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1~1025 금도 넘은 윤석열 검찰
조국 사태가 보수 혁신을 가로막는다면
조국 대전 이후…대권 기상도, 여 '난기류' 야 '훈풍'
감시 싫은 교회 권력자들, 비판언론 ‘반기독교’ 낙인
성산업 취재한 네들란드 탐사 기자가 던졌던 질문들
유니클로 ‘위안부 조롱 논란’ 광고 내렸지만…동력 얻은 ‘일본제품 불매운동’
日 최대 야쿠자 ‘넘버2’ 출소…‘유혈 참극’ 시작되나?
백악관이 막아도… 소신따라 행동하는 美관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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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칼럼 “윤석열 법무장관 발탁하라”
제2 패스트트랙 정국...공수처법이 뭐길래?
17개 시·도 주민참여예산 절반 이상 줄어
금도 넘은 윤석열 검찰, 검찰 과거사委까지 수사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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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계엄령' 통지서에 찍힌 윤석열 총장 직인, 검찰 뜻밖의 발언
표창원 “지옥 같았다” 이철희 이어 불출마 선언… 짐싸는 스타 초선들
지방까지 번진 집값상승 바이러스
국경없는기자회 회장 “‘기레기’는 세계적 현상”
“가짜뉴스 처벌” 국민청원, 정부 답변 나왔다
10.21 한겨레-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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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기협-1024 경인
1024 대구 1025 기호
1021~25 경향 장도리
조국 사태가 보수 혁신을 가로막는다면
2개월 전 위기에 처했던 황교안 대표 기사회생
‘대구·경북-고연령층-분단 기득권’ 결별 불가능
보수 세력 혁신 못 하면 총선·대선 어려울 수도
대통령 직무평가 역전됐어도 정당 순위 그대로
6개월 뒤 21대 총선 변수 많아 예측은 어려워
차기 대선주자들 조국 사태로 이해득실 엇갈려
‘제10차 사법 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 문화제’ 참가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검찰개혁 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조국 장관은 사퇴했지만 조국 사태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의도와 서초동에서는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서울역과 광화문에서는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자는 태극기 집회와 자유한국당 집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국 사태는 공정, 진보, 청년, 격차 등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근본적 가치를 성찰하는 계기였습니다. 따라서 먼 훗날까지 대한민국 공동체에 깊고 넓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당장의 정치적 영향은 2020년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와 2022년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에 미칠 것입니다.
내년 총선에 나서는 정당과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대선 예비 주자들의 경쟁 구도에 조국 사태는 어떤 충격과 변화를 줬을까요? 정치적 득실을 기준으로 조국 사태 중간 평가를 시도해 보겠습니다.
지난 주말 한국갤럽의 문재인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졌다는 뉴스를 보셨을 것입니다. 조국 장관은 10월 14일 사퇴했습니다. 그리고 한국갤럽이 10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 동안 조사해서 18일에 발표한 결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39%, “잘 못 하고 있다”는 응답이 53%였습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1주일 전 43%에서 39%로 떨어지고, “잘 못 하고 있다”는 응답은 1주일 전 51%에서 53%로 올라간 것입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그런데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의 추이를 좀 길게 살펴보면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교수를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한 것은 지난 8월 9일이었습니다. 한국갤럽이 그 직전인 8월 6일부터 8일까지 조사해서 9일에 발표한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를 보면, “잘하고 있다” 47%, “잘 못 하고 있다” 43%였습니다.
그러니까 2개월 이상 계속된 조국 사태로 문재인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가 47%에서 39%로 8%포인트 떨어졌고, “잘 못 하고 있다”는 43%에서 53%로 무려 10%포인트가 올라갔습니다.
쉽게 말해 조국 사태 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았는데, 조국 사태 이후에는 잘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입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회의장 배경에 `광화문\' 집회 걸개그림을 내걸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현직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는 국정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동력입니다. 그러나 총선이나 대선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것도 아니고 차기 대선에 출마할 리도 없기 때문입니다. 조국 사태의 정치적 득실을 따져보려면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보다는 정당 지지도를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와 같은 시기의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를 살펴보겠습니다. 8월에는 더불어민주당 41%, 무당층 26%, 자유한국당 18%, 정의당 8%, 바른미래당 6%, 민주평화당 1%, 우리공화당 1%였습니다.
10월에는 더불어민주당 36%, 자유한국당 27%, 무당층 23%, 바른미래당 7%, 정의당 6%, 민주평화당 1%, 우리공화당 1%로 바뀌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5%포인트가 떨어졌고, 자유한국당은 9%포인트 올라갔습니다. 중요한 것은 두 정당의 지지도 격차입니다. 8월에는 23%포인트 차이였는데, 10월에는 9%포인트로 확 줄었습니다. 무당층이 26%에서 23%로 낮아진 것으로 미루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일부가 무당층으로 이동했고 무당층에서 그보다 많은 사람이 자유한국당 지지로 이동한 것 같습니다.
역대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이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보수 정당보다 당 지지도가 높은 경우는 2017년 이후 더불어민주당 사례가 처음입니다. 그 전에는 언제나 10%~20%포인트 격차로 이른바 보수 정당에 뒤졌습니다. 따라서 조국 사태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더불어민주당 지지도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2016~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무너진 이른바 보수 정당의 기반이 아직은 다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년 총선까지는 6개월 정도가 남아 있습니다. 그 사이에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를 추월할 수 있다면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을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총선은 정말 예측이 어렵습니다. 전국이 하나의 선거구인 대통령 선거와 달리 지역구마다 승패가 갈리는 탓에 선거 막판 쏠림 현상이 극심한 편입니다. 역대 총선 결과가 대부분 이변이었던 것이 바로 그런 구조적 원인 때문입니다. 더구나 내년 선거를 앞두고 선거제도가 바뀌면 선거 결과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는 조국 사태로 인해 여당은 불리해지고 야당은 유리해졌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일 것 같습니다. 2022년 대선은 어떨까요? 2020년 총선과 마찬가지로 범여권 후보들은 불리해졌고 범야권 후보들은 유리해졌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2022년 대선은 먼 미래의 일입니다. 2020년 총선 결과가 나온 뒤에야 2022년 대선후보 경쟁의 기본 구도가 형성될 것입니다.
어쨌든 2022년 대선에 나설 예비 주자들도 대부분 이번 조국 사태에 어떤 식으로든 연루됐습니다. 범여권 주자들부터 따져볼까요? 우선 당사자인 조국 전 장관은 이번 사건으로 일단 대선후보 경쟁에서 밀려났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 정경심 교수 재판, 조국 전 장관 자신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 등 첩첩산중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면 복귀의 길은 남아 있습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해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방안입니다. 지금은 가망이 없어 보이지만 사람의 일은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범여권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는 조국 사태로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국 장관 임명에 관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한 조언을 한 것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입니다.
10월 19일 치 <한겨레신문> 토요판 인터뷰에서 김종철 선임기자가 “‘조국 대전’ 수습에 총리의 역할은 잘 안 보였다는 지적도 있다”고 물었습니다.
“저는 총리가 이런 문제에 임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드러내는 것만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총리는 정부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일하는 것이 총리답다고 믿는다.”
이낙연 총리다운 대답이었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019년 8월 12일 낮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총리집무실에서 한겨레 토요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그를 대선주자로 봐야 하는지 의문이긴 합니다. 그래도 어쨌든 정치적 득실로 따지면 유시민 이사장은 조국 사태의 피해자입니다. 조국 전 장관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면서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야당과 이른바 보수 세력은 물론이고 여당 안에서도 유시민 이사장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부겸 의원도 조국 사태로 정치적 손실을 크게 입었습니다. 내년 총선에 대구에서 출마해야 하는데 조국 사태로 대구 경북 지역 민심이 엄청나게 악화했기 때문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범여권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이 약해지는 손해를 입었습니다. 우리 사회를 통째로 뒤흔든 중요한 쟁점 사안에 대해 결과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줄곧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는 조국 사태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각각 대법원과 ‘드루킹’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서야 유력 대선주자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조국 사태로 이미지를 구겼습니다. 조국 사태 내내 정의당 내부에서 심상정 대표 등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범야권의 대선주자들은 어떨까요? 우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조국 사태의 최대 수혜자입니다. 조국 사태가 본격화하던 8월 중순께 자유한국당 지지도는 자꾸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2월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은 황교안 대표가 6개월 동안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5월 25일 이후 3개월 동안 중단했던 광화문 장외집회를 8월 24일 갑자기 재개했습니다. 당내에서는 불만이 들끓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장외집회를 며칠 앞두고 갑자기 조국 장관 후보자 의혹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기에 윤석열 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이 무리한 압수수색으로 장관 임명 절차에 뛰어들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장관 임명을 철회하고 싶어도 철회할 수 없는 궁지에 몰렸습니다.
조국 장관 임명을 둘러싼 논란은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검찰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형국으로 확대됐습니다. 민심은 광화문 태극기 집회와 서초동 촛불 문화제로 갈렸습니다.
명분 없이 시작한 자유한국당의 광화문 집회가 명분을 획득하고 자유한국당 지지도 반등이라는 실리까지 챙기는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윤석열 총장이 정치적으로 다 죽어가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회생시켜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밀어 올린 모양새입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범야권 대선주자는 황교안 대표 이외에도 유승민 의원, 안철수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해외에 머무는 안철수 전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강하게 반대하며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나 별 성과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국 사태의 반사이익을 거의 다 챙겨갔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전 의원은 조국 사태로 ‘제3 지대’ 공간이 더 넓어질 것으로 보고 귀국 시기를 가급적 늦추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철수 전 의원의 이런 태도는 바른미래당 여러 계파로부터 “비겁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안철수 전 의원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까요? 별로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관찰 지점입니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는 ‘조국 사태가 과연 장기적으로 이른바 보수 세력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이냐’입니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이른바 보수 세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붕괴의 위기와 함께 근본적인 혁신의 기회를 맞았습니다. 지역으로는 대구 경북, 연령층으로는 고연령층, 이념으로는 분단 기득권의 한계를 극복하고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입니다.
