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어울리기/서평

소고기를 위한 변론

이성근 2022. 4. 3. 22:00

소고기를 위한 변론 니콜렛 한 니먼 지음이재경 옮김갈매나무2022.04.

 

NICOLETTE HAHN NIMAN

환경보호단체 워터키퍼 얼라이언스의 수석변호사로 일했으며, 가축의 공장식 사육을 혁파하기 위한 캠페인을 주도했다. 최근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과 가축 복지 향상의 옹호자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타임, 오 매거진, 팔레오 매거진등 유수의 잡지에 활약상이 소개됐고, PBS 뉴스아워, 닥터 오즈 쇼, 다이앤 렘 쇼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예일, 스탠퍼드, UC 버클리를 포함한 여러 대학에서 강연하였다. 2016년에는 식품을 주제로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 위크 다이얼로그에 전 세계 23명의 초청연설자 중 한 명으로 참석했다. 전작으로 돼지가 사는 공장이 있고,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LA타임스, 허핑턴 포스트, 디 애틀랜틱등 많은 보도매체에 글을 썼다. 캘리포니아주 볼리나스의 목장에서 남편 빌 니먼, 두 아들 마일스와 니콜라스와 함께 소들을 키우고 있다.

 

 

목차

서문

들어가는 글

 

1부 소와 지구

 

1. 기후변화와 소, 허구와 진실 사이

2. , 소를 먹이고 지구생태계를 살리다

3. , 오염과 부족은 소 탓이 아니다

4. 생물다양성, 방목의 재발견

5. , 목축으로 사막화 늦추기

6. 자연이 사람의 미래다

 

2부 소고기와 사람

 

7. 소고기는 어쩌다 건강의 적이 되었나

8. 우리는 왜 소고기에 끌리는가

 

3부 현실 그리고 미래

 

9. 문제 해결을 위한 선택

10. 윤리적 잡식주의자를 위하여

 

감사의 말

추천의 말

미주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기후위기에 관한 거대한 착각 !

이 위기의 주범 가운데 가 있다 ?

 

책은 1970422일 첫 번째 지구의 날을 맞이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2,000만 명 사람들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날 이들은 소고기산업을 미국의 대표적 환경오염 유발 산업 중 하나로 지목했다. 세계 최대의 소고기 생산국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걸까? 뒤이어 제레미 리프킨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육식의 종말에서 세계 곳곳이 오랫동안 과잉방목에 시달려 땅이 황폐화했다면서 소고기를 끊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후 소와 소고기는 어느새 공공연한 공공의 적이 되고 말았다.

저자도 환경보호단체의 변호사로서 이런 흐름에 동참하며, 소고기산업을 고발하기 위해 수많은 축산농가를 방문하고, 연구논문을 읽고, 전문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소가 지구생태계와 어떻게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지를 깨달았고, 이 모든 자료와 연구결과를 집대성해 직접 소를 키운 경험까지 덧붙여서 책으로 엮기에 이른다.

 

내 연구는 소가 기후변화의 주원인이라는 혐의가 본질을 흐리는 그릇된 주장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소와 소고기 때리기는 우리가 지구온난화의 주요 동인을 밝히고 그 동인을 막기 위해 쏟아야 할 에너지와 관심을 엉뚱한 데로 돌린다. 가축의 진정한 역할을 이해하려면 일단 자극적 슬로건과 미끼 링크를 넘어서야 한다.”

- ‘기후변화와 소, 허구와 진실 사이(26)

 

소가 온실가스의 주범이라고 ?아니, 소가 지구를 구할 거야 !

가축과 기후의 진실은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다. 제레미 리프킨의 말처럼 세계 곳곳은 정말 과잉방목으로 인해 땅이 황폐해졌을까? 이 책이 보여주는 사례들은 정반대다. 오히려 소는 죽은 땅을 되살아나게 할 유일한 희망이다.

의 저자 데이비드 몽고메리(워싱턴 대학 지구우주과학부 교수)는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땅은 경작지로 쓰일 때보다 방목지로 쓰일 때 평균적으로 더 상태가 좋다고 보았다. 애초에 플랜테이션 등 과잉 작물 재배로 인해 척박해진 땅이 가축 방목으로 재활용되어 방목이 생태계를 훼손한다는 인식이 생겨났을 뿐, 본래 땅은 방목장으로 활용할 때 토양 유기물이 풍부해지고 탄소격리 기능도 강화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야생생태학자로 일을 시작해 수십 년간 초지 복원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앨런 세이버리(세이버리연구소 대표)도 과거 생태학자들이 복원 불가판정을 내린 메마르고 헐벗은 지역이, 물이 풍부하고 동식물이 넘쳐나는 비옥한 땅으로 변하고 생물다양성이 급증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핵심에는 소가 있었다. “소는 입으로 풀을 뜯고, 발굽으로 식물 잔재를 흙으로 보내고, 지표를 부드럽게 하며, 분뇨를 통해 수분과 유기물을 풀과 토양으로 곧장 돌려보낸다.”

