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근 2019. 10. 6. 19:48


                10.7 중앙-한국

정부 재벌개혁은 F, 재벌 빠진 검찰개혁은 반쪽짜리

검사 신상털이엇나간 조국 지키기 뭇매

8차 서초동 촛불집회 참여자 52검찰보다 국민이 더 세다

.민노총 압박에국대떡볶이, 서울대병원 매장서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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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2 경향 장도리



정부 재벌개혁은 F, 재벌 빠진 검찰개혁은 반쪽짜리

문재인 정부는 전방위적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탄생했다. 개혁 대상은 정치권력·재벌·노동·교육·환경·인권 전 분야를 아우른다. 이 가운데 정부가 택한 개혁의 양축은 정치·권력기관과 재벌이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서도 개혁 대상 1·2순위에 나란히 올라 있다.

 

집권 3년차 문재인 정부의 개혁작업은 어디까지 왔을까. 201910, 돌아가는 개혁 시계의 바늘은 검찰을 향하고 있다. 조국 사태가 모든 개혁 의제를 집어삼키면서다. 2순위로 꼽았던 재벌개혁도 멈춰섰다. 가뜩이나 재벌의 자발적 개혁방침을 택했다가 미진한 성과를 내는 데 그쳤던 재벌개혁은 조국 사태를 계기로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재벌개혁에 대한 동력은 완전히 상실된 걸까. 정부의 미온적인 개혁 행보를 두고 쓴소리를 해온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지난 930일 만났다.

 

-경제개혁 이슈가 보이지 않는다. 재벌개혁, 경제민주화가 이제는 낯선 구호처럼 느껴진다.

조국 이슈가 모든 개혁의제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조국 사태로 경제개혁 이슈가 사라졌다. 검찰개혁, 중요하다. 적폐청산을 완수하려면 검찰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검찰개혁이 적폐청산의 전부가 아니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적폐의 한 축에는 재벌이 있다. 적폐 안에는 정치권력과 검찰·사법권력, 경제권력이 얽혀 있다. 어느 하나를 해소한다고 해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제분야에 대한 개혁작업엔 손을 대지 않고 있다. 애초부터 정부는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조국 장관의 개혁안은 어떻게 봤나.

개혁을 원하는 조국 장관의 진정성을 믿는다. 그런데 조국 장관의 개혁은 검찰분야에 집중돼 있다. 조국 장관은 법무부 수장이고 법무부는 상법개정과 같은 경제분야도 관할하는 부처다. 그간 법무부 정책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상법문제를 두고 논의를 많이 했다. 헌데 이번에 조국 장관이 발표한 개혁안에는 상법과 같은 경제분야 안건이 빠졌다. 정책위원회에서 논의했던 경제개혁 안건들도 장관 개혁안에 담지 않았다. 그렇다고 정책위원회 안건 대신 조국 장관 본인의 아이디어를 넣은 것도 아니다. 조국 장관의 개혁안에는 경제개혁, 경제민주화에 대한 그림이 빠져 있다.”

 

-검찰개혁만 해도 큰 성과 아닌가.

검찰개혁은 크게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경제권력으로부터의 독립, 검찰권력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 이제까지는 이 세 가지 모두가 확보되지 않았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조국 장관의 검찰개혁 구상에 경제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통제받지 않는 경제권력이 된 재벌의 개혁 없이는 검찰의 독립이 온전히 이뤄질 수 없다.”

 

-경제가 어렵다. 디플레이션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혁 운운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잘못된 학습의 결과다. 보통 재벌개혁은 경제가 좋을 때 해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경기가 좋을 때는 개혁을 할 수 없다. 위기의식 없이 어떻게 개혁을 하나. 경제가 어려울 때 개혁 모멘텀이 생긴다. 지금 정면돌파해서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 개혁의 과실은 다음 정권이 얻어가더라도 지금 단행해야 한다. 재벌개혁을 강하게 추진하면 정권 지지율도 반등한다. 지금 상황에서 무엇으로 경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겠나. 남북경협? 남북경협으로는 패러다임 전환이 안 된다. 재정을 풀어 단기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정부에서 추경을 통해 현상유지를 하려는 모양인데 그건 현실을 외면하는 최악의 선택이다. 모래사장에 얼굴을 파묻고 노래하는 것과 같다.”

 

-재벌개혁에 대한 반감도 크다. 보수뿐 아니라 진보진영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재벌개혁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재벌개혁을 한다고 해서 마법처럼 경제가 다 좋아지느냐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선 현재 재벌에 집중돼 있는 경제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재벌 중심 체제가 유지될수록 경제는 더 활력을 잃고 불평등은 심화될 것이다. 재벌 중심 구조를 끌고 왔다가 어떻게 됐나. 제조업은 경쟁력을 상실했다. 그간 한국 제조업은 하청업체를 통한 단가 후려치기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유지했다. 그러다 중국 특수를 맞아 10년 정도 이전 경제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중국 특수 덕에 혁신을 멀리하고 현실에 안주했다. 결과적으로 그 10년이 독이 됐다. 중국이 로엔드 제품군들을 잠식하면서 한국은 로엔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그렇다고 하이엔드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하이엔드 부품·소재에서 부가가치가 발생하는 시대다. 하지만 우리는 퀄리티 있는 부품·소재를 못 만든다. 대기업 하청구조로 가다보니 기술 좋은 전장기업 육성을 못했다. 부품·소재 기업 대부분이 대기업과 전속계약으로 묶여 있다. 중소기업에서 좋은 기술을 애써 개발해봐야 대기업이 탈취하는 구조다. 이런 구조가 만연하게 된 배경에는 총수 일가의 세습과 사익 편취가 있다. 이런 구조를 탈피해야 생존할 수 있다. 지금 안 하면 너무 늦는다. 상황이 심각한데 경제개혁은 뒷전으로 밀리고 정치세력 간 다툼만 반복하고 있어서 걱정이다.”

 

-정부·여당이 친재벌 노선으로 돌아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벌개혁 운동을 오래 하다보니 민주당 의원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느낀 바가 있다. 재벌개혁을 입에 달고 사는 민주당 내 주류 의원들보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더 개혁에 적극적이고 고민을 많이 한다는 사실이다. 재벌개혁을 말하고 실천하지 않는 의원들은 재벌개혁을 선거에 이용하는 도구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재벌개혁은 많은 분들이 원하는 의제니까 선거 때만 이용하고 그냥 두는 거다. 제 발언을 듣고 기분 나쁜 의원이 있다면 행동해서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으면 한다.”

 

-현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은 어떻게 평가하나.

“F를 줄 수밖에 없다. 신규순환출자 금지를 도입한 박근혜 정부보다 개혁 성과가 부족하다고 본다. 대부분 개혁 핵심 안건은 법안에 밀어넣었는데 법 통과가 안 된다는 이유로 방치하고 있다. 시행령·상장 규칙 개정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나 계열사 합병, 총수 일가 보수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하지 않았다. 일감 몰아주기가 줄었다고 많이 홍보하는데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기업들은 오히려 더 늘었지 않나. 재벌 지배구조 개선도 세습을 위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은 것뿐이다. 그나마 지배구조 개선 실적 수치 대부분이 롯데그룹 한 곳에서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조금 더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정부가 생각하는 개혁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밝혔으면 한다. 경제구조 개혁을 위험해서 못하겠으면 사실대로 공개하는 게 맞다. 재벌개혁으로 표를 얻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국민을 기망하는 행위다. 정체성을 밝힐 때가 됐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검사 신상털이엇나간 조국 지키기 뭇매

[아침신문 솎아보기] 허위사실 근거해 조국 수사여성검사 신상털어촛불 두고 경향·한겨레 차이는

조국 대란이 장기화하면서 나타난 조국 법무부장관 지지자 측의 무리한 행동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이 같은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이를 테면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에 투입된 검사 3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었던 김아무개 검사가 일부 조 장관 지지자들에게 사이버 테러를 당한 일이다.

 

6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 조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한 담당 검사라며 조 장관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소속 김아무개 검사 사진이 공유됐다. 이력, 출생지, 학력 등 신상정보와 함께였다. 김 검사 남편 신상까지 털렸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김 검사는 첫 서울중앙지검 여성 특수부부장으로 과거 4대강 비리 사건, 동양LIG그룹 경영비리 사건 등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 7일자 5.

 

누리꾼들은 압수수색 당시 조 장관 전화를 받은 그 검사로 김 검사를 지목해 맹비난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누리꾼들은 김 검사 사진에 얼굴이 반정부 시위할 만하게 생겼다. 욕하기 미안한 얼굴”, “검사들은 좋겠다. 이런 여자 검사가 술시중을 들거니까등 발언으로 모욕하고 비난했다.

 

김 검사가 조 장관과 통화한 그 검사일까. 사실과 다르다. 조 장관과 통화한 검사는 김 검사가 아니라 이아무개 부부장 검사. 동아일보는 검찰 안팎에서는 사실관계도 틀렸지만 모욕죄로 수사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 전문인 임찬종 SBS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국 법무부장관 자택 압수수색과 관련해서는 유독 허위 조작 정보가 많이 유포되고 있다검찰 수사팀이 조 장관 자택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든지(배달음식을 시킨 건 조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였다고 정 교수 측도 인정), 압수수색 당시 정경심 교수와 조 장관의 딸 등 여성 2명만 있었다는 등은(당시 조 장관 가족 외 2명 이상의 변호인도 있었다고 정 교수 측도 인정) 허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7일자 4.

 

신상털고 반정부하게 생겼다모욕

지난달 30일 인터넷 언론사 주권방송유튜브 영상도 논란이다. 초등·중학생으로 보이는 11명 아이들이 유명 동요를 개사해 검찰과 언론, 자유한국당 등을 비난했다. 아이들은 검찰 개혁을 바라는 청소년들이라 스스로 소개했다.

 

개사한 내용은 토실토실 토착왜구 도와달라 꿀꿀꿀/ 정치검찰 오냐오냐 압수수색 꿀꿀꿀/ 석열아 석열아 어디를 가느냐/ 국민 눈을 피해서 어디를 가느냐”, “윤석열은 사퇴해, 조중동은 망해라, 자한당은 해체나 해라등이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6일 페이스북에 지구 저 건너편 소년병을 동원하는 극단주의 세력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조국 감싸기에 아이들마저 도구화하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한국당에서 나왔다.

 

언론은 이 같은 행태를 도마 위에 올렸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누리꾼들이 김 검사 신상을 터는 것에 법치를 무너뜨리고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 행위로 수사해 엄벌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주권방송영상에는 진영 다툼에 정신 팔려 순진한 동심까지 동원하는 어른들의 몰염치한 행태가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 7일자 6.

 

경향과 한겨레, 다른 관점

진보 언론으로 분류되지만 촛불을 바라보는 관점은 미묘하게 다르다. 한겨레와 경향 이야기다.

 

7일자 사설에 시각차가 있다. 한겨레는 촛불 요구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촛불은 검찰개혁이 요체라며 지난 3년을 지켜보며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사회 곳곳 기득권 세력이 검찰을 앞세워 본격적인 반개혁저항에 나서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갖게 됐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국 수사도 지적했다. 한겨레는 “‘조국 수사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여러차례 지적했듯이 수사 개시 시점부터 부적절했고 절차와 과정도 과잉이란 지적을 받을 만했다. 청문회 이전 압수수색과 도중의 심야 기소에 이은 11시간 압수수색 논란이 역풍을 불러왔다고 전했다. 윤석열 검찰의 수사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것.

 

한겨레가 검찰을 저격했다면 경향은 정치를 밥상에 올렸다. 경향은 양 진영의 대중집회는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켜 갈수록 세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것 같다고 우려한 뒤 대의 민주주의가 계속 작동하지 않으면 시민들은 더욱 거리로 나서고, 정치는 영영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서초동에 나온 시민도, 광화문의 시민도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어느 쪽이 더 많이 나왔다며 참가 인원수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이 와중에 편 가르기를 부추기고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건 스스로 민주주의 위기를 부르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점증하는 양 진영 대결 양상을 우려하며 정치 회복을 강조했다.

 

경향신문 7일자 1.

 

지상파 비판하는 조선일보

지상파 3사는 5일 서초동 촛불집회 현장을 헬기 촬영 등으로 대대적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7일자 2(“지상파, 헬기·크레인 동원 서초 집회대대적 보도”)에서 “‘축소 보도논란까지 일었던 지난 3조국 반대광화문 집회와 달리 이날 지상파 3사는 서초동 집회를 일제히 주요 뉴스로 전했다고 지적했다.

 

사설에선 국민의 공적 자산인 공중 전파를 독과점하는 지상파들이 정권의 나팔수를 자처하고 있다시청자들이 일어서지 않으면 지상파의 정권 나팔수 행태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7일자 사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8차 서초동 촛불집회 참여자 52검찰보다 국민이 더 세다

서초역 네거리 반포대로 서초대로 양방향 3채워

 

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린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역 네거리를 중심으로 반포대로와 서초대로에 시민들이 가득 차 있다. 사진 왼쪽부터 대법원 앞길, 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잇길, 서초역 네거리에서 교대역 길, 서초역 네거리에서 예술의전당 길. 서초역 네거리 상공 위에 드론을 띄워 360도로 찍은 사진을 스마트폰 사진 앱에서 파노라마로 편집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5일 저녁, 서울지하철 2호선 서초역 네거리는 동~1.2, ~1.6크기의 촛불로 가득 찼다. <한겨레>조국 수호검찰개혁목소리가 울려 퍼진 이날 집회 참가자 52명을 직접 만나 참가 이유와 함께 조국 법무부 장관과 검찰에 대한 평가 등을 심층 인터뷰했다. 촛불을 든 이유, 나이와 성별은 제각기 달랐지만, 한 가지는 비교적 명확했다. 조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과잉됐다는 판단이 촛불에 불을 붙였다.

 

최근 검찰이 스스로 내놓은 개혁안에 대해서도 뼈를 깎는 개혁안을 내놓으라고 했더니 손톱을 깎았다”, “사건 (내용) 흘리지 말고 우리 식구, 내 편이라고 감추지 말아야 하는데 이는 특수부 축소로 가능한 게 아니다등 부정적인 견해가 나왔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40~50대 중장년층이 주를 이뤘다. 실제 <한겨레> 인터뷰에 응한 52명의 연령층도 20~30대가 9, 40~50대가 34, 60대 이상이 9명이었다. 이 가운데 남성은 32, 여성은 20명이었고, 이들의 평균 나이는 50살이었다.

 

서초동 안 간 ‘2016년 촛불’ “‘검찰개혁=조국수호동의 못해           

2016년 광화문 박근혜 탄핵 촛불에는 참가했지만, 2019년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는 참여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를 두고 촛불의 분화라거나 진보의 균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겨레>는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탄핵 촛불에는 참여했지만, 서초동 촛불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12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은 대체로 검찰개혁이라는 구호에는 공감했지만, 서초동 촛불에서 나오는 조국수호구호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검찰개혁 필요성과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관련 의혹과 입시 특혜 의혹 등의 문제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얘기다. 대학원생 남아무개(26)씨는 검찰권력 제어도 중요하지만, 검찰개혁과 조국수호를 등치하는 집회 방향에 동의할 수 없다입시부터 취업까지 모든 게 경쟁인 시대인데, 어떤 이는 부모 잘 만나서 남들보다 더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기회를 얻는다니 맥이 탁 풀렸다. 내게 지금 가장 중요한 의제는 검찰개혁이 아니라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권아무개(24)씨도 검찰개혁이 필요하지만, 사모펀드나 딸 입시 등 특혜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조국수호를 외치는 건 아닌 것 같다주변에 전문대 졸업한 친구들이 몇 있는데 그들은 조 장관 딸을 두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강사인 염아무개(46)씨는 조 장관은 집권 세력인데 굳이 집회에 나가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특히 사모펀드는 본인에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과거에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데다 민정수석이라는 공직에 있던 사람으로서 굉장히 부적절한 행동이었다. 재산권을 행사하는 부분에서 보통 사람보다 엄격한 자기 규칙이 있어야 했던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국정농단과 정경유착 등 불의에 대한 저항으로 뭉쳤던 탄핵 촛불과 달리 서초동 촛불을 문재인 정부 수호 세력과 그 반대쪽 사람들의 싸움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대학원생 이희영(26)씨는 탄핵 촛불 때는 페미니스트와 노동자 계급 등 사회의 불의에 대항하는 모든 세력이 다 나왔지만, 이번 집회는 문재인 정부를 수호하려는 사람 대 조국을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의 구도라는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주아(25)씨는 구체적으로 검찰개혁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얘기는 하지 않고, 조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명분으로 검찰개혁 구호를 쓰고 있다조 장관에게 능력이 있다고 해서 도덕적 결함을 묻고 가자는 건 사회를 유지하는 상식과 합의를 흔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016년 열린 촛불집회에 대부분 참석했던 이아무개(42)씨는 서초동에 모인 사람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욕보인 검찰에 대한 분노가 주된 공감대인 것 같은데,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 감흥이 없다지금 논의되는 검찰개혁은 정치인이 서로의 정적을 제거하는 방식을 없애자는 데 초점이 맞춰진 건데, 그게 검찰개혁인지 모르겠다. 차라리 삼성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검찰을 만드는 게 개혁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계급 문제가 선명하게 드러났는데, 서초동 촛불에선 이런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직장인 박아무개(31)씨는 부자든 빈자든 입시제도 앞에서만큼은 누구나 평등함을 보장받는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번 조국 사태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려주면서 그 믿음이 깨졌다고 말했다. 직장인 신아무개(30)씨는 따뜻한 개천을 만들자던 사람이 붕어와 가재, 개구리를 비웃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라며 자녀 입시 특혜 논란에 모른다고 일관하는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용의 세상에서만 살아온 이의 관성적 무지 같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에 대처하는 진보 진영에 실망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 반대부터 탄핵 촛불까지 모두 나갔다는 직장인 김아무개(32)씨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조 장관 부인의 하드 빼돌리기를 두고 증거인멸이 아닌 증거보존용이라고 말한 걸 보고 진보 진영의 도덕성이 선택적으로 작동하는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환봉 이유진 서혜미 김윤주 강재구 김혜윤 권지담 김민제 이주빈 기자 yjlee@hani.co.kr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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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곰: 개검, 개기레기 그리고 자유일본당은 진영 논리로 몰고 가는데 실상은 애국자와 매국노의 싸움이다. 친일 매국노를 청산하지 못한 과거로 인해 최소 30%로 번식하였다. 재벌, 군인, 경찰, 언론, 검찰 그리고 사학 등 이들은 일본강점기에 확보한 금력과 권력으로 대물림하며 그 위세를 확장 사실상 한국을 지배해 왔다. 그런데 촛불혁명으로 도전을 받자 기겁을 하고 난리를 부리는 것이다. 조국 장관의 외관은 자신들의 모습인데 애국자의 언행을 보이니 더욱 질겁을 한 것이다. 조국 장관 가족들의 생활은 솔직히 대단히 모범적이다. 일부 국민들은 박탈감을 느끼다고 하지만 매국토구들을 조국 장관 파듯이 파면 너무나 역겨워 날마다 구토를 할 것이다. 이 번에 매국토구를 박멸치 않으면 한국은 희망이 없다. 애국 국민들이 온 힘을 다해 싸워야만 하는 이유다.

 

-Philip Kim: 조국장관을 반대하는 진보세력들의 속내는 시기와 질투일뿐...이들이 비난의 근거로 공정, 정의 운운하지만, 빚좋은 개살구...

 

자신들이 일상행활에서 벌이는 비윤리적, 비도덕적 행위는 정당화시키면서,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조국장관에 대해 극심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힐난질하는 것이야말로 비열한 내로남불이며 위선인 것이다. 그들에게 조국반대이유를 물어보면, 자신의 이익관계에 따라 저마다 제각각이다. 위법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냥 미운 것이다.

 

이들의 위선은 더더욱 자신들은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는 정의를 위한 것이라는 억지궤변인데..이전부터도 지속되어온 보수기득권세력들의 위선과 비리에 대해선 자신들과 동일한 목적(조국타도)을 가졌다하여 입도 뻥긋 안한다는 변태적 진영논리를 가지고 있다.

 

소위 진보좌파 언론이라던 경향, 한겨레, 오마이뉴스...이들의 위선이 더더욱 구역질난다.