이러한 혁신과 변화를 위해서는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및 태극기 부대와 결별하고 당 기반을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조국 사태의 여파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던 황교안 대표가 범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올라섰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이대로 가면 당내 친박 세력과 복당파는 물론이고 우리공화당과 태극기 부대까지 다 자신을 지지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자신이 다음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고 믿는 것 같습니다. 근본적 혁신을 포기하고 맹목적 통합을 추구하는 정치인과 정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주저앉아야 할 때 확실히 주저앉지 못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렇게 보면 조국 사태는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이른바 보수 세력 전체에 치명적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정치는 참 미묘한 것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조국 대전 이후…대권 기상도, 여 '난기류' 야 '훈풍'
조국 대전’을 거치며 차기 대선주자들의 득실이 갈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긍정 평가보다 상대적으로 컸던 탓에 여권 잠룡들은 점수를 잃었지만 야권 잠룡들은 기사회생하는 분위기다. 조국 대전은 지역(PK), 구도(심판론), 프레임(검찰개혁) 등 총선 승부의 중대 변수를 제공했다. 특히 조국 대전은 기존 진보 대 보수 지형을 ‘정치 엘리트 대 시민’ 구도로 재편했다. 여야 잠룡들이 조국 대전이라는 1라운드 성적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내년 총선을 향한 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여야의 첫 시선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위권을 지키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조 전 장관 관련 정국으로 중도층 이탈, 문재인 대통령·민주당 지지율 하락세가 고착화하면서 특히 여권 내에선 ‘이낙연 역할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조국 대전의 실점을 만회할 자산을 가졌다는 점에서다. 호남 출신, 안정감 등이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후 정치적 위상, 문재인 정부와 연동된 이미지, 전통적 지지층 표심 등 쉽지 않은 과제도 안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조국 대전에서 직접적인 득점 포인트를 얻진 못했다. 하지만 조국 대전으로 여권이 소홀히 한 개혁 정책을 지방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실천하며 독자적인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경우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2심에서 도지사직 박탈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형을 받고 대법원 상고심을 기다리고 있지만 최근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가 결성되는 등 중량감 있는 잠룡 위상도 입증했다. 대법 최종 판단과 중도층 여론, 분열적 리더십, 친문재인계와의 갈등 등은 녹록지 않은 관문이다.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유력 주자로 꼽혀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조국 대전의 최전선에서 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를 통해 조 전 장관을 방어하며 조국 대전의 변곡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진영·세 결집의 이면인 양극화 정치를 만들어 중도층 이반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조 전 장관 관련 인터뷰 논란과 KBS 여기자 성희롱 발언 등 개인적으로도 역풍을 맞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뒤늦게 조국 대전에 참전해 ‘조국 지키기’에 목소리를 보탰지만 유의미한 득점은 획득하지 못했다.
대구를 지역구로 둔 김부겸 의원은 당장 내년 총선 ‘생환’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조 전 장관 사태로 안 그래도 험지인 대구·경북에서 민심 악화라는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조 전 장관을 ‘데스노트’에 올리는 문제를 두고 우왕좌왕하다 당 안팎의 비판론에 직면했다.
야권 잠룡들은 기지개를 켜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조국 대전 속에서 잠룡 상위권을 회복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과 함께 개인 지지율도 동반 상승하며 야권 맹주를 탈환한 모습이다. 원외 대표라는 한계를 장외 집회로 돌파하며 지지층 결집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정기국회 이후 보수 지형 재편 과정이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 통합의 최대 변수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홍준표 전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도 조국 대전의 반사이익을 챙겼다는 평가가 많다. 홍 전 대표는 거의 매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조 전 장관 비판에 나섰고, 나 원내대표는 원내 활동을 통해 조 전 장관 공세의 최일선에 섰다.
손학규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 바른미래당 주자들은 내분으로 존재감조차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 안철수 전 의원도 반복된 정계 복귀설로 피로감만 더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감시 싫은 교회 권력자들, 비판언론 ‘반기독교’ 낙인
지난해 뉴스타파가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와 부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의 비위 의혹을 보도한 적이 있다. 교회 권력의 민낯을 교회 다니지 않는 대중에게도 알리는 보도였다. 그중 많은 시청자가 한 장면에 분노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들이 뉴스타파 기자를 밀치며 몸으로 취재를 막는 장면이었다. 교회는 그래도 좀 점잖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걸까. 그러나 개신교 전문지 뉴스앤조이 기자들은 그 장면을 보면서 말했다. “또 저러네, 또.”
개신교계가 언론을 대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수준 이하다. 뉴스앤조이 기자들은 명성교회 세습을 취재하다가 교인들의 무력으로 현장에서 끌려나오거나 폭행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여신도를 성추행하고도 목회를 계속하고 있는 전병욱 목사가 세운 홍대새교회 교인 수십 명이 뉴스앤조이 기자들을 밀치고 협박하는 일도 수차례 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큰 교단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은 용역을 동원해 기자들의 현장 출입 자체를 막은 적도 있다.
꼭 무력 동원뿐만이 아니다. 교단 내 여러 기관은 교인들의 헌금으로 돌아가는 공적인 곳인데도 ‘비공개 회의’를 당연시한다. 자기들 기관지만 취재하도록 ‘배려’하는 수준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은 지난 9월 정기총회에서, 교단 안팎의 관심이 집중된 명성교회 세습과 관련한 일을 결정하는 데 갑자기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현장에는 교계 언론뿐 아니라 일반 언론 취재진도 있었으나, 예장통합 교단지 기자 말고는 모두 쫓겨났다.
뉴스앤조이 같은 비판 언론은 교권을 쥐고 있는 자들에게는 눈엣가시다. 뉴스앤조이는 지난 19년간 ‘종북 좌파 언론’, ‘안티 기독교 언론’, ‘동성애 옹호 언론’ 등으로 불리며 온갖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교단 차원에서 뉴스앤조이를 말려 죽이려 한다. 예장합동은 지난 9월 정기총회에서, 뉴스앤조이를 ‘반기독교세력대응위원회’에 회부해 1년간 조사하기로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예장합신)이라는 교단에서도 뉴스앤조이를 1년간 조사하기로 결의했다. 뉴스앤조이 기사들이 ‘반기독교적’이고 성경에 반하는 ‘동성애를 지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한 기독교 매체가 뉴스앤조이 규탄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런 저런 신학적 레토릭을 갖다 붙이겠지만, 저들의 속내는 그저 ‘듣기 싫은 얘기 하지 말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일례로 뉴스앤조이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독주를 비판하자, 한기총은 지난 4월 뉴스앤조이를 ‘이단 옹호 언론’으로 낙인찍었다. 실제로 반기독교적, 이단 옹호적이 아니라 그냥 낙인 효과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취재를 거부할 명분을 만들고, 기사가 나가더라도 ‘그건 반기독교 언론의 보도’라며 교인들을 호도하려는 것이다. 권력자들이 언론을 길들이려는 시도. 이런 걸 가리켜 ‘언론 탄압’이라고 한다.
이런 시대에 뒤떨어진 각종 언론 탄압이 교계에서는 당연하게 일어난다. 시민사회에서는 교회들이 대체 왜 저러나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그래서 이 글도 쓰게 된 것 아닐까). 언론을 ‘홍보지’ 정도로 생각하고, 감시는 받기 싫어하는 종교 지도자들이 한국교회를 더 병들게 한다. 그들 뜻대로 뉴스앤조이가 말라 죽을지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계속 그렇게 막고 거부하고 감추면, 개신교는 더 부패할 일만 남았다는 것은 확신한다.
구권효 뉴스앤조이 편집국장/mediatoday.
성산업 취재한 네들란드 탐사 기자가 던졌던 질문들
[인터뷰] 레나테 반 데르 지 기자… 네덜란드 유일 反성매매 관점 탐사
2000년 성매매 합법화 찬성, 당사자 취재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근친상간, 집안의 종교적 성폭력, 명예살인 등 여성인권을 둘러싼 탐사보도를 했다. 가장 극심한 여성억압이 무엇일지 자문하다가 ‘강제 성매매’를 떠올렸다. 취재 결과는 충격이었다.
네덜란드 정부가 성매매를 합법화하면서 사라지리라 예견한 일들이 만연했다. 정부 정책에 동의하던 기자는 의문이 생겼다. “네덜란드 성산업이 무엇이기에?”
프리랜서 기자 레나테 반 데르 지(Renate Van Der Zee·58)는 네덜란드에서 유일하게 성매매를 비판 관점으로 심층취재한다. 네덜란드는 2000년 세계 최초로 국내 성 구매와 판매, 알선행위를 모두 합법화했다. 반 데르 지 기자는 내러티브·인터뷰를 모은 ‘성매매(Prostitutie)’와 성구매 남성 여러 명을 취재한 ‘성을 사는 남자들(Mannen Die Seks Kopen)’ 등의 책을 펴냈다. 프리랜스 저널리스트로 각종 미디어에 출연해 성산업 현실을 논하고, 가디언·알 자지라 등에 기사과 칼럼을 낸다.
반 데르 지 기자는 “정부가 성매매를 합법화할 당시 논리는 ‘여성이 성산업에 종사하도록 해 자신의 몸을 원하는 대로 하도록 하자’였다. 그들이 몰랐던 건, 성매매 산업은 여성이 자기 몸을 절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는 분야란 사실이다. 여성은 포주가 원하는 대로, 구매자가 원하는 대로 행동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8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레나테 반 데르 지(Renate Van Der Zee) 기자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어떻게 성매매를 취재하게 됐나.
“10년 전이다. 여성 인권 현안을 취재하다 이른바 ‘강제 성매매’ 희생자가 어떻게 육체는 물론 심리적으로 살아남는지 궁금해졌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인신매매 피해여성 쉼터를 찾았다. 운영자가 제의해 자원활동을 시작했다. 기자로서 좋은 기회였다. 여러 당사자를 직접 만났다.”
- 취재하면서 성매매에 견해가 바뀌었나.
“그렇다. 나는 네덜란드 정부가 성매매 알선업을 허용할 때 반기는 쪽이었다. 혁신이고, 다른 나라에 모범이 될 거라 생각했다. 성착취 반대 활동가에게 ‘성매매 실태를 알고 싶긴 한데, 편향 보도하지 않고 ‘기자’ 관점에서 보도하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어리석은 생각이다.(웃음)
쉼터를 찾은 인신매매 피해 여성은 대개 임신했거나 아기가 있었다. 당사자는 물론, 아이도 HIV에 감염된 경우가 많았다. 그들이 털어놓은 경험은 끔찍했다. ‘이게 네덜란드 성산업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성산업은 대체 뭘까?’ 궁금해졌다. 그 뒤 암스테르담 성매매업소 집결지 창문을 직접 두드렸다.
여성들은 창 너머로 뚫어져라 응시 당하고, 구매자들에게 평가 당하고, 여행객들에게 조롱 당했고, 이는 그 자체로 트라우마였다. 그러나 창 뒤편에 서 있는 건 그들이 하는 일의 극히 일부다. 특히 성산업을 떠나,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 발짝 떨어져 말할 수 있는 생존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성매매 합법화가 이 곳을 여성들에게 더 좋은 곳으로 만들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2000년 비범죄화 조치는 사실상 포주 행위 합법화였다. 포주가 자격을 얻고 규칙을 따르면 업소를 운영하도록 했다. 미등록 이주여성, 미성년자, 인신매매 피해자를 알선하면 안 된다는 것. 성구매와 판매는 이전에도 자유롭게 이뤄졌다.
정부의 감시 역할은 작다. 포주는 업소에 몇 명의 여성이 일하는지 보고할 의무가 없다. 도리어 여성이 자신을 사업자로 국가에 등록할 의무를 진다. 이들은 ‘비즈니스우먼’, 즉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성매매 여성의 거취를 자유롭게 한다는 명목이지만, 여성들은 수입과 처우 등 어느 것도 보장 받지 못한다.
▲네덜란드 북부 레이우아르던 정부기관 맞은편에서 영업하는 성매매 업소(위). 레이우아르던의 정부 지정 성매매업소 집결지. 사진=김예리 기자
- 책은 어떤 내용인가.
