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탈
우리나라 탈 저자 한국민속극박물관 학예연구실|한국민속극박물관 |2022.0
민속과 예술 연구지 서낭당 제8집
저자 : 한국민속극박물관 학예연구실 (엮음)
한국민속극박물관은 민속학자 심우성(沈雨晟, 1934-2018)이 수집한 민속연극용 인형, 가면(탈), 전통악기, 무속자료, 각종 연희에 사용되는 소도구, 서적 등을 전시해 놓은 전문박물관으로 충남 공주에 위치하고 있다. 1996년 10월 4일 개관했으며, 1996년 11월 문화관광부 제1종 박물관 제93호로 공주민속극박물관으로 등록했다가, 2020년 1월 설립자 심우성의 아들 심하용이 이어받으며 한국민속극박물관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규모는 부지 9398㎡, 건평 500㎡이며 전시실 2실(500㎡), 작업실 1실 (26.4㎡), 사무실 1실(18.6㎡), 자료실(34.4㎡), 강당(121.1㎡) 등을 갖추었다. 전시실은 민속극자료관과 농기구자료관으로 나뉘어져 있다. 전시 이외의 활동으로 운영하는 어린이/청소년/성인 전통문화예술 교육과 ‘민속’과 ‘예술’ 분야의 학술사업과 디지털 컨텐츠화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목차
발간사│『우리나라 탈』을 엮으며
나무 탈
나무로 깎은 얼굴, 그 다양한 표정의 유산들
하회 별신굿
병산 탈
본산대 탈
고성 탈
방상씨 탈
백제 기악 탈
열두 띠 탈
키 탈
방상씨 탈
양주 별산대놀이
남사당 덧뵈기
통영 오광대
고성 오광대
강릉 관노 탈놀이
북청 사자놀이
봉산 탈춤
동래 야류
강령 탈춤
처용 탈
수영 야류
송파 별산대놀이
은율 탈춤
가산 오광대
발 탈
진주 오광대
김해 가락 오광대
탈의 미학
책속으로
같은 자연물이면서도 나무가 주는 감촉은 쇠나 돌과 아주 다르다. 특히 한국인에게 나무는 특별하다. 우리 조상들은 자식을 낳으면 이를 기념하여 나무를 심었는데, 딸일 경우에는 오동나무, 아들일 때는 소나무나 잣나무를 심었다. 그 나무는 어린이와 함께 성장한다. 그러니 서로의 사이가 전혀 남남 같지를 않다. 딸이 성장하여 시집을 가게 되면 오동나무로 장롱을 짜서 혼수로 썼고, 아들 몫의 소나무나 잣나무는 그 아들이 늙어 세상을 떠났을 때 관을 짜는 재목으로 썼다. 이승의 인연이 저승까지 이어지게 한다는 염원이 담긴 풍속이리라.
---「나무로 깍은 얼굴, 그 다양한 표정」중에서
여기에서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탈 열일곱 점과 함께 『산대도감극(山臺都監劇)』이란 이름으로 본산대의 재담본〔臺訶本〕도 서울대학교가 함께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는 탈놀이가 시작되기 전에 고사를 드리는 격식이 그림으로 설명되어 있고, 춤사위의 종류와 배역들의 동작까지도 소상히 적혀 있다. 이 재담본을 살펴 열일곱 탈들의 됨됨이를 분석해 본다.
샌님 : 볼썽사납게 생긴 얼굴, 언청이에 지저분한 수염, 이름이 샌님이면 양반이겠는데, 애처롭기까지 하다. 몰골이 말이 아닌 것은 짓눌린 백성들이 마음으로 그려낸 분풀이의 결과가 아닐까.
말뚝이 : 샌님의 종인데,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는다. 눈썹과 얼굴 다섯 군데의 네모진 점이 특이하고, 우둔하고 영악한 양면이 오손도손하다.
