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10.8 다시 코로나 시대를 생각한다
신음하는 '지구의 허파'…하루평균 축구장 3천300개 넓이 파괴
‘제주 특유의 목축 경관’ 초지가 사라진다
인천 계양산 한평사기 운동 불붙었다
동해에 163만 마리 부었다…‘국산 명태’ 밥상 돌아올까
시민 쉼터 가꾸는 ‘공원 노동자 쉼터’도 쉴 만하게
美 캘리포니아 해안에 3000배럴 '기름 폭탄'..."생태 재앙 될 것“
다시 코로나 시대를 생각한다
꽃 심고, 조형물 설치.. 가을 맞아 새 단장하는 ‘온천천’
제주 제2공항 건설 여부, 다음 정부가 결정한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 외로운 환경 교사의 호소
부촌 앞마당’ 프레임 쓴 한남근린공원···“모두의 공원” 외치는 주민들
고창 운곡습지와 고인돌 ‘2021 세계 100대 지속가능 관광지’ 선정
'식물'을 파는 수상한 철물점, 그 정체가 뭐냐면
채식만이 만고의 진리인가
영화인들도 ‘탄소중립’에 힘쓴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서 ‘영화의 숲’ 조성
충남에 야생 외래생물 296종 서식, 생태계교란생물은 28종
저출산 ‘직격탄’… 갈수록 줄어드는 부산권 인구
그 전염병들을 독수리가 막아내고 있었다
황금 들판 뒤덮은 검은 물결, 대체 무슨 짓 한 건가
신음하는 '지구의 허파'…하루평균 축구장 3천300개 넓이 파괴
그린피스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 메커니즘 파괴…보우소나루 정부 환경정책 실패"
대규모 벌채 중인 아마존 열대우림© (상파울루=연합뉴스)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정부가 경제적 개발이익을 앞세우면서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몸살을 앓고 있다.
브라질 뉴스포털 UOL은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자료를 인용, 보우소나루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2년 9개월 동안 브라질에 속한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이 이전 기간보다 74% 늘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기간 열대우림 파괴 면적은 축구 경기장 330만 개에 해당하는 2만4천100㎢에 달한다. 하루평균 축구 경기장 3천300개 넓이의 열대우림이 파괴됐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발생하는 화재와 무단벌채가 상당 기간 감소세를 보였으나 보우소나루 정부 들어 증가세로 돌아선 사실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그린피스의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 캠페인을 이끄는 호물루 바치스타는 "보우소나루 정부의 환경정책은 열대우림 보호를 위한 우리의 모든 메커니즘을 파괴하고 있다"면서 정책 실패를 지적했다.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발생한 화재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브라질의 과학기술·공공보건 연구기관인 오스바우두 크루스 재단(Fiocruz)과 국립우주연구소(INPE), 상파울루대학 고등연구소(IEA-USP)는 공동연구를 통해 환경파괴가 계속되면 아마존 열대우림의 기온이 급상승하면서 훨씬 더 건조한 사바나 지역으로 바뀔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원들은 2100년께 남미대륙의 기온이 지금보다 2∼5.5℃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아마존 열대우림 일부에서는 최대 11.5℃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연구원들은 2100년에 2천30만 명으로 추산되는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 주민 가운데 최소한 1천200만 명이 견디기 힘든 극심한 더위로 고통받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브라질·볼리비아·콜롬비아·에콰도르·가이아나·페루·수리남·베네수엘라·프랑스령 기아나 등 남미 9개국에 걸쳐 있다. 전체 아마존 열대우림 가운데 브라질에 속한 지역을 '아마조니아 레가우'로 부르며, 전국 27개 주 가운데 9개 주에 걸쳐 있고 전체 국토 면적의 59%를 차지한다.
fidelis21c@yna.co.kr
‘제주 특유의 목축 경관’ 초지가 사라진다
제주지역 초지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 문정임 기자© Copyright
오름과 함께 제주 특유의 목축 경관을 형성하는 초지 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초지는 축산업의 기반을 넘어 지하수 함양, 온실가스 저감 등 생태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니고 있어 보호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전체 초지 면적은 1만5676㏊로 우리나라 총 초지면적(3만2556㏊)의 절반을 차지했다.
제주의 초지 면적은 1990년 2만3079㏊에서 2000년 1만9671㏊, 2010년 1만7289㏊, 2020년 1만5676㏊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축구장 전용면적이 7140㎡인 것을 감안하면 지난 30년간 축구장 1만368개 규모의 초지가 사라진 셈이다.
지난 한 해만 놓고 보더라도 2019년 1만5873.7㏊에서 2020년 1만5676㏊로 197.7㏊가 줄어 1년 새 제주 마라도 면적의 6배, 여의도 면적의 70%가 감소했다. 지난해 제주의 초지 면적 감소 폭은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컸다.
제주지역 초지 감소는 우리나라 초지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지 면적은 1990년 9만㏊에서 2000년 5만2000㏊, 2020년 3만2556㏊로 같은 기간 70%나 감소했다.
현재 우리나라 총 초지의 48%는 제주, 16%는 강원, 충남 8%, 전남 6% 순으로 제주도에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이 몰려 있다. 초지는 대개 가축 사육을 위한 방목 초지와 사료작물포, 축사·부대시설 등으로 이용되며 전체의 30% 가량은 미이용 상태다.
초지는 말이나 소에게 먹일 조사료 생산지로써 축산업의 기반일 뿐만 아니라 푸른 초원과 같은 경관을 형성하며 관광과 휴양 자원으로 심미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지하수 함양과 유기물 순환에 도움을 주며, 탄소 격리 능력이 우수해 온실가스 저감에도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농업 용지로 불법 이용되거나 경관이 뛰어난 중산간(해발 200~600m)개발 사업에 전용되면서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다. 제주도와 정부가 매년 초지 실태조사를 벌이는 등 초지를 동물 복지와 친환경 축산, 관광 자원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뾰족한 답은 찾지 못 하고 있다.
한편 자연 초지이자 제주 특유의 목축 경관을 보여주는 도내 마을공동목장은 개발 열풍과 초지 관리 제도의 허점으로 인해 2006년 70곳에서 2018년 51곳으로 급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인천 계양산 한평사기 운동 불붙었다
계양산한평사기운동 캠페인과 관련, 제2차 시민행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계양산보전을위한한평사기운동본부(이하 계양산보전운동본부)는 1일 계양구재활용센터에서 공동대표단, 집행위원단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계양산보전을 위한 제2차 시민행동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고 3일 밝혔다. 현재 인천시가 계양산 보호 실태조사 용역에 착수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계양산 상당부분은 사유지로 개발위협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계양산보전운동본부는 인천시에 근본적인 보호방안으로 적극적인 시민공원조성촉구와 함께 골프장논란을 일으켰던 롯데 일가에도 토지기부 등 계양산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인천지역시민사회와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11월 중 구체적인 제2차 시민행동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계양산은 수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지만 대부분 사유지인 탓에 늘 개발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이에 골프장뿐 아니라 여러 개발사업으로부터 계양산을 지키기 위해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일환으로 시민기금을 모아 일부라도 계양산 부지를 매입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011년 계양산보전운동본부가 공식 발족됐다. 계양산 콘서트, 산행, 저금통 배포 등을 통해 모금활동을 펼친 결과 317명의 개인과 70개 단체가 기부에 참여해 지금까지 총 6200여만원의 시민 기금이 모였다.
계양산보전운동본부는 20명의 공동대표와 16명의 공동집행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1일 회의에는 노인자 인천YWCA 회장, 박종위 전 계양경찰서장, 박창화 인천대 명예교수, 박희룡 전 계양구청장, 이세영 전 계양의제21실천협의회 상임회장 등 공동대표와 김자영(인천YWCA사무총장), 이준모(해인교회 목사), 정연수(효성중앙교회 목사·중부연회 감독), 최문영(인천YMCA사무처장) 집행위원을 비롯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신정은 인천녹색연합 시민참여국장이 참석했다.
현재 계양산골프장계획이 추진됐던 핵심지역 목상동 일원은 2030인천공원녹지기본계획에 산림휴양공원으로 계획됐고, 인천시는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계양산 보호 실태조사 용역에 착수해 내년 6월 마무리 할 예정이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동해에 163만 마리 부었다…‘국산 명태’ 밥상 돌아올까
한국인이 선호하는 생선 중 하나인 명태는 이제 동해에서 잘 잡히지 않는다. 명태를 되살리기 위해 정부는 지난 7년간 17억원이 넘는 돈을 들였다. 문제는 대표적 한류성 어종인 명태가 살기에 동해가 예전처럼 차갑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명태잡이를 아예 금지했다.
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수산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14년부터 17억4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총 163만 마리의 명태를 동해에 방류했다.
한류·난류성 대표 어종과 어획량 변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09~2013년 연평균 1t에 그쳤던 명태 어획량은 정부가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2014~2018년 평균 3t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양이다. 1970년대 명태 어획량은 평균 6만2730t이었고, 1980년대 8만3056t으로 늘었다가 1990년대 1만2079t, 2000년대 162t으로 급감했다.
대표적 한류성 어종인 도루묵과 임연수어의 2010년대 어획량도 1970년대 수준의 반토막이 났다. 반대로 오징어·고등어·멸치 등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잘 사는 난류성 어종은 어획량이 증가했다.
동해는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50년 동안 한국 연근해의 표층 수온은 약 1.0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지구의 표층 수온은 약 0.52℃ 올랐다.