“‘성매매’는 사회에 통용되는 ‘헛소리 논증’을 깨는 데 집중한다. △가장 오래된 직업이다 △쉽게 돈 버는 방법이다 △여성이 자발로 선택한 직업이다 등이다. 그리고 이들 챕터 사이사이에 성매매 여성과 경찰관, 포주, 구매자 인터뷰를 실었다.”
- 네덜란드 언론이 성매매를 취재할 때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은?
“‘진짜 희생자’를 보여달라고 요구한다. 성매매가 ‘참신한’ 주제라 여기고 뛰어드는 기자가 많다. 그러나 사안을 알지 못한 채 뛰어들고, 일찍 취재를 마무리한다. 그러나 한 시간 인터뷰로 성매매 여성들은 당연히 ‘섹스가 좋다’는 식으로 말할 것이다. 포주의 압력 때문일 수도 있고, 피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기자를 믿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네덜란드 뉴스를 찾아보면 검붉은 톤의 성매매 집결지 사진을 싣고, ‘여성은 자발로 성 노동을 택했는데, 오직 사회의 낙인 탓에 힘들다’고 말하는 기사가 많다. 진짜 이야기를 들으려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 반대로, 기자가 던져야 할 질문은?
“물어야 한다. 방이 하나 있다. 성을 판매하는 소녀는 누구일까. 그의 나이와 배경, 금전 상황을 생각해보라. 반대편 남성도 똑같이 떠올려보라. 남성은 대부분이 중산층 이상 기혼이며, 40~50대 중년이다. 여성은 모든 면에서 취약하다. 그리고 이 방에서 평균 50유로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해보라. 남성이 평균 50유로에 여성에게 성을 구매한다. 밑바탕엔 인종 간 착취도 있다. 여성은 대부분이 아프리카나 동유럽, 아시아 출신인 반면 남성은 백인이다. 이는 네덜란드만의 경우가 아니다. 캐나다 성매매 여성 가운데 원주민이, 미국의 경우 흑인이 가장 많다. 결국 성매매는 권력 문제다. 이 사실을 고려하면 성매매를 ‘강제’와 ‘자발’ 둘로 가르는 보도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10m 허공서 5분간 거꾸로… 한국민속촌 놀이기구 고장 멈춤 사고
국민일보
유니클로 ‘위안부 조롱 논란’ 광고 내렸지만…동력 얻은 ‘일본제품 불매운동’
논란이 된 유니클로 광고의 한 장면. 광고 화면 갈무리.
유니클로가 ‘위안부 조롱 논란’으로 공분을 일으킨 광고를 송출 중단했다. 유니클로는 “위안부 조롱 의도가 없었다”며 광고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비판이 거세지자 광고를 내렸다. 유니클로 해명대로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역사의식이 결여되고 인권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광고는 중단됐지만 유니클로를 포함해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다시 동력을 얻고 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논란이 된 광고를 19일 밤부터 송출 중단했다. (중요한 사안인 만큼) 경영진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유튜브 공식 계정과 방송사 등을 통해 나가던 논란의 광고는 내려졌다.
유니클로는 지난 18일 공식입장을 내고 광고가 의도된 게 아니라며 해명했다. 유니클로는 언론 해명자료에 “유니클로 광고와 관련한 루머에 대해 해당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세대와 나이를 넘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플리스의 특성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비판과 문제제기를 ‘루머’로 단정하는 등 태도 논란까지 겹치며 유니클로에 대한 비판은 오히려 거세졌다.
문제가 된 광고에는 패션 컬렉터인 아이리스 압펠(98)과 패션 디자이너 케리스 로저스(13)가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 담겨있다. 광고에는 실제 두사람의 대화엔 없는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는 자막이 등장해 공분을 일으켰다. 80년 전인 1930년대 후반은 강제징용과 위안부 동원이 이뤄졌던 때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롯해 ‘일제 전범 피해자들을 조롱한 것 아니냐’는 거센 항의와 비판이 쏟아졌다.
유니클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에서 상징적인 존재다. 최근에는 유니클로가 진행한 한국 진출 15주년 대규모 할인 행사에 소비자들이 몰리며 불매운동에 균열이 일어나는 듯했다. 할인행사로 한국 소비자를 공략한 유니클로와 여기에 넘어간 일부 소비자들 모두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광고 논란까지 겹치며 주춤하던 불매운동은 오히려 ‘유니클로 퇴출운동’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유니클로의 대응 미숙이 사태를 더 심각하게 몰아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유니클로가 불매운동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꼽히는 상황에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광고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역사의식이 없고 인권 감수성도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에 본사를 둔 기업인만큼 ‘80년 전’의 역사적인 상황을 헤아릴 수 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유니클로가 최근 겪고 있는 상황과 역사적인 상징성을 감안하면 광고 집행을 감독하는 누군가는 반드시 제지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의도하지 않았다’는 유니클로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유니클로 불매운동에 다소 회의적이었다는 안모(29)씨는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말고는 자유라고 생각했고, 눈치 봐야 하는 상황이 좀 거슬렸었다”면서도 “하지만 이 광고를 보고 난 뒤 나도 불매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디어 업계에 종사하는 이혜진(39)씨는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이 그 정도의 감수성도 없을 수 있겠느냐”며 “의도됐다는 심증이 강하게 든다”고 말했다.
유니클로가 사과 없이 ‘광고 송출 중단’을 결정한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논란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이나 기업의 공식적인 사과 없이 문제가 된 요소만 도려냈다는 점에서 수습 방식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광고를 내린 것은 문제제기에 대응해서 더 이상의 논란을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의도와는 달리 한국 소비자들이 불만을 느낀다면 유감이라고 답변하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유니클로는 공식적인 사과나 유감 표명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전혀 의도적인 게 아니었는데 여러 분들에게 심려를 끼친 부분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경영진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논의한 끝에 광고를 내리는 ‘행동’을 보여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니클로는 일본의 군국주의로 피해를 입은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경영하면서 한국인들에게 일종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의도성 여부와 상관없이 유니클로가 사과해야 할 일이라는 여론이 형성된 이유다. 부산노동자겨레하나 등 시민단체와 일부 시민들은 유니클로의 사과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광고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는데 명쾌한 설명 없이 광고를 내린 건 (기업의 대응이라고 보기엔) 의외다”라며 “적극적인 해명과 사과가 없으면 보이콧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이택현 기자 thursday@kmib.co.kr
특파원리포트] 日 최대 야쿠자 ‘넘버2’ 출소…‘유혈 참극’ 시작되나?
18일 오전 6시, 일본 도쿄 후추(府中) 교도소 앞. 육중한 철문이 열리고 검은색 고급 밴 한 대가 가는 빗줄기를 뚫고 빠져나갔습니다. 뒷좌석에는 형기를 마친 고령의 수형수가 타고 있었습니다. 건설업체로부터 현금 4억여 원을 갈취한 혐의(공갈)로 징역 6년을 산 인물입니다. 차량은 1시간여를 달려 도쿄 시나가와(品川) 역에 멈춰 섰습니다. 경찰이 뒤를 쫓았습니다. 공갈범은 이후 제3의 도시 나고야(名古屋)행 신칸센에 몸을 실었습니다. 도착지에선 이미 방탄조끼를 입은 경찰 병력이 대기하고 있었고, 일부 방송사는 그의 이동 과정을 실시간 생중계했습니다. '성대한 출소식'이었습니다.
일본 폭력조직 ‘야마구치구미’의 제6대 두목인 시노다 겐이치일본 폭력조직 ‘야마구치구미’의 제6대 두목인 시노다 겐이치
15년 만에 완성된 '넘버 1+2' 조합
올해 73살의 다카야마 키요시(高山清司). 그는 일본 최대 규모의 지정 폭력단(야쿠자), 야마구치구미(山口組)의 '넘버 2'입니다. 나고야에 거점을 둔 조직 내 최대 파벌, '고도카이'(弘道会) 출신입니다. 야마구치구미 하부 단체 중 하나였던 '고도카이'는 시노다 겐이치(篠田建市·77·가명 츠카사 시노부)를 제6대 두목으로 배출하면서 일약 '중핵(中核) 세력'이 됐습니다.
시노다는 2005년 7월, 일본 간사이(関西) 이외의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조직 출신으론 처음으로 야마구치구미 '오야붕'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몸을 아끼지 않는 무력 투쟁 끝에 '일극'에 올랐고, 가장 먼저 같은 '고도카이' 출신인 다카야마를 2인자로 발탁했습니다. 그러나 권좌에 오르자마자 권총 공동 소지 혐의 등으로 체포돼 복역(2005년~2011년)했고, 그를 대신해 조직을 단속한 인물이 바로, '2인자' 다카야마였습니다. 어찌 보면 이번 다카야마의 출소로 15년 만에 '넘버 1+2'의 조합이 처음 완성된 셈입니다.
‘야마구치구미 대분열, 그 내막’이란 제목을 단 일본 잡지 ‘액세스 저널’‘야마구치구미 대분열, 그 내막’이란 제목을 단 일본 잡지 ‘액세스 저널’
다카야마 부재에 조직 3등분
야마구치구미는 1915년 일본 고베항에서 일하는 하역 노동자를 규합해 처음 결성됐습니다. 1950~60년대 전국적으로 세를 불리며 최대 폭력단으로 성장했죠. 하지만 90년대 '폭력단 대책법', '폭력단 배제 조례에 의한 단속법' 등 정부의 대대적인 소탕 작전으로 힘이 빠졌습니다. 이후 간사이를 중심으로 나고야 '고도카이' 출신 중심의 집행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고, 조직은 결국 분열의 소용돌이로 빠져듭니다. 다카야마가 수감된 이듬해인 2015년 8월, '고베(神戸) 야마구치구미'란 이름으로 조직원들이 떨어져 나왔습니다. 2년 뒤 4월에는 일부 세력이 '고베 야마구치구미'에서 또다시 이탈해 '닝교(任侠·남자답고 용감함) 야마구치파'를 결성했습니다.
일본 경시청에 따르면 회원과 준 구성원 등을 합친 조직원은 지난해 말 현재 ▲ 6대 야마구치구미 1만여 명 ▲ 고베 야마구치구미 5천여 명 ▲ 닝교 야마구치파 460여 명입니다. 분열은 곧 극심한 유혈 참극으로 이어졌습니다. NHK는 이들 3개 단체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 지난 16일까지 129건(사망 9명)이라고 전했습니다. 8월에는 '고베 야마구치구미' 조직원이 '고도카이' 사무실 앞에서 권총을 난사했고, 반대로 지난 10일에는 '고베 야마구치구미' 폭력단원 2명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혐의로 '고도카이' 조직원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다카야마의 출소를 앞두고 벌어진 일입니다.
