회조차 주지 않는 곳이 많은데 개인차가 있겠지만 여성도 전투지휘 중대장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도 무조건 여군이라고 자리를 제한하는 것은 억울한 기회 박탈이라고 본다라고 주장한다.

   

군 일각에서는 여군에게 여러 제한을 두는 게 마땅하다고 여긴다. 신체 조건이 남군에 비해 열등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 2005년 공군이 실시한 한 조사는 이런 편견을 뒤집는다. 13명의 여성 전투 조종사를 대상으로 전술 임무 수행력과 체력 등을 1년간 측정한 결과 남성 전투 조종사와 대등한 수준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 2004여성 장교의 경험으로 본 한국 군대의 젠더 정치라는 석사 논문을 쓴 류영숙씨(연세대 사회학과)군대 내의 불평등 구조 속에서 여성은 남군과의 동등한 진급 경쟁에 끼어들지 않으려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결과 여군의 계급구조는 대단히 기형적인 압정형구조로 변했다. 영관급 장교는 거의 없고 대위 이하 하급 장교들만 넘쳐난다. 2005년 현재 국방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여군 총 3972명 중 영관급 장교는 119, 대위 이하의 장교 및 부사관들이 나머지 3853명에 이른다. 영관급 장교가 고작 3%인 것이다. 육군에만 장성급이 300명이 넘는 남군과 비교하면 참으로 초라한 수치다.

 

지난 2005년 한국여성개발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엔 여군의 피해의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현역 여군 314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과 심층 면접에서 군대에서 여군이기 때문에 성차별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지를 물었을 때 비교적 자주 경험한다는 응답자가 37.6%에 이르렀다. ‘매우 자주 경험한다는 응답도 2.9%였다. 자세한 성차별의 예로는 25.3%보직 부여, 배치 및 직책 선택 시라고 답했고, ‘훈련 시 열외’(13%), ‘병사들이 여군을 이성으로 인식’(13%), ‘지휘관의 여성차별 및 부하들의 여성상사 무시’(12.3%) 등이라고 밝힌 여군도 많았다.

 

한 예비역 대위는 이렇게 침체된 분위기에선 적지 않은 여군들이 56년이면 그만두게 된다. 실력 있는 사람들이 남지 않는 여군에 어떤 미래가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실제로 육군 공병의 경우 39기부터 여성을 뽑았지만 벌써 전역한 이들이 상당수다. 게다가 44기까지는 한 해에 겨우 한두명만 뽑아서 절대 수가 적다. 첫 여성 공병중대장인 문예지 대위(여군 46)선배 여군을 접할 기회 자체가 거의 없어 역할모델로 삼을 만한 여군이 없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여군에 대한 환상으로 군에 입대했다가 좌절감만 맛보고 군대를 떠난 여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성희롱 탓에 군문 나서기도

아직 수면 위로 완전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성희롱성상납문제도 여성으로 하여금 군에 오래 머물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말 피우진 중령이 자신의 저서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를 통해 이런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이 책은 여군의 고위 간부가 성상납 문제에 개입했다는 충격적인 의혹도 제기했다. 하지만 사건의 피해자들은 일절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이들이 입을 열면 군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 여군의 역사  

19509월 여자의용군 교육대 창설(1491명 수료) 정보 수집·수색·행정 활동

19538월 여군간부후보생 113명 임관

1962년 미스여군 선발대회 개최(1972년 폐지)

19699월 여성 공수요원 9명 탄생

19845월 중사 이상 결혼 허용

19881월 기혼 여군 출산 허용

1990년 여군병과 폐지, 보병, 정훈, 정보, 경리 등 7개 병과로 전환

199312월 사단 신병교육대 소대장 보직(15)

2001~2002년 공사·육사·해사 여군장교 최초 임관

20021월 최초의 여성 장성 탄생(양승숙 준장·국군간호사관학교장)

200210월 육군여군학교 해체,

3사관학교와 부사관학교로 양성통합교육

200211월 국방부 여군발전단 창설

20075월 기혼 여성 여군 응시 허용

 

국방부도 일부 남성 지휘 간부의 성희롱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악수 이상의 신체 접촉을 금한다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 남성 지휘관들의 의식은 기준 미달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9월 합참에서 남군 지휘관 경험자 및 예비 지휘관 11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수가 군대 내 성희롱을 사소하고 개인적인 문제’(42%)라거나 여군의 과다 노출로 인한 성적 충동이 원인’(22%)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군대 내에서 성희롱이 인간관계를 원만히 하는 요소라고 응답한 비율도 15%를 차지했다.

 

이런 문제가 공론화되지 못하는 까닭은 여군들의 실상을 짐작해볼 수 있는 정보목소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방 당국은 여군의 병과나 보직 현황에 관한 자료조차 준비돼 있지 않다는 핑계로 공개를 꺼리는 실정이다.

군 방침상 개별 여군을 접촉하려면 상부의 허락을 얻어야 하는 현실에선 현역 여군들의 솔직한목소리가 공론화하기도 어렵다. <시사IN>이 접촉한 현역 여군들도 대다수가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인터뷰 자체를 꺼리거나 익명을 전제로 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국방 당국이 현장 여군의 누적된 불만에 일부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여군의 임신·출산과 관련한 복지 부분에서 두드러진다. 우선 임신 후 7개월 이후부터 당직 근무에서 제외했던 것을 20056월부터 임신 확인과 동시에 출산 후 6개월까지로 확대했다.