취발이 : 나이는 지긋하나 장가를 들지 못해서 더펄머리를 하고 있다. 힘센 산사람의 상징으로 매사에 위험을 무릅쓰고 앞장서는데, 여자에게는 약하다. 눈썹 모양이 특이하고 콧등은 활발한 선으로 처리되어 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아주 착하다.
왜장녀 : 행실이 단정치 못한 여인으로, 수하에 젊은 애사당을 데리고 남자를 농락한다. 눈 가장자리에 붉은 빛이 도는 포주형이다.
애사당 : 여리디여린 불쌍한 소녀상인데, 행실이 순진하지만은 않다. 연지곤지 찍고, 왜장녀와 마찬가지로 눈가가 약간 붉다. 샌님과 여러 중과 관계를 맺고 취발이의 자식을 낳기도 한다.
포도부장 : 잡으라는 도둑은 잡지 않고 엽색행각에 정신이 팔려 있다. 봉건시대 타락한 관료상을 그대로 나타내는 인물이다. ---「나무로 깍은 얼굴, 그 다양한 표정」중에서
민속연구 심씨 3대가 만든 책 〈우리나라 탈〉
심하용 한국민속극박물관장, 조부 이석, 선친 우성 뜻 이어
하회별신굿 등 26종 200점…“우리 탈 흔적 찾는 지표 되길”
백제기악 탈, 심하용 한국민속극박물관장의 할아버지 심이석 선생이 복원했다.
심하용(53) 한국민속극박물관장은 〈우리나라 탈〉을 발간했다고 9일 밝혔다. 한국민속극박물관이 발간하는 민속과예술 연구지 〈서낭당〉의 8집인 이 책은 278쪽에 하회별신굿의 이매. 각시, 부네, 떡다리 등 우리나라 전통 탈놀이에 사용하던 탈 사진 200점이 실렸다.
책에 실린 탈은 하회별신굿을 비롯해 병산 탈, 본산대 탈, 고성 탈, 나무 방상씨 탈, 백제기악 탈, 열두 띠 탈, 키 탈, 짚 방상씨 탈, 양주 별산대놀이, 남사당 덧뵈기, 통영 오광대, 고성 오광대, 강릉 관노 탈놀이, 북청 사자놀이, 봉산 탈춤, 동래야류, 강령 탈춤, 처용 탈, 수영 야류, 송파 산대놀이, 은율 탈춤, 가산 오광대, 발탈, 진주 오광대, 김해 가락 오광대 등 모두 26종이다.
탈 사진은 심 관장과 그의 할아버지인 탈 제작자 이석(1912~2002), 아버지인 민속학자 우성(1934~2018) 선생 등 3대가 평생 만들고 수집한 것을 박옥수 사진작가가 기록한 것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나무 탈 33점과 백제기악 탈 15점은 할아버지 이석이 복원했다. 이 책에는 할아버지 이석이 제작자 시각으로 탈을 해석한 글 ‘나무로 깎은 얼굴, 그 다양한 표정의 유산들’과 아버지 우성이 민속학자의 관점에서 쓴 ‘탈은 왜 생겨났을까’ 글도 실렸다.
한국민속극박물관의 토대를 이룬 탈 제작자 심이석(왼쪽) 선생, 아들이자 민속학자인 심우성 선생의 생전 모습.
3대의 정성이 깃든 우리 탈은 모두 250여점에 달했으나 여러 이유로 뿔뿔이 흩어져 현재 70여점이 박물관에 남았다. 1996년 충남 공주시에서 문을 연 한국민속극박물관(cafe.naver.com/dolmorootown)은 심우성이 수집한 민속 연극용 인형, 가면(탈), 전통 악기, 무속 자료, 각종 연희 도구, 서적 등을 민속극 자료관과 농기구 자료관에 나눠 전시한다. 또 전통문화 예술 교육과 민속 예술 분야의 학술 사업도 하고 있다.