 

대기오염 문제와 관련해 메탄을 내뿜는 소라는 혐의는 어떤가?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광합성한 풀을 소가 먹고 소화해 다시 배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은 생물계통적 탄소순환의 일부일 뿐이다. 지구가 까마득히 오래전부터 해온 자연발생적 탄소순환을 환경오염이라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소 방목이 제대로 관리된다면, 공장식 축산이 배출하는 탄소의 총량보다 오히려 더 많은 양의 탄소를 토양으로 돌려보낸다. 즉 목초지에서 소를 풀어 키우는 방목은 오히려 대기 중 탄소를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메탄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적색육보다 곡물사료를 먹는 백색육으로 식료를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위험하다. 사료용 콩 생산을 위한 토지 확보나 작물재배로 인해 오히려 엄청난 양의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미국 유기농소비자협회에 따르면 브라질 벌채 지역에서 생산된 콩은 원산지 표기도 없이 미국 슈퍼마켓에서 팔리는 두부와 두유에 들어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소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 사람들의 구매 비용이 삼림 파괴, 대규모 단일작물 재배, 유독성 살충제와 제초제 사용 같은 파괴적 농법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더 높다.”

 

문제는 소가 아니라 소가 사육되는 방식이며, 문제는 소고기가 아니라 설탕과 밀가루, 식물성 기름이다. …… 이제 소를 우리 환경에서, 소고기와 버터를 우리 식탁에서 추방하자는 식의 극히 단순화한 해법들을 버릴 때가 됐다. 대신 이제는 소를 길러 식료로 바꾸는 방식(공장식 축산)을 개선하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할 때다. 그래야만 우리는 이 놀라운 동물이 제공하는 생태적, 영양적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소가 아니라 방법이다(It’s not the cow, It’s the how).”- ‘들어가는 글(19)

 

 

소고기는 어쩌다 건강의 적이 되었을까 ?

소에 관한 오해는 인간의 건강과 관련해서도 유래가 깊다. 1990, 맥도날드는 감자튀김에 사용하는 기름을 우지(쇠기름)에서 100퍼센트 식물성기름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다. 맥도날드는 왜 갑자기 감자튀김이 맛없어지는 선택을 했을까? 그 배경에는 소비자보호단체가 있었다. 이들은 감자튀김에 동물성지방이 아닌 식물성지방이 쓰이길 바랐다. 그들뿐 아니었다. 의사들도 거의 한 목소리로 적색육과 동물성지방 섭취를 줄이라 권고해왔던 것이다.

그 기원은 미네소타대학교의 역학자 앤셀 키스가 1953년 발표한 7개국 연구. 당시 키스는 포화지방을 많이 소비하는 국가 국민들이 심혈관질환을 많이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포화지방이 심혈관질환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키스의 권고에 따라 적색육과 버터, 마가린 같은 동물성지방을 버리고 그 자리를 식물성기름으로 채웠다. 그러나 당시 식물성기름에는 부분경화유, 즉 악명 높은 인공지방인 트랜스지방이 많았고, 그 결과는 현대인의 비만과 건강 악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어째서 이런 비극이 초래되었을까? 키스의 연구에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애초 그는 7개국이 아닌 22개국 데이터를 확보했다. 그러나 가설에 부합한 7개국 자료만 취사선택했다. 건강한 사용자 편향도 고려되지 않았다. 적색육이 주류 언론에서 오랫동안 악당 취급을 받았기에 적색육을 적게 먹는 사람들은 건강에 좋지 않은 다른 음식, 즉 정제설탕과 가공식품을 적게 섭취하고 운동이나 금연 같은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키스는 적색육과 포화지방 섭취와 심혈관질환 간 상관관계만 확인한 것이다.

 

한편 저자는 영국의 생리학자이자 의학 교수였던 존 유드킨의 연구 또한 자세히 설명한다. 다양한 음식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는 데 수십 년의 연구 인생을 바쳤던 유드킨은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인류가 수백만 년 전부터 먹어온 음식은 심장병 같은 심각한 만성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낮다. 그런 취지에서 고기, 생선, 과일, 채소는 본질적으로 믿을 만한 식료다. 반면 인류가 그동안 먹지 않았던 음식은 뭐가 됐든 의심해봐야 한다.” 유드킨은 7개국 자료뿐 아니라 22개국 동종 데이터를 모두 검토한 결과, 심장병 발병률과 설탕 소비량 사이에 진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이렇듯 여러 연구자의 의견과 정부 공식 자료를 검토한 저자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우리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론이 분분하다. 고기를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부터 고기만 먹는 것이 최상이라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나로서는 다음의 간단명료한 생각에 가장 신뢰가 간다. ‘우리 몸은 무엇을 먹도록 진화했는가? 그것을 먹어야 한다.’” - ‘우리는 왜 소고기에 끌리는가(308)

