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근 2018. 10. 21. 22:27


         1022 ���������-������


밀밭에 찬바람이 분다 1023일 시사인 제579

백남기 농민은 왜 서울까지 와야 했나

출퇴근·통학길 자전거 이용 62%”탄소 제로도시로 1025 경향

미세먼지, 기후변화, 인류세

스마트폰이 아이들 지적 능력에 미치는 영향

가난한 나라서 왔다고..." 베트남 여성 눈에 비친 한국인들 1025 오마이뉴스

스마트폰 중독 청소년, 성인 돼도 후유증 1026 프레시안

심상찮은 땅값10년만에 최대 상승1027 매일경제

시민단체, 김부선·공지영 고발 “’이재명 점 사건으로 국민 기만

군인 없는 판문점, 이것은 실화입니다 1026 한겨레

프랜차이즈 대표 백종원은 왜 자영업자 멘토로 불리나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BBC와 폭스뉴스 어떻게 달랐나 1027 미디어오늘

탈북자는 왜 태극기 부대에 합류했을까

유전무죄사슬 이번엔 끊어야 PD저널 10.25

적폐청산!” “박근혜 석방 촉구”···‘촛불집회 2주년의 서울 광화문 앞 1027 경향

          ������-������

              ������-������

                1022 ������-1023������

                 ������-������

                  ���������-������

                   ������-������

                     ������-������

                    ������-������

                      1024 ������-������

                      ������-���������

                       ������-������

                        ������-������

                       1024 ������-1025 ���������

                      ������-������

                     1026 중앙-기호

                      경인-한겨레

                      인천-중부

                       경기-국민

                       대구-경향

   경향 장도리10.22~26



밀밭에 찬바람이 분다 1023일 시사인 제579

올가을, 밀 파종에 나서는 농가가 크게 줄었다. 방치된 우리밀 재고는 전국적으로 18000t에 이른다. 2008년 이후 정부는 밀 자급률을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판로는 열리지 않았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가을은 파종의 계절이다. 쌀 수확이 끝난 10월 중순쯤부터, 우리 농촌에서는 밀 씨앗을 뿌린다. 이맘때 뿌린 밀 씨앗은 겨울-봄을 지나고 이듬해 초여름 알곡을 맺는다. 올가을은 사정이 다르다. 밀 파종에 나서는 밀 농가가 크게 줄었다. 밀 농사를 지어봐야 내다 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본덕동에 한국우리밀농협이 있다. 국내 밀 수매 단체 중 가장 큰 이곳은 전국 밀 농가 2000여 곳과 계약재배를 한다. 농가에서 사들인 밀로 국수·만두·핫도그·마들렌 등을 만들어 팔고, 그 돈을 계약재배 농가에 지불한다.

 

지금 이곳 창고는 꽉 찼다. 2016~2017년 수확한 우리밀 6000t이 재고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올해 수확한 밀의 경우 지역 농협 창고를 임차하거나, 그도 아니면 개별 농가 창고에 그냥 방치돼 있다. 이렇게 방치된 우리밀 재고가 전국적으로 18000t에 이른다. 지난해 15000t이었으나, 올해 더 늘었다. 이렇다 보니 올가을 밀 파종에 나서지 못하는 농가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몇 년 뒤에는 아예 밀 종자마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염려까지 나온다.

 

한국우리밀농협 제공

 

20151114일 백남기 농민도 전남 보성에서 밀을 파종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민중총궐기대회에서 물대포에 맞고 쓰러지기 이틀 전 자신의 밭에 밀 씨앗을 뿌렸다. 남쪽 끝이라 밀 파종 시기가 11월 초순쯤이다. 백남기 농민도 밀 농사꾼이었다. 1980년대부터 고향인 전남 보성군 웅치면 부춘마을에서 밀 농사를 지었다. 전국을 돌며 밀 종자를 모으고 주변에 밀 농사를 권했다. 국내에서 쌀 다음으로 많이 먹는 곡물이 밀이다. 우리밀 재배를 늘려야 한다는 게 백남기 농민의 생각이었다.

 

그가 쓰러진 뒤에도 밀밭은 후배들이 이어받아 수확했다. 2016년에도 2017년에도, 백남기 농민이 없었어도 밀은 살아남았다. 1(3000) 땅에서 1t 정도 밀을 수확했다. 최강은 우리밀살리기운동 광주전남본부장(우리밀식품 대표)은 이 밀을 전량 수매해 지난해부터 백남기 우리밀 세트’(냉면·쫄면·수제비 등)를 만들어 팔았다. 지난 추석 때 전남경찰청이 직원들에게 백남기 우리밀 세트 판매를 독려했다는 사실을 보수 언론이 걸고넘어지면서 새삼 백남기 농민 2주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강은 본부장은 재고 문제로 국내 밀 농업이 휘청이고 있지만, 올가을에도 백남기 밀 파종을 하려 한다. 백남기 농민에 대한 약속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925일은 백남기 농민이 떠난 지 2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를 추모하는 일은 올해도 계속됐지만 정작 그가 떠난 밀밭에는 찬바람만 분다. 백남기 농민이 지키려 했던 우리밀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아주 멀리 갈 것도 없다. 하필이면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밀은 원래 우리 농촌의 주력 작물이 아니었다. 한반도에서는 밀 재배가 흔하지 않았다. 한국전쟁 이후 외국산 밀이 대규모로 수입되면서 =수입산이 공식처럼 되었다. 1982년 밀 수입이 자유화되고, 1984년 전두환 정부가 우리밀 수매를 중단한 뒤 근근이 이어오던 우리밀은 완전히 설 자리를 잃었다. 197015%를 기록했던 밀 자급률(전체 식량 소비량에서 자국산 식량이 차지하는 비율)19900.05%까지 곤두박질쳤다. 이후 1990년대 백남기 농민이 우리밀살리기운동 광주전남본부 공동의장을 맡는 등 우리밀 확산을 위해 노력했지만, 흐름을 바꿀 수는 없었다. ‘우리밀 살리기는 사실 국내 농업의 주요 이슈가 아니었다.

 

2000년대 이후 기후변화가 세계 식량산업을 강타했다. 2006~2007년 오스트레일리아 등 주요 밀 산지에 유례없는 가뭄이 닥치면서 국제 밀 가격이 급등했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 이때다. 농민운동 단체가 아닌 정부 당국자의 입에서 식량 안보라는 말도 나오던 때다.

 

그리고 2008, 새로 들어선 이명박 정부가 애드벌룬을 띄웠다. 밀 자급률을 2015년까지 10%, 2020년에는 1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발표해버린 것이다. 2008년 밀 자급률이 0.5%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목표치였다(35쪽 표 참조). 최소 20배 이상 우리밀 생산량을 늘려야 가능한 수치였다.

 

한국우리밀농협 제공 617일 각지에서 수확된 우리밀이 트럭에 실려 광주광역시 광산구 한국우리밀농협 창고로 향하고 있다.

 

밀 자급률을 10~15%까지 끌어올린다는 정부 발표에 농촌은 반색했다. 계속되는 쌀값 폭락으로 힘겨워하던 농가는 밀 재배에 나서기 시작했다. 농민들은 정부가 식량 안보까지 들고 나온 마당에 어떻게든 책임을 져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됐다. 쌀 수확 뒤 가을부터 이듬해 초여름까지, 2모작이 이루어졌다.

 

백남기 농민이 속해 있던 광주·전남 지역은 전국 밀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밀 재배에 앞장섰다. 밀 자급률도 점점 높아졌다. 20101.7%, 20151.2%, 20161.8%를 기록했다. 2010년 무렵부터 우리밀의 화려한 부활같은 제목을 단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다 잘 되어가는 것 같았다.

 

문제는 판로였다. 밀은 100% 민간에서 소비하는 식량이다. 우리밀농협, 생협 등이 주된 소비처다. 정부 수매량은 ‘0’이다. 정부는 자급률 목표치만 발표했을 뿐, 판로 개척과 관련해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우리밀 1먹기 운동을 전개한 것이 정책이라면 정책이었다. 그렇게 밀 생산량은 늘어나는데, 판로는 열리지 않는 상황이 지속됐다. 그러다 2년 전부터 남아도는 우리밀이 창고에 본격적으로 쌓이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도 남아도는 우리밀이 문제가 되면서 농식품부가 일부 분량을 주정용으로 특별 처분했다. 올해 우리밀 재고 사태는 100% 예측 가능했다.

 

우리밀 자체가 가지는 문제점도 있다. 우선 수입산에 비해 값이 2~3배 비싸다. 하지만 이건 한계라기보다는 조건이다. 밀 자급률을 올리기로 했을 때부터 어떻게든 해결했어야 할 숙제다. 밀 자급률 15%를 기록하는 일본의 경우 수입 밀에 세금을 매겨 시장가격에서 자국산 밀과 가격 차이가 별로 없다. 사실상 소비자에게 세금이 부과된 꼴인데, 자국 밀 농업을 지키기 위한 일본 정부의 방책이었다. 농업계 일부에서 일본 사례를 들며 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다른 곡물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리밀 품종의 특성도 문제다. 농가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종은 백중밀이다. 수확량이 많아 자급률 올리기에 열을 올린 정부가 적극 보급했다. 하지만 글루텐 함량이 적어서 점성이 떨어져 빵이나 국수에 쓰기 적합하지 않다. 한때 몇몇 제과기업이 식품 안전을 내세워 우리밀 마케팅에 나서면서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곧 시들었다. 농촌진흥청이 품종개량에 나서기는 했지만 새로운 종자가 농가에 보급되지는 못했다.

 

결국 지난 10년 동안 가격과 품종개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 채, 우리 사회는 밀 산업 육성만 외쳐왔다. 정부 당국자든 농민이든, 어느 시점에는 알아차렸을 것이다. 생산은 느는데 팔리지는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음을. 이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농민들은 자급률 목표치를 뻥튀기해 잘못된 신호를 준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시사IN 조남진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진헌극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공동대표, 김영규 GMO반대전국행동 조직위원장, 박웅두 정의당 농민위원장(왼쪽부터).

 

농민운동 인사들의 유례없는 단식 농성

문재인 정부도 별다르지 않다. 지난 2월 농식품부는 ‘20182022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이라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서도 밀 자급률은 2022년까지 9.9%나 된다. 최근 수급 상황 등을 감안해서 현실화한 수치란다. 과거 정부의 10~15%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1%대인 자급률에 비하면 턱없이 높다. 농식품부 담당자는 목표치란 원래 높게 잡는 것이다라고만 말했다. 정부의 과도한 목표치가 농가의 기대치를 높여 결과적으로 재고 문제가 터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농식품부의 발전계획에 우리밀 관련 대책이 있기는 하다. ‘안정적 판로 구축에 주력’ ‘정부 수매 수입량 조정 등 추가 수요 확보 노력 병행따위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농식품부 담당자는 국회와 협의해서 정부가 수매하거나, 학교 및 군대 급식에 우리밀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또한 아직 논의 중이다.

 

당장 창고에 보관 중인 우리밀 18000t을 어찌하느냐가 눈앞에 닥친 문제다. 그런데 뜻밖에 처리 비용이 그리 크지 않다. 비영리조직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송동흠 운영위원장의 추산에 따르면 195억원이면 해결 가능하다. 우리밀 재고를 넉넉잡아 2t으로 봤을 때 40짜리 가마니 50만 개 분량이다. 올해 밀 수매가가 가마니당 39000원이었으니, 195억원이면 재고 물량을 처분할 수 있다. 송동흠 운영위원장은 장갑차 몇 대 가격이면 해결할 수 있는 규모라고 주장한다.

 

지금 청와대 앞에서는 농민운동 인사들의 단식 농성이 진행 중이다. 진헌극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공동대표, 김영규 GMO반대전국행동 조직위원장, 유영훈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이사장, 채성석 전 동군산농협 조합장 등이 108일까지 한 달 동안 단식을 강행했고, 109일부터는 릴레이로 단식 농성을 이어간다. 농민운동 인사들의 청와대 앞 단식 농성은 유례를 찾기 힘든 사건이다.

 

이들의 구호는 농업 적폐 청산과 농정 대개혁이다. 단식 농성에 어울리지 않는 무척 거창한 구호다. 의아하게도 구체적인 요구 사항은 없다. 오직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농업 문제가 워낙 쌓이고 쌓여 몇 가지 단기 처방으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큰 틀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밀 재고 문제도 여러 산적한 숙제 가운데 하나다. 절박하나, 뚜렷한 해법을 찾을 수 없어서 거창한 구호를 내걸어야 하는 현실. 문재인 대통령은 조만간 이들과 면담을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남기 농민은 왜 서울까지 와야 했나

<백남기 농민 투쟁기록사>(가제)2015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고, 장례를 치르기까지 1년여를 담은 기록이다. 백남기 농민과 함께한 시민에게 제출하는 보고서다.

925일은 백남기 농민의 2주기였다. 다들 벌써 2년이나 지났어?’라고 되묻는다. ‘다이내믹 코리아라고는 하지만 지난 2년을 돌이켜보면 정말 다이내믹 자체다. 대통령이 바뀌었고, 두 전직 대통령이 실형을 받아 복역 중이다. 남북 정상이 세 번이나 만나 남북 화해의 분위기가 그득하다. 하지만 형편이 나아졌는지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농촌에서는 정부가 바뀌었는지 실감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촛불 정부라 불리는 문재인 정부 탄생의 도화선이 바로 백남기 농민이었기 때문에 농민들의 실망은 더욱 크다.