지난 10일 일본 고베에서 ‘고베 야마구치구미’ 폭력단원들을 상대로 벌어진 총격 현장 (출처:SUN-TV 캡처)지난 10일 일본 고베에서 ‘고베 야마구치구미’ 폭력단원들을 상대로 벌어진 총격 현장 (출처:SUN-TV 캡처)
日 공안위원장, "총, 칼 충돌 막겠다"
일본 경찰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막강한 영향력이 가진 다카야마의 출소로 조직 간 보복 충돌이 한층 격화할 것이란 판단 때문입니다. 야마구치구미에서 이탈한 간부 중에는 다카야마의 조직 운영 방침에 반발한 인물도 상당수였습니다. '자유의 몸'이 된 다카야마가 조만간 야마구치구미에서 떨어져 나간 2개의 단체를 무너뜨리려 할 것이고, 반면에 이탈 간부들은 다카야마가 시노다에 이어 제7대 야마구치구미 두목에 오르는 걸 저지하기 위해 제거를 시도할 거란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다케다 료타(武田良太) 일본 공안위원장은 다카야마 출소 직후인 18일 기자회견에서 "칼이나 권총을 사용한 사건이 속출해 지역 사회에 큰 불안을 주고 있다"면서 "(세 조직의) 대립 구조를 막는 데 필요한 경계와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경찰은 이미 '야마구치 구미'와 '고베 야마구치구미'의 사무소 20여 곳에 대해 건물 사용을 제한하는 임시 명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18일 출소한 야마구치구미 2인자 다카야마 키요시가 미소를 띠고 있다. (출처:마이니치신문)
다카야마 출소에 日 사회 불안감 확산
야마구치구미가 분열하기 전, 다시 말해 다카야마가 구속되기 직전인 2014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분석한 조직의 연 매출은 무려 800억 달러, 우리 돈 96조 원이었습니다. 마피아를 비롯한 '세계 5대 범죄조직' 중 세계 최대 규모였죠. 당시 한국의 대표기업 가운데 야마구치구미의 연 매출을 누를 수 있는 곳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다카야마가 속한 '고도카이'는 "경찰과 만나지 않는다", "경찰이 사무실에 들어오지 않게 한다" "경찰에게 정보를 주지 않는다" 등 철저한 '비타협 노선'(3불 원칙)을 표방해 왔습니다. 두목 쓰카사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출소 이후 다카야마의 활동 공간은 한층 커진 상황입니다. '고도카이 방식'을 고집해 경찰과의 마찰이 더 심해질 것인지, 아니면 대대적인 변신을 꾀할 것인지, 일본 사회가 불안한 눈으로 다카야마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황현택 기자news1@kbs.co.kr
백악관이 막아도… 소신따라 행동하는 美관료들
트럼프 탄핵조사 청문회 나가 증언
폼페이오 최측근도 사표 내고 출석
미 백악관의 불허 방침에도, 전·현직 고위 관료들이 민주당이 주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하원 탄핵 조사 청문회에 잇따라 증언자로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정적(政敵)인 민주당 조 바이든 부자(父子)에 대한 수사를 압박하기 위해 군사 원조를 유예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8일 팻 시펄로니 백악관 법률고문은 하원 민주당 지도부에 "당파적 조사에 관료들이 증언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서한을 보내며 행정부 내 관련 관료들의 의회 증언 금지 방침을 알렸다.
그러나 지난 12일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사를 시작으로 전직뿐 아니라 현직 국무·국방부 고위 관리들까지 잇따라 의회 증언대에 서고 있다.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 커트 볼커 전 국무부 우크라이나 특별대표, 마이클 매킨리 전 국무부 수석보좌관, 고든 손런드 유럽연합(EU) 주재 대사, 피오나 힐 전 국가안보위원회(NSC) 유럽·러시아 담당 고문 등이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최측근 참모였던 마이클 매킨리 전 수석 보좌관은 백악관의 지침에 반발, 지난 11일 사표를 내고 닷새 뒤인 16일 하원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했다. 매킨리 전 수석 보좌관은 청문회에서 "(트럼프가) 정적에 대한 부정적 정보를 얻기 위해 외국 정부에 접근하는 것이 불만스러웠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직업 외교관들을 보호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미 CNN방송은 "국무부 직업 관료들은 외교정책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이익에 인질로 잡힌 상황에 분노한다"고 분석했다. [조선 이철민 선임기자]
국회의원 정치자금 1 표창장에 돈 쓴 의원님들, 1등은 누구?
[2018년도 정치자금 ①] 의원 206명 상장·표창장 제작·구입... 홍철호·신창현·권성동·주광덕 순
"국회의원도 표창 무지하게 많이 한다. 나 같은 경우엔 사무실 비서관이 평소에 막 (직인을) 찍어놓는다. 그러고 나중에 빈칸에 이름만 넣는다."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동양대 총장상(총장 표창장) 진위 논란이 뜨거웠던 지난 9월 초, 한 국회의원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자신이 직접 조 장관 딸의 표창장에 직인을 찍지 않았고 발급 양식도 다르다'는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주장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 쏟아낸 말이었다.
이는 국회의원 명의의 상장과 표창장도 철저하게 관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2015년 5월 <경향신문>은 "국회의원 지역구 57개 학교에 2명씩 상장... '생색내기용'"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현역 국회의원이 졸업식도 아닌 때에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모든 초·중·고교에 공문을 보내 모범학생들을 추천케 하고 표창을 실시하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특히 "자신의 지역구 학생들을 표창하는 것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것 같다, 국회의원 표창은 생활기록부에도 기록되지 않아 상장 남발에 해당한다"는 한 교육단체 관계자의 발언도 함께 소개했다.
그렇다면 2018년 1년 간 20대 국회의원이 상장·표창장·상패 등을 제작·발급하기 위해 지출한 정치자금 총액은 얼마나 될까?
총 지출 총액은 약 4억8398만원... 개인 지출 1위는 한국당 홍철호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대다수 의원들이 상장·표창장 등을 한꺼번에 대량 주문하고 정확한 사용 내역을 기재하지 않아 이를 실제적인 상장·표창장 발급 건수와 연결시키기는 어렵다. 미리 주문·보관하고 사후 필요에 따라 발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사용 명목(상패·상장·표창장 명시)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이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 중 상장·상패·표창장 등의 명목으로 정치자금을 쓴 의원 수는 총 206명. 사용 총액은 약 4억8398만 원이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총 101명 의원들이 약 2억2102만 원을 상장·표창장 등을 제작, 구입하는 데 썼다. 그 뒤는 자유한국당(78명, 약 2억1950만 원), 바른미래당(10명, 약 1421만 원), 무소속(7명, 약 991만 원), 대안신당(4명, 약 744만 원), 우리공화당(1명, 약 530만 원), 민주평화당(2명, 약 362만 원), 민중당(1명, 약 202만 원), 정의당(2명, 약 96만 원) 순이었다.
의원 1인 당 평균사용액을 기준으로 하면 순위가 조금 바뀐다. 우리공화당(약 530만 원), 한국당(약 281만 원), 민주당(약 219만 원), 민중당(약 202만 원), 대안신당(약 186만 원), 민주평화당(약 181만 원) 바른미래당(약 142만 원), 무소속(약 142만 원), 정의당(약 48만 원) 순이었다.
의원 206명 중 지출 총액을 기준으로 뽑은 'TOP 5'는 다음과 같다. 홍철호 한국당 의원(경기 김포시을)이 약 1760만 원을 사용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약 1624만 원을 지출한 신창현 민주당 의원(경기 의왕시과천시)이었다. 그 뒤는 권성동 한국당 의원(강원 강릉시, 약 1050만 원), 주광덕 한국당 의원(경기 남양주시병, 약 988만 원), 김두관 민주당 의원(경기 김포시갑, 약 964만 원) 순이었다.
▲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 사진은 지난 9월 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동양대 총장 표창 수여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TOP 5 의원들은 주로 상장 등을 제작하기 위해 대규모 주문을 넣었다. 즉, 1건당 목돈이 든 셈이다. 홍철호 의원의 경우, 상장 제작 비용·상장 액자 케이스·상장 바인더 제작 등을 명목으로 단 3건의 지출만 한 케이스였다. 신창현·권성동·주광덕 의원도 비슷했다. 최소 2건에서 5건의 지출만 존재했다. 제작·구입한 상장·상패·표창장 등의 용처는 기재돼 있지 않았다.
물론, 제작·구입한 상장·표창장 등의 용처도 자세히 기록한 의원들도 소수지만 일부 있었다. 이 경우, 대개 지역구 행사에 집중돼 있었다.
일례로, 어기구 민주당 의원(충남 당진시)은 ▲노인의 날 기념행사 등 ▲당진시 사회복지사협회 송년의 밤 행사 등 ▲당진시 자율방범연합 대한마음가족 체육대회행사 등 ▲당진시 새마을지도자수련대회 행사 등 ▲사회복지의 날 기념 복지박람회 행사 등 ▲한국자유총연맹 당진시지회 사업평가회 행사 등 ▲당진다문화대축제행사 등의 명목으로 표창패를 제작했다. 그는 약 932만 원을 상장 등을 제작·구입하는 데 사용했다.
약 254만 원을 사용한 유재중 한국당 의원(부산 수영구)도 ▲수영구 자원봉사의 날 기념 ▲수영구청장배 생활체육대회 ▲대한미용사회 수영구지회 정기총회 ▲수영구 바르게살기협의회 총회 ▲수영구 월남전참전자회총회 ▲라이온스수영클럽 정기총회 ▲수영구축구협회장대회 ▲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 수영구지회 정기총회 등의 명목으로 상패를 제작했다./ 이경태(sneercool)
중앙일보 칼럼 “윤석열 법무장관 발탁하라”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국 사퇴 이후에도 계속된 갈등… 경향·한겨레, 국회 입법기능 가동해야
지난 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물러났지만 조 전 장관은 신문지면에 계속 오르내린다.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정쟁에 치중하다 입법기능을 외면한 국회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조 전 장관과 현 정권을 함께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와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 찬반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21일 현 정부의 ‘검찰개혁’을 비판하며 검찰개혁의 주체를 검찰로 규정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차기 법무부장관으로 제안했다.
‘전영기의 시시각각’ 칼럼 “법무·검찰 개혁 윤석열에 맡겨라”에서 “대한민국 2000명 검사들을 무슨 조폭 집단처럼 매도한다. 정상이 아니”라며 “내가 보기에 검찰 개혁보다 당장 시급한 것이 정권개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사기관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란 기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검찰만큼 개혁적인 곳도 없다”며 “이에 비해 국민을 괴롭히는 범죄 잡으라고 준 행정권을 기껏 정의로운 검사 사기 꺾고 길들이는 데나 쓰고 있는 법무부의 검찰개혁이란 얼마나 남루한가”라고 했다.
이 신문은 검찰개혁 과제 1순위를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 2순위를 비대한 수사 권력의 분산과 절제된 검찰권 행사로 보고 이를 잘 아는 이가 윤석열이라며 “윤석열이 조국 수사를 끝낼 때까지 차분히 기다린 뒤 그를 장관으로 발탁하는 방법은 어떤지 생각해달라”고 제안했다. “윤 총장이 조국 법무부 장관 시절 ‘특수부 수사 3곳만 남기고 폐지’ ‘심야 수사 관행 폐지’ 같이 체감도 높은 효과적인 개혁안을 핀셋처럼 뽑아 조씨(조 전 장관)보다 먼저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윤석열의 현장 실무능력 덕분”이라고 봤다.