 

인류는 수만 가지 식물, 동물, 균류를 먹고 살아왔다. 그중에서도 육식에서 큰 이득을 보았음은 분명하다. 고기가 흔했던 시기에 살았던 고대 마야인의 유골을 보면, 고기가 귀해진 후대의 유골에 비해 성인 남성 골격이 평균 8센티미터가 더 크다. 100세 이상 노인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코카서스 산지의 러시아인들은 기름진 고기와 유제품을 많이 먹기로 유명하다. 저자가 보기에 이는 당연한 결과다. 소의 영양 가치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동물성 식품은 단백질과 아연, , 칼슘 등의 무기질의 공급원이며 동시에 무기질 흡수에 필요한 지용성 촉매를 제공한다. 식물과 동물이 포함하고 있는 영양분을 각각 비교해보면 이는 더 분명해진다.

 

지속가능한 지구생태계와윤리적 육식주의자를 위하여

부당하게 기소된 소와 소고기에 대한 무혐의를 이렇듯 속속들이 밝히고 나서, 저자는 다음 질문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누가 소를 이 땅, 생태계에서 앗아갔는가?” 이 질문은 진짜 고발되어야 할 공장식 축산업자를 겨냥한다.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공장에 소를 밀어 넣고, 항생제를 맞혀 사육하는 이들이다. 그로 인해 소가 사라진 초지는 기본 생명주기를 잃고 망가져 불안정성에 시달린다. 삼림은 베어지고 곡물사료 재배를 위한 땅으로 개간된다. 비는 식물과 땅에 흡수되지 못하고 어디론가 증발되며, 소가 밀집된 사육장 어딘가에서는 항생제가 든 액화분뇨 수백만 갤런이 만들어진다. 수질오염과 대기오염의 주범은 과연 누구인가?

 

다음 모습은 어떤가. 연중 내내 드넓은 목초지에서 살며, 곡물을 전혀 먹지 않는 이 소들의 주요 영양 공급원은 천연식생이다. 땅에는 어떤 경운과 식재, 관개도 필요하지 않다. 화학비료도 필요 없다. 땅을 울창하게 덮은 식생들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 물을 머금는다. 농장주는 저수 연못에 이 빗물을 모으고 중력시스템을 이용해 농장 전역에 흩어진 여물통에 물을 분배한다. 소가 목초지에 떨군 분뇨는 수분과 유기물을 풀과 토양으로 곧장 돌려보낸다. 소는 죽은 유기체를 밟고 짓이겨 땅속에 밀어 넣고, 목장의 풀과 여타 식생은 점점 더 번성한다.

이런 목장을 꿈꾸고 실현해온 저자는 제안한다. 적절한 계획과 감독으로 방목 관리를 하고, 약물과 호르몬을 주입하지 않고, 어린 소를 도살하지 않고, 도축 관행을 개선하는 것이 절실하다. 즉 우리에게 시급한 문제는 공장식 축산 문제를 바로잡는 일이며, 나아가 소를 자연의 일부로 되돌리는 일이라고 말이다.

 

달성 불가능한 잔혹함의 부재를 추구하는 대신, 나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자연의 본을 따르는 농업을 추구한다. ‘내가 동물에서 나온 음식을 먹고 있는가?’ 같은 질문은 결국 의미가 없다. 그 대답은 해당 음식의 생산이 해당 농장의 생태계에 공존하는 동물, 식물, 균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농사, 특히 작물 농사는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동물을 대량으로 죽인다. 따라서 더 의미 있는 질문은 이것이다. ‘이 음식은 자연의 기능에 따라 생산된 것인가?’ 내가 아는 바로는 그런 농사가 동물과 함께하는 농사다.”- ‘윤리적 잡식주의자를 위하여(386~387)

 

우리는 종종 묻는다. “우리는 왜 고기를 먹을까? 그리고 그것이 도덕적으로 옳은 일일까?” 이에 대한 대답으로 저자는 우리가 나머지 동물종과 완벽히 조화를 이루고 살 수 있다는 주장은 헛된 생각이라고 일갈한다. 우리가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동물의 모든 행동은 다른 동물에게 영향을 미친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이렇다. 특정 종의 이익 추구 행동은 언제나 지구의 나머지 생명체들에게 영향을 준다. 여우는 닭의 개체수에 영향을 미치고, 벼룩은 고양이에게, 비버는 숲에, 양은 풀에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고기를 소비하는 독자들에게 잘 키운 고기를 찾을 것을 권한다. 고기를 끊는 것은 푸드시스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도 못할뿐더러 사람에 따라서는 건강에 해가 된다. 막연한 죄책감과 불편함으로 고기를 거부하기보다 실질적인 소비자의 힘은 고기를 소비하되 좋은 산지의 고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당부다.