심하용 관장은 이 책이 우리 문화의 독창성을 찾는 자료가 되길 바랐다. 그는 “탈은 전통 연극과 무용, 전래 의식 속에 전해졌으나 지금은 본디 기능을 상실하고 골동품이 된 측면이 있다”며 “우리 민족의 역사와 사상의 소산인 전통 탈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한국문화의 뿌리를 찾을 수 있고 우리의 탈 유산과 주변 문화권의 탈 유산과도 견줄 수 있다”고 밝혔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한국민속극박물관 제공
탈의 의미
좁은 의미로서 탈은 사람이나 동물 등의 얼굴 모양을 만들어 분장에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말로는 광대, 초라니, 탈, 탈박, 탈바가지 등으로 불렸으며 한자어로는 면(面), 면구(面具), 가면(假面), 대면(代面), 가두(假頭), 가수(假首)등의 용어가 사용되었다. 넓은 의미로서 탈은 사고나 병이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흔히 ‘탈이 나다.’라는 표현을 쓸 때의 의미이다. 탈은 단순히 얼굴만 가리는데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존재로 변신을 할 수 있게 하는 도구이다. 즉, 탈을 쓴 순간만큼은 내가 아닌 탈의 얼굴을 한 존재로 변하는 것이다. 이 때 신의 얼굴을 한 탈은 재앙을 물리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탈의 역사
좁은 의미로서 탈은 사람이나 동물 등의 얼굴 모양을 만들어 분장에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말로는 광대, 초라니, 탈, 탈박, 탈바가지 등으로 불렸으며 한자어로는 면(面), 면구(面具), 가면(假面), 대면(代面), 가두(假頭), 가수(假首)등의 용어가 사용되었다.
넓은 의미로서 탈은 사고나 병이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흔히 ‘탈이 나다.’라는 표현을 쓸 때의 의미이다. 고대 몽골어에서 ‘탈’이란 ‘얼굴’을 의미하는 말이며 현대 몽골어에서도 ‘탈’은 ‘일면’, ‘한 면’, ‘생김’ 이라는 뜻이다. 고려시대에 몽골족인 원나라의 지배를 받은 우리말에 몽골어가 많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탈’이란 얼굴을 뜻하는 몽골어의 영향으로 보기도 한다.
탈은 단순히 얼굴만 가리는데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존재로 변신을 할 수 있게 하는 도구이다. 즉, 탈을 쓴 순간만큼은 내가 아닌 탈의 얼굴을 한 존재로 변하는 것이다. 이 때 신의 얼굴을 한 탈은 재앙을 물리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가면을 사용한 것은 원시시대부터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시시대는 수렵이 일상인 사회였다. 때문에 사냥을 일삼던 원시인들이 사냥감에 쉽게 접근하기 위한 도구로써 가면을 사용하였다. 사냥 후에는 죽은 동물의 영혼을 위로하며 또한 그 주술력을 몸에 지니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사회의 발달로 주술적인 목적은 약해지고 점차 종교적 의식용으로, 나아가 연극적 수단으로 변모하였다.
우리나라 탈의 기원은 부산의 동삼동에서 출토된 조개탈 등으로 보아 신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청동기시대의 암각화에도 탈로 추정되는 그림이 발견되었다. 더불어 삼국사기와 최치원의 향악잡영(鄕藥雜詠)에도 탈놀이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선녀탈, 서방백제양반탈, 원양반탈
삼국시대부터 궁중제의나 나례 등에 주로 연희되었던 탈놀이는 조선후기에 들어오면서 서민의식의 향상으로 신앙적인 측면보다는 양반사회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더욱 더해지면서 지금의 놀이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세계의 가면
가면은 세계적인 분포를 보인다.