각 군의 내부 규칙이었던 여군의 휴가도 법제화할 예정이다. 지난 5월 발표한 개정안에 따르면 여군은 생리기 또는 임신했을 경우 건강검진을 위해 매달 하루 여성보건휴가’(무급)를 갈 수 있다. 생후 1년 미만의 유아를 둔 여군에게는 하루 1시간의 육아 시간도 주어진다. 어린이집 등 군 내 보육 기관 설립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국방부 여성정책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부분들이 개선돼 남녀 군인 사이에 제도적인 차별은 없다. 다만 현장 지휘관의 마인드가 뒷받침해줘야 여군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임태훈 한국여성의전화 정책위원은 여군 정책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실제로 증명된 자료는 별로 없다. 인권 침해나 차별에 대해 내부고발을 하지 못하게 틀어막는 문화를 없애려는 노력부터 먼저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교적 인권이 잘 보장된 독일군도 인권 침해나 차별이 존재하는데 한국 국방부가 여군에 차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초상권과 몰래카메라

요즘 한국 사회를 흔드는 이슈 중 하나가 몰래카메라(몰카)’이다. 매번 수만명의 여성들이 모이는 집회의 피켓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구호도 몰카 얘기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몰카는 단지 몰래 사진을 찍는 것을 넘어 개인 인권과 사생활을 파괴하는 포르노로 둔갑되어 매매된다는 점이 문제다.

 

그런데 집회 사진 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몰래카메라 찍지 말라는데 넌 또 찍네.’ 사진기자를 겨냥한 이 문구는 불법적인 몰래 촬영과 공공장소의 집회 촬영이 동일한 선상에 있다고 항의하는 의미인가?

 

Erich Salomon

 

영국 총리와 환담하는 아인슈타인(오른쪽 세 번째). 에리히 잘로몬이 1931년에 촬영했다.

아마도 최초의 몰카 사진가라면 저 유명한 독일인 에리히 잘로몬(1886~ 1944)일 것이다. 변호사이자 프티부르주아 출신인 이 사내는 라이카와 같은 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법정이나 국제연맹에 잠입해 대상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사진을 찍어 유명해졌다. 그래서 외교가에는 국제 회담은 세 가지만 있으면 완료된다. 외교관, 테이블, 잘로몬!”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사진 역사는 그런 잘로몬의 사진에 캔디드 포토(자연스러운 사진)’라 이름 붙였다.

 

인생 내내 초상권 소송에 시달린 유명 사진가

문제가 생겼다. 지금은 초상권이 인권법의 일부로 확고부동하지만 사실 매우 역사적인 산물이다. 특히 회화의 시대에 초상권 분쟁이 있을 수 없지만 사진이 발명된 후 상황이 달라졌다. 20세기에 소형 카메라와 캔디드 포토가 등장하고 원치 않는 자신의 모습이 대중에 공표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파리의 키스사진으로 유명한 프랑스 사진가 로베르 두아노는 인생 내내 이런 초상권과 관련한 소송에 시달렸다. 기록을 중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은 반발했다. ‘그럼 뭘 찍어서 역사에 남기나?’

 

여전히 카메라를 든 자들이 갑이었다. 시선의 권력이었다. 윤리적인 문제로 해결될 게 아니었다. 당연히 대중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현재 21세기에는 거리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불편해졌다. 찍히지 않을 권리는 사적·공적 장소를 막론하고 늘 적용되는 인권처럼 인식되었다. 언론은 광화문 집회처럼 공적 장소의 참석자까지 얼굴을 블러(흐리게)’ 처리했다. 사진 전문가의 생각은 좀 다르다. “초상권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인격을 보호하기 위함이므로 얼굴 찍는 일 자체를 금지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이를 인격권 침해로 여긴다면 우리는 공적 장소에 가는 행위 자체를 삼가야 한다(박평종, <사진가의 우울한 전성시대>).”

 

우리 판례에도 공공장소의 사진 기록에 관한 것이 있다. 2009년 한 언론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초상권 침해 소송에 대해 재판부는 공공장소에서 집회는 참가자들이 자신의 의사를 알리고자 하는 행동이므로, 언론이 이를 찍어 보도해도 원칙적으로 초상권 침해가 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 초상권 침해 기준도 제시했다. 재판부는 부정적인 내용의 기사를 작성하면서 내용과 무관한 인물의 사진을 사용한 경우, 사진 또는 영상의 인물이 관련 기사와 함께 부정적인 인상을 줘 해당 인물을 모욕하거나 비방할 목적으로 촬영된 경우는 초상권 침해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판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초상권과 공적 기록은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차츰 초상권이 강화되어가는 추세이고 기록도 사진을 넘어 CCTV와 안면 인식 기술로 국가 통제 방식으로 진화 중이다. 공적인 기록에서조차 무엇이 개인의 권리이고 무엇이 가치 있는 역사적 기록인지가 흔들리는 요즘이다./ 이상엽 (사진가)



New York State Of Mind - Barbra Streis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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