조선일보는 1면과 4면에서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의 유승민 대표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유 대표는 현 정부와 여당이 검찰개혁 과제로 밀고 있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반대한다”고 했다. 유 대표는 조선일보에 “(공수처)‘권은희 의원 안’이 더불어민주당 안보다 훨씬 낫지만 여전히 집권세력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공수처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20일 패스트트랙 사법개혁 법안 중 공수처 설치법을 우선 처리하겠다고 했다. 오는 28일 본회의를 시한으로 잡고 이를 “민의에 맞는 대응”으로 결론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내부에서도 공수처 안을 두고 이견이 있다. 여당이 ‘백혜련 의원 안’을 중심으로 공수처 우선 처리에 나섰지만 유 대표 인터뷰를 보면 ‘권 의원 안’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공수처 선처리에도 비판적인 입장이다. 한국당은 “공수처는 조국 비호 카르텔의 마지막 조각”이라며 공수처 신설을 반대했다.
경향신문은 3면기사 “공수처장 임명부터 평행선…민주·바른미래 법안 조정 ‘첫 과제’”에서 백혜련 안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권은희 안인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의 차이를 설명했다.
▲ 21일 경향신문 3면
백혜련 안은 수사대상이 대통령 포함 고위공직자,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등이고, 기소 대상은 대법원장, 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고위 경찰 간부 등이다. 공수처장은 인사추천위 2명을 추천한 후 대통령이 1명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권은희 안은 수사대상을 현직 고위공직자로 제한했고, 기소할 때 기소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공수처장은 인사추천위 구성이 동일한데 인사청문회 이후 국회 동의 절차를 추가했다.
지난 16일 3+3회의에서 여당과 바른미래당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권은희 의원은 경향신문에 “민주당이 법안 조율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주말인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선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가 주최하는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이들은 조 전 장관이 사임하면서 서초동에서 여의도로 집회장소를 옮기고 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등을 국회가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사설 “‘조국 사퇴’ 이후 과제, 국회가 입법으로 수렴해야”에서 “‘조국 사태’로 분출된 민심의 요구를 성찰하고 입법으로 제도적 개선책을 내놔야 할 제1야당이 정치 공세에 몰입하며 그 책임을 외면하는 건 실망스럽다”며 “민주당 역시 여의도에서 표출된 검찰 개혁 요구를 입법으로 수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장외집회를 계속하겠다는 건 우려스럽다”며 “한국당이 검찰개혁 요구에 공감한다고 밝힌 게 얼마나 됐다고 벌써 ‘검찰개혁 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당 지지율 상승을 타고 ‘조국 사태’를 총선 때까지 끌고 가려는 정치적 계산인 듯 싶다”고 지적했다.
▲ 21일 한겨레 1면 사진기사
공수처를 반대하는 주장도 나왔다.
중앙일보는 “공수처가 검찰 개혁의 특효약인가”란 칼럼에서 “형법상 공무원 직무의죄를 폭넓게 수사하도록 한 민주당 안(백혜련 안)대로라면 조 전 장관 일가 수사가 온당치 않다고 새각하는 친여 단체나 여당에서 수사 검사를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할 수 있고, 공수처는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며 “자칫 정치권이 대립하면서 수사기관끼리 서로를 수사하는 대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검찰이 무소불위라고 비판하지만 현행법으로도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고 인사권도 행사할 수 있다”며 “기존 법안에는 공수처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한국당에선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다루는 특별감찰관 제도와 상설특검법을 활용하자고 한다”고 제시했다.
한편, 조국 사태를 지나며 언론이 공론장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 “취재원에 의존하는 관행 사라져야”에서 “(두달간) 대부분의 기사는 ‘따옴표 저널리즘’의 산물이었다”며 “따옴표 저널리즘의 절정이 소위 ‘검찰발’ 기사, 확정되지 않은 내용부터 의미없는 사소한 내용까지 기사화되고 그 결과 국민사이에 갈등만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출입처 제도도 문제 삼았다. 그는 “검증없이 주로 취재원이 제공한 정보에 의존한 기사 생산 관행은 옳지 않다”며 “이러 ㄴ관행을 야기한 것이 출입처 제도”라고 했다. 이어 “출업처에서 기자와 취재원이 유착하면 취재원 의도에 기자가 농락당할 위험성이 높다”며 “조국 장관이 사퇴했으니 이제 ‘검찰발 기사’가 줄어들지는 모르지만 또 다른 따옴표 기사가 줄어들 것 같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어 “당장 공수처를 둘러싼 기사에서 공수처를 둘러싼 다양한 주장들을 비교검토하는 기사는 없고 단지 찬반 진영의 결론적 주장들을 전달하는 기사들만 보인다”며 “이런 기사들은 다시 갈등만 증폭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21일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공수처 신설안 ‘운명의 한 주’”
국민일보 “건축정책 총괄 국건위 11년간 장관 참석률 ‘0’”
동아일보 “성장엔진 식는데 집값만 폭등, 중병걸린 경제”
서울신문 ‘靑 “52시간제 처벌유예 검토”’
세계일보 “‘上低下苦’된 경제…정부는 성장률 하향 인정”
조선일보 “빚 10조 늘어난 한전·한수원·건보공단 ‘경영 잘했다’며 임원들에 11억 성과급”
중앙일보 “회사 기밀이 자꾸 새요 탐정, 스파이도 잡는다”
한겨레 ‘홍남기 “올 성장률 2.0~2.1% 머물 것”’
한국일보 “주한 외교관 ‘동성배우자’ 법적 지위 인정한 靑”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제2 패스트트랙 정국...공수처법이 뭐길래?
민주"백혜련안" vs 바른미래"권은희안"... 한국당, 공수처 원천 반대
검찰 개혁이 '포스트 조국'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검찰개혁의 핵심 화두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에 대한 여야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히며 제2의 패스트트랙 정국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은 공수처 도입에는 찬성하지만 기소권은 분리돼야한다는 입장이어서 민주당과 세부적인 내용에 있어 결을 달리 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검찰 보다 더한 또 다른 권력기관이 탄생할 수 있다며 원천 반대하고 있다.
지난 16일 여야 교섭단체 3당은 '3+3'(각당 원내대표와 의원 1명) 회의체를 만들고 첫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여야는 공수처 법안 등에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여야 이견이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합의안 도출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공수처'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오르기까지
"1994년 공무원 범죄의 경우 11.7%만 기소되고 나머지는 모두 불기소처분되었다. 최근 노태우 비자금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이미 혐의를 확보하고서도 명백한 직무유기를 범한 검찰이 부패척결의 공정한 기관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신뢰하지 않고 있다." (1996년 부패방지법 입법청원)
공수처 신설이 정치권의 화두가 된 것은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6년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이 문제가 되며 공수처 설치 내용이 담긴 '부패방지법안'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15대 국회의원 151명과 시민 약 2만여 명의 서명과 참여연대의 입법청원이 이뤄졌지만 무산됐다.
이후 16대부터 19대 국회까지 관련 법안이 계속해서 발의됐다. 공직부패수사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등으로 명칭이 조금씩 바뀌었지만 내용은 그 이전의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며 통과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수처 설치를 공약하면서 관련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16년 7월 고 노회찬 전 의원의 발의를 시작으로 21대 국회에도 공수처 관련 법안이 앞다퉈 발의됐다.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등 사법개혁안을 논의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구성됐다.
하지만 한국당의 반대 속에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지난 4월 29일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채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과 공조했다. 한국당의 물리적인 반대속에 여야4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담은 선거법과 공수처 법안,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을 여야 4당 합의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지정 막판 협상과정에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공수처 법안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패스트트랙 지정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백혜련 의원안(민주당안)과 권은희 의원안(바른미래당안)을 동시에 패스트트랙에 태웠다.
백혜련 안과 권은희 안의 가장 큰 차이 : 공수처의 기소권 여부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세부적인 사안에 있어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백혜련, 권은희 안은 기소 권한, 공수처장 임명 방식 등에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기소 권한이다. 검찰 권력의 핵심이 '기소 독점권'에 있기 때문에 이를 깨는 것이 '검찰 개혁'과 맞닿아 있다는 주장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한다. 문제는 '어떻게 깨느냐', '어떻게 견제하느냐'다.
백혜련 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수사 이후에 기소권도 갖게 했다. 하지만 권은희 안은 백혜련 안 보다 기소권을 더 제한해 무작위 추첨을 통한 국민들로 구성된 기소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심의·의결을 거쳐서 기소여부를 결정하게 했다. 공수처는 수사권만 행사하고, 기소권은 국민으로 구성된 기소심의위에 맡기는 형태다.
다만, 백혜련 안은 기소 대상에 제한을 뒀는데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관에 대해서만 기소할 수 있게 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협상 당시 공수처가 기소권까지 갖게되면 지나치게 비대해진다는 바른미래당의 의견에 따라 기소권을 일부 대상으로 제한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다시 공수처의 기소권을 확대하고자 한다. 공수처 수사 대상이지만 기소 대상에서는 빠진 국회의원을 포함하는 방안도 국민 여론을 보고 검토하기로 했다.
공수처장 임명 방식에서도 명백한 차이가 드러난다. 백혜련 안은 대통령의 입김이 조금 더 반영되는 구조지만, 권은희 안은 공수처장이 임명되더라도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야당의 견제권을 더 보장했다.
백혜련 안은 공수처장추천위원회의 5분의 4 이상 찬성으로 2명의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하는 구조다.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 변협회장이 당연직이고 나머지 4명은 여야가 각각 2명씩 추천하도록 했다. 반면 권은희 안은 여기에 더 해 인사청문회 이후 국회가 동의를 해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게 규정했다. 공수처장 임기는 백혜련 안은 3년 단임, 권은희 안은 2년에 한 차례에 한해 중임이 가능하다.
또 세부적으로는 기구의 이름이 다르다. 백혜련 안에서는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처, 권은희 안에서는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처다. 이유는 수사 대상이 되는 범죄가 다르기 때문인데, 백혜련 안은 형법에 규정된 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를 포괄하고 있다. 하지만 권은희 안은 그 가운데 피의사실 공표나 불법체포와 가혹 행위 등 불법수사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뇌물과 직권남용 등 부패범죄에 한정했다.
두 법안 모두 수사 대상은 대동소이하다. 대통령 비롯한 고위공무원과 국회의원,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관, 장성급 장교 등이 공수처에서 수사를 받는 대상이 된다. 다만 권 의원 안은 현재 재직 중인 고위공직자로 대상을 제한한다. 백 의원 안은 현직 및 퇴직 후 2년 내 고위공직자까지 대상을 넓혔다.
한국당이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에 집중하는 이유
자유한국당은 공수처를 '옥상옥'이라고 주장하며 원천 반대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공수처에 대한 세부 당론은 없다. 다만 한국당은 검찰 개혁의 또 다른 축인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검찰을 견제할 또 다른 기구를 두기보다 검찰의 기능을 제한하자는 주장을 펼치며, 공수처 반대로 인한 자신들의 부정 여론을 상쇄하겠다는 것.