 

내 견해를 요약하면 이렇다. 인간은 복잡한 먹이그물에 속한 동물이다. 이 먹이그물에는 식물을 먹는 동물들, 다른 동물을 먹는 동물들, 심지어 동물을 잡아먹는 식물들까지 포함돼 있다. 이 책이 애써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모든 생명은 흙에서 왔고,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모든 동식물의 몸은 생장, 부패, 재생의 끝없는 순환 속에 동식물의 미래 세대에게 영양을 공급한다. 옛말처럼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돌아간다. 나는 그렇게 자연의 작용에 충실한 것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일 리 없다고 본다.”- ‘윤리적 잡식주의자를 위하여(382)

 

책속으로

내 취지는 특정 수치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육류, 특히 소고기와 기후변화의 연관성 문제에 아직 분명한 건 없다는 점을 증명하고 싶을 뿐이다. 사실 정확한 수치 산출에 선행하는 문제는 소가 지구온난화 위기를 정말로 심화하는지 여부다. 또한, 소는 지구온난화를 심화하지 않으며, 설사 그렇다 해도 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보지 않을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의 공론은 몹시 단순하다. “소는 기후변화를 야기한다. 해결책은 소 사육을 멈추고 소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다.” 이 같은 이원론적 단순화 사고방식은 사실상 문제의 핵심을 흐리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소를 지구 건강에 중립적인 방향으로, 또는 심지어 이로운 방향으로 사육할 수 있는지 여부다. 지난 20년 동안 이 문제를 탐구할수록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믿게 됐다. 정말이지 문제는 소가 아니라 방법이다.”

 

세이버리는 가축을 밀집 방목하되 자주 이동시킬 것을 주장한다. 방목은 토양 속 생물학적 활동을 촉진하고, 가축 배설물이 땅에 비옥도를 높인다. 가축 발굽이 토양 표면을 들썩여 씨앗을 밀어 넣고, 죽은 식물체를 흙에 다져 넣어서 토양 미생물의 분해작용을 돕는다. 이 과정이 토양탄소와 식물탄소를 생성하고, 땅의 수분 보유량을 높인다. 이것이 세계 곳곳의 사막화를 멈추고 반전시킬 유일한 방법이다. “실제 방목 일정은 목장마다 (계절마다) 다르고, 땅의 조건에 따라 계속 바뀌게 된다.” 세이버리 접근법의 철학은 애초에 초지가 진화한 조건을 최대한 재현하는 것이다. 그는 소가 땅을 바꾸지 않는다고 절대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그는 소의 존재가 지역 생태를 바꾼다는 사실을 최초로 인정한 사람이다.

---‘1. 기후변화와 소, 허구와 진실 사이중에서

 

소고기에 관한 책에서 왜 풀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소가 풀을 먹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이야기의 시작에 불과하다. 앞 장에서 살폈듯, 풀의 잎과 뿌리는 균류, 글로말린, 토양 미생물과 상호작용하며 거대한 초지생태계를 이루고, 그 모든 것이 지구온난화 방지에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중의 인식 부족에도 불구하고 풀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식물이다. 무엇보다 풀은 소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풀은 지구 지표면의 약 40%, 전 세계 농업지역의 약 70%를 덮고 있다. 풀은 세상에서 네 번째로 종류가 많은 식물로, 전 세계적으로 11,000종 이상이 있다. 하지만 풀은 대부분 거친 셀룰로오스로 이루어져 있다. 영양분이 적고 소화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소에게는 특별한 것이 있다. 바로 풀만 먹고도 살 수 있는 반추위가 있다. 소에게는 따로 먹이를 공급받지 않고도 지천에 깔린 천연식생만으로도 생존이 가능한 특수 능력(초능력이라 해도 무방하다)이 있다.---‘2. , 소를 먹이고 지구생태계를 살리다중에서

 

환경보호론자들은 엄격한 방목 제한을 주장한다. 하지만 소 방목은 이 봄연못의 생물다양성에 명백히 이롭다. 왜 그럴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다. 일단, 캘리포니아의 초원은 풀 뜯는 동물과 함께했던 유구한 역사를 가진다. 이 광범위한 풀 뜯기의 역사는 홍적세(일명 빙하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비교적 최근인 1800년대 후반에 가축이 도입되기 전에는 툴리 엘크와 가지뿔영양 무리가 풀을 뜯었다. 따라서 연못 종들은 일정 수준의 풀 뜯기에 적응돼 있다. 거기다 캘리포니아 센트럴밸리 초원의 식물종 구성은 유럽인의 정착 이후 현격히 바뀌어서 지금은 한해살이 외래종 풀이 주를 이룬다. 오랜 풀 뜯기 역사와 식물 군락의 변천이 만들어낸 지금의 생태계는 소가 만드는 변화에 순응하고, 소를 제거하면 오히려 빠르게 퇴화하는 종류의 생태계다.---‘4. 생물다양성, 방목의 재발견중에서