가면은 반드시 어떤 행사에서 특별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기능이 있었다. 근대로 접어들면서 가면이 지닌 기능이 쇠퇴함에 따라 가면의 사용이 현격히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다양한 목적을 위해 가면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이슬람교의 코란(Koran)은 인간이나 동물의 형상을 꾸며서 상연하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에, 아라비아, 북동아프리카, 발칸을 포함하는 근동(近東) 지역과 이슬람교의 영향을 받은 북아프리카에서는 가면을 사용할 수 없었다.
가면은 그 목적과 기능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풍농을 기원하는 가면
가면의 주술적 기능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풍농 기원이다. 대체로 수렵, 목축 등으로 유동생활을 하는 민족에 비해 정착생활을 하는 농경민족에게서 더욱 풍부한 가면의 전통을 발견할 수 있다.
악귀를 쫓는 가면
가면은 악귀와 같은 혐오의 대상을 위협해서 쫓아버리는 벽사(?邪)의 기능도 한다.
장례식 때 사용하는 가면
장례용 가면은 악령으로부터 죽은 사람을 보호하는 기능, 죽은 사람의 영혼이 저승에서 끊임없이 방황하지 않게 하기 위해 본래의 모습이 파괴되는 것을 막는 기능, 장례시에 죽은 사람을 재현하는 기능 등 몇 가지 기능을 갖고 있다.
토템을 표현한 가면
토템을 숭상하는 민족은 오래전 자기들의 조상이 그 토템과 어떻게 결합되었는지에 관한 신화를 갖고 있으며, 그 내용을 종교의식에서 거행하는데, 이때 가면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술사들은 종종 그 자신의 매우 강력한 토템을 가졌었는데, 이들은 그 토템가면을 쓰고 악령을 쫓아낼 수 있었고, 적들을 응징할 수 있었으며, 사냥감과 물고기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고, 질병을 치료할 수 있었다.
축제 때 쓰는 가면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는 축제 때 가면을 착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축제에서는 가면을 자주 사용하였다.
신을 나타내는 신성가면
신성가면은 사원이나 사당(祠堂)에 안치해 두고 숭배하며 제사지내는 가면이나, 신을 나타내는 신성한 가면을 가리킨다.
가면극이나 무용에서 사용하는 예능가면
문화의 발전과 함께 인간이 인간과 자연 또는 인간과 신과의 문제를 주술로 해결하던 단계를 넘어, 인간과 인간의 문제를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가면극이 생겼났다. 가면극이나 무용에서 사용하는 가면을 예능가면이라고 부른다.
일본의 가면
일본에서는 가면극인 노오(能)와 교켕(狂言), 신사(神社)의 제사에서 공연하는 가쿠라(神樂), 사자놀이, 사슴춤 등에서 가면을 사용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는 만화, 만화영화, 캐릭터상품의 주인공들을 가면으로 제작하기도 한다. 또 프로레슬링에서도 가면을 사용한다.
일본의 대표적 가면극은 <노오>이다. 일본의 노오는 나라시대(奈良時代, 710-784)에 중국과 한국에서 들어온 산악(散樂) 즉 백희가 발전해 가마쿠라시대(鎌倉時代, 1192-1333)에 성립되었다. 간아미의 아들 제아미(世阿彌, 1361-1442)는 아버지를 이어 노오를 대성했다.