현재의 혼란스러운 시국은 바로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진보좌파세력들의 변태적 진영논리, 내로남불의 위선에 의해 심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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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 Kim 조국은 노무현이 아니다. 제발 말도안되는 궤변 좀 늘어놓지좀 말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덕적 잣대를 들이댈 만큼 풍요롭지도 지위가 높지도 않아 알겠니? 앵무새냐? 왜 니들은 그렇다 꽉 막혔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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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존세상: 대부분의 촛불 불참자들 주장은 모든 언론이 자기 취재가 아니라 검찰이 흘린 내용 그대로 일방적으로 보도한 것을 비판없이믿고 자기 의견을 형성한 경우이다. 뉴스공장 같은 극히 일부 미디어만이 별도로 관련 인물 인터뷰나 취재를 통해 진보매체를 포함한 모든 매체와 다른 독자적인 보도를 했지만 이를 비교하거나 혹은 기사 자체의 모순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경우와 대비하여 (그것도 아래 댓글 지적처럼 실질적 대비가 아니라 같다는 전제아래) 거의 질투에 가까운 비판을 하고 있다. 이란인은 그렇다고 쳐도 강사라든지 대학원생이라든지 평균 국민보다 좋은 입장에 있는 이들도 별 차이가 없는게 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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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강사 염씨: 사모펀드가 불법은 아니라도 과거 사호주의자 자처한 조국이 왜 투자했냐? 젊을때 부의 배분 주장했으면 부인 재산이나 유산은 투자도 않고 소비만 해야 적절합니까? 공직자니까 주식투자 안되므로 팔아서 사모펀드에 투자했다는거 이해 안됩니까? 뭘 가르치나 모르나. 그리고 집권층 인사인데 왜 돕느냐? 이 집권층이 검찰 독립시켰으니 대통령에게 맞서서 상관인 장관 가족을 과잉수사하는 건데 칼든 자가 맨손 위협하면 누가 약자인지 모르나요? 과거처럼 저항하면 파면시키든지 잡아가두는 정권입니까? 조국이 지금 가족 수사한다고 윤석열 파면시키려 하거나 수사 막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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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존세상: 20대 애학원생 남씨: 부모 잘 만나 남보다 적은노력으로 잘 나간다고요? 미디어 잘 보면 조민은 자기 실력만으로도 잘 나갈 수 있을 정도(4.5만점에 4.3점 졸업, AP 과목중 3과목 만점 등등) AP는 미국 고교생이 대학 과목을 미리 공부해서 시험보는 것이니 부모 영향 혹은 적당히 잘 볼 수 없으니 얼마나 노력형인지 알 수 있지요. 그런 건 안 보고 봉사활동 표창장이나 논문 1저자 따위 아주 초미세 당락 경우에나 미미한 고려를 할 수도 있는 사항을마치 대단한 일인듯 흘리고 받아쓴 언론에 휘둘려서야 대학원을 왜 다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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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압박에국대떡볶이, 서울대병원 매장서 퇴출

회사대표가 대통령·조국 비판 후 노조, 조직적 항의하고 불매운동

치과병원 구내 입점 한달여만에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받아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법무장관을 대표이사가 공개 비판한 외식 프랜차이즈 '국대떡볶이'의 매장 가운데 한 곳이 폐점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업체 측은 폐점 배경에 민노총 압박이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과 관계 업체 등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서울대치과병원 지하 1층 구내식당(푸드코트) 위탁운영업체인 'JJ케이터링'은 구내식당 내 입점 업체인 국대떡볶이 측에 최근 입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 매장은 지난달 영업을 시작했고, 병실 배달 서비스 등을 통해 하루 평균 매출이 50만원을 넘을 정도로 장사가 잘되는 편에 속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이 업체 김상현 대표이사가 문재인 대통령 등을 비판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감사실과 관리처, 시설팀 등에는 '국대떡볶이 폐점'을 요구하는 내부 민원이 수십 차례 쏟아졌다.

 

공공기관 경영 정보 사이트 '알리오'에 따르면, 서울대치과병원 직원 240명 중 169명이 민노총 전국보건의료노조 서울대치과병원지부 소속이다. 바로 옆 서울대병원 노조도 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해 있다. 조합원 숫자만 2000명이 넘는다. 치과병원 바로 옆 서울대병원 총무처에도 '병실에서 떡볶이를 배달시키지 못하게 하라'는 민원이 수십 건 쏟아졌다고 한다. 직원들 사이에는 '절대 국대떡볶이를 사먹지 말라'는 지침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그러면서 하루 매출이 10만원 내외로 급전직하했다. 매장 관계자는 "홍보 전단도 돌리지 못했고, 직원들의 인건비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 1주일 내내 계속됐다"고 했다. 지난주쯤 병원 측이 위탁운영업체에 '노조 쪽에서 항의가 계속 들어와 난처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위탁업체는 국대떡볶이 관계자를 만나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 면담 과정에서 "노조가 있어서 일반적인 매장과는 다르다" "금속노조·병원노조가 우리나라 대표적인 강성들인데 잘못 건드렸다"는 말들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현 대표는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영업을 방해받았고 결국 쫓 겨난 셈"이라고 했다.

 

한편 다른 '국대떡볶이' 매장은 대부분 오히려 매출이 오르는 상황이다. 불매운동이 벌어지기 전(916~22)과 불매운동이 시작된 후(23~29)의 매출을 비교한 결과, 전주 대비 66~150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하루 평균 매출이 전주 같은 날보다 최대 3배까지 오른 매장도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서초동 집회 뻥튀기 증거 사진들? 민경욱 왜 이러나

검찰개혁 촛불집회와 관련 없는 사진들 제시하며 "사진 조작했군요, 무서운 사람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7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 민경욱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겨냥해 "(집회) 참석 인원을 부풀리려고 사진을 조작"했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사진 세 장을 제시했지만, 모두 서초동 집회와 관련 없는 사진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후 민 의원은 문제의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서 지웠지만, 일체 해명이나 사과도 하지 않은 채 비슷한 주장의 게시물을 또 올렸다. 국회의원이 앞장서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형국이다.

 

민 의원은 7일 오전 5~6시 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많은 군중이 찍혀 있는 사진 세 장을 올리면서 "참석 인원을 부풀리려고 사진을 조작했군요, 무서운 사람들입니다"라고 썼다. 여기서 가리키는 조작의 대상은 여러 가지를 종합해서 판단할 때 이틀 전 열린 서초동 촛불집회로 보인다.

 

하지만 이 사진들은 모두 서초동 촛불집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사진 ] 20121217일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가 사용했던 사진

 

첫 번째 사진은 빨간 원으로 표시된 군중이 복제된 명백히 조작된 사진이다. 그런데 이 사진은 20121217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조선·중앙·동아일보에 실은 전면광고의 일부분이다. 대구 동성로 유세 때 찍은 사진을 유세 참여 인파를 더 촘촘히 보이게 조작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던 광고이기도 하다.

 

당시 조작된 사진으로 유세 상황을 과장해 선거운동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지만, 중앙선관위는 "광고에 사용된 사진은 미래에 있을 만한 일을 예측해서 보여준 것으로 허위사실은 아니다"라고 유권해석을 내놨다. (관련기사 : 조중동 '박근혜 광고' 사진 합성조작 논란)

 

KBS 9시 뉴스 앵커를 지낸 민 의원은 20142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됐고, 2016년에는 새누리당 지역구 공천까지 받았다. 그랬던 민 의원이 서초동 촛불집회를 깎아내리려다 7년 전 사진을 소환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욕보이는 상황이다.

 

[사진 ] 서초동 집회가 아닌 광화문 집회

 

7일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참여 인원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올린 103일 광화문집회 사진. 민경욱

 

두 번째 사진은 지난 3일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와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며 자유한국당과 한기총 등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었던 집회 사진이다. 이 사진 역시 하단에 있는 집회 참가자들이 중복돼 찍혀 있어서, 잘못된 것으로 판명이 끝난 상황이다.

 

이 사진은 <연합뉴스>가 촬영해 <중앙일보> 4일자 '3엄마도 35세 주부도 "너무 분해 난생처음 집회 나왔다"' 제목의 기사에 함께 실렸다. 하지만 이후 <연합뉴스>는 사진 송고 시스템 상의 오류로 사진의 아랫부분 일부가 겹쳐졌다고 해명했다.

 

결국 민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지난 3일 자신의 소속 당이 주최한 집회를 보도한 사진에 대해 참가 인원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하며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비난하는 상황이다.

 

[사진 ] 201734일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집회 사진

 

7일 민경욱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민경욱

 

민 의원이 올린 나머지 사진 1장은 커뮤니티 사이트 '일베'의 게시물을 캡쳐한 것이다. '서초동 왜 야간집회 하는지 알 거 같다'는 제목의 이 게시물은 서초동 집회 참가자가 적으니 야간에 풍선과 촛불을 사용해 더 많아 보이게 하려 했다고 주장하며 사진을 한 장 올렸다.

 

이 사진은 조작된 사진은 아니다. 하지만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와 아무 관련이 없다. 이 사진은 바닥에 구명조끼를 놓고 그 위에 촛불을 올리고 노란 풍선을 매달아 놓은 장면인데, 지난 20173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9차 박근혜 구속 촉구 촛불집회 당시의 모습으로 보인다.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는 의미로 이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이 장면은 <오마이뉴스>를 포함해 당시 다수 언론들이 보도해 이미 많이 알려진 상황으로, 일베 게시물의 주장은 완전히 거짓이다. 그런데도 민 의원은 그 게시물을 그대로 옮겼다. 오히려 이 사진은 서초동 촛불집회의 참여자가 과장됐다는 근거가 아니라, 민 의원이 비난하고자 했던 대상이 서초동 촛불집회였음을 증명하는 상황이다.

 

몇시간만에 게시물 삭제했지만.... 박근혜-한국당 쏙 빼고 세번째 사진만 다시 올려

 

7일 민 의원이 당초 올렸던 게시물을 지우고 다시 올린 글과 사진. 민경욱

더 큰 문제는 민 의원이 잘못된 점을 알고도 아무런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은 채 비슷한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린 사진들이 모두 서초동 촛불집회와 관련 없다는 점을 여러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댓글을 통해 지적하자 민 의원은 이날 오전 1030분경 문제의 게시물을 삭제했다. 하지만 잘못된 주장과 사진을 올린 행위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는 없었다. 오히려 민 의원은 세 번째 사진만 다시 올리면서 다음과 같이 썼다.

 

"띄엄띄엄 앉고 빈 자리에 촛불 켜놓고, 풍선 달아놓고, 한 사람이 촛불 두 개씩 들고... 프로 시위꾼들의 대표적인 참가 인원 부풀리기 장난질입니다. 밤에는 순식간에 참가 인원을 두 세 배 늘릴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선 광고와 보수 집회 사진은 내리고, 201734일 촛불집회에서 세월호 희생자의 빈자리 사진만 남기며, 기존의 '인원 부풀리기' 주장을 고수한 것이다.

안홍기(anongi)/ 오마이뉴스

 

조국 사태와 경쟁 사회의 또 다른 본질 -경쟁 완화 없는 공정성은 사상누각

때 아닌 계급 논쟁이 온 나라를 달군지도 두 달, 공정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정작 논쟁의 선봉에 서야할 가진 것 없는 노동자와 서민은 무관심하다. 오히려 '조국 사태'의 당사자들과 비슷한 경쟁 관계에 있을법한 이들이 논쟁의 중심에 섰다. 대학조차 신분 세습의 도구이자 넘지 못할 장벽이 된 마당이니 소외된 계급은 이제 비판도 질투도 버겁다.

 

이미 2000년 전 전한 시대의 사마천도 '부의 상대적 차이가 10배 정도이면 질투의 대상이지만, 1만 배에 이르면 스스로 그 부자의 노예가 된다'고 갈파하지 않았던가. 치열한 경쟁 판의 한편에 포기에 단련된 계급이 공존하는 우리 사회를 보면서 역시 '자본주의교'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실감을 하게 된다.

 

경쟁 사회를 지탱하는 무기력증

경쟁 사회에서 개인은 철저히 혼자여야 한다. 개인의 이익은 공동체의 이익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제 사회는 없다. 오직 개인과 가족만이 있을 뿐이다'라던 영국 대처 수상의 신자유주의적 모토는 순식간에 모든 개인을 분리함으로써 사회를 철저한 경쟁 구도로 이끌었다. 경쟁이란 상대를 이겨야 하는 게임이니, 법의 경계는 늘 유혹의 영역이 된다. 조국 사태로 드러난, 군사 작전을 연상케 한 입시과정의 부모·자녀 간 합동 작전, 일반인에겐 낯선 사모펀드 등을 활용한 복잡한 자산 운용의 실상을 지켜보면서 '계급을 지키려면 저 정도 몸부림은 해야 하는구나'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교리에 충실했던 계급의 일상은 가진 자의 우아함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계급을 자녀에게 물려주려는 강박감 때문이다. 먹고 사는 문제만으로도 버거운 경쟁 밖 저편의 계급에 견줘도 그다지 여유 있어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자본주의교가 각자에게 부여한 임무였고, 그래야 자본의 구도가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일까? 조국 사태를 바라보는 계급들의 반응에서 우리는 경쟁 사회의 또 다른 본질을 보게 된다. 바로 '경쟁하지 않을 자유'가 없는 경쟁 사회의 무기력증이다.

 

역사는 거대한 전환의 변곡점마다 이해 당사자들 간 격렬한 대립과 진통을 겪어 왔다. 중세 봉건제에서 중상주의를 거쳐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지주와 자본가 사이에 격렬한 세력 싸움이 있었다. 가담자는 적어도 무언가 지킬 것이 있는 계층들이다. 중세의 농노나 자본주의의 임금 노동자처럼 경쟁할 조건을 갖추지 못한 계급들은 순응 외에 택할 것이 없다. 그 순응은 저 편의 가진 자 계급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미덕이다.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의 기반이 된 협업도 순응의 미덕을 기반으로 한다. 카를 마르크스는 협업이 분산된 독립 노동자나 소규모 장인의 생산과정과 대립하여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의 독특한 역사적 형태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는 현실의 노동과정이 자본에 종속됨으로써 경험하는 최초의 변화였으며, 수많은 임금 노동자가 동일한 생산과정에 동시에 고용되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출발점이 되었다(카를 마르크스 <자본>).

 

70만 건에 이른다는 조국 장관 관련 기사들은 많은 가짜 뉴스를 양산해내며 온 나라를 달구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실상은 뉴스를 읽는 이의 상대적 패배감을 자극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극도로 불공정한 구조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그대로다. 그러나 누구보다 진보적일 것이라고 기대했던 인물이 바로 그 불공정 구조에서 혜택을 누리는 쪽에 있었다는 사실은 개인의 잘잘못을 떠나 분노감을 촉발하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그것으로 끝이었다는 데 있다. 분노를 통한 문제의식과 자각은 필요 없었고, 오직 분노의 확대 재생산만이 보수 신문들의 목적이었다.

 

진보 신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불공정한 구조에서 드러난 현상만을 주목할 뿐 근본적 대안을 말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왜일까? 해법은 복잡하고 복잡한 만큼 설명도, 읽는 이를 이해시키기도 난감한 무력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입시 제도를 공정하게 개선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쉽게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심정과 같다. 우리 사회의 자본과 깊숙이 연결된 교육 제도의 문제가 입시제를 고치는 것만으로 쉽사리 풀릴 것이라 기대하는 이도 없거니와, 정상화를 기다릴 인내심도 이미 한계에 와 있다. 경쟁 사회가 낳은 무력감은 공정성 의지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자본주의, 실현 가능한 구호일까?

계급 세습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지만,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공공의 시장질서와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해마다 열리는 G20 정상회담장 밖에는 어김없이 세계 시민과 NGO들의 반() 세계화, () 자본주의 시위가 함께 열린다. 특히 복면 시위대까지 대거 등장해 격렬한 반 자본 시위를 이끌었던 2017년 독일 함부르크의 G20 정상회담 때는 개최국인 독일 메르켈 총리가 바짝 긴장하기도 했다.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면서 정상회담으로 격상된 G20 정상회담은 거시경제정책, 금융규제 관련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정책 방향을 의제로 한다. 그러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시장질서라는 표면적 목표와 달리, G20 자국의 경제지표 개선을 위한 치열한 각축전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해마다 정상회담장 밖에서 회담을 방해하는 위험천만한 시위가 함께 열리는 이유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현장에서 외치는 그들의 주장은 '반자본주의', 즉 자본주의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너무 뜬금없고 추상적이지 않은가? 10~20년도 아닌 수백 년 된 자본주의에 반대한다? 철갑처럼 공고해진 자본주의를 무슨 수로? G20 정상들을 향한 이들의 외침은 우리가 겪고 있는 조국 현상의 논점에서도 비껴나 있다. 조국 논쟁이 구체적 현상에 주목한 반면, 반자본주의 시위대는 실현 가능성조차 모호하게도 체제의 근간을 건드리고 있다. 왜일까. 그리고 자본주의를 대신할 어떤 대안이 있기는 한 것일까?

 

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갈등, 반목, 소외, 궁핍, 오염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인간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는 극심한 빈부격차(양극화), 끝없는 경쟁 체제로 인한 스트레스·정신질환·자살, 그리고 자원의 낭비와 과용으로 인한 심각한 환경오염, 기아, 전쟁은 도대체 왜 발생한 것이고, 왜 개선되지 못할까. 인간의 이기적 심리에서 오는 광범위한 도덕적 해이 때문일까. 그러나 이것들을 온전히 인간의 심성으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우리의 일상을 천천히 따라가 보자. 우리의 생존 터전인 조직(기업)이 나타나고, 그 기업의 가면을 벗기면 자본의 존재가 드러난다. 우리의 하루 일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더듬어 들여다보면, 매 순간 자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자본(대형 건설사)이 제공하는 집, 자본이 만든 안락한 침대에서 눈을 뜨고, 자본이 만들어낸 휴대폰을 확인하는 것에서 하루를 시작해, 우리는 자본이 만들어 낸 온갖 전자기기, 기구, 식품, 플랫폼을 이용하며 하루를 보낸다. 자본이 만들어낸 자동차를 타고 그 자본의 집(회사)에 출근해 자본을 위해 일하고, 다시 자본이 제공한 각자의 집으로 퇴근한다. 이런 구도는 임금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자본에 포위되어 살고 있다. 자본의 사슬이 붕괴되거나 일부라도 삐걱거리면 우리 삶도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직접 지시하고 명령하는 자가 없어도 사회 전반에 깔린 자본의 인프라를 통해 그 명령을 따르고 있다. '그래서?'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복되는 공정성 시비, 무한 경쟁으로 야기되는 빈부격차, 학벌 경쟁, 신분 세습 등 우리 사회가 겪는 대부분의 문제가 자본의 축적 욕망 때문이라면 어떨까? 물론 자본은 극히 일부에게만 승진이나 후한 연봉을 보상함으로써 자부심을 자극한다. 우리의 학벌 경쟁은 애석하게도 이런 자본의 일상에서 좀 더 풍요롭게 누릴 물질적 조건을 쟁취하는 싸움일 뿐이다.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어떤가? '뿌듯한 자부심'을 위해 끝없는 경쟁에 익숙해지라고 부추긴다. 누군가가 조금 더 가져가고 더 잘 살기 위해 반드시 누군가는 처참하게 희생되는 치열한 경쟁 구도는 공정 경쟁이라는 그럴듯한 외형으로 포장된다. 자신의 몸을 던져야만 살아갈 수 있었던 수많은 '김용균들', 최소한의 환경 조건도 부정된 채 열악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쉬고 먹고 일하면서도 다른 계급의 눈치를 봐야 하는 수많은 청소 노동자들의 문제로 우리 사회가 이렇게 뜨거운 적이 있었던가. 극성스러운 경쟁적 계급 사회에서 외면 받는 많은 문제들이 과연 반자본이 아닌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의심하게 되는 이유다. G20 회담장 밖 시위대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반자본주의를 꾸준히 이슈화하는 이유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 자본의 시작, 먼저 자본을 정확히 이해해야

그렇다면 반자본의 대안은 무엇일까? 당장에 딱히 대안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우선 자본주의 체제의 심각한 실상을 세계에 알려 문제를 인식하게 하는 것, 도대체 자본주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 많은 문제들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그래서 현재 신자유주의의 방향과 방법은 왜 수정되어야 하는지를 알리자는 것이다.

 

세계의 거대 자본이 투자 전문가들의 매개 하에 어떻게 가난한 나라와의 거래로 폭리를 취하고 노동을 착취하며 무분별하게 환경을 파괴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 오스트리아의 다큐멘터리 영화 <움켜쥔 땅, 2015>은 자본의 실상을 고발한다. 자본 종속이 가속화하면서 개인의 삶이 파괴되어 가는 캄보디아, 외국인 자본의 급격한 유입과 민영화로 위협받는 루마니아의 농촌,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국민이 현대판 노예로 전락해가는 시에라리온의 모습들을 통해 우리는 앞서 간 나라들의 자본주의 역사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설탕 공장에 땅을 빼앗기기 전에는 쌀농사를 지었어요. 사는 데 부족함이 없었죠. 소금과 식용유만 사면 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쌀을 사려고 그 설탕 공장에서 일해야 해요. 애들까지 거기서 일해요." 그들은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어느 날 갑자기 쫓겨났다. 캄보디아 프놈펜의 평온했던 한 시골 마을이 불도저에 밀려 261가구가 불태워진다. 한 상원의원이 소유한 설탕 공장이 마을 주민을 몰아내면서 평화는 깨지고 주민의 노예 생활이 시작된다. 국가 권력은 기득권에게 특혜를 주고, 기득권은 주민을 삶의 터전에서 몰아내고 공장 노예로 삼았다. 이렇게 생산한 값싼 농산물은 부자 나라의 무관세 혜택에 힘입어 다국적 대기업의 배를 불린다. 다이아몬드, 커피, 코코아 생산에 투입된 아프리카, 중남미 아동의 노동 착취 현장은 이런 자본의 속성 말고 설명할 길이 없다.