지난 2018년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는 고성군 연안에 인공 양식한 어린 명태 50만 마리를 방류했다. 고성군청=연합뉴스© 제공: 중앙일보 지난 2018년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는 고성군 연안에 인공 양식한 어린 명태 50만 마리를 방류했다. 고성군청=연합뉴스
지난 2018년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는 고성군 연안에 인공 양식한 어린 명태 50만 마리를 방류했다. 고성군청=연합뉴스
높은 수온 탓에 명태가 동해에 살기 어려워졌는데 정부가 예산을 계속 투입해 왔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명태 생산량이 줄어든 것은 과도한 어획이 큰 원인”이라며 “명태가 동태(얼린 명태), 북어(말린 명태), 황태(한겨울에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해 말린 북어) 등으로 인기가 있고, 명태 새끼인 노가리까지 다 잡아버렸으니 높아진 수온에 적응할 개체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온 상승 등 복합적 요인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2015년 방류했던 명태 1만5000마리 가운데 동해 수온에 적응해 지금까지 생존한 것을 직접 확인한 사례는 지금까지 17건이다. 연구를 위해 특별히 채집한 사례이기 때문에 실제 살아있는 명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란 게 해수부의 추정이다. 해수부는 최소한 10년은 지켜봐야 동해 명태 살리기 사업의 성과를 알 수 있다고 본다.
어기구 의원은 “우리나라 연근해 수온이 높아지면서 어류 생산량도 변해 국민 수산물 수급 안정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며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와 같이 수산자원 회복 방안을 마련하려면 기후 온난화로 인한 서식지 변화 등을 고려해 정확한 원인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시민 쉼터 가꾸는 ‘공원 노동자 쉼터’도 쉴 만하게
천호·율현·응동·보라매·길동생태공원
어둡고 냄새나던 휴게공간 환경개선
개선 공사가 끝난 율현공원 노동자 휴게실 모습. 서울시 제공
어둡고 냄새나는 서울시내 공원의 노동자 휴게공간이 밝고 깨끗하게 재탄생한다.
서울시는 동부공원녹지사업소가 관리하는 천호공원, 율현공원, 응봉공원, 보라매공원, 길동생태공원의 노동자 휴게공간을 재구조화한다고 3일 밝혔다. 천호, 율현, 응봉, 보라매공원은 시설 개선을 마무리했으며 길동생태공원은 이달 중 공사가 끝난다.
도서관 건물 지하와 자재 창고에 공원노동자 휴게실이 있던 천호공원은 지상에 27㎡ 규모 휴게실을 새로 만들어 내부로 햇살이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휴게실 앞에는 전용 야외마당을 마련해 공원노동자가 가벼운 운동을 할 수도 있다.
율현공원은 외부에 가림막을 설치해 노동자의 사생활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하고, 553㎡ 규모 야외 휴게공간을 추가로 마련했다. 바닥 꺼짐, 부패한 합판 등 열악한 휴게실 내부도 정비했다.
한 공간 안에 휴게실과 창고, 샤워장이 함께 있던 응봉공원은 용도별로 공간을 완전히 분리했다. 보라매공원은 공원 도로변에 있던 노동자 휴게실을 안전하고 독립된 공간으로 옮겼다.
공원 내부를 가로지르는 천호대로(11차로) 양옆에 농막 형태 휴게실이 나뉘어 있던 길동생태공원은 통합된 새 휴게실을 만든다.
앞서 시는 각 공원 휴게실의 취약점과 문제점을 조사하고 실제 이용하는 노동자의 의견을 들어 맞춤형 휴게실 재구조화를 계획했다. 시는 노동자 1인당 휴게 면적이 평균 2.2㎡에서 3.4㎡로 확대되면서 코로나19 시대 노동자 사이 거리두기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미애 서울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장은 “이번 시설개선 작업으로 공원노동자와 이용객 모두 행복한 공원을 만들겠다”며 “앞으로도 공원노동자 휴게권에 대한 인식 변화에 앞장서며 노동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환경을 계속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美 캘리포니아 해안에 3000배럴 '기름 폭탄'..."생태 재앙 될 것"
LA 인근 헌팅턴비치에서 기름 3000배럴 유출...야생동물 피해 속출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해 새, 물고기 등 야생동물의 피해가 우려된다.
킴 카 헌팅턴비치 시장은 3일(현지시간) 전날 해상 석유 생산시설에서 약 3000배럴(50만 리터)의 기름이 유출됐다면서 "잠재적인 생태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름이 유출된 곳은 로스앤젤레스 남쪽 헌팅턴비치에서 8킬로미터 떨어진 해상으로 석유 굴착장치와 연결된 파이프라인의 갈라진 지점에서 기름이 계속 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출된 기름띠가 헌팅턴비치에서 남쪽에 있는 뉴포트비치까지 10.7킬로미터에 걸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름 유출로 지역의 유명 에어쇼인 퍼시픽 에어쇼 마지막 날 행사가 취소됐다. 헌팅턴비치 시는 "아직 유출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면서 유출 현장을 복구하기 위한 사전 패치 작업이 완료됐으며 추가적인 복구 노력이 시도될 것이라고 밝혔다.
헌팅턴비치 시는 주민들에게 유독 가스와 같은 잠재적인 건강 위험 때문에 해변 근처에서 수영, 서핑 등 운동을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헌팅턴비치 시는 주민들에게 유독 가스와 같은 잠재적인 건강 위험 때문에 해변 근처에서 수영, 서핑 등 운동을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오렌지 카운티 카트리나 폴리 감독관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기름 유출로 해변에서 기름에 젖은 새, 물고기 등의 시체가 이미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출된 기름이 90종의 조류가 서식하는 인근 습지에까지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되면서 환경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레시안 전홍기혜 특파원
다시 코로나 시대를 생각한다
9월 말,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왔다. 올해 연구년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지체됐다가 가을 학기를 맞이해 출국하게 됐다. 뒤늦은 미국행은 사회학을 공부하는 내게 코로나 시대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출국하기 직전 코로나 검사를 받아 음성인 결과를 제출했다. 캘리포니아에 도착한 후 곧바로 학교에 갈 수 없었다. 대학은 5일간의 출입 금지와 코로나 검사를 요청했다. 가을 학기부터 전면적 대면 강의를 시작했기에 캠퍼스 내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 벌써 2년이 다가온다. 지난해 초 코로나 시대가 시작됐을 때, 나는 이 시대의 성격을 세 개의 키워드, ‘이중적 뉴노멀’, ‘글로벌 위험사회’, ‘국면사’로 규정한 바 있다. 이중적 뉴노멀이 ‘경제적 뉴노멀’에 ‘의학적 뉴노멀’이 결합된 것을 뜻한다면,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주조한 글로벌 위험사회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테러리즘, 금융위기, 기후위기와 함께 민족국가의 경계를 뛰어넘은 지구화된 위험의 또 하나의 사례임을 함의한다.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이 개념화한 국면사도 코로나 시대의 특징을 적절히 설명한다. 국면사로서의 코로나19 팬데믹은 개별 사건들을 아우르는 ‘바이러스 폭풍 시대’다. 이 팬데믹의 국면사에서 백신 개발은 첫 번째 분수령이었다. 설령 코로나에 감염됐더라도 백신 접종은 중증으로의 전화를 막아 상당한 안전을 제공했다. 그런데 어느 나라든 접종률이 높아졌는데도 확진자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팬데믹이 강제한 일상생활에의 압박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디 대면적 존재다. 정보사회의 진전으로 언택트의 시간이 늘어났더라도 비대면이 대면을 모두 대체할 순 없다. ‘위드 코로나’를 거쳐 ‘포스트 코로나’로 가더라도 이 바이러스 폭풍은 긴 꼬리를 남길 것으로 봐야 한다.
우리 인류는 움직이는 역사 안에서 그 움직임 전체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파도라는 사건들을 넘어선 해일이라는 국면의 역사로서의 코로나19 팬데믹은 2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들을 변화시켜 왔다. 어느 나라든 대내적으론 플랫폼 비즈니스의 경이로운 약진을, 대외적으론 글로벌 거버넌스의 사실상의 붕괴를 목도하고 체험해 왔다. 정보사회의 만개가 진행되는 가운데 민족국가의 장벽이 높아져 온 것은 이 팬데믹이 낳고 있는 국면사의 낯선 풍경이다.
이 가운데 사회학을 공부하는 내게 유독 눈에 띈 것은 불안의 정체성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건드린 것은 인류의 심층 안에 놓인 안전과 생명에 대한 즉각적 불안의 감각이다. 21세기 우리 시대 불안의 기원은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의 경제에서 비롯됐다.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더라도 언제든 몰락할 수 있다는 퇴출의 공포가 경제적 불안을 구조화시켰다. 이 ‘경제적 퇴출의 공포’가 계층과 지위의 하락을 의미하는 ‘사회적 퇴출의 공포’로 전이되고, 이 사회적 퇴출의 공포가 타인에의 관용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자신이 속한 집단에의 충성을 강화시키는 ‘혐오와 적대의 부족주의’를 중핵으로 삼는 사회적 불안을 부추겼다. 안전과 생명에 대한 불안인 ‘코로나 공포’가 우리 시대 경제적·사회적 불안을 공고히 해 온 셈이다.
비관적 전망만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백신 접종과 함께 코로나 공포는 서서히 완화되고 있다. 여기 캘리포니아에서도 더디지만 일상으로의 단계적 회복이 진행되고 있다. 적잖은 이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활동하며, 식당들은 상당한 활기가 돌고, 대학 캠퍼스는 특유의 유쾌함이 넘쳐흐른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확진자 증가라는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한 채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갈 것인가, 일상회복에 앞서 거리 두기 등 강력한 방역정책을 계속 고수할 것인가에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과 강력한 방역정책 사이에서 우리 사회도 위드 코로나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분명한 것은 언젠가 포스트 코로나로 가더라도 우리 인류가 코로나 시대 이전으로 그대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나와 같은 사회학 연구자들에게 부여된 과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삶과 사회의 새로운 조직화에 대한 거시적 방향과 전략의 탐구일 것이다. 경제적·사회적 퇴출의 공포에서 벗어날 정책 개발에 주력하고, 혐오와 적대의 부족주의를 넘어선 포용과 통합의 민주주의 문화 구축을 모색해야 한다. 낯선 타국에서 코로나 시대를 지켜보는 한 사회학자의 생각을 여기에 적어둔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스탠퍼드대 아태연구센터 펠로/경향
꽃 심고, 조형물 설치.. 가을 맞아 새 단장하는 ‘온천천’
오는 15일부터 온천천 일대에 설치되는 조형물. 금정구청 측은 4가지 테마에 맞춰 조형물 58점을 설치하는 등 '가을 정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금정구청 제공
부산의 대표적인 도심하천인 온천천이 가을을 맞아 새 단장을 한다.