 

자연과 동물과 격리된 현대인의 삶은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나는 그게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는 리처드 루브의 말에 격감한다. “도시화한 사람들에게 식료의 원천과 자연의 실체는 점점 더 추상적으로 변해간다. 또한 도시 사람들은 동물을 과보호하거나 과하게 두려워하는 극단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나는 자연과의 단절이 현대인을 삶의 불가피한 요소들에서 유리시킨다는 생각이 든다. 신체적 노화와 쇠락을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 모두 질병, 부상, 고통, 그리고 궁극적으로 죽음을 겪게 된다. 이런 삶의 요소들을 다른 생물들을 통해 간접 경험하면 우리 자신을 거대한 생명순환의 일부로 보는 관점을 갖게 된다. 이는 우리를 각자의 삶의 여정에 대비하게 한다. 목장생활은 특히 이런 이해와 인식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들은 매일 식물과 동물을 보고, 만지고, 듣고, 냄새 맡는다. 식물은 끊임없이 싹을 내고, 자라고, 꽃피우고, 열매 맺고, 말라가고, 씨앗을 떨어뜨리고, 죽는다. 야생동물이든 가축이든 동물은 모두 짝짓기를 하고, 태어나고, 어미젖을 먹으며 자라고, 싸우고, 병들고 다치고, 죽는다.---‘6. 자연이 사람의 미래다중에서

 

30년 이상 채식주의자로 산 사람으로서 나는 육식을 피하는 이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다만 소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가 환경이나 건강에 해롭다는 생각 때문이라면 그건 정보 부족에 따른 오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소 사육이 환경에 본질적으로 해로울 것은 전혀 없다. 축산에 따른 환경파괴는 잘못된 관리 때문이다. 소고기가 건강에 해롭다는 우려도 사실무근으로 판명되고 있다. 반면 고기 섭취의 이점은 태고부터 알려져 있다. “인류의 원시 조상들은 주로 고기와 지방으로 연명하면서 채소, 과일, 씨앗, 견과류로 식단을 보충했다.” 샐리 팰런은 영양 공급 전통 Nourishing Traditions에서 이렇게 말한다. “원시인의 화석 유골 연구를 통해 그들이 튼튼한 골격, 육중한 근조직, 완벽한 치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8. 우리는 왜 소고기에 끌리는가중에서

 

미래의 식량 공급에 대한 우려는 마땅한 일이다. 다만 그 관심을 산업형 농업에 따른 목전의 위기에 돌려야 한다. 그리고 가축의 수가 아니라 가축이 어떻게 관리되는지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가축의 수는 농업 시스템이 우리의 경관을 파괴하는지 재생하는지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되지 않는다. 제대로 관리되는 방목은 우리가 현재와 미래에 세계를 무사히 부양하기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다. 한때 나는 육식을 피하면 어떤 동물도 내 식사를 위해 죽을 필요가 없다고 믿었다. 이제는 그 생각이 얼마나 틀린 생각이었는지 안다. 농사를 알게 될수록 그 생각이 얼마나 지독한 단순화였는지 절감한다. ---‘10. 윤리적 잡식주의자를 위하여중에서

 

 

소가 기후위기 주범? 그 논리 하나씩 씹어먹어줄게 소고기를 위한 변론

소가 기후위기 주범이라는 논리를 반박하는 <소고기를 위한 변론>은 방목사육된 소가 풀을 뜯고 밟는 과정에서 공기 중의 탄소를 다시 흙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소를 대량으로 기르고 소고기를 먹는 일은 지구에 해롭다. 지구 생태계는 인간의 욕심으로 풍선처럼 불어난 가축, 특히 소들의 발굽에 밟혀 초토화됐다. 소를 방목할 초지 마련을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을 비롯한 대규모 삼림이 파괴됐으며, 소들이 방귀로 내뿜는 어마어마한 양의 메탄은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축산업은 심각한 수준의 토양·수질 오염을 저지르고, 그렇게 생산된 소고기와 유제품은 인간의 비만율을 높인다. 그러니까 문제는 소다. 소를 먹지 않는 것이야말로 지구를 구하는 합당한 해결책이다.