 

선진 유럽(EU) 국가의 가정에 배달되는 달콤한 설탕과 친환경 원료는 폭력과 노동 착취 등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 경제 체제에서 나온다는 무거운 진실을 영화는 말한다. 이 외에도 거대 기업들이 생명공학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유전자 조작 식물들을 광범위하게 생산해내기 위해 멀쩡한 농민을 몰아내고 착취해가는 과정의 영화 <유전자 룰렛: 생명을 건 도박, 제프리 스미스 감독>도 자본의 폭력성을 고발한다. 그들이 자국 내에서 반대 여론에 부딪치자 약소국가들의 권력자들과 손잡고 농민들을 점령해가는 과정은 어떤 물리적 전쟁보다 폭력적이다.

 

경제 규모 세계 12위가 된 우리나라의 사정도 자본주의 시장 경쟁의 폐해에서 자유롭지 않다. 1등이 아니면, 또는 상대를 이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무한 경쟁의 구조는 수많은 사람을 패배자로(실업자 또는 저임금자) 만들어 사실상 도태시키고 있다. 이긴 자의 승리감은 영원할까? 그들도 경쟁에서 밀려 패배자로서 낙인찍히지 않으려면 경쟁을 멈출 수가 없다.

 

G20 회담장 밖 시위대의 구호가 왜 '일자리를 늘려라', '복지를 확충해라', '전쟁과 기아를 해결하라'와 같은 개별적 사안의 구호로 끝날 수 없는지, 분명해지지 않는가?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해결로는 본래의 궤도로 회귀하려는 이 자본의 관성을 막을 길이 없다. 레일 위에서 끝없이 운동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영화 <설국열차>의 모습과 같다. 오늘날 인류가 생산하는 물자는 차고 넘칠 정도지만, 자본은 그들의 거대한 몫을 따로 챙겨둔 채 나머지 몫으로 수많은 사람을 경쟁시키면서 돌아간다.

 

공정한 기준? 더 시급한 건 경쟁의 완화

18세기 초 버나드 맨더빌은 '자본의 축적은 프롤레타리아의 증식'이라는 명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카를 마르크스, <자본I>). "노동자들을 굶어 죽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에게 저축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아무 것도 주지 말아야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일하는 사람을 부지런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요인은 '적당한 임금'이다. 너무 적게 주면 기질 상 무기력해지고 절망감에 빠지며, 너무 많이 주면 무례하고 게을러진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사회에 행복을 주고 인민을 궁핍 속에서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대다수 사람을 완전한 무지와 빈궁 속에 빠뜨려둘 필요가 있다." 초기 자본주의 이후 인류는 엄청난 물적 풍요를 이루었지만 300년이나 지난 지금의 노동자는 300년 전 모습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치열한 경쟁의 이면에 여전히 그 시대의 순응이 숨 쉬고 있는 것도 그대로다.

 

고전파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공통의 이익만 확인되면 즉각 동맹하는 자본의 속성과 달리 노동자는 그 환경적·경제적 취약성 때문에 단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임금 노동자의 취약성을 극복할 방안은 없을까? 영악한 자본이 인간 공동체의 자연스러운 협동 체계를 효율성과 경쟁 체제의 기반으로 처음 차용한 생산 방식이 협업이었다. 다시 우리가 자본의 협업을 모방해 경쟁 대신 협동의 사회를 복구할 차례다.

 

조국 사태는 또 다시 공정성 시비를 불렀다. 이참에 친일 잔재의 무리들과 보수 야당은 물론, 오랜 적폐 집단으로 지목돼온 검찰까지도 조국 국면을 경쟁의 레이스로 몰아가고 있다. 그런데 공정한 기준만으로 우리는 계급 사회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대통령의 교육 개혁 의지가 경쟁 사회의 폐해를 극복하고 기회 균등의 사회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는 아무리 공정한 기준이 작동해도 다수의 낙오자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정한 기준이 작동했으니 낙오자들을 버리면 문제는 해결될까?

 

경쟁의 완화 없는 공정성 기준만으로 끝없는 계급 욕망을 잠재울 수는 없다. 경쟁에서 자유로워지는 방향의 교육 개혁, 자본의 과도한 경쟁 원리로부터 자유로운 교육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대학과 자본 간의 깊숙한 연결 구조를 단절시킬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경쟁 사회의 물적·인적 자본을 넘어 공공의 자본과 사회적 자본을 생각할 때다. 경쟁 완화를 위한 복지 정책과 사회안전망은 더욱 확충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사회의 공동 가치를 실현해나갈 방향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질주하는 자동차 경주에서 사망 사고가 빈번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차량의 견고함 정도에 따라 다치고 사망하는 운전자가 달라질 뿐, 사망자 수는 줄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공정성일까, 감속일까? 빈번한 사고를 방지하려면 경쟁의 완화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공정성만으로는 부족하다

김진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 프레시안

 

부동산 차익 등 불로소득’ 130조 돌파양극화 심화

유승희 의원실 양도소득 및 금융소득분석

2016112.7조원2017135.6조원 20% 증가

배당소득 상위 0.1%가 전체의 45% 차지해

소득 불평등보다 극심한 자산 불평등드러나

자산소득 과세 체계 정비 및 부유세 논의해야

 

한 시민이 부동산 중개업소에 빼곡히 적힌 부동산 시세를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부동산 양도차익과 금융소득 등 대표적인 자산소득이 13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의 발달에 의한 불로소득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소득 불평등의 결과이자 원인이 되고 있는 자산 불평등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승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2017년 귀속 양도소득과 금융소득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부동산 양도차익으로 인한 소득이 한 해 848천억원, 주식 양도차익이 174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배당 및 이자소득 등 금융소득은 334천억원이었다. 이들 불로소득(1356천억원)은 전년보다 20% 증가했다. 2016년 부동산과 주식 양도소득,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의 총합계는 1127천억원이었다.

 

이런 불로소득은 고소득층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별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살펴보면, 2017년 전체 배당소득은 196천억원에 달했는데, 상위 0.1%에 해당하는 9313명이 89387억원을 차지해 전체의 45.7%에 달했다. 이들의 1인당 배당소득은 96천여만원에 달했다. 또 상위 10%의 배당소득이 183740억원으로 전체의 93.9%에 달했다.

 

이자소득의 소득 집중도 현상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2017년 전체 이자소득은 138천억원으로, 상위 0.1%에 해당하는 52435명이 25331억원을 차지해, 1인당 평균 4831만원에 달했다. 전체 이자소득의 18.3% 수준이다. 상위 10%에 해당하는 125654명이 거둬들인 이자소득 총액은 125654억원으로 전체 이자소득의 90.8%에 달했다.

 

근로소득의 경우 상위 0.1% 초고소득층(18005)이 전체 근로소득(6336천억원)2.3%를 차지하는데, 자산소득의 불평등은 이보다 몇배 이상 심하다는 뜻이다. 2017년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거둔 이 가운데 하위 10%(각각 5243532, 931330)에게 돌아간 몫은 1억원 수준에 그쳤다.

 

양도소득세가 신고 건수를 기준으로 부과돼 부동산 양도소득을 개인별로 파악하긴 어려웠다. 다만, 신고액수를 기준으로 줄 세웠을 때 상위 10%에 해당하는 부동산 거래로 인한 양도소득이 전체 소득 847947억원의 절반이 넘는 537913억원(63.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명의 자산가가 부동산 여러 건을 거래했을 경우, 양도차익이 한 명에게 더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양도소득 역시 극심한 양극화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불로소득은 노동의 대가로 지급받는 근로소득을 제외한 소득을 뜻한다. 넓게는 부동산 임대료와 이자·배당 등 투자수익과 부동산과 주식 등을 처분하면서 얻는 양도차익, 각종 복지 혜택과 상속·증여액 등이 폭넓게 포함된다. 유승희 의원실은 이 가운데 양도차익과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을 대표적인 불로소득으로 보고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부동산 임대소득이 19조원에 육박하지만 분석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임대소득은 사업소득으로 분류되는 데다, 임대소득자 등록 비율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임대소득 등을 포함할 경우 불로소득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승희 의원은 종합부동산세 강화 및 공시가격 현실화 등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에 이어, 증권거래세 인하와 연계한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과세,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에서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부유세 도입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 한국에서도 이런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감염 때문인데 조선일보 국대떡볶이 민노총 압박에 폐점

정부 비판에 민주노총이 서울대치과병원 국대떡볶이 불매보도에 병원노조 발언 사실도 몰랐다

조선일보가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치과병원 내 국대떡볶이매장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압박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고 보도하자 병원과 노조 측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병원과 노조는 감염관리 등 차원에서 우려를 제기했고, 현재 계약 해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712면에 민노총 압박에국대떡볶이, 서울대병원 매장서 퇴출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내고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법무장관을 대표이사가 공개 비판한 외식 프랜차이즈 국대떡볶이의 매장 가운데 한 곳이 폐점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6일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업체 측은 폐점 배경에 민노총 압박이 있었다고 밝혔다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이사가 문재인 대통령 등을 비판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감사실과 관리처, 시설팀 등에는 국대떡볶이 폐점을 요구하는 내부 민원이 수십 차례 쏟아졌다고 했다. 조선은 “(계약 해지 과정에서) ‘금속노조·병원노조가 우리나라 대표적인 강성들인데 잘못 건드렸다는 말들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김상현 대표는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영업을 방해받았고 결국 쫓겨난 셈이라고 했다고도 썼다.

 

7일 조선일보 12민노총 압박에국대떡볶이, 서울대병원 매장서 퇴출

 

실상 노조 측은 병동 내 감염 관리와 직원 건강 문제를 이유로 입점·배달 중단을 요구했다. 병원도 감염병 문제와 전대 금지조항 위반을 지적하며 운영위탁업체에 우려를 전했다.

 

병원측과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서울대치과병원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노동조합의 설명을 종합하면, 병동 의료진과 노조는 국대떡볶이가 입점한 9월 중순부터 직원건강이 우려되고 배달서비스 탓에 병원 감염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문제 제기했다. 서울대치과병원은 JJ케이터링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두 노조는 병원 측에서 감염 우려로 스크린도어까지 설치한 적이 있었기에, 배달서비스를 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노조 김태엽 분회장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JJ케이터링이 국대떡볶이와 제휴해 배달서비스를 하는 것에 대해 병원 측에 배달서비스가 맞는지 의문을 제기했고, 서울대병원장이 배달은 아니라고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또 서울대치과병원에 따르면 JJ케이터링과 국대떡볶이 사이 계약서에 직원식당은 재임대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발견됐다. 양측은 최근 이를 놓고 내부 논의에 들어갔고, JJ케이터링은 서울대치과병원에 계약 해지 통보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이사. 김 대표 페이스북

 

서울대치과병원노동조합 김장석 지부장은 국대떡볶이 대표이사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발언한 사실도 알지 못했다“(계약 해지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병원의 감염 문제를 생각해봤는지, 병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배달을 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대치과병원 홍보 관계자는 국대떡볶이와 JJ케이터링은 계약 단서조항을 검토 중이고 병원은 감염 우려를 전달한 것인데 이와 관계없는 내용의 기사가 나와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조선일보 측에 수정을 요구할지는 아직 내부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상현 대표는 지난달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은 북조선 편”, 20일엔 코링크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요? 조국과 꼬리 자르기? 조국이 잡히면 문재인도 잡힌다등의 발언을 올려 논란을 샀다.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불로소득 ‘136돈이 돈을 불렸다

유승희 의원실 양도소득 및 금융소득분석

 

2017년 부동산·주식 양도차익 등

전년 대비 20% 늘고 쏠림 심화

부동산 양도차익과 금융소득 등 대표적인 자산소득이 13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의 발달에 의한 불로소득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소득 불평등의 결과이자 원인이 되고 있는 자산 불평등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승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2017년 귀속 양도소득과 금융소득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부동산 양도차익으로 인한 소득이 한 해 848천억원, 주식 양도차익이 174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배당 및 이자소득 등 금융소득은 334천억원이었다. 이들 불로소득(1356천억원)은 전년보다 20% 증가했다. 2016년 부동산과 주식 양도소득,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의 총합계는 1127천억원이었다.

 

이런 불로소득은 고소득층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별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살펴보면, 2017년 전체 배당소득은 196천억원에 달했는데, 상위 0.1%에 해당하는 9313명이 89387억원을 차지해 전체의 45.7%에 달했다. 이들의 1인당 배당소득은 96천여만원에 달했다. 또 상위 10%의 배당소득이 183740억원으로 전체의 93.9%에 달했다.

 

이자소득의 소득 집중도 현상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2017년 전체 이자소득은 138천억원으로, 상위 0.1%에 해당하는 52435명이 25331억원을 차지해, 1인당 평균 4831만원에 달했다. 전체 이자소득의 18.3% 수준이다. 상위 10%에 해당하는 125654명이 거둬들인 이자소득 총액은 125654억원으로 전체 이자소득의 90.8%에 달했다.

 

근로소득의 경우 상위 0.1% 초고소득층(18005)이 전체 근로소득(6336천억원)2.3%를 차지하는데, 자산소득의 불평등은 이보다 몇배 이상 심하다는 뜻이다. 2017년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거둔 이 가운데 하위 10%(각각 5243532, 931330)에게 돌아간 몫은 1억원 수준에 그쳤다.

 

양도소득세가 신고 건수를 기준으로 부과돼 부동산 양도소득을 개인별로 파악하긴 어려웠다. 다만, 신고액수를 기준으로 줄 세웠을 때 상위 10%에 해당하는 부동산 거래로 인한 양도소득이 전체 소득 847947억원의 절반이 넘는 537913억원(63.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명의 자산가가 부동산 여러 건을 거래했을 경우, 양도차익이 한 명에게 더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양도소득 역시 극심한 양극화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불로소득은 노동의 대가로 지급받는 근로소득을 제외한 소득을 뜻한다. 넓게는 부동산 임대료와 이자·배당 등 투자수익과 부동산과 주식 등을 처분하면서 얻는 양도차익, 각종 복지 혜택과 상속·증여액 등이 폭넓게 포함된다. 유승희 의원실은 이 가운데 양도차익과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을 대표적인 불로소득으로 보고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부동산 임대소득이 19조원에 육박하지만 분석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임대소득은 사업소득으로 분류되는 데다, 임대소득자 등록 비율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임대소득 등을 포함할 경우 불로소득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승희 의원은 종합부동산세 강화 및 공시가격 현실화 등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에 이어, 증권거래세 인하와 연계한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과세,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에서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부유세 도입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 한국에서도 이런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한겨레 사설] 불로소득 136사회, 누가 땀 흘려 일하고 싶겠나

노동의 대가가 아닌 돈이 돈을 버는 불로소득 규모가 한해 13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로소득은 임금과 보수 외에 부동산·주식 매매차익, 배당소득, 이자소득, 부동산 임대료 등 자산소득과 상속·증여 재산 등을 포괄한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2017년 귀속 양도소득과 금융소득자료를 보면, 부동산 양도차익 848천억원, 주식 양도차익 174천억원, 배당소득 196천억원, 이자소득 138천억원으로 한해 불로소득이 136조원이나 됐다. 이 자료에는 빠져 있는 부동산 임대료와 상속·증여 재산까지 합치면 불로소득 규모는 더 늘어난다. 더 큰 문제는 불로소득 규모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16113조원에 비해 20% 증가했다.

 

불로소득은 자산·소득 상위계층이 독식하고 있다. 상위 10%의 점유율을 보면 배당소득이 94%, 이자소득은 91%에 이른다. 개인별이 아니라 거래 건수별로 부과되는 부동산 양도차익과 주식 양도차익은 상위 10%에 해당되는 거래가 각각 전체 소득의 63%90%를 차지했다. 부동산 부자와 주식 부자가 더 많은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소득 집중은 더 심했을 것이다. 상위 10%가 전체의 32%를 가져가는 근로소득 불평등보다 자산소득 불평등이 더욱 심한 것이다.

 

불로소득을 이대로 방치하면 사회 통합과 안정은 불가능한 일이 된다. 안 쓰고 안 먹고 평생 월급을 모아도 내 집 마련조차 어려운 서민들이 막대한 규모의 불로소득을 보면서 느끼는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구는 앉아서 떼돈을 버는데 땀 흘려 열심히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들겠는가. 노동의욕을 꺾어버린다. 또 불로소득은 부의 대물림으로 이어져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무너뜨린다. 우리 사회의 미래가 암울해진다.

 

불로소득에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공시가격 현실화는 부동산 시장 안정뿐 아니라 불평등 완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현재 보유주식 15억원 이상인 대주주에게만 물리는 주식 양도차익 과세 강화 일정도 앞당겨야 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도 늘려야 한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해 현행 2천만원인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1천만원으로 낮출 것을 제안했으나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또 부유세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에서는 부유세 도입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부유세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부의 양극화에 지쳐 있는 많은 유권자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일부 억만장자들도 호응했다. 헤지펀드 투자자 조지 소로스와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크리스 휴스 등 18명은 지난 6‘2020년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 : 우리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할 때에서 미국은 우리의 부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할 도덕적·윤리적·경제적 책임이 있다부유세는 기후 위기에 대처하고, 경제 및 보건 상태를 향상하고, 기회를 공정하게 만들고, 우리의 자유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의 부자들은 부유세 도입은 둘째치고 현행 상속·증여세마저 내리자고 요구한다. 여기에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약탈적 상속세징벌적 상속세니 하며 맞장구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발표한 민부론에서 상속·증여세 인하를 주장했고, 보수언론은 상속세 때문에 기업들이 탈한국을 하고 있다고 과장한다. 도대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고 싶어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금수저미성년자에 증여액 연간 1조원 돌파

2017년 미성년자에 대한 증여 재산 1279억원

첫 돌 전에 1억여원 받은 금수저55명 달해

 

부의 대물림을 꼬집기 위해 만든 수저게임에서 사용되는 금수저 카드. 한겨레 자료사진

 

1년 동안 미성년자에게 증여된 재산이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의 대물림 현상이 날이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25일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정우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미성년자 증여 현황(2013~2017)’ 자료를 보면, 2017년 한 해 동안 미성년자에게 증여된 재산 총액은 1279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원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세당국의 눈을 피한 편법 증여를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금수저미성년자에게 흘러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최근 5년 동안 미성년자에 대한 증여와 증여액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증여 건수는 20135346건에서 20177861건으로 47% 늘었고, 증여 재산은 같은 기간 6594억원에서 1279억원으로 55.9% 늘었다.

 

연령별로는 이 기간에 미취학 아동(0~6)8149억원을 증여받았고 초등학생(7~12)1953억원, ·고등학생(13~18)16048억원을 증여받았다. 첫 돌이 지나기도 전에 증여를 받은 0살 수증자는 201755명으로 이들이 증여받은 증여액은 평균 11300만원에 달했다. 재산별로는 금융자산이 1242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부동산 11305억원 어치, 유가증권 8933억원 등 순이었다.

 

김정우 의원은 미성년자에 대한 증여가 급증하면서 정당한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변칙증여도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미래세대의 올바른 납세의식과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해 세부담 없는 부의 이전 행위에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자녀 조기유학비, 1년에 평균 4300~6000만원

교육부, 395가구 비용 통계

가계수입의 약 3분의 1 차지

교육 특권 대물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해외로 조기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의 평균 유학비용이 연간 4000~6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유학을 보내는 10가구 중 3가구는 월수입이 1000만원을 넘는 고소득층이었다.

 

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조기유학에 관한 국민의식조사자료를 보면 조사대상 395개 가구의 조기유학 평균비용은 초등학생이 4737만원, 중학생 4370만원, 고등학생이 5902만원으로 조사됐다. 정부 교육통계서비스의 유학생 현황을 보면 유학·파견동행·해외이주 사유로 출국한 학생은 지난해 9077명으로, 2017년의 8892, 2016년의 8743명에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조사에 따르면 자녀를 조기유학 보낸 395개 가구 중 90% 이상이 월 소득 500만원 이상 가구였다. 월 소득 ‘1000만원 이상가구의 비중이 29.9%(118)로 가장 높았고, ‘900~1000만원‘700~800만원이 각각 12.4%(49), ‘500~600만원으로 15.4%(61)였다.

 

자녀의 조기유학 비용이 부담되는지에 대해서는 65.8%(260가구)어느 정도 경제적 부담이 되긴 했지만, 한국에서도 과외 등을 위해 그 정도 돈은 들 것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상당한 정도의 경제적 부담이 있었다는 응답은 28.4%(112가구), ‘매우 큰 경제적 부담이었다는 응답은 5.8%(23가구)였다. 자녀의 조기유학 비용이 연간 가계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적으로 초등학교 36.67%, 중학교 35.83%, 고등학교 36.48%였다.