부산 금정구는 “오는 15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온천천 일대에 가을 정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온천천에 금정이 물들다’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금정구 부곡동 일대에 조형물과 테마형 화단 등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농구코트로 이어지는 길이 250m에 총면적 3600㎡ 규모로 조성되는 이번 사업에는 시설비와 재료비를 포함한 사업비 1억 62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금정구 측은 온천천 일대를 △가을의 시 △가을의 바람 △가을의 향기 △가을의 추억 총 4가지 테마로 구성하고 각각 테마에 맞는 조형물과 화단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가을의 시 테마의 경우 ‘가을 시’, ‘시 읽어주는 아빠’ 등의 조형물을 설치해 시와 어우러진 산책로를 연출한다. 가을의 추억 테마는 금정산성 풍물놀이, 감 따기, 물고기 잡기 등 추억의 놀이를 모티브로 한 조형물을 선보인다. 이를 위해 꽃 조형물 58점과 가든멈, 금잔화, 페츄니아 등 화초 15종 1만 5712본을 설치할 예정이다.
금정구청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온천천에 운영본부를 설치하고 관광객 분산을 추진한다. 금정구 측은 구청 직원 등 37명의 인력을 투입해 전시구간 출입구 입장 시 입장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관람 인원이 100명 내외로 유지될 수 있도록 밀집도를 완화할 예정이다.
또 가을 정원 전시행사가 끝난 뒤에는 상태가 양호한 화초를 구청사, 동행정복지센터, 도서관 등 유관 기관에 분양해 화초가 버려지는 일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금정구청 측은 코로나19로 지친 주민들의 마음을 달래고 다가오는 가을의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금정구청 허강영 공원녹지과장은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서 주민들은 외출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등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라며 “주민들이 가을 느낌 나는 온천천을 거닐면서 조금이나마 기분 전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탁경륜 기자(takk@busan.com)
제주 제2공항 건설 여부, 다음 정부가 결정한다
국토부, 환경영향평가서 보완가능성 검증용역 공고
용역기간 7개월…내년 대통령 선거 이후 결론 전망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제2공항 추진 여부는 차기 정부에서 결정된다. 허호준 기자
환경부가 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반려한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보완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용역에 들어갔다. 국토부가 용역기간을 7개월로 정하면서 중단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의 추진 여부 결정은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 국토부는 지난달 30일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를 통해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가능성 검토연구 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용역비는 2억4천만원이며, 입찰마감은 다음달 11일이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가 지난 6월 국회에서 제2공항 추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비상도민회의 제공
이번 용역은 환경부가 지난 7월 반려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보완해 절차를 재개할 수 있을지 검토하기 위해 발주됐다. 국토부는 용역 과업지시서를 통해 환경부가 반려한 △항공기와 조류 충돌 영향 및 방향성 △항공기소음 영향 재평가 △법정 보호종 △숨골 등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관련 보완 가능성을 검토하고, 보완이 불가능할 경우 그 이유를 제시하라고 주문했다.
국토부가 제시한 용역기간은 7개월이다. 다음달 연구용역 수행기관이 선정돼도 용역결과는 빨라도 내년 6월은 돼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대선이 치러지는 만큼 제주 제2공항 건설 여부 최종 결정은 결국 차기 정부의 몫이 된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관내 81개 단체 명의로 제2공항의 조속한 추진을 요구하는 광고가 5일 지역 일간지에 실렸다.
이번 용역 결과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보완이 불가능하다고 결론나면, 서귀포시 성산읍에 들어설 예정인 제2공항은 무산된다. 보완 가능으로 결론 나면 사업재개를 위한 추가 용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용역으로 보완 방향이 제시되면, 추가 조사 및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보완 작업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착공일정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용역에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엉터리 사전타당성 용역으로 제주사회를 오랫동안 몸살을 앓게 한 국토부가 마지막까지 용역으로 70만 도민의 민의와 환경부의 최종 반려 결정을 휴짓조각으로 만들고 있다”며 “국토부는 제주를 찬반 생존게임으로 몰아넣는 오징어 게임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찬성단체들은 이날 지역 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내어 “정부는 2015년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 성산읍이 제2공항 적지로 결정된 만큼 대안을 거론하지 말고 조속히 추진해달라”고 요구했다./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 외로운 환경 교사의 호소(놓친 뉴스)
오늘(7월 29일)은 올해 지구가 재생하는 자원의 양을 모두 소비한 날이다. 국제환경단체 세계생태발자국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에 따르면 올해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7월 29일이다. 지난해 8월 22일에서 한 달가량 당겨졌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그해 지구가 재생하는 자원의 양을 인류의 생태자원 수요량으로 나눠 그 비율을 1년 달력에 적용한 것으로, 1970년 12월 30일에서 1980년 11월 4일, 1990년 10월 10일, 2000년 9월 22일로 10년마다 한 달씩 빨라지는 추세다.
한국환경교사모임은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을 맞이한 29일, 국가교육회의가 올해 발표할 '2022개정교육과정'에 현재와 미래의 청소년을 위한 기후행동과 환경교육을 제안한다며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제안문에서 "세계는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1970년대에 이미 인류의 자원 소비가 지구의 재생 능력을 넘어섰다. 올해의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인 7월 29일부터 우리는 미래세대에게 빚을 지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환경교사모임은 "세계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물다양성의 감소, 자원과 에너지의 과다 사용으로 인해 기후위기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올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18ppm에 도달했으며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라는 지구 온도 상승 제한의 2015 파리협약을 기준으로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탄소예산은 고작 7년도 남지 않았다"라며 현재와 미래세대가 기후위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학교 환경교육을 제안했다.
신경준 숭문중학교 교사 /뉴스펭귄
7월 기준 34명의 교사가 속한 한국환경교사모임 대변인이자 한국 교단에서 'Ⅰ급 멸종위기'라고 불리는 환경 교사 신경준 씨는 "현재의 기후위기, 환경재난의 상황에선 모든 과목에서 환경교육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의 교육도 기후위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커다란 변화가 시작됐다. 핀란드에서는 환경과목을 선 이수 9학점으로, 영국은 25개년 환경교육 계획을 세웠다. 호주의 고등학교는 환경과목을 필수로 도입했고, 지난해 이탈리아는 초중고 주당 1시간씩 연간 33시간의 기후환경교육을 필수화했다. 올해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유초중고등학생 140만 명에게 기후환경교육을 필수로 K-12 교육과정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으로 환경과목을 선택한 중학교는 6.6%, 고등학교는 21.9%에 이르지만 이마저도 고3 자습 편성이 대부분이며 전국 약 50만 명의 교원 중 환경교사는 35명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한국의 후진적인 환경 교육 현실을 꼬집었다.
2020년 환경교과 개설현황 (그래픽 환경교사모임) / 뉴스펭귄
2020년 환경교사 자격소지 현황 (그래픽 환경교사모임) / 뉴스펭귄
한국환경교사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에 환경교육 용어 사용, 인간상에는 생태시민, 역량에는 기후행동 반영"을 제안했다. 또 "편제에서는 중학교 환경과목을 주당 1시간, 연 34시간 이상, 3개년 필수와 고등학교 융합교과군을 신설해 환경과목을 기초와 심화과정으로 개설할 것"을 요구했다.
교육정책 연계 방안으로는 "탄소중립학교와 그린스마트미래학교를 시작으로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의 초등학교는 환경교육을, 중등학교는 환경과목을 필수 이수하고 환경교사를 신규 선발해 환경과목이 개설된 학교에 적극적으로 배정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환경교사모임 기자회견 전문이다.
7월 29일,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에 우리는 학교 환경교육을 제안합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환경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멸종위기종 환경교사입니다. 오늘 7월 29일은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가 발표한 올해의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입니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이란 인간이 사용하는 공기, 물, 흙 등과 같은 자원의 소비가 지구의 생산 능력을 초과하는 날을 의미합니다. 1972년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 보고서에서 발표된 것처럼 세계는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1970년대에 이미 인류의 자원 소비가 지구의 재생 능력을 넘어섰습니다.
올해의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인 7월 29일부터 우리는 미래세대에게 빚을 지고 살아가야 합니다. 전 세계인이 한국인처럼 생활한다면 3.8개의 지구가 필요합니다. 현재 이러한 소비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기업, 정부, 세계 모두의 윤리적인 책임이 필요합니다. 지구는 수많은 생명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공동의 집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18년 3월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세계자연기금의 ‘지구생명보고서’에 의하면 1500년부터 식물·양서류·파충류·조류·포유류를 포함한 생물종의 75%가 멸종했다고 합니다. 또한 세계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물다양성의 감소, 자원과 에너지의 과다 사용으로 인해 기후위기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올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18ppm에 도달했습니다. 2015년 프랑스 파리협약에서 설정한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라는 지구 온도 상승의 제한을 기준으로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탄소예산은 고작 7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2018년 스웨덴의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를 시작으로 세계의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각 나라의 정부에 유엔의 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한 이산화탄소 감축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후 세계의 국가들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의 교육정책도 현재와 미래세대가 기후위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커다란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핀란드의 교육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초중학교 교육과정(1-10학년)에 환경과 자연과학군을 개설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환경과목 9학점을 선 이수한 뒤 생물과 지리 3학점, 물리와 화학 2학점, 건강교육 3학점의 순으로 교육받고 있습니다. 특히 2016년 교육과정은 지속가능한 생활을 위한 환경교육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2016년부터 탄소중립학교를 만들기 시작하여 2030년까지 학교 온실가스 80% 감축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대만의 2018 개정 교육과정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만은 1-12학년 교육의 목표와 개념을 재설계하였습니다. 채택된 환경교육의 다섯 가지 주제는 환경 윤리, 지속가능한 자원과 에너지의 사용, 기후변화, 재난 대비, 지속가능발전입니다.