 

그런 줄만 알았다. <육식의 종말>에서 제러미 리프킨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주요 언론과 전문가들 모두가 그랬다. 막연히 반박 불가라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 소에게 씌운 이 모든 혐의를 강력히 반박하고 나선 변호인이 있다. 환경보호단체 워터키퍼 얼라이언스의 수석변호사였던 니콜렛 한 니먼은 저서 <소고기를 위한 변론>에서 당당히 소의 편을 든다. 그는 소가 기후변화의 주원인이라는 혐의는 본질을 흐리는 그릇된 주장임을 밝히며 도리어 소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가장 실용적이고 비용효과적인 해법 중 하나라는 주장으로 내처 나아간다.

 

놀라운 주장이지만, 책은 허무맹랑하지도 과격하지도 않다. 근거들은 집요하게 느껴질 만큼 치밀하다. 저자는 지난 10년간 농업과 식량 생산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결과물들을 주시해왔다. 정부의 공식자료부터 각종 연구논문, 기사 등 방대한 데이터와 현장 탐사 및 인터뷰 등 취재 기록들이 그의 연구와 주장을 촘촘하게 뒷받침한다. “문제는 소가 아니라 방법이다라는 문장처럼 저자가 겨냥하는 것은 산업화된 농축산업이다. 그는 지구온난화의 주요 동인을 밝히고 막기 위해 쏟아야 할 에너지와 관심이 식탁에서 소를 추방하자와 같은 단순화된 흑백논리로 빠지는 것을 막고자한다. 저자 니먼은 환경운동가이자 변호사이고, 30년 넘게 채식주의자로 살았다. 20년 전 육우산업을 고발하기 위해 시작된 그의 연구는 제대로 된소 방목이야말로 지구를 구하는 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방목 소가 풀 먹고 내뿜는 방귀

풀이 머금은 탄소의 순환

농경은 흙의 식생 망가뜨려왔고

소가 풀 뜯고 땅 밟으며 복원했다

 

문제는 소가 아니라 방법이다

산업화된 농축산업의 공장식 사육

이를 위한 대규모 작물재배가

토양과 수질 빠르게 오염시키고

지국 온난화 부추기는 진짜 원인

소비자가 지구를 위해 할 일은

건강하게 키운 고기 소비하는 것

 

2006FAO가 발표한 보고서 <가축의 긴 그림자>인간이 유발하는 온실가스의 18%(201314%로 수정)가 육류 때문임을 밝히며 그중에서도 의 문제를 강조했다. 보고서는 양돈과 양계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소 사육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보다 낮다. 따라서 세계 식량 공급은 가축 방목을 줄이고 닭과 돼지의 공장식 사육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기술했다. 저자는 여전히 복음처럼 전파되는 이 보고서에 심각한 신뢰성 문제가 있음을 조목조목 밝히는 것으로부터 소에 제기된 부당한 혐의를 벗기기 시작한다.

 

저자는 먼저 18%라는 수치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삼림 파괴에 따른 탄소 배출이 실제 소 방목과는 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브라질 등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삼림벌채는 콩과 같은 수익성 높은 작물재배를 위한 것이지, 대개 목축 용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전 세계 고기소는 대개 (사료를 거의 쓰지 않는) 초지에서 사육되므로 벌채된 땅에서 생산된 콩 대부분은 전 세계 닭과 돼지용 사료로 쓰이고 있다고 말한다. FAO소 방목대신 장려한 닭과 돼지의 공장식 사육이 오히려 대규모 탄소 배출의 주범이라는 얘기다.

 

소와 같은 반추동물이 내뿜는 메탄 역시 지구온난화와 상관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자가 인용한 2008FAO와 국제원자력기구 공동보고서에 따르면 1999년 이후 대기 중 메탄 농도는 안정적이었지만, 동기간 전 세계 반추동물 개체수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소가 배출하는 탄소는 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에 원래부터 있었다는 사실이다. 소가 풀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메탄은 애초에 풀이 광합성을 통해 공기 중에서 흡수한 탄소와 같은 것으로 생물계통적 탄소순환의 일부. 소들의 방귀가 화석연료가 배출하는 탄소와 함께 온난화의 주범으로 묶이는 데는 부당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소고기를 위한 변론> 저자는 환경미래학자 세스 이츠칸의 연구를 인용해 잘 관리된 소 방목이 광범위하게 채택될 경우 토양의 탄소 흡수를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을 거의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저자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탄소를 흙으로 돌려보내는 소의 능력이다. ‘탄소격리는 산업활동을 통해 공기 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다시 거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방목된 소가 풀을 뜯는 일은 단순한 포식이 아닌 상생을 위한 탄소격리 활동이다. “소는 입으로 풀을 뜯고, 발굽으로 식물 잔재를 흙으로 보내고, 지표를 부드럽게 하며, 분뇨를 통해 수분과 유기물을 풀과 토양으로 곧장 돌려보낸다.” 소에게 뜯겨 짧아진 풀은 더 많은 햇빛을 받을 수 있고, 풀의 죽은 부분은 소 발굽에 짓이겨져 빠르게 썩어간다. 덕분에 풀의 생장주기는 가속화되고 흙과의 영양순환도 활발해진다. 저자는 바로 이 과정을 통해 토양의 탄소 흡수가 효과적으로 일어나며 그만큼 공기 중의 탄소는 줄어들게 된다고 주장한다.