노오가면의 종류는 옹면(翁面), 남자가면, 노인가면, 여자가면, 귀신가면(鬼面)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옹면(翁面)은 경사스런 축복을 그 큰 기능으로 삼고 있다. 옹면은 노오가면 이전에 성립되었던 것으로서, 옛날 양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것을 신체(神體)로 모시는 신사(神社)도 많다. 옹면은 대부분 움직이는 턱을 갖고 있다. 즉 턱을 별도로 만들어서 끈으로 연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남자가면은 노인역과 미(美)소년역, 맹인(盲目)역의 인물과 준관(俊寬: 가부키에 나오는 중)과 같이 극한 상태에 있는 얼굴 모습의 경우에 사용한다. 노인가면은 노오에서 매우 많이 사용된다. 여자가면은 노오의 꽃인데, 젊은 여자, 중년, 노파 등 연령별로 계보가 있다. 귀신가면은 어두운 정념(情念)이나 악의 세계에 빠져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가쿠라는 원래 일본의 고유신앙을 섬기는 신사에서 지내는 제사로서, 그 정원에서 거행되는 예능하고는 구별되었다. 그러나 후대에는 제사와 예능이 섞여 하나로 통일되기에 이르렀다. 거대한 귀신의 가면은 사원면(寺院面), 혹은 축복하러오는 신의 모습의 흔적이다. 특히 묵극화(?劇化)한 가쿠라에는 노인가면, 남자가면, 여신가면과 효또코가면(입이 뾰족하게 나오고 짝짝이눈의 익살스러운 가면), 오카메가면(둥근 얼굴에 광대뼈가 불거지고 코가 납작한 여자의 모습인데, 장사의 번창이나 가내 안전을 기원), 염취가면(?吹面) : 한쪽 눈이 작고 입이 튀어나온 추한 모습의 남자가면인데 바보춤에 사용됨), 대소가면(大笑面: 크게 웃는 모습의 가면), 그외에 도화가면(道化: 골계스런 인물이 쓰는 가면), 동물가면으로 여우, 너구리, 꿩, 문어, 악어, 큰 뱀, 갑빠(河童: 물 속에 산다는 어린애 모습을 한 상상의 동물), 까마귀, 개, 원숭이, 고양이, 쥐 등이 나온다.
사자가쿠라(獅子神樂)의 사자가면은 악귀를 쫓아내는 의식을 거행한다. 하나의 사자가면 속에 두 사람이 들어가는 사자춤이다. 일본에서는 덴가쿠(田樂)의 사자놀이와 사슴춤(鹿踊)에 사자 가면과 사슴 가면이 나온다. 덴가쿠의 사자놀이는 단오 때 모내기의 모방춤이나, 풍농기원 수확제로서의 가을 축제에 나오는 사자춤이다. 사슴춤은 흔히 도약하는 춤을 추면서, 한 마리의 암사슴을 다수의 숫사슴이 차지하기 위해 다툰다고 하는 다소 연극적인 내용을 연출한다. 현대에는 금태랑(金太郞 : 옛날 이야기 속에 나오는 힘이 센 주인공), 도태랑(桃太郞 : 옛날 이야기의 주인공인데, 복숭아나무에서 태어나 귀신을 쫓는 인물), 종규(鐘? : 중국의 전설적인 인물인데, 귀신을 쫓는 인물), 혜비수(惠比壽 : 칠복신의 하나인데, 상가(商家)의 수호신으로서 오른손에 낚시대, 왼손에 물고기(도미)를 들고 있음), 반야(般若 : 액을 막아 줌), 대묵(大墨 : 칠복신의 하나로서 쌀섬 위에 올라서서 머리에 두건을 쓰고 요술방망이와 큰 자루를 가진 복덕(福德)의 신), 오카메, 효또코 등 일본의 전설이나 민화 등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가면으로 만든 것도 있다.
중국의 가면
중국 가면의 효시는 나례(儺禮)에 등장하던 방상시(方相氏)가면이다. 그리고 사자가면처럼 서역연희(西域演戱)의 영향을 받은 가면이 있다. 또 잡귀를 쫓기 위하여 벽에 걸어놓는 가면도 있다.
중국에서는 가면극을 나희(儺戱)라고 부른다. 나희는 원래 나례에서 기원한 것이다. 나례는 음력 섣달 그믐날 잡귀와 질병을 몰아내고 경사스런 일을 불러오기 위해 거행하던 의식이다.