 

문재인 정부에서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장관은 가장 늦게 임명되었지만 가장 먼저 사퇴했다. 그러고는 전남도지사로 출마해 당선되었다. 그로부터 5개월간 장관 자리는 비어 있었다. ‘농업 홀대론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저 자리가 기획재정부나 교육부 장관이었으면 비워둘 수 있었겠느냐며. 이후 임명된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도 호기롭게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돌직구로 답변했다. 농업·농촌이 뒷전인 것은 새삼스럽지 않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았던 탓일까. 이런 실망감이 가득한 분위기에서 백남기 농민 2주기를 맞이했다. 많은 이들이 물대포는 기억하지만, 그때 일흔 살에 가까운 보성의 농민이 왜 서울까지 올라와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박근혜 집권 3년차인 2015, 노동·농민·빈민·청년·인권·여성·통일·환경 등 전체 시민운동은 열패감에 빠져 있었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함께 모여서 외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해 11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으로 13만명, 경찰 추산으로도 8만명 정도가 모였다.

 

이때 전국에서 농민 3만여 명이 서울로 올라왔다. 그중에 백남기 농민도 있었다. 농민들이 외친 구호는 쌀값 21만원 보장하라’.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농업 공약이 쌀 한 가마니에 21만원씩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2015년 당시 쌀값은 한 가마니에 평균 15만원대였다. 쌀 최대 산지인 전라도의 쌀값은 12만원 선까지 주저앉았다. 밥 한 공기에 200원인 상황이 20년째 이어지고 있었다. 농민들이 요구한 쌀값 21만원은 13000원 정도다. 공깃밥 한 그릇에 100원을 더 쳐서 300원을 보장해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대통령이 한 약속을 지키라고 외치는 농민들에게 정부는 물대포를 쏘았다. 물대포에 물 202t, 최루액 440가 쓰였다. 집회 참가자를 색출하기 위해 색소도 120가 쓰였다. 이날 사용한 물과 취루액은 역대급이었다. 백남기 농민은 차 벽에 설치된 밧줄을 홀로 잡아당기다 직사 살수된 물대포를 맞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서울대병원에서 그저 사망에만 이르지 않게끔 연명 수술이 강행되었다. 이미 지지율이 바닥인 박근혜 정권에서 농민 사망 사건마저 날 경우 상황을 걷잡을 수 없다는 정권의 판단 때문이었다. 서울대병원은 박근혜 청와대에 수시로 환자의 상태를 보고하고, 가족의 동정을 살폈다.

 

병상에 있는 10개월간 백남기농민대책위와 시민들은 서울대병원 정문 앞에서 농성하며 백남기 농민과 그 가족을 지켰다. 2016925일 백남기 농민이 숨을 거둔 뒤에는 정확한 사인을 밝혀야 한다며 부검하겠다고 나섰다. 물대포에 맞고 뇌출혈을 일으켜 죽음에 이른 외인사였음에도 서울대병원 측은 병사라고 적힌 사망진단서를 발급했다. 부검 정국이 한 달여간 이어졌다. 40여 일 동안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장례 투쟁까지 벌여야 했다. 이는 결국 박근혜 정권의 끝을 보는 일이었다. 2016115일 백남기 농민 장례식에 참석한 시민들은 그 자리에서 촛불을 들어 올려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학생운동 이어 농민운동에 헌신한 삶

고향인 전남 보성에서 우리밀과 콩, 쌀 농사를 지으며 평생 농민운동에 매진했던 백남기. 그와 박근혜의 악연은 오래전 시작되었다. 청년 백남기를 고문하고 감옥까지 끌고 간 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였다. 중앙대 행정학과 68학번이었던 백남기는 1971년 박정희가 내린 위수령 반대 시위에 참여하다 1차 제적을 당했다. 백남기는 중앙대 학생운동의 중심으로 성큼 들어가 1973년 유신 철폐 시위를 주도했고 긴 수배 생활을 했다. 이때 봉쇄수도원에 들어가 5년간 수도 생활을 했다.

 

1980서울의 봄을 맞아 다시 학교로 돌아오지만 1980517일 계엄군은 백남기를 연행했다. 백남기는 모진 고문을 당하고 징역까지 살다 정치범 딱지를 단 채, 1981년 고향 보성으로 내려와 평생 농사를 짓고 살았다. 1986년 가톨릭농민회에 들어가 농민운동에 몸담은 백남기 농민은 우리밀 살리기 운동에 뛰어들어 보성 최초의 우리밀 재배 농민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렇게 단 한 번도 고향을 떠나지 않고 선산을 지키며 살았다.

 

평생 광주에 미안함을 안고 있었던 백남기는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 신청도 끝내 하지 않았다. 1980년 계엄군에 잡혀 고문당하고 징역까지 살았지만 살아남은 자의 미안함이 더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명처럼 백남기는 광주 망월동에 묻혔다.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임마누엘)의 묘라고 새겨진 묘비 앞에서 농민으로 살다 죽어간 백남기를 만날 수 있다.

 

직사 살수의 명령권자인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은 무죄판결을 받았고, 최종 책임자인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기소조차 되지 않은 채 퇴임했다. 당시 현장 지휘관과 살수 요원 두 명이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 중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이다.

 

무엇보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온전히 책임지는 완결판은 농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여전히 쌀값 21만원 보장을 외치고 있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백남기 농민 투쟁기록사>(가제) 저자)

 

출퇴근·통학길 자전거 이용 62%”탄소 제로도시로 1025 경향

유럽 환경도시, 코펜하겐

 

차값 150% 등록세 매겨 차량 억제해 이산화탄소 배출 38% 줄여

일회용품 안 쓰고 풍력 에너지 확대9개 정당 신재생 의기투합

 

한국은 지금 에너지정책을 놓고 날선 공방이 한창이다. 정부와 여당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고, 보수 야당은 탈원전 정책을 서둘러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낙농 국가였던 덴마크는 왜 원자력이 아닌 신재생에너지를 택했고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을까. 정부와 여야, 기업과 국민들이 합심해 2050탄소 제로(0) 국가를 표방하며 에너지 수출국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덴마크를 찾았다.

 

북유럽의 자그마한 나라 덴마크.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5분의 1, 인구는 570만명이지만 삶의 만족도는 높다. 무상 의료와 무상 교육, 양성평등 국가로 널리 알려진 덴마크는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로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 1위에 3차례나 올랐다.

 

한국에서 11시간30분 비행 끝에 지난 15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도심 한복판에 있는 숙소에 짐을 풀었다. 코펜하겐 호텔의 70%는 덴마크 정부의 에코(Eco) 인증을 받았다고 들었던 터. 소박해 보이는 녹색호텔로 들어서는데 엘리베이터 옆에 적힌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풍력에너지를 사용하는 바람의 도시” “자전거를 타고 수돗물을 사랑하며 낭비를 혐오하는 도시” “절약하고 재사용하는 재생의 도시” “일회용 봉투가 아닌 바구니를 사용하는 도시.

 

실제 호텔에서 쓰는 샴푸, 린스를 비롯해 휴지, 칫솔, 쓰레기봉투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건이 천연 재생용품이었다. 한국에서 가져간 일회용품을 꺼내기가 왠지 쑥스러웠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사람들은 62%가 자전거로 출퇴근하거나 통학한다. 코펜하겐의 도시철도에는 자전거를 안전하게 놓을 수 있는 거치대 부분이 넓다.

 

코펜하겐은 자전거 천국이었다. 도시 곳곳 어디에나 두바퀴 자전거가 넘쳐났다. 자전거 전용도로(450)는 물론이고 편하게 세워둘 수 있는 공간도 많았다.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덴마크의 상징인 안데르센 인어상이 있는 항구까지의 거리를 검색해보니 4. 자전거를 빌릴까 싶었지만 1시간에 30크로네(5200)가 넘었다. 대중교통 요금을 알아보니 도시철도와 버스 가격이 24크로네(4200) 정도였다. 시민들이 모두 자전거를 가지고 있으니 특별히 대여할 일이 없어 가격이 높았던 것이다.

 

정말 놀랍게 변한 항구도시입니다. 코펜하겐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교통체증과 대기오염 등 환경 문제가 심각했지요. 지금은 항구에서 수영도 합니다. 저탄소 지속가능한 도시를 향해 끝없이 도전하고 있지요.” 덴마크 민관합작 에너지전문기관 스테이트 오브 그린에서 일하는 이버는 코펜하겐은 2014EU로부터 유럽의 환경도시로 지정됐다면서 출퇴근과 통학길 자전거를 이용하는 경우가 전체 시민의 62%에 달하고 러시아워 때는 교통 신호등이 자전거 운행에 맞게 바뀌기도 한다고 말했다.

 

덴마크에서 자전거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효자인 반면 자동차는 지구를 오염시키는 에너지 낭비의 주범이다. 덴마크는 1977년 자동차 등록세를 최고 180%까지 매겼는데 2015년부터는 185000크로네 이상의 차를 구입할 때 150%를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2000만원짜리 소형차를 살 때 당장 등록세 3000만원을 더해 5000만원을 내야 하는 것이다. 승용차 유지비도 만만치 않다. 15이하인 디젤차의 경우 한국에 없는 이산화탄소세를 포함해 연간 135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주유소는 물론 주차장은 찾아보기 힘들고 주차요금도 비싸다.

 

덴마크 에너지정책이 전환점을 맞은 것은 1973년 오일쇼크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99% 원유를 수입하던 덴마크는 1975년 중장기 에너지계획을 세웠고 1985년 원전 가동을 중단하면서 신재생에너지로 방향을 틀었다. 2012년에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사회민주당, 덴마크인민당, 사회자유당 등 9개 정당이 에너지 협약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총에너지의 55%를 신재생으로 대체해 ‘2050년 탄소 제로(0) 국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코펜하겐 시의회는 2012‘2025년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도시를 선언했다. 2015년 코펜하겐시 인구는 2005년 대비 16%나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바이오와 풍력에너지 사용을 늘리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8%나 줄였다.

 

온종일 걷다 보니 갈증이 났다. 생수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렀는데 페트병 콜라(500)4800원이나 됐다. 한국에서 500원 하는 500생수가 무려 3500원이 넘었다. 세계적인 펌프회사 그런포스의 위더는 지하수에 염소 소독제 등 화학물질을 넣지 않고 안전하게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이 덴마크에는 있다면서 누수량을 방지해 에너지 낭비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찜찜했지만 얇은 지갑을 생각해 도심 공원에 있는 수도꼭지를 틀었다. 놀랍게도 사먹는 생수만큼이나 깔끔하고 시원했다.

잔디가 깔린 도심공원 나무마다 잘 익은 무공해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사과를 한 입 물고 인어상에 도착하자 시민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줄지어 인증샷을 찍었다. 서울 광화문에서 동대문 정도 거리이니 돌아갈 때는 택시를 탈까 싶었지만 “5만원은 넘게 나올 것이라는 매점 주인의 얘기에 포기했다.

 

자전거를 타거나 느리게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나라. 코펜하겐은 이미 세계 최초의 탄소 제로(0)’ 도시에 다가선 듯했다.

코펜하겐(덴마크) | ·사진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미세먼지, 기후변화, 인류세

삼성전자는 지난 9<고래먼지>라는 4부작 SF 웹드라마를 제작, 발표하였다. 2053년 한국을 배경으로 소녀와 기상캐스터가 인공지능과 함께 바다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에서 미래는 두 가지 것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첫번째는 미세먼지다. 뉴스는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나쁨기준의 10배가 넘는 1527/라는 예보, 여전히 내리지 않는 비, 계속되는 인공강우 실험 실패 소식을 전달한다. 황토빛 먼지가 자욱한 대기 속으로, 그리고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진 땅 위로 나서는 일은 지하의 완벽히 제어된 공간 속에서 사는 인간에게는 큰 모험이다. 푸른 숲과 파란 하늘은 창처럼 만들어진 디스플레이에서 비칠 뿐이다. 두번째는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은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넘어서 각별한 관계를 맺는 물체로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은 인공지능과는 일상적으로 교감하지만 사람과 교감을 하는 일은 오히려 예외적인 사건에 가깝다. 인공지능은 기계라기보단 홀로그램으로 형상화된, 엄마의 목소리를 가진 금붕어나 아들의 모습을 하고 있다.