호주에서는 교육과정의 핵심 영역에 사회와 환경을 포함합니다. 융합교과로서 환경과목도 있습니다. 2020년 영국 노스오브타인 지역에선 모든 공립학교에 기후환경교사를 한 명씩 배치하기로 한 것이 매우 특징적입니다. 이탈리아는 2020년 9월부터 연간 33시간씩 기후환경교육을 필수로 정하고 초중고 주당 1시간씩 교육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교육부에서는 고3 주당 2시간의 국가 이슈 수업시간에 3가지 주제를 학습합니다. 2015년 파리협약의 영향으로 2020년부터 국가이슈 수업에는 3가지의 주제가 제시되었습니다. (1)자연사, (2)사회와 과학 그리고 기후위기 교육, (3)미래 에너지입니다.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2021년 유초중고등학생 140만 명에게 기후환경교육을 필수로 K-12 교육과정에 반영했습니다. 직업, 보건, 교육, 과학, 기술, 시각공연예술, 외국어 7개 과목에 필수로 반영하고 언어, 수학에는 반영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교육 내용은 생물종 보호, 리사이클, 기후변화, 2050년 100% 재생에너지 사용, 그린에너지 경제, 기후위기 리더쉽이 포함되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기후위기, 환경재난의 상황에선 모든 과목에서 환경교육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환경교육을 누가, 언제, 어느 과목과 단원에서 다룰 것인가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선 현재의 기존 과목에서도 환경교육을 충분히 다루고 있거나 다룰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중학교 필수과목들의 환경의 요소들을 살펴보면 자원순환(기술‧가정1), 정크아트(미술1), 빛공해(국어1), 생명 윤리와 지구온난화(도덕2), 기후변화와 난민(사회2), 자원과 에너지(기술‧가정2), 기후변화(과학3)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의 총론에 환경교육의 주제와 위계가 제시되지 않아 학년별, 교과별 학습의 내용과 교육의 시기가 정립되지 않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학교별로 위 과목들이 개설된 학년도 각기 다릅니다.
어떤 경우에는 각 교과의 성격과 특성, 그리고 각 과목에서 다루어야 할 고유 내용의 우선성 때문에 환경교육이 미흡하게 다뤄지거나 혹은 환경교육 목적과 관계없는 하나의 소재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각 과목에서 배운 환경지식의 조각들을 하나의 통합된 지식으로 재구성하기 위해서 많은 부담을 느끼게 되는데 그 부담을 오로지 학생에게 지우는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 흩어진 환경지식을 엮어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하도록 지식의 그물망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환경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매년 융합교과로서의 환경과목도 이제 필요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환경교사모임의 분석으로는 전국 약 50만 명의 교사 중 환경교사는 34명에 불과합니다. 환경과목이 개설된 학교에 환경교사가 배치되어 있지 않고, 고3 자습으로 활용되는 비율도 매우 높습니다.
환경교육은 기후위기, 환경재난 시대를 맞이한 현재부터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미래의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꼭 필요한 교육입니다. 어쩌면 지금의 청소년을 포함한 우리 지구 시민들에겐 2050년보다 빠른 2028년에 이미 탄소중립 실천의 삶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다음의 내용을 포함하도록 국가교육회의와 교육부에 제안합니다.
<2022개정교육과정에 대한 한국환경교사모임의 제안>
1. 지금 우리는 지구의 기후위기 상황에서 다음의 세 가지 이유로 환경교육을 제안합니다. 첫째 지구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둘째 환경정의를 실천하는 지구시민 양성을 위해, 셋째 현재와 미래 청소년의 환경 학습권 보장을 위해 환경교육을 해야 합니다.
2. 지금 우리는 기후위기 적응을 위해 국가교육과정을 환경교육으로 대전환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 중심주의 교육을 넘어 타자와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준비할 새로운 교육을 펼쳐나가야 합니다.
3.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에는 환경교육 관련 용어인 생태전환이 등장했지만, 우리는 환경교육 용어 사용을 제안합니다.
4. 인간상에는 현재와 미래의 지구 공동체 지속가능성을 위해 생태시민을 반영합니다.
5. 역량에는 환경감수성을 기반으로 친환경 삶을 실천하며 2050년 우리나라 탄소중립을 목표로 기후행동을 명시합니다.
6. 편제에서는 중학교 환경과목을 주당 1시간, 연 34시간 이상, 3개년 필수로 합니다. 고등학교 융합교과군을 신설하여 환경과목을 기초와 심화과정으로 개설합니다.
7. 교육정책 연계 방안으로 교육부의 탄소중립학교와 그린스마트미래학교의 초등학교는 환경교육을, 중등학교는 환경과목 필수 이수 권고를 명시합니다. 또한 시도교육청의 환경교육 정책에 환경과목 개설을 단위학교에 권고합니다.
8. 고교학점제에서는 청소년의 환경학습권 보장을 위해 교육과정 선택과목 수요 조사 때 환경과목을 명시합니다.
9. 단위학교에서는 학교장 재량의 10% 교육과정 편성에서 초등학교는 환경교육을, 중등학교는 환경과목을 개설합니다. 환경교육진흥법 제4조 책무에는 “학교의 장은 학교의 교육 여건에 적합한 범위에서 환경교육 교과과정 운영의 활성화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2018년 신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10. 마지막으로 2020년 기준, 환경과목을 선택한 중학교 6.6%, 고등학교 21.9%인 선택률을 높이고 전국 약 50만 명의 교원 중 34명에 불과한 환경교사를 신규 선발하여 환경과목이 개설된 학교에 적극적으로 배정해야 합니다. 또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단위학교는 환경교육 전담 부서를 신설해야 합니다.
2021년 7월 29일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에
지속가능한 삶을 교육하는 한국환경교사모임
뉴스펭귄 김도담 기자 2021.07.29
부촌 앞마당’ 프레임 쓴 한남근린공원···“모두의 공원” 외치는 주민들
서울 용산구 한남동 670번지 일대 한남근린공원 부지 전경. 서울환경운동연합 제공
‘부촌의 앞마당’인가, ‘모두를 위한 공원’인가.
최근 서울시 한남근린공원 사업을 둘러싼 논쟁 구도는 이렇게 요약된다. 논쟁은 부지 소유주인 건설사에 지급할 토지 보상비만 4600억원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부유한 동네로 분류되는 한남동에 이만한 재정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과 ‘생활권 공원’이 부족한 용산구와 한남동에 반드시 필요한 땅이란 의견이 부딪치는 양상이다. 서울시는 보상비 대책 중 하나로 민간개발을 유치하는 대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이달 중 한남근린공원 기본계획 수립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내년 6월 완료가 목표다. 한남근린공원 부지는 용산구 한남동 670번지 일대 2만8300㎡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 3월 조선총독부가 처음으로 공원 계획을 고시했던 땅이다. 해방 이후엔 주한미군 ‘캠프 니블로 배럭스’ 기지와 미군 임대아파트 ‘한남빌리지’가 들어섰다. 용산공원처럼 또 하나의 ‘금단의 땅’이 공원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1400억→4600억…부영이 받을 보상비, 6년 만에 3배로
하지만 본격적인 공원화 작업을 앞두고 높은 토지 보상비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남근린공원 부지 95% 이상은 부영주택 소유인데, 현재 예상 보상비는 4600억원에 달한다. 2015년 9월 서울시가 공원조성계획을 고시할 당시 산정한 1400억원보다 3배 이상 많다. 지난해 6월 실시계획인가를 고시할 때만 해도 3600억원이었는데, 1년 만에 또 1000억원이 올랐다. 서울 전체 부동산 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했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근린공원 위치도. 카카오맵 갈무리 후 편집
한남동에 씌워진 ‘부촌’ 이미지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한남근린공원에 접한 고급 아파트는 실거래가가 3.3㎡당 1억원에 육박한다. “4600억원을 들여 부자들의 앞마당에 공원을 만들 이유가 있느냐”란 쓴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처음 공원을 계획할 때와 달리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너무 크게 올랐다”라며 “진퇴양난이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토지 보상비는 계속 오르는데 부영주택과의 거듭된 소송전도 발목을 잡고 있다. 부영주택은 주한미군 평택 이전 직후인 2014년 5~6월 한남근린공원 부지를 샀다. 서울시는 다음해인 2015년 9월 이 부지의 공원 조성계획을 고시했다. 공원녹지법은 지방자치단체가 공원으로 지정한 땅에 대해 10년 동안 공원 조성계획을 고시하지 않으면 공원 이외 다른 용도로 전환(공원실효)할 수 있게 했는데, 서울시가 2015년 10월 공원실효일에 임박해 공원 조성계획을 고시한 것이다. 부영주택은 법원에 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8년 대법원은 서울시 손을 들어줬다. 부영주택은 2020년 서울시 실시계획인가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소송전으로 시간이 갈수록 토지 보상비는 더욱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주민도, 법원도 “공원 필요”…서울시는 ‘문화공원’도 검토
용산 주민과 시민단체는 한남근린공원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역에 도보로 접근하기 편리한 공원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서울시 공공데이터 플랫폼 ‘열린데이터 광장’을 보면, 2020년 기준 용산구의 ‘공원율(행정구역 면적 대비 공원 면적)’은 8.13%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낮다. 주민 1인당 공원 면적도 7.26㎡로 하위권이다. 서울 전체 평균 17.3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남동에 세입자로 사는 주민 이모씨(36)는 “평소 동네에 공원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라며 “한남근린공원이 생기면 애용할 것 같다”라고 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과 한남공원지키기시민모임이 지난 9월28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앞에서 한남근린공원 조성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입지와 규모를 감안하면 한남동만이 아니라 용산구와 서울시가 향유하는 도시공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환경운동연합과 한남공원지키기시민모임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토지 보상비가 과해보일 수 있으나, 기후위기 시대에 공원이 가지는 미래 가치와 돈으로 따지기 힘든 공공재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입지를 보더라도 남산과 한강의 가운데이며, 경기도를 오가는 광역버스 환승시설 앞에 위치해 많은 시민들이 접근하기 좋다”라고 했다.