중국의 나희는 지역에 따라 <나당희(儺堂戱)>, <지희(地戱)>, <관색희(關索戱)>, <제양희(提陽戱)>, <사공희(師公戱)>, <동자희(童子?)>, <변인희(變人戱)>, <선고잡희(扇鼓雜戱)> 등 다른 명칭을 갖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수많은 지역에서 나희가 전승되고 있는데, 특히 귀주성(貴州省)은 나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귀주성의 나희는 크게 변인희, 나당희, 지희의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변인희
인류가 막 변화하는 시대’, ‘인류 변화의 희’라는 뜻이다. 귀주성의 이족들이 매년 정월 3일부터 15일 사이에 공연한다. 그 목적은 사악한 것을 내쫓고, 길한 징조를 받아들이며, 풍년을 기원하려는 것이다. 보통 13명이 등장한다. 6명은 사람, 3명은 사자, 2명은 소로 분장하며, 2명은 징과 발을 친다. 이족의 상고시대의 이동, 농경, 번영의 역사를 내용으로 한다.
나당희
무당들이 공연하는데, 무당이 귀신을 쫓아 병을 고치고, 자식을 얻고, 재난을 없애기를 기원하는 풍속과 결합되어 있다. 나당희에서는 24개의 가면을 사용하는데, 가면들은 좋은 신인 정신(正神), 나쁜 신인 흉신(凶神), 세속적 인물, 어릿광대의 네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좋은 신은 모두 선량하고 정직하며 온화한 신의 모습이다. 그래서 가면을 자비로운 얼굴과 큰 눈, 넓은 얼굴과 긴 귀에 미소를 띤 형상으로 만들어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준다. 나쁜 신은 용감하고 흉악하며 기괴하고 위엄있는 신의 모습이다. 그래서 가면을 머리 위에 긴 뿔, 입술 밖으로 튀어나온 이, 치켜올라간 눈썹, 튀어나온 눈동자 등 과장된 모습으로 만들었다. 세속적 인물은 가면의 모습이 비교적 사실적이어서 변형이나 과장이 없다. 어릿광대는 극중에서 농담을 하는 골계적인 배역으로서, 그 모양은 왜곡된 코와 입, 드러낸 이와 일그러진 입, 가는 눈썹과 찢어진 눈, 아래턱이 없는 모습 등 황당한 가운데 풍부한 상상력을 표현하고 있다.
지희
농민들이 시골의 마당에서 공연하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귀주성의 안순현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데, 농민들이 오락으로 힘든 농사일을 편안하게 하며, 또 경사스런 일을 받아들이고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공연한다. 지희는 원래 군대에서 유행했던 역사적인 전쟁이야기를 공연 종목으로 갖고 있다. 지희에는 45개에서 100여개의 가면이 사용되는데, 크게 군대의 장수, 도인, 어릿광대, 동물의 네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군대의 장수가면
투구를 일반적으로 용과 봉으로 장식한다. 남자 장수는 용투구를 여자 장수는 봉투구를 쓰는데, 대붕, 흰 호랑이, 귀신, 박쥐, 연꽃 등의 장식을 한다. 귀날개는 주로 용봉과 각종 길상을 나타내는 화초로 장식 도안을 한다. 색채는 금과 은의 번쩍이는 색을 위주로 하고, 여러 색으로 보충하는데, 금빛찬란하고 화려하다.
도인가면
도사의 관을 쓴다. 닭부리 도인은 사람의 얼굴에 입은 닭부리를 하고 있는데, 관 역시 닭의 날개와 꼬리를 변형시킨 모양이다. 그래서 그 모습이 사람과 닭의 특징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괴기한 가운데 교활한 성격을 머금고 있다. 이외에 물고기입 도인, 원숭이입 도인, 나는 사발 도인 등도 유사한 방법으로 가면을 만들었다.
어릿광대가면
두 진영이 대치한 가운데, 싸움 중인 쌍방을 오가며 말을 전한다. 이들은 때로 한바탕 연설을 하기도 하고, 손과 발로 한바탕 춤을 추기도 하며, 익살스럽고 활발한 인물이다.