미세먼지와 인공지능은 미래를 상징하는 것이 되었다. 다만 미세먼지는 절망, 인공지능은 희망이다. 지난 912미래 오디세이칼럼에서 전치형 교수는 인공지능과 인공지구에 대한 관심과 행동의 심각한 불균형을 지적한 바 있다. 인공지능이 지금까지 보여준 것에 비해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미리 호들갑을 떠는 반면, 지구가 지금까지 보여준 심각한 변화에 비해 앞으로 지구에 닥쳐올 상황에 대해서는 무심하다는 것이다. 상대적이기는 해도 호들갑과 무심함 속에서 기계의 미래는 인간이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으로, 지구의 미래는 인간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관점에서 기계는 희망과 성공, 지구는 절망과 실패가 된 웹드라마 속의 미래 묘사는 꽤나 적절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구의 미래에 대해서 관심과 행동이 부족했다는 것은 여러 영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행동의 부족은 종종 책임 회피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미세먼지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몇 년간 늦가을부터 봄까지 심각한 수준의 미세먼지를 경험한 사람들은 미세먼지의 원인을 중국에서 찾았다. 중국의 느슨한 대기규제와 증가한 산업시설, 석탄을 이용하는 난방 방식은 물론이거니와 한국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산둥성으로 베이징 주변의 산업시설을 대거 이전한 것이 한국의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해진 원인이라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우리의 책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듯하다. 경향신문은 10월 한 달간 5회에 걸쳐 미세먼지 해외견문록이라는 기획 기사를 내보냈다. 본격적인 미세먼지 철을 앞두고 중국, 싱가포르, 미국, 독일, 프랑스의 정책가, 과학자, 법학자, 활동가, 지역주민을 만나 대기오염에 대한 각국의 대응방식을 취재했다. 이 연재 기사의 메시지는 두 가지다. 첫째,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 문제는 정치외교적 문제이자 과학적 문제이다. 둘째, 국경을 넘어 유입되는 대기오염 물질도 중요하지만 단호하고 체계적인 국내 대기오염 저감 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미세먼지의 원인은 중국에 있다는 정설과도 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기자는 미세먼지로 뒤덮여가는 한국 사회에 이렇게 묻는다. ‘다른 나라 탓만 하면서 한국 내 미세먼지 배출원에는 눈감고 있는 것 아닌가.’ ‘정부는 지자체는, 시민은, 기업은 미세먼지 농도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있는가.’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해 전례없는 노력을 기울이고도 많은 이들을 좌절하게 하는 지구 문제는 아마 기후변화일 것이다. 지난 1990년 첫 보고서를 시작으로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그동안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인간의 개입이 필요함을 소리쳐 왔다. 지난 108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총회에서는 이러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채택함으로써 한 겹의 목소리를 더했다. 이 보고서는 그동안 섭씨 2도 이상 온난화가 진행될 경우 지구는 재앙적인 상황을 맞게 된다는 주장을 수정하여 섭씨 1.5도 수준의 온난화 또한 인간과 자연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인류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배출량보다 45% 줄이고, 2050년까지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 어느 때보다 다급한 지구의 목소리는 이제 열렬한 반응을 받을 수 있을까.

 

지금의 지구를 만드는 데 인간이 기여한 바를 지구의 역사에 기록하려는 노력도 최근에 좌절되었다. 그동안 일군의 학자들은 인류가 지구에 끼친 영향을 지질학적 시대 구분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인류세(Anthropocene)라고 잠정적으로 명명된 이 시기의 시작점으로 석탄 사용으로 대기 구성에 변화가 일어난 산업혁명기나 핵무기 사용으로 지층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남긴 1945년 등이 기준으로 제안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7월 국제층위학위원회는 지난 4200년 전 발생한 대가뭄으로부터 현재까지 시기를 메갈라야기(Meghalayan Age)’라는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로 분류한다고 발표했다. 주요 문명들을 멸망 위기에 몰아넣기도 한 이 대가뭄의 결정적 지표가 발견된 인도 메갈라야 지역의 이름을 딴 시기 구분이다. 이 발표는 즉각 인류세를 주창한 학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을 낳았다. 메갈라야기의 공식적 채택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만든, 혹은 망가뜨린, 인류의 책임을 덜어주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인류세에 아직 우리가 제대로 응답한 것 같지는 않다. 어영부영, 혹은 은근슬쩍 지구의 미래를 어쩔 수 없는 영역에 남겨두는 것은 인간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 될 수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간과 지구의 미래를 같이 묶어내는 작업이다/ 강연실 과학잡지 에피편집위원

 

스마트폰이 아이들 지적 능력에 미치는 영향

[아이에게 스크린 리터러시 교육을 ] 유아에게 스마트폰, TV는 금물

젖먹이 어린이 3분의 1은 걷거나 말을 배우기 전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손가락으로 두드리기를 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일부는 생후 6개월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 수 있다. 만 한 살이 되는 어린이 가운데 7분의 1은 하루 한 시간 정도 이런 전자제품을 가지고 시간을 보낸다."

 

이런 사실을 미국소아과과학자협회(PAS)가 미국 중산층 이하 부모 37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20154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PAS 연례회의에서 발표했다. <-1> 그간 미국소아과학회(AAP)가 만 2세 이하 영유아 어린이가 TV, 컴퓨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을 오락용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권유해 왔지만, 그 사용 실태를 밝힌 것은 PAS가 처음이다.

 

필라델피아 의료단체 앨버트 아인슈타인 헬스케어 네트워크(Albert Einstein Healthcare Network)의 소아과 소속 힐다 카발리 박사 연구팀이 만 4~6살 어린이를 둔 부모 370명을 상대로 전자기기 소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 어린이 97%TV, 83%는 태블릿PC, 77%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53%는 인터넷을 이용했다.

 

이들 부모의 자녀가 처음 전자기기를 사용한 연령과 그 사용 시간 등을 조사한 결과 만 1살 이하 영아의 52%TV를 시청하고 36%는 화면을 움직일 수 있었으며, 15%는 앱을 사용하고 12%는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살이 되면 대부분의 어린이는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6개월 된 영아가 전자기기를 이용했으며, 그 가운데 일부는 30분 동안 화면을 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가운데 73%는 가사 허드렛일을 할 때 자녀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도록 했고, 60%는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 자녀에게 그렇게 하도록 했다. 자녀들의 전자기기 사용 시간은 연령에 따라 증가했다. 하루 한 시간 정도 가지고 노는 경우는 만 2살이 26%, 4살은 38%였다.

 

한편 AAP는 스마트폰이나 TV처럼 스크린을 활용하는 전자기기가 젖먹이와 어린이 두뇌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고 언어 학습에도 장애를 초래한다고 지적하며, 2세 이하 어린이는 스크린을 보지 못하게 부모나 그 보호자가 노력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1999년에 이어 2011년에도 거듭 강조했다. AAP는 이를 보스턴에서 열린 2011AAP 전국연례회의에서 발표하고 학회지 등에 발표했다. <-2> AAP는 매 5년마다 TV, 스마트폰 등에 대한 경고 사항을 발표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나 미국 미디어학계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 발표를 주도한 아리 브라운 박사는 "AAP는 지난 십여 년 간 스크린 전자기기가 어린이의 두뇌 발달과 성장 과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지속적으로 연구한 결과, 전자기기가 어린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더욱 많이 확인했다""미국 부모의 90%는 만 2세 이하의 자녀가 전자기기를 이용하게끔 허용했으며, 특히 하루 1~2시간 TV를 시청하게 했고 만 3살이 되면 자녀의 방에 TV를 들여 놓는다. 이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낳는다"고 밝혔다.

 

조사에 응한 부모들은 비디오와 TV의 교육 프로그램이 만 2세 이하 자녀에게 매우 도움이 되었다고 답변했으나 AAP 조사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교육 프로그램이 어린이에게 유용하려면 어린이가 그 내용을 이해해야하는데, 2세 이상의 어린이들만이 프로그램 내용을 이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AP는 어린이 두뇌 발달을 위해서는 전자기기 대신 부모가 직접 아이들과 놀아주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야 어린이들이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푸는 방식을 배우면서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익힌다는 이유다. 물론 TV나 비디오 등이 아이들의 이해력을 증진시키지만, 그 정도는 부모들이 직접 가르치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모들이 TV를 시청할 때 자녀가 곁에 있는 것도 자녀의 지적 능력 계발에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어린이가 침실에서 TV나 비디오를 이용하면 숙면에 방해를 받고, 그 결과 건강을 해치고 낮에 하는 행동과 학습 등에 지장이 온다. 어린이가 TV나 기타 전자기기를 많이 이용할 경우 학교생활을 시작했을 때 언어발달이 지연된다.

AAP는 이상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전제로 아래와 같이 거듭 권유했다. 미국 어린이는 향후 18살이 될 때까지 TV, 영화, 스마트폰 등의 스크린으로 약 20만 건의 폭력물을 접하게 될 것이며, 그 누적 효과는 폭력 행위 모방이나 갈등의 해결책으로 폭력에 호소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부모들은 자녀의 전자기기 활용을 모니터해서 기준을 제시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

 

자녀가 자신의 방에서 TV, 인터넷, 비디오 게임 등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좋다. TV는 자녀와 부모가 같이 시청하고 비현실적인 내용 등에 대해서는 대화를 한다. 만 두 살 이하 자녀의 TV 시청은 금하고 만 2~5살 자녀는 하루 시청 시간을 1~2 시간으로 제한한다. 부모가 가사 일을 할 때 자녀가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도록 하는 대신 손으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을 주는 방식을 활용한다. 자녀 방에는 TV를 들여놓지 말고 스마트폰 이용을 제한한다.

 

스마트폰 과의존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행위가 다른 일상생활보다 두드러지고 가장 중요한 활동이 되는 '현저성'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나 행태를 이용자가 조절하려는 능력이 떨어지는 '조절실패' 스마트폰 이용으로 인해 신체적·심리적·사회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경험함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문제적 결과'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중 2개 이하에 해당하면 위험군, 2개를 초과하면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3>

 

어린이가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의 부작용으로 우선 뇌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통해 좌뇌를 강하게 자극하는 각종 동영상에 장시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우뇌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뇌의 불균형한 발달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초기에는 산만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심해지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나 틱장애, 발달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한 자극에만 반응을 보이는 '팝콘 브레인' 현상을 겪을 수도 있다. <-4>

 

<1>https://www.aap.org/en-us/about-the-aap/aap-press-room/Pages/Babies-as-Young-as-6-Months-Using-Mobile-Media.aspx

<2>https://www.medicalnewstoday.com/articles/236211.php?sr

<3>뉴스1 20181014

<-4 > 연합뉴스 2018111

프레시안 /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가난한 나라서 왔다고..." 베트남 여성 눈에 비친 한국인들 1025 오마이뉴스

[주장] EBS <다큐 시선> '우리는 한국인입니다' 이후 1, 우린 달라졌나

언제부턴가 한국 주택가에서도 외국인을 흔하게 마주친다. 필자가 사는 동네에도 중국·대만·일본·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 유학생 12만 명 시대에 국내 대학가에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농촌에 가면 다문화주의가 거스를 수 없는 현실로 자리 잡았음을 보다 뚜렷이 체감할 수 있다. 결혼 이주여성과 이주 노동자는 해체 위기에 있던 우리 농촌 사회가 다시 활력을 찾는 데 큰 힘이 됐다.

농촌사회의 음식문화와 언어생활, 자녀 양육, 문화생활 등에 과거 시대와는 견줄 수 없는 뚜렷한 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통계에 따르면 결혼 이주여성과 국내 남성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들이 11만 명에 이른다. 국제 이동이 자유로운 21세기에 200만 명의 외국인이 국내에서 체류하면서 다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우리의 의식과 정책은 이에 발맞춰 나가고 있지 못하다는 인상을 준다.

지난해 9월 방영된 EBS <다큐 시선> '우리는 한국인입니다' 편은 한국 다문화의 현재를 보여주고 미래를 고민해보는 실마리를 던져줬다. 특히 다큐는 '결혼 이민'을 통해 형성된 다문화가족을 통해 다문화의 여러 측면을 보여준다.

 

방송에 출연한 이들 중엔 성공적으로 잘 정착한 이주민 여성이 있는가 하면 경제적 곤란과 의사소통의 어려움, 차별적 시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내와 엄마들도 있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디엔티투이 씨. 세 자녀의 엄마로,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EBS


"우리는 유럽 쪽에서 온 사람이 아니고 가난한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목적으로 오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재능도 없고, 능력도 없고, 말도 못하고, 모든 걸 다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 계세요."

 

이주 10년차, 세 아이의 엄마 디엔티투이 씨의 말이다. 베트남에서 온 그녀는 한국어를 배울 만한 시설이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시부모님까지 모시고 한국생활을 시작했다. 문화 차이가 크고, 홀로 된 시어머니와 고부 갈등이 생기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한국에 잘 정착하고 싶은 의지로 한국어 공부와 자녀교육, 자기계발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디엔티투이 씨는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사촌언니가 같은 지역으로 시집오기도 했다.

 

반면 낯선 한국생활에 적응의 어려움을 겪거나 깊은 마음의 병을 얻은 엄마들도 있다. 김민석 군의 엄마 윌마라비토리아 씨는 한국어가 서툴러 민석 군이 엄마의 노점 일을 도우면서 손님들과 의사소통을 대신한다.

 



연기자가 꿈인 민석이는 한국어가 서투른 엄마를 위해 노점에 나와서 함께 음식을 만들고 통역을 돕고 있다. 엄마 윌마라비토리아 씨는 그런 아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EBS

 

이윤호 군 엄마 로나씨 안모젤 씨는 기대와 다른 한국생활로 인해 우울증을 앓았지만, 어느덧 훌쩍 성장한 세 자녀들이 그녀의 힘이 돼주고 있다. 윤호는 자신처럼 다문화 배경을 가진 남권이와 유치원 때부터 단짝 친구다. 둘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웹툰 작가'의 꿈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윤호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대학 진학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크다.