법원은 2018년 5월 서울시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주변에 주택밀집지와 병원이 있어 다양한 공원 수요 계층이 있지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근린공원이 부족한 점, 오랜 기간 주한미군 시설로 이용된 토지로 자연친화적 개발을 도모하고 녹지 복원을 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부영주택)의 주장만으로는 한남근린공원을 조성할 필요성이 낮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설혜영 용산구의원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부자 동네에만 좋은 공원’이란 시각에 대해 “공원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무수히 많은데, 공원이 일부 부유한 주민들에게 이익을 준다고 해서 그 많은 이유를 다 포기할 수는 없다”라며 “한남근린공원은 총독부가 고시한 ‘1호 공원’이면서도 미군용지와 건설사 소유 등 고비를 넘어 극적으로 도시공원으로 돌아온 상징적 사례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025년 완료를 목표로 공원 조성 절차를 밟는 중이다. 다만 보상비에 관한 일부 우려를 감안해 민간 문화시설 건립 등 가능성도 열어두고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시 푸른도시국 관계자는 “기본계획 수립 용역 과정에서 여러 공원 조성 방식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경향
고창 운곡습지와 고인돌 ‘2021 세계 100대 지속가능 관광지’ 선정
전북 고창 운곡습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전북 고창 운곡습지와 고인돌 유적지가 국내에서 유일하게‘2021 세계 100대 지속 가능 관광지’에 선정됐다. 고창군은 유럽연합(EU) 산하 공공조직인 그린 데스티네이션(Green Destinations)이 5일 발표한 ‘세계100대 지속가능 관광지’에 운곡습지와 고인돌유적지가 포함됐다고 7일 밝혔다.
그린데스티네이션은 올해‘2021 세계 100대 지속 가능 관광 스토리’라는 주제로 다른 관광지의 영감과 모범이 되는 혁신적이고 효과적인 관광 스토리를 가진 관광지 100개소를 선정했다. 운곡습지와 고인돌 유적지는 문화·경관보전, 사회복지, 에너지 소비감소 등의 부분에서 국제 기준을 통과했다. 고창군은 지역사회의 관계 증진과 강화를 통한 관광지의 생물다양성 보존과 활성화 부분에서 국제적 모범사례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향
'식물'을 파는 수상한 철물점, 그 정체가 뭐냐면
[여기 어때?] 디자인회사 루비가 기획한 오픈형 팝업스토어 전시, '루비마트 Ep1.식물편의점’
▲ 정음철물 정음철물에서 "루비마트 식물편의점" 전시가 31일까지 진행된다.ⓒ 이세한
건물 곳곳 갈색 벽돌이 눈에 띄는 연희동. 그곳의 명물 '사러가 마트' 후문을 나오면 종이 봉투를 품에 안은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이 나온 곳은 '정음철물'(구 정음전자). 낡은 철물점 간판 밑, 초록색 식물들이 숨을 쉬고 있다.
건물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빨강, 파랑, 초록 등 원색의 알록달록한 포스터가 먼저 보인다. 그와 대비해 쇼윈도에는 소파와 카펫이 눈에 띈다. 빈티지 풍의 인테리어에 식물과 공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식물로 가득한 정음철물 속 루비마트 전시ⓒ 이세한
내부로 한 발짝 발걸음을 옮긴다. 작은 편의점 크기만 한 공간에 소품과 식물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초록색 식물들로 뒤덮인 공간 곳곳에 원색의 종이 화분이 포인트를 준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 정교하게 배치된 작품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루비마트 Ep1.식물편의점'은 정음철물에서 오픈한 팝업스토어 형식의 전시회다. 디자인 회사 '루비'는 9명의 아티스트, 5개의 브랜드와 협업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이 전시에서는 친환경 종이 소재를 활용한 종이 화분을 비롯해 가드닝 제품, 기르기 쉬운 식물을 볼 수 있다. 지난 9월 25일 이곳을 방문했다.
식물 편의점이라고?
▲ 루비마트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 이세한
"20~30대 젊은 사람들은 식물을 키우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분들이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식물을 쉽게 골라갈 수 있는 콘셉트가 뭐가 있을까 하다가 편의점을 생각하게 됐어요." (하주미 루비 대표)
'젊은 사람도 식물에 쉽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착안한 이번 기획은 다채롭고 창의적인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편의점처럼 상품을 진열해 가볍게 작품들을 돌아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돌아보는 데는 대략 10~20분 정도 걸린다. 특히 아티스트가 젊은 감각으로 커스텀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작은 공간에서 개성을 뽐내는 작품은 화분으로 실내를 꾸미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 아티스트 마리아 리가 커스텀한 종이 화분이다.ⓒ 이민주
▲ 아티스트 순이지가 커스텀한 종이 화분이다. "잘 키우겠다며.."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이세한
전시에 진열된 식물들은 실내에서 키우기 쉬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가격은 5000원에서 7000원 사이다. 홀리페페, 리사호야, 실버레이디, 마리안느 등 주로 햇빛을 많이 보지 않고, 일주일에 한두 번 물을 줘도 되는 소위 '게으르게 키울 수 있는' 식물들을 배치했다.
식물을 사랑하는 아티스트를 총 9명 섭외했다. 주로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작가도 많았다. 펜 드로잉과 유화 물감을 이용해 종이 화분을 꾸미기도 하고, 종이를 찢어 붙이는 콜라주 기법으로 새로운 자연의 이미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잘 키우겠다며...'라는 문구를 화분에 적은 유머러스한 작품도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가 참여해 디퓨저, 차, 담요 등 식물과 관련한 제품을 전시해놨다.
종이 화분인데 물 줘도 괜찮을까?
식물을 활용한 공간 연출, 그림, 책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었지만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종이 화분이었다. 그런데 이 종이 화분, 물 줘도 괜찮을까?
종이는 물에 닿으면 안 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루비마트 전시회에서 본 종이 화분은 예외였다. 화분 겉면 종이는 방수 코팅을 해 물에 닿아도 젖지 않는다. 내부 물 받침은 돌가루를 활용해 만든 미네랄 종이로 방수 기능이 있다. 이 종이는 생분해되는 친환경 종이다. 찢어지거나 훼손되지 않는 한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
▲ 식물이 담긴 종이 화분ⓒ 이민주
전시회를 보러 온 관람객 중 몇 명은 식물과 함께 종이 화분을 구매하기도 했다. 지속 가능한 환경을 추구하는 전시답게 종이 봉투에 제품을 담아줬다. 무거운 화분에 식물을 심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종이 화분에 식물을 담아 깨질 위험도 없다.
화분의 크기는 세 가지로 대, 중, 소로 나뉜다. 가격은 각각 1만2000원, 1만 원, 8000원. 아티스트가 커스텀 한 작품은 판매하지 않는다. 일반 화분, 화병, 플랜터(사진 속 네모난 화분) 등 종이 화분 종류도 다양했다.
화분만 따로 구매할 수 있다고 하니 기존에 키우던 식물을 용기에 담아 종이 화분에 넣어도 좋다. 종이 화분을 구매하면 화분 전개도를 포장해주는데 유튜브에 영상이 나와 있어 혼자서도 쉽게 조립할 수 있다.
종이 화분은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플라스틱을 최대한 쓰지 않고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루비마트 전시를 기획한 하주미 루비 대표는 "종이를 접어서 조립하는 방식도 어떻게 보면 테이프를 쓰지 않기 때문에 환경에도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가공 방식도 계속 연구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 종이 화분을 구매하면 직접 조립할 수 있는 전개도를 포장해준다.ⓒ 이민주
종이 화분은 일반 화분과 달리 각진 모양이 매력적이다. 선이 뚜렷하게 살아있어 어느 각도에서 봐도 입체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색깔은 선명한 단색부터 부드러운 파스텔 톤까지 20여 가지가 있다.
실내 분위기에 맞게 색깔을 선택할 수 있어 인테리어용으로 활용해도 좋다. 전시된 커스텀 종이 화분처럼 취향에 맞게 종이 화분을 꾸밀 수도 있다.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스티커, 종이 등을 붙여 콜라주를 하면 나만의 종이 화분이 된다.
하 대표는 "관람객들이 지친 일상에서 루비마트 전시를 보며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 식물을 어떻게 활용해 전시했는지 감상하며 재미와 감동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전시를 보러온 한 관람객은 "작은 공간을 오밀조밀하게 잘 꾸며놨다"며 "알록달록 색감들의 전시 작품들을 보니까 힐링 됐다. 무료라서 더 좋았다. 지나가다 들르기 잘한 것 같다"며 만족했다.
전시는 오는 10월 31일까지 월요일과 화요일을 제외하고 관람 가능하다.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연희동을 지나다 한 번쯤 들러보길 추천한다. 작은 공간 속 다채로운 색감과 싱그러운 식물들이 상쾌함을 가져다줄 것이다.
오마이뉴스 이세한(lee56026)
채식만이 만고의 진리인가
[좋은데, 싫었습니다] 동물권이 좋은 건 압니다만, 채식은 싫습니다
장군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장군은 수컷 요크셔테리어다. 2005년 겨울에 태어나 이듬해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으니 태어나서 죽기까지 꼬박 15년 평생을 함께 지냈다. 우리 가족은 장군에게 그렇게 훌륭한 동거인이 아니었다. 비싸고 좋은 사료를 사주지 못했고, 산책도 잘 시켜주지 않았다. 사람들이 바쁜 생활을 하는 동안 장군은 늘 혼자 집을 지켰다.
추측컨대 외로웠을 것이다. 장군이 죽은 후 내가 가장 마음에 걸린 것은 그가 평생을 솔로로 살다 갔다는 것이다. 장군은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았으니 짝짓기의 시절엔 여러모로 대단히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장군이 중성화 수술을 받지 못한 것은 나 때문이다. 당시의 나는 '인간이 자기의 편의를 위해 중성화 수술이니 성대 제거 수술이니 하는 것들로 동물을 괴롭힌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동물의 권리 같은 말을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대통령은 개고기 식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1500만에 달한다는 애견-애묘인들의 지지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꼬아볼 수 있지만, 개식용 금지 논의는 오랫동안 이어진 것이고 대세는 이미 기울어 있다. 다만 생각해 볼 것들도 있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최근 3년간 평균 14%씩 성장하고 있고 시장규모는 6조원 대까지 확대됐다.