 

조기유학을 경험한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당 학생들에게 조기유학을 다시 가고 싶은가라고 묻자 초등학생의 73.7%그렇다고 응답했다. 만족도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낮아져 그렇다라는 응답은 중학생에서 67.6%, 고등학생에서 59.6%로 나타났다. 조기유학을 다시 가고 싶은 이유로는 한국 학교 교육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를 꼽은 응답자가 중학생은 33.8%, 고등학생은 28.1%로 가장 많았다. 초등학생은 학교에서 나의 능력과 적성에 적합한 교육을 받고 싶어서19%, ‘여가·취미 생활을 하고 싶어서16.6%를 차지했다.

 

학부모의 경우 초등학생 학부모 72.1%, 중학생 학부모 71.1%, 고등학생 학부모 72.8%조기유학을 다시 보내고 싶다고 답했다. 조기유학을 보내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는 경쟁 위주의 교육보다 즐거운 교육을 받게 하려고라는 응답이 초등학생 학부모(40.8%), 중학생 학부모(45.2%), 고등학생 학부모(44.4%) 모두에서 가장 높았다. 박경미 의원은 부모의 능력에 따라 자녀의 조기유학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공감 집회 물으니···광화문 50.9%, 서초동 47.0%

 

 

조선 최초의 '전 백성' 여론조사, 그걸 세종이 해냈다

 

1430(세종 12) 세종은 공법 시행을 놓고 무려 5개월간 17만명이 참여한 전국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찬성 57.1%(98657, 반대 42.9%( 74149)로 집계됐다.

 

전국의 전·현직 관리는 물론이고 세민(細民·가난하고 비천한 백성)들에게까지 모두 가부를 물어 그 결과를 아뢰도록 하라.” 1430(세종 12) 35일 세종대왕은 가히 혁명적인 명을 내린다. 호조가 전답 1결 당 조 10두 징수를 골자로 한 공법(세금) 방안을 제출하자 세종이 전국적인 여론조사를 지시한 것이다.

 

이 최초의 여론조사에는 무려 5개월여가 걸렸다. 4개월이 지난 75일에는 여론조사 중간점검 회의까지 열었다. 이때 호조판서 안순(1371~1440)지금까지의 조사를 보면 경상도에서는 찬성이 많고 함길·평안·황해·강원 등은 반대가 많다고 중간보고했다. 세종은 각 도의 (여론 조사) 결과가 도착하면 중앙 및 지방의 관리들은 공법의 장단점과 해결방안을 마련해서 보고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세종실록> 1430810일자에 실린 공

법 관련 기사에서 여론조사를 분석한 각 도별 결과. 전라와 경상 등 상대적으로 전답이 많고 비옥한 지역의 찬성률이 높았고, 강원 평안 함길 등 척박한 지역일수록 반대여론이 높았다. |소진형의 논문에서 인용한 표를 재정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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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57.1%, 반대 42.9%

그로부터 한달여가 지난 810일 마침내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172806명 가운데 찬성 98657, 반대는 74149이었다. <세종지리지>에 따르면 당시의 조선인구가 692477명이었으니 인구의 4분의 1이 참여한 대규모 여론조사였던 것이다. 어린이를 빼면 전 백성들을 대상으로 한 국민투표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 날짜 실록은 3품 이하 전·현직 관리들의 찬반과 각도 감사·수령과 백성들의 찬반 결과를 숫자로 기록했다. 3품 이하의 전·현직 관리 중 찬성은 702(현직 259명 전직 443), 반대가 510(현직 393명 전직 117)이었다. 3품 이상의 고위 및 3(홍문관·사헌부·사간원)의 관리들은 공법의 장단점과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세종의 지시에 따라 나름대로의 견해를 피력했다. 기자가 1430815일자 <세종실록>에서 의견을 피력한 3품 이상 및 3사 관리들의 찬반을 분석해보니 찬성은 26명 안팎이었고, 반대는 89명 안팎이었다. 절충안을 제시한 경우도 2~3명 정도는 됐다.(물론 숫자없이 의견만 피력한 정3점 이상 및 삼사 관리들만 인용했으니 정확치는 않다.)

 

세종은 즉위초부터 공법을 추진하려 했다. 세종은 1427(세종 9) 4품이하의 관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과거(중시)의 책문(일종의 논술고사)에서 공법의 단점을 보완할 대책을 강구하라는 시제를 냈다. 이때 공법시행을 적극 찬동한정인지가 장원을 차지했다, 정인지는 훗날 공법추진의 담당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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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별 여론조사 결과에서 주목할 것은 전라도(찬성 29547명 반대 269)와 경상도(찬성 36317명 반대 393), 경기도(찬성 17106명 반대 241) 3도에서 99%의 찬성 몰표가 나왔다는 점이다. 개성 유후사(특별시)에서도 94.1%(찬성 1123명 반대 71)가 찬성했다.

 

그러나 충청도(찬성률 33%·찬성 6995명 반대 14039)와 황해도(22.3%·찬성 4471명 반대 15618)의 찬성률은 저조했고, 논밭이 부족한 강원도는 12.6%(찬성 944명 반대 6898)에 그쳤다. 특히 국경지대인데다 땅이 척박한 평안도는 4.5%(찬성 1332명 반대 28510)에 머물렀으며, 그나마 함길도는 주민의 단 1%(찬성 78명 반대 7401)만이 공법에 찬성했다.

 

전체적으로는 여론조사에 응한 백성의 57.1%가 찬성표를, 42.9%가 반대표를 던졌다, 그렇다면 여론조사 결과가 과반을 기록한 이상 해마다 전답 1결 당 조 10두 징수를 골자로 한 공법안은 통과돼야 마땅했다,

 

3분의 2 가중 다수결 원칙까지

그런데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장시간 관리들의 백가쟁명식 견해와 대책을 모두 청취한 세종은 고심 끝에 뜻밖의 결정을 내린다. “영의정 황희 등의 의논에 따른다는 것이었다.

 

무슨 말인가. 이날 영의정 황희과 우의정 맹사성, 찬성 허조 등이 공평치 않고 자칫 국가재정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공법의 시행을 극력반대했다. 그러니까 세종은 5개월간이나 공들여 진행해온 여론조사 결과에 반해 공법안의 시행을 보류한 것이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공법의 시행을 추진하던 세종은 1443(세종 25) 1027일 또 한 번 흥미를 끌만한 제안을 던진다.

 

세종대왕의 최고의 업적은 뭐니뭐니해도 <훈민정음> 창제하라 할 수 있다. 공법의 완성 또한 세종의 숨겨진 업적이라 할 수 있다 .|간송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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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공법은 시행하지 않더라도 후세 자손들은 반드시 재론할 것이다. 그러니 미룰 수 없다. 과인은 경상·전라 양도의 백성 중 공법의 시행을 희망하는 자가 3분의 2가 되면 우선 이 양 도에서 시행할 것이다.”(<세종실록>)

 

어떤 중요한 정책을 두고 일종의 국민투표라 할 수 있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왕조시대 군주가 급기야 현대에서도 시행하기 어렵다는 3분의 2 가중 다수결 원칙까지 천명했다. 민주주의의 기틀이 다져진 유럽에서도 볼 수 없는, 가히 해동의 성군다운 세종의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세종의 최악의 세법을 택했다

그렇다면 세종대왕이 그토록 시행하고자 했던 공법(貢法)은 무엇인가. 공법은 해마다 일정량의 곡물을 거두는 정액제 세금을 가리킨다. 그러나 맹자는 풍흉에 관계없이 일정세액을 거둬가는 공법을 최악의 세법으로 지목했다.(<맹자> ‘등문공’) 일정액을 책정하다보니 풍흉에 관계없이 풍년 때는 너무 적게, 흉년 때는 너무 지나치게 거둬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동의 성군이라는 세종은 왜 맹자가 최악의 세법이라 폄훼한 공법을 도입하려 했을까. 여말선초의 세금제도는 답험손실법이었다. 일단 1결마다 조미 30, 1결마다 잡곡 30로 정했다. 그런 뒤 가을철 추수기에 관리들이 현장 조사를 통해 한 해 농사작황의 등급을 정하고(답험·踏驗), 그 작황 등급에 따라 적당한 비율로 조세를 감면(손실·損失)해 주었다. 이것이 답험손실법의 골자다.

 

세종의 업적으로 물시계인 자격루를 제작했다는 사실을 빼놓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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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아름다운 법이었다는 세종의 평가처럼 답험손실법은 제대로 작동되기만 한다면 그렇게 이상적인 제도일 수 없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문제가 아닌가. 이 제도는 전적으로 현장조사관의 능력과 인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법규정은 미비했고, 전문성있고 청렴한 관리는 적었다. 그런 마당에 수령과 감사에 재량권을 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었다.

 

그러자 태종은 1415(태종 15) 다른 도의 위관(임시로 뽑은 관리)1차로 현장 조사한 뒤, 2차로 해당 고을의 수령이 재검하며, 3차는 중앙에서 파견한 관리(경차관·조관)가 최종적으로 심사해서 결정하는 ‘3심제를 도입했다. 현장조사 하는 위관의 지나친 재량권을 막으려고, 다른 지역의 관리를 투입하는 상피제를 채택했고, 그것도 모자라 중앙관리를 파견해서 세율을 최종결정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럼에도 불법과 편법이 난무했다.

 

현장조사 관리 접대에 등골이 휘어진다

매양 벼농사를 답험할 때 중앙에서 조관을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감사(도지사)에게 위임하기도 하며각 지방 향곡(鄕曲·두메산골)에 늘 거주하는 지방관을 위관(委官)을 삼았는데이들이 조세행정에 어둡기도 하고, 혹은 사정에 끌려 멋대로 줄이거나 보태고간활한 아전들이 농간을 부리기도 하며”(<세종실록> 143035)

 

세종은 무엇보다 현장조사에 나선 관리들의 접대에 백성들의 등골이 휘어진다는 것을 너무도 가슴아파했다.

 

현장조사에 나선 관리는 물론이고 하인들의 접대 비용까지도 모두 민간에서 나오고농민들은 앞다퉈 술과 음식으로 후히 대접하면서 세금 좀 낮춰 달라고 청탁한다. 접대비용이 오히려 세금 액수와 맞먹고.”(<세종실록> 143779일자)

 

1435(세종 17) 답험손실법의 폐단이 수치로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해 작황이 좋았는데도 충청도에서 현지조사(답험)를 통해 집계된 실전(실제로 경작하고 있는 전답)의 결수가 겨우 8%에 그친 것이다.(<세종실록>) 현지 수령과 감사(도지사)의 현지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받아야 할 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고 직접 농사를 짓는 백성들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았다. 백성들은 세금과 맞먹는 접대비용 및 뇌물을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격루가 물시계라면 앙부일기는 해시계다. 이 또한 세종대왕의 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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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법은 부자에게는 다행, 빈자에게는 불행?

그렇다면 세종은 왜 찬성이 과반을 기록한 여론조사 결과에도 보류결정을 내렸을까. 우선 영의정 황희(1363~1452), 우의정 맹사성(1360~1438), 찬성 허조(1369~1439) 등 고위 관리들의 반대가 거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반대론자들은 세종식 공법이 부자에는 다행이고, 백성에는 불행이라고 주장했다.(<세종실록> 1430810)

 

즉 비옥한 전답을 점유하는 자들은 거개가 부강한 자들이며 척박한 전토를 갖고 있는 자들은 대부분 빈한한 자들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답이 넓고 비옥한 전라·경상도 등에서 99%의 찬성 몰표가, 척박하고 비좁은 평안·함길에서는 거꾸로 95~99%의 반대 몰표가 나왔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의 답험손실법에서는 결당 30원칙에서 그 해의 풍흉에 따라 감해주었는데, 공법은 ‘1결당=10라는 일정액을 부여했다. 반대론자들인 이것이 문제라 했다. 이들은 부자나 빈자를 가리지 않고 모든 백성들에게 1결당 10두씩 일정한 양의 세금을 거두는 것은 결국 부자에게만 유리한 세금제도이기 때문에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결당 10로 세금을 낮추는 결과가 되니 세수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도 지적됐다. 또한 풍년·홍년을 가리지 않고 일정액을 거두는 것 자체가 백성들의 불만을 사는 요인이라 꼬집었다. 반대론자들은 차라리 조세 관련 전문관료들을 육성해서 현지조사(답험손실)에 나서게 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주장했다.

 

세종은 조선의 풍토에 맞는 농사법을 개발하려 애썼다. 세종은 각 도 감사에게 명하여 각지의 익숙한 농군들에게 물어 땅에 따라 이미 경험한 바를 자세히 듣고 수집하여 편찬하고, 인쇄, 보급했다. 세종 시대의 문신인 정초와 변효문 등이 왕명에따라 편찬한 농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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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의 조작 가능성 제기

이떤 이들은 여론조사의 결과가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형조판서 정연(1389~1444)가 대표적이다.

 

부자는 일반적으로 좋은 전답을 갖고 있고 빈민들은 척박한 땅을 경작합니다. 그래서 부자는 공법을 좋아하지만 빈민은 싫어합니다. 지금 경상·전라 양도의 경우 공법 찬성자가 3분의 2가 넘지만 아마도 호족과 부유층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세종실록> 1438710)

 

한마디로 정연은 전라·경상 양도의 공법=찬성 몰표는 호족과 부유층의 여론조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 것이다. 예조참판 안숭선(1392~1452)은 공법 찬성론자이기는 했지만 다수결로 정책을 결정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옛 것을 좋아하고 새 것을 싫어하는 것이 사람의 일반적인 감정인데, 어리석은 백성들이 현혹되어 다른 백성(소수의 백성)의 선호도에 따라 발언한다면결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세종실록> 1438710)

 

세종의 공법 여론조사는 이처럼 여론조작다수결의 원칙과 관련된 논란으로까지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일리있는 주장들이었다. 특히 영의정 황희와 우의정 맹사성 등 재상들의 반대는 과반의 찬성여론에도 세종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세종은 황희 등의 의론(반대)에 따른다며 한발 물러선 이유다.

 

세종은 조선의 하늘에서 일어나는 각종 천문현상 및 북극고도 관측과 각종 역법이론을 연구해서 우리 실정에 맞는 역법인 칠정산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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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보다 350년 먼저

하지만 세종이 공법을 줄기차게 주장한 이유가 또 있었다. 바로 불확실성을 배제한 공평조세였다. ‘조세의 공평은 고전학파 경제학의 창시자인 영국의 애덤 스미스(1723~1790)가 조세부과의 4원칙 가운데 하나로 예측가능한 공평의 원칙을 제시하면서 조세의 기본원칙으로 강조됐다.(<국부론>) 애덤 스미스는 특히 아무리 큰 불공평도 아주 작은 불확실성만큼 유해하지는 않다는 주장했다.

 

그런데 애덤 스미스보다 350여년이나 앞선 15세기 중엽, 그것도 절대군주인 세종이 불확실성을 배제한 공평과세를 부르짖었고, 그것을 나름 실행에 옮겼으니 이것이야말로 천고에 빛날 세종의 또다른 업적이 아닐까.

 

과장이 아니다. 1437(세종 19) 79일 세부적인 공법안을 만든 호조가 세종에게 아뢴 대목을 보라.

 

공법이 만들어지면 백성들은 모두 미리 바칠 조세의 양을 알아서 스스로 납부하게 되므로 번거롭지 않을 것이며세법은 만세에 행해질 것입니다.”(<세종실록>)

 

그것이 바로 평균 수확량을 고려해서 매년 일정액의 조세를 징수하는 공법을 도입한 이유이다. 조세의 확실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세종 말년에 개발된 신기전, 조선시대에 사용된 로켓추진 화살이라는 평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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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가던 불씨 살린 정인지

꺼져가던 공법의 불씨를 되살린 이는 바로 충청도 감사 정인지(1396~1478)였다. 정인지는 공법논의가 중단된지 6년이 지난 1436(세종 18) 222풍흉에 따라 수확량과 세율을 조정하는 답험손실법이 가장 알맞지만 그것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공법을 시행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정인지는 특히 “‘공법보다 좋지않은 법이 없다<맹자>의 언급은 후대의 실수로 전해진 것이라 단언했다.

 

정인지가 누구인가. 바로 세종이 공법을 과거(중시·重試)의 책문 시제로 출제했을 때 답험손실법의 폐단이 너무 크니 공법을 시행해야 한다는 출제자의 의도에 꼭 맞는 정답을 써서 급제자 12명 중 장원(수석)을 차지한 바 있는 인물이었다. 정인지는 세종의 공법 시행에 실무책임자가 되었다.

 

그랬으니 1446(세종 28) 618일 세종은 (정인지) 등이 중시(과거)에서 책문의 답안을 썼고, 경이 충청감사에 있을 때 공법 재추진의 상소를 올려 청했기 때문에 내가 결단을 내렸다고 치켜세웠다.

 

세수증가보다 민생이 먼저

물론 세종은 황희 등의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무시하지 않았다.

 

일부 도(전라·경상)에서 시범으로 실시하면서 최대한 반영해가며 공법의 틀을 짜갔다. 그 와중에 전라·경상도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실시한다가중 다수결의 개념까지 설파한 것이다.(<세종실록> 14431027) 시험 운영 중 드러난 문제점은 그때그때 수정·보완했다.

 

단적인 예가 1438(세종 20)부터 공법을 시험 운용하자 단 1년 만에 세수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세종은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세종은 공법 시험 시행으로 세수가 늘었지만 예전 답험손실법의 폐단으로 드는 부당한 비용의 일부를 오히려 세수로 환수했다고 밝혔다.(<세종실록> 143954)

 

그렇지만 세종은 공법 시험 시행에 따른 세수증가를 당연시하지 않았다.

1441(세종 23) 75일 우의정 신개(1374~1446)공법을 시범시행중인 전라도(52%)와 경상도(70%)는 물론 처음 시행하는 충청도(108%)에서도 세수가 급증했다면서 백성의 가중된 부담을 우려했다.

 

그러자 세종은 내가 백성을 괴롭혀 세수 증대를 꾀하려고 하는 줄 아느냐고 묻고는 그저 답험손실법의 폐단을 없애고 민생을 편리하게 하고자 했을 뿐이라고 설득했다.

 

세종은 46진과 대마도 정벌이라는 업적을 남겼다. 1419(세종 1) 6월에 이종무를 삼군도체찰사로 임명하여 대마도를 정벌했다. 이 그림은 전쟁기념관에 있는 대마도 정벌 기록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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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덕분에 창고가 넘쳐난 조선

결국 세종은 논의중단과 재개, 그리고 시험 운용을 통해 공법을 아주 세밀하게 다듬어갔고, 1444(세종 26) 723전분 6등과 연분 9의 공법을 마침내 확정했다.

 

결부법(면적이 아니라 수확량을 기준으로 하는 토지계산법)을 근간으로 해서 비옥도에 따라 각 전답의 면적을 6등분으로 나눠 1차 공평과세를 이루는 것이 전분 6등법이다. 또 해마다 풍흉에 따른 계량적인 세율로 조세를 징수하여 2차 공평과세를 실현하려는 것이 연분 9등법이다. 덧붙여 이전까지는 농부의 수지척(손가락 길이)으로 어림잡아 계산하던 제도를 폐지하고 표준자(주척)을 기준으로 한 과학적인 양전척을 사용하도록 했다.

 

공법은 한마디로 부정부패를 원천봉쇄하는 제도를 마련해서 백성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었다. 처음엔 원망했던 백성들도 차츰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이렇게 세종이 즉위후부터 30년 가까이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심지어는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전국의 17만명이 참여한 여론조사까지 실시하면서, 미세조정을 거쳐가며 완성한 공법은 이후 조선의 공식 세법이 되었다. 1460(세조 6) 편찬된 <경국대전>에 수록되었으나 말이다.

 

성종시대에 들어 백성들은 세종께서 만든 전분 6, 연분 9등의 공법을 편리하게 여겼고, 참으로 만세토록 지켜 시행해야할 법”(<성종실록> 1474724)이라고 했고, “공법이 완성되자 백성들이 원망했지만 오래 행한 뒤에는 도리어 편하게 여겼다”(<성종실록> 1478117)고 했다.

 

세종의 업적에서 추가해야 할 공법

1551(명종 7) 74일 영의정 이기(1476~1552)예전 성종조에 와서는 창고가 다 차고 쌀을 저장할 곳이 없었다면서 풍성했던 조선왕조의 리즈 시절을 회상했다.

 

“<경국대전>에 정해진 공법은 지극히 자세하고 정밀하여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게 중용을 지켰는데창고가 다 차고 쌀을 저장할 곳이 없었는데백관은 물론이고 기술자들의 녹봉과 보수가 차고 넘쳤습니다.”

 

세종이 그렇게 조세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면서 이룩한 국가의 재정수입으로 조선은 나라의 기틀을 잡아갔다.

 

흔히들 세종대왕의 업적을 논할 때 훈민정음 창제를 첫손으로 꼽고 대마도 정벌‘46진 개척’, ‘앙부일구해시계)·‘자격루’(물시계측우기 등 과학기술의 발명, 신기전 등 각종 화약무기의 개량 개발, 조선의 풍토에 맞는 농서 농사직설편찬, 한성을 기준으로 한 역법 칠정산의 편찬 등을 열거한다.