 

교통사고를 당한 엄마 로나씨 안모젤 씨가 입원한 병원을 찾은 윤호. 엄마는 윤호에게 미안하다면서 울먹였지만 윤호는 그런 엄마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EBS

다큐에 나온 2세들은 대부분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과 따돌림을 받았던 상처를 안고 있었다. 또 남편과 시댁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해 국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이는 아내들도 있었다. 사실상 이들 결혼 이주 여성들은 고부 갈등이나 가정 폭력, 부적응, 경제적 빈곤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외국인 아내를 둔 남편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탓에 남편들이 외국인 아내를 둔 것을 주변에 알리는 것을 꺼리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외국인 체류자 중 대다수가 결혼 상대를 구하기 어려운 농촌지역으로 시집온 여성들이다. 이주노동자들이 흔히 공장 밀집 지역으로 몰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농촌지역도 많다. 시골 거주 노인들 가운데엔 "이들이 없었다면 나이많은 노인뿐인 농촌에서 농사짓기가 어려워 농촌이 벌써 망했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

 

정부에 따르면, 이들이 우리 법과 문화를 잘 몰라서 의도치 않게 경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전국 각 경찰서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도로교통법·외환법 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열고 있으며, 가정 폭력 예방 및 신고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고 한다. 또 국내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이 범죄 피해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이스피싱·성범죄·빈집털이·가정폭력 범죄 대응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의 이주는 상호간 이해와 요구가 맞아떨어진 면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 필요와 요구에 의한 측면이 크다. 사실상 다문화주의는 '저출산''고령화'로 활력을 잃고 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의 중요한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높고, 또 되어야 하지만 우리 문화의 오랜 '순혈주의' 전통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여성가족부 통계자료.EBS


<우리는 한국인입니다>를 보면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느낄 법한 고립과 소외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려면 우리 인식이 차별과 편견, 무관용, 타자 혐오에서 벗어나 상호이해와 다양성 존중, 차별금지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한편으론 다큐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다문화가정에 '동화''순응'만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인상도 받았다. 이들이 한국인으로서 가지는 '정체성'만큼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 원래 나라에서 가져온 정체성이자 2세들이 가지는 나머지 반쪽의 정체성이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적응과 통합을 이유로 이들에게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잊도록 강요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다큐에 나온 자녀들 중 민석이는 한국어도 완벽하게 구사하지만 엄마 나라의 말도 나무랄 데 없이 구사하는 아이였다. 그런 민석이는 장래에 한국과 엄마의 조국 사이에 훌륭한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이것은 민석이가 우리 사회의 관심과 애정, 지원 속에서 필요한 교육을 적절히 제공받으며 성장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 민석이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대구에서 서울로 일주일에 한 번씩 연기학원을 다니며 연기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

 

EBS 다큐시선 <우리는 한국인입니다>에 출연한 김민석 학생. 요리가 취미인 민석이는 연기자가 꿈이며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EBS


그래서 순응과 동화 위주로 짜인 현 다문화 정책에서 벗어나 각자 고유한 정체성과 문화를 유지하면서 통합과 조화를 지향하는 '모자이크' 사회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수정돼야 한다는 제시도 해볼 수 있겠다. 이것은 물론 우리에게 낯선 미래상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단일민족의 신화 속에서 강한 민족주의를 추구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와 난민 이슈 등은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한편으론 강한 우려와 반발을 자아내고 있다.

전명옥 경기 양평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상담가는 다큐에서 "이들이 안정돼야 자녀들을 잘 돌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문화가족이 해체되거나 2세들이 편견과 소외 속에 적절한 교육을 지원받지 못하고 사회의 주변부를 떠돌거나 범죄에 노출된다면, 이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 다음 세대의 비용으로 전가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다문화주의가 대세가 될수록 우리 고유의 문화가 위축되고 흐릿해진다는 우려를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문화는 타 문화와의 상호작용과 교류 속에 유지·발전·계승돼 간다. 다른 것과 교류하며 섞이지 않는 문화는 고인 물과 같아서 역동성을 잃고 퇴보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라며 자랑스러워하는 것들 중에 중국, 몽골, 여타 북방민족에게서 온 것이 매우 많다. 이렇게 보면 단일민족, 순혈주의는 신화를 넘어 환상에 가깝다.

 

캐나다가 1971년부터 다문화주의를 채택하고 이를 헌법에 명시해 다문화주의가 국가 발전의 주요한 원동력과 활력이 된 반면, 독일은 한국처럼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여 놓고도 오랫동안 보수적인 이주정책을 고수해왔다. 그 결과 독일은 주류 사회와 전혀 다른 이질적인 이주공동체가 형성되면서 사회 통합에 드는 비용만 증가시켰다. 캐나다와 독일 중 어떤 국가가 우리 미래가 될 것인지는 우리의 의지와 선택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 중독 청소년, 성인 돼도 후유증 1026 프레시안

[아이에게 스크린 리터러시 교육을 ]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해야

오늘날 스마트폰은 연령고하를 막론하고 필수품이 되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갖가지 기능이 발달한 결과다. 칭얼대는 젖먹이 영아를 달래기 위해 부모가 장난감 대신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모습은 전철이나 시장, 거리,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 청소년기는 뇌가 발달하는 시기로, 특히나 전두엽은 발달이 미성숙하여 중독에 취약하다. 청소년기에 스마트폰에 중독될 경우 뇌기능 손상으로 인한 후유증이 성인기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마트폰 중독 예방을 위해 과의존 예방해소를 위한 부처별 노력과 전문기관 협력체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1>.

 

미취학 및 취학 아동들도 학습, 오락, 길 찾기 등 다방면에 걸쳐 스마트폰의 도움을 얻는다. 게임업체들은 어린이 게임 시장이 향후 엄청난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신상품 개발에 바쁘다. 스마트폰 이용에 따른 현상을 연구하는 심신 건강 전문 연구가나 교육자, 부모 등의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스마트폰 등이 어린이의 건전한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하지만 어린이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부모나 또래 어린이들과의 활발한 교류 등을 통한 자연스러운 대인 접촉이 최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의 과도한 활용이 두뇌 등 신체와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연구 결과로 발표했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미 샌디에이고 대학교의 진 트웬지(Jean M.Twenge) 심리학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미국 청소년 50만 명의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5년 간 추적해 201711월 임상심리과학지에 발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스마트폰을 3시간 이상 사용하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자살 충동을 느낄 가능성이 30% 높았다. 5시간 이상 사용하는 아이들은 50%까지 상승했다<-2>.

 

둘째, 스마트폰에 중독된 젊은이의 경우 불균형 상태에 빠진 두뇌의 화학물질이 사회적, 정서적 활동에 영향을 미쳐 수면을 방해받거나 인지 능력이 감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과 전화기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에 중독됐음을 스스로 인정한 19명 젊은이의 두뇌 화학물질 연구 결과 정상적인 사람들보다 불균형 상태가 심해 심각한 흥분과 피로감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인디펜던트>20171130일 보도했다. 두뇌에서 신호의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GABA라는 화학물질이 다른 신경전달물질과의 비율이 비정상적이 되면서 지적 정서적 기능 장애와 흥분과 같은 뇌의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이다<3>.

 

셋째, 취침 전에 스마트폰으로 자료를 매일 밤 4시간씩 5일을 읽은 성인의 경우 멜라토닌의 감소로 쉽게 잠을 이루지 못 한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과학 아카데미(NAS)20151월 과학전문지에 발표했다<4>. 스마트폰에서 발생하는 파란 빛은 생물학적인 부작용을 초래해 잠을 쉽게 못 이루게끔 하고 생체 시계의 작동을 저해해 기상 시간을 늦추는 등 신체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사용 인구는 기기의 등장 십년도 안 되는 기간에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스마트폰의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 활발치 않다. 전자기기, 뉴미디어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어 스마트폰에 대해서만 연구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고 그 결과 스마트폰의 부작용에 관한 연구가 스마트폰의 엄청난 인기와 보급 속도를 뒤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거 TV나 인터넷이 어린이나 청소년 등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음을 고려할 때 스마트폰도 TV처럼 빛과 소리가 스크린을 통해 전달되는 유사점이 있다는 점에서 TV와 인터넷 유해론의 일부가 스마트폰에도 원용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이 TV와 인터넷 기능 등을 다 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예를 들어 만 2세 미만의 영아는 TV를 전혀 시청치 않는 것이 두뇌의 정상적인 발달을 통한 건전한 성장에 필요하고 만 2-5세의 경우 하루 시청시간을 두 시간 이내로 부모가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은 스마트폰 사례에도 해당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다른 여러 각도에서 향후 스마트폰의 특성에 따른 정밀한 연구가 실시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1>메디파나뉴스 20181011

<-2 > 연합뉴스 2018111

<3>

https://www.verywellmind.com/how-do-smartphones-affect-the-brain-2794892 /

https://www.independent.co.uk/life-style/gadgets-and-tech/news/smartphone-internet-addiction-phone-imbalance-brain-anxiety-tiredness-study-research-a8084146.html<4> http://www.pnas.org/content/112/4/1232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심상찮은 땅값10년만에 최대 상승1027 매일경제

올들어 3분기까지 3.3% 상승 2008년 이후 최대폭 올라

파주 8.41%·세종 5.42% GTX·스마트시티 등 호재 정부 주도 사업 큰 영향

토지보상금·공시가 인상 등 앞으로도 상승세 이어질듯

참여정부 `데자뷔` 우려

 

전국 땅값이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부동산에 대한 기대감이 전반적으로 높은 가운데 정부가 주택 시장을 억누르니 규제를 피해 뭉칫돈이 땅으로 옮겨간 데다 남북 경제협력, 철도 인프라스트럭처 개발 등 호재까지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3기 신도시 개발을 발표할 예정인 데다 공시지가마저 내년 대폭 인상을 공언하고 있어 앞으로도 땅값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전국 17개 시도 땅값이 일제히 상승했다.

 

세종이 5.42%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부산 4.51%, 서울 4.30%, 제주 4.08%, 대구 3.54% 순이었다. 전국 땅값 상승률은 3.33%로 지난해 같은 기간(2.92%)보다 0.41%포인트 높았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1.47%)2배가 넘었다. 이 같은 땅값 상승률은 미국발 금융위기 직전인 20083.93%를 기록한 이후 10년 만에 최대 폭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던 지방까지 땅값이 올랐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같은 기간 주택 가격이 하락했던 강원 경북 경남 충북 충남 등도 땅값은 모두 상승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접경지 개발 기대감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스마트시티 등 정부가 주도하는 각종 개발 사업이 시장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국 시도 중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세종은 정부 부처 후속 이전 발표에 연초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선정되는 등 개발 호재가 끊임없이 나오는 지역이다. 부산 서울 등도 주요 도심에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된 점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구별로 땅값 상승률 상위 지역을 살펴보면 이런 경향이 더욱 확연히 느껴진다. 남북 관계 개선에 따른 개발 기대로 경기 파주시(8.14%)와 강원 고성군(6.51%)이 전국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경기 연천군(5.08%), 강원 철원군(5.39%) 등 다른 남북 접경지역도 높은 땅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파주는 GTX-A노선 개통 확정이라는 교통 호재까지 가세한 영향이라고 국토부는 해석했다.

 

대구는 KTX 서대구역 복합개발, 대전은 유성복합터미널 개발 등으로 주변 지역 지가 상승률이 높았다. 전북도 새만금 개발 사업으로 부안군 등에서 땅값이 크게 올랐고, 제주 역시 영어교육도시·신화역사공원 등에 투자하는 수요가 몰려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주택 시장이 각종 규제로 묶이면서 개발 재료가 있는 토지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발정보 전문 컨설팅사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토지는 가격·거래가 매우 비탄력적인 상품이고 거래자 대부분이 부유층 내지는 정부 보상금을 받아 투자하는 사람들"이라며 "유동자금은 풍부한데 투자처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토지 시장으로 유입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현재 상황이 참여정부 때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집값 상승을 막는다고 각종 규제책과 기업도시·혁신도시 등 각종 호재를 쏟아내 땅값을 고공행진시켰던 모습과 `판박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혁신도시가 건설된 경남 진주시, 강원 원주시 등 개별 공시지가 총액은 2003~2008년에 급등했다. 충북 진천군이 119% 상승했고 부산 강서구(92%), 경북 김천시(84.60%), 강원 원주시(83%), 경남 진주시(51%) 등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앞으로도 땅값 상승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도시 재생, 스마트시티, 신혼희망타운, GTX 등 정부가 추진하는 개발 사업이 이제 막 시작했다.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신도시 조성 등으로 쏟아지는 토지보상금만 30조원에 달한다.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공시가격을 올리는 무리한 정책을 공언하고 있는 점도 결국 물리적으로 집값은 물론 땅값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을 만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민단체, 김부선·공지영 고발 “’이재명 점 사건으로 국민 기만

배우 김부선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불륜 스캔들이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이번엔 김부선과 공지영 작가의 이재명 점녹취록을 문제 삼으며 시민단체가 나서 두 사람을 고발했다. 26일 오전 시민단체 애국국민운동대연합은 서울 구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점 사건으로 국민을 기만한 김부선, 공지영 작가를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재명의 점사건은 지난 4일 김부선, 공지영의 대화가 유출되면서 불거졌다. 4일 한 트위터 유저가 공개한 220초 분량의 이 음성파일에는 김부선이 "오래 돼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남성 주요 부위에 동그란 점이 있다"며 이재명 지사의 신체의 비밀을 언급하는 부분이 담겼다. 충격적인 내용이 공개 되자 해당 녹취록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삽시간에 퍼지며 화제를 모았다.