개식용을 금지하는 것이 동물권, 동물해방이라고 하기엔 반려동물 시장이 너무 비대하다. 인간의 친구인 개를 먹지 않는 것으로 동물권이나 동물해방을 말하기는 다소 남우새스럽다. 개와 고양이에게 먹이는 사료는 많은 경우 다른 동물들의 살과 내장으로 만들어진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며 동물의 해방을 주장하기 위해 다른 동물들을 더 많이 죽이게 되는 셈이다.
자기의 반려 늑대에게 채소를 먹였다는 어느 철학자의 동물사랑 이야기를 들으며 신념을 위해 엄격하게 노력하는 자세에 경탄한 것과는 별개로 지독히 오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늑대가 왜 채소를 먹나. 어떤 동물을 위해서 어떤 동물을 더 많이 죽이는 구조, 혹은 신념이란 이름으로 생명의 순리마저 조절하려는 태도에 대한 충분한 사유 없이 권리나 해방 같은 말을 쓸 수 있을까.
▲ 동물해방물결과 국제동물권단체 활동가들이 10월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삼거리에서 개식용 도살 반대 대형 현수막 시위를 하고 있다.ⓒ 이희훈
# 인간이 부여한 권리
동물권. 이제는 익숙하게 말하는 것이지만 여전히 동물권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겠다. 동물은 말이 없고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하여 동물권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이 있다. 일테면 동물권 역시 인권처럼 천부의 권리라면, 인권과 동물권은 동등한 위상을 갖는 것이냐는 질문. 동물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권리는 권리냐는 질문. 인간이 범주화해 동물에게 시혜한 권리라면 마찬가지로 인간이 범주화해 박탈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
내가 장군의 중성화 수술을 반대하여 장군이 평생을 고통 속에 살다 간 것은 동물권을 옹호한 일일까. 인간이 자의적 판단으로 생식의 기능을 박탈하는 것과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중성화 수술을 시행하는 일. 같은 일을 두고도 인식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 장군은 영리한 개였지만 말을 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보지도 못했지.
수술을 비롯해 내가 장군에게 해주거나 해주지 못한 일은 전적으로 인간의 판단이다. 동물에게 해주는 대부분의 일이 그렇다('해준다'는 표현에서 이미 드러나듯이 말이다). 이성적으로 우월한 존재인 인간이 애정의 대상인 동물에게 베푸는 시혜, 온정, 배려 같은 것. (적어도) 지금의 동물권은 권리의 주체가 없는 권리, 대상화와 시혜의 권리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권리라고 부를 수 있나.
개식용 금지 법안에서 보이듯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동물권 운동은 '비거니즘' 운동이다. 비건(Vegan)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든 영국 비건협회에 따르면 비거니즘이란 "음식, 의류 또는 다른 목적을 위해 동물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착취나 학대를 가능한 한 배제하려는 삶의 방식 또는 철학"을 뜻한다. 동물을 먹지 않음으로서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 그러나 사실 동물권 운동으로서의 채식은 동물을 대상화하는 것에 그치는 일이다.
# 먹는 일, 먹히는 일
섭생이란 필연적으로 다른 생명의 죽음을 딛고 있다. 그래서 인간 아닌 생명, 혹은 뭇 존재들을 동등하게 인식한다는 것은 먹는 이와 먹히는 이 모두가 먹이 그물의 일부임을 인식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개나 소, 말, 닭의 생명을 인간이 취사하여 먹거나 어떤 것들은 먹지 않음으로 개별 개체의 생명을 존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도 그저 생태계 먹이 그물의 일부임을 인지하고 그 안에서 감사함과 겸손함을 발현하는 것이 생태와 생명을 존중하는 일인 셈이다. 채식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고 다른 생명을 착취하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결심은 선량하지만, 먹지 않는 것만이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고 자연과 생태에 순응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오해는 과도한 육식에서 시작했다. 지구는 소가 뿜어내는 방귀에 병들었다. 제 어미의 살을 먹고 자란 소는 미쳤다. 물보다 항생제를 더 많이 먹는 돼지, 먹히기 위해 간을 살찌우는 거위, 부리와 발톱을 뽑힌 닭. 뭇 생명들을 괴롭히는 것은 오직 육식을 위한 인간의 과도한 욕심이다. 이 욕심을 지탱하기 위해 축산은 산업이 됐고, 축산업은 자본에 의해 비대해졌다. 폴 매카트니는 도축장 벽이 유리라면 사람들은 모두 채식주의자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대해진 공장식 축산이 얼마나 잔인하고 폭력적인지를 드러내는 말이다. 공장식 축산업은 동물을 생명보다는 인간에게 제공되는 영양소 덩어리로만 취급한다.
▲ 지구의 날인 4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앞에서 한국채식연합, 비건세상을위한 시민모임 회원들이 지구파괴 주범인 육식 중단 및 채식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희훈
생명을 제품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며 동물의 권리를 말하는 과정에서 다른 오해가 발생해 중첩했다. "음식이 아니라 사체일 뿐이며 다른 생명에 대한 폭력"이라고 말하며 채식만이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동물을 생태계 구조 속의 동등한 개체가 아니라 보호하고 지켜야 할 대상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시혜와 온정에 기반을 두는 권리란 성립하지 않는다. 결국 과한 육식문화에 기반을 둔 공장식 축산이든, 채식을 실천하는 동물권 운동이든, 인간 아닌 생명을 대상화하는 인간 중심의 사고라는 점에선 다를 것이 없다. 채식과 동물권, 공장식 축산, 육식문화 같은 단어들이 오가는 '인간들의 논쟁'은 오직 인간들의 논쟁일 뿐 정작 동물들은 대상화되고 타자가 되어 논의의 바깥에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나 아닌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며 다른 생명을 착취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아직 논의가 정립되지 않은 동물권의 개념에서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란 그저 동물을 먹지 않는 것으로 자기 만족하는 일보다는 동물을 타자화 (영양소 덩어리로든 시혜의 대상으로든) 하지 않는 것에 가깝다.
# 어떻게 먹는지 확인하면 된다
살아가는 것이란 결국 먹는 일이다. 우리는 먹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고 먹는다는 것은 결국 다른 생명의 죽음을 기반으로 하는 일이다. 언제나 죽음을 딛고 생을 유지하고 있음을 아는 것이 이 생명의 순환에서 '고작'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그래서 오히려 동물을 먹느니 채식을 하느니 하는 이야기보다는, 내가 먹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뭇 생명들을 존중하는 일이고, 내 삶과 생명을 무엇으로 지탱하는지 인식하는 일이다.
이 먹을거리에 누구의 노동이 들어갔고, 또 이 먹을 것은 원래는 어떻게 생겼고,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앞에 오게 됐는지, 본래 생명이었던 이것은 어떻게 살았고 또 어떻게 죽었는지를 아는 것. '음식'을 먹는 일이란 곧 생명의 순환과 생멸 그 전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어야 한다.
내가 먹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은 먹는 일이 단지 영양을 섭취하는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인간도 먹고 먹히는 자연 순환의 일부임을 배우는 일이고, 한 생명을 지탱하기 위해선 온 우주가 필요함을 깨닫는 과정이기도 하다.
▲ 지구의 날인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앞에서 한국채식연합, 비건세상을위한 시민모임 회원들이 지구파괴 주범인 육식 중단 및 채식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희훈
'산업', '자본', '공장'은 나와 내가 먹는 것의 거리를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 농부의 여든여덟 번의 손, 생각보다 많이 먹지 않는 돼지, 오래 사는 닭, 들판에 널린 푸성귀. 생명이 자라고 또 죽어 먹히고 다시 생명이 되는 과정은 멀어진 거리만큼 도시의 '소비자'들로부터 은폐됐다. 먹는 일을 단지 영양을 섭취하는 행위로 전락시키자 우리는 다른 생명을 타자화 할 수 있게 됐다. 불쌍하니까 동물을 먹지 않는 행위는 다른 생명을 단지 영양소 덩어리로 보며 불쌍히 여기지 않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 섭생이란 순환하는 이치다. 연민이나 시혜, 봐주거나 봐주지 않아서 먹거나 먹지 않는 '대상'일 수 없는 일이다.
하여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느냐 보다는 어떻게 먹느냐에 있다.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자며 채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간디의 경구를 빈번하게 인용한다. "한 나라의 수준을 알려면 그 나라에서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지 확인하면 된다"는. 이 경구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였던 간디가 채식을 권장하며 했던 말이다. 그러나 동물과 뭇 생명들을 아끼는 마음을 더 정확하게 표현하려면 이 문장을 더 정확하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 "한 나라의 수준을 알려면 그 나라에서 동물을 어떻게 먹는지 확인하면 된다"라고.
먹을 것과 생명, 동물을 다루는 이야기 중에 가장 좋았던 건 만화 <은수저>다. 농업고등학교에 다니는 주인공 유고 하치켄은 새끼돼지를 키운다. 유고는 새끼돼지가 결국 누군가의 먹이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돼지를 지극정성으로 키운다. 돼지가 사는 동안 더 행복하길 바라고, 또 돼지가 누군가에게 행복한 먹이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유고는 돼지에게 '돼지덮밥'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유고는 돼지덮밥이 결국 도축됐을 때 그 죽음을 슬퍼했지만, 돼지를 먹는 일을 죄악시 하지 않았다. 직접 돼지를 키우고 또 돼지를 키우는 노동을 겪으며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가슴 아프거나 아쉬운 감정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점을 깨달아간다. 유고는 돼지덮밥으로 맛있는 베이컨과 피자를 만들었고, 돼지덮밥을 팔아 번 돈으로 그 다음 돼지를 키웠다. 이름이 돈가스였던가.