 

그러나 그러한 업적 가운데 국민투표를 방불케하는, 그야말로 왕조시대에 걸맞지 않은 전 백성 여론조사까지 실시해서 이룩한 조세제도, 즉 공법의 확립을 빼놓는다면 지하의 세종대왕께서 섭섭해하실 것 같다. 왕위에 오르는 그 순간부터 26년간이나 민주적 절차에 의해 절차탁마하며 공들여온 확실한 조세제도였으니까 말이다.

 

(이 기사는 오기수의 단행본인 ‘<세종 공법>’(조율·2016)을 주로 참고했습니다, 또한 소진형의 논문인 세종시대 공법 논쟁에서 나타난 조세개혁과 인정의 관계, 그리고 그 범주 및 의미’(<정치사상연구> 24, 정치사상학회, 2018)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경향신문 선임 기자 lkh@kyunghyang.com

 

서울 집값이 다시 상승하는 이유

임대사업자, 세금 특혜 폐지해야

"서울 집값이 왜 다시 상승하나요?"

 

얼마 전부터 이 질문을 많이 받는다. 특히 경제와 부동산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에게서 이 질문을 자주 받는다. 작년 '9.13 조치'에서 다주택자의 대출을 금지했으므로 투기수요가 막혔을 텐데, 서울 집값이 다시 상승한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6년여 서울 집값을 폭등시킨 힘이 투기수요였던 것은 맞다. 그리고 투기수요가 자금을 조달한 주요 수단이 대출이었던 것도 맞다. 그러나 대출받아 주택 투자하기외에 투기수단이 한 가지 더 있었으니, ‘갭투자가 그것이다.

 

갭투자 역시 위험한 투자행위이므로 투기심리가 뜨거울 때 성행한다. 서울 주택시장에서 투기심리가 펄펄 살아있음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지난 718일 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한 직후 청량리의 부동산중개소를 방문했을 때 투기심리가 강하게 살아난 것을 실감했었다. 금리를 인하하자 집값이 상승할 거라는 기대감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였다고 했다.

 

한국은행 총재는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겠다고 공개석상에서 말한다. 투기심리가 쌩쌩하게 살아있음으로 갭투자는 성행하고 있을 것이다.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투기 심리 펄펄 살아나

서울 집값이 다시 상승하는 데는 갭투자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주택시장도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데, 서울 주택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몇 배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은 매우 다양하고 또 그 통계를 정확히 발표하는 곳도 없다. 그러나 발표되는 통계 중에서 중요한 몇 가지만 확인해보아도 서울 주택시장의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고 있음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주택시장의 공급은 주택건설이다. 물론 보유한 주택을 매물로 내놓아도 공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새롭게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은 주택건설이다.

 

국토부가 20192월 발간한 <주택업무 편람>에 의하면 서울에서 건설된 주택 수는 201674,739, 2017113,131호 그리고 2018년에는 65,751호였다. 이 수치에는 낡은 집을 헐고 새로 건축한 경우와 재건축·재개발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므로, 주택시장에 공급된 주택은 그 수치의 절반이 안 될 것이다. 그 절반을 공급으로 잡으면, 서울 주택시장의 공급은 20163.7만 호, 20175.7만 호 그리고 2018년은 3.3만 호였다.

 

서울 임대주택 등록수요가 신규 공급을 2~4배 초과

수요는 공급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가령 라이프사이클상 30대 중후반이면 첫 내집마련을 준비하고, 40대 이상의 무주택자 중에서도 경제적 여력이 생겨 자가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상당하다.

 

이런 실수요 외에도 투기수요가 있다. 다양한 투기수요 중 통계가 발표되는 것이 있다. 주택임대사업자들의 임대주택 등록을 매달 국토부가 발표한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주택을 매입해야 하므로 주택수요로 보는데 문제가 없다.

 

국토부가 매달 발표하는 자료를 토대로 서울 임대주택 등록을 추산하면, 20167.5만호, 20177.1만호 및 201814.2만호다.

 

물론 이 수치에는 실수요가 아예 포함되지 않았고, 투기수요 중에서도 그 일부인 임대주택 등록을 위한 주택매입수요만 산정한 것이다. 그런데도 서울 주택 수요가 건설에 의한 신규 공급을 두 배 이상 초과했다. 서울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완전히 깨진 것이다.

 

임대사업자의 매물 싹쓸이로 실수요자들 내집마련 못 해

2018년 서울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 상황은 실로 경악할 만한 상황이었다. 임대주택 등록을 위한 매입수요가 14.2만호였다. 건설에 의해 공급된 3.3만호를 싹쓸이하고도 10.9만호가 부족했다. 기존주택이 매물로 나온 물량도 모조리 거둬갔을 것이다.

 

첫 내집마련을 위해 집을 사려던 30대나 무주택에서 벗어나려던 40대 이상의 실수요는 매물 부족으로 집을 사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 실수요는 어떻게 됐을까? 2019년에도 여전히 대기수요로 남아있을 것이다 신규 공급은 오로지 주택건설에 의한 공급밖에 없는데, 수요는 임대주택 등록을 위한 매입수요에 더해 대기 중인 실수요까지 가세했다. 2019년 서울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지독하게 심해졌을 것이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완전히 깨진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다.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틀어막았어도 서울 집값은 아주 작은 요인만으로도 상승세를 보이게 된다.

 

임대사업자 '8년 매도 금지'로 매물 안 나와

또 이상한 점 있다. 서울 집값이 6년간 60%나 폭등했는데도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택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라면 시세 차익을 현금화하려는 욕구가 생길 만도 한데, 매물이 안 나오고 있다. 가격이 상승하면 공급이 증가하는 것이 경제의 기본원리인데, 이런 원리가 서울 주택시장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특히 2016~20183년간 서울에서 임대주택으로 신규 등록한 주택만 약 29만 채로 추산된다. 엄청난 시세 차익이 발생했는데도 매물은 안 나오고 있다. 그 이유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전 글에서 밝혔듯이 문재인 정부가 임대사업자에게 세금 특혜를 제공하면서 내건 조건이 '8년간 매도 금지'였다. 그 전에 매도하면 세금 특혜를 축소하겠다고 했으니, 임대사업자들이 싹쓸이한 그 많은 물량이 매물로 나올 수 없도록 정책이 설계된 것이다.

 

최악의 수급에 더해 매물마저 나올 수 없는 상황이 지금의 서울 주택시장이다. 그런 최악의 상황을 만든 것은 문재인정부의 임대주택정책이다. 엄청난 세금 특혜를 제공하여 돈 많은 사람들이 서울 주택을 싹쓸이하도록 유도하고, 매입한 주택을 8년간 매도할 수 없도록 한 것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완전히 깨뜨린 것이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특혜 폐지가 유일한 해결책

서울에서 주택건설은 앞으로도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되찾는 방법은 다주택자의 매물이 출회되도록 하는 것밖에는 없다. 지난 3년간 서울에서 임대주택 등록이 약 29만호에 달한 것은 엄청난 세금 특혜 때문이다.

 

세금 특혜를 폐지하면 그 주택의 상당수가 매물로 나올 것이므로 서울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찾을 것이다. 아울러 지난 3년간 임대사업자들의 주택 싹쓸이로 내집마련을 못한 실수요자들의 주택매입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장 /프레시안


내일신문 창간26주년 기획 | 촛불 3,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꿨나-공유재가 된 촛불] ‘촛불더 이상 특정 세력 전유물이 아니다

보수·고령층도 비리·비민주·무능할 땐 촛불 들겠다촛불집회 불안감도 감소

 

촛불항쟁은 한국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201731일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 내일신문 자료사진

                  


2016년 촛불항쟁이 발발한 지 3, 촛불은 더 이상 진보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진보뿐 아니라 보수층의 10명 중 7명 이상이 정부가 무능하거나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거나 비리가 밝혀지면 촛불을 들겠다고 했다. ‘촛불집회가 정치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부정적 시선도 크게 줄었다. 반면 정치효능감은 높아져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은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기획한 내일신문 창간 특별기획 촛불 3,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꿨나조사에서 확인됐다. 조사는 한국리서치에서 진행했다.

 

촛불항쟁 3, 한국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중 하나가 촛불이 더 이상 특정 이념이나 정파의 전유물이 아닌 공유재가 됐다는 사실이다. 이번 조사에서 유권자의 70% 이상이 정부가 당면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무능할 때’(71.7%), ‘정부가 비민주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때’(76.9%), ‘정권의 비리가 밝혀졌을 때’(70.7%) 촛불을 들겠다고 밝혔다.

 

이념간 격차도 거의 없었다. ‘정부의 무능에 대해서는 진보의 75.7%, 보수의 75.6%, ‘비민주적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진보의 85.1%, 보수의 78.4%, ‘비리에 대해서는 진보의 80.8%, 보수의 73.2%촛불을 들겠다고 답변했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검찰청 앞 집회뿐 아니라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는 보수세력의 광화문집회에 상당수의 자발적 시민이 참여한 것도 이같은 인식변화가 반영된 것이다. 이른바 광장의 정치가 일상화될 인식적 토대가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2016~2017년 촛불은 2008년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 등에 비해 이념층이 다양하기는 했지만, 진보층이 훨씬 많았다. 이번 조사에서도 진보층의 47.2%, 중도층의 26.5%, 보수층의 20.7%‘2016~2017년 촛불에 참여했다고 답해, 당시 진보층의 참여비중이 훨씬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촛불집회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전 연령층, 모든 이념층에서 줄어들었다. ‘촛불집회는 정치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질문에 60대 이상 연령층의 43.7%, 50대의 37.8%동의했다. 40대 이하 연령층의 동의비율은 훨씬 낮았다.

 

201711월 촛불 1주년 조사 당시 같은 질문에 대해 60대 이상의 동의 비율은 59.4%, 50대는 49.1%였다. 이념별 동의 비율은 진보층의 경우 201736.1%에서 이번 20.8%, 보수는 57.7%에서 40.9%, 중도는 50.1%에서 36.7%로 줄어들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고령층 보수층의 촛불집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줄어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흐려진 탓도 있겠지만, 그동안 보수층도 대규모 집단행동을 해왔고, 지지하는 사람도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3년 전 촛불항쟁은 시민들의 정치효능감을 확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내가 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은 촛불항쟁을 계기로 상승한 후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은 3년 전 촛불항쟁 참여자들의 FGI조사(Focus Group Interview 집단심층면접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참석자들은 대통령이 못하면 우리가 끌어내린다. 앞으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적극성을 보였다.

 

촛불 3, 시민의 정치적 자신감은 '그대로'

"내가 정치에 영향 미칠 수 있다" 지표 안 꺾어져 촛불 참여경험자가 훨씬 적극적

 

촛불항쟁 3,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내가 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보수를 떠나 2016~17년 촛불 참여자들에게서 그런 의식은 더 강했다. 특히 시민들의 이런 정치적 자신감은 촛불항쟁 이전과 뚜렷하게 대비돼 눈길을 끈다. 촛불항쟁이 정치효능감을 키웠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는 지난 10여년에 걸쳐 시민들의 정치효능감을 추적조사해왔다.

 

"내가 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201610월 촛불항쟁이 시작된 후 3년이 지났지만 "내가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국민적 자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촛불항쟁에 참여해 체감한 정치효능감의 수위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말이다. 사진은 201717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촛불을 들고 있다. 남준기 기자

 

'나 같은 사람이 정부가 하는 일에 뭐라고 얘기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는 질문에 '동의' '비동의' 여부를 물어본 것이다. 여기서 '비동의''내가 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효능감으로 해석했다.

 

그 결과 촛불항쟁으로 정치효능감이 상승한 후 3년 내내 일정 수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 내일신문 창간 조사 당시 국민의 정치효능감은 31.4%였다. 세월호 참사를 경과한 후인 201510월 조사에서는 16.4%, 20166월 조사에서는 29.0%였다.

 

하지만 이 수치는 촛불항쟁이 정점이던 20161253.3%로 올라간다. 그리고 촛불항쟁 1년차인 201811월 조사에서는 40.0%, 이번 조사에서는 46.0%를 기록했다. 촛불항쟁 후 3년이 경과했음에도 이전보다 10%p 이상 높은 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효능감은 2016~17년 촛불집회 참여자와 비참여자 사이에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촛불항쟁 참여자의 60.9%'나 같은 사람이 정부가 하는 일에 뭐라고 얘기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았다.

 

반면 촛불 미참여자 중에는 39.2%만 비동의 의사를 밝혔다. 진보 중도 보수 모든 이념층에서도 3년 전 촛불 참여층은 비참여층보다 정치효능감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3년 전 촛불항쟁에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FGI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 참여자는 "박근혜뿐만 아니라 어떤 대통령이든 아니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 "가짜 진보의 민낯을 봤다"며 문재인정부에 실망을 드러낸 한 참석자는 "광화문 (보수)집회에 나가겠다"고 했다. 진보·보수를 떠나 '자신의 행동의 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016년 촛불 이전에는 유권자 10명 중 3명이 스스로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4명 혹은 그 이상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다.

 

그런 인식은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최근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한 정치나 정책에 대한 의견표명을 이런 인식적 변화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앞으로도 지속력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정치권, 촛불 제대로 반영 못해"

촛불집회 목적 '이뤄진 편'

201779%201942%

정치권이 촛불항쟁의 취지와 목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정부가 국정운영에 촛불집회 취지를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상당히 반영한다'는 답은 42.9%에 그쳤다.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50.3%였다. 촛불항쟁 직후인 2017년에는 '상당히 반영한다'(74.8%)'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25.2%)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촛불집회의 목적이 현재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뤄진 편'42.0%였다. '이뤄지지 않은 편'(50.7%)이 더 많았다. 2017년 조사에서는 '이뤄진 편'79.3%'이뤄지지 않은 편'(20.7%)보다 훨씬 많았다. 2년만의 조사에서 긍정적 평가를 대폭 줄고, 부정적 평가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정치권의 변화에 대해서도 부정적 평가가 늘었다. '촛불집회 이후 정치권은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나아졌다'20.3%에 그쳤다. '비슷하다'(43.8%) '나빠졌다'(33.8%)가 많았다. 2017년 조사에서는 '나아졌다'38.9%였다. '나빠졌다'11.9%에 그쳤다.

 

이지호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201711월 조사에는 박근혜 탄핵으로 촛불항쟁의 목표가 1차적으로 달성되고, 새 정부 출범으로 높아진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이번 조사에서는 문재인정부가 추진한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으로 진행된다는 보수진영의 비난과, 촛불의 요구가 야권의 방해로 진전되지 못한다고 보는 진보진영의 불만이 정치권이 촛불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여론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내일




조국대전’, 검찰개혁·사회적불평등 중층적 의제로 전개

[ 민언련 시시비비 ]

이른바 조국대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조국대전은 대략 3중 이상의 중층적 의제를 둘러싸고 격동하고 있는 양상이다.

 

우선 하나는 조국대전의 기저에 깔린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문제다. 비록 빙산의 일각이지만, 조국대전 과정에서 이른바 강남부자들또는 엘리트층으로 불리는 사람들과 서민들 사이에 엄청난 교육불평등과 자산불평등과 같은 사회적 불평등 현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촛불시민들, 즉 서민들이 절실하게 깨달았다. 원래 쓰레기가 악취를 풍기면 사람들은 그리 놀라지 않지만, 깨끗해 보이는 곳에서 냄새가 조금이라도 나면 사람들은 더욱 충격을 받는다. 냉소와 분노, 또 불만이 지배적인 대중적 정서가 된 것이다.

 

두 번째 층위는 적폐세력 총궐기양상이다. 자유한국당 등 강경보수 정치세력과 조중동 등 적폐언론, 극단적 정치성향을 지닌 일부 기독교세력과 각계의 보수 기득권층들이 총궐기하면서 조국대전의 판이 엄청나게 커져 버렸다. 적폐 기득권층들이 퇴진촛불 이후 각 방면에서 불어닥치는 변화의 물결에 마땅히 반격할 계기를 잡지 못하다가, 조국대전 상황에서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공유된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대중적 불만과 분노에 편승해 총반격하고 있다.

 

세 번째 층위는 검찰 권력이 선출된 권력의 약점을 잡고 선출된 권력을 쥐고 흔들면서 사실상 주인행세를 하려는 권력대쟁투국면이기도 하다. 검찰 권력은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추진을 저지시키려는 목적 하에 그 첫 번째 착점으로 조국의 법무장관 임명을 저지하기 위해 실로 이례적인 수준으로 철저히 먼지떨이를 했는데, “과유불급이라고나 할까, 놀랍게도 촛불시민에 의한 강력한 역풍이 일어나면서 이제 검찰개혁 의제가 국민적 과제로 떠오르는 대이변이 펼쳐졌다. 무리한 수준으로 검찰 권력이 준동한 결과, 검찰 권력의 의도와 정반대로 검찰개혁이 최우선 국민적 과제로 등장하는 이러한 상황전개는, 바로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와 달리 객관적으로 관철되는 역사의 정의라고도 볼 수 있다. 한편 지난 두 달간의 조국대전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이 오케스트라 지휘자 격인 검찰 권력과 그 지휘를 받는 개별 연주자 격인 각 언론이 실로 유기적 보도 커넥션을 형성하고 있는 적나라한 실상을 자각한 것이 추가로 획득된 조국대전의 성과로 볼 수 있다.

 

검찰개혁 등 적폐청산 과제와 사회 불평등 해소 과제

이러한 3중의 중층적 의제는 어느 하나라도 놓쳐서는 곤란하다. 각각의 의제에 정확한 대응을 해야만 비로소 주권자들이 진짜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국대전 과정에서 나타난 충격적 사회적 불평등 실상을 조국 개인이나 조국 일가에게만 그 책임을 돌려서는 계속 그 불평등 상황이 반복된다. 이번에 표출된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는 구조적·제도적 모순을 해소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서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권리보장, 부동산 등 자산불평등과 불로소득 해소,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국제중, 특목고, 자사고와 같은 귀족학교제도 혁파와 대학서열화 혁파 등 교육개혁 등이 사회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우선적 개혁과제일 것이다.

 

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린 5일 서울 서초동 서초역에서 예술의전당 방향으로 시민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박근혜 퇴진촛불 광장에서 검찰도 공범이다”, 재벌도 공범이다“, ”언론도 공범이다고 우리 모두 함께 외쳤다. 촛불항쟁 1단계가 승리로 일단락되고 촛불정부가 출범하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선언, 동아시아 평화체제의 모색, 미투와 위드유 열풍 등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되기도 했지만, 정작 헬조선같은 팍팍한 삶의 현장은 바뀌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저런 구실로 촛불개혁이 겉도는 사이에, 적폐세력들이 촛불정부의 약점을 파고들면서 반격의 기회를 잡고 총공세를 감행한 결과, 현재 촛불정부는 일종의 위기상황에 빠져 있다.

 

위기는 위험하지만 기회라고 했다. 검찰개혁, 재벌개혁, 언론개혁, 정치개혁 등을 통해 검찰적폐, 재벌적폐, 언론적폐, 정치적폐를 제대로 청산하는 정공법만이 이 위기상황을 돌파할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제대로 된 언론개혁을 추진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

수많은 주권자들이 조국대전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 제도언론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게 됐다. 검찰이 종합적 구상 하에 흘려주는 정보를 부끄러움도 잊은 채 단독이라는 이름 하에 받아쓰기했던 지난 2달간의 제도언론 상황은 저널리즘의 실종이외의 다른 용어를 찾기 어렵다. 한겨레, 경향 뿐 아니라 JTBC와 같은 괜찮은 언론기관이나 촛불항쟁 이후 투쟁으로 새로 정상화시켰다고 믿었던 KBS·MBC 같은 공영방송이나, YTN·연합뉴스 같은 공영언론마저도 너무 자주 비틀거리면서 제 역할을 못했다.

 

제도언론 상황은 거의 그라운드제로상태가 된 셈인데, 저널리즘의 원칙에서 기초를 바로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련해 검찰 수사결과와 법원의 재판결과에 따라 확인된 팩트에 기초해, 조국대전 기간 동안 제도언론이 실제 보도한 내용을 철저하게 검증해 해당보도의 문제점과 기자들 실명을 기록에 남기는 작업을 우선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이 작업은 언론시민단체들이 힘을 합쳐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대충 뭉개고 넘어가서는 결코 희망이 없다. 비록 처절한 과정이 되겠지만, 진정성 있는 내부적 성찰과 실질적 개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언론을 바로 세워야 민주주의를 살릴 수 있다. 또 언론을 바로 세워야 헬조선에서 벗어난 우리의 삶이 가능해 진다. 뜻있는 사람들 모두 함께 나서, 언론을 바로 세우자.