 

논란이 거세지자 이재명지사는 16일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신체 검증을 받았고, 아주대병원 측은 점이나 제거 흔적 없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김부선 측 대리인 강용석 변호사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점은 고소 내용도 아니고 대상도 아니다. 도지사 생명 연장을 위한 생쇼라고 비난을 가했다.

 

이와 관련 애국국민운동대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국민이 알고 싶지도 않은 사사로운 개인 스토리를 들고 나와 부적절하고 부도덕한 행위를 연약한 여자라는 이유로 정당화시키려 했다자신의 행위가 정당하고 정의인양 각색해 국민을 기만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부선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피해자는 이재명 도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다. 그럼에도 부적절한 관계를 자신이 피해자인 양 여론화시키고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점 이야기를 거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지영 씨 또한 사회적 위치가 있는 작가로서 직접 이재명을 만나 얘길 나누고 해결점과 타협점을 찾아야하는데, 이걸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키며 시끄럽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대중매체를 이용해 경기도민과 더 나아가서는 경기도지사의 공무에 차질을 주는 김부선과 공지영씨를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발 조치한다고 밝혔다.

 

한편 공지영 작가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녹취록을 최초 공개한 이를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공지영 작가는 "제가 이것을 건넨 사람은 이창윤 씨. 함께 폭로하자고 조른 그분은 지금 저를 차단하고 연락 두절 상태. 김부선 씨가 불안하니 함께 대처방안을 연구해보자는 취지에서 비밀 엄수를 약속하고 건넸다"면서 "이 분에 대한 고소도 검토 중"이라고 시인 이창윤을 고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군인 없는 판문점, 이것은 실화입니다 1026 한겨레

남북 9·19 군사합의에 명시된 JSA 비무장화에 따른 조치

25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안 모든 화기와 탄약, 초소 철수

구역 안 경비 근무도 남북 각각 35명 수준의 비무장 인원이 수행

 

남북 9·19 군사합의에 명시된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조치로 남?북 양쪽 군사 당국과 유엔사령부가 25일 오후 1시부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안 모든 화기와 탄약, 초소를 철수했다. 26일 오전 남쪽에서 바라본 판문점에 그동안 대치했던 남?북의 군인들이 사라진채 텅 비어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남북 군사 당국과 유엔사령부가 25일 오후1시부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안 모든 화기와 탄약, 초소를 철수한 이튿날인 26일 예전과 달리 텅 빈 판문점의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이는 남북 9·19 군사합의에 명시된 JSA 비무장화에 따른 조치로 JSA 안에 있는 경비 근무도 남북 각각 35명 수준의 비무장 인원이 수행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프랜차이즈 대표 백종원은 왜 자영업자 멘토로 불리나

그가 하는 말 한마디가 기삿거리가 되고, 그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린다. 식당을 할 준비가 안 돼 있던 사장님들은 그에게 솔루션을 받은 뒤 새로 태어난다’. 그 식당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이야기다. 지난 12일에는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집중 조명을 받았다. 성공한 외식사업가이자 인기 방송인인 그는 이제 국감 스타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가히 백종원 현상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인기가 높아질수록 그를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백종원 대표 같은 분을 모시고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습니다.”(홍일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 (백 대표가) 손오공이 되셔서 분신이라도 모셔야 할 판입니다.”(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대상 국정감사장에는 인기 방송인이자 외식프랜차이즈 더본코리아 대표인 백종원(52)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7명의 의원이 백 대표에게 질의를 하고 대답을 들었다. 국감장에서 한 참고인에게 이렇게 많은 질의가 몰리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주로 자영업 대책, 골목상권 활성화 해법 등에 대해 한수가르쳐달라는 식의 질의가 많았다. 급기야는 분신이라도 모셔야겠다는 발언까지 나온 것이다.

 

백 대표는 이날 특유의 친근한 화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나라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 인구당 매장 수가 과도하다” “외국에 비해 요식업 창업이 쉬워 준비 없이 뛰어드는 사람이 많다. 외식업 창업 문턱을 높여야 한다” “창업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백 대표의 프랜차이즈가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나는 골목상권에 들여보내지 않는다. 먹자골목에 들어간다” “도태될 수밖에 없는 곳은 도태돼야 한다등의 주장을 펼쳤다. 그에게 할 말을 했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골목상권 침해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 프랜차이즈 대표에게 골목상권 해법을 묻는 게 모순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사실 2년 전 국감 분위기는 지금과 달랐다. 당시 국감에서 더본코리아는 골목상권 파괴주범으로 공격을 받았다. 이찬열 의원(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더본코리아가 다른 대부분의 프랜차이즈와 달리 음식점업이 아닌 도소매업으로 등록해 중소기업으로 분류됨으로써 대기업 음식점업에 적용되는 신규 점포 출점 규제 등을 피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도소매업의 중소기업 매출 기준이 음식점업보다 더 높다. 현재 더본코리아는 도소매업 중소기업 매출기준도 훌쩍 넘겨 내년 3월부터 중견기업으로 분류될 예정이다.)

 

국감에서 질의 집중 국감스타떠올라

백 대표 모셔 창업 프로그램 만들자

장관은 분신이라도 모셔야 할 판

가히 백종원 현상이라고 부를만해

 

가맹점 수는 2년 사이 더 늘었음에도 그는 골목상권 침해상징에서 자영업자의 멘토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그의 본모습은 어디에 더 가까울까.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더본코리아 본사에서 백종원 대표를 만났다.

 

제발 날카로운 질문 좀 해줘봐유. 민감하다 싶은 질문도 다 물어봐도 됩니다.”

백 대표는 한동안 인터뷰를 안 했더니 상상으로만 추측해서 기사 쓰는 기자들이 많아서 내가 직접 말해야겠다 싶었다녹음을 해도 좋으니 내 말의 취지를 정확하게 전달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사진 촬영은 원하지 않았다.

 

에스비에스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막걸리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장면. 이를 놓고 황교익 음식평론가는 설정은 억지고, 편집으로 방송 내용을 조작했다. 백종원은 막걸리의 신’, 사장은 막걸리 초보로 보이게끔 편집이 되었다. 사장은 2, 백종원은 3개를 맞혔을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에스비에스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막걸리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장면. 이를 놓고 황교익 음식평론가는 설정은 억지고, 편집으로 방송 내용을 조작했다. 백종원은 막걸리의 신’, 사장은 막걸리 초보로 보이게끔 편집이 되었다. 사장은 2, 백종원은 3개를 맞혔을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식 경영 논란

국감스타가 됐다. 하지만 거대 프랜차이즈 사업가와 자영업 살리기조력자라는 이미지는 모순적이기도 하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나는 내가 골목상권을 살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프로그램 이름(<백종원의 골목식당>)일 뿐이다. 방송에 나간 골목식당들이 살아난 것은 방송의 힘 때문이다. 나는 이 방송 보고 웬만하면 식당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이미 시작한 식당들은 어쩔 수 없으니, 꼭 알아야 하는 위생원칙, 손님 대하는 법, 맛 내는 법 등을 알려준 것뿐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스비에스)은 손님이 없는 소규모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백 대표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이후 이 식당 운영자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손님 수가 얼마나 증가하는지 등을 보여주는 예능프로그램이다. <백종원의 푸드트럭>(에스비에스)의 맥을 잇는 이 프로그램은 백 대표에게 자영업자의 멘토이미지를 만들어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전까지 그는 쉬운 요리 레시피를 알려주는 백주부’(백 대표의 별명 중 하나) 이미지가 강했다. 외식사업가이자 배우 소유진의 남편으로 알려졌던 그는 2014<한식대첩>(올리브티브이)을 시작으로 2015<마이 리틀 텔레비전>(문화방송), 2015~2017<집밥 백선생>(티브이엔) 등에 출연하며 인기 방송인이자 요리연구가의 자리를 굳혔다.

 

백종원 프랜차이즈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자영업자들이 여전히 있다.

보통은 인테리어, 매장 규모 등 프랜차이즈 본사가 요구하는 규정에 맞추기 위해서 프랜차이즈 점주들의 창업 비용이 더 들어간다. 개인 자영업자는 프랜차이즈보다 더 맛있게 만들거나, 양을 많이 주거나, 가격 경쟁력을 높이거나 하면 된다. 프랜차이즈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망했다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

 

그래도 프랜차이즈는 대량 매입을 통해 식재료 단가를 낮추는 것이 가능하지 않나?

올해 기준 더본코리아의 매출액이 1700여억원이고, 브랜드가 20여개, 가맹점이 1400여개(2018년 기준 국내 1345, 국외 80). 브랜드마다 메뉴가 여러 개다. 이걸 n분의 1로 나누면 얼마나 미미한가. 가락시장에 있는 대형 유통업체의 거래업소가 1400개가 넘어간다. 자영업자가 발품을 팔아 사는 가격과 가맹점이 본사에서 식재료를 사오는 가격을 비교하면, 후자가 더 싸다고 볼 수 없다. 발품 안 팔고 시장이나 마트에서 사오니까 비싼 것이다. 게다가 더본코리아 본사는 원재료를 팔지 않는다. 개인 자영업자는 대파를 통으로 사지만, 우리는 썰어놓은 파를 판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반가공된 식재료를 줘서 쉽게 조리할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가맹점에 원재료보다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 대신 가맹점은 주방장 등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골목상권 침해 당사자 아니냐 지적에

내 가맹점은 먹자골목에만 들어간다

골목식당자영업자 멘토이미지

나는 장사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

 

12일 국감에서 정유섭 의원(자유한국당)골목상권, 제로섬 게임에서 백 대표 가맹점이 손님들을 다 뺏어간다고 한다. 이제 중견기업이 됐는데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출점을 제한할 수 없느냐고 묻자 백 대표는 골목상권과 먹자골목을 헷갈리면 안 된다고 대답했다. 먹자골목은 권리금만 최소 2억원 이상인 가게들로, 영세상인이 밀집한 골목상권과 다르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에 대해 먹자골목과 골목상권이 명확하게 나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장을 자의적으로 먹자골목과 골목상권으로 구분한 건 아닌가?

국감에서 의원들이 고개를 끄덕거린 걸 보고, 의원들이 나한테 끌려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하지만 의원들은 골목상권에 대한 개념이 이미 정립돼 있기 때문에 끄덕인 거다. 골목상권이란 단어가 왜 생겼는지는 관심 갖지 않고 내가 골목상권과 먹자골목이란 단어를 갖고 말장난한다고 비난하더라. 골목상권은 사람들이 많이 안 다니는 뒷골목에 있는 상인들만큼은 보호하고, 소자본으로 시작한 사람들을 살려야 한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소자본이란 권리금도 거의 없고 임대료도 부담 없는 정도를 말한다. 먹자골목은 권리금만 최소 2~3억원, 많게는 7~8억원인데 그들이 소자본 자영업자는 아니지 않나.”

 

길을 걷다 보면 더본코리아 브랜드가 한 블록마다 하나씩 있다.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이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소비자가 아니라 점주들에게 장사를 한다. 브랜드를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브랜드 하나가 잘돼서 직영점 늘려가고, 소스 판매, 물류 사업, 배추농사 등 주변 분야까지 다 진출하는 것이라면 문어발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같은 외식업 안에서) 다브랜드·다점포 전략을 쓰는 것이 문어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브랜드를 많이 만드는 또 다른 이유는 한 브랜드의 시장성이 떨어지거나 점주가 싫증을 냈을 때 옮겨 탈 브랜드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더본코리아 산하 브랜드는 새마을식당, 본가, 빽다방, 한신포차, 홍콩반점, 원조쌈밥집 등 20여개로,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에 비해 많은 편이다.

 

빽다방은 창업 비용이 비싸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2016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선 커피 전문점 창업 브랜드 중에 빽다방의 면적당 창업 비용이 805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창업 비용이 가장 낮은 브랜드는 파스쿠찌로 490만원이었다.)

우리는 인테리어를 강요하지 않고 가맹점 수수료도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떼가는 요율제가 아닌) 정액제로 받는다. 빽다방 창업 비용이 비싸게 보일 수 있는데, 그것은 빽다방의 평수 자체가 작기 때문이다. 10평짜리 매장이랑 30평짜리 매장의 평당 단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어차피 주방기구 등은 똑같이 들어가기 때문에 적은 평수는 불리하다. 빽다방은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이고, 매장이 커질수록 직원을 더 써야 하니까 적은 평수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정한 것이다.

 

빽다방 커피가 1500원이다. 그렇게 해서 점주가 남는 게 있을까 하는 시선이 있다.