동물가면
사자, 호랑이, 용, 소, 말, 돼지, 원숭이 등이 나온다. 호랑이의 용맹함, 말의 온순함, 원숭이의 장난기, 돼지의 무던함 등 각 동물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가면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은 남아시아와 동아시아 양쪽 모두로부터 종교, 문학, 춤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풍부한 토착적인 공연 전통들을 가지고 이것들을 융합시켰다. 특히 동남아시아의 가면극들은 인도의 서사시 <라마야나(Ramayana)>와 <마하바라타(Mahabharata)>를 연극화한 경우가 많고, 여기에서 다른 가면극들이 파생하기도 했다. 태국에는 <콘(Khon)>과 <노라(Nora)>, 인도네시아에는 <와양(Wayang) 토펭(Topeng)>, <자우크(Jauk)>와 사자춤인 <바롱(Barong)>, 캄보디아에는 <라콘 콜(Lakon Khol)> 등의 가면극이 있다.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의 가면은 마녀(魔女) 란다와 신성한 동물인 바롱, 신성한 새인 가루다와 같은 상상의 동물, 그리고 신(神), 악령, 왕, 왕비, 공주, 영웅, 고승, 장수, 원숭이, 개구리 등과 노인 가면이 많다.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가면극은 자바와 발리 등지에서 전승되어 온 <와양(Wayang) 토펭(Topeng)>이다. <와양 토펭>은 자바의 고유한 무속적 매장의식과 성년의식들에서 시작된 탈춤이 발전하여, 12세기에 <와양(Wayang) 왕(Wwang)>이라는 가면극의 단계를 거쳐 18세기 후반에 성립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와양 왕은 처음에는 인도 서사시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를 연극화하였으나, 14세기 이후에는 자바의 전설인 판지(Panji) 이야기들을 연극화하였다.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사자춤인 <바롱(Barong)>은 <카로나랑(Caronarang)>이라는 전설에 기반한 것이다. 이 전설에서 늙은 마녀 랑다(Rangda)는 악을 대표하며, 묘지에 출몰하는 악령이나 마녀를 움직이게 하고, 마을마다 질병을 일으킨다. 랑다는 거대한 뻐드렁니에 두 개의 송곳니가 크게 튀어오르고, 눈은 크게 열렸고, 입에는 길고 빨간 혀가 드리워졌으며, 목 주변에는 인간의 내장이 휘감겼고, 백발이 무릎 가까이까지 늘어져 있으며, 긴 손톱에 배는 부풀어 빨간색과 하얀색의 가로로 된 줄무늬의 의상을 입고 있다.
마녀 랑다의 악행을 막아주는 바롱은 상상의 동물이다. 바롱은 사자 모습의 가면 안에 두 사람이 들어간다. 눈은 크게 벌렸는데 날카로운 형태이고, 얼굴은 맹렬한 빨간색이며, 온몸은 금색의 털로 뒤덮혔는데 거기에 작은 거울이 달렸으므로 약간 움직여도 빛을 발한다. 이것은 바롱의 영력(靈力)을 보여준다.
태국
태국의 대표적 가면극은 <콘>이다. 그외에 <노라> 또는 <마노라(Manora)>라고 불리는 연극에서도 종종 가면을 착용한다. 콘의 내용은 인도의 서사시 <라마야나>에 기초하고 있는데, 중요인물인 라마 왕자와 토사칸 마왕의 두 군대로 구분된다. 등장인물은 100명이 넘는데, 모두 금박(金箔)을 바른 것처럼 화려한 색채의 가면을 쓴다. 등장인물들이 무대 위에서 싸움장면을 연출하면, 태국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사원의 화려함과 장엄함을 보여주면서 멋지고 화려한 무대를 연출한다. 원래 가면을 쓰지 않는 것은 여성역, 천녀(天女), 마녀들이었으나, 점차 신들이나 주요한 남자역할도 가면을 쓰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는 가면을 쓰는 인물이 악마, 원숭이, 동물뿐이다.