 

<시시비비>는 신문, 방송, 포털, SNS 등 다양한 매체에 대한 각 분야 전문가의 글입니다.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편집자주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민언련 정책위원 mediatoday

 

최고의 투자 비법 '갭투기' 비밀

서민 주머니 터는 갭투기 보장하는 정부

우리나라 임대사업자 상위 30명이 보유한 임대주택은 총 11029채로 1인당 평균 367채라 한다. 또한 임대주택사업자 상위 30명 중 7명은 75억 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규모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사고 중복임대인 현황 자료에 근거한 것이니,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세입자까지 포함하면 피해는 더 클 것이며, 도미노처럼 피해 규모는 점점 더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 사람이 수백채의 주택을 보유하는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전세제도를 이용한 갭투자(갭투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갭투자란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간 격차가 작을 때 그 차이()만큼의 투자금액으로 주택을 매수하고, 시세차익을 누리는 방식의 부동산 투자 방법을 말한다. 그간 정부가 민간임대주택사업자 양성화를 위하여 취득세 감면 등의 각종 세제 혜택을 주다보니 투자자의 갭투자용 임대주택 취득·보유 부담이 작아졌다. 서민주거안정 목적으로 저금리의 전세자금대출이 공급되면서 임차인 입장에서도 쉽게 전세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자금이 결국 전세 가격을 떠받치는 버팀목이 되었고, 갭투기라는 다리를 건너서 투기꾼들에게 흘러들어간 결과가 된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갭투기는 투자의 관점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방법이다. 갭투기라는 투자기법은 순식간에 진화를 거듭하여 지난 수년간 소규모 임대사업자, 주택건설업자 등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을 것이다.

 

갭투기가 지탄받아 마땅한 이유는 그 구조상 임대인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본 이득을 모두 누리면서도 부동산 가격 하락이나 전세가 하락으로 인한 위험은 모두 임차인에게 전가한다는데 있다. 실제로 최근 강서구 등 일대에서 빌라 수백 채를 가진 임대사업자 일부가 파산하거나 잠적해 세입자 모두 거의 전 재산에 가까운 전세보증금을 날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PD수첩, 대한민국 갭투기 대해부).

 

감정평가를 위해 단독주택 지역 현장을 살피다 보면, 실거주 목적의 매입보다는 기존의 단독주택을 철거하고 다세대주택을 신축한 경우가 매우 많다. 최근 수년간 아파트가격 상승과 더불어 단독주택 거래량과 매매가격도 동반하여 상승하는 이유가 이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단독주택 자체의 주거나 투자목적 거래보다 빌라업자가 기존 주택 철거 후 다세대주택을 신축해 이를 갭투기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단독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신축하면 세대수가 증가해 개발이익이 발생한다.

 

강남구 주택지대에 소재하는 도시형생활주택을 감정평가하면서 개발로 인한 부동산 가치 변동분을 추정해본 적이 있다. 대상자는 구축 단독주택을 30억 원에 구입해 30개호의 구분소유주택으로 쪼개기를 했다. 건축비는 대략 15억 원 정도로 추정됐다. 1개호를 2억 원~2.5억 원가량으로 분양이 가능하니, 개발후의 전체 금액은 60~70억 원 정도로 추정되었다. 20억 원가량의 차익이 발생했다. 한 채의 단독주택을 30개로 쪼개기하니 순식간에 시세가 2배로 증가한 것이다.

 

강남구는 부자들이 사는 곳이지만, 일부 지역은 도심의 미숙련, 저임금 노동력을 공급하는 젊은이들이 주거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들은 주거 환경이 열악한 작은 원룸에서 고가 아파트보다 더 큰 단위면적당 주거비용을 지불하며 살아간다. 이런 부동산은 부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대상이다. 이들이 받는 노동력 대가의 상당부분은 임대료로 다시 부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그 돈은 갭투자 대상 빌라 건축으로 이어진다.

 

목돈이 없는 서민은 전세자금대출을 통하여 월세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신축 빌라에 거주할 수 있기에, 서민 입장에서는 월세보다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한 전세를 선호한다. 서울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8억 원 언저리에서 형성되는 것에 비추어보면, 2~3억 원 수준에서 형성되는 다세대주택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하게 느껴진다.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가 자신들만의 힘으로 2-3억 원의 전세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나, 전세자금대출이라는 제도를 통하여 8억 원 언저리의 아파트 못지않은 최신 시설을 갖춘 신축 주택에 거주하는 편익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즉 갭투자 주택 수요는 많다.

 

따라서 갭투자를 상정한 개발방식의 위험은 거의 없다. 전세자금대출제도가 전세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도록 받쳐주는 역할을 해, 전세자금만으로도 건축비가 모두 충당되고도 남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전세가 나가지 않더라도 집을 지어놓으면 LH공사나 SH공사가 감정평가를 통하여 시세에 따라 매입해주기까지 한다. 매입가격은 원가가 아니라 시가다. 시가는 최소한 전세금보다는 높다. LH공사는 올해 3분기 말까지 매입임대주택 13000호를 매입해 총 10만호 매입을 달성했다고 한다. 매입임대주택이란 도심 내 다가구, 다세대 주택을 LH가 매입해서 저렴하게 공급하는 주택을 말한다. LH공사의 매입가격은 다세대주택의 시가가 더는 하락하지 않도록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LH매입용 빌라 전문 건축업자까지 있는 실정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주택매입자금이 다세대건축업자에게 흘러가고, 단독주택가격과 거래량도 상승하는 것이다.

 

여기서 표준지공시업무를 하는 감정평가사도 고민에 빠진다. 다세대주택 신축을 위하여 단독주택을 매수한 실거래가격은 공시가격에 반영해야 할 시세인가, 아닌가? 반영한다면 얼마나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필자는 불로소득의 환수와 조세형평을 위하여 공시지가 현실화를 주장하고 있으나, 다세대주택 신축에 따른 개발이익이 일부 반영된 시세인 노후 단독주택 지역의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공시지가를 산정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는 늘 의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거래사례가 다세대 신축을 위해 업자가 매입한 사례들이다.

 

대형 건설사, LH공사 등 공공기관 등이 대규모 공공사업, 택지조성사업, 신도시 건설사업, 재건축, 재개발사업으로 막대한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누리는 사이, 유사한 구조의 소규모 사업을 통하여 민간 개발업자들이 이익을 누리고, 그에 따른 위험과 부담은 여러 형태로 모두 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임대사업자 중 가장 많은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서울 강서구의 48세 진모 씨로, 그가 가진 집은 594채에 달했다고 한다. 진 씨는 과연 대한민국의 로망 '조물주 위의 건물주', 진짜 부자일까? <PD수첩> '대한민국 갭투기 대해부' 편에 따르면, 이들은 전세금으로 전액 매매대금을 충당하는 것뿐만 아니라, 빌라업자로부터 'R'이라 불리는 리베이트를 받아가며 주택을 소유했다고 한다. 사실상 임차인 전세보증금으로 토지매입비와 건축비를 충당하고 남는 개발이익을 개발업자와 임대사업자가 나눠먹기하는 사업 구조로 갭투기 방법이 진화해온 것이다. 594채의 주택 소유자 진 씨는 사실상 주택 보유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는 바지사장에 불과했다고 보인다.

 

임차인들은 이렇게 큰 위험을 안고 있는 갭투자 주택을 왜 매수하지 않고, 전세로 들어오게 된 것일까? 다세대주택은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는 보편적 정서, 주택을 거주 수단이 아니라 투자 목적으로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 기왕 내 집을 한 채 마련한다면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매수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들이 대책 없이 사라져버린 임대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계약 해지, 경매절차 등의 지난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고,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며, 그마저도 전액을 돌려받기 어려울 것이다. 피해자 대부분이 자금 여력이 크지 않은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서민일 텐데 이들에게 모든 부담이 전가되거나, 전세보증보험을 가입한 경우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정부실로 이어질 테니, 결국 국민 세금 부담으로 이전되는 결과가 된다.

 

갭투자 피해자를 위한 대책으로 자신들이 지불한 임대보증금으로 주택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는 절차를 간소하게 해주거나, 법적 지원을 제공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다. 장기적으로는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고,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철저히 환수하여 부동산 가격을 하향 안정시켜야 한다. 어쩌다보니 부동산 부자가 된 노년층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이용권을 공공 영역으로 이전하여 젊은 세대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은 부동산을 통한 모든 불로소득을 철저히 환수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있다.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전히 부동산은 국민의 고혈을 짜내서 투기꾼의 배를 채워주는 수단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서 부동산을 통해서 불로소득을 누리는 것이 모든 국민의 인생의 목표가 되고 있다. 우리는 언제쯤 멈출 수 있을까?

 

서민의 전 재산이라 할 만한 전세보증금은 갭투자 투기꾼의 호주머니를 불린다. 빌라와 주택이 밀집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 모습. 연합뉴스

 

조정흔 감정평가사 /프레시안

 

 

감추려 했던 사투리, 이제 한 상품

 

붓싼뉴스 진행자들이 부산 사투리로 시정 소식을 전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캡쳐

 

오늘도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부산말로 부산소식을 까리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부산광역시 공식 유튜브 채널 붓싼뉴스’)

- 나가 당신만 생각난디 뭐땀시 근다요” (광주광역시 소재 사투리브랜드 역서사소의 고백엽서)

 

딱딱한 뉴스를 경상도 사투리로 만들었더니, 뻔한 고백용어를 전라도 사투리로 썼더니 (hip새롭고 개성 강한 것)’한 상품이 됐다. 사투리 지역이 배경인 영화에서도 주인공은 서울말을 썼던 시절, ‘교양 있는 서울말이 표준어라는 주입교육의 영향 때문인지 사투리는 교양 없는 것인 양 숨기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다양성과 고유성을 지향하는 시대에 서울말에만 주어졌던 한국어의 언어권력도 점차 줄어들고 사투리는 그 생기와 아름다움, 향수를 담아 힘을 되찾아 가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붓싼뉴스를 담당하는 부산시 소셜방송팀 노은영 PD시정 소식을 전달하면 필요한 것인데도 별로 관심들이 없으셨는데, 사투리로 진행하고부터 흥미를 많이 끌고 있다고 전했다. 팀 회의에서 친근하게 우리가 자주 쓰는 말로 전달해 보면 어떨까라는 의견이 나와서 시작하게 됐다. PD기존의 부산 분들도 좋아하시고 부산 분인데 타지에 나가 계시는 분들은 고향생각 난다고 좋아해 주시고 또 경상도 사투리를 안 쓰시는 분들은 재밌네 사투리라는 반응을 보여주신다고 말했다.

 

전라도 사투리 고백 엽서. 역서사소 제공

 

광주 송정역 시장의 명물로 자리잡은 역서사소매장의 사투리 상품들은 이제 전국적으로 팔린다. ‘역서사소여기서 사세요라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이다. 역서사소 달력의 9월에는 오진그 9’, 일력의 625일에는 시상에 어째쓰까가 쓰여있다. 역서사소의 김진아 공동대표는 사투리가 비하되는 면이 많아서 예쁜 말도 많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15년에 브랜드를 만들었고, 2016년 매장을 열었다.

 

전라도 사투리 달력. 역서사소 제공

 

전라도 사투리에서 시작해 지금은 경상도, 제주도 사투리 상품도 판매한다. 경상도 사투리 고백엽서의 한 글귀는 니 얼굴 와이리 이뿌노 깔롱직인다 직이-’이다. 김 대표는 지역을 떠나 고향 말을 접할 기회가 없는 어르신들이 많이 연락을 하셔서 고맙다고 하시는데 그런 반응을 접할 때마다 감동이라고 전했다. 또 경상도 어르신들이 전화해서 전라도 사투리 상품을 주문하고, 전라도 분들이 경상도제주도 사투리 상품을 사가는 등 차별 없이 좋아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전라도 사투리 고백 엽서. 역서사소 제공

 

김 대표는 처음 광주에서도 조금 판매할 때 뭐야, 이런 게 다 있어야하던 반응이었는데 점차 재밌다로 바뀌고, 이전에는 전혀 사투리를 다루지 않았던 광고나 TV매체에서도 전라도 사투리가 한번씩 나오고 재밌다, 귀엽다는 반응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ankookilbo.com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 너 다시 말해봐조국 호칭에 아수라장된 국감

 

황서종 인사혁신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사혁신처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국회가 또 다시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아수라장이 됐다.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인사혁신처 국감장에서 여야 의원들은 서로를 향해 이미 탄핵됐을 의원들” “, 너 다시 말해봐라고 소리를 지르는 구태를 연출했다.

 

발단은 조국 법무부 장관을 전 민정수석이라 칭한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었다. 권 의원은 황서종 인사혁신처장에게 조국 전 민정수석의 펀드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로 보인다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주식이 직무와 관련된 것이면 매각이나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 장관을) 굳이 전직으로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권 의원을 수서경찰서 전 수사과장남이라고 불러도 되겠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소 의원은 이어 창피하게 그러지 말자전 초선의원인데 정말로 덜 떨어진 옛날 정치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우리 재선3선 위원님들이라고 꼬집었다.

 

조원진(왼쪽) 우리공화당 의원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뉴시스 자료사진

 

여야 간 기 싸움이 팽팽한 와중에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이 그냥 조국이라 하면 되지, 뭘 그래라고 하자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됐을 때 이미 탄핵됐을 의원들이 한 두 명인가. 그런데 국회의원이라고 불러주고 있다고 응수했다. 박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조 의원은 이에 , 너 뭐라고 얘기했어라며 탄핵될 때 탄핵됐을 의원들이라니 그게 말이라고 하는 소리야라고 즉각 소리를 질렀다. 한국당의 윤재옥박완수 의원 등은 이 의원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저도 비판하고 싶은 지점 있으면 명칭은 불러드린다. ‘어이가 아니다라고 맞섰다.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어난 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의 욕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소 위원은 상임위에서 말이야, X신이라고나 해대고라며 창피해, 창피라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3분 가까이 서로 고성을 지르고 손가락질을 주고받던 여야는 전혜숙 행안위원장이 "국회에서 우리 국회의원들이 의원을 존중하지 않으면 누가 우리를 존중하겠냐""동료에게 서로 존중하는 의미에서 질의를 해달라"고 중재하자 그제야 겨우 멈추고 질의를 이어갔다.

 

국감장에서의 공방은 끝났으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박근혜 탄핵 반대 의견을 가지신 분들로부터 문자, 전화 폭탄으로 상임위 국감이 어려운 지경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박 대통령 탄핵 당시 사실상 같이 탄핵 된 거나 진배 없는 의원들도 많지 않냐. 지금도 비호하고 반성 않는이라며 그럼에도 의원이라는 외형적 직함으로 불러드리며 존중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라고 자신의 발언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이 ’ ‘라고 부른 건 국회에서 낯선 풍경이 아니니라 논제에 올리고 싶지도 않다고도 덧붙였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10.3 태극기 집회, 순간 최대 40... 60~70대가 62.3%

통신데이터로 본 10·3 광화문 태극기 집회

 

'서울 생활인구 데이터'3일 조국 장관 퇴진 촉구 집회가 열렸던 광화문 인근 인구를 추정했다.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한 18개 집계구의 시간대 변화를 농도로 표현했다. 11(왼쪽 위)부터 18(오른쪽 아래)까지 인구 증감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12시부터 광화문광장 인구가 급증, 16시까지 유지됐다. 16시에서 17시 집회 참가자 일부가 청와대 부근으로 진출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집계구내 인구는 921일 부터 928일까지 토, 4일간 평균을 상주인구로 잡고 이를 제한 수치다. <데이터 출처 : 서울열린데이터광장>이종호

 

자유한국당 등 보수 진영에서 '광화문 대첩'이라 평가한 개천절 집회는 최소 40만 명 규모였던 걸로 추산된다. 또한 60대 이상 고령층이 주축을 이룬 것으로 명확히 확인된다. 통신데이터 등을 이용한 분석 결과다.

 

<오마이뉴스>는 서울시와 KT가 공공빅데이터와 통신데이터를 이용해 지역별·시각별 인구수치를 추계해 공개하는 '서울생활인구' 데이터를 이용, 지난 3일 개천절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등에서 보수 정당·단체가 연 집회 참여인원을 추산했다. 지난 9·28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대한 분석 이후 같은 방식을 사용한 두 번째 분석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사퇴 및 문재인 정부 비판 취지의 여러 집회와 행진이 이뤄진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종로1, 숭례문 인근, 효자동 인근 등의 인구를 1시간 간격으로 측정한 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수치는 다음과 같다.

오전 953054

오전 107832

오전 11134546

오후 12242420

 

오후 1359239

오후 2384680

오후 3338013

오후 427640

오후 521752

오후 6154664

 

오후 7113269

오후 885743

오후 96934

오후 1049197

광화문과 서울시청 앞 일대의 인구는 집회가 시작되기도 전인 오전 9시부터 빠르게 늘었다. 한국교회기도연합이 집회를 시작한 오후 12시에 24만 명을 넘었고, 자유한국당과 범국민투쟁본부 집회 시각인 오후 1시에는 36만 명 가까이 불어났다. 오후 2시경 384680명을 기록한 인원은 이후로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었다.

1시간 간격으로 순간 인원을 집계한 것이기 때문에 최대 인원은 이보다 더 많았다고 봐야 한다. 또 집회현장을 드나드는 인원을 고려한 연인원으로는 최소 인원이 40만 명인, 수십만 명 규모의 집회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집회 당시 범국민투쟁본부가 발표한 참여인원 300만 명과는 차이가 크다.

오후 4시부터는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의 인원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통의동, 적선동, 효자동 등의 인원이 늘어났다. 이 시각 청와대를 향한 행진이 이뤄진 게 반영됐다.

 

이날 집회는 60세 이상이 주축을 이룬 것으로 확인된다. 최대 인파가 모인 오후 2시 해당 지역 인구의 연령 구성을 보면, 70세 이상 35.0%, 6027.3%60대 이상이 전체의 62.3%를 차지했다. 그외 5014.9%, 408.0%, 306.5%, 205.2%, 101.5% 순이었다. 정확히 나이순이다.

 

이번 집회현장 인원 추산은 '서울생활인구'18개 집계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집계구는 통신데이터 수집을 위해 편의적으로 설정된 구역이다. 자유한국당과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총괄대표 전광훈), 우리공화당, 한국교회기도연합이 주최한 집회를 대상으로 했다. 한국교회기도연합은 집회의 정치색을 부인했지만, 집회 참가자 대다수가 광화문광장 집회에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이 또한 인원 집계에 포함했다.

18개 집계구 인구 수치에서 해당 지역에 상주하는 인구는 배제했다. 또 광화문과 서울광장 일대는 휴일에도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임을 감안해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유동인구도 배제했다. 상주인구와 통상적인 유동인구 추정치를 내기 위해 개천절 집회 개최 직전 4일치의 토·일요일인 921·22·28·29일 인구의 평균치를 냈다.

집회 참가자 연령 구성을 산출하는 데에는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상주인구와 통상적인 유동인구를 배제하지 못하고 원 데이터를 이용했다.

안홍기(anongi 오마이뉴스

        

573돌 한글날] 급식체와 야민정음, 언어폭력에 멍든 한글날

10대가 사용하는 급식체, 뜻과 무관한 야민정음 확산

사이버폭력 급증, 단체 채팅방서 언어폭력 빈번해져

2030세대는 물론, 대기업까지도 마케팅으로 활용 문제

#6세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최근 자녀 방에서 편지 한 장을 읽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읽어본 편지는 서툰 맞춤법으로 쓴 욕 편지였다. 6~7세 아이가 알고 있는 나쁜 단어가 모두 쓰인 것만 같은 편지에 학부모는 심장이 쿵 내려 앉았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하루에도 수십 개씩 아니 그 이상의 메시지 톡이 와요.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너무 궁금해서 살짝 봤더니, 의미 없는 말들만 나열돼 있더라고요. 난생처음 본 단어들만 가득해서 솔직히 놀랐어요"라고 전했다.

 

109573돌 한글날을 맞이한 가운데 10대 사이에서 '언어폭력'이 급증하고 있어 올바른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급식을 먹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10대 언어인 이른바 '급식체', 뜻과 무관하게 비슷한 모양의 글자로 바꿔 표현하는 '야민정음'이 빠르게 확산 되면서 세대 간의 소통이 단절되고, 결국 언어폭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다.

 

지난 9월 수원 노래방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집단 폭행 사건과 사이버폭력으로 신고된 단체 채팅방에서의 행태를 살펴보면 한글이 파괴되는 현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잡뒤' 잡히면 뒤진다, 'P' 피씨방, '크리' 최악의 상황, '띵작' 명작, '머박' 대박 등 같은 한글이지만 기성세대에게는 낯선 말들로 10대는 소통하고 있는 현실이다.

 

교육 전문가는 "한글 교육이 완성되지 않은 나이부터 단어를 과감하게 줄여 쓰는 급식체나 비슷한 단어로 대체해 부르는 야민정음은 위험한 행태"라며 "변질된 한글을 쓰는 것은 결국 학생들의 독해 수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글이 다양하고 빠르게 파괴되는 만큼 사이버상의 언어폭력은 더 빠르게 급증하는 추세다.