점주에게 남는 것이 없다면 빽다방 가맹점은 왜 늘고 있을까. 수익이 나니까 하는 것이고 싸게 팔아도 수익이 난다는 것은 그것이 정당한 마진율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백 대표는 제주 서귀포시에 호텔 더본을 열었다. 호텔에는 본가 프리미엄, 빽다방 등 더본코리아 매장들이 입점돼 있다. 또다시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호텔 사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주도 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제주도를 경쟁력 있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차에 호텔 물건이 나왔다. 호텔엔 왜 제대로 된 한식당이 없지? 왜 비싼 식당만 있지?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가성비 좋은 호텔이란 콘셉트를 잡고 빵이랑 커피 두 잔도 무료 제공하고 조식 뷔페도 1만원 이하로 가격을 정했다.”

 

에스비에스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 매직원인은

백종원 게임’(한식 이름을 대고, 이를 포털사이트에 검색해서 1페이지에 백종원 레시피가 뜨면 술을 마셔야 하는 게임)이라는 술자리 게임도 있다. 알고 있나?

제작진하고 해봤는데, 나도 졌다. 이 요리는 내가 방송에서 안 했을 거야 싶었는데 했더라.(웃음)”

백종원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많은 사람이 백종원이 알려준 요리법으로 집밥을 만들고, 백종원의 프랜차이즈에서 외식을 하고, <백종원의 3대 천왕>(에스비에스)에 나온 식당에 찾아가 줄을 선다.

특히 <골목식당>에 출연하는 것은 자영업자들에겐 로또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인천 신포시장 청년몰편에서 백 대표에게 맛있다고 칭찬을 받은 한 덮밥집은 손님이 너무 많이 몰려와 이후 가게를 확장했다. 덮밥집뿐 아니라 신포시장 청년몰 전체가 일종의 관광코스가 됐다. ‘백종원 매직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장사 안되는 것은 개인 책임

도태될 사람은 도태돼야 한다

무한경쟁 시장논리라는 비판 나와

 

<골목식당>인천 신포시장대전 중앙시장편은 청년몰 사업의 문제점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자체나 정부에서 청년몰만 일단 만들어놓고 메뉴 개발, 홍보, 기존 상인들과의 관계 개선 등 사후관리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청년몰 기획자도 자문을 구할 곳이 없어서 단순한 접근방식으로 준비한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청년몰이나 골목상권을 살렸다고 볼 순 없다. 방송이니까 가능한 것뿐이다. 방송 보고 오는 손님들은 음식을 먹으러 오는 게 아니라 응원하거나 궁금해서 오는 거다. 또는 사장님한테 정신 차리라고 욕하고 싶어서 오는 거다. 그런 사람들도 받아주는 것이 장사다.”

 

백 대표는 방송가에서 웬만한 연예인들보다 더 확실한 흥행 보증수표.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얻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사실 별로 인기 없다.(웃음)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프로그램이 잘되는 것은 제작진이 잘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골목상권 살린다고 생각 안 하지만 제작진은 그런 사명감을 갖고 프로그램을 만든다. 시청자들도 그걸 알아주는 것 같다.”

 

<골목식당> 출연료를 안 받는다는 소문이 있다. 방송 당일 실시간 댓글을 보면 대표님은 출연료도 안 받고 봉사하는데, 고집부리는 사장님들이 너무하다는 댓글이 꼭 있다.

왜 그런 헛소문이 났는지 모르겠는데, 출연료 받는다.”(실제 백 대표의 1회당 출연료는 방송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한 액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송이 너무 자극적이라거나 조작을 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생긴다.

어떻게 장사나 음식에 대한 기본도 모르는 사람만 모아놓냐며 조작 아니냐고 하는데 제작진이 한두번 찾아가고 음식 먹고 해서는 실상을 알 수가 없다. 촬영하고 관찰하면서 문제점이 드러나는 것이다. 조작은 있을 수가 없고 방송에 나오는 것이 우리나라 자영업의 현실이다.”

방송은 공공재의 일종이다. 일각에서는 백 대표가 공공재인 방송을 이용해 본인의 사업 확장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백 대표의 출연 자체가 더본코리아 브랜드의 홍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방송 나가면서 가맹점 늘어난 것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 출연 당시 빽다방의 가맹점이 늘어났을 때뿐이다. 그때는 빽다방뿐만 아니라 소규모 음료테이크아웃 전문점이 인기를 끌어 가맹점이 크게 늘어났던 시기였다. 일회성으로 물건을 파는 거라면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가맹점은 다르다. 맛이 없으면 계속 오지 않는다. 물론 손님이 식당에 처음 방문할 때는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백종원이 하는 곳인데 한번 가볼까 할 테니까. <골목식당>은 누구도 안 가르쳐주는 부분들, 장사 오래한 사람들도 모르는 사실들을 알려주면서 방송의 공공적·공익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외식업 하는 분들 중 많은 사람이 원가 개념이 없다. 원가가 얼마인지 생각하지 않고 옆집 얼마 받지? 그럼 우린 500원 깎을까이런 식이다. 위생 원칙이나 손님 대하는 방법도 모른다. 방송에서 이런 부분을 알려주고 있고 외식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일반 시청자도 이를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지난 17일 방송된 <골목식당> 성내동 편에서 백 대표는 중국집에서 짬뽕 등을 바로 그릇에 옮기지 않고 무쇠로 된 웍에 보관하면 맛이 변질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사가 안되면 개인의 책임?

<골목식당>에서 백 대표는 자주 화를 내고 식당 주인들을 혼을 낸다’. “준비 없이 외식업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국감에서는 도태될 사람은 도태돼야 한다는 말도 했다. ‘자영업자 과잉이라는 현실을 알면서도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은 선뜻 꺼내지 못했던 말이다. 그렇다면 정말 백 대표의 말대로 망하는 식당은 주인이 현실을 모른 채 아무런 준비 없이 뛰어들기 때문일까. 그 식당 주인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국감에서 도태될 분은 도태돼야 한다고 말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준비 안 된 사람은 음식 장사 하지 말라는 의미다. 어설픈 사람은 도태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장기적으로 건강한 외식업자가 생겨서 외식업의 파이가 더욱 커질 것이다.”

 

<골목식당>을 보면, 장사가 안되는 원인과 책임은 모두 그 주인에게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놓고 모든 형태의 실패와 불행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무한경쟁의 시장논리, 천민자본주의의 핵심 논리”(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렇게 치면 세상의 모든 문제는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다. 죄를 지어도 개인 탓이 아니라 죄를 짓게 만든 국가 탓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나는 장사가 안되는 것은 개인의 잘못이 맞다고 본다. 그러니까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다. 지방에 내려갈 때도 기차를 탈지 버스를 탈지 고민하면서, 왜 식당을 할 때는 그 정도 고민도 안 하는지 묻고 싶다.”

백 대표는 단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것은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한 고용시장, 50대만 되면 직장에서 밀어내는 기업 문화, 퇴직 뒤 재취업이 어려운 현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공공재인 방송, 사업에 이용 지적

장사에 필요한 것 알려주고 있다

음식 하향평준화 비판에는

부자도 가성비 좋아한다사람 심리

 

외식업을 하려는 사람은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나?

창업을 준비할 때 보통 잘되는 맛집만 돌아다니면서 으으 기운만 받아 온다. 안되는 집을 찾아가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왜 안되나, 나 같으면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보면 장사하기 싫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정말 좋아하는 사람만 하라는 것이다.”

 

저서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에서 식당은 맛 30, 분위기가 70’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 분위기가 인테리어를 말하는 건 아니다. 맛은 기본적으로 90점 이상 돼야 하는데, 소비자는 30% 정도밖에 안 느낀다. 맛이 100점이면 30점은 먹고 들어가는 거지만 90점이면 27점을 얻는 거다. 나머지 70%가 뭔지 분석하면서 잘되는 집만의 비결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 맛만 보고 이 집 나보다 못하네한다. 그럼 30점밖에 못 얻은 거다. 음식이 빨리 나오는 것, 줄이 긴 것, 방송에 나온 것, 횟집이 바닷가에 있는 것 등 나머지 70점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해봐야 한다.”

 

외식사업가이자 방송인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가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인간 가성비백종원

대학생 때부터 호프집을 운영하는 등 사업 수완을 발휘한 백 대표는 1993년 서울 강남 논현동에서 원조쌈밥집을 열고 이듬해 더본코리아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외식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새마을식당, 해물떡찜, 홍콩반점 등이 계속 성공을 거뒀다.

 

건축 자재업도 했다고 들었다.

쌈밥집을 하면서 잘됐는데,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건축 자재업을 하다가 쫄딱 망했다. 빚이 17억원이었다. 그때는 거지같이 살았다. 차는 있는데 기름값이 없어서 걸어다녔다. 죽으려고 한 적도 있는데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존심이 상해서였다. 당시 직원들에게 월급을 못 주고 있었는데, 한 직원이 찾아와서 내 책상을 쾅 치며 월급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다음날 2천만원을 일수로 빌려서 그 직원에게 줬다. 하루에 24만원씩 갚아야 했다. 쌈밥집 매출에서 매일 24만원씩 떼서 줬다. 식당이 잘되면서 빚의 이자를 감당해내기 시작했고 결국 원금도 다 갚았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라는 단어가 인간으로 태어나면 백종원이란 말이 있다. 쌈밥집을 시작할 때부터 가성비를 추구했나?

된장찌개가 3천원 하던 그 시절에 쌈밥 4500, 삼겹살 4500원에 팔았다. 1인분에 9천원인 셈인데, 손님들이 엄청 까다롭고 매너가 없었다. 매너 없는 단골손님에 대한 전담 직원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럼 나는 손님 비위도 맞추고 매출을 많이 좌우하는 그 직원의 비위도 맞춰야 했다. 그래서 가격이 싸면 낫지 않겠나 싶어 쌈밥과 삼겹살을 합해서 6천원에 팔았다. 그러자 대박이 났다. 외제차를 타고 와서 나를 무시하던 그 손님이 내가 자리만 만들어줘도 고마워하더라. 그때 느꼈다. 사람들은 돈이 있으나 없으나 가성비를 좋아한다. 주머니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가성비를 찾는 게 아니라 그게 사람 심리다.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가성비를 추구하게 됐다.”

 

외식할 때는 어딜 가나?

줄 서 있는 데 간다. 해외여행 가서도 식당 앞에 줄 서 있으면 무조건 섰다. 줄 서 있는 데 가보니 어느 나라든 가성비더라. 가성비가 중요하구나 또 한번 느꼈다.”

최근 더본코리아는 파스타에도 가성비를 적용했다. 지난 13일 종로에 롤링파스타라는 테스트 브랜드를 만들었다. 토마토파스타가 4500, 마르게리타피자가 6천원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1시간씩 줄을 서서 맛을 보는 손님도 생겨났다.

 

파스타 한 접시에 1~15천원을 받는 요즘 시대에 4500원짜리 파스타가 가능한가? 어떤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는가?

내가 생각하는 식당은 점심에 꽉 차고 저녁에 꽉 차고 이게 두 바퀴 도는 것이다. 사장이 땀도 뻘뻘 흘려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점심에 좀 들어왔다 나가고 저녁에 좀 들어왔다 나가도 수익이 나기 바란다. 나는 보통 식자재 원가율을 30~40%로 잡는다. 경기가 좋을 땐 마진율을 높게 잡고도 버틸 수 있지만 경기가 어려워지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버린다. 나는 원가와 마진율을 생각해서 합리적이다 싶은 정도로 가격을 정한다.”

 

백종원의 음식은 가성비를 만족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편으론 음식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왔단 비판도 있다.

프랜차이즈 음식은 프랜차이즈 회사끼리 경쟁하는 것이다. 개인이 하는 식당의 음식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개인 식당은 프랜차이즈 음식의 장점을 배우되 여기에 개성을 넣으면 된다. <골목식당>에서도 항상 강조하는 것이 내가 알려주는 것은 기본적인 대중성이고, 여기에 사장님의 개성을 넣으라는 것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슈가보이’(설탕을 많이 사용한다고 붙여진 별명)라는 이미지가 굳혀졌지만, 그 방송 이후론 설탕을 많이 넣으라고 한 적이 없다.”

 

상장 추진하고 새 사업 구상 중

자기 길 가는 영리한 사업가에게

언제까지 자영업 대책 물을까

 

더본코리아는 지난 3월 주관사를 선정하고 기업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 지분 76.69%를 소유한 최대 주주다.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은퇴를 대비하고 있다.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회사를 물려줄 수도 없고 언젠가는 결정권자가 바뀔 것이다. 그 결정권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회사가 흔들릴 수도 있다. 사실 상장을 하면 신속하게 브랜드를 만들어왔던 우리 회사의 장점이 없어질 수 있다. 결정 과정이 오래 걸리다 보면 트렌드에 뒤처질 수 있다. 그럼에도 상장을 하는 이유는 안전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장 이후에 인큐베이팅 프랜차이즈 모델사업을 하려고 한다. 자신의 프랜차이즈를 만들고 싶은데 노하우가 없는 외식업자들에게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단계별 가이드를 제공해주는 사업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외식업 방향은 무엇인가?