오마이뉴스 성지훈(acesjh)
영화인들도 ‘탄소중립’에 힘쓴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서 ‘영화의 숲’ 조성
APEC나루공원과 영화의전당 주변에 팽나무 기념식수
영화의 숲’에 팽나무 기념식수 중인 안성기 배우, 장현성 배우, 임권택 감독, 류현경 배우, 예지원 배우
기후위기 해소에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는 배우들의 소박한 표현이 부산 ‘영화의 숲’으로 이어진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6일(수) 개막했다. 개막식에서는 부산 해운대구 APEC 나루공원에서 ‘영화의 숲’ 조성 행사가 열렸다.
‘영화의 숲’은 영화의전당과 인접한 나루공원에 부산영화제를 기억하기 위한 장소를 만드는 동시에, 기후 위기에 영화인들이 솔선해 나무를 심음으로써 녹색도시 부산 조성에 시민들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부국제 영화의 숲 조성 행사에는 데뷔 64년차 국민배우 안성기 배우와 임권택 감독을 비롯해 류현경 배우, 예지원 배우, 장현성 배우가 참여했으며 주최측(이용관 국제영화제 이사장, 김경조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사장등)까지 총 6그루의 팽나무를 식재했다.
흉고직경 20㎝, 키 5~6m 규모로, 식재 이후 영화인들의 사인과 메시지가 담긴 표찰이 달리게 된다. 팽나무는 우리나라 남쪽과 섬에 많이 자라며, 전국 각지에 보호수들이 많고 가지를 펼친 수관이 아름답고 품이 넓어 정자수로 기능하며 뭇 생명들을 거두고 베푸는 나무이다.
영화의 숲 입구에는 부산영화의 숲 Book이 설치돼 시민과 영화팬들이 방문시 참여배우의 면면을 알 수 있도록 한다.
나루공원은 부산에서는 드물게 평지인데다 수영강이 흐르는 더없이 좋은 입지조건에도 불구하고 접근성의 문제로 탐방객은 많지 않다. 영화의 숲 조성을 통해 도로 건너편에 위치한 영화의전당과 연계, 공원의 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
김경조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사장은 “여전히 코로나19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아픈 세월이다. 더 두려운 것은 기후재앙이라 일컫는 인류문명사적 위기다. APEC나루공원에서 조성되는 영화의 숲은 기후위기의 해소와 극복을 담은 탄소저장숲으로 진화하기 위한 영화인들과 환경단체의 몸짓이라 할 수 있다”며 “영화의 숲에 뿌리내릴 나무들처럼 미래 세대와 더불어 희망을 나누는 날이다. 영화의 숲이 널리 알려져 우리 시대의 미래에 대한 또 다른 희망의 상징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좌측 영화의전당과 ‘영화의 숲’이 조성되는 APEC 나루공원 / 부산광역시 제공
‘영화의 숲’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영화제 개최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부산그린트러스트가 부산국제영화제 측에 영화인들의 나루공원 방문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코로나19의 등장으로 세계가 얼어붙은 상태에서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자연회복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비켜갈 수 없는 불편한 진실 앞에 유명 영화인들이 나무를 심고 숲을 만듦으로써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모습은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증진과 시민실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는 윤제균 감독과 유준상 배우, 최희서 배우가 느티나무 1그루, 먼나무 3그루를 나루공원 영화의 숲 대상지에 식재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향후 매년 APEC 나루공원과 영화의전당 주변에 기념식수가 이어져 영화의 숲을 조성해 영화인들의 기념 장소를 넘어 많은 시민이 쉬어갈 수 있는 쾌적한 도시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6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CGV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등 6개 극장 29개 스크린에서 즐길 수 있다./라펜트l _ 전지은 기자
충남에 야생 외래생물 296종 서식, 생태계교란생물은 28종
생태계교란생물 미국쑥부쟁이. 충남도 제공
충남도 내에 서식하는 외래생물 중 재배식물 79종을 뺀 야생 외래생물은 296종이며 생태계교란생물은 28종인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도는 최근 '외래생물 분포 현황 조사 및 관리 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외래생물 목록 작성, 생태계교란생물 지리정보 기반 데이터베이스 구축, 생태계교란생물 관리 방안 마련 등을 위해 전국 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지난해 9월부터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를 통해 진행했다.
외래생물 서식 확인은 보고서, 논문, 보도 등 문헌조사와 함께 도내 전역을 2500개 직사각형 형태의 격자로 나눠 총 1만 163개 지점에 대한 현장 정밀 조사를 실시했다. 주요 조사 결과를 보면, 도내 외래생물은 식물 235종, 포유류 3종, 양서류 1종, 파충류 8종, 곤충 36종, 어류 8종, 저서무척추동물 5종 등 296종이다.
시군별로는 태안 176종, 홍성 166종, 보령 163종, 공주 158종, 서산 156종, 천안과 아산이 각 151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타 지역에서 서식이 확인됐으나 도내에서는 처음 확인된 외래생물은 가는잎금방망이, 각시갈퀴나물, 공단풀, 긴털비름, 까락빕새귀리, 냄새명아주, 넓은김의털, 노란꽃땅꽈리, 들갓, 들괭이밥, 미국물칭개나물, 미국비름, 별나팔꽃, 부령소리쟁이, 서양톱풀, 선토끼풀, 시리아수수새, 자주비수리, 큰뚝새풀 등 식물 19종이다.
15개 시군 전역에서 서식이 확인된 외래생물은 가시박, 가시상추, 가중나무, 주홍날개꽃매미, 해바라기방패벌레, 배스, 왼돌이물달팽이 등이다. 외래생물 중 도내 서식이 확인된 생태계교란생물은 28종으로 1만 4124개 지점 1115만 983㎡에서 출현했다.
생태계교란생물은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생물을 말한다.
주요 생태계교란생물별 도내 출현율은 △환삼덩굴 85.5% △황소개구리 70% △배스 52% △미국쑥부쟁이 49.7% △가시박 26.3% △돼지풀 16.2% △블루길 14% △미국선녀벌레 12.5% △갈색날개매미충 5.5% 등이다.
이번 연구용역에서는 이와 함께 생태계교란생물에 대한 관리 전략으로 △유입 전 또는 소규모 유입 시 초기 완전 방제 △확산 진행 시 저지 및 규모 축소 △대규모 확산 시 피해 저감 및 생태 건강 시설 보호 등을 제시했다. 생태계교란생물 지표 및 기에 따라 평가를 실시해 관리 지역을 선정하고 관리 등급을 설정해 종별 관리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응 전략으로는 △도내 미 유입 생태계교란생물 감시 및 유입 방지 △소규모 개체군 물리적 제거 △확산 경계 지역 물리적 제거 △분포 중심 지역 물리적 제거 △전파 경로 차단 △대규모 확산 지역 물리적 제거 △재확산 방지를 위한 경계 모니터링 등을 내놨다.
충남도 이남재 기후환경국장은 "이번 연구용역은 도내 전역에서 외래생물 전체를 조사했다는 점에서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라며 "용역 결과를 활용, 각 시군과 협의를 통해 생태계교란생물 제거를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예산 홍성=대전CBS 김화영 기자
저출산 ‘직격탄’… 갈수록 줄어드는 부산권 인구
부산과 울산, 경남 5개 지역 인구를 모두 합쳐도 전국 인구(5312만8391명)의 13.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부산시가 발표한 ‘2019년 부산광역도시권 통계’ 자료에 따르면 부산광역권 전체 인구는 697만8391명으로, 전년보다 0.1%포인트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부산이 346만7000명으로 가장 많고, 울산 116만8000명, 창원 106만명, 김해 56만1000명, 양산 35만7000명, 거제 25만7000명, 밀양 10만8000명 순이다. 남녀 성별 인구는 남자가 350만2143명이고, 여자는 347만6248명으로 집계돼 남자가 여자보다 조금 더 많았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부산광역도시권 세부 인구현황을 보면 사망자 수와 출생아 수가 비슷하다.
출생아는 2015년 6만314명에서 점차 줄어 2019년 3만9021명까지 크게 줄어든 반면, 사망자는 3만6789명에서 3만9284명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
이 기간 결혼과 이혼 건수도 반비례한다. 결혼은 2015년 3만9622쌍에서 2019년 2만9121쌍으로 1만쌍 이상 줄었고, 이혼은 1만4184쌍에서 1만4741쌍으로 소폭 증가했다.
또 청·장년층들이 학업과 직장 등을 찾아 대거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인구 감소를 부채질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정현황을 보면, 부산광역권 지방세 부담총액은 10조2535억원으로 전년(9조7829억원)과 비교하면 4.8%(4706억원) 증가했다. 1인당 지방세 부담액은 149만6000원으로 수도권(197만5000원)이나 전국 평균(174만9000원)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기관 수는 9044개로, 수도권 3만6029개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의료기관 1곳이 담당하는 인구는 772명으로, 전국 평균(773명)과 비슷하고 수도권(741명)보다 많았다. 산업체 현황은 종사자 10인 이상 광업·제조업체 수가 1만1183개로 전국의 16.0%를 차지하고, 종사자 수도 56만225명으로 전국의 19.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22.5명 △중학교 25.3명 △고등학교 22.9명이며,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초등 15.3명, 중학 12.2명, 고교 10.0명으로 조사됐다.