여야4당도 공수처법과 함께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렸기 때문에 한국당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집중해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안(채이배 의원 대표발의안)과 한국당의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는 점에서 큰 틀을 공유한다.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하고 검찰에 기소권을 부여한 점도 유사하다.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지만 1차적 통제는 검사의 수사통제 및 기소권 행사를 통해 제한하고, 2차적 통제는 재판을 통해 수사 전반에 이뤄지도록 제도화했다. 한국당은 여기에 수사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수사요구권'을 부여해 경찰의 수사권을 보다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다만, 두 법안 모두 '특수 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의 직접 수사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당 안은 30대 대기업(매출액 100억원 이상)·경찰·4급 이상 공무원 부패범죄·선출직 정치인’에 한해서 직접 수사를 인정했고, 패스트트랙 안은 경찰·검사·공수처 직원·부패범죄·경제금융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 등의 특수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다. 검찰의 특수 수사에 대한 견제를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자고 했으나 결국 특수 수사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를 인정한 셈이 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민주당은 검찰의 힘이 너무 세다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자면서 공수처라는 또 다른 괴물을 탄생시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주자는 것은 모순이고 자가당착"이라며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검찰개혁안과도 모순되는 논리고 특수부를 폐지하겠다는 논리와도 모순된다"고 민주당의 공수처 도입을 반대했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조정을 완벽하게 분리하는 쪽으로 간다면 공수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민주당이 고민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라고 여지를 열어두면서 검경수사권조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주문했다./박정연 기자
17개 시·도 주민참여예산 절반 이상 줄어
충북·울산 감소폭 최대
경북 2년연속 반영 0%
인천은 10배 이상 증가
올해 17개 시·도 주민참여예산 공모사업 예산이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울산·충북·전남·경북 4곳은 올해 주민참여예산을 아예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광주시갑)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17개 시·도의 올해 일반회계의 주민참여예산 공모사업 반영비율은 0.14%다. 지난해 0.37%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예산 규모로 봐도 지난해에는 4285억200만원이었는데 올해는 2535억9900만원(59.2%) 감소했다.
지역별로 보면 17개 시·도 가운데 올해 일반회계 당초예산 대비 주민참여예산 공모사업 반영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울산·충북·전남·경북으로 반영 비율이 0%다. 특히 경북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주민참여예산 공모사업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충북과 울산은 지난해 반영비율이 각각 4.764%와 4.3%도 전국 평균보다 10배 이상 높았지만 올해는 아예 반영하지 않았다. 세종도 0.612%에서 0.131%로 반영비율 감소폭이 컸다. 서울 부산 대구 대전 전남도 소폭 감소했다.
반대로 인천은 지난해 0.021%에서 올해 0.203%로 무려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경기 역시 0.009%에서 0.134%로 크게 늘었다. 강원은 지난해 주민참여예산 반영률이 0%였는데 올해는 0.049% 반영했다.
반영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제주로 0.45%를 기록했다. 서울(0.24%) 대구(0.22%) 인천(0.2%) 광주(0.18%) 등이 뒤를 이었다.
소병훈 의원은 "주민참여예산 공모사업은 시·도가 여건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렵지만 지난해보다 반영비율이 감소한 것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공모사업 형태의 예산만 감소했을 뿐 전체 주민참여예산 규모는 늘었다"며 "지자체 예산 편성과 집행에 주민들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금도 넘은 윤석열 검찰, 검찰 과거사委까지 수사 대상
검찰과거사위 성명 "윤석열 총장, '정치 수사' 그만 두라"
검찰 수사가 금도를 넘고 있다. 검찰이, 조직 내부의 '하명 수사',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수행한 검찰 과거사위 외부 조사단원까지 수사 대상으로 삼고 나섰다. <한겨레> 보도에 관해 윤석열 총장이 고소한 건을 빌미로, 과거사위 조사 과정을 검찰이 들여다보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외부위원과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 김학의사건팀 외부단원이 공동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21일 냈다. 윤 총장이 검찰권을 남용한다는 이유다.
특히 성명서에 따르면 검찰은 이번 <한겨레> 보도와 관련해 김학의팀 조사단원까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검찰이 검찰개혁 움직임에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조국 사태'의 여진이 공수처 논의와 검찰권 통제 논란으로 지속되는 와중에 '개혁 대상자'가 '개혁 주체'에 대한 수사에 나선 비상식적 상황이어서 사안의 파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외부위원과 외부단원들은 검찰의 과거사조사단 수사를 '정치적 수사'로 단정했다. 이날 과거사위 외부위원과 김학의팀 외부단원의 공동 성명서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에 걸쳐 조사단 김학의사건팀 내외부 조사단원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실시했다. 김학의사건팀 조사단원 중 3명 이상의 조사단원이 참고인 조사 요청을 받았거나, 실제 조사를 받았다.
이번 조사는 윤 총장 관련 보도 결과였다고 성명서는 지적했다. 윤 총장이 <한겨레>와 관련 기사를 쓴 기자, '보도에 관여한 사람들'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지난 11일 고소한 후 닷새 만에 이뤄진 조사이기 때문이다.
앞서 <한겨레>는 '김학의 사건' 재수사 과정을 아는 3명 이상의 핵심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이 지난해 말부터 김학의 사건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로부터 확보한 자료 중 윤중천 씨의 전화번호부와 갖고 있던 명함, 다이어리 등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확인했고 △조사단이 윤중천 씨를 불러 과거 윤 총장과 친분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조사단이 윤중천 씨 원주 별장에서 윤 총장을 수 차례 접대했다는 진술도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해당 보도 후 윤 총장의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서부지검은 해당 사건을 경찰에 내려보내지 않고 직접 수사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성명서는 "사실상 고소의 형식을 빌린 실질적인 총장의 '하명수사'"라며 "이해충돌 여지가 있는 윤 총장 개인 고소사건을 (경찰이 아니라 검찰이) 직접 수사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명서는 이어 "<한겨레> 보도 내용이 허위인지 여부는 1차 수사기록에 포함된 윤중천 씨 전화번호부와 명함, 다이어리 등과 조사단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김학의 사건 최종보고서를 통해 객관적으로 충분히 확인 가능하다"며 "윤 총장 관련 부분이 사실인지 여부나 면담보고서 작성 경위를 조사하는 건 윤 총장 고소사건에서 수사 대상과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성명서는 특히 서부지검의 전격적인 조사단원 수사에 관해서는 "윤 총장 명예훼손 사건 본질에서 벗어난 조사단의 조사 활동에 대한 수사"라며 "조사단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려는 매우 심각하고 위험한 시도"라고 반박했다. 즉, 성명서는 검찰이 윤 총장 지시를 받아 사실상 검찰 과거사를 조사하는 조사단을 직접 조사하는 것이 권력 남용이라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성명서는 "역대 정부 들어 처음 출범한 조사단 활동과 결과물에 대해 검찰이 수사한다면 검찰과거사에 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피해회복이라고 하는 검찰개혁의 취지를 짓밟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서는 이어 서부지검이 윤 총장, 즉 고소인 조사를 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고소, 고발 사건의 경우 고소인 또는 고발인 조사가 먼저 이뤄지는데, 이 같은 절차를 검찰이 밟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성명서는 "검찰이 고소인 조사도 없이 조사단 활동과 결과물 수사를 먼저 했다면 검찰과거사 조사에 대한 중대한 도전"을 한 것이라며 "매우 불공정하고 편파적이며 정치적인 수사"라고 주장했다. 성명서는 윤 총장을 두고도 권력남용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총장이 언론사를 고소한 것 자체가 언론 자유 침해 시도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성명서는 지적했다.
성명서는 특히 '수사보고를 받지 않겠다'는 윤 총장의 입장도 사실상 현실과 다르다고 규정했다. 지난 14일 이번 수사와 관련해 대검이 '조사단 관계자가 조사보고서를 일방적으로 작성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를 배포한 것을 두고 성명서는 "검찰총장 개인 명예훼손 사건에 검찰이 수사권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모두를 남용한 것"이라며 "검찰과거사 진상조사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난 검찰권 남용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성명서는 "검찰이 검찰과거사 조사결과를 수사하는 이례적인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윤 총장 고소 건을 경찰로 이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과거사 조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특히 윤 총장을 두고 "국민의 뜻에 따라 검찰개혁에 동참하고,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권고한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이대희 프레시안
임은정 검사가 싸우는 이유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10월4일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법정 내 공판검사 출입문을 잠갔다. 문 밖에는 쪽지 한 장을 붙였다. ‘징계 청원 글 게시판에 올려두었다. 나는 무죄 구형할 것이다.’ 2012년 12월이었다. 북한에 동조한 혐의로 1961년 15년형을 선고받은 윤길중 전 진보당 간사 재심 사건을 두고 위에서는 백지 구형을 명령했다. 검사에게 의견을 진술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에 앞선 3개월 전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감옥에 갇혔던 박형규 목사 과거사 재심 사건 당시에는 무죄 구형 결재를 내주었던 터였다. 바뀐 건 정권뿐이었다. 그해 겨울,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하며 두 사건을 담당했던 임은정 검사(현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잠자고 있던 검찰청법 제7조 2항 이의제기권을 깨웠다. 이의제기권은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로부터 검사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2004년 1월 참여정부가 검찰개혁 일환으로 도입했다. 법무부 검찰국과 대검이 절차 규정을 만들지 않는 식으로 사문화시킨 탓에 있으나 마나 한 법이었다(절차 규정은 2017년 12월에 만들어졌다).
자연스럽게 임 검사의 이의제기권은 묵살됐고 윤길중 전 간사 재심 사건은 검사 교체 순서를 밟는 듯했다. 임 검사가 법정 내 문을 걸어 잠그기 전까지는 그랬다. 검찰은 명령불복종 등을 이유로 임 검사에게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2001년 임관 이후 인천·대구·부산·광주 지검에 이어 서울중앙지검과 법무부 파견 등을 거친 임 검사의 커리어가 꼬이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2013년 5월 시작한 징계처분 취소 소송이 대법원까지 거치며 5년 넘도록 지난하게 이어지는 와중에 2015년 검사 적격심사 기간이 돌아왔다. 검사 적격심사는 2004년 도입되었고 검사들은 임명 뒤 7년마다 이 심사를 받는다(2018년부터 검사 적격심사 주기가 5년으로 바뀌었다). 그중 심층적격심사 대상으로 분류되면 특정사무감사를 받게 된다. 임 검사는 대상자 6명 중에 포함됐다. ‘직무수행 능력’ 이외 요소가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상 나가라는 압박이었다. 그뿐 아니었다. 보복 배당과 승진 누락, 근속기간 원칙을 무시한 발령이 이어졌다. 버텼다. 2017년 10월 징계취소 판결이 확정됐다.
그에게도 눈을 감고 입을 닫았던 시절이 있었다. 검사를 오래 하고 싶었고, 그러려면 조직 논리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는 ‘바람개비’라고 스스로를 자조했다. 부끄러움을 이불 대신 덮고 자는 날이 늘었다. 검사를 오래 하기 위한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뒤척였다.