편의점 음식, 프랜차이즈, 개인 자영업자, 몇대씩 이어오는 장인들의 가게 등 같은 음식이라도 가격대가 다른 업태들이 동시에 공존해야 한다. 식재료나 맛 자체는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혼과 연륜, 전통 등의 차이로 가격이 결정된다고 본다. 바쁠 땐 프랜차이즈에서 먹다가도 3대째 음식 장사 하는 곳에 가서 정서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어야 한다. 같은 메뉴 안에서도 시장이 세분화돼야 하고, 자신의 현재 상황, 주머니 사정에 따라 다양하게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외식업의 파이가 커진다고 생각한다.”

 

직접 만나본 백종원은 영리한 사업가의 느낌이었다. 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것도, 언론 인터뷰를 하는 것도 모두 자신의 사업을 홍보하고, 상장이나 새 사업 등 향후 계획에 활용하려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챙기면서도 대중의 사랑과 지지까지 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그의 능력은 과소평가하기 어려워 보인다. 프랜차이즈 대표이면서 골목상권 조력자로 칭송받고, 계속되는 건강유해성 논란이나 방송 왜곡 논란에도 대중의 지지를 잃지 않는 백종원 현상을 방송의 힘만으로 설명하긴 힘들다.

 

그럼에도 국회가 그를 불러 골목상권 대책을 묻고, 한 방송프로그램이 자영업자들의 구세주로 비치는 현실이 계속돼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그는 그의 길을 가는 것이고, 난마처럼 얽힌 우리 자영업의 현실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는 것은 정부와 사회의 몫이기 때문이다. ‘백종원 현상은 정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한 결과일지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BBC와 폭스뉴스 어떻게 달랐나 1027 미디어오늘

[비평] 세계 대표 공영방송과 대표 편파방송과의 인터뷰 솎아보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영국 BBC와 인터뷰했다. BBC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신뢰도 높은 공영방송사다. 문 대통령은 BBC 인터뷰에 앞서 지난 926일 미국 현지에서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미국에서 선동매체 수준의 낮은 신뢰도를 보이며 편파방송의 아이콘이 되었으나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여서 한국 입장으로선 무시할 수 없는 곳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에 대한 평가가 매우 엇갈리는 두 영향력 있는 방송사와 비슷한 시기 인터뷰에 나선 셈인데, 대통령의 답변도 답변이지만 BBC와 폭스뉴스의 상반된 질문도 눈여겨볼 대목이었다. 두 언론사가 추구하는 저널리즘의 방향을 엿볼 수 있어서다.

 

BBC는 첫 질문에서 문 대통령이 피난민의 아들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특별히 한반도가 전쟁 위기 가운데 있는 중에 대통령으로 취임했다고 말하며 문 대통령의 처지를 제법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전쟁의 비극, 이산의 아픔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고 답한 대목이 시청자에게 와 닿을 수 있었다.

 

지난 12BBC와의 인터뷰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BBC와 폭스뉴스 모두 김정은·트럼프 두 키워드를 중심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BBC와 폭스뉴스 모두 김정은 위원장은 어떤 인물인가라고 물었는데, 문 대통령은 BBC와 인터뷰에서 아주 예의바르고, 솔직담백하면서 연장자들을 제대로 대접하는 그런 아주 겸손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다고 답했으며, 폭스뉴스 인터뷰에선 김정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와 기대를 표명하고 있다고 말한 뒤 비핵화에 대해서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기선 같은 질문에도 매체를 고려해 답변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인터뷰도 곧 외교라는 걸 인식한 결과다.

 

BBC의 질문은 길고 구체적이며 예의를 갖추는 식이었다. 예컨대 지난 남북 정상회담 중에 김정은 위원장과 손을 잡기도 했고, 또 포옹을 하기도 했다일전에 인권변호사로서 그렇게 활동을 했는데, 세계적인 인권 탄압 국가의 지도자와 이렇게 손을 잡고 포옹을 하는 것에 대해서 좀 불편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나라며 예민한 질문을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게끔 돌려서 제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한도 보편적인 인권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그 인권은 국제적으로 압박한다고 해서 증진의 효과가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가장 실질적으로 개선해 주는 방법은 남북 간의 협력, 그리고 국제사회와 북한 간의 협력이라고 답변했다.

 

반면 폭스뉴스의 질문은 BBC와 달리 짧고 거칠며 공격적이고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식이었다. 예컨대 대통령께서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통일인가, 아니면 비핵화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은 평화다라고 답했으며 평화가 굳어지고 나면 어느 순간엔가 통일도 자연스럽게 찾아오게 될 것이다. 그 평화의 선결조건이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폭스뉴스는 주한미군이 곧 철수하기를 바라는가라고도 물었는데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전적으로 한미동맹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고, 평화협정과는 무관하다고 답했다.

 

지난 926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 현장. 청와대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해서도 BBC김정은 위원장이 앞으로 이미 보유 중인 약 60여개의 핵탄두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던 반면, 폭스뉴스는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2021년 내로 이룬다는 목표가 현실적이라고 보느냐고 물었다. 폭스뉴스는 김정은 위원장을 신뢰하나라고 묻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BBC의 질문에는 단계적 조치들을 차분히 설명해 나갔고, 폭스뉴스의 질문에는 북한이 속일 경우, 약속을 어길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다. 미국으로서는 손해 보는 일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BBC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중 누구와 일하기 더 편한가라고 다소 짓궂은 질문을 하기도 했는데, 문 대통령은 두 분의 결단이 없었다면 비핵화 문제를 이렇게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풀어낸다는 것을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여유 있게 피해갔다. 반면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묘사하겠느냐고 물었는데, 문 대통령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과 저와의 관계는 친구 이상의 관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완벽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BBC와 폭스뉴스의 수준을 엿볼 수 있는 인터뷰는 막판에 등장했다. 폭스뉴스는 대통령께서 언론을 탄압하고 있고, 또 탈북민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들이 들리고 있다. 의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자유한국당의 주장과 유튜브로 넘어간 박근혜지지자들의 일방적 주장을 맥락고려 없이 그대로 옮긴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아마도 한국의 역사상 지금처럼 언론의 자유가 부가되는 그런 시기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가짜뉴스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그런 왜곡된 비난조차도 아무런 제재 없이 언론이나 또는 SNS 상으로 넘쳐나고 있고, 매주 주말이면 제 집무실 근처에 있는 광화문에 끊임없이 나를 비판하는 그런 집회들이 열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폭스뉴스는 대통령께서 통일을 위해서 북한 편을 들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어떤 관계 개선이나 통일을 지향하는 것은 역대 어느 정부나 똑같다. 북한과 평화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대통령의 책무라고 반박했다.

 

이어 방금 그렇게 (나를) 비난했던 분들은 과거 정부 시절에는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대박이고 한국 경제에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선전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 이제 정권이 바뀌니까 또 정반대의 비난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문현답이었으나 질문자체에 짙게 깔린 프레임 자체가 문 대통령에게 굉장히 불리한 것이었다. 폭스뉴스는 이처럼 자극적인 질문으로 상대를 도발시키고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고자 했다. 폭스뉴스의 이러한 스타일을 벤치마킹한 곳이 한국의 TV조선이다.

 

BBC 인터뷰의 마지막은 달랐다. BBC기자는 지난 평양 방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선물로 준 풍산개를 직접 본 뒤 둘 사이가 이런 선물을 줄 정도로 돈독해진 것 같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한 답변에서 919일 능라도 연설에 대한 소회를 밝힐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평양의 15만 시민들 앞에서 연설했다. 아주 감격적인 순간이었고 우리 민족이 역시 하나다라는 것을 우리가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는 그런 순간이었다고 말했으며 김정은 위원장이 그 연설을 전하면서 아무런, 말하자면 조건을 달지 않았다. 어떤 말을 해 달라거나 어떤 말은 하지 말아달라거나 이런 아무런 요구가 없었다. 사전에 연설 내용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폭스뉴스에선 자유한국당발 가짜뉴스에 대응해야 했으나, BBC인터뷰에선 능라도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조건도 달지 않았다는 매우 중요한 대목을 전할 수 있었다.


탈북자는 왜 태극기 부대에 합류했을까

한반도 평화시대 탈북인 문제 다각도 접근해야소수인·주변인·방랑인 특징 모두 보여, 함께 풀어야

나는 이 한국이 무서운 나라라고 생각했어요. 이 사람들이 너무 야비하달까고거 남은 기일 얼마 안되는 걸 박근혜라는 여자가 나쁘긴 나쁘지만 그래도 한 나라의 원순데(201741550대 남성 탈북인, 당세포비서 출신, 현재 생산직 노동자)

 

북한은 대통령이 한번 되면 죽을 때까지 대통령이잖아요.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북한은 한마디로 말하면 신처럼 모시잖아요. 그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요만큼도 할 수 없고 요만큼만 하면 죽이잖아요. 그런데 대한민국에도 대통령이 수령이랑 같은데 그 사람을 떠받들진 못할망정 사람들이 막 대통령을 비난하고 비방하고 저도 처음에는 이해를 못한 거에요. 그래도 한 나라 대통령인데 왜 대통령 비방하고 무시하고 그것을 이해를 못하는 거에요(201762140대 여성, 2006년 탈북)

 

김화순 한신대학교 유라시아연구소 연구위원과 전태국 강원대학교 명예교수가 탈북인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이다.

우리는 탈북인을 얼마나 알까. 왜 탈북인은 태극기부대의 일원이 됐을까. 한반도 평화시대 탈북인 문제에 다각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남북시민통합연구회와 시민평화포럼이 지난 23일 참여연대에서 공동주최한 평화체제 이행기에 탈북민 통합, 어떻게 이룰 것인가라는 세미나에서 탈북인 문제가 집중 조명됐다. 지난 201753일 박근혜 탄핵 일주일 전 탈북인 3000인 망명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탈북인들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보가 불안해서 외국으로 망명 하겠다고 밝혔다.

 

김화순·전태국은 망명발표는 탈북인에게 무관심했던 일반국민에게 비민주적 언행이나 호전적 통일의식을 가진 탈북인에 대한 광범위한 거부감을 깊게 새겨주면서 사회적 거리감을 더 크게 하는 후유증을 남겼다촛불민주화 이후 소수자인 그들에게 부쳐진 탈북자라는 꼬리표는 일종의 비시민(非市民)의 징표가 되면서 향후 한국 시민사회에서 배제되는 역설적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탈북인 수는 380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1년 탈북인 수는 처음으로 1000명을 넘었고 2006년부터 해마다 2000명을 넘어섰다. 20082803명이 탈북해 정점을 찍었다가 김정은 위원장 초기인 20121502명으로 줄었고 2015년엔 1275명이 탈북했다. 그리고 20161418명이 탈북했다.

 

탈북인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존재일까. 전태국 명예교수는 권위주의 질서가 공표하는 냉전적 반공주의 이데올로기에 사회화돼 많은 사람들이 이 이데올로기의 확신적 추종자가 됐고, 오랜 권위주의 체제에서 혜택을 누린 집단이 세대를 거치며 사회 속에 깊이 뿌리 내려 한국정치의 우파세력의 근간을 형성했다우파정권의 재등장과 함께 반공주의 이데올로기는 저돌적인 파괴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반공주의 정서가 탈북민에 대한 시민들 편견의 원천을 이룬다고 분석했다.

 

한국종합사회조사 누적자료집(2003~2016)에 따르면 정부 권력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국민들을 쓸데없이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라는 의견에 탈북인은 43.5%가 찬성했고, “남한에 가장 필요한 것은 국가 지도자를 잘 따르는 국민들이라는 의견에 36.6%가 찬성했다.

 

전태국 명예교수는 이 조사 결과에 대해 탈북인의 신민의식을 드러낸 것이라며 탈북인은 유독 구시대적인 권위주의에만 노출되고 있다일반 시민사회에 들어가지 못한 채 분리되고 고립된 평행사회의 삶에 국가권력의 감시와 요구가 결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수암·김화순(2016)의 조사에 따르면 남한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국민의 권리가 아니라 좀 더 강력한 법질서라는 의견에 찬성한 탈북인은 62.1%에 달했다. 반대는 15.1%에 그쳤다. 또한 사회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법이 충분치 못한다면 비상조치라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에 80%가 찬성했고, “우리 사회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엄격한 통제와 질서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71%가 동의했다.

 

탈북민이 왜 태극기부대에 합류했는지도 설명이 가능하다. 전태국 교수는 광화문 촛불시위는 시민의 모습을, 대한문 태극기 집회는 신민의 모습을 보였다“(태극기 집회는) 박근혜의 무책임-무능 정부를 맹목적으로 지지하고 충성을 보내는 전근대적 신민 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태극기집회는 종북몰이를 채찍질 하였다며 남한의 국가정체성이 반북주의에 있다고 믿는 탈북자들이 종북몰이에 몰두하는 태극기 집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탈북인들의 정치적 성향은 어떨까.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한 탈북인 중 새누리당을 지지했다는 응답은 71.8%로 나왔다.(김수암·김화순의 조사) 지난 20144176명 탈북인 중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에 투표한 사람은 154, 87.2%였다.