이준승 부산시 디지털경제혁신실장은 “부산광역도시권 통계를 토대로 수도권 중심주의에 대응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광역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통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민 모두가 믿을 수 있는 투명한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그 전염병들을 독수리가 막아내고 있었다
장노아의 사라지는 동물들
자연의 청소부…거의 모든 바이러스 소멸시키는 위장 지녀
인간이 가축치료에 사용한 소염제 성분에 신부전증 ‘치명타’
인도독수리와 월드 원, 76x57cm, 종이에 수채, 2020
인도독수리 : 멸종 위급
월드 원 : 280.2m, 뭄바이, 인도
독수리는 다량의 썩은 고기를 먹어 치우는 가장 뛰어난 자연의 청소부다. 독수리의 위산은 사체에 있는 거의 모든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소멸될 정도로 산성도가 높으며, 매우 많은 양의 항체는 박테리아에 의해 생성된 독소를 쉽게 제거한다. 독수리의 먹이 활동은 방치된 사체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인 브루셀라증, 결핵, 탄저균 등의 확산을 억제하고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데 일조한다. 독수리 개체수 급감은 인간의 건강, 환경과 경제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독수리는 북극과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발견된다. 인도에는 9종의 독수리가 서식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인도의 독수리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1992년~2007년, 벵골대머리수리는 99.9퍼센트 감소했고 인도독수리와 가는부리대머리수리는 96.8퍼센트가 사라졌다. 붉은머리독수리 개체수는 2006년까지 최소 90퍼센트 감소했다. 이 4종은 국제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서 절멸 직전의 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됐다. 2015년 연구에 따르면, 벵골대머리수리 개체수는 약 6000마리, 인도독수리는 1만2000마리, 가는부리대머리수리는 1000마리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극적인 감소의 주요 원인은 가축 치료에 널리 사용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인 디클로페낙이다. 이 약물에 오염된 동물의 사체를 먹은 독수리는 신부전을 일으켜 죽음에 이른다. 아삼 주에서는 독수리 사망의 99퍼센트가 디클로페낙 사용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2005년 조사에 따르면, 가축 사체의 10퍼센트가 디클로페낙에 오염된 상태였다. 케토프로펜과 아세클로페낙 또한 치명적이다.
인도독수리, 종이에 연필, 2020
독수리 보호를 위해 인도 정부는 맹금류에게 해가 되지 않는 멜록시캄을 대체 약품으로 승인했고, 2006 년 디클로페낙의 수의과적 사용을 금지했다. 2010년, 방글라데시 정부는 소를 치료하는 용도의 디클로페낙 생산을 금지했다. 네팔과 파키스탄에서도 디클로페낙의 수입 및 제조 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디클로페낙 판매와 사용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디클로페낙과 독수리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지역 주민들은 이 약품을 독수리 개체수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여기지 않는다.
식량 부족, 서식지 파괴, 중독, 고압 전력선 건설, 농업 목적 을 위한 삼림 벌채 및 도시화도 심각한 위협이다. 살충제인 스트리크닌과 DDT는 인도와 태국에서 번식 실패와 높은 사망률의 원인이었다. 기후 조건도 독수리의 분포와 발생에 영향을 끼친다. 남아프리카의 수염독수리와 같이 높은 고도에서 번식하는 독수리는 기온 상승으로 인해 서식 범위가 축소된다. 수명이 길고 번식률이 낮은 데다 어린 개체의 생존율이 낮은 생태적 특성은 멸종 위험을 가중시킨다.
독수리 개체수 급감은 들개나 설치류 등의 대체 청소 동물의 증가로 이어지고, 광견병이나 선페스트와 같은 인수공통전염병의 확산 가능성을 높인다. 인도의 경우, 1997년 개의 개체수가 현저하게 증가하면서 2900만 마리까지 추산되었다. 인도에서는 인간 광견병으로 사망한 사람의 95 퍼센트 이상이 개에 물린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적으로는 죽은 동물의 사체 처리와 의료비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미생물부터 맹금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가 생태계의 일부로 제 몫을 충실히 해낸다. 인간만이 자연의 적이다. 우리는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와 건강한 삶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왜 매번 생태계의 소중함을 잊고 수많은 생물종을 돌이킬 수 없는 멸종의 길로 이끄는 걸까. 썩은 고기를 먹고 자연을 정화시켜 다른 생명체가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독수리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싶다.
* 자료출처: Vultures in India: A review, February 2021, 국제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한겨레
황금 들판 뒤덮은 검은 물결, 대체 무슨 짓 한 건가
식량 위기 자초하는 신재생에너지 정책
▲ 고속도로변 농경지에 검푸른 태양광으로 가득하다. 쌀 대신 전기가 풍요로우면 행복한 세상이 되는 것일까? ⓒ 최병성
▲ 검푸른 태양광과 익어가는 벼의 색이 대비된다. 표시된 부분처럼 오늘도 농경지를 잠식하는 태양광 공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 최병성
고속도로변을 따라 검푸른 태양광 패널과 황금색 벼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오늘도 태양광 패널을 박는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남아 있는 논들도 조만간 태양광 패널로 채워질 것이다.
'황금물결 일렁이는 풍요로운 가을 들녘'은 추억 속의 옛말로 사라질 것 같다. 이젠 봄여름가을겨울 1년 내내 전기가 풍년인 세상이 되었다.
이곳은 영산강이 흐르는 전라남도 영암군의 모습이다. 30여 년 전 부족한 쌀을 생산한다며 낙지와 조개가 넘쳐나던 갯벌을 매립해 논으로 만들었다. 쌀 생산을 위해 세금을 들여 만들었던 간척지가 문재인 정부에서 전기 사업자들의 돈벌이를 위한 태양광 단지로 뒤바뀌고 있다.
이제 더는 황금물결 출렁이며 벼가 익어가는 들녘이 아니다. 새까만 태양광 패널로 가득한, 전기만 풍요로운 가을 들녘이 되었다. 벼 대신 드넓은 논을 차지하는 태양광 물결이 점점 더 늘고 있다.
▲ 영산강변 드넓은 간척지가 태양광 패널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 최병성
▲ 17만평의 간척지가 태양광으로 뒤덮였다. ⓒ 최병성
조만간 저 거대한 17만 평의 태양광도 보잘 것 없는 규모가 될 것 같다. 인근 무안군의 복길간척지는 70만 평에 이르고, 영암군 미암면과 삼호읍엔 무려 500만 평의 간척지를 태양광으로 뒤덮으려 하고 있다. 전기는 도심에서 사용하는데, 대한민국 땅 끝에서 다리를 건너야 나오는 섬마을 완도 약산면의 간척지 50만 평도 태양광으로 뒤덮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
쌀 대신 전기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전라남도 무안군의 한 풍경이다. 태양광 위용에 눌려 벼가 익어가는 황금 들녘이 초라해 보인다. 시커먼 태양광 패널로 뒤덮인 간척지 면적이 무려 17만 평에 이른다. 염해판정 기준 완화 탓에 지난 30년간 벼농사를 잘 지어오던 우량농지가 졸지에 염해농지로 둔갑되어 태양광 단지로 전락했다. 기후위기를 막는다는 미명하에 국민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던 논이 태양광 사업자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돈벌이 수단이 된 것이다.
논 대신 고속도로에 태양광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곳이 간척지 말고는 없기 때문일까? 아니다. 간척지가 아니더라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곳이 많다.
고속도로 법면을 따라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대부분의 고속도로는 흙을 쌓아 올려 만들어지기에 경사진 법면이 많고, 잡초만 자라는 유휴지로 방치되어 있다.
여성 농민의 삭발과 눈물
무안군 운남면 바닷가 야트막한 언덕에 풍력발전기 5기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높은 산 정상이 아니니 환경 훼손도 크지 않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다.
▲ 무안군 운암면 바닷가에 풍력 발전기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거주지와 너무 가깝다. 고통을 안겨주는 풍력은 폭력이다. ⓒ 최병성
풍력발전기와 가장 가까운 주택과의 거리는 겨우 260여m에 불과하다. 마을회관과 마을주민들의 거주지 역시 약 300여m로 너무 가깝다.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며 발생하는 소음과 저주파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이명과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8월 31일, 전라남도 화순군의회 앞에서 여성농민이 삭발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풍력발전기 이격거리를 군의원들이 마음대로 축소해 주민들과의 갈등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 풍력발전기 이격거리에 대한 조례를 원위치하라며 박세진 여성 농민이 삭발하며 눈물 흘리고 있다. ⓒ 화순 풍력발전반대 대책위원회
지난 2019년 8월 화순군은 전문기관 용역을 통해 풍력발전 이격거리 제한을 주택 10호 이상 2000m, 10호 미만 1500m로 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그런데 조례 제정 10개월 정도가 지난 2020년 6월, 화순군의회 의원들이 주택 10가구 이상 700m, 10가구 미만 500m로 완화하는 조례 개정을 시도했다가 상임위에서 부결됐다. 화순군의회는 2020년 9월에 다시 이격거리를 800m, 500m로 줄여 안건을 올렸고, 10월 본회의에서 1200m, 800m로 통과됐다.
이에 주민들은 2021년 1월,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지난 2019년 최초 전문 연구기관의 용역을 통해 제정했던 2km와 1.5km 거리 제한 규정으로 원상 복귀하라고 주민참여 조례개정을 올려 지난 3월에 군의회로 넘어갔다. 그러나 수개월이 넘도록 아직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이 모든 게 전기는 도심에서 사용하면서 도시에서 가장 먼 농촌과 산골에 태양광 패널과 풍력발전기를 세우다 보니 벌어지는 갈등이다.
현재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전국 농어민들의 삶을 황폐하게 하고, 지역 주민들 간의 갈등을 조장한다. 전기 생산 목표만 정해 놓고, 구체적인 설치 기준을 지자체와 사업자들에게 맡겨 놓은 까닭이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신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농민과 시골 주민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 피해는 시골 농어민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간척지마다 태양광 패널을 뒤덮는다면, 전기사업자 주머니는 두둑해지겠지만 식량부족으로 인한 피해는 전 국민의 고통으로 다가올 것이다. 바람은 공짜라며 산꼭대기마다 육상 풍력발전기를 꽂는다면, 전국에서 황폐해진 산림을 만나게 될 것이다.
▲ 경북 영양군에 산능선을 따라 수십개의 풍력 발전기가 세워져 있다. 지금도 추가 건설이 추진되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 최병성
오늘도 태양광 기둥을 가득 실은 대형 트럭들이 연신 좁은 농로를 따라 들어간다. 익어가는 가을 들녘의 풀벌레 소리가 사라지고, 태양광 공사 중인 포클레인 굉음만 가득하다.
신재생에너지가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정의로운 에너지가 되기 위해서는 속도가 아니라 올바른 방향이 중요하다. 전기가 필요한 곳에 전기를 생산한다는 기본 원칙에 따라 다시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세워야 한다.
/ 오마이뉴스 최병성(cbs5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