태국의 주된 가면은 녹색을 기조로 한다. 초록색은 풍요, 생명, 자연, 건강을 나타내는 이미지이지만, 선한 자와 악한 자가 동일하게 녹색 가면을 착용하므로 색채에 따라 선악을 구분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가면 중에서도 황금색은 성질로서 기분이 좋다거나 힘이 넘쳐 흐르는 것을 나타내며, 흰색은 하늘이나 바람을 나타내므로 기(氣)의 생명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도
인도는 기원 전 이천 년 무렵 발생해 기원 후 10세기 무렵 쇠퇴한 산스크리트 연극을 비롯하여 풍부한 연극 유산을 갖고 있는 나라이다. 현재도 인도의 각 지방에는 수많은 민속극이 전승되고 있으며, 인도의 2대 서사시인 <라마야나(Ramayana)>와 <마하바라타(Mahabharata)>는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연극적 주제와 내용의 원천이다. 특히 카타칼리(Katakali) 등 인도의 전통연극에는 고대의 민속 가면들에 뿌리를 둔 화장술(make-up)이 탁월하게 발전해 있다. 인도의 대표적 가면극은 가면 무용극이라고 할 수 있는 <차아우>가 유명하다. 가면을 착용하는 <차아우(Chhau)>는 서벵갈주(West Bengal)의 서쪽 경계에 있는 푸룰리아(Purulia) 지방의 <푸룰리아 차아우>, 비하르(Bihar)주의 남부에 있는 세라이켈라(Seraikella) 지방의 <세라이켈라 차아우> 등이 있다. 차아우 이외에도 인도 남부의 켈라라(Kerala)주의 <팔가트(Palghat)>와 트리추르(Trichur) 지방에서 전승되고 있는 <쿰마티칼리> 등 많은 가면 무용극을 찾아볼 수 있다.
스리랑카
스리랑카의 대표적 가면극은 <코람>이다. 코람은 가면을 의미한다. 이외에 <소카리>라는 무언극에서도 일부 등장인물들이 가면을 착용한다. 코람은 원래 실론섬의 남쪽 해안지대에서 시작해 많은 지역으로 전파되었다. 소카리는 우다(Uda) 라타(Rata)와 반니야(Vanniya) 지방에서만 전승되어 왔다. 코람은 어떤 의식이나 제의와 관련된 가면극이 아니다. 반면에 소카리는 인간의 사업을 축복하고 재난을 받지 않도록 해 주는 목적을 가진 의식을 통해서, 숭배되는 신들 가운데 최고신인 파티니(Pattini)라는 여신에게 바치는 봉헌의 제물로서 연행된다.
스리랑카의 신할레스(Sinhalese)족은 질병가면인 라카사(rakasa)를 열아홉 개나 갖고 있는데, 매우 무서운 모습이다. 실론의 공식적인 처방전에서는 열아홉 종류의 질병들에 열아홉 종류의 귀신들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주술사는 열아홉 개의 가면들 중 각 질병에 상응하는 가면을 골라 쓰고 춤을 춰서 질병을 치료한다. 주술사는 병자를 치료할 때, 일반적으로 병자의 방에 제단을 만들고 꽃과 음식으로 장식한다. 그리고 주술사는 질병을 일으킨 귀신에 해당하는 가면과 복장을 착용하고 춤을 춘다. 이 춤을 해질녘, 한밤중, 동틀 무렵 등 세 번 반복한다. 이것은 역귀를 병자 밖으로 불러내어서 가면을 쓴 춤꾼 즉 주술사에게로 들어가도록 유인한다. 주술사는 마을 변두리로 나가서 잠시 동안 죽은 체하는 것에 의해, 병자와 마을뿐만 아니라 그 자신도 재앙의 귀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때때로 병의 원인이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열아홉 종류의 역귀들의 얼굴을 모두 나타낸 하나의 큰 가면을 사용한다.
출처: 고성탈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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