 

2018년 미시간주립대 연구진은 소 방목으로 1당 연간 약 3.75t의 탄소가 격리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저자는 이를 두고 소고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완전히 상쇄하고도 남는 격리량이라고 한다. 심지어 미국의 화이트오크 목장은 2019년 이미 잘 관리된 소 방목을 통해 소고기 생산 공정 전체의 온실가스 발생량을 상회하는 탄소격리를 이뤄냈다. 이른바 탄소중립 소고기가 생산된 것이다. 또한 저자는 환경미래학자 세스 이츠칸의 연구를 인용해 전략적으로 관리된 소 방목이 광범위하게 채택될 경우 토양의 탄소 흡수를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을 거의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도 말한다. 이밖에도 다양한 실험과 사례가 탄소격리에서의 소의 역할을 입증하지만 이는 FAO 보고서 등에 수치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소는 그렇게 죽은 땅도 다시 살게 한다. 생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웨스 잭슨은 땅이 경작지로 쓰일 때보다 방목지로 쓰일 때 평균적으로 더 상태가 좋다고 썼다. 쟁기를 비롯한 인류의 기계들이 농경을 이유로 흙의 식생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때, 풀을 뜯고 밟으며 다시금 흙의 생태를 복원한 것은 소였다. 저자는 소 방목이 수많은 동식물과 균류에 유익한 환경을 만들어 서식지와 생태계의 조성과 보존에 기여한다고 말한다. 과거엔 전 세계 초원의 풀을 뜯던 야생 동물들이 해냈던 몫이지만, 이 중 다수가 멸종한 상황에서 이제 희망은 잘 관리된 소 방목뿐이라는 주장이다.

 

소가 기후위기 주범? 그 논리 하나씩 씹어먹어줄게 소고기를 위한 변론

책은 소고기와 유제품이 건강의 적으로 매도된 역사 역시 성실하게 논박한다. 저자는 소고기 등 적색육이 현대인 비만의 주원인이라는 연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밝히고, 정제설탕과 가공식품이야말로 인체를 위협하는 적임을 지적한다. 또한 고기의 영양분과 맛은 즐기면서 오염과 말썽은 피할 수 있다는 환상을 파는 식물성 고기, 대체육 등 가짜 고기를 둘러싼 진실도 적시한다. 돼지·닭 등 주류 고기를 생산하는 공장식 감금사육이 환경에 해악을 끼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가짜 고기의 생산 원료 대부분도 수질오염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농약 집약적 대규모 유전자변형작물 단일재배라는 점도 지적된다.

 

저자는 공장식 감금사육과 대규모 기계식 작물재배가 식물과 동물에게 야기하는 끔찍한 영향을 강조하며 방목 동물이 중심이 되는 재생농업의 복원을 주장한다. 저자는 목장을 운영하는 남편과 결혼해 직접 소를 기르게 됐지만 소고기산업도 살충제, 화학비료, 호르몬 약품 같은 인공물질 투입에 심하게 의존해 왔다며 업계 내부를 향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운다. 그러나 오늘날 전 세계 소 대부분이 목초지와 방목장에서 사육된다고 단정하고, 공장식 사육의 문제에서 육우산업을 분리하려는 저자의 태도는 비판적으로 독해할 필요가 있다. 저자의 지적대로 고기소 대부분이 삶의 후반부를 보내는 비육장, 우유 생산을 위한 대규모 감금사육장 등을 비롯해 육우산업에서도 방목과는 거리가 먼 공장식 농장에서 길러지는 소들이 적지 않다.

 

이 책은 단순히 소를 먹느냐, 먹지 않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동물의 모든 행동은 다른 동물에게 영향을 미친다. 육식을 피하더라도 잔혹 행위없는 식생활은 불가능하다. 복잡하게 얽힌 생태계 안에서 소를 먹으면 악, 먹지 않으면 선이라는 흑백논리는 무용하다. 저자는 내가 동물에서 나온 음식을 먹고 있는가?’ 대신 이 음식은 자연의 기능에 따라 생산된 것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볼 것을 제안한다. 동물을 파트너로 대우하는 푸드시스템에 대한 상상력을 요구한다. 건강하게 잘 키운 고기를 소비하는 것 역시 기존의 산업화된 농축산업에 대한 하나의 저항일 수 있다.