대전교육청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정보공시한 자료를 살펴보면 사이버폭력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8년 총 104건이 발생했고, 2017124, 201695건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사이버폭력이라는 광범위한 영역 가운데서도 유독 언어와 관련된 학교폭력이 급증하고 있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사이버폭력에는 언어폭력이 포함돼 있다. 최근 언어폭력으로 인해 징계나 학폭위가 열린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편지나 쪽지로 언어폭력이 가해졌다면 최근에는 단체 채팅방이나 SNS를 통해서 무분별하게 언어폭력이 발생한다""단체 채팅방은 개인 사생활 영역으로 쉽게 단속하거나 예방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올바른 언어 사용과 사이버폭력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글파괴와 야민정음은 단순히 10대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언어유희를 빙자해 20~30대는 물론이고 대기업 마케팅에서도 한글 파괴가 빈번하게 발생해 기성세대부터 올바른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틀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촛불과 '조국사태'] 3년 전 촛불시민과 조국 지지층 결이 다르다

조국 지지층 이념적·당파적 색채 더 강해 촛불항쟁 참여자 중 임명동의는 49.2%

 


검찰개혁 향한 태극기 물결 |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역 사거리에서 열린 '8차 검찰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3년 전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촛불을 든 시민과 지금 조국 법무장관 임명 지지층 사이에 적지 않은 틈이 확인됐다. 촛불시민 가운데 절반 정도는 조 장관 임명에 호의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대선 당시 진보후보 지지층에서는 조 장관 임명에 더 비판적이었다. 이 같은 내용은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기획한 내일신문 창간 특별기획 촛불 3,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꿨나조사에서 확인된 것이다. 조사는 한국리서치가 진행했다.

 

이번 조사에서 조 장관 임명을 지지하는 국민은 29.2%였다. 절반 이상인 53.7%잘못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판단유보층(17.1%)에 적지 않은 부정평가층이 포함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 장관 임명에 비판적인 여론은 더 늘어난다.

 

3년 전 촛불항쟁 참여자로 좁혀 보면 49.2%가 조 장관 임명을 지지했지만, 37.9%는 비판적 입장이었다. 여기서도 판단유보층이 12.9%나 됐다. 부정여론이 지표보다 많다는 얘기다.

 

이런 사실은 3년 전 촛불항쟁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FGI조사(Focus Group Interview 집단심층면접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참석자 중 일부는 검찰개혁에 적합하지 않는 사람을 앉히는 등 불통 이미지가 커졌다”(30), “태극기집회보고 엄청 욕했는데 그것과 다를 바 없다”(50)라는 의견을 밝혔다.

 

주말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 집회에서는 조국수호=검찰개혁구호가 넘친다. ‘조국과 검찰개혁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뭇매를 맞는다. 하지만 이것도 국민여론과는 거리가 있다.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한 태도조국 사퇴가 개혁동력을 잃게 한다는 의견에 대한 동의 여부를 교차해보면 이 사실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조 장관 임명에 찬성하는 사람들 중 73.2%조 장관이 사퇴하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개혁추진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견해에 동의했다. 하지만 임명 지지층 중에서도 23.8%조 장관이 사퇴하더라도 개혁동력을 잃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조 장관 임명이 잘못됐다고 보는 비판층에서는 개혁동력을 잃지 않을 것’(62.2%)이라는 응답이 잃을 것’(31.7%)이라는 답변보다 2배 많았다. 판단유보층에서도 개혁동력을 잃지 않을 것’(43.2%)이 우세했다.

 

물론 조 장관 임명에 비판적이거나 판단유보층 중에는 문 대통령이 개혁동력을 잃기를 바라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 사퇴=개혁동력 상실이라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약세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그러면 조 장관 임명을 지지하면서 조 장관이 사퇴하면 개혁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보는 조국 임명 적극 지지층은 누구인가. 조사 결과 이들은 3년 전 촛불항쟁 참여자 중 더 진보적, 더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3년 전 촛불시민 가운데 자신이 진보성향이라고 인식하는 참여자는 40.0%였다. 하지만 조국 임명 적극 지지층 가운데 진보성향은 51.9%11.9%p 많았다. 촛불항쟁 참여자 가운데 민주당 지지층은 43.6%인데, 조국 임명 적극 지지층 중 민주당 지지층은 65.6%22.0%p 더 많았다.

 

이와 관련, 이지호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진영 간 대립이 격화되면서, 참여자의 이념적 당파적 색채가 더 강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권비리와 주권침해에 대한 시민저항으로서의 촛불이 진영대립으로 인해 새롭게 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내일신문 창간기념으로 '촛불 3주년'

 

소득양극화의 민낯]10대서 직장여성까지유럽 초고가 패션이 삶의 일부로

구찌·폴스미스 티셔츠금수저엔 '머스트해브 아이템'

강남 대형매장 있는 신세계올 명품 매출 32% 늘어

불황에 한푼이라도'중산층 브랜드'는 성장 제자리



서울 강남 삼성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중학교 2학년 기훈(가명)이의 옷장에는 기훈이가 특별히 아끼는 아이템들이 있다. 호랑이 같은 동물 그림이 그려진 구찌 반팔 티셔츠 몇 장, 스텔라맥카트니 티셔츠, 폴스미스 니트와 티셔츠, 톰브라운 카디건과 맨투맨티, 몽클레어 패딩 재킷. 여기에 발렌시아가 야구모자를 특히 좋아한다. 신발장에는 발렌시아가 신발도 두 개나 있다. 하나는 약 100만원인 스피드러너스니커즈, 또 하나는 비슷한 가격의 어글리 스타일 트리플S’.

 

기훈이가 처음부터 고가 유럽 패션 브랜드 제품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대기업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살던 기훈이가 나이키나 아디다스를 즐겨 입다 귀국한 후 패션 아이콘인 빅뱅 지드래곤의 스타일에 관심을 가지면서 유럽 패션에 눈을 뜬 것. 국내 뮤지션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랑삼아 올리는 값비싼 패션 아이템은 10대들에게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통한다.

 

10대 기훈이의 사례는 한국에서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럭셔리 패션 상품 판매가 드라마틱하게 성장하고 있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액자산가들이 유럽 패션 브랜드에 열광하는 것은 물론 직장인 여성들도 수개월치 월급을 모아 명품 구입 행렬에 동참한다는 얘기는 이미 올드스토리다. 서울 강남 등지의 일부 부유층에서는 10대 학생들에게도 수백만원짜리 명품 패션이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소득양극화의 민낯]10대서 직장여성까지유럽 초고가 패션이 삶의 일부로



지난 7월 리뉴얼 오픈한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본점 불가리 매장의 내부 모습. /사진제공=롯데백화점

 

부모 소득 양극화에 따라 사치품 즐기는 10대도 속출=최근 종영한 엠넷의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8’에서 꽤 높은 단계까지 올라간 한 고교생 출연자는 실력도 좋았지만 패션으로 더 큰 화제를 모았다. 고교생이자 아마추어 래퍼임에도 출연할 때마다 구찌 티셔츠와 머플러, 발렌시아가 스니커즈, 펜디 재킷 등 값비싼 의류와 소품을 착용했다. 부모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10대 소년도 얼마든지 수백만원짜리 유럽 패션 사치품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됐음을 잘 보여준 사례다.

 

돈 있는 사람에게 돈이 몰린 지는 이미 오래. 그 과정에서 중산층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한 푼이라도 아껴 자식 학원비라도 마련하려고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지만 일부 부유층에는 명품 쇼핑과 몸치장이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취미생활이 됐다. 오랜 소득 양극화가 소비 양극화로 이어진 이런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최악 불경기 속 백화점 명품 매출 성장률 최고치=정말로 믿기지 않는 것은 거의 모든 언론 매체가 최악의 불경기라는 기사를 쏟아낸 지난해와 올해 백화점 명품 매출 성장률이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201613.8%이던 명품 매출 신장률은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영향으로 5.5%까지 내려갔다가 지난해 18.5%로 올라갔다. 이는 2015년의 명품 신장률 18.1%를 웃도는 기록이다. 올해는 더하다. 1~8월 명품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24.7%를 기록했다. 모두가 최악의 불경기라고 하는 가운데서도 값비싼 명품은 기록적인 판매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강남에 대형 매장이 있는 신세계백화점은 명품 판매가 더 많이 증가했다. 2017년 명품 신장률이 18.5%를 기록하더니 2018년에는 20.0%로 뛰어올랐고 올해 8월까지의 명품 신장률은 무려 32.5%를 기록하고 있다.

 

중산층 품목 토종 브랜드 성장 뚝=백화점 업계에서 과거부터 중산층 품목으로 꼽던 내셔널(국내) 브랜드 남성의류와 여성의류 등은 성장이 사실상 멈췄다. 신세계 여성의류 카테고리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0.7%, 올해 1~80.2%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야말로 소득 양극화가 소비 양극화로 이어진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입을 모은다. 익명의 한 서울 시내 사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히 올라가 부유층의 소비 여력이 커진 반면 전통적 의미의 중산층은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 임금 정체 등으로 백화점 고객층에서 상당 부분 이탈했다면서 이 때문에 값비싼 명품은 팔리고 국내 브랜드 옷은 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아무리 불경기라고 하지만 한국에 돈 많은 사람 많다는 말은 사실이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이 회사의 명품 매출 중 대략 80%가 내국인으로부터 나온다.

             

[소득양극화의 민낯]10대서 직장여성까지유럽 초고가 패션이 삶의 일부로



지난 2월 롯데백화점 본점 5층에 신규 오픈한 구찌 맨즈 매장. 최근 남성의 명품 구매가 크게 늘고 있는 트렌드에 대응해 문을 열었다. /사진제공=롯데백화점

 

부 쏠림 현상 가속화=중산층의 임금과 사업소득이 올라가는 속도에 비해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 속도가 빨라 자산가 계층에 대한 부의 쏠림현상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금 생활자와 자영업자의 소비 여력은 정체지만 자산가의 구매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여 명품 소비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에는 다른 모든 것을 아끼고 아껴 모든 돈으로 명품을 사는 젊은 층도 늘었다. 명품이 좋아 스스로 양극 소비를 하는 젊은이들 덕에 한 마디로 명품 고객의 저변이 확대됐다는 것. 신세계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50대 여성이 명품 시장의 최대 고객이지만 최근에는 젊은 여성과 남성이 주요 명품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 업체들도 이런 변화를 파고들어 젊은 소비자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루이비통과 구찌는 한글 온라인스토어를 열고 고객들에게 e메일 뉴스레터까지 보내며 제품을 소개한다. 루이비통은 올 7월 신세계강남점 1층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젊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역량을 어필하기도 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명품 아니면 초저가...소득양극화의 민낯

300원대 물 등 사재기 열풍

명품 매출 증가율도 사상 최고

소득성장 역풍에 기이한 공존



300원짜리 물, 3,900원짜리 와인 사재기 열풍이 일고 있는 초저가 시대를 뚫고 명품 브랜드 매출 증가율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섣불리 추진한 소득주도 성장의 어두운 그림자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소득 양극화 심화로 벌어진 소득격차는 초저가프리미엄시장의 기이한 공존을 낳았다는 시각이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명품 브랜드의 올해 평균 매출 증가율(1~7)17.2%로 나타났다. 산업부가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통계를 발표한 지난 2012년 이후 최대치다. 명품의 매출 증가율은 2012년부터 줄곧 한자릿수를 보였다. 20122.9%를 기록한 후 등락을 반복하다 20175.4%에 그쳤던 증가율은 201810.4%로 두자릿수로 뛰어오른 후 올해 20%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현 정부 들어 소득 분배율이 악화한 현상과 맞물린다. 통계청이 8월 발표한 올 2·4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상위 20%의 처분가능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균등화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3배로 2003년 통계 이후 2·4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5분위 배율은 소득계층 간 분배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다. 소득주도 성장에 따른 소득 양극화로 벌이가 좋아진 고소득 계층의 명품 브랜드 수요는 높아진 반면 가처분소득이 감소한 저소득층은 초저가 제품을 찾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울러 필수품은 초저가를 사더라도 패션·뷰티상품만큼은 프리미엄을 고집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도 소비 양극화 현상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밀레니얼 세대 고객 유치를 위해 명품 브랜드들이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들던 스니커즈·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군을 확대한 것이 명품 장르의 고()신장을 이끌었다소비 양극화, 가치소비 등 소비 트렌드 변화와 고가의 명품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채널을 선호하는 부분도 백화점 명품 매출 신장에 한몫을 했다고 설명했다. /박형윤·허세민기자 manis@sedaily.com

 

중산층 82% “공공임대 생각 있다왜 이렇게 답했을까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저소득층 고려보다 내 이익먼저

높은 집값에 주거불안 탓

사회적 약자 배려 인식 흐려져

나도 중산층 임대주택 들어가볼까

 

정책의 바람직한 목표 질문에

응답자 31% “집값 안정답해

소득불문 주거비 안정 요구 높아

 

젊은 세대 지원정책 요구

50대에서도 20%로 높아

 

대출도 감수한 내집 장만 욕구

임대 후 분양전환 67%긍정

자산 증식에 소득보다 부동산

 

집값 57000만원 중 4억원을 은행 대출로 마련했다. 무리라는 것은 알았지만, 2년마다 전셋값을 올려주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보금자리를 옮기는 일에 신물이 났을 때였다. 직장인 송모씨(46)5년 전 그렇게 서울 용산구에 내 집을 장만했다. 이후 가족여행은 물론 식료품비마저 줄였다. 하루에 한 갑 이상 피우던 담배는 절반으로 줄였다. 송씨는 매달 원금과 이자를 합쳐 200만원 가까이 나가니 용돈은 30만원을 넘어본 적이 없다집에 매여 사는 것 같다. 그래도 집 한 채가 있으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집 한 채. 사전적으로는 주택 1개를 뜻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전 재산이라는 의미이다. 성인이라면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대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 빚을 낸다. ‘내 집 마련이라지만, 온전한 내 것으로 만들려면 수십년간 따박따박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현재 소득으로는 감당할 수 없이 치솟은 집값에 미래의 노동 대가까지 끌어다 충당하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름을 바꿔가며 중산층 공공임대주택을 내놓는 이유는 그래서다. 본래 공공임대는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이 목적이지만, 소득만으로 주거를 마련하지 못하는 것은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이나 같지 않으냐는 발상에서 시작했다.

 

경향신문은 공공임대와 중산층 임대주택 등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살펴보기 위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는 의외였다. 응답자들이 바라는 공공임대 정책 목표는 저소득층의 주거환경 개선등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이 아니었다. ‘청년·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 지원이나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주택 공급등 자신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요구가 먼저였다.

 

공공임대를 빈곤 주택으로 보는 시각이 있음에도 응답자 10명 가운데 8명은 공공임대에 입주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에는 고소득층도 포함돼 있다. 왜 이런 답변을 한 걸까. 설문조사는 지난달 20일부터 23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내 이익부터인지부조화 심각

공공임대 정책의 바람직한 목표에 대해 물었다. 응답자의 31.2%집값 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청년·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 지원중산층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주택 공급이 각각 21.5%, 19.7%로 뒤를 이었다. ‘쪽방촌과 고시원 등에 사는 저소득층의 주거환경 개선장애인 및 노인 등 취약계층 돌봄등 흔히 알고 있던 공공임대의 당위적 목표를 떠올린 비율은 각각 17.0%, 10.6%에 불과했다.

 

연령별로 원하는 정책 목표도 확연히 달랐다. 19~29세는 청년·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 지원38.3%로 가장 높았다. 청년으로 분류되는 30~39세에서도 같은 응답이 25.2%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50~59, 60세 이상에서도 청년·신혼부부 지원 응답이 각각 20.0%, 18.5%로 높았다. 정책 수혜 당사자인 2030 젊은층과 자녀가 있는 5060 부모세대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40~49세에서는 집값 안정’(30.8%) 외에 중산층 포괄하는 다양한 주택 공급’(27.9%)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게 나타났다.

 

자격 요건이 된다면 공공임대에 입주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79.0%그렇다고 했다. 입주 의사가 없다는 응답(21.0%)보다 4배가량 높았다. 월평균 가구 소득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의 입주 의사가 83.6%로 가장 높았지만, 상대적으로 고소득 중산층인 600만원 이상~700만원 미만도 82.4%가 공공임대에 입주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대다수가 공공임대 정책을 우호적으로 인식하는 것일까. 박은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철저히 이해관계에 따라 응답한 이 같은 결과를 정답을 알면서도 자기 이익을 우선 추구하는 인지부조화현상이 심각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위원은 공공임대는 주거불안에 시달리며 임대료 부담이 큰 하위 소득층을 위한 정책인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정의에 대한 인식이 옅어지는 것 같다공공임대에 들어갈 수 있는 소득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혀온 정책 탓에 한국에서도 사회보장 제도가 잘 갖춰진 유럽처럼 중산층도 공공임대에 입주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산층 임대주택 확대에 대한 질문에서도 58.6%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7.8%에 그쳤다. 실제로 경향신문이 만난 중산층 이상 가구의 대다수는 공공임대 입주를 고려해본 적이 있었다. 대부분 민간기업형임대주택 뉴스테이와 장기전세주택 시프트(Shift)’ 등 중산층 임대주택이었다.

 

송씨도 용산구에 집을 구입하기 1~2년 전 은평구의 한 시프트를 알아본 적이 있다. 그러나 잠시 저렴한 집에 살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자칫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임대주택에만 머물게 될 것 같아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공공임대 입주를 희망하지 않는 이유로는 극빈층으로 보는 부정적 시선 때문33.9%로 가장 높았다.

 

집 한 채에 달린 안정된 미래

내 집 마련에 진력하는 이들의 욕망을 탓할 수 있을까. 한국 사회에서 집 한 채는 끊임없이 생존과 연결된다. 주거불안은 집을 장만해야 해소된다. 미래 소득까지 당겨 장만한 주택인 만큼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집을 통해 중산층의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집은 사업 실패나 중병 등으로 경제적 위기에 빠졌을 때 기댈 수 있는 언덕이기도 하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백모씨(48)에게도 집 한 채는 유일한 뒷배. 4년 전 집값의 절반이 조금 안되는 16000만원을 은행에서 빌려 30년간 매달 60만원을 갚아나가야 한다. 집의 용도는 앞으로 백씨의 경제사정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대출금을 다 갚으면 주택연금 담보물로 편안한 노후의 종잣돈이 되겠지만 못 갚았을 때는 집을 팔고 지방으로 내려갈 생각도 하고 있다. 아이가 대학에 가거나 결혼을 할 때 목돈 마련을 위한 밑천이 될 수도 있다.

 

그는 집이라도 없으면 얼마나 서러울까. ·월세를 전전하는 사람보다는 그래도, 그나마 이거 하나 있다는 게 위안이 된다돈을 언제 다 갚을 수 있을까 불안하지만 없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빚으로 사는 껍데기만 중산층이라고 했다.

 

자력으로 내 집 마련을 꿈꿀 수 없는 현실은 청년들에게 더 가혹하다. 강모씨(29)우회로를 선택했다. 강씨는 지난해 은평구 재개발 지역의 한 연립주택 반지하 매물을 사들였다. 투자금액은 2억원. 매달 180만원이 대출금으로 나가지만, 낡은 연립주택이 재개발을 거쳐 새 아파트로 탈바꿈했을 때를 상상하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렇게라도 집을 사놓지 않으면 그 세계로의 진입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공공임대는 이들에게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구로구의 한 시프트에서 5년간 거주해온 김모씨(43)재미있는 현상이라며 장기전세는 최장 20년 거주할 수 있기 때문에 이사를 안 갈 것 같지만 의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계속 오르는 집값이 문제다. 같은 평수의 옆집이 집값이 오르면서 자산가치가 불어나는 것을 보며 오히려 공공임대에 들어와 자산 축적의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김씨는 얼마 전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집값 안정이 최고의 복지

조사 전반에 걸쳐 주거비 안정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공임대 정책의 바람직한 목표를 묻는 다소 큰 범주의 질문에서 집값 안정’(31.2%)1위를 차지했으며, 공공임대 입주를 희망하는 가장 큰 이유로도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료’(55.4%)가 꼽혔다. 중산층 대상 주거복지 정책의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에서도 집값 안정’(34.2%) 응답이 가장 많았다.

 

주거비 안정 요구는 저소득층 대상 공공임대 정책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목표를 묻는 질문에서도 두드러졌다. ‘저렴한 보증금과 임대료46.2%로 가장 높았는데, 월평균 가구 소득이 200만원 미만과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 등 저소득층에서 각각 54.4%로 월등히 높았다. 그다음이 장기간 거주 안정’(27.6%) ‘자립기반 마련’(16.8%) 등의 순이었다.

 

이는 저소득층이나 중산층 모두 소득과 집값 격차에 따른 주거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사회안전망이 미흡한 가운데 가구 소득에서 주택을 취득하고 유지하는 비용이 가장 많이 나가는 만큼 그 돈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집값 안정이 최고의 주거복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소득으로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집값을 따라잡을 수 없다. 20092574만원이었던 월평균 실질임금은 지난해 2899만원으로 12.6% 올랐다. 그에 반해 전국 주택 중위가격(주택을 가격별로 세웠을 때 가운데 주택의 값)은 같은 기간 21977만원에서 31738만원으로 44.4% 상승했다. 집값 상승 속도가 실질임금보다 3배 이상 빠른 것이다. 비교 대상을 서울 집값으로 바꾸면 중위가격 상승률은 45.6%(43040만원62660만원)로 소득과의 격차는 더 커진다.