 

김화순 박사와 전태국 교수는 이런 탈북인의 특징을 신민적 정치참여라고 규정했다. “국민으로부터 탄핵 당한 비운의 수령, 박근혜 최고지도자에 대해 가졌던 연민은 동원수당이라는 물질적 요인에 힘입어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는 특정 정당 혹은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로 점차 강화된다는 것이다. 김화순 박사는 탈북인들의 행동의 규정근거는 신민의식, 국가권력, 돈이다. 핍박과 궁핍에서 벗어나고자 탈북했지만 자유, 품위, 안전과 같은 생활 세계적 가치는 뒷전으로 물러나고 북한 초기사회화에서 획득했던 신민의식은 남한에 온후 다시 돈과 권력의 체계논리와 결합했다고 분석했다.

 

북한과 탈북자를 보는 인식은 보수정권을 거치면서 부정적으로 변했다.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이 조사한 북한에 대한 인식(2007~2017)에 따르면 북한을 적대대상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지난해 16.2%로 나왔다. 지난 2007년엔 6.6%였다. ‘경계대상으로 보는 비율을 보면 201722.6%였고 2007년엔 11.8%였다.

 

반면 협력대상으로 보는 비율은 200756.5%, 201041.9%, 그리고 201535.2%로 최저치를 찍었다. ‘지원대상으로 보는 비율은 200721.8%였다가 201713%로 줄었다.

 

한 집단의 성원이 다른 집단에게 느끼는 친밀감의 정도인 사회적 거리를 조사한 결과 2007~2009년 사이 탈북자에게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은 60% 이상으로 나왔다. 친근감을 느끼는 사람은 40% 미만이었다. 2013년엔 42%가 친근감을 느낀다고 응답했고, 2015년엔 45.9%가 응답했다. 2007년부터 10년 동안 탈북자들을 동네이웃이나 직장동료로서 관계를 맺는 것에 꺼린다는 비율은 20% 이하로 나왔다. 사업동업자로 관계를 맺는 것에는 40%정도가 꺼린다고 답했고, 2017년엔 43%가 꺼린다고 응답했다. 특히 탈북자를 결혼상대자로 꺼린다는 응답은 201755.7%로 나왔다. 탈북자가 남북한 이질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에는 201463.4%로 나왔지만 201753.1%로 줄어들었다. 정부가 탈북자들을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200845.1%, 201160%, 201740.1%가 찬성했다.

 

전태국 교수는 탈북자에 대한 긍정적 태도는 유일하게 남북한 간 이질화 해소의 측면에만 있고, 그밖의 측면에서는 매우 냉정하고 싸늘하다정부의 탈북자 지원에 대해 과반수가 기꺼워하지 않으며 탈북자들도 똑같이 경쟁해야 한다고 보며 탈북자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탈북인에 대한 편견은 탈북시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는 것과 관련돼 있다. 북한이탈주민의보호및 정착지원에 관한 시행령에 따르면 탈북하면 국내 입국 후 180일 동안 합동신문을 받는다. 탈북민 조사권한은 국정원에 있다. 합동신문은 탈북인에게 매우 가혹한 과정이다. 감시과 폭력에 노출돼 있고 사실상 감금상태로 외부로부터 차단된다. 탈북민은 간첩조작 사건의 피의자가 된다. 주변 탈북민들이 허위진술을 하면서 간첩이 되는 경우도 있다.

 

변상철·김화순 박사는 국가권력에 대한 두려움이나 협박과 고문, 아니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가권력의 불법적인 요구에 협조하는 것이라며 결국 탈북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탈북인을 간첩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탈북인 사회에서도 서로를 불신하는 일이 발생하고 자신이 미워하는 다른 탈북인을 간첩으로 만들기도 쉬운 구조가 된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탈북인 모두가 필수적으로 거치는 합동신문 과정은 언제라도 탈북인을 간첩으로 만들 수 있는 구조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며 탈북인 입국심사와 조사를 국정원에서 통일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널 토론자로 나선 정찬대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 연구원은 탈북인은 합동신문, 하나원 등을 통해 철저히 재교육된다. 갖가지 인권침해는 물론 손쉽게 간첩으로 조작될 여건도 조성된다. 민주시민으로 재교육이 아닌 철저히 반공인으로 재교육을 받는다그렇게 사회에 나온 이들은 또 다시 사찰과 감시에 노출된 채 생활한다. 남한사회에서 탈북인은 철저히 주변인으로 살도록 강요된다. 언제든 빼먹을 곶감이 되고 있다. 이념의 약점을 태생적으로 지닌 이들, 경제적으로 취약한 탈북인은 남한사회에서 또 다른 신민으로 길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자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전단 살포. 사진=노컷뉴스

 

탈북인들이 한국사회에서 자신의 처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소수자, 주변인, 방랑인의 특징을 보였다. 2016년 김수암·김화순의 조사에 따르면 남한사회는 북한이탈주민을 편견에 찬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의견에 63.3%가 동의했다. “남한에서 살고 있지만 나의 정신적 뿌리는 북한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의견에는 40.1%가 동의했고 반대한다는 응답은 30.5%로 나왔다. “나는 남한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가고 싶다는 의견에는 16.7%가 동의했고 82.7%가 반대했다.

 

한국사회에서 탈북인의 존재는 남한사회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존재였고, 1960~70년대 귀순용사에서 1990~2000생활보호대상자’, 2010년 이후 신통일역군으로 변모해왔다고 김화순 박사는 분석했다. 김화순 박사는 한반도 평화체제 이행기에 탈북인에 대한 보호적 분리정책이 변해야 한다이제 평화체제에서 탈북민들은 통일의 자산 혹은 통일의 역군으로 전시돼선 안된다. 지난 정부의 정치적 동원은 물론 북한특수성에 입각한 특수주의 원칙을 벗어나 탈북민을 평범한 한 사람의 시민으로 정착민으로서 한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화순 박사는 평화이행기에는 남과 북이 적대적이며 경쟁적인 관계를 벗어나 화해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다. 더 이상 필요이상의 안보적 체제경쟁을 하지 않고 상대 국가의 국민들이 이탈하여 비합법적으로 경계선을 넘는 일에 대해 상호 규제하게 되리라고 예상된다북한의 경제개발이 진전될수록 경제생활도 풍요로워지고 향후 경제적 기대감도 높아진다면 북한 주민들도 정치적 이유나 가족통합을 위한 이유로 북한을 떠나는 일은 지속될 수 있겠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탈북한는 일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전무죄사슬 이번엔 끊어야 PD저널 10.25

수사대상이 된 전 대법원장과 30년 전 탈주범...여야 4'특별재판부' 설치 합의 주목

장래희망이 시인이었던 그는 가난했다. 몇 차례 절도행각을 벌이다 결국 철창행 신세가 됐다. 상습절도범과 무단 가택 침입 등의 잡범에게는 과도하다고 판단될 정도로 무려 17년형이 떨어졌다. 물론 여기에는 보호감호란 명목으로 잡아두는 형도 포함됐지만 그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도 믿을 수도 없었다.

 

5백여만 원어치의 절도 몇 번한 것에 비해 그는 너무 과한 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동생 전경환 씨는 무려 72억 원을 횡령하고도 처벌을 받는 둥 마는 둥 한 결과는 법의 형평성에 더욱 불만을 갖게 했다.

 

30년 전 10월의 어느 가을, 영등포교도소에서 공주교도소로 이송 중이던 25명 가운데 12명이 탈출하는데 그도 끼어있었다. 탈주범들의 서울 잠입 소식은 즉각 알려져 국민은 공포에 떨어야했다. 세상에 이름조차 없던 지강헌은 탈주극을 벌이고서야 유명인이 됐다.

 

최후까지 잡히지 않던 5명 중 4명은 경찰의 검문을 피해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한 가정에 잠입해서 가족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했다. 지강헌은 맏형 격이었다. 이 인질극은 당시 TV로 생중계 됐다. 탈옥수 지강헌이 호송교도관의 총을 빼앗아 자신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겼다.

 

법을 한탄하며 세상을 원망했다. 35살 짧은 삶을 잠깐의 자유와 맞바꿨다. 그의 죽음과 함께 회자되기 시작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명언은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유효하다. 요즘은 여기서 조금 더 발전해서 유권무죄 무권유죄(有權無罪 無權有罪)’로 진화하고 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전관예우라는 부끄러운 전통은 그대로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은 여전하고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사법부 신뢰도는 꼴찌 수준이다. 3권 분립의 한 기둥을 형성하는 전직 대법원장이 수사 대상이 됐고, 대법관과 공범 수준이라는 검찰의 수사 내용은 기가 찰 노릇이다. 결국에는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 원내대표가 25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사건을 전담할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사법정의가 유린당하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초유의 사법농단 사태를 공정히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4당이 힘을 합쳤지만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특별재판부 설치는 불가능하다. 사법부를 바로 세울 수 있는 호기를 맞고 있는데, 자유한국당이 억지논리를 내세워 계속 반대하면 다시 법은 조롱거리, 원망의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사법농단의 당사자가 스스로 재판의 주체가 되는 것은 이해상충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공정성이 담보될 수 없어 그 결과도 신뢰할 수 없다. 그런 조짐이 이미 수사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개 정당 원내대표들은 사법농단 수사 진행경과를 보면 법원이 과연 수사에 협조하고 사법농단의 진실을 밝힐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90%에 육박하는 일반 형사사건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과 비교해 사법농단 사건 압수수색 영장은 단 한 건도 온전히 발부된 적이 없다법원 일각의 반발로 치부하기에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판사, 검사 등 고위공직자, 국회의원들의 비리나 불법을 수사할 수 있는 공직자비리특별수사처관련법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특별재판부 설치에 팔을 걷어붙인 정치권의 움직임에 맞선 자유한국당의 몽니는 무엇으로 설명이 가능한가.

 

민주주의사회를 법치사회라고 했다. 법이 바로 서지 못해 법을 원망하며 목숨까지 바치는 일이 빈번하고 개선이 없는 곳을 불행한 사회라고 부른다. 법으로 먹고사는 판사, 대법관들이 연루된 중대한 사안을 독립적인 특별재판부가 아닌 연루자들에게 맡기는 일은 부당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적어도 30년 전보다는 한발 나아가야 하지 않나. 국회에 마지막 기대를 걸어본다./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적폐청산!” “박근혜 석방 촉구”···‘촛불집회 2주년의 서울 광화문 앞 1027 경향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진보연대 등이 주최한 촛불 2주년, 2018 서울민중대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적폐청산은 아직이다!” “박근혜 대통령 석방하라”.

27일 오후 서울 도심 곳곳은 집회·시위가 잇따라 열렸다. 20161029일 박근혜 전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벌어진 지 2주년을 맞은 날이었다. 진보 진영은 적폐청산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아쉬움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 등은 이날 오후 530분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주최 측 추산 1000(경찰 추산 400)이 모인 가운데 박근혜 퇴진 촛불 2주년 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면죄부를 받고, 경제 수장에게 일자리 확대를 간청받는 위치로 복귀했다재벌들의 규제 완화 논리를 수용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친재벌 구호만이 난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정규직, 최저임금, 부동산 등 민생문제에서 준비되지 않은 대책을 내놓으며 혼란이 커졌고, 이를 빌미로 적폐 세력들의 목소리가 커졌다기득권 의식으로 뭉친 법관들은 사법 농단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촛불에 의해 탄생했다고 자임하는 정부 아래에서도 촛불 민의가 관철되고 있지 못한 현실은 국민에게 다시 투쟁할 것을 요구한다국민의 힘으로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 대개혁을 실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진보연대 등이 주최한 촛불 2주년, 2018 서울민중대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진보연대 등은 이날 오후 330분쯤 광화문광장에서 4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촛불 2주년, 2018 서울민중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촛불의 혜택을 받으며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기대와 달리 우경화 행보를 보이며 재벌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문재인 정부에서도 사회 공공성은 약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재벌체제 전면 개혁, 노동권 강화, 서울 집값 문제해결, 한반도 평화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30분쯤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자회사 전환이 아닌 온전한 정규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의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3500, 경찰 추산 3000명이 모였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자회사 설립 시도가 있다. 비정규직 차별이 강해지고 있다자회사 전환은 간접고용의 문제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총파업 투쟁승리! 민주노총 수도권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비정규직 정규직 실제 전환율은 31.5%에 불과하다. 정부 가이드라인에는 자회사 전환은 지양하라고 돼 있지만, 공공기관들은 자회사 전환을 추진 중이라며 실적에만 치중한 박근혜 정부와 다를 게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1121일 적폐청산·노조할 권리·사회 대개혁을 촉구하는 총파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공공부문 사용자인 정부의 책임을 묻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정 교섭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회사 전환을 반대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다 20일 숨진 공공연대노조 울산 남구지회 김원창 지회장의 추모식을 같은 장소에서 열었다.

 

27일 서울역 광장에서 대한애국당 주최로 탄핵무효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보수단체들은 곳곳에서 집회와 행진을 이어가며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과 문재인 정부 규탄 목소리를 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330분쯤 서울역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촉구 집회를 열었다. 경찰 추산 3000, 주최 측 추산 4만명이 모였다.

 

석방운동본부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사기 탄핵이라며 노동자, 자영업자 다 파괴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숭례문을 거쳐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했다.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130분쯤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1500(경찰 추산)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촛불집회는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문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It's So Easy (1977) - Linda Ronstad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