김지혜 기자

 

 

30년 채식주의자는 왜 소고기를 먹기로 결심했나

“30년 이상 채식주의자로 산 사람으로서 나는 육식을 피하는 이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다만 소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가 환경이나 건강에 해롭다는 생각 때문이라면 그건 정보 부족에 따른 오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 책의 요지는 저자의 이 말로 요약된다. 저자는 생물학 전공 대학생이던 1980년대 중반 육식을 끊었다. 그는 특히 반추동물인 소가 방귀로 내뿜는 엄청난 양의 메탄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육식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믿었다. 적색육을 먹는 것이 비만과 심장병 발병률을 높이기 때문에 고기를 끊어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그렇지만 저자는 2000년 무렵 육식과 환경의 연관성에 대한 자신의 견해가 대학 때 접한 채식주의와 환경주의 팸플릿의 구호식 주장에 경도된 단순한 흑백논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환경 변호사로 일하면서 육류산업의 환경오염 문제에 대응할 전국적 캠페인을 전개하기 위해 축산 농가를 방문하고, 연구 논문을 읽고, 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한 것이 계기가 됐다.

 

2006년 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축의 긴 그림자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육식 비판에 기후변화가 주요 논거로 대두된 것도 이때였다. FAO는 보고서에서 인간이 유발하는 온실가스의 18%가 육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가축이 운송업 전체보다 더 지구온난화를 유발한다는 보도자료의 헤드라인이 복음처럼 전 세계에 퍼져갔다. 나중에 보고서 작성자들이 계산 오류를 인정하고 이 발언을 철회했지만 이미 진리로 간주될 믿음을 돌이킬 방법은 없었다.

 

소는 메탄을 내뿜어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가? 저자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광합성한 풀을 소가 먹고 소화해 다시 배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은 이미 생태계 사이를 자연 순환하고 있는 탄소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는 탄소를 흙으로 돌려보낸다. 소가 뜯어 짧아진 풀은 더 많은 햇빛을 받을 수 있다. 풀의 생장 주기는 가속화되고 흙과의 영양 순환도 활발해진다. 저자는 이 과정을 통해 토양의 탄소 흡수가 효과적으로 일어나며 그만큼 공기 중 탄소는 줄어들게 된다고 주장한다. 산업 활동을 통해 대기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거둬들이는 것을 탄소 격리라 한다. 2018년 미시간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소 방목으로 1당 연간 약 3.75t의 탄소가 격리되며 이는 소고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완전히 상쇄하고도 남는 격리량이다.

 

소에게 먹일 사료용 콩 생산을 위한 토지 확보를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이 벌채되고 있다는 주장도 위험하다. 저자는 오히려 소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 사람들의 구매 비용이 삼림 파괴나 대규모 단일 작물의 재배 같은 파괴적 농법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한다. 브라질 벌채 지역에서 생산된 콩이 비건식품 첨가물과 미국 수퍼마켓에서 팔리는 두부와 두유에도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채식주의자가 육식하는 사람들에 비해 기후변화에 책임이 덜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고기는 건강에 해로운가? 저자는 많은 부분이 오해라고 말한다. 그는 만 50세가 되던 2019년부터 건강을 이유로 고기를 다시 먹기 시작했다. 20세기 중반 이후 포화지방인 동물성 지방의 섭취를 줄여야 건강에 이롭다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있지만 미국 영양학자 프레드 쿠머로는 중요한 것은 포화지방인지 여부가 아니라 지방이 산화됐는지 여부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튀김 요리에 쓰는 고도불포화 식물성 기름은 고온으로 가열하면 산화가 일어나므로 인체에 해롭다. 영국 생리학자 존 유드킨은 말했다. “우리 몸은 무엇을 먹도록 진화했는가? 그것을 먹어야 한다.” 그는 인류가 수백만 년 전부터 먹어온 음식은 심장병 같은 만성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현생 인류의 조상들은 적어도 260만 년 전부터 동물을 먹기 시작했고, 150만 년 전 무렵부터는 상당량의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인류의 뇌 용량이 커진 것은 고기의 영양 덕분이자 사냥 행위의 복잡성 때문이었다. 육식은 수백만 년에 걸쳐 인간 진화라는 복잡한 직물을 짠 중요한 실이었다.” 건강을 해치는 주범은 설탕, 밀가루, 종자유 같은 현대 가공식품이지 고기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저자는 변호사답게 치밀한 논증으로 소의 무죄를 주장한다. 중언부언하는 경향이 있지만 설득력은 충분하다. 고기를 끊을 수 없지만 윤리적인 이유로 마음 한구석이 늘 찜찜했던 당신에게 권한다. 원제 Defending Beef.

조선 곽아람 기자