 

집값이 급등할수록 주택 구입 시 대출 의존도는 커진다. 그러다보니 현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가 중산층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48.3%동의한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36.8%였다. 나머지 15.0%모르겠다고 답했는데 이 중 19~29세와 30~39세의 응답이 각각 26.7%, 16.3%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2030 젊은층에서는 내 집 마련을 당장의 자기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내 집 마련 욕구는 여전히 컸다. 5년이나 10년 임대 후 주택 소유권을 임대인에게 우선 분양하는 임대 후 분양전환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무주택 서민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67.0%로 높게 나왔다. ‘임대주택 재고를 확보하지 않고 분양물량으로 소진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23.7%였다. 공공임대를 시세차익이 큰 내 집 마련을 위한 지렛대로 여겼다.

 

믿을 건 부동산밖에 없다는 인식은 계속될까. 그간 자산 유지 및 증식의 주된 투자활동에 대해 물었다. ‘임금 등 소득78.3%, ‘부동산12.3%였다. 그러나 앞으로 자산을 유지하거나 불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하는 투자활동에 대해서는 임금 등 소득61.6%로 줄고, ‘부동산21.2%로 늘었다. 소득보다 부동산에 거는 기대가 더 컸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24년간 중산층 위해 공공임대 90만호 팔아저소득층은 뒷전

국가가 사랑한 중산층 임대주택 - 중산층 임대주택의 역사

김영삼 정부 출범부터 2017년까지

매년 공공임대의 28% ‘분양전환

 

정부, ‘중산화 가능 계층타깃으로

공적 자산 제공중산층 편입 유도

LH·건설사, 전환 과정서 큰 수익

 

시프트·뉴스테이, 자격 제한 완화

저소득층 아닌 중산층 우선 정책

임대료 책정에 소득 연동 안 해

경쟁력·공공성 모두 떨어져

 

전용면적 84(25) 아파트. 임대료는 주변 시세 90~95%로 보증금 25000만원·월세 67만원 수준이다. 수도권 신도시의 목 좋은 곳에 위치해 교통 등 인프라도 만족할 만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으로 짓지만, 무주택자라면 소득이 많더라도 입주할 수 있다. 이런 집을 공공임대주택이라 부를 수 있을까.

 

중산층 공공임대주택 얘기다. 경기도는 최근 광교신도시에 공공임대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산층 임대주택을 표어로 걸었다. 이헌욱 경기도시공사 사장은 임대주택의 품질을 높여 중산층까지 품어야 한다. 좋은 상품을 출시해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도 상황은 비슷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임기 내에 서울의 공공주택 비율을 10%로 올리겠다고 밝히며 공공임대 공급을 중산층에게까지 넓히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산층공공임대의 결합이 새로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역사는 길다. 대표적으로 5~10년 일정 기간 임대를 살면 분양권을 얻을 수 있는 분양전환 공공임대 등이 중산화 가능계층’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정책이었다. 지난 24년간 분양전환으로 공급된 누적 물량은 현재 기준 약 90만가구이다. 2017년 기준으로 남아 있는 공공임대 재고 246만가구의 36.6% 수준이다. 기업형 공공임대 뉴스테이(New Stay), 공공지원 민간임대 등 중산층을 위한 다양한 공공임대주택이 지금도 보급되고 있다. 한국에서 공공임대가 저소득층 주거지라는 인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공공임대 처분에는 보수·진보 없었다

중산층 공공임대의 역사는 1990년대 초 노태우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소득 1~2분위 저소득층이 주로 입주하는 영구임대아파트를 최초로 보급했다. 처음 25만가구를 계획했지만, 19만가구로 줄였다. 대신 10년만 지나면 분양전환이 가능한 사원임대주택을 42000가구가량 공급했다. 재원을 아껴야 한다는 당시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의 입김과 함께 사회 주도층으로 발돋움하는 도시 중산층의 주거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정부의 판단도 작용했다.

 

김영삼 정부는 5년 공공임대를 도입했다. 5년 공공임대는 공급된 지 26개월이면 분양전환을 할 수 있었다. 자격도 소득 제한 없이 무주택자면 지원이 가능했다. 노무현 정부는 10년 장기 공공임대 50만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10년 뒤 분양전환하는 공공임대였다.

 

국토교통부 주택업무편람을 보면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1993년 이후부터 2017년까지 24년 동안, 예산과 기금 등 정부 재원을 투입한 분양전환 공공임대 물량은 899962가구에 이른다. 매년 공급되는 공공임대 물량의 28.2%가 분양전환 공공임대였다. 전체의 약 30%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공에서 민간 영역으로 전환되는 시한부였다는 뜻이다. 국가가 물량을 쥐고 있지 못하니 그사이 공공임대주택 수는 궁극적으로 크게 늘지 못했다.

 

수도권이나 세종시 등 주요 지역의 분양전환 공공임대 경쟁률은 종종 10 1을 훌쩍 넘는다. 물량보다 원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시간이 지나며 갈등도 잇따랐다. 분양전환 시 가격이 너무 올라버린 일부 분양전환 공공임대에서는 정부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세입자 사이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분양전환을 시작한 판교의 공공임대는 최초 입주를 한 2009년보다 2배가량 주변 시세가 뛰었다. 입주민들은 10년 전 최초 분양가를 내고 입주한다는 입장이지만, LH는 현 시세대로 분양가를 내야 한다고 맞선다.

 

분양전환 전, 임대기간에는 공공임대주택의 과도한 임대료 상승이 민간 건설사의 배만 불려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계속됐다. 사업에 참여한 부영 등 대형 건설사들이 이들 아파트의 임대료를 매년 법적 상한선인 5% 가까이 올렸고, 분양전환 시 이익을 고스란히 가져갔기 때문이다.

 

국가의 권유 자가소유로 중산층 편입

한국은 사적 복지체계가 작동한다. 국가의 복지가 미흡하니 양육과 노후를 상당 부분 개인이 책임진다는 의미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11.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1%)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국가 복지를 기대할 수 없는 이들은 부동산으로 몰려갔다. 교육 여건이 좋은 곳에 있는 부동산을 사들인 뒤, 값이 오른 부동산으로 자산을 축적해 스스로 노후까지 돌봤다. 1970년대 이후 토건산업이 활황세를 이어가며 중산층은 이 같은 자산 형성 방식을 정설처럼 받아들였다. 학계에선 이를 자산 기반 복지라 불렀다.

 

분양전환 공공임대는 정부가 한시적으로 공적 복지를 제공한 뒤 자산 기반 복지 체제로의 이행을 돕는 대표적인 정책 사례로 꼽힌다. 분양전환 공공임대의 주요 타깃은 중산화 가능계층이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2000년 이후 발표한 공공임대 정책 보도자료 등을 보면 올해 2분기 기준 가구 소득 5~6분위(390~449만원)를 중산화 가능계층으로 분류한다. 중산층은 소득 7~8분위(519~613만원)로 본다. 국가가 나서 자가소유를 통한 중산층 편입을 유도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분양전환 공공임대는 정부, 건설사, 세입자 등 주택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에 부합했다. 정부는 이라는 자산을 제공해 무주택 중산화 가능계층의 마음을 샀다. 재정을 크게 투입하지 않고 주거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분양전환 공공임대는 손 안 대고 코 푼주거정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 공공임대를 분양전환하면 LH는 이익을 챙긴다. 공공임대를 만드는 데 들였던 비용을 회수하는 구조다.

 

적자 논란에 시달리는 LH는 분양전환으로 부채 탕감을 시도해 논란이 인 적도 있다. 1960년대 공적 자금이 투입된 공공임대의 시초로 불리는 서울 마포아파트는 임대 1년 만에 분양으로 전환했다. 1970년대 공공임대 성격의 아파트 64947가구가 1~2년 임대 뒤 분양전환했다. 모두 정부가 투자자금을 빨리 회수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김도균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책 <한국 복지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주택 문제의 해법이 임대주택의 공급보다는 내집 마련 지원과 중산층 자산 형성에 있었다. 자가소유를 핵심으로 하는 중산층 육성대책은 증세와 재정 문제를 피해가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건설사는 공공임대를 분양전환하는 정책에 참여해 큰돈을 벌었다. 부영은 분양전환 공공임대 사업에 대거 참여해 성장한 대표적인 건설사다. 일부 세입자들은 자가소유를 실현했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전환 공공임대 정책은 각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에 강력한 지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저생활계층의 주거 문제는 조금씩 뒤로 밀렸다.

 

공공임대를 민간에 넘긴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영국은 1980년대 공공임대를 싼값에 대거 분양했다. 100만가구가량을 시세의 35~50% 수준으로 세입자에게 팔았다. 당시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 총리가 자가소유를 통한 중산층 도약을 꿈꾸는 서민·노동자 계층을 사로잡기 위한 조치였다. ‘중산층 육성이 목적인 한국과 유사한 맥락이다. 독일, 프랑스는 일부 공공임대 물량을 팔았다가 재매입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더 이상 분양전환 공공임대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추가로 공공임대 물량이 분양전환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국토부는 2016년 도시정비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때 일정 조건을 채우면 재개발·재건축 단지에 있는 공공임대를 분양전환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재개발·재건축 단지에 있는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공공임대 물량은 얼마든지 시장에 팔릴 수 있다.

 

늘어나는 중산층 공공임대

본격적인 중산층전용 공공임대 정책의 문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열었다. 서울시는 2008년 시프트(Shift)로 불리는 장기 전세주택을 공급했다. 공식적으로 시프트의 정책 목적은 중산층 주거안정이었다. 시프트는 주변 전세가격의 80% 이하로 최대 20년까지 살 수 있는 주택이다. 주택 면적도 59, 84, 114로 다양했다. 소득 제한도 없었다.

 

시프트는 저렴한 전세로 거주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공공임대의 이미지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비판도 많다. 저소득층이 아닌 중산층을 정책 우선순위에 두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시프트로 인한 서울도시주택공사(SH)의 손실은 1조원에 이를 만큼 커졌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시프트의 신규 공급 중단을 예고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중산층 주거안정을 내건 기업형 공공임대주택 뉴스테이를 도입했다. 뉴스테이는 입주 시 소득뿐 아니라 자산도 제한을 없앴다. 임대료는 시세의 95% 수준에서 책정됐다. 뉴스테이는 장기간 안정적인 임대를 보장한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뉴스테이의 최장 임대보장 기간은 8년이었다. 사업자는 8년이 지나면 분양전환을 할 수 있었다. 중산화 가능계층으로 분류하는 소득 6분위까지 입주할 수 있는 행복주택도 박근혜 정부에서 공급을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뉴스테이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이름을 바꿔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20% 정도의 물량을 시세의 75~85% 수준으로 신혼부부, 청년 등에게 지원한다는 점에서만 뉴스테이와 차이가 있다.

 

시프트와 뉴스테이 모두 중·저소득층에게 민간임대주택을 지원하는 대부분의 나라와 다르게 소득 제한이 없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뉴스테이는 일부 사업자들이 수익을 20% 이상 내는 등 특혜성 사업이라는 시비에도 휘말렸다. 다수의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 사업자의 평균 수익률이 8% 수준인 점과 비교하면 매우 높다. 뉴스테이는 분양전환 시 가격산정 기준이 없어 사업자가 폭리를 취할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중산층 임대주택 확대를 부정적으로 보기만은 어렵다. 공공임대 공급량이 많은 일부 유럽 국가에서도 중산층에게 공공임대를 공급한다. 보편적 복지의 일환이다. 다만 한국의 중산층 임대주택과는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선 임대료를 소득에 연동해 책정한다.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임대료를 책정하는 한국과 대비된다. 한국에서 중산층 임대주택 임대료는 시세의 90% 안팎이다. 임대료 측면에서 경쟁력, 공공성 모두 떨어진다.

 

저소득층에 우선 돌아가야 할 공공임대 물량도 부족한 상황에서 중산층 임대주택은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국가 예산과 사용할 수 있는 토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공공임대는 배분의 우선순위를 정교하게 짜야 한다공공성이 떨어지고 소득 제한도 없는 중산층용 임대주택에 국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공공임대 유형통합을 준비하고 있다.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포괄한 가구가 함께 모여 사는 방식이다. 임대료는 시세가 아닌 소득과 연동해 내는 유형을 논의 중이다. 공공임대 유형통합은 사회적 배제를 완화할 수 있는 소셜믹스 방식이면서 입주 대기자 통합 관리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주거불 기댄 중산층 공공임대저소득층 주거 안전망빼앗는다

시민 다수 임대주택 입주 의향

내집 마련 수단으로 인식 강해

경제력 좋으면 유리취지 훼손

 

시민 10명 중 8명이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갈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내 집 마련 욕구가 강하지만, 소득으로는 가파르게 치솟는 집값을 감당할 수 없다는 주거불안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간 임대 후 분양전환 등 자가 소유를 유도하는 중산층 임대주택을 대거 공급했다. 정작 지원을 받아야 할 저소득층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결과를 낳았다.

 

경향신문과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0일부터 23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9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9%공공임대에 입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조사 전반에 걸쳐 드러난 현상은 자가 소유 열망이었다. 5년이나 10년간 주택을 임대한 후 분양 전환할 수 있는 분양전환과 관련해 응답자의 67%무주택 서민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10명 중 절반은 대출규제를 내 집 마련을 막는 장애물로 인식했다.

 

사실상 공공임대주택과 대출 모두 자가 소유 수단으로 봤다

한국사회에서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집 한 채밖에 없다는 인식이 사람들을 내 집 마련에 매달리게 하는 것이다.

 

임대 후 분양전환, 장기 전세주택 시프트(Shift)와 기업형 공공임대주택 뉴스테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등 지난 30여년간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공급해온 중산층 임대주택은 이 같은 여론에 맞춰 내놨던 공공임대주택 정책이다.

 

하지만 임대 후 분양전환은 정부 재정을 투입한 공공임대 물량을 팔아치워 없앤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시프트와 뉴스테이도 자격요건에 거의 제한이 없어 임대주택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봉인식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공공임대주택 확충은 주거취약계층이 아닌 지불 능력이 나은 계층을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공공의 한정된 자원을 그렇게 쓰는 게 맞는지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이성희·김원진 기자 mong2@kyunghyang.com

 

진짜 천만모였을까태극기·성조기 뒤섞인 광화문 풍경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보수 단체 집회가 한글날인 9일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도 참석했다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는 이날 오후 1시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하야 2차 범국민 투쟁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 3일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1차 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투쟁본부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총괄 대표, 이재오 전 특임장관이 총괄 본부장을 맡고 있다.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문재인(대통령)이 서초동에 촛불을 동원해 홍위병 전술을 시작했다윤석열(검찰총장)이 문재인(대통령)을 체포해야 한다. 내란선동죄 적용해 현행범으로 체포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전 대표는 또 “(집회참가자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1400여개 시민단체와 학계·종교계 모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범보수단체 주최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보도에 조금 천천히 신중하게

MBC, 검찰 소스에 해명·반박만큼은 꼭 취재자제력 발휘하려는 한겨레

조국 법무부장관 보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일부에선 검찰 보도에 신중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 장관이 민정수석을 지낸 대통령 최측근인 점에서 감시·견제가 지속 요구된다는 의견도 여전하지만 검찰과 언론의 공생이 사회에 끼치는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검찰 보도에 우려를 표한 언론은 MBC. 박성제 MBC 보도국장은 언론의 검찰 받아쓰기에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8일 통화에서 조국 국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검사의 일방 주장을 받아쓰는 게 좋은 보도가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알면서도 시정이 안 된다는 점이라며 우리도 부족하지만 적어도 해명과 반론만큼은 제대로 취재해 담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권력 비판이라는 가치만큼 사실 보도라는 가치도 중요하다향후 재판에서 검찰 주장 가운데 기각되는 것도 적지 않을 것이다. 재판에서 검찰 주장도 하나의 입장으로 법리 공방이 이어질 텐데 그전까지 최대한 따져보고 검증해보자는 게 우리 관점이라고 강조했다.

 

MBC PD수첩이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 의혹에 의문을 제기하자 검찰이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반박했다. 사진=뉴스데스크 갈무리.

 

이런 생각은 검찰 주장에 단독표기를 달아 대중에 전달하는 일부 종편과 배치된다.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조작 혐의에 검증을 시도한 MBC PD수첩(1212장관과 표창장) 제작진도 검찰 보도에 거리를 두고 이슈를 좇고 있다.

 

박건식 MBC 시사교양1부장은 8일 언론노조 MBC본부 노보에서 “PD수첩은 지난 101일 방송한 장관과 표창장편에서 혐의사실’, ‘피의사실대신 혐의내용’, ‘피의내용이란 어휘를 사용했다검찰은 사실을 판정하는 기관이 아니라 의혹을 주장하는 일방적 집단으로 보는 게 타당해서다. 검찰 반대편에는 변호인이라는 또 다른 일방적 상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흘리는 정보를 당연히 사실인양 보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혐의사실’, ‘피의사실(공표)’ 등 사실이 들어가는 검찰 수사 보도를 반복하면 국민이 검찰 수사를 의혹 제기가 아니라 확정된 사실로 여길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관과 표창장편을 연출한 김재영 PD8일 통화에서 이번 방송은 검찰이 기소한 사건, 즉 명확히 드러난 사건을 제대로 들여다보자는 차원으로 제작했다우리 보도에 조국 구하기라는 비난을 가할 수도 있지만 국민 알권리라는 원칙이 조국 일가뿐 아니라 검찰 공소장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MBC가 유독 검찰 보도에 민감한 이유는 과거 경험에 있다. 2008MBC PD수첩 제작진은 무분별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비판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PD수첩 제작진 기소는 MB정권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손꼽힌다. 당시 책임PD였던 조능희 전 PD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 죄가 없는데 집을 압수수색 당해본 사람의 심정은 당해본 사람만 안다며 검찰 수사에 의문을 제기했다.

 



MBC가 검찰 보도에 민감한 이유는 과거 경험에 있다. 2008MBC PD수첩은 무분별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비판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기소는 MB 정권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손꼽힌다. 201012월 항소심에서 명예훼손 혐의 전원 무죄를 선고받은 PD수첩 제작진의 모습. 사진=미디어오늘

 

검찰발 보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검증이란 명분은 낙종으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또 정부·여당 편향 아니냐는 비판도 뒤따를 수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는 노보에서 최근 MBC 보도에 검찰이 기소 전에 흘리는 수사 내용을 받아쓰지 않겠다는 우리 기조는 보도책임자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바람직한 원칙이라면서도 보도하지 않는 것과 취재를 충실히 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검찰이 흘려주는 것을 쓰지 않으려면 더 많은 외곽 취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실위는 뜨거운 이슈가 불거질 때 적극적인 보도를 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제1원칙이다. 그 결과가 무조건적 정권 옹호나 관행적인 받아쓰기여서도 안 된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서 보도를 자제하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법조 기자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검찰 외 주변 취재가 실제론 쉽지 않다는 염려도 있다.

 

신문 가운데선 한겨레가 검찰 소스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검찰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경향신문이 조국 사태, 진보를 가르다”(1021), “진영 대결 넘어선 시민 대 시민’”(1051) 등 보도로 갈라진 여론을 조명한 반면 한겨레는 검찰권력의 탄생”(1051), “더 커진 촛불 검보다 국민이 더 세다’”(1071) 등 검찰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서초동 촛불에 의미를 크게 부여했다.

 

앞서 젊은 기자들이 조국 검증 보도에 자사가 소홀했다며 대자보를 낸 뒤 자체 TF를 구성한 한겨레는 검찰발 보도 대신 외곽 취재를 통한 팩트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보도 배치에도 신중하다. 지난 34코링크 관계자 정경심에 투자계획 보고됐다 들어’”라는 기사는 TF팀이 취재한 기사로 펀드 투자 내용을 모른다는 조 장관 해명을 반박하는 근거를 담고 있다. 한겨레는 이 기사를 4면 하단에 배치했다.

 

이와 관련 편집국 내부에서 조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위법이 확정될 내용인지 논쟁이 있었던 걸로 전해졌다. 한겨레 편집국은 103일 면 배치에 이날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와 화성연쇄살인 사건 등 중요 사안이 있었다. 기사 내용과 취재 과정 등을 다각도로 고려한 판단이라며 편집위원회에 팀장 전원과 주니어 대표 등의 참여 폭을 넓혀 활발한 토론을 통해 기사 방향과 지면 배치 등을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검증을 강화하되 신상털이 보도는 지양한다는 공감대가 크다고 한다. 한겨레의 한 기자는 처음부터 웅동학원과 사모펀드의 위법 여부를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추되 타 매체 보도는 따라가지 않기로 했다표창장 위조 의혹 같은 경우 검찰이 정보를 많이 흘렸다. 검찰 소스에서 시작한 보도 경쟁에서 기자들도 보도하고 싶지만 자제력을 발휘하는 게 품격을 더 높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겨레와 MBC는 조국 반대 진영에선 친여매체로 꼽힌다. 조 장관 보도를 축소한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지만 조 장관 보도가 임계점을 넘고 언론개혁 요구가 커지면서 양사 데스크의 신중함이 깊어지고 있다.

 

한겨레 105일자 1. 한겨레는 검찰 소스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검찰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김도연·이재진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노래출처: 다음블로그 둔지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