임 검사는 2012년 재심 사건과 그에 따른 징계무효 소송을 통과하며 그 길을 만났다. “항명 파동을 일으키고 징계를 받아 곳곳을 전전하며 검찰의 가장 초라한 현실을 눈으로 보고 느낀 생존자”(10월5일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로서 발언하기 시작했다. 일기장의 다짐을 잊지 않으려니 온통 울퉁불퉁 거친 곳만 골라 딛고 서야 했다. “그물에 걸리면 생채기가 생긴다. 이렇게 부딪쳐가다 보면 결국 그물이 찢길 터. 그리 믿고 씩씩하게 걷자. 그리고… 내 뒷사람들이 아프지 않게 이 그물을 찢어버리고 말 테다(2012년 9월 일기, <경향신문> 6월9일 칼럼 인용).”
“검찰 사라져도 할 말 없을 것”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끊임없이 검찰의 반성과 자성을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개혁도 반성도 ‘셀프’로 하는 검찰 조직은 철옹성 같았다(18쪽 기사 참조). 임 검사는 글을 쓸 때마다 부장검사실로, 차장검사실로, 검사장실로 불려 다녔다. 그나마 그건 동료들의 ‘조롱성 댓글’보다 참을 만했다. 각종 헛소문이 장마철 폭우처럼 쏟아졌다. 정치에 뜻이 있어서 저런다는 꼬리표가 내내 따라다녔다. 실제 영입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래도 검찰 내에서 버틴 보람이 없지는 않았다. 임 검사처럼 검찰 내부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다른 목소리’가 힘을 내기 시작했다. 2018년 춘천지검에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수사한 안미현 검사(현 의정부지검)가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했다. 같은 해 1월 서지현 검사가 ‘미투’를 시작했을 때도 임 검사는 자신의 경험을 추가 폭로하며 ‘곁’이 되었다. 문제 앞에서 적당히 넘어가지 않는 다른 동료들이 생기면서 임 검사도 힘을 낼 수 있었다.
검사도 잘못하면 처벌받는다는 선례를 만들고 싶었다. 임 검사가 ‘글’에서 멈추지 않은 까닭이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동료들의 잘못을 조사해달라고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노골적인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사례를 찾아냈다. 대검 감찰 제보 시스템을 통해 감찰과 처벌을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찰은 스스로에게 칼을 겨누지 않는다. 결국 어떤 사건은 경찰로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지난 9월20일 고발인 조사차 서울 중랑구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한 임 검사는 “내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경찰에 와야 하니 슬프다”라고 말했다.
임 검사가 공론화하고 있는 ‘제 식구 감싸기’ 사건은 크게 두 건이다. 검찰이 사표 수리로 덮으려 했던 사건 중 외부에 알려지며 뒤늦게 수사 중인 사건들이다. 먼저 2015년 후배 검사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인 진○○ 전 검사 사건이다. 임 검사에 따르면 진 전 검사는 아버지가 검사장을 역임한 ‘귀족 검사’였다. 임 검사는 진 전 검사 성추행 사건 당시 감찰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해, 김진태 전 검찰총장과 김수남 당시 대검 차장 등 검찰 간부들을 서울중앙지검에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에 고발한 사건은 ‘부산지검 고소장 위조’ 사건이다. 2016년 부산지검 윤○○ 검사(현 변호사)는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분실했다.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윤 검사는 민원인이 냈던 다른 사건에 첨부된 고소장을 복사해 상급자 도장을 임의로 찍어 위조하는 방법으로 분실 여부를 숨겼다. 공문서 위조는 중대 범죄로 분류돼 벌금형이 없고 최하가 징역형임에도 윤 검사는 별다른 징계 없이 그해 6월 사표를 내는 것으로 무마됐다. 윤 전 검사 역시 아버지가 한 금융지주회사 대표였다. 임 검사는 이 사건 처리와 관련해 김수남 전 검찰총장, 김주현 전 대검차장 등을 직무유기로 경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검찰에 부산지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9월9일 기각됐다.
임 검사는 10월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지난해 9월 검사윤리강령이 개정되면서 소속 기관장 승인 없이 신고만으로도 외부 인터뷰와 국회 출석이 가능해졌기에 현직 검사로서는 처음으로 경찰청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설 수 있었다.
이날 임 검사는 국정감사에서 15분여간 “검찰이 없어져도 할 말이 없을 만큼 난장판이다”라며 검찰개혁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작심한 듯 발언을 이어갔다. 10월8일에는 임 검사에 이어 서지현 검사가 고소한 사건에 대해 서초경찰서가 대검찰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중앙지검이 기각한 사실이 알려졌다. 서 검사는 2010년 사건 당시 인사 책임자였던 권순정 당시 검찰과장(현 대검찰청 대변인)을 직무유기로, 문홍성 당시 법무부 대변인(현 대검 인권부장)과 정 아무개 당시 법무부 인권국장(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에 대해서는 이프로스 등에 2차 가해에 해당하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바 있다. 다음 날인 10월9일 임 검사는 관련 기사와 함께 페이스북에 긴 글을 올렸다. “역시나… 싶어 한숨을 쉽니다. 참 한결같네요. 저도 그 한결같음에 맞서 한결같이 버텨봐야겠지요. 그럴 각오입니다.”
장일호 기자 시사인
'촛불집회 계엄령' 통지서에 찍힌 윤석열 총장 직인, 검찰 뜻밖의 발언
계엄 문건 사건 불기소이유 통지서 (군인권센터 제공) © News1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이 지난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옛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0.2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검찰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 수사를 덮었으며 여기에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관여했다고 주장한 군인권센터는 '윤 총장은 관련이 없었다'는 검찰 측 해명에 "비겁하고 무책임한 거짓말"이라고 재차 반박했다.
센터는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당시 수사 최종책임자는 윤 총장이었으며, 계엄 문건 사건의 불기소이유 통지서에도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직인이 찍혀 있었다며 이렇게 밝혔다. 대검찰청은 계엄 문건 사건에 윤 총장이 관여했다는 센터 측 주장에 "기무사 계엄령 문건 합동수사단(합수단)은 2018년 7월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기존 검찰 조직과는 별개의 독립수사단"이라며 "합수단 활동 기간 중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지휘·보고라인이 아니어서 관여한 바가 없다"고 23일 해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센터는 "합수단은 별도의 독립 수사기구가 아니며 엄연히 민간 검찰이 참여했다"며 "군검찰만으로는 계엄 문건과 관련된 민간인을 수사할 수 없어 민간 검찰과 합동으로 수사단을 꾸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민간인 신분인 피의자는 군검찰이 아닌 민간 검찰이 책임을 지는 구조"라며 "민간인 피의자에 대한 판단의 최종 책임자는 당시 합수단장과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윤 총장을 가리켜 "검찰총장이라면 조직의 수장으로서 수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재수사를 검토한다고 해야 정상"이라며 "그런데 책임이 합수단에 있다며 비겁하고 무책임하게 하급자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센터는 당시 해당 사건의 불기소이유 통지서의 발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돼 있으며, 서울중앙지검장의 직인도 찍혀 있다며 윤 총장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인 윤 총장의 직인이 찍혀 있고, 사건번호도 서울중앙지검 사건번호로 돼 있다"며 "합수단이 독립적인 수사단이었다면 왜 서울중앙지검장이 사건을 관할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직인이 있는데도 보고를 받지 않았으며 수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합수단장이 직인을 훔쳐다 찍었다는 말과 다름없을 것"이라며 "무책임한 변명을 하는 검찰 조직의 수장에게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관심사안 수사는 특수부를 투입해서 먼지털이식으로 임하는데 내란음모사건 수사는 불투명하게 덮었다"며 "검찰 개혁의 시급함을 다시금 절감한다"고 덧붙였다.
임태훈 센터 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 때 촛불집회를 진압하기 위한 '계엄령 선포계획'이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보고됐으며, 검찰은 지난해 수사 과정 중 이를 인지하고도 사건을 덮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표창원 “지옥 같았다” 이철희 이어 불출마 선언… 짐싸는 스타 초선들
표 “조국 사태 보며 불면의 밤 보내… 청년들 느꼈을 실망감에 가슴 아파”
與의원들 “정작 나가야 할 중진들 꼼짝 않고, 꼭 필요한 분들이” 침통
잇달아 21대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여권이 종일 술렁였다. 같은 당 이철희 의원도 지난 주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터라, 여당 의원들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어렵사리 영입한 스타 초선 의원들이 줄줄이 ‘탈진’을 호소하며 떠나는 여의도에는 누가 남을까. 한국 의회 정치에는 어떤 희망이 있을까. 정치적 미래가 보장된 두 초선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던진 난문에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여당의 표정이 복잡미묘해졌다.
표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가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했다”며 “사상 최악의 20대 국회,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표 의원은 “사상 최저라고 알려진 법안 처리율, (야당의 국회 회의) 20여 회 보이콧, 패스트트랙 처리를 둘러싼 폭력과 회의 방해 사태, 막말과 무례와 비방과 억지 독설들”을 비롯한 국회의 구태를 조목조목 열거했다. 이어 “여야 각자 나름의 이유와 명분은 있겠지만, 국민 앞에 내놓을 변명은 없어야 한다”며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반성과 참회를 하고, 저는 제가 질 수 있는 만큼의 책임을 지고 불출마의 방식으로 참회하겠다”고 밝혔다.
표 의원의 입장문에는 ‘정치를 하는 이유’를 끝내 찾지 못한 고민과 회의가 가득 담겼다. 표 의원은 “정치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다짐, 당리당략에 치우치지 않고 오직 정의만을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겠다는 초심이 흔들리고 위배한 것은 아닌가 고민, 갈등, 아파하며 보낸 불면의 밤이 많았다”며 “합리화를 해도 분명 객관적 ‘정의, 공정, 기준’에서 벗어난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반성했다. 이어 “하나하나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4년의 임기를 끝으로 불출마 함으로써 그 총체적 책임을 지고자 한다”고 했다.
표 의원은 이날 오후 의원회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미리 말하면, 출마하라고 하실 것 같아 (지도부에는) 10분 전 말씀 드렸다”고 했다. 또 “(조국 정국에서) 무척 많은 불면의 밤을 보냈고 괴로웠다”며 “우리가 그간 그렇게 공정, 정의를 주장했는데 내로남불로 비쳐지는 게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젊은 세대, 청년들이 느꼈을 실망감이 너무 가슴 아팠고, 30년 가까운 평생을 경찰, 프로파일러로 살았는데 수사 절차에 있어 독립성은 어떤 경우에도 지켜주고 싶어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여당 의원으로서 검찰 수사에 날을 세우는 것이 심한 내적 갈등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그는 “제 개인의 감상이나 생각, 갈등 때문에, 우리 당이나 정부,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아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버텼지만 법사위는 지옥 같았다”고 돌이켰다.
표 의원의 갑작스러운 불출마 선언에 여당 의원들은 침통해 했다. 한 중진 의원은 “극구 말렸는데 표 의원이 기어코 마음을 먹었다”며 “정작 나가야 할 사람들은 복지부동인데 훌륭하고 유망한 초선들이 떠나고 있어 큰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같은 초선인 박찬대 의원은 페이스북에 “표 의원 때문에 마음이 심란하다. 부럽기도 하고. (…) 밥 생각도 없다"고 적어 어수선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불출마가 알려진 직후 여당 의원들의 모바일 단체 채팅방에는 “이 불출마 반대일세” 라는 글이 올라왔다.
2015년 문재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 이철희 의원과 표창원 의원을 영입하며 활짝 웃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철희, 표창원 의원의 연쇄 불출마 선언은 암담한 정당 정치의 미래에 시사점을 던지며 종일 여의도를 동요시켰다. 개혁 성향의 두 의원은 대중 인지도와 전문성을 두루 갖춰 정치권의 자산으로 평가돼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이었던 2015년 공들여 영입한 의원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이변이 없는 한 차기 총선 공천을 받을 것으로 점쳐졌음에도 ‘자발적’ 불출마를 택했다. 정치 생명이 강제 종료될 위기에 처한 다선 의원이 아닌, 한창 주가가 높은 초선 의원들이 연달아 불출마를 택한 이례적 상황이다.
‘국회의원의 금배지 = 권력의 정점’이라는 구세대의 공식이 깨지는 시그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 의원은 불출마의 변에서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다. 바꿔놓을 자신이 없다.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기조차 버겁다. 이미 소진됐다”(이 의원)거나 “병역 의무를 치르는 느낌으로 지치고 소진됐다”(표 의원)고 토로하며 막막한 무기력함을 호소했다. 두 의원 모두 국회 법제사법회원회 소속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참여했다. 때문에 ‘조국 사태’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며 정치의 실상을 목격한 것이 불출마 결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왔다.
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전문성과 스타성을 갖추고 노력하는 초선들이 재선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면서 “당을 위해 퇴진을 결단해 주셔야 할 중진들은 출마 의지를 다잡고, 초선들이 지쳐서 불출마를 밝히는 현 상황이 씁쓸하다”고 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지방까지 번진 집값상승 바이러스
지방 아파트값이 2017년 8월 셋째주 이후 112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한국감정원 제공>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시작된 아파트 값 상승세가 지방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역대급 자금출처 조사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 '핀셋 규제'로 서울 부동산 시장을 옥죄자, 지방에서 '풍선효과'가 유발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3년여만에 부동산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울산 등지에서는 서울 등 큰손들의 원정투자 행렬이 이어지면서 과열·투기 조짐까지 감지되고 있다.
2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이번주 지방 아파트 값은 0.01% 올라, 지난 2017년 8월 셋째주 이후 112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5대광역시는 전주 0.04%에서 이번주 0.06%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대전(0.39%), 대구(0.03%)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였고, 최근 집값이 바닥을 찍은 울산 아파트값도 0.13% 올랐다.
지방 집값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대·대·광(대전·대구·광주)'의 선두주자 격인 대전은 동구(0.55%)와 서구(0.46%) 등 입지가 양호하거나 정비사업 진행되는 지역 위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중구(0.49%)는 서대전역 인근 위주, 유성구(0.26%)는 도안 신도시 등 선호단지 수요와 개발 기대감(유성복합터미널 등)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장기간 집값이 약세였던 울산도 '바닥권' 인식이 확산하면서 오름폭이 커졌다. 울산 울주군이 신규 입주물량 소진으로 0.27% 상승했고, 북구(0.19%)와 남구(0.13%)도 신축 수요와 정비사업 호재 등으로 지난주보다 많이 올랐다.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자 원정투자도 활발히 유입되고 있다. 감정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주택 매매 거래 통계를 보면 올들어 8월까지 울산에서 거래 신고된 주택 가운데 서울 거주자가 매수한 경우는 총 114건으로, 전년 동기(85건)대비 34% 증가했다. 특히 울산 최고 부촌으로, 투기 수요가 높은 남구는 서울 거주자의 매수 건수가 53건으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작년 24건에 비하면 120.8% 급증한 수치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를 피해 서울 큰손들이 울산 지역 고가 아파트 매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분양가 상한제의 역풍을 맞고 있는 셈이다.
국경없는기자회 회장 “‘기레기’는 세계적 현상”
KPF저널리즘컨퍼런스 기조 강연 “언론, 오랫동안 기득권으로 비추어진 것 사실” 전문성 강화·뉴스 생산과정 신뢰 회복 주문
피에르 아스키 국경없는기자회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기레기’ 같은 언론불신은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피에르 아스키 회장은 24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KPF저널리즘컨퍼런스 기조 강연에서 “프랑스에도 ‘기레기’와 유사한 ‘똥-미디어’라는 불어 표현이 있다”고 전한 뒤 “어디나 좋은 기자 나쁜 기자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정직하게 일하는 기자들에게는 ‘기레기’ 같은 단어가 불공정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날 모든 의견은 양극화되고 있다. 미국도 영국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사회여론을 양극화시킬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언론과 언론인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래야 전문적인 미디어 영역 밖에서 자신들만의 정보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언론 신뢰 하락에는 “혼란을 조장하는 쪽의 책임도 있겠지만 언론의 책임도 있다. 저널리즘이 불평등 피해자들에게 오랫동안 기득권의 일부로 비추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피에르 아스키 회장은 언론인들을 향해 “사실이라는 개념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포스트트루스’(탈진실) 시대다. 언론이 조직적으로 사실 기반의 사회를 재정립해야 한다. 소위 ‘대안적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탈진실 시대라는) 현 상황은 정치의 양극화와 관련되었기 때문에 단순히 언론의 영역에서만 이뤄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피에르 아스키 국경없는기자회 회장.
피에르 아스키는 CFJ 파리 기자양성센터를 졸업하고 프랑스 뉴스통신사 AFP 기자를 거쳐 프랑스 유력 일간지 리베라시옹에서 베이징 지국장으로 일했다. 이후 리베라시옹을 떠나 현재 국제 시사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국경없는기자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베이징 특파원 시절 언론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 일하는 게 뭔지 경험했다. 리베라시옹 블로그를 오픈했더니 6개월 뒤 차단됐다. 공산당이 말하는 사실은 있었지만 진실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을 향한 전 세계적인 위협과 함께 저널리즘의 위기를 언급했다. 그는 “르몽드는 은행자본이 인수했고 리베라시옹은 통신사가 인수했다. 기자 수천 명이 정리해고됐다. 독재정권은 공개적으로 기자들을 혐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디지털플랫폼의 성장으로 기자들은 정보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베라시옹을 나와 독립언론을 세웠지만 인터넷은 전쟁터가 되었고 우리는 패배했다. 극우파에 패했다. 공격을 받았지만 방어할 줄 몰랐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집단이 여론을 조작하고 이용하는 방법을 잘 알게 됐다. 전통적 미디어의 역할이 약해지면 기자들의 역할도 약해지고 정당성을 잃게 되며 불신받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반응이 느렸다. 브랙시트와 트럼프 당선을 보고 나서야 상황파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강한 디지털 플랫폼 구축은 전 세계적으로 완전히 실패했다”며 “점점 전문적 저널리스트가 없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 늦었지만 우리의 근간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경없는 기자회 로고.
그는 허위조작정보에 대응하며 언론의 자유라는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 국경없는기자회가 준비 중인 저널리즘 트러스트 이니셔티브(JTI) 프로젝트를 전 세계적으로 확대 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JTI는 좋은 언론에게 일종의 ‘인증서’를 주고 나쁜 언론의 경우 징벌적 조치까지 고려하는 프로젝트다. 2017년 4월 국경없는기자회·AFP통신·유럽방송연맹·글로벌에디터네트워크 등이 모여 JTI를 출범시켰다. 그는 “JTI 프로젝트는 블랙리스트가 아닌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더 좋은 정보를 검색엔진 앞에 내놓자는 의미”라며 2020년에 구체적 모델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현 국면에서 “언론의 근본을 다시 상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에서는 가짜뉴스를 내보낼수록 돈을 번다. 디지털혁명 모델의 도전에 맞서 적절한 대응이 부족했다. 정보 흐름구조가 완전히 변화하며 언론의 영역은 극히 일부가 되었다”고 지적한 뒤 언론인들을 향해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선 최선을 다해 우리의 전문성을 세워야 한다. 끝없는 자기반성 속에서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며 뉴스 생산과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가짜뉴스 처벌” 국민청원, 정부 답변 나왔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팩트체크 활성화·미디어 교육의 양적·질적 확대” 강조하면서 언론 역할 주문
“가짜뉴스를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에 정부가 답했다.
8월26일부터 한 달간 약 23만 명이 참여한 이번 청원은 “최근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무분별, 무차별적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고, ‘아니면 말고’ 식의 가짜뉴스가 언론사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며 “가짜뉴스를 없애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청원인은 “일본과의 무역 갈등에서도 (언론이) 가짜뉴스로 국민을 호도하며 편을 가르는 등 (가짜뉴스가) 국가의 암적인 요소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4일 이 같은 청원에 답변했다. 한 위원장은 “정보의 공급 주체가 전통적인 미디어에 한정되지 않고 온라인상의 매체로 확대되면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미디어의 경계를 넘나들며 유통되고 있다. 사실과 다른 허위정보가 온라인에서 만들어지면 언론이 이를 그대로 보도하고, 이러한 언론의 오보는 온라인에서 또다시 부풀려져 재생산되고 있다”며 “가짜뉴스는 언론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고, 건강한 공론의 장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현재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피해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구제 가능하다”며 언론중재법에 따라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 및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방안, 온라인에 유통되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인터넷 사업자에게 삭제나 임시조치 등을 요청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한 위원장은 “허위조작정보가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에 해당하거나,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유해정보인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삭제와 접속 차단과 같은 시정요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방통위원장은 기존 제도의 활용에 더해 팩트체크 활성화를 문제해결방안으로 내놨다. 한 위원장은 “팩트체크 기능은 허위조작정보의 폐해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제시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는 언론사·연구소·비영리단체 등 모두 194개의 다양한 팩트체크 기관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언론사 또한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사실 검증이라는 저널리즘 기능을 강화해 팩트체크를 실시하고 보도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언론사 등 민간의 자율적인 팩트체크 기능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는 없으나 팩트체크라는 사회적 장치가 활성화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계속 검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허위조작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 스스로 비판적으로 정보를 수용해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판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보 판별력을 높일 수 있는 미디어 교육의 양적·질적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허위조작정보 대책 등 소위 ‘가짜뉴스 대응방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듯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할 기본 원칙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뒤에 숨어 민주주의 공론의 장을 훼손하는 악의적인 의도를 지닌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방관할 수만은 없다.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규제 수준과 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계실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 위원장은 이날 답변에서 언론계를 향해 “언론사 본연의 임무인 기사 작성 과정에서도 사실관계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이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언론의 기본 책무”라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퇴 직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언론 스스로 신뢰받는 언론을 위해 자기 개혁의 노력을 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발언한 부분과 이어지는 대목이다. 오늘 청원 답변내용은 추후 방통위 차원의 허위조작정보 대책의 주요 골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불나무 - 양희은 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